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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도하는 할머니까지 참수…이슬람 극단주의 민낯[이슈픽]

    기도하는 할머니까지 참수…이슬람 극단주의 민낯[이슈픽]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20대 남성이 노트르담 대성당에 들어가 기도하는 시민들을 참수하고 살해했다. 이 남성은 29일(현지시간) 아침 일찍 기도하러 온 70대 할머니를 참수하고 다른 여성과 성당 관리인 등을 찔러 목숨을 잃게 했다. 이날은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탄생일이었다. 프랑스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던 교사가 극단주의자에게 참수당한 지 2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이날 AFP통신 등에 따르면 테러 용의자는 몇주 전 유럽에 도착한 21세 튀니지인으로 체포 과정에서 경찰의 총에 맞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테러 용의자는 30㎝ 길이의 흉기를 휘두르고, 경찰에 불잡힐 때까지 ‘알라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구호를 계속 외쳤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과 예비용 흉기가 현장에서 발견됐다. IS의 주요 표적인 프랑스 프랑스는 IS의 주요 표적 가운데 하나였다. IS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 조직원들을 투입해 동시다발 총기 난사와 폭탄 공격으로 130명 정도를 살해했다. 니스에서는 2016년 7월 14일 대형트럭이 혁명기념일 행사 뒤 해산하는 군중에 돌진해 80여 명을 살해하는 참변이 있었다. IS가 배후를 주장했으나 수사당국은 범인과의 직접 연계성은 없다고 밝혔다. 같은 해 7월 26일에는 프랑스 북부 루앙시 근처 성당에서 IS 추종자들이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를 살해하는 테러도 발생했다. 올해 9월 25일에는 파리 중심부에서 파키스탄 국적의 25세 남성이 무함마드 만평을 그린 샤를리 에브도에 복수하겠다며 흉기를 휘둘러 2명을 다치게 했다. 이달 16일에는 중학교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기 위해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역사·지리 교사가 체첸 출신 18세 극단주의자에게 참수당했다.마크롱 “테러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말레이시아 전 총리 “죽일 권리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절대 굴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가 다시 한번 공격을 받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가치, 자유, 이 땅에서 자유롭게 믿고 테러에 굴하지 않는 가능성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풍자도 표현의 자유”라며 “자신들의 법이 공화국법보다 우위라고 주장하는 사상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가하면 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전 총리는 프랑스 역사교사 참수 사건과 관련해 프랑스 식민시절 대량학살을 언급하며 “무슬림은 프랑스인 수백만 명을 죽일 권리가 있다. 불매운동은 프랑스인들이 식민지 시대에 저지른 잘못을 보상할 수 없다”고 적었다가 비난이 쇄도하자 문제의 트윗을 삭제했다.이슬람권에서는 프랑스 정부가 ‘반이슬람’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며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방글라데시와 같은 아시아 국가와 중동에서는 프랑스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유엔은 만평, 파리 교사 참수 뒤 이어지고 있는 서방과 이슬람권의 갈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급진적 이슬람 테러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프랑스이건 아니건 어떤 나라도 그런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아파트 발코니와 차량에서 즐기는 이색 콘서트 눈길

    아파트 발코니와 차량에서 즐기는 이색 콘서트 눈길

    자치단체들이 코로나블루 극복을 위해 거리두기가 접목된 이색콘서트를 열고 있다. 31일 옥천군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는 1일까지 이틀간 관내 4개 아파트단지에서 ‘찾아가는 발코니 콘서트’가 진행된다. 31일 지엘리베라움아파트(오후2시), 향수마을아파트(오후4시), 1일 하늘빛아파트(오후2시), 마암현대아파트(오후4시) 순이다. 이 콘서트는 수준높은 실력을 자랑하는 지역 예술인들이 아파트단지 내 광장이나 주차장 등 여유공간에서 연주하면 주민들이 발코니에서 감상하는 방식이다. 영화 알라딘 OST, 7080메들리 등 모든 연령대에 친숙한 노래들이 1시간 동안 현악기와 국악으로 연주될 예정이다. 군은 이 콘서트를 위해 1800여만원을 들여 무대차량 등을 임대했다. 아파트 선정은 주민들 수요조사로 이뤄졌다. 군 관계자는 “이번 콘서트가 문화공연에 목마른 마음을 달래주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 다양한 방식의 찾아가는 음악선물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지난 27일 진천음성 혁신도시 남천공원에서 비대면 자동차 야외콘서트를 개최했다. 한국 대표 포크 음악 그룹인 여행스케치와 아카펠라 그룹은 1시간30분동안 콘서트를 진행하며 관객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사했다. 차량 60대를 예상하고 사전예약을 받았는데, 62대가 입장하는 등 콘서트는 대성황을 이뤘다. 이날 콘서트와 함께 40분동안 공감적 소통을 주제로 한 인문학강연도 마련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니스 흉기 테러 용의자는 이탈리아 거쳐 며칠 전 프랑스 도착

    니스 흉기 테러 용의자는 이탈리아 거쳐 며칠 전 프랑스 도착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29일(이하 현지시간) 끔찍한 흉기 테러를 저지른 용의자는 이탈리아를 거쳐 며칠 전 프랑스에 건너온 21세 튀니지 청년이라고 프랑스 대테러검찰청이 밝혔다. 장프랑수아 리카르 대테러 전담 검찰은 니스 노트르담 대성당 안팎에서 여성 2명과 남성 1명 등 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초기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 BFM 방송,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브라힘 아우사위로 알려진 용의자는 지난달 20일 이탈리아 적십자사가 발행한 공식 문서를 소지한 채 이민자 보트를 이용해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도착했고, 지난 9일 이탈리아 남부 바리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의자가 프랑스로 넘어온 정확한 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그는 이날 오전 6시 47분 니스역에 도착한 뒤 겉옷을 뒤집어 있고, 신발을 갈아 신었으며 오전 8시 29분 노트르담 대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 안에 30분가량 머물던 용의자는 미리 준비해온 흉기로 성당 안팎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8시 57분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졌다. 경찰에 제압당하는 와중에도 용의자는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가장 위대하다)”고 외쳤다. 중상을 입은 용의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예후가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번 테러로 숨진 피해자 둘은 성당 안에서, 한 명은 성당 밖 술집에서 발견됐다. 성당 안에서 숨진 여성 피해자(60)는 마치 참수 당한 듯 목이 깊게 파여 있었고, 같은 공간에서 변을 당한 남성 피해자(55) 역시 목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다른 여성 피해자(44)는 용의자를 피해 성당 인근 술집으로 도망치다가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숨졌다. 용의자가 갖고 있던 가방에서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 사본과 휴대전화 두 대, 흉기 등이 발견됐다. 이번 테러 공격은 지난 16일 파리 근교 중학교 수업 도중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조롱한 잡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는 이유로 교사 사뮈엘 파티를 참수한 사건이 일어난 지 2주가 안돼, 지난 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슬람들에겐 계몽이 필요하다”고 공언한 지 한 달이 안돼 벌어졌다. 이날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각각 다른 테러 공격 사건이 일어났다. 프랑스 남부 아비뇽 근처 몽파베란 도시에서 권총으로 경찰을 위협하던 남성이 총격을 받아 숨졌고, 사우디 수도 제다의 프랑스 영사관 앞에서 용의자가 체포됐고, 경호원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니스를 방문한 뒤 “우리가 다시 공격받는다면 우리의 가치관, 자유인데 우리 영토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가능성과 테러의 정신에 굴복하지 않는 일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 경계 수위를 최고로 높이며 교회와 학교 등 공공시설에 배치된 군인 숫자를 3000명에서 7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헤밍웨이·엘리엇 드나든 100년 헌책방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코로나에 휘청

    헤밍웨이·엘리엇 드나든 100년 헌책방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코로나에 휘청

