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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車수출 300만대시대 열린다

    국내자동차 연간수출 300만대 시대가 열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등 자동차 5사는 올해 KD(현지조립형반제품)와 해외생산을 포함,올해 수출목표를 총 323만 6000대로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255만 6786대보다 26.6%나 증가한 수치다. 자동차업계가 수출목표를 달성할 경우 국내 완성차업계는 지난 95년 연간 수출 100만대를 돌파한 지 8년 만인 지난해 200만대 수출신화를 이룬데 이어 1년 만에 300만대의 벽을 뛰어넘게 되는 셈이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155만 8000대(완성차 105만 4000대+해외생산 38만 1000대+현지조립형 반제품 12만 3000대),기아차가 92만 2000대(완성차 및 해외생산 74만 6000+현지조립형 반제품 17만 6000대)를 수출목표로 잡고 있다.지난해 실적 대비 각각 16.5%와 21.5% 상향조정됐다. GM대우차는 올 수출 목표를 완성차 45만대,현지조립형 반제품 28만대 등 총 73만대로 지난해 44만 3460대보다 64.6% 높였다.쌍용차와 르노삼성차도 각각 2만 4000대와 2000대씩 수출,지난해보다 각각 55.7%와 77% 성장 계획을 세웠다. 이처럼 차업계가 수출목표를 크게 높인 것은 올해 역시 내수 전망이 불투명한만큼 수출로 활로를 찾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한편 내수와 수출을 합한 올 전체 생산목표는 지난해보다 23.9% 늘어난 479만 1000대로,이 또한 역대 최대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종락기자 jrlee@
  • 고이즈미 총리 “독도는 일본땅”

    |도쿄 황성기특파원·서울 김수정 기자|한국의 ‘독도 우표’ 발행에 대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9일 “다케시마(독도)는 일본의 영토”라면서 “한국측이 잘 분별해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이즈미 총리는 일본도 독도 우표를 발행하자는 아소 다로 총무상의 제안에 대해서는 “파문을 확대시키거나 복잡하게 만드는 움직임은 취하지 않는게 좋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으로 독도를 둘러싼 양국 마찰이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이에 앞서 아소 총무상은 이날 각의 후 만국우편연합의 헌장전문을 들어 “이번 우표발행은 이 정신에 맞는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예정대로 오는 16일 4종의 ‘독도 우표’를 발행키로 한 한국측을 비난했다. 그는 중동을 방문 중인 가와구치 요리코 외상이 귀국하는 대로 외무성과 협의해 대응방침을 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신봉길 대변인은 “일본측이 독도에 관해 어떤 발언을 하든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상으로 우리 고유의 영토이며,이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고이즈미 총리와 아소 총무상의 발언 진의를 파악하는 한편 이 문제가 일본 각의에서 실제로 논의되고 통과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분석중이다.또 일본 정부에 우리의 입장을 다시 전달하고 자제를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marry04@
  • “美 재정적자 세계경제 위협”IMF 경제팀 경고

    |워싱턴 백문일특파원|국제통화기금(IMF)이 7일 미국의 재정적자가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의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IMF의 경제팀은 ‘미국의 재정정책과 장기적 측면에서의 우선권’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대규모 재정적자와 앞으로도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조짐이 다각적인 문제를 증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재정적자는 미국의 국민저축을 감소시키고 결국 미국과 해외에서의 금리인상을 촉발,민간부문의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또한 국제경제의 생산성 위축과 저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그러나 이 경고를 일축하면서 이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향후 5년에 걸쳐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다짐했다고 강조했다.2003 회계연도의 재정적자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3.5%인 3740억달러에 이르고 2004년에는 5%인 5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IMF의 경고에 동조했다.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은 미국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않으면 미 경제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재정적자가 1% 증가하면 금리가 0.03∼0.06% 포인트 인상 압박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IMF는 특히 경상수지 적자와 더불어 미국의 대외부채가 계속 늘어날 경우 국제환율시장의 조정능력이 약화돼 달러화 가치와 국제환율 기능이 파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재정과 경상수지 등 ‘쌍둥이 적자’로 말미암은 미국의 대외부채는 수년내 미 전체 경제의 40%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됐다.존 스노 재무장관이 앞서 감세정책이 미 성장을 지속시키고 결국에는 재정적자도 5년내 절반으로 줄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IMF는 재정적자로 말미암아 금리가 1% 인상되면 생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IMF는 정부지출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조세부문에서 기업과 소득세를 줄이돼 에너지를 포함한 소비세는 늘릴 것을 제안했다.
  • 새해 부동산시장 전망/(하)토지,상가

    새해 땅값은 전반적으로 안정된 가운데 국지적인 상승세를 띨 전망이다. 강도 높은 부동산투기억제조치 실시로 ‘묻지마 투자’가 사라지고 거래가 끊겼기 때문이다.그러나 고속철도 개통과 신행정수도 이전 바람을 타고 있는 충청권 일부,수도권 대규모 택지개발주변 땅값은 새해에도 꿈틀거릴 것으로 보인다. ●상승행진 계속할까 토지공사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3·4분기까지 전국 땅값 상승률은 1.95%였다.집값 오름세와 비교하면 안정세를 띠었다. 하지만 일부 지역 땅값은 큰 폭으로 올랐다.신행정수도이전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른 충남 연기군·논산시와 대전 서구·유성구 일대 땅값은 6∼1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호가는 이보다 훨씬 높게 올랐다. 신도시 건설이 확정된 김포·파주시 일대 땅값도 폭등했다.판교 신도시 주변 토지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성남 도촌 지구 등 그린벨트를 풀어 택지를 조성하는 미니 신도시 주변의 땅값 상승률도 눈에 띄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기 차익을 노린 거래가 크게 줄어들겠지만 긴 안목으로 땅에 묻어 두려는 투자자의 발길은 꾸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윤호 건설교통부 토지국장은 “투자처를 잃은 유동자금이 토지시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땅값 폭등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거래 규제를 강화해 시장을 안정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광영 한국부동산컨설팅 사장은 “전반적으로 토지시장은 안정되겠지만 수도권 유망지역 투자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면서 “택지지구 주변,그린벨트 해제 지역 땅값은 5% 이상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지 투자 유망지역 대도시 택지개발지구 주변과 그린벨트 해제지역이 투자 1순위로 꼽힌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도시 개발 붐을 타고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와 성남 도촌·갈현동 일대,김포,파주,화성 동탄 택지지구 주변으로 투자자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도내동 일대 고양 행신2지구 주변도 노려볼 만하다.서울 뉴타운지역 땅도 투자가치가 충분하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용산·광명역 일대,천안아산역·오송역주변 땅값도 강세를 띨 것으로 점쳐진다. ●상가·건물 임대시장도 안정세 유지 상가 시장도 가라앉고 있다.지난해 초 수십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던 아파트 단지 상가도 올해는 사그라들 전망이다.경기 회복이 예상된다고는 하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남대문 등에 짓고 있는 테마상가도 인기를 잃었다.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불티나게 팔렸지만 ‘굿모닝시티’상가 분양 비리가 터진 뒤로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악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빈 사무실이 늘고 임대료가 동결됐던 오피스빌딩 시장이 경기회복 기대로 올해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빌딩관리전문업체인 ㈜샘스는 하반기부터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경우 서울 오피스빌딩 임대료는 3% 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훈 샘스 리서치담당은 “올해 오피스빌딩 시장은 하반기로 들어설수록 회복세가 강해지는 ‘전약후강(前弱後强)’의 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류찬희 기자 chani@
  • [오늘의 눈] 차별 심화시키는 美지문채취

