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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초조차 몰라… 고교 수업하는 웃픈 대학 강의실

    기초조차 몰라… 고교 수업하는 웃픈 대학 강의실

    “대학 화학과 전공 수업인데 학생들이 ‘해리’(解離)도 모릅니다. 고교 단계부터 다시 가르쳐야 할 판입니다.” 서울 한 대학에서 신입생 대상 ‘일반 화학’ 수업을 하는 A교수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학생들이 기초적인 개념조차 구분하지 못해서다. A교수는 “학생들이 분자가 더 작은 분자로 나뉘는 ‘해리’와 용매가 분자 사이에 끼어드는 ‘용해’를 구분하지 못한다”면서 “수업 때마다 같은 내용을 반복 설명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최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중·고교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대학 역시 ‘학력 미달’ 신입생 문제로 고민이 깊다. 고교생 때 관련 기초 학습을 하지 않아 대학의 필수 전공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신입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문제의 원인을 입학 전형의 다양화로 꼽는다. 수능 성적만으로 천편일률적으로 뽑던 과거와 달리 대학들은 최근 10년 새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입시 전형을 도입했다. 문제풀이 능력 외 다양한 장점을 보고 선발하다 보니 신입생 사이의 학력 차이가 많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과학고나 영재고 출신은 고교 때부터 특정 분야를 대학 수업 이상으로 선행학습한 반면 일반고 출신은 공대생인데도 물리나 기하 등 기초 학습이 돼 있지 않아 수업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각 대학은 신입생 간 학력 격차를 좁히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학력수준이 높은 학생이 다른 학생을 가르치는 튜터링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는 매학기 기초 학력 부족 탓에 어려움을 겪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교과목 튜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학원생이 학부생에게 통계학, 공학수학 등을 가르치는 것이다. 세종대에서는 입학 예정자와 재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증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세종대 관계자는 “방학에 미적분학 기초, 물리학 기초, 일반화학연습 등 3개 과목에 대해 보충 수업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대입 전형의 다변화로 발생한 신입생 간 학력격차를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각 대학이 전형별 신입생의 성적 변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부교과·종합전형 등 수시로 입학한 학생들은 1학년 때 성적이 낮지만 졸업 성적은 오히려 정시 출신보다 높다는 통계도 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인 이준호 생명과학부 교수는 “고교에서 관련 과목을 배우지 않아 신입생 때는 성적이 낮았던 학생이 졸업할 때는 실력이 많이 쌓여 교육자로서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력을 보는 시각의 다양성이 중요하다”면서 “시험 성적이 낮은 학생이더라도 발표하고 토론하는 역량이 더 뛰어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포토] 염정아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포토] 염정아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배우 염정아가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미성년’ 시사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알리바바 마윈 회장 “대입 수학 1점 받았다” 고백한 사연

    알리바바 마윈 회장 “대입 수학 1점 받았다” 고백한 사연

    IT 업계 거장의 수학 점수가 단 1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이야기다. 과거 대학 입시에서 마 회장의 수학 점수가 거의 빵점에 가까웠다는 사실이 알려져 중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람들은 “수학을 못 하는 마윈이 성공한 것을 보니, 수학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라는 의구심을 쏟아냈다. 영문과 출신으로 한때 영어 교사였던 마 회장은 지난달 29일 ‘알리바바 글로벌 수학 경시대회’ 시상식에 참여해 본인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수학 1점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수학은 매우 중요한 기초 학문으로 이를 매우 ‘경외’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나의 수학 실력이 사실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을 잘했지만, 2학년을 거치지 않고 바로 문과를 택하면서 수학 성적이 차츰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현재 사회는 수학에 대한 2가지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첫째, 수학이 어떤 문제라도 해결할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확실히 똑똑하지만 지금 세대는 똑똑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지혜’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이와 반대로 “수학이 나중에는 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마 회장은 “수학과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틀이며,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기초적 힘”이라고 전했다. IT, DT(데이터전송), AI(인공지능) 등의 모든 기술은 수학과 연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학은 아이들의 창조력을 도우며,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길을 열어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중국의 '교육'(教育) 중 '교'(教)는 충분히 이루어지나 '육'(育)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육’이란 품성과 인성을 갖추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수학’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한 마 회장은 지난해 9월부터 알리바바 주최로 ‘글로벌 수학 경시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48시간 이내 가장 우수한 답을 제출하는 사람에게 수상금과 함께 최정상 수학자에게 정기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알리바바에서 개발한 AI가 답안지 채점을 돕는다. 지난해 알리바바 20주년에서 마 회장은 회장직을 내려놓고 “교육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수학경시 대회는 그가 교육으로 회귀함을 알린 ‘첫 무대’인 셈이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빈틈없는 열기… 고교·대입 입시 설명회

    빈틈없는 열기… 고교·대입 입시 설명회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이 31일 서울 강남구 진선여고 회당기념관에서 열린 영재학교·과학고·자사고·외고·국제고·일반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업체의 입시 설명회에서 자료를 읽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창작자들 선호하는 플랫폼은 ‘리디북스’

    창작자들 선호하는 플랫폼은 ‘리디북스’

    리디북스가 플랫폼 선호도에서 1위를 기록했다. 알라딘과 교보문고가 뒤를 이었다.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는 전자책 출간 작가 34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일부를 29일 발표했다. 조사는 창작자의 전자책 플랫폼에 관한 만족도를 비롯해 출간 계약과 인세 등에 관해 지난달 6~20일까지 보름 동안 진행했다. 조사 결과 창작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자책 플랫폼은 리디북스(36.5%)였다. 이어 알라딘 전자책(16.1%), 교보ebook(12.5%) 순이었다. 특히 장르 문학 작가와 순문학 작가, 어린이책 저자 간 답변의 차이가 컸다. 장르 문학 작가의 선호도는 리디북스가 무려 63.2%에 이르렀고, 알라딘, 예스24 등은 각각 6.9%에 그쳤다. 순문학 작가는 교보ebook(26.7%)을 가장 선호했다. 이어 리디북스와 알라딘도 각각 25%로 비슷했다. 반면 어린이책 저자는 모두 좋아하지 않는 비율이 46.2%로 가장 높았다. 리디북스에 관한 선호도의 이유를 묻자 “장르 문학 사용자가 가장 많음”, “뷰어와 플랫폼이 깔끔”, “창작자 간섭이 적음” 등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알라딘은 “평소 종이책을 많이 사는 서점이라 친숙해서”, “수수료가 적은 편”, “홍보를 잘해줌” 등의 답변이 많았다. 이밖에 예스24는 “유명 브랜드이므로”, “인기 서점이므로”, “독자 리뷰가 많음”, 교보 ebook은 “공신력이 있음”, “신뢰할 수 있어서”, “인지도가 높아서”라고 답했다. 설문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달 5일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 봄 세미나에서 발표한다. 세미나는 오후 7시 홍대입구역 청년공간 JU동교동에서 진행한다.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는 문화예술 콘텐츠부터 플랫폼,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학벌주의 논쟁 불 붙인 서울대생 펜 판매

    한 졸업생 페북 글 “수요 있으니 팔아” 학생들 “사회 가치 훼손 말아야” 반박 전문가 “문제 자각 못하는 사회 단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요가 있는 물건을 파는 게 잘못인가요?” 서울대의 한 창업동아리가 서울대생이 쓴 손편지와 펜을 대입 수험생들에게 판매하려고 해 논란을 빚은 가운데 지난 27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자신을 서울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이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손편지가 마약·총기·독극물처럼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기꺼이 살 사람이 있는 물건을 파는 게 왜 죄가 되느냐”고 썼다. 또 “20대 초반이 되도록 변변한 성취 하나 없는 사람이 많은데, 허벅지를 찔러 가며 공부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에 온 정도면 자긍심을 가질 만하지 않은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벌 상품화가 싫으면 신입생이 입고 다니는 과잠(학과 점퍼)을 모두 벗겨 불태우시라”고 항변했다. 글을 본 학생들 사이에서는 “물건을 파는 건 죄가 아니지만, 가치 판단 문제는 남아 있다”는 반박이 나왔다. 한 학생은 “물건을 사고파는 게 허용되려면 사회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지 따져야 한다”면서 “마약 판매가 투약자 외에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지만 불법인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학벌주의가 왜 문제인지도 모르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벌이 신앙 수준으로 커졌다”면서 “서울대생이 쓰던 펜을 쓰면 마치 초자연적인 힘이 나와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전에도 탑돌이, 새벽 기도 등 합격을 위한 주술적 요소는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상품화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력은 더이상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부모로부터 대물림되는 것인데, 이를 모르고 학벌 상품화가 왜 나쁘냐고 묻는 건 ‘수요가 있으니 무기를 팔겠다’는 무기 판매상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서울대 창업동아리는 ‘중고나라’와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수험생을 위해 서울대생이 쓴 응원의 손편지와 볼펜을 판매한다”는 홍보 글을 올렸다가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고 글을 삭제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2020학년도 전형유형별 특징·지원전략 안내합니다”

