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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바일 통합금융 확산

    휴대전화로 은행 거래뿐만 아니라 주식투자도 할 수 있는 모바일 통합거래 서비스가 금융권에 확산되고 있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사, 이동통신사가 손잡고 모바일뱅킹 이용객들이 간단하게 조작해 은행계좌에서 이체받은 돈을 실시간으로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전에도 휴대전화를 이용한 주식투자가 가능했으나 은행과 연계해 보안성을 갖춘 서비스는 최근 본격화되고 있다. ●은행과 연계 보안성 강화돼 우리은행은 지난 23일 LG텔레콤,SK텔레콤과 손잡고 우리투자증권을 통해 주식거래를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19일 SK텔레콤, 키움닷컴증권과 제휴를 맺고 서비스에 들어갔다. 국민은행은 제휴 증권사를 늘릴 방침이다. 신한은행도 굿모닝신한증권, 미래에셋증권과 제휴를 서두르고 있다.LG,SK,KTF 등 통신 3사를 모두 끌어들여 후발 주자의 약점을 보완할 방침이다. 하나은행도 연내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바일 통합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모바일 뱅킹용 휴대전화를 우선 구입해야 한다. 요즘 나오는 휴대전화는 대부분 이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따로 신경쓸 일은 아니다. 은행에서 휴대전화에 IC칩을 무료로 끼워준다. 증권사의 주식매매 프로그램을 다운받은 뒤 비밀인증번호 6자리만 입력하면 주식거래가 바로 가능하다. 이전의 휴대전화 주식매매 서비스는 은행이 끼지 않아 인증 절차가 매우 까다로웠다. 은행은 이를 통해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고객과 계좌이체 수수료를 늘릴 수 있다. 증권사는 오프라인 매매보다는 싸고, 인터넷 매매보다는 조금 비싼 0.2% 안팎의 거래수수료를 받는다. 아울러 7배 정도 많은 은행의 영업망을 활용하는 게 이득이다. 이동통신사는 정보이용료를 챙길 수 있어 3개 기관 모두가 윈-윈인 셈이다. ●은행마다 IC칩 달라 통용안돼 은행마다 발급하는 IC칩이 모두 제각각인 점은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2개 이상의 은행계좌를 이용하려면 휴대전화를 한 대 더 들고 있어야 할 판이다. 은행들은 이동통신사들의 IC칩 통합 요구에 대해 “은행별로 차별화된 마케팅이 어렵다.”면서 통합논의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IC칩의 관리 권한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현재는 은행이 이용객 관리를 맡고 있으나 이동통신사들이 고객정보의 공유를 요구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휴대전화 금융거래는 이미 대세인데, 아무것도 아닌 IC칩이 수십개씩 돌아다녀 이용객들만 불편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생존위기’ 사과농가] 중국산 수입대기·묘목값 급등 ‘죽을맛’

    [‘생존위기’ 사과농가] 중국산 수입대기·묘목값 급등 ‘죽을맛’

    “중국산 사과가 수입되면 사과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입니다.”경북 영주시 풍기읍 이영철(58)씨는 요즘 표정이 어둡다. 중국산 사과가 수입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30여년 동안 사과농사를 지어왔다는 이씨는 “쌀에 이어 중국산 사과까지 개방하면 농민들은 다 죽으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그동안은 작황이 부진해도 가격이 높은 것으로 위안을 삼았으나 이제는 이것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낙담했다. 이처럼 중국산 사과 수입과 관련해 농민들의 원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 1997년 경북 안동시 일직면에 정착,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강화수(42)씨는 “인건비와 농자재 가격 등이 매년 상승하는 데다 최근에는 쌀농사가 전망이 안보여 사과농사로 몰리는 바람에 사과 묘목값도 1년새 3배나 급등했다.”면서 “이같은 현실에서 수입개방까지 되면 농민들의 설 땅은 없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시 가금면 정구봉(60)씨는 “정부가 말끝마다 농민을 생각한다면서 막상 정책은 이와 동떨어지게 추진한다.”며 “수입시기를 최대한 늦춰 농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인 경북 북부지역 시장·군수들도 발벗고 나섰다. 안동시 등 15개 시장·군수들은 최근 영주시청에서 모임을 갖고 ‘경북 사과주산지 시장군수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는 앞으로 사과 수입에 대해 적극 대처하고 대정부 건의를 위한 창구도 일원화하기로 했다. ●수입 개방은 시간문제 중국산 사과의 수입 개방은 시간문제다. 현재 중국산 양벚(체리)에 대한 수입위험평가가 진행 중이다. 이 평가가 마무리되면 사과에 대한 평가가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8월 사과에 대한 수입위험평가를 우리 정부에 신청했다. 병충해 유무를 검증하는 8단계 수입위험평가를 통과해야 하지만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 이내에는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산 사과가 수입되면 국내 사과시장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 뻔하다. 중국산 사과 값이 국산에 비해 크게 낮기 때문이다. 농협조사연구소에서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 사과 주생산지인 산둥성과 허베이성, 산시성 등 3곳을 방문, 실태를 조사한 결과 10㎏에 4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수입됐을 경우 관세, 해상운임, 통관비, 수입업자 수수료 등을 붙여 국내 농산물 도매시장에 출하되는 가격은 8720∼9490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산의 3분의1수준이다. 국산 사과 값은 2만 7000원 정도이다. 농협조사연구소 오정윤(34)조사역은 “중국산 사과 값이 싼 것은 인건비가 낮은 데다 1990년 이후 우수품종 도입, 대량 생산, 재배기술 향상에 힘써 생산성을 높인 결과”라고 말했다. 중국의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2100만t으로 우리나라 38만t의 55배에 이른다. 중국산 사과의 품질도 국산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농협 조사팀과 함께 중국을 방문한 열린우리당 이시종(충북 충주) 의원은 “중국 사과생산지 3곳에서 생산되는 사과의 당도·경도·육질 등을 비교한 결과 국산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특히 산시성 일대는 해발 1200m의 고지대로 병충해가 적어 연간 15차례 농약을 살포하는 우리와 달리 4차례 정도만 농약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지난 2002년 10월 캐나다 수출을 계기로 전 국토의 8분의1에 이르는 121만㎢를 ‘병충해 무발생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사과수출에 전력하고 있다. 중국 사과가 수입될 때 쯤이면 일본과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일본산 고급 사과도 수입될 전망이다. 국내 과수농가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일본의 품질 공세 사이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우려가 높다. ●품질 고급화·생산성 향상 급선무 경북 사과주산지 시장군수협의회 회장인 권영창 영주시장은 “사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고급화와 생산성 향상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키 낮은 사과보급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사과 유통근대화사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도사로 목회활동을 하다 농촌이 좋아서 귀농했다는 경북 안동시 북후면 이상호(46·사과농사 7년째)씨는 “중국산 사과수입을 품질 고급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유기농법으로 무공해 사과를 생산하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충북 충주시 금릉동 유종현(47)씨는 “농산물 수입은 이미 대세여서 막을 수가 없다.”면서 “농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주·안동·충주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네덜란드 부결땐 英투표 취소”

    |파리 함혜리특파원 외신|영국 토니 블레어 정부가 1일 실시되는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도 유럽헌법 비준안이 부결될 경우 내년 상반기로 예정됐던 찬반 투표를 취소하기로 내부방침을 세웠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잇따라 우려됐던 프랑스 부결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음을 입증했다. ‘정치적 자살골’을 먹었다는 평가를 안팎에서 받고 있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31일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를 경질하는 내각 개편에 이어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차질없이 유럽통합 일정을 추진하자.”고 호소했지만 대세를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6일 스트로 외무가 발표할 것”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블레어 내각이 비밀 협의를 통해 네덜란드에서 비준안이 부결될 경우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국민투표를 취소하기로 이미 내부 결정을 내렸다고 폭로했다. 신문은 잭 스트로 외무장관이 6일 하원에 출석해 이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블레어 총리는 30일 “투표를 해야 할 헌법 조약이 있다면 인준에 앞서 투표를 실시할 것”이라며 “그러나 먼저 네덜란드의 국민투표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 선’도 영국 정부가 6일 유럽헌법과 관련해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비슷한 맥락의 보도를 했다. 특히 이 신문은 한 고위 관리가 “실용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 헌법이 가망없는 일(dead duck)임을 알 것”이라며 “이제 유럽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문 수습에 분주한 프랑스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31일 유럽헌법 부결 수습책의 일환으로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를 경질하고 후임에 도미니크 드빌팽 내무장관을 임명했다. 올해 51세의 드빌팽 신임 총리는 시라크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중 한 사람으로 국민투표 전부터 유력한 후임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그는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 때 외무장관직에 있으면서 미국을 강력 비판한 것으로 국제 무대에 잘 알려져 있다. 모로코에서 태어난 드빌팽은 엘리트 행정관료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에서 공부한 뒤 외무부에 들어가 워싱턴과 인도 등에서 근무했다.1995년 엘리제궁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뒤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지식인풍인 그는 시인이자 정치 에세이 작가이기도 하다. 시라크 대통령은 또 니콜라 사르코지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총재, 연정 파트너인 프랑스민주동맹(UDF)의 프랑수아 베루 총재 등을 면담해 사태 수습을 위한 조언을 경청했다. 한편 루이 해리스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8%가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lotus@seoul.co.kr
  • [‘로스쿨’로 뛰는 대학들] (14) 강원대학교

