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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들은 이기적” 싸잡아 비하… “피의자 체포 쉽게” 檢엔 빅딜

    “국민들은 이기적” 싸잡아 비하… “피의자 체포 쉽게” 檢엔 빅딜

    “업무 과중 생각 않고 대법원 재판 원해” 일반 국민 입장서 상고법원 대응책 제시 법무부·檢 설득 위해 ‘국민 기본권’ 흥정 영장없는 체포 활성·검사장 증원도 언급 대구법원 청사 이전, 지역구 로비용 활용양승태 대법원은 국민들이 이기적이라며 비하하는 한편 상고법원을 위해서라면 피의자를 쉽게 체포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며 검찰에 빅딜을 시도했다. 31일 공개된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재판을 받는 국민들에 대한 ‘관존민비’(官尊民卑)적인 시각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2014년 8월 29일 청와대 법무비서관실과 행정처 기획조정실의 회식 후 작성된 문건에는 상고법원이 국민들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있다. 이 문건에는 “일반 국민들은 대법관이 높은 보수와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는 만큼 그 정도 업무는 과한 것이 아니며, 특히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들이다”고 적혀 있다. 다만 법무비서관실의 의견인지, 행정처의 의견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는 “이기적인 국민들 입장에서 상고법원이 생겼을 경우 처리시간 단축, 자세한 판결문 등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를 접근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행정처는 또 상고법원을 위해서라면 인신구속 등 신체의 자유도 침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법무부와 검찰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빅딜’을 안겨 줘야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법무부 설득방안’ 문건에는 ▲영장 없는 체포 활성화 ▲플리바게닝 법제도화 ▲영장항고제 도입 등 검찰 수사에 유리한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구속 수사가 필요할 경우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우선 체포한 뒤에 나중에 법원으로부터 신병 확보에 대해 판단을 받는 사실상 ‘체포 전치주의’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럴 경우 “체포 상태에서 수사결과가 영장실질심사에 반영되므로 구속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사장 자리 증설 방안도 포함됐다. ‘법무부 송무차관직(제2차관)’, ‘상고검찰청’ 등을 신설하면 최소 5명의 검사장 자리를 증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법원 재판연구관에 검사를 보임하고, 법무연수원과 사법정책연구원에 검사와 판사를 교차로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법원 앞 1인 시위를 금지하려는 시도도 발견됐다. 2015년 9월에는 앞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전국 법원에 공문을 보내 불법적인 1인 시위 현황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해 판사에게 소송대리인을 신청할 의사가 있는지 파악하라는 내용이다. 대구법원 등 청사 이전은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구 로비용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여당 거점 의원’인 이병석 의원(포항시 북구)이 국정감사에서 대구법원 노후화에 대해 언급하자 이러한 관심사를 공략해 설득해야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문건에는 “노후화된 대구법원 청사 이전 적극 추진, 포항 법원 내지 지역의 발전을 위한 아이템 적극적 발굴 및 제시”라고 적혀 있다.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도 총선을 앞두고 대구법원종합청사 이전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양승태 사법부, 국회·언론도 쥐고 흔들려 했다

    양승태 사법부, 국회·언론도 쥐고 흔들려 했다

    상고법원 위해 의원들 성향 분석해 회유 조선일보를 기관지처럼 활용할 계획도 엘리트 법관 삐뚤어진 국민 인식 ‘충격적’ 임종헌 USB·행정처 등 추가 수사 탄력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국회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특정 언론사를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고 치밀하게 움직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국민을 “이기적 존재”라고 표현하며 ‘공복’(公僕)으로서 기본을 망각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건 분석을 마친 검찰은 최근 확보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 자료 등을 바탕으로 강제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31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특별조사단 문건 410개 중 공개하지 않았던 228개 문건에서 중복 32개, ‘20대 국회의원분석’ 등 비공개 3개를 제외한 193개를 공개했다. 지난 6월 5일 행정처는 410개 문건 중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직접 관련된 문건 182개에서 중복 84개를 제외한 98개를 공개했지만, 추가 의혹이 드러나면서 나머지도 공개하게 됐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을 보면 당시 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국회, 법무부, 변호사단체, 언론 등을 상대로 로비를 계획했다. 특히 ‘사법부 독립성’을 강조하는 이들이 국회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해 회유하려 한 것은 충격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응 전략’ 문건에는 당시 새누리당 의원(김진태·김도읍·이한성)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해철·서기호) 등을 상고법원 반대파로 분류하고 접촉 방법, 대응 전략, 지역구 현안 등을 상세 기술했다. 또 정치 현황 분석과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이춘석 민주당 의원 등과 접촉한 결과도 문건으로 만들었다. 언론도 ‘떡 주무르듯’ 하려 했다.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 문건에는 조선일보 지면에 지상 좌담회와 칼럼 등을 게재해 상고법원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 한 계획이 담겼다. 또 한겨레 등 일부 언론사는 분리·고립시켜 반대 여론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엘리트 법관들의 국민에 대한 인식이다. 2014년 작성된 ‘법무비서관실과의 회식 관련’ 문건에선 “일반 국민들은 대법관이 높은 보수와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은 만큼, 그 정도 업무는 과한 것이 아니며 특히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라는 표현이 있다. 이번 문건 공개로 검찰의 사법 농단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법부가 국회, 언론,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이 같은 로비를 계획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검찰의 강제 수사를 막을 명분도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국민은 이기적” 싸잡아 비하… “피의자 체포 쉽게” 檢엔 빅딜

