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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북 억지력
    202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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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회담 참석 가닥 안팎 / 美 “北카드 일단 보자”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이 일단 23일로 예정된 베이징 회담에는 참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데는 북한의 연료봉 재처리 관련 발언이 사실과 거리가 있는 ‘협상용 엄포’라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이와 함께 회담의제를 철저히 ‘예비회담’으로 국한시켜 북한의 진의파악에 맞춘다는 전략도 세워 놓고 있다. 미국이 3자회담의 실무협의차 18일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 조정협의에서 “중국을 통해 북한의 진의를 파악한 뒤 회담 참석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해 한때 회담의 성사여부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퍼졌다.중국과 협의를 마친 19일에도 미국이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자 한때 회담 연기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미 위성촬영의 판독 등 정보분석 결과 북한이 아직 핵 시설을 재처리하지 않았으며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성명도 오역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자 예정대로 회담에 임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북한이 3자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자극할 모호한 내용의 성명을 내 저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부시 행정부내에서 격론이 일고 있다.매파들은 단순히 북한의 서투른 번역 탓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은 북한이 이번 성명을 통해 핵을 보유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고 본다. 특히 이라크전의 여파로 북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억지력’이 요구된다는 성명의 내용에 주목한다.따라서 3자회담은 북한이 핵 개발에 앞서 시간을 벌기 위한 전술적 차원이기 때문에 대화보다 대북제재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북한과의 대화에 비중을 두는 부시 행정부내 온건파들은 이번 성명이 과거와 다를바 없는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로 평가하고 있다.국무부가 앞서 3자회담에서 북핵의 완전한 무장해제를 요구하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핵 포기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 줄 것은 없다.”고 말한 데 대한 평양의 수사적 반응이라는 분석이다. 켈리 차관보가 지난해 10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처럼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북한에 지나친 요구를 할 경우 평양은 핵 재처리에 즉각 나설 수 있음을 미리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한국과 일본도이같은 시각으로 미국의 회담참여를 적극 권유했다. 이번 회담을 6자회담을 위한 예비적·절차적 모임으로 간주한 미국으로서는 먼저 대화를 기피했다는 인상을 남길 필요가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본격적인 협상국면이 아닌 만큼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핵 재처리 성명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 회담의 지속성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mip@
  • 盧 “미군주둔 동북아안정 위한것”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주한미군 재배치와 주한미군 감군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에는 우회적으로 비판도 했다.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중장 진급 및 보직변경 신고를 받은 후 가진 다과회에서다. 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한국에도 그만한 이익이 있어 주둔을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미군은 우리의 자주국방 위에 하나 더 높은 큰 목적을 위해서 주둔하는 것이지,우리의 국방력 자체를 근본적으로 보완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역할조정론’을 밝혔다. 특히 “주한미군 주둔 목적이 지금까지 대북 억지력이었다면 앞으로는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균형자로서 지역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라며 “한국군의 자주 국방력을 바탕으로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하는 새로운 군사적,정치적 목표를 갖고 주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주한미군 재배치 논란과 관련,“주한미군을 재배치한다거나 숫자를 조금 줄인다는 얘기만 나오면 전 국민이 불안해 어쩔 줄 모른다.”면서 “정치인들은 마치 우리가 당장 큰 위험에라도 노출돼 스스로의 안전조차 지켜낼 수 없는 상황이 오는 것처럼 우왕좌왕하고,여론이 들끓는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군의 국방력이 그렇게 취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하지만 일면에 있어서 (주한미군 재비치 등)거기에 대한 충분한 대비도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중요한 것은 주한미군 상황의 약간의 변화 때문에 전 국민이 불안해하는 국방태세는 좀 바꿔야 한다.”고 군 고위 장성들에게 당부했다. 곽태헌기자 tiger@
  • 美 긍정평가속 일단 신중/ ‘先 핵포기’ 입장 고수할듯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워싱턴은 북한의 입장 선회 조짐에 즉각 관심을 표명했다.바그다드 함락과 중국 및 러시아의 압력이 평양의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고 보는 듯하다.그러나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에는 이르다는 분위기다.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해야 한다는 미국의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 진의 파악 중 미국은 북한이 “특정한 대화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말한 데 대해 직접적인 해석은 피했다.다만 필립 리커 국무부 부대변인은 12일 “관심있는 성명으로 받아들이며 적절한 외교적 경로를 통해 추가적인 행동을 취하겠다.”고 말했다.신중한 행보지만 일단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긍정 평가한다는 뜻이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북한이 양자대화를 철회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북한이 “미국은 대북정책을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으나 이는 한국과 미국 정부가 오래 전부터 제안한 내용을 재확인하려는 절차로 풀이한다. 특히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의 적대적 행위 여부를 알기 위해 그동안 ‘직접적인 대화’를요구했다고 말한 데 주목해야 한다.이는 양자대화가 아닌 다자 회의체에서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메시지로 풀이된다.워싱턴 포스트는 북한이 “미국의 평화다짐은 믿을 수 없으며 전쟁을 막으려면 막강한 군사 억지력에 의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자체가 불가침조약 체결을 스스로 거둬들인 것이라고 12일 분석했다. ●북핵문제 물밑 협상 진행 시사 딕 체니 부통령은 지난 9일 뉴올리언스 신문편집자협회 연설에서 북핵 개발은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이를 설득하기 위한 다자간 접근방식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더 이상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현재 진행되는 논의’를 망쳐버릴 수 있기 때문에 지켜보자고 말을 아꼈다.북핵 문제를 둘러싼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지난 10일 박관용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체니 부통령은 다자회담의 틀을 만드는 데 성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체니 부통령이 “북한의 핵 포기 선언 없이는 어떤 대화나 회담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점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미정부는 바그다드가 함락되면서 북한의 태도가 바뀐 데 무게를 싣고 있다.급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mip@
