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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과거사 상처 헤집지 말아야”

    朴대통령 “과거사 상처 헤집지 말아야”

    한국과 중국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연일 비판 강도를 높이면서 냉각된 동북아 정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해 왔던 박근혜(얼굴) 대통령은 30일 일본의 우경화와 퇴행적 역사관을 강경한 어조로 비판하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올해 마지막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새해에는 과거사 상처를 헤집어 국가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감정을 악화시키는 행동도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기준, 인류사회의 양심에 맞지 않는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 나라의 경제력이 아무리 부강하다 하더라도 결코 일류 국가로 평가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일등은 경쟁에서 남을 이겨 순위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지만 일류는 최고의 품격과 질을 갖추는 것”이라면서 ‘일등 국가론’과 ‘일류 국가론’을 대비시켜 일본이 ‘부(富)의 크기’로만 일류 국가에 오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최근 일본 정부의 급속한 우경화 움직임에 단호하게 제동을 걸지 않고서는 전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도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중·일 지도자 간 만남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대일 공세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아베 총리의 방중을 포함해 다자·양자회담에서의 중·일 지도부 간 대면을 원치 않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사실상 아베는 스스로 중국 지도자와의 대화의 대문을 닫아걸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아베가 해야 할 일은 중국 정부와 중국 인민을 향해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을) 고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베가 A급 전범들을 참배한 것은 실질적으로 도쿄 전범재판을 뒤집고 일본 군국주의와 대외침략, 식민통치를 미화한 것으로 인류 양심의 유린이자 정의에 대한 도발”이라면서 “이런 일본 지도자를 중국 인민은 당연히 환영하지 않고, 중국 지도자는 그(아베)와 대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김대중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주도적 추진 박재규 前 통일장관에게 들어본 ‘김정은 체제 2년’

    [김문이 만난사람] 김대중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주도적 추진 박재규 前 통일장관에게 들어본 ‘김정은 체제 2년’

    지난 12일 북한의 사실상 2인자였던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세계의 이목이 북한으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젊은 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거침없는 행보를 지켜보며 앞으로의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도 장성택의 처형이 북한을 새로운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 북한에서 대규모 숙청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에서 일어날 후폭풍과 남북 관계, 나아가 북·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2년을 맞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최근 인민군 설계연구소와 마식령 스키장 등 각종 위락시설을 돌아보며 장성택 처형이라는 ‘큰 사건’을 마무리하고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했듯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대한 실적 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평양발 소식은 북한이라는 특수체제로 인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혼돈’과 ‘혼란’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김정은 체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이고 그에 따른 남북 관계는 향후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박재규(경남대 총장) 전 통일부장관을 만났다. 박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때 남북정상회담을 주도적으로 추진했고 남북장관급회담 남측수석대표, 대통령자문 통일고문 등을 지낸 바 있어 누구보다도 북한 권력층의 내부 사정과 한반도 주변 정세에 밝은 인물로 꼽힌다. 먼저 장성택 처형과 관련된 얘기부터 나왔다. →북한은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장성택을 실각시킨 지 4일 만인 12일 장성택을 신속히 처형했습니다.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영도체계 확립’을 부각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장성택 관련 당·정·군 인맥은 물론이고 전반적으로 정풍과 인사쇄신의 숙청작업이 대대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정은 체제에서의 ‘유일영도’를 거부하는 자는 처벌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지요. 다시 말해 최고 영도자에 대한 도전은 반드시 처벌된다는 것을 신속한 진행으로 대내외에 알림으로써 처형에 대한 정당성 확보 및 1인 절대 지배체제의 확립을 도모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장성택의 죄목을 보면 ‘국가전복’ 혐의가 있습니다. 이는 장성택이 쿠데타 등 정변을 일으키려 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12월 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목한 ‘반당·반혁명 종파행위’보다 더 무거운 ‘국가전복 음모’로 최고 권력 찬탈을 기도했다는 것이 국가안전보위부 특별 군사재판 판결 내용입니다. 즉 국가전복 음모를 위해 ‘불순 이색분자’ 등을 주요 직책으로 끌어들여 무리를 규합했으며, 장성택의 우상화를 꾀했고 당의 방침보다 장성택의 말을 더 중시해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하고 있지요. 이렇게 구체적 죄목으로 볼 때 이는 1인 영도체제에 반하는 것으로 북한의 정치체제 현실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것입니다. →장성택 처형이 북한 내부 정치체제의 안정과 경제개발 추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며, 대남 및 대외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장성택 제거 이후 그동안 경제개발의 여러 부문에서 추진해 오던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핵 문제 등의 걸림돌로 외자유치 및 대외 경제협력이 순조롭지 못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정치적 숙청의 회오리는 경제개발 추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대외관계 또한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정치적 문제 해결에 주력할 것이며 내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되면 대외적인 상황과 연계해 출로를 마련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내부 정치적 변화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대외·대남 관계에서 의외로 유연한 자세와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장성택 처형이 부인 김경희 비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지요. -장성택의 숙청에도 불구하고 김경희는 ‘백두혈통’인 김일성의 딸이라는 점에서 위상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김 비서는 최근 건강도 좋지 않아 조용히 지낼 것으로 보입니다. 김경희와 장성택 사이에 외동딸이 있었으나 프랑스 유학 도중이던 2006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총장은 아마 유일한 혈육인 딸이 살아 있었다면 장성택과 김경희 사이가 멀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또 장성택과는 몇 차례 만난 인연도 있다. 이와 관련, 2005년 남북정상회담 5주기 행사차 방북했을 때 박 총장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장성택 선생은 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2002년 경제시찰단 당시) 남쪽에 내려갔을 때 폭탄주를 많이 마셔서 건강이 안 좋아 휴양차 보냈다. 건강이 회복되고 있으니 곧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몇 개월 후 장성택은 다시 당으로 복귀했다. →김 제1위원장이 권력을 세습한 지 2년이 됩니다. 그동안 북한에서 진행된 ‘김정은 체제’ 구축 과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김정일에 비해 짧은 후계 구축 기간과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2년 만에 ‘김정은 유일 영도체계’가 비교적 순탄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됩니다. 후계 권력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에는 중국의 협력과 김정은 후견 세력(김경희, 장성택, 최룡해 등)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미 아버지 김정일이 2009년부터 차분하게 권력세습과 관련한 갖가지 준비를 철저히 했고 아버지 사망 이후 신속하게 최고 영도자로서 모든 권력의 지위를 승계했지요.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이제 당·정·군에 대한 ‘김정은 리더십’의 홀로서기가 가능해졌습니다. 앞으로 수령의 권위에 대한 도전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엘리트들의 수직적 균열 가능성은 낮지만 급격한 권력 엘리트의 부침으로 인한 엘리트 집단 간 수평적 균열 가능성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김 제1위원장의 최우선 관심사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한마디로 말해 ‘유일영도체계’ 구축과 경제건설입니다. 이는 절대권력을 유지하고 군사적 대결 태세와 함께 경제강국을 통해 체제의 생존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경제재건 및 인민경제 향상에 주력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단기적인 체제의 안정과 장기 집권의 토대를 구축하고 경제난 해결을 위해 경제 분야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각종 위락시설 및 마식령 스키장, 세포등판 건설 등이 북한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하는지요. -북한이 처한 현실, 즉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외자유치의 한계, 단기적으로 주민생활 향상 효과를 보여줘야 하는 현실적 조건 등을 고려한 조치로 생각됩니다.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을 통해 뭔가 달라졌다는 변화를 구체적·체험적으로 느끼게 해준다는 차원에서 각종 위락시설을 건설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 시대에 비해 김정은 시대 들어 경제적·정치적 측면에서 북한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국제사회 고립에서의 탈출, 경제난 해소 등을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이 필수적인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국제사회의 제재와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북·중 협력관계를 통해 각 분야에서 출로를 모색하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요. →미국이 북한의 선행조치를 강조하는 등 6자회담 재개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앞으로 북핵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지요.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국가 기본전략으로 채택해 ‘핵·경제 건설 병진 노선’에 따라 핵 개발을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는 한편 체제안정 보장 및 경제지원을 위해 미국 등을 향해 협상을 꾸준히 요구하겠지요. 핵 보유를 선언한 북한과의 대화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우선돼야 합니다. 6자 회담 재개를 놓고 남·북·미·중 간 각축이 심할 것으로 보이며 북한의 내부 정세도 중요한 변화의 요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새로운 한 해가 밝아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및 발전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남북 상호간의 신뢰 형성은 ‘과정’이 필요한 것이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북아 안보 구도 및 환경의 변화로 주변국들 간 이해와 대립 경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볼 때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요. 박근혜 정부는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긴 안목을 갖고 원칙을 유지하면서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인도적 사업, 민간차원의 교류활동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김정은 정권은 핵개발에만 의존해 경제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비핵화의 방향에서 체제안정 및 경제회복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관련국들의 협력 없이 ‘핵·경제 건설 병진 노선’은 성공할 수 없거든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요즘 근황을 물었더니 “김 제1위원장이 ‘큰일’을 저질러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여러 군데 특강을 가야 하고 간담회에 참석하는 일이 많아졌네요”라며 웃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박재규 前 장관은 1944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미국 페어레이디킨슨대 정치학과 졸업(1967년), 미국 뉴욕시립대 대학원 졸업(1969년), 경희대 정치학박사(1974년) 등을 거쳤다. 이후 경남대 교수(1973∼1985년), 경남대 총장(1986~1999년), 한국대학총장협회장(1997~1999년),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1999~2001년),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2000년), 남북장관급 남측수석대표(2000~2001년), 대통령자문 통일고문(2006, 2008, 2011~2013년),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2005~2009년), 동북아대학총장협회 이사장(2003~2010년) 등을 역임한 뒤 현재 경남대 총장을 비롯해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 육군사관학교 자문위원, 주한 미군사령관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상훈으로는 미국 뉴욕 언론연구위원회 공로상(1980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 세계 체육지도자상(1996년), 제1회 한반도평화상(2004년), 아름다운얼굴 교육인상(2004년), 대한민국 녹색 경영인 대상(2010년, 교육부문) 등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북한사회의 구조적 분석(1972년), 북한평론(1975년), 북한정치론(1984년), 북한의 신외교와 생존전략(1997년), 북한의 딜레마와 미래(2011년) 등이 있다.
  • 권력 도전 인정않겠다는 의지…‘張 제거=김정은 체제 안정’ 방증

