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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장기공존뒤 흡수통일」바람직/「남북합의서 이후…」세미나 중계

    ◎북 개혁세력의 정치적 토대마련이 필수적/새 통합이념은 자유민주정신에 바탕둬야 통일한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공히 지금까지 집착해온 이념과 체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며 필요할 경우 일대 전환을 모색해야할 것으로 지적됐다.다음은 국민대 사회과학연구소(소장 김영작)가 19일 「남북합의서조인 이후의 과제와 해결방안」이란 주제하에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 안청시교수(서울대)가 발표한 논문「바람직한 통일한국의 미래상」의 요지이다. 통일된 국가의 형태와 이념체제는 통일이 어떤 과정과 방법으로 달성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현재 학계등에서는 조기통일론과 장기통일론,흡수통일론과 단계적·점진적통일론이 병행 거론되고 있다. 흡수통일론은 동서독의 경우처럼 한편이 내부모순 또는 경제파탄으로 자체붕괴,다른 한편에 결과적으로 흡수되는 통일방식으로 실제 조기통일을 예견하는 사람들이 가상하는 시나리오다. 이는 북한이 경제침체와 개혁부재등 내부모순의 심각성과 김일성주의를 대체할만한 이념적 기초의 부재로 스스로 붕괴,남한이 조기흡수통일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동서독과 남북한의 상이한 조건을 과소평가하는 등 몇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동독과 달리 북한은 사태예방에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그에 필요한 능력도 가지고 있다.또 루마니아 등에서 보듯 굶주림이 체제전복의 혁명으로 연결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또 흡수통일에 따라 남한이 부담해야할 통일비용문제등을 감안할때 독일식 흡수통일은 가능하지도,바람직하지도 않은 방식이다. 단계적·점진적인 통일방식은 상호간 체제인정과 공존기틀을 확립한후 교류와 협력을 통한 신뢰와 호혜관계를 수립,끝으로 가치및 제도를 통일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이 과정을 통한 통일이 20년이 걸렸다는 것을 감안할때 한반도는 적어도 15년의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북한은 국가기구가 사회부문을 완벽하게 통합,북한에 개혁 개방을 요구하는 앨리트들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들을 받쳐줄 사회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때문에 점진적 통일방안의 경우 공산당과 김일성의 개인적인 헤게모니구조로부터 개혁적 사회세력을,또 인민을 국가기구로부터 분리해내는 장기적이고 지구전적인 전략을 필요로한다. 또한 이러한 사회세력의 형성은 자본주의적 경제결과로 생겨나기 때문에 북한의 당과 국가주도의 경제개방이 어느정도 실효를 거둘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남북한에 바람직한 통일방식은 「장기공존형 흡수통일」이다. 장기공존의 과정을 통해 남한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기반으로 대의민주주의를 완결,북한으로 하여금 변화해올 수있는 모델상을 제시해 주어야하며 대신 북한의 연방제안에 준하는 체제통합의 원리를 발전적으로 수용, 북한의 개혁개방의 새로운 정치세력이 물적 정치적 토대를 형성할 수 있는 예측가능한 과도기를 설정해줘야 한다.현재의 중국처럼 북한의 개혁개방이 장기공존 과정을 통해 성공한다면 이 기간에 형성된 상당한 수준에 이른 남북한합치점(Compatability)으로 통합에 큰 장애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통일정부를 구성하는 방법및 정부형태와 관련,남한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인구비례에 의한 다수결의 원칙은 이질성과 다원성이 높은 사회일수록 그 갈등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때문에 앞으로 합의제 노선으로 바꿀 필요가 있으며 같은 이유로 정부형태 역시 대통령책임제보다는 의원내각제가 적합할 것이다. 이념통합방식의 하나인 절충형은 남북한이 고수하고 있는「현실적 존재양식」때문에 환상적 기대에 지나지 않는다.또 북한이념과 체제의 남한에로의 수렴 내지 흡수론은 아직은 완벽하게 정착되지 못한 남한의 대의제도,정치비리등 정상적인 자유민주주의부재와 취약한 구조의 자본주의로인해 이념통합의 모델로는 제한된 효용성밖에 가지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통일국가 수립을 위한 이념은 새로운 국가를 창설하는 정신으로 구상해가는 발전적 통합모형을 따라야한다.그것은 자유민주적 정치질서를 완성하고 시장원리의 이점을 그 본래의 정신으로 되살리는데서 출발해야한다. 일부 선진사회가 모색하고 있는 정치모델이 이를 암시해주고 있다.
