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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단 못 막는 ‘제왕적 대통령제’… “개헌하거나 권한 축소 장치를”[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독단 못 막는 ‘제왕적 대통령제’… “개헌하거나 권한 축소 장치를”[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장기 집권 제한하는 5년 단임제대통령 권한에 비해 견제는 약해국회·지자체 4년 주기와도 안 맞아“임기 중반만 지나도 레임덕 생겨”개헌론, 정권 바뀔 때마다 공회전#4년 연임·중임제-이원정부-내각제‘중간 평가’ 성격의 선거 통해 견제“8년짜리 제왕을 뽑는 것” 한계도“이원정부제, 좌우 동거 갈등 심각”“내각제, 한국서 야합의 수단 인식”#대통령제 보완 장치미국처럼 ‘부통령제 도입’ 의견도국가 운영 혼란 적고 권력 정당성‘법률 개정 통해 제도 개선’ 주장“개헌 안 해도 책임 총리제 가능”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5년 단임제로 대표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국무회의를 비롯한 각종 제도적 장치가 있었지만 대통령의 독단을 막을 순 없었던 것. 결국 대통령 한 명에게 막강한 권한을 몰아준 87년 정치체제를 바꿔야 이 같은 혼란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전문가들은 10차 개헌을 통해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 혹은 연임제로 바꾸거나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987년 6월 항쟁이 요구한 핵심은 직접 민주주의였다. 평화적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결국 5년 단임제로 귀결됐다. 87년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를 제한하는 데 몰두하느라 대통령의 권한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 담긴 관련 규정은 존치됐다. 총 130조로 구성된 87년 헌법은 ‘4장 정부’ 부분에서 대통령과 행정부를 별도로 구분했다. 대통령에 대한 규정은 66조에서 85조까지 스무 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뿐만 아니라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한이 총망라돼 있다.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등 주요 헌법기관의 구성권, 국무위원 등 각종 임명권 등도 포함됐다. 대통령이 수반인 정부에는 법률안 제출권을 부여했고 정부는 예산편성권을 독점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에서 나아가 초헌법적 존재로서의 상징성을 갖게 됐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 온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헌법 4장 제목은 정부가 아닌 ‘행정부’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아닌 ‘윤석열 행정부’”라며 “대통령제가 아니라 대통령중심제라는 말이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제한하기 위해 5년 단임제를 못박았다.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과 군부 독재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5년 단임제는 안정적으로 국정 운영을 할 수 있고,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단임제는 선거 과정 중 인물에만 집중한다는 점에서 정당정치를 실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장기적 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점이 계속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대통령제 국가의 상당수가 4년 연임·중임제를 채택하고 있고, 5년 단임제는 한국을 제외하면 필리핀·멕시코 정도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년 단임제는 세계적으로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도”라며 “5년이라는 임기도 국회의원, 지방정부가 4년 주기라는 점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5년 단임제는 역사적인 수명을 다하지 않았나”라며 “임기 중반만 넘어가도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생기고, 부동산·교육 등 주요 정책이 5년마다 바뀐다”고 짚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대통령이 모든 걸 다 가져가는 승자 독식의 성격이 있다”며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정치·경제·사법적 권한이 너무 큰데 견제는 약하다. 그렇다 보니 사활을 걸고 싸운다”고 지적했다. 5년 단임제 문제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해서 제기됐다. 그러나 개헌론은 사안의 폭발력과 민감성을 이유로 매번 정쟁의 대상이 됐고 여야는 정국에 따른 유불리를 따졌다. 개헌론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회가 개원할 때마다 공회전했다. 87년 체제 후 첫 대통령인 노태우 정부 시절 처음으로 5년 단임제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됐다. 임기 말 권위 약화와 권력 누수 등 결함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정치권에서 개헌 문제가 공론화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은 4년 연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전격 제안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임기 초부터 개헌을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성사되진 않았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대통령제 관련 개헌안은 4년 연임·중임제다. 연임은 연속해서 같은 직을 다시 수행한다는 의미다. 중임은 연속 여부와 상관없이 같은 자리를 다시 맡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연임이 아니면서 중임을 한 대통령은 그로버 클리블랜드(22·24대)와 도널드 트럼프(45·47대)뿐이다. 연임제나 중임제를 하면 ‘중간 평가’ 성격을 갖는 선거를 치르게 돼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다. 박원호 교수는 “연임제나 중임제를 도입하게 되면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 같은 말은 나올 수가 없다”며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 점을 지적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제는 필연적으로 제왕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4년 중임제는 8년짜리 제왕을 뽑는 것”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또 다른 대안은 이원정부제다.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말로도 불린다. 외치는 대통령이, 내치는 총리가 담당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에서 선출된 총리와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권력 남용의 우려가 적고 행정부의 책임 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원정부제의 대표 격인 프랑스에서는 좌파 대통령과 우파 총리 등 좌우 동거 정부의 심각한 갈등이 고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조기 총선에서 압승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재묵 교수는 “프랑스식 이원정부제는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당에서 나오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고 다른 당이 되면 심각하게 갈등하는 문제가 있다”며 “오스트리아식으로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상징적인 역할만 하는 방식의 이원정부제가 맞다”고 했다. 반면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국무총리인 시대는 상상만 해도 어렵지 않나”라며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내각제도 거론된다. 영국, 일본처럼 의회가 행정부 구성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지는 제도다. 정치권에서는 한국의 정서와 내각제는 맞지 않는다고 거리를 뒀다. 그러나 내각제는 책임 정부로서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상당수 국가 사례에서 연립정부가 구성된다는 점에서 협치가 필수적이다. 이재묵 교수는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오래된 국가는 다 내각제인데, 한국에서는 야합의 수단으로 인식돼 있다”며 “정당과 국회가 중심이 돼야 궁극적인 삼권 분립이 실현된다”고 했다. 신 교수도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려면 내각제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권력을 제도적으로 확실하게 분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제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로 미국처럼 부통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도 초대 정부는 이승만 대통령과 이시영 부통령 등 정·부통령제였지만, 이후 국무총리제로 변경됐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총리는 사실상 대통령에 종속돼 보좌하는 역할로 제한된다. 그러나 부통령은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국가 운영에 대한 혼란이 적고 국민이 투표를 통해 선택한 권력이라는 정당성이 있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은 “힘없는 총리제보다는 부통령제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줄곧 주장했다.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해 의회 제도를 바꾸는 방안도 있다. 지난 20대 국회의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양원제를 도입하자고 밝히기도 했다. 양원제 체제에서는 정부와 의회가 대립할 때 상원이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세계 국가의 3분의1,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3분의2가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은 제2공화국에서 양원제를 도입했지만 운영 기간이 10개월에 불과했다. 이재묵 교수는 “지역 갈등이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는 있다”고 했다. 독일의 경우 상원이 16개 주정부의 수반과 각료로 구성돼 지방분권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준한 교수는 “양원제를 하는 국가는 대부분 연방제를 하는 국가”라며 “갈등과 비용 문제만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개헌 시도가 매번 무산됐다는 점에서 개헌이 아닌 법률 개정을 통해 정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원호 교수는 “개헌을 하지 않더라도 책임 총리제 등은 구현할 수 있다”며 “국회 다수당에서 추천하는 사람을 대통령이 총리로 받아 준다면 운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재묵 교수도 “정치개혁이 중요하지만 선거제 개혁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 “이대로 가다간 ‘천만국가’…‘알바들의 공화국’ 선언, 노동가치 높여야”[이순녀의 이사람]

    “이대로 가다간 ‘천만국가’…‘알바들의 공화국’ 선언, 노동가치 높여야”[이순녀의 이사람]

    지금 정책은 중산층 위주로 설계비정규직들 결혼·출산 엄두 못 내사람 귀함 모른 채 덩치만 선진국자본희소→노동희소 사회 전환 중알바들의 자식이 환영받는 세상문명 차원 변화해야 저출생 반전‘총괄 기구’ 기재부에 설치했으면연방제 도입, 수도권 집중 완화를 나라가 혼란하던 지난해 연말,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10월 출생아 수가 1년 전 대비 13.4% 늘어난 2만 1398명으로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는 통계였다. 연간 출생아 수도 2015년 이후 9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뒤따랐다. 2023년 출생아 수는 23만명, 합계출산율은 0.72명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출산율이 1.0명 미만인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다. 국가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저출생 문제가 극적인 해결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까. 경제학자 우석훈(57) 박사는 지금 추세라면 20년 후에는 연간 출생아 수 10만명 선도 어렵다고 본다. 최근 출간한 ‘천만국가’(사진)에서 연간 출생아 수 10만명에 평균 수명 100년을 가정해 궁극적으로 인구 1000만명인 국가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2007년 저서 ‘88만원 세대’로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 불평등 논의를 촉발했던 진보 경제학자가 이번엔 ‘1000만 대한민국’이란 충격적인 화두를 던진 이유가 궁금했다. 우 박사를 지난해 12월 24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만났다. -‘천만국가’라는 개념 자체가 무척 놀랍다. 일종의 충격요법인가(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총인구는 5175만명, 2072년 예상 인구는 3622만명이다). “공식 통계로 가장 많은 출생아가 태어난 것은 1971년의 102만명이다. 그해 합계출산율은 4.12명이었다. 1971년을 변곡점으로 출생아 수는 조금씩 줄어들다 2000년에 64만명으로 떨어졌다. 30년 만에 3분의1이 감소했다. 2022년에는 26만명으로 급감해 20년 동안 60%가 줄었다. 지금은 합계출산율 0.7명대도 위태롭다. 이 속도라면 앞으로 20년 뒤에는 10만명도 안 될 것이다. 정부는 2051년까지 출생아 수 20만명 선을 지킬 수 있고, 10만명은 절대 뚫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인구가 1000만명이라고 해서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스위스와 스웨덴처럼 작지만 잘 살고 모범적인 국가들이 있다. 잠재적 천만국가에 대비하는 사회구조로 바꾸고, 문명도 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가소멸을 막는 최후의 방어선인 인구 1000만명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 -저출생 대응이 근본적으로 어려운 이유도 짚었는데. “저출생은 모두의 문제이지만 현실에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문제가 작아서가 아니라 당사자가 없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면 많은 문제가 생기지만 자신이 풀어야 할 우선순위 1번이라고 생각하는 개인이 있나. 시민단체 중에서도 저출생 문제에 특화된 단체는 없다. 어떤 정부 부처도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기지 않는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저출생 정책을 내놓기는 하지만 특정 직업군이나 계층의 득표와 직결되는 정책들에 순위가 밀린다. 지난 20년간 한국에서 저출생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닌 것으로 방치돼 왔다.” -역대 정부의 저출생 대책에 대한 평가는. “저출생 문제는 합계출산율이 2.0명 이하로 내려간 1980년대부터 시작된 해묵은 문제다. 노무현 정부 때 본격적으로 문제를 인지하게 됐고, 박근혜 정부 때 무상 보육 전면 실시로 국가 차원의 행동이 시작됐다. 그 덕에 저출생 속도를 잠깐이나마 늦출 수 있었다. 저출생 정책은 진보와 보수 정부 간에 차이가 없다. 저출생 정책을 전담하는 정부 부처조차 만들지 못하는 현실 아닌가. 말이 아니라 실제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중요한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가역적인 무상 보육을 실행했다. 저출생 정책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든 유일한 대통령이다.” -현재 저출생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저출생 정책의 기본설계가 중산층 위주로 돼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정규직에 집도 물려받을 수 있는 수준의 계층을 대상으로 정책을 만들다 보니 소외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플랫폼 노동자, 편의점 알바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렇게 보면 지금 합계출산율도 높은 편이다. 알바도 출산을 할지 안 할지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지만 알바여서 출산을 못 하는 사회는 잘못된 거다. 정부의 정책은 가장 많은 모집단을 대상으로 설계돼야 하는데 범위를 좁혀서 할 수 있는 일만 해 왔다. 그러니 효과가 나지 않는 것이다. 유럽에 가 보라. 동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점원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불안정 고용 상태에 있는 부모들의 출산을 지원하고 육아를 보장하는 총괄 기구를 기획재정부에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출산율 하락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사람을 막 대하는 문명’을 꼽았는데. “선진국 경제의 기본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기본을 배우지 못하고 덩치만 선진국이 됐다. 노키즈존, 맘충 등 혐오가 많다. 많은 재화들은 공급이 줄어들면 희소성이 높아지고 더 귀하게 대접받는데 한국에서는 어린이들이 줄어들었어도 문화는 반대로 움직였다. ‘임대 거지’처럼 저소득층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도 심하다. 노동자를 막 대하고, 가능하면 돈을 적게 주고 장시간 일을 시키는 것이 한국 문명의 특징 아닌가. 이런 현실에서 자신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가 ‘자본 희소 사회’에서 ‘노동 희소 사회’로 가고 있다고 했다. 무슨 뜻인가. “한국은 사람 말고는 아무것도 없던 전쟁의 폐허에서 출발한 전형적인 자본 희소 사회였다. 자본집약형 수출 산업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으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뒀지만 그 과정에서 자본만큼 중요한 생산 요소인 노동을 경시하고 사람을 막 대하는 사회적 문화가 형성됐다.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기보다 귀찮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인구 구조에서 살아왔다. 이제는 출산율 하락으로 젊은 노동자를 보기가 힘든 사회, 노동이 부족한 사회로 가고 있지만 사람을 아무렇게나 대하고 자본이 희소하다는 생각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책에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추진한 촉법소년 연령 하한과 이민청 정책을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례로 비판했다. “두 개의 정책은 한국의 엘리트들이 생각하는 노동에 대한 가치관을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버리고 가기’와 ‘밖에서 데려오기’다. 자녀가 한 번만 삐끗하면 바로 사회에서 격리되고, 이민 정책으로 늘어난 외국인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민은 외국인 체류 노동자와 다르다. 정부 당국자들이 저출생을 정책으로 풀지 못하고 이민을 안전장치로 여기는데 노동시장의 충격을 일부 완화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출산율의 극적인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요소는 노동이 귀해지면서 생겨나는 경제사회적 변화다. 회식이 사라지는 등 기업문화가 바뀌고, 주4일제 도입이 논의되는 등 노동 희소 사회로의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금 우리는 두 갈래 길의 분기점에 서 있다. 하나는 이미 걸어가고 있는 ‘상속자들의 공화국’이다. 뭐라도 가진 게 있는 사람들만 결혼을 하고, 상속할 것이 있는 사람들만 출산을 하는 나라다. 다른 길은 최소한 출산을 결정하는 데 상속 여부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회로 가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알바들의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 노동 가치가 높아지는 사회가 되면 저출생의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우 박사는 “잠재적 천만국가인 연간 출생아 수 10만명에서라도 저출생 경향에 반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문명 차원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알바들의 자식을 환영하고 환대하는 사회가 우리가 가야 하는 미래”라는 주장이다. 중산층 상속자들만이 출산할 수 있는 나라는 ‘작고 강한 나라’가 아니라 ‘망해 가는 나라’라고 매섭게 비판했다. -인구 문제와 관련한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로 수도권 집중 완화를 꼽았다. “스위스, 스웨덴 등 인구 1000만명이 안 되는 국가들은 연방제나 강력한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도 연방제 도입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도 서울과 수도권 인구는 줄지 않는다. 반면에 지방은 생존이 달린 문제다. 지방 정부에 지금보다 많은 예산과 권한을 줘야 한다. 일본도 저출생 정책에 지자체의 역할이 크다. 연방제를 도입한다고 단기간에 출생아 수가 늘어나지는 않지만 급격하게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우석훈 경제학자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10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융경제연구소, 국무총리실 등에서 근무했으며 성공회대 외래 교수를 역임했다. 2007년 청년세대의 경제적 불평등을 다룬 저서 ‘88만원 세대’로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진보 경제학자로서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예민한 촉수를 뻗쳐 ‘슬기로운 좌파생활’, ‘민주주의는 회사 앞에서 멈춘다’ 등 60여권의 책을 펴냈다. 경제소설 ‘모피아’, 신인류가 등장하는 ‘호모콰트로스’ 등 세 권의 소설을 쓴 소설가이기도 하다. 이순녀 수석 논설위원
  • 10대에 NBA 데뷔하고 40세까지 현역…‘킹’ 르브론 제임스, 최초 기록 추가

