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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대일 화해 제안, 역사의 원칙을 세워라/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부교수

    [열린세상] 대일 화해 제안, 역사의 원칙을 세워라/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부교수

    우리 정부가 지난 19일 대일 화해 방안을 내놓았다.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의 배상 의무를 확인한 지난해 10월의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이 이에 반발하면서 7개월 이상 한일 관계가 기능부전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그 내용은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연한 재원에서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함으로써 당사자들이 화해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일본 정부가 이를 수용할 경우 청구권협정에 따른 협의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 정부가 역제안을 내놓았다는 점은 일단은 평가할 만하다. 다만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과 화해하는 방안에 대해 일본 정부가 그동안 내비쳤던 부정적인 태도를 고려하면 여전히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역시나 일본 정부는 우리의 제안이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방안이 아니라며 거부했다. 그러면서 제3국에 의한 중재위원회 구성을 재차 요구했다. 우리의 제안이 일본의 입장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의미다. 당분간 팽팽한 긴장은 지속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우리의 원칙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구제가 청구권 문제를 벗어나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 지배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주에 속한 문제임을 확인했다. 이는 식민지 지배의 기원을 이루는 협정과 조약들이 애초부터 무효라서 식민지 지배 그 자체가 불법이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에서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해석이다. 일본은 1910년에 이르는 협정과 조약들이 유효했으나 1948년 한국 정부 수립으로 무효가 됐다는 해석에 서 있다. 대법원 판결은 그 해석의 차이가 더이상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었다. 나아가 대법원은 청구권과 경제협력의 대가성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으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은 양국 정부가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을 일치시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확인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 1965년 체제의 한계를 궁극적으로 뛰어넘기 위한 외교 노력에 나서야 한다. 이번 우리 정부의 제안이 한일 관계 반전의 계기가 돼 주기를 바라면서도 마음 한켠에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 것은 이번 제안이 1965년 체제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제안은 문제를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구제의 문제에 한정해 일과적 해법을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 한편 피해자 구제의 방법으로 제시한 재원 마련에 일본 기업이 참가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은 그동안 일본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보여 온 태도로 볼 때 비현실적인 대안이어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제기해야 할 문제는 한일 관계의 근본 구조이며, 역사의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에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대신 당장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고령의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해서는 실질적이고도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가 떠안는 문제 또한 역사의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다시 한번 대법원 판결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 보자. 대법원 판결은 대한민국이 1948년에 신생국가로 건국됐다는 단절론을 배제하고 있다. 그 판결을 존중한다면 대한민국 임시정부하에서 일어난 ‘징용’ 및 ‘징병’ 등 강제동원으로 발생한 국민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의 일부는 대한민국 정부에 귀속된다. “대한민국은 대한인민으로 조직함”을 천명한 대한민국 임시헌법 1조에 따라 대한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대한민국 정부에 있고, 외국의 강점 상태를 용인해 그 불법행위로 인해 자국민이 생명을 잃고 재산을 보호받지 못한 상태를 시정하지 못한 책임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 구제를 한국 정부 주도하에 실시하는 것이야말로 임시정부 수립 100년의 해에 임시정부 수립으로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져 단절된 적이 없는 우리 법통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특파원 생생리포트] 마을 소식지까지 검열?… 日당국 ‘표현의 자유’ 침해에 뿔났다

    [특파원 생생리포트] 마을 소식지까지 검열?… 日당국 ‘표현의 자유’ 침해에 뿔났다

    아베 집권 장기화에 권력 눈치 보기 심화 “우경화 정권에 맞서 표현의 자유 지키자” 진보 활동가들, 새달 전국 네트워크 출범“오키나와 미군기지의 문제점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는데, 결국 (행정 당국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관철하지 못해 오키나와 주민들께 죄송합니다.” 일본 가나가와현 지가사키시에서 교직원을 마치고 은퇴한 이시구로 요시유키(72)는 지난 1월 인생에 남을 굴욕을 당했다. 지가사키시 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전직 교직원 미술전람회에 자신이 출품한 판화 작품을 사실상 강제로 철거당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헤노코 이전 반대를 주제로 ‘새 기지 반대’, ‘헤노코 앞바다를 매립하지 말라’ 등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것이었다. 이에 대해 시교육위원회에서 “정치적 중립에 위배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그는 다른 동료들에게 미칠 피해를 우려해 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23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 당국이 ‘정치적 중립성’ 등을 내세워 개인이나 단체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헌법 9조 개정’, 다수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는 ‘오키나와 헤노코 미군기지 건설’ 등과 관련된 주제의 행사나 작품 등에 당국의 제동이 집중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오는 11월 역대 최장수 기록을 달성하게 되는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이 낳은 부작용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는 2005년부터 시청 앞 광장에서 해마다 6월과 9월 두 차례 열려 온 평화행진 시위를 지난해 모두 불허했다. 가마쿠라시는 행사 주관단체 ‘가마쿠라 피스 퍼레이드’가 배포할 전단지 중 ‘헌법 9조 개정 반대’라고 적힌 내용을 문제 삼았다. 결국 이 단체는 지난 9일 열린 올해 행사에서는 헌법 개정 관련 문구를 빼고 광장 사용 승인 신청을 내 허가받았다. 고보리 사토시(70) 대표는 “허가는 받았지만, 기뻐할 수가 없는 복잡한 심경”이라고 도쿄신문에 밝혔다. 2014년 6월에는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가 ‘헌법 9조를 지키자는 여성들의 시위’라는 제목으로 관내 주민이 마을회관 소식지에 투고한 하이쿠(일본의 짧은 전통시) 작품의 게재를 거부했다. 사이타마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가운데 한쪽의 표현만 실을 수 없다”고 이유를 댔다. 이에 하이쿠를 지은 70대 여성은 소송을 냈고, 지난해 12월 최고재판소(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 끝에 승리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베 정권의 장기화 속에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보수우경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민들의 의견을 앞장서 존중해 줘야 할 지자체들이 정치권의 압력이나 우익단체의 물리력 행사 등을 두려워해 스스로 ‘알아서 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키나와 주제의 판화 작품 전시를 금지한 지가사키시 교육위원회의 경우도 자민당 의원과 일부 우익세력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오자 지레 겁을 먹고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했다. 야마다 겐타 센슈대 교수(언론법)는 “행정기관이 정치적 중립을 앞세우면서 실제로는 정권에 비판적인 표현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면서 “특히 소수의 비판에도 지나친 반응을 보이며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70명가량의 진보진영 활동가와 전문가들은 다음달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전국 네트워크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모임을 주도하는 다케우치 사토루(70)는 “행정 당국의 권력 눈치 보기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재산분할 않기로 합의 이혼…국민연금은 분할지급 가능”

    부부가 이혼하면서 재산분할을 더이상 청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더라도 상대 배우자의 연금은 분할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는 김모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연금분할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 행정부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혼 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이 국민연금법상 인정되는 고유한 권리임을 감안하면 이혼 시 재산분할 절차에서 명시적으로 정한 바가 없는 경우 분할연금 수급권은 당연히 이혼 배우자에게 귀속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산분할을 더이상 청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 이혼 배우자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자신의 고유한 권리인 분할연금 수급권을 행사하는 것에까지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영어 이름 4개·위장 결혼… 정태수 4남, 신분 세탁하며 21년 도피

