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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깨스트]‘양육비 나몰라라’ 부모에 경고한 법원 “생존권 위협”

    [판깨스트]‘양육비 나몰라라’ 부모에 경고한 법원 “생존권 위협”

    검찰 ‘벌금형’ 약식기소에법원, 국민참여재판 진행배드파더스 활동가 ‘무죄’비방 표현 안돼..기준 제시“아이는 매일 매일 자랍니다. 맞벌이도 힘들다고 하는데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는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지난 15일 수원지방법원에서 12시간 넘게 진행된 재판 끝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이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이 재판은 14일 오전 9시 30분부터 배심원 선정 작업에 들어간 뒤 변론, 평의를 거쳐 이튿날인 15일 자정이 넘어서야 선고가 이뤄졌습니다. 증인들의 증언이 이어질 때마다 법정은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한 증인은 피고인을 향해 “제가 그 자리(피고인석)에 앉아야 하는데 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무겁다”고 했습니다. 이들의 증언이 배심원단을 움직인 것일까요. 배심원단은 양육비를 주지 않은 부모의 신상을 공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드파더스’ 활동가 구본창씨에게 전원 무죄라고 써냈습니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사진과 이름 등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으로 양육비를 받아낼 수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신상 공개는 꽤 효과가 있었습니다. 2018년 7월 신상 공개를 시작한 뒤로 재판 직전까지 113명의 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아냈습니다. ●검찰 “침해 정도 크다” vs 변호인 “입법 부작위 해당” 하지만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양육비 미지급자로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 5명이 배드파더스 운영진과 제보자 사이를 연결해주는 대리인 역할을 맡은 구씨를 고소한 것입니다. 구씨를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재판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성범죄자도 예외적으로 공개합니다. 그런데 배드파더스는 (신상이 공개된) 피해자들에게 확인 절차를 거치거나 이의제기 절차가 없습니다. 인터넷에 개인 연락처까지 공개하는 것은 침해 정도가 상당하고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검찰은 구씨를 기소하면서 시민들 의견을 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시민위원회가 구속력이 있지는 않지만 9명의 위원 중 7명이 기소 의견을 냈습니다. 시민을 통해서 이 사건 공소가 이뤄졌습니다.” 당초 검찰은 구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이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하면서 이 사건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양육비 미지급 문제의 실타래가 풀릴 수도 있지만 영영 꼬일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구씨 등 피고인을 대리한 배드파더스 공동 변호인단도 사활을 걸었습니다. 10명이 넘는 변호인이 재판에 총출동했습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양소영(법무법인 숭인) 변호사가 최후변론에 앞서 지난해 1월 선고된 대법원 판례를 꺼내들었습니다. 월 소득이 줄었기 때문에 양육비를 감액해 달라는 사건에서 1, 2심은 사실상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는데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한 판례입니다. 당시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는 “종전 양육비 부담이 부당한지 여부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양육비의 감액은 일반적으로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양육비 감액 심판을 심리할 때는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양 변호사가 이 판례를 언급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대법원이 양육비 사안을 금전적 문제가 아닌 ‘자녀의 ‘복지’, ‘아동의 생존권’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양 변호사는 여세를 몰아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를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신상 공개를 허용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과 달리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령은 없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도 양 변호사는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입법 부작위’에 해당한다”며 오히려 이 사건을 계기로 법령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무죄’ 판결 이후 5건 해결...2700만원 입금한 부모도 14일 오후 9시 27분쯤 변론이 종결됐습니다. 검찰과 변호인 의견과 증인들의 증언을 청취한 배심원단은 이때부터 2시간 20분가량 평의를 진행했습니다. 만장일치로 구씨에 대한 무죄 평결을 내렸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고심이 있었나 봅니다. 재판이 다시 시작되면서 배심원단이 법정으로 입장하는데 지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15일 오전 0시 23분, 재판부가 선고를 시작했습니다. “판결을 선고할 때 피고인들은 잠시 일어서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법정에는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1심 결과는 ‘무죄’.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이창열)는 구씨의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대가를 받지 않았고, 양육비 미지급자들을 비하, 모욕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표현을 ‘전혀’ 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양육비 문제가 법률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양육비 채무의 불이행은 결국 자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로 단순한 금전 채무의 불이행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공개 목적이 비방이 아닌 ‘공공의 이익’에 있기 때문에 무죄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재판부는 양육비 미지급자를 향해서도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따끔하게 지적했습니다.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에 양육비를 주지 않던 아빠, 엄마들이 바빠졌습니다. 배드파더스에도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고 합니다. 배드파더스 홈페이지에는 ‘양육비 미지급 해결 건수’가 나옵니다. 재판 직전까지 113건이었는데 18일 오전 118건으로 늘었습니다. 무죄 선고 이후 3일 만에 5건이 해결된 것입니다. 2700만원을 받아낸 부모도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양육비를 못 받았던 아빠, 엄마들도 용기를 내게 됐습니다. 명예훼손 때문에 망설였는데 이제는 당당하게 합법적으로 신상을 공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무죄 끌어낸 변호인단의 반격...“아동학대 고소” 하지만 재판부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에 대한 신상 공개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은 아닙니다. 구씨와 함께 기소된 전모씨는 배드파더스를 통해 이혼한 배우자 신상을 공개한 것은 무죄를 받았지만, 전씨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한 행위에 대해서는 유죄(벌금 50만원)가 인정됐습니다. 배심원단도 만장일치로 유죄라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전씨가 SNS에 피해자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취지의 표현을 다수 사용했다”면서 “마치 재미있는 구경거리인양 글을 게시한 것이 일반 다수인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 무죄 판결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20대 국회에는 양육비 채무자의 운전면허를 취소·정지하거나 출국 금지, 형사 처벌하는 법안들이 다수 발의됐지만 정쟁 속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법령이 정비되지 않으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아빠’, ‘나쁜 엄마’들은 계속 나올 것입니다. 구씨는 재판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배드파더스 운영으로 저와 사이트 운영자들 고통이 큽니다. 법안이 통과되고 양육비 문제가 법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체계가 되면 당연히 문을 닫을 겁니다.” 배드파더스가 문을 닫는 날이 올까요. 국회에만 맡기기에는 우려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배드파더스 공동 변호인단은 아동학대 혐의로 양육비 미지급자들을 형사 고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양 변호사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것”이라면서 “그동안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처벌한 전례가 없지만 무죄 판결이 나온 이상 이제 기소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불법촬영 혐의’ 김성준 전 SBS 앵커 1심 선고 돌연 연기

