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금융파업 이후의 노사관계
금융노조파업이 노·정 합의에 의하여 타결되면서 ‘윈-윈 게임이었다’,‘시장의 힘이었다’ 등의 평가를 받고 있다.그러나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할수 있다.금융권의 구조조정을 비롯하여,금년 하반기 노사관계를 어떻게풀어나가느냐의 문제는 우리 사회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금융노조는 파업타결 당시 특정은행 처리와 관련하여 이면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정부가 이를 부정할 경우 2차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더욱이 IMF는 금융노조파업과 관련,“강제합병은 물론 강제적인 인력감축도 없을 것”이라는 노·정 합의에도 불구하고,인력감축 없이는 금융구조조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또한 10월중으로 예정된 금융지주회사 탄생을 계기로 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은 분명하며,이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한편 지난달의 롯데호텔과 사회보험노조파업에 대한 강제진압으로 인하여노·정 갈등은 고조되어 있는 상황이다.일반적으로 파업노조가 공권력에 의해 해산됐을때는 다시 대오를 추스르기가 쉽지않음에도 불구하고,롯데호텔노조원들은 진압된 후에도 진열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명동성당에서 40여일에 이르는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테러진압’을 방불케 하는 경찰병력 투입이 그들을 ‘투사’로 만든 것이다.노동계는 의약분업을 반대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삼은 의사들에 대하여는 솜방망이였던 정부가,‘집단이기주의 엄벌’이라는 미명하에 롯데호텔 노조파업에 대하여는 2명의 임신부가 유산을 할 정도의 폭력진압을 한 사실에 대해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며 분노하고 있다.정부는 이제부터라도 하반기 노사관계를 풀어나감에 있어서 노동계를 포용하면서,사회통합을 향한 일관된 노동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하반기 노사관계의 주요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첫째,향후 2단계 공공·금융·기업 부문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예상되는 노·정 갈등을 어떻게 조정해나갈 것이냐이다.둘째,정규직 근로자의 소득을 비롯한 근로조건과 비교하여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사용자의 요구 또는 사회적필요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보호해 나갈 것인가이다.셋째,근로시간 단축,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노조의 산별화 추세에 대한 대응방안 등 노사관계제도 개혁을 둘러싸고 발생하게 될 노·정간의입장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이다.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는 것은 노·정간,노사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특히 노·정간의 신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안정적 노사관계도,노사의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도 이룰 수 없다.정부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른 임시방편식 노동정책에서 탈피해,일관되고 확고한 원칙하에 노동정책을 펴나가야 한다.또한 구조조정을 비롯해 노사관계제도 개혁,취약근로자 계층에 대한 보호 등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노·사·정간의 사회적 합의에 기초하지 않은 노동정책의 추진은 결국에는 노사 갈등으로 이어지게 돼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될 뿐이다.
노사간의 신뢰회복을 위하여 사용자측은 성실하고 진지하게 교섭에 임하여야 하며,노사 파트너십 정착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사용자는 노사간의 진정한 파트너십과 인적자원 개발 없이는 기업경쟁력의 확보가 불가능하다는것을 인식해야 한다.이를 위하여 사용자는 정책적·제도적으로 기업경영 및복지,산업안전,교육훈련 등의 분야에 근로자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노동조합측도 하반기의 노사관계제도개혁 등과관련된 사안에 보다 적극적이고 대국적인 자세로,국가의 경제적·사회적 상황에 근거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를 관철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물론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중심의 활동과 병행하여 비정규직 근로자와 저소득·취약계층을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金 素 英 노동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