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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념맹신의 학생운동 대전환 할때”

    ◎「분신배후」 규탄… 서강대 박홍 총장/“교육자는 지식 전수보다 「인간사랑」 가르쳐야/생명존중의 바탕서만 민주발전 기대” 사제이자 대학총장인 서강대 박홍 총장이 「생명선언」을 하고 나섰다. 지난달 26일 명지대 강경대군의 상해치사사건 이후 줄곧 대학총장 모임 등을 주선하며 사태의 수습책을 모색해온 박 총장이 마침내 한마디 하고 나선 것이다. 더욱이 이번 박 총장의 선언은 『강군의 죽음을 호도하고 있다』는 이유로 학생들로부터 수강거부 등 「따돌림」을 당한 연세대 김동길 교수가 사표를 제출한 날 발표돼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박 총장은 서강대에서 「전민련」회원 김기설씨의 분신자살사건이 터지자 기자들을 만나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분신의 배후에는 죽음을 선동하는 세력이 있다』고 선언,파문을 던져 주었다. 『이제 우리는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고 실천하는 운동을 벌여나갈 때이며 이 바탕 위에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박 총장을 만나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명지대 강경대군의 상해치사사건이후 잇따르고 있는 젊은이들의 분신과 자해행위를 어떻게 보는지요. 『이는 우리 사회에 젊은이들에게 죽음을 강요하고 선동하는 음흉한 세력들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들은 정의와 진리에 목말라 하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존귀한 생명을 거슬리도록 유혹하고 그런 행위를 좋은 것처럼 거짓으로 정당화시키고 있습니다. 즉 이 세력들이 죽음을 영웅시하고 부추길 때 나타나는 결과인 것이지요』 ­죽음을 선동하는 세력이란 어떤 것인가요. ○「죽음 묵인 세력」 통칭 『생명을 파괴해서라도 목적을 정당화하겠다는 사고 속에 젊은이들에게 죽음을 선동하고 묵인해 주며 영웅시하는 사회의 세력들을 통칭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힘을 더 발휘합니다』 ­그런 세력에 대한 대응책은 없을까요.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생명을 아끼는 운동을 벌이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생명을 이용하거나 이를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이 행위가 나쁜 것임을 폭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국민을 억누르려는 정치에서 국민을아끼고 그 뜻에 따르는 「생명정치」를 해야합니다. 교육자들 또한 전문지식만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는 기술교육에서 탈피,인간을 사랑하고 존중하게 하는 사랑의 교육을 펴야 합니다. 가정에서도 자녀들과 많은 대화 등을 통해 신뢰와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바탕 위에 진정한 생명을 위한 운동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최근 학생운동의 방향과 문제점을 좀 짚어주시지요. 『우리나라에서 학생들은 불의에 항거하고 부정을 고발하여 민주화에 많은 공헌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사상적·방법적·윤리적으로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퇴물이 되어가는 마르크스 레닌의 사상과 그 아류의 사상 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소위 이념의 광신화에서 탈퇴하여야 하는 것이지요. 방법에 있어서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면서도 비폭력적인 방법을 선택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실행되지 못한다면 운동 그 자체가 국민들의 지지를 더 이상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윤리적인 면에서도 옳고 그름의 판단에서 잘못 했을 때에는죄의식을 갖고 반성하며 행동에 대한 지성적인 판단을 바로 세워야 할 것입니다』 ­최근 대학교수들의 성명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대안 없는 성명은 잘못 『교사로서 시대의 스승으로서 옳음을 주장하고 그름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교수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면서 현정권의 퇴진 등을 내세워 문제의 파악에만 치중하고 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잘못을 범하는 것입니다』 ­대학생과 전경이 서로 적으로 간주하는 이 시대적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요. ○대화로 모든 문제 풀려 『이를 시대의 분위기 속에서 어쩔 수 없다고 모든 사람들은 인정하려 듭니다. 그러나 화염병·돌·최루탄을 서로 사용하지 않고 부둥켜안고 운다고 생각해봅시다. 시대가 낳은 아픔을 내 스스로 이겨나가기 위해 변화시켜야 합니다』 ­총장께서는 학내문제를 해결하는 데 특히 학생들과 충돌이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학생과 총장은 한배를 탄 식구입니다. 학교는 인간성숙의 광장이며 교실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서로 문제를 파악하고 인정하고 그 다음 이해하고 상호협력하면 안 풀리는 문제가 없습니다. 즉 마음의 대화가 문제해결의 열쇠가 되는 것이지요』
  • 원진은 문을 닫는게 낫다(사설)

    원진레이온 집단산재사태는 원진 퇴직 근로자의 자살사건과 그의 유서까지 공개됨으로써 이제는 그럭저럭 넘어갈 수 없는 정면의 사건이 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오래된 사건이다. 직업병의 문제는 이미 부상돼 있는 우리의 산업적·사회적 과제이고,원진의 경우만 해도 이황화탄소 중독자를 확인케 된 것이 1981년의 일이다. 따라서 사건의 성격이 무엇이냐를 새롭게 분별할 이유도 없고 그저 말하자면 공해산업에 대한 현실적 인식과 진지한 대응이 여전히 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반성을 해야 할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사태를 또 한 번 하나의 사안으로 제한하여 빠르게 수습할 것이 아니라 이 계기를 통하여 공해산업의 현단계를 전체적으로 들여다보는 보다 본질적 접근을 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옳을 것이다. 원진의 경우를 예시로 보자면 우선 직업병 판정기준의 문제가 있다. 80년대만 보더라도 매년 7천명 이상의 직업병 판정자를 기록해오지만 이 직업병의 내용은 진폐증 55%,소음난청 40%,그리고 크롬·카드뮴·수은 등 유기용제 중독자들만으로 단순화돼 있다. 89년 통계만 보아도 직업병유소견자 7천8백83명 중 노동부의 직업병 판정을 얻어 산재보상을 받은 사람은 1천5백61명뿐이고 이중 95%가 진폐와 난청임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이황화탄소 같은 중독일 경우 그 판정기준조차 모호하고 당연히 판정을 기다리는 과정에 사망하고 마는 사례까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상적 작업조건에 의해 일어나는 요통이나 진동장애까지도 직업병으로 인정해주는 직업병의 선진국 기준을 이제는 우리도 현실화해야만 할 때가 되었다. 이는 우리의 근로자 의식과 그 욕구도 크게 바뀌어 있다는 현실에 의해서도 거의 불가피한 정황인 것이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공해산업의 선택을 다시 본격적으로 선별해보는 작업을 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인조견사 생산에는 이황화탄소 중독자가 생길 수밖에 없고 따라서 원진레이온만 해도 일본이 이 산업을 포기하는 과정에 우리가 낡은 기계까지 그대로 받아와 시작했던 후진국형 대표적 공해산업이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할일은이 산업에서 이제는 우리도 손을 떼아 할 것인가 아닌가를 정해야 할 일이다. 더욱이 79년부터 운영부실로 법정관리를 해오고 있는 터이고 보면 이 구조에서 직업병 방제를 완전히 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고,이를 단지 직업병 판정을 해주는 법조문들의 부재만을 이유로 밀어제칠 논리도 없는 것이다. 물론 원진이 생산하던 만큼의 인조견사 내수분을 수입을 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효용 대 경비」의 원칙에서도 이제는 공해산업의 과감한 포기가 더 경제적일 수밖에 없는 때에 이르렀음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환경오염 문제와 연계되어 그렇잖아도 모든 산업이 청정기술과 무공해산업으로 대전환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당면해 있다. 이 시점에서 산재를 호소하면 퇴직이나 종용하고,산재판정기준이 몇 개 안 된다는 법규만에 의지하여 직업병환자 통계수치가 얼마 안된다는 눈가림만을 그대로 밀고 나가기에는 이제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다. 산업구조 전면을 새롭게 보는 대전환의 시야를 열어야 할 것이다.
  • 「민주주의의 위기」라는데…/이용필 서울대교수·정치학(서울시론)

    ◎지도자들의 비전·국민의 슬기 절실 우리는 대격변의 시대에 살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너무도 빠르고 또한 그 파급도 복잡하게 나타나고 있다. 먼저 대외적 차원에서의 대격변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한다. 지구적 차원에서는 생태계가 파괴되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가 하면 많은 정치체제들이 전반적 또는 만성적 위기에 직면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중압 아래서 존속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적으로 그렇게도 확고한 듯이 보였던 사회주의체제들이 와해되어 시대적 상황의 추세에 적응하면서 변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마르크스와 레닌주의적 이데올로기가 역사의 유물로 비판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원리를 과감하리만큼 수용하려고 몸살을 앓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동서독이 하나의 통일국가를 단시일내에 성취하였고 사회주의블록의 많은 체제들이 개방과 개혁의 진통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민주화를 서두르고 있다. ○사회 혼돈의 책임 인식 이러한 대전환의 추세 속에서 우리도 북방정책을 추구해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게 되어 한소,한중 관계가 개선되었고 마침내 노태우 대통령과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제주도에서 역사적인 3차 정상회담을 갖게 되었다. 바야흐로 한반도를 둘러싼 미소 중일과 남북한간의 상호작용이 과거 어느때보다도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국민은 국내외적 변화의 속도와 그 복잡성을 쉽게 이해할 수 없거니와 오히려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뿐만 아니라 중동에서의 걸프전쟁 발발과 그 진전,그리고 그 결과는 인류로 하여금 국제정치질서의 개편,국지적 전쟁 발생가능성의 증가,고성능 무기의 경쟁적 확보,전쟁으로 인한 생태계의 엄청난 파괴 등에 대해서 심각하게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걸프전으로 인한 인적 및 물적 손실과 그 정치적·경제적,그리고 인도적 후유증은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영토내에서의 쿠르드족의 엄청난 수난과 참상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지? 인류는 양심을되찾아야 한다는 명제 이외에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 것인가? 독일이 통일된 후에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특히 갈라졌던 독일국민간의 심리적·정치적 갈등과 불안,그리고 실업과 아노미적 현상 등의 속출은 통일에 수반된 정신적 및 물질적 코스트의 지불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며 또한 일깨워주고 있다. 더욱이 사회주의체제들이 이데올로기적으로 파탄에 직면하면서 몰고온 위기는 대다수 인민의 기대상승과 그들의 충족될 수 없는 요구의 폭발적 증가에서 연유된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과 경험이 거의 없는 그들은 성급한 욕구를 표출하는가 하면 그들의 요구를 집단적 행동을 통해서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지적해야 할 것은 체제의 유형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위기가 있다면 그것은 체제가 국민의 요구들로 인해서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요구들은 규제됨이 없이 증가되고 있는 반면에 국가에 의해서 사용될 수 있는 자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러한 추세는 배분 위기와 정통성 위기 등으로 속출되어 체제의 존속을 위협하리만큼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통치력의 한계라느니 또는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고도산업사회에서 초래된 정치의 무능력을 보여준 징후라고도 하겠다. 정치의 무능력은 체제에 대한 국민의 요구들을 적절하게 규제하는 데 실패하거나 또는 긴박한 상황에서 적절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국가실패 또는 산출실패로 나타났다. 이러한 국가실패는 산업사회에서의 증가된 규제의 필요성과 규제해야 할 국가와 정치력의 쇠퇴에서 연유된 것이다. 규제의 필요성은 발전의 한계에 도달된 산업사회의 구조적 위기의 결과에서 파생된 것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우리는 민주주의가 위기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왜 민주주의의 제도화와 그 존속을 과거 어느때보다도 갈구하고 있는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민주주의만이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보장해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포퍼가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서구 민주주의 사회도 불완전한 상태에 있으며 더 많은 개선의 필요가 있지만 지금까지 존재했던 사회 중에서 가장 훌륭한 사회다. 그러나 모든 정치적 이념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아마 인간을 완전하게 만들려는 소망일 것이다. 천국을 땅 위에서 실현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지옥을 만들어내는 데 그치고 말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일조일석에 이룩될 수 없으며 시간·인내 그리고 꾸준한 학습을 통해서 제도적으로 정착된다. 오늘날의 거대한 대중사회에서,그리고 비대한 관료조직의 메커니즘 속에서 개인은 매몰되고 비합리적 집단심리가 정치와 사회의 진행방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집단적 이기심의 무절제한 표출과 이를 역용하려는 일부 집단의 무절제한 횡포 등은 비민주주의적 방종을 자극하고 있다. 체제의 규제능력과 대응능력이 이완된 상황에서 정치적·경제적 및 사회문화적 산출실패와 퇴영의 징후들이 복합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근년에 들어와서 우리 사회에서도 정치적 도덕성의타락,사회적 부조리의 만연,그리고 그밖의 사회병리적 범죄의 급격한 증가 등은 사회생활의 전반적 운행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오늘의 사회는 문자 그대로 혼돈의 벼랑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태와 현상은 결코 고립적인 것이 아니며 직간접적으로 얽혀진 복합적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자신의 무지 자각해야 우리가 직면한 과제들도 정치·경제·사회 및 문화의 복합적 측면에서 연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전지구적 맥락에서 이해되고 또한 해결의 실마리가 탐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도자들이나 지식인들은 대격변의 시대에서 우리가 직면한 혼돈을 이해하고 또 대처하기 위한 비전과 슬기를 가져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말과 같이 정치가와 국민은 현명해야 한다. 정치가라면 다른 어떠한 사람들보다도 자신의 무지를 자각해야 한다. 정치가에게 주어진 책임은 그로 하여금 자기의 한계를 깨닫게 하며 또한 지성적 겸손을 느끼게 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의 대격변 상황이 지도자들의 비전과 국민의슬기에 의해서 함께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서울시 교통대책 내용·문제점

