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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국토기행] 강원 삼척시

    [新국토기행] 강원 삼척시

    강원 삼척시는 험준한 태백산맥과 넓고 긴 해안선, 많은 항·포구를 간직한 천혜의 관광지다. 여기에 수많은 계곡과 깨끗한 백사장,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해변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한다. 5억 3000만년 전에 생성된 환선굴과 대금굴은 삼척에 신비로움까지 선사한다. 두타산 정기를 이어받고 오십천 맑은 물이 죽서루를 감돌아 동해로 흐르는 곳을 터전 삼아 제왕운기의 자주정신과 호국정신을 이어 온 유서 깊은 고장이다. 태백탄전과 동해공업지역의 연계 교역지로 지하자원, 수산자원, 관광자원이 풍부해 한때 산업의 근간이 되기도 했던 고장이다. 올 상반기에 삼척~동해 간 고속도로가 개통하고 2018년 포항~삼척 간 동해선 철길까지 완공하면 사통팔달 교통 요지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지역 경제에 생기를 줄까 벌써 기대에 부풀었다. 강원 최남단에 진주처럼 남아 있는 삼척의 속살을 들여다보자. 삼척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볼거리 ●관동팔경 제1루 죽서루 노래한 詩 500수 넘어 관동팔경의 제1루 죽서루(보물 제213호)는 삼척시 서쪽을 흐르는 오십천이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자리잡고 있다. 조선 태종 3년(1403년) 삼척부사 김효손이 옛터에 중창한 뒤 지금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중수하거나 증축했다. 죽서루는 하층이 17개의 기둥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9개는 자연석에 세워졌으며 8개는 넓은 바위를 기초석으로 건립돼 건축사적 특성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건물 상층부는 20개의 기둥에 의지해 팔작지붕으로 덮였다. 죽서루 난간에 기대어 멀리 바라보면 서쪽으로 백두대간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아래로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 오십천의 푸른 강물이 휘감아 돌아 흘러 예부터 많은 시인 묵객 및 화가들이 끊임없이 찾아 죽서루를 노래했다. 현재 알려진 시는 500수가 넘는다. ●고려 마지막 왕이 잠든 공양왕릉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태동이 시작된 곳이 삼척이다. 고려의 마지막 왕 공양왕이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 일파에 의해 교살됨으로써 고려의 국운이 삼척에서 끝을 맺는다. 강원도 기념물 제71호인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공양왕릉에는 왕자 왕석과 왕우, 그리고 시녀의 무덤이 함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공양왕과 그의 추종자들이 살해된 곳이 살해재이고 이곳에 한 달이 넘게 핏물이 흘렀다. 궁촌은 임금이 계신 마을이라는 데서 유래됐다. 이성계가 삼척 땅에서 공양왕을 살해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삼척은 조선의 건국이 시작된 곳이다. ●조선 왕실 가장 오래된 선대 묘 준경묘·영경묘 이성계의 5대조이며 목조(이안사)의 아버지인 이양무 장군 묘가 준경묘다. 조선 왕실의 가장 오래된 선대 묘로 그 터는 왕기가 서린 천하의 대길지로 조선왕조를 태동시켰다는 ‘백우금관(百牛棺) 전설’(100마리 소 대신 흰 소, 금관 대신 보리짚으로 관을 만들어 사용)이 전해진다. 이양무는 본래 전주의 호족이었다. 당시 향촌 사회를 붕괴시키는 고려 정권에 대한 불만이 관기 문제로 촉발되자 이를 계기로 170여호의 자기 세력을 이끌고 삼척에 정착했다. 이양무는 1231년(고려 고종 18년)에 죽었다. 이들은 의주로 이주하기까지 삼척에서 17년여간 살았다. 이양무 부인의 묘가 영경묘다. 역사성뿐만 아니라 풍수지리적 가치 등 중요한 학술 가치를 인정해 강원도 기념물에서 2012년 사적 제524호로 승격됐다. ●물과 5억년 시간이 빚은 환선굴·대금굴 물과 오랜 시간이 빚어낸 삼척의 동굴은 모두 55개로 대이리 동굴지대(천연기념물 178호)를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개방한 동굴은 환선굴과 대금굴이다. 동굴 생성 시기는 고생대(5억 3000여만년 전)로 알려졌다. 동굴 내부에선 에그프라이 석순, 곡석, 종유석, 동굴진주 등 기기묘묘한 동굴 생성물이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지하에는 근원지를 알 수 없는 많은 양의 동굴 수가 흐르고 있어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폭포와 동굴 호수가 형성돼 있는 게 특징이다. 백두산 천지를 닮은 천지연, 비가 오면 높이 2m까지 뜰 수 있도록 설치한 용소부잔교, 높이 8m의 비룡폭포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140m의 인공터널을 지나 동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덕항산 절경과 주변의 생태공원, 전나무 숲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어촌민 생활 느낄 수 있는 해신당공원 동해안 유일의 남근 숭배 민속이 전해 내려오는 해신당공원은 어촌민의 생활을 느낄 수 있는 어촌민속전시관, 해학적인 웃음을 자아내는 남근조각공원 등으로 구성됐다. 또한 공원을 따라 펼쳐지는 소나무 산책로와 푸른 신남바다가 어우러져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웃음 바이러스가 넘쳐나는 동해안 최대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동해안 따라 5.4㎞ 삼척해양레일바이크 삼척해양레일바이크는 일제강점기, 삼척에서 나오는 지하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삼척에서 포항까지 철로를 놨다가 해방이 되면서 중단한 것을 삼척시에서 2010년 관광자원화한 것이다. 레일바이크 구간은 모두 5.4㎞에 이르며 레일바이크를 타고 가다 보면 자연스레 동해안의 경관을 즐기고 감상할 수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아름다운 길 100선 선정 된 새천년해안도로 이름처럼 새천년을 맞는 2000년에 만들었다. 새천년해안도로는 삼척항에서 삼척해변까지 4.5㎞에 이르는 코스로 바다와 산을 가로질러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 해안 절경과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관광도로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다.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졌지만 중간중간 차를 멈추고 잠깐 쉬어 갈 수 있는 소망의탑, 조각공원, 삼척해변 사랑공원 등이 있다. ●전설 깃든 조각·그림… 수로부인헌화공원 삼척시 원덕읍 임원리 남화산 정상에 있는 수로부인헌화공원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헌화가’와 ‘해가’ 속 수로부인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공원이다. 절세미인으로 알려진 수로부인은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의 부인이다. 남편이 강릉 태수로 부임해 가던 중 수로부인이 사람이 닿을 수 없는 돌산 위에 핀 철쭉꽃을 갖고 싶어 하자 마침 소를 몰고 가던 노인이 꽃을 꺾어 바칠 때 부른 노래가 4구체 향가인 헌화가다. 임해정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용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바닷속으로 끌고 갔는데 백성이 노래를 부르자 다시 수로부인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 노래가 신라가요인 해가다. 공원에는 이 수로부인 전설을 토대로 한 다양한 조각과 그림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산책로, 데크로드, 쉼터 등이 잘 갖춰져 있어 탁 트인 동해의 비경을 감상하면서 걷기 좋다. 공원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는 초대형 수로부인상은 높이 10.6m, 가로 15m, 세로 13m, 중량 500t에 달한다. 천연 돌로 만들어 관광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현재 임원항 방파제 부근에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운행 중이다. >>먹거리 ●버림받던 고기에서 금치 된 곰치 곰치는 다른 고장에서도 볼 수 있는 어종이지만 동해안의 곰치가 살이 더 부드럽고 담백하다. 잘 묵은 김치와 함께 푹 끓여 낸 곰치국은 살살 녹는 하얀 속살에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 맛 때문에 해장국으로 최고다. 곰치국은 삼척이 원조다. 옛날 고기잡이배에 큰 곰치가 걸리면 “재수 없게 제사상에도 못 오르고 값도 없는 이놈의 곰치가 그물 찢어지게 왜 이리 걸렸냐”고 푸념하며 나룻가에 버렸다고 한다. 그런 곰치가 어느 때부터인가 삼척의 대표 음식으로 전국에 소개되며 이제는 바다에서 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줘도 먹지 못하는 귀한 음식이 됐다. ●쫄깃한 속살·담백한 맛 삼척 대게 대게는 물이 차면 살이 꽉 차는 한랭성 어종으로 겨울이 제철인 음식이다. 고려 시대 문장가인 이규보는 게를 산해진미를 초월하는 맛이라고 격찬했고,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은 1600년대에 지은 ‘도문대작’에서 “삼척에서 나는 대게는 크기가 강아지만 해 그 다리가 대나무 줄기만 하다. 맛이 달고 포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고 했다. 게는 삼척말로 ‘기’이므로 게 모양의 줄을 당기는 놀이인 ‘게줄다리기’ 또한 ‘기줄다리기’로 불린다. 지난해 12월 삼척의 기줄다리기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인접지 경북 울진과 영덕의 인지도에 밀려 명성을 얻지 못하던 삼척의 대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산삼 효능 ‘삼척 장뇌산삼’ 지리적 표시제 등록 120년 전 삼척의 하늘과 맞닿은 작은 마을인 여삼리에서 한 어르신이 산삼씨를 근처 산에 심은 게 현재 ‘삼척 장뇌산삼’의 시초로 알려졌다. 현재 대략 60여 농가가 연간 1만본 정도를 생산하는 삼척 장뇌산삼은 2010년 특허청에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등록을 하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삼척시는 이를 홍보하기 위해 삼척교 입구에 장뇌 홍보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찍 따서 말린 올미역은 산후조리 인기상품 올미역은 이른 철에 따서 말린 미역으로 허균의 도문대작을 보면 “조곽(早藿)은 이른 미역으로 삼척에서 1월에 나는 게 좋다”고 기록돼 있다. 올미역은 색깔이 온통 검은색으로 요오드 성분 함량이 높아 피를 맑게 해 주는 성질이 있어 산후조리용으로 인기가 많다. ●진한 맛과 향 한잔~ 친환경 ‘삼척 머루와인’ 삼척 너와마을에서 생산하는 머루와인은 해발 600m의 육백산 청정 지역에서 재배한 친환경 머루를 사용해 맛과 향이 진하다. 너와마을 와인공장에는 구입 및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머루는 포도에 비해 5~10배 정도 많은 칼슘, 인, 회분, 안토시아닌 성분이 함유돼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장기를 튼튼하게 하는 효과, 저혈압과 고지혈증, 부인병 예방과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당신이 오카야마에 간다면