    권력 도전 인정않겠다는 의지…‘張 제거=김정은 체제 안정’ 방증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 2주년을 앞두고 자신의 후견인 역할을 해 온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실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주의 요소를 도입한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적극적 대외관계를 모색하는 등 광폭 행보에 나서던 북한의 변화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과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장 부위원장의 실각 배경으로 군부와의 권력투쟁보다는 2인자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김 제1위원장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은 장 부위원장이 주도했던 개혁·개방정책의 운명과 김정은 체제의 ‘롱런’ 가능성에 대해서는 각기 상반된 분석을 내놓았다. →장성택 부위원장의 실각 배경을 어떻게 보는가. -전현준(이하 ‘전’) 장성택이 그동안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를 위해 나름대로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너무 깊숙이 권력에 개입된 것 같다. 장성택을 중심으로 세력이 형성될 위험성이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독재국가와 마찬가지로 북한체제에 2인자란 없다. 북한 외부에서 ‘장성택의 섭정’ 같은 표현까지 나왔던 상황이라 자칫 수령의 권위를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숙청된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장성택이 북한체육위원장 맡으면서부터 권력에서 멀어지는 조짐은 있었다. 장성택이 중국통이면서도 그동안 대중국관계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대한 문책의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조영기(이하 ‘조’)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렸다기보다는 김 제1위원장이 어느 정도 권력기반을 장악했다고 생각하면서 2인자인 장성택의 존재를 불편해한 것 같다. →북한의 권력지형이 급변할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전 김정은 체제는 갈수록 안정될 것이다. 당권은 더욱 강화되고, 군은 군대로 김정은에 복종하고, 보위사령부·사회안전부·국가안전보위부 같은 조직들도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정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정치적인 해석이 난무하고 있지만 장성택이 부정부패에 직접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김정은이 장성택을 제거할 힘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앞으로 수령영도체제를 더 과감하게 추진할 것으로 본다. -조 장성택의 실각은 김정은 본인이 권력기반을 강화하려는 조치이다. 다만, 너무 강하면 부러질 가능성도 있다. 당장 장성택이 북한 권력체제의 한 기둥으로서의 역할을 했는데 갑자기 떨어지게 된 상황이라 분명 권력의 공백이 있을 것 같다. →김 제1위원장이 이처럼 빠른 시일 내에 권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전 북한의 수령 유일 영도체계는 나이 어린 후계자가 최고지도자가 된다고 흔들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에 의한 섭정 또는 집단지도체제가 시작되리라 전망했는데 결국 빗나갔다. 장성택과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 최룡해 총정치국장 등은 모두 가신그룹일 뿐이다. 김정은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일종의 ‘머슴’에 불과하다. 앞으로 김정은의 입지는 더욱 확고부동해지고 저항 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조 김정은이 공식 등장한 2010년 9월 당대표자회의 때부터 북한의 권력은 군에서 당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일사상 체계를 뒷받침하는 소위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에 대한 해석권을 가진 사람이 당을 장악한다. 그런 면에서 김정은은 이미 당과 군의 권력을 상당히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전 선당이든 선군이든 모두 수령을 ‘결사옹위’하는 방식이다. 당 또는 군이 나라를 좌우하는 게 아니라 국가를 움직이는 수령의 힘을 어느 쪽에서 지원하느냐의 문제다. 선군·선당 논의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현재로선 수령 체제를 위협할 대안 세력이 북한에는 없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가 붕괴할 가능성도 작다. -조 전 박사 말처럼 선군이냐 선당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외부에서 봤을 때 강해 보이는 독재 국가도 약한 측면이 있다. 권력기관 내부에서 붕괴 조짐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장성택의 실각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정책은 후퇴할까. -전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은 최룡해 또한 군부를 대표한다기보다 당료 출신이란 점이다. 군부 내의 인맥이나 지지도는 오히려 장성택이 더 높았다. 결국 북한 개혁·개방의 방향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앞으로 최룡해를 중심으로 밀고 나갈 것이다. 개혁·개방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조 김정은이 핵·경제 병진정책에서 안보 혹은 국방 중시 정책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북한 권력 수뇌부들은 휴대전화나 시장의 활성화로 북한 사회 내부에서 반체제적인 분위기가 많아진 것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 →앞으로 김정은의 권력 기반은 튼튼할까. -전 독재체제를 받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최고지도자가 바뀐다고 체제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물론 리더도 중요하다. 김정은은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짧지만 2001년부터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2007년부터 군 부대 내에서 후계자로 소문이 났고 2009년 당에서 후계자로 지목됐다. 전혀 짧지 않은 기간이다. 자다가 하루아침에 후계자가 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조 조금 생각이 다르다. 독재국가 지도자는 무엇보다 업적이 중요하다. 김정은은 업적 면에서 당을 위시한 지배계층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독재권력 주변에 포진한 노회한 권력자들이 김정은을 움직이려 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다. →신의주 경제특구와 13개 경제개발구는 성공할 수 있을까. -조 북한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경제개발구를 13개나 만드는 것이 과연 경제적으로 타당한지부터 짚어 봐야 한다. 13개 경제개발구는 대부분 관광 분야에 치중해 있다. 관광사업부터 시작한 국가치고 제대로 된 국가를 보지 못했다. 힘들더라도 경공업을 발전시켜 산업화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전 관광에 투자할 돈으로 공장 하나 더 짓는 게 맞다. 현재 김정은은 평양을 깨끗이 하고 화려한 체육시설을 보여 주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조 경제특구 전략 자체가 한계가 있다. 외부경제에 편입돼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실패가 불 보듯 뻔하다. -전 독재국가는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려고 자원을 활용한다. 이런 습성을 버릴 수 있느냐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결국 핵이 문제인데,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 -전 핵 없이도 수령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겠지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의 대북전략은 북한에 핵이 없더라도 체제는 인정하지 못한다. 북한도 이를 알기 때문에 핵을 이용해 수령체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조 경제개혁도 체제 수호 차원에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회주의 체제의 기본은 배급인데 배급이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시장을 보완재로 활용할 때가 있다. 장마당도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딱 보완재 수준이다. 우리가 북한의 시장을 어떻게 활성화시켜 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전 북한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익숙지 않다. 인재를 외국에 유학 보내 자본주의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생활 자체가 자본주의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에 돌아오면 쓸모가 없어진다. 북한이 자본주의 마인드를 갖도록 다른 국가들이 도와야 한다. 정리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국회 해산할 상황’이라는 전직 총리의 쓴소리

