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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균미 칼럼] “나는 반대한다”

    [김균미 칼럼] “나는 반대한다”

    87세를 일기로 지난 18일(현지시간) 별세한 ‘미국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인생과 가치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나는 반대한다”가 아닐까. 평생을 차별에 맞서 평등한 사회를 위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을 활용해 온 거인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긴즈버그 대법관 하면 특유의 레이스 목 장식을 한 법복에 머리카락을 뒤로 묶고 안경 쓴 작은 체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성(sex) 차별 대신 젠더(gender) 차별이라는 용어를 처음 썼고, 여성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싸워 온 미국의 두 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이다. 20년 가까이 췌장암·대장암과 싸웠고, 심장 시술에 낙상과 골절로 입원을 반복하면서도 법정을 거의 비우지 않았다. 건강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팔굽혀펴기와 프랭크 동작으로 날려 버리는 에너지 넘치는 독서광에 오페라 애호가다. 10대부터 70대 여성까지 세대를 초월하는 팝스타에 버금가는 인기가 신기하면서도 큰어른이 적은 우리 현실에서 솔직히 부러웠다. 급작스러운 별세로 작년 국내에서 개봉된 그의 법대생 시절과 변호사 시절을 다룬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과 올 초 번역 출간된 ‘긴즈버그의 말’이 소환되면서 ‘한국의 긴즈버그’를 찾는 이들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그는 1933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언니가 여섯 살 때 세상을 떠나 사실상 외동딸로 성장했다. 코넬대를 졸업한 뒤 바로 결혼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과 함께 하버드대 법대에 입학해 공부하다 컬럼비아대 법대로 편입해 수석 졸업한 뒤 1972년 컬럼비아대 법대의 첫 여성 교수가 됐다.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연방판사로 지명했고,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연방대법관 자리에 올랐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의 부음 기사를 보면 긴즈버그라는 인물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 먼저 대법관으로서의 업적이다. 긴즈버그가 다수 의견을 냈던 200여건의 판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96년 보수적인 버지니아 군사학교에 여학생의 입학을 허가하도록 한 것이다. 2015년 동성 결혼 합법화 판결도 빼놓을 수 없다. 다수 의견 못지않게 대법원 이념 지형이 5대4로 보수로 기울면서 보수적 판결에 반대하며 냈던 긴즈버그의 소수 의견들에 대한 학계의 평가가 높다. 그가 소수 의견을 낼 때마다 외쳤던 “나는 반대한다”(I Dissent)는 긴즈버그와 동의어가 됐다. 2007년 타이어공장의 남녀 임금차별에 항의한 릴리 레드베터 사건에서 긴즈버그는 패소 판결을 비판하는 소수 의견을 낭독하면서 의회의 책임을 강조했고, 2년 뒤 의회는 공정임금법을 통과시켜 남녀 동일노동에 남녀 동일임금이라는 변화를 가져왔다. 진보의 아이콘이었지만 2016년 작고한 보수 성향의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과 단짝이었을 정도로 유연했다. 중시하는 가치는 다르지만 서로 존중했고, 무엇보다 설득과 동료 간 협업을 중시했다. 감정이 아닌 논리와 사실에 근거한 말의 힘을 신뢰했다. 그의 책 ‘긴즈버그의 말’에서 “화를 내거나 불쾌한 티를 내는 것은 상대를 설득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분노처럼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감정에 굴복하지 말고”, “상대편 체스 말을 모조리 쓸어 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싸우되 다른 사람과 함께하라”며 연대를 중시한 조언도 마음에 남는다.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그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에 대한 보호도 잃게 될 것이다”라며 진영 논리에 앞서 원칙을 강조한 그의 리더십은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져 서로를 적폐로 몰고 말로만 협치와 공정을 내세우는 우리 정치권과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2016년 대선 전 도널드 트럼프를 “사기꾼”으로 비난했다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부적절했다며 잘못을 바로잡는 데 결코 인색하지 않았다.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모습이 신선하기까지 하다. 대학교수가 신문에 쓴 칼럼까지 문제 삼아 고발하고, 내부 비판과 자성조차도 수용하지 못하는 집권세력의 경직된 정치문화에서는 설득과 소통은 설 자리가 없다. 집단적인 비난과 정신적 트라우마를 걱정하지 않고 “나는 반대한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책임지는 사회, 존경받는 사회지도자들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사회, 이게 그렇게 과한 기대인지 반문하게 된다. 추모에만 그쳐선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다. kmkim@seoul.co.kr
  • 배우 곽현화 ‘노출 장면 무단 배포’한 이수성 감독에 法 “2000만원 배상하라”

    배우 곽현화 ‘노출 장면 무단 배포’한 이수성 감독에 法 “2000만원 배상하라”