    당신이 오카야마에 간다면

    그러니까 이 모든 건 다 기차 때문이다. 일본 기차 여행이 편리한 건 여행 좀 해본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라지만,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200km 넘게 떨어진 오카야마가 이렇게 쉽게 연결될 줄은 몰랐다. 꼭 가야 할 곳이라며 기나긴 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아도 좋은 동네. 느긋한 오카야마로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This stop is Okayama첫 번째 역오카야마岡山 청명함, 단출함 그리고 느긋함 오카야마는 오사카와 히로시마 사이 세토내해와 접해 위치하고 있다. 동쪽으로 간사이 지방, 서쪽으로 히로시마와 규슈, 남쪽으로 시코쿠를 연결하는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이곳은 예로부터 교통과 물류의 요지였다. 게다가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난해 땅과 바다에서 거둬들인 수확도 풍부했다. 스스로를 청명한 고장이라 칭하는 이곳은 이름처럼 자연과 더불어 느리고 풍요롭게 발전해 온 지방이다. 그러한 오카야마로 최근 외국 여행자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어디로 발길을 돌려도 좋은 그 느긋함을 찾아서다. 오카야마시는 오카야마현의 최대 도시지만 도심 풍경은 단출하다. 서쪽 오카야마 기차역에서 동쪽으로 30여분 거리 안에 오카야마의 자부심인 오카야마성과 일본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고라쿠엔을 비롯해 다수의 미술관과 심포니홀 등 문화 공간이 흩어져 있다. 먼저 도착한 곳은 오카야마성. 영주 우키타 히데이에에 의해 1597년에 완성된 오카야마성은 아사히강을 해자처럼 두르고 솟아 있다. 본래 흐르던 강의 줄기를 바꿔 지금처럼 성을 휘돌아 나가게 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영주의 권위와 힘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키다 나오이에부터 이케다 아키마사까지 총 14명의 영주가 280년에 걸쳐 성의 주인으로서 이 지역을 관할했다. 성에서 가장 높은 6층 천수각에 올라 보면 그들이 조망하려 했던 풍광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 가능하다. 내부에는 이케다 가문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일본의 성 중 드물게 검은색을 띄고 있어 우조, 까마귀 성이라는 별명도 얻은 이곳은 1945년 세계대전 중 소실되었고, 1966년 복원해 현재 오카야마시가 관할하고 있다. 오카야마성에서 쯔루미 다리를 건너면 고라쿠엔으로 이어진다. 이바라키현의 가이라쿠엔, 이시카와현의 겐로쿠엔과 더불어 일본의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음식과 관련한 레드 가이드 외에 여행 정보를 평가하는 그린 가이드도 펴내는데, 레드와 동일하게 그린 역시 별 3개를 최고점으로 친다. 고라쿠엔은 이 그린 가이드에서 당당하게 별 3개를 받은 곳이다. 과거 영주가 찾으면 기거하는 곳이었다던 엔요테이 안쪽의 가쿠메이칸. 다다미로 칸칸이 이어진 내부의 나무문을 열어젖히니 고라쿠엔의 풍광이 바람처럼 왈칵 밀려들어온다. 나무와 물과 바람과 하늘, 자연의 조화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다. 감탄하고 있는데 거짓말처럼 두루미 한 마리가 우아하게 날아간다. 고라쿠엔의 홍보담당자 미카 사카모토씨에 의하면 고라쿠엔에는 현재 8마리의 두루미가 있는데, 이들은 매일 산책길을 걷는 등 일정한 훈련을 받고 있단다. 4마리는 아직 초보이고 훈련이 잘 된 4마리가 시간에 맞춰 공원을 우아한 몸짓으로 날아다닌다는 것. 3대 정원의 명성은 거저 얻은 게 아니었다. 약 14만2,000m2의 이 드넓은 정원은 봄의 벚꽃과 매화부터 여름의 꽃창포와 차나무,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설경까지 계절을 눈으로 맛볼 수 있다. 어디를 걸어도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드는 고라쿠엔에서 가장 좋은 뷰포인트를 꼽자면 단연 니시키가오카 언덕이다. 6m 가량 올라온 인공 언덕인데 시선을 가리는 건물이 하나도 없으니 내려다보는 전망이 고층 전망대 못지않다. ▶inside Okayama 모모타로의 전설일본 전역에서 통용되는 동화 같은 설화 모모타로 이야기가 이곳 오카야마에선 특히 자주 등장한다. 모모타로가 구술 전술된 이야기기에 이곳과 관련 있다는 역사적 증거는 없으나 오카야마가 복숭아의 고장이란 점, 유난히 물이 맑고 청명한 지역이라는 것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카야마의 상징이 되었다. 오카야마 서쪽 외곽에는 모모타로 전설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일본의 고대 왕족을 모신다는 기비츠신사도 있다. 도시 곳곳에서 모모타로의 동상과 그림을 볼 수 있으며, 특히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맨홀 위의 모모타로가 앙증맞다. 명물 전차 오카덴 오카야마시에선 이곳의 명물 노면전차 오카덴을 타 보자. 오카야마성과 고라쿠엔에 가려면 오카야마 기차역에서 출발해 시로시타 정거장에서 내리면 된다. 약 5분 남짓 소요된다. 요즘 일본에서 전차의 부활이 유행인데, 오카야마는 비록 운행 구간이 축소되긴 했지만 한 번도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100년을 이어 왔다. 전차의 부활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회학자들은 주민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것에서 찾는다. 장년층이 속도 위주의 지하철보다 전차를 훨씬 편안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쇼핑은 이온몰 일본 전역에서 만날 수 있는 대형 쇼핑몰 이온몰. 2014년 오카야마시에 개관했는데 기차역에서 도보 3분이라는 초중심지에 들어선 것이 특징이다. 지하 2층에서 7층까지 도심 속 쇼핑몰로는 꽤 큰 규모인데 패션부터 리빙, 갤러리, 다이닝까지 입점 점포도 훌륭하다. 특히 1층에 질 좋은 슈퍼마켓을 전면 배치했는데 시민은 물론이고 여행자가 이용하기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다. ●This stop is Kurashiki두 번째 역 구라시키倉敷 곳간에서 꺼낸 우아한 미관지구 오카야마시를 벗어나 오카야마현으로 여행 구간을 넓히면 입소문 1순위는 단연 구라시키다. 오카야마에서 기차로 20분이면 닿는 이곳 구라시키에는 에도시대의 건축물이 그대로 보존된 전통마을이 있다. 구라시키는 에도시대 초반부터 물류의 중심지로 번성했다. 구라시키강을 따라 쌀과 면화를 보관하기 위한 창고가 들어섰고, 물길을 따라 배들이 물건을 실어 날랐다. 구라시키라는 도시의 이름 자체가 광, 곳간을 뜻하는 ‘구라’에서 왔을 정도. 이런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바로 구라시키 미관지구美觀地區다. 역사보존지구이자 관광지인 셈인데 다른 지역과 달리 상점가 이층에 일반 시민들이 살아간다. 과거와 현재, 관광과 일상이 그윽하게 맞물려 있는 모범적인 예라 하겠다. 구라시키 기차역에서 걸어서 10분여, 미관지구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을 건너 뛴 듯 에도시대의 전통가옥과 거리풍경이 펼쳐진다. 오래된 쌀 창고를 개조한 공간에 아름다운 일상용품을 전시한 구라시키 민예관, 수백년이 넘은 상인의 집을 개조한 료칸, 옛 방적공장을 개보수한 아이비스퀘어 등은 이 미관지구를 떠받치는 장소들이다. 미관지구를 풍요롭게 하는 상징적인 장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오하라 미술관이다. 1930년 일본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설립된 오하라 미술관은 무려 3,5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 작가 목록이 모네, 로댕, 엘 그레코, 샤갈, 고갱, 모딜리아니, 르누아르, 세간티니, 피카소 등 놀랍도록 화려하다. 오하라 미술관은 구라시키에서 방적공장을 일군 오하라 마구사부로와 그가 후원했던 화가 고지마 도라지로의 합작품이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문화 후원에 관심이 높았던 오하라 마구사부로에게 화가 고지마 도라지로는 서양의 대작을 소장할 것을 권유한다. 1920년대 고지마 도라지로는 직접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 세심하게 작품을 선별했다. 이 과정에서 모네와 마티스에게서 직접 작품을 구입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구라시키의 자랑이 된 오하라 미술관은 그렇게 태어났다. 안타깝게도 고지마는 미술관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지만 그의 뛰어난 감식안과 선견지명은 지금껏 수많은 주민과 여행자들의 예술적 허기를 채워 주고 있다. 오하라 미술관에서 대각선으로 강을 건너 내려가면 아이비스퀘어에 닿는다. 붉은 벽돌로 쌓은 외벽을 담쟁이덩굴이 싸고도는 모양이 이름 그대로다. 이곳은 옛날 방직공장을 리모델링하여 호텔과 레스토랑, 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다. 1974년 완성되었는데 건물의 기본 형태는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시설을 바꾸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가미해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제로 현지 주민들의 결혼식 야외 촬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161개의 객실을 보유한 아이비스퀘어호텔 역시 과거의 기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당시 골조를 살리며 공사하느라 몹시 애를 먹었지만 그 덕분에 특유의 분위기를 이어 올 수 있었다는 평가다. 그러니까 이곳 구라시키는 과거 곳간 창고가 넘쳐나는 물류지대에서 한동안 방직공장이 즐비한 도시였다가 그 역사를 잘 보존해 오늘날 여행자를 품는 곳으로 변모된 셈이다. ▶inside Kurashiki 아기자기한 미관지구 구라시키 미관지구를 생동감 있게 하는 것은 단연 아기자기한 가게들이다. 천편일률적인 토산품 가게가 아니라 제 개성을 뽐내는 곳들이 많다. 공업용 테이프를 생산하던 회사가 이제는 디자인 중심의 마스킹 테이프를 생산하는데 이를 활용한 체험도 가능하다. 이 밖에 과거 구라시키의 직물 생산의 전통을 재현한 가게, 다양한 디자인의 향초 공방 등이 오밀조밀 이어진다. 구라시키강의 유람선3월부터 11월까지는 구라시키강을 오가는 유람을 즐길 수도 있다.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버드나무 아래서 올려다보는 미관지구의 풍광은 또 다른 맛이다. 풍요로운 반달, 무라스즈메 구라시키 미관지구에서 자주 눈에 띄는 간식은 반달 모양의 ‘무라스즈메’다. 과거 풍요로운 곳간을 상징하듯 곡물을 활용한 전통 간식이다. 구수하면서도 달콤해 자꾸 집어 먹게 된다. 반죽을 달궈진 팬 위에 얇게 펴 부치고 그 위에 팥소를 넣어 만두처럼 덮어 내는데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3개 만들기 체험 500엔. 오카야마 대표 음식들 오카야마현의 대표 음식을 나열하자면 마마카리, 문어, 기비 당고(수수경단) 등이다. 물론 대표 과일인 하얀 복숭아와 피오네 포도도 빼놓을 수 없다. 이중 청어과 생선 밴댕이에 해당하는 마마카리는 다양하게 조리해 먹는데, 초밥으로도 전채로도 인기다. 또 가쓰오부시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타코 샤브샤브, 문어밥으로 먹는 타코메시도 대표 메뉴다. ●This stop is Kojima세 번째 역 고지마幸島 청바지를 입은 도시 인구 7만2,000여 명의 작은 도시가 청바지로 인해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계단부터 개찰구까지 청바지가 수놓아져 있고, 기차 역사 밖으로 청바지가 나부끼며, 청바지 래핑을 두른 버스와 택시가 거리를 누비는 이곳은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에 있는 작은 마을 고지마다. 고지마는 일찍부터 방직·섬유산업이 발달해 한때 일본 학생복의 90% 이상을 생산했던 곳이다. 이곳에 청바지가 보편화된 건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 전역에 전파된 서양 문화와 맥을 함께한다. 그러나 고지마 관계자는 이미 그 이전 군정 시기에 미군부대를 통해 흘러들어온 청바지를 고지마의 다수가 공유하고 있었다고 회상한다.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1965년 고지마의 ‘빅존’이라는 회사가 처음으로 일본산 청바지를 생산했다. 이때만 해도 미국에서 수입한 청바지 원단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몹시 딱딱하고 두꺼워 고지마의 발달된 봉제기술로만 제조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73년부터 일본산 원단을 직접 생산하면서 뻣뻣한 청바지 원단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고지마의 장인들은 각종 아이디어를 냈다. 기계에 청바지와 돌을 같이 넣고 돌리는 ‘스톤 워싱’도 이곳에서 개발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사쿠라지마의 가벼운 화산석이 그들이 원하는 워싱을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청바지의 워싱이나 자연스러운 주름이 절로 완성된 게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인체 곡선에 더 편안하게 맞고 더 아름다운 핏을 내는가를 장인들이 고심한 결과다. 패스트 패션이 등장하면서 고지마의 청바지 브랜드도 한때 위기를 맞았지만, 고지마는 질 좋은 일본산 청바지라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한 해 입고 마는 나쁘지 않은 청바지가 아니라, 한번 구입하면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은 고급화를 추구한 것. 이는 기성품과 오더 메이드 양쪽 모두에 적용되었는데 방향 전환은 빼어난 한 수였다. 누구의 장롱을 열어도 최소 다섯 장은 들어 있을 만큼 청바지는 흔한 아이템이지만, 고작 몇 밀리미터의 차이로 핏이 미묘하고 불편한 어려운 제품이기도 하다. 고지마에서 주문할 수 있는 ‘오더 메이드 진’은 이런 개개인의 체형과 취향을 십분 이해한 세상에 하나뿐인 아이템이다. 베티하우스의 경우 가장 중요한 원단 선별과 패턴 제작부터 시작해, 벨트 레이블, 리벳, 단추, 스티치 등 소소한 부자재도 모두 선택할 수 있다. 원단도 다양해 솜을 누빈 것부터 캐시미어가 함유된 데님도 있다. 평생 패턴을 보관해 주므로 언제든 재주문도 가능하다. 품질 때문에 한 번 입어 본 사람은 다시 찾는데 일본 전역은 물론이고 한국, 중국, 대만뿐 아니라 멀리 유럽에서도 찾아온다는 게 베티 스미스의 이야기다. 인근 체험관에선 자투리 데님 원단을 활용해 핸드폰 고리나 열쇠고리를 만들어 볼 수 있으며, 아이디어 넘치는 소소한 상품 코너도 있다. ▶Travel tip 특급열차를 5일 동안 무제한으로 간사이 와이드 패스 낯선 오카야마현으로의 여행이 수월했던 건 바로 JR에서 의욕적으로 준비한 ‘간사이 와이드 패스’ 덕분이다. 간사이공항에서부터 간사이 지방이 아닌 오카야마현까지 신칸센을 포함해 특급 기차를 5일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차 패스다. 성인 기준 9,000엔(국내에서 구입하면 8,500엔)으로 일본 내국인의 단순 1회 왕복 요금보다 저렴하다. 때문에 바쁜 오사카 여행 전후로 혹은 오카야마를 콕 집어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여행이 충분히 가능하다. 오카야마 공항을 연계하는 직항편도 있지만, 보다 다양한 도시를 보고 싶다면 항공편이 훨씬 다양한 오사카 간사이공항을 통해 이동하는 방법도 괜찮기 때문. 신오사카 1회 환승을 포함해 간사이공항에서 오카야마역까지 약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JR은 또 간사이공항 인근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USJ도 연결하므로 하루를 활용해 즐기기도 좋다. USJ는 지난해 해리포터 존 개관으로 월 관람객 신기록을 갱신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 Travie writer 김정은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승무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아이언맨 vs 캡틴’ 맞장...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4월 28일 개봉 확정

