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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통신사 축제 부산서 개막

    조선통신사 축제 부산서 개막

    조선시대 한·일 문화 교류의 역사를 기념하고 재현하는 ‘2011 조선 통신사 축제’가 5일 부산 용두산공원 일대와 영가대 등에서 막을 올린다. 오는 8일까지 나흘간. 올해는 마지막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다녀온 지 200년이 되는 해라 행사를 하는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1607부터 1811년까지 조선의 통신사 행렬은 열두 차례에 걸쳐 한양(현 서울)에서 에도(현 도쿄)까지 가는 기나긴 여정을 왕복했다. 부산은 조선통신사 행렬이 일본으로 향하기 전, 일본의 마중을 받고 해신제 등 출항 준비를 마무리하는 대일 외교의 ‘최전선’이었다. 부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올해 축제는 5일 조선통신사 광장 행사를 시작으로 한·일 뮤직 페스티벌, 국제 학술 심포지엄, 해신제, 2011 조선 통신사 퍼레이드 등으로 구성됐다. 광장 특설무대에서는 부산 문화 예술계 명사와 일본 조선 통신사 관계자의 애장품을 모아 진행되는 ‘조선 통신사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기부’ 경매 행사도 열린다. 수익금은 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해 사용된다. 오후 7시에는 ‘장기하와 얼굴들’을 비롯한 한·일 음악가 7개 팀이 출연하는 한·일 뮤직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조선 통신사 퍼레이드는 7일 오후 3시부터 용두산공원에서 출발해 광복로 입구까지 펼쳐질 계획이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포르테피아노를 아시나요

    포르테피아노를 아시나요

    포르테피아노(Fortepiano)는 클래식 마니아가 아니라면 낯설 법하다. 피아노를 총칭하는 말로도 쓰이지만, 그보다는 1830년대 이전의 옛날 피아노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생김새는 쳄발로와 비슷한데 소리는 사뭇 다르다. 쳄발로가 줄을 뜯거나 튕겨서 소리를 내는 것과 달리 포르테피아노는 줄을 두드려 소리를 낸다. 좀처럼 보기 드문 포르테피아노 공연을 비롯해 13일 동안 최상급 피아니스트들과 만날 수 있는 실내악 축제가 열린다. 오는 10~22일 서울 예술의전당, 플로팅아일랜드, 세종체임버홀, 호암아트홀 등에서 계속되는 제6회 서울스프링실내악페스티벌(SSF)이 무대다. 축제의 부제는 ‘피아니시모’. 음악시간에 ‘매우 여리게’란 악상 기호로 배웠지만, 주최 측은 다른 의도로 썼다. 피아노에 이탈리아어로 ‘매우 강조한다’는 의미의 ‘이시모’(issimo)를 붙였다. 페스티벌의 주인공이 피아노란 얘기다. 지난 2일 기자 간담회에서 강동석(바이올리니스트) 예술감독은 “올해는 건반 악기에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선정했다.”면서 “리스트 탄생 200주년인 만큼 리스트 작품도 감상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첼리스트 양성원은 “페스티벌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거대한 팀워크”라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청각으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전 포인트는 포르테피아노 전문연주가로 이름 높은 싱가포르 출신 멜빈 탄(46)의 무대다. 19·20·22일 세 차례에 걸쳐 독주와 협연 등 다양한 조합으로 물오른 솜씨를 뽐낼 계획이다. 주최 측은 공연을 위해 일본 장인이 만든 포르테피아노를 공수하려 했지만 대지진 이후 통관에 문제가 생겨 포기해야 했다. 수소문 끝에 국내에서 두 달 전에 소규모 포르테피아노 독주회가 있었다는 정보를 확인하고 가까스로 ‘섭외’에 성공했다. ‘피아니시모’를 부제로 내건 만큼 어느 해보다 많은 피아니스트가 참여한다. 파스칼 드봐이용, 슈종, 강충모, 신수정, 김영호, 서혜경 등 국내외 19명의 피아니스트들이 리스트 작품 등 다양한 실내악 레퍼토리를 선물한다. 14일에는 ‘음악, 무용 그리고 피아니스트들’이란 주제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등에 맞춰 국립발레단이 새 안무를 선보이는 특별한 공연도 열린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www.seoulspring.org) 참조. 1만∼4만원. (02)712-4879.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日대지진 취재 KBS촬영감독 방사선 피폭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 현장 취재에 나섰던 KBS 촬영감독이 방사선에 피폭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3일 영상제작국 소속 촬영감독 박모(41)씨가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의 피폭검사에서 148밀리시버트의 피폭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염색체 이상’ 판정을 받는 것으로 방사능으로 인해 당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없으나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는 수준이다. 박씨는 ‘추적60분’팀과 함께 3월 12일 후쿠시마 공항을 통해 일본에 들어가 센다이 남부 나토리 지역에서 주로 촬영한 뒤 15일 귀국했다. 노조 측은 “취재 안전 소홀 때문”이라면서 “사측은 전면 재검사 등 후속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측은 “11일 정밀검사를 통해 최종결론이 나오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쓰나미에 日기업도 침몰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일본 내 기업들의 도산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리서치 회사인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재해 관련 도산 기업은 지난 3월 11일부터 4월 말까지 약 1개월 반 만에 무려 57건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때의 두배가 넘는 속도다. 특히 거래처가 재해를 입어 도산하는 등 간접 피해를 겪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여서 문을 닫는 기업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도산한 57개 기업 중 도호쿠(동북부) 지방 기업의 파산이 13건이었다. 쓰나미로 본사가 파괴되거나 상품이 소실되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이 밖에 44개 기업은 피해지로부터 부품 조달이 늦어지거나 ‘자숙 분위기’로 소비가 위축되는 등 간접 피해로 인해 도산했다. 지역별로 보면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지방이 가장 많은 17건을 기록했고, 북부 지역과 홋카이도가 각 7건, 규슈가 3건을 기록했다. 한편 지난 1995년 1월 17일 발생했던 고베 대지진의 영향으로 도산한 기업은 사태 발생 후 한달 반 동안 22건, 1997년 말까지 3년간 394건이었다. 그 중 절반에 해당하는 210건이 직접 피해에 의한 도산이었다. 대기업들도 대지진으로 인해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의 지난달 새 차 판매 대수가 지난해 4월보다 47.3% 급감한 18만 5673대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식 집계를 시작한 1968년 1월 이후 최저다. 하락률도 제1차 석유위기 영향으로 최대폭을 기록했던 지난 1974년 5월의 40.7%를 경신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안도 ‘부활’ 아사다 ‘추락’

