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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도자기 감상하며 은은한 茶향기 느껴볼까

    한·일 도자기 감상하며 은은한 茶향기 느껴볼까

    “깊어 가는 가을과 함께 도심 가득 퍼지는 차 향기를 느껴 보세요.” 제9회 부산국제 차(茶)어울림 문화제가 27~29일 부산 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이번 문화제는 ▲시 공모전 ▲추사·초의 백선전 ▲한·일 도자교류전 ▲한국전통향가 취운향당 20주년 기념 특별전 ▲도화 김소영 작품전 ▲한·일 공예대전 ▲한·일 꽃꽂이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올해는 한·일 도자교류전과 조선후기 최고 명인들의 글씨와 그림을 전시하는 유묵전, ‘추사 초의 백선전’ 등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한·일 도자교류전에는 김영식·정점교·이정환·김시영·김경수·강영준·이수백 장인이 참가한다. 일본에서는 나카자토 다로우에몬·가와카미 기요미·후지노키 도헤이·오카모토 사쿠레이·마루타 무네히코·가지하라 야스모토 장인 등이 작품을 출품했다. 조선백자 8대 명문가의 맥을 잇는 도예가 문산 김영식(45) 장인도 참가한다. 경북 문경시 관음리에서 조선요를 운영하는 김 장인은 8대조 김취정이 240여년 전 시작한 사기장 일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6대조인 김영수는 1843년 망댕이(흙덩어리) 가마를 지었는데 170여년간 원형이 남은 국내 유일한 조선후기 가마로, 경북 민속자료 135호로 지정됐다. 추사·초의 백선전에서는 평생 차를 즐긴 추사 작품인 ‘서도’, ‘난’, ‘세한도’, ‘산수도’, ‘매화’ 등 대작들과 초의 의순 작품인 ‘다연’, 병풍 서간문 등을 만날 수 있다. 차단체인 숙우회에서 차 문화 시연 작품 발표와 조선통신사 사신들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대접받았던 의례를 재연한다. 한·일 공예대전에서는 하카타전통공예관 전통전승공예 전시체험교류전이 열리고 일본의 전통인형인 하리코 인형 명인인 가와노 마사아키와 함께 하리코 전통인형 채색과 일본 전통의상 체험, 차 자리에 꼭 필요한 다화를 연구 발표하는 한·일 꽃꽂이가 펼쳐진다. 부산차 문화진흥원 관계자는 “부산국제 차어울림 문화제를 통해 부산시가 ‘차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올바른 차 문화의 확산으로 바쁜 도시생활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과 함께 마음의 평안과 여유를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폭풍전야 안방극장

    폭풍전야 안방극장

    하반기 ‘드라마 대전’의 막이 올랐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올가을 신작 드라마를 줄잡아 10편 쏟아내며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다. 특히 유명 작가와 톱스타가 손잡은 화제작이 많아 한류의 불씨를 살릴 히트작이 나올지 주목된다. 하반기 안방극장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법정드라마에 멜로, 스릴러를 섞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나 호러와 로맨틱 코미디를 섞은 ‘주군의 태양’ 등 장르적 특성이 강한 드라마가 인기를 모았고 하반기에도 뚜렷한 장르 속에 스토리와 캐릭터를 녹이려는 작품이 많다. 23일 첫 방송을 하는 SBS 새 월화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는 미스터리에 휴먼 드라마를 섞은 일종의 블랙 코미디다. 2011년 일본 NTV에서 방송돼 마지막회 시청률이 40%를 기록한 히트작 ‘가정부 미타’가 원작이다. 기러기 아빠의 불륜과 엄마의 죽음으로 방황하는 네 남매가 살고 있는 집에 정체불명의 가사도우미 박복녀(최지우)가 들어오면서 가정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다음 달 14일 처음 방송하는 KBS 월화 드라마 ‘미래의 선택’은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운명을 개척할 수 있도록 선택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독특한 설정의 신(新)타임슬립 드라마로 로맨틱 코미디가 가미됐다. 대기업 콜센터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나미래(윤은혜)는 어느 날 미래에서 온 자신을 만나 방송 작가로서의 인생 2막을 열게 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비밀을 지닌 엘리트 재벌 3세 박세주 역의 정용화와 까칠하지만 신념이 곧은 아나운서 김신 역을 맡은 이동건의 매력 대결도 관심거리다. 전통적인 인기 장르물로 승부를 보는 작품도 있다. 25일 첫 방송되는 KBS 수목 드라마 ‘비밀’은 가을에 어울리는 정통 멜로로 연인을 죽인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다. 재벌 2세 캐릭터를 연기하는 지성과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황정음의 호흡이 관심을 모은다. ‘투윅스’ 후속으로 다음 달 2일 첫 전파를 타는 MBC 수목 드라마 ‘메디컬 탑팀’은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 가는 ‘의드’(의학 드라마)다. ‘메디컬 탑팀’은 외과, 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분야별 최고 의사들이 모인 드림팀이 성공률 50% 이하의 고난도 수술과 희귀 질환을 치료하는 한계에 도전한다. 이 과정에서 병원 내 권력 다툼 등 의료계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권상우, 정려원, 주지훈, 오연서와 그룹 샤이니의 민호가 출연한다. 한편 MBC는 새달 21일 ‘불의 여신, 정이’ 후속으로 50부작 사극 ‘기황후’로 월화극의 사극 기조를 이어 간다. 고려 출신 황후로 원나라에서 정치적인 이상과 운명적인 사랑을 펼친 기황후의 이야기를 그린 50부 대작이다. 기황후는 하지원이 맡아 원나라 16대 황제인 순제 역의 지창욱, 고려 28대 왕 충혜 역의 주진모와 삼각관계를 이룬다. ‘대조영’ ‘자이언트’ 등에서 필력을 인정받은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신작이다. 주말극 시장도 변화를 앞두고 있다. MBC는 ‘금 나와라 뚝딱’ 후속으로 28일 밤 8시 45분 황혼 재혼을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랑해서 남주나’를 선보인다. 박근형, 차화연, 유호정, 홍수현, 이상엽 등이 출연한다. SBS도 28일 새 주말극 ‘열애’로 맞불을 놓는다. 부모 세대의 갈등과 운명으로 비극을 겪게 되는 세 남녀의 사랑과 성공을 다룬 드라마로 전광렬, 황신혜, 전미선, 우희진, 그룹 소녀시대의 서현 등이 출연한다. 하반기 안방극장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한류스타들이 유명 작가와 손잡고 대거 컴백한다는 것이다. 선봉에 선 작품은 새달 9일 선보이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가제)이다. 부유층 고교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청춘 트렌디 드라마로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꽃보다 남자’를 떠올리게 한다. 한류 스타 이민호와 박신혜가 남녀 주인공을 맡았고 최진혁, 김우빈, 강민혁, 박형식 등 올해 대세남들이 대거 투입됐다.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을 썼던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다. 한편 한류 스타 장근석도 하반기 안방극장에 컴백한다. 그는 ‘비밀’ 후속으로 11월 방송되는 KBS ‘예쁜 남자’에 출연한다. 이 작품은 예쁜 얼굴과 타고난 감각으로 여자들의 마음을 훔치는 마성의 꽃미남 독고마테(장근석)가 돈, 명성, 인맥, 힘, 정보 등 성공의 요소를 뛰어넘는 가치는 사랑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줄거리다. 독고마테를 견제하는 최다비드 역으로는 이장우가 출연한다. 만화가 천계영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유영아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해를 품은 달’로 일본에서 신한류 스타로 떠오른 김수현도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박지은 작가 차기작인 SBS 수목 드라마 ‘별에서 온 남자’(가제)로 12월에 돌아온다. 400년 전 외계에서 온 남자와 지구를 떠나고 싶은 여자의 판타지 로맨스로 여주인공에 전지현이 낙점됐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청주비엔날레 관람 포인트

