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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의 아침] 타당성 없는 공약 출구전략 필요하다/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타당성 없는 공약 출구전략 필요하다/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강원도 지방순시에서 꺼낸 ‘국가 전략적 차원’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화두다. 타당성이 떨어지는 지역 공약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기에 나온 발언이라서 해석도 분분하다. 과거 국가전략 차원에서 시작한 대표적인 개발사업이 경부고속도로다. 당시 고속도로 건설 반대론자들은 경제성을 들이대며 무리한 추진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눈앞에 보이는 경제성만 보아서는 안 된다며 사업을 밀어붙였다. 그가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었던 명분은 바로 국가 전략성이었다. 미래 인구이동을 내다보고 국토의 산업화·도시화에 대비해서라도 고속도로 건설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급증하는 물류를 신속하게 운반하고 수송비용을 줄이려면 고속도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확신도 가졌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고속도로 준공 자체만으로 가난했던 시절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줬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지를 갖게 했다. 경부고속도로는 경제 전반에 걸친 혁명을 불러왔고, 한반도의 기간 교통망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포항제철소 건립과 함께 국가경제 발전의 초석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사업은 당시 상황만 고려해 경제성 검토가 이뤄졌다면 분명 사장됐을 것이다. 국가 전략 차원에서 경제성을 검토했기 때문에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었고, 판단도 옳았다.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전략적 차원이라는 말을 꺼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각종 지역공약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밝힌 터라 이날 발언은 공약사업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선거공약은 지켜져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타당성 없는 사업으로 판정되면 과감히 포기하거나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성을 바탕으로 한 공약 수정은 국민도 동의할 수 있다. 대선 과정에서 나온 지역 신규 공약사업은 대부분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확충에 맞춰졌다. 새 정부가 약속한 신규 SOC 공약 3개 중 1개가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사업성 부족 판정을 받았다. SOC 사업은 한번 손을 대면 되돌릴 수 없다. 국가 전략적 판단은 정치적 판단과는 다르다. 경제성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사업을 마냥 국가전략 차원이라는 이유로 몰아붙이는 것은 경부고속도로 사업의 경우와는 너무 다르다. 고속도로 사업 추진의 기초가 됐던 경제성은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이었다. 통계도 부족했고, 미래 예측성도 떨어지던 시절이었다. 모든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니 건설만 하면 언젠가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과학적인 통계와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 지방 정부와 정치인들도 공약이행을 담보로 몽니를 부려서는 안 된다. 공무원과 연구기관은 눈치 보지 말고 정확한 경제성 검토를 해야 한다. 이게 국민을 위하는 길이고, 경제를 수렁에 빠지지 않게 하는 길이다. ‘제2의 4대강사업’ 재앙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chani@seoul.co.kr
  • 野, 회의록 특검법안 제출 ‘배수진’

    민주당이 30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사건 등에 대해 ‘특검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새누리당의 단독 고발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가 ‘회의록 실종’과 ‘민주당 인사들의 책임 규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판단, 맞불을 놓은 것이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국정조사의 증인 채택이 무산될 경우 촛불집회 등 장외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의 표적수사, 흘리기 수사 행태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새누리당은 정략적 검찰 고발을 즉각 취하하는 한편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진성준 의원 대표 발의로 회의록 유출 및 실종 사태 규명을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도록 하는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회의록 실종뿐만 아니라 ▲회의록 및 관련 기록의 유출, 공개 및 선거 이용 ▲회의록 및 관련 기록 은닉·폐기·삭제·관리부실 ▲국정원의 이른바 ‘반값 등록금 차단 문건’ 및 ‘박원순 제압 문건’ 의혹 등도 특검수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회의록 유출 의혹과 관련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를 정조준하는 등 전선을 확대한 것이다. 민주당의 특검법 카드는 국정원 국정조사가 증인 채택 협상 난항으로 빈껍데기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자 새누리당을 다방면으로 압박하기 위해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면서 31일까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포함한 증인 채택에 합의하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최후 통첩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7일부터 시작되는 청문회를 하려면 일주일 전인 31일까지는 증인·참고인 채택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절박한 입장이다. 국조 특위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마이크를 접고 촛불을 들고 싶은 심정”이라며 울먹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가 먼저라며 ‘특검 불가’ 입장을 밝혔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특검은 검찰 수사가 미진할 때 하는 것”이라며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특검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검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의원(300명)의 과반이 본회의에 출석해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의석수는 새누리당 149석에 문대성 의원 등 친새누리당 무소속이 3석으로 범여권이 과반을 넘는 상황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K리그 클래식 잔류냐 강등이냐 이제부턴 ‘죽음의 매치’

    K리그 클래식 잔류냐 강등이냐 이제부턴 ‘죽음의 매치’

    동아시안컵 대회 기간 느긋이 휴식을 취한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중위권 팀들이 살벌한 싸움에 나선다. 최상위 리그 생존과 진입을 위한 몸부림의 시작이다. 14개 클럽은 31일 일제히 20라운드를 벌인다. 이번 라운드는 리그를 둘로 쪼개는 스플릿까지 벌이는 치열한 레이스의 출발점이란 게 구단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K리그 클래식은 27라운드가 끝나면 그룹A(상위 7구단)와 그룹B(하위 7구단)로 나눠 따로 리그전을 치른다. 그룹B로 추락하면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뿐만 아니라 2부 리그인 챌린지로 강등될 수도 있다. 그룹B의 6위와 7위는 곧바로 챌린지로 떨어지고 5위는 챌린지 1위와 강등-승격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30일 현재 중간순위표를 들여다보면 3∼9위의 승점 차가 5에 불과해 앞으로 치열한 다툼이 예고된다. 전북과 인천(이상 31점), 수원(30점), FC서울(29점), 제주와 부산(이상 28점), 성남(26점)이 그룹A 잔류냐 추락이냐의 기로에 선 팀이다. 구단끼리 전력이 엇비슷한 데다 맞대결도 잦아 스플릿 시점까지 순위는 계속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10위 경남과 11위 전남(이상 20점)도 7위와의 승점 차 8을 좁히기 위한 총력전에 나설 것이 뻔하다. 대구와 강원(이상 15점), 대전(10점) 등 그룹B로 떨어질 것이 유력한 팀들도 그룹A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쏟을 것이다. 당장 20라운드부터 그룹A 잔류를 노리는 구단들 사이에 승점 3이 바로 오가는 맞대결이 펼쳐진다. 서울과 제주, 수원과 부산의 대결이 대표적이다. 전남은 성남을 광양전용구장으로 불러 그룹A에 들어가기 위한 추격전을 시작한다. 그런데 서울은 하대성과 윤일록·고요한, 제주는 홍정호와 서동현 등 동아시안컵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서울을 상대로 16경기 연속 무승(6무10패) 수모에서 탈출해야 하는 제주는 강수일이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해 첩첩산중이다. 수원은 정성룡, 부산은 이범영과 박종우가 동아시안컵을 다녀와 벤치를 덥힐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2경기 연속 득점한 파그너가 이전 경기 퇴장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부산이 조금 더 불리하게 됐다. 한편 선두 울산(승점 37)은 창원축구센터를 찾아 경남과의 대결에 나서고 2위 포항(승점 36)은 포항스틸야드로 강원을 불러들여 선두 경쟁을 벌인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상의 회장에 박용만 두산회장

    상의 회장에 박용만 두산회장

    박용만(58) 두산그룹 회장이 공석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사실상 추대됐다. 이로써 아버지인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과 형인 박용성 대한체육회 명예회장에 이어 두산가(家)에서 세 번째로 대한상의 회장을 배출하게 됐다. 서울상공회의소는 2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서울상의 회장단회의를 열고, 손경식 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상의 회장에 박 회장을 만장일치로 단독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새달 12일 열릴 예정인 서울상의 의원총회에서 박 회장은 공식 서울상의 회장으로 선출될 예정이며,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직하는 관례에 따라 같은 달 21일 열리는 대한상의 의원총회에서 21대 회장으로 공식 추대된다. 박 회장과 함께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김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은 ‘젊은 회장’이 상의를 이끌어 가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보였다. 김 회장은 고령을 이유로 고사했다. 두산은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으로 재계 순위 12위 그룹이다. 재계 관계자는 “50대 젊은 회장의 탄생으로 대한상의에 신선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젊은 리더십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 실현에도 많이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회장은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보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1982년 동산토건(현 두산건설)에 입사한 뒤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두산 회장에 이어 현재 두산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2009년 2월부터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南 ‘최후통첩성’ 제의 전달… 北 일단 침묵 속 역제의? 거부?

    南 ‘최후통첩성’ 제의 전달… 北 일단 침묵 속 역제의? 거부?

    정부가 29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회담 제의가 담긴 전화통지문을 북한에 전달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전통문을 받아간 뒤 오후 4시 판문점 연락채널 마감통화를 할 때까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개성공단이 존폐의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우리 측 제의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전통문에서 회담 날짜와 장소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북측에 조속한 답변을 요구했다. 회신 기한을 못 박지 않은 것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이 즉답을 피했다는 것은 자칫 ‘개성공단 완전 폐쇄’라는 최악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상황에서 숙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5일 6차 실무회담이 남북 회담관계자들 간 몸싸움 사태까지 빚으며 파국적 상황을 맞은데다, 우리 정부가 재발방지 방안 확약을 전제로 회담을 요구하고 있어 북한으로서도 선뜻 제의를 수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전날 긴급 성명에서 이번이 마지막 회담 제의라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이 재발 방지를 확약하지 않는다면 ‘중대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고개를 숙이고 회담에 나오지 않는다면 개성공단의 문을 완전히 걸어잠글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장관 성명 내용을 재차 언급하며 “북한이 개성공단과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길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거듭 완강한 입장을 밝혔다. 우리 정부의 ‘최후통첩성’ 제의에 북한이 체면을 구겨가며 응해온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회담 불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이 회담 제의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진전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섯 차례에 걸친 실무회담에서도 재발방지책에 대해선 매번 같은 입장을 보여온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꿀 가능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북한이 수석대표의 급을 기존 ‘국장급’에서 ‘차관급’ 또는 ‘장관급’ 정도로 높이는 역제안을 들고 나오고 우리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실무회담에서 풀지 못한 난제들이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북한이 회담 제의를 거부하거나 회담에 나와서도 “남측이 먼저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 행위를 일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정부는 공언한 대로 ‘중대결단’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전·단수를 시작으로 공단 완전 폐쇄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의 자체가 개성공단 폐쇄를 염두에 둔 ‘명분쌓기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예고한 대로 ‘어린이 어깨동무’ 등 5개 민간단체가 신청한 분유, 이유식 등 14억 6900만원 상당의 인도지원 계획을 승인했다. 밀가루와 옥수수 등 식량이 포함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대북지원 신청 승인은 보류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부고] 원로 서예가 원중식씨

    [부고] 원로 서예가 원중식씨

    원로 서예가 남전(南田) 원중식씨가 27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72세. 1960~1976년 검여(劍如) 유희강 선생을 사사한 고인은 스승이 뇌출혈로 쓰러지자 수족이 되어 보필하고 그의 작품을 집대성했다. 고인은 도연명을 흠모해 20여년의 공직 생활을 접고 강원도 화진포에 정착해 서예에 정진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국전각학회 회장과 경동대 석좌교수 겸 문화원장, 국제서법예술연합 한국본부 자문위원, 예술의전당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후학 양성에도 힘써 시계연서회(柴溪硏書會)를 결성해 매년 전시회를 열고 꿈나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2008년 제1회 일중서예대상을 수상했다. 유족은 부인 강석인씨와 유정, 유련씨 등 1남 1녀.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30일 오전 10시 30분. (02)2072-2011.
  • [2013동아시안컵] 실험은 끝났다… 한·일전 ‘베스트 11’ 보여주마

    [2013동아시안컵] 실험은 끝났다… 한·일전 ‘베스트 11’ 보여주마

    “첫 승과 첫 골은 내게 그리 중요치 않다.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아는 게 더 중요하다.” 실험은 끝났다. 두 경기 연속 득점 없이 비긴 홍명보 감독이 오는 28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한·일전에서 총력을 다할 것임을 예고했다. 2013동아시안컵에서 승점 2(2무)에 머물고 있지만 홍 감독은 이범영(부산) 골키퍼를 제외한 22명의 엔트리를 전부 가동하며 실력 검증과 체력 안배를 마쳤다. 누구나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은 물론이다. 강한 압박과 촘촘한 짜임새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호주전, 답답한 공격에 압박마저 실종됐던 중국전을 거치며 나온 문제점을 보완한 ‘완성형 축구’를 보여줄지 기대감도 증폭되고 있다. 일본전은 ‘홍심’을 사로잡은 베스트 11을 엿볼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한·일전은 설명이 필요없다. 이번 대회는 내년 브라질월드컵에 나설 ‘옥석 가리기’ 의미가 크지만 일본과의 대결은 이겨야 본전일 정도로 부담스럽다. 한국은 일본과의 역대 전적에서는 40승22무13패로 앞서는데 최근 세 경기에서 무승(2무1패)으로 확 작아졌다. 마지막 대결이었던 2011년 8월 일본 삿포로 원정 때는 0-3으로 대패해 자존심을 잔뜩 구겼다. 동아시안컵에서 반드시 이겨 승부의 흐름을 되돌려야 한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 홍 감독으로서도 승리가 절실하다. 강력한 압박과 세밀한 패스플레이로 칭찬을 받았지만 고질적인 골 결정력에서는 진한 의문부호를 남겼다. 유럽파 공격수들이 빠진 것을 감안해도 두 경기 동안 날린 31개의 슈팅이 모두 빈 공이었다는 사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일본도 우리처럼 젊은 국내파 위주로 팀을 꾸렸다.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선수가 7명, A매치 경험이 없는 선수가 절반을 넘는 15명일 정도로 정상 전력은 아니다. 그러나 J리그 득점 공동 2위(12골)를 달리고 있는 도요다 요헤이(사간 도스), 득점 공동 5위(10골)인 가키타니 요이치로(세레소 오사카), 구도 마사토(우라와) 등은 경계 대상이다. 특히 가키타니와 구도는 중국전(3-3무)에서 골맛을 봤다. 홍 감독은 24일 중국전 후 “동아시안컵 1, 2차전을 통해 선수들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끝났다”며 일본전에서 최상의 스쿼드를 가동할 것을 예고했다. 포백 김진수(니가타)·김영권(광저우)·홍정호(제주)·김창수(가시와), 더블 볼란테 하대성(서울)·이명주(포항) 등 호주전에 나섰던 멤버들이 뼈대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날카로운 마무리를 못했던 공격진은 홍 감독의 새로운 고민거리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재발방지책 남북 현격한 입장 차… 나머지는 상당부분 접근

    재발방지책 남북 현격한 입장 차… 나머지는 상당부분 접근

    북한이 25일 개성공단 6차 실무회담에서 제시한 합의문안은 핵심 문제인 개성공단 재발방지책에서 우리 측과 현격한 입장 차를 보였다. 북한은 이날 새로 제시한 문안에서 “남측이 공업지구를 겨냥한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하면, 북측은 이상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한 출입차단, 종업원 철수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먼저 개성공단을 향한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접어야 자신들도 재발방지를 보장하겠다는 ‘조건부’ 합의문이다. 북한은 여섯 차례에 걸친 회담에서 시종일관 남측이 개성공단 폐쇄 수순을 밟으려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번 5차 회담에서 북측 박철수 수석대표가 “북악산(청와대 뒷산)정점이 대성산(북측의 혁명열사릉이 있는 곳)만큼 청아하고 맑은가”라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측 김기웅 수석대표는 “이 문구는 누가 봐도,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이렇게는(재발 방지를)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누가 봐도 이제는 출입 차단이나 근로자 철수 같은 문제는 없겠구나하고 인식할 수 있는 문구가 돼야 한다는 게 우리 측 입장”이라고 밝혔다. 북측은 이날 남측 기자실에 자신들이 제시한 합의문을 배포하며 이 문구를 삭제했다. 합의문에는 ‘북과 남은 개성공업지구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하며 그에 저해되는 일을 일절 하지 않기로 했다’는 문구만 담겼다. 회담 관계자는 “북측이 남측을 상대로 여론전을 펴기 위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문구를 일부러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순한 언동을 하지 말라는 내용은 북측이 우리 측 수석대표에게 직접 밝힌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재발방지책을 제외한 나머지 합의항은 우리 측 입장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개성공단 체류 인원의 안전 보장 ▲투자자산 보장 및 분쟁해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통행·통관·통신 문제 협의 ▲외국기업 유치 적극 장려 ▲개성공단 제품 제3국 수출 시 특혜관세 인정 등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과 국제화를 위한 방안을 모두 합의문에 담았다. 다만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 우리 측의 태도 변화를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김 수석대표는 “재발방지책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상당 부분 접근해 있었다”면서도 “가장 본질적인 재발방지 부분이 해결돼야 다른 부분도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논의를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동취재단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인사]