    ‘아이언맨 vs 캡틴’ 맞장...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4월 28일 개봉 확정

    마블 히어로 무비 ‘캡틴 아메리카:시빌워’가 미국보다 한주 앞선 4월에 한국 관객들과 먼저 만난다. 16일 디즈니 코리아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이하 시빌워)가 4월28일 한국에서 개봉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5월6일 개봉한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워’는 초인 등록법을 놓고 슈퍼히어로들이 편을 갈러 대립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 팀은 해당 법에 반대하며 찬성하는 아이언맨 팀과 갈등을 빚는다. 아이언맨 팀은 블랙 위도우, 비전, 블랙 팬서, 워 머신으로 이뤄졌다. 캡틴 아메리카 팀은 앤트맨, 에이전트13, 팔콘, 호크아이, 윈터솔져로 구성됐다. 헐크는 등장하지 않으며, 톰 홀랜드가 캐스팅된 새로운 스파이더맨도 합류할 예정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3단계 시작을 알리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워’는 올 할리우드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며 엄청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연 아이언맨팀과 캡틴 아메리카 팀 중 승자는 누가될지 주목된다.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현장 행정] 성북의 해빙기 안전 대처법? “위험요소 과잉대응”

    [현장 행정] 성북의 해빙기 안전 대처법? “위험요소 과잉대응”

    “주민 안전은 과잉 대응이 소극 대응보다 낫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시무식을 시작으로 ‘안전 성북’을 위해 구의 골목골목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고 있다. 특히 해빙기를 맞아 지반 꺼짐 등의 가능성이 큰 건축물과 공사장, 축대, 옹벽 등에는 ‘균열폭 측정기’를 설치하는 등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막는 데 모든 구 직원들이 솔선수범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15일 “성북구는 지형적으로 구릉과 경사지가 많고,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주거지역이어서 안전에 취약한 노후 주택이 많다”면서 “위험 시설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직접 현장을 찾아 재난위험 요소를 미리 살피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로처럼 복잡하고 좁은 골목과 낡은 시설 때문에 화재와 같은 대형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전통시장에서는 상인과 주민의 생생한 의견을 직접 듣는다. 돈암제일시장 상인 한상길(63)씨는 “김 구청장이 직접 시장을 방문, 안전을 당부하는 모습을 보며 시장 내 위험한 곳은 없는지 돌아보고 점검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면서 “상인들의 안전 의식이 높으면 그만큼 전통시장을 믿고 찾는 시민도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반가워했다. 건물이 갈라진 균열 폭이 얼마나 커졌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균열폭 측정기’는 구가 주민들의 마음에 심은 ‘안전판’과 같다. 지난 1월 안전시무식을 계기로 구에 있는 모든 위험시설물을 조사했다. 균열이 발생한 건물에는 균열폭을 잴 수 있는 자인 균열폭 측정기와 즉시 연락 가능한 구 직원 이름과 연락처를 부착했다. 주부 한민정(42)씨는 “오래된 주택가에 살다 보니 안전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주민센터에서 금이 간 건물 외벽에 균열폭 진행 측정기를 부착하고 담당자와 바로 연결되는 핫라인이 표시된 안내판을 붙여 얼마나 위험한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 주민이 원하는 곳에는 균열폭 측정기를 설치해 모두 1000개의 안전판이 성북구에 자리잡을 예정이다. 김 구청장은 “안전은 참여하면 효과가 몇 배로 높아지는 만큼 주변 축대나 옹벽에 금이 가거나 지반침하 등을 발견하면 구청 상황실(2241-3300)로 신고해 주길 바란다”며 “주민의 생활에 가장 가까이에서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지방정부의 역할을 올해는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그림 같은 도자기, 도자기 같은 그림

