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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오스에서 침대 버스 전복해 한국인 관광객 등 2명 사망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남쪽으로 150㎞ 가량 떨어진 팍산시에서 6일(현지시간) 오전 4시쯤 침대 버스가 전복해 한국인 관광객 김모(30·여)씨와 프랑스인 등 2명이 숨지고 김씨의 친구 등 20여 명이 다쳤다.  현지 교민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침대 버스가 라오스 남부도시 팍세를 출발해 비엔티안으로 가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으면서 일어났다. 야간 운행을 하는 사고 버스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타고 있었으며 한국인 사상자는 배낭여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은 현지 경찰을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또 김 씨 시신의 국내 송환을 지원할 계획이다. saloo@seoul.co.kr
  • [서울신문 보도 그 후] 예비신랑 뺑소니범 잡은 ‘시민 영웅’ 택시기사 박실하씨 포상금 50만원

    [서울신문 보도 그 후] 예비신랑 뺑소니범 잡은 ‘시민 영웅’ 택시기사 박실하씨 포상금 50만원

    예비 신랑을 치어 숨지게 한 뺑소니범을 약 3㎞ 쫓아가 몸싸움 끝에 잡은 택시기사 박실하(56)씨에게 경찰이 감사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감사장과 함께 신고 포상금 50만원을 지급할 방침이라고 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감사장 수여식 날짜는 조율 중으로 다음주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영등포구 여의도동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관 앞에서 뺑소니 사고를 목격한 후 2.9㎞를 추격해 범인을 검거했다. 박씨가 범인을 놓치지 않은 덕에 경찰은 뺑소니범 황모(28)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황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38%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 이후 포털 사이트에는 2300건 이상의 댓글이 달리는 등 화제를 모았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부음] 반성환(서울대 명예교수)씨 별세 외

    ●반성환(서울대 명예교수)씨 별세, 반용건(주한미국대사관 연구원)·영하·연희·영미(샌디에이고 도서관 사서)씨 부친상, 이규찬(스마트파워서플라이 대표)·최봉호(SK하이닉스 상무)씨 장인상 = 3일 오전 3시9분,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 5일 오전 9시, 010-5207-2558●민병우씨 별세, 이건암씨 남편상, 민석기(삼성전자 수석연구원)·혜경(인천 발산초등학교 교사)·준기(한국은행 국제국 외환시장팀 과장)씨 부친상, 김보원씨 시부상, 송병찬(성신양회 팀장)씨 장인상 = 3일, 이대목동병원 특 3호, 발인 5일 오전 10시, 02-2650-5121●권일선씨 별세, 권성준(충북 음성군 대소면 복지팀장)씨 부친상 = 3일 새벽 0시30분, 음성군 대소장례식장, 발인 5일 오전 9시. 043-883-4440●권종순씨 별세, 이원옥(청주시 예산1팀장)씨 모친상 = 3일 오전 9시30분, 충북 청주 효성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 발인 5일 오전 9시. 043-221-4004●윤재선(정우이엔씨 고문)·재복(자영업)·명재(서운STS 보안과장)·재섭(헤럴드경제 산업섹션 재계팀장)씨 모친상, 신동진(대구예술대 교수)씨 장모상 = 3일 오후 3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 5일 오전 8시, 032-890-3191●서달권씨 별세, 서길부(자영업)·쌍교(SBS 편집2부장)·영교(울산과학기술원 교수)씨 부친상 = 3일 오전 9시, 경남 진주중앙병원 장례식장 201호, 발인 5일 오전 7시. 055-745-8000●김옥순씨 별세, 윤재섭(헤럴드경제 산업섹션 재계팀장)·재선(정우이엔씨㈜ 고문)·재복(자영업)·명재(서운STS 보안과장)씨 모친상, 신동진(대구예술대 교수)씨 장모상 = 3일 오후 3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 5일 오전 8시. 032-890-3191
  • 밤길 2.9㎞ 쫓고 목 졸려도 뺑소니범을 놓칠 순 없었다

    밤길 2.9㎞ 쫓고 목 졸려도 뺑소니범을 놓칠 순 없었다

    5대의 택시와 10여명의 목격자 중 유일하게 1대의 택시만이 거친 배기음을 울리며 뺑소니차를 뒤쫓기 시작했다. 50대 중반의 택시기사는 초겨울 밤공기를 가르며 3㎞가량 추격전을 펼쳐 결국 뺑소니범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이 차에 치인 30대 남성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절명하고 말았다. 대기업 직원으로 다음달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었다. 지난달 25일 0시 15분 서울 여의도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관 앞 횡단보도. 차를 세우고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박실하(56)씨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는데도 검은색 포르테쿱 승용차가 그대로 질주해 파란불인 횡단보도를 가로질렀다. ‘쿵’ 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고 비명소리가 났다. 박씨는 일렬로 정차된 택시 중 맨 뒤쪽에 있어 사고 장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뺑소니 사건임을 직감한 그는 비상등을 켜고 추격을 시작했다. 그의 앞에 있던 택시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본능이 발동해 무작정 추격을 시작했지만 어떤 게 뺑소니차인지 식별할 수가 없었다. 창문 사이로 빠르게 지나가는 차의 형체만 봤을 뿐 정확한 차종도 차량번호도 모른 채 무조건 가속페달을 밟았다. 얼마 후 거칠게 속도를 붙이며 지그재그로 추월해 가는 승용차 한 대가 눈에 띄었다. 시속 90㎞ 정도로 바짝 뒤쫓은 박씨는 그 차가 뺑소니차임을 직감했다. 확신에 찬 추격이 시작됐다. 원효대교를 건너 사고 지점에서 2.9㎞ 정도 떨어진 KB국민은행 원효지점. 이곳에서 뺑소니차는 인도로 바짝 붙인 뒤 골목길로 들어가려고 우회전을 시도했다. 그 순간 박씨가 급정거하며 앞을 가로막았다. 차의 앞범퍼가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112를 눌렀다. 0시 23분. 사고 발생 후 8분이 지난 때였다. 뺑소니범은 궁지에 몰려서도 도주를 포기하지 않았다. 차를 홱 뒤로 빼더니 빈틈을 이용해 골목에 있는 C빌딩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차 앞부분이 보이지 않게 주차장 벽에 바짝 붙였다. 박씨가 경적을 울리며 따라 들어왔고 그 차 옆에 다시 차를 갖다 댔다. 0시 27분. 박씨는 경찰에 다시 정확한 위치를 알렸다. 1분쯤 지났을까 경찰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뺑소니범이 차에서 내렸다. 박씨도 따라 내렸고 두 사람은 엉겨붙어 몸싸움을 벌였다. 뺑소니범은 박씨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갑자기 흉기라도 꺼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적이 겁도 났다. 몸싸움은 경찰이 경광등을 켜며 현장에 도착하면서 끝났다. 신고 후 5분.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길게 느껴진 5분이었다. 범인 황모(28·회사원)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38%의 만취 상태였다. 영등포경찰서는 황씨를 도주차량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박씨는 “2010년 서강대 앞에서 오토바이를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을 잡은 적이 있다”면서 “또다시 눈앞에서 뺑소니 사고를 보는 순간 무조건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게시판] 한양대, 문화체육관광부, 부산 한중FTA, 국제중등과학올림피아드