    “2020학년도 전형유형별 특징·지원전략 안내합니다”

    경기 광명시는 다음달 광명교육지원청과 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고3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2020학년도 대입전형 이해와 전략설명회’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오는 4월 3일 열리는 설명회에서는 진로진학교사협의회 교사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0학년도 대학입학전형의 이해와 분석’, ‘2020학년도 전형유형별 특징과 지원전략’을 안내한다. 대입설계 진로진학 활동도 함께 강의할 예정이다. 참석을 희망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별도 신청 없이 자유롭게 참석 가능하다. 참석자에게는 ‘2020대입 전략가이드북’이 무료로 제공된다. 시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가 대입전형을 바르게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대입 학습 전략을 세워 공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설명회가 고3학생들이 대입전형에 따라 본인에게 유리한 맞춤형 전략을 알고 학습방향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중국 성장률, 그것이 알고 싶다/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중국 성장률, 그것이 알고 싶다/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얼마 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6.0~6.5% 구간을 제시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경기둔화 등을 감안해 구체적 수치 제시보다 목표 구간을 설정했다. 아마도 올해 성장률 최종치는 ‘결코’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게 발표될 것이다. 중국 총리는 해마다 3월 전인대에서 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해 그해 최종치를 ‘귀신’처럼 알아맞힌다. 지난 5년간의 성장률 목표치(최종치)는 2018년 6.5% 안팎(6.6%), 2017년 6.5% 안팎(6.9%), 2016년 6.5~7.0% 구간(6.7%), 2015년 7%(6.9%), 2014년 7.5%(7.3%) 등이다. 목표치와 최종치 변동폭은 최대 0.4% 포인트에 불과하다. 변동폭이 작은 국가 세계 1~4위는 방글라데시와 라오스, 베트남, 중국이 차지한다. 땅덩어리가 크고 14억 인구가 살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교역하는 경제 대국은 글로벌 경제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탓에 변동폭이 크다. 미국과 일본 등은 분기마다 수정치를 발표하고 변동폭도 훨씬 더 크다. 중국 정부가 입맛에 맞게 통계를 마사지하는 ‘조작설’이 간단없이 나오는 까닭이다. ‘화이부실(華而不實), 시진핑의 중국몽’은 중국 통계 마사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다. 이 책은 소련 붕괴의 주요인 중 하나가 통계 마사지라고 지적한다. 소련 공식 통계에 따르면 1928~1985년 국민소득은 90배나 늘어났다. 실제로는 고작 6.5배 증가했다. 성장률 역시 연평균 8.3%이지만 사실은 3.3%로 절반도 안 된다. 소련이 통계를 마사지한 것은 국가가 계획을 세웠으니 무조건 이를 달성해야 하고, 통계도 거기에 맞춰야 한다는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소련 계획경제를 전수받은 중국의 관료들도 실적을 부풀리는 경우가 많아 소련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책은 주장한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서방 경제학자들은 중국 통계의 ‘속살’을 드러내는 연구에 ‘심혈’을 기울인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중국 공식 통계가 조작됐다는 오랜 의구심을 공론화했다. 브루킹스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성장률이 2% 포인트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2016년의 경우 GDP 규모가 12% 부풀려졌는데 2016년과 같은 수준으로 통계가 마사지됐다면 지난해 GDP는 정부가 발표한 90조 위안(약 1경 5000조원)보다 10조 8000억 위안이나 적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브루킹스의 주장은 중국의 경기 하강세가 정부의 주장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공식 성장률은 6.6%다. 브루킹스의 주장을 단순 대입하면 실제는 4% 수준에 그쳤다. 미 콘퍼런스보드는 중국 성장률을 4.1%,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는 5%대,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3.3%라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 공식 통계가 쓸모가 별로 없는 ‘지상담병’(紙上談兵)이라고 폄하한다. 통계 마사지는 중국 내정으로만 치부할 게 아니다. 중국 경제의 부침에 일희일비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절박한 문제다. 더구나 헛된 숫자놀음을 할 만큼 현재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기본 경제지표마저 불로킹당하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겠는가. 답답한 노릇이다. khkim@seoul.co.kr
  • [기고] 64%의 생각 바꾸기, 이게 민주주의다/송재범 서울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장

    [기고] 64%의 생각 바꾸기, 이게 민주주의다/송재범 서울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장

    ‘편안한 교복’은 서울교육청에서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진행된 공론화 의제 제1호다. ‘불편한 교복’을 ‘편안한 교복’으로 개선해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지원하려는 게 시발점이었다. 서울교육청은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단’을 꾸린 결과 두 가지 결론을 얻었다. 첫째는 ‘학교별 공론화로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학교별 공론화 추진 시 학생 의견을 50% 이상 반영한다’는 것이다. 공론화를 통해 얻은 것이 많다. 무엇보다도 숙의민주주의의 참모습을 보여 줬다. 특히 시민참여단 토론회가 놀라웠다. 추첨으로 선정된 229명은 다양한 방식으로 온종일 토론했다. 그 결과 교복 결정 시 학생 의견 반영 비율을 놓고 생각을 바꾼 비율이 64%나 됐다. 현재 우리 사회의 분위기로 볼 때 놀라운 수치다. 그렇다. 민주주의는 이렇게 생각의 변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에서 김영란 위원장은 대입개편 공론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시민성과 전문성의 조화로운 결합’을 말했다. 전문성 없는 시민들에게 고도의 전문적인 문제에 대한 결정을 맡길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에 견줘 편안한 교복 공론화의 키워드로 ‘숙의(熟議)와 생각 바꾸기’를 내세우고 싶다. 64%가 생각을 바꿨다는 것은 숙의 과정이 보여 주기식이 아닌,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아닌가? 각종 토론 현장에서 보면 토론자들은 대화하러 나온 민주주의자가 아니라 벌칙 자세를 취한 레슬러 같다. 한쪽은 파테르 자세로 바닥에 바짝 엎드려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상대 쪽은 그를 바닥에서 떼어내어 뒤집으려고 한다.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자와 그것을 들어 뒤집으려는 자,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토론과 대화의 모습이 아닌가? 파커 J 파머는 ‘비통한 자들의 정치학’에서 오늘날 우리들은 ‘부서져 흩어지는’(broken apart) 게 아니라 ‘부서져 열리는’(broken open)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생각 바꾸기의 가능성’이 없는, ‘체제와 제도의 집합체로서만 존재하는 민주주의’는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한다. 생각 바꾸기를 패배로 여겨서는 안 된다.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미움받을 용기’가 아니라 ‘설득당할 용기’가 진열되어야 한다. 토론 후 생각을 바꾸는 시민이 바로 용기 있는 진정한 민주시민이다.
  • “10년 단위 장기 국가교육비전 발표… 대입정책 혼란 줄일 것”

    “10년 단위 장기 국가교육비전 발표… 대입정책 혼란 줄일 것”

