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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儒林(395)-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1)

    儒林(395)-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1)

    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1) 순우곤은 말을 이었다. “저는 다만 그 농부가 바치는 것은 적게 하면서도 바라는 것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웃은 것입니다.” 순우곤의 대답은 재치가 번득이는 변설이었다. 즉 제물을 적게 바치면서도 바라는 것이 많은 농부의 예를 들어 조나라에 원공을 청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예물을 바치는 임금의 어리석음을 질타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순우곤의 이 말에서 ‘돈제일주(豚蹄一酒)’란 고사성어가 나온 것.‘돼지발굽과 술 한 잔’이란 말로 ‘작은 물건으로 많은 성과를 얻으려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뜻’이었던 것이다.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위왕은 당장 황금 1000일(溢)과 진주 10꾸러미, 수레 1000대, 말 4000필을 예물로 준비시킨다. 이를 가지고 초나라로 간 순우곤은 순조롭게 조왕을 설득하여 10만의 정병과 전차 400대를 이끌고 돌아올 수 있었으며, 이 소식을 들은 초나라의 군사는 야음을 타서 철수하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초나라를 물리친 일등공신 순우곤을 위해 위왕은 크게 기뻐하여 주연을 베풀었다. 거나하게 주연이 무르익자 위왕이 순우곤에게 물었다. “그대는 술을 얼마나 마시면 취하는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순우곤을 빗대어 물었던 질문이었다. 이에 순우곤이 대답한다. “신은 한 되를 마셔도 취하고, 한 말을 마셔도 취합니다.” “한 되만 마셔도 취한다면서 어찌 한 말을 마실 수 있단 말인가. 무슨 뜻인지 말해줄 수 있겠는가.” 순우곤이 대답하였다. “만약 대왕 앞에서 술을 받았는데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곁에 서 있고, 어사가 뒤에 자리 잡고 있다면 제가 두려운 마음에 엎드려 술을 마셔야 할 것이니 한 되도 못 마시고 취할 것이며, 친척 중에 어른들을 모신 자리라면 어렵고 또 그들의 시중을 들어야 하므로 두 되도 못 마시고 취할 것입니다. 오랜 벗을 만나 옛날이야기를 하고 회포를 풀며 마신다면 대여섯 되쯤 마실 수 있을 것입니다만 동네남녀들과 노름을 하며 마신다면 여덟 되쯤 마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해가 지고 취가가 돌아 남녀가 같이 맞붙어 앉아 신발이 흐트러지며 ‘술잔과 접시가 어지럽게 흩어지고’ 집안의 등불을 내걸 무렵이 되어 안주인이 손님들을 모두 보낸 뒤 제집에서 속옷의 옷깃을 헤칠 때 은근한 향내가 풍긴다면 아마도 그때는 한 말이라도 마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술이 극에 다하면 어지러워지고, 즐거움이 극에 다하면 슬픔이 생겨난다 했으며, 모든 일이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순우곤의 말은 최고의 명언이다. 뛰어난 말솜씨를 통해 순우곤은 왕으로 하여금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과 어사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싶지 않고, 임금과 단둘이서 독대하여 대작하고 싶은 심정을 교묘하게 나타내 보인 것이었다. 위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당장 주연을 파했으며, 이후 술자리가 있게 되면 순우곤을 곁에 앉혔다고 한다. 순우곤의 이 말에서 배반낭자(杯盤狼藉)란 성어가 나온 것. ‘술잔과 접시가 이리저리 흩어져 어지러움’을 의미하는 이 말은 사기의 ‘골계열전(滑稽列傳)’에 나오는 말로 술을 마시고 한참 신명나게 노는 모습을 가리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이다.
  • 삼순이가 살빼면 그건 배신?

    삼순이가 살빼면 그건 배신?

    ‘홀쭉한 삼순이, 미워보일까.’시청률이 50%(수도권 기준)를 넘어서는 등 두 달 동안 신드롬을 일으키며 ‘국민 드라마’로 등극했던 MBC 수목 미니시리즈 ‘내 이름은 김삼순’(연출 김윤철·극본 김도우)이 21일 팬들의 아쉬움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녀가 없으니 무슨 낙으로 사느냐며 한숨짓는 시청자도 있을 법하다. 짧은 시간 동안 삼순이가 남긴 것은 많다. 얼짱·몸짱지상주의에 강펀치를 날렸다는 평가에서부터,30대 노처녀-게다가 뚱뚱하기까지-의 솔직한 마음을 속 시원히 드러냈다는 통쾌함 등등. 김삼순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게’ 소화해낸 김선아는 촬영에 앞서 몸무게를 6∼7㎏ 정도 늘리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남자 배우들이 현실감 있는 연기를 위해 몸을 불리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한창 잘나가는 여자 연기자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제 김선아가 할 일은? 그는 “일단 사정없이 푹 쉰 뒤 살을 뺄 것”이라고 설명한다. 영화 ‘S다이어리’ ‘잠복근무’에 이어 이번 드라마까지 쉴 새 없이 강행군, 체력이 고갈됐기 때문.‘김삼순=김선아’라는 게 확고불변한 공식으로 자리잡았기에 그가 몸에 붙은 살을 제거해 나간다면, 웬지 삼순이를 잃어버리는 것 같다며 섭섭해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예쁘게 보이려고 과도하게 살을 빼는 차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맞는 정상 체중을 찾아가는 것은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비만이나 과체중이 성인병 및 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은 과학적인 사실이다. 배우가 연기를 위해 한꺼번에 살을 찌우는 것은 건강을 담보로 하는 모험이기도 하다. 그러니 김선아가 다이어트에 들어가더라도 ‘삼순이의 배신’으로는 생각하지 말자. 김선아의 다이어트 대작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3년 그를 스크린 스타로 만들었던 영화 ‘몽정기’를 끝내고 6개월 동안 7㎏을 뺐다. 웨이트 트레이닝, 스쿼시, 태보 등 하루 3시간 운동에다, 생식과 샐러드 등 식이요법을 곁들이며 처절한 전쟁을 벌였다. 몸매 관리 차원이었을 뿐, 이번처럼 연기를 위해 몸을 불렸다가 줄이는 경우는 아니었다. 어쨌든 김선아의 ‘살과의 전쟁’은 조만간 시작된다. 배우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위해, 혹은 작품을 끝내고 급격히 체중을 감량하는 경우 일반적인 안전 수칙을 무시하기 쉽다. 적절한 체중 감량 방법은 적당한 운동과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는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식사법이 주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급격한 체중 감량에 자주 이용되는 방법은 하루 200㎉ 이하로 칼로리를 섭취하는 금식법이나,200∼800㎉를 섭취하는 초저열량 식사법이다. 금식법은 장기간 체중 감소 상태를 유지할 경우 전해질 불균형이나 영양소 부족으로 예기치 못한 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 신체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가장 급격히 체중을 뺄 수 있는 초저열량 식사법은 주당 1.4∼2.3㎏ 정도의 감량을 기대할 수 있다. 의학적 관리가 있다면 상당 기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상 식사를 하면 체중은 곧바로 복원된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는 필수 영양소 등이 부족하지 않게 하루 800∼1500㎉를 섭취하는 저열량 식사법이 있다. 더불어 몸에 들어가는 열량보다 더 많은 열량을 소모하는 운동을 곁들이며 1주일에 0.5∼1㎏을 줄일 수 있다. 독하게 맘먹으면 삼순이도 두달만에 원래 몸매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심재억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도움말 지재환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체중조절클리닉 교수
  • CJ·쇼박스 ‘8월 전쟁’

    가뜩이나 찜통더위인 요 며칠, 충무로는 거대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의 신경전으로 수은주가 확 치솟았다. CJ엔터테인먼트는 박찬욱·이영애의 빅카드를 앞세운 ‘친절한 금자씨’(29일 개봉)로, 쇼박스는 총제작비 88억원을 밀어넣은 블록버스터 휴먼드라마 ‘웰컴 투 동막골’(8월4일 개봉)로 관객몰이 작전에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상반기 국산 대작들이 줄줄이 참패해온 터에 모처럼 충무로의 숨통을 틔운 역할자로 조명을 받겠다는 속내들이다. 최근 두 작품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경쟁상황은 CJ와 오리온그룹의 자존심 대결로 비쳐지기에도 충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친절한 금자씨’의 크레디트에는 CJ그룹의 이미경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총괄 부회장이 투자자 자격으로 이름을 걸었다. 그가 CJ의 영화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막후 실력자란 건 공공연한 사실. 하지만 투자자로 실명거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CJ엔터테인먼트측은 “이 부회장은 ‘공동경비구역 JSA’때부터 박찬욱 감독과는 이해관계가 돈독했고, 또 이번 작품이 해외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이 확실해 해외마케팅 전략상 이름을 노출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15세 관람등급을 기대했으나 18세 등급을 받은 영화를 CJ측은 단 한번의 일반시사도 없이 끝까지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복안이다. 쇼박스의 ‘…동막골’은 이와는 딴판이다.88억원의 제작비 회수 전략의 포인트는 대대적 입소문 전법. 국내 영화사상 유례없는 ‘10만명 일반시사’ 작전에 들어갔다. 감독과 배우로는 ‘…금자씨’의 티켓파워를 당할 수 없는 만큼 ‘융단폭격식’ 입소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계산이다. 쇼박스측은 “‘영화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8월 극장가의 기선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10만명 시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CJ의 후발주자로 영화계에 뛰어든 쇼박스는 올들어 눈에 띄게 커진 보폭을 자랑한다.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 ‘말아톤’을 배출한 자신감을 밑천삼아 ‘…동막골’에도 과감히 ‘베팅’해 보겠다는 기세. 기자시사회 전날인 지난 18일 이화경 사장(오리온그룹 엔터테인먼트 부문 총괄 CEO)을 위시한 그룹 임직원이 단체로 영화를 관람할 정도였다. 금자씨를 만날까? 동막골로 갈까?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는 관객들 몫이다.“어느 쪽 성적표가 좋든, 두 영화가 소강상태에 빠진 충무로를 기사회생시키는 전기가 돼야 한다.”는 기대만큼은 한결같다.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짜릿찌릿 7일간의 DVD여행