  • [사설] 한국 합의없는 미군재배치 안돼

    한국과 미국은 8일부터 서울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한·미 동맹 재정립을 위한 첫 회의를 시작했다.미래의 한·미 동맹 방향을 타진할 수 있는 자리다.양측은 의정부 주한 미 2사단의 후방 배치 및 용산기지 이전을 포함해 전시의 한국군 작전지휘 문제 등 군사 쟁점을 집중 협의한다.한국측은 대북 억지력에 변화를 주는 주한미군 전력 재조정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논의한다는 유보적 입장을 정리해 미국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주한미군 전력 재조정은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므로,무엇보다 한국측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미국측 입맛에 따른 일방적 추진은 삼가야 할 것이다.하지만 미국측은 어떤 프로그램에 의해 일사천리식으로 밀어붙이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특히 미 2사단의 한강 이남 이전에 있어서 미국측은 속도감을 내는 듯 보여 우려스럽다.미국측은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대표단의 공식 발언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는 북핵 문제 해결 이후,나아가 전방에 배치된 북한 병력의후방 이동과도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한·미 상호방위조약 정신에 따라 대북 억지력에는 추호의 손실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미 2사단이 전쟁 발발시 자동개입을 뜻하는 인계철선 역할을 부정하는 시점인 만큼 신중을 기해야 마땅하다.서울 한복판의 용산기지 이전도 반미 감정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시급하긴 하나,비용부담 주체·이전 대상지 등 총체적 검토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한·미 동맹은 한반도 방위에서 비롯된다.그 미래도 마찬가지다.따라서 한·미 동맹 재조정은 두 나라가 윈-윈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한쪽만 유리하거나,한쪽 입장을 강요하는 것은 대등 관계라는 향후 정신에도 어긋난다.이는 또 다른 불평등의 시작으로,반미 의식을 부채질할 것이다.미래 한·미 동맹은 지난 50년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짜여지되,한국민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 “한국전쟁 발발시 美자동개입 불변”美국방부 고위관계자 문답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18일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갖고 한반도 전쟁시 미군의 자동개입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다음은 일문일답. ●고건 총리가 최근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 대사를 만나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군의 재배치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고 총리의 요청을 이해한다.그러나 미군의 재배치는 우리가 자동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한국 정부와 상호 합의를 바탕으로 한다.현재 협의 과정에 있다.한·미 군사력과 동맹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한반도 밖으로 미군을 이동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병력감축 계획은. 지금 진행되는 작업은 주한미군 병력의 재조정과 기지의 재배치다.2사단이 있는 동두천은 주변에 도시화가 진행돼 기지를 옮길 필요성이 많다.용산기지는 1991년에 이전하기로 합의했으나 비용분담 문제로 보류돼 민감한 정치적 문제가 되고 있다.우리는 미군을 지속적으로 주둔시킬 장소를 찾고 있다.우리는 한국민이 화를 내는 위치에서 빨리 떠나고 싶다. ●기지를 어디로 옮기나. 한국 정부에 달려있다.향후 50년간 우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오산·평택 등 기존의 부지도 좋고 다른 남쪽 지역도 좋다.2사단도 한강 이북에서 나가기를 바란다.이동은 몇년에 걸쳐 이뤄질 것이다.물론 한강 이남으로 옮겨도 강한 억지력은 유지할 것이다. ●인계철선 논란은. 우리는 이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오래되고 불공평한 말이다.미군이 먼저 죽어야 한국을 방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한국군은 세계적인 전투능력을 지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인계철선이라는 말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20∼30년 전에나 적용되던 얘기다.인계철선 개념은 워싱턴에서도 나쁜 인식을 주고 있다. ●한반도 전쟁시 미국은 자동개입하나.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수분내에 미군이 죽는다는 것을 잘 안다.한반도에서 미국의 안보 보장은 확실하며 변할 것은 없다.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은. 전략이 선제공격으로 바뀐 게 아니다.여전히 방어적 개념에서 모든 것을 준비한다.단지 위협이 임박하고 현저할 때만 그같은 가능성을 생각한다.이 경우에도 한국 정부와 협의할 것이다.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다. ●영변 핵시설 폭격설은. 검토하지 않았다.북핵 문제는 한국정부와 협력해서 푼다. ●전시 작전권에 대한 입장은. 수십년간 유지된 체제로 최선의 상황이라고 본다.이를 바꾸는 것은 중대한 결정이며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현 지휘 체체에 매우 만족하며 현재로선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 美, 괌 폭격기 증파 안팎/北核사태후 첫 ‘군사 조치’ 공중급유 없이 北타격 가능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이 한반도를 공습 사정거리에 둔 괌 기지에 24대의 폭격기를 배치하기로 한 것은 북핵 사태 이후 평양을 겨냥한 부시 행정부의 첫 ‘군사적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토머스 파고 미 태평양사령관은 B-1,B-52 폭격기 각 12대 이외에 F-15 전투기 8대와 U-2 정찰기 2대 등으로 편성된 병력 2000명을 한반도 주변지역으로 증강할 것을 요청했으며 U-2 정찰기 2대는 이미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배치되는 B-1 폭격기는 인공위성으로 유도하는 1t짜리 폭탄 24개를 탑재할 수 있고,B-52 폭격기는 31t 규모 폭탄과 미사일을 적재할 수 있다.이 두 폭격기는 모두 괌에서 중간급유를 하지 않고 바로 북한 상공으로 날아가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대북 억지력 차원” 해명 미 국방부와 국무부는 4일 폭격기 배치명령과 관련해 ‘공격적인’ 의도가 없으며 북한에 대한 억지력 차원에서 미 전력을 보충하려는 ‘신중한 조치’라고 밝혔다.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동아태담당 대변인은 이번 명령은 다른 지역(이라크)에서 예상되는 군사적 행동에 따른 전략적 공백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며 북한 전투기들이 정찰기를 위협하기 하루 전인 1일에 내려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폭격기 배치와 북한의 위협은 무관하다는 주장으로 해석되지만 미 언론들은 북한의 잇따른 행동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강력한 ‘경고’로 파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우려를 직접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5일 분석했다.