    [게시판] 한양대, 문화체육관광부, 부산 한중FTA, 국제중등과학올림피아드

    ■한양대(총장 이영무)가 SK그룹이 시행하는 ‘SK 청년 비상(飛上)’ 프로그램 사업의 주관대학으로 선정됐다. ‘청년 비상’ 프로그램은 대학과 SK그룹이 창업의 모든 과정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로써 대학은 창업교육 및 창업아이템의 발굴을, SK그룹은 창업아이템을 고도화시켜 인큐베이팅, 엔젤투자 연계 및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에 선정된 한양대는 2년간 총 6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지원금은 ▲창업 인프라 구축 ▲창업교육 커리큘럼 개발 및 운영 ▲창업동아리의 사업화 지원금 등에 사용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6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몽골리안 갈라 콘서트’를 후원한다고 2일 밝혔다. 한·몽골 수교 25주년을 맞아 주한몽골대사관이 마련한 이 콘서트에는 ‘제14회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한 아마르투브신 엥흐바트를 비롯, 몽골을 대표하는 성악가들과 오케스트라단의 연주자들이 참가해 클래식 오페라 작품과 아리랑 등을 공연한다. ■부산 유관기관과 상공계, 농수산업계대표 등이 참석하는 ‘부산지역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대응방안 대책회의’가 3일 오후 부산시청 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한중 FTA가 지역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지역기업의 수출경쟁력 제고와 피해 최소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는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의 ‘한중 FTA 영향 및 대응방안’ 발표에 이어 한중 FTA 발효 대비 기관별 지원시책 보고, 상공계 및 농수산업계 의견 청취 및 토론 등으로 진행된다. ■ 제12회 국제중등과학올림피아드(IJSO-2015)가 2일 열흘간 일정으로 대구에서 시작됐다. 국제중등과학올림피아드(IJSO) 위원회가 주최하고 IJSO-2015 조직위원회, ㈔국제과학영재학회 등이 공동 주관하는 행사로 44개국 과학 영재 250여명이 참가한다. 아시아 국가들이 중심이 된 IJSO는 8대 국제올림피아드 가운데 유일하게 중학생이 대상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 경남 창원에서 제5회 대회를 열었다. 나라별로 만 15세 이하 중학생이 6명씩 참가해 물리·화학·생물 분야 주·객관식 시험과 실기·실험으로 실력을 겨룬다. 주·객관식 시험은 호텔 인터불고 엑스코에서, 실기·실험은 엑스코에서 각각 진행한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한·일 포토 콘테스트’ 수상작 전시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2015 한·일 포토 콘테스트’ 우수작을 오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 공보문화원 2층 실크갤러리에서 전시한다. 공보문화원은 지난 6~11월 한국 국적자에 대해서는 ‘일본의 매력’을, 일본 국적자에 대해서는 ‘한국의 매력’을 주제로 촬영한 사진을 온라인을 통해 공모했다. 1150명이 2100여점의 작품을 응모했고 24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인터넷 홈페이지(photocon-kr.japanem.or.kr/result)에서도 작품을 볼 수 있다.
  • [부고]

    ●손민호(한국은행 국제협력실 전문부실장)순호(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서무과장)영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과장)석호(미국 대사관 근무)씨 모친상 라인옥(학수정노인복지센터장)씨 시모상 2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일 오전 9시 (02)3010-2293 ●이필운(안양시장)씨 부친상 30일 평촌 한림대 성심병원, 발인 2일 오전 8시 (031)384-4634 ●김신태(경인일보 지역사회부 차장)씨 부친상 30일 평택 송탄제일장례식장, 발인 2일 오전 9시 (031)611-1144
  • [글로벌 인사이트] 경제난·서방과 갈등·지지율 하락… 3각파도 맞은 위기의 ‘차르’

    [글로벌 인사이트] 경제난·서방과 갈등·지지율 하락… 3각파도 맞은 위기의 ‘차르’

    “터키는 테러 공범… 등 뒤에서 칼을 꽂았다.” 지난 25일 시리아 공습에 나선 러시아 군용기를 터키 공군이 격추시킨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푸틴 측은 이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아들이 이슬람국가(IS)와 석유 사업에 대한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는 정보를 흘렸다. 격앙된 모습은 푸틴의 과거 어법과 다르다. 첫 대통령 임기 직후 발간된 푸틴의 어록집을 보면, 그는 러시아인의 두뇌 유출에 대해 “두뇌 유출이 있다는 것은 러시아에 두뇌가 있다는 좋은 출발”이라거나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에 대해 “계란요리를 위해 집을 태우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받아치는 여유를 보였었다. 격앙된 푸틴의 어조 이면엔 지나치게 확대된 러시아의 군사 전선, 회복 기미가 안 보이는 러시아 경제, 푸틴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청년층의 피로감이 자리잡고 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1.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에 의해 격추되면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척결에 앞장선다는 긍지에 큰 상처를 입은 러시아가 터키 제재 방안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푸틴은 사망한 조종사 시신을 넘겨받았지만 내년 1월 1일부터 터키 노동자의 계약 연장 금지, 비자 면제협정 잠정 중단, 터키 상품 일부 수입금지, 터키 체류일정 포함된 여행상품 판매금지 등 강도 높은 제재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전화를 두 차례 거부한 푸틴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다시 한 번 에르도안의 대화 요청을 거절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2. 지난해 러시아에 합병된 흑해 연안 크림반도의 250만 주민의 집과 상가에 정전 1주일 만인 29일 전기가 들어왔다. 촛불로 연명하던 상점들이 정상 영업에 나섰고, 흘러내린 음식을 덜어내 텅 빈 냉장고가 다시 가동됐고, 땔감으로 겨울을 나야 할지 모르는 우려를 덜게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 결정에 따라 몇 차례 정전이 일어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정전은 지난 22일 우크라이나의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송전선을 절단하면서 일으킨 사태였다. 러시아의 크림 병합,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 운동 등은 여전히 푸틴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이슈이다. 일련의 우크라이나 사태로 푸틴과 러시아는 서방 제재를 받고 있다. 푸틴은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던 주요 7개국(G7)에도 초청받지 못하는 ‘국제 왕따’ 신세다. #3.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터키 대사관 앞에서 분노한 러시아인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던 날 모스크바 주변을 대형 화물트럭이 에워쌌다. 지난 24일부터 간헐적인 시위에 나선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대형트럭에 대한 도로세 부과 방침에 항의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푸틴. 1998년 국가부도(모라토리엄)를 선언했던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48세에 러시아 대통령이 됐다. 한때 70%가 넘는 지지율을 유지하며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2012년에 ‘차르’에 복귀한 그가 세 번째 대통령 임기에서 사면초가에 처할 줄을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러시아 정보기관인 KGB 출신으로 자주 웃통을 벗고 근육질 상반신을 드러내며 ‘마초’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내던 그였지만, ‘63세의 푸틴’에게서 위태로움을 느끼는 시선도 많다. 외교와 내치, 두 측면 모두에서다. 예컨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레오니드 베르시드스키는 “푸틴이 너무 많은 전선에 깊숙이 들어갔다”면서 “지금 푸틴의 러시아를 약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국제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EU 대 러시아’, 시리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대 러시아’ 등 2개의 전선이 형성되면서 우국이 될 수 있었던 우크라이나와 터키까지 적으로 돌리는 것은 푸틴의 무리한 전선 확대 행위로 봐야 한다는게 베르시드스키의 평가이다. 모든 상황에 푸틴이 선제적으로,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니다. 푸틴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 코앞의 우크라이나가 EU에 편입되는 상황을 방치하지 않으려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을 하게 됐고, 시리아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바샤르 알아사드 현 정권을 지지한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양쪽 전선 모두에서 호전적인 러시아의 행보는 최악의 경우 ‘신냉전’과 같은 파국을 부를 것이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금의 푸틴에게 따라주지 않는 것은 ‘경제’이고, 야속하게 변한 것은 ‘인기’이다. ‘경제’와 ‘인기’는 또 푸틴의 군사 전략을 바꿀 추동력으로 지목된다. 1999~2008년 푸틴의 러시아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원으로 고유가에 힘입어 장기호황 국면을 맞이했다. 2008년 초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개발 및 제조업 부문 수입대체 병행 전략을 발판으로 2020년까지 세계 5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후 저유가 국면은 러시아 경제를 할퀴었다. 2006년 7.4%, 2007년 8.1%이던 러시아의 경제성장률 추이는 2008년 5.6%로 주저앉은 뒤 2009년 -7.9%로 역성장했다. 이어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2010년 성장률은 4.3%에 그치다 2013년 1.3%로 떨어졌고 올해엔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과 같은 대외 강경책은 서방의 금수조치와 같은 경제적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러시아 경기는 악화일로를 걷는 모습이다. 군사적으로 서방과 대치하지만, 경제적 부흥을 위해 서방과의 협력이 필수란 점은 푸틴이 처한 역설이다. 지난달 푸틴은 현지 투자전문회사가 주최한 투자포럼 ‘러시아가 부른다’에 참석해 “전반적으로 경제 위기가 정점에 달했다는 전문가 주장에 동의한다”면서 “2010년 2분기 이후 이어졌던 자본 유출이 멈췄고, 올해 3분기 순유입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진 30억 달러의 차관을 갚도록 국제통화기금(IMF)이 우크라이나에 추가 차관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하라”고 재무부에 지시했다. IMF 지원이라는 서방식 처방이 긴요한 것이다. 지난해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했을 때 “히틀러도 러시아를 무너뜨리지 못했다”며 강경 발언으로 응수했지만, 이후 우크라이나에 가스공급을 재개하는 등 적절히 유화 정책을 펴는 이면에도 러시아의 경제적인 필요가 숨어 있다. 여기에 지난 25일 전투기 격추 뒤 푸틴이 선언한 터키에 대한 제재 조치가 실현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관측 역시 러시아와 터키의 교역량이 현재 250억 달러에서 2020년 1000억 달러 규모로 급증할 것이란 낙관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 2012년 3선을 위한 대선 당시 불길처럼 일어났던 부정투표 반대 시위에서부터 최근 화물기사 시위까지 시위가 극성인 러시아에서 4선을 위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 또한 푸틴의 당면 과제다. 1990년대 개방화 시기와 2000년대 경제 호황기에 성장해 이른바 ‘푸틴 세대’로 불리는 러시아 신세대에게 푸틴은 ‘과거로의 회귀’를 뜻했다고 박상남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푸틴 세대는 민주주의를 장식으로 생각하고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더 중시하며, 국영 미디어 대신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안정을 희구하기보다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려는 경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대 푸틴은 옐친 집권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러시아를 재건한 지도자로 추앙받았지만, 세 번째 임기에 편법적으로 대통령이 되며 이제 권위주의 국가의 장기 집권자들 중 한 사람으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2012년 대선에서 푸틴은 자신의 반대 세력에 대해 “배후에 러시아를 약화시키려는 서방 세력이 있다”고 선거운동을 폈고, 실제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며 내부 결속을 다져 반대 세력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 ‘서방 대 러시아’의 구도를 상정한다면 러시아 경제의 타격은 불가피해 민심 이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냉전 체제를 유도하며 미국과 마주 서는 패권국으로서 러시아의 위상을 지키는 길과 러시아에 우호적이지 않은 글로벌 경제 흐름 속에서 경제적 실리를 찾는 길의 기로에 푸틴이 서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첩보전쟁 시대 뻥뚫린 군사보안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첩보전쟁 시대 뻥뚫린 군사보안

