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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표 최측근 김용 체포에 與 십자포화 野 위기감 고조

    이재명 대표 최측근 김용 체포에 與 십자포화 野 위기감 고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9일 검찰에 체포되자 여당은 ‘다음 차례는 이재명 대표’라면서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대선자금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야당 내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 부원장은 이날 민주당 공보국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대장동 사업 관련자들로부터의 불법자금 수수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김 부원장의 체포에 대해 침묵했다.  김 부원장은 성남시의원을 재선했고, 이 대표가 경기지사 재임 당시 초대 경기도 대변인을 지냈다. 20대 대선에서는 대선캠프 총괄부본부장을 맡았다. 이 대표 취임 후인 지난달 30일에 민주당의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임명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측근설을 부인하며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소문으로 떠돌던 검찰의 조작 의혹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유검무죄, 무검유죄이다. 없는 죄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나라를 독재시절로 회귀시키고 있다”며 “명백한 물증이 있는 ‘50억 클럽’은 외면하고 정치공작을 일삼는 검찰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모든 방법을 다해 이를 바로잡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측근이라고 했던 그 김용이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체포됐다. 이번에는 김용이란 사람도 잘 모른다고 하실 거냐”며 “‘정치탄압’, ‘정치보복’ 같은 궤변은 늘어놓지 마시라. 국민은 이 대표의 정직한 입장을 듣고 싶어한다”고 했다.  박수영 의원도 “작년 국감에서 대장동 주범들의 도원결의를 폭로했다. 김만배, 정진상, 유동규, 김용 등 4명인데 마침내 마지막 남은 김용도 체포됐다”며 “본인이 (측근이라고) 인정한 정진상과 김용이 기소 또는 체포됐으니, 다음 차례는 분명해 보인다”고 직격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대장동, 백현동, 위례신도시, 성남FC 등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월성원전, 태양광, 서해공무원 사건 등 문재인 정부 시절의 범죄와 총체적 비리들도 고구마 줄기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이날 민주연구원이 위치한 민주당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야당은 거세게 항의했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당사 앞에서 “검찰이 제1야당 당사에 압수수색을 나왔다”며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무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기까지 와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지지율이 24%까지 떨어진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인 쇼를 통해서 탈출구를 삼으려는 정치적 행위”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김 부원장의 체포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며 “민주당으로서는 엇갈리는 주장 속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당분간은 검찰의 수사진행 상황을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라고만 했다. 다만 “최근 들어 검찰이 돈을 줬다는 유동규씨를 검사실로 불러 회유·협박을 해왔다는 정황들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특히 20일 유동규씨가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서울중앙지검장의 말이었다”며 “유동규씨의 석방과 김용 부원장의 체포 사이에 연관성은 없는지 민주당은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했다.
  • 사상 초유 ‘영부인 특검’ 추진…역대 영부인들 구설은?

    사상 초유 ‘영부인 특검’ 추진…역대 영부인들 구설은?

    민주, ‘김건희 특검법’ 발의…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준 원내 제1야당이 대통령 부인을 상대로 특검을 추진하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소속 의원 169명 전원 공동 명의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지난 5일 당 의원총회에서 특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총의를 모은 지 이틀 만이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에서 수사팀 규모를 특검과, 특검보 4명, 파견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파견공무원 40명 등 100여명 정도로 설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과 맞먹는 규모다. 2명의 특검 추천도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국회 교섭단체, 즉 민주당이 맡도록 했다. 수사 범위는 ▲주가 조작 의혹 사건, ▲허위 경력 기재 의혹 사건, ▲기업으로부터 뇌물성 후원을 받은 의혹 사건 등 3개로 한정했다.법사위 통과·대통령 거부권 등 ‘첩첩산중’…“여론전 위한 것” 그러나 특검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검법이 통과되려면 국회 법사위원회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의원이 법사위원장으로 있어 법안 상정 자체가 무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법사위 구성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 카드까지 만지작 거리고 있지만, 패스트트랙 의결을 위해서는 무소속 조정훈 의원의 동의가 필요한데다 현행법상 패스트트랙은 본회의 상정까지 최장 330일이 걸린다. 조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명분없는 패스트트랙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상태다. 특검법이 힘들게 국회의 문턱을 넘는다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시행될 수 없다. 전문가들도 이번 특검법 발의가 정치적 상징성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입을 모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도 특검법 시행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국민들의 분노가 빗발치는데 보기만 할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 고발도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공소시효 만료 전 지지층 분노를 결집하기 위해 한 것”고 해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손해볼 게 없다는 게 민주당 생각”이라며 “‘왜 숨기냐, 떳떳하지 못한 거 아니냐’ 이런 걸 더 부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시행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기 보다는 당심에 호소하고 ‘여론전’을 펼치기 위한 특검법 추진이라는 설명이다.영부인 특검 전례 없어…김윤옥 여사, 서면조사 받은 사례뿐 역대 정권을 살펴봐도 현직 대통령의 부인에 대한 특검이 가동된 전례는 없다. 다만 이명박 정부 시절 이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던 특검이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조사한 적은 있다. 하지만 조사 시점 당시 김 여사가 인도네시아·태국 공식 순방을 앞두고 있던 점을 감안해 특검팀은 직접 소환 조사가 아닌 서면조사 방식을 택했다. 당시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역대 영부인들에 대한 특검 조사가 이뤄진 전례가 없고, 김 여사가 의혹의 당사자인 것처럼 검찰 조사가 발표된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반발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특검은 아니지만 검찰 조사에 두 차례 응한 바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에 이어 역대 영부인 중 두번째로 검찰에 불려간 권 여사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007년 6월 말 100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중수부 검사 두 명을 부산지검으로 파견한 뒤 권 여사를 부산지검 청사로 불러 11시간 이상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권 여사 소환 조사의 경우 전직 영부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비공개로 이뤄졌으며 조사가 진행됐다는 사실도 사후에 발표됐었다.‘이순자 일가’ 부패 혐의로 영부인 중 첫 검찰 조사…김옥숙·이희호 등도 구설 사안의 심각성으로 본다면 가장 큰 구설에 얽매인 전 영부인은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 여사다. 지난 2004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수사하던 대검 중수부는 남편의 비자금 중 일부가 남동생 등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여사를 소환,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 여사의 아버지 이규동, 작은아버지 이규광, 남동생 이창석, 제부 홍순두는 이 여사와 전 전 대통령의 비호 아래 거액의 재산을 축적한 혐의를 받았다. ‘단군 이래 최대 어음사기 사건’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장영자도 이규광의 처제였다. 이 여사 일가가 줄줄이 부정부패에 연루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전두환 정권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이밖에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딸 소영씨의 외화 밀반출 혐의로 구설수에 올랐지만 검찰 조사를 받지는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옷 로비 사건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옷, 악세사리 구입 및 대여 관련 특활비 사용으로 입길에 오른 바 있다.
  • ‘尹 정부 1호’ 검찰총장 후보도 특수통 두각…‘특수통 전성시대’ 예약

    ‘尹 정부 1호’ 검찰총장 후보도 특수통 두각…‘특수통 전성시대’ 예약

    지난 18일 검찰 인사에서 이른바 ‘특수통’ 검사들이 약진한 가운데 검찰총장 후보로도 특수통 출신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6~7월쯤 있을 검찰 정기인사를 특수통으로 채우고 검찰총장도 특수통으로 임명된다면 검찰 내 ‘특수통 전성시대’가 활짝 꽃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르면 내주쯤 구성될 것으로 보이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를 앞두고 언급되는 총장 후보군 중에는 특수통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5명 중에 이원석(사법연수원 27기)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 여환섭(24기) 대전고검장, 박찬호(26기) 광주지검장, 김후곤(25기) 신임 서울고검장은 모두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 특별수사부 부장을 역임한 적이 있다. 주로 ‘특수통’으로 분류할 법한 인물들로 검찰총장 후보군 진영이 꾸려진 것이다. 후보군 중 이두봉(25기) 인천지검장만 서울중앙지검 부장 시절에 형사부를 맡았다. 유력한 후보 중에 한 명인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는 2016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시절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합류해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을 때에는 검사장급인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윤석열 사단’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독사’라는 별명이 있는 여환섭 고검장은 201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낼 때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구속 기소하며 존재감을 뽑냈다. 그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않지만 윤 대통령과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함께 일했던 인연이 있다.박찬호 지검장은 201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지지단체인 ‘근혜봉사단’의 전 회장 이성복씨를 구속 기소하고, 4대강 담합 의혹을 파헤치기도 했다.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고,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근무할 때 2차장 검사를 맡아 그를 보좌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오르자마자 검사장급인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김후곤 고검장은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검찰 내 신망이 두터운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국회 통과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14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때 고속철도 납품관련 정관계 로비사건에 관여한 현역 국회의원 2명(조현룡·송광호)을, 론스타로부터 뒷돈을 받은 장화식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를 기소하기도 했다.검찰 안팎에서는 최근 검찰 고위 임원 인사에서 보여줬듯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특수통 검사 중에 검찰총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함께 일해보고 신뢰를 가졌던 인물을 중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뿐 아니라 6~7월쯤 있을 검찰 정기 인사에서도 이전 정부에서 좌천됐던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복귀하면 바야흐로 ‘특수통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정권에서는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한직으로 좌천됐었는데 정권이 교체되니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다만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이었던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신임 검찰총장까지 ‘친윤’에다가 특수통으로 채운다면 끼리끼리 요직을 다 챙겼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검찰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특정 라인만 중용하는 인사를 한다면 외부로부터 비판을 받기 딱 좋은 모양새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르면 다음 주 검찰총장 9명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김오수 전 검찰총장의 사퇴로 공석인 자리를 서둘러 채울 것으로 보인다. 후보추천위는 총장 후보 3명 이상을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하고, 장관은 추천위 결정을 존중해 1명을 최종 후보자로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된다. 추천위 구성, 국민 천거 기간, 후보자들 검증 작업까지 고려하면 후보추천위 회의는 6월초에 본격적으로 열리게 될 전망이다.
  • [진경호 칼럼] 부엉이바위의 그늘/수석논설위원