    [‘로스쿨’로 뛰는 대학들] (14) 강원대학교

    강원대는 사실상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돼 있다. 지난 2002년 국내 최초로 법학전문대학원을 정부로부터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3년 전부터 로스쿨 수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더라도 변호사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 것만 빼고는 정부가 현재 도입하려는 로스쿨은 강원대와 학제뿐만 아니라 기능·역할이 같다. 강원도에 로스쿨이 유치돼야 한다는 강원도민의 일치된 목소리도 강원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로스쿨에 대한 기득권 인정해야 강원대는 로스쿨 유치전을 펼치면서 법학전문대학원을 설치, 운영해본 노하우를 적극 내세우고 있다. 다른 대학들은 로스쿨을 유치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들어갔지만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은 정착단계를 넘어 도약단계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로스쿨 설치에 대한 강원대의 기득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원대는 2002년 법학전문대학원을 유치하기 위해 종전의 법학과 석사 과정을 폐지했다. 교육부로부터 법학전문대학원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종전의 석사 과정을 없애야 했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들은 이 같은 조건때문에 법학전문대학원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원대는 로스쿨이 대세라고 보고, 전국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법학전문대학원을 받아들였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수업은 철저히 토론식이다. 학년당 정원이 30명이어서 토론식 수업이 가능하다. 법학전문대학원의 목적은 학위취득이 아니라 법률실무가 양성이 목표이기 때문에 케이스 위주의 수업이 주류를 이룬다.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재도 종전의 학부나 석사과정과는 전혀 다르다. 전국 유일의 법학전문대학원이다보니 인재들도 대거 몰리고 있다. 올해 입학한 30명 가운데 20명이 이른바 서울대 등 명문대 졸업생들이다. 성과도 확실하게 나오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역사가 3년밖에 안됐는데도 벌써 6명의 사법시험 합격자가 나왔다.1차 시험에 합격한 대학원생도 7명에 달한다. 이일세 법대 학장은 “강원대가 로스쿨을 유치하게 되면 법학전문대학원의 운영 노하우를 최대한 살려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로스쿨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힘을 보여주겠다 지난 25일 춘천 세종호텔에서 강원도 로스쿨유치위원회가 발족됐다. 위원회에는 강원대·강릉대 등 강원도에 있는 5개 대학 총장은 물론 김진선 강원도지사, 한나라당 허천 의원 등 지역 국회의원, 지역 언론사 사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보통은 대학별로 로스쿨 유치위원회가 구성되는 것이 통례지만 강원도 만큼은 지역이 하나돼 로스쿨 유치위원회가 발족됐다. 그 만큼 강원도 지역민들은 로스쿨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그 중심에 강원대가 서줄 것을 바라고 있다. 강원대로서는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것이다. 강원대는 지역민들의 지원을 업고 환경전문 로스쿨을 만든다는 복안이다. 강원도가 국내 최고의 청정지역이어서 개발과 환경이 항상 충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잠재된 곳이기 때문이다. 환경법 강의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공법학회 회장을 역임한 전 고려대 김남진 교수를 초빙교수로 채용했다. 또 오는 9월 실무경력 교수 2명을 채용할 때 1명은 환경소송 전문 변호사를 채용할 계획이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이일세 법대학장 “로스쿨 인가 조건에는 각 법과대학이 그 동안 이룩한 성과 외에도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인재양성이라는 측면이 반드시 반영돼야 합니다.” 이일세(49) 강원대 법과대학장은 유난히 ‘균형발전론’을 강조한다. 이 학장은 단순히 1개 도에 하나의 로스쿨이 유치돼야 한다는 단순논리를 펴지 않는다. 그의 주장에는 통계와 철학이 담겨 있다. 이 학장은 “강원도에는 18개의 시·군이 있지만 이중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은 5개 시·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결국 13개 시·군의 주민들은 법률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 학장은 지역균형발전이 고려되지 않으면 법률서비스의 지역간 편차는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실례로 “매년 배출되는 법조인의 출신 고교를 보면 90% 이상이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대도시 학교이고 출신 대학 역시 90%가 서울소재”라고 소개했다. 이 학장은 “정부가 로스쿨을 도입하려는 취지는 법학교육의 정상화와 법률서비스 강화 차원”이라면서 “강원도민의 법률서비스를 감안한다면 반드시 로스쿨이 유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강원대가 준비도 하지 않으면서 로스쿨을 유치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학장은 “지난 2002년 전국 최초로 인가받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사법시험 합격자가 대거 배출되고 있는 것은 로스쿨, 즉 법학전문대학원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 학장은 법률서비스를 의료서비스와 비교하면서 로스쿨의 정책적인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과거에는 돈이 많이 들어 병원에 가지 못했지만 지금은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그러나 아직도 법률서비스는 비용이 높아 접근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료서비스에 비해 법률서비스의 문턱이 높은 이유는 매년 의사는 3300여명이 배출되지만 법조인은 1000여명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학장은 “로스쿨 도입이 논의되면서 전체 정원문제가 논란의 대상인데, 법률서비스 강화차원에서 로스쿨 정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장달영동문, 전국 첫 스포츠 에이전트 강원대가 배출한 법조인은 모두 30명이다. 지난 1970년에 법학과가 신설되고 1997년들어서야 법학과 입학정원이 80명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더라도 출신 법조인이 적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강원대는 2002년 전국 최초로 설립된 법학전문대학원이 자리를 잡으면서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전체 법조인 26명 중 6명이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인 만큼 법학전문대학원이 법조인 양성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1호 법조인은 사시 29회 출신의 노재환(72학번) 변호사다. 노 변호사는 대도시를 마다하고 춘천에서 개업해 활동 중이다. 강원대 겸임교수로서 후배들에게 법률실무도 가르치고 있다. 검찰에는 사시 40회 출신의 의정부지검 신승희(90학번) 검사를 비롯,6명이 포진해 있다. 현재 법원에 진출한 동문은 없다. 변호사 가운데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에이전트로 전업한 장달영(87학번) 변호사가 있다. 사시 44회 출신의 장 변호사는 스포츠 에이전트를 다룬 영화를 보고 사시를 준비, 합격했다. 장 변호사는 한국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법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전국 중·고등학교 축구부를 다니며 유망주를 발굴하고 있다. 최재준(94학번·사시 44회) 변호사는 삼성 법무팀에서 활동 중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중에는 신상모(03학번)씨 등 6명이 사시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에서 연수 중이다. 올해 1차에도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가운데 7명이 합격했다. 법대 동문들은 법조인 외에도 관계나 각종 이익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익단체에는 김영도(75학번)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회장이 대표적이다. 관계에는 이강후(72학번·행시 22회) 중소기업청 기획관리관, 김상표(77학번·행시 25회) 강원도청 산업경제국장 등이, 사법부에는 이흥룡(76학번·법원행정고시 출신) 법원행정처 총무국장 등이 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대세론은 舊시대용어… 한나라엔 없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요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압승을 이끌어낸 지난 4·30 재·보선이 전환점이 됐다. 박 대표는 국내는 물론 방문 중인 중국에서도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박근혜 대세론’이 나오는 게 아니냐 하는 성급한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강재섭 원내대표가 이런 대세론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26일 진중권의 ‘SBS전망대’라는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다. 강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세론’의 실체에 대해 “잘 이해를 못하겠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과거 3김시대, 그 마지막 시대인 이회창 총재 시대에는 대세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한나라당엔 그런 게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특정 정치인이 대세를 이룬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용어”라고 잘라말했다. 최근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에 대해서는 “사랑이 지나쳐 과열해 오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역풍’을 경계하는듯한 말을 곁들이기도 했다. 당 반응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는 다음 대선을 2년 반이나 남겨놓고 벌써부터 ‘대세론’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출발한다.‘이회창 대세론’이 너무 일찍 형성됐다가 패배한 악몽 때문이다. 둘째는 박 대표와 대선 경쟁에 나설 강 원내대표가 조급해진 게 아니냐 하는 시각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인기 치솟는 동서양 ‘철의 여인’