    지난해 10월 14일 동유럽의 한 국가에 파견된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속 책임연구원 박모씨는 사무실에 보관 중이던 비밀문서 송수신용 암호 장비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신고를 받은 국군기무사령부는 같은 해 11월 현지 보안 조사를 벌인 결과 박씨가 암호 장비를 보관한 사무실의 출입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고, 정기점검도 실시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 장비는 대사관 등에서 본국에 팩스를 보낼 때 평문을 비문으로 바꿔주는 기계로, 이 사무실에서 이를 이용해 마지막 시험통신을 한 시점은 같은 해 6월로 드러났다. 정부 내 어느 누구도 4개월이 지나도록 이를 도난당한 사실 자체를 몰랐다. 기무사는 박씨를 중징계할 것을 건의했으나 ADD는 박씨가 과거 중요한 연구 업적이 있었다는 이유로 감봉 1개월의 처분만 내렸다. 무엇보다 이 장비를 도난당한 근본적 원인은 문제의 사무소가 들어선 건물이 해당 국가 정부청사였다는 점이다. 군은 주재국과 무기 도입 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ADD 파견 사무실을 정부 건물 안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국가의 정보기관이 냉전 시절부터 뛰어난 첩보 활동과 외국인 사찰 등으로 악명이 높았다는 사실을 간과했고, 결과적으로 이 같은 결정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안이한 판단으로 드러났다. ADD는 사건이 터지자 부랴부랴 우리 대사관 안으로 사무실을 옮겼지만 이미 암호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고 아마추어 수준의 보안 의식만 노출시켰을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적과 우방을 가리지 않고 치열한 첩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 군 당국의 보안 역량은 낙제점이라는 평가다. 군 당국은 일선 병사들의 보안 의식을 강조하며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지만 정작 중요한 기밀 유출 사고에는 둔감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보안 방첩 전담 기관인 국군기무사령부가 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일고 있다. 군이 올해부터 전방 지역을 중심으로 병사들에게 수신용 공용 휴대전화를 지급해 보안 유출에 대한 우려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29일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실에 따르면 육해공군 장병들이 기본적인 비밀 엄수 의무를 위반해 적발된 건수는 2012년 2470건에서 2013년 2520건, 지난해 3090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189건의 비밀 엄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이 가운데 중요한 군사기밀을 누설해 적발된 사례도 2012년 17건, 2013년 18건, 지난해 25건, 올해 상반기 8건으로 나타났다. 군 당국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군사기밀이 계속 유포되자 지난 9월 장병들의 SNS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했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장병들은 페이스북에서 프로필을 작성할 때 공개 범위를 ‘특정인에게만 공개’하는 식으로 설정해야 한다. 사진 또한 영내 시설 등 군사보안을 해칠 수 있는 게시물은 올릴 수 없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의무복무하는 병사들보다 고급 정보를 다루는 간부들의 해이한 정신 자세다. 지난 8월 22일 북한의 지뢰 포격 도발로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해병대 박모 중위는 각군이 공유하는 육군 전술체계망(ATCIS) 화면에 나타난 미확인 비행체의 궤적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과시할 목적으로 민간인 친구에게 보냈다. 허씨는 이를 보수성향의 인터넷 게시판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올렸고 순식간에 인터넷을 통해 군의 작전 상황이 전국에 유포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보안 위반 사항을 감시해야 할 기무사령부도 기밀 유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2013년부터 중국에 우리 해군 함정과 관련된 3급 기밀 1건과 주변국 군사 동향이 담긴 26건의 문서를 넘긴 기무사 소속 손 모 소령에게 지난 25일 7년형을 선고했다. 손 소령은 중국 유학 중이던 2010년 알게 된 중국인 A와 교분을 쌓았고 3급 기밀을 자신이 직접 손으로 베낀 뒤 촬영해 휴대전화용 메모리(SD) 카드에 담아 전달했다. 손 소령은 중국 유학중 술집에서 폭행을 당하고 종업원들에게 협박을 받는 상황에서 A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A가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4월 북한 무인기가 우리 대공 경계망을 뚫고 청와대 상공까지 진입할 때 이 무인기가 찍은 사진이 한 유력 언론에 공개되자 국민들은 경악했다. 이 사진은 기무사와 국정원이 당시 조사 중으로 외부 유출을 엄연히 금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 수뇌부는 이 사진이 버젓이 유력 언론에 보도되게 된 경위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아 군사 보안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군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투명성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자기 군 경력에 종지부를 찍을 정도의 심각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방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4년 6개월간 군사기밀 유출로 형사처벌을 받은 군 장병은 모두 38명이다. 이 중 최종적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장병은 1명도 없고 집행유예가 13명, 벌금 1명, 선고유예 1명, 무죄 1명, 불기소 10명 등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형사처벌 대신 비밀 엄수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장병의 수는 2011년 1972명, 2012년 2197명, 2013년 2320명, 지난해 2796명, 올해는 6월까지 1975명으로 나타나 모두 1만 1260명이다. 이 가운데 병사는 4033명이 영창을, 5479명이 휴가 제한 조치를 받았고, 간부(1748명)의 대부분은 근신(1168명), 견책(343명), 징계유예(167명) 처분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남는다. 군 당국은 지난해 뒤늦게 군사 기밀을 탐지·수집 누설한 자가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 요구한 경우 형의 2분의1까지 가중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군인 징계령을 개정해 기밀 유출 시 감경이나 유예를 금지하도록 보완했다고 밝혔으나 보안 사고를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군이 수천억원을 들여 무기를 도입하는 데는 혈안인 반면 보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안 사고를 막으려는 노력에는 소홀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당신이 꿈꾸던 크리스마스의 모든 것!… 2015 코리아 크리스마스 페어 개최

