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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성기 에디터 도쿄 프리즘] 원전 인접 공포의 이와키市 차량도 보행자도 거의 없어

    [황성기 에디터 도쿄 프리즘] 원전 인접 공포의 이와키市 차량도 보행자도 거의 없어

    후쿠시마 원전과 인접해 방사능 공포에 직면하고 있는 이와키 시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가 승용차를 타고 도쿄를 출발한 것은 27일 오전 7시. 동북 지방으로 가는 고속도로 조반센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꽤 많은 차량들이 다니고 있었다. 갓 출고한 차량 6대를 실은 화물차가 이채롭다. 이 와중에도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석유 탱크로리도 눈에 띈다. 휴게소마다 재해지역으로 가는 자위대 트럭이나 일반 트럭들로 가득하다. 기름을 넣으려는 일반 차량들도 100m씩 줄을 서 있다. 동북쪽으로 이동할수록 일본이 자랑하는 요철 없는 고속도로가 마구 흔들린다. 지진 피해를 본 듯 도로 곳곳에 요철이 생기고 금도 가 있다. 고속도로를 내려 이바라키 현 기타이바라키 시에 접어든다. 진풍경이 보인다. 승용차가 1㎞ 정도 장사진을 치고 있다. 주유하려는 행렬이다. 어디든 주유소는 마찬가지다. 지붕이 무너진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 전통 가옥이다. 그건 나은 편이다. 바다와 접한 곳에는 쓰나미가 할퀴고 지나간 자국이 선연하다. 육지로 올라온 배는 물론이고, 쓰나미가 덮친 가옥들은 재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됐다. 항구 여기저기 길이 솟구치고 꺼져 있다. 치우지 못한 쓰레기 더미도 흉물스럽다. 그래도 활기가 느껴진다. 곳곳에서 복구하는 크레인이 움직이고 편의점이나 상점도 문을 많이 열었다. 조그만 도시인데도 오가는 차량이 제법 많다. 국도 6번을 타고 현 경계선을 넘어서자 행선지 후쿠시마 현 이와키가 나타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었을 뿐인데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지나는 차량도 확 줄고, 사람들 모습도 잘 안 보인다. 무엇보다 문을 연 가게를 찾기 힘들다. ‘3無’ 적막한 시가지… 유일하게 문 연 곳은 대형마트뿐 ‘휴업’이란 종이를 붙여 놓은 주유소. 사장은 “새벽에 문을 열어 3시간 만에 기름을 다 팔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구급차·소방차 등 긴급차량을 위한 1200ℓ의 재고는 남겨 둔다고 한다. 1인당 판매량은 20ℓ. 그 20ℓ를 구하려고 몇 시간이고 기다린다. 기름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인근 오나하마에 있는 정유소에서 탱크로리를 따라 어느 주유소로 가는지 뒤를 쫓을 만큼 필사적이라고 귀띔한다. 이런 얘기도 들려준다. “위조한 긴급차량용 종이를 가져와 기름을 달라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경찰관이 영업할 때 입회한다.”고 한다. 이와키 시청으로 가는 길에 있는 한 편의점은 반갑게도 문을 열었다. “재해지역으로 다 보내는지 입하가 안 된다.”고 해 도쿄에선 구하지 못했던 카메라용 건전지가 이곳에는 있다. 그래도 점원은 “수돗물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 때문에 미네랄워터 수요가 많은데 1인당 2병으로 판매를 제한하는 등 동일 상품은 2개 이상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키 시가지는 놀라울 만큼 한적하다. 오가는 차량도, 보행자도 거의 없다. 선로가 일부 파괴돼 기차도 다니지 않는다. 간혹 다니는 사람은 3명에 2명꼴로 마스크를 하고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시내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대형 마트다. 식료품과 일상용품을 사러 온 차량으로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다. 한적하기는 시청 주변도 비슷하다. 시청에 들어서니 요오드제 배포를 알리는 안내문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휴일이라 시민들도, 응대하는 시 직원도 별로 없다. 총무과 직원 히구치 다다스케는 “시민들이 겪는 가장 큰 불편은 차에 넣을 기름이 없어 식료품을 구하러 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옥내에 대피 중인 고령자와 장애인들은 시내에 나올 수 없어 불편이 한층 심각하다고 했다. 그래도 대지진 직후 100% 단수됐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수도복구율이 50%에 달하고 전기도 쓰나미 피해 지역 외에는 대부분 통하고 있다고 한다. 시청에서 500m 떨어진 이와키 재해대책본부가 있는 시 소방본부. 2층에선 생사확인 창구 직원들이 3·11 대지진 발생 17일째인데도 아직도 걸려 오는 전화를 받느라 분주하다. 벽에는 마을별 연락처가 빼곡하게 적혀 있고, 각종 명부를 놓고 대조 작업을 하고 있다. 대책본부 직원 아이자와 마사하루는 “현재 250명 사망이 확인됐으며 3900명가량이 59개 대피소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3층의 대책본부에는 자위대원들과 시 직원들이 섞여 있는데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홍보를 맡고 있는 구보키 다카히로는 “최악의 물자부족 시기는 지났으나 역시 석유 부족이 가장 문제”라고 털어놨다. 영업을 재개한 편의점, 마트 등이 점차 늘고 있지만 아직 완전 정상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보키는 몇 가지 불만을 털어놨다. 방사능 피해가 사실상 없는데도 마치 이와키 전체가 방사능에 덮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시가 1시간 단위로 방사능을 측정하는데 대략 1μ㏜(마이크로시버트) 안팎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와키 시로 물자를 싣고 들어와야 할 트럭들이 잘 오지 않아 물자부족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언론이나 금융기관조차 시를 떠났다고 화를 냈다. “현재의 방사능 수치로는 인체에 큰 영향이 없다.”는 이와키 시 대책본부의 말을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방사선은 미량이라도 계속해서 쐬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정설인데도 말이다. 시내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데 사실 이와키를 떠날 형편이 못 된다.”고 말했다. 이와키를 떠나 도쿄 등지에서 피난 생활을 하다 돈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귀환하는 시민들도 있다고 한다. 방사능에 오염됐을지 모르는 수돗물, 농작물은 물론 대기 중의 방사능 수치도 정상치보다는 높은 이와키. 기약 없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불안과 공포, 절망과 체념, 그리고 그 한구석에 희망이 뒤엉킨 모습은 이와키 시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글 사진 marry04@seoul.co.kr [용어 클릭] ●이와키 후쿠시마 현 최대의 도시. 인구 34만명에 면적도 일본 열도의 행정 시 가운데 두 번째로 넓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이와키 중심부와는 50㎞ 정도 떨어져 있다. 시의 동북부 일부가 옥내 대피 지시가 떨어진 30㎞ 이내에 걸쳐 있다.
  • 온난화에 지친 지구 1시간 ‘Turn off’…인류의 내일은 ‘Turn on’