    본격적인 한여름 무더위와 함께 기다리던 휴가철이 시작되었다.‘인도차이나’의 하룽 베이나 ‘리플리’의 배경이 되었던 나폴리 같은 곳으로 휴가를 떠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게 문제다. 그렇다고 가까운 해수욕장에 가려니 수많은 인파와 바가지요금과 씨름하기란 또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자칫 피서가 아니라 ‘피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7일간의 휴가 중 하루이틀쯤은 집에서 얼음물에 발 담그고 보고 싶었던 DVD를 실컷 보는 게 어떨까. 가벼운 발마사지와 더불어 적당한 수면을 취하고 여유롭게 DVD를 감상한다면 바캉스 이상의 충전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살얼음이 살짝 도는 시원한 오미자 화채 한 그릇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속을 파낸 통 수박에 꿀을 넣은 오미자 냉차와 배, 수박 속을 섞으면 여름철 더위는 물론 피로회복에도 그만이다.7일간의 휴가 동안 하루하루 꺼내 볼 수 있는 DVD 다이제스트를 소개한다. 오미자 화채만큼이나 다양한 맛을 내는 영화들을 만나다 보면 한여름 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이다. 박은영 DVD칼럼니스트·mlue@naver.com ■ MON-주먹이 운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칠선의 도움으로 도시의 무협 초인이 되었던 교통경찰 상환이 이번엔 열아홉 살의 소년원 복서 상환으로 돌아왔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형제인 류승완 감독과 배우 류승범은 벌써 4편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전작 ‘아라한 장풍대작전’이 코믹한 도시 무협극이었다면 ‘주먹이 운다’는 류승완 감독의 농익은 연출과 성숙한 류승범 연기가 어우러진 비장미 넘치는 복싱 드라마다. 류승완 감독은 DVD 마니아로 유명하다. 수집에도 남다른 열의가 있지만 자신의 영화를 DVD로 제작하는데 있어 국내 어떤 감독보다도 적극적이다.‘아라한 장풍대작전’은 지난해 우수 DVD로 선정될 만큼 깨끗한 화질과 사운드로 주목받았는데,‘주먹이 운다’ 역시 극적인 영화의 구성과 인물들의 우여곡절 많은 인생을 표현한 시각적인 효과와 섬세하고 예민한 사운드가 빼어나다.6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찍은 신인왕전 장면의 메이킹 필름과 감독의 열정적인 코멘터리도 부가영상에 수록되었다. ■ TUE-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하나와 앨리스 최근 일본 멜로영화들이 조용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일본 열도를 열광시킨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결혼을 앞둔 한 남자가 백혈병 소녀와의 첫사랑을 추억하는 내용이다. 다소 신파조의 이야기임에도 첫사랑에 대한 가슴 아픈 기억을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풀어내 국내 극장가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첫사랑 영화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이와이 지의 ‘러브레터’가 아닐까. 이와이 감독은 꾸준히 비슷한 심상을 지닌 영화들을 만들어왔는데 특히 최근작인 ‘하나와 앨리스’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귀여운 이야기다. 한 소년을 사이에 두고 예기치 않은 삼각관계에 빠진 두 소녀의 귀여운 거짓말과 성장과정이 동화처럼 전개된다. 순수한 사랑의 느낌을 살린 색감과 배우들과 감독의 교감을 확인할 수 있는 메이킹 필름이 인상적이다. 특히 5분간의 발레 장면은 다시 보고 다시 봐도 예쁘다. ■ WED-프렌즈, 24 만약 이 시리즈들을 보기 시작한다면 앞으로의 DVD 감상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될지도 모른다. 시리즈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일단 보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즌 9까지 출시된 ‘프렌즈’가 바로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구성된 여섯 명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매우 일상적이면서도 생활 속에 배어나는 감칠맛이 있다. 뚜렷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들과 가족 이상으로 따뜻하게 서로를 감싸안는 우정, 오늘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즐거운 기대감이 있다. 잭 바우어의 테러 진압기 ‘24’를 보려면 한층 더 강한 결심을 해야 한다. 제목 그대로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실시간으로 따라가므로 중독성이 한층 더 강하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단의 활약과 대통령을 둘러싼 음모가 유기적으로 전개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된다. 웬만한 액션 스릴러보다 긴장감이 넘치며, 키퍼 서덜랜드의 안정감 있는 연기는 발군이다. ■ THU-나비효과, 리컨스트럭션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의 태풍을 만든다는 ‘나비효과’는 시간을 되돌려 과거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거의 작은 변화는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현재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이 DVD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감독판과 극장판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는 것인데 삭제된 7분과 더불어 극장판과 다른 결말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로 이동할 때의 프레임을 뒤흔드는 시각효과와 날카로운 굉음은 DTS 사운드를 통해 입체적으로 표현되었으며 색보정을 거친 영상에선 개성이 넘친다. ‘나비효과’가 자신의 의지대로 과거를 수정했다면,‘리컨스트럭션’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상황이 재구성되는 경우다. 애인을 두고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판 순간 애인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자신을 잊어버린다.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감각적인 카메라는 다양한 질감의 화질을 보여 준다. 독특한 이야기와 연출이 어우러진 지적이며 아름다운 영화다. ■ FRI-맨추리안 캔디데이트, 쏘우 ‘맨추리안 캔디데이트’의 원작인 1962년 버전은 한국전이 배경이었다. 그러나 조나단 드미 감독은 9·11 테러를 겪고 우경화된 미국에서 걸프전에서 대량 기억 조작이 있었다는 가설을 내세운다. 고도의 정치적 함수관계와 심리전이 얽히고 신화적인 상상력까지 더해져 보는 이들에 따라 영화의 해석의 폭도 달라진다. 섬뜩할 정도의 차가운 인물로 분한 메릴 스트립과 덴젤 워싱턴, 리브 슈라이버 등의 연기도 뛰어나다. 영화촬영 전 6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미국의 현실에 대해 토론하는 영상 등 부가영상에도 무게가 실렸다. ‘쏘우’는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영문도 모르는 채 끌려와 살인마의 지령을 따라야 하는 두 남자의 8시간을 긴박하게 쫓는다. 밀폐된 공간 안의 현재와 죄의 원류를 쫓는 과거가 교차되면서 고도의 심리전이 전개된다. 한순간도 예측하기 어려운 긴장감과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는 공포가 입체적인 DVD 사운드로 한층 더 섬뜩하게 표현되었다. ■ SAT-에비에이터, 콘스탄틴 마틴 스코시즈의 역작 ‘에비에이터’는 미국 영화와 항공업계의 신화인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의 일대기를 쫓는다. 미국 항공전문가들이 조언을 구했을 정도로 그는 비행기와 영화에 미쳐 있는 인물이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신경증과 결벽증을 두루 갖춘 인물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해냈다. 비행기를 좋아하던 그는 추락하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 철저한 자기 소외를 경험하면서 쓸쓸히 죽었다. 부가영상을 통해 실제 하워드 휴즈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이 방대한 영화의 제작과정 다큐멘터리를 확인할 수 있다. 시온을 구하려 했던 레오가 ‘콘스탄틴’에서는 악마의 세력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려는 엑소시스트가 되었다. 절묘하게도 레오와 콘스탄틴은 닮은꼴이다. 어찌 보면 ‘매트릭스’의 외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적들의 세력은 강하고 고군분투하는 폐병쟁이 영매의 싸움은 눈물겹다. 화려한 영상은 영웅의 활극만큼이나 파워가 넘치고 부가영상 패키지도 묵직하다. ■ SUN-그루지, 링 슬프고 무서운 살인의 기억이 원혼으로 남아 집에 들어온 사람들을 죽인다. 덮고 있는 이불 안에서 푸르고 창백한 얼굴의 소년이 기어 나오는 장면만 떠올려도 ‘주온’은 충분히 공포스럽다. 일본 TV 시리즈로 제작되었다가 영화로 제작되었고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일본 대표 호러다.“끼익”대는 기분 나쁜 소리와 음침한 집의 구조는 공포를 배가시키며 DTS로 예리하게 날을 세운 사운드는 순간순간 소스라치게 만든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TV판 1,2편과 일본 극장판 1,2편 그리고 이례적으로 할리우드판의 연출까지 맡았다. 그러나 일본 공포영화의 최고봉은 여전히 ‘링’이다. 나카다 히데오 감독은 소설을 원작으로 사다코라는 여인의 원한과 복수, 죽음 바이러스의 확장이라는 새로운 공포 코드를 만들었다. 개봉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이상의 공포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고어 버번스키 감독의 할리우드 버전과 비교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어떻게 지내세요] 신곡 ‘인생은 레디 고’ 발표한 남보원

