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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합리적 진보주의자’로 불리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합리적 진보주의자’로 불리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현장을 외면하지 않는 대주교’ ‘합리적 진보주의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68) 대주교에게는 자주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천주교 안팎에서 거부감 없이 소통 가능한 사제로 꼽힌다는 열린 성직자. 세월호 참사 이후 줄곧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았고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도 대주교 중 유일하게 그 리본을 달았던 한국 천주교계의 큰 인물이다. 지난해 10월 주교회의 의장 선출 직후부터 ‘시대의 아픔과 함께하는 교회’를 입에 담고 사는 김 대주교. 서울 광진구 중곡동 주교회의 의장 집무실에서 만난 대주교는 “종교는 울타리 안의 공동체를 벗어나 세상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빛과 소금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의장 취임부터 ‘시대의 아픔과 함께하는 교회’를 강조하고 있다. 시대의 아픔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함의를 갖는가. -시대의 아픔이란 근래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매 시대의 아픔이 있다. 지난해 눈 뜨고 빤히 보면서 단 한 생명도 구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는 그 아픔의 작은 예일 뿐이다. 어떤 말로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무기력의 노출이란 점에서 아픔을 통감한다. →의장 취임 이후 사건 사고가 많다. 지금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나. -세월호 참사에선 무엇보다 미래의 꿈이자 희망인 학생들의 희생이 컸다. 쌍용차를 비롯해 해고 노동자들의 생존권 박탈과 그들이 느끼는 생명의 위협도 참담하다. 남북한 경색 국면의 지속은 여전히 민족적인 아픔이다. 소외계층을 향한 있는 자들의 나눔이 너무 인색하다. 특히 결혼이주여성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 노동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한 배려라기보다 국가, 민족에 상관없는 천부적인 생존권 보장 차원이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은 한국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교황 방한 이후 우리 주교들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의 실천에 대해 다양하게 논의해 온 것으로 안다. -잘 알려졌듯이 주교들이 먼저 사마리아통장을 개설했다. 어려운 사람과 함께하자는 차원에서 작은 정성을 모은 첫 번째 집단적 실천이 아닐까 한다. 현재 매월 송금하는 분도 있고 분기별로 송금하는 이들도 있다. 작은 일이지만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다른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조만간 사회에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주교회의 산하 단체에서 그에 관한 사목 방안을 고심하고 있고 교구별로도 실천 사안을 마련 중이다. →올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50주년을 맞는 해다. 한국 교회가 어떤 점을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보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최대 화두는 교회의 현대사회 적응이다. 우선 내적인 차원에서 성직자와 교회 구조의 쇄신이 중요하다. 외적으로는 시대의 아픔에 보다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교회 건물에 갇힌 ‘우리끼리’가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가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시대의 문제를 복음의 정신으로 보고 교회가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자는 것이다. →교회의 사회 참여를 놓고 시선이 엇갈린다. 정의구현사제단의 언행 논란이 단적인 예다. 보수·진보의 갈등이 심한데 종교까지 쪼개지는 양상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보나. -한 조직의 구성원이 가는 길은 다양하다. 어떤 분은 직설적이고 어떤 분은 상당히 정제된 표현을 쓰지만 근본적으로 의도하는 바는 비슷하다고 본다. 교회 내 보수·진보 편 가르기는 세간에서 보는 기준일 뿐이다. 사제는 모두 교회를 사랑한다. 교회 내에서는 복음의 정신과 교회의 가르침이 항상 으뜸 기준이고 그 기준에 따라 사회·정치 문제를 식별하는 것이다. 보수에도 진리와 정의가 있고 진보에도 진리와 정의가 있는 법 아닌가. →지난해 성탄절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비판했다. ‘상상치 못한 결정에 당혹스럽다’는 언급이 주목받았다. 지금도 여전히 같은 생각인가.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다’라는 의식이 팽배해 대화나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 당시 특정 정당을 옹호하거나 그쪽 편에 서서 한 말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정당이 해산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라고 했다. 정치 발전과 국가의 위신을 생각해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린 것이다. →올해는 분단 70년이 되는 해다. 남북 관계가 여전히 경색돼 있는 상황인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 단지 정책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이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 통일부가 그런 의지에서 구성됐다면 그 뜻을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금년엔 꼭 가시적인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2011년 방북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적 자존심보다 민족이 더 앞서는 것이니 서로 품어 안고 나가자’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몫은 통일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의지에 선의의 협력을 하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인 계산 없는 민족 동질성 회복의 차원이다. →올해 방북을 소망한다고 밝혔는데 계획은 잡혔나. -구체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우선 광주대교구가 있는 전라도가 북한 농어촌을 도울 수 있을지 교구 차원에서 탐색하고 있다. 가능하면 정부나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조만간 통일부에 방북 신청을 낼 계획이다. 천주교 민화위(민족화해위원회) 차원에서도 방북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의도인지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지만 통일은 국가와 민족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희망의 출구라고 본다. 경제, 사상, 이념 갈등이나 동북아 지정학적 측면 모두에서 문제를 해소하는 길임에 틀림없다. 경제적 차원이라도 잘된다면 북한 주민들 삶의 질이 올라가고 통일이 되더라도 충격이 덜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종교 갈등이 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데. -아직 그럴 정도의 징후는 없다고 본다. 50여개 종교, 600여 종파가 잘 지내고 있는 편이다. 일부 배타적인 근본주의를 제외하곤 문제가 없다. 다른 종교의 교리를 다 수용하거나 인정할 순 없어도 존중은 해야 한다. →최근 이슬람국가(IS)의 연이은 테러와 인질 살해를 보고 느낀 점이 많을 텐데. -제 신앙을 제대로 통찰한다면 그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코란에서 그렇게 가르치지는 않을 것이다. 편향된 해석이 큰 문제다. 제 교파의 교리를 더 공부, 연구하고 타 종교를 비난, 폄훼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종교들이 큰 마찰 없이 지내는 건 국민들의 종교적 심성이 좋기 때문이다. 지금 IS 사태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잠잠해질 것이다. 배타적 근본주의도 톨레랑스 차원에서 바라보고 동행토록 배려한다면 말이다. →일본의 우경화가 심상치 않다. 과거사 반성은 차치하고 거꾸로 우경 군국주의로 치닫는데 어찌 봐야 하나. 특히 천주교 차원에서 할 일이 있다면. -양국 교회가 한·일 주교 교류 모임을 매년 하고 있다. 양국의 교회와 성직자들이 사회 관심사를 복음의 빛으로 식별하자는 공동의 노력이 아닐까 한다. 지난해 일본 주교들이 한국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가 위로한 건 큰 결실이라고 본다. 극단적 우경화는 동북아 평화 노력을 깨고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한다. 군국주의를 부활해 패권을 잡겠다면 시대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얼마 전 단행한 새 추기경 임명에 한국이 빠졌다. 대주교도 물망에 올랐는데 섭섭하지 않았나. 한국 천주교 교세 증가는 세계가 주목할 만큼 이례적인데. -우리 교회 교세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섭섭해할 이유가 없다. 한국 천주교는 보편적 종교로서의 역할을 차분히 잘하고 있다. 그러면 되지 않는가. →왜 사제가 됐는가. 혹시 사제가 된 걸 후회한 적은 없었나. -모태 신앙이다. 어릴 때부터 신앙적 분위기에서 컸다. 큰누님도 수녀다. 사제의 상이 좋았던 것 같다. 후회는 없었지만 결혼해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신학교 학생 시절 어려웠을 때 유혹처럼 다가왔었다.(웃음) →이 시대의 사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기능인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존재 자체로 빛과 소금의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능수능란한 행정 관리의 측면이 아니라 하느님과 신자 사이의 진정한 중재다. →많은 국민이 어렵게 살고 있다. 덕담 한마디 부탁한다. -양은 순하고 평화로움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특출한 사람 혼자만 나가지 않고 뒤처진 사람과 어깨동무해 같이 걸어간다면 국민들이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김희중 대주교는 누구 불교 등 타 종교와 활발한 교류… 열린 성향에 강단 있는 성직자 1947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광주 살레시오고교와 대건신학대를 졸업했다. 1975년 대건신학대를 졸업하면서 사제 서품(세례명 히지노)을 받아 이때부터 줄곧 광주대교구에 소속돼 왔다. 광주대교구 명상의 집 지도신부, 광주가톨릭대 교수(사무처장), 광주대교구 금호동 본당 주임신부, 총대리 등을 지냈다. 1976년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로 유학해 박사학위(교회사)를 받아 1983년부터 광주가톨릭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2003년 주교품을 받았고 2010년부터 광주대교구장직을 승계해 맡아 왔다. 지난해 추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강우일 의장(제주교구장)의 뒤를 이어 임기 3년의 주교회의 의장에 선출했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 성직주교위원회 위원,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2004년부터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개신교, 불교 등 타 종교와 활발히 교류하며 전국적인 활동을 해 왔으며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2006년부터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고 교황청의 그리스도일치촉진평의회 위원, 종교간대화평의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합리적이고 열린 성향의 사제로 사회적 논란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 온 강단 있는 성직자로 종교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4대강 사업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등 비교적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국내 16개 천주교 교구 협의체로서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대내적으로는 주교회의총회, 상임위원회, 주교위원회, 전국위원회 등의 기구를 통해 한국 교회의 전국 단위 사업을 추진하며 교구 간 협력을 도모한다. 전국의 성당에서 통용되는 성경, 기도서, 성가집과 각종 예식서, ‘복음의 기쁨’을 비롯한 교황 문헌을 공식 번역해 펴내는 일도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해 교황청 및 외국 교회와 연락하는 업무를 한다. 회원은 추기경 1명, 대주교 2명, 주교 21명, 대수도원장 1명 등 모두 25명이다. 은퇴한 주교인 준회원 12명은 사안에 따라 총회에 참석한다.
  • 남미 해방신학의 상징 로메로 대주교 순교자 되다

