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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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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도발과 한국의 원인요법 대응/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시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도발과 한국의 원인요법 대응/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에서 초강력 신제재 도출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정부는 사드 배치 검토를 대응책으로 내놓았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돼 핵탄두 보유가 확실시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투발 수단인 미사일 사거리가 이제 미국 동부의 워싱턴까지 확장되고 있다. 북한이 ‘절대무기’로 우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는 대책으로 사드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대응은 합리적이고 적절한가. 먼저 우리가 북한보다 40배의 경제력을 가지고도 7년 이상 북한과 협상 한 번 하지 못하고 사실상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방치한 것을 검토하고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물론 정부는 그동안의 대북 제재가 불충분했다고 결론 내고 더욱 강력한 국제 제재를 가해 북한의 행태를 바꾸겠다는 노선을 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제라도 이런 정책 기조가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있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해 보아야 한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하면 그야말로 우리는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유엔, 그리고 양자 제재를 통해 북한의 도발은 반드시 상응한 응징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북한이 우리를 핵으로 공격하고 나설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안보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드는 미봉책인 대증요법일 뿐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는 원인요법이나 병인요법이 아니고 효용도 제한적이다. 사드 한 포대가 48개 미사일로 구성돼 있는데 북한의 미사일은 600개 이상이고 이동식 발사 차량이 100대 이상인 데다 북한의 미사일이 도달하는 시간이 불과 4~7분이므로 억지나 방어에서 매우 불충분하다. 반면에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배치를 한국이 미국·일본과 함께 반중·반러 군사동맹 체제를 구조적으로 형성하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향후 경제, 무역, 북핵 문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 급변 사태의 수습, 통일 등 핵심 경제 및 안보 사안에서 우호적인 협력을 얻기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정부는 우리가 개발 중이고 중국도 반대하지 않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구축에 가속도를 내는 한편 이것이 완성될 때까지로 사드 배치 기간을 설정해 한·중 및 한·러 우호관계를 수호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북한이 우리를 핵으로 공격하면 김정은과 북한 최고지도부도 생존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능력, 즉 상호 확증파괴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북한의 핵 공격을 보다 확실하게 예방하고 억지해야 한다. 먼저 우리 스스로가 유사시 북한 최고지도부를 제거할 수 있는 정보·감시 및 특수전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재래식 무기로 평양을 초토화할 수 있는 대량살상 탄도미사일과 정밀타격용 무인기 등 공격 능력도 갖춰야 한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어도 10기 미만인 반면 미국은 5000개를 갖고 있으므로 미국의 핵 우산이 자동적이고 즉응적인 핵 보복 의지로 가동된다면 우리의 생존은 확보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여론을 고려해 핵 개발을 자제하는 대신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의 전략자산이 즉응적이고 자동적으로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한·미 핵보장조약을 맺어야 한다. 이것이 어렵다면 미국으로부터 1991년 한반도비핵화선언으로 철수한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거나 핵미사일을 탑재한 전략잠수함이 한국에 항구적으로 상시 배치하는 대안 등을 얻어냄으로써 중국이나 러시아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대북 핵 억지력을 갖추는 것이 현명하다. 끝으로 진정한 원인요법은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제도화하며 남북 경협을 진흥해 대박이 되는 통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대북 억지력을 구비하는 동시에 남북 간 진정한 상호공존과 공동번영 의지를 가지고 남북 관계 정상화를 이루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북한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한·미·중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보장해 주겠다는 제안을 가지고 6자회담과 평화체제 협상을 동시에 진행해 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타결해야 한다. 발상을 전환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 美공화 대선주자들, “MD 강화, 선제 타격, 테러지원국 재지정해야”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6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구축·강화과 필요시 북핵시설 선제 타격, 테러지원국가로의 재지정 등 강력한 대처를 촉구했다.  오는 9일 미 대선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리는 뉴햄프셔주에서 ABC방송 주관으로 이날 진행된 8차 공화당 TV토론에서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대처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먼저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북한의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열린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확장을 주장했다. 그는 다만 자신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로켓 발사에 관한 정보 브리핑을 받지 못했다면서 미사일 타격 및 북핵시설 선제 타격 여부에 대해서는 “가정적 질문”이라며 답변을 유보했다.  상당수 후보들이 MD 구축 및 강화를 강조했으나 논란이 되고 있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선두권으로 급부상한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그는 북한의 미사일이 미군 시설과 민간인, 동맹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격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갖기 위해 미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미국의 안전에 필요하다면 북한의 핵시설을 선제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손상을 입은 대북 제재를 회복해 당장 북한에 대해 제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은 북한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국가”라며 “중국이 북한 문제를 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냐하면 중국 만이 신속하고 정확히 그것(북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나와 접촉하는 은행과 다른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을 엄청나게 장악할 수 있는 나라”라고 주장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도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한·일 북한 전문가에게 들어본 남북·동북아 정세

    한·일 북한 전문가에게 들어본 남북·동북아 정세

    북한이 지난 6일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주장하는 4차 핵실험을 전격적으로 감행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은 물론 세계 각국이 북핵에 대해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등 동북아에 먹구름이 몰려 오고 있다. 이에 한국과 일본 전문가들에게서 북핵 문제에 대한 명쾌한 분석과 예리한 대처 방식을 들어봤다. 이들은 “북한이 실전배치 핵무기를 개발했다”거나 “5월 노동당 대회 전후 또다시 국면이 요동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 “北 실전 핵무기 개발 의미… 中·北관계 파탄 치닫진 않을 것” 이수훈 경남대 교수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실전 배치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의미다. 북한이 중국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더라도 북·중 관계가 파탄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직속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낸 이수훈(61) 경남대 교수는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연구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이에 대한 근거를 일문일답으로 들어봤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의도는.-핵실험을 하게 된 의도라기보다 요인이라고 말하는 게 옳다. 4차 핵실험을 해야 할 요인이 상당히 있다. 여러 요인 가운데 핵무기 개발 기술의 진전을 한번 테스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꼽고 싶다. 4차 핵실험은 북한이 ‘(실전용)핵무기 보유국이 된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3차 핵실험 때 소형화·경량화·다종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핵실험을 통해 북한 핵기술의 소형화·경량화·다종화가 더 개선됐을 것으로 본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핵폭탄을 미사일에 탑재해 날려 보내는 실전 배치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의미이다.→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강조한 이유는.-핵폭탄에서 원자폭탄, 수소폭탄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증폭 핵분열탄이 정확한 용어다. 핵융합에 의한 핵분열 에너지를 고효율 진진시킨 것을 보통 수소탄이라고 한다. 즉 수소탄 개발은 핵폭탄의 설계 및 핵물질 제반 처리 기술 등이 이전보다 향상됐다는 뜻이다. 핵분열 단계를 거쳐 핵융합 기술로 단계적으로 올라갔다는 것을 수소탄 개발로 표현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 핵무기 보유국과 같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모란봉악단 철수 등으로 북·중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북한이 또 사달을 냈다.-중국에는 대단히 난처한 일이다. 쑹타오(宋濤) 중국 대외연락부장이 이달 중 방북을 추진하는 등 급랭했던 북·중 관계의 회복을 위한 고위급 상호 교차 방문 등의 움직임이 전부 꼬이게 됐다. 올해 가능할 것으로 보이던 김정은의 중국 방문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다. 북·중 관계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북한 핵실험이 중국에 상당히 난처한 일이기는 하지만 북·중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나지는 않을 것이다. 양국 관계의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예컨대 원유 등은 계속 제공될 것으로 본다. 두 나라 사이에 상호 이해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비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를 것으로 판단된다.→북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방북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북한 경제는 예전보다 활기가 더 있다. 장마당이 늘어났고 활성화됐다. 당국이 시장을 규제하지 않는다. 시장이 활성화되니 일상생활의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초·중반의 ‘고난의 행군’ 시절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농업이 활기를 띠고 영농 방법 개선에 따른 생산력 증대와 돈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이 북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물자를 들여오고 광물 등 지하자원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 플러스 성장의 요인이다. 관광 수입이 늘어나고 외화벌이를 통한 과실송금 등으로 북한 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다.→8·25 합의도 모멘텀을 잃어버렸나.-차관급회담 결렬과 4차 핵실험으로 남북 관계에 부정적인 요인이 하나 더 생겼다. 8·25 합의의 동력이 사라졌다. 올해 3월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돼 있는 만큼 남북 간에 긴장이 고조되는 등 남북 관계가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김정은이 선언한 ‘핵·경제 병진노선’은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이번 핵실험에서 보듯 북한은 이미 핵 무력을 확보하고 있다. 핵 무력을 바탕으로 해서 경제적 재건에 나서자는 것이다. 핵 무력 경시가 아니라 경제에 방점이 있다. 그러나 핵 무력과 경제는 서로 상충되는 문제다. 북한은 경제제재를 당하고 개혁·개방도 안 된다. 경제제재 때문에 북한 경제에 타격은 없다. 석유를 갖고 있는 이란 등과 같은 나라는 제재가 통한다. 그렇지만 북한은 제재가 안 통한다. 이런 것이 복합돼 있는 상태이므로 내재적 한계가 있는 특수한 경우이다. 내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핵·경제 병진노선’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인가.-가능성이 없다. 금강산 관광 문제를 못 풀었다. 대개 우리 정부가 결심하면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그랬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제 대등한 수준에서 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열린다.→지난해 남북차관급회담이 결렬됐는데, 뭐가 문제였나.-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에 주안점을 두고 북한은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연동돼 있다. 그래서 남북한 간에 인식의 갭이 커 결렬됐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남북 관계에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을 남북 관계의 리트머스시험지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이 문제는 금강산 관광만 재개하면 풀린다. 그다음에 금강산 관광을 위한 실무회담을 해야 한다. 신변안전 보장과 사고 재발 방지대책 등의 문제는 실무회담에 맡기면 된다. →집권 5년차를 맞는 김정은의 권력기반은 확고한가.-불안정하지는 않다. 권력을 잡은 지 5년이나 지났다. 지금도 권력기반을 공고화하는 과정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정치를 펴며 군을 너무 앞세우는 바람에 노동당이 밀렸다. 김정은은 당을 앞세우고 있다. 당·군·정 시스템에 의한 통치를 구축하고 있다. 고모부 장성택 숙청 등 세대교체도 이루고 있다. 자기 세대에 맞게 인적 정비를 새로 하고 있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이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이런저런 장애물이 있다. 반 총장과 김정은의 셈법이 다르다. 서로 간에 얻고자 하는 것을 절충해 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실무적으로도 어렵다. 예컨대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가 미국 영토 안에 있다 보니 도청 등의 문제로 유엔과 북한 대표가 만나 얘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이번 핵실험에도 반 총장은 방북을 추진할 것이다. →올해 동북아 정세는.-올해 11월 대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임기가 1년여밖에 안 남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은 안정적이다. 경제성장 둔화가 뚜렷하지만 권력이 공고화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 역시 안정적이다. 시 주석과 같은 집권 4년차에 접어든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의 리더십 또한 안정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국제 유가 하락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리더십은 안정돼 있다. 대체로 현재의 기조가 유지되는, 돌발변수가 생길 여지가 별로 없는 우리 주변국들의 리더십은 모두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핵실험으로 동북아 정세는 또 한 번 요동칠 것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北, 3월 미사일 시위 등 긴장 조성 후 5월 韓·美에 대화 제의 예상” 오코노기 日 게이오대 명예교수 “북한이 당분간 강경한 태도로 대결 국면을 유지하다가 5월로 예정된 제7차 노동당 대회를 기점으로 평화 공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3월 한·미 군사훈련 등을 계기로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미사일 발사 실험 등으로 위기를 조성하다 당 대회를 계기로 국면을 평화 모드로 바꿔 대화를 제의하면서 현상 타파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코노기 마사오(71)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7일 “북한은 핵·미사일 카드를 활용해 동북아 및 국제사회를 흔들어 입지를 강화하면서 고립 및 제재 국면 타개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앞으로 북한의 행동을 전망한다면. -북한은 5월 당 대회 전까지 강경 노선을 유지하면서 긴장 국면을 고조시키다가 당 대회에서 향후 노동당의 대외 정책 및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대미 협상, 남북 대화 등을 제의할 것으로 본다. 36년 만의 당 대회라는 것을 계기로 유화 제스처로 국면을 전환시키려 할 것이다. 3월 한·미 군사훈련을 전후해서는 ‘인공위성 발사’를 빙자한 대륙간탄도탄 등 장거리 미사일 실험 등으로 한 차례 더 긴장을 고조시키려 할 것이다.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면서 보다 나은 조건에서 대미, 대남 협상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 북한에 핵·미사일은 억지력일 뿐 아니라 외교적 교섭 카드다.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에서 북한의 평화 시도가 먹힐까. -북한의 핵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와 있는 상황에서 무시만 할 수 있을까. 11월 미 대선을 기회로 여기는 북한은 이번 기회에 미국 차기 행정부에 “오바마 정부의 (북한) 무시 전략이 실패했다”고 과시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 및 억지력을 믿던 한국에는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 계기도 됐다. 북한은 절대로 핵 포기를 생각하지 않겠지만 “핵 동결과 관련해서는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으로서는 일단 핵 능력이 진전됐고, 계속 나아지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과시했다.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근년의 북한 경제는 10년 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태다. →국제사회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나. -우선 6자회담 재개 논의가 예상된다. 국제사회가 제재 효과만을 기대하면서 손을 놓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겠나. 북한 핵 제거 및 해체를 위한 수단과 선택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동결을 위해서라도 북한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다. 6자회담 의장국 지위를 누렸던 중국도 줄곧 회담의 재개를 주장해 왔다. “이제 핵 동결을 이야기하자”고 외치는 북한을 국제사회가 외면만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대응은 무엇인가. -일본은 독자 제재를 확대하면서 미국 등과 함께 제재 강화를 주도할 것이다. 아베 신조 정부로서는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진행하던 대화가 단절되면서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져 버렸다는 것에 낙담하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전작권 전환 위한 작전 능력 미흡… 국방예산 효율적 운용 못해”