    ‘불법촬영 혐의’ 김성준 전 SBS 앵커 1심 선고 돌연 연기

    지하철역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준(55) 전 SBS 앵커의 1심 선고가 갑자기 미뤄졌다. 재판부가 검찰이 김 전 앵커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할 때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박강민 판사는 17일 김 전 앵커의 1심 선고 재판을 연기하고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검찰은 피고인의 일부 범행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면서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발급받지 않았다”며 “이런 경우 영장이 다른 범행에도 효력을 미치는지가 쟁점”이라고 지적했다. 수사 과정에서 추가 범죄를 밝혀내기 위해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면 별도의 영장을 청구해 발급받았어야 했다는 취지다.법원은 최근 대법원에서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영장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개별적인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내려진 점을 언급했다. 검찰은 “영장이 관련성 있는 범행에서 효력을 발휘한다는 취지의 논문이 여러 개 있다”며 “이 사건에서는 충분히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도 이런 취지로 유죄가 선고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비슷한 최소 3개의 사건이 대법원에서 진행 중이라며, 선고가 늦어지더라도 이 사건들의 결과를 참고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의견을 밝혀 달라고 변호인에게 요구했다. 김 전 앵커는 지난해 7월 3일 오후 11시 55분 서울 지하철 2·5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사건 당시 범행을 부인했으나 이후 그의 휴대전화에서는 몰래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의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앵커는 경찰에 입건된 사실이 보도된 직후 사직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2월 4일 열린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이재용 파기환송심 “삼바 분식회계 증거 채택 안한다”

    이재용 파기환송심 “삼바 분식회계 증거 채택 안한다”

    특검, 승계작업 입증 차원 주장에도재판부, 이재용 측 주장 수용 결론손경식 CJ 회장 증인채택 취소 결정‘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의 기록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17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기일에서 “특검이 신청한 증거 중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등 다른 사건의 증거들은 채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개별 현안을 특정할 필요가 없고, 각각의 현안과 대가관계를 입증할 필요가 없으므로 추가 증거조사는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승계작업의 일환인 구체적 현안을 각각 따지는 재판이 아니므로 다른 사건의 판결문을 참조할 수는 있지만 그 재판의 증거까지 채택해 심리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특검은 1회 공판기일에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사건 등 일부 기록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관련한 청탁의 대상으로 개별 현안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현재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맞추기 위해 삼성바이오 회계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검은 “관련 사건 판결문들을 보면 승계작업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면서 “변호인들은 승계작업이 마치 통상승계와 동일하거나 기업의 일반 회계와 유사하다고 답변했기 때문에 승계작업을 입증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합병비율의 공정성과 분식회계는 이 재판의 심리 쟁점이 아니고 공소사실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으므로 적법한 양형 사유가 되지 못한다”면서 특검의 증거 신청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도 이 부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날 재판에서는 증인으로 채택된 손경식 CJ 회장이 출석하지 않았다. 손 회장은 지난 14일 일본 출장 등 이유로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 부회장 측은 “(손 회장이) 대통령의 재정지원 요구에 대해 증언하는 데 상당한 부담감을 가지시는 것 같다”며 증인 신청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특검이 재판장께서 다시 한 번 소환해주시면 특검 측도 출석을 독려하겠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양형 증인으로 신청된 점을 감안해 손 회장에 대한 증인채택 결정은 취소하겠다”고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총선 직행’ 판사들에 현직 판사 쓴소리 “법관의 통치 참여는 월권”

    ‘총선 직행’ 판사들에 현직 판사 쓴소리 “법관의 통치 참여는 월권”

    총선 앞두고 판사 3명 잇따라 사직현직 부장판사도 내부망에 비판 글“과거 동료 정치집단으로 매도말라”오는 4월 21대 총선 출마를 위해 판사 3명이 잇따라 사표를 제출한 것을 놓고 법조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가운데, 현직 부장판사가 “사법신뢰 회복에 도움이 안 된다”며 쓴소리를 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욱도(44·사법연수원 31기) 대전지법 홍성지원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법복 정치인 비판’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정 부장판사는 최근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판사들을 향해 “변신하는 분들은 법복을 벗자 드러난 몸이 정치인인 이상, 그 직전까지 정치인이 아니었다고 아무리 주장하신들 믿어줄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만 혐의를 감수하는 것이 아니다. 남은 법관들, 특히 같은 대의를 따르던 다른 법관들에게까지 법복 정치인의 혐의를 씌우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진(51·31기) 수원지법 부장판사와 장동혁(51·33기) 광주지법 부장판사는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며 지난 7일과 15일 법복을 벗은 바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지낸 최기상(51·25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도 지난 13일 사직서를 냈는데 정치권 영입 제안을 받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도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곧바로 사표 수리를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장판사는 “사법개혁을 바라는 입장”이라면서도 “법복 정치인의 손을 빌려 이뤄질 개혁은 달갑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발 과거의 동료들을 도매급으로 정치집단이라는 매도 앞에 내던지지는 말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면서 “그것이 당신에게 법관으로서의 입신 기회를 주고 정치인으로서의 발판까지 되어준 사법부에 대한 마지막 예의가 아닐까 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는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법관은 정치적으로 무능한, 정치성이라고는 ‘1’도 없는 바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법관의 정치성은 발현된 곳이 음지이건 양지이건, 밝혀진 때가 현직이건 전직이건, 방향이 보수이건 진보이건 상관없이 언제나 악덕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관이 악덕을 체현하며 다른 국가기관의 통치에 참여하는 ‘삼권분업’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이미 월권이라고 생각한다”며 “법관은 통치에 대한 통제를 위임받았을지언정 통치에 대한 참여를 위임받은 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법원, 유병언 일가에 “세월호 수습비용 1700억원 내라”

    법원, 유병언 일가에 “세월호 수습비용 1700억원 내라”