    ◎“획기적 구상”… 7조원 재원조달이 과제/3기 지하철 1백22㎞ 더 확충/지하 고속도 공법·효율성 의문/민자 유치 어려워 확고한 정부부축 긴요/2000년엔 지하철망 400㎞에 수송분담률 75%로… 선진국 수준 도달 서울시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제3기 지하철건설과 도시 지하고속도로 건설은 불과 9년 앞으로 다가온 2천년대의 서울교통난을 타개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특히 1개 노선당 20㎞씩 3개 노선의 지하고속도로 건설구상은 지하철건설 등 기존의 대중교통수단 우선확충계획에서 자동차통행을 같은 비중으로 생각한 교통정책의 일대전환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관계부처간 협의과정에서 또 한차례 큰 논란을 빚을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지하철이 부담 적어 이번 시 대책의 골자는 제2기 지하철(총 연장 1백71.43㎞) 완공을 오는 97년에서 96년으로 앞당기고 제3기 지하철 9,10,11호선 1백22㎞을 94년부터 99년까지 건설하며 총연장 60㎞의 지하고속도로 3개 노선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2000년엔 서울시 지하철망과 수송분담률이 4백㎞ 75%에 달해 도쿄 4백67㎝(73%),런던 3백83㎞(72%),뉴욕 3백85㎞(75%) 등 선진국 수준에 이르게 되며 차량통행도 원활해진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현재의 도로여건을 감안할 경우 도심자동차 통행시속이 오는 95년엔 12㎞,2001년엔 5㎞에 불고,「걷는 게 낫다」는 우려가 목전의 현실로 다가오며 도로율을 현재의 8%에서 20%대로 높이려면 40조원의 부담을 가져와 재원부담이 적은 지하철 및 지하고속도로의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심도로 확충 한계 그러나 제3기 지하철 4조6천억원,지하고속도로 2조4천억원 등 7조원의 엄청난 재원을 어떻게 부담할 것이며 지하고속도로의 경우 기술적 난점과 함께 효과 면에서도 차량도심진입을 부채질한다는 부정적 우려가 지배적이다. 시는 이번에 함께 발표한 쓰레기소각장 10곳 건설(1조4백억원)을 포함할 경우 모두 8조4백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나 이 가운데 25%는 국고보조로,40%는 해외사업차관 도입과 지하철 첨가공채발행·민자유치 등으로 충당한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방안은 지하철의 경우 지난해말 총리실·경제기획원·서울시가 국고보조에 합의했고 해외차관 시장에서 서울시의 신인도가 매우 높으며 대부분의 대규모 투자사업재원이 오는 93년까지 집중 투입돼 이때부터 새로운 재원배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지하고속도로도 오는 93년까지 도시고속도로가 완공돼 재원투입이 충분하다는 자체 계산이다. 그러나 향후 2∼3년간 제2기 지하철·도시고속도로·감포해안쓰레기 매립장·간선도로 확충 등 계속사업,상수도적자보전·하수처리장 건설 등 현안이 산적해 있으며 고건 전 시장 때 발표한 남산 제모습찾기사업은 재원규모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해 볼 때 얼마나 무리한 착상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특히 3기 지하철의 경우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들 사업에 투입되는 총 8조원의 재원이 물가상승 등을 감안할 때 경상가격으로 12조원에 이르게 되며 특혜시비 등으로 민자유치도 쉽지 않은 국내사정에 비춰 정부의 확고한 뒷받침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경상가격 12조 될 듯 3기 지하철건설이 차질없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고보조 25%가 확고하게 뒷받침 되는 정부의 정책의지가 필수적이다. 지하철공사부채가 2조1천억원으로 시 전체 외채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제1기 지하철(1∼4호선) 건설당시 국고보조가 3%에 불과했고 시 자체부담 24%,나머지 73%가 악성부채성 자금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지하철의 전동차 대수가 모자라 시설용량의 절반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확정된 25% 국고보조의 경우도 순수 무상지원이 아니고 3분의2는 무상,3분의1은 융자(연리 5% 조건)의 성격을 띠고 있어 전액보조가 요구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지하철건설비 국고보조가 워싱턴은 80%,런던 75%,뉴욕 60%,파리 50%,도쿄 49%(정부자본) 등이며 적어도 50%의 정부보조가 최하한선이란 지적이다. 정부지원에 따라 운영여건도 크게 달라져 워싱턴은 51%,도쿄 80%가 운임수입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 지하철은 32%를 운임으로,18%는 시보조로,50%는 부채로 충당하고 있다. ○도심유입 가중우려 반면 지하고속도로의 경우 두더지가 땅을 파들어가는 식의 TBM공법이 기술적으로 전례가 드문 데다 환기시설·진출입접속램프설치·교통사고 때의 체증 등을 고려할 때 공법은 물론 투자에 비해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지하도로망의 경우 지난 87년 자크 시라크 파리시장이 지하 30∼50m에 총 연장 48㎞를 건설키로 한 프랑스 파리의 레이저계획(LASER)을 전례로 들 수 있다. 그러나 파리의 경우 도심에 출입구를 두지 않고 지하에 차를 두고 가게 한다는 쪽의 건설 방안이 유력하며 서울처럼 도심에 출입구를 둘 때는 오히려 자동차의 도심유입을 촉진한다는 게 교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기시설 등 문제점 또 환기의 경우 4㎞당 1개씩의 대형환기시설이 필요하며 진출입램프를 업다운(up­down)식으로 설치할 경우 길이 3백m,폭 10m의 경사로가 필요해 이 지점의 교통체증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TBM공법은 현재 남산 3호터널 쌍굴(1천2백m)공사에 도입됐으나 2차선 규모(터널지름 4m)이며 최대굴착지름이 3차선에 불과,4차선용 터널은 뚫을 수없다는 게 시 기술 관계자의 설명이며 더욱이 20㎞에 이르는 장거리엔 도버해협터널처럼 쉴드(shield)공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자동차전용 지하철」인 지하고속도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인원을 수송할 수 있는 지하철보다 ㎞당 건설비가 약 20억원이 비싼 4백억원에 이르며 수송효율도 낮아 앞으로 타당성 조사와 공청회과정에서 재론될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 거쳐 확정을 서울시립대 원제무 교수(교통학)는 『이 같은 발상이 나오게 된 것은 4호선 완공 이후 5년 동안 지하철 건설을 중단해온 탓으로 그만큼 시민의 발이 묶였기 때문』이라며 『교통체계상 지하철 우선건설이 가장 바람직하므로 지하고속도로 재원을 지하철 추가 확충으로 방향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교수는 또 『도시고속도로의 완공으로 도시환경이 자동차 위주로 비인간화될 것이 확실시되는데 이 같은 지하고속도로는 이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여 도시환경면 등 제반 사항을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확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페놀소동」 재발 막는 길은 어디에(식수원오염:6·끝)

    ◎모두가 오염공범… 안버려야 물이 산다/생활쓰레기 선진국의 2배… 공해예방 주력해야/기업,“환경비용 아끼려다 더 손해본다” 인식을/민·관합동감시기구 설치… 생존권 보호차원서 처벌도 현실화를 ○전문가 좌담 낙동강 식수원의 페놀오염사건은 우리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함께 환경오염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경제성장정책에 밀려 그동안 너무 소홀히 취급당했던 환경보호운동이 곳곳에서 열화같이 일어나고 있고 정부 또한 수질보전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등 수급에 골몰하고 있다. 이제는 「환경보전 없이는 국가발전도 국민번영도 꾀할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가고 있다. 환경문제전문가 세분의 의견을 들어봤다. ○참석자 김원만(한양대교수·도시공학 한국수질보전학회장) 박창근(한국환경보호협의회장 환경교육회위원장) 한상욱(환경처조정평가실장) ▲박창근=우리나라의 환경오염문제는 인체의 병에 비유하자면 중증을 넘어선 상태이다. 누구라 할것 없이 그 심각성을 개탄하고 있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생명의 근원」이라는 물이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 강에서는 이미 음용수의 최하기준인 3급수 이하로 떨어져 있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잠시도 마시지 않고는 못배기는 공기 또한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 등 대도시에서는 인체에 해로울 정도로 오염돼 있다. 최소한의 생존수단인 물과 공기가 오염돼 오히려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째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근본적인 문제부터 짚어보자. ▲한상욱=환경오염은 도시화와 산업화,과학기술발전의 부산물이라 할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60년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고 70년대엔 경제성장일변도였으며 80년대는 현대화에 주력하느라 환경문제를 미리미리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80년대 들어 환경청이 신설되고 지난해 환경처로 승격했다. 그전까지만해도 환경행정은 사후 규제쪽에 치우치고 사전예방에는 미흡했던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파행적인 산업화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생활쓰레기 문제이다. 미국·일본 등 최고 수준이산업국가도 한사람앞 하루 생활쓰레기가 1㎏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2.2㎏으로 세계에서 제일 많은 것이다. 이처럼 환경오염물질의 배출량이 많은데 비해 오염방지대책이 부족해 전반적인 환경오염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김원만=기업이 환경개선을 위해 마땅히 써야 할 비용을 될수 있으면 적게 쓰려하는 풍토가 큰 문제이다. 선진국에서는 오염방지시설에 드는 비용을 가장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할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의 경우 가장 먼저 절약해야 할 비용으로 여기는 듯하다. 이런 잘못된 사고방식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그렇지않다가는 두산산업의 경우에서 보듯 「언젠가는 큰코 다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민 모두가 의식의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박=우리나라는 지난 89년부터 3년동안 해마다 엄청난 식수파동을 겪어왔다. 지난 3년이 아니라 앞으로도 얼마나 더 먹는 물로 위협을 느껴야 할지 걱정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서지 않는한 식수파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정치적원인도 있고 기업의 윤리의식부재에 기인하기도 하며 국민의 감시능력부족 탓이기도 하다. ▲한=식수문제는 원수와 정수과정의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우선 식수의 원료인 지표수나 하천수 자체가 이미 오염된 상태로 정수장에 모아지는 것이 큰 문제다. 생활하수·공업하수·축산폐수 등이 오염의 주범이다. 또 식수라는 제품을 만드는 정수장의 시설도 너무 낙후되어 있다. 원수의 오염상태에 따라 정수장에서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우리의 재래식 정수시설로는 이 대응력이 턱없이 모자란다. ▲김=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나 인구밀도에 비해 곳곳에 비교적 큰 강이 있어 어찌 보면 상당한 혜택을 받고 있다. 물의 질에 있어서는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양의 문제는 별탈이 없었다. 그러나 멀지않아 양자체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의 한사람앞 사용량이나 총량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을 뿐더러 오염속도도 가속되고 있어 앞으로는 깨끗한 물을 찾아 자꾸 상류쪽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서울 노량진에 있던 수도권 상수원이 현재는 경기도 팔당까지 거슬러 올라갔지만 팔당호도 이미 위험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곧 더 위쪽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갈게 뻔한 이치이다. 그러나 상류쪽은 유역이 좁고 수량이 적기때문에 곧 우리나라도 물의 절대량이 모자라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상류쪽에 더 많은 저수지를 만든다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정체된 물은 언제 어디서나 부영양화의 숙명을 안고 있기 때문에 물갈이를 자주해야 하는데 상류쪽 좁은 유역의 저수지는 절대량의 부족으로 물갈이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좀더 장기적인 안목의 범국가적 대책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쉽게 알수 있다. 이제는 질위주의 물관리체제에서 질량총체관리체제로 서둘러 바꾸어야 한다. ▲박=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을 계기로 수질관리책임과 권한이 너무 흩어져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됐을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하수처리나 수질·음료수관리까지 환경처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 환경처가 권한과 책임을 갖고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환경처에 제도적인 뒷받침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같은 사고는 앞으로도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환경처를 「부」로 격상시켜야 함은 물론 유럽국가들처럼 「부」 이상의 지위도 주어야 한다. 최근 환경운동단체들 사이에서는 경제기획원 못지않은 기능을 갖춘 「환경원」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현재의 행정조직이 허술한 것 못지않게 행정법규도 지나치게 미흡하다. 기업들이 폐수처리장 하나 설치하는데 몇억,몇십억원의 돈이 드는데 「40만∼3백만원이 벌금」이나 「10일 이내의 조업정지」 등에 무서워할것 같은가. 기업이 자발적으로 공해방지시설을 갖춰 제대로 가동하게 하는 방법은 「처벌의 현실화」밖에 도리가 없다. 단적으로 중대한 해악을 끼친 공해사범에 대해서는 「살인유발죄」의 개념을 도입,적용해야 한다. 최고 사형에 처하는 나라도 있다. 또 벌금도 「얼마 이내」의 개념에서 「해당기업 총자산의 몇% 이내」 개념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한=낙동강 페놀오염사고는 점검관리와 시설의 문제로 증폭됐다. 정보교환에 의한공조체제와 이산화염소나 활성탄처리시설만 갖추어졌더라도 쉽게 수습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김=이번의 경우는 현장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서도 환경처나 수자원공사 등과 협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 것이 치명적이었다. ▲박=두산전자측이 환경오염문제에 대한 의식이 제대로 있었다면 소각기가 고장났을 때나 페놀처리파이프가 파열됐을 때 환경처에 알아서 「자수」해서 특별관리를 요청했어야 마땅하다. 당국도 「시민제보」에 의해 상황파악을 한 직후 역학적·기술적으로 대응했어야 하나 이 과정을 무시했다. 한마디로 이번 사건은 기업의 의식부재와 당국의 안이한 자세가 빚은 인재이다. 낙동강 페놀오염사고는 그 특이한 악취때문에 일찍 발견됐던 것이 그래도 천만다행이다. 지난 50년대에 발생해 지금까지도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일본의 미나마타병(수은중독)을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한=식수오염사고가 해마다 터지는데 이제는 정부·기업·국민 모두 의식의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환경오염의 가해자요 피해자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실천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김=정부는 인구·산업·국토개발 등 모든 정책을 환경문제와 결부시켜 수립하고 수행해야 한다. 수질관리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4대강을 특별관리 하는 것과 전국 모든 공단의 폐수최종처리시설을 정부가 직접 운영관리하는 것이다. 오염물질배출부과금을 받아 전문가가 전문적으로 폐수관리를 하면 된다. ▲박=정부의 환경정책은 모든 정책에 우선되어야 한다. 기업 역시 환경파괴는 곧 생산비상승과 경쟁력약화로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은 공업용수를 그대로 쓰지만 언젠가는 공업용수를 반드시 사전처리 해야만 쓸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국민 역시 『나 스스로는 환경보전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생각하며 환경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하고 환경보전을 생활화해야 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환경점수를 「F학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빨리 손쓰면 점수를 만회할 여지는 있다. 얼마 안가 「국가발전=환경보전」이라는 등식을 쉽게 이해할때가 올 것이다. 과거에는 국토·인구·자원·국부 등이 국력이 척도가 됐으나 앞으로는 환경조건이 국력의 척도가 될 것이다. 1천만의 인구를 식수공포에 떨게한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은 「준비상사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경의 파괴는 자칫하면 사회혼란과 국가기강의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이 시대에는 환경보전이 국가존립기반의 으뜸이다. 환경이 좋아야 사람들에게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있어야 질서가 유지되며 질서가 있어야 국가가 발전한다는 논리는 너무나도 자명하다. 국가정책은 곧 환경정책이다.
  • 청와대 각의­당직자 회의 이모저모