    요즘 지구촌의 뉴스메이커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두 ‘철의 여인’이 있다. 일본 방문 중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의 회담을 돌연 취소하고 귀국길에 오른 중국의 우이(吳儀) 부총리와 사상 첫 여성 총리로 기대되는 독일 기독교민주연합의 앙겔라 메르켈 당수가 그들이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철낭자(鐵娘子)’ 우이(吳儀) 부총리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다. 지난 23일 우 부총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시켰다. 그녀 스스로 “신사참배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중국 지도부에 회담 취소를 전격적으로 요청, 세계를 또 한번 놀라게 한 것이다. 일본 조야는 “국제 예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지만 우 부총리는 24일 태연하게 몽골 출장길에 올랐다.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우이의 태도는 올바르다.”,“소인배 일본에 군자의 태도를 보일 필요가 없다.”는 등 지원사격이 쏟아지는 등 인기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38년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태어난 우 부총리는 62년 베이징석유학원을 졸업했고 26년간 석유화학회사에서 근무하다 88년 베이징 부시장으로 정계에 뛰어들었다. 베이징 부시장(88∼91년) 시절 사무실에 야전 침대를 놓고 1년 이상 기거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철낭자’는 90년대 후반 미국 무역대표부(USTR) 칼라 힐스 대표와의 담판 때 붙여졌다.‘여걸’ 힐스가 중국의 불법복제를 빗대 ‘좀도둑’이라고 표현하자 그녀는 “미국은 중국의 유물을 강탈해간 ‘날강도’”라고 맞불을 놓는 두둑한 배짱을 선보였다. 지난 2003년 봄 위생부장으로 전격 발탁된 그녀는 ‘사스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그 해 11월 정치국원,2004년에는 첫 여성 부총리에 오르는 등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 독신으로 2002년 ‘중국의 10대 여성’ 1위에 뽑히기도 했다. oilman@seoul.co.kr ● 獨 첫 여성총리 유망 메르켈 기민련 당수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의 앙겔라 메르켈(50) 당수가 총리직에 바짝 다가서면서 독일 정계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 가을 조기총선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메르켈이 당수로 있는 기민련의 지지율이 사민당을 10∼17%포인트 차로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서 승리하면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겸 동독 출신의 첫 총리가 된다. 대중적 인기와 당내 지지율을 감안하면 ‘메르켈 대세론’은 확정적이다. 독일 여성으론 최초로 당 사무총장(98년), 당수(2000년), 원내총무(2000년)를 지냈다. 헬무트 콜 전 총리의 발탁으로 여성청소년부(91년)와 환경부 장관(94년)에 올랐고 98년 총선서 기민련이 패하자 사무총장을 맡았다. 콜 전 총리의 ‘정치적 양녀’로 불렸지만 2000년 비자금 스캔들에서 당을 구하기 위해 콜 전 총리의 정계 은퇴를 주장하며 ‘철녀(鐵女)’의 면모를 보였다. 처음 당수가 됐을 때만 해도 스캔들로 위기에 처한 기민련의 일시적인 ‘구원투수’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후 강한 장악력과 추진력, 수완을 발휘하며 이젠 당의 구심점으로 우뚝 섰다.1989년 물리학박사로 동독 물리화학연구소에서 일하다 민주화운동에 처음 발을 디뎠다. 이듬해 동독 과도정부 대변인 서리를 거쳐 그 해 실시된 통일 독일 총선에서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며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가톨릭 남성 신자들이 주류인 기민련에서 개신교에 여성이자 동독 출신이란 ‘약점’을 안고 있는 메르켈. 보수·친미적인 독일판 ‘철의 여성’의 대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김영만칼럼] 참여정부의 禁忌들은 유효한가

    [김영만칼럼] 참여정부의 禁忌들은 유효한가

    광화문 정보통신부 건물에 ‘정보화미래전시관’이란 게 있다. 미래 삶의 편리성을 보여주면서, 빈부격차 심화도 예고하는 곳이다. 이곳의 빛나는 상상들 중에는 ‘쇼핑시스템’도 있다. 안내 여직원은 “물건을 하나씩 바코드에 찍지만 3∼4년 뒤에는 쇼핑카터가 계산대를 지나기만 하면 계산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르게 표현해보자.“전국의 쇼핑센터 계산대에서 일하는 수만명의 점원들은 3∼4년 뒤 해고된다.” 미래가 아니다.10년 전부터 우리사회의 빈부격차는 커지고만 있는데 대책은 모두 어긋나고 있다. 기술발전이 새 일자리를 만들어 모두가 잘살게 된다고들 했지만, 현실은 배신했다. 지난 1분기 빈부격차는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였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처럼 분배를 강조할수록 빈부격차는 커지는 기현상을 겪고 있다. 대기업들은 수출호조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데, 서민의 삶은 더 곤궁해지기만 하는가. 연구기관들은 중산층의 몰락으로, 수출호조가 내수로 연결되던 우리경제의 성장공식이 깨져서라고 한다.‘소득보전보다 성장엔진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허망하다. 중산층의 몰락은 이미 대세가 된지 오래다. 현재의 한국 대기업이나 수출증가율보다 더 빨리 성장할 방법도 없을 테니, 성장엔진 운운도 가슴에 닿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확실한 것은 ‘동반성장정책’들이 효과가 없거나 실패했다는 사실뿐이다. 그러니 기존의 경제사회정책들을 해체해 재조립해 볼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의 정책강령 속에 들어 있는 ‘평등과 인권을 위한 금기(禁忌)들’에 오류는 없는가부터 보자. 이들이 실제 평등을 가져오고, 약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런 금기들이 실제로는 정책목표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자들은 고액연봉자들과, 재산가들이 수입의 상당부분을 외국에 있는 자녀들의 학비로 쓰지 않는가하는 기초적인 질문부터 답해야 한다. 연초에 지급된 엄청난 성과급은 자녀들을 둘러보기 위한 그들 부인들의 해외여행 경비로 쓰이지는 않았는가. 알부자들이 국내에서는 금지된 은밀한 즐거움을 위해 중국으로, 동남아로 가는 비행기의 편수를 늘리고 있지는 않은가. 이게 사실이라면 기업이 암만 이익을 내도 국내 서민들에게 옮겨질 온기는 없다. 또한 그들이 국내에서 교육과 소비를 하게 하는 것 외에 유효한 동반성장정책도 없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대학입시의 3불정책은 교육기회를 균등히하고, 학력세습을 통한 계급세습을 막는 역할을 하는가. 혹 기여입학제로 부자학생들의 돈을 받아 가난한 학생들에게 충분한 장학금을 준다면 그게 더 계층이동을 돕는 것은 아닐까. 접대비 규제로 기업경영이 투명하게 되었다는데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이 돈을 많이 쓰는 것은 나라경제를 위해 나쁜 것일까. 최소한, 접대비를 규제하지 않는다고 해서 미래의 성장동력까지 접대비로 소비하는 바보 기업인은 없을 것이다. 섹스 관련 산업의 규제는 인간의 존엄을 높이는 것인가. 경제적 희망이 없어 이혼하고, 생활고로 자살하는 한국경제에서 이런 산업의 봉쇄가 모두의 존엄을 지켜주는가. 밥은 언제나 있는 것으로 아는 지식인들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서민의 생과 도덕을 재단하는 결과는 아닌지 살펴보자. 로스쿨 제도와 입학정원 축소도, 참여정부의 정책목표와는 맞지 않는다. 현재보다 서민들의 신분상승 기회를 줄이게 될 것이다. 상고를 나와 독학으로 사법시험으로 입신한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경우가 법률전문대학원제도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빈부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면 난감하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나라가 사는 길이고, 부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서민을 즐겁게 한다는 공식은 틀린 모양이다.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 이사·논설실장 sangchon@seoul.co.kr
  • ‘영어·한국어 동시에’ 이중언어교육 열기