    [명인·명물을 찾아서] 청주비엔날레 관람 포인트

    지난 11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40일간 옛 청주 연초제조창에서 진행되는 ‘2013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가득하다. 60개국에서 3000여명의 작가가 6000여점을 출품, 규모 면에서도 세계 최대다. ‘운명적 만남’을 주제로 마련된 ‘기획전 1’은 한국, 일본, 미국, 중국, 프랑스, 포르투갈, 영국, 덴마크, 인도 등 10개국에서 22명의 작가 및 단체가 참여해 400여 작품을 소개한다. 세계적인 도예가 신상호씨와 2005년과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초대작가인 섬유예술가 조안나 바스콘셀로스(포르투갈)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현대공예의 용도와 표현’을 주제로 진행되는 ‘기획전 2’에서는 영국, 아일랜드, 핀란드, 폴란드 등 9개국 40여명의 작가가 출품한 작품 35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연예인들이 참여하는 스타크라프트도 진행된다. 하정우의 ‘나무로 만든 테이블’, 구혜선의 ‘거울’, 유준상의 ‘오브제’ 등 국내외 유명 연예인 20명의 작품 100여점이 선보인다. 팬사인회, 작품 설명회도 곁들여진다. 글로벌 공예마켓도 마련됐다. 핀란드, 이탈리아, 에스토니아 등 11개국의 공예단체가 참여하는 국제산업관에선 1200여점의 공예상품이 전시된다. 여기에다 20여개의 국내 공방이 참여하는 거리마켓도 문을 열었다. 체험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파워블로그에 소개된 작품들 중에 인기가 많은 재활용 공예품을 선정해 행사장에서 부모와 함께 공예체험을 할 수 있는 ‘파워블로거와 함께하는 공예체험’이 진행된다. 행사장 인근에 텐트를 치고 1박2일 머물며 전시관람, 공예체험, 주변 문화공간 투어 등을 즐기는 문화캠프도 있다. 이상봉 디자이너 패션쇼 등 특별이벤트도 풍성하다. 관람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금·토요일 오후 9시까지다. 입장료는 어른 1만원, 중고생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문의는 비엔날레 조직위원회(043-277-2501~3).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5시간 15분 공연에 인터미션 1시간… 관객들 버틸까

    5시간 15분 공연에 인터미션 1시간… 관객들 버틸까

    인터미션(막간의 휴식 시간)만 무려 1시간인 오페라가 국내에 처음 상륙한다. 총 공연 시간만 5시간 15분(오후 4시~9시 15분)이니 인터미션 때 ‘커피’가 아닌 ‘밥’을 먹어야 하는 이례적인 작품이다. 다음 달 1, 3, 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르는 ‘파르지팔’ 얘기다.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바그너의 마지막 작품으로 중세 성배 기사단을 다룬 대작이다. 국립오페라단은 105분간의 1막 공연이 끝난 뒤 60분의 인터미션을 정했다. 국내 오페라로는 첫 시도다. 2막과 3막 사이 휴식 시간은 20분. ‘파르지팔’의 탄생지이자 대표 무대인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에서는 인터미션이 각각 40분이다. 하지만 이번 국내 공연에서는 첫 인터미션이 저녁 식사 때와 맞물린다는 점을 감안해 시간을 대폭 늘렸다. 이례적인 휴식 시간을 메우기 위해 국립오페라단과 예술의전당은 극장 내 레스토랑, 카페에 오페라의 이름을 딴 특별 메뉴까지 마련했다. 지난달 말에는 합동으로 관객에게 제공할 메뉴 시식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전례 없는 장시간의 공연을 관객들이 버텨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막과 막 사이에 관객들이 대거 이탈하진 않을까. 한 시간의 인터미션이 오페라에서는 첫 실험이지만 클래식 연주회, 연극 등에서는 이미 시도된 바 있다. 2006년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연극 ‘형제자매들’은 1, 2부 합쳐 일곱 시간의 공연이 이뤄졌다. 당시 인터미션만 무려 한 시간 반이었다. 2007년, 2009년에는 첼리스트 양성원의 연주회가 각각 네 시간씩 진행됐다. 당시 인터미션도 한 시간이었다. 관객들은 저녁을 먹고 다시 객석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2009년 슈베르트 실내악 전곡 연주회 당시 막과 막 사이 관객들의 이탈이 뚜렷이 관찰됐다는 후문이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올해 4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연주회에서 인터미션을 30분으로 줄인 데는 2009년 공연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보현 국립오페라단 대외협력팀장은 “‘파르지팔’은 흔한 레퍼토리가 아닌 데다 출연 팀이 성악가 연광철, 크리스토퍼 벤트리스 등 몇 년은 기다려야 볼 수 있는 바이로이트 축제의 주역들이기 때문에 골수 팬이 많다. 관객 이탈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전해웅 예술의전당 서비스사업단장은 “국내 오페라에선 첫 경험이라 그 자체로도 작품을 즐기는 하나의 재미이자 이색적인 체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제성 오페라 평론가는 “해외 오페라 관객들은 휴식 시간에 와인, 샴페인을 마시며 공연 감상을 얘기하고 다음 막을 관람할 에너지를 충전하지만 우리는 공연 시작 시간도 늦고 관객·연주자의 컨디션 때문에 공연을 서둘러 끝내기에 급급하다”며 “‘파르지팔’을 통해 국내 관객들도 공연을 여유롭게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질지 주목된다”고 의미를 짚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오늘의 눈] 화려한 뮤지컬, 텅빈 속/김소라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화려한 뮤지컬, 텅빈 속/김소라 문화부 기자

