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韓정책 좌표 설정 브레인 총점검」국무부·민간연구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북평화 5개안 제안으로 남북한 관계개선 흐름이급진전될 전망이다. 6월에는 윌리엄 페리 미행정부 대북정책 조정관의 보고서가 나와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큰 좌표가 설정될 예정이다. 미행정부의 북한정책은 싫든좋든 남북한 관계개선의 폭과 속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쳐온게 사실이다.남북한 관계개선의 본격적인 재시동을 앞두고 미국무부 및 주요싱크탱크들의 한반도 정책 라인을 망라해본다.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미 미국무부에는 장관과 부장관 아래 정무차관을비롯한 5명의 차관이 있어 각각 맡은 분야의 일을 종합해 관장하도록 돼 있으며 차관밑에는 다시 차관보가 있어 지역별 또는 업무별로 차관을 도와 업무를 추진토록돼있다.
이 가운데 한국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는 정무차관 및 동아시아·태평양담당차관보가 관리하는 한국과이다.따라서 한국과 관련된 정책은 매들린 올브라이트장관을 비롯,스트로브 탈보트 부장관,토머스 피커링 정무차관,스탠리 로스 동아태차관보,애반스 리비어 한국과장 등 계선조직에 따라 모두 5명이 핵심을 이룬다.
지난 94년 워렌 크리스토퍼 전임 국무장관에 의해 임명된 스트로브 탈보트부장관(53)은 타임지에서 20년간 일했던 전직기자 출신.클린턴 대통령과 옥스퍼드대 룸메이트였던 그는 언론인 시절 외교관계 분야에 탁월한 기사를 써냈는데 타임의 워싱턴지국장을 거쳐 편집국장에 오른뒤 국무부 신생독립국자문 특별보좌관으로 관계에 발을 디딘 외교통이다.
미·소 군축문제를 비롯해 냉전문제에 해박한 그는 보스니아사태와 관련 러시아 특사역을 훌륭히 해내는등 외교술도 능해 크리스토퍼장관 후임 국무장관 하마평까지 있었던 외교전문가이다.
토머스 피커링 정무차관(68)은 러시아대사를 비롯,인도,유엔대표부,이스라엘,엘살바도르,나이지리아 등지에서 대사를 지낸 정통 외교관이다.대사를 지낸 이후 부장관이 아닌 차관으로 재직하는 특이한 경우를 보이는 충직한 외교전문가이다.
대사 재직이전 국무부 산하 정보연구국에서 근무했던 그는 군축문제에 혜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이후 정치군사담당 부국장,키신저와 로저스 전장관특별보좌관을 지낸 그 역시 올브라이트 장관과 함께 장관직 경합을 벌였던인물로 국제전략문제연구소와 외교관계위원회 회원이다.
러시아 대사시절 일본북방 4개섬이 일본쪽 영토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러시아로부터 항의를 받아 소환되기도 했던 소신파 관리이다.부장관과 정무차관 아래 아시아지역을 책임지는 인물인 스탠리 로스 차관보는 이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아주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내면서 주로 북한핵문제를 다뤄왔던 인물이다.
당초 한반도관계에 정통한 스티븐 솔라즈 전 하원의원의 보좌관으로 지내면서 일찍부터 동아시아쪽에 관심이 깊었던 그는 아태소위 전문위원으로 한국과 아세안 관련 정책건의 임무를 수행했었고,의회를 떠나면서 국방부소속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를 지냈었다.
한국과 실무직원 10여명을 관장하는 애반스 리비어 한국과장은 프린스턴대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한 아시아학구파이다.79년 국무부에 들어온 이래 주일미대사관 정치군사담당관과 주중대사관 경제담당관을 지내는등 동아시아쪽에서만 12년을 줄곳 일했다.98년부터 한국과장으로 일해오고 있다.한국어를비롯해 중국어,일본어등에 능통하며 부인이 한국인이다.
hay@ 국가정책에 대한 민간연구소 입김이 어느 곳보다 거센 미국에서 대북정책역시 이들에 의해 적잖이 영향받고 있다.흔히 ‘싱크탱크’라고 불리는 미국 민간 정책연구소는 나름의 대북관에 입각한 다양한 보고서 및 정책대안을재생산하면서 때로 미 행정부 대북정책을 선도하고 때로 비판세력으로 일정한 재갈을 물리기도 한다.
미국 정치연구소의 양대 산맥인 헤리티지재단과 브루킹스연구소는 대북문제에 있어서도 영향력이 막강한 집단들.정치적 성향대로 대북관도 헤리티지재단은 보수적 입장을,브루킹스 연구소는 유화적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헤리티지재단의 북한연구는 산하 아시아연구센터에서 대부분 주관된다.지난 82년 창설된 이 센터는 아시아전략문제 학자인 리처드 피셔를 필두로 대북강경론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북한에 모든 원조 중단,일본 및 아시아에 조속한 미사일 방공망 배치 등을 주장하며 북한 핵위협에 정면대응할 것을 촉구,때때로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의 강공 돌출 발언을 유도해왔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경사되온 브루킹스 연구소는 최근 각 신문기고 등을통해 ‘포괄적 협상론’을 제기하며 클린턴 행정부 대북정책에 많은 영향을끼치고 있다.브루킹스 연구소는 지난 98년 동북아정책연구센터를 창설하면서 한반도문제연구를 상설조직으로 끌어들였다.동북아 및 비핵화문제 전공인질 베이츠,군축 및 국제협력 전공 제임스 구디,아시아 안보문제담당 마이클오핸런 등의 학자들로 팀을 이루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창립한 ‘카터센터’도 한반도 문제에 지속적관심을 보여왔다.‘국제분쟁 개입 및 평화모색’을 목표의 하나로 내걸고 있는 이 단체는 북한의 핵위협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94년 카터 방북을 통해 북미 대화의 돌파구를 트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가 소장으로 있는 한미센터도 한반도문제 이해집단으로 빼놓을수 없다.전 주한미대사들과 대미관련 한국의 핵심 브레인들이 멤버인 이 단체는 싱크탱크라기 보다는 하나의 압력집단으로 워싱턴 정가에 만만찮은 로비력을 행사하고 있다.이밖에 대표적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를 발행하는 ‘대외관계협의회(CFR)’,전직 고위관료들이 주축이 된‘전략문제연구소(CSIS)’ 등도 대북문제를 관심깊게 지켜보고 있는 단체다.
싱크탱크는 기본적으로 미국 대북정책팀을 주축으로 한 행정부나 의회를 상대로 거래를 하거나 언론 등에 정책대안을 제시하며 영향력 확대를 꾀한다.
핵심인사와 직접 접촉하거나 정부측에서 공조를 요청해오기도 한다.말 그대로 워싱턴 정가의 민간 ‘정책브레인’인 셈이다.한국 정부가 이들과 좋은관계를 유지하는데 신경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정숙기자 jss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