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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 번 떨어지면 끝… 로스쿨 나와 ‘오탈자’ 낙인만 남았네요

    다섯 번 떨어지면 끝… 로스쿨 나와 ‘오탈자’ 낙인만 남았네요

    “변시 낭인 안 돼… 응시 제한해야” 사시처럼 낭인 양산하는 폐해 막아야 “일정 기간 안에 능력 갖추는 것도 평가” 헌재도 합헌 판단… 미국도 기회 제한 “직업 선택의 자유 막혀… 위헌이다” 현행 로스쿨은 장기 수험 생활 불가피 임신·질병 등 예외없는 적용도 지나쳐 변시 전 예비시험 제도 도입 목소리도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10년의 그림자, ‘오탈자’(五脫者)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오탈자는 로스쿨 졸업 뒤 5년 내 5회 이상 변호사시험(변시)에 합격하지 못한 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더이상 변시에 응시할 수 없다. 지금의 규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닐까. 헌법재판소는 응시 횟수 제한이 합헌이라고 봤지만, 법조계 내에서는 지금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실이 마련한 ‘변호사시험 오탈자 해결 방법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의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자신을 오탈자라고 소개한 일부 참가자는 눈물을 흘리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로스쿨 1~3기 졸업생 중 441명 ‘오탈자’ 신세 9일 법무부에 따르면 2009~2011년 입학한 로스쿨 1~3기 졸업생 가운데 변시 오탈자는 441명으로 추산된다. 변시 합격률이 50%가 되지 않아 오탈자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오탈제(制)를 도입한 이유는 사법시험(사시)의 폐해를 극복하고 로스쿨 도입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간 사시는 대한민국 국가고시의 ‘끝판왕’으로 군림했다. 합격만 하면 단박에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가 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사시에 수차례 낙방해 사회에 진출할 기회를 놓친 ‘낭인’도 다수 생겨났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라는 지적이 컸다. 이 때문에 로스쿨은 변시에 통과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사회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무기한 격리되는 것을 막고자 시험 응시 횟수를 제한했다. 당초 변호사시험법안을 제출할 때 5년 내 3회로 제한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응시 횟수가 2회 늘었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 일정하게 유지 적절”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어떤 직업을 꿈꾸든, 그것을 위해 얼마의 비용을 부담하든 선택의 몫은 개인에게 달렸다는 뜻이다. 그러나 응시 횟수를 제한하는 오탈제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변호사시험법 7조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위헌법률심판이 청구됐지만 헌재는 이를 기각했다. 헌재는 정부의 제도 도입 취지를 인정했다. 정부가 응시자 대비 합격률을 일정한 비율로 유지하고 로스쿨 교육이 끝난 때로부터 일정 기간만 시험에 응시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단에 법조인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이주하(법무법인 혜인) 대한법조인협회 대변인은 오탈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현행 로스쿨 제도에서 변호사가 되려면 학부와 로스쿨까지 포함해 최대 12년이 걸린다”면서 “제도 자체가 이미 장기간의 수험 생활을 전제하면서 ‘응시 기회를 제한해 오랜 시험공부를 차단한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탈제 체제에서 변시 응시 횟수와 기간을 놓치는 게 두려운 일부 변시생이 휴·복학을 반복하거나 아예 새 로스쿨에 입학하는 사례도 나온다”면서 “로스쿨 교육제도에 문제가 있음에도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수현(법무법인 승우) 대한법조인협회 공보위원회 위원장은 헌재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변시 응시 기간을 제한한 것은 응시자가 일정 기간 안에 변호사로서 필수 요소인 법률사무 수행 능력을 갖출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응시 기간을 제한해야 로스쿨 교육을 충실하게 이수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로스쿨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 등의 국가에서도 응시 기회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5년 내 5회로 제한한 것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적게는 2회… 35곳은 응시 제한 없어 현행법에서도 예외 조항은 있다. 병역의무를 이행할 때는 기간과 횟수를 유예해 준다. 그러나 이것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임신·출산·질병 등 병역의무 외에도 급박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임신이나 출산에 대해서도 변시 기회를 유예해 주는 내용의 법안(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계류돼 있다. 로스쿨 제도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개별 주마다 응시 횟수를 달리 부여한다. 제한을 두고 있는 곳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버진아일랜드를 포함한 20곳이다. 기회를 가장 적게 주는 곳은 아이오와(2회)다. 가장 넉넉하게 주는 곳은 노스다코타·유타·푸에르토리코로 총 6번의 기회를 준다. 제한을 두는 주에서는 대부분 응시생에게 3~5번의 응시 기회를 주고 있다. 사우스다코타는 총 3번의 기회를 주는데 추가로 시험을 보려면 대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4번의 기회를 주는 웨스트버지니아에서는 재응시를 위해 변호사시험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곳을 제외한 나머지 35곳(자치령 포함)에서는 응시 횟수에 제한이 없다. ●“로스쿨 안 가도 누구나 변시 기회 줘야” 오탈자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만 변호사가 될 수 있게끔 하는 제도 자체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원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로스쿨을 도입한 이유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운영 과정에서 비싼 등록금 탓에 ‘돈스쿨’이라는 오명이 커졌다. 일부 학교에서는 비리와 입학 특혜 의혹도 불거지면서 소위 ‘금수저’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로스쿨 입학 자체가 일부 학생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면서 원래 도입한 취지는 흐려지고 부작용만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로스쿨에 입학하는 것 외에도 법학 능력 검증을 통해 누구나 변시에 응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오탈자 등 로스쿨이 야기하는 부작용을 해결할 열쇠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 때문에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비시험 제도란 로스쿨을 가지 않더라도 법학 지식을 검증하는 별도의 시험을 치르면 변시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아도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예비시험 제도를 운영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던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개인의 자유의지를 통제하고 법조인이 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제도가 아니다”라면서 “꼭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변시를 볼 수 있는 우회 통로가 마련돼야 기회의 평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비시험이 로스쿨 무력화시킬 수도” 하지만 예비시험 제도가 로스쿨 제도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반발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예비시험 제도가 로스쿨 제도와 양립하려면 지금과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상현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새로운 방식의 법학능력검정시험을 도입해 일정 성적 이상이 되면 로스쿨 2학년 이상으로 편입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이 로스쿨에서 실무 교육을 받게 되면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는 전문 분야 변호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검찰, 박한우 기아차 사장 ‘불법파견’ 혐의 기소