    대입경쟁에만 매몰… 직업교육 나몰라라 핵심 역할 책임질 국가교육위 연내 설치“지역거버넌스가 만들어진다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갈등도 해결될 것입니다. 대입정책은 10년 단위로 큰 방향을 제시해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교육정책이 바뀌고 입시에 ‘죽고 사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반복된다는 비판은 정권을 초월해 과거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문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놓은 공약이 바로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12월 국가교육위 설립을 위한 준비기구 성격의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국가교육회의는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 결정을 떠안으며 지난 1년간 국가교육위 설립 추진에 힘을 싣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국가교육회의 2기 출범과 함께 국가교육위 설립에 시동이 걸렸다. 이달 12일 당정청 회의를 거쳐 올해 안에 관련법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도 세웠다. 또 국가교육위가 이끌게 될 10년 후의 국가교육 비전을 담은 ‘2030 미래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준비안’(가칭)도 오는 10월 쯤 공개할 예정이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있는 2기 국가교육회의 김진경(66) 의장을 서울신문이 만나 미래의 우리 교육에 대해 물었다. 김 의장은 두 시간 가까이 우리 교육의 문제와 한계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또 국가교육위가 기존에 없던 교육을 중심으로 한 ‘지역거버넌스’를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에 쏠린 교육 정책 권한이 각 지역으로 더 많이 넘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국가교육위 연내 설치를 목표로 내세웠다. 구체적 로드맵과 실현 가능성은 어떻게 되는지. “국가교육위 설치는 2002년 대선 때부터 여야 할 것 없이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인 교육정책 결정기구의 필요성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우선 국회 법안 통과를 위해 대표단을 꾸려 각 당 대표 등을 만나고 지역에서도 의원들을 만나 법의 통과 필요성을 설득할 예정이다. 다만 야당 등에서 정치적 목적에서 반대할 수도 있다고 본다. 법 통과가 안 되면 국민 차원의 추진 기구를 구성해 국민의 힘으로 (국가교육위 설치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국가교육위의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인지. “우리 사회도, 교육 제도도 계속 바뀌어 왔지만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라는 기본 틀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입시 경쟁만 공정하게 한다고 해서 계층 상승이 되는 사회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교육 문제는 여전히 상위 20~30% 학생들의 대입을 위한 문제만 논의되고 있다. 앞으로 70~80%의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정할 수 있는 계기와 사회로 나가기 위한 경로를 어떻게 만들어 줄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학교 이후의 직업교육, 즉 고등직업교육이 완전히 무너졌다. 상위 20~30%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도 다른 길이 없어 똑같이 20~30%를 위한 대입 경쟁에 매몰돼 있다. 그러다 보니 직업교육을 해야 할 전문대학들도 4년제 대학을 따라가며 직업과 상관 없는 학과를 확대하고 있다. 국가교육위는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존 교육부, 교육청과는 역할을 어떻게 나누게 되나. “기존 교육 정책이 중앙집권적으로 결정됐다면 미래의 교육 정책은 결정에 관여하는 주체가 다양해진다. 미래에는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는 지역 내 교육 이해 관계자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실질적 분권자치가 이뤄져야 한다. 국가교육위는 지역 내 교육정책과 관련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네트워크, 즉 지역 단위의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지역거버넌스란 지역별로 교육 문제에 대해 교육청과 지역주민, 교육 이해관계자 등이 상시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구를 말한다. 이 기구가 만들어지면, 예컨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전주의 자사고인 상산고를 둘러싼 갈등 같은 문제도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기게 된다. 국가교육위는 재정이나 복지, 안전 문제 등 통일성이 필요한 교육 정책을 정하고 교육부에서는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교육청은 단위 학교의 교사 운용 등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받는 방향으로 변모할 것이다.” -국가교육위가 10년 단위의 교육정책을 제시한다고 했는데 10년 기준은 무엇인지.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5년 주기로 바뀌어 왔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시작된 5년 단위의 교육정책이 사실상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과거의 교육 정책은 해외에서 공부했던 학자나 전문가들이 미국이나 유럽의 모델을 약간 변형해서 들여오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인공지능 등 사회 변화의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라진 지금은 우리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정부가 10년 이상의 장기적 교육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럼 대입은 어떻게 하나. 국가교육위가 어디까지 정하는 건가. “지금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다만 현재 사실상 상위 20%의 학생들을 위한 경쟁 구조를 바꾼다는 방향성을 보여 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비전을 제시해 주면 예측력이 높아져 혼란도 줄어들 것이다.” -위원 구성에 있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추천권이 많아 편향성 논란도 예상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국가교육위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논란만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균형이 중요하다. 지금 설립안을 보면 총 19명의 상임위원 중 대통령 지명(5명)과 여당 추천(4명), 교육부 차관(1명) 등 정부와 여당 몫이 절반 가까이다. 이는 결정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기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아직 정해지지 않은 부분인 의결 기준을 대통령과 여당 추천 상임위원 규모보다 훨씬 높게 설정하면 정부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 반대로 의결 기준을 낮게 설정하면 정부와 여당 몫의 인원을 과반 이하로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향후 국회에서 풀어 낼 것으로 본다. -교원단체 두 곳에도 상임위원 추천권을 주기로 했다. 현재 법외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도 추천권을 줄 수 있나. “일정 규모의 회원 수나 교원 대표성을 가진 단체, 법률상의 기구 등 시행령에서 조건을 규정할 것이다. 국가교육위는 사회적 합의기구이기 때문에 성향이 서로 다른 대표적인 교원단체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가 국가교육위 구성 전에 풀리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첫 전교조 출신 靑 교육문화비서관…2022학년도 대입제도 이끌어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76년부터 2003년까지 교사로 재직했다.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창립에 핵심 역할을 한 데 이어 초대 정책실장을 거쳤고,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을 지냈다. 전교조 출신이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에 임명된 첫 사례다. 2017년 12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에서 기획단장을 맡았고,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를 주도하며 ‘수능 위주 정시 전형 30% 이상으로 확대’를 골자로 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를 이끌어냈다. 이화여대 명예교수인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초대 의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2대 의장을 맡고 있다.
  • [관가 블로그] 공무원 문예대전 ‘선정적 소재’ 어떻게 생각하나요

    [관가 블로그] 공무원 문예대전 ‘선정적 소재’ 어떻게 생각하나요

    올해 심사 기준엔 선정성 유무 추가 일각선 “창작의 자유 보장” 반론도공무원 신춘문예로 불리는 ‘공무원 문예대전’에서 때아닌 창작의 자유 논쟁이 붙었습니다. 27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작품을 받는 제22회 공무원 문예대전 심사 규정에 ‘선정성 또는 종교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작품’이라는 기준을 추가했기 때문인데요. 일각에서는 ‘공무원의 품격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한편에서는 ‘문학의 핵심이 표현의 자유인데 주제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있습니다. 인사혁신처가 주최하는 공무원 문예대전은 많은 공무원 ‘예비 작가’에게 꿈의 무대입니다. 공무원 문예대전에서 대상과 금상 수상자는 한국문인협회로부터 입회 자격을 받으며 입상자는 작가로 이름을 날릴 수 있습니다. 작품 자체가 큰 주목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서점 한켠에 입상자의 책들이 장식됩니다. 공무원 문예대전이 ‘공무원판 신춘문예’로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인사처가 입선한 작품의 내용에 민감해하는 이유도 바로 세간의 주목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7년 제20회 공무원 문예대전에서 ‘선정성 논란’이 일어 인사처가 몸살을 앓았습니다. 대상작인 ‘종의 기원’에서 고등학생 주인공이 아버지와 원조교제를 하던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 내용이 포함돼 공무원 문예전 수상작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당시 해명자료에서 “공무원 문예대전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라는 특성이 있고, 예술성 이외에도 다양한 관점의 평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공무원 문예대전이라는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공무원 문예대전 심사 기준에 선정성 유무를 추가한 것도 이런 논란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입니다. 일각에선 아쉬움도 표합니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문학 작품이라는 것이 표현의 자유가 생명인데, 이처럼 조금씩 영역을 줄이다 보면 문학 표현의 범위 자체가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공무원은 “위신과 품위가 중요한 공무원이지만 문학작품 안에서라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습니다. 공무원 사회는 귄위와 품격을 중시합니다. 하지만 예비 작가들의 창작 열정은 민간 사회와 똑같습니다. 공무원 문예대전에서라도 창작의 자유를 허용하는 건 어떨까요.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봉오동전투의 잊혀진 영웅, 최운산 장군을 아시나요”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봉오동전투의 잊혀진 영웅, 최운산 장군을 아시나요”