    영어 이름 4개·위장 결혼… 정태수 4남, 신분 세탁하며 21년 도피

    1998년 한보철강 비리조사 후 행적 묘연 지인 이름 사용하며 美·캐나다 도피생활 美서 위장 결혼… 지문 정보 등 단서 제공 영주권·시민권 취득 후 에콰도르로 입국 檢, 18일 출국 1시간 전 미국행 첩보 입수 경유지 파나마서 구금…57시간 만에 송환회삿돈 320여억원을 횡령하고 해외로 도피한 정한근(54) 전 한보그룹 부회장이 21년 만에 붙잡혔다. 10여년째 해외 잠적 중인 정태수(96)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인 그는 영어 이름만 4개를 쓰며 신분을 세탁해 미국, 캐나다, 에콰도르 등을 자유롭게 오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단장 손영배)은 지난 2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체포한 정 전 부회장을 국내로 송환해 조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정 전 부회장은 1997년 11월 자신이 운영하던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회사 동아시아가스의 주식을 러시아 회사에 5790만 달러에 판매한 뒤 페이퍼컴퍼니에 2520만 달러에 판 것처럼 허위 신고하고 차액 3270만 달러(약 322억원)를 스위스 비밀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1998년 한보 비리 수사가 시작되자 같은 해 6월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모습을 감췄다. 약 253억원의 국세도 체납한 상태였다. 검찰은 이후 20년간 정 전 부회장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출국기록조차 없어 막연히 밀항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었다. 출국기록이 없는 탓에 공소시효 중지 요건에 해당하지도 않아 결국 검찰은 시효가 임박한 2008년 9월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일단 급한 불만 끈 셈이다. 하지만 소재 불명으로 재판은 진행되지 못했고 형사소송법상 기소 후 15년이 지난 2023년 9월까지 재판이 확정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다시 9년이 흘러서야 단서가 나타났다. 2017년 6월 한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정 전 부회장이 미국에 체류 중인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미국 내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범죄인 인도 절차가 불발되자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의 아내와 자녀의 출입국 내역 등을 정밀 분석하다가 이들의 캐나다 거주와 관련한 보증인 이름으로 정 전 부회장의 지인인 A(55)씨 이름이 사용됐다는 점을 포착했다. 또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한국지부와 캐나다 국경관리국 일본주재관의 협조로 확보한 자료를 통해 A씨가 중미 지역 벨리즈 시민권자라고 주장하며 2007~08년 캐나다와 미국 영주권, 2011~12년 캐나다와 미국 시민권을 차례로 취득한 사실도 확인했다. 미국 시민권 취득 과정에서는 대만계 미국인과의 위장결혼이 근거가 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지문 정보를 확보한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의 주민등록상 지문과 대조한 결과 오른쪽 집게손가락의 지문이 일치하는 점을 확인했다. 정 전 부회장이 A씨의 이름으로 신분을 세탁해 도피해 온 것이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이 2017년 7월 에콰도르에 입국해 한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국내 송환을 추진했다. 지난해 10월엔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에콰도르의 대법원은 국내 인도를 거부했다. 이후에도 에콰도르 당국과 추방 절차를 협의해 오던 검찰은 에콰도르 내무부로부터 정 전 부회장이 지난 18일 파나마를 경유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한다는 사실을 비행기 이륙 1시간 전에 통보받았다. 긴급하게 인터폴 적색 수배를 전달받은 파나마 이민청은 파나마에 도착한 정 전 부회장의 입국을 거부하고 토쿠멘 공항 내 보호소에 구금했다. 주파나마 한국대사관 영사와의 면담 과정에서 정 전 부회장은 자진 귀국 의사를 밝히며 미국 여권을 반납했다. 그러나 미국 경유 송환 경로를 밟을 경우 그가 미국 시민권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해 송환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검찰은 브라질 상파울루를 거쳐 두바이를 경유하는 경로를 택했고, 두바이를 출발해 인천으로 돌아오는 국적기 안에서 그를 체포했다. 파나마에서 국내에 이르기까지 송환에는 약 57시간이 소요됐다. 정 전 부회장의 21년간 도피 생활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박근혜 문고리 3인방’ 이재만, 형기 만료로 오늘 출소

    ‘박근혜 문고리 3인방’ 이재만, 형기 만료로 오늘 출소

    박근혜 정부가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 데 관여한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이었던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이 전 비서관은 23일 0시쯤 수감돼 있던 서울동부구치소에서 형기 만료로 출소했다. 검은 양복 차림에 짐 꾸러미를 한 손에 들고나온 이 전 비서관은 출소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준비된 차를 타고 떠났다. 이 전 비서관 사건의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14일 이 전 비서관의 구속 취소 신청을 받아들여 23일 자로 그를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형기를 다 채운 탓에 풀려나는 것이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2016년 9월 국정원장들에게서 특활비 35억원을 상납받는 데 관여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방조·국고손실 방조)로 기소됐다. 이 전 비서관의 경우 1심과 2심은 청와대가 국정원 특활비를 지원받아 쓴 것이 예산 전용에 해당하지만, 뇌물로 보긴 어렵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한편 안봉근 전 비서관은 개인 비리까지 더해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1억원, 추징금 135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정호성 전 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1억원, 3년간의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법서라] 검찰총장 인사마다 이어지는 ‘줄사퇴’ 문화…왜 유독 검찰만?