    ◎노대통령,격앙된 어조로 「무소신」 질타/“장관이 소관업무에 누구 눈치 보느냐”/“여당이 먼저 뼈깎는 자정 보여야”/정치풍토 개선 능동적 대응 촉구 노태우 대통령은 20일 수서파문에 따른 당정개편후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임시국무회의와 민자당 당직자회의를 잇따라 주재,정치권과 공직자들은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상오10시부터 1시간여에 걸친 임시국무회의는 자성의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깨끗한 정부」 구현의 결의를 다졌고 상오11시30분부터 오찬을 겸해 1시간50분 동안 계속된 당직자회의도 정치풍토 쇄신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하기로 다짐. ○…이날 청와대 국무회의는 노재봉 국무총리가 국무위원을 대표하여 『내각에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하고 누를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인사말을 시작으로 진행. 노총리는 『행정의 잘못으로 정부의 권위가 실추되고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친데 대해 재삼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앞으로 비상한 각오로 모든 국무위원들이 신명을 바쳐 대통령을 보좌하겠다』고 다짐. 노총리는 이어 수서사건에 따른 정부의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설명한 후 ▲행정의 자기쇄신 도모 ▲사회분위기 쇄신 강력추진 ▲일하는 정부상 구현방안을 보고. 노총리는 특히 『민원을 빙자한 집단행동은 여하한 경우에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다수인이 관련된 복합적인 집단민원은 관련부처간 공조체제를 갖추어 행정예고제,이할관계인 청문회 등 공개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해 비리와 외부압력의 소지를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강조. 노총리의 보고가 끝나자 최각규 신임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를 경제의 안정적 운용에 두고 제조업의 활성화를 기해나가겠다』고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을 보고. 노대통령은 장내가 숙연한 가운데 『나라밖에는 걸프전쟁이 불을 뿜고 나라안에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수서택지물의가 2주일 이상 계속되어온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머리를 꺼낸 뒤 『이 사건은 정치권의 의식과 행동,정치풍토의 일대전환을 요구하는 것을 뿐 아니라 정부와 공직자에 대해서도 사고와 대응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피력. 노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관들의 소신있는 업무추진 ▲새생활 새질서운동의 강력한 전개 ▲깨끗한 선거를 위한 철저한 대책강구 ▲당면 경제현안에 대한 적극 대처를 당부하고는 『국무위원 모두가 국민 앞에 새로운 결의,새로운 자세로 일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피력. 노대통령은 특히 소신있는 업무추진을 강조하면서 『수서사건도 장관·시장이 확실한 소신을 갖고 나갔다면 잘못된 일이 어떻게 1년 이상 끌어질 수 있느냐』고 질책하고 『장관이 소관업무에 대해 도대체 누구의 눈치를 보겠다는 거냐』고 질타. 노대통령은 또 공직자란 국민의 신뢰를 양식으로 먹고 산다』면서 『공직자에게 신뢰의 양식이 떨어진다면 굶어죽든지 감방에 가야할 것』이라고 계속 격앙. 노대통령은 회의말미에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듯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각은 신뢰받는 정부가 되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라』고당부. ○…노대통령은 이어 당직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치권의 자정노력,정치풍토 개선을 위한 선거법 개정 등에 대해 집권당으로서의 능동적인 대응을 거듭 촉구. 노대통령은 최근 일련의 사건과 관련,청정정치 구현을 위한 여야협의체 구성을 평민당측에 제의하겠다는 김종호 총무의 보고를 듣고 『당이 앞장서서 여러가지 이니셔티브를 취한 것은 잘된 일』이라고 칭찬한 뒤 『평민당도 이러한 협상에 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피력. 노대통령은 이어 『지금만큼 인식과 발상의 대전환이라는 표현이 실감나는 때가 없다』며 『당이 먼저 국민 앞에 뼈를 깎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앞으로 집권여당에 대한 국민적인 지지는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 노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좋은 기회로 삼아 법적·제도적으로 돈안드는 정치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며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역설하고 『선거법은 외국 입법례도 참고하는 등 실천가능한 범위내에서 우리 실정에 맞게 개정돼야할 것』이라며 국민의식 성숙에 따른 새시대의 제도창출을강력 주문. 노대통령은 당직개편과 관련,『인사요법은 더이상 근본문제의 해결책이 못된다』며 『추후 정치권의 도덕성·신뢰성 위가가 확대되지 않도록 조속히 정치력의 회복과 함께 풍토개선이 이뤄져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당이 한층 결속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계파를 초월한 당의 단합을 촉구. 노대통령은 끝으로 『당과 정부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는 인식하에 긴밀히 협조,국정운영을 차질 없도록 하라』며 당정조화를 역설한 뒤 『특히 당은 김영삼 대표를 중심으로 핵심당직자들이 일사분란하게 주인의식을 갖고 당면한 제반난제를 극복하는데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 이날 회의에서 김대표는 『시급하게 정국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총력을 기울여 여야협상정국을 이끌겠다』고 보고했으며 김총무는 정치풍토 개선을 위한 여야협의체 구성제의 및 이에 따른 임시국회 조기 소집방침 등 당무회의 결정사항을 보고.
  • “대우분규 강력대응/노 총리/연휴기간 당직근무 철저히”

    노재봉 국무총리는 13일 국무회의에서 수서사건,뇌물외유,파출소 습격사건 등 최근 일련의 사태와 관련,『현시국은 일대전환기에 처해있는 만큼 국무위원을 비롯한 전체 공직자들이 새로운 복무자세로 새로운 윤리규범과 제도창출 등 정신혁명의 새 각오로 국정에 임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노총리는 이와함께 대우조선 노사분규에 대해 『이는 정상적인 노사분규라 할수 없다』고 규정하고 사회전분야에 기폭제로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대우조선의 노사분규에 단호한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노총리는 또 파출소 습격사건에 대해 『언필칭 운동권 학생이라고 지칭하지만 파출소 습격에 가담한 사람들은 단순한 학생으로 볼수 없다』고 말하고 이들의 처벌 및 재발방지에 있어 「학생」이라는 관용차원을 떠나 단호하게 임하라고 지시했다. 이와함께 노총리는 특히 설날연휴기간중의 공직자 근무태도와 관련,『수서사건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바로 남북총리회담이 열리게되는 만큼 당직근무에 철저히 기하라』고 지시했다.
  • “세습체제 건재”… 평양의 연막전술/“반혁명세력 분쇄” 발표 안팎

    ◎식량난등 내정위기 타개 겨냥/긴장감 고취,개혁바람 차단 목적도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들과 반당 추종주의 분자들의 책동을 제때에 폭로·분쇄했다』는 북한 중앙방송의 7일 보도는,일부에서 추측하듯 김일성­김정일부자 세습체제에 반대하는 저항세력이 북한사회에 실재하고 있으며 북한정권이 최근 이를 적발·숙청했다는 시사라기보다는,일부의 관측과 달리 김부자 세습체제가 건재하다는 사실을 내외에 보이기 위한 하나의 선언(?)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북한정세에 정통한 많은 관측통들은 이와관련,이같은 내용의 보도는 지난 80년 김정일 후계체제가 공식화된 이후 수차에 걸쳐 북한언론에 보도됐으며 이번 중앙방송 등의 보도 또한 과거의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북한의 평양방송은 지난 89년 8월17일에도 「당의 혈통을 혼탁하게 만들려는 이단적 사상조류」와의 투쟁을 전당적 규모로 수행했으며 김정일이 이 투쟁을 조직,「주체혈통의 순결성」을 지켜냈다는 논설을 보도했었다. 또지난해 9월21일과 10월4일에도 중앙방송은 당기관지 「근로자」에 실린 「조선노동당은 우리 인민의 모든 승리의 조직자이며 향도자이다」라는 김정일의 논문을 인용,인민대중의 이익을 좀 먹고 침해하는 불순분자들과 적대분자들을 반대하는 치열한 계급투쟁을 벌여 후계문제를 완전히 해결했음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북한방송들의 이번 보도는 『북한이 현재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여러가지 소요의 움직임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현재로서는 반체제·반김일성의 움직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 없다』는 정부의 한 당국자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내외적인 위기상황에 몰려있는 북한정권이 그들 체제의 공고함을 재확인하기 위해 취한 제스처로 볼 수 있다. 다만 북한이 왜 이 시점에서 그러한 내용을 보도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다음 몇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최근 「하루 두끼먹기 운동」이 벌어지고 군인들이 협동농장을 습격,곡몰과 소 돼지 등을 약탈할 정도로 심각한식량난을 겪는 등 북한이 경제적·사회적으로 심각한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즉 체제불안이 야기될 소지가 점차 증대함에 따라 북한은 이번 보도에서처럼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김부자 세습체제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하고 불만분자에 대한 단호한 척결의지를 밝힘으로써 체제위기를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두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김정일의 49회 생일(2월16일)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생일을 앞두고 「백두산강」 체육경기대회가 개최되는가 하면 「정일봉에로의 눈길행군」이 시작되는 등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대적인 김정일 우상화작업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에 발맞춰 북한은 김부자 세습체제의 당위성을 재확인,김일성은 물론 김정일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북돋우는 한편 내부적인 결속을 더욱 다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번째는 북한이 최근 걸프전쟁과 팀스피리트 훈련을 계기로 그 어느때보다도 대내적인 긴장의식 고취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최근 80년 이후 처음으로 방공훈련을 계속해서 실시하는 등 팀스피리트 훈련을 걸프전쟁과 연계해 한·미측의 「북침전쟁」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오고 있는데 이와 더불어 「반당·반혁명적 종파분자들과 반당 수정주의자들의 책동」을 결코 허용치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사회주의권의 개혁과 개방물결에 따른 외부사조의 유입을 철저히 방지하는 한편 대내적 위기의식의 고취를 통해 주민노력 동원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대외적으로 김정일 후계자 체제가 문제가 있는듯한 보도와 북한권력층 사이에 반체제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는 서방세계의 관측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데 북한은 『김정일동지의 현명한 영도에 의해서 혈통계승문제가 빛나게 해결되었다』는 말로써 서방세계의 이같은 추측을 불식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밖에,가능성은 매우 낮으나 김정일이 주도하고 김일성이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대일수교 교섭과 관련,일본이 북한의 교섭상대자인 김정일의 북한내 위상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암시함에 따라 이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이같은 논평이 나왔다는 추측과 함께,북한의 대일수교 교섭이 북한의 기존 정책에 대한 대전환이라는 점에서 북한권력층 내부에서 제기될 수 있는 「회의」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고려해볼 수 있다.
  • 「독존」 버리고 「타협」 익혀야/새해 대담