    프랑스 파리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헌책 전문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가 코로나19 여파에 휘청이고 있다. 101년째 같은 이름으로 이어져 온 서점은 센 강변에서 70년간 순례객들을 유유히 맞았지만, 프랑스 전역이 2차 봉쇄에 들어가면서 경영난이 가중되자 결국 고객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서점 측은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많은 기업처럼 우리 역시 손해를 감수하며 어려운 시기에 나아갈 길을 찾고 있다”며 “관심 있는 여러분의 온라인 주문이 (서점 존립의) 감사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 웹사이트에서 책 주문 및 서비스 구독을 대신해 달라는 간청이다. 서점 대표인 실비아 휘트먼은 “지난 3월 파리 1차 봉쇄조치 여파로 방문객 및 관광객이 줄면서 매출이 80% 가까이 감소했다”면서 “당시 두 달간 문을 닫았고,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임대료가 상당히 밀린 상태”라고 전했다. 1919년 처음 문을 연 서점은 영문 서적을 전문 취급하며 20세기 초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TS 엘리엇, 제임스 조이스 등 영미권 문인들이 드나들던 아지트였다. 이후 문학가들을 후원했던 조지 휘트먼이 서점 이름을 이어받아 1951년 노트르담 대성당 맞은편 현재의 자리에 정착해 오늘날까지 이어졌고 딸이 서점을 물려받았다. ‘서점을 가장한 사회주의 유토피아’로 불렸던 이곳에서 가난한 문학인들은 일을 거들어주고 낡은 서가 한켠에서 숙식을 제공받았다. 책방 안에는 “위장한 천사일지 모르니, 낯선 이들을 불친절하게 대하지 말라”는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예이츠의 시 구절이 붙어 있었다. 관광객들은 여행 후기 사이트에 “책방이라기보다는 전설에 가까운 곳”이라는 평을 남기던 곳이다. 서점의 공지 이후 고객들의 지원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한 독자는 웹사이트 3개 계정을 구독하며 1000유로 상당 주문을 했다. 휘트먼 대표는 “사람들에게 ‘지갑을 열고 우리에게 돈을 달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면서 “대신 ‘우리가 가진 희귀본을 당신이 얻을 수 있다면 놀랄 것’이라고 권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파고가 다시 유럽을 뒤덮으며 유럽연합(EU) 양대국인 프랑스·독일이 5개월 만에 재봉쇄에 들어가는 등 전역이 통제 불능 상황에 빠지고 있다. 프랑스는 30일부터 최소 한 달간 전국에서 식당·술집 등 비필수 사업장이 모두 문을 닫고 외출도 제한된다. 독일 역시 다음달 2일부터 학교, 공공서비스를 제외하고 요식업종, 여가 시설 대부분이 문을 닫는 봉쇄 조치에 들어간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드디어 열린 공연장… 국악관현악 귀호강

    드디어 열린 공연장… 국악관현악 귀호강

    올해 대부분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진행됐던 국악관현악 무대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저마다 개성이 강한 국악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내는 국악관현악의 화음은 직접 들어야만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게 무대와 객석의 아쉬움이었다. 오랜만에 대면 무대로 그 허전함을 달랜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첫선음악회,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Ⅱ’로 지난 1월 새해음악회 이후 첫 대면 공연을 연다. 지난해 작곡가들에게 새 작품을 위촉해 초연한 ‘첫선음악회’에 이어 올해는 최초로 공모 절차를 거쳐 다섯 명의 작곡가를 선정해 신곡을 초연한다. 20대부터 70대까지 공모에 참여한 가운데 김관우·손성국·송정·장석진·홍민웅 등 20~40대 젊은 작곡가들의 곡이 무대에서 처음 선보인다. 박호성 단장은 “젊은 작곡가들이다 보니 틀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무쌍한 박자와 다양한 연주 기법이 필요하고 화려한 국악관현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무대에선 현장 오디션처럼 관객들의 투표로 선호도가 높은 작품을 뽑는다. 연주자(30%), 전문가(30%) 평가에 현장에서 음악을 직접 들은 관객(40%)의 투표를 더해 ‘울림작’, ‘떨림작’을 선정해 작곡료 외 인센티브를 작곡가에게 준다.국립국악관현악단은 2009년 5월부터 국립극장에서 진행한 국악 브런치 콘서트 ‘정오의 음악회’ 100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매년 5~6차례, 수요일 오전 11시에 관객들과 만났지만 올해 공연이 몇 차례 미뤄지며 다음달 11일 100회를 맞게 된 ‘정오의 음악회’는 황병기·원일·임재원 등 전임 예술감독의 지휘로 오정해·박정자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해설을 맡으며 국악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공연으로 인기가 높아 누적 관객수가 7만 2000여명을 기록했다. 안숙선·박애리·남상일·유태평양·송소희 등 명창부터 젊은 소리꾼은 물론 안치환·정훈희·한영애·남경주·최정원·마이클리 등 다양한 장르의 스타들이 함께 무대를 꾸며 호응을 더했다.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리는 100회 공연에는 사물놀이 협주곡이라는 이색 장르를 만날 수 있고, 뮤지컬배우 민영기가 국악관현악에 맞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성당들의 시대’ 등을 선보인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도 다음달 13~14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21세기 작곡가 시리즈’로 관객들과 만난다. 양지선·라예송·장영규·동양고주파 등 개성 있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초연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한국적 소리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할 예정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與엔 관행, 野엔 원칙 적용 불공평” “의전 집착 한국적 정서가 논란 키워”

    “與엔 관행, 野엔 원칙 적용 불공평” “의전 집착 한국적 정서가 논란 키워”

    2030 “원칙 넘어선 관행 이해할 수 없어”4050 “의전 중시, 결국 특권의식의 발로”국회는 위계와 의전이 강한 공간이다. 국회 본청 정중앙 문으로는 의원만 다녀야 한다는 관행이 있을 정도다. 이토록 엄숙주의를 강조하는 국회에서 지난 28일 야당 원내대표가 청와대 경호요원에게 몸수색을 받았다. ‘원칙’을 따랐다지만 ‘관행’이 논란을 불붙였다. 국회 안방에서 원내대표가 몸수색을 당한 것은 전례도 없고 의전 관례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국회 밖 시민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볼까. ●VIP 못 알아본 경호원의 ‘융통성’ 문제? 2030세대는 관행이 여야에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원칙을 넘어선 관행을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VIP 의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한국적 정서’가 논란을 키웠다는 4050세대의 지적도 있었다. 회사원 이모(29)씨는 “청와대 경호처가 원칙을 이야기하지만 원칙대로라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따로 검색 절차를 밟아야 했던 것 아니냐”면서 “원칙을 넘어선 관행을 여야가 똑같이 적용받지 않은 만큼 공평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호처 업무 지침에 따르면 국회 행사의 경우 5부 요인, 정당 대표 등은 검색 면제 대상이다. 정당 원내대표는 면제 대상이 아니지만 당 대표와 동반 출입하는 경우 관례상 검색을 면제해 왔다. 뒤늦게 홀로 환담장에 도착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칙상’ 검색 대상이었고, 경호요원은 ‘원칙’을 따랐다. 대학원생 서모(30)씨는 “관행을 들어 (여당은) 봐줄 건 다 봐주면서 청와대 경호처가 굳이 ‘규정’(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관례는 공동체가 동의하더라도 절대성을 갖지 않는데 도대체 관행이 뭐기에 원칙을 넘어서느냐”고 되물었다. 경호처는 “절차상의 문제는 없으나 검색요원이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명했다. 한 여당 인사는 “경호요원이 (주 원내대표의) 얼굴을 못 알아본 것 같다”고 말했다. ‘VIP 얼굴을 못 알아본’ 경호원의 ‘융통성’이 사건의 원인인 양 지목됐다. 이날 주 원내대표를 검색한 경호처 직원은 20대 ‘신참’ 경호원으로 알려졌다. ●주 원내대표 “경호처 사과 수용” 자영업자 박모(50)씨는 “평창올림픽 때처럼 원칙을 깨고 북한 선수를 발탁한 거라면 공정을 따지겠지만 이 문제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최근 신발 테러를 당해 바짝 긴장해 있는 경호처의 대응도, 국회 안방에서 몸수색을 당한 야당 원내대표의 모욕감도 십분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의전(儀典)을 중시하다 보니 원칙을 넘어서는 관행이 너무 많이 생겼다는 의견도 있었다. 회사원 김모(48)씨는 “해프닝에 불과해 보이는 사건에 야당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면서 “(야당의 항의는) 결국 감히 국회의원의 체면을 건드렸다는 특권의식의 발로 아니냐”고 했다. 의전은 국가 간 ‘격’을 맞춘다는 외교용어지만, 체면과 권위를 유독 중시하는 우리식 정서를 만나 ‘특권의식’으로 변질된 경향이 있다. 2018년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의혹으로 이제는 제한된 공항의 과잉 의전이 대표적이다. 주 원내대표는 29일 ‘의전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에 대단히 죄송하다’는 경호처 측의 사과를 받았으며, 이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uenah@seoul.co.kr
  • ‘주호영 몸수색’이 불붙인 ‘의전 관행’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무이슈]

    ‘주호영 몸수색’이 불붙인 ‘의전 관행’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무이슈]