    검찰, 박한우 기아차 사장 ‘불법파견’ 혐의 기소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경영진을 불법 파견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이 9일 박한우 기아차 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고발장에 포함된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사내협력사 계약 등의 업무에 관여했다고 볼 수 없어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수원지검 공안부(김주필 부장검사)는 이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박 사장과 전 화성 공장장 A 씨 등 2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2015년 7월 파견 대상이 아닌 자동차 생산업무 등 151개 공정에 사내협력사 16곳으로부터 근로자 860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자동차 생산업무의 경우 ‘직접생산공정’에 해당한다며 이같이 결론 내렸다. 사내하청 근로자라고 해도 원청 근로자와 동일한 공간에서 유사한 업무를 하며, 원청인 기아차 지휘를 받는 만큼 불법 파견이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직접생산공정이 아닌 출고, 물류, 청소 등 71개 공정에 대해서는 불법 파견으로 볼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고발장에 포함됐던 정 회장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내협력사 계약 및 관리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검찰은 2015년 7월 금속노조 기아차 화성 비정규 분회 근로자들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한 지 4년 만에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사건은 기아차 사내하청 근로자 특별채용에 대한 노사 협의와 재판 등이 진행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검찰은 지난해 12월에서야 고용부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올 초 기아차 화성공장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앞서 화성 비정규 분회 근로자들은 2014년 9월 서울중앙지법에 분회 노조원 468명이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자 회사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법원은 근로자들에 대해 “기아차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고, 고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또한 2017년 2월 항소심에서도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내 하청으로 2년 넘게 일한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된 것으로 간주하거나 고용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라고 판결하면서, 직접생산공정 뿐만 아니라 간접 공정에 투입된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해서도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정의당 “정점식, 윤석열 청문회서 노회찬 명예실추…책임져야”

    정의당 “정점식, 윤석열 청문회서 노회찬 명예실추…책임져야”

    정의당이 지난 8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해 한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점식 의원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정부 법무부 장관을 지낼 때 대검찰청 공안부장과 이른바 법무부 ‘통합진보당 해산 TF(태스크포스)’ 팀장 등을 지낸 검사 출신으로,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됐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9일 브리핑을 통해 “정 의원은 황교안 대표가 ‘삼성 떡값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두고 마치 노회찬 전 대표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으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것처럼 말했다”면서 “검사 출신이라는 인사가 기본적인 사실관계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정쟁을 위한 도구로 고인을 들먹이다니 패륜도 이런 패륜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황 대표가 삼성 떡값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음은) 사법적 판단이 내려졌다”면서 “언론에 (이 사건을) 공표한 고 노회찬 전 의원은 명예훼손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고, 황 대표가 삼성에서 상품권 1500만원어치를 받았다고 보도한 언론사도 법원에서 허위라는 판단을 받았다”고 발언했다. ‘삼성 X파일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삼성 떡값 사건이란 삼성이 전·현직 검찰 고위직 인사들에게 명절 등에 정기적으로 뇌물을 건넨 사실이 2005년 세상 밖에 알려진 사건으로, 당시 노 전 의원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검사 7명의 실명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2013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형을 받았다. 검찰은 노 전 의원은 기소한 반면 뇌물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검사들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이 사건을 지휘했다. 정호진 대변인은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은 전날 언론과의 통화에서 1999년 당시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장이었던 황교안 대표에게 600만원 상당의 떡값을 건넸다는 사실을 밝혔다”면서 “정 의원이 비호하려하면 할수록 황 대표의 추악한 과거만 더 짙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무리 황 대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해도 물불은 가려야 할 것이 아닌가. 노회찬 전 대표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키려한 정 의원은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한일 공멸을 막기 위한 ‘플랜B’가 절실하다/임일영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한일 공멸을 막기 위한 ‘플랜B’가 절실하다/임일영 정치부 차장

    지난달 28~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열흘쯤 앞둔 시점 한일 정상회담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지 관심이 쏠렸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 정부는 적극적인데 일본 정부가 미온적이기 때문에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식의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정상회담을 해도 안 해도 큰 문제는 아니다. 경제·통상 문제가 크게 불거질 것처럼 말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5월) 미일 정상회담은 기대에 못 미쳤고, 북일 정상회담도 거절당하고, 외교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건 (한국이 아닌) 일본”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 지난 1월부터 일본 언론들은 불화수소 등 핵심 소재와 부품 수출 규제 가능성을 ‘간 보듯’ 흘렸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종의 ‘엄포’로 봤던 것 같다. 제재 가능성에 대비했다지만, 지난 1일 3개 품목 수출 규제처럼 우리 산업계의 급소만 건드릴 줄은 몰랐다. 최소한의 이성을 기대했지만, 상대를 잘못 봤던 셈이다. G20에서 자유무역을 옹호하던 일본은 직후 경제보복에 나섰다.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수출 규제 조치가 ‘정치적 보복’임을 아베 신조 총리가 공개적으로 밝히고, 자민당은 선거운동에 활용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그랬다가 안팎의 비판에 봉착하자 7일 슬그머니 대북 제재를 끌어들였다. 한국을 통해 북한에 대량파괴무기의 제조에 전용될 수 있는 물질이 흘러들어 갔을 수도 있다는 식이다. 애초 무역보복이 지극히 비상식적 발상에서 시작됐지만 점입가경이다. 아베 내각이 반한 감정을 자극해 선거를 앞두고 보수 성향의 ‘집토끼’들을 결집하려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그걸 비난하는 것으로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선거가 끝나면 달라지겠지’라는 기대도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참의원 선거뿐 아니라 나아가 내년 4월 한국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와 여권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 결과가 변수지만, 21일 이후에도 일본의 기조가 확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 무역전쟁으로의 확전은 경계하면서 냉정하게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차피 외교에서 일방적 승리나 패배는 판타지다. ‘플랜A’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태의 시작에 해당하는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해법은 모색하되 경제 제재가 확산돼 촘촘하게 얽힌 양국 경제가 병들고 반일·반한 감정이 고조되는 일부터 막아야 한다. 이미 지난달 우리 정부의 안을 일본 측이 거부한 터라 시민사회가 움직이도록 공간을 열어 주는 방식이 타당해 보인다. 한국 기업이 먼저 나서고 시민사회가 동참해 국민 성금 형태로 기금을 만들고, 일본 기업이나 시민사회가 결합하는 방식이라면 양국 모두 체면과 명분을 살릴 수 있게 된다. 정상회담이나 특사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적절한 때가 아니다. 자존심을 세우자는 건 아니다. 실무·고위급에서 조율되지 않은 채 만나야 얻을 게 없다. 50여년간 양국이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하든, 정치적 무게감을 지닌 비공식적 메신저가 나서든 숨통을 틔워야 한다. 한·미·일 공조를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는 미국의 중재도 절실하다. 다행스럽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꾹꾹 눌러 뒀던 ‘대일 메시지’를 8일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강성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지만 문 대통령은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공멸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이성적인 화답을 기대한다. argus@seoul.co.kr
  • 손익계산하는 美… 애플·퀄컴 등 불똥 튈 땐 개입 가능성