    “내가 아닌 일본을 위해 연기를 펼쳤다.” 대지진으로 고통받는 일본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지난달 30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에서 들려온 승전보 덕분이다. ‘피겨 아이콘’ 아사다 마오가 아닌 안도 미키였다. 올 시즌 기복 없는 경기력으로 ‘제2의 전성기’를 선언한 안도는 2007년 대회 이후 4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안도는 “일본인 모두에게 기운을 조금이라도 나눠 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 한 사람이라도 더 웃는 얼굴이 된다면 행복하겠다.”고 말했다. 안도는 정상급 스케이터다. 여자선수 중 처음으로 쿼드러플 점프(살코)를 성공했을 정도로 기본기도 탄탄하다. 올 시즌엔 특히 좋았다. 두 차례 ISU 그랑프리시리즈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일본선수권에서도 우승했다. 4대륙대회에서도 자신의 역대 최고점을 갈아치우는 201.34점으로 금메달을 걸었다. 안도는 지난달 29일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에게 0.33점 뒤진 2위(65.58점)를 차지하더니, 이튿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2개의 수행과제를 무난하게 소화하며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총점 195.79점이었다. 반면 ‘디펜딩챔피언’ 아사다는 철저하게 몰락했다. ‘천재소녀’로 등장해 일본인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아사다는 이번에도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을 목표로 점프의 기본기부터 다시 시작했지만, 오히려 헤매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일본선수권대회와 올해 2월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며 잠시 회복하는 듯했으나 모스크바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유일한 무기’ 트리플 악셀(3회전 반)이 이번에도 발목을 잡았다. 쇼트 7위(58.66점), 프리 6위(114.13점)로 최종 6위(172.79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포스트 아사다’ 무라카미 가나코가 떠올랐다. 이번 첫 세계선수권에서도 떨지 않는 깜찍 발랄한 연기로 쇼트 10위(54.86점), 프리 7위(112.24점)를 차지하며 종합 8위(167.10점)에 올랐다. 1994년생으로 아직 17세가 안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고무적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씨줄날줄] 토네이도/박홍기 논설위원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배경은 미국 중부 캔자스주의 조용한 시골 농장이다. 어느 날 엄청난 회오리 바람은 주인공 도로시와 강아지 토토, 그리고 집을 통째로 휘감아 이상한 마법의 나라 오즈로 날려보낸다. 도로시와 오즈를 연결한 바람이 ‘토네이도’(tornado)다. 1939년 제작된 고전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역시 토네이도는 위협적이라기보다 무지개 너머 환상과 모험의 세계로 인도하는 낭만적인 매개체로 비춰졌다. 1996년 재난영화 ‘트위스터’는 토네이도의 가공할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캔자스주 아래 오클라호마주를 근거지로 몇분이라도 빨리 예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토네이도를 추적·연구하는 ‘스톰체이서’(stormchaser)를 다뤘다. 토네이도는 미국 중남부에서 주로 봄과 여름에 나타나고 있다. 연간 500~900개가 발생한다. 저기압 중심부를 향해 아주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반시계 방향의 강한 소용돌이 바람이다. 폭풍 가운데 가장 변덕스러운 데다 태풍과는 달리 수평방향보다 수직방향의 규모가 크다. 때문에 ‘이동성 선형풍(旋衡風)’이라고 일컫는다. 스페인어로 뇌우(雨)를 뜻하는 ‘트로나다’(tronada)가 어원이다. 토네이도 중심 부근의 순간 풍속은 초당 100~200m로 무시무시하다. 회오리 기둥의 지름은 대체로 200m 정도인데 3.2㎞나 되는 것도 있었다. 평균 속도는 시속 300~800㎞이다. 1931년 미네소타주에서는 117명을 실은 83t 객차를 휘감아 올렸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상상을 뛰어넘는 위력을 지녔다. 토네이도는 순간적인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종종 사용되고 있다. 문희상 전 국회 부의장은 2007년 6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당시 정계개편과 관련해 순식간에 정치지형을 완전히 새로 짜는 ‘토네이도론’을 피력해 ‘토네이도 문’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미국 앨라배마·미시시피 등 6개주에 그제 37년 만에 가장 강력한 토네이도가 강타해 300명가량이 희생됐다. 앨라배마주에선 원자력발전소가 전력 공급 중단으로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피해지역은 쓰나미가 휩쓴 일본 후쿠시마·미야기·이와테현의 해안가 마을처럼 쑥대밭으로 변했다. 바람의 분노다. 피해지역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세계가 또다시 자연 재앙 앞에서 경악했다. 재난안전지대란 없다. 전세계가 함께 지구 환경을 지키며 재앙에 철저히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해결책인 것 같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열린세상] 서태지 사건과 BBK, 왜 음모론이 제기되는가?/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열린세상] 서태지 사건과 BBK, 왜 음모론이 제기되는가?/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지난 22일 서태지·이지아의 비밀결혼과 이혼 소송은 세간에 충격을 주었다. 서태지의 신비주의, 외계인으로 불린 이지아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BBK사건이 떠올랐다. 서태지·이지아의 법정소송은 BBK사건을 은폐하려는 음모라는 것이다. 이 연결은 말 그대로 ‘음모’일 것이다. 서울고법은 21일 BBK사건 수사팀이 주간지 ‘시사IN’과 BBK 관련 기사를 쓴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태지·이지아 사건이 알려지기 전날이었다. 서울고법은 “기사에 보도된 김경준의 자필 메모와 육성 녹음이 실재 존재하는 등 기사의 허위성을 인정할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기자가 직접 관련자를 만나 김씨가 작성한 자필 종이와 육성 녹음을 건네받고 인용해 작성한 것으로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어떻게 해석되는가에 따라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고, 이지아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이 패소한 BBK수사팀의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음모론이 확산되었다. 최근 들어 왜 이와 같은 음모론이 수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정권과 주요 언론에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성물질은 편서풍을 따고 태평양 쪽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한반도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발표한 것은 기상청이었다. 그러나 방사성물질이 한반도에서 검출되었고, 방사능비까지 내리면서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은 높아졌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성물질이 한반도에 유입될 수 있다고 주장한 네티즌에 대해서 검찰은 수사를 하기도 했고, 일부 언론은 이것을 좌파의 음모라고 주장하면서 광우병 촛불집회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지난 몇 개월 사이 발생한 적지 않은 사건들, 예를 들어 국정원 직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 아랍 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주 의문, 금미호 5만 달러 지불설, 구제역 원인을 둘러싼 바이러스 전파경로 등이 명쾌하게 풀리지 않은 채 넘어갔다. 지난 2월 김경준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돌연 귀국한 이후 검찰이 기소유예를 내린 것도 어물쩍 지나갔다. 작년 천안함 침몰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도 군 당국이 초기 단계에서 사실을 정확히 발표하지도 않았고, 자주 말을 바꾸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사실이 아닌지에 대해서 판단을 하기 어려웠다. 정부가 불리한 사건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고 한다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삼호 주얼리호 구출작전, 대통령 전용기 고장 등 일정 기간 보도를 유보하는 엠바고(embargo)도 언론에 요청해 왔다. 국가 사회적으로 위중하고 매우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엠바고는 비밀을 전제로 하는 권위주의의 산물이다. 권위주의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올해에만 11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방송사나 일부 신문들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4월 15일에서 18일 사이 7명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말이다. 사업의 속도전이 희생자를 초래했는지, 아니면 충분한 안전대책이 마련되었는데도 사고가 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삼성전자 설비엔지니어의 투신자살사건도 묻히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살 후 97일 만에 장례를 치렀지만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주요 신문과 방송들이 정치나 경제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급급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지금은 소셜 네트워크가 일상화되면서 소통의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공유·개방·참여로 특징지어지는 소통의 혁명으로 정보는 즉각적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그러나 정부와 일부 언론은 시대의 흐름과는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서태지·이지아 사건이 발생하자 곧바로 BBK 음모론이 나온 것은 불신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권력과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져 가면, 앞으로 음모론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소통의 혁명이 진행 중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소통의 단절이 이루어지고 있다.
  • “증조부 고종의 갑옷·투구 6월 日에 반환소송… 반드시 찾아오겠다”

    “증조부 고종의 갑옷·투구 6월 日에 반환소송… 반드시 찾아오겠다”