    국회는 여전히 위계와 의전이 강한 공간이다. 국회 본청 가운데 정문으로는 의원만 다녀야 한다는 관행이 있을 정도다. 이토록 엄숙주의를 강조하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지난 28일 야당 원내대표가 청와대 경호 요원에게 몸수색을 받았다. ‘원칙’ 대로라면 별문제가 없는 사안이지만 ‘관행’이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국회 안방에서 원내 대표가 몸수색을 당한 것은 의전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국회 밖 시민들은 이 ‘관행’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VIP 못 알아본 경호 요원 ‘융통성’이 문제? 2030세대는 관행이 여야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은 것을 지적했고, 원칙을 넘어선 관행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VIP 의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한국적 정서’가 사건을 키웠다는 4050세대의 지적도 있었다. 회사원 이모(29)씨는 “정치인들끼리 급 맞춰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여야 대표가 똑같이 관례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면 공평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경호처 업무 지침에 따르면 국회 행사에 경우 5부 요인, 정당 대표 등에는 검색을 면제하고 있다. 정당 원내 대표는 면제 대상이 아니지만 당 대표와 동반 출입하는 경우 관례상 검색을 면제를 해왔다. 원칙상 뒤늦게 홀로 환담장에 도착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검색 대상이었다. 검색 요원은 ‘원칙’에 따라 몸 수색을 했다. 대학원생 서모(30)씨는 “관례·관행이라면서 (여당은) 봐줄 걸 다 봐주면서 청와대 경호처가 굳이 ‘규정’(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관례는 공동체가 동의하더라도 절대성을 갖지 않는데 도대체 관행이 뭐기에 원칙을 넘어서느냐”고 되물었다. 경호처는 사건 당일 ‘절차상의 문제는 없으나 검색요원이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명했다. 한 여당 인사도 “경호 요원이 (주 원내대표의) 얼굴을 못 알아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VIP 얼굴을 못 알아본’ 경호 요원의 ‘융통성’이 사건의 원인인 양 지목됐다. 이날 주 원내대표를 검색한 경호처 직원은 20대 여성 경호원으로 알려졌다. ·“테러방지 차원 원칙 중요” vs “원칙도 공평했어야” 양측 입장이 모두 이해된다는 답변도 있었다. 자영업자 박모(50)씨는 “평창올림픽 때처럼 있는 규정을 깨고 북한 선수를 발탁한 거라면 공정하냐 아니냐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이 문제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최근 신발 테러를 당해서 쫄아있는 경호처의 입장도, 국회 안방에서 전례 없이 수색당한 주호영 원내대표의 입장도 다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가 의전(儀典)을 중시하다 보니 원칙을 넘어서는 불필요한 관행이 생겼다는 의견도 있었다. 회사원 김모(48)씨는 “해프닝에 불과해 보이는 사건에 야당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면서 “(야당의 항의는) 결국 감히 국회의원의 체면을 무너뜨리느냐는 분노와 저항감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체면·권위 따지는 ‘특권’ 아닌 배려 의식 필요 의전은 국가 간 ‘격’을 맞춘다는 외교용어지만, 체면과 권위를 유독 중시하는 우리식 정서를 만나 ‘특권 의식’으로 변질된 경향이 있다. 2018년 한진 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의혹으로 이제는 제한된 공항의 과잉 의전이 대표적이었다. 현행법은 대통령과 5부 요인, 국외 원내교섭 단체 대표, 장애인 등에게만 공항 의전을 제한하고 있지만, 항공사들은 일등석 탑승자나 재벌 총수 등 일부 상류층에 대해서도 그동안 ‘관행’적으로 전용출국우대심사, 휴대품 대리 의전 등을 제공해왔다. 비서만 2700여명이 근무하는 국회에서는 의원 선수(選數)에 따른 자리 배치, 연설 순서 등을 챙기는 일이 주요 의전 중 하나다. ‘잘 모시는 것’ 못지않게 상대방에게 제대로 대우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국회 관례는 서로 격을 맞춰 나가는 방식이자 상대 측을 향한 배려”라면서 “담장을 낮추겠다는 청와대가 가장 중요한 파트너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게 아쉽다”고 평가했다. 한 국회 관계자도 “고쳐야 할 낡은 관행이 (국회에)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모든 관례를 없애야 할 것으로 본다면 조직의 질서도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호영 원내대표는 29일 ‘의전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에 대단히 죄송하다’는 경호처 측의 사과를 받았으며, 이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uenah@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지구 자전을 직접 눈으로 보는 방법

    [이광식의 천문학+] 지구 자전을 직접 눈으로 보는 방법

    -푸코의 진자로 보는 지구의 자전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것을 보고 하늘이 지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하는 천동설을 철석같이 믿었던 인류에게, 그 반대로 우리가 딛고 있는 땅덩어리가 태양 둘레를 돈다는 지동설을 한 천재가 주장한 것은 무려 2300년 전의 일이다.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 아리스타르코스는 달이 정확하게 반달이 될 때 태양-달-지구는 직각삼각형의 세 꼭짓점을 이룬다는 사실에 착목하여, 이 직각삼각형의 한 예각을 알 수 있으면 삼각법을 사용하여 세 변의 상대적 길이를 계산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먼저 달-지구-태양이 이루는 각도를 쟀다. 87도가 나왔다(참값은 89.5도). 세 각을 알면 세 변의 상대적 길이는 삼각법으로 금방 구해진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달과 태양은 겉보기 크기가 거의 같다. 이는 곧, 달과 태양의 거리 비례가 바로 크기(지름)의 비례가 된다는 뜻이다. 아리스타르코스는 이런 방법으로 세 천체의 상대적 크기를 또 구했다. 그가 구한 세 천체의 물리적 양은 다음과 같았다. 태양은 달보다 19배 먼 거리에 있으며(참값은 400배), 지름의 크기 또한 19배 크다. 고로 지구보다는 7배 크다(참값은 109배). 따라서 태양의 부피는 지구의 300배에 달한다고 결론지었다. 실제 값과는 큰 오차를 보이긴 했지만, 당시의 조건을 고려한다면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기하학은 정확했지만, 도구가 좀 부실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핵심은 놓치지 않았다. 지구보다 300배나 큰 태양이 지구 둘레를 돈다는 것은 모순이며, 지구가 스스로 자전하며 태양 둘레를 돈 다는 사실이었다. 이리하여 천동설을 젖히고 인류 최초의 지동설이 탄생하게 되었지만, 당시 이 같은 아리스타르코스의 주장은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신성 모독이므로 재판에 부쳐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스토아 학파의 학자들로부터 날카로운 반론이 튀어나왔다. “당신 주장대로라면 공중 높이 돌을 던지면 던진 장소로부터 서쪽으로 이동한 자리에 떨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하늘을 나는 새도 동쪽으로 날기 위해서는 매우 힘겹게 날아가야 하겠지만 서쪽으로 날기 위해서는 방향만 잡은 채 가만히 있어도 서쪽으로 이동할 것 아닌가?” 이에 적절히 답할 물리학이 당시엔 없었으므로, 지동설이 힘을 얻지 못하는 한 원인이 되었다. 그에 대해 정확한 답변은 1,800년 뒤, 모든 계의 물리법칙은 동일하게 작용한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상대성 이론을 기다려야만 했다. 우리는 지구와 같이 움직이므로 지구의 자전이나 공전을 체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구가 자전하면서 태양 둘레를 돈다는 아리스타르코스의 주장을 완벽히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그로부터 2100년이나 뒤인 1851년에야 발견되었다.프랑스 물리학자 레옹 푸코는 지구 자전을 증명하기 위해 이른바 '푸코의 진자'라는 장치를 고안해냈다. 1851년 푸코는 팡테옹의 돔에서 길이 67m의 실에다 28㎏의 납추를 매달아 진동시켰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동면이 천천히 회전하는 것이 밝혀졌다. 진동면의 바닥, 즉 지구는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데, 추의 진동면은 고정된 상태이므로, 겉보기로는 진동면이 시계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추의 진동면은 32.7시간마다 완전한 원을 만들면서 시계방향으로 매 시간 11도씩 회전했는데, 이는 곧, 지구가 자전하는 것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였다. 인류는 아리스타르코스가 지동설을 주창한 지 무려 2100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그 직접적인 증거를 눈으로 보게 된 셈이다. 푸코는 이 실험으로 영국 왕립협회의 코플리 상을 받았다. 진자가 매우 오랫동안 진동을 유지할 때, 지구의 관찰자는 진자의 진동면이 회전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실제는 지구가 회전을 하면서 진자의 고정점을 함께 이동시키지만, 지구와 함께 회전하는 관찰자에게는 진자의 고정점은 변하지 않고 진동면이 회전하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 이와 같이 지구에 정지한 관찰자의 관점에서 진자의 진동면을 회전시키는 힘을 코리올리 힘라고 부른다. 푸코 진자의 회전 주기는 위도에 따라 변한다. 북극이나 남극에서는 중력과 지구 자전축의 방향이 같으므로 회전 주기가 지구의 자전 주기와 같다. 이에 비해 적도에서는 중력과 지구자전축의 방향이 서로 수직이므로 진자 진동면은 거의 변하지 않고 진자 진동면의 회전주기는 무한대가 된다.지구 자전의 증거를 직접 볼 수 있는 푸코의 진자는 집에서도 간단히 만들 수 있다. 아래 그림은 필자의 2층 베란다에 만든 끈 길이 5m 푸코 진자로, 남북 방향의 흰줄과 나란하도록 진동시킨 후 20분쯤 시간이 지나면 추의 진동방향이 시계방향으로 틀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직접 내 눈으로 지구 자전을 본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현재 파리의 팡테온 돔 아래에서 기존 푸코 진자의 정확한 복제품이 1995년 이후 영구적으로 진동하고 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씨줄날줄] 핵무기금지조약/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핵무기금지조약/황성기 논설위원