    10대에 NBA 데뷔하고 40세까지 현역…‘킹’ 르브론 제임스, 최초 기록 추가

    ‘킹’ 르브론 제임스(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가 10대의 나이로 미국 프로농구(NBA) 무대에 데뷔해 40대까지 코트를 누빈 기록으로 또 한 번 역사를 새로 썼다. 제임스는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2024~25 NBA 정규시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34분 12초 동안 23점 7도움 4리바운드를 올렸으나 팀의 110-122 패배를 막진 못했다. 오스틴 리브스(35점 10어시스트)와 앤서니 데이비스(28점 13리바운드)가 제임스와 합을 맞췄지만 재럿 앨런(27점 14리바운드), 도너번 미첼(26점), 에반 모블리(20점) 등이 활약한 최고 승률 팀 클리블랜드를 넘지 못했다. 레이커스는 서부 콘퍼런스 7위(18승14패), 클리블랜드는 8연승을 질주하며 동부 선두(29승4패)를 지켰다. 이 경기에서 새 기록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30일 40번째 생일을 지낸 제임스가 NBA 역사상 최초로 10대부터 40대까지 출전한 선수가 된 것이다. 그는 만 18세였던 2003년 10월 클리블랜드 소속으로 NBA 무대에 입성한 바 있다. 미국 ESPN에 따르면 NBA에 출전한 40대 선수는 32명이지만 10대부터 활약한 건 제임스가 유일하다. 제임스는 이미 살아있는 NBA의 전설이다. 4개의 우승 반지를 수집한 그는 4차례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파이널 MVP를 4번씩 수상했다. 2023년 2월에는 카림 압둘자바(3만 8387점)를 제치고 NBA 통산 득점 1위에 등극했다. 현재 제임스의 통산 득점 기록은 4만 1154점으로 4만점을 넘긴 최초의 선수다. 는 이번 시즌에도 평균 35분을 소화하면서 23.4점 7.7리바운드 8.9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 이스라엘, 새해 첫날부터 가자지구 공습 “최소 17명 사망”

    이스라엘, 새해 첫날부터 가자지구 공습 “최소 17명 사망”

    이스라엘군이 2025년 새해 첫날인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북부에 있는 알부레이 난민 캠프와 자발리아 마을을 공습해 최소 17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고 팔레스타인 통신사 WAFA가 보도했다. 이스라엘군(IDF)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알 부레이 주민들에게 이 지역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무장 세력 하마스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으니 대피하라고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알 부레이 난민 캠프 파괴로 인해 새로운 난민이 발생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았는지는 즉시 확인되지 않았다. 민간인에게 대피하라는 지시는 민간인들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군 당국은 부연했다. 팔레스타인과 유엔 관리들은 가자지구에는 안전한 곳이 없으며 대피로 인해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 니부르 오즈 공격을 주도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장군인 중 한 명인 ‘압드 알 하디 사바’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민방위에는 지난 이틀간 폭우가 쏟아져 가자지구 전역의 1500개 이상의 피난민 대피소 텐트가 침수돼 난민들이 추위에 노출되고 소지품을 잃었다고 한다. 여전히 이재민들은 텐트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가자지구 북부 마을인 베이트 하눈, 자발리아, 베이트 라히야 주변의 많은 지역에도 주민들이 쫓겨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거의 3개월째 진행 중인 이 작전이 하마스 무장 세력의 재결집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전쟁 종전 뒤에도 이 지역을 민간인이 살 수 없는 비무장지대(DMZ)로 유지할 것이라는 추측이 커지고 있다. WAFA는 군이 베이트 라히야와 자발리아 안팎의 주택가를 폭파했고, 탱크가 가자시티와 알 부레이 캠프 일부를 포격했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의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4만 5500명 이상이 숨졌다. 전쟁 발발 전 가자지구의 230만 명 중 대부분이 난민이 됐고, 작은 해안 지역의 대부분이 폐허가 됐다.
  • 제주항공 승무원 “대놓고 울 수도 없다…최선 다했을 동료들 마지막 존중되길”

    제주항공 승무원 “대놓고 울 수도 없다…최선 다했을 동료들 마지막 존중되길”

    현직 제주항공 승무원이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을 남기며 “마지막까지 승객을 안심시키며 탈출 준비를 했을 동료들의 마지막이 존중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자신을 제주항공 승무원이라고 한 작성자 A씨는 “항상 마주하던 동료를 잃었다. 그리고 승객을 잃었다. 어떤 게 원인인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모두 쉬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현 상황이 힘들고 가슴 아프다. 슬픔이 어떤 건지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고 했다. A씨는 이어 “그럼에도 오늘도 승객을 맞이한다”면서 “조금만 건드려도 주저앉아 울 것 같지만 이를 악물고 이 상황에도 저희를 믿고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한다. 정비사님들은 내 소중한 동료들이 탑승하기에 여느 때처럼 최선을 다한다”며 자기 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하는 동료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대놓고 울 수도 없다. 비행이 끝나야 손님이 하기해야 그제야 참았던 눈물을 흘린다. 혹여 스케줄로 인해 내 떠난 동료를 배웅하지 못할까 봐 또 애가 탄다”고 했다. A씨는 “정비사님들이 너무 힘들어하시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늘 최선을 다하셨다. 우리는 정비사님들을 믿고 탑승한다. 기장님들이 그 무거운 책임을 가지고 다시 조종실로 들어간다. 기장님들의 선택을 믿고 존중한다. 떠나신 기장님의 최선을 저희는 믿는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승객을 안심시키며 탈출 준비를 했을 내 동료들을 존경한다”면서 “내 동료들의 마지막이 존중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하며 언론을 향해 “정제된 기사를 써달라. 그 어느 권력을 바라보지 말고 진짜 기사를 써달라”고 했다. 한편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국제공항으로 향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다 공항 시설물과 충돌해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였다. 이 사고로 승객 175명 전원과 조종사·객실 승무원 각 2명 등 179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 불안한 ‘최다 위반’ 롯데, 2025 피치 클록 도입에 “타고투저 심화” 전망…‘최소’ kt는 여유만만

    불안한 ‘최다 위반’ 롯데, 2025 피치 클록 도입에 “타고투저 심화” 전망…‘최소’ kt는 여유만만

    프로야구가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에 이어 피치 클록(투구 및 타격 간격 시간 제한) 도입으로 또 한 번 변화의 시기를 맞는다. 이에 전문가들은 2025시즌 타자가 강세를 띠는 ‘타고투저’ 경향이 더 심해질 거라 내다봤다. 특히 김원중을 비롯해 지난해 피치 클록 시범 운영 중 적응에 애를 먹었던 롯데 자이언츠 투수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오는 3월 22일 개막하는 2025 정규시즌에 피치 클록을 정식 도입한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20초, 있을 땐 25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타자도 타석당 타임아웃 2회 제한 등이 있다. 투수가 위반하면 볼, 타자가 위반하면 스트라이크 선언이 페널티로 주어지는데 투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KBO 관계자는 “불필요한 시간을 단축하는 게 목적”이라며 “피치 클록이 확대되는 국제대회를 고려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KBO는 지난해 제재 없이 경고만 주는 방식으로 피치 클록(주자 없을 때 18초, 있을 때 23초)을 시범 운영했는데 정규시즌 경기당 평균 12회의 위반 사례가 나왔다. KBO는 피치 클록을 정식 도입하며 제한 시간을 2초 늘렸지만 마운드의 혼돈은 상당 기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미 극심해진 타고투저 현상이 더 도드라질 전망이다. KBO가 공인구 반발계수를 0.0033 높이면서 리그 전체 홈런 개수는 2023시즌 924개에서 2024시즌 1438개, 타율은 0.263에서 0.277로 올랐다. 반발계수가 0.001 높아지면 타구 비거리가 20㎝ 늘어난다고 알려졌는데 이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가뜩이나 제구력이 부족한 투수들이 이중고를 겪게 됐다”며 “피치 클록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다만 프로와 한 뿌리인 아마추어부터 단계적으로 습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시범 도입에선 구단, 선수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최다 위반 팀은 롯데로 경기당 8.7회에 달했다. 마무리 김원중은 시즌 중 한 타자를 상대하며 6번의 경고를 받는 등 최다 위반(총 154회)의 불명예를 썼다. 공을 던질 때마다 투수판 위에서 양발을 구르는 ‘탭댄스’ 동작을 간결하게 다듬지 않으면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가장 적게 위반(4.6회)했던 kt 위즈는 여유가 넘친다. 명투수 출신 이강철 감독의 지휘하에 박영현, 윌리엄 쿠에바스 등 핵심 자원 대부분 간결한 투구 자세를 갖췄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감독님은 원래 투수들에게 모자나 로진백을 만지는 불필요한 동작을 하지 말라고 했다. 피치 클록 도입 후엔 투수 코치에게 공격적이고 빠른 투구를 더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장성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지난해 피치 클록을 많이 위반했던 롯데가 특히 정신없을 것 같다”면서 “투수가 포수 사인에 한두 번만 고개를 흔들어도 시간에 쫓기게 된다. 생각할 여유가 줄어 임기응변보다는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한 팀이 높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 ‘중복자궁’ 진단받은 女의 고민…“데이팅앱에서 모욕적 취급”