    전문가들은 군 당국이 평소에 ‘자주국방’을 공언해 왔지만 정작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반환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작전 운용 능력을 갖췄다고 지적했다. 2016년 기준 38조 7995억원으로 편성된 우리 국방 예산이 부족함에도 군 당국이 이를 방만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미국과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하면서 2020년대 중반이면 우리 군이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로 대표되는 대북 억지력을 구축해 전작권을 전환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31명)의 판단은 다소 엇갈렸다. 우리 군이 전작권을 반환받기까지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답변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15~20년 이내’가 2명, ‘10~15년 이내’가 9명, ‘5~10년 이내’가 5명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현재 전작권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군의 작전 운용 능력에 대해서는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충분하지 않다’가 13명, ‘매우 충분하지 않다’ 9명, ‘보통이다’는 6명인 데 비해 ‘충분하다’는 의견은 3명에 그쳐 전문가의 71%인 22명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김태우(전 통일연구원장) 건양대 초빙교수는 “핵과 같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는 우리 군 독자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군의 관료조직화가 전투력을 저해하는 측면도 크기 때문에 군을 잘 아는 군 통수권자가 등장해 작심하고 국방개혁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병관(예비역 육군 대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군사 준비 태세 결함이 크고 우리 군 간부단의 역량이 아직 미흡하다”며 “전작권의 조기 전환은 정치경제적 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 위협을 해결한 뒤에 전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문제는 우리 정부가 원하지 않아도 미국이 대외 군사력 운용 능력을 고려해 스스로 10년 내 전작권을 반환하겠다고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을 포함해 다양한 미래 안보 위협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육·해·공군 균형 발전을 통한 군 지휘구조 개편을 이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 가운데 20명(64.5%)은 우리 국방 예산이 대체로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14명이 ‘부족하다’, 6명이 ‘매우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보통’이라는 의견은 6명(19.4%), 예산이 많은 편이라는 의견은 ‘많다’(3명)와 ‘매우 많다’(2명)를 합해 5명(16.1%)에 그쳤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군이 국방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효율적이지 않다’(12명)와 ‘매우 효율적이지 않다’(7명)를 합해 19명(61.2%)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8명, ‘효율적’이라는 응답은 4명에 그쳤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의 핵 능력 강화와 주변국의 군비 증강에 대비해 보면 우리 군의 예산은 부족하다고 평가된다”면서 “그럼에도 예산 배분에 있어서는 기관별로 나눠 먹기식 관행이나 강자가 독식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군내 조직 이기주의와 파벌 다툼이 심각함을 지적했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군 당국이 북한의 새로운 도발이 있을 때마다 사후약방문식 예산 증액만 주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한·중 밀착 가속화… ‘대북 억지력’ 작용”

    국회가 3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면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중 FTA로 동북아 정세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열어뒀다. 중국은 그동안 우리의 제1위 교역, 수출 대상국이었다. 그럼에도 양국 간 정치 협력은 이른바 ‘정랭경열’(政經熱)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양국이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정치 분야에서만큼은 ‘2%’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양국이 FTA를 체결하는 것은 경제 분야 외에 정치·외교적 협력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경제와 안보가 따로 가는 시대는 지났다”라며 “FTA 체결은 안보에서 생기는 불신을 상쇄하고 한·중 관계를 더욱 공고히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중국과의 경제 교류가 강화될수록 북한 개방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선경제특구 개발을 모색하고 있는 북한에 중국이 철도·도로·항만 등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이 과정에서 남북, 중국 간 경협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경제개방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한·중 FTA가 양국의 밀착을 가속화할 경우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국지도발 시 대북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일부에서는 FTA 체결로 한·중 관계가 더욱 밀착되면서 한·미 관계에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한국과 FTA를 체결한 속내에는 동북아 패권구도를 놓고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의 전략적 판단이 있는 만큼 또다시 ‘중국경사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중 FTA를 통해 한·중 간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닐 것”이라면서 “이제는 한·미 동맹을 좀 더 명확히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한반도 위기 높여 美 변화 이끌기… 로켓·핵실험 병행 가능성

    한반도 위기 높여 美 변화 이끌기… 로켓·핵실험 병행 가능성

    북한이 지난 14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한 데 이어 15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맞서 ‘핵뢰성’으로 맞설 준비가 돼 있다며 노골적으로 4차 핵실험 위협을 가한 것은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켜 미국과 중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2013년 2월 핵실험을 실시한 뒤 ‘자주의 핵뢰성을 울렸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8·25 합의를 이끌어 내며 당국 간 회담,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유화책을 제시했지만 자칫 장거리 로켓이나 핵실험이 감행될 경우 이런 합의가 모두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각종 핵무기의 질량적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 핵 억지력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연구와 생산에서 혁신을 창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 북한이 강조해 온 핵무기의 소형화, 다종화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무기 연구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원인이 있음을 부각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2014년 9월부터 최근까지 영변 핵시설에서 개보수와 건설 활동을 감행했으며 핵연료봉 제작시설에 있는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를 갖춘 건물이 두 배로 커졌다고 보도했다. 또 이 건물이 사용된 징후도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14일에도 “선군 조선의 위성이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 높이 계속 날아오를 것”이라며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력히 시사하기도 했다.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시사한 것은 핵무기를 나를 수 있는 운반수단뿐만 아니라 핵무기 자체의 개발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차두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시사하는 것은 미국을 움직여 북·미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겠다는 의미”라며 “핵무기뿐만 아니라 투발수단까지 갖췄다는 것을 강조해 미국과 중국을 다급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과 4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확보한 정부의 외교적 레버리지를 상실할 우려가 생긴다. 지난 2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가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며 찰떡 공조를 과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와 핵실험은 곧바로 2013년 3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094호에 따라 북한 추가제재를 위해 유엔 안보리에 자동적으로 회부된다. 대북 압박이 불가피해지며 여기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 러시아 역시 동참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다음달 16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전에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의 필요성이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한·중 정상회담 성과의 빛이 바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북한이 한·중 공조의 틈을 벌리기 위해 핵과 미사일 등의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 카드를 사용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미국과 중국에 환기시키는 것에 가까우나 앞으로 수위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5·24 해제 노리는 金… 확성기 중단·내부 결속 ‘다목적 포석’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8일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합의를 ‘남북 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운 중대한 전환적 계기’라고 평가한 것은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단순히 남측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겠다는 목표뿐 아니라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 조치 해제 등 경색된 남북 관계를 푸는 전환점으로 삼으려는 속내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군사위원 해임은 ‘도발·대응’ 문책 가능성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 제1위원장의 메시지 가운데 풍성한 결과를 맺도록 하자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반대급부로 경제협력을 강조하고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를 논의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 이행에 대한 의지의 표시”라면서 “최고 지도자가 직접 주관하는 회의에서 8·25 합의에 대해 추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제1위원장 입장에서는 현재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지 않고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대미 관계는 물론 심지어 중국 관계도 원만하지 않은 현 상황을 감안한 판단이란 설명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남쪽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라는 약속을 철저히 이행하라는 의미”라면서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원 일부를 해임한 것은 지뢰 매설 사건에 대한 문책일 가능성과 지뢰 도발 이후 강경했던 남측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차원에서의 문책일 가능성이 모두 상존한다”고 했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통해 이를 밝혔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 20일 밤 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를 열고 전방지역 군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던 김 제1위원장이 같은 기구를 통해 남북 관계 진전에 대해 언급함에 따라 우리 측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대응하는 기구로 사실상 메시지를 주고받는 대화 창구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새달 당국회담 의제가 ‘北 진정성’ 바로미터 반면 김 제1위원장의 발언이 그 자신을 난국을 타개한 ‘위대한 지도자’로 포장하는 효과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교전 직전에 되찾은 평온은 자위적 핵억지력을 중추로 하는 군력과 일심단결된 천만대오가 있기에 이룩될 수 있었다’고 발언했듯이 내부 결속용 성격이 짙다”고 했다. 다음달로 예정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중요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울러 오는 10월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맞춰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우리 정부가 딜레마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강 교수는 “북한이 9월 초 당국 간 회담에 별 볼일 없는 의제를 가지고 나온다면 시간만 보내겠다는 의지일 것이고 진전된 입장을 가지고 나온다면 향후 남북 관계를 발전적 정상화로 전환될 것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향후 남북 관계는 10월 전후로 북한의 인공위성(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난관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관계 개선이 급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남북 8·25 합의] 北유사시 병력·작전 전개 파악 ‘성과’ 軍 부실한 DMZ 감시 태세는 도마에

