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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호남 대망론/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호남 대망론/이종락 논설위원

    아직 섣부른 얘기다. 차기 대선 주자를 거론한다는 것은. 20대 대통령 선거가 3년 이상이나 남은 시점에선 더욱 그렇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상 차기 대권에 대한 관심은 늘 있다. 요즘도 그렇다. 그런데 최근 주로 회자되는 것은 ‘호남 대망론’이다.전남 영광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와 전남 장흥생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호남 출신이 대권을 움켜쥔다는 호남 대망론은 현실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 유권자 수를 따지면 그렇다는 얘기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10월 현재 광주광역시, 전라남북도를 합친 호남 인구수는 518만 2682명이다. 반면 부산광역시를 비롯해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와 경상남북도를 아우르는 주민수는 1312만 1179명이다. 호남 인구는 영남 인구의 39.4%에 불과하다. 물론 상당수의 호남 출신 사람들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 거주한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지만 숫자로는 열세다. 어쨌든 출신 후보에 따른 표 대결에서는 호남 대망론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 실제로 2007년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전북 순창 출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26.1%를 얻는 데 그쳤다. 호남을 기반으로 대선에 성공한 정치인은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호남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가 골동품 취급을 받고, 이념과 정책이 더욱 중요한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조정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요즘 유권자에게 여전히 지역 기반이 유효하지만 머릿수만 계산하는 옛날 방식의 정치 셈법은 사실상 끝난 것 같다”면서 “예를 들어 통일이나 성장, 분배 등 확실한 프레임을 지니고 행동하는 실용주의 정치인이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부상은 예사롭지 않다. 중도 보수까지 포용할 수 있는 이 총리는 확장성과 안정감이 최대 강점이다. 이 총리는 지난 16일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정대철 상임고문, 무소속 서청원 의원과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 같은 날 오찬에서는 시중은행장들과도 회동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지도부와 만찬을 함께 하는 등 각 분야의 인사들과 접촉하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측근인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천거하고, 광주제일고 후배인 노형욱 국무조정실 제2차장을 국무조정실장에 승진시켜 앉히는 등 임명제청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책임총리’의 위상도 굳힌 듯하다. 정치 이력상 친문(친문재인)과 공유할 부분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은 약점이었다. 하지만 최근 친문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이니’라고 부르듯 이낙연 총리를 ‘여니’라고 부르는 등 호의적으로 보기 시작한 점은 이 총리에게 플러스 요인이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52세라는 젊은 나이에 문재인 정권 2인자로서 또 다른 호남 대망론을 실현할 수 있는 유력 주자다. 친문 본원은 아니지만 신친문 주류로서 문재인 정부 1기를 무난히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비서실장으로서 민감한 현안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국정 운영 능력으로 문 대통령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은 최대의 강점이다. 또한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준비위원장으로서 차기 대권 주자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 국회를 한창 뜨겁게 달궜던 ‘DMZ 선글라스’ 논란은 임 실장의 정치적 위상을 보여 준 사례다. 임 실장도 청와대에서 나오면 급을 낮춰 통일부 장관을 희망할 정도로 ‘남북 문제 최고 전문가’라는 브랜드로 다음 대선을 준비할 태세다. 이 총리와 임 실장의 쾌속질주에 대해 “현재의 여론조사는 아무 의미 없다”고 폄하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역대 대선이 있는 해 신년 여론조사에서 조차 1등한 주자들 중 그 누구도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박찬종(1997년), 이회창(2002년), 고건(2007년), 안철수(2012년), 반기문(2017년) 등이 ‘김칫국만 마셨던’ 후보들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총리와 임 실장은 너무 빨리 주목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역 구도보다는 세대 구도가 강해지고 있는 점도 이들에겐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역설적으로 ‘호남’을 버리고 자신만의 시대정신을 보여야 호남 대망론을 쟁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jrlee@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증오·분열의 트럼프 시대, 우파 극단주의 후보들 주류가 되다

    [글로벌 인사이트] 증오·분열의 트럼프 시대, 우파 극단주의 후보들 주류가 되다

    11·6 미국 중간선거에서 진짜 승자는 숨어 있다.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한 민주당의 ‘블루 웨이브’(파란색을 상징하는 민주당의 물결)나 상원 우위를 지킨 ‘레드 월’(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 벽)은 겉으로 드러난 승자일 뿐이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 분석을 쏟아내는 미 언론들을 종합하면 ‘숨은 승리자’들로 미 주류 정치에 등장한 우파 극단주의 후보들이 꼽힌다.절대적인 당선인 수가 많지 않지만 과거와 달리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2일(현지시간) 반(反)증오단체를 추적하는 비영리 법률지원기구인 남부빈곤법률센터(SPLC)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누른 케빈 크레이머(노스다코타), 마샤 블랙번(테네시), 테드 크루즈(텍사스), 조시 홀리(미주리) 등은 백인우월주의 성향의 단체들로부터 폭넓은 지지와 후원을 받았다. 연방 상원의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크레이머는 55.4%의 득표율로 현역인 하이디 하이트캠프 민주당 의원을 꺾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반(反)성소수자(LGBT) 단체 가정연구위원회(FRC)의 대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연대 활동을 노골적으로 펼쳤다. 테네시주 7선거구 연방 하원의원인 블랙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유세 기간 3차례나 지원할 정도로 공을 들인 인물이다. 그는 득표율 54.7%로 민주당 필 브레드슨 후보에게 압승했다. 블랙번은 우익 싱크탱크인 ‘데이비드 호로위츠 프리덤 센터’에서 연설했고 반(反)무슬림, 친(親)트럼프 성향 단체 ‘미국을 위한 행동’에서 상을 수상했다. 미 인기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트위터에 공개적으로 “여성을 지지하지만, 블랙번은 지지할 수 없다”고 올려 과거 남녀동등임금법과 여성폭력방지법 연장에 반대한 그의 전력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앞으로 스위프트의 음악을 덜 좋아할 것”이라고 응수해 뒤끝을 드러냈다.50.9%의 득표율로 두 번째 상원의원 임기를 이어나가는 테드 크루즈(텍사스) 현 의원은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이었지만 이번 중간선거 경선 때부터 반정부 극단주의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우익으로 거듭났다. 그는 티파티(강경 보수세력)나 SPLC가 반정부단체이자 군국주의그룹이라고 규정한 ‘맹세의 수호자’ 깃발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미주리주 법무장관 출신으로 당선된 조시 홀리(51.5%)는 미주리대 교수를 하던 2013년부터 기독교 근본주의 법률단체인 ‘자유수호연맹’(ADF)의 콘퍼런스에서 강연하며 8700달러를 받았다. 미 온라인 매체 복스는 하원에서는 인종차별 등 극단주의 단체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는 스티븐 킹(아이오와), 스티브스 칼리스(루이지애나), 론 데 산티스(플로리다)가 당선됐다고 전했다. 복스는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백인 국수주의자를 자처하는 후보들이 캘리포니아부터 노스캐롤라이나에 걸쳐 유례없이 많이 출마했다”면서도 “그러나 극우단체의 힘을 빌리지 않은 후보들은 선거에서 대부분 졌다”고 분석했다.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미시시피 등 지역에서 9명의 상원의원 후보도 이 때문에 패배했다고 전했다. ●백인우월주의 선전 요인은… 트럼프? “트럼프 시대가 증오·극단주의를 앞세운 대선주자들을 불러냈다.” 미 보수성향 정치매체 더데일리비스트는 지난달 22일 “‘헤이트스피치’(증오연설)를 하는 네오나치부터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인종차별에 더 관대해진 현역 정치인들까지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지지를 드러낸 공화당 후보는 20명을 넘어섰다”면서 “비록 이들 후보 대부분이 선거에선 지더라도 백인 국수주의자들에게 정치권이라는 더 큰 플랫폼을 제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인우월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이유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인종차별과 반(反)이민주의, 반(反)무슬림, 여성 혐오 등 언사를 서슴지 않은 데다 극우 포퓰리즘 정책은 그의 극단주의를 부추기는 언사를 정당화하는 효과로 나타난다. 공화당 전략가 겸 소통 책임자인 더글러스 헤이에 역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극단주의가 두드러지는 현상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무슬림 배척, 이민자 가정 분리, 합법 이민 단속 등은 백인 국수주의자들의 목표와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 시대의 급진적 우파의 대두’라는 제목의 책 저자 겸 극단주의 연구자인 데이비드 니에워트는 “트럼프 대통령을 백인우월주의자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그는 확실히 그런 태도를 많이 가지고 있고, 이는 미국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9·11 이후 대테러전략 강화… 진짜 적은 내부에 “사법당국은 백인 국수주의자들의 위협을 보지 못했다. 이것을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도 모른다. 고의적인 무관심 속에서 치명적인 움직임이 전이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NYT)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말 잇달아 발생한 2건의 총기난사 사건 용의자가 백인 국수주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런 제목의 탐사 보도를 실었다. 워싱턴DC에 기반을 둔 초당적 싱크탱크 ‘스팀슨센터’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9·11 테러 이듬해인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미 정부는 테러방지 대책을 세우는 데 2조 8000억 달러(3161조 2000억원)를 썼다. 해당 기간 미국에서는 무슬림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공격으로 100명이 사망했다. 놀라운 것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반(反)이민·무슬림 등 미 국내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 수는 387명으로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도 2001년 11월 이후 미국에서는 백인우월주의자·우파 극단주의에 의한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다고 강조했다. NYT는 그럼에도 ‘외국 태생의 테러리스트’를 운운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의제와 정부의 대테러 전략에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 자문위원이자 뉴아메리카재단(NAF) 소속 선임연구원인 피터 W 싱어는 NYT에 “‘이슬람국가’(ISIS)와 마찬가지로 우익 극단주의가 위협적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행정부 초기 백악관 선임관료들을 만나 대테러 전략의 대상을 넓혀야 하며, 위협 요인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백악관 측은 오로지 무슬림 극단주의만을 언급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싱어 연구원은 “백인우월주의를 꺼내들 경우 그만큼 정치적 비용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대 법대 공공정책연구소인 브레넌정의센터가 지난달 31일 출간한 보고서에서도 미 정부가 증오범죄 등 국내 요인에서 발생하는 테러에 눈을 감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고서는 “미 의회는 반테러 정책 자원을 일부 지역사회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적 고려보다는 서로 다른 집단이 국민들 삶에 미치는 물리적 위협을 평가한 결과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미국 내에서 7321건의 증오범죄가 보고됐다. 이 가운데 4270건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연방 증오범죄 피고인으로 기소된 이는 27명에 그쳤다. 브레넌정의센터 보고서를 작성한 전직 FBI 요원 마이클 저먼은 “FBI는 지난해 은행 강도가 몇 명이었는지는 알아도 백인 우월주의 세력의 공격으로 다치고 숨진 사람들의 수는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어 “온라인상에서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외국인 혐오 등을 드러내는 헤이트스피치를 하는 이용자 수는 수백만에 이르지만 FBI에 감시 권한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美 중간선거] 트럼프 反이민 정책·추가 감세안 수정 불가피