    영화 ‘전망좋은 집’ 주연배우로 출연했던 코미디언 출신 배우 곽현화씨가 자신의 동의없이 신체 노출 장면을 공개한 영화감독 이수성씨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게 됐다. 이씨는 앞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성폭력처벌법 위반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이예림 판사는 23일 곽씨가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의 감독인 이씨를 상대로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도합 1억원의 배상금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피고가 원고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노출 장면을 무단 반포함으로써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임은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된다”면서 2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곽씨는 2012년 5월경 ‘전망좋은 집’을 촬영하던 중 이씨의 설득으로 결국 가슴 노출 장면을 촬영하게 됐다. 곽씨는 “지속적으로 거부했지만 이씨가 “영화의 흐름상 꼭 필요한 장면이니 찍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면서 “일단 찍어두고 편집단계에서 빼달라고 하면 빼주겠다”고 약속해 마지못해 응했다”고 주장해왔다. 곽씨의 거부로 해당 장면이 빠진 채 극장에서 개봉됐고 IPTV에도 극장판과 마찬가지로 노출 장면은 없었다. 문제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 벌어졌다. 이씨가 영화 투자사와 협의해 노출 장면이 담긴 이른바 ‘무삭제판’을 새로 IPTV 등에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삭제판은 인터넷 파일 공유 사이트에도 제공돼 온라인 상에 확산됐다. 곽씨는 이씨에게 항의했고 이씨는 이에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이미 영화는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었다.곽씨는 2014년 이씨를 고소했고, 이씨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이용등촬영) 및 무고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2심과 대법원에서도 검찰의 항소과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4년간 이어진 법정 공방이 이씨의 무죄로 끝이 났다. 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은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민사소송 등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감수하면서 노출장면을 요구하거나 배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2심은 “계약서의 내용에 노출 장면 배포를 제한하는 내용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씨도 곽씨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했지만 무혐의 혹은 각하 처분을 받았다. 곽씨는 2017년 이씨가 자신의 인격권(초상권)을 침해한 것은 물론 항의를 했음에도 (영상) 반포 행위를 지속하고, 오히려 맞고소를 하는 등 2차 가해행위를 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곽씨가 노출 장면을 촬영했다고 해서 이씨에게 곧바로 이를 반포할 권한이 생긴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계약서의 내용을 언급하며 “계약상 촬영 결과물이 원칙적으로 피고(이씨)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고 해도, 원고와 피고 사이에 특정 노출 장면에 대한 사용 동의를 유보한 채 촬영하기로 했다면 그와 같은 구체적인 합의가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곽씨는 촬영 직전까지 노출 장면 촬영을 원치 않았고, 노출 촬영을 통한 추가적인 출연료를 받기로 하거나 향후 제작할 영화 배역을 약속받는 등의 대가를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설시했다. 곽씨는 “편집 단계에서 노출 장면 포함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지만, 이씨는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다고도 꼬집었다. 재판부는 이씨과 곽씨를 오히려 고소하며 양측의 진실공방이 지속됨에 따라 곽씨가 입었을 상처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영화 무삭제판이 여전히 파일 공유 사이트에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씨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우병우 ‘홍만표와 정운호 몰래 변론’ 보도 경향신문 상대 일부 승소

    우병우 ‘홍만표와 정운호 몰래 변론’ 보도 경향신문 상대 일부 승소

    우병우(53)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경향신문사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및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금 청구 1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이동욱)는 23일 우 전 수석이 경향신문사와 기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판결 후 72시간 안에 (신문 지면) 1~2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온라인과 모바일에서도 이를 볼 수 있도록 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편집국장과 기자들을 상대로 제기된 1억원의 손해배상금 중엔 500만원만 인정됐다. 경향신문은 2016년 7월 19일 ‘우 전 수석이 홍만표 전 검사장과 함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사건과 관련해 수임계를 내지앉고 변론을 맡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또 홍 전 검사장의 고교 후배이자 법조브로커인 이민희씨와도 함께 어울려 다녔다고 보도했다. 우 전 수석은 즉각 반발하며 “경향의 보도는 100% 허위보도”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그러면서 이튿날인 20일 곧장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사건 접수 4년여만에 내려진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원고(우 전 수석)가 구한 정정보도 내용 중 일부는 배척하고 허위사실 적시로 인정된 부분만 인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 전 수석이 홍 전 검사장과 함께 정 전 대표를 수임계 없이 몰래 변론했다는 취지의 보도는 일종의 추측 보도”라면서 “증명된 사실이 없고 고위관계자를 인용했으나 취재원 보호 등의 이유로 누구인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입증을 못했다. 이런 식으로 보도를 하면 어떤 기사라도 쓸 수 있기 때문에 일단 허위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우 전 수석은 앞서 자신의 처가 부동산을 넥슨코리아가 1000억원대에 매입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벌여 대법원에서 일부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조선일보는 판결에 따라 올해 초 1~2면 하단에 오보를 인정하는 정정보도문을 실었다. 다만 해당 보도가 고위공직자의 공직 수행과 관련된 공익적 사안이라는 점이 받아들여지면서 기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인정되지 않았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앙숙’ 롬니 “대법관 인준표결 참여”에 트럼프 안도의 한숨