    [남북 8·25 합의] 北유사시 병력·작전 전개 파악 ‘성과’ 軍 부실한 DMZ 감시 태세는 도마에

    지난 4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건부터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군 당국이 얻은 군사적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11년 만에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위력을 재확인했을 뿐 아니라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군의 유사시 군사 작전, 병력 전개 과정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DMZ 감시 태세의 미흡함을 드러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북한이 경기도 연천에서 포격 도발을 일으킨 지난 20일은 한·미 군 당국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을 실시한 훈련 기간이었다. UFG는 한·미연합군 지휘부가 같은 지휘소에서 북한의 다양한 도발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지휘체계를 숙달하는 훈련으로, 감시 자산을 최대한 가동한다. 이에 따라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군 당국은 평소에 비해 실제 상황과 같은 훈련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준전시 상태를 선포한 지난 21일부터 동·서해에서 잠수함 전력을 전개시키고 휴전선 인근에 특수전 부대와 포병 전력을 증강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 잠수함 전력의 이동을 모두 파악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지만 육상에서 북한군 총참모부 작전국 소속 병력의 이동을 확인하고 준전시 상태 병력 전개 시나리오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북한군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사전 타격할 수 있는 일종의 좌표를 제공한 셈으로 북한군이 한번 드러난 좌표를 바꾸려 해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양국이 굳건한 공조를 통해 공동 국지 도발 계획의 가동을 검토하고 미국의 전략무기 투입을 검토하는 등 연합 방위 태세의 저력을 재확인했다는 점도 한·미 동맹을 통한 대북 억지력을 동북아에 과시했다는 점에서 성과로 꼽힌다. 지난 10일부터 실시한 대북 확성기 방송도 비록 15일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전방의 북한군 장병들에게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홍보했다. 북한 장병들의 군심을 흔들었다는 점에서도 성공한 작전이며 유사시 도발에 대한 억제 수단으로서의 효용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군 당국이 북한의 DMZ 지뢰 매설 사실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리 군 감시 태세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군 당국은 여름철 DMZ 안에서는 잡목과 수풀이 우거지고 우기철 안개가 겹쳐 감시 장비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군이 지난해 말부터 DMZ 안에서 이상행동을 보였음에도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남는다. 특히 DMZ 안의 지뢰는 도발 원점을 파악하기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도발 수단으로 꼽혀 군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서울광장] 서부전선의 나흘, 평화는 공포의 자식일 뿐인가/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서부전선의 나흘, 평화는 공포의 자식일 뿐인가/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평화란 공포의 자식’이라는 윈스턴 처칠의 경구를 새삼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나흘이 흘렀다. 느닷없는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과 이에 따른 우리 군의 응전, 그리고 뒤이은 북의 ‘48시간 최후통첩’과 최후통첩 시한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이뤄진 남북 간 고위급 대화 합의, 그리고 밤을 넘겨가며 진행된 남북 간 대화는 분단 70년간 이어져 온 한반도의 평화라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 롤러코스터 위에 서 있는 것인지를 새삼 일깨워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울러 전면적 무력 충돌 직전 남북 간 대화가 성사된 반전이 보여 주듯 이같이 위태로운 평화나마 지켜 내려면 앞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공을 들여 힘의 우위를 유지해 나가야 하는지 가늠케 하기에도 충분하다. 그제부터 이어진 남북 간 고위급 대화가 무엇을 합의했고, 무엇을 합의하지 못했든 간에 이번 북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 사태는 일단 북의 실체와 관련해 비교적 명확한 시사점 몇 가지를 제시해 준다. 우선 북한 지도부가 안고 있는 ‘두려움’이다. 지난 4일 북측의 서부전선 지뢰 도발에 맞서 우리 군 당국이 10일부터 휴전선 확성기를 통해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자 김정은 체제는 불과 보름도 견디지 못한 채 주먹을 휘둘렀다. 기껏해야 20㎞ 남짓 떨어진 곳에서밖엔 들을 수 없는 확성기 방송이지만 북의 3대 세습 체제는 그런 제한적 심리전조차 몹시 아파했다. 체제의 취약성을 스스로 드러냈다. 한·미 연합전력과 우리 군의 단호한 응전 태세에 대한 북의 두려움도 일단을 드러냈다. 주먹을 휘둘렀지만 제대로 때리지는 못했다. 아니, 안 했다. 마땅히 타격목표가 됐어야 할 대북 확성기를 피해 엄한 야산에 포탄을 날렸다. 최후통첩 뒤로 허겁지겁 대화에 매달렸다.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퍼부어질 한·미 연합전력의 위력을 그들도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강력한 억지력만이 평화를 지켜 준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대화와 대립, 무력 충돌이 숨 가쁘게 한반도를 종횡으로 가르는 반전의 역사를 한동안은 더 지켜봐야 할 우리의 숙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판문점에서 남북 간 대화가 이뤄지는 동안에도 북은 동·서해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함 50여척을 기동시키는 양동 작전을 전개했다.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2년 4월 발사한 은하3호 로켓의 사거리를 뛰어넘어 미국의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성능을 내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핵탄두 소형화 작업과 더불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전 배치가 가능해질 3~5년 뒤면 이른바 북의 대남(對南) 비대칭 전력이 가시화하면서 한반도 안보지형 전체가 뒤흔들리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어제 그제 이어진 북의 도발과 대화 제스처에 일희일비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무력 충돌의 위기와 대화가 희비의 쌍곡선을 그리는 지금 정작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김정은 체제가 드러낸 두려움의 일단이나 화전 양면전술의 이중적 태도를 넘어 이런 미래 위협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일 것이다. 북의 비대칭 전력이 현실적 위협으로 부상하는 시점에서 과연 우리가 한뜻, 한목소리로 저들에게 맞설 수 있을 것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 광복 70년, 분단 70년의 오늘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의 영령 앞에서 둘로 갈라져 싸우는 나라다. 올해를 광복 70주년으로 볼 것인지 해방 70주년으로 볼 것인지, 건국 67주년으로 볼 것인지 정부 수립 67주년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도 둘 셋으로 갈라져 도무지 타협할 줄을 모르는 나라다. 이 전 대통령을 한쪽에선 ‘남북 분단의 원흉’으로 몰아세우고 또 다른 쪽에선 ‘건국의 아버지’로 떠받드는 이념적·정치적·정서적 분단의 현실 속에서 과연 남북 분단이라는 민족적·역사적 비극을 끊어 낼 힘을 우리가 지니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대북 억지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노력 너머로 안보 위기 속 국론 분열을 막을 정치권의 노력이 절실하다. 북의 도발 앞에서 책임론부터 꺼내 들거나 전격적인 남북 고위급 대화 성사를 놓고 공을 다투며 정치적 득실 계산에 골몰하는 소아적 리더십부터 버리는 게 첫걸음일 것이다. jade@seoul.co.kr
  • 北 포격 도발 속 대북 억지력 등 논의할 듯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면서 북핵 문제를 비롯해 한·중·일 정상회담의 중국 참석 여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양한 분야의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우선 오는 10월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을 시사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협력 의사를 확인하고 대북 압박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북한이 비무장지대에서 지뢰 도발을 감행한 데 이어 20일 대북 심리전 확성기 운영 중단을 요구하며 포격 도발을 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대북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사드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중국 측에 양해를 구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미국을 설득하고 어렵게 중국행을 결정한 만큼 시 주석에게 한국이 개최하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중국이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올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하반기 최대 외교 과제 가운데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또 시 주석에게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과 관련해 설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오는 10월 미국 방문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TPP 가입 의사를 공식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정상은 또 한·중 FTA 비준 동의 또는 발효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한·중 정상회담을 전후해 국회에서 한·중 FTA 비준동의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지난 16일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 여당에 협조를 요청했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FTA를 공식 타결하고 지난 6월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일위원회 등에서는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8월, 北 도발에 한미동맹이 휘청인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8월, 北 도발에 한미동맹이 휘청인다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하자 지속적으로 확성기 조준타격 위협을 가해왔던 북한이 20일 오후 중부전선 6군단 지역에 포격 도발을 가해왔다. 북한은 파괴력이 낮은 14.5mm 고사총과 76.2mm 야포를 이용해 우리 군 진지에서 멀리 떨어진 야산에 포격을 가했고, 우리 군도 대응 사격에 나섰으나 양측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포격 도발 직후 북한은 총참모부 명의의 전통문을 우리 합동참모본부에 보내 “20일 오후 5시부터 48시간 이내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위협했으며, 이날 밤에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하고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전면전 발발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초강수를 두고 나온 것이다. ▲ 8월 韓ㆍ美 연합전력 최저 수준 북한은 매년 실시되는 키 리졸브 / 독수리 연습(KR/FE : Key Resolve / Foal Eagle)이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 Ulchi Freedom Guardian) 훈련을 전후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북한은 이러한 요구와 더불어 한미 양국이 훈련을 강행하면 무력으로 응징하겠다는 등의 군사적 도발 위협을 수시로 해 왔지만, 훈련 기간 중 실제로 도발을 실행에 옮긴 적은 거의 없었다. 북한의 군사 도발 위협이 항상 위협으로만 그쳤던 것은 미국 군사력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한미연합훈련 기간 중에는 미국 본토나 일본에서 미군 전력이 증원되어 한반도 일대 미군 군사력이 일시적으로 강해지기 때문에 만약 북한이 군사 도발을 저지른다면 한반도 일대에 증강된 미군 전력이 북한에 대한 보복 타격에 나서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8월 UFG 훈련을 앞두고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지뢰 도발을 감행하더니, 지뢰 도발로부터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포격 도발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왜 이렇게 계속해서 도발을 이어가는 것일까? 북한이 대남 강경 메시지를 연달아 발표하고 무력 도발을 실행에 옮기는 등 ‘배짱’을 부리는 것은 지금 군사적으로 도발하더라도 한미연합군이 팔을 걷어 붙이고 본격적인 응징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평시 대북 전쟁 억지력의 핵심은 한국군이 아니라 미군, 그 중에서도 원자력 항공모함과 스텔스 폭격기로 대표되는 전략 자산들이다. 북한은 전쟁 발발과 동시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1,000여 발의 탄도 미사일과 수백 문의 방사포를 이용해 남한 전역의 군사기지와 주요 시설물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한국군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없지만, 미국 항공모함과 스텔스 폭격기에 대한 공포심은 대단히 크다. 문제는 그러한 전략 자산들이 한반도 유사시 즉각 투입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본 요코스카에 배치되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를 담당하는 제7함대에 배속된 원자력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USS George Washington)은 핵연료 교체 및 대규모 수리를 위해 미국 본토 샌디에고에 가 있으며, 조지 워싱턴과 교대해 제7함대 배속 항공모함으로 배치될 예정인 로널드 레이건(USS Ronald Reagan)은 20일 현재 아직 샌디에고 해군기지에 정박해 출항조차 하지 않고 있다. 샌디에고에서 출항해 항공모함이 낼 수 있는 최고속도로 쉴 새 없이 달리더라도 한반도 근해까지 도달하는 데는 7일 정도가 걸리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고 통상 속도로 항해하면 2주가량이 소요된다. 로널드 레이건의 항해 스케줄은 8월말 출항으로 이 항공모함이 한반도 근해에 들어오려면 적어도 9월 중순은 되어야 한다. 미군은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부재로 인한 전력공백을 막기 위해 40,000톤이 넘는 대형 강습상륙함 본험리처드(USS Bonhomme Richard)를 중심으로 구성된 상륙준비전단(ARG : Amphibious Ready Group)을 일본 사세보에 배치시키고 항공모함의 빈 자리를 지키게 했다. 본험리처드 강습상륙함은 항공모함과 유사한 형태의 비행갑판을 가지고 있으며, AV-8B 해리어 전투공격기를 최대 20여대까지 탑재해 항공모함 기능을 일부 수행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강습상륙함 전단 역시 사이판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출동해 일본에 없다는 것이다. 미군은 괌 인근의 사전배치전단의 일부인 기동상륙지원선(MLP : Mobile Landing Platform)와 제7함대 기함인 블루릿지(USS Blue Ridge)를 부산에 입항시켰지만,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북한이 지뢰 도발 이후 연일 대남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미국은 미국 본토에 배치된 제509폭격비행단 소속 B-2A 스텔스 폭격기 3대를 괌에 전진 배치시켰다. B-2A 스텔스 폭격기는 북한의 방공망을 피해 평양 상공에 들어갈 수 있으며,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A/B 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를 김정은의 지하벙커에 정밀하게 투하시킬 수 있다. 이 벙커버스터 폭탄은 GPS로 정밀 유도되며 일반 흙으로 된 지면은 60m, 강화 콘크리트로 보호되는 지하 벙커는 8m까지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대규모 폭발을 일으켜 벙커 내 인원을 몰살시키는 강력한 무기로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 가운데 하나이다. 미국이 B-2A 스텔스 폭격기 전진배치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북한은 위축되지 않았고 비무장지대 포격도발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도대체 무엇이 김정은을 이토록 용감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 북한이 노리는 것은 한미동맹 균열 김정은 입장에서 8월은 도발을 통한 긴장상황 조성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에 최적인 시기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반도 주변의 미군 전력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시기인데다가 중국의 전승절 기념식 참석 문제를 놓고 한미 양국 간에 미묘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틈을 파고들어 동맹 관계를 이간질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이다. 현재 미국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는 최근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 및 의회,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정세 분석 자료로 활용하는 유료정보지 넬슨 리포트(Nelson Report)는 “한국정부의 외교안보팀은 지적 수준이 낮고, 전략적 세련미가 떨어지며, 미성숙하다”고 혹평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계에서 한국의 친중 정책에 대한 불만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계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들의 반한 감정과 주한미군 철수 여론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많은 전상자를 냈고, 이 때문에 미국 국민들은 해외에서 미군 장병이나 국민이 희생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즉, 분쟁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 국민들이 신변 안전에 대한 공포를 느끼면 느낄수록 미국 내 주한미군 철수 요구 목소리가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 점을 노렸다. 8월은 한국에 거주하는 미군 및 그 가족들의 안전이 가장 취약해지는 시기이다. 유사시 미국인들은 오산공군기지에 모여 그 곳에서 수송기를 타고 한국을 탈출하는데, 지금 그 오산공군기지 활주로가 사용 불가 상태이기 때문에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탈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주한미공군 제51전투비행단은 지난 8월 1일부터 6주 일정으로 오산공군기지 활주로 공사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7월 말부터 오산공군기지에 배치된 제51전투비행단 예하 제25전투비행대대의 A-10 공격기와 제36전투비행대대의 F-16C/D 전투기가 수원의 한국공군 제10전투비행단 기지에 임시로 전개했다. 수원시내 한복판에 있는 수원공군기지는 기지가 협소해 미군 전투기들의 작전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해 미 공군 전투기들의 준비율이 떨어진다는 전력 감소 문제도 발생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오산공군기지의 활주로가 6주간 사용 불가 상태가 된다는 것이었다. 전면전 위기 고조 시 미군이 최우선 임무로 수행하는 것은 바로 주한미군 가족 및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국적자들의 신속한 대피이다. 이를 위해 데프콘이 격상되고 전쟁 발발 직전 상황이 되면 오산 공군기지에 미 공군 수송기가 대거 전개하여 자국민 소개 작전을 편다. 민간 공항인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는 대규모 군용 수송기 전개가 제한되고, 수원공군기지는 기지가 협소하고 활주로가 짧아 대형 수송기가 착륙하기 어렵다. 성남기지 역시 이미 한국공군 항공기들이 대거 배치되어 기지가 협소하기 때문에 대형 수송기가 착륙하고 주기할만한 여유 공간이 많지 않다. 즉, 8월부터 9월 초까지는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미국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의식한 듯 포격 사건이 발생한 직후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은 출타 장병들에게 부대 복귀 명령을 내렸고, 주한미군사령부는 페이스북에 게재한 공지를 통해 주한미군 장병과 그 가족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며 이를 위해 신중한 대응책을 내놓겠다는 내용(The safety of our personnel and families is paramount and we will take prudent measures to ensure their well-being)의 안내문을 장병들과 그 가족들에게 전파했다. 북한은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다음달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방문 일정을 발표한 직후 포격 도발을 감행했다. 중국과 패권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은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박 대통령은 중국 방문을 결정했고, 이 때문에 한미 양국 관계에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된 시점에 미국인들의 불안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전면전 위협 도발을 시작한 것이다. 동북아시아에 미군 전력 공백이 큰 시기이기 때문에 도발하더라도 보복 당할 우려도 없고, 한미관계에 틈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에 곧바로 포격 도발을 시작했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전쟁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한국에 대한 불신을 극대화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 미국, 과거와 달리 비상 대기 움직임 없어 실제로 미국은 국무부와 국방부 논평을 통해 한국에 대한 확고한 방어 의지를 내비쳤지만, 실제로는 그 어떤 전력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샌디에고의 항공모함들은 여전히 정비중이며, 사이판의 상륙준비전단과 해병대 병력은 아직도 수해지역 복구중이다. SM-3 미사일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저지하고 북한에 강력한 토마호크 미사일을 날릴 수 있는 이지스 구축함 스태덤(USS Stethem)은 포격 도발 당시 중국 칭다오 방문을 마치고 일본 근해에 있었으나 한반도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곧바로 요코스카 해군기지로 들어가 버렸다. 사실상 유일한 억제 카드였던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 전진배치 B-2 스텔스 폭격기는 8월 21일 현재 함께 배치된 225명의 공군 장병들의 현지 적응 훈련만 하고 있을 뿐, 한반도 사태와 관련된 비상 대기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즉, 미국은 이번 한반도 사태와 관련해 강력한 대응 전력을 동원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과거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감행했을 때와 너무도 대조적이다. 미국과 일본, 중국 사이의 패권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서태평양의 거대한 체스판의 구도를 읽지 못한 현 정부 외교안보팀의 실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응이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외교적 립서비스 수준에서 그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가 ‘전략적 동반자’라고 믿었던 중국 역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난 없이 “남북 모두 자제하라”는 논평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도발에서 북한이 노리는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도 있겠지만, 시기와 정황으로 보았을 때 가장 큰 목적은 한미동맹 균열과 이를 통한 주한미군 감축 및 축소이다. 지금 청와대는 다음 달 방중 일정을 구체화하기보다 백악관 핫라인 수화기를 들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北도발 단호 대처… 평화 구축 모든 노력”