    민주당,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우선 저지 고사 위기 ‘오바마케어’ 극적 부활 가능성 트럼프 재선가도, 공화당 내 도전 거셀 듯 11·6 미국 중간선거로 미 의회 권력이 양분됐다. 현재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던 공화당이 상원은 수성했지만 하원의 과반 의석을 민주당에 빼앗겼다. 따라서 미 의회의 지지를 받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영에 빨간불이 커진 셈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6일(현지시간)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성과가 될 수 있는 정책에 제동을 걸 것”이라면서 “이는 2020년 대권을 두고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민주당이 유력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대체 협정 승인과 멕시코 장벽 등 반(反)이민 정책, 추가 감세안 등이 하원의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거 막판까지 밀어붙였던 반이민 정책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간선거 유세 기간 내내 미국으로 접근 중인 캐러밴(중미 이민자 행렬)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저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지난 9월 말 하원을 통과한 개인 소득세 영구 감면 등을 골자로 하는 1조 5000억 달러의 추가 감세안도 원점에서 재검토될 확률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사 위기에 처했던 ‘오바마케어’는 극적으로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중간선거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의 건강보험에 대한 관심을 확인한 민주당이 공화당의 오바마케어 개혁안을 백지화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가 국가 재정을 지나치게 갉아먹는다고 폐지를 주장했다. 민주당을 등에 업은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코너에 몰릴 수 있어도 탄핵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상원의 안정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이상, 탄핵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민주당의 반(反)트럼프 여론전과 정치적 공세의 파고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는 국정운영 동력 약화로 이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내 2020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다른 주자들의 도전이 잇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 보우소나루, 군장교·시의원 지내…反中 노선 예고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 보우소나루, 군장교·시의원 지내…反中 노선 예고

    내년 1월 1일 취임···“경찰 범죄자 많이 사살해야”경제·외교 실리 추구…“한국·일본·대만과 협력 강화28일(현지시간) 실시된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극우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 보우소나루(63) 당선인은 브라질 정계의 ‘아웃사이더’, ‘브라질의 트럼프’ 등의 별칭이 따라다닌다. 연방선거법원의 공식 집계가 95%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보우소나루의 득표율은 55.54%로 나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탈리아 이민자 후손인 그는 1971∼1988년 육군 장교로 복무한 뒤 1988년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계에 뛰어들었다. 1990년부터 7차례 내리 연방하원 의원에 당선됐으며, 특히 2014년 연방의원 선거에서는 전국 최다 득표로 당선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 선거를 통해 그는 2018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올해 대선 정국 초반에 보우소나루는 사실상 아웃사이더나 마찬가지였다. 연방의회에서 한 발언은 코미디의 소재가 되기 일쑤였으며, 당시만 해도 그를 대권 주자로 주목하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초부터 터져 나온 부패 스캔들과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정국혼란, 치안불안은 보우소나루에게 대권 도전을 꿈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었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정부의 지지율 추락과 다른 우파 대선주자들의 약세는 그에게 기회였다. 부패 혐의로 수감된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가 무산된 이후에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보우소나루는 대선에 출마하면서 ‘변화’를 모토로 내세웠다. 지난 7일 대선 1차 투표를 앞두고 “우리의 힘은 오직 진실과 국민의 지지”라며 브라질을 변화시킬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극우 성향을 보이지만 경제·외교 등 분야의 정책은 철저하게 실리주의를 앞세운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TV 인터뷰에서 “중국이 브라질을 사들이고 있다”며 브라질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겠다는 말도 했다. 반면 한국·일본·대만 등과 협력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 동아시아 3국을 경제·산업 선진국으로 여긴다는 의미다. 보우소나루는 지나친 강성 발언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여성을 비하하고 인종·동성애·난민·원주민을 차별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을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경찰이 더 많은 범죄자를 사살해야 한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았고, 빈곤율과 범죄율을 낮추는 방안으로 빈곤층의 출산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이 때문에 그가 결선투표에 오르자 지난 30여 년간 유지돼온 브라질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보우소나루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으며, 그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재앙적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보우소나루의 정치모델이 이탈리아의 우파 정치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아니라 과거 나치 독일의 선전상 괴벨스라고 혹평했다. 보우소나루는 올해 대선의 승자이지만,여론조사에서 거부감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그의 강성 발언에 피로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늘어나면서 결선투표 직전에는 지지율 격차가 8∼10%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가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강성 발언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속한 정당이 연방의원 선거에서 선전해 하원의원 52명을 배출했으나 전체 의석수(513석)를 고려하면 10% 수준이다. 연립정권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취임은 내년 1월 1일에 한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당신은 ‘이성애 합법화’를 찬성하십니까