    [법서라] 검찰총장 인사마다 이어지는 ‘줄사퇴’ 문화…왜 유독 검찰만?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작별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난 20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 가운데 1명이었던 봉욱(54·사법연수원 19기) 대검 차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앞서 송인택(56·21기) 울산지검장도 다음 달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히기도 했죠. 연수원 후배인 윤석열(59·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이들을 비롯한 많은 19~22기 고검장·검사장급 고위 검사들의 ‘줄사퇴’가 예고된 상황입니다.사실, 낯선 풍경은 아닙니다. 검찰총장 인사 시즌마다 늘 있어왔으니깐요. 2017년 문무일(58·18기) 현 검찰총장이 취임할 때에도 이명재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김희관 전 법무연수원장, 오세인 전 광주고검장 등 문 총장의 선배·동기 검사들이 줄줄이 검찰 조직을 떠났습니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윤 후보자의 경우 문 총장보다 다섯 기수나 낮기 때문에 검찰에 남아있는 선배·동기 검사들이 통상보다 더 많을 뿐이죠. 일각에선 젊은 검사들이 고위직에 올라오면 인적 쇄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경험 많은 고위 검사들이 일제히 사퇴하는 문화가 아쉽다는 평도 나옵니다. 이른바 ‘조폭 문화’에 비유하며 경직된 검찰 조직에 대한 비판도 많고요. 왜 새로운 검찰총장이 임명될 때마다 ‘줄사퇴’ 문화가 반복되는 것일까요? ■검찰의 조직문화,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 원칙’ 원칙적으로 검찰 조직은 검찰총장 1명이 나머지 모든 검사를 지휘하는 구조입니다. 검찰청법 제6조는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 구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적으론 검찰총장-고검장-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부부장검사-평검사로 이어지는 피라미드 조직체계 속에서 지휘명령 하달 및 승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연수원 몇기까지는 부장검사 승진 대상, 몇기까지는 검사장 승진 대상, 이렇게 승진 후보군도 철저하게 기수에 따라 구분됩니다. 이렇듯 ‘기수 문화’가 강한 검찰 조직에선 검찰총장·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누락된 연수원 선배가 후배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용퇴를 결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후배 입장에서 선배를 지휘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죠. 특히 검찰과 같이 상명하복(上命下服)이 뚜렷한 조직에선 더욱 그러합니다. 앞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서도 당시 특별수사팀이 대검의 방향과 다르게 움직이자 즉각 ‘항명 사태’로 규정되기도 했죠. 이것이 연수원 23기인 윤 후보자보다 선배인 19~22기 고검장·검사장들이 대부분 사의를 표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나아가 동기를 지휘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동기 기수까지도 스스로 사퇴하는 편입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귀띔했습니다. “선배 입장에선 남아있고 싶어도 후배 검찰총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후배 총장 입장에서도 남아있어 달라하고 싶어도 막상 지휘하기는 불편하고. 결국 선후배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선배가 조직을 떠나는 것 뿐이지.” ■경찰은 ‘4기 후배’가 ‘2기 선배’를 지휘…기수보단 계급 그렇다면 다른 조직은 어떨까요? ‘기수’가 존재하는 대표적인 사법조직으로 경찰, 법원을 꼽을 수 있겠네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검찰만큼 기수를 엄격히 따지지 않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우선 경찰 간부는 ▲경찰대학교 ▲간부후보생 ▲일반(순경) ▲고시(행정고시·사법시험) 등 다양한 경로로 들어옵니다. 사법연수원을 통해서만 들어오는 검찰 조직과 다르죠. (최근 로스쿨 출신 검사도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검찰 간부 중엔 없으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물론 현재 경찰청 간부 대부분은 경찰대 출신으로 구성돼 있고, 당연히 그들에게도 기수가 있고 학교 선후배 관계가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경찰은 ‘기수’보다 ‘계급’을 더욱 중요시하기 때문에 기수에 크게 얽메이지 않습니다.실제로 민갑룡 현 경찰청장은 경찰대 4기지만, 바로 밑에 있는 임호선 경찰청 차장은 2년 선배인 경찰대 2기입니다. 일선 경찰청 국장들도 2~4기로 다양하게 분포해있죠. 오히려 민 청장보다 후배인 경찰청 간부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물론 기수가 아닌 계급으로만 따지고 보면 이상하지 않습니다. 경찰청장-치안총감, 경찰청 차장-치안정감, 경찰청 국장급-치안감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검찰 기준으로 볼 때 후배가 선배보다 먼저 승진하고 지휘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경찰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죠. “경찰은 기수 문화가 없습니다. 워낙 조직이 크고, 입직 경로로 다양하기 때문에 기수를 하나하나 신경 쓰면 경찰처럼 거대한 조직은 운영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계급’으로만 따지는 거죠. 경찰대에선 후배였다고 해도 계급상 상관이니 지휘를 받는 것에 불만이 없습니다. 사석에서야 형님 동생할 수 있겠지만요.” 덧붙여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생계 문제를 무시 못하죠.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검사는 그만두면 변호사로 개업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정년을 채우지 않고 그만두면 당장 생계가 막막하죠. 그러니 경찰은 후배가 먼저 승진했다고 무조건 그만 두거나 하지 않고, 대부분 정년을 채우고 나가는 편입니다.” ■‘지휘 관계’ 없는 법원…원로법관 제도도 한 몫 검찰과 마찬가지로 사법연수원을 거쳐오는 법원에도 후배 기수가 대법관, 대법원장에 오른다고 해서 줄사퇴하는 문화는 전혀 없습니다. 검찰과 달리 상명하복 지휘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죠. 김명수 현 대법원장은 연수원 15기이지만, 검찰 출신인 박상옥 대법관은 훨씬 선배인 11기입니다. 지난해 대법관 자리에 새로 오른 김상환 대법은 20기고요. 이처럼 기수가 다양하게 분포해있지만 대법원장이 다른 대법관을 ‘지휘’하진 않기 때문에 기수 차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진 않습니다. 일선 법원에서도 마찬가지고요.이는 법관 개개인이 하나의 법률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수사 과정을 상관의 결재를 맡아야 하는 검찰과 달리, 법원에선 수석부장판사, 법원장이라 해도 판결에 함부로 개입할 순 없죠. (물론 아닌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만요.) 법원이 운영하는 ‘원로법관’ 제도도 기형적인 줄사퇴 문화가 없는 데에 한몫을 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원로법관 제도란 법원 고위직 판사들이 정년 안에 지방 1심 법원에서 근무하는 제도로, 대법관이나 법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도 계속 일선에서 법관 일을 이어갈 수 있죠. 한 법원 관계자는 “판사는 설사 고위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계속 일선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검찰은 고검장·검사장까지 올랐는데 더는 승진할 가능성이 없다면 검찰 일을 이어갈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처럼 원로검사가 경험을 살려서 법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다른 얘기지만, 우리나라 대법관을 구성할 때도 박상옥 대법관처럼 검찰 출신 1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관례죠. 그러나 ‘원로검사’ 활용 방안은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줄사퇴’ 반복될까 그래서, 이번에도 관행을 따라 윤 후보자의 선배·동기들이 모두 조직을 나갈까요? 이미 사의를 표명하거나 예고한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상황을 지켜보는 검사장들도 많습니다.현재 윤 후보자의 선배 검사장급은 21명, 동기 검사장급은 9명이 있습니다. 모두 30명으로, ‘줄사퇴 후보군’으론 상당히 많은 숫자죠. 다만 늦은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윤 후보자가 기수에 비해 나이가 훨씬 많기 때문에 선배를 지휘하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실제로 윤 후보자는 21~22기 선배들을 대상으로 ‘검찰에 남아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하죠. 이들이 한꺼번에 나갈 경우에 조직 운영이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검사장들은 그대로 검찰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선배들이 남는다면 윤 후보자의 동기들도 대부분 남을 수 있겠죠. 특히 신임 검찰총장의 동기가 남는 것은 선례가 없지 않습니다. 연수원 7기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임명될 당시엔 일부 동기들이 대검에 그대로 남아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기도 했죠. ■미국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역할…일본은 ‘자동 승진’ 우리나라와 비슷한 기수 문화를 가진 일본 검찰은 전통적으로 최고위급인 도쿄고검장이 검사총장(우리나라의 검찰총장)으로 자연스럽게 승진하기 때문에 ‘줄사퇴’ 문화가 없습니다. 대부분 검사들이 정년까지 채우고 나가는 편입니다. 미국은 별도 직책을 두지 않고 법무부 장관(Attorney General)이 검찰총장 직권을 함께 행사합니다. 또한 검찰이 연방검찰(Attorney‘s Office), 주검찰(State Attorney General’s Office), 지방검찰(District Attorney‘s Office) 등 3개의 독립적인 조직으로 분할돼 있어 우리나라의 ‘검사동일체’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상호견제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상명하복 체제가 있을 수 없죠. 이번 우리나라 검찰 인사에선 ‘전원 사퇴’가 실현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총장 인사가 날 때마다 고위 검사들이 일제히 사의를 표명하고 나가는 문화가 국민의 시선에선 탐탁지 않아 보입니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면 정상적인 인사를 통해 이루어야 하지, 단지 후배가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모두 나가버리는 것은 총장 인사에 대한 ‘불만’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법기관과 비교해서 살펴보면 더더욱 그렇죠. 국민의 시각에서 납득할 수 있는 조직 운영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전범기업 재산 매각 시도에 일본 “한국 정부에 배상 청구 검토”

    전범기업 재산 매각 시도에 일본 “한국 정부에 배상 청구 검토”

    지난해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뒤로 일선 법원이 전범기업의 국내 재산 압류를 결정하고, 이후 피해자들이 압류된 전범기업의 국내 재산 매각 절차를 밟자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요리우리신문과 교도통신 등은 “일본 기업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게 되면 국가가 청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일본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 원고 측에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이 매각되면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외무성 간부는 한국 정부에 대한 배상 청구가 “법적인 조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30일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신일본제철이 피해자들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29일에는 강제징용 피해자 4명 등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미쓰비시가 피해자들에게 1억~1억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의 이런 결정을 바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은 신일본제철과 후지코시의 압류된 국내 재산의 매각명령신청서를 각 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또 미쓰비시의 국내 재산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미쓰비시에 대한 재산명시 신청을 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의 자산이 매각되는 사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고, 지난 19일에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 명령한 대법원 판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한일 기업이 위자료를 부담한다’는 내용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해법을 제시했지만 일본 정부는 즉각 거부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9회] “이러다 40주간 검증만” vs 7·8월 한여름 기다리는 양승태?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9회] “이러다 40주간 검증만” vs 7·8월 한여름 기다리는 양승태?