    “삼성 등 타격, 美 기업에 반사이익 기대 트럼프, 위안부·독도 문제 등 방관해와 자국 기업 피해 없는 한 중재 안 나설듯” 한국 정부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에 강경 대응으로 선회하면서 한일 간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에 한미일 삼각동맹을 동북아 균형의 발판으로 삼아온 미국은 ‘주판알’을 튕기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워싱턴 정가는 위안부 문제와 독도 영유권 문제 등에 ‘방관’하는 모습을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자국 기업의 피해가 없는 한 한일 무역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자국 이익을 최우선하는 트럼프 정부가 한일 무역전쟁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면서 “미 정부는 현재 직접적인 피해보다 ‘이익’이 더 클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타격을 받으면 3위 업체인 미 마이크론이 반사이익을 얻어 점유율을 키울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익에 무게 중심이 쏠려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자국의 국익을 해친다면 트럼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다. 현재는 마이크론 등 미 반도체 기업의 반사 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삼성전자 등의 반도체 생산 차질이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인텔 등 미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제품 출시 지연 등으로 이어질 때 미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이 경제전쟁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미국은 동북아의 두 주요 동맹국 간 긴장 고조가 미국의 안보와 이익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알고 있다”며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자국 이익을 저울질하면서 직접적으로 개입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는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 등 한일 간 과거사 문제로 촉발된 것일 뿐 아니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위반인지를 두고도 한일 정부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어느 한쪽 편을 들다가는 오히려 한미일 삼각협력이 깨지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은 북한과 중국의 지역적 위협에 대응하면서 전통적으로 한일 갈등이 심화할 때 구두로라도 개입했으나 트럼프 정부는 한일 갈등에 있어 눈에 띄게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日 “한국 변화 없으면 탄소섬유 등 규제 확대”… 2차 보복 하나

    관방부장관 “부적절한 사안이 규제 배경” 사례 언급 없이 소재 관리부실 주장 반복 이재용, 현지 재계 인사 만나 조언 청취 日업체 해외공장서 물량 확보 방안 타진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지난 4일부터 한국에 무역보복 조치를 취한 일본 정부가 구체적인 사례는 밝히지 않은 채 마치 한국 측의 반도체 등 소재 관리에 특별한 문제라도 있는 양 덮어씌우는 변칙적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은 앞으로도 ‘관리 부실’을 한국에 대한 추가 제재 빌미로 활용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부 부장관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결정의 배경에 (한국 측의)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날 방송토론회에 나와 했던 발언에 대한 기자의 사실관계 확인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으나, 이번에도 “구체적 내용에는 언급을 삼가겠다”며 사례는 제시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토론회에서 한국에 대한 제재 조치 이유로 ‘대북 제재’를 입에 올리며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그러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니시무리 부장관은 이어 “한국과의 사이에서 수출 관리를 둘러싸고 최소한 3년 이상 충분한 의사소통,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배경에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일 무역당국 간 소통이 2016년 이후 한 차례에 그친 점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사안을 새로운 이유로 몰고 가기 위해 동원한 언급으로 보인다. NHK는 이날 “일본 정부는 이번 수출 규제 조치를 계기로 한국에 수입 물품을 적절히 관리하도록 촉구하면서 한국의 대응을 신중하게 지켜볼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의 개선 움직임이 없을 경우 수출 관리 우대국가에서 제외하는 한편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 다른 수출 품목으로 규제 강화 대상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환경운동단체 푸른세상그린월드 박일선 대표는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경제산업성 청사 앞에서 ‘한국 때리기로 선거 승리하려는 아베 정권, 한일 평화연대로 막아내자’는 성명을 내고 경제산업성 주도의 무역보복 조치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했다. 박 대표는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을 통제하는 것은 명백한 경제침략”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날 밤 도쿄에 도착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오전부터 현지 재계 인사들과 만나 이번 사태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일본 소재 업체의 해외 공장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기업 스텔라는 대만과 싱가포르에서, JSR은 벨기에에서 이번 규제 대상 중 하나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생산한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이 아베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공장이 있더라도 일본 원료를 이용한다면 결국에는 일본 당국의 수출 심사를 받게 될 것이다. 최종 수출 지역이 한국이라면 아베 정부에서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서울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성의 있는 협의” 日에 공 넘긴 文… 차분한 외교 대응 힘싣기

    “성의 있는 협의” 日에 공 넘긴 文… 차분한 외교 대응 힘싣기

    靑 “양국 우호 관계 더이상 훼손 안 돼” “실질적 피해 땐 맞대응” 日오판은 차단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반발한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에 돌입한 후 7일 만에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첫 메시지는 ‘일본의 조치 철회’와 ‘성의 있는 협의 촉구’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다만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면 맞대응이 불가피하다며 일본의 ‘오판’을 막기 위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일각의 ‘맞불’ 요구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피해가 실제 발생하면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지만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외교적 해결을 위한 차분한 노력’을 강조한 것은 일본의 추가보복 조치와 국내의 일본제품 불매 운동 등 감정적 대응에 따른 확전은 공멸로 치달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는 한편 일본 정부가 당국 간 협의에 응하도록 ‘공’을 넘긴 셈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완전히 훼손되는 것을 막자는 의미”라면서 “대통령의 발언이 ‘강 대 강’의 맞대응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던데 양국 간 우호관계가 더이상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키’로 대응하던 청와대는 지난 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이번 사태를 ‘보복적 성격’으로 규정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신조 총리가 원하는 ‘상승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그간 공식대응을 자제했지만 분명한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 또한 NSC의 결정에 무게를 더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 수위와 관련, 내부적으로도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아베 총리가 수출 규제 배경으로 대북 제재까지 끌어들인 마당에 강도 높은 경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민간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정치적 보복’이라는 인식도 드러냈다. 국민 불안을 잠재우는 한편 정치권의 협력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 정치권과 국민께서 힘을 모아 주셔야 정부·기업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다”면서 “기업과 함께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기 대응과 처방을 빈틈없이 마련하는 한편 수십년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日 “한국 변화 없으면 탄소섬유 등 규제 확대”… 2차 보복 조짐

