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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전논술] 두 글의 공통된 역사관과 타당성 여부

    다음 두 글은 역사를 보는 공통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을 읽고, 두 글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역사관의 내용이 무엇인지 간략히 요약한 다음, 그러한 역사관이 타당한지에 대하여 자신의 입장을 논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할 것.) (가)창조적 인물이 나타날 때에는 다행히 뜻을 같이하는 동지를 몇 사람은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언제나 그는 타성적이고 비창조적인 대중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모든 사회적 창조의 행위는 창조적 인물 개개인의 노력이거나 아무리 많아도 창조적 소수의 노력이다. 그러므로 잇따른 전진이 있을 때마다, 그 사회 구성원의 절대 다수는 뒤떨어지게 된다. 오늘날 세계에 현존하고 있는 위대한 종교들, 즉 크리스트교, 이슬람교, 힌두교를 보면 우리는 이름만 신자인 대다수의 사람이 입술로만 고백하는 신조가 아무리 고매하다 할지라도 종교에 관한 한 순전한 이교 정신과 별로 멀지 않은 정신적 분위기 속에 아직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대 물질 문명의 업적도 마찬가지이다. 서구 사회의 과학 지식과 그것을 응용하는 기술은 위험할 만큼 밀교적(密敎的)이다. 민주주의와 산업주의라는 새로운 사회의 위대한 흐름은 극소수의 창조적 소수가 일으킨 것이고, 인류의 대다수는 아직도 이 거대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기 이전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지적 중간점, 도덕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실 ‘땅의 소금’을 자처하는 서구 세계가 왜 오늘날 그 맛을 잃어버리려는 위험에 처하고 있느냐 하는 주요한 이유는 서구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인간들은 아직도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명의 성장은 창조적 개인들이나 혹은 창조적 소수의 세력에 의해 성취된다는 사실은, 선구자들이 열성적으로 전진할 때 그 게으른 후위 부대를 같이 이끌고 가는 어떤 방법을 강구하지 못한다면 이 비창조적 다수는 뒤떨어지고 말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생각하게 될 때 우리는 지금까지 연구한 문명 사회와 원시 사회의 차이에 대한 정의를 수정할 필요를 느낀다. 이 책의 첫 부분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원시 사회들은 정지 상태에 있는 데 반해 문명들은-발육 정지 문명은 제외하고-동적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이제 우리는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문명들은 그 사회 내부에서 창조적 개인의 동적 운동이 행해지고 있기 때문에 정지 상태의 원시 사회와 다르다고 고쳐 말해야 되겠다. 그리고 이 창조적 인물들은 아무리 그 수가 많은 경우라도 결코 적은 소수를 넘지 못한다고 덧붙여 말해야 되겠다. 어떠한 성장기의 문명에 있어서도 거기 관여하는 개인의 대다수는 정지한 원시 사회의 성원들과 마찬가지로 침체된 정지 상태에 있다. 그리고 또 성장기의 문명에 관여한 대다수는 교육이라는 겉치장을 지워 버리면 원시인과 마찬가지의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성을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격언의 진리성을 발견한다. 탁월한 인격들, 천재들, 신비가들 혹은 초인들-무엇이라고 부르든 간에-이란 평범한 인간성의 덩어리 속에 있는 누룩 이상이 아니다.(중략) 창조적 힘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직접 불붙이는 것은 틀림없이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전적으로 거기에 의지한다는 것은 실현될 수 없는 이상이다. 비창조적인 일반 대중에게 창조적 선각자들과 동일한 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문제는 순전한 모방(mimesis)의 능력-인간성에 별로 고귀하지 않은 능력의 하나로서 영감보다는 훈련에 의해서 길러지는-을 활동시키지 않고는 실제 사회적 규모로 해결될 수는 없다. 어쨌든 ‘모방’은 미개한 인간이라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통상적 능력의 하나이기 때문에,‘모방’을 하는 것은 당장의 목적을 위하여 불가결하다. 우리는 앞서 ‘모방’은 원시 사회에서나 문명 사회에서나 공통된 사회 생활의 일반적 특징이지만 그것은 이 두 종류의 사회에서 각각 다른 양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정지 상태의 원시 사회에서는 ‘모방’은 살아 있는 사회 구성원 중의 연장자와 사자(死者)를 대상으로 하지만, 문명이 발전되는 역사 과정에서는 ‘모방’의 능력이 새로운 흐름을 시작한 창조적 인물들을 대상으로 하게 된다. 능력은 동일한 것이지만 향하는 방향은 반대이다. (나)여기서 우리는 잠시 동안 위인들에 대하여, 그리고 그들이 이 세상사에 등장한 방식에 대하여, 또한 위인들이 세계사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이루었으며, 사람들이 위인들을 어떻게 생각하였으며, 위인들은 어떠한 일들을 하였는가 등등에 대하여 말하도록 하겠다. 즉, 영웅과 그가 받은 대우 및 그들의 공적, 그리고 이른바 영웅 숭배와 인간사에서의 영웅적인 것에 대하여 말하도록 하겠다. 물론 이것은 큰 주제로서 우리가 여기서 시도할 수 있는 접근 방식과는 아주 다른 접근 방식이 마땅히 필요한 주제라는 점은 너무도 분명하다. 이 주제는 큰 주제로서, 정말로 제한될 수 없을 정도의 규모를 가진 주제이며, 보편적 역사 자체만큼이나 광범위한 주제이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에는 인간이 이 세상에서 무엇을 이루어 놓았는지를 기록하고 있는 보편적 역사는 근본적으로는 이 세상에서 활동한 위인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인들이야말로 인류의 지도자였다. 이 위대한 사람들은 일반 대중이 이루고자 했거나 얻고자 했던 것의 모델을 제시하는 사람이자, 모형이자, 넓은 의미에서는 창조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세계 속에 성취되어 있는 모든 것은 바로 세상에 나왔던 위인들이 품고 있던 사상이 외적으로 드러난 물질적 결과이며, 실천적으로 실현되고 구현된 것이다. 따라서 전 세계 역사의 진수는 바로 위인들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것이 여기서 충분히 다루어질 수 있는 주제임은 너무나도 명백한 일이다. ● 지문의 분석 (가)는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12권 중 한 부분이다. 역사가 토인비의 필생의 작업이 담겨있는 책으로 독특한 역사관을 제시하고 있는데, 제2차 세계 대전 전후에 발표되자마자 서구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복잡하고 오랜 인류 역사에 대해 단순한 해석에 끝나지 않고, 그 해석에 기초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현재를 위한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 이 책에서 토인비는 우선 민족이나 국가가 아닌 문명을 역사 연구의 주요 단위로 설정한다. 그런데 문명은 계속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흥망성쇠의 과정을 겪는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적 반복’을 ‘도전과 응전’이라는 틀로 개념화한다.‘도전과 응전’이라는 틀이야말로 ‘역사의 연구’에서 제시되는 핵심 개념이다. 토인비는 바로 ‘도전과 응전’이란 틀에 의해 문명의 발생과 몰락을 설명한다. 그는 문명이 특별히 좋은 조건으로부터 저절로 발생한다는 관점을 비판한다. 문명은 자연 환경이나 앞선 문명의 해체에서 오는 자연적, 사회적 도전에 대해 응전함으로써 발생하고 성장한다. 그런데 이때 응전의 주체로 ‘창조적 소수’가 설정된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와 비창조적 다수를 구분한다. 문명이 한참 성장할 때에는 비창조적 다수가 창조적 소수를 기꺼이 따르고 모방함으로써 일체감이 형성되어 문명은 통일성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창조적 소수의 창조성이 약화되고 이에 따라 지도력이 결핍되어 사회의 통일성이 깨어지면, 다수와 소수의 조화의 상실은 곧 문명의 좌절로 이어진다. 따라서 새로운 도전에 응전할 수 있는 새로운 창조적 소수가 끊임없이 등장할 때에만 문명은 유지될 수 있다. (나)는 칼라일의 ‘Worship and the Heroic in History’로 자유의 힘이나 자연 과학의 성과를 중요시하는 계몽주의의 역사 서술에 대한 반발로 등장하는 낭만주의적 역사 서술의 기본 관점을 보여 주고 있다. 칼라일의 주장에 따르면, 사회는 현명한 자가 지배하고 무지한 대중이 여기에 복종할 때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독재자도 현명하기만 하다면 얼마든지 인정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 서술에서도 정치적, 사회적 문제보다는 현명하고 강력한 개인, 즉 위인이나 영웅의 특징적인 성격을 묘사하는 개인 전기에 중점을 두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본다. ● 출제의도 역사 발전의 주체가 엘리트인가 대중인가 하는 물음은 그 자체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고전적 논쟁거리이다. 이 문제의 경우, 논의가 추상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소수 엘리트를 역사의 주체로 보는 입장을 제시문으로 주고 이에 대한 찬반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초점은 둘째 요구 사항에 모아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요구 사항은 핵심만 짚으면 간략히 처리하면 된다. ● 생각하기 이 문제처럼 제시문에 대하여 찬성 또는 반대의 입장을 제시해 보라는 ‘입장 선택형’ 문제의 경우, 일반적으로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충실히 따져 보아야 한다. 첫째, 절충적인 대답이 가능한지 검토해야 한다. 입장 선택형 문제라고 해서 반드시 양자 택일의 논지만 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경우 두 제시문은 역사 발전의 주체는 영웅이나 창조적 소수이고 다수 대중은 소수를 모방해야 할 종속 변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정반대 논지는 문명 성장의 주체는 다수 대중이지 소수의 천재들은 실제로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제3의 논지도 가능하다. 즉, 소수의 엘리트와 다수 대중에 서로를 자극하면서 유기체적인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야만 사회 발전이 가능하다는 논지도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제시문의 입장을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더라도 정반대의 논지를 펼 것이지 제3의 절충적 논지를 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둘째, 입장 선택형 문제는 논증력을 측정하는 것이 주안점이기 때문에 이 문제의 경우도 가능하면 답안을 논쟁적으로 구성하고 노력해야 한다. 논쟁적인 답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입장에 대한 적절한 근거도 제시해야 하지만, 특히 상대 입장에 대한 효과적인 반론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입 논술처럼 비교적 짧은 글에서는 결정적인 반례를 제시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제시문에 찬성할 경우에는 다수 대중이 가진 부정적 성격을 부각하여야 할 것이고, 정반대의 논지를 택할 경우에도 엘리트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여야 할 것이다. 제3의 절충적 논지를 택할 경우에는 엘리트와 다수 대중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보는 입장이 가진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이 문제의 경우 제시문을 요약하는 요구 사항 때문에 좀 복잡해질 수 있지만, 답안 구성에서 미괄식과 두괄식 중 어느 쪽이 효과적인지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입장 선택형 문제의 경우 두괄식 구성을 통해 첫 단락에서 자신의 입장을 미리 밝혀주는 것이 훨씬 더 명료한 글이 될 확률이 높다. 채점자가 우선 궁금한 것이 바로 학생의 결론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문제나 답안의 성격에 상관없이 무조건 미괄식으로 구성하는 타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어떻게 쓸까 이 문제의 논의의 주제는 개략 역사의 주체로서의 엘리트 정도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제시된 글의 논점을 추출해 논의를 전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제문은 대중을 이끄는 개방적인 창조적 엘리트야말로 역사 발전의 주체라는 정도로 잡으면 될 것이다. 서론 부분에서는 문제의 조건에 충실하게 논의의 방향과 화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우선 제시문을 정확하게 요약하는 것이 초점이 된다.(가)에서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이란 틀에 의해 문명이 발생하고 몰락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문명은 자연적, 사회적 도전에 대해 응전함으로써 발생하고 성장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창조적 소수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 새로운 도전에 응전할 수 있는 새로운 창조적 소수가 끊임없이 등장할 때에만 문명은 유지될 수 있다는 관점을 보이고 있다.(나)에서는 사회는 현명한 자가 지배하고 무지한 대중이 여기에 복종할 때 발전할 수 있다는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점을 요약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면 된다. 즉, 소수의 엘리트를 역사의 주체로 보는 두 제시문의 공통된 관점은 타당하다는 정도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본론에서는 그러한 논의의 방향과 관련해 핵심적인 논의를 전개하면 된다. 특히 그러한 논의의 근거로 대중이 지니고 있는 한계와 사회 발전을 위한 엘리트의 역할에 대해 핵심적으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결론 부분에서는 논의를 요약하면서 마무리를 하되, 본론 부분에서 논의한 내용에 대한 제한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마무리를 하면 논의가 완결되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석혹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단풍길 걸으며 ‘훌훌’