    “北도발 단호 대처… 평화 구축 모든 노력”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광복 70주년을 기념한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의 오찬에서 북한의 지뢰 도발과 관련,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며 동시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고 평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전날 영국 외교장관과의 접견에서 “강력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대북 압박과 함께 대화 재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으며, 이날은 단호한 대처와 재발 방지 및 평화 구축 노력을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광복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선열께서 잃어버린 조국을 되찾기 위해 본인의 삶을 포기하고 헌신과 희생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광복과 동시에 분단의 역사가 시작됐고,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과 북으로 갈려서 갈등과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분단의 긴 역사를 극복하고 반드시 평화통일을 이뤄야 하는 시대적 사명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오찬에는 독립유공자와 유족을 포함해 3·1절 및 광복절 포상 친수자, 국외 거주 및 국적 취득 유공자 후손, 독립운동 관련 기념사업회 대표, 보훈복지사·보훈섬김이 등 24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안이 12일 박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김현웅 법무장관이 주재한 사면심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하고 관련 부처 장관들이 서명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13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사면의 의미를 밝히고 사면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최종 명단이 임시 국무회의 전까지 박 대통령의 최종 고심을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 폭은 당초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권 관계자는 “사면심사위의 명단에 오른 기업인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인 사면에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朴대통령 “강력한 억지력으로 대북 압박 지속”

    朴대통령 “강력한 억지력으로 대북 압박 지속”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관련, “우리 정부는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을 지속해 나가는 한편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필립 해먼드 영국 외교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최근 이란 핵 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활용해 북핵 문제도 진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북한은 여전히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고 핵 능력 고도화에 집착하고 있어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앞서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불법으로 침범해 목함지뢰를 의도적으로 매설한 명백한 도발”이라면서 “북한의 도발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 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북한이 이번 도발에 대해 사죄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 대변인은 “지난 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개최해 사건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가진 직후 “우리 군이 적극적으로 DMZ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을 시행할 것”이라면서 “대북심리전 확성기 방송도 (어제부터) 재개했고, 우선적 조치를 하고 차후 할 것들은 검토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국방부는 북한군이 DMZ 내 군사분계선(MDL)을 넘지 못하도록 저지해온 작전 개념을 DMZ 안 북한군을 격멸시키는 쪽으로 바꾸는 등 공세적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MDL을 넘는 북한군에 대해서는 ‘경고방송-경고사격-조준사격’으로 대응해왔던 수칙도 ‘조준사격’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DMZ 도발을 ‘반인륜적 만행’으로 규정하고 북한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북한은 분명하게 사과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독도·이어도 등 영토주권 수호·대북 억지력 강화