    불야성에 지쳐 있는 지구를 위해 세계인이 26일 ‘조명끄기 릴레이’를 벌였다. 전력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고 세계 각국이 자국시간으로 오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일제히 조명 스위치를 내린 것이다. 올해로 5년째를 맞은 ‘지구시간’(Earth Hour) 소등행사에는 세계 134개국 1억명 이상의 인류가 참여해 어둠 속에서 ‘불편의 즐거움’을 누렸다. ‘소등 파도타기’는 이날 세계표준시보다 11시간 빠른 호주 시드니(서머타임 적용)부터 시작해 서쪽으로 향했다. 시드니 시민들은 저녁 8시 30분이 되자 집안 전등을 일제히 껐고 도시 명물인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 시드니타워 등의 조명도 소등했다. 다만, 선박 등의 안전운항을 위해 보안등 일부는 그대로 켜 뒀다. 세계야생동물기금의 아이디어로 2007년 ‘지구시간’ 행사가 처음 시작됐던 종주국인 호주는 이날 전체 국민의 절반가량인 1000만명이 참여해 칠흑 같은 어둠을 즐겼다. 아시아 주요국들도 자국 시간으로 오후 8시 30분이 되자 자발적으로 어둠 속에 묻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남산 N타워와 63빌딩, 프레스센터 등 주요 시설이 불을 껐고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이었던 ‘냐오차오’ 스타디움을 소등하며 행사의 뜻을 더했다. 강진과 쓰나미, 방사능 유출 피해라는 삼중고에 신음하는 일본의 일부 호텔 역시 불 끄기 행사에 동참했다. 인류 문명의 찬란함을 고스란히 담은 세계 주요 유적들도 예외없이 1시간 동안 조명 스위치를 내렸다. 그리스의 포세이돈 신전, 이탈리아의 콜로세움과 피사의 사탑, 프랑스의 에펠탑 등이 불 끄기 행렬에 동참했다. 특히 프랑스 파리에서는 소등행사가 시작된 뒤 1분 동안 일본 대지진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 행사를 갖고 인류애를 실천했다. 세계 네티즌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를 이용해 각 가정의 불 끄기를 독려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처음 행사를 제안했던 앤디 리들리는 “2007년 ‘지구시간’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면서 “(지구 살리기를 위한 노력이) 문화와 국경, 종교의 장벽을 넘어서고 있다.”며 기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이슈 인터뷰] “우리 학생들 독도교육 안 시키면 5년후 日 왜곡 논리에 밀려”

    [이슈 인터뷰] “우리 학생들 독도교육 안 시키면 5년후 日 왜곡 논리에 밀려”

    국내의 대표적인 ‘민족주의 사회학자’로 평가받는 신용하(74)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독도 지킴이’다. 그는 일본 정부가 1996년 1월 독도를 자신들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기점으로 선포하고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사실상 주장하고 나서자 즉각 독도 지키기로 맞섰다. 당시 독도 관련 15개 단체의 연합체인 ‘독도연구보전회’와 ‘독도학회’를 창립한 뒤 전 세계에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알리는 활동에 앞장서 왔다. 신 교수는 “일본의 교과서를 통한 독도 재침탈은 대한민국을 다시 빼앗으려는 1차적 징표”라면서 “우리가 독도를 지켜내지 못할 경우 대한민국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역설했다. →대지진으로 위기인데도 일본이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내용의 중학교과서 검정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능성은. -우선 대지진 참사로 목숨을 잃은 많은 일본 국민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빈다. 또 일본 국민들이 지금의 난국을 잘 극복해 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일본 정부의 중학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시기와 관련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어디까지나 일본이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시기 문제와 표현의 변화가 있을지는 몰라도 발표는 확실해 보인다. →최근 우리 정부가 지진으로 인해 발표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고, 지난해엔 2010년판 방위백서 발표를 연기한 전례도 있다. -우리 정부가 요청했지만, (발표 시기 등)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달렸다. 전례가 있더라도 다소 일정을 늦추는 정도일 것이다. 일본은 한번 결정한 정책을 잘 바꾸지 않으며, 이 문제도 바꿀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이미 초·중·고교 교과서에서 방침을 정해 놓고 있다. 일본은 지진과 독도 영유권 주장 문제를 별개로 보는 것 같다. →이번 중학교 교과서 검증 결과 발표로 일본의 초·중·고교 의무교육 전 과정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가 다뤄지게 됐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의무교육 과정에 넣은 건 전 국민들에게 독도는 일본 땅인데 한국이 불법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짓 교육시키기 위한, 의도된 전략이다. 장기적으로 독도를 재침탈하겠다는 포석이다. 일본 국민은 정부를 맹신하는 특성이 있다. →이번 검정 교과서에는 독도 영유권과 관련, 어떤 내용이 담기나. -최근 초안을 확인한 결과 ‘86해리 서북방에 있는 독도는 일본 영토인데 한국이 불법 점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일본은 우리의 국정교과서와는 달리 검인필 교과서다. 검인 과정에서 이 내용을 교과서에 의무적으로 담도록 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 모두 탈락시켰다. →일본 내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은 누가 주도하나. -일본 정부이고, 특히 외무성이다. 그들은 지금도 홈페이지에 영어와 스페인어 등으로 10개 항목에 걸쳐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며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1946년 연합국 최고사령부가 지령 677호로 독도를 한국 영토로 판정한 것이 진실이다.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의 이면에는. -일본은 1905년에 독도를 한번 침탈해 봤다. 지금도 미련이 있다. 구한말 역사에서 일본의 독도 침탈은 한국 침탈의 전초전이었다. 또 동해 중앙에 있는 3개 섬(독도, 울릉도, 오키도) 가운데 2개 섬을 차지해 재해권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속셈이다. 가스 등 동해상의 수산자원과 독도 해역의 지하자원들을 손에 넣겠다는 것이다. →독도 문제를 너무 키우면 일본의 전략에 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건 우리 외교부 주장이다. 통상 마찰은 기우다. 그들이 침묵하고 있는 지금도 우리는 대일 무역에서 연간 340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 오히려 통상 마찰로 중간재 등의 수입을 기존 일본에서 다른 국가로 돌릴 경우 결국 일본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국내 일부 경제인들이 일본과 밀착돼 외교부를 부채질하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어떤 대책을 펴야 하나. -독도는 역사적 진실이나 국제법상 지위에서 대한민국 영토다. 지금까지 발굴 자료 200여점이 모두 이를 입증한다. 외교부는 세계 각국어로 이를 번역해 세계에 당당히 알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일본은 국제재판까지 끌고 가는, 강탈이나 다름없는 행위로 나올 것이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독도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중학생이 5년 후 성인이 되는데 손을 놓고 있으면 논리에 매우 취약해진다. 향후 한·일 청년 간 독도 논쟁에서는 진실이 일본의 왜곡된 논리에 밀릴 수 있다. 교과부가 전국 각급 학교에 독도 교육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리고 9월 학기부터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교과서에 담아 본격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독도의 실효적 지배 강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독도의 유인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관련 법을 만들어 독도에 3~5인 가구가 상주토록 해야 한다. 군인(해병대)과 경찰을 함께 독도에 배치해야 한다. 일본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바람직한 한·일 관계가 정립되기 위한 조건은. -우선 일본이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침략외교를 지금의 대한민국에 적용시켜선 안 된다.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가 독도를 침략했다고 해서 지금 재침략할 수 있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당장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독도 침탈 정책도 폐기해야 한다. 일본 정부와 우파 정치인들도 독도 영유권을 계속 고집할 경우 양국이 애써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는 사실을 잘 새겨야 한다. 글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는 ▲1937년 제주 출생 ▲서울대 문리대 사회학과 ▲서울대 교수 ▲한국사회학회·한국사회사학회 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 대표 ▲독도학회·독도연구보존협회·한국영토학회 초대 회장 ▲서울대 명예교수, 울산대 석좌교수
  • [씨줄날줄] 플라이진/이춘규 논설위원

