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대법
    2026-07-09
    검색기록 지우기
  • 명목
    2026-07-09
    검색기록 지우기
  • 재벌
    2026-07-09
    검색기록 지우기
  • 분비
    2026-07-09
    검색기록 지우기
  • 6강
    2026-07-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1,725
  • [단독]독도 홈피에 토양조사 올린다, 日 보복에 맞불?

    [단독]독도 홈피에 토양조사 올린다, 日 보복에 맞불?

    외교부가 다음달 ‘독도 홈페이지’에 독도 토양조사 결과를 게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지질학적 증거를 전 세계에 홍보하는 것으로, 현시점에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맞대응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15일 “외교부가 운영하는 독도 홈페이지의 8월 개편 때 독도 토양조사 결과가 게시된다”며 “농촌진흥청이 독도의 토양에 대해 조사해 ‘독도통’이라고 명명한 지 8년 만에 공식 홈페이지에 오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농진청이 2009년부터 주도했으며 2011년 4월 독도의 독특한 토질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며 독도통이라고 명명했다. 독도통은 독도에 10.6㏊ 존재하며 울릉도에서도 486.2㏊의 면적에서 발견됐다. 한반도 본토에서 가까운 울릉도의 토양과 같은 토양이 독도에서 발견된 것은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결정적 증거로 인식되고 있다. 외교부와 농진청은 독도통 발표 8년 만인 올해 4월 이를 독도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지난해 10월 말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관계가 크게 악화된 시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울릉도와 독도에 공히 분포된 독도통이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되면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것을 알리는 상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도 홈페이지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독일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을 포함해 12개 국어로 제공된다. 현재는 독도일반현황 코너에 기후와 생태 정보만 있는데 토양에 대한 정보가 추가되는 것이다. 외교부는 토양 정보에 대한 링크를 누르면 독도 토양 연구 논문 등 상세한 자료를 찾을 수 있게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이 부당한 경제보복을 했으니 한국 역시 독도를 포함해 맞대응 카드를 만질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일본의 향후 행보를 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문 대통령 “일본, 우리 성장 가로막아…결코 성공 못할 것”

    문 대통령 “일본, 우리 성장 가로막아…결코 성공 못할 것”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높은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에 경제 성장을 가로막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일본의 의도가 거기에 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결국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을 경고한다”며 “일본 정부는 일방적인 압박을 거두고 이제라도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공개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3번째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가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제한으로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의 의도가 거기에 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일본이 이번 조치를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 의혹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강력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당초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판결을 조치의 이유로 내세웠다가 개인과 기업 간 민사 판결을 통상문제로 연결 짓는 데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우리에게 전략물자 밀반출과 대북제재 위반 의혹이 있기 때문인 양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이는 4대 국제수출 통제체제를 모범적으로 이행할 뿐 아니라 유엔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제재 틀 안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는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동참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에 불신을 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그런 의혹을 실제로 갖고 있었다면 우방으로서 한국에 먼저 문제 제기하거나 국제 감시기구에 문제 제기하면 되는데 사전에 아무 말도 없다가 느닷없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논란의 과정에서 오히려 일본의 수출통제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점에 대해서는 양국이 더는 소모적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며 “일본이 의혹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면 이미 우리 정부가 제안한 대로 양국이 함께 국제기구 검증을 받아 의혹을 해소하고 그 결과에 따르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기업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과거 여러 차례 전 국민이 단합된 힘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했듯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라며 “오히려 일본과의 제조업 분업 체계에 대한 신뢰를 깨뜨려 일본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처 다변화나 국산화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이번 일을 우리 경제의 전화위복 기회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외교적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한편으로 기업이 이 상황을 자신감 있게 대응해 나가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왕 추진해오던 경제 체질 개선 노력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며 “우린 어떤 경우에도 이 상황을 극복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 경제는 깊이 맞물려 있고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을 서로 도우며 경제를 발전시켰다”며 “특히 제조업 분야는 한국이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겪으면서도 국제분업 질서 속에 부품·소재부터 완성품 생산까지 전 과정이 긴밀하게 연결돼 함께 성장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본의 조치는 상호 의존·공생으로 반세기간 축적해온 한일경제협력의 틀을 깨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를 엄중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더군다나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자국 산업 피해를 막기 위한 통상적인 보호무역 조치와는 방법과 목적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사 문제는 한일관계에서 주머니 속 송곳과 같아 때때로 우리를 아프게 찌른다”면서도 “그러나 양국은 과거사 문제를 별도 관리하면서 그로 인해 경제·문화·외교·안보 분야 협력이 훼손되지 않게 지혜를 모아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저 역시 여러 차례 과거사 문제는 그 문제대로 지혜를 모아 해결해나가면서 양국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일본이 이번에 전례 없이 과거사 문제를 경제 문제와 연계시킨 것은 양국 관계 발전의 역사에 역행하는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거듭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대법원판결 이행 문제의 원만한 외교적 해결방안을 일본 정부에 제시했다”며 “우리 정부는 그 방안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바 없다. 양국 국민과 피해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 함께 논의해보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무런 외교적 협의나 노력 없이 일방적 조치를 전격적으로 취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도 자신감을 갖고 기업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도록 힘을 모아 달라”며 “우리 국력은 숱한 위기를 극복하며 키워온 것으로, 지금보다 더 어려운 도전을 이겨내면서 오늘의 대한민국 이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숱한 고비와 도전을 이겨낸 것은 언제나 국민의 힘”이라며 “저와 정부는 변함없이 국민의 힘을 믿고 엄중한 상황을 헤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와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력도 당부드린다”며 “지금 경제 상황을 엄중히 본다면 협력을 서둘러주실 것을 강력히 당부드린다. 그것이야말로 정부와 우리 기업이 엄중한 상황을 극복하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충남 당진 시민대책위 대법원 앞에서 땅 수호 시위

    충남도계 및 당진땅 수호 범시민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김종식 등 5명)는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당진·평택항(당진항) 매립지 충남 귀속 결정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에 돌입했다. 공동위원장 전원은 이날 ‘당진·평택항 서부두 매립지는 충남 땅’이란 글씨가 적힌 피켓을 들고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에게 “정치적인 관여를 배제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김 공동위원장은 “2004년 헌법재판소가 아산만 해역에서의 해상 경계선은 행정구역 경계선이라고 인정했는 데도 행정안전부가 관할구역 경계를 무시하고 충남도 관할구역 일부를 경기도에 귀속시키는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매일 아침 대법원 정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할 계획이다. 문제가 된 당진·평택항 매립지는 2004년 헌재 결정에 따라 아산만 해역의 도 경계선이 정해졌지만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2015년 5월 4일 행자부 장관의 결정으로 당진 등 충남 관할 상당 부분이 경기(평택) 관할로 귀속됐다. 이에따라 충남도와 당진시, 아산시가 공동으로 대법원에 행안부 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심리가 진행 중이다.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훈민정음 상주본 ‘강제집행’ 합법 판결났지만 행방 오리무중