    [어떻게 지내세요] 신곡 ‘인생은 레디 고’ 발표한 남보원

    “백년을 살아봤자 삼만육천 오백일이지요. 인생은 항상 레디 고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웃음을 선사하는 일은 무척 즐거운 일이죠.” 남보원(70)씨. 우리나라 원맨쇼의 ‘대부’격이다.1960∼70년대 팔도를 넘나드는 특유의 성대모사로 많은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지금의 중·장년층들에겐 그의 이름만 들어도 “진짜 넘버 원이야.”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다.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때 그쇼를 아십니까.”라는 타이틀로 현미 박상규 트위스트김 등 동료 연예인과 2주전부터 주말마다 전국 투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해남과 목포 광주 등을 다녀왔단다. ●“45년만에 내 노래 발표 감개무량” 특히 남씨는 최근에 신곡 ‘삐에로’와 ‘인생은 레디 고’ 두곡을 발표, 식지 않은 열정으로 추억의 인기를 다시 되살리고 있다. 즉석에서 ‘삐에로’를 부른다.‘나는 나는 삐에로 삐에로로 살아갈래/슬플 때도 웃어야 하고 기쁠 때도 웃어야 하는/연지곤지 분바르고 멋쟁이로 차려입은/나를 보고 웃어봐∼.’(윤삼육 작사·박재권 작곡) “그동안 남의 노래만 45년 불렀지요. 내 노래라고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중간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라는 랩 가사까지 삽입했거든요. 딸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투어쇼에는 새로 선보인 것이 몇가지 더 있다. 우선 광복 60주년을 맞아 역대 대통령을 풍자하는 것. 예를 들어 ‘이승만 박사가 첫단추를 잘못 끼어 박정희 대통령 총 맞아 죽었지∼.’라는 대사에 즉흥곡을 붙였다. 또한 ‘타타타’의 곡에다 팔도 사투리, 정주영 전 회장의 목소리, 찬송가, 찬불가 등을 섞어가며 세상을 풍자하다 보면 두시간 동안 거뜬히 원맨쇼를 펼칠 수 있다는 것. ●“北안내원들 알아보고 반가워해” 북한에서도 그의 명성을 입증했다.5년 전 방북했을 때 안내원들이 남씨를 가리켜 “입술재간꾼 선생이 아니냐.”며 반가워했다. 또한 북한에 사는 누이와 50년 만에 상봉했을 때 “우리 동생이 남쪽에 가서 공훈배우가 됐네. 어릴 적부터 흠칠거리는 끼가 많았지.”하는 칭찬과 회한의 말을 서로 주고받기도 했다. ●“후배들 임기응변 아닌 개인기 갖춰야” 인생은 60부터가 아니라 70부터라고 강조하는 그는 건강을 위해 매니저이자 운전기사인 부인과 함께 동네 헬스클럽을 자주 찾는다.30년 넘게 한 동네에 살았기에 주민들과도 자주 어울린다. 영원한 현역임을 자처하는 그는 “요즘 코미디는 임기응변으로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개인기를 갖지 않으면 나중에 설 땅이 없어진다.”고 후배들에게 한 마디 던진다. 남씨는 평안남도 순천에서 부잣집 외아들로 태어났다.6·25전쟁 중에 월남, 서울 성동공고를 졸업했다. 부친이 경찰공무원을 권유해 57년 동국대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그의 본명은 김덕용.63년 연예계 데뷔 당시 대부분 ‘후라이보이’‘스리보이’ 등의 예명이 많아 고민끝에 ‘넘버 원’이라는 영어와 남쪽 보물의 으뜸이란 뜻을 합쳐 남보원(南寶元)이라고 지었다. 영화 ‘공수특공대작전’‘귀신잡는 해병’‘오부자’‘새알각하’ 등의 영화에도 출연, 인기를 모았다. 연예인 축구부를 만들었으며 한때 ‘남펠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Q&A로 미리보는 아일랜드

    21일 개봉하는 영화 ‘아일랜드(The Island·12세 관람가)는 개봉 전부터 주목을 끈 작품이다. 흥행 대작으로 유명한 마이클 베이 감독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선 그렇다. 하지만 무엇보다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 세포의 인간복제 연구가 성공,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먼 미래로 잡았던 영화의 시점을 급히 현재로 바꿨다.”고 제작자인 윌터 F 파트스가 밝히면서부터다. 이와 관련,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개봉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래저래 화제가 되고 있는 ‘아일랜드’의 주요 감상 포인트를 찍어 문답식으로 소개한다. Q:영화는 현재 세계적 이슈인 ‘인간 복제’의 윤리성을 건드리고 있는가. A:사실 영화속 ‘복제인간’ 이야기는 할리우드에서 숱하게 써먹고 또 계속 써먹을 단골 소재.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이처럼 생생하고 피부에 와닿게 인간 복제의 위험성을 경고한 영화는 드물다. 영화는 인간복제로 ‘제조’된 링컨(이안 맥그리거)과 조던(스칼렛 요한슨)이 결국 자신들이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하기 위한 복제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복제 시스템’을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생명에 관한 철학적·윤리적인 질문보다는 액션을 우위에 두고 있는 것이 이 영화가 가진 한계다. Q:영화속에 황우석 박사의 연구 실적인 인간배아줄기세포 복제 기술이 얼마만큼 소개되나. A:러닝타임 127분 가운데 길게 봐야 30분 정도만이 인간 복제에 대한 도덕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마치 공장에서 인형을 찍어내듯 ‘인공 자궁’속에서 배양되는 복제인간의 탄생과 매매, 처분 과정을 오싹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수많은 로봇들이 ‘오와 열’을 맞춰 누워 있는 영화 ‘아이 로봇’속 한 장면을 벤치마킹한 느낌도 준다. 하지만 황박사 연구의 핵심인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복제 ‘기술’에 대한 언급은 없다. Q:소재로 봐서는 마이클 베이의 전작들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일 것 같은데. A:마이클 베이가 어디 가겠는가. 영화를 보면 마이클 베이가 보인다. 극장을 떠나도 눈 앞엔 ‘자동차 추격신’이 여전히 아른거릴 것이다. 이제까지 소개된 여러 블록버스터들 가운데 단연 으뜸.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자동차 추격 장면, 쉼없이 터지고 또 터지는 폭발과 고층 빌딩위의 교전 등 단 1초도 눈을 깜박거리는 게 아까울 정도로 감각적이고 자극적이다. 전작 ‘더 록’‘진주만’‘아마게돈’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마이클 베이표’ 액션이 스크린 위를 수놓는다. 영화의 3분의2 이상이 도심 배경의 스펙터클 액션으로 채워졌다. 미화 2500만달러의 요트와 700만달러의 자동차 등 1억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돼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Q:황우석 교수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할리우드(22일)보다도 하루 앞서, 한국에서 개봉한다는데. A:“영화소재가 한국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봉했다.”는 말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영화 홍보를 맡고 있는 올댓시네마 관계자는 “한국 단독이 아닌, 한국보다 시차가 앞선 아시아 국가 등 2∼3개국이 같은 날(21일) 개봉하는 것”이라면서 “한국의 개봉일과 황우석 박사의 연구 성과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말했다. Q:주인공 이안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은 부조화 캐스팅? A:‘트레인스포팅’에서 반항적인 이미지로 나왔던 이안 맥그리거와 ‘차세대’ 스타인 스칼렛 요한슨은 캐스팅 당시 의외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이안 맥그리거는 순진하고 예민한 ‘복제 인간’과 오만하고 이기적인 ‘진짜 인간’ 등 1인 2역을 말투까지 바꿔가며 차별화된 연기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스칼렛 요한슨도 이안 맥그리거와 함께 대역 없이 70층짜리 건물 옥상에 매달리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갈채를 받았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20일 ‘중랑천 시네마&뮤직 페스티벌’개막

    20일 ‘중랑천 시네마&뮤직 페스티벌’개막

    ‘최신 개봉 영화도 공짜로 보고 음악도 감상하고….’ 제1회 ‘중랑천 시네마&뮤직 페스티벌’이 오는 20일 중랑천변(중화 체육공원 일원)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나흘 동안 매일 오후 7시부터 중랑천 시민공원을 찾으면 공짜로 최신 영화를 감상하고 영화음악·힙합댄스 등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눈길을 끄는 메인 행사는 영화 상영. 남극일기(20일) 안녕 형아(21일), 간큰가족(22일), 폼포코 너구리대작전(23일) 등 온 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들이다. 매일 오후 8시 30분부터 시작한다. 드럼 페스티벌을 비롯, 환경 콘서트 ‘안치환과 자유’, 아카펠라로 만나는 영화 OST도 한여름밤의 무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하다. 축제의 막을 내리는 23일에는 인기 가수들이 라이브 음악을 들려주는 라디오 공개방송이 진행된다. 유익한 부대행사도 준비됐다. 포스터로 보는 한국 영화 100년사,10분에 마스터하는 ‘영화 제작에서 상영까지’, 우리 가족이 만드는 대형 영화 포스터 등 영화에 관한 참여형 행사들이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지하철 7호선 중화역에서 내려 이화교쪽으로 5분정도 걸어오면 행사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버스는 2235·2216·273·1223번을 이용하면 된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이 땅의 1%’ 외국인의 삶과 숨결

    ‘이 땅의 1%’ 외국인의 삶과 숨결

    ‘한국 사회에서 1%의 마이너리티로 산다는 것은….’ 2005년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은 약 80만명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1%를 웃도는 숫자다. 이들의 시선에 담긴 한국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아리랑국제방송은 휴먼 다큐멘터리 ‘핸드 인 핸드’ 시리즈를 11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9시30분(재방 화 오후 2시30분)에 방송한다. 최근 ‘호스트 패밀리’ 운동을 벌이고 있는 아리랑국제방송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땅에서 살아가는 외국인과 그들과 기꺼이 친구가 된 한국인의 어울림을 담아낸다. ‘호스트 패밀리’는 우리 사회의 외국인 노동자를 끌어안기 위해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와 우리나라 사람이 결연하고 인간적인 교류를 가지는 등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자는 취지. 이방인들에게 한국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배우고 일하고 사랑하고 도전하며, 결실을 맺는 삶의 터전이 돼야 한다. 이들이 이곳에서 느낄 수밖에 없었던 문화적 이질감과 폐쇄적인 민족성들을 극복하며 문화적 공존을 모색하는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진다.‘호스트 패밀리’의 숨결과 이 프로그램이 가장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불법체류자까지도 조명하게 될지 기대된다. 첫 날에는 ‘내 친구 아라파트’와 ‘이열치열! 더위탈출 대작전’이 마련됐다.‘내 친구’는 개그맨 ‘블랑카’ 정철규가 일곱 명의 가족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4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을 찾아온 아라파트를 만난다. 고향에 돌아가 사진 전문점을 운영하는 게 꿈인 아라파트는 장철규와 함께 서울생활 적응에 나선다. ‘이열치열’의 주인공은 아프리카 케냐에서 온 무니. 더운 나라에서 온 그가 무더위를 이기기 위한 각양각색 한국인만의 비법을 경험한다. 18일 방영될 2회에서는 정병국 국회의원과 몽골에서 1년 동안 교사생활을 했으나,1년 전 한국에 와서는 핸드폰 부품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어요에르데네와의 만남 등을 준비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문화 캘린더]