    “국민은 이기적” 싸잡아 비하… “피의자 체포 쉽게” 檢엔 빅딜

    양승태 대법원은 국민들이 이기적이라며 비하하는 한편 상고법원을 위해서라면 피의자를 쉽게 체포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며 검찰에 빅딜을 시도했다.  31일 공개된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재판을 받는 국민들에 대한 ‘관존민비’(官尊民卑)적인 시각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2014년 8월 29일 청와대 법무비서관실과 행정처 기획조정실의 회식 후 작성된 문건에는 상고법원이 국민들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있다. 이 문건에는 “일반 국민들은 대법관이 높은 보수와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는 만큼 그 정도 업무는 과한 것이 아니며, 특히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들이다”고 적혀 있다. 다만 법무비서관실의 의견인지, 행정처의 의견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는 “이기적인 국민들 입장에서 상고법원이 생겼을 경우 처리시간 단축, 자세한 판결문 등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를 접근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행정처는 또 상고법원을 위해서라면 인신구속 등 신체의 자유도 침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법무부와 검찰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빅딜’을 안겨 줘야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법무부 설득방안’ 문건에는 영장 없는 체포 활성화 플리바게닝 법제도화 영장항고제 도입 등 검찰 수사에 유리한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구속 수사가 필요할 경우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우선 체포한 뒤에 나중에 법원으로부터 신병 확보에 대해 판단을 받는 사실상 ‘체포 전치주의’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럴 경우 “체포 상태에서 수사결과가 영장실질심사에 반영되므로 구속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사장 자리 증설 방안도 포함됐다. ‘법무부 송무차관직(제2차관)’, ‘상고검찰청’ 등을 신설하면 최소 5명의 검사장 자리를 증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법원 재판연구관에 검사를 보임하고, 법무연수원과 사법정책연구원에 검사와 판사를 교차로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법원 앞 1인 시위를 금지하려는 시도도 발견됐다. 2015년 9월에는 앞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전국 법원에 공문을 보내 불법적인 1인 시위 현황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해 판사에게 소송대리인을 신청할 의사가 있는지 파악하라는 내용이다. 대구지법 등 법원 청사 이전은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구 로비용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여당 거점 의원’인 이병석 의원(포항시 북구)이 국정감사에서 대구법원 노후화에 대해 언급하자 이러한 관심사를 공략해 설득해야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문건에는 “노후화된 대구법원 청사 이전 적극 추진, 포항 법원 내지 지역의 발전을 위한 아이템 적극적 발굴 및 제시”라고 적혀 있다. 유승민 의원도 총선을 앞두고 대구법원종합청사 이전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대법관 1명 年 3000건 배당…솎아내기 바빠, 최고 억대 전관 도장값·재판비에 ‘탈탈탈’

    한 사건에 대해 세 번 심판 받을 수 있는 ‘3심제’는 독일·프랑스 등 대륙법계의 재판 원칙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실제로 세 번 재판 받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기준 심불 기각률(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된 비율)은 민사 재판 77.2%, 행정 재판 76.4%, 가사 재판 86.8%에 이르렀다. ● 대법 ‘저비용·고효율 재판’ 위해 불가피 한 해에 대법원에 접수되는 상고심 사건이 3만건이 넘고 이를 처리할 대법관은 12명뿐이라 대법관 1명당 연 3000여건이 배당된다. 그래서 법률심만 다루는 상고심 성격에 안 맞는 사건은 심불 처리로 솎아 낼 수밖에 없다고 법원은 설명한다. 대법원 입장에서 심불 기각은 ‘저비용·고효율 상고심 재판’을 구현하는 장치인 셈이다. 반면 상고이유서를 정성 들여 써 냈던 재판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영문도 모른 채 한 줄짜리 심불 기각 판결문을 받아들고 있다고 항변했다. 어떤 사건이 심불 처리되는지를 알 수 없어 ‘깜깜이 상고’를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 기각돼도 전관 수임료 오롯이 지불해야 ‘전관 도장 값’은 심불 기각이 키운 법조계의 대표 악습이다. 변호사 업계엔 ‘고위 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 도장이 상고장에 찍혀 있어야만 심불을 피한다’는 정설이 있다. 대법원은 극구 부인하지만 ‘도장 값’ 위력을 믿지 않는 변호사나 재판 당사자는 없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소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의뢰인만 대법원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2006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나온 자료를 거론했다. 당시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심불 처리율은 6.6%인 반면 일반 변호사들의 경우는 40%대란 자료가 발표됐다. 임 교수는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억울함을 풀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대법원까지 갔는데 ‘자세히 들여다볼 가치가 없다’고 하면 국민 입장에서 허탈하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법조인들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수임료가 보통 억 단위라고 말했다. 법조계 한 원로 변호사는 “일반 변호사 수임료는 심급이 오를수록 단계적으로 낮아지지만, 전관 변호사는 상고심만 담당하고도 수임료는 오히려 더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전관이 수임하면 심불 기각 판결이 나와도 수임료는 다 가져간다”면서 “작은 로펌이나 변호사 사무실에선 심불 기각 판결을 받지 않으면 ‘로또 맞았다’고 말할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관을 쓰지 않을 때에도 인지대·송달료 등 재판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인지대는 항소심이 1심의 1.5배, 상고심은 1심의 2배로 는다. 변호사 업계 반발로 법원이 2012년부터는 심불 처리되면 상고심의 인지대 절반을 반환하지만, 여전히 절반은 반환받지 못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실제 5대 로펌 중 한 곳이 몇 년 전 억대 인지대를 부담하고도 심불로 기각됐다”면서 “이 사건을 계기로 문제가 증폭됐다”고 전했다. ● 행정·특허 ‘시간 벌기’… 가사 ‘울분 풀기’ 가사·행정·특허 사건의 심불 처리율은 민사보다 높다. 행정·특허 사건의 경우 10개 중 1건 정도를 정식 심리하는 구조인데도 불구하고 상고심까지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재판 확정을 지연시켜 행정·특허 관련 처분의 유효기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공대호 법무법인 혜안 변호사는 “행정소송은 취소·무효 사건이 대부분이고 소송가액(소가)도 낮아 끝까지 가 보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사 사건의 경우 감정적 요인으로 대법원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심리불속행 <하>편에서는 대법원의 자의적인 심불 처리 기준, 상고심을 그렇게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된 속사정 등을 다룹니다.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복불복 주심, 묻지마 ‘심불’ 기각…상고심이 왜 그럴까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복불복 주심, 묻지마 ‘심불’ 기각…상고심이 왜 그럴까