    [진경호 칼럼] 부엉이바위의 그늘/수석논설위원

    ‘노무현은 죽을까’. 13년 전 2009년 5월 21일 이 자리에 쓴 칼럼 제목이다. 그 이틀 뒤 새벽,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해 봉하산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칼럼은 졸지에 그의 죽음을 예고한 ‘데스노트’가 됐다. “며칠 뒤면 전직 대통령 구속 3탄이 나오거나 말거나 한다. 검찰은 노무현을 구치소에 넣을까. 그럼 어찌 될까. ‘노무현’은 죽을까”로 시작된 칼럼은 그러나 노무현의 죽음을 앞서 말한 게 아니다. 권력의 부패를 끊고 전임 정권에 대한 단죄라는 질곡의 정치사가 끝나기를 바라는 염원이었다. 그러하지 못하면 정치 보복 논란 속에 나라가 적의(敵意)로 가득한 진영 대결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의 묵시였다. 모두가 아는 대로 너 죽고 나 살자는 오늘 우리의 불행한 정치는 그날, 2009년 5월 23일 부엉이바위 아래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던진 자리에서 싹을 틔웠다. 노무현 불법대선자금의 실체와 이에 대한 사법 심판이라는 법치가 땅에 묻힌 대신 ‘누가 노무현을 죽였느냐’는 절규와 원망, 분노가 움을 텄다. 세상은 삽시간에 내 편과 네 편, 선과 악만 존재하는 땅이 됐고 이렇게 둘로 나뉜 세상 속에서 노무현의 뒤를 이은 대통령 둘이 줄줄이 영어의 몸이 됐다. 여의도 정치는 국민과 나라를 앞에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대신 자신들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만 따지는 일차원 단세포 동물로 한때 멀쩡했을 금배지들을 줄기차게 퇴화시켰다. 대통령으로서 문재인의 마지막 말은 “성공한 전임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주실 거죠”다. 5월 9일 땅거미 진 청와대를 나서면서 수천 지지자들을 향해 그렇게 외쳤다. 양산으로 내려가선 연일 자신의 안부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 바쁘다. 잊힌 대통령이 되고 싶다던 말을 가장 먼저 잊었다. 대선에서 패하고는 국회의원이라도 해야겠다며 6월 보궐선거에 나선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어떤가. 유튜브에다 ‘이재명, 인천 부일공원에서 숨쉰 채 발견’이라는 동영상을 띄웠다. 살아 있다는 말로 정치적 죽음의 그림자를 지지자들의 뇌리에 심었다. 민망하고 부끄럽다. 이제 막 대통령직을 내놓은 이와 간발의 차로 대통령이 못 된 이가 양산과 인천에서 떨리는 가슴 누르고 지지자들에게 나를 잊지 말라, 나를 지켜 달라는 신호를 연일 발산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대체 누가 누구를 지켜야 한단 말인가. 대통령은 우리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존재가 아니다. 우리를, 국민을 지켜야 할 존재가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이 만든 그늘이 너무 크고 깊다. 사실이 어떠하든 선동과 조작으로 만든 허구만이 진실일 뿐인 가상현실 진영 정치에 길을 잃은 지 너무 오래다. ‘노사모’로 시작해 ‘문꿀오소리’를 거쳐 ‘개딸’과 ‘양아들’로 이어진 정치 팬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뜻일지언정 분노를 먹고사는 진영 정치의 볼모가 되고 말았다. 닷새 뒤, 노 전 대통령 13주기다.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죄다 집결할 봉하마을에 윤석열 대통령은 마땅히 가야 한다. 국민의힘 당적의 그가 가서 노 전 대통령이 그들의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었다고 말해야 한다.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벌인 검찰의 일원이자 수장이었던 그가 가서 당신의 비극을 우리 모두가 아파한다고, 하지만 부엉이바위 아래로 진실을 묻고 적대의 진영 정치를 싹 틔운 건 분명 당신의 잘못이었다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덧붙여 물어야 한다. 부엉이바위에서 길을 잃은 법치와 정치를 이젠 바로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살아 있는 권력이든 죽은 권력이든 법 앞에서 모두 동등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래야 용서가 있고, 화해와 포용, 통합이 따르지 않겠느냐고. 그래야 이 지긋지긋한 증오의 낡은 시대가 끝나지 않겠느냐고. 그것이 내가 청와대에 발을 딛지 않은 이유라고.
  • 전면 나선 석동현, 외곽 지원 주진우… ‘중용 0순위’ 한동훈

    전면 나선 석동현, 외곽 지원 주진우… ‘중용 0순위’ 한동훈

    여의도 정치 기간이 오래되지 않았던 만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막후에서 조언하는 측근 그룹과 본진이었던 서초동 법조인들은 그의 핵심 인맥으로 꼽힌다. 윤 당선인의 55년 지기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약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 당선인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 잠행하는 동안 언론에 대변인을 자처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돼 여의도에 실무팀이 꾸려진 이후에도 정치권 안팎의 여러 조언을 전달하며 핵심 조언자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윤 당선인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친구인 신용락 변호사도 후방에서 지원해 왔다. 윤 당선인이 27년간 재직한 검찰과 법조계에도 주요 인맥이 대거 포진해 있다.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인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법조인 가운데 가장 전면에서 돕는 인사다. 주진우(전 부장검사) 변호사는 윤석열 캠프의 외곽 조직인 이른바 서초동 법률지원팀에서 윤 당선인을 도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용 ‘0순위’로 꼽히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이다. 두 사람은 2003년 대검 중앙수사부 대선자금 수사팀, 2006년 대검 중수부 현대차 수사팀,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과 3차장검사, 2019년 검찰총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함께 근무하며 오래 손발을 맞췄다. 윤 당선인의 적폐수사가 시작되면 한 부원장이 그 키를 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윤 당선인과 함께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으로 불리며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도 자타공인 윤석열 사단이다. 윤 당선인과 처가 관련 사건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이완규·손경식 변호사는 정계 입문 직후 윤 당선인의 실무팀이 꾸려지기 전까지 언론 대응 역할을 대신해 주기도 했다. 2020년 라임자산운용 투자사기 사건을 지휘하다 돌연 사표를 낸 송삼현 전 서울남부지검장도 윤 당선인을 물밑에서 측면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전직 검찰총장들과도 인연이 깊다. 노무현 정부 당시 검찰총장을 지낸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윤 당선인의 결혼식 주례에도 설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 윤석열 “19조원 혈세를 민주당 대선자금으로? 용납 못해”

    윤석열 “19조원 혈세를 민주당 대선자금으로? 용납 못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8일 “더불어민주당은 노골적으로 국민 혈세를 자기 당 대선 자금으로 쓰겠다는 것”이라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초과 세수 19조를 쌈짓돈처럼 대선 자금으로 쓰려는 민주당 모습은 안타깝다”며 “초과 세수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국민들이 낸 혈세다. 그 혈세를 ‘대선 자금’으로 쓰겠다는 발상에 어이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선 후보가 19조원 규모의 초과 세수를 ‘전국민 재난지원금’(방역지원금)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한 비판이다. 윤 후보는 “거둔 세금을 무작정 쌓아만 두자는 것은 아니다”며 “초과 세수는 기재부의 주장대로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업종’에 대해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기재부가 초과 세수 규모를 ‘10조원대’에서 ‘19조원’으로 뒤늦게 정정한 것과 관련, 민주당의 대정부 압박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윤 후보는 “기재부에 대한 민주당 압박의 모양새가 거의 맡겨둔 돈 내놓으라는 식”이라며 “막중한 책임이 있는 집권여당이 잘못된 재정운용에 반성하고 사과하기는커녕 기재부를 강박하며 이렇듯 국민 혈세를 주머니 속 쌈짓돈으로 여겨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정부 금고를 집권여당의 현금지급기로 생각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물론 기재부의 부정확한 세수 예측은 잘못된 일이지만, 이번 일을 빌미삼아 기재부를 국정조사 운운하며 겁박하고 결국 이재명 후보의 ‘대선 공약’을 관철하겠다는 민주당은 더 이상 공당일 수 없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17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세수 예측을 잘못한 기재부를 향해 “초과세수가 역대 최고 수준인 5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은 충격적”이라면서 “세입 전망을 이렇게 틀리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 이러한 기재부의 소극적 자세에 대해서는 분명한 점검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여진다”고 비난했다. 전재수 총괄선거대책본부 공동수석도 “기재부가 예산을 가지고 선을 넘고 도를 넘었다. 세수오차율이 15%를 넘는다는 것은 예산을 가지고 갑질을 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세수 예측 오류에 고의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 윤석열 “국가 대개조 역할해달라” 김종인 “계기 되면 도울 수도”

    윤석열 “국가 대개조 역할해달라” 김종인 “계기 되면 도울 수도”

