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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회, 퇴임의장 품위유지비 타령할 땐가

    국회가 퇴임 국회의장에게 품위유지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퇴임의장에게 6년간 매달 차량유지비와 기사급료 명목으로 45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참으로 엇나가도 한참이나 엇나가는 발상에 어처구니가 없다. 지금이 어느 땐가. 촛불시위가 한 달 넘게 계속되면서 국민들 사이에 대의민주주의의 효용성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마저 제기되고 있지 않은가. “3부 요인 중 5년간 국가원수 예우를 받는 대통령이나 판사 출신으로 연금을 받는 대법원장과 달리 전직 국회의장만 품위유지를 위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검토 중”이라는 국회측 설명은 단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강력한 실행의지가 담겨 있음을 방증한다. 한마디로 후안무치한 기도를 당장 중지할 것을 당부한다. 전직 대법원장들이 고액의 연금을 받는 것은 공직 재직시절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기여금을 냈기 때문이다. “생계대책이 없는 전직의장이 모임이라도 나가려면 지하철을 탈 수도 없는 일이고 최소한 차량 유류비용이나 기사급여 정도는 지급하자는 취지”에 누가 선뜻 동의하겠는가. 박관용·김원기·임채정 전 의장이 당장 지급대상자라고 한다. 모두 5,6선 국회의원을 지낸 분들에게 생계대책이 없을테니 차량유지비나 기사급여를 지원하겠다는 제안은 오히려 과유불급의 예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기왕에 65세 이상의 전직 의원들에게 매달 100만원씩 지급되고 있는 헌정회 지원금에 대해서도 곱지않은 시선이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 [사설] 야당 언제까지 등원 외면할건가

    식물국회가 계속되고 있다.18대 국회 원구성은 물론 개원식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의 장외투쟁이 이어지면서 앞으로의 정국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는 동안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고유가·고물가에 신음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제갈길이다. 정략만 번득인다. 야권의 등원거부는 ‘촛불시위’라는 국민정서에 편승해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도 야당의 장외투쟁에 큰 박수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야당의 등원을 여러차례 촉구한 바 있다. 지금 거리투쟁을 할 만큼 여유롭지 못한 까닭이다.17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민생법안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해결해야 할 것들이 목전에 있다. 당장 그제 정부가 발표한 민생안정대책을 마련하려면 민생국회를 열어야 한다.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국회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오죽했으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원내투쟁을 권유했을까.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당내 일각에서 등원한 뒤 병행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야당 지도부가 특히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국회의 권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입법(立法)권이다. 헌법 개정 제안·의결권, 법률 제·개정권, 조약체결·비준동의권 등이 그것이다. 모두 국민생활과 직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에서는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이 뽑은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권한을 행사토록 위임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건대 야당 의원들이 등원을 거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고, 직무유기다. 등원은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무다.
  • “인사실패로 민심 이반…李대통령이 변화해야”

    “인사실패로 민심 이반…李대통령이 변화해야”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기대를 걸었던 보수진영 인사들의 요즘 심정은 어떨까. 김영삼 정부에 몸 담았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이각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등과 제성호 중앙대 교수로부터 현 시국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보수주의자이지만 3인 모두 촛불시위로 발현된 민심을 존중하는 ‘전향(前向)성’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인사 실패를 민심이반의 결정적 원인으로 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변화’를 촉구했다. 윤 전 장관은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촛불시위의 에너지를 사회변혁의 긍정적 동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이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이 전 수석은 이 대통령이 단편적 인기영합주의를 지양하고 국정에 대한 종합적 고찰을 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제 교수는 땜질식 개각이 아닌 고강도의 인사쇄신을 주문했다. ▶국민의 압도적 기대를 안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 100일 만에 난국에 처한 이유는 무엇인가. 윤여준 전 장관 인사 잘못이 결정적이다. 개인적 국정 경험에 비춰 보면 민심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인사다. 이각범 전 수석 편파 인사가 문제다. 그토록 지탄받던 노무현 정부의 ‘코드 인사’를 몇 배나 능가하는 파행 인사가 난국을 낳았다. 제성호 교수 강부자 내각, 기업 프렌들리라는 말에서 보듯 서민 프렌들리 정부라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여기에 쇠고기 문제가 터진 것이다. ●촛불시위자 모두 불순세력으론 안 봐 ▶쇠고기 재협상을 주장하는 촛불시위의 이면에 배후조종 세력이 있다고 보나. 윤 전 장관 개중에는 선동하는 세력도 있고 놀아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두를 다 불순세력으로 보는 시각엔 동의하기 어렵다. 촛불시위 현장에 가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건(배후조종설은) 본질이 아니다. 그렇게 보면 답이 안 나온다. 이 전 수석 그런 요소도 있기는 하겠지만 전적으로 배후조종 세력에 휘둘린다고 보지는 않는다. 민심이 돌아서서 그렇게 된 것이고 쇠고기 협상을 계기로 반(反)이명박 정부 성향 세력이 투쟁양상으로 변했다고 본다. 제 교수 쇠고기 문제는 근본적으로 과학적 전문지식과 관련있는 사안으로 전문가의 견해가 중요하다. 협상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합리적인 정책토론을 통해 보완할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가 커진 데는 일반 시민 등 비전문가들의 무책임한 자극적 발언이 급속도로 확산된 측면이 있고, 인터넷 상에서의 교묘한 선동이 있었다는 시각이 유력하다. 문제의 쇠고기가 미국산이 아니라 호주산이라면 이처럼 문제가 커졌을까. ▶촛불집회 민심을 경시하다가 파문을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보수가 민심의 변화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윤 전 장관 이게 이념의 문제인가. 보수가 변화에 둔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 재협상을 요구하는 사람이 다 진보인가. 이 전 수석 당연히 정부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 대한 반감이다. 제 교수 그런 점이 없지 않다고 본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집권기를 ‘잃어 버린 10년’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이런 전면적 부정이 부메랑이 돼 시대변화에 대한 보수진영의 감각을 무디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10년 동안 어쨌든 사회는 더 민주화됐고 국민의식은 더 성장한 것 아닌가. 윤 전 장관 잃어 버린 10년이라는 주장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과가 있는데 너무 과만 본 것은 문제다. 잘한 건 잘한 대로 균형잡힌 자세를 보여 줬어야 하는데 아쉽다. 이 전 수석 ‘잃어 버린 10년’은 맞는 말이다.10년 동안 세계사의 진운을 사이비 진보세력이 따라가지 못해 국가 경쟁력이 위축되고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상실했다. 이명박 정부가 잃어 버린 10년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 제 교수 10년간 좌파 정부 아래서 국가의 근본이 훼손된 것은 사실이다. 지난 10년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고칠 건 고치고 바로 잡을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물론 잘한 것은 계승해 발전시켜야 한다. ●과거정부 잘한 것은 계승 발전시켜야 ▶386세대 이후 젊은 세대들이 보수화로 기운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이번 촛불시위는 10대,20대들이 주도하고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윤 전 장관 시대변화가 한국사회의 구조변화를 무섭게 몰고 오고 있다. 모든 권위가 무너지고 있다. 교육, 공권력, 삼성 등 한국사회의 ‘파워센터’들이 차례로 와해됐다. 어린 학생들의 행동은 무서운 동력인데, 한국사회를 수평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치인들과 정부가 깊이 뜯어 보고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구조와 권위를 어떻게 만들고 저 분출하는 에너지를 어떻게 한 곳으로 모을까를 고민하는 게 이명박 대통령의 자세다. 최근 영국 보수당이 ‘우애’(友愛)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추세를 본받아야 한다. 과거의 수직적 소통이 아닌 수평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게 세계적 흐름이다. 이 전 수석 젊은층이 전반적으로 보수화된 것은 맞지만 상당히 현실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쇠고기 문제도 생활과 직결된 문제니까 젊은이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제 교수 급식 대상인 학생들이 자신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에 목소리를 냈다고 본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10대·20대 촛불시위는 독특한 청년문화 ▶투표율은 낮은데 촛불시위 참여열기는 높은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대의민주정치에 대한 불신과 직접민주정치 욕구의 발현인가. 윤 전 장관 민주주의의 장래가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정치권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시각이 부정적이다 보니 대통령과 국민이 맞대결하는 불상사가 나타난 것이다. 이 전 수석 2002년 월드컵이 촛불시위와 관련이 있다. 붉은색 셔츠를 입은 젊은이들이 시청 앞으로 모이지 않았으면 미선·효순양 촛불집회도 없었을 것이다. 모여서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는 걸 즐기는 한국의 독특한 청년문화로 이해한다. 제 교수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촛불시위 참여율과 관련 있다는 분석은 일리가 있다. 넓은 의미의 직접민주주의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안에 대해 직접민주주의를 하려는 것은 과욕이다. ▶한나라당은 대선, 총선의 압도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번 6·4 재보선에서는 참패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책이 정권교체 주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윤 전 장관 한나라당의 승리가 반사적 이득이었듯 이번 민주당의 승리도 반사적 이득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전 수석 그렇다. 이명박 정부는 보수세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금과 같은 국정 혼란을 반복하는 한 지지를 못받을 것이다. 제 교수 100일도 안돼 새 정부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황을 놓고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문제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4년 중임제나 내각제 개헌이 정치 어젠다로 본격 제기될 것으로 생각된다. ●MB노선은 실용주의 아닌 편의주의 ▶이 대통령이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윤 전 장관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지금 이 대통령의 노선은 실용주의가 아니라 편의주의다. 취임 전 원점으로 돌아가 뭘 잘못했는지 냉철하게 고민해야 한다. 어떤 나라의 지도자도 다수 국민의 의사에 반해 국가를 끌고 갈 수는 없다. 이 전 수석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라 국가정책의 종합적인 고찰은 없이 안건 하나 하나에 단편적·단기적 승부를 본다. 너무 포퓰리즘적이다. 제 교수 쇠고기 문제로 촉발된 성난 민심을 달래야 한다. 고유가, 생활고에 허덕이는 서민의 어려운 삶을 보듬어 줄 대책을 내놔야 한다. 사회복지도 말로만 하지 말고 실효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단행해야 할 인적 쇄신의 방향과 폭은. 윤 전 장관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이 대통령을 가장 잘 이해하고 성원하는 신문들이 사설을 통해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비롯한 내각, 청와대 전면개편을 촉구하더라. 이 기준에도 못 미치면 국민이 흡족해 하겠나. 이 전 수석 폭은 문제가 아니다.21세기 시대정신에 맞는 유능한 사람들을 중용해야 한다. 제 교수 땜질식 개각으로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어렵다. 고강도의 인적 쇄신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 윤 전 장관 CEO 출신이라 ‘정치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다. 국민 설득 과정을 비효율·비생산으로 보다 보니, 국민교감이나 설득이 없는 것이다. 이 전 수석 여러 세력을 포용하지 못한다. 국가 전체에 대한 견해와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제 교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CEO 리더십의 긍정적 측면은 잘 살리는 한편 소통과 타협의 리더십을 보완하면 좋겠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면 안돼 ▶촛불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진보진영에 할 말이 있다면. 윤 전 장관 충정은 이해하나 대통령과 정부에 어느 정도 시간은 줘야 한다. 이 전 수석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지는 말았으면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밉다고 국가간 협상까지 뒤엎으려고 하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될 것이다. 냉정하게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 제 교수 이제 촛불시위가 의도한 것은 대부분 달성됐다고 본다. 그러니 시위를 중단하는 게 옳다. 시민단체는 본연의 권력감시 역할로 돌아가고, 정부와 정치권은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종락 김상연 한상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공당이 길거리 정치 부추기나