    NPT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지만 TPNW는 생소하다. 전자가 핵확산금지조약이고, 후자는 핵무기금지조약인데 영어로 보나 한글로 풀어 쓰나 도긴개긴, 그게 그것 같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NPT가 핵 5대 강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한 상태에서 여타 국가의 핵 개발을 금지하는 강대국 논리의 조약이라면 TPNW는 세계 모든 국가의 핵 개발·보유·사용을 금지하는 약소국이 모여 만든 획기적 조약이다. 유엔의 TPNW가 내년 1월 22일 발효하게 됐다는 뉴스는 국내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핵무기가 없고 이미 비핵화를 선언한 한국과는 무관해서일까. 아니면 정부조차 관심을 두지 않고 서명이나 비준 시도를 하지 않아서일까. 그렇게도 북한의 비핵화를 염원하며 북미 협상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한국이 참가할 법도 한데 비준에 참가한 50개국 명단에 한국은 없다. 2013년 비핵 국가인 노르웨이, 멕시코, 오스트리아 등이 핵무기를 법으로 금지하자는 논의를 시작해 2016년 핵무기금지조약의 교섭 개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유엔에서 통과시켰다. 조약은 그로부터 1년 뒤인 2017년 7월 유엔에서 122개국의 찬성을 얻어 ‘50개국의 비준과 발효’를 조건으로 탄생한다. 중미의 온두라스가 현지시간 지난 24일 유엔에 비준서를 제출함으로써 ‘50개국’ 조건을 채워 90일 뒤인 1월에 조약의 효력이 발생하게 됐다. 핵보유국의 반응은 싸늘하다. 2년 전 5개 핵보유국이 공동으로 반대성명을 낸 데 이어 최근 미국은 조약에 서명한 국가에 비준은 하지 말라고 서한으로 요구했다. 2017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TPNW 설립에 기여한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의 베아트리스 핀 사무총장은 미국이 조약에서 탈퇴하라고 다른 나라들을 압박하는 전례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미국 등 핵보유국은 NPT를 통해 핵군축과 핵폐기를 이뤄 가야지 TPNW로는 그 목적을 실현하지 못한다는 그야말로 강자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53년 역사 속에 5개 핵보유국의 핵 군축을 이루기는커녕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이란 등의 핵 개발을 저지하지 못하고 확산시킨 NPT 체제가 사실상 기능을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TPNW의 등장은 ‘핵무기 근절’이란 1945년 원폭 투하 이후 인류의 염원을 응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미국의 핵우산을 쓴 한국과 일본은 TPNW 참가가 어려운 ‘불편한 진실’이 있다. 조약에 비준한 50개국 상당수가 중남미와 아프리카, 일부 유럽 및 아시아 국가라는 점에서 핵 강국의 조롱과 방해 공작은 집요해질 것으로 보여 TPNW의 앞날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marry04@seoul.co.kr
  • “남북 모두가 거부감 없는 불교, 평화통일 마중물 희망을 봤다”

    “남북 모두가 거부감 없는 불교, 평화통일 마중물 희망을 봤다”

    출가승들은 입적 때까지 수행과 포교라는 두 바퀴의 수레를 끌며 정진한다. 하지만 조계종 원로의원 법타(은해사 회주) 대종사는 남다른 이력으로 회자된다. ‘남북 불교 교류의 물꼬를 튼 통일운동가.’ 그 유명한 ‘밥이 통일이다’라는 명제를 남긴 불교계의 대북 분야 선구자가 ‘북한불교 백서’(조계종출판사)를 출간해 화제다. 30년 이상 쌓은 경험과 자료를 토대로 북한 불교계, 특히 유일 종단인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을 심도 있게 해부해 눈길을 끈다. 북한불교의 유일한 종단이자 종무기관인 조선불교도연맹에 대한 백과사전이랄까. 스님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그 백서를 앞에 두고 “불교는 북한에서 미약한 가운데에도 정권과 상관없이 명맥을 이어온 유일한 종교”라며 “승려로서 북한불교에 대해 바른 견해를 국민과 불자들에게 전해야겠다는 원을 세워 유언, 유서처럼 정리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법타 스님은 북한을 방문한 첫 한국 스님이다.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제전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통일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30여년간 100여 차례나 북한을 방문, 평양·개성·금강산·묘향산 등지의 지역사찰을 찾아 북한불교를 조사했다. 1992년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를 조직하고 북한 지역에 국수·빵 공장을 설립해 굶주린 동포를 도우면서 조불련과의 깊은 신뢰를 쌓아 왔다. 한국전쟁기 불에 탄 금강산 신계사 복원 등에 발벗고 나섰고, 북한사찰의 단청지원 불사도 이어 갔다. 덕분에 쉽게 구할 수 없는 북한불교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집대성해 한 권의 책으로 냈다. 스님은 승려로는 처음으로 동국대 대학원 북한학과에서 ‘북한 조선불교도연맹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북한 전문가다. 백서에는 그 공력을 볼 수 있는 희귀 자료들이 수두룩하다. 북한 최고 지도자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문화재·불교에 대한 관심이 특히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역사박물관 등지에서 입수한 김일성 주석의 사찰 현지 지도자료를 보면 집안 내력에서 기독교와 가까왔던 김 주석이 해방 직후부터 1994년 사망 때까지 현지 지도한 2만 600개 단위 중 126곳이 역사유적 현지 지도였다. 역사유적 중 50곳이 사찰 방문이었고 그중 묘향산 보현사 방문이 17회로 가장 많았다.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 위원장이 해방 이후부터 2011년 사망 때까지 찾은 역사 유적지 72곳 중 34곳이 사찰이었다. 법타 스님은 이를 두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외쳤던 두 지도자는 종교를 인민 밖으로 밀어내려고 했으나 한국의 오랜 전통이 담긴 사찰, 불교를 멀리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한다. “미래지향적인 사회통합에 종교 통합이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불교는 남북 모두 가장 거부감을 갖지 않는 종교인 만큼 애국 종교로 봐야 해요. 서산·사명, 만해 한용운 같은 분들을 북측에서도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어요.” 스님은 책에서 만해 한용운의 아들이 한국전쟁 이후 월북했고, 그 후손이 평양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밝힌다. 스님은 북한에서의 불교신앙을 개인이 아닌 집단에 의해 이뤄지는 정치적 종교활동으로 평가한다. 북한 지역엔 68개 사찰이 남아 있지만 자발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채 모두 국가 주도로 통일전선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북한의 승려들은 모두 통일전선부 소속 공무원”이라고 밝힌 스님은 “상황은 암울한 편이지만 남북이 유일하게 공통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은 분야인 불교에서 희망을 봤다”고 강조했다. “불교가 남북 교류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법타 스님은 조계종 총무부장, 은해사 주지, 동국대 정각원장을 지냈다. 2017년부터 조계종 원로회의 의원, 은해사 회주로 있으며 2018년 동화사에서 조계종 최고 법계인 대종사를 받았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내년이면 탄생 200년… 김대건 신부의 삶 좇다

    내년이면 탄생 200년… 김대건 신부의 삶 좇다

    내년은 한국천주교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안드레아·1821~1846)) 신부가 탄생한 지 20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천주교계가 김 신부의 삶과 영성을 대대적으로 조명하고 실천하는 작업에 돌입한다. 27일 주교회의를 비롯한 천주교계에 따르면 ‘희년’ 개막일인 다음달 29일 서울 주교좌성당인 명동대성당에서 주교단 공동 집전 희년 개막미사를 봉헌한다. 한국교회 차원의 첫 희년 기념행사다. 주교회의는 지난 춘계 정기총회에서 2021년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선포한 바 있다. ‘희년’ 주제는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로 정해졌다. 천주교계는 ‘희년’ 개막일에 맞춰 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 명의의 담화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 희년 개막일을 즈음해 교황청 내사원에서 보내온 전대사 수여 교령의 전대사 조건을 발표한다. 김대건 신부의 생애와 희년 기도문, 희년 전대사를 받기 위해 방문할 성지·순례지·기념행사를 소개하는 ‘희년살이 안내’ 책자도 배포한다. 2021년 6월 11일 예수성심 대축일이자 사제 성화의 날에는 교구별로 희년 사제대회를 예정하고 있다. 8월 21일 솔뫼성지에서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미사를, 11월 27일에는 각 교구 주교좌 성당에서 희년 폐막미사를 봉헌한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희년 주제 ‘당신이 천주교인이오?’와 관련해 “오늘을 살아가는 천주교 신자 모두에게 주어진 질문으로 희년을 맞아 스스로 천주교인인지 되묻고, 천주교인으로 무엇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성찰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불교, 통일 마중물 될 희망의 종교”…법타 스님이 말하는 북한불교의 모든 것