    尹 “경륜으로 이끌어 달라” 즉흥 발언이준석도 “정치 방법론 영향 주신 분”둘 다 金 전 위원장 치켜세우며 구애 尹, 李 회동 때 선대본부장 2명 제안김병준, 상임위원장 합류 가능성 낮아선대위 구성과 사무총장 교체 등을 두고 힘겨루기 중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공개 석상에서 3자 대면했다. 김 전 위원장을 향한 구애를 하면서도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둘은 오후에 배석자 없이 40분간 따로 만나 갈등설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지만, 인선 관련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윤 후보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출판기념회에서 축사 원고를 들어 보이며 “제가 자꾸 실언한다고 해서 이렇게 (준비)해 왔는데 김종인 박사에 관한 이야기니까 실언해도 상관없지 않겠나, 그냥 말씀드리겠다”며 즉흥 발언을 했다. 윤 후보는 “정치 개혁뿐 아니라 국가 대개조가 필요한 시점에 또다시 역할을 하실 때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정권 교체와 국가 개혁 대장정을 걸어나가는 시점에서 그동안 쌓아 오셨던 경륜으로 잘 지도해 주고 이끌어 주길 부탁드린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이 대표도 “저는 정치를 정말 훌륭한 분들에게 배웠다. 특히 정치 방법론에 대해 많은 영향을 주신 분”이라면서 김 전 위원장을 치켜세웠다. 이어 “대선에서 많은 역할을 해 주실 것이라 기대하고 최선을 다해 보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기념회가 끝난 뒤 “(윤 후보와 이 대표가) 그렇게 얘기가 되면 도와줄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시간표도 내용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선대위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후보 본인의 생각이고 뭐가 짜여지면 그때 가서 판단하는 것이지, 미리 어쩌고 저쩌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시간 넘게 진행된 행사에서 윤 후보와 이 대표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 등 냉기류가 흘렀다. 이 대표의 시선은 행사 내내 김 전 위원장을 다룬 만화책과 스마트폰에 고정된 채 윤 후보 쪽으론 시선조차 두지 않았다. 이후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따로 만나 선대위 구성방안과 한기호 사무총장의 거취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후보 측에서 대선자금 등 당 살림·조직을 총괄하는 곳간지기인 사무총장에 새 인물을 기용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에 이 대표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한 언론에선 새 사무총장에 윤 후보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이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선대위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들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이 대표에게 ‘원톱’ 총괄선대위원장 아래 두는 4~5명의 선대본부장 중 2명의 실명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병준(전 비상대책위원장) 국민대 명예교수가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전북 남원·임실·순창 출신 무소속 재선 이용호 의원과 조찬을 하고 선대위 합류를 제안했다. 이 후보는 회동 후 더불어민주당 복당 신청을 철회했다.
  • 박지원도 의혹 피할 수 없었다… 역대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잔혹사

    박지원도 의혹 피할 수 없었다… 역대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잔혹사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대선 정국의 한복판에 섰다. 박 원장이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제보한 조성은 씨와 의혹 보도 전 만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야권은 박 원장의 대선 개입을 주장하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박 원장처럼 역대 국정원장은 정치 개입 내지 공작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매 정권마다 검찰 수사를 받거나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구속되는 원장이 반복해서 등장했다. ●노태우 정부 “정치 개입 없다” 선언했지만 공안탄압·정치공작 이어져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취임한 노태우 대통령은 전두환 정부의 마지막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 전신) 부장인 안무혁 부장을 유임시켰다. 12·12 쿠데타에 참여했던 안 부장은 전두환 정부 하에서 1987년 11월 북한의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의 수사와 범인인 김현희 씨의 검거를 지휘했다. 안기부는 1987년 12월 13대 대선 전날에 김씨를 한국으로 압송했다. 이에 폭파 사건을 이용해 여당 후보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 했다는 의혹에 직면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안기부를 쇄신하고자 법조인 출신인 배명인 부장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배 부장은 1988년 5월 안기부 역사상 처음으로 여야 4당 당사를 방문, “안기부가 과거처럼 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뒤를 이은 박세직 부장도 야당 총재들을 안기부 청사에 초청하고 안보 정세 브리핑을 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박 부장의 후임으로 1989년 7월부터 1992년 3월까지 재임한 서동권 부장은 공안 탄압과 정치 공작을 시도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서 부장의 안기부는 노 대통령의 후계자로 꼽혔던 여당 민주자유당의 김영삼 총재를 감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김 총재는 “정보·공작 정치가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고 반발한 바 있다. 1992년 3월 14대 총선을 앞두고는 안기부 직원이 강남을에 출마한 야당 홍사덕 후보에 대한 비방 선전물을 뿌리다 야당 선거운동원에게 붙잡히는 일도 벌어졌다. 서 부장은 이 사건으로 경질됐다. ●김영삼 정부의 권영해, 북풍·세풍·안풍에 모두 연루되며 징역형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취임 후 안기부의 정치 개입을 담당하던 보안정보국의 폐지하고 안기부법에 정치관여죄 신설하는 등 안기부 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의 안기부도 1995년 예정된 지방선거 연기를 검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치 공작을 시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당시 안기부장이었던 김덕 통일부총리는 부총리 임명 60일 만에 경질됐다.후임인 권영해 부장은 김영삼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며 정부 임기 끝까지 부장직을 지켰으나, 공안사건을 조작하고 대선자금을 불법 모금한 혐의로 김대중 정부 시절 수감됐다. 권 부장은 1997년 15대 대선 직전 재미교포 윤홍준 씨에게 공작금을 주고 기자회견을 열게 해 ‘(야당의) 김대중 후보가 김정일한테 돈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했다. 또 같은 해 월북한 오익제 씨에게 김대중 후보 앞으로 편지를 보내도록 해 김대중 후보를 용공 인사로 모는 등 ‘북풍’을 주도했다. 권 부장은 ‘북풍’ 외에도 국세청을 동원해 공기업으로부터 여당의 대선 자금을 불법 모금한 ‘세풍’, 안기부 예산을 빼돌려 선거에서 여당을 지원한 ‘안풍’ 사건 등에 연루된 혐의로 퇴임 이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아울러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 행정관 1명과 사업가 2명이 중국에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박충 참사관을 만나 휴전선 인근에서 총격을 요청하며 여당 이회창 후보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 했다는 ‘총풍’과 관련, 권 부장은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 안기부를 국정원으로 개편했지만 ‘불법 도청’으로 빛바래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인 1999년 안기부를 국가정보원으로 개편하며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차단하고자 했지만 국정원장의 수난은 반복됐다. 김대중 정부 초대 국정원장인 이종찬 원장은 퇴임 이후 국정원의 언론대책 문건을 유출한 혐의, 후임 천용택 원장은 불법 도청 테이프 및 녹취록을 보관·활용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김대중 정부의 국정원은 1998년~2002년 야당 정치인과 민간인을 도·감청했다는 의혹이 2002년 정형근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폭로로 알려졌고, 2005년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이에 당시 재직한 임동원·신건 원장은 불법 도·감청을 묵인한 혐의로 구속됐으며,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정원장인 김만복 원장은 자기 정치를 위해 정치 개입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원장은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유력했던 17대 대선 전날인 2007년 12월 18일 방북해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만났다. 한 달 후 김 원장은 언론에 김양건 부장과의 대화록을 유출했는데, 대화록에는 김 원장이 김양건 부장에게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된다’, ‘이명박 후보가 더 과감한 대북정책을 펼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 원장은 유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김 원장은 퇴임 후 저서와 언론 기고를 통해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국정원은 그가 재직 당시 취득한 정보를 공개해 공무상 기밀누설을 한 혐의로 기소했다. 김 원장은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명박의 권영해’ 원세훈, 댓글 공작·블랙리스트 작성으로 전방위 개입 김영삼 대통령에게 권영해 부장이 있었다면,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원세훈 원장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두 번째 국정원장으로 2009년 임명된 원세훈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 하에 정부와 임기를 함께 했다. 전신 안기부와 국정원 시대를 통틀어 최장수 수장이며, 현재까지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원 원장은 2012년 18대 대선 당시 국정원을 통해 댓글 공작을 펼친 것으로 그의 퇴임 후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물들을 명단화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들의 활동을 억압·방해했다. 또 우파 단체를 설립해 국정원 예산을 지원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 원장은 지난 17일 파기환송심에서 국정원 예산으로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한 혐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하는 데 예산을 쓴 혐의,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 원을 건넨 혐의 등으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장은 모두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원장 특별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수감됐다. 대법원은 지난 7월 재상고심에서 각각 6억원, 8억원, 21억원의 특활비를 박 대통령에게 지원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원장에게 징역 1년 6개월, 3년, 3년 6개월을 확정지었다. 이와 별개로 남재준 원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의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2019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문재인 정부, 국내 정보 기능 폐지했지만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논란은 여전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법을 개정해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를 삭제하고 관련 부서를 해체하는 등 정치 개입을 근절하고자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인 서훈 원장은 지난 2019년 5월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양정철 당시 민주연구원장과 만찬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홍역을 치렀다. 국정원장이 총선을 1년 앞두고 여당의 선거 기획을 총괄하는 양 원장과 회동하는 것 자체가 정치 개입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원장은 내정 당시부터 그의 오랜 정치 경력과 정보 관련 이력의 부재 때문에 정치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을 의심 받아왔다. 이에 박 원장은 계기마다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밝혀왔고, 지난달 27일 과거 국정원의 불법 사찰과 정치 개입을 사과하며 ‘정치 거리두기’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박 원장이 지난달 11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제보한 조성은 씨와 만났다는 사실이 지난 10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정치 공작 의혹을 받게 됐다. 박 원장과 조 씨는 만남은 있었으나 고발 사주 의혹은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야권은 박 원장이 제보를 사주했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아울러 박 원장이 조 씨에게 기밀을 누설한 의혹까지 제기하며 박 원장의 해임과 수사까지 요구함에 따라 박 원장이 과거 국정원장의 수난을 되풀이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 권성동 “윤석열, 정무감각 있다면 당에 들어와야…독불장군은 없다”

    권성동 “윤석열, 정무감각 있다면 당에 들어와야…독불장군은 없다”