    “개막하는 대작은 많은데 정작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은 별로 없어요.” “아이돌을 캐스팅해도 흥행 성공이 꼭 보장되지는 않더라고요.” 뮤지컬을 취재하면서 공연기획사의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이야기들이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뻔한 이야기라 기삿거리로 삼기에도 애매하다. 그런데도 공연계는 큰 변화가 없다. 비슷비슷한 대작들, 아이돌 캐스팅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진다. 그리고 나서 티켓 판매 부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3000억원 규모라는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은 몸집 불리기에 한창이다. 공연되는 작품 수는 해마다 200~300편씩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여느 대중문화 시장이 그렇듯 ‘돈 되는 작품’에 대한 쏠림현상이 뚜렷하다. 스타 캐스팅, 유럽 사극, 화려한 무대세트와 의상은 뮤지컬의 전형적인 3요소가 됐다. 공연 시장을 좌우하는 여성 관객의 입맛에 맞춘 작품들이 줄을 이었고,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너도나도 대극장 뮤지컬 주연을 꿰찼다. 그렇다고 이런 작품들이 ’대작’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아니다. 넘쳐나는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은 관객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외면받기 십상이고,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은 더 이상 이슈조차 되지 않는다. 뮤지컬 시장에 정확한 흥행 성공 통계는 없다. 하지만 공연계 여기저기서 들리는 ‘앓는 소리’와 뮤지컬 티켓 판매 페이지에 덕지덕지 붙는 각종 할인 혜택이 간접적으로 이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과장을 보태 말하자면 ‘공갈빵’ 같다. 한껏 부풀어오른 겉모습이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만 정작 한입 베어 물면 드러나는 텅 빈 속에 허무해진다. 공갈빵은 텅 빈 속을 발견했을 때 의외의 재미라도 있지만, 뮤지컬의 텅 빈 속은 뼈아프기만 하다. 공연기획사들의 수익을 걱정해서가 아니다. ‘그 나물에 그 밥’ 식의 작품들 사이에서 느낄 관객들의 피로감 때문이다. 관객의 외연을 넓히는 데도 장기적으로는 걸림돌이다. 공연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이제 막 뮤지컬을 보기 시작한 관객들은 처음에는 화려함에 끌리지만, 얼마 못 가 뮤지컬에 대한 고정관념에 빠지기 쉽다”고 털어놓았다. 공연계에 다양성이 절실하다. 관객들에게는 더 나은 볼거리를, 공연기획사들에게는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나마 최근 ‘애비뉴 큐’(Avenue Q)와 같이 독특한 소재와 형식의 뮤지컬이 선보이고,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창작 뮤지컬들이 주목받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안 되는 작품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양성에 기여하는 작품들을 내놓되 적절한 흥행도 이끌어 내려는 노력을 공연기획사들은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지난달 31일 개막한 뮤지컬 ‘구텐버그’는 화려한 1막에 비해 2막이 부실하고, 스토리와 무관한 역사적 사건을 끼워넣어 진지한 척하는 브로드웨이 대작 뮤지컬들의 뻔한 표현 방식들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손뼉을 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웃는 관객들은 그저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재미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sora@seoul.co.kr
  • [열린세상] 세대교체의 신화/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열린세상] 세대교체의 신화/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우리나라의 압축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여러 요인 중의 하나로 한국사회의 역동성이 거론된다. 최근 경제가 부진한 것을 두고 한국사회의 장점인 역동성이 점차 둔화되고 있는 현상과 관련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한때 “빨리, 빨리”라는 구호는 졸속의 상징으로 비판의 대상이었으나 요즘 역동성의 표현으로 마치 경제성장을 견인한 동력이었던 것처럼 이를 재평가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이 역동성 제고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빠른 세대교체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1970년대 초에 당시 야당의 김영삼·김대중 후보는 40대 기수론을 제창하여 정계에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킨 바 있었다. 몇 십년 후 아이러니하게도 두 분 모두 고령에 출마하여 세대교체의 요구를 방어하는 입장에 서기도 했지만. 근대 이후 우리 문학, 특히 소설에서는 이른바 ‘아버지의 부재’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이것은 유교 가부장제의 쇠퇴를 암시하기도 하지만 빠른 세대교체 풍조와도 관계가 없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중·노년층이 빠르게 퇴진하고 사회 주도층의 연령이 낮아진 것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도 45세 혹은 50세 이전의 조기 정년을 의미하는 ‘사오정’과 ‘오륙도’란 자조적인 말이 유행하지 않았던가? 물론 이러한 현상은 옛날에도 있었다. 조선 세조 때 여진족을 정벌한 남이(南怡)는 20대의 청년으로 오늘의 국방부장관 격인 병조판서를 지냈고, 이시애(李施愛)의 난을 평정한 구성군(龜城君) 이준(李浚) 역시 20대에 참모총장 격인 오위도총관에 임명되었다가 곧바로 국무총리 격인 영의정이 되었다. 두 사람의 급격한 부상은 세대교체라는 말조차 무색할 정도였다. 이들은 훈구(勳舊) 세력을 억제하려는 세조의 의도에 따라 종실 혹은 그 인척이어서 나이 불문하고 기용된 것이니 세대교체의 본뜻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할 것이나 후일 40대에 정승이 된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 등은 ‘흑두재상’(黑頭宰相)으로 불렸으니 당시 젊은 기수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과거에는 평균수명이 워낙 짧았으니 40대라고 해서 젊은 것도 아니었다. “인생 70은 예로부터 드물었다(人生七十古來稀)”는 시구로 ‘고희’(古稀)라는 숙어를 남겼던 시인 두보(杜甫)는 40대 중반에 이미 “흰 머리 긁적일수록 짧아지고, 다 모아도 비녀 하나 꽂지 못하네(白首搔更短, 渾欲不勝簪)”라고 늙음을 한탄하였다. 또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인 문장가 한유(韓愈)는 ‘진학해’(進學解)라는 글에서 학생들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을 “머리는 벗겨지고 이는 빠졌다(頭童齒豁)”고 묘사하고 있는데 그때 그의 나이 겨우 40대 초반이었다. 과거에는 평균수명이 짧았고 그만큼 조로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쇠라는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나라의 명장 마원(馬援)은 “늙어도 더욱 강건해야 한다(當益壯)”고 외치며 60대에 전장에 나가 싸워 이겨 오늘날 ‘노익장’(益壯)의 미담을 남겼다. 청나라의 대학자 유월(兪?)은 어떠한가? 60세 무렵까지 빈둥대며 별다른 업적이 없었던 그는 어느 날 “꽃은 졌지만 향기는 남아 있다”라는 시를 읊으며 분발한다. 즉, 몸은 늙었지만 정신은 살아다는 셈인데, 그는 이후 80대 중반까지 장수하며 부지런히 연구하여 ‘춘재당전서’(春在堂全書)라는 대작을 남겼다. 역동성이 반드시 세대교체로 인해 생기는 것만이 아님을 보여주는 실례들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지금은 역동성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는 하지만 과거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기에도 고령의 관료들이 국정을 운영했으며, 현재 세계 경제의 엔진이라 할 정도로 최고의 성장률과 역동성을 자랑하는 중국 정계의 파워 엘리트도 아직은 우리 식의 세대교체와는 거리가 먼 고령 그룹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각료 구성을 보면 이전에 비해 연령층이 한층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이들이 기존의 세대교체 신화에 매몰되지 않고 얼마든지 역동성 있는 경제, 소생의 경제를 이룩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 다만 ‘노익장’의 이면에는 ‘노건불신’(健不信)이라는 복병이 있다는 것을 항시 유념하면서 말이다. ‘노건불신’, 곧 노인이 건강을 과신하면 언제 탈이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 11일 개봉하는 하반기 기대작 ‘관상’ UP & DOWN