    남미 해방신학의 상징 로메로 대주교 순교자 되다

    엘살바도르 군사 정권에 맞서며 가난한 이들을 대변했던 남미 해방신학의 상징적 인물 오스카 로메로(1917~1980) 대주교의 죽음이 순교로 인정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 바티칸 시성성 회의에서 로메로 대주교가 신앙에 대한 증오 때문에 살해됐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로메로 대주교의 시복은 그가 살해된 것이 신앙을 고수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가난한 민중을 도우려는 정치적 행동 때문인지를 두고 답보를 거듭해 왔다. 해방신학을 마르크시즘으로 간주한 바티칸이 그에 대한 시복을 꺼린 것도 있다. 취임 직후 바티칸의 분위기를 바꾼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대한 걸림돌도 제거했다. 교황은 지난해 8월 한국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 편에서 “로메로 대주교를 복자(福者)로 선포하는 것을 막던 교리적 문제가 이미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 해결됐다”면서 “시복 심의 절차가 교황청 시성성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통적으로 순교는 죽음으로 가톨릭 신앙을 지킨 경우로 한정됐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목을 하다 죽어도 순교로 인정할 것을 검토하도록 신앙교리성에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엘살바도르에서 농민과 지주 사이에 벌어진 토지 분쟁이 정부군과 좌익 반군 간 내전으로 번져 1980~1992년 모두 7만명이 희생됐다. 당시 우익 군사 정권의 독재와 인권 탄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했던 로메로 대주교는 1980년 미사 도중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남미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로메로 대주교의 삶은 1993년 할리우드 영화 ‘로메로’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졌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해외여행 | 아프리카의 꽃 에티오피아①Addis Ababa 아디스 아바바

    해외여행 | 아프리카의 꽃 에티오피아①Addis Ababa 아디스 아바바

    ETHIOPIA 아프리카의 동쪽 끝, 검은 땅 에티오피아를 다녀왔다. 기아와 분쟁으로 기억되는 그곳은 장엄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위대하고도 성스러운 땅이었다. 낮은 자리에서도 강인한 걸음을 이어 온 그들의 삶에 고개가 숙여졌다. ●Addis Ababa 아디스 아바바 고원 위에 선 아프리카의 심장 해발 2,300m. 우기의 끝을 알리는 비가 간간이 적실 뿐 10월의 아디스 아바바는 쾌청했다. 이곳 사람들은 아디스 아바바를 아디스라고 부른다. 아디스의 시내 중심가는 중국이 투자했다는 경전철 공사가 한창이다. 아프리카의 정치·외교 수도답게 시내 북쪽에는 세계 각국 대사관과 유엔 아프리카경제총회본부 그리고 호텔 등이 밀집해 있지만 주변은 여전히 낙후되어 있다. 에티오피아의 수재들만 모인다는 아디스 아바바대학을 스치듯 지나쳐 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국립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의 규모. 그러나 이곳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인류 시조의 화석 ‘루시Lucy’ 때문이다. 3,000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에티오피아인들의 자부심은 이 인류의 기원까지 닿아 있다. 학자들은 에티오피아가 속한 동아프리카 지역에서부터 아시아와 유럽으로 인류가 퍼져 나갔다고 주장한다. 루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 중에서 가장 오래된 약 320만년 전의 것이다. 1m 정도의 키에 20세 전후의 여성으로 알려진 ‘루시’는 비틀즈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화석이 발견될 당시 발굴단의 캠프에서 이 음악이 흘러나왔단다. 박물관 정원에는 메넬리크 2세MenelikⅡ, 1844~1913가 1896년 아두와 전투에서 이탈리아에 맞서 승리하는 데 사용했다는 대포도 전시되어 있다. 그는 에티오피아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다. 부족간의 대립으로 분열된 에티오피아를 통일하고 근대국가로서의 에티오피아의 기초를 다진 한편, 1887년에 수도를 엔토토로부터 아디스 아바바로 천도했다. 해발 3,000m의 엔토토산Mt. Entoto까지는 찻길이 잘 나 있어 어렵지 않게 올랐다. 길목마다 유칼립투스 나무가 빽빽했다. 메넬리크 2세가 고산지대에 잘 적응하는 유칼립투스 나무를 호주로부터 가져와 심었다는데, 바람을 타고 그 향기가 무척이나 싱그러웠다. 자동차 매연으로 답답했던 시내 중심과는 사뭇 공기가 달랐다. 예라루산, 즈콸라산, 사파타산이 도시를 두르고 호위무사처럼 솟아있는 아디스 아바바. 높은 탁상지인 엔토토는 군사적인 요지로는 이상적이었지만 기온이 낮고 땔감용 나무가 부족해 수도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귀족들에게 엔토토산 기슭의 땅을 나눠 주고 그들이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꽃’이라는 뜻의 아디스 아바바가 새로운 수도로 탄생된 것이다. 메넬리크 2세의 개혁을 이어 간 것은 1930년부터 40여 년간 재위에 오른 하일레 셀라시에 1세Haile SelassieⅠ, 1892~1975다. 쿠데타로 즉위한 그는 1974년, 또 다른 쿠데타로 실권하기까지 아프리카통일기구(AU)를 세우고 에티오피아를 국제연맹과 UN에 가입시키는 등 에티오피아의 근대화를 다졌다. 1960년대까지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까지 끌어 올렸는데, 당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되지 않던 시절이다. 셀라시에 국왕은 한국전쟁 때 유엔군의 일원으로 왕실 근위대였던 강뉴 부대Kangnew Battalions 6,037명을 우리나라에 파병한 장본인이다. 당시 철원, 춘천, 화천, 양구에서 전사하고 부상당한 에티오피아 용사들이 657명에 달한다. 셀라시에 국왕이 1931년에 세운 트리니티 대성당Holy Trinity Cathedral에는 한국전에 참전했던 121명 용사들의 유해와 함께 그 자신도 묻혀 있다. 하일레 셀라이시에라는 이름은 암하라어로 ‘삼위일체의 힘’이라는 뜻이다. ‘성삼위일체 성당’으로도 불리는 트리니티 대성당은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총본산이다. 총대주교의 즉위식과 그가 집전하는 미사가 이곳에서 열린다.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의 조각상이 배치된 유럽 스타일의 외관은 무척 아름답다. 내부에는 성서의 주인공들이 스테인드글라스로 빛나고, 셀라시아 황제와 왕비가 미사를 드릴 때 앉았던 화려한 왕좌도 그대로다. 에티오피아 정교회Ethiopian Orthodox Tewahedo Church는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번의 기도시간에만 개방하지만 트리니티 대성당은 하루 종일 열려 있다. 트리니티 대성당 P.O.Box 3137, Addis Ababa 251-11-1233518 www.trinity.eotc.org.et 입장료 100비르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에티오피아항공 02-733-0325 www.ethiopianairlines.co.kr
  • “개인이건 국가건 서로 만나 이해의 폭 넓혀야”