    군 당국이 2018년부터 공중급유기 4대를 도입함으로써 독도·이어도를 포함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해상 영유권 분쟁에 본격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됐다. 공중급유기는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 타격할 ‘킬 체인’ 체계를 보완하고 수도권을 겨냥한 장사정포 위협을 억지하는 전력으로도 꼽힌다. 공군은 주력 전투기인 F15K의 경우 대구기지에서 324㎞ 떨어진 독도 상공에서 30분, 527㎞ 떨어진 이어도 상공에서는 20분만 작전이 가능하다. KF16 전투기가 충주 기지에서 발진하면 350㎞ 떨어진 독도에서 10여분, 580㎞ 떨어진 이어도에서 5분만 작전할 수 있다.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보다 작전 수행능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공중급유를 한 차례 받으면 독도와 이어도에서 F15K는 작전시간이 각각 90여분, 80여분, KF16은 70여분, 65분 정도로 늘어난다. 공군 관계자는 30일 “현재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 내 전방 3개 공역에서 24시간 초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투기 36대가 필요하지만 공중급유기가 도입되면 14대 미만의 전투기로 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군의 작전 반경이 확대되면 북한의 핵·미사일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 체계를 구축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사거리 500㎞의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를 장착한 F15K가 공중급유기의 도움을 받으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에 대비해 동해안 지역을 24시간 교대로 선회하면서 공중에 대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체공 시간이 늘면 수시로 불규칙하게 갱도를 출입하며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도 실시간 공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전력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F15K는 최대 7발의 정밀유도 합동직격탄(JDAM)을 장착할 수 있으나 외부 연료탱크를 모두 탑재할 경우 1발밖에 장착할 수 없다. 공중급유기의 도움을 받으면 외부 연료탱크를 달 필요가 없어 한번 이륙하면 1회 비행으로 7개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유승민 “서민 편에 서는 새 보수로”…野 환영