    당신이 꿈꾸던 크리스마스의 모든 것!… 2015 코리아 크리스마스 페어 개최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 이 날은 종교를 떠나 모든 사람들이 사랑과 축복을 전하는 연말 최고의 기념일로 여겨지고 있다. 가족은 감사를, 연인은 사랑을, 친구들은 우정을, 소외된 이웃에게는 온정을 전하는 특별한 날인 것. 이에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할 선물을 준비하고, 뜻깊은 일을 계획하고 있다. 만약 크리스마스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2015 코리아 크리스마스 페어(페스티벌 & 컨퍼런스 시즌2)’에 방문해 미리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알찬 성탄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크리스마스에 특화된 전문 전시회인 2015 코리아 크리스마스 페어는 12월 11(금)일부터 12월 20일(일)까지 고양 킨텍스 전시장에서 열린다. 올해 2회를 맞이하는 이번 행사는 행사기간과 규모를 2배 이상 확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문화, 제품 등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통해 향후 경기도 고양시를 대표할 문화관광상품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특히 구세군 자선냄비, 컴패션, 월드쉐어, 어린이재단 등 다양한 자선단체의 자선 활동 행사가 펼쳐지고,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다양한 선물 용품을 만날 수 있으며, 다채로운 부대행사와 이벤트, 컨퍼런스가 준비된다. 다채로운 내용이 준비돼 가족 나들이, 연인 데이트 등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는 전시회와 더불어 열리는 동시개최행사 ‘Show In Show’가 눈길을 끈다. 한국판 ‘박싱데이’를 진행, 리빙, 잡화, 패션브랜드의 인기 상품을 선보이고,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줄 Children’s Wonderland’ 특별관도 마련된다. 리스페이스, 냠냠전, 달맞이가 콜라보레이션을 이뤄 특별 플리마켓을 개최, 핸드메이드작가, 신진디자이너, 아마추어 베이커, 소상공인들의 작품과 디저트를 한 자리에 모은다. 이외에도 미국의 영어교육기관인 몰리 매너스(Molly Manners)가 ‘글로벌 에티켓, 매너’ 등을 교육하는 세미나와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법,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들기, 크리스마스 캘리그라프 등의 행사와 이벤트는 물론 ‘에콰도르로 떠나는 초콜릿 여행’, ‘콜럼비아와 함께하는 커피 테이스팅’ 등 각국의 대사관에서 준비한 문화 체험행사와 같이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행사 기간 중에는 롯데백화점의 후원으로 핀란드에서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방문하여 행사장에 방문하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할 수 있는 시간도 준비되어 있다. 킨텍스 관계자는 “본 행사는 지난해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이 방문해 성공적으로 진행된 인기 전시회”라면서 “올해는 예년보다 2배 이상 확대되어 10만명~15만명의 참관객을 유치할 예정이며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운 전시내용으로 꾸며져 참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크리스마스 페어는 현재 참관객을 위한 온라인 사전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christmasfair.co.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사전 등록시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작년 제주도 해녀 모티브로 한 중편 ‘폭풍우’ 발표… 독학으로 한글 공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는 ‘한국을 가장 잘 아는 지성’으로 꼽힌다. 2001년 대산문화재단과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주최한 한불 작가 교류 행사로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을 찾았다. 2007~2008년에는 이화여대에서 1년간 강의를 맡기도 했다. 한국 문학에 대한 조예도 상당히 깊다. 김소월, 노천명, 윤동주의 시는 물론 이청준, 황석영, 이승우의 소설을 두루 섭렵했고 한강, 김애란 같은 젊은 작가들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첫 방문 때 전남 화순의 운주사를 둘러본 후 ‘운주사, 가을비’라는 시를 썼고, 두 번째 방한한 2005년에는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느낀 소감을 담은 시 ‘동양, 서양(역사-몽환 시)’을 완성해 서울국제문학포럼 행사에서 발표했을 정도로 한국에 깊은 애착을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주도 해녀를 모티브로 한 중편소설 ‘폭풍우’를 발표했다. 한글 사랑도 남다르다. 처음 한국에 올 때 혼자 한글을 공부했다는 그는 “의미는 몰라도 길거리 간판의 글자들을 모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배우기 쉬웠고, 이후 의미를 알게 되면서 매우 논리적인 언어라는 걸 느꼈다”며 “영어, 라틴어 알파벳 대신 한글로 대체하라고 제안하고 싶을 정도”라고 농담했다. 지난 9월 세계한글작가대회 참석차 경주를 방문했을 때 그는 경북도가 제안한 삼국유사 목각판 제작 홍보대사를 흔쾌히 수락했다. 오래전 영어로 삼국유사를 접한 뒤 출판사를 하는 친구에게 프랑스어로 번역하라고 요청할 정도로 매료됐었다는 그는 “목각판 제작은 장인들의 옛날 전통 방식을 되살리는 것이어서 삼국유사가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다”면서 “돌덩이는 풍화되고 깨지지만 문학은 영원히 남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9월부터 중국 난징대에서 초빙교수로 머물고 있는 르 클레지오는 12월에 강의가 끝나면 프랑스 파리로 돌아가 최근 집필 중인 작품에 몰두할 예정이다. 소설 제목은 ‘알마’. 영혼, 기(氣)를 다룬 내용이라고 살짝 귀띔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사회적 불평등·절망감… IS 젊은이들의 테러 이유부터 살펴야”