    ●경기 안산시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은 9일(토) 오후 2시 기념관 소극장에서 만화영화 ‘알라딘 2’를 상영한다.(031)481-2571. ●서울시는 9일(토) 오후 3시 청량리역 광장에서 ‘춘천 가는 기차’ 등 여행을 주제로 한 재즈밴드와 가수들의 광장 콘서트를 연다.(02)707-9419. ●서울시는 9일(토) 오후 7시 종로구 운니동 운현궁에서 판소리, 민요, 거문고 연주 등 전통 공연을 연다.10일(일)에는 전통 북 연주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02)766-9094. ●경기 부천시는 9일(토)부터 9월말까지 매주 토·일 오후 5∼6시 중동신도시 중앙공원에서 ‘토일 상설극장’을 개최한다. 음악·연극·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행사가 펼쳐진다.(032)320-2573. ●인천 남동구 사랑나누기운동 추진위원회는 12일(화) 오후 7시30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제7회 결식아동돕기 열린음악회’를 개최한다. 설운도·현숙·정철·BMK 등 정상급 연예인들이 출연한다.(032)453-2350. ●인천시 청소년회관은 7월 한달간 매주 토·일요일 오후 2시 무료 영화상영회를 갖는다. 상영작은 다음과 같다.▲9일 모나리자 스마일▲10일 아라한 장풍 대작전▲16일 러브미 이프 유데어▲17일 업타운걸▲23일 저지걸▲24일 인형사▲30일 하나와 앨리스▲31일 착신아리.(032)887-5270.
  • 불붙은 뮤지컬 붐업? 과열?

    불붙은 뮤지컬 붐업? 과열?

    ‘요즘 대학로엔 뮤지컬 아니면 개그콘서트밖에 안 보인다’. 한 연극 관계자의 한탄이다.‘오페라의 유령’등 대작 뮤지컬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중·소극장 뮤지컬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지하철1호선’ 등 극단 학전의 록뮤지컬을 비롯해 2∼3편의 작품이 고작이었으나 지금은 한 극장 건너 한 편꼴로 뮤지컬 공연이 올라갈 만큼 양적으로 증가했다.2000년대 들어 불붙기 시작한 뮤지컬 산업이 본격적인 붐업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과 함께 기형적인 과열 양상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뮤지컬 시장 눈부신 성장세 지난 10일 막올린 브로드웨이 현지팀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VIP석과 R석이 11만∼15만원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개막 전 총 20만장 가운데 9만장의 티켓을 판매했고, 지난 24일까지 총 11만 5000여장이 팔렸다.2001년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오페라의 유령’라이선스 공연으로 촉발된 국내 뮤지컬산업 붐은 단기간에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7개월의 장기공연,24만명의 관객,192억원의 매출이라는 기록적인 성과에 힘입어 이후 ‘맘마미아’‘미녀와 야수’등 100억원대 규모의 대작들이 잇따라 국내에 상륙했다. 뮤지컬 관객수는 2001년 약 50만명에서 올해 100만명으로 두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연간 매출액도 2003년 500억원대에서 800억원대로 늘어날 전망. 뮤지컬 제작편수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뮤지컬전문지 ‘더 뮤지컬’의 박병성 편집장은 “올 상반기에 공연된 뮤지컬만 50여편에 이른다. 하반기에도 ‘아이다’를 비롯해 비슷한 편수의 공연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공연된 전체 제작편수 70여편에 비하면 50%가량 늘어난 수치”라고 말했다. ●배우·스태프 등 인력난과 졸속 제작의 우려 뮤지컬 관계자들은 현재 뮤지컬 제작편수가 과다할 정도로 많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돈이 된다 싶으면 일단 덤벼들고 보는 우리 문화계의 고질병이 뮤지컬 분야에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 기존 뮤지컬 제작사들이 무리하게 욕심을 내서 작품수를 늘리는 것도 문제지만 공연쪽에 전혀 경험이 없는 사람들까지 투자사를 끌어들여 무작정 공연을 올리는 무차별 경쟁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PMC프러덕션의 김종헌 상무는 “영화사, 광고제작사, 벤처회사까지 뮤지컬에 관심을 보이면서 기형적인 과열 양상으로 인해 시장 질서가 흐려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뮤지컬 과열로 인한 가장 큰 문제점은 배우와 스태프 등 전문인력의 기근현상이다. 예전엔 스타급 배우들 몇명만이 겹치기 출연을 했으나 요즘에는 거의 모든 배우들이 한 작품을 하면서 동시에 또 다른 작품 연습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소극장 뮤지컬 관계자는 “현재 출연중인 배우 11명 전원이 낮엔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뿐만 아니라 연출가, 음악감독 등 숙련된 전문 뮤지컬 스태프들의 숫자도 한정되다 보니 원작은 좋은데 졸속으로 제작돼 실패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생긴다. 여기에 수입 라이선스 뮤지컬과 창작뮤지컬간의 불균형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과다한 뮤지컬 수입 경쟁은 제작비 상승을 불러오고, 결국 이는 관객들이 부담해야 할 티켓가격의 상승으로 전이된다는 점에서 깊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과제 청강산업대 이유리 교수는 “현재 뮤지컬 붐업 현상에 거품이 낀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서 “현 단계에서 중요한 건 내실을 다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연말 개최한 뮤지컬 관계자들의 세미나,CJ엔터테인먼트가 주관한 창작뮤지컬쇼케이스, 그리고 한국프로듀서협회가 추진 중인 전국대학뮤지컬페스티벌 등은 이같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뮤지컬 관계자들은 현재 뮤지컬산업이 초기 한국영화산업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의 뮤지컬 붐업이 무분별한 과당경쟁으로 일회성 이벤트로 사그라들지, 아니면 옥석을 제대로 가려 건전한 산업 기반을 형성하는 기회가 될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에너미 엣 더 게이트(MBC 밤 12시) ‘불을 찾아서’(1981),‘장미의 이름’(1986),‘베어’(1988),‘연인’(1992) 등 예술성과 상업성을 넘나드는 작품을 만들어 온 프랑스의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실존했던 소련의 전쟁 영웅 바실리 자이체프를 소재로 만든 영화. 당시로는 유럽 최고 제작비 8400만 달러를 들여 말끔하게 만든 대작이다. 미국에서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으나, 정작 프랑스에서는 쓴소리가 많았다. 귀족적 매력이 흠씬 풍기는 영국의 미남 배우 주드 로가 ‘태양은 가득히’를 리메이크한 ‘리플리’(1999)를 통해 대중적인 지명도를 얻은 이후 출연한 작품. 주드 로의 맞수로 나오는 애드 해리스나 조지프 파인스, 밥 홉킨스 등 연기파 배우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군은 소련 스탈린그라드로 침공을 감행한다. 연이은 패배에 몰린 소련군의 선전장교 다닐로프(조지프 파인스)는 우연히 바실리(주드 로)의 뛰어난 사격 솜씨를 목격하게 되고, 사기가 저하된 소련군에게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그를 영웅으로 만들고자 한다. 다닐로프의 계획에 따라 바실리는 나치 장교들을 하나씩 없애가는 저격수로 변신하게 되고 평범했던 그는 어느새 전설적인 영웅으로 재탄생하게 되는데….2001년작.140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42년의 여름(EBS 오후 11시40분) 첫 사랑과 섹스에 대한 환상을 지니게 되는 청소년기의 혼란을 그린 전형적인 성장 영화다. 성인이 된 주인공의 담담한 내레이션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작품에서 젊은 미망인으로 나오는 브라질 출신 배우 제니퍼 오닐은 올리비아 핫세나 브룩 실즈, 실비아 크리스텔처럼 데뷔 초기 세계의 남성 영화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청춘 스타.70년대 스크린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나, 이후 TV로 무대를 옮겼다. 하퍼 리의 퓰리처상 수상작 ‘앵무새 죽이기’를 1962년 명배우 그레고리 펙과 함께 스크린(국내 개봉 제목은 ‘앨라배마에서 생긴 일’)으로 옮겨 아카데미 주연상과 각색상을 받았던 로버트 멀리건 감독이 연출했다. 1942년, 전쟁과는 동떨어진 조용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열 여섯의 허미(게리 그라임스)와 오시(제리 하우저) 벤지(올리버 코넌트) 등은 언제, 어떻게 총각 딱지를 뗄까 고민하는 친구 사이. 특히 허미는 연상의 유부녀 도로시(제니퍼 오닐)를 좋아하게 되고, 적극적인 사랑 표현에 나선다. 어느날 전장에 나간 도로시의 남편이 전사했다는 통지서가 날아온다..1971년작.113분.
  • [현대미술의 향수] ②조르쥬 쇠라에서 되찾은 고요