  • 서울신문 올해 주제/정치개혁 이룩하자:15

    ◎정치선진화를 위한 긴급제언/공명선거 공적 흑색선전 없어야 민주화의 과정에서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는 것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공명선거가 대의민주주의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체이기 때문이다.이러한 공명선거를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흑색선전을 들 수 있다. 흑색선전이란 선거운동과정에서 상대방후보에게 불리한 왜곡된 정보나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허위사실을 날조하여 대량으로 유포 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판단을 오도하는 행위이다.이는 주로 후보자나 선거운동원들에 의해 자행되지만 때로는 정당이나 각종 집단 및 기관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개인적인 흑색선전의 경우에는 상대방후보를 중상모략·비방하거나 자신의 업적이나 활동등에 대해 과장·조작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조직적인 흑색선전의 경우에는 계획에도 없는 지역개발사업을 공약으로 남발하거나 기관·단체가 선거과정에 관여하여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취하는 등과 같은 방법이 포함된다. 그러면 왜 흑색선전이 공명선거를 저해하는가.공명선거가 아닌 것으로는 타락·불법·금권·부정·지연·학연에 의한 선거들을 들 수 있고 이들은 모두 후보자들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것들이다.흑색선전이야 말로 이러한 공명선거가 아닌 선거들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다시 말하면 흑색선전이 유권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그 판단을 왜곡시키는 최종적인 결정적 영향을 주어 선거를 그르치게 하기 때문에 공명선거의 공적인 것이다. 그동안 가장 번번이 사용된 흑색선전의 예들을 보면 사상에 관한 ‘빨갱이’시비,사생활과 스캔들,지역연고와 학력조작 등을 들 수 있다.또한 조직적인 흑색선전으로는 전국을 개발권역에 포함시키거나 선거분위기를 위축시키는 이데올로기적 조작 등을 들 수 있다. 또 선거유세 과정에서 상대후보 출신지역에서의 선거폭력에 대한 「자작극」시비도 선거분위기를 과열시키고 지역대결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 4·26총선에서도 개인적인 흑색선전은 차치하고라도 지역주의의 선거지배현상은 「지역당」의 출현을 가져오는 등의 문제를 야기하였다. 이러한 과거의 악몽이 지금 막 끝난 여야의 후보공천과정과 그 결과를 놓고 볼때 되살아나고 있어 이번 총선이 크게 염려된다.공천과정에서 상대 후보경쟁자에게 「흠집」을 내기 위해 많은 흑색선전이 난무했다.특히 공천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및 신당이적을 둘러싸고 몇몇 지역에 특정인사를 비방하는 유인물이 대량 살포되었다는 보도는 우리에게 우려를 넘어 절망감을 가져오게 한다. 오랜 권위주의 체제를 붕괴시키고 민주화의 초기단계에서 실시되는 14대 총선에서 만은 흑색선전을 기필코 근절하여 공명선거에 의한 민주발전을 이루어야 한다.이를 위해 첫째,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등은 개인적·조직적 흑색선전을 선거과정은 물론 선거 이후에도 거국적으로 철저히 감시·조사·의법조치하여 발본색원해야 한다.둘째,대통령및 행정부는 선거과정에는 가급적 새로운 정책이나 계획을 발표하지 말고 엄정중립을 지켜야 한다.셋째,시민단체와 일반국민들이 선거감시활동을 통해 흑색선전이나 타락·불법선거를 감시하여 공명선거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해야 한다.특히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의 활동에 기대가 크고 큰 지지를 보낸다.특히 흑색선전에 대하여서는 모든 국민이 직접 나서서 감시자와 고발자의 역할 뿐만이 아니라 심판자로서의 성실한 의무를 수행하여 공명선거를 통한 민주발전을 이땅에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새 소련 창출의 「개혁틀」 마련/인민대표대회 「결의안」의 함축