    어린 자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는 엄마들의 열망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많은 엄마들이 영어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배워야 한다며 갖가지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학비가 비싼 영어유치원과 영어교재가 봇물을 이룬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영어 등 외국어를 모국어와 같은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을 이중언어교육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기 영어교육, 이중언어교육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것은 무조건 어릴 때 가르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언어교육 전문가들에게서 이중언어교육의 허와 실을 들어본다. #1 회사원 박선영(39)씨는 딸 채원(8)양이 초등학교 입학 전 6개월 동안 미국에 있는 친척집에서 지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1주일에 세번은 테솔(TESOL) 자격이 있는 한국인 교사가, 두번은 원어민 교사가 하는 그룹 지도를 받고 있다. 영어교육을 전공한 박씨도 틈틈이 영어 만화를 틀어놓고 영어로 대화한다. 딸이 간단한 대화 정도는 자유롭게 하고, 영어에 자신감을 갖고 있어 박씨는 다행스럽다. #2 광주에 사는 김희경(31·여)씨는 아들 유혁(4)군을 위해 지난해부터 ‘영어 품앗이’를 시작했다. 마음 맞는 엄마 4명을 모아 돌아가며 미술놀이, 장난감 만들기 등 영어로 테마수업을 한다. 생물학을 전공한 김씨를 비롯해 영어 전공자는 한 명도 없지만 아이 일이니 다른 일을 제쳐두고 매달리고 있다. 집에서도 가능하면 영어를 쓴다. 비싼 학원에 보낸 적도 없는데 올해부터 한두 문장씩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아들을 기특하게 생각한다. #3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이기현(8·가명)군은 5살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녔다. 수업료와 교재비 등을 합해 매월 80만원 정도가 들었지만 아버지 이재성(43·가명)씨는 맞벌이인 탓에 시간도 없고 직접 가르칠 자신도 없어 영어유치원을 택했다. 영어는 학교에서 또래들에게 꿀리지 않을 정도는 된다. ●너도나도 이중언어교육 영어 조기교육 열풍 속에 이중언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원이나 교재 위주의 영어 ‘학습’에서 일상생활 속의 영어 ‘습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 어릴 때부터 영어에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모국어와 같이 받아들이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방법도 다양하다. 외국에 보내거나 이중언어교육을 표방하는 영어유치원 등에 의존하는 것은 ‘고전적’인 방법. 말문이 트일 무렵부터 영어 책을 읽어주고, 회화 능력이 있는 엄마들은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해 아이를 키운다. ‘쑥쑥닷컴(www.suksuk.com)’ 등 유아영어교육 사이트에는 영어품앗이를 구하거나 수기를 교환하는 엄마들로 붐빈다. 이들은 맹렬히 공부하고 노하우를 나눠 아이와 영어로 대화하고 놀아주면서 영어에 친숙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한국방송통신대 영문과 4학년 이희영(40·여)씨는 “반복적으로 영어 환경에 노출시켜주려면 엄마가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에서 6세 딸의 영어교육을 위해 대학에 입학한 경우다. ●이중언어교육 정말 필요한가 너도나도 이중언어교육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그 효과와 시기,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만큼이나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한국외대 영어교육과 차경애 교수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어릴수록 유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맞는 얘기”라면서 “특히 외국에서는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아이들이 사고력이나 추론능력 등 전반적인 인지능력이 우세하다는 임상결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서대 영재교육계발연구소 함정현 교수는 “딱딱한 학습의 범주만 아니라면 이중언어교육 이론을 적용한 조기 영어교육은 바람직하다.”면서 “말문이 트이기 전이라 해도 기본적인 인지 능력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영·유아 때부터 적당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에서 수십년간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이중언어교육을 해온 장병혜 박사는 “문화적 토양 등을 수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중언어교육이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면서 “기본적인 어휘력이나 판단력도 없는 상태에서 영아기부터 영어를 ‘강요’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교육부 의뢰로 ‘영·유아 조기영어교육’을 연구해온 동덕여대 아동학과 우남희 교수는 “뇌가 종합적 기능을 형성해야 하는 3∼6세에 과도하고 편중된 자극은 성숙하지 못한 언어 중추를 지치게 할 수 있다.”면서 “영·유아기의 구조적인 영어교육은 효과가 극히 적고, 스트레스를 유발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한다면 언제부터 어떻게 이중언어교육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지나친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차경애 교수는 “2∼3살 영아 때부터 혹사시키고 특히 이렇다 저렇다 하는 단편적 속설에 휩쓸리는 현상이 안타깝다.”면서 “아이마다 언어적 능력과 적성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를 잘 관찰해 자연스럽게 시작하고, 정규 영어교육이 시작되는 3학년 이전에 영어에 친숙해지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병혜 박사는 “적어도 3살까지는 한국어를 먼저 배우게 하고, 이후에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도록 유도해 놀이나 문화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면서 “유아기부터 달달 볶는 영어교육은 정체성 혼란 등의 악영향이 더 크다.”고 조언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교과·생활지도때도 영어 활용 공교육에도 이중언어교육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서울 동부교육청은 지난 3월 ‘이중언어교육 중심학교’로 용두·신답·면남·신현초등학교 등 4곳을 선정해 영어과목 외에 교과·생활지도에서도 영어를 활용토록 하고 있다.3학년이 대상이며, 내년에는 3·4학년 대상 10개교로 늘리고,2008년까지 관내 초등학교 3∼6학년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교육 여건이나 내용 면에서 이중언어교육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걸음마단계이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신답초등학교는 3학년의 모든 교과와 일상 생활지도에서 영어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국어 시간에는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봅시다.’ 등의 지시를 영어로 말해주고, 수학 시간에는 삼각형의 성질을 영어로 설명하면서 문제를 영어로 풀어주는 식이다.3학년 담임은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담당교사를 비롯해 영어 전공자나 연수 경험이 있는 교사들로 전원 배정했다. 신현초등학교는 교사와 함께 영어 동화 읽기가 핵심이다.3학년 4개반이 20쪽 분량의 각각 다른 유아 동화책을 준비해 두달 동안 읽고 서로 교환한 뒤 연말에 연극으로 꾸며 발표한다.‘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 친숙한 내용의 동화 테이프를 매일 들려주고 노래를 따라부르는 놀이 형식이다. 절대 문장을 해석해 주거나 단어를 외우라고 하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sun(해)’‘moon(달)’ 등의 주요 단어를 교실 곳곳에 붙여놓는 정도. 호기심을 유발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뜻을 익히게 된다. 면남초등학교는 1주일 단위로 짧은 대화체를 정해 ‘암호 놀이’를 한다.‘How are you?’‘Fine,thank you.’와 같은 짧은 대화체를 정해 교실 입구 등 특정 지역을 지날 때 ‘암호’를 대는 놀이이다.‘영어는 학습 대상이 아니라 재미있는 의사소통 기구’라는 점을 알려주는 단계다. 용두초등학교는 지난달 ‘독도는 우리 땅’을 주제로 영어 특별 수업을 하기도 했다. 신답초등학교 장선화 담당교사는 “두달 정도 계속하다 보니 어느날 늘 하던 대로 ‘Who wanna try(자, 누가 해볼까)?’ 했더니 아이들이 ‘I wanna try(제가 해볼래요.)’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면서 “wanna(want to)의 뜻이나 용법을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도 같은 상황에서 반복해 들려주다 보니 문법과 단어를 스스로 깨친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교육청 김점옥 초등교육과장은 “생활 속에서 영어를 접하는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라면서 “지도 매뉴얼을 만들고 교사들의 해외 연수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이중언어교육 ‘오해와 진실’ 이중언어교육이라는 비교적 생소한 개념이 영어 조기교육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갖가지 검증 안된 속설들이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에게 그 ‘오해와 진실’을 들어봤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배워야 한다? 차경애 교수는 “학계에서도 시기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많다.”면서 “조기 교육의 장점도 많지만 일반적으로 6∼12세를 언어습득의 ‘결정적 시기’로 보기 때문에 무조건 영아기부터라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우남희 교수는 “4세와 7세 그룹을 나눠 실험을 해본 결과 7세의 습득능력이 훨씬 뛰어났다.”면서 “영어교육은 기본적 인지능력이 발달한 만 6∼13세 사이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원어민한테 배워야 효과 있다? 함정현 교수는 “원어민보다 잘 훈련받은 한국인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자질도 부족한 원어민보다는 깊이 관찰하고 아이와 교감할 수 있는 한국인이 더 낫다는 것. 발음 등 부족한 부분은 시청각교재를 활용해 보완하면 된다. ●모국어는 외국어 습득에 방해된다? 차경애 교수는 “모국어는 외국어를 배우는 데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모국어를 통한 어휘력과 종합적인 언어 감각이 외국어 습득에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장병혜 박사도 “어느 나라 말이든 문장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생각하는 작업이 기본”이라면서 “모국어를 못하면 외국어도 결코 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하프타임] 신세계, 드래프트 1순위 ‘휘틀’ 지명

    호주 국가대표팀 센터 제니 휘틀(197㎝)이 여자프로농구 2005여름리그 외국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됐다. 신세계는 23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서울 태평로클럽에서 실시한 용병드래프트에서 시드니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인 휘틀을 1순위에 지명했다. 지난 겨울리그에선 가드와 포워드 포지션의 용병이 대세를 이뤘지만 이번엔 센터가 주류를 이룬 것이 가장 큰 특징. 신세계를 비롯, 금호생명과 국민은행, 삼성생명 등 4개팀이 센터를 선발했고,‘겨울리그 챔프’우리은행과 신한은행만 파워포워드를 뽑았다.
  • [논술이 술술] 시사키워드/박정희 평가