    “법정 소송을 통해 일본에 있는 증조할아버지(고종)의 투구와 갑옷을 반드시 찾아올 겁니다.” 대한제국의 상징적 적통을 이은 황사손(皇嗣孫·황실의 대를 잇는 후손) 이원(49)씨는 29일 조선왕실의궤 반환 소식이 전해지자 “다음 환수 목표는 왕실의 보물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 총재이기도 한 그는 유행을 좇는 케이블TV 프로듀서(피디) 출신으로 2005년 황사손이 된 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6년째 전통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옛 문화 살리기에 노력해 왔다는 이씨는 “조선왕실의궤가 일본에서 돌아오면 도쿄국립박물관에 있는 고종의 유품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이르면 오는 6월 제기하겠다.”며 의지를 나타냈다. 영국 왕실의 결혼으로 세계가 떠들썩했던 이날 창덕궁이 내려다보이는 종약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2005년 황사손이 된 뒤 6년간 어떤 일을 하고 지냈나. -제사를 계속 지냈다. 조선왕릉 40기의 제사와 황실의 5대 제향(조경단대제·종묘대제·사직대제·건원릉기신친향례·환구대제)에서 초헌관(제사 지낼 때 첫 잔을 올리는 사람)을 맡았다. 1년에 120여회 정도 된다. 600년 넘게 한 왕조의 후손이 애초 양식을 유지하면서 제사를 지내는 것은 세계 어디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문화유산이다. 그 과정에서 (일제에 의해) 말살된 대한제국 때까지의 문화를 복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문화를 이미지로 복원해 내고 싶다. →그동안 성과가 있었나. -대표적인 것이 2008년 환구대제를 복원한 일이다. 일본이 침략 후 지금의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자리에 있던 환구단(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을 없애고 군 장교들이 머무는 철도호텔을 지었다. 일본이 박아 놓은 말뚝을 빼는 것처럼 우선 이 문화를 복원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고증을 거쳐 2008년 제례를 되살렸다. 그러나 원래 터에 건물이 들어선 탓에 환구단 시설을 복원할 수는 없었고, 서울광장에 환구단을 세우려고 했는데 서울시가 긍정적으로 검토하다가도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오해를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그렇다. 특히 몇 해 전 언론에 ‘황실문화원’을 설립하겠다고 얘기했는데 반발이 컸다. 문화원 이상의 정치적 세력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다. 우리 종약원 회원이 500만명이다 보니 마음먹고 뭉치면 (정치 세력을) 얼마든지 만들어 갈 수 있다. 하지만 혼란스러울 수 있어 안 한다. 순수한 의미로 문화를 찾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황실의 무능함 탓에 나라를 빼앗겼다.”는 이유로 후손들에게 냉소적인 국민도 많다. -대한제국은 대비를 못 해서 망한 나라가 맞다. 그럼 무엇 때문에 망했는지 정확히 역사를 밝혀서 후대가 그 사실을 토대로 50년, 100년을 만들어 가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대한제국 역사는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는다. →왜 지금 대한제국의 문화·역사를 복원하고 기억해야 하나. -현재 상황이 나라를 빼앗겼던 100년 전과 닮아서다. 우리는 항상 주변 국가가 부강할 때 침략당했다. 이제 문화로 당할 수 있다. 성장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봐라. (대한제국의 역사가) 아픔의 역사이기 때문에 더 기억한다. 왜 나라를 빼앗길 수밖에 없었는지 다시 펼쳐놓고 알아봐야 한다. →정부도 문화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부족한 점을 느끼나. -그렇다. 예컨대 문화재청은 ‘살아 있는 궁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궁이 되려면 그 안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내가 창덕궁 낙선재에서 외국인과 학생들을 직접 만나 얘기하면 얼마나 생생하겠나. “내 할아버지가 나라를 제대로 못 지켜서 아들인 영친왕이 일본에 끌려 가셨다. 그분이 사셨을 때 왕자로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시 나라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얘기를 직접 한다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 내용 등을 담은 ‘낙선재 활용 방안’을 5년 전부터 문화재청과 청와대에 계속 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문화재 위원들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황사손이 들어와서 궁을 활용하느냐.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재산인데…” 하는 논리를 폈다. →피디 경험을 살려도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자료 속 역사를 드라마로도 직접 제작하고 다큐멘터리로도 만들 것이다. 아주 고급스러운 왕실 문화와 의복, 관습, 혼례, 제례 등 진짜 역사를 담아 만들기 위해 준비해 왔다. 이것을 해외로 수출하면 ‘대장금’처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대한제국을 들여다보면 이야깃거리가 엄청나게 많다. 지난해 (고종의 고명딸의 삶을 다룬) 소설 ‘덕혜옹주’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왜 대한민국 국민은 여기에 감정이입을 할까. 우리도 자랑스러워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 것이다. →일본에 있던 조선왕실의궤가 국내로 돌아오게 됐는데, 문화재 반환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난해 10월쯤 혜문 스님이 찾아와 놀라운 얘기를 했다. 증조부인 고종의 투구와 갑옷 등이 도쿄국립박물관에 있다는 것이다. 처음 듣는 얘기였다. 누군가 황실에서 훔쳐 갔거나 도굴당한 물품이 (문화재 수집가인) 오구라 다케노스케에게 넘어갔고 이를 물려받은 오구라의 아들이 박물관에 기증했다는 얘기였다. 사무라이 문화가 남아 있는 일본이 제후국을 침략해 전리품으로 빼앗는 대표적인 것이 (그 나라 왕의) 투구와 갑옷이다. 그런 의미로 도쿄박물관에 보관된 것이다. 치욕적인 일이다. 나에겐 할아버지 얘기였기에 너무 화가 났다(침묵). 한 개인이나 스님 한분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문화재청이 나서면 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혜문 스님은 문화재청 관계자에게도 이 소식을 전했다고 하더라. 그러나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그래서 나를 찾아왔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스님께 물었더니 문화재 반환 운동을 하라면서 “나라가 안 움직이는데 직계손이니까 소송을 해 보라.”고 권했다. 할아버지의 투구와 갑옷을 찾아와서 환구단에 놓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게 내가 할 일이다. →소송도 할 계획인가. -물론이다. (다음 달로 예상되는) 조선왕실의궤 환수 이후 도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려고 준비 중이다. 애초 3월 중순에 일본에 가 도쿄박물관장을 만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동일본 대지진이 터졌다.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가서 “내 할아버지의 투구와 갑옷을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직계손이 소송을 한다면 문제화·이슈화될 것 같다. 그 이후 혜문 스님이 본인이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분위기를 일으킨다면 찾아올 수 있을 듯싶다. 일본이 바로 돌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못 돌아온다는 것을 알면 국민이 어떻게 느낄까.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으로부터 조선왕실의궤가 반환된다. -왕실의궤가 돌아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의궤 안의 그림을 밖으로 꺼내는 것이다. 자료에서 어떤 가치를 끄집어내 지금 시대에 재현해 내느냐 하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 의궤에는 모든 왕실의 행사가 기록돼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 안에 들어 있는 행사는 매우 화려하고 세밀한 문화적 볼거리요, 예술이다. 궁에서 이런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복원해야 한다. 문화재를 가지고 와서 다시 책장이나 박물관에만 넣어 둬서는 안 된다. 글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30일 오전 7시와 오후 7시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의 ‘TV 쏙 서울신문’ 방영 ■ 이원씨는 누구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의 9남 이충길씨의 맏아들이다. 부모가 말하지 않은 탓에 어린 시절 출생에 대해 모르고 자랐다. 이름도 왕실 이름인 ‘원’ 대신 ‘상협’을 썼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가족들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 전 아버지가 이씨를 데리고 창덕궁 낙선재를 찾아 영친왕비인 이방자 여사에게 인사를 시켰고 이 자리에서 집안사에 대해 처음 들었다. 미국 뉴욕기술대(NYIT)에서 방송학을 전공한 뒤 유명 케이블방송사인 HBO에서 프로듀서(피디)로 일하다가 6년 만에 귀국했다. 광고회사인 금강기획에서 5년간 일했고, 케이블 채널인 뷰티TV 설립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케이블 채널인 현대방송 피디와 현대홈쇼핑 본부장 등을 지내며 직장인으로 나름의 꿈을 키워 갔다. 황실의 상징적 적통을 이을 수 있다고 직감한 것은 2002년부터다. 당시 한 출판 기념회에서 삼촌인 이구 황태손을 만났는데 영어에 능통하고 국제적 감각을 지닌 이씨에게 호감을 보였다고 한다. 이씨는 2005년 7월 후사가 없었던 황태손이 숨을 거두면서 자신을 양자로 들여 법통을 잇도록 부탁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의 삶은 이때부터 180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박재범 칼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할 때

