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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베스트 드라마 ‘추노’

    올 베스트 드라마 ‘추노’

    올해 안방극장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영화에서 TV로 대거 선회한 스타들과 거액을 쏟아부은 대작이 가세하면서 1년 내내 예기치 않은 반전과 의미 있는 발견이 이어졌다. 방송 3사 드라마국장을 포함한 전문가 5명은 그 가운데 최고의 드라마로 KBS ‘추노’를 만장일치로 꼽았다. 도망 간 노비와 그 노비를 쫓는 추노꾼의 이야기를 다뤘다. 2위는 방영 내내 동성애 논란으로 뜨거웠던 SBS ‘인생은 아름다워’가 차지했다. 김수현 작가는 트위터를 통해 시청자와 적극 교감을 나눠 새로운 풍속도를 낳기도 했다. 하반기에 주목받은 SBS ‘자이언트’와 KBS ‘성균관 스캔들’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반면 KBS ‘도망자’는 올해 가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드라마로 뽑혔다. 2위는 소지섭· 김하늘 등 역시 호화 진용의 MBC ‘로드 넘버원’이, 3위는 꽃미남 김현중을 앞세운 ‘장난스런 키스’가 각각 꼽혔다. 윤석진 드라마 평론가는 “유난히 스타 PD와 유명 배우들이 손잡은 대작이 많았지만 기존의 흥행 공식만 답습할 경우 시청자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생산자(제작자) 중심에서 수용자(시청자) 중심으로 드라마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을 확인한 한해였다.”고 평가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낯선 듯 아닌 듯 그 묘함

    낯선 듯 아닌 듯 그 묘함

    중국, 인도 미술에 이어 동남아 작가들이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에서도 동남아 현대미술을 접할 기회가 부쩍 늘고 있다. 지난 10월 초 막을 내린 국립현대미술관의 ‘아시아 리얼리즘’전은 동남아 근현대미술을 폭넓게 소개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고, 지난 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던 ‘세계미술의 진주, 동아시아전’은 개성 넘치는 동남아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아라리오갤러리가 9일 천안과 서울에서 동시에 개막한 ‘군도의 불빛들’전은 동남아 작가에 대한 국내 미술계의 관심을 반영하는 또 하나의 대규모 기획전이다. 전시에 초청된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6개국 13명은 자국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로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비엔날레에 참여한 딘 큐 레이(베트남), ‘세계미술의 진주’전에 소개된 레슬리 드 차베스(필리핀) 등 일부 작가를 제외하고 대다수 작가들은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천안 전시장에 들어서면 필리핀의 부부 작가인 알프레도 앤 이자벨 아퀼리잔의 설치 작품들이 먼저 눈길을 끈다. 어부들이 신었던 낡은 슬리퍼를 엮어 만든 대형 날개와 대중교통인 지프니의 화려한 장식품으로 제작한 금속성의 조형물 등 재활용품을 활용한 작품들에선 필리핀 서민들의 애환과 사회상이 묻어난다. 필리핀 여성 작가 제럴딘 하비엘의 독특한 회화 작품도 인상적이다. 공포 영화에서 따온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빨간색 자수 레이스로 피를 상징하는 오브제를 입체적으로 덧붙인 그의 작품은 공포와 아름다움·유머가 뒤섞인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도네시아의 에코 누그로호와 태국의 나티 유타릿은 부패한 정치와 사회에 대한 비판을 가벼운 이미지로 표현해 주목받는 작가들이다. 에코 누그로호는 만화 같은 대중문화 아이콘을 활용한 벽화와 카펫 작업으로 유명하고, 나티 유타릿은 동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로 불합리한 현실에 메스를 가한다. 태국 작가 나빈 라완차이쿨은 다문화인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작품 소재로 삼는다. 인도계 태국인으로 일본인 아내와 결혼한 작가는 다양한 언어로 ‘나빈’이라는 이름이 쓰인 종이를 들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영상 작품을 출품했다. 영상에 나온 모습 그대로 실물 크기로 만든 작가의 조각상은 웃음을 자아낸다. 서울 전시장에 소개된 2명의 작품은 좀 더 파격적이다. 인도네시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아구스 수와게는 배설물 그림 아래 세계적인 작가의 이름을 적어놓는가 하면, 돼지 머리뼈를 형상화한 조형물로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필리핀 작가 호세 레가스피는 가톨릭 국가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자신의 내면을 직설적이고, 거칠게 표현한 회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서울은 내년 1월 16일까지, 천안은 2월 13일까지. (02)723-6191, (041)551-5100~1. 천안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영화리뷰] ‘나니아 연대기:새벽 출정호의 항해’

    [영화리뷰] ‘나니아 연대기:새벽 출정호의 항해’

    ‘나니아 연대기’는 7권으로 구성된 C S 루이스의 판타지 아동문학 시리즈다. 1950년 출판된 이래 41개 언어로 번역, 세계적으로 9500만부가 팔렸다.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 시리즈’,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꼽힌다. 시리즈는 라디오극과 연극 등으로 각색됐고, 2005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져 주목을 받았다. 8일 개봉하는 ‘나니아 연대기:새벽 출정호의 항해’는 2008년 2편에 이은 시리즈 3편째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영국. 남매인 루시(조지 헨리)와 에드먼드(스캔다 케이니스)는 독일의 공습을 피해 사촌 유스터스(윌 폴터)의 집에 머문다. 이들 3명은 집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다가 그림 속에서 쏟아져 나온 물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그러기를 얼마간. 물 위로 고개를 내민 이들은 자신들을 구해주기 위해 온 나니아 세계의 캐스피언왕(벤 반스)을 보고 반가운 미소를 짓는다. 이들은 왕이 된 캐스피언이 나니아 세계를 구하기 위해 사라진 영주들을 찾으러 나섰다는 말을 듣고 그의 여정에 동참한다. 영화는 원작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유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너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변함이 없다. 다만 원작은 캐스피언왕이 7명의 영주를 찾아 위기를 극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영화는 7개의 검을 찾는다는 설정을 보탰다. 또 스토리 라인의 중심이 캐스피언왕보다 어린 루시와 에드먼드에 가 있어 더 동화적이기도 하다. 영화의 장점은 역시 판타지 영화답게 눈이 즐겁다는 거다. 외다리 난쟁이들, 연기 괴물, 바다뱀, 파도가 갈라지는 장면 등은 역시 대작답다. 순제작비만 2억 달러(약 2300억원)가 넘게 들었다. 다만 평이하게 흘러가는 스토리 라인은 한계다. 긴장감이 다소 부족하다. 영웅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진지함이나 극적인 요소가 결여돼 있다 보니 112분의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캐릭터도 밋밋하다. 유스터스가 다소 돋보일 뿐 다른 인물들은 과도할 정도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정직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아쉬움은 2000년대 초반 영화계를 후끈 달궜던 대작 판타지 ‘반지의 제왕’을 상기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선과 악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골룸과 원숙한 카리스마로 영화를 이끄는 간달프, 신비로움으로 몽환적 느낌을 자아냈던 레골라스나 아르웬 같은 개성 강한 캐릭터를 나니아 연대기에서는 찾기 어렵다. 또 사상 최강이라고 자랑하는 액션에 비해 3차원(3D) 영상 수준도 아쉽다. 입체감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영화는 애초부터 3D를 염두에 두고 찍었다지만, 2D로 촬영된 영상을 3D로 컨버팅(전환)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심도가 깊지 않아 다소 생동감이 떨어진다. 시리즈의 전편을 보지 않아도 영화를 보는 데 무리는 없다. 연말 아이들과 함께 즐기면 좋겠다. 전체 관람가.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2주의 법칙’ TV도 영화도 가요도 뜨거나 죽거나 14일안에 결판 난다