    정당정치는 대화와 타협이 기본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정치를 할 때 대의민주주의는 꽃을 피운다. 그 기본이 우리에게는 아직도 요원한 것일까. 지난 날을 돌아보면, 여야는 정략에 따라 툭하면 몸싸움을 하고 의사당을 뛰쳐나갔다. 그러다 보니 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걸핏하면 정쟁으로 얼룩진 싸움터로 변하곤 했다.18대 국회는 시작부터 이같은 구태를 답습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여야간에 원구성 합의도 이뤄지기 전에 야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야 3당은 어제 쇠고기 파문의 책임을 지고 내각이 총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국회의사당 앞에서 ‘장관고시 강행 규탄 및 재협상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야권이 이처럼 나오는 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고 본다. 쇠고기 고시 강행으로 성난 민심이 가라앉지 않는 데다 정부·여당의 대응책 또한 미흡하기 짝이 없는 탓도 있을 게다. 그렇더라도 시류에 편승해 길거리로 나서려는 태도는 적절치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여론을 등에 업은 포퓰리즘의 지향은 자칫 갈등만 더 키울 우려가 있다. 지금 민심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촛불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것이 증좌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이성보다 감성의 정치를 보탠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될지 모른다. 이 경우 정치권이 이른바 갈등의 조정·해결보다는 확대·악화의 또 다른 축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정당의 장외투쟁을 걱정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내일 서울 명동을 시작으로 전국 권역별로 규탄대회를 갖는다고 한다. 당 일각에서는 촛불집회에 참가하자는 얘기도 나오는 모양이다. 촛불집회에 정치색이 가미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는 국회에서 갈등을 수렴·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
  • [2007 대선 릴레이 시론 (9)] 매니페스토 운동과 국가 만들기/오수길 한국디지털대학교 정보행정학과 교수

    [2007 대선 릴레이 시론 (9)] 매니페스토 운동과 국가 만들기/오수길 한국디지털대학교 정보행정학과 교수

    실력 있는 선수들과 지략 있는 감독, 그리고 성숙한 관중들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승부를 자아내는 축구경기라야 훌리건의 난동 같은 비정상 상황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다. 본 경기는 지리멸렬하고 선수들의 멱살잡이나 관중들이 던져대는 빈병 따위가 더 흥미롭다면 그건 축구도 스포츠도 아닌 것이다. 때 아니게 이념 시비가 다시 살아나는가 하면, 대선 공탁금이나 선거 지원금 혜택을 위해 정당이름만 빌리자는 얘기도 나오고, 크게 한 건을 터뜨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한 송환자에 대한 수사에 쏠린 관심도 정책선거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 선거판이라는 게 본래 이럴진대, 매니페스토 운동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의미 없다는 관전평이 나올 만하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은 역설적이게도 전 국민적인 매니페스토 운동이 생활정치와 민주주의를 살려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라고 물러서거나 ‘그놈이 그놈’이라는 식의 회의만 하고 있을 게 아니다. 또한 ‘개중엔 누구’,‘그래도 누구’식으로는 투표 한 번 하고 또 5년 간 정치인만 비난하는 일을 반복하게 될 뿐일 것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이 이 틈을 메울 수 있으며, 이것이 정상국가를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많은 사람들이 매니페스토 운동으로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었지만, 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 자료집을 낼 수 있게 입법화했고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치단체의 성과관리와 연계하여 매니페스토 이행을 위한 다양한 이행체계를 모범적으로 구축하는 것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선진 정치에서 보아왔듯이 정상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당정치를 확립해야 한다. 대선의 승패와는 무관하게 각당에서는 벌써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권 다툼과 줄 세우기가 한창인 모양이다. 이념적 지향이나 정강정책과 관계없는 이합집산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총선 전 선거구제나 제도 개편 논의의 핵심은 또다시 소위 ‘전략공천’에 의해 흐려질 가능성이 높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줄 세우기 암투를 중단하고, 몰려드는 잠재 총선후보들이 정강정책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지, 향후 국회 어느 위원회에서 어떤 내용으로 일할 것인지를 밝히는 계획을 풍부하게 담은 의정개혁서를 들고 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주민들과의 협의와 약속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공약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정당정치를 확립하기 위해 이 기회를 통해 이익집단정치를 활성화하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서민을 위한 정당’,‘중도 보수’ 등 각 정당의 애매모호한 입장 혹은 제반 이익집단들의 당선 가능한 후보·정당과의 은밀한 커넥션을 끊고, 각 정당이 자신들을 지지하는 이익집단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정강정책으로 정당을 유지·강화해야 할 것이다. 각 이익집단은 물론 시민단체·주민조직이나 지자체도 자신들의 현안과 지역의 현안을 가지고 각 후보와 정당에 적극적으로 정책세일즈를 할 필요가 있다. 대선도 안 끝났는데 웬 총선 얘기냐는 반문이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선거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정상국가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좋은 경기가 많아질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인터넷 팬클럽 2만명이 13억원을 모아 잉글랜드 축구 5부 리그 소속 엡스프리트 유나이티드 구단을 아예 사버렸다지 않은가? 오수길 한국디지털대학교 정보행정학과 교수
  • [정당민주주의가 흔들린다] (하) ‘생활정치’ 꿈꾸는 20대 당원들

    [정당민주주의가 흔들린다] (하) ‘생활정치’ 꿈꾸는 20대 당원들

    정당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견해와 요구를 정치로 이어주는 민주주의의 생명줄이다. 고려대 최장집 교수(정치학)는 저서 ‘민주주의의 민주화’에서 “사회의 요구로부터 괴리된 정당체제를 개혁해 정치와 대중사회가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들은 권력자와 지역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했고, 정당의 주인이어야 할 당원들은 표를 모으기 위한 동원용 도구에 불과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정당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 정당에서 나오고 있다. 당원 요구를 묵살하는 기성 정당을 뛰어넘어 새 정당을 만들려는 실험도 계속되고 있다.‘생활정치’를 꿈꾸는 20대 젊은 당원들을 만나본 결과 한결같이 “소통이 원활한 정당을 원한다.”고 말했다. ●“보수도 개혁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아온 한나라당은 요즘 대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런 현상을 놓고 일각에서는 대학생들의 보수화를 우려하고 있으나 정작 한나라당 대학생 당원들은 “건강한 보수정당의 기틀을 우리가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백길현(28·경기대 4학년)씨는 “청년당원으로서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 입당했다.”면서 “한나라당을 아래로부터 의견이 수렴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며, 생명력이 영원한 수권정당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인하대 재학 당시 한총련 활동을 했던 이재양(26)씨는 “한국 사회에서 이념 논쟁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좌파나 우파를 떠나 구체적인 정책입안 과정을 공부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자체를 잘 몰랐다는 이인규(23·한국기술교육대 4학년)씨는 지난해 당의 대학생 캠프에 우연히 참가했다가 입당했다. 이씨는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는 소통과 공감의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중앙당의 대학생 조직인 ‘2030위원회’ 위원장인 권용태(27)씨는 “보수는 변화와 개혁을 무조건 거부한다는 통념을 깨고 싶다.”면서 “나이 지긋한 당 선배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정당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개혁당에서 활동하다가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으로 활약했던 김선진(29·서울시립대 4학년)씨는 기간당원제의 실패를 무척 안타까워한다. ●“당원혁명 끝나지 않았다” 김씨는 “국회의원들이 개혁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기간당원제를 찬성하다가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돌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환멸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소선거구제가 중대선거구제로 바뀌고, 비례대표를 대폭 늘리면 동원당원이 아닌 기간당원들이 설 자리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통이 원활한 정당을 찾다가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던 서명숙(29)씨는 “기간당원제가 실패했지만 우리는 당내 민주주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런 문제의식은 당원들의 가슴속에 계속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진영의 집권을 꿈꾼다” 2000년 창당과 동시에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명재석(28)씨는 당원이 주인인 민노당을 자랑스러워한다. 아직 소수정당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다수당이 되고 집권까지 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명씨는 “여전히 계파별 과두체제 형태인 중앙당의 개혁이 시급하다.”면서 “지역 모임도 주거지 기준을 고집하지 말고, 직장이나 관심 분야가 비슷한 소모임 형태로 개편해야 더 많은 대중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선(23·서울대 4학년)씨는 민노당과 비슷한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사회당에서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씨는 “과거 대학생들의 정치적 요구는 한총련과 같은 운동권 조직으로만 수렴됐지만 이젠 정당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회당원의 이름으로 장애인, 비정규직, 여성 등 사회적인 이슈는 물론 학내의 세세한 문제까지 친구들과 토론하고 행동한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20일 초록당 창당을 준비중인 초록정치연대의 김경미(25)씨는 자동차를 갖지 않고도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 농업을 파산시키지 않아도 잘사는 나라를 꿈꾼다. 김씨는 “정치는 항상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생각했다.”면서 “내 삶을 변화시키는 작은 동력을 만들기 위해 녹색정치에 뛰어 들었다.”고 말했다. 이창구 유지혜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 “인물 아닌 정책 중심 재편 바람직” 전문가들은 한국 정당정치의 후진성이 여야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진단한다. 여론조사 방식을 도입하는 바람에 1인 1표의 등가성이 생명인 평등선거 원칙이 무너졌고, 보통·직접·비밀 선거의 원칙도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새로운 정당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유럽식 계급(대중)정당이나 미국식 포괄정당 중 하나를 선택할 게 아니라 우리 정치 현실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면서 “인물 중심의 정당이 아니라 환경이나 평화와 같은 정책을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정당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소속 임종인 의원은 “당원의 뜻에 따라 후보가 결정되고, 당원들이 지지층을 확대시켜 나가며, 당원과 지지자의 힘으로 당선된 다음에는 전체 국민의 이익과 당원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대의민주주의 기본이 바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의 실패로 갈 곳을 잃은 중도개혁세력을 대변할 수 있는 서민적 진보정당이 출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우파 헤게모니를 한나라당이 완벽하게 장악했기 때문에 이와 경쟁할 수 있는 튼튼한 중도개혁 정당이 나와야 하고, 민주노동당도 지금보다 더 대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업체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 역시 이념과 정책에 따른 정당 분화가 필요하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지역구도가 약화됨에 따라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진보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면서 “산업·외교·교육·조세·부동산·복지와 같은 구체적인 정책을 둘러싸고 정치세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인터넷 정당’을 주장하고 있는 김두수 전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은 “사회 자체가 인터넷을 통해 재편되고, 인터넷이 기존 정당보다 더 강력한 정치적 의사 표출의 수단이 됐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후보 선출과 주요 정책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직접민주주의가 대폭 강화된 인터넷 정당이 조만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한국정당 오욕의 역사 해방 이후 60년간 수많은 정당이 만들어지고 해체돼 왔지만 제대로 운영된 정당은 찾아보기 어렵다. 핵심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한 채 표면적으로 ‘모든 국민’의 이익을 내세우는 포괄정당, 대중적 기반이 허약한 간부정당, 선거에서 이기는 것만 목적으로 하는 선거전문 정당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시작부터 파행이었다. 미군정 법령 제55호 ‘정당에 관한 규칙’에 의해 만들어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자유당은 이 전 대통령이 하야하자 바로 스러졌다. 애초에 우리나라 법으로 정당을 만들지 못한 ‘정통성의 부재’도 문제지만, 정당이 정책이나 비전이 아니라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며 ‘무원칙한 인맥집단’으로 전락하는 전범(典範)이 된 게 더 큰 문제였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거치며 우리나라 정당은 ‘권력자 정당’의 면모를 띤다. 가장 수명이 길었던 민주공화당은 박 전 대통령이 5·16쿠데타 뒤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해 만들었다. 이를 해체한 전 전 대통령 역시 12·12와 5·17을 거치고 나서 1980년 민주정의당을 창당해 정권의 정통성을 도모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민주화를 쟁취하고 나서도 구태를 벗지 못한다. 이 시기의 정당은 ‘1인 사당(私黨)’,‘지역주의 정당’으로 규정된다.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권력 획득의 수단으로 창당한 통일민주당·평화민주당·자유민주연합 등이 그렇다. 2000년 탄생한 민주노동당,3년 뒤 만들어진 열린우리당은 우리나라에 정당법이 도입된 지 40년 만에 처음으로 근대적 정당의 형식과 내용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당원이 당비를 내고, 상향식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지구당을 법적으로 폐지해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을 만들려는 것이 두 정당의 목표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가면서 정당 개혁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았다. 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은 “우리나라 정당은 대중정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간부정당”이라며 “아직은 당원 문화가 뿌리 내리지 못해 유권자나 당원이 시대 요구에 맞는 의식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동시선거땐 대선에만 관심 쏠릴수도”