    ◎우리 정치문화 선진화의 길은 어디에/이기 집착은 갈등 조장,파국만 초래/보스 중심의 「사랑방정당」 사라져야/위정자 선택·감시는 국민의 몫… 지자제 선거 공명해야 제구실 기대/이용필 진덕규 ▲이용필교수=오늘의 한국 정치현실은 건국후 6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지난 42년간 5∼6차례 헌정중단을 겪었던 우리 헌정사의 명암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여야 정치갈등이 심화되는 반면 현안문제는 타협이 안되고 이것이 다시 정치갈등을 증폭시켜 그 결과 헌정 중단이라는 파국을 자주 겪어온 것이 우리 헌정사의 두드러진 특징이었습니다. 그러나 5공이후 6공화국에 들어서면서 이같은 정치갈등이 지나치게 심화돼 공존의 여지조차 없어지면 곤란하다는 인식이 여야 지도자간에 고조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컨대 지난 여름 야당의 의원직 사퇴도 상호 파국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3∼4개월의 국회공전은 있었지만 국회 복귀로 종결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의 민주주의가 장구한 세월을 통해다듬어져 온데 비해 우리는 민주화를 위한 「학습과정」 자체가 짧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 지도자들의 정치기술이 미숙한데다 명분에만 집착,실리를 놓쳐 파국을 초래하곤 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중산층이나 지식층의 정치감각이 크게 세련되는 등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사실입니다. 정치적 갈등을 포함해 사회 각 부문의 갈등 팽배로 지난봄 한때 「총체적 위기」라고 할 정도의 위기국면을 맞았으나 이를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그에 힘입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권력은 공유” 인식을 정치 지도자들도 이같은 국민의식 수준에 맞춰 동시적이든 계기적이든 권력을 공유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어야 하고 이는 지도자간 신뢰구축이 선행돼야 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진덕규교수=해방이후 40여년간의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정권장악에서 집권기를 거쳐 붕괴,몰락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유형을 답습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권의 획득 및 고착화 과정에서 상당한 분파성과특정영역에 대한 인사치중 현상이 나타나 일반 국민들의 정치욕구와는 간격이 생기고 국민불만이 누적됨에 따라 권력구조는 더욱 경직화하고 소수 집중화돼 왔습니다. 국민들의 정치체제 변혁요구가 강해지고 마침내 시민저항이나 쿠데타 등에 의해 정권이 붕괴되면 다시 소수세력이 국민합의를 무시한 채 정권을 장악하는 식으로 정치변동의 단순반복적 성격이었지요. 이로써 이른바 6월 민주항쟁을 계기로 국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탄생된 6공화국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그 후의 정치과정은 국민의식과 괴리를 보여 총체적 위기의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욕구를 수용하고 부응하는 정치라기 보다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지체 내지 유예시킴에 따라 정치혼란이 사회 각 부문의 혼란으로 이어져 파국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교수=우리 정치가 이처럼 답보상태에 있는 요인을 3∼4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주된 요인으로는 고도의 산업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은 심화·증폭되는데 비해 이를 수렴·해소시키는 제도권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광주 민주화운동의 해결이 지연되었다든가 최근 안면도 핵처리시설 문제로 말미암은 주민들의 과격시위운동이 좋은 예입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사전에 행정적·정책적 수단으로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갈등을 초래한 것은 우리 정치체제의 관리능력의 부족이라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 정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두번째 요인으로는 정당정치·의회정치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5공에서 6공으로 넘어오면서 체제변화는 아니지만 평화적 정권교체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 헌정사에서 획기적 경험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6·29로 6공의 정통성 문제가 해결돼 부분적으로 민주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한편 완전한 민주화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정당간 정권교체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 근자에 진보세력이 정당 간판을 달고 제도권으로 들어와 다행이지만 아직 제도권·비제도권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의회정치를 마비시키는 요인입니다. 대중사회에서 정당정치를 확립하려면 당내 민주주의가 선행돼야 하고 당내 민주주의는 정당의 보스가 일방적 공천권 행사 등 전권을 갖는데서 벗어나 중간보스제가 정착돼야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로버트 달이 말한 권력정치의 다원화가 이뤄져야 정권교체시 등 변혁기에 힘의 공백도 메울수 있는 겁니다. 즉 정권교체기의 레임덕 현상이랄까,권력의 누수를 줄여 정권교체를 스무스하게 해주는 중간보스제를 통한 권력의 다원화가 이뤄져야 하는데도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이를 소홀히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가 그나마 현상유지라도 하고 있는 것은 조금 전에도 얘기했듯이 저변이 넓어진 중산층과 지식층이 정치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국민의견 수렴 미흡 ▲진교수=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을 5가지 정도의 영역을 중심으로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정치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이념만 자유민주주의 민족주의 정의사회구현일 뿐 현실성이 결여돼 있어요. 추상적인 논의에 머물다 보니 정치목표나 이데올로기가 없는 사회로 떠돌고 있는 셈이지요. 정치 엘리트의 성격면에서는 보스의 자의성에 의해 충원되는 직업정치인들이 모든 영역을 다 지배하려다 보니 한계를 느끼게 되고 정치엘리트와 국민들간의 의식이나 능력 격차가 없어지거나 역전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최소한 일정 영역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치 제도화에 있어서도 국민정당 대중정당 민중정당이나 압력단체를 기간 조직으로 하는 정당이 없고 보스중심의 사랑방정당으로서 특정인의 권력창출기능만 하고 있는 현실이지요. 의회도 국민 다수의 의견마저 반영하지 못한 채 요식절차의 기능만 수행할 뿐이어서 의회와 사회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정치 과정으로서의 선거는 국민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합치는 축제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나 우리의 현실은 서로의 위치만 확인하는 분열 전주곡으로서 국민 의사와 관계없는 특정 지도자의 정당성만 부여해주는 역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치문화를 살펴볼 때 중산층,특히 지식인들이 이제까지 보여준 태도는 비판을 전제로 논리성과 윤리성을 확보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논리나 대안없는 비판절대주의나 맹목적 지지일변도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누적되면서 총체적으로 급격히 부각된 것이 최근 1∼2년의 정치현상입니다. 이러한 문제의 개선여부는 우리의 자구노력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젠 「삶의 질」 향상 ▲이교수=20세기 후반기 들어 선진민주주의 국가부터 통치력의 한계가 노출되기 시작하고 있어요. 인간이 갖고 있는 자원은 제한된데 비해 인구는 엄청나게 증가돼 갈등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이같은 흐름은 우리 정치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습니다. 즉 정치체제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시간이 갈수록 누적되고 있는데 반해 관리능력은 이에 못미치고 있지요. 예컨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무역마찰 등 우리 정치체제에 누적되는 중압감(정치적 스트레스)은 국민 대다수의 협조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여서 졸속으로 결정된다면 체제관리에 굉장한 문제를 초래하게됩니다. 또 우리 정치에 있어서 봄만 되면 과거 춘궁기나 풍토병처럼 위기가 오는 것에 대한 심각한 진단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우리 정치가 갖고 있는 정치과정상 일종의 간헐적 스트레스에 대해 집권층이나 야당세력이 충분히 인식을 않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진교수=통치능력의 위기문제가 심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40대 이상에게는 좋든 나쁘든 자기귀속 이데올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공중분해돼 이념공백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40대 미만은 상업주의적 자본주의 문화의 침투로 인해 감각세대로 돌변,인내라는 고전적 의미의 가치관 붕괴를 초래했지요.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도 크게 달라져서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려는 예전의 「삶의 영역보장」 단계에서 「삶의 질 고양」 및 정치요구 차원으로 높아졌습니다. 평등의식과 열정적 참여의지를 바탕으로 한 대등한 정치참여 요구에 대해 기존의 제도와 정치권 및 권력구조로 대응,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국민 욕구수준을 정치권력 구조가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지요. 때문에 정치영역이 의사당에서 거리로 옮겨가고 있으며 비제도권의 존재는 곧 제도권의 통치능력 한계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정치는 마냥 표류하는데 가까스로 이 사회를 지켜가는 힘은 정치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 나오지 않나 하는 느낌입니다. ▲이교수=우리 정치가 표류하고 있는 것은 의회가 국민대표적 기능이나 정책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방금 지적하신 바처럼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 동떨어진 권력 헤게모니 쟁탈 내지는 갈등조장으로 끝나고 있지요. ○개혁만이 안정도모 자유민주주의의 강점은 선거제도와 시장경제 원리가 적절하게 결합이 돼야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여야 지도자들은 개인의 집권과 당리당략에만 집착하다 보니 선거와 시장경제 원리의 조합이라는 효용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민주화가 꾸준히 지속돼 더 나은 삶의 질을 유도할 수 있는 정치의 장이 마련돼야 합니다. 앞으로 지자제가 실시되면 또 한번의 소란과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과정은어쩔 수 없이 한번은 겪어야 하겠지만 자제제 선거에 있어서도 정권적·당략적 입장에 집착하다 보면 우리 민주주의의 장래는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합니다. ▲진교수=개혁이 없으면 정치는 오히려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개혁이 정치안정을 가져오고 안정이 있어야 국가가 발전할 수 있지요. 그러나 6공화국은 안정면에서 한계에 와있고 개혁은 더디며 발전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정치가와 국민들 사이의 의사합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3당 통합만 해도 특정 정치권력의 재창조가 아니라 국가 정치발전을 위한 신사고의 소산이라고 당사자들이 주장했던 기억이 나는데 얼마후 내각책임제개헌 합의각서가 있느니,차기 대권주자가 누구라느니 하는 등 국민의사와 관계없는 권력거래로 비침에 따라 국민들의 정치환멸만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지자제 문제만 해도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제도를 논의하기 보다는 당리당략에 이용하려다보니 국민과 자꾸 멀어지게 되는것이지요. 정치가들만의 게임으로는 미래가 밝아질 수 없습니다. 정치 지도자를 불신하는 국민감정은 요즘의 윤리·도덕적 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양보하면 서로 이득 ▲이교수=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정치 지도자간의 신뢰구축이 전제돼야 합니다. 정치 지도자들이 피차 조금씩 양보하면 서로 큰 이득을 볼 수 있는데도 상호 양보를 안해 똑같이 손해를 보는 「죄수들의 딜레마」와 같은 상태로 빠져들고 있어요. 정치가 불안하니 경제가 제대로 뻗어나갈 수 없고,노사문제가 확산되고 각종 부조리 등 사회악이 독버섯처럼 돋아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정치공백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하루 속히 정당정치가 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더욱 노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 브란트 전 서독총리가 지적했듯이 민주주의가 곧 방종이라는 생각으로 흐르거나 개인이 너무 자기 이익추구에만 급급하다 보면 민주주의는 파국을 맞게 되고 「독재의 바다」가 생기게 마련이지요. ▲진교수=대처 영국총리에도전했던 해즐타인의 경우와 바웬사 폴란드 대통령의 등장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큽니다. 해즐타인은 50대에 총리가 되기로 목표를 정한 야심가입니다. 어려서부터 총리당선을 목표로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치졸한 얘기입니까. 국민의 인정과 지지를 받아야만 대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목표를 미리 정하고 이 목표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고방식이 우리 정치 지도자들의 모습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바웬사가 노조지도자로서 폴란드 민주화에 기여한 것은 인정하지만 바웬사의 영역은 거기서 끝나야 합니다. 정치 지도자의 전문영역이 따로 있기 때문이지요. 바웬사의 정치권력 욕심이 폴란드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지 의문입니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이제는 인내와 관용과 타협의 길을 열어야 합니다. 과거 우리 정치체제는 이전의 권력구조를 희생으로 삼지 않은 경우가 없었습니다. 이 사실은 우리가 인내와 관용을 갖고 하나의 장에서 역량을 경주해 협의하고 경쟁하기 보다는 분열과 소수화의 길을 걸어왔다는 얘기고 이것이 바로 우리 정치사회의 해결과제입니다. ▲이교수=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가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를 못하고 2차 투표에 나서려다 결국 포기한 결정은 참으로 슬기롭게 여겨졌습니다. 바웬사의 경우도 사회주의 체제속에서 노동운동을 활성화시켜 오늘의 폴란드 민주화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역할은 그것으로 끝났으면 좋았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쨌든 우리 사회에서도 대처의 경우처럼 참신한 쇼크가 있어야 더 밝은 정치를 기약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는 정치 지도자들이 게임의 룰도 안 지키면서 나 아니면 안된다는 유아독존식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가오는 21세기에는 있을 수 없는 일로 여야 지도자들의 인식의 전환이 절실한 때입니다. ▲진교수=범국민적인 인식의 전환이 가장 절실한 시점이 바로 올해지요. 올 봄에 지자제 선거가 실시되고 연말부터 총선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6공화국 중반기로서 레임덕 현상이 불가피하고 무정부주의에 가까운자기규제결핍 상황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여건은 우리 정치를 매우 걱정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국민과 정치가의 의식과 실천의 대전환이 중요한 겁니다. 국민은 인식전환이 가능한 정치 지도자를 선별하고 감시해야 하고 정치 지도자는 국민선도 책임을 져야합니다. 6공화국이 추진해온 북방정책의 결과로 우리 사회가 이념공백을 자초한 것 또한 사실이지요. 지하철 구내에서는 『공산주의자나 간첩신고는 안기부에』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는데 남북한 총리회담과 문화·체육교류 관계로 서울에 우글우글한 「공산주의자」는 왜 신고대상이 안되는지에 대한 논리적 설득작업이 생략됐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의 공백이 생겨난 것입니다. ○대안있는 비판 중요 사회지도급 인사들도 정치 지도자를 비판하기는 하지만 이데올로기 문제가 심각했을 때 관념이 아닌 현실을 연구한 학자가 몇이나 되며 언론은 상업주의에 치우치지 않고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다했습니까. 종교는 기복 종교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정신적 가치확립을 위해 얼마나 매진했을까요. 우리 사회의 기성제도 정치가 한계에 다다름에 따라 시민운동에 기대를 걸게됩니다. 정당차원과는 달리 직업 및 이익·사회단체가 활성화돼야 합니다. 차기 대권주자를 밀실에서 뽑고 또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의식에 제약이 가해져야 합니다. 지도자는 국민이 선출하는 것이지 밀실에서 뽑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선거가 선동정치의 포로가 되어서는 안되고 올바른 국민의사를 반영하는 수단이 돼야하며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대안있는 비판이 중요합니다. ▲이교수=우리 민족은 맨 주먹으로 이만큼이나마 경제적 성장을 이룬 것만 보더라도 뛰어난 민족임에 틀림없습니다. 우리 국민이 이같은 훌륭한 자질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것이야말로 우리 지도자들의 소임입니다. 이같은 맥락에서 정치 지도자들이야말로 앞서 말한대로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기 희생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 정치인들이 씨는 뿌리되 수확은 다른 사람이 거둘수도 있다는 식으로 신사고를 해야만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단군 이래 처음 맞이한 성장의 호기에서 아르헨티나처럼 하루 아침에 주저앉지 않으려면 그만큼 정치 지도자들의 자기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지요.
  • “높아진 대외위상 내치로 연결”/새총리의 새국정 포부