    우리나라 재판은 3심제라고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형사재판을 빼고 민사·가사·행정·특허재판 상고심에선 매년 70% 이상의 판결문이 딱 한 줄로 끝난다. ‘심리불속행에 해당되어 기각한다’는 한 문장이다. 심리불속행, 법조계에선 줄여서 ‘심불’이라고 부르는 이 제도는 말 그대로 심리하지 않았단 뜻을 담고 있다. 세 개의 소부로 나뉘어 재판하는 12명의 대법관이든, 대법관 아래 배치돼 재판을 돕는 100여명의 재판연구관 판사든 사건의 쟁점을 진지하게 보지 않은 채 2심 판결 그대로 재판을 끝낸다는 뜻이다. 대법원에서 사건을 면밀히 보지 않았으니 민사·가사·행정재판의 7할 이상은 사실상 2심제라고 봐도 되겠다.1·2심은 사건의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 3심은 하급심에서 법리를 잘못 적용했는지 보는 법률심이라 서로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대법원은 3심제라는 우리 헌법의 가치를 무력화시키는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사실관계는 하급심에서 다 다투고 대법원에선 법리 적용 여부에 대해서만 상고해야 하는데, 하급심 재판에서 지면 너도나도 상고를 해대니 대법원에서 심리 없이 솎아 낼 사건이 늘어난다는 논리다. 결국 상고를 남발하는 시민과 이를 부추기는 변호사들이 문제란 게 법원의 속내다. 같은 맥락에서 상고심 사건 넷 중 셋을 심불 처리하는 근본 이유를 대법관의 과중한 사건 수에서 찾는 판사들은 “삼세판을 좋아하는 국민성 때문에 상고가 남용된다”란 분석을 자주 내놓는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재판이 내기 바둑도 아니고, 비싼 인지대와 변호사 선임 비용,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하는 재판을 좋아할 국민이 몇이나 있겠느냐”며 “어떤 사건이 심불 기각되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심불 처리율이 높아도 재판을 멈출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원과 재판 당사자, 법원과 변호사 간 심불을 바라보는 인식 차이는 서울신문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단독 입수한 대법관별 심불 처리율을 판독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먼저 올 상반기 소부에서 처리된 상고심 재판의 심불 처리율을 살펴보니 이기택·박상옥·민유숙·조희대·김창석·김신 대법관이 주심이 맡은 사건에선 80% 이상이, 권순일·박정화·김소영 대법관 주심 사건의 70% 이상이 심불 처리됐다. 이 비율은 김재형 대법관 주심 사건에선 50.9%로, 조재연·고영한 대법관 주심 사건에선 20%대로 줄었다. 최대(이기택 대법관·84.3%)와 최소(고영한·22.0%) 간 격차는 62.3% 포인트에 달했다. 패소했더라도 고영한 대법관 주심 재판의 8할은 패소 이유가 적힌 상고심 판결문을 받은 것이고, 이기택 대법관 주심 재판에선 8할이 설명 없는 판결문을 받아든 셈이다. 대법원은 “원고 한 명이 ‘민원 폭탄’을 넣은 사건을 조재연·고영한 대법관에게 배당해 이들의 처리율이 20%대로 낮아졌다”고 해명했지만 그렇게 접수된 민원 사건이 두 대법관이 맡은 2000여건 중 몇 건인지, 두 대법관 사례를 빼더라도 여전히 심불 처리율 격차가 최대 30% 포인트 이상으로 큰 것에 대한 공식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사견을 전제로 일부 판사들은 “대법관별 심불 처리 격차가 큰 것은 그만큼 재판이 대법관의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방증한 것”이란 설명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판사들도 ‘법관의 독립이 외압 없이 공정하게 심리하는 과정에 작용하는 게 아니라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버릴 자유를 보장한 권리였느냐’는 다소 날을 세운 후속 질문엔 쉽게 답하지 못했다. 법원 안팎에선 대법관의 경험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변호사 경험이 있는 조재연 대법관(23.8%)은 심불 판결문을 받은 당사자들의 황망함을 알기에, 교수 출신 김재형 대법관(50.9%)은 심불 처리가 기본권 제한 요인 때문에 툭 하면 위헌 시비에 휘말리는 기형적 제도임을 알기에 심불 처리율이 평균보다 낮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역대 대법관 중에는 사건을 심불로 처리하는 경우에도 판결문에 심불에 해당돼 기각하는 이유를 쓰기도 했다. 변호사들, 특히 판사 출신이 아닌 변호사들은 주심 대법관별 심불 처리율 편차를 보고 분노를 터뜨렸다.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시절부터 심불 폐지를 주장해 온 강신업 변호사는 “주심에 따라 심불 처리율 편차가 이렇게 크니 심불이 ‘엿장수 마음대로’ 이뤄진다고 의심하고 상고심을 불신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주심 대법관이나 재판연구관들의 열정과 성실성 여부에 따라 최종심 심리를 받을지 못 받을지 결정된다면 그 억울함을 대체 어디에서 풀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사건이 누구에게 배당되는지에 따라 심리를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된다면 결국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김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주심별로 심불 처리율 격차뿐 아니라 어떤 사건이 심불 처리되는지도 불투명하다”면서 “상고심 변호사에 고위 법관 출신이 있으면 심불 처리 없이 사건을 심리한다는 속설이 있다 보니 전관 몸값이 올라간다”고 귀띔했다. 전관들이 상고이유서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고 받는 이른바 ‘도장 값’은 여전히 기본 1000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판사들의 ‘열정’에 따라 심불 처리율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짐작은 대체로 새로 대법관이 유입되는 시점에 심불 처리율이 줄어드는 현상 때문에 한층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예컨대 대법관 2명이 교체된 올해 1~5월 대법관 전원의 심불 처리율은 54.1%로 지난해 말 77.4%보다 23.3% 포인트 줄었다. 2013년 54.0%였던 심불 처리율이 2014년 54.5%, 2015년 60.7%, 2016년 71.2%, 지난해 77.4%로 오르다 대법관 교체기인 올해 다시 뚝 떨어진 것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왜 심리도 않고 끝내는 거죠? 불복 부르는 ‘엿장수식’ 상고심
  • [뉴스 in] 심리 없이 상고심 기각 77%…대법관 따라 22~84% 차이