    [강남순의 낮꿈꾸기] 당신은 ‘이성애 합법화’를 찬성하십니까

    어느 날 학교 연구실에 있는데 조교인 샘(Sam)이 불쑥 문을 두드렸다. 조교라도 미리 약속을 하지 않고 찾아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웬일인가”라고 물었더니, 너무나 기쁜 소식이 있어 빨리 나누고 싶어서 왔다고 한다. 7년 만에 어머니가 전화를 했는데, “너희 둘은 어떻게 지내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하는 샘의 얼굴을 보니, 그림자 하나도 없는 환한 웃음이 얼굴에 가득하다.그가 어머니의 이 평범한 인사말에 그토록 기뻐한 것은 바로 ‘너희 둘’(you two)이라는 말 때문이다. 게이로 커밍아웃을 한 이후 집에서 더이상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겠다고 하여, 샘은 7년 동안 가족과 연락 두절을 하고 지내 왔다. 7년 만에 연락을 한 어머니가, ‘너’가 아니라, “너희 둘은 어떻게 지내니?”(How are you two?)라는 인사말을 한 것이다. ‘너’(you)에 ‘너희 둘’(you two)이라는 단어를 하나 집어넣어 두 사람의 안부를 물은 그 한마디 말로, 샘은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부정당해 왔던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는 감격의 경험을 했다.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매우 복잡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이렇게 말 한마디를 덧붙이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서 가능하다. ‘너’라는 말과 ‘너희 둘’이라는 말 사이의 차이가, 어떤 사람의 삶에는 극과 극의 희비가 교차할 수 있는 것임을 샘은 내게 전해 준다. ●세계정신의학회 “비정상·질환 간주는 오류” 나의 학생, 친구, 동료 중에는 이른바 ‘성소수자’(LGBT: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 트랜스젠더)들이 여럿 있다. 내가 일하는 대학교는 성소수자 중심의 동아리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인다. 그런데 이들이 대학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사회는 물론이고 가족, 친구, 교회로부터 그 존재가 부정되곤 한다. 왜 그런가. 이들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것은 ‘정상-비정상’이라는 틀에서 시작된다. 이분법적 틀에서 보면, 이성애만이 정상이고 그 밖에 다른 방식은 모두 비정상이다. 인간의 성적 지향의 다양성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은 마치 과학자들이 ‘지구가 돈다’는 것을 발견한 후에도, 지동설을 외면하고 부인하던 중세의 인식론적 오류와 유사하다. ●1992년 WHO ‘다양한 성적 지향 인정’ 공식화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는 오랜 연구 끝에 인간에게 이성애만이 아니라 다양한 성적 지향(orientation)이 있으며, 이성애를 제외한 다른 모든 성적 지향을 고쳐야 할 정신질환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류였다고 결론 내렸다. 1992년 세계보건기구(WHO)도 모든 다양한 성적 지향을 인간 섹슈얼리티의 ‘정상적’ 형태로 인정하는 것을 공식화했다. 2012년 유엔 인권이사회는 성소수자의 인간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2016년 세계정신의학회는 성소수자의 섹슈얼리티가 사회적 낙인과 차별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정신질환이라는 논쟁이 계속되자, 이 모든 성적 지향들이 결코 병리현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성애가 아닌 성적 지향을 가진 이들을 비정상 또는 질환을 지닌 이들로 간주하는 것은 분명한 오류라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오랜 연구를 거듭한 후에 이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중세기에 많은 이들이 지동설을 외면했듯이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외면한다. 내가 학교에서 접하는 여러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누구도 이른바 ‘평탄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병원·직장·종교 공동체에서, 또는 가족·친척·친구들로부터 다층적인 차별과 혐오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주류에서 벗어나는 성적 지향 때문에 어릴 적부터 고통 속에서 살아 왔고, 또는 자기혐오와 자기부정, 사람들의 편견과 질시를 견디다 못해 자살을 시도한 이들도 많다. 만약 이들의 성적 지향이 ‘치료 가능’한 것이라면, 왜 이들이 이토록 힘든 삶을 일부러 선택하겠는가. 설사 ‘선택’이라 할지라도, 한 사람의 존재방식을 정죄하고 부정할 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은 동성애를 찬성하십니까?’,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하십니까?’ 사람들은 정치, 교육, 종교계 등 한국사회 곳곳에서 이러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대선 주자들과 정치가들에게, 그리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사적 자리에서도 이런 질문은 끊임없이 회자된다. 그런데 이 ‘덫’과 같은 질문에 즉각적인 답을 하기 전에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 있다. 그 질문은 과연 타당한 것인가. 타당성 여부는 질문을 거꾸로 뒤집는 장치를 통해서 검증할 수 있다. ‘당신은 이성애를, 이성애 합법화를 찬성하는가?’ ●국민적 정서·합의로 정당성 결정할 문제 아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모독, 또는 정죄는 매우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같이 들리는 ‘동성애를 찬성하는가’와 같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인간의 섹슈얼리티가 각 사람들이 지닌 존재 방식이라는 것이 밝혀진 지금, 그러한 각기 다른 존재 방식이 ‘찬성’ 또는 ‘반대’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적 지향이나 젠더의 성향이 이른바 ‘주류’의 그것과 같지 않다고 해서, 찬성·반대 또는 국민적 정서나 합의를 도출하여 그 정당성을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방식 자체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만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차별’이다사람들은 종교, 정치, 교육, 미디어 등을 통해서 다층적인 ‘정상과 비정상’의 논리를 끊임없이 생산·재생산하곤 한다. 이성애·동성애, 기혼자·비혼자, 유자녀 가족·무자녀 가족, 양부모 가족·한부모 가족 등을 ‘정상과 비정상’의 잣대로 재단하면서 무수한 사람들을 ‘비정상의 범주’로 집어넣는다. ‘정상’의 이름으로 자신과 다른 이들의 다양한 존재방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상-비정상의 레토릭은 ‘지배와 종속의 논리’를 정당화하면서, ‘타자의 식민화’ 기능을 하게 된다. 엠마뉘엘 레비나스는 ‘얼굴’이야말로 타자에 대한 책임성이 시작되는 윤리적 현장이라고 한다. 윤리란 특정한 이론적인 근거나 종교·성별·국적·성적지향·장애여부·나이·사회적 계층 등과 같은 외적 조건들로부터가 아니라, 바로 얼굴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배제는 그 어떤 이론이나 종교적 신념에 의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니고 있는 얼굴을 바라보라. 이 세상에 그 누구도 그 생생한 얼굴의 존재를 거부하고 혐오할 위치에 서 있지 않다, 설사 신이라 해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성소수자 부모들이 모인 콘퍼런스에 강연자로 간 적이 있다. 2박 3일의 모임을 하면서 거의 모든 세션에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이나 부모들이 눈물 없이 이야기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말의 언어만이 아니라, 인간의 ‘몸의 언어’는 강력한 전달통로이다. 어떤 이라도 재미로 또는 타락해서 성소수자가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그들이 일생 경험하는 배제, 멸시, 그리고 고통의 눈물이 너무 많다. ‘눈물’이 자신의 언어가 되어버리는 삶을 누가 선택하겠는가. ‘이성애를 찬성하십니까?’ 이것이 부적절한 것처럼, ‘동성애를 찬성하십니까’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에서 반인권적 질문이다. 첫째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의 오류, 그리고 둘째 타자의 존재 부정을 이미 담고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혐오, 여성혐오, 난민혐오, 이슬람혐오, 장애혐오 등 다양한 혐오가 점점 극단화되고 있다. 이제 ‘동성애에 찬성하십니까’를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당신은 혐오를 찬성하십니까 또는 반대하십니까?’ 올바른 질문을 묻는 것, 성숙한 민주사회의 첫걸음이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서울광장] ‘청와대 정부’와 국가주의/이순녀 논설위원

    [서울광장] ‘청와대 정부’와 국가주의/이순녀 논설위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국가주의 논쟁을 들고나온 건 의외였다. 김 위원장은 학교 내 커피 자판기 설치 금지와 폭식 조장 미디어 가이드라인(먹방 규제)을 예로 들며 현 정부가 국민의 일상까지 간섭하는 국가주의적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1일 공개된 한국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선 북한산 석탄 유입 사건과 관련해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도 될 곳에는 완장을 차고 있다”고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박정희식 국가주의’와 뿌리가 닿아 있는 한국당의 비대위원장이 국가주의 논쟁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진보와 보수 간 ‘국가주의 대 자율주의’라는 프레임을 통해 이슈를 선점하고, 당 내부의 ‘친박’ 청산까지 겨냥한 이중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확한 맥락과 진의는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알 도리가 없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비대위 회의에서 대입 개편, 국민연금 논란을 언급하며 “정부 장·차관 중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근본 이유는 결국 청와대가 모든 일에 간섭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청와대 정부’에 대한 직격탄이다. 개인적으로, 모호한 개념의 국가주의 비판보다는 오히려 이쪽이 훨씬 더 명료하면서 핵심을 꿰뚫은 지적이 아닌가 생각한다. 청와대의 권력 집중 현상에 대한 경고음은 진보 진영에서 먼저 나왔다. 진보 정치학자인 박상훈씨가 지난 5월 출간한 ‘청와대 정부’가 대표적이다. 그는 책에서 “민주화 이후에도 청와대 권력이 개혁되지 않은 것, 문재인 대통령이 더 강한 청와대를 만든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청와대가 여론이 바뀔까 봐 초조해하고, 모든 일을 감당하려 하면서 일상화된 과로를 피하지 못하는 악순환 구조”를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국정 운영의 모든 책임을 다 끌어안았다. (더불어)민주당 정부라면서 집권당이 어디 갔나. 지금은 국회 패싱 상태”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정부’를 만들겠다던 약속과 달리 문재인 정부의 균형추는 청와대로 급격히 기울어져 있다. 말로는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책임총리 역할을 주문하지만, 정작 중요 현안에서 총리의 존재감은 가려지고 대통령만 부각되는 게 현실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정권이 출범한 특수한 상황 때문에 초기엔 청와대가 국정을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 해도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권력이 분산되기는커녕 더 집중되는 듯한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 정부는 내각의 책임 회피를 방조하고, 여당의 실종을 부추기는 폐해를 낳는다. 최저임금, 소득주도성장 등을 두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간 갈등이 불거지는 것에 우려가 크지만 한편으론 그나마 제 목소리를 내는 부처가 하나라도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마저 드는 형편이다. 첨예하고 복잡한 대입 개편안을 민간에 떠넘긴 교육부, 국민연금 혼란에 속수무책인 보건복지부 등 부처의 복지부동과 보신주의를 지적하기도 이젠 입이 아플 정도다. 한심하긴 여당도 매한가지다. 당대표 후보들이 하나같이 정책과 비전은 뒷전으로 팽개치고, ‘친문’ 경쟁에 열을 올린다. 이래서야 누가 당대표에 선출되든 청와대 하명만 받드는 식물 여당이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어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55.6%까지 떨어졌다. 민주당 지지율도 37%로, 대선 이후 가장 낮았다. 역설적으로 지금이 ‘청와대 정부’에서 벗어날 적기라고 본다. 청와대가 일방 독주를 멈추고, 당·정·청이 서로 협력하며, 의회와 적극 소통하는 상생정치로 나아갈 때다. 어제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만나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분기별로 한 번씩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은 고무적이다. 협치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청와대가 결단하듯 협치 내각 카드를 꺼내 든다고 성사될 일이 아니다. 이제라도 청와대가 여야, 국회를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인식한 점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앞에서 얘기한 박상훈씨의 저서 ‘청와대 정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을 인용하는 것으로 결론을 갈음한다. “대통령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한다. 지휘자가 청중을 향하지 않고 연주자들과 눈을 맞춰 화음을 만들 듯이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서서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공언할 일이 아니라 내각과 정당, 의회를 향해 돌아서야 한다.” coral@seoul.co.kr
  • “모차르트 연주 후 한참 울었어요”…손열음의 감사편지