    ◎창의적 행정 바탕,위정 참모습 보일터/“성장도모냐,물가안정이냐” 택일할때 「12·27개각」으로 헌정사상 처음 대통령비서실장에서 총리로 임명된 노재봉 신임 총리서리는 27일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에 들러 『세계적으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내치로 연결시키는 총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국정수행 방향을 밝혔다. 전날 밤 총리임명 통보를 받고 거의 잠을 이루지 못 했다는 노 총리서리는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이념을 차질없이 수행해 흔들림 없는 내각을 이끌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물가안정 ▲치안확보 ▲새생활 새질서 확립 ▲국민정서함양 등에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취임소감을 밝혀주십시오. 『현실 경험이 부족한 사람에게 중책을 믿고 맡겨주신 대통령의 의지에 존경을 표하며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전환기의 많은 과제들을 충분히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스럽지만 아낌없는 노력을 하겠습니다. 모자라는 힘은 국민들의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국정참여를 통해 해결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겠습니까. 『지금 우리는 정치·경제적으로 한단계를 뛰어넘어 세계사의 주류에 위치해 있는만큼 국가를 새로운 차원으로 올려놓아야 하는 임무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국정의 상당부분을 정상화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4대 국정지표인 정치권력의 비집권화,경제력의 비집중화,행정권한의 대폭적인 민간 이양,국민정서의 함양 등을 바탕으로 노 대통령 보좌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또 국민의 새로운 사고가 없으면 사회의 발전은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사고의 종결점은 현 경제구조를 새로운 차원으로 높여놓아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당면 국정 현안은 어떻게 대처해나가겠습니까. 『물가·치안·새로운 생활의 질서·교육 및 환경문제·여성을 포함한 유휴인력문제 등을 해결해달라는 것이 국민의 여망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문제가 대전환기적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정부의 통상적인 임무를 강력히 추진하면서 창의적인 생각을 모아 해결해나가겠습니다. 우선 물가문제는 경제현실과 인식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임금도 많이 올랐고 돈도 많이 풀려 물가가 올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국민들도 물가상승을 택할 것인지 안정을 택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치안문제는 우리 사회가 도시화하는 과정에서 범죄가 많이 발생한 것이며 국제적인 범죄발생률과 비교하면 그리 높은 것은 아니지만 과거 경험에 비해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범죄와의 전쟁,새생활새질서운동 등 기존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교육문제는 21세기를 대비한 새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체제로 강력히 추진해나가겠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민정서의 함양입니다. 우리 국민은 정서면에서 상당히 고갈되어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문제나 치안문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비서실장이 총리로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그렇습니다. 바로 그 점이 의미를갖는다고 봅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과 행정부간에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마련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통치의지와 행정부 이해를 밀착시켜 국민과 더불어 국정을 수행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집권후반기의 권력누수현상과 지자제선거 등에 대처하는 방안은. 『총리는 위정을 맡은 것이지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조직 자체가 흔들리지 않고 안정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공직자들이 정상적 자세로 임무를 수행해나가도록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또 지자제선거 등이 곧 닥치지만 민주주의는 모든 권리와 책임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제도인만큼 철저한 공정선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남북회담 등 남북관계는 어떻게 대처하겠습니까. 『남북문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의 정책에 따라 남북간 긴장완화와 교류촉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노 총리는 6·29선언 이후부터 노 대통령과 깊숙한 관계를 맺어왔고 취임준비위에서는 자문역을 맡아 그의 중용은 오래전부터 예견돼왔다. 특히 88년 6월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시절 구민정당 의원연수회에서 『김대중씨의 외곽을 때리는 노련한 정치기술 때문에 광주사태가 발생했다』고 발언,정가에 파문을 던지기도 했으며 21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 국제정치학계의 한 맥을 이뤘다. 나전모방 창업주의 장남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미 암스트롱주립대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직접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노래가 수준급이라는 평. 부인 지연월씨(55)와 1남1녀
  • 브뤼셀 UR협상 결산/“파국은 막자”공감대… 협상시한 연장

    ◎미,페만협조 의식 대 EC강공 자제/한국·일 등 상대 개방요구 드세질듯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종결을 위한 5일간의 브뤼셀 세계통상장관회담은 무위로 끝났다. 그러나 내년초 다시 한번 모임을 갖기로 함으로써 일단 우려됐던 결렬의 위기는 넘겼다. 세계무역자유화의 촉진을 겨냥,지난 86년부터 시작된 이 협상이 결렬될 경우 몰고올 파국이 엄청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협상참가국들 사이에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통상장관회담이 결렬되고 겨우 협상시한을 연장하는데 유일한 합의를 끌어낸 것은 농산물협상을 둘러싼 미국과 EC의 팽팽한 대립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EC가 수출 및 국내보조금으로 값싼 농산물을 생산,수출하기 때문에 국제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보고 두 보조금을 각각 대폭 감축하고 일정량이상의 수입을 보장할 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꾸준히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자체시장이 큰 EC측은 미국측의 제안을 묵살,지난 11월에 GATT에 제출한 국내보조금의 30% 감축외에는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고 회담종료 이틀전까지 버텼다. 물론 회담종료 직전에 EC가 수출보조는 보조금을 그대로 두되 보조받는 물량만 줄이고 국내소비량의 3%에 대해서만 수입을 보장하겠다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미국과 호주등 농산물 수출국들이 이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아 이번 회담을 결렬로 결말이 나게 했다. 미국은 이번 협상의 결렬을 막기 위해 그동안 완강하던 EC측이 지난 6일 제시한 수정안을 내심 받아들이고 싶었으나 다른 농산물 수출국들의 시선을 의식,이처럼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일방적으로 EC측을 코너에 몰지 않을 수 없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EC측이 수정안을 내놓은 것은 EC 내부사정으로 보면 협상전략의 대전환으로 평가되며 앞으로 있을 협상의 타결여지를 남겨주었다고 볼 수 있다. EC가 지난 6일 밝힌대로 협상에 융통성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C는 92년의 EC통합을 앞두고 공통농업정책의 대폭적인 변경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독일의 경우 통일로 농업의 비중이 높은 동독지역을 중시,프랑스 못지않게 그동안의 협상과정에서 강경입장이었으며 구성국가도 12개국이나 돼의사결정이 어려운 형편이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이렇게 된 배경에는 EC측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EC의 대립이외에 중동사태가 크게 작용했다. 우선 미국의 정치 외교적 최대현안인 중동사태와 관련,UN의 결의로 오는 91년 1월15일까지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제재를 결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미국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연내에 타결지으려고 한 반면에 이 사태에 대한 EC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었다. 이제 문제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연기로 나타날 여러가지 영향이다. 먼저 다자간 협상안인 우루과이라운드를 자국에 유리하게 타결하기 위해 미국이 우리나라·EC·일본 등에게 대폭 양보하도록 쌍무적인 각종 통상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이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중일 때에도 미국이 쌍무간 협상으로 보험시장 등을 개방하도록 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개방요구와 무차별 압력의 공세를 어떻게 버텨낼지 의문이다. 일본은 이같은 가능성을 예견,이번 통상장관회담등에서 목소리를 낮추고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는 일을 가급적 삼가 왔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행동을 취할 수 있었지만 이번 회담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농산물분야 협상에서 국내의 취약한 농업과 농민의 불만 등을 의식,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풀이된다. 이번 회담의 한가닥 극적 타결의 마지막 분기점이었던 비공식 농산물 각료급 회의에서 조경식 농림수산부장관은 이 회의 의장이 타결의 촉진책으로 제시한 방안을 비교역적 요소가 반영돼 있지 않다며 일본·EC와 함께 거부의사를 보였고,이에 대해 통상담당 부서인 경제기획원·상공부 등에서는 한미간 통상마찰을 우려,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타결이 손실보다는 이득이 훨씬 크다는 판단에 따라 이협상의 타결에 대한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박필수 상공부장관은 지난 4일 통상장관회담의 본회의 기조연설에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성공여부는 세계 무역체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회담기간중 신속하게 종결시킬 수 있도록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될 경우 가장 확실한 「승자」는 미국과 일본이지만 우리나라도 농산물 분야는 교역의 자유화로 어려움이 큰 반면 상품수출 등의 측면에서는 상당한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미국의 통상법 301조에 의한 일방적 규제가 자제되고 반덤핑조치 등의 남용도 방지될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이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최소한 내년 1월로 넘어간 만큼 그 기간동안 각 분야의 협상내용을 점검하고 협상력을 보강해야 할 것이다. 이 협상이 국내에 무조건 악영향을 준다는 잘못된 인식을 전환시키도록 이제부터라도 협상내용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대응자세를 갖추도록 해야할 것이다. UR 협상은 문제의 해결인 동시에 새로운 경제전쟁의 시작이 되고 있다.
  • 내년 평양방문 추진/김대중총재 국회연설/「범민족통일협」 만들자

    ◎한국,유엔 단독가입 반대 평민당의 김대중 총재는 23일 『남북간의 화해와 통일에 보탬이 된다는 확신이 서면 내년에 직접 북한을 방문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상오 국회 본회의에서의 당 대표연설을 통해 『정국이 순조롭게 풀리면 우리 당 대표를 북한에 파견해 남북 현안을 논의토록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나의 방북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러한 모든 과정은 정부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김 총재는 이어 『범국민적 지지를 받는 통일방안 마련을 위해 가칭 범국민민족통일협의회를 구성하자』고 제의하고 『이 기구에서 정부의 한민족 통일방안,평민당의 공화국연방제,기타 재야안까지 포함해 논의한 뒤 단일방안을 마련해 이를 국민투표에 부쳐 과반수 찬성으로 통일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유엔가입 문제에 대해 『남북이 동시에 가입하든지,단일회원국으로 가입하든지 양측 합의에 따라 결정하는 안을 지지한다』면서 남한 단독가입을 반대한다는 종전입장을 분명히했다. 김 총재는 『오는 12월11일의 3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는 남한의 전면적 교류안과 북한의 불가침선언이 동시에 수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재는 진정한 민주화를 위한 3대과제로 ▲보안사·안기부의 축소개편과 검찰·경찰의 중립화 등을 통한 군사독재적 정치의 청산 ▲지방색정치의 타파 ▲지방자치제의 회복을 들었다. 그는 『경제정책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중소기업 주축의 경제체제 수립 ▲금융실명제 실시 ▲2중곡가제폐지계획 철회 ▲농업인구축소계획 중단 등을 주장했다.
  • 유럽안보회의 냉전종식 선언의 함축

    ◎「동·서 45년 적대」 청산… 새 동반자시대로/19세기 「빈회의」 맞먹는 역사적 대전환/「화해의 신 국제질서」 창출 기대 부풀게 전후 세계사의 중심이었던 유럽에서 냉전이 종식됐다. 그리고 새로운 질서의 틀이 짜여지고 이제는 「안정과 평화」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아니 새로운 국제질서는 이미 태동하고 있다고 해도 괜찮다. 19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에 참석하고 있는 34개국 정상들 가운데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16개국과 소련 등 바르샤바조약기구(WTO) 회원국 6개국은 개막에 앞서 유럽재래식무기(CFE) 감축협정에 서명했다. 이들은 CFE협정 정치선언에서 「40년 이상 지속됐던 분열과 대결의 시대가 종식되고 이들 국가들간의 관계가 개선됐으며 이것이 모두의 안전에 기여했다」고 선언,냉전이 끝났음을 공식 확인했다. 아울러 「이같은 발전이 보다 더 단결된 유럽구조를 건설하기 위한 지속적인 상호협력 과정이 돼야한다」고 천명,단순히 냉전이 끝난 것이 아니라 유럽의 대대적인 역사적 변화가 눈앞에 다가와 있음을 천명했다. 지난해 초부터 동유럽의 변화와 함께 동서대결의 분위기가 급격히 무너지고 지난 10월3일 역사적인 독일통일로 이미 냉전체제는 붕괴됐었지만 이번 회담은 이를 재확인하고 새 국제질서의 창조를 선언함으로써 전후 세계사의 한 시대를 구분짓는 중요한 회담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일부 논자들은 이번 회담을 1814년 나폴레옹 몰락이후 빈에서 열려 구체제(Ancien Regime)를 부활시켰던 빈회담에 비교하기도 한다. 물론 빈회담이 구체제의 부활을 가져온 반면 이번 파리회담은 새로운 질서의 출발점이 되고 있어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시대를 가르는 역사성이라는 면에서는 경중을 가르기가 쉽지 않을 정도라고 평가해 무리가 없다. 「1945년 이래 가장 의미깊은 국제적 행사」라고 불릴 정도로 높이 평가되는 이번 회담은 단순선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 조치에 합의함으로써 신질서의 초석마련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군사적 측면에서는 CFE감축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CFE협정의 내용은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선제공격이 불가능할 정도로 각 군사블록 및 각국의 군사력을 제한하고 이를 현장검증하기 위해 불시 사찰을 받아들이고 있다. 아직도 유럽에서의 군축과 화해를 보다 증진시키기 위해 새로운 신뢰조치의 구축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CFE협정이 타결되고 핵무기 감축문제의 논의를 시작키로 합의함으로써 전쟁의 위협을 대폭 감소시키는데 거보를 내디뎠다. 또 ①정상과 외무장관회담의 정례화 ②상설 행정사무국의 설치운영 ③분쟁방지센터의 설치 ④회원국의 자유선거 관리기구 신설 ⑤의회위원회의 설치 CSCE의 상설기구화가 이루어지게 됐다. 현재까지등 유럽질서의 양대 축인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해체와 의미축소의 공백을 전유럽국가들이 참여하는 CSCE의 상설기구화로 보완함으로써 신질서의 밑받침이 마련된 셈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는 미국이나 영국이 유럽대륙에서의 영향력 감퇴를 우려,나토의 역할 축소에 반대하고 있으나 「하나의 유럽」 혹은 「유럽 공동의 집」이라는 유럽통합의 구상이 점차 세를 얻어가며 구체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이 더 남아 있다는 점도 지적돼야 할 것이다. 첫번째로 추가군축과 나토의 위상 재정립,상설기구의 권한과 위치 등 중요한 것에서부터 사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들이 남아 있다. 다음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군사분야와 정치분야에서는 꽤 진전이 이루어졌고 합의도 이루어졌지만 경제적 통합을 이룰 수 있을 만큼 동서 유럽국가들간의 경제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만일 동유럽의 경제 사정이 혼미상태를 빨리 벗어나지 못하면 그만큼 화해와 평화,안정과 번영의 틀은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 세포분열 현상을 보이고 있는 동유럽의 민족문제도 새 질서에 위협을 줄 가능성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유럽국가들이 대소 어려운 점들을 극복하면서 파리회담에서 합의한 것처럼 신국제질서를 창조해내고 그것이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등으로 확산된다면 전후 냉전체제가얄타체제로 불렸듯이 화해의 신국제질서는 파리체제로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
  • 「첨단교통시스템…」 심포지엄 참가/민자 박태준 최고위원(인터뷰)