    훈민정음 상주본 ‘강제집행’ 합법 판결났지만 행방 오리무중

    훈민정음 상주본을 소유한 고서적 수입판매상 배익기(56)씨가 문화재청의 서적 회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에 따라 상주본의 법적 소유권자인 국가(문화재청)가 강제집행을 통해 상주본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상주본을 둔 곳을 아는 인물이 배씨뿐이어서 회수할 수 있을진 불투명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배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배씨는 문화재청이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민사판결을 근거로 상주본 회수에 나서려 하자,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냈다. 상주본 소유권 논란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씨는 2008년 7월 “집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면서 상주본을 처음 세상에 공개했지만 상주지역 골동품 판매상인 조모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훔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유권 논쟁이 촉발됐다. 이에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1년 5월 조씨에게 소유권이 있다는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조씨는 2012년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숨져 소유권은 국가로 넘어갔다. 문화재청은 이 같은 민사판결을 근거로 배씨에게 반환을 요구해왔지만, 배씨는 이에 불복했다. 배씨는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기도 했다.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이 그가 책을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면서 상황이 더 꼬였다. 그는 “상주본 절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는데도 내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며 국가의 소유권을 인정한 앞선 민사판결의 집행력이 배제돼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그러나 1·2심은 “무죄판결은 증거가 없다는 의미일 뿐 공소사실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배씨 청구를 기각했고, 이 같은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 문화재청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상주본 회수를 위한 강제집행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배씨만이 상주본 소재를 유일하게 안다는 점에서 스스로 반환하도록 설득하는 작업도 함께 벌이고 있다. 배씨는 지난 2017년 4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을 때 훈민정음 상주본을 공개한 바 있다. 배씨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상주본은 아래 부분이 불에 그슬렸고 전체적으로 얼룩이 심해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았다. 배씨는 2015년 3월 집에 불이 났을 때 일부가 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병무청 “유승준 승소해도 비자발급 거부될 수 있어”

    병무청 “유승준 승소해도 비자발급 거부될 수 있어”

    병무청이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43)씨의 비자 발급이 앞으로도 거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11일 대법원은 병역기피 논란으로 입국 금지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43)씨에게 행정당국이 무조건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유씨가 행정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이긴다면 정부는 유씨가 신청한 재외동포 비자의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유씨가 17년만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 가능성에 대해 병무청은 유씨가 소송에 이긴다고 해서 바로 입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정성득 병무청 부대변인은 15일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렇게 설명했다. 정 부대변인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유씨를 ‘스티브 유’라고 부른다”며 “스티브 유가 사회복무요원(당시 공익근무요원) 소집을 앞두고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버려 한마디로 병역의무를 져버렸기 때문에 그 사람은 그냥 외국인”이라고 말했다. 정 부대변인은 “유씨가 고등법원에서 이기더라도 최종적으로 LA총영사관에서 다시 행정처분(비자발급 심사)을 할 수 있다”며 “다른 이유가 있을 경우 비자 발급이 거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제헌절 단상

    [이종수의 헌법 너머] 제헌절 단상

    내일모레가 제헌절이다. 우리 헌법은 사람 나이로 치자면 이제 고희(古稀)를 훌쩍 넘겼다. 제헌헌법에는 광복과 정부 수립이라는 감동과 기대가 컸지만, 이후 권력욕으로 얼룩진 질곡의 헌정사에서 유감스럽게도 헌법은 늘 부정과 극복의 대상이 돼 왔다. 헌법이 대통령의 재집권에 번번이 걸림돌이었기에 직선제냐 간선제냐 하는 대통령의 선출 방식과 재임 제한의 변경이 그간 행해졌던 개헌의 주된 골자였다. 그 과정에서 헌법이 미리 정해 둔 절차와 한계를 무시한 개헌이 대다수였다. 논리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이로써 이른바 ‘위헌적인 헌법 개정’이라는 태생적인 흠을 지녀 왔다. 1987년 민주화항쟁으로 탄생한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 쟁취라는 열망이 추동력이 돼 여야가 합의한 최초의 개정 헌법이다. 이전 헌법들의 평균수명이 불과 4년 남짓이었던 반면에 현행 헌법은 훌쩍 30년이 넘어 그 수명이 가장 길다. 민주공화제의 핵심 전제이자 징표인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 교체가 현행 헌법하에서 처음으로 그리고 세 차례나 이루어졌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또한 국가권력을 두고 다투는 그간의 ‘정치투쟁’이 ‘헌법투쟁’으로 그 차원을 달리하게 됐다. 합헌적인 절차로 불의(不義)한 현직 대통령을 내쫓기도 했다. 이렇듯 현행 헌법이 갖는 긍정적인 성과가 자못 크다. 이전의 여러 헌법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지금도 정치가 문제이지 헌법이 문제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헌법이 바뀐다고 해서 정치가 변하지도 않는다. 물론 헌법이 결코 지고지선의 존재는 아니다. 시간이 흘러 국민들의 생활감각과 주변 여건이 변하고, 이로써 헌법의 규범력에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헌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간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두고서 권력구도 개편이 개헌의 주된 이슈였지만, 최근에 사법농단 사태로 불거진 ‘제왕적 대법원장’, 국회 파행 사태에서 드러나듯이 ‘제왕적 국회’ 그리고 ‘제왕적 자치단체장’ 역시 문제인 것은 매한가지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국가권력이 국민들이 떠받들어야 하는 상전(上典) 같은 존재임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지난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촛불 민심은 정당들 간의 밀실 합의나 당리당략에 따른 개헌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개헌을 요구했다.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하던 중에 정부가 직접 개헌안을 마련하고서 국회로 넘겼지만, 국회는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고서 그대로 폐기해 버렸다. 여기서 폐기된 것은 개헌안만이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지위와 권한도 철저히 무시됐다.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안의 당부를 종국적으로 확정짓는 헌법 개정권자인 국민이 갖는 지위에는 적어도 국회로 하여금 개헌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표결 절차를 강제하는 권한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1949년에 제정된 독일 기본법도 지난 5월 70주년을 맞이했다. 마찬가지로 동서독 간의 분단 상황을 겪었고, 우리보다 앞서 이 상황을 해소한 헌법이기에 결코 남다르지가 않다. 70주년을 맞이하는 기본법을 두고서 독일 언론은 ‘기적 같은 마법의 문건’으로 상찬한다. 애당초 서독 기본법은 독일 민족이 통일되는 그날에 새로운 헌법의 제정을 예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분단 상황에서 서독 지역에만 적용되는 이른바 ‘불완전 헌법’ 내지 ‘잠정 헌법’이기에 헌법이라는 이름을 포기하고서 기본법으로 칭했다. 그런데 통일 이후에도 여전히 기본법이다. 그동안 기본법과 더불어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가져왔고 또한 오랜 노력 끝에 독일 민족의 재통일을 성취했기에 이 기본법을 버리고 새로운 헌법하에서 굳이 미지(未知)의 불확실한 미래를 맞이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공감대가 사회 내에서 폭넓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제헌 나이로 고희를 같이 맞이하면서도 이렇듯 독일과 우리는 서로 다른 경로를 밟아 왔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여러 대답이 가능하겠지만 한쪽에는 분단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헌법 정치가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그저 집권만을 위해 분단을 이용하려는 정치놀음이 내내 행해져 온 까닭도 나름의 답이 되겠다. 한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올해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들 중에 가장 높다는 다행스런 기사를 접했다. 그러자 문뜩 얼마 전에 회자됐던 글귀가 떠오른다. ‘임중도원’(任重道遠), 짊어진 짐은 무겁고 갈 길은 아직도 멀다.
  • [씨줄날줄] 기습키스와 무고죄/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기습키스와 무고죄/전경하 논설위원