    권 “정당 플랫폼 들어와야 지원·혜택 많아”김종인 “15% 이상 득표시 국가가 비용 대”권, ‘홍준표 복당’에 “제한 두지 말고 받아야”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권성동 의원이 22일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향후 행보를 두고 “정무 감각이 있다면 제3지대에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독불장군이 있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 좋아하면 갈 정당 어딨나”“쇄신 거듭하면 자발적으로 尹 올 것” 권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정당의 플랫폼에 들어와야 (대선을 치르는 데) 여러 가지 지원이나 혜택이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 직행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을 좋아하지 않으면 갈 정당이 어디 있겠나. 독불장군이 있을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 당이 쇄신과 개혁을 거듭하면 (윤 전 총장) 본인이 자발적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 의원은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에 대해선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사람이라면 제한을 두지 말고 다 우리 당의 플랫폼으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홍 의원 등과 함께 지난해 총선 공천 배제로 탈당했다가 가장 먼저 복당했다. 그는 ‘초선 당 대표론’에 대해선 “좋은 현상”이라면서 “세대교체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김종인 “윤석열, ‘흙탕물’ 국힘 가면백조가 오리밭서 오리되는 것과 같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2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끝장난다고 경고했다. ‘윤석열’이라는 이미지 자체를 완전히 버려 놓는다며 이를 백조가 진흙탕을 들어가 오리가 되려하는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 거취와 관련 제3지대, 국민의힘 합류 등이 언급되자 “윤 전 총장이 지금 정돈되지도 않은 곳에 불쑥 들어가려 하겠는가, 지금 국민의힘에 들어가서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면서 “백조가 오리밭에 가면 오리가 돼버리는 것과 똑같다”며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특정 정당에 들어간다고 대통령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들었다. 김 전 위원장은 “마크롱은 선거 한 번 치른 적 없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하다 이어 장관 1년을 한 뒤 ‘이런 식으론 프랑스가 다시 태어날 수 없다’고 판단, 집어치우고 나가 올랑드가 마크롱을 배신자라고 했다”면서 “국민의 신망을 받은 마크롱이 대통령이 되면서 기성 거대 양당이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대선자금 문제로 국민의힘 입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우리나라는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을 국가가 대주는 데 염려할 게 뭐 있는가”라며 흔들릴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김종인, 국민의힘에 “아사리판 같아”“윤석열, 국민의힘 안 갈 것 같다”“당 대표에 초선 세우는 것도 방법”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국민의힘 상황을 혹평했다. 그는 “의원들이 정강·정책에 따라 입법 활동하는 것도 전혀 안 보인다. 그러니 국민이 ‘저 당이 진짜 변했나’라는 말을 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끌고 가서는 국민의힘으로 대선을 해볼 도리가 없다”고 평가했다. 당권 다툼이 벌어진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이라고도 표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진로에 대해 “국민의힘에 안 갈 것 같다”면서 “(윤 전 총장이)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강한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이 나오면 당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가게 돼 있다”고 4·7 재보선 전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받은 실망감을 토로하며 “더 이상 애정이 없다. 국민의힘에는 절대로 안 갈 것”이라고 못박았다. 김 전 위원장은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앞둔 국민의힘에 “차라리 아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 의원을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84억 특활비는 대선자금” 추미애·여당, 윤석열 협공

    “84억 특활비는 대선자금” 추미애·여당, 윤석열 협공

    소병철 “총장 맘대로 특활비 배정 소문”秋 “구체 내역 정기적 보고 방안 검토”김종민 “대선 후보가 영수증 없이 써”野 “尹 찍어내기, 대선자금까지 비약”대검 “관련 규정따라 집행 중” 해명내년도 법무부 예산을 심사하는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대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예산이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총장 특활비가 사실상 ‘대선 자금’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협공을 펼쳤다. 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며 “검찰총장이 특활비 배정을 마음대로, 자신의 측근이 있는 청에는 많이 주고, 마음에 안 들면 조금 준다고 한다”고 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도 “윤 총장이 대선을 나가니 마니 하는데, 대선 후보가 내년 특활비 84억원을 영수증 없이 현금을 집행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비꼬았다. 추 장관은 “구체적인 집행 내역을 정기적으로 보고받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또 “(특활비가) 군대 내 사조직처럼 검찰 조직 내에서 친정체제 구축에 사용되지 않았는지 의혹이 많다”고도 했다. ‘총장이 집행하면 아무도 의견을 내지 않느냐’는 김종민 의원의 질문에는 “총장 주머닛돈처럼…”이라고 답변했고, “청을 순시한다거나 할 때(쓴다)”라며 최근 윤 총장의 지방검찰청 방문을 겨냥했다. 김용민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검찰총장이 조선일보 사주 만나고, 중앙일보 사주 만나 밥 사고 술 사고 잘 봐달라, 대선 도전할 테니 기사 잘 써달라 해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검찰총장 찍어내기가 윤석열 대선 자금까지 비약이 된다”고 반박했다. 국회가 예산심사 과정에서 특활비를 대폭 삭감하면 윤 총장의 활동 반경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총장의 임기가 내년 7월에 끝나는 만큼 윤 총장만을 겨냥해 활동비를 대폭 삭감할 경우 후임자의 대검 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나온다. 대검찰청은 법사위 산회 이후 “검찰 특활비는 월별·분기별 집행계획을 세워 집행하고, 수사상황 등에 따라 추가 집행하며, 관련 규정에 따라 집행 자료를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살아 있는 권력’ 발언과 관련, 최근 주요 수사들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대해서는 “표창장이 무슨 권력형 비리도 아니고”라고 했고,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는 “공약 몇 개 가지고 선거판을 좌지우지했다는 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추 장관의 거친 언사는 이날도 반복됐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특별감찰관 예산이 줄어든 점을 지적하자 추 장관은 언성을 높이며 “그렇게 권력형 부패가 염려되면 당당하게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출범시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되레 질타를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BBC “트럼프 막판 뒤집으면 다섯 가지 이유 때문일 것”

    BBC “트럼프 막판 뒤집으면 다섯 가지 이유 때문일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은 현재의 여론조사 추세와 대선자금 모금액 등의 척도를 보면 있을 법하지 않아 보인다. 선거분석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질 것이란 확률을 높이고 있다. 네이트 실버의 블로그 파이브서티에잇 닷컴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을 87%, 디시즌 데스크 HQ는 83.5%라고 공표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불안해 한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쓰라린 기억 때문이다. 역사는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재임 취임 선서를 하게 된다면 다음 다섯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영국 BBC의 북미 정치 전문기자 앤서니 주커는 짚었다.첫째 10월의 서프라이즈 4년 전 대선 투표 열하루를 앞두고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수사를 재개했다고 공표했다. 그 뒤 일주일 동안 이 소식으로 도배되면서 트럼프 캠프는 숨을 돌릴 여유를 찾았다. 투표를 불과 2주 앞두고 비슷한 반유대 정치 이벤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에 기운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4년 전과 달리 지금은 트럼프가 세금 납부액이 0이라거나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등 트럼프에게 불리한 소식들이 워낙 압도적인 상황이다.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가 우크라이나 가스회사를 위해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을 아버지에게 연결할 수 있는 이메일이 담긴 노트북(랩톱) 컴퓨터가 있다는 일간 뉴욕 포스트 기사는 일부 보수파에게 영향을 판세를 뒤집을 지진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현재로선 증거 부족에 선명성이 결여돼 다수 유권자의 표심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더한 내용이 있다고 공언했으니 바이든의 부통령 시절 잘못이 구체적으로 폭로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것 말고도 전례 없고 놀라운 얘기가 있을 수 있지만 예측할 수가 없으니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둘째 여론조사 엉터리 바이든이 후볼르 수락한 시점부터 전국적 여론조사는 늘 그가 앞선 것으로 나왔다. 주요 경합주에서도 얼마 안되는 격차이긴 했지만 바이든이 앞섰고, 종종 오차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앞섰다. 하지만 2016년에도 전체는 물론, 주별로도 조금씩 실제 개표 결과와 차이가 있었다. 마지막까지 몇몇 여론조사는 백인에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유권자들이 트럼프에 표를 던질 것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바이든이 이 정도 앞서면 2016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여론조사 기관들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걸림돌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많은 미국인들이 생전 처음 우편투표를 해본다. 공화당은 이미 광범위한 부정이 일어날 수 있다며 우편투표의 정당성에 대한 이의를 강력하게 제기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공화당의 위협이 유권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권자들이 투표지를 적절하지 못한 방법으로 작성하거나 절차를 어기면, 우편 배달에 지연이나 방해가 이뤄지면, 다른 방법으로 유효한 투표란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아예 폐기될 수도 있다. 투표소 관리 인원이 부족하거나 현장 투표소가 곳곳에 설치되지 않으면 투표 의향이 강했던 유권자들도 발길을 돌리게 될 것이다. 셋째 TV 토론의 반전 2주 전 1차 TV 토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 발언 기회에 끼어드는 등 역대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태도는 이번 선거를 좌우할 근교의 여성 유권자들을 등 돌리게 했을지 모른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많은 이들의 걱정을 샀던 트럼프의 포화에도 잘 견뎌낸 것처럼 보였다. 나이 많은 약점도 크게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토론이 화상 토론 형식으로 바뀌자 트럼프는 불참을 선언해 첫 토론에서의 나쁜 인상을 만회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하지만 오는 22일 한 번 더 기회가 있으니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만약 트럼프가 더 침착하게 대통령다운 품행을 보여준다면 바이든을 궁지로 몰 수 있을 것이다.넷째 경합주 싹쓸이 바이든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라 해도 트럼프가 앞서거나 오차범위 안에 경쟁하는 주들이 제법 있다. 대통령이 제대로 다루기만 하면 선거인단(the Electoral College) 산술(算術·arithmetic)이 자신을 향해 굴러가게 만들 수 있다. 막판까지 전국 득표에서 뒤지더라도 각 주의 인구 수에 따라 배당된 선거인단 수를 통해 편안하게 승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년 전 승리한 미시간과 위스콘신주를 이번에 차지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나머지 지역에서 근소한 승리를 챙기고 백인에 대학을 나오지 않은 유권자들이 많은 펜실베이니아와 플로리다주를 차지하면 백악관 입성에 필요한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다. 두 후보가 나란히 269명씩을 확보하면 하원의원 수로 결정하게 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에 유리한 하원 지형이 만들어져 승리할 수 있는 시나리오도 있다. 다섯 째 바이든의 실책 지금까지 바이든 후보는 잘해왔다. 기본적으로 잘 기획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조성된 여건 덕분인지 모르겠다. 워낙 많이 지적된 말실수도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란 지적도 있다. 더 자주 언론에 노출되면 여론조사 결과를 까먹는 것은 일도 아니다. 바이든의 텃밭은 도시 근교의 중도파, 열성적이지 않은 공화당원, 전통적인 노동계층의 민주당 지지자, 윤리적 소수파, 자유주의를 진심으로 숭앙하는 사람들이다. 그가 이유를 제공하면 분노에 들끓을 수 있는 다르거나 상호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이들이다. 해서 앞으로 점점 피곤해질 선거운동 여정에 그의 나이가 드러나고 대통령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있을지 의심하게 만들 일이 널려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트럼프 캠프가 반등할 여지가 된다. 바이든 캠프가 쉬지 않고 매달리면 백악관은 그들 차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비틀거리면 떼논 당상인 것처럼 보이는 판세에도 믿을 수 없는 패배를 당한 (클린턴 캠프에 이어) 두 번째 캠프가 될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설 명절 ‘밥상머리 대화’가 가리키는 것들/김경두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설 명절 ‘밥상머리 대화’가 가리키는 것들/김경두 경제부장