    “불교, 통일 마중물 될 희망의 종교”…법타 스님이 말하는 북한불교의 모든 것

    불교계 대북 선구자 법타 스님 ‘북한불교 백서’ 펴내출가승들은 입적 때까지 수행과 포교라는 두 바퀴의 수레를 끌며 정진한다. 하지만 조계종 원로의원 법타(은해사 회주) 대종사는 남다른 이력으로 회자된다. ‘남북 불교 교류의 물꼬를 튼 통일운동가.’ 그 유명한 ‘밥이 통일이다’라는 명제를 남긴 불교계의 대북 분야 선구자가 ‘북한불교 백서’(조계종출판사)를 출간해 화제다. 30년 이상 쌓은 경험과 자료를 토대로 북한 불교계, 특히 유일 종단인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을 심도 있게 해부해 눈길을 끈다. 북한불교의 유일한 종단이자 종무기관인 조선불교도연맹에 대한 백과사전이랄까. 스님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그 백서를 앞에 두고 “불교는 북한에서 미약한 가운데에도 정권과 상관없이 명맥을 이어온 유일한 종교”라며 “승려로서 북한불교에 대해 바른 견해를 국민과 불자들에게 전해야겠다는 원을 세워 유언, 유서처럼 정리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법타 스님은 북한을 방문한 첫 한국 스님이다.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제전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통일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30여년간 100여 차례나 북한을 방문, 평양·개성·금강산·묘향산 등지의 지역사찰을 찾아 북한불교를 조사했다. 1992년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를 조직하고 북한 지역에 국수·빵 공장을 설립해 굶주린 동포를 도우면서 조불련과의 깊은 신뢰를 쌓아 왔다. 한국전쟁기 불에 탄 금강산 신계사 복원 등에 발벗고 나섰고, 북한사찰의 단청지원 불사도 이어 갔다. 덕분에 쉽게 구할 수 없는 북한불교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집대성해 한 권의 책으로 냈다. 1989년 북한 방문 후 본격 통일운동...100여 차례 방문 스님은 승려로는 처음으로 동국대 대학원 북한학과에서 ‘북한 조선불교도연맹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북한 전문가다. 백서에는 그 공력을 볼 수 있는 희귀 자료들이 수두룩하다. 북한 최고 지도자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문화재·불교에 대한 관심이 특히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역사박물관 등지에서 입수한 김일성 주석의 사찰 현지 지도자료를 보면 집안 내력에서 기독교와 가까왔던 김 주석이 해방 직후부터 1994년 사망 때까지 현지 지도한 2만 600개 단위 중 126곳이 역사유적 현지 지도였다. 역사유적 중 50곳이 사찰 방문이었고 그중 묘향산 보현사 방문이 17회로 가장 많았다.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 위원장이 해방 이후부터 2011년 사망 때까지 찾은 역사 유적지 72곳 중 34곳이 사찰이었다. 법타 스님은 이를 두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외쳤던 두 지도자는 종교를 인민 밖으로 밀어내려고 했으나 한국의 오랜 전통이 담긴 사찰, 불교를 멀리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한다. “남북이 모두 수용하는 애국 종교...불교야말로 통일의 희망” “미래지향적인 사회통합에 종교 통합이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불교는 남북 모두 가장 거부감을 갖지 않는 종교인 만큼 애국 종교로 봐야 해요. 서산·사명, 만해 한용운 같은 분들을 북측에서도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어요.” 스님은 책에서 만해 한용운의 아들이 한국전쟁 이후 월북했고, 그 후손이 평양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밝힌다. 스님은 북한에서의 불교신앙을 개인이 아닌 집단에 의해 이뤄지는 정치적 종교활동으로 평가한다. 북한 지역엔 68개 사찰이 남아 있지만 자발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채 모두 국가 주도로 통일전선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북한의 승려들은 모두 통일전선부 소속 공무원”이라고 밝힌 스님은 “상황은 암울한 편이지만 남북이 유일하게 공통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은 분야인 불교에서 희망을 봤다”고 강조했다. “불교가 남북 교류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법타 스님은 조계종 총무부장, 은해사 주지, 동국대 정각원장을 지냈다. 2017년부터 조계종 원로회의 의원, 은해사 회주로 있으며 2018년 동화사에서 조계종 최고 법계인 대종사를 받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인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과장급 전보 △규제총괄과장 최용선△규제혁신과장 이성도△현안과제관리과장 이동준△공직복무관리관실 기획총괄과장 김진곤△법무감사담당관 박효건 ■감사원 ◇고위감사공무원 신규채용 △감찰관 김현철 ■법무부 △상사법무과장 임철현 ■한겨레 ◇국장 △디지털·영상국장 강희철 ◇부국장△디지털기술담당부국장 엄원석△디지털사업담당부국장 정인택△영상제작담당부국장 이경주 ◇부장△디지털콘텐츠부장 김남일△토요판부장 이유진△디지털사업부장 진선화△시스템운영부장 김용득△영상뉴스부장 김정필△영상제작부장 김도성△사업개발부장 강대성 ◇팀장△국제부 국제뉴스팀장 조기원△디지털뉴스부 스프레드팀장 김미영△디지털뉴스부 테크팀장 이화섭△디지털콘텐츠부 젠더팀장 이정연△문화부 스포츠팀장 김양희△문화부 책지성팀장 김진철△사회부 사건팀장 이승준△사회정책부 사회정책팀장 이재훈△전국부 전국팀장 성연철△정치부 정치기획팀장 송호진△정치부 통일외교팀장 길윤형△편집국장석 탐사팀장 오승훈△한겨레21부 취재1팀장 황예랑△한겨레21부 취재2팀장 전종휘△법무팀장 오주영△총무부 총무팀장 황인권△광고1부 출판광고팀장 유제호△독자기획부 독자마케팅팀장 김범준△유통혁신부 유통혁신1팀장 황태하△영상제작부 기획제작팀장 정주용△영상제작부 방송기술팀장 박성영△문화사업부 문화사업팀장 황은하△서울앤부 서울앤취재팀장 이현숙 ◇데스크△소통·혁신데스크 최혜정△총무부 주식관리데스크 서기철 ■YTN △경영지원실 자산운영팀장 이영재△디자인센터 제작그래픽팀장 오재영△디자인센터 보도그래픽팀장 김진호
  • 뒷심으로 뒤집은 전자랜드, 5승 고지 선착

    뒷심으로 뒤집은 전자랜드, 5승 고지 선착

    인천 전자랜드가 경기 종료 1초 전 터진 에릭 탐슨(11점 13리바운드)의 결승골에 힘입어 고양 오리온의 5연승을 저지하며 5승 고지에 선착했다.전자랜드는 25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1시즌 프로농구 원정 경기에서 오리온을 73-71로 꺾었다. 개막 4연승을 달리다 지난 20일 서울 삼성에 일격을 당한 전자랜드는 5승 1패를 기록하며 1위를 지켰다. 개막 2연패 뒤 4연승의 휘파람을 불던 오리온은 3패째를 안았다. 뒷심에서 앞선 전자랜드가 승리를 챙겼다. 전반 한때 11점 차까지 뒤지던 전자랜드는 3쿼터 들어 김낙현(19점)의 3점포 등으로 추격을 시작해 51-53으로 두 점 뒤진 채 4쿼터를 맞았다. 또 김낙현, 이대헌(11점), 정영삼(10점)의 연속 3점포가 터지며 경기 종료 4분 30초를 앞두고 64-61로 승부를 뒤집었다. 오리온 이대성(11점)에게 종료 26.6초 전 3점슛을 얻어맞으며 71-71로 동점을 내줬으나 마지막 6초 사이 김낙현의 슛이 블록에 막히자 팀 리바운드를 따낸 데 이어 이대헌의 3점슛이 빗나가자 탐슨이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 골밑슛으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한편 서울 SK는 부산 kt를 92-88로 제치고 2위(5승 2패), 안양 KGC는 창원 LG를 77-64로 누르고 3위(5승 3패)가 됐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디테일 살려 비웠다… 건축, 가능성으로 가득 찼다