    [뉴스 in] 심리 없이 상고심 기각 77%…대법관 따라 22~84% 차이

    형사를 제외한 민사·가사·행정재판 상고심에선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가 운영된다. 법률심인 상고심의 성격에 맞지 않는 상고를 대법원이 심리 없이 기각하는 제도다. 지난해 ‘심리불속행에 해당되어 기각한다’라는 단 한 줄로 솎아 낸 민사·가사·행정재판은 전체 상고심의 77.4%를 차지했다. 대법관별 편차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금태섭 의원실에 따르면 주심 대법관별 심리불속행 처리율이 최소 22.0%에서 최대 84.3%까지 벌어졌다. 명확한 심리불속행 기준에 따라 사건이 처리되는 게 아니라 대법관의 성향과 성실성에 따라 그 기준이 정해지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부르는 통계다. 금 의원은 “심리불속행 사유를 보다 구체화해 재판 당사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추진… ‘재판 거래’ 구제 길 열리나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추진… ‘재판 거래’ 구제 길 열리나

    법안 발의 준비 중인 박주민 의원 “공정 재판 위해 독립 재판부 필요” 피해자 재심사유 특례 적용 등 논의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줄줄이 기각된 가운데, 법조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법농단 관련 재판을 맡을 독립된 특별재판부 구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된다.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의혹 해결 과정의 형식과 내용이 모두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사법농단 특별법 제정’ 공청회를 열고 사법농단 사건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 구성과 ‘재판 거래’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법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별재판부는 1948년 반민족행위처벌법에 근거해 설립된 특별재판부 이후 70년 만에 처음으로 논의되는 것이다. 당시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고등법원 이상 법관·변호사 6명, 시민사회 인사 5명 등 16명으로 구성됐다. 일제강점기 법관으로 근무했던 이들이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특별재판부를 운영한 것이다. 사법농단 사건도 법원 내의 반발로 공정한 재판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특별재판부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의원과 서울변회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달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의 3차 조사 결과와 함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2시간 30분여 만에 대법관들이 이에 반발하는 내용의 입장 자료를 냈다.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박 의원은 “사법농단 수사에 대한 법원 내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사법부가 재판을 맡으면 ‘셀프 재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면서 “제대로 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을 위해 사법농단 사건 관련 영장담당 판사와 재판부를 독립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준비되고 있는 법안은 먼저 대한변호사협회와 사법농단 재판을 관할할 서울중앙지법(1심)·서울고법(2심) 판사회의, 시민사회(비법조인)가 3명씩 추천한 9명의 인사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 또 이 위원회가 수사 단계에서 압수·수색·검증·체포 등의 영장 심사를 맡는 특별영장전담법관 1명과 기소 이후 재판을 담당하는 특별재판부 판사 3명을 2배수로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임명하게 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된다.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고 재판 상황은 방송을 통해 생중계하게 했다. 특별재판부 도입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최근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가 법원에 의해 발목이 잡히고 있다는 여론이 높아서다. 대법원은 검찰이 요청한 자료 중 법관 인사 자료와 주요 혐의자들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메신저·이메일 사용 기록, 관용 차량 일지 등의 제출을 거부했다. 대법원은 자료 제출 거부 이유로 법관들의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임의 제출할 경우 증거 능력이 훼손된다는 이유를 들면서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한 데 이어, 지난 27일 청구한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인사심의관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재판 거래’ 등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이들에게 재심 사유에 관한 특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구제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양승태 사법부 재판거래, 엘리트 법관 이권 챙기기였나

    임종헌 USB서 김기춘·이정현 접촉 정황 朴 독대 후 대법원장 특활비도 3배 급증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관 해외 파견 확대를 위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정현 전 홍보수석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과 접촉하려 한 정황이 확인됐다. 또 박 전 대통령 독대 후 양 전 대법원장의 특수활동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행정처 로비의 목적이 사법서비스 개선이 아닌 ‘잇속 챙기기’가 아니었냐는 비판도 나온다. 2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PC 하드디스크와 이동식저장장치(USB) 분석을 통해 행정처가 2012년부터 ‘오스트리아 법관 파견 추진 대책’ 등 법관 해외 파견 관련 문서를 다수 생산한 것을 확인했다. 이들 문건에는 “2010년 이후 중단된 주미 대사관과 주오스트리아 대사관 파견을 되찾아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청와대 인사위원회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는 구체 방안도 적시됐다. 문서에는 김 전 비서실장과 이 전 수석 등 인사위 인적구성도 담겼다. 2006년 해외 사법부와의 교류 확대를 위해 시작된 미국·오스트리아 대사관 법관 파견은 이명박 정부 때 중단됐다가 2013년 부활했다. 특히 2013년엔 전에 없던 주유엔·주제네바 대표부 파견도 생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당시 행정처의 전방위 로비 목적이 상고법원 도입 외에도 소수 엘리트 법관들의 이익까지 포함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2013년 9월 작성된 ‘(일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 외교부와의 관계’ 문건엔 ‘판사들의 해외 공관 파견’과 ‘고위 법관의 외국 방문 시 의전’ 등을 기대하며 “외교부를 배려해 절차적 만족감을 주자”고 적혀 있다. 또 이날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대법원은 2015년 1월 특활비 예산을 처음 편성한 이후 올해 5월까지 총 9억 6480만원을 지급했다. 수령자는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대법관, 법원행정처 간부 등이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월 400만~700만원씩 받던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2015년 8월 이후 한 달에 최대 1285만원까지 수령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초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로비를 했다는데, 얻은 것은 소수 엘리트들을 위한 이익”이라면서 “사법시스템 개선을 위한 로비였는지, 소수 법관의 이권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양승태 전 대법원장 특활비, 박근혜 독대 즈음 최고 3배 급증

