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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총선 시아파 압승

    지난달 30일 치러진 이라크 총선에서 시아파 정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쿠르드족이 이라크내 ‘제 2의 정치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이에 따라 이라크 권력의 ‘축’은 후세인 정권 시절의 수니파에서 시아파로 빠르게 이양되고 현재의 ‘친미 정권’ 대신 ‘친이란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는 13일 최종 개표결과 시아파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 시스타니가 이끈 ‘유나이티드 이라크동맹(UIA)’이 48.1%, 온건 시아파 이야드 알라위 현 임시정부 총리의 ‘이라크리스트(IL)’가 13.8%를 득표했다고 발표했다. 유권자 1450만여명 가운데 845만여명이 선거에 참여, 투표율은 59%를 기록했다. 시아파인 UIA와 IL의 득표율을 합치면 62%에 이르지만 수니파의 득표율은 0.2%에 그쳤다.UIA는 제헌의원 275명 가운데 132석을 차지, 다수당이 되면서 향후 정국 주도권을 갖게 됐다. 쿠르드족 양대세력인 쿠르드민주당과 쿠르드애국동맹이 연합한 ‘쿠르드연맹’은 25.7%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70석을 확보, 제2의 정당이 됐다. 반면 미국이 지원한 알라위 총리의 IL은 13.8%를 얻는 데 그쳐, 의석 40석의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이라크내 반미정서가 만만찮음을 반영한다. 그러나 UIA는 제헌의원 275명 중 대통령과 총리를 뽑기 위한 의석 3분의2를 확보하지 못해 연정구성이 불가피하다.UIA의 지도부는 이미 쿠르드동맹과의 물밑협상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니파의 사드 압델 라자크는 대통령과 총리직은 UIA와 쿠르드동맹이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라위 총리도 쿠르드족이 최고위직 중 하나를 차지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했다. 상징적인 대통령 후보로는 쿠르드애국민주동맹(PUJ)의 잘랄 탈라바니 당수가 거론되는 가운데 총리에는 UIA의 일원으로 시아파 최대단체인 ‘이라크 이슬람혁명 최고위원회(SCIRI)’의 압둘 아지즈 하킴 의장과 압델 알 마흐디, 다와당의 이브라힘 알 자파리, 이라크국민회의의 아흐마드 찰라비 등이 오르내린다. 특히 후세인 치하에서 억압받은 SCIRI에는 이란에 망명한 인사들이 대거 참여, 새정부는 미국이 우려한 친이란 성향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반미 저항투쟁을 주도했던 강경 시아파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이슬람다와당’도 UIA에 참여, 새정부에 자칫 반미 노선의 기류가 형성될 수도 있다. UIA는 바그다드와 남서부 항구도시 바스라 등 이라크 대도시 지역에서 압승을 거둬, 수니파를 끌어안을 명분까지 챙겼다. 선거를 보이콧한 수니파는 “헌법제정 과정에 모든 정파가 참석하고 외국군의 철수 일정이 제시되면 참여할 수 있다.”고 다소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2명의 부통령 가운데 1명은 수니파의 몫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총선 결과는 당초 10일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북부 모술 등지에서 투표함 300여개를 재검표하느라 최종 발표는 늦어졌다. 한편 총선 결과발표가 임박하면서 이라크 곳곳에서는 미군 뿐 아니라 시아파를 겨냥한 차량폭탄 테러도 잇따라 우려되던 종파간 갈등이 드러날 조짐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한명숙 “黨살림 내가 맡겠다”

    한명숙 “黨살림 내가 맡겠다”

    한명숙(61)의원이 오는 4월2일 열린우리당 의장 경선에 출마키로 최종 결심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당초 불출마 쪽으로 기울던 한 의원이 입장을 급선회함에 따라 경선이 ‘문희상 대세론’으로 싱겁게 갈 것이란 예측이 깨지게 됐으며, 경선 판도에 격랑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의 측근은 기자에게 “한 의원이 경선에 출마, 당에 기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 고심 끝에 출마키로 확정, 준비에 돌입했다.”면서 “경선 일정이 임박하면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출마에 극도로 소극적이던 한 의원이 출마를 결심했다는 것은, 유력 계파간 입장 정리가 사실상 끝났다는 의미로 봐도 되며 한 의원이 당선을 확신한 끝에 나온 결심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 의원이 이해 관계가 첨예한 당내 각 계파로부터 두루 ‘무난한 카드’로 인식되는 데는 정치색이 옅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으며, 따라서 차기 대선 시즌까지 특정 대권주자에 치우치지 않는 중간관리자 역할을 잡음없이 해낼 것이란 공감대가 깔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 의원의 출마 결심에는 유력 계파 중 하나인 친(親) 정동영 통일부장관측이 적극 지지 의사를 밝힌 게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 의원측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정 장관의 경쟁자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측도 ‘한 의원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3년차를 맞아 안정적 국정운영의 필요성이 절실한 청와대 입장에서도 현 정권에서 환경부장관을 역임하는 등 노무현 대통령 직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이 당을 사심없이 맡아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여기에 여성이면서 운동권 출신이라는 ‘상품성’도 한 의원이 의장감으로 거론되는 요인이다. 한 당직자는 “한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된다면,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야 동시 여성대표 시대가 열리는 셈”이라며 “특히 재야 출신인 한 의원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이미지가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박 대표를 견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의 출마 결심으로 비상이 걸린 쪽은 문희상 의원이다. 당내에 독자 계보가 없어 한 의원과는 ‘제로섬 게임’을 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한 의원의 출마는 그에게 가장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로 간주된다. 한 의원은 여성 의원들과도 어느 정도 ‘교통정리’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로 거론되던 이미경 의원이 한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親이란’ 우세 속타는 미국

