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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의 미국] 日 심기 불편·中 발빠른 행보·EU 기대반 우려반

    ■ 일본 中중시 노선으로 美日관계 흔들 납치문제 뒷전으로 밀릴까 우려 |도쿄 박홍기특파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바라보는 일본의 심기는 편치 않다. 아소 다로 총리는 5일 밤 “일·미 동맹은 일본 외교의 기축”이라고 강조했지만 향후 미·일 관계가 조지 부시 정권 때처럼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부시 정권과 ‘밀월관계’가 끝난 만큼 미·일 관계의 재구축, 즉 전환을 꾀해야 할 처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오바마는 선거기간 내내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 때문에 오바마의 속내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게 일본의 가장 큰 고민이다. 오바마는 아시아 외교에서 중국을 중시하는 노선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토론회 때 “중국은 적도 친구도 아니다. 경쟁상대”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실화될 경우, 미국 외교노선의 변화다. 일본으로서는 대미 영향력의 상대적인 저하로 연결되는 탓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8년전 빌 클린턴 민주당 정권이 중국에 비중을 둔 외교 정책을 펴는 바람에 당혹했던 전례를 떠올리고 있다. 물론 경제성장에 힘입어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 지금과는 시대가 다르다는 낙관론도 있지만 방심할 수 없다는 게 일반론이다. 특히 오바마의 대북 정책은 일본과 온도차가 뚜렷하다. 오바마는 부시 정권이 단행한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해제를 지지하고 나선 데다 선거기간에 북한의 지도자와 전제 조건없이 만날 것이라고 공약할 정도로 대화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북·미간 대화가 깊어질수록 납치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일본의 우려다. 아프가니스탄을 지원하는 문제도 일본의 걱정거리다. 오바마는 아프간에서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적이다. 현재 일본 해상자위대는 인도양에서 다국적군의 함대에 급유를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노골적으로 일본에 육상자위대의 아프간 본토 파견 및 재정 부담도 요구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여소야대인 일본의 정국에서 야당의 반대로 추가 지원은 수월치 않다는 점이다. 이밖에도 주일 미군재편 속도와 쇠고기의 수입 조건 완화 등도 미·일간의 만만찮은 쟁점이다. 일본은 초조해하고 있다. 아소 총리는 오는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날인 14일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오바마와도 회동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오바마 진영과의 ‘외교 라인’ 구축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맥이 두텁지 않은 까닭에서다. 현재 오바마의 대일 정책고문그룹인 월트 먼데일 전 부통령, 토머스 폴리 전 하원 의장을 비롯, 커트 캠벨 전 국방부차관보 등 ‘지일파’와 접촉해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hkpark@seoul.co.kr ■ 중국 벌써 차기 주미대사 하마평 무성 타이완 문제 등 마찰 최소화 온힘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이 미국의 새 정권과의 협력 관계 구축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허야페이(何亞非) 외교부부장을 차기 미국대사로 일찌감치 준비해 놓은 중국은, 오바마 새 대통령의 취임에 앞서 맞는 2009년 1월1일 ‘중·미 수교 30주년’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위해 오는 12월 ‘수교 공동 성명’ 발표 30주년부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설 전망이다. 허야페이는 이른 시일에 미국으로 날아가 새 정권과의 핫라인을 개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양국의 수교 성명에 담긴 “두나라는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각인시키며 부시 정권이 보여준 일방주의적 행태를 벗어날 것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마침 금융위기 해결에 중국의 적극적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지시키면서 혹 정권 초기에 중국에 대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외교적 사안들을 사전에 조율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공화당 정권 때 형성된 양국간 ‘전략대화’의 중요성도 부각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중국은 무엇보다 미국 새 정권의 초창기에 일어날 수 있는 양국간 마찰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외교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달라이라마 문제를 비롯한 인권 시비와 타이완 문제 등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자극하면서 양국 관계를 어색하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초기에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제품 안전 문제 등 중국과 중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요인들도 마찬가지다. 일단 중국은 미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만큼 두 나라 관계는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어떤 정권도 당장 현재의 추세를 크게 악화시키기도, 당장 개선시키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그만큼 전략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상호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6일 베이징의 한 외교전문가는 진단했다.“위안화 절상이나 무역 역조 등의 문제는 하루이틀 새 해결될 문제가 아닌 장기적 과제이며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 큰 변수는 아니다.”고 보고있다. 문제는 초창기 ‘친숙하지 않은’ 정부간의 ‘안면트기’이다. 과거 중·미간의 불협화음 상당수도 여기서 비롯됐다는 것이 중국측의 생각이다. 가깝게는 공화당의 부시 정부와 앞선 민주당 클린턴 정부 초창기에 경험했다.‘민주당 정권도 중국과 이렇게 호흡이 잘 맞을 수 있다.’는 전범을 보여준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1992년 선거에서는 천안문사태를 겨냥, 중국 정부를 ‘베이징의 살인마’라고 비난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2000년 선거 때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며 긴장감을 조성했다.‘중국위협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jj@seoul.co.kr ■ EU 일방적 패권주의서 다원주의 시대 ‘희망’ 경제위기로 인한 보호주의 강화 ‘먹구름’ |파리 이종수특파원|‘부시 정권 8년 악몽이 끝났다.’유럽 대륙이 ‘오마바 시대’를 맞아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던 일방적 패권주의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유럽연합(EU) 상임의장국인 프랑스를 비롯, 유럽 주요 국가들은 오바마 시대를 맞아 양 대륙이 협력을 강화하는 다원주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 파리지앵이 6일(현지 시간)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인 84%가 오바마 당선을 환영한다고 응답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 준다. 그 만큼 부시 대통령은 그 동안 유럽 대륙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 등 대부분의 대외 정책에서 유럽과 사전에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시피 했다. 대표적 사례가 이라크 침공이었다. 당시 프랑스와 독일은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미국은 일방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평화유지 임무를 맡겨 유럽의 나토 회원국의 신경을 건드렸다. 또 교토의정서 비준을 미루면서 환경정책을 강조하는 유럽과 마찰을 빚었다. 그 결과 유럽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틈새가 생겼다. 구 대륙의 쌍두마차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과 거리를 두었다. 영국은 친미 노선을 견지했다. 유럽의 미국에 대한 이런 부정적 감정도 ‘오바마 시대’가 열리면서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새로운 대서양 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미국 민주당의 전통적 대외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민주당 정권은 나토를 중심으로 대서양 관계를 중시해왔다. 또 유엔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외국과 협력하는 방향에 무게를 둬왔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오바마의 등장으로 미국 체제가 일시에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 특히 경제 위기를 맞아 보호주의의 색채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다. 일간 르 피가로의 논설위원 피에르 아브릴은 “오마바의 대선 공약 가운데 경제·상업 부문을 보면 매케인보다 더 보호주의 요소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또 오바마가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것도 다원주의에 대한 기대를 어둡게 한다는 지적이다. 오바마가 아프간에 대한 유럽의 지원을 계속 요구하고 유럽이 이에 반대할 경우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아프간 문제나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유럽의 다원주의에 대한 요구를 외면할 경우 양측의 갈등은 장기화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의 전반적인 시각은 오바마의 등장으로 양 대륙의 관계가 개선될 것라는데 무게가 놓인다. vielee@seoul.co.kr
  • 힐, 北군부 ‘이례적 만남’

    힐, 북한 군부와 왜 만났나?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3일 방북 기간 중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박의춘 외무상뿐 아니라 이찬복(73)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표(상장)를 이례적으로 만나 의견을 나눴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美 비확산 전문가 힐 방북 동행 지난해 6월,12월에 이어 세번째 방북한 힐 차관보는 지난 2차례 방북에서도 북측 군부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방북에서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이찬복 상장과 만나 의견을 나눴다고 밝혀 협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고인민회의 제11기 대의원이기도 한 이 상장은 영어에 능통해 미 의회나 학계 방북단을 만나 협의하는 역할도 해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측 비확산 전문가가 힐 차관보와 동행했고 북측에서 군부가 나온 것을 보면 핵 검증 의정서에 포함돼야 할 민감시설 접근 등 비확산·군축과 관련한 구체적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측은 지난 7월 미(未)신고 핵시설·핵물질에 대한 접근과 시료(샘플) 채취 등 국제적 기준에 따른 검증 방법을 담은 핵 검증 의정서 초안을 북측에 제안했으나 북측이 이를 ‘강제사찰’이라며 거부한 뒤 8월 검증 대상 및 절차를 완화한 수정안을 수차례에 걸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측은 공식 반응이 없다가 8월 중순 핵시설 불능화 작업을 전격 중단했으며, 지난달 3일 복구에 착수해 26일에는 재처리시설을 일주일 내 재가동하겠다고 통보하기에 이르렀다.●군축 전문가 전면 등장 분석도 이에 따라 북·미간 핵 검증 대상과 방법, 수위를 실질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비확산 및 군축 전문가가 협상 전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판문점대표부가 지난 8월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는 등 대남·대미 공세를 펼쳤던 만큼 이에 대한 입장을 주장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백지숙의 미술산책] 라틴미술, 액자안에 갇히기엔…