    단풍길 걸으며 ‘훌훌’

    어느 해 가을이었습니다. 덕수궁 길을 함께 걷자던 친구를 따라 나섰습니다. 가로등에 비친 낙엽을 밟으며 떠난 그녀가 생각난다던 그 녀석의 말을 듣고는 여자 친구가 생기더라도 덕수궁 길만은 걷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초가을 평년기온이 높았던 탓에 올가을 단풍은 예년에 비해 5∼6일 늦어진다고 합니다. 서울은 지난 18일쯤 북한산 정상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해 11월 초·중순 절정을 이룬다고 합니다. 단풍이 드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기온이 섭씨 5도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광합성을 통해 푸른 빛을 내는 엽록소 활동이 줄어듭니다. 대신 나뭇잎 속에 있는 고유한 색소 성분이 드러납니다. 노란색소인 카로틴 성분이 많으면 노란 단풍이, 붉은 색소인 안토시안이 많으면 붉은 단풍이 든답니다.9월이후 기온이 빨리 낮아지고 맑은 날이 많으면 빛은 더욱 또렷해집니다. 어느덧 단풍이 제법 들었습니다. 단풍길을 걸어보았습니다. 간혹 서운하고 분했던 마음을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접어봅니다. 쌓인 낙엽을 눈처럼 흩뿌리며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을 되살려봅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잡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 때문인지 낙엽을 잡으려 팔을 뻗어보는 사람들도 제법 눈에 띕니다. 단풍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절망과 희망, 슬픔과 기쁨이 교차되면서 그렇게 울긋불긋 물들어가나 봅니다. 글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직접 걸어본 서울의 단풍코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알록달록한 단풍 옷을 입은 설악산이 부르는 손짓이 들려오는 듯하다. 낙엽 떠다니는 호수에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은 고요한 물결을 타고 상념에 잠길터. 하지만 녹록지 않은 사정 탓에 도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들은 어디서 스산한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정겨운 고궁 옆 돌담길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지류를 따라 가을을 손짓하는 가로수를 벗 삼자. 설악산만큼 화려하고 호수만큼 고요하진 않아도 설익은 붉은 단풍과 빛 바랜 듯 노르스름한 은행잎이 은은하게 가슴을 물들여 올 것이다. 단풍 아래를 걸을 때면 누구나 한 박자 천천히 걷게 된다. 그동안 보내온 한 해와 다가올 한 해가 머릿속에서 교차되는 것도 이 때쯤부터인지…. 서울인 팀이 직접 걸어 본 ‘강추’ 단풍 도보코스를 소개한다. ●‘가을’하면 덕수궁 돌담길 “가을이 왔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배경 화면으로 꼭 등장하는 덕수궁 돌담길. 너무 유명해서 식상할 것 같지만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거리다. 대한문에서 정동 입구까지 이어지는 900여m 구간이 모두 보행자 위주로 꾸며져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차량의 방해 없이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이제 막 붉게 달아오른 단풍과 노릇노릇하게 변해가는 은행잎이 첫 사랑의 풋풋한 설렘을 느끼게 한다. 낙엽이 살포시 떨어진 기왓장 밑 담벼락에 기대 서면 뮤직 비디오의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다.‘함께 걷고도 깨어지지 않을’ 굳건한 사랑을 약속한 연인이라면 꼭 가봐야 할 곳. 느린 걸음으로 20∼30분이면 둘러볼 수 있지만, 중간중간 나타나는 서울시립미술관, 정동극장에 들러 전시, 공연 등을 구경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번 또는 2번 출구로 나오면 대한문에서 출발할 수 있다. ●청와대 앞 길, 살벌해? 아니 한가해 같은 돌담길이지만 좀 더 특별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특별한 그 분’이 다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파란 지붕이 올려다 보이는 ‘청와로’가 그곳이다. 경복궁 돌담을 따라 삼청동까지 연결되는 1㎞길에 은행나무 152주가 쭈욱 들어서 있다. 청와대 정문 옆 입구부터 삼청동 총리 공관쪽 출구까지 삼엄한 경비 인력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경비 요원들의 날카로운 눈빛과 따사로운 은행나무의 노란 빛깔이 묘하게 교차한다. 찔릴게(?) 없는 민간인이라면 여유로이 낭만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 은은한 가을 햇살과 바람결에 사각거리는 낙엽 소리에 흠뻑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담장 그늘에 가려 푸른 빛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나무들과 햇빛을 받아 노랗게 물든 잎사귀들이 조화를 이룬다. 삼청동 골목으로 빠져나오면 고풍스러운 갤러리들과 맛깔스러운 음식점들이 기다리고 있다. 와인이나 차 한 잔을 음미하고 경복궁까지 거닐면 두∼세 시간도 부족할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효자동 사거리 방면으로 15분정도 걸어 올라가면 된다. ●중랑천 제방길, 단풍 보며 건강도 챙기고 중랑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단풍을 보러 굳이 시내까지 나오지 않아도 된다. 도봉·성동·동대문구 등 중랑천을 끼고 있는 자치구들은 한결같이 ‘중랑천 제방길’을 최고의 단풍과 낙엽 길로 꼽는다. 서울 시계 밖을 흐르는 부분 700m를 빼면 총 길이 19.3㎞. 걷기에는 부담스러운 거리지만 자전거를 이용하면 서 너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은행나무, 단풍나무는 물론 이름 모를 수십종의 나무들이 물가를 화려한 색깔로 수놓는다. 특히 도봉구청 옆 중랑천변에는 허리 돌리기, 아령, 철봉 등이 곳곳에 마련돼 있어 운동을 하기에도 좋다. 해질녘 운동으로 몸을 풀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낙엽길을 거니는 사람들에겐 보약이 따로 필요 없어 보인다. ●밤이 더 좋은 위례성길 공원의 산책로도 빼놓을 수 없다. 올림픽공원 서쪽길의 단풍길도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곳이 처음 생긴 것은 이름 그대로 1988년 즈음이다.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 그동안 인공적인 키 작은 나무들은 무성하게 가지를 뻗은 ‘청년’으로 자랐다. 이곳 단풍은 낮보다는 밤에 더 아름답게 빛난다. 위례성길을 오가는 자동차들이 뜸해질 무렵, 노란색 은행잎과 울긋불긋한 단풍잎은 희뿌연 가로등빛에 호젓하게 젖어든다. 올림픽공원의 나무와 잔디들이 뿜어내는 풀냄새들도 코 끝에 내려앉는다. 연인과 함께라면 금상첨화. 비록 혼자라도 한 시간 남짓 이곳을 따라 걷다 보면 고즈넉한 단풍길 밤산책에 푹 빠지기 충분하다. 운동하기에도 그만이다. 송파구 전역으로 연결된 자전거도로도 이곳을 지난다. 서쪽길에서 올림픽공원을 횡단해 올림픽선수촌 아파트∼오금동∼거여·마천동까지 이어지는 조깅코스도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의 절경, 산으로 좀 더 울창한 단풍길을 원한다면 주말 중 하루를 시간 내 서울의 산을 올라보는 것은 어떨까. 아차산 생태공원∼워커힐 호텔 사이 아차산길은 차량통행이 많지 않고 보도가 목재 데크로 되어 있어 가족 단위 가을 나들이 코스로 적당하다.1㎞구간에 걸쳐 단풍나무·벚나무가 장관을 이룬다. 관악산은 입구가 절경이다. 주차장에서 제2광장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은행나무, 단풍나무 등으로 오색찬란하기까지 하다. 서울과 경기도에 걸쳐 있는 청계산 단풍은 서울대공원 앞 호수와 어우러진다. 매일 숨 고를 새 없이 바쁜 도시인들에게는 단풍이 물든 가로수 아래를 걷는 것마저 사치일 수 있다. 달리는 차 속에서 차창 너머 울긋불긋 물든 가로수를 향해 손 한번 뻗어보는 것만으로도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없을까. ●화랑로 가로수 터널 화랑로 태릉입구에서 삼육대학교 사이 8.6㎞는 서울에서 가장 긴 가로수 길이다. 길을 따라 1200그루의 버즘나무와 은행나무 등이 빽빽하게 심어져 있는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차량 흐름이 원활한 때 이곳을 지나면 마치 한적한 교외에 나온 느낌이 날 정도. 창을 열고 한껏 공기를 들이마셔도 시원한 느낌이 든다. 한치 흐트럼 없는 육사 생도들과 인근 대학의 여대생들이 멋쩍은 모습으로 지나치는 모습을 보면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간혹 길가를 따라 배나 사과·포도 등의 과일을 보다 저렴하게 판다는 주변 농장의 표지판도 정겹게 느껴진다. ●서울대입구·낙성대 일대 은행나무길 관악산에 오르기 전부터 단풍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서울대입구 전철역에서 서울대학교 정문에 이르는 1㎞ 구간을 따라 은행나무 443그루가 심어져 있다. 관악산 자락과 이어져 있어 단풍 빛깔이 도심에 비해 훨씬 선명한 것이 특징이다. 고갯길 정상부에 이르면 서울대 구내 순환도로와 관악산 정상까지 울긋불긋 단풍이 물든 모습을 볼 수 있다. 