    [박재범 칼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할 때

    국민의 시선을 모았던 4·27 재·보선 결과가 드러났다. 여당이 충격적으로 참패했다.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전례 없이 높았다. 시기적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탓이다. 이제 관심은 국정에 미칠 파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집권 후반기의 정국전개 양상은 ‘증후군’이라 할 정도로 패턴화되고 있다. 임기 후반기에 치러진 재·보선 등 선거 이후 여야 가릴 것 없이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해졌다. 여당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것이 모여 국정의 난맥이 초래됐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최저수준의 지지율을 보였고, 바로 직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작 10%대 초반에 머물렀다. 세 번씩이나 반복된 현상을 보면 뭔가 정치구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시작은 영웅적이지만 끝은 만신창이다. 그러나 임기 후반기의 정권은 구조 개선을 이뤄낼 에너지가 부족하다. 따라서 국정을 맡은 사람들은 어떤 상황이 닥치게 되더라도 담담한 심정을 잃지 않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설령 진정성을 의심받아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끼게 되더라도 평정을 잃지 않고 소통과 설득에 나서는 것이 긴요하다. 오로지 국정의 중심으로서 공직사회의 고삐를 손에서 놓지 않되 국민의 목소리에 겸손하게 귀 기울임으로써 국익을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미 경제학자 겸 저널리스트 허버트 스타인은 ‘대통령의 경제학’에서 ‘새로운 대통령의 출현은 언제나 희망을 준다. 모든 것이 가능할 것만 같아 보인다.’고 했다. 이 말은 취임 당시의 포부를 현실화하는 일이 대체로 불가능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그는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설득시켜 더 크고 지속적인 국가이익을 위해 (국민들에게 현 시점의) 희생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일’이라고 했다. 임기 후반기 대통령이 택해야 할 길을 엿보게 해준다. 노 전 대통령 때처럼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는 식으로 푸념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칫 소극적 태도로 비춰지거나, 오히려 국민을 우습게 본다는 식의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대통령과 참모진이 국정을 꽉 쥐고 가야 하는 이유는 내년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이 있고,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임기도 끝난다. 3대 세습 중인 북한이 강성대국을 선포한 해이기도 하다. 일본도 대지진 피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른다. 국익을 지키기 위해 준비하고 염려해야 할 사안이 쌓여 있다. 여건이 어려울수록 초심을 되새겨야 한다. 제2의 IMF 위기를 세계적으로 가장 잘 극복했다는 수치상의 실적에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정권이 탄생하게 된 시대정신은 정부 스스로 잘 규정했다. 반부패, 공정, 국격 등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나아가 통일의 초석도 다져야 할 때이다. 이로써 이명박 대통령은 긴 역사의 호흡에서 건국, 산업화, 민주화에 이어 선진국 진입의 기틀을 다진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다. 이 일에 힘을 모을 때 레임덕 시비를 건너고, 내년 새로 떠오를 정권에 좀 더 형편이 나아진 나라의 운영권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용은 ‘소기위이행(素其位而行) 불원호기외(不願乎其外)’라고 했다. 리더는 현재 처한 위치에 따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하고 제자리 밖의 다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불쾌하다고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거나 사세가 불리하다고 눈앞의 이익에 따라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 것은 소탐대실일 뿐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중산·중년층이 돌아선 까닭에 대해 무엇보다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조만간 청와대와 정부 등 체제 정비가 이뤄진다. 규모와 인선의 기준은 과연 국민이 맡긴 일을 제대로 해낼 역량과 품성이 인정되느냐의 여부라고 본다. 이번 개편이 한반도의 환경 변화에 불안감을 갖고 초심을 새롭게 가다듬는, 젊은 사고방식의 청장년층을 폭넓게 활용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주필 jaebum@seoul.co.kr
  • [일본통신] ‘박찬호 2승 도전’ 넘어야 할 타자는?

    [일본통신] ‘박찬호 2승 도전’ 넘어야 할 타자는?

    박찬호(38. 오릭스)가 연승에 도전한다. 상대팀은 지난 15일 일본진출 후 첫 선발 등판에서 맞붙었던 라쿠텐 골든이글스, 맞상대 할 투수 역시 타나카 마사히로(23)다. 박찬호에겐 개인의 승리 뿐만 아니라 팀의 연승, 그리고 지난번 맞대결에서 패전투수가 됐던 것을 설욕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된 상태다. 라쿠텐 입장에서도 29일 경기가 갖는 의미가 크다. 도호쿠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인해 그동안 홈 구장인 크리넥스 스타디움을 떠나 있었던 라쿠텐은 시즌 개막후 처음으로 자신들의 안방에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지진 피해를 입었던 센다이 시민들 역시 다시 돌아온 라쿠텐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 첫 등판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박찬호의 이번 경기 역시 승패를 예측하기가 힘들다. 당시 박찬호는 라쿠텐을 맞아 6.2이닝을 던지며 3실점(6피안타, 피홈런1개, 3탈삼진)으로 비교적 호투했다. 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 컸는데, 그날 타나카는 오릭스 타선을 상대로 완투승(9이닝 2실점)을 거두며 차세대 일본 에이스로서의 진가를 발휘했다. 이후 박찬호는 22일 세이부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첫 승을 거뒀고, 타나카는 니혼햄전에서 7.1이닝 2실점으로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 대결은 어떨까. 선발투수가 승리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팀 타선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박찬호나 타나카 모두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릭스는 28일 지바 롯데전(2-1승)에서 13개의 안타를 때리고서도 겨우 2점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전날까지 팀 타율 리그 꼴찌(.193)였던 오릭스 타선을 감안하면 대단한(?) 불방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타선의 집중력 부족에 있다. 투수진들의 호투가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할수 없었을 정도다. 리그 최악의 빈타를 자랑하는 오릭스 타선이 과연 박찬호가 등판 하는 경기에서 얼만큼의 도움을 줄지 예측하기가 힘들다. 라쿠텐 역시 답답한 야구라면 오릭스와 쌍벽을 이룰만 하다. 올 시즌 큰 기대를 받고 일본으로 유턴한 전직 메이저리거들인 이와무라 아키노리(타율 .182 홈런 0)와 마쓰이 카즈오(타율 .265 홈런 1)는 약속이나 한듯 부진에 빠져있다. 이와무라의 타점은 고작 1개인데 지난번 박찬호를 상대로 희생타로 얻은게 전부다. 마쓰이 역시 팀의 리드오프로서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하지만 마쓰이는 박찬호가 언제나 조심해야 할 타자임엔 틀림없다. 전체적으로 보면 라쿠텐의 팀 공격력이 위력적이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다. 노장 야마사키 타케시(타율 .319)를 제외하면 3할 타자가 없을 뿐더러 3번 타순에서 제 역할을 해줘야 할 츠치야 텟페이가 타격부진으로 인해 9번 타순까지 내려와 있다는게 팀 현실을 대변해 주고 있다. 라쿠텐의 팀 타율은 .229로 꼴찌 오릭스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을 뿐이다. 최근 경기력을 종합해 보면 역시 이번 박찬호vs타나카의 대결은 투수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많지 않은 찬스에서 누가 집중력 있는 공격력을 보여주느냐, 반대로 어느 투수가 위기에서 먼저 무너지지 않느냐가 승패의 분수령이 될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꼭 오릭스가 아니더라도 타나카를 상대로 맹타를 휘두를 팀은 거의 없다. 기본 체력은 물론 이젠 완급조절 능력까지 겸비해 완투를 밥먹듯이 하는 투수로 성장한 타나카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지난 세이부전에서 박찬호가 보여준 놀라운 피칭내용이다. 비록 과거처럼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는 없었지만 노련한 경기 운영과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예리한 변화구는 일본야구에 적응된 모습을 보여줬다. 좌타자를 상대로 몸쪽 투심, 그리고 우타자를 상대로 뿌리는 슬라이더가 이번 라쿠텐전에서도 빛을 발할지 궁금하다. 박찬호는 아직 규정이닝에는 진입하진 못했지만 2경기에서 13.2이닝(1승 1패)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98, 피안타율 .164를 기록중이다. 한편 박찬호의 도우미 역할을 해줘야 할 이승엽은 전날(28일) 지바 롯데와의 경기에서 5타석 4타수 1안타(볼넷 1개)를 기록했다. 아직 완벽한 슬럼프 탈출 기미는 보이고 있진 않지만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밀어쳐서 좌전안타를 쳐냈다는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한·일 피겨 아이콘’ 13개월 만에 숙명의 대결