특히 영변 원자로에 이은 핵 재처리 시설 가동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은 어떤 방식으로든 막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3일 지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백악관은 전했다.물론 ‘여담’ 형식이며 부시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을 자신했다고 하지만 미 대통령의 입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장거리미사일 저지 포석도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북한 영토에서 상당히 떨어진 공해에 비행거리가 짧은 북한 전투기들을 보낸 것은 미 정찰기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오랜 검토에 의해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정찰기에 대한 안전과 보안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에 미국이 선제 공격할 의도를 갖고 있다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음에도 미 공군기의 정찰 활동에 전투기를 대동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미국은 그동안 정찰 활동에 전투기를 대동하지 않았다. 물론 미국은 북한이 여전히 ‘벼랑끝 전술’을 구사한다고 판단하면서도 군사적 옵션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빠뜨리지 않는다.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은 지금 도발적이고 무모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평양 정권이 이같은 행동으로 보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그같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ip@
  • [사설]주한미군 논의 감정은 배제해야

    주한미군의 재배치 문제 등이 향후 한·미 양국의 최대 현안이 될 전망이다.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요청으로 새정부와 이 문제를 논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두 나라에서는 그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우리는 공론화가 두 나라에 서로 이롭지 못한 시기에 이뤄지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간의 해법이 달라 상황이 복잡·미묘한 때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문제는 미군의 세계전략 환경 변화의 일환으로 몇 년 전부터 검토돼 온 구상이다.한국에 주둔한 미군뿐 아니라 세계에 주둔한 모든 미군을 상대로 한 일종의 전력 구조조정인 것이다.주한미군의 감축만 하더라도 지상군은 줄이되,대북 억지력 유지 차원에서 해·공군력을 증강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었다.또 지상군의 한수이남 배치가 미군의 자동개입을 뜻하는 ‘인계철선’역할 종료로 오해되고 있는 것도,미군의 신속배치군 전환 구상을 염두에 두지 않아 빚어진 현상이라고 본다. 부시 미 행정부는 주한미군 문제에대한 검토를 한국의 새정부와 본격화하겠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하지만 시점 및 주변의 상황도 감안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지금 중요한 것은 공론화의 원인이 두 나라 일부 국민의 감정적인 요소가 개재된 때문이라는 의혹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두 나라 사이에서 상황인식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듯한 행동이 더이상 표출돼서는 안 될 것이다.특히 안보 문제를 이성적이 아닌 감성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주한미군은 동북아 세력균형의 저울추로,한·미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 된다.새정부가 출범하면 잡음 없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사전 조율작업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 [사설]우려되는 한반도 주변 전력 증강

    북한 핵 문제의 매듭이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 병력 증강을 결정해 우려되는 점이 적지 않다.미국은 이라크전 개전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한반도 주변에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니미츠호를 보내고,정찰기와 전폭기를 한국과 일본에 추가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미 국방부는 이를 위해 B52와 B1 장거리 폭격기 24대와 군함,전폭기 등에 대해 태평양 서부지역으로의 이동준비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북핵’ 문제는 북·미간의 버티기와 기선잡기 싸움으로 악화되는 국면이다.미국의 한반도 주변 병력 증강은 평화적 해결이라는 포장속에 결코 군사적 대응을 배제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북핵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예견되어온 사태지만,빠른 속도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미국은 나아가 북핵의 유엔 안보리 회부를 위한 준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는 12일 특별이사회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 예정이다.미 백악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밝혀 벌써부터 대북 압박수위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 보도에 대해 북한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또 다른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강하다.한반도 주변 병력 증강을 논평없이 보도만 하고 있는 상태다.북핵은 주변국의 지금까지 노력에 비추어 볼 때,가까운 시일내 획기적인 해법이 마련될 것 같지는 않다.미국이 군사적 대응을 내비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북한은 이럴수록 남북한 ‘민족 공조’ 차원에서 남한의 입지를 넓혀 줄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때마침 금강산 육로 관광길이 뚫린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북핵 문제도 한꺼번에 뚫릴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 美, 北核 국제이슈화 명백히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은 3일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을 분명히 했다.부시 행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고위 대표단에게 북·미간 직접적인 대화는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대신 국제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여기에는 두가지 루트가 포함된다.평화적인 해결을 추구하는 다자간 협의체 구성과 대북 제재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북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이다.두가지 방식은 별개로 움직이며 북한이 먼저 핵 포기를 선언하면 미국이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당초 양자간 포괄적 협상 방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미국이 생각하는 다자간 협의체는 기본적으로 북핵 문제가 국제현안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북한이 주장하는 북·미 양자간 이슈가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 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국의 이해가 걸린 사활의 문제로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본다. 북핵 사태에 대한 책임을 미국 혼자서 떠맡지 않겠다는 의도를 깔고 있다.1994년 북·미간 핵 합의이후 모든 책임이 북한과 미국에만 쏠리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라크 전쟁에 주력하는 동안 북한의 핵 개발 움직임을 묶어두려는 전술적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대신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대북 제재뿐 아니라 군사행동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도 건재하다. 이들은 북한의 핵 개발 위협이 단순한 ‘벼랑끝 전술’이 아닌 핵 보유를 통해 안보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차원’으로 본다.때문에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은 빠를수록 좋다고 주장한다.한반도 주변에 군사력을 증강하려는 계획도 단순히 이라크 전쟁의 공백을 메우는 억지력 차원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같은 기류는 부시 대통령의 지난달 국정연설에서도 나타난다.평화적인 해결책을 추구한다고 말할 때와 달리 그는 북한이 세계를 기만한다며 평양정권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mip@