    [현대미술의 향수] ②조르쥬 쇠라에서 되찾은 고요

    미술사에서 가장 조용한 작품을 들 때 쇠라의 회화를 떠올린다. 그의 그림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작품 안에 동작이 극도로 자제되어 있고 흔들림이 없어서이다.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끄는 침묵이 작품을 석화시키고 시간의 관념조차 없애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파리의 오르세이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신인상주의전:쇠라에서 클레까지)에서 쇠라의 침묵을 다시금 느껴보았다. 파리의 오르세이 미술관(Musee d’Orsay)은 세계의 여타 미술관과 특별히 다른 전시방식을 하나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 미술관의 특별 기획전은 상설전과 분리되어 있어, 표를 따로 구입하고 공간도 나누어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오르세이는 특별전만 보겠다는 사람도 어차피 미술관의 전체 공간으로 들어가게 되어있어 결국 소장된 작품들을 모두 보게 된다. 옛 기차역을 개조해 만든 미술관이니만큼, 유난히 높은 천장과 하나의 전체공간이 그 개방적 구조를 두드러지게 한다. 관람자는 전시 공간으로 걸어 들어가며 사방에 가득 찬 작품들을 한꺼번에 직면하게 된다. 근·현대 작품의 보고로, 컬렉션의 창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옛 기차역 개조한 미술관 구조 인상적 이 오르세이 미술관이 (신인상주의전:쇠라에서 클레까지)(3월15일∼7월10일)를 (쇠라와 신인상주의 작가 드로잉)전과 동시에 기획하였다. 미술관 앞에 특별히 마련해 놓은 임시 매표소에는 10여개 이상의 줄이 겹겹이 뻗어 있었다. 이 전시는 ‘점묘법’ 혹은 ‘분할주의’로 잘 알려진 쇠라(Seurat)를 중심으로 한 신인상주의에 대한 대규모 특별전이었다. 신인상주의전을 이같이 큰 규모로 기획한 것은 유럽에서 거의 처음이라 한다. 전시는 쇠라에서 클레에 이르기까지 120여점의 유화를 14개의 방으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었다. 인상주의가 추구한 색채의 생생함을 과학적으로 확고히 구축한 쇠라였다. 그는 순수한 색채를 병치하여 미세한 점들을 모자이크해 표현하는 놀라운 체계를 제시했다. 자연을 눈으로 보듯 생생하게 포착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1891년 32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쇠라의 뒤를 이어, 시냐크(Signac)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전역으로 신인상주의를 파급시켰다. 이번 오르세이 미술관 특별전은 이러한 영향을 구체적인 작품들에서 확인해준다. 전시는 몇 점의 쇠라 작품을 시작으로 동시대 작가들을 보여주고, 점차 20세기 작가들로 옮겨간다. 그러나 전시의 중간부분에 쇠라를 본격 배치하여 주제를 확인시켰다. 뒤이어 반 고흐, 마티스, 칸딘스키, 피카소, 클레 등 20세기 거장들이 보인다. 이들의 작업 중 신인상주의 작품들만 선정하여 전시한 것이다. 현대미술의 선구자들 중 신인상주의를 거치지 않은 작가가 없을 정도로 신인상주의의 영향력이 컸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이것이 본 특별전의 기획 의도로서, 신인상주의는 20세기 현대미술로 가는 일종의 ‘통과의례’였다는 것을 부각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서구 현대 회화의 시작인 19세기 후반 인상주의가 이룬 미학은 색채를 위해 형태를 희생한 결과를 가져왔는데, 이는 견고하고 입체적인 형태를 구현하려던 르네상스 이래 서구 전통미술의 가치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서구미술은 당시 미적 딜레마에 처했던 것인데, 그것은 미술에서 주체가 눈의 망막으로 경험하는 색채와 빛의 조합을 실현하느냐(인상주의), 아니면 객관 세계의 견고한 형태와 입체를 구현하느냐(고전주의)의 중대한 문제였다. 쇠라의 신인상주의는 이에 대한 완벽한 해결이었다. 인상주의 그림에서처럼 생생한 색채와 강한 햇빛의 효과를 내면서도 쇠라의 그림은 빠른 인상에 대한 완전한 반대 또한 나타낸다. 예를 들어, 그가 남긴 가장 큰 그림인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1886년)은 수많은 작은 색점들로 가득한 대작이다. 미세한 색점을 찍어 실제 사람크기만큼 커다란 인물들을 완성하기 위해서 작가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 부었을까. 결과는 실로 놀랍다. 밝은 색채의 인물들은 바위에 새겨 놓은 부조처럼 영원히 움직이지 않는 듯 보여, 작품 한 부분에 폴짝 뛰어오른 작은 개를 보고 ‘저 개는 영원히 착지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완벽한 침묵 가운데 이룬 견고하고 단순한 그의 고전적 아름다움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전해진다. ●단순한 고전적 아름다움 그대로 전해져 천년을 넘는 미라처럼, 쇠라의 고요한 작업은 시간성을 초월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소음으로 가득 찬 우리의 삶에 가장 결여된 것이 있다면 이러한 부동의 침묵이라 생각되었다. 오늘날의 미술에는 도전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이 많다. 그러한 작품은 조용히 명상하며 침잠하는 관람 방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요즘 사람들이 사랑하는 방법과도 닮아 있다. 말없이 오래도록 쳐다보는 애달픈 가슴앓이보다는 직접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싸우더라도 서로 부딪쳐 알아가자는 쪽이다. 그러나 가끔 이메일과 휴대전화가 아니라 연한 편지지에 만년필로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어떨 때는 언어로 전하기에는 너무 절실한 감정이라 그저 침묵하고픈 때도 있다. 쇠라와 신인상주의전을 보러온 많은 사람들 중, 은발의 노부부가 눈에 띄었다. 서로의 손을 꼬옥 쥐고 함께 바라보는 한 폭의 그림에서 이들은 잃어버린 사랑, 상실한 미술에 대한 향수를 눈으로 되찾으려는 것일까. 이 향수는 단순히 나이와 연관되는 것이 아니다. 빠른 변화와 속도, 지나친 소음으로 벅찬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숨 가쁜 우리 모두의 마음에 진하게 자리잡고 있다. 삶이 지나치게 시끄러울 때 한 점의 쇠라 작품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고요와 침묵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리라. ●‘논다´는 멋쟁이들이 모이는 팔레 드 토쿄 밤의 도시 파리에선 유흥만이 아니라 문화활동도 바쁘게 돌아간다. 밤 12시까지 개방하는 전시장도 있다. 이 도시에서 소위 ‘논다’하는 멋쟁이들이 모이는 전시장으로 팔레 드 토쿄(Palais de Tokyo)가 그런 곳이다. 이 도시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과시하는 장소인 만큼 커다란 공간에 엄청난 스케일의 작업이 설치되어 있다. 이번 방문에서는 근 80m정도 되는 전시장의 한 영역을 하나의 캔버스인 양 물감을 휘둘러친 화려한 카타리나 그로스(Katharina Grosse)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현대미술을 다루는 주 드 폼(Jeu de Paume)의 경우는 낮 12시에 문을 연다. 이번 특별전은 장 뤼크 물렌(Jean-Luc Moulene)의 사진전과 미국작가 토니 아워슬러(Tony Oursler)의 비디오 작업이 전시되어 있었다. 인형이나 스크린에 사람 얼굴의 동영상 이미지를 투사하는 ‘말하는 머리(talking head)’로 잘 알려진 아워슬러의 작업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얼굴만 덩그러니 던져진 존재들은 투사된 상태에서 끊임없이 표정 짓고 말하고 때로 소리 지른다. 머리를 둘러싼 주위 상황이 모두 생략되고 얼굴만 보여지니 공포감과 두려움이 더하다. 카르티에 재단(Cartier Foundation) 전시에서 본 기획 또한 놀라운 것이었다. 쾌적한 전시공간에 들어가자 큰 규모의 유화작업을 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정돈된 듯, 격자의 타일을 묘사한 미니멀 작업이다. 그런데 심상치 않은 타일벽이다. 노오란 타일의 벽을 묘사한 평면 틈새로 꿈틀꿈틀하게 파열된 내장이 엿보인다. 아뿔사. 타일 벽과 살(flesh)의 조합이라니. 아드리아나 바레자오(Adriana Varejao)가 그린 미니멀한 타일벽만 보아도 관람자는 그 배후의 피와 살을 느끼고 메스꺼움을 느낀다. 현대미술은 이런 것이다. 예기치 못하는 시각적 충격 속에 처절한 실존의 한계와 파괴를 경험한다. 아이러니, 공격, 충격을 통해 삶의 실체에 가깝게 다가가려는 오늘날 미술은 형태와 한계를 추구하는 아폴로적(Apollonian)인 축으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마, 그래서 (쇠라와 신인상주의)전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가 보다. 전영백 홍익대 미술대학교수
  • 권오현·오성 형제 창작애니 주목