    1심, 국가 지출 비용 중 70% 책임재판부 “유병언 전 회장 책임 인정”장남 제외한 세 자녀 3분의 1씩 부담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국가가 지출한 비용 중 70%를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 이동연)는 17일 국가가 유 전 회장 일가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청구소송에서 “유 전 회장의 상속자인 세 자녀가 총 1700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청해진해운 회장이었던 유 전 회장은 임직원들의 위법 행위, 부적절한 업무집행을 알 수 있었는데도 감시·감독을 소홀히 했다”면서 유 전 회장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유 전 회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상속자인 유혁기와 유섬나, 유상나가 각각 3분의 1씩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남 유대균씨는 상속을 포기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며 국가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청구한 4213억 중 수색구조를 위한 유류비,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 장례비 등으로 쓴 3723억원을 인정했다. 이중 유 전 회장과 청해진 임직원들의 책임은 70%로 제한했다. 해양경찰청의 부실 구조, 한국해운조합의 부실 관리 등도 원인이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가 세월호 사고 관련 책임자들을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한 사건 중 승소 판결을 받아낸 것은 처음이다. 정부가 장남 대균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은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한 구상금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전통일까, 조롱일까 美 탄핵정국 불거진 ‘펠로시 펜’ 논란

    전통일까, 조롱일까 美 탄핵정국 불거진 ‘펠로시 펜’ 논란

    민주당 1인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서명 때 썼던 펜을 동료의원들에게 나눠주며 탄핵을 정치적 이벤트로 만들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펠로시 의장은 법안 서명 등에 사용한 펜을 기념품으로 배포하는 것은 워싱턴의 오랜 전통이자 관행이 아니냐는 반응으로 응수했다. 논란의 발단은 펠로시 의장이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소추안이 상원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탄핵안 서명 때 썼던 여러 개의 검은 색 펜을 동료의원들에게 ‘기념품’으로 나눠주며 불거졌다. 공화당 소속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이같은 모습에 대해 “결국 (펠로시 의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당파적인 연기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사실 미 의회에서 펜을 기념품으로 나눠주는 것은 일종의 전통처럼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BBC는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로 미 대통령들이 중요 법안에 서명할 때 많은 펜을 사용했고, 이를 역사적인 기념품처럼 제공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0년 건강보험법 서명 때 20개 이상의 펜을 사용했었고, 1998년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사용된 펜을 기념품으로 가져간 바 있다.하지만 의상이나 제스처로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를 구사하는 펠로시 의장의 이번 행동은 다분히 의도된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그는 하원의 탄핵안 가결 당시 장례식 예복을 연상케 하는 검은색 드레스에, 왼쪽 가슴에 하원의 권위를 상징하는 ‘공화국의 지팡이’를 작게 축소한 금 브로치를 달고 의사일정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나 배시 CNN 정치전문 수석은 “펜을 나눠주는 모습은 서명을 축하할 때나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같은 일이 일어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지금은 하원의장이 공개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자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상원 탄핵심판은 16일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상원의원들이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는 선서를 하며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이날 ‘검사’ 역할을 하는 7명의 소추위원은 상원에서 탄핵소추안을 낭독했다. 본격적인 심리는 21일부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펠로시 ‘32개의 펜’ 외에 美의회 탄핵 절차에 낯선 장면 셋