    국회는 어제 본회의를 열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159명이 무기명 투표에 참여해 찬성 154표, 반대 3표, 무효 2표로 가결됐다. 민주당은 표결에 불참했지만 물리적인 제지는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즉각 “비신사적 날치기, 유신회귀형 국회”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장 임명안 처리까지 여당 단독으로 강행되면서 경색 정국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황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와 관련해 표결 무효를 주장하며 오늘부터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대통령이 감사원장 임명을 강행하면 직무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문형표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용 등을 문제 삼아 임명동의안 처리에 별문제가 없는 감사원장 인준안을 연계한 것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그렇다 해도 우리나라 최고 감사기관의 수장인 감사원장의 임명동의안 처리에 여야가 합의해 함께 처리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여야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갈등과 대립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구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 도입 등으로 이어 오면서 이제는 감사원장 등 인사 문제까지 어깃장을 부리며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당 또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발언을 놓고 야당을 옥죄며 불필요한 종북 논쟁을 야기해 온 측면이 없지 않다. 분명한 것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중대 사안이라는 점이다. 이제라도 실체적 진실에 근거해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마땅하다. 김황식 전 총리가 어제 새누리당 의원들이 초청한 강연회에서 “국회 해산제도가 있었으면 국회를 해산시키고 다시 국민 판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 것도 극한 대치 상황에 빠져 있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라고 본다. 과거 총리 시절 절제 있는 언행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은 김 전 총리가 ‘국회 해산’까지 들고 나온 이유를 정치권은 깊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지금은 대외적으로 국가 안보를 걱정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다. 중국이 최근 이어도를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키면서 미·일의 반발로 동북아 정세는 격랑의 파도 속으로 떠밀려 가고 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논란으로 한·미 동맹도 약화될 처지에 놓여 있다. 안팎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야 정치권이 한 덩어리로 움직여도 모자랄 판이다. 정쟁 중단이라도 선언하라.
  •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박근혜정부 외교의 세 가지 갈림길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박근혜정부 외교의 세 가지 갈림길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는 국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지율 60%의 주요인이다. 일단 정상외교의 ‘그림’이 좋았다고들 한다. 이제부터는 실적을 내야 한다. 난제가 많다. 남북, 한·일 갈등이라는 단·중기적 문제부터 미·중 사이에서의 균형잡기 같은 장기적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남북관계:6자회담은 동북아안보포럼 정부는 북한과의 신뢰와 정상적인 관계를 강조한다. 그러나 대외관계에서는 신뢰보다 이해(利害)가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을 전적으로 신뢰하는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과 중국 공안의 탈북자 북송은 정상적인가. 북한은 동북아 정세와 관련해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인지도 모른다. 북한을 돕거나 북한에 굴복해서가 아니다. 미·중·일·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쥐기 위해서 평양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남북대화가 빠른 시일 안에 재개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간접적인 방법이라도 찾아야 한다. 6자회담이 방법이 될 수 있다. 6자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이 제안한 대로 동북아안보포럼의 역할은 할 수 있다. 한·미·일 세 나라는 북한 측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회담 재개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북한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입장을 바꾸고 미·일을 설득하면 6자회담은 열릴 수 있다. 그러려면 유연한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그런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일관계:한가지만 합의하라 박 대통령의 마음속이 궁금하다. 한·일 간의 긴장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로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과의 대화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그 과정에서 미국의 오해를 부르지 않기 위해 일본을 이용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에 가장 중요한 나라는 미국과 중국일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51.6%의 지지로 100%의 권력을 차지했다. 박 대통령이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서 10대0으로 이길 수는 없다. 통상적인 외교의 결과는 5대5다. 6대4면 꽤 성공이다. 2월 ‘다케시마의 날’ 행사부터 8·15까지, 해마다 반복되는 역사의 악재들이 내년에도 길게 이어질 것이다. 손 놓고 그 시기를 지나치면 내년 가을이 된다. 임기의 중반으로 넘어간다. 내년 3월 네덜란드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한·일 정상이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다. 일단 만나서 싸우고 한 가지만 합의하라. 다음에 또 만나자고. 양국의 외교안보 참모들은 분발해야 한다. 두 정상이 역사와 영토, 경제와 통상, 동북아 안보협력 문제를 각각 분리해서 대응할 수 있는 분위기와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한·미 vs 한·중:진실의 순간은? 명(明)이냐, 청(淸)이냐?미국이냐, 중국이냐? 성급하고 어리석은 질문에는 대꾸할 필요도 없다. ‘진실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남북이 통일할 때쯤이면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라고. 과연 그럴까. 그때가 와도 우리는 대답할 필요가 없다. 미국도 우리의 친구고 중국도 우리의 친구다. 미·소관계와 미·중관계는 다르다. 미·소가 군사적 경쟁관계였다면 미·중은 글로벌 패권을 다투면서도 지역안보와 경제·통상에서 협력하는 관계다. 우리는 두 나라의 경쟁보다는 협력 쪽에 가담해야 한다. 2011년 한·중·일협력사무국이 서울에 문을 열었을 때 미국은 한·미·일협력사무국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노력하면 한·미·중·일협력사무국까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미·중·일협력사무국 같은 것은 탄생하기 어렵다. 한국이 없는 동북아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런 전략적 가치를 장기적인 한·미·중 3국 관계에 담을 수 있는 외교력이 우리에게 필요할 뿐이다. dawn@seoul.co.kr
  • [한·러 정상회담] 韓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토대 구축… ‘핵심’ 러시아 지지 확보

    [한·러 정상회담] 韓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토대 구축… ‘핵심’ 러시아 지지 확보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3일 한·러 정상회담은 경제 부흥과 평화 통일 기반 구축을 겨냥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구상)’ 실현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달 박 대통령이 제안한 복합 경제·외교 구상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걸음을 떼면서 이 지역의 핵심 국가인 러시아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는 성과도 거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시하는 푸틴 대통령의 신(新)동방정책과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공통분모를 극대화하면서 양국 간 경제 교류 협력을 강화하는 2건의 협정과 16건의 양해각서(MOU)가 교환됐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올해 일본을 제외한 주변 4강국과의 마지막 정상외교에서 새 정부의 대북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핵 불용’과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 불인정’에 대해 러시아 측의 명확한 입장도 확인했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북핵 불용과 핵 보유국 불인정의 대상이 ‘평양’과 ‘북한’이라고 명시함으로써 2010년 11월 북한 비핵화 원칙을 포괄적으로 담은 공동성명과 비교해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러시아 안보회의 및 외교부가 정례대화를 갖기로 하는 등 정치·안보 분야에서 소원했던 러시아와의 관계를 보다 진전시킨 것도 성과로 꼽힌다. 최근 우경화와 퇴행적 역사 인식을 보이는 일본에 대해서도 양국이 공동 보조를 취했다.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최근 역사 퇴행적인 언동으로 조성된 장애로 인해 동북아 지역의 강력한 협력 잠재력이 완전히 실현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공동의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일본’이라는 점이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일본 아베 신조 정권에 보내는 메시지로 보인다. 우주, 과학기술,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도 눈에 띈다. 북극 항로 개발을 위한 극동지역 항만개발과 극동·시베리아 개발을 위한 양국 협력도 약속했다. 양국 기업이 러시아 나홋카항이나 보스토치니항에 합작 액화천연가스(LNG) 조선소를 설립하는 방안과 북극항로 개척 분야에서 우리 선박이 러시아 영해나 대륙붕에서 운항할 수 있고 러시아 항구나 항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도 체결됐다. 문화·인적 교류도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다. 우선 양국은 관광·비즈니스 상담을 목적으로 60일 이하 단기로 상대국을 찾는 방문객에게 비자를 면제해 주는 협정을 체결했다. 양국 정책금융기관은 교역과 개발 프로젝트에 총 30억 달러(약 3조 2175억원) 규모의 금융지원과 투자를 추진키로 했다. 수출입은행과 러시아의 대외경제개발은행은 양국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의 금융지원을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한·러 공동 투·융자 플랫폼’을 구축한다. 양국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와 러시아직접투자기금(RDIF)도 5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양국 교역기업에 공동 투자키로 했다. 수출입은행은 러시아 국영은행인 스베르뱅크와 15억 달러 규모로 중장기 프로젝트 금융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한국의 유라시아 협력 강화 정책과 러시아의 아·태 지역 중시 정책을 상호 접목해 서로의 잠재력을 극대화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한국과 러시아가 손잡고 새로운 미래의 유라시아 시대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 “양국은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모든 국가를 위한 대등한 안전 보장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고 있으며 오로지 6자회담의 틀 안에서만 해결이 가능하다. 러시아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3차 한국-러시아 대화 KRD포럼’ 폐막식 축사에서 “오랜 역사의 질곡을 지나면서 고립되고 단절된 유라시아에 새로운 제2의 실크로드를 열자”고 제안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ODA, 현지기업·단체와 동반자 돼야”

    “ODA, 현지기업·단체와 동반자 돼야”

    “해외 현지 업체 및 단체들과 협력 파트너십을 확보하라.” “해외인력 전문 풀을 만들자.” “현지인과 현지 조직들을 참여시키자.”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윈-윈(win-win) 방식 개발협력(ODA) 민·관합동 포럼’에서는 우리 비정부기구(NGO) 및 기업들의 국제적인 참여와 역할 확대를 위한 방안들이 쏟아졌다. 그 가운데 현지 파트너의 신뢰와 공동 참여의 틀을 확대하고, 현지 주민 및 기관들의 참여를 넓히며, 무상원조 및 유상원조를 체계적·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현지 문화의 이해와 존중에 기초한 소통 확대가 우리 역할 확대의 초석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달라진 대외 원조 환경에 우리 NGO들과 기업들의 적응이 ‘발등의 불’이 된 게 배경이다. 우리 정부의 개발 협력 운영권을 다른 나라 NGO와 기업들에 개방함에 따라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걸음마 단계였던 한국의 개발 협력은 우리 원조에 우리 기업과 NGO들이 참여해 왔다. 그러나 국제기준에 맞춰 우리 기업과 단체들을 더 이상 개발협력에 자동 연계시킬 수 없어 새로운 접근 방식과 영역 확대가 필요하게 됐다. 이날 포럼은 국무조정실이 유상원조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무상원조를 담당한 외교부와 함께 열었다. 우리 NGO와 기업, 정부 기관 등이 추진·운영하고 있는 ODA의 우수사례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ODA 진출 방안과 새로운 영역을 모색하고 정책 공감대를 넓히자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례 발표에서 ㈜건화는 주요 거점 국가에 현지 협력업체를 발굴하고, 동반자 관계를 형성한 힘으로 아시아개발은행(ADB), 일본의 원조 기관인 JICA의 ODA 사업을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건설 설계·감리 컨설팅업체인 건화는 베트남의 하수처리 시설, 방글라데시의 도로연결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네트워크와 컨소시엄으로 경쟁 국가들을 앞선 성공담도 전했다. 현대차도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아프리카 가나 코포리두아에 자동차 기술교육 센터를 세우고 해마다 300여명의 현지 청소년들의 기술 교육을 통해 현대차의 인지도는 물론 판매량까지 높인 사례를 전했다. 사회공헌이 바로 혜택으로 돌아온 예다. 현대차의 이 같은 활동에 힘입어 가나 내 현대차 판매량은 2008년 5위에서 2위로 급상승했다. 굿네이버스는 사례 발표에서 세계식량기구(WFP)의 취약계층 식량 제공 프로그램을 르완다, 탄자니아 등의 일부 국가에서 운영하면서 새마을 운동 요소를 결합해 국제기구의 호응을 얻었다. 단순한 식량 지원만이 아닌 주민 및 지역정부를 인프라사업에 참여시켜 소득과 역량을 함께 올린 사례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행사에서 “맞춤형 개발협력을 위해 협업을 강화해 종합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한 우리 기업과 청년 인력의 해외진출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기고] 결핵 없는 세상을 향한 60년, 새로운 도약/정근 대한결핵협회장