    ■감사원 ◇신규보임△감사청구조사국 대전사무소장 이상천<담당관>△결산 염호열△성과·제도 이주형△공보 이용출△법무 이진열△조정2 이범△심사2 이세열△심사3 이희두<감사교육원>△교육지원과장 최인수<감사연구원>△연구3팀장 박진원<파견>△정인소 황해식◇과장 <재정·경제감사국>△제1과 정상우△제2과 김영신△제4과 김동섭<산업·금융감사국>△제1과 현완교△제2과 박완기△제4과 박재신<국토·해양감사국>△제2과 김계중△제4과 유병호<공공기관감사국>△제1과 송윤근△제4과 백맹기<전략감사단>△제1과 김순식△제2과 홍영남△제3과 양은전<사회·문화감사국>△제2과 황규상△제3과 유종남△제4과 김상문<행정·안전감사국>△제1과 장난주△제2과 천광재△제3과 주영△제4과 송영소<지방행정감사국>△제3과 이병식△제4과 윤의식△제5과 황광돈<국방감사단>△제3과 홍성모<교육감사단>△제1과 이윤재△제2과 강민호<지방건설감사단>△제2과 김영석<특별조사국>△총괄과 윤승기△조사1과 신해철△조사2과 안상문△조사3과 박준홍△기동감찰과 최정운<감사청구조사국>△조사1과 이필광△조사2과 정태진△조사3과 이영갑<감찰정보단>△제1과 이재호△제2과 이종섭<공공감사운영단>△제2과 조웅길<감사교육원>△교육운영1과 구경렬◇담당관 <심의실>△조정1 안무열<심사관리관실>△심사1 정진석◇실장 <감사연구원>△연구기획 정광명 ■외교부 △주사우디대사 김진수△주시드니총영사 이휘진 ■법무부 ▶검찰직 승진 ◇일반직 고위공무원 <사무국장>△서울중앙지검 심순△수원지검 어방용△청주지검 정연익△울산지검 최원식△광주지검 전홍섭△전주지검 전수민△제주지검 양승각△부산동부지청 서무완◇부이사관 <사무국장>△고양지청 김정△대구서부지청 이재철△순천지청 신준호<대검찰청>△운영지원과장 신태선△집행과장 박유수<총무과장>△대전고검 윤득영△대구고검 김상수△중앙지검 전용학△부산지검 박영철◇수사서기관△법무부 검찰과 양우덕△법무부 범죄예방기획과(서울동부지검 검사직무대리) 정연철△법무연수원 연구개발팀장 임재성△대검찰청 검찰연구관 전병렬[사건과장]△대구고검 김성훈△부산고검 이두영△창원지검 박성익[검사직무대리]△서울북부지검 유병규△의정부지검 고석진△인천지검 박공우 최대진△수원지검 이길재△대구지검 강귀형△부산지검 최동순 정병옥△울산지검 박원길△광주지검 이홍룡[집행과장]△의정부지검 박대균△창원지검 김영일△전주지검 박귀원△제주지검 기성호[마약수사과장]△인천지검 곽대규△부산지검 임환용[사무과장]△강릉지청 최병훈△천안지청 강용경△목포지청 정회덕△정읍지청 이종완[총무과장]△청주지검 이상무△대구지검 이원철△울산지검 김태경△창원지검 박형석△순천지청 이충기△전주지검 조연기[수사과장]△울산지검 김주태[공안과장]△울산지검 전덕진▶검찰직 전보 ◇일반직 고위공무원 <사무국장>△서울고검 홍성환△대전고검 정형영△대구고검 김규△부산고검 원용인△서울남부지검 구자익△서울북부지검 김진우△서울서부지검 고만상△의정부지검 안창환△춘천지검 이길형△대전지검 임건상△대구지검 석기환△부산지검 엄익삼△창원지검 정병호◇부이사관 <사무국장>△부천지청 최석봉△성남지청 김종복<총무과장>△서울고검 유승준△부산고검 박상욱△광주고검 장영관◇수사서기관△법무과 노희동<대검찰청>△운영지원과 이갑수△관리과장 김태원△범죄정보기획관실(전남도 협력관) 조성현△감찰2과 신순구<서울고검>△사건과장 김천관△관리과장 김붕회△소송사무제1과장 오종운<광주고검>△사건과장 김길성<서울중앙지검>△사건과장 문현철△집행제1과장 장인△집행제2과장 백운기△기록관리과장 임성일△형사증거과장 이상길△공안과장 이진원△수사제1과장 복두규△수사제2과장 박동묵△수사지원과장 박치환△마약수사과장 배경환△공판과장 장진건△검사직무대리 이은상<서울동부지검>△총무과장 권태균△사건과장 김형수△조사과장 김성도△검사직무대리 김용욱<서울남부지검>△집행과장 최정환△수사과장 김승현△검사직무대리 이헌<서울북부지검>△총무과장 오수남△집행과장 서창원△조사과장 천영수△검사직무대리 이상남<서울서부지검>△총무과장 윤진웅△조사과장 유재성△수사과장 표선억<의정부지검>△사건과장 박순우<인천지검>△총무과장 원응복△사건과장 정강영△집행과장 이무중△수사과장 허웅<수원지검>△총무과장 허섭△집행과장 한생일△수사과장 여기열△조사과장 이학철△공판송무과장 이영표△검사직무대리 김정기△성남지청 수사과장 이환규△성남지청 검사직무대리 장정호△평택지청 사무과장 손상채<춘천지검>△총무과장 김호민△사건과장 방극민<청주지검>△사건과장 김정봉△집행과장 김성식△수사과장 신윤식△검사직무대리 정진영△충주지청 사무과장 양상승<대구지검>△사건과장 구대원△집행과장 서인환△조사과장 김형동△경주지청 사무과장 하석모<부산지검>△집행과장 박규종△기록관리과장 구자승△수사과장 김의곤△수사지원과장 강팔성△범죄정보과장 강정춘△조직범죄수사과장 김태진△공판과장 박봉희△부산동부지청 총무과장 신현성△부산동부지청 수사과장 최석두<울산지검>△사건과장 최영식<창원지검>△수사과장 윤태수△조사과장 류경철△마산지청 사무과장 배종궐△통영지청 사무과장 김종일<광주지검>△총무과장 위형량△집행과장 이득수△조사과장 윤종식<전주지검>△사건과장 이민규△수사과장 조병모<제주지검>△총무과장 노봉근△사건과장 강재성△수사과장 홍현기▶출입국관리공무원 ◇고위공무원 승진△국적·통합정책단장 김창석◇부이사관 승진△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장 박규범◇부이사관 전보△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장 박찬호 ◇서기관 승진△법무부 출입국심사과 이진곤△법무부 외국인정책과 김현채<출입국관리사무소>△인천공항 총무과장 이상랑△서울 총무과장 안석규△서울 관리과장 김병조◇서기관 전보△법무부 이민조사과장 이세윤<출입국관리사무소>△인천공항 지원국장 석태근△인천공항 심사국장 김진영△서울 이민특수조사대장 이진환△부산 관리과장 한상천<출입국관리사무소장>△김해 김광효△대전 박상훈△양주 양차순△울산 유재호△김포 김민수△창원 정수동△춘천 전달수△청주 이동권△전주 김정도<외국인보호소장>△화성 김삼준△청주 육승훈 ■법제처 ◇일반직 고위공무원 파견△국회사무처 법제실 정의방◇서기관 전보△법제지원단 법제관실 문민혜 ■국회사무처 ◇관리관 <승진>△법제실장 김병선◇이사관 <승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 박용수△관리국장 이계인△경호기획관 박출해<전보>△특별위원회 전문위원 정창모<파견복귀>△의정연수원 교수 박기영△국회사무처 이민섭<파견>△국가정보원 이수용◇부이사관 <승진>△충남도(파견) 배종학△경북도(파견) 권태현△기획예산담당관 송수환△국제회의과장 강대훈△인사과장 장지원[입법조사관]△국토교통위원회 김남곤△법제사법위원회 김병천◇부이사관 <전보>△경제법제심의관 고상근△미국(뉴욕) 주재관 박희석△의정종합지원센터장 임석순[입법심의관]△국회운영위원회 조기열△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승재△정보위원회 남원희△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장대섭△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박장호[과장]△관리 진선희△복지여성법제 김대형<전입>△감사담당관 임재봉△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입법조사관 최용훈<파견>△한국개발연구원 권영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계준호△제주도 정연호◇서기관 <승진>△법제사법위원회 입법조사관 김상범△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입법조사관 박제성△법제총괄과 법제관 구본근△입법정보화담당관실 김혜미 김진홍△국립국어원(파견) 정순화△의회방호담당관실 노형래<전보>△공보담당관 최기도△러시아 주재관 김민엽△의전과 김민재 제민△의회경호담당관실 최오호[입법조사관]△안전행정위원회 조문상△보건복지위원회 김세현△법제사법위원회 이현경[과장]△사법법제 조대희△아시아태평양 오웅<전입>△법제연구과 법제관 강준희[입법조사관]△산업통상자원위원회 서재만△기획재정위원회 예승우△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승△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이강혁△보건복지위원회 권아영△외교통일위원회 김형진<파견복귀>△국방위원회 입법조사관 하서룡 임명현△입법정보화담당관 황승기<파견>△국가정보원 장영복<복직>△정무환경법제과장 이화실 ■국회예산정책처 ◇관리관 <승진>△예산분석실장 김수흥◇부이사관 <승진>△경제예산분석과장 정환철△행정사업평가과장 조신국◇과장 <임명>△경제정책분석과장 연훈수△재정정책분석과장 김대철◇서기관 <승진>△행정사업평가과 사업평가관 김성수[예산분석관]△법안비용추계2과 임금△사회예산분석과 김경원<전보>△경제예산분석과 예산분석관 현승철<전입>△기획협력담당관 정경윤 ■국회입법조사처 ◇관리관 <승진>△정치행정조사실장 문병철◇이사관 <승진>△기획관리관 이정화◇부이사관 <승진>△총무담당관 장태백△기획협력담당관 최선영<전입>△법제사법팀장 박종희◇서기관 <승진> [입법조사관]△법제사법팀 서창식△산업자원팀 유재민△보건복지여성팀 김익두<파견복귀>△국토해양팀장 정대영<전입>△재정경제팀장 정지은 ■제주도 △정책조정관 위영석◇지방부이사관 승진△도시디자인본부장 직무대리 현병휴△전국체전기획단장 직무대리 이중환△민군복합형관광미항추진단장 김용구△감사위원회 사무국장 강문실△신공항건설추진단장 직무대리 이용철△골목상권살리기추진단장 직무대리 양경호◇전보 <지방부이사관>△기획관리실장 오홍식△문화관광스포츠국장 강승수△보건복지여성국장 이명도△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장 현을생△제주시 부시장 정태근△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장 김봉찬△제주테크노파크 오정숙△제주발전연구원 오태문△국회사무처 고경실△기획재정부 강성후<서기관>△제주도관광공사 홍봉기△정책기획관 조상범△안전총괄기획관 김남근△농업기술원 강성근△예산담당관 강왕진△국제자유도시과장 김정학△보건위생과장 강동호△도의회 사무처 홍성익△농업기술원 농산물원종장장 송승운△인재개발원 평생교육과장 김우길△문화예술진흥원장 이행수△민속자연사박물관장 윤엄석△서울본부장 박홍배△감귤출하연합회 고경윤△제주개발공사 허법률△제주에너지공사 이성호△제주의료원 김동화△서귀포의료원 정순일<승진>△감사위원회 조사과장 현철영<과장 직무대리>△환경관리 현수송△미래전략산업 현근협△기업지원 박용모△식품산업 강인성 ■세종대 △교학부총장 김광희△교무처장 엄종화△법무감사실장(자유전공학부장 겸임) 이재교△경영전문대학원장(경영대학장·대외부총장 겸임) 전용욱△국제교육원장 곽은주△비전2020위원회 위원장 김한수 ■서울대치과병원 △진료처장 장기택◇실장△기획조정 이용무△교육연구 금기연△홍보 명훈 ■금융결제원 ◇부장△지로업무 김승호△전자인증 김연수△IT기획 조화건◇실장△e사업전산 박순만△스마트금융 정대성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 정영택△인재개발원장 최창복△금융시장부장 김남영△준법관리인 김한중△국민계정부장 조용승△금융통계부장 정준△금융통화위원회실장 전승철 ■하나금융지주 ◇부장△협력지원팀 조영렬△경영지원팀 이후승△글로벌성장전략TFT 황용주△정보전략팀 민석완 ■하나은행 ◇승진 <지점장>△대명동 김강석<기업금융전담역(RM)>△삼성센터 김보형△대전기업금융센터 윤준상△양재동 이영준△소공동 장이욱△강남PB센터 김현규△아시아선수촌PB센터 김연주◇전보 <부장>△IT보안 안재훈△외환파생상품운용 오세훈△영업1 윤원로△서민금융 이영주△기업여신지원 이한우<지점장>△강남대기업센터 강호경△경희대국제캠퍼스 강환주△학익동 김관회△송이 김규배△마두역 김문영△강남기업센터 김상윤△공릉동 김영진△수지성복 김용술△범어동 김재근△청량리 김재옥△공동중앙 김종순△구포 노익재△등촌동 문승선△대청역 박병무△반포중앙 박조미△중계동 소광섭△초량 송형두△동성로 신현보△오목교 안방수△인하대 안재동△일원동 안주영△강남 오경창△신정동 오미라△이촌중앙 윤선종△방이동 윤일희△서초남 이성희△범일동 이자늠△서초중앙 이지현△연신내역 이학진△신마산 임현용△원주 전명권△제천 정신조△미금역 정종수△구로 정현숙△길음뉴타운 조두희△마산 최주현△응봉삼거리 허재호△중앙기업센터 김정훈<지점장 겸 기업금융전담역(RM)>△잠실역 구한모△동수원 김욱한△논현역 김찬식△트윈타워 박용권△오산 손종하△테헤란로 유승엽△공덕역 이무성△광주 정민식<기업금융전담역(RM)>△두산타워 김동준△기업여신지원부 김원평△강남기업센터 RM2팀 신동열△강남중앙RM팀 양기동△무역센터 이병현△남동중앙 천용암△가좌공단 박재복△삼성동 박준석△당산동 서영주△테헤란로 전상윤 ■KB국민은행 ◇승진 <부장>△투자금융 차인현△IT채널개발 안병근◇전보 <부장>△경영감사 이명철△글로벌사업 조찬형△리스크관리 나찬휘△사회협력 박종각△스마트금융 이민수△신용감리 김채곤△신용리스크 김기현△영업감사 최근호△영업기획 이환주△영업지원1 박정운△영업지원2 허진△외환업무 허제량△재무기획 서남종△정보개발 이청하△주택기금 임우남△준법지원 김기영△증권대행 김명원△총무 신석우△IT기획 윤영환△IT운영 이호준<조사역>△비서실 양용현<센터장>△자금운용지원 박찬용
  • 에너지 사랑실천 제1회 한-스타 정부부처 연예인 야구한마당 열린다