    ‘앙숙’ 롬니 “대법관 인준표결 참여”에 트럼프 안도의 한숨

    미국 공화당 안에서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인사로 꼽히는 밋 롬니 상원의원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에 대한 상원의 인준 표결에 사실상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1월 대선 전에 상원 인준 표결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공화당의 판단에도 이미 두 장의 ‘반란표’가 나온 터라 롬니의 입장을 내심 주시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롬니 의원은 22일(현지시간) 올해 안에 새 대법관 후보자를 인준하려는 상원의 절차에 동의한다는 뜻을 표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전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선거가 있는 해에 (대법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역사적 선례는 상원이 상대 당 후보자가 아닌 자기 당의 후보자를 인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은 대통령에게 지명할 권한을, 상원에는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조언과 동의를 제공할 권한을 각각 준다며 “헌법과 선례를 따르려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과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같은 당인 만큼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그는 “지명자가 상원에 출석하면 그의 자질에 기초해 투표하겠다”고 했다. 절차에는 동의하지만 반대 표를 던질 여지는 남겨 둔 셈이다. 하지만 CNN은 후보자가 인준 과정에 실수만 하지 않으면 인준될 것이라고 거의 보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법관의 상원 인준은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 공화당이 53, 민주(민주 성향 무소속 포함) 47이다. 찬반이 같으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쥐기 때문에 부결을 위해서는 공화당의 이탈표 네 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대선 전 표결 반대 의사를 공식화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리사 머코스키, 수전 콜린스 등 둘 뿐이다. 그 외에는 없어 롬니 의원의 입장 표명은 불확실성을 일부 지운 것으로 평가된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셸리 무어 캐피토 상원의원도 이날 대선 전 인준 표결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여론 악화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밀어붙이는 상황이어서 민주당도 달리 손 쓸 방도가 없어 고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10월 중에는 표결에 부친다는 방침을 사실상 정했다. 상원 법사위원장인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다음달 사흘 간 대법관 청문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CNN이 보도했다. 다만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정확한 청문회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조만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요일인 26일 백악관에서 지명자를 발표하겠다고 이날 말했다. 현재로선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고법 판사와 바버라 라고아 제11연방고법 판사가 각축을 벌이는데 배럿이 다소 유력한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그레이엄 법사위원장은 “그가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지명자의 자질을 보겠다고 한 롬니 의원은 “아직 그의 판결 기록을 검토하지 않았다”며 “지명되면 검토하길 고대한다”고만 했다. CNN은 “대선 전 새 대법관 임명은 향후 헬스케어나 선거 분쟁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글로벌 In&Out] 새 한일관계 위한 문재인·스가 정권의 과제/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새 한일관계 위한 문재인·스가 정권의 과제/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체제가 출범했다. 한국인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역사수정주의가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주요인이라고 봤으니 스가 정권에 거는 기대감이 작지 않다. 그런데 스가 총리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필자는 자민당의 한 유력 정치인의 “앞으로 한일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공손한 무시’”라는 말을 떠올렸다. 이번 대응은 한국 지적대로 ‘무시’였다. 아베 정권의 승계를 밝힌 스가 정권이 한일관계 타개를 위한 주도권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오히려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에 따른 현금화가 실행돼 일본 기업에 손해가 미치면 보복 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의 기대와 달리 일본의 다수 여론이 지지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또한 민관 차원에서 대일본 대항 조치를 취할 것이다. 현재 한일의 긴장은 단순히 2018년 대법원 판결이나 아베 전 정권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2000년대에 뚜렷해진 한일관계의 ‘비대칭에서 대칭으로 전환’한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다. 따라서 양국의 정권교체로 한일관계가 변하기 어렵고, 한일 간 경쟁의식이 커져 쟁점에 대한 타협도 쉽지 않다. 특히 일본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는 사람이 많아진 점이다. 또한 과거에는 안보나 경제협력의 필요성이 역사 문제의 표면화를 억눌러 왔지만 북한이나 미중 대립을 대하는 한일 간 괴리가 커지면서 억제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어려워졌다. 수출규제나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에서 보듯 과거사가 경제와 안보를 둘러싼 대립으로 파급될 뿐 아니라 새로운 역사문제를 재생산하는 악순환에 접어들었다. 게다가 한일 모두 정권 지지율의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서 대립을 이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긴장은 ‘상대방의 책임’이지 ‘내 책임’이 아니다. 상대가 양보한다면 모를까 먼저 양보할 마음은 전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도 사회도 양보 못 하면 현재의 긴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포스트 코로나’의 지구촌에서 미중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비슷하다. 양국 모두 안전보장에 관해서는 대미 동맹을 기축으로 한다. 경제에서는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인 한일은 미중 대립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북한 문제까지 안고 있다. 미중 협력 속에 북한 비핵화를 통해 남북 평화공존의 제도화를 추구하려는 한국 외교는 더욱 어려운 국면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미중 대립의 격화 속에서 한일 긴장이 높아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본 일각에서는 ‘한국은 중국 의존이 심화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그러나 한국 내 논의를 보면 그 ‘의견’이 얼마나 한국을 모르고 나온 것인지 알 수 있다. 일본 사회는 미중의 틈바구니에서 북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지 않는다. 적어도 고민을 공유할 수는 있을 텐데도 말이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 사회에 그러한 어려움을 전달하는 노력을 하는지 묻고 싶다. 한일 정부 간에는 역사문제가 가시처럼 박혀 있어서인지 국가 생존 문제에 대한 의사소통이 충분하지 않다. 스가 정권은 북한 문제와 미중 갈등의 격화라는 상황 속에서 한일 간 괴리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한일 공통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 일본 외교에서 한국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평가함으로써 역사문제가 경제와 안보로 파급되지 않도록 관리했으면 한다. 그를 위해 한일 정상 간 소통을 긴밀히 하고 한국 정부가 ‘현금화’에 대해 전향적 타협안을 제시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도 청구권 협정과 대법원 판결, 피해자 구제를 만족시키는 새로운 안을 제시하기를 바란다.
  • 대법, 생후 3개월 딸 방치해 숨지게 한 아버지 징역 4년 확정

    대법, 생후 3개월 딸 방치해 숨지게 한 아버지 징역 4년 확정

    생후 3개월 딸을 15시간 넘게 돌보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18일 오후 6시쯤 분유를 먹고 엎드려 있는 둘째 딸을 혼자 둔 채 아내 B씨를 만나러 외출했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8시 30분쯤 귀가했지만 딸 상태를 살피지 않고 잠을 잤다. B씨는 다른 곳에서 술을 더 마시고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 7시 20분쯤 A씨는 B씨의 연락을 받고 다시 나가 함께 식사를 한 뒤 오전 9시 30분쯤 돌아왔고 그제서야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 원인이 명확하지는 않으나 질식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부검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A씨의 딸은 미숙아로 태어나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지만 부부는 딸이 있는 방안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1주일에 2~3회 이상 아이를 집에 두고 외출해 술도 마셨다. 방치된 딸의 엉덩이는 오랜 시간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 생긴 발진으로 피부가 벗겨진 상태였다. 첫째 아이(당시 3세)의 경우 목욕도 제때 시키지 않아 악취가 났다. B씨는 재판에서 “직장생활로 인해 A씨에게 양육을 맡겨 부족한 점은 있었으나 유기하거나 양육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딸을 장시간 유기했고, 이 유기 행위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5년, 4년을 선고했다. 이후 B씨가 구속 수감 중 사망하면서 공소 기각됐고, A씨는 2심에서 징역 4년으로 감형됐다. 2심은 “아내가 사망하는 또 다른 비극을 겪었고, 혼자서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편파성 논란 조성대 “인준되면 처신 조심… 천안함 유족에 사과”

    편파성 논란 조성대 “인준되면 처신 조심… 천안함 유족에 사과”