    [기고] 결핵 없는 세상을 향한 60년, 새로운 도약/정근 대한결핵협회장

    1953년 11월 6일, 한국전쟁 직후 폐허 속에서 만연했던 결핵 퇴치를 위해 기독교의사회, 한국복십자회, 조선결핵예방회 등 여러 항결핵 관련 단체들이 협력, 통합해 출범한 국내 유일의 민간 항결핵 단체인 대한결핵협회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이했다. 사람이나 조직이나 태동기에서 성장기와 발전기를 거쳐 완숙한 경지에 이르는 주기를 밟게 된다. 이를 일컬어 공자(孔子)는 논어(語)에서 ‘나이 60이 되면 남의 말을 듣기만 해도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된다’며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이라 했다. 지난 60년 동안 ‘결핵 없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간난신고 와중에서도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함께 태동기, 성장기, 발전기를 거치며 오직 한길만 걸어 온 대한결핵협회는 ‘이순’을 맞아 완숙한 경지에 이르렀고, 다가올 또 다른 미래를 위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던 창립 60주년 기념식은 대한결핵협회가 ‘결핵퇴치 60년 역사 축하’가 아닌 ‘결핵퇴치를 넘어선 결핵퇴출’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기념식의 행사 슬로건도 ‘결핵 없는 세상을 꿈꿔온 60년, 그리고 새로운 도약’으로 정한 이유다. 이날 기념식에서 협회 임직원들은 창립 60주년을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으로 삼고 결핵을 퇴출하는 항 결핵단체로 거듭나기 위한 비전을 선포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이었던 1928년 캐나다인 의료선교사 ‘셔우드 홀’ 박사가 건립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결핵병원인 해주 구세요양원 자리에 대한결핵협회, 민간단체가 중심이 되어 ‘코리아 결핵병원’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이는 대한결핵협회의 지난 60년이 한반도 남녘 땅에서 결핵퇴치의 발자취였다면, 이제 새로이 시작될 60년은 한반도의 북녘 땅에서 결핵퇴치에 전념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 신뢰 구축에 큰 역할을 함은 물론 나아가 향후 통일한국이 결핵청정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한 밑바탕이 될 것이다. 아울러 대한결핵협회는 국가 결핵관리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확대하고 여러 항결핵기관 및 단체 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한반도 결핵퇴출을 위한 항결핵 협의체’(가칭)를 구성해 결핵관리 노하우 공유, 협력체계 구축 등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 밖에 60년 동안 축적된 대한결핵협회의 각종 결핵관리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유관 기관과의 상호협력을 강화해 필리핀, 에티오피아 등 결핵이 만연한 개발도상국가에 결핵 관련 노하우 공유, 장비·인력 지원 등 국제협력 및 지원 체계를 확장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결핵관리 능력을 적극 알려 나갈 예정이다. 대한결핵협회는 2014년을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새로이 시작될 60년을 위해 내실을 다지고 한편으로 대외적 역량 강화 및 역할 확대 등을 통해 전 세계에 결핵 퇴출과 결핵 관리를 선도하는 제2의 한류를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 나갈 것이다. 끝으로 대한결핵협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결핵퇴치 뉴 2020 플랜’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결핵에서 자유로운 대한민국과 건강한 국민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 “EU탈퇴 움직임은 개혁 촉구 목소리… 하나의 유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EU탈퇴 움직임은 개혁 촉구 목소리… 하나의 유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회원국 수, 정치·경제 통합, 대외적 위상 등에서 유럽연합(EU)이 지난 20년간 이뤄온 성과는 분명 비약적입니다. 한국의 숙원인 동북아연합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도 연구가 필요하고요. 재정위기 등으로 인해 EU 내부의 반발이 있지만 EU 존재 자체를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김창범 EU대표부 대사 겸 주벨기에 대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주EU대표부 한국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EU를 “하나의 열쇠로 열릴 수도 있고, 하나의 열쇠로 닫힐 수도 있는 세계”라고 표현했다. 그는 “과거 28개국을 개별적으로 접촉해서 해결해야 했던 각종 정책과 협력 과제들이 이제 EU라는 하나의 창구로 단일화되고 있는 만큼, 한국 같은 비유럽 국가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상대”라고 설명했다. 김 대사는 “EU는 완성체가 아닌, 달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와 같이 계속 진화할 수밖에 없는 형태”라며 “EU는 끊임없는 협의를 통해 공동 입장이 도출되기만 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창출해 낸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EU 내의 갈등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유로존 구제금융이나 EU 예산 등 각국의 재정 부담이 수반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개혁 프로그램이 강화되고 재정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제기되고 있는 EU 탈퇴 움직임 역시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일 뿐 EU 탈퇴에 속내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사는 “EU는 회원국 간 상호 의존성이 심화됐고, 단일 금융감독기구가 내년 11월 출범하는 등 과거로의 회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면서 “20년 후에는 회원국이 35개까지 늘어나는 등 하나의 유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부임한 김 대사는 한국의 EU 내 위상에 대해서도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권에서 네 번째, 전 세계에서도 10개국만이 EU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데 한국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60여년간에 걸친 EU의 지역통합과 신뢰 구축 경험은 동북아 지역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면서 “환경, 재난 구호, 인도적 지원 등의 연성 이슈로 신뢰를 구축하고 협력을 점차 확대하는 방향으로 실제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뤼셀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 ] 행정규칙을 위반한 행정처분 재량권 심사 통해 위법 판단

    오늘은 행정청이 스스로 행정규칙을 위반한 처분의 효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행정규칙은 행정청의 내부적인 사무처리를 위하여 스스로 규정한 것으로, 법규성이 없고 국민에 대한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행정규칙에 따른 처분이라 하더라도 법원은 이에 기속되지 않고 재량권에 대한 심사를 통해 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대외적 구속력이 부정되는 것과 달리 행정규칙의 대내적 구속력은 인정된다. 관할 행정청이나 하급 행정기관은 스스로 또는 상급 행정기관에서 정한 행정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점은 당연하다. 이는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 행정에 대한 예측가능성 등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행정청이 내부적 구속력이 있는 행정규칙을 스스로 위반하여 행정처분에 이른 경우, 그 효력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그에 대해 행정규칙의 법규성(대외적 구속력)을 중심으로 본다면 그 사실만으로 위법하게 볼 수 없다. 하지만 행정의 내부적 구속력을 중심으로 본다면 위법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늘은 그에 대해 판단한 대판 2009두7967 사건에 대해 살펴본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림사업시행지침을 발표하여 신규 미곡종합처리장 또는 신규 건조저장시설 사업을 희망하는 자는 지침에 명시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사업자로 선정되고, 벼 매입자금 지원의 혜택을 받는다고 규정했다. 이에 원고는 위 지침에 정한 요건을 갖춘 이유로 아산시장에 대해 신규사업자 지정 신청을 했는데, 아산시장은 지침에 명시되어 있지 않고 시군별 신규 개소당 논 면적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신청을 반려했다. 원고는 위 반려 처분에 대해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에서는, 위 지침에 따라 사업자로 선정되기를 희망하는 자는 보호 가치가 있는 신뢰를 가지게 됐는데 지침에 명시되지 않은 요건을 가지고 사업자 인정 신청을 반려한 처분은 행정의 자기 구속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거나 또는 자의적인 조치로서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그런데 상고심 판결에서는 행정규칙이나 내부지침은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므로 행정처분이 그에 위반했다고 해서 곧바로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행정규칙은 재량권 행사의 준칙인데, 행정규칙이 정한 바에 따라 반복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뤄지게 되면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 보호의 원칙에 따라 행정기관은 그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그 규칙에 따라야 할 자기구속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 보호의 원칙에 위반되어 위법하게 될 테지만 그와 같은 관행이 없어 바로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행정규칙과 관련하여 행정의 자기구속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하여 행정관행 또는 선례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셋으로 나뉜다. 재량준칙 자체로 행정관행이 성립되는 것으로 보고 별도의 선례가 불필요하다고 보는 견해와 1회 선례만으로 충분하다는 견해, 그리고 행정관행이 성립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행정관행이 성립되어야 행정규칙과 관련하여 행정의 자기구속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행정규칙은 공시돼 있어 오히려 행정규칙에 배치되는 처분을 하는 것이 행정의 예측가능성을 해친다는 점, 행정기관으로서는 행정규칙을 준수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행정청이 스스로 행정규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행정관행이나 선례가 불필요하다고 보는 견해가 더 설득력을 갖는다고 본다. ■그동안 서울신문 목요일자 고시/취업면에 기고한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는 이번 50회를 끝으로 원고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중앙은행의 달라진 위상과 소통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중앙은행의 달라진 위상과 소통