    미국이 5일부터 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을 상대로 얼굴사진을 찍고 전자지문을 채취했다.9·11 테러 이후 강화된 안보 조치의 일환이다.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호되게 당한 미국으로서는 이보다 더한 일도 할 태세이다. 그러나 문제는 차별성과 효율성이다.비자(사증)면제 협정을 맺은 나라는 조치에서 제외됐다.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27개국과 특별협정을 맺은 캐나다 등이다.경제적 기준으로 보면 선진국이고,지역적으로 보면 유럽과 북미 국가이다.국토안보부는 사진과 전자지문이 테러리스트나 범죄자의 신분 확인에 사용된다고 했다.그렇다면 아시아 대부분과 중동,아프리카,중남미 지역은 ‘잠재적’테러리스트 국가라는 말인가.유럽 지역은 비자를 면제받기에 테러리스트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인가.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비자를 받는 나라들이 대체로 후진국인 것만은 틀림없다.미국의 눈으로 보면 종교적으로 ‘이단(異端)’이고 사회·문화적 가치 기준도 다를 수도 있다.그렇다고 비자 소지자만 사진찍고 지문을 채취하는 것은 지역적·인종적 차별만 부채질할 수 있다.테러에 국경이 없다면 테러리스트의 국적도 마찬가지다.9·11테러의 주모자로 체포된 자카리아스 무사위의 국적은 프랑스다.미국이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아프간 탈레반 정권을 위해 싸운 ‘탈레반 전사’ 존 워커 리드는 미국인이다.앞으로 미 국적의 테러 분자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영국·독일 국적의 테러리스트가 미국에 잠입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사진과 지문이 보관되지 않은 용의자에 이번 조치는 별무신통이다. 더이상 국제사회에 동서·남북간 위화감을 확대시켜서는 곤란하다.최소한 테러 용의자로 대상을 좁힐 필요가 있다.미국은 이번 조치로 얻을 ‘안보적 이득’뿐 아니라 미국을 혐오하게 될 ‘잠재적 손실’도 고려해야 한다. 백문일 워싱턴 특파원 mip@
  • “정치=남성 고유분야, 이젠 아니죠”/‘리더십캠프’ 서 만난 여대생들 이야기

    흔히 ‘여자가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들 말한다.하지만 젊은 여성들의 양성평등 체감 지수는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그 사회의 여성권한척도(GEM)인 국회의원과 고위 행정관리직 비율 역시 세계 70개국 중 63위에 머물고 있는 현실의 높은 벽을 여성들은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까.여성할당제 등 법과 제도에서 여성참여를 늘리는 정책과 함께 여성이 스스로 권익 향상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여성문제를 이슈화하고,세력화해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대학생들이 있다.‘남성의 고유 분야’로 알려진 정치계에 대한 관심을 분명하게 드러내며 자신의 계획을 말하는 전국의 여대생 46명을 만났다. 지난 12월22일.2박3일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여대생 캠프 심화 교육’장에서였다. “자신의 야심을 밝히는 것이 여성답지 않다는 시각은 꺼져라.내가 바로 내일의 주역이다.”라고 다부지게 말하는 여대생들은 미래의 지도자를 꿈꾸는 여성들이다. ●“내 꿈은 정치지도자·외교관” “제 꿈은 외교관입니다.여성 정신을 일깨우는 캠프에 와서 여성들이 서로 유대감을 갖고,서로 네트워킹을 갖는 것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배우고 익히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어요.”경희대 외교정치학과 남수정(21)양은 ‘네트워킹’을 가장 큰 수확이라고 밝혔다.“전 지방의회 의원이 되어서 지역사회를 위해 일할 겁니다.이를 위해 대학 생활을 하면서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NGO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학교 생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이런 노력이 제 꿈을 지켜줄 것이라 믿습니다.”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강태경(23)양은 이미 뚜렷한 삶의 목표를 세우고 계단을 밟아나가고 있다. ‘여대생 캠프’는 여성부에서 주관해 4년째 열리고 있는 차세대 여성지도자 육성을 위한 리더십 훈련연수다.전국 시·도에서 1년에 한 번,50∼100명씩 연수를 하는 데 이어 지역 연수자 대표들에게 심화 학습의 기회를 주고 있다. 연수 내용은 양성 평등과 성역할,리더십을 포함해 호주제와 보육 문제 등 당면한 여성 문제에 대한 강의와 토론으로 구성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지역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데, 전국 대표인 심화 연수 참가자에게는 여름방학 동안 국회를 비롯,지방의회 등에서 인턴으로 직접적인 정치 체험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여성부 서명선 대외협력국장은 “차세대 여성 정치 전문인력을 육성하고,여성의 정치 세력화를 위한 저변 확대에 이 캠프가 큰 도움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특히 지방의회 인턴사업은 3.4%에 불과한 지방의회 여성의 비율을 대폭 상승시킬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처음 지역 연수에 참가할 때만 해도 “여성의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특별한 의미를 몰랐다.”는 학생들도 스스로 “달라졌다.”고 말할 정도로 연수에 만족감을 표했다.“사실 사회 문제나 여성 문제에 대해서는 피상적으로 알았을뿐,‘대학 졸업하고 취직이나 잘 됐으면…’하는 마음이 고작이었어요.하지만 이번 교육을 통해 여성 의식의 눈이 번쩍 띄었어요.리더로서의 자신감도 얻었고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여학생의 얼굴이 해맑았다. 양성 평등한 사회에 살고 있지만 어려움에 부딪히면 금방 포기해버리는 것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의 걸림돌이란 지적도 나왔다.지역사회학과 교수가 목표라는 제주대 사회교육과 김보연(22)양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양성 평등을 배웠지만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이젠 여성으로서의 당당함과 자신감을 갖고,전국의 친구들과 연대감을 가지면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야무지게 소감을 밝혔다. ●“여성 한계 극복하는 계기 됐어요” 계명대 김복규 교수는 ‘개척 정신과 지도자로서의 큰 포부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여대생 리더십 교육과 관련,“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이 리더가 된다면 뭔가 특별하다는 다소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잠재력을 찾아내면 자신의 인생이 달라질 뿐아니라 여성 특유의 ‘섬세한 리더십’으로 거칠고 험한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고 여성리더십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구에서 실시한 ‘여대생캠프’에서는남학생들도 참여케했다는 김 교수는 “세상은 남성과 여성이 함께 어우러져 완성해나가는 것이다.그러므로 남성들도 교육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가 출발점 교욱받은 인구와 평균수명 등으로 평가하는 인간개발지수(HDI)는 30위 정도로 상위권이고,남녀평등 차원에서 여성의 삶을 측정하는 여성개발지수(GDI)도 거의 비슷한 상위권이지만,유독 정치·행정·관리직 여성참여 정도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여성권한척도만은 63위로 뒤처져 있다. 즉, 교육받은 인구의 활용률이 낮고 따라서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낮은 이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UNDP의 인간개발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양성 평등한 사회 구현은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시키는 일이란 사실에 여대생들이 본격 눈뜨기 시작했다. 허남주기자 hhj@
  • ‘이태백 시대’의 희망가

    20대 젊은이들은 요즘을 스스로 ‘이태백 시대’라고 일컫는다.이태백은 ‘이십대 태반은 백수’라는 뜻이다.계속되는 경기 불황에다 심각한 취업난을 빗대 자신들의 상황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하지만 ‘이태백 시대’에도 절망보다는 희망,좌절보다는 도전을 선택해 앞길을 스스로 열어 나가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나만의 색깔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사원 4명의 벤처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 조형욱(29)씨의 갑신년 새해맞이는 남다르다.새해 꿈은 지난해 8억원이었던 연 매출액을 10억원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내게 가장 적합한 길을 찾아야” 조씨의 일터는 건국대 벤처창업지원센터내 10평 남짓한 사무실이다.‘라임시스템’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각종 소프트웨어를 하청,개발하고 있다.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을 다니다 휴학한 지 1년 만인 지난 99년 12월 이 곳에 둥지를 틀었다.4년 남짓 조씨는 거의 매일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지난해에는 국악의 선율을 영화에 삽입하는 시뮬레이션을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업계의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사원들은 모두 공채한 20대 고졸 출신이다.“사원들도 나를 보고 10년 뒤 자기 모습을 상상하며 희망을 느꼈으면 합니다.” 교내 그룹사운드 ‘옥슨’의 드러머로 2년 남짓 활동한 이색경력도 갖고 있다.군 복무때 행정병으로 근무한 것이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가 됐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에는 한계가 보이는데,하기 싫은 기안문 작성 등에는 엄청난 소질을 보이는 거예요.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은 별개라는 걸 느꼈습니다.성공하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접고 잘하는 일을 택했죠.” 조씨가 휴학을 결심했을 때 지도교수와 부모는 말렸다.하지만 “학점도,영어점수도 시원찮은데 졸업해 봤자 취직할 수 있는 곳은 뻔하다.”며 창업을 강행했다.처음에는 경험 부족으로 납품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조씨는 “매번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멋모르게 대시하는’ 청춘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돌아봤다. 조씨는 취업난을 겪는 다른 20대에게 “자기가 원하는 일을 꼭 해야겠다는 ‘절실함’을 가져야 한다.”면서 “막연한 도피책이나 대안으로 일을 선택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특히 대학 졸업생들에게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단 몇분 만이라도 제대로 고민한 뒤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봉사경력이 ‘먹히는’ 새해가 될 거예요” 다음달 졸업하는 조선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최미란(24·여)씨는 올해 관광업계에 취업하는 게 목표다.입학 동기들보다 졸업이 1년 늦어졌지만 초조해하지는 않는다.최씨는 “취업전쟁에서 ‘나만의 경력’이 통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며 활짝 웃었다.지난해 다른 친구들처럼 ‘취업준비’에 매달리지 않고 휴학한 뒤 해외로 눈을 돌렸다.세계청년봉사단(KOPION)이 주최하는 해외봉사 활동을 다른 대학생 3명과 함께 떠났다.부모는 “유학도 아니고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데 꼭 지금 갈 필요가 있겠느냐.”고 만류했다.반면 일부 친구는 “제대로 배우고 오라.”며 격려하기도 했다.우려와 기대를 뒤로한 필리핀행은 최씨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나의 미래에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있는 소중한 계기가 됐습니다.무조건 취업을 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버릴 수 있게 됐죠.” 최씨는 지난해 3월부터 5개월 동안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에서 아이들에게 그림과 피아노를 가르쳤다.익숙지 않은 피부색의 아이들이나 다른 대원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 것이 처음엔 낯설었다.최씨는 그러나 “나중에는 오히려 사람을 만나고 적응하는 것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면서 “새로운 도전에 큰 용기와 힘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유지혜기자 wisepen@
  • [오픈 코리아-소통하는 사회 만들자]1부 건강정치 원년으로 (1)KSDC 총선관련 여론조사