    일본인들의 조어(造語) 능력은 탁월하다. 근대화를 단행했던 19세기 영어·네덜란드어 등의 용어들을 번역해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society를 사회(社會)라고 번역했다. 철학(哲學) 등 수많은 사회과학 용어도 만들어냈다. 우리도 많이 사용한다. 이후 한자와 영어 혼용이 늘었다. 공(空)자에 오케스트라를 합한 가라오케, 만(滿)자에 탱크(tank)를 합성한 만탕쿠 등은 일본식 조어다. 조어들은 세계로 퍼져 갔고, 한국에서도 통용된다. 최근 영어 사용이 늘어난 추세에 맞춰 영어만을 이용한 조어도 급증하고 있다. 2004년부터 정부 주도로 시작한 ‘쿨 비즈’(Cool Biz) 운동. 지독하게 무더웠던 그해 여름 넥타이를 매지 않고 근무해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를 실천하자며 개시됐다. 겨울에는 내복을 입어 난방비를 아끼자는 웜 비즈(Warm Biz) 운동이 펼쳐진다. 레스큐다이는 일본식 조어의 결정판이다. 구조대라는 일어가 있지만 영어 rescue에 한자 대(隊)를 붙여 만들었다. 2주가 지난 3·11 대지진도 신조어들을 낳고 있다. 플라이진(Flyjin)은 비행을 뜻하는 영어 플라이에 외국인을 뜻하는 가이진(外人)을 합성한 신조어다.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 이후 비행기를 이용해 도망갔던 외국인’이란 의미다. 도쿄의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일본의 타지방이나 가까운 한국·홍콩 등으로 피신했다가 도쿄 사무실로 돌아가면 일본인 상사나 동료들이 비겁한 플라이진이라며 불쾌감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생겼다. 그래서 가족이 먼저, 직장이 다음인 외국인들은 마음이 불편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계속 근무하고 싶은데, 부모님의 성화가 심해 잠시 고국에 다녀오겠습니다.”라며 짧게 휴가를 얻었던 외국인들이 적지 않았다. 플라이진들의 도쿄 사무실 귀환이 본격화하면서 직장 내 화합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를 맞아 플라이진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는 일본인들도 늘고 있다고 일본인들은 주장한다. 지난주 도쿄에서 지진 방사능 취재 중 만났던 일본인들은 “어디서든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직장 내 공동체의식을 중시했던 일본 직장인들의 의식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플라이진이라는 말도 불만보다는 장난이나 놀림 정도로 사용된다고 한다. 도요타자동차에 근무하는 일본인 지인 등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한다. 일본 직장인, 일본인들의 의식이 시나브로 변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열린세상] 화·절·인(和·切·忍)/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열린세상] 화·절·인(和·切·忍)/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일본 대지진 참사와 관련해서 일본인이 보여준 행동을 보면, 일본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며칠 동안 일본인은 차분하게 질서를 유지했다. LA 지진이나 이집트 사태에서 발생한 혼란이나 폭력과는 분명히 달랐다. 방사성물질이 확산되면서 사재기 등과 같은 행동의 변화가 있었지만, 심각한 위기상황을 고려할 때 일본인은 상대적으로 절제와 인내심을 보여주었다. 일본문화는 화(和)·절(切)·인(忍)의 문화로 불린다. 603년 쇼토쿠 태자(聖德太子)가 성문 헌법에서 ‘화를 중시한다.’고 기술하면서 ‘화의 문화’는 일본 문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화의 문화’는 규율과 질서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것은 나와 남 사이의 상호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절’을 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절’은 나와 남의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경계를 설정하고 그 경계를 넘어서지 않는 것이다. 문화인류학자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에서 “일본인은 창피한 것을 아주 중요시하며,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이 창피한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나의 경계를 지키는 ‘화의 문화’에 대한 진술이라고 볼 수 있다. 너무 튀는 행동을 하면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고, 창피한 행동 역시 경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규율과 질서를 지키고, 조직과 제도 안에 나를 위치시키는 일은 ‘인’을 필요로 한다. 자신을 표출하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다. 참는 것은 소중한 가치지만, 때로는 자신을 억압하기도 한다. 지진해일이 일어난 이후 일본 언론, 특히 NHK가 보여준 보도는 그동안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만든 매뉴얼에 따른 것이었지만 ‘화의 문화’라는 일본의 문화적 전통을 반영한다. NHK는 피해를 집중보도하기보다는 질서 있는 대응방안을 말하고, 흥분하기보다는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며, 부정적 태도보다는 긍정적 태도로 안정과 질서를 강조했다. 그만큼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사건을 보도했다. 이에 비하면 우리 언론의 보도에는 여러 가지의 바람직하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면서 민족주의가 은연중에 내포되어 있었다. 그리고 재난과 피해자의 고통을 극화했으며, 그것은 썩 자극적이며 선정적이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했던 것처럼 똑같은 관행으로 일본 대지진을 보도했다. 우리 언론계 내부에서도 반성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리의 재난보도가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NHK의 보도방식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NHK의 재난 보도에서 따라야 할 점은 흥분하지 않는 절제와 냉정함이지만,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보여주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일본 국민이나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너무 제한되어 있었다. NHK나 일본 언론들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환경 감시기능을 포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다. 일본 정부의 발표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에 그침으로써 악화되는 위기상황에서 언론들은 제대로 된 환경의 감시와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우리는 일본 지진해일과 방사능 오염을 접하면서 일본문화가 지니고 있는 절제와 규율을 이상적인 것으로 보는 듯하다. 일본인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질서와 규율을 잘 지키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오리엔탈리즘이 지금의 일본을 보는 우리의 시선에 잠재해 있다. 사실상 한 나라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는 지리와 풍토와 같은 변하지 않는 구조다. 일본의 문화가 화·절·인의 문화라면, 그것은 쇼토쿠 태자가 ‘화’를 강조했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지리적 풍토 속에서 지속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일본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을 위로해주고 함께 나누는 것은 필요하지만, 일본의 문화적 성향을 이상적인 것으로 볼 이유는 없다. 우리는 일본과 다른 지리와 풍토 그리고 사회환경 속에서 형성된 정(情), 한(恨), 아우름이라는 소중한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소비자 체감경기 급랭