    “사회적 불평등·절망감… IS 젊은이들의 테러 이유부터 살펴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5)가 25~26일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강연과 좌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25일 열린 제15회 김옥길 기념 강좌에서 르 클레지오는 ‘혼종과 풍요: 세계문학과 문화로 본 이주’를 주제로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과 이민자 문제를 짚었다. 이민자의 후손으로 프랑스와 모리셔스 이중국적을 지니고 있는 그는 내전과 테러를 피해 유럽으로 건너오는 이민자들은 위협적 요소가 아니라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24일 오후 중국 난징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르 클레지오를 이화여대에서 만나 최근 벌어진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와 다문화사회의 위기 그리고 한국 문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지난 9월부터 난징대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충격적인 연쇄 테러가 발생했다. 파리가 왜 이슬람국가(IS)의 테러 표적이 됐다고 생각하나. -왜 파리인가를 이야기하기 전에 희생자들에 대한 생각을 먼저 말하고 싶다. 많은 무고한 젊은이들이 희생된 건 충격적이다. 젊은이들은 아무 죄 없이 젊음을 만끽하다가 죽었다. 테러가 일어난 장소 근처에 사는 내 딸의 친구들도 죽었다. IS 젊은이들이 어떻게 폭력과 범죄, 테러에 가담하고 어떤 사상을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하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 노벨문학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17세’라는 소설에서 국가가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테러를 세뇌시키고 일본의 군국주의, 민족주의를 고양해 사람을 죽이게 하고 희생시키는지를 반군국주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있다. 왜 파리인가. 왜 프랑스인가.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테러가 일어났을 때 반향이 큰 나라들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다. 프랑스뿐 아니라 한국, 일본 등 어느 나라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9·11테러 이후 전 세계적으로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나. -9·11테러는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전쟁은 어제오늘 시작된 새로운 상황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도처에서 전쟁 상태가 계속됐다. 식민지 나라는 자유를 위해 싸웠고, 독립 이후에도 내전 같은 전쟁을 겪었다. 독립과 민주화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리카는 늘 전쟁 상태였다. 옛날 식민지 지배에 대한 증오감이 극단주의자를 키웠다. 거기에 종교 원리주의자들이 가세해 테러와 같은 극렬한 현상으로 나타났다. 나이지리아는 독립 이후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 간 내전을 겪었다. 전쟁이나 폭력적인 상태는 계속 있어 왔다. →유럽 극우세력은 이번 테러 사건을 난민과 이주자 수용 반대, 국경 폐쇄의 근거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리 테러 이후 일주일 동안 영국에서 반이슬람 증오 범죄가 평소보다 3배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유럽을 대표하는 지성으로서 ‘테러 없는 세상’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원하는 것 중 하나가 그런 반작용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평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무력화하고 오로지 전쟁밖에 없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게 그들의 목적이다. 모든 정치인, 학자, 언론인이 움직여서 멈추게 해야 한다. 정부는 늘 옳게 행동하지 않는다. 일례로 프랑스 사회당이 모스크에서 아랍어로 설교를 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프랑스어로 설교를 하면 프랑스에 동화가 잘될 거라는 판단에서다. 부조리할뿐더러 말도 안 되는 행동이다. 사회당은 극우파에 비하면 이주자들에게 너그러운 입장인데 그들마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런 사고방식은 또 다른 극단주의를 키울 뿐이다. →이번 강연의 주제도 마침 이주에 관한 것이다. 이민자 후손이라는 개인사가 인생관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어릴 때 프랑스 문화권에서 자랐다.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1940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모리셔스 섬에서 태어났다. 모리셔스, 프랑스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프랑스에 살면서 프랑스 문화에 훨씬 더 가깝게 자랐다. 프랑스 교육은 큰 잘못을 범하고 있다. 출신 국가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교육을 시키고 있다. 모든 학생이 프랑스 부모를 가진 것처럼 교육을 시키는데 그것은 오류다.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단 하나의 문화만 인정할 경우 이주민들에게 한을 갖게 한다. 통합에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테러는 일종의 병이다. 범죄자들은 벌해야 한다. 그러나 근원을 찾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 사회적 불평등, 젊은이들의 절망감 등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테러가 정치인들의 ‘프로파간다’로 이용돼선 안 된다. →이민자들로 인해 유럽이나 프랑스가 위협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수혈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프랑스는 원래 다문화국가다. 게르만 등 여러 문화가 늘 섞여 왔다. 다문화는 경제나 문화를 더 풍요롭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벽을 쌓고 그들을 막는다면 프랑스는 그들끼리만 사는 감옥에 불과하다. 프랑스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다 마찬가지다. 세계화 시대에 인간들은 서로 만나 관계를 맺어야 한다. 물은 장애물이 있어도 흘러 내려가듯 인간도 똑같다. 벽을 치고 막아도 새로운 땅으로 가려는 욕망이 있어 그 벽을 뚫고 가기 마련이다. 문학도 기술도 마찬가지다. 자기네 문학, 자기네 기술에만 갇혀 산다면 발전이 없다.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에서 공부하고 멕시코와 파나마, 미국 그리고 한국에서도 체류하는 등 끊임없이 전 세계를 돌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늘 세상을 돌아다녔고 지금도 그렇다. 아마도 가족의 유산일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아프리카에서, 할아버지는 모리셔스 섬과 영국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늘 세계 도처로 돌아다녔다. 호기심 때문에 세계를 돌아다닌다. 문화는 보면 볼수록 매우 다르다는 걸 느낀다. 한국에 체류하면서 많은 것을 봤다. 프랑스에서 고사리나 묵을 먹는다는 건 상상도 못 했는데 한국에선 맛있게 먹었다. 새로운 발견이었다. 문화적인 면에서 샤머니즘과 불교, 기독교가 조화를 이루며 뒤섞여 있었다. 기독교 문화에서 자라 미신, 샤머니즘 하면 두려웠는데 한국에서 미신과 유일신이 잘 조화된 걸 봤다. 이것은 한국인 정신의 유연성을 보여준다. 다문화적인 문화다. 여행을 하면 열린 나라들, 탐구정신이 강한 나라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런 경험이 내 작품 세계를 풍요롭게 한다. →2001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래 2008년에는 이화여대에서 1년간 강의하는 등 한국과 유독 인연이 깊다. 예전 어느 인터뷰에서는 “한국과 내 작품에는 정신적 유사성이 있다. 나는 혈통상 아시아인일지도 모른다”고까지 했는데, 특히 어떤 부분에서 그런 점을 느끼나. -한국의 시나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다. 최근의 프랑스 문학은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작품들뿐이다. 타인과의 소통을 원하지 않는다. 한국 작품은 타인에게 말을 걸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나와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착도 닮았다. 문학은 타인에게 보내는 편지다. 내가 느끼는 감동, 희망, 절망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게 문학이다. →오랜 기간 한국과 인연을 이어 오고 있는데 한국 문학과 한국 사회의 어떤 점에 특히 끌렸나. -한강, 김애란 같은 작가는 남성 작가가 주를 이루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존재를 확인하는 작품을 많이 썼다. 페미니스트 같은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여성이라는 존재의 연대감을 확인하는 거다. 프랑스에선 이런 여성 작가를 볼 수 없다. 예전에 이대에서 한강과 만났을 때 황석영, 이승우 등을 예로 들며 ‘한국에는 한(恨)의 작품이 많다’고 했더니 한강은 ‘나는 그런 한이 없다. 한국전쟁 이후 어려움을 겪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문학적으로 표현하는지가 나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 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극단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4·3사건, 6·25전쟁 등 어려운 시기를 많이 겪었는데 그 어려운 역사를 잘 극복한 게 굉장히 감동적이다. 지난 추석 때 TV 뉴스로 남북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장면을 봤다. 일흔 살 아들이 아흔 살 어머니 품에 안겨 우는 걸 보고 뭉클했다. 나도 전쟁으로 얼룩진 유년기를 보냈는데 어려운 시대를 겪었기에 희망을 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 문학이 지금보다 더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아직 배출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크다. -노벨문학상을 받으려면 먼저 영어나 스웨덴어로 작품이 번역돼야 한다. 내 작품도 마찬가지였다(웃음). 해외 학계에선 한국 젊은 작가들의 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세계에 한국 문학을 더 잘 알리기 위해선 작품 번역도 중요하지만 문학저널을 외국어로 발간해야 한다. 프랑스에는 ‘코리아나’라는 문학잡지가 있어 젊은 한국 작가들의 단편소설이 많이 실린다. 가능한 한 많은 외국어로 문학저널을 발간하는 게 중요하다. 인터뷰 이순녀 문화부장 coral@seoul.co.kr 정리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르 클레지오는 ▲1940년 프랑스 니스 출생 ▲1960년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 이듬해 니스대 졸업 ▲1963년 첫 소설 ‘조서’로 프랑스 르노도상 수상 ▲1964년 앙리 미쇼 연구로 엑상프로방스대에서 박사학위 취득 ▲1980년 ‘사막’ 발표.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상 수상 ▲1994년 ‘리르’지가 선정한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어권 작가’ ▲2001년 대산문화재단,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주최한 한불 작가 교류 행사로 첫 방한 ▲2007~2008년 이화여대 불문과, 통역대학원 석좌교수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 ▲2015년 9~12월 중국 난징대 초빙교수
  • [김영삼 前대통령 국가장] ‘가택 연금’ vs ‘구속’ 역사적 악연… 전두환 前대통령 빈소 찾아