    디테일 살려 비웠다… 건축, 가능성으로 가득 찼다

    미스 반데어로에, 모더니티의 새 방향 제시… “신은 디테일에 있다” 세부 구조 중요성 강조 장식 최대한 제거·외부의 변화 최대한 수용… 공간의 가변성 담은 ‘유니버설 스페이스’ 제안 물리적 경계 사라진 비대면 시대… ‘논현 마트료시카’ 등 기존 건축형식 탈피한 시도 이어져 건축은 곧 디테일이다. 조금은 낯선 라틴어지만 예술 분야에서는 상식이 된 ‘푼크툼’(Punctum·찌르다)이라는 용어가 있다.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 롤랑 바르트(1915~1980)가 사진비평 개념어로 사용한 말이다. 예술의 내재적 법칙이나 작가의 의도와 같은 모든 이성적 판단을 넘어서 관객의 마음에 ‘찌르듯이 강하게 꽂히는 인상’을 말한다. 대상이 갖는 디테일의 힘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것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매혹하고 감성을 사로잡는 기이한 힘을 가진 디테일이 존재한다. 건축 공간도 마찬가지다. 감성적 온도를 자극하고 찌르는(푼크툼) 건축 공간의 디테일이 시선의 유예, 방황, 정지, 황홀경을 불러일으키면서 그 사용자를 매료시킨다. 20세기를 이끈 근대건축의 거장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1886~1969)가 위대한 이유다. 그는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며 건축에서 디테일을 소홀히 하면 전체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독일 태생으로 현대 예술교육의 산실인 바우하우스의 교장을 지냈고,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 독일관(Barcelona Pavilion 1929)과 같은 건축을 통해 전통적인 고전주의 미학에 근대 산업혁명의 산물을 교묘하게 통합함으로써 건축적 모더니티의 방향을 제시했다. 나치를 피해 미국 시카고에 정착하면서 시그램 빌딩(Seagram Building·1958), 일리노이공과대학(IIT) 크라운 홀(IIT Crown Hall·1956), 판즈워스 주택(Farnsworth House·1951) 등을 설계했다.‘뼈대와 외피의 건축’으로 불리는 그의 건축은 산업시대에 걸맞은 철과 유리를 재료로 해 정렬된 기둥 열 속에 가변적 벽체를 활용함으로써 자유로운 흐름을 가진 다용도 전시 공간 건축들을 설계했고, 철골 기둥과 멀리언에 의해 수직성이 강조된 고층(마천루) 건축물들을 선보임으로써 근대도시의 경관을 만들었다. 아쉽게도 세세하고 완벽한 구축을 추구했던 미스는 건축물 이외에는 저서를 남기지 않았다. 다만 IIT 건축학과에서 강의한 내용을 엮은 ‘어록집’을 통해 그의 건축철학을 엿볼 수 있다. ‘레스 이즈 모어’(Less is More)는 미스 건축철학의 핵심을 잘 보여 준다. ‘보다 단순한 것이 보다 풍부하다’, 즉 건축은 ‘자신을 지우는 겸손의 자세로 단순 간결하게 표현할수록 유연한 공간 속에서 인간의 삶을 오히려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현대 예술운동인 미니멀리즘을 이끌었다. 우리는 흔히 그리스,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그리고 바로크 등 서양 건축양식들을 통해 예술과 건축을 시대별로 구분 짓는다. 그리고 그 흐름은 시대의 문화적 상황과 정신을 반영한다고 믿고 있다. 건축물이 세워지려면 페디먼트(박공지붕), 엔태블러처(지붕을 받치는 수평재), 기둥, 기단 등 기초적인 건축요소가 필요한데, 이 구성물들을 연결하는 데 있어 부재들 사이에 부가되는 장식은 건축물을 조화롭게 보이기 위해 매우 중요했다. 부분적 장식들이 문화권별로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지게 되면서 시대를 구분하는 양식으로 굳어졌고, ‘단절적 건축의 역사’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건축사를 문화적 변화와 시대정신의 흐름으로 이해하기보다 시대별 장식이 곧 건축의 역사가 된 것이다. 산업화가 시작되던 시점 아르누보(Art nouveau), 유겐트슈틸(Jugendstil), 시세션(Secession) 등을 이끌었던 젊은 건축가들은 이를 인지하고 전통적 양식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여러 움직임을 보였다. 이러한 시대적 전환기에 나타난 첫 번째 건축적 사건은 철골과 유리로 대공간을 만들어 건축형식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 줬던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의 ‘수정궁’(Cristal Palace)이었다. 두 번째로 오스트리아 빈의 아돌프 로스(1870~1933)는 ‘장식은 범죄다’라는 과격한 선언을 하면서 합스부르크가의 궁전 앞에 장식이 배제된 ‘눈썹 없는 건물’이라 불리는 로스하우스(Looshaus·1910)를 세웠다. 이러한 혁신적 사건은 전통적 장식을 거부하면서 모더니즘 건축의 새 시대를 예견하는 단초가 됐다. 이즈음 미스는 과거 건축가들이 부재와 부재 사이에 치장으로 채워 넣었던 장식적 요소들을 과감히 소거하고, 부재와 부재 간의 관계 설정을 명확히 하는 새로운 디테일 개념을 선보인다. 이는 기본적인 건축 재료들을 분리하면서 요소들을 독립적으로 만드는 ‘드러내는 디테일’이다. 그는 두 부재 사이에 또 다른 부재를 덧붙여 몰딩 방식의 더하는 디테일이 아닌 주요 요소를 부각하고 드러내며 오히려 비우는 방식으로 ‘노출 접합’하는 디테일을 사용함으로써 치장의 속박에서 벗어난 추상적 모더니티 건축어휘를 보여 주기 시작했다. 미스는 재료와 디테일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시대의 ‘절대정신’을 새로운 재료와 구법에 따른 건축의 ‘합리적인 공간 구축’에서 찾고자 한 듯하다. 건축기술의 발달로 기둥보 구조가 개발돼 건물을 둘러싸는 벽이 더이상 하중을 감당하지 않아도 되면서 획기적으로 변한다. 이즈음 같은 시대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는 ‘자유평면’과 ‘건축의 다섯 가지 주요 사항’, ‘돔-이노 시스템’을 공표하면서 새로운 건축을 제시했다.미스는 새로운 근대적 구조 시스템을 제안한다. 자연과 인간이 유연하게 함께 변화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가변성을 담은 ‘유니버설 스페이스’(universal space·보편적 건축)’다. 건물은 중성적 프레임으로서 존재하고 그 안에서 인간과 사물들이 그 자체의 생명력을 갖도록 하는 방식이다. 장식을 최대한 제거해 하나의 프레임으로서 함축된 건축은 내외부가 상호적으로 관계를 맺음으로써 실내가 외부의 변화하는 자연을 최대한 수용하고, 사용자가 공간의 쓰임을 스스로 자유롭게 규정하면서 생기 있게 향유할 수 있는 건축 공간을 제공한다. 유니버설 스페이스 개념은 정해진 시스템에서 벗어나 유동적인 관계 형성이 가능한 중립적인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다. 그는 가변적 자유평면으로 주변 상황에 따라 사용자들의 행위를 수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간을 꿈꿨다. 다양한 쓰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넓게 비워 둔 개방 공간을 단순한 건축적 어휘를 통해 형식화하면서 복합적 기능을 담는 풍부한 공간적 가능성을 만들었다. 한편 유니버설 스페이스 개념은 현대에 와서는 땅값이 비싼 도시의 빌딩 속에 무(無) 성격의 임대공간을 양산하는 데 오용되기도 한다. 현대사회는 물리적 경계가 사라지고 비대면 소통으로 사물과 사물이 인간의 일상을 디지털로 조율하는 시대가 되면서 건축도 큰 변화를 필요로 한다. 이제 현대건축은 근대건축가들이 고민하던 가변적 기능의 수용과 평면의 자유로움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상호 교류의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촉각적인 감성이 잠재하는 다층적 소통의 장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미스가 산업화의 급진적 변화 속에서 새로운 건축을 꿈꾸고 그 대안으로 새 시대의 정신을 그의 건축으로 구현해 냈듯. ‘다중적 장소 만들기’(Multiversal Placing)는 미스의 유니버설 스페이스를 확장한 개념이다.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현대인의 다양한 삶의 흔적이 중첩되는 현장을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동시대성을 반추하는 건축적 대안이다. 이는 다양한 개체가 능동적으로 욕망하고 상호 침투하도록 지속적인 접속을 이끌어 내는 장을 마련하고, 그 위에 인간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중첩적으로 담도록 대지를 새롭게 조직하는 다층적 공간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선 유동적이고 다층적인 관계성을 수용하는 현대사회의 이해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스스로 무한한 콘텐츠를 생산 유통하며 각각의 이야기가 서로 긴밀히 접속돼 새로운 이야기를 생성하는 영구적 미완의 장소로 작동할 수 있는 건축적 유형의 연구가 필요하다. 현대도시에 반응하며 스스로 내밀한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 ‘유연한 경계의 상자’와 같은 건축은 새로운 건축의 유형적 실험을 통해 가능하다. 이러한 ‘유연한 자율적 형식체계’(flexible auto-poiesis system)로서의 건축만이 이제 자기 생성적 관계들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현대도시의 생태계 속에서 살아남을 것이다.‘논현 마트료시카’, ‘송추 밴딩밴드’, ‘청담 바티리을’, ‘과천 커스터마이집’, ‘상도 핸드픽트호텔’, ‘연천 디아스포라’, ‘신사 아이디병원’, ‘공주 파크 애드호크라시’ 등 일련의 건축설계는 ‘앨리스의 비눗방울 놀이’라는 과정적 설계방법론을 활용해 이렇게 새로운 건축형식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시도됐다. 이들 현실 속 일상의 다양한 꿈을 투영하는 건축이 기존의 형식을 탈피하고 상황에 따라 무한히 재배치돼 도시 곳곳을 생동감 있는 장소로 바꾸면서 다양한 세계가 공존하는 자유로운 소통과 다양한 관계성을 구축하는 유연한 유기체로 작동되길 기대해 본다.건축가 김동진
  • 이대성, 13년 만에 ‘국내 선수 평균 20득점’ 도전