    ■여론조사 총평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민주주의가 시민에 의한 정치(by the people)라면,선거는 바로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따라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질을 결정짓는 척도가 된다. 선거를 통해 정부의 정당성이 부여되고,적법성(legitimacy)이 부여된다.선거는 정치적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선거는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의 주인이 되게 한다.선거가 다가오면 정치의 객체였던 유권자가 정치의 주인자리를 되찾게 된다.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우리 국민은 정치의 주체에서 다시 객체로 전락했다.그동안 각종 정치적인 부정과 정치가들의 말장난과 싸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한숨도 쉬어 보고,분통도 터트리고,울분도 삭여 왔다.이제 이러한 정치가와 정당을 심판할 수 있는 순간이 다가 오고 있다. ●우리당 지지도 따라 결정적 영향 그러면 우리 유권자들은 어떻게 이러한 정치적 주권을 행사해야 하는가? 이번 17대 총선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노무현 정권이 수립된 후 1년 반이 지나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중간 평가의 성격을 지닌다.소수정권으로 출발하여 야당이 지배하는 의회와 마찰을 빚어 왔으며,대통령은 자신의 신임투표를 제기했고,불법선거 자금문제로 정계은퇴까지 제기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도에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중대한 선거이다. 또 역대선거와 달리 오는 총선에서는 유권자가 두 표를 행사하게 된다.한 표는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에게,한 표는 비례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정당에 투표하게 된다.열린우리당이 소선거구에서 받는 표보다 전국선거구에서 받는 표가 적을 경우 노 정권은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같이 중대한 의미를 지닌 선거이기 때문에 17대 총선은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어야 한다.우리 국민은 현재 정당과 정치가에 대해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우왕좌왕 갈지자를 걷는 정책,불법선거 자금으로 만신창이가 된 정당과 정치가.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대통령의 발언,위축된 경기로 고달파진 삶으로 보통사람은 선거에 불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또 선거 때마다 천문학적인 불법 선거자금 수수와 살포로 국민은 선거자체에 대해 혐오감을 나타내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10%가 다가오는 국회의원선거에 절대로 투표하지 않겠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2000년 총선 투표율 57.2%나 2002년 지방선거 투표율 48.8%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을 가중시키는 작태가 또 하나 있다.선거가 다가오는데 선거의 규칙을 정하는 선거법조차 정해진 기일내에 만들지 못하고 정당끼리 고성과 육탄전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는 국민들의 심경은 참담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러한 한탄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하여서는 이번 총선만큼은 가장 깨끗한 선거가 되어야 한다.타락과 불법을 추방하는 선거가 되도록 국민 모두가 나서야겠다. ●불법행위 고발 이어져아 법을 어길 때는 가차 없이 선관위에 고발하도록 해야 한다.유권자도 후보로부터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수준 높은 시민이 되어야 한다.법을 어기는 후보,돈을많이 쓰는 후보는 선거에서 단호히 추방해야 한다. 선거가 선거로서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정당이 유권자들에게 정책을 택하도록 차별화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그런데 우리의 정당들은 아직까지 차별화된 정책을 유권자에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무엇을 보고 정당이 공천한 후보와 정당을 선택하라고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각 당이 차별화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유권자들은 또다시 지역을 보고 투표하게 되며,지역감정을 없애겠다는 정당의 구호는 공염불이 될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 미래와 질 높은 민주주의 수립의 문제는 결국 우리 유권자들이 어떻게 정치적 주권인 표를 행사 하느냐에 달려 있다.냉소주의와 비탄과 울분에만 머물지 말고 법을 어기는 후보,깨끗하지 못한 후보,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후보,철새정치인 모두를 주인의식을 갖고 내 한 표로 심판하자. ■공명선거 어떻게 우리 사회는 지금 대선자금,측근비리 등으로 총체적 혼란에 빠져 있다.우리가 선거 때마다 겪어온 심각한 선거후유증은 비정상적인 선거자금의 조성과 유통을 둘러싸고 야기됐다.이러한 반복적인 현상은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불신을 증대시키고 정치적 냉소주의에 빠져들게 한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사실의 하나는 응답자들이 공명선거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유권자의 의식변화를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41.1%). ‘유권자의 의식변화’란 불법선거 운동을 단호히 거부하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신고,고발하는 행태를 포괄하는 개념이다.또한 불법선거운동을 하는 후보자나 정당에 대해 표로서 응징할 수 있는 행태이기도 하다.많은 응답자들이 유권자의 의식변화를 지적하고 있다는 것은 공명선거가 선거법만을 가지고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행태변화가 보완적으로 작용할 때만이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권자 변화없이 공명선거 불가능 공명선거를 위해 유권자의 의식변화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은 1992년 26.6%,1996년 52.1%,2000년 40.2%로 나타났다.문민정부 출범 이후 유권자들의 의식변화가 공명선거를 위해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이급상승하고 있다.이는 국민 스스로가 변하지 않고서는 민주적 정치과정을 완성할 수 없다는 성숙된 시민의식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유권자의 의식변화 다음으로 많은 응답자들이 후보 및 정당의 선거법 준수(30.7%)를 들고 있다.이는 한국의 선거풍토가 불법·탈법으로 만연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아무리 좋은 법일지라도 그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사문화되어 공정한 규칙으로서의 실효성을 잃게 된다. 불법·탈법 선거에 의한 승리는 참다운 승리가 될 수 없다.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키지 않고 승리했다는 것은 정권차원의 정통성이 없음을 의미한다.선거에서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지키지 않고서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정치적 혼란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이다. 선거사범의 단속과 처벌 강화를 지적한 응답자는 약 7%에 이른다.선거범죄의 공소시효는 6개월이다.그리고 선거범의 재판기간은 2000년의 선거법개정에서 강행규정으로 제1심은 6개월,제2·제3심이 각각 3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사법부가 선거범죄의 폐해가 지대함을 인식하여 재판기간을 엄수하고 엄정한 처벌을 하여야만 선거법을 준수하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중앙선관위의 활발한 활동(4.9%),언론의 감시활동 강화(4.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최근 선거법 개정에서 선관위의 예방 및 감시활동을 무력화시키려는 정치권의 시도가 있었다.이는 국민의 의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위험한 발상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당 선호도 한나라당이 총선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을 대폭 물갈이한 뒤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당명을 바꾸는 등 제 2의 창당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민주당도 최근 새로운 지도체제를 선보였으며,열린우리당은 1월 전당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경선한다. 이같은 일련의 정치 이벤트는 정당 이미지와 정당 선호를 대폭적으로 강화하여 총선에 승리하기 위한 전략이다. ●한나라당 좋아하는 비율보다 싫어하는 비율 높아 이번 조사에서는 기존의 여론조사에서는 없었던 일반 국민의 정당 선호도를 심층분석하였다.“현재 어느 정당을 가장 좋아하십니까?”라는질문에 대해 한나라당 15.9%,민주당 12.1%,열린우리당 11.6%,자민련 1.1%,민주노동당 1.5%로 나왔다.“좋아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가장 많아 51.3%였다. 한편,“현재 어느 정당을 가장 싫어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26.0%,민주당 6.7%,열린우리당 11.4%,자민련 2.5%,민주노동당 0.5%순이었다.“싫어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도 42.1%였다. 한나라당의 경우 싫어하는 비율이 좋아하는 비율보다 훨씬 높았다.반면,민주당은 좋아하는 비율이 싫어하는 비율보다는 훨씬 높았다.한편,열린우리당은 좋아하는 비율과 싫어하는 비율이 거의 비슷했다.이러한 수치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혐오하는 정당으로 한나라당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연합공천을 통해 선거 연합을 구축할 경우,반(反) 한나라당 결집효과가 증폭될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열린우리당 좋아하는 비율 및 싫어하는 비율 비슷 한나라당을 선호한 사람 중 58.5%가 가장 싫어하는 정당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적했고,34.9%가 민주당을 지적했다.반면,열린우리당을 선호한 사람중 83.0%가 가장 싫어하는 정당으로 한나라당을 지적했고,9.6%만이 민주당을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내년 총선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대결구도가 될 것”이라는 돌출 발언을 했는데,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러한 양자구도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민주당을 선호한 사람 중 79.5%가 가장 싫어하는 정당으로 한나라당을 지적했지만,약 16%는 열린우리당을 지적했다.이러한 결과는 민주당을 선호하는 사람 중 민주당을 탈당한 열린우리당의 배신 이미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론된다. ■유권자 새정치 갈망 이번 조사에서는 “현역 국회의원이 다시 출마한다면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3.1%가 투표하지 않겠다고 응답,현역의원에 대한 유권자의 높은 불만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19.6%에 불과하며,나머지 37.3%는 응답하지 않았다.특히 이러한 현역의원에 대한 불만은 남녀·세대·학력·지역에 상관없이 사회 전반에 골고루 확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역의원에 대한 유권자의 높은 불만은 예상했던 결과이다.대선자금을 둘러싼 각종 비리가 폭로되는 한편,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과 국회가 서로 팽팽히 맞서 국정운영이 순탄치 못했기 때문이다.이러한 조사 결과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기존 정당들이 17대 총선에서 대폭적인 공천 물갈이를 추진하고 있는 분위기가 무관하지 않다. ■지역주의 사라질까 정당 지지율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지역 변수였다.한나라당의 경우 서울(14.2%),인천·경기(14.5%),대구·경북(20.5%)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그리고 광주·전라에서는 매우 낮은 지지율(1.8%)을 기록하고 있다.민주당의 경우는 예상대로 광주·전라에서 무려 23.9%라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대구·경북(4.9%) 및 부산·울산·경남(3.8%)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열린우리당은 대전·충청(13.5%)과 부산·울산·경남(13.8%)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반면 서울(5.3%),대구·경북(5.7%)에서 약세를 보였다. 한나라당이 영남에서,그리고 민주당이 호남에서 강세를 나타낸 것은 과거의 지역주의 선거와 관련,충분히 예상돼 왔다.또한 열린우리당이 대전·충청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은 것도 신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설명이 가능하다.특기할 만한 발견은 서울에서의 한나라당의 강세와 열린우리당의 약세,그리고 부산·울산·경남에서의 한나라당의 약세와 열린우리당의 놀라운 약진이다. ■노무현 투표자 향방 16대 대선에서 이회창에게 투표한 유권자 중에서 61.1%가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응답했다.민주당(4.3%),열린우리당(8.6%)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응답자는 매우 적었으며,표를 던질 정당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24.1%나 되었다. 반면 16대 대선에서 노무현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는 17대 총선에서는 민주당(30.9%)과 열린우리당(28.1%)으로 거의 반반으로 나누어질 것으로 보인다.둘을 합하면 59%로 이회창 투표자의 한나라당 지지율인 61.1%와 비슷한 수치이다.반면,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유권자는 6.8%에 불과했으며,투표할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도 28.9%에 달했다. ■후보 평가기준 변화 다가오는 17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후보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고 답한 것은 이념과 정책(48.5%),인물(30.0%),소속정당(9.5%),그리고 지역연고(5.3%)의 순이었다.이념과 정책을 지적한 유권자가 많은 것은 다분히 모범답안을 제시하려는 응답자의 경향 때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마찬가지로,지역연고를 지적한 응답자가 적은 것도 지역연고가 담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보다 의미 있는 발견은 인물을 기준으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상당수 있었으며,그 중에 절반은 인물됨에서도 도덕성의 측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인물을 기준으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 중에서 46.7%가 도덕성을,21.7%가 경륜 및 경험을,17.7%가 참신성을,그리고 11.7%가 개혁성을 인물됨의 가장 중요한 측면으로 생각하였다.도덕성이 다른 요인보다 두배 이상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는 것은각종 비리 및 정치 부패 척결에 대한 유권자의 강력한 요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어느당에 투표할까 “17대 총선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13%가 한나라당,9.5%가 민주당,그리고 9.6%가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자민련은 0.6%,민주노동당은 0.8%,기타 정당은 1.2%를 기록했다.또 조사대상자의 15%가 ‘없다’라고 응답,기존 정당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한편 50.3%는 응답을 하지 않아,아직도 많은 유권자가 부동층으로 남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요인별로 정당 지지율을 분석해 보면,먼저 여성보다 남성이 상대적으로 열린우리당을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연령별로는 40대와 50대에서 한나라당 지지가 높은 반면,20대와 30대에서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민주당은 세대별로 별 차이 없는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선거 판세 전망 정당태도의 선거 효과를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정당에 대한 선호와 혐오를 두 축으로 하여 4가지 ‘정당 태도 유형’을 분류했다. 제1유형은 좋아하는 정당과 싫어하는 정당을 모두 갖고 있는 ‘정당 차별 인식형’(30.3%)이다.이 유형에는 속하는 사람들은 정당에 대한 분명한 선호(preference order)가 있으며 20대(38.1%),광주·전라(33.6%),대전·충청(33.7%) 등 특정 지역과 특정 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제2유형은 좋아하는 정당은 있지만 싫어하는 정당은 갖고 있지 않는 ‘일방적 정당 선호형’(12.4%)이다.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은 특정 정당에 대한 순응주의 투표를 보이는 경향이 많다. 충청(12.4%)과 호남(13.3%)보다 대구·경북(16.4%)과 부산·울산·경남(15.1%) 등 영남권에서의 비율이 높은 것이 특색이다.이 지역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중 어느 정당에 순응투표가 이루어질지 초미의 관심사다. 제3유형은 싫어하는 정당은 있지만 좋아하는 정당은 갖고 있지 않는 ‘일방적 정당 혐오형’(17.5%)이다.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은 특정 정당에 대한 불신과 냉소주의 경향이 강하다.서울(20.45),경기·인천(20.6%)등 수도권지역에서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제4유형은 좋아하는 정당도 없고,싫어하는 정당도 없는 ‘정당 무관심형’(39.8%)이다.이 계층은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서울(41.3%)과 강원(56.7%)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광주·전라(40.7%)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여 정권창출에 성공했지만 민주당이 제2야당으로 전락한데 따른 심리적 충격과 허탈감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수도권에서 제3유형과 제4유형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과 연계해 볼 때 어느 정당이 이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켜 이 유형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낼지가 최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열린우리당,민주당 3강구도 가능성 높아 중요한 것은 정당태도 유형과 투표율간에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제1유형과 제2유형의 경우,‘꼭 투표할 것’이라는 비율이 각각 71.4%와 72.2%로 높았지만 제3유형은 55.3%,제4유형은 46.1%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제1유형의 경우,제17대 총선예상투표정당이 한나라당(35.0%),민주당(23.5%),열린우리당(29.6%),자민련(2.2%),민주노동당(2.2%),지지정당없음이 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러한 조사결과는 기존의 예상과는 달리 다가오는 17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열린우리당,그리고 민주당 세 정당 간에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 방법·필진 이번 조사는 서울신문사가 한국선거학회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실시했다.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전국의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통화로 이뤄졌으며,95% 신뢰수준에 오차는 ±3.1%이다.조사에 참여하고,기사를 집필한 학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어수영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선거학회 회장,미국 미시간대 정치학박사 ●이영란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한국선거학회 부회장,서울대 법학박사 ●이남영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KSDC 소장,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박사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KSDC 부소장,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박사 ●김욱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선거학회 연구이사,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이명진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한국선거학회 연구이사,미국 아이오와대 사회학 박사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선거학회 이사,미국 미시간주립대 정치학박사
  • 고양국제전시장 차이나스트리트 “상업시설” “문화공간”