    “왜 조국 가족만 이 잡듯이 수사를 하는 거냐. 윤석열(총장) 가족도 그렇게 탈탈 털면 만만찮을 거다.” “(비리가 있다면)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해놓고 손발 자르는 거 보면 이 정권의 ‘내로남불’은 대단하다.” “지들은 ‘똘똘한 집’ 안 팔면서 국민들에겐 팔라고 하고 누가 집값을 올려 달라고 했나.” “문재인 정부의 최고 도우미는 야당이다. 경제와 외교가 최악인데, 야당 하는 거 보면 한심하다. (야당) 통합이나 할 수 있겠어?” ‘조국과 윤석열, 부동산, 총선….’ 서울신문이 ‘가족 간 싸움난다’며 설 명절 밥상머리에 올리지 말라고 권했던 주제들. 그럼에도 이런 대화를 한 번쯤 나눴을 것이다. 의도했든 안 했든 ‘사는 게 퍽퍽하다’며 누군가 말꼬를 트면 다들 한마디씩 쏟아낸다. 때로는 추임새를 넣거나 목소리를 높이고 얼굴을 붉혔을 것이다. 나름의 이유를 댔고 설득력도 있다. 그 대화가 가리키는 의미들도 적지 않다. 검찰의 ‘선택적 정의’는 정의인가. 동양대 표창장 위조 등은 보는 이에 따라 경범죄, 잡범 혹은 파렴치범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밝혀내기 위해 수십 차례 압수수색과 검찰 조직을 총동원한 것은 지나쳤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먼지떨이와 여론 재판식으로 수사한다면 국민 누구나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대의명분보다 검찰개혁을 회피하려는 사심이 들어간 수사였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검찰은 조국 수사를 통해 노무현 정부 시절 여야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송광수ㆍ안대희’를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공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핵심 가치로 떠오른 지금, 조국 가족의 부도덕함뿐 아니라 검찰의 선택적 정의 역시 심판의 대상이 됐다. 되레 조국 수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말대로 검찰개혁의 불쏘시개가 됐다. 검찰이 얼마나 정치적인 집단인지 까발려진 건 덤이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 논란과는 별개로 이 정권의 내로남불도 만만찮다. 검찰이 박근혜 정부의 적폐 수사를 찍고, 살아 있는 권력에 칼날을 들이대니 ‘어디서 감히’라며 눈을 부라린다. 검사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걸 알려주더니 제대로 휘두른다.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고 청와대는 청와대의 일을 한다는 원칙을 실천했으니 할 말은 없다. 다만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의미가 ‘내 편 빼고’라는 걸 다들 눈치챘을 것이다. 진보와 보수, 누가 정권을 잡든 교집합이다. 이 정도로 재산을 불려줬으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고가 주택 보유자들은 진보 정권에 충성해야 하지 않을까. 참여정부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도 강남3구의 집값이 50% 안팎 올랐다. 허탈해하는 서민들을 달래기 위해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은 집 한 채 빼고 다 팔라’는 권고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서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지방 아파트만 매각해 이들 스스로 강남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임을 보여 준다. 특히 부동산 정책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청와대 정책실장과 국토교통비서관을 비롯해 고위공직자 10명 중 8명이 강남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투기 방지라는 이름하에 서민들이 올라갈 ‘강남 사다리’는 끊겼다. 설 민심을 듣고 온 여야는 역시나였다. 야당의 발목잡기와 국정운영 실패를 주장하며 아전인수 격으로 4월 총선 심판론을 꺼내들었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현역 의원들 안 찍겠다’는 게 민심인데 말이다. 총선에서 이들을 내치지 않으면 내년 설 명절 밥상머리엔 또 ‘식상한 반찬’들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잘하자. golders@seoul.co.kr
  • ‘정치 9단’ 펠로시의 탄핵 승부수… 트럼프 결국 고개 숙이나

    ‘정치 9단’ 펠로시의 탄핵 승부수… 트럼프 결국 고개 숙이나

    미국 정가가 2020년 대선을 불과 1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시작된 ‘대통령 탄핵 조사’의 거센 후폭풍에 흔들리고 있다. 2년여 동안 진행된 ‘러시아 스캔들’ 특검에도 신중론을 유지하던 미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달 2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식 탄핵 조사를 전격 선언했다. 이는 뛰어난 정치적 판단으로 ‘인간 검표기’, ‘정치 9단’으로 불리는 펠로시 의장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펠로시 의장은 대통령 탄핵 정국이 대선 전까지 정치적 손익계산서에서 ‘익’(益)이라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 검표기’ 펠로시, 탄핵 선택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 등 부적절한 요구를 했을 뿐 아니라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 등을 골자로 한 ‘우크라 스캔들’의 파장이 커지면서 펠로시 의장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 카드를 뽑아 들었다.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 내 급진파의 끈질긴 대통령 탄핵 추진 요구에 ‘결과를 낼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며 1년 이상 신중론을 유지했다. 그런 펠로시 의장이 우크라 스캔들의 최초 보도(9월 18일) 이후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탄핵 추진으로 급격히 무게 중심을 옮겼다. 사소한 정책 추진에도 정치적 득실을 꼼꼼히 따져 인간 검표기로 불리는 펠로시 의장의 신속하고 단호한 행보는 미 정치권이 우크라 스캔들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특히 워싱턴 정가는 정치적 계산이 빠르고 정확한 펠로시 의장이 탄핵 조사 카드를 빼들었다는 데 주목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 정가 일각에서 이번 탄핵 조사의 민주당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는 펠로시 의장을 과소평가한 것”이라면서 “미 정치권력 핵심인 하원의장을 두 번이나 거머쥐었으며 32년째 워싱턴 정가를 휘젓고 있는 그에게 사기업 회장 출신이자 정치 아웃사이더인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승리’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자신에 대한 탄핵 조사 선언 직전 펠로시 의장과 총기 문제 논의를 빌미로 통화하며 우크라 스캔들 관련 해명을 시도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은 ‘고개 숙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은 내 조타실 안에 들어왔다”며 일침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탄핵 승부수에 대한 펠로시 의장의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탄핵 여론이 급진파를 넘어 당내 전반에서 분출되는 상황도 펠로시 의장의 결단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NYT 집계 결과 지난 3일 기준 민주당 하원의원 235명 중 225명이 탄핵 조사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원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은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이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워싱턴 정가는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가부를 최종 심판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에 해당하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상원에서 탄핵의 최종 가부를 결정한다. 상원의원 100명 중 3분의2 이상인 67석을 얻어야 탄핵이 현실화한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과 달리 상원은 총의석 100석 중 과반인 53석을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다. 결국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대거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으면 사실상 탄핵은 불가능하다. 워싱턴포스트의 지난 8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민 58%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지지했다. 탄핵 지지가 과반을 넘겼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흔들리지 않는 한 절대적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판단이다. ●탄핵 조사의 최대 승자와 패자는 탄핵 정국에서 민주당의 최대 피해자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 대통령 등에 압력을 넣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적반하장 격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우크라 검찰총장 해임 압력 의혹 등을 집중 거론하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도 꺾이기 시작했다. 또 우크라 스캔들 관련 탄핵 조사가 본격화할수록 바이든 전 부통령도 흠집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민주당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지난 9일 최근 2주간 이뤄진 각종 전국 규모 여론조사 수치를 통합집계한 결과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처음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퀴니피액대와 유고브 등 5개 매체·기관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집계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워런 의원이 26.6%로 바이든 전 부통령(26.4%)을 0.2% 포인트 차이로 밀어냈다고 전했다. 오차 허용 범위이지만 민주당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고 워런 의원이 통합 평균에서 1위를 기록한 건 처음이다. 또 지난 8일 공개된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연구소 발표에서도 워런 의원은 지지율 29%로 바이든 전 부통령(26%)을 제쳤다. 이는 지난달 24일 발표치(워런 27%, 바이든 25%)에 이어 바이든 전 부통령을 꺾고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지킨 것이다. 워런 의원은 대선자금 모금액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을 앞질렀다. 지난 3분기 워런 의원의 모금액은 2500만 달러로, 바이든 전 부통령의 모금액(1520만 달러)을 앞섰다.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주·뉴햄프셔주에서도 워런 의원은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 최대 피해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이미 우크라 스캔들의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다. 지난 10일 줄리아니 전 시장의 측근 레프 파르나스와 이고르 프루먼이 미 연방수사국(FBI)에 전격 체포되는 등 그를 향한 수사의 올가미가 조여 오고 있다. 공화당 내 비주류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줄리아니 전 시장은 1994~2001년 뉴욕시장을 지내는 등 공화당에 탄탄한 입지를 가진 인물이다. 시장 재임 당시 뉴욕 범죄율을 크게 떨어뜨렸으며 9·11테러를 잘 수습해 2001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도 참여했다. 그는 2015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어려울 때마다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자처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러시아 스캔들 수사로 위기에 빠지자 변호인단에 합류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든든한 바람막이 역할을 했다. 하지만 줄리아니는 우크라 스캔들로 최대 정치위기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 대통령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수사를 위해 줄리아니와 통화 또는 만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조사 협조를 거부한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 주재 미대사 경질 등의 의혹에 휩싸였다. 이와 함께 줄리아니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당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에게 한 터키계 이란인인 금 무역상의 기소를 막도록 요청했다는 의혹의 중심에도 서 있다. 금 무역상은 줄리아니 변호사의 고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줄리아니 전 시장의 측근 파르나스와 프루먼이 요바노비치 전 대사의 경질에 관여하고 출처 불명 자금 32만 달러를 친트럼프 정치자금 단체에 불법 후원한 혐의로 기소됐다. FBI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출국하려는 이들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전격 체포했다. 이제 FBI의 칼끝은 줄리아니 전 시장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정가도 줄리아니 전 시장의 기소를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의 또 다른 소식통은 “우크라 스캔들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줄리아니 전 시장에 대한 기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 “앞으로 탄핵 정국의 향배는 줄리아니 전 시장의 ‘입’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데스크 시각] 검찰 개혁과 거악 척결/홍지민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검찰 개혁과 거악 척결/홍지민 사회부 차장