    ‘2주의 법칙’ TV도 영화도 가요도 뜨거나 죽거나 14일안에 결판 난다

    ‘2주 안에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대중의 기호 탓에 흥행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속에도 분명 ‘흥행의 법칙’은 존재한다. 대중문화 관계자들은 드라마·가요·영화 등 각종 콘텐츠가 대중에게 선보인 뒤 2주 안에 성패가 판가름난다고 이야기한다. ●TV미니시리즈 운명은 4회 TV 드라마는 어느 분야보다 첫 회 시청률이 중요하다. 특히 미니시리즈의 경우 4회분이 방영되는 2주 간이 가장 피말리는 순간이다. 대개 1, 2회를 보고 계속 시청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3, 4회까지 나가고 나면 드라마 운명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방송가 분류법에 따르면 첫 회 시청률이 15~17%면 대박 가능성, 20% 전후면 대박, 25%를 넘기면 초대박이다. 첫 회에서 17.2%를 기록한 SBS 주말 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4회 만에 20%를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같은 방송사의 ‘대물’은 첫 방송에서 18%를 기록한 뒤 25%대를 유지하며 수·목극 정상을 지키고 있다. 올 상반기 최고 흥행작 KBS ‘추노’는 첫 방송에서 19.7%를 기록한 뒤 4회 만에 30% 고지를 넘어섰다. 때문에 첫 방송을 앞두고 방송사들은 자사 예능·연예 정보 프로그램 등을 총동원해 드라마 띄우기에 나선다. 기대작인 경우 주말 낮 시간대에 재방송을 집중 편성해 1, 2회를 최대한 많이 노출시킨다. 1~4회 동안 배우들의 매력과 캐릭터의 재미, 화려한 영상 등을 총동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극 초반엔 작가·연출진도 각종 기사와 시청자 게시판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캐릭터나 줄거리에 반영하기도 한다. 허웅 SBS 드라마국장은 5일 “집중도가 높은 1, 2회에 어떤 매력을 뿜어내느냐에 따라 드라마를 선택하는 시청자들이 많고, 대개 4회 정도 지나면 판세가 정해진다.”면서 “대본이나 기획안이 정해진 뒤에도 극 초반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캐릭터나 스토리라인을 수정·보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무적자’ vs ‘시라노 연애조작단’ 개봉 2주차에 운명 뒤집혀 영화도 개봉 2주차에 운명이 결정된다. 각종 광고, 배우 인터뷰 등 홍보가 집중되는 개봉 첫 주는 배급사 영향력에 따라 버틸 수 있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이 돌기 시작하는 2주차부터는 온전히 영화 자체의 힘으로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사들이 주말에서 금요일로, 다시 수·목요일로 개봉날을 계속 앞당기는 이유도 첫 주 관객 수를 활용한 입소문 마케팅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주에 관객 수의 낙폭(드롭률)을 보고 극장주도 상영관 수를 늘릴지 줄일지 발빠르게 결정한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들은 이 같은 추이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상영관 수가 급속히 달라지고 이로 인해 흥행 격차는 더욱 극명하게 벌어진다. 올 추석 극장가에서 개봉 2주차에 운명이 엇갈린 ‘무적자’와 ‘시라노 연애 조작단’이 대표적인 예다. 송승헌, 주진모를 내세운 ‘무적자’는 ‘영웅본색’ 리메이크작이라는 흥행요소까지 가세하면서 개봉 첫 주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주차부터 관객이 급감하면서 ‘시라노’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개봉관 수에서 밀렸던 ‘시라노’가 역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관객의 입소문이 결정적이었다. 영화홍보사 아담스페이스의 김은 대표는 “2주차까지 잘 버텨줘야 흥행에 성공하기 때문에 첫 주 흥행 추이를 면밀히 분석한다.”면서 “이를 토대로 광고 집행이나 무대 인사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봉 둘째 주부터는 영화가 기획사 손을 완전히 떠나 관객과 극장주 손에 맡겨진다.”고 덧붙였다. ●금·토·일 가요 프로 두번 돌고나면 신곡 히트 판가름 신곡 유통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가요계에도 ‘2주의 법칙’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온라인 음원 위주로 곡 생산 방식이 바뀌고 퍼포먼스를 앞세운 아이돌 그룹이 득세하다 보니 2주면 히트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것. 한 가요계 관계자는 “‘뮤직뱅크’(KBS2), ‘쇼! 음악중심’(MBC), ‘SBS 인기가요’(SBS) 등 금·토·일요일에 나란히 붙어 있는 TV 가요 프로그램을 두 바퀴만 돌고 나면 흥행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가수들은 신곡 발표 후 1~2주 동안 각종 예능 프로에 앞다퉈 출연한다. 퍼포먼스 등 시각적인 효과를 중시하는 가수들일수록 초기 바람몰이에 더욱 매달린다. 연평도 포격 때 많은 가수들이 신곡 발표를 연기한 것은 사회 분위기 탓도 있지만, 가요 프로 결방으로 인한 초기 홍보 차질을 우려해서였다. 한 아이돌 그룹 기획사 관계자는 “1~2주 안에 제대로 바람몰이를 하지 못하면 경쟁이 치열한 가요 시장에서 제대로 활동 한번 못해 보고 잊히게 된다.”며 “이에 따른 금전적인 손실과 이미지 타격을 고려해서라도 2주 마케팅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연평해전 영화 둘, 크랭크인 못하고 울상

    올 초만 해도 영화계 화두는 ‘전쟁’이었다. 올해 한국전쟁 발발 60년을 맞아 충무로는 전쟁영화 제작에 잇달아 뛰어들었다. 언론들도 앞다퉈 ‘2010 스크린은 전쟁 중’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정작 스크린에 걸린 전쟁 영화는 이재한 감독의 ‘포화속으로’가 유일했다. 지난 3월 천안함 침몰에 이어 최근 연평도 사태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2차 연평해전을 배경으로 한 두 대작 영화도 직격탄을 맞았다. 제작비 200억원, 3차원(3D) 입체영상, 화려한 캐스팅(현빈·이정진·주진모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곽경택 감독의 ‘아름다운 우리’는 촬영이 무기한 연기됐다. 당초 연말 개봉을 목표로 삼았지만 크랭크인(촬영 개시)조차 못했다. ‘튜브’를 연출한 백운학 감독의 ‘연평해전’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제작보고회 때 “150억원을 들여 새해 5월 개봉한다.”고 야심차게 밝혔지만 역시 크랭크인에 들어가지 못했다. 곽 감독 측은 “연평해전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 교전으로 남아 있지만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가 잇달아 터지면서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면서 “연평해전 유가족들이 실명을 쓰는 데 어렵사리 동의를 해 줬는데 (영화 제작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제작 무산까지는 아니지만 무기 보류 상태라는 전언이다. ‘연평해전’ 제작진도 “한창 투자자를 물색하던 중 천안함 침몰 사고가 터져 크랭크인이 연기됐는데 북한의 연평도 포격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일고 있는 연평해전 재조명 움직임과 애국주의 기류에 힘입어 전쟁영화 수혜를 점치기도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는 탄식이다. ‘연평해전’ 제작진 측은 “영화 제작이 재개되더라도 중대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라는 점에서 재개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영화배급·투자사 관계자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영화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불거지면 의도치 않게 누군가를 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면서 “올여름 ‘포화속으로’가 논란에 휩싸인 것도 투자자들에게는 학습 효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화려한 액션 ‘아이리스’ 번외편 온다