    22일 조성대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2022년 대선을 앞둔 여야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추천 몫인 조 후보자가 연신 야당의 지적에 동조하자 오히려 민주당 청문위원들이 화를 내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전 국민 1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냐는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의 지적에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TV 토론 허위 사실 유포 무죄 취지 판결에는 “현재로서는 대법원의 판결을 수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야당 청문위원들의 과거 ‘정치 편향’ 지적에 “향후 인준이 되면 처신을 조심하겠다”, “교훈으로 삼아 보다 나은 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정부의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는 발표를 “개그”라고 했던 데 대해서도 사과했다. 조 후보자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김경수 경남지사 관련 야당 질의에 ‘(의혹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답하자 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김경수, 조국 재판이 안 끝났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 자세는 뭐냐”며 격앙된 목소리로 질타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도 “과거 발언에 왜 당당하지 못하냐”고 추궁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교수나 학자로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과 정치활동은 구분해야 한다”면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당선은 이명박 5년 폐정의 연장이자 유신의 부활’이라고 한 것은 캠프에서나 할 수 있는 네거티브”라고 지적했다. 청문특위는 23일 앞서 청문회를 치른 조병현 후보자와 조성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함께 채택할 예정이다. 한편 대법관 퇴임 후에도 자리를 지키면서 선관위 사무총장 인사를 한 권순일 선관위원장은 이날 사표를 제출했다. 선관위원장은 위원들의 호선으로 선출되는데, 통상 대법원장이 대법관 가운데 지명하는 선관위원이 위원장을 맡는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조영남 “60년 ‘이상 덕후’의 이유, 폼나보이려고”

    조영남 “60년 ‘이상 덕후’의 이유, 폼나보이려고”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날개’를 읽고 이상의 추종자가 됐는데, 폼나보이려고요.(웃음) 남이 모르는, 어려운 시를 쓰는 사람을 안다는 건 멋있어 보이잖아요. 어려서부터 이상의 그 기기묘묘한 작품 세계를 보고 번역이 안될 만큼 기가 막힌 최고의 작가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이상의 ‘60년 덕후’는 3년 전, 우연히 작곡가 말러의 교향곡 3번을 들었다. 90분이 넘는 긴 곡을 들으며, 이상의 글을 보며 느꼈던 전율을 떠올렸다. 10년 전, 시 해설집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를 냈던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이 다시 한 번 이상을 소재로 한 픽션 ‘보컬그룹 시인 이상과 5명의 아해들’(혜화1117)을 펴냈다. 2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 모든 것이 천재 이상을 띄우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책은 이상과 말러에 이어 피카소, 니체, 아인슈타인까지 5명의 천재들을 소환, 이들을 중심으로 보컬그룹 ‘시인 이상과 5명의 아해들’을 꾸린다는 내용이다. 이상의 초상화와 그의 시를 빼곡히 적어 넣은 자신의 그림을 모티브로 그는 글을 재가공했다. 조영남은 ‘그림 대작 사건’으로 5년 여에 걸친 법정 투쟁 끝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스스로 ‘유배’라고 부르는 세월을 건너, 그의 작품은 서울과 충남 아산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조카가 뉴스 보고 ‘삼촌 그림이 수억원 어치 팔리고 있다’ 길래 ‘뻥이야’ 했어요. 그러다 드디어 사람들이 날 알아주는구나, ‘5년 동안 국가가 저를 화가로 만들어줬다’고 한 말이 장난이 아니라 현실이 된 거구나 했어요. 국가에 감사한 거죠.” 그는 예의 그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서현옥 경기도의원 대표 발의 ‘평택항 매립지 촉구 건의안’ 본회의 통과

    서현옥 경기도의원 대표 발의 ‘평택항 매립지 촉구 건의안’ 본회의 통과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 서현옥 의원(더불어민주당·평택5)이 지난달 21일 대표 발의한 ‘경기도 평택·당진항 포승지구 공유수면 매립지의 평택시 귀속결정 촉구 건의안’이 경기도의회 제346회 제3차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건의안은 충청남도 등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청구 각하 판결 이후, 이를 지켜본 경기도민과 평택시민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발의됐다. 건의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평택항 공유수면 매립지 귀속결정 판결에 관한 절차가 조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귀속 자치단체 결정취소소송’을 심리하는 대법원과 청와대, 국회, 행정안전부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서현옥 의원은 이번 건의안뿐만 아니라 지난 제10대 경기도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현장과 의회를 오가며 평택시민의 터전인 포승지구 매립지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경기도 평택·당진항 포승지구 공유수면 매립지의 조속한 평택시 귀속결정 촉구 건의안’을 대표 발의하여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에 송부하였고, 이후에도 현안브리핑 등을 통해 언론에 포승지구 매립지가 평택시의 땅인 당위성을 알리는 노력을 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평택시민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이재명 도지사를 비롯한 경기도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주문했고, 이를 통해 경기도청에 ‘평택항 경계분쟁 대응 TF팀’을 신설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의회 전체의원의 서명을 받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해 경기도의회 차원의 노력을 이끌기도 하였다. 서 의원은 평택시민과 평택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토론회를 개최하고, 헌법재판소와 평택역 앞에서 포승지구 매립지의 현황을 알리기 위해 1인 피켓시위를 하는 등 의회 밖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빠, 3개월 딸 방치 후 술자리” 아내는 감옥에서…