    日 “한국 변화 없으면 탄소섬유 등 규제 확대”… 2차 보복 조짐

    관방부장관 “부적절한 사안이 규제 배경” 사례 언급 없이 소재 관리부실 주장 반복 이재용, 현지 재계 인사 만나 조언 청취 日업체 해외공장서 물량 확보 방안 타진주제목 : 부제목1 : 부제목2 :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지난 4일부터 한국에 무역보복 조치를 취한 일본 정부가 구체적인 사례는 밝히지 않은 채 마치 한국 측의 반도체 등 소재 관리에 특별한 문제라도 있는 양 덮어씌우는 변칙적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은 앞으로도 ‘관리 부실’을 한국에 대한 추가 제재 빌미로 활용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부 부장관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결정의 배경에 (한국 측의)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날 방송토론회에 나와 했던 발언에 대한 기자의 사실관계 확인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으나, 이번에도 “구체적 내용에는 언급을 삼가겠다”며 사례는 제시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토론회에서 한국에 대한 제재 조치 이유로 ‘대북 제재’를 입에 올리며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그러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니시무리 부장관은 이어 “한국과의 사이에서 수출 관리를 둘러싸고 최소한 3년 이상 충분한 의사소통,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배경에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일 무역당국 간 소통이 2016년 이후 한 차례에 그친 점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사안을 새로운 이유로 몰고 가기 위해 동원한 언급으로 보인다.  NHK는 이날 “일본 정부는 이번 수출 규제 조치를 계기로 한국에 수입 물품을 적절히 관리하도록 촉구하면서 한국의 대응을 신중하게 지켜볼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의 개선 움직임이 없을 경우 수출 관리 우대국가에서 제외하는 한편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 다른 수출 품목으로 규제 강화 대상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환경운동단체 푸른세상그린월드 박일선 대표는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경제산업성 청사 앞에서 ‘한국 때리기로 선거 승리하려는 아베 정권, 한일 평화연대로 막아내자’는 성명을 내고 경제산업성 주도의 무역보복 조치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했다. 박 대표는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을 통제하는 것은 명백한 경제침략”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날 밤 도쿄에 도착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오전부터 현지 재계 인사들과 만나 이번 사태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일본 소재 업체의 해외 공장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기업 스텔라는 대만과 싱가포르에서, JSR은 벨기에에서 이번 규제 대상 중 하나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생산한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이 아베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공장이 있더라도 일본 원료를 이용한다면 결국에는 일본 당국의 수출 심사를 받게 될 것이다. 최종 수출 지역이 한국이라면 아베 정부에서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서울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유해용 재판 증인으로 나온 임종헌, 검찰 질문에 잇따라 “증언 거부”

    유해용 재판 증인으로 나온 임종헌, 검찰 질문에 잇따라 “증언 거부”

    “제 형사사건에 유죄의 증거로 쓰일 우려가 있어서 증언을 거부하겠습니다”, “잘 모릅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검찰의 신문에 대부분 이렇게 말하며 사실상 증언을 거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박남천)는 8일 유 전 연구관의 3회 공판에 임 전 차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임 전 차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다른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전 차장은 유 전 수석과 공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 측의 특허소송 관련 자료를 청와대에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임 전 차장은 증인석에 서자마자 재판장이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증언거부권과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를 줄줄이 설명하자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의사는 없다”고 말한 뒤 증인선서를 했다. 그러나 정작 검찰의 주신문이 시작되자 과거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을 묻는 질문에서부터 “공소사실과 관련 없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한다”고 답했다. 또 검찰이 “‘특허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당사자가 불리한 판결을 받을 것을 우려해 대통령에게 민원을 제기했다’는 내용을 당시 곽병훈 청와대 법무비서관에게 전해듣고 이를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전달했느냐”고 묻자 “(김영재 원장의 부인인) 박채윤씨 관련 사건의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있고 제 진술이 제 사건에 유죄의 증거로 채택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검찰이 임 전 차장에게 청와대와의 접촉 경위나 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지시한 내용, 심의관들이 작성한 행정처 보고서가 청와대로 넘어간 과정 등을 잇따라 물었지만 그는 “같은 이유로 증언을 거부한다”고만 반복했다.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라 증인의 진술이 자신이 유죄 판결을 받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을 때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특히 임 전 차장은 “재판장께서 아는 대로 진술하라고 하면 하겠지만 마치 피고인신문 같은 증인신문이라 과연 적절한 신문인지 모르겠다”며 검찰을 향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오후에 진행된 유 전 수석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는 증언거부 대신 “기억이 안 난다”는 등의 답변을 이어갔다. 유 전 수석의 변호인이 “이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증인은 법관 및 기술심리관 정원 증원, 법관 재외공관 파견 확대 등을 위해 청와대가 요구하는 자료들을 받아내려 피고인(유 전 수석)과 공모한 걸로 돼있다”면서 “공모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임 전 차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주제와 관련해 피고인과 논의한 적이 있나”, “기술심리관 좌석 배치니 특허법원 소송대리인 공정성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피고인과 한 번도 논의해 본 일이 없나” 등의 질문에도 모두 그런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김영재·박채윤 부부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오후 3시가 넘어서 끝났지만 그의 입에서 유 전 수석의 공소사실과 관련된 구체적인 설명이나 혐의를 반박하는 해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임 전 차장은 지난달 2일 자신의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법원에 낸 뒤 한 달 이상 법정에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임 전 차장은 지난 5일 서울고법에 다시 심리해 달라며 항고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文 “한국기업 피해 발생하면 대응…대일무역 적자 줄인다”

    文 “한국기업 피해 발생하면 대응…대일무역 적자 줄인다”

    “맞대응 악순환 양국 다 바람직하지 않아”문재인 대통령이 8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발표 이후 문 대통령이 직접적인 발언으로 대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현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지난 4일부터 주요 반도체 소재 3개 등에 대한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일본의 감정적인 보복 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맞불 대응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일본의 조치로 국내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면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불가피성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문 대통령은 “상호 호혜적인 민간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면서 “전례 없는 비상상황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경제계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황 진전에 따라 민관이 함께하는 비상 대응체제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청와대와 관련 부처 모두가 나서 상황 변화에 따른 해당 기업들의 애로를 직접 듣고 해결 방안을 함께 논의하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편으로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서도 차분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무역은 공동번영의 도구여야 한다는 국제사회 믿음과, 일본이 늘 주창해온 자유무역 원칙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고 조치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 경제력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선 경제 강대국으로, 여야 정치권과 국민께서 힘을 모아주셔야 정부·기업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과 함께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기적인 대응과 처방을 빈틈 없이 마련하겠다”면서 “한편으로 중장기적 안목으로 수십 년 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언급했다.이와 함께 “한일 양국 간 무역 관계도 더욱 호혜적이고 균형 있게 발전시켜 심각한 무역 수지 적자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한일 국교가 정상화가 이뤄진 1965년 이후 50년이 넘도록 단 한 차례도 대 일본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누적 적자액은 7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1965년부터 2018년까지 54년 간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 누적액은 총 6046억 달러, 우리 돈 약 708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국이 일본의 부품·소재 기술력에 기댄 채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등을 키워와 일본에 대한높은 의존도가 여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국가별 무역수지 적자액을 보면, 일본이 240억 8000만 달러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223억 8000만 달러, 카타르 157억 7000만 달러 등 일본 외에는 원유 수출국들에 대한 무역 수지 적자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NHK “일본 정부, 한국 변화 없으면 규제 품목 확대”

    NHK “일본 정부, 한국 변화 없으면 규제 품목 확대”