    [김영삼 前대통령 국가장] ‘가택 연금’ vs ‘구속’ 역사적 악연… 전두환 前대통령 빈소 찾아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는 조문객 발길이 나흘째 이어졌다. 특히 김 전 대통령과는 질긴 악연이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가거나 장남을 통해 영결식을 하루 앞두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정적’을 배웅했다. 전 전 대통령은 오후 4시쯤 굳은 표정으로 빈소에 들어섰다. 다소 야위었지만 몰려든 인파 속에서 혼자 거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정정한 모습이었다. 전 전 대통령은 방명록에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라고 눌러 적은 뒤 영정 앞으로 향했다. 조심스레 목례와 분향을 한 뒤에는 차남 현철씨를 비롯한 유족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가며 조의를 표했다. ●전 前대통령 유족들 위로 후 10분 뒤 떠나 김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의 ‘35년 악연’은 10·26 사태 직후인 1980년 전후부터 시작됐다. 김 전 대통령은 12·12 사태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에 의해 상도동에 가택 연금을 당했다. 1983년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아 23일간 단식투쟁으로 전두환 정권에 맞섰다. 취임 이후에는 하나회 척결을 통한 숙군을 단행했고, 1995년에는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군사반란 주도와 수뢰 혐의로 구속했다. 전 전 대통령은 헌화 뒤 접객실에서 현철씨와 유족들을 위로했다. 건강 상태를 묻는 현철씨에게 “나이가 있으니 왔다 갔다 하는 거다”라며 “이제 담배 안 피우고 술 안 먹고 그러니까 좀 나아졌다”고 답했다. 이어 “임의로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 자다가 싹 가버리면 나를 위해서도 그렇고 가족을 위해서도 그 이상 좋은 일은 없다”고 말했다. 10분간의 짧은 조문을 마치고 장례식장을 떠나던 전 전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수고들 하시라”라고 말했지만 ‘(조문을) YS와의 역사적 화해라고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고 떠났다. 역시나 김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구속되는 악연을 가진 노 전 대통령은 장남 재헌씨를 대신 보냈다. 재헌씨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셨고 한때 아버님과 국정도 같이 운영하셨고, 이어서 대통령도 되셨다”며 “정중히 조의를 드리는 것이 도의라고 생각하고 아버님도 또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현철씨는 미소를 지으며 조문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YS 막내딸 “부친의 過 부각돼 안타깝다” 재헌씨는 아버지가 특별히 전한 메시지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거동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서 정중하게 조의를 표하라고 전하셨다”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이 YS정부에서 겪은 ‘고초’에 대해서는 “(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은 딱히 없었다”고 말했다. 83세인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 이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연희동 자택에서 10년 넘게 투병하고 있다. 영결식을 하루 앞둔 빈소에는 김 전 대통령과 크고 작은 인연을 간직한 사회 각계 인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987년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단일화 운동을 할 때 찾아뵙고 (단일화를) 요청드린 적이 있었다”며 “그 이후에 (김 전 대통령이) 그걸 못 해서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15대 총선에서 김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른바 ‘YS키즈’ 정의화 국회의장도 독일 공식 일정을 일부 취소하고 급거 귀국해 빈소를 찾았다. 정 의장은 “외환위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고인에게 다 가하는 측면이 있었다. 젊은 사람들은 오해를 할 수가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이) 안 계셨으면 우리는 유신독재로 다 망치는 거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막내딸인 혜숙씨도 기자들과 만나 “모든 지도자는 공과 과가 있다”며 “과가 부각된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결혼 후 미국 워싱턴 DC서 생활해 온 그는 “평소 다정다감한 아버지였다”며 “업어주시기도 하고, 막내딸이니만큼 정말 사랑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 활약한 야구선수 박찬호씨는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다고 조언해 주면서, 늘 겸손한 마음을 갖고 국민에게 사랑 받는 선수로 성장하라는 뜻깊은 말씀을 하신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11월 LA 다저스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둔 박씨를 청와대로 초청해 “올해 우리나라는 빛낸 가장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고 칭찬했었다. ●신동빈·권오준·삼성 사장단 등 재계도 애도 서거 첫날부터 빈소를 지켰던 ‘상도동계’ 김수한 전 국회의장,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 김기수 전 대통령 수행실장은 이날도 아침 일찍부터 조문객을 맞이했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정병국 의원도 나흘째 빈소를 지켰다. 재계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최상순 한화그룹 부회장, 이관우 전 한일은행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유족들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영결식을 준비하기 위해 문상객을 맞이하는 틈틈이 회의를 했다. 유족들은 26일 오전 10시 서울대병원에서 발인 예배를 가진 뒤 영결식이 열리는 여의도 국회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 집안이 3대째 기독교 신앙을 지키고 있어 예배 형식으로 발인을 하는 것이다. 예배가 끝난 뒤 운구차는 서울대병원을 떠나 오후 2시쯤 국회에 도착할 예정이다. 전국에 설치된 220여개 분향소에는 지금까지 15만명이 넘는 추모객이 다녀갔다. 여의도 국회에 설치된 정부 대표 분향소에는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의원들과 강신명 경찰청장, 박근희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주요 사장단 50여명 등이 방문하며 추모 행렬을 이어갔다. ●정상회담한 日 무라야마 전 총리도 분향소 찾아 해외에서도 조문이 이어졌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는 도쿄의 주일본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고인에 대한 예를 표했다. 김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인연이 있는 무라야마 전 총리는 지난 22일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그 시대 한국에 가장 잘 어울리는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6일 영결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비롯한 중국 정부 조문단도 베이징 주중 한국대사관 1층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했다. 류 부부장은 방명록에 “침통한 심정으로 애도를 표시한다”(沈痛悼念)는 글을 남겼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국회엔 검은색 대형 애도 현수막… 지방 200여곳 6만여명 조문