    [논술이 술술] 시사키워드/박정희 평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평가 문제가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계간 ‘창작과 비평’은 이번 여름호에서 박정희 재평가를 쟁점 기획으로 다뤘다. 여기서 과거 반독재 지식인 진영의 중심에 섰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민주개혁 없는 경제개발의 추구는 현실사회주의 나라들에서처럼 결국 경제의 장기적 침체와 쇠퇴를 낳거나 이란의 이슬람혁명에서처럼 원리주의적인 신정(神政) 체제로 귀결하기 십상”이라면서 “오늘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어떤 문제점이 있건 제2의 박정희가 해결책이 못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그러나 박정희의 공과를 따져 경제개발의 업적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는 ‘박정희와 그의 시대’를 주제로 매월 한 차례 콜로키엄(전문가 토론회)을 열고 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친일행위를 부각한 만화 ‘박정희’가 지난 16일 출간되자 박정희 추종 세력이 반발하고 있다. 박정희는 ‘경제개발의 영웅’이면서 ‘독재자’다. 양면성을 가진 박정희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그의 본 모습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박정희가 비난받을 점 박정희의 허물로 지적되는 점들은 대통령이 되기전의 친일 행각과 좌익활동, 대통령이 된 다음의 장기집권과 독재정치, 인권탄압 등이다. 반(反) 박정희 진영에서는 박정희가 교사에서 일본군 장교로, 다시 대한민국 장교로,‘빨갱이’에서 반공의 기수로, 충성을 다하는 장군에서 쿠데타의 수괴로 변신을 거듭하며 조국 민족도, 적과 동지도, 양심과 이념도 버린 것은 오로지 권력욕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다음은 반 박정희 진영의 친일에 관한 주장. ▲친일행각=문경보통학교 교사로 일하던 박정희는 1940년 23세의 나이에 만주군관학교 2기생으로 자원 입대, 일본군 장교가 됐다.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로 창씨개명도 했다. 졸업식에서 박정희는 대표로 “대동아 공영권을 이룩하기 위한 성전(聖戰)에서 나는 목숨을 바쳐 사쿠라와 같이 휼륭하게 죽겠습니다.”라고 선서를 했다.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박정희는 ‘盡忠報國 滅私奉公(진충보국 멸사봉공)’이라는 충성을 맹세하는 혈서를 썼다. 다시 일본 육사에 들어가 3등으로 졸업한 박정희는 ‘천황에게 바치는 충성심이라는 점에서 일본인보다 훨씬 일본인다운 데가 있다.’는 평을 들었다. 박정희는 만주 제8연대의 소대장을 거쳐 제8군단에 배속돼 독립군 토벌에 출정했다. 독립군 토벌에 나갈 때 “조센진 토벌이다. 요오시(좋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문명자씨의 ‘내가 본 박정희와 김대중-워싱턴에서 벌어진 일들’이라는 책에 나온다. ▲좌익활동=해방후 군 창설에 참여한 박정희는 조선경비사관학교(육군사관학교의 전신)를 2기로 졸업하고 대위로 임관한 뒤 좌익활동에 빠진다. 육군본부 정보국 작전과장으로 근무하다 1948년 여수 순천 사건을 계기로 군내 ‘남로당 조직책’임이 드러나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러나 박정희는 자신이 참회했으며 사면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증거로 자신이 맡고 있던 조직망을 폭로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뒤 박정희는 수사에 협력해 공모자들을 수사대에 알려주기도 했고 공모자들의 집으로 수사대를 직접 이끌고 가기도 했다. 동료 장교들의 감형운동으로 석방되어 문관으로 육군본부 정보국에 근무하다가 6·25전쟁 이후 소령으로 복귀했다. ▲독재정치·인권탄압=3선 개헌으로 장기집권에 들어간 박정희는 1972년 유신으로 종신 대통령이 되고자 했다. 유신 반대세력에게는 가차없는 탄압이 가해졌다. 수백명의 언론인을 쫓아냈고 수많은 사람을 체포하고 고문했다.1973년 최종길 서울대 교수를 간첩으로 몰아 고문을 해 숨지게 했고 같은 해 일본 도쿄에서 김대중씨를 납치했다.1975년에는 인혁당 사건을 조작해 8명을 사형시켰다. 언론인 장준하도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18년 집권기간에 100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계엄령, 위수령, 비상령이 발동됐고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1만여명이 검거됐다. ●박정희의 경제적 업적 대통령 취임 이후 박정희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행하고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하는 등 경제성장에 힘을 쏟은 것은 사실이다. 매월 수출진흥확대회의를 열고 해외공관을 통해 수출 확대에 주력했다. 포항제철, 울산 중화학공업 단지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도 힘썼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 산업교통망을 늘렸다.‘잘살아 보세’라는 기치 아래 농어촌을 중심으로 새마을운동이라는 개혁 운동을 펼쳤다. 이런 성장정책으로 박정희는 한국을 절대빈곤에서 탈피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1인당 국민소득을 실질소득이 아닌 명목소득으로 계산할 때 박정희가 집권했던 1961년 82달러였는데 죽을 때인 1979년 1636달러를 기록해 외형상 연평균 18%의 고도성장을 달성했다. 특히 수출은 연평균 38% 증가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박정희의 이런 경제적 치적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은 60년대의 고도성장은 다른 개도국에도 나타난 현상이었으며 수출도 늘었지만 수입도 엄청나게 늘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면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정희,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떤 인물이든 공(功)과 과(過)가 있기 마련이다. 공 때문에 과가 묻혀서도 안되고 그 반대가 돼서도 안된다. 특히 잘못은 시간이 지나면 묻혀지고 미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인물과 동시대에 살지 않은 후손들에게 어떤 한 면만 부각돼 인물 평가가 잘못될 수 있다. 따라서 박정희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과를 분명히 따져 객관적인 역사적 평가를 내려놓는 일이다. 경제난이 지속되는 요즈음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단지 그의 한 쪽면만 보고 무턱대고 추종하는 것은 잘못이고 허물 때문에 공적을 폄하해서도 곤란하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이룬 경제성장의 업적은 노동자의 희생과 인권침해, 천민자본주의 등의 폐단과 부작용을 낳은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단기간 성장을 박 전 대통령이나 집권·지도층의 공만으로 돌릴 수 없다. 박정희가 경제적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열악한 조건 속에서 묵묵히 일한 노동자들이 있었다는 점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박정희가 닦은 경제적 기반 위에 1인당 GDP(국내 총생산) 1만달러를 넘는 중진국이 된 한국이 겪고 있는 심각한 빈부격차와 지역갈등은 박정희가 추구한 성장지상주의와 개발편향주의가 한 원인임을 부정할 수 없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박前대통령 딸 보자” 후진타오 선뜻 결정

    |베이징 이종수특파원| 중국을 방문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다. 야당 대표로는 이례적이다. 박 대표는 24일 오후 3시부터 인민대회당에서 30분∼1시간가량 후 주석을 만나 북핵문제를 비롯한 상호 관심사를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의 국가주석이 한국 야당 대표를 면담한 것은 지난 2002년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 시절에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는 대선후보였던 데다가 ‘창(昌) 대세론’이 자리잡던 시절이어서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 이 전 총재는 지난 97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만난 바 있다. 후 주석이 선뜻 박 대표를 만나기로 결심한데는 한국의 근대화를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 딸이라는 점이 크게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에서 중국측이 이번 박 대표 방중 전반에 매우 적극적이었고, 후 주석과의 면담도 이런 차원에서 성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후 주석 면담은 우리 정부 라인을 통하지 않고 한나라당과 중국 공산당간의 교섭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하중 주중대사는 23일 박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에 오면 누구든지 후 주석을 만나고 싶어하지만 성사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에는 중국에서 자발적으로 박 대표를 만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vielee@seoul.co.kr
  • “보선 승리 대선 연결은 착각”