    ‘한국 애니는 우리가 지킨다.’ 국내 애니메이션계는 지난 10여 년 동안 외형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했다. 만화영화 자체로 4000억원, 관련 분야까지 합하면 규모가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더욱이 해외 애니 영화제에선 연달아 상을 받으며 장밋빛 분위기가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산 애니메이션이 ‘대박’을 냈다는 소식은 좀체 들을 수 없다.100억원을 쏟아 부은 ‘원더풀 데이즈’ 등 대작들이 받은 저주받은 성적표는 국내 애니업계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렇듯 침체된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현장에서 나란히 감독으로 활약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형제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권오현(38) 오성(35) 형제가 그 주인공. 형인 권오현 감독은 요즘 긴장과 설렘으로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처음으로 감독 타이틀을 건 TV용 26부작 애니메이션 ‘섀도우 파이터’(제작 옐로우필름)의 방영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 새달 7일 MBC를 통해 전파를 탄다. 동생 권오성 감독은 현재 싸이더스와 손잡고, 어린 시절 겪었던 좌충우돌 서울 상경기를 담은 극장용 장편 클레이메이션 ‘럭키스타’를 준비하고 있다. 오랜만에 자리를 같이 한 형제는 어느새 죽이 척척 맞는다. 동생이 “허허, 참 많이 맞고 자랐지요.”라고 너스레를 떨면 형은 “기억이 안 나는데….”하고 머리를 긁적인다. 함께 기른 수염마저 정겨워 보인다. 공교롭게도 두 형제 모두 애니메이션이 첫 사랑은 아니었다. 86학번으로 “공부보다 돌 던지기에 바빴다.”는 형은 이정국 감독의 영화 ‘부활의 노래’를 통해 충무로에 발을 디뎠다. 이후 충무로 영화판의 차가운 현실 속에서 실망과 좌절의 쓴 잔을 들이키던 그는 93년 즈음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이 만든 재패니메이션의 걸작 ‘아키라’를 접하고서야 늦깎이 ‘애니쟁이’를 꿈꿨다. 자신이 목표로 삼았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같은 것을 애니메이션으로 해보자는 의욕에 불탔던 것. 처음 했던 일은 ‘엑스맨’ ‘세일러문’ ‘드래곤볼’ 등 미국·일본 만화의 하청 작업. 이번 ‘섀도우 파이터’는 10여년 만에 결실을 본 작품인 셈이다. 순수 미술을 하다 답답함을 느끼고 ‘꽃다지’ 공연 등 무대 미술에 뛰어들었던 동생은 광고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만났다. 누구나 ‘아하∼!’하고 떠올릴 모 전자회사 클레이메이션 CF ‘또 하나의 가족’ 시리즈 제작에 참여했던 그는 어느새 애니메이터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2003년에는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원작으로 ‘강아지 똥’을 만들었다.‘어떤 것도 가치 없는 존재는 없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이 작품으로 도쿄국제애니페어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올해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한 옴니버스 애니 ‘별별 이야기’ 가운데 사회적 소수자 차별을 소재로 한 ‘동물 농장’을 담당했다. “전 상업적인 측면을 많이 고려하지만, 동생은 진짜 예술가예요.” 형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자, 동생은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친다. “작가주의를 고집하고픈 마음은 없어요. 하지만 지나치게 상업주의로 흐르는 측면, 예를 들어 딱지나 팽이를 팔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오성) “동생 얘기도 맞아요. 그러나 척박한 우리 현실에서 애니메이션을 하려면 명확한 수익 모델이 있어야 하거든요. 자본과 어느 정도 타협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오현) 어린 시절부터 요즘 사는 이야기, 구상하고 있는 작품 등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던 형제는 국내 애니메이션의 현실로 화제를 옮기자 이내 진지해진다. 이들이 진단하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문화 상품이라는 인식을 갖고 기업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해야 하고, 그에 따른 정책적인 지원도 절실해요. 음…, 또 우리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대한 투자가 약해요. 작품의 성패가 달려 있는데도 말이죠.”(오현) “저는 정체성 문제를 짚고 싶어요. 오랜 역사와 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과 겨루기 위해서는 그들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우리 고유의 내용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그게 우리 자신도, 세계도 감동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해요.”(오성) 같은 일을 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것 같지만, 이들 형제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목표는 같다.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을, 나아가 세월이 흘러 어른이 돼서 봐도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유홍준 청장 만찬서 ‘北 전쟁영화 주제가’ 불러

    유홍준 청장 만찬서 ‘北 전쟁영화 주제가’ 불러

    지난 14일 북측 박봉주 내각 총리가 주최한 당국대표단 환영만찬 석상에서 남측 정부 대표로 참석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북측 영화 주제가를 불러 화제가 됐던 것으로 15일 뒤늦게 알려졌다. “남 모르는 들가에/남 모르게 피는 꽃/그대는 아시는가/이름없는 꽃∼”으로 시작되는 ‘이름없는 영웅들’이란 노래다. 이 노래는 한국전쟁 말기를 시대배경으로 29부의 대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의 주제가로 알려져 있다. 유 청장은 함께 만찬 테이블에 앉아있던 북측 관계자들과 영화·시 등 문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 지난 1990년대 말 북한지역 문화유산 답사를 위해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 이 노래가 북측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며 지난 추억을 들려주었다. 그러자 북측 김수학 보건상이 유 청장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유 청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구슬픈 멜로디로 노래를 불렀다는 것. 박 총리가 “내각에서 일하기 전 이 영화제작에 간여했다.”며 인사를 전하자 유 청장은 “문화로 접근하면 남북이 더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화답했다.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 면담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북측 노동신문이 1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경도 지방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이날 보도한 것과 관련,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쏟아지자 북측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은 항상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어디에 머무르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하루만에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남·북·해외 대표단은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민족통일대회를 갖고 ▲핵 전쟁 위험 제거 ▲6·15선언 발표 기념일 제정 등 5개항의 ‘민족통일선언’을 발표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6·15선언 이후 양측 당국이 갖는 첫 기념식으로, 이날 오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남북 당국대표단 공동행사’에서 “두달 후 서울에서 열리는 광복 60주년 기념행사에 남북 민간과 당국대표들이 대거 참석하기를 바란다.”며 북측 인사들의 서울방문을 공식 요청했다. 이와 관련,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평양 6·15 행사에서의 남북대화를 적극 활용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 북핵문제와 남북관계가 조화롭게 진전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대표단은 남북 교류 활성화 차원에서 올해 처음으로 부문별 교류행사를 실시했다. 특히 교육분야는 효순·미선양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한 평양 모란봉제1중학교를 들렀다. 평양 공동취재단 서울 이지운 구혜영기자 jj@seoul.co.kr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2)

    사연 : 꼬마신랑은 부끄러워서 저는 한 3년 전부터 친구처럼 사귀어 온「김(金)이라는 청년」이 있습니다. 27살이나 된 처녀가 시집을 안 간다고 부모님들은 한 달에 한 번씩은 선을 보이시는데 저는 통 마름에 없어요. 시집을 가 버릴까 궁리해 보다가 김의 얼굴만 떠오르면 절대로 떠날 수 없는 걸 깨달아요. 우리들은 모든 조건이 다 잘 맞는 신랑 신부예요. 다만 한 가지 그는 키가 158cm, 체중은 45kg인데 저는 키 166cm, 체중 58kg의 거구예요. 꼬마신랑하고 결혼식을 올릴 생각을 하면 부끄러워 죽겠어요. 아마 그도 그런 생각인지 청혼을 해오지 않아요. 그러나 우린 매일 만나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친해져 버렸습니다. 저는 그만 노처녀로 늙고 마는 것일까요? <이은자.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의견 : 신랑감에 실컷 먹이셔요 왜 그리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계세요? 세상에는 색시보다 키 작은 신랑은 얼마든지 있어요. 게다가 그런 부부가 더 잘 산다는 속담이 있답니다. 영국의「윈스턴·처칠」아시죠. 부인보다 키가 썩 작지 않았어요? 누가 그 부부의 체구를 비웃었겠습니까. 일본에서는 그런 부부를 특별히 벼룩이 부부라고 부르면서 축복한답니다. 이양, 용기를 내세요. 부모님들께 김청년을 떳떳이 신랑감으로 소개하세요. 우선 지금부터 한 달쯤 둘의 돈이란 돈은 먹는 데만 쓰세요. 물론 신랑감을 먹이는 거죠. 그대신 이양은 좀 굶더라도. 키는 어쩔 수 없다지만 체중쯤 한 달 안에 바꿀 수 있거든요. 신랑감의 체중을 10kg만 늘리세요. (건강한 사람의 표준체중은 신장에서 1백 내지 1백 10을 뺀 숫자랍니다.) 체중증대작전이 성공한 한 달쯤 후엔 의젓한 김씨의 체구를 보고 김양도 김양의 부모님도 부끄럽기는커녕 든든하고 대견하기만 할 거예요. 그럼 건투 빕니다. <Q> [ 선데이서울 68년 9/29 제1권 제2호 ]
  • ‘오태석의 물보라’ 뜬다

    ‘오태석의 물보라’ 뜬다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윤택)이 올 상반기 어느 해보다 숨가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지난 4월 말 이윤택 연출의 대작 ‘떼도적’을, 그리고 5월 말 차범석 작·임영웅 연출의 ‘산불’을 공연한 데 이어 오는 9일부터 극단 목화의 극작가 겸 연출가 오태석을 초빙해 ‘물보라’를 무대에 올린다. 숨돌릴 틈 없는 강행군을 치르는 국립극단 배우들은 힘들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선 말로만 듣던 명작을, 그것도 거장의 손으로 빚어낸 고전을 연달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운 일이다. ‘물보라’는 1978년 국립극단 정기공연으로 초연된 작품.‘한국 리얼리즘 연극의 비약적 도약’이라는 호평과 함께 그해 11월 연장공연에 들어갔고,11년 뒤인 89년 3월 국립극장에서 재공연을 가졌다. 오태석의 다른 작품들이 여러 극단에서 수시로 공연되는 것과 달리 ‘물보라’는 특이하게 국립극단에서만 공연돼 이번이 89년 이후 16년 만의 무대다. 극의 얼개는 남해 작은 어촌에서 만선제를 지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무대에선 실제 고풀이, 풍물, 굿 등이 펼쳐지는데 전통연희와 토속문화의 현대적 재창조에 천착하는 한편 논리적 서사구조보다는 비약과 상징이 많은 오태석 특유의 연출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초연 때는 ‘영원한 햄릿’ 김동원이 단역으로 출연한 것을 비롯해 장민호 백성희 권성덕 손숙 등 쟁쟁한 배우들과 국창 김소희의 지도 아래 은희진 명창 등 최고의 소리꾼들이 가세한 화려한 무대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는 고풀이 장면에 진도씻김굿 보유자인 박병천 선생이 직접 출연하며, 그의 아들인 대금주자 박환영 등 국립창극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시나위 반주팀과 소리꾼으로 참여한다. 78년 초연 당시 ‘용만’역으로 출연했던 전무송이 선주역으로 다시 등장해 눈길을 끈다. 극의 중심인물인 백치여인 각시역에는 ‘떼도적’에서 아말리아로 분했던 이은정이 출연한다.1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1만 2000∼3만원.(02)2280-411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장욱진미술관’ 행정도시 유탄