    “모차르트 연주 후 한참 울었어요”…손열음의 감사편지

    “김남윤 선생님의 꽃같은 연주와 그랑 파르티타가 오버랩 됐던 8월 2일 연주가 끝나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 첫 예술감독을 맡은 스타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음악제를 마치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손열음은 9일 페이스북에 “음악제는 참으로 여러가지 기적을 연이어 보여줬다”고 소회를 밝혔다. 손열음은 “음악은 여러분의 눈을 거치지 않고 영혼과 직접 소통할 것”이라는 음악제 프로그램북의 기고를 인용하며 감사의 글을 시작했다. 그는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할 수 있는지 무대에 설 때마다 뼈저리게 배우는 사람”이라며 그동안의 노력에도 음악제에 개인적인 기대감은 없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바람과 상관없이 음악제와 참여한 음악가들이 스스로 기적을 보여줬다는 것. 그는 베토벤의 하머클라비어 소나타의 관현악 버전 초연 연주, 즉흥 연주 등 실험작을 선보였던 것과 관련, “과연 얼마만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겁이 났던 것도 사실”이라며 “대부분 열린 마음으로 받아줬다”고 했다.특히 감정이 복받쳤던 것은 모차르트의 작품 위주로 구성된 2일 ‘그랑 파르티타’ 공연이 끝나고 나서다. 음악계 대선배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그의 피아노 연주가 2중주를 이룬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6번,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그랑 파르티타’가 무대에 올랐던 이날 공연에 대해 그는 “제가 대학에 재학 중이던 15년 전만 해도 한국인들로만 이뤄진 목관 앙상블이 그런 소리를 내줄 것이라곤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며 무대 뒤에서 눈물을 흘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연주자들이 모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대해 “저희 모두에게 믿기 힘든 꿈의 실현”이라고도 했다. 한예종 등에서 알고 지냈던 동료들이 그의 부탁을 받고 한국에 모였지만, 그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누구 하나라도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까봐 음악제 당일까지 노심초사했다. 솔리스트로서 무대 위에 서는 중압감보다 더 큰 부담감을 느꼈겠지만, 음악제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30대의 젊은 예술감독은 또 한 단계 성장한 듯 하다. “무엇보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투에 그치고 말 때가 많은 이 음악이라는 행위가, 가끔 한번쯤은 그 한계를 벗어나 세상을 향한 작은 울림이 되기를 바랐던 저의 마음이 이번 음악제를 통해 이렇게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가장 큰 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을 함께해준 모든 이의 건강을 빌며 감사 인사를 마쳤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김병준 “한국당 이 모양 만든 게 공천권… 내게 줘도 행사 안 할 것”

    김병준 “한국당 이 모양 만든 게 공천권… 내게 줘도 행사 안 할 것”

    김병준(64)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당 혁신을 위한 인적 쇄신과 관련, “만약 내게 공천권이 주어진다고 해도 절대 자의적 판단으로 ‘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를 결정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한국당 비대위원장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당대표의 공천권 행사는 계파 논쟁을 만들었고, 그게 오늘날 한국당을 이 모양으로 만든 원인”이라며 ‘시스템에 의한 인적 쇄신’ 방침을 밝혔다.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한국당의 ‘구원투수’로 지난달 18일 영입된 김 위원장은 “요즘 일정이 너무 많고 바빠서 정신이 없을 정도”라고 토로했다.→비대위 출범 후에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는데. -지지율이 갑자기 변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특히 내가 추구하는 건 사람을 내보내는 것과 같은 가시적인 조치가 아니라 바닥부터 근본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이 뜻이 국민에게 전달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그래서 최근의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낮은 지지율이 혁신 작업을 하는 데 동력이 될 것이다. →인적 쇄신은 하지 않고 대선주자 행보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한국당 인사로서 봉하마을을 다녀온 게 그동안 전혀 없었던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 새로워 보였을 것이다. 당연히 여러 해석과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견이 있더라도 향후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을 위해 이런 게 꼭 필요하다고 본다. →탈국가주의 이슈가 효과가 있다고 보나. -나는 문재인 정부만을 국가주의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국가주의는 1000년도 더 된 역사를 갖고 있다. 극단적인 국가주의였던 박정희 정부 때는 머리카락과 치마 길이까지 다 관여를 했고, 이후 이 모델이 변해서 자율성장 모델로 갔어야 했는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까지도 그대로 내려왔다. 그렇다고 박근혜 정부 시절이 자율주의였다는 것도 아니다. 나는 글로벌 환경이나 경제 요건 등을 감안했을 때 우리가 이젠 국가주의를 끊을 때가 됐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다행히 내가 국가주의 논쟁을 제기한 뒤 당내에서도 이런 가치논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기고 있다. →최근 공천권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당내 인적 청산이 어렵다고 했는데, 인적 쇄신은 불가능하다는 건가. -그렇지 않다. 인적 쇄신은 두 가지 방법으로 가능하다. 단기적으로는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면 된다. 또 하나는 공천제도를 잘 디자인해서 바꾸면 상당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당장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자를 필요도 없다. 이렇게 바꾼 인적 쇄신 시스템을 향후 다른 지도부가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게 하려면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 부분은 내가 잘해야 된다. →시스템으로 인적 쇄신을 하겠다는 뜻인가. -공천권을 가졌다고 당대표가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너는 되고 너는 안 된다’를 결정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하면 계파를 양성하는 꼴이 된다. 오늘날 한국당을 이 모양으로 만든 중요한 원인이 공천권 행사에 따른 계파 논란이다. 내게 공천권이 생긴다고 해서 김병준 계보를 만들면 되겠나. 결국 공천은 시스템에 의해서 좋은 사람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당을 안정적으로 지키려면 직접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나. -그건 도덕적으로 말이 안 된다. 내가 조금이라도 당권에 욕심을 낸다면 비대위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전당대회 출마는 나를 망치고 당을 망치는 일이다. 있을 수 없다. →비대위원장을 마친 후 정치적 영향력이 생기면 총선이나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나. -그 생각도 전혀 없다. 내가 최근 ‘대통령 권력’이라는 책을 썼는데 첫머리에 ‘권력의 속살은 잿빛’이라고 했다. 권력은 밖에서 보면 화려한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고통과 책임이 따른다. 우리 역사의 무게만큼이나 무겁게 다가온다. 나는 그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누군가는 권력을 행사해야겠지만 그 사람이 나는 아니길 바란다. 그저 경기장 밖에서 원로로서 조언을 하고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그런 역할은 기꺼이 하겠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선출됐고,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도 진행 중이다. 향후 다른 정당과의 관계 설정은. -서로 도울 건 돕고 경쟁할 건 경쟁하겠다. 모든 정당이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정책 정당을 지향해야 한다. 정 대표와 민주당 당권 주자들 모두 행정 경험 등이 풍부해서 충분히 그런 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다.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가능성은. -총선을 앞두고 ‘일단 살고 보자’식의 연합이나 통합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에 앞서서 정책적 방향이나 가치 등이 맞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우선 한국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작업을 한 뒤 상대가 우리를 보고 ‘추구하는 방향이 같네’라고 하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바로 인위적인 통합을 할 생각은 없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경제 침체 속 룰라에게 향하는 브라질 국민들의 시선

    경제 침체 속 룰라에게 향하는 브라질 국민들의 시선

    룰라밖에 없다?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둔 브라질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이 수감 중에도 선거운동 모금 실적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등 대선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각 정당이 웹사이트를 통해 모금활동을 벌이는 가운데 좌파 노동자당(PT)의 룰라 전 대통령이 4600여명으로부터 44만 헤알(약 1억 3000만원)을 모금했다. 자료를 공개한 대선주자들의 모금액을 합치면 95만 7000헤알을 약간 웃돈다. 아직 모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모금의 상당 부분이 룰라 전 대통령에게 집중된다는 사실이 그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올해 대선은 기업의 기부행위가 금지되는 첫 선거로, 대선주자들은 국고보조금과 개인 기부, 자체 조달로 선거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자당은 대중적 인기를 유지하는 룰라 전 대통령을 오는 4일 전당대회에서 대선 예비후보로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전당대회에 맞춰 브라질 전역에서 룰라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 계획도 준비돼 있다. 노동자당은 룰라 전 대통령 석방과 대선 출마 허용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 수수 등 부패 행위와 돈세탁 등 혐의로 지난해 7월 1심 재판에서 9년 6개월, 올해 1월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4월 7일 남부 쿠리치바시에 있는 연방경찰에 수감됐다. 연방대법원의 상고심이 남아 있어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그의 지지층은 그의 대선 출마를 전제로 활동하고 있다. 각 정당은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 예비후보를 속속 결정하고 있으며 각 당의 전당대회 일정은 오는 5일까지 이어진다. 15일까지 연방선거법원에 후보 등록 절차가 끝나면 곧바로 선거 캠페인과 TV·라디오 선거방송이 진행된다. 룰라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식지 않고 있는 것은 최근 브라질의 악화되고 있는 경제 사정과도 연관된다. 룰라 전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좌파 대통령이면서도 ‘경제 성장 드라이브’로 재임 기간 중 호황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브라질 경제는 지난 2015∼2016년 사상 최악의 침체 국면을 거쳤고 이후에도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제조업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 최대 경제단체인 전국산업연맹(CNI)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통계를 기준으로 지난해 전 세계 제조업에서 브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에 불과했다. 중국과 미국의 제조업 비중은 각각 24.83%와 15.32%였다. 브라질 제조업 비중이 2%를 밑돈 것은 유엔산업개발기구의 조사가 시작된 1990년 이래 거의 30년 만이다. 브라질의 제조업 비중은 1990년대 중반 한때 3.43%를 기록했으며 1990년대 말 금융위기 시기에도 3% 안팎을 유지했다. 제조업 비중이 본격적으로 하락한 것은 경제 침체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4년부터이며, 지난해 비중은 인도네시아(1.84%)에 앞서는 9위였다. 전국산업연맹은 인프라 부족,법적·제도적 불안정성, 과도한 관료주의, 복잡한 조세제도 등이 브라질 제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 데 이어 경제 침체가 제조업 비중 위축을 가속했다고 지적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全大 계파싸움 우려·文心 자의적 해석… 여당이 불편한 靑