    11일 개봉하는 하반기 기대작 ‘관상’ UP & DOWN

    하반기 기대작으로 극장가 대목인 추석 연휴를 10여일 앞둔 11일 개봉하는 영화 ‘관상’이 베일을 벗었다. 사람의 얼굴 생김새를 보고 운명, 성격, 수명까지 알아맞히는 관상을 소재로 한 영화.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대상을 수상한 김동혁 작가의 작품으로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등에서 생활형 소재를 독특한 감각으로 버무려온 한재림 감독이 연출했다. 송강호, 김혜수,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시선을 압도하고 보는 ‘팩션 사극’이다. 영화의 강점과 약점을 짚어봤다. ■ <UP> 파격 소재, 특급 스토리 역사적 사건에 녹인 관상쟁이 삶 ‘긴장감’… 코믹·스릴러 버무려 시나리오 공모 대상 ‘저력’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많았다. 관상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개연성 있는 스토리, 다채로운 캐릭터의 향연. 제작비 100억원이 투입된 웰메이드 사극에 대한 기대감을 무리 없이 충족시켰다. 영화는 극 초반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과 그의 처남 팽헌(조정석)의 코미디로 주의를 환기시킨다. 연홍(김혜수)의 계략에 휘말려 졸지에 한양의 한 기생집에서 관상을 보게 된 내경과 팽헌. 내경과 팽헌이 기생집에서 술에 진탕 취해 기괴함에 더 가까운 코믹한 춤을 추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둘의 조합은 마치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의 명콤비 김명민과 오달수에 비견될 정도로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영화는 중반부에 돌입하면서 스릴러물로 빠르게 옷을 갈아입는다. 조선 최고의 권력자 김종서(백윤식)는 역모를 꾸미는 수양대군(이정재)을 견제하기 위해 관상가 내경을 궁으로 불러들인다. 내경이 관상으로 역모를 꾸밀 상을 구분하거나 얼굴만 보고 살인을 저지른 범인, 부정축재한 관리를 잡아내는 장면 등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왕권을 둘러싸고 일명 ‘호랑이상’인 김종서와 ‘이리상’인 수양대군의 대결이 고조되면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서 있었던 한 관상쟁이의 삶이 그럴듯하게 묘사된다. 특히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아들 진형(이종석)에 대한 진한 부성애는 내경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시킨다. 관상을 믿지 않고 관직을 만류하는 아버지의 뜻을 거스른 채 궁에 입성한 진형도 후반부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요소다. 한 편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배경에 담백하면서 아련하게 흐르는 음악은 영화의 잔상을 깊이 남긴다. 이 작품은 여러모로 영화 ‘도둑들’을 떠올리게 한다. 톱스타들의 멀티 캐스팅에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인기 상종가를 친 막내 이종석의 합류는 지난해 ‘해를 품은 달’로 인기를 얻은 뒤 ‘도둑들’의 흥행에 한몫했던 김수현을 연상시킨다. 배우들은 적재적소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김혜수는 “두 작품 모두 캐릭터가 빛나지만 ‘도둑들’은 스타일, ‘관상’은 스토리가 강조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제 관객이 그 차별성을 판단할 차례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DOWN> 스토리에 짓눌린 139분 감독 “이야기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 길어졌다”… 시나리오 욕심이 재미 줄이고 후반엔 피로감 ‘관상’의 상영 시간은 139분이다. 길다. 감독과 배급사도 염두에 둔 부분이다. 감독은 “앞부분을 자르면 내경의 이야기가, 뒷부분을 자르면 수양대군의 이야기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할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야기에 대한 욕심에 상업 영화의 재미는 반감된다. 상영 시간이 길어진 데는 감독이 하고 싶은 말과 등장인물이 많은 이유가 크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래서 영화는 별다른 말을 전하지 못한다. 등장인물이 많다 보니 인물들 간의 사연이 설명되는 시퀀스도 늘어난다. 하지만 시퀀스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외따로 기능한다. 장면마다 감정적 고양과 배출이 잦아 후반부에 이르면 피로해진다. 거의 모든 시퀀스에서 음악이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은 영화가 관객에게 감정의 고조를 여러 번 요구한다는 방증이다. 특히 결말에서는 관객의 감정을 쥐어짠다는 인상이 강하다. 해학과 색(色)의 미학이 어우러진 초반부의 매끄러운 이야기 전개를 생각하면 전반적인 영화의 호흡이 들쑥날쑥한 점은 더욱 아쉽다. 인물의 깊이감도 떨어진다. 관객이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내경과 팽헌 정도다. 어떤 의중과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알기 어려운 연홍이나, 비운의 가족사에 한을 품고 벼슬에 의욕을 보이는 것 외에는 특징이 없는 진형은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소비된다. 절대악에 가까운 수양대군이나 대척에 있는 김종서의 캐릭터는 다소 평면적이다. 초호화 배우의 멀티 캐스팅으로 흔히 ‘도둑들’에 비견되지만 김혜수의 말처럼 ‘관상’과 ‘도둑들’이 강조하는 바는 다르다. 문제는 ‘관상’이 이야기의 층위 속에서 주제를 말하려는 것과 달리 인물들의 사연에서는 깊은 파토스가 전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상쟁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차용했지만 이야기의 얼개는 실제 역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감독이 “계유정난을 다른 방식으로 다뤄 보려 했다”고 말한 것과 달리 영화가 “계유정난의 예정된 결말을 향해서만 달려간다”는 평을 듣는 것은 그래서다. 감독의 우아한 세계를 기대해 온 관객들에게 ‘관상’이 역사를 다루고 해석하는 방식은 아쉬울 것 같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문화단신]

    [문화단신]

    ■히로시 고바야시 개인전 ‘Paralumina’ 5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 전시 제목인 ‘Paralumina’는 접두사 ‘Para’와 ‘빛’을 의미하는 라틴어 ‘Lumina’를 합친 말로 ‘빛 너머’를 뜻한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일본 작가로, 상상력을 동원해 빛에 의해 구성된 단층을 회화로 표현했다. 빛과 색으로 치장한 인형들의 뮤지컬을 보는 듯 몽환적이고도 환상적인 느낌이다. 작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의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02)725-1020. ■박주연 개인전 ‘에코의 에코 II’ 5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갤러리. 제2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인 작가는 사물과 개인 사이의 사회적 유대 관계와 정체성 간 상관관계를 중성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개인이 존재하는 방식에 관해 화두를 던지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 제목인 ‘에코’는 로마의 시인 오비드의 신화집 ‘변신’에 나오는 나르시스를 사랑한 요정 에코를 뜻한다. 필름, 사진, 슬라이드 프로젝션 설치 등 렌즈와 빛을 기반으로 한 작품과 시, 연극 대본을 연상시키는 텍스트 작업을 선보인다. (02)708-5015. ■2013 부산 송도 바다미술제 오는 14일부터 한 달간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With 송도: 기억·흔적·사람’을 주제로 12개국의 작품 35점을 선보인다. 올해부터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시감독제를 도입했다. 전시와 축제가 결합된 참여형 행사로, 바다살롱(프로그램 진행 및 휴게 공간), 여러 가지 공작소(문화단체의 프로그램 및 공연), 바다미술길(작품 관람 및 좌담), 아트마켓, 아트버스(부산시티투어버스 연계)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한국, 중국, 호주, 이탈리아 등 7개국 15명으로 구성된 초대작가 그룹에는 인도의 탈루 엘엔과 미국의 크레이그 코스텔로 등 유명 작가들이 포함됐다.
  • 편견에 맞선 초록마녀, 옥주현이 딱!

    편견에 맞선 초록마녀, 옥주현이 딱!

    한국판 ‘초록마녀’는 단연 옥주현(33)이었다. 그는 지난해 내한공연에 이어 오는 11월 첫 국내 라이선스 공연을 앞둔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의 주인공 엘파바 역에 발탁됐다. ‘위키드’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나쁜 마녀 엘파바가 사실은 약자의 편에 서는 정의로운 인물이었으며, 괴상한 외모와 불 같은 성격 때문에 그가 겪어야 했던 편견을 이야기하는 작품. 그는 미국 오리지널 프로덕션 제작진이 진행한 오디션을 거쳐 주연을 거머쥐었다. 그의 주인공 발탁은 예상됐던 결과다. 공연계 관계자와 팬들 모두 한국판 초록마녀에 옥주현을 1순위로 꼽아왔다. 엘파바가 부르는 넘버는 시원하게 뽑아내는 가창력이 핵심이기에 이를 소화하기에는 옥주현이 제격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자신의 터전에서 인정받기 위해 편견과 싸워야 했던 옥주현의 성공기와 엘파바의 이야기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라는 점도 컸다. 1998년 핑클로 데뷔해 ‘국민 걸그룹’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그의 뮤지컬 도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05년 오디션을 거쳐 대작 뮤지컬 ‘아이다’의 주인공으로 발탁됐을 때 뮤지컬 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아이돌의 인지도로 덥석 주연을 꿰찼다”는 악플이 이어졌다. ‘시카고’, ‘캣츠’ 등을 거치며 실력을 갈고 닦았지만 뮤지컬 팬들의 따가운 시선은 여전했다. 그러나 그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아이다’의 공주에서 ‘캣츠’의 늙고 초라한 고양이, ‘몬테크리스토’의 아름다운 여인에서 ‘레베카’의 악역까지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했다. 특히 ‘엘리자벳’에서 황실에 갇혀 살기를 거부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았던 황후로 분해 극찬을 받았다. 지금은 그가 뮤지컬계 최고 디바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위키드’를 보면서 엘파바와 제가 참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갖고 있는 타인에 대한 편견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그게 편견일 수도 있고 오해로 시작된 것일 수도 있어요. 나쁜 설(說)이 얹히고 얹히는 엘파바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았어요.” 오디션을 통과한 데에도 그의 실력뿐 아니라 ‘엘파바의 기질’이 크게 작용했다고 돌이켰다. “제작진은 저의 경력에 대해 많이 알고 계셨어요. 오디션은 면접처럼 치러졌고 엘파바가 표현해야 하는 내면의 기질을 제가 갖고 있는지 끌어내려 하셨죠.” 그는 지난해 내한공연을 7~8차례나 반복해서 본 ‘회전문 관객’일 정도로 ‘위키드’에 애착을 보였다. 그는 “(편견에 휩싸이는)경험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게 마련”이라고 말을 아끼면서 “사람과 사람이 교감하고 진심을 나누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진심을 다해 연기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뮤지컬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 ‘위키드: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을 토대로 2003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10년간 전세계 3600만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지난해 내한 공연은 23만 5000여명이 관람하며 국내 뮤지컬의 각종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다. 시원한 가창력으로 뮤지컬계에서 실력파로 꼽히는 박혜나가 옥주현과 엘파바에 더블캐스팅됐다. 정선아와 김보경이 ‘하얀마녀’ 글린다에, 이지훈과 조상웅이 두 마녀의 사랑을 받는 피에로 왕자에 각각 캐스팅됐다. 11월 22일~12월 22일 서울 샤롯데시어터. 6만~14만원. 1577-3363.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간질간질맨, 꼼짝마! 인형극 건강 특훈