    “보선 승리 대선 연결은 착각”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가 최근 당 혁신을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노출하며 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강 원내대표는 2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보선에서 이겼다고 대선과 연결될 것이라 생각하면 착각”이라며 “혁신위원회를 풀 가동해 (한나라당을) 대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강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한나라당이 변한다는 것은‘이라는 글에서 “기존의 틀을 못벗는 혁신은 안주일 뿐”이라며 4·30 재보선 이후 당 일각의 들뜬 분위기에 일침을 가했다. 이는 최근 박 대표가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밝힌 “한나라당이 엄청나게 변했다.”는 발언을 무색케 하는 언급이다. 특히 당 혁신을 주장하며 박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소장파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당내 역학구도와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강 원내대표의 이런 행보는 4·30 재보선 압승 이후 당 안팎으로 확산 중인 ‘박근혜 대세론’을 경계하고 잠재적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박 대표측에서는 “강 원내대표가 박 대표를 경계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지금은 박 대표가 대표직에만 충실하듯 강 원내대표도 원내대표직을 열심히 하고 내년을 생각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시론] 노동 위기의 본질은?/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시론] 노동 위기의 본질은?/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최근 잇따르고 있는 노조의 비리사태는 이전의 ‘위기론’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왜냐하면 조건없는 이타적 행위로 평범한 조합원들로부터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민주노동운동의 중심지였던 기업별 노조 지도부까지 부패행위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이제 도덕성을 잃은 귀족노조에 대한 비판은 정부나 사측만이 아닌 전 국민이 공감하는 이슈가 되어 가고 있다. 부패와 비리는 실제로 내부 민주주의가 약화된 어떤 조직에서나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특히 대화와 참여를 근간으로 하는 노동운동조직은 기회주의와 동원의 악순환을 겪는다는 이론이 있다. 소규모이지만 역동적이었던 노동운동이 점차 성장함에 따라 관료적으로 변화하고, 조직이 추구하던 목적보다 그 조직 내의 자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를 우선시하는 기회주의가 승리한다. 이러한 기회주의는 노조 대표성의 위기를 초래해, 노조에 대한 반대세력의 공격으로 노조는 다시 초기의 소규모 동원상태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2007년 사업장 차원의 복수노조시대의 도래를 앞둔 지금, 이러한 소규모 동원은 지금까지의 노동운동이 대표하지 못했던 비정규직과 미조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쉽다. 우리의 노동운동이 사용자들의 회유와 협박, 노조에 대한 매수, 그리고 정상적인 노조활동에 대한 오랜 법적·제도적 제약 속에서 왜곡된 성장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던 만큼, 비리에 발목을 잡힌 노동의 위기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사건이기도 했다. 노조 스스로 자신에게 철저히 도덕성 상실의 책임을 묻고 재발 가능성을 막는 확고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사태로 정부가 나서서 노조의 회계를 감사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스스로 자정기능을 갖추지 못한 노조는 결국 자멸할 것이고, 정부의 감시를 받는 노조가 설 곳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동계 지도부의 비리로 인해 노동운동 전체가 매도당하거나 우리가 해결해야 할 더 큰 문제들이 묻혀져서는 안 된다. 올해도 주요 산별교섭은 예년의 진통과 대립을 되풀이하고 있으며, 울산에서는 건설플랜트 노조의 격렬한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총 노동인구의 반 이상이 고용불안과 저임금으로 시름에 잠겨 있으나 합리적인 고용관행과 임금구조의 개혁에 대한 합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길이 없고, 노동인구 내의 소득격차도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노사관계 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 개정작업은 지지부진한 채, 이번 임단협에서도 노사간 뿌리깊은 의견의 차이는 불안한 하투를 예견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 핵심에 노동운동이 서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최근 노동조합이 겪고 있는 위기는 일부 노조 지도부의 비리와 부패가 아니라 총체적 ‘대표성’의 위기이며, 이 위기는 노동조합이 내부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담보하지 못할 때 현실에서 완전한 노동의 좌절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노동운동은 올해 초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지금까지 내부적인 의견불일치, 그리고 투쟁에 우선한 정책참여와 대화를 사치품으로 여겨왔다. 이런 방식으로는 전체 노동인구의 10% 남짓만을 대표하는 궁색한 처지를 벗어나기 어렵다. 미래의 노동운동에 한 가지 기대를 걸 수 있는 근거는 이러한 경험이 축적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여, 우리의 노동운동이 맞이할 새로운 변혁의 사이클이 더 진보한 상태에서 시작될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물론, 현실과 망각의 벽에 부딪쳐 변화를 위한 노력이 제한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 전제된다. 지금까지의 노동조합은 목적을 성취하고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강한 조직을 세워야 한다는 데 집착했으나, 결국 상당부분 그 목적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내부 민주주의와 광범위한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역시 불리한 외부의 구조적 조건에 맞서는 것에 못지않게 필요한 작업이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 차도르 벗는 아랍의 女權

    아랍 여성들의 차도르 속으로 여권 신장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오만, 바레인, 카타르에 이어 쿠웨이트 의회가 16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여성에게 총선 투표권과 입후보권을 부여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쿠웨이트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44년 만이다. ●법안 통과되자 의회밖 축제분위기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순간 의회 밖에서는 젊은이들이 춤을 추고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며 기뻐했고, 불꽃놀이가 하늘을 밝혔다. 걸출한 여성 활동가인 로라 알 다스티는 “우리가 역사를 만들어냈다. 오늘부터 2007년 총선을 위한 선거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선거법은 셰이크 알 아흐마드 알 사바흐 국왕이 서명하는 즉시 발효되며 2주안에 관보를 통해 공표될 예정이다. 알 아흐마드 국왕은 지난 1999년 여성에게 완전한 정치적 권리를 부여하는 칙령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의회는 여성 참정권 허용 법안을 부결시켰고 지난 3일에도 여성의 지방의회 선거 참여를 허용하는 법안도 저지했다. 이번에도 보수 이슬람계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이로써 전체 쿠웨이트 국민 96만명 가운데 13만 9000명에 불과했던 유권자수는 33만 900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아랍 여성 의회진출 세계 최저 쿠웨이트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다른 아랍 여성에 비해 진보적이고 교육도 많이 받았지만 정치적 권리에서는 뒤처졌다. 오만과 바레인은 2002년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했고, 카타르도 2003년 여성이 총선에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은 여전히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단지 최근에서야 여성들도 운전면허를 딸 수 있게 됐을 뿐이다. 아랍권에서는 비교적 일찍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했던 이집트에서는 오늘 9월 대선을 앞두고 여성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다. 나왈 엘 사다위란 여성 후보는 5선을 노리는 현 무라바크(76) 대통령과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정부 때문에 고향에서도 모임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음달 열리는 이란 대선에는 1010명이 입후보했는데 이 중 89명이 여성 후보이다. 하지만 이란 의회는 여성들이 대선 후보로는 적합치 않다고 결론짓는 등 차별은 여전하다. 이란의 내무장관 무사비 라리도 “여성이 국회의원이나 장관은 될 수 있지만 더 이상의 고위행정직은 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체 아랍 여성의 절반은 문맹이며, 임산부 사망률은 라틴 아메리카의 2배, 동아시아의 4배에 이른다. 아랍 의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5%로 12.9%인 남미,21.2%인 동아시아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우즈베크 유혈진압…美·러 ‘팔짱’만

    우즈베키스탄의 철권통치가 일단 반정부 시위를 잠재웠다. 15일 현재 시위는 아디잔을 제외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았고 대규모 유혈사태를 불러온 아디잔의 반정부시위도 강경 진압으로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유혈진압에 놀란 아디잔의 반체제인사 등 시민 6000여명은 인근 키르기스스탄 국경으로 몰려가 국외 탈출을 시도하는 등 유혈탄압의 후유증은 깊어지고 있다.BBC방송도 국경 폐쇄에도 불구, 수백 명이 국경을 건넜으며 우즈베키스탄 국경도시 코라수프에선 국경을 넘으려는 피란민과 경찰간 충돌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정부군 발포로 500명 사망” 이슬람 카리모프(67)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14일 “시위 진압과정에서 10명의 경찰관이 사망했으며 시위대의 희생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이보다 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즈베크 정부는 9명이 사망하고 34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AP통신 등 외신들은 “500여명이 살해당했고 2000여명이 다쳤다.”는 현지 의사와 목격자들의 증언을 인용,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13일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잠잠해졌지만 15일 유혈 강경진압에 항의하는 희생자 유족과 주민들의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안디잔에선 중무장한 군경들의 순찰속에서도 희생자 가족들이 곳곳에서 강경진압을 성토하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시위 재개 가능성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반면 카리모프 대통령은 사태 종식을 주장하면서 내정 장악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13일 현장에서 직접 무력진압을 지휘했던 카리모프는 시위를 “이슬람 극단주의 반군의 난동”으로 규정하고 강경대응했다. 주변국들의 시민혁명에 놀란 카리모프가 ‘화근의 싹’을 뿌리뽑겠다는 자세다. ●‘그린혁명’ 성공 가능성 낮아 지난 89년 이후 15년간의 장기집권을 통해 카리모프는 유력 야당 등 반대세력의 불법화, 반체제인사 구금 탄압, 언론통제 등을 통해 단단한 권력기반을 다져왔다. 카리모프의 자신감은 한편 대외관계에서도 나온다. 유혈사태에 대해 미 백악관은 논평을 사양했고, 국무부만 시위대와 정부 양측의 냉정한 대응을 호소했다. 러시아는 처음부터 시위대를 비난하며 카리모프를 두둔했다. 이는 시위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이나 러시아 모두 이슬람세력의 확산을 반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여 이슬람 과격세력이 정권을 장악할 경우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처럼 반미적인 테러의 온상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이것이 그루지야나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 등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끌어낸 주변국들과 다른 점이며 우즈베키스탄의 혁명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카리모프의 신세를 지고 있어 바른 말을 하기 어렵다.‘자유와 민주의 확산’을 강조해 온 조시 W 부시 대통령이 아직 한번도 카리모프를 비난한 일이 없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9·11 직후인 2001년 11월부터 카리모프는 미 공군기지의 설치를 허용하는 등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협조해왔다. 지난 13일 종교탄압 중지와 자유보장 등을 요구하며 교도소 습격 및 시청사 점거로 이어졌던 시위는 잠잠해졌다.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옛 소련지역 시민혁명의 도미노현상이 우즈베키스탄에서 멈췄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한다. 유혈진압은 시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이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박현채선생 10주기… 다시 짚어보는 ‘민족경제론’

    박현채선생 10주기… 다시 짚어보는 ‘민족경제론’