약간의 통행료를 지불하더라도 정문으로 서울대학교 구내로 진입해 학교를 일주한 뒤 낙성대길로 넘어가는 코스도 추천한다. ●색다른 메타세쿼이아·느티나무 단풍 강남구 영동2∼6교 사이 양재천길 2.8㎞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메타세쿼이아길이 펼쳐져 있다. 노르스름하게 물드는 단풍이 이국적이다. 서초구 염곡사거리∼헌인마을 사이 헌릉로 8.4㎞는 서울에서 두번째로 긴 가로수 길이다. 느티나무 단풍과 낙엽이 아름답다. 해마다 봄이 되면 여의도 벚꽃 축제가 열리는 윤중로는 왕벚나무 낙엽과 단풍으로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넉넉지는 않지만 가을이 결실의 계절임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중랑구 묵동교∼장안교 5㎞ 구간에는 약 1000그루의 감나무가 식재돼 있다. 관악구 낙성대길(낙성대 입구∼서울대 후문)과 단감나무길(신림8동∼신도브래뉴 아파트), 양천구 안양천길, 성북구 석관로 등 4곳에도 감나무길이 만들어져 있다. 감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병충해에 강하고 다 자란 모습이 아름다워 최근 가로수로 애용되는 수목 가운데 하나다. 강동구 성내길(신명초교∼길동생태공원)에서는 노랗게 익은 모과나무 67그루를 만날 수 있다. 이두걸 서재희 고금석기자 s123@seoul.co.kr ■ 서울 가로수 모두 27만7000그루 굳이 먼 곳을 찾아나서지 않더라도 서울 주변에서 단풍을 느끼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서울에 심어진 가로수 대부분은 계절에 따라 잎을 드리웠다 떨구는 낙엽수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 심어진 가로수는 모두 27만 7000여그루다. 이 가운데 은행나무(11만 6628그루)와 버즘나무(9만 8065그루)가 전체의 77%를 차지한다. 그 외에 느티나무, 벚나무, 회화나무 등이 가로수로 많이 이용된다. 이들은 우리나라 기후와 토양에 잘 자라고 환경오염 저감, 기후조절의 기능도 탁월하다. 가로수가 심어진 역사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가로수 형태의 상형문자를 사용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정조 3년(1779년) 능원 주변에 심어진 가로수 형태의 나무를 벌채하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음이 전해진다. 고종 32년(1895년)에는 내무아문에서 도로 좌우에 나무를 심을 것을 시달하는 기록도 전해진다. 가로수의 기능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현재 위치나 바람의 방향·세기 등을 알려주고 인도와 차로를 차폐하는 등 도로교통의 안전성과 쾌적성을 제공한다.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가꿔주는 동시에 도시의 대기와 기후를 개선시키는 역할도 한다. 일반적으로 가로수 한그루는 4∼7명이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고 기온을 3∼7℃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로수 한그루가 50년간 생존한다고 가정하면 한그루당 최소 1억 4000만원의 경제적 가치를 낳고있는 셈이다. 이렇게 ‘귀하신 몸’이다 보니 관리방법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가 전자관리를 하는 대표격이다. 강서구는 방화동 개화동길 메타세쿼이아 681그루에 전자칩을 넣었다. 무선으로 가로수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전자 식별장치에는 나무의 고유번호와 위치, 수종, 심은 날짜, 병력, 묘목출처 등이 기록돼있다. 관리자는 무선 조종장치로 가로수의 새로운 상태를 입력한다. 이 정보는 곧바로 구청 중앙서버에 전달돼, 나무 상태에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조치를 취하게 된다. 고금석 서재희기자 kskoh@seoul.co.kr
  • [배지환의 DICA FREE Oh~] 피사체 구도 102% 연출하기

    [배지환의 DICA FREE Oh~] 피사체 구도 102% 연출하기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사진은 너무 재미가 없어.’ 내지는 ‘답답하고 심심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피사체를 바라보는 위치설정이나 자세 등이 있는 그대로 표현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앵글의 각도(로앵글, 하이앵글) 혹은 사진을 촬영하는 구도 등의 변화가 크지 않고 눈에 보이는 각도나 위치대로 촬영한다는 얘기다. 사진은 단순히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노출값 설정이나 카메라의 앵글, 구도, 구성까지도 머릿속에 그리면서 일반인들이 보는 시각이 아닌 사진을 찍는 사람만이 볼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는 독특한 피사체의 이미지를 표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노출값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구도를 가장 많이 신경쓰는 편이다.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 지나치게 구도에 집착해 사진을 배우는 데 있어서 혼란만 초래하고 쉽게 질릴 수도 있다. 구도란 카메라 프레임안에서 피사체를 구성하고 정리해 만들어내는 기본작업을 말한다. 삼각형구도,S자형구도, 대칭형구도, 원구도, 대각선구도, 황금분할구도 등 그 종류가 굉장히 많다. 솔직히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다양한 구도로 매번 촬영하면서 대입시킨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대칭형구도와 삼각형구도, 중앙집중형구도 등의 몇 가지 구도법을 자주 사용하는 편인데 이렇게 간단한 몇 가지 구도만 가지고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없을 수 있다. 사진을 감상하는 입장에서 편안한 사진이 되느냐, 어지러운 사진이 되느냐는 어디까지나 촬영자의 몫이다. 물론 사진의 구도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는 필수다. 위 사진은 제주도 산굼부리에서 찍은 것인데 가장 안정적으로 보인다는 삼각형 구도를 기본으로 삼아 촬영했다.ISO100에 셔터스피드 1/125초, 조리개는 F14이다. www.cyworld.com/pewpew Q&A 디카로 촬영을 하다보면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특히 풍경사진을 찍을 때 화각(카메라 렌즈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범위)이 좀 넓었으면, 또 반대로 좀 더 멀리 있는 피사체를 크게 찍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보통 DSRL(렌즈교환이 가능한 디카)의 경우는 렌즈를 교환하면 되지만 일반 디카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표현 영역을 넓힐 수 있는지 알아보자. 디카의 경우는 보통 40㎜에서 150㎜ 내외의 광학줌을 기본적으로 사용하며 렌즈교환이 되지않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기 쉽다. 하지만 렌즈교환이 되지않는 디카도 어댑터를 이용해 렌즈를 앞에 장착하면 좀 더 표현 영역을 넓힐 수 있다. 보통 0.7배율 정도 광각렌즈를 많이 쓰는데 이 렌즈를 달면 화각이 30%정도 넓어진다고 보면 된다.40㎜정도의 렌즈는 28㎜정도로 화각이 넓어진다. 또 좀 더 넓은 화각을 위해 0.6배율 이하의 렌즈를 쓰면 주변부의 광량 저하로 이미지의 모서리나 외곽 부분이 어두워지거나 검게 가려지는 비네팅현상이 생기므로 주의해야 한다. 망원의 경우는 보통 1.5나 2배율 렌즈를 많이 쓴다.150㎜ 렌즈의 경우 1.5배를 쓰면 220㎜,2배율의 300㎜로 변환이 되어 초망원렌즈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보통 광각 렌즈나 망원 렌즈는 5만원선의 저가형에서부터 수십 만원대에 이르는 고가형 제품까지 꽤 많은 종류가 있다. 한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구입하기 전에 반드시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디카 본체와 렌즈 구경이 맞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 도움말 한국코닥 디지털영상사업부
  • 가천의대-가천길대 고려대-병설보건대 통합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사립대학 통·폐합 심사 결과 가천의과대와 가천길대, 고려대와 고려대 병설보건대의 통·폐합을 승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가천길대와 고려대 병설보건대는 2006학년도 대입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게 된다. 통·폐합 신청서를 냈던 삼육대와 삼육의명대는 학교 건물 및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을 개선하지 못해 승인이 보류됐으며, 을지의과대와 서울보건대는 권역이 달라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고려대 병설보건대는 2006학년도부터 입학 정원의 60%인 474명을 줄여 고려대로 통합된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과학신동 정부가 키운다