    어제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고소가 불기소 처분 또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이를 무고죄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했더라도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에 대해서는 거부할 자유를 가진다고도 명시했다. ‘미투’(성폭력 피해 사실의 공개고발)에 참여한 이후 무고죄로 고소당한 이들에게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2014년 6월 부현정(34)씨는 파견직 신분으로 한 달 전 입사한 KBS 정규직 직원 A씨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A씨를 고소했다. 부씨 사건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려 항고했으나 기각돼 재정신청을 냈다. 재정신청은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 것에 불복해 법원에 정식 재판을 요청하는 제도다. 재정신청 또한 기각되자 이번엔 A씨가 부씨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반면 다른 피해 여성은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2018년에 나왔다. A씨 고소도 검찰이 불기소해 항고했으나 기각됐다. 반면 A씨의 재정신청은 받아들여져 1심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다. 2017년 재판에서 배심원 7명 중 6명이 부씨의 유죄를 인정했고 재판부도 1·2심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A씨가 증거로 제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한 측면이 있더라도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갖는 주체로서 언제든 그 동의를 번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을 거부할 자유를 가진다”며 “기습 추행이 있기 전까지 어느 정도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해 입맞춤까지 동의하거나 승인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기습키스는 강제추행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대법원은 또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신고한 사실이 허위사실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고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만으로 무고죄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다움’에 대한 인식의 부당함도 언급했다.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했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성폭행 등 피해를 입었다는 점 및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관한 하소연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도움 요청 여부 또한 기습추행을 당했는지 여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기습’의 기준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거워질 것 같다. 물어봐야 하나 등등.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는 것, ‘기습’ 오명을 벗어나는 첫 단추가 아닐까.
  • MB처럼… 양승태도 풀려날까

    MB처럼… 양승태도 풀려날까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1심 구속 만기 전 보석으로 풀어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구속 만기인 다음달 10일 이전에 결론을 내기 불가능한 상황을 감안한 언급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지난 12일 공판에서 “구속 피고인의 신체 자유를 회복시켜 주더라도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 등에 피고인 신병에 대해 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는 구속 기간 만료 석방, 보석(재판부 직권과 변호인 청구), 구속 해제 등을 모두 포함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월 11일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는데 실제 재판은 5월 29일에서야 시작됐다. 이후 한 달 넘도록 증거 조사에 매달리며 증인신문도 시작하지 못한 상태라 구속기간 만료 전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실무제요에 따르면 구속기한 내에 재판을 끝내는 게 원칙인데, 심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그냥 풀어 주기는 부담스러워 재판부가 보석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속 만료와 달리 보석 석방되면 재판부가 자택 구금 혹은 관련자 접견 금지 등 다양한 조건을 내걸 수 있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구속 기간보다 한 달여 정도 일찍 풀려나는 만큼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항소심 진행 중이던 지난 3월 6일 구속기간 만료 한 달을 앞두고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거지, 접견·통신 대상 등이 제한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아직 1심 심리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라 보석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2월에 재판부가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을 기각한 이후 사정이 변경된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미투→무고죄 역고소→ “무고 무죄” 뒤집은 대법

    #미투→무고죄 역고소→ “무고 무죄” 뒤집은 대법

    피해자 “무고녀·꽃뱀 취급 시선 바뀌길” “성추행 피해자 보호하는 상징적 판결”“직장 상사에게 성추행당했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가 무고죄로 역고소당해 1·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30대 여성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성폭력 피해 고소에 따른 형사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피해자가 무고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지난해 ‘미투 운동’(성폭력 피해 공개 고발)이 불붙은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역고소가 빈번해진 가운데 이에 제동을 거는 상징적인 판결이 나왔다는 평가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는 14일 무고 혐의로 기소된 부현정(34·여)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피고인이 제기한 성폭력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이를 무고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부씨는 2014년 행정업무 보조직으로 한국방송공사(KBS)에서 일하던 당시 직장 선배 A씨에게 억지 키스 등 강제추행당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지 한 달쯤 됐을 때 A씨가 “회식하자”며 불러내 둘만 술을 마셨으며 이후 길거리에 버려진 소파에 억지로 앉힌 뒤 입을 맞추는 등 추행했다는 게 부씨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A씨를 기소하지 않았다. A씨는 2016년 1월 부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하면서 역공에 나섰다. 1·2심 재판부는 부씨의 무고죄를 인정했다. ▲A씨가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부씨가 A씨와 4시간 동안 단 둘이 술을 마시고 그 후 산책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려우며 ▲두 사람이 술집에서 나온 뒤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두 사람이 손을 잡는 등 자연스레 신체 접촉하는 듯한 장면이 여럿 잡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부씨가 주장한 피해 사실을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A씨 역시 부씨에게 입맞춤한 사실은 일관되게 인정했고 손을 잡는 등 다른 신체 접촉은 기습 추행 여부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설령 어느 정도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해도 입맞춤 등까지 동의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부씨는 판결 이후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A씨가 손을 잡았을 때 불쾌했지만 (입맞춤 등) 강제추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직장 선배인 A씨의 행동이 협박이나 강요처럼 느껴져 바로 뿌리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적으로 다퉈 봤자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주변 반응도 있었지만 단 한 명이라도 내 말을 믿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싸움이었다”면서 “(성폭력 고소인에게) ‘무고녀’나 ‘꽃뱀’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씨 측 이은의 변호사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나면 역고소당하기 쉬운 성추행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상징적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부씨가 A씨로부터 1억 5000만원대 민사소송을 제기당하는 등 고통받아 왔는데 다시 다퉈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강제추행 고소인에게 돌아온 ‘무고죄’ 부메랑…대법원이 뒤집었다