    펠로시 ‘32개의 펜’ 외에 美의회 탄핵 절차에 낯선 장면 셋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도하고 있는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탄핵소추안을 상원에 넘기는 과정에 소추안 서명 때 자신이 돌려 썼던 32개의 검정색 펜을 동료의원들에 ‘기념품’으로 나눠줘 입길에 올랐다. 영국 BBC는 4개의 은빛 쟁반에 8자루씩 모두 32개의 펜이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될 만한 범죄와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놓고 역사적 논쟁이 진행되는 이 때 또 하나의 질문이 정계를 달구고 있다”고 촌평했다. 법안이나 행정명령 서명에 사용된 필기구들이 기념품으로 배포되는 것은 프랭클린 D 루즈벨트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워싱턴의 전통’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지난 2010년 건강 보험법을 서명하며 22개의 펜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취임식 날 나눠줄 펜이 다 떨어졌다고 너스레를 떤 적이 있다. 전날에도 ‘펜 논쟁’이 벌어지기 몇 시간전 1단계 미중 무역합의 서명 때 사용한 펜을 배석자들에게 나눠줬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정책적 성과를 기리는 자리와 펠로시 의장 스스로 ‘즐거운 일이 아니다’라고 표현해온 탄핵의 중요 절차를 이행하는 자리는 엄연히 다르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트럼프 진영 인사들은 눈살을 찌푸렸고 나아가 분노를 품었다고 WP는 지적했다. 그동안 탄핵을 ‘정치적 승리’라기보다 엄숙한 헌법적 의무로 규정해온 펠로시 의장은 지난달 18일 탄핵소추안이 하원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도 트럼프의 ‘정치생명’에 사망 선고를 내리려는 듯 ‘상복 차림’으로 “오늘은 슬픈 날”이라고 읊조리며 환호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자제하라고 명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펠로시 의장이 이런 공화당의 반발을 짐작 못했을 리가 없다. 한달 가까이 시간을 끌며 수싸움을 벌여 온 펠로시 의장이 상원에 이관하면서 공화당을 향해 보낸 ‘무언의 몸짓’이었다는 것이다.공화당의 신경을 제대로 건드렸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탄핵 심판이 개시된 이날 상원 본회의 발언을 통해 ‘펠로시의 기념 펜’이야말로 ‘편견의 증거물’이라고 공격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 및 트윗을 통해 “어제 펠로시 의장이 기념 펜들로 탄핵을 축하하는 장면은 하원의 당파적 과정이 마지막으로 ‘완벽한 장면’에 응축돼 있었다”며 “엄숙하거나 진지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골적으로 당파적이고 정치적인 퍼포먼스이자 의식이었다”고 비난했다. ‘펜 논쟁’의 여파로 탄핵 심판이 시작된 이날 상원의원들의 배심원 선서식에서는 아무도 기념 펜을 받지 못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지난 199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개시일에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배심원 서약에 사용한 펜을 ‘역사적 장면’으로 기리기 위한 기념품으로 전달받았다고 방송은 소개했다. 다만 BBC는 이들 펜에 새겨진 철자가 잘못돼 다시 제작해 나중에 나눠줬다고 전했다.BBC는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독자들이 의아하게 여겼을 미국 탄핵 절차의 몇 장면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첫째는 전날 서명을 마친 뒤 하원 서기가 저유명한 로텐다 홀을 지나 상원에 두 조항의 탄핵소추안을 전달하기 위해 하원 의장대와 이날 지명된 7명의 소추위원(모두 민주당)들과 함께 행진하는 의식이다. 이 전통은 1868년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 때 처음 이뤄졌던 것으로 여겨진다. 널리 알려진 대로 존슨은 갑자기 탄핵 심판 전에 폐렴이 도져 숨졌다. 1998년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도 이어졌다. 그런데 민주당 하원 의원들은 16일에도 다시 한번 행진해야 했다. 매코넬 원내대표가 다시 한번 소추안을 공식적으로 시연해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두 번째는 중세 영어 ‘ye’가 왜 미국 상원에서 사용되느냐다. 통상 이 단어는 상원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16일 상원의 탄핵심판 절차가 개시됨을 알리면서 “여러분 들으세요(Hear ye, hear ye, hear ye), 모든 사람은 고통스러움에 침묵을 명 받았습니다. 하원은 도널드 존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을 상원에 송부했습니다”라고 선언했다. 찰스 E 그래슬리 상원 의장은 “그 메시지를 받아들입니다”라고 답한다.이 모든 절차에 대한 규정은 1868년에 처음 만들어져 1986년에 마지막으로 손질됐다. 고풍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데 진지함과 엄숙함을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고치지 않았다. 세 번째는 선서문에 서명하는 일이다.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이 탄핵심판위원장을 맡아 취임 선서를 하고 100명의 상원의원이 선서를 한 뒤 서명하고 이를 국립문서보관소에 소장한다. 번거롭게 왜 이렇게 하느냐면 여느 당파적이거나 입법 절차에 대한 표결과 달리 당파의 이해에 얽매이지 말고 정의롭게 판단하겠다는 다짐을 강제하는 의미를 갖는다. 상원은 그 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식 소환장을 발부했다. 그리고 21일 다시 소집해 본격적인 탄핵심판 절차에 들어간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근로정신대시민모임 일본 나고야 ‘금요행동’ 500회 집회 참여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돕고 있는 일본의 양심적 지원단체의 ‘금요행동’이 17일 500회를 맞은 가운데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등이 나고야에서 열린 이번 집회에 대거 참석, 공식 사과 등을 촉구했다. 17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일본 도쿄 미쓰비시 본사 앞에서 열리는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나고야소송지원회) ‘금요행동’ 500회 집회에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 할머니를 비롯해 20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1박2일 일정으로 도쿄 미쓰비시 본사 앞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 공식 사과와 대법원 판결에 대한 배상 이행” 등을 촉구한다. 또 양 할머니 등은 일본 외무성과 미쓰비시를 방문해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전달한다. 일본인으로 구성된 나고야소송지원회는 지난 2007년 7월20일부터 도쿄에서 첫 시위를 시작했다. 단체는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8명이 지난 1999년 3월1일 일본정부와 미쓰비시를 상대로 나고야 지방재판소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1심에 이어 2007년 5월31일 항소심까지 연거푸 패소했지만 법원이 일본정부와 미쓰비시 측에 의한 강제연행과 강제노동 책임을 인정한 것에 희망을 걸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 미쓰비시의 등 주요 기업 사장단 회의가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것을 알고 이 시기에 맞춰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2010년부터 8월부터 2012년 7월까지 2년여동안은 미쓰비시 측과 협상이 이뤄져 시위를 중단했지만 최종 결렬돼 다시 투쟁을 시작했다. 이 단체는 “너희가 한국 사람이냐. 한국에 가서 살아라”라는 등의 조롱 섞인 비판도 받았지만 나고야에서 도쿄까지 왕복 700㎞ 거리를 다니며 배상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나고야소송지원회의 투쟁이 힘을 잃어갈 무렵 2009년 3월 광주에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모임이 결성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한국과 일본에서 강제동원 문제 해결 목소리가 높아지자 미쓰비시 측은 ‘근로정신대 문제에 대한 협의체’ 구성을 수용했지만 이마저도 결렬됐다. 일본에서의 활동은 한국에서 성과로 나타났다. 나고야소송지원회가 10년 동안 재판을 위해 조사한 피해 입증 자료가 한국 재판에서 유력한 증거로 활용됐으며 결과 지난 2012년 5월24일 대법원이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소송과 관련 기존 판결을 뒤집고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또 지난 2018년 11월에도 양 할머니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다. 근로정신대시민모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와 전범기업은 사과는 커녕 오히려 판결을 악의적으로 트집 잡으며 한국 사법부 판결 명령을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이번 500회 집회를 계기로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에 대한 사과 요구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금요칼럼] 안태근,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원/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금요칼럼] 안태근,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원/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1991년 10월 11일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인준을 위한 청문회가 열렸다. 예일대 법학박사와 기회균등위원장을 지낸 흑인 남성 클래런스 토머스가 후보자였다. 흑인으론 당시 두 번째였던 대법관 인준을 위한 이 청문회는 미국 의회 역사상 가장 큰 오점을 남겼다. 기회균등위원회에서 같이 근무했던 애니타 힐이 후보자를 성희롱 가해자로 고발했고 청문회는 힐과 그녀의 증언을 의심하고 조롱하는 백인 남성 상원의원들의 전쟁터가 됐다. 사흘간 TV로 중계된 청문회에서 힐은 토머스의 집요한 데이트 요구와 파렴치한 언어적 성희롱에 대해 증언했지만 결과는 58대42 토머스의 승리로 끝났다. 이유는 논쟁의 프레임이 ‘성희롱’이 아니라 ‘인종차별’로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토머스는 자신의 성희롱에 대한 고발을 흑인 남성의 대법관 임명을 막으려는 인종차별적 음해로 몰아붙였고 남성 상원의원들은 이에 동조했다. 지난 주말 한국의 대법원은 1심, 2심에서 부하인 여검사를 성추행한 뒤 보복 인사 조치해 유죄판결을 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7쪽 분량의 판결문 취지는 직권남용죄는 성립하지 않으며 인사권의 재량 범위를 위법적인 수준으로 넘어섰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한 보도의 지배적 해석은 인사권자의 재량을 지극히 넓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법조계 최고 권위자들의 판단에 문외한으로서 일일이 따져 묻는 것이 민망하기는 하나 그렇기 때문에 더 분명하게 물어야겠다. 사실심리보다 법리판단에 비중을 두는 대법원 판결이라도 개별 사건은 사실과 법리의 연관 속에서 판단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첫째, 이 사건의 핵심은 무엇인가? 어떤 이해관계도 없는 인사권자가 사심 없이 내린 결정의 위법성을 따지는 문제인가? 아니면 성희롱 행위자로 지목돼 불편한 관계에 있던 인사권자가 피해자에게 검찰인사준칙과 관행을 깨면서까지 유례없이 불리한 조치를 행한 사건의 정당성을 가리는 것인가? 후자라면 이 사건은 단순히 인사권의 재량 범위가 아니라 성희롱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맥락이 우선적인 조건이 되고 그 위에서 행위의 적법성을 따져야 할 것이다. 둘째, 대법원 판단 과정에서 박균택 전 법무연수원장이 후배의 가정생활을 배려한 민원을 넣고 이것이 수용돼 서지현 검사가 통영지청으로 갔다는 주장은 원심 판결을 뒤엎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 검사도 어린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근무 부담이 많은 지청에 근무했었다. 권력자를 통해 청탁해 온 검사를 위해 이미 지청 근무를 마친 비슷한 상황의 검사를 희생시키는 결정의 투명성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청탁을 들어주기 위해 인사준칙까지 깬 행위는 단지 ‘부적절’한 수준인가? 이중, 삼중의 부적절한 판단이 중첩될 때 그것은 ‘부적절’보다는 ‘위법’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위법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에 문제는 없는가? 셋째, 이 판결이 가져올 후폭풍이다. 앞으로 공공은 물론 민간 부문에서도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는 더욱 입을 다물고 움츠려들 것이다. 대부분 상사와 부하직원 관계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성희롱은 인사 조치로 마무리된다. 여기서 인사권을 가졌거나 인사권자와 가까운 사람이 가해자일 경우 피해를 따지는 행위는 위험천만한 일이 될 것이다. 법은 결국 권력자의 편에 선 것일까? 대법원은 미투운동의 역사를 지우려는 것일까? 그들의 의도에는 관심 없다. 문제는 그 판단이 가져올 결과다. 참고로 교수로 활동하던 애니타 힐은 2017년 말 미국영화산업 직장내성희롱?평등증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청문회 당시 상원 법사위원장이던 조 바이든은 이후 힐에게 사과했고, 청문위원들은 ‘준비가 부족했다’고 고백했다. 2020년 한국의 대법원은 준비가 돼 있는지 묻고 싶다.
  • ‘보통국가’ 꿈꾸는 아베의 외교, 실리 못 챙기고 빈 수레만