    “개선 움직임 없으면 일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 확대”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3대 핵심 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한국 정부 대응에 변화가 없을 경우 추가 규제가 진행될 것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가 또 나왔다. NHK는 8일 “일본 정부가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국 측에 원자재의 적절한 관리를 촉구할 생각”이라면서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없으면 규제 강화 대상을 다른 품목으로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고 있어 한국 측 대응을 신중하게 지켜볼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한국 측에 일본 정부가 기대하는 움직임이 없을 경우 수출 우대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NHK는 일본 정부가 규제 강화 대상을 일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 다른 수출 품목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 측의 대응을 신중하게 지켜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한국으로의 수출 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품목에 대한 슈출 규제 조치는 지난 4일 시작됐다. 그러나 이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등에 대한 사실상의 경제적 보복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일본 언론에서조차 철회를 촉구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수출 규제 조치의 철회를 촉구하는 한편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수출 통제에 해당한다면서 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에 군사 용도 전용이 가능한 원자재와 관련해서 한국 측의 ‘부적절한’ 사례가 복수 발견됐다며 수출 규제는 안보상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고 NHK는 전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부적절한 사례’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BS후지TV에 출연해 이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은 채 “한국이 말하고 있는 것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조치에 나선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다만 “한국이 대북 제재를 지키고는 있다”, “(북한에 대해) ‘제대로 무역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징용공(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확하게 됐다. 무역 관리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별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겠다”고 밝혔다. 즉 ‘한국이 현재 대북 제재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강제징용 문제를 봤을 때 국제적 신뢰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대북 제재 관리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아베 총리의 주장이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 역시 지난 5일 BS후지TV에 출연해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했다. 하기우다 대행은 “(화학물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군사 용도로의 전용이 가능한 물품이 북한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미친’ 산 페르민 축제 첫날 황소 뿔에 받혀 셋 중상, 한 명 수술대에

    ‘미친’ 산 페르민 축제 첫날 황소 뿔에 받혀 셋 중상, 한 명 수술대에

    비좁은 골목길에 황소들을 풀어놓고 사람들이 쫓겨 미친 듯이 내달리는 산 페르민 축제가 7일 시작됐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첫날부터 셋이나 황소 뿔에 받혔다. 스페인 북부 팜플로나에서 해마다 많은 부상자를 양산하는 이 전통의 축제 첫날 미국 켄터키주에서 온 23세, 캘리포니아주에서 온 46세, 스페인 40세 남성이 푸에르토 드 산 로렌초 목장에서 데려온 황소떼에 받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출신 남성은 목을 다쳐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물론 다친 사람은 훨씬 더 많다. 다른 둘이 머리를 다쳐 입원했고 적십자사에 의해 치료를 받은 이는 48명이나 됐다. 오는 14일까지 매일 아침 8시 흰옷에 붉은 스카프를 두른 남자들이 850m 좁은 골목길을 황소들에 쫓겨 달려 내려오는 미친 질주가 이어져 부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매일 황소떼는 골목을 질주한 뒤 투우장에 들어서 프로 투우사의 보복 공격을 당한다. 이 축제는 1910년 기록이 처음 시작돼 지금까지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장 마지막에 숨진 이는 다니엘 지메노 로메로로 2009년 축제의 넷째 날 뿔에 받혀 목이 부러져 운명했다. 동물권 보호를 외치는 애니마 내추랄레스와 PETA 소속 활동가들은 축제를 이틀 앞둔 지난 5일 팜플로나 골목길에 그려진 황소 그림 안에 머리에 가짜 뿔을 달고 등에 가짜 창이 박힌 채로 누워 이 축제 개최를 반대하는 시위를 펼쳤다. 사실 축제는 종교 퍼레이드, 파티, 콘서트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렇듯 세계 각국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1926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 묘사되면서였다. 18세 이상의 남자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2016년 축제 도중 집단 성폭행이 벌어져 스페인 전국에서 규탄 시위가 이어졌고 성폭행 관련 법률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 스페인 남성 5명이 18세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해 ‘늑대 떼’라고 이름 붙인 자신들의 메신저 대화방에 올리는 사건이었다. 1심과 2심에서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자들에게 가벼운 형량이 선고돼 세계적으로 공분을 일으켰다. 스페인 대법원은 지난 6월에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가해자들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한편 빌바오의 폭동 진압 경찰부대는 물론 프랑스와 이탈리아 경찰, 미국대사관 요원들이 축제 현장에 투입되고 여성가족 전담 요원들을 배치해 성범죄 등을 예방하도록 했다. 지난 5일 설치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성범죄 대처 훈련을 받고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 바스크어 등을 구사하는 직원들이 여성 민원인들을 돕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성범죄 처리와 신고 방법을 알리고, 도시에서 벌어지는 각종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등 시 당국은 “남성과 여성 모두 자유롭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고등고시에 얽힌 이야기들/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고등고시에 얽힌 이야기들/손성진 논설고문

    ‘출세의 길’ 고등고시 첫 시험(행정과)은 1950년 1월 6일 시행됐다. 역사학자인 위당 정인보 선생이 고시위원으로 나와 “그 문제를 쓰려면 시간이 부족할걸”이라고 미소를 띠며 말했다고 한다. 사법과는 같은 달 26일 치러졌는데 여성 응시생 5명은 51세의 부인을 포함해 모두 고관의 부인들이었다(동아일보 1950년 1월 27일자). 전쟁의 혼란 중에도 고시는 치러졌다. 1954년 5회 시험에서는 편모슬하의 극빈 가정에서 초등학교만 나온 김항식씨가 독학으로 합격했는데, 두 동생도 보통고시(주사급 선발 시험)에 합격한 입지전적인 형제들이었다. 1955년 7회 고시 사법과에는 고 전용성 변호사가 합격했다. 그는 의대를 졸업한 개업의로 44세의 나이에 일곱 번 만에 사법, 행정 양과에 합격했다. 판사가 돼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의료 판례의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1957년 고시 사법과에는 3000여명이 지원해 불과 4명이 합격했고 행정과에는 7명이 합격했다. 엄격한 절대평가의 탓도 있었고 응시생들의 전반적인 수준 미달 때문이기도 했다. 항간에서는 ‘사바사바’(뒷거래)로 충분히 출세할 수 있는데 굳이 힘든 고시를 보겠느냐는 말이 나돌았다(경향신문 1957년 1월 26일자). 고시 11회 사법과 시험(1959년)에서는 커닝을 한 응시생이 처음으로 퇴장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해에 이런 일도 있었다. 고시 공부를 하는 남편을 10여년 동안 빵 장사를 하며 뒷바라지했던 여인이 막상 남편이 검사가 된 후 버림받았다고 진정서를 내 사회면 토픽으로 다뤄졌다. 1961년 고시 사법과 13회에는 역대 최연소 고시 합격자가 나왔는데 고 장기욱 변호사로 당시 18세였다. 1962년에는 가짜 합격자 소동이 있었다. 300쪽짜리 법률 서적을 네댓 시간 만에 독파하고 영어사전을 통째로 외워 사법과 1차 시험에 합격했다는 이리경찰서 사환 유무종씨 스토리가 알고 보니 허위였다.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로 분리된 후 1963년에 시행된 사시 1회 수석은 대법관을 지낸 서성 변호사였다. 사회면에는 인터뷰 기사와 함께 300점 실력으로 당구를 치는 그의 사진이 실렸다. 함께 합격한 강구진씨는 이듬해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1969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모교 교수가 됐다. 그는 1984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1965년에는 30대 유부남 김모(고시 8회) 검사가 세 살 연상의 다방 마담과 서울 우이동 산장에서 동반 자살을 해 사회면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쪽지에는 “사랑엔 변함없소”라고 적혀 있었다(동아일보 1965년 5월 31일자). sonsj@seoul.co.kr
  • 민주당, ‘일본 경제보복 대책 특위’ 설치…위원장은 최재성