    강제추행 고소인에게 돌아온 ‘무고죄’ 부메랑…대법원이 뒤집었다

    대법원 “성폭력 불기소·무죄 처분이 무고의 근거 안돼”“설령 신체접촉 있었어도 입맞춤 동의했다고 볼 수 없어”“직장 상사에 성추행 당했다”며 형사 고소했다가 무고죄로 역고소당해 1·2심에서 유죄 선고 받았던 30대 여성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미투 운동’(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 고발하는 것)이 불붙은 이후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역고소가 빈번해진 가운데 상징적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3부(주심 이동원)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부현정(34·여)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폭력 혐의에 대해 불기소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이를 무고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고소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는 적극적 증명없이는 무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부씨는 2014년 행정업무 보조직으로 KBS에서 일하던 당시 직장 선배 A씨에게 억지 키스 등 강제추행 당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한지 한 달이 지났을 쯤 A씨가 회식이라며 불러냈는데 나가보니 단둘이 만나는 자리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A씨가 길거리에 버려진 소파에 억지로 앉힌 뒤 입 맞추는 등 강제추행했다는 게 부씨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A씨를 기소하지 않았다. 이후 A씨의 역공이 시작됐다. “부씨가 나를 형사처벌 받게 하려고 강제 키스 등 허위 내용으로 고소했다”고 주장하며 2016년 1월 무고 혐의로 역고소한 것이다. 결국 부씨는 법정에 섰다. 1·2심 재판부는 부씨의 무고죄를 인정했다. ▲A씨가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이미 수사기관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부씨가 A씨와 단둘이 4시간 동안 함께 술을 마시고 그 후 상당한 시간동안 산책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려우며 ▲부씨와 A씨가 술집에서 나온 뒤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두 사람이 자연스레 손을 잡는 등 신체 접촉하는 듯한 장면이 여럿 잡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부씨가 주장한 피해 사실을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A씨 역시 부씨에게 입맞춤한 사실은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고 손을 잡는 등 다른 신체접촉이 있었던 점은 문제가 된 기습추행 여부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설령 어느 정도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해서 입맞춤 등까지 동의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부씨는 언제든 동의를 번복할 수 있고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선 신체접촉에 대해선 거부할 자유가 있다는 취지다. 부씨 측 이은의 변호사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 판결이 나면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 당하기 쉬운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상징적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씨가 A씨로부터 1억 5000만원대의 민사소송에도 휘말리는 등 오랜 시간 고통 받아왔다”면서 “이 판결로 다시 다퉈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면제자 부럽다” 60%…성난 장병들의 외침

    [밀리터리 인사이드] “면제자 부럽다” 60%…성난 장병들의 외침

    유승준 대법 판결로 청년들 불만 폭발‘애국심’ 강요한다고 저절로 샘솟진 않아전역 장병 실질적 지원대책 계속 발굴해야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20·30대 청년들의 여론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미국 영주권자였던 그는 방송 등에서 “군대에 가겠다”고 공언했지만 2002년 1월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기피 논란이 크게 일었습니다. 이에 법무부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라는 이유로 입국제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번 판결로 입국제한 조치가 풀릴 가능성이 높아졌고, 청년들은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목숨 걸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사람만 바보가 됐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럼 현재 군 복무 중인 청년들은 ‘국방의 의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실제로 지난해 국가보훈처가 청주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의무복무로 군생활을 하고 있는 육·해·공군 장병 478명에게 물었습니다. 결과는 여러분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내용 그대로 나왔습니다. ●“국가·사회에 기여하지만…그래도 면제가 부럽다” 조사 결과 의무복무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여기는 비율은 73.4%였습니다. 보통은 21.1%, 그렇지 않다는 비율은 5.5%에 그쳤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자부심’으로 연결되진 않았습니다.군 복무 중인 장병 절반 이상인 60.0%는 ‘군 면제자(여성)가 부럽다’고 여겼습니다. 부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18.2%에 그쳤습니다. 의무가 아니라면 결코 하고 싶지 않은 것이 군 복무라는 겁니다. 제대 후 복학,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비율도 70.0%나 됐습니다. 병사만 놓고 보면, 봉급이 해마다 인상됐지만 올해 병장 기준으로 40만 5700원에 불과한데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청년들의 불만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대군인에 대한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비율은 조사 대상자의 대부분인 89.3%가 동의했습니다. 연구팀은 장병들에게 ‘제대군인 지원제도 3종 세트’인 ‘취업지원제도’(채용시험 응시 상한연령 연장, 군 경력 인정), ‘복지지원제도’(국민연금 가입기간 6개월 인정), ‘학업지원제도’(군복무 중 학점취득 인정, 학자금 대출이자 면제)를 알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차라리 내가 제대할 때 지원금 달라” 44.1% 그런데 제도 인지율은 취업지원제도 27.8%, 복지지원제도 14.9%, 학업지원제도 35.1%에 불과했습니다. 지원제도가 적절하다고 여기는 비율도 각각 46.8%, 43.3%, 49.3%로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비율은 각각 82.2%, 80.2%, 81.8%로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특히 의무복무 제대군인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장병들은 ‘제대지원금’(44.1%)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수많은 제도를 도입하거나 계획했지만 실효성이 낮거나 실제로 실현되지 못 하거나 논란만 야기해 장병과 제대군인들의 불만이 커졌습니다. 결국 예산만 확보된다면 가장 현실성이 높은 제대지원금에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 다음은 ‘군복무기간 경력인정’(29.1%), ‘취업지원’(12.6%), ‘의무복무 근무기간만큼 정년 연장’(9.2%), ‘학자금 대부 및 이자 지원’(4%) 순이었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사회적 공감대와 예산, 정부의 의지입니다. 장병들도 지원확대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것으로 ‘의무복무 제대군인 지원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29.5%), ‘학자금 및 제대지원금 등 재정지원을 위한 충분한 예산 확보’(28.0%), ‘의무복무 제대군인 지원을 위한 법령 정비 및 정부의 확고한 정책추진 의지’(25.9%)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의무복무 장병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시행할 예정인 대책 중 기대감이 높은 프로그램은 ‘맞춤형 채용지원 프로그램’, ‘군부대와 지역 중소기업 간 맞춤형 직업훈련을 통한 채용연계 지원’, ‘상병 이상 총 2일간의 구직 청원휴가‘, ‘찾아가는 일대일 취업상담’ 등이었습니다. ●男 69.7% “전쟁 나면 참전”…세심한 관심 필요 유승준은 군 입대를 거부하고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그는 군 입대를 기피했습니다.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이 미미한데다 연예인이 군 복무 기피를 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자 청년들의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오로지 의무를 강요한다고 애국심이 저절로 샘솟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가 청년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 때 청년들의 마음이 움직일 겁니다. 희망은 있습니다. 국방부가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에 의뢰해 지난 5월 10~60대 6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전쟁 발발 시 예비군이나 민방위로 참전하겠다’는 응답은 여성까지 포함해 52.0%였습니다. 남성만 놓고 보면 10명 중 7명 꼴인 69.7%나 됐습니다. 남녀를 포함해 직장인 58.4%, 초·중·고교생 46.3%가 참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런 애국심에만 기대지 말고 청년들의 어려움을 더욱 세심하게 돌볼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랍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대법 “설령 일정 수준의 신체 접촉을 용인했어도 기습 키스는 추행…무고 아냐”

    대법 “설령 일정 수준의 신체 접촉을 용인했어도 기습 키스는 추행…무고 아냐”

    강제추행 신고사실에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해도 피해 신고자가 ‘무고’를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34)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직장상사 B씨가 기습적으로 키스를 하고, 길을 걷다가 강제로 손을 잡는 등 강제추행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처분했고, 이에 B씨가 A씨를 무고로 고소했다. 검찰은 A씨에 대해서도 고소내용이 허위라고 볼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지만 법원이 공소제기 결정을 내려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들은 A씨와 B씨가 서로 호감 갖는 사이였다는 점을 고려해 6대 1 의견으로 유죄 평결을 내렸고, 재판부가 배심원들 의견을 받아들여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고소내용이 허위사실이 아니라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설령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한 측면이 있더라도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갖는 주체로서 언제든 그 동의를 번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예상을 넘는 신체접촉에 거부할 자유를 가진다”며 “피고인이 직장동료로부터 기습추행을 당했다는 것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해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고 그 자체를 무고를 했다는 적극적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창고로 불러 보란듯이 홀대하고선 딴소리하는 일본