    과학신동 정부가 키운다

    정부는 과학신동이나 영재(英才)를 국가 차원의 우수인력으로 키우기 위해 영재 1명에게 전문가 5∼6명으로 구성된 ‘특수 교육팀’을 붙이는 ‘영재 프로그램’을 내년부터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대학들이 이공계 정원을 줄이는 것에 찬성하되, 이공계에는 경제·경영·리더십 등의 과정을 넣고 인문·사회계에는 과학기술 과정을 포함시키는 ‘퓨전식 교육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또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개성에서 열리는 11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에서 ‘과학기술협력센터´의 평양 설치 등 과학기술 협력을 위한 ‘4단계 원칙’을 북한에 제시할 방침이다.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장관은 23일 과기부장관의 부총리 격상 1주년을 즈음해 서울신문과 특별 인터뷰를 갖고 “영재 1명에게 교육 전문가 5∼6명이 달라붙어 인성교육 등을 책임지는 특별 프로그램을 국가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기부는 영재를 받아들인 대학교가 학비와 등록금, 기숙사 등을 책임지고 정부는 전문 교육과정과 실험실습 및 해외연수 등 콘텐츠 중심으로 영재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 부총리는 만 8살이 안돼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 인하대에 입학한 천재소년 송유근군의 부모를 24일 과천 청사에서 만나 송군을 영재 프로그램을 처음 적용하는 ‘과학신동 1호’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대학생 수를 감안하면 이공계 정원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이공계 출신을 사회 리더로 키우기 위해 이공계와 인문·사회계 과정을 뒤섞는 퓨전식 교육방안을 교육인적자원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부총리는 남북 경협과 관련,“남북한이 협력하면 실제로 큰 효과가 날 수 있는 과학 분야가 많다.”면서 “통일부의 요청에 따라 과학협력 방안을 마련, 11차 경추위에서 북한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차동 과기부 과학기술협력국장은 ▲11월 실무회의 개최를 통한 남북간 인프라 구축 ▲평양과 서울에 과학기술협력센터 설치 ▲인적 및 연구기관 교류 ▲부문별 공동연구 및 조사사업 실시 등 남북간 과학협력 ‘4단계 원칙’을 북한에 제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남북 과학협력이 가능한 분야로 과기부는 기자재, 보건·의료, 농업식품, 에너지, 광물자원 등을 꼽았다. 백문일 장세훈기자 mip@seoul.co.kr
  • 수능출제위원단 ‘33일격리’ 돌입

    수능출제위원단 ‘33일격리’ 돌입

    오는 11월23일 치러지는 2006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 문제를 출제할 출제위원들이 한달여 동안의 ‘감금’생활에 들어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22일 모처에서 비밀리에 수능출제본부 개소식을 갖고 수능문항 출제에 들어갔다. 출제위원단은 모두 650여명이다. 교사와 교수 등 출제위원 292명과 검토위원 181명, 그리고 경찰과 보안요원 등의 지원인력 180명 등이다. 이들은 수능 시험이 끝나는 다음 달 23일 오후까지 33일 동안 사회와 완전히 격리된 생활을 하게 된다.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문제유출 등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보안 유지 작업은 출제위원 선정 때부터 시작됐다.4000여명의 인력 풀(pool)에서 자격과 능력 검증을 거친 292명을 엄선하되, 문제지나 참고서를 발간했던 사람은 배제했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출제과정에서 예전에 냈던 문제와 비슷한 문제를 출제할 가능성 때문이다. 출제위원으로 최종 선정된 사람들은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냈다. 선정 사실 자체가 보안사항이라 출제위원들은 동료나 가족들에게조차 자신의 선정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007 첩보작전’을 방불케하는 이같은 보안작업은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은 물론 주방장과 전기 기술자, 문제편집 및 녹음테이프 제작 요원, 의료진, 건물 외부를 지킬 보안요원과 경찰 등 180여명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이들의 감금생활은 어떨까. 식사와 잠은 물론 운동과 취미생활 등 모든 것을 출제본부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평가원은 이들의 건강관리를 돕기 위해 간단한 운동기구를 갖춘 체력단련실, 국내에서 출간된 거의 모든 종류의 교과서와 참고서, 문제지 등을 모아놓은 자료실을 마련했다. 외출은 꿈도 꿀 수 없다.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휴대전화나 인터넷, 우편, 팩스 등도 사용할 수 없다. 쓰레기도 시험이 끝날 때까지 반출이 금지된다. 존·비속이 상을 당한 경우에는 경찰이나 보안요원과 함께 나가 간단히 예만 올리고 되돌아와야 한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高1 내신 변별력 커졌다

    오는 2008학년도에 대학에 진학하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1학기 내신 성적을 분석한 결과 표준점수를 적극 활용할 경우 변별력이 커져 대입 전형자료로서 활용 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금과는 달리 2008학년도 대입부터는 대학이 내신성적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내신이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교육인적자원부가 공개한 ‘학업성적 신뢰도 분석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전국 59개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 1만 8836명을 대상으로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 등 5개 과목에 대해 조사한 결과 과목별 석차등급에 가중치를 주거나 원점수를 표준점수로 환산할 경우 변별력이 크게 높아졌다. 결과를 보면 5개 과목 석차 등급을 점수화해 합산했을 경우 변별도는 41개 등위에 그쳤지만 과목별로 가중치를 둘 경우에는 507개, 원점수를 표준점수로 환산해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계산할 때는 1만 8234개 등위까지 세분화됐다.내신 석차등급 비율도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었다. 등급별 비율은 1등급이 3.87%로 기준 비율인 상위 4% 안에 들었으며,2등급과 3등급의 누적 비율도 각 10.94%(기준 11%),22.94%(기준 23%)로 모든 등급에 걸쳐 기준 비율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김영윤 초중등교육정책과장은 “앞으로 시·도교육청 평가에 학업성적 관리사항을 핵심 영역으로 포함시켜 그 결과에 따라 8000억원에 이르는 특별교부금의 절반까지 차등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千장관처리 여야 공조 가능성

    千장관처리 여야 공조 가능성

    천정배 법무부장관 수사지휘 파문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이 확연히 갈리면서 정당별 공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신중하게 검토중인 천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비롯해 국가보안법,X파일 특별·특겁법 등 올 정기국회 쟁점법안에 대해서도 ‘짝짓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 “해임여부는 별개의 문제” 우선 천 장관의 거취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자진사퇴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반대입장이 확실하다. 한나라당이 천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거듭 자진사퇴를 요구하면서 보조를 맞추었다. 그러나 해임안 제출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 “다시 논의를 해 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우리의 주장은 천 장관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 달라는 것이지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이번 사태와 맞물려 국가보안법이 정기국회 최고 쟁점 법안으로 불거질 전망이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 국보법 개·폐 법안이 계류중이다. 지난해 말 여야가 ‘대체입법’이라는 절충점까지 간 적이 있지만 강정구 교수 파문을 계기로 이념 논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은 이번 파문이 국보법 폐지의 필요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규정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따라서 열린우리당 내 국보법 폐지론자들과 범개혁노선을 형성해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한나라당도 이에 정면대응하려는 기류다. ●X파일 관련법·사학법 쟁점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X파일관련법들도 부상할 조짐이다. 현재 법사위에는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이 각각 제출한 특별법안과 한나라당 주도로 야4당이 공동발의한 특검법이 회부돼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김영삼 정부 시절의 옛 안전기획부의 불법도청에,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불법도청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민노당과의 공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도청 테이프 내용의 공개주체를 민간기구(열린우리당)로 할지, 특검(민노당)으로 할지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사학법은 여야 합의 시한이 오는 19일로 다가왔다. 일단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자립형학교와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개방형이사회가 걸림돌인데 일각에서는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 상대방의 요구를 수용하는 선에서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에 실패, 국회의장 직권상정이 될 경우 열린우리당은 민주당 등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당과의 정책공조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사설] 수준별 수업 확대 치밀하게 준비하라