    ◎“권력붕괴 막고 혼란 수습” 양면 포석/핵 관련 책임명시는 서방지원 겨냥 소련이 새로 태어난다.74년동안 국민위에 군림해온 공산당 일당독재의 종말을 가져온 지난 8월의 불발 쿠데타로 혼미를 거듭해온 소련정국은 긴급 소집된 인민대표대회 3일째인 4일 소련의 장래를 결정짓게될 결의안을 표결에 붙여 일괄처리는 일단 부결됐으나 과반수가 찬성함으로써 전반적인 지지분위기를 보였다. 소련관영 타스통신은 3일 인민대표대회가 제출한 결의안이 통과에 필요한 3분의2 선의 지지획득에 실패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고 고르바초프대통령도 이날 지난 2일 자신을 비롯한 소련내 10개 공화국지도자들이 공동제안한 국정수습방안의 채택여부를 묻는 표결이 상당한 백중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련문제 전문가들은 국정수습방안이나 인민대표대회의 결의안이 모두 5일 속개될 인민대표대회에서 승인을 얻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이는 소련인민대표대회 결의안이 『새로운 국가간 체제를 만들기 위한 과도기간을 선포한다』고 밝힌점으로 보아 혼란극복과 소련의 회생을 위해선 현재의 소련체제로는 안되며 과거와의 관계를 과감히 끊어버린 위에서의 새로운 출발이 불가피하다는데 인민대표대회의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제출된 15개항의 결의안은 소련최고대회가 계속 존속돼야 한다고 규정하는등 2일 나자르바예프 카자흐대통령을 통해 제안된 국정수습방안과 약간의 차이를 두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차이는 고르바초프대통령이 3일 당초의 국정수습방안중 인민대의원대표회의를 새로 구성한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소련최고회의를 계속 존속시키되 이를 개혁하기로 수정제안을 내놓음으로써 해소됐고 국정수습방안과 인민대표대회의 결의안은 거의 일치하게 됐다. 결국 인민대표대회 결의안은 지난 2일 제안된 국정수습방안을 좀더 세부화시킨 것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체제변경에 대한 보수강경세력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긴 하지만 이미 이들의 세력은 전체적 흐름을 뒤바꾸기엔 크게 미치지 못할만큼 약화돼 있다.이같은 점을 감안할때 이 결의안은 5일 약간의 수정만을 거쳐 채택될 가능성이 크며 국정수습방안도 무난히 인민대표대회의 승인을 얻을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소련은 과거의 연방을 버리고 새로운 연방체제로의 재출발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이런 측면에서 국정수습방안의 채택 여부를 결정할 5일의 인민대표대회의 표결은 소련역사의 분기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는 이번 쿠데타를 통해 앞으로 소련이 살아남기 위한 길은 오직 민주화를 위한 근본적인 변혁과 국가의 쇄신에 있다는데 대해 전국민의 컨센서스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소련은 지금 과도기에 놓여 있다.앞으로의 소련이 어떤 형태로 유지될 것인지는 지금부터의 행동에 달려있다.그러나 앞으로의 소련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를 점치는데 있어 인민대표대회의 결의안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주고 있다.인민대표대회 결의안의 주요내용은 ▲각공화국의 주권인정 ▲연방협정 서명촉구 ▲공동시장 창설등 경제협정 체결 ▲기존의 국제협정 준수 ▲인권의 보장과 수호 ▲통일된 외교정책및 집단안보 원칙에 관한협정체결 ▲핵보유국으로서의 책임 확인 등으로 요약할수 있는데 이 결의안이 앞으로 소련의 행동을 규제하는 일종의 행동지침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소련은 새로운 변화에의 길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이 길의 종착지는 소련이 진정한 민주사회의 안정된 일원으로 참여하는데서 끝날 것이다.그러나 이 종착점에 도달하기까지 소련은 파탄지경에 빠진 경제를 소생시키고 각공화국들의 독립 열망을 상당부분 충족시켜주면서도 느슨하게나마 연방제 자체는 존속시켜야 하는등 무수한 장애를 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소련국민들의 손에 달린 것이다.그러나 인민대표대회의 결의안에서 국제협약의 준수와 핵보유국으로서의 책임을 명시한데서 알수 있듯이 소련은 지금 서방세계의 지원을 간절히 필요로 하고 있다.따라서 소련국민들이 무사히 종착점에 이를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서방세계에 주어진 책임이 될것이다. ◎인민대표대회 개혁안 요지 소연방인민대표대회는 권력구조의 붕괴를 막기위해 공화국들의 의사와 공화국주민 이익에 바탕을 둔 새로운 국가간체제를 만들기위한 과도기간을 선포하며 과도기중 다음 사항이 필요하다. 1.소연방 구성 공화국들이 채택한 국가주권행위와 이들 공화국의 영토보전및 공화국간 현경계선을 인정한다. 2.공화국들이 참여형태를 독자적으로 결정할수 있는 연방협정을 준비해 연방참여를 바라는 모든 공화국들의 협정서명을 촉진한다.새 연방은 인권불가침,사회정의,직접대의민주주의등의 원칙에 바탕을 두어야한다. 3.과도기 연방국가기관에 관한 헌법조항승인이 필수불가결하며 이 법률에는 ▲소연방최고회의와 ▲국가평의회의 구성원칙 ▲공화국참여원칙에 따른 연방행정권의 신체제구축등이 명시돼야한다. 