    [백지숙의 미술산책] 라틴미술, 액자안에 갇히기엔…

    오래간만에 덕수궁에 갔다. 내 경우, 나이가 들어서 고궁을 가게 되는 계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내가 데이트할 때 그리고 또 하나는 남을 관광시켜줄 때. 그러니까 높은 빌딩들에 둘러싸여 있어 분지 같은 느낌을 주는 도심의 고궁이란, 일상에서 약간은 벗어나 있는 낭만적이고 ‘이국적인’ 공간인 셈이다. 어릴 적 나에게 덕수궁은 현대미술의 중요한 학습 장소였다. 이젤과 화판을 들고 그림을 그리러도 곧잘 갔고, 서울의 70년대에는 국전을 비롯한 국내외 미술전시를 볼 수 있던 거의 유일한 곳이었던 덕수궁 석조전도 주기적으로 방문한 기억이 있다. 단짝 친구와 덕수궁에서 나와 인근 우동 집에서 우동 한 그릇을 둘이 나누어 먹고, 때론 용돈을 아껴 근처 마당쎄실극장이나 국제극장을 들러 집으로 가는 길이 제법 뿌듯했던 것이다. 이번 덕수궁 방문은 친구들과 같이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을 보러 가기 위한 것이었으니 성인이 되어서보다는 어릴 적 경험에 가까운 것이었다.20세기의 라틴아메리카 미술이라니, 국내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이 넓은 지역의 광대한 역사를 아우르는 전시란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어서 기대를 많이 하고 갔다. 듣기로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전시를 순회하는 것이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오랜 기간 연구조사하고 직접 현지의 미술기관들과 접촉해서 이루어낸 전시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클 수밖에. 전시를 보고 난 소감은 좀 복잡했다. 한편으로는 서양미술의 내로라하는 화가들로 알려진 위프레도 람, 폰타나, 보테로 등이 라틴 출신이었지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림에서 풍겨 나오는 에너지나 사유의 흔적, 정보의 밀도가 예상보다 약해서 오히려 전시의도와는 정반대로 라틴미술이 서양미술의 ‘아류’처럼 읽히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멕시코 벽화의 익숙한 스펙터클 이미지와 달리 차분하면서도 다채로운 회화작품을 보는 묘미가 있었지만, 반면에 라틴미술의 핵심과 파워를 액자 안에 갇혀 있는 페인팅으로 전달하기에는 역시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이 알게 모르게 서양미술사의 오리엔탈리즘에 길들여진 나 자신의 시각 때문인지 반성해볼 여지는 있지만, 어쨌든 길들여진 시각을 전복시킬 만큼의 힘찬 계기가 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라틴미술이 일례가 되긴 했지만 사실 현대미술의 이런 모순적인 기대와 경험은 보다 보편적인 것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고궁과 관련한 개인적 소회처럼 공간적으로 단절된 경험을 통해 한층 상승되는 성찰의 시간과 그것을 당대적인 문화적 체험이나 활동과 연계해 계속 살아 있게 만드는 실천의 효과 중 어떤 것 하나를 현대미술의 의미로 골라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덕수궁을 방문한 그날 친구들과 같이 옛날 그 우동도 먹고, 개봉영화의 소재가 되었다는 신기전을 덕수궁 안에서 발견하고 좋아라 하기도 하고, 가요에 나오는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어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아르코미술관 관장
  • [팍스 시니카 시대로-중국의 비상] 韓·中 동반관계 韓·美전략동맹과 출동 ‘딜레마’

    [팍스 시니카 시대로-중국의 비상] 韓·中 동반관계 韓·美전략동맹과 출동 ‘딜레마’

    “한국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경제적 취약성이 커지고, 전략적 공간이 좁아진다.” “21세기 한·미 전략동맹과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부상하는 중국은 한국에 기회와 함께 넘어야 될 새로운 도전, 풀어야 할 난제들을 던져 주고 있다. 수교 16년 동안 ‘중국 요소(China factor)’는 한국의 경제와 국제관계 틀을 바꾸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중국은 우리에게 대미, 대일 교역액을 합친 규모의 제1의 교역상대국(1450억달러·이하 2007년 기준)이자 최대 흑자대상국(189억 6000만달러)이다. 교역액 2000억달러도 2010년내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등 경제적 상호의존성 가속화에 이견은 없다. 사회체제와 이념은 다르지만 두 나라는 경제적 상호 이해를 기초로 전방위에 걸친 협력 확대를 이뤄냈다. 교역량은 그 사이 23배, 방문 인원은 45배가 뛰어올랐다. 교류 확대 속에 중국에 대한 지나친 경제 의존 등 ‘의존의 비대칭성’도 불거져 나왔다. 경제적 취약성과 대중 종속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위험성 분산 차원에서도 중국 이외에 인도, 베트남 등에 대한 진출·투자 확대를 강조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중국+주요 개발도상국)이 주목 받기도 했다. 교류의 양적 팽창에도 불구, 질적 내실화는 갈길이 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은 우리 국민의 제1의 여행대상국(477만 7000명), 매주 항공기 운항편수 830회의 일일 생활권이 됐지만 두 나라 국민의 이해 폭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정치·군사적 협력은 제한적이고 풀뿌리 교류와 일반의 이해 폭도 낮다.”고 김한규 21세기 한·중교류협회 회장은 평가했다. 쑨커즈(孫科志) 중국 푸단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한·중간 역사·문화적 마찰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구려사 문제, 강릉 단오제 유네스코 등록, 한의학 논쟁 등 역사적, 영토적으로 겹쳐져 있는 부분을 둘러싼 ‘문화 종주권 분쟁’이 두 나라 국민의 감정을 상처내고 국가적 분쟁으로 확전되기 쉽다는 우려다. 쑨 교수는 베이징올림픽에서 표출된 중국인들의 혐한(嫌韓) 감정에 대해 “수교 16년 동안 쌓여 있던 한국인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반사작용인 측면도 크다. 수교 초기 ‘배워야 할 나라’에서 호감은 줄고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는 대상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국내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0여년 동안 대미 군사동맹을 축으로 삼았던 한국의 대외전략도 한·중 전략적 동반자관계라는 새로운 요소와 공존을 추구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한·중 경제교류 규모가 더 커질 때 중국과 군사·정치적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는 정치적 결단을 요구한다. 지난 5월 한·중 정상은 베이징에서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선언하고 지난달 25일 서울에서 군사교류 확대 등 구체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28일 이상희 국방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한·중 국방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고위급 교류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중 군사훈련 상호 참관 가능성과 관련,“주요 훈련은 한·미 연합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미국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한·미동맹과의 충돌을 조심스러워했다. 출범 초기 한·미 전략동맹 강화를 우선 순위에 놓겠다고 공언했던 이명박 정부를 중국은 의구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고 혐한론 확산의 또 다른 배경이 됐다. 베이징대 류진즈(劉金質) 교수는 “부상하는 중국 때문에 급변하게 된 동북아 역학구조 속에서 한국이 특정 국가와의 군사동맹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전략적 모호성으로 외교적 활동공간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도 “한·중·일 대화 등 다자 외교를 통해 발언권을 높이고 국제적 입지를 다져야지 배타적 동맹 논리 강조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미 전략동맹 강화 속에서 중국과 어떻게 긍정적이고 건강한 관계,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쌓아 나갈까. 국내적으로 외교·안보문제에 대한 사회적 동의와 합의 수준을 높여 나가면서 이뤄내야 할 당면 과제다. 이석우 국제전문기자 jun88@seoul.co.kr ■자오후지 中 중앙당교 교수 양국서 지한파·지중파 인재 키울 시점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자오후지(趙虎吉) 중국 중앙당교(中央黨校) 교수는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아시아적 공동체 형성’이라는 가치지향적인 목표를 가지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두 나라 지도자 사이에 좋은 관계가 형성돼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 사이에 폭넓은 이해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책적으로 양국이 지한파와 지중파를 키워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자오 교수는 “이른바 혐한류(嫌韓流)는 논리적인 것이 아닌 정서적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 나라의 관계가 깊어져 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혐한류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잘못된 기사와 불충분한 정보에서 야기된 측면이 크다.”면서 “양국 언론이 드러난 현상을 꼬집기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 중국은 일단 가까워지기 쉽지 않은 점이 있음을 서로 자각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이 성립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가치의 공유 ▲상호인정 ▲행위 예측의 가능성 등을 꼽는데 이런 기준에서 볼 때 특히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가치와 시스템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 쪽에서는 중국이 사회주의인지 자본주의인지도 헷갈리는데, 이런 것이 중국에 위협을 느끼고 불안할 수 있는 요인의 하나라는 것이다. 자오 교수는 나아가 “한·중 두 나라는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문화도 존재하고 있음을 서로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물을 끓여서 훌훌 불어 천천히 마시는 중국 사람과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한국 사람의 차이는 근본적인 것으로, 사물에 대한 인식은 같을 수가 없으니 저마다 장단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의 장점은 빠르고 총명하며 재주가 많아 정보화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기질을 타고났지만, 대신 ‘만만디’로 대표되는 느린 중국 사람들은 깊이·무게·넓이를 갖게 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엄청나게 덩치 큰 나라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데 대한 주변의 시각을 중국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1970∼1980년대 일본이 한국의 성장에 위협을 느꼈고, 미국 역시 일본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자오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중 간에는 상호보완적인 경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새로운 지역 공동체 형성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jj@seoul.co.kr ■정종욱 전 주중대사 한·미동맹 ‘中 아킬레스건’ 타이완 유의해야 정종욱(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주중대사는 2일 한국과 중국이 전략적 관계를 내실화하면서 사회 저변의 대화·접촉의 폭과 깊이를 확대해 나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중 관계를 평가한다면. -두 나라는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한 중요한 파트너다.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는 등 후진타오(胡錦濤) 정부는 성의를 보이고 있다. 전략적 목표 등 공유하는 부분을 넓혀 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정부 차원의 대화협력은 순항 중이다. ▶한·중 전략적 관계가 21세기 한·미 전략동맹과 배치되지 않나. -한·미 동맹은 북한의 침략 방어를 주목적으로 한다. 중국을 겨냥하는 게 아니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타이완 문제’ 등에 유의해서 운용해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미 관계가 악화될 때 한국, 미국, 중국 3각관계에서 딜레마가 오게 된다. 현재 미·중 관계는 폭넓은 전략대화를 하는 좋은 상태다.2011년 후진타오 임기까지는 커다란 충돌과 갈등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대중 경제 의존 확대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중 관계를 일대일의 대립적인 관계로 볼 필요는 없다. 미국과 캐나다, 미국과 멕시코 같은 상생관계도 모델이 될 수 있다. ▶향후 중국 상황을 예측한다면. -올림픽이란 축제가 끝나고 계층갈등, 지속가능한 성장의 한계, 정치·민주화 요구 등 난제가 더 부각될 수 있다. 당분간 쉽지 않은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중국은 덩치 큰 강대국이지만 동시에 내부적으로 해결할 숙제도 많다. 취약점도 많고 불안정성도 크다. 최근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빈부·지역격차 확대 속에 억눌렸던 농민과 저소득층의 권리주장, 시위가 빈번하다. 소수민족 문제의 폭발성은 여전하다. 타이완 독립과 얽힐 때 동북아의 폭풍이 될 수 있다. ▶최근 베이징올림픽에서 나타난 혐한론은 일시적인 현상인가. -한국의 한 방송과 일부 누리꾼들이 올림픽에 대한 중국인들의 특별한 감정을 건드린 측면이 있다. 한편에선 거대 중국의 부상 속에 과거 한·중 간의 ‘역사적 관계’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반한, 혐한 감정으로 작동한 게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향후 한·중 간의 걸림돌은. -‘북한 요인’을 빼놓을 수 없다.‘김정일 이후의 동북아’가 국제사회의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한·중간 전략적인 대화를 통해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 이석우 국제전문기자 jun88@seoul.co.kr
  • ‘北美관계· 6자 회담’ 판 안깰 듯

