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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핵무기 보유론’은 前 美관리의 작문

    25일자 대부분 조간신문들이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일제히 오보를 냈다. 지난 7월 북한 대외정책 실세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재외공관장들을 불러 북한이 핵무기 5∼6개를 갖고 있다는 사실, 대미 관계를 둘러싼 군부와의 갈등 등을 적나라하게 밝혔다는 ‘충격적인’ 보도였다. 본지(2면)도 예외가 아니었다. 동북아 안보 전문 연구기관인 노틸러스 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된 로버트 칼린 전 미 국무부 대북 정보관리관의 에세이 ‘추락하는 토끼’(지난 21일부터 게재됨)가 빌미가 됐다. 그러나 이 연설문은 상상력에 기초한 칼린의 ‘작문’으로 드러나면서, 독자들에게 큰 혼란을 안겨줬다. 이에 따라미국발 북한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한 관행이 결과적으로 이같은 오보를 낳았다는 비판론이 언론 안팎에서 제기됐고, 본지도 이에 대해 자성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관료 생활의 대부분을 미중앙정보국(CIA) 정보 분석관과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고위정책자문관 등을 지낸 칼린은 지난 14일 브루킹스 연구소와 스탠퍼드대 공동 주최 세미나에 주제발표자로 참석했다. 그는 발표 도입부에서 “주최측이 윌리엄 사파이어(뉴욕타임스 보수논객)를 흉내내 (참석자들에게) 김정일과의 소통을 해줄 것을 제안했다.”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체코 프라하 우편 소인이 찍힌 편지를 며칠 전 받았다.”고 했다. 강 부상의 공관장회의 발언문 메모라며,“누가 내게 그걸 보냈는지 묻지 말라.”고도 했다. 강연 내용이 실제가 아닌 지어낸 이야기임을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미나에서 그는 분명히 ‘가상’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세미나에 참석한 스탠퍼드대 신기욱 교수는 “그러나 칼린의 묘사가 너무나 생생해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원본과 출처를 묻는 질문들이 있었다.”고 한국언론에 전했다. 이 독특한 발표 내용에 대해 노틸러스측이 웹사이트 게재를 요청했고, 지난 21일자로 게재했다. 한국의 언론들이 25일 밤늦은 시각 뒤늦게 이를 본 뒤 기사화한 것이다. 6자 회담이 교착된 상황에서 소집된 지난 7월의 북한 재외공관장회의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대북 유엔결의안 채택 뒤 일본의 언론은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러시아도 신뢰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대외비로 북한의 공관장회의가 흘러나오기가 쉽지 않으며, 사실 수집된 내용도 없다.”면서 “설사 있다 해도 신뢰도의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노틸러스 연구소측은 파문이 일자 25일 낮 12시30분쯤(한국시간) “이 글은 북한 관리의 실제 연설문이 아니라 칼린이 강석주 부상을 흉내낸 가상의 연설문”이라는 글을 뒤늦게 삽입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한국언론보도 충격적으로 잘못돼 있다”

    “한국언론보도 충격적으로 잘못돼 있다”

    “그들은 선택적으로 그렇게 한다. 때때로 문맥에서 벗어나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특정한 태도를 뒷받침하는 편향을 가지고 그렇게 한다. 한국정부의 관점에 대한 신뢰할 만한 표현을 얻기 위해 한국 매체를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똑같은 현상이 미국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부분에서는 더 많이 일어난다. 종종 뒤틀기, 혹은 오해에서 비롯된 선택적인 인용이 발견된다.” 여기서 ‘그들’이란 한국언론이다. 표현만 완곡하다 뿐이지 미국은 물론, 한국의 입장조차도 한국언론은 정확히 전달하지 않는다는 낯뜨거운 비판이다. 한두 명이 이렇게 불평한 게 아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미국 정부 관료들에게 물었더니 공통적으로(consensus) 이처럼 말했다. 이어 좌절감마저 느끼고 있다는(frustrated) 미국 국방부 분석가의 증언도 나왔다.“한국측 소스는 미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흥미로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 미국정부의 동기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고, 미국정부의 입장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가 잘못 표현해서인지, 한국이 잘못 이해해서인지는 당신 판단에 맡겨둔다. 종합하자면 모든 것들은 충격적으로 잘못돼 있다.(shockingly bad)” 한마디로 미국 정부가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하려는지에는 관심없고 제 편한 대로 해석하는 게 한국 언론이니, 한국 언론에서는 미국측 입장이 어떻게 이용당하는지만 유심히 보라는 통렬한 비판이다. 이런 증언들은 크리스토퍼 넬슨 ‘넬슨 페이퍼’ 편집인이 ‘미국 정책입안가와 평론가는 한국 관련 뉴스를 어떻게 얻는가?’라는 주제를 발표하기 위해 한국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미국 관료 등을 인터뷰한 결과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미간 언론정보교류 시스템의 현황과 개선 방향’ 국제심포지엄에서 공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북핵위기·북한위폐문제, 전시작전통제권 등 한·미간은 물론 동북아 전체에 파급력을 가진 강력한 이슈들이 연달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 언론이 이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정연구 한림대 교수는 한·미가 서로를 보도하는 행태가 ‘악순환’에 사로잡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의 보수적인 신문을 택해 뉴스의 흐름을 따라잡는다. 그런데 한국 신문은 취재원이 다양하지 못하고, 정부나 기관·단체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보니 다양한 목소리를 제공하지 못한다. 미국이 별도 취재를 한다 해도 영어를 잘하는 지식인처럼 엘리트층만 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의 정보통제 아래서 생산된 미국 주류언론의 기사만을 중심으로, 그것도 자신의 구미에 맞는 내용만 증폭한다. 이러면 미국 내 이라크 반전 세력이나 한국내 FTA반대 세력들에 대한 보도는 서로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정 교수는 그래서 “상생의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두 얼굴을 가진 국가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동아시아정책을 연구해온 스티븐 코스텔로 PGI회장은 이와 관련, 지금 동북아정세와 관련돼 나름의 분석을 제시했다. 스티븐 회장은 한국정부가 명확한 우선순위에 기초한 실용적인 대북·대미 관계를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은 비판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한·미간 마찰은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정책을 별안간 역전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외정책을 평가할 때는 “커다란 성공보다는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능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언론이 한국정부를 비판할 때 기준이 어디 있어야 하는지 암시하는 대목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미디어 다양성은 꼭 지켜야 할 가치”