    “개인이건 국가건 서로 만나 이해의 폭 넓혀야”

    “무엇보다 만남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개인이건 국가건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공감대를 갖게 되는 것이지요.” 최근 천주교주교회의 추계총회에서 주교회의 의장으로 선출된 김희중(67) 대주교는 13일 서울 중구 명동 서울대교구청 대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먼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의장 선출 후 기자들과의 첫 만남에서 김 대주교는 최근 남북 관계와 한·일 간 경색을 우선 염두에 둔 듯 만남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혀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치적 계산과 자존심이 민족 동질성 회복보다 우선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은 대주교는 한·일 간 갈등을 놓고도 “정치권 문제는 개인과 정당의 입지를 고려한 계산이 작용하겠지만 민간인과 종교인들은 가급적 선입견을 버리고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잘잘못을 따지는 만남 이전에 고통 자체에 대해 공감을 갖는 게 중요하고 그러다 보면 왜 아픔과 갈등이 생길 수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한국천주교의 실질적인 수장인 주교회의 의장으로서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는 “심부름꾼으로 주교님들의 의견에서 최대한 공통의 본분을 찾아내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그 말에 얹어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약속의 본질은 지키는 것입니다. 지키지 않을 땐 왜 안 지키는지를 반드시 말해야 합니다. 선출직 공무원들이 말로만 ‘국민의 공복’을 외칠 게 아니라 임기 내내 봉사에 매달리다 보면 선거운동도 필요없지 않겠어요?” 정의구현사제단 등 천주교회 내 일각의 갈라진 입장과 행동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추구하는 목표는 같지만 표현방식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신경질적으로 표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차분하게 설명하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김 대주교는 오랫동안 ‘종교 간 대화’에 몸담아 온 천주교 사제. 천주교뿐만 아니라 종교계 전체에서 이름난 종교 간 대화 운동론자인 김 대주교는 대화의 원칙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런 답을 돌려줬다. “존중하는 마음이 있으면 소통이 편해집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존중이야말로 대화의 시작이 아닐까요. 이웃 종교의 다름도 인정하다 보면 훨씬 더 조화로워집니다. 처음 볼 때 화려한 장미보다 수수하지만 다양한 꽃들이 오래도록 조화를 이뤄 더 아름다운 것과 같지요.”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낮은 사목 행보와 울림에 대해서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위해 한국 교회가 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주교회의 차원에서 심도 있는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씀하신 ‘가난한 사람’은 비단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에 국한한 게 아닙니다. 사회적 소외계층을 모두 포함한 것이지요. 교회 울타리 안에 머물지 말고 거리로 나아가 아픈 이들과 함께하라는 교황의 말씀은 지난 방한의 으뜸 교훈인 셈이지요. 그런 측면에서 세월호 참사의 큰 고통은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상을 철저히 밝혀서 그런 참사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우리가 생명존중의 징검다리가 될 것입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韓日주교단 “양국 역사·과제 직시하며 관계개선 노력”

    “국제 정세의 악화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한·일 양국의 평화, 세계의 평화를 위해 더 한층 진력할 책무를 공감하고 확인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천주교 주교들이 최근 극도로 경색된 한·일 양국관계의 개선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지난 11일부터 3박 4일 동안 한국에서 제20차 한·일주교교류모임을 진행했던 양국 주교들은 13일 서울 중구 명동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파밀리아채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국 주교들의 뜻을 모아 이같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양국 주교들은 성명을 통해 “최근 동북 아시아와 한·일 양국의 정치적 환경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며 “특히 영토 문제, 역사 인식의 차이를 통해 각국 간에 빚어지는 갈등과 격돌로 국가주의가 고양되고 군사적 긴장도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교들은 “앞으로도 우리들의 고유한 역사와 과제를 직시하며 교류를 심화하고 같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함께 복음의 부르심에 응답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희중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은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지만 양국의 주교들은 처음부터 한 형제, 한 가족으로 기쁘게 만나 왔다”며 “이 주교 교류 모임을 통해 양국 주교들이 동북아와 세계평화의 징검다리가 되도록 한층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오카다 다케오 대주교는 “일본의 역사교육은 근현대사를 잘 안 가르쳐 과거사에 대해 한국인들과는 전혀 다른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일본의 학생들에게 정확한 역사 인식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의 터전인 ‘나눔의 집’을 방문한 마쓰우라 고로 일본 오사카대교구 보좌주교는 “할머니들의 마음에 상처가 깊숙이 박혀 있음을 확인하고 가슴 아팠다”며 일본의 사죄가 꼭 필요함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단호한 교황? 속좁은 교황?