    ‘장욱진미술관’ 행정도시 유탄

    일제의 압제와 분단, 동족상잔의 아픔속에서도 동화처럼 천진난만한 그림으로 세상을 감쌌던 장욱진(1918∼90) 화백. 장욱진 미술관 건립계획이 암초에 부딪혔다. 미술관 터를 제공하겠다던 기증자 가족들이 최근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 건립예정 터는 고향인 충남 연기다. 행정수도건설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땅값이 급등한 것이 빌미가 됐다. 장 화백의 친인척과 연기지역 주민들은 2003년 4월 ‘장욱진화백선양사업회’를 만들고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다. 부지는 장 화백의 친척 장 모(63)씨가 기증하기로 했다. 연기군 동면 송용리에 있는 나대지 2800여평이다. 화백의 생가와 가까워 미술관 터로는 적격이다. 생가에는 현재 장 화백의 큰어머니가 산다. 하지만 최근 기증자 가족들이 말리고 나섰다. 올해 88세인 그의 노모 역시 “작년에 에미(며느리)도 교직을 그만뒀는데. 변변한 재산도 없으면서 노후를 생각해야지.”라며 기증 반대의 뜻을 밝혔다. 행정수도와 행정도시건립 예정지로 지정되면서 평당 6만∼7만원이던 이 땅은 현재 30만∼40만원을 호가한다. 26일 송용리에서 만난 기증자 노모는 “장 화백이 6·25 때 피란와 자식이 다니는 근처 연동초등학교에 정성스럽게 그림을 그려 주었다.”고 회고했다. 노모는 “사람이 참 착했다.”면서 속마음은 갈등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장 화백은 7살 때 고향을 떠났다가 한국전쟁 당시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피란왔다. 학교에 기증한 ‘연동풍경’이란 대작은 그때의 작품이다. 기증자는 “가족을 설득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한다. 장 화백의 큰딸 경수(61)씨는 “땅을 기증하겠다는 일가 보기가 민망해 시골을 가기가 겁난다.”고 난처해 했다. 그는 “어머니(사학자 이병도의 딸)가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 미술관이 완공된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고향인 연기지역이면 어디든 괜찮다.”고 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바랐다. 터가 기증되면 연기군은 국비와 도·군비 등 50억원을 들여 지상 2층짜리 미술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관내에 그렇게 큰 군유지가 없다.”며 “터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 장욱진 화백 ‘나는 심플하다.’를 모토로 향토성과 서정성이 짙은 화풍을 일군 미술 근대화의 선봉이었다. 동양화적인 수법에 동양적인 철학, 사상을 담았다는 평을 받았다. 그의 그림은 동화 같은 순수함 속에서도 사회의식이 명료했다. 김환기, 유영국 화백등과 함께 신사실파 동인으로 참여했다. 그는 서울대 교수(1954∼1960) 자리를 6년만에 버리고 자연에서 삶을 위로 받아야 한다며 덕소, 수안보, 신갈 등 외진 산골의 화실에서 타협을 모르고 오로지 그림에 매진했다. 연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길섶에서] 쇠고기/심재억 문화부 차장

    쑥스러운 얘기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쇠고기를 먹지 못했습니다. 자주 먹을 형편도 아니었고, 그러다 보니 모처럼 밥상에 쇠고깃국이 올라도 소냄새(노린내) 때문에 도무지 손이 가지 않았지요.‘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더라.’고 그것도 다 빈한한 탓이었겠지요. 다산의 목민심서를 읽다 보니 이런 대목이 있더군요.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얼추 500마리의 소를 잡아 치우는데, 그러다 보니 소가 귀해 농사철에 항상 논갈이가 늦다. 마땅히 소 도살을 금하면 수년 내에 소없어 농사일 때를 놓치는 일은 없지 않겠는가.’ 이 때가 영조-헌종 연간이니, 도처에 유리걸식하는 유민이 널렸던 그 시절의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 ‘500마리’는 필시 고관대작이나 팔도의 양반, 목민관들의 밥상, 술상에 올라 ‘왕조의 몰락’에 기여했을 것이고, 그러니 딸깍발이라도 입신양명에 목을 맸겠지요. 그보다 훨씬 나중, 그것도 살 만큼 산다는 20세기에 ‘쇠고기 자주 먹을 형편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려니 자괴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니 율곡이 “농본국에서 농우를 어찌 잡아먹겠는가.”라며 쇠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다는 걸 위로 삼을 수밖에요.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영화 ‘남극일기’의 송강호

    영화 ‘남극일기’의 송강호

    그가 출연한 영화가 빛나는 이유는 스크린 위로 ‘배우’송강호가 아닌 배우 ‘송강호’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주어진 캐릭터에 녹아들기보다는 캐릭터를 자신만의 연기 스타일로 흡수해 버리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어리버리한 조직 두목(넘버3), 어눌하고 소심한 은행원(반칙왕), 인정과 의리를 지닌 북한군(공동경비구역 JSA), 촌스럽지만 우직한 시골형사(살인의 추억) 등 그의 연기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송강호표 영화’란 새로운 장르에 맞닥뜨리게 된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남극일기’(감독 임필성, 주연 송강호·유지태)에서도 마지막 장면까지 그의 잔상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남극을 배경으로 탐험대원들이 겪는 미스터리와 공포를 다룬 이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탐험대 대장 최도형. 동료 대원들이 의문의 사고로 하나둘씩 숨지는 상황속에서도 정복욕에 사로잡혀 광기어린, 전혀 딴 사람이 돼 간다. 최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열린 기자시사회에서 그를 만났다. “다른 영화와 달리 기댈 곳이 없었어요. 배우들과 합숙을 하며 따로 대본 연습을 하고 수없이 토론도 했죠.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고, 매우 색다르고 난이도 높은 작업이었어요.”다양한 장면 연출이 불가능한 남극이 배경인데다 고작 6명의 인물이 2시간 동안 관객을 집중시켜야 하기 때문에 연기의 밀도감을 높이는 데 주력했단다. “어렵게 촬영한 이번 영화가 배우 송강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가?”라고 묻자, 표정이 조금 굳어진다. 전작 ‘효자동 이발사’에서 보여준 기대 이하의 흥행 결과가 아직 머릿속에 남아있는 걸까.“잘 될 때도 있고, 잘 안될 때도 있는 것 아닌가요? 전 ‘관객들이 어떻게 볼까?’하고 우려하지 않아요. 부족하지만 항상 매 작품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죠.” ‘남극일기’는 ‘빙우’같은 멜로물이나,‘K2’·‘버티칼 리미트’ 같은 산악 액션영화와 궤를 달리한다.‘도달불능점’에 도달하기 위한 인간의 욕망과 심리를 그리고 있다. 때문에 “예술성에 너무 치중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튀어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안전한 흥행공식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대중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역으로 생각하면 그것이 바로 대중성이죠. 관객은 늘 새로운 자극과 감동을 얻기 위해 극장을 찾거든요.” ‘살인의 추억’이나 ‘올드보이’도 안전한 공식을 따른 영화는 아니지 않으냐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그는 지나친 탐욕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점점 피폐해져가는 최도형 역을 ‘튀지는 않지만, 무리없이’ 표현해 냈다. 조금 꼬집자면 전작들에서와 달리 남극이란 거대한 배경과 밋밋한 이야기 전개 속에 그의 존재가 묻혀 보인다는 것. 하지만 그는 “정답을 갖고 연기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한다. “그가 왜 미쳐가는지 미리 답안을 보고 연기하지 않았어요. 보시는 분들이 나름대로의 시선으로 해석하시는 게 정답이죠.”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뉴질랜드 현지 촬영 전체가 어려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촬영 난이도보다는 겨울이다 보니까 금방 해가 지더라고요. 당일 예정된 분량을 다 소화해야 촬영 스케줄이 어긋나지 않는데, 시간이 부족해 굉장히 애를 먹었어요. 연기하는데 굉장한 스트레스가 됐죠.” 영화속에서처럼 출연 배우들 사이의 ‘맏형’으로서 촬영장에서 감독 못지않게 대들보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송강호. 동료 조연 배우들의 연기 노력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한다.“차가운 영화지만 뜨겁게 볼 수 있는 영화예요. 많은 분들이 오셔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사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제작기간 6년·제작비100억원 대작 영화 ‘남극일기’속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이나 ‘효자동 이발사’에서 보여준 모습과 달리 눈빛부터 다르다.‘퀭한’표정과 조금은 야윈 모습. 그는 광기어린 주인공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다이어트를 해 8㎏을 감량했다. 수염도 길렀다.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야위어 가는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기 때문. 그는 “남극이라는 극한의 땅이 또 하나의 캐릭터로 살아나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면서 “배우 자신도 극한의 상황에 도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극일기’는 다른 영화와 달리 힘든 촬영 여정을 겪었다.6년여의 제작 기간과 100억원 가까운 제작비가 들어간 이 영화는 지난 99년 시나리오 집필과 함께 시작됐다. 지난 2003년 주인공 송강호와 유지태가 캐스팅됐고, 이들은 이후 4개월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체력 및 탐험 체험 훈련을 받았다. 이후 2개월여의 뉴질랜드 현지 로케. 전체 분량의 70%가량이 뉴질랜드 스노 팜, 마운틴 가비 등 설원에서 촬영됐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현지 적응 관계로 촬영 일정이 지연되면서 임필성 감독은 스트레스성 당뇨까지 걸렸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茶속의 산책-하동군 화개골