    검찰 본연의 임무는 무엇일까. 요즘은 기소 및 공소 유지가 강조되고 있는데,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서초동을 처음 접했을 때는 검찰 본연의 임무가 ‘거악 척결’인 줄 알았다. 가까이에서 맞닥뜨린 사건들이 최규선 게이트, SK 분식회계 수사, 대선자금 수사 등이어서 그랬을 수 있겠지만 이전, 이후에도 ‘○○○ 게이트’로 명명된 각종 정경 유착, 권력형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세상의 관심은 온통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서울중앙지검(당시는 서울지검) 특별수사부가 하는 사건에 쏠렸다. 검사들이 입버릇처럼 거악 척결을 말했던 기억이 난다. 시대에 따라 거악의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대체로 거악 척결이란 정계, 관계, 재계 등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일소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검찰이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를 롤모델로 삼으며 자주 쓰게 됐던 말이 아닌가 싶다. 서슬퍼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한국 검찰에게는 살아 있는 권력을 거꾸러 뜨리던 이웃 나라 검찰이 동경의 대상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한 일본 검찰의 상징적인 존재로 35대 검사총장을 지낸 이토 시게키(1925~88)는 ‘추상열일’(秋霜烈日)이라는 회고록에서 검사의 존재 이유를 거악과의 투쟁에서 찾았다고 한다. 가을에 내리는 찬 서리와 여름의 강렬한 햇빛이라는 뜻의 ‘추상열일’은 검사가 가져야 할 자세에 다름 아니다. 실제 서리와 태양은 일본 검찰의 상징물(CI)이기도 하다. 1980년대 중반 한국 검찰동우회에서 이토 시게키의 글을 번역해 ‘검사는 속으면서 성장한다’는 책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 검찰이 금과옥조로 여겨 왔던 “거악이 발 뻗고 자지 못하게 하라”는 말은 여기에 나온다. 거악 척결과 동의어로 존재해 온 검찰 특수수사가 공(功)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과(過)도 적지 않았다. 정권의 시녀, 정치 검찰이라는 꼬리표에다 표적 수사, 과잉 수사, 축소 수사까지 비판과 비난이 따라다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그간 쌓여 온 검찰 특수수사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2013년 4월에는 검찰 특수수사의 큰 축인 대검 중수부가 간판을 내리기도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로 촉발된 검찰 개혁의 화두가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다. 조 장관조차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그 전문성을 인정했던 검찰 특수수사가 기로에 선 모양새다. 검찰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법무부와 검찰이 경쟁적으로 개혁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첨예한 대목이 특수부 문제다. 처음에는 법무부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형사부, 공판부 강화를 강조하며 특수부 축소를 에둘러 이야기하자 대검이 여봐란듯 서울중앙지검 등 3곳에만 특수부를 남기겠다고 치고 나갔다. 일본 검찰이 도쿄지검 등 3곳에만 특수부를 두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자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를 축소해야 한다고 되치기에 나섰다. 검찰 특수수사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하지만 거악 척결의 유효기간마저 끝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거악은 어느 시대에든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거악은 교묘해지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거악 척결은 검찰만 할 수 있는 사명은 아닐 것이다. 경찰도 할 수 있고, 또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악 척결에서 검찰을 배척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특수수사, 직접수사, 인지수사 그 이름이 무엇이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개혁이 거악이 미소를 지으며 단잠을 이루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icarus@seoul.co.kr
  • [데스크 시각] 대통령의 시간 vs 검찰의 시간/임일영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대통령의 시간 vs 검찰의 시간/임일영 정치부 차장

    “대검 중수부 폐지는 검찰의 탈정치, 정치 중립을 위한 중요한 과제였다. 그때 못 했던 배경이 있다. 중수부 폐지 논의를 본격화하기 전에 대선자금 수사가 있었다. 중수부가 했다. 청와대는 검찰이 정권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수사할 수 있게 보장해 줬다. 이 수사로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대단히 높은 신뢰를 받게 됐다. 그 바람에 중수부 폐지론이 희석됐다.”(‘문재인의 운명’ 중) 2003년 송광수 검찰총장-안대희 중수부장 체제는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해냈고 ‘국민 검찰’이란 찬사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최측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 강금원(작고) 창신섬유 회장 등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개혁 1호 과제였던 ‘중수부 폐지론’은 자연스럽게 힘을 잃었다. 평검사였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 수사팀의 일원이었다. 검찰 수뇌부는 2003년처럼 ‘검찰의 시간’을 기대할지도 모른다. 불법 대선자금과 조국 장관 관련 의혹은 성격 자체가 다르고, 수사 주체는 중수부에서 특수부로 바뀌었다. 하지만 검찰개혁에 직면한 상황, 수사 성과를 내야 하는 절박함은 다르지 않다. 지난 두 달 조국 장관과 가족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 그리고 조 장관이 검찰개혁을 이끌 법무부 장관으로 적격한가란 질문에 맞닥뜨릴 때마다 3년 전 촛불을 들었던 많은 이들은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검찰 수사에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는 점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이나 12·12 및 5·18 수사 때와 맞먹는 인력을 투입됐지만, 진실은 모호하다. 윤 총장이 지난 8월 27일 조 장관(당시 후보자) 주변을 처음 압수수색하던 날부터 “조국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당정청에 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구심은 증폭됐다. 조 장관 임명 직전 ‘총장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취지를 청와대에 밝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문은 커졌다. 검찰발 피의사실 공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되살렸다. 지난달 28일 3년 전 탄핵 촛불시위 이후 최대 인파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 모이게 한 것도 검찰이다. 여론은 생물이다. 주최 측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파가 몰린 서초동 촛불집회는 ‘조국에 대한 찬반’이 아닌 ‘검찰개혁 대 반개혁’ 구도로 바꿔 놓았다. ‘검찰개혁은 조국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진보진영 내에서도 엇갈리지만, ‘검찰개혁’의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 조 장관이 촉매제가 돼 검찰개혁에 대한 열망은 임계점까지 끓어올랐다. 역설적으로 향후 어느 시점에서는 ‘조국수호=검찰개혁’ 프레임을 깰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플랜B’도 가능하다. 중요한 건 이번이 검찰개혁의 마지막 기회란 점이다. 조 장관의 거취는 사법 절차에 맡기면 된다. 명백한 위법행위가 드러나고, 국민 다수가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면 고민할 일도 없다. 조 장관의 불법행위는 없는데 부인 정경심 교수가 단죄를 받는다면 좀 복잡하다. 도덕적 책임을 묻는 여론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임명에 이어 또 한번 ‘대통령의 시간’이 끝난 뒤 판단에 대한 책임은 인사권자의 몫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통령의 시간’을 검찰이 무리하게 흔들었을 때 후과는 윤 총장이 책임져야 한다. 당정청은 이미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하지만, 개혁을 위한 대중적 동력이 공고한 만큼 이번만큼은 불가역적인 수준까지 가야 한다. 이미 너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11월 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검찰개혁 법안을 어떻게든 통과시켜 첫걸음을 내디뎌야만 한다. argus@seoul.co.kr
  • [롱터뷰]“참여정부 땐 檢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조직으로 착각”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

    [롱터뷰]“참여정부 땐 檢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조직으로 착각”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