    ‘한·일 피겨 아이콘’ 13개월 만에 숙명의 대결

    ‘동갑내기 라이벌’ 김연아(21·고려대)와 아사다 마오(일본)가 만난다. 지난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토리노세계선수권 대회 이후 13개월 만이다. 김연아가 올 시즌 그랑프리시리즈를 건너뛰는 동안 아사다는 2014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의욕적인 시즌을 보냈다. 아사다가 주춤하지만 주니어 시절부터 공고한 ‘양강체제’를 구축했던 둘의 격돌은 여전히 최고의 ‘흥행카드’다. 29일 여자싱글 쇼트 경기를 앞두고 은반은 이미 후끈 달아올랐다. ●연아의 예술 VS 아사다의 기술 김연아는 모스크바에서 두번의 공식연습을 통해 ‘교과서 점프’가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감정표현은 더 농익었고 섬세해졌다. ‘피겨퀸’은 높은 기술에 도전하기보다 예술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아사다는 유일한 무기인 트리플 악셀(3회전 반)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매진했다. 성공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여자선수 중 유일하게 실전에서 시도하는 데다 올 시즌 ISU의 규정변화로 ‘밑져야 본전’이 됐다. ISU는 ‘조금 부족한 점프’(UR)를 새로 만들었다. 관전포인트다. 지난 시즌까지 4분의1회전 이상 부족한 점프는 다운그레이드를 줬지만, 올 시즌에는 UR로 분류해 기초점의 70%를 준다. 질 좋은 점프와 조악한 점프의 점수 차가 줄어든 셈.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은 그동안 더블 악셀(당시 3.5점)로 처리될 위험성이 컸지만, 바뀐 규정에 따라 엉성하더라도 기본점(8.5점)의 70%인 6점을 받는다. 실제로 아사다는 지난 2월 4대륙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어정쩡한 트리플 악셀을 뛰고도 UR로 처리됐다. 가산점(GOE)에서 2.29점 감점됐지만 지난 시즌 더블 악셀로 처리됐던 걸 생각하면 ‘짭짤’하다. 김연아는 어김없이 주무기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1점)를 들고 나왔다. ‘지젤’(쇼트)과 ‘오마주 투 코리아’(프리)에서 모두 첫 점프로 배치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속점프로 초반부터 가산점을 듬뿍 챙기겠다는 속셈. 김연아는 구성요소 점수(Program Components, 기술·동작·연기·안무·해석)에서도 ‘우월한’ 점수를 받기 때문에 ‘클린 연기’를 한다면 바뀐 규정도 큰 장애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연아의 평창 VS 아사다의 센다이 ‘한·일의 아이콘’으로 사랑받는 김연아와 아사다는 어깨에 고국의 희망을 얹었다. 김연아는 전통민요 아리랑을 편곡한 오마주 투 코리아로 한국에 감사메시지를 보낸다. 또 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의 홍보대사로 힘을 보탠다. 김연아는 3수에 나선 평창의 ‘얼굴마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지난해 밴쿠버올림픽에서 전설적인 점수(228.56점)로 피겨퀸에 올라 이름값은 충분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감동의 연기를 선보인다면 더욱 힘을 보탤 수 있다. 김연아도 “좋은 성적을 내면 평창유치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열의를 보였다. 대회가 끝나고 후보도시 브리핑(5월 18~19일·스위스 로잔)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의 개최지 선정 투표(7월 6일·남아공 더반)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아사다는 대지진으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힘을 주겠다는 각오가 오롯하다. 대회 유니폼 앞면에는 상장(喪章)을 달고, 뒷면에는 ‘되살아나는 일본’이란 글귀를 스티커로 붙이기로 했다. 당초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회(3월 21~27일)가 지진으로 미뤄지면서 홈팬들의 열광적인 성원은 없어졌다. 하지만 모스크바에서 희망을 전할 수 있게 됐다. 대회 후에는 피해자를 돕기 위한 자선공연도 치를 계획.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훌륭한 연기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우선이다. 아사다는 “나의 연기로 국민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28일 결전지인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프로그램 조추첨에서 김연아는 전체 30명 선수 가운데 30번을 뽑았다. 공교롭게도 아사다는 29번째다. 이로써 숨막히는 ‘라이벌 대결’은 쇼트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게 됐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돈 드는 ‘선심성 일방 입법’ 막는다

    정부가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정치일정에 따라 예산을 동반하는 선심성 법률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일방적 입법 추진을 방지하는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 나라 살림은 ‘2단계 서민희망 예산’으로 편성, 일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는 ‘일 친화적 복지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내년 예산안 편성지침과 기금운용 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하고 이달 말까지 각 부처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정부는 균형 재정 회복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입법정책협의회’를 강화, 예산을 수반하는 법률의 일방적 추진을 적극 예방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지방자치단체 보조사업 존치평가(보조금 일몰제)를 통해 성과가 미흡한 사업은 없애거나 예산을 깎을 방침이다. 내년에도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 보다 2~3%포인트 낮게 설정해 운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매년 관리대상수지(재정) 적자를 줄여 2013~2 014년에는 균형재정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내년에 4대강 사업 등 국정과제 마무리에 대한 지출소요 확대와 취득세 인하 보전, 구제역 매몰지 상수도 확충 등 돌발 요인이 발생해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내년 예산 배분은 ▲일과 사람 중심의 삶의 질 선진화▲녹색 성장과 미래대비▲국민안전 및 국격 제고 등을 중심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예산에 중점을 뒀던 보육과 특성화고, 다문화 가족 등 서민희망 3대 과제를 완결(1단계)하고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2단계)을 보강할 방침이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별 맞춤형 일자리 제공을 확대하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보육서비스가 확충된다. 일본 대지진과 금융회사 해킹 등을 계기로 국민안전에 대한 투자도 확대된다.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응하는 전력투자를 강화하고 지진과 홍수 등 대형 재난에 대비한 예방투자가 확대된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현대重, 한·일우호 불 밝힌다