    ‘중복자궁’ 진단받은 女의 고민…“데이팅앱에서 모욕적 취급”

    두 개의 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중복 자궁’을 진단받은 여성이 데이팅 앱에서 불쾌한 경험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31일(현지시간) 미 뉴욕포스트 등 여러 매체에 따르면 모델이자 게임 방송 진행자인 애니 샬럿(26)은 16살 때 ‘중복 자궁’을 진단받았다. 여성의 자궁은 태아 발달 과정에서 뮐러관이라는 두 개의 관이 합쳐지면서 만들어지는데, 뮐러관이 제대로 합쳐지지 않는 경우 완전히 분리된 형태의 중복자궁이 발생한다. 경우에 따라 두 개의 자궁경부와 두 개의 질이 형성될 수도 있다. 샬럿 역시 중복 자궁과 두 개의 질을 가졌다. 결국 이론상으로는 중복 자궁을 가진 여성은 두 개의 생식기관에서 동시에 임신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전체 여성의 0.3% 정도가 가진 중복자궁은 유산이나 조산 확률을 높이기도 한다. 두 자궁 모두 임신할 확률은 100만분의 1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샬럿은 자신의 이러한 특성때문에 데이팅 앱으로 남자를 만나며 불쾌한 경험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남성들은 샬럿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궁금해 한 것이 아니라 오직 그의 신체적 특성에만 주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데이팅 앱에서 ‘두 개의 질을 가진 여자’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들은 대부분 그녀의 중복 자궁을 믿기 힘들어하거나 “한 번에 두 명과 성관계를 해봤냐”는 노골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불쾌한 경험은 실제 데이트에서도 이어졌다. 한 남성은 데이트에 친구를 데려와 “두 개의 질이 있으니 두 명의 남자가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샬럿은 “인간적이고 존중이라는 요소가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사람들은 나를 그저 성적 대상으로만 본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 사연이 알려진 뒤 많은 사람들이 내게 감사함을 전했다. 내 솔직한 이야기가 많은 이들이 각자의 생식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기준점이 됐다”고 전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샬럿은 현재 데이팅 앱을 끊은 상태다.
  • 5500년 전 돌, 가장 오래된 제빵기구가 아닌 다른 용도 [핵잼 사이언스]

    5500년 전 돌, 가장 오래된 제빵기구가 아닌 다른 용도 [핵잼 사이언스]

    빵의 역사는 농경이 처음 시작된 신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를 들어 기원전 6600년경 튀르키예 차탈회위크 유적에서는 굽기 전 상태인 발효 밀반죽이 화덕 옆에서 발견됐다. 이렇게 제빵의 흔적은 세계 각지의 신석기 농경 유적지에 남아 있다. 상대적으로 춥고 척박한 지역으로 농경이 뒤늦게 시작된 북유럽에서도 5500년 전의 제빵 도구가 발굴된 적이 있다. 몇 년 전 덴마크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퓐(Funen) 섬에서 고고학자들은 곡물 가는 돌을 찾았는데, 이 유적에서는 밀과 보리의 흔적도 함께 나왔던 터라 자연스럽게 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빵의 흔적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덴마크 모에스고르 박물관의 벨모에드 아웃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돌의 용도가 밀가루 제조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현미경으로 표면에 있는 식물의 흔적을 관찰하고 마모된 돌의 형태를 자세히 관찰한 결과 이 돌은 곡물을 가는 데 쓰인 게 아니라 단단한 열매나 식물을 갈아서 먹기 편하게 만들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수렵 채집과 농경을 병행했던 신석기 초기 농부가 채집한 식재료를 이 돌로 잘게 다지고 간 후 밀이나 보리와 함께 그릇에 넣고 죽을 만들어 먹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이 돌은 덴마크 혹은 북유럽 최초의 제빵 기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유물이 별것 아니라고 깎아내릴 순 없다. 오히려 빵 만들기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중간 단계 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빵은 밀을 갈아서 밀가루를 만든 후 반죽하고 발효 과정까지 거쳐 구워내는 복잡한 음식이다. 그런 만큼 농사를 시작했다고 해서 한 번에 빵이 갑자기 나타날 순 없고 여러 단계의 중간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마도 가장 첫 번째 단계는 재배하거나 채집한 밀을 불에 구워 먹거나 그냥 먹는 것인데 당연히 먹기 불편하거나 태울 가능성이 높다. 다음 단계는 토기를 개발한 후 여기에 물과 함께 넣고 끓여 죽을 만드는 것이다. 아마도 쌀 역시 비슷한 단계를 거쳐 밥 짓기가 일반화됐을 것이다. 쌀은 굳이 가루를 내 반죽을 만들어 굽지 않고 밥으로 먹어도 충분하지만, 밀은 이미 신석기 시대에 가루로 만든 후 물이나 우유를 섞어 반죽을 만드는 식으로 조리법이 발달했다. 덴마크 인근 북유럽에서는 5000년 전 밀가루 반죽의 흔적도 발굴되는데, 적어도 이 시기부터 가장 간단한 형태의 빵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랜 세월 꾸준히 여러 가지 조리법과 비법이 가미돼 오늘날의 빵으로 발전했다. 우리가 맛있는 빵을 먹게 된 건 선사시대부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노력한 조상들 덕분이다. 다른 음식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빵이라도 가끔씩 이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도 필요할지 모른다.
  • “100억 벌었다고?”…‘지역축제 싹쓸이’ 주장에 뿔난 백종원, 반박 보니

    “100억 벌었다고?”…‘지역축제 싹쓸이’ 주장에 뿔난 백종원, 반박 보니

    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지역 축제 컨설팅 사업으로 약 100억원을 벌어들였다고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 ‘백종원’에 ‘이건 짚고 넘어가야겠어요’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백 대표는 “올해 지역 축제 컨설팅 사업의 반응이 좋았다”며 “지금까지의 축제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면 좋은 상품이 될 수도 있구나’하고 불을 붙이는 거였다”며 예산, 홍성, 통영에서 연 지역 축제를 성공 예시로 들었다. 백 대표는 “결국은 지역 축제라는 게 짧게는 지역의 특산물을 알리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있지만 결국은 지역 축제를 계속하다 보면서 지역에 맞는 지역 개발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는 ‘백종원이 지방자치단체 용역 수십건을 싹쓸이했다’는 내용의 한 기사를 언급하며 “이 이야기는 하고 넘어가야겠다”며 기사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 해명했다. 백 대표는 “우리가 작년에 4개, 올해 10개 축제를 맡았다.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지역 축제가 1100여개 정도 되는데 그중에 14개 맡은 게 싹쓸이냐”며 “그것도 2년에 걸쳐 14개 맡은 건데 어떻게 ‘일감 몰아주기’냐”고 반문했다. 기사 내용 중 2023~2024년 백 대표의 회사가 지역 축제 컨설팅 사업으로 100억원 안팎을 벌어들였을 것이란 부분에 대해서는 “이게 사실이면 우리 회사 주가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갔을 것이다. 아직까진 그렇지 않다. 훨씬 못 미친다”고 했다. 백 대표는 “수주한 금액이 (전부) 순수익도 아니고 대부분 비용으로 처리되고 나가야 할 돈”이라며 “지역 축제로만 100억원을 벌 수 있으면 (다른 사업 안 하고) 축제만 계속 맡아서 진행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용역 비용의 대부분은 지역 축제에 필요한 메뉴 컨설팅, 메뉴 교육, 장비·설비, 아티스트 섭외비, 무대 장치, 축제 운영 인건비 등에 사용된다”며 “여기에 우리 회사 직원 인건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물론 회사에 남는 건 있다”며 “돈보다는 축제에서 개발한 메뉴가 우리 회사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해 메뉴를 개발하고 테스트한 결과물을 우리가 가진 뒤 나중에 그걸 상품화해서 발생할 수익을 바라본다. 언제든지 가맹 사업에 브랜드로 쓸 수 있다는 연구 자료로 쓰기에 득이 된다”고 덧붙였다. 백 대표는 자사의 지역 축제 프로젝트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우리 회사가 싹쓸이 못 하고 있고, 100억원 수익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축제를 계속해서 분명히 수익을 낼 것”이라고 했다.
  • “北, 파병군 유가족 불러 전사증 주고 서약받아…지장 찍고 오열했다”

    “北, 파병군 유가족 불러 전사증 주고 서약받아…지장 찍고 오열했다”

    북한 당국이 러시아 파병으로 사망한 북한군 유가족에게 전사증을 전달하면서 ‘발설 금지 서약’을 요구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러시아 파병 북한군 중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주민에게 알리지 않은 채 유가족들을 불러 전사증을 수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사증은 전쟁이나 전투 훈련에 참여했다가 사망한 군인에게 국가에서 전달하는 증서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RFA에 “지난달 18일 개천시 당 위원회로부터 도당 행사에 참여하라는 통보를 받고 엄마와 함께 평성에 갔다가 특수부대에서 군 복무하던 동생의 전사증을 받았다”며 “전사증을 수여하는 도당 위원회의 행사에서 도당 간부는 ‘조국의 명예를 걸고 성스러운 전투 훈련에 참여했다가 사망했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당시 행사에 참여한 유가족은 10여명으로 전사자 대부분이 폭풍군단 소속 군인이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폭풍군단 군인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소식을 대부분의 주민은 알고 있기 때문에 유가족들도 자녀들이 러시아로 파병갔다가 사망한 것으로 짐작했지만, 당국은 이와 관련한 어떤 말도 밖에서 하지 않겠다는 서류에 지장을 찍도록 해 오열하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지난달 27일 덕천시 당 위원회에서 군사 복무 중 사망한 군인들의 유가족을 불러 전사증을 수여하는 행사를 진행했다”면서 이 행사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통상 국경 지대 군인과 특수부대 군인이 전투 훈련 중 사망하면 해당 소속 군부대가 유가족에게 사망 원인과 장소를 알려주고 사망 통지서를 전달하거나 사망 경위에 따라 전사증을 수여하는데 이번에는 군이 아니라 당 조직에서 직접 유가족에게 전사증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또한 사망 장소와 원인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1년에 한두명만 받던 전사증이 이달에만 한 지역에서 열 명 이상의 유가족에게 수여된 것이어서 파병군인 중 사망자가 더 많은 것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당국은 전사증을 받은 유가족의 동향을 감시하며 여론 차단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런 당국의 통제에도 “외화벌이를 위해 20대 젊은 군인들을 총알받이로 내몰았다는 주민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이 1만 2000여명의 군인을 파병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정부는 북한군의 교전 참여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달 27일 브리핑에서 최근 7~8일간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북한군 1000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했다면서 “우리가 목격하는 이러한 인해 전술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 경기도, 아동급식 플랫폼(씨앗밥상)에 AI 도입…급식질·투명성 개선

    경기도, 아동급식 플랫폼(씨앗밥상)에 AI 도입…급식질·투명성 개선

    경기도가 올해부터 현재 운영하는 아동급식지원플랫폼(씨앗밥상)에 국내 처음으로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한다고 1일 밝혔다. 결식아동 단체급식의 질과 급식지원 사업의 전반적인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급식지원 업무의 혁신, 보조금 관리 효율화 등 아동급식지원사업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 행정업무 혁신으로 보조금 관리와 예산 집행 효율성이 올라간다. 기존 보조금 수기 정산과 관리는 지역아동센터와 시군 담당자에게 업무 부담을 주고,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떨어뜨렸다. AI 기반 시스템은 급식재료 구매 영수증 인식은 물론 구매내역 분석과 이상 거래 탐지, 지출 증빙, 센터 출결 시스템과 연계한 식수 인원 확인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한다. 이를 통해 관리자의 업무 효율성을 크게 개선하고, 불용액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예산 예측도 제공해 예산 집행의 정확성을 높인다. 아동급식카드 부정 사용도 획기적으로 줄인다. 기존 심야 거래, 아동이 이용하기 부적합한 가맹점에서의 사용 등은 그동안 신고에 의존하거나, 담당자의 의심 명세 추출 후 확인을 통해서만 관리될 수 있었다. 앞으로는 AI 기반의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의심 거래를 자동 식별할 수 있다. 과거 거래 데이터를 학습해 거래 패턴을 예측할 수도 있어 부정 사용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축감에 상담을 피했던 아동들은 언제든지 AI 상담사와 챗봇을 통해 익명으로 24시간 365일 상담할 수 있다. 특히, 대부분 전문 영양사가 없는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식단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AI를 통한 영양분석과 식단 추천이 가능해 균형 잡힌 급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은주 경기도 아동돌봄과장은 “AI 시스템 도입으로 아동들에게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급식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도 아동들에게 보다 나은 급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에르메스 가방 들었네…어? 자세히 보니” 11만원 월마트 가방