    창고로 불러 보란듯이 홀대하고선 딴소리하는 일본

    회의 장소·옷차림·악수 대신 냉대로 홀대일본 측 “한국이 규제조치 철회요구 안해”우리 측 “원상회복, 즉 철회 분명히 요구”일본 거듭 “회의록 뒤져도 명확한 발언 없어”경제보복 후 첫 만남, 불신만 확인한 채 끝나한일 양국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개최한 실무회의가 진실게임으로 흐르고 있다. 우리 대표단은 일본 측에 수출 규제를 철회해달라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으나, 일본 측이 한국으로부터 철회 요구를 받은 적 없다고 잡아뗐기 때문이다. 5시간 반의 마라톤 회의에서 아무 소득 없이 입장 차만 확인한 양측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관심이 쏠린다. ●일본 특유의 극진한 환대 ‘오모데나시’ 감춰 지난 12일 도쿄 일본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한일 양측의 첫 실무회의가 열렸다. 일본 문화 특유의 극진한 손님대접을 뜻하는 ‘오모데나시’는 온데간데 없었다. 우리 대표단을 의도적으로 홀대하려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극단적으로 회의 장소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테이블 2개와 사무용 의자 4개, 화이트보드가 놓인 장소는 국가간 실무자 회의가 열리는 곳이라고 보기엔 너무 초라했다. 심지어 우리 측이 앉은 의자 뒤쪽엔 쓰지 않는 의자가 쌓여 있어 창고 같은 인상을 풍겼다. 바닥에는 정리되지 않은 전선이 삐쭉 튀어나와 있었고 곳곳에 파손된 의자나 책상 등 기자재의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화이트 보드에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일본어를 프린트한 A4용지 2장을 이어 붙여놓은 모양새도 일부러 무성의함을 티내려는 듯했다. 먼저 자리에 와 있던 일본 측 대표단의 이와마쓰 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은 한국 정부 대표단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입장할 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악수도 권하지 않았다. 의도적인 홀대 전략이었다. 예의를 갖춰 넥타이에 정장 차림을 한 한국 대표단과 달리 일본인 참석자들은 셔츠를 돌돌 말아 올리거나 반팔 셔츠인 채였다. 오후 2시에 시작된 회의는 5시간 30분이 지난 저녁 7시 30분에야 끝났다. 우리 측은 일본이 한국만 겨냥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유를 따져 묻고 설명을 요구했다. 일본 측은 한국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는 아니며 한국 정부의 무역관리에 문제가 있어서 취한 조치라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5시간 넘게 있으면서 본론도 안 꺼냈다고? 회의가 끝난 뒤 일본 측은 “한국이 (수출 규제) 철회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위반인 것에 대한 발언도, 일본 조치가 국제공급망을 손상시킬 것이라는 취지의 말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도쿄에 날아간 한국 정부 대표가 5시간 30분 동안 ‘본론’을 꺼내지 않았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실무회의에 참석했던 당사자인 전 과장과 한 과장은 13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과장은 “철회 요청이 없었다는 일본 측 주장이 있는데, 우리는 일본 측 조치에 유감을 표명했고 조치의 원상회복, 즉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 과장은 “일본 측은 어제 회의가 단순 설명이라는 입장에 한국 정부가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어제 회의는 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으로 협의로 보는 게 더 적당하다. 일본 측의 설명은 30분에 그쳤고 4시간 이상 우리 입장과 쟁점에 대한 추가 반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 과장은 세계무역기구(WTO) 위반 문제에 대한 한국 측의 항의가 없었다는 일본 측 설명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라고 지적했다.그는 “일본은 이번 조치가 정당하고 WTO 규정을 위반하지 않고,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대항 조치도 아님을 한국 정부가 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적극적인 반박에도 일본 측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경제산업성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재차 회의록을 확인했지만 (한국 측이) (규제조치) 철회를 요구했다는 명확한 발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적반하장 “합의된 것 이상 말해 한국에 항의” 실무회의에 참석한 이와마쓰 과장은 되려 한국의 발언이 양측의 합의 내용을 넘어섰다며 한국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다.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성사된 양국의 첫 만남이 서로에 대한 불신만 확인한 채 끝났다. 이번 사태의 조기 수습을 기대하긴 더 어려워졌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5회] 또 USB 증거능력 논란…재판부는 ‘양승태 보석 가능성’ 시사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5회] 또 USB 증거능력 논란…재판부는 ‘양승태 보석 가능성’ 시사