    이라크에 종교적 색채가 짙은 ‘친(親)이란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가장 우려했던 상황으로 ‘죽 써서 남주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전체 투표의 약 40%인 330만표를 개표한 결과 ‘유나이티드 이라크 동맹(UIA)’이 221만 2000표를 얻어 6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UIA는 시아파 최고 성직자인 아야톨라 알 시스타니가 이끄는 종교적 그룹으로 사담 후세인 시절 이란에 망명한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총리 후보로는 벌써부터 압델 아지즈 알 하킴이 거론된다. 반면 미국이 총력 지원한 아야드 알라위 총리의 민족화합당(INA)은 57만 9000표를 얻어 17%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아드난 파차지의 독립민주당(IDG) 등 수니파의 득표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직 60%를 더 개표해야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시스타니의 UIA가 알라위 총리의 INA를 크게 압도하는 것은 뜻밖이다. 선거관리위는 수니파 지역과 쿠르드족의 북부 지역 등에서 개표가 완료되지 않아 지금까지의 결과로만 최종 득표율을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UIA의 시아파 지도자들은 이미 쿠르드연맹과의 연합을 전제로 한 대화에 나서는 등 압승을 기정사실화하고 정권인수 작업에 나섰다. 새 대통령과 총리를 뽑기 위해서는 당선된 제헌의원 275명 가운데 3분의 2인 183명을 확보해야 한다.UIA의 최종 득표율은 60% 안팎으로 점쳐지며 쿠르드족의 양대세력인 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드애국동맹(PUK)이 연합한 쿠르드연맹은 이라크에서의 인구비율만큼인 10∼15%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UIA가 쿠르드와 손잡으면 알라위 총리 세력을 배제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특히 UIA에는 반미 저항투쟁을 이끈 강경 시아파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이슬람다와당’이 참여, 알라위 총리의 실각뿐 아니라 반미 정권이 탄생할 여지도 있다. 사드르는 유세 도중 UIA의 공식 입장과 다른 미군의 철수를 주장했다. 게다가 UIA의 일원으로 후세인 치하에서 억압받은 시아파 최대 단체 ‘이라크 이슬람혁명 최고위원회(SCIRI)’는 이란에 망명한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란과 같은 신정(神政)의 가능성마저 100% 배제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UIA가 낸 후보 228명 가운데 성직자는 5명에 불과하고 UIA의 종교 지도자들은 이라크를 성직자에 맡기지는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시스타니와 같은 최고 성직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또 8월15일 제출된 헌법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지 않으려면 유권자 3분의 2의 찬성을 얻는 동시에 18개주 가운데 16개주에서 통과돼야 한다. 따라서 3개주에서 다수인 수니파와도 손잡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백문일 기자 mip@seoul.co.kr
  • 우리당 온통 ‘실용 무드’…강경파 조용해졌다

    우리당 온통 ‘실용 무드’…강경파 조용해졌다

    4일 서울 서초구 교육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워크숍 분위기는 올 들어 강경파가 위축되고 온건파가 득세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는 여당의 파워가 2월 국회부터는 개혁입법보다는 민생경제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많다는 의미가 된다. 특히 이날 온건파뿐 아니라 다수의 강경파 의원까지 국가보안법의 강행 처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은 지난 연말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먼저 당·정의 상층부가 확실히 ‘실용’쪽으로 기선을 잡았다. 임채정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예상대로 ‘민생 국회’와 ‘일하는 국회’를 강조했다. 발제에 나선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좀더 직설적으로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때 개혁의 폭과 깊이가 더해질 것”이라고 성장 우위론을 제기한 뒤 “개혁에 대한 의욕은 충분히 갖되, 경기회복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문에 나선 의원들도 주로 이계안·채수찬·최철국·박영선 의원 등 이른바 실용파들이었다. 전병헌 의원이 “이 부총리의 말은 개혁과 민생이 양자택일이라는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살짝 이의를 제기한 게 논란의 전부였다. 지난해만 해도 강경파 의원들이 앞다퉈 일어나 ‘개혁’을 외치는 바람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는데, 이날은 일제히 침묵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3년차를 뒷받침하기 위해 실용으로 가자는 당·청 지도부의 설득에 대다수 강경파가 자세를 낮춘 듯했다. 이어 열린 분임토의에서도 자성론과 함께 실용 노선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국보법 등 개혁법안을 상임위를 중심으로 토론은 하되,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유연성있게 하자.”는 주장이 대세였다.“국보법은 실질적으로 사망한 법이나 다름없다.”는 식의 ‘무관심 전략’도 제기됐다.“최근 당 지지율 상승은 경제올인과 실용주의적 노선 때문이다.”“지도부가 민생행보에 주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의견도 많았다. 강경파 가운데 정청래 의원만이 홀로 “지금 지도부는 너무 우향우”라고 비판했지만, 동조 세력을 얻진 못했다. 온건파인 최성 의원은 “오늘은 완전히 축제 분위기다. 이견이 거의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상연 김준석기자 carlos@seoul.co.kr
  • “태종형 개혁서 세종형 개혁 나아가야”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4일 “개혁하는 2년에서, 창조하는 3년으로 변화해야 한다.”면서 “구시대의 부패, 비효율, 무능을 설거지한 ‘태종(太宗)형’ 개혁의 바탕 위에 혁신과 창조를 통해 포용과 통합을 달성하는 ‘세종(世宗)형’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열린우리당에 제안했다. 참여정부 정책평가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 교수는 이날 서울 서초구 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열린우리당 워크숍 기조발제를 통해 “권위주의 과거를 청산하는 소극적·부정적 개혁에서 혁신과 통합을 통해 선진한국을 창조하는 적극적 개혁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참여정부의 집권 시기를 ▲정치적 대결기(2003년 3월∼2004년 4월) ▲정책적 경쟁기(2004년 5월∼2006년 지방선거) ▲정치적 경쟁기(2006년 5월∼2007년 대선) 등 3기로 구분한 임 교수는 “올해 열린우리당은 주요 개혁을 완결하고 민생 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그는 또 집권여당으로서 ‘국민 속으로’들어갈 것을 주문하며 “야당은 권력을 탈환하기 위해 국민을 아군 대 적군으로 나눠 핵심 지지세력의 재규합을 시도하지만, 집권 여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을 통합하고 새로운 지지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정치적 다수파가 됐으나 사회적 다수파에게 헤게모니 경쟁에서 밀린다.’는 분석에 대해 유시민 의원이 개선방안을 묻자, 임 교수는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야 정치뿐 아니라 사회적 다수가 된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지난해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4대 개혁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서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았고, 개혁 대상이 각기 다른 4대 법을 패키지로 추진해 반대세력을 오히려 결집시키고 지지세력을 분열시켰기 때문”이라며 “우선 순위를 설정하고 순차적·개별적으로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정청래 의원은 “4대 입법 가운데 국가보안법을 제외하면 다른 법은 국민 지지가 높았지만 한나라당의 ‘땡깡정치’,‘발목잡기 정치’ 때문에 처리되지 못했다.”며 책임을 한나라당에 돌렸다. 임 교수는 “한나라당이 발목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4대 입법을 일괄처리하려는 전략을 세워 반대세력을 통합시켰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신연숙칼럼] ‘가족’ 해체를 생각한다