    법정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청석에 앉았다. 지난 5월 29일 첫 재판이 열린 날 가득 메워진 법정은 서류증거 조사에 돌입하자 바로 휑해졌다. 가장 넓은 대법정과 그보다는 작은 중법정에서 재판이 열리면 방청석에는 기자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그런데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8회 재판에는 10여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방청석을 채웠다. 재판 첫 날 부엉이 그림이 그려진 스티커를 옷에 붙이고 재판을 지켜보던 ‘두눈부릅 사법농단 재판방청단’에서 온 것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농단TF에서 중요한 증인신문 일정이 있을 때 참관하자며 모집한 시민 방청단이다. 당초 이날은 오전부터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19일 정 부장판사가 자신의 재판 일정을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고 밝혀 첫 번째 증인신문이 무산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 문건들을 작성한 것으로 지목된 정 부장판사의 증언을 듣기 위해 법정을 찾은 두눈부릅 방청단은 매 재판마다 반복된, 증거조사를 비롯한 재판 진행방식을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으로 오전 재판이 거의 통째로 쓰여지는 장면을 지켜봤다. ●첫 증인신문 무산…절차 공방으로 또 오전 재판 소모 지난 19일 7회 공판에서는 변호인들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의 압수과정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조사가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날 “임종헌 USB의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한지 여부는 앞으로 진행을 위해 증인신문 전에 바로 결정돼야 할 쟁점“이라면서 “오늘 조사할 증거들을 포함해 혹시라도 더 낼 제출할 의견이 있다면 늦어도 월요일(24일) 오전까지는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28일 예정된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의 증인신문 전에 임종헌 USB의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USB 압수수색의 위법성에 대해 변호인들이 많이 주장했지만 또 논의하다 보면 새로운 위법요소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26일 수요일을 언급했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의 마이크로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러자 변호인은 “그럼 화요일까지만…하루만 늦춰주십사…”라고 말했다. “충분히 주장을 냈고, 입증도 됐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주장할 게 남았냐”고 박 부장판사가 되물었다. 검찰도 “변호인이 또 뭘 검토하시겠다는지 잘 모르겠다. 공방이 충분히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 이뤄졌고 의견서로도 충분히 이뤄졌는데 자꾸 미루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 밖에 안 든다”며 재판장이 제시한 24일까지 의견서를 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저도 어떤 내용이 나올지는 알 수가 없다”면서도 “피고인들에게 기회를 드리겠다. 의견서 제출기한은 화요일(25일)까지로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의견이 일리가 있지만 워낙 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쟁점이라 철저하게 확인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검찰 ”변호인 말만 듣고…검사 의견 안 받아들이나“ 반발 다음은 검찰이 준비한 서증설명서에 대해서였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재판부께서 부적절하다 하셨던 부분, 증거능력 제도를 형해화(부실하게)할 수 있는 부분의 시정을 요청하셨는데 47~48페이지만 보더라도 양승태 피의자신문조서에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수첩이나 일정표를 캡처한 게 그대로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5월 31일 2회 공판 때 증거로 신청해 증거조사를 할 자료들의 간략한 내용과 입증취지를 요약한 서증설명서를 냈다. 그런데 설명서에 변호인들이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은 부분들이 포함됐다는 점을 변호인들이 문제삼아 재판부는 제출받았던 서증설명서를 곧바로 검찰에 돌려줬다. 법관에게 예단을 형성하게 해선 안 된다는 취지에 따라 동의되지 않은 증거를 재판부가 미리 봐선 안 된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또 같은 지적을 하자 박 부장판사는 “보지 못했다”면서도 곧바로 서증설명서를 검찰에 반환한다고 밝혔다. 당연히 검찰은 반발했다. “이번에는 재판장님이 지휘하신 사항을 고려해 전반적으로 다 수정한 걸 제출했고 쟁점과의 관련성, 입증취지에 대해서는 다른 증거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게 가능하다 해서 그 부분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변호인이 말한 부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인데 반환하겠다는 것은 검찰의 어떠한 의견진술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걸로 보여서 부당하다고 검사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증설명서를 재판부에서 보지 못한 상태에서 변호인 주장만 듣고 반환을 결정했는데 다음에는 변호인이 주장하는 우려가 있는지 봐주신 다음에 결정해 달라”는 요청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확인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냐는 문제가 있어 변론 내용 기초로 결정한 것이니 양해해달라”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검찰에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부터 증거능력 제도를 형해화시키기 위해 저희로서는 사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주장들을 하고 있는데…”라고 말하자 검찰은 “형해화시키기 위해서라는 표현을 자제해 주십시오. 근거가 무엇입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증만 하다 양승태 구속기간 만료“ vs ”시간끌기 아냐“ 잠시 뒤에는 검증과 증거방식을 놓고 또 부딪혔다. 지난 14일 4회 공판부터 재판에서는 임종헌 USB나 다른 방법으로 확보된 문건들의 파일과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출력물이 같은 것인지, 누군가 임의로 조작하지는 않았는지 동일성과 무결성을 따지는 검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양이 너무 많다 보니 검찰은 한 사람을 증인신문할 때 그에게 제시할 같은 문건이 여러 개라면 그 중에 대표순번을 정해 그것만 먼저 검증하고서 증인에게 제시하는 방식을 재판부에 제안했다. 검사는 “현재 증거의 5%를 검장하는 데 4회 기일을 소요했다. 이 속도면 80회 기일, 40주 동안 검증만 하고 어떠한 본안 심리도 없이 양승태 피고인의 구속기한(8월 10일)이 끝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검증절차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파일과 문건이 다른 것이) 페이지가 다른 경우, 글자체(폰트)가 달라진 경우, 출력물에 수기를 적은 경우, 문서작성일이 달라진 경우가 있었는데 출력한 컴퓨터 버전에 따라 달라진 것이고, 파일을 출력한 뒤 수사기관이 문서 위에 수기로 기재한 것이라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증거파일을 일일이 검증해야만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는 변호인들의 주장이 아직까지는 실익이 없이 재판의 진행만 늦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 사건에 등장하는 수많은 문건이 한 사람이 작성해서 완료된 게 아니라 심의관이 하나 작성해서 임 전 차장이 수정하고, 경우에 따라 다른 심의관에게 보내 수정을 하는 식으로 수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추가된 버전이 달리 있기 때문에 검사가 입증하려는 ‘피고인 등이 심의관에게 의무 없는 일로서 문건을 작성하게 했다는 것’을 확인하기위해서는 그 심의관이 작성한 보고서가 무엇인지 확인해서 제시하는 게 올바른 일”이라고 반박했다. “검사님 입장에서는 시간끌기로 보이지만 당연히 상식적으로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 부장판사는 “갑자기 재판부가 예정했던 것과 다른 진행에 관한 의견이 나와서 즉시 대답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오후 재판에서도 계속해서 검증이 이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 전 대법원장의 머리는 벽에 가까워졌다. 틈틈이 열심히 자료를 훑어보고 메모를 하던 박·고 전 대법관도 잠시 손을 놓고 멍한 듯한 표정이 늘어갔다. 지난 재판에서 더해져 1180개의 파일을 일일이 열어 글씨체와 날짜, 간인과 형광펜 자국, 페이지수를 모두 확인하고 있는 검증절차를 애초에 요구한 변호인들도 앞서 피고인 세 사람은 검증절차 동안에는 법정에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정해진 공판기일과 다른 검증기일을 따로 잡아 출석에 자유롭게 해달라는 것이다. 하루종일 지난한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게 그만큼 고역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금 하고 있는 검증은 공판기일에서 하는 검증으로 생각하면 된다. 검증을 하다 재판내용을 다루기도 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검증기일을 별도로 지정해야 하는 것도 번거롭고 부담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근혜 이르면 7월 대법 선고’ 보도에 양승태 측 ‘촉각’ 이날 저녁식사를 위해 오후 5시 30분쯤 휴정을 하고 한 시간 뒤 다시 법정에 모였을 때, 재판부가 들어서기 전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뒷줄에 앉은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해 몸을 돌렸다. “국정농단…전합…7월달…보도는 그렇습니다.” 한 시간 전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사건의 상고심에 대한 심리를 마쳤다고 알렸다. 이어 이르면 다음달 세 사람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있을 수도 있다는 속보가 나왔다. 그 내용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변호인이 설명한 것이다. “그게 일단 애매한 게…박 대통령…블랙리스트…다른 주장이긴 한데…직권남용…”의 단어들이 방청석으로 흘렀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대법원의 판단이 특히 주목되는 쟁점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가 뇌물로 인정되느냐로 꼽힌다. 그와 함께 또 다른 쟁점은 바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한 판단이다.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1·2심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따라 직접 블랙리스트를 총괄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마찬가지다.(김 전 비서실장 등의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은 쟁점이 남아있어 좀 더 심리한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는 사법부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등 이른바 ‘물의야기’ 법관 명단에 포함된 법관들에게 인사 불이익 조치를 했다는 혐의가 있다. ‘법관 블랙리스트’ 외에도 주요 혐의들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 직권남용죄에 대해 중요한 판례가 될 대법원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판단에 누구보다 관심을 가질 사람이 양 전 대법원장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일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변호인의 작은 목소리에 박·고 전 대법관도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판깨스트] ‘10세 성폭력’ 징역 8년→3년 판결 논란으로 본 아동 성폭력과 법