    교육인적자원부가 엊그제 2008학년도 중1, 고1부터 영어·수학 과목의 수준별 수업 확대 계획을 제시했다. 학생들의 수준을 상·중·하·최하 등 3∼4개로 나눠 이동식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실력과 무관하게 학생들을 한 반에 뒤섞은 탓에 개별적 교육 욕구를 제대로 수용할 수 없는 평준화 제도의 수업운영체계에 대한 보완이자 개선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2000년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수준별 수업도 지금껏 활성화되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시행착오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분석도 필요하다. 수준별 수업이 성공하려면 치밀한 준비가 요구된다. 수준별 교재 개발과 학급 편성, 평가방식 개선, 교사 충원, 교실 확보 등의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 맞물린 사안들인 만큼 포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한 사안이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현 상태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고입·대입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내신과 수행 평가방식의 경우, 다양한 학급 수준에도 불구하고 고교나 대학, 학부모·학생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평가 잣대가 마련돼야 한다.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은 필수적이다. 상위권에게는 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 기회 제공, 하위권에게는 학습 동기의 유발이 수준별 수업의 목적이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정확한 수준을 파악해야 한다. 상위반에 무리하게 넣으려다가는 자칫 자녀들의 학습 의욕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학생들을 가늠할 객관적인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 수준간의 원활한 넘나듦 통로 역시 필요하다. 고입이나 대입에서는 학업 성취도의 발달 추이가 중요한 전형요소로 반영되도록 학교측이 노력해야 한다. 수준별 수업의 성공은 교육 주체 모두에 달려 있다.
  • [千법무 지휘권 발동 파문] 與 ‘강정구 발언’ 큰 시각차

    강정구 교수의 발언에 이은 천정배 법무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권 발동을 놓고 열린우리당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견 스펙트럼상의 편차가 워낙 커 노선투쟁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부분 강 교수의 발언엔 동조하지 않지만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불구속수사를 지휘한 것에는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개혁강경파 의원들은 사법처리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다른 쪽에선 “북한처럼 굶어죽고 싶으냐.”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김동철 의원은 강 교수 사법처리에 반대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김 의원은 “강 교수의 발언은 대한민국 체제에 전혀 문제를 주지 않는다.”면서 “교수가 무슨 말을 했다고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도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은 “우리 체제는 이제 그런 정도의 발언, 개인의 소신을 말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의원들도 많았다.‘386세대’인 송영길 의원은 강 교수의 발언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집권 여당이 헌법에 따라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면서 보다 적극적인 태도표명을 요구했다. 홍재형 의원은 “강 교수의 의견과 180도 다르다.”면서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중도보수파인 안개모(안정적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회장 유재건 의원은 “강 교수의 발언은 우리나라 헌법을 최우선에서 위반하는 것이다.”라면서 “걱정이 돼 잠이 안온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가 앞장서서 ‘오버’해서는 안된다.”면서 “우리당이 강 교수와 같은 의견을 가졌다가는 나라가 망한다.”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적화통일이 돼 지금 북한처럼 그렇게 굶어죽고 싶으냐.”고 힐문하기도 했다. 전날 정장선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강정구의 시대착오적 영웅주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의미 없는 논쟁을 유발한 강정구 교수는 차라리 북한으로 가는 것이 낫지 않으냐.”고까지 비판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내 국보법 존폐 논쟁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 정기국회 이후 목소리를 자제해 온 국보법 폐지론자들로서는 국보법을 다시 이슈화시킬 수 있는 좋은 소재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립양상의 조짐이 보이자 지도부는 조기진화에 나섰다. 전병헌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천 장관의 불구속수사지휘는 이념적·학문적 해석 문제가 아니라 인권보호 차원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법원 “수능 반올림 피해학생에 국가배상”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를 반올림하는 방식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낸 수험생 2명이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22부(부장 한위수)는 13일 문모(24)씨 등 2명이 한국교육평가원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문씨 등에게 위자료 500만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능시험의 출제와 배점에 관한 권한은 출제자에게 있지만, 성적을 임의로 가공하거나 변경할 권한까지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대입이 수험생의 장래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급격한 점수체제 변화로 수험생들이 겪는 불이익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문씨 등은 2003학년도 수능시험을 치르고 경산대학교 한의예과에 지원했다. 이들은 “소수점 반올림 방식 때문에 원점수 총점이 낮은 학생이 같은 학과에 합격하는 ‘점수역전’ 현상이 생겼다.”면서 국가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1심법원은 “수능시험 평가·측정 방법은 평가원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이효용 홍희경기자 utility@seoul.co.kr
  • “생명 존중 실천” 불붙었다

    “생명 존중 실천” 불붙었다

    종교계에 저출산, 난치병 치료 등 생명존중 문제를 일깨우는 각종 행사가 한창이다. 종교계가 먼저 나서 생명의 소중함을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은 천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최근 난치병 치료를 위한 성체(成體)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생명위원회’를 발족시키고,‘생명의 신비기금’ 1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서울대교구는 또 13일부터 23일까지 ‘겨레의 생명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2005 성체대회’를 개최한다. 장엄미사와 성체행렬,9일기도 등으로 이뤄지며, 대회 기간동안 ‘한생명 살리기’캠페인을 통해 장기기증자 1만명, 헌혈자 1만명, 하루 100원 모으기 10만명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불교계도 법장 스님의 입적 이후 확산된 시신기증서약에 힘입어 생명존중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불교를 중심으로 생명평화운동을 벌여온 단체 ‘생명평화결사’는 오는 15∼16일 대구에서 ‘2005생명평화대회’를 개최한다.‘명상과 공연, 전시, 체험행사 등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아 평화로운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자리다. 불교·천주교·개신교 등 각 종교 지도자들의 생명존중 모임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도 지난 8일 서울 뚝섬 서울숲에서 저출산 문제를 주제로 ‘생명문화운동’행사를 열였다. 시민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공연과 설문조사 등이 진행됐다. 한편 황우석 교수가 주도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천주교는 반대하면서, 대안으로 성체줄기세포를 연구키로 한 반면 개신교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최근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세미나를 통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건부로 인정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대립각을 세운 것. 이와 관련,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오는 17일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생명윤리’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갖고,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53년전 美입양… 이젠 명예서울시민”

    “53년전 美입양… 이젠 명예서울시민”

    “사랑은 피보다 진합니다.” 지난 1952년 레이 폴 미군 대위에게 입양됐던 폴 신(70·한국명 신호범)씨가 12일 홀트아동복지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시청에서 명예 서울시민증을 받았다. 이날 같은 입양아 출신인 미항공우주국 스테판 모리슨(47·최석춘) 수석전문연구원과 전 아시아태평양 인종자문위원인 수잔 콕스(51·홍순금)와 함께 시민증을 받은 신씨는 30여년 동안 홀트아동복지회와 인연을 이어오며 입양 상담 등 해외 입양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워싱턴대와 하와이대 등에서 31년 동안 중국사를 가르친 그는 98년부터 워싱턴주 상원의원으로 일하고 있다. “아버지가 행방불명되고 어머니는 네살때 돌아가셔서 ‘거리의 소년’으로 자랐어요. 그러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허드렛일을 거드는 하우스보이가 됐죠.52년 어느날 밤 몹시 외로워 흐느껴 울던 저를 아버지(폴 대위)가 발견하고 ‘내 아이들이 울면 가슴 아프다.’면서 저를 꼭 끌어안아 주고 아들로 삼았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55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폴 부부의 도움으로 무학에서 벗어나 1년 4개월 만에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유타대와 펜실베이니아대를 거쳐 74년 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이즈음 홀트복지회가 입양 성공 사례로 꼽히던 신씨를 찾았다. 이 때부터 홀트복지회에 합류했다. 성도 바꾸지 않고 끝까지 지켰다. 대신 이름을 양 아버지의 성을 따라 폴이라고 붙였다. 수소문 끝에 생부도 찾았다. 이복동생 다섯을 낳고 어렵게 살고 있었다.74년부터 동생들을 차례로 데려와 미국에서 교육시켰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미워했지만 ‘용서’했다고 털어놨다. “ 아이를 낳지 못한 신씨 부부도 한국에서 두살배기 아이 둘을 입양했다. 아들(37)은 캔사스대 연구원, 딸(35)은 가정주부로 손자가 다섯이다. 신씨는 입양아와 이민 1.5·2세대가 미국의 주류사회에 편입하도록 한국계 정치인을 양성할 계획이다. 글 사진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사교육비 ‘학부모 주름’ 펴질까