  • [사설] 북핵, 한국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또 ‘북핵’ 기류가 복잡해지고 있다.북·미 모두 강경으로 치닫고 있는 인상이다.이런 상황에서 어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고위급 대표단이 미·일 방문길에 오른 것은 시기면에서 적기였다고 판단한다.위기일수록 성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정대철 민주당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은 3∼4일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만나 북핵 문제에 대한 노 당선자의 입장을 전달한다.대표단은 이번 방문에서 미국측이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 의사를 명백히 국제사회에 다시 밝히도록 온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일본 방문에서는 한·미·일 공조 방안을 재조율해야 함은 물론이다. 북핵 상황은 하루가 멀다하고 꼬여가고 있다.미 부시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무법 정권’으로 지칭할 때부터 예견됐던 상황이었다.북한도 곧장 ‘무법 정권’에 대해 “1년 전의 악의 축 발언의 변종”이라고 비난하면서 ‘침략 선언’으로 규정했다.이런 상황에서 미군 정찰위성들이 북한 영변에서 핵연료봉 8000개를 이동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트럭들을포착했다는 보도가 나와,국제사회가 긴장하고 있다.미 태평양군사령부는 나아가 이라크 군사공격시 대북 억지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반도 주변에 해·공군력 증강을 국방부에 요청했다고 한다.항모 키티호크호가 걸프 해역으로 이동하는 데 대한 대체 전력으로 병력 2000명,24대의 폭격기와 8대의 전투기 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미군의 병력 증강 요청을 놓고 미 언론들도 북핵에 대한 첫 군사적 대응 또는 군사적 방안을 계속 열어 놓는 것이라며 강경 기류 쪽으로 분석하고 있다.북한이 이에 다시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우려된다.북핵 문제의 접점이 없는 이 시점에서,북·미는 주요 당사국인 한국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북·미는 서로 자제하는 속에서 북 핵개발 불인정,평화적 해결,한국의 주도적 역할이라는 한국의 북핵 해결 원칙에 무게를 실어줘야 할 것이다.한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하겠다.
  • 부시 ‘북핵 평화해결 발언’배경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1일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 분명한 ‘낙관론’을 피력했다.부시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향후 미국의 북핵 대응 방향을 점치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특히 북핵 상황을 ‘군사적 대결’이 아닌 ‘외교적 대결(diplomatic showdown)’로 단정하고 “외교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은 북핵 해법과 관련,한·미 정부간 이견등 잡음의 소지를 조기 차단하려는 의지를 보여 준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2개 지역에서의 전쟁수행 가능성을 밝히고 군사작전까지 포함한 다단계 외교적 압박책인 ‘맞춤형 봉쇄(tailored containment)’까지 수립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부시 행정부 내부의 논쟁이 어느 정도 일단락됐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앞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지난 29일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해 강경일변도로 치닫던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음을 시사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은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군사행동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백악관도 기본적으로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어떠한 대화나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는 북한에 핵 포기를 종용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전쟁 억지력’ 차원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부시 대통령이 핵 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이라크에는 군사공격의 가능성을 한층 높이면서 북한의 핵 문제에는 한반도 주변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와 함께 평화적으로 풀겠다고 못박은 점은 아주 대조적이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한·미 동맹관계가 대북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변수로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여중생 사망 사건 이후 한국에서 불거진 반미 감정과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부시 행정부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주장해 온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한국내 젊은 세대들이 상당 부분 동조하고 노 당선자가 공개석상에서 이에 대비할 것을 주문하는 등,친미 성향을 보여 온 역대 한국의 정부와는 크게 달라졌음을 부시 행정부가 간파했을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는 1일 노 후보의 당선으로 한·미간 관계가 부시 행정부의 최대 외교문제가 됐다며 “한국 문제는 북한을 다루는 것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부시 대통령이 노 당선자의 방미와 대북 특사 파견을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은 대북정책 결정에 한국 정부와의 조율이 시급함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 한국에서의 반미감정을 부추길 틈을 주지 않는 동시에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이나 일본같은 우방과 갈등이 없음을 내보이려는 의도도 깔렸다.물론 이런 배경에는 이라크전 준비에 모든 국력과 국론을 결집시키겠다는 현실적 고려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오는 28일 상하원 합동의회에서 새해 국정연설을 한다.지난해 연설에서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미 및 북·미 관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지만 올해는 어떤 메시지를 한반도에 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mip@
  • 盧 대통령당선 해외언론반응“反美감정 盧당선 결정적 도움”