    소비자 체감경기가 급랭했다. 3월중 소비자심리지수는 23개월 만에 기준치를 밑돌았고, 하락 폭도 2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여기에 기대 인플레도 4%에 육박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나빠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내놓은 ‘3월 소비자동향지수’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98로 전월 대비 7포인트 하락했다. 하락폭은 2008년 10월(8포인트)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대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1월 110 ▲12월 109 ▲올해 1월 108 ▲2월 105로 계속 떨어졌으며, 결국 3월엔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치를 밑돈 것은 2009년 4월(98)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치 100보다 높으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가 과거보다 낙관적이라는 뜻이며,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난과 저축은행 부실, 구제역, 물가상승 등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가 최근 중동 불안과 동일본 대지진 등이 겹치면서 더 악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월 전과 비교하는 ‘현재생활형편 CSI’는 7포인트 떨어진 82로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았다. 6개월 후의 ‘생활형편전망 CSI’는 9포인트 떨어진 87로 2009년 3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계수입전망 CSI’도 95로 5포인트 떨어졌으며, ‘소비지출전망 CSI’는 109로 3포인트 하락했다. ‘현재경기판단 CSI’는 64로 18포인트 급락하면서 2년 만에 가장 낮았다. ‘ ‘주식가치전망 CSI’도 95로 7포인트 하락했고, ‘주택·상가가치전망 CSI’와 ‘토지·임야가치전망 CSI’는 각각 108과 105로 3포인트씩 떨어졌다. 반면 ‘물가수준전망 CSI’는 153으로 5포인트 올랐다. 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오르면서 2009년 6월(4.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응답자의 43.9%는 향후 물가상승률이 4%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대재앙 후 일본을 말한다] “日, 이전 경제대국과 다른모습 될 것”

    [대재앙 후 일본을 말한다] “日, 이전 경제대국과 다른모습 될 것”

    정신과 의사이자 문필가로 일본 사회의 집단적 정신상태에 대해 진단, 처방해 온 가야마 리카 릿쿄대 교수는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한동안 불황에 빠지고 국제사회의 신용도 낮아지겠지만 본래의 속도를 찾는다면 재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야마 교수는 일본의 부흥에 대해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전 같은 경제대국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월간지 문예춘추 4월호에서 일본을 ‘우울병에 걸린 나라’라고 표현했다. 이런 표현은 동일본 대지진 전이었는데, 어떤 뜻에서 그렇게 본 것인가. -장기간 지속된 불황, 그리고 지금까지 ‘일본인의 특성’이라고 여겨져 온 ‘고학력’, ‘타인에 대한 배려’ 같은 것들을 일본인들이 하나둘 버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마음을 의지할 곳이 없어지고 그런 가운데 경쟁이나 성장만을 강요당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모든 사람이 마음의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울증에 걸린 일본’에 대한 처방전은 무엇이었는가. -먼저 우울증 상태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더욱더 매진하고 분투하는 게 아니라 역으로 아예 여유를 갖고, 인생의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사회를 쉬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쉰다면 더욱더 국제사회에서 뒤처진다.”는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런 상태로 쉴 새 없이 달리기만 한다면 모든 사람과 조직이 다 타버리는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회 자체가 파탄날 위험성이 있다. →우울증에 걸려 있는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번의 대재해는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우리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 필요하지 않은 것을 싫든 좋든 다시 되돌아 보고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대지진 이전보다 더 큰 불황에 빠질 수 있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국제적인 신용도 저하할지 모른다. →대재해 이후 일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생각하는가. -대지진으로 ‘우리들이 갖고 있는 본래의 속도, 페이스’를 생각하고 찾아낼 수만 있다면 시간은 걸릴지 모르지만 일본은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 고도성장기에 일본이 달성한 ‘경제대국’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어제 재해지역인 센다이를 돌아보고 왔는데, 어떻게 느꼈나. -재해지역에서 피난민들의 정신적 구호를 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들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현장을 둘러봤는데 쓰나미의 피해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 사람들이 참담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생활을 새롭게 일으켜 세우려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이번 같은 대재해를 겪으면 인간은 어떤 정신 상태에 놓이게 되는지.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하는 망연자실한 상태가 한동안 계속된다. 슬픔이나 의기소침이 나타나는 것은 그 뒤이다. 너무나도 막대한 피해에 “이것은 현실이 아니다.”라고 받아들이거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정신적 방위본능 혹은 기제가 작동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참담한 경험을 어떻게 헤치고 이겨내야 하나. -우선은 마음의 치유보다는 내 몸의 안전과 안심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마음을 이재민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누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그것을 이재민들에게 계속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도쿄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우울증에 걸린 나라’는 문예춘추 4월호에 실린 가야마 리카 교수의 칼럼 제목이다. 가야마 교수는 무엇이든 비관적이고 후회, 향수 등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 그리고 ‘타인의 행동’을 피해망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우울증이 개인 차원이 아닌 일본이란 국가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경우 타인에 해당하는 것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다. 우울증에 걸린 일본은 이집트에서 일어난 반정부 민주화 시위 등에도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울증에 대해 개인이라면 “먼저 일을 2개월 정도 쉬라.”는 처방전을 낸다. 그것이 국가일 경우 “일본도 국민 모두가 수개월의 요양기간을 갖고 외교도 중단시키는 ‘쇄국’을 하자.”는 제언을 한다. 그래서 “국내의 신뢰관계를 되찾은 뒤 다시 한번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야마 리카 교수는 1960년 홋카이도 출생. 도쿄 의과대학 출신으로 학생 시절부터 잡지 등에 기고를 했다. 정신과 의사로서의 임상 경험을 살려 사회, 문화 비평을 하고 있다. 현대인의 ‘마음의 병’에 대해 관심이 깊다. 최근에 출판한 ‘살고 있는 것만으로 좋습니다’ 등 100권 이상의 저서를 갖고 있을 정도로 왕성한 문필활동을 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일본 젊은이들이 보여 준 응원 모습에 대해 “편협한 소(小) 내셔널리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현재 릿쿄대학 현대심리학부 교수.
  • 설비피해 16조엔… 생산재개 꿈도 못꿔