    유승민 “서민 편에 서는 새 보수로”…野 환영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성장과 복지의 균형 발전을 기반으로 한 ‘중(中)부담-중복지’ 정책 추진을 제시하며 세금·복지 문제 공론화를 위한 여야 합의기구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정치적 좌표로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는” ‘새로운 보수’를, 대야 관계에 있어선 진영 논리를 창조적으로 파괴하자는 ‘합의의 정치’를 제안했다. 유 원내대표는 8일 취임 후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심각한 양극화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나누면서 커 가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년 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양극화 해소’를 지적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찰을 높이 평가한다는 언급도 나왔다. 그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지난해 국가 결산에서 총국가부채 1211조원 중 53%인 644조원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충당부채였다”며 “국회가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134조 5000억원의 공약가계부는 더이상 지킬 수 없는 점을 반성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단기 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등 현 정부 정책 기조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원칙, 법인세가 성역이 될 수 없는 원칙, 재벌 처벌의 형평성 확립 등을 강조하며 ▲재벌 개혁 동참 ▲청년 일자리 전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기업 하청 단가 인상 ▲보육정책 재설계 등 ‘공정한 고통분담·공정한 시장경제’를 제시했다.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선 말하기 어려운 파격적 고백도 있었다. 그는 “역대 정권마다 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만 해 왔다”, “여야 포퓰리즘 경쟁이 국가 발전에 큰 피해를 줬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세월호 실종자 9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후 통합과 치유의 길로 나가자고 역설했다. 그는 “세월호를 인양해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을 지키고 가족들의 한을 풀어 드려야 한다”며 “평택 2함대에 인양해 둔 천안함과 참수리 357호에서 적의 도발을 잊지 못하듯 세월호를 인양해 우리의 부끄러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무성 대표는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아주 신선하게 잘 들었다”면서도 당의 방침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중부담-중복지 문제와 재벌 개혁, 조세 형평성 원칙 등에 대해 “우리 모두 같이 고민하자는 뜻으로 한 얘기이기 때문에 꼭 당의 방침이라고 볼 수 없다”며 “국민 모두의 컨센서스(동의)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가 자신의 정치철학과 개인 소신을 담아 그동안 해 온 얘기를 재차 언급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여 당·청이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피하고자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이례적으로 공감과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의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 준 명연설이었다”고 밝혔고,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유 원내대표의 합의의 정치 제안에 공감한다”며 “박근혜 대통령 공약가계부의 실패 선언,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 고백은 집권 여당 대표로서 용기 있는 진단”이라고 평가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다음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연설문 전문. 제33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대표연설문 2015년 4월 8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 승 민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합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의화 국회의장님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이완구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세월호... 그리고 통합과 치유 1년전 4월 16일, 안산 단원고 2학년 허다윤 학생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여 오늘까지 엄마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윤이의 어머니는 신경섬유종이라는 난치병으로 청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내 딸의 뼈라도 껴안고 싶어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다윤 양과 함께 조은화, 남현철, 박영인 학생,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 권재근씨와 권혁규군 부자, 이영숙씨... 이렇게 9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피붙이의 시신이라도 찾아 유가족이 되는 게 소원”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슬픈 소원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희생자 295명, 실종자 9명, 그리고 생존자 172명을 남긴 채 1년 전의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의 가슴에 슬픔과 아픔, 그리고 부끄러움과 분노를 남겼습니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국가는 왜 존재합니까? 우리 정치가 이 분들의 눈물을 닦아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지난 1년의 갈등을 씻어주기를 기대하면서, 저는 정부에 촉구합니다. 기술적 검토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그 결과 인양이 가능하다면 세월호는 온전하게 인양해야 합니다. 세월호를 인양해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을 지키고, 가족들의 恨을 풀어드려야 합니다. 평택 2함대에 인양해둔 천안함과 참수리 357호에서 우리가 적의 도발을 잊지 못하듯이, 세월호를 인양해서 우리의 부끄러움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월호 인양에 1,000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막대한 돈이지만, 정부가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 국민들께서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동의해 주실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우리는 분열이 아니라 통합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온 국민이 함께 희생자를 추모하고, 생존자의 고통을 어루만져 드려야 합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배상 및 보상 등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정부는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정치권은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통합과 치유의 길에 앞장서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 외에도 우리 사회에는 통합과 치유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함께 나서야 할 일이 많습니다. 군에서 사망한 자식의 유해와 시신을 데려가지 않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지금이라도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천안함, 5.18민주화운동 등 우리 역사의 고비에서 상처를 받고 평생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치유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이 분들의 고통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때, 비로소 국민의 마음이 열리고 통합의 길이 열리게 됩니다. ●나누면서 커간다 :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오랜 세월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견인해왔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의 유지와 발전에도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남북분단과 군사대치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지켜왔습니다. 이제 새누리당은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합니다. 심각한 양극화 때문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갈수록 내부로부터의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공동체를 지키는 것은 건전한 보수당의 책무입니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이 보수의 책무이듯이, 내부의 붕괴 위험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키는 것도 보수의 책무입니다. 새누리당은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겠습니다.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습니다. 빈곤층, 실업자,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 신용불량자,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장애인, 무의탁노인, 결식아동, 소년소녀 가장,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 이런 어려운 분들에게 노선과 정책의 새로운 지향을 두고, 그 분들의 통증을 같이 느끼고, 그 분들의 행복을 위해 당이 존재하겠습니다. 10년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극화를 말했습니다.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그 분의 통찰을 저는 높이 평가합니다. 이제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는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나누면서 커가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오늘의 이 변화를 통하여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자유시장경제와 한국자본주의의 결함을 고쳐 한국경제 체제의 역사적 진화를 위해 노력하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국가안보 만큼은 정통보수의 길을 확실하게 가겠습니다. 새누리당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면서, 저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의 최근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은 ‘경제정당, 안보정당’을 말하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미래산업정책’을 말하고 있습니다. 급식, 보육은 물론 심지어 의료, 교육, 주택까지 보편적 무상복지를 고집하던 야당이 드디어 성장의 가치, 안보의 가치를 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놀라운 변화입니다. 환영합니다. 저는 진보정당의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총선과 대선의 득표용 전략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변화 속에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고민과 진정성이 담겨 있으리라고 기대해 봅니다. ●진영을 넘어 합의의 정치로...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새로운 변화를 보면서 저는 ‘진영의 창조적 파괴’라는 꿈을 가집니다. 진영을 벗어나 우리 정치도 공감과 공존의 영역을 넓히자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 동안 우리 정치는 여야 진영 간, 보수 진보 진영 간의 대립과 반목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습니다. 진영은 그 본질이 독재와 똑같습니다. 진영의 울타리를 쳐놓고 그 내부 구성원들에게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인데, 어느 당, 어느 진영의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소신은 집단의 논리에 파묻히고 말았습니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 진영의 논리에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았고, 이는 국민의 눈에 어처구니 없는 정쟁으로 비쳐졌습니다. 여당 시절 추진했던 FTA, 연금개혁을 야당이 되니까 반대하는 일,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에서 여야가 당론투표를 강요하는 일, 역대 정권마다 여당이 정부와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만 해오던 일, 이런 부끄러운 일들이 진영싸움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원내대표가 된 이후 가급적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의원님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구속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보수와 진보가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먼 장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오늘 보수와 진보는 머리를 맞대고 공통의 국가과제와 국가전략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영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진영싸움을 중단해야 합니다. 우리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시작해야 합니다.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일들은 합의의 정치를 통하여 정책을, 입법을, 예산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우리가 합의의 정치를 해야 할 이유는 또 있습니다. 포퓰리즘의 과열경쟁을 자제하기 위해서도 합의가 필요합니다. ‘민주주의라는 정치시장’에서 정치의 본능은 득표입니다. 표 때문에 우리 정치인들은 포퓰리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소위 ‘죄수의 딜레마’처럼, 그 동안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반복되었고, 이는 국가재정, 국가발전에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역대 대선과 총선에서 각 정당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들이 그 생생한 사례들입니다.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지만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일을 하려면 합의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우리 국회가 진영의 논리와 포퓰리즘 경쟁에서 벗어나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시작한다면, 우리가 할 일은 많고, 국민은 우리 정치를 다른 눈으로 평가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노력이 진정한 정치개혁이라고 믿습니다. 성장과 복지, 안보와 통일,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일자리와 노동, 교육, 보육, 의료, 연금 등 합의의 정치가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어려운 문제, 아주 인기 없는 정책일수록, 그러나 국가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일수록 우리는 용기를 내어 통큰 합의를 해야 합니다. ●공무원연금개혁 몇가지 중요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4월 국회의 최대 현안인 공무원연금개혁이 그 첫 번째 시험대입니다. 공무원연금개혁은 역대 정권이 모두 시도했으나 번번이 좌절한,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공무원의 고통분담이 수반되는 일이니 당연히 득표에 도움이 안되는, 인기 없는 개혁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 모두가 알고 있듯이 국가장래를 위해 지금 꼭 해야만 하는 개혁입니다. 지난 2년간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 중에서 저는 공무원연금개혁에 도전한 것을 가장 높이 평가합니다. 공무원연금개혁은 이념의 문제도, 정쟁의 대상도 아닙니다. 야당이 말하는 것처럼 무슨 군사작전 하듯이 추진하려는 것도 아니고, 20년전 김영삼 정부때부터 추진해왔던 것입니다. “급하게 졸속으로 하지 마라” — 이런 정치적 수사로 개혁을 지연시키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도 추진하려 했지만 실패했던 것을 야당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어제 발표된 「2014년 국가결산」에 따르면 총국가부채 1,211조원 중 53%인 644조원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충당부채였습니다. 앞으로 공무원연금에 얼마나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빚을 떠넘긴다는 것을 야당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 공은 우리 국회에 넘어와 있습니다. 당사자인 정부와 공무원이 해결하지 못한 개혁을 국회가 마무리해내야 합니다. 공무원들과 국민들의 성숙한 고통분담 의식, 거기에 여야간 합의의 정치가 보태지면, 역대 어느 정권, 어느 국회도 못했던 개혁을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새정치민주연합에게 호소합니다. 문재인 대표님과 우윤근 원내대표님께 호소합니다. 야당이 경제정당을 말하려면 이번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에 동참해야 합니다. 공무원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고 의견제시의 기회를 드리기 위해 국민대타협기구와 같은 노력을 해왔지만, 이해당사자에게 최종결정 권한까지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 결정은 주권자인 국민의 대의기구인 우리 국회가 하는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무현 정부 임기 중인 2007년에 그 어려운 국민연금개혁을 이루어낸 훌륭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국민연금개혁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생생히 지켜보셨던 문재인 대표께서 이번 공무원연금개혁에 합의해 주신다면, 국민들은 경제정당의 진정성을 평가할 것입니다. 여야 모두 공무원연금개혁이 지금 9부 능선까지 왔다고 인정합니다. 마지막 한 달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이 중요한 개혁이 또 무산된다면 19대 국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의 지탄을 면할 수 없고 국민의 정치불신은 극에 다다를 것입니다. 합의의 정치로 공무원연금개혁이 꼭 성공하도록 의원님들의 동참을 호소드립니다. 공무원연금개혁 이후 공적연금의 강화가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2007년 고통스러운 개혁을 단행했고,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기초연금 때문에 진통을 겪었습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은 기여율 인상 없이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오히려 국민연금의 경우 연기금자산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개혁으로 수익률을 제고해서 연금고갈시점을 최대한 연장하는 것이 국민부담을 줄이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세금과 복지 두 번째 사례는 세금과 복지 이슈입니다. 세금과 복지 이슈만큼 정치적 휘발성이 강한 이슈도 없을 것입니다. 소득세 연말정산 사태에서 우리는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세금을 올린 정당은 재집권에 성공할 수 없다’는 정치권의 금언이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 연설을 쓰면서 2012년 새누리당의 대선공약집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저희 새누리당의 공약이었습니다. 문제는 134.5조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반성합니다. 저는 지난 4월 1일 정부가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복지재정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3조원의 복지재정 절감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을 평가합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세수부족은 22.2조원입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권은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세금과 복지의 문제점을 털어놓고, 국민과 함께 우리 모두가 미래의 선택지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이 일은 공무원연금개혁보다 더 어렵고, 인기는 더 없지만, 국가 장래를 위해 더 중요한 일입니다. 세금과 복지야말로 합의의 정치가 절실하게 필요한 문제입니다. 서민증세 부자감세 같은 프레임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저급한 정쟁은 이제 그만 두고 여야가 같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 고민의 출발은 장기적 시야의 복지모델에 대한 합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의 복지는 ‘低부담-低복지’입니다. 현재 수준의 복지로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의 붕괴를 막기에 크게 부족합니다. 그러나 ‘高부담-高복지’는 국가재정 때문에 실현가능하지도 않고, 그게 바람직한지도 의문입니다. 高부담-高복지로 선진국이 된 나라도 있지만, 실패한 나라도 있습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저출산-고령화로 인하여 앞으로 50년간 기형적 인구구조라는 재앙이 닥치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복지제도를 더 확대하지 않고 그대로 가더라도, 앞으로 복지재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中부담-中복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민부담과 복지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정도 수준을 장기적 목표로 정하자는 의미입니다. 이는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태리 같은 유럽 국가들보다는 낮지만, 현재의 미국, 일본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을 지향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결코 낮은 목표라고 볼 수 없습니다. 최근 여야간에 中부담-中복지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우리는 국민의 동의를 전제로 이 목표에 합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中부담-中복지를 목표로 나아가려면 세금에 대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무슨 세금을 누구로부터 얼마나 더 거둘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합의해야 합니다. 증세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3년간 22.2조원의 세수부족을 보면서 증세도, 복지조정도 하지 않는다면, 그 모든 부담은 결국 국채발행을 통해서 미래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비겁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그리고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인 원칙까지 같이 고려하면서 세금에 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부자와 대기업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떳떳하게 더 내고 더 존경받는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조세의 형평성이 확보되어야만 중산층에 대한 증세도 논의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최근의 여야 대표연설은 대부분 우리 국회가 세금과 복지 문제에 관한 대타협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지난 2월 우윤근 원내대표님도 이런 제안을 하셨습니다. 저는 새누리당 의원님들의 동의를 구하여 세금과 복지 문제에 대한 여야 합의기구의 설치를 추진하겠습니다. 정부도 세금과 복지 문제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보육 개혁 복지지출 중에서 보육 분야는 현실적 어려움이 큽니다. 여야 합의기구가 출범하면 이 문제도 여야가 함께 풀어갑시다. 0∼2세 보육료, 3∼5세 누리과정, 0∼5세 양육수당을 합친 올해 보육예산은 10조 2,500억원으로서, 급식예산 2조 5천억원의 4배입니다. 최근의 지방재정법 개정 과정에서 보았듯이 보육재원의 조달을 둘러싼 중앙과 지방의 갈등은 심각합니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된 이래 지난 24년간 보육은 계속 확대되어 왔고, 박근혜 정부는 0∼5세의 모든 영유아에게 소득에 관계없이 보육지원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보육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국가의 지원은 확대되었으나, 이 정책이 저출산 해소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더구나 최근 보육시설에서 연달아 발생하는 사고들을 보면서, 0세 영아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월 77만 8천원이 지원되는데 집에서 키우면 월 20만원이 지원되는 모순을 보면서, 또 어린이집, 유치원과 가정이라는 보육공동체의 비정상적인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는 보육정책의 재설계가 절실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 공동체는 아이를 낳고 잘 키우는 문제를 돈으로만 해결하려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4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대로 지방재정법을 개정하고 정부가 합의했던 5,064억원도 동시에 집행하며, 영유아보육법도 개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보육정책에 대해서는 우리 국회가 진지한 토론과 대안의 모색에 여야가 함께 착수할 것을 제안합니다. 정부도 앞으로 보육정책과 예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현실성 있는 방안을 제시해 주기 바랍니다. ●성장의 가치와 성장의 해법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경제성장은 오랫동안 보수의 의제였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소득주도형 성장, 포용적 성장’을 말했을 때, 저는 이 새로운 변화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야당이 성장의 가치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반가웠습니다. 보수가 복지를 말하기 시작하고, 진보가 성장을 말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 우리 정치의 진일보라고 높이 평가합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성장의 해법입니다. 복지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인데, 성장은 돈을 어떻게 버느냐의 문제입니다. 성장의 해법은 복지의 해법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KDI가 발표한 장기거시경제 전망에 따르면 현재의 3.5%의 잠재성장률은 2050년대에 1.0%로 추락합니다. 더 비관적인 전망에 따르면 2040년대부터 1.0% 이하로 추락하여 2060년대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합니다. 대한민국이 성장을 못하는 나라, 저성장이 고착화된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적 대재앙입니다. 성장을 못하면 우리 사회의 모든 게 어려워집니다. 성장을 못하면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들고, 서민 중산층이 붕괴되어 양극화는 더 심각해지고, 국가재정도 버티기 힘들어 복지에 쓸 돈이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통일을 하더라도 통일비용을 부담할 재원이 없습니다. 앞으로 100년간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경제성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양극화 해소 못지 않게, 성장 그 자체가 시대의 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2100년까지 한국경제가 성장을 못하는 것은 경기변동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장을 뒷받침하는 노동, 자본, 기술 등 세 가지 요소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펀더멘털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성장의 원인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을 일관되게 추진하지 못한다면, 한국경제는 20세기의 성취를 21세기에 다 날려보내고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 것입니다. 저성장은 이렇게 고질적이고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문제인데,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성장전략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외 없이 집권 초반의 경제성적표를 의식해서 반짝경기를 일으켜 보려는 단기부양책의 유혹에 빠졌습니다. 성장잠재력 자체가 약해져서 저성장이 고착화된 경제에서 국가재정을 동원하여 단기부양책을 쓰는 것은 성장효과도 없이 재정건전성만 해칠 뿐이라는 KDI의 경고를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국가재정 때문에 공무원연금개혁의 진통을 겪으면서, 별 효과도 없는 단기부양책에 막대한 재정을 낭비해서야 되겠습니까? 건전한 국가재정은 그 동안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최후의 보루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입니다. 1997∼98년의 IMF 위기와 2008∼09년의 금융위기도 그나마 국가재정이 튼튼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단기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IMF 위기처럼 극심한 단기불황이 찾아오지 않는 한, 단기부양책은 다시는 끄집어내지 말아야 합니다. 그 대신 장기적 시야에서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데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일은 한 두가지 정책수단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뼈를 깎는 개혁을 단행해야 합니다. 자본, 노동, 여성, 청년, 교육, 과학기술, 농어업, 제조업,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그 혁명적인 변화의 최종 목표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이며, 성장잠재력 확충입니다. 가장 중요한 몇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재앙은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 0∼5세 보육예산을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집 구해서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도록 해야 합니다. 내 아이가 자라서 나보다 더 잘 살 거라는 희망을 드려야 합니다. 보육, 교육, 노동, 일자리, 주택, 복지 등을 포괄하는 종합대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당장의 인력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청년, 여성, 장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여성이 더 이상 경력단절을 겪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정년후 장년층의 재고용을 촉진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청년일자리를 위해서 정부는 ‘청년일자리 전쟁’을 하겠다는 각오로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총동원해서 청년의 고용률을 높여야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일자리는 삶의 문제입니다. 사회 문턱에 갓 들어선 청년들에게 실업보다 더 큰 고통은 없을 것입니다. 정부, 공기업, 정부산하단체부터 청년일자리 늘리기에 앞장서야 합니다. 정부는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에게 임금인상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청년일자리를 늘려 달라고 호소하고 청년고용에는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청년창업에 대한 국가지원도 대폭 확대하고, 크라우드펀딩법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도 조속히 통과되어야 합니다. 청년들이 취업하기를 원하는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도 조속히 통과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중소기업의 청년고용에 대한 임금보조를 확대하고, 중소형 공장이 밀집한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재양성은 성장의 마지막 희망을 걸어야 할 분야이고 국가의 명운이 걸린 분야입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과학기술주도형 성장으로 가려면 오랜 시간에 걸친 일관된 국가R&D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어야 하는 분야입니다. 연구개발예산의 총투자액은 확대하되 민간이 하지 못하는 분야를 국가가 담당해야 합니다. IMF 위기 이후 누적된 문제로 고장난 국가R&D시스템은 근본적인 진단후 수술이 불가피합니다. 과학기술교육의 혁신과 이공계 우대 정책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제조업이 더 강해져야 관련 서비스산업이 같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전자,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제조업의 위기는 지금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기입니다. 이들 주력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중소기업 분야에서도 벤처만 우대할 것이 아니라 지금 잘하고 있는 업종과 기업들이 더 잘 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한계기업은 과감하게 퇴출시켜 새 살이 돋아나도록 하고, 잘하는 기업에게 자원이 배분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정한 고통분담, 공정한 시장경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성장의 해법은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고통스러운 개혁입니다. 성장을 향한 개혁은 고통스럽기 때문에 어느 일방의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공정한 고통분담, 공정한 시장경제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합의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노사정 대타협이 바로 그런 합의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 이 시간까지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 못지않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 등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특히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정책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공기업은 지금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더 확실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30대 그룹과 대형 금융기관들도 상시적 업무에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합니다. 재벌대기업은 지난날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재벌대기업은 무한히 넓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등이 되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가 친척에게 돈벌이가 되는 구내식당까지 내주고 동네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끄러운 행태는 스스로 거두어들여야 합니다. 천민자본주의의 단계를 벗어나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아픔을 알고 2차, 3차 하도급업체의 아픔을 알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존경받는 한국의 대기업상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정부는 재벌대기업에게 임금인상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하청단가를 올려 중소기업의 임금인상과 고용유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재벌정책은 재벌도 보통 시민들과 똑같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재벌그룹 총수 일가와 임원들의 횡령, 배임, 뇌물, 탈세, 불법정치자금, 외화도피 등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 보통 기업인들과 똑같이 처벌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검찰, 법원은 재벌들의 사면, 복권, 가석방을 일반 시민들과 다르게 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공정한 고통분담과 공정한 시장경제는 결국 복지, 노동, 경제민주화, 법치로 귀결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증세, 中부담-中복지의 시회안전망, 비정규직 대책, 청년일자리,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대책들이 성장의 해법과 함께 가야 합니다. 정부는 성장잠재력과 상관없는 단기부양책이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에 필요한 곳에 예산을 써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아직도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아있는 박근혜 정부가 이상과 같은 근본적 개혁의 길로 나아가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정부가 단기부양책보다는 노동-금융-교육-공공의 4대 부문 개혁을 말하고 2017년까지 잠재성장률 4%대 진입을 목표로 ‘3년의 혁신으로 30년의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점을 저는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3년내의 성과에 조급해서는 안됩니다. 잠재성장률을 4%대로 높이는 일은 3년의 개혁으로는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3년 동안 그 다음 정부가 후퇴시킬 수 없는 개혁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수만 있다면,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정부는 공무원연금개혁에서 시작하여 세금과 복지, 노동, 보육과 교육, 청년일자리, 그리고 성장 등의 분야에서 개혁의 인프라를 제안하고, 우리 국회는 합의의 정치로 국가의 장래를 준비하는 개혁을 뒷받침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이 보이지 않겠습니까? 저는 야당이 제시한 소득주도 성장론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정한 속도의 최저임금 인상,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지출의 확대는 빈곤과 양극화 해소라는 차원에서 동의합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지출 확대가 저소득층의 소비를 늘려 내수 진작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점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2100년까지 저성장의 대재앙이 예고된 우리 경제에 대하여 이 정도의 내용을 성장의 해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소득주도 성장을 정치적으로 비난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제대로 된 성장의 해법이 없었던 것은 지난 7년간 저희 새누리당 정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색성장과 4대강 사업, 그리고 창조경제를 성장의 해법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왕 야당이 성장이라는 시대의 가치를 얘기한다면, 여야가 그 해법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합의의 정치로 성장을 위한 지난한 개혁의 길로 함께 가자는 점입니다. ●사회적경제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최근 많은 국민들께서 사회적경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복지와 일자리에 도움을 주며 양극화 해소와 건강한 지역공동체의 형성에 도움을 주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영역도 돌봄, 보육, 교육, 병원, 신용, 도시락, 반찬가게, 동네슈퍼 등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中부담-中복지를 목표로 나아간다면 우리 사회 전체의 복지수요를 국가재정이 모두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일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와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늘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회적경제는 국가도, 시장도 아닌 제3의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으로서, 복지와 일자리에 도움이 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역사적 진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해왔던 선진국들도 사회적경제가 발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는 정치적 오염과 도덕적 해이를 경계해야 합니다. 사회적경제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일은 여야 모두의 책임입니다. 우리 19대 국회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하여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적 진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 경제 분야의 마지막 주제로 저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경고합니다. 작년말 가계부채는 1,089조원을 기록했습니다. 국민 1인당 평균 2,150만원이며, 가계부채가 GDP의 75%입니다. IMF 위기때는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대규모 도산사태와 대량해고가 발생했고 양극화가 심화되었습니다. 지금은 가계부채가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가 되었습니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의 완화와 금리인하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높여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가계부채는 개인이 원금과 이자를 갚는 게 당연한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우리 경제 전체의 리스크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정부가 정교한 대책을 수립해 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지난번 두 차례에 걸친 안심전환대출은 은행과 정부의 부담으로 원리금 상환능력이 있는 일부 계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정책이었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상환능력은 없고 부실의 위험도는 높은 한계선상의 가계부채에 대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을 촉구합니다. ●국가안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성장, 복지와 함께 안보, 통일은 우리의 4대 국가 아젠다입니다. 올해는 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광복과 함께 분단이 된 70년 전의 슬픈 역사는 분단을 허물고 통일과 진정한 광복을 이룩해야 하는 역사적 과업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대북정책이 쌓여서 통일정책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통일 이전에 북한의 개혁 개방, 북한경제의 발전, 북한체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북정책이라는 주장에 저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북한은 그런 이성적인 대북정책이 통하지 않는 상대입니다. 문제의 핵심에는 북한의 핵미사일이 있습니다. 지난 4월 2일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이란과 국제사회의 역사적 합의가 타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란보다 핵무기 개발이 훨씬 앞선 북한의 핵문제는 조금도 진전이 없이 악화되어 가기만 합니다. 2012년 12월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013년 2월의 3차 핵실험 이후 우리 군은 북한이 노동미사일이나 스커드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한 핵미사일을 이미 실전배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우리 국민들은 언제 우리를 향해 날아올지 모르는 핵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싸드(THAAD) 요격미사일의 배치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저는 “우리가 과연 우리 손으로 우리의 생명을 지킬 생각을 갖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북핵문제를 압박과 유도의 외교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저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1994년의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합의,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2012년 미국과 북한의 2.29 합의가 모두 어떻게 되었습니까? 북한은 그 때마다 약속을 깨고 핵개발은 계속되었습니다. 북핵문제를 현명한 외교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당연히 경주하되,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북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합니다. 우리가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억지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합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북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국방능력을 갖추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최근 안보정당을 내세운 새정치민주연합에게 묻습니다. 싸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대안을 갖고 있습니까? 행여 북한이 핵공격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안보정당은 한마디 말로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닙니다. 북핵과 싸드, 천안함 폭침,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 국가안보의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하여 분명한 입장과 행동이 있어야 스스로 안보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야당을 비판하려고 거북한 질문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늘 말로는 ‘국가안보는 초당적으로 대처한다’라고 하면서, 서로 생각의 차이는 너무나 큰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19대 국회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 19대 국회가 국민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국민에게 내일의 희망을 드리기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저는 매일 이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집니다. 저는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었습니다. 15년전 제가 보수당에 입당한 것은 제가 꿈꾸는 보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 지난 15년간 여의도에 있으면서 제가 몸담아보지 않았던 진보 진영에도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훌륭한 정치인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 그 분들의 생각 중에 옳은 것도 많고, 저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느낄 때도 많았습니다. 좋은 생각, 옳은 생각을 가진 선량들이 모인 이 국회가, 우리 정치가 왜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불신과 경멸의 대상이 되었는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린,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가 하나의 해결책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제 말씀을 마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시론] 줄타기 외교와 동아시아 안전망/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전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