    북한이 26일 핵 불능화 작업을 즉각 중단하는 한편 영변 핵시설의 원상회복을 고려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검증 시스템 미비를 이유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조치를 연기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압박의 성격이 짙다. 실제 북한은 성명에서 이번 조치가 테러지원국 해제와 관련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거론되고,6자회담 등 민감한 사안에서의 한·중 협력이 가시화되는 것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그동안 비공식화했던 내용을 이날 발표했다는 해석도 있다. 북한은 불능화 중단 조치를 지난 14일 관련 국에 알렸다고 밝혀 최근의 빈번했던 한·미·일·중 개별 접촉의 배경이 드러났다. 성 김 미국 대북협상 특사는 14일 베이징으로 달려가 북측 대표와 만나려고 했으나 거부당했고, 중국과 협의한 뒤 돌아가 22일에야 뉴욕에서 겨우 북측 파트너와 접촉,‘검증방안´에 대한 미국측 입장을 전달할 수 있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15일과 19일 각각 뉴욕과 도쿄에서 미국·일본 수석대표들과 만났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북측의 조치가 ‘벼랑끝 전술´에서 나온 ‘엄포´인지, 진짜 ‘판깨기´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우리 정부는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측의 의도 파악에 나선 가운데 일단 ‘대미 압박용´으로 보는 분위기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긴장을 고조시켜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끌고 가겠다는 차원에서 자극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현재로서는 과잉반응하지 않고 2단계 조치가 원만히 마무리되도록 관련 국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검증체계 구축에 심한 거부감을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2단계 조치 마무리는 물론 6자회담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10·3합의에 핵신고서에 대한 검증문제를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의 조건부로 규제한 조항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이 주장하는 검증방식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북한의 주장대로 지난해 10·3합의에 검증문제에 대한 명시적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이후 관련 국들간 협의를 통해 신고와 검증이 ‘동전의 양면´과 같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6월29일 신고서 제출 이후 북측에도 이런 내용을 계속 강조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성명은 ‘특별사찰´ ‘샘플채취´ 등 미국이 제시한 검증방안에 대한 정면거부로 해석된다. 북측이 ‘최소한 가볍게 검증받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이상 ‘완전하고 정확한 검증´을 주장하는 미국과의 큰 이견을 좁히기 힘들다는 점에서 2단계 조치에 대한 마무리는 미 대선 이후로 넘겨지는 등 6자회담의 난기류가 예상된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용어클릭] 핵 불능화 중단은? 불능화 조치는 11개 중 8개 조치가 마무리됐고, 사용후 연료봉 인출 등 3개 조치가 남아 있다. 북한이 이날 발표한 핵 불능화 중단 조치는 사용후 연료봉 인출을 중단했다는 뜻이다. 북한에는 8000개의 사용후 연료봉이 있는데 2단계 불능화 합의에 따라 연료봉들을 인출해 보관하는 작업이 진행돼 왔다. 지금까지 4800여개의 연료봉이 인출됐고, 하루 30개 정도의 속도로 인출하던 것을 14일부터 중단했다는 것이다.
  • [건국 60주년] 北核··4강 틀 탈피 다변화 외교 체제로

    [건국 60주년] 北核··4강 틀 탈피 다변화 외교 체제로

    남북 경합외교에서 다변화 외교로. 지난 60년간 대한민국 외교는 냉전 시대의 남북 대결외교와 탈냉전 시대의 외교 다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1948년 남북이 각각 정부를 수립한 뒤 양측은 각자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서로 먼저 다른 나라와 외교관계를 맺기 위해 열을 올렸다. 남북 대결외교는 1991년 9월 제46차 유엔총회에서 동시 가입이 확정될 때까지 냉전 시대 상징으로 여겨졌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이 경쟁하느라 적극적으로 수교하다 보니 당시 경제적 능력에 비해 외교 분야는 많이 치고 나간 셈이 됐다.”며 “오히려 1973년 남북 동시수교를 인정하기 전까지는 북한이 비동맹외교를 통해 더 많은 국가와 수교하는 등 외교적으로 우세했다.”고 말했다. ●60년만에 188개 수교국으로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외교 여건은 1970년대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한 통상외교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고,80년대 들어 남북 및 4강(强)외교에서 벗어나 제3세계 국가들과도 접촉을 넓혔다. 이어 노태우 대통령 때 이른바 ‘북방정책’에 따른 동구권·공산권 수교를 통해 탈냉전 시대의 ‘보통국가’ 위상을 갖추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1948년 2개에 불과하던 수교국이 올해 188개국으로 늘었다. 북한은 1948년 8개국에서 현재 160개국과 수교를 맺고 있다. 한국은 1948년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을 시작으로 재외공관을 설치, 현재 153개를 두고 있다.50개 재외공관을 둔 북한보다 월등한 수치다. 유엔 가입 이후 한국 외교는 1989년 아테경제협력체(APEC) 가입을 시작으로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가입,97년 ASEAN(동남아국가연합)+3회담 참여 등을 통한 외교 다변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덕분에 한국은 60년만에 103개 국제기구에 가입했으며, 북한은 34개 가입에 그치고 있다. 한국의 국제기구 진출 인력도 지난해 1월 유엔 수장에 오른 반기문 사무총장을 비롯,41개 기구에 307명이 활동 중이다. 또 국민의 정부 때 ‘햇볕정책’과 참여정부의 ‘남북 평화번영정책’,2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2003년 8월 시작한 북핵 6자회담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다자협력의 틀 속에서 구축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외교강국 되는 길, 멀고도 험난 그러나 탈냉전 시대의 한국외교는 많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동북아, 특히 한반도에 지나치게 고정돼 온 외교적 시야를 국제적인 위상에 맞게 넓히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북핵 문제 및 4강외교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외교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탈냉전기에 필요한 외교 직제를 정리하고 북핵 문제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위상에 맞는 외교적 상응체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 변수를 비롯한 동아시아, 미국·호주·뉴질랜드 등 태평양을 포함한 아·태 지역의 협력 구도 속에서 한국이 어떤 위치를 가져야 할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넘는 문제와, 심각한 에너지·자원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동·중앙아시아 등과의 협력 강화 등 외교적 시야 확대를 시스템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인 교수는 “선진외교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외교인력 등에 대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외교관의 자율성은 정치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공적개발원조·PKO 참여 늘려야 한국의 기여외교 어떻게 “한국도 국제적 위상에 맞게 ODA와 PKO 참여를 늘려야 합니다.” 지난 3∼7일 취임 후 처음으로 방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여개에 이르는 공식 일정 때마다 이렇게 언급했다. 특히 반 총장은 한 자리에서 “한국이 국제사회 기여에 머뭇거려 부끄럽고 화가 난다.”고 털어놨다. 반 총장이 한국의 참여를 거듭 강조한 공적개발원조(ODA)와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은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외교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ODA는 후진국 및 개발도상국의 빈곤 극복 및 지속가능한 경제 개발을 위한 원조를 의미하며,PKO는 유엔 요청에 따라 전쟁 등으로 인해 정전 감시 및 치안 유지 등이 필요한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는 활동이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 외교목표 중 하나로 ‘세계에 기여하고 신뢰받는 외교’를 설정, 그 수단으로 ODA와 PKO, 문화외교 강화 등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의 GNI(국민순소득) 대비 ODA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0.07%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게다가 새 정부는 2015년까지 ODA 비율을 0.25%로 높이겠다는 참여정부의 계획에서 오히려 후퇴,2012년까지 0.15%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유엔이 2015년까지 우리측에 기대하는 0.7% 수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만큼 목표가 상향조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의 PKO 활동은 지난해 7월 360여명 규모의 동명부대를 유엔 레바논평화유지군(UNIFIL)에 파병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8개 지역에 401명을 파견, 세계 37위 규모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이달 말로 끝나는 레바논평화유지군 파병 기한 연장을 위한 국회 동의안이 개원 지연으로 처리되지 않아 PKO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ODA와 PKO를 통한 국제사회 기여는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외교관계의 지평을 넓히고 선진 공여국으로서의 국가 브랜드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계류 중인 ‘대외원조기본법’ 및 ‘유엔 PKO 참여에 관한 법률안’ 등이 조속히 통과되는 등 법적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ODA기본법안’ 및 ‘유엔 PKO 상비부대설치법안’을 대표발의한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이들 법안이 우리나라의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남북중심 벗어나 넓은 국익 위주로” 미래기획위 윤덕민 교수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외교안보 분야 민간위원인 윤덕민(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10일 “한국 외교는 냉전시기 한반도 평화 번영과 경제발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남북관계 중심의 좁은 외교에서 벗어나 넓은 시각에서 국익의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60년의 한국 외교를 평가한다면. -냉전 시기에 남북간의 경쟁도 있었지만 북방외교라는 활로를 열고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도 성취했다.70년대 오일쇼크 때는 중동지역에 진출하는 등 경제발전에 공헌해 왔다. ▶8월15일 미래기획위원회에서 밝힐 한국의 외교 비전엔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되나. -한반도 통일문제와 이익의 지평을 한반도의 틀이 아니라 보다 넓은 틀에서 제시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은 남북한 문제를 기반으로 대미·대일 외교를 보는 프리즘적 성향이 있었다. 지난 10년간 통일을 비용 측면에서 비관적으로 바라봤고, 현상유지적인 정책을 펴면서 통일 담론이 실종되어 있었다. 이번 미래 비전에는 통일문제도 담길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과거에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1년간은 남북관계의 진전이 없었다.8개월∼1년은 북한이 남한의 정책 패턴을 보면서 길들이고 눈높이에 맞게 하는 기간으로 보면 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한국은 북한에 있어 중요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단기적으로 길들일 수 있는 상황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통미봉남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비핵·개방 3000’에 대해 엄격한 상호주의, 네오콘이라는 오해가 많은데, 북한경제 재건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비핵·개방은 과정일 뿐이다. ▶4강 외교의 방향은.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면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 하는데 이들과의 관계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와 동맹관계를 강화시켜야 한다.4강과의 관계는 각각 업그레이드가 되어야지 ‘제로섬’이 되어선 안 된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사설] 한반도 긴장 장기화 안된다