    에너지 사랑실천 제1회 한-스타 정부부처 연예인 야구한마당 열린다

    전력난 해소를 위한 ‘에너지 사랑 실천’ 캠페인의 일환으로 정부 부처와 연예인 간 야구 경기가 처음으로 열린다. ‘에너지 사랑실천, 제1회 한-스타 정부부처 & 연예인 야구한마당’ 경기가 28일 경기도 양주시 백석생활체육공원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개막 경기는 오전 10시 국토교통부와 ‘공놀이야’ 팀, 오후 2시 산업통상자원부와 ‘알바트로스’팀, 오후 4시 안전행정부와 ‘개그콘서트 메세나’팀이 맞붙는다. 정부 부처 중에는 감사원, 문화관광부, 안전행정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농림축산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양주시청 등 총 10팀의 정부 부처 공무원 야구선수들이 나선다. 또 연예인 팀에서는 ‘공놀이야’에 가수 홍서범, 배우 이근희, 김용희, 김명수, ‘알바트로스’에는 오지호, 조연우, 김성수, 김성민, ‘개그콘서트 메세나’에서는 정태호, 박성광, 김대성, 이상민, 이상호 등 개그맨들이 출동한다. ‘조마조마’는 장진 영화감독과 박광수, 배우 이종원, 강성진, 가수 성대현, 임태경, ‘이기스’는 배우 송창의, 오만석, 박재정, ‘그레이트’에는 김수로, 서지석, ‘재미삼아’는 안재욱과 차태현, ‘외인구단’에는 개그맨 김현철, 이휘재, ‘개구쟁이’에는 변기수, 윤형빈, 이용진, 문세윤 등이 속해 있다. ‘스마일’에는 개그맨 이봉원, 지상렬이 활동하고 있다. 20개팀은 두 조로 나뉘어 토너먼트로 28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경기를 치르게 된다. 이번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스타미디어가 주관하며 에너지관리공단, 양주시, 게임원, BMC, BH plus, 양주예스병원이 후원한다. 한편 박력 있는 시구로 ‘홍드로’라는 별명까지 얻은 배우 홍수아가 이번 행사에서 오랜만에 야구공을 잡고 시구자로 나서게 될 예정이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필리핀 7000여개 섬 중 가장 낭만적인 섬 보라카이

    필리핀 7000여개 섬 중 가장 낭만적인 섬 보라카이

    지도에서 그 섬을 찾기란 쉽지 않다. 너무 작아 그려 넣을 수 없었기 때문일 터다. 하지만 명성은 대단하다. 고운 모래와 파란 바다를 꿈꾸는 세계인들의 시선이 쉼 없이 쏟아진다.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에서도 가장 낭만적이라는 상찬을 받는 섬, 보라카이다. 전 세계 여행 가격을 비교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7월 중순을 기준으로 동남아 유명 휴양지의 체재 비용을 조사해 최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00만원 이하의 예산으로 일주일간 남부럽지 않게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곳’ 가운데 1위가 보라카이였다. 일주일간 머물 경우 여행 경비는 약 60만원 선이었다. 한국인의 필리핀 수요가 늘고, 많은 항공사들이 신규 취항하거나 증편하면서 항공권 가격이 낮아진 게 주요 원인이라고 이 사이트는 분석했다. 쉽게 정리하자. 보다 저렴한 예산으로, 필리핀의 섬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낭만적인 섬으로 꼽히는 보라카이에서, 남부럽지 않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보라’는 현지어로 바람, ‘카이’는 벽을 뜻한다고 한다. ‘바람을 막아주는 섬’이라는 뜻이다. 풍수지리에 문외한이더라도 이게 ‘명당’을 뜻하는 말이란 것쯤은 단박에 알 수 있다. 실제 지도를 봐도 보라카이는 비사야 제도의 여러 섬들 사이에 안온하게 자리 잡고 있다. 보라카이의 매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밭, ‘크리스털 블루’로 표현되는 물빛, 그리고 사방을 주황빛으로 물들이는 강렬한 해넘이 풍경이다. 섬의 둘레는 12㎞다. 한데 해변 길이가 7㎞다. 섬이 곧 해변이나 다름없다. 높은 건물도 없다. 섬의 건축규제가 무척 ‘생활밀착형’이기 때문이다. 코코넛 나무 크기 이상의 건물은 지을 수 없단다.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라는 뜻이다. 파도가 밀려오는 지점을 기준으로 300m 이내에도 건물을 지을 수 없다. 우리나라였다면 벌써 고슴도치처럼 건물들이 솟구쳤을 터. 보라카이는 그래서 더 넉넉하게 느껴진다. 보라카이가 세계적인 관광지 반열에 오른 데는 화이트 비치가 큰 몫을 했다.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이 화이트 비치를 세계 3대 해변으로 선정한 이후 세계인들의 관심이 급격히 쏠렸다. 화이트 비치의 자랑은 희고 고운 모래밭이다. 무려 4㎞에 걸쳐 뻗어 있다. 현지 주민들은 산호초가 부서진 모래라 맨발로 다녀도 뜨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화이트 비치의 모래를 해변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건 금지돼 있다니 주의해야겠다. 너른 모래밭 너머로는 파란 바다가 넘실댄다. 섬에서 멀어질수록 바다는 연둣빛에서 초록과 짙은 파란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화이트 비치는 ‘발라바그 비치’와 ‘불라보그 비치’를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발라바그 비치엔 3㎞ 길이의 모래 해변을 따라 리조트와 레스토랑 등이 늘어서 있다. 불라보그 비치는 수심이 얕아 카이트 보딩과 윈드 서핑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 섬 북쪽 끝의 ‘푸카 셀 비치’는 호젓하게 해수욕을 즐기기 좋은 곳. 호객꾼이나 상점 등이 드물고, 야자수 숲에 둘러싸여 한결 조용하다. 어로 작업을 준비하는 원주민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기 때도 비교적 바람과 파도가 잔잔한 편이라고 한다. ‘호핑투어’(hopping tour)도 인기다. 섬과 섬을 뛰듯이(hop) 넘나들며 낚시와 스노클링, 스킨스쿠버 등 해양 레포츠를 즐긴다. 필리핀의 전통배 ‘방카’로 섬 주변을 일주하다 포인트에 정박 후, 배 위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예전부터 ‘다이빙 포인트’로 명성을 날렸던 곳이니 만큼 스노클링은 반드시 체험하는 게 좋겠다. 작고 앙증맞은 열대어들의 유희를 보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만 단순히 ‘체험’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충분히 즐기려면 미리 가격협상을 해두는 게 좋다. 저녁이 되면 화이트 비치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저 유명한 ‘일몰’을 보기 위해서다. 누가, 어떤 카메라로 찍어도 작품이 되는 매력적인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마닐라에선 인트라무로스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1571년 스페인 정복자들이 세운 성벽 도시로, 당시 정치·군사·종교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군사 요충지였던 산티아고 요새,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마닐라 대성당 등이 5.4㎞ 길이의 성벽 안에 빼곡히 들어찼다. 특히 마닐라 대성당은 꼼꼼하게 둘러보는 게 좋겠다. 1581년에 건축된 이후 전란과 대지진 등을 겪으면서도 432년을 견뎌낸 교회다. 인근에 스페인 식민 역사가 서린 리잘 국립공원도 있다. ■여행수첩 ▲화폐는 페소를 쓴다. 1페소는 약 26원. 소액권을 많이 환전해 가는 게 좋다. 팁을 주거나 물건값 등을 계산할 때 요긴하다. 공항이용료(550페소)는 반드시 현금으로 준비해야 한다. 국제선 출국 시에만 받는다. ▲필리핀에선 우리나라 여름 휴가철인 7~8월이 우기다. 이 기간에 필리핀을 방문하는 한국 여행객들이 다수지만, 다른 기간에 찾는 이들도 점차 느는 추세다. ▲필리핀 항공이 인천~보라카이(칼리보) 직항노선에 25일 재취항한다. 인천에서 매일 오전 8시 30분 출발해 점심을 보라카이에서 먹을 수 있는 일정이다. 인천에서 칼리보까지는 약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칼리보 공항에서 카티클란 항구까지 버스로 1시간 30분쯤 이동한 뒤 필리핀 전통 배 ‘방카’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보라카이 섬이다. 부산에서도 칼리보까지 직항편이 운항된다. 필리핀항공 1544-1717. 현지에선 온필(www.onfill.com)이 운영하는 라운지를 찾을 것. 무료 인터넷폰 전화와 아이패드 인터넷 서핑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각종 레포츠 프로그램 예약도 할 수 있다. ▲보라카이에선 트라이시클이 주요한 이동 수단이다. 일종의 택시인데, 탑승 전 가격 흥정을 잘해야 한다. 예컨대 시내 숙소에서 푸카 비치까지는 왕복 150페소 정도가 적당하다. 지불 수단이 달러가 아닌 페소라는 것도 분명히 해둬야 한다. 글 사진 보라카이·마닐라(필리핀)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한글과 그림으로 ‘새김아트’ 개척한 현대 전각예술가 고암 정병례

    [김문이 만난사람] 한글과 그림으로 ‘새김아트’ 개척한 현대 전각예술가 고암 정병례

    영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버나드 쇼의 묘비에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우리말 ‘새기다’는 참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가슴에 새기다’ ‘마음에 새기다’ ‘아로새기다’ 등의 뜻도 있지만 어떤 무늬나 글자, 형상을 정교하게 새긴다는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하여 물 위에, 달빛에, 시공을 뛰어넘어 삼라만상의 모든 유형과 무형에 새로운 생명을 얼마든 새겨 넣을 수 있다. 어떻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담아서다. 끝없는 상상력으로 허상과 실상을 아름답게 조화시킨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 정(靜)에서 동(動)으로 변화시킨다. 이른바 ‘새김아트’이다. 고암 정병례(66)는 전통 전각의 틀을 깨고 ‘새김아트’라는 새로운 예술분야를 개척한 주인공이다. 전통 전각예술을 문자와 디자인을 조합해 재해석한 현대 전각예술가, ‘새김아티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특징은 물질적인 요소와 정신적인 요소들을 포함해 포괄적인 개념으로 접근, 문자와 회화 등의 기법이라는 새로운 전각예술의 장르로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이 대중들에게 익숙한 것은 1999년 지하철 역사 게시판의 ‘풍경소리’를 비롯해 KBS 드라마 ‘왕과 비’와 ‘광개토태왕’ 등의 타이틀, MBC 방송연예대상 오프닝, 서울드라마어워즈 무대세트, 2008 베이징올림픽 타이틀 애니메이션(MBC) 등 각종 이벤트와 제품의 로고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그는 35차례의 개인전과 110여 차례의 단체전을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꾸준히 선보여 왔으며 특히 전각과 설치미술, 애니메이션, LED 등과 결합한 독특한 기법으로 끊임없이 예술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각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결합한 ‘아날로 디지털’로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중국과 타이완, 일본 등 우리나라보다 전각이 훨씬 발전한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대 법대, 그리고 여러 지자체에 소장돼 있으며 국내의 주요 인사는 물론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등 여러 외국의 인사들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아울러 ‘천년의 멘토 고전을 만나다’, ‘마음새김’, ‘풍경소리’ 등 여러 권의 저서를 내는 등 글과 그림 외에도 ‘생각’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이자 전시실인 ‘새김아트’에서 정씨를 만났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 세종대왕과 한글을 형상화한 작품 ‘하늘땅사람물불바람’이 눈에 들어왔다. 가로 36㎝, 세로 80㎝, 두께 11㎝의 돌에다 깨알같은 한글을 새겨 넣었다. 상형문자나 알파벳과는 달리 한글의 글씨 획을 축약하거나 중첩시켜 미니멀하고도 모던한 이미지와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왔다. 바로 옆에 진열된 비슷한 크기의 작품 ‘한글 금강경’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한글과 그림을 조화한 예술적 승화 작업에 얼마나 천착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잠시 후 전시실 앞마당에 작은 탁자와 의자가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탁자 위에 이상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아무리 봐도 알 수 없었다. 궁금해하자 그는 탁자 위의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우리 한글의 자모 가운데 ‘ㅅ’을 중앙에 놓고 그 사이로 물고기 두 마리를 새겨 넣었다”면서 설명을 이어나간다. “색즉시공과 공즉시색을 나타낸 것입니다. 둘(ㅅ, 물고기)다 물질과 정신세계이며 현재와 미래, 음과 양, 허와 실을 뜻합니다. 허에서 실이 나오고 공에서 색이 나옵니다. 또 무에서 유, 음에서 양이 나오는 것이지요. 그걸 한꺼번에 새겨 넣은 셈이지요. 이것이 바로 개념미술입니다.” 비단 ‘ㅅ’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잠시 일어서더니 주변에 흩어진 비슷한 크기의 여러 탁자들을 가리킨다. ‘ㄷ’ ‘ㅈ’ ‘ㅊ’ 등 한글 자모를 통해 그의 개념미술은 연작시리즈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까닭을 물었더니 “세종대왕처럼 세계에서 위대한 인물이 없다. 인문학적 소양이 너무 뛰어나다”고 대답한다. 또한 “오로지 한글만을 생각한 세종대왕을 떠올리면서 한글로 온몸을 토체화한 ‘하늘땅사람물불바람’을 완성했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한글, 그림, 조각(인물)이 합쳐진 ‘한글 새김아트’ 작품으로 세계 무대에 내보이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작업에는 한류스타를 앞세우겠다며 웃는다. 때문에 요즘 적당한 한류스타들의 캐릭터를 끄집어 내느라 바쁘단다. 한글과 한류스타를 어떻게 접목시킬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가 추구하고 지향하는 ‘정고암의 새김아트’란 어떤 것일까. “암각화, 초형인, 민화 등 각각의 스토리텔링에다 단순미와 색채의 미학을 확대 재해석한 한국적 정서의 현대 종합예술”이라고 정의한다. 암각화는 원시사회의 친자연적 삶을 반영하고 있으며 순수한 자연인의 시선과 감성으로 수많은 스토리를 내포하고 있단다. 또 초형인은 동물이나 사물을 관념적 또는 추상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드는 형식이라고 설명한다. 물상뿐만 아니라 마음에 새기는 것 또한 ‘정고암 스타일’이다. 오늘은 시 한 자락, 내일은 농담, 모레는 세상에 대한 일갈을 돌 위에 올려놓는 ‘마음새김’인 것이다. “소문을 듣고 제가 하는 새김아트를 보기 위해 중국과 일본, 타이완 등의 전각 예술가들도 전시장에 왔다갔습니다. 전각을 이렇게 다양하게 확장시킬 수 있구나 하는 부분에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 전남 나주 출신인 그는 어릴 적에 연이나 팽이를 만들고 부채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가난 때문에 미술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찍 공장에 취직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재능을 포기할 수 없었다. 미술 전시 구경을 가는 날이면 가슴이 마구 뛰었다. 그때마다 나중에 꼭 예술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노래솜씨가 좋아 한때 주위에서 가수를 권유받을 만큼 다재다능했다. 의류공장에 다니던 27살 때 우연히 마주친 한 인장(印章)에서 어떤 운명같은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인장은 왜 아랫면에만 새길까’라는 물음표를 던지면서 위아래, 옆면을 다 새기는 ‘3D입체’의 전각을 생각해 냈다. 이때부터 전각을 찾아나섰다. 전각에 관련된 자료를 뒤져가며 독학으로 각법을 익혀 나갔다. 원래 타고난 솜씨가 있던 터라 글씨와 그림, 조각이 어우러지는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1983년 한국전각가회장을 역임했던 정문경 선생을 만나면서 정식으로 전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아울러 먹물이나 인주로만 찍어 흑백과 빨간색 위주로 표현하던 전각에 아름다운 오방색을 입혔다. 글자뿐만 아니라 그림도 새겼고 한글의 아름다움에 점점 빠져들어 갔다. 마침내 42살 때 첫 전각전시회를 하면서 본격적인 전각예술가의 길로 들어섰다. 45살에는 대한민국미술대전과 서예대전에서 각각 우수상을 받으면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전각예술의 대중화와 현대화를 시도하는 그의 예술적 행보에 대해 ‘정통이 아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대중을 전통예술 세계로 끌고 가려면 전통예술가도 대중성과 현대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면서 “수백년 전 예술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보다는, 현대의 새 패러다임을 새겨 넣는 게 진정한 전통계승이 아니냐”고 말한다. 2011년 한양대박물관에서 열린 ‘전각예술의 현대적 변용과 활용’이라는 전시를 통해 이 같은 비판을 잠재우며 ‘새김아티스트’로 확실한 도장을 찍었다. 조선왕조 오백년 작가 신봉승씨는 “정병례 선생은 글자뿐만 아니라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그림까지 포함하는 회화성 미학으로 승화되는 정병례 특유의 세계를 확립했다”고 정씨의 저서 ‘마음새김’ 추천사를 통해 평가했다, 그는 전각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3류도 아닌 5류 인생을 살았다고 말한다. 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데다가 학연이나 지연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시작했으며 본질적으로 자존감을 찾고자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처음에는 외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과거에는 혼자 무대를 만들고, 혼자 무대 위에서 배우가 됐으며, 혼자 관객이 됐다. 이제는 무대도 있고 관객도 있다. 앞으로는 연주만 하면 되지 않겠느냐, 그래서 한류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말했다. 선임 기자 km@seoul.co.kr ■고암 정병례는 독학으로 전각 공부·42살 첫 전시회… ‘새김 아트’ 창시자 전라남도 나주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서예와 그림 등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공장에 취직했다. 20대 중반 인장작업을 우연히 접하고 독학으로 전각 공부를 했다. 42살에 처음 전시회를 열었다. 이후 35회 개인전과 110여회 단체전에 참여했다. 최근 전시로는 광화문 세종이야기(2009년), 전각의 현대적 변용과 활용 새김아트(2011년, 한양대박물관), 한글 디자인 4인전(2011년, 토포하우스) 등이다. 주요 경력으로는 서울시립미술관 초대작가 겸 선정위원(1993년), 한국미술협회 초대작가(1996년~현재), 인천 가톨릭대 겸임교수(1998~2000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전각부분 심사위원장(2001년), 초중고 국정교과서 작품수록(2002년~현재), 새김아트 창시(2006년), 서울예술대학 시각디자인과 외래교수 역임(2008년), 한국미술저작권협회 이사(2009년~현재), 극동대학교 환경디자인과 교수(2011년~현재) 등이다. 주요 수상으로는 대한민국미술대전·대한민국서예대전 전각부문 우수상(1992년), 동아미술제특선(1993년), 전연대상전 대상(1993년), 대한민국 4대 국새공모전 인면부 우수상(2006년) 등이다.
  • [위클리 포커스] 교황이여, 굽어살피소서 민주화 목마른 중남미를