    “에르메스 가방 들었네…어? 자세히 보니” 11만원 월마트 가방

    미국의 월마트에서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유사한 디자인의 가방이 출시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달 30일(현지시각) CNN은 “월마트 버전의 에르메스 버킨백이 온라인을 장악하고 있다”며 “명품의 대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버킨백과 비슷한 월마트의 ‘워킨백’에 몰려들었다”고 소개했다. 워킨백은 월마트와 버킨백을 합쳐 소비자들이 만들어 낸 단어다. 월마트가 온라인에서 최저 78달러(약 11만원)에 판매하고 있는 해당 가방은 출시 직후 완판됐다. 매체는 “에르메스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는 여전히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나 가격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구매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들은 저렴한데다 고품질의 복제품을 탐닉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분석했다. 에르메스 버킨백은 영국의 유명 가수 겸 배우인 제인 버킨의 이름을 따서 만든 에르메스의 대표적인 고가 가방이다. 장인 한 명이 수작업으로 만드는데 최대 40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은 보통 9000달러(약 1325만원)에서 프리미엄이 붙으면 수십만 달러를 호가한다. 이를 구입하기 위해선 대기자 명단을 이름을 올려둔 뒤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월마트의 워킨백은 100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온라인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CNN은 이러한 현상이 ‘듀프’ 문화와 연관 있다고 분석했다. 듀프는 비싼 브랜드 제품의 값싼 복제품으로,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은 고급 브랜드에 뒤처지지 않는 대체품 개념이다. 매체는 “에르메스는 제품이 복제되는 유일한 브랜드가 아니다. 스탠리 텀블러와 룰루레몬 레깅스 등도 저렴한 유사 제품들과 경쟁하고 있다”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유명 브랜드보다 저렴한 대안의 듀프제품이 온라인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짚었다. 패션계에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다. 럭셔리 패션의 민주화라며 환영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장인정신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패션 전문가들은 “명품 복제품 확산이 침체한 럭셔리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자인과 상표권 도용, 특허권 침해 등의 이슈가 있어 대형 유통사들이 명품 모방 제품 판매에 소극적이었으나 최근 큰 소비흐름으로 자리잡자 태도를 바꾼 듯 하다”며 “국내 주요 유통사들도 대응하지 않을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 [씨줄날줄] 역사 속 을사년

    [씨줄날줄] 역사 속 을사년

    2025년은 을사년 뱀띠 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뱀띠 해에 태어난 사람을 총명하다고 여겼다. 뱀이 지혜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옛날이야기는 대부분 뱀을 사악하거나 두려운 존재로 묘사한다. 우리 역사를 봐도 뱀띠 해에는 이런 상반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1425년(세종 7)에는 주자소에서 찍어 낸 ‘장자’(莊子)를 문신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조선은 주자소를 설치한 1403년(태종 3) 금속활자인 계미자를 만들었다. 1420년에는 경자자, 1434년에는 갑인자를 주조한다. 구텐베르크에 앞서는 것은 ‘직지’만이 아니다. 명종 즉위년인 1545년 을사사화가 일어났다.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외척이 개입하면서 정미사화까지 피비린내 나는 정치 투쟁이 이어졌다. 1605년(선조 38)에는 임진·정유 양난(兩亂) 극복에 공이 있는 선무원종공신 9060명, 호성원종공신 2475명, 청난원종공신 995명을 봉했다. 사명대사 유정은 일본으로 건너가 조선인 포로 3000명 남짓을 풀려나게 했다. 1665년(현종 6) 1월 6일에는 89일 동안 머물렀던 혜성이 비로소 사라졌다. 대혜성(great comet)이었다. 혜성은 묵은 폐단을 없애고 새로운 정사를 펴게 하는 상징적 존재였다. 임금은 식음을 전폐하고 잘못된 결정을 번복했다. 외세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1845년(헌종 11년) 마카오에 유학한 김대건이 상하이에서 페레올 주교의 집전 아래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 신부가 됐다. 그는 이듬해 불과 25세의 나이로 처형됐다. 1905년(고종 광무 9)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일본이 한국에 을사늑약을 강제해 사실상 식민지로 만든 해다. 1965년은 대한민국과 일본이 광복 및 패전 20년 만에 국교를 정상화한다. 2023년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앞서기 시작했다. 2025년엔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추정했다. 하지만 우리가 혼란을 극복하고 하루라도 빨리 국가 기능을 정상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전제다.
  • 포르노그래픽 디오라마 - 김언희론 1)/신은조 [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문학평론]