    “동시선거땐 대선에만 관심 쏠릴수도”

    정부가 지난주 내놓은 개헌시안을 놓고 첫 공개 토론회가 15일 오후 정부중앙청사 별관 2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시안의 세부 내용은 물론 개헌 자체가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등을 주제로 다양한 토론이 이뤄졌다. 토론장은 400여명의 청중들로 꽉 찼으나 대부분이 각 부처에서 동원된 공무원들로 일반 시민들의 참가는 저조했다. 참석자 가운데는 아예 토론회 전부터 잠을 청하는 사람도 여럿 눈에 띄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한 공무원은 “개인적 관심도 있었지만 각 부서별로 1명씩은 와달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개헌 시기 적절성 놓고 설전 토론은 개헌 시기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됐다. 대한변호사협회 이헌 변호사는 “현 정부는 대다수의 반대 여론에도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민 합의를 바탕으로 한 국민주권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상진 경상대학교 교수는 “대통령 연임제와 대통령·국회의원 임기 일치는 설득력이 있어 보이면서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면서 “개헌에 대한 확신 없이는 개헌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상겸 경실련 정책위원장도 사회적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지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개헌에 대한 성찰이 부족해 개헌 논의가 정치적 싸움 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제도보다는 사람이 문제”라고 말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오관영 사무처장은 “현재의 정치 상황을 볼 때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개헌 발의가 무산될 경우 향후 포괄적·미래지향적 개헌 논의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다음 정부에서 개헌하면 대통령 임기를 스스로 1년 단축해야 한다.”면서 개헌 추진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개헌 논의를 진척시키기 위해 정당 대표자, 대선 후보 희망자들이 조속히 회동하고 국회의장 산하에 헌법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환 광운대학교 교수는 “개헌 논의는 특정 시기의 담론이 아니라 정치권과 국민의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있으면 언제든지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시안에도 이견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통령, 국회의원의 임기 일치를 위한 동시선거를 둘러싸고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다. 정혜영 영산대 교수는 대통령 4년 연임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선, 총선 동시 실시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 교수는 “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면 국민들의 관심이 대선으로만 쏠려 대의민주주의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호 경희대학교 교수는 국회의원 임기 단축의 어려움, 정권 인수 기간 등을 감안해 선거일에 1개월의 시차를 두는 2안을 지지했다. 김병주 변호사는 “대통령 궐위시 권한대행은 민주정 정당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면서 부통령제 도입 검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정부 개헌 시안 발표] 10개월 단명 대통령 나올 수도

    [정부 개헌 시안 발표] 10개월 단명 대통령 나올 수도

    정부의 헌법개정추진지원단은 8일 공개한 헌법개정 시안에서 대통령 임기 1회 연임 등 5개 항목을 단일안으로 제시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문제에서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3가지 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화두를 던지는 데 그쳤다. 특히 단일안 중 대통령 궐위 조항을 논의한 과정에서 ‘의외의 복병’을 만나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새 대통령을 뽑을 것이냐, 대행체제로 갈 것이냐를 놓고는 단순히 ‘1년 기준’으로만 나눠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정부는 15일 학계,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해 각계의 여론을 수렴한 후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임기 4년,1회 연임 가능 시안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현행 5년에서 4년으로 줄이되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단 연이어 다음 선거에서 다시 선출되는 경우에 한정된다. 연임에 실패했다가 다음 선거에 또 출마하는 경우 5년 단임제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하는 개헌의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연임의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헌법 128조 2항에 따라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연장을 위한 헌법 개정을 발의한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시행 시기는 개정 헌법이 공포된 날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규정했다. ●궐위시 후임자 잔여 임기 채우도록 대통령 궐위시 후임자는 국회의원과의 임기 일치를 위해 잔여 임기만 채우도록 했다. 잔여 임기가 1년 이상 남았을 경우에는 직접 선거로 새 대통령을 뽑되 1년 미만일 경우는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궐위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과 후보 등록, 선거운동 기간 등을 감안하면 10개월짜리 단명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1년도 안 되는 단명 대통령을 뽑기 위해 국민적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 이 경우 대통령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보궐선거를 치르는 잔여 임기 기준을 2년으로 하는 것도 검토했으나 1972년 개정된 헌법에 명시된 1년 기준을 준용했다. 국회에서 간선으로 선출할 경우에는 국회 원구성에 따라 정권 교체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배제했다. ●누가 얼마나 손해를 볼 것인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일치와 선거 시기 문제는 개헌 논의의 또 다른 ‘뜨거운 감자’다. 차기 대통령은 2008년 2월25일부터, 차기 국회의원은 2008년 5월30일 임기가 개시되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임기를 연장하거나 국회의원이 임기를 단축해야 한다. 정부는 임기 개시일을 가급적 비슷하게 하되 새 국회가 원구성을 먼저 해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인사청문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국회의원 임기가 대통령보다 1개월 정도 앞서도록 했다. 정부의 1안과 2안은 차기 대통령 임기를 1개월 연장, 국회의원의 임기를 3개월 단축하는 안이다.1안은 선거를 동시에 치르되 임기 시작일을 달리하도록 했고,2안은 임기 시작일에 따라 선거일에도 1개월 시차를 뒀다는 점이 차이다. 이 경우 2007년 12월 대선과 2008년 총선은 예정대로 실시한다. 1안은 특정 정당이 권력을 독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2안은 특정 정당의 권력독점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 선거로 국력 낭비를 막겠다는 당초 취지와 맞지 않는다. 3안은 헌법 개정의 취지를 2008년부터 반영해 2008년 2월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이다. 다만 현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 국회의원의 3개월 임기 단축을 감수해야 한다. 2012년부터는 1안과 동일하게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에 1개월 시차를 두게 된다.3안의 경우 국회의 반발이나 대선 시기 조정에 따른 정치 일정 변경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필수다. 임창용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범여권 ‘밀어붙이자’ ‘그러다 독박’ 엉거주춤 8일 개헌 시안 발표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탈당파 등 범여권에서는 긍정론과 회의론의 양기류가 감지됐다. 다르게 표현하면,‘일단 밀어붙여 보자.’는 쪽과 ‘적극 나섰다가 독박을 쓸까 걱정된다.’는 듯 엉거주춤한 쪽으로 갈리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 오영식 전략기획위원장은 “개헌안이 발의되면 국회에서 적극적인 협의와 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처리할 수 있도록 당은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병호 의장 비서실장은 “당의 주류는 개헌안에 찬성이고 추진하자는 의견이 많은데 시기에 대해 반대 여론이 있기 때문에 당으로서도 여러가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각 정파가 차기 정부에서 개헌 추진을 합의할 경우 개헌안 발의를 차기로 넘길 용의가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 최재성 대변인은 “각 정파가 어느 정도 합의하는지에 따라 우리가 수용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한나라 빅3 “공약할 수도” “민생 전념을” 한나라당과 대선 주자들은 8일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시안과 관련, 청와대의 개헌안 발의 계획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강재섭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은 개헌에 관한 주장을 다른 당과 대통령 후보에게까지 강요하는데 이는 독선이고 자가당착”이라고 비난했다. 당내 대선주자 ‘빅3’도 현 정권 임기내 개헌추진과 임기단축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선거과정에서 각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정부에서 추진하면 된다.”며 “정식 후보가 되면 당과 협의, 제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충남 공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선을 앞두고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이지, 나도 그간 소신으로 (개헌을) 말해 왔다.”면서 “만약 내가 그런 입장이 된다면 절차를 밟아 국민투표를 거쳐 진행할 수 있다.”며 개헌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대통령은 개헌 논의를 중지하고 민생을 하나라도 더 챙기는 데 전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이수원 공보실장이 전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국정수행 원만해질 것” “권력견제 구멍” 정부의 4년 연임 개헌안 시안에 대해 헌법학자와 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사안별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고려대 법대 박경신 교수는 “정책 구상을 장기적 비전을 갖고 추진하려면 대통령이 더 긴 복무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과거와 같은 언론 통제나 부정선거 가능성이 확실히 줄어든 만큼 이제 선거를 통해 민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한명옥 변호사도 “책임정책을 하기 위해 연임제에 찬성한다.”면서 “행정부 수반과 의회 다수당이 일치되면 국정 수행이 원만해질 것”이라고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추는 것에도 찬성 의견을 보였다. 연세대 법학과 이종수 교수는 단임제가 갖고 있는 헌법적·정치적 문제점 때문에 연임제 개헌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는 방안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교수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함께 할 경우 집권당에 대한 임기 중 통제 방법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헌법학에는 대통령 임기 5년, 국회의원 4년, 헌법재판소장 6년 등 각각의 임기가 달라야 한다는 임기 차등제라는 것이 있다.”면서 “이는 각기 서로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국가 권력의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각 임기는 차등적으로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법대 장영수 교수도 연임제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다만 “연임을 하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강화돼 대통령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면서 “중간평가를 위해 대선과 총선에 2년 차이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과함께하는 변호사들’의 이석연 변호사는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고 여론도 개헌에 반대하는 쪽이 많아 개헌은 헌법이 정한 대의민주주의에 맞지 않다.”면서 반대 의견을 보였다. 하창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개헌 논의를 차기 정부에서 해야 한다.”면서 현 정부의 개헌 논의에 반대 의견을 보였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親盧동요 막고 지지층 결집 노림수”