    양승태 전 대법원장 특활비, 박근혜 독대 즈음 최고 3배 급증

    참여연대, 2015년 1월∼2018년 5월 대법원 특수활동비 지급내역 공개 사법농단 의혹의 중심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특수활동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독대한 즈음을 전후해 최대 3배가까이 더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정보공개 청구로 받아내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15년 1월∼2018년 5월 대법원 특수활동비 지급내역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기에 유독 많은 특활비를 지급받았다. 대법원 특활비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1월 처음으로 대법원 예산에 편성되기 시작했으며, 올해 5월까지 3년 5개월 동안 903차례에 걸쳐 총 9억 6480여만원이 지급됐다. 이 기간 재임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대법관, 법원행정처 간부 등에게 특활비가 주어졌다. 대법원 특활비는 대법원이 자체 편성하지만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사안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5년 1월부터 퇴임 날인 2017년 9월 22일 사이에 총 2억 2360여만원을 받았다. 이번에 공개된 특활비 지급 총액의 23.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후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총 5920여만원을 받았다. 대법원장에게는 한 달 평균 5.5회에 걸쳐 690여만원의 특활비가 지급됐고, 법원행정처장에게는 월평균 4.2회 436만원가량이 지급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2015년 7∼12월에는 다른 시기보다 훨씬 더 많은 특활비를 받았다. 다른 때는 한 달에 400만∼700만원 정도를 받았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즈음부터 최소 750만원에서 많게는 1285만원까지 지급된 것이다. 대법관들은 월 80만에서 120만원 사이의 특활비를 받으며 1년에 약 1200만원가량을 수령했다. 참여연대는 “매월 100만원씩 ‘수당’을 받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참여연대는 “대법원장이나 대법관,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은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사건 수사, 정보 수집,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활동’을 수행하는 이들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특활비를 직원 격려금이나 회식·접대 비용으로 쓰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며서 “연간 3억원 미만으로 연간 70억∼80억원을 쓰는 국회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국가 재정 낭비임에는 틀림없다”며 “만약 대법원이 특활비 사용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면 전면 삭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사법부에도 법관이나 직원에 대한 윤리감사 ,각급 법원에 대한 직무감찰이나 사무감사 등과 같이 밀행성이 요구되는 활동에 특활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 강제징용 배상 상고심 전원합의체 회부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 강제징용 배상 상고심 전원합의체 회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소송 중 하나인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대법원 접수 5년 만이다. 대법원은 여운택(95)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한다고 27일 밝혔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하는 일반 상고심과 다르게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전원이 참여해 심리하는 재판을 전원합의체라고 한다.고령의 원고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21년째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1941~1943년 구 일본제철 측에 회유 당해 일본에 갔지만, 오사카 등지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임금도 제대로 못 받았다며 1인당 1억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소송을 냈다. 1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이 났고,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여씨 등은 다시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일본의 확정 판결은 한국에서도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일본에 소송을 낸 적 없는 원고들에 대해서도 1·2심은 “구 일본제철에서 입은 피해를 법인격이 다른 신일본제철에 청구할 수 없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상고심 판단은 달랐다. 김능환 전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상고심 재판에서 대법원은 2012년 5월 “일본 법원 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이듬해 7월 “구 일본제철 일본 정부와 함께 침략 전쟁을 위해 인력을 동원하는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했으니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판결에 피고인 신일본제철이 재상고를 한 뒤 대법원에서의 사건 처리는 5년 넘도록 이뤄지지 않았다. 2013년 8월 재상고심이 접수됐지만, 상고이유서와 답변서가 모두 제출된 2015년 6월까지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원합의체 보고안건 논의는 2016년 11월부터 진행됐다.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법원행정처 문건 중 이 소송을 거론한 문건이 발견되며, 당시 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고의로 선고를 지연했는지 의혹이 제기됐다. 문건엔 행정처가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외교부 입장을 반영해 재판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반대급부로 외교부와 해외 파견 법관제도 부활을 검토한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이 문건이 실제 시행됐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한편 대법원 측은 “쟁점이 매우 어려운 사건이고, 그 동안 여러 차례 보고서와 의견서를 회람한 사건”이라면서 “심리를 지연하거나 심리를 하지 않다가 비로소 시작한 사건은 아니다”라며 계획적 지연 의혹을 일축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단독] 선거재판 등 거래 가능성… 하급심으로 번진 사법농단 의혹