    현대重, 한·일우호 불 밝힌다

    현대중공업이 일본에 지원한 이동식 발전기(PPS) 네대가 27일 지바현의 도쿄전력 아네가사키 화력발전소에서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전력 공급을 시작했다. 지난달 11일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에 이은 침수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면서 빚어진 도쿄 등 수도권의 전력난을 덜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정부가 총 50억원 상당의 이동식 발전 설비 4기를 일본에 긴급 지원했다. 발전기 네대의 총발전 용량은 5600㎾로,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도쿄·지바 등지의 약 1만 가구에 공급된다. 비용 중 3분의2는 현대중공업이, 나머지는 정부가 대한적십자사의 모금액으로 부담할 계획이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은 준공식에서 “일본이 전력난을 극복하는 데 미력하나마 도움을 주고, 한·일 양국의 우호 증진에 촉매제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기자들에게 “자존심 강한 일본 사람들이 한국 제품을 받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면서 “이동식 발전기 부문도 5년 전만 해도 모든 게 일본 제품이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준공식에는 민 회장 외에 고바야시 다카시 도쿄전력 동화력사업소장, 나오타카 마스다 도쿄전력 아네가사키 발전소장 등 양국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발전 설비 지원은 지난달 현대중공업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정 전 대표가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이 디젤 발전 설비를 일본에 지원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김 총리에게 “미국의 발전 설비는 제작, 수송 등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이동식 발전 설비를 일본에 긴급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해 성사됐다. 이동식 발전 설비(60㎐)를 일본 현지의 전력 주파수인 50㎐에 적합하도록 개조하는 데는 보통 한달 이상 걸리지만 현대중공업은 일본의 시급한 전력난 해소를 위해 철야 작업으로 이를 단 7일 만에 끝냈다. 또한 3개월가량 소요되는 설치 작업도 4주 만에 마무리 지었다. 현대중공업이 2000년에 개발한 이동식 발전기는 설치와 이동이 쉽고 정규 발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쿠바와 아이티 등 세계 22개국에 1000여대, 27억 달러어치가 수출됐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日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27일 일본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일본의 장기 신용등급은 AA-로 유지했다. S&P는 성명을 발표하고 지난달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에 따른 복구비용 증가로 일본 정부의 채무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S&P는 특히 지진 복구비용이 20조~50조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오는 2013년까지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가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돌아 국내총생산(GDP)의 3.7%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S&P는 일본의 재정 악화가 예상치를 넘거나 세금 인상 등의 방법을 통해 재정을 늘릴 경우 장기 국채등급도 강등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S&P는 재정문제에 대한 정치적 리더십 부재를 들며 지난 1월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시켰다.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도 지난 2월 일본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S&P 측은 “일본의 향후 국가재정 문제는 정치적 리더십과 정치적 합의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등급 전망 강등 소식이 알려지면서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전날 뉴욕에서 거래된 81.55엔보다 0.31엔 상승한 81.86엔을 기록하며 약세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기자단에 “부흥·복구와 재정 건전화를 양립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지진 재해와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영향으로 재정 조치 등을 포함한 여러가지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일본 국채의 신임을 유지하면서 이런 조치들을 진행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S&P의 이번 조치로 정치권에서는 간 나오토 총리에 대한 퇴진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의 야마오카 겐지 부대표 등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을 추종하는 의원 60여명은 ‘국난에 대응할 수 있는 연립정권을 위한 모임’을 결성했다. 이들은 간 총리에게 민주당의 양원(중의원, 참의원) 의원총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간 총리에게 사퇴하라고 압박할 태세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열린세상] 日 ‘런치메이트 증후군’과 내셔널리즘/임상빈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열린세상] 日 ‘런치메이트 증후군’과 내셔널리즘/임상빈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지난해 도쿄대·와세다대 등 일부 대학 화장실에 ‘화장실에서 식사를 하지 말라.’는 쪽지가 붙은 일이 종종 눈에 띄었다고 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한 대학 교수가 학생을 대상으로 화장실에서 밥을 먹은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사실이었다. 무시할 수 없는 숫자가 ‘예’라고 대답했다. 일본 사회에 하나의 충격을 던진 사건이다. 일본의 도하 신문 방송에 보도된 내용이다.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 이유는 ‘혼자 식사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기 싫다.’, ‘외톨이라는 인상을 주기 싫다.’는 것이었다. 다소 황당하고 엉뚱한 대답이다. 혼자 점심 먹는 걸 공포로 여기는 심리를 정신과 의사인 마치자와 시즈오는 ‘런치메이트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언론은 “친구와의 관계에 집착하는 게 화장실 식사 현상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키이스 페라지의 저서 ‘혼자 밥 먹지 마라’라는 책을 읽어 보라고 권했다. 이 책은 성공적인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원한다면 혼자 식사하는 버릇을 절대 피해야 한다는 조언을 담고 있다. 독자들은 하필이면 왜 화장실일까라는 의문을 가질지 모른다. 일본인이 생각하는 화장실은 우리와 조금 다르다. 전통적인 변소를 ‘가와야’(厠)라고 했다. 또 변소를 ‘가와야노가미’(厠の神), 신이 머무르는 장소 로 여겼다. 임신부가 변소를 깨끗이 해야 예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믿음이나 ‘셋징(雪隱·변소) 마이리(參り)’도 그런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셋징 마이리는 아이가 태어난 지 3일과 7일째 되는 날 아이를 안고 변소에 가는 풍습이다. 때문에 일본인에게 화장실에서 하는 식사는 결코 불결한 행위가 아닐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실 식사는 겉과 속이 다른 일본인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하나의 예임을 부정할 수 없다. 겉과 속이 다른 행동 양식, 즉 혼네(本音·속)와 다테마에(建前·겉)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친구와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일본인의 혼네라면, ‘홀로 식사하는 상황’은 다테마에가 아닐까. 일본인의 행동 기준은 ‘내’가 아니라 ‘남’인 경우가 많다. 이미 고전이 된 ‘국화와 칼’에서 루스 베네딕트는 이를 ‘수치’의 문화라고 규정했다. 베네딕트는 “신 앞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서양 사람(죄의 문화)과 달리 일본 사람들은 다른 사람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애쓴다.”고 말했다. 놀라운 통찰력이다. 일본학자 센켄은 일본인 자신을 더욱 가혹하게 평가했다. “남 앞에서는 수치를 의식하지만 남이 보지 않으면 무슨 짓도 가능하다.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빈약한 역사의식으로 이어졌다.”고 통렬하게 자기반성을 하고 있다. 위기의 상황에서 내재된 본성이 드러나는 것은 개인이든, 회사든, 국가든 마찬가지다.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의 일본 정부가 이웃나라에 보여준 일련의 행태는 센켄의 자기반성과 거리가 먼 듯하다. 남을 의식조차 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허용 기준치의 100배가 넘는 방사능 오염 물을 바다에 방출했다. 인접국인 우리 나라엔 한마디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수많은 이웃 국가들이 일본의 아픔을 함께하겠다며 구호물자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경제대국 일본의 자존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웃 나라들의 온정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일례로 태국이 쌀을 지원하겠다고 하자 “재고가 300만t이나 있다.”며 거절했다. 더욱이 난국 속에서도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중학교 교과서 수를 대폭 늘려 검정을 통과시켰다. 일부 교과서는 외무성 홈페이지를 그대로 옮겨놓다시피 했다. 동아시아 공생공영을 위한 일본의 역할을 자임했던 민주당이 태평양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상황에서 결정한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일본 정부의 인식이 사방이 가로막혀 있는 화장실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본 언론이 화장실 식사에 대해 ‘성공하기 위해선 홀로 식사하는 버릇을 피하라.’고 했던 충고는 정작 일본 정부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일본식 내셔널리즘을 버려야 한다.”는 충고 말이다.
  • 조선왕실의궤 새달 돌아오나