    노무현 대통령의 ‘편지’에 대해 통합신당 추진에 찬성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더 이상 갈등을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발언 배경을 두고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해석과 ‘통합신당을 지역당으로만 보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져 나왔다. 정봉주 의원은 “(친노세력인)참여정치실천연대와 의정연구센터에도 통합신당에 찬성하는 분들이 제법 있는데, 대통령의 편지에는 그들이 흔들리지 않게 방어막을 치려는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 의원은 또 “편지를 보면 대통령은 당의 진로 결정을 전당대회가 아닌 전 당원 투표로 몰고가려 하는데, 이는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의 편지 글 형식과 내용은 지지층의 결집부터 노린 것”이라면서 “당 내에서 지루한 명분 싸움과 선명성 경쟁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통합신당=지역당’이라는 대통령의 인식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 문학진 의원은 “제발 통합신당에 대해 ‘도로민주당’이란 표현만 안 했으면 좋겠다.”면서 “통합신당을 취지와 명분을 갖고 하려는 것인데 그런 식으로 표현하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고 말했다. 오영식 의원은 “당의 전망과 진로를 지역주의로 규정하는 것은 정말 불만이다. 걱정은 이해하지만 우리도 당의 진로를 고민하면서 원칙을 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지 말라는 주문도 있었다. 비대위 상임위원인 정장선 의원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대꾸해봐야 싸움만 되고 당청 갈등만 커질 것 같아 걱정이다.”면서 “정기국회 현안이 여러 가지 남아 있는데 대통령께서 편지까지 보내고 하는 것은….”이라며 말 끝을 흐렸다. 조정식 의원도 “질서있게 당이 새 판을 짜야 하는데 당청이 자꾸 공방전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더 이상 충돌은 자제하고 냉각기를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 김근태 의장은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지만 한 측근은 “우리가 현실에 안주해서 타락한 정치를 하는 것 같으냐. 대통령이 진심을 너무 몰라준다.”고 말했다. 김 의장측은 ‘비서실장급’도 아닌 청와대 비서관이 편지를 전달한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노웅래 공보부대표를 통해 “12월은 민생법안과 예산처리에 당이 모든 노력을 집중할 때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할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노 부대표는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불구경과 싸움 구경은 매맞아 가면서 즐긴다고 하지만, 그것도 재미있을 때나 그렇다. 어려울 때일수록 삼가고 조심하는 게 당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 좋다고 본다.”고 노골적으로 쏘아붙였다. 구혜영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씨줄날줄] 투표 인센티브제/이목희 논설위원

    투표율 제고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이 지역구민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당선될 때 투표율이 57%, 득표율은 47%였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26%의 지지표로 국회의원이 된 셈이다. 지역구민을 만나면 “저들 4명 중 1명만이 나에게 표를 줬나.”라는 생각에 의욕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래도 재·보궐선거 당선자에 비해 나은 편이다. 요즘 재·보선 투표율은 30% 안팎. 절반을 득표했다고 해도 총 유권자 대비 찬성표는 15%에 불과하다. 지역구민의 85%가 투표장에 오지 않거나 반대했다면 대표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투표율 저하는 세계적인 고민거리다. 유럽과 남미에서는 의무투표제로 이를 극복하려는 나라가 늘고 있다. 선관위도 한때 의무투표제를 검토하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우리 국민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 대신 내놓은 것이 투표 인센티브제. 투표자에게 도서문화상품권 등 선물을 주는 방안이다. 투표용지를 복권화하는 방법도 신중하게 논의되었다. 지난 25일 치러진 인천 남동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백화점 물품 할인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제가 시범 실시되었다. 그러나 투표율이 24.7%로 다른 재·보선 지역보다 낮았다. 인센티브제 무용론에 힘을 보태는 결과였다. 정밀하게 살펴 보면 인센티브제가 아주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2000년 남동구청장 보궐선거 투표율은 18.5%였기 때문이다. 농촌선거구에 비해 낮았을 뿐 동일지역 비교에서는 약간의 효능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인센티브제는 투표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대안이 되지 못한다. 투표율이 4∼5%포인트 오르는 정도로는 지금의 대의민주주의 위기를 헤쳐나가지 못한다. 투표율이 낮아지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정치 불신과 무관심, 생업 등을 꼽는다. 무엇보다 ‘귀차니즘’이 자리잡고 있다. 게으른 유권자를 교육시키려면 시간과 돈이 너무 든다. 제도를 그에 맞추는 것이 빠르다. 전자투표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정치적 이유로 지지부진한 전자투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터치스크린 제도를 넘어 인터넷 투표까지 가능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IT강국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이경형칼럼] 한나라당, 추락중인가

    [이경형칼럼] 한나라당, 추락중인가

    7·11전당대회 이후 ‘대리전’ ‘색깔론’ 후유증으로 삐걱거리던 한나라당은 1주일 만에 겉으로나마 정상 가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누구도 한나라당이 민심을 끌어안으며 내년 대선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대권후보 경선을 싸고 ‘친박(근혜)’이니 ‘친이(명박)’니 하며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벌써부터 표(票)계산에 혈안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5·31지방선거 이후 3가지의 큰 착각 속에 빠져있다. 첫째,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차기 대통령 자리는 따 놓은 당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지방선거의 완승에 도취하여 좀처럼 이런 착시 현상이 교정되지 않는다. 선출직 최고위원 면면에서도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오만과 독선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심(黨心) 따로, 민심 따로 노는 마당에 당이 대권 후보를 정한들 국민들이 그대로 손을 들어줄 리 만무하다. 둘째,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근 50%에 육박하자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알고 보면,2004년 총선때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충청권과 대구·경북지역,30대와 50대 이상 중장년층들이 대거 이탈하여 한나라당을 지지한 것이고, 노무현정부에 대한 거부감이 한나라당에 반사적 호감으로 전이된 것에 불과하다. 유권자들은 여차하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릴 준비가 되어 있다. 시정에는 전당대회 이후의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면서 탄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셋째, 한나라당 사람들은 내년의 대권 경쟁 구도가 기존 정당들의 대선 후보간 경쟁으로 펼쳐지리라는 가정법에 매몰되어 있다. 그러나 기성 정치인은 물론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도 엄청나다. 세계적인 추세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대의민주주의 제도로서 정당은 인터넷 등 전자민주주의의 확산, 각종 이익단체와 NGO의 활성화 등으로 이미 퇴조의 길을 걷고 있다. 유권자들은 기성 정당 후보보다 때묻지 않은 신선한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러한 착시 현상에서 깨어나려면 몸을 완전히 낮춰 다시 바닥 민심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수해 현장에서 이재민과 함께 땀을 흘려야 하고, 주부의 시장바구니를 헤쳐 보아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강재섭체제를 수렴청정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면 그것은 바로 그녀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내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대선 후보 경선 게임룰을 두고 왈가왈부가 많다고 한다면 현행 국민 참여 비율 고수의 끈도 놓아야 한다. 비록 작년에 당 혁신위가 6개월동안 머리를 싸매고 연구한 끝에 간신히 만든 경선 선거인단 구성 방안이라고 하더라도 버릴 때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대의원과 책임당원,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각기 2:3:3:2로 반영하는 안이 황금률 구성비라고 하더라도 큰 안목으로 보면 대수가 아니다. 9년전인 1997년 7월 열린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전당대회는 여론 지지율 50%를 웃돌던 이회창씨를 대선 후보로 선출했지만 결국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지 않았는가. 불과 2개월 뒤 그의 인기는 급전직하했고, 이인제씨는 불공정 경선을 이유로 불복하고 독자 출마를 선언했다. 지금 한나라당 지도자는 절벽 끝에 매달려 스스로 자일을 끊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내가 죽더라도 다른 등반 대원들이 기어코 정권의 고지를 정복할 수 있도록 하는 담대함이 필요하다. 조금 유리하다고 미련을 가지고 매달리면 더 큰 것을 잃는 법이다. 본사 고문 khlee@seoul.co.kr
  • [시론] ‘정치 좌절’ 투표로 극복을/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시론] ‘정치 좌절’ 투표로 극복을/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선택의 시간이 돌아왔다.4년마다 하는 선택이지만, 한 번이라도 흡족한 적이 있었던가? 과연 선택 받은 자의 잘못인가, 선택한 자의 문제인가? 그릇된 선택을 하고, 혹은 선택조차도 하지 않은 채 마냥 선택 받은 자의 잘못만을 탓할 순 없을 것이다. 마치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마구잡이 ‘찍기’로 답안을 작성을 하고서 시험성적이 잘 나오기를 기대하는 어리석음과 다를 바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 최대의 화두는 ‘개혁’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가장 크다 할 것이다. 하늘과 같은 국민적 소망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의, 패거리 정치, 부정부패와 같은 구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동안에는 여야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가운데 누가 더 부패하였는가를 두고 입씨름을 벌였다. 국민들의 눈에는 오십보백보일 것이다. 국제투명성 기구가 발표한 2005년 공공부문 투명성 지수에서 한국은 40위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도 싱가포르와 일본은 물론이고 타이완과 말레이시아에 비해서도 낮게 평가되었다. 한국의 부패지수는 우리 국민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000달러 수준의 국가와 비슷하다고 한다. 월드컵 4강과 한류문화의 위세에서 얻었던 우리의 자존심이 한없이 무너지는 대목이다. 왜 우리는 유독 정치에서는 이토록 좌절하여야 하는가? 우리 사회의 개혁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그 개혁을 실천해 나갈 성실한 일꾼을 뽑지 못한 데 있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올바른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은 정치개혁의 첫걸음이다. 이번에 선출하는 대표자들은 앞으로 4년 동안 우리 지역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무려 5000건에 달하는 인허가권을 행사한다고 한다. 우리가 꼬박꼬박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일지도 이들이 결정하게 된다. 특히 이번 지방의회부터는 의원 유급제가 전면 실시된다. 우리의 세금으로 지급하는 세비를 받는 대표자를 허투로 뽑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지역의 살림살이를 꾸려나갈 대표자를 선출하는 일에 우리는 얼마나 책임을 다하였는가? 지방선거 투표율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1995년 1회 지방의회 동시선거의 투표율이 68.4%였던 것이 1998년에는 52.7%로, 그리고 2002년에는 다시 48.8%로 낮아졌다. 특히 20대의 투표율은 고작 31.2%에 그쳤다. 물론 유권자 입장에서 낮은 투표율에 대한 충분한 변명은 있다. 이제까지의 여론조사를 보면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찍을 만한 후보자가 없어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응답하고 있다. 정치적 냉소주의와 정치에 대한 불신이 낮은 투표율의 주된 원인이다. 그렇다고 투표불참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이는 후진 정치를 재생산하는 악순환만을 되풀이할 뿐이다. 그동안 투표권 행사에는 신중하였는가? 지연, 혈연, 학연과 같은 연고주의가 우리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투표할 때는 그 같은 구습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았는가. 매번 외치는 정책선거와 이번에 새로 시작된 매니페스토 운동의 성공여부는 결국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구체적 성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대표자를 제대로 선출하지 못한다면 사실 개혁 논의는 공염불이나 다름없다. 개혁을 위한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서야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또다시 4년 후를 기약할 수는 없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대표를 뽑아야 할 것이다. 모두가 입버릇처럼 외치고 있는 참여민주주의와 풀뿌리민주주의의 첫 출발은 올바른 대표자 선출에 있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 [열린세상] 탈당은 책임정치에 반한다/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 교수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 가능성을 언급해서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과거에 대통령들이 탈당한 것은 임기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킨다는 명분 때문이었다. 그러나 임기가 아직 2년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은 왜 탈당을 언급했을까? 단임제에서 대통령은 선거에 다시 나갈 수 없다. 즉 대통령의 국정 업무 수행은 잘했든 못했든 국민의 정치적 심판과 평가의 대상이 더 이상 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대통령은 여론과 무관하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다. 대통령이 10년,20년 뒤 미래에나 평가받을 ‘역사적 업적’에 집착한다면 동시대 사람들의 평가는 더욱 의미가 없다. 노 대통령이 탈당을 이야기한 것은 자신의 낮은 인기 때문에 당에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은 여론과 무관하게 내 갈 길을 가려는데 여당을 비롯한 외부의 ‘잔소리’가 귀찮다는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그러나 여당의 입장은 다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도 있고 또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론의 동향에 세심하게 귀 기울여야 하고 그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인기가 떨어지면 표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단임제라서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대신, 국민들은 집권당에 대한 심판을 통해 그 책임을 묻게 된다. 따라서 여당은 인기 없는 정책이나 인선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 불만의 목소리도 전달하고 결정이 번복되도록 압력도 가하게 된다. 이는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정당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제도적 기능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통령이 여당에서 탈당하면 이러한 정치적 책임성의 고리는 끊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이 대통령의 통치 방식에 불만이 있더라도 대통령은 단임이라서 심판의 기회가 없고, 여당은 ‘도마뱀 꼬리 자르고 도망가듯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어 버림으로써 ‘면피’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 누구에게도 국정 운영과 관련된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지지율을 올릴 생각은 하지 않고 이러한 편법으로 궁지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국민들로서는 여간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한편 탈당은 노 대통령에게도 별로 유리할 건 없어 보인다. 지금으로서야 집권당의 프리미엄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심각하게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노 대통령의 탈당은 자신의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 대통령이 ‘역사에 남을’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도 이를 성사시키려면 국회 내 결집된 다수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열린우리당은 논란의 대상이 되는 법안의 처리를 위해 ‘욕 먹어가며 총대를 메야 할’ 필요는 없어질 것이다. 또한 어차피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하는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들이 노 대통령을 비난할 때 가져야 하는 정치적 부담도 탈당으로 인해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만큼 대통령의 정국 운영 주도력은 약화될 것이다. 그러나 임기가 2년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통치력이 조기에 약화되는 것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에도 반드시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이전에도 이미 여러 차례 탈당을 언급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의 탈당 언급이 그냥 지나가는 말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의 탈당은 정치적 책임성의 구현이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적절한 선택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국민에게도, 대통령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괜한 언사로 정치적 불확실성만 높이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 교수
  • [열린세상] 행정구역 개편과 정치지도자 선택권/최창수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