    [단독] 선거재판 등 거래 가능성… 하급심으로 번진 사법농단 의혹

    선거법 위반 선고, 당선 무효 파괴력 법원장이 해당 지역 선관위장 맡아 檢, 재판 외 영향력 가능성도 주목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국회의원 민원 정리 문건을 발견함에 따라 재판개입 의혹 수사가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지난 6월 사법부 특별조사단 조사보고서에 언급된 410개 문건 중 98개가 공개됐을 때까지만 해도 대법원 재판, 즉 상고심을 중심으로 제기된 재판개입 의혹 범위가 선거재판 등 하급심까지 확산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26일 의원 민원 정리 문건이 작성된 경위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선출직인 의원들이 선출된 뒤 6개월 동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에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증받고, 이들을 지지하는 정당인 역시 같은 위험성에 노출되는 만큼 민원에 선거재판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선거재판의 경우 선거 뒤 6개월 내 기소, 6개월 내 재판이란 긴박한 시간표를 따르게 되어 있는 데다,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되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이에 검찰은 재판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의원들과 사법부 간 접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선 법원장들은 해당 지역 선관위원장을 맡는다”며 재판 외 영역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앞서 현직 대법관들이 ‘재판거래는 없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고,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3명의 대법관 후보자 역시 재판거래 가능성을 낮게 진단했지만 법원 내부에서마저 재판거래 의혹은 커지고 있다. 이날 재경지법에 근무하는 이모 부장판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보상금 청구 사건과 관련해 “일제 강제징용 배상책임을 미쓰비시중공업에 물려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원고승소 결론을 내린 파기환송심이 재상고돼 대법원에 계류됐는데, 난데없이 미쓰비시 사건을 원고패소, 즉 미쓰비시에 배상책임이 없다고 파기환송하기로 했으니 판결 이유를 그렇게 써야 한다고 선임연구원이 말했다”고 회상했다. 앞서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외교부의 ‘민원’ 내지 ‘요청’이 들어왔다고 언급한 법원행정처 문건을 확인했는데, 이 문건의 신빙성을 높여준 폭로로 주목받았다. 문건엔 외교부 민원을 들어준 대가로 ‘판사들의 해외 공관 파견’ 등을 추구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이 부장판사 측은 ‘선임연구원의 말을 오해한 것 같다. 단정적으로 파기환송된다는 게 아니라 파기환송 가능성이 있어서 기존 상고심 판시를 그대로 쓰면 안 된다는 얘기였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검찰은 이 부장판사를 소환해 진위를 확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대법관 후보 3인 임명동의안 진통 끝 국회 통과

    국회가 26일 본회의를 열고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대법관 후보자 3인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김 후보자는 끝까지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김 후보자에 대한 동의안은 총투표수 271표 중 찬성 162표, 반대 107표, 기권 2표로 가결됐다. 노 후보자와 이 후보자의 반대·기권 표는 각각 43표와 24표였다. 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엔 적격 의견과 부적격 의원이 함께 실렸다. 보고서는 “다수 노동사건에서 의미 있는 선례를 남기고 제도 개선에 기여했다”면서도 “일부 위원은 후보자가 진보성향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창립 회원으로 회장을 맡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을 변론하는 등 대법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 후보자가 임명되면 대법관 14명 중에서 여성 대법관은 4명으로, 역사상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대법원이 구성된다. 이날 의원들은 본회의에서 고 노회찬 의원을 추모하는 묵념을 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은 상중에도 사법개혁에 대한 노 의원의 뜻에 따라 김 후보자의 동의안 통과를 위해 표결에 참석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한국당 퇴장 속, 김선수 대법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한국당 퇴장 속, 김선수 대법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대법관 임명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퇴장 속에 채택됐다. 인사청문특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선수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인사청문특위는 앞서 오전에 노정희·이동원 대법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는 채택했으나, 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서 한국당 의원들이 반대하며 지연됐다. 청문보고서에는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의 김 후보자에 대한 적격 및 부적격 의견이 함께 실렸다. 인사청문특위는 보고서에 “일부 청문위원은 김 후보자가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변론 활동을 통해 전문성을 인정받았으며, 다수 노동사건에서 의미 있는 선례를 남기고 제도 개선에 기여하는 등 대법관에 요구되는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위원은 후보자가 진보성향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창립 회원으로 회장을 맡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을 변론하는 등 대법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했다. 청문보고서 채택은 김 후보자를 반대한 한국당 의원들의 퇴장 속에 이뤄졌다. 인청특위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퇴장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에서 “30년간 김선수 후보자는 정치적,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사건에 있어 특정세력 편을 들어서 소송 대리도 하고 성명도 내고 결국 국론 분열의 선봉에 섰다”며 김 후보자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4시 본회의를 열어 대법관 후보자 3명 임명동의안을 표결한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대법관 후보자 노정희·이동원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김선수는 지연

    대법관 후보자 노정희·이동원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김선수는 지연

    국회가 대법관 후보자 3명 가운데 노정희·이동원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26일 채택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김선수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 여부는 지연되고 있다. 국회 대법관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이렇게 논의했다. 위원회는 노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에서 “28년간 높은 식견으로 재판의 신뢰를 높이고 국민과의 소통을 노력해왔고, 특히 아동·여성의 인권에 대한 권익 보호와 지위 향상을 경주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 후보자가 진보적 성향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이념적·정치적 편향성이 우려되고, 후보자의 두 자녀가 전남 곡성으로 위장전입했다는 점 등 대법관으로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기 어렵다는 견해를 일부 위원이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인사청문특위는 또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에서 “대법관으로 임명될 경우 충실한 재판이 기대되는 점, 대법관으로서 기본권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소신을 갖고 있다는 점 등 대법관 업무 수행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사청문 과정에서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이 당시 관행이었다고 하더라도 법관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의견도 보고서에 담았다. 김선수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는 여야 간 이견으로 함께 채택되지 못했다. 현재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념 편향성, 도덕성 문제 등을 거론하며 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사청문특위는 오후 1시 30분에 전체회의를 속개,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국회는 이날 오후 4시 본회의를 열어 대법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을 할 예정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모처럼 일하는 국회… 자료 준비 바쁜 공무원들

    모처럼 일하는 국회… 자료 준비 바쁜 공무원들

    이동원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8곳의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가 열린 25일 각 상임위 소관 부처 공무원들이 국회 본청 회의장 밖 복도에서 국회의원 질의에 대비해 답변 자료 등을 준비하고 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판사 위한 ‘3000만원 룰’… 수개월 밀린 내 월급은 ‘덤핑 재판’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판사 위한 ‘3000만원 룰’… 수개월 밀린 내 월급은 ‘덤핑 재판’