    “미디어 다양성은 꼭 지켜야 할 가치”

    “미디어의 다양성이야말로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발행인이자 주필인 이냐시오 라모네(64)의 말이다.61개국에 200만부가 팔리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주로 지식인층을 겨냥한 국제문제 전문월간지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자회사 격이다. 라모네 주필이 한국어판 발행 기념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오늘날 매체들이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그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각기 개성있는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비슷비슷하거나 심지어는 똑같기까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신껏 ‘독창’하지 않고 모두 ‘합창’하고 있는 상황인 것. 그 배후에는 거대미디어재벌이 놓여 있다.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다.“프랑스 언론들도 전투기나 미사일을 생각하는 다소 같은 거대 군수기업이나 로스차일드가문 같은 거대자본이 장악해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당연히 대외관계 등에 있어서 호전적인 성향을 드러낼 수밖에 없겠지요.” 평화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우려는 심각하고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르몽드, 그리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라는 두 매체 자체가 1·2차세계대전으로 인한 충격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라모네 주필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비판정신의 회복을 언급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1대 주주는 51%의 지분을 가진 르몽드 편집인 200여명이 모인 단체이고 독자조합(25%)과 직원조합(24%)이 2·3대 주주다.“이런 게 편집자와 독자가 함께 소유한 이상적인 모델이지요.” 뉴미디어의 높은 파고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었다.“월간지는 일간지와는 달라요. 폭 넓고 깊이 있는 정보와 분석이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지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은 기존 신문보다 조금 작은 베를리너판형으로 월1회 40면씩 발행되고 1부당 가격은 7000원이다. 번역기사 70%, 한국판 편집진의 취재기사 30%가 실린다. 또 인터넷 서비스는 조만간 유료화해 인쇄매체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고급독자를 겨냥한 월간지가, 그것도 유럽식 모델이라면 쳐다보지도 말아야 할 것처럼 여기는 한국 풍토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24시간 월드컵만 보라는 MBC

    MBC-TV가 한국과 토고와의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리는 13일 오후부터 24시간 동안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국민들은 싫어도 하루종일 월드컵 프로그램을 봐야 한다. 공중파로서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일이다. 오후 4시25분부터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는 ‘가자 대한민국’ 등의 프로그램이 에피타이저로 제공되고 이어 밤 9시30분부터 14일 아침 6시까지 한국-토고전, 프랑스-스위스전, 브라질-크로아티아전이 잇따라 중계된다. 한국-토고전이 재방송된 뒤 낮 12시50분부터 3시간 동안 하이라이트가 후식으로 제공돼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시청률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MBC는 지난해 노조위원장을 지낸 최문순씨를 사장으로 선임, 방송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고압적인 취재방식이 문제였지만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을 최초로 보도, 생명연구의 윤리성 등에 대해 국민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MBC는 이로인해 광고해약사태 등 경영상으로 많은 내상을 입었고, 이 후유증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MBC는 13일에는 토고전이 최고의 관심사여서 이같이 프로그램을 편성했다지만 이같은 파행적 편성은 광고수입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대부분의 지적이다. 월드컵이 아무리 전지구적인 관심사라 해도 월드컵 종일방송은 전파낭비다. 그것도 방송 3사가 경쟁적으로 월드컵 중계방송에 나서는 것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고 싶어하는 국민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것이다.MBC는 질좋은 프로그램으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그러잖아도 월드컵 올인 때문에 국가적 중대사안이 묻힌다는 비판이 많다.MBC는 지금부터라도 진지한 방송의 자리로 돌아가라.
  • “한·미 FTA 결렬되면 10년간 협력관계 차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결렬되면 앞으로 10년간 한·미 동맹의 신뢰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미국과의 어떠한 협력관계도 진전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FTA 그 자체로는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보장하지 않으며, 서비스 분야에서의 시장개방을 진전시키는 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정부측 지적도 잇따랐다.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이 27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한·미 FTA 모험인가, 기회인가’라는 월례토론회에서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한·미 FTA는 경제적인 국익의 관점에서 논의돼야지, 반미나 대미종속 등 이념논쟁이나 정치적 이슈로 흘러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협상 시한과 관련,“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연내 타결되지 못하면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은 연장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권한의 종료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는 “한·미 FTA 추진은 (참여정부가)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것과 같아 혼란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의 시장개방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농업의 구조조정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며 잘못된 피해보상 대책은 농업의 진로를 그릇되게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투기자본의 폐해를 방지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감시·감독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적절한 ‘방화벽’을 구축한다는 전제 아래 국내 산업자본과 금융을 분리하는 정책기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체고용의 70%를 넘지만 국민소득의 55%밖에 안되는 한국 서비스산업의 비생산성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개방과 경쟁만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원동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미국이 교육·의료 등 사회서비스업 분야에 대해 과연 얼마만큼의 개방을 요구해 올지는 의문”이라면서 “오히려 많이 요구하지 않아 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진전시키는 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는 주제발표를 통해 “FTA는 개방과 경쟁을 하기 위한 필요한 수단일 뿐,FTA를 체결한다고 취업시장이 좋아지거나 성장과 발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의료서비스와 관련,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20%에 대한 개방은 감당할 수 있지만 미국이 의료시장 개방을 적극 요구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시장개방이 확대되면 피해를 보는 집단이 있게 마련이므로 정부는 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지원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면서 “부처간 이기주의를 버리고 부처간 정책조정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歲畵(세화), 잊힌 풍류와의 재회