    최근 중앙 정치권을 중심으로 시·도를 폐지하고 3∼4개의 기초자치단체를 하나로 묶어 전국적으로 60여개 정도의 중소규모 광역자치단체를 만들자는 자치계층 개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중앙정치권은 여야 모두 현재 시·도의 기능이 중앙정부 또는 기초자치단체와 상당부분 중복되어 있어 낭비와 비효율이 심하고, 시·군 행정중심지와 생활권이 일치하지 않아 주민들의 불편이 초래되고 있으며, 도를 경계로 나누어진 지역주의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는 등의 명분을 내세워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중앙 정치인들의 이익만을 고려한 일방적 논의이며, 지방자치와 분권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 양측의 명분상 주장은 실제 상당한 타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외에도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시·도의 폐지는 국가적 정치지도자의 양성 통로 중 하나를 없애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지도자 선출에 대한 국민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인 정치지도자로서 등장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국정에 참여하거나 시·도지사로 당선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경로는 정치지도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며 그 희소성으로 인해 보다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최고지도자로 나아갈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매번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지도자를 선출해야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국정운영의 경험과 비전, 리더십을 갖춘 정치지도자가 많을수록 국민의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또한 이러한 요건을 갖춘 정치지도자가 많을수록 이들 간의 선의의 경쟁 속에서 보다 뛰어난 지도자가 탄생할 수 있다. 많은 정치지도자들이 되고 싶어 하는 최고지도자로서의 대통령은 여러 가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능력, 그리고 통합 및 조정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할 때 시·도지사는 국회의원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다. 왜냐하면 시·도 지사는 거대한 규모의 정부기관의 책임자로서 인사권과 예산권을 가지고 조직 운영에 관한 실질적 경험을 쌓을 수 있어 현실적으로는 대통령직과 가장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직책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보다 큰 자리의 정치지도자로 나아갈 사람들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과거에는 주로 상원의원들 중에서 대통령이 나왔지만 최근 30여 년 동안의 대통령들은 거의 주지사 출신이었다. 지미 카터(조지아주), 로널드 레이건(캘리포니아주), 빌 클린턴(아칸소주), 그리고 현재의 조지 부시 대통령(텍사스주)이 그들이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이 주지사 출신인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정치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커다란 공공조직을 경영하는 지도자로서의 능력과 잠재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우리의 상황도 미국의 사례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시·도 지사의 위상이 높아지고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으며, 과거의 대통령 후보들이 주로 국회의원 출신이었던데 비해,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의 상당수는 시·도지사를 역임했거나 현직 시·도 지사들이다. 분권화의 추세가 지속되고 중앙정치권, 특히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계속되는 현실 속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지속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따라서 시·도 폐지를 포함한 행정계층 및 행정구역 개편 여부는 지방자치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국가적 정치지도자의 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단순히 효율성과, 정치적 이해관계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의 운영과 발전에 필요한 국가지도자의 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최창수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
  • [열린세상] 참여정부의 실험/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노무현정부는 참여를 내걸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와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에 이어 한국 민주주의가 세 번째로 내건 기치가 참여이다. 문민정부는 군부통치의 극복을 의도했다.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민간인이 정치의 주체로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권력과 재벌권력의 상호 협조적 지배는 여전했다. 국민의 정부는 국가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줄 의향이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경제논리에 휘둘려 국가권력과 재벌권력의 제휴를 견제해야 할 국민권력의 강화는 지연되었다. 노무현정부의 출범은 분노한 국민의 권력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수백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 관행을 뿌리뽑고자 한 풀뿌리 국민의 반발은 깨끗한 정치를 요구했다. 노무현정부는 대기업과 정당정치인, 고위관료 그리고 언론기업간의 4자 연합을 깨뜨리기 위해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를 찾아 참여를 들이밀었다. 노무현정부는 본질적으로 지방과 젊은 세대, 주변부 다수집단 그리고 의회내 소수파 간의 제휴를 등에 업고 집권한 소수파 정부이다. 탄핵 열풍으로 일시 국회 다수당이 되었다 한들 그것만으로 한국사회의 주류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정부는 우세한 4자 연합의 기득권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서 줄곧 국민들의 참여에 기대었다. 그러나 도덕적 분노에 기초한 참여로는 세계화 시대의 지난한 국가경영에 힘이 부치는 듯 보인다. 참여정부는 상당한 정도로 실험정부의 성격을 띤다. 사실 참여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의 보완인지 아니면 그 대안인지도 불명확하다. 만약 참여가 대의를 보완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의회의 권위를 존중해 주어야 할 터였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소수파 정부인 참여정부는 의회를 우회하고자 하였고, 그 결과는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는 포퓰리즘으로 흘러갔다. 참여가 대의에 대한 대안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도 성공적인 참여민주주의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의민주주의조차도 제대로 운용해 보지 못한 한국민 대다수는 참여의 실험보다 자유민주의 성숙이 더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싶다. 참여보다는 경제자유와 시장논리가 더 지배적인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흐름 속에서 대의의 대안으로서 참여가 설 자리는 옹색해 보인다. 참여의 실험정부는 다양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정부이다. 대통령, 국정원, 검찰 등 국가권력의 힘 빼기, 수도권 중심의 엘리트 카르텔에 대한 도전, 미국 편향에서 동북아로의 관심 촉구 등 굵직한 문제제기가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국가권력의 힘을 빼면서 기득권의 지배 카르텔을 완화시키려는 일대 개혁 그 자체가 단기적 성공이 어려운 실험이라는 것이다. 문제제기와 실험으로 2년 반을 보낸 참여정부에 대해 중간 논평은 자주 무능으로 회자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을 치유하려는 참여정부의 도전이 일거에 어떤 효과를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국가간-지역간-계층간에 20(부) 대 80(빈)으로 양극화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진전되어 나가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일국적 차원의 개혁은 거의 속수무책에 가깝기 때문이다. 경제와 정보통신은 세계화되어 있는데 반해 공동체의식은 여전히 국지화되어 있고, 그래서 참여의 실험을 뒷받침해 줄 국제적 연대나 세계적 수준의 합의된 처방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참여정부의 실험이 실제로 빈부의 양극화를 완화하고 지배엘리트의 카르텔을 조정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참여민주주의가 국민의 참여에 의지하여 경제적 조정을 도모하는 데 그 하나의 목적이 있다고 본다면, 적어도 이념과 일부 정책에서 참여정부의 문제제기와 실험은 유용하다. 그렇다면 남은 2년여 동안 우리 모두 참여의 가능성을 찾아 서로 지혜를 모으고 힘을 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 이영훈교수 “박정희시대 뒤집어 보면 분배 잘돼”

    이영훈교수 “박정희시대 뒤집어 보면 분배 잘돼”