    박근혜 정부도 지방선거 압승 후 당청 간 극심한 갈등으로 무너져 “역대 어느 정부보다 당·청 간 불협화음이 없고, 여권 내 분열상이 없어 북핵 문제 등 국정과제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걱정입니다. 지금 국민 눈높이가 얼마나 높아졌는데 당에서 계파니, 주류·비주류니 하는 소리가 나오는지…. 하반기에는 국회에서 개혁과제들을 입법화하는 데 ‘올인’해도 부족한 상황인데 여당의 모습이 자칫 국민에게 오만하게 비칠까 걱정이 태산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상황에 대해 이같이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친문(친문재인) 핵심 의원들로 구성됐다가 논란이 일자 이날 해체를 선언한 ‘부엉이 모임’에 대해 “본인들은 전당대회와는 무관한 친목모임이라고 생각하고 실제 그럴 수도 있다”면서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외부에 권력투쟁처럼 비치는 상황을 감안했어야 한다”고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6·13 지방선거의 민심을 오독해서는 곤란하다. 대통령이 ‘등골이 서늘해지는 두려움’이라고 표현했듯 더 잘하라는 채찍질일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 때 ‘친박’, ‘진박’ 운운하며 원심력이 강화된 이후의 결과를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임기 초부터 지난한 노력 끝에 ‘한반도의 봄’이 찾아왔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북·미 대화 여건을 감안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절실하다. 여기에다 하반기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고용·분배지표 개선 및 혁신성장의 속도감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처럼 갈 길이 먼 상황에서 여당의 행태가 지방선거 압승에 따른 오만으로 국민에게 비쳐질까 청와대는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여권은 예외 없이 당·청 간, 계파 간 권력투쟁으로 자멸했다. 가깝게는 박근혜 정부가 집권 2년차에 지방선거 완승을 거둔 뒤 새로 출범한 김무성-유승민 지도부(당시 새누리당)와 청와대가 극심한 갈등을 빚은 끝에 2016년 4·13 총선에서 충격적 패배를 당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당시 박근혜 대표와 청와대가 잦은 불협화음을 빚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친노(친노무현)와 비노 간 갈등, 김대중 정부 때는 동교동계와 소장파 간 갈등, 노태우 정부 때는 청와대와 김영삼(YS)계의 갈등이 민심을 이반시켰다. 반면 지금은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긴박한 대외정세로 여당 내 주류·비주류가 희석되면서 당·청 간 불협화음이 거의 없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지도부를 뽑는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자칫 분열의 장이 되지 않을까 청와대는 극도로 우려하는 눈치다. 일부 당권주자들이 ‘문심’(文心)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대통령의 ‘언질’을 바라는 듯 말하는 데 대해서도 청와대는 불편한 기색이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국정에 전념해야 할 대통령을 당내 문제에 끌어들이는 것은 도움이 안 되고, 도리도 아니다”라며 “지금 여당에 어떤 대표가 필요한지는 당원과 국민이 더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일부 장관이 문 대통령의 ‘재가’를 바라는 듯한 언급을 하거나 계파 좌장이자 원로라는 이유로 당연히 청와대가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식의 얘기가 나도는 데 대해 청와대가 전반적으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김종필, 대선 후보 문재인에 “빌어먹을 XX” 막말(영상)

    김종필, 대선 후보 문재인에 “빌어먹을 XX” 막말(영상)

    23일 92세를 일기로 별세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후배 정치인들을 날카롭게 평가한 과거 발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했던 거친 말도 다시 화제다. JP는 지난해 5월 5일 대선 후보로서 서울 중구 청구동 자택을 찾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격려하면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압도적인 국민 지지를 받던 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JP는 “난 뭘 봐도 문재인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이어 그는 “문재인이가 얼마 전에 한참 으스대고 있을 때 한 소리가 있어. 당선되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러 간다고…”라며 “이런 놈을 뭐를 보고선 지지를 하느냐 말이야. 김정은이가 제 할아버지라도 되나? 빌어먹을 자식”이라며 욕설했다. JP는 이보다 앞선 2016년 11월 주간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람 없어. 문재인. 이름 그대로 문제야”라고 비꼬기도 했다.당시 인터뷰에서 JP는 차기 대권주자들에 대한 평도 내놨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서는 “그가 가끔 오지. 이런저런 얘기를 교환하는데 인간 안철수는 괜찮아. 정계 흐름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라며 “내 속엔 구렁이가 몇 개씩 들어 있지만 (안 전 대표에게) 그거는 들어 있지 않은 것 같다. 퍽 담백하고 솔직해”라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반기문이는 구렁이가 몇 마리 들어 있는 사람”이라면서 “비교적 순수해. 가끔 오는데 얘기를 들어보면 아주 순수한 정치인이야. 반기문이 와서 나가겠다고 하면 내가 도와줄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JP는 국정농단 사태가 터져 탄핵될 처지에 놓인 박근혜 당시 대통령도 험한 표현을 써가며 혹평했다. JP는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서 내려오라고, 네가 무슨 대통령이냐고 해도 거기 앉아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 고집쟁이다. 고집부리면 누구도 손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서가 정돈된 여자가 아니다. 한마디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저 혼자만 똑똑하고 나머지는 다 병신들이다”라고 주장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박원순·이재명·김경수·원희룡 ‘맑음’… 안철수·남경필 ‘흐림’

    박원순·이재명·김경수·원희룡 ‘맑음’… 안철수·남경필 ‘흐림’

    ‘3선’ 박원순 당내 지분 확보 이재명·김경수 지지 기반 확인 원희룡 보수 구심점 역할 기대 ‘참패’ 안철수·남경필 2선으로 6·1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여권 시장·도지사 당선자들은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한 반면 기존의 야권 주자는 대권 경쟁 구도에서 밀려나는 모습이다.민주당의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는 사상 최초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하면서 유력 대선 후보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박 시장은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당과 거리를 둔 선거 운동을 벌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민주당 후보를 적극 지원하는 등 민주당의 서울시 선거를 주도했다. 민주당이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를 싹쓸이하는 대승을 거두면서 박 시장은 당내 지분과 지지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여의도 정치와 거리가 멀고 민주당 정치인보다 행정가 정체성이 강해 대선 주자로서 약점이 있다는 꼬리표 역시 떼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시장 역시 선거 전날인 지난 12일 “이번에는 오로지 당을 위해 당이 공천한 후보를 위해 혼신을 다해 뛰었다”면서 “이제 제가 당과 거리가 있는 후보라고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자도 예상을 뛰어넘는 대승을 거두면서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이 당선자는 지난 두 차례의 성남시장 선거와 경기지사 선거에서 지속적으로 ‘형수 욕설 논란’, ‘배우 김부선과의 불륜 의혹’에 시달렸지만 이를 극복해 내면서 탄탄한 지지 기반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기지사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과 갈등을 빚은 점은 이 당선자가 향후 대권 가도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지방선거가 실시되고 23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로 경남지사에 당선된 김경수 당선자는 단숨에 대권 주자 반열로 발돋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김 당선자는 당내 주류 세력으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드루킹 특검의 수사 결과가 김 당선자에게 불리하게 나오면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특검 수사가 김 당선자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대권 가도에서 날개를 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보수가 참패한 이번 선거에서 보수 잠룡 중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가 유일하게 생존, 귀환했다. 원 지사는 선거 초반 민주당 문대림 후보와 접전을 벌였지만 이후 격차를 벌리며 대구·경북을 제외한 지역에서 보수 후보로는 유일하게 승리했다. 원 지사는 선거 이튿날인 14일 대권 주자 부상설에 대한 질문에 “제가 엉덩이가 무거울 때는 무겁다는 걸 보여드리겠다”며 당장은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중도 세력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원 지사가 보수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면 차기 대권 주자로 항상 하마평에 올랐던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한국당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는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이선으로 물러나는 모습이다. 안 후보는 2017년 대선에서 당시 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제치고 득표율 2위에 올랐던 서울에서조차 3위로 밀리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남 후보 역시 16년간 보수 정당이 차지해 온 경기지사를 내줬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위기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보수 세포조직까지 궤멸”… 재건의 구심점도 안 보인다