    지난 10일 첫 증인신문이 시작되고 약간의 속도가 붙는 듯 했던 재판이 간만에 시작하자마자 검찰과 변호인의 신경전으로 긴장감이 고조됐다. 외교부에서 압수수색된 USB의 증거능력을 놓고 언성이 높아진 것을 시작으로 양측이 내내 예민했고, 재판이 마무리될 즈음 재판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 만료 전 석방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4회 공판에서는 당초 계획했던 증인신문 대신 서증조사가 이뤄졌다.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한상호 변호사가 건강이 좋지 않다며 불출석사유서를 냈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의 일본 기업 측 대리인을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다. 검찰은 “가급적이면 양승태 피고인의 구속기간 등을 감안해서 다음달 7일에 한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을 지정해 주십사 한다”며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리고 또 불출석할 경우 김앤장 사무실에서 압수한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승태 피고인의 구속기간 만료 전에 가급적이면 강제징용 관련 핵심 증거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뤄지도록 지휘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을 비롯한 변호인들은 김앤장에서 압수된 자료들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증거능력을 다투고 있다. 재판부가 임종헌 USB에 이어 법원행정처 임의제출 문건들에 대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잇따라 내놨지만 변호인 측은 여전히 검찰의 압수물에 대한 증거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노파심에서 일부 명확하게 하고자 한다”면서 한 변호사의 증인신문에서 제시할, 김앤장에서 압수된 문건들에 대해 말을 열었다. 그는 “한 가지만 지적하면 압수물에 대해 ‘증거물인 서면’의 성격만 기재했는데 검찰의견서에는 그 증거들이 증거물인 서면의 성격과 동시에 진술서의 성격이 있다고 밝혔다”면서 “두 가지 성격이 다 있는 이상 해당 증거를 조사하려면 당연히 진술서, 전문증거, 진술증거로서의 능력이 부여된 뒤에야 조사가 가능한 게 자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상호 불출석으로 증인신문 무산…또 ‘증거능력’ 다툼 형사소송법에 따라 특정 문건에 대해 증거능력을 부여할 때 이런 문건이 있다는 그 자체만을 증거능력으로 삼는 ‘증거물인 서류’와 문건 속에 담긴 내용이 사실인지를 입증해야 하는 ‘증거 서류’로 증거의 성격을 구분된다. 예를 들어 많은 형사재판에서는 몇 년 전 특정 사건이 있었음을 보도한 언론기사의 경우 주로 해당 날짜에 그런 기사가 있다는 것이 증거가 되는 ‘증거물인 서류’로 주로 채택되고 사건에 당사자가 직접 말한 내용이 담긴 문건의 경우 그 내용이 맞는지 인정되는 ‘증거 서류’로 쓰인다. 증거 서류의 경우 피고인 측에서 증거로 쓰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진술한 사람을 법정에 불러 본인이 한 말이 맞는지를 확인받은 뒤에야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고, 증거능력이 인정된 증거들만 법정에서 보여질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한 변호사를 법정에 부르기 전에 관련 문건들을 증거조사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주장에 “모든 문건들은 모두 증거물인 서면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이미 밝혔고, 다만 그 중 일부는 증거 서류로서 경우에 따라 내용의 진실성까지 입증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서 “변호인은 과연 입증하고자 하는 게 기재 내용의 진실성인지를 우려하는 것 같은데 그건 이후 한 변호사 증인신문에서 입증하면 된다”며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검사님이 기분 나쁘실지 몰라도 증거능력제도에 대한 이해에서 벗어난 주장이라 이게 받아들여지면 강력히 이의제기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검사님의 취지는 입증취지를 어떻게 편의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여되기 전에 증거조사를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재판부가 당연히 검사님 주장을 받아들일 거라 믿지만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재판부에도 호소했다. 재판부는 “증거능력이 완전히 결정된 다음에 증인신문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취지엔 공감하고 있다”며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임종헌 USB’이어 이번엔 ‘외교부 사무관 USB’ 위법수집증거 주장 그러나 곧 이어서 검찰이 외교부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뒤 확보한 USB에 대한 증거능력을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외교부 사무관이 소유한 USB를 검찰이 압수한 게 적법한 건지에 대한 검찰의 증거를 발겨할 수 없고 USB를 압수하고 추출하는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없는 파일까지 압수된 게 아닌가 의심된다. 그리고 해당 사무관에게 USB 포렌식 또는 파일 분류, 추출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보장됐는지 의문”이라며 USB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의심을 밝혔다. 검찰은 USB 압수절차에 위법성이 없었음을 거듭 설명하며 “변호인은 지난 기일에 (임종헌 USB) 검증 결과 동일성 등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직접 확인하고도 검찰 수사에 흠집을 내려고 이런 주장하는 걸로 보인다”며 불쾌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마치 저희 주장이 검찰 수사를 흠집내는 걸로, 이유가 없다는 걸로 말하는 것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한다”며 얼굴을 붉혔다. “변호인들이 좀 화가 나신 것 같은데 변호인의견서에도 ‘검사가 모르고’라는 등의 마찬가지의 표현이 많다. 상호 인격과 품격, 양식의 문제라 생각한다. 그 부분은 각자 주장하고 화가 나셨으면 화를 풀어달라”고 검찰이 달래자 이번엔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의심하는 의미로 서로 표현이 오간 건 맞지만 법정에서 말한 적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단 감정적인 설전은 정리됐지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 이어 외교부 사무관의 USB를 두고도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외교부 직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USB 소유자인 사무관을 법정에 불러 신문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재판부 “양승태 석방해도 재판 공정성 영향 미치지 않을 것” 이후 서증조사가 이어졌고 오후 4시쯤이 되자 재판이 슬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 때 재판부는 “구속 피고인 신병에 관해 간단히 말씀드리겠다”면서 “저희들이 지금까지 한 주도 빼지 않고 꾸준히 재판을 해왔는데 구속기간 제한으로 피고인을 구속한 상태에서 재판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에 대해 언급했다. 재판부는 특히 “사건의 내용이나 증거의 방대함 때문에 남은 기간 아무리 서둘러 재판을 한다고 해도 판결을 선고까지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에 다들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어차피 그 기간 이후에도 상당히 불확정한 기간 동안 심리해야 할 중요사안이 너무 많이 남기도 해서 현재 이후 어느 시점에서는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회복시켜 주더라도 공정한 재판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보긴 어려운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변호인 측에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에 관한 의견이나 주장을 제출해 달라고 했다. 검찰이 “정확히 말씀의 취지를 이해 못해서 묻는다”며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당연히 형사소송법상 (석방)하는 게 당연한 건데 의견을 구하시는 건 직권 보석을 고려하시는 건가“라고 묻자 재판부는 “직권 보석 말씀은 안 드렸고 현 시점 이후 구속 피고인의 신병에 관한 의견이라고 했다. 여러가지를 가정해서 의견을 제출하셔도 무방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간이 만료되면 당연히 석방이고 만료되기 전에도 석방되는 것이 있는 걸로 안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0일 전에 양 전 대법원장을 보석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른 형사재판에서도 1·2심 선고 후 항소·상고기간(일주일) 등을 고려해 구속기간이 완전히 다 끝나기 일주일~열흘 전에 피고인을 직권으로 보석하거나 피고인이 이전에 신청한 보석 신청을 받아들여주는 일이 종종 있다. 다음달 10일만 기다렸을 양 전 대법원장은 서증조사 내내 눈을 질끈 감고 뒤로 기대고 있던 몸을 앞으로 세웠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日 보복 조치’ 이후 첫 한일 양자협의…日 근거 없이 한국 탓만

    ‘日 보복 조치’ 이후 첫 한일 양자협의…日 근거 없이 한국 탓만

    日 자국 귀책사유 인정 안해악수 조차 없이 시종 냉랭 평행선참석자 이름표조차 없어…홀대 의도 한·일 양국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보복 조치와 관련해 첫 실무회의를 열었다. 악수조차 없이 냉랭하게 시작된 6시간의 설전에서 양국은 끝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은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에 들어가는 반도체 소재 3개에 대한 수출 규제에 대해 자국의 경제 보복이 아닌 한국의 수출통제제도와 양자협의체 비진행 등에 따른 신뢰성 저하가 문제라며 한국 탓으로 돌렸다. 산업통상자원부 이호현 무역정책관은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양자협의가 끝난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뤄진 브리핑에서 “문제를 제기할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상당 부분 제기했다”면서 “하지만 입장 차는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한국만을 겨냥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유를 따져 묻고, 일본 측이 수출 규제 이유로 일부 품목의 북한 유입설을 흘리는 등 한국 수출 관리의 부적절성을 거론하는데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일본은 수출 규제와 관련해 자신들의 귀책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이 무역정책관은 전했다. 이 무역정책관은 “(일본 측은) 반도체 소재 3대 품목 수출규제에 대해 공급국으로서의 책임이 있어 적절한 수출관리를 하겠다고 말했다”면서 “한국 수입기업의 짧은 납기 요청으로 인해 특정 시기 수출이 집중해 관리에 애로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일본은 한국이 비전략물자 중 대량살상무기나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품목에 대해 높은 수준의 통제를 가하는 캐치올(catch all) 규제 제도가 충분하지 않고, 양 당사국 간 협의체가 진행이 안 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수출 규제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고 이 무역정책관은 전했다.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무역관리에 문제가 있어서 취한 조치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도쿄에서 처음 성사된 양자협의에서 한국 정부는 6시간 가까이 일본 측에 조치의 배경과 근거를 묻고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분명한 소명을 조목조목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소재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양측은 회의 시작부터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회의장은 회의 시작 전 1분만 취재진에 공개됐는데, 양측 참석자들은 악수 등 우호의 표현은 일절 하지 않았다. 특히 양측은 굳은 표정으로 서로 인사도 하지 않고 정면을 응시했다.이날 일본 측은 장소 선정에서부터 한국 측 참가자들에 대한 응대까지 한국을 홀대하려는 의도를 강하게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산업성 10층에 위치한 회의 장소의 뒷면에는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글을 프린트한 A4 용지 2장 크기의 종이만 달랑 붙어 있었고, 참가자들이 앉은 테이블에는 회의 참가자들의 이름표 조차 없었다. 회의 장소도 평소에는 창고로 쓰이는 장소인 듯 테이블과 간이 의자가 한 귀퉁이에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기자재 파손 흔적이 있을 정도로 정돈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판깨스트]병역 기피 본보기 ‘유승준 효과’ 있긴 하나요