    ◎“「자기부상」 실험단계… 경부고속전철,「차륜형」 도입가능성” 차륜형이냐,자기정상형이냐,또는 국내기술 개발이냐,외국기술 도입이냐에 대한 첨예한 이견이 대립되고 있는 경부고속전철 문제에 대해 민자당 박태준 최고위원이 『현실성을 고려,기존의 상용화된 기술도입 쪽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혀 경부구간에 차륜형의 외국기술이 채택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박 최고위원은 20일 사단법인 녹색삶 기술경제연구원(원장 이상희)이 주최한 「첨단교통시스템으로의 대전환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기조강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피력했다. 회견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알아본다. ­5조8천억원이란 막대한 돈이 드는 경부고속전철사업에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 과학계에서는 자기부상방식의 국내기술 개발을 해나가면 차륜형의 기존기술을 들여다 설치가 끝나는 90년대말쯤의 시점에는 상용화가 가능하리라 보며 미래의 교통수단인 자기부상열차에 연구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견해는. ▲세계는 속도혁명이 일어나고 있고,우리도 좇아가야 하며 교통수단 및 교통시스템은 국가 이익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기술개발을 이룩한 선진국들에서 첨단기술 이전에 점점 인색해지고 있다. 우리의 기술분야 연구투자가 늘고 있지만 총량면에서 볼 때,경제대국과 비길 때 크게 차이가 난다. 고속전철 도입은 외국기술을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다. ­일본은 동경올림픽 당시 신간선을 개발,국민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자긍심을 높였다. 자기부상시스템으로 경부고속전철화를 해결할 방법은 고려치 않는가. ▲자기부상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일본의 미아자키에가 보았다. 짧은 구간에서 실험을 하고 있었고 상용화 단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우선 물자·자원수송이 절실한 이때 미래의 기술인 자기부상식보다는 레일 위를 달리는 실용기술로부터 손을 대게 되었다. 자기부상식도 물론 꾸준히 개발해 경부노선 이외의 구간에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 7차계획은 삶의 질 향상에(사설)

    정부가 발표한 제7차 경제사회발전계획의 수립지침은 발전 잠재력을 확충하고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과 형평 및 복지의 증진을 추진하며 국제화 추세에 조화를 맞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지침 가운데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은 경제계획의 궁극적인 목표가 삶의 풍요에 있다는 점에서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과거 실적 중심의 양에서 삶의 질을 중시하는 경제구조로의 전환은 경제사적인 하나의 조류이고 우리 경제의 현안으로 되어 있다. 요즘 폭넓게 논의되고 있는 정치 분권화의 또다른 표현인 경제의 형평과 복지의 추구는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인간중심의 사고에로 회귀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우리는 내년 9월까지 확정될 이 계획의 경우 삶의 질적 향상을 최우선 순위에 두기를 제의하고 싶다. 수립지침을 보면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이 두번째의 정책과제로 되어 있다. 이번 지침에서 첫번째의 위치에 있는 발전 잠재력의 확충은 과거 우리가 추진해온 불균형 발전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경제발전사적흐름이나 국민의 흥망은 일본의 발전패턴인 「경제대국」에 「생활소국」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나라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7차 계획 수립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양 중심이 아닌 질 중심의 발전모델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 계획이 질 중심의 발전모델이 되려면 양보다는 질을,능률보다는 형평을,성장보다는 분배와 복지를,물적 자본보다는 인간자본을 중시하는 사고와 철학이 계획 전면에 내세워져야 한다. 계획수립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그런 철학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고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철저하게 상대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의견을 보다 깊게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계획 수립지침에 형평과 복지 증진이 강조되고는 있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5차계획 이후 계속하여 형평과 복지증진을 강조한 바 있으나 그 성과는 별로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형평과 복지증진 시책이 그때그때의 경기동향에 의해 밀리거나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경제내각총수가 바뀌면 장기계획의 철학과비전까지 퇴색되어온 현실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두번째로 발전잠재력의 확충은 과거와 같이 정부주도나 정책지원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장경제의 기본인 경쟁에 의하여 배양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금융 및 세제지원을 통한 경쟁력 배양이라는 발상에서 탈피해야 한다. 바꿔 말해서 시장을 계획 속에 얽어매려 들지 말고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서 정부가 할일을 계획하는 발상의 일대전환이 요구된다. 세번째로 국제화에의 대응은 국제경제에서 우리의 지위향상이라는 자가발전적 모델이나 전시적 전략보다는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역할과 분담에 소홀하지 않는 수범적 모형정립이 요구된다. 또 한가지 남북통일에 대비한 과제는 경제공동체의 실현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이 과제는 북한측과 관련된 문제여서 대안제시가 무척 어렵기는 하겠지만 탄력적이고 신축적인 대응전략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 평양총리회담을 보고/정용석 단국대교수ㆍ국제정치

    ◎“남북 한 발짝 물러서야 실마리 풀린다”/북은 구속자 석방 등 내정간섭 중지/남은 「실체인정」에 매달리지 말아야/평양 변화의 징후 없어 지나치게 낙관해선 안돼 평양에서 10월16∼19일 사이 열린 제2차 「남북고위급회담은 냉랭한 분위기와 억지 웃음 속에 열렸다. 초가을 드높은 북녘하늘 아래 3박4일간 개최된 남북고위급회담 특성은 다음 다섯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로는 남북한 양측이 각기 자기측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되풀이 주장하였다는 점이다. 서울측은 지난 9월의 1차회담에 이어 이번 2차회담에서도 상대방 실체인정을 되풀이 강조하였으며 선교류ㆍ협력­후군사ㆍ정치 조정의 공식을 역설하였다. 이에 반해 평양측은 선군사ㆍ정치해결­후교류ㆍ협력 순서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평양측은 2차회담에서도 정치ㆍ군사문제 우선처리 원칙을 고수함은 물론이려니와 계속해서 내정간섭의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구속자 석방,팀스피리트 중지,유엔가입 반대 등이 그것이다. 저와 같은 남북한의 좁혀지지 않는 입장을 지켜보면서 양측의 통일접근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새삼 통감했다. 발상의 대전환이 없이는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인상을 씻을 수 없다. 북한의 통일노선은 명백하다. 북한은 자신의 체제를 폐쇄시킨 채 남한사회만을 개방시켜 「온사회의 주체사상화」 기반을 조성하자는 데 있다. 그같은 북한의 책략은 남북대화에 임하면서 남한의 보안법 철폐,팀스피리트 중지,미군철수,구속자 석방 등을 의제의 우선순위로 올려 놓자고 우기는 데서 알 수 있다. 북한이 자신의 체제는 폐쇄시킨 채 남한만을 혁명전략전술에 따라 개방하라고 요구하는 한 남북대화의 진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국가와 사회안전을 불안케 하는 요구에 남한쪽은 응할 턱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남한은 북한의 사회적 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1차에 이어 2차회담에서도 서울측은 통신 통상 통행의 3통 협정체결을 비롯,물자 및 인적 교류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남북한 사회를 동시에 개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남한의 요구대로 그들의 사회를 개방할 수 없다. 북한은 보통인간처럼 걸어다니는 김일성을 신으로 받들 정도로 우상화시켜 놓고 있다. 북한은 북경아시안게임에서도 남한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것으로 주민들을 왜곡시킬 정도로 폐쇄시켜 놓고 있다. 서울측이 저같은 북한체제를 개방하라는 것은 김일성 권력구조의 붕괴를 간접으로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이 펄쩍 뛸 것은 그쪽 논리로 보아 당연하다. 여기에 남북한고위급회담은 합리적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 북한은 남한 내정에 간섭하는 요구를 중단해야 하고 남한은 북한체제 개방을 촉구하는 것을 유보하며 상호 쉬운 데서부터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 예컨대 60세 이상 이산가족의 고향방문 우선실시,남북정상회담,남북 총리 및 군사당국간의 직통전화 가설,상호비방 중지,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단계적 군비감축 등을 차분하게 실현시켜 가는 것이다. 동시에 한국측으로서는 북한체제의 개방과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의 경제지원 방법도 모색해가야 한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북한 사회의 민주화와 개방화만이 통일의 기본요체라는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동서독의 통일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공산체제의 민주화와 개방화 없이 평화통일은 결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체제의 개방화와 민주화도 북한동포들의 자유로운 삶과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조성이 선결요건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국에 의한 북한사회의 민주화와 개방화 요구는 동족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요 의무이며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위한 인도적인 조치다. 또 북한도 언젠가는 대부분의 공산국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바와 같이 민주화되고 개방화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믿는다. 따라서 한국은 남북고위급회담의 최종목표는 북한사회의 개방과 민주화에 두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측이 교류ㆍ협력을 계속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옳다고 믿는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형편이 당장 그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때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서로 체제적 안정을 건드리지 않는 부분부터 풀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두번째로 2차회담에서 드러난 특색은 서로 상대편 주장을 정면으로공격하고 나섰다는 데 있다. 1차회담의 경우만 해도 강영훈 총리는 처음 남북 총리간의 회동인만큼 되도록 상대편을 불편하게 몰아붙이는 언행을 삼갔었다. 그러나 연형묵 북한 총리를 비롯한 북한측 대표단은 처음부터 보안법 철폐니 구속자 석방이니 하는 따위의 내정간섭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나섰다. 그런데 이번 2차회담에 임하는 강 총리의 자세는 달랐다. 그는 북한이 『남조선 혁명』 노선을 포기치 않는다면 남북고위급회담의 『원만한 진전』을 기대할 수 없고 『화해협력도 결코 이룩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그밖에도 강 총리는 북한이 통일을 명분으로 『범법자 석방 운운하는 내정간섭적인 요구를 한다면 우리측도 귀측의 내부문제에 대해서 할말이 많다』고 맞섰다. 한편 북한의 연 총리도 남측 제안의 모순성을 장황하게 열거하고 나섰다. 특히 그는 『체육선수들과 음악가들이 판문점을 넘나들게 된 오늘날에 와서까지 방북인사들을 감옥에 가둘 수는 없을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또한 2차회담에서는 남북한이 서로 상대편 제안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섬으로써 양측의 기본입장을 명백하게 노출시켰다. 서울측은 평양측의 「남조선 혁명」노선 포기를 직선적으로 요구하면서 상호 「실체인정」을 촉구하였다. 여기에 반해 연 총리는 『서구라파식의 통일과정이나 동서독식의 통일과정을 모방하려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강변하였다. 이어 그는 서울측의 실체인정 요구는 『분열을 지속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세번째로 평양회담에 관해 특기할 사항은 북한의 국가주석 겸 노동당 총비서인 김일성과의 만남이다. 강 총리를 비롯한 한국측 대표단과 김이 10월18일 대좌,악수를 교환한 것이다. 강 총리는 김 주석에게 정상회담을 조속히 실현하자고 제안하였고 김 주석은 총리회담 진전의 성과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다고 답변하는 데 그쳤다. 18일 저녁 TV를 통해 김일성과 강 총리 일행과의 대화장면을 지켜보는 한국인들의 마음은 착잡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바로 김일성 그 사람이 6ㆍ25를 저지른 장본인이라는 데서 어딘가 섬뜩한 느낌을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국 총리와 북한의 국가주석이 만나 통일문제를 얘기했다는 것은 진일보의 새로운 국면으로 보아 무방하다. 네번째로 빼놓을 수 없는 2차회담의 특성으로서는 남한쪽의 「현실인정」 「실체인정」 「체제인정」 등의 되풀이 요구이다. 남북고위급회담에서의 문제점은 북한이 남한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데 있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은 고위급회담에 임하고 있으며 북한 총리가 남한 대통령과 면담했고 남한 총리 또한 북한 국가주석과 회담하였다. 이같은 공식회담 진행과 상대편에 대한 공식 명칭ㆍ호칭은 국제법상 「사실상의 인정」 행위이다. 그런데도 한국측은 회담도중 연거푸 「실체인정」을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북한의 재가를 받아내려 애쓰는 인상을 금치 못하게 하였다. 사실 실체인정을 받아야 할 쪽은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다. 북한은 6ㆍ25 남침을 자행한 침략자요,남한은 국력에 있어서나 수교국수에 있어서나 북한에 훨씬 앞서 있는 국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북한측에 실체를 인정하라고 졸라댄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남북고위급회담의 본질적 문제점은 실체 불인정이 아니라 북한의 남한 내정간섭에 있다. 보안법 철폐로부터 미군철수 등에 이르는 요구가 그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실체인정을 북한에 요구할 것이 아니라 내정불간섭을 강력히 촉구했어야 옳다. 다음 3차회담에 이점 유의하기 바란다. 다섯번째로 2차 고위급회담과 관련,지적되지 않을 수 없는 항목으로서는 회담성과에 대한 지나친 낙관적 해석이다. 평양에서 17일 1차회담이 끝난 뒤 한국측 대표단은 북측의 자세가 전진적 변화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그같은 변화징후는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측이 회담결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든다는 것은 국민적 기대감에 부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회담결과에 대한 평가는 문자 그대로 실체평가로 그쳐야 한다. 실체 이상 장미빛으로 분석할 때 그것은 진실에 관한 왜곡이요,결과는 국민적 좌절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 군의 민주화와 새 위상 확립/건군 42주년 국군의 날에(사설)