    상한선 20년 새 1000만원 급상승 민사소송 76% 3분 만에 ‘땅땅땅’1973년 20만원이던 소액재판 기준 금액은 76년 30만원, 80년 50만원, 81년 100만원, 83년 200만원, 87년 500만원, 93년 1000만원, 98년 2000만원으로 오르다 지난해 1월부터 3000만원이 됐다. 명목금액을 보면 2000만원이 된 98년 즈음부터 한국의 소액재판 기준 금액은 수십만~수백만원대인 해외 주요국보다 월등하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이 통계청 화폐가치계산 사이트를 활용해 소비자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 실질가치로 금액을 재계산해 보니 문제는 90년대가 아닌 80년대부터 본격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80년대부터 대법원이 알아서 기준 정해 현행 기준(3000만원)을 채택한 지난해 1월에 준해 소액재판 기준 금액의 실질가치를 재계산해 보니 73년 316만원, 80년 254만원, 81년 400만원 수준으로 당시로서는 다른 나라와 비슷했다. 그러던 것이 83년 687만원, 87년 1525만원, 93년 2045만원, 98년 3168만원으로 개정 때마다 50~75%씩 크게 높아졌다. 80년대 초 이후 변동이 컸던 까닭은 이때를 기점으로 소액재판 기준 금액을 정할 권한이 입법부에서 사법부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원래의 소액사건심판법은 소액재판 기준 금액을 국회가 법률로 정하도록 해 뒀지만, 1980년 1월 금액을 대법원 규칙으로 위임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이후 38년째 소액재판 기준 금액을 ‘재판 공급자’인 사법부가 직접 정하는 법제가 유지됐고, 대법원은 가파르게 기준 금액을 높였다. 대법원 규칙은 대법관 회의만 거치면 즉시, 혹은 약 6개월 동안의 기간을 둔 뒤 고칠 수 있다. 이렇게 우리 사법부는 소액재판 기준 금액을 높이며 전체 민사재판 중 소액재판 심리를 70%대로 유지해 온 것이다. 소액재판은 원고·피고 변론을 들은 뒤 숙고 없이 곧바로 선고를 내릴 수 있고, 심지어 청구가 이유 없다고 판단되면 아예 변론을 듣지 않은 채 판결할 수 있고, 왜 그렇게 판결했는지 설명을 생략한 채 트위터(140자)보다 짧은 판결문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민사 본안사건에 비해 여러모로 판사를 편하게 한다. ●“사법 신뢰 뿌리부터 흔들릴 수도 있어” 대법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1심 법원이 다룬 민사사건 중 76.1%를 ‘공정한 재판을 받을 장치를 제한할 소액재판 특례’가 적용되도록 규칙을 설계했다. 김상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는 이에 대해 “시민 생활과 밀접한 이런 기준을 시민 의견 수렴이나 국회 공론화 과정 없이 대법원이 결정하게 한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법원에도 판사 수 증원이 어렵고 금융사가 대량으로 제기하는 다툼 없는 소송 등은 소액재판으로 신속 해결하는 게 사법 서비스 측면에서 적합하다는 사정이 있겠지만, 개인적인 분쟁에 휘말려 재판까지 받게 된 서민 입장에서 3000만원으로 매우 높게 정한 소액재판 기준은 국민을 위한 것인지, (판사들이) 사건을 떼려고 분류한 것인지 의심을 품게 하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으로 김 교수는 “소액재판은 보통 서민이 ‘생전 처음 법원과 접촉하는 소송’인데 간소 절차를 밟아 ‘우당탕탕 판결’을 내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면서 “우리 하급심이 스피드는 빠지지 않는데 품질이 썩 좋지 않다 보니 항소, 상고심이 늘어 결국 재판 업무는 더 가중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정식 재판 청구위해 ‘3000만원+100원’ 소송 사법부가 직접 재판 제도를 설계할 수 있는 한국과 다르게 재판 제도 설계는 입법부에 맡기고 사법부는 재판에 전념하도록 권한을 분리한 해외 주요국에선 ‘재판 수요자’인 시민들을 배려한 장치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일본에선 소액재판 기준을 한국의 5분의1 수준인 60만엔(약 600만원)으로 제한한 데다, 소송가액(소가) 60만엔 이하 소송이더라도 원고·피고에게 소액재판과 정식재판(민사본안 재판)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도록 했다. 원고가 소액소송을 청구하더라도 피고가 정식재판을 원하면 정식재판을 해야 한다. 한국에선 3000만원 이하 사건에 대해 소액재판이 아닌 정식재판을 청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 항목에 위자료 등을 더하는 방식으로 3100만원, 심지어 3000만 100원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변호사들은 귀띔했다. ●외국선 다툼 큰 사건은 소액재판서 배제 캐나다는 사건 종류에 따라 소액재판 금액 기준을 차등 적용하도록 소액소송법을 설계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경우 금전 지급·계약이행·환불 청구처럼 원고·피고 간 잘잘못이 비교적 명백한 사건에 대해선 2만 5000캐나다달러(약 2150만원)까지 소액재판으로 다룬다. 주요국 중 소액재판 기준을 높게 책정한 것이지만,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명예훼손·모욕·무고에 따른 손해배상 사건이나 주택 임대차 분쟁처럼 다툼이 큰 사건에 대해선 소가가 2만 5000캐나다달러 이하더라도 소액재판 대상에서 제외했다. 캐나다에선 주에 따라 한국처럼 소액재판 금액 기준을 법률에 정하지 않고 사법부 규칙에 위임한 경우가 있지만, 시민들의 재판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툼이 큰 사건은 소액재판에서 배제하는 보완책을 마련한 셈이다. 독일에서도 소액재판 대상 사건을 법에 정해 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시니어법관제도 도입… 제2의 박보영 나와야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시니어법관제도 도입… 제2의 박보영 나와야