    장면1. 초등학교 3학년인 미영(가명)이는 매일 학교에서 밤 9시까지 엄마를 기다린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 모두 늦게 퇴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영이는 음악실에서 바이올린을 배우느라 이날 엄마가 온지도 몰랐다.바이올린에 재미를 붙인 미영이는 매주 세 차례 수업이 끝나면 바이올린을 배운다.‘선생님’은 구민회관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강사다.수강료는 월 7만원. 바이올린을 배우지 않는 날에는 이웃 학교에서 독서토론 모임에 참여해 글쓰기를 배운다. 수강료는 월 2만원. 저녁식사는 학교 식당에서 친구들과 함께 먹었다. 수업을 마치고 저녁을 먹기 전까지는 학교에 마련된 공부방에서 숙제와 예습·복습을 마치고 공기놀이를 했다.미영이의 엄마 김모(가명)씨가 미영이에게 들인 돈은 매월 각종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비용과 저녁 급식비 등을 합쳐 채 15만원이 되지 않는다. 사교육을 시켰을 때에 비해 훨씬 적게 드는 셈이다. 장면2. 대입을 앞두고 있는 고 3 수험생 철훈(가명)이는 오후 4시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바람처럼 사라진다. 바로 옆 고등학교에 새로 개설된 ‘논술실전강좌’를 듣기 위해서다.1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야 하지만 이런 수고는 아무 것도 아니다. 예전에 유명 논술학원에 다닐 때에 비해 수강료가 5분의1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철훈이는 평소 듣고 싶었던 강좌를 싸게 들을 수 있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60분짜리 논술강좌를 들은 철훈이는 그 학교 식당에서 친구들과 저녁을 해결하고, 다시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로 돌아왔다.저녁 8시부터 시작하는 수리영역 심층강좌를 듣기 위해서다. 평소 학교에서는 수준별 수업이 이뤄지지 않아 쌓였던 불만은 이 강의를 들으면서부터는 싹 가셨다. 친구들의 수준이 비슷해 깊이있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터 본격 도입되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 운영될 것을 감안해 가상으로 꾸며본 일선 학교의 풍경이다. 물론 아주 잘 운영됐을 때의 얘기다. 교육부의 방안대로라면 앞으로 학교의 모습은 지금보다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별로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교육의 질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방과후 교육을 전면 외부에 개방했다는 점이다. 비영리법인·기관이 참여하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모든 종류와 수강료, 시간 등을 학교 자율로 결정하게 된다.학생들은 원하는 과목이 개설된 학교에서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다. 그만큼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강사 수준도 올라가지만 수강료는 매월 2만∼8만원에 이르는 현재 수준을 크게 넘지 않을 전망이다. 필요한 예산이나 시설 지원을 학교장이 지자체 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예를 들어 수영을 배우는 데 필요한 수영장을 지자체의 지원으로 구민회관을 활용할 수 있다.교육부 관계자는 “지자체 장들이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교육 문제를 소홀히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명실상부하게 교육과 지역사회가 함께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입시를 위한 사교육이 팽배한 현실에서 자칫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입시 위주로 흐를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부모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입시 관련 과목을 집중 개설할 경우 학교 자율이라는 명분은 빛이 바랠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 위화감도 생길 수 있다. 학교 단위로 프로그램을 결정하지만 강남이나 그 밖의 지역, 농어촌 지역에 따라 프로그램의 질이 천차만별로 나뉠 수 있다.교육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이번 방안은 모든 사교육을 대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 외에 교육 혜택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준다는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국감 하이라이트] “김윤규 개인비리” “기금운용 구멍”

    10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는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남북협력기금 유용 의혹과 북한의 롯데관광 대북관광 참여요청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다. ●‘김윤규 사건’ 논란 야당 의원들은 김 전 부회장이 남북협력기금을 유용한 의혹이 짙다며 통일부의 관리소홀 책임을 추궁하는 데 주력한 반면 여당은 김 전 부회장의 책임론에 무게를 실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김윤규 전 부회장을 비호하지 않는다.”는 말을 수차례 강조하는 등 김 전 부회장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듯한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은 “현대측 감사자료에 따르면, 금강산 도로 포장사업비로 1차로 지출된 남북협력기금 14억 4000만원은 김 전 부회장이 금강산에서 돈을 인출한 시기에 입금됐다.”며 “따라서 김 전 부회장의 비자금에 남북협력기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따졌다. 이에 정 장관은 “김 전 부회장은 금강산에서 달러화로 인출한 반면, 남북협력기금은 서울의 현대 본사에 원화로 입금됐기 때문에 그 연관성을 따지기 힘들다.”고 답했다. 같은 당 전여옥 의원은 “현대측 감사자료를 보면, 김 전 부회장이 금강산에서 비자금을 달러로 인출한 뒤 남쪽으로 가져온 사실이 없는 만큼 북한측 인사들에게 뒷돈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김 전 부회장을 통일부가 감싸지 말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 장관은 “정부는 김 전 부회장을 비호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은 사기업 내부의 회계부정사건이다.”며 남북협력기금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은 청문회 개최를 촉구했고, 최병국 의원은 검찰 수사를, 홍준표 의원은 감사원 특감을 각각 요구했다.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남북협력기금 유용 의혹이 사실이라면 기금 전액 환수 등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임종석 의원은 “이번 사태의 핵심은 현대아산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문제”라고 규정했다. ●‘롯데관광 대북사업’ 논란 북한이 롯데관광에 개성관광 단독사업을 제의한 것과 관련, 여당 의원들은 복수사업자 허용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데 반해 야당은 복수사업자 허용에 반대입장을 보였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은 “대북사업의 문호를 개방해 적절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경협의 건전성 유지와 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사업주체의 다각화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은 “롯데관광의 개성사업 참여는 현대의 반발은 물론 심각한 갈등과 경쟁을 유발할 것이 분명한 만큼 곤란하다.”며 “특히 북한이 개성관광 요금으로 (롯데관광 등에)요구하고 있는 1인당 200달러는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서울광장] 글쓰기와 대입/박홍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글쓰기와 대입/박홍기 논설위원

    미국에서 초등교사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쓸 것을 당부한다. 웬만큼 자녀들의 교육에 성공했다는 학부모들의 조언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지 않고서는 창의력이나 분석력, 이해력 등이 떨어져 독창적인 글을 쓰기가 어렵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또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갖지 못하면 본격적인 학업에 들어가는 고교나 대학에서 버티기가 버겁다는 것이다. 때문에 책읽기와 글쓰기는 미국 교육에서 가장 비중을 두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캘리포니아 주의 한 초등학교의 경우, 모든 학생에게 1년 내내 독후감 숙제를 냈다. 매주 월∼목요일까지 매일 20분씩 책을 읽게 한 뒤 금요일에 독후감을 제출케 했다.3학년을 예로 들면 지정된 책은 없었지만 쓰는 주제는 주어졌다. 한두달 간격으로 요약, 예측 및 추측, 평가 등을 번갈아 작성토록 했다. 요약한 뒤에 자신의 생각,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느 부분이 재미있었는지, 등장 인물을 바꾼다면 등의 제시문에 따라 4∼5줄 정도 쓰게 했다. 반드시 3∼4줄 가량의 이유도 적게 했다. 책읽는 습관과 함께 읽는 방식을 터득하도록 한 조치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학생들은 매일 책을 읽은 뒤 부모의 확인을 받았고, 교사는 학생들의 독후감에 일일이 의견을 써 되돌려 준다는 사실이다. 평가인 셈이다. 학년별로 읽는 책의 수준이나 쓰는 분량이 다르다. 학기별로 학생들의 독해 및 쓰기 수준을 꾸준히 측정, 발달 정도를 파악해 나간다. 중·고교 과정에서는 책읽기보다 글쓰기의 중요성이 더 강조된다. 에세이, 작문, 논술, 연구보고서 등 다양한 종류의 글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쓰기 지도를 전담하는 교사가 따로 없다. 해당 과목의 교사들이 맡아서 글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교육 체제를 가진 미국에서 모든 학교들이 ‘이렇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최근 하버드 대학생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기술이 무엇이냐.’는 조사에서 사회나 경제, 수학이 아닌 ‘글쓰기’라고 답한 결과를 보면 글쓰기의 중요성을 미뤄 짐작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초·중·고교생들의 글쓰기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대가 오는 2008학년도 대입부터 논술의 비중을 높일 방침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초등학생들마저 논술학원이나 과외를 전전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책읽기는 제쳐두고 글쓰기에만 몰두하는 점이다. 책을 읽더라도 요약본에 매달린다. 시험에 맞춰진 탓이다. 결국 독특하고 창의적인 글이 아닌 매끄러운 글을 쓰는 요령만 배우니 천편일률적인 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작 중심을 잡아야 할 교육부나 교육청까지 나서서 입시를 겨냥한 글쓰기를 부추기는 꼴은 한심하다. 대입 논술시험은 학생들의 통찰력·논리력 등을 측정하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기 소개서와 에세이 등을 통해 학생들의 잠재력이나 학업 의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신뢰성 여부는 거름장치를 두면 된다. 정해진 짧은 시간에 순발력을 따지는 듯한 논술시험보다는 낫다. 교사들은 글쓰기 지도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특정 교사만의 몫도 아니다. 부족함이 있으면 연수도 받고 별도의 과정도 밟아야 한다. 이제라도 학생들에게 시험 대비용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가르쳐야 할 때이다. 책읽기 여건도 갖추면서 말이다. 글쓰기 자체가 시험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전시회 때마다 수익금 교민돕기 기부 재미화가 한정희씨