    [위클리 포커스] 교황이여, 굽어살피소서 민주화 목마른 중남미를

    로마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첫 중남미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축제인 세계청년대회(WYD) 참석차 22일 브라질을 방문했다. 2012년 말 현재 1억 6478만 명의 신자를 지닌 세계 최대의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교황이 지난 3월 즉위한 이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국제 행사다. 특히 교황은 최근 잇따른 반정부 시위 등으로 ‘열린 민주화’에 목마른 중남미 국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을 것으로 보여 전 세계가 교황의 방문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 파라과이, 칠레 등 중남미 곳곳에서는 정치권의 부정부패 척결과 공공서비스 개선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계속되는 시위에도 대답 없는 정부에 지친 중남미 국민들은 빈민층에 대한 관심과 소탈한 태도로 대중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해 온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교황은 이번 브라질 방문시 신자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소통하기 위해 방탄유리로 둘러싸인 교황 공용차 대신 지붕이 없는 무개 차량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교황청이 브라질 전역을 휩쓴 시위가 교황이나 가톨릭 교회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정부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최근 잇따른 반정부 시위로 치안이 불안한 상황에서 교황의 방문에 맞춰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만 2000여명의 병력을 요소에 배치하는 등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의 폐쇄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가톨릭계 소식을 알려온 교황청은 이번 대회에서 신자는 물론 일반인들과 파격적인 소통에 나선다. 교황청은 TV, 라디오,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이번 대회를 시청하거나 교황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하는 신자들에게 죄로 인해 받아야 할 벌을 모두 사면받는 전대사(全大赦)를 베풀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1일(현지시간)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아파레시다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100만여명의 청년들과 함께 ‘십자가의 길’ 행사를 하는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교황은 과라치바 지역에 마련된 캄푸스 피데이에서 청년들과 함께 밤샘 기도를 한 뒤 28일 폐막 미사를 주례하고 로마로 떠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용어 클릭] ■세계청년대회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젊은이들의 신앙을 독려하기 위해 1984년과 1985년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 세계 각국의 젊은이를 초대한 일이 시초가 됐다. 1회 대회는 1986년 로마에서 열렸으며, 이후 2~3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순례는 안단테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순례는 안단테

    Pilgrimage 길 위를 걷는 자에게 서두름은 독이 될 뿐이다. 순례자임을 표시하는 가리비 하나 달고 마음을 의지할 지팡이 하나 짚고 걸음을 내딛는다. 느릿하게 울리는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步行記. 순례가 범람하는 시대에 길을 나서다 분명한 건 ‘철학’도 유행을 탄다는 점이다. 많이 생산하고 빨리 소비하는 게 절대적 선으로 여겨졌던 세상에 반기를 드는 가치들이 출현하고 있다. 버리고 줄이고 좁히고 늦추겠노라고 선언한 사람들은 웰빙을 부르짖고 로하스, 다운시프트 같은 삶의 방식을 발 빠르게 차용했다. 그에 따라 여행 철학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정복한 나라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공한 해외여행이라고 자부했던 때도 있다. 밤낮없이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하는 여행에서 이제는 되도록 천천히, 느리게 여행하자 한다. 때마침 ‘걷기 여행’은 강력한 트렌드가 되었고 ‘산티아고 순례길’은 맞춤형 소비재가 되어 빠르게 소모돼 갔다. ‘그럴듯한 새로움’을 갈구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순례는 구미 당기는 소재였으리. 서점에 넘쳐나는 순례 에세이들, 열흘짜리 순례길 맛보기 여행상품까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한 유행 앞에 순례의 본래 의미나 목적은 사장된 듯했다. 그래서였나. 내 딴에 순례란 단지 시대의 산물에 불과할 뿐이고 유행이 식으면 그 다음 주자에게 자리를 넘겨주어야 할 위태로운 ‘전염’이라 취급했으니. 이제야 심성이 삐딱한 여행자였노라고 인정해야 할 듯하다. 한 해 몇천명의 순례자들이 거쳐 가는 프랑스 남부 미디피레네Midi-Pyrenees 순례길에서 길의 매력에 전염되다 못해 여행 후 강력한 후유증까지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번 여행기는 기도문이 될 것 같다. 나처럼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에만 있는 줄 알았던 여행자가 있다면 그 오만으로부터 얼른 구원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가리. 말뿐인 순례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나는 ‘순례’를 알지 못했다. 그 길 위를 걷기 전까지 말이다. ▶미디피레네 Midi-Pyrenees 프랑스, 안도라공국, 스페인에 걸쳐 있는 피레네산맥 일부 지역에 위치한 프랑스 남서부 주. 주도인 툴루즈Toulouse는 파리에서 남쪽으로 680km 떨어져 있다. 프랑스에서 만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수만 갈래다.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른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St.James. 그가 묻힌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 수도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에 이르는 모든 길은 순례길이다. 야고보를 찾아가는 길에는 축복과 기쁨보다는 성자를 향한 연민과 참회가 가득하다. 성자를 지키지 못한 신도들의 원죄가 깊고도 깊기 때문이리라. 야고보는 예수 사후 이스라엘에서 참수를 당했는데 신도들은 성자의 억울한 죽음을 맞고도 그의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 유해를 싣고 스페인으로 향하던 배가 난파된 것. 9세기 들어서야 발견된 그의 시체는 그간의 험난한 여정을 증명하듯 노오란색 가리비가 다닥다닥 붙은 채였다고 한다. 뒤늦게 야고보의 묘지 위에 성당을 짓고 증축을 거듭해 산티아고를 조성했다. 그들이 성지를 세우는 것만으로 미안한 감정을 달랬다면 오늘날의 순례길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성직자와 신자들은 단지 그의 묘를 참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가리비를 머리에 달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성 야고보처럼 길을 나섰다. 아무리 구불구불한들, 제 아무리 험준하다 한들 당신이 걸음을 내딛으면 나만의 참회와 구원이 담긴 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알고 보면 ‘산티아고 순례길’이 일반인에게까지 유명세를 떨친 건 최근의 일. 파울로 코엘료가 <순례자>를 집필하면서 전세계적인 열풍을 낳은 산티아고 순례길은 제주 올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올레가 ‘휴식’이라는 이미지와 맞물린다면 산티아고 순례길은 ‘고난’으로 수렴된다. 현재 유럽에는 12갈래의 대표적인 순례길이 있는데 순례자 10명 중 8명은 일부러 프랑스 남부서부터 일정을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는 험준한 길을 택한다. 놀멍쉬멍 걷든 지팡이를 짚고 걷든 ‘걷는다’는 행위는 동양과 서양 어디서든 구도의 길과 이어지나 보다. 고단한 순례자의 안식처 콩크Conques 모든 순례길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로 통칭되는데 프랑스 남부도시 생장 피드 포르에서 출발해 스페인 북부를 횡단하는 루트가 가장 유서 깊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걸은 길은 프랑스 남부 도시 르 퓌Le Puy에서 출발해 미디피레네주의 유명 순례도시를 관통하는 구간의 일부였다. 나를 포함해 미국, 라트비아, 중국, 크로아티아, 캐나다 등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을 이끌 가이드는 러시아계 프랑스인인 엘리나. 말 그대로 다국적 ‘순례단’인 우리는 미팅 포인트였던 툴루즈Toulouse에서 그녀를 보자마자 속사포같이 질문을 쏟아낸다. ‘예순이 넘은 내가 걸을 수 있는 길이냐, 하루에 몇 시간을 걷는 거냐, 너무 힘들면 도중에 포기해도 되냐’라는 질문에 엘리나는 빙긋 웃으면서 답했다. “마음을 먹은 성직자들은 이 길을 무릎으로 기어 올라간답니다.” 차분한 한마디였지만 ‘엄살떨지 마시오’라는 엄포가 분명했다. 동행인이 있어도 또 가이드가 붙는다 해도 긴장되는 초행길이었다. 사람들의 경직된 표정을 읽었는지 엘리나는 이 길을 가는 데 있어 꼭 경건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일러준다. 단지 마주치게 될 프랑스의 대자연, 봄과 여름 사이를 가르는 바람, 작은 마을들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즐기라 했다. ‘순례’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에 짓눌렸는데 어느덧 경직된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린 건 헤픈 성격보다는 ‘끝내줬던’ 날씨에 책임이 있으리. 미디피레네를 횡단하는 갸론Garon강에서 첫 번째 목적지 콩크Conques까지 3시간 가량 차로 이동하는 동안 첩첩산중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건 바로 건축자재였다. 주변에 암석으로 된 산이 없는 탓에 갸론강에서 길어 올린 붉은 모래를 이용해 벽돌을 구워 건물을 올리고 길을 닦은 툴루즈와는 달리 암회색 집들이 눈에 띈다. 언덕 위 석회석을 이용해 튼튼히 쌓아올린 건물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 앞에 일행을 태운 차가 멈췄다. 콩크는 불어로 조개를 뜻하는데 마을 전체가 조개껍데기를 엎어놓은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 겨우내 잠잠했던 콩크는 4월 부활절과 함께 모여드는 순례자들로 다시금 활기를 찾는다. 중세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산티아고를 찾아가는 길목길목에는 순례자를 위한 마을이 조성됐고 콩크도 그 마을 중 하나다. 각 순례 도시는 종교적인 기능과 생활적인 기능 모두를 담당했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교회나 수도원이 들어서 있다. 매일 평균 8시간 동안 길을 걷는 순례자가 안락한 밤을 지새울 수 있도록 숙박업소가 등장했고 그들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이 갖춰졌다. 90가구가 전부인 이 작은 마을에 한 해 3만명의 순례자들이 모여든다. 기사들도 말 위에서 내려와 걸어야 했을 만큼 좁은 골목길, 손으로 일일이 쪼개 얹은 기왓장은 천년 동안 고단한 순례자를 반겨 왔다. 느린 걸음으로 한 시간이면 돌아보는 마을이지만 세계 각국에서 출발한 순례자에게 콩크는 없는 것 빼고 다 갖춘 마을일 거다. 작디작은 마을에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켜켜이 앉은 시간이 스쳐갔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 12사도 중 한 사람인 성 야고보의 순교지라는 게 정설. 산티아고는 야고보의 스페인식 발음이며 콤포스텔라는 ‘별의 들판’이라는 뜻의 라틴어campus stellae에서 유래했다. 예루살렘·로마에 이은 유럽 3대 순례지의 하나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비롯해 성당·교회·대학 등 중세의 건물이 남아있어 번영했던 때를 보여준다. 척박한 땅에서 드리는 기도 로카마도르 Rocamadour 순백의 도시가 언덕 끄트머리에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계령 뺨을 칠 정도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나니 로카마도르Rocamadour가 드라마틱하게 등장했다.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잠깐 머뭄의 시간을 갖는 데 일행 모두가 동의했다. 마을 입구를 2km 앞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하염없이 마을을 바라본다. 오체투지로 순례길에 나선 성직자들은 물론이고 순례로서 죗값을 치르던 이들까지 바로 이 자리에 서서 마을을 굽어보고 한시름 놓았을 게 틀림없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덕에 자꾸 발걸음이 늦춰진다. 이 마을은 석회질이 다량 포함된 토질 덕분인지 유난히 흰 빛을 뽐낸다. 석회바위산 꼭대기에 이 같은 마을을 만들려면 평지보다 몇 배 노동력이 투입됐을 텐데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입지였다. 듣자하니 이 ‘석회’가 바로 순례마을의 비밀을 푸는 열쇠였다. 6만년 전 이 일대가 바다 밑에서 융기하며 바다생물이 퇴적된 땅이 드러났다. 토양의 주성분은 석회석과 같은 탄산칼슘. 하지만 물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토질 탓에 나무를 심어도 과실이 나지 않고 곡식을 심어도 추수할 수 없는 척박한 땅이 돼 버렸다. 성직자들은 아무도 살지 않는 땅,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이곳에 주목했다. 12세기부터 도시를 일궈 한때는 8,000명 가까이 머무는 ‘기도하는 마을’을 만든 것이다. 지금은 800명 규모로 축소됐지만 한 해 방문객만 100만명에 이르는 관광지다. 가장 유명한 순례마을 중 하나였던 로카마도르는 악명 높은 곳이기도 했다. 삶이 고단한 자들은 유복한 내세를 보장받기 위해, 범죄자들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 어떤 이들은 기적을 간구하기 위해 마을의 맨 꼭대기 성당을 찾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찾는 구원을 얻고자 필시 223개의 계단을 오르는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어떤 성직자는 구불구불한 14개의 고갯길을 택해 무릎으로 오르기도 했다. 모든 고통을 감내할 수 있었던 건 성당 내 위치한 ‘검은 성모상’을 알현하기 위함이었다. 106년 기적을 행했다는 검은 성모상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적으로 검게 변했다고 하는데 프랑스 내 많은 검은 성모가 있지만 로카마도르 것을 제외하고는 일부러 페인트를 칠한 것도 많다 한다. 가끔 아무도 치지 않는 종이 울리는 건 이 성모의 힘이라고 로카마도르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두런두런 얽힌 로카마도르 이야기를 들으며 223개의 계단을 올랐다. 로카마도르 터가 머언 옛날 바다 아래 잠겼던 땅임을 증명하듯 계단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화석이 박혀 있다. 아름다운 길이지만 시간이 흘렀어도 악명은 여전했다. 최영미 시인은 아침마다 내뱉는 마른 기침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하는데 나 역시 고통으로 생이 자각되긴 마찬가지였으니. 건조한 모래바람이 호흡기를 훅 틀어막고 심장은 튀어나올 듯 펌프질을 해댔다. 온몸의 기관들이 벌떡 잠에서 깼을 무렵에야 검은 성모의 성당 앞에 겨우 발을 디뎠다. 언덕 꼭대기에는 대성당 외에도 자연 동굴을 활용해 만든 예배당이 있었는데 건조한 기후 탓인지 외벽에는 13세기에 그려진 벽화가 그대로 남아있다. 럭비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미디피레네 사람들을 위한 럭비의 신 예배당도 갖추고 있다. 엄숙하게만 보인 순례 마을의 귀여운 재치라고나 할까. 다시 떠나는 길 오슈Auch 마지막 행선지 오슈Auch에 도착하기 전 프랑스에서 가장 작은 마을이라 알려진 라르상글Larressingle에 들렀다. 목적은 라르상글에 있는 교회에서 순례자들에게 찍어 주는 도장을 받기 위해서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각 순례 마을은 이들 여권에 방문자임을 증명해 주는 도장을 찍어 준다. 그러나 한때 주교가 거주할 정도로 큰 마을이었던 라르상글에는 을씨년스런 바람이 불었다. 교회 역시 군데군데 파손된 흔적이 역력했고 벽에는 커다란 엑스 표시가 낙인처럼 찍혀 있었다. 엑스 표시는 ‘팔렸음’을 뜻하는 표식이란다. 20세기 병적으로 ‘프랑스’적인 것에 탐닉한 미국인들은 오벨리스크를 유럽으로 옮긴 로마인처럼 프랑스의 와인이나 예술품뿐만 아니라 건물을 통째로 뜯어 부지런히 신대륙으로 날랐다. 혁명정부 이후 나폴레옹 제정이 들어서면서 교회는 더 이상 경배의 대상이 아니었다. 군자금을 충당하려는 약탈자들이 전국의 교회로 몰려들면서 온전히 제 모습을 보존하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 당시 프랑스인에게 교회를 뜯어 파는 일은 아무런 죄책감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왠지 교회 내부에 바깥보다 더 추운 공기가 도는 것 같다. 별 기대 없이 여권을 대고 한 켠에 마련된 도장을 꾸욱 눌러 보는데 선명한 글씨가 찍혀 나온다. 한동안 이용하지 않았다면 잉크가 말랐을 게 분명하지만 도장은 아직 촉촉했다. 분명 바로 얼마 전 순례자가 이곳을 지나갔다는 뜻이기도 했다. 반가운 마음에 길을 재촉했다. 순례자의 행선지가 우리와 같다면 길 위에 마주칠 것이다. 한걸음에 달려 오솔길 위를 걷고 있는 두 명의 사내를 발견했다. 우리는 같은 길을 걷는 길 위의 동지였으므로 안면몰수하고 둘을 잡아 세웠다. 순례에 나선 지 한 달이 넘었다는 미국인 칼과 브라이언트는 40년지기 친구사이. 군에서 제대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먼저 걸었던 칼이 브라이언트를 끈질기게 설득해 성사된 여행이라고 한다. “부인과 자녀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친구 녀석 믿고 한번 와보기로 했지.” 결국 브라이언트는 ‘해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보스에게 장기 휴가를 얻는 데 성공해 길에 나섰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도장을 찍었다는 그는 여정이 빼곡히 담긴 여권을 자랑한다. 남이 보지 않을 땐 꼭 붙어 걷던 두 사람에게 어깨동무를 요청하니 쑥스럽다며 발을 뺀다. 나머지 여정도 건강하게 마무리짓길 바라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우리대로 오슈에 다달았다. 오슈라는 도시명은 아우구스투스에서 유래했는데 이곳은 중세 유명한 종교도시였다. 도시 어디에서나 고딕양식의 오슈대성당Auch Cathedral이 시선에 걸린다. 성당 내부는 26m 높이로 프랑스에서 가장 큰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해마다 5월이면 오르간축제가 펼쳐지고 6월부터 8월까지 매주 일요일에는 무료 콘서트가 열린다. 가장 좋은 것, 귀한 것을 집약해 천국에서의 행복한 나날을 암시하고자 했던 의도대로 교회 내부는 화려했다. 믿음을 확인한 순례자는 교회를 빙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길을 나서야 하는 동력을 얻는다. 오늘날 프랑스의 순례 마을과 관련 건물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많은데 단지 시간이 오래 되어서라거나 보존이 잘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차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믿음의 힘만으로 수천명의 사람들이 같은 길을 걸었던 장면은 그 당시에도 장관이었을 테니. 반면 기독교가 쇠락하고 신보다 인간이 앞서던 시대가 도래하고 또 부르주아 혁명이 일어나면서 순례길이 쇠퇴해 갔다는 점도 유럽인의 역사가 이 길 위에 오롯이 반영되는 것 같다. 다시 성찰의 기회를 물색하던 현대인에게 조용히 길을 내준 사람들 덕분에 순례마을은 박제된 박물관이 아닌 삶과 역사의 교차점에 서 있다. 그리고 내 삶의 좌표는 그 어디쯤엔가 찍혀 있다. 글·사진 양보라 기자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rendezvousenfrance.com 02-776-9142 ▶travie info 어디서 출발하면 좋을까 출발점을 선택하는 건 순례자의 몫이다. 프랑스길Camino Frances을 걷는다면 파리, 르퓌Le Puy, 아를Arle, 생장St. Jean Pied de Port이 관문지다. 특히 생장에서 산티아고까지 800km에 이르는 코스에 70%의 순례자가 모인다고 한다. 미디피레네 코스를 걷고 싶다면 주도 툴루즈Toulous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무엇을 준비할까 가리비와 나무 지팡이를 든 순례자의 초라한 행색도 시간이 흐르며 변모됐다. 기본적인 아웃도어 트레킹 물품을 준비하자. 편한 신발, 스틱, 수통 등을 챙기자. 빗물로 인해 무릎 아래 부분이나 등산화가 젖는 것을 방지하는 스패츠도 유용하다. 유럽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하려면 우비는 필수다. 어디서 먹고 씻고 잘까 일단 먹는 것은 알아서.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에서 조리도 가능하다. 알베르게는 도미토리 형식의 유스호스텔이라 보면 되는데 순례길 전역에 분포해 있다. 위생상태는 천차만별. 때로는 침대 진드기에 역습을 당할 수도 있다. 다음 순례자를 위해 한 곳에 오래 머물 수 없다. 다만 몸이 아픈 경우는 예외다.
  • 원 스피릿 찾은 홍명보호 “中 제물로 첫승 사냥 나선다”