    사카모토 신이치의 만화 ‘이노센트’에서 등장인물 마리 조셉 상송은 조소한다. “정치는 남자들끼리 독점하고 있으면서 기요틴 앞에서는 여자와 애들도 평등하다 이거로군.” 물론 처벌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그 처벌을 가능케 하는 법령이 평등하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법을 준수하지 않은 인간이 처벌받는 이유는 법이 인간을 보호할 수단이기 때문이지, 법 자체가 고귀한 것이라서가 아니다. 만약 어떤 법이 오직 법을 수호하기 위해 이행된다면 그것은 차별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래서 상송의 조소는 푸념이 아니라 통찰이다. 여성과 아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원칙주의의 모순을 꼬집는 대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만화가가 프랑스 대혁명 시대 여성의 입을 빌려 내뱉은 이 대사가 현 한국 사회를 향한 진단으로 읽힌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원칙주의의 모순에 매몰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페미니즘 리부트를 통과하며 우리는 대부분의 사회 규범이 가부장적 시선을 기반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여성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권력 구조의 단면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페미니즘이란 이와 같은 구조와 규범에 대항하기 위해 고안된 이론 틀이기에 여성 혐오에 대한 여성들의 항의가 젠더 갈등, 갈라치기라는 이름으로 폄하되기 일쑤인 근래의 정황에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일컫는 일은 이와 같은 압제에 대한 저항의 표현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부정하는 여성들이 나타나는 것은 어떻게 독해해야 할까. 이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을 처형하는 칼날의 집행 주체가 비단 남성이나 가부장적 시스템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야 하겠다. 걸 밴드 QWER은 데뷔와 동시에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석권하고, 펜타포트 페스티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등 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일부 멤버가 노출도 높은 의상을 입고 선정적인 춤이나 언행을 통해 남성 시청자들의 유료 후원을 유도하는 방송, 이른바 “벗방” BJ 출신이라는 사실이 대두된 이래 그녀들을 향한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것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QWER의 메인스트림 데뷔가 여성 인권의 하락을 촉진하는 사건이라고 정의한다. 여성의 몸을 재화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벗방”의 본질이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연예인을 꿈꾸는 어린 여성들이 “벗방”으로 흘러 들어갈 위험이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QWER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각각 “그녀들이 진행한 방송은 유명 스트리밍 사이트의 규제를 위반하지 않았으므로 벗방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과, “옷을 벗는 방식으로 자신을 성적으로 대상화하여 금전을 취했으므로 벗방, 더 나아가 성매매 종사자와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이 부딪치며 격화되고 있다.2) 물론 QWER을 향한 비판이 전부 그녀들의 과거 행적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다. 그녀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이어 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이 지점만을 지적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벗방 BJ의 양지 진출”이 토론의 주된 쟁점인 이상 해당 토론은 여성이 스스로 여성의 몸을 “전시”하는 행동 그 자체에 대한 논의를 놓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페미니즘”이라는 이론의 보존이 아닌 “여성 인권”인 이상 진정 고민해야 하는 것은 벌거벗은, 음란한, 자신을 대상화하는 그 여성들의 존재를 삭제하지 않은 채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따사로운 빛이 포괄하지 못하는 “음지의 여자”들에게 줄곧 주목해 왔던 시인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임산부나 노약자, 심장이 약한 사람과 과민 체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시집을 읽을 수 없으며, 시집을 읽고 난 후 온갖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 시인. 김언희의 시에는 난도질당한 여성 육체의 단면이 가감 없이 삽입되어 있으며 음부와 성기, 성교와 폭력의 장면이 빈번히 등장한다. 이와 같은 태도는 시집 전체의 맥락에 영향을 미쳐 마치 시인이 사용하고 있는 모든 시어와 심상 너머에 외설적인 함의가 담겨 있는 것처럼 읽히도록 만든다. 이것만으로도 섬뜩한 문구를 적어 둘 근거로는 충분하리라. 기실 임산부나 노약자가 아니더라도 “아버지의 처녀막을 찢어”드리겠다 엄포 놓는 목소리를 듣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독자란 그리 많지 않겠지만 말이다(‘가족극장, 이리 와요 아버지’). 그래서일까. 지금껏 수많은 비평가와 연구자들이 김언희의 시에 달아 둔 각주들은 크게 두 가지의 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 김언희 시에서 그로테스크한 여성 이미지를 발굴한 이해운3)이나, 김언희 시의 여성을 서발턴으로 정의하는 장서란4)은 김언희의 시를 남성 중심적 현실을 전복할 에너지로 대우한다. 반면에 임지연5)은 김언희 시가 남성적 시선을 내면화하고 남성/여성이라는 근대적 시스템을 보존함으로써 기존 문제 틀에 갇힌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두 시점의 맹렬한 대립은 김정란과 남진우 사이에서 벌어졌던 설전을 펼쳐 볼 때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일찍이 김정란은 김언희 시가 “여성에 의해서 여성 육체에 가해지는 성폭행”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김정란이 엄격한 페미니즘에 근거하여 김언희 시의 벌거벗은 몸들을 체제의 프로파간다로 독해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6) 하지만 남진우는 그에 대해 김언희의 시선은 “남성들의 시각적 쾌락에 봉사하는 남근적 응시가 아니라, 거기 붙들린 사람을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의 경계인 혼돈으로 초대하는 메두사적 응시”라고 반박했다. 그녀의 시가 “메두사의 시선을 통해 포착한 자아/세계의 추악한 실체를 메두사의 형상으로 재현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이 시인의 시를 읽는 사람은 마치 메두사의 얼굴을 앞에 두고 그러하듯이 “시 앞에서 분노하거나 외면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말이다.7) 두 의견은 일정 부분 타당하고, 그래서 여태까지도 그 시비를 팽팽히 겨루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정말 이 여성들이 성폭행범이나 메두사에게 필적할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날 때부터 고기”였다는 그녀들의 고백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난도질당하고 있다. “육회와 수육/ 창창한/ 육절기(肉切機)의 세월”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다(‘태어나보니’). “시인” 또한 사정은 매한가지인데, 그것은 “여자가 시인이 된다는 것”은 “개가 뒷다리로 서서 걷는 것과 같”다는 독백으로부터 드러난다(‘Eleven Kinds of Loneliness’). 다시 말하자면, 그녀들이 비명 지르는 것은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력한 화자들의 비명을 듣고 있노라면, 전성기의 메두사보다는 차라리 사후의 메두사가 더 떠오른다. 눈을 마주쳤다면 누구라도 돌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으로 수많은 영웅을 쓰러뜨렸던 메두사는 영웅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린 후 방패의 장식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메두사의 이야기는 전승되지 않는다. 이렇듯 단죄의 칼날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여성과 아이들의 목도 평등하게 잘라 버리는 기요틴처럼 말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일견 세계를 파괴할 힘을 가진 것처럼 보였던 메두사도 영웅의 칼날 앞에서는 단순한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앞선 연구들이 전부 터무니없는 오독이라거나, 김언희의 작업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김언희의 작업을 절대 방어하려는 의도 또한 아니다. 단지 이 여성들의 “육체 전시”가 가능하기 위해서 어떤 숭고한 의미가 뒷받침되어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질문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문학비평이라 하는 장르가 언제나 작품에서 문학적 의미를 창출하는 작업이고, 김언희 시의 위계-모독이 여성의 몸을 중핵으로 삼아 작동하고 있는 이상 페미니즘적 읽기는 불가피한 일이리라. 하지만 이 여성들에게 엄격한 문학적·사상적 잣대를 들이밀기 이전에 이들이 호소하고 있는 고통의 정체를 규명하고, 이 시점에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므로 여러 가지 담론들이 여성의 몸을 횡단하고 있는 이 시대에 김언희를 읽는다는 것은, “음지”에서 뒤척이는 몸과 그에 잇따르는 감각을 시의 최종 심급으로 두고 있는 이 시인에게 여성이란 무엇인지 자문을 구하는 일과도 같다. 여성의 삶은 어디까지 다양하고, 어떻게 여성은 삭제되는가. 물론 대화 없는 공감은 언제까지고 모독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시도하는 이 독해가 모독이라는 사실을 주지한다면 김언희의 화자가 실감 나게 들려주는 증언을 통하여 여성이 스스로 몸을 전시하는 일이 무슨 의미일 수 있는지 알아차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이것은 오독이다. 여성이 여성의 몸을 전시하는 것이 단순한 욕망 전시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모독이다. 그 모독적 오독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렇게 질겨빠진, 이렇게 팅팅 불은, 이렇게 무거운 김언희의 첫 시집 ‘트렁크’는 “가죽 트렁크”를 묘사하며 시작한다. “이렇게 질겨빠진/ 이렇게 팅팅 불은/ 이렇게 무거운” 가죽 트렁크. 그것에 담겨 있는 것은 “토막난 추억”이다. 짧은 진술을 통해 이 트렁크를 둘러싼 진실들을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누가 어디로 보낸 것인지, 트렁크를 둘러싸고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심지어는 “토막난 추억”이라고 일컬어지는 내용물이 정확히 무엇인지조차 기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트렁크가 수취를 거부당한 이유만큼은 짐작할 수 있다. 아마 그것이 너무나도 흉측하기 때문일 것이다. 본디 가야 할 곳으로부터 거절당한 후 갈 곳을 잃은 가죽 트렁크. 이것의 이미지를 김언희의 시와 같이 놓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인의 말에 적혀 있듯, 김언희는 시가 고통뿐인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검출하는 작업이라고 여겨지는 보편적 인식을 정면으로 “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트렁크”를 시인의 작업물 그 자체에 대한 은유로 읽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로 김언희의 시는 “토막”난 것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이때 토막 나는 대상은 다양하다. “고기”, “개구리”, “당신” 등 수많은 생명이 시에서 도륙되지만, 가장 빈번히 유린당하는 것은 바로 화자 자신이다. 무형의 관념인 “고요”마저도 도살하고 도살당하기를 반복하는 이 “백정의 나라”에서 김언희는 참수도를 다만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정면에서 받아내고 있다(‘고요의 나라 1’). 의자였는데 내가앉으니도마였다 베개였는데 내가베니작두였다 사람이었는데내가안으니 내가안으니포장육 손톱발톱이길어나는포장육 막다른데가따로없었다 꽃한송이꽃절벽 사람하나사람절벽 여기이절벽에서저기저 절벽으로내입에서내어놓은 거미줄에매달려간댕 간댕건너간다끊어 질듯끊어질듯 ‘의자였는데’ 안락하고 편안한 사물이어야 할 “의자”와 “베개”도 내가 베기만 하면 “도마”와 “작두”가 되어 버리는 정황은 김언희의 화자가 탑재하고 있는 세계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난해한 정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날 때부터 고기”였다는 다른 시의 진술을 경유해야만 하겠다(‘태어나보니’). 나를 낳은 “엉덩짝”이 갈고리에 걸려 있고, 심지어는 그 엉덩짝의 정체조차 알 수 없는 “지하 식품부”의 “냉장고 속”으로부터 비롯된 고백을 참조해 보자. 이 세계가 나에게 적대적인 이유가 비로소 명료해지지 않는가.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처럼 비체는 언제나 주체의 의도에 귀속된다. 인간이 도마 위에 앉으면 도마는 의자처럼 기능하게 될 것이다. 일련의 심상들은 화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폭력적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물이 나를 공격하고 재단하는 상황을 “막다른 데”라고 일컫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언술 행동이겠지만, 나에게서 뽑혀 나온 “거미줄”에 의존해 위태롭게 이곳저곳을 오가야 하는 상황까지 읽어내고 나면 이 화자가 처해 있는 상황이 보다 더 극단적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극단의 상황에서 김언희가 채택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그 세계의 작동 방법에 적극적으로 찬동하는 것이다. 막차를 놓치고 저녁을 때우는 역 앞 반점 들기만 하면 하염없이 길어나는 젓가락을 들고 벌건 짬뽕국물 속에서 건져내는 홍합들…… 불어터진 음부뿐이면서 생은, 왜 외설조차 하지 않을까 골수까지 우려준 국물 속에서 끝이 자꾸만 떨리는 젓가락으로 건져올리는 허불허불한 내 시의 회음들, 짜장이 더글더글 말라붙어 있는 탁자 위에서 일회용 젓가락으로 지그시 빌려보는, 이 상처의 모독의 시, 시, 시, 시울들……… ‘허불허불한’ “벌건 짬뽕국물 속에서 건져내는 홍합”이라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은 직후 “불어터진 음부”로 변환된다. 이 회음은 “시”의 것으로, 시가 전적으로 화자에 의한 발화라는 것을 견지한다면 직후 들어오는, 왜 세상은 “외설조차 하지 않”느냐는 탄식은 자신에게 주어진 발화 방식도 충분히 이용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비판임과 동시에 외설밖에는 할 수 없는 화자 자신에 대한 통렬한 메타인지이기도 하다. 그렇다. 김언희에게 있어 세계란 외설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아니 외설밖에는 할 수 없는 침묵과 고요의 공동이다. “골수까지 우려준” 국물이 그렇듯 이 세계는 인간의 몸을 극한까지 착취하면서 성립하는 세계다. 달콤한 복숭아의 “향기”에 “전신이 가려워”지는 방식으로 세계와 몸이 불화하는 상황이라면, 아름다움을 거부하는 몸의 시 쓰기는 모독과 외설, 배설과 동일시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나의 몸에서 복숭아의 일각을 발견하는 상황에서 고통이 창작을 추동한다는 오래된 격언 또한 폐기를 피할 수 없다(‘복숭아’). 이렇듯 김언희에게 몸과 세계는 서로 공명한다. 지독한 자기도취로도 보이는 이 세계 인식이 쾌락적 나르시시즘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 공명이 상처와 고통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김언희의 시가 성감을 전면에 내세워 시를 창작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적으로 읽힐 수 있는 지점이지만, 앞선 표현을 참조한다면 그것은 어떠한 금기 내지는 윤리를 깨뜨리기 위해 성감만을 강조하고 있다기보다는 몸과 감각에 대한 탐구에 치중하면서 그와 맞닿아 있는 가장 일차적인 감각의 일환으로 성감을 이용하고 있는 것에 더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시 쓰기와 배설이 살아남기 위한 외설의 표현으로 동등한 위치를 획득할 때, “봉합되지 않는” 인생으로부터 타액처럼 시가 흘러나오며 김언희의 세계-자기 인식은 완성된다(‘……?’). 장바구니를 들고 오늘은 또 무엇을 똥으로 만들어줄까 미나리 상추 쑥갓 바지락 피조개 펄펄 뛰는 저 도다리란 놈을 똥으로 만들어버려……? 항문을 쩝쩝 다시며 지나가는 과일전 좌판 위에 황도 백도 천도 복숭아들 등천하는 저 향기를 구린내로 저 신선한 과육들을 똥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분뇨의 회로 나를 거치면 모든 것은 왜 심지어 당신, 심지어 하느님까지, 내게서 나오는 것은 왜 모조리 ‘왜 모조리’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고 “항문을 쩝쩝 다시”는 행위는, 앞서 언급했던 몸과 세계의 미적 판단 기준이 불화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감각의 교란으로 이해된다. 더 나아가, 생명력 넘치는 도다리까지 모두 화자의 몸을 통과하며 똥으로 변모하는 상황으로부터 김언희의 화자가 갖추고 있는 소화 능력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함축한다는 결론 또한 도출할 수 있다. 김언희의 몸을 통해 세계는 모독의 대상이 되어, 역겹고 끔찍한 형상으로 변환 출력된다. 그러므로 배설은, 시 쓰기는 무서운 일이다. 대상이 미륵이건 나발이건 고려하지 않고 제 식대로 씹어 삼키는 방식은 그 원리의 측면에서 세계가 화자를 착취해 온 방식과 동일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칼날을 휘두른다면, 그것은 그 칼날이 휘두르는 자에게도 유효하다는 뜻이 되지 않겠는가. 미륵과 하느님. 언젠가 재림하여 세계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어지는 선지자와 절대자 그 자체. 또는 규범의 화신. 그들을 욕보이는 행위가 화자의 자긍심으로 기능하는 것은 화자 스스로 그 행위에 혁명이나 대항, 자기표현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여기서 하나의 질문을 해 볼 수 있겠다. 김언희의 화자가 외설과 배설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이 화자들이 흉측하기 때문이다. “늙은 창녀”, “주검”, “미친년”과 같은 멸칭으로 묘사되는 화자들은 모두가 그 자체로 금기시되는 존재로, 이와 같은 꺼림칙한 감각은 김언희의 화자뿐만 아니라 그녀가 사용하는 시어와 제시하는 정황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사항이다. 트렁크는 수취 반송되었고, 고기는 잘려서 매달렸다. 이들이 스스로 발화하는 것을 통해 권위에 상처 입는 당사자는 누구인가. 누가 그녀들을 가공하고, 왜 그녀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가. “아버지”, “하느님”, “당신”으로 호명되는 착취의 수혜자들. 그들의 정체가 밝혀진다. 저 여자가 죽지 않는다 나는 한 구멍을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은 쬐그만 구멍, 그 한 잎의 구멍을 사랑했네. 그 구멍의 솜털, 그 구멍의 맑음, 그 구멍의 영혼, 그 구멍의 눈물,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구멍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구멍을 사랑했네. 구멍만을 가진 구멍, 구멍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구멍, 구멍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구멍, 눈물 같은 구멍, 슬픔 같은 구멍, 병신 같은 구멍, 시집 같은 구멍, 그러나 누구나 가질 수는 없는 구멍 영원히 나 혼자만 가지는 구멍, 나밖에 아무도 가질 수 없는 구멍,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가혹한 구멍 ‘한 잎의 구멍’ 오규원의 ‘한 잎의 여자’는 김언희에 의해 다시 쓰이는 과정에서 “구멍”으로 치환된다. 이때 기묘한 것은 오규원의 시에서 “여자”가 화자와 철저히 구분되는 타자로 등장하는 것과는 달리, 김언희에 의해 다시 쓰인 시의 “구멍”은 화자 자신이자 동시에 사랑하는 대상으로 변모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단순히 김언희가 여성 시인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여성의 대명사로서 기용되는 구멍은 다분히 여성의 성기처럼 읽힌다는 지점에서 앞선 독해에서 줄곧 발견해 왔던 “모독에 의한 모독”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김언희는 이 “덮어씀”을 통해 기존 남성 권력이 선사하는 여성에의 사랑을 비웃음과 동시에 자신-여성마저도 비웃고 있다. “누가 내 시에 마요네즈를 발랐”고, “내 시에 대고 수음을 했느”냐며 범인을 색출하려는 행동은 그래서 이해될 수 있다(‘누가 내 시에 마요네즈를 발랐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 채택했던 수단인 모독이 효과적인 이상, 상대를 색출해야만 모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대표적으로 불려 나올 수 있는 존재가 “아버지”다. 