    북한이 그제 김태영 합참의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에 대해 “선제타격 폭언”이라면서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불응시 “모든 남북대화와 접촉의 중단의사로 간주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북측이 개성공단 남측 당국자 추방과 서해 미사일 발사에 이어 공세적 카드를 계속 빼든 셈이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거나 냉기류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남북 어느 쪽에도 이롭지 않은 일이다. 우리 측이 확고한 원칙을 견지하되 인내심을 갖고 의연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북측이 김 합참의장의 발언을 문제삼고 있는 사실 자체보다는 그 의도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본다. 최근 일련의 대남·대미 공세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긴장조성 전술임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군 당국은 “북측이 소형핵무기로 공격해오면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의원의 질문에 대한 일반론적 답변이었을 뿐이란 입장이다. 북측은 얼마 전 개성공단내 남북경협협의사무소 남측 직원들을 철수시킨 데 이어 하루 만에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큰 현안을 모두 건드리는 강공을 폈다. 서해에서 미사일 수발을 발사한 뒤 남측을 향해 “북방한계선(NLL)은 유령선”이라는 주장을 폈다. 미국을 겨냥해서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신고 거부의사를 밝혔다. 우리는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을 시험대에 올리려는 북측의 이런 파상공세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게 꽃게잡이 철을 맞아 NLL 주변 수역의 긴장이 촉발되는 일이다.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남측은 북측의 벼랑끝 전술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강경기조에 일희일비하거나, 공연히 발끈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막후 대화 채널을 가동해 남북간 대화의 끈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서 불필요한 긴장고조로 민족공동체 전체의 이익이 훼손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 76년 美견제로 加 원자로 도입 무산 위기도

    76년 美견제로 加 원자로 도입 무산 위기도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6년 우리 정부가 캐나다로부터 원자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견제’로 막판까지 한국과 캐나다간 협상이 난항을 겪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또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1977년 6월 미 하원 프레이저 청문회를 통해 김대중 납치사건 등 박정희 정권의 비리와 대미공작을 폭로한 것과 관련, 한국 정부가 ‘김씨의 망명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조속한 신병인도를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통상부는 15일 이런 내용들이 포함된 생산 또는 접수된 지 30년이 지난, 외교문서 17만여 쪽을 공개한다. 이들 중 ‘캐나다 원자로형 도입 차관(1975∼1977년)’ 관련 외교문서에 따르면 한국과 캐나다 양국 정부는 협상 체결시한이던 1976년 1월말 직전에 협상 결렬의 위기까지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당시 한국 정부가 프랑스로부터 핵연료 재처리시설을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미국이 반대했고 이에 캐나다 정부가 동조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간 협상은 결국 한국 정부가 재처리시설의 도입을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같은 달 26일 서울에서 체결됐다. 또 박정희 정권에서 최장수 중앙정보부장을 지내다 미국으로 망명한 김형욱씨가 1977년 김대중 납치사건 등 박 정권의 비리를 폭로하자 당시 한국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김씨의 신병인도를 요구하고 고소를 제기하는 등 조직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문서에 따르면 1977년 6월23일 최규하 당시 국무총리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등은 총리공관에서 김형욱 사건에 대한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재미교포들에게 김형욱을 상대로 민형사 고소를 제기토록 하자고 결론지었다. 또 외무부를 통해 미 행정부에 김형욱의 미국 망명이 설립되지 않음을 강조하면서 조속한 신병인도를 요구하자고 했다. 이와 함께 각 일간지에 사설과 기획기사, 사회단체 명의의 규탄성명 등을 게재토록 하는 등 국내 언론을 최대한 활용키로 했다. 기사는 주로 김형욱의 인격을 비하하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싣도록 하고 외국과의 정치자금 및 스위스은행 거래설에 대한 외신들 보도내용은 원문대로 국내언론에 보도하도록 했다. 이밖에 북한이 1977년 6월21일 200해리 경제수역을 선포하고 일본이 어로자원 확보 및 민간선박 보호를 위해 북·일간 접촉을 시도하자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한 자제를 일본측에 요청하는 등 북·일 교섭을 적극적으로 저지하고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공개되는 문서들은 외교사료관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마이크로 필름으로 열람할 수 있으며 문서 목록은 외교사료관 홈페이지(www.diplomaticarchives.go.kr)와 국내 주요 도서관 등에 배포한 책자를 통해서 볼 수 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2007 부처별 정책 평가] 통일·외교·국방부

    [2007 부처별 정책 평가] 통일·외교·국방부

    통일부는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적인 2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총리회담, 부총리급의 경제협력공동위원회 등 굵직굵직한 남북간 회담이 하반기 잇달아 열리면서 남북 화해 및 진전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대선을 코앞에 두고 진행된 이같은 남북간의 접촉이 경제협력, 이산가족 상봉 확대 등의 실질적인 남북관계 진전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불투명하다. 특히 통일부는 각종 회담 준비의 실무 주역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오히려 정부 부처내에서의 입지가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향후 정부조직개편 대상 부처로 오르내리고 있다. 통일부가 올해 추진한 정책을 결산해 보면 당초 계획보다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연초 연두업무 보고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기반 구축 ▲남북상생의 경제협력 추진 ▲개성공단 사업의 안정적 발전 ▲인도적 과제의 실질적 진전 ▲사회문화 교류협력 심화 ▲대북정책추진 기반 확충을 주요 추진 정책으로 내세웠다. 이같은 정책 추진 방향을 제시할 때만 해도 지난해 북핵 미사일 실험으로 남북관계 기상도가 그리 밝은 편은 아니였다. 그러나 지난 10월2∼4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이같은 통일부의 정책 추진은 속도를 낼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맞게 됐다. 남북 정상이 7년 만에 다시 회담 테이블에 앉아 한반도 정전체제 종식을 위한 4자회담 추진 등에 합의, 평화체제 구축의 토대를 닦았다. 이어 열린 총리회담(11월), 부총리가 위원장인 경제협력공동위원회(12월)에서는 정상회담의 세부적인 이행방안을 위한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 개성공단 활성화 방안과 개성공단 화물열차 운행 등의 성과를 이끌어 냈다. 각 분야별로 사업 이행 시기와 추진 일정 등도 적시, 향후 남북관계를 업그레이드시킬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한국전쟁으로 중단됐던 경의선 열차가 56년 만에 재개, 남북철도 시대가 열리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개통 다음 날부터 10량짜리 이 열차는 화물 수요가 없어 텅 빈 채로 달리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상회담 이후 남북간의 합의 사항들이 ‘알맹이 없는 속 빈 강정’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개성공단 활성화,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 경협부문에서는 어느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반면 이산가족 상봉 확대, 납북자 문제 등 인도주의 분야에서 기대만큼의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남북간 합의사항을 집행할 예산을 확보하는 문제 역시 과제다. 특히 내년 보수정권 출범으로 남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통일부의 올 한해 결산을 제대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국방부 “눈에 띄는 감점 요인이 없으니 평균 학점 이상은 받지 않겠나.” 올해 국방정책의 성적을 매겨 달라는 주문에 익명을 요구한 안보전문가는 주저없이 ‘B-’라고 답했다. 특별히 잘하지는 못했지만 흠 잡을 구석도 없다는 얘기였다. 가장 큰 성과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를 무난히 합의한 점이 꼽힌다. 지난해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2009∼2012년으로 잠정 합의한 뒤 양국은 환수 시기를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그 사이 재향군인회와 성우회 등 보수적 예비역 단체들은 환수계획 백지화를 요구하며 국방부를 압박했다. 하지만 긴장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2월 워싱턴에서 열린 국방장관회담에서 김장수 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장관이 전격적으로 2012년 4월17일로 환수시기를 합의한 것이다. 군으로선 정보·감시 전력 확보 등 독자적 방위역량을 구축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 셈이다. 럼즈펠드 전 장관 등 펜타곤 내 군사혁신파의 퇴진이 가져다준 선물이었다.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뒤 중단됐던 군사회담이 재개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동어로와 해주직항로 개설 등 서해 평화정착 방안을 두고 5, 6차 장성급 회담을 진행했지만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둘러싼 견해차로 회담은 공전을 거듭했다. 공동어로·평화수역 설정 문제는 정상회담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7년만에 열린 11월 국방장관회담에서도 뚜렷한 합의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다만 이달 중순 7차 장성급회담에서 개성공단 등 남북관리구역 3통(통행·통신·통관) 개선을 위한 군사보장에 합의한 것은 뚜렷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이전비 분담과 관련, 부실협상 논란에 휘말렸던 미군기지 평택 이전사업도 마스터플랜(MP) 작성과 사업관리업체(PMC) 선정을 마무리짓고 11월 공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미국이 부담해야 할 미 2사단 이전비의 절반가량이 우리 정부가 미군에 제공하는 방위비분담금에서 집행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용 논란이 제기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병 복무기간 단축과 유급지원병·사회복무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병역제도 개선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특히 종교·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한 것은 군이 ‘소수자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방부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종대 월간 ‘디앤디’ 편집장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평가를 받을 만하다.”면서 “다만 지난해 국방개혁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치적 반대여론에 휘말려 본격적 실행단계로 진입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외교통상부 외교통상부는 올해 밖으로는 6자회담을 축으로 한 북핵 외교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통상외교 그리고 안으로는 외교역량 강화에 역점을 뒀다. 북핵 문제나 통상 외교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나 마무리가 되지 않아 차기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13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재개된 북핵 6자회담을 통해 참가국들은 2·13합의와 10·3합의를 이끌어냈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 핵시설 폐쇄에 이어 불능화 작업에 착수하는 등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중유 100만t에 해당하는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을 주도했으며, 북·미간 이해관계를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비핵화 2단계인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과정이 난항을 겪고 있어 이를 넘어 최종 단계인 핵폐기까지 도달할 수 있느냐가 과제로 남았다. 한·미 동맹 발전을 위한 대미 외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 재배치 등 현안이 어느 정도 해결됐으나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 조정,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등은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타결된 한·미 FTA 협상은 통상외교의 최대 성과로 꼽을 수 있으나 협상 결과를 놓고 양국 내부의 논란이 적지 않아 의회 비준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미 FTA 체결에 따라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VWP) 가입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적용까지는 1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한·중·일 동북아 협력 강화 및 중동·중앙아시아 외교도 적지 않은 소득을 얻었다. 특히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정례화를 이끌어 냈으나 정상회담 정례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중동·중앙아 외교는 올해 구체화한 ‘중앙아 포럼’ 및 ‘중동 소사이어티’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느냐가 과제다. 올해 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취임 이후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외교도 활기를 띠었다. 본부에 공적개발원조(ODA)를 담당하는 개발협력정책관실을 신설하고, 유엔 레바논평화유지군(UNIFIL)인 동명부대를 파병한 것은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난해 찬성했던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이유’로 기권표를 던짐으로써 인권 외교의 일관성을 잃고 국격을 손상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등 오점을 남겼다. 재외국민 보호 및 재외공관 서비스 문제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과 나이지리아 대우건설 근로자 피랍, 소말리아 선박 피랍 등 피랍사건이 잇달아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대처능력은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대사관녀’‘영사관남’ 같은 말을 낳을 정도로 재외국민에 대한 영사 서비스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화 응대법 등 서비스 제고를 위한 교육이 강화됐으나 국민들이 만족할 만큼 혁신을 이루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내셔널리그 수원시청 경기 47분 만에 실격패