    “보수 세포조직까지 궤멸”… 재건의 구심점도 안 보인다

    새 메시지 제시 지도자 안 보여 해체에서 연합까지 여러 대안 “무엇보다 필요한 건 자성” 지적6·13 지방선거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보수 진영은 다시 재건될 수 있을까. 제1야당 자유한국당과 ‘개혁보수’를 자처하는 바른미래당 모두 현재로서는 새로운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 2017년 대선에서 패배한 주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참패했다.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겠다’며 곧장 전선에 복귀한 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다. 홍 대표와 유 대표는 14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안 후보는 또다시 ‘성찰의 시간’에 접어들었다. 홍 대표 체제가 남긴 충격은 깊다. 국회의원의 ‘손발’이라고 할 수 있는 광역의원 선거에서까지 영남을 제외하고는 참패했다. 경기도의회 지역구 129석 중 여주의 김규창 한국당 의원 1석을 제외하고 128석이 민주당 몫이 됐다. 직전 2014년 선거에선 새정치민주연합 72명, 새누리당 44명이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당의 밑바닥 구석구석 세포조직까지 파괴된 것”이라며 “재보궐 선거 패배보다 더 큰 충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로운 메시지를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다. 홍 대표와 각을 세워 오던 몇몇 한국당 중진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큰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열린우리당이 2004년 17대 총선에서 152석의 압승을 거뒀지만 당시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의 ‘천막 당사’를 앞세워 121석을 지켜 냈다. 박근혜라는 구심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당에는 이런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 김태흠 의원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지난 총선, 대선에서 주요 당직을 맡고 역할을 한 분들은 자중해야 한다”며 “과거에 역할을 했던 사람이 또다시 전면에 나서는 것은 사심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의 진로도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 인사 사이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나온 당 대 당 통합설에 호남계 의원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다 갈라설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개혁진보와 범보수의 연합부터 한국당 해체까지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필요한 건 ‘자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의원은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준비해도 (보수) 메신저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있다”며 “책임 있는 사람이 모두 사퇴해 허허벌판이 되고 난 뒤 생각지도 않은 싹,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어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文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의 비밀…보수인 듯 보수 아닌 보수 속 ‘블루’

    文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의 비밀…보수인 듯 보수 아닌 보수 속 ‘블루’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1주년 앞두고 최고 83%까지 치솟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 발표한 숫자다. 갤럽에 따르면 이전 대통령들의 취임 1년 지지율은 가장 높게는 김대중 대통령이 60%, 낮게는 노무현 대통령이 25%였다. 새 정권과 언론 간의 ‘허니문’ 기간이 6개월에서 최대 1년임을 고려하더라도 83%는 역대 최대치다.18일 갤럽이 발표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6%로 지난주보다 2% 포인트 하락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70%대 후반을 유지하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41.08%로 당선된 문 대통령이 1년 사이에 플러스 40% 포인트의 지지율을 더 얻게 된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찍었던 24%의 유권자들은 어디로 숨었을까. ●文 70~80%대 지지율, 여론은 조작됐을까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도 40%가 안 될 겁니다. 안보 혼란, 평양올림픽, 경제 파탄, 복수에 눈먼 정치보복, 실업대란인데 어떻게 지지율이 70%가 된다는 겁니까.” 한국당 홍 대표는 각종 여론 조사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여론조사 업체의 ‘샘플링’부터 ‘보수 성향 응답자’가 배제됐고, 이를 바탕으로 한 결과는 ‘가짜’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의 권순정 실장은 “박근혜 정부 때도 새누리당(현 한국당) 지지층의 응답률이 더 높았다”며 “‘우리 편은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다’는 홍 대표의 말도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는 완벽하지 않다. 성별, 연령, 지역별 특성에 따라 응답률도 편차가 있기 마련이다. 여론조사 업체들은 이를 보완·보정하기 위해 ‘가중값’이라는 장치를 둔다. 정권에 따라 응답자들의 적극성이 달라진다면 정치 성향에도 가중치를 달리 줘야 하지만, 대부분 조사에서는 이를 건너뛰고 있다. 홍 대표 주장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실제 최근 한 여론조사 업체가 실수로 공개한 조사 표집군에 따르면 서울지역 샘플의 62%는 문 대통령의 지지자였다. 대선 당시 문 후보의 득표율이 41%인 것을 고려하면, 여론조사 샘플 자체에 문재인 지지자가 20%나 과하게 표집됐다. 그렇다 해도 ‘홍 대표의 여론조작설은 과도하다’는 게 권 실장 등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보수 성향의 시민들이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으려 하는 게 자료상으로 드러난다”면서도 “그러나 이들이 당장 6·13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의 후보를 찍을 것인가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보수 괴멸상태다. 보수 유권자들이 선거에 나와 찍을 만큼 보수 유권자의 표심을 대변하는 정당이나 인물이 없어서 이른바 숨은 보수층인 ‘샤이 보수’가 있지만, 보수 후보를 당선시키는 ‘보수표’로 연결되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TK·60대의 변심, 文 고공 지지율의 비밀 문 대통령의 70~80%대 높은 지지율은 ‘기저 효과’와 ‘반사이익’에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권 실장은 “2016년 말부터 촛불집회, 탄핵, 5·9 대선을 통해 국민이 이전 정부의 실정을 너무나도 심각하게 인식한 상태였다”며 “문 정부가 조금만 잘해도 지지율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를 기점으로 문 대통령이 누린 기저 효과는 대부분 빠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언론은 지난 1월부터 12%로 상승한 최저임금 후폭풍, 남북 단일팀 혼란, 인사 낙마 책임론 등 문 정권에 대한 부정 이슈를 쏟아 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때 리얼미터 집계 기준으로 60.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지율은 상방 경직성이 강해, 한번 떨어지면 회복이 그만큼 힘들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1월 3주차 여론조사에서 저점을 찍고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며 5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70%대를 회복했다.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치른 뒤 일주일이 지난 5월 4일에는 갤럽 기준으로 83%의 지지율을 찍었다. 당시 여론조사는 보수층의 정당 지지도 역전 현상이 화제였다. 대구·경북(TK)에서 민주당은 28%로 한국당 25%를 3% 포인트 앞섰고, 보수 이념층에서도 민주당은 37%로 한국당 33%를 4% 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민주당 51%로 한국당 22%를 약 30% 포인트 차로 압도했다. 눈에 띄는 마땅한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없다 보니 갈 곳 잃은 민심이 오히려 문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교수는 “야권에 비전과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대안 세력이 있었다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금만큼 높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안 세력으로서의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에 대한 기대가 지난 대선 당시보다 상당히 많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정당 지지율로 비교하면 한 교수의 발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5월 첫째 주 갤럽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55%, 한국당은 12%, 바른미래당은 6%, 정의당 5%, 평화당 1%였다.●마음 둘 곳 없는 보수 유권자 TK는 전통적인 ‘보수 표밭’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한국당이 유일하게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대선부터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지난 대선 당시 홍 후보는 대구·경북·경남에서 문 후보보다 선전했다. 그러나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얻었던 득표율과는 차이가 컸다. 영남의 ‘빨간색’이 옅어진 셈이다. 특히 절대적인 보수 지지층이던 TK가 안철수 후보에게 표를 던진 일도 주목할 만하다. 비(非)한국당 후보의 득표는 그만큼 보수가 중간지대로 이동했음을 보여 준다. 안 후보의 TK 득표율은 15%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마음 둘 곳 없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오히려 문 정권을 지지하는 기현상도 나타난다. 실제 서울신문이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트릭스에 의뢰,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 포인트)에 따르면 보수 성향 응답자 10명 중 5명 이상(57.7%)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보수 성향 응답자 가운데 10명 중 6명 이상(60.2%)은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잘하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못하고 있다는 14.8%에 불과했다. 김홍국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과거처럼 강고하게 보수정당에 지지를 보내지 않고 변화할 의사가 있다는 점, 중도 보수층이 진보 대통령을 지지할 의사를 실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의 변화와 분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정치적 양극화 시도할수록 한국당 외면하는 보수 한국당의 지지율은 16~21%대에 갇혀 있다. 이는 지난 대선 홍 후보의 득표율(24.03%)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왜 보수는 한국당을 지지하지 않을까. 여기에는 한국당의 이른바 ‘전략적 극단주의’가 ‘보수 혐오’를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략적 극단주의는 자신의 핵심 지지층 동원을 극대화해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홍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에 ‘위장 평화쇼’, ‘김정은과 남한 주사파와의 합의’라고 평가절하하고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여론의 강력한 역풍을 맞기도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홍 대표의 전략은 ‘어차피 우리 사회는 지역주의와 이념주의다. 거칠어도 트럼프처럼 성공하면 된다’는 식”이라며 “문 정권에 각을 세워 지지 기반을 확고히 하고, ‘보수의 대안’을 표방하는 바른미래당을 주저앉히기 위한 의도가 녹아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양극화를 시도하면 중도 보수나 중도 진보 등 스윙보터는 증발한다는 해석이다. 홍 대표가 추진하는 ‘이념적 자폐성’ 탓에 보수 진영의 지지 기반이 극도로 좁아지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 포인트)에 따르면 19대 대선을 다시 치를 경우 홍 대표의 지지율은 16%로 대선 득표율보다 7% 포인트 떨어진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보다 28% 포인트 높은 69%였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씨줄날줄] 워라밸 정치인 라이언/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워라밸 정치인 라이언/최광숙 논설위원