    [시론] 줄타기 외교와 동아시아 안전망/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전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문제가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AIIB는 영국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자연스레 상황이 정리됐고 이제 초점은 사드로 넘어갔다. 또 하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 지난 21일 개최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다. 일본과의 역사 문제로 여전히 앞길이 험난하지만, 3년 가까이 멈췄던 한·중·일 협력의 모멘텀을 되살린 것만으로도 다행스런 일이다. 이 두 가지는 한국 외교의 애로(隘路)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 주고 있다. AIIB와 사드 문제에서는 한국이 줄타기 외교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동적으로 강대국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주도적으로 입장을 정하라는 비판이다. 그러나 너무 자조적(自嘲的)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안보의 기본이 한·미 동맹에 있으니 어느 정도 줄서기는 불가피하며,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균형을 잃지 않는 줄타기의 감각도 갖출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균형외교는 적절한 방향이다. 그러나 균형외교가 지속적인 안정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강대국의 권력정치 속에서 균형점 자체가 유동적이며, 국력에 따른 위계질서 속에 한국과 같은 비강대국의 입지가 매몰돼 버릴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자기 보전을 추구하는 양자관계 중심의 외교를 넘어서 동북아와 동아시아로 시야를 넓게 잡는 외교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과거처럼 강대국의 전횡이 통하는 시대가 아니므로 지역 차원의 다자외교에서는 비강대국도 의미 있는 역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이 양자관계 중심의 외교를 넘어서는 첫 번째 단계가 바로 한·중·일 협력이다. 한·중·일협력사무국(TCS)이 서울에 소재하고 있으며, 중·일 양국의 불편한 관계 덕분(?)에 한국이 3년째 계속 의장국을 맡고 있는 데서 보듯이 한·중·일 협력은 지역 강국 사이에서 한국이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는 결국 동북아에 한정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지역 협력의 판도로서는 너무 협소하다. 지역 협력의 범위를 동아시아로 넓혀 보면 한국에 좀 더 의미 있는 역할 공간이 열린다. 중국의 급속한 대두에 따라 동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이 변화하는 가운데 새롭게 형성되는 지역질서가 조화롭고 안정된 모습이 되도록 하는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이 지역의 새로운 질서 구축을 강대국들이 일방적으로 주도하지 않도록 한국은 역내 비강대국들과 사통팔달의 네트워킹을 구사하면서 고민을 공유하고 공통된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현재 한국 정부가 운영 중인 중견국협의체(MIKTA)와 차별화해 동아시아 차원의 다양한 소다자(minilateral) 네트워킹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그물망 짜기 작업은 줄서기와 줄타기의 위험을 덜어 줄 안전망을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편 중요한 외교 현안에 대해 동아시아 질서라는 차원의 판단 기준을 추가하는 것이 유용하다. 예를 들어 AIIB가 동아시아에서 중화질서의 재래(再來)를 불러오는 일이 없도록 거버넌스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대북 억지력의 차원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긴장과 군비경쟁을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오는 4월 다시 한번 관심이 집중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도 한·일 양자 관계의 차원보다는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라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동아시아를 넓게 조감하는 지역 협력의 외교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실용적이고 유연한 자세가 대전제다. 단호하게 대응할 사안과 실용적으로 협력할 문제를 분리해 대응해야 하고, 양자 관계와 지역 협력을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 우선 눈앞의 과제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문제다. 역사 문제에 중점을 두는 중국은 아베 담화를 보고 나서 정상회의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정상회담과 역사 문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도 역사 문제에서 일본에 할 말은 많지만, 한·일 양자 관계와는 분리해 한·중·일 지역 협력의 모멘텀을 살려 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한·중·일 협력은 한국 외교가 동아시아로 시야를 넓히기 위한 좋은 훈련장이기도 하다.
  • 천영우 “北 선제공격용 무기·사드 필요”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3일(현지시간) “현재의 대북 억지력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기에 부족하다”며 “북한을 선제공격할 첨단 재래식 무기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했던 천 전 수석은 이날 워싱턴DC 레이건빌딩에서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2015 국제 핵정책 콘퍼런스’에 참석, “북한에 대한 억지력은 북한의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도발로 실패했다고 평가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천 전 수석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정권은 예측불가해 언제 핵을 쓸지 모른다. 북한이 핵공격을 하기 전에 선제공격해 사전에 핵공격을 막을 수 있는 첨단 재래식 무기가 더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첨단 재래식 무기로는 탄도·스커드미사일, 벙커버스터 등을 언급했다. 그는 또 “첨단 재래식 무기로 다 막지 못하면 이후 추가로 막을 수 있는 미사일방어(MD) 체계가 필요한 것인데 현재의 저고도 MD 체계뿐 아니라 고고도 등 전방위로 갖춰야 한다. 그래서 사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천 전 수석은 그동안 사드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전세계 핵전문가들이 참석한 ‘핵올림픽’ 행사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 등과 관련, “북한 핵을 전술핵으로 막아야 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전술핵 등 핵무장은 북핵에 대한 억지력을 발휘할 수 없을 뿐더러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특히 전술핵 공격은 미국도, 한국도 부담이 커 대통령이 승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콘퍼런스 이후 특파원들과 만나 “재래식 첨단 무기도, 사드도 미국으로부터 가져와야 하는데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도입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미국 측이 자발적으로 사드를 한국 내 미군부대 등에 배치하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이슈 Q&A] 한·미동맹이냐 균형외교냐… 사드發 동북아 군비경쟁 우려