    歲畵(세화), 잊힌 풍류와의 재회

    우리 조상들은 설날 아침 세배를 하고, 그림을 주고 받았다. 바로 ‘세화’(歲)다. 민화의 일종인 세화는 새해의 복을 기원하고, 잡귀를 쫓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입문에 그림이나 문자로 그려 붙인 용호한쌍의 용호문배도(龍虎門排圖)가 대표적이다. 사악한 악귀를 쫓아준다는 호랑이와 기쁜 소식의 전령사인 까치가 사이좋게 등장하는 호작도(虎鵲圖), 집안의 풍요와 번창을 가져다 준다는 연화도(蓮花圖), 불로 장생의 십장생도(十長生圖)가 세화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그림 한장으로 서로의 행운을 빌어주는 일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일이 어렵다면 세화를 현대미술로 승화시킨 ‘세화견문록’전시회라도 나서 보면 어떨까. 이 전시회에는 민화를 비롯한 우리 전통적 미감을 바탕으로,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은 작가 16명의 작품 70여점이 선보인다. 회화, 설치, 영상, 디자인, 사진, 판화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세화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모란도의 형식을 빌려 순수 본성의 회화정신을 되살려 낸 김근중, 열두마리의 한국의 길상동물을 입체설치 작품으로 만든 임영길, 플라스틱 폐자재를 활용해 화조도와 문자도의 독특한 설치작품을 탄생시킨 서희화는 전통미술의 색채가 짙다. 홍성담도 디지털 시대를 반영, 컴퓨터 바이러스 소멸을 기원하는 부적을 표현했다. 반면 전통의 미술과 형식을 오늘의 아이콘으로 변환시켜 현대미술을 즐기는 관객들에게 도발적인 시선을 던지는 작품들도 있다. 문자도를 차용한 서은애의 ‘애정과 신뢰’는 세상을 향해 농담을 던지는 새의 모습으로, 현실을 살짝 비틀고 있고, 한지에 채색화 물감으로 전통의 미를 담아낸 박지나의 ‘고물’은 민화가 소망의 그림이듯 투도어 냉장고를 갖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음식재료 파로 머리 장식한 여인의 이미지를 표현해낸 데비 한의 ‘상큼한 미소’는 섹슈얼리티를 부각시키는 팝아트적 분위기다. 거침없고 자유로움으로 전통의 미를 토해낸 작품들에서는 유유자적하는 즐거움이 배어 나온다. 시각디자이너 안상수의 ‘알파에서 히읗까지’는 서구문화에 대응하는 아이콘으로 한글을 사용, 문화 주권 회복의 메시지를 담고 있고, 민균홍의 ‘무제’는 철로 용접해 만든 조각으로 천진난만한 선의 유희를 보여준다. 오수환의 ‘적막’은 자연스러운 획의 흔적이 마치 노장사상의 변주처럼 느껴진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오는 29일부터 내년 2월12일까지.(02)580-1300.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박은영의 DVD 레서피] 팝콘 눈처럼 현기증 나는 ‘美친년’

    한때 충무로에선 여자 캐릭터가 전멸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남배우들이 선 굵은 캐릭터로 흥행을 주도할 동안 여배우들은 보조 역할을 하거나 그들의 연인으로 활용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남배우 역할은 있어도 연기 잘하는 여배우들의 역량을 테스트할 수 있는 영화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적어도 ‘웰컴 투 동막골’ ‘친절한 금자씨’가 등장하기 전까진 말이다. 금자씨는 13년 간 교도소에 복역하면서 천사 같은 얼굴로 감방 동료에게 신장을 떼어 주고 치매 노인을 자청해서 수발했다. 그러나 출소하자마자 산타 복장을 한 합창단을 향해 “너나 잘 하세요” 선방을 날리고, 루돌프사슴 코에나 어울릴 법한 빨간색 아이섀도를 잔뜩 칠하고서 “친절해 보일까봐”라고 냉소한다. 날마다 속죄의 기도를 하던 금자씨가 백선생을 난도질하기 위해 교실 바닥에 방수 비닐을 까는 동안,‘웰컴 투 동막골’의 여일은 머리에 소국을 꽂고 더러운 버선 한 짝으로 어린 군인과 로맨스를 만들고 있었다.“배미 나와” 촌철살인의 한 마디로 인민군을 당혹스럽게 만드는가 하면, 수류탄의 핀을 뽑아 극단적으로 대립하던 군인들 머리 위로 팝콘 눈이 내리게도 한다. 강혜정과 이영애는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사랑스러운 ‘미친년’과 현기증 나게 아름다운 살인자로 분해 여배우 전성시대의 신호탄을 쏘았다. 그리고 충무로는 지금 섬뜩한 재능을 발휘하는 여우들을 중심으로 재편중이다. ●친절한 금자씨 일단 박찬욱표 DVD에는 신뢰가 간다. 그처럼 사전에 DVD를 치밀하게 계획하는 감독도 드물기 때문이다. 복수 3연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DVD는 다양한 부가 영상과 영상적 실험이 돋보인다. 원래 이 영화는 흑백으로 만들어질 예정이었다고 한다. 컬러로 시작해서 서서히 모노톤으로 변하는 것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컬러판이 극장에 걸렸다. 이 DVD에는 올 컬러인 극장판과 모노톤으로 변하는 2가지 버전이 다 실려 있다. 흑백판이 수록된 디스크 2에는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까지 흑백으로 표현했다. 제작과정 전반을 꼼꼼히 확인할 수 있는 메이킹 필름, 이영애의 “나 여기 있어요”의 다른 버전도 볼 수 있다. ●웰컴 투 동막골 올해 최고의 흥행작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DVD다.‘슈렉’을 작업한 디럭스 스튜디오에서 인코딩을 하고 ‘아메리칸 뷰티’를 작업한 컬러리스트 브라이언 맥마흔이 색을 조율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이전의 그 어떤 DVD보다 깔끔하고 청량감 있는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히사이시 조의 서정적인 스코어를 풍성하게 하는 다채널 사운드와 물방울이 튀는 듯한 맑고 코믹한 사운드도 십분 살아났다. 부가영상에는 스타파워에 의지하지 않고 캐스팅한 탄탄한 연기 내공의 배우들과 80억원짜리 영화를 독립영화처럼 찍는 스태프들의 열정, 탄탄한 시나리오의 매력이 고스란히 실려 있다. DVD칼럼니스트·mlue@naver.com
  • 주한 美대사 “위폐제조 北은 범죄정권” 파문