    그림 같은 도자기, 도자기 같은 그림

    ‘현대의 옷’을 입은 전통 도자기…시간·공간 아우른 반부조 작품 조선의 청화백자와 철화백자, 그리고 달항아리가 널따란 판에 놓여 벽에 걸렸다. 용, 소나무, 새 등 도상부터 매끄러운 질감까지 분명히 도자기인데 한 발 옆으로 걸어가 보면 평면이다. 약간의 부조감만 있을 뿐이다. 판의 두께는 8㎜ 정도다. 기능성을 배제한 채 순수한 이미지만 지닌 도자기다. 백자평면 작업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이승희(58)의 개인전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오는 18일부터 열린다. 중국 도자기의 본고장인 장시(江西)성 징더전(景德鎭)에서 주로 작업하고 있는 작가는 2년 만에 갖는 국내 개인전에서 2014년 이후 제작한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 도자와 회화가 결합된 그의 작품은 볼 때마다 신기하다. 3차원의 도자기를 어떻게 평면에 담을 생각을 했을까. 그의 평면도자기 작업은 ‘불편함’에서 출발한다. 일본 도자기 전시에 작품을 보내면서 ‘이렇게 운송이 불편한 도자기를 아예 이미지만 보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평면도자 작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법이 문제였다. 30년 넘게 흙덩이를 주무른 그였지만 재료부터 소성 방법(굽는 방법)까지 생각대로 되는 게 없었다. 이런저런 구상을 해 보다가 한계에 부딪혀 고민하던 중 지인의 권유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자기 도시인 징더전을 방문하게 됐다. “그동안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징더전에서 다 가능해 보였습니다. 1000년이 넘게 도자기를 생산하고 수출한 곳이어서 작업 과정이 매우 세분화돼 있고, 분야마다 대대로 이어 온 고도로 숙련된 기술자들이 도처에 있거든요.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구경 삼아 갔다가 아예 눌러앉아 작업을 시작했다. 2008년부터 그는 말도 통하지 않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골목골목을 뒤지며 재료상부터 가마, 전문 기술자를 찾아다녔다. 어느 정도 작업할 체제가 갖춰지자 구도자처럼 틀어박혀 온갖 구상과 실험을 거듭했다. 단순히 입체를 평면에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조형성을 살린 예술적 평면을 구현하고 싶었던 그는 4~5㎝ 두께의 흙덩이 판에서 시작해 5㎜의 두께를 얻기까지 수없는 실험을 반복했다. 끈질긴 인내심과 실험 정신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전통 도자 기법으로 3차원의 도자기를 2.5차원의 평면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전통적인 도자 기법으로 사각의 넓은 판을 만든 후 그 중심에 묽은 흙물을 70여회 발라 평면적 두께감을 주고 그 표면에 안료로 그림을 그린다. 붓 자국을 조심스럽게 긁어내 미묘한 입체감을 표현하고 면도칼로 선을 정리해 마무리한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험을 거듭하는 그는 시각과 촉각, 그리고 시간과 노력을 통해 터득한 미세한 바람의 흐름과 빛의 반사까지도 정교하게 계산해 가며 작업을 한다. 고전적인 도자기는 시간과 공간을 압축한 그의 반부조 작품을 통해 현대의 옷을 입고 재탄생한다. 그는 흙의 종류, 수분량, 불의 온도, 염료의 농도 등을 매일매일 작업노트에 기록하고 소성 전후의 유약 색 변화를 정확하게 감지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기록으로 남긴다. 고난의 실험을 계속하면서도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면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 어느 정도 제작의 기법이 완성되고 나니 도자기를 보는 방법도 달라지고, 단순히 도자기를 평면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미술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회화적인 표현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대작의 경우 30㎏이 족히 넘지만 담박한 동양적인 미감에 현대적인 섬세함까지 갖추고 있어 호기심과 평화로움을 선사한다. 그는 지난해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전시를 통해 이탈리아 밀라노와 영국 런던 등 주요 도시에서 작품을 선보였고,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참여하는 등 국제적인 작가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올해도 박여숙화랑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이 계획돼 있고, 7월에는 프랑스 발로리스 도자비엔날레에 초대돼 바쁜 한 해를 기약하고 있다. 전시는 3월 18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모바일 온리’ 넷마블, 넥슨 이어 ‘1조 클럽’

    ‘모바일 온리’ 넷마블, 넥슨 이어 ‘1조 클럽’

    넷마블게임즈가 연매출 ‘1조’의 고지를 넘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넥슨에 이어 두 번째다. ‘모바일 온리’를 선언한 넷마블이 넥슨과 함께 ‘1조 클럽’ 쌍두마차의 시대를 열어젖히며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로 이어지던 ‘빅3’의 순위 구도는 물론 업계 전반의 판도에까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지난해 매출 1조 729억원, 영업이익 2253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 대비 각각 86%, 118%나 뛰어오른 성적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438억원, 영업이익은 656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넷마블 측은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등 장수 인기게임과 ‘레이븐’ ‘이데아’ 등 신작의 흥행, 글로벌 매출 확대 등이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넷마블의 성장은 게임시장의 중심축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옮겨 왔음을 의미한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에 이어 업계 3위를 지켜 왔던 넷마블은 2011년 방준혁 의장의 경영 복귀 후 온라인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방 의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캐주얼 모바일게임이 시장을 석권했고, 넷마블은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마구마구’ 등을 성공시키며 모바일게임 1위로 뛰어올랐다. 넷마블의 전체 매출 중 모바일의 비중은 90%에 달한다. 반면 김택진 대표가 이끄는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등 온라인게임에 의존해 오다 넷마블에 2위 자리를 내줬다. 올해 게임업계에서는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와 방 의장, 김택진 대표의 ‘모바일 격돌’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모바일 사업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대작 모바일게임 ‘히트’로 넷마블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도 올해 ‘리니지’ 등 자사의 게임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을 내놓으며 출사표를 던진다. 3사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부를 벌인다. 각각 자사의 유명 게임과 레고, 디즈니 등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건강미 여신 등극’ 안다, 사임당 드라마 촬영현장서 탄탄 복근 공개

    ‘건강미 여신 등극’ 안다, 사임당 드라마 촬영현장서 탄탄 복근 공개

    SBS드라마 사임당에 캐스팅된 패셔니스타 디바 ‘안다’의 드라마 촬영 본이 공개됐다. 공개된 사진에서 안다는 타이트한 블랙진과 스트라이프 티셔츠 만으로도 완벽한 명품라인을 더욱도드라지게 만들었으며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자태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사임당 일기와 의문의 미인도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사임당’에서 안다는 1인 2역으로 등장하며 현대에서는 ‘안나’역으로, 조선시대에서는 중국통역사인 ‘리쉬’역으로 등장한다. 가수 안다는 173cm의 빼어난 키와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몸매와 패션센스를 뽐내 두터운 팬층으로 최근 방송과 광고시장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 가운데, SBS드라마 ‘사임당’까지 캐스팅되어 연기자로서의 변신이 기대되고 있어 앞으로의 활동에 귀추가 주목되는 라이징 스타이다. 한편, SBS드라마 사임당은 2016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이영애, 송승헌, 오윤아, 박혜수, 윤석화, 윤다훈, 최철호, 최종환, 박정학, 윤예주, 김영준, 이주연, 홍석천 등이 출연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KBS 특선 대작 전쟁과 평화(KBS2 토요일 밤 10시 35분) 톨스토이 원작 소설로 1812년 나폴레옹의 침공을 받았던 러시아를 배경으로 3명의 젊은 러시아 귀족인 소심한 피에르, 진실한 사랑을 찾는 아름다운 여인 나타샤, 위선적인 삶에 지친 안드레이의 삶을 통해 당대 러시아가 직면한 고민을 높은 예술성으로 묘사한 드라마다. 로스토프 백작은 가세가 급격히 기울기 시작하자 모스크바를 떠나 시골로 내려간다. 안드레이는 지역의 귀족 단장으로서 민병대 병력을 모집하고 있는 로스토프 백작을 찾아간다. 나타샤는 안드레이에게 반하고, 안드레이도 좋은 감정을 갖게 된다. 한편 무도회에서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가슴 떨리는 사랑에 빠지고 마는데…. ■마이 리틀 텔레비전(MBC 토요일 밤 11시 15분) 배우 한예리가 한국무용을, 웹툰작가 이말년과 걸스데이 유라는 사랑과 전쟁을 찍는다.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이말년의 유라 초상화 그리기가 시작된다. 라이벌 채널 가수 윤민수의 감성 가득한 노래방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의 복고 트렌드 화장법, 그리고 시청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세계 각국의 라면이 소개된다.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SBS 일요일 오후 4시 50분) 1926년 상하이. 비밀 임무를 위해 도착한 10인의 청년 결사단. 이들은 사라진 독립 자금을 찾아 상하이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10인의 청년 결사단 중 누군가가 수상하다. 결사단의 단결을 위협하는 숨겨진 음모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 리얼한 여덟 시선… 살아 꿈틀대는 민중미술