    단호한 교황? 속좁은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표적인 보수파로 사사건건 교황의 개혁 정책에 대해 발목을 잡은 미국 출신 레이먼드 버크(66) 추기경을 교황청 대심원장에서 몰타 기사단 사제로 전보 발령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톨릭 교회의 최고법원 수장인 대심원장을 의전 성격의 몰타 기사단 사제로 전보 발령한 것은 사실상 좌천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후임 대심원장에 교황청 외무부장인 프랑스 출신 도미니크 망베르티 대주교를 임명했다. 외신들은 이번 인사에 대해 “충분히 예견된 일”이란 반응이다. 버크 추기경은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행보를 비난하며 보수 성향의 성직자를 대변해 왔다. “동성애 커플도 가톨릭 공동체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교황과 달리 버크 추기경은 “본질적으로 동성애는 장애이며 해로운 것”이라고 맞선 인물이다. 이 때문에 최근 세계주교대의원대회(주교 시노드)에서도 가톨릭 교회의 동성애 포용을 앞장서서 반대했다. 결국 그가 속한 보수파의 반발로 최종 보고서는 동성애 포용 언급을 삭제하는 등 개혁 수위가 대폭 희석됐다. 또 ‘이혼 후 재혼한 가톨릭 신자의 영성체 참여를 금지하는 교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가톨릭 진보파 리더인 독일의 발터 카스퍼 추기경을 지난달 공격하기도 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상처받은 가족’ 위하여… 바티칸 50년 만의 대혁명

    ‘상처받은 가족’ 위하여… 바티칸 50년 만의 대혁명

    “많은 주교가 2차 바티칸 공의회 때와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모든 문제를 다 논의해봐야 한다.”(루이스 안토니오 테이글 추기경) “아니다. 걱정스러운 경향이다. 대다수 주교가 반대하고 있는데 바티칸의 공식발표에 묻혀 보이지 않을 뿐이다.” (레이몬드 레오 버크 추기경)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중간 작업물일 뿐이다.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라.”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 “나를 뽑은 걸 후회하게 될 것”이라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농담이 현실화됐다. 그가 소집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12장짜리 예비보고서가 큰 논란을 불러와서다. 사실 이번 사태는 예견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자체가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지나친 보수적 태도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한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실제적인 세상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그 가운데 하나로 “상처받은 가족들”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교회 현대화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를 받는 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년)가 다른 종교와의 화해를 선언하는 등 교회 안팎의 큼직큼직한 문제들을 다뤘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룰 “상처받은 가족들”이란 바로 동성애, 이혼과 재혼, 동거 등으로 만들어진 비전통적 가족들이다. 가톨릭은 그간 이 문제를 완강히 배척하는 태도를 고수했다. 그래서 이번 주교 시노드는 소집 때부터 그 ‘수위’에 관심이 쏠렸다. 일단 결혼은 이성 간에 이뤄지는 것으로 분리될 수 없는 신성한 것이라는 기본 원칙은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동성애에 대해 “기독교 공동체에 기여할 바가 있다“, “파트너들 삶에 귀중한 공헌을 한다”고 긍정적 부분을 끌어냈다. 동거에 대해서도 “시민적 결합의 긍정적 측면을 본다”고 언급했다. 이혼 문제도 앞으로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면서도 “차별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행동이나 언어를 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 비전통적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에게도 동일한 존중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교 시노드의 비서를 맡고 있는 브룬테 포르테 대주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교리나 정책상의 근본적 변화보다는 개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라면서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성적인 지향과는 별개로 개개인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심은 이 보고서가 정말 채택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참석자 200명 중 중간보고서 독회에서 반대입장을 나타낸 주교는 41명이었다. 교황은 비공개회의에서 모든 발언을 주의 깊게 경청할 뿐 개입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절차상으로 19일 최종보고서가 제출되면 교구별로 논의에 들어간다. 그 뒤 내년 10월 다시 로마에서 2차 시노드를 열고 최종안을 확정 짓게 된다. 숱한 논란이 예상되지만, 어쨌든 최종 결정권은 교황이 쥐고 있다. 보수파의 거센 반발을 헤쳐나가야 한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종교 플러스]

    11일 안산서 ‘다문화 한마음 축제’ 한국구세군은 11일 안산시 단원구 와스타디움에서 ‘다문화 한마음 한가족 축구·문화 축제’를 개최한다.이날 행사는 다문화 가정과 한국 가정의 초·중학교 남녀 학생이 참가하는 축구대회, 의상·음식 체험, 문화 공연 등으로 진행된다. 축구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활동 중인 다문화 축구팀 8팀이 참가한다. 프로축구 선수들이 직접 가르치는 ‘축구 클리닉’도 마련된다. 한편 다문화 사역을 하는 안산 지역 10여개 단체는 행사장 주변에 부스를 설치해 미용 봉사와 무료 급식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생명평화 위한 불교선언’ 발표 조계종 환경위원회와 월정사, 화쟁아카데미는 11일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에서 ‘2014 생명평화를 위한 월정불교선언’을 발표한다. 이번 불교선언은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개막을 맞아 불교계가 불교의 생명관과 생명윤리를 담아 국제사회에 선언하는 것.생명을 인간의 이용과 활용의 측면에서 다루고 있는 세태를 지적하고, 불교적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는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강원도 평창 일원에서 194개국 2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생물다양성’ 주제로 열리고 있다. 부산 WCC 총회 결산 백서 발간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WCC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를 결산한 한글백서가 발간됐다. 512쪽 분량의 백서에는 2009년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CC 제58차 중앙위원회의 한국총회 개최 결정부터 한국준비위원회 구성, 총회 개최, 준비위 해단까지 4년4개월의 과정이 수록됐다. 총회 준비활동, 개요, 내용, 총회 평가 및 분석 등 4장으로 구성됐으며 주요 문건과 회의 내용을 담았다. 월터 알트만 중앙위원회 의장 보고, 저스틴 웰비 성공회 캔터베리대주교 인사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 한국준비위 정관도 수록했다.
  • 바티칸의 정화… ‘아동 성학대’ 고위 사제 첫 처벌한다

    바티칸의 정화… ‘아동 성학대’ 고위 사제 첫 처벌한다

    바티칸 당국이 아동 성추행 혐의로 체포된 요세프 베소워프스키(66) 전 대주교에 대한 형사재판을 열고 처벌에 나선다. 베소워프스키 전 대주교는 8만6,000장에 달하는 어린이 포르노 사진을 컴퓨터에 저장해뒀으며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일곱 명의 어린이를 성적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에 의해 바티칸 재판정에 세워지게 된다고 바티칸 대변인실은 밝혔다. 성적인 문제로 고위 성직자를 재판정에 세우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8~2013년 도미니카 공화국 주재 교황청 대사였던 베소워프스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일단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폴란드 출신의 대주교였던 그는 지난 6월 바티칸 신앙성성을 통해 성직자직을 박탈당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적 남용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천명한 바 있다. 밀라노에서 발간되는 일간지 ‘꼬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포르노물 8만6,000장의 사진 외에 130여개의 포르노비디오까지 도미니카에 있는 그의 사무실 컴퓨터에서 발견되었다. 베소워프스키는 지난 23일 오후 바티칸 근위병에 의해 체포됐다. 바티칸 사법부가 그의 가혹한 행위를 더 이상 묵인할 수가 없었다고 바티칸 대변인실은 밝혔다. 현재 베소워프스키는 건강이 좋지 않아 감옥행은 피할 수 있을 것이나 삼엄한 경계 속에서 바티칸 자택 내에 갇혀있는 상태다. 2013년 교황은 베소워프스키가 일곱 명의 어린이를 성적학대 했다는 제보를 받고 그를 도미니카 공화국 주재 교황청 대사직에서 해임시켰다. 당시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는 그에 대한 법적 조사권까지 발동되었다. 지난 7월 초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성직자에 의해 성적 학대를 당한 희생자들을 처음으로 면담했으며 그들에게 “성직자의 죄와 끔찍한 범행에 대해” 정중히 사과를 빌었다. 앞서 지난해에는 교회법을 수정해 성폭력과 아동 성매매, 아동 포르노에 대해서는 최고 12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가톨릭은 수십 년 전부터 많은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남용에 대해 비난을 받아오고 있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시 미국과 독일성직자들에 의해 성적 학대를 당한 당사자들을 5회에 걸쳐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소워프스키 전 대주교는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 재임 시 바티칸 외교대사로 부름을 받았다. 중앙아시아와 볼리비아에서 주교임기를 마친 뒤 2008년부터 도미니카 공화국 사도사절로 일해 왔다. 그는 그곳에서 처음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학대 의심을 받았었다고 dpa는 전했다. 사진= 베소워프스키 전 대주교(dpa) 최필준 독일 통신원 pjchoe@hanmail.net
  • 자살 예방 위해 모인 종교지도자들