    주한 美대사 “위폐제조 北은 범죄정권” 파문

    알렉산더 브시바오 주한 미국대사가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북한을 ‘범죄 정권’(Criminal Regime)이라고 규정했다.8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북한 국제인권대회와 맞물려 북측 반발에 따른 6자회담의 상당기간 경색이 예상된다. 브시바오 대사는 “북한은 수출소득의 대부분을 불법행위에서 충당하고 있으며 이는 바로 ‘범죄 정권’”이라면서 “(정권차원의)위폐 제조행위는 (나치 정권인)아돌프 히틀러 이후 처음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화폐(달러)를 위조하는 위험한 행위 때문에 취한 금융제재는 정치적으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북측이 마카오 은행 제재 철회문제를 6자회담과 연계, 협상을 요구하는 데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같은 브시바오 대사의 북한 정권에 대한 성격 규정으로 파문이 일자 우리 정부의 조태용 북핵기획단장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갖고 “6자회담이 중요 국면에 와 있는 상황에서 대화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은 자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반기문 외교부 장관도 공항에서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발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발언 등 잇단 강경 수사(修辭)로 빚어진 대치국면을 해소하느라 힘을 빼 온 정부로선 사실상 강력한 대미 유감 표명이다. 아울러 돌파구 마련을 위해 오는 19일을 전후로 추진 중인 ‘제주도 수석대표 비공식 회동’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북측 입장에 서는 듯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일단 ‘판’속에 들어오라는 대북 메시지이기도 하다. 브시바오 대사는 토론회에서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에 대한 조치로 북한의 불법행위를 중단시키는 성과를 거뒀다.”며 “미국법에 따라 취해진 금융제재를 협상대상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또 자신이나 라이스 장관의 방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런 방문을 위한 기본적 신뢰 형성을 위해 가야할 길이 남아 있다.”며 “핵무기를 추구해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부임한 이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온 브시바오대사는 “서울에서 열리는 북한 인권대회가 정치적 연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사설] ‘가짜 이중섭그림’ 위작 근절 계기돼야

    고 이중섭·박수근 화백의 유족과 작품 소장자, 미술품 감정기관이 얽혀 벌어진 미술계 최대의 위작 시비에 1차 결론이 났다. 두 화백의 작품으로 공개된 58점에 대해 검찰이 위작 판정을 내린 것이다. 검찰은 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울대의 한 연구소,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공립 3개 기관에 감정을 의뢰했고 그 결과는 모두 같았다. 검찰이 58점말고도 두 소장자가 보유한 2740점 모두를 압수했다고 하니 검찰의 판단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먼저 작품의 진위 여부에 신뢰할 만한 판정이 내려진 사실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중섭·박수근 두 화백은 한국 회회사에 빛나는 거장들이다. 그런데 돈벌이에 눈 멀어 가짜 그림을 제작·유통한 행태는 그들의 예술혼을 도둑질하는 짓에 다름아니다. 게다가 위작이 돌아다니면 작가와 진품에 대한 평가가 떨어지고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그야말로 미술계의 암적인 존재인 것이다. 검찰이 가짜를 제작·유통한 과정을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니 이 기회에 위작을 전문으로 하는 집단이 뿌리뽑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우리는 미술품 진위 논쟁이 결국 검찰의 개입으로 결정난 사실에 아쉬움을 느낀다. 위대한 작가를 육성·보호하는 데는 활발한 미술품 시장과 누구라도 신뢰하는 감정기관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위작 논쟁을 자체 해결할 수 있게끔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조속히 자리잡기를 바란다. 또 미술품 애호가들이 작가의 명성보다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로 그 가치를 평가하는 감식안을 길러야만 우리사회에 위작이 발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 [서울광장] 좋은 장관, 나쁜 장관/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좋은 장관, 나쁜 장관/이목희 논설위원

    추병직 건교부 장관이 정색하고 언론이나 야당에 싸움을 거는 모습을 접하고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몇번 거듭되는 것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름의 생존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과 야당에 ‘당당히’ 맞서다가 돌아온 뭇매는 전혀 아프지 않을 수 있다. 대통령에게 갈 언론과 야당의 십자포화를 몸으로 막은 장관은 이전 정권에서도 점수를 땄다. 언론과의 긴장관계를 앞세운 참여정부에서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추 장관이 설령 업무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개각이 이뤄진다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정황이 은연중 만들어진 셈이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다른 측면에서 행동 양태가 주목을 끈다. 김 장관의 공세는 자신의 업무 영역인 노동계를 향해 분출됐다. 당연히 노동계로부터 퇴진압력으로 되돌아왔다. 김 장관이 사퇴하든지, 아니면 노동계가 김 장관 거부 주장을 접어야 노·정 관계가 풀린다. 그러나 아직은 양측의 오기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성격상 노동계의 요구에 밀린다는 인상을 주기 싫을 것이다. 노동계가 전략적으로 김 장관 사퇴론을 접을 때 오히려 그의 교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역설이 성립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추 장관과 김 장관의 처지는 현 내각이 가진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의 겉모습을 모방하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다. 외부를 향한 공격성은 당장은 시원할지 모르나 소득없는 기분풀이일 때가 많다. 특히 대부분이 코드나 이념과는 관계없는, 행태의 문제일 뿐이다. 이력으로 볼 때 지금 내각에서 가장 진보적인 인사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하지만 김 장관이 언론·야당과 일부러 싸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 타협적이 아닌데도 관할 영역에서 감정 마찰을 빚은 사례 역시 별로 없다. 코드에서 자유로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처신은 모범사례가 될 만하다. 참여정부의 방향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대미관계 등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 신뢰감을 얻고 있다. 정부 고위인사들을 자주 만나는 정치학 교수의 말.“참여정부 고위공직자 중 상당수가 자신들의 오류를 언론이나 야당의 발목잡기로 돌리려는 경향이 강해요. 그러면 대통령에게 먹힌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낸 이의 말.“노동부 장관은 내각에 노동계의 입장을 전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영합하라는 얘기가 아니죠. 재경부 장관은 그래도 기업쪽을, 노동부 장관은 노동자쪽을 이해한다는 기본인식은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좋은 장관’은 정치싸움, 감정대립을 만들지 않는다. 언론과 야당, 그리고 담당업무 영역은 설득대상이지 공격대상은 아니다. 언론, 야당, 담당 영역으로부터 존경은 못 받더라도 신뢰는 얻어야 한다. 노 대통령과 이 총리는 기본적으로 정치인이다. 그들이 언론과 야당을 공격하면 정치행위이다. 장관은 다르다. 소모적인 투쟁을 우선시한 장관의 결말이 어떠했는지 역사가 알려준다. 참여정부가 반환점을 돌면서 내각의 면모 일신이 거론된다. 내각내 차기주자들의 여당 복귀 시점이 저울질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새 총리 추천을 요청했다는 설도 나온다. 연말 안에 큰 폭의 개각이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각료인선 기준은 다양할 것이다. 이번에는 ‘따뜻한 성품’을 주요 항목으로 넣어보길 바란다. 정권이 후반기로 갈수록 언론과 야당의 비판이 심해지는 편이다. 곳곳에서 이익단체들의 요구와 반발이 거세진다. 이를 뚫고 참여정부의 마무리를 부드럽게 하려면 소신있으되, 온유한 장관이 내각에 많이 포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러시아 원자력청장 “北경수로 서둘러 제공해야”