    국회엔 검은색 대형 애도 현수막… 지방 200여곳 6만여명 조문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24일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정·재계 주요 인사와 일반 시민의 추모 행렬이 사흘째 계속되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저마다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그의 정신을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까지 사흘간 서울대병원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총 2만여명을 훌쩍 넘겼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많은 국가 개혁을 하신 분인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많은 국민이 비난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새롭게 다시 한번 재조명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과거 검사로 활약하며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칭까지 붙었던 홍 지사는 1996년 김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한 ‘YS키즈’다. 1990년 3당 합당 당시 김 전 대통령과 결별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홍사덕·이철 의원과 함께 꼬마 민주당을 창당했던 이기택 전 의원도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이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오늘의 이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국가로 만드는 데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는 가장 탁월한 공을 세운 분”이라며 “이분의 민주주의 정신을 따라서 이 나라가 더욱 성숙한 국가로 발전돼 나가길 빈다”고 말했다. ●김기춘 “민주화 과업 이룩한 역사적인 국가원수” 안희정 충남지사는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지도자를 잃어 매우 애통하게 생각한다”며 “우리에게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할 책무가 맡겨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조문록에 ‘고인께서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선두에 계실 때, 저는 이제 막 민주화 운동에 합류한 꼬마 대학생이었습니다. 고인으로부터 큰 은혜를 입고 삽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1992년 14대 대선을 이틀 앞두고 부산 초원복집에서 지역 기관장들과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지원방안을 논의하며 ‘우리가 남이가’라는 건배사를 외쳤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유족을 위로하면서 한동안 빈소에 머물렀다. 김 전 비서실장은 “김 대통령께서는 산업화 토양 위해서 민주화의 역사적 과업을 이룩하신 역사적인 국가원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을 자처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그리고 ’상도동계’ 김수한 전 국회의장,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도 사흘째 빈소를 지켰다. 재계에서는 손경식 CJ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발걸음을 했다. 손 회장은 “고인은 우리나라 민주화와 금융실명제 등 선진 제도를 도입한 훌륭한 지도자”라며 애도를 표했다.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는 ‘일본 국민과 정부를 대표해서 마음 깊이 조의를 표한다’라고 조문록에 쓴 뒤 “큰 위인을 잃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애써 슬픔을 참아가며 문상객을 맞이했다. 차남인 현철씨는 아침 일찍 나와 빈소를 지키며 문상객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가며 예를 표했다. 이어 오전 11시쯤 휠체어를 탄 채 빈소에 등장한 손명순 여사는 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은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슬퍼했다. 손 여사는 좋지 않은 건강에도 불구하고 4시간가량 빈소를 지켰다. 김 전 대통령의 처남 손성환(82)씨는 빈소를 찾아 “새해마다 상도동에서 세배를 해서 이번에도 가게 될 줄 알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 전 대통령과 크고 작은 인연을 가진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정수선(61·여)씨는 태극기에 싼 액자를 소중히 안은 채 장례식장을 찾아 “1970년 부산의 한 선거 유세장에서 김 전 대통령을 만나 사진에 사인을 받았는데 그것을 액자에 넣고 태극기에 싸서 여태까지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정씨가 “꼭 대통령이 되세요”라고 소리치니 김 전 대통령이 “꼬맹이가 귀엽다”며 사인을 해줬다는 것이다. 정씨는 “살아 계셨을 때 다시 한번 직접 뵙고 싶었는데, 돌아가시고 나서야 이렇게 찾아왔다”며 눈물을 보였다.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주범 김용남씨도 빈소 찾아 일명 ‘용팔이 사건’으로 알려진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의 주범인 김용남(64)씨도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았다.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은 김씨를 만난 뒤 “(김씨가) 목사가 됐다더라. 조문을 길게 하진 않았으나 기도하고 묵념을 오래 했다”고 전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정부 대표 분향소에는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정치연합 의원 30여명은 국회 분향소를 찾아 단체로 헌화와 분향을 했다. 정부 분향소가 위치한 국회 본관 전면에는 ‘근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를 삼가 애도합니다’라고 적힌 검은색 대형 현수막도 새로 내걸려 한층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가 이뤄졌다. 전국 자치단체에 설치된 200여곳의 분향소에도 이날 오후 6시 현재 6만명이 넘는 조문객이 방문해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애도를 표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거제시 대계마을 생가 옆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사흘 동안 3000여명이 방문했다. 이곳 분향소에는 김 전 대통령이 졸업한 장목초등학교 재학생 67명 전원이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거제가 지역구인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도 “1990년대부터 김 전 대통령의 경호 담당으로 인연을 맺어 왔다”며 하루 종일 분향소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에서는 동교동계(김대중 전 대통령 가신 그룹) 권노갑·김옥두·이훈평 전 의원과 상도동계 정병국 의원, 김덕룡·박희부 전 의원 등이 상주를 자처하며 조문객을 맞았다.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도 상도동계가 함께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조문을 받으며 품앗이한 전례가 있다. ●반기문 “국제사회 존경받는 나라 노력” 해외 주요 도시에 마련된 분향소에서도 추모 행렬은 계속됐다. 주한 미국대사 출신인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부차관보는 2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소재 주미대사관에 마련된 분향소에 미국 정부 대표 자격으로 찾아 조문을 했다. 김 부차관보는 헌화와 묵념을 한 뒤 “우리는 한국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기여를 한 김 전 대통령을 매우 존경한다”며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이 민주주의로 기적적인 변모를 하는 데 가장 중심적 인물 중의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 대한민국 유엔대표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고인의 뜻을 따라 대한민국이 잘 살고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는 나라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정부는 해외 주재 우리 공관에 분향소를 마련해 공관원들과 교민들이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美, 특수부대 시리아 북부 파병… 총공세 준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만나 수니파 극단적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 지원을 약속받았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부터 영국, 미국, 독일, 러시아 정상을 잇달아 만나 IS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한다. 프랑스 파리 수준의 테러 첩보를 입수한 벨기에 당국은 이날 브뤼셀의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또 사흘째 테러 경보 최고 등급인 4단계를 이어 가면서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이날 올랑드 대통령과 캐머런 총리는 파리 테러 현장인 바타클랑 극장을 찾아 헌화한 뒤 엘리제궁에서 IS 퇴치에 대해 논의했다. 회담이 끝난 후 올랑드 대통령은 “IS에 최대 피해를 입히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번 주 내로 의회에 영국의 시리아 공습 참가 승인을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지중해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 공군기지를 IS 공습에 이용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지원을 얻어낸 올랑드 대통령은 2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25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잇달아 만나 IS 격퇴 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IS를 겨냥한 발언 수위를 ‘격퇴’에서 한층 공격적인 ‘파괴’로 높임에 따라 전략 변화도 주목된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시리아 공습 국가는 IS를 격퇴하기 위한 총공세전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50명 규모의 특수부대를 시리아 북부에 파병했다. 특수부대는 반(反)IS 연합군과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 등 현지 지상군의 활동을 조정한다. 러시아는 처음으로 지상군을 파견했다. 쿠웨이트 일간 알라이는 익명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지상군이 반군 점령지를 탈환했다고 보도했다. 공습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Kh101 스텔스 순항미사일 등 최신예 무기를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했다. 프랑스 항공모함 샤를드골함은 이날 지중해 동부 시리아 연안에 도착해 IS를 공격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은 “샤를드골함 전투기가 23일부터 시리아 내 IS 공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브뤼셀에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학교가 휴업에 들어갔다. 대다수 회사는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장했다. 지난 21일부터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고 거리에는 인적이 끊겼다. 캐나다 등 일부 대사관은 문을 닫았다. 브뤼셀에 자리한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는 보안을 강화하는 한편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장했다. EU는 재무장관 회의만 제외하고 모든 회의를 취소했다. 유대교 회당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문을 닫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벨기에 수사 당국은 브뤼셀 몰렌베크와 남부 샤를루아 등지에서 수색·검거 작전을 벌여 총 21명을 체포했지만 달아난 핵심 용의자 살라 압데슬람(26)을 검거하는 데는 실패했다. 에리크 판 데르 십트 검찰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수색 작업에서 무기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몰렌베크 지역에서 경찰 바리케이드를 향해 돌진하는 차에 경찰이 총을 발사해 용의자 1명이 부상했다. 일부 벨기에 언론은 압데슬람이 독일로 달아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경찰은 전날 저녁 벨기에 동부 리에주 인근에서 BMW를 타고 독일로 향하는 압데슬람을 발견했으나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한국 고전영화 27편 日서 상영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해방 전후로 제작된 한국 고전 영화들이 일본에서 상영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지난 21일 도쿄 국립근대미술관 필름센터에서 도쿄 국립근대미술관 필름센터, 일본 문화청, 주일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등과 함께 ‘한국영화 1934∼1959: 창조와 개화’ 특별전을 개최했다. 한·일 양국의 영화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를 위해 기획된 이번 특별전은 26일까지 계속되며 한국영화가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한 1930년대에서부터 한국영화 황금기의 기반을 만들어 준 부흥기인 195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 27편이 소개된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1956)은 개봉 당시 대학교수 부인의 성적 일탈이라는 소재로 논란이 됐던 작품이다. 또 새로운 주체적인 여성상을 보여 주는 양주남 감독의 ‘미몽’(1936), 지난 7월 고베영화자료관에서 발굴한 이규환 감독의 ‘해연’(1948), 국내 최초 여성감독 박남옥의 ‘미망인’(1955), 신상옥 감독의 초기 대표작 ‘지옥화’(1958)와 ‘어느 여대생의 고백’(1958) 등이 일본 관객들을 만난다. 이 밖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영화인 안종화 감독의 ‘청춘의 십자로’(1934)의 변사 공연과 교토대 미즈노 나오키 교수의 해설 상영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됐다. 내년 2월 3일부터 3월 6일까지는 후쿠오카 시립도서관에서도 순회 상영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소녀들이 세운 소녀상과 윤동주 시비