    ‘보통국가’ 꿈꾸는 아베의 외교, 실리 못 챙기고 빈 수레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베노믹스’(아베+경제) 못지않게 자신의 큰 치적으로 부각시켜 온 것은 ‘외교’였다. 그가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7년여 동안 국가와 대륙을 가리지 않고 활발한 외교 행보를 펼쳐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외교의 아베’는 그가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 재임 기록을 세우는 데 큰 보탬이 되기도 했다. 부활한 일본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전방위 외교를 펼침으로써 전 세계 영향력을 확대하고 나아가 전범국가의 ‘족쇄’를 벗어 버리는 것. 정식으로 군대를 보유한 이른바 ‘보통국가’로의 전환을 꿈꾸는 아베 총리의 욕망이다. 그러나 한일 관계를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간 데서 나타나듯 아베 외교는 실리가 결여된 빈 수레라는 평가도 끊이지 않는다.아베 외교의 골격은 미일 동맹과 한미일 3각 공조를 기축으로,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인도·동남아·중동 등지를 포함한 아시아 전체 및 유럽과 유대를 강화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한 해 동안에만 5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을 정도로 빈번한 접촉을 하며 결속 강화에 노력했다. 2012년 중일 영유권 분쟁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면서 관계가 냉각됐던 중국과는 어느덧 ‘셔틀외교’(정상 상호 방문)를 추진하는 단계로까지 호전됐다.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체결과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등 이른바 ‘전후 외교의 총결산’도 아베 정권이 설정해 놓은 중요한 외교과제다. 일본 외무성이 발간한 2019년판 외교청서는 첫머리에서 “세계의 안정과 번영을 떠받쳐 온 국제질서가 다양한 도전을 받고 있는 만큼 일본은 지금까지보다 더 큰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일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방위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베 정권은 ‘전 지구적 과제에 대한 대응’, ‘중동의 평화와 안정에 공헌’ 등을 중점 추진 분야로 설정했다. ●日 외교청서 “세계 안정·번영에 더 큰 역할”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자신의 업적으로 남길 수 있는 ‘아베표 외교 유산’을 만드는 데 강한 집착을 보여 왔다. 북한과 러시아를 둘러싼 전후 외교 총결산이라는 거창한 주제도 그런 강박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방팔방 동분서주하는 모습만 보이지 실제로 얻어낸 것은 거의 없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굴하다’는 말까지 들어 가며 갖은 공을 들였지만 오랜 ‘갑을 관계’의 굴레 속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움직임을 불안하게 주시해야 하는 상황은 여전하다. 실제로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 미일 무역협상, 미일 안보비용 분담 등 이슈가 나올 때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업신여김이나 따돌림을 당하는 수모를 여러 번 겪었다. 미국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의 기술’을 알지는 모르지만 ‘아첨의 기술’에 관한 한 아베 총리가 한 수 위”라고 비아냥대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한 개인 관계로 어떤 부분을 얻어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현실론을 편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악화됐을 때 닥칠 영향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일본이 미국에 저자세 외교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대안 없는 비난에 불과하다”며 “미국과의 관계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연후에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얘기”라고 말했다. 일본과 중국의 관계는 201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명분으로 급격히 호전됐다. 올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할 예정이다. 양국 모두 외교·안보와 경제적 요인 등 복잡한 셈법이 바탕에 깔려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우방들에조차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제의 목적도 있다. 그럼에도 양국 갈등의 핵심인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경비정 등 중국 공선의 센카쿠열도 접속수역 진입 횟수가 1000회를 넘어서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독자기술로 건조된 최초의 항공모함 ‘산둥’함이 공식 취역해 일본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테이블 위에서는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으면서 아래로는 서로 발길질을 해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전후 외교 총결산의 양대 과제인 북한과 러시아 문제는 둘 다 진전이 없다. 아베 총리는 2018년 후반부터 태평양전쟁 종전 당시 러시아에 의해 불법으로 점령당했다고 주장해 온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4개 섬 분쟁을 해결한 뒤 일러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것을 서둘러 왔다. 여기에는 일본의 경제협력이 절실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것도 이유가 됐다. 그러나 양국의 협상은 암초에 걸려 거의 꿈쩍도 안 하고 있다. 오히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지난해 8월 이곳을 직접 방문해 “여기는 우리 땅”이라고 쐐기를 박으며 당초 ‘4개 섬 전체 반환’에서 ‘2개 섬만 반환’으로 요구 조건을 낮추기까지 한 일본을 무색하게 했다. 나카무라 이쓰로 쓰쿠바대 교수는 “아베 정권은 북방영토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다 러시아에 약점을 잡혀 이용만 당하고 외려 손해를 봤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일관되게 북한을 압박해 오던 아베 총리는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조건 없는 대화’를 내걸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북한으로부터 “아베 패당의 낯가죽 두텁기가 곰 발바닥 같다”는 원색적 비난만 들어야 했다. 이에 대해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외교에서 접근을 유연하게 바꿔 나가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갑작스러운 전환은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협상이 정체 상태에 빠지자 북한 쪽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미중 저자세 반감에 대한국 강경 외교로 상쇄 2018년 10월 대법원의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빌미로 본격화된 한국에 대한 초강경 자세는 1년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일본 보수층을 기반으로 하는 아베 정권의 근저에 한국에 대한 우월 의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미국, 중국 등과의 저자세 외교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대한국 강경 자세를 통해 상쇄해 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아베 총리는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서도 자신이 발로 뛰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이달 11~15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 3개국을 순방했다. 그는 “일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평화외교를 강력히 전개할 것”이라고 순방의 의미를 말했지만 실질적으로 중동 정세의 안정을 위해 한 역할은 거의 없다.●“본인만의 성과 없어 조급증 커져” 지적 일본의 한 전략연구소 관계자는 “최장기 집권 기록을 세운 아베 총리로서는 뭔가 ‘이것’이라고 말할 만한 가시적 성과에 대한 조급증이 커졌을 것”이라며 “그동안 장기 집권 총리들이 저마다의 외교적 이정표를 세웠던 것과 비교할 때 본인만의 성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외교관인 다나카 히토시 일본종합연구소 전략연구센터 이사장은 아사히신문에 “외교에서는 국내 정치에 대한 고려 등을 앞세우지 말고 객관적이고 치밀하게 국익에 근거한 전략을 취해야 하지만 현재 일본 외교에서 그런 부분이 감안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야케 구니히코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 연구주간은 뉴스위크 기고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동아시아 외교·안보 환경에서 일본의 국익과 존재감을 높이려 노력했고 대체로 무난한 결실을 맺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미일 동맹 관계가 지금처럼 돈독했던 적은 없었다”면서 “잘 지내기가 어려운 버락 오바마, 트럼프 두 정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양국 동맹의 유지·확대를 이끌어 낸 공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현직판사 줄줄이 총선 직행… 재판 차질·사법 중립성 훼손 우려