    [신연숙칼럼] ‘가족’ 해체를 생각한다

    호주제 폐지에 대비한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안으로 정부가 ‘본인을 기준으로 한 가족기록부’ 방식을 마련했다. 그동안 대안들로는 개인별로 편제하는 1인1적제, 부부와 미성년 자녀의 가족단위로 편제하는 가족부제와 함께 혼인 등 증명 목적에 따라 편제하는 목적부제, 주민등록과의 일원화 등이 제시돼 왔다. 정부가 최종적으로 본인기준 가족부제를 채택한 것은 ‘호주제 폐지의 취지와 양성평등 원칙을 구현’하면서 ‘신분공시 방식의 급격한 변화가 가족해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국민정서를 반영’한 것이라 한다. 사실 정부가 작년 호주제 폐지방침을 결정한 후 잠정적으로 예시했던 호적제 대안과 올해 대법원이 공개한 혼합형 1인1적 가족부 편제 방안을 놓고 가장 두드러지게 일었던 비판이 가족해체 담론이었다. 기왕에 부모와 본인·배우자, 자녀의 3대가족 관계를 나타내면서 본인 형제자매의 인적사항은 왜 기록을 안 하는가, 결혼한 여성의 등록부에 시부모가 표시되지 않으니 이게 가족해체를 촉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까지 나왔다고 한다. 결국 이런 지적이 수용돼 정부의 최종안은 배우자 부모의 인적사항, 형제 자매의 인적사항까지 기재하게 되었고 부부와 미혼자녀는 원칙적으로 동일본적을 유지하도록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가족’이란 과연 무엇이고 신분등록제도를 가족부제로 하기로 했다고 해서 ‘가족’해체는 완화될 것인가란 의문이 남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제도에 관계 없이 ‘가족’해체론자들이 말하는 ‘가족’은 이미 해체되었거나 해체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가족부제가 그리고 있는 가족은 3대 직계가족과 형제자매를 포함하고 있어 전통적인 대가족제 개념과 가깝다. 전국 가족조사결과에 따르면 3세대가 사는 대가족 가구는 전체 가구수의 5.9%에 불과하다. 이런 기준의 가족은 이미 대부분 ‘해체’되었다고 할 수 있다. 조금 범위를 좁혀서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되는 핵가족 개념을 적용해도 추세는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핵가족은 남편은 직장에 나가 돈을 벌고 아내는 출산과 육아, 가사를 도맡는 성별분업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이혼율 증가와 맞벌이, 민주화에 따른 성역할 변화로 핵가족 역시도 ‘해체’ 과정에 있다. 전국 가구 중 부부·자녀로 구성된 가족은 51.2%에 머문다. 절반은 되지만 대다수는 아니다. 부부의 역할 면에서 봐도 변화는 확연하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2년 49.7%를 기록했다. 취업 여성 중 기혼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64.4%에 이른다. 남편은 벌고 아내는 가족을 돌보는 전통적 핵가족의 모습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우리 통계를 보나 서구 사례를 봐도 멈출 것 같지 않다. 따라서 결혼기피, 이혼율증가, 저출산, 빈곤, 청소년문제, 노인문제 등 사회문제를 염려한 나머지 전통적인 가족해체만을 걱정하고 있는 것은 현명한 자세가 아니다. 가족부에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을 그려놓는 것은 정신적 위안이 될지언정, 가족을 재건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전통적 모델에 특혜적 지원을 한다고 해도 대세를 바꾸긴 어려울 것이다. 필요한 것은 늘어나는 맞벌이가구, 한부모가구, 미혼가구, 노인가구 등을 포함해 다양한 가족의 존재를 인정하고 각각의 상황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책을 찾는 일이다. 여성부가 곧 여성·가족부로 다시 태어난다. 노무현 대통령은 “가정의 복구, 가정과 유사분위기를 이뤄냄으로써 가정을 받쳐 달라.”는 당부를 했다. 장하진 여성부 장관은 취임직후 성균관장을 방문하여 ‘시대가 바뀌었고 가족이 변화하고 있으니 새 가족문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여성부의 새 가족 정책이 관념적 가족이 아닌 현실적 인식에서 출발하는 실질적인 내용이 되어 나오길 기대한다.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함혜리 특파원의 파리지앵 스타일] 겨울 남성복 ‘클래식으로의 회귀’

    |파리 함혜리특파원|더블 버튼의 긴 코트, 반듯한 라인의 싱글버튼 재킷, 통이 좁은 체크무늬의 일자형 바지, 브이넥 니트와 카디건…. 파리에서 31일 막을 내린 2005∼2006년 가을·겨울 시즌 남성복 컬렉션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클래식으로의 회귀’가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디자인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다. 소재를 고급화하고, 디자인을 스포티하게 변형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소비자층의 취향을 반영 하고 있다. 루이 뷔통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전통적인 신사복 스타일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캐시미어, 모헤어 등 최고급 소재를 사용하는 식으로 튀지 않는 럭셔리 룩을 선보였다. 드리스 반 노튼은 70년대 모스크바에서 유행했던 곱슬거리는 양털 칼라가 달린 긴 외투를 소개했다. 지방시의 디자이너 오스발트 보아탕은 트위드 롱코트에 모자를 달거나 줄무늬 폴로셔츠를 신사복 재킷에 매치시키는 등 전통적인 남성복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격식적인 측면을 배제시킨 디자인들을 선보였다. 재킷부터 바지, 코트에 이르기까지 허리 라인이 강조되면서 폭이 좁아진 에르메스(디자이너 베로니크 니샤니안)의 디자인도 전반적으로 반듯하다.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이너 스테파노 필라티가 디자인을 맡은 이브생로랑 남성복의 경우 정장 스타일을 주장하면서도 보라색, 밤색, 카키색 등 새로운 색상과 모헤어, 벨벳 등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하면서 우아하고 현대적인 남성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돌아오는 가을·겨울 시즌에는 메트로섹슈얼의 붐을 타고 남성복 패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던 현란한 색상과 여성스러운 디자인은 조용히 물러나고, 대신 격식을 거부하면서도 전통을 중시하는 ‘보보스(부르주아 보헤미언)’들을 겨냥한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디자인들이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lotus@seoul.co.kr
  • [사설] 초등학교 시험부활 부작용 없게