    화려한 액션 ‘아이리스’ 번외편 온다

    SBS의 새 월화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이 베일을 벗었다. 30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된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다. ‘아테나’는 지난해 큰 인기를 모았던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의 스핀오프 드라마(번외편)로 제작비만 200억원이 소요된 대작이다. 한국을 벗어나 세계를 누비는 첩보원들의 활약을 그렸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싱가포르, 하와이, 일본 등 해외 현지 촬영을 통해 이국적인 정취를 담아낼 예정이다. 최근엔 한국 포스터 촬영 사상 처음으로 헬기를 동원해 촬영한 포스터가 공개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아테나’는 특히 정우성, 차승원, 수애 등의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캐스팅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보아와 샤이니 등 아이돌 스타들도 카메오로 출연, 한류 열풍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작 발표회에는 주요 배우들이 총출동해 이목을 끌었다. 특수요원 이정우 역의 정우성은 1996년 ‘1.5’ 이후 15년 만에 이 작품으로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정우성은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은 계속 있었다.”면서 “몇 년 전부터 작품을 계속 보고 있었고 ‘아테나’ 얘기를 들었을 때 관심이 갔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함께 연기한 동료들 덕택에 15년 만의 복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면서 “액션 장면이 유독 많아 부상이 잦았는데, 그럴 때마다 서로 격려와 응원을 해줬다.”고 덧붙였다. 특수요원 윤혜인 역의 수애는 자신의 단아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수애는 “총 쏘는 게 너무 재밌었다. 고문을 당하는 장면도 놀이기구를 타는 듯했다.”며 웃었다. 이어 “혜인은 이중 스파이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선과 악이 구분돼 있지 않아 감정적인 내면 연기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아테나’는 ‘자이언트’의 뒤를 이어 13일 오후 9시 55분 첫 전파를 탄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연말 화단 풍성한 축제

    연말 화단 풍성한 축제

    연말을 앞둔 화단(畵壇)에 미술 축제가 풍성하다. 한국미술협회는 새달 2~12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2010 대한민국 미술축전’을 개최한다. 미술 대중화와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올해 처음 마련하는 행사다. 한·중 현대미술 교류전, 한·일 누드 드로잉전 등의 국제행사와 아름다운 산하를 주제로 한 대작 페스티벌, 서예·문인화 창작미술제 등이 준비됐다. 특별행사로 한 집 한 그림 100만원전과 아트 퍼포먼스를 비롯한 체험미술 프로그램, 현대미술 60년사 자료전 등이 열린다. 황신혜, 채시라, 조재현 등 연예인들이 참여하는 유명인사 기획전도 눈길을 끈다. 행사 첫날인 2일에는 제4회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시상식이, 마지막 날인 12일에는 제29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시상식이 진행된다. 서울 강북과 강남의 대표적인 미술 동네인 인사동과 청담동도 축제 거리로 변모한다. ‘인사미술제’가 1~7일 인사동 일대 화랑 14곳에서, ‘청담미술제’가 4일까지 청담동 일대 화랑 18곳에서 각각 펼쳐진다. 인사미술제는 인사동이 미술 문화를 중심으로 ‘문화특구’ 역할을 하자는 취지에서 2007년 시작됐다. 올해는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이 기획을 맡아 ‘인사동의 행복드림’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주요 미술대학에서 추천받은 대학생·대학원생 예비작가 117명을 초대한 ‘굿 초이스-미래의 작가전’이 특별전으로 마련된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청담미술제는 지난 25일 개막됐다. ‘컬러 오브 워터’(Color of Water)라는 주제로 70여명 작가의 신작 400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지방시대] ‘지방의 것’은 ‘지방’에/차용범 부산시 미디어센터장

    [지방시대] ‘지방의 것’은 ‘지방’에/차용범 부산시 미디어센터장

    부산국제영화제(PIFF)는 발전하는 한국영화 산업의 자랑스러운 상징이다. 국경 없는 무한경쟁, 거대도시의 생존경쟁 시대 속에서 PIFF가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도약한 것은 혁신적 도시정책의 성공작이라 봐도 무방하다. PIFF는 해마다 진화한다. 올 PIFF 역시 사상최대의 프리미어 작품 수, 대작 감독들의 대거 참석 같은 여러 기록과 함께 영화제의 위상을 한껏 과시했다. PIFF는 부산을 글로벌 영화·영상산업의 중심으로 키운 성공작이다. PIFF의 성공 요인은 많다. 한국영화 발전기와 영화제가 시기를 같이했다는 점, 한국 최초 국제영화제에 대한 열망이 부산에서 분출했다는 점, 해운대 일원을 바탕으로 천혜의 조건을 갖춘 점 등이다. 그만큼 PIFF 특유의 자랑거리는 많다. 빠트릴 수 없는 성공요인은 또 있다. PIFF의 오늘을 이끈 ‘PIFF 맨’들의 열정에다, ‘지원은 하되 간여하지 않는’ 부산시의 일관된 PIFF 정책이다. 영화축제를 통한 영화·영상도시로의 도약과 선진도시로의 도시 브랜드 제고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인적·물적 투자에 철저했다. 단, 운영방식만은 PIFF 맨의 열정과 아이디어, 그 전문성에 전적으로 맡겼다는 뜻이다. PIFF 맨들이 자율에 맞는 책임을 느끼고 역량을 쏟아부은 끝에 오늘의 PIFF를 일궈낸 것이다. 핵심은 뚜렷하다. 이제 ‘(중앙)정부는 지방을 좀 믿어라.’는 것이다. 지금 시대의 화두는 국가경쟁력이되, 그 경쟁의 중심은 지방(권역)이다. 대통령이 강조하듯 ‘지방의 경쟁력=국가경쟁력’인 시대이다. 국가주도의 성장전략시대를 넘어 부가가치를 우선하는 지방(권역)중심의 성장전략시대인 것이다. 오늘 지방들은 겪어보지 못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성장이냐 정체냐’를 넘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많은 도시(권역)들은 특징적인 도시정책을 추구한다. 정책의 핵심은 분명하다. 시대 흐름과 방향, 미래 삶의 방식에 대한 분석과 예측, 이에 근거한 전략이다. 이 전략을 누가 가장 잘 알 것인가, 누가 가장 잘 추진할 것인가? 문제는, 아직도 ‘중앙집중’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 정부의 못난 자세이다. 겉으로는 ‘지방화’의 논리를 내세우며, 속으로는 ‘지방화’를 끈질기게 가로막고 있다. 때로는 ‘지방의 성공’을 따뜻하게 봐 넘기지 못하는 옹졸함도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내년 국제영화제 지원의 대폭 삭감이다. 정부는 영화산업과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미미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이는 ‘지방 영화제’의 지향점과 창출 효과를 ‘중앙 시각’으로 판단했을 뿐이다. 정부가 지방세 감면조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려는 것은 그렇다. 정부는 지방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수단이라고 강변하지만, 이는 지방의 자치입법권을 침해하는 접근이다. 지방자치의 핵심인 조례 입법권을 침해하는 횡포이다. “지방분권 이행에 정치권이 나서라.” 전국 시·도지사들은 지방분권 10대 과제의 이행을 한결같이 요구하고 있다. 명목상 지방자치를 실시한 지 벌써 20여년이다. 그래도 지방자치는 아직 명분 수준이다. 이제 정부는 지방의 권한을 지방에 넘겨줘야 한다. 넘기기 싫으면 그 속셈이라도 솔직하게 밝혀라. 그저 “지방을 믿을 수 없다.”는 핑계는 대지 마라. 정부가 지금 떠올려야 할 경구는 분명하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지방의 것은 지방에’.
  • 여든번째 겨울 캔버스, 치유의 색채를 담다