    “간질간질맨 이놈, 아토피 건강주사기로 혼내주마.” “간질간질 간지러워요. 안 돼 안 돼 긁지 마요. 더러운 손 싫어요. 아토피 이겨낼 거야.” 도봉구가 지루하거나 딱딱해질 수 있는 건강 교육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고 쉽게 전달하는 건강 생활 실천 인형극 공연을 마련했다. 지역 내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구민회관에서 연속 공연을 펼친다. 아토피·천식 예방법, 규칙적인 식사 및 배변 습관과 금연·금주의 중요성을 즐겁게 익힐 수 있는 기회다. 다음 달 9일과 11일에는 ‘깔끔요정의 아토피 예방 대작전’을 볼 수 있다. 10월 4일과 7일에는 ‘정의의 응가맨과 건강 밥상’이 공연된다. 마지막으로 10월 18일에는 ‘건강한 보건맨의 금연 절주 대작전’을 즐길 수 있다. 하루 2회 공연이다. ‘깔끔요정’은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긁적이가 보건맨과 깔끔요정 예방이를 만나 아토피·천식 예방법을 배우고 못된 간질간질맨을 무찌른다는 내용이다. ‘정의의 응가맨’은 꼬마 요리사 영양이와 요리사 아저씨가 정의의 응가맨과 함께 못된 편식이에게 빼앗긴 ‘컬러 푸드’를 되찾기 위해 떠나는 모험을 다루고 있다. ‘건강한 보건맨’은 술과 담배를 하는 부모와 삼촌을 둔 시로와 아라가 건강한 보건맨을 만나 어른들의 금연과 절주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0년 첫발을 뗀 건강 인형극은 공연 횟수가 계속 늘고 있다. 물론 관람을 원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많아서다. 2010년과 2011년에는 1회 공연에 500명이 관람했다. 배은경 보건소장은 “주입식에서 벗어나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인형극이라 학습 효과가 크고, 건강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된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문화단신]

    [문화단신]

    새달 4일부터 ‘소운회’ 창립전 다음 달 4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하나로갤러리. ‘소운회’는 옥산 김옥진 화백을 사사한 강정자 작가의 제자들이 결성한 수묵담채화 모임이다. “평생을 살아도 만족한 그림이 없다”던 김옥진 화백은 초대작가로 ‘청유격단’ 등의 수묵담채화를 펼쳐 놓는다. 서울신문사 주관 ‘한국 10대 작가전’ 출신. 강정자의 ‘숨은벽’, 백두현의 ‘산사’, 이은희의 ‘여름이야기’, 강숙희의 ‘풍경’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02)720-4646. 새달 2일 김준권 수묵목판화 展 다음 달 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팔레드서울 갤러리. 수묵기법으로 작업하는 목판화가 김준권(57)의 서른 번째 개인전. 30년간 목판화만 고집해 온 작가가 대나무 연작 30여점을 내놓는다. 목판화로선 보기 드물게 3m가 넘는 대나무 대작 2점도 포함됐다. 또 민중미술가 출신인 작가가 지난 5월 울릉도와 독도, 제주도, 전남 신안군 등을 돌며 남긴 30여점의 사생 작품들도 전시된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다색 수성목판화 작업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02)730-7707.
  • 그가 새달 3일 강동에 뜬다

    강동구는 다음 달 3일 ‘우리은행과 서울시향이 함께하는 우리동네 음악회’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세계적 마에스트로 정명훈(60)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지휘로 진행되는 음악회는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이 연주된다. 오페라곡인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와 신비로운 음악이 어우러진 대작이다. 또 베토벤이 남긴 9개 교향곡 중 유명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운명은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는 곡이다. 오병권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기획 전문위원의 쉽고 재미있는 해설도 곁들여질 예정이다. 이번 음악회는 지난해 완공된 명성교회 새성전 본당에서 오후 7시 30분에 열린다. 공연은 무료이며 초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관람 가능하다. 사전 예약(좌석 지정 없음, 1~3층만 구분) 후 공연 당일 선착순 입장이다. 오는 29일 오전 10시부터 강동구청 홈페이지와 전화(02-3425-8585~9)로 신청 가능하다. 이해식 구청장은 “가족과 함께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하며 추억을 만들고 문화를 향유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행복한 꿈만 꾸렴…취약계층 어린이 건강 대작전] 원기보충 한약 ‘허준 아저씨’ 양천구

    양천구가 어린이 건강 지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양천구 드림스타트센터는 어린이들의 각종 질병을 막기 위한 예방 서비스와 영양요리교실, 예방접종 등 다양하고 알찬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드림스타트 지원이 필요한 어린이는 한부모 가정과 기초수급자 가정 등의 어린이 200여명 정도다. 질병 예방 서비스는 함소아 한의원의 후원으로 만 3~5세 어린이들에게 여름철 원기를 보충하는 ‘삼복첩’과 ‘동병하치 약선’(생맥산)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해 직접 요리를 만들고 먹어 보는 영양요리교실 등을 운영한다. 또 예방접종 사업의 일환으로 만 12세 여자어린이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서비스를 실시한다. 구는 드림스타트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3개 병원(이웃사랑소아청소년과, 메디힐병원, 튼튼소아청소년과)과 협약을 맺었다. 구 관계자는 “모든 어린이들이 똑같은 출발선에서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면서 “앞으로도 보건소 및 협약 기관과 연계해 건강검진과 각종 건강교실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행복한 꿈만 꾸렴…취약계층 어린이 건강 대작전] 제철에 영양 짱 ‘과일 천사’ 용산구

    “주 3회, 3~4가지의 신선한 제철 과일을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제공합니다.” 용산구의 ‘건강 과일바구니 사업’이 인기다. 건강 과일바구니 사업이란 취약계층 아동 영양 관리 사업의 하나로, 구가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정기적으로 과일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영양사를 통해 올바른 식습관을 교육하고 건강 관리를 돕는 것이다. 19일 구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운영하는 건강 과일바구니 사업에는 지역 아동복지센터 6곳이 참여 중이며 현재까지 총 182명의 어린이가 혜택을 누리고 있다. 구는 참여하는 모든 아동센터에 주 3회, 어린이 1인당 80~100g의 제철 과일을 제공한다. 월 2회 이상 전문 영양사도 파견해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전문적인 영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과일은 식사에 지장이 없도록 간식 시간에 제공하고 있으며 영양 교육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직접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음식을 만들어 보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끔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었다. 성장현 구청장은 “취약계층 가정의 경우 부모들이 대부분 생계 유지를 위해 경제활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자녀 건강에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저소득 가정 아동의 건강 관리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문의 용산구 보건지도과(02-2199-8083).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NEIS’ 대구가는 날 고백했다… 딱 3초면 진보인지 보수인지 안다고