    “아빠, 3개월 딸 방치 후 술자리” 아내는 감옥에서…

    무정한 아빠 대법원 “징역 4년 정당”아내 B씨, 구속수감 중 사망 생후 3개월 딸을 엎어서 재운 뒤 15시간 넘게 돌보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2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9년 4월 오후 6시쯤 딸을 엎어서 재운 뒤 아내 B씨와 술을 마시러 외출했다. 당시 딸은 생후 3개월밖에 되지 않아 혼자서 목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였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8시30분 귀가했지만 딸이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바로 잠이 들었다. 다른 곳에서 술을 더 마시고 집에 들어오지 않은 아내 B씨는 뒤 다음 날 아침 다시 A씨만 불러내 식사를 한 뒤 집에 오지 않고 바로 출근했다. 아내와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온 A씨는 오전 9시 30분쯤 딸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했고, 119 구급대에 신고했지만 딸은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의 부검 의뢰를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질식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냈다. A씨의 딸은 미숙아로 태어나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지만 부부는 딸이 있는 방안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또 1주일에 2∼3회 이상 아이를 집에 두고 외출해 술도 마셨다. “3일에 한 번 씻겼다” 3살 몸에서 악취 미숙아로 태어난 딸은 사망할 당시 기저귀를 제때 갈아주지 않아 엉덩이 피부가 다 벗겨진 상태였고, 기저귀에는 혈흔이 묻어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는 아들 역시 곰팡이가 묻은 옷을 입고 있었으며 몸에서 악취가 많이 났다고 진술했다. 부부는 수사기관에서 아들을 3일에 한 번 씻겼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직장생활로 인해 양육이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소홀히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은 이들 부부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A씨에게 징역 5년, 아내 B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이를 4시간 넘게 엎어놓은 채로 방치하면 질식 위험이 있다는 것을 누구든 예상할 수 있다며 부부의 책임을 인정했다.“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술자리 계속 재판부는 A씨가 수사기관에서 “딸을 두고 자주 아내와 술을 마시러 나갔는데 가끔 이렇게 방치를 하다 보면 사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이가 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내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아내와 다툼이 생겨 어쩔 수 없었다”고 진술한 점에도 주목했다. 진술을 토대로 재판부는 이들 부부가 자신들의 방임으로 딸이 충분히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봤다.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동학대’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경미한 벌금형 외 형사 처벌 전력이 없고 B씨는 아무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B씨가 당시 임신 중이었던 점, 아들을 앞으로 양육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2심도 이들 부부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다만 아내 B씨가 구속수감 중 사망하면서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고, A씨의 형량은 아내의 사망으로 커진 양육 부담 등을 고려해 징역 4년으로 줄었다. 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오페라를 사랑한 법관/이재연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오페라를 사랑한 법관/이재연 국제부 차장

    사회부 기자 때인 2009년쯤으로 기억한다. 당시 전석 매진 행진 중이던 유명 피아니스트의 내한 공연을 보러 갔을 때다. 한껏 기대를 품고 자리를 찾아 앉던 찰나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 앞으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출입처였던 지방검찰청의 간부 검사가 부인과 함께 들어오는 참이었다. 기자들에게 유독 말을 안 하는 것으로 악명(?) 높아 ‘벽창호’ 별명이 붙은 분이었는데, 공연장에서 마주치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사로는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음악과 세상사를 얘기한다면 통할 수 있겠구나 싶은 인상이 남은 건 그때였다. 8년여 시간이 흘러 2017년 3월 헌법 재판관 신분의 그는 다시 한번 뇌리에 남았다. 재판관 8명이 전원일치 의견을 낸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에서 눈에 띄는 보충의견을 달아서다. “탄핵 심판은 보수·진보의 이념 문제가 아니라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고 우리와 자손이 살아갈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것”이라는 게 요지였다. 보수 성향, 공안검사 출신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그가 단 보충의견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하지만 진보 진영의 도래가 역사적 필연이라기보다 ‘민주, 정의, 인권’ 등 헌법적 가치를 추구한 세력의 순리적 결과이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습을 어떻게 반면교사 삼아야 할지 함축한다는 점에서 이 보충의견은 시간을 두고 짚어 볼 만했다. 지난 18일 87세로 별세한 미국의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별명은 ‘노토리어스 R.B.G.’(악명 높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였다. 우리와 달리 종신직인 미국 대법관 자리를 27년간 지키며 ‘나는 반대한다’(I dissent)는 소수의견을 쏟아낸 결과 얻은 훈장 같은 별명이다. 발군이지만 늘 성차별의 벽에 부딪쳤던 그는 약자를 대변하며 진보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약자 편에서 세상을 바꿔 왔지만, 일방적으로 한 편만 들거나 상대 진영을 마냥 비난하는 판사는 결코 아니었다. 임신 중단을 금지한 텍사스주 법률을 폐지해 ‘임신 중단 합법화’를 이끌어 낸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그녀는 오히려 비판적 의견을 낸다. 여성의 임신 중단 권리는 지지했지만, 법원이 너무 극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오히려 보수 세력의 임신 중단 반대 운동을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는 게 그의 관점이었다. ‘홀어머니는 재산세 면제를 받을 수 있지만 홀아버지는 받을 수 없다’는 법 조항에 불복한 남성 멜 칸의 변론을 1974년 맡기도 했는데, 그가 극단적 페미니스트였다기보다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소수 계층과 인권 자체를 중요시한 인물이었다는 점을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긴즈버그는 대법원 내에서 이념의 극단에 있었던 극보수 성향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과 가장 죽이 잘 맞았다. 사건을 놓고서는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지만, 2016년 스캘리아 대법관이 갑자기 세상을 뜨기 전까진 가장 돈독한 사이였다고 한다. 연결 고리는 오페라였다. 긴즈버그는 소문난 오페라광이었는데, 1994년 스캘리아와 함께 워싱턴 오페라 극단의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에 단역으로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둘의 관계에서 본뜬 코믹 오페라 ‘스캘리아 긴즈버그’가 2013년 만들어질 정도였다. 긴즈버그는 “내가 중립적이라는 착각과 오만을 내려놓고, 판결할 땐 나조차 의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지침을 고수했다. “판사는 권위적으로 말하는 대신 설득한다”는 말도 남겼다. ‘반대한다’는 말이 적을 겁박하고 비난하는 게 아니라, 사람 냄새 나는 세상임을 느끼게 해 주는 법조인이 넘쳐나는 나라를 꿈꿔 본다. oscal@seoul.co.kr
  • “헌법보다 신앙 우선” 보수 가치의 수호자