    전시회 때마다 수익금 교민돕기 기부 재미화가 한정희씨

    “남들은 ‘막 퍼준다.’고 하지만 적자만 안나면 그것으로 충분한 거 아닌가요?” 지난달 28일부터 한국에서 다섯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재미화가 한정희(52)씨. 그는 나눔의 기쁨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스웨덴에서는 한국에서 온 입양아들을, 미국으로 이사가서는 마약에 빠진 청소년들을 돕고 있는 김씨. “이해 못하는 사람도 많지만 죽을 때 돈 가져가나요?도움은 돌고 돕니다. 저는 남을 돕는 기쁨을 느끼면서 도움 받고 있는 셈이죠.” 한씨는 1978년 한국에서 대학원을 마친 뒤 스웨덴 유학길에 올랐다. 교민들이 70년대 초반에 만든 ‘스웨덴 토요한국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면서 입양아들과 인연을 맺었다. 아이들이 지나가면 늘 불러다 밥, 김치, 불고기를 만들어 먹였다. 생활이 어려운 애들을 위해 혼자서 김치를 무려 200㎏이나 만들어 팔기도 했다. 1983년부터는 입양아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사춘기를 거치면서 정체성 혼란을 크게 겪는다.”면서 “그래서 한글과 한국문화를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스웨덴 부부와는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한국인 장애아를 입양한 그 부부는 아이가 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등 돌보기가 어려워지면서 사이가 나빠졌고 이혼 직전에 이르렀다. 그래서 한씨는 아이를 대신 봐주면서 부부를 설득했다. 그 부부는 위기를 넘기고 현재 13살인 아이와 잘 살고 있다. 지난 99년에는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오면서 약물중독 교포 청소년을 돕는 목사들을 알게 됐다.24시간 내내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부를 결심했다. “처음엔 1000달러를 기부하고 내심 뿌듯했죠. 문제를 점점 더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나섰어요.” 뉴욕에 거주하던 그는 50점의 그림을 LA로 가져와 전시회를 열었다.10만달러가 들어왔고 몽땅 기부했다. 그는 “아프리카 난민을 돕는 게 낫지 않냐고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마약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심지어 공부하기 위해 각성제 대신 마약을 하는 유학생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후 전시회 수익금은 자선이라는 타이틀 없이도 모두 기부하고 있다. 이런 생활은 한씨에게 익숙하다. 대학교 졸업 직후 강원도에서 아이들이 신발없이 다니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결혼자금으로 대학 4년동안 미대입시생을 대상으로 과외해 번돈이 들어있는 통장을 주고 돌아왔다. 혹시나 미련이 남을까봐 액수도 확인하지 않았다. “어머니한테 엄청나게 혼났죠. 지금도 저보고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남편이 저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줘서 고맙죠. 죽을 때까지 남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대중교통 환골탈태

    대중교통 환골탈태

    1974년 12월5일자 서울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버스 차장(안내양)은 차가 떠나는데도 (승객이 많아서) 문을 닫지 못하자 손으로 문짝을 쳐서 구조 신호를 보낸다. 운전사는 곧은 길인데도 급히 핸들을 꺾는다. 승객들이 차 안쪽으로 쏠린다. 차장은 그 틈에 문을 닫는다.” 콩나물 시루가 된 버스가 미어터지는 승객들로 문을 닫지 못한 채 출발하는 모습이다. 지그재그 운전을 하는 버스 운전기사를 두고 ‘심통이 고약’하다고 욕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승객들의 이런 원망을 듣는 것은 애꿎은 버스 차장의 몫이었다. 하지만 버스의 수송 부담율이 80%에 달했던 시절 어쩔수 없었던 일이기도 했다. 1980년대 본격적인 ‘지하철 시대’가 열리면서 버스 승객 수가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80년대 중반부터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등 국제적인 행사를 앞두고 선진국과 같은 ‘원맨버스’시스템을 만든다는 취지에서 버스 차장은 사라졌고, 버스에는 ‘앞문승차·뒷문하차’라는 스티커가 나붙었다. 소위 ‘자율질서’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1974년 버스 요금은 35원이었다. 현재 버스 요금이 800원이니 그동안 인상폭이 무려 23배에 달하는 셈이다. 버스 수송분담률은 현재 20%대로 떨어졌지만 승객들의 만족도는 높아졌다.2005년 10월7일. 버스 요금 인상폭만큼 달라진 서울시 대중교통의 삽화를 모아봤다. 글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거듭나는 버스·택시 친절서비스 업그레이드 바야흐로 배려의 시대다. 손님에 대한 배려가 뛰어난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대중교통도 예외는 아니다. 선택의 여지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했던 예전에는 손님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택시나 버스 모두 과잉 공급됐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그래서인지 1년 전 할머니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버스가 출발하는 한 이동통신사 광고에 등장했던 장면은 이제 시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배려를 앞세워 불황을 타개하려는 친절한 택시·시내버스·마을버스를 소개한다. ■ 헤드셋 마이크 착용 메트로버스 늦은 밤 지친 몸으로 273번 버스에 올랐다. 아침부터 현장을 돌고, 기사를 한 보따리 처리하느라 점심도 대충 때운 날. 긴 하루였다. “안녕하세요.”누군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아는 사람이 탔나.’두리번거리며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었다.“힘드시죠. 뒤쪽 자리에 앉으세요.”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였다. 비행기 조종사처럼 헤드셋 마이크를 낀 그가 웃으며 인사했다. 순간 당황스러워 대답을 얼버무리고 말았다. 버스 운전사가 누군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빨리 타세요.”란 짜증 섞인 독촉, 얼쩡거리는 차량이 보일라치면 ‘빠앙∼’클랙슨을 마구 울리는 ‘무서운 분들’아닌가. 아저씨의 인사는 계속된다. 손님이 버스에 탑승할 때마다 “어서오세요.”“네, 외대 갑니다. 조심해 올라오세요.”라고. 마이크 덕에 다정스러운 목소리는 또렷하다. 이웃을 대하듯 “잘 지내셨어요.”“네∼,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받는 승객도 눈에 띄었다. 삭막한 도심 한복판에서 만난 낯선 풍경이었다. 메트로버스 소속 버스 운전기사 312명 가운데 10여명은 지난 8월 초부터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고 있다. 청계천 4가에서 2만 3000원에 손수 구입한 것이다. 버스운전 경력 12년차인 정상진(54)씨가 주도했다.“올해 초 손님에게 인사하라며 회사에서 핀마이크를 줬는데 잡음이 많더군요.‘이왕 하는데 본때나게 해보자’고 몇 명이 뜻을 모았죠.” 반응은 뜨거웠다. 학교 앞을 지날 때면 학생들이 ‘멋있다.’며 휴대전화 카메라를 눌러댔다. 내릴 곳을 알려주거나, 자리를 안내하면 노인들은 고맙다며 인사를 한다. 실시간 교통방송도 승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도로공사로 교통체증이 심합니다. 여기를 빠져나가는 데 10분 이상 걸리겠습니다.”라고 얘기해 주는 것. 작은 배려가 수십명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버스운전사가 이처럼 여유로워진 것은 출발시간, 도착시간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기 때문. 버스종합사령실(BMS)을 통해 전달받은 앞뒤 차량과의 간격만 유지하면 된다. “예전엔 시간 맞추느라 버스정류장을 그냥 지나치고,2∼3대가 한꺼번에 달리기도 했지요. 급한 마음에 짜증도 내고…. 이젠 아무리 막혀도 차량간격만 5∼7분 유지하면 되니까 마음이 편합니다.”정씨의 설명이다. 앞뒤 간격은 버스내 모니터로 실시간 확인한다. 메트로버스는 또 버스마다 디지털 카메라를 4대 설치했다. 운전석 옆 카메라는 운전기사가 운행중에 휴대전화를 받거나 담배를 피우는지, 승객에게 친절한지를 지켜본다. 매일 직원 4명이 화면을 재생해 보고 점수를 매긴다. 카메라 2대는 버스 안쪽을 비추고, 나머지 1대는 버스 앞쪽 유리에 붙어 있다.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비한 것이다. 접촉 교통사고가 발생하거나, 승객이 버스에서 넘어져 다쳤다고 주장할 때 시시비비를 가리는 증거자료로 쓰인다. 덕분에 보험사기단을 몇 차례나 검거하기도 했다고. 메트로버스 소속 버스는 260번,273번,370번,342번. 마이크 낀 운전기사가 모는 273번은 중랑구차고지를 출발, 외대, 혜화역, 종로를 거쳐 홍대입구에서 돌아온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자동문·TV생방송…달리는 안방 “어랏.” 회사원 김모(31)씨는 최근 택시를 타려고 문을 열려다가 깜짝 놀랐다. 손잡이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택시 문이 저절로 열렸다. 승차한 뒤에는 더욱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장에 걸려 있는 모니터에서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택시회사인 ‘스타TX’의 튀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택시업계가 불황을 호소는데도 스타TX 소속 택시 100여대만큼은 예외다. 우선 7인치짜리 LCD 모니터에서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 50여개의 채널이 나오는 점이 특이하다. 손님은 좌석 옆에 비치된 리모컨과 채널가이드를 이용, 채널을 선택하면 된다. 일부 비행기에서 개인용 모니터를 통해 영화 등을 보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택시 역시 장거리 손님의 지루함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최홍만의 ‘K-1’ 격투기 중계 때 콜센터에는 호떡집에 불난 듯 전화가 걸려왔다.”면서 “주로 생방송되는 월드컵경기 예선전 등의 스포츠경기가 방영될 때에는 30·40대 회사원들이 많이 찾는다.”라고 말했다. 2003년 위성방송 서비스를 시작할 때 대당 400만원의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스타TX는 이를 투자로 여겼다. 실제로 이 서비스를 실시한 뒤로는 지방 출장이 잦은 사람이나 공항 이용객 등 단골손님 200여명이 확보됐다. 이들은 스타TX의 자체 콜센터에 전화를 해서 다시 찾곤 한다. 운전석 시트 뒤편에는 건망증이 심한 사람들을 위해 일일이 기사 이름과 연락처를 새긴 명함이 꽂혀 있다. 친절하게도 ‘명함은 분실물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물론 단골손님 확보를 위한 이 회사 콜택시 전화번호도 적혀 있다. 일본 택시에 달려있는 자동문열림 장치 역시 서울시내 택시로는 유일하다. 운전사가 간단한 조작만으로 자동으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장치다. 택배 오토바이가 늘면서 택시 문을 여닫을 때 승객이 뒤에 오는 오토바이와 충돌해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자동문열림 장치를 설치한 뒤로는 운전사가 뒤에 오토바이가 오는지 살핀 뒤 문을 열어주기 때문에 사고율이 40%가량 줄었다. 스타TX는 건물도 독특하다. 우면산 자락에 유리로 된 2층짜리 건물이 사옥이다. 깔끔한 인테리어 탓에 배우 하지원이 출연한 영화 ‘폰’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근무 환경도 좋아야 손님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스타TX 임정빈 부장은 “예전만은 못하지만 여러가지 서비스를 실시하는 덕분에 그래도 다른 회사보다는 경영실적이 나은 편”이라면서 “택시요금은 같아도 서비스에 따라 고객이 천차만별 달라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자동문·TV생방송… 달리는 안방 “꼬마 버스 나가신다.”서울시 성북구 정릉2동 05번 마을버스 정류장. 얼마 뒤 나타난 차량은 다름아닌 ‘10인승 봉고차’다. 구불구불한 골목을 7∼8분 정도 달리니 벌써 종점이다. 이쯤되면 이 버스를 ‘대중교통 수단’이라고 부르기가 무색해진다. 봉고버스를 처음 보는 사람은 “버스에 손님들이 다 탈 수 있냐.”는 질문을 던지며 어리둥절하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운전사 하일수씨는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정릉2동 사무소에서 언덕 꼭대기에 있는 빌라까지 1㎞를 운행하는 봉고버스의 손님은 빌라주민 90여가구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하루 30회가량 운행하면서 100여명을 실어 나른다. 한번에 서너명만 타는 꼴이다. 요금은 500원으로 마을버스와 같다. 손님 전하선씨는 “어지간해서는 최대 승차인원을 넘기지 않지만 퇴근시간에는 한두명 정도 더 타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럴 때에는 바닥에 잠시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어느새 도착하기 때문에 그리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봉고버스의 또 다른 특징은 ‘좌석버스(?)’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마주앉은 동네 사람들에게 안부인사를 건네기에도 적당한 장소다. 또 중간에 정류장은 없지만 아무 곳이나 서기도 한다. 물건 꾸러미를 들고 차를 세우는 아주머니를 보면 태울 수밖에 없다는 게 운전사 하씨의 설명이다. 봉고버스는 오전에는 쉬고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만 운행하는 점도 독특하다. 심지어 하씨의 저녁식사 시간인 오후 4∼5시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 운행 차량도 한 대, 운전사도 한 명이기 때문이지만, 손님들의 불만은 거의 없다. 김희석(40)씨는 “아침에 출근할 때에는 내리막길이라 10∼15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굳이 봉고버스를 탈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순자(67)씨는 “봉고버스가 없다면 늙은 나이에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얼마나 고생하겠느냐.”면서 “타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버스회사에서 기름값이라도 건지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진여객 김갑상 관리실장은 “봉고버스의 하루 수입금은 3만∼4만원 정도라 인건비·차량유지비·기름값까지 감안하면 한달에 50만원 안팎은 손해난다.”면서 “이는 대진여객이 승객이 많은 다른 시내버스도 같이 운행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운전사 하씨의 자부심이 대단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한때 회사에서 젊은 기사를 봉고버스에 배치했지만 시내버스에 비해 월급이 적고 낡은 주택 골목길에서의 운전이 힘들다는 이유로 보름도 못채우고 나가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하씨는 “베테랑만이 봉고버스를 몰 수 있는 만큼 남은 기간동안 봉고버스의 운전대를 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독립유공자 후손 홀대