    최근 학계의 논쟁 가운데 선 인물이 있다. 바로 서울대 이영훈 교수다. 우리의 근대 경제성장이 식민지 때 시작됐다는 주장에 이어 박정희 시대 경제성장에서 저임금 등의 꼬리표를 떼내자는 주장까지 내놨다. 이런 주장도 주장이지만 그의 특별함은 여기에 실증적 통계자료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쏟아지는 비판에 홀로 맞서고 있는 이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악역을 자처한 까닭은. -나는 실증주의자다. 온갖 오해에도 불구하고 내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자신과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내 주장은 식민지·박정희 시대에 대한 서술이 사실과 다르며,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하자는 것이다. ●70년대 생산성 향상과 임금증가율 비슷 ▶박정희시대 논란은 어떤가. -흔히 저임금과 농어촌·중소기업 배제를 거론한다. 그러나 이는 60년대 데이터를 봤을 때나 맞는 말이다.60년대 이후 상황이 변했다. 이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주장이 지난 40여년간 고착화됐다. 상황 변화는 70년대의 고미가 정책과 대기업-중소기업간 산업연계정책인데, 고도성장은 이런 정책으로 가능했다. 저임금 부분도 노동을 한 단위 더 투입하는데 따른 생산성 향상과 임금 증가율이 비슷하게 갔다는 게 중요하다. ▶전태일은 어떻게 말하겠는가. -전태일로 70년대 상황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70년대의 임금이 생계비의 절반이었다는데 이는 단정하기 어렵다. 정말 그랬다면 빈곤의 세습과 광범위한 슬럼화가 누적되는 이른바 ‘사회적 침전’ 현상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뒤집어 보면 분배가 잘됐고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는 것이다. ▶삶의 질을 통계로 평가할 수 있나.. -통계로 모든 역사를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학적 접근법이어서 수많은 신화와 도덕적 허구를 깰 수는 있다. 그게 통계의 힘이다. ▶허수열 충남대 교수는 통계 수치만 보고 한·일 민족간 차별은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비판했는데…. -그 지적을 높이 평가한다. 허 교수 자료는 식민시기 생활수준이 최소한 수평을 유지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이는 수탈론 부정이다. 식민시기 경제성장을 30년대 후반의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근본주의·원리주의는 중세적 사고 ▶경제사 연구에 ‘민족’을 넣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허 교수와 다른 관점인 것 같은데…. -우리는 민족근본주의에 빠져 있다. 모든 기준이 민족이다. 그러나 근본주의, 원리주의는 중세적 사고방식일 뿐이다. ▶박정희 시대를 민주와 인권으로 평가하면 어떤가. -그것도 다시 봐야 한다.10·26 뒤 사면복권된 사람이 800명도 안된다.4000만 인구 중 일부다. 보통사람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했다. 암울했다기보다 외려 자기실현 과정에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 안 그렇다면 당시 10%대의 고성장을 설명할 수 없다.800여명을 비용으로 중화학·자동차공업, 철강산업을 일으킨 것은 평가받을 일이다. ▶시대를 평가함에 있어 도덕적 관점은 무의미하다는 뜻인가. -도덕적 잣대로 국가를 설명하는 것은 무리다. 그런 비판자들이 알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나라 만들기’는 장기적 과정이다. 미국 흑인들은 1950년대에야 공민권을 얻었고 조선도 반석에 오르는 데 70년이 걸렸다. 각 시대는 각각 담당해야 할 역할이 있다. 이승만과 박정희도 그런 차원에서 봐야 한다. 두번째는 헌법이념과 대의민주주의를 이해하고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나설 수 있는 ‘교양인’으로서의 국민이 있느냐다. 조선시대 소농 중심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로 전환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근과거 집권세력은 상대적으로 청렴 ▶과거사 문제와 관련, 클린턴처럼 먼저 사과할 수는 없을까.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했다. 그리고 부패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과거 집권세력은 상대적으로 청렴했다고 본다. ▶결국 경제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보는 관점인 것 같은데. -어떤 사물을 통합적으로 보는 것이 성숙한 자세다.20세기 우리 역사도 그렇다. 식민지에, 분단에, 전쟁에 얼마나 끔찍한 경험이 많았나. 비판할 일이 있으면 해야겠지만 기본은 통합으로 가야 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이영훈교수가 주장하는 수량경제사란 이영훈 교수의 접근법은 수량경제사적 관점으로, 이는 서구에서 20세기 초부터 지속되어온 방법이다. 물가, 이윤, 임금 등 장기적인 경제지표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역사를 서술하자는 입장이 그것이다.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서구의 경우 90년대 들어 거의 폐기됐다는 반론도 있다. 통계로 인간의 삶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정부는 각종 거시경제지표가 건전하다고 발표하지만 서민들은 와닿지 않는다고 아우성이고, 언론은 정부가 실체를 제대로 모른다고 비판하기 일쑤인 점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이 방법론은 60년대 이후 일본에서 활발히 다뤄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중반 안병직 교수가 주도하는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받아들였다. 수량경제사가 한국의 근대 문제를 본격적으로 건드린 것은 90년대 중반. 그러나 우리에게는 공신력있는 자료와 기록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서구 제국과 달리 근대적 의미의 통계가 도입된 것은 20세기 초였으니 그 이전 자료가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이에 따라 낙성대팀은 양반가와 촌락의 각종 고문서에서 의미있는 통계치들을 추출해 냈다. 지금의 ‘가계부’ 개념과 비슷한 기록이 남아 있었던 것. 출간되자마자 논란을 불러일으킨 ‘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후기’ 등의 연구물도 이들 고문서에서 추출한 자료를 기초로 했다. 즉, 경북 예천의 박씨가 문헌, 전남 영암의 문씨가 계(契)문서 등을 통해 농촌경제를 분석하고, 족보를 분석해 인구사로 연구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물론 비판도 많다. 일본 학계의 논리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또 다른 식민주의 폐해라거나 제한된 자료에 근거한 만큼 해석 역시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반론 등이 그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서울광장] 포퓰리즘의 제도화/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포퓰리즘의 제도화/이목희 논설위원

    학창시절에 가졌던 의문이 있었다.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은 아테네의 직접민주정치를 왜 중우정치(衆愚政治)라고 폄하했을까. 스승 소크라테스가 민중에 의해 처형당했다고 그럴 수가 있는가. 그의 철인정치(哲人政治)라는 게 결국 스스로의 권력욕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기자가 된 뒤 몇번의 대선과 총선을 취재하면서 플라톤이 가졌던 고민의 일단을 이해하게 됐다.100%는 아니지만, 대체로 표를 많이 얻는 정치인은 얼마쯤 사기꾼 기질을 갖고 있었다. 대통령이 되면 정말 잘하리라 기대되는,‘철인’에 가까운 인물은 주요 정당의 후보조차 되지 못하곤 했다. ‘민주정치는 차선이고, 다소는 비겁한 제도다.’ 어쭙잖은 결론을 내려봤다. 모두의 참여가 보장된 투표 결과는 사후에 잘못이 판명되어도 공동책임으로 미루면 그만이다. 그래도 대의민주정치에서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흐를 여지가 직접민주정치보다는 적은 편이다. 선거 때는 온갖 공약을 남발하지만 당선된 뒤에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5년마다 치열한 대선을 치르면서 정책혼란이 이 정도인 것은 ‘당선자의 변심’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요즘 플라톤의 고민을 다시 하게 됐다. 정치판이 포퓰리즘의 물결로 보이는 탓이다. 인터넷의 획기적 발달과 수시 여론조사는 포퓰리즘의 일상화를 가져왔다. 국적법개정안을 둘러싼 홍준표 의원의 행동에서 보듯 인터넷 여론을 장악하면 누구도 두렵지 않다. 대선주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정치인들이 대중영합주의의 유혹을 강력히 느끼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페론으로 대표되는 구(舊)포퓰리즘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봐야 한다. 사실상 직접민주정치의 부활이다. 여야 정당이 인터넷 의존도를 높이고, 리플에 휘둘리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인터넷을 먼저 활용한 열린우리당은 벌써 부메랑을 맞았고, 뒤늦게 시작한 한나라당은 아직 재미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퓰리즘을 지양하라.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을 살려 책임정치를 하라.’는 원론이 먹혀들까. 차라리 포퓰리즘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제대로된 직접민주정치로 승화시키는 게 낫다. 크게는 헌법이 손질되어야 한다. 조만간 본격화할 개헌논의에 직접민주정치 요소를 대폭 반영하는 방안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줄이고, 국민의사를 직접 묻는 범위를 확대해 보자. 현행 헌법은 외교·국방·통일·국가안위 관련 정책을 대통령만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게 규정했다. 이를 일정 숫자 이상 국민의 요구가 있으면 국민투표가 가능하게 바꿔야 한다. 국회나 주요 정당에 발의권을 줘도된다. 수도이전은 물론, 대북지원·국가보안법에서 교육정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안건이 국민투표에 회부될 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모성보호법을 국민투표 안건으로 올리기도 했다. 비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대선·총선·지방선거와 맞물려 정책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한국은 인터넷강국이다. 객관적 관리가 보장된다면 큰 돈 안 들이고 전체 국민의사를 묻는 게 가능하다. 선관위는 2012년 총선부터 인터넷투표를 도입할 계획을 세웠지만 그보다 빨라질 수 있다. 다음 헌법개정에서 전자(電子)민주주의를 체계화한다면 한국은 새로운 정치제도를 만든 국가로 세계사에 기록될 것이다. 개헌에 앞서 당장 포퓰리즘의 순기능을 살리는 게 쉽지 않다. 정치지도자가 선동한 것인지, 실제 밑바닥 여론인지 헷갈린다. 인터넷 여론몰이꾼을 골라내는 일 역시 만만치 않다. 찬반 논거를 충분히 알리지 않은 채 1000명 안팎을 대상으로 급조된 여론조사도 한계가 있다. 시일이 걸리더라도 검증과정을 길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익명성에 숨어 부르르 끓어오르는 인터넷 단기여론으로 입법이나 정책방향이 결정되어선 안 된다. 진정한 국민공감대를 위해 참고 기다리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사설] 17대국회 첫 재보선 달라야 한다

    4·30 재보궐선거가 어제부터 공식선거전에 돌입했다. 여야는 17대 총선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규모의 선거를 맞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당의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 민주당 한화갑 대표 등 여야 당지도부가 첫날부터 예외없이 선거지역을 방문해 지원활동에 나섰다. 국민들의 눈에는 과열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민생에는 관심이 없어보이던 정당들이 판이 벌어지니까 ‘나요, 나요.’하면서 나서는 꼴이 별로 반갑지는 않다. 과반확보니 과반저지니 하지만 자기네들만의 구호 아닌가. 선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이며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희망을 보인 깨끗한 선거풍토를 해치는 일들은 피해야 한다. 이번에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6곳은 보궐선거가 아닌 재선거다. 총선에서 불법 등으로 인해 당선무효가 된 지역이다. 지역주민들은 자신들의 뜻과는 달리 별수없이 또 선거에 휘말리게 된 상황이다. 정당들의 흥분과는 달리 지역민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는 것이 수긍이 간다. 재선거가 치러지는 원인을 직시한다면 과열을 부추길 수 없을 것이다. 1년 전 17대 총선은 깨끗한 선거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새 선거법이 선거운동의 제약이나, 선거비용의 제한 등 불편한 점이 많았다고 지적하지만 정치권의 생각일 뿐이다. 주민들은 오히려 고질적인 과열·혼탁선거, 금권선거 등이 개선됐다고 반기고 있다. 선거를 거듭할수록 이런 공명풍토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재보선은 깨끗한 선거 정착을 향해 내딛는 두걸음째여야 한다.13일간의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는 물론 정당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치가 퇴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이명박 시장 홈페이지 글 전문