    여든번째 겨울 캔버스, 치유의 색채를 담다

    “늙은 사람 작품 같지 않지요? 몸은 나이 드는데 정신은 오히려 젊어져요. 허허” 강렬한 붉은 색의 400호 대작 그림 앞에서 노() 화백은 호탕하게 웃었다. 작품만 젊은 게 아니라 외모도 젊다. 양복 상의 윗주머니에 주황색 선으로 포인트를 준 검은색 정장에 세련된 디자인의 안경, 손가락에 낀 알 굵은 반지까지 화단의 소문난 멋쟁이다운 차림새다. 전시장 곳곳을 활보하며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은 얼마 전에 치렀다는 팔순 잔치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박서보. 한국 모노크롬(단색화) 회화의 선두 주자이자 묘법(描法) 시리즈로 이름 높은 박 화백의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07년 경기도미술관에서 근작 80여점을 선보였던 전시회 이래 중국 베이징, 미국 뉴욕 등 해외 개인전과 아트페어 전시를 제외하고 국내 개인전은 3년 만이다. 팔순을 맞아 회고전 성격으로 열리는 전시는 국제갤러리 본관과 신관 전체에 50여점의 작품을 내건 대규모 전시다. 박 화백 특유의 묘법 작업 40년의 변천사에 초점을 맞춰 초기 작품부터 현재까지 시대순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홍익대 서양화과 출신으로 1950년대 국전 등 기존 화단의 가치와 형식을 부정하며 ‘앵포르멜(비정형) 추상주의’를 이끌었던 박 화백은 1967년부터 스스로 ‘손의 여행’이라고 칭한 묘법 회화에 천착했다. 프랑스어로 ‘에크리튀르’(ecriture·쓰기)라고 이름 붙인 이 작업은 초기엔 캔버스에 밝은 회색이나 미색의 물감을 바르고 연필로 그 위에 반복적으로 끊이지 않게 선을 그어서 완성했다. 그러다 1990년대에는 닥종이를 겹겹이 화면에 올린 뒤 막대기나 자를 이용해 표면을 일정한 간격으로 밀어내 요철의 선을 만드는 작업으로 변모했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모노 톤 대신 밝고 화려한 색채로 캔버스를 물들이고 있다. 전시 개막에 앞서 지난 23일 만난 박 화백은 “구도와 비움의 자세로 도 닦듯이 그림에 매달려온 세월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림은 생각을 토해내 채우는 마당이 아니라 비워내는 수련의 과정”이라고 말하는 그의 작품들에선 자연과 사물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동양 수묵화의 기본 정신인 깊은 사유가 느껴진다. 무채색의 시대에서 색채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그는 수신(修身)을 넘어 치유의 예술을 이야기한다. “몇년 전 일본 후쿠시마를 여행할 때 단풍을 보면서 자연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감탄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색을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써야겠다 마음먹었죠.” 빨강, 파랑, 연녹색 등 그가 쓰는 색은 화사하지만 튀거나 가볍지 않고 차분하다. “21세기 예술은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흡인지처럼 빨아들여야 해요. 그림을 보면서 불안이 해소되고,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하는 것이 미래의 예술이에요.” 1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요즘도 하루 열두시간씩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일요일에도 쉬는 법이 없다. “평생 노는 걸 모르는 양반”이라는 아내의 타박에 “조금 있으면 영원히 쉴 텐데….” 라고 받아넘길 정도로 일벌레다. 그는 “21세기 디지털 시대는 엄청난 변화의 시기다. 아날로그 세대인 나로선 그 변화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청년 작가 못지않은 창작 의욕을 내비쳤다. 전시는 내년 1월 20일까지 열린다. (02)735-8449. 글 사진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또 하나의 다큐大作 ‘아프리카의 눈물’

    또 하나의 다큐大作 ‘아프리카의 눈물’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로 국내 방송 다큐멘터리 역사를 새로 썼던 MBC가 지구의 눈물 시리즈를 이어간다. 또 하나의 대작 다큐멘터리 ‘아프리카의 눈물’을 새달 3일 오후 11시 5분 첫 방송 하는 것. 지구의 눈물은 고품격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MBC 스페셜’이 지구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다룬 연작 시리즈다. 2008년과 2009년 12월 안방 극장을 찾았던 ‘북극의 눈물’과 ‘아마존의 눈물’은 심야 시간대에 방송됐음에도 불구하고 두 자릿수 시청률을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또 극장판으로 다시 편집돼 상영되기도 했다. 5부작으로 기획된 ‘아프리카의 눈물’은 급속한 기후 변화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아프리카를 돌아본다.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아프리카의 절박한 상황을 담은 ‘프롤로그, 뜨거운 격랑의 땅’을 시작으로, 태곳적 비밀을 간직한 에티오피아 서남부 오모강 유역을 찾아가 다양한 원시 부족들을 만나는 1부 ‘오모계곡의 붉은 바람’이 이어진다. 2부 ‘사하라의 묵시록’에서는 최근 끝없는 기온 상승으로 비극의 땅이 되고 있는 사하라 사막 남단 사헬 지역을 찾아간다. 또 가뭄과 온난화로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성스러운 산 킬리만자로와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는 주변 초원의 사막화를 다룬 3부 ‘킬리만자로의 눈물’이 방송된 뒤 말리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아프리카 전역을 누볐던 제작진의 치열한 촬영 과정을 담은 ‘에필로그, 검은 눈물의 시간 307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총제작비 12억원이 투입됐다. 사전 취재에만 1년이 걸렸으며, 현지 촬영 기간은 307일이 소요됐다. 초고화질(HD) 카메라와 360도 회전이 가능한 항공 촬영 장비 시네플렉스, 한국에서 공수해 간 지미집 카메라로 아프리카의 광활한 풍광을 담았다. ‘아프리카의 눈물’ 제작진은 “기존에 아프리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뛰어넘는 시각적 충격을 주고 아프리카에 대한 단편적이고 획일적인 관념에도 충격을 줄 것”이라며 “가장 무구한 사람들이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모순을 알려주며 지성과 양심에 충격을 주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주말화제] 일요일엔 ‘방콕극장’?

    [주말화제] 일요일엔 ‘방콕극장’?

    “당신의 일요일은 어떤 모습입니까.” 주 5일제 등이 정착되면서 대중문화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 토요일은 멀리 나가 즐기되, 일요일은 가급적 집이나 근처에 머물며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주말 이틀이 확보되면서 양보다 질을 더 중시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이에 맞춰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바뀐 생활 패턴과 소비 양식에 맞춰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과감하게 일요일 공연을 없앴다. 대중성이 높은 라이선스 대작이 대목인 주말 공연을 포기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 여기에는 냉정한 마케팅적 계산이 깔려 있다. 최근 일요일 관람객이 낮부터 줄기 시작해 저녁까지 이어지자 주말 대신 아예 월요일 등 평일 공연을 늘리는 쪽으로 선택한 것이다. 김부경 CJ엔터테인먼트 공연투자제작팀 대리는 “금·토요일에는 공연장이 붐비는 반면 일요일에는 객석이 한산하다.”면서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한다는 추세가 점점 강해지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40년 만에 주말 메인뉴스 시간대를 저녁 9시에서 8시로 옮긴 MBC도 달라진 시청자들의 생활 패턴을 적극 수용했다. MBC가 지난 8월 수도권 거주 만 13세 이상 69세 이하 시청자 1001명을 대상으로 라이프 사이클을 조사한 결과, 취침 시간대는 주말이나 평일 별반 차이가 없는 반면 귀가 시간대는 주말의 경우 평일과 달리 오후 5시 이전으로 빨라졌다. 이처럼 주말 저녁을 집에서 여유롭게 보내는 시청자들이 늘어나면서 방송사들은 주말 편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일요일은 오후 5시부터 방송 3사 모두 예능 프로그램과 주말 드라마를 전진 배치하고 있다. 뉴스시간대를 바꾼 MBC에 맞서 KBS와 SBS는 ‘야행성’, ‘김정은의 초콜릿’ 등 일요일 심야 예능 프로를 강화했다. 이 같은 변화는 주 5일제가 제도적으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정착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일 못지않게 여가생활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평일과 주말의 경계가 없어지고, 양보다 질이 중시되고 있다.”면서 “디지털 기기 발달 및 정제된 정보 덕분에 개인화, 고급화 경향이 강해지는 등 대중문화에도 스마트한 소비가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18일 TV 하이라이트]