    [판깨스트] ‘10세 성폭력’ 징역 8년→3년 판결 논란으로 본 아동 성폭력과 법

    보습학원을 운영하던 이모(35)씨. 지난해 4월 한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A(10)양을 알게 돼 그날 밤 11시 44분쯤 인천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A양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차를 태워 서울 강서구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고, 거실에서 A양에게 소주 2잔을 마시게 했습니다. 술에 취한 A양은 잠을 자기 위해 안방에 있는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러자 이씨는 누워있는 A양을 올라타 옷을 벗기고 A양의 양손을 잡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성관계를 했습니다. 지난 13일 2심 판결이 선고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사건의 내용입니다. 항소심 판결을 내린 재판장의 파면을 요구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올 만큼 판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던 이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형이 확 줄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형이 낮아진 건 당초 이씨가 재판에 넘겨진 죄명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된 반면 항소심에서는 이 죄가 인정되지 않고 그보다 양형기준이 낮은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가 적용된 이유에서입니다. ●1심은 강간·2심은 미성년자 의제강간…어디서 차이났나 지난해 11월 인천지법의 1심 판결과 지난 13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한규현)의 2심 판결이 엇갈린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폭행과 협박’에 대한 판단입니다.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강간 범죄를 저질렀을 때 적용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죄는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에 처할 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이 만일 합의에 의해 성관계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미성년자임을 알고 성관계를 했다면 미성년자 의제강간죄가 적용됩니다. 3년 이상 5년 미만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형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폭행과 협박이 있었느냐의 차이가 적용되는 죄명부터 양형까지 아주 크게 달라지도록 합니다. 그럼 1심에서는 왜 폭행과 협박이 있었다고 인정됐다가 2심에서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을까요. 2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영상녹화물에 포함된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했는데 피해자에 대한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양손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누르는’ 방법으로 폭행을 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보통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피해 아동이 법정까지 나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사건 직후 해바라기센터나 경찰서에서 전문 조사관, 경찰과 상담 및 조사를 갖고 여기서 녹화된 진술이 법정까지 이어갑니다. 피해 아동이 사건에 대해 기억하고 말해야 하는 어려움을 반복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죠. A양도 사건이 일어난 지 2주 만인 지난해 5월 지역의 한 해바라기센터에서 피해조사를 받았습니다. 이 때 녹화된 영상이 유일한 직접적인 증거였다고 2심 재판부는 말하는 겁니다. 일부 사건에서 증인이나 물증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 사건에서는 이처럼 진술녹화 영상 속 피해아동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특히 피해 아동을 상담하는 해바라기센터 조사관이나 담당 경찰들은 매우 세심하게 아동들의 감정과 표현을 살피면서도 구체적인 진술을 얻어내야 해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사자가 어떤 답을 끌어내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A양은 해바라기센터에서 조사관과 마주 앉았는데 2시간 넘게 피해사실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사관이 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아이는 답을 피했고 밤 10시가 되어서야 피해사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A양은 “직접 폭행이나 협박을 당하지는 않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사관이 “그냥 누르기만 한 거야?”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입니다. ●유일한 증거인 녹화 속 진술… ‘그냥 누르기만 한 것’ 해석 차이 이를 두고 2심 재판부는 “이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누르게 된 경위, 피고인이 누른 피해자의 신체 부위,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느낀 감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서 “피해자의 나이가 만 10세에 불과하다는 사정을 염두에 놓고 보더라도 영상녹화물 부분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누른 행위가 피해자가 반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의 설명에 두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먼저, 과연 10살 아이의 진술이 얼마나 또는 어떻게 구체적이었어야 했는가. 게다가 A양은 소주 두 잔을 마시고 술에 취해 있었고 잠을 자려고 누워있었다고 했습니다. 소주 두 잔은 술을 잘 못 마시는 성인도 금방 취할 수 있는 양입니다. 자신의 양팔을 누른 건지, 상체나 하체, 신체 어느 부위를 어느 정도의 세기로 눌렀는지 자세히 말하는 게 얼마나 당연한 일일까요. 또 한 편으로는 “몸을 누르는 것 말고 때리거나 협박한 것은 없었냐”는 조사관의 물음을 10살 아이가 과연 어떻게 이해를 했을까입니다. “그냥 누르기만 한 거야?”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그 끄덕임 속에 담긴 A양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A양이 조사 과정에서 당시 상황을 말하길 꺼려하고 이씨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는 알려졌지만, 당시 상황에 대한 10살 아이의 감정이 조사과정에서는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이에게 꼬치꼬치 캐물었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몸을 누른 것에 대한 아이의 감정이 법정까지 제대로 전달이 될 수 있었어야 합니다. 재판부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양손을 잡아 누르는 방법으로 폭행했다는 부분에 관해 경찰 조사가 불충분하게 이뤄졌다”고 꼬집었는데, A양이 뒤늦게 사건에 대해 입을 연 지 30분도 안 돼 끝난 조사를 통해 결국 ‘그냥 누르기만 한 것’이라는 진술만 의미있게 남게 된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어머니가 딸에게 전해들은 말…1심은 판단 근거로 1심과 2심에서 또 한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냥 누르기만 한 것’에 대한 해석인데요. 1심에서는 A양 어머니의 법정 진술이 판결에 인용됐습니다. ‘A양이 피고인이 침대에 눕히고 강제로 옷을 벗기고 막 그러는 과정에 저항하다가 잠들었다고 말했다’는 내용입니다. 1심 재판부는 A양이 사건 이후 조사에서 사건이 일어난 경위부터 과정을 자연스럽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어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봤고, 특히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다고 말한 부분을 두고 A양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말했다고 판단했습니다. A양의 진술 자체가 신빙성이 높다는 판단에 어머니의 A양이 전한 피해사실이 더해져 강제성이 인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A양 어머니의 진술은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게 2심 재판부가 지적한 형사소송법의 내용입니다. 때로는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의 형사재판에서는 ‘나쁜 사람’과 ‘죄를 지은 사람’을 구분합니다.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이어져야 하고, 조금이라도 유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게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유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에 대해서도 매우 엄격하게 요건과 능력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316조 2항에는 “피고인이 아닌 사람의 법정 진술이 피고인 아닌 다른 사람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할 때는 원진술자가 사망, 질병, 외국 거주, 소재불명 그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해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 한해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A양 어머니의 법정 진술은 ‘전문(傳聞·전해 들은)진술’이기 때문에 유죄의 증거가 되려면 전해준 말의 원진술자인 A양이 법정에 나와서 자신이 어머니에게 그런 말을 한 게 맞다고 인정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A양이 결국 법정에서 직접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으니 A양 어머니의 법정 진술도 판단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10살 아이가 법정에 나올 수 없는 사정이 반드시 사망, 질병, 외국 거주, 소재불명, 그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에 포함돼야만 하는 법이 다시 한 번 야속하게 여겨집니다. A양은 경찰조사 단계에서 자필로 진술조서도 써냈다는데요. 이건 1·2심 법정 모두에서 판단 근거가 되지 못했습니다. 검찰이 아닌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수사기록은 피고인이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가 될 수 없고, 특히 피고인이 아닌 사람의 진술조서는 작성자가 법정에 나와서 확인해야만 증거가 된다는, 역시 형사소송법 규정 때문입니다. ●“아동의 언어로 진술 받고 재판서도 아동 특수성 인정돼야” 조사 과정부터 재판 절차까지 곳곳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띕니다. 지난 18일 선고한 지 닷새가 지난 뒤에서야 설명자료를 낸 재판부도 이런 점들을 해명하려던 것 같습니다. 설명자료를 낸 뒤 오히려 비판이 더 커진 것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앞서 지적했지만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부분은 A양의 진술에 요구했던 구체성이었죠. 무죄가 될 뻔한 사건을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라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고 재판부는 강조했지만 법정형의 가장 낮은 형인 징역 3년을 선고된 것이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검찰과 이씨가 모두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내 이제 최종 결론은 대법원이 판단하게 됐습니다. 아동 성폭력 피해자 사건을 맡은 경험이 많은 김재희 변호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일반적으로 아동들은 성폭력 피해를 겪고 난 뒤 매우 다양한 감정을 겪는다. 자신의 행동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죄책감을 갖기도 하고 부모의 반응에 따라 진술을 달리할 수도 있다. 아이들마다 자신이 느꼈다는 폭행과 협박의 느낌도 모두 달라 피해사실에 대해 여러 맥락의 진술이 나타날 수 있어 무엇보다 아이들의 언어로 피해상황을 설명하게 하고 이해해야 한다.” 또 많은 아이들은 자신이 당한 일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해 피해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사건 당시에도 지금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 모르니 강하게 저항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김 변호사는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항거(저항) 불가능한’ 상태를 강간죄의 요건으로 적용하도록 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동 성폭력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보다 성인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동의 특수성을 고려한 피해자 중심의 사고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 박근혜·이재용 상고심 심리 마쳤다…이르면 다음달 최종 판단