    현직판사 줄줄이 총선 직행… 재판 차질·사법 중립성 훼손 우려

    전두환 재판 법원 정기인사 이후로 연기 일각 “특정 정치적 입장 갖고 재판” 비판 법조 “퇴직 후 일정기간 출마 금지해야”오는 4월 15일로 예정된 21대 총선 출마를 위해 3명의 현직 판사가 줄줄이 사표를 제출하자 법조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갑작스런 사직에 당장 진행 중이던 재판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법부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16일 대법원에 따르면 다음달 24일로 예정된 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이날까지 3명의 판사가 사직서를 냈다. 이수진(왼쪽·52·사법연수원 30기) 수원지법 부장판사와 장동혁(가운데·51·33기) 광주지법 부장판사가 총선에서 지역구로 출마하겠다며 지난 7일과 15일 각각 법복을 벗었다. 13일에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지낸 최기상(오른쪽·51·25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사직서를 냈는데 정치권 영입 제안을 받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법관 정기인사에 맞춰 사직서를 제출·수리하는데 이들이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인 16일 이전에 사표를 냈고 대법원도 곧바로 수리했다. 법관들이 갑자기 사직하면서 당장 재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재판장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을 1년 가까이 맡았던 장 부장판사의 재판은 모두 정기 인사 이후로 미뤄졌다. 같은 법원의 형사5단독 황혜민 부장판사가 임시로 사건을 맡기로 했지만 정기 인사를 한 달도 채 안 남기고 두 재판부의 사건을 모두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최 부장판사가 맡던 북부지법 민사항소2부의 재판장 자리는 조우연 민사항소3부 부장판사가 임시로 재판장을 맡고 나머지 두 명의 배석판사들이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법관이 법복을 벗자마자 총선으로 직행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에 타격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이들 법관들이 맡았던 재판의 중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사법부가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오해를 키울 수 있어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장 부장판사는 전두환씨의 재판에서 전씨가 고령이라는 이유로 불출석을 허가했다”면서 “시민들에게는 이런 결정 하나도 정치적 판단이었을 수 있다는 의심을 가져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장 부장판사는 “현실 정치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더 신중하게 재판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판사들의 여의도 진출은 이전에도 있던 일이다. 지난 20대 총선 때는 송기석 전 국민의당 의원과 박희승 전 수원지법 안양지원장이 총선 3~4개월을 앞두고 판사봉을 내려놓았다. 18대 총선에서는 홍성칠 전 대구지법 상주지원장과 김경호 전 창원지법 밀양지원장이 1월에 사표를 제출했다. 다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세 명이 법원을 떠나는 건 이례적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판사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지만 사법 불신을 조장하지 않으려면 법원조직법에 법관 퇴직 후 일정 시간 총선 출마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 9일 법관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으면 대통령비서실 직위 임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KBS 세월호 보도 개입 이정현 벌금형…법 제정 32년 만에 ‘방송간섭’ 첫 유죄