    “‘차이나거리’는 문화시설인가 상업시설인가.” 경기도 고양국제전시장 부대시설로 들어설 차이나타운의 차이나거리(차이나스트리트)를 놓고 경기 고양시와 사업시행자인 차이나타운개발㈜ 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3900평에 이르는 부지의 땅값 결정을 좌우할 중요 사안이기 때문이다.시는 이 부지에 대해 감정가를 적용할 방침이고,차이나타운개발은 조성원가를 요구하고 있는데,감정가와 조성원가의 차이는 1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양측은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양시는 최근 1년여의 지리한 협상끝에 사업추진의 돌파구가 될 토지공급 조건을 시행자인 차이나타운개발에 통보했다.내용을 보면 ▲특급호텔이 입주할 드래곤타워와 특1급 호텔부지를 포함한 ‘드래곤팰리스’는 조성원가 ▲중국전통정원과 한중문화교류센터가 입주할 ‘차이니스 가든’은 20년 무상임대 ▲삼국지문화관과 중국전문상가 겸 비즈니스호텔 복합건물이 들어설 ‘차이나스트리트’와 ‘게이트’는 감정가를 각각 요구했다. 차이나타운측은 이같은 시의 요구를 받아들일 계획이나 차이나스트리트에 대해서만은 조성원가 제공을 요청,협상의 마지막 걸림돌이 되고 있다.차이나타운측은 차이나스트리트에는 중국의 전통대문인 패루(牌樓)와 삼국지 관련 공연장과 영화관,전시실 등을 갖춘 삼국지문화관과 중국인 관광객이 저렴하게 이용하는 호텔,화교자본이 투자될 중국인 상가를 세워야 하므로 조성원가로 공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 상인들에게 저렴한 토지공급을 통해 사업여건을 확보해 주지 않으면 최근 문을 닫은 일본의 네덜란드촌처럼 ‘중국인 없는 차이나타운’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중국전문상가와 비즈니스호텔은 각각 지하 1∼2층,지상 3∼5층의 중국문화의 특색을 갖춘 저층 복합건물로,상업적 목적에만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토지가 감정가로 공급되면 사업성 때문에 고층으로 계획을 수정하는 압박을 받게 되고,결국 진정한 차이나타운이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시는 그러나 삼국지문화관은 입장료를 받으므로 문화시설보다 오락시설로 봐야 하고,전문상가와 호텔의 연면적이 스트리트 전체의 1만900여평의 60%에 이른다며 감정가 공급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양측 모두 가능하면 오는 2005년으로 예정된 ‘세계 화상(華商)대회’ 이전에 차이나스트리트를 건설해야 한다는 시한에 쫓기고 있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
  • 기고/법이 윤리적 책임 면제 않는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데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지난 3년여간 각계에서 진지하게 논의해 왔던 법안에 대해 국회가 거의 일방적으로 생명공학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니,이 법률 제정 과정에서 많은 애정을 가지고 끝까지 관심을 가져왔던 필자로서는 매우 허탈한 심정이며,나아가 큰 걱정이 앞선다. 생명과학기술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가운데 생명윤리와 안전을 확보하면서 생명과학기술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이 법안이 안고 있는 주요 쟁점은 단 한가지,곧 인간 배아의 지위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문제이다.희귀·난치병 등의 질병 치료를 위해 인간 배아를 활용할 수 있고,필요한 경우에는 배아 복제의 방법을 통해 배아를 만들어 쓸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고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질병치료라는 미명으로 동물의 난세포와 인간 체세포를 결합하여 괴물배아를 만드는 것까지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배아는 당연히 생명을 지닌 인간 개체로 존중받아야 한다.이미 인간 배아에서부터 인간 생명의 모든 프로그램이 내재되어 있으며,이 배아가 자율적인 유기체로 발달하여 하나의 완전한 태아가 될 온전한 인간 생명이기 때문이다.그런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책무를 가진 국가가 이러한 인간 생명을 단순한 생물학적 재료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를 합법화한 것이다.희귀·난치병 등의 질병치료를 위해 온전한 인간 생명인 배아를 만들고 또 희생시켜도 좋다는 발상은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약한 사람은 이 세상의 강자를 위해 희생되어도 좋다는 식의 논리와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희귀·난치병 치료를 위한 생명과학 분야의 발전은 매우 유용하고 또 긴급하지만 그 발전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이루어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필자는 법으로 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이 그 목적으로 내세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할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다.오히려 인간 생명을 물질화하면서 우리 사회에 또 다른 형태의 유물론(唯物論)을 고착시키게 될 것이고,인간 존중의 사회는 한층더 멀어지고 말 것이다. 또 이 법안이 목적으로 하는 인간 생명의 안전 확보를 결코 신뢰할 수가 없다.인간 배아를 재료로 하여 시도되는 여러 실험이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신뢰할 만큼의 안전을 제공한다는 연구결과를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인간배아에서 추출하는 줄기세포가 아직 임상에 적용된 예가 전 세계적으로 한 건도 없다는 것이나,동물의 난자와 인간의 체세포가 핵융합되어 나타나는 괴물배아가 안전하다는 얘기를 아무도 하지 않는 이 현실에 아예 귀를 막아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게다가 배아 복제의 허용이 수많은 여성의 난자를 대량으로 채취할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한다는 의미인데,이로 인해 나타날 여성의 소외,여성에 대한 불의와 차별,건강 문제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겠는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난치·희귀병의 치료 방법으로 성체줄기세포 치료법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출산후 제대혈 등 태아 추출물을 보관하는 태반은행이 생겨나고,골수를 이용하여심근경색증 등의 치료에 성공했다는 임상결과가 심심치 않게 발표되는 것이다.소위 성체줄기세포 치료법으로서 이는 인간 배아를 이용한 치료 방법과 비교할 때 같은 효과를 지향하면서도 윤리나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니 이에 대한 관심을 더 크게 확대시키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인간 배아 실험이나 파괴에 대한 윤리적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인간의 생명을 물질적으로 취급하고,또 상업적인 이익이나 경제적 논리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이동익 가톨릭대 교수 신부
  • ‘아듀 2003’ 국내·외 진 별/스러져간 거목… 역사는 기억하리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했던가.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뜻이다.계미년 한 해는 국내외 가릴 것없이 유난스레 혼란스러운 일들이 많았고,각계의 굵직굵직한 인물들이 스러져 갔다.의미없는 죽음이 있으랴만 우리들 가슴에 살아 숨쉬었던 이들의 소멸은 각별한 회한을 남겼다.은하수처럼 사라진 이들의 뒷 모습을 지우며 삶의 허망함을 되새기기도 하고,뻥뚫린 가슴을 채우지 못하는 씁쓸함을 달래기도 했다. 국내 ●정계 ‘국민의 정부’에서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 자리에 올랐던 박정수(71) 전 의원이 죽음으로 정계를 은퇴한데 이어 이종근(81)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났다.박씨는 11·13·14·15대 등 5선의원을 지낸뒤 국회 통일외무위원장·국제의원연맹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이종근 의원은 5·16 때 준장으로 예편했으며 3공시절 국회의원에 출마,90년대까지 6선을 기록한 인물이었다. 저물어가는 마지막 달에는 허주(虛舟) 김윤환(71) 신한국당 전 대표가 유명을 달리했다.노태우 김영삼 두 대통령을 만들어 내 ‘킹 메이커’란 별명을 얻은 고인은 유정회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11·13·14·15대 의원으로 국회를 지켰고 정무수석과 비서실장을 거쳐 여당 사무총장,원내총무,정무장관,여당대표를 거푸 지내면서 1980∼90년대 한국정치사 한 복판에 서있었던 인물이다.97년 대선에서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실패한 뒤 민국당을 창당해 재기를 시도했지만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재계 올해 국민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안겨준 죽음은 정몽헌(55) 현대아산이사회회장의 투신자살일 것이다.정주영 명예 회장의 5남인 정 회장은 현대를 이끌어갈 후계자로 주목됐으며 정 명예회장을 이어 남북경협을 주도했던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중 한 사람이었다.2000년 3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현대아산 회장에 취임했지만 대북송금문제에 연루돼 한 여름 현대 계동사옥 12층에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창업주들도 유난히 많이 세상을 떠났다.차(茶)산업을 번창시킨 것으로 유명한 서성환(80) 태평양 창업주를 시작으로 50여년간 섬유사업 외길을 걸었던 백욱기(83) 동국무역 창업주,동원탄좌 회장과 대한석탄협회장을 지낸 이연(88) 동원회장,권철현(78) 연합철강 창업주,삼립식품 창업주 허창성(83) 명예회장이 그들이다. ●문화예술계 구수한 입담과 향토색 짙은 문체로 문단을 풍미했던 ‘관촌수필’의 작가 이문구(62)씨,한국시단의 로맨티스트로 불렸던 조병화(82),한국현대시인협회 명예회장을 지낸 신동집(79) 시인,평생 우리말 바로쓰기에 앞장섰던 아동문학가 이오덕(78)씨,‘어린이날 노래’와 ‘기찻길옆 오막살이’ 등 불후의 명곡들을 남긴 윤석중(92)옹의 타계는 우리 문단과 사회의 큰 손실이다. 판소리 다섯바탕을 완창하며 국악을 진흥시킨 박동진(87) 명창과 국내 최초의 판소리 인간문화재 정광수(94) 명창,70년대 ‘얄개’시리즈로 하이틴영화 붐을 일으킨 석래명(64) 감독,‘동백아가씨’‘동숙의 노래’ 등 4000여곡으로 작곡분야 최다기록을 세운 작곡가 백영호(83)씨와 해외 배낭여행 1세대 김찬삼(77)씨도 별세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종교계 불교계에선 역대 총무원장과 종정을 지낸 원로들이 대거 입적해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게 됐다.봉암사 조실 서암 스님,통도사 방장 월하 스님,앉은 채로 입적해 세인들의 관심을 모았던 백양사 조실 서옹 스님이 모두 종정을 지낸 대덕들로 이들의 열반으로 조계종의 역대 종정은 모두 사라졌다.성륜사 조실 청화 스님은 평생을 수행에만 전념한 당대의 선승,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정대 스님은 당대 최고의 행정승이었다. 1987년 암울한 군사정권 시절 그 유명한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은 조작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해 6·10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김승훈(64) 신부의 선종은 우리 사회의 양심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국외 세계 곳곳에서도 저명 인사들이 유명을 달리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정계 세르지오 비에이라 데 멜루(55) 유엔 특사의 죽음은 각별했다.이라크 재건을 돕던 중 8월19일 바그다드 주재 유엔 본부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숨진 멜루 특사는 미국이 주창한 대 테러전의 상징인 동시에 희생양으로 각인됐다.브라질 출신으로 33년간 유엔에서 활동하며 헌신적인 국제 조정관으로 이름을 떨쳤던 그의죽음에 국제사회는 고개를 떨궜다. 스웨덴의 촉망받던 여성 정치인 안나 린드(46) 외무장관도 허망하게 희생됐다.차기 총리감으로 꼽히던 그는 9월10일 스톡홀롬 시내에서 쇼핑하던 도중 괴한의 흉기에 찔려 하루 만에 숨을 거뒀다.스웨덴의 유로화 통합에 앞장섰던 린드 장관의 죽음은 그의 진보 성향에 불만을 품은 신나치주의 조직의 범행으로 추측되고 있다. 10월23일에는 장제스(蔣介石) 전 타이완 총통의 미망인 쑹메이링(宋美齡) 여사가 향년 106세로 타계했다.1949년 중국이 공산화될 때 장제스와 함께 타이완으로 건너갔던 쑹 여사는 중국 근대사의 핵심 인물이자 반공의 상징이었다. 미국 역사상 최장기간인 48년간 의원직을 지낸 미 의회의 산 역사 스트롬 서몬드 전 상원의원도 6월26일 10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문화·예술계 홍콩 스타 장궈룽(張國榮·46)의 투신 자살은 아시아 문화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일대 사건이었다.영화 ‘영웅본색’,‘패왕별희’ 등으로 아시아 최고의 인기를 누린 장궈룽.만우절인 4월1일 홍콩의 한 호텔 24층에서 뛰어내린 그의 거짓말 같은 자살은 원인을 둘러싼 추측만 무성한 채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별 중의 별 그레고리 펙(87)이 6월11일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대표작 ‘로마의 휴일’에서 만인의 연인으로 떠오른 그는 ‘앨라배마에서 생긴 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함께 의식있는 연기자라는 찬사까지 거머쥐었다.한 시대를 풍미했던 연기파 배우 캐서린 햅번(96)도 같은달 29일 뒤이어 세상을 떠났다. ‘황금연못’ 등의 영화로 4차례에 걸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기록을 세운 햅번은 1999년 미국영화연구소로부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배우’로 선정되기도 했다.또 미국에서 20세기 최고의 광대로 꼽히는 영국 출신의 코미디언 보브 호프(100)와 ‘황야의 7인’으로 유명한 미 액션배우 찰스 브론슨(81)이 각각 7월27일과 8월30일 폐렴으로 숨졌다.그리고 천재 감독이라는 찬사와 나치의 마녀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독일의 기록영화 감독 레니 리펜슈탈(101)도 올해 9월8일 영욕의 생을 마감했다. 김성호 강혜승 기자 kimus@
  • 이경재 ‘성희롱 舌禍’/우리당 김희선의원에 사과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이 지난 23일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에게 ‘성희롱’으로 간주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져 뒤늦게 파문이 일었다. 이 의원은 이날 밤 9시쯤 국회 정치개혁특위 회의실에서 야당의 선거법개정안 처리를 물리력으로 막기 위해 특위위원장 자리를 점거하고 있던 김 의원을 가리켜 “느닷없이 안방에 여자가 누워 있으면 주물러 달라는 거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은 즉각 “위험한 발언이다.”고 반박했고,일부 한나라당 의원도 “그런 말 하면 방송에 나간다.”고 주의를 줬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는 24일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에 대한 성희롱 발언이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삼았고,일부 의원들이 이 의원을 성토했다. 이에 이 의원은 “누군가가 ‘여성의원을 끌어내면 성희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해 ‘그렇다면 다른 여자가 안방에 와서 누워 있어도 내버려둬야 한다는 말이냐.’고 말한 게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하면서 “이 발언으로 불쾌감을 느낀 의원이 있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측은 “당시는 시끄러워서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대꾸할 가치도 없는 언행이다.”라고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다. 김상연기자 carlos@
  • 경부고속道 수원~서울 평일 전용차선 무산