    민주당, ‘일본 경제보복 대책 특위’ 설치…위원장은 최재성

    더불어민주당은 7일 최근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나선 데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당내에 특별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가칭 ‘일본 경제보복 대책 특위’를 당내에 설치할 계획”이라면서 “위원장은 최재성 의원이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보복적 성격’으로 규정하고 정면 대응에 나선 청와대와 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라고 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민주당은 8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가 논의를 거친 뒤 특위 설치 안건을 최종 의결할 방침이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반기문 “한일 관계, 정상이 풀어야…美 적절한 역할해야”

    반기문 “한일 관계, 정상이 풀어야…美 적절한 역할해야”

    반기문 전 유엔(UNS) 사무총장은 7일 일본이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나서며 양국 무역갈등이 심화되는 데 대해 한일 양국 정상이 만나서 해결해야 하며, 미국이 중간에서 중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일 관계가 이렇게 가는 것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정상 간에 같이 얼굴을 맞대고 진짜 격의 없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과 같이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며 “시간을 끌면 끌수록 더 곪아 터지게 돼 있으니 환부를 빨리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일 관계의 중재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했다. 반 전 총장은 “거시적인, 국제적인 안목에서 한일 관계를 해결하려면 미국의 어떤 어드바이스, 중재적인 역할도 필요하다”면서 “정식 중재는 아니더라도 미국이 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3자 간의 친구 관계를 가질 때 둘이 친하고, 다른 한 친구가 계속 떨어져 있으면 안 좋다”고 비유하며 “한국, 일본과 아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미국이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반 전 총장은 최근 만난 미국 측 요인에게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고, 이에 대해 미측 인사는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반 전 총장은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반 전 총장은 “일본이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무역 관계에 대한 합의를 한 3일 후에 이런(수출규제) 조치를 한 것은 참 마땅치 않다”면서 “바람직스럽지 않고 너무 성급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동시에 한국 정부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 정부로서는 어떠한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데 대해 “상당히 소극적인 자세”라면서 “아쉽게 생각한다”며 대응방침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우리공화당, 광화문광장에 또 천막…서울시 “오늘까지 빼”

    우리공화당, 광화문광장에 또 천막…서울시 “오늘까지 빼”

    市공무원·경찰도 현장 설치 못 막아세종문화회관 앞 포함 총 12개 설치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이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다시 기습 설치했다. 서울시의 행정대집행으로 철거됐다 재설치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맞춰 지난달 28일 청계광장으로 천막을 자진 이동한 지 8일 만이다. 현장에 있던 서울시 관계자와 경찰이 천막 설치를 막지 않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서울시는 7일 오후 6시까지 천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또다시 행정대집행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우리공화당은 이날 오후 5시 45분 KT 광화문지사 맞은편 광화문광장에 천막 2개 동을 기습 설치했다. 이어 오후 5시 57분쯤 천막 2개 동을 추가로 설치했다. 박건희 우리공화당 중앙당 대변인은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천막은 청계광장에 설치했던 천막을 옮겨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광화문광장에는 서울시 관계자들이 5∼7명가량 있었으나 천막 설치를 막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공화당의 천막 설치에 대해 서울시는 “우리공화당측에 내일 오후 6시까지 자진철거하라는 대집행계고장을 발부했고, 철거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 절차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회시위 관리를 위해 광화문광장 인근에는 경찰도 다수 배치돼있었지만, 경찰 역시 천막 설치를 막아서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광장 관리 주체는 서울시이고, 천막이 설치되는 과정에서 서울시의 행정응원 요청도 없었다”면서 “천막 설치 과정에서 재물손괴나 폭력 행위도 없어서 경찰이 개입할 수 있는 요건 자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경찰이 천막 설치를 저지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도 있어 경찰로서는 먼저 공권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공화당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하다 오후 3시쯤 전날 천막을 설치한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집회 장소를 옮겼다. 우리공화당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 도중 기습적으로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설치했고, 천막이 펼쳐지자 집회 참석자들도 일제히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갔다. 우리공화당은 2017년 탄핵 반대 집회에서 숨진 사람들에 대한 추모 등을 이유로 지난 5월 10일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차렸다. 서울시는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3번 발송했고, 46일 만인 지난달 25일 강제철거에 나서 천막을 치웠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은 같은 날 오후 같은 장소에 더 큰 규모로 천막을 재설치했다. 그러다 우리공화당은 사흘 뒤인 지난달 2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경호에 협조한다며 광화문광장의 천막을 청계광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 앞에도 천막을 설치한 이들은 이날 청계광장에 있던 천막 6개동 중 4개동을 광화문광장으로 옮겨왔다.현재 광화문광장 일대에 우리공화당 천막은 광화문광장에 4개동, 청계광장에 2개동, 세종문화회관 앞에 6개동이 있다. 박 대변인은 “세종문화회관 앞에 설치한 천막과 청계광장에 남은 천막을 철거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조원진 공화당 대표는 지난 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광화문에 몽골텐트 4개동을 설치할 것”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우리 천막을 못 치게 하려면 화분을 한 5000개는 갖다 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천막이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대형 화분들을 배치해 재설치를 봉쇄했다. 그는 “그 전에도 녹색당, 참여연대 등등 많은 단체들이 불법 천막을 쳤다. 우리는 단체가 아닌 정당이다”라며 “서울시청 5번 출구 앞에는 2013년에 김한길 대표 있을 때 민주당에서 101일간 불법 천막을 치고 농성을 했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천막을 친 이유와 관련해 ‘2017년 3월 10일 5명 사망 진상요구’라며 “4·19 이후에 현장에서 사람 5명이 죽은 건 처음이다. 이거 진상을 규명하자는데 그것을 탄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5명이 사망했고, 그 중 1명은 경찰 버스에서 떨어진 스피커에 맞아 사망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日수출규제, 팔 걷어붙인 문 대통령…靑 “철저히 국익 관점서”