    자살 예방 위해 모인 종교지도자들

    ‘세계 자살 예방의 날’(10일)을 앞두고 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열린 기념식 참석자들이 협약을 맺은 뒤 이를 기념하는 핸드 프린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서정기 성균관 관장, 박남수 천도교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 일본 1호 국립공원 운젠에 가다

    일본 1호 국립공원 운젠에 가다

    일본 나가사키현은 ‘한국 중시 정책’의 일환으로 조선통신사의 유네스코 세계기억유산 등재 노력 <서울신문 8월 16일자 12면>과 함께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힘을 쏟고 있다. 나가사키현의 다양한 관광 명소 중에서도 가볼 만한 곳은 올해로 지정 80주년을 맞은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인 운젠 아마쿠사 국립공원이다. 나가사키·구마모토·가고시마현을 아우르는 약 2만 8000㏊ 규모의 국립공원 안에서도 유명한 곳은 나가사키현 시마바라반도에 있는 운젠 온천. 트레킹 코스와 화산체험 학습시설도 있어 가족 단위로 들러볼 만하다. ●허연 연기 모락모락… 여긴 지옥이야 흡사 지옥도를 눈앞에 옮겨 놓은 것 같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허연 연기가 맹렬히 솟아오른다. 한껏 달아오른 바위는 손이 녹을까 봐 차마 만져 보지 못한다. 썩은 계란 같은 유황 냄새가 코끝을 찌르고, 발끝에 차이는 새까만 돌들은 숭숭 뚫린 구멍 사이로 뜨거운 날숨을 내지르는 듯하다. 이곳은 운젠 아마쿠사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인 운젠 지옥. 해발 700m 고원지에 펼쳐진 이곳은 30분 정도 걸으면 전부 둘러볼 수 있다. 고온의 증기와 물이 분출하는 이곳은 말 그대로 지옥 같은 모습이지만 ‘운젠 지옥’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연유는 따로 있다. 1627년부터 5년간 천주교 탄압으로 인해 많은 신자들이 고문을 당했다. 특히 배교를 거부한 16명의 신자가 순교를 당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도 나가사키현과 나가사키 대주교구에서 각각 세운 두 개의 기념비가 순교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여름에도 30도 안 넘어… 여긴 천국이야 운젠 지옥을 나오면 온천 마을이 펼쳐진다. 이곳은 여름에도 30도를 넘지 않아 메이지 시대(1868~1912)에는 나가사키~상하이 항로를 이용해 나가사키에 온 유럽인들이 리조트로 애용했다. 이곳의 이름인 운젠(雲仙)은 원래 한자로 ‘온천’(溫泉)으로 썼다. 그만큼 온천수가 좋다. 운젠온천관광협회에 따르면 운젠의 온천은 유황을 함유한 강한 산성(pH 2.0~2.2)으로 살균효과가 뛰어나다. 한때 30개에 이르렀던 료칸·호텔은 13개로 줄었다. 1990년부터 5년간 근처 화산이 분화해 헤이세이신잔산이 생기면서 관광객이 줄어든 탓이다. ●화산 모의 체험… 실제 아니라 다행이네 운젠온천마을은 요즘 운젠 화산을 대표하는 주봉(主峰)인 후겐다케산(1359m)의 트레킹 코스 때문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현재 4개 코스인 규슈 올레길에 편입하기 위해 심사를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올레에서 직접 트레킹 코스를 답사하러 오기도 했다. 시마바라 반도 가운데에 있는 온천마을에서 남동쪽으로 내려오면 운젠다케 재해 기념관이 나온다. 온천이 화산의 선물이라면, 이곳에서는 화산으로 인해 인간들이 겪은 고통을 엿볼 수 있다. 시마바라반도는 1792년에도 마유야마산 분화와 쓰나미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1990년 인근 화산의 분화로 헤이세이신잔산이 생기면서 사망·행방불명자가 44명에 이르렀고 5년에 걸친 분화활동 때문에 화쇄류(화산에서 분출된 암석류와 화산 가스의 혼합물이 흘러나오는 것)가 9000번 이상 발생할 정도였다. 운젠다케 재해 기념관은 당시 상황을 모의 체험해 보는 ‘헤세 대분화 시어터’, 1792년의 재해를 연극 형식으로 공부하는 ‘시마바라다이헨 시어터’ 등을 통해 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상기시킨다. 이 기념관은 일본 최초로 지정된 세계지오파크의 중심이기도 하다. 세계지오파크는 지구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지역으로,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2004년 설립된 세계지오파크네트워크(GGN)가 인정한다. 일본에는 시마바라반도를 시작으로 총 5개 지역에 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27개국 87개 지역(2011년 12월 현재)이 있다. 한국은 제주도가 2010년 세계 지오파크에 등록됐다. 글 사진 운젠(나가사키)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아디오스! 프란치스코] 대통령 영접·정 총리 환송… 파격 의전