    서울신문은 오늘부터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콘서트’를 매주 월요일 연재합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앙은행으로서 거시·통화·신용·외환 등 부문별 최고의 두뇌들이 포진한 한국은행의 전문가들이 매주 하나씩 주제를 잡아 독자 여러분에게 알찬 경제지식과 시사정보를 1년여 동안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첫 회는 한국은행이 서울신문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직접 만나게 된 데 의미를 담아 조홍균 경제교육팀장이 과거보다 한층 중요해진 각국 중앙은행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진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이미지’의 관점에서 현대 사회의 여러 현상을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실재보다는 각종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현대 사회를 지배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는 21세기 미디어 사회를 이해하는 데 토대가 되는 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이론은 현실 세계의 다양한 현상에 대하여 통찰력 있는 설명을 가능케 한다. 현대전(戰)에서 세계는 미디어를 통해 전쟁의 참상이 아닌 미사일 발사 장면만을 목격하며 이에 따라 전쟁을 일으킨 죄책감도 느낄 수 없게 된다. 이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실재인 것처럼 작용한 예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소비할 때 제품 자체보다는 TV 광고에서 보았던 유명 모델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중앙은행이 수행하는 통화정책도 실재보다는 미디어 등을 통해 표출된 이미지가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미지가 실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상정도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외부인에게는 장시간 심사숙고한 정책 수립 및 결정 과정이 아니라 TV 화면에 비친 중앙은행 총재의 모습과 발언이 정책에 대한 평가에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생각할 때 사람들은 뉴스매체에 나타나는 벤 버냉키(Ben Bernanke)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기자회견 모습을 먼저 떠올린다. 오늘날의 통화정책은 상당부분 그 ‘실재’(내부적 측면)보다는 ‘이미지’(대외적 측면)에 의해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중앙은행 내부의 정책 결정자와 외부의 경제주체 간에는 이른바 정보의 격차 및 경제관의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이미지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커뮤니케이션(소통)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대의 통화정책은 시장 메커니즘 및 시장과의 피드백에 그 운영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더욱 중시된다. 과거에는 정책 수행과정을 외부에서 잘 모르도록 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1920∼44년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총재를 역임한 몬태규 노먼(Montaqu Norman)의 모토는 “설명하지도 사과하지도 말라”였고 1980년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를 심층 분석하였던 언론인 윌리엄 그라이더(William Greider)의 책 이름이 ‘사원(Temple)의 비밀’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1987년 9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내 말이 분명하게 이해되었다면 그것은 나의 의도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라고 밝힌 것은 당시의 통화정책이 투명성과 다소 거리가 있었음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중앙은행이 자신을 밖에 드러내지 않은 채 정책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중앙은행과 금융시장이 선도자와 추종자의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1990년대 이후 금융 자유화와 혁신의 진전으로 금융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자 중앙은행은 일방적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가 아닌 시장과의 동반자 관계라는 구도에서 정책을 수행하지 않으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는 시장이 스스로 중앙은행의 의도를 따라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동반자 간의 신뢰 형성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서로에 대한 신뢰는 상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대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을 때 굳건해질 것이므로 중앙은행은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할 때 중앙은행과 시장 간 정보 비대칭이 축소되고 상호 이해가 증진될 수 있다. 이런 바탕 위에서 수행되는 통화정책은 보다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그 유효성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위기의 수습 과정에서 범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의 역할이 매우 커짐에 따라 중앙은행의 정책과 활동에 관한 정보의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대중과 매스 미디어의 강렬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중앙은행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중요성과 필수 불가결성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거시 건전성 정책이 중앙은행의 새로운 정책 과제로 부각되면서 중앙은행에 금융안정 권한을 부여하거나 강화하는 각국의 입법적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성 제고의 측면에서 보다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기대하는 사회적 인식이 강화되는 흐름도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중앙은행의 권한 확대가 책임성과 투명성의 제고를 통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이처럼 중앙은행을 둘러싸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여건은 마치 진화하는 생물체와도 같이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어 이에 어떠한 방법으로 접근해 나갈 것인가는 각국의 중앙은행에 주어진 중차대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교육팀장·미 워싱턴대 법학박사 [쏙쏙 경제용어] ■중앙은행 한 나라의 통화시스템의 중심이 되며 은행제도의 정점을 구성하는 은행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및 연방준비은행, 영국은 영란은행 등이 각국의 특별법에 의해 설립돼 있다. 부분적으로 역할의 차이는 있지만 ‘발권은행’, ‘은행의 은행’, ‘정부의 은행’으로서 기본 공통점을 갖고 있다. ■통화정책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등을 통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통화량이나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정책을 말한다. 통화정책은 공개시장조작, 지급준비제도, 여수신제도 등의 정책수단을 통하여 수행된다. 공개시장조작이란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서 국공채 등의 유가증권을 매입 또는 매각함으로써 시중유동성을 조절하는 가장 대표적인 통화정책수단이다. 지급준비제도는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대한 법정지급준비율을 변화시킴으로써 금융기관의 신용공급능력을 조절하는 정책수단이다. 여수신제도는 중앙은행이 금융기관과의 대출 및 예금 거래를 통해 자금의 수급을 조절하는 정책수단이다.
  • [증시 전망대] 기업 실적부진에 美 악재…이달 코스피 박스권 등락

    [증시 전망대] 기업 실적부진에 美 악재…이달 코스피 박스권 등락

    삼성전자의 4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개막됐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과 대외 악재인 미국 연방정부 폐쇄, 양적 완화 축소 우려 등 위험 요소가 산재해 이달 증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연결기준)은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 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 2분기보다 매출은 2.68%, 영업이익은 5.98%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기대치 이상의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141만 8000원으로 전 거래일과 같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 연방정부 폐쇄 장기화 우려로 전 거래일보다 2.49포인트 떨어진 1996.98에 장을 끝냈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미 정치권 갈등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도 “삼성전자의 잠정실적이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 등이 조정의 폭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NH농협증권에 따르면 253개 기업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7% 증가한 35조 9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7월 초 전망치보다 5.9% 하향 조정된 것이다.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들이 각자 맡은 기업의 3분기 실적 추정치를 살펴본 결과 57개 기업에서 추정치를 상회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은 5개, 하회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은 25개, 실제 발표와 비슷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은 27개였다. 추정치를 밑돌 것으로 보는 비율이 44%로 약 절반에 달했다. 양해정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가 건설 실적 쇼크로 인한 충격기라면 2분기는 최악의 국면은 벗어났다는 안도기며 3분기는 나머지 기간을 어떻게 마무리할 수 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3분기와 4분기, 올해 연간 추정치는 하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른 투자 전략보다는 3분기를 넘어 4분기, 내년에 이어 점차 좋아질 수 있는 종목을 찾아 개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이달은 약화된 실적 장세 기대로 코스피 1920~2080포인트의 박스권 내 움직임이 예상되기 때문에 지수 관련주보다 실적 개선 개별주 중심의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구재상 케이클라비스 투자자문사 대표는 “앞으로 투자는 현 상황을 볼 것이 아니라 내년에 좋아질 수 있는 종목 중심으로 가는 것이 좋다”면서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서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조선이나 화학 업종, 가격대가 낮았던 은행 업종 등을 관심 있게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행 업종의 경우 상반기까지 최악의 실적을 보였지만 곧 발표될 3분기 실적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들의 3분기 실적을 들여다본 결과 예상보다 실적이 나아졌다”면서 “워낙 상반기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에 더 좋아진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일회성 비용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둔화되면서 이자 이익도 전분기에 비해 늘어나는 은행들이 많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양대용 삼성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발표 시즌과 함께 글로벌 경기 회복, 가치평가(밸류에이션), 최근 주가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 등을 감안해 매력적인 업종으로 에너지, 철강, 건설, 유통, 은행, 보험, 정보기술(IT) 하드웨어 등을 꼽았다. 양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기 회복 초기 국면에서 주목해야 할 투자지표는 불안정한 이익 지표보다 경기회복과 더불어 자기자본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는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열린세상] 대통령 지지율과 언론/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열린세상] 대통령 지지율과 언론/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장외투쟁을 고집하면서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대통령의 경고를 텔레비전을 통해 직접 듣는 순간, 국정 파트너인 야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참 궁금했다. 60%를 넘는 국정수행 지지도와 성공적 대외 관계가 그러한 발언을 가능하게 했다고 언론은 추론했는데, 높은 지지율과 호의적인 여론을 동일한 현상으로 간주하는 언론의 해석적 프레임이 영 마뜩잖았다. 언론이 말하는 여론은 ‘다수 의견의 합’을 의미하는데, 민주주의 이론에서 가장 모호한 개념의 하나인 여론을 그렇게 간단히 정의할 수는 없다. 문화이론가 부르디외는 여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론조사는 정책 이슈에 대한 숙고를 통해 정리된 의견을 갖춘 시민들을 조사 대상으로 삼아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G사의 9월 13일자 ‘데일리 오피니언’ 보고서를 살펴보면, 응답자들이 제시한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 이유에서 정책이나 이슈 관련 이유는 외교국제 관계, 대북 정책, 전두환 재산 압류, 복지정책 확대 정도였고, 나머지는 이미지 관련 이유(소신이 있다, 추진력이 있다 등)였다. 외교국제 관계의 경우, 미국·중국·러시아 등 관련 국가도 많고 국가별 관심 분야도 상이할 터인데 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찾을 수 없어 응답자들이 국가 간 관계와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정리된 의견을 토대로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고 평가했는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 응답 척도의 문제점도 있다. G사는 네 개의 문항을 제시한다. ‘모른다’는 응답 거절이고, ‘어느 쪽도 아니다’는 평가를 거부하는 답변이므로 조사 대상자는 ‘잘하고 있다’와 ‘잘못하고 있다’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R사의 경우 ‘보통이다 혹은 그저 그렇다’를 제외한 4점 척도(매우 잘하고 있다, 다소 잘하고 있다, 다소 잘못하고 있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를 사용한다. G사와 마찬가지로 어느 한쪽의 선택을 강요하는 셈인데, 실제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평가하도록 유인할 가능성이 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고 특정 정책이나 이슈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지니지 않은 유권자들의 경우 한국의 정서상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통령 지지율은 언론에 의해 견인된 측면이 크다. 앞서 언급한 G사의 조사에 따르면, 외교·국제관계와 대북 문제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견인한 가장 강력한 이슈였다. 긍정적 평가자의 35%가 외교·국제 관계(18%)와 대북 정책(17%)을 이유로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고 평가했는데, 이 둘은 일반시민이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정치적 이슈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보통사람들은 외교 회담에서 논의된 구체적인 내용이나 남북한 협상 진행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대개 뉴스를 통해 정보를 얻게 되므로 응답자들의 인식은 방송과 신문의 보도 빈도와 묘사 방식에 의해 영향받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한국 언론의 뉴스가치 판단이 부적절하다는 데 있다. 언론은 외교·국제 관계와 관련된 국가별 주요 이슈보다 대통령의 패션에 더 높은 뉴스가치를 부여한다. 응답자들의 머릿속에 그려진 외교·국제 관계 그림은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일 수 있고, 응답자들은 구체성이 결여되고 본질에서 벗어난 정보를 토대로 외교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이다. 언론사의 자사 이기주의(79.5%), 정치적 편향성(75.4%), 권력층 입장 대변하기(74.0%)는 신문기사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다(전국의 만 18세 이상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이러한 언론이 견인하는 대통령 지지율은 모래성과 같다. 정치인들은 방송과 신문의 힘을 과신한다. 그런데 언론과 권력의 공생 관계는 늘 한결같지 않다. 과거의 사례가 이를 잘 말해준다. 변덕스러운 대통령 지지율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정치가 아닌, 국민의 진짜 여론을 귀담아듣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언론이 아닌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
  • [2013 공직열전] (17) 외교부 (상) 본부 고위직과 ‘5강 대사’