    “헌법보다 신앙 우선” 보수 가치의 수호자

    보수 성향인 에이미 코니 배럿(48) 제7연방고등법원 판사가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진보 성향)의 자리를 물려받을 유력 후보로 부상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배럿 판사는 신앙이 헌법에 앞설 수 있다는 취지의 소신 발언, 낙태 반대 등 보수 가치의 수호자로 여러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쿠바계 여성인 바버라 라고아 제11연방고법 판사 등 다른 후보와 비교할 때 보수 성향이 워낙 분명해 미 언론의 예상대로 배럿 판사가 지명될 경우 진보 진영의 반발도 더욱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배럿 판사는 열렬한 낙태 반대론자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보수 성향을 대표하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1순위로 꼽힌다”며 “48세인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임명한 닐 고서치·브렛 캐버노 대법관과 함께 긴 기간 대법원의 3분의1을 차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원 중 최연소는 닐 고서치(53) 대법관으로 배럿 판사가 지명되고 상원에서 인준된다면 최연소가 된다. 배럿 판사는 이미 2018년 46세 때 대법관 후보에 올라 브렛 캐버노(55) 현 대법관과 경쟁한 바 있다. 또 현재 여성 대법관 2명(소니아 소토마요르·엘리나 케이건) 모두 진보 진영에서 임명했기 때문에 보수 측이 지명한 유일한 여성 대법관이 된다. 배럿 판사는 긴즈버그의 별세로 ‘보수 5명·진보 3명’이 된 대법원의 보수 우위 구도를 확실하게 굳힐 인사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7년 고등법원 판사로 지명됐을 때 “헌법보다 (신앙적) 믿음이 우선”이라고 했고, “법적 경력은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은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법원 판례는 신성불가침이 아니라는 언급도 했었다. 진보 측은 이를 1973년 대법원의 낙태 합법화 결정을 위협한다고 받아들여 거세게 비판했다. 배럿 판사는 2013년 한 인터뷰에서 “인생은 임신에서 시작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배럿 판사는 테네시주 로즈대를 나왔고, 인디애나주 노터데임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대법관에 오르면 유일한 비(非)아이비리그 출신이 된다. 배럿 판사의 아이는 모두 7명으로 2명은 아이티에서 입양했다. 2011년 입양한 막내는 다운증후군을 앓는다. 연방고법 판사가 된 후 사우스벤드 집에서 시카고까지 약 100마일씩 통근하며 아이들을 돌봤다. 직전까지는 노터데임대 교수로 재직했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판사 경력은 불과 3년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공화·민주당의 인선 전쟁은 과열되고 있다. 상원(100석)에서 53석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인준 조건인 51표를 충족하려면 이탈자가 2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미 리사 머카우스키·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이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폴리티코는 이들 외에도 최대 4명(밋 롬니·코리 가드너·러마 알렉산더·팻 로버츠)을 이탈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봤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어려운 문제 극복 하자” 스가 日총리, 文에 답신

    “어려운 문제 극복 하자” 스가 日총리, 文에 답신

    스가 요시히데(얼굴) 신임 일본 총리가 “양국은 중요한 이웃나라”라면서 “어려운 문제를 극복해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기대한다”는 뜻을 지난 19일 밝혀 왔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축하 서한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는 스가 총리의 답신을 접수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서한에서 “한일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뜻을 전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할 뿐 아니라 지리적·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친구인 일본 정부와 언제든지 마주 앉아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으며,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며 한일 관계 복원 의사를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스가 총리가 ‘어려운 문제를 극복하자’고 밝힌 점이 눈에 띈다. 2018년 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가 맞물리면서 양국 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에 이른 현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일본이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법을 한국이 가져와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만큼 당장 양국 관계의 극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스가 총리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가까운 시일 내 정상 통화 등 대화의 모멘텀이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스가 총리는 16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미일 동맹 강화와 중국·러시아와의 안정적 관계 구축 의지를 밝히면서도 한일 관계는 언급하지 않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檢개혁’ 설계한 김인회 “수사권 조정 보완해야” 쓴소리

    ‘檢개혁’ 설계한 김인회 “수사권 조정 보완해야” 쓴소리

    수사권 조정의 세부 내용을 담은 시행령안이 검찰개혁 취지와 달라 수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지만 정부는 신속한 제정을 강조하며 공청회도 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강행 움직임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검찰개혁에 관한 책을 쓴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완이 필요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개혁 전략회의 참석 후 브리핑에서 “국민으로부터 나온 국가권력이 국민을 위해 작동하도록 수사권 개혁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검찰 직접수사 축소, 형사·공판 중심 조직 개편 등을 개혁 성과로 꼽기도 했다. 그러면서 수사권 조정의 하위 법령에 대해 “신속한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 시행령안이 검찰의 직접수사를 지나치게 넓게 허용해 주는 등 검찰개혁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저자인 김 교수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시행령안과 관련해 “노력한 점도 있지만 미흡한 부분은 좀더 논의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수사권 조정이 현재로선 ‘미완’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특히 마약범죄를 경제범죄로, 사이버범죄를 대형참사 범죄로 간주해 검사가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했다. 경제범죄와 선거범죄에서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누군가 재판 과정에서 ‘검사한테 수사를 받는 것이 위법하다’고 문제를 제기한다면 대법원에서 위임입법 심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법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통보’ 사건에서 “시행령은 법률의 위임이 없는 새로운 사항을 규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이재명 파기환송심서 “사건 종지부 찍어달라”...검찰, 벌금 300만원 구형