    ●현장르포 동행(KBS1 밤 12시) 25년 전 사고로 오른손을 잃은 병철씨는 택시기사다. 장애를 알고도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한 아내 은미씨를 만나 8남매의 아빠가 됐다. 한때는 공장도 운영하면서 부족함 없이 살았는데, 공장이 부도나면서 생활은 어려워져만 갔다. 하지만 짐을 나눠 함께 져 줄 가족이 있기에 병철씨는 오늘도 달린다. ●TV미술관(KBS2 밤 12시 35분) 20세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고, 그것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화가 김보현의 뉴욕 왈드 앤드 김 갤러리를 찾아간다. 뉴욕 PD 특파원의 취재로 김 화백의 작품 세계와 관객들의 반응, 그리고 큐레이터의 작품 해설을 통해 자신을 여전히 ‘낙원을 꿈꾸는 청년’이라 말하는 열정적인 화가 김보현을 만난다. ●폭풍의 연인(MBC 오후 8시 15분) 필립의 친어머니가 태희라고 오해한 하라는 잘 키우지도 못할 자식은 낳는 게 아니라며 몰아세운다. 형철은 애리가 타고 돌아가는 비행기편까지 알아내 합석을 하며 적극적으로 대시하고 애리도 그런 형철이 마냥 싫진 않다. 한편, 민 여사는 나림과 에릭이 함께 찍힌 사진을 들고 나림이 일하는 극단을 찾아간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오후 8시 50분) 새벽 다섯시 반이면 어김없이 산속 고요함을 깨우는 소리. 산 아래 마을까지 전해지는 우렁찬 음성은 과연 무엇일까. 50년 넘게 지켜온 운동법으로 건강을 지키고 있는 할아버지를 만난다. 10m 상공의 간판 안에 열흘 동안 갇혀있는 고양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고양이 구출 대작전. 과연 무사히 구조될 것인가. ●세계테마기행(EBS 오후 8시 50분) 고대 마야제국의 도시, 코판. 고고학자들은 코판을 ‘라틴아메리카의 파리’라 부른다. 그만큼 멕시코나 과테말라에 산재해 있는 다른 마야 유적들보다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것. 인간의 삶과 죽음을 독특한 의식으로 승화시킨 마야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볼 코트 등 코판 유적에서 마야인들의 숨결을 느껴본다.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OBS 오후 10시 5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파란 많던 격변의 세월 속에서도 고속성장을 이뤄왔고, 뼈아픈 역사를 이겨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했던 선각자들이 많았던 곳 대한민국. 우리 안의 자부심과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들이 가르쳐주는 이정표를 찾아 우리가 나아갈 미래의 길을 생각해 본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사정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KBS 02-781-1800 MBC 02-780-0015 SBS 02-2113-3190 OBS 032-670-5000 EBS 02-526-2000 서울신문STV 02-777-6466
  • VVIP ‘악기님’ 경호하라

    VVIP ‘악기님’ 경호하라

    해외 유명단체의 내한 공연. 지휘자나 단원들보다 더 VVIP급 대우를 받는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이들의 ‘악기’다.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낭패다. 심지어 악기를 운반하는 인부들의 키까지 비슷하게 맞춘다는데…. 12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네덜란드의 로열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사례를 토대로 ‘악기 운송 특급대작전’을 파헤쳐 봤다. #1단계 계약:지휘자 스탠드까지 공수 한국의 공연기획사와 현지 공연단체가 공연 계약을 맺을 때 악기 운송 계약도 함께 이뤄진다. 계약에는 얼마나 많은 악기를 수송할 것인지, 또 어떤 수송 전문업체를 쓸지 등이 포함된다. 유명 교향악단일수록 실어 나르는 악기가 많다. 자신의 악기로 연주해야 한다는 음악적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번 콘서트헤보 공연도 무려 130여개의 악기를 공수해 왔다. 큰 타악기인 ‘팀파니’는 물론 ‘지휘자 스탠드’까지 가져왔다. #2단계 포장:비행기 좌석 별도 구매하기도 악기를 포장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비행기 진동에 견딜 수 있는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콘서트헤보처럼 해외공연이 잦은 오케스트라들은 자체 특수 보호장치를 갖고 있다. 내부는 부드러운 쿠션으로, 외부는 강철로 이뤄져 있다. 일부 유명 연주자들은 악기를 특수 포장하지 않고 자신의 옆자리에 ‘모시기도’ 한다. 악기용 좌석을 추가로 구매해 직접 운반하는 것. 스트라디바리우스나 과르네리와 같이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바이올린은 대부분 의자에 ‘앉아’ 점잖게 온다. 특수 보호장치도 못 미더워서다. 항공사에 따라 악기용 좌석에 마일리지도 적립해 준다. 얼마 전 대한항공은 첼리스트 장한나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로 악기용 좌석에 마일리지를 적용해주기로 했다. #3단계 수송:카르네 드 패시지 필수 악기들은 일반 화물이 아니라 특수 화물로 분류된다. 기체의 진동과 온도 및 습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특수 처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원들이 타는 비행기가 아닌 특수 화물 전용기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공항에 도착하면 통관 절차를 해결해야 한다. 대부분의 나라가 고가의 악기에 수입관세를 물리고 있어 이를 면제시켜 달라는 요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공연만 하고 금방 나간다는 내용의 무관세 통관 증명서인 ‘카르네 드 패시지’(Carnet de Passages)를 발급받아 세제 혜택을 받는다. #4단계 운반:인부들 키도 비슷하게 선발 공항에서 공연장까지 실어 나르는 과정도 까다롭다. 심지어 악기를 나르는 인부들의 키도 비슷하게 맞춘다. 균형이 맞지 않아 생길 수 있는 파손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역시 항온·항습 처리가 된 특수 트럭으로 운반한다. ‘무진동 기능’도 있는 트럭이다. 콘서트헤보 공연은 워낙 공수된 악기가 많아 무진동 차량만도 5~6대가 동원됐다. 예전에는 국산 무진동 차량이 없어 어려움이 컸지만 지금은 국내에서도 생산돼 비용이 크게 절감됐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악기 운반에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든다. 콘서트헤보 공연은 억대라는 후문. 악기는 단원들이 머무는 호텔이 아니라 공연장으로 곧바로 옮긴다. 이곳 철제 보관함에서 ‘철통 경호’를 받는다. #5단계 보험:공연단체나 연주자가 현지서 가입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보험은 필수. 개인 명의든 단체 명의든 악기 보험을 현지에서 들어놓은 경우가 많아 초청자 측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박선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음악사업팀 과장은 “해외 유명단체의 내한공연을 추진할 때 가장 까다롭고 민감한 부분이 악기 운송”이라면서 “이 부분만 합의해도 기획업무의 절반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털어놓았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가슴 시린 관객들 끌어안자” 19금 봇물