    대법원, 박근혜·이재용 상고심 심리 마쳤다…이르면 다음달 최종 판단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사건 재상고심에 대해 일단 심리를 마쳤다. 선고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르면 다음달 최종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21일 “피고인 박근혜, 최서원, 이재용 사건은 일단 심리를 종결했다”면서 “다만 추후 필요에 따라 심리를 재개하거나 선고기일을 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함께 대기업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하고 삼성으로부터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 등을 뇌물로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4월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고, 8월 2심에서 일부 뇌물 혐의가 추가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접수된 박 전 대통령의 사건과 함께 최씨와 이 부회장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세 사람의 재판에서 하급심마다 엇갈렸던 핵심 쟁점은 삼성이 지원한 말 3마리가 뇌물인지 여부여서 전원합의체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후임 공정위원장 하마평도 무성…경제부처 장관 교체 앞당겨질수도

    후임 공정위원장 하마평도 무성…경제부처 장관 교체 앞당겨질수도

    공정위원장 최정표 김남근 김은미 거론경제부총리·국토부장관 인사 가능성도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으로 발탁되면서 경제부처 장관 교체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공정위원장 인선이 이뤄져야 하는데다 내년 4·15 총선에 출마할 장관들의 교체 시기가 빨라질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21일 청와대와 경제부처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 후임으로는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인모임(민변) 부회장, 김은미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 등 외부 출신 인사들이 거론된다. 내부 발탁은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다. 최정표 원장과 김남근 부회장은 전문성과 개혁성을 겸비한 게 강점으로 꼽힌다. 판사 출신의 김은미 전 관리관은 공정위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린 여성이라는 점이 주목받는다. 1953년생인 최정표 원장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성균관대에서 학사(경제학), 뉴욕주립대에서 석·박사(경제학) 학위를 받았다. 이후 건국대 상경대 학장, 한국산업조직학회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김남근 부회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법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대법원 개인회생 자문단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이자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1960년생인 김은미 전 관리관은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1년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서울남부지법·서울중앙지법 판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을 거쳤다. 공정위 재직 시절 과징금 취소소송을 끌어올리는 등 전문성과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부터는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상임위원 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호승 차관의 청와대 이동으로 공석이 된 기재부 1차관에는 차영환 국무조정실 제2차장, 황건일 세계은행(WB) 상임이사, 송인창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다만 경제부처 인사 폭이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관가에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자리에서 물러나 총선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특히 김 위원장에게 자리를 물려준 김수현 정책실장이 부동산이라는 전공 분야를 살려 김현미 장관 후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권에서는 강원 출신의 경제통인 홍남기(춘천) 부총리와 최종구(강릉) 금융위원장의 총선 차출을 요구하는 기류가 강하다. 윤종원 경제수석이 경제부총리나 금융위원장에 발탁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성과 도출’을 목표로 출범한 2기 경제팀의 한 축이 경질됐는데, 다른 한 축(경제부총리)이 건재한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정책라인 경질이 경제부처 장관의 대거 교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빠르면 7월말로 예상됐던 총선 출마 예상 장관들의 교체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가에서는 현역 의원 신분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재임기간이 2년 가까이 된 최종구 금융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교체가 유력한 경제부처 장관으로 보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한 이낙연 국무총리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이번 청와대 정책라인 개편으로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권에서는 인재가 부족한 강원권 출신 홍 부총리의 총선 출마를 요구하는 기류도 있다.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윤종원 전 경제수석이 차기 경제팀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전 실장은 자신의 전공분야을 살릴 수 있는 국토부 장관에 기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전 수석도 금융위원장 후보군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경제팀 개편폭이 확대되면 경제부총리에 기용될 가능성도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후임 경제부총리에 선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황제보석’ 이호진, 8년 5개월 만에 ‘징역 3년’ 확정

    ‘황제보석’ 이호진, 8년 5개월 만에 ‘징역 3년’ 확정

    400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57) 전 태광그룹 회장이 8년 5개월간의 재판 끝에 징역형 실형을 확정받았다. 그는 건강 등을 이유로 재판 과정에 7년 넘게 풀려나 ‘황제보석’ 비판을 받았고 지난해 말 구속 수감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의 3번째 상고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조세포탈 혐의로 선고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원도 그대로 확정됐다. 이 전 회장은 실제보다 적게 생산된 것처럼 조작하거나 불량품을 폐기한 것처럼 꾸미는 방식으로 태광산업이 생산하는 섬유제품을 빼돌려 거래하는 이른바 ‘무자료 거래’로 42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1년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2004년 법인세 9억 30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았다. 1·2심은 공소사실 상당 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1차 상고심에서 횡령 액수를 다시 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2017년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횡령액을 206억원으로 산정해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번째 상고심을 심리한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조세포탈 혐의를 횡령 등 다른 혐의와 분리해서 재판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다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대법원 파기 취지에 따라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조세포탈 혐의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원을 선고했었다. 이 전 회장은 구속 이후 간암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와 보석 결정을 받아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버젓이 음주, 흡연을 하고 떡볶이를 먹으러 시내를 돌아다니는 모습 등이 목격되자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황제보석’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지난해 12월 2차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했다. 이후 이 전 회장은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한경연 “일본이 한국산에 관세 30% 올리면 수출 2조 8000억원 감소”

    한경연 “일본이 한국산에 관세 30% 올리면 수출 2조 8000억원 감소”

    한·일 관계 악화에 따라 일본이 한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대일 수출이 급감할 것이란 연구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1일 김현석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가 용역 연구한 ‘일본의 관세율 변화에 따른 우리나라 대일본 수출변화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일본이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대비 10%, 20%, 25%, 30% 인상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이에 따른 한국의 대일 수출 파급 효과를 분석했다. 관세 인상률 별로 연간 대일 수출영향은 10% 인상 시 수출 -2.2%(6억 8000만 달러 감소), 20% 인상 시 수출 -4.8%(14억 8000만 달러 감소), 25% 인상 시 수출 -6.3%(19억 3000만 달러 감소), 30% 인상 시 -7.9%(24억불 감소)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원고 측이 일본 피고 기업의 한국 내 압류자산을 매각하면 관세 인상, 일부 일본 제품의 공급 중단, 비자 발급 제한, 송금 정지 등으로 맞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관세율이 인상되면 대일 수출품목 중 의료용기기, 정밀기기, 광학기기군(광섬유 등), 알루미늄군, 수산물군(참치, 굴 등), 유기화학품군(메탄올 등), 기계류군(원자로, 보일러 등) 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율을 30% 인상하면 이들 품목군별 수출 영향은 광학기기군 -34.8%, 알루미늄군 -26.7% , 수산물군 -25.8%, 유기화학품군 -12.9%, 원자로·보일러·기계류군 -10.5%다. 김현석 교수는 “미·중 간 무역전쟁 격화로 하반기 수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의 관세인상조치가 있으면 우리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한·일 관계 악화가 관세인상 등 경제 분야로 이어지지 않도록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관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사설] 반사회적 차명 부동산의 재산권 우선한 대법 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 농지를 상속받은 A씨가 농지의 등기 명의자인 B씨를 상대로 소유권 등기를 자신에게 이전하라고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 농지는 A씨 남편이 2000년 관할 군수로부터 농지를 소유할 자격이 없으므로 팔라는 통지를 받고는 B씨 남편에게 불법으로 명의신탁한 땅이다. 부동산실명제가 1995년에 시행돼 벌써 20여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차명 부동산 원소유주의 재산권을 인정한다는 대법원의 주장은 해당 법의 안정성을 해칠 뿐 아니라, 국민의 법 감정과 정의 관념에도 어긋난다. 또한 이는 1997년 시행된 금융실명제가 이제는 사회질서로 자리잡은 것과도 비교된다. 부동산실명제와 금융실명제의 차이는 대법원이 2002년 9월에 이어 차명 부동산에 대한 반환청구 등 실소유자의 권리 행사를 계속 받아들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악영향이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을 내리면서 “부동산 명의신탁을 규제할 필요성과 현재의 부동산실명법이 가지는 한계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반대 의견(4명)과 같이 구체적 사건에서 불법원인급여(불법에 해당하는 원인으로 발생한 재산이나 노동의 제공) 적용을 긍정하는 법원의 판단에 의한 방법이 아니라 입법적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도 불법을 저질렀는데 소유권을 주는 것은 정의에 맞지 않고 부동산실명법 위반자에게 과징금(시가의 최대 30%)과 벌금(최대 2억원)까지 둬 등기를 회복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에 보완 대책을 요구하려면 대법원은 오히려 실소유자의 재산권을 이번에 부인했어야 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부동산 명의신탁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소수의견을 낸 조희대·박상옥·김선수·김상환 대법관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법률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유동적인 것으로 현재 우리 사회 일반인의 이성적이며 공정하고 타당한 관념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차명 부동산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는 ‘부동산 공화국’이란 비아냥과 부동산 투기와 탈세, 위법행위 등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심각한 수준이다. 장관급 등 고위직 지명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 인사청문회가 어떻게 했는지를 대법원은 돌아봐야 한다. 차명 부동산을 막을 방법을 정부와 국회가 마련해야 한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의 지적대로 차명 부동산은 “판례에 의해 유효성이 인정되기 시작한,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부끄러운 법적 유산”이다.
  • 대법 “차명 부동산, 실소유자가 되찾을 수 있다”