    ●행정수도에 관해 저 이명박이 말씀드립니다. -수도분할을 중지하고 통일을 대비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 인터넷에 띄우신 “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은 잘 읽어보았습니다.그 글에서 “행정수도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도 꿈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그렇습니다.저 이명박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저의 꿈은 통일수도입니다.대통령께서는 ‘분할된 수도’를 꿈꾸고 계시지만,저는 ‘통합 된 수도’를 꿈꾸고 있습니다. 충청권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온나라가 함께 잘사는 나라,남한과 북한이 하나 되고 함께 잘사는 나라,남북한 7천만 겨레가 합의하는 통일수도를 꿈꾸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개혁과 국가발전을 위해 애쓰고 계신 것에는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하지만 수도분할은 아닙니다.개혁도 아니고,균형발전도 아닙니다. 사실 수도이전 논의는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나온 것이어서,저는 선거가 끝나면 당연히 국민의 의사를 물어 재고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대통령께서는 ‘수도이전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한나라당에서도 재미좀 보라.’,‘정권의 명운을 건다.’,‘지배세력 교체를 위해 천도해야 한다.’,‘수도이전에 반대하는 것은 정권 흔들기다.’라고 말씀하시는 등 국가대사를 극단적으로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보고,국가의 중대사인 수도이전을 오직 정치적 계산에서 추진한 것이지,국가균형발전이나 수도발전을 위해 오래전부터 심각하게 고민하여 추진한 것이 아님이 명백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신행정수도 예정지를 발표하고 후속 조치를 일사천리로 진행시켰습니다.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책은 성공한 예가 없다고 역사는 가르치고 있습니다.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했던 수도이전은 지난해 대다수 국민의 반대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결국 무산되었습니다.저는 그때 국민과 함께 ‘국력낭비를 막았다.’면서 안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도이전이 수도분할의 망령으로 되살아나 또다시 정치에 남용되고 있고,국민을 괴롭히고 있습니다.수도이전보다 더 나쁜 수도분할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성난 민심을 의식하여 “수도권 후속대책”을 쏟아내고 있고,국무총리는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를 만들어 수도분할을 기정사실로 몰아가고 있습니다.수도분할로 충청권 주민을 현혹하더니,이제는 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주민을 현혹하려 하고 있습니다.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수도분할은 수도이전보다 더 나쁩니다. 제17대 국회는 2005년 3월 2일 수도를 분할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대통령과 6부는 서울에 남고,국무총리와 12부4처는 충청남도 연기·공주로 이전한다고 합니다.대통령은 3월 18일 이 법률을 공포했습니다. 정말 통탄할 일입니다.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수도를,그것도 행정부를 갈라 나누어 놓은 예는 없습니다.수도분할은 국정운영의 비효율과 국력 낭비,그리고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 명백합니다. 요즘은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입니다.국정운영의 효율은 국가경쟁력의 기초입니다.대통령과 국무총리,장관들이 서로 120km나 떨어진 장소에서 근무해서는 국정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원만한 부처간 협의도,신속한 위기관리도 어려워집니다.수도분할은 국가정체성과 통치의 근본을 쪼개는 것으로서,수도이전보다 더 나쁩니다. 수도이전과 수도분할에 정략적으로 담합한 정치권은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16대 국회는 2003년 12월 ‘신행정수도건설을위한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그때 저는 이 법률의 통과를 막기 위해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국민과 함께 사방으로 뛰어 다녔으나,여·야 정치권은 저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다행하게도 우리의 입헌민주주의는 살아있었습니다.헌법재판소가 2004년 10월 21일 수도이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었습니다.대의민주주의의 타락에 경종을 울리는 역사적 순간이었고,대한민국 헌정사에 한 획을 긋는 잊지 못할 사건이었습니다. 그때 한나라당은 위헌 결정을 환영하면서,수도이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였습니다.그러나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또다시 수도분할에 동조했습니다.수도를 두 동강내는 결정에 동조했던 정치권은 역사에 공동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중앙정부는 서울시와 단 한번의 사전·사후협의 없이 수도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수도이전은 건국 이후 최대의 국책사업입니다.그런데도 중앙정부는 사전에도,사후에도 서울특별시장의 의견을 구하거나,협의를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작은 프로젝트의 경우에도,이해당사자나 전문가와 오랜 기간 기술적·경제적으로 치밀한 사전 검토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합니다.이것은 최소한의 예의이며,필수적인 절차입니다.수도이전은 작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가 대사입니다.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이러한 최소한의 예의와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정치적 담합으로 수도분할을 기정사실화 해놓고,“후속대책을 마련한다.”는 빌미로 사후적으로 지방정부를 불러 무조건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은 ‘참여민주주의’가 아닙니다.민주주의가 아니라 권위주의의 부활이며,참여를 가장하여 지방자치를 억누르는 ‘참여권위주의’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지방자치의 헌법정신을 존중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해야 합니다.시대에 역행하는 ‘권위주의’ 방식의 모양 갖추기에는 결코 승복할 수 없습니다. 수도분할 반대는 수도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제가 수도분할에 반대하는 것은 수도권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반대가 아닙니다.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국가균형발전은 충청권으로의 수도이전이나 수도분할로 이룰 수 없습니다.만일 제가 충청권 시·도지사였을지라도,수도이전의 문제점을 똑같이 지적했을 것입니다. 수도이전 문제는 통일을 대비해서 국민의 뜻에 따라 정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해양수산부 이전 반대 이유는 지금도 타당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해양수산부장관 재직 시에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지금 보아도 아주 잘하신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는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가면 서울에 따로 사무소를 두어야 하고,장관은 거의 서울에 있어야 한다.”,“장·차관이 매주 국무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국회에도 출석해야 하는데,서울에서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지방으로 이전하면 결재 등 업무효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처이전보다는 실질적인 업무와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신 것으로 압니다.참으로 올바른 지적이며,지금도 타당한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나,지금이나 사정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그런데도 대통령께서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앙정부의 “수도권 후속대책”은 국민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이 내놓은 “수도권 후속대책”은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서울시가 이미 계획했거나 추진하는 사업을 자신들이 새롭게 수립한 것인 양 발표하여 사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아무런 사전상의도 없이 서울시의 정책을 복사하여 발표한 것은 명백한 표절입니다. 중앙정부의 뚜렷한 역할이나 예산지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여당에서는 “서울시 청사를 광화문네거리에 대형 건물로 짓겠다.”고 하고,정부에서는 “대학로 발전방안”까지 발표했습니다. 대학로를 꾸미는 일은 기초자치단체인 종로구가 추진하고 있는 고유 업무이며,“청계천 역사문화벨트 조성”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역점사업입니다.그런데도 이러한 사업들을 마치 중앙정부가 마련하고 주도하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며,그간 준비가 안 되어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에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촉구합니다. 정부·여당은 수도분할로 텅 비게 될 정부청사에 “벤처단지 조성”과 “초고층 업무빌딩 유치”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수도권과밀 해소를 위해 수도분할을 한다면서,그 후속대책으로는 오히려 수도권과밀을 부추긴다면,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입니다.정부부처가 떠난 자리에 기업을 유치하겠다면,처음부터 연기·공주에 유치하는 게 훨씬 더 낫습니다. 수도이전과 수도분할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과밀 해소’를 이유로 추진되어 왔습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저의와 진실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선거 때마다 이용하려는 정치책략임을 모든 국민이 알게 되었습니다.그래서 국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심 쓰듯이 “후속대책”을 급조하고 남발하는 것은 잘못된 수도분할을 더욱 잘못되게 하는 일이며,충청권과 수도권,나아가 국민을 두 번 속이는 일입니다.국민을 두려워한다면,국가균형발전을 원한다면,이제는 진정으로 지방을 도와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수도분할과 “수도권 후속대책”은 바른 길(正道)이 아닙니다.국민의 행복보다 정파의 이익을 앞세우는 그릇된 길(邪道)입니다.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통일한국과 7천만 겨레의 앞날을 걱정하는 바른 길로 돌아와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길로 가기를 호소합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진정한 지방분권과 재정지원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참여정부가 진정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려고 한다면,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과 재원을 과감히 지방으로 이양해야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서울집중을 막기 위해 백약을 다 썼으나 무효였다고 하고 그래서 수도이전을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실은 백약 중 가장 효험이 있을 약은 제쳐두고 있었습니다.그것은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에 나누어 넘겨주는 일,즉 진정한 ‘분권’입니다. 중앙집권의 낡은 틀을 그대로 둔 채,수도이전이나 수도분할을 한다고 해서 지방이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균형발전의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지방에 실질적인 결정 권한과 재원을 주면,지방정부는 지역특성에 맞는 발전을 이뤄 나갈 능력이 있습니다.세원이 많은 곳에서 세금을 더 거두어,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수도분할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의 일부를 지방에 지원해야 합니다.그러면 지역별로 특색에 맞는 발전을 이루어 지역균형발전은 빨라질 것입니다. 정부가 중앙행정기관을 인위적으로 강제 배분하는 방식은 구시대적 발상이며,지방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서울의 과밀은 해소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가 표방하는 수도이전 또는 수도분할의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과밀 해소 및 국가균형발전입니다.수도이전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경제·산업·교육의 기능을 분산시키고,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세계화와 개방화의 시대입니다.수도권의 기능을 억제한다고 해서,이것이 곧 비수도권 지역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왜냐하면 자본과 시설,사람이 외국으로 나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지난날 수도권정책이 수없이 반복되었어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시대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수도권 집중을 인위적으로 억제해서 그 반사이익이 상해,동경 등 다른 경쟁도시의 몫으로 돌아간다면,그것은 오히려 서울과 지방을 공멸시키고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하겠습니다.수도권 집중을 억제해도 비수도권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비수도권의 발전은 그 지역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수도분할의 이유를 들면서 국가균형발전보다 수도권 과밀을 걱정하셨는데,이것은 인식의 차이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현재 수도권은 과밀화 진행 단계를 지났습니다.서울의 인구는 줄고 있고,서울의 교통,환경,주거 여건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1970∼80년대에는 인구과밀을 걱정했으나,1990∼2000년대에는 인구의 과소를 걱정할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서울시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실제로 구체적인 성과를 착실히 이뤄가고 있습니다.서울에 세계의 첨단기업이 모여들고 있는 것은 그 증거입니다. ●공장의 위치보다 일자리 창출이 더 중요합니다. 정부는 지금 수도권규제완화를 거론하고 있습니다.그렇습니다.일부 규제는 필요하겠지만,수도권의 경쟁력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야 할 것입니다.그간 서울시는 수차례에 걸쳐 지나친 수도권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건의했으나,반영된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요즘은 세계화 시대입니다.세계 각국이 자본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수도권에 공장을 짓지 못하게 하면,지방으로 가는 게 아니라 외국으로 나갑니다. 공장의 위치가 수도권에 있느냐,지방에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일자리 창출이 중요하고,청년실업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수도이전과 수도권규제 완화는 흥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수도이전과 수도권규제 완화는 별개의 사안입니다.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참여정부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전제로 공장총량제 등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대통령께서는 “행정수도이전 정책과 수도권규제 개선은 수도권과 지방의 정치적 빅딜로서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주장하셨습니다. 이는 수도이전과 수도권규제 완화를 “맞교환하자.”는 주장인데,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는 근본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수도이전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대사로서,수도권규제 완화와는 그 성격과 비중이 다릅니다. 수도이전을 합리화하기 위해 수도권의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는 것은,마치 ‘정치적 흥정’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습니다.수도이전을 해도,지금의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합리적이라면 그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옳을 것입니다.마찬가지로 수도이전을 하지 않더라도,수도권 규제가 합리적이지 않으면 이를 철폐해야 할 것입니다. 그간 서울시가 수도권규제 완화와 수도권발전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지만,중앙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수도분할에 대한 수도권주민의 분노가 들끓자,이를 달래려는 ‘사탕발림’ 식으로 수도권발전을 거론하고 있습니다.국가경영에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시류에 따라,정치 분위기에 따라 오락가락해서는 안 됩니다.중앙정부가 진정으로 수도권발전을 원한다면,서울시가 꾸준히 건의해 온 방안을 검토하기를 바랍니다. ●서울은 지방이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동북아중심국가’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서울의 경쟁력은 필수입니다.국경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입니다.대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은 주변 강대국의 주요 도시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동경,북경,상해,싱가포르 등 경쟁도시들과 한판 승부를 벌어야 하고,이겨야 합니다.그래야 대한민국의 국력이 커질 것입니다.그런데 멀쩡한 수도를 두 동강낸다면,서울과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일본 도쿄도 수도이전을 추진했던 적이 있습니다.오랜 세월 검토하다가,지난 2003년에 수도이전 논의를 중단했습니다.오히려 도쿄의 도시경쟁력을 키워주고 있습니다.2002년 7월 “수도권·기성시가지의 공업 및 제한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여 동경의 경쟁력이 곧 일본의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럽의 국가들도 20세기에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분산정책을 취했습니다.하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대도시의 경쟁력을 육성하는 새로운 국가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런던,파리,로마,프랑크푸르트,베를린,그리고 브뤼셀 등 유럽 각국의 수도들은 유럽연합(EU)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강력한 집중전략을 다시 펴고 있습니다. ‘수도이전이 국가균형발전과 무관하다’는 사실은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서울은 부산,대구,대전,광주 등 지방도시와 경쟁하지 않습니다.동북아시아의 주도권을 놓고,도쿄,상하이,베이징,홍콩,싱가포르 등 대도시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아시아 주요 도시와의 경쟁에서 서울이 이겨야 중앙정부가 표방하는 ‘동북아중심국가’도 성공할 것입니다. ●서울과 지방은 상호보완 속에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국가균형발전은 획일적인 형평성을 지향하는 ‘하향평준화’가 아닙니다.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상향일류화’가 되어야 합니다.그러자면,수도권과 지방이 상호보완을 이루어,나라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정부는 서울과 지방을 분열시키지 않아야 합니다.서울과 지방은 서로 돕는 보완관계에 있습니다.예를 들어,전라남도의 관광단지가 발전하면 서울의 시민들이 가서 보고,지방의 무공해 농산물은 수도권시민이 이를 소비합니다. 수도를 약화시켜 다른 지방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은 성공한 예가 없습니다.수도를 여러 개 만들어서는 안 되며,서울·대구·광주는 각자 특색 있게 발전시켜 상호보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해야 합니다. ●수도이전에 쓸 재정이 있다면 통일비용으로 아껴 두어야 합니다. 수도이전은 ‘평화통일’이라는 민족의 염원과 통일한국의 장래를 염두에 두고 구상되어야 합니다.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고,경제난이 겹쳐 체제가 내구력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이러한 정세를 감안할 때,통일이 언제 실현될 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그러나,정부가 수도를 분할하여,새로운 행정도시를 완성하는 시기 이전에 통일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도를 온전히 지키는 일은 “통일 다음으로 중요한 이 시대의 애국과제”라고 생각합니다.그 이유는 수도가 국정수행의 중심이자,국가정통성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통일한국과 7천만 겨레,그리고 후손들의 행복을 생각한다면,수도를 두 동강내서는 안 됩니다. 국가경영에는 우선순위가 있습니다.수도분할은 시급하지 않습니다.지금은 수도분할이 아니라,민족통일에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수도이전이나 수도분할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됩니다.남·북한이 통일 후 공동 번영을 이루려면 엄청난 규모의 재정이 필요할 것인데,이렇게 한가하게 국력을 낭비할 때가 아닙니다.수도분할에 사용할 재정이 있다면,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재원으로 아껴 두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100만 명에 이르는 젊은 실업자가 있습니다.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입니다.수도이전에 쓸 돈이 있다면,차라리 그 비용으로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더 현명합니다. ●국익을 위해 결심을 바꾸는 것은 지도자의 진정한 용기입니다. 국가지도자는 결심을 하고 집행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때로는 결정을 취소하고 결심을 바꾸는 용기도 필요합니다.개인적인 차원의 명분보다 국가의 명운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노 대통령께서 지도자로 높이 평가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70년대 말에 추진했던 ‘행정수도이전계획’은 수도의 영구이전이 아닌 임시 행정수도로의 이전계획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미국의 카터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언급하여 한미관계가 어려워지고 안보불안이 커진 상황에서,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나기 위한 국가안보상의 필요에서 추진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현재는 그 때와 모든 국내외 상황과 여건이 판이하게 달라졌습니다.동서냉전 시대가 가고 남·북 긴장이 완화되었으며,이제 세계는 경제적으로 국경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북한의 기습공격을 대비해야 했던 30년 전에는 수도이전이 논의될 만 했을지라도,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 세계와의 경쟁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6년에 ‘제6회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가,경제여력이 없다는 이유로,그리고 소요 재원을 국가적으로 더 시급했던 산업발전에 쓰기 위해 이를 반납했던 적이 있습니다. 행정중심도시는 어차피 성공하지 못할 일입니다.저는 젊어서부터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부터 동토의 시베리아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일해 왔습니다.그러나,세계 어느 곳에서도 수도를 분할한 사례를 본적이 없고,브라질·호주·말레이지아 등 수도이전을 추진했던 나라의 경우에도 수도이전에 성공한 사례를 본적이 없습니다.결국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분할도 국력낭비로 이어질 것이 명백합니다.사정이 이런데도 꼭 해야겠다고 고집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 국가지도자는 단순히 정책을 수립했다는 사실만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닙니다.때로는 국익을 위해 기존의 정책을 바꾸거나 포기하는 지도자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걱정하는 혜안과 용기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지도자의 결단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대통령께서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수도분할을 재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만약 생각을 바꾸신다면,우리국민들은 은퇴 후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할 것이라 믿습니다. 2005년 3월 24일 서울특별시장 이명박
  • ‘디지털세대 票心’ 이슈로