    日수출규제, 팔 걷어붙인 문 대통령…靑 “철저히 국익 관점서”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나선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로 인해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국내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일본의 이번 경제 보복 조치가 한국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청와대는 “감정적 대응을 배제하고 철저히 국익 관점에서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오는 10일 30대 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갖는 방안을 검토했고 사실상 이를 확정했다. 이번 간담회의 핵심 주제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국내 기업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당사자인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를 직접 듣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간담회는 기업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한편 이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검토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재계의 요구를 가감 없이 듣고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업들의 요구가 나오면 이를 수렴해서 후속 대응 방안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철저하게 경제적인, 국익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나올 대통령의 메시지도 일본을 향하기보다는 우리의 대비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기업들을 만나 소통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오는 7일 김상조 정책실장은 5대 그룹 총수와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에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회장과 국내 주요 그룹 총수 간 만찬에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참석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과의 국회 대정부질문 대비 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강제징용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정부의 후속 조치를 모색해왔다”면서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나왔기 때문에 이것이 주된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다만 청와대는 일본의 조치를 ‘보복적 성격’으로 규정하며 적극적 태도로 전환한 것과는 별개로 섣불리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최대한 냉정하게 대응하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상조 실장도 지난 4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상승작용’을 원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10일에 있을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단기적인 대응이 긴급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일본에 의존한 산업구조의 개선을 모색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면서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그에 대한 의지가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최근 일본이 직접적으로 경제보복 조치를 가한 반도체 소재 뿐 아니라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일부 제조업체와 화학소재 기업들을 접촉해 일본산 제품의 비중과 대체 가능 여부, 일본의 추가 규제 움직임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산업부 관계자는 “1월부터 일본 수출제한 조치 등에 대비해 100대 품목을 따로 추려 대응책을 마련해왔다”면서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 3대 품목 수출제한 조치에 들어감에 따라 다른 산업분야의 품목에 대해서도 세부 점검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중에서도 국산화율이 낮은 화학소재 분야가 중요하다”면서 “일본 수입 의존도와 대체 불가능한 필수 품목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파악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3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서 이미 일본의 규제 대상에 오를 수 있는 부품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롱리스트(긴 리스트)’ 가운데 1∼3번에 든 항목이 바로 일본이 규제한 품목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상 당국자는 “일본의 전략물자 관리 리스트에는 1100개 품목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그 가운데 우리나라에 민감한 100대 품목을 찾아 작년말 강제징용 판결이후 일본의 경제보복 가능성에 대비해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왔다”고 설명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판깨스트] 곧 고유정 재판…‘시신 없는 살인’ 어떻게 입증할까?

    [판깨스트] 곧 고유정 재판…‘시신 없는 살인’ 어떻게 입증할까?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이 최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의 치밀한 범행 준비와 잔혹한 살해 과정은 전 국민을 경악에 빠뜨렸습니다. 특히 주도면밀한 사후처리로 인해 수사당국은 피해자의 시신조차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고 의심할 뿐이죠. 검찰은 시신 없어도 정황증거를 토대로 유죄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시신이 없는데 어떻게 살인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까’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전례 없는 일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여럿 있었죠. 살인 혐의가 인정된 사건도 있었지만, 결국 무죄 선고가 나온 사건도 있습니다. 어떠한 차이가 유무죄를 가른 것일까요? 대표적인 두 가지 사건 판결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시신은 없지만…‘제보’과 ‘정황증거’만으로도 유죄 2007년 10월 용인시에서 일용직 중장비 기사로 일하던 박모씨는 말다툼하던 동료를 깊은 구덩이에 밀어 넣고 생매장했습니다. 피해자가 “살려달라”고 애원했음에도 박씨는 굴삭기를 이용해 흙을 피해자 몸 위에 부어 질식사 시켰습니다. 박씨의 범행은 무려 4년 동안이나 미궁 속에 감춰져 있었고, 그동안 유족들은 피해자의 생사 여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아들 실종 이후 농약을 먹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잔혹한 범행은 박씨와 동거했던 여성이 경찰에 “박씨가 나한테 ‘나 사실 사람을 죽였다’고 고백했다”고 제보하면서 다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끝내 시신이나 매장 장소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살인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모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증거라곤 동거 여성의 증언 하나뿐이었기 때문에 박씨 측은 자신만만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끝내 시신은 발견되지 못했죠. 그럼에도 재판부는 박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습니다. 제보자의 진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제보자의 전문진술 외에 달리 증거가 없다”면서도 “제보자의 진술은 내용이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믿을 만 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 정황증거들도 충분하다고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추정 시점 이후에 박씨가 피해자의 옷가지를 태운 점, 평소 친밀했던 피해자가 실종됐음에도 박씨가 찾아나서지 않은 점, 갑작스럽게 중국으로 떠난 점 등을 들었습니다. ●살해했다는 의심이 들지만…“진술 신빙성 부족” 이와 반대로 충분한 정황증거가 없어 무죄로 결론난 사건도 있습니다. 2005년 한모씨는 동거하던 피해자에게 “혼인신고 하지 않으면 산속에 묻어버려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하거나 승용차에 강제로 태워 감금하거나 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징역 9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한씨는 함께 기소된 살인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은 한씨가 피해자를 승용차에 태운 채 저수지 부근으로 데려가 살해했다고 판단하고 살인 혐의를 포함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실제로 피해자는 실종된 상태로, 사망했다고 추정되고 있었습니다. 한씨도 경찰 조사 당시엔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취지로 자백했습니다. 그러나 검찰·법원 단계에서 입장을 바꿔 살해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했고, 재판부도 정황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살인 혐의에 대해선 무죄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여러 가지 정황에 비추어 한씨가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 아닐까 매우 강한 의심이 들지만, 한편으로 공소사실에 피해자의 사망 경위가 기재돼 있지 않고 피해자의 살해에 관한 한씨의 범행방법이나 구체적 행동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피해자의 사망 경위를 추측할 수 있는 단서는 증인의 진술뿐인데, 진술이 수시로 바뀌어 신빙성이 크지 않고, 감금이나 살해에 사용된 흉기가 피해자의 사망과 관련이 있음을 인정할만한 물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 재판부 역시 의심했습니다. 애당초 한씨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 피해자를 납치한 전력이 있고, 폭행한 장소와 시점도 피해자의 실종과 시간적·장소적 관련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심’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순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선 사건에선 재판부가 증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번엔 진술 신빙성이 부족해 살인 혐의를 인정할 수 없었죠. 정황증거 역시 충분하지 않았고요.●고유정 재판 ‘정황증거’ 인정 여부가 핵심 이렇듯 시신이 없다는 것만으로 살인 혐의가 무죄가 되진 않습니다. 다만, 뒷받침하는 결정적 진술이나 정황증거가 있어야 하죠. ‘시신 없는 살인사건’을 판단하는 대법원 판례를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행 전체를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해 살인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사실이 추가적·선결적으로 증명돼야 하고, 피해자의 사망이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임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 다시 고유정 사건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고유정이 전남편을 살해했다고 말했다”는 등의 결정적인 진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유정 본인도 자백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전남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주장하고 있죠. 대신 검찰은 무수한 정황증거를 쥐고 있습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고유정이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범행 방법을 검색하고 폐쇄회로(CC)TV가 없는 장소를 물색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살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시점 이후에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조작해 자신에게 문자를 전송하는 등 알리바이를 조작한 정황이나 시신이 담긴 것으로 의심되는 검은 비닐봉투를 바다에 버리는 영상도 검찰이 확보했죠. 검찰은 이러한 정황증거를 토대로 혐의 입증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재판부가 정황증거를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살해 사실은 인정되더라도, 고유정의 주장대로 ‘성폭행에 대항하다 우발적으로 살인했다’며 고의성 여부를 놓고 판단이 갈릴 수도 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처럼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할 정도로 확고한 정황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입증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끝내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현재 확보된 정황증거를 놓고 검찰이 재판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입증은 검찰의 몫이 되겠죠.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3회] 양승태 측 “증인들 압박하지 말라”…위법수집증거 주장은 또 배척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3회] 양승태 측 “증인들 압박하지 말라”…위법수집증거 주장은 또 배척