    KBS 세월호 보도 개입 이정현 벌금형…법 제정 32년 만에 ‘방송간섭’ 첫 유죄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한국방송공사(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62) 무소속 의원이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1987년 방송법 제정 이후 ‘방송 간섭’을 이유로 나온 첫 유죄 확정판결이다. 다만 벌금형 확정에도 그의 의원직은 유지된다. 선거법 위반이 아닌 범죄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는 16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방송 편성에 간섭해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것은 이 의원이 처음이다. 방송법은 방송 편성에 간섭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KBS가 정부와 해양경찰청의 대처를 비판하는 보도를 이어 가자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 ‘5일 후에, 10일 후에 어느 정도 정리되고서 하면 안 되느냐’는 등 방송 편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을 맡고 있었다. 1심은 “이 의원의 행위는 단순한 항의 차원이나 의견 제시를 넘어 방송 편성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에 해당한다”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이 의원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실제 방송 편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이 의원의 행위가 관행 또는 홍보수석으로서 공보 활동 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했다. 다만 이 의원이 방송법상 간섭의 뜻이 불분명하고 단순 의견 제시까지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은 기각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 의원은 선고 뒤 “여전히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세월호 유족에게 위로가 돼 주기는커녕 또 다른 상처가 됐을 것을 생각하면 송구하고 마음이 무겁다”며 “사과드린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 의원은 최근 서울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속보] ‘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벌금형 확정…방송법 첫 유죄

    [속보] ‘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벌금형 확정…방송법 첫 유죄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한국방송공사(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62) 무소속 의원이 10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방송법 제정 32년 만의 첫 유죄 확정판결이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의원직은 유지된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확정받거나, 선거법 위반 외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 의원은 세월호 참사 뒤인 2014년 4월 21일과 30일, KBS가 정부와 해경의 대처를 비판하는 보도를 잇따라 하자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 ‘10일 후에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 하라’고 편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美 하원 트럼프 탄핵소추안 상원에 넘겨 “21일 탄핵심판 시작”

    美 하원 트럼프 탄핵소추안 상원에 넘겨 “21일 탄핵심판 시작”

    미국 하원이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상원으로 넘기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지난달 18일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뒤 약 한 달 만에 탄핵안이 상원으로 넘어가 탄핵 심판을 시작하기 위한 요건이 갖춰졌다. 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용된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두 건의 탄핵소추안을 상원으로 보내는 안건과 탄핵심리에 ‘검사’ 역할로 참여할 소추위원 7명 지명 안건에 대해 투표를 진행해 승인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228표, 반대 193표였다. 이는 거의 정당 노선 그대로 표결에 반영된 것으로 AP 통신은 분석했다. 하원 재적 의석 수는 공석 4석을 제외한 431석(민주 233석, 공화 197석, 무소속 1석)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7명 전원이 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된 7명의 탄핵 소추위원을 지명했으며하원 탄핵소추안 작성을 이끈 제럴드 내들러 법사위원장과 하원 탄핵조사를 주도한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이 포함됐다. 상원에서 진행될 탄핵 심리에 앞서 준비 절차는 이번 주 후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AP는 설명했다. 탄핵안을 넘겨받은 상원에서는 준비 절차를 거쳐 다음주 중 탄핵 심리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펠로시 의장은 탄핵소추안에 서명하기에 앞서 “국가의 이익을 약화시키고 취임 선서를 위반했으며 (차기 대통령) 선거를 위험에 빠뜨린 대통령의 행동들이 우리 나라에 너무 비극적이고 너무 슬픈 일인 탓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의 내용은 큰 소리로 낭독됐으며, 이후 탄핵 소추위원 등이 파란색 서류철에 담긴 탄핵소추안을 상원에 직접 전달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16일 정오 탄핵 소추위원들을 상원에 초대해 탄핵소추안을 공식적으로 읽을 예정이다. 오후 2시 상원의 탄핵 심판 재판장을 맡을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상원에 와 선서를 할 예정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탄핵심판은 화요일(21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옹졸한 당파싸움을 넘어설 것을 맹세하며 우리나라와 우리의 제도를 위해 공정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핵심판은 2주 안에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백악관은 내다봤다. 하원과 달리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장악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무죄 선고를 통해 탄핵안이 기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상원 의석 분포는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이다. 탄핵소추 항목에 유죄가 나오려면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100석 기준으로 6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하원 표결 몇분 전에 백악관에서 진행된 미중 무역합의 1단계 서명식에 참석한 공화당 하원 의원들을 향해 “여러분이 여기 앉아서 소개받는 것보다 투표하는 편이 더 낫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여유를 부렸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트럼프 탄핵안’ 상원行… 다음주 심판 시작

    ‘트럼프 탄핵안’ 상원行… 다음주 심판 시작

    미국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010년 대법원의 ‘시티즌 유나이티드’ 판결(정치헌금 상한선 철폐) 10주년을 맞아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 탄핵심판을 위한 탄핵 소추위원 지명 표결을 15일 실시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에 따라 상원 탄핵심판이 다음주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워싱턴DC UPI 연합뉴스
  • ‘트럼프 탄핵안’ 상원行… 다음주 심판 시작

    ‘트럼프 탄핵안’ 상원行… 다음주 심판 시작

    미국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010년 대법원의 ‘시티즌 유나이티드’ 판결(정치헌금 상한선 철폐) 10주년을 맞아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 탄핵심판을 위한 탄핵 소추위원 지명 표결을 15일 실시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에 따라 상원 탄핵심판이 다음주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워싱턴DC UPI 연합뉴스
  • “헬스장 연회비 면제 회원에 보증금 요구 부당”