    안명훈 주 제네바 북한 대표부 참사관은 22일 유엔 군축회의(CD)에서 “기본 중의 기본은 미국이 우리의 평화적 핵활동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증거인 경수로를 하루 빨리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미 관계가 정상화돼 미국의 핵 위협이 사라지면 북한으로서는 단 한 개의 핵무기도 필요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신뢰조성의 기초인 경수로를 제공하면 북한은 그 즉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담보협정을 체결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루체프 원자력청장은 22일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루체프 청장은 이날 “북한이 IAEA와 NPT(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한다면 핵분야에서 북한과 협력하는 것을 보류시킬 어떠한 요인도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제네바·모스크바 연합뉴스
  • 지성이가 쏠까, 영표가 쏠까

    지성이가 쏠까, 영표가 쏠까

    “최고의 수비수가 되겠다.” ‘초롱이’ 이영표(28)가 토트넘 홋스퍼와 공식 입단식을 갖고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리버풀과의 홈경기에 선발 출장, 꿈의 무대 잉글랜드 프리미어십에 첫 발을 내딛는다.‘아시아의 별’ 박지성(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같은 시간 맨체스터 시티와의 더비경기에 선발 출장이 예고돼 있어 사상 최초로 두 명의 한국선수가 프리미어십 무대를 휘저을 전망이다. 9일 오전 영국 런던 북서부 치그웰에 위치한 토트넘의 훈련장에서 첫 훈련을 마친 뒤 공식 입단식을 가진 이영표는 “축구인생 최고의 기회가 왔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고 즐겁게 축구를 할 것”이라면서 “영국과 유럽의 축구를 더 배워서 최고의 수비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마틴 욜 토트넘 감독은 “이영표는 바로 내가 바라던 선수”라면서 “프리미어십에도 이영표만큼 활발한 공격력에 수비능력까지 갖춘 선수는 없다.”고 극찬했다. 욜 감독은 이영표의 리버풀전 출격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연히 나갈 것”이라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박지성도 홈구장인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 지난달 20일 애스턴 빌라전 이후 3주 만에 선발출장, 첫 공격포인트 획득을 노린다. 박지성은 최근 부친상을 당한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의 결장으로 루드 반 니스텔루이-웨인 루니와 함께 스리톱의 한 축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출장시간이 줄어 불안하지만 지역 라이벌전에서 맹활약을 펼칠 경우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어 분전이 요구된다. 한편 ‘차붐 주니어’ 차두리(25·프랑크푸르트)와 ‘반지의 제왕’ 안정환(29·FC메스)도 주말 나란히 유럽의 그라운드에 출격해 ‘태극듀오’와 함께 ‘황금 주말’을 뜨겁게 달군다. 차두리는 10일 오후 10시30분 독일 분데스리가 하노버96과의 원정 경기에 선발출격해 시즌 첫골 사냥에 나선다.3경기 1승2패에 단 2득점에 그친 팀의 공격력 빈곤 갈증을 해갈할 해결사 역할이 필요한 상태다. 안정환은 ‘황금 주말’의 대미인 11일 오전 3시 프랑스 1부리그 르 샹피오나 릴과의 홈경기에 출격해 시즌 2호골에 도전한다. 안정환 역시 팀이 시즌 5경기에서 안정환의 개막전 골 외엔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고 3무2패의 무승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안정환의 화끈한 득점이 절실하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사설] 美, 北의 평화적 핵이용권 인정해야

    평화적 핵이용권을 북한에 인정할지를 놓고 한국과 미국간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 핵사찰을 수용하면 우라늄 농축·플루토늄 재처리를 제외한 평화적 핵이용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미국은 북한이 신뢰감을 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큰 차이가 아닌 듯하지만 이 틈이 완벽하게 메워지지 않으면 북한을 설득하기 어렵고, 협상의 진전은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은 제네바 합의를 깨고 영변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한 전력이 있다. 그렇다고 NPT회원국이 가지는 평화적 핵이용권마저 박탈하려는 것은 무리다. 미국은 NPT밖의 인도는 물론 근래 들어 핵문제로 말썽을 피우는 이란에 평화적 핵이용권을 인정했다. 북한에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기 힘든 상황이다. 이달초 휴회된 6자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중국의 중재를 받아들여 NPT복귀를 전제로 북한이 NPT가입국의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명시하는 데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타결의 실마리는 만들어 놓았다. 6자회담 휴회기간 북·미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를 보이면 이달말 속개되는 회의에 기대를 걸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가 오히려 완고해지는 느낌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언급을 거듭하고 있다. 압박전략이 지나치면 대화 분위기가 깨진다. 북핵이 풀리려면 미국이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 북·미 사이에서 한국은 중재자가 될 수밖에 없다. 중재자는 어느 편을 든다는 인상을 주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간에 이견이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적절치 못했다. 대미 설득은 언론플레이로 될 일이 아니다. 야당에서는 국내정치용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국이 평화적 핵이용권 인정을 너무 강조하면 북한이 나중에 경수로 지원을 계속하도록 요구하는 빌미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반 외교 “北 평화核 한·미 이견 없다”

    반 외교 “北 평화核 한·미 이견 없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서울 김수정기자|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은 마땅한 권리이며 이에 대해 한·미간 시각이 다르다.”고 한 발언과 관련, 우리 정부가 이를 진화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미국도 “이견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그 발언 의도에 대해선 여전히 궁금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 11일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두 차례나 “한·미가 생각이 다르다.”고 밝혔다. 설사 이견이 있더라도 “없다.”또는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식으로 에두르는 정부 외교안보당국자들의 수사와는 전혀 딴판이다. 정 장관의 발언은 당연히 ‘한·미 입장 충돌’로 비쳐졌다.6자회담 후속 논의차 베이징을 방문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리자오싱 중 외교부장과의 회담 직후 파문을 의식,“한·미간 이견은 없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북핵 폐기 범위와 평화적 핵 이용권 두가지 문제가 상호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에 대해 한·미간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전체적인 북핵 문제 해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모든 핵을 폐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규정을 이행할 경우 국제적 신뢰도가 조성돼 미래적 평화적 핵이용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 나절 앞서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우리는 맹방으로서 한반도를 비핵화해야 한다는 공동목표를 갖고 있다.”며 한·미 이견설을 부정했다. 정 장관의 언급에 대해선 “나는 정 장관 입장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미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게 본분”이라며 언급을 회피했다. 6자회담에 참석한 당국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평화적 핵 활동에 대한 한·미간 입장은 ‘이견’을 강조할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중국이 제시하고 나머지 나라가 동의한 6자회담 4차 초안에는 “북한이 NPT에 복귀하고 IAEA 안전협정 의무를 지면 그 권리도 갖는다.”는 식의 조건부 허용 문구가 들어가 있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오자, 우리 정부는 ‘창의적 모호성’을 발휘, 평화적 핵활동이란 문구를 ‘권리’ 앞에 넣자는 대안을 제시했고 미측도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정 장관이 이견을 강조한 배경에는, 통일부 장관으로서, 또 지난 6월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중대제안을 전달한 당사자로서, 북측을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북한측 당국자·민간인들이 대거 참가하는 8·15 서울 민족축전을 앞두고, 북한 대신 미국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라는 얘기다. 휴회 이후 미국 강경파의 입김을 차단하기 위한 대미 압박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선 정 장관의 발언이 오히려 힐 차관보의 6자회담 협상에 불만을 갖고 있던 강경파를 자극할지 모른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crystal@seoul.co.kr
  • 뮤지컬 ‘아이다’ 하루8시간 연습 강행군