    [이슈 Q&A] 한·미동맹이냐 균형외교냐… 사드發 동북아 군비경쟁 우려

    청와대가 11일 미국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문제와 관련해 한·미 간 협의가 없다고 부인했지만 논란은 여전히 남는다. 사드에 대한 미·중 양측의 압박이 임계점에 도달했고 한·미 동맹, 군사적 효용성과 별개로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① 美 정말 요청 안 했나 한국 “미검토”… 美는 논의 시사 현재 한·미 정부는 공개적으로 사드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국 측은 물밑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여러 차례 시사해 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7일 트위터에 “사드를 포함할 가능성이 있는 한반도 미사일 방어는 북한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해 6월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할 것을 본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국 국방부는 한·미 간 사드 도입 협의는 없었다면서도 사드 배치가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직접 무기를 도입할 계획은 없지만 주한미군의 배치에 반대한다는 식의 발표는 하지 않았다. ② 北미사일 방어할까 요격률 70~90%… 억제 수단 전문가들은 군사적 측면에서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를 위해 구축 중인 한국형미사일 방어(KAMD)체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군이 KAMD를 위해 도입할 패트리엇(PAC)3 미사일의 요격 가능공간은 고도 15㎞, 사거리는 20~40㎞로 미사일이 목표물로 낙하하는 ‘종말단계’의 낮은 고도에서만 요격이 가능하다. 주한미군이 40~150㎞ 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사드를 배치하면 한 차례 더 요격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적에게 무기를 과시해 전쟁을 일으킬 생각을 못 하게 하는 ‘억제’ 수단으로도 유용하다”고 밝혔다. 다만 사드 자체의 요격 성공률이 70~90%대로 알려졌고, 사드 포대 몇개를 배치한다고 1000기 안팎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모두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군사적 해법이 전부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③ 中 왜 반대하나 레이더로 자국 기지 감시 의심 중국의 반대는 미국이 주장하는 대북 억지력 논리가 설득력이 떨어지고 한국이 결국 중국을 위협하는 전초기지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사드 배치가 미국이 주도한 미사일 방어(MD)에 편입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노심초사했다. 사드 체계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고도, 속도, 방향을 탐지할 X밴드레이더가 따라붙는다. 전진배치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2000㎞ 이상인 만큼 중국이 자국의 군사기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며 반발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전진 배치용 레이더 대신 탐지거리를 1000㎞ 이하로 줄인 레이더를 배치하고 북한만 감시하도록 고정배치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나 중국이 이를 신뢰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④ 앞으로 전망은 한국군 아닌 미군 배치 용인할 듯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겠다지만 이미 정치권에서 공론화된 만큼 사드에 대해 ‘주한미군이 배치하는 것은 용인하되 한국군이 직접 구매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중국의 반발과 동북아 군비확장이 우려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가 추구해온 미국과 중국 간의 균형외교가 깨지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최근 사드 논란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핍박에 대응해 투자를 늘려 중거리 미사일 체계를 완벽히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열린세상] ‘사드 배치’, 의미 있는 ‘안보 공론’ 모아야/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남북한문제연구소장

    [열린세상] ‘사드 배치’, 의미 있는 ‘안보 공론’ 모아야/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남북한문제연구소장

    2013년 북한의 2·12 3차 핵실험으로 인해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심대한 전환점에 직면했다. 북한은 중장거리 미사일 실전 배치에 이어 3차 핵실험으로 소량화 및 탄두화된 핵무기를 갖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표현대로 우리는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사는 꼴”이 돼 버린, 즉 남북한 간의 군사적 균형이 완전히 깨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어떠한가. 잘 알려진 대로 한국군은 항공기 방어용 저고도 미사일인 PAC2를 실전 배치했지만, 북한의 중고도 스커드미사일과 고고도 노동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은 전무하다. 지난해 중고도 요격용인 PAC3의 구매를 결정했지만 실전 배치는 2017년 이후이며 실질적으로 북한의 고고도 미사일 공격에 대해 대응이 미흡하고 속수무책인 셈이다. 즉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충분한 억지 장치를 갖추고 있지 못한 상태다. 만약 북한이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 탄두화된 핵폭탄 공격을 감행한다면 수십만이 희생되는 대참사는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에 대한 검토는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사드 배치에 대해 한·미 양국 간에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음에도 일부 학자와 언론 등 일각에서는 진실에 근거한 합리적인 논리가 아니라 곡해(曲解)와 선동으로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를 정치화시키고 있다. 우선 이들은 사드 배치를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참여로 규정하고 반대함으로써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 능력 구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런 논리는 사드를 구실로 한·미 동맹을 근거 없이 배척하고, 민족을 무조건적으로 감싸는 과거 ‘햇볕정책’의 재판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사드는 북한의 고고도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 체계로 탐지반경(통상 1000㎞ 이내)과 요격고도(150㎞), 사거리(200㎞)를 감안해 본다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MD와 관련이 없다. 둘째, 일부에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주관적으로 예단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해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의 군사 전문가와 언론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천명한 적은 없다. 어떤 중국 학자는 “사드 자체는 중국의 억지력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드 반대론자들은 결정되지도 않은 중국의 입장을 미리 대변하는 것이다. 이것은 ‘숭중’(崇中)의 사대주의, 아니면 친북의 패배주의가 아닐까. 셋째, 좀 과장된 면이 없진 않지만 사드 배치에 대한 천문학적 비용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사드 1포대는 약 8억 달러(8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우리가 부담하기에는 국방비 측면에서 큰 액수라는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사드 배치와 운용에 약 2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겠다고 하면 이를 반대할 필요가 없다. 한·미 양국의 ‘방위비분담금’ 규정은 총액제로 사드 배치 자체 비용을 우리가 전액 부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60여년이 넘는 한·미 동맹에서 미국이 새로운 무기 체계를 한국에 배치했을 때, 그 비용을 전적으로 우리가 떠안은 적이 없었다. 오히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사드를 통한 ‘충분 억지력’의 확보 효과가 한·미 방위비분담금의 부분 증가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현재 탄두화된 북한의 핵무기 위협으로 우리의 전쟁 억지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됨으로써 한·미 간 대북 도발과 전쟁 억지력을 구축하는 것이 이슈가 됐다. 한반도의 안보 상황 변화에 따라 지난해 한·미 국방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시기’가 아닌 ‘조건’에 따라 재연기하고, 한미연합사의 용산 기지와 동두천의 1개 미군 여단을 잔류시키기로 했다. 또한 미 2사단 예하 국군기갑여단을 창설해 한·미 연합사단을 만들고 평시에 독립적으로 운영하다가 ‘전시’에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대북 핵억지 능력과 관련한 사드 배치는 국내 정치적 이념의 선택이나 중국과 미국에 대한 우리의 외교적 줄타기의 대상이 아니다. 엄정한 군사전략적인 현실적 판단과 미래 대비라는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국민적 공론(公論) 과정을 거쳐 배치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
  • 한·미 외교·국방 “린치핀 넘어 글로벌 파트너십 발전”

    한국과 미국의 외교·국방장관들은 24일(현지시간) 한·미 동맹을 동북아 평화·번영을 위한 린치핀(핵심축)을 넘어선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확인했다. 양국 장관은 또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3국 간 안보협력 및 조율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함께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장관은 한·미 동맹을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에볼라 바이러스, 이슬람국가(IS) 문제 등 세계 평화·안전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적극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또 미래 양국 간 민간분야 원자력 협력에 있어 강력한 기반이 될 새 한·미 원자력협정 마련을 위한 양국 간 협상에 상당히 진전이 있었음을 환영하며, 적시에 협정을 타결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 양국 장관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신뢰할 수 있고 의미 있는 협상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의 비핵화 없는 경제 발전 추구는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북한이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들의 국제적 의무와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의 공약을 완전히 이행하지 않는 한 국제적 고립을 면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양국 장관은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3국 간 안보협력 및 조율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미측은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협의 내용을 한국 측에 설명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미·일 동맹의 틀 내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장관은 한·미·일 안보토의(DTT)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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