    한광옥 전 의원은 2010년 부인이 암 투병을 하게 되자 만사를 제치고 병간호를 했다. 그해 7·28 은평을 재보선 국회의원 선거 출마도 포기했다. 10월 민주당 대표 경선을 앞둔 당권 주자들의 도와 달라는 요청에도 “내 짝도 못 챙기면서 무슨 동지와 국민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거절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집권 여당 대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권력의 심장부에서 활동하던 정치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내가 누리던 권력이 사라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도 모자라 아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주고, 아들이 여의치 않으면 며느리를 대신 정치에 뛰어들게 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심지어 감옥에 간 자신을 대신해 부인을 출마시켜 당선시키기도 한다. 가족의 후광을 입었다 해도 그들은 당당히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기에 비난만 할 수 없다. 하지만 권력을 계속 움켜쥐고자 하는 정치인의 속성은 부정할 수 없다. 미국에서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캐런 휴스 백악관 고문이 2002년 7월 “아들을 돌보겠다”며 고향 텍사스로 돌아가 화제가 됐다. 그는 부시의 당선 1등 공신인 칼 로브와 함께 부시 정권의 최대 실세였기에 더욱 그랬다. 부시는 2000년 대선 직전 “당신이 함께 일하지 않으면 대통령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할 정도로 그를 신뢰했다. 휴스는 부시 행정부 2기에 국무부 공보차관으로 다시 기용됐다. 미국 공화당의 의회 1인자인 폴 라이언(48세) 하원의장이 11일(현지시간) 전격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은퇴 이유로 “우리 아이 세 명이 10대다. 내가 다시 출마해 연임하게 되면 아이들은 나를 ‘주말 아빠’로만 기억할 것이다”라며 ‘가족’을 꼽았다. 주중에는 워싱턴에서 있다가 주말에야 위스콘신주 제인즈빌의 자택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기러기 가족’을 청산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2012년 대선 공화당 대통령 후보 때도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정치인이었다. 16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렵게 자란 ‘흙수저’였기에 가족애가 누구보다 깊다고 한다. 하지만 40대 기수론을 이끌던 공화당의 유망주인 그의 정계 은퇴를 같은 당 소속인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자유무역 신봉자이자 이민정책에 찬성하는 그의 소신과 트럼프의 노선이 갈등을 일으키면서 예측 불가의 트럼프에게 좌절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공화당 간판 스타의 퇴진으로 당장 공화당의 정치자금 모금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치르는 트럼프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박영선·우상호·이재명도… ‘결선 투표’ 목소리 커진 민주

    박영선·우상호·이재명도… ‘결선 투표’ 목소리 커진 민주

    朴·禹, 박원순 시장 향해 공세 “대선 불출마 선언 뒤 경선을” 서울·경기 등 6·13 지방선거 후보자 선정에서 결선투표를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주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안정적인 선거 전략 운영을 이유로 불가 입장이어서 당내 진통이 예상된다.민주당 서울시장 예비 후보 3인방 중 박원순 시장을 제외한 박영선·우상호 의원은 25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결선투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 의원은 “내일 최고위원회에서 결선투표 도입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박 시장이 결선 투표를 수용할 차례”라며 “(당 지도부가) 높은 지지율에 안주해 새로운 흥행 요소를 만드는 데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박 시장을 겨냥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시장경선에 나와야 한다”며 “서울시장이 4년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둔다면 피해는 당과 서울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도전자들은 결선투표 도입으로 뜻을 모았다. 전해철 의원과 양기대 전 광명시장의 결선 도입 요청에 이어 이재명 전 성남시장까지 찬성했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과열 경쟁의 단점이 있지만 민주성 확보라는 장점 때문에 결선투표 도입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결선투표 도입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공천심사를 통한 컷오프 이후 한 차례 경선으로 본선 후보 선출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고 그 원칙을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며 “서울·경기·광주 등 특정 지역을 전제로 도입을 검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관계자도 “당 지지율이 낮을 때 관심을 끌어오기 위해 결선투표를 하는 것이지만 우리 당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결선투표를 하면) 지지율이 낮은 후보가 (판세를) 뒤집기 위해 네거티브 전략을 이용하면서 도리어 시끄러워지기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6·1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자 신청엔 모두 47명이 접수했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경선 평균 경쟁률은 2.8대1이다. 광주시장 선거에 윤장현 시장과 이용섭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양향자 최고위원 등 7명이 몰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예비후보 사퇴로 요동친 충남지사 경선에는 양승조 의원과 복기왕 전 아산시장이 후보 신청을 했다. 정성호 공관위원장은 “최고위 결정 사항이겠지만 후보자를 추가 공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6ㆍ13선거, 野 대선주자들 운명 가른다

    6ㆍ13선거, 野 대선주자들 운명 가른다

    홍준표 “경남지사에 재신임 건다”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압박 거세 유승민 “한국당 문 닫게 대구 공략” 야권 유력 주자가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정치적 승부수를 걸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뒤 사실상 휴지기 없이 당 대표 등으로 정치 일선에 복귀한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자신들의 명운을 맡긴 모습이다.홍준표(왼쪽) 자유한국당 대표는 현재 한국당 소속 광역단체장 숫자인 6석을 지방선거 승패의 마지노선으로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경남·북과 부산·대구, 울산 등 영남 5석과 수도권에서 1석을 합한 6석을 수성하면 사실상 지방선거에서 선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홍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6+α가 목표”라며 “특히 경남지사 선거는 홍준표에 대한 재신임을 걸고 선거를 치르겠다. 재신임에 걸맞은 사람을 후보로 정해서 같이 한 번 뛰어보겠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6석 미만의 성적표를 받으면 홍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한국당은 다시 한 번 격랑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최근 중진들과 당 운영방안을 놓고 설전을 주고받는 등 홍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선거 패배는 당 내홍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른미래당 창당의 승부수를 던진 안철수(가운데) 전 국민의당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설이 다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지휘하는 동시에 ‘선수’로 뛰며 선거 흥행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것. 박주선 공동대표도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50%를 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로서는 여당에 유리한 현재 판세와 더불어 선거 패배시 후폭풍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에 밝은 한 여권 인사는 “정치인은 본선은 말할 것도 없고 당내 경선에서 패배해도 충격을 받는다”면서 “연속해서 선거에서 패배하면 더욱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재보궐 지역구인 서울 송파을이나 부산 해운대을 출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안 전 대표와 ‘한배’를 탄 유승민(오른쪽)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이번 선거를 통해 ‘보수의 적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 공동대표는 “한국당이 문을 닫을 수 있도록 대구시장 선거에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밝히는 등 대구·경북(TK)지역에서 한국당과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86년생 ‘최저임금’씨 “제가 나라 말아먹는다고요?”

    86년생 ‘최저임금’씨 “제가 나라 말아먹는다고요?”