    [주말 인사이드] ‘NEIS’ 대구가는 날 고백했다… 딱 3초면 진보인지 보수인지 안다고

    “내 이름은 NEIS. 나이스라고 읽지만, 네이스라고도 하지요.” 안녕, 신문에서 인사하는 게 참 오랜만이네. 10년 전인 2003년에는 365일 중 200일은 신문에 나왔던 것 같은데 말이지. 나는 1만여개 초·중·고·특수학교와 178개 교육지원청, 17개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모든 교육행정 정보를 전자적으로 연계 처리하고 있어. 내게는 2125만명의 학생들의 정보가 축적돼 있지. 그동안 안전행정부나 대법원 등 유관기관의 행정정보를 이용하는 ‘교육행정통합정보서비스’(NEIS)인 내가 구축된다고 하니 ‘정보혁명’이라며 반기는 이들도 많았지만, ‘빅브러더’라는 시선으로 나의 등장에 우려를 표하는 측도 많았어. 그래서 나를 반기던 보수적인 사람들은 내 영어 약자를 “좋아”(Nice·나이스)라는 말과 같은 발음으로 불러 줬지만, 나를 싫어한 진보적인 사람들은 발음기호대로 건조하게 ‘네이스’라고 불렀어. 당시 누군가를 만나서 보수인지, 진보인지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내 이름을 한 번 읽어 보라고 하면 3초 만에 성향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니까. 각설하고, 서울 중구 쌍림동에서 대구 신서혁신도시로 이사 가. 내가 입주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전산센터가 지난 10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이전하는데, 선발대로 먼저 대구에 가게 됐어. 서버 181식, 통신·보안 105식, 데이터베이스(DB)·백업 54식, 기타 59식 등 전국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 10년치 자료를 옮겨야 하는 대작업이라 시간이 많이 걸려. 게다가 내 자료가 유실되기라도 하면 학창시절의 기록이 사라지는 것이니 문제가 커져. 외부충격으로 인해 사고가 날지 몰라 무진동차에 몸을 싣고 이사를 가게 됐어. 덕분에 평소 보기 어려운 5t 규모 무진동차를 11대나 한꺼번에 볼 수 있었어. 무진동차는 서울청사에서 중부고속도로를 주행하다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해 대구의 새 보금자리인 KERIS 신청사까지 335㎞의 거리를 시속 80㎞로 달릴 거야. 6시간 동안 무진동차 앞뒤로는 경찰 호송차량이 함께 가고. 그 시간 동안 이사를 하기 위해 투입된 KERIS 직원과 경찰 등 242명이 모두 초긴장상태가 되는 셈이지. 이사를 마치고 18일까지 시범운영이 끝나면 NEIS 제공 서비스는 예전처럼 활용할 수 있어. 사실 교육부 산하 기관 중에서 KERIS가 가장 먼저 공공기관 이전을 하게 됐는데, 9월 4일에 시작되는 2014학년도 대입 수시전형 원서접수를 차질 없이 하려면 내가 갖고 있는 학교생활기록부 자료를 안정적으로 대학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해. 이래 보여도 내가 없으면 대입 전형이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과거에 원서철이 되면 대학 건물 앞이 북새통을 이루고, 건물을 감으며 줄 서던 풍경을 본 지 오래된 이유가 내 덕분이야. 지금은 수험생들이 인터넷으로 원서를 접수하고, 그러면 내가 학생부 기재내용을 대학에 입시 전형 목적으로 보내주고 있거든. 혹시 시범운영 중인 18일까지 급하게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검정고시합격증명서 같은 게 필요하면 어떡하냐고? 걱정하지마.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NEIS 서버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증명서가 필요한 경우에는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학교·주민센터 민원실 등에서 발급받을 수 있어. 그간 학부모서비스 이용실적은 2011년 5423만건, 지난해 3740만건, 올해 상반기 707만건으로 이용이 아주 활발한 편은 아니야. 하지만 이용한 학부모들을 상대로 만족도 조사를 해보면 2011년 89.6%, 지난해 89.0%가 만족한다고 답했지. 올해 만족도가 90%가 넘도록 노력하고 있어. 2011년부터 시범서비스로 운영해 온 학생서비스도 올해 7월부터 정식서비스로 제공되고 있어. 학생서비스를 통해 학생부 열람뿐 아니라 정기시험 정오답표, 신체활동일지, 학습도움자료 등을 조회할 수 있어. 내가 가진 통계들을 분석해 제공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어. 10년간 축적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다른 학생들에 비해 체력이 약한 이유를 분석해 적당한 운동을 권해준다면 좋지 않을까. 특정 학급 성적만 오르지 않는다면 원인을 분석해 공부법을 바꿔 보는 등 대책을 세워줄 수도 있겠지. 2008년 ‘나이스 운영 시범학교’였던 충남 부여정보고에서는 내가 가진 자료를 활용해 통계를 내서 취업 진로 자료를 학생들에게 제공했어. 몇 년 동안 축적된 자료를 활용해 성적별로 지원 가능한 기업을 추천할 수 있었고,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어.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실시하려면 ‘개인정보’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해. 나를 ‘네이스’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내가 해킹당할 가능성과 내가 갖고 있는 학생에 대한 방대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거든. 특히 지금처럼 내 서버를 시도교육청에서 관리하면서 보안 전문가들이 배치되기는 했지만, 만에 하나 정보가 유출될 경우 한꺼번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다는 얘기야. 노기호 군산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해 ‘NEIS에 의한 교육정보 공개와 학생의 개인정보 보호’라는 논문에서 “오늘날 학교는 개인정보은행이라고 할 만큼 많은 양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라면서 “학부모를 비롯한 학생 개인 정보가 영리업자에게 유출돼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걱정했어. 학생 개인의 신상카드와 학교성적이 사설학원이나 개인과외 브로커들에게 제공돼 악용되는 경우가 있고, 입시학원이 취업이나 진학 정보를 학교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학생들의 희망대학이나 전공, 교과성적 등 진로 관련 정보를 대량으로 복사하거나 제공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야. 또 학교나 학교 내 학생선도위원회가 경찰에 학생과 보호자의 명부와 사진을 포함해 성적과 성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 그래서 노 교수는 “학교와 행정당국에 의한 비공개 정보의 자의적 운용이나 기업체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부족 및 비협력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어. 요즘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면서 지난해 3월 학교폭력과 관련된 징계내용을 NEIS 중 학생부에 기재할지 여부를 놓고 “기재해야 한다”는 교육부와 “기재할 수 없다”고 버틴 일부 교육청 간 논란은 나를 둘러싼 논란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 사례야. 경기도교육청이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NEIS에 기록하되 심의를 거쳐 졸업 후 삭제하도록 한 교육부 방침을 받아들였지만, 논란 과정에서 “복제가 쉽고, 유출 가능성이 높으며 영구 저장되는 NEIS에 법적으로 기재를 금지한 징계사항을 기재하는 것은 입법 의도를 침해한 것”이라고 한 일부 교육청의 의견은 귀담아들어야 할 것 같아. 내가 가진 방대한 양의 정보는 교육행정을 효율화하고 학생들의 교육 편의를 도모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한편으로 집적된 정보가 잘못 쓰일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야.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나를 ‘나이스’라고 불러온 교육부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나를 쉽게 쓰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위한 홍보캐릭터로 ‘나()씨 가족’을 선택했어. 모든 사람들에게 ‘나이스’한 선택이 되기 위해 나는 앞으로 보안에도 더 신경쓰고,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와 학생 인권을 위해 노력해야 될 거야. 나를 ‘네이스’라고 부르는 사람들 역시 나를 완전히 폐기하는 방법을 포함해 여러 보완방안과 대안을 제시해 주기를 부탁할게.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666 파크 애비뉴(AXN 밤 8시) 제인은 계속 불안해하며 뉴욕을 떠나고 싶어 하지만 헨리는 제인에게 청혼을 하고 함께 있으려 한다. 노나는 제인에게 처음으로 할머니를 소개해 준다. 한편 노나의 할머니 로티 역시 제인처럼 드레이크의 비밀을 밝히려고 오랫동안 많은 자료를 수집해 왔다. 그런데 로티의 자료 중 제인의 어릴 적 사진이 발견되는데…. ■계절의 식탁(올리브 밤 9시) 아홉 번째 식재료는 채식 열풍 속에서도 육류의 자존심을 지킨 오리고기다. 친환경 농법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오리를 살펴본다. 또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점찍은 광주 오리탕 골목 맛집과 중국인 셰프가 선보이는 정통 베이징 덕, 오리 기름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오리꽁피와 오리 가슴살 구이까지. 오리 고기의 모든 것이 공개된다. ■도전슈퍼모델 코리아 4(온스타일 밤 11시) 까다로운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도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한다. 도전자들은 제작진의 호출에 영문도 모른 채 서울 광화문광장에 집합해 공개 런웨이 미션을 맞닥뜨리게 된다. 서울대 ‘엄친딸’ 황현주, 막강 비주얼 정하은 등 완벽한 신체 조건과 끼, 그리고 열정 등을 갖춘 도전자들의 모습을 공개한다. ■크리미널 마인드 2: 분노의 폭탄 살인(FOX 밤 12시) 미 연방수사국(FBI) 범죄행동분석반이 시애틀을 공포에 빠뜨린 연쇄 폭파범을 찾아 나선다. 조사를 거듭하던 행동분석반은 범인이 기계 문명을 비판한 소설책 ‘텅 빈 행성’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기디언과 리드는 ‘텅 빈 행성’의 작가인 우슬라 켄트 교수를 만나려 한다. ■케이팝 히어로2(MTV 오후 5시) 한국을 넘어 세계를 유혹하는 K팝 히어로의 기대주를 만나 본다. 꿈나무 남자 그룹 3탄으로, 이번 회의 주인공은 보이프렌드, 엑소, 빅스, 에이젝스로 K팝 히어로 기대주들의 특별한 무대를 선사한다. 또한 네 그룹의 든든한 응원군과 각 팀의 숨은 노래 찾기까지, 히어로 꿈나무들의 다양한 무대와 이야기가 펼쳐진다. ■벼락맞은 문방구(투니버스 밤 8시) 번개탐정단이 의뢰받은 사건은 바로 짝사랑 문제다. 31세의 모태 솔로 휘순은 빨간 구두의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싶어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테리우스라 불리는 장발의 남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가엾은 의뢰인을 돕고자 번개탐정단은 연애조작단으로 변신한다. 과연 이들의 프러포즈 대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 160억원짜리 피규어… 예술인가? 비즈니스인가?