    프로축구 K-리그 승격이 걸린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한 팀의 선수 5명과 감독이 퇴장당해 실격패가 선언되는 ‘초유의 불상사’가 빚어졌다. 전기리그 1위 울산 현대미포조선과 후기리그 1위 수원시청이 23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은 챔피언결정 1차전. 수원이 전반 9분 박희완의 패스를 이어받은 오정석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서가던 전반 34분, 울산의 김영후가 수비수와 경합하며 드리블하던 중 넘어졌고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때 수원 주장 박희완이 ‘신체접촉이 없었다.’며 항의하다 주심의 가슴을 밀쳐 퇴장 판정을 받았다. 흥분한 수원 선수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져 이수길, 양종후, 홍정민이 차례로 레드카드를 받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선수들을 불러모아 10분간 경기를 지연시키고 심판에 욕설을 퍼부은 김창겸 수원 감독도 벤치에서 퇴장당했다. 7명만 남게 된 수원 선수들은 후반 1분 만에 김영후에게 역전골을 허용하자 자포자기했다. 스로인 상황에서 공을 관중석 쪽으로 던져 경고를 받은 정재운이 다시 대기심의 몸을 맞혀 퇴장 판정을 받았다.‘한 팀이라도 7명보다 적을 때에는 경기를 개시할 수 없다.’는 대한축구협회 경기규정에 따라 수원의 0-3 실격패가 선언됐다. 찜찜한 승리를 챙기게 된 최순호 울산 감독은 “판정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수원 선수들이 흥분한 것 같다.”며 착잡해했다.28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차전에는 수원 감독과 주전 5명이 빠지게 돼 울산의 우승은 90% 이뤄진 셈. 울산은 우승하면 K-리그로 승격, 내년 시즌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별렀던 반면, 수원은 준비 부족으로 승격을 거부한 상태였다. 승격을 의식한 심판들이 울산을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수원의 의구심이 지나친 항의로 연결된 것. 승격 잔치가 난장판으로 돌변하면서 내셔널리그는 지난해 고양 국민은행의 승격 거부에 이어 또다시 이미지에 먹칠을 하게 됐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노대통령·이건희 위원도 프레젠터로

    |과테말라시티 임병선특파원| 강원 평창의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 여부가 사흘 뒤 결정되는 가운데 평창이 그동안 갈고닦아온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의 윤곽이 드러났다. 평창유치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4시간에 걸쳐 최종 PT가 열릴 웨스틴카미노레알 호텔의 그란살론 레알홀에서 일반 리허설을 진행했다. 최종 PT는 4일 낮 12시15분(한국시간 5일 새벽 3시15분)부터 1시간 동안 펼쳐진다.●이영희 할머니 얘기로 표심잡기 단상 앞줄 맨 왼쪽부터 쇼트트랙 스타 전이경,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 김진선 강원지사, 노무현 대통령, 한승수 유치위원장, 이건희·박용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장애인 스키선수 한상민이 앉는다. 뒷줄엔 왼쪽부터 평창의 겨울스포츠 후진국 청소년 양성을 위한 ‘드림 프로그램’에 참여한 브리아, 자문교수 전용관(연세대 사회학과)씨, 프리랜서 방송인 안정현씨, 권혁승 평창군수 순으로 앉게 된다. 권양숙 여사를 비롯,48명의 지원단이 PT를 지켜본다. 프레젠터로는 이미 알려진 전이경·안정현씨 외에 노 대통령이 분단극복과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7번째 프레젠터로 나서고 삼성그룹의 정보기술(IT)로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보장하는 이건희 위원의 연설로 대미가 장식된다. 정상의 PT 주도는 98명 안팎의 위원들 가운데 3분의1 정도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데다 표심이 적잖게 흔들리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몸짓으로 해석된다. 평창유치위는 PT 내용을 함구하고 있지만 겨울올림픽을 개최하는 명분과 비전, 올림픽정신을 강조하며 ‘뭔가 다른 평창(Something different)’을 호소할 예정이다.4년 전 프라하총회 때 1차투표 1위를 이끄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영희 할머니(총회 얼마 뒤 작고)의 그 뒷얘기로 분단 극복의 메시지와 ‘왜 평창인가’를 결합한다. 당시 PT에서 한국전쟁 때 잃어버린 아들을 이산가족 상봉으로 반세기 만에 만났지만, 사흘 뒤 북으로 보냈던 이 할머니의 비극은 위원들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 다시한번 이들의 심금을 울려 표심으로 연결한다는 것.●“특정 장소만 위원 접촉 허용” 이날 리허설은 3차례나 PT를 실시한 뒤 30여분간 입·퇴장 때의 보폭과 걸음걸이까지 점검할 정도로 세밀했다. 1일 입성한 노 대통령과 이건희 위원, 미리 도착한 박용성 위원이 역할 분담해 이날까지 도착한 60여명의 IOC위원을 맨투맨 설득한다.IOC는 총회장 근처의 레알인터콘티넨털 호텔 객실 10개 이상을 임대, 이곳에서만 위원들을 접촉하도록 허용했다. 알프레트 구센바우어 오스트리아 총리도 “평창과 소치만큼 돈은 없지만 잘츠부르크는 훌륭한 대회를 치를 능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의 스포츠 도박업체 윌리엄힐이 투표 직전까지 진행하는 온라인 베팅에서는 2일 오전 11시(한국시간)까지 평창이 1.5대1로 소치(4대1)를 많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bsnim@seoul.co.kr
  • 李-朴 경선 승부 금주 분수령… 4대 관전 포인트는