    세계 주요 언론들은 20일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사실과 함께 향후 한·미 관계와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동북아정세에 대한 전망을 비중있게 다뤘다. 미국과 유럽·일본 언론들은 특히 이번 대선 직전 한국을 강타한 반미 감정이 노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하고,이는 오랜 우방인 한·미 양국의 향후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BBC방송은 “한국의 대통령선거 결과는 한국이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이자 냉전의 마지막 전선이라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이 방송은 런던대 탓 얀 콩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노 당선자의 최대 과제는“북한과 강경노선을 취하는 부시 미 행정부간에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그가 북한과 미국간의 교착상태를 깨는데 성공한다면 2003년은 한국전쟁 종전 50주년뿐 아니라 지구상 마지막 냉전 대치상태 종식의 시작으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노 후보의 당선 사실을 1면과 국제면머리기사에 사설과 전문가 기고까지 싣는 등 매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신문은 경제 문제와 관련,노 당선자의 좌파적,노동자 친화적 성향이 대기업 불신을 초래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의 재벌개혁 의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김대중 대통령은 시장자유화 원칙에 의거,재벌개혁을 단행했지만 노 당선자에게서는 이런 점이 불투명하다고 평했다.또 김 대통령만큼 세계화를 적극 포용할 지도 의심스럽다고말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노 후보의 당선으로 한국과 미국은 반세기에 걸친동맹 역사상 가장 차이가 큰 외교적 행로로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선거를 앞두고 분출된 반미 감정이 노 후보의 당선에 도움이 됐다면서 “당면 과제는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미 관계의 자주성 강화와 북한과의 긴장완화라는 젊은 세대의 이중적 요구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부시 행정부는 한국의 새 정부가 햇볕정책을 유지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대북 정책 조율 과정에서 이견 표출은 불가피하겠지만미국은 이를 정면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보수 성격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노 당선자가 직면할 최대 시험은 대북 문제에 있어서 미국과 단일 전선을 형성할 수 있느냐.”라고 분석가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이 신문은 노 당선자의 “햇볕정책 계승” 주장이 부시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노 당선자의 당면과제는 부시 행정부와 이견을 조율,대북 공동입장을 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노 후보의 당선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의 연장을 의미하며,대다수 한국인들이 북한을 변화시키는데는 외교적인 방법밖에 없다고 믿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이번 선거 결과는 한국 국민이 군사력을 앞세운 미국의 외교정책을 북한 핵보다 더 큰 문제로 인식한 결과”라고 보도했다.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은 “노 당선자가 계승하겠다는 대북 포용정책은 미국과의 강고한 군사동맹에 의한 억지력을 전제로 시행되는 관여정책임을 잊어선 안된다.”면서 본인에게 쏠려 있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2월취임 전에 미국을 방문할 것을 권유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노 당선자에게 포괄적인 대북정책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으며,마이니치(每日)신문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한·미·일 3국간 대북 의견 조율의 시급함을 지적했다.중국 언론들도 노 당선자의 향후 대북,대미 정책 등 향후 외교 노선과 앞으로의 한·미 관계에 상당한 관심을표했다. 중국 언론들은 “노 당선자가 반미(反美)는 아니나 미국에 대해 머리 숙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런민일보(人民日報)는 “노 당선자는 향후 한·미 관계에서 한국의 주장을 보다 강조할 것이며 평화적 방법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청년보(北京靑年報))와 베이징신보(北京晨報) 등도 “노 당선자가 과거 한국 대통령과 달리 한번도 미국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뒤 “노 당선자는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대북 정책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균미·박상숙기자 kmkim@
  • [이경형 칼럼] ‘남아공’식 북핵 해법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평화적인 무장 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23일 새벽에 끝난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은 핵 문제를 대화로 해결한다는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북한의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문제를 싸고,각양각색의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어떻게 핵 개발과 보유를 포기했는가를 보면 지금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하나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1993년 3월 데 클레르크 당시 남아공 대통령은 그동안 자력으로 개발해 은닉했던 핵무기의 자진 폐기 결과를 공표했고,이듬해인 94년 8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사찰로 이를 공식 확인함으로써 객관적 사실로 인정받았다.아무런 조건 없이 스스로 핵 능력을 폐기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고립으로부터 탈피하고,국가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70년대 초반부터 핵개발에 착수한 남아공은 핵 포기를 결정할 때까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우라늄 원자탄과 위력이 비슷한 6개의 핵무기를 보유했다.남아공은 왜 핵 포기를 결정했으며,또 당초왜 핵을 개발하려 했던 것인가.핵 포기 배경은 오랜 흑백 인종차별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 비등과 지속적인 국제 제재로 인한 남아공 경제의 악화였다.그러나 더 실질적인 이유는 소련이 붕괴되고,나미비아 독립으로 앙골라 내전이 종식되어 5만명에 이르던 쿠바군이 철수하는 등 주변 안보 상황이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남아공이 처음 핵개발에 착수한 동기는 인근 앙골라 사태로 소련의 지원 아래 쿠바군이 진입하는 등 안보가 위협받은 데서 비롯됐다.당시 남아공으로서는 유사시 외부의 원조를 기대하기 어려워 한정적인 핵 억지력을 필요로 했고,따라서 핵 전략도 실전 사용 전략이라기보다는 미국 등 대국의 분쟁 조정 개입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던 것이다. 우리가 남아공 사례에서 참고할 수 있는 시사점은 우선 특정국의 핵 포기문제는 안전보장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북한의 핵 포기 선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북한 체제의 안전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실제로 북한은 미국이 ‘불량 국가’‘악의 축’운운하는 ‘적대적 행위’를 철회할 경우 ‘안보상 우려를 해소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는 국제 제재 문제다.남아공의 핵 포기는 장기간에 걸친 국제 제재의 누적된 효과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하지만 국제적 고립을 강화할 초기제재 단계에서는 오히려 핵개발을 가속화했다.그리고 국제사회가 남아공의 핵 개발 의혹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해왔지만,남아공이 스스로 핵 시설을 밝힐 때까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이런 점을 되돌아 볼 때,일방적인 대북 압박 조치나 북한이 수용하지 않는 국제사회의 핵 감시가 반드시 효과를 발휘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북한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당시처럼 핵 카드를 또다시 구사하도록 방치하자는 것은 아니다.무엇보다 북한에 대해 핵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 ‘벼랑 끝’ 협상에서보다 훨씬 많을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강한 미국’과 함께 북한이 미국에 절망감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기술적으로는모순되는 강·온 정책이 될지는 몰라도 한국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과 일본의 협력을 통해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성급하게 중유 제공을 중단하거나 경수로 건설을 철수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해법이 아니다. 북한은 남북 평화체제 구축의 형식을 통하든,안 통하든 간에 그들의 안전보장과 외부의 투자가 절실히 요청되는 상황이다.이런 상황을 잘 요리하면 북핵 해법의 묘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경형/논설위원실장 khlee@