4.최고회의가 임시의장을 자체지명하고 연방대통령이 임시연방부통령을 임명해 승인받도록 지시한다. 5.공화국간 경제협정과 통화·금융협력,환경·안보협정,시민의 권리·자유수호협정 체결이 긴요하다. 6.소 연방인민대표회의,연방최고회의및 연방대통령은 민주적 시민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의 보장자로서 새로운 권력기관의 합법적 승계를 보장한다. 7.과도기중 무기감축과 검증,외채등 소 연방의 모든 국제협정과 책임이 엄격히 준수됨을 확인한다. 8.공동시장지역의 창설과 시장경제로의 이행,주권공화국 상호경제관계의 이익을 고려해 경제협정을 당장 체결하는 것이 긴요하다. 9.새연방기능중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는 인민의 권리보장 및 수호다. 10.과도기동안 언론·양심의 자유등 시민기본권은 엄격히 존중돼야한다. 11.주권국연방의 통일된 외교정책및 집단안보원칙에 관한 협정체결이 필요하다. 12.핵보유국으로서의 연방의 책임을 확인하며 연방최고기관의 승인없는 핵무기 배치를 배제할 믿을만한 제도를 확립할 특별조치를 취해야한다. 13.소정부최고기관에 과도기동안 전술·전략핵무기와 재래식무기의 일방적 감축과 핵실험 완전중지조치를 통해 핵무기감축협상을 실질적으로 신속히 추진하고 새연방의 국제적 권위를 높이도록 촉구한다. 14.새연방 가입을 거부키로 결정한 공화국에 핵무기확산방지조약을 포함한 국제적 협정과 조약을 즉각적으로 체결하도록 촉구한다. 15.세계공동체가 새연방과 그주권국가에서 상호협조를 발전시키기 위한 공동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 있을 것임을 보장한다.
  • 샘 넌 의원,백악관의 대외정책 비판(해외논단)

    ◎미 외교,페르시아만에 치중할때 아니다/이라크 응징에만 집착… 타지역문제 소홀/소·동구의 「걸음마 민주주의」 지원책 절실/아랍국­이스라엘분쟁 등 해묵은 중동과제도 관심을 최근 미국의 대외관심사는 페르시아만에서 벌어진 이라크의 침략행위에 지나치게 치중돼 있다. 부시 대통령은 대규모의 병력을 계속 이 지역에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페만사태 보다 긴박감은 덜하지만 그대로 두면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문제들이 우리 앞에 가로놓여 있다. 동유럽의 심각한 에너지 위기,소련의 식량난 그리고 이라크의 침공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중동지역에 내재해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그것이다. 체코·헝가리·폴란드 등 동구국 대부분이 지금 에너지 부족사태에 직면해 있다. 지금껏 이들 나라에 에너지를 공급해온 소련 스스로가 원유생산난등 에너지문제를 겪고 있다. 소련은 과거 위성국이던 이들 나라와의 무역거래에도 세계시장 가격과 경화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동구국들로서는 에너지 구입비로 당장 수십억달러를 추가 부담해야될 형편이다. 당초 동구국들은 이라크에 무기등을 수출,그 대금을 원유로 받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유엔의 대 이라크 금수조치로 이전에 수출한 물품대금조차 받지 못하게 돼 버렸다. 미국이나 일본·서유럽은 이라크로부터 원유를 사가지 않으면 그뿐이지만 동구국들은 이라크로부터 마땅히 받아내야할 원유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동구가 당면한 에너지 위기를 미국이 외면해서는 안된다. 에너지 위기는 이들의 시장경제화 노력,나아가 걸음마단계에 있는 민주주의마저 위협할지 모른다. 부시행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에 대해 동구지원을 늘리라는 요구만 되풀이하고 있다. 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친서방 산유국들도 동구지원에 동참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무리한 부담을 지우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만 해도 페만사태 이후 유가상승과 산유량 증가로 1백60억 내지 2백억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일본도 가능한 한 국제기구를 통한 저리 장기차관과 보조금 등으로 동구지원에 나서야 한다. 일본으로서는 페만에 병력 몇천명 파견하는 것보다 이것이 훨씬 뜻있는 일이다. 소련의 식량부족사태는 극히 심각한 지경에 와 있다. 시장은 붕괴됐고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금융체제 또한 무너지기 직전이다. 농작물은 흉작에다 수송체계·가공시설의 낙후로 많은 양이 중도에 유실됐다. 소련이 통제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일당독제체제에서 대의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미국이 이를 못본 체 하는 게 옳은가. 