    원 스피릿 찾은 홍명보호 “中 제물로 첫승 사냥 나선다”

    강력한 압박과 유기적인 패스를 앞세운 ‘한국형 축구’로 새 바람을 일으킨 홍명보 호가 중국을 상대로 마수걸이 승리에 도전한다. 축구대표팀은 24일 오후 8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중국과 2013동아시안컵 2차전을 치른다. 호주와의 1차전에서 슈팅 21개를 날리고도 무득점에 그쳤던 태극전사들은 이번엔 첫 골과 첫 승 사냥에 나선다. ‘공한증’(恐韓症)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은 한국 앞에만 서면 작아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이 43위, 중국이 100위지만 그 이상의 격차가 분명 있었다. 역대 전적에서 한국이 16승11무1패로 압도하고, 올림픽팀에서는 심지어 무패(7승1무)다. 하지만 가장 최근 대결이었던 2010년 2월 동아시안컵 때 한국은 0-3으로 졌다. 32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은 달라졌다. 지난달 약체 태국과의 평가전에서 1-5로 크게 진 뒤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스페인)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대대적인 개혁을 했다. 한국이 젊은 K리거 위주로 팀을 꾸린 것과 달리 중국은 가오린, 쑨시앙, 정즈(이상 광저우), 두웨이(산둥) 등 A매치 60~70경기를 뛴 베테랑 최정예를 모두 소집했다. 동아시안컵 첫 경기였던 21일 일본전에선 1-3으로 뒤지다 후반 막판 두 골을 몰아쳐 무승부(3-3)를 만드는 뒷심을 뿜어냈다. 3년 5개월 만의 리턴매치에서 홍명보 감독은 첫 승과 ‘공한증 재건’이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한국의 ‘베스트11’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감독 스스로 흡족해했던 수비라인과 중앙 미드필더는 그대로 낙점받을 것으로 보인다. 포백은 김진수(니가타)-홍정호(제주)-김영권(광저우)-김창수(가시와)가 굳어진 형국이고, 하대성(서울)-이명주(포항)의 더블볼란테 역시 합격점을 받았다. 고민은 역시 원톱 스트라이커. 호주전에 스타팅으로 나선 김동섭(성남)은 자신의 A매치 데뷔전에서 적극적인 몸싸움과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끝내 골 사냥에 실패했다. 홍 감독은 “그동안 많이 발전했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후반 교체로 들어간 김신욱(울산)도 골맛을 못봤지만 큰 키(196㎝)의 제공권 장악과 경쟁력은 확인했다. 호주에 비해 수비벽이 낮은 중국에는 더욱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터. 이번에도 김동섭이 먼저 출격하고 김신욱이나 서동현(제주)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기(전북)·윤일록(서울)·염기훈(경찰)·고요한(서울) 등 최전방을 보좌하는 2선 공격진의 몸놀림도 기대를 모은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는지 배낭 멘 여행길에선 낯모르는 이와 “안녕” 하고 입만 벙긋하는 인사만으로도 말꼬리가 길어진다. 어디서 왔는지 이름이 뭔지 아주 사소한 호감부터 “너 지금 행복하니?” 선문답 같은 대화에 이르기까지. 나는 꿈꾸듯 거닐며 수많은 이방인들과 옷깃 스치는 인연을 맺었다. 이를테면 옷깃스침 동행이랄까. 유럽 땅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나는 마냥 행복했다가 돌연 쓸쓸해지고 그지없이 황홀했다가 못내 아쉬워 어쩔 줄 모르는 순간순간을 맞이한다. about ‘동행’ 본 기사는 SJR EUROPE에서 론칭한 ‘동행’ 상품을 따라 여행한 기록이다. 3월27일부터 4월12일까지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이르기까지 총 6개국 18개 도시를 탐방했다. tip 1 동행 상품가 외에 옵션투어 비용, 식비, 자유 여행을 하면서 지출한 교통비와 각종 입장료 등 15박 17일의 현지에서 지출한 여행경비는 120만원 남짓. 기념품 구입 또는 개인 쇼핑 품목이 많을 경우에는 더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tip 2 파리의 라스파일 시장과 몽파르나스 묘지, 뮌헨의 영국정원과 슈바빙, 프라하의 카프카 뮤지엄, 비엔나의 레오폴드 뮤지엄, 베네치아의 리도섬과 부라노섬 등은 기본 투어가 아닌 자유 시간을 활용해 여행했다. 기본 투어에 해당하는 파리, 프라하, 비엔나, 베네치아, 로마 등의 주요 도시 투어 역시 일부 구간 동행 후 자유로이 움직였고, 옵션 투어 가운데 바티칸 시국은 개별적으로 방문했다. France Mont Saint Michel, Paris 파리에서 지도 없이 걷기 기어코 파리. 파리는 독보적이다. 자정 가까이 늦은 밤에 도착한 파리였지만 여행에 앞서 만난 선배의 말이 실감이 됐다. “아마도 네 마음과 부단히 싸우는 여행이 될 거야.” 어디부터 갈까, 뭐부터 할까, 마음은 급한데 결정은 못하고, 그럼에도 파리에서는 어느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여행은 이튿날 아침부터 시작됐다. 파리 몽파르나스 타워 가까이에 위치한 호텔Campanile Maine Montparnasse 로비에서 15박 17일간의 동행들과 만났다. 며칠 전에 도착해 이미 파리에 푹 빠진 이도, 스페인이며 어디며 이제 막 국경을 넘어온 이도 있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동행을 태운 버스는 파리를 조금 아껴두고 4시간여를 달려 프랑스의 끄트머리 몽생미셸Mont Saint Michel에 닿았다. 성 미카엘 대천사의 신성한 산성, 몽생미셸은 노르망디Normandie 해변에 떠 있는 아주 작은 바위섬이자 중세로부터 오랜 역사를 이어온 수도원이다. 일대는 드넓은 갯벌이다. 바닷일을 하던 사람들은 이 바위섬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워낙에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밀물썰물의 간격이 짧아 많은 이들이 휩쓸려 버린 탓에 ‘몽통브mont tombe’, ‘무덤 산’이란 고약한 별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던 8세기 초반의 어느 날, 인근 아브랑쉬Avranches 지역 오베르St. Aubert 대주교의 꿈에 성 미카엘이 나타나 예배당을 세울 것을 명령했고, 그후 서서히 모습을 달리한다. 14세기 백년전쟁 때에는 전투 요새로, 18세기 대혁명 시절에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오늘 내가 마주한 몽생미셸은 고되고 혼란스러운 노르망디의 역사가 쓸려가고 다시금 수많은 순례자와 여행자들이 밀려오는 축복의 성지다. 그 물살에 실려 동화 속 풍경처럼 아른거리는 몽생미셸 속으로 들어간다. 바위섬 꼭대기의 수도원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좁고 가파르지만 저마다의 특색을 살린 호텔과 기념품 가게를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는 짧은 물때를 맞추기 위해 빠르고 간편하게 요리하고 먹을 수 있는 이곳의 대표음식 오믈렛과 사과 파이, 발효주 시드르Cidre 등을 즐긴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들어선 수도원에서 갯벌 뒤로 어디서부터가 바닷물인지 모를 그저 눈부신 노르망디 해안을 실눈으로 조망한다. 드디어 정말, 파리의 아침이다. 알람이 울리기 전 진작에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조식 서비스를 마다하고 향한 곳은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er.’ 카페 홀을 등지고 바깥 거리 쪽 테라스 좌석에 앉아 에스프레소와 크루아상으로 파리지엔의 밥상을 받아든다. 그러나 난 이따금씩 꿈꿨다. 저마다의 삶을 일구고 있는 파리지엔들마저 도시의 풍경으로 소비되는 파리에서 보들레르가 말한 ‘플라뇌르flaneur’, 이 도시의 산보객이 되는 순간을. 개인의 삶과 분리하여 도시 자체를 관찰하고 감상하는 한가한 무리가 되는 것이야말로 파리를 가장 파리답게 소비하는 방법이 아닐까.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만, 카페 드 플로르에서 몇 발짝 나가지 못하고 바로 옆 서점에서 발길을 멈춘다. 막 문을 여는 참이다. 출근하는 서점 직원들을 따라 들어가 바바리코트 차림의 백발 할아버지들과 책 구경을 한다. 파리를 담은 사진집 몇 권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감이 이끄는 대로 걷다 ‘라스파일 시장Marche Biologique Raspail’에 이른다. 화요일과 금요일이면 우리의 오일장처럼, 라스파일 도로변에 장이 선단다. 일요일에는 파리 근교에서 재배하는 유기농 식재료를 사고파는 유기농마켓이 열린다. 운이 좋다. 마침 장날이다. “봉쥬르.” 늘어선 가판 너머에서 들려오는 싱싱한 인사와 한 손에는 애견, 다른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든 동네 할머니와의 연속된 조우. 그리고 갖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올리브를 맛보기로 건네는 손길까지 의도치 않게 살가운 일상을 공유한다. 예상치 못했던 진짜 파리지엔의 모습.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몽파르나스 묘지Montparnasse Cemetery에는 안내지도를 들고 명망가들의 묘를 찾는 이들이 꽤 많다. 시장에서 산 빨간 딸기를 베어 먹으며 보들레르 묘 앞에 마주앉은 나는 잠시 시간여행자로 전환된다. 아, 파리에서의 3일은 턱없이 짧다. 나는 파리를 빠르게 읽기로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튈르리 정원과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개선문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그 긴긴 길 위엔 셀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많은 의자가 줄지어 있고 그 위로 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기대어 있었다. 그날 밤, 중세 파리 투어를 했던 동행 몇몇이 해질녘 몽마르트르에서의 낭만을 안주 삼아 조촐한 와인 파티를 열고 있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가는 것만으로도 이유가 되는 장소가 있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다음날, 동행들로부터 귀동냥한 정보를 중얼거리며 뤽상부르 공원Le Jardin du Luxembourg에서 아침 산책을 했다. 오늘 역시 조식 서비스 대신에 공원의 작은 카페테리아에서 크레이프와 커피로 덜 깬 잠을 달랜다. 조깅하는 파리지엔과 이른 아침부터 가이드 뒤를 쫓는 단체여행객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까짓것 부지런해져 보지 뭐. 반의반, 그 일부만이라도 보겠다고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으로 갔다. 역시나 나의 관심사는 미술작품보단 ‘오르세’라는 공간과 그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므로 두어 시간이면 될 거라는 건방진 생각이 있었다.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오르세는 물론 파리를 소화해 낼 방법이 없다. 그냥 넋 놓기로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난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 한가운데서 본의 아니게 낯선 구경꾼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몽마르트르의 예술가에게 초상을 맡기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다. 붓 대신 가위를 들고 2~3분 만에 옆모습 실루엣을 종이에 오려 준다는 거리 예술가 앞에 앉았다. 대개 어린 아이들이 재미 삼아 하는 것 같았다. 관심의 대상이 나인지 예술가의 손놀림인지 모르겠더라.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민망함을 누르는 동안에 완성된 나의 실루엣. 하나도 안 닮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탐이 나는 파리에서 마지막은 바토 무슈Bateaux Mouches 위에서의 센강 유랑이다. 저마다의 파리를 즐긴 동행들이 하나둘 선착장으로 모여 이야기를 쏟아낸다. 듣는 이는 드물다. 알알이 불씨 오른 에펠탑이 가까워진다. 탄성이나 호들갑 없이 오히려 조용해진다. 파리의 밤이 강물 따라 흘러간다. ▶travie info 동행 프로그램은 여행하는 도시 가운데 주요 도시에서 지식 가이드를 제공한다. 프랑스에서는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1일 투어를 기본 일정에 포함하고 있고 파리에서는 2가지의 옵션 투어가 준비되어 있다. 옵션 투어는 물론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지식 가이드 투어에도 강제사항은 없다. 개인의 여행 기호를 존중하여 얼마든 자유 여행이 가능하다. route 1. 루브르 박물관+중세 파리투어 샹젤리제 거리→개선문→루브르박물관→중식→시테섬→노트르담성당→최고재판소→콩시에르쥬리→시청사→퐁피두센터→사요궁전(에펠탑 조망) route 2. 오르세 미술관+파리 인상파 투어 오르세 미술관→로댕미술관 정원→몽마르트르 언덕(성심성당, 예술인의 광장, 피카소의 작업실, 물랭루즈(조망))→개선문(샹젤리제) Switzerland Interaken,Luzern,Mürren,Mürren 만년설 위로 반짝이던 하루 파리 유랑을 끝낸 동행들이 모두 버스에 올랐다. 꼬박 8~9시간 몸을 구겨 잠을 청해야 한다. 다들 오랜 시간의 쪽잠이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려서인지 금세 잠에 빠진다. 조금 깊이 잠들었다 깨어났다.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여전히 낯선 도로 위다. 예상치 못한 거센 눈발로 좀더 안전한 길을 찾아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다행이다. 이번 여정은 이 야간이동을 시작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프라하까지 여정의 절반 이상을 이 버스 한 대로 움직인다. 유럽 배낭인데 유레일이 아니고 버스라니 처음엔 갸웃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도시간 이동에 소비되는 시간과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 나로선 반가운 일이다. 예상보다 한두 시간 늦었지만 무사히 인터라켄이다. 도시락으로 요기한 동행 대부분이 ‘Top of Europe’ 융프라우에 오를 채비를 한다. 꼭 1년 만에 다시 찾은 인터라켄에서 나는 과감히 융프라우를 포기했다. 이미 올랐다는 것이 큰 이유였지만 파리 파노라마가 가시기 전 유럽의 지붕 아래서 그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난 여행에서 아쉽게 놓쳤던 청정마을 뮈렌Murren 행 기차에 올랐다. 기착지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에서 케이블카로 갈아타기 전 마을의 작은 카페에 들러 따뜻한 홈메이드 스프 한 그릇을 먹었다. 얼마나 내렸는지 눈에 파묻힌 것만 같은 집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뮈렌에서 단출한 워킹화에 의지하여 곧 미끄러질 듯 뒤뚱거리며 걷는다. 날쌔게 지나가는 스키어들은 물론 눈썰매 힘껏 지치는 어린 아이들도 탄탄한 기운을 뿜어낸다. 변덕스런 날씨로 여행자 애태우기 일쑤인 그날의 융프라우는 다행히 쾌청했다고 동행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하산했다. 오늘은 다들 세상 모르고 잠이 들겠지. 하얀 솜사탕처럼 멀리 뭉게뭉게 겹쳐 있는 알프스 산맥의 품속에서 그만큼 달달한 꿈을 꾸면서. 이른 아침인데 하늘을 나는 사람들이 보인다. 알프스 높은 곳 어디에선가 발을 뗐을 패러글라이더들이 드문드문. 지천이 눈꽃, 상고대로 뒤덮인 산길을 지나 어느새 루체른Luzern이다. 호반 위로 얌전히 뻗은 카펠교Kapellbrucke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스위스의 고즈넉함을 맛본다. Germany Füssen, Munich 찰나지만 더없이 벅찬 순간 몇 시간 후 국경을 넘어 독일 퓌센Fussen에 도착했다. 오후 4시 전후인데 벌써 어둑하니 날씨가 궂다. 저 멀리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이 보인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동화 속 모습이다.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상당수 장면의 배경이니 말이다. 성의 일부가 보수공사 중인 데다 성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다는 마리엔 다리는 기상악화로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라 아랫마을에서 성의 초입까지 짧은 산책으로 만족하고 서둘러 뮌헨으로 방향을 틀었다. 늦은 밤에 도착한 뮌헨Munich은 몹시 차분했다. 물론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auhaus는 달랐다. 동행들과 우르르 몰려간 호프브로이하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맥주홀답게 사람도, 맥주도, 열기도 거품이 일 듯 넘쳐났다. 뮌헨에선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동행들이 삼삼오오 빈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파리에서의 3박 4일이 짧다 투덜댄 것이 무안할 정도로 뮌헨에선 아주 잠시 머물렀다. 그래도 슈바빙Schwabing과 영국정원Englischer Garten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감수성 예민하던 시기에 읽었던 책의 잔상 때문이었을 게다. 