    이대성, 13년 만에 ‘국내 선수 평균 20득점’ 도전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가드 이대성(30)의 기세가 무섭다. 팀당 54경기 중 5경기를 마친 시즌 초반이지만 20일까지 경기당 평균 20.2득점을 올리고 있다. 또 득점 순위에서 외국인 선수 사이를 비집고 전체 4위에 올랐다. 지난 19일 창원 LG전에선 3점슛 6개를 던져 5개를 림에 꽂는 등 25점을 올렸다. 나머지 한 개도 반쯤 들어갔다가 나올 정도로 한번 리듬을 타면 거침없는 폭발력을 보여 주고 있다. 득점 외에도 5.8어시스트, 4.6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울산 현대모비스와 전주 KCC에서 뛰며 기록한 11.7점 2.9어시스트 2.6리바운드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부상만 없다면 커리어 하이 시즌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성이 국내 선수에게는 잊힌 점수나 다름없는 경기당 평균 20득점에 도달할지도 관심이다. 외국인 선수에 공격 옵션이 많이 주어지고 또 로테이션 등으로 평균 출전 시간이 줄어든 환경에서 국내 선수에게 20득점은 쉽지 않은 일이다. 2007~08시즌 방성윤(22.1점) 이후 맥이 끊겼다. 문태영이 2009~10시즌(21.9점), 2010~11시즌(22점) 두 시즌 연속 넘어섰지만 그는 ‘하프 코리안’으로 실질적으로는 외국인 선수에 준했다. 가장 최근 20득점에 근접한 것은 2017~18시즌 18.7점을 넣은 오세근(안양 KGC)이다. 앞서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시즌마다 국내 선수 한두 명 이상이 20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서장훈(7회), 김영만(4회) 문경은, 현주엽(이상 2회) 등이 대표적이다. 1998~99시즌에는 서장훈(25.4점), 현주엽(23.9점), 문경은(21.8점), 김영만(20.2점), 2000~01시즌에는 조성원(25.7점), 서장훈(24.6점), 김영만(22.8점), 조상현(20.6점) 등 4명이 한꺼번에 불을 뿜기도 했다. 포인트 가드에 슈팅 가드까지 두루 맡은 이대성은 “국내 선수로서 더 많은 역할을 하겠다고 했었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느꼈다”면서 “다른 나라도 가드 중심 추세인데 나뿐만 아니라 다른 가드도 잘해 더욱 경쟁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오리온, 1년 7개월 만에 ‘반짝 반짝 반짝’

    오리온, 1년 7개월 만에 ‘반짝 반짝 반짝’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이 1년 7개월 만에 3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오리온은 1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1시즌 프로농구 홈 경기에서 3점슛 5개를 포함해 25점을 쏟아낸 이대성이 앞에서 끌고 허일영(19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과 이승현(11점)이 뒤에서 밀며 캐디 라렌이 혼자 30점으로 분전한 창원 LG를 85-77로 이겼다. 개막 2연패 뒤 3연승을 달린 오리온은 안양 KGC와 부산 kt, 원주 DB와 함께 공동 3위(3승 2패)로 뛰어올랐다. 또 이번 시즌 홈 첫 승의 기쁨도 누렸다. LG는 개막전 승리 이후 4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울산 현대모비스와 함께 공동 8위(1승 4패). 최하위에 그쳤던 지난 시즌 내내 단 한 번도 연승을 기록하지 못했던 오리온은 새 시즌에도 2연패에 빠지고 또 최진수, 김강선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출발이 좋지 않았으나 지난 15일 안양 KGC와 17일 울산 현대모비스를 거푸 잡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오리온의 정규리그 3연승은 2018~19시즌이던 2019년 3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이번 시즌 팀 득점 1위인 오리온과 최하위 LG가 맞붙은 이날 경기는 전반까지는 팽팽하게 흘러갔다. 1쿼터에 라렌이 오리온 내외곽을 휘저으며 혼자 15점을 쓸어담자 2쿼터에는 이대성이 13점을 림에 꽂으며 멍군을 불렀다. LG가 39-37, 2점 차로 앞선 채 돌입한 3쿼터에 승부가 갈렸다. LG가 5분가량 무득점에 그치며 슛 난조를 보이는 사이 오리온은 허일영과 이승현이 각각 7점을 넣으며 승부를 뒤집어 멀찌감치 달아나기 시작했다. 3쿼터 종료 3분 29초 전에는 이날 첫 선발로 나왔던 제프 위디가 허일영의 패스를 받아 덩크슛을 꽂으며 53-42, 11점 차로 달아났다. 4쿼터에서는 고비마다 이대성이 3점슛 3개를 펑펑 터뜨리며 훨훨 날았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최경자 경기도의원, 경기도교육청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조례 상임위 통과

    최경자 경기도의원, 경기도교육청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조례 상임위 통과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최경자 의원(더불어민주당·의정부1)이 대표발의 한 ‘경기도교육청 디지털 성범죄 예방 및 교육에 관한 조례안’이 19일 제347회 경기도의회 임시회 교육기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최 의원은 “올해 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발생으로 모든 국민이 놀랐다. 이후 관련 법령이 제·개정되고 다양한 대책이 마련됐지만, 경기도교육청 차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예방·대응교육 및 피해자 보호·지원이 절실하다고 판단돼 조례를 제정하게 됐다”고 조례 제정취지를 밝혔다. 최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례안은 ▲디지털 성범죄 예방·대응 교육 및 피해자 지원 계획 수립 ▲디지털 성범죄 예방 및 대응을 위한 교육, 피해자 보호 및 대응 지원 사업 ▲일원화된 디지털 성범죄 대응 및 피해자 보호·지원 서비스 제공을 위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설치 ▲디지털 성범죄 예방 자문위원회 설치 ▲유관기관과 협력체계 구축 등을 담고 있다. 최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 다수가 10대인 점,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는 사소한 장난으로 여겨져 온 점을 고려해 예방교육을 통해 아동·청소년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과 중대성을 인식시키고, 피해자 발생시 용이한 접근 및 원스톱 피해자 지원이 가능한 센터 설치에 중점을 두고 조례를 제정했다”고 조례 제정 소회를 밝혔다. 한편, 교육기획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조례안은 오는 22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청산가리 10배”…울산 앞바다 맹독성 파란고리문어 또 발견

    “청산가리 10배”…울산 앞바다 맹독성 파란고리문어 또 발견

    울산 앞바다에서 맹독성 파란고리문어가 또 잡혀 어민과 낚시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울산해양경찰서는 지난 18일 오후 9시 40분쯤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해안가 갯바위에서 낚시객 A씨가 잡은 문어를 국립수산과학원에 보내 확인한 결과 파란고리문어로 조사됐다고 19일 밝혔다. 울산에서 파란고리문어가 발견된 것은 지난 5월 북구 강동산하해변 앞 해상에서 조업하던 통발 어선에 잡힌 데 이어 올해 두 번째다. 해경은 파란고리문어는 침샘 등에 청산가리 10배 이상 독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남태평양 등 아열대성 바다에 서식하고, 우리나라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해경은 A씨에게 수거한 파란고리문어를 국립수산과학원에 전달할 예정이다. 해경 한 관계자는 “조업 어민과 해변을 찾는 시민은 문어 발견 시 절대 만지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무늬오징어를 잡는 루어 낚시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위안과 그리움… 마종기의 詩, 무겁고 차가운 외로움 떨치다