    “가슴 시린 관객들 끌어안자” 19금 봇물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늦가을이지만, 스크린은 오히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흥미롭게도 해마다 11월이면 ‘19금’(禁) 영화가 쏟아진다. 파격의 정도나 그 수위도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 2007년 11월 개봉한 량차오웨이·탕웨이 주연의 영화 ‘색, 계’는 무삭제 개봉의 에로틱 멜로를 내세워 중·장년층의 큰 호응을 끌어냈다. 순식간에 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듬해 11월에는 여주인공 김민선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화제를 모은 ‘미인도’가 개봉했다. 두 작품 모두 ‘예술적 승화’라는 이름으로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에로티시즘을 전면에 내세워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인도’의 김민선과 ‘색, 계’의 탕웨이를 노골적으로 비교하는 이른바 ‘색, 계’ 마케팅이 논란이 될 정도였다. 심한 노출이 나오지는 않지만, 남자 주인공들의 동성애를 소재로 한 ‘서양골동품과자점’도 2008년 11월 개봉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동성애가 국내 영화 소재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고, 이는 같은 해 12월 개봉한 영화 ‘쌍화점’의 인기로 이어졌다. 이 영화는 조인성, 송지효의 전라 연기와 동성애 코드가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 374만명을 동원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11월에 19금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3차원(3D)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은 ‘나탈리’가 상영 중이고, ‘두 여자’(포스터)와 ‘페스티벌’은 오는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두 여자’는 개봉 전부터 정준호, 신은경 등 주인공의 파격 노출 사진으로 화제가 됐다. ‘페스티벌’은 7명 주인공들의 섹시 판타지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렇듯 11월에 유난히 19금 영화가 많은 것을 두고 충무로는 ‘생존 전략’이라고 너스레 떤다. 대작들이 대부분 연말 개봉을 선호하다 보니 11월은 전형적인 비수기라는 것. 따라서 큰돈(제작비) 안 들이고도 적당히 흥행이 보장되는 19금 영화들을 비수기 돌파 전략으로 11월에 많이 배치한다는 설명이다. 해마다 11월에는 ‘19금 영화제’도 열린다. 성(性)을 주된 소재로 다루는 일본의 핑크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다. ‘핑크영화제’ 홍보를 맡고 있는 민진이 과장은 “날씨가 추워지고 12월 성수기 대작 시즌에 들어가기 직전인 11월은 기본적으로 멜로 영화에 대한 수요가 높다.”면서 “성을 다룬 영화들은 멜로 코드를 기본으로 하는데, 최근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영화 표현 수위도 점점 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조선 비밀조직 다룬 초호화 액션 대작

    조선 비밀조직 다룬 초호화 액션 대작

    초호화 캐스팅에 액션 대작까지 등장하는 요즘 지상파 드라마의 제작비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편당 2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다면 지상파 드라마라도 그리 만만하게 볼 수치는 아니다. 그런데 케이블 드라마가 지상파에 다시 도전장을 던진다. 총제작비 30억원을 쏟아부었다. 케이블 자체 제작 드라마 사상 최대 규모다. 편당 2억 5000만원이다. 모두 12부로, 100% 사전 제작이 되고 있다. 12월 10일 첫 방송을 하는 온미디어 계열 영화 채널 OCN의 ‘야차’다. 매주 금요일 밤 12시에 방송된다. 조선 중기 왕의 비밀 조직인 흑운검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두 형제의 엇갈린 운명과 복수를 담은 퓨전 사극이다. 드라마 ‘다모’의 정형수 작가와 영화 ‘역도산’의 구동회 작가가 함께 이야기를 썼고, 김홍선 PD가 연출하고 있다. 우직한 성품의 흑운검 수장 백록은 모델 겸 배우 조동혁이 맡았고 뜨거운 야망을 품고 있는 백록의 동생 백결은 서도영이 연기한다.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전혜빈이 형제의 사랑을 받는 여인 정연으로 나온다. 손병호, 서태화, 박원상 등 중견 연기자들이 조연으로 나와 무게중심을 잡는다. 야차는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로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살인귀가 될 수밖에 없는 백록의 처지를 상징한다. 최근 OCN은 야차의 광고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이 영상을 보면 두 가지가 떠오른다. 피범벅을 곁들인 액션 스펙터클로 올해 상반기에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와 고속 촬영을 할 수 있는 레드원 카메라로 탁월한 영상미를 보여주며 국내 드라마 역사를 새로 쓴 ‘추노’다. “사극 역사상 다뤄진 적이 없는 검투 노예가 등장한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견줄 만큼 컴퓨터그래픽(CG)도 화려하다. 레드원 카메라의 역동적이고 생생한 화질도 큰 볼거리”라는 OCN의 설명에 심증이 굳어진다. 시청자들에게 각광받았던 요소들을 이것저것 섞어 놓은 아류작이 될지 국내 케이블 드라마 역사를 바꿀 작품이 될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극도의 신경쇠약 프루스트 어떻게 대작 쓸수 있었을까

    극도의 신경쇠약 프루스트 어떻게 대작 쓸수 있었을까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는 평생을 극도의 신경쇠약과 면역결핍에 시달렸다. 그러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그가 하루 종일 병상에 앉아 있으면서 시간을 버티기 위해 쓴 작품이 아니다. 실제로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구상하면서 엄청난 체력 관리에 돌입했다. 모든 에너지를 집필에만 쏟았으며, 갑자기 쓰러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음식과 수면을 조절했다. 엄청난 수의 인물이 저마다 인생의 진실을 노래하는 대하 서사시를 쓰기 위해 그는 고전을 다시 읽고, 더 자주 침상 밖으로 나갔다. 산책을 하고, 주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이야기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나갔다. 작품을 향한 그의 열정은 그를 누구보다 건강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초인적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병마저도 힘으로 전환시킨 자, 그가 프루스트다.
  • [고전 톡톡 다시 읽기](40) 마르셀 프루스트 ‘스완네 집 쪽으로’

    [고전 톡톡 다시 읽기](40) 마르셀 프루스트 ‘스완네 집 쪽으로’