    뮤지컬 ‘아이다’ 하루8시간 연습 강행군

    제작비 120억원을 들인 초대형 뮤지컬 ‘아이다’가 오는 27일 출항한다. 8개월간의 긴 항해. 지금껏 누구도 엄두내지 못한 최장의 항로다. 순풍을 타고 저 건너 신대륙에 안착할지, 모진 풍파에 좌초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 브로드웨이 현지 프로덕션에서 날아온 연출가 키이스 배튼의 진두지휘로 후반 준비에 한창인 ‘아이다’연습 현장을 찾았다. ●세 남녀의 엇갈린 운명 그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 지하 연습실.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와 라다메스 장군의 결혼식이 막 열릴 찰나 노예로 잡혀온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가 탈출했다는 전갈이 들려온다. 라다메스 장군은 가슴에 품고 있던 연인 아이다를 위해 조국을 배신하고, 사랑을 잃은 암네리스는 두 사람을 무덤에 함께 묻으라고 명령한다. 세 남녀의 엇갈린 운명을 첨예하게 드러내는 극의 하이라이트이자 대미를 장식하는 장면답게 시종일관 박진감이 넘친다. 바짝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하던 연습실 공기는 ‘10분간 휴식’이라는 연출가의 말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탁’하고 풀어진다. 배해선(암네리스), 이석준·이건명(라다메스), 문혜영(아이다) 등 주역들은 감자, 초콜릿 같은 간식거리를 손에 쥐고 배고픔을 달랜다.“안 먹으면 쓰러져요.”(배해선).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을 버텨 내려면 체력은 필수란 설명. 그러고 보니 또 한 명의 아이다인 옥주현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한달간 방송 스케줄을 줄이고,‘아이다’에 매달렸던 옥주현은 과로로 편도선이 부어 이날 처음 연습에 불참했다고 제작사 관계자가 전했다. ‘아이다’의 캐스팅은 여러 모로 화제였다. 그중 타이틀 롤인 ‘아이다’의 두 주역, 옥주현과 문혜영은 이변이었다. 한 명은 전문 뮤지컬배우가 아닌 가수라는 점에서, 또 한 명은 앙상블 출신의 무명배우라는 점에서. 하지만 연습을 지켜본 이들은 두 배우의 가능성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문혜영 ‘원숙미´냐 옥주현 ‘신선미´냐 단독 출연인 배해선을 빼고, 더블 캐스트인 아이다와 라다메스역의 배우들은 내심 경쟁에 따른 부담감도 만만치 않을 터. 동갑내기로 절친한 친구인 이건명과 이석준은 상대방 연기를 평가해 달랬더니 사뭇 조심스러운 눈치다. “기본 캐릭터는 같지만 건명씨는 외향적이고 밝은 측면을 자유롭게 잘 표현한다.”(이석준),“석준씨의 라다메스는 섬세하고 깊이가 있다.”(이건명) 문혜영은 “주현씨는 주현씨 나름의 색깔이 있고, 나는 나만의 색깔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차별성을 두려고 애쓰지는 않는다.”면서 “‘문혜영의 아이다’는 강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이석준이 한마디 거든다.“음, 한마디로 원숙미와 신선미의 대결이라고 할까. 혜영씨가 그동안 뮤지컬 무대에서 갈고닦은 기량을 한껏 발휘한다면 주현씨는 의외의 돌발성으로 신선한 에너지를 뿜어내죠.” 안 그래도 평소 ‘공주과’로 분류되던 배해선은 암네리스역을 통해 확실히 신분상승했다면서 웃는다.“뮤지컬 ‘아이다’는 사실 암네리스가 주인공”이라고 운을 뗀 그녀는 “철부지 공주에서 냉철한 통치자의 이미지까지 매 순간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LG아트센터.(02)2005-011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울신문·KSDC 공동 국민 여론조사] “北 포용·한미동맹 강화” 이중적