    “이번 주가 승부의 분수령이다.” 1차 토론회를 시작으로 검증공방이 치열해지고, 경부대운하 보고서 파문 등으로 ‘이-박 지지율’에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한나라당 ‘경선 대전(大戰)’이 극점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주까지의 흐름을 ‘1차 분수령’으로 본다면, 이번 주는 ‘2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박 지지율의 하락·상승세가 지속될지,28일 경선전에 영향을 미칠 마지막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격동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홍준표-원희룡-고진화 후보도 ‘빅2’의 빈 틈을 파고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경선전의 가늠자가 될 4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 봤다. ‘부동의 여론지지율 1위’를 달려온 이 후보의 여론 지지율이 최근 35% 안팎으로 올 초에 비해 10∼15%포인트가량 떨어지고 박 후보의 지지율이 5∼10%포인트가량 오르면서 격차도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다. ‘선호도’나 ‘적합도’에서는 최대 15%포인트의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으로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나 “내일 대통령을 뽑는다면 어떤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 등 지지도에서는 격차가 한 자릿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선데이가 지난 22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지도’ 조사에서 이명박 35.2%, 박근혜 30.1%로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에 비해 KBS와 미디어 리서치가 같은 날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적합도’ 조사에서는 이명박 37.9%, 박근혜 23.0%로 나타나 15%포인트에 육박하는 차이를 보였다. 경선 여론조사에서 질문방식을 ‘적합도’로 할 것인지,‘지지도’로 할 것인지를 놓고 양 캠프는 또다시 격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28일 서울정책토론회 한나라당이 정당 사상 처음으로 실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정책토론회가 오는 28일 서울 토론회를 끝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마지막 정책토론회는 개인적인 검증문제를 제외한 모든 문제를 주제로 다루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치열한 토론이 될 것 같다. 특히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싼 이·박 후보측의 날 선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측은 정부 차원의 야당 후보 공약 흠집내기를 집중 성토하는 동시에 ‘정부와 박 후보측의 정보 공유’ 가능성도 집중 부각시킬 전략이다. 반면 박 후보측에선 ‘한반도 대운하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동시에 ‘정부와 박측의 정보공유설’을 제기한 이 후보측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면서 거센 역공을 펼 것 같다. ●대의원 선거인단 선정 경선에서 투표할 책임당원 자격 기준이 지난 주 확정됨에 따라 양측은 본격적인 ‘당심 잡기’ 경쟁에 들어갔다. 대의원·당원 투표인단은 국민참여선거인단보다 쉽게 접촉할 수 있는데다 투표참여율도 월등히 높을 것으로 보고,‘우리 편 지키기’와 ‘남의 편 빼오기’에 조직을 총동원하고 있다. 양측은 27일로 기한이 정해진 대의원 선거인단(전체 선거인단의 20%) 선정이 당심 판도를 가르는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파 성향 대의원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방안에 부심하고 있다. 책임당원 명부 분석 등을 통해 부동층 공략을 위한 ‘맨투맨’ 작전을 펴는 등 다양한 전략을 구상 중이다. ●경선 전략 기조 이 후보측은 “이명박이냐, 이명박이 아니냐.”를 전략 기조로 잡았다. 이 후보의 경제 이미지를 살리면서 이명박 중심의 선거전 구도로 끌고 나가겠다는 의도다. 이 후보 캠프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2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대선은 경제를 살릴 이명박을 선택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것이 본선과 경선의 일관된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무현 정권이 아무리 방해를 해도 그 시대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하는 후보를 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측을 향해서는 “외부의 적을 물리치고 난 뒤 다시 내전을 해도 늦지 않다.”고 촉구했다. 박 후보측은 ‘안정 후보론’을 내세운다.“흠결 없고 위기에 강한 후보냐, 흠결 많고 위기에 흔들리는 후보냐.”는 요지로 이 후보와의 차별화 논리를 삼고 있다. 탄핵 역풍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당을 구하고, 여론지지율 열세에서도 여유를 보였던 박 후보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뜻이다. 최근 검증 국면에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이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날도 박 후보 캠프의 김무성 조직총괄본부장은 이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더 이상 당 최고위원으로서 대접받을 자격이 없다.”면서 “박 후보 관련 안기부 보고서 유포 의혹에 대한 이 의원의 발언은 박 후보에게 상처를 입히려고 나온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전광삼 한상우기자 hisam@seoul.co.kr
  • 美 ‘통일교-박정희 커넥션’ 의혹의 눈길

    1976년 전후 한국 외교는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치열한 공방전으로 요약된다.4일 외교부가 공개한 1976년도 외교문서 등 965권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 등을 막기 위한 전방위 외교전을 벌였으며, 북한 외교의 발목을 잡기 위한 갖가지 전략을 구사했다. 당시 미국에서 세 확장에 나섰던 통일교와 박정희 정권에 대한 미국의 의혹 제기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미군철수 안돼” 비밀문서 전달지미 카터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던 1976년,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비판적 접근 등 카터 후보의 한반도 정책 방향을 바꾸기 위해 총력 로비전을 전개했다. 특히 외무부와 중앙정보부 주도로 한반도 정세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작성, 카터 후보 진영에 비밀리에 전달했다. 보고서는 남북 긴장관계와 군사력 비교, 자유·인권문제에 대한 해명 등을 통해 ‘한국의 목표와 미국의 이상이 부합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정부는 또 카터 집권에 대비,1980년까지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전술핵무기를 계속 한반도 배치할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한다는 대미 외교 목표도 설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국이 전술핵을 철수하더라도 이 사실이 대외적으로 발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또 미국이 북한과 독자적으로 접촉, 대북 무역제재를 완화하지 않도록 남북과 미국·중국의 4자회담을 제안, 추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또 1976년 북한의 유네스코 가입에 따른 상주위원회 설치 및 제5차 비동맹정상회담 가입 등을 견제하기 위한 물밑 외교전을 펼쳤으며, 미국 시민의 북한 여행 제한 해제조치에 대한 전방위 로비활동을 벌여 제한시한을 1년 더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박정희와 통일교, 밀월관계였나? 이날 공개된 ‘문선명 및 통일교 활동’ 문서에 따르면 박정희 정권이 미국 의회와 언론 등을 통해 통일교의 배후 지원자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대책회의를 열고 통일교와의 관계 청산을 시도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미 하원 국제 관계위원회 도널드 프레이저 위원장은 전직 주미대사관 간부의 증언 등을 토대로 문선명씨의 통역이자 대사관 무관을 지낸 박보희씨가 대사관 외교행랑을 이용, 대통령·외무부장관·중앙정보부장에게 직보하는 체계를 갖고 있다고 믿고 1976년 6월22일 청문회를 추진했다.또 뉴욕타임스·타임 등 미국의 여러 매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와 한국 정부와의 사업 등 결탁 의혹을 제기했다.1976년 5월25일자 뉴욕타임스는 문씨가 한국에 M16소총 공장(통일산업)을 건설할 때 박씨가 박 대통령을 만나 사업지원 문제를 협의했으며, 통일교 반공 교육기관인 승공연합회에서 한국 공무원 교육을 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통일교와의 커넥션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정치·종교 분리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입장에서 통일교에 대한 정부의 논평이나 특별한 지시는 있을 수 없다고 얘기하라.”고 재외공관에 지시하는 선에서 대응하다가 의혹이 불거지자 관계 부처 대책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외무부장관과 대통령에게 보고된 관계부처 대책회의 내용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미측이 통일교와 한국정부의 관계를 파헤친 것은 한국의 반체제 기독교인사와 미국의 반한세력이 결탁해 꾸민 음모라고 규정했다. 정부는 통일교 관련 의혹을 음모론으로 치부했지만 한편으로는 통일교측과의 관계 정리를 위해 노력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정부는 서울시가 통일교와 관련된 리틀엔젤스회관을 사실상 무료임대하던 것을 중단시키고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통일교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삼가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6월14일자 ‘타임’지는 문씨가 1974년 닉슨 탄핵 청문회 기간에 닉슨을 위해 철야기도를 하는 등 정치활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박 대통령이 문선명을 도왔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단순 편의상의 결합관계인 것 같다.”며 “문씨는 한국 정부의 지원 없이 번창할 수 없었을 것이며 박 대통령은 문선명의 반공운동을 반가운 촉진제로 여겼다.”고 보도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카터집권 대비 ‘미군철수 저지’ 로비 펼쳤다

    1976년 미국 민주당 소속 지미 카터 후보의 대선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이를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총력 로비전을 펼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당시 미국의 일방적 북한 접촉과 대북 무역제재 완화를 막기 위해 4자회담을 제안,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박정희 정권은 미국 의회와 언론 등을 통해 통일교의 배후 지원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정부 내 대책회의를 열고 통일교와의 관계 청산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통상부는 4일 30년이 경과한 외교문서를 공개하는 제도에 따라 1976년도 문서를 중심으로 965권,11만 9000여쪽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문서에는 1976년 미 카터 신정부 수립과 한·미 관계, 미 의회의 한국관계 청문회, 사할린 동포 귀환문제, 비동맹 정상회의에서의 남북 외교전, 통일교 활동 등이 포함됐다. 문서에 따르면 정부는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당선이 확실시되던 카터의 집권에 대비,1980년까지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전술 핵무기를 계속 한반도에 배치할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한다는 대미 외교 목표를 설정했다. 특히 미국 정치인들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벌인 ‘코리아 게이트’로 한·미 관계가 얼룩졌던 1976년 초 당시 함병춘 주미대사는 한·미관계 청문회를 앞두고 청문회가 한국 정부에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미국 의원들과 활발하게 접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정희 정권은 1976년 미국 시민의 북한지역 여행제한을 해제하려는 미 정부의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로비활동을 전개했으며, 이런 활동이 주효해 미 정부는 북한 여행 제한조치를 1년간 재연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일본은 일제시대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된 한인들의 귀환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달라는 한국측의 요구에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며 거부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1976년도 외교문서는 서울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일반인도 열람할 수 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김창준 前하원의원 “美민주 FTA 반대 심해”

    김창준 前하원의원 “美민주 FTA 반대 심해”