    설비피해 16조엔… 생산재개 꿈도 못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26일로 꼭 보름째를 맞는다. 대지진과 쓰나미에 이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사망자만 5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 속에 아직 정확한 피해 집계마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금융·산업계 등 일본 전 분야에 걸친 피해까지 감안하면 이번 대재앙의 후유증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분야별 피해를 중간 점검한다. 내각부에 따르면 피해지역 기업 설비의 피해액은 9조~16조엔에 이른다. 도호쿠 지역의 수많은 기업이 조업을 중단했다. 특히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근처에 있는 공장은 종업원들의 접근조차 막혀 있어 복구나 생산재개를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대의 장애는 부품 부족이다. 반도체 재료가 되는 실리콘 웨이퍼나 플라스틱과 고무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은 이번 재해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이로 말미암아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은 지역의 완성품 공장도 덩달아 기계를 돌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국내 자동차 생산은 11일부터 25일까지 35만대가 줄었다. 주식시장은 지진 재해 발생 이후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15일에는 하루 만에 닛케이지수가 무려 1015포인트(10.55%) 폭락하기도 했다. 19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쇼크를 뒤잇는 역대 세번째 하락폭이다.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재해 지역 고속도로의 많은 구간이 유실돼 통행이 금지됐다. 25일에도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30㎞ 이내 구간은 통행이 규제되고 있다. 신칸센도 나스 시오바라에서 모리오카 간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폐쇄했던 이와테 하나마키와 오다테 노다이 공항은 운항을 재개했으나 쓰나미에 활주로가 유실된 센다이 공항은 복구까지 오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지진 발생 직후 46만 가구에 가스 공급이 중단된 뒤로 제대로 복구되지 않고 있다. 24일 현재 미야기현 등 5개 현 약 36만 가구가 아직 가스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복구율은 13%. 상수도 역시 210만 가구에 공급이 중단된 뒤 점차 복구되고 있으나 10개 현 66만 가구가 지난 24일까지도 수돗물을 쓰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과 주요 화력 발전소가 지진 피해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수도권에서 강제 단전을 실시하는 등 전력난이 이어지고 있다. 전철이 운행을 중단하는 등 시민들이 엄청난 불편을 겪은 것은 물론 기업체의 생산 기능도 사실상 정지됐다. 1970년대 석유 위기 이후 최대 에너지 위기 사태에 직면했다. 계획 정전은 4월 말에 일단 끝나지만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다시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후쿠시마의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으로 인해 후쿠시마현과 이바라키현, 군마현 등의 농산물 13개 품목이 취급제한이나 출하정지 조치가 이뤄졌다. 도쿄도 가나마치 정수장의 수돗물에서 유아(1세 미만)의 기준치를 2배 웃도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1400만명의 도쿄 주민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北전문가 “북한 동쪽으로 5㎝ 이동”

    북한 지진 전문가가 지난 11일 리히터 규모 9.0의 일본 대지진이 북한을 동쪽으로 최대 5㎝가량 이동시켰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25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지진국 강진석(66) 박사는 “우리나라가 동쪽으로 2~5㎝ 지각이 움직인 것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저명한 지질학자인 강 박사는 “이 결과 지진 직후 내륙의 물 수위가 급격하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기 시작하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中, 피폭 日관광객·상선 격리

    중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과 상선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물질이 검출돼 중국 당국이 관광객과 상선을 잇따라 격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지난 23일 도쿄발 항공편으로 장쑤성 우시(無錫)공항에 도착한 일본인 2명에게서 기준치를 심각하게 상회하는 방사성물질이 검출돼 방사능 오염처리 전문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한 뒤 퇴원시켰다고 밝혔다. 질검총국과 병원 등은 “이들에게 요오드 제제 등을 처방했으며 피폭량이 건강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언론은 중국 당국의 조사 결과 이들은 각각 후쿠시마 원전에서 350㎞, 200㎞ 떨어진 나가노, 사이타마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고 보도했다. 질검총국은 또 지난 22일 푸젠성 샤먼(廈門) 국제항으로 입항한 일본 미쓰이 O.S.K 라인스 소속 상선에서 ‘비정상적인’ 수준의 방사선이 검출됐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방사선 수치 등은 밝히지 않았다. 질검총국은 지난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면서 일본산 수입품에 대한 방사선 검사를 철저하게 실시하라고 일선 검역 당국에 지시한 바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출발 드림팀 시즌2(KBS2 일요일 오전 10시 35분) 매회 웅장한 스케일과 스릴 넘치는 종합 장애물 5종 경기를 선보이고 있는 ‘출발드림팀2’가 이번에는 드림팀 종합장애물 경기 사상 최초로 남녀선수가 함께 도전하는 커플장애물 6종경기를 펼친다. 우여곡절 끝에 선정된 10팀의 커플 중 과연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커플 왕좌를 차지할 주인공은 어느 팀이 될까. ●학자의 고향(KBS1 일요일 오전 7시 20분) 송시열이 유배되었던 제주도 글씐바위에는 그의 한이 담긴 글이 아직도 남아 있다. 조선왕조 500년 중 가장 혼란했던 17세기에 살았던 우암 송시열. 그는 당쟁의 중심이자 18세기 조선 성리학의 초석이기도 했다. 그의 유배 흔적이 묻어 있는 그가 은거했던 화양동의 아름다운 절경과 그의 사상, 삶을 들여다본다.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욕망의 불꽃(MBC 토요일 밤 9시 50분) 태진이 있는 별장을 찾아온 나영은 민재를 설득해 데려가려 하지만 민재는 할아버지처럼 살겠다고 거절한다. 밤늦게 다시 태진의 별장으로 찾아온 나영은 어린 날 자신이 보았던 지옥 같은 장면들을 이야기하며 죗값을 치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 날, 나영은 태진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그것이 알고싶다(SBS 토요일 밤 11시) 1990년대 우리를 가슴 아프게 했던 아동범죄의 피해 아동들. 사건 후 부모 품으로 돌아갔던 그들은 잘 지냈을까. ‘추적 사건과 사람들’에서 방송돼 큰 화제를 모았던 서커스 소녀 심주희양과 아버지가 보험금 때문에 아들 손가락을 잘랐던 사건의 주인공들을 찾아가 현재 모습을 살펴본다. ●사랑을 믿어요(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윤희는 우진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셔츠를 선물로 사지만 우진이 아이들을 야간 업소에서 노래 부르게 한 줄로 착각하고 미사리 공연장까지 쳐들어간다. 우진은 자신을 오해한 윤희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윤희는 울음을 터트리며 집으로 돌아온다. 한편 승우는 혜진의 재능과 일에 대한 기회들을 하나씩 마련해 준다. ●반짝반짝 빛나는(MBC 일요일 밤 8시 40분) 정원은 금란에게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자고 말한다. 그런 금란은 평창동 집에 가서 나희와 함께 자신이 살게 될 방을 꾸미고 정원의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지웅처럼 편집일을 배우게 될 거라고 선언한다. 한편 금란은 승준에게 앞으로 연락해도 되느냐고 묻고, 정원은 승준과 함께 있는 금란의 모습을 보게 된다. ●SBS스페셜(SBS 일요일 밤 11시) 규모 9.0의 일본 역사상 최악의 대지진이 벌어졌다. 대형 쓰나미와 원전 폭발까지 이어졌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순식간에 누군가의 집과 학교와 회사가 사라졌다. 쓰나미가 몰려와 손써 볼 틈도 없이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 둔 채 이 세상을 떠나야만 했던 현장을 찾아가 본다.
  • “폐허된 고향 떠날까…” 日동해안 ‘공동화’위기