    이재명 파기환송심서 “사건 종지부 찍어달라”...검찰, 벌금 300만원 구형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원심 파기 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21일 파기환송심에서 “이번 사건은 검찰 기소권 남용의 폐해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원고법 형사2부(심담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이 사건 1차 공판이자 결심공판에서 이 지사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아무런 실체관계가 없는 허구의 공소사실, 즉 유령과 싸워왔다”며 최후 변론을 했다. 이 지사 측은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 “피고인의 친형인 고 이재선 씨에게 정신질환이 있었느냐가 쟁점이 된 사건인데, 검찰은 정신질환이 없었다고 전제하고 공소를 제기했다”며 “그러나 검찰은 실제로는 이씨의 정신질환을 의심케 하는 반대 증거를 갖고 있었다”고 변론했다. 이어 “검찰이 공소사실을 허위로 작성하는 점에 경악했다”며 “이런 억지·허위 기소를 벗어나는 데에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해 이 사건의 종지부를 찍어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은 무죄취지로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최종 의견을 내놨다. 검찰은 “선거과정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대법원의 다수의견 판시에는 동의하나, 이번 사건 발언은 지극히 개인적 의혹과 도덕성에 대한 발언으로, 정치적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수의견은 방송토론의 돌발성·즉흥성 등 특성을 고려할 때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지만, ‘친형 강제입원’ 관련 의혹은 과거부터 광범위하게 제기돼 왔다”면서 “피고인은 이런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본건 발언과 대동소이하게 답해왔고, 토론회 이전에 동일한 의혹이 제기된 탓에 답변을 사전에 준비했으리라 판단된다”고 전원합의체 소수 의견을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다수의견 논리대로라면) 후보자가 어떤 의혹이나 자질시비와 관련해 소극적 부인으로 일관할 경우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게 되므로, 유권자가 후보자 검증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면서 이 지사에게 파기환송 전 원심 선고형인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법정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과 만나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그런데도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셔서 송구한 마음 뿐”이라고 말한 이 지사는 최후 진술에서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선고 기일은 내달 16일 열린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유령과 싸우는 느낌” 이재명에…檢, 벌금 300만원 구형(종합)

    “유령과 싸우는 느낌” 이재명에…檢, 벌금 300만원 구형(종합)

    검찰, 이재명 파기환송심서 벌금 300만원 구형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판기환송심에서 검찰이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21일 수원고법 형사2부(심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지사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선출직 공직자의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그 직을 잃게 된다. 이날 공판은 검찰과 이 지사 측이 앞선 1·2심에서 다툰 내용을 다시 살펴보는 점에서 간단한 증거조사 후 곧바로 결심에 들어갔다. 쟁점은 2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했던 ‘친형(고 이재선)’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였다. 검찰은 최후 의견진술을 통해 대법원의 파기환송 사유를 반박했다. 검찰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시 내용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피고인의 토론회 당시 발언은 지극히 개인적 의혹과 도덕성에 관한 발언이기에 정치적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는 (대법원의)전제는 잘못됐다”고 밝혔다. ‘토론회의 경우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대법원 판단에 대해서도 “친형 강제입원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던 사안이었고 피고인은 대동소이한 발언을 해왔다”며 “특히 MBC 방송토론에서는 질문에 답변을 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 스스로 적극적이고 일방적인 해명을 했다. 돌발적이고 즉흥적인 것과는 다른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아울러 “후보자 방송토론회는 유권자들이 지지후보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 절차”라며 “‘적극적인 허위사실 공표가 아닌 경우 공직선거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본 대법원 판단대로라면 앞으로 토론회에서의 허위사실 공표죄는 처벌할 수 없게되고 후보자들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답변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의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를 판단할 권리는 영영 박탈될 것”이라며 “공직선거법 기본 취지를 도외시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은 “이 지사의 혐의는 모두 유죄인만큼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구형하며 최후 의견진술을 마쳤다.이재명 측 “검찰의 ‘억지·허위 기소’ 종지부 찍어달라” 이 지사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억지스러운 기소’, ‘허위 공소사실 구성’ 등 표현으로 검찰의 논리를 반박했다. 변호인은 “진흙탕 같은 (후보자 토론회의)질문과 답변 과정에서 허위사실 공표라는 공소사실을 이끌어내서는 안 된다”며 “(이 지사에 대한)공소사실 4개 혐의다. 대장동 관련과 검사 사칭은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무죄다. 검찰의 억지스러운 기소이자 말꼬리 잡는 내용”이라고 변론했다. 이어 “직권남용과 직권남용에 관한 허위사실공표는 더 심각하다. 검찰은 피고인 친형의 정신질환을 의심할 증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놓지 않았다. 실제 증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숨기고 공소사실을 허위로 구성했다는 것에 굉장히 경악했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러한 억지 기소와 허위 기소를 벗어나는데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실체가 없는 허구의 공소사실로 유령과 싸운다는 느낌이었다. 피고인은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으며 도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다.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검찰의 항소를 기각해 사건 종지부 찍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지사는 이날 변호인 7명과 함께 법정에 들어서면서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격려해주시고 또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송구한 마음 뿐이다”며 “아직도 (재판이)많이 남았기 때문에 끝까지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 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파기환송심 선고는 오는 10월16일 오전 11시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앞서 이 지사는 ‘친형(고 이재선씨) 강제입원’ 사건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와 ‘대장동 허위 선거공보물’, ‘검사사칭’, ‘친형 강제입원’ 사건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전부 무죄’를, 2심은 4가지 혐의 중 ‘친형 강제입원’에 대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양측 모두 항고했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7월16일 “2심이 법리를 오해했다”며 무죄취지 파기환송을 선고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대체복무 노리고 9년 만에 종교활동 재개한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노리고 9년 만에 종교활동 재개한 병역거부자

    병역을 계속 미루다 9년 만에 성서 연구를 다시 시작하며 입대를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병역법 위반죄가 확정됐다. 과거 공갈 등 혐의로 7차례나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데다 평소 총기 게임을 즐겼던 점도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10월부터 여러 차례 현역병 입영 통보를 받았지만 복학이나 자격시험 응시, 자기계발 등의 이유로 입영을 미뤘다. 입영 연기는 2017년 12월까지 계속됐다. 그러다 2018년 8월 다시 입영 통보를 받고 이번에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다. 그는 2006년 8월 침례를 받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됐지만 2009년 6월 이후로는 종교 활동을 하지 않았다. 2018년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해 대체복무제가 필요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 9년 만에 다시 종교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1, 2심은 A씨가 병역을 거부할 만큼 종교적 신념이 깊거나 학고하지 않으면서도 헌재 결정에 편승해 군 복무를 회피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된 이후 공동공갈, 무등록 자동차매매 사업, 허위 진술, 무면허 음주운전 등으로 7차례나 입건돼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평소 폭력적인 총기 게임을 즐기는 등 ‘양심적 병역거부’로 보기 어렵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진실한 양심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통해 형성되고 어떤 형태로든 실제 삶으로 표출됐을 것”이라며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이재명 ‘허위사실공표 혐의’ 파기환송심 오늘 첫 재판