    미국의 제 110대 의회가 4일(현지시간) 개원했다. 미 민주당이 12년만에 공화당을 누르고 상·하원을 장악한 110대 의회에서는 대내외 정책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이 이끄는 새 의회는 한·미 동맹과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 전 의원을 만나 새 의회에서의 한·미 관계 전망과 대응방안을 짚어봤다. 김 전 의원은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캘리포니아 41선거구에서 공화당 후보로 세차례 당선됐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민주당이 장악한 미국의 새 의회에서 한·미 군사동맹과 경제통상 분야 모두 쉽지 않은 시기가 될 것”이라며 “주미대사관 직원 전체가 ‘로비스트’가 돼 미 의회를 샅샅이 누벼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 의회에선 어떤 변화가 있을까. -민주당은 이미 개원후 100시간 내에 처리할 5대 어젠다를 제시했다. 최저임금 인상, 대학 학자금 융자에 대한 이자 인하, 줄기세포 연구 활성화, 로비 관련 윤리 강화, 노인들 약값 인하 등이다. 대외 정책은 없고 모두 국내 어젠다들이다. 그러나 이런 국내 이슈들은 대외 정책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미 동맹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5대 어젠다를 수행하려면 돈이 든다. 민주당은 국방비를 줄여서 사회복지에 쓰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주둔 규모를 더 줄이거나, 주둔비를 전액 한국에 부담시키려 들 것이다. ▶그렇다면 주한미군 철수까지도 고려할 것이란 얘기인가. -한국이 원한다면 철수하자는 의원들도 있다. 결국은 한국이 하기에 달렸다. 미국이 국가이익 때문에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한국에는 석유도 없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군사에서 경제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새 의회에서 북핵 문제는 어떻게 다룰 것으로 보는가.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것이 북핵 문제 해결에 낫다고 생각한다면 중대한 오산이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북핵 문제에 대해 북한에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다. 핵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원하는 것을 모두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주는 것 없이 받으려고만 하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측에서 핵 시설 폭격 등의 주장이 나왔는데. -미국은 북한과 전쟁할 상황이 못된다. 북한에 전쟁의 공포심을 주려는 것뿐이다. ▶의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반대가 심하다는데. 노조가 FTA에 반대하고, 민주당은 노조편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쌀과 쇠고기보다 자동차가 훨씬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도요타 같은 일본차는 미국산 부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자동차와 관련한 불만이 한국에 집중돼 있다. 현재의 분위기로 보면 FTA는 연내 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 한국에서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체결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될 게 없다. ▶새로 구성된 의회 지도부에서 한국이 주목할 만한 인물들은 누구인가. -조지프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이나 톰 랜토스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같은 인물이 있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특별히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중요하게 접촉해야 하는 의원들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이다. ▶‘코리아코커스’ 소속 의원 등 의회 내 ‘지한파’ 의원들을 잘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내가 코리아코커스를 만들 때 5명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숫자가 훨씬 늘어났으니 영향력도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지나치게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은 지역구에 한국인이 많거나 한국과 거래하는 기업이 있는 의원들이다. 표와 돈 때문에 움직이고, 그런 관계가 끝나면 떠나기 마련이다. 한·미관계에서도 늘 ‘미국이 먼저’라는 원칙에 변화가 없다. ▶주미대사관이 대(對) 의회 외교를 위해 로비회사를 고용했는데. -국가적으로 중요한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로비회사를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의회 외교는 대사관에서 나서야 한다. 주미대사관에는 한국의 엘리트 외교관과 거의 모든 부처에서 파견된 주재원들이 100명 가까이 있다. 이들 모두 의회 로비스트가 돼야 한다. 의원 재직 시절에 타이완 대표부 직원들이 참 열심히 의회를 찾아오더라. 그만한 노력도 없이 타이완 같은 소국이 어떻게 견디겠나. 이스라엘, 일본 사람들도 열심히 했다. 그러니 대미 관계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 한국 외교관이나 주재원은 별로 보지 못했다. ▶미 의회와 정부에 한국계 미국인이 크게 늘었다. 이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나치게 눈치 볼 필요가 없다. 한국 정부가 당당하게 도움을 청해도 된다. 그런다고 해서 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없다. 도움도 청하고 또 도와주기도 하면 된다. 미국에는 한국계뿐 아니라 중국계, 인도계 등 모든 나라 출신이 다 있다. 한국계를 정부 요직에 임명했다면 한국과 더 많은 접촉을 하라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dawn@seoul.co.kr
  • 한·미 위생검역협의체 첫 구성

    한국과 미국간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낮은 수준의 위생검역(SPS) 분야 별도 협의체가 처음 구성돼 운영에 들여갔다. 한·미 두 나라는 30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축산물 위생검역 분야 실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기술협의회’를 열고 사흘간 일정으로 회의에 들어갔다. 이날 회의에 미국측은 니컬러스 구티에레즈 동식물검역청(AHPIS) 부청장을 비롯한 검역 관계자와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등 8명이, 한국측은 농림부와 검역원 실무자 7명이 참석했다. 미국이 특별히 제안해 개최된 이번 회의에서는 쇠고기, 닭고기 등 육류 검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축산 전 분야에 걸친 양국 관심사항이 폭넓게 논의될 예정이다. 육류 분야 회의에는 척 렘버트 미국 농무부 차관이 참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AI와 관련,‘지역화’를 언급하며 검역 완화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수역기구(OIE) 규정대로 미국 내에서 AI가 발생하더라도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주(州)에서는 검역상의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구제역,AI, 광우병(BSE) 등에 대해서는 국제 기준과 상관 없이 국민 안전을 위해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또 식용 난(蘭) 등에 대한 수입위생조건 개정 등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한류 바람을 타고 새로운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오른 삼계탕 등 축산(가공)물 대미 수출 여건 개선 등을 의제로 올렸다. 농림부 관계자는 “미국은 이번 기술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것을 바라고 있다.”면서 “우리는 접촉선(담당 공무원 지정)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신중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北 미사일 발사] 내주 장관급회담 불투명…남북관계 당분간 경색

    북한 미사일 발사의 직접적인 ‘파편’은 남북관계로 튀게 될 전망이다. 남북대화와 대북 지원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전반적인 남북관계는 당분간 경색국면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 장관급 회담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통일부 이관세 정책홍보실장은 5일 장관급회담의 개최 여부에 대해 “전개되고 있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남과 북의 장관이 만나 군사적 긴장완화와 경제협력을 논의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에 다름아니다. 이 실장은 “미사일 발사 이후에 아직 북측과 장관급회담과 관련해 접촉한 것은 없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예정대로 장관급 회담을 개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장관급 회담 개최를 고민 중이며, 연기로 가닥잡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미사일 발사 사태가 유엔안보리 회부로 이어지더라도 남북 대화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관급 회담에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던 쌀·비료 등의 대북지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주석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대북 추가지원 중단 여부에 대해 “남북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다. 다만 구체적인 조치는 상황을 보면서 여러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지난달 21일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면 현재 진행 중인 개성공단 사업 같은 경우는 몰라도 (신규)추가지원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쌀이나 비료 지원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대북지원 중단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관심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등으로 확대될지에 모아진다. 정부는 미사일 발사의 여파가 개성공단 차질까지 확대되어서는 안된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등으로 확대될지는 미사일 발사국면의 전개와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발사로 빚어진 긴장국면이 더욱 첨예해지면 개성공단 사업 등도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북한도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뻔히 알면서도 왜 미사일 발사 강행이란 초강수를 뒀는지가 관심거리다. 북한은 북·미관계보다 남북관계를 후순위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갖는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현시점에서 북한에는 대미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남북관계 진전은 다소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 발전에 따라 영향을 받는 종속변수라는 얘기다. 북·미가 미사일 발사로 조성된 긴장국면을 대화·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면 대북지원은 U턴할 여지도 없지 않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北送장기수 ‘탄압 배상요구’ 파문

    북한으로 송환된 비전향 장기수들이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탄압에 대해 피해배상 요구를 해와 남북 및 여야 관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8일 “6일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고소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고소장의 수신은 국가인권위원회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로 돼 있다. 비전향장기수들은 소장에서 “전대미문의 극악한 사상전향 제도로 하여 우리 비전향 장기수들은 30∼40년의 기나긴 세월 남조선의 철창 속에서 참을 수 없는 고문과 박해, 학대를 강요당하지 않으면 안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에 대해 사죄와 보상, 역사무대에서의 은퇴를 요구하면서 비전향 장기수의 육체적 피해가 10억달러에 달할 뿐 아니라 감옥에서 사망한 장기수의 몫까지 감안하면 수십억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5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특정정당에 흠집을 내기 위해 고소장을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보내온 고소장은 일고의 고려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다른 한 전문가는 “무슨 근거로 10억달러라는 계산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북한당국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포석으로 보았다. 즉, 남한 내의 반보수대연합 등을 염두에 둔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코미디도 아니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면서 “이런 내용의 고소장을 거부하지 않고 선선히 접수한 이 정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박정현 전광삼기자 jhpark@seoul.co.kr
  • [9·19 공동성명 이후(2)] 北, 국제사회 편입될까