이젠 어떤 내용이었는지 줄거리조차 생각나지 않는데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렸던 슈바빙과 영국정원의 모습만은 또렷했다. 오스트리아로 출발하기 전, 자유로운 3시간이 주어졌다. 호텔 리셉션에서 지도 한 장과 함께 효율적인 동선을 추천받아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곧 멎을 것처럼 숨이 찼음에도 자전거와 유모차가 차례로 엇갈려 지나가고 오리와 거위가 벤치를 돌며 길동무 해주는 영국정원에서 더 깊이 차가운 공기를 들이킨다. 그리곤 지그재그로 훑어 내려간 슈바빙. 짧아서 아쉬웠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다. 전혀. 그곳에 내가 존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벅차기만 한 걸. 찰나일지라도. 다시 올라탄 동행 버스, 차창에 스치는 풍경은 눈 깜빡일 때마다 영화 스틸 컷이 된다. 할슈타트로 가는 길이다. 휴대전화로 알림 메시지가 계속 들어온다. 네트워크 설정을 알리는 메시지. 버스가 조금만 방향을 바꾸어도 네트워크 설정이 달라진다. 독일 통신망을 잡았다가 오스트리아 통신망을 잡았다가. 이윽고 조용해졌다 싶었을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그곳, 할슈타트 끄트머리에 있었다. Austria Hallstatt, Salzburg, Vienna 유럽의 작은 마을들을 가다 여전히 하얀빛을 발하는 눈이 마을을 살포시 덮고 있다. 그만치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친다.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상쾌하면서 동시에 차분해지는 기분. 깜빡 졸다 깨나니 어느새 할슈타트Hallstatt 호수다. 할슈타트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사이에 있다. 할슈타트를 포함하여 이 일대를 보통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라고 부른다. 크고 작은 호수를 끼고 있는 이곳의 작은 마을들은 알프스 아래 투명한 빛을 머금고 있다. 모두 자석에 이끌리듯 호숫가로 내달린다. 공기 중엔 감탄만이 존재한다. 떠나오기 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부터 모차르트, 클림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훈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그들이 태동한 마을, 도시, 공간 그 자체였다. 할슈타트에서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과 이후 잠깐의 산책이 허락됐다. 호수 가장자리 꽤 경사진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는 할슈타트의 집들. 집 위에 집, 그 위에 다시 집이 층층이 피라미드를 이룬다. 그런 까닭에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비탈 아래 집의 다락방 또는 굴뚝과 눈이 마주친다. 집 앞 정원, 뒤뜰은 물론이고 담장, 벽면, 창틀에 이르기까지 매일매일 부지런히 쓸고 닦고 손질하는 정성이 느껴진다. 골목길에 맞닿은 벽면에 벤치를 놓은 집들이 많다. 허락 없이 잠시 엉덩이를 붙인다. 등허리를 기대고 가만히 마을을 관찰한다. 굴뚝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자 허기가 밀려온다. 이미 때는 놓쳤고 아쉬운 대로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투박한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과 핫초코 한 잔을 주문한다. 할슈타트의 강렬함을 뒤로하고 동행 버스는 잘츠부르크Salzburg에 도착했다. 재빠르게 캐리어를 호텔 방에 밀어두고 저녁나절 동행의 지식 가이드를 따라 나선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었던 미라벨 정원Mirabell garten을 지나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까지 단숨에 잘츠부르크 구시가를 가로지른다.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차례로 맛보며 오스트리아 스타일의 만찬을 가져볼까 잠시 고민. 하지만 생선요리를 판매하는 이곳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몇 가지 요리를 포장하고 기차역 안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슈니첼과 케이크, 과일 그리고 와인까지 푸짐하게 장을 본다. 호텔 방 안에 차려낸 배낭여행자의 잘츠부르크식 만찬에 흡족해하며 여행 친구들과 꽤 긴 수다를 늘어놓는다. Czech 에곤 실레 그리고 카프카 할슈타트와 마찬가지로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Cesky Krumlov는 좁다란 골목골목으로 이어진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재미난 사실 하나. 모차르트 엄마 그리고 에곤 실레 엄마의 고향이 각각 할슈타트와 체스키 크룸로프라는 것. 처음엔 웃어넘겼는데 그게 아니다. 두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굉장한 포인트. 특히나 엄마의 고향 체스키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에곤 실레Egon Schiele는 한동안 이곳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체스키를 표현한 작품도 상당수.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눈에 익은 에곤 실레의 초상과 작품으로 디자인한 전시 포스터들이 벽을 도배하고 있다. 마을에는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The Egon Schiele Art Centrum도 있다. 굴라쉬 브런치를 즐긴 다음 그가 걸었을 법한 골목을 따라 크룸로프 성으로 향했다. 성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는 동안 자주 걸음을 멈췄다. 가파르기도 했지만 시야가 트이는 성벽길에 접어들자 체스키 크룸로프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성벽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그 너머의 마을 가장자리를 둥그스름하게 에두르고 그 안쪽에 중세의 시간을 간직한 집들이 소복히 모여 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임에도 마을엔 아늑한 기운이 유유히 흘렀다. 그리고 프라하Prague는 역시나 아름다웠다. 바츨라프 광장에서부터 화약탑, 천문시계, 카렐교까지 프라하 구시가를 동행 매니저의 꼼꼼한 가이드를 따라 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렐교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쁜 연인들을 뒤로하고 다리 난간에 바싹 붙어 프라하 성을 바라본다. 카렐교 건너의 펍에서 벨벳 맥주 한 잔. 부드러운 벨벳 거품이 입술에 닿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그러나 그 기쁨은 스쳐 지나갈 뿐이었나. 잔이 빌 때쯤 이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셈하게 된다. 달게 자고 일어난 프라하의 아침은 지난밤만큼 아름다웠다. 성비투스성당, 황금소로가 이웃하고 있는 프라하 성 일대를 함께 둘러보는 동행 가이드 투어 이후엔 홀로 프라하 시가지를 쏘다녔다. 가능하면 외면하고 싶었음에도 끝내 제 발로 찾아갔다, 카프카Franz Kafka를. 마냥 들뜨고 신나게 보내도 아쉬움 가득할 여행길에서 가슴 철렁할 것이 분명한데도 어느새 나는 카프카 뮤지엄Franz Kafka Museum 속을 헤매고 있었다. “이곳은 도시가 아닙니다. 꺼져 가는 꿈과 열정의 울퉁불퉁한 자갈밭으로 뒤덮인 시간이라는 태양의 갈라진 바닥을-잠수종 속에서처럼-우리는 걸어가는 것입니다. 이곳은 재미있는 곳이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곳입니다.” -프란츠 카프카, 구스타프 야노우호의 <카프카의 대화> 인용문 中 카프카가 남긴 기록을 보는 사이 낭만적이기만 했던 프라하는 한순간에 반전된다. 숨이 턱 막힌다. 달달한 체코 전통빵 뜨르들로Trdlo를 뜯어먹으며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린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곧 프라하를 떠난다. 숨 가쁘게 도착한 다음 여정은 비엔나Vienna.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오스트리아에서 꼭 맛보아야 한다는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에곤 실레와 맞바꾸고 나는 다시금 배고픈 여행자가 된다. 레오폴드 미술관Leopold Museum에서 만난 에곤 실레. 체스키 크룸로프의 풍경을 담은 작품 앞에 섰다. 에곤 실레의 체스키는 내 기억 속의 그곳보다 훨씬 어둡고 울적했지만 나로선 참 반가운 장면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체코, 다시 오스트리아로. 공간이 다르고 에곤 실레와 나 사이의 시간 또한 다르지만 그 사이를 연결하는 풍경이 있고 그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이 여행의 순간에 감사한다. ITALY Vaticano,Rome,Veneziam,Sorrento,Sorrento,Sorrento 냉정해질 수 없는 이탈리아 여행 오늘 나는 생애 첫 야간열차를 경험한다. 비엔나에서 베네치아까지. 꼬박 12시간이 지나면 그토록 원했던 베네치아에 닿는다. 이번 동행길에서 가장 기대한 곳 중 하나가 베네치아다. 6개의 간이침대가 세 개씩 양 벽면을 의지해 층을 이룬 열차 칸은 비좁았다. 부피 큰 캐리어는 침대 아래 보관함에 들어가지 않아 양쪽 침대 사이에 나란히 줄지어 세웠다. 그 위로 다시 작은 짐들을 포갠다. 이제 열차 칸의 여섯 명은 발 디딜 공간 하나 없이 밤을 달린다. 열악했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누군가 이야기했다. 이 모든 것이 야간열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 처음으로 부모님이 아닌 친구와 단둘이 감행했던 여행이 떠올랐다.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여 두근두근했던 그 느낌. 한참 줄을 서 겨우 고양이 세수를 했다. 슈니첼 한 덩이를 패티로 넣은 버거와 커피 한 병. 자정 가까이 돼서 맛보는 제대로 된 첫 끼니다. 꿀맛. 푸르렀다. 물이 곧 땅인 베네치아Venezia에서는 모든 것이 맑고 푸르렀다. 동행들과 베네치아 본섬 투어에 나섰다. 떠밀리듯 걸을 수밖에 없을 만큼 본섬엔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그 북적임이 베네치아를 더욱 활기 넘치게, 역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 물결을 따라 조금 멀리 나가 보자. 배에 올랐다. 리도 섬Lido으로 가는 배다. 매년 가을,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섬 리도의 4월은 따사로웠다. 흐드러진 벚꽃과 나뭇가지마다 터져 나온 초록 잎사귀들로 봄기운이 물씬했다. 한편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세계의 끝은 낮고도 깊어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고요하고 평화롭게 반짝이는 해변에서 태양 빛을 그대로 흡수한다. 허리춤에도 못 미치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바다 가까이 다가간 아빠, 양동이와 집게를 들고 바닷가의 쓰레기를 줍는 할아버지, 파도를 마주하고 앉아 무심한 얼굴로 사과를 베어 문 젊은 연인. 영화와도 같은 삶의 순간들이다. 리도에서 배를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한 부라노 섬Burano은 색색이 선명했다. 바다로 이어지는 좁은 수로에 데칼코마니 풍경을 찍어내는 부라노의 색채는 바다로 나간 이들이 짙은 안개 속에서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집집마다 알록달록 칠을 한 것이 오늘날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예쁘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곳. 거품이 절반이나 되는 폭신한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 본섬으로 돌아가는 배에 오른다. 안녕, 부라노. 안녕, 베네치아.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베네치아의 축복 속에 헤엄치던 나는 어느새 피렌체Firenze 산타마리오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한 마디로 두오모Duomo 꼭대기에 올라 있었다. 두말 할 것 없이 <냉정과 열정 사이>를 곱씹으면서. 찰나에도 시작과 끝은 있다. 조금씩 여행의 끝이 보인다. 동행의 마지막, 종착역은 로마 떼르미니. 악명 높은 떼르미니역 플랫폼에 내리는 순간부터 동행들 사이에 긴장감이 맴돈다. 마지막 여행지니 모두들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추억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게지. 주변을 살피고 짐 가방 단속도 단단히 한다. 이제 로마Rome의 법을 따를 시간이다. 이튿날 아침, 로마의 여인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날름날름 맛있게 먹었던 영화 <로마의 휴일>의 촬영지인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을 시작으로 트레비 분수, 베네치아 광장, 판테온, 나보나 광장까지 세상 모든 길이 통한다는 로마의 중심을 통과한다. 촌스럽게 무슨 동전 던지기를 하냐고 피식 비웃었던 나는 어둔 밤 조명 밝힌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앞에서 슬그머니 동전을 꺼내들었고, 칠칠치 못하게 거리에서 무슨 젤라또를 날름거리냐고 흉봤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맛있다는 젤라또 가게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로마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테베레강 건너 트라스테베레Trastevere 마을에 이르러서야 느긋한 한때를 보낸다. 중세로부터 이어진,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서민지구라고 했다. 꼭 유명한 집이 아니라도 동네 어귀 작은 카페며 레스토랑 어디엘 들어가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커피와 피자를 맛볼 수 있는 마을이다. 웬만한 부침개보다 훨씬 큰 피자 한 판도 머릿수대로 주문하는 것을, 뜨거운 태양 아래 마시는 와인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들 틈에서 매끄러운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를 훅 들이킨다. 산타 마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성당과 노천카페가 테두리를 만들고 있는 광장으로 포근한 햇살이 쏟아진다. 조바심쟁이가 모처럼 너그러워진다. 버스 차창 밖으로 나폴리 항을 곁눈질한 끝에 도착한 폼페이Pompeii에서는 그 폐허 위로 핀 들꽃처럼 가슴 뛰는 생명력을, 아말피 코스트Amalfi Coast를 신나게 달려 도착한 쏘렌토Sorrento에서는 나른해서 더 달콤한 지중해 마을의 여유로움을 삼킨다. 꿈은 아니겠지. 마지막은 아니겠지. 바티칸에서 뜻밖에도 새로이 선출된 교황님의 알현식을 마주하기도 했으니 이번 여행, 정말 제대로다. 떼르미니역에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Leonardo Express 열차를 타고 도착한 로마 피우미치노공항.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노트북 전원을 켠다. 사진 폴더 안에 새로이 추가된 이미지 파일만 3,000장. 힘들었던 기억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순간순간이 애틋하게만 기억되는 동행. 나는 지금 또다시, 더없이, 여행을 안달하고 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SJR EUROPE www.sjreurope.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삽자루의 유럽 ‘동행’ 15박 16일 2013년 SJR EUROPE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배낭여행. 파리에서 시작하여 로마에서 끝나는 15박 16일의 여행 프로그램으로 항공권은 개인의 기호와 예산에 맞게 선택, 자연스럽게 동행 일정 전후로 자신만의 여행 일정을 추가할 수 있다. 일정 내내 전문 지식 가이드 출신의 인솔자가 동행하여 주요 도시에서는 무료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는 한편 여행자 스스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여행 정보와 노하우는 물론 충분한 자유 일정을 지원한다. 함께하는 낭만과 혼자만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동행의 가장 큰 매력.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퓌센, 할슈타트, 체스키 등 자유 여행에서는 가기 힘든 유럽의 소도시를 경유하는 것도 동행 상품의 차별화 포인트. 더욱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를 위해 남부지중해 투어, 바티칸 투어 등 다양한 옵션 투어도 마련해 두었다. 유럽 여행이 처음인 여행자 또는 안전과 도시간 이동에 부담을 느끼는 여행자에게 아주 적합한 상품이다.
  • 응답하라, 노르웨이 2013