    리얼한 여덟 시선… 살아 꿈틀대는 민중미술

    예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지만 그 시대의 정치·사회적 흐름과 맥을 같이할 때에 더욱 의미가 있다. 시대정신을 담은 예술은 억압된 현실에서 분출력이 더욱 거세진다. 민주화의 격랑 속에서 1980년대 중반 진보적 미술인들이 활화산처럼 내뿜었던 민중미술과 리얼리즘 운동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올 한 해 국내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펼쳐진다. 가나아트는 1980년대 한국 리얼리즘 대표작가 8명의 주요 작품 100여점을 선보이는 ‘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Ⅱ-리얼리즘의 복권’전을 연다.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28일부터 2월 2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전환의 시기였던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리얼리즘 미술을 재조명한다. 권순철, 신학철, 민정기, 임옥상, 고영훈, 황재형, 이종구, 오치균 등 역사와 현실, 현장성에 천착했던 리얼리즘 계열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는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공동 기획했다. 유 교수는 “단색평면회화의 열풍이 지나간 1980년대 제도권 밖에서 군부독재에 항거하며 조형적으로 반항하거나 이념으로 무장한 민중미술계열 그룹과 묵묵히 리얼리즘을 고수한 작가군이 있었다”면서 “한국의 자생적 리얼리즘은 한 시대를 휩쓴 사조였지만 당시엔 인정받지 못했다. 작품의 예술성과 작업의 진정성이 제대로 평가받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 작가들에 대해 “80년대 변혁의 에너지와 흐름을 같이하지만 화가가 직업이었던 전업 작가, 대작에 대한 도전, 우직하고 고지식한 성격, 정통 회화 작가, 다른 사조에 흔들리지 않았던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이들은 테크닉의 달인들이었다”고 소개했다. 신학철은 근대사 시리즈와 농민시리즈로 잘 알려진 민중미술의 대표작가다. 그는 역사의 이미지와 농촌의 서정을 놀라운 필력과 콜라주기법으로 표현했다. 임옥상은 ‘붉은 웅덩이’, ‘어머니’에서처럼 리얼리스트로서 작가적 존재감이 강하게 드러나는 게 특징이다. 강원도 태백의 탄광마을에서 작업하는 황재형은 막장의 풍경과 인생 등 현장 정서를 포기하지 않는 작가다. 민정기는 이발소 그림 같은 친숙한 그림으로 소외라는 주제를 그려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화가 권순철은 이미지의 해체로 인간과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고, 핸드페인팅으로 유명한 오치균은 거친 마티에르로 이미지의 승화를 보여준다. 80년대 리얼리즘 미술운동 초창기인 1982년 태동한 예술가그룹 ‘임술년-구만팔천구백십이’의 창립 멤버였던 이종구는 농촌의 현실을 극사실기법으로 그려냈다. 쌀부대에 아크릴로 그린 농민의 초상화 연작은 프랑스의 미술평론가도 깜짝 놀랐을 정도로 예술성이 강한 민중미술의 고전으로 꼽힌다. 고영훈은 신문지나 책 등을 활용한 극사실적 리얼리즘을 보여준다. 유 교수는 1986년 진보적 미술인 150여명이 모여 만든 민족미술협회(민미협)의 상설전시 공간이던 그림마당 민(1994년 폐관)의 운영위원장으로 민중미술을 지지하는 평론 활동을 했다. 그는 “그림마당 민의 개관전 주인공이었던 목판화 작가 오윤 30주기를 맞아 ‘오윤과 그 친구들’이라는 제목의 대대적인 민중미술전을 열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은 “해외 미술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단색화 작가들은 대부분 80대이거나 작고한 작가들이다. 뜨거운 시대를 살았던 50~60대의 작가들을 통해 해외에 한국 미술의 다양함을 보여주고자 지난해 단색화에 이어 올해 리얼리즘 전시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민중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들이 잇따라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 본관 2층 천경자 전시실 옆에 약 200㎡ 규모의 가나아트 기증작품 전시실을 4월 개설한다. 2001년 기증받은 민중미술 대표작 약 200점이 상설 전시된다.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에서는 5월 10일부터 약 2개월 동안 ‘사회 속 미술’전(가제)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는 가나아트 기증작과 2~3세대 포스트 민중미술 작가들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학고재 갤러리는 민중미술 1세대 서양화가 주재환(3월)과 신학철(9월)의 전시를 열 계획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수어사이드 스쿼드’, 예고편+캐릭터 아이콘 공개 ‘조커부터 데드샷까지’ 기대폭발

    ‘수어사이드 스쿼드’, 예고편+캐릭터 아이콘 공개 ‘조커부터 데드샷까지’ 기대폭발

    할리우드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일 2016년 기대작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2차 예고편과 핫클립 예고편, 그리고 11종 캐릭터 아이콘이 공개됐다. 전설적인 그룹 퀸의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를 배경음악으로 한 절묘한 편집이 이보다 강렬할 수 없다. “내 장난감을 보여주고 싶어 미치겠다”는 조커의 대사처럼 공개되는 모든 것들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히어로들이 할 수 없는 특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슈퍼 악당들로 조직된 특공대의 활약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특별 사면을 대가로 결성한 자살 특공대라는 독특한 설정 아래 DC코믹스의 대표 빌런(villain) 캐릭터인 조커와 할리 퀸, 데드샷, 캡틴 부메랑 등 악질 중의 악질인 악당들이 제대로 모였다. 새롭게 공개된 영상들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악당들이 인류를 구한다”는 신선한 스토리 안에 캐릭터들의 범접할 수 없는 매력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액션, 위트 넘치는 유머가 ‘보헤미안 랩소디’에 맞춘 절묘한 편집과 어우러지면서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강렬함을 전한다. 캐릭터들의 특징을 포착해 아이콘화한 캐릭터 아이콘 이미지들 역시 영화의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총질해서 사람을 죽이고, 사람을 씹어먹고, 사람을 태워 죽이는 놈에, 마녀, 미치광이지만 세상을 구하러 온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특공대인 악당 히어로의 탄생을 예고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팀 멤버로 데드샷 역에 윌 스미스, 할리퀸 역에 마고 로비, 캡틴 부메랑 역에 제이 코트니, 릭 플래그 역에 조엘 킨나만을 비롯해 카라 델레바인, 제이 에르난데스, 아데웰 아킨누오예 아바제, 애덤 비치, 카렌 후쿠하라 등이 출연한다. 팀의 설계자인 아만다 월러 역으로는 각종 영화상을 휩쓴 실력파 배우 비올라 데이비스가 합류했다. 특히 마고 로비의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의상 등 할리퀸 스타일이 전 세계적인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등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중에서도 자레드 레토의 열연으로 새롭게 탄생한 조커의 맹활약도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배트맨 역을 맡은 벤 애플렉이 같은 역으로 출연해 이들 영화들이 과연 ‘저스티스 리그’로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퓨리’의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16년 8월 개봉.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새 영화] 구스범스

    [새 영화] 구스범스

    마니아 팬층을 거느린 잭 블랙 주연의 영화가 국내에 오랜만에 개봉했다. 나름 대작이었던 ‘걸리버 여행기’(2010)가 북미 시장에서 신통치 못한 흥행 성적을 거둔 뒤 영화 쪽으로는 부침을 겪었던 잭 블랙이다. 2011년 ‘빅이어’와 ‘버니’, 그리고 지난해 ‘디 트레인’까지도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코미디물 ‘버니’는 국내에서 뒤늦게 소리 소문 없이 개봉했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 ‘구스범스’는 여러모로 고(故)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쥬만지’(1995)를 떠올리게 한다. 온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괴물들이 튀어나오는 곳이 보드게임판과 책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버지를 잃은 뒤 대도시 뉴욕을 떠나 한 시골 마을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살게 된 잭(딜런 미네트)은 이웃집 소녀 헤나(오데야 러시)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런데 헤나에겐 괴팍한 아버지(잭 블랙)가 있다. 어느 날 잭은 이웃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인기 소설 시리즈인 ‘구스범스’ 초본을 발견한다. 호기심에 책에 달린 자물쇠를 열었는데 책 속에서 설인이 뛰쳐나온다. 알고 보니 헤나의 아버지는 ‘구스범스’ 작가인 R L 스타인. 그가 책 속에 가둬둔 괴물들이 줄줄이 현실 세계로 나오는데…. 영화는 어린이·청소년을 겨냥한 호러 판타지 소설 ‘구스범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92년부터 지금까지 62권이 출간된 이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3억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영화는 소설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새로운 판타지를 창조했다. 스타인은 흔히 ‘어린이 문학의 스티븐 킹’으로 불리는데 영화 곳곳에 이를 빗댄 장면이 있어 재미있다. 영화 말미에는 스타인이 직접 카메오로 출연한다. 특유의 코믹 연기가 여전한 잭 블랙은 몬스터 목소리 연기까지 1인 3역을 맡았다. 애니메이션 ‘샤크’와 ‘몬스터 대 에이리언’, ‘걸리버 여행기’에 이어 롭 레터맨 감독과 네 번째 협업이다. 2인조 록 밴드에서 활동하며 2014년 말 내한 공연을 했던 잭 블랙이 ‘쿵푸팬더3’ 개봉에 맞춰 다시 한국을 찾는다는 것도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핼러윈 시즌을 겨냥한 지난해 10월 북미 개봉 당시 맷 데이먼 주연의 SF물 ‘마션’을 잠시 끌어내리고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애니메이션을 제외한 잭 블랙 주연작이 1위에 오른 것은 ‘스쿨 오브 락’(2003) 이후 12년 만이었다. 14일 개봉. 103분. 12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세종 대통령기록관 이주 ‘9개월 대작전’