    이재명 ‘허위사실공표 혐의’ 파기환송심 오늘 첫 재판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처해졌다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21일 열린다. 이날 수원고법 형사2부(심담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에 대한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파기환송심에 대해서는 앞서 이 지사의 1·2심 재판 과정에서 수많은 증거가 제출됐으며, 다수의 증인이 출석해 증언한 만큼, 새로 나올 증거나 증인이 더 없을 경우에는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앞서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또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도 받는다. 이를 모두 무죄로 판단한 1심과 달리 2심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 유죄로 보고, 이 지사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 7월 상고심에서 “이 지사의 토론회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의혹 제기에 대한 답변·해명에 해당하며 이 과정에서 한 말은 허위사실 공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재용 국정농단 재판, ‘편향 논란’ 재판부가 다시 맡는다

    이재용 국정농단 재판, ‘편향 논란’ 재판부가 다시 맡는다

    8개월째 중단됐던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조만간 재개된다. 편향 논란에 휘말렸던 기존 재판부가 계속 재판을 진행하게 되면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는 지난 18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제기한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박영수 특검이 지난 17일 검찰 수사로 드러난 추가적 사실관계가 양형에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의 공소장과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결론을 뒤집진 못했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당장 다음달 속행 공판을 열고 심리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도 다음달 22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어 이 부회장은 동시에 두 개의 재판을 받게 되는 셈이다. 불법 승계 관련 첫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로 피고인은 참석 의무가 없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이 뇌물 공여액을 86억원으로 크게 늘리면서 불리해진 상황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이 넘으면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박영수 특검이 “징역 5년~16년 6개월 사이에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하한을 ‘징역 5년’으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재판부가 정상을 참작할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하한인 5년의 절반에 해당하는 2년 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고, 이 경우 집행유예 선고도 가능해진다. 박영수 특검이 재판부 보이콧을 한 것도 “재판장이 집행유예 선고의 예단을 갖고 있다”는 의심 때문이었다. 대법원이 “재판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재판부 손을 들어 줬지만 재판이 재개되면 재판부와 특검 사이에 또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면 이 부회장에 대한 양형은 사실상 확정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여성 최초 달고 다닌, 소수자 대변한 ‘진보의 아이콘’

    여성 최초 달고 다닌, 소수자 대변한 ‘진보의 아이콘’

    27년간 미 연방대법관을 지낸 뒤 18일(현지시간) 췌장암 합병증에 87세로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평생 성소수자 등 약자를 보듬고, 여권 신장을 위해 힘써 온 진보 진영의 상징이었다. 동성결혼 합법화, 버지니아 군사학교의 여성 입학 불허에 대한 위헌 결정,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 등 기존 판례를 바꾸는 역사적 판결들로 미국 사회를 진일보시킨 인물이었다. 다수 의견에 굴하지 않고 늘 “나는 반대한다”며 당당히 소수 의견을 밀어붙인 그녀는 젊은이들 사이에선 ‘노토리어스(notorious·악명 높은) R.B.G’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록스타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고, 긴즈버그의 얼굴이 들어간 티셔츠·머그잔 등이 제작될 정도로 그의 존재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됐다. 약자의 편에 서서 세상을 바꾼 그녀의 결기는 차별로 얼룩진 개인사에서 나왔다. 1933년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발군의 실력을 갖고도 숱한 차별의 벽에 부딪혀야 했다.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며 1956년 하버드 로스쿨에 전체 9명의 여학생 중 한 명으로 입학했지만, 원장으로부터 “남학생 자리를 빼앗으면서까지 들어온 이유를 말하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고, 도서관 출입을 거부당하는 굴욕도 겪었다. 컬럼비아 로스쿨로 옮겨 공동 수석 졸업하지만 ‘유대인이자 여성이자 엄마’라는 이유로 로펌에선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이후 럿거스대 교수 임용 후 ‘남성 동료와 동일한 임금’ 투쟁을 이끄는 등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꾸는 데 직접 나서기 시작한다. 1972년 여성 최초로 컬럼비아 로스쿨 교수에 임용된 데 이어 1980년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된다. 1972년 임신한 장교들을 자동 제대시키는 공군 정책에 대해 대법원 심리를 촉구한 글, 1973년 여군 남편에게 피부양자 혜택을 주기 위한 재판에서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 목을 밟은 발을 치워 달라는 것뿐”이라며 여성운동가 세라 그림케를 인용한 변론은 아직도 회자된다. 1993년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 지명으로 그는 샌드라 데이 오코너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여성 연방 대법관에 올랐다.그의 일대기는 2018년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으로 제작됐다. 같은 해 다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에서 그는 “여성 대법관이 몇 명 있어야 충분한지 묻는 이들에게 나는 ‘9명이 될 때’라고 답한다. 그동안 대법관 9명이 모두 남성이었는데, 여성 대법관 9명은 어떤가”라며 반문한다. 그의 별세 소식에 진영을 막론하고 각계에서 애도가 잇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의 거인을 잃은 것을 애도한다. 대법원에서 보여 준 훌륭한 정신과 강력한 반대로 명성을 얻으신 분”이라고 추모하며 연방 건물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위축되지 않고 맹렬하게 모두를 위한 인권을 추구한 여성이었다”고 애도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우리가 그렇듯 미래 세대 또한 그녀를 지칠 줄 모르는, 굳건한 정의의 수호자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그의 별세는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이라고 슬퍼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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