    응답하라, 노르웨이 2013

    대자연 속 일상을 누리는 시간 응답하라,노르웨이 2013 산이 깊다는 역사학자 유홍준의 표현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노르웨이의 피오르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산세가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바닷물과 거의 직각을 이루며 굽이굽이 이어졌다. 그리고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산속 작은 마을에는 사찰 대신 작은 교회가 어김없이 서 있었다. 신의 작품 앞에서 신음만 번지는 인간은 몸과 마음으로 자연의 위로를 받아들였다. FIORD 피오르 몸과 마음이 깨어나다 두어 해 연속 어렵게 만든 휴가를 서운하게 마쳤다. 무슨 영문인지 세계적인 도시에서 내도록 하품을 하며 멍하니 서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 멋진 상징물 앞에서도 시큰둥하고 줄이 긴 전시장에선 기다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여행에 관한 한 공항부터 조증에 걸린 양 들뜨는 사람에겐 퍽 당황스러운 증상이었다. 뜬금없이 지난 기억을 떠올리는 건 그에 대한 진단을 이곳 노르웨이 피오르에서 내리게 된 탓이다. 출발 전 과로나 장거리 비행, 빡빡한 현지 스케줄 등 조건은 다를 게 없는데 현장을 대하는 마음과 정신이 놀랍도록 명료하다. 그러니까 여행도 인연 못잖게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한 법이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전후 사정은 생각도 않고 무리해 대도시를 찾은 게 화근이었던 듯하다. 노르웨이는 복지와 행복지수, 국민소득 등의 선두주자로 대단히 익숙한 이름이지만 여행지로 따지자면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심리적 거리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 국민이 아는 노르웨이어가 있다. 지리 시험 주관식 문제의 정답으로 꼭 한번은 등장했던 바로 그 이름 ‘피오르fjord’가 노르웨이 단어다. 그러니까 노르웨이로 향한다는 건 사전적 정의 그대로 ‘빙하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서 생긴 좁고 기다란 만’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수도 오슬로부터 북단의 트론하임까지 노르웨이에는 수많은 피오르가 존재한다. 그 어디를 택하더라도 후회 없는 여정을 보장하지만 굳이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송네피오르Sognefjord나 하당에르피오르Hardangerfjord를 추천한다. 피오르에 몸을 맡기다 미르달Myrdal역에서 플램Flam행 열차에 탑승했다. 산악 지역 주민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건설된 이 철로는 무려 20년의 공사 기간이 소요된 것으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미르달에서 플램까지 거리는 20km에 불과하지만 해발 차가 860m에 달한다. 과장을 보태면 굽이굽이 산세를 거의 수직으로 내려가는 셈이다. 각종 매체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이라 찬사를 보낸 곳답게 열차 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가히 환상적이다. 기차는 숱한 터널을 지나며 지그재그로 회전하느라 천천히 달리는 데 비해 객차 안 다국적 승객들은 왼쪽과 오른쪽 창문을 오가느라 분주하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도 카메라를 내려놓지 못하는 승객들을 위해 중간에 5분간 정차 구간이 있다. 해발 699m 청명한 쿄스포센Kjosfossen폭포 앞에서 잠시 내려 선 여행자들은 감탄사를 내려놓고 깊은 숨을 들이쉬며 찰나의 여운을 만끽한다. 해발 2m 플램역에 도착하면 지나온 풍경이 꿈이었나 싶게 몽환적이다. 기차역에서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고풍스런 건물이 프레타임Fretheim호텔로 플램 철도와 더불어 플램의 상징이 되는 곳이다. 인구 500명 남짓의 이 조그만 마을로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까닭은 바로 피오르의 비경을 목도할 수 있는 ‘피오르 사파리’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19세기 말에 지어진 프레타임 호텔은 피오르를 찾아오는 여행자와 함께 성장해 현재는 전통과 모던 객실 중에서 선택해 머물 수 있다. 객실 번호 대신 노르웨이의 대표적 이름이 붙은 전통 객실이든, 비스듬한 삼각 지붕이 매력적인 모던 객실이든 플램 특유의 푸근함만은 다르지 않다. 전통을 중시하는 마을답게 노르웨이 고어古語를 포함한 독특한 책을 소장한 자체 도서관을 운영하며, 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훈제용 스모킹룸이 남아있는 것도 흥미롭다. 이제 드디어 피오르에 몸을 맡길 차례다. 구명조끼를 겸하는 큼직한 방한복을 입고 배에 오르는 마음이 자못 두근거린다. 놀랍도록 잔잔한 물 위로 미끄러지듯 배가 나아가면 좌우로 우뚝 솟은 절벽의 단면이 펼쳐진다. 배가 속도를 높일수록 절벽과 천연 스키 슬로프, 순도 백프로의 폭포와 알록달록한 마을, 뾰족한 첨탑이 있는 교회 등이 다가왔다가 뒤편으로 멀어진다. 머리 위에는 천사의 머리띠마냥 구름이 살포시 걸려 있고 산봉우리 하나를 지나면 또 다른 봉우리들이 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플램에서 출발한 배가 닿는 이곳은 풍광이 특히 빼어난 네뢰피오르와 아울란피오르로 노르웨이 최대 피오르인 송네피오르의 지류다. 물 위를 날 듯 달리노라면 서울에서 가져온 문젯거리들은 어느새 툭툭 바다 밑으로 털어 버리게 된다. 피오르 여행의 최고 시즌으로 꼽히는 7월과 8월 사이에는 보다 다양한 피오르 사파리 구간과 하이킹 코스가 열리므로 원하는 루트를 선택해 즐기는 호사도 부릴 수 있다. 육지에 발을 딛고 다시 펼쳐 본 노르웨이의 지도는 배를 타기 전과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이처럼 노르웨이의 주인공은 단연 대자연이다. 하지만 이 자연이 위대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건 평생을 살아온 자신의 조국을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애인 보듯 사랑하며 가꾸는 노르웨이 사람들 덕분일 게다. 보기에 따라선 더없이 척박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동시에 즐기고 또 사랑하는 노르웨이 사람들로 인해 노르웨이는 오늘도 반짝반짝 빛난다. 일상이 풍요로운 노르웨이의 도시들 노르웨이의 대자연에서 가슴 속 고민들을 툭툭 털어냈다면 이제 발길은 사람의 흔적을 찾아 도시로 향할 차례다. 불황에 허덕이는 이웃 유로존과 달리 보편적 복지와 호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노르웨이의 도시들 속으로 들어가 보자. OSLO 오슬로 불황을 잊은 노르웨이의 심장 오슬로는 노르웨이 제1의 도시이자 수도지만 숨 막히는 인파나 위압적인 마천루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파리의 에펠탑이나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런던의 빅벤 같은 상징물로 연결되는 장소나 건축물도 없다. 그래서 순위 놀이에 익숙한 관광객들은 오슬로의 지도를 펼치고 잠시 머뭇거린다. 그런 서열을 매기기에 오슬로는 지극히 수평적인 도시다.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현지인의 삶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300개가 넘는 호수와 200여 개의 공원이 있는 오슬로에서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찾는 것은 무의미한 일 같다. 그래서 오래도록 오슬로는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시로 유럽 전역에 알려져 왔다. 한데 최근 몇년 사이 오슬로는 이런 자연 위에 예술적 색채를 깊게 덧입고 있다. 오슬로 시정부가 펴낸 2013년 가이드북에서 안내하는 52개의 어트랙션 중 대부분이 ‘뮤지엄’ 등 예술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것만 봐도 이들이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인구 50만의 작은 도시 규모를 생각해 보면 대단한 비율이다. 게다가 시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이런 예술 공간은 여행자만을 위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공간이다. 매일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일상에 여행자가 슬쩍 발을 들여놓는 셈이라고 할까. 실제로 만만찮은 무게의 예술가들이 이곳 오슬로를 배경으로 삶과 예술을 고민했다. 화가 에드바드 뭉크Edvard Munch와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드Gustav Vigeland 그리고 극작가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등이 대표적이다. 특별히 올해는 뭉크 탄생 150주년으로 오슬로 전역이 떠들썩하다. 이를 기념해 뭉크박물관과 국립박물관은 특별전 준비가 한창이다. 유년시절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어머니와 형제들의 죽음을 차례로 지켜봐야 했던 뭉크는 불안과 고독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격렬한 색감과 왜곡된 형태로 표현해냈다. 6월2일부터 시작된 뭉크 특별전은 1903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 작품은 국립박물관에서, 이후 작품은 뭉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특별전은 오는 10월13일까지 계속된다. 오슬로의 햇살을 만끽하기 가장 좋은 곳은 도심의 북서쪽에 위치한 비겔란 조각 공원이다. 로댕의 영향을 받았지만 특유의 섬세함으로 인간의 고뇌를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작품 200여 점이 정문에서 후문까지 길 양옆으로 늘어서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주제로 작업한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탑 모양의 ‘모노리스Monolith’. 제작 기간이 13년이나 걸린 것으로 전해지는 이 대작은 121명의 남녀노소가 위로 올라가려 애쓰는 모습이다. 태어나 성장하고 늙어 가는 인생을 표현했다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어찌 되었든 조급증에 지친 사람이라면 이 앞에서 잠시 서성이게 될 것이다. 이 공원에서 시선과 마음을 훔치는 것은 비단 비겔란의 작품뿐이 아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이곳에선 오슬로 시민들의 행복한 일상을 쉽게 엿볼 수 있다. 2008년 개장한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노르웨이에서 드물게 호들갑스런 화제를 낳았던 곳이다. 설계자 스뇌에타의 유명세나 고가의 대리석과 화강암, 세계 최고 수준의 음향 시설 등 호사스런 부연 설명은 차치하더라도 노르웨이의 상징인 피오르를 형상화한 구조는 이방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비스듬한 경사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지붕 위에 서게 되는 독특한 구조의 오페라하우스는 유리 안으로 들여다보이는 내부 시설만큼 바다를 향한 전망도 아름답다. 여름 기운이 더 완연해지면 오슬로 시민들은 이곳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발레와 오페라 등을 만끽할 게다. 오페라하우스 인근인 오슬로 중앙역에서 왕궁에 이르는 칼 요한슨 거리가 오슬로 최대 번화가다. 이 번화가를 중심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식이 열리는 시청사와 수상 만찬이 열리는 그랜드 호텔, 그리고 국회의사당과 오슬로 대성당, 국립극장, 입센 뮤지엄 등이 조밀하게 자리하고 있다. 매년 12월이면 이 조용한 도시는 노벨평화상 수상식으로 소란스러워진다. 헛갈리는 이들을 위해 잠시 짚고 넘어가자면 평화상을 제외한 여타의 노벨상 시상식은 모두 스웨덴에서 거행된다. 오직 노벨 평화상만 이곳 오슬로에서 진행된다. 그 까닭을 두고는 설이 분분한데, 이유야 어찌 되었든 매년 세계 평화에 공헌한 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분명 가슴 벅찬 일일 게다. 그래도 명색이 수도인데 조금은 더 왁자한 자극을 원한다면 도심 북동쪽에 위치한 마탈렌Mathallen을 추천한다. 마탈렌은 건축자재 공장과 타이어 공장을 거친 뒤 방치되었던 낡은 건물을 레노베이션해 음식 백화점으로 살려낸 ‘잇플레이스’다. 3층 구조물인데 1층에 30여 개 상점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2·3층은 테두리에만 독특한 성격의 업장을 배치했다. 산업시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나 다채로운 음식의 변주를 보고 있노라면 흡사 뉴욕의 첼시 마켓이 떠오른다. 각각의 가게들은 좋은 품질의 식재료와 음식을 판매한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또 요리강습과 실습, 푸드 페어 등 음식에 관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 중이다. 공원에서, 뮤지엄에서, 레스토랑에서 마주친 오슬로 시민들이 빠뜨리지 않고 언급한 몇 개의 단어가 있다. 가족, 자연, 오늘 그리고 행복. 너무 당연해서 자주 잊고 사는 그것들에 콕콕 방점을 찍는 이 현명한 도시. 우리가 오슬로를 여행할 때 놓지 말아야 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BERGEN 베르겐 과거의 영화는 지금도 계속된다 세상 어디나 있는 라이벌 도시는 이곳 노르웨이에도 있다. 오슬로보다 먼저 수도였던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 도시 면적은 비슷하지만 인구로 보면 오슬로의 절반 규모인데도 베르겐 사람들은 오슬로를 마치 철없이 혈기 넘치는 어린 동생 보듯 한다. 상주인구가 25만에 불과한 이 작은 도시는 그러나 연중 문화 행사가 빼곡해 유럽 전역에서 밀려드는 문화 탐욕가들로 넘쳐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매년 5월 말 열리는 ‘국제 페스티벌’로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노르웨이 최대 문화 축제다. 노르웨이 국왕이 참석해 개막 테이프를 자르는 이 축제를 직접 즐기기 위해서는 적어도 반년 전에 호텔을 예약해야 할 정도란다. 실제로 이곳은 14~16세기 런던, 브뤼헤 등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한자 동맹의 주요 거점이자 북유럽 최대의 물류 무역항이었다. 특히 대구와 소금 거래로 유명세를 떨쳤는데, 당시 이곳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북유럽 최고였다니 베르게너의 자부심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선원과 상인으로 넘쳐나는 왁자한 부둣가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브리겐Bryggen, 삼각형의 뾰족한 지붕이 열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사실 본래의 목조 건축들은 수차례의 화재로 소실과 복원을 반복했다. 특히 1702년 대화제로 일대는 완전히 잿더미가 되었는데, 20세기 들어 사료를 바탕으로 세심하게 복원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브리겐은 1979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과거 말린 대구를 보관하던 창고 자리는 현재 다양한 예술가들의 공방과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화 같은 브리겐의 예쁜 정면 얼굴을 볼 수 있는 곳은 항구 건너편 어시장이다. 시장이라고 부르지만 세련된 건물 안에 자리한 쾌적한 공간이다. 바닷가재와 대구, 캐비아까지 다양한 해산물이 요리하기 좋게 손질되어 있다. 해산물뿐 아니라 질 좋은 노르웨이 치즈와 버터, 수공예품도 판매한다. 또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따뜻하고 고소한 생선스프와 짭조름한 생선튀김도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이 도도한 도시는 어느 계절에 방문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을 안고 돌아갈 수 있겠다. 연중 270일이나 비가 내리는 이 도시는 하루에도 먹구름이 끼었다가 햇살이 반짝였다가 우박이 내렸다가 다시 청명하게 개는 변덕스런 일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잦은 비 덕분에 베르겐은 청정한 노르웨이에서도 유난히 깨끗한 도시로 명성이 높다. 이 깨끗한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려면 플뢰엔FlØyen 산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산의 경사면을 따라 놓인 레일 위를 날아오르듯 부드럽게 이동하는 푸니쿨라Funicular에 몸을 실으면 약 7분여 만에 320m 높이 정상에 다다른다. 탁 트인 전망대의 시야는 그야말로 ‘파노라마 뷰’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듯하다. 호수와 항구, 피오르와 도심이 한데 어우러진 베르겐의 모습이 그야말로 거칠 것 없이 펼쳐진다. 오슬로에 에드바드 뭉크가 있다면 베르겐에는 에드바드 그리그Edvard Grieg가 있다. 물론 이런 이분법적인 구분은 바람직하지 않다. 뭉크 역시 이곳 베르겐에서 상당 부분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며, 그리그가 베르겐을 떠나 있었던 시간도 제법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르겐에서 그리그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그는 누구보다 노르웨이적 색채가 짙은 음악가로 명성이 높은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페르귄트 모음곡’ 중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어 보면 당시 식민 상황이던 조국에 대한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리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원하는 만큼 음악을 공부하고 작업하면서 오페라 가수였던 아내 니나와 평생을 해로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있었으니 어린 딸을 잃고 그 아이를 평생 그리워하며 살았다. 그리그 부부가 30대 중반부터 여름철에 지냈던 생가가 바로 베르겐 외곽에 있는 트롤하우겐이다. 북유럽에서 요정을 가리키는 ‘트롤하우겐’은 노르웨이 사람으로는 눈에 띄게 단신이었던 그리그의 별명이기도 했는데, 그의 집이 지금도 요정의 정원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그리그 부부가 합장된 묘가 있는 이곳에는 그들이 사용했던 스타인웨이 피아노와 악보, 편지, 초상화 등의 흔적이 남아있다. 집에서 바다로 스무 걸음쯤 내려간 곳에 한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만한 작은 오두막이 하나 있는데 바로 복원한 그리그의 작곡실이다. 그리그는 바다로 향한 창문을 중심으로 피아노와 책상, 오선지와 펜 등 최소한의 물건을 비치해 두고 곡을 썼다. 그리그 사후 이 작곡실을 복원할 때 전해지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아내 니나에게 최종 점검을 받는 중에 니나가 갑자기 집으로 뛰어가더니 두꺼운 악보집을 가져다 피아노 의자에 놓았다고 한다. 이것 없이 그리그의 작곡실은 완성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153cm의 단신이었던 그리그는 피아노를 칠 때 두꺼운 악보집을 깔고 앉아야 편하게 건반을 두드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작곡실과 함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을 갖춘 2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과 예술이 이렇게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곳에서 어떤 음악이 울려 퍼진들 감동적이지 않을까. 글 Travie writer 김정은 사진 Travie writer 김정은, 트래비CB,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노르웨이관광청 www.visitnorway.com ▶travie info 항공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르웨이까지 직항 정규 노선은 없다. 핀에어, KLM 등 주요 유럽 항공사가 1회 경유로 오슬로와 베르겐을 당일 연결한다. 언어 공용어는 노르웨이어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은 1~2개의 외국어에 익숙하다. 영어가 가능한 여행자라면 노르웨이에서 언어 때문에 불편을 겪을 일은 거의 없다. 전기 220V이며 한국과 플러그 모양도 동일하다. 화폐 노르웨이 크로네Krone를 사용하며 공식적인 표기는 NOK이나 줄여서 kr로 표기한다. 1크로네가 약 200원 정도. 유로존이 아닌 만큼 유로화는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 여행자가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상당히 비싼 편이라 카페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이 약 1만2,000원, 편의점에서 구입한 생수 한 병이 약 6,000원이었다. 날씨 백야가 시작되는 6월부터 10월 초까지는 날씨가 화창하고 청명해 그야말로 노르웨이 여행의 황금시즌이라 할 만하다. 오슬로의 7월 평균 낮 최고기온은 21.5도. 음식 바이킹의 후예답게 생선을 즐겨 먹는데 식탁에 자주 오르는 메뉴가 대구와 청어, 연어 등이다. 이와 더불어 빵과 감자의 소비량이 높다. 농지 비율이 낮기 때문에 야채나 과일의 생산량이 미미한 대신 목축업이 발달해 버터와 치즈 등 유제품의 품질이 좋다.
  • [동아시안컵] 압박·끈끈이 수비·역습… 잃어버린 투혼·신뢰 되찾는다