    서울시교육청이 초·중·고교생의 학력을 높이는 방안의 하나로 초등학교 시험을 새 학기부터 부활한다고 어제 발표했다. 교육청은 그 시험이 학력평가가 아닌 학업성취도 평가이며 시험 시기·방법·횟수 등을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으므로 예전의 일제고사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우리는 먼저 초등학교에서 8년만에 시험을 부활하는 것이 현실에 부응하는 선택임을 인정한다. 학업 성취도를 객관적으로 평가, 이를 토대로 학생 수준에 맞춰 추가 교육을 하는 일은 교육 목적상 학생·교사 모두에게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자녀 성적을 확인하는 것은 학부모의 권리이기도 하다. 또 초등학교 시험을 폐지하면서 사교육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시험 부활과 관련해 본지가 지난 연말 서울시내 초등학교 교장 1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77.9%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초등교육의 일선에서 시험 부활은 대세로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우리는 시험 부활이 새로운 부작용을 불러오지 않도록 교육계가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 교육청은 일제고사가 아니라고 강변하면서도 각 초등학교가 같은 시간에 같은 문제지로 시험 보는 것을 허용했다. 따라서 개인별·학교별 성적이 비교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만약 이것이 공개된다면 학력 경쟁이 심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특히 서울의 각 지역간 우열이 드러날 경우 초등학교 단계에서 ‘학군병’이 도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청은 학생 서열화와 함께 학교 우열화도 철저하게 방지해야 할 것이다.
  • 한총련 첫 여성의장 송효원씨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은 지난 28,29일 서울 경희대에서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어 홍익대 총학생회장 송효원(22·여·국어교육 4년)씨를 13기 의장으로 선출했다.1993년 제1기 출범 이후 여성이 한총련 의장으로 선출된 것은 처음이다. 선거에는 송씨가 단독 출마했다. 이화여고를 졸업한 송씨는 2002년 홍익대에 입학, 지난해 사범대 학생회장을 지내는 등 NL(민족해방)계 노선을 걸으면서 학생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송씨는 “우리 사회의 진보는 더 이상 ‘빨갱이’가 아닌 시대적 대세이고, 대중적 요구”라면서 “폐쇄적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새롭고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운동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자오 사망’ 침묵하는 中대학생

    자오쯔양(趙紫陽) 전 당총서기가 사망한 지 10일째로 접어들었다. 그가 17일 오전 7시2분 눈을 감은 이후 장례식 날짜조차 잡지 못한 이날까지 그동안 내재해 있던 중국 사회의 본질이 드러나고 있다. 자오 사망을 통해 우선 철저한 통제사회라는 것이 입증됐다. 신화사의 ‘자오쯔양 동지가 서거했다.….’로 시작되는 54자 보도지침과 단 1자도 틀리지 않은 기사가 극소수 신문에 게재된 것이 전부이다.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역사적 재평가를 거부하는 공산당 상층부와 달리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중국사회의 ‘탈(脫) 이데올로기’가 대세로 흘러가는 분위기이다.16년전 톈안먼 광장을 울렸던 대학생 등 청년들의 민주화 함성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16년 전의 역사가 대학생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는 서방언론들의 지적처럼 민주화나 이념적 문제는 더 이상 중국 젊은이들의 관심사항이 아닌 듯하다.‘취업과 성공’이라는 두가지 명제를 가슴에 품고 앞으로 달리는 중국 신세대들이 새로운 중국을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톈안먼 사태의 역사적 재평가를 둘러싸고 공산당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도 드러났다. 중화권 뉴스 사이트 둬웨이신문망(多維新聞網)은 장례식 협상 무산이 장쩌민(江澤民) 전 당총서기의 방해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톈안먼 사태와 직접 연관이 없는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는 ‘공정한 장례식’을 주장한 완리(萬里)·차오스(喬石) 등 당내 원로들의 주장을 수용할 태세였지만 장 전서기의 반대로 취소했다는 것이다. 톈안먼 사태를 ‘폭란(暴亂)’으로 규정한 장 전총서기는 자오의 실각에 힘입어 권력을 장악했고 재임 10여년간 자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개혁·개방 25년을 넘어서면서 시장주의 경제체제가 무섭게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주의식 이데올로기가 사회 구석구석을 장악하고 있음이 이번 자오의 사망으로 새삼 확인된 것이다. oilman@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백문이 불여일犬

    고속도로를 달리던 승용차에서 애완견을 창문 밖으로 내던졌다는 목격담이 충격을 주고 있다. 한 네티즌이 지난 15일 인터넷에 올린 목격담에는 앞 차량이 애완견을 차창 밖으로 내던진 상황과 시간,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아이디 ‘雨濡(우유)’는 한 중고차사이트의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14일 오후 11시20분쯤 중부내륙고속도로 상행선 남지-영산 구간의 추월로에서 앞서 달리던 46가XXX2 흰색 XG 승용차의 차창 밖으로 애완견이 던져졌다.”면서 “뒤에서 주행하던 내 차와 트럭이 크게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네티즌은 “강아지가 밖으로 뛰어내린 것이 아니라 분명히 차량 뒷좌석에서 손이 나와 강아지를 던졌고, 상향등을 켠 채 쫓아가니 쏜살같이 달아났다.”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휴게소나 갓길에 버린 경우는 있어도 주행하고 있는 고속도로에서 애완견을 버리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맹비난했다. 인터넷에 문제의 목격담이 퍼지면서 ‘잔인한 동물학대’라며 이를 비난하는 네티즌의 목소리로 들끓고 있다. 아이디 ‘고발하시오’는 “고속도로에 살아있는 동물을 버린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해당 차량을 모두 조회해서 반드시 찾아내 고발하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청와대, 민주당 각개격파 시도”