    차명 부동산에 대해 실소유자가 명의자로부터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할지를 놓고 대법원이 공개 변론까지 열어 고민했지만 결국 실소유자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부동산실명법상 금지된 명의신탁 소유권을 대법원이 재차 인정해 탈법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는 20일 부동산 실소유자 A씨가 명의자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9대4의 의견으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소송은 농지를 상속받은 A씨가 농지의 등기 명의자인 B씨를 상대로 소유권 등기 이전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1심과 2심은 2003년 확립된 판례에 따라 “이 사건 명의신탁 약정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불법원인급여란 불법적인 이유로 제공된 재산으로 민법상 반환 청구를 할 수 없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뒤집을 경우 사회적 파장이 클 수 있다고 보고 지난 2월 공개 변론을 열었다. 이후 4개월간 심리 끝에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재산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없다”며 기존 판례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희대·박상옥·김선수·김상환 대법관은 “헌법상 재산권 침해가 진정으로 우려된다면 판례 변경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오시영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정의를 실현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며 아쉬워했다. 다만 “소수 의견이 4명이란 점은 앞으로 대법원이 전향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라며 “타인 명의로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은 빨리 본인 이름으로 명의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오식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의신탁이 불법이긴 하지만 반사회적 행위로는 보지 않은 것”이라면서 “국민의 법 감정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피해 상처 치유가 본질” 韓기업도 배상 동참 양보안으로 日 압박

    “피해 상처 치유가 본질” 韓기업도 배상 동참 양보안으로 日 압박

    해결방안 제안으로 일본으로 ‘공’ 넘겨 외교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희망” 日 “제3국 통한 중재위 설치” 공식 요청 중재 무산 땐 ICJ 회부 韓 고립시킬 속셈정부가 일본의 즉각 반대에도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한일 기업이 함께 기금을 마련해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심사숙고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갈등을 키워 국제여론전으로 비화하려는 일본에 피해자의 고통 및 상처 치유가 문제의 본질임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의 제안을 일본이 거부했는데 향후 대응은 뭐냐’는 질문에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기본 입장하에 피해자 고통과 상처의 실질적 치유, 그리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강제징용) 사안을 신중하게 다뤄 오고 있다”며 “일본 측이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 치유 그리고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신중하게 지혜를 모아 나가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요구·제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할 수 없으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한국의 제안에 대한 공식 거부로 인정했다. 하지만 피해자 상처 치유를 위한 신중한 접근, 한일 기업의 위자료 마련 방안 등을 한국 입장으로 고수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르면 배상 주체는 일본 전범 기업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도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 정부는 외려 우리 기업이 배상에 동참하는 양보안을 낸 셈이다. 반면 스가 관방장관은 이날 한일 청구권 협정상 마지막 3단계인 ‘제3국을 통한 중재위원회 설치 방안’도 공식 요청했다. 3단계도 무산되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일본이 한국 제안을 거부하고 국제법 절차에 집착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 외교를 고립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비핵화 문제, 경제 교류, 한·미·일 동맹 등을 감안할 때 한국에 일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했고,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일본 측 페이스를 따라서는 안 된다는 제언이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이 원하던 대로 한국 정부가 해결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에 공은 일본 측에 있다”며 “일본이 국제법 절차만 고집한다면 1910년 한일병합조약의 합법성 판단 등을 조건으로 중재위를 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8회] 이번엔 “증거마다 출처 밝히라”… ‘임종헌 USB’ 또 공방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8회] 이번엔 “증거마다 출처 밝히라”… ‘임종헌 USB’ 또 공방