    [동아시안컵] 압박·끈끈이 수비·역습… 잃어버린 투혼·신뢰 되찾는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공언한 ‘한국형 축구’가 첫선을 보인다. 2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호주와의 2013동아시안컵 개막전이 무대다. 홍명보호의 첫 단추를 꿰는 동시에 내년 브라질월드컵의 밑그림을 엿볼 수 있다. 홍 감독은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감독 데뷔전이라는 개인적인 의미보다 대한민국이 새롭게 출발하는 경기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경기마다 투혼을 발휘해 잃어 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목표를 말하기엔 이르지만,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걸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수비조직력을 끈끈하게 유지하면서 강력한 압박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게 ‘한국형 축구’의 뼈대다. 빠른 역습과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도 필수. 홍 감독은 스스로 추구하는 전술을 설명하며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수비를 얼마나 조직적이고 콤팩트하게 하느냐가 포인트”라며 “우리 선수들의 근면성, 성실함, 희생정신 등 세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전술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전술의 윤곽은 얼추 나왔다.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의 비공개 훈련 도중 자체 청백전을 통해 사실상 ‘베스트 11’을 확정했다. 앞서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밀었던 4-2-3-1 포메이션을 이번에도 선택했다. 주전조로 나선 포백 수비라인은 김진수(니가타)-김영권(광저우)-홍정호(제주)-이용(울산)이었고, ‘캡틴’ 하대성(서울)과 이명주(포항)가 더블 볼란테를 맡았다. 공격형 미드필더 세 자리는 윤일록(서울)·이승기(전북)·고요한(서울)이 꿰찼고 원톱은 김동섭(성남)이 나섰다. J리거는 호주와의 첫 경기에는 대부분 빠지게 됐다.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사흘뿐이었다. 지난 17일 파주NFC에서 닻을 올렸고, 심지어 J리거 7명은 리그 일정 탓에 하루 뒤 소집됐다. 홍 감독은 “짧은 시간에 모든 걸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면서도 “세계축구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만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훈련 첫날에는 직접 선수들의 어깨를 잡으며 서야 할 위치와 수비 간격을 꼼꼼하게 조정했고, 이틀째부터는 포지션 별로 선수를 나눠 전술 담금질에 땀을 쏟았다. 세트피스 연습 때는 염기훈과 박종우가 날카롭게 킥을 날렸고, 선수들은 약속된 위치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날은 주전 조끼를 나눠 입고 실전 못지않은 미니게임으로 승부욕을 끌어올렸다. 하대성은 “엄격한 규율 속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준비를 잘했다”며 “마지막에 웃을 수 있도록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뒤숭숭했던 태극호를 추스르고 옥석을 가리기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설욕까지 해야 한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안방에서 호주에 1-2로 졌다. 하대성을 비롯해 정성룡(수원)·김영권·김신욱(울산) 등 8명이 당시 멤버다. 홀거 오지크 호주 대표팀 감독은 “한국은 축구에 대한 열정과 실력이 대단해 힘든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새로운 선수를 테스트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커버스토리] ‘외로운 길잡이’ 등대의 변신

    [커버스토리] ‘외로운 길잡이’ 등대의 변신

    칠흑 같은 밤바다에서 홀로 뱃길을 밝혀 주던 ‘등대’. 외로운 길잡이 등대가 최근 몇 년 새 해양문화 체험 공간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해안 절경과 어우러진 등대를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등대는 삶에 지친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1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7월 현재 우리나라에는 등대지기가 상주하는 유인 등대 37기와 무인 등대 4439기 등 모두 4476기의 등대가 설치돼 있다. 등대 관광객은 연간 4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단순한 항로표지시설에서 공원, 해양체험공간, 이벤트 행사장, 박물관, 낚시터 등으로 변신한 덕분이다. 실제 유인 등대 방문객은 2008년 207만 3352명에서 지난해 360만 8359명으로 153만 5007명이나 증가해 변신에 대성공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렇다고 등대가 밤바다를 운항하는 선박의 나침판 역할을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 기술이 발전해 인공위성이나 레이더를 이용한 위성항법장치(GPS)와 전자항법시스템 등 첨단 항해 장치까지 등장했지만, 등대의 불빛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제주 우도 등대는 2005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등대를 테마로 한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우도 등대공원은 전국 관광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2009년 방문객 56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86만명이나 찾았다. 이곳에는 2006년 점등 100주년을 맞아 복원된 목재 등대 1기와 1919년부터 2003년까지 우도 앞바다 길잡이 역할을 해 온 근대식 등대 1기, 2004년 설치한 현대식 등대 1기 등 모두 3기의 등대가 있다. 등대 주변에는 이집트 파로스 등대와 중국 상하이 마호타파고다 등대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유명한 등대 모형 14점이 전시돼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또 등대 시뮬레이션과 영상관, 전시실, 포토존, 휴게실 등도 갖추고 있다. 등대공원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는 한 폭의 풍경화 같다. 등대공원과 우도봉은 영화 촬영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울산 동구의 울기 등대와 울주군의 간절곶 등대도 전국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울기 등대는 대왕암, 용굴, 탕건암 등 기암괴석과 수령 100년을 넘긴 1만 5000여 그루의 해송이 어우러진 곳에서 뱃길을 밝히고 있다. 신라시대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어 나라를 지키려고 바위섬 아래에 묻혔다는 전설을 간직한 대왕암까지 인접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간절곶 등대는 한반도 육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일출 명소에 자리 잡고 있다. 연간 40만~50만명의 관광객들이 울기·화암추·간절곶 등 울산 앞바다를 밝히는 등대 3곳을 찾는 이유다. 울산 지역 등대를 찾는 관광객은 2011년 48만 9261명에서 지난해 50만 4187명으로 매년 수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등대가 유명해지면서 ‘1박2일 등대지기 체험 프로그램’의 경쟁률도 높다. 매년 10대1 수준이다. 신청자의 80% 이상이 다른 지역 사람들이다. 전남 여수의 거문도 등대도 체험 숙소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곳에서는 망망대해의 웅장함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산책로를 따라 조성된 동백과 아열대 식물 군락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여수해양항만청은 2006년 7월부터 해양 관광과 더불어 등대의 중요성과 역할을 알리려고 거문도 등대 구내에 한 가족이 숙식할 수 있는 ‘가족 체험형 숙박시설’을 마련해 개방하고 있다. 1985년 2월 경북 포항에 들어선 국립등대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등대 100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기술의 발달과 시대의 변화로 사라져 가는 항로표지 시설 및 각종 장비를 전시·보존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직접 만져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돼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등대관, 해양관, 수상전시장, 야외전시장, 테마공원 등 분야별로 볼거리가 풍부하다. 또 포항에는 젊은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등대(높이 14m)가 있다. 낙서 등대 또는 사랑 등대로 불리는 이 등대는 포항여객선터미널 인근 방파제에 설치됐다. ‘아내를 만나게 해 줘 감사하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린다’ 등 다양한 사연과 연락처가 적혀 있다. 포항지방해양청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2005년 10월부터 등대 낙서판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낙서 등대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 2년마다 새로운 낙서판을 설치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 대송항에는 사랑의 멜로디를 들려주며 메신저 역할을 하는 프러포즈 등대가 젊은 연인들을 맞고 있다. 높이 8.4m의 이 등대는 전기, 음향, LED 조명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하트 모양 센서 위에 사람이 서면 프러포즈 음악과 함께 조명이 비친다. 프러포즈 등대에 맞게 빨간색에 하트 모양의 창을 만들어 포토존으로도 인기다. 부산은 ‘등대 도시’로 통한다. 부산 기장군 대변항 일대 4㎞ 구간에는 이색 등대 5기가 방파제마다 설치돼 있다.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4강 진출을 기념해 2003년에 만든 ‘월드컵 기념 등대’. 월드컵 공인구가 등대 기둥에 박혀 당시 월드컵축구대회의 열정을 느끼게 한다. 월드컵 기념 등대가 인기를 끌면서 장승 모양의 등대도 들어섰다. ‘젖병등대’는 2009년 전국 출산율 꼴찌 부산에 아이가 많이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 등대 위로 걸어 오를 수 있는 ‘계단등대’에는 연인들이 남기고 간 사랑의 자물쇠로 빼곡하다. 또 칠암항에는 야구 등대가 있다. 글러브·배트·야구공 모양의 ‘야구 등대’는 붉은 원형 띠에 갈매기를 매단 갈매기 등대와 마주 보고 있다. 모양만 다양한 게 아니라 항로표지법을 준수한 실제 등대다. 2010년 8월 개방된 울산신항만 남방파제에서는 육지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15도가량 기운 ‘피사의 등대’가 눈길을 끈다. 이곳은 낚시터로 유명하다. 전갱이, 우럭, 삼치, 학꽁치 등 다양한 고기를 잡을 수 있다. 김정식 울산항만청 해사안전시설과 계장은 “등대는 이제 선박의 안전만을 위한 시설물이 아니다. 국민이 자유롭게 찾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변신하고 있다”면서 “‘밤바다의 외로운 등대’는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책꽂이]

    못난 조선(문소영 지음, 나남 펴냄) 16~18세기 조선시대를 재조명했다. 외세에 떠밀려 강제 개항되기 전 조선 내부에서 일어난 개혁의 싹에 주목한다. ‘왕실’과 ‘백성’, ‘제도’와 ‘현실’의 간극은 없었을까, 융성했던 조선이 왜 19세기에 몰락할 수밖에 없었는가 등의 물음을 던진다. 미술품, 역사책, 지도 등을 샅샅이 뒤져 조선시대의 감춰진 ‘흑역사’를 밝혀낸다. 개정판. 440쪽. 1만 8000원. 정치의 즐거움(박원순·오연호 지음, 오마이북 펴냄)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후 두번째 내놓은 책.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30시간에 걸친 대담을 기록했다. 반값등록금 실현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뉴타운 출구 전략 등을 다뤘다. 정치는 권력을 누가 잡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만드는 데 있음을 강조했다. 312쪽. 1만 5000원. 이주(마이클 새머스 지음, 이영민 외 4인 옮김, 푸른길 펴냄) ‘이주의 시대’를 맞아 국제 이주 현상과 관련 정책에 관한 이론과 실천의 문제들을 심도 있게 다뤘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주 관련 개론서다. 이주에 대한 개념·이론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다학문적 차원에서 다양한 이론과 관점, 지정학적 경제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담았다. 484쪽. 2만 5000원. 나는 일하는 엄마다(김영란 외 8인 지음, 르네상스 펴냄) 그저 무늬만 ‘남녀평등’인 사회의 육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30~50대 엄마들 이야기를 담았다. 육아 지침의 성공담은 결코 아니다. “어린이집 앞에서 붙잡고 매달리는 아이를 억지로 손에서 떼어 놓을 때면 심장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심정이었다”는 고백에 눈물이 핑 돈다. 212쪽. 1만 3000원. 정치의 책(폴 켈리 외 8인 지음, 박유진·이시은 옮김, 지식갤러리 펴냄) 동서고금에 걸쳐 인류 사회의 동태를 규정하고 방향을 모색한 위대한 사상가들의 이론과 주장을 집대성한 정치학 바이블. 세계사의 한 부분이 된 인물들의 정치적 선택과 통찰을 소개한다. 정의, 평등, 박애부터 이데올로기 문제까지 이해를 돕는 입문서다. 352쪽. 3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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