    조선왕실의궤 새달 돌아오나

    일본 궁내청에 소장된 조선왕실의궤 81종 167권을 포함한 일제 약탈 도서 1205권의 국내 반환과 관련해 불교계가 대대적인 환영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불교계에 따르면 약탈 도서 반환 일정이 확정되는 즉시 일본 도쿄에서 한·일 양국의 각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환국 기념 축하 연회’ 개최를 시작으로 서울 광화문과 홍릉(고종과 명성황후 합장릉), 강원도 월정사 오대산 사고 등지에서 환국 환영 행사를 잇따라 열 예정이다. 불교계가 이처럼 환영 행사를 서두르는 것은 최근 일본 국회에서의 비준 절차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서다. 약탈 도서는 지난해 11월 이명박 대통령과 간 나오토 일본 총리 간에 체결된 반환 협정에 따라 반환키로 돼 있었지만 야당인 자민당이 정기국회에서 협정 비준을 거부한 데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으로 반환 일정이 지연돼 왔다. 불교계는 그동안 강경하게 ‘반환 반대’ 입장을 지켜온 자민당의 입장이 유연해졌고 다음 달 15일 일본 외무대신의 방한에 이은 20∼22일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이 맞물려 있어 조기 반환을 낙관하는 눈치다. 일본 국회는 지난 18·22일 두 차례에 걸친 중의원(하원) 외무위원회 심사에 이어 27일 외무위 표결, 28일 본회의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의원 의원 30명 중 여당인 민주당이 과반 이상인 20명을 차지하는 만큼 중의원 비준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불교계의 관측이다. 지난 22일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 운영위원장인 법상 스님, 사무처장인 혜문 스님과 함께 일본 중의원 외무위 심사를 참관한 이상근 실행위원장은 “반환에 찬성하는 민주당 의원이 20명이고 자민당을 뺀 다른 야당도 긍정적이거나 조건부 찬성 의사를 보여 협정 비준 통과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10일 열릴 상원 격인 참의원 국가안보위원회와 11일 본회의 통과도 의원 구성상 큰 문제가 안 된다는 게 환수위 측의 전망이다. 환수위 측 전망대로라면 약탈 도서는 참의원 비준 통과 후 양국의 외교·행정 절차를 걸쳐 다음 달 말이나 6월 초쯤 반환될 예정이다. 불교계가 국내외에서 반환 환영 행사를 열기로 계획한 것도 그 무렵과 맞물려 있다. 불교계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방일 후 귀국길에 상징적으로 의궤 한권쯤을 갖고 오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번지고 있다. 불교계의 앞선 기대와 달리 일본 국회의 상황은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 22일 중의원 외무위 심사 때 일부 자민당 의원이 독도 영유권과 반환 조건 등을 문제 삼았다는 전언이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자민당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여당인 민주당과 다른 야당 의원들의 이탈이 있을 경우 향후 일정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불교계를 포함한 국민의 기대가 또다시 실망으로 바뀔 것인지는 결국 28일 중의원 본회의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의료진도 자위대도… 그들 곁엔 아무도 없었다

    의료진도 자위대도… 그들 곁엔 아무도 없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남서쪽으로 약 4㎞ 떨어진 곳에 있는 후타바 병원. 26일 이 병원이 일본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자에서 후타바 병원이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고 후쿠시마 원전에서 수소폭발이 있은 직후에 의료진과 직원들이 급히 대피하면서 입원환자들을 제대로 챙기지 않아 45명의 환자가 숨졌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2일 원전 사고로 인해 10㎞권 내의 주민들에 대한 피난지시가 떨어졌다. 이 병원에는 입원환자 340명과 근처 병원 부속시설인 노인간호·보건시설에 수용 중인 100여명을 합쳐 모두 440명의 환자가 있었다. 이들 중 자기 힘으로 걸어 나갈 수 있는 환자 209명과 의료진, 직원들은 대피령이 떨어지자 긴급히 탈출했다. 또한 육상 자위대가 몸을 가눌 수 없는 환자 130명을 버스에 태우고 이와키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6시간이나 걸려 옮겼다. 운송 도중 두명이 숨을 거뒀고, 피난소에 도착해서도 두명이 사망했다. 당시 버스에는 병원 직원이 아무도 동행하지 않았고, 진료기록카드도 없었다. 이들이 떠나고 병원에는 혼자 거동할 수 없는 환자 90명과 병원 행정직원 4명, 그리고 경찰 1명과 자위대 간부 1명만이 남았다.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력은 단 한명도 없었다. 원전 사고가 점차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도 알지 못한 채 남은 환자들은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날아든 것은 원전 상황이 더 심각해져 구조대가 올 수 없다는 통보였다. 이 소식에 그나마 구조인력이랍시고 남아 있던 자위대 간부와 경찰관은 “이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말만 남기고 슬그머니 병원을 떠났다. 이들마저 떠나고 90명의 중증 환자들은 사흘이 더 지난 3월 15일에야 자위대 구조병력에 의해 구조됐다. 그 사흘 동안 이들은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고 이 때문에 탈수증세를 보이는 등 건강은 극도로 악화되고 말았다. 병원은 전기와 수돗물이 끊긴 상태였다. 결국 이들은 다테시와 후쿠시마시의 대피소로 옮겨졌지만 이송 전후로 10명이 사망했다. 이들 중 상태가 심각한 21명의 중환자는 현립 아이즈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지난 11일까지 6명이 추가로 숨을 거뒀다. 후타바 병원에서도 뒤늦게 시체 4구가 발견되는 등 모두 45명이 피난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서 주차장에서 아버지의 시신을 건네받은 사토 가즈히코(47)는 ‘3월 14일 오전 5시 12분 사망. 사인은 폐암’이라고 적힌 사망진단서를 함께 들고 있었다. 그는 “정말 암으로 돌아가신 건가. 왜 아버지를 병원에 방치했는가.”라며 대성통곡했다. 이 병원의 스즈키 이치로 원장은 “원전 폭발이 있은 뒤 병원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환자를 방치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기사가 보도된 이날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측은 “악의적인 기사다. 환자들을 방치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이미 소중한 목숨 45명이 숨을 거둔 이후였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친절한 한국인에 감동… 평양도 가보고 싶어”

    “친절한 한국인에 감동… 평양도 가보고 싶어”