    경부고속도로 수원∼서울구간 평일 출퇴근 시간대 버스전용차선제 연내 도입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따라 버스전용차선제 확대 실시를 통해 성남 분당과 용인 수지 등 경기남부지역 교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설교통부와 경기도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돼 이들 지역주민들의 교통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3일 건설교통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버스전용차로제 시행 여부의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경찰청은 최근 회신을 통해 “버스전용차선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지난 9월 한달간 경부고속도로 수원IC∼서초IC 26㎞ 구간에서 출퇴근 시간대 시범운영한 결과 버스 주행시간이 평균 3분8초 단축되는 등 효과가 미미한데다 각종 문제점들이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청은 “양재IC에서 시간당 3000여대의 차량들이 고속도로로 진입,끼어드는 바람에 교통체증이 가중됐다.”며 “진입차량을 위한 별도 차선을 만드는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버스전용차선제를 도입한다해도위반차량에 대한 단속이 어렵고 승용차 운전자들과 타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따라서 고속도로 한남대교∼양재간 확장공사가 끝나는 오는 2005년 이후 실시여부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건교부와 경기도는 만성적인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선 버스전용차선제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특히 건교부는 지난해 11월22일 수도권남부지역 교통대책을 발표하면서 경부고속도로 수원∼서초구간 평일 버스전용차선제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어 경찰청의 반대 의견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경찰청에서 반대 입장을 공식 밝힌 만큼 버스전용차선제 확대 실시는 사실상 물건너간 셈”이라며 “향후 기회가 생길 때 다시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버스전용차선제 확대 실시에 대비해 광역시외버스 노선을 신설하고 운행 버스를 늘리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해온 경기도도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이재성 경기도 대중교통담당은 “지난 9월 실시된 시범운영은단속없이 자율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효과가 미비했다.”며 “경찰의 단속이 본격 이뤄진다면 사정을 달라질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수지시민연대 등 용인지역 시민단체들도 “수지 등 용인지역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선 노선 확충과 함께 버스전용차선제가 확대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 盧 언급 ‘승복 않는 그들‘은/한나라·민주 反盧·보수층 ‘지목’