    “떠날까 남을까.”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은 채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이재민들이 또다른 고민에 휩싸였다. 참극을 맞은 지 25일로 만 2주째에 접어든 이들에게 정든 고향을 떠나느냐, 폐허더미에 그대로 남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고향에 남아 재건사업에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생업을 위해 다른 도시로 떠나야 할 것인가. 북동부 해안지역인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오가쓰 마을. 지난 11일 대지진 때 20m의 해일이 몰아쳤다. 청과물 가게를 하던 사토 미치요(61) 가족은 15명이 함께 모여사는 대가족이다. 하지만 쓰나미에 대한 악몽이 겨우 사라질 때쯤 더 무서운 현실이 다가왔다. 당장 생계의 벽에 부닥쳤다. 결국 가족회의 끝에 아들 부부와 손자, 손녀들을 친척이 있는 도쿄와 아키타로 보냈다. B형 간염을 앓고 있는 미우라 구니오(77)도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집도, 간염 약도, 모든 게 바닷물에 떠내려 갔다. 그는 “나이 팔십에 몸도 아픈데 재출발이 가능하겠느냐.”며 이와테의 딸 집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했다. 이 시의 이재민들은 지난 15일 2116명이었지만 열흘이 지난 24일에는 1441명으로 줄었다. 벌써 675명이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 객지생활을 시작했다. 게센누마시도 사정이 딱하긴 마찬가지다. 이발소를 운영하던 이마카와 구니오(75)는 “젊은 사람이라면 뭔가 살아날 방법이 있겠지하는 희망을 갖겠지만 나는 너무 늙었고 다리도 성치 않아 새로 시작하는 것은 이제 틀렸다.”고 말했다 . 반면 이시노마키시 중 가장 높은 구릉지대에 있는 오스 마을은 이번에 화를 면했다. 주민 300여명 전원이 무사하다. 마을이 고지대에 위치해 주민의 소득수준이 시에서 가장 낮았지만 생활터전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마을 회장인 사토 쓰베에(72)는 “다른 마을과 달리 주민들이 모두 마을에 남아 생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이 똘똘 뭉쳐 지역문화를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피해가 집중됐던 도후쿠(동북부) 지역은 고령화 비율이 높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은퇴 어부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세금감면 혜택 등을 줘가며 지역 경제의 쇠락을 간신히 막아왔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재앙 앞에서 많은 주민들이 타향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동부 연안의 ‘공동화’(空洞化)와 ‘탈가족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서울광장] 리더십의 세계화/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리더십의 세계화/최광숙 논설위원

    지난 2009년 9월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객원연구원으로 있을 때다. 미국의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인 이 대학 제럴드 커티스 교수의 ‘일본 현대정치’ 강의를 관심을 갖고 들었다. 그는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의 내정 소식을 전하며 “총리를 할 만한 인물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일본 내각평을 듣고 다소 놀랐다. 그가 일본통이라고는 해도 일본 정치, 아니 일본 정치인 개개인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소 전 총리는 취임 후 1년이 채 안 돼 중도퇴진했다. 그것도 중의원 선거에 패배해 54년 만에 자민당의 간판을 내리게 하고 정권을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태평양 건너 멀리 미국에서도 정확한 정보만 있으면 일본 정치인의 리더십을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커티스 교수처럼 미리 알수 있느냐 하는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은 대통령·총리 같은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올라서야 리더십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된다. 그것도 성군(聖君)은 태평성대 같은 호시절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위기에 처했을 때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지도자의 리더십이다. 백척간두 같은 엄청난 위기에는 말할 것도 없이 자잘한 위기에도 한방에 가는 이가 나오기 마련이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그렇다. 일본 대지진 참사를 겪으면서 그의 허약한 리더십을 전 세계가 알게 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시 그가 보인 위기 대응 능력은 아마추어 그 자체다. 문제는 이제 한 나라 지도자의 리더십이 그 나라에만 영향을 주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 자본이 국경을 넘나들 듯 한 나라 지도자의 리더십이 국경을 뛰어넘는 ‘리더십의 세계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환경 문제 이상으로 각국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지구촌 사람들을 급속히 하나의 운명체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웃 나라 총리의 원전사태에 대한 부실한 대응이 우리 식탁에 오르던 일본산 명태와 같은 먹거리를 사라지게 한다. 각종 부품과 소재 품귀로 공장의 생산라인이 중단될 수도 있다. 저 멀리 카다피의 독재권력이 촉발한 리비아 사태도 일본 참사와 함께 가뜩이나 불안정한 원자재 가격을 올려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하고 있다. 중동의 한 국가가 민주화되느냐 않느냐는 그 나라 국민만의 문제를 떠나 당장 우리에게 불똥이 튀고 있는 것이다. 모름지기 최고의 리더라면 위기시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쿠바 미사일의 위기를 넘긴 미국 케네디 전 대통령을 보라. 그가 1962년 10월 16일 소련의 쿠바 미사일 기지 건설을 알고 난 뒤 소련의 미사일 철수 선언을 이끌어내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3일이다.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을 정점으로 행정부의 정책 결정 시스템을 긴박하게 움직인 결과였다. 그는 해상봉쇄령부터 시작해 소련 흐루쇼프와의 비밀협상 등 ‘Presidential Resource’(대통령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를 모두 활용했다. 그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이 여차하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사태를 막은 것이다. 내년에 대선이 있다. 박근혜·오세훈·김문수·손학규·유시민 등 거론되는 대권 후보들이 경제·안보·재난 등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할 인물인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지, 작은 위기에도 맥없이 무너질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큰일이 터졌을 때 정보체계를 장악하고 독자적인 정책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을 가려내야 한다. 특히 한반도의 특수상황을 감안하면 국제관계까지 챙길 수 있는 글로벌 역량을 갖춰야 한다. 남북문제를 잘못 다뤘다가는 자칫 동북아 정세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 경제는 말할 것도 없다. 동반성장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고, 선진국 반열에 올릴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우리의 지도자에 머물지 않고 동북아의 리더,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가 될 만한 인물을 바란다면 과욕인가. bori@seoul.co.kr
  • 日 사망·실종자 5만명 넘을 듯

    동일본 대지진이 집어삼킨 사망·실종자가 5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25일 일본 경찰청은 오후 6시 현재 사망자는 1만 66명, 실종자는 1만 7452명으로 사망·실종자가 2만 7518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으로 시신을 수습하거나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것만 집계한 수치다. NHK방송은 공식 집계와는 별개로 아직도 2만 5000명이 넘는 주민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피해자 수는 앞으로도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테현 야마다마치에서는 도시 인구의 80%에 이르는 1만 5000명의 행방이 아직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경찰이 2800명이라고 밝힌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실종자 수도 실제로는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반경 20㎞ 내의 지역은 방사능 오염 우려로 구조대원들의 수색 작업도 중단된 상태다. 때문에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수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 인명피해는 예상을 크게 웃돌 수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양치기’ 도쿄전력