    대부분의 4년제 대학이 독립(국가)유공자 후손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를 비롯한 국·공립대 5곳은 관련 전형을 실시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이 국가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전국 4년제 대학 독립(국가)유공자 후손에 대한 특별전형 실시현황’에 따르면 관련 전형을 실시하고 있는 대학은 국·공립 및 사립대를 합쳐 모두 148곳으로 조사됐다. 관련 전형을 실시하지 않은 곳은 53곳으로, 이 가운데 서울대와 밀양대, 한경대, 한밭대, 대구교대 등 국·공립대 5곳도 포함됐다. 현재 대입 특별전형은 농어촌학생과 탈북주민, 외국인 등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정원 외 특별전형과, 독립(국가)유공자 후손, 사회적 배려대상자 등 대학별 기준에 따라 선발하는 정원 내 특별전형으로 구분된다. 독립(국가)유공자 후손의 경우 시행령에 명시돼 있지 않아 정원내 특별전형으로만 뽑을 수 있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정치인 출신 국무위원 어떤 평가 받나

    “김근태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혼났다.” “(청와대)대변인의 브리핑 과정에 실수가 있었다.” 노 대통령이 지난 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질책했다는 보도와 관련,5일에도 여진이 가라앉지 않았다. 급기야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날 국무회의 내용을 브리핑한 김만수 대변인을 질책했다고 최인호 부대변인이 발표했다. 김 장관이 여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인 만큼 여러가지 억측을 낳게 되자 청와대가 직접 불끄기에 나선 것이다. 최 부대변인은 “수입식품의 안전문제는 여러 부처가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부처간 협의가 잘 안돼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를 담당하는 국무조정실에 부처간 효과적인 협력체제의 구축과 제도 개선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을 주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질책 대상은 복지부가 아닌 국무조정실이라는 얘기다. 전날 김 대변인의 브리핑에서는 ‘국무조정실’을 일절 거론하지 않았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해찬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 출신 국무위원들의 중간 성적표를 점검해본다. ●총리실 이 총리는 소신과 아집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다. 업무능력면에서는 합격점을 받고 있지만, 총리 개인에 대한 평가가 후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업무처리는 ‘깔끔하다.’는 평이다. 부처 장악력도 상당하다. 지난달 26일 열린 총리실 확대간부회의에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의 더딘 일처리를 질책하면서 “재경부와 기획처 1급을 준엄하게 잡겠다.”고 못박은 발언은 ‘실세총리’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동시에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그의 성격도 읽을 수 있다. 이 총리는 껄끄러운 국정현안에 대해서도 소신을 가감없이 내뱉는 스타일이다. 그는 한나라당의 감세안에 대해 “그렇지 않아도 세입이 줄고 있는데 어떻게 감세를 하느냐.”면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부동산정책을 통해서는 이 총리의 추진력을 확인할 수 있다.“투기 세력은 사회적 암”이라며 “확실히 뿌리뽑겠다.”고 강한 의지를 수시로 내비친다. 반면 여론을 포용하고 어루만지는 능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총리 개인에 대한 호감도가 낮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최근 땅투기 의혹과 관련,“청약통장도 만들어본 적이 없다.”는 그의 발언은 오히려 민심을 악화시켰다. 이 총리는 또 송파·거여지구의 투기움직임에 대해서도 “실체가 없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실태파악도 안 하고 어떻게 아느냐.”는 반응이 곧바로 터져나왔다. ●통일부 노 대통령의 김 장관 질책설에 대해 “관심없다.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정치인 출신 장관이라는 이유로 자꾸 그런 문제와 연관지어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며 말을 아꼈다. 정동영 장관에 대한 통일부 관료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보도가 될 것을 의식해서인지 “머리가 좋다.” “영리하다.” “정확히 짚어낸다.”는 등 칭찬이 공통적으로 많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불만도 만만찮게 감지된다. 무엇보다 직원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푸념이다.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의 역할에만 치중하고 바깥에 비쳐지는 쪽에만 너무 매달리다 보니 정작 통일부 식구를 챙기는 데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외부적으로는 실세 부서로 비쳐지지만 실속이 없다.”면서 “과거의 경험으로 봤을 때 실세 장관이 떠나고 나면 단번에 거품이 빠지며 다른 부처로부터 심하게 견제를 받기 일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장관의 저녁 일정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웬만한 고위 당국자들도 정 장관이 저녁에 어디서 누구를 만나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간간이 그가 여의도에서 정치인을 만난 사실이 보도되는 사례를 들어 정치인 장관의 한계를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복지부 김 장관이 노 대통령에게 공개적인 질책을 받았다는 보도에 대해 납득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국무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수입식품 안전대책과 관련해 김 장관에게 원론적인 주문을 한 것이며, 당시 회의 분위기도 질책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것이 대다수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수입식품과 관련한 정부 대책은 7개 부처가 관련돼 있을 만큼 중요하고 복잡하다.”면서 “노 대통령의 국무회의 언급은 김 장관에게 더욱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신경을 쓰라고 주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김 장관이 유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되다 보니 김 장관과 관련된 모든 사항들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곤 한다.”고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오히려 직원들은 복지부의 내년도 예산안이나 장기적인 정책들을 볼 때 노 대통령이 김 장관에게 여전히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관계자는 “내년도 복지부 예산증가율이 다른 부처보다 4.3%포인트 높은 12.7%를 보인 것은 그만큼 복지부에 힘이 실려 있는 것 아니겠냐.”고 관측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언급은 사실상 김 장관을 질책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석했다. 김 장관은 ‘친화력’ ‘대중성’ 부족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매사에 신중하고 진지한 자세를 보여 대중정치인으로선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법무·문화부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풍부한 경험’과 ‘빠른 이해력’으로 업무 능력에서 합격점을 받고 있다. 법무부 간부들로부터도 ‘같이 일하기 좋은 장관’으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업무보고 등을 하면 주요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인권문제나 법적 쟁점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점들을 빠르게 지적해 낸다는 전언이다.‘목포가 낳은 3대 수재’라는 일부의 말처럼 기억력이 대단하다는 것. 한 간부는 “한번은 보고를 하러 들어갔는데 장관이 관련 사항들을 조목조목 열거해 적지 않게 당황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은 그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한다.“정치인 출신 장관 때문에 수사가 공정하지 못했다.”고 공격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천 장관도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대과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부처종합·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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