    ‘장군의 손녀’ 최성주가 말하는 잊혀진 장군 ‘최운산’“99년 전 봉오동전투는 당시 세계 최강이라던 일본 정규군과 싸워 이긴 빛나는 전과입니다. 굶주리고 헐벗은 파르티잔 특히 홍범도(1868~1943)·김좌진(1889~1930) 같은 영웅이 화승총으로 매복을 잘 해서 이긴 것이 아니라 우리 독립군이 체계적으로 훈련받고 무기와 군장비를 잘 갖췄기 때문에 이긴 겁니다. 수천 명에 달하는 우리 독립군이 어떻게 무장하고, 체계적으로 훈련받을 수 있었을까요? 여기에는 잊혀진 영웅 최운산(崔雲山·1885~1945) 장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당시 사진사를 동원해 전쟁 현장을 촬영했던 준비된 전쟁이었습니다. 만주 무장독립운동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해야 하는 이유이지요.”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 최성주(61) 이사를 최근 한 모임에서 우연히 만났다. 자신이 장군의 손녀라며 봉오동·청산리 전투에서의 최운산 장군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학교에서 익히 배웠던 ‘홍범도·김좌진 장군의 영웅담’과는 결이 달랐다. 기자만 최운산 장군에 대해 모르나 싶었지만 최 이사는 “역사학자조차 최운산 장군의 역할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기에 지난 22일 서울신문사에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서 최 이사는 노트북을 들고와 현장에 다녀왔던 사진과 관련 서류들을 보여줬다. 이 봉오동 전투의 총사령관은 그의 형인 최진동(崔振東·1883~1941), 참모장은 최운산이고, 홍범도·김좌진은 그 부대의 연대장이었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그동안 우리 학계에서는 봉오동 전투 현장이 수몰됐다고 했지만 실제 전투가 있었던 곳은 봉오저수지를 10km 정도 거슬러 올라간 곳”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는 거의 해마다 전투지를 답사한다고 했다. “봉오동전투 사진사 동원한 준비된 전쟁전투 모습 3장…임정에 보냈다는 기록만”- 봉오동전투 당시 현장을 촬영했다고? “대한북로독군부(大韓北路督軍府) 최진동이 국민회에 보낸 공문(‘기안104’) 기록만 남아 있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은 전해지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기록을 보면 ‘봉오동전쟁 전황 촬영사진 3매, 상해를 보낼 예정. 별지 전쟁 촬영 사진 3매는 제2남지방의 박준재씨가 전쟁 당시 실시 전황을 보고 촬영한 것이다. 이것은 임시정부로 보내서 석판으로 인쇄하여 세계에 선전하려는 것인데 보신 뒤에 반송하기 바란다.’고 적혀 있습니다. 번역해서 문서로 남아있는 것을 역사자료실에서 찾은 것입니다. 최운산 장군은 당시 종군기자라고 할 수 있는 전문 사진사를 동원해 기록을 남기도록 했던 겁니다. 그만큼 준비가 철저했던 거지요.” - 당시 돈이 있다고 무기를 살 수는 없었을 겁니다. 우리 독립군이 어떻게 무장했을까. “최운산 장군이 러시아와 무역거래를 하고 있던 관계로 지속적으로 무기를 구입해 왔습니다. 그러나 뒷거래로 수천명이 무장할 무기를 확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을 겁니다. 봉오동·청산리 전투에서 우리 독립군은 소련에 배속됐던 체코 군의 무기로 무장한 겁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소련은 체코군을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귀국시킵니다. 이들이 장기간에 걸쳐 러시아 대륙을 횡단해 1918년 말에 동쪽 끝에 도착합니다. 체코군은 무기는 필요 없고, 고향으로 돌아갈 여비가 필요했던 것이지요. 반면 우리 독립군은 대량의 무기 확보가 절실한 상태였습니다. 무기가 있어도 돈이 없었거나, 돈이 있어도 무기를 파는 데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겠지요. 하늘의 뜻인지 최운산 장군에게 재력이 있었고, 체코군은 무기보다 현금이 더 필요했지요. 체코군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산 무기로 무장했다고 하니 우리 독립군도 당시로서는 최신의 미국 무기를 갖췄다고 봅니다.” “독립군들, 귀향하는 체코군 무기로 무장독립군들의 무기 구매 대금 출처는 최운산1920년 토지 팔아 5만원 마련… 무기 매입”- 막대한 무기 구입 대금은 어디에서 나왔나. “이 부분이 만주 무장독립운동 연구에서 가장 미진한 부분입니다. 우리 집안에서는 최운산 장군이 지원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의병 수준의 독립군 통합 부대원들을 훈련하고 무장시키기 위해 1920년 1월 최운산 장군이 석현의 대규모 토지를 5만원에 팔아 그 돈으로 대한북로독군부 부대원 전원을 완전무장시켰습니다. 당시 5만원은 전투기 한대 가격이라 합니다. 최운산 장군의 부인인 김성녀(金性女·1894~1975) 할머니가 1969년 남편의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을 하면서 밝힌 장비를 보면 ‘대포 10여문, 기관총 수십정, 수류탄 수천개, 장총 천여정, 권총 수백정, 실탄 수만 발’을 갖췄다고 합니다. 당시 훈련소 격인 사관연성소 병사 1인당 무장 상태를 보면 ‘소총 1정, 실탄 500발, 수류탄 1개, 좁쌀 6되, 짚신 1족이었다’는 일제의 밀정보고서도 있습니다.” - 최운산 장군, 얼마나 부자였나. “간도 제1의 거부였죠. 부를 일군 배경으로 중국이 토지 정리사업을 할 때 엄청난 규모의 황무지를 헐값에 불하받았습니다. 이를 조선 동포들과 함께 개간해 옥토로 바꿔 신한촌(新韓村)을 만들었습니다. 김성녀 할머니가 생전에 말씀하시길 ‘우리 땅은 사흘을 둘러봐도 다 못 본다.’고 하셨습니다. 1960년대 우리가 부산에 살 때 봉오동전투에 참전한 부하 한 사람이 국제시장에서 우연히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그 사람이 할머니께 인사와 우리에게 이야기하길 ‘최운산장군의 땅 면적이 이 부산의 6배였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콩기름공장·국수공장·주류공장·성냥공장·비누공장·과자공장을 비롯한 다수의 생필품 기업을 운영했습니다. 또 대곡상이자 축산업자로 한 번에 수백 마리의 소를 창춘이나 훈춘으로 몰고 가서 팔았답니다. 이 소떼와 곡물은 러시아 군대 식량으로 들어갔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이게 연결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을 한 최재형(1858~1920) 선생이 소고기를 러시아군에 공급했다고 하는데 두 분의 관계를 유추해볼 수 있겠습니다. 최운산 장군은 오늘날 삼성과 비견 되는 재벌이었지만 40여년에 이르는 무장 독립운동으로 그 막대한 재산을 거의 다 소진했습니다. 말년에 남은 것이라고는 살고 있던 집과 그에 딸린 수남촌 토성리 일대의 땅 뿐이었습니다.” “최운산… 간도 최고의 갑부이자 대지주부산 6배 넓이 땅 소유…무장투쟁에 소진”- 최운산 장군, 정확한 이름은 어떻게 되나. “일본군의 눈을 속이자면 변장이 필수였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여러 개를 썼습니다. 어릴 때는 최명길(崔明吉), 장작림 군벌에 있을 땐 중국식의 최풍(崔豊), 간도 제1의 거부로서 경제활동을 할 때는 최만익(崔萬益), 무장투쟁을 할 때는 최문무(崔文武)·최빈(崔斌)·최운산(崔雲山)을 사용했고, 러시아에서 무기를 밀매할 때는 최고려(崔高麗), 중국 장사꾼으로 위장해 첩보활동을 할 때 최복(崔福)을 사용했습니다. 8개의 이름을 가졌지만 모두 한 사람입니다. 얼마나 복잡다단한 삶을 사셨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청년 시절, 장작림 군벌서 군사지식 습득중국군 이직시 자위대 조직…私兵 100여명” - 무법천지 만주에서 대규모 재산 지키자면 자위대가 필수였겠다. “최운산 장군은 청년 시절, 중국 동북3성 지배세력인 장작림(張作霖·1875~1928) 군벌에 들어갔습니다. 전투에서 장작림의 목숨을 구해준 적도 있어 장작림의 절대적 신임을 얻었습니다. 이때 형 최진동, 동생 최명순과 함께 3형제가 중국군에 복무하면서 군사 지식과 군조직 운영을 익히며 만주군벌과 혈맹의 관계를 맺은 겁니다. 최운산은 조선인과 중국인의 다리 역할을 하면서 양쪽의 신뢰를 다졌습니다. 그러다가 1912년 최운산 장군이 중국군을 이직하고 마적떼로부터 조선인의 생명과 재산 보호 명목으로 자위부대 구성하겠다고 했을 때 장작림이 기꺼이 허락해준 겁니다. 그가 사병(私兵)을 모집할 때 1개 중대 이상의 병력이 따라 나왔다 합니다. 100명이 넘는 규모라 처음부터 정규 군대와 같은 편제를 갖추었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몇 명의 중국 사병이 포함된 이 자위부대가 대한민국 국군의 작은 씨앗일지도 모릅니다. 도독부(都督府)의 복장은 중국군과 같은 색깔이어서 잘 구별되지도 않았답니다. 독립군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자 1915년엔 봉오동 산중턱을 벌목하고 개간해 연병장과 막사를 지어 독립군들을 훈련시켰습니다. 이때가 500명이 넘었습니다.” “3·1운동 후 열혈청년들 간도로 몰려 들어6개월 과정 군사학교인 사관연성소도 창설안무·홍범도 등과 함께 대한북로독군부 창설”- 대한북로독군부 창설 과정은. “1919년 3·1운동 이후 임시정부가 상해에서 수립되었습니다. 최운산 장군은 임시정부를 받아들이고 자신이 운영하던 670명의 자위부대를 대한민국 첫 정식 군대 대한군무도독부(大韓軍務都督府)로 재창설합니다. 그때 중국 지방정부에서 일하고 있던 최진동, 최치홍 두 사람도 대한군무도독부에 합류합니다. 사령관인 부장(府長)에 형인 최진동 장군을 추대했습니다. 자신은 참모장으로 재정 등 군대 운영의 전반을 책임졌지요. 병참을 맡은 겁니다. 동생 최치홍도 참모로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최운산 장군은 자신의 소유지인 서대파에 대한북로군정서를 창설합니다. 3·1운동 이후 간도로 들어오는 열혈 청년들은 계속 늘어났습니다. 이들을 모두 받아들여 다음해에 6개월 과정의 군사학교인 사관연성소를 십리평에 설립했습니다. 최운산 장군은 북로군정서 무장과 사관연성소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군자금으로 상당한 규모의 재산을 소진하였습니다. 임시정부는 1920년을 독립전쟁의 원년으로 선언했습니다. 일본군과 본격적인 독립전쟁을 치르려면 대군단을 이루어야 한다는 판단을 한 최운산 장군은 만주의 독립군 모두에게 무기와 식량, 군복 등 군자금 일체를 제공하기로 약조하여 본격적인 대통합을 이뤄냈습니다. 