    세계화 시대라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입에 달고 다니던 사람들이 최근에 들어서는 ‘민족경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자고 할 만큼 민족개념을 시대에 뒤떨어진 용어로 치부하던데 비하면 놀라운 변신이다. 계기는 바로 ‘소버린 사태’로 대표되는, 외국 자본에 의한 M&A 위협이 현실화되면서부터다. 이들은 이제 민족경제의 핵심으로 재벌의 경영권 방어를 내세우기까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는 한국 좌파가 남긴 유산인 민족경제 개념을 우파적 맥락에서 아무렇게나 인용해 쓰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좌파는 비뚤어진 재벌중심 성장체제에 가장 비판적이었고, 그 비판의 논거로 민족경제 개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마침 ‘민족경제론’을 주창한 고 박현채 선생 타계 10주기(오는 8월)를 맞아 그 발자취를 정리하려는 후학들의 작업이 한창이다. 한신대 경제학과 박영호 교수와 상지대 경제학과 조석곤 교수에게 민족경제론이 남긴 의미에 대해 들었다. ●박영호-21세기 민주주의의 문제 “민족경제나 민족자본이란 말만 꺼내면 ‘빨갱이’ 취급하던 사람들이 외국 자본의 실체를 보니까 아차 싶었겠지요.” 박 교수는 최근 재벌 경영권 방어론에 ‘민족경제’라는 단어가 붙는 상황을 못마땅해했다. 대신 새로운 세기,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짚어 보자고 강조했다.“박현채 선생 논리의 출발점은 양적인 성장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성장이 삶의 질을 향상시켰느냐고 묻는데서 시작합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사회적 연대성, 조금 더 나아가면 21세기 한국의 민주주의 문제와 직결됩니다.”‘2만 달러 시대 달성’ 그 자체보다 2만 달러를 손에 들고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세계 일류 기업이 10개가 된다 한들 비정규직만 넘쳐나는 한국이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조석곤-동아시아로 시야 넓혀야 조 교수는 지금 박현채식 민족경제론의 호소력은 상당히 줄었다고 봤다. 아무래도 60∼70년대의 한국 현실을 반영한 이론이기 때문이다.“당시에야 남한의 자립경제 달성이 관건이었지만 지금은 어쨌든 세계화가 대세입니다. 소위 ‘국민경제’라는 단위가 남한 내에서 완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중소기업 육성과 농·어업 보호 등에 초점이 맞춰진 박현채 선생 주장의 적합성도 지금 상황에 꼭 들어맞는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시야를 동아시아로 넓히자고 제안했다.“북한 체제에 대한 연구,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경제 강대국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 등을 합쳐서 남한 생존의 조건은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민족경제론을 계승하는 후학들의 연구도 아마 이 방향에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조 교수는 “박현채의 소외당하고 고통받는 자에 대한 애정,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자세와 접근법 등은 이 시대에도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현채 추모 전집·문집 발간 11월쯤 심포지엄과 함께 박현채 전집·문집이 처음 발간된다. 원래 10주기가 되는 8월에 발간 날짜를 맞추려 했으나 작업이 늦어져 생일이 있는 11월로 늦췄다. 박현채 선생이 남긴 저작물은 단행본 12권을 비롯해 모두 400권에 이를 만큼 분량이 방대하다. 그가 워낙 저술에 열성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껍게 10권으로 할지, 일반 책 두께로 20권으로 정리할지 논의 중이다. 출간 비용이 만만치 않아 후원금 등 모금도 하고 있다. 박현채 추모 전집·문집 발간준비위원회 (02)362-5279.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법개혁 진통] 검찰수뇌부, 평검사 설득 입지 좁아져

    [사법개혁 진통] 검찰수뇌부, 평검사 설득 입지 좁아져

    검찰은 사개추위가 5일 확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핵심쟁점 중 하나였던 ‘영상녹화물의 증거부여 여부’에 대해 검찰측 요구(증거부여)를 수용치 않고,3개의 복수안을 올린 것에 대해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검 간부들이나 평검사회 모두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고, 논의와 입장 정리를 6일로 미뤘다. 서울중앙지검 평검사회의 대변인인 구태언 검사는 “의견수렴을 거쳐 6일 오후 중 입장발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개추위 논의 과정에 참여한 검찰 관계자는 “3개의 복수안 중 2개는 국민들도 납득할 수 없는 것들로 오히려 검찰·사개추위 합의안보다 후퇴한 것”이라면서 “나머지 초안들도 수사기관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법무·검찰 수뇌부는 조서의 증거능력이 없어져 수사결과가 법정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공판중심주의 재판이 오히려 피고인의 인권만 보장하고, 피해자 인권보장이나 사법정의의 실현은 멀어진다는 판단에서 영상녹화물의 증거부여에 상당한 공력을 기울여 왔다. 김승규 법무장관이 4일 간부들을 대동해 서울남부지검의 전자조사실을 방문하는 등 ‘무언의 압력’을 행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법무부는 청와대와 사개추위 관계자들에게 영상녹화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줘 여론을 돌이키려 했지만 동행을 거부함으로써 이마저 물거품이 됐다. 영상녹화물 부분이 복수안으로 상정됨에 따라 이를 ‘마지노선’으로 평검사들을 설득했던 검찰 수뇌부의 입지는 한층 좁아지게 됐다. 한 관계자는 “공판중심주의는 대세고, 인권 보호를 위해 녹화물을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해왔는데 사실상 복수안이 상정됨으로써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평검사들은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사개추위의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 사법방해죄, 허위진술죄, 참고인구인제, 양형기준표 등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권보장과 함께 수사여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인권침해와 권력의 비대화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현재 참고인의 출석과 증언은 의무사항이 아닌 협조사항이다. 수사기관에서 협조를 원치 않는 사람의 진술을 강요하고 그 진술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지적이다. 사개추위측은 “현재도 법정에서 허위진술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면서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이 아니라 법정에서 진실을 말하느냐가 공판중심주의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플리바게닝은 자백하는 사건은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어 형사사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형벌을 흥정한다는 인식을 심어줘 사법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아울러 검찰은 양형기준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같은 범죄라도 법관에 따라 선고하는 형량이 들쭉날쭉하다고 비판한다. 선고의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양형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해놓자는 것이다. 이 부분은 사개추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김효섭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조직위기’ 수뇌부와 공감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의 생각은 결국 검찰 수뇌부와 같았다. 공판중심주의가 시대적 대세이기 때문에 형사사법시스템은 개선해야 하지만 검증 절차와 보완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에 이어 3일에는 부산지검에서 평검사 회의가 열리고, 전국 평검사 회의도 열릴 것으로 보여 사개추위와 검찰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성명서 국민표현 4곳… 호소문 성격 검찰 수뇌부에서 시작된 사개추위 형소법 개정 초안에 대한 반발이 평검사들까지 확대된 것은 이 문제가 검찰의 ‘명운’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사개추위 초안대로 형소법이 개정되면 검찰의 수사 기능은 사실상 무력화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검찰은 표면적으로는 크게 세 가지 반대 이유를 대고 있다.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고, 피고인 신문을 폐지하는 등의 방안이 시행되면 뇌물이나 조직범죄, 성범죄 등과 같이 은밀하게 이루어진 범죄는 사실상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피해자가 법정에 출두해 증언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검찰은 사개추위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식은 사법방해죄나,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 위증죄 등 보완책이 있으나 사개추위는 배심·참심제 등 재판제도만 수용, 사실상 ‘절름발이’라고 비판한다. 사개추위가 지난달 15일 공청회를 연 뒤 일주일만에 일방적으로 개정 초안을 결정하는 등 ‘졸속 추진’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 이유보다는 검찰 조직의 위기감이 평검사와 수뇌부의 생각을 한데 묶고 있다고 해석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국민들의 의사에 무조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개추위의 인적 구성상 검찰의 입장이 반영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이 이날 발표한 한장짜리 성명서에도 ‘국민’이라는 표현이 4곳이나 나온다. 성명이 국민의 뜻이라기보다는 국민들을 상대로 한 호소문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민변 “검찰 자백의존 관행 못버려” 회의는 검찰의 ‘위기감’을 반영하듯 굳은 표정속에 시작됐다.8시쯤 시작된 회의에는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거의 전원이 참석했다.127명중 유학, 파견,‘유전의혹’ 수사팀인 특수3부 소속 검사들과 일부 야근 검사들을 빼고는 다 나왔다. 회의실 뒤쪽에는 생수 4박스가 준비돼 있어 ‘마라톤 회의’를 예고했다. 박수 소리로 시작된 회의였지만 ‘수사력 약화’라는 위기감을 반영하듯 곧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사개추위가 추진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평검사들은 오후 11시30분 회의 중간 결과를 알린 뒤 또다시 회의장에서 새벽까지 논의를 계속했다. 그러나 민변 등에서는 평검사들의 이같은 회의 결과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사개추위가 이번 일을 성급하게 추진한 점에는 문제가 있겠지만 평검사들의 주장이 과연 옳은지는 더 논의를 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김효섭 홍희경 박경호기자 newworld@seoul.co.kr
  • [CEO 칼럼] e스포츠,진정한 스포츠로 거듭나길/김범수 NHN㈜ 대표이사