    [서울신문·KSDC 공동 국민 여론조사] “北 포용·한미동맹 강화” 이중적

    대다수의 국민들은 북한을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포용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한·미동맹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더 강화돼야 한다는 생각이 더 많았다. 대북 지원에는 다수의 국민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에 대해선 시급한 해결을 원했다. 북한 인권문제에도 매우 조심스럽다.‘퍼주기식’ 경제협력이 아니라 북한 인권의 개선과 연계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북지원, 경제협력 등은 ‘협력 발전’의 방향에서 접근했다.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관계 등은 ‘상호 견제’의 방향에서 바라보았다. 전자는 ‘한민족’이라는 친밀감을, 후자는 ‘신뢰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적대감을 반영한다. 서울신문이 창간 101주년을 맞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국민들은 이처럼 ‘북한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와 다소 ‘혼란스러운 안보 의식’을 드러냈다. 지난 1∼2일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먼저 ‘미국과 북한의 전쟁시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47.8%)이 ‘중립을 취해야 한다.’고 답해, 동맹관계 유지보다는 싸움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생존 본능을 보였다.‘북·미간 전쟁시 북한이 남한에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보는가.’란 질문에 ‘필요에 따라 다를 것’이란 응답이 45.5%로 제일 높게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립을 취한다면 북한이 우리한테 해코지하지 않을 것이란 절박한 기대 심리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인식의 바탕에는 대미관(觀)의 변화도 작용한다. 북·미간 전쟁시 ‘미국 편에 서야 한다.’(23.4%)와 ‘북한 편에 서야 한다.’(21.3%)는 응답이 팽팽하게 맞섰다. 한·미동맹 수준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41.6%)이 다수였다. 그러면서도 ‘현재 상태면 충분하다.’거나 ‘필요성이 약화돼 가고 있다.’는 두 가지 의견을 합산(49.5%)한 의견이 이보다 더 많아 탈(脫)미국적 방향성을 반영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10.8%로 곤두박칠쳤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역시 수직하강(11.4%)했다. 한나라당이 20.1%로 1위로 나타났고, 민주노동당 5.7%, 민주당 1.0% 순이었다. 예비 대선후보 선호도에서는 고건 전 국무총리가 선두(20%)를 지켰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15.1%), 이명박 서울시장(12.7%)이 뒤를 쫓고 있다. 반면 정동영 통일부장관(5.4%)이 4위였으나, 이해찬 국무총리(1.8%),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1.0%) 등 여권 후보들의 지지는 바닥세를 면치 못했다. 응답자의 63.3%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경제발전’을 꼽아 경기 침체가 여권의 지지율을 총체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서울신문·KSDC 공동 국민 여론조사] “한·미동맹 더욱 강화해야” 41.6%