    “1기는 굵직한 거대담론 집중, 2기는 피부로 느끼는 실사구시”“법무부에선 수사 오해 없게 개혁해야 수사 뒤 본격 개혁될 것”“촛불 때 檢 제대로 작동했으면 국정농단 없었을 것 인식 퍼져”“특수부 축소 檢 자체방안 서울중앙지검은 남아 있어 두고 봐야”“3~4개월 집중 권고 후 나머지 기간은 이행 점검 주력할 것” 김남준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법무부의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검찰 수사를 둘러싼 오해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검찰개혁이 담론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이행되도록 개혁위를 이끌겠다고 말했다.김 위원장은 2일 서울신문과 만나 법무부와 청와대의 지속적인 검찰개혁 메시지가 ‘수사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개혁위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수사에 신경 쓰지 않고 권고안을 낼 것”이라면서도 “다만 법무부에선 (수사 관련)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게 맞고, 실제 그런 부분을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부 축소 등 조직 변경도 대통령령 개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수사가 끝난 이후 본격적인 검찰개혁에 착수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 브레인’ 역할을 맡는 2기 개혁위의 활동 기간은 1년이다. 김 위원장은 가능한 3~4개월 내로 주요 권고를 마친 뒤 나머지 기간은 실제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데 집중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1기와 2기 개혁위의 차이를 ‘거대담론’과 ‘실사구시’로 설명했다. 1기 활동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입법 절차가 필수적인 굵직한 검찰개혁에 집중됐다면 2기 활동은 대통령령 개정, 법무부령 개정 등 법무부가 독자 시행할 수 있는 검찰개혁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인 김 위원장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체제에서 1기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개혁위는 지난달 30일 1호 권고안으로 직접 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을 위한 개정 실무작업 착수를 의결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 대해 김 위원장은 “형사·공판부보단 인지수사를 하는 특수부가 아직 인기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평검사 재직 기간의 5분의2 이상을 형사·공판·조사부에서 일해야 부장 승진이 가능한 현재 기준을 2분의1이나 그 이상으로 높이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놓은 ‘특수부 축소’ 방안에 대해선 “대통령 지시에 따라 개혁안을 신속하게 낸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얼마나 권한이 줄어들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검에는 특수부가 여전히 건재하고, 사실상 특수부 역할을 하는 형사부 일부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같은 비직제부서도 있기 때문에 언제든 특수수사를 이어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1기 위원으로 활동한 데 이어 2기에선 위원장을 맡으셨습니다. 위원장직을 받아들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법무·검찰 개혁 분야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참여정부 당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맡았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선 사법위원장을 지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1기 위원으로 활동했지만, 아직까지 검찰개혁이 실현된 부분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2기 활동을 통해 실질적인 검찰개혁을 이루는 것이 제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위원장직을 수락했습니다.” -지난달 30일에 열린 발대식에서 ‘1기에서 충실한 권고를 했기 때문에 2기가 필요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셨는데요. 1기에서 검찰개혁이 완성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1기 활동은 이론적으로 따지면 거대담론에 가깝습니다. 수사권조정을 포함한 형사소송법 개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국회 통과가 필요한 굵직한 개혁안들이죠. 그래서 1기 위원들이 열심히 논의해서 개혁안을 권고했는데, 권고안을 수용할지는 또 법무부의 몫입니다. 실제로 국회에 가있는 법안들은 저희가 권고했던 내용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고, 여전히 미이행된 부분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그렇다면 2기는 1기와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2기는 ‘실사구시’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당장 현장에서 적용 가능하고,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개혁에 주안점을 두려고 합니다. 대통령령, 법무부령 등 개정을 통해 조직과 인원을 바꾸려고 합니다. 특수부 직접 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은 대통령령 개정으로 가능한 부분입니다.” -2기에선 현직 검사들을 포함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검찰 내부 의견은 검사가 잘 알기 때문에 제가 포함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아무래도 형사나 공판 관련 전문적인 지식이 있으면 권고안을 만드는 데 실무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현직 검사들과 민간 위원 간에 시각도 다를 것 같습니다. “네, 차이점이 있습니다. 민간 위원은 검찰 권한 축소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죠. 반면에 검사들은 검찰인사의 불공평성, 상명하복으로 인한 의견 제시의 어려움 등을 주로 얘기했습니다.” -천 전 장관님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개혁의 중요 목표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인데, 지금 오히려 개입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개혁위로선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조직이라 수사를 신경 쓰지 않고 권고합니다. 다만 법무부에선 그런 부분은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런 부분을 (법무부에서) 그런 부분을 고려하는 것 같고요. 특수부 축소 등 조직 변경도 대통령령 개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끝난 이후에 본격적인 검찰개혁에 착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여정부 때와 지금의 검찰개혁 환경이 어떻게 다를까요? “참여정부에 힘이 없었던 것도 맞지만, 당시엔 검찰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정권 초기 대선자금 수사를 기점으로 검찰이 훌륭하다는 말도 나왔잖습니까. 당시 검찰이 정치권력을 이용하지 않고,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조직으로 인식됐습니다. 그렇게 검찰개혁 동력을 잃어버렸다고 볼 수 있죠. 이는 인식부터 잘못됐습니다. 권력기관, 특히 검찰처럼 권력이 집중된 조직은 스스로 내려놓기 어렵습니다. 특히 외부 개입이 힘든 조직은 내부 논리가 강하기 때문에 검사들 스스로도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지금은 검찰개혁 동력이 강해졌다고 보시나요? “그때보단 훨씬 강해졌죠. 박근혜 정부 당시 촛불집회를 통해 ‘검찰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국정농단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았으리라’는 인식이 생겨났습니다. 이번엔 다시 서초동에서 촛불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 방식을 보면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검찰개혁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검찰 특수수사의 문제점이 무엇일까요?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하는 절차는 분리돼야 합니다. 수사권은 경찰에게, 기소권은 검찰에게, 재판은 법원에 맡기는 것이 이상적이죠. 문제는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꺼번에 쥐고, 경찰에 대한 지휘권까지 갖고 있죠. 마치 군주국가처럼 권력 분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사권을 경찰에 맡기고, 검찰은 사법통제를 하면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법률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고 기소하는 등 특수수사가 ‘적폐청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인데요. “검찰개혁 문제는 좌우에 따른 차별이 있어선 안 됩니다. 적폐청산 수사도 결국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사들이 진행했습니다. 그 수사에서도 검찰이 강력한 권한을 이용해 관계자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을 거라고 봅니다. 좌우 진영논리와 관계없이 검찰 특수수사는 지양돼야 합니다.” -어제(1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특수부를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았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신속하게 개혁 방안을 낸 것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권한이 줄어들지 알 수 없습니다. 특수수사 비중은 서울중앙지검이 제일 크고, 나머지 검찰청들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3개 특수부를 남기더라도 힘을 더 키울 수도 있고요. 또 형사부를 특수부처럼 운영하거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처럼 비직제부서를 특수수사 팀으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대검이 제대로 특수수사를 줄일 의지를 갖춘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특수부가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보시는 건가요? “앞으로 살펴봐야 할 문제입니다. 검찰은 오랫동안 해온 부정부패범죄와 금융범죄 수사에 전문성이 있습니다. 관련 분야 수사를 갑자기 멈춰버리면 공백이 발생하겠죠. 그래서 현행 수사권조정안에서도 일정 영역에선 검찰이 직접수사를 하는 것으로 남겨놓고 합의가 이뤄진 것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론 검사가 직접수사를 할 필요가 있는지 논의해야겠죠.”-점차 직접수사 권한이 검찰에서 경찰로 넘어가는 흐름인데요. 경찰에서 같은 폐해가 발생하진 않을까요? “기소권은 어디까지나 검찰에 있기 때문에 경찰에 대한 사법 통제는 이뤄질 것이라 봅니다.” -수사종결권은 경찰에 있는 방향으로 법안이 짜였는데, 사법통제가 가능할까요? “사실 1기 개혁위에선 수사종결권을 검찰에 줘야 한다는 권고를 냈습니다. 경찰이 불기소하더라도 사법 통제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권고안과 달리 실제 법안에선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는 방향으로 담겼지만, 그럼에도 고소·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검찰이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는 구조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1호 권고안에 ‘형사부와 공판부로의 중심 이동’도 포함됐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형사·공판부보단 인지수사를 하는 특수부가 아직 인기가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사회적인 이목을 끌기 쉽고, 대형 정치사건 등 ‘거악 척결’ 차원에서 훨씬 검찰권력을 발현하기 쉬운 부서이기 때문이죠. 또 과거엔 권력기관에 가까이 있는 공안부가 더 강했고요. 그에 비해 형사부와 공판부는 검찰 본연의 일이라 할 수 있는 기소권과 공소유지에 충실하지만, 상대적으로 권력에서 떨어져 있죠. 개혁위는 형사부와 공판부로 중심이 이동할 수 있도록 많은 권고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평검사 재직 기간의 5분의2 이상을 형사·공판·조사부에서 일해야 부장 승진이 가능한 현재 기준을 2분의1이나 그 이상으로 높이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겠죠. 앞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갈 계획입니다.” -검찰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이 또 무엇이 있을까요. “법무부가 검사에 대한 1차적 감찰권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검 자체적으로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고, 법무부는 2차적 감찰권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이 외부에서 감시해야 합니다. 내부에서만 감찰이 이뤄지면 특정 사건을 가볍게 처리하거나, 속된 말로 ‘묻어버릴’ 수 있습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검찰개혁을 위해선 법무부가 감찰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야 합니다.” -권고를 넘어서 실제로 이행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맞습니다. 적폐청산과 제도개혁은 ‘이행 여부’가 감시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국정원의 경우 개혁발전위원회 활동이 끝난 이후에도 일부 위원을 남겨 이행 상황을 계속 보고받았습니다. 저희도 3~4개월 집중적으로 권고안을 내놓고, 그 뒤에 필요하면 이행 여부를 감시하고자 합니다.” 글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여의도셈법’ 거스른 文, 조국이어야만 했던 이유