결코 그렇지 않다. 1만개의 핵무기를 가진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것은 미국의 안보에 절대 이득이 안된다. 두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최근 조인된 미 소 무역협정을 발효시키는 한편 소련을 최혜국 대우국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잭슨­배니크 수정법안을 폐기시켜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소련 인민대표회의(의회)에서 이민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한 이 법안을 먼저 폐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련 의회에서 이민법이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소련으로부터 대규모 이민이 이스라엘 등지로 빠져나가고 있지 않은가. 부시 대통령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법안폐지가 아니면 적용을 완화시키기라도 해야 한다. 그러다가 소련의 이민정책이 다시 나쁜 쪽으로 방향을 바꿀 경우 이 법안에 의거해 무기류 수출은 계속 금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가지 방안은 소련의 석유자원 개발을 미국이 도와주는 것이다. 소련은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술부족으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새 유전개발 및 석유채굴에 미국 전문회사들을 참여시키자는 것이다. 그리고 소련산 에너지자원과 미국산 농산물을 교환토록 하는데 미국정부는 미국기업 및 농부들이 여기에 참여하는 데 방해가 되는 법적·제도적 장애물들을 정비해 주도록 해야 한다. 우리 앞에 가로놓인 세번째 과제는 중동문제의 장기적인 해결책 마련이다. 페만사태 발발 이전부터 계속돼온 이 중동문제의 근저에는 4가지의 고질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첫째는 아랍권내 빈부국간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인구증가,셋째는역내 경제협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민주주의가 실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요인은 아랍­이스라엘간 분쟁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얽혀 아랍권내는 물론 외부세력들과도 정치·경제면에서의 평화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아랍국가들 중에는 현재 1인당 국민총생산량 1만달러가 넘는 부국이 있는가 하면 1천달러 미만의 나라도 있다. 그런데 아랍인구 대부분이 이 가난한 지역에 살고 있다. 제한된 자원,전쟁의 위기속에서도 아랍인구는 현재의 2억에서 2025년까지는 5억 가까이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다 뒤떨어진 정치 문화 등 갖가지 요인들이 난마처럼 얽혀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기 힘들게 한다. 한가지 고무적인 선례를 우리는 갖고 있다. 1940년대말 미국이 서유럽 지원방안으로 내놓은 마셜 플랜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전후 유럽과 오늘날의 중동사정에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중동문제 해결에도 지역단위 접근법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이 경우 주도적인 지원은 이 지역내 석유수출국들이 맡는다. 아랍­이스라엘의 불화를 해결키 전에중동평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지금은 어떤 거창한 평화안을 내놓아 봐야 피차간에 긴장만 더 높일 뿐이다. 하지만 어느 시기엔가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냥 내버려 두면 갈등은 점점 더 첨예화·과격화 된다. 그것은 이 지역에서의 군사통치를 지속시키고 치명적인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다. 이것은 사담 후세인이 일으킨 페만 위기와는 다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된다면 아랍권은 이스라엘과의 평화를 위해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외교정책의 목표는 변화하는 중동의 현실을 직시하며 이 평화노력이 성공을 거두도록 힘을 불어넣는 것이 돼야 한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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