    “우리는 승리했으나 대통령 선거는 끝나지 않았던 모양이다.그들은 승복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나를 흔들었다….” 지난 19일 ‘리멤버 1219’집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그들’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의미하는지를 놓고 정치권에서 말이 많다.취임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을 중심으로 오간 말을 보면,직접적으로는 한나라당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동안 공사석을 막론하고 노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특히 최병렬 대표는 지난 7월 경북도지부장 이취임식에서 “4개월이 지난 지금의 모습을 보면 내 상식으로는 대통령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좀더 확대시켜 보면,대선때 반노(反盧) 내지 비노(非盧) 입장이었던 민주당 구파들도 노 대통령 입장에선 ‘흔드는 세력’일 수 있다.이들은 고영구 국정원장 인준과 대북송금 특검법 처리과정에서 노 대통령과 반대 입장에 섰었다.이와 함께 민주당 분당과정에서 친노(親盧)에서 반노(反盧)로 돌아선 의원들이내뱉은 말도 대통령에게는 ‘비수’로 느껴졌을 것 같다.김경재·추미애 의원 등은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 넓게 보면,일부 언론을 포함한 사회전반의 보수·기득권 세력을 지칭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노 대통령은 19일 집회에서 “1년 전 특권과 기득권과 반칙으로 세상을 주물렀던 사람들의 돈과 조직,그리고 막강한 언론의 힘을 물리치고 우리는 승리했다.”고 말했다. 또 “내가 여러분(노사모)의 모임에 참석했을 때 그 사람들은 ‘노무현이는 아이들하고만 정치할 거냐.’고 터무니없는 상징조작을 퍼부어 댔다.”고 비난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녹색공간] 삶과 죽음의 공존