    “한국은 아직 춥다. 아침 기온 영상 4도의 날씨에 캠핑을 했다.” 자전거로 세계일주 중인 일본인 오구치 료헤이(31)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한국에서의 여정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가 일본 하카타항을 출발한 것은 지난 18일. 부산항에 도착해 550㎞를 달린 지 7일 만인 지난 24일 서울에 도착했다. ●삼성·LG 등 제품 보며 한국 영향력 실감 그는 대학 졸업 후 건설회사를 다니다 세계 사람들과 만나 문화를 접하고 견문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에 3년 반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자전거로 세계를 달리는 여행은 벌써 세 번째. 2007년 일본과 타이완을 1년간 일주한 데 이어 2009년부터 약 2년간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15개국을 돌았다. 이번에는 4년 동안 아시아·유럽 등의 100개 국가 총 10만㎞를 달릴 계획으로 장도에 올랐다. 바로 옆 나라인 한국을 먼저 오고 싶었지만 출발할 때마다 겨울이어서 자전거로 여행을 하기에는 너무 추운 날씨였다. 그는 “이렇게 영향력이 큰 나라가 일본 바로 옆에 있었는데도 이제서야 왔다.”면서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한국 제품을 보면서 한국은 늘 궁금한 나라였다.”고 말했다. 그에게 한국의 이미지는 ‘라이벌’이었다고 한다. 축구는 물론이고 도요타 vs 현대차, 파나소닉 vs 삼성 등 한국과 일본은 늘 경쟁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와 보니 일본인에게 매우 친절한 한국 국민들에게 적잖이 감동했다. 서울에서는 올림픽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지냈는데, 물과 주스를 가져다 준 사람들도 있었다. “여행 중이라고 하니까 커피를 주거나 먹을 것을 주더라고요. 특히 식당에서 냉면을 먹을 때 가위를 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었더니 친절하게 잘라 주고 설명해 줘서 내심 놀랐어요.” ●“남·북한 모두 평등하게 잘 살았으면” 그는 가고 싶은 곳으로 북한의 평양을 꼽았다. 북한과 일본은 국교 정상화가 되어 있지 않아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만 북한에 갈 수 있다. 등산을 좋아해서 백두산에 꼭 오르고 싶다고도 했다. “TV에서는 늘 미사일이나 김정일 독재정권 등 안 좋은 뉴스만 들었습니다. 직접 그곳에 가서 현지 사람들을 만나 보면 다르다는 것을 여행을 하면서 느꼈어요. 북한도 사람들을 만나 보면 다르지 않을까요?” 그는 남한과 북한이 갈린 것에 대해 “학교에서 배우기로는 원래 한 나라였는데 38도선으로 나뉘었다고 들었다.”면서 “같은 문화, 같은 언어인데 왜 분단이 됐는지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깊은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나라였는데 남한은 풍족하고, 북한은 빈곤한 모습을 보면서 (통일이 돼서) 평등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구치는 이번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일본에 일시 귀국했다가 이번 3·11 동일본 대지진을 겪었다. 비록 큰 피해가 없는 나가노현에 살고 있지만 진도 4 규모의 지진을 느꼈고, 식료품이나 물 등을 사재기하는 모습도 봤다. 그는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이 지원물자를 보내준 것에 감동받았다.”면서 “특히 독도,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어려울 때도 힘이 돼준 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지진 피해와 경제불황에서 이제 겨우 일어서려고 하고 있다는 점을 많이 알아 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번 여행부터 자전거 뒷바퀴에 ‘Around the world, Thank you for disaster of japan’(일본 지진에 도와준 전 세계에 감사드린다)라고 쓰인 팻말을 하나 달았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세계가 힘을 모으고 도울 수 있는 계기가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글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모닝 토크]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

    [모닝 토크]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

    “기업에서도 직원들을 뽑다 보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기획이나 마케팅 업무 등 회사의 ‘주연’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에만 몰리는 경향이 강해 아쉽습니다. 영업이나 현장 근무 등 발로 뛰는 일에 지원해 ‘조연’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5일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한국 본사에서 만난 방일석 사장은 최근 동일본 대지진으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올림푸스라고 하면 대부분 디지털카메라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1950년 세계 최초로 내시경을 세상에 내놓은 광학 분야의 선두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80% 이상, 우리나라 종합병원 90% 이상의 내시경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유일한 아시아인 집행임원 방 사장은 지난 2월 일본인을 제외한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올림푸스그룹의 집행임원에 선임됐다. 올림푸스는 세계에서 선발한 20여명의 집행임원들이 그룹 차원의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린다. 현재 그룹 집행임원 가운데 외국인은 방 사장을 포함해 3명이다. 올림푸스한국의 매출은 그룹 전체의 1.3% 정도에 불과한데도 방 사장을 집행임원으로 선임한 것은 그의 추진력과 실적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올림푸스한국의 영업이익률(10%)은 100여개 올림푸스 해외 법인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해외법인 중 영업이익률 최고 방 사장은 매주 당일치기로 일본에 가서 쉬지 않고 회의와 결재를 마친 뒤 그날 밤 마지막 비행기로 돌아오는 강행군을 이어 오고 있다. 최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본사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다 보니 방 사장의 일정도 더 바빠졌다. 방 사장은 “2000년 올림푸스한국 사장을 맡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하루 다섯 시간 이상을 잔 적이 없다.”면서 “원래 잠이 참 많았는데 10년 넘게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 습관이 돼 고통스러워도 참을 만하다.”며 웃었다. 일본어 실력을 묻자 “올림푸스 본사 집행임원 회의에 참석하면 나를 아무도 외국인으로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1993년 삼성전자 근무 당시 도쿄 주재원으로 발령받은 뒤 늘 일본어 TV를 틀어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이렇게 하면 몸은 자도 뇌는 깨어 있어 스스로 일본어를 공부한다는 게 방 사장의 설명이다. 실제 그는 일본에 건너간 지 3개월 만에 일본어능력시험(1급)에 합격하기도 했다. 한·일 젊은 세대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예의가 바르고 배울 점이 많지만 오래된 경기 침체 탓인지 도전 정신은 약한 편”이라면서 “반면 우리 젊은이들의 열정과 도전정신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생산현장 근무나 영업 등 빛나지 않더라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젊은 세대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원전 1·3호기 주변 방사선량 여전

    방사성물질을 대량 방출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부지 내부의 방사선량 수치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전력이 지난 24일 공개한 ‘원전 부지 내 방사능 오염을 나타내는 지도’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지진 발생 직후에 수소 폭발로 원자로 건물이 크게 파괴된 1, 3호기 주변의 공기 중 방사선량 수치가 특히 높았다. 지난 20일에는 3호기 건물 서쪽에서 시간당 900m㏜(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방출하는 콘크리트 조각이, 외벽 건물 옆에서는 시간당 300m㏜를 내는 파편이 발견됐다. 2호기의 갱도로부터 고농도 오염수를 옮기고 있는 집중 폐기물 처리 시설 근처 배관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160m㏜였다. 최근에도 3호기 북서쪽의 방사선량 수치는 시간당 최고 70m㏜를 기록했다. 이는 주변에 4시간 정도 있기만 해도 이번 작업을 위해 올려 놓은 방사선 노출량 한도인 250m㏜를 넘게 되는 수준이다. 방사선 노출량이 이 수치에 이르면 근로자는 작업을 할 수 없다. 이처럼 원전 부지 내의 방사선량 수치가 여전히 높은 이유는 수소 폭발 때 주변에 흩어진 건물 더미에 방사성물질이 다량 묻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까지 19만T㏃(테라베크렐=1조 베크렐)의 방사성물질이 방출돼 이미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중 최악인 7등급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의 최대 높이가 38m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인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문부과학성은 쓰나미 당시 각 지역의 파도 높이가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를 지도로 작성하기 위해 쓰나미 전문가 200여명을 피해 지역에 파견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서울 정서린기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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