    ‘디지털세대 票心’ 이슈로

    ‘투표율 제고, 개표 시간 단축 vs 개인정보 유출, 부정선거 시비 우려’ 오는 2008년 18대 총선 때 도입될 전자투표제도에 쏟아지는 기대와 걱정들이다. 전자투표는 50% 안팎을 넘나드는 데 그치고 있는 선거 평균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헌을 세울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재·보궐 선거에서 총 유권자의 10% 남짓 득표만으로 당선되곤 했던 ‘절름발이 대의민주주의’의 완성도를 한층 높일 수 있으리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비밀투표를 침해할 가능성, 표 매수행위 등 부정선거 시비부터 시작해 개인 정보의 유출 우려와 국가관리 문제점 등 곳곳에 허점이 도사리고 있다. ●언제부터,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중앙선관위원회는 올해 하반기부터 학생회, 노조, 대학 등 각종 민간선거에서 시범 도입해 시스템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어 2006년 교육감, 농·수·축협 조합장 선거에 전자투표와 종이투표를 병행 실시하기로 했다.2007년에는 일부 재·보궐선거에서부터 종이투표와 전자투표를 병행하고, 이때 해외 거주자·부재자 등을 대상으로 인터넷투표를 시범 실시할 예정이다. 전자투표의 본격적인 실시는 2008년 18대 총선부터다. 모든 선거구에서 일제히 실시되며, 부재자와 해외 거주자 등은 인터넷으로 투표가 가능하게 된다. 주소지와 상관없이 전국 어느 투표소에서도 본인 확인을 거쳐 전자투표를 할 수 있다. 2012년 19대 총선부터는 아예 안방에서도 투표가 가능하도록 인터넷 투표가 전면 도입된다. 물론, 이때도 전자투표와 종이투표는 병행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의 80∼90%가 전자투표를 선택할 것이며 노인 등 일부만이 기존의 종이투표로 진행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환영”…득실 셈은 각각 여야 정치권은 일단 원칙적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득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이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각종 선거문화를 바꾸고 젊은층의 참여를 제고하는 데 긍정적으로 기능할 것”이라면서 “정당은 일상적으로 인터넷 정당으로 활동해야 하며 디지털 세대의 감성과 코드에 맞는 활동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전자투표가 도입되면 20대 초반 젊은층과 노인 등 정치적으로 소외된 약자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투표율이 올라갈 것”이라면서 “노인층은 물론,20대 초반 역시 신보수주의, 실용주의 경향을 띠고 있어 한나라당이 집중 공략하면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보완 개선분야는 산적 무엇보다 인터넷투표가 전면 도입돼 안방에서 투표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표할 수도 있다. 비밀투표는 사실상 파괴되는 셈이다. 유권자의 투표기록을 국가가 관리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개인 정보의 유출은 물론 대리 투표 등 표 매수행위가 성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중앙선관위 한 관계자는 “유권자에게 고유의 비밀번호와 코드번호를 줄 때 유권자가 선관위에서 부여받은 번호로 접속해 나중에 다시 비밀번호 등을 최종적으로 바꾸도록 해 비밀을 보장할 수도 있고 타인의 강제에 의한 투표를 막기 위해 남이 지켜볼 때에는 가상투표를 하고, 나중에 실제 투표를 하는 방식도 있다.”면서 “이중, 삼중의 보완장치를 2012년까지 개발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록삼 박지연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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