    [아디오스! 프란치스코] 대통령 영접·정 총리 환송… 파격 의전

    18일 낮 12시 34분, 4박 5일간의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이 통역을 맡아 방한 기간 수족처럼 함께 다니던 정제천 신부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특별한 인사말은 없었지만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경기 성남의 서울공항에서 기다리던 로마 교황청 주교들과 한국 주교들이 간단히 인사를 나누는 동안 조선시대 전통 복장 차림의 의장대는 ‘받들어총’ 자세를 취했다. 이어 교황은 정 신부와 마지막으로 진한 포옹을 나눈 뒤 붉은 카펫을 밟고 출국장 안으로 사라지기 전 손을 들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교황은 낮 12시 45분쯤 전세기에 올랐다. ‘아디오스(안녕), 프란치스코….’ 지난 14일 오전 10시 36분 한국 땅을 밟은 교황은 100시간 가까운 시간을 쉼 없이 달린 뒤 이날 오후 1시 서울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바티칸으로 향했다.공항 밖에선 아침 일찍부터 250여명의 신자와 시민이 우산을 쓰고 교황을 기다렸다. ‘I LOVE PAPA’ 등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든 채였다. 환송객 이상호(63)씨는 “오전 7시부터 교황을 기다렸다”며 “소외된 이들의 편을 드는 교황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낮 12시 30분쯤 정홍원 국무총리와 함께 공항에 도착했다. 밝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 환송객들에게 화답했다.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흰색 수단에 검은색 손가방을 든 교황은 한국 주교단과 일일이 악수하며 천천히 걸었다. 출국장에는 염수정 추기경 외에도 강우일 주교와 주한교황청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사비오 혼 타이파이 대주교, 윤공희 대주교, 최창무 대주교, 김희중 대주교 등이 함께 자리했다.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리(제1차관)도 교황을 환송했다. 이날 정 총리의 공항 환송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항 영접과 함께 매우 드문 의전으로 꼽힌다. 외국 국가수반과 종교 지도자를 통틀어서다. 이는 30년 사이 한 나라를 세 번 이상 방문한 교황의 이례적인 행보에 대한 보답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19일 오전 0시 45분(현지시간 오후 5시 45분)쯤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대화와 공감으로 그리스도인 정체성 지켜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아시아 주교들에게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지키고 ‘대화와 공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교황은 이날 충남 서산 해미성지에서 열린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에서 “다양한 문화가 생겨난 광활한 아시아에서 교회는 유연성과 창의성을 발휘해 대화와 열린 마음으로 복음을 증언하라”고 당부하고 “대화는 아시아 교회 사명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이들이나 문화와 대화할 때의 시발점은 그리스도인이란 정체성”이라며 “그런 정체성을 갖고 다른 이들과 공감해야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교황은 “우리의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대화의 본질인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흔드는 세 가지 세속 정신의 유혹을 경계하라고 주문했다. 그 첫째로 상대주의를 들었다. 교황은 “상대주의는 진리의 빛을 흐리고, 우리가 딛고 선 땅을 뒤흔들고, 혼란과 절망에 빠뜨린다”면서 “급변하는 혼란스러운 세상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많은데도 이런 사실을 잊어버리게 한다”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매일의 일상에서 나타나는 상대주의를 경계했다. 두 번째는 피상성을 꼽았다. 이는 무엇이 옳은지 분별하기보다 최신 유행이나 기기, 오락에 빠지는 것을 일컫는다고 했다. 교황은 “덧없는 것을 찬양하고 회피와 도피의 길이 수없이 열려 있는 문화는 성직자들의 사목 활동과 이론을 가로막는다”며 “그리스도 안에 뿌리를 두지 않으면 건전한 신자·청년과의 만남이 어려워지고, 우리 삶의 원칙인 진리는 후퇴하고, 덕행은 형식적이고, 대화는 한갓 협상이나 합의로 전락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안전을 택하는 것을 세 번째 유혹으로 거론했다. 교황은 “쉬운 해결책, 기존 공식, 규칙과 규정들 뒤에 숨어 자신에게 몰두하지 말고 신앙의 본성인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저버리면 안 된다”면서 “담대하면서도 겸손하게 희망과 사랑을 증언해 주고 누가 희망의 이유를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라”고 말했다. 교황은 끝으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정의와 선과 평화의 열매를 맺는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여러분의 교회는 사회 변두리에서 신음하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을 위한 봉사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 드러나고 있느냐”고 물은 뒤 “그들의 경험, 희망, 소망, 고난과 걱정도 들을 수 있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만남은 아시아 각 나라의 추기경·주교 50여명, 한국 주교 19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20여분간 진행됐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각국 주교들은 오전 9시부터 잇따라 도착했고 예정된 시간에 교황이 행사장에 들어서자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맞이했다. 행사장 밖에서는 우산과 비옷을 입은 신자 등 수십명이 교황을 보기 위해 서성댔다. 오즈월드 그라시아스(추기경·뭄바이 대주교)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의장은 환영 인사에서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의 60%가 사는 젊은 대륙이지만 세속화와 물질주의에 물들어 생명 경시와 가족 간 유대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사람들이 예수를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교황이 이끌어 달라”고 희망했다. 서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교황 침소 6평 남짓… 침대·옷장·탁자 달랑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교황대사관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간 묵는 숙소 겸 집무실이다. 15일 대전가톨릭대에서 있을 아시아청년 대표와의 오찬과 17일 충남 서산 해미성지에서 예정된 아시아주교와의 오찬을 제외한 모든 식사도 이곳에서 해결하게 된다. 교황이 외국을 방문할 때 방문국 주재 교황대사관이 교황청을 대신하는 관례에 따라 거소로 정해졌다. 총면적 2300여㎡, 건물면적 1600㎡ 규모의 2층 집으로 지어진 지 50년이 넘는 낡은 건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당한 궁정동 안가 자리 앞이다. 청와대와 인접해 재건축이 불가능한 탓에 냉난방시설조차 제대로 못 갖춰 당국이 교황 방한에 앞서 부랴부랴 에어컨을 수리했다고 한다. 침실은 1984·1989년 두 차례 한국에 왔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묵었던 곳이다. 침대와 옷장, 탁자만 놓여 있는 6평 남짓의 소박하고 검소한 공간으로 평소 파딜랴 대주교가 쓰던 침대와 옷장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한국 내 유명 침대 제조업체가 교황이 사용할 침대를 기증할 의사를 밝혔지만 교황대사관 측이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티칸에서도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며 교황관저(교황궁) 대신 게스트하우스 ‘성녀 마르타의 집’을 숙소로 고집한 교황의 뜻을 한국 천주교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이곳으로 이동, 교황대사 파딜랴 대주교와 대사관 직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에서의 첫 개인 미사를 봉헌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박대통령 “비엔베니도 아코레아”… 교황, 새터민·이주노동자와 일일이 악수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박대통령 “비엔베니도 아코레아”… 교황, 새터민·이주노동자와 일일이 악수