    “북한을 방문한 미국인 관광객수가 올해 1000명을 넘어섰습니다.…지난해 북한의 대미 수출이 5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북·미 정상은 오는 11월 워싱턴에서 올 들어 두번째 정상회담을 열어….” 9·19 공동성명 타결로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 사이에 관계 정상화의 계기가 열릴까. 관계 정상화란, 위의 꿈같은 ‘가상뉴스’가 실제뉴스로 현실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적으로는, 국교수립이 이뤄지는 단계를 말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9·19 성명만으로 관계 정상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관측이다. 지난한 여정에 있어, 핵문제 해결이 출발역이라면 수교는 종착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북·미 관계 정상화 9·19 성명은 ‘북·미가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고만 서술하고 있다. 이 정도의 원론적 언급만으로는 과거의 숱한 ‘아픈 기억’들을 상쇄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양측은 1차 핵 문제가 불거진 이듬해인 1994년 9·19 성명을 능가하고도 남는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채택하고도 휴지조각으로 만든 ‘전과’가 있다. 당시 합의문은 ‘합의 3개월내 통신·금융거래 및 무역·투자제한 완화, 양국 수도에 연락사무소 개설, 관계 진전에 따라 양국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한다.’는 획기적 내용을 담았다. 그후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00년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상호 방문을 통해 분위기를 회복하는 듯했으나,2002년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북·미 수교는 핵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및 생화학무기, 인권, 마약 밀매 등 잡다한 문제들이 전부 정리된 뒤에야 가능하다. 초강대국 미국에 의해 매년 테러지원국으로 지목당해 각종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사실상 국가 자체를 개조할 각오를 해야 관계 정상화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처지인 셈이다. 성균관대 김태효 교수는 “북·미 관계 정상화의 싹수는 오는 11월 열리는 5차 6자회담에서 핵폐기 시점이 합의되고 대북 경유지원이 재개된 뒤에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일 관계 정상화 북·일 관계 정상화는 시차적으로 북·미보다 한발짝 앞서 있는 인상을 준다. 이미 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관계 정상화 의지를 담은 ‘평양선언’을 채택해놓고 있는 데다, 이번 9·19 성명 채택과정에서도 북한은 거의 매일 일본 대표단을 접촉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9·19 성명은 양측이 ‘평양선언에 따라’ 정상화 조치를 취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일 동맹’의 속성상 일본이 독자적으로 북한과 수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따라서 북한이 주민들의 동요를 감수하고 체제를 개혁·개방하는 ‘통 큰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북한과 미·일 관계는 납치문제 해결이나 경수로 건설비용 지원 등 부분적인 관계 개선에 국한될 전망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일본을 다시본다] (16) 힘의 외교 추구

    [일본을 다시본다] (16) 힘의 외교 추구

    |도쿄 특별취재팀|올해 일본 외교의 출발 소리는 요란했다.‘국민을 지키는 외교’‘선두에 서는 외교’‘주장하는 외교’‘저력있는 외교’. 이런 정책방향에 따라 일본은 연초부터 한국과 중국, 러시아, 타이완 등 주변국과 영토 분쟁을 불사했다. 역사교과서 채택과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의 역사문제로 한국과 중국을 자극했다. 저력을 발휘, 선두에 서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목표로 엔화를 쏟아부었다. 국제외교 무대에서도 일본 입장을 강력히 전개했다. 하지만 패전 60주년인 현재 일본외교는 6자회담에서, 유엔에서, 국제외교무대에서 더욱 고립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본은 패전 이후 60년간 와신상담, 패전국의 멍에를 떨쳐내기 위해 때론 속내를 숨기며, 때론 정면으로 힘을 내세우는 외교전략을 펼쳤다. 특히 패전 60주년을 앞두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 강한 외교력을 행사하려는 의지가 무척 강했다. ●일본외교,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 하지만 일본외교는 점점 고립되는 양상이다. 후와 데쓰조 일본공산당 중앙위원회 의장은 일본외교가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고 표현한다. 한국·중국과의 관계는 물론 아시아 각 국들과 야스쿠니신사 참배나 과거사 문제 등으로 뒤틀려 있다고 진단한다. 즉 아시아 경시 외교로 인해 아시아에서 고립감만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후와 의장은 “주변국과 평화적 관계를 설정하는 대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일본외교의 방향 수정을 제시했다. 현재 일본외교는 이른바 아시아 전략이 없다는 비판을 듣는 만큼 “상대국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서로의 실정을 살피는 장기전략을 세워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도 여름 들어 ‘시련의 일본외교’,‘위기의 일본외교’라고 진단한다. 조셉 나이 미 하버드대 교수는 “일본은 미국이란 후원자가 있기는 하지만, 동남아 국가들과 적극적인 접촉·교류를 도모해야 한다.”면서 이들 국가와의 문화교류 등을 통한 외교기반 강화를 주문했다. 역시 하버드대 이리에 아키라(미국사) 교수는 일본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과 ‘장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3국간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민간 레벨의 접촉이나 교류가 불가결한 요소라고 제시했다. ●일본, 그래도 힘의 외교는 한다 일본정부는 그럼에도 힘의 외교를 고집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발표된 통상백서는 일본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 역내 국가의 경제통합을 주도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축으로 무역과 투자활성화를 뒷받침할 제반 규칙을 조성해 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일본의 힘으로, 중국의 힘을 제어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백서는 중국 경제 부상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일본 기업들에 아세안 국가 등으로 투자처를 다변화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동아시아 투자의 일극집중(一極集中)’을 막아내야 할 사명이 일본기업에 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패권을 중국에 양보할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외교는 돈의 힘을 앞세웠다. 지난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직접 나서 올해 내 상임이사국 진출 의사를 천명했고, 올해 엔화를 앞세워 아프리카, 중남미 등 표밭 공략에 집중했지만 최근 들어 점차 좌절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마치무라 노부다카 외상 등이 거부권이 있는 상임이사국 진출 꿈을 접을 수도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미국편향 외교 치열한 논란 유발 일본외교의 미국 편향성은 심각한 수준으로 우려된다. 사가키바라 에이스케 게이오대 교수는 화제를 불러온 저서 ‘경제의 세계세력도’에서 “일본은 반(半)주권국가로서 미국의 충실한 파트너 역할을 하려고 한다.”면서 “미국의 경제가 정체, 군사비를 견디지 못할 상황이 오거나 동아시아 안전보장에서 손 떼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면서 아시아 공동통화 등 아시아외교 강화를 주문했다. 도쿄대 대학원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일본이 전후 경제·정치적으로 미국이나 아시아국가(중국)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운명이었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의 시대이고, 그래서 미국을 선택, 안보를 미국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카가와 교수는 “중국과 북한으로부터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는 일본은 지금 핵무장을 할 수 없으니 미국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중국이 해군을 늘리는데 이런 위험에서 지켜줄 힘은 미국밖에 없다. 그래서 (승전국)미국에 대해 복잡한 심경으로 의지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taein@seoul.co.kr ■ 日주장 ‘미들파워’란 미들파워(middle power)라는 개념은 국가안보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중급국가’로 번역되고 있다. 캐나다나 호주가 자신들의 외교를 표현하는 용어다. 일본에서는 소에야 교수가 ‘일본의 미들파워 외교’라는 저서에서 사용, 빠르게 퍼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소에야 교수는 국가들을 ‘슈퍼파워(초대국)’,‘그레이트파워(대국)’,‘미들파워’,‘스몰파워(소국)’라는 4개의 부류로 분류했다. 초대국은 현 시점에서 미국이 유일하고 냉전시대는 미국과 소련이었다고 분류한다. 국제정치의 기본적 질서를 구성하는 대국은 현재는 중국과 러시아를, 잠재적으로는 인도를 꼽았다. 인도는 국민 정서가 대국으로서의 발상을 하고 있고, 핵무기도 갖고 있어 독자적인 안보나 외교수행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국은 아니지만 국제질서에 대해 일정 정도의 수정을 촉구하는 힘만을 가진, 독자적인 안보능력이 없는 나라인 미들파워로는 일본과 독일 등을 분류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영국과 프랑스는 대국과 미들파워의 중간단계로 분류했다. ■ 소에야 게이오大 교수 인터뷰|도쿄 특별취재팀|“일·미 안보조약이 일본안보의 요체이기 때문에 미국은 모든 일본외교의 기초입니다. 미국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일본외교는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일본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논의의 시발점이 됩니다.” 게이오대학 법학부 소에야 요시히데 교수의 전공은 일본외교이다. 그는 요즘 들어 고민이 적지 않다. 일본외교가 올 한해 6자회담이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외교 등에서 고립돼 있다는 지적을 받기 때문이다. 도쿄시내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일본이 힘의 외교를 추구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일본내의 혁신세력이나 한국, 중국 등에서 보면 힘의 외교를 하고 있다고 비쳐질 것이다. 일본이 2차대전 패전 전에는 대국으로서 힘의 외교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후는 다르다. 힘의 외교를 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전후 일본외교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기본 스탠스다. ▶일본이 아시아 경시외교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대미관계가 일본외교의 기본전략이다. 좌, 우로부터 비판이 있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우파들이 요구하는 미국으로부터의 외교적 독립은 미국측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좌파들이 요구하는 비무장 중립국도 현실성이 없다. 전후 일본의 불행은 대미의존이 지나치다는 점이다. 아시아 외교도 대미동맹을 전제로 전략을 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주변국과 마찰의 원인은 무엇인가. -역사문제이다. 일본이 전전 대국으로서 힘의 외교를 했고, 그런 인식이 한국인들에게 지금도 남아 있다. 반성하지 않고, 역사를 잊고, 대국외교를 하려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주변국민들의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역사문제는 전략적인 문제로 충돌하는 경향이 강하다. 같은 입장을 가진 각 국의 시민단체들이 해결하면 빠르다. 일본의 역사문제 대응은 지금보다 더 전략적이어야 한다. ▶일본이 외교적으로 고립돼 있는데. -6자회담에서 일본이 납치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납치문제가 국내정치 문제이긴 하나, 외교가 국내정치와 별개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북핵문제 해결 얘기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내정치도 현실인데 어쩌겠나. ▶일본이 돈 외교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들어가려고 ‘와이로(뇌물) 외교’를 하는 것은 아니다. 빈곤타파와 인간안전보장을 위해 정부개발원조(ODA)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얘기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다. 일본이 전후 60년간 평화외교를 했다는 사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일본의 노력부족’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일본외교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일본 국내여론을 좌나 우로 일방통일은 못한다. 우로 하면 중국은 물론 미국도 반대한다. 따라서 일·미 동맹을 전제로 한국이나 동남아국가들과 상호 협력하는 ‘미들파워(중급국가) 외교’를 해야 한다. 특히 평화주의자들이 개헌론을 제기, 현실적 모순을 없애주면 5∼10년 뒤엔 일본외교가 움직이기 쉬워질 것이다. 평화주의자들의 개헌론은 우익들과는 다르다. 최소한의 부분만 고쳐도 좋다. 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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