    [2013 공직열전] (17) 외교부 (상) 본부 고위직과 ‘5강 대사’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외교부에서는 통상 기능이 분리되면서 대외 전략 등 외교 본연의 정무적 역할이 대폭 강화됐다. 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이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배경에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핵심 목표와 외교적 우선순위에 집중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외교부의 현 인맥 구조는 전통적 주류인 ‘워싱턴 스쿨(북미통)’이 독주하는 모양새다. 고위직의 주축을 형성하는 윤병세 장관 등 ‘G12(본부 내 12개 주요 보직)’ 그룹에서 일명 ‘팬더 허그(중국 라인)’는 주중참사관과 주일공사를 경험한 이경수 차관보 정도가 눈에 띈다. 한반도의 핵심 연관국인 ‘5강 대사’로는 정치인과 베테랑 외교관들이 전략적으로 포진돼 있다. 3선 중진 출신의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권영세 주중대사는 박심(朴心)의 친중 포석으로 통한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자문역인 이병기 주일대사까지 각각 한·중, 한·일 양자 간 정무적 소통 임무를 맡고 있다. 온화한 성품에다 격조 있는 영어를 구사하는 안호영 주미대사, 북핵 외교에 정통한 위성락 주러시아대사, 다자 무대 경력자인 오준 주유엔대사는 적재적소의 인사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자문 그룹의 일원이었지만 현 정부에서도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의 특징은 이전 시스템과 달리 정책수립에 있어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을 선호하는 점이다. 윤 장관의 별명이 ‘올빼미’인 이유는 이른바 ‘5인회(장관, 1·2차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특별보좌관)’에 담당 국장이 배석하는 심야 회의를 통해 주요 현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전략적 메시지를 글에 녹여내는 외교관을 중용하는 스타일로, 핵심 라인업에도 문장가나 전략가 스타일이 강한 인사를 배치하고 있다. 5인회는 공통적으로 현 외교부의 대표적인 ‘미국 라인’ 인사들로 윤 장관과는 학연으로도 얽혀 있다. 김규현 1차관은 북미 1과장, 북미국심의관, 주미공사에 이어 청와대 근무까지 윤 장관 경력과 쏙 빼닮았다.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장호진 특보도 북미국심의관, 북미국장을 역임한 워싱턴 스쿨의 주축이다. 2006년 3월 신설된 차관급 직제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핵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최고 요직으로 부상했다. 조 본부장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이 합의될 때 6자회담 차석 대표인 북핵외교단장이었고, 북미국장, 의전장 등을 거쳤다. 아웅산테러 사건으로 순직한 이범석 전 외무부 장관의 사위이다. 윤 장관의 고교 후배이기도 하다. 전략에 능한 협상가라는 평가가 많다. 장 특보는 윤 장관이 취임 후 첫 대통령 업무보고의 입안을 맡길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청와대 외교비서관을 역임했다. 전략적 사고에 능하고, 외교·안보 전반의 시야가 넓다는 평이다. 외시 15회는 고위공무원단에 대거 포진하며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이경수 차관보는 워싱턴 스쿨 일색의 진용에서 남아시아태평양국장, 주캄보디아 대사를 거쳐 대일 정무 업무도 경험한 ‘아태통’이다. 그는 지난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 교섭 과정에서 북한의 반발을 누르고, 우리 측이 제시한 비핵화 준수 문구를 관철시키는 강단을 보였다. 김성환 전 장관 때 발탁된 조태영 대변인도 여전히 중용되고 있다. 딱 부러지면서도 거칠지 않은 외교적 수사에 능하다. 동북아1과장, 동북아국장 등을 거치며 일본만 세 차례 근무한 ‘일본통’이다. 윤 장관은 대일 관계는 주일공사를 지낸 이 차관보와 조 대변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 정통 다자통인 신동익 다자외교조정관은 타국 외교관들과의 친화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주유엔 차석대사를 지내면서 유엔 외교가에서 탄탄한 인맥을 구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15년 만인 지난해 우리나라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으로 재진출한 데는 그의 유엔 인맥이 크게 작용했다. 외시 19회로 ‘G12’에서 막내 기수인 최종현 의전장은 청와대에 두 차례나 파견 근무를 할 정도로 기획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종문 주스리랑카 대사가 친동생으로 고위직에 있는 ‘형제 외교관’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설] 北, 이산가족마저 대남전략 볼모 삼을건가