북만주의 대소 독립군부대가 모두 합류했고 최종적으로 안무(1883~1924)의 국민회군, 홍범도의 대한독립군에 최씨 형제의 군대를 합쳐 독립군 통합부대를 만들었습니다. 명칭은 大韓北路督軍府(대한북로독군부)였고, 통합 서약서에 서명 날짜는 대한민국 2년 즉 1920년 5월 19일이었습니다. 국민회, 신민회, 광복단 등을 비롯한 크고 작은 독립부대가 대한북로독군부 기치로 모였습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군인의 신분으로 전투에 임했던 것입니다.” - 봉오동전투 상황은.“통합을 이룬 대한북로독군부는 두만강을 건너 일본 헌병대를 습격하는 등 국내 진공작전을 펼치며 실전 훈련을 쌓아갔습니다. 봉오동을 중심으로 통합부대 대한북로독군부의 세력이 커지고 있었기에 당시 일제는 독립군 토벌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정보전으로 이를 파악한 우리 독립군은 마을 주민을 미리 대피시키고, 연대별로 각 산에 주둔하고 산능선을 따라 참호를 파고 매복했습니다. 거의 100년이 지난 지금도 봉오동전투 현장에 가면 낙엽이 가득 차있는 참호를 볼 수 있습니다. 1920년 6월 7일 새벽 일본군 1개 연대 이상의 병력이 봉오동으로 쳐들어왔습니다. 봉오동을 둘러싼 산에서 맹렬한 총격전이 벌어졌고 이어서 봉초봉 아래에선 백병전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억수같이 내렸습니다. 돌멩이만한 우박이 떨어지고 뿌연 안개가 앞을 가렸던 거죠. 우리 독립군이 짙은 안개와 비,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승세를 굳힐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후퇴하던 일본군이 지원부대 일본군을 독립군으로 오인해 서로 총격전을 가해 더욱 많은 사상자가 났습니다.” “봉오동전투서 적군 500여명 사살…기존보다 많아청산리전투는 봉오동전투 연장… 6일간 교전”- 봉오동 전투 전과는. “전과에서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차이가 많이 납니다. 김성녀 할머니가 낸 진정서를 보면 ‘적군 사살이 500여명, 중상자 700여명, 경상자 1000여명입니다. 노획물자는 대포 4정, 기관총 수십 정, 장총 500여정, 탄환 수만 발에 수류탄 다수’라고 기록합니다. 홍범도 일지에도 일본군 사망자가 500명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의 기록에는 여전히 일본군 전사 157명, 중상 200여명, 경상 100여명으로 축소돼 있습니다. 우리의 피해가 거의 없다고 했지만 독립군도 사망자 수십명과 다수의 부상자를 냈다고 김성녀 할머니가 증언합니다. 총상 환자 치료를 위한 의사가 부족해 애를 태웠고, 용정 제창병원에 의사를 보내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독립군 지도부는 주민들의 무고한 희생을 줄이고, 더 많은 독립군이 편하게 활동하기 위해 연해주로 이동할 것을 결정합니다. 4000여 명에 이른 독립군들이 부대별로 이동하던 중 일본군이 그해 10월 21일 청산리에서 따라 잡아 전투를 벌인 게 청산리전투입니다. 청산리전투는 하루 전쟁이 아니라 대한북로독군부의 여러 부대가 6일 동안 치른 전쟁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청산리전투가 별개의 전투가 아니라 봉오동전투의 연장전이라 생각합니다.” “최운산, 6차례 옥고…이름 8개 사용광복 40일 전 평양 장남 집에서 사망”- 최운산 장군, 역할에 비해 많이 잘못 알려졌다. “만주 무장독립운동이 몇몇의 영웅담 위주로 신화화 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굶주리고 헐벗은 파르티잔들이 겨우 화승총으로, 청나라 및 러시아에도 이긴 세계 최강의 일본군에 승리했다는 것이 우리 역사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역사학계도 언론도 처음의 잘못된 기록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류의 논문을 낸 역사학자를 직접 만나 물어보면 ‘앞선 논문을 인용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역사학계가 정말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최운산 장군 그 뒤 어떻게 됐나. “연해주에서 자유시참변을 겪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무장독립운동을 계속합니다. 1930년대에도 우수리강전투, 나자구전투, 대황구전투, 도문대안전투, 안산리전투, 대전자령전투에 참전했습니다. 그러다가 일본에 유학 중이던 장남 최봉우(일명 최치영·1922~2001)가 학도병 징집을 피해 고향 봉오동으로 돌아왔다가 일제에 붙잡혀 모진 고문을 당했습니다. 그러다 죽을 지경에 이르자 장례나 치르라며 내주었습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최봉우가 평양으로 숨어들자, 아버지 최운산장군이 아들을 보러 왔다가 고문 후유증으로 해방 40일 전인 1945년 7월5일 평양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최운산장군은 1924년~1926년 3년간 투옥된 것을 시작으로 1939년 일본 경찰서 습격과 군자금 모집, 창씨개명 거부 등으로 10개월간 감옥에 갇힌 것까지 일생동안 모두 6번 옥고를 치렀는데, 매번 심하게 고문을 당해 수레에 실려 나오곤 했습니다. 가족들도 그가 언제 감옥에 갔다 왔는지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유공자 인정 조건 뒷돈 요구에 주먹 날려1977년 서훈…동생 최치홍은 여태 안 돼”- 정부는 최운산 장군의 역할 일찍 인정해줬나. “1961년 1월 최운산이 독립유공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정부로부터 받고 총무처로 아버지 최봉우가 갔더니 담당공무원이 ‘뒷돈’을 요구하더랍니다. 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했고, 모든 가산을 독립군 무장에 썼는데…. 참을 수 없는 모욕감에 아버지가 그 공무원에게 주먹을 날렸습니다. 그 이후론 독립유공자 선정에 번번히 밀려났습니다. 십수년동안 미운털이 박혔던 게지요. 아버지는 생전에 ‘내가 욱하는 성질을 못 이겨 할아버지의 독립운동을 가렸다’며 후회하곤 했습니다. 그 후 할머니가 1969년에 진정서를 냈지만 독립유공자로 선정되지 못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2년 뒤인 1977년에야 독립유공자로 서훈되셨습니다. 같이 독립운동한 동생 최치홍은 100년이 지난 올해까지도 독립유공자로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김성녀 할머니도 큰 역할을 했다. “저도 할아버지의 삶을 살펴보다보니 할머니의 역할이 과소평가됐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할머니는 독립운동가를 내조한 차원을 넘어 무장 독립운동의 한 축이었습니다. 할머니가 남편의 독립유공자 선정을 위해 낸 진정서를 보면 독립운동을 내조한 정도에서는 알 수 없는 당시 북로독군부의 조직 현황과 봉오동전투의 전과를 꿰뚫고 있었습니다. 봉오동전투를 바로 앞두고 최운산 장군이 집에 계시지 않을 때 도착한 중요한 정보는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가 없어 직접 산속의 본진으로 올라가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또한 군사들이 없을 때 집으로 쳐들어 온 마적들을 향해 직접 총을 쏘고 일꾼들을 독려해 무장 강도들을 물리쳤다고 합니다. 물론 주민 부녀자들을 동원해 군복제작과 세탁 등 의복을 조달하고 식사를 준비했지만, 한 끼에 3000명분의 식사를 마련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김성녀 할머니에 대해 독립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장군의 부인 김성여도 무장독립운동 한 축무장독립운동사, 영웅담서 벗어나야 할 때”- 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가 결성됐다. “우리 5남매는 만주 무장독립 운동의 역사가 제대로 정리되기를 기다렸습니다. 후손들의 주장을 통해서가 아니라 역사가들의 연구가 깊어지면 언젠가 역사가 바로 서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여태까지 바로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잘 못된 기록이 반복되고,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저희가 직접 일제 문서를 찾고, 봉오동전투와 최운산 장군의 삶을 역사학자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반가워하면서 학술적 재조명이 필요한 일이니 기념사업회를 설립하라고 조언해주었습니다. 셋째인 제가 60대입니다. 독립전쟁의 현장을 직접 본 사람의 증언을 들은 마지막 세대일 것입니다. 우리 남매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만주 무장독립운동의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고자 뜻이 맞는 분들을 중심으로 2016년 기념사업회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집안 자랑이 아니라 수많은 독립군들이 함께 지켜낸 만주의 무장독립전쟁의 진실을 전하고 싶을 뿐입니다. 영웅담 위주의 독립운동사를 넘어서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이 봉오동전투 100주년이다. 계획한 행사는. “사실 최운산 장군이 잘 알려진 분이 아니라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5남매가 비용을 갹출해서 학술세미나 개최나 봉오동 답사 등 필요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손주들도 나이가 들어 경제활동에서 물러나 있으니 기념사업회 활동에 필요한 기금을 마련이 어려워 필요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올해는 당시 독립군이 사용한 무기를 살펴보는 학술세미나를 열고 7월 5일 국립현충원에서 순국 74주기 추도식을 개최합니다. 100주년이 되는 내년엔 봉오동전투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행사와 최운산 장군을 연구한 책을 한 권 펴내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법원 “워킹맘 양육권 배려 없이 결근 이유로 채용 거부는 무효”