    세종 대통령기록관 이주 ‘9개월 대작전’

    잘 알려졌지만 ‘새집증후군’은 사람에게 해롭다. 심하면 피부병과 두통까지 앓게 된다. 그럼에도 “냄새가 지독할 뿐”이라고 견디며 지내기 일쑤다. 하지만 기록물엔 치명적이다. 더군다나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기록물에 대해선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에 얽힌 기록물을 관리하는 대통령기록관이 2006년 설립 이후 10년 만인 14일 기존의 경기 성남시에서 세종시로 둥지를 옮기는 덴 준공 뒤 무려 9개월이나 걸렸다. 여기엔 새집증후군 극복을 위한 고민이 묻어 있다. 대통령기록관에서 일하는 한 연구관은 “8개월에 걸쳐 마감재를 말리는 건조 작업을 벌였다”며 “자료 이송 기간도 지난해 11월부터 50일을 웃돌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또 “저온 서고에 있던 기록물이 실온으로 이동하면서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서고를 서서히 실온에 맞추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며 “아울러 이전에 다소 부실했던 온라인 서비스도 대폭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기록관엔 21개의 보존서고를 운용한다. 서가 길이를 모두 이으면 36.1㎞에 이른다. 서고는 ‘비밀번호, 정맥, 얼굴 인식’의 최첨단 3중 보안장치 구축으로 철통 보안을 자랑한다. 주요 소장물은 대통령 서명 헌법, 대통령 서한, 각종 대통령 선언문 및 정상회의자료 등이다. 기록관에는 초대형 스캐너, 비파괴 검사기 등 첨단시설을 갖춘 9개의 보존·복원 작업장을 설치했다. 대통령 기록물을 영구보존해 후대에 계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록관은 2주에 걸친 전시관 시범운영을 거쳐 설 연휴(2월 6~10일) 뒤부터 일반인에게 전면 개방할 예정이다. 기록관은 막 퇴임한 대통령에 대한 기록물을 청와대 등 생산 부서로부터 넘겨받아 공개·일부 공개·비공개 여부를 따진 뒤 전시한다. 기록관에 보관 중인 기록물 1968만여건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게 1089만건,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물이 766만건으로 1·2위를 차지한다. 임기가 짧았던 윤보선 전 대통령 기록물은 1925건, 최규하 전 대통령 기록물은 2만 9954건뿐이다. 2007년 법적인 절차를 따지지 않고 본인의 의지에 따른 ‘기증’ 형식으로 기록물관리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마담 앙트완’ 한예슬, 가짜 점쟁이 마담 앙트완의 정체는?

    ‘마담 앙트완’ 한예슬, 가짜 점쟁이 마담 앙트완의 정체는?

    ‘마담 앙트완’한예슬이 눈빛부터 남다른 미모의 점쟁이로 완벽 변신했다. JTBC 새 금토드라마 ‘마담 앙트완’(극본 홍진아, 연출 김윤철, 제작 드라마하우스, 지앤지프로덕션) 측은 13일 미모와 실력을 갖춘 점쟁이 고혜림 역에 완벽 몰입한 한예슬의 촬영 스틸컷을 공개했다. ‘마담 앙트완’은 남의 마음은 잘 알지만 자기 마음은 모르는 두 남녀, 사랑의 판타지를 믿는 가짜 점쟁이 고혜림(한예슬 분)과 사랑에 무감각한 심리학자 최수현(성준 분)의 뜨겁고 달콤한 심리게임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한예슬은 극중 비운의 프랑스왕비 마리앙트와네트와 영적으로 통한다는 신점(神占)으로 유명해 일명 ‘마담 앙트완’으로 불리는 고혜림 역을 맡았다. 공개된 사진은 한예슬이 자신의 점술 카페를 찾은 손님의 운명을 점치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빠져들 듯 깊고 날카로운 눈빛과 오묘한 표정에서 당장이라도 상대의 속을 꿰뚫어 신통한 점괘를 내놓을 것 같은 신비로운 포스가 느껴진다. 두말 할 필요 없는 조각 미모와 화려한 패션 감각 역시 시선을 붙드는 매력 포인트. 하지만 고혜림은 마리앙트와네트는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에서 본 게 전부인‘가짜 점쟁이’다. 비록 내놓는 점괘는 모두 가짜지만, 타고난 심리파악의 달인이자 남다른‘촉’을 가진 예감 능력으로 사람들의 사연을 척척 꿰뚫어 보며 상처를 치유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 한예슬은 다양한 상처와 아픔을 가진 내담자들의 다친 마음을 보듬고 어루만지며 치료해가는 과정을 통해 공감과 깊은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또한 최고의 심리학자인‘완벽 뇌섹남’최수현 역을 맡은 성준과는 설렘 가득한 밀당 로맨스로 시청자의 연애세포를 자극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마담앙트완’은 사랑에 관한 다양한 감정들을 심도 있게 그려낼 뿐만 아니라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따뜻한 감동과 설렘을 선사할 예정이다”며 “한예슬 씨가 만들어낸 고혜림을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 투하츠’ 등을 통해 다수의 팬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 작가 홍진아와 ‘내 이름은 김삼순’,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를 연출한 김윤철 PD가 의기투합한 ‘마담 앙트완’은 한예슬, 성준, 정진운, 황승언, 이주형, 장미희, 변희봉 등 개성 강한 연기자들이 함께한다. ‘사랑’에 관한 복잡 미묘한 심리들을 위트와 감정의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스토리로 담아내 시청자들의 연애세포를 자극할 2016년 상반기 기대작 ‘마담 앙트완’은 오는 1월 22일 저녁 8시 30분 첫 방송된다. 사진제공=드라마하우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원로 서예가 유천 이동익 선생 네 번째 개인전

    원로 서예가 유천 이동익 선생 네 번째 개인전

    “붓을 잡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모든 정열을 서도에 쏟았다”는 원로 서예가 유천(攸川) 이동익(76) 선생의 네 번째 개인전이 12일부터 서울 명륜동 성균갤러리에서 열린다.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 문중의 종손인 선생은 이번 ‘유천 이동익 선생 성균관대 초청 서예전시회’의 주제를 ‘나라를 다시 생각한다’로 내걸었다. 국운이 풍전등화일 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조들의 뜻을 더듬어 전시회마다 일관되게 선보였던 ‘애국시’에 무게를 실었다. 석주 선생의 ‘경학사 취지서’와 ‘만주기사’, 매천 황현의 ‘절명시 사수’, 충무공의 ‘진중음’ 등이 출품된다. 특히 퇴계 이황의 ‘매화시’ 91수를 이어 쓴 50m 대작 ‘매화무진장’이 기대를 모은다. 2월 12일까지. (02)733-6565.
  • ‘영웅군단’ 할리우드 vs ‘시대물 공습’ 충무로

    ‘영웅군단’ 할리우드 vs ‘시대물 공습’ 충무로

    지난해 국내에서는 모두 1199편의 영화가 개봉됐다. 2억 1728만 8828명이 영화관에 다녀가며 5년째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6년엔 어떤 작품들이 관객들의 발길을 잡아끌까. 미국 할리우드에서 날아온 슈퍼 히어로들의 대공습이 예고된 상태다. 이에 맞서 어떤 한국 영화가 선전을 펼칠지 주목된다. 올해 슈퍼 히어로 영화가 그야말로 봇물이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한 작품에서 자웅을 겨룬다. ‘배트맨 vs 슈퍼맨: 던 오브 저스티스’가 3월 공개된다. 슈퍼 히어로 그래픽노블의 양대 산맥인 DC코믹스와 마블의 스크린 대결이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는 모양새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그린랜턴 등의 캐릭터를 거느린 DC코믹스는 그동안 헐크,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를 앞세우고 또 이들이 한 팀을 이뤄 싸우는 어벤져스 시리즈로 중무장한 마블에 밀리는 형국이었다. 저스티스는 DC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들이 뭉치는 팀 이름. 크리스천 베일이 떠난 배트맨은 벤 애플렉이 새롭게 맡았다. 슈퍼맨은 헨리 캐빌이 그대로 나온다. 원더우먼이 등장하는 것도 재미. 마블은 5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로 맞대응한다. 헐크와 토르가 빠졌지만 아이언맨 등 나머지 어벤져스 팀에다가 앤트맨, 블랙팬서 등 다른 영웅들이 힘을 보태기 때문에 어벤져스 시리즈 못지않다. 판권 문제로 어벤져스 팀에 합류하지 못했던 스파이더맨까지 얼굴을 비칠 예정이라 기대가 치솟고 있다. 이 밖에도 ‘데드풀’(2월), ‘엑스맨:아포칼립스’(5월), ‘수어사이드 스쿼드’(8월), ‘갬빗’(10월), ‘닥터 스트레인지’(11월) 등 슈퍼 히어로 영화가 연중 쉬지 않고 쏟아진다. 우리 영화 중 가장 기대를 모으는 대작으로는 ‘밀정’과 ‘인천상륙작전’이 꼽힌다. 이르면 여름 개봉 예정인 ‘밀정’은 1920년대를 배경으로 일제에 맞선 의열단과 이들을 막으려는 조선인 밀정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다. 송강호가 밀정 역을 맡아 ‘조용한 가족’(1998),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 이어 네 번째로 김 감독과 호흡을 맞춘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브러더스가 제작비 전액인 100억원을 투자해 제작, 배급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워너브러더스의 첫 한국 작품 투자다. 세계적인 배우 리엄 니슨이 맥아더 장군 역할로 캐스팅돼 화제를 모은 ‘인천상륙작전’도 기대작이다.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6·25전쟁의 분수령이 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음지에서 비밀 작전을 펼쳤던 특수부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암살’에서 민족의 배신자를 연기했던 이정재가 영웅으로 변신한다. ‘포화 속으로’의 이재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최근 몇 년 사이 40~50대의 극장 나들이가 크게 증가하며 ‘국제시장’, ‘연평해전’ 등 애국을 강조하는 작품들이 잇따라 흥행했던 터라 ‘인천상륙작전’이 그 흐름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중견 감독들의 작품도 쏟아진다. 우선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눈에 띈다. ‘박쥐’(2009) 이후 7년 만의 국내 복귀작이다. 19세기 영국이 배경인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 스미스’를 1930년대 한국과 일본으로 각색했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귀족 아가씨와 그 재산을 노리는 백작, 백작의 사주를 받고 아가씨의 수발을 들게 된 소녀를 둘러싼 이야기다. 하정우, 김민희가 출연한다. 멜로의 대명사 허진호 감독은 조선의 마지막 황녀의 삶과 황녀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덕혜옹주’를 내건다. 손예진과 박해일이 출연한다. 지난해 ‘사도’를 통해 저력을 과시한 이준익 감독은 ‘동주’에서 윤동주 시인과 그의 사촌인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삶을 다룬다. 강하늘이 타이틀롤을 맡았다. 올해 극장가에 ‘밀정’, ‘동주’, ‘아가씨’, ‘덕혜옹주’ 등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은 점도 흥미롭다. 강우석 감독은 자신의 20번째 작품이자 첫 사극인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선보인다. 박범신 소설이 원작으로, 김정호와 대동여지도 뒤에 감춰진 이야기를 다룬다. 차승원과 유준상이 나선다. 김성수 감독은 범죄 액션물 ‘아수라’를 통해 정우성과 네 번째 협업을 한다.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 ‘무사’(2001)에 이어 15년 만이다. 황정민이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을 연기한다. 좀비물 ‘부산행’, 재난물 ‘판도라’와 ‘터널’도 블록버스터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새해 안방극장, 더 강력해진 ‘펜’들이 온다