    1913년 말의 파리. 프랑스 문학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화자가 불분명하고, 중심 사건이 뭔지 도통 알 수 없는 전대미문의 소설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어린 마마보이 마르셀이 겪는, 인과가 불분명한 사건들의 연속에, 끝도 없이 이어지는 긴 문장! 문단의 신인 마르셀 프루스트는 이 작품 ‘스완네 집 쪽으로’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연작의 첫 부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프루스트는 어떤 혹평과 칭찬에도 흔들림 없이 차근차근 작품을 발표해 나갔다. 그리하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1919), ‘게르망트 쪽’(1920~1921), ‘소돔과 고모라’(1921~1922), ‘갇힌 여인’(1922), ‘사라진 알베르틴’(1925), ‘되찾은 시간’(1927) 이렇게 7개의 부분으로 구성된 대작이 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연작 첫 부분 프루스트가 작품을 처음으로 구상하게 된 것이 1909년 무렵부터라고 하니 구상에서 완성까지 무려 19년이나 걸린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 작품의 완간을 보지 못한 채 1922년 11월 18일 파리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다. 봄에 밭을 바라보는 사람은 농부가 어떤 씨앗을 뿌려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가을이 되고 열매를 맺고 나서야 ‘아 지난봄에 바로 이것이 싹트고 있었구나.’ 알게 된다. 프루스트는 ‘스완네 집 쪽으로’ 안에 농부가 씨를 뿌리듯 이야기의 씨앗을 뿌려놓았다. 그래서 ‘스완네 집 쪽으로’의 진정한 맛을 느끼려면 독자는 제7권 ‘되찾은 시간’을 읽고 나서 돌아와 다시 읽어야 한다. 이렇게 두 번 읽어야 하는 책. ‘스완네 집 쪽으로’는 프루스트가 숨겨놓은 8번째 책이 된다. ●콩브레-시간 여행의 출발지 ‘스완네 집 쪽으로’는 다시 제1부 ‘콩브레’, 제2부 ‘스완의 사랑’, 제3부 ‘고장의 이름’으로 나뉜다. 사실 제1권의 배경은 스완네 집만이 아니라 마르셀네 집 안, 마을의 시냇가, 들판, 성당 등이다. 게다가 스완네 집이 있는 콩브레에는 대부르주아인 스완네 집보다 훨씬 더 멋지고 화려한 대귀족 게르망트네의 영지가 있다. 프루스트가 ‘스완네 집 쪽으로’를 강조한 것은 스완이라는 인물의 사랑과 예술적 취향이 어린 마르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체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주인공 마르셀의 가족은 지방 부르주아에 불과하다. 마르셀 식구들은 언제나 스완네 집 쪽과 게르망트 쪽 중 어느 쪽으로 산책할 것이 좋은지 고민한다. 한쪽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평야”가, 다른 쪽에는 “전형적인 강가 풍경”이 펼쳐지고 있어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제1권에서 스완과 게르망트라는 이름은 이렇게 뒤섞일 수 없는 사회의 두 계급을 상징한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전혀 다른 이 두 세계가 만나서 섞이고 뒤바뀌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다. 마르셀은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스완의 딸 질베르트를 만나면서 부르주아 세계로 곧장 진입하게 되며, 게르망트 대공 부인을 쫓아다니면서 귀족 사회의 이면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두 가문의 문지방을 넘나들면서 평범한 시골 소년에서 파리의 모던 보이로 성장한다. 마르셀은 두 가문 사람들과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그들의 배신과 죽음을 겪은 후 고향에 돌아와 안착한다. 그리고 우연히 산책하다가 스완네 집 쪽으로 난 길이 결국 게르망트네 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혀 달라 보이던 두 풍경이 실은 맞닿아 있었으며, 함께 콩브레의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겉으로 달라 보이는 세계의 이면에는 다른 세계로 향하는 또 다른 길들이 있음을 말하고자 했다. 결국 ‘스완네 집 쪽으로’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 모든 장소는 낯선 인생의 진리를 보여주게 될 길의 입구가 된다. ●시간 여행자여, 마들렌 과자 타임머신을 타라 어떻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을 수 있을까? ‘스완네 집 쪽으로’에서 우리는 프루스트가 설명해주는 시간 여행 방법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마들렌 과자 먹기 장면은 이 소설에서 가장 감각적이고 신비롭다. 추운 날 밖에서 귀가한 마르셀에게 어머니가 몸을 녹이라며 홍차와 마들렌 과자를 준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입 맛보았을 뿐인데 감미로운 행복감이 엄습한다. ‘이건 무슨 느낌일까? 과자 안에 어떤 비밀이 있는 거지?’ 그러다 마르셀은 자신이 느낀 만족감이 과자 때문이 아니라 유년의 기억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콩브레 시절, 일요일 아침마다 침상에 누워만 계시던 레오니 고모가 늘 홍차와 함께 마들렌 과자를 주던 기억을 끄집어낸 것이다. 마르셀의 머릿속으로 유년의 고향 콩브레 마을 전체가 서서히 펼쳐졌다. 레오니 고모네 정원에 핀 꽃, 스완 아저씨네 넓은 뜰의 온갖 꽃들, 대귀족 게르망트네 영지 옆을 흐르던 비본느 강의 연꽃…. 놀랍게도 마들렌 과자 한 모금의 맛이 이 모든 추억을 되살려낸 것이다. 타임머신 마들렌! 마르셀은 과자 맛을 음미하며 자신의 유년과 청년 시절을 왕복하고, 갖가지 사건 사고들을 생생하게 다시 체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프루스트는 왜 이런 시간 체험에,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불러내어 미지 세계의 진리를 찾아가는 것에 매달렸던가. 프루스트는 우리가 현재 놓치고 있는 세계에 관심이 있었다. 스완의 사랑을 간직한 콩브레의 들판, 마들렌 과자를 좋아했던 고모의 개성, 해질녘 콩브레 성당이 보여주는 멋진 뒤태! 그는 우리가 각자의 삶에서 이런 것들을 생생한 현재로 떠올릴 수 있다면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루스트는 마들렌 과자가 촉발한 상상 작용을 일본 종이꽃 놀이에 비유한다. 물이 담긴 사기 그릇에 형체 없는 종이꽃을 넣으면, 윤곽이 생기고 색깔이 선명해지면서 집이며 물건이며 감춰진 부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런 종이꽃 놀이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들의 다양한 측면들이 드러나고 의미가 분기한다. 그러나 프루스트가 집중하는 것은 종이꽃이 다 펼쳐진 상태가 아니다. 종이꽃 놀이를 진정 즐기려면 종이가 퍼지면서 형체를 갖추는 ‘순간’에 집중해야 하듯이, 프루스트에게 중요한 것은 사건의 시작과 끝이 아니라 사건의 ‘중간’이었다.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어디로 갈 것인가가 아니라,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그 순간에 무엇을 보고 겪게 되는지를 쓰려고 했다. ‘스완네 집 쪽으로’ 이후 사건은 더욱 일관성 없이 확장되고, 시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두서없이 공존하는 중층적 구조로 전개된다. 하지만 독자들이여, 당황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은 지금 보이지 않는 법. 그저 최선을 다해 지금을 살아내듯이, 종이꽃 놀이를 즐기듯이, 천천히 한 장면 한장면을 음미하며 풍요롭게 증식하는 이야기를 읽으면 된다. 오선민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서울신문 · 수유너머 공동기획
  • [영화리뷰] ‘나탈리’ 베드신만 남은 습작용 3D

    [영화리뷰] ‘나탈리’ 베드신만 남은 습작용 3D

    올해 초 한창 3차원(3D) 입체영화 붐이 일었을 때 일부 영화인들이 “에로영화도 3D로 만들어 달라.”고 농을 쳤었다. 우스갯소리였지만, 어떤 이들은 이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모양이다. “진짜 한 번 만들어봐?” 이런 식으로. 그 시작이 어찌됐건 적나라한 3D 로맨스 ‘나탈리’가 28일 개봉했으니 세간의 이목을 끄는 건 당연한 일. 그래도 영화니까 일단 내용부터 살펴보자.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온 명품 조각 ‘나탈리’. 하지만 실제 모델이 누군지 일절 알려지지 않다가 거장 조각가 황준혁(이성재)의 개인전에서 10년 만에 공개된다. 전시회 마지막 날, 준혁은 자신을 찾아온 평론가 장민우(김지훈)에게 나탈리의 실제 모델인 오미란(박현진)과의 격정적인 사랑을 들려주게 되지만, 정작 민우는 그녀가 자신을 사랑했었다고 말한다. 미란을 둘러싼 엇갈린 기억, 그리고 그 비밀이 밝혀지는데…. 왠지 줄거리만 따져 본다면 예술에 접목된 에로티시즘, 치명적인 예술의 아름다움과 현실 간의 딜레마, 이런 식의 고상한 말들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를 어쩐다. 나탈리 3D는 그냥, 단순히, 적나라하게 ‘야한 영화’ 되겠다. 빼곡히 들어찬 정사신에 음모까지 노출하고 3D 효과를 첨가하면서 실감(?)을 배가시킬 뿐, 예술과 사랑의 본질을 꿰뚫는 시도는 전무하다. 한마디로 야한 장면이 휘두르는 막강한 힘에 정신이 팔려 있는 영화다. 시나리오부터가 문제다. 감정이 전혀 절제되지 않은 이들의 화법은 마치 신파를 떠올리게 하고, 영화 속 벌어지는 상황은 막장 드라마도 시시해서 쓰지 않을 만큼 어처구니가 없다. 예술과 사랑이라는 상황만 차용했을 뿐, 그 예술을 통한 감정적 깊이에 대한 고민은 묻어나지 않았다. 이렇게 깊이가 얕다 보니 결국 적나라한 베드신만 남게 됐고, 그러다 보니 베드신은 영화의 목적이 돼 버렸다. 마냥 정사신에 ‘올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성의 빈약함으로 인해 베드신의 영상미조차 상쇄돼 버린다. 감정의 깊이가 얕은 베드신이 3류 에로물의 베드신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렇다고 새로운 에로 영화의 길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범람하는 ‘야동’(야한 동영상)의 시대 속에서 3D 멜로물이 과연 블루 오션이 될 수 있을까. 그저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영화의 야한 장면만 추출·편집한 ‘나탈리 엑기스’ 파일이 돌아다니는 상황이 우려될 뿐이다. 이성재가 말했다. “내 엉덩이와 박현진의 가슴만 떠오른다면 영화는 실패한 거다.”라고. 미안하다. 정말 그랬다. 전작 ‘동승’에서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줬던 주경중 감독은 대작 3D(‘현의 노래’)를 찍기 전에 경험 삼아 나탈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감독의 말대로 작품은 습작용 한계를 넘지 못했다. 당연히 18세 이상 관람가.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앞모습 40代 뒷모습 30代 저라는 프리 즘 궁금하시죠