    “헬스장 연회비 면제 회원에 보증금 요구 부당”

    연회비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고가의 스포츠센터 회원권을 분양받은 회원들에게 과도한 추가 보증금 납부를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는 서울 서초구의 A스포츠센터 특별회원 386명이 센터 운영사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스포츠센터는 문을 연 1985년부터 1991년까지 일반회원과 특별회원 두 방식으로 회원을 모집했다. 특별회원은 일반회원보다 2배가 넘는 461만원의 가입비를 받는 대신 일반회원이 매년 내는 연회비 36만원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센터는 이후 리모델링 공사 비용 및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2012년 일반회원의 연회비를 20% 이상 올리며 특별회원에게도 일반회원 대비 3분의2 수준의 연회비를 부담하거나 25개월치 연회비 수준의 보증금을 내라고 통보했다. 그러자 특별회원들은 “추가 보증금이나 연회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해 고액의 추가 보증금을 요구할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센터 측 손을 들어줬다. 1985년부터 2012년까지 일반회원의 연회비가 8배 가까이 인상됐고 물가가 2배 이상 오른 점 등을 들어 추가 보증금 산정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시설 공사비가 43억원가량 들었는데 특별회원 600명에게 4775만원씩 추가로 받으면 286억 5000만원에 이르러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센터 공사 비용 일부를 분담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다”면서 “증개축 관련 비용도 심리,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또 재판 보이콧… ‘총 32년형’ 박근혜 첫 파기환송심 5분 만에 종료

    또 재판 보이콧… ‘총 32년형’ 박근혜 첫 파기환송심 5분 만에 종료

    뇌물죄 별도 선고 형량 더 늘어날 수도 2월 말이나 3월 초에 선고 있을 듯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68) 전 대통령이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10월부터 모든 재판을 ‘보이콧’하고 있다. 재판부는 결국 다음 공판기일을 오는 31일로 정하며 재판을 마무리했다. 15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석준)의 심리로 진행된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은 불과 5분 만에 끝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오는 31일 오후 5시에 다음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검찰의 구형과 변호인의 최후변론까지 듣는 결심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날 결심공판이 이뤄지면 2월 말이나 3월 초 선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짧은 재판이 끝나자 방청석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판사님, 헌법으로 재판하세요”라고 크게 소리쳤다. 이어 “(대통령이) 선물받은 게 그렇게 죄냐”, “3년간 시간을 들여 겨우 이런 재판을 하냐” 등 고함을 질러 소란이 일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특활비 사건으로는 2심에서 징역 5년과 추징금 27억원을 선고받았다. 옛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2018년 11월 징역 2년을 확정받은 것까지 합하면 선고 형량만 모두 32년에 달한다. 향후 형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대통령 재임 중 저지른 뇌물 범죄의 형량을 별도로 선고하라며 국정농단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공직선거법상 공직자가 재임 중 뇌물을 받을 경우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 같은 해 11월 특활비 사건에 대해서도 2016년 9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특활비 2억원을 뇌물로 볼 수 있다며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파열’ 주방 자동소화장치 결국 법정 다툼

    ‘파열’ 주방 자동소화장치 결국 법정 다툼

    소방청 “13만 가구 리콜”… 제조사 거부 소송에 최대 2년…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최근 파열 사고로 논란이 된 ‘주방 자동소화장치’ 문제가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됐다. 주방 자동소화장치 제조사인 신우전자가 지난 6일 소방청의 강제 리콜 명령을 거부하면서다. 미리 문제를 막지 못한 소방청의 ‘뒷북 행정’과 제조사의 ‘고집’ 사이에서 언제 파열될지 모르는 주방 자동소화장치와 공생해야 하는 시민들만 애꿎은 피해를 입게 됐다. 현재 리콜 명령 대상만 13만 가구에 이른다. 15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전날 신우전자는 소방청의 강제 리콜 명령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소방청에 보내왔다. 문서에는 ‘품질 보증 기간 5년이 지났고 노후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강제 리콜 명령이 부당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행정심판·행정소송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소방청은 파열 사고가 발생했고 시민들이 재산상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당연히 환급·교체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우리는 신우전자를 상대로 형사고발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강제 리콜 명령을 거부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주거용 주방 자동소화장치는 가스레인지 후드 위에 설치하는 것으로 불이 나면 자동으로 소화액을 분사해 불을 끄도록 하는 장치다. 리콜 대상 제품은 2011년 10월 이후 생산된 제품으로 밸브 두께가 기존보다 얇아지면서 용기와 밸브 결합 부위에 가해지는 압력이 가중되고, 불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부위가 파열돼 안에 든 소화약제가 새어나와 후드를 망가트리는 문제가 있었다. 문제는 행정심판·행정소송이 길어지면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보통 행정심판·행정소송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최대 2년이 걸린다. 또 소비자기본법은 정부가 위해 제품을 파기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단순히 파기만 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화장치는 법적 의무 설치 대상이기 때문에 파기 이후에 바로 설치를 해야 하는데 (법적 분쟁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개인이 비용을 들여 교체를 하든지 지금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논란 이전에 소방 제품을 시험·검사하는 소방청 산하 단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제품 시험을 더 엄밀히 진행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방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밸브 두께가 4.6㎜에서 1.25㎜로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번 주 내로 (형사고발과 함께) 2차 리콜 명령도 진행할 예정이고 할 수 있는 일은 다할 것”이라면서 “제품 시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 기준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양승태, 폐암 수술받아…‘사법농단’ 재판 중단

    양승태, 폐암 수술받아…‘사법농단’ 재판 중단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을 받던 양승태(72) 전 대법원장이 폐암 수술을 받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전날 경기도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폐 일부 절제 수술을 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초기 폐암 진단을 받았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몸 상태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수술 후 5~7일 안팎의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4주 정도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진 의견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수술로 인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에서 심리 중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1심 재판은 잠시 중단됐다. 재판부는 기존에 잡혀 있던 재판 기일을 연기하고, 다음 기일을 다음달 21일로 잡아 둔 상태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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