    새해 안방극장, 더 강력해진 ‘펜’들이 온다

    지난해 좀처럼 정 붙이고 볼만한 드라마가 없었다면 2016년은 기대해도 좋다. 화려한 글발과 탄탄한 구성력을 갖춘 스타 작가 군단이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로 불릴 만큼 작가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들 작품에 출연하는 스타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연초부터 안방극장에서는 스타 작가들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신사의 품격’ 등 인기 드라마를 집필해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는 2월 중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컴백한다. ‘여왕의 교실’을 썼던 김원석 작가와 공동 집필을 맡았지만 멜로에 강한 김은숙 작가의 필력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티저 예고편에서 특전사 소속 해외 파병 팀장 유시진(송중기)과 여의사 강모인(송혜교)이 나누는 대화에도 통통 튀는 김 작가의 대사발이 강조됐다. 150억원이 투입된 100% 사전 제작 드라마로 송중기의 군 제대 복귀작이다. ‘시청률 제조기’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드라마계의 대모 김수현 작가도 다음달 13일 방영될 SBS 주말극 ‘그래, 그런 거야’로 컴백을 앞두고 있다. 전작인 ‘인생은 아름다워’ ‘무자식 상팔자’ 등에서 동성애, 황혼 이혼 등 한국 사회 이면의 문제를 통찰력 있는 시각과 날카로운 필체로 다뤄 온 김 작가는 신작에서 현대 사회에서 대가족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60부작에 걸쳐 다룰 예정이다. SBS는 지난해 3월 ‘떴다 패밀리’ 이후 폐지했던 오후 9시대 주말극 시간에 김 작가의 신작을 편성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싸인’ ‘유령’ ‘쓰리데이즈’ 등 추리 수사물로 정평이 나 있는 김은희 작가는 tvN에서 ‘응답하라 1988’ 후속으로 22일 첫 방송되는 금토 드라마 ‘시그널’로 컴백한다. 김혜수가 데뷔 이후 첫 케이블 드라마에 출연한 데는 김 작가의 작품에 대한 신뢰가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드라마 ‘부활’, ‘마왕’을 집필한 김지우 작가도 3월 방송되는 tvN 드라마 ‘기억’으로 돌아온다. 꽃피는 봄에도 스타 작가들의 컴백은 계속된다. 4월 방영 예정인 ‘폭군’은 장영철 작가의 복귀작으로 올해 MBC 드라마 가운데 기대작으로 꼽히는 작품 중 하나다.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부터 20년에 걸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남성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사랑을 쟁취하는 이야기를 50부작에 걸쳐 담는다. 장 작가는 ‘자이언트’ ‘기황후’ ‘돈의 화신’ 등 장편 시대극에서 선 굵고 메시지가 강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2010년 ‘자이언트’로 연기자로서 한 단계 성숙했던 황정음이 여주인공의 물망에 올라 있다. 단단한 마니아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노희경 작가는 5월에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로 돌아온다. ‘괜찮아, 사랑이야’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으로 자신만의 뚜렷한 작품 세계를 다져 온 노 작가는 이번에는 황혼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고현정도 3년 만에 드라마에 컴백하며 노희경 사단으로 불리는 조인성과 이광수도 특별 출연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등 감수성 짙은 드라마를 집필해 온 이경희 작가는 오는 9월 KBS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로 돌아온다. 소지섭, 비, 장혁, 송중기는 이 작가의 작품으로 줄줄이 스타덤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린 시절 가슴 아픈 악연으로 헤어졌던 두 남녀가 안하무인 톱스타와 비굴하고 속물적인 다큐 피디로 재회해 그려 가는 사랑 이야기로 김우빈과 수지가 남녀 주인공을 맡았다. 한편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도 SBS와 올 하반기 컴백을 논의 중이다. 박 작가는 배우 전지현 소속사와의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어 전지현의 컴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또한 ‘고개 숙인 남자’ ‘로비스트’ 등을 썼던 베테랑 주찬옥 작가는 드라마 ‘장미 전쟁’으로 복귀를 앞두고 있고 김남주가 여주인공으로 출연을 검토 중이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스타 작가들은 필력과 내공은 물론 대중이 원하는 코드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배우들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면서 “스타 작가들이 최근 시청률 한 자릿수 드라마가 속출하고 있는 침체된 안방극장을 살리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2016년 초대형 뮤지컬이 몰려온다… 어떤 작품을 봐야 할까

    2016년 초대형 뮤지컬이 몰려온다… 어떤 작품을 봐야 할까

    2016년 대형 뮤지컬이 몰려온다. ‘마타하리’, ‘벤허’ 등 국내 초연 창작뮤지컬부터 ‘보디가드’, ‘잠자는 숲 속의 미녀’ 같은 해외 라이선스 초연 작품까지 대작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위키드’, ‘아이다’ 등 흥행 보증 작품들의 재공연도 줄을 잇는다. 내년엔 한국 창작뮤지컬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 선봉에 뮤지컬 ‘마타하리’가 있다. ‘마타하리’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간첩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의해 총살당한 물랑루즈의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로, 3월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기선제압에 나선다. 유럽 뮤지컬을 국내에 소개해 온 EMK뮤지컬컴퍼니가 세계 시장을 겨냥해 25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첫 창작뮤지컬이다. 20세기 초 파리를 무대로 ‘지킬 앤 하이드’ 등 국내에서 흥행한 여러 뮤지컬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격정적인 음악이 어우러져 드라마틱한 작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옥주현, 김소향이 마타하리 역에 더블 캐스팅됐고, 엄기준, 송창의, 류정한, 김준현, 신성록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CJ E&M은 6월 첫 대형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를 선보인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기획·개발에만 4년 걸렸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이야기에 서태지 음악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창작 뮤지컬 ‘페스트’는 7월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5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작품으로, 박칼린이 연출하고 김성수가 음악감독을 맡는다. 충무아트홀이 제작하는 창작뮤지컬 ‘벤허’는 8월 첫선을 보인다. 1880년 출간된 루 월리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친구의 배신으로 유대인 귀족에서 노예로 전락한 벤허의 복수 과정을 그린 대작이다. 왕용범 연출, 이성준 음악감독 등 ‘프랑켄슈타인’ 제작진이 다시 뭉친다. 40여 억원이 투입된 작품으로 전차경주, 해상전투 등을 무대에 어떻게 구현할지 주목된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초연작 ‘서울의 달’이 12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1994년 MBC TV 드라마 ‘서울의 달’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라이선스 신작들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뮤지컬 ‘뉴시즈’가 4월 충무아트홀에서 아시아 초연된다. ‘뉴시즈’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미국 신문팔이 소년들을 일컫는 말이다. 1899년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신문팔이 소년들의 리더 ‘잭 켈리’의 이야기를 담았다. 1992년 개봉한 디즈니 뮤지컬 영화가 원작이다. 영국의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극단의 하나로 꼽히는 니하이씨어터의 뮤지컬 ‘데드 독’도 4월 LG아트센터에서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존 게이의 ‘베가의 오페라’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로, 웨스트엔드 뮤지컬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음악적 즐거움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6월 LG아트센터에서 첫선을 보인다. 2012년 영국 초연 작품으로, 저주에 걸려 100년 만에 깨어난 공주와 그녀의 곁을 지키는 지고지순한 뱀파이어의 사랑을 다뤘다. 12월엔 ‘보디가드’가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2012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팝스타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들로 이뤄진 쥬크박스 뮤지컬이다. 재연작들도 다양하다. 2004년 한국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맘마미아’가 2월 무대에 오른다. 2013년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 이후 3년 만이다. ‘맘마미아’는 세계적인 그룹 아바의 히트곡 22곡을 엮은 쥬크박스 뮤지컬이다. 5월에는 브로드웨이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 6월에는 미국 뮤지컬계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대표작 ‘스위니토드’, 11월에는 2005년 이후 10년간 단 3번만 무대에 오른 ‘아이다’와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한 ‘몬테크리스토’ 등 명작들이 줄을 잇는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서정주·박목월 詩 그림으로 만나다