    모레로 예정됐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북측의 일방적 연기 통보로 무산됐다. 60여년을 기다려 이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부모·형제와의 재회를 가슴 설레며 기다리던 남북 이산가족들에게 더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저들의 반인륜적 횡포에 말문이 막힌다. 모처럼 온가족이 한데 모여 단란한 시간을 보내던 추석 연휴 기간 북은 우리의 뒤통수를 쳤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측 정부가 남북대화를 동족대결에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이산가족 상봉 연기와 다음 달 2일의 금강산 관광 관련 실무회담 연기를 통보했다. 북은 연기 사유로 우리 정부의 ‘행태’를 지목했다. 남북관계 성과에 대해 우리 정부가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결실’ 운운하며 떠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도 ‘돈줄’을 들먹이며 자신들을 중상했다고 했다. 이석기 내란음모 의혹 사건도 끄집어냈다. “북남 사이의 화해와 통일을 주장하는 모든 진보인사들을 ‘용공’,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는 ‘마녀사냥극’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상투적 비난도 빼놓지 않았다. 새삼 반박할 가치조차 못 느끼게 하는 궤변들이다. 이런저런 구실을 갖다 붙였으나 북의 행태는 한마디로 대내외 전략에 있어서 우위를 점하려는 잔꾀에 불과하다. 안으로는 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실무회담에서 보다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계산과 함께 이석기 사태에 따른 남한 내 종북세력의 급속한 위축을 막아보려는 심산이 엿보인다. 밖으로는 남북 간 긴장을 다시 고조시킴으로써 자신들과의 대화에 소극적인 미국을 끌어당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할 것이다. 최근 김계관 북 외무성 제1부상이 북핵 6자회담 10주년을 맞아 중국을 방문해 북핵 회담 재개를 미국 등에 촉구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 등이 배경의 하나가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혈육 상봉이라는 인도적 사안마저 대외전략의 볼모로 삼고 있는 셈이다. 통일부에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해 놓은 사람 가운데 생존자는 7만 2491명이다. 이미 5만 6000여명은 세상을 떴고, 남은 이들도 절반이 80세 이상이다. 기다릴 시간도, 힘도 없다. 북이 지금과 같은 비인도적 행태를 되풀이하는 한 남북 간 신뢰는 요원하다. 국제적 고립도 벗을 수 없다. 개성공단 정상화로 마련된 대화의 흐름을 깨선 안 된다. 북은 즉각 이산가족 상봉 연기 조치를 거둬들여야 한다.
  • [시론] 2013년 하반기 남북관계 기상도/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시론] 2013년 하반기 남북관계 기상도/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근혜 대통령 취임 6개월에 대한 언론의 다양한 평가가 있었다. 그 내용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대북 정책을 포함한 대외 관계 분야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이다. 신뢰라는 다분히 가치 지향적인 정책수단을 대외관계에 적용하여, 한반도 수준에서는 신뢰프로세스 그리고 지역 수준에서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실천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가 성공적인 첫발을 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에 승리한 지도자는 대체로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량을 각종 정책에 투영시키고자 할 것이고, 또한 단임인 한국의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 영역보다도 지도자의 의지와 정체성이 강하게 반영되는 분야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이 합쳐진 결과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인 것이다. 새로 임명된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며칠 전 취임 인사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몇 가지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전반적으로는 듣는 이로 하여금 크게 혼돈을 주는 사안들은 없었는데, 다만 6자회담 개최 가능성 여부와 관련하여 상당히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입장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과 그 결과로 빚어지는 남북관계 현상들을 존중하고 또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정책 변화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분명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근본적으로 워싱턴 정가에 팽배해 있는 북한 정책결정자들에 대한 불신, 그리고 핵 문제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엄격한 스탠스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핵 문제에는 여러 가지 성격의 이중성이 존재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의 핵심 당사자인 우리의 문제이지만, 동시에 핵의 성격상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주요국의 개입을 일정 부분 정당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우리 사회 내부에는 북한의 핵개발을 핵보유국 지위를 위한 일관된 노력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동시에 외부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외교수단으로 이해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이 점과 관련하여 전자의 경우라면 비핵화는 북한의 의지에 달려 있고, 후자의 경우라면 비핵화는 우리와 미국이 하기에 달려 있다는 대처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이중성을 더 추가하자면, 북핵 문제는 핵 문제만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는 보다 거시적인 ‘북한 문제’이기 때문에 비핵화 전략과 북한 정상화 전략이 조화를 이루며 추진되어야 한다는 시각과, 핵 문제의 개선과 진척 없이 남북 관계가 발전하는 것은 결국 북한에 시간을 벌어주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 성공적인 첫발을 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직면할 다음 과제는 바로 이러한 다양한 이중성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느냐의 문제이다. 개성공단에서 다시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하고, 추석을 바로 지나 고령의 이산가족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우리 국민과 국제 사회가 신뢰프로세스의 다음 챕터가 무엇인지 궁금해할 때, 또 북한의 입장에서 강온전략 카드 두 장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면서 우리 정부의 다음 수(手)를 바라보고 있을 때, 바로 이러한 순간이 곧 다가오고 있다. 박 대통령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은 침착함과 차분함이다. 신뢰프로세스의 다음 단계 역시 진지함과 성실한 노력에 그 해답이 있다고 본다. 동북아시아는 일일이 손에 꼽기조차 힘든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들이 뒤섞여 있고, 그 한가운데에 한반도 문제가 놓여 있다. 큰 명절인 추석을 앞둔 지금 올 하반기 남북 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기상도는 쾌청까지는 아니더라도 구름은 조금씩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 호주 총선 보수야당 승리…6년만에 정권교체[속보]

    토니 애벗 자유당 대표가 이끄는 보수 야당연합(자유+국민당)이 7일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케빈 러드 총리의 집권 노동당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이로써 자유·국민 연립당은 2007년 총선에서 당시 집권당이던 존 하워드 총리의 자유당이 러드가 이끄는 노동당에 참패하며 정권을 넘겨준 지 6년만에 정권을 재탈환하게 됐다. 야당연합은 집권 시 노동당의 핵심 정책이던 탄소세와 광산세 폐지, 군대를 동원한 해상 난민 봉쇄, 대외원조 예산을 비롯한 정부 지출의 대폭적 삭감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어 호주의 급격한 보수화가 점쳐진다. 결과는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당연합은 총 150석에 달하는 하원의석 중 과반을 훨씬 넘는 90석 안팎을 획득, 50~58석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노동당에 압승을 거뒀다. 30석 이상 차이 나는 이 같은 결과는 1996년 총선에서 존 하워드가 이끄는 자유당이 당시 집권당이던 폴 키팅 총리의 노동당을 94대49라는 압도적 차이로 꺾고 정권 탈환에 성공한 것에 비견할 만하다. 앞서 뉴스코프 계열인 스카이뉴스는 여론조사기관 뉴스폴과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야당연합과 노동당의 의석을 각각 97석과 51석으로 예상했으나 개표 결과 격차가 다소 줄었다. 노동당은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해 저조한 지지율에 시달리던 줄리아 길라드 전 총리를 당 대표에서 쫓아내고 대중적 인기가 높은 러드를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했으나 기울어진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호주 유권자들은 노동당의 복지 및 경제정책 난맥상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난민정책 실패로 인한 불법 난민 수 급증, 노동당 내부의 과도한 정쟁(政爭) 등에 염증을 느껴 정권교체 카드를 선택했다. 봅 호크 전 총리는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 결과는 야당연합의 승리라기보다는 (노동당) 정부의 패배”라며 “여러 정황들을 보면 유권자들이 애벗 대표를 미친듯이 추종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유권자들이 야당연합이나 애벗 대표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노동당 정권에 실망과 염증을 느껴 야당에 표를 던졌다는 얘기다. 러드 총리는 노동당의 패색이 짙어지자 지역구인 퀸즐랜드주 그리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배를 인정한다”며 “애벗 대표가 총리로서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러드 총리는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노동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애벗 대표는 시드니 포시즌 호텔에서 연 승리 선언 기자회견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겠다”며 “공약했던 대로 탄소세를 폐지하고, 불법 해상 난민을 봉쇄하고, 흑자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통합 산은’ 내년 7월 출범… 어떻게 바뀌나

    ‘통합 산은’ 내년 7월 출범… 어떻게 바뀌나

    지난 정권에서 산업은행 민영화를 정점에 놓고 추진됐던 정책금융 개편이 4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왔다. 과거 산업 지원을 이끌었던 정책금융 본연의 역할로 회귀했다. 통폐합 대상인 정책금융공사는 크게 반발했고, 선박금융공사 설치 백지화로 부산 지역도 들끓었다. 범부처 차원의 정책금융 컨트롤타워 설치도 이번 개편안에서 빠졌다. 부처 간 칸막이에 가로막힌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정책금융공사가 폐지되고 ‘산업은행’ 단일 체제로 국내 정책금융이 통합된다. 산은 민영화 정책이 폐기된 데 따른 것이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및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시장 여건이 2008년 6월 민영화를 결정할 때와 달라졌다”면서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들도 정책금융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KDB캐피탈, KDB자산운용, KDB생명, 대우증권 등 자회사 매각도 추진된다. 단, 대우증권은 현재 STX팬오션과 금호산업 등 기업구조조정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산업은행의 소매금융 업무는 점차 축소된다. 다이렉트예금의 신규유치도 중단된다. “민간과 시장 마찰이 있는 부분은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금융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수출기업에 금융 지원을 하는 대외 정책금융 부문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두 기관 체제가 현행대로 유지된다. 한때 통합도 고려됐지만 은행과 보험의 리스크 관리 방식이 다르다는 점 등 때문에 없던 일로 됐다. 무보의 보증배수(기본재산 대비 보증액)가 91.4배에 달하는 등 재무상황이 극히 열악한 점도 고려됐다. 체제는 유지되지만 기능은 대폭 개편된다.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 여신을 활용한 무보의 신규지원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수은의 대출 기능은 고위험 장기 지원에 집중하기로 하고 일반여신은 단계적으로 중단된다. 대통령 공약이었던 ‘선박금융공사’ 설치는 백지화됐다. 특정산업을 지원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수은, 무보, 산은의 선박금융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해 해양금융종합센터(가칭)로 통합한다. 그러나 이번 정부 개편안이 국회에서 쉽게 통과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곳곳에서 반발과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공사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5년 만에 정책을 번복함으로써 대외 신뢰도가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불발된 데 대해 부산시는 이날 “명백한 대선공약인 선박금융공사의 설립이 무산되면 지역의 상실감이 커지고 새 정부의 국정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우려가 높다”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정책금융기관을 맡는 부처 간 알력이나 기관의 이해관계가 얽혀 ‘용두사미’ 식으로 그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금융위 산하인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는 합쳐지고, 기획재정부 산하의 수은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보는 그대로 유지됐다”면서 “이번 개편안이 각 부처의 적당한 타협의 결과물인 것으로 보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금융을 강조하면서 범부처 지주회사 등의 컨트롤타워 설치를 배제한 걸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산은과 정책금융공사가 나중에 다시 분리되는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낭비나 기능 중복 등 정책금융공사의 부작용뿐 아니라 잘한 점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 (하)] “정치교착 풀 결단 필요… 경제살리기 성과 집착보다 체질 개선을”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 (하)] “정치교착 풀 결단 필요… 경제살리기 성과 집착보다 체질 개선을”