    지난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검찰에 각종 파일들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겼다.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국민 메시지도 있었다.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은 최근 재판에서 이같은 임의제출로 검찰이 확보한 증거들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인 심의관들의 동의를 얻지 않았고 이들을 임의제출 과정에 참여시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5일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2회 공판이 시작되자마자 “위법하게 수집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8일에도 재판부는 핵심 증거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도 위법 수집 증거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놨다. 다만 그날도, 이날도 “최종 판단은 아니고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거조사를 통해 내놓은 현재까지의 결론”이라는 점을 덧붙였다. 위법 수집 증거가 아니라는 판단을 바탕으로 재판부는 이날 행정처에서 임의제출된 정다주·박상언 전 기획조정심의관 작성 문건들의 일부를 증거로 채택했다. 파일과 출력물의 동일성에 대한 검증을 마친 문건들에 대해서다. 여기에도 재판부는 “문자 정보 내용의 진실성이 아닌 문자정보의 존재 자체가 증거가 되는 것으로 채택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더했다. 앞서 ‘임종헌 USB’ 속 파일들에 대한 검증이 한참 진행되던 지난달 26일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행정처 문건에 대한 증거능력을 처음 문제삼았다. 검찰이 행정처에서 보고서를 임의제출 받을 때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처럼 당사자의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문건들에 법관들의 사생활이나 재판 관련 비밀사항들이 담겨있는 만큼 이러한 정보가 검찰에 임의제출 되는 데 대해 작성자들이 동의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서 당사자와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조항이 임의제출 시에도 적용됐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재판부는 열흘 만인 이날 판단을 밝혔다. “기본적으로 압수수색 당사자가 영장 집행에 참여하도록 하는 규정은 압수수색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집행받는 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취지”라면서 “그러나 영장에 의하지 않은 압수수색에 해당하는 임의제출의 경우까지 이러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그대로 적용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의제출물 압수의 경우에는 압수물 취득 과정에서 강제력이 행사되지 않는 것이고, 이러한 점에서 영장에 의한 압수보다는 당사자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할 필요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임의제출의 적법성은 임의성을 엄격히 판단하거나 제출자에게 제출권한이 있는지 등을 심리해서 충분히 결정할 수 있고 현행 법상 명문에 근거가 없는 당사자의 참여권 요건을 추가로 요구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재판부 “법원행정처 임의제출 문건 ‘위법 수집 증거’ 아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에서 임의성 부분을 살펴보면 검찰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변호인이 주장하는 보고서 등을 제출받음에 있어 그 범위와 방법에 관해 행정처와 사전에 충분히 검토와 협의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제출의 임의성이 보장돼야 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수사기관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임의제출받은 보고서는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행정처 공용 PC를 이용해 작성하고 저장했던 문건들”이라면서 “행정처가 압수물의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임의제출자로서의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행정처 임의제출 문건들에 대한 판단이 내려진 뒤에는 검찰이 신청한 증거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사이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박찬익 전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앞두고 임 전 차장 재판에서 있었던 박 전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 조서를 증거로 신청한다고 밝혔다. 박 전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정책실 심의관을 지낸 2013년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의 증거 신청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곧바로 반발했다. “검찰은 주신문 과정에서 ‘증인이 과거 다른 재판에서 이렇게 진술한 바가 있느냐’는 신문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형사소송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유도신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도 “증인에게 자연스럽게 직접 질문하며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임종헌 재판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죠?’라고 질문하면 과거 재판에서의 증언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임종헌 재판 신문조서 증거 신청…변호인들 “유도신문 하지 말라” 검찰과 변호인의 서로 다른 주장의 쟁점은 형사소송규칙 75조였다. 이 조항에 따르면 ‘주신문에서는 유도신문을 해선 안 된다’는 게 변호인들의 주장이다. 반면 ‘다만 다음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 조항과 함께 ‘증인이 종전의 진술과 상반되는 진술을 하는 때에 그 종전 진술에 관한 신문의 경우’ 유도신문이 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전에 다른 곳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라고 묻는 것 자체가 유도질문”이라면서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건 이게 허용되면 다음 증인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다른 사건 재판에서 한 진술이 다룰 경우, 그리고 공소사실 입증이 어려울 경우 ‘수사기관에서 증언한 게 맞는 것 아닌가요?’라는 식의 질문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유도신문을 넘어서 증인에 대한 압박이고 자유로운 증언을 막는 위험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다른 재판의) 증인신문 조서 없이 하자는 것이 재판부 의견이었지만 검찰이 추가 증거신청을 했으므로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시진국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는 결국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늘 출석을 하지 못한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봐서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는 걸로 하겠다”고 밝혔다. 시 부장판사는 두번째로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당직 법관이라는 이유로 출석하기 어렵다는 사유서를 냈다. 시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 일정은 오는 26일로 미뤄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예결위원장까지...” 친박 ‘싹쓸이’에 비박 ‘부글부글’

    “예결위원장까지...” 친박 ‘싹쓸이’에 비박 ‘부글부글’

    “아주 싹쓸이를 하네...” 5일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까지 대표적 친박인 김재원 의원이 선출되지 비박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당초 비박계 황영철 의원이 예결위원장에 지명되기로 돼 있었지만, 그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친박계가 이를 뒤집은 것이다. 지난해 12월 친박계의 지지로 원내대표에 선출된 나경원 원내대표가 전임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결정을 바꿨다는 게 비박계의 주장이다. 이미 당내에서는 김 의원이 예결위원장으로 선출 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럼에도 황 의원에 대한 동정론도 만만치 않았다. 당 내에서는 친박계의 독주에 대해 비박계의 우려가 곳곳에서 새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황교안, 나경원 투톱 체계가 역사의 뒷물인 친박계를 전면에 불러내고 있다”며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장탄식했다. 이미 한국당의 주요 보직들은 친박계가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용기 정책위의장, 박맹우 사무총장,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민경욱 당 대변인, 김정재·이만희 원내대변인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친박과 비박의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비박계가 어떤 대응책을 선택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비박계에서는 ‘포스트 황교안’을 생각하지 않을수 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비박계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 등을 당 전면에 소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 전 대표와 김 의원을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출마를 촉구하는 식으로 말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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