    서정주·박목월 詩 그림으로 만나다

    매년 시인의 작품을 소재로 한 그림들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열어 온 갤러리 서림이 올해에는 탄생 100년을 맞은 미당 서정주(1915~2000)와 박목월(1915~1978) 시인의 작품을 중심으로 제29회 ‘시(詩)가 있는 그림’전을 연다. 금동원, 노태웅, 윤시영, 윤장열, 이명숙, 이중희, 전준엽, 정일, 황은화, 황주리 등 10명의 화가가 각자 좋아하는 시를 이미지로 재탄생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소나무를 모티프로 동양적 분위기의 서양화 작업을 하는 전준엽 작가는 미당의 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특유의 구도와 색감으로 표현한다. 연꽃과 소나무, 강물을 통해 인생의 철학을 담아냈다. 문학적 소양으로 글 잘 쓰기로 이름난 황주리는 어린 시절 첫사랑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그린 미당의 시 ‘편지’를 함축미 있게 화폭에 담았다. 노태웅 작가는 박목월 시인의 ‘가을 어스름’을 통해 아늑한 시골의 가을 정취를 특유의 부드러운 색감으로 표현했다. 색면 추상작업을 하는 이명숙 작가는 미당의 ‘풀리는 한강가에서’를 오방색을 주조색으로 우리 인생의 한과 희망을 동시에 담아낸 작품으로 재구성했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동화적 세계를 풀어내는 작업을 하는 정일 작가는 미당의 ‘귀촉도’를 때묻지 않은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봤고 이중희 작가는 ‘국화 옆에서’를 단청 색상을 바탕으로 한 반추상의 작품으로 담아냈다. 금동원은 인생과 사랑, 그리움을 표현한 박목월의 시 ‘나그네’를 생명력 넘치는 이미지로 되살렸으며 윤장렬은 박목월의 시 ‘춘일’을 불교적이며 향토적인 정서를 담아 그렸다. 윤시영은 극사실적인 기법으로 눈 속에 떨어져 있는 붉은 홍시 감을 통해 박목월의 시 ‘눈이 온 아침’을 형상화했다. 시인이기도 한 갤러리 서림의 김성옥 대표는 “선조들이 즐겼던 전통시화는 삼절(三絶)이라 해서 시·서·화가 하나로 잘 조화된 형태이지만 현대작품은 글자가 오히려 회화성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아 글자 없이 시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형상화해 그 작품세계가 잘 수용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시화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시가 있는 그림달력’으로 만들어 한 해 동안 두고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1월 12일까지. (02)515-3377.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이웃 사랑’ 은근하거나 화끈하거나] ‘몰래’ 산타

    [‘이웃 사랑’ 은근하거나 화끈하거나] ‘몰래’ 산타

    올해로 경력 10년차의 ‘베테랑 산타’인 김예창(37)씨는 2006년 자신의 ‘산타 데뷔일’에 만난 아이에게 소원을 빚졌다고 했다. ‘제1회 몰래 산타 대작전’ 대상 아동 중 한명으로, 살짝 통통한 체격에 말수가 적은 열 살 소년이었다. 김씨를 비롯한 ‘초보 산타’ 10명은 “아버지와 단둘이 사니 어머니 얘기를 자제해 달라”는 사전 주의를 받은 터라 각별히 조심스럽게 아이의 집을 찾았다. 축구공을 선물로 전달하고 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불며 소원을 비는 시간이 이어졌다. “무슨 소원 빌었어? 우리가 같이 기도해 줄게.” 아이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엄마 얼굴을 한번만 보고 싶어요.” 왁자지껄하던 산타들은 순간 말을 잃었다. 김씨도 목구멍이 턱 막혀 오는 걸 느꼈다. 산타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가장 간절한 소원은 들어줄 수 없다는 사실이 미안했다. 동시에 더 큰 책임감도 생겼다. 세월이 흘러 이름도, 살던 곳도 가물가물하지만 조심스레 엄마 이야기를 꺼내던 아이의 얼굴만은 가슴에 남아 김씨가 10년 동안 봉사를 이어 오는 원동력이 됐다. 그때 이뤄 주지 못한 소원을 갚는 마음으로 김씨는 매년 산타복을 입었다. 지금쯤 성인의 문턱에 들어섰을 그 소년이 현실의 어둠을 극복하고 밝은 어른으로 자랐길 바란다고 김씨는 말했다. 이어 “언젠가 같은 산타로 마주치면 더 좋겠다”고 했다. 한국청소년재단이 주관하는 ‘사랑의 몰래 산타’는 매년 12월 24일 서울 전역에 거주하는 어린이 1004명을 선정해 산타 자원봉사자들이 깜짝 방문하고 선물을 전달하는 운동이다. 1004명의 산타는 이틀간 ‘산타 교육’도 받고 선물을 마련하는 등 정성껏 행사를 준비한다. 회사 선배의 권유로 가볍게 시작한 김씨에게 이는 이제 여자 친구의 항의도, 친구들의 유혹도 막지 못하는 연례행사가 됐다. 김씨와 같은 산타들에겐 아이들의 웃음이 최고의 보상이다. 몇 해 전에는 예전에 산타로 방문했던 남매를 2년 만에 다시 찾아 반갑게 해후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이던 남매는 어느덧 부쩍 자라 있었다. 김씨는 함께 봉사하는 산타들에게 “불쌍한 아이들이라는 선입견도, 내가 누군가를 돕는다는 의미 부여도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항상 강조한다. 산타는 자비를 베푸는 존재가 아니라 기쁨을 전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2015 문화계 결산] 8월 영화계 ‘쌍천만’ 탄생… 대종상 사상 초유의 보이콧

    2015년은 국내 영화계에 ‘쌍천만’ 등 흥행 진기록이 쏟아진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상 처음으로 관객 1000만명 돌파 작품이 같은 달 동시에 나왔다. 돌파 시점 기준으로 한 해에 네 편이나 1000만 영화가 터졌다. 우리 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4년 연속 1억명, 외화까지 포함한 전체 관객은 3년 연속 2억명을 돌파했다. 국내 영화계는 ‘국제시장’이 개봉 28일 만인 올해 1월 13일 1000만명을 돌파하며 기분 좋게 새해를 열어젖혔으나 후속 흥행작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대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1049만명)을 비롯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612만명), ‘쥬라기 월드’(554만명),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384만명) 등 외화 흥행작이 잇따랐다. 흐름이 바뀐 것은 애국심에 크게 기댄 ‘연평해전’(604만명)이 6월 말 개봉하면서부터. 7월 말 ‘암살’(1270만명), 8월 초 ‘베테랑’(1341만명)이 뒤따르며 진공청소기처럼 관객을 빨아들였다. 광복 70주년인 8월15일 ‘암살’이, 2주 뒤인 같은 달 29일 ‘베테랑’이 천만 고지를 밟았다. 이후 ‘사도’(624만명), ‘검은 사제들’(544만명), ‘내부자들’(600만 돌파·상영 중)이 흐름을 이어갔다. 물론,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612만명), ‘마션’(488만명) 등 외화의 선전도 있었으나, 한국 영화의 기세가 압도적이었다. 덕택에 상반기 42.5%에 그쳤던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11월까지 50.8%로 치솟았다. 황정민·유아인 상한가… 이병헌 부활 ‘국제시장’과 ‘베테랑’의 황정민은 ‘쌍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품었다. ‘베테랑’과 ‘사도’에서 열연한 유아인은 ‘아인시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지난해 스캔들 이후 바닥을 쳤던 이병헌은 ‘내부자들’을 통해 부활했다. 260여편 개봉… 100만 이상 동원은 24편뿐 ‘대박’의 이면으로 양극화 논란이 어김없이 뒤따랐다. 올해 국내 영화는 260여편이 개봉했으나 100만명 이상 동원한 작품은 24편에 불과했다. 100만명대 작품이 10개, 200만명대는 5개, 300만명대는 2개에 그쳤다. 국내 영화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뒷받침할 ‘중박’ 작품이 부족한 것이다. 때문에 일부 대작들이 스크린을 독식하며 흥행하고, 대다수 작은 작품들은 제대로 존재도 알리지 못한 채 사라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여전했다. 이런 가운데 구작이 신작을 위협하는 재개봉 상영도 두드러졌다. 10년 만에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이 30만명을 불러 모았다. 첫 개봉 당시의 배에 달하는 기록이다. 앞서 2월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15만명, 5월에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5만 6000여명의 관객을 다시 불러 모으는 등 재개봉작의 역주행이 잇따랐다. 연말에는 영화제 이슈가 영화계를 흔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 이후 정치적 외압 논란에 휩싸이며 끊임없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협받았지만 올해 20회 성년식을 성황리에 치러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부산시가 이용관 공동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시상식인 대종상영화제는 올해도 구설수에 올랐다. 참가상 논란 등을 자초했다. 남녀주연상 후보 9명 전원을 비롯해 다수의 후보들이 스케줄을 이유로 시상식에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때문에 대리 수상이 거듭되는 촌극이 연출됐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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