    160억원짜리 피규어… 예술인가? 비즈니스인가?

    160억원에 팔린 사람 크기의 피규어가 있다? 생존 작가 가운데 아시아 최고 작품값,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가격에 작품이 팔리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작가가 있다. 2002년 루이비통과의 협업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며 ‘오타쿠 문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 ‘예술인가 비즈니스인가’라는 논란 속에 서 있는 그를 오는 11일 오후 11시 30분 KBS 1TV ‘문화 책갈피’에서 만나본다. ‘이상은의 그림+여행’ 코너에서 가수 이상은이 그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서울 중구 플라토미술관을 찾아나선다. 캔버스 가득 명랑하게 웃고 있는 꽃들, 미키 마우스를 닮은 괴상한 표정의 캐릭터부터 성인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만 같은 미소녀 인체 모형까지…. 다카시의 작품들은 미술이라고 불러도 될지 의문스럽기까지 한 파격적인 작품으로 미술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하지만 명랑해 보이는 그의 작품 속에는 일본인들의 트라우마가 숨겨져 있다. 가수 이상은은 4차원 방송인 사유리를 만나 다카시의 작품에 숨겨진 일본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그의 상상력 원천을 찾아 그림 여행을 떠난다. 가수 김창완은 “생활 속 모든 것이 예술”이라는 아티스트 최정화의 집을 찾아 유쾌한 ‘예술 수다’를 나눈다. 최정화는 빨강, 초록 등 화려한 소쿠리들을 쌓아 만든 설치 작품부터 탑을 그대로 본떠 싸구려 금칠을 한 작품까지 예술의 의미를 확장시킨 한국 현대미술 1세대다. 이 때문에 그는 수많은 비엔날레와 해외 전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익살스럽고 밝은 색채로 빛나는 그의 작품들은, 전통적 예술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며 대량소비시대 사회의 모습을 담아 가장 한국적인 팝아트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작품의 예술적 원천을 좇아 집 자체가 유쾌한 예술인 그의 공간을 찾았다. ‘사물의 재발견’ 코너에서는 수많은 중독자를 거느린 커피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본다. 1930년대의 모던걸, 모던보이라 불리던 지식인들도 한 끼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즐겨 마셨다. 특유의 중독성으로 한번 맛을 들이면 끊을 수 없어 ‘악마의 유혹’으로도 불리는 커피는 예술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 멋진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커피 원두로 멋진 명화를 만들어내는 작가부터 대작곡가 바흐의 커피 칸타타까지 각종 문화를 탄생시키며 인간과 함께해 온 커피의 다양한 얼굴을 만나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기고] 달러 뇌물로 본 관료보호주의/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기고] 달러 뇌물로 본 관료보호주의/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언제부터인가 뇌물을 받거나 주는 데 미국 달러화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최근 쇠고랑을 찬 고관대작들은 공히 뇌물로 거액의 달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 예로 지난달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은 CJ로부터 30만 달러를 받아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2002년 손영래 전 국세청장은 SK 측으로부터 여행경비 조로 1만 달러를 받았고, 그후 4년이 흐른 2006년에 정상곤 부산 국세청장은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청장 내정 축하금이라며 1만 달러를 건넸다. 이명박 정부 때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원세훈은 건설업자에게서 4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로 법정에 선다. 왜 이렇게 달러 화폐가 뇌물 수단으로 악용될까. 간단하다. 달러는 현금으로 수표와 달리 추적이 불가능하다. 국제기축통화인 달러화는 신권이 아닌 구권(헌 돈)이 널리 유통돼 어느 시점에 받았는지 알기 어렵다. 또 환전할 경우 뇌물로 받은 돈인지 아니면 자기 돈인지 증명하기도 어렵다. 추징금 수사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 집안에서 나온 돈 중에는 대통령 집권 시절에 통용되던 1만원짜리 낡은 구권이 대량으로 나왔다는 걸 보면 한국 원화 화폐는 이같이 수수시점 추적이나 추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달러화는 또 원화에 비해 거액 운송이 수월하다. 지난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130원 내외다. 어림잡아 환산해 보면 100달러짜리 한 장이면 5만원짜리 두 장 이상의 가치다. 007가방 한 개에 5만원짜리를 넣으면 5억원 정도 들어간다고 하니, 100달러짜리는 11억원이 넘게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태우씨는 대통령 시절 기업 총수들로부터 사과 상자나 골프 가방에다 돈을 넣어 전달받았다고 하는데 당시 달러화를 넣었다면 원화 대비 10배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금액이 건네졌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국제적으로 망신스럽기도 하고 창피스럽기도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의 ‘뇌물 변천사’ 코너에는 교육효과 제고 차원에서 1만원권 지폐를 넣은 사과상자 견본이 진열돼 있기도 하다. 요즘 구속된 비리공직자들이 받은 달러 뇌물에 대해 대가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비리공직자들은 한결같이 ‘꾼 돈’ ‘친인척이 준 돈’ ‘경조금’ ‘선물’ 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무리 해명을 잘해도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20년이 넘도록 근무해 오며 연봉을 1억원 정도 받는 고위공직자가 돈이 없어 직무관련자에게 수만 달러를 꾼다는 것이 말이 될까? 또 어떤 대가성 없이 순수한 의미로 수만 달러의 축하금을 상사에게 갖다 줄 이유가 있을까. 그 돈이 뇌물이 아니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대다수 국민들은 부정한 청탁에서 비롯된 금전수수로 믿는다. 이 같은 부정청탁 수수를 근절하겠다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이 이번 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로 넘어갔다. 안타깝게도 이 법안은 정부 내 의견조율 중에 국민권익위 입법취지보다 훨씬 퇴보한 기형적인 법안이 돼 버렸다. 국회심의 과정에서 당초 입법취지대로 ‘대가성 유무에 관계없이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복원하지 않으면 법 제정은 하나마나다.