    하루 만에 다시 재판부와 검찰,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법정에 모였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마다 열리는 재판을 이례적으로 화요일에 한 번 더 진행한 이유다. 서증조사와 검증기일. 수많은 파일을 열어보며 글씨체가 왜 다른지, 이 부분에 왜 형광펜이 그어져 있는지, 출처가 무엇인지, 재판의 내용과 방식도 거의 비슷했다. 한 가지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면 피고인석에 앉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다. 전날과 달리 이들은 넥타이를 매지 않고 흰 셔츠에 양복만 걸쳤다. 전날 재판장이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협조 공문을 소개하며 여름에는 법정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된다며 “지금 바로 푸셔도 된다”고 농담을 건넨 뒤의 변화다. 넥타이 하나 풀렀을 뿐인데 고 전 대법관은 휴정시간에 다른 변호인들과 서서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등 한결 편안해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는 다르다. 고 전 대법관은 항상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의 옆에서 가장 분주하게 무언가를 적고 읽으며 매우 꼼꼼하게 재판의 진행상황을 체크한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의 7회 재판에서 고 전 대법관 측은 검찰이 압수수색한 증거들의 출처를 문제삼았다. 지난 14일부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확보한 법원행정처 문건 파일과 이를 출력해서 증거로 낸 검찰의 출력물 1142개가 서로 같은지 일일이 검증을 하고 있는 가운데 임 전 차장의 USB가 아닌 다른 곳에서 확보된 증거에 대해서 출처를 분명히 밝히라는 주장이다. 이른바 ‘실물 압수증거’라고 고 전 대법관 측의 의견서를 검토한 재판부가 언급했는데 형사소송법이나 관련 규정에 정식 명칭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흔히 쓰이는 개념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자료, 법원행정처나 이 사건의 고발인들이 임의로 제출한 문건 등 검찰이 입증자료라고 낸 문건들의 출처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선 재판에 이어 이날 재판에서 47건에 대해 추가로 조사할 것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원칙대로라면 기존에 신청된 증거들 가운데 입증자료라는 것을 다 서증조사 해야되는 게 맞겠지만 지금 서증조사의 목적이 실물 압수증거의 내용이 아니라 출처만을 심리하는 것이고 다른 변호인은 문제삼지 않고 고영한 피고인의 변호인만 문제삼고 있다”면서 “고영한 피고인의 변호인 측에서 문제삼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특정해서 출처를 입증하는 방식으로 하는 게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검찰과 변호인이 동의했고, 이날 점심시간 동안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검찰에 찾아가서 일부 ‘실물 압수증거’를 확인하고 오기도 했다. ●변호인들, USB는 압수수색 위법 주장 ·USB 외 증거는 ‘출처’ 문제삼아 ‘위법수집증거’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된 재판들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 사건의 ‘스모킹 건’으로 불릴 정도로 핵심 문건들이 확보된 임 전 차장의 USB가 검찰에 넘어간 과정은 임 전 차장의 재판 초반에도 치열하게 다퉈졌다. 이날 재판에서도 위법수집증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증거조사로 지난해 7월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이 담긴 문건들이 낱낱이 공개됐다. “지금부터 (증거순번) 1만 1705번부터 1만 1718번, 위법수집증거 관련 증거에 대한 서류증거를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재판부가 말했다.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되지 않았다는 것을, 또는 피고인들 입장에서는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것을 각각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조사하겠다는 말이다. 재판부는 이어 “지금 조사하는 증거들을 통해 재판부가 특히 알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는데 미리 말씀드리겠다”면서 “지난해 7월 21일 압수했던 임종헌 USB에서 일부 파일을 삭제한 정황이 있는지, 파일의 상세목록을 (임 전 차장에게) 교부했는지, 그리고 압수를 한 다음에 임 전 차장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바탕화면에 8635개의 파일 리스트를 저장해 주었는지, 압수수색 조서에 압수수색할 장소가 다르게 기재된 이유가 무엇인지, 또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무관한 파일을 압수했다는 주장이 있다.” 변호인들이 임종헌 USB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하는 이유들을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7월 21일 검찰이 임 전 차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 검증영장’이 공개됐다. 영장을 화면에 띄우고 검사가 주요 혐의를 요약한 소제목을 읽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사모 관련: 피의자 양승태, 박병대, 고영한, 임종헌’, ‘이판사판 야단법석 카페 관련 범죄사실’, 이어 ‘상고법원 정책추진과정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범죄사실’ 이후가 눈에 띄었다. ‘조선일보를 통한 여론조작 시도’, ‘지역 언론을 통한 여론조작 시도’, ‘상고법원 정책추진 과정 법무부 상대 빅딜 시도’, ‘오연천 명의의 기고문 게재 관련: 피해자 조선일보에 대한 업무방해’(지난해 검찰 수사 결과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을 찬성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울산대 오연천 총장의 이름으로 대필해 조선일보에 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압수수색 영장 속 행정처…언론·국회 상대로 상고법원 협조 전략 영장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는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회의원들과 관련된 재판에 개입해 상고법원 도입에 힘을 얻으려 했다. 임 전 차장은 ‘상고법원 공동발의 가능 국회의원’ 명단과 설득전략을 검토하도록 지시했고, 새누리당 김재원·김학용·김회선·나경원·노철래·유기준·윤상현·이병석의원을 찬성 명단에,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박영선·서영교·양승조·우윤근·최원석·최재천 의원을 설득 거절 의원 명단에 담았다. 마찬가지로 상고법원 도입에 협조를 얻기 위해 ‘국회의원 안덕수의 회계책임자 선거법 위반 사건’을 비롯해 몇몇 의원들과 관련된 내용, 접촉루트 등이 영장에 범죄사실 중 하나로 담겼다. 최유정 변호사, 김수천 전 부장판사 관련 내용,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현직 법관이 관련된 형사사건 재판 개입 관련 사건도 영장에 기재됐다. 다만 재판에서 영장에 기재된 혐의 사실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런 혐의들로 임 전 차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겠다고 했는데 임 전 차장의 USB는 압수수색에 적힌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는 게 위법수집증거 주장의 주요 쟁점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1. 주거지 2. 피압수자 등의 진술 등에 의해 압수할 문건이 다른 장소에 보관돼 있음이 확인되는 경우 그 보관장소’라고 적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동의로 사무실도 압수수색을 했고 캐비닛에서 USB를 꺼낸 것이라며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은 자신의 재판에서 USB를 꺼낸 캐비닛이 자신의 전용공간이 아닌 사무실 공용공간에 있던 곳이었고, 자신이 보관하지 않았다며 영장에 기재된 ‘보관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도 ‘“압수수색 영장의 취지는 주거지에 있는 대상 물건을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권한을 준 것이고 원칙적으로 주거지나 기타 적시된 곳이 아니라면 위법하다고 보는 게 맞다는 것”이라면서 “검찰의 설명은 주거지 PC에 있던 USB가 어디 있느냐고 묻다가 사무실에 있다고 해서 사무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했다는 건데 이미 임 전 차장의 협조로 물건을 제출받았음에도 사무실 PC도 보자고 하고 여러 흔적을 찾게 돼 추가로 USB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택에 있던 USB만 사무실에서 받아왔어야 하는데 USB를 핑계로 사무실 전체를 압수수색해 더 많은 증거를 찾아냈다는 주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영장주의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강해 이 부분에 대한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종헌 공판조서 양승태 법정서 낭독…변호인 ”영장주의 위배“ 또 USB 5개에서 확보된 8635개 파일 가운데 혐의와 관련된 내용만 검찰이 확보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파일들까지 모두 얻어 수사에 활용했다는 지적도 이어갔다. “별도의 절차로 입수할 수 있는 증거가 아니었다면 혐의 사실이 아닌 파일이 위법행위가 의심되는 파일이라도 눈감고 가셨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변호인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특히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의 혐의 중 하나인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으로 법원장들에게 현금을 지급했다는 내용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정보들을 입수해 위법행위에 대해 의심이 있다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보관실 운영비는 독수독과로 증거능력이 없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수독과(毒樹毒果)는 ‘독이 있는 나무의 열매에도 독이 있다’는 말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독수)에 의해 발견된 2차 증거(독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도 비슷하게 다뤄진 USB의 증거능력을 두고 이날 법정에서도 임 전 차장의 공판조서가 줄줄이 낭독되며 공방이 오갔다. 오후 3시가 되기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약 4시간을 USB를 입수한 과정이 복기됐다. 이후에는 또 다시 USB 속에 담겼던 파일의 원본과 검찰이 증거로 낸 출력물이 동일한 것인지 검증이 이뤄졌다. 이 같은 검증과 서증조사는 21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던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가 자신의 재판 일정을 이유로 증인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 부장판사는 재판부에 다음달 24일이나 26일이 법정에 출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날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오전에는 “불출석 이유를 아직 확인 못 했다”고 했다가 오후에서야 “재판 일정 때문에 어렵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증을 한 주요 목적은 증인신문에서 정 부장판사에게 제시할 문건의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증인신문이 한 달이나 뒤로 미뤄지자 검찰은 또 한숨을 쉬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판사 매수’ 혐의로 법정 선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판사 매수’ 혐의로 법정 선다

    니콜라 사르코지(64) 전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의 불법 대선자금 사건 재판과 관련한 정보를 얻는 대가로 판사에게 고위직을 보장하며 매수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이로써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1958년 출범한 프랑스 제5공화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형사 법정에 출석하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AFP 통신 등은 19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프랑스 최고 재판소인 파기법원이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사법방해 혐의에 대한 예심재판부의 기소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신청을 기각하고 사건을 원심인 파리형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경제범죄전담검찰(PNF)에 따르면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자신의 최측근 인사가 세계 최고 여성 부호였던 로레알 상속녀 고 릴리안 베탕쿠르로부터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베탕쿠르 사건’ 심리를 맡은 당시 파기법원 아지베르 판사에게 향후 대선에 당선되면 이웃 나라 모나코공국의 고위 사법 관련 직책을 주겠다며 매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측근은 재판에서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자신의 친구 겸 변호인을 아지베르 판사와의 중간 연락책으로 이용했으며 ‘폴 비스무스’라는 가명의 대포폰(차명 전화)까지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대법 “명의 빌려 등기한 부동산, 소유권 인정”…기존 판례 유지

    대법 “명의 빌려 등기한 부동산, 소유권 인정”…기존 판례 유지

    부동산실명법이 무효로 규정한 ‘명의신탁 부동산’을 인정해 비판을 받아 온 기존 판례를 대법원이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명의신탁이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한 사람이 대내적으로는 그 물권을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는 타인의 명의로 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부동산 소유자 A씨가 명의자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부동산실명법(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은 명의신탁 약정과 이 약정에 따른 물권 변동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02년 9월 당시 대법원은 명의신탁 약정은 법에 따라 무효지만 그 약정 자체가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지는 않는다며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날 공개한 결정은 기존 판례를 유지한 셈이다. 재판부는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의사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서 “부동산실명법을 어긴 채 명의신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불법원인급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불법성도 작지 않은데 부동산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것은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명의신탁을 금지하겠다’는 부동산실명법의 목적 이상으로 부동산 원 소유자의 재산권 본질을 침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희대·박상옥·김선수·김상환 대법관 등 4명의 대법관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면서 반대의견을 냈지만 소수에 그쳐 채택되지 않았다. 앞서 농지를 상속받은 A씨가 농지의 등기 명의자인 B씨를 상대로 소유권 등기를 자신에게 이전하라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등기한 명의신탁은 범죄자가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한 민법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 1·2심은 기존 판례에 따라 “무효인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다른 사람 명의의 등기를 마쳤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 2월 한 차례 공개변론을 열어 여러 의견을 수렴했다. 결국 대법원은 명의신탁 부동산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기존 판례를 유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정부안, 미흡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워…역사적 사실 인정·사과 내용도 없어”

    우리 정부가 한일 양국 기업의 공동 기금 방식으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일본에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자 피해자를 대신해 싸워 온 변호사와 단체들은 “미흡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대리인단은 19일 입장문을 통해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에는 ▲역사적 사실 인정과 진심 어린 사과 ▲배상을 포함한 적정한 피해회복 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추모와 역사적 교육 등을 통한 재발방지 노력이 포함돼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가 내놓은 입장에는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 인정과 사과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금전적 배상 측면에서도 정부 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소송대리인단은 “한국 정부 입장은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14명에 대해서만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지난해 한국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한일 양국 간 일제 강제동원 문제의 종합적 해결을 요구해 온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소송절차에 나서지 않은 피해자들이 배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건 문제라는 것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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