    법원 “워킹맘 양육권 배려 없이 결근 이유로 채용 거부는 무효”

    수습사원으로 일하던 워킹맘이 육아 때문에 휴일에 근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회사가 정식 사원 채용을 거부한 것은 잘못됐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채용 거부 절차상의 문제는 없지만 부모의 양육권을 회사가 제대로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김정중)는 고속도로 영업소 등을 관리하는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면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연합뉴스가 26일 전했다. 재판부는 “회사는 어린 자녀 양육 때문에 무단결근이나 초번 근무 거부에 이른 사정을 헤아려 B씨에게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A사는 2017년 고속도로 영업소의 서무주임으로 만 1세와 6세 아이를 양육하는 B씨를 수습사원으로 채용했다가 3개월 간 5차례 무단 결근했다는 이유 등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했다. B씨는 애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주휴일과 노동절에만 쉬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노동절 외에도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 대통령 선거일, 현충일 등에 출근하지 않았다. 또 아침 7시에 출근해야 하는 초번 근무도 같은 해 5월부터는 하지 않았다. A사에서는 첫 달에 B씨가 초번 근무를 할 때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킬 수 있도록 외출을 허용했으나, 공휴일 결근 문제가 불거지자 ‘외출 편의를 봐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B씨가 아예 초번 근무를 거부한 것이다. B씨는 다른 업무 항목에서는 우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근태 항목에서 대폭 감점당하는 바람에 수습 평가에서 기준에 미달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를 부당해고라고 판단하자 A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문제삼아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외관상으로는 초번·공휴일 근무가 적법하고, 평가 결과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회사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형식적으로 관련 규정을 적용해 실질적으로 B씨에게 ‘근로자의 의무’와 ‘자녀의 양육’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제되는 상황에 처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B씨가 근태 항목에서 전체 점수의 절반을 감점당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B씨의 정식 채용을 거부한 것은 사회 통념상 타당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00년 헌법재판소가 과외금지를 규정한 법률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자녀의 양육권’을 헌법상의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판시한 사례를 들었다. 재판부는 “양육권은 자녀의 양육에 관해 국가의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는 성격도 갖는다”면서 “영유아 양육에 관해 종전에는 가정이나 개인이 각자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에 머물렀으나 이제는 점차 사회에서도 그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로자들의 양육 문제에 대해 기업에도 일부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다거나 사용자의 배려를 요구할 수 있다는 데에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를 B씨의 사례에 대입하면서 ”B씨에게 근로시간 변경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회사가 충분히 검토하고 배려하지 않았다. 휴일 육아 방안을 마련할 시간이 촉박하던 B씨에게 공휴일 근무를 명하는 것은 사실상 출근과 양육 중 택일이 강제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중구판 ‘착한 SKY캐슬 코디’ 떴다

    중구판 ‘착한 SKY캐슬 코디’ 떴다

    전문 컨설턴트가 일대일 대입 상담 기본 2시간…지속적 사후관리 강점 무료상담에 예약 대기만 수십명 인기 서 구청장 “양질의 서비스 제공 지원”“그동안 계속 비교과 전략만 고민해 왔는데 오늘 상담해 보니 승부처는 내신이었네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지난 2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별관 4층 중구진학상담센터. 최근 중구 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둔 김해숙(48)씨는 한국메타인지 교육컨설팅 소속 김동진 컨설턴트와 두 시간에 걸친 상담 끝에 이 같은 결론에 달했다. 김 컨설턴트는 “아이가 진학할 2022년 대입 때는 내신과 수능, 면접이 더 중요해진다”면서 “비교과는 내신을 뒷받침해 주는 역할이기에 현재 아이의 성적으로 진단컨대 무엇보다 내신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처방했다. 아이가 대입 현실과 본인의 성적에 대해 이해해야 목표를 구체화할 수 있는 만큼 중간·기말고사 성적이 나온 뒤 함께 상담해 보자고도 했다. 중구가 최근 지역 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일대일 대입 상담을 해 주는 중구진학상담센터를 개소했다. 수시로 개편되는 교육제도에 따라 맞춤형 교육 컨설팅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중구의 지역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구청에서 진학상담 센터를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다른 일부 지자체들도 교육 컨설팅 업체에 위탁해 진학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중구는 전문가를 초빙해 중구 안에 진학상담 전담기구를 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상담만 기본으로 2시간이 이뤄지고 상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했다. “강남·서초 지역의 대입 진학 상담이 시간당 최대 30만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센터 개설로 지역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센터는 고등학생의 경우 학생부와 모의고사 성적 분석을 통한 현 위치 진단, 목표 대학 및 입시 전형에 따른 준비전략, 대학 학과 선택, 진로 탐색 지원 등을 상담해 준다. 지난 5일부터 상담 신청을 받고 있으며 현재 50명가량이 대기 중인데 중고생 신청자 비율이 비슷할 만큼 중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컨설팅은 매주 3회로 화·목요일은 오전 10시~오후 7시, 토요일은 오전 10시~오후 5시다. 평일은 평균 4명, 주말은 3명 정도 상담이 가능하다. 중구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서양호 구청장은 “진학상담센터는 진학과 진로에 고민이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줄 것”이라면서 “양질의 컨설팅 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할 수 있도록 힘써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인사]