    노무현 대통령은 왜 민주당 의원들한테 ‘러브콜’을 보내는 것일까. 노 대통령이 김효석 의원뿐 아니라 추미애 전 의원한테도 입각을 제의했고, 그밖에 다른 민주당 의원들과도 잇따라 면담했다는 주장이 24일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쯤 되면 일개 의원의 차원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에 대한 ‘구애’로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이날 “지난해 말 청와대측이 미국에 있는 추미애 전 의원에게 입각을 타진했고, 추 전 의원은 거절했다고 추 전 의원 본인이 오늘 내게 확인해 줬다.”고 밝혔다. 추 전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뉴욕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연수중이다. 특히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민주당 의원 8명 가운데 강경 반(反)합당주의자인 한화갑·이승희 의원을 뺀 나머지 의원 대부분은 한번 이상 청와대로 초청돼 식사를 했다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그림’은 지난해 총선 직전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가리켜 “반(反)개혁 정당”이라고 비판했던 발언과 비교하면, 어리둥절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이 다음달 다수의 선거법 위반 유죄판결로 과반 의석을 잃을 것을 우려해서란 관측도 있으나, 그보다는 상황을 노 대통령 입장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노 대통령은 올해로 집권 3년차다. 뭔가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을 구체화해야 하는 시기다. 남북정상회담과 북핵문제 해결, 경제회생 등 대형 난제들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협조가 절실하다. 만일 올해도 여야간 첨예한 정쟁으로 국론이 분열된다면 업적 달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노 대통령으로서는 우군을 최대한 늘리고 반대세력은 가급적 최소화하고 싶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관측은 연초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총사퇴할 때 이미 제기됐었다. 국가보안법 등 4대 입법을 둘러싼 정쟁을 피하고자 지도부를 사실상 공백에 가까운 비상체제로 가져가기로 여권 전체가 공감했다는 분석이었다. 이렇게 보면, 노 대통령의 대(對)민주당 유화 제스처는 ‘합당’까지는 아니더라도 민주당과 호남지역의 반노(反盧)정서를 다독여서 지지기반을 넓히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지기반 확대를 겨냥한 노 대통령의 ‘희망’이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입각 제의 파문이 정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청와대 김종민 대변인이 “추 전 의원에게 입각을 제의한 적이 전혀 없다.”고 공식 부인했음에도 불구,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당적 이탈을 요구하고 한나라당은 정계개편 의도가 깔린 공작정치가 드러났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상연 김준석기자 carlos@seoul.co.kr
  • 민주 경선 2파전 대세론 한화갑 vs 변화론 김상현

    민주당 당권을 놓고 한화갑 전 대표와 김상현 전 의원이 맞붙게 됐다. 김 전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철저한 자기반성을 전제로 위기의 민주당을 구하기 위해 대표경선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면서 다음달 3일 열리는 전당대회 대표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얼마 전까진 다자대결설이 나돌았다.17대 총선에서 낙선한 과거 지도부들을 중심으로 출마설이 솔솔 나왔다. 그러나 한 전 대표의 ‘막강 파워’를 의식한 이들은 ‘각개전투’를 포기하고 ‘반(反) 한화갑’ 세력을 만들었다. 그 중심에 김 전 의원을 세웠다. 이정일 의원과 장재식 전 사무총장, 김충조 전 당중앙위원회 의장, 김경재 전 연수원장, 강운태 전 의원 등이 ‘반 한화갑’쪽에 섰다.‘신세대 기수론’을 내세웠던 김영환 전 과학기술 장관이 출마 뜻을 접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김 전 의원은 40년 정치인생에서 첫 당권쟁취의 기회와 ‘비주류’ 꼬리표를 뗄 기회를 동시에 맞았다. 김 전 의원은 26일 한 전 대표가 미국에서 돌아오면 전당대회를 4월로 연기하는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노대통령 극비 탑승… 저희가 더 떨렸죠”

    지난해 12월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 주둔 자이툰부대를 전격 방문한 ‘동방계획’ 당시 쿠웨이트에서 이라크 북부 아르빌까지 C-130 수송기의 정·부 조종사로 비행을 책임졌던 주역은 이해원(41) 중령과 임호진(34) 소령이다. 이들은 수송기 정기 점검차 최근 귀국했으며, 금명간 다시 쿠웨이트 현지로 복귀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현재 쿠웨이트에 주둔 중인 한국 공군 제 58항공수송단(일명 다이만부대) 소속이다. 이 부대는 자이툰부대에 대한 물자 공급과 병력 이동 등을 지원하는 게 주임무다. 부대에 배속된 20여명의 조종사 중 최고 베테랑으로 꼽히는 이들은 지난 1997년 국내에서 비행 교관과 피교육생 신분으로 처음 만났다. 이 중령(당시 소령)은 훈련기를 마치고 처음 수송기를 접하는 위관급 장교들을 가르치는 교관이었다. 두 사람은 파병 직전까지 김해비행단에서 대대장과 부하로 함께 근무하는 등 7년 이상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 지금은 서로가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 중령의 조종 경력은 화려하다.1992년 걸프전과 2002년 대테러전 때도 참가했다. 특히 이달 말이면 비행시간 6000시간을 돌파한다. 이는 공군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한국 기네스북에도 오를 예정이다. 임 소령 역시 대테러전과 동티모르 파병 때 항공수송작전에 참가했다. 각종 훈련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받아 합참의장상에 작전사령관상 등 수상 경력이 간단치 않다. 지난해에는 군 수뇌부는 물론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의 자이툰부대 방문이 잦았다. 수송은 모두 이들 몫이었다. 이들은 공항에서 이륙시 급상승,8∼10분만에 2만피트 이상의 안전 고도를 유지한다. 지대공 미사일 등의 위협에서 재빨리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착륙 때도 최단시간에 급강하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기체는 심하게 요동을 쳐, 승객들은 몸이 흔들리면서 굉장히 힘들어한다. 실제로 나이가 든 일부 인사들의 경우 비행 도중 얼굴이 창백해지는 등 고통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이들은 귀띔했다. 노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쿠웨이트에서 군 수송기를 타고 자이툰부대를 방문한다는 계획을 전해듣고 이들도 무척 놀랐다고 한다. 2시간 가량 걸리는 쿠웨이트∼아르빌 구간(약 900㎞)에는 적대세력의 대공(對空) 위협이 적지 않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일대에서 비행하다 보면 수송기에 장착된 플레어를 발사하는 아찔한 상황도 이따금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레어는 미사일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위해 발사되는 ‘기만용’ 표적이다. 하지만 군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에 보답이라도 하듯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나자 부대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가 됐다고 한다. 이 중령은 “국내에서 이따금씩 장관 등 높은 분들을 태운 적은 있지만 군통수권자를, 그것도 각종 위협이 사방에 깔려 있는 지역에서 비행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임 소령은 “임무를 마친 뒤 주변 사람들로부터 ‘큰 일을 해냈다.’며 적잖은 격려를 받았다.”면서 “한편으로는 대통령을 모시고 비행한 ‘행운’을 부러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머리에서 발끝까지 이런 패션이 뜬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이런 패션이 뜬다