    일본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과 원전 관계자들이 과거에도 실수나 사고가 있을 때마다 은폐를 거듭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CNN은 반핵 운동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밝히며, 간 나오토 총리조차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도쿄전력이 왜 정부에 특정 정보는 제공하지 않느냐는 불만을 들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쿄전력은 이전부터 정부와 밀접하게 협력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대지진 이후 도쿄전력이 정부에도 원전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밝히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에너지환경연구소(IEER)의 아르준 마키자니 소장은 “일본의 원자력산업 관계자들과 정부는 매우 가까운 관계이며 국민들에게 정보 공개 하는 것을 전면 차단해 왔다는 과거를 감안하면 이번 사건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인했지만 최근까지도 도쿄전력의 ‘은폐의 역사’는 반복됐다. 2002년 도쿄전력 관계자들은 원전의 중요 부품에 균열이 생겼는데도 이를 은폐하고 원전 보수와 관련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발각돼 회장과 사장 등 임원 5명이 사퇴했다. 필립 화이트 일본원자력자료정보실(CNIC) 사무국장은 “당시 도쿄전력은 원자로 부품의 균열을 감추다 결국 17개 원자로를 모두 폐쇄해야 했다.”면서 “도쿄전력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고의적으로 진실을 감추고 거짓말하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고 말했다. 2007년 리히터 규모 6.8의 강진이 일본 서부를 강타,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니가타현의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에서 화재와 방사성물질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도쿄전력은 단순 화재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이 화재가 2시간 동안 지속됐고 방사능에 오염된 수백 갤런의 물이 바다로 유출됐다고 인정했다. 화이트 CNIC 국장은 또 “원자력 산업을 규제하는 일본원자력안전보안원이 일본 원전 기술을 판매하는 일본 경제산업성(METI)의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원자력산업에 진정한 규제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생명 못 구하고 시신 18구 수습에 그쳤지만…우리 노력이 한·일 우호 징검다리 되길”

    “생명 못 구하고 시신 18구 수습에 그쳤지만…우리 노력이 한·일 우호 징검다리 되길”

    “생존자를 한명이라도 구조했어야 했는데….” 동일본 대지진 현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가 가장 늦게 빠져나온 정부 긴급 구조단의 일원으로 지난 23일 귀국한 최종춘(43) 소방장<서울신문 3월 19일 자 3면>은 진한 아쉬움이 남은 듯했다. 이번에 파견된 105명의 구조대원 중 가장 많은 65명을 파견한 중앙119구조대 소속인 최 소방장은 25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해외 파견 13차례 만에 처음으로 군 수송기를 이용하고 귀국 후 종합검진을 받는 등 우리의 국제 구호 체계가 자리 잡아 가는 것 같아 뿌듯했다.”고 했다. 그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시신 18구밖에 수습하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두 나라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볼 때 우리의 노력이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5년 소방관으로 첫발을 내디딘 최 소방장은 지난해 한 정유사가 주관한 최고 영웅 소방관으로 선정돼 ‘제야의 종’ 타종에 나서기도 했다. →23일 귀국해서도 집에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데. -지난해 아이티 대지진 이후 매뉴얼 얘기가 많았다. 성남공항에 도착해 방사선 검사를 받았지만 국립의료원으로 직행해 종합검진을 한 결과 괜찮다는 판정을 받고 밤 10시쯤에야 귀가할 수 있었다. 해외 파견 13차례 만에 처음으로 군 수송기를 이용하고 귀국 후 종합검진을 받는 등 우리의 국제 구호 체계가 자리 잡아 가는 것 같아 뿌듯했다. 3대의 군 수송기를 이용하느라 시간은 더 걸렸지만 많은 장비, 특히 현지에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던 기름 등을 싣고 갈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 →현지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 샤워는 물론 세수도 제대로 못 했다고 들었다. -13일 출국 허가가 떨어졌지만 14일 새벽에야 떠나 실제론 9박 10일을 머물렀다.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야영했다. 점심은 현장에서 줄만 당기면 데워지는 비상 식량으로 해결했고 아침, 저녁은 컵라면과 햇반으로 때웠다. 주민들이 세수할 물도 아끼는 것을 보고 차마 얼굴을 씻을 수 없어 가져간 물티슈 등으로 닦았고 양치할 수 있는 것으로 만족했다. 니가타 소방학교로 옮겨 간 7일째에야 처음 샤워를 했다. 10m가 넘는 쓰나미가 시속 600㎞ 속도로 휩쓴 지역이라 생존자가 버틸 최소한의 공간마저 없어 한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시신 18구를 수습하는 데 그쳤다.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그것밖에 못 했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데 국민들에게 면목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서울, 경기, 강원 등 지방 구조대 대원 40명 중 상당수가 해외 원정이 첫 경험이었는데 많이들 안타까워했다. →아이티 등 재난 현장을 많이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비교할 때 일본은. -지금까지 중국, 인도, 터키 등 우리보다 발전이 더딘 나라들을 다녀왔는데 처음으로 선진국을 경험했다. 그리고 105명이란 대규모 인원을 파견한 것도 처음이라 낯설었다. 이만한 인력과 장비, 물자를 안정적으로 동원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일본은 사유재산 개념이 확고해 폐허가 된 집이라도 주인 허락을 받지 않으면 들어가 작업할 수 없었다. 차 주인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입로를 열지 못해 복구가 더뎌지기도 했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차츰 ‘일본 문화가 이렇구나.’ 인정하면서 경찰에 입회해 달라고 요청해 잔해를 수색하곤 했다. →일본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는데. -시신 발굴 건수를 일절 알리지 말라고 외무성에서 심하게 압박했다. 국민들이 동요한다는 이유였다. 우리도 이를 유념하고 작업했다. 경찰이 엄격하게 출입을 통제한 센다이시 가모지구에서 가끔 마주친 일본인마다 우리를 보곤 두손을 모으며 ‘아리가토!’라고 인사했다. 정말 이따금 서투른 우리말로 고맙다고 인사하는 이들도 있었다. 우리도 시신을 인계하면서 경례하거나 일본식으로 두손 모아 예를 갖춰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 귀국길에 들른 니가타 공항의 청사 창문에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쇄된 A4용지 여러 장이 붙어 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성남공항에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가 영접하러 나와 깜짝 놀랐고 자부심도 느꼈다. →26일 돌아올 예정이었다가 앞당긴 건 일본 요청에 따른 것인가.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우리가 현지에서 하려던 일은 시신 수색보다 생존자 구조였다. 출발이 지연돼 적기를 놓쳤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쓰나미 위력이 워낙 대단했던 터라 더 이상 구조에 희망을 걸 수 없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래서 더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일본 정부와 협의해 돌아왔다. →가족들 걱정이 많았겠다. -첫날은 전화가 터지지 않았고 다음 날부터 전화가 터져 하루 한번, 저녁에 아내(김종희·40), 두 딸과 통화했다. 국내 언론이 일본보다 더 떠들썩했던 것 같다. 아내는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시골 부모님들은 대단하셨다. 귀국 후 안부 전화만 드려 죄송하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日 수돗물 오염 5개 지자체로 확산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성물질 누출에 따른 인근 지역 수돗물 오염이 확산되고 있다. 도쿄 인근의 지바현 수도국은 24일 마쓰도시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요네야마 정수장과 노기쿠노사토 정수장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각각 ㎏당 180㏃(베크렐), 220㏃ 검출돼 유아(1세 이하)의 음용 기준치 100㏃을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사이타마현에서는 가와구치시에서 120㏃의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후생노동성은 전날 이바라키현의 히타치시 정수장에서 최대 298㏃의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수장 수돗물에서 요오드가 검출된 지역은 후쿠시마현과 도쿄도, 이바라키현, 사이타마현을 포함해 5개 지자체로 확산됐다. 도쿄도는 이날 요오드 검출량이 기준치를 밑돌자 유아에 대한 수돗물 섭취 제한을 해제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수돗물이 방사성 요오드에 언제든지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음료수 관련 공장 일부가 조업을 중단하고, 외식업점도 유아용 물 제공을 중지한다는 방침을 속속 밝히고 있다.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는 어린이에게 제공하는 음료수에 얼음을 투입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슈퍼마켓체인회사인 다이에이도 문제가 된 정수장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러한 사실을 해당 점포에 알린 뒤 다른 물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미쓰코시백화점 긴자점도 고객들의 수돗물 사용을 중지시켰다. JP홀딩스는 회사가 운영 중인 보육원에서 제공하는 유아용 음료에는 정수기로 정제된 물을 사용하기로 정하고 물 확보에 나섰다. 삿포로 음료도 위탁 공장에 음료수 생산을 80% 증대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대지진으로 인해 물류망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아 간사이 지방에서의 음료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한 기업 관계자는 “다른 업종의 기업들도 종업원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동네 방사선 지수’ 나온다