    얼마 전,돌아가신 어머니의 시신을 그대로 안방에 모셔둔 채 6개월을 함께 살았던 중학생의 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이 사건을 통해 사람들은 이웃간의 왕래가 없는 세태를 한탄하기도 하고,소년의 심리상태를 분석하기도 했으며,결국은 따뜻한 인정을 모아 소년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줌으로써 함께 사는 이웃의 역할을 다하기도 했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준 충격을 그리 간단히 분석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그렇다고 이 사건이 주는 정서적 떨림을 그대로 가라앉히기에는 주검과 죽음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이 너무 예민하다. 썩어 들어가는 어머니의 주검 곁에서 일상을 살았을 소년에게 죽음이란 떠나감이나 이별이 아니었던 것일까? 어쩌면 그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살아내야 할 일상의 짐이 조금 더 무거워졌음을 의미했을 뿐이었는지도 모른다.그렇게 그는 썩어가는 주검 곁에서 죽음과 함께 반년의 삶을 푹푹 삶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소년의 행동이 기이하게 여겨지는 것은,우리가 그러한 행동을 담아낼 문화적 규범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일것이다.그러나 이 세상에는 주검과 함께 살아가는 전통을 가진 문화도 많다.함께하는 방식도,부모의 무덤 곁에 초막을 짓고 보살피는 유교적 전통에서부터,죽은 이의 시신이 새나 짐승의 밥이 되도록 함으로써 영원한 자연의 순환에 들도록 하는 장례 풍습,유명인의 시신을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교회에 보관하는 유럽 기독교의 전통,그리고 심지어는 죽은 이의 살을 먹음으로써 그 영혼이 후손의 몸속에서 부활한다고 믿는 식인풍습에 이르기까지 무척이나 다양하다.이처럼 대부분의 전통문화에서는 죽음을 우리의 삶과 매우 가까운 곳에 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죽음을 가능한 한 삶의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두려고 한다.공동묘지는 깊은 산 속에 있어야만 하고,화장장이 들어설 예정인 곳에서는 연일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으며,죽은 사람의 모습은 TV 화면에서도 모자이크 처리되어 일상과 격리된다.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라도 임종이 가까워지면 집으로 돌아와 가족의 품에서 인생을 정리하던 모습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가 없다.집에서 요양하던 환자라도 조금이라도 상태가 나빠지면 병원으로 달려가게 마련이고,거기서 온갖 기계에 매달린 채 죽음과의 전투를 치르다가 최후를 맞는 것이 당연시된다.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연장이 아니라 공포의 상징,극복해야할 대상,심지어는 무찔러야 할 적으로까지 여겨진다. 이처럼 죽음을 적대시하는 태도는 삶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낳는다.그래서 삶과 죽음은 연속이 아니라 화해할 수 없는 양 극단이 되어버린다.죽음의 시점을 뒤로 미루는 각종 의학기술이 발전하고,심지어는 영원히 살기 위해 유전자가 동일한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이제 삶은 질이 아니라 양으로 평가된다.그리하여 더 많은 삶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이 벌어진다.생명은 곧 투쟁에서 쟁취한 전리품의 양으로 평가되며,죽음은 이 투쟁에서의 패배일 뿐이다.원래 하나였던 생명이 이제는 너와 나의 생명으로 분열되고,나의 삶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삶을 희생시키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생명의 황폐화 현상은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철저히 부정하고 지나치게 삶에 집착한 결과다.그러나 우리는 죽지 않는 것을 생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또 우리는 모두 예외 없이 죽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보다 능동적으로 그 죽음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그러기 위해 먼저 죽음에 덧씌워진 음습한 이미지를 털어내고 그것과 친해지는 연습을 시작해야겠다.본래 생명이란 삶과 죽음의 절묘한 조화가 아니었던가. 강 신 익 인제대 의대교수 의철학
  • [키워드로 돌아본 지구촌 2003](4)’대서양 전쟁’

    세계의 눈과 귀가 이라크에 쏠려 있는 동안 미국과 유럽은 그 배후에서 총성없는 전쟁을 치렀다.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오랜 우방을 자처해 왔던 미국과 유럽이 이라크 사태를 둘러싸고 등을 돌리게 된 것.전례없는 대서양 양안 갈등은 ‘대서양 전쟁’ 또는 ‘서방의 분열’로 비춰지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의 갈등은 이라크전 발발 직전인 올 초에 가장 두드러졌다.이라크 사태를 놓고 각기 다른 해법을 제시했던 양측은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서로에게 날카로운 발톱을 곧추세웠다. 원색적인 비난도 오갔다.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프랑스와 독일을 가리켜 ‘늙은 유럽의 행태’라며 두 국가의 영향력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이에 양국은 미국의 ‘오만’을 성토하며 노골적인 반감을 표출했다. 유럽에서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시위와 보이콧이 연일 벌어졌다.미국 역시 유럽,특히 프랑스에 대한 반감으로 ‘프렌치(French)’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프렌치 프라이’ 감자튀김을 ‘프리덤(자유)프라이’로 부르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이같이 치열한 미국과 유럽의 감정싸움에 대해 일각에서는 일시적 마찰이 아니라 오랜 기간 잠재돼 왔던 양측의 갈등이 이라크 사태를 계기로 비로소 가시화된 것이라며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특집 기사에서 이러한 갈등 뒤에는 유럽과 미국간의 세계관의 차이가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유럽인들이 법적 질서를 통해 국제사회를 통제해야 한다고 믿는 반면 미국인들은 ‘힘’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굳게 믿는 가치관의 차이가 충돌을 빚게 했다는 것이다. ‘역사의 종언’의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 존스 홉킨스대 교수는 더이상 미국과 유럽을 ‘서구’라는 한 틀로 묶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미국과 유럽이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공유된 가치를 근거로 동맹관계를 맺어왔지만 냉전 종식을 계기로 양측의 세계관에 큰 격차가 생겨나게 됐다는 주장이다.또 유럽이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폭력의 역사를 반성하는 데 반해 미국은 위기감을 조성하며 해마다 국방비를 증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케이건 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공동대표의 해석도 흥미롭다.그는 최근 저서 ‘미국 VS 유럽:갈등에 관한 보고서’에서 갈등의 본질은 힘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세계대전 이후 군사력을 축소한 유럽이 여전히 힘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하이퍼파워를 가진 미국에 대응하는 방편으로 다자간 합의를 중시한다는 요지다. 즉 미국이 이라크를 선제공격한 것은 당위성보다 공격해서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유럽연합(EU)의 확대도 갈등의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 있다.미국과 유럽의 잠재된 갈등 표출은 EU 확대로 인해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진 유럽이 미국에 대항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내년 5월 동유럽권과 지중해 연안 10개국을 신입회원국으로 맞게 되는 EU는 인구 4억 5000만명에 전세계 40%의 교역 규모를 자랑하는 공동체로 부상,미국과 대등한 초강대국 반열의 지위를 얻게 된다.따라서 유럽과 미국의 갈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2003 사건속 인물](4)위도발전협회장 정영복씨