거울 속의 아버지, 새빨간 페티큐어를 하고, 아이, 꽃만 보면 소름이 져요, 허리를 꼬는 아버지, 과부가 된 아버지, 생리중인 아버지, 시뻘건 아버지의 음부, 아버지의 질, 하룻밤에 여든여덟 체위로 내 남자와 하는, 빗자루 손잡이와 그짓을 하고, 자동차 뒷자리에서 스무 켤레의 구두와 하고, 유리상자 속에서 왕과 동거를 하는, 아버지이, 아버지의 목청으로 부르르 나를 부르는 아버지 ‘가족극장, 과부가 된 아버지’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걸려 있는 어머니”에게서 자신을 “들고 가는” 존재다. 다시 말해, 세계 규범의 화신과 같은 존재이다. 시집의 한 부 전체가 “가족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내부에서 일어나는 위계 관계를 뒤집고, 기제를 모독하는 것으로 메워져 있는 것은 그렇게 이해될 수 있다. 시인은 주님, 아버지, 오빠 등 남성적 주체들에게 여성의 음부와 행위를 오려 붙임으로써 그것의 권위를 훼손한다. 이와 같은 시적 전략은 ‘보고 싶은 오빠’를 비롯한 이후 시집에서도 두드러지게 활용된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이 “거울”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하겠다. 거울이란 세계를 비추는 시선임과 동시에 내가 나를 자각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이미지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를 다시 읽어 보면, 거울 속의 “아버지”는 여성의 신체를 하고 내 남자와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나” 같다. 다시 말해, 김언희의 화자들은 아버지를 훼손하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남근중심주의적 관점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모독이 가질 수 있었던 승리의 감각은 피로스의 승리로 격하된다. 내 얼굴로부터 매 순간 아버지의 얼굴을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세상이 그녀를 고기와 구멍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외설할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시 쓰기는 이 시점에서 오독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상가”로 가도 “카바레”가 나오고, “꽃집”으로 가도 “족발집”이 나오며, 발걸음한 “예식장”은 “도축장”으로 변모하는 상황을 비판하기 위해 세웠던 모독의 바리케이드가 되려 여성 자신을 음란함에 가두게 된다는 모순이다(‘피치카토’). 이 책이 소리를 전부 빨아먹는다 이 책이 비명을 전부 빨아먹는다 이 책이 피를 전부 빨아먹는다 육절기로 썰어 넘기는 책장 한 장 한 장이 혓바닥이다 흠씬 피를 빨아먹은 페이지 페이지, 면도날로 밑줄을 친 붉은 밑줄들이 줄줄 흘러내리는 이, 책이 ‘이 책’ 김언희는 시에 발린 “마요네즈”, 즉 “아버지를 내포하는 몸”을 경멸한다. 그래서 김언희의 시는 재생산이나 자신만만한 자의식의 표출이 아니다. 오히려 소화이며, 소비다. 먹어서 없애야 하는, 똥으로 만들어 버려야 하는 무엇이다. “아버지에게서 아버지를 파내드릴게”라고 이야기하는 김언희. 내 몸을 끊임없이 소비하는 것은 “아버지의 좆대가리”에서 자신을 “벗겨내 달라”는 요청의 수행적 표현임과 동시에 화자를 포박하는 사상과 논리로부터 탈각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벗겨내주소서’).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가 아직도 죽지 않”은 이유는 이 탈각이 모독으로써는 정복될 수 없는 무인도이기 때문이다(‘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난자당한 살점들이 에워싸고 있는 그 섬”에 닿을 때까지 그녀들은 죽을 수 없다(‘그 섬에 가고 싶다’). 성공할 수 없는 전략을 고수하면서 삶의 결말을 유보하고 있는 이 화자들의 태도는 의미 없는 감각과 침탈을 반복하면서 이중의 모순을 안은 채 언제까지고 지속될 것만 같다. 그렇다면 폭로를 위해 오독을 감수해야만 하는, 살을 취하기 위해 뼈를 줄 수밖에 없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 여성들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아니, 질문을 바꾸어 보자. “음부”밖에는 없는 세상에서 “외설”로만 발화할 수 있는 여성들의 이와 같은 몸부림을 다만 윤리적 잣대로 처벌할 수 있겠는가? 쉽게 답변을 내릴 수 없는 질문, 그에 대한 사유의 약진이 김언희의 근작에서 드러나고 있다. 여자가 시인이 된다는 것 -인격이라는건온도와습도에따라변하는거야고환처럼 -1은홈리스II는섹스리스III는홈리스에섹스리스너에게는좆밖에없고나에겐그마저없고 -니체고시체고나랑맞바꾼개는잘커?네터럭이목구멍에엉겨죽을뻔한그개? - 죽여준다정말죽여줘新옥보단3D로보니온세상이肉蒲團之極樂寶鑑이네 -30년동안카데바노릇을하고있어6개국어로거짓말하는카데바그게나라고 -저개하지도못하고짖지도못하는저개엊저녁에광견병접종을하고온저개이제는미칠수도없게된저개 -난죽은년조차아냐시체조차도없어난내눈에도안보여 -정색은질색이야난잠을자면서도하품을해잠을자면서도존다고가래침이야말로내인생의토핑이지 -모든것을포기하고미쳐버리면시간이절약되지않을까 -나무젓가락같은잣대로젓대로나좀들쑤시지마지뢰를밟고선자만이경멸할수가있는거야똥밟은자를 -개가뒷다리로일어서서걷는것과같소…… 여자가시인이된다는것은 -내주여저는알알이익었나이다새까만악의의포도송이로나의모든사랑을다해나의모오든화냥을다해 ‘Eleven Kinds of Loneliness’ “까마귀에게 있어서 까마귀 자신만큼 불길”한 것이 또 없듯이, 여성의 몸은 그것이 여성의 몸이기 때문에 한 번의 오독을 거치고 있다(‘미얀마’). “죽은 년조차도 아니고, 시체조차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나, “개하지도 못하고 짖지도 못하는 개”라는 호명은 그것이 비체화되고 있음의 표상이다. 기실 세상만사가 각각 결핍을 갖는 방식으로 성립하는 법이라지만, 남성 성기를 가진 “너”에게 “나에게는 그마저도 없”다는 화자의 토로는 화자 본인이 너보다 더 다중적인 압제 밑에 억눌려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렇듯 발화다운 발화를 할 수 없는, 내가 나로 살 수 없는 이러한 치욕과 모멸의 세상에서 화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학대에 가까운 성교, 폭력뿐이다. 이 화자가 “사랑”과 “화냥”을 병치하면서, “새까만 악의 포도송이”만을 기를 수 있는 것은 날 때부터 고기로 다루어졌던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아버지를 발견하는 여자들에게 걸려 있는 저주들이 말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태여 여성에게 씌워져 있는 성적 필터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작가의 작품이 작가 자신의 성분을 근거로 성기게 맥락화되는 상황을 여럿 마주쳐 왔다. 말이 말로만 판단될 수 없는 이 연좌제의 굴레 속에서 여성이 더욱 취약할 것임은 당연하다. 다시, 이 지점에서 김언희 화자의 발화가 일차적인 몸의 감각으로 소급되는 양상에 대한 재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 그것은 김언희의 무력한 화자에게 주어진 유일한 발화 방식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여성의 발화가 받아들여지던 방식이다. 오로지 자궁의 병 탓으로 여겨졌던 여성의 히스테리처럼, 멸시가 멸시를 낳고 오독이 오독을 낳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성을 어떻게 “정확히” 읽을 수 있을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촘촘히 짜인 의미망으로 기능하는 몸. 구멍과 음부와 외설로 대변되는 여성의 몸. 그러한 관점에서 의도가 없고, 말이 없고, 생각이 없는 “시체”는 역설적으로 여성 화자가 갈망해야 하는 종착점임에 틀림없다. 여성이라는 몸은 그야말로 죽어야만 해방되는 저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섹스와 끼니”, “모욕과 배신”, “지저분한 농담”과 “어처구니없는 삶”과 “죽음”에서 해방되기 위해 제시되는 방안이 죽음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여느 날, 여느 아침을’). 김언희의 화자는 지속적으로 “6개국어로 거짓말하는 카데바”, 자라면서 뇌를 버리는 “멍게”의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죽음에의 달성을 꿈꾼다(‘Endless jazz 19’). I 혓바닥에 검은 털이 빡빡이 돋아나고 있어 입속의 검은 구두 솔 구두거나 귀두거나 모조리 光내줄 수 있어 막창에서 밑창까지 II 엉겁결에, 만인의 연인이 되고 말다니 만인의 黃狗가 영원히 삭제 불가능한 리벤지 포르노의 주인공이 1초도 혼자 있을 수가 없어 1초도 혼자 있을 데라고는 없어 아무도 날 잊어주지 않아 단 1초도 더 이상 혀를 못 놀리게 된 자만이 진짜 죽은 자라고 발화의 욕구는 성욕보다 백배는 강해 귀를 대주라고, 언니, 뒤를 대주듯이 III 세 번이나 하고도 한 기억이 전혀 없어 이제 난 어제 한 거짓말도 기억이 안 나 난 매 순간 나에게서 빠져나가야 살아 말매미처럼 내 손으로 내 등짝을 가르고 ‘황색 칼립소’ ‘황색 칼립소’에서 “입”은 “구두 솔”의 이미지를 경유하여 여성 성기와 동등하게 취급된다. 그것이 “구두”와 “귀두”를 광내는 도구로 취급된다는 지점에서 여성 몸의 현주소를 선고한다. “엉겁결에” 만인의 연인이 되어 평생 그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는 비체의 끝이다. 내가 나로 있기 위해서 나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역설이 당연시되는 이 세상에서 내 발화들이 전부 “거짓말”이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언희의 화자는 “발화의 욕구”가 “성욕보다/ 백 배는/ 강”하다는 말을 통해 스스로가 이러한 무용한 반복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타진한다. 하지만 언제나 “귀를 대주”는 것보다 “뒤를 대주는 것”이 더욱 수월하다. 여성의 몸이 그렇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니”도 여성이고 화자도 여성인 이상 자신의 발화를 순수한 자신의 발화로 전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들의 대화가 대화로써 성립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김언희의 시는 이 시집이야말로 “엽색”과 “치정의 끝”이라는 발화를 통해 모독이 모독당할 수밖에 없고, 오독이 오독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슬프게 폭로한다(‘격에게’, 96쪽). 이 시집은 모리스 블랑쇼의 “오늘 밤 나를 죽여주지 않으면 당신은 살인자요”라는 책망으로 끝을 맺는다. 모리스 블랑쇼는 여러 격언을 남겼지만, 이 시점에서 들여오기에 적합할 만한 다른 말이 있다. “작가는 작품으로부터 쫓겨난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작품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말이었던 앞선 발언은 김언희와 맞닿았을 때 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빗나가 버리는 오독의 광경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읽히게 된다. 이조차도 원 의미를 왜곡하는 오독이지만, 김언희의 화자가 오독과 적극적으로 싸우는 방식으로 오독당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시인의 시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과 모리스 블랑쇼의 말이 해석 과정에서 변질되는 것은 그 불가역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지점일 수 있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미 완결되어 있는 내 몸의 의미. 하나의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는 몸이 자꾸만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함과 동시에 탄생하는 시. 타자에의 침탈에 맞서는 이 힘 있는 비명이 어떻게 시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김언희에게 폭력에 대한 감상은 세계에 대한 단상이다. 만약 지금까지의 독해가 옳다고 가정한다면, “내가 벗어던져야 하는 마지막 실오라기”가 어디에 있냐는 질문과 “매 순간 나에게서 빠져나가야” 살 수 있다는 진술이 서로 호응하는 것처럼 읽히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닐 것이다(시집 ‘보고 싶은 오빠’ 중 ‘쌍십절 2’). 내 몸은 포르노가 아니다 그리스의 남성 영웅 카이네우스는 본디 카이니스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녀)가 여성이기를 포기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개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것이 그녀가 포세이돈에 의해 강간당했다는 설이다. 그녀는 자신을 차지하고자 했던 포세이돈에게 강간당한 이후 어떤 저항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을 견디지 못해 분노에 떨었다. 이윽고 그녀는 자신에게 닥쳐온 모든 불행이 여성이기 때문에 벌어졌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강간당했으며, 여성이기 때문에 저항할 수 없었고,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 욕구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달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던 포세이돈에게 남성이 되기를 청했고, 그렇게 카이네우스가 되어 신화에 이름을 새긴다. 우리가 카이니스와 카이네우스의 신화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 있다면, 신체적·정신적 특성을 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며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비윤리적이라고 일갈할 수 없으리라는 예감일 테다. 어떤 폭력이 여성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면, 어떤 여성들이 그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 아님”을 소망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폭력 자체를 근절하는 것보다 그 자신이 여성 아니게 되는 것이 폭력의 위협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더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대로 “여성”이라는 범주가 그 위신을 공고히 할수록, 오히려 그 집단이 갖고 있는 힘이 허약해진다는 것과도 동일하게 읽을 수 있다. 기실 이것은 김언희 시에서도 “종이 고환”을 단 “여류 시인”의 이미지와(‘어지자지’), “몸만 여자지 음탕한 남자 아닐까” 되묻는 자조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아닐까’). 주디스 버틀러는 여성 범주를 부정하며 여성 없는 페미니즘을 주장한다. 여성이라는 동일 정체성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페미니즘은 가능하며, 되려 여성만이 페미니즘을 허락받을 때 이론은 허약해진다는 것이다. 이때 가장 강조되는 것이 “수행 뒤에 수행자는 없다”는 명제다. 바꾸어 말하자면, 젠더와 성 정체성 등의 “범주”는 나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결코 자아의 본질이나 골자에 도달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정체성이 여러 가지 속성들이 화합하고 상충하면서 교차적으로 성립하는 것이거니와, 나의 유일무이한 정체성이 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동시에 자신의 의견이 미국 동부 해안의 레즈비언/게이 커뮤니티에서 비롯되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현재까지도 투쟁하고 있는 젠더퀴어들에게 감응하고, 그것이 페미니즘과 맞닿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젠더 트러블’의 개정판 서문 (1999)에서 주디스 버틀러는 이와 같은 착안점을 털어놓으며 자신이 학계라는 서로 만난 적 없는 문화지평의 수렴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8) 연거푸 강조하지만, BJ의 노출과 김언희의 비명을 동일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동일시될 수도 없거니와, 동일시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다만 어떤 폭력이 페미니스트이기에 가해지고 있고, 자신의 주변이 그러한 폭력을 기꺼이 휘두를 자들로 가득하다면, 페미니스트임을 부정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에 복종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할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으리라. 물론 이 사실을 주지하고서라도 자신을 “반페미”라고 지칭하며 몸의 이미지를 판매했던 QWER 일부 멤버들의 행동을 완전히 윤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글 또한 순수히 그녀들을 방어하기 위해 쓰인 글이 아님을 밝힌다. 그러나 페미니즘이란 결국 여성 해방을 위해 고안된 이론 틀이기에, 만약 페미니즘이 여성의 삶, 또는 한 여성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성질 그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면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점검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요청이다. “여자의 완성이 얼굴”인 나라에서(시집 ‘보고 싶은 오빠’ 중 ‘르 흘레 드 랑트르꼬트’) 페미니즘마저 여성을 불순하고 음란하다는 이유로 거절한다면, 그 여성들의 사활을 건 투쟁도 포르노로 전락하게 되지 않겠는가. 아니, 설령 그것을 포르노라고 일컫는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참작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침투를 불허하고 “음지”에 잠재우는 것은 “보기 편안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한 가지의 방법일 수는 있겠으나 그와 동시에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만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기회 또한 그녀들과 함께 영영 잠들게 하는 일일 것이다. 폭력은 다른 것이 아니다. 해석의 여지가 불가능하도록 맥락을 거세하는 것이 폭력이며, 알몸과 외설만을 보는 것이 포르노다. 그래서 포르노는 만들어지는 동시에 해석된다. 이것이 도발적이고, 충격적이고, 외설적이라고 할지언정, 그 너머에 무엇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그것을 실로 포르노로 만든다. 여성의 알몸과 성교를 그저 “외설적”이라고 말하면 그것들은 모두 외설로 남는다. 여성의 목소리를 그저 비명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단지 비명에 머무른다. 그러나 여성의 알몸이 어떤 의미일 수 있는지 해석하는 순간 그것은 외설적인 알몸을 넘어 저항의 표현이 된다. 기실 비평은 언제나 이러한 해석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작업이었고 약자에게 견고한 법령에 틈입하는 몸짓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김언희의 시 세계를 톺으며 오독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저 죽은 것도 아니고, 사는 것도 아닌 모호의 세계에 잠자는 여자를 깨우는 것이다. 그 후로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성감을 위해 태어나지 않은 음부로, 분뇨의 입구로 태어나지 않은 입으로. 1) 이 글에서는 김언희의 시집 ‘트렁크’(세계사, 1995),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민음사, 2000), ‘GG’(현대문학, 2020)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위의 시집에서 시를 인용할 경우 해당하는 제목만 표시하며, 맥락상 구분이 필요한 경우나 다른 시집에서 인용된 시의 경우 시집명이나 쪽수도 함께 명기하도록 한다. 2) 이정수 기자,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온 여캠 BJ들… “벗방이랑 뭐가 달라” 시끌’, 서울신문, 2024년 8월 12일, https://v.daum.net/v/20240812113303539 3) 이해운, ‘현대시에서의 그로테스크’, 한국문학과 예술 9(2012, 숭실대학교 한국문예연구소). 4) 장서란, ‘김언희 시의 서발터니티 연구 -‘말하는-죽음’과 ‘여성-괴물-되기’를 중심으로-’ 한국현대문학연구(2022, 한국현대문학회). 5) 임지연, ‘1990년대 여성시의 이상화된 판타지와 역설적 근대 주체 비판’, 한국시학연구(2018, 한국시학회). 6) 김정란, 남진우, 이희중, ‘특별좌담/올해의 시를 말한다’, 월간 현대시 56호, 1997년 12월호. 7) 남진우, ‘메두사의 시- 김언희의 시세계’, 계간 문학동네 25호, 2000. 8)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2006, 문학동네) 58~61쪽 참조.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원초적 감각과 세련미, 스테이크의 맛있는 두 얼굴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원초적 감각과 세련미, 스테이크의 맛있는 두 얼굴

