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 나흘째 장외
■여야는….
여야는 대정부 질문 마지막 날인 21일 민주당 송석찬(宋錫贊) 의원의 발언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물리적 저지에 대한 사과를 둘러싸고 책임공방만 벌여 나흘째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
[여야 접촉] 본회의에 앞서 민주당 이상수(李相洙),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전화접촉을 갖고 국회 정상화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나 여야간 입장차만 확인했다.이후 이재오 총무와 민주당 송훈석(宋勳錫) 수석부총무는잇따라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실을 방문, 조율을 시도했으나 국회 정상화 합의에 실패했다.
[이만섭 의장의 변] 민주당의 불참으로 개회 예정시간인오전 10시보다 1시간쯤 늦게 열린 본회의에서 이 의장은국회 파행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이 의장은 “지난 19일 단독국회는 부시 미 대통령이 방한하는 날인 만큼국회를 여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것”이라고 해명한 뒤 “나는 여당의 편도,야당의 편도 아닌 국민·국가의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또 “국회의장은 여야를 떠나 공정해야 하므로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을 통해 당적을 떠나는 것이좋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에서 당적을 제명해줄 것을요구했다.
그는 이어 “2월 임시국회는 테러방지법,선거법,중앙선관위 위원 추천안 가결 등 처리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며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정상화를 촉구하며 10분만에산회를 선포했다.
[여야 장외공방]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총무는 “야당이적반하장의 입장을 취하고 있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야당이 사과하지 않으면 오늘 본회의는 무산될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선(先) 사과를 거듭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여당의 국회 불참은 부시 대통령 방한 중 국회 내 대북 강경발언과대통령 친·인척 비리폭로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국회가 여당의 사유물이 아닌 만큼 여당이 끝내 본회의에 불참할 경우 상임위 법안심사도 없을 것”이라며 상임위 활동을 보이콧할 뜻을 비쳤다.
특히 민주당의 윤호중(尹昊重) 부대변인이 이날 “지난 1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미국방문을 수행한 한나라당 전·현직 의원 11명이 9·11 테러현장인 뉴욕의 한룸살롱에서 ‘계곡주 파티’를 벌였다는 사실이 교포에 의해 폭로됐다.”며 공세를 취하는 등 국회파행으로 인한 여야간 정쟁이 질낮은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종락 홍원상기자 jrlee@
■여론은…””넌더리 난다””.
“국회의원 여러분,초등학교도 그렇게는 안합니다.아이들이 뉴스를 보고 저분들은 왜 그리 싸우느냐고 궁금해 합니다.초등학생 보기 부끄럽지 않으세요?”(대전에 사는 시민) 국회가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막말 공방 끝에 나흘째 파행을 거듭함에 따라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주부 김선옥(金善玉·39)씨는 “월드컵 등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의원들이허구한 날 싸움하는 것을 보면 정말 창피하다.”며 “제발국민들 체면 좀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회사원 송인관(宋寅冠·37·서울 동소문동)씨는 “정치권이 하는 짓을 보면,일반 국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서울 창동에 사는 회사원 김지일(金志日·36)씨는 “국회의원들 얘기라면 이제 넌더리가난다.”며 아예 언급을 피했다.
지난 18일 이후 국회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www.assembly.go.kr)에 올라온 수십건의 글들은 비판의 강도가 더욱원색적이다.
자신을 ‘대한민국의 청년’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하는일도 없이 싸움만 하는 의원들이 꼬박꼬박 국민의 세금을챙기는 걸 보면, 정말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비난했다.
‘정의파’씨는 “그렇게 싸울 바엔 차라리 초등학생에게국회의원 자리를 위임하라.”고 성토했으며, 익명의 네티즌은 “국회의원도 수입했으면 좋겠다.”고 비꼬았다.
‘안병기’씨는 “우리처럼 시골에 사는 사람은 요즘 너무 어렵다.”며 “조선 말기처럼 당파 싸움에 휘말리지 말고 제발 국민을 위해 일해달라.”고 호소했다.‘소시민’씨는 “샐러리맨 연봉의 몇배나 많은 돈을 받는 의원들이국민에게만 착하게 살라고 강요하지 말고 솔선수범해달라.
”고 훈계했다.
특히 21일에는 미국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김동성선수가 편파성 판정으로 메달획득에 실패하자,비난성 글이빗발쳤다. 한 네티즌은 “국민의 여론을 대신하는 국회의원답게 서로 싸우지만 말고,김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달라.
”고 호소했다.‘이수진’씨는 “국회의원들은 이제 그만싸우고 힘을 합치자.”고 촉구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전문가는… “대정부질문이 파행 주범”.
전문가들은 대정부 질문만 있고나면 파행 정국으로 이어지는 현행 의원 연설방식이 어떤 형태로든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주대 행정학과 박종흡(朴鍾恰·전 국회사무처 입법차장) 교수는 “매번 몇몇 의원들의 연설회장으로 변해버리고마는 현재의 대정부 질문방식은 비능률 국회의 대표적인예”라면서 “대정부 질문을 없앨 경우 본회의 기능이 너무 축소되는 점을 감안해 일문일답식 연설제를 도입하는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희대 김민전(金玟甸·여·정치학) 교수는 “차라리 미국처럼 대정부 질문을 없애고 상임위에서의 입법활동에 좀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은 일반적으로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활성화돼 있다.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대표적이다.
영국의 경우 의원들의 1차 질문은 반드시 ‘서면’으로이뤄지며 장관들의 답변에 대한 보충질의때 ‘구두’로 하게 된다.이때도 질의방식은 우리 국회처럼 연설식은 철저히 금지되며 일문일답식의 즉석문답이 이뤄진다.
상임위에서의 청문회가 활성화돼 있는 미국 의회에서는대정부 질문이 아예 없다.청문회에서의 의정활동으로 대정부 질문을 모두 해내는 셈이다. 우리 국회의 구두질문·구두답변 방식은 일본 의회와 비슷하다.
조승진기자 redt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