    전문가들은 법관의 업무 부담 때문에 소액재판 기준을 3000만원까지 끌어올려 놓은 것은 시민들에 대한 사법 서비스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기준 금액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원 변호사는 “3000만원은 서민의 연봉이나 금융자산을 생각했을 때 과도하게 큰 액수”라면서 “소액재판이 법률서비스로서 기능을 하기 위해선 기준 금액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법관 채용 다양화 등 인력 늘려야 문제는 소액재판 기준 금액을 낮춤으로써 발생하는 업무량 증가다. 법원이 2016년 소액재판 기준 금액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한 것도 결국 늘어나는 업무량 때문이었다. 전문가들도 장기적으로 법관 정원을 늘리면서도, 법관 채용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퇴직한 박보영(57·사법연수원 16기) 전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시·군 판사에 지원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미국식 시니어 법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니어 법관제는 퇴직한 고참 판사들이 일종의 계약직 형식으로 재판 업무를 돕는 제도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선 법관 수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시니어 법관제 등을 통해 채용 방식을 다양화하면, 인력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 것은 물론 전관예우 같은 법조계 고질병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법무사가 변호인 역할 맡게 해줘야” 소액재판은 재판뿐만 아니라 변론에서도 제대로 된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 점이 지적된다. 일정 금액 이하의 사건에 대해선 법무사가 변호인 역할을 맡게 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최영민 대한법무사협회 대변인은 “금액이 작은 사건은 변호사들이 제대로 챙기지 않아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면서 “특정 소액사건에 한정해 문호를 개방하면 변호사와 경쟁 체제를 이뤄 서비스의 질 향상을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실무는 법무사들이 잘 파악할 수도 있겠지만, 법리는 또 다른 영역”이라면서 “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 공급이 급증하고 있는데 굳이 법무사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이동원 후보자 “법원행정처 해체 검토해야”

    이동원 후보자 “법원행정처 해체 검토해야”

    “사법부의 불신, 무거운 책임 통감” 사법행정권한 폐지에는 반대 의견이동원(55·사법연수원 17기) 대법관 후보자가 법원행정처를 해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법원행정처 폐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법원행정처 해체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법발전위원회가 건의한 사법행정회의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이 후보자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 사법부 불신에 책임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이 후보자는 “지금 우리 사법부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의 실망과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27년 동안 사법부 구성원으로 살아온 저 또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대법원장의 모든 사법행정권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사법행정권한은 대법원장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대법원장 권한을 아예 없게 만들면 헌법상 3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며 “사법행정의 의사결정 절차를 투명하게 하는 방법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가 2016년 서울고법에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의 재판장을 맡아 ‘위헌 정당 해산 결정의 효과로 소속 국회의원은 당연히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판결한 것도 거론됐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통진당 전 의원들이 항소심 판결문의 논리와 (양승태 사법부의)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통진당 해산 검토 논리가 유사하다면서 재판 거래 의혹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법과 양심에 따랐다”며 “제가 올해 2월 법원장 프로필을 쓸 때 자랑스러운 판결로 썼다”고 답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재판거래 추가 의혹 쏟아지는데 양승태 압수수색 영장은 또 기각

    법원 내부 “특조단 조사 부실” 지적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부산 스폰서 판사’ 재판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재판거래’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청구한 주요 혐의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또 기각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가 전날 청구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김모 전 기획제1심의관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무더기로 기각됐다. 사법농단 관련 주요 혐의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등이 공모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뒤 전·현직 법관 수십명의 이메일에 대해 보전조치 영장을 청구했지만, 이 또한 기각됐다. 대신 법원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지난 21일에 이어 재차 발부했다. 검찰은 훼손된 양 전 대법관 등의 PC 하드 복구에 실패했고, 대법원으로부터 기획조정실을 제외한 사법정책실·사법지원실 PC 하드와 인사자료, 재판 관련 자료 등을 제출할 수 없다고 최종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평소보다 (영장 발부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면서 “검찰이 기초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법원이 영장을 깐깐하게 보고 있어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는 교착 상태에 빠졌지만 재판 거래 의혹은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추가로 제기된 의혹은 ▲2016년 5월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산의 한 건설사 회장 정모씨의 항소심 재판에 부산고법 문모 판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행정처가 알고도 덮었다는 의혹 ▲2016년 최유정 변호사의 수임비리 사건 재판에 법원행정처가 관여했다는 의혹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등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추가 의혹이 쏟아지자 법원 내부에서도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조사가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실상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형식을 취하고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을 가진 판사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사법행정권 남용’ 양승태 압수수색 영장 또 기각

    ‘사법행정권 남용’ 양승태 압수수색 영장 또 기각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 고위 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또 기각됐다. 25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김모 전 기획제1심의관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앞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집·사무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을 통해 증거를 보강한 뒤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했다. 하지만 허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등이 공모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재차 기각했다. 법원은 최근 임 전 차장 집과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만 내주고 양 전 대법원장 등 나머지는 모두 기각했다. 이날도 임 전 차장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 21일에 이어 현재 임 전 차장 변호사 사무실을 추가로 압수수색 중이다. 검찰은 또 압수수색 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전·현직 법관 수십 명의 이메일을 당사자들이 훼손하거나 변경하지 못하도록 보전 조치 영장도 청구했으나 이 역시 모두 기각됐다. 이밖에도 법원행정처는 사법정책실과 사법지원실, 인사자료, 재판자료, 정모 판사 등 일선판사 자료, 이메일, 메신저 등을 제출할 수 없다는 최종 통보를 보냈다고 검찰은 전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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