    스테이크란 단어는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이가 아니고선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은 대부분 고향이 있다. 그렇다면 두툼한 스테이크의 국적은 어디일까. 어떤 이들은 모 스테이크 브랜드의 이미지 때문에 호주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하지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굳이 근원을 따지자면 고기를 무자비하게 먹는 식문화는 북유럽과 게르만 민족의 문화에서 비롯됐고, 현대적 의미의 스테이크의 국적을 논하자면 영국을 비롯한 영미권이라 할 수 있다. 18세기경 세계 각국의 여행자이자 여행작가들은 저마다 타국의 식문화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기록을 남겼는데 이를테면 ‘요란하게 먹는 프랑스인, 파스타만 먹는 이탈리아인, 소박하게 먹는 독일인, 고기만 먹는 영국인’과 같은 식이었다. 그만큼 고기에 대한 영국인들의 집착은 전 세계 식문화에 영향을 끼치게 됐다. 주로 상류층의 음식이었던 스테이크가 주류 요리이자 대중요리로 자리잡게 된 건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된 19세기 후반부터다. 냉장·냉동 기술이 발달하고 철도망이 확충되자 미국의 중서부 평원에서 사육된 대규모 소들이 대도시로 빠르게 운송됐다. 이로 인해 가격이 비교적 내려가면서 소고기가 점차 귀한 음식이 아닌 일반인도 즐길 수 있는 수준의 고급 식재료가 됐다. 스테이크 전문점을 뜻하는 스테이크하우스 역시 이 시기에 속속 등장했다. 미국 뉴욕과 시카고 등의 도시에서 이름난 스테이크하우스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소금과 후추만으로 단순하게 간하는 미국식 조리법이 널리 퍼지게 됐다. 이렇게 발달한 스테이크 문화는 해외로도 전해져 점차 ‘서양식 고급 육류 요리’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스테이크란 음식은 단순히 고기를 불에 굽는다는 정의를 갖고 있지만 지역과 식문화 그리고 요리사들의 창의력과 특별함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청으로 인해 다양한 스타일의 스테이크가 지구상에 존재하게 됐다. 스테이크의 맛을 좌우하는 건 첫 번째로 소의 품종과 사육 방식, 숙성 방식 등이 결합된 고기의 퀄리티다. 어떤 품종인지, 어떤 사육 환경에서 자라 무엇을 먹고 자랐는지, 지방 함량은 어떤지, 숙성 기간이 얼마나 됐느냐에 따라 고기의 맛은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 두 번째는 조리법이다. 특히 어떤 열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조리 온도가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열전달은 어떻게 되는지, 어떤 향이 입혀지는지 결정된다. 숯불이나 장작불은 특유의 훈연 향과 함께 비교적 고온으로 인해 겉면을 바삭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전기나 가스를 쓰는 그릴은 온도 제어가 용이하고 숯에 비해 연기나 다른 부가적 풍미가 아닌 고기 자체의 맛을 섬세하게 살리는 데 유리하다. 좀더 먼 거리에서 스테이크 요리를 살펴보자면 오늘날 스테이크의 요리법은 두 축으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영미권이나 남유럽, 남미에서 주로 선호하는 소금과 후추 그리고 버터나 올리브유와 같은 유지를 곁들이는 원초적이고 단순한 방식과 섬세함이나 세련됨을 추구하는 프렌치식이다. 핵심은 스테이크를 어떻게 먹느냐의 차이다. 영미권 스테이크는 소금·후추로 간한 뒤 고온에서 빠르게 익혀, 육즙과 그릴 풍미를 직접 즐기는 편이며 필요한 경우 그레이비소스나 버터, 본매로라고 하는 골수 소스를 살짝 곁들인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고기 자체도 중시하지만 소스가 맛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라고 여긴다는 차이가 있다. 주로 레드나 화이트 와인을 베이스로 한 소스나 베아르네즈 소스, 후추로 만든 포브르 소스 등 다양한 소스를 곁들여 풍미를 복합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 발달해 있다는 게 특징이다. 리브아이처럼 지방 함량이 높아 기름진 부위에는 새콤하거나 크리미한 소스로 균형을 맞추고 안심처럼 담백한 부위에는 풍미가 강한 레드 와인 베이스나 버섯, 브랜디 등을 가미한 소스로 풍미를 더하는 게 공식처럼 돼 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는 일부러 이 스테이크를 먹으러 피렌체를 찾을 만큼 인기 있는 관광 상품이지만 이탈리아 전통 요리가 아니라는 걸 알고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러 가지 미신 같은 유래가 많지만 르네상스 시대 이후 무역과 여행이 활발해지면서 토스카나를 찾은 많은 영국인 여행자와 관광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요리라는 게 정설에 가깝다. 그렇다 해도 역사가 200년이 넘는 만큼 전통음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스테이크는 진정한 이탈리아 요리가 아니라는 주장이 맞서는 웃지 못할 상황이 토스카나에서 벌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아직 스테이크 하면 미국과 유럽을 떠올리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테이크는 남미의 아르헨티나 스테이크다. 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의 식민지 시절에 들여온 소 사육 문화가 토착 환경과 결합하면서 남미에서 소 방목이 대규모로 이뤄졌고 불에 천천히 오래 구워 먹는 일종의 바비큐인 아사도로 유명하다. 한때 아르헨티나에서는 소고기가 고기 중 가장 저렴하다고 불리기도 했지만 요즘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그 말도 옛말이 됐다는 슬픈 소식이 들린다. 장준우 셰프 겸 칼럼니스트
  • 허물 벗고 지혜로운 변혁… ‘청사, 초롱’의 기운 솟구쳐라