    [판깨스트]병역 기피 본보기 ‘유승준 효과’ 있긴 하나요

    1심서 ‘유승준 효과’ 주장교훈 맞지만 긍정 효과 글쎄영주권자 입영 늘어나는 건국내 경제활동 유인 때문1심, 입국 금지 조치 “적법”대법, 처분 여부만 판단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씨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 조치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우리 사회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인 병역 문제를 건드린 탓일까요. 한창 가수 활동을 하던 시절 ‘아름다운 청년’으로 불렸던 유씨에 대한 배신감 때문인지 17년이 지나도 “용서해줄 수 없다”는 여론이 팽배합니다. 물론 일부는 “그 정도 했으면 됐다”라며 유씨에 대해 온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사실 유씨의 지난 17년 역사는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했을 때 국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나 다름 없습니다. 유씨에 대한 무기한 입국 금지 조치는 유씨에게 ‘불이익’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국민들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하급심 재판부는 이 메시지를 ‘공익’의 관점에서 바라봤습니다. 입국 금지 조치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국민의 병역 의무 이행)이 불이익(무기한 입국 금지)보다 크다면 위법하지 않다는 논리입니다. 유씨 측은 재판부의 이런 논리를 깨기 위해 1심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 입국 금지 조치로 인해 부상 또는 외국 영주권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자발적으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이른바 ‘유승준 효과’가 발생했으므로 유씨에 대한 입국 금지를 유지할 공익 상의 필요가 존재하지 않는다.” 장기간 입국이 금지된 유씨를 반면교사 삼는 사례가 있다는 건데요. 실제 외국 영주권자들의 자원 입대가 점점 늘고 있기는 합니다. 병무청이 2004년 해외 영주권자 입영 신청 제도를 운영한 뒤로 첫 해 38명이 지원했지만, 2011년 200명대를 돌파한 뒤 지난해 685명을 기록했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벌써 396명이 입대를 신청했습니다. 연예인들의 군 입대 시기도 빨라졌다고 하는데요. 병무청에 따르면 연예인들이 평균 24~25세가 되면 입영 신청을 한다고 합니다. 이걸 유승준 효과로 볼 수 있을까요. 1심 재판부는 “유씨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가 1년 내지 5년의 단기간에 그쳤을 경우에도 부상을 이유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거나 외국 국적자로서 병역 의무가 없는 연예인 등이 자진해서 입대하는 이른바 ‘유승준 효과’가 발생했을 지 의문”이라면서 유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외국 시민권을 딴 유명인 중에 무기한 입국 조치를 당한 사람은 유씨가 유일할 겁니다. 군대를 안 가려고 꼼수를 부렸다가는 큰 일 난다는 교훈을 줬다는 측면에서는 유승준 효과가 있다고 볼 수도 있을텐데요. 그러나 군대를 안 갈 수도 있는 사람들이 유씨 때문에 군 입대를 자원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영주권자 입영 신청 제도는 2003년 11월 미국 뉴욕의 한 교민이 “영주권자가 군 복무를 희망할 때 영주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건의하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영주권자들이 자원 입대할 때는 군 복무 중에 영주권이 취소되지 않도록 휴가 기간에 왕복 항공료를 지급합니다. 이후 영주권자들의 입대가 늘어나는 것은 ‘국력 신장’ 때문이라는 게 병무청의 해석입니다. 한국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이 낫다고 본 외국 영주권자들이 기왕이면 병역 의무도 함께 이행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싸이, MC몽 등 일부 연예인이 병역 수난을 겪은 뒤로 연예계에서도 병역을 굳이 피하지 않는 분위기가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그룹 2PM의 옥택연은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허리 디스크로 보충역(4급) 판정을 받았는데도 치료를 받고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습니다. 옥택연은 지난해 6월 제15회 병역명문가 시상식 때 사회를 보기도 했는데요. 이날 축사를 하러 온 이낙연 국무총리는 옥택연을 향해 “훌륭하다”며 치하했다고 합니다.다시 유승준 효과로 돌아가 보면, 1심 재판부는 유씨 측 주장에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이른바 ‘유승준 효과’는 이 사건 입국 금지 조치 이후의 사정으로서 입국 금지 조치의 적법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유승준 효과가 실제 있든 없든, 이 사건 판결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대법원이 사증(비자) 발급 거부 처분의 근거가 된 입국 금지 조치가 ‘처분’에 해당되는지만 살핀 것과 달리, 1심 재판부는 입국 금지 조치가 왜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위반하지 않았는지 자세히 기술했습니다. 특히 유씨는 다른 외국 국적 취득자와는 달리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씨가 공익근무요원 소집 통지서를 수령한 상태에서 일본 공연과 미국 가족 방문을 빌미로 국외 여행 허가를 받아낸 후 미국에 들어가 시민권을 취득했고, 탈법적 방법으로 병역 의무를 기피했는데도 자숙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재외동포(F-4) 비자를 신청해 국내에서 영리 활동을 하려고 한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대법원도 이 부분 판단은 생략한 채 입국 금지 조치가 처분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지만, 일부에서는 2002년 2월 유씨가 이 조치 때문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는데 “왜 처분이 아니냐”며 전제부터 틀렸다는 주장까지 내놓았습니다. 재외동포에 대한 포용적 태도를 앞세우기 전에 더 꼼꼼한 법리 적용이 이뤄졌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금감원 직원들, 통상임금 소송 일부 승소

    금감원 직원들, 통상임금 소송 일부 승소

    2015년 이후 정기상여 인정재직요건 붙은 정기상여 제외하급심마다 다른 판결 변수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소속 직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부장 박성인)는 12일 이모씨 등 금감원 직원 1800여명이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직원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연봉제 직원의 자격 수당과 선택적 복지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2015년 이후 지급한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각종 수당을 재산정해 차액만큼 직원들에게 지급하라고 했다. 다만 2015년 1월 이전의 정기 상여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직원들의 요구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정기상여에는 ‘재직 요건’이 붙어 있어 고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재직 요건의 상여금은 상여를 지급하는 당일, 근무 중인 직원에게만 지급된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재직 요건의 상여는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났다. 그러나 IBK기업은행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1심 재판부가 재직 요건이 붙은 상여 역시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고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트럼프 인구조사 시민권 질문 포기, 대신 ‘비시민 파악’ 행정명령