    교황으로 역대 세 번째로 한국 땅을 밟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제스처는 없었다. 앞서 1984년 역대 교황으로는 처음 한국을 찾은 요한 바오로 2세는 김포공항에서 땅에 입을 맞췄다. 그런 만큼 돋보인 것은 때로는 은은하고, 때로는 어린아이같이 환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소였다. 교황은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최종현 외교부 의전장의 기내 영접을 받은 뒤 난간을 잡고 트랩을 천천히 내려와 박근혜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 박 대통령은 교황을 뒤따르며 나서지 않았다. 종종 TV 화면에서도 사라졌다. 앞서 1984년과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했을 당시에도 각각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은 공항에서 직접 교황을 영접했다. 박 대통령은 교황에게 지난해 2월 취임 이래 친서를 포함해 네 차례 서한을 전달했고, 한국을 방문한 교황청 고위 인사에게 구두로 초청 의사를 전달하는 등 교황의 방한을 다섯 차례 요청했다. 교황의 사제복인 흰색 수단에 맞춰 연분홍빛 상의와 회색 바지를 차려입은 박 대통령은 교황을 영접하면서 “오셔서 환영합니다”(비엔베니도 아코레아)라며 간단한 스페인어로 환영인사를 전하고 “여행이 불편하지는 않으셨는지요. 교황을 모시게 돼서 온 국민이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저도 기쁘게 생각합니다”라며 “부에노스아이레스에도 많은 한국인이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이다. 교황은 박 대통령이 “이번 교황의 방문으로 화해의 시대가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하자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베풀어 주신 배려를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답했고, 박 대통령은 “행복하고 뜻깊은 방문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교황을 환영하는 21발의 예포가 발사되며 세계 가톨릭 교회 최고지도자인 교황에 대한 예우를 표했다. 교황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초등학생 남녀 화동(花童) 2명이 꽃다발을 건네자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어 교황은 박 대통령과 나란히 의장대를 사열한 뒤 정부 주요 인사와 주교단, 평신도 환영단의 영접을 받았다. 통역을 맡은 정제천 신부가 교황에게 평신도 환영단을 한 명씩 소개했으며 교황은 환영단으로 나온 세월호 유족, 이주노동자, 새터민 등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평신도 환영단 중에는 교황과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공항 환영행사는 이것이 전부였다. 의전을 원치 않는 교황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그저 환영단과 인사를 마치고 박 대통령과 잠시 대화를 나눈 뒤 곧바로 소형 차량 쏘울을 타고 현장을 떠났다. 박 대통령은 쏘울에 올라타는 교황을 향해 “이따 뵙겠습니다”(노스데모스 루에고)라며 다시 스페인어로 인사를 전했다.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알리탈리아항공의 교황 전세기(에어버스 330)에는 7개 한국 언론사 기자를 비롯해 AP, AFP, 로이터, CNN 등 전 세계 유력 언론사 기자 70명도 함께 탑승하고 있었다. 교황은 우선 숙소인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으로 바로 이동했다. 교황은 숙소에서 여장을 풀고 개인 미사 시간을 가졌으며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로 이동, 한국천주교 주교단과 직원들을 만나 연설하는 것으로 방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靑 옆 교황대사관서 묵고… 고령 감안 의료인력만 30명

    靑 옆 교황대사관서 묵고… 고령 감안 의료인력만 30명

    방한 기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4박5일에 걸친 교황의 한국생활은 어떨까. 일정을 살펴보면 교황이 줄곧 보여온 ‘위에서’가 아닌 ‘옆에서와 아래로’라는 메시가 그대로 읽힌다. ●이동 수단은 교황은 취임 이후 ‘파파모빌’(교황 전용으로 개조된 방탄차)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바티칸에서는 평소 준중형인 포드 포커스 중고를 직접 운전한다. 서울과 충청권 행사장을 오가는 방한 중 이동거리는 약 1000㎞. 이때도 방탄차를 타지 않은 채 그 기준은 그대로 지킬 것으로 보인다. 지방 장거리 이동 시에는 청와대가 제공한 전용 헬기를 이용한다. 서울시내 등 단거리 이동에는 “가장 작은 급 한국차를 타고 싶다”는 교황의 뜻에 따라 배기량 1600㏄급의 소형 또는 준중형차인 기아자동차의 ‘쏘울’을 탈 것으로 보인다. ●어디에서 묵나 숙소는 청와대 옆 주한 교황대사관이다. 교황의 외국 방문 시 방문국 주재 교황대사관이 교황청을 대신하는 관례에 따라 숙소 겸 집무실로 사용하게 됐다. 침실은 현 주한 교황대사인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가 숙소로 쓰는 방. 1984, 1989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 요한 바오로2세 교황이 묵었던 곳이기도 하다. 평소 소박한 스타일대로 파딜랴 대주교가 사용하는 침대와 옷장을 그대로 사용한다. 최근 유명 침대 제조업체가 침대 기증 의사를 전달해 왔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식사와 식단은 아시아 청년대표와의 오찬(15일 대전가톨릭대)과 아시아 주교단과의 오찬(17일 해미성지)을 제외한 모든 식사를 교황대사관 식당에서 한다. 식단도 평소 대사관 직원들의 식단과 거의 같다. 한편 충청권 행사에서는 대전의 경우 숯불갈비·갈비탕, 서산·당진 쪽에서는 더위에도 문제가 없는 고기나 빵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수행하나 교황의 모든 일정에는 교황청에서 직접 파견된 수행단이 따라붙는다. 이번 방한에 동반하는 수행단은 모두 30명.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 평신도평의회 의장 스타니스와프 리우코 추기경, 국무부장 조반니 안넬로 베추 대주교, 교황전례원장 구이도 마리니 몬시뇰, 교황청 공보실장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 경호담당관 등 요직자들이 망라됐다. 이들은 모든 행사와 행사장을 사전 점검하고 지휘할 예정이다. ●건강은 누가 챙기나 교황이 78세의 고령인 데다 한여름 무더위인 점을 감안, 교황의 건강을 위한 대책도 중대한 사안이다. 교황과 수행원을 위한 의료지원을 위해 의료진이 24시간 비상 대기한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이 교수급 의사·간호사로 구성된 전문 의료인력 2개조 30명을 편성했다. 서울 광화문광장 등 각 행사장 인근에도 응급의료소를 설치하고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174명의 의료진이 배치돼 위급 상황에 대비한다.
  • 프란치스코 교황 14일 방한 일정 보니...

    프란치스코 교황 14일 방한 일정 보니...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성남 서울공항으로 입국하는 교황은 4박5일간 한국천주교 순교자들의 숨결이 깃든 곳을 다니며 한국의 신자와 아시아 젊은이들을 만난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이다. 지난해 3월 교황 취임 이전부터 줄곧 가난하고 소외된 자, 정의를 위한 행보를 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큰 사회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 어떤 메시지와 행적을 보일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항에서 나와 처음 가는 곳은 숙소인 청와대 인근의 주한교황청대사관이다. 교황이 방한 기간 내내 묵을 방은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 왔을 때 지내던 곳이다. 그는 현재 방 주인인 주한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의 침대와 옷장을 그대로 쓸 계획이다. 낮 12시 이곳에서 개인 미사를 보고 오후에는 청와대를 방문한다. 청와대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뒤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하는 데 이어 주요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한다. 이어 중곡동의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로 옮겨 한국천주교 주교단과 직원들을 만나 연설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도심에서 만나도 될 주교단을 보러 굳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에도 교황의 성품이 잘 드러난다. 그는 “주교들을 보려면 그들이 일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며 주교회의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 때 한국 주교들을 만난 곳은 숙소인 교황청대사관이었다. 방한 이틀째인 15일은 한국의 광복절이자 천주교 성모승천대축일이다. 청와대에서 제공하는 전용헬기로 아침 일찍 충남·대전 지역으로 이동해 하루를 보낸다 오전 10시30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천주교 신자들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등이 참석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한다. 미사가 끝난 뒤에는 세월호 생존자와 유족을 따로 만나 아픔을 어루만진다. 점심때는 세종시에 있는 대전가톨릭대에서 제6회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에 참가한 각국의 청년 대표들과 오찬 간담회를 한다. 한국에서는 아시아 청년대회 홍보대사인 가수 보아와 20대 여성 신자가 ‘교황의 식탁’에 앉는 영광을 누린다. 오후에는 당진 솔뫼성지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참가자들을 만나 젊은이들의 고민을 듣고 청년들이 각자의 삶과 교회 쇄신, 사회 개혁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16일에는 방한 최대 행사가 예정돼 있다. 순교자 124위 시복식이다. 오전 8시55분 한국천주교의 최대 순교지인 서소문 순교성지를 찾아 참배한다. 이번에 시복되는 124위 중 27위, 한국의 103위 성인 가운데 44위가 순교한 곳이다. 교황은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까지 1.2㎞ 구간에서 퍼레이드를 한 뒤 광화문광장 북쪽 끝에 설치된 제단에 올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를 집전한다. 광화문 일대에는 형조, 포도청, 의금부 터 등 순교자들의 피와 눈물이 배어 있는 곳이 몰려 있다. 2시간20분가량에 걸친 시복식이 끝나면 장애인요양시설인 충북 음성의 꽃동네로 이동한다. 교황은 이곳에서 장애인들과 한국 수도자 4천여 명,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대표들을 차례로 만난다. 17일 교황은 하루 대부분을 충남 서산 해미에 머문다. 오전에 해미 순교성지 성당에서 아시아 주교들을 만나고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데 이어 오후에는 인근 해미읍성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한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가 대미를 장식한다. 교황은 명동성당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등이 참석하는 미사를 집전한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세월호 생존자와 유족들처럼 위안부 할머니들도 별도 로 만날 가능성도 있다. 종교 화합을 강조해 온 그는 미사에 앞서 7대 종단 지도자들도 만난다. 미사에 초청받은 북한 천주교 관계자들의 참석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교황은 미사를 마친 뒤 낮 12시45분 서울공항에서 간단한 환송식을 통해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는 것으로 방한 일정을 모두 끝낸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본사 주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특별 사진전 ‘헬로, 프란치스코!’