    최저임금은 헌법 제32조 1항에 근거한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우리 헌법은 국민이 근로를 통해 인간답게 생활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으로 지난해보다 16.4% 오르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버렸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가게 문 닫아야 할 판이라며 아우성이고,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역시 일자리가 줄었다며 우려한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야당은 부작용만 강조하고 있다. 특히 보수 매체들은 부작용의 극단만 보도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사회 약자들 간의 투쟁으로 비쳐 우울하기까지 하다. 지난해 대선 당시 모든 후보자들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내걸 정도로 인기가 좋았던 ‘최저임금 인상론’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서울신문은 19일 최저임금 입장에서 억울함을 풀어봤다.저는 최저임금입니다. 올해 7530원으로 작년보다 16.4% 오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일부 보수 신문과 경제지를 보면 이미 저 때문에 나라가 망한 것 같습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부담 때문에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고, 물가도 뛰고, 가난한 청년들은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이 언제부터 사회적 약자를 그리 걱정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 말대로 제가 만약 1만원까지 오른다면, 우리나라는 붕괴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좀 억울합니다. 마치 지금의 혼란이 모두 저 때문인 것처럼 매도되는 게 답답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의 본질은 가려지고, 정치 싸움만 남았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최저임금 인상을 한목소리로 외쳤던 야당은 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저를 ‘프로파간다’로 이용하는 것이지요. 또 자영업자들이 힘든 건 비단 저 때문만은 아닙니다. 차분히 제 억울함을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 462만 5000명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제가 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건 1894년 뉴질랜드에서입니다. 사용자가 근로자를 낮은 임금으로 착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부가 만들어냈습니다. 미국이 1938년, 프랑스가 1950년에 도입했고, 우리나라가 도입한 건 1986년 12월 31일입니다. 다만, 법 제도가 만들어진 게 이때고, 시행은 1988년부터입니다. 당시 최저임금은 462원에 불과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10%에 가까운 인상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올랐지요. 최근에도 매년 평균 7%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16.4%로 대폭 올랐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많은 사람이 제게 관심을 둔 건 아닙니다. 최저임금 도입 당시만 해도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인 제조업에만 적용됐습니다. 이때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는 20.1%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1990년엔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인 모든 산업으로 확대되면서 적용 비율이 61.6%로 올랐고, 1999년엔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모든 산업으로 확대돼 적용 비율이 78.7%였으며, 2000년 11월이 돼서야 모든 근로자가 적용 대상이 됐습니다. 올해 최저임금 대상인 근로자는 총 462만 5000명으로 인구 대비 23.6% 수준입니다.사실,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건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은 절대·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 덕에 잘 먹고 잘산다는 사람 한 명도 못 봤습니다. 2015년 기준 최저임금(5580원·주 40시간 근무 시 116만 6220원)은 미혼 단신 1인 가구 생계비의 77.4%, 1인 가구 가계지출의 70.1%에 불과합니다. 최저임금으로 벌면서 혼자 먹고살아도 늘 ‘마이너스 인생’이라는 의미지요. 또 다른 임금에 비해 최저임금은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같은 해 기준 최저임금은 1인 이상 사업체 중위임금(1만 1839원)의 47.1% 수준이고, 평균임금(1만 6031원)의 34.8%에 그칩니다. 지난해 기준 흔히 말해 ‘막노동’해서 받는 임금인 시중노임단가는 8328원인데 최저임금은 6570원(77.7%)에 불과합니다. 다른 걸 떠나서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가 예상되는데 그에 걸맞은 국민의 실질적 소득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5월 제19대 대통령 선거 때 후보 5인 모두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달성 시기만 조금 다를 뿐입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2020년까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임기 내인 2022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려면 매년 16%씩, 2022년까지 달성하려면 매년 10%씩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올해 최저임금을 16.4%로 올리니까 다른 대선 주자들은 이때다 싶었던 것 같습니다. 콧바람에 가랑잎 뒤집히듯 말을 바꿔 마치 우리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고 있지 않습니까. ●최저임금 오르면 성장 어려운 한계기업 정리 그런데 그들이 과연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인건비조차 주기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들이 궁지에 내몰린다는 점을 몰랐을까요. 전문가마다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보통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두 가지로 설명됩니다. 저소득 국민의 소득 인상과 한계기업의 정리입니다. 한계기업이란 경쟁력을 상실해 앞으로 성장이 어려운 기업을 뜻합니다. 문 대통령도 지난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우리 경제 체질을 바꾸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 말했고,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지난 11일 한 인터뷰에서 “한계기업이 조정되고, 자영업자·소상공인 부담에 대한 정부 대책이 일정 효과가 있다면 일자리가 많아져 소득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만약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무능력한 것이고, 알았다면 저를 뻔뻔스럽게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정치인만 저를 이용하는 건 아닙니다. 대학들도 이 시기를 악용합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고려대, 연세대, 홍익대, 동국대 등은 청소노동자 인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생 수도 줄고, 등록금도 수년째 묶여 있어서 수입이 예전 같지 않은데, 인건비가 올라가니 청소노동자부터 줄이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대학=한계기업, 영세업체’라는 등식은 어색합니다. 대학 누적적립금 현황만 보면, 고려대와 연세대는 각각 3568억원, 5307억원이고, 홍익대는 7429억원에 이릅니다. 누가 봐도 인건비 상승 때문에 청소노동자 인원을 줄이겠다는 건 앞뒤가 안 맞지요.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 상황이 어렵다면 국가가 지원금을 줄 수 있는데, 재정 여건이 괜찮은 대학이 청소노동자 인원을 줄이겠다는 건 사회적 책임과 연관된 부분”이라며 “이는 국가가 메워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 1인당 13만원 지원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영업자의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게 모두 저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업비 구조를 보면 인건비 못지않게 지불하는 임대료 비중이 큽니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이 지난 18일 임대료 안정화를 위해 상가임대차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했지요. 상가 보증금·임대료 인상 상한을 기존 9%에서 5%로 낮추는 게 핵심입니다. 자영업자 고정비 가운데 카드 결제 수수료와 카드 결제망 이용 대가로 지불하는 밴 수수료(건당 100원)도 있습니다. 프렌차이즈 가맹점이라면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도 상당합니다. 이런 고정비를 무시한 채 저만 탓하는 건 본질을 호도하는 것입니다. 우리 복지시스템이 허술한 것도 문제입니다. 복지가 취약하니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임금으로 시달리는 국민 소득을 높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 오케스트라 가운데 최저임금만 삑삑대는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정부도 대책을 내놨습니다.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에게 월급 190만원 미만 노동자 1인당 13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카드 수수료를 내리고, 상가 내몰림을 방지하는 보완대책을 이달 안에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켜봐야 한다고 합니다. 최저임금 효과가 나타나려면 적어도 3~4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07년에도 최저임금은 12.3% 올랐는데, 임금 인상이 결정된 전년 6월부터 취업자 수가 줄다가, 실제 인상한 6개월 뒤에는 다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습니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부작용 문제는 정치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을 올리는 게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부작용도 있는 만큼 인상 속도에 대한 제고의 여지는 있다고 보며, 4월쯤 되면 각종 통계가 나올 것이기에 이때까진 함부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文 대통령 비방’ 신연희 강남구청장 입장 들어보니

    ‘文 대통령 비방’ 신연희 강남구청장 입장 들어보니

    ① 文대통령 낙선 목적은 없었다 ② 제한된 특정 카톡방에 올렸다 ③ 나만 위반? 형평성에 안 맞다탄핵 정국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지인들에게 퍼나른 혐의로 기소된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지난 17일 첫 공판에서 검찰 기소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혐의를 강력 부인함에 따라 최종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등 대규모 개발계획을 완성하며 3선 연임 고지를 향해 질주해 온 신 구청장은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직을 상실하고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오는 27일 2차 공판을 앞두고 검찰의 기소 내용과 신 구청장의 반박 논리를 비교해 본다.●문 대통령 낙선 목적 vs 정치 공세 재판의 최대 쟁점은 신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동기가 무엇이냐다.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가 되려면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행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 구청장이 문 대통령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은 분명히 낙선 목적을 가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신 구청장이 문 대통령 낙선 목적을 갖고 카톡 대화방에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노무현과 문재인이 조성한 비자금 1조원의 환전을 시도했다’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반면 신 구청장은 문자를 지인들과의 카톡방에 퍼나른 것은 인정하지만 낙선 목적은 없었다고 반박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되거나 그에 따른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것을 전혀 예상하지 않은 만큼 낙선 목적으로 문자를 유포했다는 지적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 구청장 측은 “1건만 제외하면 모두 탄핵 인용 결정(3월 10일) 전에 보낸 문자”라며 “나머지 1건(3월 13일)도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쫓겨난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보낸 것으로,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일 선포(3월 15일) 사흘 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시작(3월 22일) 열흘 전,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4월 3일)되기 약 한 달 전에 발송됐다”고 밝혔다. 신 구청장은 또 “낙선 목적이었다면 왜 폐쇄적인 특정 카톡방에만 글을 전했겠느냐”고 주장했다. 해당 카톡 단체방은 보수 성향의 사람들끼리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부당성을 이야기하는 제한된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신 구청장 측은 “문 대통령 관련 글을 보낸 것은 당시 민주당 주도로 탄핵 정국이 본격화됐고,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거법 위반 vs 다른 지자체장도… 검찰은 “신 구청장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특정 후보에 대한 허위·비방 글을 유포한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신 구청장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지방자치단체장인데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복수의 카톡 대화방에 허위 내용 또는 비방 취지의 글을 200여회 게시했다”고 밝혔다. 반면 신 구청장 측은 탄핵 정국에서 다른 자치단체장들도 대선 주자들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 냈다고 반박한다. 신 구청장 측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월부터 3월 사이 당시 보수진영 대선 주자로 유력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영혼 없는 외교한 분’, 문재인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적폐 청산 대상’이라고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또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다른 지자체장들도 당시 여권 대선 주자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난 발언을 쏟아 내고 정치행사인 촛불집회까지 참석했다”고 강조했다. 신 구청장은 “선거운동 기간도 아닌 상황에서 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해 공산주의라고 했다거나 영혼 없는 외교관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자치단체장이 선거운동을 했다고 규정할 수는 없다”면서 “대통령이 된 사람에 대한 발언만 문제 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지방선거 앞으로” 여야 잠룡 6인6색 행보

    “지방선거 앞으로” 여야 잠룡 6인6색 행보

    지난 5·9 대선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여야 잠룡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정치권의 시계가 내년 ‘6·13 지방선거’를 향해 움직이면서 여야 잠룡들의 차기 행보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다 고배를 마셨던 여권 주자들은 추석 연휴 이후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정치적 진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3선 도전보다는 재·보궐 선거 또는 전당대회 출마를 통해 중앙 정치무대로 진출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특히 안 지사는 지난달 27일 서울 노원구청에서 특강을 열어 서울 지역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서울 노원병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국회의원직 사퇴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지역구다. 이에 대해 안 지사 측은 추석 연휴 동안 거취를 고심하는 한편 연말까지는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기로 사실상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은 최근 당 혁신기구인 정치발전위원회에 참여하는가 하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추석연휴 동안 3선 도전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시장은 추석 전후로 거취에 관한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밝혀 왔다. 박 시장은 최근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박원순 제압문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고소하는 등 현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야권에서는 전당대회를 통해 정치 일선에 복귀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당 대표로서 지난 대선 패배를 딛고 내년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홍 대표는 거듭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속에서 일찌감치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며 안보 이슈 띄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추석 연휴 이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의 출당 논의를 본격화하며 ‘친박 청산’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친박계의 반발 등 당내 분열을 추슬러야 한다는 점이 과제로 남아 있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또는 부산시장 차출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지방선거 전략에 대한 고민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조용한 행보를 이어 왔던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다음달 13일 당원대표자회의(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재개한다. 그러나 유 의원이 당 대표직에 오른다고 해도 리더십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고비가 예상된다. 최근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당내 ‘통합파’들의 이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나 유 의원 모두 이번 추석 연휴를 보수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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