  • 한·미 안보동맹 50주년 학술회의/ “북한상황 절박 체면 살려줘야”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한·미 안보동맹 50주년을 맞아 대북포용과 한·미안보협력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가 지난 11일 양국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렸다.미국측 토론자인 조엘 위트 CSIS 연구위원,한국문제 전문가 돈 오버도프 교수,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의 주요 발언을 소개한다. ○위트 CSIS 연구원-제임스 켈리 특사의 방북이 별 성과없이 끝남으로써 북한이 미국의 대북 핵심 현안에 대해 성의를 보일 준비가 안돼 있다고 주장해온 미국 행정부내 강경론자들의 입지가 더욱 강화됐다. 북·미간 위기상황 재발 여부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현재 북한의 상황이 너무 절박하기 때문에 북한측의 많은 양보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최소한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는 조치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다시 세계가 깜짝 놀랄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따라서 2003년 위기설은 여전히 두고 보아야 할 사안이다. ○오버도프 교수-한국에서 김대중 대통령만큼 확고한 신념과 정확한 정세분석을 바탕으로 대북 포용정책을 견지해 나갈 대통령 후보는 없다.이회창 후보는 관리자형 지도자로 남북관계의 극적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노무현 후보는 햇볕정책의 승계를 천명했으나 포용정책에 우선순위를 두지는 않을 것이며 또한 김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신세대가 북한과 미국에 대해 갖는 태도가 정치적으로 많은 함축적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조사 결과,한국의 신세대는 한·미간 전통적인 신뢰관계가 약화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주한미군 역할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착수한 경제개혁 조치들의 성공 여부를 현재로서 예상하기 어렵다.북한 정권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아니면 북한 정권의 생명을 연장해 줄 수도 있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어떤 대북정책을 취하느냐에 따라 한·미간 심각한 갈등이 생기거나 북한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이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과 속도조절에 달려있다.○빅터 차 교수-한국의 차기 정부 앞에 놓여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주한미군의 장래 문제다.북한의 재래식 전투력은 약화됐으며,한국의 군사력은 북한을 능가했고 대북 억지력도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주한미군 변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으며 전후 세대의 반미감정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이런 변화들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언젠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mip@
  • [열린세상] 평화 공존과 ‘통일한국’

    북한이 최근 개혁·개방의 방향으로 몇 가지 의미있는 조치를 취하였다.비무장 지대를 관통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공사 착공식을 거행하였고,신의주를 특별행정구역으로 선포하고 외국인을 행정장관으로 임명하였다는 소식 등이 그것이다.개혁으로 가는 당연한 조치들로 보이지만 북한 당국으로서는 상당한 내부적 검토와 고민을 거친 후에 취한 조치들로 평가된다.농업개혁,집단농장의 개혁은 언제 할 것인가 궁금하여진다. 개혁과 개방은 주민에게 바깥세상의 물정과 역사의 흐름을 보게 한다.북한과 같이 폐쇄된 나라는 나라의 개방을 정치적 안정과 균형을 맞추면서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개방으로 향한 조치는 하나하나가 다 조심스러운 결정임에 틀림없다.최고 지도자의 결정으로만 가능한 조치들이다.평양정권은 김일성의 유훈통치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느껴진다.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유도하고 남북간의 교류·협력을 제안하고 있는 우리의 대북 햇볕정책은 북한이 개방하는 조치를 취하는 만큼 전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평화공존은 교류와 협력으로 시작하고 그리고 군사적 신뢰구축으로 그 기초가 튼튼해지는 것이다.군사적 신뢰구축은 군축 특히 대량살상 무기(WMD)의 감축 및 사찰에 그 핵심이 있다.대량살상무기의 문제는 미·북 회담에서 다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서도 의미있는 시작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평화공존이란 이데올로기를 달리하는 상이한 두 체제간의 공존이므로 처음부터 내재적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상호간에 전쟁 억지력을 유지하고 경쟁하고 경계하면서 공존하자는 제안이기 때문이다.평화공존은 그러므로 같은 민족 사이라 하더라도 바로 평화 통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통일은 남북간에 정치체제와 경제질서에 관한 최소한의 공통분모가 있어야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아직 그 이데올로기를 바꾼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지는 아니하다.그래서 공존은 통일과 구분되어야 한다.그리고 공존 관리는 대결 관리만큼 어렵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통일을 과장되게 노래하는 것,그리고 ‘민족끼리’의 ‘자주’를 과장되게 내세우는 것은 공존과 통일의 거리를 호도하려는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독일은 1972년 동서독간의 기본조약이 체결된 후 18년만에,그것도 고르바초프의 등장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힘입어 통일된 바 있다.남북한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평화공존의 제규칙을 완벽하고도 상세히 열거한 바 있고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도 합의한 바 있다.그 후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거쳐 오늘에까지 왔다. 평화공존의 진행 과정에서 우리가 성취할 수 있는 중간 목표는 남북경제공동체로의 점진적 움직임이다.북한은 수요와 공급,주고받는 거래,개인의 자유와 창의 등을 존중하는 시장경제의 제원칙을 국가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실천하여야 한다.경제질서에 관한 최소한의 공통분모는 군사적 신뢰구축에 기여하고 결국에는 정치 질서에 관한 최소한의 공통분모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통일이 언제 어떤 모양으로 올지 예측하기가 곤란하다.그것은 북한의 개방속도와 방법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다만 통일한국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지는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통일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질서 위에 서 있을 것이다.