    허물 벗고 지혜로운 변혁… ‘청사, 초롱’의 기운 솟구쳐라

    만물이 이미 무성하단 의미의 ‘巳’ 불사와 영생, 풍요와 지혜의 상징성급하지만 분명하고 뒤끝이 없어뱀꿈, 재주 뛰어난 자손 얻는 ‘태몽’독 품어 퇴치할 존재로 여기면서도집과 재물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도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뱀 중에서도 ‘푸른 뱀의 해’다. 십간 중 두 번째인 ‘을’이 청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푸른 뱀은 새로운 시작, 지혜로운 변혁, 성장과 발전의 의미로 해석된다. 뱀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은 양가적이다. 독을 품고 있는 데다 길고 털이 없어 친근하게 여겨지지 않지만, 뱀은 불사와 영생, 풍요와 다산, 지혜를 상징한다. 그래서 한국인은 뱀을 퇴치하고자 하면서도 집과 재물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모시기도 했다. 뱀을 시간으로 따지면 오전 9~11시로 태양이 가장 높이 떠오르는 정오 전, 만물이 한창 활동하는 시간이다. 사(巳)는 ‘이미 그렇다’는 의미로 만물이 이 시기에 이르러 이미 무성해진다는 뜻도 담고 있다. 달로는 음력 4월에 해당하는데, 뱀띠로 태어난 사람은 이미 양기가 가득한 뱀의 속성을 타고난다. 매우 분주하고 활동적이고 성급하지만 분명하고 뒤끝이 없다. 예로부터 뱀 꿈은 대부분 태몽과 관련됐다. 뱀 꿈을 꾸면 진취적이며 재주가 뛰어나고 지혜로운 자손을 얻게 된다고 알려졌다. 커다란 뱀을 보는 꿈은 이익을 남기는 사업을 하게 되고, 태몽이라면 효성이 지극한 자식을 낳게 될 것을 암시한다. 치마 속으로 붉은 뱀이 기어서 들어오는 꿈도 태몽으로, 장차 강인하고 정열적인 인물이 될 아이를 낳게 될 것으로 풀이된다. 뱀이 크면 구렁이가 되고 구렁이가 더 크면 이무기가 되며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거나 어떤 계기를 가지면 용으로 승격한다는 민속 체계가 있다. 따라서 뱀의 범주에는 뱀, 구렁이, 이무기가 다 포함된다. 구전으로 전승되는 전형적인 뱀 설화로는 상사뱀 설화, 뱀신랑 설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상사뱀 설화는 남녀 간의 정상적인 결합이 불가능한 상황의 설정과 더불어 어느 한쪽이 뱀이 돼 상대에게 접근하는 형태로 전개된다. 남자가 뱀이 되는 경우도 있고, 여자가 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연모하는 대상과의 신분적 거리로 인해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을 뱀으로 변신하는 욕망 변용의 방식을 통해 결합을 추구하는 내용이다. 뱀신랑 설화는 구렁덩덩 신선비 민담으로 한반도 전역에서 잘 알려졌다. 다른 딸들이 혐오하는 뱀을 신랑으로 맞이하는 막내가 신랑과 이별하고 재결합하는 내용이 담겼다. 뱀은 수수께끼나 속담에도 자주 등장한다. 수수께끼 중 ‘배로 걸어 다니는 것은?’ 또는 ‘다리 없이 배로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은?’이라는 수수께끼의 답은 ‘뱀’이다. 관련 속담도 많은데 ‘구렁이 담 넘어가듯’은 깔끔하고 명료하기보다는 모호한 태도로 얼버무리는 것을 뜻한다. ‘구멍 속 뱀이 서 발인지 너 발인지’는 아직 밖으로 나타나지 않은 숨겨진 대상에 대해서 짐작할 수 없다는 뜻이며 ‘뱀을 그리고 발까지 단다’는 속담은 사족과 같은 말로 필요 없이 덧붙여서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것을 비유한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뱀은 다른 동물에 비해 친근하게 여겨지지 않지만, 총명함과 지혜를 상징하고 또 허물을 벗는 특성과 연관 지어 재생이나 환생, 영생의 의미를 갖는 아주 신비로운 동물”이라며 “을사년 새해에는 뱀의 총명함과 생명력이 가득한 기운을 받아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는 ‘만사형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 여인형 방첩사령관, 검찰 기소에 “사실과 추측 혼재”

    여인형 방첩사령관, 검찰 기소에 “사실과 추측 혼재”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회 등에 병력을 투입하고 정치인 등 체포조를 편성·운영한 혐의로 31일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사실과 추측, 내가 기억하는 바와 다른 내용이 혼재돼 있다”고 해명했다. 여 사령관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배포한 ‘공소제기에 따른 입장문’에서 “국군통수권자의 명령 이행과 제반 결과 사이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군인으로서, 또 인간으로서의 (나의) 고뇌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군인에게 계엄은 전시 비상조치라는 소신을 상급자에게 여러 차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힌 바 있다”며 “방첩사 부대원도 같은 인식에 따라 12월 3일 실제 비상계엄령하에서 결과적으로 소극적인 임무 수행을 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전 1시경 첫 출동’ 및 ‘국회·선관위 미진입’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여 사령관은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내 부하들은 계엄 시행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어떤 사전 준비도 한 사실이 없다”며 “계엄 발령 후 부대원이 취한 대부분의 조치는 ‘전시 합수본 운영 계획’이라는 평소 업무 지침에 따라 조건반사적으로 취해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의 지시 및 업무 지침을 충직하게 수행한 부하들의 선처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여 사령관과 이진우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주요 정치 인사를 체포·구금하고 선관위와 국회를 장악하라는 지시를 받고 병력을 투입한 혐의를 받는다.
  • 졸리와 피트, 이혼한 지 8년 만에 법적 분쟁 마무리

    졸리와 피트, 이혼한 지 8년 만에 법적 분쟁 마무리

    앤젤리나 졸리(49)와 브래드 피트(61)가 이혼한 지 8년 만에 법적인 분쟁을 종료했다. 미국 주간지 피플은 30일(현지시간) 두 사람이 이날 이혼과 관련한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전했지만, 합의문 내용은 알려지지지 않았다. 졸리의 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졸리는 심신이 지친 상태이지만, 이번 일이 마무리돼 안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남녀 스타였던 졸리와 피트는 지난 2005년 같은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것을 계기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두 사람은 커플이 됐지만, 혼인신고는 2014년에 이뤄졌다. 졸리는 2년 후인 2016년 피트가 자신과 자녀들을 학대했다는 주장과 함께 이혼을 신청했다. 이혼 신청 3년 만인 2019년 두 사람은 법적으로 이혼하게 됐지만, 양육권을 둘러싼 소송은 계속됐다. 졸리는 자녀 6명에 대한 단독 양육권을, 피트는 공동 양육권을 주장했다. 이혼 소송이 길어지면서 자녀들이 대부분 성인이 되어 양육권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졸리는 피트와 만나기 전 매덕스(23)를 입양했으며, 이후 피트와 함께 팩스(21), 자하라(19)를 입양했다. 또 피트와의 사이에서 샤일로(18)와 이란성 쌍둥이 비비언(16), 녹스(16)를 낳았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은 양육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과는 별개로 2008년 공동으로 매입한 프랑스 남부의 와이너리 ‘샤토 미라발’의 처분을 둘러싸고도 민사소송을 벌였다. 졸리는 이혼 후인 2021년 10월 자신의 지분을 매각했다. 그러나 피트는 “와이너리 지분을 한쪽 동의 없이 팔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문이 존재한다면서 졸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매덕스는 한국의 연세대에 입학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학업을 끝까지 마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둔덕만 없었어도 생존…설계 최악” 해외전문가들 분석

    “둔덕만 없었어도 생존…설계 최악” 해외전문가들 분석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외국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이 피해를 키웠을 수 있다는 지적에 힘을 실었다. 항공기의 ‘오버런’을 방지하기 위해 미 연방항공청(FAA)이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 내 공항서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 이탈방지 시스템의 도입 필요성도 거론된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 단체 ‘항공안전재단’ 하산 샤히디 회장은 “이것은 매우 복잡한 사고”라며 “조사관들이 파악해야 할 많은 요소가 결부돼 있다”고 짚었다. 샤히디 회장은 “(공항 내) 구조물 배치는 국제 표준에 따라 결정된다”며 “조사관들은 이런 구조물이 규정을 준수했는지를 알고 싶어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활주로 근처의 물체들은 (항공기와의) 충돌시 부서지기 쉬운 물체여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항공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도 BBC 인터뷰에서 “장애물이 없었다면 여객기에 탑승한 대부분의, 아마도 전부가 생존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기가 랜딩기어와 플랩(고양력장치) 등이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착지가 최선의 수준으로 이뤄졌고 동체착륙 뒤 활주로를 미끄러지는 동안에도 동체에 심각한 손상도 입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사망자가 나온 원인은 착륙 그 자체가 아니고, 동체가 활주로 끝단 바로 너머에 있는 매우 단단한 장애물과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48년 경력의 파일럿 크리스 킹스우드도 BBC에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항공기는 비행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가볍게 제작되기 때문에 강한 구조물이 아니라면서 “어떤 종류의 구조물이라도 (충돌 시) 동체는 산산조각이 날 수 있고 이는 재앙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직 항공기 파일럿 더그 모스는 WP에 공항의 레이아웃(배치)이 참사의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활주로를 완전히 평평하게 만드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기에 활주로에 약간의 경사지가 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며, 개인적으로 특이한 공항 설계도 많이 봤다고 소개했지만 “이번 것은 최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것을 예상해야 한다”면서 “너무 빨리 착륙했다. 그들은 체크리스트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않았다”고 추정했다. 같은 매체와 인터뷰한 항공 안전 컨설턴트 존 콕스는 “그들은 활주로에 훌륭하게 착륙했다”면서 “거기 구조물이 없었더라면 안전하게 멈출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이 상용화해 미국 내 공항에서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인 이마스(EMAS·Engineered Material Arresting System)를 설치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마스는 항공기가 착륙하며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 발생시 동체의 전진속도를 신속히 줄이도록 설계한 일종의 경량 콘크리트 블록이다. 항공기 바퀴가 이마스를 구성하는 경량의 소재를 부수면서 나아가는 과정에서 동체 속도가 급속도로 감속하게 되는 원리다. FAA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표준적인 활주로안전구역(RSA)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EMAS를 설치하면 대부분의 항공기는 착륙시 속도가 70노트(약 130㎞/h)를 넘지 않게 된다. FAA는 1990년대부터 RSA 확보가 어려운 공항의 안전을 위해 EMAS 연구를 시작해 현재 여러 공항에서 이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에는 71개 공항의 활주로 종단에 121개의 이마스가 설치돼 있다. 1999년 5월 뉴욕 JFK 국제공항을 시작으로 올해 7월 콜로라도주 텔루라이드공항에 이르기까지 항공기 22대(총탑승자 수 432명)의 오버런(착륙시 활주로 종단을 넘어서 기체가 나가는 것)을 이마스가 안전하게 막아냈다고 FAA는 밝혔다. 아울러 이번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사고의 유일한 원인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랜딩기어(착륙용 바퀴)가 내려오지 않은 원인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에어라인뉴스의 제프리 토머스 편집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버드 스트라이크는 드문 일이 아니며, 랜딩기어 문제도 마찬가지”라면서 “버드 스트라이크는 매우 자주 일어나지만 대체로 그것만으로 항공기 참사를 유발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소냐 브라운 박사도 조류 충돌로 인해 이처럼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는 큰 사고가 일어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조류 충돌은 아주 흔한 일이기에 현대의 항공기 설계에는 이미 그런 조건이 충분히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유압식으로 작동되는 랜딩기어의 고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랜딩기어의 전자 제어가) 실패하더라도, 유압시스템 없이 중력에 의해 랜딩기어가 전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운 박사는 아울러 비행기 날개에 있는 플랩과 슬랫 등 비행통제장치 역시 이중의 유압식 구조로 돼 있기에 작동이 돼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개의 독립된 유압시스템을 조류 충돌이 동시에 마비시킨다는 것은 매우 희박한 일”이라면서 “이 사고에는 이보다 더 많은 원인이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섬왈트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전 의장은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기장으로서 10년 동안 (사고기와 같은 계열인) 보잉 737 계열 항공기를 조종했는데 랜딩 기어는 (파일럿이 수동으로) 내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진짜 질문은 여기서 일이 어떤 수순으로 전개됐냐는 것”이라며 “랜딩 기어는 정상적인 수단을 통해, 수동으로 작동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는 랜딩 기어가 어떤 형태로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섬왈트 전 의장은 “조종석 음성 녹음 장치를 판독할 수 있다면 그것이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여객기 참사에…軍, 사고기종 참고한 군용기 점검 나섰다

    여객기 참사에…軍, 사고기종 참고한 군용기 점검 나섰다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국방부가 모든 군용기에 대해 자체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31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해군은 사고 기종인 보잉 737-800 여객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포함한 모든 항공기에 대해 지난 30일부터 오는 1월 4일까지 특별안전점검에 들어갔다. P-8A는 현존하는 최신예 해상초계기로서 대잠수함전, 대수상함전, 해상정찰·탐색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우리 해군이 지난 7월 인수한 P-8A 6대는 전력화 훈련을 거쳐 내년 중반부터 작전에 투입될 예정이다. 다만 해군 관계자는 “포세이돈은 사고 기종과 동일한 게 아니라 해당 기종을 바탕으로 해서 해상초계기 임무수행에 적합하게 비행기를 만들어냈다. 항공기 구조를 명확히 설명드릴 수는 없고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점검이 끝난 항공기는 특별안전점검 기간에도 정상 운영할 예정이다. 공군도 보잉 737-700 여객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항공통제기 ‘피스아이’를 포함해 모든 항공기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 중이다. 육군은 고정익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회전익 항공기도 점검하라는 국방부의 지침에 따라 보유 헬기에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토교통부도 국내 항공사의 보잉 737-800 기종에 대한 전수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보잉 737-800은 보잉 737-700의 동체 연장형으로 최대 189명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다. 1997년 출시돼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5000대 이상 팔렸다. 이 기종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대부분이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39대,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 국내에 총 101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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