    패션 트렌드는 움직인다. 지난해에 대유행했던 패션 아이템도 새해엔 낡은 유행이 되기도 한다. 올해 패션계를 주도할 트렌드는 ‘내추럴 로맨틱’. 기존의 복고적이면서 우아한 분위기에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면서 부드러운 표현이 중요시된다. 이런 트렌드를 기본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지난해와 달라진 올해의 유행 예감 아이템을 미리 알아본다. ●헤어스타일 ‘봄날’의 고현정,‘슬픈연가’의 김희선,‘해신’의 수애 등 요즘 드라마의 주인공은 대부분 긴 생머리다. 긴 생머리는 지순한 사랑에 대한 강한 욕구, 강인한 의지의 표현, 청순미에 대한 갈망 등 다양한 의미로 분석되지만 패션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스타의 어떤 스타일이냐.’가 중요할 뿐.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서있었던 고현정, 여성스러움이 극대화된 김희선, 기품이 흐르는 수애의 긴 생머리에 우아한 귀족주의를 지향하는 젊은 여성들의 환호는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액세서리 인도와 아프리카 느낌의 ‘에스닉’이 강한 영향을 미친다(아프리카 원주민의 축제 의상을 연상시키는 돌체 앤 가바나의 2005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드러난 대담한 크기의 귀고리가 대표적). 추운 겨울에도 인기몰이가 한창인 소매 길이가 짧은 코트와 모피 아우터, 밑단을 접어 무릎까지 올린 롤업 바지나 종아리가 드러나는 크롭트 팬츠가 인기를 끌면서 허전해 보이는 손목과 발목에 금속과 가죽 소재의 팔찌를 겹겹이 감는 액세서리 레이어링도 특징이다. ●재킷 2004년부터 이어져 오던 재킷의 강세는 계속된다. 대신 트위드 같은 거친 조직감을 강조한 재킷에서 이제는 길이나 실루엣을 강조한 재킷으로 변화했다. 볼레로 정도의 짧은 길이를 가진 재킷의 캐주얼한 느낌부터 테일러드 재킷의 격식있는 느낌까지, 다양한 실루엣으로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길이가 짧으면서, 허리를 강조하지 않는 ‘쇼트 앤드 박시(short and boxy)’ 실루엣이 올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올해는 재킷과 이너웨어의 길이를 활용한 코디에 신경써야 할 듯. ●스커트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바탕으로 소재나 실루엣 모두에서 볼륨이 강조되는 것이 올해의 경향이다. 볼륨 있는 A라인 스커트가 주류를 이루는데, 페티코트를 넣어 볼륨을 강조하거나 치맛단 트리밍, 자잘한 구슬 등 장식적인 요소를 첨가하는 것이 특징. 지난해의 티어드 스커트는 집시풍 스커트로 대체됐고, 볼륨 스커트의 한 형태로 튤립 같은 스타일(tulip-like)의 스커트도 새롭게 등장한다. 새틴이나 시폰 대신 코튼, 타프타 등 형태감을 주는 소재들이 주로 사용되고, 실크 프린트는 코튼 프린트물로 대체됐다. ●핸드백 지난해 젤리백과 함께 인기를 끈 바네사 브루노의 스팽글백이 가죽제품으로 나올 정도로 악어, 아나콘다, 타조 등 가죽에 대한 사랑이 더해진다. 여기에 다양한 컬러의 인조가죽이나 인조 스웨이드까지 합세해 소재가 다양해질 전망이다.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성파괴적인 디자인으로 남성 가방은 점차 작아지고, 여성은 손잡이가 달린 작은 서류가방과 크로스백 등 큰 사이즈 가방이 주류를 이룬다. 바다가 느껴지는 블루, 열대과일의 옐로와 오렌지, 또는 경쾌한 그린 등으로 생동감이 느껴지는 색상의 백이 사랑받을 전망. ●제화 예년처럼 색상은 밝고 원색적이지만 반짝이는 광택성 색상이 아니라 채도는 높으면서도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는 컬러가 대세. 모공이 그대로 보이거나, 파라핀 처리로 바랜 듯한 색을 표현하면서 자연스러움을 살린다. 구김이나 주름 가공을 한 것들도 함께 주류를 형성한다. 다리 곡선을 따라 발끝까지 흐르는 듯한 유연한 라인에 풍성한 볼륨감이 있는 다양한 장식이 포인트. 지난해 풍미했던 요조숙녀 스타일의 레이디 라이크룩과 마냥 귀여운 양털부츠에 싫증이 났을까. 징, 버클, 술 등으로 장식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웨스턴 또는 로커 스타일 부츠에 대한 관심이 살아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지는 아이템 ●헤어스타일 앞머리를 눈썹까지 자른 뱅헤어와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준 머리. 엄정화, 이나영, 송혜교, 김정은 등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의 머리가 거리에 넘쳤다. ●액세서리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의 플라스틱 목걸이와 궁전의 샹들리에나 버스 손잡이로 착각할 커다란 은소재 링 귀고리가 유행을 주도했다. ●재킷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끈 짧은 볼레로 재킷과 샤넬의 스테디셀러인 트위드 재킷이 청바지와 함께 젊고 활동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며 사랑받았다. ●스커트 시폰같은 부드러운 소재를 겹쳐놓은 티어드 스커트, 멋진 부츠와 함께 연출하는 미니스커트가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트렌드에 맞춰 강세를 보였다. ●핸드백 파스텔 색상에 불투명 라텍스고무로 만든 ‘젤리백’이 선풍적인 인기. 다양한 소재, 독특한 디자인, 화려한 색상이 어울려 ‘가방의 춘추전국시대’를 조성했다. ●제화 밝은 파스텔 색상, 반짝이는 에나멜 소재, 뾰족하고 높은 스틸레토 힐, 니켈 장식으로 ‘패션의 포인트는 구두’라는 인식이 확산.
  • [행정법원 조정권고안 의미·향후절차] 환경단체 “환영” 전북 “수용 못해”