통일한국은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주요한 일원으로 역할하고 있을 것이며 동아시아의 중간국가로서 합리적 충족(reasonable sufficiency)의 요구에 맞게 재래식 무기로 무장되고 중간규모의 병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독선적 민족주의를 배격하고 그 실상에 맞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외교를 지향하고 있을 것이다. 통일한국은 내부적으로는 많은 어려운 과제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무엇보다도 남북간에 있을 의식의 간격과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여야 하는 큰 과제가 있다.통일은 지상천국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고 자유와 풍요의 약속의 문을 여는 계기일 뿐이다.그러므로 통일한국은 깊이 있는 준비와 계획을요구하고 있다.이 모든 준비와 계획은 지금 분단시대 그리고 평화공존시대에 이루어져야 한다.이 준비의 핵심은 우리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과 공약을 더욱 강화하고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높여서 민주역량과 경제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이것이 바로 미래의 통일한국에 대한 투자가 될 것으로 믿는다. 홍순영 전 외교통상부장관 명예논설위원
  • 美 국가안보전략/ 세계 언론 반응 “우방보다 적 많이 만들것”

    백악관이 발표한 미국의 새 안보 독트린에 대해 각국 정부는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고 언론들만이 다양한 분석과 비판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1일 사설에서 미국의 선제공격권은 러시아,인도,파키스탄 등 비슷한 구실로 자신들의 적을 공격할 핑계를 찾는 나라들에 좋은 구실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사설은 또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지나치게 강한 ‘미국 요새’를 만들겠다는 의도는 전세계적으로 우방보다는 적을 더 많이 만드는 부작용을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행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계획은 예정대로 추진되지만 그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21일 보도했다.신문은 미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북한의 세계에 대한 최대 위협은 그 나라가 미사일 확산을 위한 특매장이 되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우리는 그런 사태를 막을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보도했다.대북 특사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북한 방문과 관련,이 관리는 “켈리가 그곳에 간다고 해서 모든 일이 즉각 개선될 것이라고 말한다는 인상은 주고 싶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BBC 방송은 “새로운 전략이 봉쇄·억지력과 미국이 냉전 시절 애용했던 도구들을 다시 사용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파이낸셜 타임스도 부시 독트린이 중국,러시아,인도 등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의 DPA통신은 “미국은 부시 독트린을 통해 잠재적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다른 국가들을 단독으로 공격함으로써 국제법을 위반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임병선기자 bsnim@
  • [열린세상] 동아시아 새질서, 韓·美·中

    동아시아에 새 국제질서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이 질서는 경제적으로 강력한 중국의 등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가 2050년에는 중국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된다고 예견하고 있다.만약 중국이 내재적인 뿌리깊은 부패를 빠른 시기에 척결하고 계약사회의 기본인 법치주의 수준을 지금의 구미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그 시점은 이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동아시아는 공식화는 되어 있지 않지만 사실상 중국과 일본을 두 기둥으로 하는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되어가고 있다.동아시아를 공동체로 묶는 기본적 요소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공약(commitment)이다.공동체에서는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 뿐 아니라 자본과 기술그리고 노동까지도 자유롭게 이동하는 단계를 예상하여야 한다.그래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동아시아의 경제의 축이 중국쪽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그리하여 중국은 명실공히 동아시아의 패자(헤저몬)로서의 지위를 굳혀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중국을 내다보고 일본과 미국 나아가서 EU는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고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놓고 긴 논쟁중이다.논쟁의 근저에는 중국이 위협적인 도전자인가 아니면 선의의 경쟁자인가라는 문제가 있다.다만 한가지 확실한 공통인식은 중국이 적어도 2050년까지는 군사적으로 미국에 맞서는 대국이 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그리고 또 한가지 글로벌 시대 즉 경제일체화의 시대에는 지역‘헤저몬’의 역할에도 제약과 의무가 수반한다는 현실이다.중국에 그러한 제약과 의무를 상기,설득,시행하여 주는 역할을 크게는 미국,EU 그리고 세계의 국제기구 등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중국은 우리에게 이미 제2의 교역상대국이며 2010년 이전에 제1의 교역상대국이 될 것이다.또한 중국은 북한의 최후의 후견국이자 생존의 보장국이므로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남북한의 평화공존 내지 평화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미국과 같은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중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한·중관계를 관리하여 나가는가,또한 미국과의 맹방관계를 어떻게 내다보고 어떻게관리하여 나가야 하는가 하는 것이 21세기 한국의 중요한 외교과제이며 국가과제라고 말할 수 있다.먼저 중국과의 관계를 볼 때에 우리는 이미 중국과 같은 지역경제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있음을 인지하여야 한다.어떻게 하면 한·중 양국이 법과규범에 기초한 동반자 관계(rule-based partnership)를 확고히 하는가,그래서 상호존중·상호신뢰하는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데우리 대중정책의 기본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어떻게 하면 중국이 한국이 가진 남북평화공존에의 의지,통일한국에 관한 비전을 공유하게 하는가 하는것이 우리의 외교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평화와 안정,개발과 번영,복지와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생각과 비전을 공유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미국은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관과 시장경제의 원칙을 실천하며 현대 문명을 선도하고 있는 모델국가이다.우리는 미국의 지원과 선도에 힘입어 오늘 이만큼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하였다고 볼 수 있다.우리는 미국을 모델로 삼고서 ‘미국 문화권’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한·미 맹방관계는 북한의 모험주의적 도발에 대한 최후적 억지력이다.통일 후에는 주한 미군은 대북 억지력으로부터 동아시아의 안정자(stabilizer)로 그 역할이 바뀔 것이다.아시아의 안정이라 함은 동아시아 지역에 어떤 헤저몬이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견제한다는 뜻이며 또한 지역국가간의 갈등과 충돌을 견제하고 지역의 안정과 화합을 도모한다는 뜻이다.지정학적으로 미국은 동아시아 국가라고 말할 수 있다.미국은 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에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미국은 통일한국에도 여전히 가치관을 공유하는 파트너 국가이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과 미국이 점진적으로 선의의 경쟁적 동반자 관계를 향하여 움직여 나가는 데 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중국과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서,그리고 나아가서 국제안보,경제질서의 문제에서 갈등과 충돌을 한다고 가정하여 보면 중·미간의 동반자 관계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대하고 사활적(死活的)인 문제인가를 쉽게 짐작할수 있다.우리에게도 중·미관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어떤 역할이 있을 것이다.이것을 찾아 행하여야 한다.이 글로벌 시대에 지혜 있는 외교는 국가경영의 필수 요소이다. 홍순영 전 외교부장관