    우리 군의 면모가 바뀌어가고 있다. 한때 팽팽한 찬반논의를 불러 일으켰던 군조직개편이 이뤄졌고 국방공무원제 도입이 검토되는 등 국방행정의 문민화가 시도되고 있다. 군이 왜 불신을 받는지 현역장성이 솔직히 자문하는 내용의 글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필자는 「군위상 확립의 길」이라는 글에서 『군이 그간 국가발전을 위해 큰 공헌을 했음에도 군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굴절되고 부정적이며 불신이 팽배하여 좀처럼 씻겨지지 않을 골이 패어 있음을 숨길 수 없다』고 전제하고 다섯가지 원인을 꼽았다. 그 글 내용에 대해 여타의 군장교들이 군개혁의 당위성을 대변한 것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고 전해졌었다. 그러한 몇몇 현상들이 모두 예상되는 주한 미군의 감축 등 안보여건의 변화와 국민의식 개혁의 추세에 부응하고자 하는 군의 적극적인 대응자세라 여겨져 국민적 공감을 얻은 바 있다. 또한 민군의 안보공감대 조성을 위한 새로운 자세와 결의의 천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군도 이른바 「신사고」 또는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시대가요구하는 태세를 확립하는 일은 국민적 요청인 동시에 오늘 우리 국군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임을 군 스스로가 자각한 결과인 것이다. 제42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건국 40여년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 군은 6·25전쟁에서 보여준 자기희생과 그 후의 국가안보 및 국토건설에의 참여,그리고 숱한 대민지원사업 등으로 국가와 국민에 많은 공헌을 해왔음에 틀림없다. 지난번 수재 때 군이 보여준 구조활동과 복구사업을 통해서도 국민은 평상시의 군의 역할을 새삼 평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군의 현역장성이 지적한 바 민과 군 사이에 패어 있는 「깊은 골」은 무엇을 얘기하는가. 흔히 군과 민은 고기와 물에 비유된다. 오염된 물 속에서는 고기가 살기도 어렵지만 물을 떠난 고기는 더욱 생각할 수 없다. 군자체로부터 민군 사이의 깊은 골이 인식됐다는 것은 군이 민심으로부터 멀어지게 됐고 국가민족에의 기여에도 불구하고 군 본연의 전문화·직업화·중립화에 만전을 기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되는 것이다. 요컨대 형식논리와 실제면에서 모두 「군민관계」가「민군관계」로 위상 확립돼야 한다는 군의 자각과 성찰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군의 민주화 및 정치로부터의 중립을 보장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군인복무규율 개정안」(대통령 령)과 「국군병영생활 규정안」(국방부 훈령)을 국방부가 확정한 것은 시대흐름에 비춰 적절한 조치였음을 지적할 수 있다. 군의 민주화와 정치적 중립에 대한 요구는 「5·16」 「12·12」 「5·17」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개입」이 빚어낸 부정적 결과에 대한 국민적 반응이었다. 제6공화국에 들어서의 민주화 과정에서 이같은 과거에 대한 반성과 개혁의지는 민군 양쪽으로부터 제기되었다. 특히 금년 초 육군참모총장이 「지휘서신」이나 「새 위상 확립에 관한 결의」를 통해 과거에 대한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전제로 국민의 진심어린 신뢰를 받는 군으로 환골탈태할 것을 다짐한 바도 있다. 국민들은 그러한 군의 의지를 시대정신과 국민의사에 합치되는 것으로 믿고 환영했던 것이다. 이제 시대는 민주를 구가하고 있다. 국민도 자율과 자유의 토대 위에 서있다.사회는 엄청나게 다양화하고 있고 화해와 공존의 세계가 눈앞에 전개되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국군은 나라의 방패다. 외침으로부터 국토를 수호할 국군없이는 국가는 존립할 수 없고 국민도 온존할 수 없다. 국가안보의 핵심으로서 군의 이러한 기능역할은 시대상황에 따라 전술기능상의 발전과 외형적 변모는 있을 수 있어도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는 없다. 더욱이 우리는 국민 개병제이다. 국민중 성인남자는 거의 모두 군복무를 했으며 또 하고 있다. 제복의 민이 군이 되는 것이고 제복 벗은 군이 곧 민이 되는 것이다. 국군은 그만큼 국민과 친숙하며 국민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 격년제로 시행되던 국군의 날 행사가 올해는 시대추세에 맞춰 대폭 변모됐다는 점에서도 우리는 군의 자기개혁 의지를 읽게 된다. 그 변모를 놓고 언론들은 종전의 군위주의 「위력과시」형에서 탈피,국민들이 대거 참여해 함께 어우러지는 「국민축제」형으로 바뀌었다고 표현한 바 있다. 군의 바람직한 새 위상을 보는 듯해 마음 든든한 것이다. 새로운시대는 새로운 행동을 요구한다. 남북한 관계의 변화,국제정세의 변화 등 새로운 환경에서 군은 국민의 군대로서 더욱 아끼고 신뢰받고 사랑받는 존재가 돼야 한다. 그 속에서 군은 강해지고 국민의 참다운 민주국군상이 다져지는 것이다. 건국 42년의 막강한 우리 국군을 사랑하고 신뢰하고자 하는 것이다.
  • 소 혁명 70년만에 자본주의 실험 본격화

    ◎최고회의 「경제개혁안」 채택의 의미/국유재산 매각ㆍ소규모 기업 사유화/시장경제 도입… 값 자유화 전면 실시/물가불안ㆍ실업 등 도사려 시행엔 “산넘어 산” 「5백일 계획」으로 불리는 급진경제개혁안이 최고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소련은 사회주의혁명 70여년만에 다시 자본주의 경제원리를 대폭 수용하는 역사적인 대전환을 이루었다. 스타니슬라프 샤탈린이 입안한 개혁안을 기본골격으로 하고 리슈코프총리의 온건개혁안을 약간 절충해 만든 이 개혁안은 토지의 사유화를 포함한 시장경제원리의 도입과 정치적으로 15개 연방공화국에 경제주권을 대폭 이양하는 탈크렘린화를 주내용으로 담고 있다. 볼셰비키 혁명의 대의가 토지국유화,모든 생산수단의 국유화,그리고 민족ㆍ계급을 초월한 단일 소비에트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의 창설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개혁안 채택이 갖는 의의는 가히 역사적이라 할만하다. 최고회의 1차 투표에서 통과된 절충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샤탈린이 제출한 급진개혁안의 정신이 거의 90%이상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세부적인 시행규칙과 시행시기 등은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1차 최고회의 표결 결과가 찬성 3백23,반대 11표로 나타난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급진개혁안의 채택은 거의 기정사실화한 것 같다. 샤탈린안을 토대로 해서 본다면 이번 개혁안은 본격적인 시장경제체제 도입을 위해 5백일간의 시행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1백일까지 공화국간 경제개혁위가 구성돼 개혁일정을 조정한다. 따라서 기존 경제부처는 사실상 기능이 정지된다. 그리고 국가자산의 매각과 농민에 대한 토지매각이 시작된다. 그동안 가장 논란이 돼 왔던 부분이 바로 토지매각이다. 사회주의 혁명의 기본정신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토지 사유화를 싸고 「이념적으로 고려된」 여러 절충안이 제시됐다. 그중의 하나가 23일 발표된 토지종신보유제이다. 고르바초프의 경제보좌관인 니콜라이 페트라코프가 제시한 이 안은 「사유」라는 표현만 피한 채 토지의 상속권까지 인정한다고 돼 있다. 이 안은 또한 초기단계에서 군ㆍKGB 등의 예산을 줄이고 대외원조의 76%를 삭감,국가세출 규모를 대폭 줄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미국식 연방준비은행을 설립,민간 상업은행과 함께 은행제도를 2원화한다. 2백50일까지는 가격자유화를 전면 실시하고 소규모 기업의 절반을 일반에 매각한다. 4백일까지는 제조산업의 40%를 매각하고 자본자유화를 전면 실시한다. 마지막으로 5백일까지 제조업체의 70%,건설ㆍ소규모 기업의 90%를 사유화하기로 돼 있다. 소련경제가 처한 현 상황은 사실 이런 급진개혁안의 도입으로도 회생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미 컨설팅회사인 플랜이콘사 조사에 의하면 소련의 연간 총생산량은 매년 3%씩 감소하고 있다. 여기다 그동안 실시해온 부분적인 개혁정책으로 각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무리하게 임금인상을 단행,엄청난 통화가 시중에 나돌아 인플레가 위험수준에 와 있다. 그 결과 최근 인플레는 연 10%선에 육박해 있다. 샤탈린안은 국유재산의 매각을 통해 시중의 돈을 흡수하고 세출을 줄이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급진개혁 도입의 충격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예를 들어 과연 1백일안에 어떻게 은행체제의 2원화가 이루어질 것인지,그리고 물가인상에 대한 불만,실업문제 등을 어떻게 극복할지 여전히 회의적이다. 샤탈린안이 시행될 경우 실업발생률은 초기에 5천만∼1억명선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이번 급진안과 온건개혁안 사이에서 수차례 지지와 번복을 되풀이한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어느 쪽도 현 소련 경제위기해결에 대한 모범답안이 못 된다는 데에 소련의 문제가 있다. 고르바초프가 중재한 절충안이 채택된 셈이지만 리슈코프 총리는 이미 사임을 공언한 상태여서 앞으로 크렘린은 또 한차례 정치적인 혼란을 겪을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만한 일은 몇차례 오락가락했지만 고르바초프가 결국 샤탈린안을 기본으로 한 절충안을 제시,통과시킴으로써 급진개혁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잡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연방 각공화국의 주권회복에 기초한 새연방체제 구성과 시장경제화를 적극 주장하고 있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의장의 개혁요구 목소리가 앞으로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고르바초프로서는 현재 소련국내의 분위기로 보아 현실적으로 이들과의 협조 외에 다른 길을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다. 급진개혁안 채택으로 소련은 이제 점진ㆍ보수의 「제동장치」를 포기한 셈이 됐다. 그것이 과연 소련을 살리는 길이 될지 아니면 후퇴를 가속화하는 길이 될지 지금은 누구도 점치기 힘든 어려운 상황이다.
  • 한국정치 「대결구도」 벗어나야 한다/민주정치 정착을 위한 특별좌담