    茶속의 산책-하동군 화개골

    천년의 향기를 간직한 햇차의 유혹이 시작됐다. 경남 하동군 화개골 지리산 기슭에서 전해오는 은은한 야생차의 맛과 향이 입과 코를 자극한다. 화개골은 천년전 우리나라에 녹차가 처음 전해진 녹차 시배지. 이 곳에 가면 지리산 이슬을 머금고 자란 야생차를 손으로 따 전통 제다법으로 덖어(볶아)낸 수제차를 맛볼 수 있다. 탁트인 섬진강과 지리산의 푸르름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특히 녹차의 날(5월25일)을 전후해 녹차의 본고장인 이곳에서 19∼22일에 야생차 문화축제가 열린다. 다양한 행사와 함께 명차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쌓인 시름을 훌훌털고 입과 코와 눈, 그리고 마음까지 즐거운 ‘원조 녹차’의 맛을 찾아 떠나보자. ●천년의 향기 그윽한 원조 녹차 맛 따라 눈이 시원하다. 서울을 떠나 4시간 남짓 달렸을까. 야생차밭을 감싸안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푸르름이 눈 앞에 펼쳐졌다. 화개장터를 지나 화개골로 가는 쌍계사 입구는 봄 한때 하얀 벚꽃 세상을 연출했던 가로수들이 청량한 녹색 터널을 선사한다. 차창을 열자 5월의 싱그러운 바람이 가볍게 뺨을 스친다. 먼저 찾은 곳은 쌍계사 인근의 녹차 시배지. 우리나라 차의 원조임을 증명하 듯 깎아지른 듯한 산등성의 시배지 아래 우리나라에 처음 녹차씨를 가져온 김대렴 공의 추원비와 시배지 탑이 우뚝 서 있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남녘인 이곳에 심었고, 이를 진감선사가 널리 보급함으로써 우리나라 전통차 문화가 싹트게 됐다고 한다. 이 곳은 지방기념물 61호로 지정돼 있으며, 차인들이 대렴공의 추원비와 시배지탑을 건립하고 매년 5월25일을 차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어 쌍계사 앞으로 흐르는 화개동천을 따라 올라가자 경사가 급한 산기슭 바위틈 사이로 차밭의 전경이 시원스레 눈에 들어왔다. 머리에 수건을 둘러맨 채 손으로 조심조심 찻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은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 산세가 험해 찻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다소 위태롭게 보이기도 한다. 깔끔하게 정돈된 광활한 전남 보성의 차밭을 본 사람이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정도로 작고 투박하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하동 녹차밭의 자랑이다. 비록 대량 생산은 못하지만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자부심이 남다르다.‘평지차가 인삼이라면 산지차는 산삼’이라며 입을 모은다. 그래서 하동 사람들은 다른 지역의 차와 구분해 이 곳 차를 굳이 ‘야생차’라고 부른다. 섬진강 맑은 물과 지리산의 깊은 지력을 흡입해서인지 차가 유난히 향이 짙다. 화개면 일대는 일조량이 높고 습도가 높은데다 일교차도 커 다른 지역보다 가장 좋은 첫물차인 우전(雨前)차 수확이 10일 이상 빠르다. 우전은 곡우(4월20일) 무렵을 전후해 차를 손으로 직접 딴다. 이렇게 딴 잎은 멍석에 말린 뒤 가마솥에서 볶고 비벼서 말리는 ‘덖음’과정을 거친다. 차를 덖어 내면 차맛이 은은한 향기를 띠며 차가 오랜 시간 우러나온다. ●국내 유일의 녹차명인을 만나다 이 곳은 시배지 답게 국내에서 유일한 ‘전통 수제녹차’ 명인인 박수근(61)씨가 살고 있다. 다원이 밀집한 화개동천변에서 명인다원(055-883-2216)을 운영하고 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사촌이자 차에 대한 조예가 깊었던 윤포산 스님과 선친인 박봉준 선생으로부터 전수를 받았다. 그는 “차는 색과 향과 미에 기가 더해진다.”면서 “차의 색은 연둣빛이 나야하며, 진하고 구수한 향이 나야 하고, 먹고 나면 단맛이 나야 하며, 만드는 사람의 혼신의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지역에서는 일본 품종인 야부기다종을 사용하지만 이 곳은 지리산 자락에서 자생하는 토종 차나무라고 말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중국 소엽종이지만 천년의 세월이 흘러 토종화된 셈이다. 말린 찻잎은 날로 먹어도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그는 올해는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이 불어 작황이 좋지 않아 최고 차인 우전·세작을 예년의 3분의1 수준인 1500통(한 통은 100g)밖에 만들지 못했다. 이 가운데 우전은 300통 정도로 2000평의 광활한 차밭에서 30㎏밖에 나오지 않는다. 우전 가운데에서도 한해 10여통 정도밖에 만들지 않는 최고급은 한 통에 55만원 정도. ● 이렇게 가세요 자가용으로 서울에서 4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경부·중부고속도로, 대진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하동IC에서 빠져 시내로 들어와 19번 국도 쌍계사 방향으로 가면 만난다. 다른 방법으로는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전주IC에서 나와 임실과 남원, 구례를 거쳐 내려오면 된다.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웰빙이벤트 담당(880-2375), 녹차산업계(880-2751) ■ 오~설록차 녹차를 말할 때 제주도를 빼놓으면 아쉽다. 제주에는 서귀포 도순다원, 남제주군 서광·한남다원 등 총 40만평의 다원이 아름답고 싱그러운 초록 세상을 선사한다. 또 제주를 여행할 때 녹차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오’설록 녹차박물관’을 지나치면 섭섭하다. 태평양의 대표적인 녹차 브랜드 설록차를 마시면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나온다는,‘오∼, 설록’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이곳에서 녹차의 은은한 향과 멋을 즐길 수 있다. ●녹차의 역사를 담아 녹차밭이라면 보통 보성과 해남, 하동 등을 들지만 제주도야말로 녹차의 유적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주 남제주군은 조선시대 대학자이자 명필인 추사 김정희가 유배시절에 초의선사가 보내준 차를 마시며 외로움과 고통을 달랜 곳이다. 결국 많은 다인과 차를 통해 교류하며 다선삼매의 경지에 이르러 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연평균 기온 섭씨 15도, 강수량 연간 1800㎜, 일조량이 많지 않아 차 재배의 적지이지만 돌투성이 땅에 차를 재배하기는 힘들었다. 태평양은 이곳을 2년동안 개간하고 1984년 차묘목 100만 그루를 심기 시작하면서 옥토로 바꾸어 녹차의 명소로 성장시켰다. 15만평 규모의 서광다원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설록차박물관 오’설록이 세워져 있다. 햇빛 좋고 공기 좋은 최적의 차 생산지, 제주의 멋을 느낄 수 있고 녹차와 한국 전통 차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자 학습공간, 푸른 빛으로 둘러싸인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으로 제 역할을 다한다. ●은은한 차 향기에 취해 1층 박물관에는 차와 관련된 세계의 역사, 공정과정, 삼국시대 토기잔과 상감기법으로 만든 고려잔 등 우리 찻잔 120여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이 마련돼 있어 흥미롭다. 2층 오’전망대에 오르면 넓게 펼쳐진 서광다원의 차밭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야외에는 방사탑, 물허벅 등 제주 전통 문화유산을 보기좋게 전시해 놓아 제주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설록의 길’이라는 운치있는 산책로를 마련해놓아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가족이나 연인을 위한 코스로도 딱이다. 다점에서는 연녹색의 녹차아이스크림, 녹차쿠키, 녹차초콜릿 등과 다양한 선물용 녹차를 구입할 수 있다. 특히 광활한 녹차 밭을 바라보며 먹는 2500원짜리 시원한 녹차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별미다. 먹는 것을 뺀 입장료, 주차비, 구경값은 모두 무료다. ●찾아가는 길 서광다원까지 가는 대중교통은 없다. 제주터미널과 서귀포터미널에서 ‘서광서리’ 가는 차량을 타면 내려서 25∼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경우라면 서부관광도로를 타고 ‘동광’ 이정표를 따라 ‘동광검문소’까지 간 뒤 ‘설록차 전시관’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한다.(064-794-5312·www.sulloc.co.kr) 제주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손으로 우려내 다함께 茶茶茶 화개동천변 40리(16㎞)에는 다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데 대부분 무료로 차를 시음하는 것은 물론 구입할 수도 있다. 업체는 소량으로 수제차를 만드는 곳까지 합치면 200여곳에 이른다. 하동군의 연간 차 판매량이 200억원에 달하고 전국 생산량의 25%가 하동에서 난다. 그렇지만 손으로 직접 따 덖어내는 고급 차인 우전과 세작이 대부분이다. 천변에 있는 예쁜 목조건물인 고려다원(883-5007)에 들어갔다. 이 곳에서는 차밭 전경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다. 원장 하구(40)씨는 다산, 추사, 초의선사의 말을 빌여 야생차에 대해 자랑했다. 그는 ‘산다유향’(평지보다는 산지의 차가 향이 그윽하다),‘청취위성’(차의 색은 맑고 대나무 잎처럼 연녹색을 최고로 친다.),‘감윤위상’(맛이 달고, 부드러운 것을 최상으로 여긴다.),‘부초배근’(최고의 차는 손으로 덖어서 불에 말린다.) 등을 인용, 야생차의 장점을 말한다. 차는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과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뉘며, 찻잎이 여린 첫물에 딴 찻잎일수록 고급이다. 최고의 차는 우전으로 곡우(4월20일) 전후에 채취한 아주 어린 잎이며, 세작은 입하(5월6일) 전후에 딴 차다. 가격은 다원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전이 6만∼10만원, 세작이 3만∼6만원, 중작이 2만∼3만원, 대작이 1만 5000∼2만원 정도다. 한편 하동군청은 19∼22일 3일동안 화개면 운수리 차시배지 일원(쌍계사)과 진교면 백련리 차사발 도요지 일대에서 ‘제9회 하동야생차축제’를 벌인다. 이 기간동안에는 각종 차를 20∼30%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차는 고온도와 습도, 산소, 광선 등의 영향에 따라 쉽게 변질되는 만큼 진공팩에 넣어 영하 5도 내외의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맛있는 차는 종류와 양, 시간, 다구, 물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이 난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관(차를 우려낼 때 사용하는 도자기)을 사용할 경우 차를 충분히 끊인 뒤 숙우(물식힘 사발)와 찻잔에 붓는다. 이때 찻잔과 다기를 데우는 것으로 70∼80도 정도까지 식힌 뒤 250㎖의 물에 10g(5명 기준)에 식힌 물을 붓고 1∼2분 정도 우려낸 뒤 찻잔을 돌아가며 3회 정도 나누어 따른다. 특히 차는 마시는 것뿐만아니라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것으로 다례를 배워두면 좋다. 특히 생활속에서 차를 이용할 수 있다. 야채나 과일을 씻을 때 찻잎을 우렸다가 그물로 헹궈주면 농약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찻잎을 우려 냉장고나 전자레인지에 넣어두면 찌든 냄새를 없앨 수 있다. 주부 습진과 무좀을 차로 해결할 수 있는데 찻잎으로 손을 씻으면 손에 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놀랄 정도로 부드럽다. 하동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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