    환경·시민단체들은 ‘환영 일색’의 논평을 내고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전북도 등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설사 농림부의 수용 거부로 다음달 4일 판결 선고까지 가더라도 전혀 불리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조정안은 원·피고 가운데 어느 한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을 담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 경우는 ‘파격’이라 할 정도로 환경단체의 주장이 대폭 수용돼 “이미 대세는 결정났다.”고 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에서 “새만금 갯벌의 보전가치 등 그동안 제기해 온 주장을 법원이 적극 받아들였다.”면서 “새만금 사업을 사회적 갈등이 아닌 합리적인 사회적 협의와 논의로 해결하라는 주문인 만큼 정부의 조속한 입장천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북도는 “재판부는 원고 주장만 편향적으로 수용하고 정부와 전북도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편파적인 조정안을 제시해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도는 “재판부의 권고안은 또다시 논란의 확산을 불러일으켜 국력을 낭비하게 된다.”며 “정부가 법원의 조정권고안을 거부하고 편파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현 재판부에 대해 기피신청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기반공사 새만금사업단 정한수(55) 단장은 “위원회를 구성해 1∼2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면 기술적, 재정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박은호·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사설] 법원 설득 못한 ‘새만금사업’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간척사업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인 환경단체 등의 손을 들어주는 조정권고안을 냄으로써 새만금사업의 장기 표류가 불가피하게 됐다.2003년 7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던 행정3부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새만금을 제2의 시화호로 만들어선 안 된다.’는 전제 아래 사실관계를 판단했다.10여년에 걸쳐 2조 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간척지 용도가 특정되지 않았고, 담수호 수질 관리와 해양 생태계 피해방지책 등 환경보존 및 관리대책이 제대로 강구되지 않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농림부측의 개발 이익 논리와 공사재개 명령을 내린 가처분사건 항소심 재판부의 ‘공익 우선’ 논리를 모두 배척한 것이다. 환경단체의 ‘3보1배’와 사업강행론자들의 ‘삭발투쟁’이 팽팽히 맞섰던 새만금사업이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할 만큼 중재·조정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실로 불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는 ‘공사를 강행하되 친환경적으로 개발한다.’는 정부의 어정쩡한 자세도 한몫했다. 정부와 항소심 재판부는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계속 가치’가 ‘중단 가치’보다 크다고 주장했지만 개발우선주의 시대의 낡은 논리라고 본다. 지금은 환경을 염두에 둔 지속가능한 개발이 세계적인 대세다. 우리는 재판부의 권고처럼 새만금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지금이라도 간척지 활용 용도와 수질관리 규정 등을 담은 특별조치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본다. 이 법에는 시화호의 재앙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향후 잘못된 정책결정자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소재도 가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특히 법원의 조정권고안에 대한 수용여부를 밝힐 때 간척사업 후 수질개선 방안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1년 반 전 가처분 신청 인용 당시 재판부가 수질개선비용만 1조 4568억원이나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루속히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내다보는 합의점을 도출하기 바란다.
  • [사설] 정치 전면에 나서는 ‘노사모’

    명계남씨 등 ‘노사모’ 출신을 주축으로 하는 국민참여연대(국참연)가 어제 창립대회를 가졌다. 현역 의원 30여명이 벌써 참여의사를 밝히는 등 세확산이 예사롭지 않다. 국참연 의장을 맡은 명씨는 4월2일로 예정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당권도전에 나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국참연 소속원들이 절제하면서 풀뿌리 정당문화를 바꾸는 데 주력한다면 개혁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 권력 탐닉에만 몰두한다면 당내 분란을 일으키고, 대권경쟁을 앞당겨 경제회생에 부담을 주게 된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노(親盧)’세력이 너무 분화되는 양상은 우려스럽다. 국참연 외에도 개혁당 출신이 주도하는 참여정치연구회, 재야출신 인사 모임인 국민정치연구회가 세확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구당권파와 청와대비서실 출신의 친노직계 인사들까지 엉켜 당권투쟁이 가열될 조짐이다. 당내 최대세력 확보를 내세운 국참연이 당권경쟁에 뛰어든다면 혼탁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노사모 내부에서도 정당참여에 부정적 견해를 가진 인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참연은 창립선언문에서 당원과 소통하는 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당원의 의사가 당 운영에 반영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당원의 뜻을 내세워 당 정책결정 과정을 흔들거나, 여야 관계를 경색시키지 말아야 한다. 특히 새해 경제우선주의를 분명히 한 대통령의 행보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 또 특정인을 대권후보로 지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대통령 직계 외곽세력이 정당에 참여해 성공한 사례가 없음을 되새겨야 한다. 합리적 개혁대안을 제시하고, 일반 당원들의 건전한 의견을 지도부에 전달하는 일에 주력하길 바란다.
  • [서울광장] 대체입법/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체입법/이목희 논설위원