    ◎다원시대 맞춰 전향적 통일정책 펼때/“70% 넘는 중산층” 대변할 정당 나와야/세대교체돼야 개혁 가능… “물러가라”식은 곤란,여건 성숙 기다리는 슬기를(서울신문 광복 45주년 특집) 광복 45주년을 맞아 그동안 우리 정치가 걸어온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오늘의 정국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치상을 원로,여야 정치인,학자 등 4자대담을 통해 진단·평가해본다. 지난 45년간 우리 정치에서의 명과 암은 각각 무엇이며 오늘날 우리가 서 있는 시점은 어떤 상황이며 또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습은 어떠한 것인지를 정리했다. □참석자〈가나다순〉 나종일〈경희대대학원장〉 송원영〈전 국회의원·5선〉 최기선〈국회의원·민자당〉 홍사덕〈민주당부총재〉 △나종일교수=우리가 일본통치에서 해방된 지 45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45년간 제약과 난관도 많았고 심지어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는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45년 당시 우리와 형편이 비슷했던 나라들의 발전상과 현재 우리의 발전된 모습을 비교해보면 나름대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비교·평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송원영 전의원=정치가 정체됐다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해방후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암살같은 비인도적 행위는 사라졌다는 점에서 크게 나아졌다고 봅니다. 해방직후인 45년 12월 송진우선생에 이어 장덕수·여운형·김구선생 등이 백주에 권총으로 살해됐지요. 이승만박사도 두번이나 암살을 모면했습니다. 이제는 그런 일들은 정리된 듯해요. 또 이박사가 남조선 단독정부수립의 필요성을 47년도엔가 밝힌 것으로 생각되는데 당시 극도로 이데올로기의 대립상을 보였던 세계정세를 감안할 때 어쩔 수 없었던 선택같았습니다. 단독정부라도 세우지 않으면 어디로든지 빨려들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아직도 단독정부수립의 공과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나름대로 평가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교수=해방후 좌우이념투쟁에 이어 전쟁도 겪었고 60년대이후에는 빠른 경제사회변혁이 있었습니다만 심한 부정선거양상이 사라졌다는 것도 한 특징이 되지 않겠습니까. △송 전의원=부정선거 양상이 근절됐다고 얘기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제헌국회의원 선거는 미 군정이 관할했었는데 상당히 공정하게 치러졌고 2대까지도 그 전통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3·4대에 이르러 환표등 부정행위가 노골화되었고 3·15 부정선거가 타락의 극치였다고 볼 수 있지요. 그 뒤 많이 좋아지긴 했으나 제헌선거에 비하면 나아졌다고 단정짓긴 어렵습니다. ○주권의식 확고해져 △최기선의원=해방당시 절대빈곤의 처지에 빠져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와 중국의 상황이 비슷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당시 수많은 농민이 굶어죽는 상황에서 대지주의 수탈이 계속됐고 이에따라 공산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를 택했지요. 지난해 중국에 가봤더니 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우리와는 굉장한 격차가 벌어져 있는 것같았습니다. 우리의 발전상을 실감할 수 있었으며 공산권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에 있어 지난 45년은 권위주의·봉건주의에서 탈피하는 시대였다고 봅니다. 지난 87년의 6·29 선언도 국민적 의지에 절대권력을 가진 정권이 손을 든 것으로 파악되며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란 인식이 확고해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민족자존및 자주의식이 고양되고 있는 것도 큰 변화입니다. 최근의 용산 미군기지 이전,한국 군작전권 이양 등이 그 실례이며 최근 미국의 우리에 대한 태도도 상당히 달라졌음을 느끼게 됩니다. 통일문제에 있어서도 과거의 무조건 반공주의에서 벗어나 남북화해등 전향적 통일추구 자세로 돌아선 것도 눈에 띕니다. 한마디로 현재 상황은 권위주의적·외세의존적 자세에서 벗어나는 대전환기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나교수=태평양전쟁이 끝나기 2년전쯤 미 국무부와 영 외무부가 공동으로 전후처리문제를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영측 연구는 유명한 역사학자 토인비가 주도했는데 세계 각지에서 얻은 정보의 분석결과 한국은 근대국가의 경험이 없고 분파주의의 정치행태가 심하므로 당분간 신탁통치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토인비의 얘기가 얼마나 옳았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에게 근대국가 경험미숙,분파주의외에도 제약요인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우선 굉장히 가난했습니다. 47년인가 이승만박사가 하와이 동포에게 독립정부 준비자금 1만달러 지원을 요청한 사실도 있었습니다. 돈이 있어야 여유있는 정치를 할 수 있을텐데 그러지를 못했어요. 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유엔의 지지로 찾으려 했던 것처럼 외세의존도가 너무 높았고 이념대립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던 것도 발전의 큰 제약이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회·경제분야 등에서 일부 소외계층도 생겼고 단독정부가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때 우리와 비슷했던 나라들이 겪어온 길을 보면 우리가 모두 나빴다고 말하기도 어렵지요. ○사회·경제보다 뒤져 △홍사덕부총재=민주주의는 산업사회에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볼때 해방이후 우리의 가장 큰 성공은 산업발전을 이룩했다는 것입니다. 해방 당시에는 5인이상 기업체가 1만여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전체인구의 75%가 월급쟁이 혹은 월급쟁이가 부양하는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확고한 기초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우리 정치의 가장 큰 실패는 이들 월급쟁이가 자신의 정치이해를 표현하는 기회가 봉쇄돼 있다는 것이지요. 호남출신 월급쟁이와 영남출신 월급쟁이가 서로 하나라는 인식을 갖지 못하게끔 지방주의·분파주의가 제도화 됐다든지 이데올로기에 착색되어 자신들의 이해표출을 올바르게 하지 못하게 됐다든지 하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앞으로 진정한 정치근대화를 위해서는 이들 월급쟁이가 정치적으로 뭉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교수=산업화의 성공을 통해 국가영역과는 다른 사회영역이 상당히 확장되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겠지요. 이전보다 정부통제영역이 상당히 축소되어가고 있으며 6·29 선언도 이런 사회적 배경을 깔고 나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정치분야에서의 성취가 사회·경제분야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많아요. △송 전의원=정치의 정체 내지 후퇴의 근본요인은 집권자가 법을 안지킨 때문이라고 봐요. 이박사나 박정희씨가 무리하게 정권연장을 하려한 데 대한 반작용이 야당의 의원직 사퇴등 후진적 정치행태를 계속 이어가게 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65년 한일협정 체결에 반대,야당의원들이 총사퇴했다가 일부는 번의하기도 했는데 현재 야당의원들의 사퇴서 제출사태도 그때와 비슷한 듯해요. 이것은 결국 정치가 정체되어 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의원직 사퇴라는 일이 외국에서는 절대 없습니다. 우리도 사퇴서를 내면서 진짜로 사퇴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의원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사퇴서를 낸다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일인데다 정부·여당도 그것을 수리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홍부총재=저는 송선생님과 견해를 조금 달리 합니다. 사퇴서 제출은 다른 방법이 없는데서 나온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종전에 단순한 제스처로 사퇴했던 분들은 어쨌는지 모르지만 이번에는 원래 뜻이 관철되지 않는 한 번복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또 그것을 기대합니다. △최의원=해방이후 우리 정치는 독재냐 민주화냐 하는 대결논리에서 정권타도 투쟁이 그 핵심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다양하고 복잡다기해진 사회에서의정치는 투쟁만으로는 되질 않습니다. 각계각층의 이익이 상충되는 상황에서 절대악도 절대선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에서 반독재투쟁시대는 지나갔다고 보며 건전한 정책대결로 국리민복을 추구해야 될 시점이라 봅니다. 미소가 적대·대결관계를 청산하고 탈이데올로기의 기치아래 화해·협력하고 있는 마당에 좁은 국내에서 투쟁·대결구도를 마냥 지속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의원직 사퇴서제출은 신중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선택해준 신분이기 때문에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하기 싫다고 그만두는 자리가 아닙니다. 또 이 상황의 의원직까지 던질 상황인가에 대해서는 제자신 여당에 몸담기전 상당한 야당생활을 했음에도 도저히 납득이 안갑니다. ○힘센 편이 더 큰 책임 △나교수=양측에서 보면 서로 할 말이 있을 것입니다. 여권에서 보면 역시 날치기통과를 할 수밖에 없게끔 야당이 상황을 유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판단할 때 힘센 사람이 책임도 더 느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형제간에 싸움이 일어나더라도 형에게 더 많은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송 전의원=앞서 정치발전이 안되고 있다는 지적을 한 것도 이런 것을 두고 말한 것입니다. 65년 한일협정때 의원직 사퇴서제출 파동을 언급했습니다만 당시 지구당에 사퇴서를 내면 자동적으로 의원직 사퇴가 이뤄지는 데도 지구당에서는 사퇴서를 접수만 한 뒤 사퇴서를 떼어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사퇴서를 낸 의원들은 자신을 속이고 지역구 선거주민들을 속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또 다시 벌어지고 있는데 뭔가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사퇴서 제출과 같은 의회투쟁방식은 절대 지양되어야 합니다. 또 지난 임시국회때 여야가 좀더 사려깊게 지자제법안문제등을 다뤘다면 오늘날과 같은 대립양상은 피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느껴집니다. △나교수=그럼 이제 앞으로 우리 정치에 대한 전망을 좀 해 주시죠. 우리 정치가 제 모습을 갖고 주어진 여러과제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떻게 모색될 수 있을지 말씀해 주십시오. 항간에 제기되고 있는 개헌문제,세대교체문제,통일문제 등과 연계해 풀어나가 볼까 합니다. ○「길드정당」 벗어나야 △홍부총재=우리 정치가 본래의 모습을 갖추려면 우선 정당정치가 당연히 지녀야 할 모습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당은 수공업시대의 기술자와 직공관계와 같은 길드(Guild)정당과 부당하게 만들어진 권력을 지키기 위한 정당,2가지 뿐이었습니다. 전체 국민의 75%를 차지하는 셀러리맨들의 이익을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이 시간까지 존재하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정치가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바람직한 모습의 정당이 나타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갖추어지고 정치길드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물러나는,즉 인적청산이 이뤄지면 우리의 정치문화도 한단계 높게 발전할 것입니다. 또 그래야만 사회내부의 점진적 개혁도 가능하고 그 바탕위에서 진정한 평화통일문제등도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의원=지금 시점은 세계적인변혁의 시대로서 국내적으로도 급변하는 상황속에 있습니다. 현정국상황등과 관련해 3당합당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지만 앞으로 국가보안법·안기부법 등 안보관련법안에 대한 과감한 개폐와 지자제법안 처리등을 통해 여권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시킬 것입니다. 야당도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반독재투쟁의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다양화시대에 맞는 정책대안을 제시하는등 국민들에게 수권능력을 갖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할 것입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국회나 법정등에 나서 증언을 하느냐 하는 등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도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소외계층에게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느끼게 하고 풍요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제 여야가 한발짝씩 물러서서 타협의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정치적 투쟁과 대결의 시대가 마감되는 상황변화가 이뤄졌는 데도 투쟁과 대결구도를 계속 지속해나가길 원하는 인물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다양화되고 평화의 시대를 담당할 세대가 나와야 할 때라고 봅니다. ○세대교체론 신중을 △송 전의원=세대교체문제가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새로운 정치를 지향한다고 주장하려면 당연히 3김씨의 퇴진이 전제가 돼야 합니다. 그러나 세대교체문제는 현재 우리의 정치적 어려움이나 국내외여건등을 고려,신중하게 거론돼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나교수=정치인이 물러난다,물러나지 않는다 하는 문제는 주변의 명분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을 하나 길러내는 데도 오랜 시간과 경륜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영국사람들은 정치인 한명이 나오려면 3세대가 걸린다고들 합니다. 오랫동안 정치를 했고 시대에 맞지 않으니 이제 그만두라는 식의 발상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역시 여건이 성숙되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홍부총재=4반세기 전부터 대권쟁패를 해온 사람들이 세대교체주장을 무산시키기 위해 무한 방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측에서는 무한공격을 할 경우 나라가 어지러워질 것이기 때문에 지난 대통령선거이후에도 무한공격을 삼가해온 것입니다. 따라서 언제까지 무한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3당통합도 무한방어의 한 편린이라고 생각합니다. △송 전의원=최근 개헌문제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습니다만 이 문제는 총선때 묻는 것이 원칙이라고 봅니다. 3당통합으로 의석수를 인위적으로 개헌선인 3분의2를 확보한 뒤 개헌을 강행한다는 것은 일반 상식으로도 용인될 수 없습니다. 개헌의지가 있다면 총선이후에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정리=최태환·이목희기자〉
  • 「선언적의미」에 그친 대소 경협/G7 정상회담 무얼 남겼나

    ◎군축등 전제조건 내세워 공동경원 불발/「대중제재 완화」관철로 일 위상 크게 높여 서방 7개선진국(G­7)정상회담은 대소관계의 역사적 전환이라는 국제관계의 새장을 열고 11일 그 막을 내렸다. G­7정상들은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경제개혁을 지지하고 악화되고 있는 소련경제를 지원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함으로써 지난주 나토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대소전략의 기본적인 개념전환과 함께 소련을 적이 아닌 하나의 파트너로 보는 철학의 대전환을 이룩했다. 소련도 휴스턴 G­7정상회담 결과를 환영한다고 밝혀 서방국가들과 협력할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소련을 완전히 신뢰할만한 이웃으로 생각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부시미대통령은 『소련은 민주화를 위해 더 많은 변화를 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수많은 소련미사일이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앙금처럼 남아있는 소련에 대한 불신은 이번 회담의 최대 이슈였던 대소 경제원조 문제에도 잘 나타났다. G­7 지도자들은 소련경제에 대해즉각적인 기술지원 제공에는 쉽게 합의했으나 직접적인 금융지원에는 이견을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은 『소련에 대해 개별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그 나라의 자유』라고 밝혀 서독등의 대소차관제공등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G­7정상들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 하여금 6개월간 소련경제를 진단한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소지원 문제를 최종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G­7정상들은 또 하나의 주요 의제였던 농업보조금문제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 지난 4년이상 미국과 유럽공동체(EC)간에 심각한 마찰을 빚어왔던 농업보조금 삭감원칙에 극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EC국가들은 삭감대상에 수출지원,국내가격 및 수입장벽 등 3개 부문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수용했다. 이는 농업보조금 철폐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우루과이라운드(세계무역자유화를 위한 다국간협상)의 연내 타결 전망을 밝게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보조금삭감의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방법에는 아직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실무협상에서 또다시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국가들은 특히 보조금을 철폐할 경우 수천명의 농부가 실업자로 전락할 것을 우려,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G­7정상들은 환경문제에 대해 삼림지역의 보호,오존층 파괴물질의 사용제한 등 원칙적인 대전제에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핵안전문제를 환경보존 차원에서 논의했다. 이번 회담에서 대소경제지원 만큼이나 주요 의제가 됐던 것이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조치 해제문제였다. G­7정상들은 경제제재를 해제하지는 않았지만 완화할 의사를 밝히고 세계은행의 대중국 차관 증대방안을 모색키로 합의했다. 이는 일본의 강력한 요구에 의한 것으로 G­7회담에서 일본의 위상이 크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면서도 G­7회담에서는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 있었으나 이번에는 그 위상을 크게 신장시켰다. 가이후(해부)일본 총리는 특히 G­7회담이 세계적인 회담이 되기 위해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일본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이제 세계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하나의 경제권으로가는 시대에 접어 들었음을 보여주는 역할을 해냈다고 할수 있다. ◎폐막성명 요지 ▲소련경제에 대해 기술적인 지원을 즉각 제공한다. ▲추가적인 대소경원을 위한 제1단계 조치로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소련경제에 관한 연구를 금년말까지 완료토록 한다. ▲우루과이 라운드 국제무역협상의 모든 분야에서 농산물ㆍ서비스교역의 자유화,특허권ㆍ저작권 등과 같은 지적 소유권의 보호 등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이룩토록 한다. ▲모든 형태의 농업보조금에 대한 근본적ㆍ점진적 감축 ▲무역회담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정치적 지도자 역할을 수행할 것임을 G­7정상들은 약속한다. ▲유엔의 후원하에 대기온도 상승문제를 다룰 기초회의 개최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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