    박근혜 정부 6개월간 성적표는 대북과 외교 분야에서는 잘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대내 분야에서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박 대통령이 여야 대치 정국에서 제3자적인 입장을 취하며 방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증세 없는 복지, 경제살리기 방안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서울신문은 23일 지난 6개월간의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을 들어보기 위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좌담회를 가졌다. →박근혜 정부 6개월에 대한 총평을 해달라. -이상돈 교수 지난 6개월 제가 기대했던 박근혜 정부의 모습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스스로 통합대통령을 지향한 만큼, 야당과 협력해 우리 시대에 필요한 국정쇄신을 기대했는데 6개월 동안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 -박명호 교수 아직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다. 굳이 말하자면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고 본다. 대외적으로는 성공, 대내적으로는 기대에 조금 못 미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대외적으로는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강화하거나 보완할 건 없나. -이 교수 대북 관계에서 개성공단 문제 등 북한이 처음에 저지른 것을 인내심을 갖고 우리 중심으로 이끌어온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공이라고 본다. 하지만 대일 관계에서 걱정도 있다. -박 교수 대미·대중 방문을 통한 기반 확보, 그리고 국민의 평가, 대북정책을 둘러싼 원칙과 신뢰라는 일관된 입장이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대일관계는 감정적으로만 접근할 수도 없고 현실적인 필요도 있어 외교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국내정치는 박한 점수를 받고 있는데 문제는 어디에서 출발할 수 있을까. 소통은 잘 되고 있다고 보나. -이 교수 지도자로서 제일 중요한 것이 국민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과거 야당대표,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절제되고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낸 것이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이제는 대통령 입장에서보다 활발하게 국민과 대화해야 한다. -박 교수 대외 정책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성공했지만, 대내 부문에서는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정치실패라고 하는 부분이 지적돼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정치적 역할을 경시하지 않았나. 인사와 관련해 상징성이나 메시지 전달은 부족했다. -이 교수 사실 인사에 실패한 것 아니냐. 솔직히 인상깊은 장관이 한명이라도 있는가. 1기 각료는 실패라고 하는 것이 국민들의 평가라고 본다. 또 하나 기막힌 것이 어떻게 대통령이 된 뒤 첫 정책이 세금 올리는 걸 자랑스럽게 발표하느냐.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봤다. 부총리가 정치적 감각이 제로다. 세금 올리는 것을 홍보하겠다는 것은 정치를 너무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국내정치 분야의 점수를 깎아 먹은 거다. →대선 공약의 달성이 어려우면 약간 수정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무리해서라도 달성해야 하는 것인지 말해달라. -이 교수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때 재정건전성 언급을 가장 많이 한 국회의원이었다. 우리나라가 복지가 약하다고 해서 구체적인 복지 공약을 내세웠는데 재정건전성과 복지를 동시에 하는 것은 경제가 무지무지하게 성장해야 가능한 것이다. -박 교수 동의한다. 약속은 지키는 게 원칙이겠지만 상황, 조건과 환경 등이 다를 수밖에 없다. 복지문제, 경제민주화 논란이 있는데, 한 발짝 물러서 있거나 제3자인 것처럼 보여 논란을 더 키웠다. 세제개편안에서도 세금을 올린 것이 아니라는 관료적 설명과 사람들의 인식은 괴리가 컸다. 세금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국민들도 알고 있다. 어디까지 공약을 이행하고 복지를 할 것인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 교수 사회안전망으로서의 복지가 필요한 것에는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복지를 위해 재정지출이 필요하고 세금을 더 낸다는 부분은 국민들이 찬성하지 않는다고 본다. →개성공단 재가동, 이산가족 상봉 등 현 대북정책에 대해 평가와 전망을 하자면. -박 교수 최근 조사에서 정부 대북기조 찬성이 높게 나왔고, 이것이 국정기조의 버팀목이 됐다. 대북정책 기조를 분명하게 각인시킨 것은 성공이다. 이전 정부와는 차별적인 분야라고 생각한다. 정권 초 북한에서는 새 정부 길들이기 또는 게임의 룰을 만드는 데 있어 우리가 상대적인 우위를 점해 왔다. 이게 게임의 끝이 아니고 주고받기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남북관계가 특수하기에 때로는 물밑 접촉도 필요한 것 아닌가. -박 교수 전쟁 중에도 대화는 어느 수준이냐가 문제일 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알아도 모르는 척할 필요가 있다. 전혀 대화 통로가 없다면 그게 더 문제다. -이 교수 북한이라는 체제가 예측 불가능한 데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경각심은 가져야 된다고 본다. 대북 유화적인 협상을 해도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게 신뢰를 보내기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이 박 대통령의 장점이라고 본다. →정치권과의 소통 문제는 어떻게 보나. -이 교수 박 대통령이 과거에는 소통에 문제가 없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오면서 불거진 것이다. 활발한 의견 개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한마디 던져도 파급이 크니까 자제했던 것 같다. 이것이 축적돼 왔는데,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설명을 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본다. →정치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 교수 대통령이 국정원 개혁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 자체 개혁에 대해 셀프 개혁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이 교수 외국과 우리나라는 정보기관 시스템이 많이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 국정원 자체에 맡기는 것으로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라도 스터디를 해야 한다고 본다. 국정원 개혁 문제가 여야 대립을 풀 수 있는 단초가 된다고 본다. 대통령이 뭔가 결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 교수 3자회담 또는 양자회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 교수 양자회담은 좀 아닌 거 같다. 현재 정치 상황에서는 3자회담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른바 과거 영수회담에서 야당대표가 좋은 결과물을 가지고 나온 적이 거의 없다. 야합했다거나 사쿠라 논쟁만 있었다. 정치를 부활시켜야 한다. →경제가 온기가 없고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 대통령이 어떤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까. -이 교수 6개월 만에 경제를 살린다는 기대 자체가 무리라고 본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미래세대 자산을 앞당겨 쓴 것이고 미래세대를 갈취한 것이다. 우리나라 채무가 얼마나 많나.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조급한 경제 성과에 집착하면 경제를 더 망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런 경우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박 교수 특히 정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6개월 안에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비책을 가졌으면 이 문제가 논의 대상도 안 될 것이다. 다 고통스러운 부분을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감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60% 안팎 지지율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박 교수 아직까지는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인기에 기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만 떼놓고 보면 이만큼 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올해 말, 내년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놔야 한다. -이 교수 박 대통령은 노무현·이명박 대통령보다는 김영삼·김대중 대통령과 비슷하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35% 지지율은 그대로 있다. 인사만 잘하면 65~70% 정도는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사 실패와 여야 대치 때문에 지지율이 안 나온 것이다. 전두환 추징금 문제의 국민적 카타르시스도 도움이 됐다. 하지만 임기 동안 박 대통령이 하려는 것을 보여준 건 없다. 내년에 이 시대 박근혜 정부가 해야 될 국정어젠다를 설정하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어서 나오는 지지율이 진정한 지지율이라고 생각한다. →여의도 정치가 장외투쟁 등으로 작동되고 있지 않다. 여야에 한마디씩 해달라. -이 교수 정치라는 것은 대화와 협상인데, 여야 정치권이 말을 너무 막 한다. 좀 더 품위 있는 정치를 하지 않으면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정치가 위태롭게 된다. -박 교수 정치실패의 부수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은 역할 정립에 실패하고 있다. 지방선거 전까지는 역할을 어떻게 할지 상당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야당은 정체성 혼란과 리더십 위기를 대선 전부터 계속 가져오고 있다. 두 문제 다 근본적으로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상당히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을까 싶다. 사회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정리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 남북관계선 대화국면 열매… 야당과 ‘허니문’은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허니문’ 기간 없이 처음부터 야당과 충돌했다. 인사 파동과 정부조직 개편 문제 등으로 출범 전부터 야당과 대립각을 세웠고 이후에도 ‘스킨십’ 부재로 야당의 원만한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현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경제 활성화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법안들이 야당의 반발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 등으로 소통에 공을 들이는 모습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지난 6개월은 최악의 ‘대야(對野) 관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이 난항을 겪자 취임 열흘도 안 돼 대(對)국민 담화를 통해 야당을 몰아세웠고 이에 민주당은 “오만과 불통의 일방통행”이라고 반발했다.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 등 현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 것도 야당의 비판을 자초한 대목이다. 여당 내에서조차 더 적극적으로 야당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단독 회담 제의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3자 회담 제안을 수용하는 대신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 회담을 고수하는 것은 ‘야당 존중’과 거리가 먼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반면 긴장과 대치 상태의 남북 관계를 대화 국면으로 돌려놓고 미국, 중국 등 주요 2개국(G2)과의 정상외교에서 북한 비핵화의 공조 기틀을 마련한 점은 성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 취임 전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개성공단 폐쇄 등 최고조로 치달은 한반도 긴장을 ‘신뢰’라는 원칙을 갖고 관리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 6월 대표의 ‘격’ 문제로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되고 개성공단이 파국 직전에 이르는 고비를 반전시키는 결과물을 도출했다. 개성공단은 7차례의 실무회담을 거쳐 발전적 정상화의 기틀을 다졌고, 다음 달 25~30일에는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3년 만이다. 이는 대립 속에서도 원칙을 고수하고유연성을 발휘한 전략적 접근이 주효했다는 평을 듣는다. 물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아직까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의 안보 위기는 잠시 진정됐지만 북핵 해법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대일 관계 ‘안정화’ 또한 시급하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박 대통령의 남북 및 대외 관계에 대한 국정 평가가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청와대의 과도한 관여와 컨트롤 타워 역할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면서 “대야 관계 등 내치와 외치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점은 향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남북 관계가 진전될수록 민간 분야까지 다양한 행위자가 참여해야 하고 여야 간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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