    위안과 그리움… 마종기의 詩, 무겁고 차가운 외로움 떨치다

    마종기 시인은 우리 시단에서 퍽 이채로운 위상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생애의 많은 시간을 미국에서 살았지만 그는 슬럼프 없이 균질적 시 쓰기를 해 온 모어(母語)의 사제요, 순수 참여의 틀을 넘어 지성적 사유를 통한 위안의 시 쓰기를 지속해 온 서정의 파수꾼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그의 열두 번째 시집 ‘천사의 탄식’이 나왔다. ‘시인의 말’에 “아주 멀고 멀리 산 넘고 바다 건너에 살고 있는 고달픈 말과 글을 모아서 고국에 보낸다”라고 적었던 그 작품들이 실렸다. 30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일정한 간격으로 귀국해 국내 독자들과 만나고 지인들과 소중한 인연을 이어 왔던 그였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그러질 못했다.시인은 시집 뒤표지 글에서 “시는 사랑의 한 표현 방법이고 체온 나눔이고 생환 훈련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한세상 시를 사랑하며 살았다”라고 했다. 그 세계에 대한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메일과 카카오톡을 동원해 지난날로부터 이번 성과에 이르기까지 귀한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올해는 봄에 귀국하려고 시집 출간도 그렇게 잡아 놓았는데 갑자기 터진 코로나 난리 때문에 귀국을 못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영시집 ‘Forty Two Greens’(마흔두 개의 초록)가 뉴욕의 코드힐 프레스(Codhill Press)를 통해 출간됐습니다.” 거기서도 여전히 그는 현재형의 시인이다.●체온 나눔의 시간들 그리고 사람들 이번 시집에 ‘아내의 꽃’이라는 정갈한 시가 있다. 평생 이국에서의 외로움을 함께해 온 아내에 대한 사랑이 묻어난다. 그에게 아내는 언제나 “따뜻해지고 느긋해져서/ 어깨가 다 가벼워지는” 세월을 나누어 온 반려자일 것이다. “아내는 평범한 여성입니다. 미국에 와서 결혼한 이후 너무 외로워 시를 썼고 서울 친구들에게 발표를 부탁하며 의사 생활을 이어 왔는데 시를 읽어 달라고 할 사람이 없었어요. 아내와는 시에 대해 나누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시인은 자신이 바로 그 외로움 때문에 시를 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영화 ‘패터슨’에도 인용된 의사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시인이 되는 첫째 조건이 외로움을 아는 사람”이라는 말을 되뇌면서, 어쩌면 아내는 좋은 시를 쓰라고 그동안 자신의 시에 관심을 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요즘 아내가 제 시를 읽겠다고 합니다.” 두 분의 사랑과 체온 나눔의 시간이 지극한 울림으로 전해져 온다.마종기는 1939년 일본 도쿄에서 아동문학가 마해송 선생과 서양무용가 박외선 선생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학문적, 예술적 역량과 감성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게 틀림없을 것이다. 시인은 미국으로 향할 때 손에 50달러를 쥐어주며 헤어졌던 선친의 급작스런 별세 소식에 서러움과 죄책감을 토로한 적이 있다. “아버지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전형적인 문사셨어요. 청빈한 삶을 기리셨고 가난한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는 전형적인 예술가형이셨지요. 단 한 가지 무용에만 몰두하셨던 분이죠.” 청년 마종기는 연세대 의예과에 입학했고, 1959년 1월에 ‘현대문학’ 초회, 이듬해에 완료 추천을 받고 시인이 됐다. 올해는 그러니까 등단 갑년(甲年)이 되는 셈이다. 마종기는 드뷔시나 사티 같은 인상파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의 시도 그 방향으로 가기를 소망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방향이 달라졌다. 우선 살아남아야 했고, 시는 자신에게 먼저 위로가 돼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마종기의 초기시에는, 이국 생활을 예감이라도 한 듯, 처연한 유랑 의식이 암시적으로 드러난다. 시인은 미국으로 거처를 옮긴 뒤에 영원한 떠돎이라는 실존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그에게 시는 천천히 위안과 그리움의 세계로 번져갔다. 그런 세계를 함께해 준 스승은 누구였을까? “한 분이라면 최민순 신부님을 들겠습니다. 가톨릭계에서는 존경받는 영성 신학자셨고 이탈리아어 ‘신곡’이나 스페인어 ‘돈키호테’를 직역해 세간을 놀라게 한 번역가셨지요. ‘현대문학’ 등단 소감도 신부님께 올리는 편지 형식으로 썼지요. 선친 장례 미사도 명동성당에서 친히 챙겨 주셨습니다.” 문인 중에는 박두진 선생을 들었다. 그분의 착하고 조용하신 성정도 좋아했고 그분의 단호한 강골도 좋아했다. 학생 때부터 선생을 따랐고, 그분이 ‘현대문학’에 등단시켜 주셨고, 첫 시집 ‘조용한 개선’(1960) 서문도 써 주셨다. 그렇게 부모님과 스승에 대한 체온 나눔의 기억으로 그는 이국 생활을 견뎌 왔고 지금까지 ‘마종기’일 수 있었으리라.●‘변경의 꽃’에서 ‘아내의 꽃’까지 1965년 공군사관학교 군의관이었던 마종기는 그해 여름 한일국교정상화 반대성명에 이름을 올렸다가 군인은 정치에 관여하면 안 된다는 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심문을 받고 감방에 수용됐다. 기소유예로 풀려난 뒤 미국으로 쫓기듯 나와 산 것이 벌서 55년째다. 그는 1968년과 1972년에 황동규, 김영태와 함께 3인 시집 ‘평균율’을 두 번 펴냈다.“그 친구들과 함께 펴낸 ‘평균율’은 제게 큰 의미가 있지요. 고국을 떠난 게 1966년이었고 5년간 미국에서 수련의로 살아낸 그 시절은 일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고 한편으로는 저를 괜찮은 의사로 만들어 주기도 했어요. 그때 두 친구가 우정의 선물을 준 거죠.” 이번 시집 표지 캐리커처도 김영태가 그린 것이 들어갔다. 언젠가 시인은 “김영태 시인이 보낸 편지가 제일 많더라”고 추억한 적이 있었는데, 그분을 향한 시인의 사랑이 깊게 전해져 온다.1969년에 방사선과 전문의에 합격한 뒤로 그는 의대 교수로서 평화로운 삶을 누린다. 그 과정에서 낸 세 번째 시집 ‘변경의 꽃’(1976)은 이국에서 살아온 이의 떠돌이 의식과 그리움을 담은 결실이었다. ‘변경의 꽃’이야말로 이국에 살던 시인의 초상이 아니었겠는가. 그러고 보니 ‘변경의 꽃’으로부터 그는 ‘담쟁이 꽃’, ‘박꽃’, ‘축제의 꽃’으로 ‘꽃’을 변형해 오다가 이번에 ‘아내의 꽃’에 이른 게 아닌가 싶다. 시인은 가장 아끼는 시집으로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1980)를 들었다. 나도 ‘이슬의 눈’(1997)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시집이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정신적으로 혼돈의 시간을 겪어 정서적으로 시의 도움이 절실하던 때의 시집이라 더 애착이 간다”고 떠올렸다. 한 편 읽어 보자.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바람의 말’) 그 ‘바람의 말’을 넓혀 온 트라이앵글이 의학과 시와 신앙이 아니었을까? ●의사-시인-신앙인 ‘선순환의 삶’ “제 시에서 의학과 신앙이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의사였으니 의학이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것은 자연스럽지요. 신앙 역시 외국에서 살아오느라 더 깊어지거나 흩어졌을지 모르지만 가톨릭 교인으로 60년 살아왔으니까요.” 그는 의학이나 신앙이 시의 모멘텀이 되는 때는 있었지만 가급적 그 몸체가 다 보이는 것은 경계해 왔노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 시집은 조금 달랐다. 시인은 지난봄 원고를 보내고 첫 교정지를 받았는데 팬데믹으로 모든 게 정지되자 다시 찬찬히 원고를 들여다보았다.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후회가 없겠냐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때 등단 소감에 좋은 믿음의 시인이 되겠다고 썼던 생각이 났고, 몇 편 버리고 서너 편 신앙적 시들을 넣게 됐다고 한다. “의학은 육체의 치유, 시는 정신의 치유, 신앙은 영혼의 치유를 위한 매개체입니다. 그러나 믿음이 좋다고 믿음과 시를 합치면 감동이 떨어지게 되고, 의학과 시도 한쪽으로 기울면 둘 다 역할을 못할 것입니다. 서로 우러르고 가까이에서 아끼는 상태가 돼야겠지요.” 그만큼 ‘의사’와 ‘시인’은 어느 하나가 주(主)가 되고 다른 하나가 종(從)이었던 것이 아니라 마종기에게 상호의존적인 수평적 축이었던 셈이다. 선진 의학을 5년간만 공부하고 돌아가겠다고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틈에 시인은 그 땅에서 반세기 이상을 살았다. 오하이오에서 의사 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플로리다로 옮겨 사는 시인은 아들 셋과 손주들이 멀리 살고 있어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게 전부라고 한다. 평생 고독했지만, 자신의 시에서 위로를 받았다는 분을 만나면 갑자기 자신을 겹으로 싸고 있던 무겁고 차가운 외로움이 다 날아가버린다고 했다. 의사-시인으로 “한길로 살아온 길이 외진 길”(‘이슬의 명예’)이었다지만, 그의 ‘변경의 꽃’으로서의 시작(詩作)은 지금부터 다시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인 마종기’의 생으로 시작될 것이다. 위안과 그리움을 “내 나라도 보이던 따뜻하고 편한 그 색깔”(‘노을의 주소’)에 담은 ‘천사의 탄식’이 보내준 소중한 만남이었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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