  • [열린세상] 상상력은 자유롭지 않다!/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열린세상] 상상력은 자유롭지 않다!/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요즘 상상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처세나 경영을 다룬 서적에서 특히 창조적 아이디어를 강조할 때 꼭 빠뜨리지 않는 언급이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동 교육에서는 상상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당부가 필수적이라 할 정도이다. 모두 지당한 의견들이라 하겠다. 그러나 ‘상상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과거에는 상상력보다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더 바람직하게 여겨졌다. 이제 바야흐로 이성보다는 감성, 논리보다는 상상력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류에 맞추어 ‘상상하는 동물’이 되고자 할 때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흔히들 상상력은 자유롭다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하는 문제이다. 내가 마음대로 머릿속에서 그리고 꿈꾸는 것이 자유롭지 않으면 무엇이 자유롭단 말인가? 머리를 열심히 굴리면 내가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으니 바로 이것이 상상력의 자유로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당연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상상력에도 정치학과 경제학이 작동한다. 상상력은 이제 중요한 산업적 자원이 되었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상상력을 담은 스토리를 가공하여 게임·영화·애니메이션·만화·드라마 등을 만들어 내는 산업, 이른바 문화산업은 오늘날 유망한 국가 성장동력 산업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 문화산업은 상상력에 대한 우리의 순진한 생각을 뒤집어 놓는다. 가령, 세계를 지배하는 할리우드 문화산업은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면서 백인 소녀의 우상인 백설공주만으로 더 이상 전 세계 소녀의 환심을 사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해서 내놓은 작품이 ‘뮬란’이다. 뮬란은 늙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남장하고 종군했다는 중국의 효녀이다. 디즈니사는 이 작품을 만들어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뮬란’에서 디즈니사는 신령스러운 용을 하찮은 도마뱀 정도로 묘사하고 중국처녀 뮬란을 백인 남성들이 좋아하는 일본 게이샤 이미지로 바꾸어 놓았다. 동양의 상상력을 자신들 서양의 스타일로 재가공해서 역수출한 것이다. 이렇게 변조된 상상력은 막강한 할리우드 문화산업의 영향력에 의해 우리에게 저항 없이 주입된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 등 서양 상상력의 대작들도 마찬가지이다. 서양의 신화나 전설에서 용은 줄곧 사악하거나 별 볼일 없는 동물인데, 이러한 인기 높은 대작들 속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된 용에 대한 이미지는 가뜩이나 일찍부터 그리스 신화와 안데르센 동화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의 뇌리에 여지없이 각인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 중 일부는 용이 나쁜 동물이라고 상상하게끔 되었다. 상상력의 전도라 할 이 현상은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상력이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구나 하는 깨달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차제에 상상력의 정체성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요즘 유행하는 판타지 문학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 실상이 드러난다. 상상력의 결정이라 할 판타지에도 민족별 정체성이 존재하고 그것이 뚜렷할수록 문화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즉, 서양 판타지에서는 마법이나 기사에 대한 상상력이, 동양 판타지에서는 중국의 경우 도술이나 무협에 대한 상상력이, 일본의 경우 요괴에 대한 상상력이 각기 독특한 내용과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판타지는 아직 고유한 특성을 구현하고 있지 못하다. 대부분 서양 마법담이나 중국 무협담, 일본 요괴담의 내용과 분위기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이것은 우리의 상상력이 문화산업에서 우위에 있는 서양이나 일본, 그리고 엄청난 전통문화의 자원을 지닌 중국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 용을 나쁜 동물로 상상하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어른들은 용꿈을 꾸기라도 하면 당장 복권을 사러 갈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상상력이 자유롭다는 미신에 사로잡혀 우리 상상력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지금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용꿈을 꿀 때 복권을 사러 가기는커녕 “재수 없다”고 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 여명의 눈동자·수사반장 등 한국 드라마 거장

    23일 숨진 김종학 PD는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등 대작 드라마들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드라마의 거장이다. 격동의 현대사,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드는 판타지 등 선 굵은 연출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경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MBC PD로 입사한 그는 1981년 ‘수사반장’으로 데뷔했다. 그의 대표작 ‘여명의 눈동자’(1991)와 ‘모래시계’(1995)는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각각 격동의 근현대사를 조명한 작품으로 ‘여명의 눈동자’는 최고 시청률 70%를 기록했으며 ‘모래시계’는 방영 당시 ‘귀가 시계’라 불리며 전 국민을 TV 앞에 붙들어 앉혔다. 그의 히트작에는 송지나 작가와의 파트너십이 뒷받침됐다. 송 작가와는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 총 7편에서 손을 맞잡았다. 역시 김종학-송지나 콤비의 합작품이었던 MBC ‘태왕사신기’(2007)는 배용준이라는 최고의 한류스타와 550억원이 넘는 제작비로 화제가 됐다. 그가 1999년 차린 김종학프로덕션은 ‘베토벤 바이러스’, ‘풀하우스’ 등을 제작하며 인기드라마의 산실로 통했다. 또 제작자로서 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 영화 ‘인샬라’, ‘산부인과’ 등에도 참여했다. ‘태왕사신기’ 이후 5년 만에 PD로 복귀했던 SBS ‘신의’(2012)는 결과적으로 그에게 비운을 안겨 준 작품이다. 100억원을 투입한 블록버스터이자 김희선, 이민호 등 톱스타들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방영 전 화제를 모았지만 시청률은 부진했다. 그런데다 배우들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드라마 종영 후에도 주·조연급을 비롯한 배우들의 출연료 6억 4000만원이 지급되지 않아 지난 5월 배임, 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피소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스타 감독으로서 일련의 송사를 거치며 심적 부담과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을 거라는 게 방송가의 중론이다.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방송가 안팎에서는 잘못된 외주제작 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현재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편당 제작비는 3억원 정도인데, 이 중 방송사가 지급하는 제작비는 절반 수준”이라면서 “외주제작사들은 제작비의 절반을 협찬과 해외 판매 등으로 조달해야 하지만, 시청률을 올리지 못하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드라마의 거장이 고시텔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에 이날 방송가는 충격에 빠졌다. ‘신의’가 방영될 당시 드라마 국장을 지냈던 김영섭 SBS 콘텐츠파트너십 부국장은 “걸작 드라마들로 한국 드라마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주인공으로, 방송계의 큰 손실”이라면서 “한참 더 활동할 수 있는 분인데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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