    [CEO 칼럼] e스포츠,진정한 스포츠로 거듭나길/김범수 NHN㈜ 대표이사

    정부가 프로게이머들의 병역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군 e스포츠 상무팀 창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격세지감이 들게 만드는 소식이다. 내가 1998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인터넷 게임 ‘한게임’을 설립할 당시만 해도 게임은 그저 놀이문화에 그쳤다. 그러나 5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온라인 게임은 정보기술(IT)강국 코리아를 이끌어가는 핵심동력이 됐다. 특히 1999년 ‘스타크래프트’ 등장 이후 이를 소재로 한 각종 대회와 리그가 양산되면서 바야흐로 ‘e스포츠 시대’가 본격화됐다. 인터넷을 이용한 네트워크 게임을 스포츠화한 e스포츠는 현재 인기와 규모면에서 야구·축구·농구 등 전통 오프라인 프로스포츠에 뒤지지 않는다. 한국 e스포츠협회에 정식 등록된 팀만 13개이며, 활동 중인 프로게이머는 200명이 넘는다. 뿐만 아니라 연간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프로게이머들도 많다. 그리고 게임만을 전문으로 방송하는 채널도 3개나 된다. 한편 게임단을 통한 마케팅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업들은 앞다퉈 자사 브랜드를 앞세운 게임단 창단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SK텔레콤·KTF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게임단을 보유하거나 직·간접적인 스폰서십 계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e스포츠가 진정한 스포츠로서 한차원 격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선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첫째, 특정 외산 게임에 의존한 종목 편식을 극복해야 한다.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인 우리나라에는 예전과 달리 남녀노소 불문하고 네티즌들에게 사랑 받는 훌륭한 인터넷 게임들이 많다. 일정 과정을 거쳐 이들 게임을 공식 종목으로 채택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개발되고 대중화되어야 한다. 둘째, 주요 글로벌 게임시장의 주축인 한·중·일을 하나로 엮는 공신력 있는 e스포츠 월드컵 대회가 필요하다. 주요 국제게임대회로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월드사이버게임즈(WCG)’와 한국과 중국 중심으로 만들어진 ‘월드e스포츠게임즈(WEG)’ 등이 있다. 전통적인 게임강국인 일본은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다. 동남아시아나 유럽·미국 등이 소규모로 참여하는 형식적인 국제대회보다는 한·중·일이 한데 뭉치는 국제대회를 만드는 게 더 실리적이라는 판단이다. 셋째, 최근 게임과학고라는 전문학교가 생기고 각 대학에서 게임학과가 정식 과목으로 채택되는 등 게임산업과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젊은 인재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담보하기에 게임시장에 대한 사회적 가치부여는 여전히 인색하다.e스포츠의 꽃인 ‘스타크래프트’는 오랫동안 축적된 게임 인재들의 기술력과 자부심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우수한 개발인력이 명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e스포츠가 활성화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게임산업이 발전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 중인 e스포츠 상무팀 창설은 수많은 젊은 인재들에게 게임산업의 가치에 매력을 느끼게 하고 자신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평가된다. 미래는 고도 지식산업의 시대다. 스포츠도 두뇌스포츠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올림픽은 비록 서양세계에서 출발했지만,e스포츠 올림픽만큼은 온라인게임 종주국인 대한민국 주도하에 전세계에서 꽃피울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김범수 NHN㈜ 대표이사
  • [Doctor & Disease] 경희대의대 피부과학교실 심우영 박사

    [Doctor & Disease] 경희대의대 피부과학교실 심우영 박사

    “탈모 스트레스, 이거 대단합니다. 잠자는 시간 말고는 머리카락 생각에 되는 일이 없달 정도니까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외모나 인상의 가치를 높게 치는 문화에서는 이런 스트레스가 서구보다 훨씬 더하지요.” 지금까지 1만여건의 탈모증 치료 경험을 축적했을 뿐 아니라 원형탈모증의 고통을 체험하겠다며 자신의 머리를 밀어붙이기까지 한 경희대의대 피부과학교실 심우영(47) 박사. 그는 탈모증을 ‘마이너 질환’이라고 했다. 직접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의 말에서는 ‘마이너’ 이상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만이 드러낼 수 있는. 탈모증이란 어떤 질환인가. 이걸 질환 혹은 질병으로 봐도 되는가. -모발의 밀도가 현저히 줄거나 빠지는 머리카락의 개수가 정상보다 많을 때, 이를 탈모증이라고 한다. 일부에서 탈모를 노화의 일부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세계 학계의 대세는 탈모증이 질병이라는 것이다. 더러는 모발이 한 웅큼씩 빠진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탈모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특별한 원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아니면 모발이 갑자기 빠지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탈모는 서서히 진행된다. 보통 모발 수명은 5∼7년 정도인데, 이게 수명이 줄고 가늘어지다가 모낭 자체가 없어지는 단계를 밟는다. 증상의 특이성은 무엇인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탈모증은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 잘 자라던 머리카락이 빠져 새 머리카락이 날 때 약간 가늘어지고 수명도 1∼2년 준다.10∼20년에 걸쳐 이걸 몇차례 반복하면서 결국 머리카락이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런 남성형과 달리 원형탈모는 갑자기 특정 부위의 머리카락이 빠져 나가는 증상이다. 탈모는 어떻게 분류하는가. -유형이 사람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남자는 7개 타입, 여성은 1개 타입으로 나누며, 원형탈모증은 따로 구분한다. 원형탈모는 단발성, 다발성, 전두(全頭) 및 전신(全身)탈모 등으로 나눈다. ●원인은 유전적 소인에 환경요인도 작용 ▶탈모의 원인은 무엇인가. -탈모의 대부분이 유전적인 소인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이 모발의 성장을 억제, 탈모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기전은 여성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스트레스가 탈모의 원인이라고 믿지만 유전적인 소인 없이 스트레스만으로 머리가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심 박사는 탈모 유전의 실상을 이렇게 설명했다.“더러는 ‘우리 집안에는 대머리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나 유전성은 잠복했다 나타나기도 하고, 또 의학적으로는 틀림없는 대머리를 일반인들은 대머리로 여기지 않는 오해가 있기도 합니다. 물론 유전적 소인에 환경요인도 작용하며, 같은 가계라도 아버지와 아들의 유형이 다른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지요.” 발병 추세와 경향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경우 남자는 14.1%, 여자는 5.6%에서 탈모가 나타나는데, 내원 환자를 보면 최근 10년 사이 2배는 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30대 환자의 증가가 눈에 띈다. 경향상의 특징은 아무래도 20∼30대 젊은 층과 여성이 탈모에 민감하며, 최근 들어 노인층 환자가 부쩍 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나라선 男14%·女5%가 탈모증 그는 탈모를 보는 동·서양의 시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서구의 경우 대머리가 전체 성인의 50%로 우리나라의 15∼20%보다 훨씬 많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한국인이 훨씬 심각해 상대적으로 치료 욕구도 강하지요. 사회·문화적인 배경 때문이기도 하고, 또 서구보다 대머리 빈도가 낮아 눈에 잘 드러난다는 점도 작용하겠지요.” 탈모는 어떻게 진단하며, 적용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탈모의 패턴과 모발의 부위별 굵기가 중요한 진단의 근거가 된다. 일반적으로 모발의 밀도는 두피 ㎠당 140개 이하를 탈모상태로 보며, 굵기는 부위별 양태를 관찰해야 하지만 직경이 79㎛(1㎛는 0.001㎜)에 못미치면 문제가 있다고 간주한다. 일반인들이 이런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모발이 매일 70∼80개 이상 빠지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머리카락을 엄지와 검지로 한 웅큼(100개 정도)을 쥔 뒤 잡아 당겨 3∼4개 정도 빠지면 정상, 그 이상이면 탈모증을 의심할 수 있다. ●모발 하루 70~80개 이상 빠지면 의심 치료는 어떻게 하나. -주변에 이런저런 약제와 치료법이 널렸지만 학계가 검증한 약제로 두피에 바르는 미녹시딜과 경구용 프로페시아가 있다. 일부에서는 프로페시아가 성기능을 떨어뜨린다고 하지만 임신부만 아니라면 안전하다. 이런 약제로 6개월 이상 치료하면 환자의 60∼80%에서 모발이 새로 나고 탈모반 크기도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탈모를 방치해 아예 모낭이 없어진 경우에는 자가 모발이식을 하게 된다. 이식후 모발 상태는 정상인과 비슷하나 이 경우에도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기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탈모도 조기발견이 의미가 있는가. -당연하다. 가는 모발이라도 많으면 치료 여지가 있지만, 그마저 없으면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탈모 소견이 있으면 빨리 손을 쓰는 게 중요하다. ■ 심우영 박사는 ▲경희대의대 및 대학원(박사)▲국군 서울지구병원 피부과 과장▲영국 셰필드의대 연구원▲대한모발학회 총무이사▲대한피부과학회 서울지회 재무이사 및 총무이사▲대한피부연구학회 재무이사▲대한피부과학회, 대한피부연구학회, 대한모발학회 회원▲미국피부과학회, 미국피부연구학회, 유럽모발학회 회원▲저서:피부면역학(공저,1999), 모발생물학(공저,2004)▲현, 경희대의대 부속병원 피부과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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