    트럼프 인구조사 시민권 질문 포기, 대신 ‘비시민 파악’ 행정명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인구조사에서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물으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리자 이를 포기하고 모든 정부기관이 비(非)시민 숫자를 파악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민과 비시민, 불법이민자가 이 나라에 있는지 믿을 만한 통계를 가져야 한다. 오늘 행정명령에 따라 2020년 인구조사 때 미국 내에 있는 시민, 비시민, 불법이민자의 정확한 숫자를 확실히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행정명령이 즉각적으로 발효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은 모든 연방 부처와 기관이 시민과 비시민 숫자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미 상무부에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의 판결을 거스르며 시민권 질문을 인구조사 항목에 포함시키려던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행정명령을 통해 불법이민자 수를 파악하도록 한 것으로 해석된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구조사 시민권 질문 이슈에서 후퇴했다고 평했으며 미 일간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민권 질문 추가 노력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3월 미 상무부는 2020년 인구조사에서 미국 시민인지를 확인하는 질문을 추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그러나 18개 주정부가 이 질문이 포함되면 시민권이 없는 이민자들이 인구조사 답변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해 조사의 정확성이 떨어질 것이 틀림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8일 판결에서 인구조사에서 시민권자인지 여부를 묻는 문항을 추가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시민권 질문이 이민자들의 인구조사 참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민주당 측 논리가 받아들여진 셈이다. 정부는 소수 인종의 투표권 보호 법률을 지금보다 잘 집행하려면 시민권 질문을 추가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에 대해 “억지로 꾸민 것 같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미국 인구에서 시민권 보유자의 수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민권 관련 자료가 정확한 유권자 인구에 기반해 각 주와 지방 입법체 선거구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시민자유연합의 데일 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사회에 공포를 심어주고 라틴계 사회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함으로써 공화당의 게리멘더링 노력을 강화하길 원했던 것”이라고 VOA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게리멘더링이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부자연스럽게 선거구를 획정하는 걸 의미한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日 수출규제 1주일…정부·기업·시민단체 각기 다른 목소리

    日 수출규제 1주일…정부·기업·시민단체 각기 다른 목소리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 소재의 수출규제 조치를 시작한 지 지난 11일 기준 1주일이 지난 가운데 일본 기업에서 실제 시행과 관련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극우 성향의 산케이 신문이 12일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일본 정부가 한국의 수출관리 담당 부서가 작성한 문서 내용을 포함, 전략 물자 수출관리 상황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에 따르면 수출규제 대상인 고순도 불화수소(애칭가스) 제조업체 스텔라케미화는 전날 정부에 수출 신청을 일부 시작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향후 상황에 대해 “국가의 심사 기간이 어느 정도 걸릴지에 달려 있어 전망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역시 불화수소 제조사인 모리타화학공업은 “신청 서류량이 방대해 작업을 따라잡을 수 없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생산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도쿄오카공업은 한국 제조사가 수출규제 대상인 리지스트를 사용한 제품 양산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이에 맞춰 한국에서의 생산능력 확대를 상정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수출규제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양산이 지연되면 이 업체의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 제조사 입장에서는 자국 외에 제조 거점에서 한국에 수출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지만 스텔라케미화 측은 싱가포르에 있는 제조 거점에 대해 “일본의 거점과 비교하면 9분의 1 정도의 제조능력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 수출물량을 조달할 수 있는 수준에 못 미친다”며 일본에서의 수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런 가운데 산케이는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기사에서 일본 측이 향후 수출관리에 관한 우려 사항을 한국에 조회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 측이 사린 등의 제조에 유용한 불화수소에 대해 한국 측이 요구하는 양을 수출해 왔지만, 공업용에 소비하는 것 이외의 남은 것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한국 측으로부터 명확한 대답이 없어 의심스러운 점이 생긴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 언론이 2017년부터 전략물자가 북한의 우호국 등에 부정 수출돼 기업이 적발되는 사안이 다수 이른다고 보도했다”고도 덧붙였다. 산케이는 전날 산업통상자원부가 작성한 적발 자료라며 2016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처분 대상이 142건이었다는 등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가 허술하다고 강변하는 취지의 기사를 실은 바 있다.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통제 강화와 관련된 한일 양자 협의는 이날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다. 산케이는 “일본 측은 수출관리 강화 이유 등에 관해 설명하는 장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우려 사항을 한국에 조회하는 것은 별도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일제 강제 동원 문제 해결과 과거 청산 운동을 펼치는 일본 시민단체는 이날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철회를 요구하며 한국 정부와의 대화를 촉구했다. 해당 단체는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겉으로는 양국 간의 신뢰관계 훼손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징용공 문제와 관련한 보복임이 명백하다”면서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을 강제 동원 문제에 진지하게 마주하지 않은 채 무역상의 조치를 강행, 굴복을 강요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해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없던 것으로 하고 과거를 묻어버리는 소행이라며 아베 정권을 강력히 비난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이해찬에 쓴소리 쏟아낸 기업인 “52시간 근로 어렵다”

    이해찬에 쓴소리 쏟아낸 기업인 “52시간 근로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2일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에 대해 “지금 상황은 쉽지 않지만 수입 의존도 높은 우리 산업계 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 화성시 동진쎄미켐 연구동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장의 위기관리와 함께 주력 산업 원천 기술 확보, 핵심 인력 양성, 부품 국산화 비율 제고 등 경제 체질 혁신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일본의 비정상적인 수출 규제는 우리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경제 보복”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의 3권 분립은 국가 운영의 가장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도 일본이 보복 나선 것은 대한민국 3권 분립과 한일 우호 관계, G20 자유무역을 다 흔드는 것”이라며 “비정상적인 수출 규제를 즉각 철회하고 한일 간 대화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현장최고위에 함께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일본은 특이하게도 파는 측에서 수출 규제하고 매출 규제하겠다는 기발한 발상이 나왔다”며 “저는 오만함의 반증이라고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대기업들이 당장 이익에 급급해서 중소기업 소재 장비 업체들에 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것이 더 문제일 수도 있다”며 “사실 안정적 공급 체계 유지라는 게 커다란 이익인데 당장 싼 물건에 집착하다 보니까 일본 기업의 독과점 유지 전략에 아마 희생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도에서도 중소기업들과 대기업 연계 협력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를 제조하는 중견·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쓴소리와 함께 정부에 요청사항을 쏟아냈다. 특히 52시간 근로제에 대해 비판했다. 박성기 원익아이피에스 사장은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많은 분들이 말했다”며 “이번 기회에 중소기업 발전할 수 있는 기술 발전의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시킨 52시간 제도로 서비스 관리 쪽은 좋지만 연구 개발이라는 특성상 시간이 끊어지게 되면 중단하게 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재정 메카로 사장도 “52시간제 제한 때문에 근로자 및 경영자들이 개발 욕구를 억제시키고 있다”며 “(52시간 근로제는) 지역에 자율적으로 넘겨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일 동진쎄미켐 사장은 “테스트베드를 조기 구축하면 좋겠다”며 “그래야 빠르고 정확하게 개발할 수 있고 현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화된 것을 국내에 쓸 수 있도록 양산 생산 시설 신설을 빠르게 처리해줬으면 좋겠다”며 “또 개발 및 기술 인력 확보 위한 핵심 인력 등을 국가적 차원에서 전담 부서를 신설해 운영했으면 한다”교 요청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