    ■국토교통부 ◇부이사관 승진 △장관실 장관비서실장 김효정 △기획담당관 김헌정 △도시정책과장 이상주 △철도건설과장 임종일 ◇과장급 전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도로시설국장 신원규 △서울지방국토관리청 하천국장 이윤우 △익산지방국토관리청 도로시설국장 임배석 ■고용노동부 ◇부이사관 승진 △고용정책실 고용보험기획과장 정원호 △직업능력정책국 직업능력정책과장 하헌제 △산재예방보상정책국 산재예방정책과장 임영미 △산재예방보상정책국 산업보건과장 고동우 △운영지원과장 김유진 ■국민권익위원회◇고위공무원 전보 △심사보호국장 민성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실장급 △대학혁신지원실장 정유석 △대학입학지원실장 김현준(파견교수) ◇부장·팀장급 △운영지원부장 조준범 △기획홍보팀장 임현창 △혁신지원팀장 김정희 △입학기획팀장 신숙경 △입학지원팀장 전현정 △대입포털TF팀장 윤종성 △대학정보공시센터장 이재혁 △정보화표준팀장 구안규 △연구1팀장 이성은(2팀장 겸직) △평가기획팀장 서지영 △연수1팀장 김병진 △연수2팀장 김선욱 △교양기초교육원 사무국장 신미나 ◇ 파견교사 △대입상담센터 오수석
  • [인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 실장급 △ 대학혁신지원실장 정유석 △ 대학입학지원실장 김현준(파견교수) ■ 부장·팀장급 △ 운영지원부장 조준범 △ 기획홍보팀장 임현창 △ 혁신지원팀장 김정희 △ 입학기획팀장 신숙경 △ 입학지원팀장 전현정 △ 대입포털TF팀장 윤종성 △ 대학정보공시센터장 이재혁 △ 정보화표준팀장 구안규 △ 연구1팀장 이성은(2팀장 겸직) △ 평가기획팀장 서지영 △ 연수1팀장 김병진 △ 연수2팀장 김선욱 △ 교양기초교육원 사무국장 신미나 ■ 파견교사 △ 대입상담센터 오수석
  • 공교육 불신에 사교육비 급증… 대안학교가 ‘대안’ 될까

    공교육 불신에 사교육비 급증… 대안학교가 ‘대안’ 될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숙명여고 사태와 ‘스카이(SKY) 캐슬’ 열풍으로 이어지는 우리 사회의 공통점은 한 가지로 요약된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다. 교육부가 통계청과 함께 조사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들이 쓴 사교육비 총액은 19조 4852억원으로 전년 18조 6730억원보다 4.4% 늘었다. 학생 수가 전년 대비 2.5% 줄었음에도 사교육 씀씀이는 더 커졌다. 우리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보여 주는 단면이다.공교육 불신의 반대편에 사교육이 있다면 공교육과 사교육이 수용하지 못하는 지점에 대안교육이 위치한다. 제도권 밖에서 이뤄지는 교육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공교육·사교육과 다르지 않다. 지난 2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비인가 대안학교 중 자격조건을 갖춘 학교를 ‘서울형 대안학교’로 지정해 공교육 수준에 준하는 학교운영비 70% 수준으로 지원을 확대(기존 40%)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존 공교육의 대안으로써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안학교란 교육당국에서 인정하는 국공립이나 사립 초·중·고교를 제외하고 민간에서 학생들을 받아 교육기관으로 운영하는 곳을 뜻한다. 학력을 인정받는 인가형과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미인가형으로 나뉜다. 1997년 경남 산청에 설립된 간디청소년학교(현 제천간디학교)를 시작으로 확산된 대안학교는 2017년 기준 289곳(교육부 조사)이 운영 중이다. 실제 운영 중인 곳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정부로부터 인가받은 대안학교는 2018년 기준 전국 39개교(공립 11개교, 사립 28개교)다. 인가형 대안학교는 비인가형에 비해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제한된다. ●기숙사비 포함 학비, 일반고보다 비싸 대안학교는 교육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교육과정에서부터 학제까지 완전 자율로 운영된다. 국내 첫 대안학교인 제천간디학교는 중·고등 과정을 통합한 6년제로 운영된다. 경남 산청에서 현재 충북 제천으로 옮겨 왔다. 2018년 5월 기준 학년별로 15~23명씩 총 105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교사 수는 31명으로 교사 1인당 3.5명의 학생을 맡는다. 지난해부터 ‘4+2체제’로 바꾸고 1~4학년은 10명 안팎의 모둠반으로 운영되고 5~6학년은 학교 밖 교육도 병행하는 ‘넘나들기 학습’을 진행한다. 교육과정 역시 일반 중·고등학교와 완전히 다르다. 기숙생활을 하는 1~4학년이 함께 섞여 ‘비즈니스’(자립-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 수업과 ‘인문’(심리학은 처음인데요) 수업 등을 듣는다. 기숙사비와 학비를 포함해 월 76만원과 입학금 500만원이 별도로 든다. 충남 서산에 위치한 샨티학교는 여행대안학교를 표방한다. 교사와 함께 학생들이 함께 준비해 떠나는 총 50일 이상의 장기여행을 교육의 기회로 삼는다. 네팔의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이나 800㎞의 순례길을 걸어가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40여일간 카자흐스탄 한글학교 교육봉사 등이 그동안 다녀온 여행지다. 이 학교의 서수미 교사는 “길다고 하지만 50여일의 여행만으로 아이들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교사들과 함께 여행을 준비하고 타지에서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돌아온 아이들은 앞으로 성인이 된 뒤에 자신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다. 이는 일반 제도권 교육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또 “대안학교지만 학부모 중 공립학교 교사들의 비율이 가장 높다“면서 ”단순히 제도권 교육의 대체제가 아니라 대입에 매몰된 우리 교육의 현실에 대한 좌절을 직접 경험하고 자녀들을 보낸 학부모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만큼 학비는 일반 고교보다 높은 편이다. 샨티학교는 입학금 500만원과 기숙사비를 포함해 월 90만원의 학비를 내야 한다. 대안교육을 선택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교폭력이나 적응 부족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대안학교 등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 제도권 교육으로는 학부모와 학생이 원하는 성인으로 성장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2남 1녀를 둔 오세훈(59)씨의 경우는 후자다. 오씨는 세 자녀를 모두 대안학교에서 교육시켰다. 오씨는 “기존 공교육으로는 아이들의 창의성을 제대로 발현시키기가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씨의 막내아들 율평(25)씨는 중학교를 대안학교에서 생활하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일반 고교를 졸업한 케이스다. 율평씨는 “대안학교를 거쳐 일반학교에 진학하면서 적응하기 쉽지 않았던 부분은 있었다”면서도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온전히 공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는 점에서 대안학교 생활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영화와 미드(미국 드라마)에 빠져 영어를 독학했다는 율평씨는 최근 본 토익 시험에서 만점을 받기도 했다. 제도권 교육에 순응하지 않고도 제도권 시험에서 성과를 이뤄 낸 셈이다. 율평씨는 올해 서울예술대 극작과에 입학했다. 현재 아르바이트로 미국 넷플릭스에서 수입하는 한국 드라마의 번역이 잘됐는지 확인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그는 “영화나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도권 교육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대입에서도 대안학교들은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2017년에는 광주의 철학·인문학 대안학교인 지혜학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가 나와 화제가 됐다. ●“자기의 삶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성 길러” 대안교육을 경험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장점은 본인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대안학교인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를 졸업한 유수정(23)씨는 국내 최초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교에서 졸업을 앞두고 청소년 노동자와 청소년 빈곤에 대해 직접 알아보기 위해 했던 청년유니온 산하의 청소년유니온 인터뷰를 계기로 청년유니온 조합에 가입했다는 유씨는 “향후 노동인권 교육 분야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일반 학교에 다녔다면 내 스스로 미래와 진로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지금껏 지내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전국 56개 미인가 대안학교가 소속된 대안교육연대의 유은영 사무국장은 “일부에서는 대안학교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오는 곳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일부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대부분 대안학교는 교사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틀에 얽매이지 않는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서울형 대안학교’ 외에도 정책적으로 대안학교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대안교육에 관한 법률‘이 계류 중이다. 미인가 대안학교를 기존 ‘인가’ 방식 외에 ‘등록’ 유형으로 법의 울타리 안에 넣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안가 대안학교는 현재 법적으로는 근거가 없는 상태다. 광주지검은 지난해 6월 ‘학교설립 인가를 받지 않고 학교로 운영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초·중등교육법 67조를 근거로 광주 지혜학교의 교장을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천편일률적인 공교육 체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육적 수요를 반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김균미 칼럼] ‘바짓바람’을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