    ‘동네 방사선 지수’ 나온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국내의 방사능 관측소가 120곳으로 늘어난다. 가동 중인 21개 원전을 대상으로 긴급 안전성 조사에 들어갔으며, 결과는 다음 달 말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원전 정밀 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은 24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도 미국 카트리나와 같은 슈퍼 태풍이나 동일본 대지진 등의 자연재해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만반의 대비를 할 것”이라면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3일부터 국내 원전에 대한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KINS는 원전 등 방사능 시설 관리, 전국의 환경 방사능 조사·평가, 비상 대책 수립 등을 맡는 국내 최고 권위의 국가기관이다. 윤 원장은 “외국에서 방사능이 들어오는 길목인 해변을 중심으로 설치돼 있는 70여개의 방사능 관측 모니터를 대도시를 중심으로 120개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면서 “측정된 방사능 수치를 국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대도시 도심에 설치될 모니터를 통해 방사능 노출 수치를 알려주고, 전국적인 현황도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알려주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21개 원전에 대한 1단계 긴급 안전점검은 4월 말까지 KINS 차원에서 실시된다. 윤 원장은 “현재 원자력손해배상협약(빈협약)에 따라 원전 사고를 일으킨 나라가 손해 본 나라에 보상하는 제도가 있지만 실효성이 없고 지진이 나면 타 국가에 주기적으로 정확한 상황을 전파하는 조기통보협약 역시 정확히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동일본 지진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이 같은 협약들이 강화되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지진성금으로 이해 폭 넓혀 독도·교과서 문제 등 현안 긍정적 발전 계기 될 것”

    “지진성금으로 이해 폭 넓혀 독도·교과서 문제 등 현안 긍정적 발전 계기 될 것”

    한국인으로 일본 릿쿄대 부총장으로 재직 중인 이종원(58) 교수는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일 간에 놓인 여러 갈등이 상당히 완화되면서 양국 관계가 대립보다는 협조관계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일본이 향후 5년 정도는 대지진 피해복구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공격적 외교력을 구사할 수 없다.”며 두나라 간에 껄끄러운 부분이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도 내다봤다. 그는 “역사 문제 등 양국 간 갈등요인이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갈등요인이 중심 문제가 아닌 주변 문제로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일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심리적으로 밀접해졌다. 일본이 고전하고 있으니까 동아시아 문화권에 있는 한국이 일본과 공동체 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일본이 다시 공격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것에 대한 경계감이 많았는데 공격적인 측면이 약해질 것이다. 실제로 일본도 여러 분야에서 한국을 필요로 한다. 양국 관계는 대립보다는 협조 관계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를 보더라도 큰 재난을 당하면 인접국가 간의 관계가 대립갈등보다는 협조부분이 많이 나타났다. 양국 간 갈등이 상당히 완화되고 중심 문제에서 주변 문제로 축소될 것이다.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한국에서 성금이 쇄도하는 등 온정의 물결이 넘치는 현상을 일본에서도 경이롭게 보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최근 대지진을 계기로 양국이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는 보도도 했는데. -한·일 국교정상화가 지난 1965년에 이뤄졌지만 양국 간 보통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다. 하지만 불과 23년 만에 양국 사회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급속히 가까워졌다. 이런 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인의 연대의식이 자연스럽게 솟아 나온 것이다. 한·일관계가 감정적으로 거리가 있었는데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감정적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기존의 한·일관계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나. -1990년대 이후 한국은 상당히 자신감을 가지고 활동해 왔다. 특히 우리나라 20~30대 젊은이들은 일본 젊은이들에 비해 열등감이 없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한국이 일본에 대해 당당하고 자신있게 대할 것이다. →두 나라 국민이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고 있지만 이번달 말에 문부과학성이 중등 역사교과서 검정과정에서 독도 영유권을 표기할 것으로 알려져 양국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양국 관계가 친밀하더라도 역사와 영토문제 등 현안은 남는다. 문제가 전부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 지적을 할 것은 지적하고 외교적으로 대응을 할 것은 대응해야 한다. 일본도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독도 문제 언급을 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지금까지는 그런 현안들에 전부 휘둘렸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축소됐다. 앞으로도 양국 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협조적 측면이 더 커지고 갈등적 측면은 축소될 것이다. →‘역사문제는 한두번의 사죄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역사문제는 프로세스(과정)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역사 인식은 잘 좁혀지지 않는다. 외교적으로 역사인식을 정리한다고 해도 양국 사회에 깔려 있는 개별적인 역사인식은 쉽사리 빠른 시일 내에 정리되지 않는다. →대지진 이후 일본 정치는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나. -현 간 나오토 정권이 대지진 이후 위기관리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은 다음 달 지방선거에서 상당히 고전할 것이다. 아마도 2~3개월 이후에는 민주당 정권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져 선거나 연립을 통해 정치적 틀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연아 복귀무대는 러 모스크바에서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21·고려대)의 귀환은 러시아에서 이루어진다. 일본 대지진으로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세계선수권대회가 연기된 가운데 대체지로 러시아가 확정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피겨연맹은 2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올 시즌 세계선수권을 치르기로 결정됐다. 4월 25일부터 5월 1일까지 메가스포츠아레나에서 열린다.”고 발표했다. 캐나다(밴쿠버)·미국(콜로라도 스프링스, 레이크 플래시드)·핀란드(투르쿠) 등 6개국이 개최를 희망했지만, 대회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러시아가 표심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ISU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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