    ‘여의도셈법’ 거스른 文, 조국이어야만 했던 이유

    참여정부 강금실, 김성호 법무장관 ‘학습효과’靑 관계자 “자연인 조국 아닌 조국의 상징성”“법무부는 법무부의 비검찰화와 검찰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부분에서 두 가지 큰 역할을 해야 합니다. 검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국민이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국민이 선출한 권력인 대통령과 국회가 검찰을 통제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해야 하는 검찰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실제로 수행하는 사람은 법무부 장관입니다(2011년 12월 ‘더(the) 위대한 검찰’ 토크콘서트).” 왜 조국이어야만 했는가. 최근 한 달여간 끊임없이 반복된 질문에 대한 답은 8년 전 문 대통령 발언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는 검찰개혁을 주제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어떤 분이 법무부 장관에 있는가가 사실 검찰개혁 핵심 중 하나다. (당선되면) 누구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실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에 대한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대답은 “조국 교수님 어떤가. 농담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답했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대통령 대신 수행하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인 만큼 대통령과 검찰개혁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며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9일 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저를 보좌해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문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참여정부 때 두 차례의 인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1기 조각의 최대 파격이었던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추천한 건 문재인 민정수석이었다. 처음부터 법무부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고. 환경부나 보건복지부를 생각했다. 하지만 노무현 당선인은 여성 몫으로 환경·보건복지·여성·교육부를 벗어나지 못했던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고 했다. 당선인은 문 수석을 배석시킨 채 이례적으로 강금실 변호사를 면접 봤다. “그때 당선인은 법무부의 비검찰화와 검찰개혁을 강조했다”는 게 문 대통령의 회고다. 당시 최대 현안은 검찰과 갈등이었다. 2003년 3월 고검장 인사가 단행되자 검찰은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이른바 ‘검란(檢亂)’이다. 특히 비검찰 출신, 여성인 강금실 장관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그래서 마련된 자리가 ‘검사와의 대화’였다.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죠’란 말이 회자될 만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검사들은 노골적으로 개혁에 저항했다. “이건 목불인견이었다. 젊은 검사들은 끊임없이 인사문제만 되풀이해 따지고 들었다… 대통령은 같은 얘기를 계속 반복해야 했다. 인사 불만 외에 검찰개혁을 준비해 와 말한 검사는 없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문재인의 운명’ 중).” 참여정부는 이후로도 검찰개혁을 추진했다. ‘정치검찰’로부터 벗어나는 게 핵심이라고 봤다. 정치권력이 검찰을 활용하려는 욕망을 절제하고, 검찰은 눈치보기에서 벗어나야 하는 문화의 문제로 봤다. 결과적으로 정치권력은 욕망을 절제했지만, 검찰은 변하지 않았다. 참여정부는 대선자금 수사로 대통령 측근에게 수사의 칼날이 와도 원칙대로 수사하도록 했다. 대선자금 수사로 검찰개혁의 중요과제였던 대검 중수부 폐지마저 접어야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뒤 검찰은 순식간에 회귀했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의 운명’에서 “검찰을 장악하려 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 주려 애썼던 노 대통령이 바로 그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고 했다. 조국이어야만 했던 배경을 이해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김성호’라는 게 친문 인사들의 설명이다. 여권 관계자는 “집권 4년차인 2006년 노 대통령은 문재인 전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앉혀 검찰개혁을 매듭짓고자 했지만 야권은 물론 여당 내 반대에 부딛혔다. 노 대통령이나 당시 국정운영에 부담 주기 싫다며 결국 고사했던 문 대통령이나 두고두고 뼈아프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문재인 수석 대신 임명된 검찰 출신 김성호 장관은 검찰개혁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펼쳤다. 정권이 바뀐 뒤 이명박 정부의 첫 국정원장에 임명됐다. 결국 검찰을 개혁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게 하려면 대통령 측근으로 강한 ‘그립’을 가졌으며, 검찰개혁안을 직접 설계한 조 장관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여권 핵심관계자는 “청문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도의적 책임에 대한 부분은 앞으로 국민이 판단할 몫”이라면서도 “우선 조 장관 본인이 법적 책임을 질 문제는 없고, 수사 진행 중인 가족의 일은 사법적 판단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조 장관이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임명의 전제가 된 것”이라며 “내년 4월 총선을 비롯해 정치적 계산을 했다면 결코 내리지 못할 결정이지만, 대통령이 원래 여의도 셈법과는 거리가 있는 분 아닌가”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국이란 자연인을 선택한 게 아니라 조국이란 인물이 검찰개혁에 대해 갖는 상징성을 주목해야 한다”며 “정권의 모든 것을 걸고 이번만큼은 검찰개혁을 이루겠다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검찰 개혁 vs 장관 수사… 친노·친문과 檢의 ‘악연 2라운드’

    참여정부 때 개혁 시도했지만 檢 반발 노 前대통령 ‘검사와의 대화’ 성과 없어 불법선거자금 수사로 개혁 동력 잃어 논두렁시계·盧서거 ‘정치수사’ 겪은 與 조국 가족 수사도 檢의 저항으로 여겨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재가하면서 참여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과 검찰 간 악연이 2라운드를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평가에는 검찰의 소위 ‘정치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경험했던 문 대통령이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검찰개혁에 대한 조직적 저항으로 인식했을 것이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참여정부 때 노 전 대통령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임명해 검찰개혁을 시도했지만, 검찰의 집단 반발에 부딪혔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지만, 당시 검사들은 인사권 이양만을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완전히 대한민국 검사들의 수준만 국민들한테 보여 준 꼴”이라고 평가했었다. 검찰과의 악연은 노 전 대통령의 불법 선거자금 수사로 이어졌다. 당시 검찰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최도술 청와대 총무비서관, 안희정·이광재·여택수씨 등 노 전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40억원대의 불법자금을 수수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사로 검찰은 국민적 신뢰는 얻었지만,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은 동력을 잃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내내 중수부 폐지를 정부가 도모하거나 추진하게 되면 마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정권 차원의 보복 또는 검찰 손보기라는 식의 오해를 받을 소지가 많이 있어서 추진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자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수사를 빌미로 노 전 대통령과 주변인들을 수사했다. 당시 친문 진영은 촛불집회의 배후에 노 전 대통령이 있다고 의심한 정치권력의 탄압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검찰은 당시에도 검찰개혁에 복수라도 하듯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렸다. 소위 ‘조국 청문회 정국’에서 검찰의 피의사실 흘리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비판하며 언급한 ‘선물로 받은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보도가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여론재판 뒤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고, 2009년 5월 23일 서거했다. 당시 검찰 조사에 배석했던 문 대통령은 “지나치게 비대해진, 지나치게 정치화된,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었다. 한편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6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 포인트)한 결과 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검찰이 수사한 것이 ‘원칙에 따른 적절한 수사’였다는 응답은 52.4%,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조직적 저항’이라는 응답은 39.5%였다. 모름·무응답은 8.1%였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檢에 밀린 국회… ‘검찰 청문회’ 논란

    국회 인사청문 권한 침해 전례 우려 제기 정치권 “檢 개혁 vs 反개혁 흐름 살펴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검찰의 압수수색과 조사 참고인 발언 등이 연일 여론에 영향을 끼치자 정계에 ‘검찰 청문회’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향후 검찰이 청문회 시기마다 수사의 칼날을 들이댈 경우 국회의 공직후보자 인사청문 권한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을 9월 2~3일로 확정했지만, 검찰은 이튿날인 27일 조 후보자의 딸 조모(28)씨의 학력 의혹과 관련해 단국대, 공주대 등 30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28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나라를 어지럽히는 일”이라고 크게 반발했지만, 검찰은 이튿날인 29일 오거돈 부산시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전방위 수사를 이어 갔다. 민주당은 일련의 상황을 검찰 개혁에 대한 반발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 된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보이콧을 재검토하기도 했다. 지난 3일 검찰의 동양대 압수수색을 계기로 조씨의 표창장 의혹이 제기된 후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표창장을 준 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청문회 판도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날 조 후보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찬반 격차가 크게 줄면서 다소 위축된 듯했던 한국당은 다시 힘을 얻었고, 여야는 5일 최 총장의 증인 채택을 두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였다. 일견 검찰의 전방위 수사는 한국당에 유리한 상황으로 읽혔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검찰 정국을 불안해하는 분위기도 여야 모두에서 감지됐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검찰 개혁 대 반개혁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검찰 수사를 읽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한 초선 의원도 “검찰이 개혁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참여정부 당시 검찰 개혁을 시도하다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큰 성과를 거두면서 검찰 개혁이 멀어졌던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다만 이번 상황을 겪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는 더 강해졌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조 후보자의 임명과 무관하게 검찰 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盧 ‘檢개혁 실패’ 트라우마에… 文, 고위험 승부수로 반전 노린다

    盧 ‘檢개혁 실패’ 트라우마에… 文, 고위험 승부수로 반전 노린다

    여야 반대 밀려 文 대신 김성호 법무 임명 “당시 장관 고사했던 文, 뼈아프게 생각” 핵심 측근·개혁안 설계 曺 적임자 판단 曺 임명반대 여론, 찬성의 1.5~2배 달해 내년 총선 앞두고 여권 부담·치명상 우려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개최 여부와 무관하게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내 임명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아직 부정적 여론이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리스크가 높은 ‘승부수’를 던지려는 배경에는 지금이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며, 조 후보자만 한 적임자를 찾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국회가 인사청문회 일정을 합의한 상황에서 검찰이 느닷없이 압수수색을 펼친 것은 무소불위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검찰 개혁론자인 조 후보자를 낙마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여권 핵심들이 품은 의구심이다.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한 최근 반대여론(리얼미터, 지난달 28일 502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 포인트, 반대 54.5% vs 찬성 39.2%/한국갤럽, 지난달 27∼29일 1004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적절하지 않다’ 57% vs ‘적절하다’ 27%)은 찬성의 1.5~2배에 이른다. 정치적 셈법으로만 보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론을 거스르는 것은 치명상이 될 수도 있는 선택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일단 조 후보자를 임명해 검찰 개혁에서 성과를 냄으로써 부정적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조국이냐 아니냐보다 중요한 것은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검찰로 되돌아갈 수 없는 불가역적 기반을 임기 내 마련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역사적 소명의식이다. 이번이 아니면 검찰개혁은 요원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참여정부 당시 대선자금 수사로)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겪으면서도 검찰 독립성을 보장해 줬다. 그렇게까지 지켜 준 정치적 중립인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자마자 과거로 되돌아가 버렸다”고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소권과 수사권, 자체 수사인력까지 갖고 있는 대한민국 검찰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막강한 사법권력이다. 참여정부 초기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에서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검사들이 대통령을 몰아붙였던 일, 그리고 최근 사상 초유의 인사청문회 전 후보자 주변 압수수색은 정치를 쥐락펴락할 만큼 막강한 검찰 권력을 웅변한다고 여권 핵심 관계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논두렁 시계’처럼 검찰의 여론몰이식 수사과정에서 희생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트라우마는 문 대통령과 여권 핵심들의 뇌리에 오롯이 남아 있다. 헌정 사상 처음 검찰개혁을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끝내 좌초했던 참여정부의 교훈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조국이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여권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집권 4년차인 2006년 문재인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앉혀 검찰개혁을 매듭짓고자 했지만 야권은 물론 여당 내 반대에 부딪혔다. 노 전 대통령이나 당시 국정운영에 부담 주기 싫다며 고사했던 문 대통령이나 두고두고 뼈아프게 생각했다”며 “그때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 대신 장관이 된 검찰 출신 김성호 법무장관은 개혁과는 거리가 멀었고, 훗날 이명박 정부의 첫 국가정보원장에 임명됐다. 결국 검찰을 개혁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게 하려면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강한 ‘그립’을 가졌으며, 검찰개혁안을 설계한 조 후보자가 적임자라는 판단이다. 조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실패한다면 임명 시 부정적 여론까지 더해 현 정부에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 여론이 40%대까지 올라간 걸로 안다”며 “조 후보자가 개혁 성과를 거둔다면 여론도 반전될 것”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정치적 계산법으로 보면 문 대통령으로서는 리스크가 엄청나게 큰 승부수를 던진 셈”이라며 “검찰 권력과 문 대통령 간에 명운을 건 큰 싸움이 벌어지게 됐다”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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