    연말연초 국가보안법 논란 과정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여야가 강경파에 휘둘리는 모양을 보면서 정계개편을 떠올렸다. 열린우리당에서 끝까지 국보법 완전폐지를 주장하는 인사는 민주노동당에 합류한다. 한나라당에서 국보법 손질에 반대하는 사람은 자민련으로 간다. 민노당을 왼쪽, 자민련을 오른쪽으로 하고 열린우리당의 실용파와 한나라당의 개혁파를 묶어 중도개혁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정치권처럼 양보와 타협의 미덕이 없는 곳은 양당제가 맞지 않는다. 밀어붙이기와 강력저지는 신물난다. 중도파가 과반 정당이 되고, 좌우 양쪽에 중간 크기의 정당이 있는 게 낫다. 나라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좌우의 주장이 무시되지 않는 형태다. 지금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정당개편은 전혀 엉뚱한 방향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명을 바꾸는 정도로 중도개혁으로 탈바꿈했다는 주장을 할 태세다. 충청권에서는 자민련의 대표성이 약하다면서 새 정당의 필요성이 운위되고 있다. 호남표, 영남표, 충청표를 의식할 뿐이다. 이념의 잣대로 모이고 흩어지고 할 움직임은 아직 없다. 지난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집토끼론과 산토끼론이 치열하게 대립했다. 기존 지지층 유지에 주력하느냐, 다소 깨지더라도 중앙으로 보폭을 넓히느냐의 차이다. 새해 들어서는 여야 모두 산토끼론이 우세하다.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도파를 향한 손짓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당구조를 갖고는 중도쪽의 목소리가 실제 입법에 반영되기 힘들다. 국보법은 물론 주요 경제입법에서 다수의 산토끼론이 소수의 집토끼론에 밀리기 십상이다. 대통령까지 유연한 입장을 보인 마당에 여당이 국보법 폐지안을 강행처리할 용기는 없어 보인다. 대체입법이 안 된다면 연말과 유사한 상황이 반복된다.“폐지를 못하느니 때를 기다리자.”는 여권내 강경론과 “그냥 두는 게 백번 옳다.”는 야권내 강경론이 목표는 다르지만,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2월 임시국회에서 대체입법안을 어떡하든 통과시킴으로써 산토끼론이 대세임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대체입법에 성공한다면 올해는 실용주의 중도개혁파가 확실히 힘을 얻게 된다. 경제·민생 입법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국가경제를 살릴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의 멋진 경구가 있다.“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당신의 편에서 싸우겠다.” 개인의 사상과 선택을 존중하는 자유주의 바탕위에 정치 민주화를 쟁취한 것이 서구의 역사다. 우리는 거꾸로다.1987년 6·10항쟁에 이은 직선제 개헌으로 민주주의는 수준급에 올랐다. 자유화는 아직도 게걸음이다. 국보법의 고무·찬양죄, 이적표현물 소지죄는 자유주의의 근본을 부정하는 대표적 법조항이다. 지난해 말 여야 협상파들은 이 부분을 없애는 데 잠정합의했다. 안보를 챙기는 부분은 남기고, 자유주의를 부정하는 규정을 없앤다면 나름대로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일이다. 대체입법만 되어도 국보법 기소자의 90%가 자유로워진다. 일반의 안보불안이 가시는 날, 완전폐지해도 된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확정되면 여야 지도부는 바로 내부 정지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그리고 강경파를 설득할 수 있는지 빨리 판단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국회 표결에서 이념 스펙트럼이 드러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보라. 당론을 미리 정하지 말고 자유투표에 맡겨보자. 의사당에서 중간세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표로써 알아보자. 전원위원회를 소집해 한번쯤 난상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 국보법 자유표결 결과는 정당재편의 궁극적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여담여담] ‘신춘문예’를 접으며…/황수정 문화부 기자

    신춘문예가 막을 내렸다. 문학시장이 죽었느니 어떠니 해도 날선 문학정신은 여전히 도처에서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학담당 기자의 입장에서, 종전 건성건성 읽고 지나쳤던 당선작들을 올해는 다른 신문들 것까지 모조리 찾아읽게 됐다. 그 뒤끝일까.‘쓴다는 것’에 대한 뜬금없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신춘문예 당선자들을 대하면서 그 ‘쓴다는 것’의 의미는 ‘고통’ 내지는 ‘두려움’이란 막연한 언표로 치환돼 갔다. 익명의 다수를 상대로 한자 한자 여백을 메워가는 글쓰기는 맨살을 드러내는 두려움의 고통임을, 한 당선자는 육성으로 확인해줬다. 하필이면 기자가 휴대전화를 챙기지 못한 채 출근한 날. 그 당선자는 당선소감 원고의 단어 하나를 고치려고 온종일 대답없는 휴대전화를 울렸노라고 했다. 고작 200자 원고지 석장 분량에서, 그것도 ‘대세’에 지장없는 사소한 단어 하나 때문에. 종이에 먼저 쓴 원고를 컴퓨터에 옮겨적는 게 평소 습관인데, 바빠서 그 순서를 어겼더니 영 신통찮은 표현이 있었다는 게 그의 용건이었다. 마감 직전 기자와 연락이 닿아 수화기 저편에서 안도하던 그의 숨소리를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에 글쓰기의 두려움을 누구보다 더 즉각적으로 느끼는 이들이 바로 기자들 아닐까 싶다. 신문에 실었던 어쭙잖은 기사가 밤새 숱한 블로그들 속으로 퍼날려진 현실을 대면할 땐 등줄기가 서늘해지곤 한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기자들의 블로그 글도 ‘두려움 없는 글쓰기’의 그림자였을 터다. 그 글들이 무형의 인터넷 공간에서가 아니라 종이 위에서 한번이라도 정렬됐더라면 어땠을까. 부질없는 언사가 필화로 이어지는 경우의 수는 틀림없이 줄었을 것이다. 아이의 방학숙제를 도와주려 컴퓨터를 켜려는데 부러진 연필자루가 눈에 들어왔다. 드르륵 기계로 돌려깎으려다 내쳐 싱거운 객기를 더 부렸다. 참 오랜만에 서랍에서 연필깎는 칼을 더듬어봤다. 황수정 문화부 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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