    본사 주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특별 사진전 ‘헬로, 프란치스코!’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3월 강론 도중 실수로 비속어를 내뱉었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스페인어가 모국어이지만 이탈리아어에도 능통한 교황은 기부를 통한 부의 나눔을 역설하다 ‘본보기’를 뜻하는 단어를 욕설로 잘못 발음했다. 그러나 교황은 즉시 실수를 인정하고 강론을 이어갔고, 이 해프닝은 오히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교황’으로 그를 각인시켰다. 문제의 장면을 찍은 영상은 순식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퍼졌다. 서울신문 주최로 오는 18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전시장에서 열리는 특별사진전 ‘헬로, 프란치스코!’에서는 교황의 인간적인 면모를 두루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3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봉헌된 즉위 미사부터 교황의 첫 성삼일 전례와 부활미사, 염수정 추기경의 서임식, 성 요한 23세와 성 요한 바오로 2세 시성식 등의 사진 150여점을 선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 행보로 꼽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성지 방문, 교황 선출 직후 긴장감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시스티나 대성당을 걸어나오는 모습도 담겼다. 직접 경험하기 힘든 바티칸의 예식은 물론 교황의 다양한 손짓과 표정 등을 한자리에서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화려한 거처나 전용차를 마다하고 일반 사제들과 같은 숙소나 버스를 이용하는 소탈한 모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종교를 떠나 이슬람교 여인의 발을 닦아주고 종양으로 가득한 환자의 얼굴을 거리낌 없이 안고 기도하는 등 목자의 면모 그대로다. 교황은 자신을 “울기도 웃기도 하고, 때때로 친구도 만나는 보통사람”이라고 낮춘다.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도 울음도 모두 품 안에 안고 특권을 거부하는 소탈한 면모가 전시 곳곳에서 확인된다. 90여점의 사진을 내놓은 원로 작가 백남식(77)씨는 1968년 서울대교구 김수환 당시 대주교의 시복 미사를 촬영한 이후부터 바티칸의 주요 행사 현장을 따라다니며 바티칸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해 왔다. 교황청에서도 이번 전시를 위해 교황의 소박한 품성을 엿볼 수 있는 인물 사진 50여점을 제공했다. 성인 5000원, 학생 3000원, 성직자 무료. (02)720-4456∼7.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이석기 탄원서, 4대 종단 최고위 성직자들의 선처 호소 왜?

    이석기 탄원서, 4대 종단 최고위 성직자들의 선처 호소 왜?

    이석기 탄원서, 4대 종단 최고위 성직자들의 선처 호소 왜?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4대 종단 최고위 성직자들이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일제히 제출해 주목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 목사,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등 4대 종단 최고위 성직자들은 최근 서울고법 형사9부(이민걸 부장판사)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 제출자 명단에는 천주교 김희중 광주대교구 대주교, 조계종 도법 결사본부장, 성공회 김근상 주교 등도 포함됐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나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진보 성향의 단체가 아니라 각 종단을 대표하는 최고위 성직자들이 사회 이슈에 관해 이처럼 한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자승 총무원장은 탄원서에서 “전염이 두려워 나병 환자들에게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을 때,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종교인의 사명”이라며 “누가 어떤 죄를 범했든, 도움을 요청하면 그 죄를 묻지 않고 구원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이 종교인의 마음과 자세”라고 강조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이어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어리석은 갈등으로 국력을 소진하기보다 서로 간의 이해와 포용이 허용되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며 “소위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된 7명의 피고인들에게도 우리 사회의 화해와 통합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김영주 총무 목사, 남궁성 교정원장 등도 자승 총무원장과 같은 내용의 탄원서에 서명했다. 염수정 추기경의 경우 자필로 작성한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염 추기경은 이 사건 구속 피고인들의 가족을 직접 만나 면담한 뒤 앞장서 선처를 호소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피고인들의 가족은 1심 선고 후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피터 턱슨 추기경을 통해 이 사건 내용을 프란치스코 교황에 알렸고, 지난 5월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을 알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항소심 심리를 모두 마치고서 2주 뒤인 다음 달 11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석기 탄원서 낸 4대 종단 최고위 성직자들 “도대체 왜?”

    이석기 탄원서 낸 4대 종단 최고위 성직자들 “도대체 왜?”

    이석기 탄원서 낸 4대 종단 최고위 성직자들 “도대체 왜?”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4대 종단 최고위 성직자들이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일제히 제출해 주목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 목사,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등 4대 종단 최고위 성직자들은 최근 서울고법 형사9부(이민걸 부장판사)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 제출자 명단에는 천주교 김희중 광주대교구 대주교, 조계종 도법 결사본부장, 성공회 김근상 주교 등도 포함됐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나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진보 성향의 단체가 아니라 각 종단을 대표하는 최고위 성직자들이 사회 이슈에 관해 이처럼 한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자승 총무원장은 탄원서에서 “전염이 두려워 나병 환자들에게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을 때,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종교인의 사명”이라며 “누가 어떤 죄를 범했든, 도움을 요청하면 그 죄를 묻지 않고 구원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이 종교인의 마음과 자세”라고 강조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이어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어리석은 갈등으로 국력을 소진하기보다 서로 간의 이해와 포용이 허용되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며 “소위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된 7명의 피고인들에게도 우리 사회의 화해와 통합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김영주 총무 목사, 남궁성 교정원장 등도 자승 총무원장과 같은 내용의 탄원서에 서명했다. 염수정 추기경의 경우 자필로 작성한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염 추기경은 이 사건 구속 피고인들의 가족을 직접 만나 면담한 뒤 앞장서 선처를 호소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피고인들의 가족은 1심 선고 후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피터 턱슨 추기경을 통해 이 사건 내용을 프란치스코 교황에 알렸고, 지난 5월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을 알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항소심 심리를 모두 마치고서 2주 뒤인 다음 달 11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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