    “올해는 위도 사람들이 어느 해보다 가슴앓이를 많이 했습니다.” 멸치잡이를 하던 생업도 포기한 채 전북 부안군 위도면에 원전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뛰어든 위도지역발전협의회 정영복(51)회장. “지난 5월 위도주민 95%인 978명이 원전센터유치찬성 서명을 했습니다.안전성에만 문제가 없다면 우리 위도는 물론 부안경제도 살리고 전북발전에도 크게 공헌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부안군과 위도 사람들의 이같은 결정은 ‘태풍의 눈’이 됐다.지난 7월 초부터 부안지역은 단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반핵단체들이 부안으로 몰려들었고 부안수협앞은 반핵광장으로,부안성당은 반핵운동본부가 됐다.촛불집회가 열리고 방화,고속도로점거,염산과 젓갈탄 투척 등 소요사태가 끊이지 않았다.뭍에서 시작된 반대시위는 위도까지 번져 대다수 주민들이 찬성했던 위도에 핵폐기장 유치 결사반대를 주장하는 ‘위도지킴이’가 조직됐다. “한 식구처럼 살아가던 주민들도 찬·반으로 나뉘어져 평화로운 섬에 갈등과 반목의 골이 깊어졌습니다.친한 벗들도 서로 등을 돌렸지요.” 정씨는 “반핵단체들의 공갈협박을 견디지 못해 군민들이 타지로 이사를 했고 자신도 부안읍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부부간,부자간,고부간에도 찬반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가정파탄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정부의 ‘오락 가락 정책’에 대해서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반핵단체들이 강경투쟁에 나서면 정부는 뒤로 물러납니다.정부가 국책사업을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아야지 군민들에게 이렇게 혼란을 주어서 되겠습니까?” 그는 “이제 정부를 믿을 수 없는게 현실”이라며 “137명의 집행위원 회의를 거쳐 어떻게 하는 것이 위도를 위한 일인지 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반핵단체와 시민단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부안경제를 획기적으로 활성화 시킬 대안이 있는지,그리고 자신들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고 공갈·협박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는게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그는 “자유롭게 찬반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부안주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내년 총선후 주민투표가 실시된다면 찬성측 주민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회장은 “위도주민들이 돈에 눈이 어두워 원전센터 유치에 앞장선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국가적 난제 해결과 부안발전을 위해 희생코자 하는 위도주민들의 충정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글·사진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 KDI “내년 성장률 5.3%”

    최근 급증하고 있는 외환보유고의 증가는 수출과 내수의 괴리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증가 속도를 재검토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2003∼2004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들어 외환보유고는 국내총생산(GDP)의 6%가량인 300억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하반기에만 200달러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외환보유고 증가 수출·내수 괴리심화 이어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채권 등의 채권발행을 통해 조성된 자금으로 외환보유고를 증가시키는 정책은 통화가치를 상대적으로 하락시켜 내수에 비해 수출수요를 부양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따라서 환율하락(평가절상)을 막기 위해 일정한 환율수준을 무리하게 유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외환보유고는 12월 현재 1530억 4000달러이며,1999년 745억달러,2000년 961억 9000만달러,2001년 1028억 2000만달러,2002년 1214억 1000만달러였다. ●설비투자도 올보다 2% 늘듯한편 KDI는 “수출 증가세가 당초 예상을 넘어서고 있고 세계 경제의 회복세도 빠르게 가시화하고 있음을 감안해 내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4분기의 4.8%에서 5.3%로 상향조정한다.”고 밝혔다. 수출 호조 덕분에 내년의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도 6.2%에서 9.8%로 높였으나 건설투자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반영해 4.3%에서 2.1%로 낮췄다. 주병철기자 bcjoo@
  • “교단 35년 ‘목월’ 아들임을 잊은적 없어”/내년 2월 정년퇴임 앞둔 박동규 서울대교수

    “교단 생활 35년 동안 ‘시인 박목월’의 아들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30년이 넘도록 서울대에서 현대시와 현대소설을 가르쳐 온 서울대 국문과 박동규(朴東奎·사진·64) 교수가 내년 2월 강단을 떠난다. 박 교수는 박두진,조지훈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일제 말기에 우리의 정서를 지켜온 박목월(朴木月) 시인의 아들.1961년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69년부터 서울대 강단에 섰다. 박 교수는 소설가 황순원(黃順元)의 아들로 올해 가을 학기에 은퇴한 황동규(黃東奎) 전 서울대 국문과 교수와 함께 우리 문단에서 보기 힘든 ‘부자(父子) 문인’이다.그만큼 아버지에 대한 정도 각별하다.박 교수는 “‘박목월 시인의 아들’이라는 호칭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다.”고 회상했다. 박 교수는 수업 도중 유난히 선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지난 2월 박목월 시인에 얽힌 추억과 유년 시절의 기억을 담은 ‘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이라는 수필집도 펴냈다.박 교수는 “선친은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공부해야지 행정이나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다.”면서 “그 말을 항상 가슴에 담고 살아서인지 35년 동안 학과장 한 번 못해봤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 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시도 선친의 ‘가정’.‘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로 시작하는 이 시는 목월의 가족에 대한 따뜻한 정이 구절마다 배어 있다.박 교수는 지난 주말 한 TV 대담에서 “읽을 때마다 생활의 어려움과 자식들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면서 눈물까지 글썽이기도 했다. 박 교수는 평생의 절반을 넘게 20대 ‘청춘’인 학생들과 가까이 있었다.그 덕분에 외모는 60대지만 마음만은 젊은이다.제자들과 함께 자주 가는 곳은 노래방.전국 해변을 돌며 시낭송회까지 가질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도 좋다.“퇴직한 뒤에도 마음 맞는 제자들과 수필집도 내고 전국을 돌며 마음껏 놀 생각”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요즘 대학생들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박 교수는 “요즘은 직업을 갖는 ‘징검다리’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많아졌으나 대학에서 ‘사는’ 학생들은 적어진 것 같다.”면서 안타까워했다. 박 교수의 남은 과제는 선친이 남긴 시 전문 월간지 ‘심상(心像)’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것.요즘은 편집인으로 서울 서초동 심상 사무실에서 거의 살 정도다. 박 교수는 “25년째 해 왔던 심상 제작은 나의 존재 근거”라면서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준비해 온 아버지의 회상집 출간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두걸기자 douzirl@
  • 책꽂이

    ●大백제왕(정찬주 지음,아래아 펴냄)성철스님 일대기를 다룬 ‘산은 산 물은 물’의 작가가 5년여 동안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일본에서 왜곡된 백제 역사의 진실을 규명.성왕과 왕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일본에 고급문화를 전하는 과정을 그린다.전2권.각권 8000원. ●맛동산 리시브(양선미 지음,문이당 펴냄)98년 등단한 작가의 첫 소설집.표제작 등 8편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삶의 막판에 몰렸거나 깊은 내면의 상처를 지닌 인물.이들의 사연을 맛동산,용 문신 등 다채로운 소재에 담아 부조리한 현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8500원. ●교수(샬럿 브론티 지음,배미영 옮김,열린책들 펴냄)‘제인 에어’의 작가가 쓴 첫 장편으로 국내 처음 번역.산업혁명 후에 상업과 사무적 인간관계가 횡행하는 영국 사회를 견디지 못한 한 청년이 벨기에로 건너가 사랑하고 일하면서 홀로서는 과정을 다룬다.9500원. ●숭어 도둑(이청준 지음,디새집 펴냄)‘흙으로 빚은 동화’라는 부제가 말하듯 중견 작가가 어린 시절 겪은 자연과 사람에 얽힌 이야기를 구수하게 들려준다.자신의 문학의 질료였던 시골체험을 바탕으로 자연의 아늑함과 인간의 정이 물씬 풍기는 내용을 대화와 구술 형식으로 전개.8800원. ●몽골 현대시선집(이스.돌람 외 지음,이안나 옮김,문학과지성사 펴냄)국내 처음 소개되는 현대 몽골 시문학.이데올로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서정성을 중시하는 60년대 몽골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4명의 작품과 해설 수록.9000원. ●무릉리 이야기(김숙희 지음,함께읽는책 펴냄)아동문학가인 저자가 한적한 시골마을을 소재로 사람사는 훈훈한 이야기를 동화처럼 형상화.강첨지와 선덕의 시선을 빌려 다양한 인물을 관찰하면서 농촌의 연대의식 등을 들려준다.7000원. ●오뚝이 신화(안문길 지음,와이겔리 펴냄)91년 늦깎이로 등단해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의 소설집.경쟁 위주의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보자는 메시지를 던진다.9000원. ●쓰시마 유코 소설집(유숙자 옮김,문학과지성사 펴냄)69년 등단이후 사회적 소수파 입장에서 작품활동을 해온 작가의 작품집.15편의 단편이 서로 연결되는 형식에다 일본 전통의 구비문학과 사소설 기법을 섞어 원초적 인간과 샤먼의 목소리 등을 담았다.8000원. ●미겔 스트리트(V.S.나이폴 지음,이상옥 옮김,민음사 펴냄)2001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대표작.직접 살았던 트리니다드 섬 주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17편의 작품에 담았다.그들의 좌절과 광기를 다루면서 따스한 공감의 눈길을 보낸다.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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