    앞모습 40代 뒷모습 30代 저라는 프리 즘 궁금하시죠

    1973년 발표돼 무려 14년 넘게 빌보드 앨범 차트에 머물렀던 핑크 플로이드의 전설적 앨범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 그 앨범 표지엔 프리즘이 그려져 있다. 한 줄기 빛에서 다채로운 색채 다발을 뽑아내는 프리즘. 연극 ‘33개의 변주곡’(김동현 연출, 신시컴퍼니 제작)이 그렇다. 순간에 담긴 모든 것을 말하려는 이 작품은 베토벤, 그리고 베토벤의 말년을 뒤쫓는 음악학자 캐서린, 그리고 캐서린을 연기하는 윤소정, 이렇게 3개의 프리즘이 또다시 3각 프리즘을 만들어내는 얘기다. # 베토벤 말년 뒤쫓는 음악학자예요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윤소정(66). 원래 다른 배우가 캐서린 역에 내정됐으나 건강상 이유로 고사한 탓에 급히 대타로 나섰다. ‘대타로 뛰기에는 너무 거물급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눈치챘는지 “악당들 때문에…”라는 말이 돌아온다. ‘33개’에 출연하는 길해연과 서은경 등 후배들의 읍소에 미국에서 급히 귀국했다는 것. “아직도 이혼 못하는 바람에 함께 사는” 남편 오현경(연극배우)도 뒤처진 연습을 걱정하며 헌신적으로 도왔다. 유독 취약한 게 연도와 사람 이름 외우기인데 연극에는 유난히 연도와 사람이 자주 등장한다. 혼자 관객석을 상대로 내뱉는 방백도 많아 줄곧 까다로운 대사 연습에 매달렸다. 그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덜컥 대상포진에 걸렸다. 40년이 넘는 배우 생활. 산전수전 다 겪었음에도 “감개무량하다.”며 공연 첫날(지난 15일) 무대인사 때 울컥해 버린 이유다. # 꼭 이래야만 한다는 건 없답니다 등 떠밀려 맞게 됐다지만 역할이 딱 맞아떨어진다고 했더니 이내 정색하며 반박한다. “그렇지 않아요. 배우에 따라 다른 색깔이 나왔을 거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죠. 박정자가 했다면, 손숙이 했다면, 윤석화가 했다면. 모두 다른 색깔을 냈을 겁니다. 어떤 역할이든 이거다, 이래야만 한다, 그런 건 없어요. 잘해서 적역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죽기 전 베토벤과 캐서린이 깨닫는 게 바로 그것 아닌가요.” 웃으며 이어지는 한마디. “겸손한 척했으니 이제 교만한 걸로 하나 할까요. 그런 점 때문에 대본 봤을 때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대본 분석은 무척 빠르거든요.” # 다양한 제 색깔 발견해준 감독 고 맙죠 내년 1월쯤 새 영화도 개봉한다. 강풀 만화를 스크린에 옮긴 ‘그대를 사랑합니다’. 우유배달하는 할아버지(이순재)와 무의탁 할머니(윤소정)의 사랑 얘기다. 아들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시어머니 역으로 나왔던 예전 영화 ‘올가미’ 얘기를 꺼냈다. ‘다 큰 아들 발가벗겨 궁둥이 씻겨주며’ 웃던 그 장면과 정반대 아니냐며. “안 그래도 왜 캐스팅했냐고 물었더니 올 초 제 연극 ‘에이미’를 봤다네요. 처음엔 힘들겠다 싶더래요. 앞모습은 40대, 뒷모습은 30대라는 거죠. 그런데 극 후반부에 60대 모습이 나오더래요. 그걸 보고 캐스팅했다더군요. 배우 속에 숨겨진 다양한 색깔을 발견할 줄 아는 그 감독의 눈이 놀랍고 또 고맙지요.” # 귀족 경멸한 베토벤 왈츠 왜 썼냐면… 연극 얘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33개’는 9번 교향곡 ‘합창’ 완성을 앞둔 말년의 베토벤이 왈츠에 매달리고, 이런 베토벤의 기이한 행적을 뒤쫓는 캐서린의 여정을 담았다. 지난해 3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토니상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당시 캐서린 역을 맡았던 주인공은 할리우드 유명배우 제인 폰다(73). 그런데 베토벤이 왈츠를 주제로 한 변주곡을 썼다? 왈츠는 귀족 놀이에 쓰이던 곡 아니던가. 귀족을 경멸했던 베토벤이 도대체 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캐서린의 딸 클라라(서은경)와 간호사 클라크(이승준)의 사랑 이야기다. 처음엔 다소 생뚱맞은 느낌이지만 마지막에 이르면 이 연애담이 왜 작품에 들어갔는지 알 수 있다. 단순히 클라라가 캐서린 연구에 결정적 힌트를 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클라라 자체가 이미 33개의 변주곡이었던 것이다. 대작에 집착했던 거장이 생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왈츠 한 가지 주제를 두고 모든 순간의 기억들을 뽑아 올리듯, 늘 못마땅했던 딸아이의 삐거덕대는 삶 자체가 다채로운 삶이었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감동적이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대목이다. 베토벤이라는 소재를 빼면 가족 간 갈등과 화해라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감동 스토리에서 멀리 떠나지 못해서다. 연극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11월 28일까지 열린다. 2만∼5만원. 1544-1555.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화려한 침묵

    화려한 침묵

    ‘2010 한국마임’(blog.naver.com/komimefest) 축제가 26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서울 대학로 우석레퍼토리극장에서 열린다. 주말인 23~24일 오후 4시 지하철 혜화역 1번 출구부터 마로니에 공원까지 펼쳐지는 길거리극 ‘풍경’(노영아 연출)이 행사 시작을 알린다. ‘한국마임’은 한국의 마임배우들이 1년간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 지난해 출품작이 공동창작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독창적인 1인극 위주로 14개 작품을 선보인다. 자유로운 신체 표현에 중점을 둔 작품들이 우선 눈에 띈다. 시와 몸짓의 접목을 꾀하는 이두성의 ‘몸짓시극1-아름다움 안에서 함께 걷기를’, 각박한 요즘 사람의 마음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탐험하는 노영아의 ‘오늘’, 현대마임연구소의 ‘기억과 착각 사이’ 등이다. 극단 마음같이의 ‘우리는 이렇게’나 극단 빈-공간의 ‘투 폴리스맨’ 같은 작품은 연극과 비슷한 형태여서 이해하기가 좀 더 쉽다. 저글링 등 재미있는 서커스 기술을 섞은 ‘나홀로 서커스’(이성형 연출), 빠뜨린 연장을 찾기 위해 깊은 바닷물에 뛰어든 할아버지의 얘기를 그린 ‘할아버지의 바닷속 집’(유홍영 연출) 등은 가족끼리 함께 보기에 좋다. 세계적 마임배우 마르셀 마르소의 ‘천지창조’를 한국적으로 변용한 ‘마르셀 마르소를 그리며’(최경식 연출)도 기대작이다. 다음달 12일에는 마임사랑방도 열린다. 축제가 끝난 뒤 치러지는 일종의 합평회다. 1만~2만원(전 작품 관람권 5만원). 1544-1555.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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