    [최동호 새벽을 열며] 소녀들이 세운 소녀상과 윤동주 시비

    서울 정동의 프란치스코 교육관 앞에 소녀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소녀상을 세웠다는 보도를 접하고 일본으로 갔다. 일본 교토의 도시샤대학에 세워진 윤동주 시비에 묵념하고 처음으로 그 시비가 세워진 경유를 듣게 됐다. 윤동주 시비는 우리의 광복 50주년이자 일본의 종전 50주년인 1995년 도시샤대학 교정에 건립됐다. 이 시비 건립을 허용한 일본 대학 관계자는 종전 50주년을 맞아 무언가 의미 있는 행사를 하고자 했고 자신들의 나라에서 희생당한 윤동주 시비를 세워 그것을 기념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샤대학의 건학 이념인 ‘양심’과 일치하는 것이다. 지난 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거론됐다고 하는데 아베 신조 총리는 ‘전쟁과 상관없는 일본의 미래 세대에게 위안부 문제로 짐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했다고 한다. 소녀상이 최초로 세워진 일본대사관의 앞의 소녀상 철거가 위안부 문제 해결의 선결 조건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신문들은 보도했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의 두 가지 얼굴을 본다. 하나는 양심의 얼굴이요, 다른 하나는 비양심의 얼굴이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이 무언가 그들의 마음에 걸린다는 점이다. 아베의 정치적 발언에서 우리는 어떤 진실한 고백을 들을 수 없다. 오히려 종전 50주년을 기념해 윤동주 시비를 건립하게 한 도시샤대학 관계자들에게서 양심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대학 관계자들도 드러내 놓고 양심을 고백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행동으로 그들의 과오를 인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윤동주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일본 도처에서 만들어지는 것도 이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양심의 목소리는 정치가의 목소리보다 작을 수 있지만 그 목소리는 역사를 통해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전해지는 까닭에 불멸의 생명력을 갖는다. 흥미로운 것은 자발적으로 소녀상을 세운 여고생들의 발언이다. 이화여고 윤소정양의 “우리나라가 한 역사의 잘못은 우리 세대가 안고 가는 게 맞는 거잖아요. 다른 나라 사람이 해줄 문제인가요”라는 반문은 위안부 문제 해결의 능동적인 주체가 누구인가를 깨우쳐 주고 있다. 이는 분명히 남의 문제가 아니다. 권영서양은 “지금도 제대로 사죄를 안 하는 게 미래 세대에게 더 짐이 될 걸요.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지금 매듭을 풀지 않으면 언젠가는 독이 돼서 날아올 거예요”라고 말했는데, 이는 정치인들의 회피성 말장난의 핵심을 찌르는 발언이다. 이 문제는 사죄하지 않으려는 아베에게 억지로라도 사죄를 받아 내는 것으로 정치인의 책임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 준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은 일본인들도 소녀상의 존재를 보면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무언가 창피한 일이고 이를 미래 세대에게 전해 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말뚝을 박는다든가 미국에 세워진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하는 일들은 그들에게도 양심상 꺼리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이 역사를 날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위안부의 강제 동원과 무자비한 수탈은 이미 역사적 사실로 입증된 일이다. 일본군 위안부는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중국, 필리핀 등 동아시아 전체에서 대략 20만명의 일본군 위안부가 동원됐다고 한다. 유엔 인권위원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를 촉구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아베는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얼버무리고 있고, 그를 지지하는 극우 세력은 일본을 다시 군국주의로 치닫게 하고 있다. 단풍이 바람에 날리는 늦가을 일본대사관 앞을 거닐면서 비에 젖은 소녀상을 다시 바라본다. 전쟁의 과오를 사죄하지 않고 제국주의의 부활을 외치는 일본은 결국 머지않은 미래에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이것은 20세기 역사의 교훈이다. 아베가 이 역사의 교훈을 모른다고 한다면 소녀상을 건립한 여고생들에게 물어보거나 윤동주 시비 앞에 서서 양심의 소리를 들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경남대 석좌교수·시인
  • 이슬람 무장단체, 말리 호텔서 170여명 인질극

    이슬람 무장단체, 말리 호텔서 170여명 인질극

    서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20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단체가 170여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말리인, 프랑스인 등 18명이 사망했고, 진압작전 끝에 나머지 인질은 풀려났다고 AFP가 전했다. 한국인 인질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 테러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발생한 이슬람 관련 인질극으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지면서 테러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바마코의 5성급 호텔인 래디슨블루 호텔에 이날 오전 7시쯤 10여명의 무장 괴한이 차량을 타고 들어와 습격했다고 AP와 AFP 등이 전했다. 이들은 호텔에 진입하기 전부터 AK47 자동 소총을 쏴 댔고, 아랍어로 “알라는 위대하다”(알라후 아크바르)고 외쳤다고 아랍권 매체인 알자지라는 전했다. 무장 괴한들은 호텔 7층에서 인질극을 벌였다. 인질극 도중에 말리인 2명과 프랑스인 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래디슨블루 호텔을 소유한 레지도르 호텔 그룹은 “괴한들이 투숙객 140명과 호텔 직원 30명을 인질로 잡았다”고 밝혔다. 인질 가운데는 인도인 20명, 중국인 10명, 터키항공 소속 승무원 6명이 포함됐다. 한때 말리 국영 TV ORTM은 무장단체가 인질 80명을 풀어줬다고 보도했다. 에어프랑스 직원 12명은 안전한 곳에 머문다고 AFP가 전했지만 자세한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호텔을 빠져나온 코트디부아르 국적의 한 여성은 “무장 괴한들이 복도에서 총기를 난사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호텔을 포위한 말리 군과 경찰은 무장 괴한들을 설득하는 동시에 유엔군과 합동 진압 작전을 펼쳤다. 인질극을 벌인 주체와 정확한 목적은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들이 파리 바타클랑 극장 테러 당시 ‘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행동을 한 점으로 미뤄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CNN은 지난 8월 말리 중부 세바르의 한 호텔에서 인질극을 벌여 유엔 직원 등 12명을 살해한 ‘마시나해방전선’(MLF)의 소행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보도했다. 마시나해방전선은 올해 1월 조직된 신생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다. 일각에서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말리 테러 조직 ‘안사르 디네’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말리에는 프랑스 군 1000여명이 주둔하면서 2013년 이후 테러 단체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말리 군과 경찰은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호텔을 봉쇄했다. 말리 주재 미국 대사관과 프랑스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즉각 대피령을 내렸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피아니스트 조성진 日 공연 앞두고 기자회견

    피아니스트 조성진 日 공연 앞두고 기자회견

    지난달 폴란드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조성진(오른쪽)이 18일 오후 주일본 폴란드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조성진은 20~21일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의 지휘로 NHK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도쿄 NHK홀에서 공연한다. 도쿄 연합뉴스
  • [파리 연쇄 테러] 테러 ‘주의’ 경보 땐 공항·항만 소지품 검색 강화

    국내 테러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하면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경비가 강화되고 관계기관별로도 자체 대비테세의 점검 등 조치가 취해진다. 특히 공항과 항만에서는 출입국 시 검색대에서 신발 등 소지품 수색도 강화된다. 대통령 훈령인 국가대테러활동지침에서 테러경보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단계 등 4단계 순으로 나뉜다. ‘경계’ 단계로 상향되면 테러 취약요소에 대한 경비 강화 및 테러 취약시설에 대한 출입통제 강화 조치 등이 내려지고, ‘심각’ 단계에서는 관계기관 공무원의 비상근무 및 테러사건대책본부 운영 등이 이뤄진다. 또 정부는 해외 외교공관에 대한 경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의 긴급 현안간담회에서 한국에서 테러 발생 우려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테러 위험이 있는 해외 공관을 묻는 질문에는 “20여개 정도”라고 밝혔다. 임 차관은 “국내에서 이슬람국가(IS)의 활동 여부는 경찰, 외교부 등 유관 당국간에 정보 교환이 이뤄지고 이번 사태 발생 후에도 대책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면서 “앞으로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IS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김모군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임 차관은 이날 국회에서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의 관련 질의에 “사망으로 추정하고, 짐작은 하고 있다”면서 “다만 터키 대사관 등을 통해 여러모로 김군의 행방과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확실하게 결정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가 김군의 사망 가능성을 시사하는 언급을 한 것은 처음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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