  • [사설] 北에 엄중한 책임추궁을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결과 서해교전이 북한군의 악의적인 선제 기습사격에 의한 도발임이 확인됐다.그동안 동포애란 이름으로 한 여러 지원을 결국은 도발로 되갚은 셈이 됐다.정부는 이제 제2,제3의 도발을 막기 위해 북한에 대해 우리가 가진 여러 수단으로 이번 사태의 책임을 추궁해야 할 것이다.찢긴 국론을 봉합하고,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후대의 온전한 평가를 위해서도 통렬한 추궁은 필요한 듯싶다. 보도에 따르면 서해도발은 북한 함대사령부급의 지휘 아래 기획되고 집행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그 윗선의 간여나 묵인 가능성,혹은 군부내 모험주의자들의 제한적 기획도발인지는 사실 중요치 않을 수도 있다.현재의 북한운영체계상 그런 사실이 밝혀지기도 어렵거니와 도발의 참여범위가 좁으면 좁은 대로,넓으면 넓은 대로,도발의 반대급부가 북한의 의사결정구조에 영향을 미치게 추궁을 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교전규칙의 개정으로 미래의 군사적 도발억지력을 한단계 높인 바 있다.이번 교전 사태에 대한 총체적인조사 결과,의도적인 도발이 밝혀진 만큼 정부는 북한에 대해 다시 한번 관련자의 엄중한 문책을 요구해야 한다.국내외 보도를 위한 발표문 차원이 아니라 정부 대변인의 성명이나 대북통지문을 통해 공식으로 의사를 전달해야 할 것이다.또한 중단된 남북장관급 회담 재개를 요구하는 한편 북한의 반응에 따라서는 북한의 최고책임자에게 도발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그래도 안되면 이제는 비군사적 분야에서 민간차원의 교류,금강산 관광,식량 지원 등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낮은 단계에서부터 우리의 불쾌감을 적극적으로 표시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우리는 대북 포용정책의 기본틀은 유지하되 지원의 완급조절과 중단·재개의 효율적인 선택을 구사함으로써 도발의 반대급부가 북한 관계 당국자들에게 아프게 와닿도록 할 수 있다고 본다.북한이 비록 ‘치고 빠지기’식 대남정책의 잔꾀를 쓰더라도 우리는 남북 화해·협력이라는 큰 틀은 의연하게 지켜나가야 한다.다만 우리가 가진 경제적 우위에 따른 효과적인 제재수단들을 스스로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본다.
  • [사설] 교전규칙 개정 신중한 접근을

    지난달 29일 발생한 ‘서해도발사태’에서 우리 해군의 피해가 컸던 것은 ‘유엔사 정전시 교전규칙(ROE)’의 잘못 탓이라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현재의 교전규칙은 확전 예방을 우선시하고 있어 기습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북한은 우리의 이같은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김동신 국방장관은 이에 따라 교전규칙의 취약점을 보완해 대응태세를 확립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우리는 여기서 교전규칙의 개정작업이 우리 해군장병의 귀중한 목숨을 최대한 보호하면서도,확전방지라는 원래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교전규칙 등에 따르면 우리 해군은 북측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으면 경고방송을 시작으로 차례차례 단계를 높여 작전을 펼치게 돼있다.이번에 참수리 357호는 이 교전규칙에 따라 경고방송을 위해 불과 수백m의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한 데다 차단 기동을 위해 측면을 노출시키고 있던 차에 기습을 받아 심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따라서 군당국은 불시에 받은 공격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교전규칙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장병의 목숨을 보호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는 마땅하다. 그러나 혹시라도 교전규칙의 개정에서 선제공격의 문제가 다뤄진다면 이는 차원이 달라진다고 본다.우리 군은 현행 교전규칙을 통해 ‘선(先) 평화적 해결모색,후(後) 군사적 강권발동’이라는 대북 대응방침을 표명하고 있다.정전이라는 위태로운 상황을 확전으로 잇지 않으려는 고심어린 지혜라고 할 수 있다.이런 점에서 선제공격의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조만간 합참이 이번 사태의 결과를 일제 점검한 다음 교전규칙의 보완방향을 정하기로 했다니 모쪼록 우리의 자랑스러운 장병의 목숨을 지키면서 북한에도 억지력을 발휘하는 교전규칙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 부시 방한과 한반도/ (중)미 대북정책의 풍향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악의 축’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대신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등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한반도가 언젠가는 통일될 것이라고 말해 한국민의 정서까지 감안했다.한마디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대량살상무기 등의위협을 거듭 지적,부시 행정부가 줄곧 밝혀온 강온 양면책의 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또 부시 대통령의 ‘화법’이 한국의 체면치레를 위해 극히 절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게의 추가 대화쪽에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미 언론들도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대북 발언이 전반적으로 거칠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 정권을 주민과 분리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북한의 실체를 인정한 ‘햇볕정책’이나 대화를 위해 북한에‘유인책’을 제시한 클린턴 행정부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면 확실한‘당근’을 제시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북한에 대한 정치·경제·외교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위협을 제거하겠다는 의도다. 미국은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지만 사실상의제를 대량살상무기,미사일,재래식 무기 등으로 압축했다.북한이 그동안 협상 카드로 하나씩 써온 의제들을 한꺼번에 쏟아내 협상 테이블에서의 주도권을 북한에 빼앗기지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북한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지만 미국은 북한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외안보 정책과도 무관치 않다.9·11 테러이후 상황이 크게 바뀌었지만 하나의 전쟁에서 확실히 승리하고 다른 지역에선 전쟁을 억제한다는 ‘원 플러스’전략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이라크에서의 군사행동을 위해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력을 확보하려는 정지작업이라는것이다. 미국은 한·중·일 3국뿐 아니라 북한과 수교를 확대한유럽연합(EU) 및 러시아에도 북한에 압력을 넣도록 요청할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혀 국제사회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미사일 문제를더이상 간과하기도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m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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