    [김균미 칼럼] ‘바짓바람’을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

    “예전엔 아빠들의 무관심이 자녀 교육의 필수조건이라고들 했는데, 이제 다 한물간 얘기죠. … 바짓바람의 시대가 온 거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방영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 등장하는 로스쿨 교수 차민혁의 대사다. 대한민국 상위 0.1%의 욕망을 풍자한 드라마 속 차 교수의 ‘피라미드 이론’과 ‘바짓바람’ 발언에 공감하는 ‘아빠’들이 주위에 생각보다 많다. 입시 설명회 장소에 나타나는 아버지들은 이미 일상이 됐다. 자녀를 직접 가르치는 아버지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치맛바람에 빗대 바짓바람이라 부를 만큼 사회적 현상이 된 걸까. 지난 일요일 우연히 TV에서 ‘바짓바람 시대, 1등 아빠의 조건’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중고교에 다니는 자녀교육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여러 아버지를 다뤘다. 학원과 과외를 알아보고 학습 일정을 관리하는 아버지, 같이 공부하며 고교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이들은 부모가 모두 관심을 갖고 자녀를 지도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진로 선택에서부터 심리상태 관리까지 아빠들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강조한다. 교육 전문가들은 대학 입시 전형이 워낙 복잡해지고 수학능력시험과 학교 내신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이 입시에서 중요해지면서 온 가족을 입시전쟁에 뛰어들게 만든다고 진단한다. 아버지들이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대입에 맞춰져 그렇잖아도 경쟁에 지친 자녀를 더욱 힘들게 몰아세워 부모 모두에게 의지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간다면 교육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귀에 쏙 박힌다. 요 며칠 동안 교육 관련 블로그와 카페는 바짓바람을 다룬 이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으로 뜨겁다. ‘남편과 같이 봤는데 많은 걸 생각하게 됐다’, ‘남편과 꼭 같이 봐야겠다’는 댓글부터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 주는 아버지들이 대단하다’ 등 다양하다. 자녀 교육을 엄마한테만 맡기는 시대는 지나갔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시간과 열정, 돈을 쏟아붓겠다는 부모들을 말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아버지들까지 입시전쟁에 가세해야 하는 상황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엄마의 치맛바람과 아빠의 바짓바람을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거나, 누구의 역할이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라고 재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잔소리하고 자녀를 닦달하는 건 엄마 역할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줘서도 곤란하다. 자녀의 양육과 교육은 부모 모두의 책임이다. 가정의 상황에 따라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다를 수 있을 뿐이다. 부모가 다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롤모델이 돼야 한다. 그래도 자녀의 학습계획을 직접 짜고 일일이 관리하는 아버지 모습이 아직은 낯설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40대 후반의 대학 진학률이 역대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이들은 자녀 입시를 도와야 한다면 직접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언제든지 그럴 자세도 돼 있다고 한다. 직접 가르치지 못하면 무리해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에 불안해하는 부모들의 상태는 학생수는 줄어도 매년 늘어나는 사교육비의 실태가 잘 보여 준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9만 1000원이다. 2007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다. 지역별·소득수준별 사교육비 양극화가 악화했다. 교육부는 사교육비 대책으로 공교육 정상화와 대학 입시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를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대입과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웠던 국가교육회의가 여야가 합의한다면 연내에 국가교육위원회로 새로 출범할 수 있다. 정권이나 당파를 초월한 10년 단위의 국가 교육 기본계획을 세우게 된다니 지켜볼 일이다. 대입정책이 교육정책의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을 차지한다. 국민 대다수는 자녀가 일단 대학에만 입학하면 교육정책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다. 따라서 미래를 좌우할 장기 교육계획을 세우는 국가교육위는 당장의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키워 내는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 전문가들로만은 한계가 있다. 치맛바람이라고, 바짓바람이라고 비판만 하지 말고 부모의 교육열이 선순환할 수 있는 장기 교육 비전부터 국가교육위는 제시해야 한다. kmkim@seoul.co.kr
  • ‘미국판 스카이캐슬’… 입시 코디, 수년간 뒷돈 283억원 챙겼다

    ‘미국판 스카이캐슬’… 입시 코디, 수년간 뒷돈 283억원 챙겼다

    유명배우·CEO 학부모 등 50명 연루 예일대 등 명문대학 7곳에 부정입학 대입시험 감독관·코치 감독 등 매수 성적 바꿔치기에 운동경력 위조까지 브로커 소유 비영리재단서 뇌물세탁지난 8년간 2500만 달러(약 283억원)에 달하는 뒷돈을 받고 미국 부유층 자녀를 명문대에 부정 입학시킨 입시 브로커의 행각이 드러나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조지타운, 예일, 스탠퍼드,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UCLA) 등 유명 대학 7곳과 유명 TV 스타,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등이 연루됐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성공시켜 부를 대물림하려는 미 상류층 부모의 엇나간 욕망이 불러온 전대미문의 입시 비리로 평가된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메사추세츠주 연방지방검찰청이 공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 33명, 대학 코치 10명, 대입시험 관리자 4명, 입시 브로커 3명 등 50명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검찰은 이들을 사기공모·공무집행 방해·탈세 등 12개 혐의로 기소했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20년형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다만 검찰은 이번 사건을 입시 브로커를 통한 학부모와 대학 코치·대입시험 관리자 간 공모로 보고 부정 입학한 학생과 대학 측은 입건하지 않았다. 미국 사상 최대 규모 입시 비리의 중심엔 입시 브로커 윌리엄 싱어(58)가 있다. 그는 대입 컨설팅 회사 ‘엣지 칼리지 앤드 커리어 네트워크’와 비영리재단 ‘키월드와이드’를 운영하는 입시 컨설턴트지만 미 대학수학능력시험(SAT)·학력고사(ACT) 감독관과 대학 코치·종목 감독 등을 매수해 성적을 위조하고 운동 경력이 전무한 학생을 체육특기생으로 조작한 대가로 2011년부터 지난달까지 학부모들로부터 모두 2500만 달러를 챙겼다. 부정 입학을 위해 시험지 유출과 살인까지 저지르는 국내 드라마 ‘스카이캐슬’ 입시코디 김주영과 닮았다. 싱어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고 유죄 확정 시 최대 징역 65년형과 벌금 125만 달러 등이 선고될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싱어가 소유한 비영리재단은 학부모가 건넨 뇌물을 세탁하는 통로였다. 세탁된 돈은 스탠퍼드·조지타운 등 대학 측 공모자에게 건네졌다. 예일대에 축구 특기자로 합격한 여학생의 부모는 120만 달러(약 13억 6000만원)의 뇌물을 건넸으며 이 중 40만 달러가 대학 축구팀에 전해졌다. 비리가 집중된 전공 종목은 배구, 수구, 요트 등이라고 NYT는 전했다. 한 학부모가 제공한 최대 뇌물액은 650만 달러였다. 싱어의 조언에 따라 학습장애가 있는 것으로 위장한 학생은 사전에 매수된 감독관이 있는 특별시험장에서 시험을 치고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 합격했다. 감독관의 성적 바꿔치기 덕분이었다. 그 대가로 부모는 7만 5000달러를 냈다. 심지어 싱어는 다른 사람을 내세운 대리 시험을 치게 하기도 했다. 성적 바꿔치기나 대리 시험은 한 건당 1만 5000~7만 5000달러에 거래됐다.싱어에게 자녀의 부정입학을 의뢰한 학부모 가운데 인기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출연한 펠리시티 허프먼과 시트콤 ‘풀하우스’에 나온 배우 로리 러프린 등 TV 스타·할리우드 배우도 포함됐다. 러프린은 두 딸을 USC 조정팀에 넣어주는 대가로 찬조금으로 가장한 사례금 50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의 CEO 더글라스 호지 등 기업 CEO들도 다수 있었으며 변호사, 의사, 교수 등 직군이 대부분이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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