    [서울신문·KSDC 공동 국민 여론조사] “한·미동맹 더욱 강화해야” 41.6%

    이 여론조사는 서울신문 창간 101주년을 맞아 서울신문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orean Social science Data Center)가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최근 북한의 핵 보유 선언과 함께 다시 6자 회담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들의 남북 관계와 한·미 관계, 통일 분야 등에 관한 인식을 알아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KSDC는 사회과학 연구에 필수적인 국내외 각종 통계 및 여론조사 자료를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인터넷에서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전국 주요 대학의 정치·사회·행정학 교수 20여명이 전문 연구위원으로 참여해 단순 통계를 나열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입체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을 곁들이는 게 장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 한·미 관계 광복 이후 50여년 불변의 안보 진리로 자리해온 ‘한·미 동맹’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냉전 체제 붕괴와 한국의 민주화, 김대중 정부 이후 지속된 대북 인식 변화, 특히 노무현 정부 출범 전후 확산·고조된 반미(反美)의식과 북·미 조정자 역할론 등은 한·미 동맹 본질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북한 핵문제의 교착, 서해 및 전방에서의 여전한 남북 대치 등 실질 안보 상황 인식과 정서적인 한민족관 등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동맹관을 나타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상태로 충분´ 31.2% ‘우리의 안보를 위해 한·미 동맹은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41.6%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31.2%가 ‘현재 상태면 충분하다.’고 했고 ‘한·미 동맹의 필요성이 약화되어 가고 있다.’는 응답은 18.3%에 불과했다. 눈에 띄는 현상은 20대와 30대의 의식차다.30대가 20대보다 미국에 대해 좀 더 비판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30대 가운데 ‘한·미 동맹이 강화돼야 한다.´는 쪽에 26.3%가 응답, 타 연령대에 비해 가장 낮은 비율로 응답했다.‘현재 상태면 충분하다.’는 다소 부정적 뉘앙스의 질문에도 39.5%,‘필요성이 약화돼가고 있다.’는 항목에 26.4%가 응답했다. 반면 20대는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항목에 40대 연령층과 같은 응답률(40.1%)을 보였고,‘필요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항목에는 40대(21.9%)보다도 낮은 17.6%가 응답해 386 이후 세대의 새로운 대미 의식을 보여줬다. ●‘한·미 동맹 변함없이 유지´ 49.2% 현 정부 아래 한·미 동맹 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양극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49.2%가 ‘다소 오해가 있기는 하나 동맹관계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나머지 절반 정도(43.2%)는 ‘한·미관계는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다.’(19.3%),‘동맹관계는 때때로 위태로워 보인다.’(23.9%)고 비관적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30대(56.4%), 대학 재학 이상(50.0%), 호남지역(61.1%), 진보층(56.2%) 등 노무현 대통령의 전통적인 지지 계층에서는 ‘한·미 동맹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가 훨씬 많았다. 저학력층(23.0%), 강원지역(31.5%), 블루칼라(27.0%), 이북출신층(32.0%) 등의 계층에서 ‘한·미 관계는 점점 악화돼 가고 있다.’는 비관적 견해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북한편에 서야´ 21.3% 한·미 동맹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은 한반도 전쟁 상황과 연계될 때 이중적 또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한·미 동맹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한반도 전쟁 발생시에는 한·미 동맹에서 이탈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할 경우, 우리나라는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3.4%만이 ‘동맹으로서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입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압도적인 다수인 69.1%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다.’(47.8%)거나 심지어 ‘북한 편에 서야 한다.’(21.3%)고 응답했다. ‘우리의 안보를 위해 한·미 관계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계층에서조차 ‘중립 입장’이 49.4%로 ‘미국 동조 입장’(33.9%)보다 훨씬 높게 나온 점이다. 한편, 동맹국으로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입장에선 대학 재학 이상(25.7%), 화이트칼라(27.3%) 계층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지역별로는 이북 출신이 42.8%로 가장 높았다. 이북 출신 응답자의 경우 북한 편에 서야 한다는 의견도 30.9%로 가장 높아 중립적 입장이 대세인 여론 분포도와 대조를 보였다. ●한반도 전쟁시 북한 대남 핵무기 사용은?-‘글쎄´ 우리 국민들이 한반도 전쟁시 기존의 한·미 동맹관과 배치되는 견해를 보이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낙관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미국과 북한이 전쟁을 할 경우, 북한이 남한을 대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반드시 사용할 것’이라는 응답(19.6%)보다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31.3%)이 훨씬 높게 나왔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필요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응답이 45.5%로 가장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정리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통일 인식 ‘6공화국’부터 실질적으로 진전된 남북관계 개선은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 급진전돼 금강산 관광과 남북 정상회담이 실현됐다. 노무현 정부도 기본적으로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을 계승하여 적극적인 대북관계 진전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문제는 남북관계를 한때 경색시켰고, 올 들어 다시 북핵해결을 위한 남북간 특사 교환과 장관급회담이 열리는 등 대북 관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이런 때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20대 통일관 양극단 현상 이번 KSDC 조사에서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은 대체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평소 통일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는 응답이 54.5%(‘매우 관심 있다.’ 19.7%+‘다소 관심 있다.’ 34.8%)로 과반수를 넘었다.‘관심이 없다.’는 비율은 17.8%(‘전혀 관심 없다.’ 2.9%+‘별로 관심 없다.’ 14.9%)로 아주 낮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별로 관심이 없다.’(19.6%)거나 ‘그저 그렇다.’(32.6%)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매우 관심이 있다.’는 답은 50대 이상(32.0%)에서 가장 많았다. ‘통일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돼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며 적극적 통일관을 갖고 있는 응답자가 19.1%에 그쳤다. 반면 ‘많은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실용적 통일관을 갖고 있는 응답자는 64.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40대(67.8%)와 주부(68.1%), 고소득층(66.5%)에서 실용적 통일관에 대한 응답이 평균(64.2%)보다 많았다. 진보 계층(25.0%)조차도 실용적 통일관을 갖고 있는 응답자가 62.4%로 보수 성향(65.7%)과 크게 다르지 않다.‘꼭 통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지극히 소극적인 통일관을 갖고 있는 사람도 15.1%라는 결코 적지 않은 비율이 나왔다. 20대의 경우 흥미로운 양극단 현상을 보이고 있다.‘어떠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0대에서는 23.1%로 평균(19.1%)보다 4.0%p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꼭 통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에서도 20대는 20.7%로 나타나 평균(15.1%)보다 5.6%p나 높았다. 청년층의 경우 과도한 통일 열망의 소유자도 상대적으로 많지만, 분단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한민족 의식이 역시 다른 세대에 비해 희박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20년 넘거나 안될 것’ 38% ‘남북 통일이 언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느냐.’에 관해서는 ‘10년 이상 20년 이내’(‘10∼15년’ 21.3%+‘15∼20년’ 13.5%)라고 응답한 사람이 34.8%로 가장 많았다.‘10년 이내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견해는 19.2%(‘5년 이내’ 3.0%+‘5∼10년’ 16.2%)에 불과했다.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응답은 25.1%였으며,‘통일이 안 될 것이다.’라는 응답도 13.2%나 되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통일을 오랜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제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볼 때 통일에 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통일이 한국민에게 매우 시급한 과제이거나 다른 분야의 발전을 희생해서라도 이루어야 하는 과제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여론조사 총평 남북 분단상황 하의 한국 정치에서 남북한 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게 크다. 남북관계는 바로 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외교, 안보에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서울신문은 창립 101주년을 맞이하여 남북관계 및 안보와 관련된 주요 사안들에 대한 국민의식을 점검해 봤다. 남북관계는 운명적으로 ‘양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한쪽은 상호 협력 발전이고, 다른 한쪽은 상호 견제다. 대북지원, 경제협력 등은 협력 발전의 방향이며,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 관계 등은 상호 견제의 방향에서 다뤄야 할 문제이다. 이런 방향성은 북한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북한에 대해 역사 문화적으로는 친밀감을 느끼면서도 정치적으로는 결코 신뢰할 수 없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수의 국민이 냉전적 산물인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이 약화돼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을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포용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한·미 동맹 관계는 유지되고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 동맹 관계가 한국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다. 그리고 한·미 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는 안보체계 하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경험을 반영하는 것 같다. 대북 지원에 대해서는 다수의 국민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시급한 해결을 원하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다수의 한국인들은 무조건 퍼주기식의 경제협력이 아닌 북한 인권의 장기적 개선과 연계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북한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이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공에서 나타나듯이,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국가라는 각인된 이미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대다수 국민이 높은 관심을 갖고 있으나 통일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단시일내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는 통일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이남영 소장 nlee@ksdc.re.kr ■ 집필자 약력 ●이남영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소장. 미국 아이오와대학 정치학 박사 ●김형준 교수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부소장(현). 미국 아이오와대학 정치학 박사 ●이정진 박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현). 미국 남가주대학 정치학 박사 ●김규륜 박사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정치학 박사
  • [시론] 6자회담 ‘창의적 전략’ 필요하다/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시론] 6자회담 ‘창의적 전략’ 필요하다/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오는 27일을 전후해 베이징에서 개최될 6자회담은 13개월 만의 만남인 만큼 국내외의 관심이 높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발표는 북·미 양자간 합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미국과 북한, 중국, 한국의 인내와 노력의 결실임에 틀림없다. 특히 한국은 지난 연말부터 중재자를 넘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순방외교를 통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국제사회에 호소하였다. 미국의 대북 강경책에 의한 한반도의 위기설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진정시키기도 하였다. 부시 대통령을 끈질지게 설득해 ‘미스터 김정일’이라는 호칭과 함께 “북한은 주권국가”라는 언급을 이끌어 냄으로써 북한의 대미 접촉 실마리를 마련해 주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대북특사로 파견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하고 ‘중대한 제안’ 즉,‘핵을 포기하면 남한의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함으로써 북측의 전향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북한은 이번 제4차 6자회담 복귀 발표에 이르기까지 형식, 명분, 실리 등 모든 것을 염두에 두면서 결정하고 행동해 온 것으로 보인다.6자회담 개최를 북·미 양측의 수석대표 접촉에 의한 양자 합의형식을 취했고, 미국측 수석대표로부터 주권국가의 인정과 6자회담 틀 속에서 쌍무회담 개최를 이끌어냄으로써 핵문제 해결의 주요 당사자가 북·미 양자라는 명분을 확보하였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을 방문하기 전에 발표함으로써 3국 방문에서의 대북압박이나 제재보다 협상 진전의 대안마련을 유도하였다. 중국의 대북특사 탕자쉬안의 방북에 앞서 발표함으로써 암묵적으로 자주성을 내비치면서 중국의 압박을 우회적으로 사전 봉쇄하는 효과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중재하에서 북·미간 협의·결정하는 모양새를 갖춤으로써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기도 하였다. 남북 경추위 시작 시점에 발표함으로써 남측의 대북식량지원에 대한 정치적 및 국민적 여론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예측한 것 같다. 김정일 위원장이 6·17 대북특사 면담에서 천명한 7월 중 회담 복귀 약속을 지킴으로써 남측 및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 한편 미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의도한 측면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행동의 단계로 나아가는 느낌을 주고 있다.“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강조한 것은 북측 내부의 설득용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군부 및 인민들에 대한 설득은 시작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도 나름대로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국무부 관계자는 3차회담에서 내놓은 미국의 제안은 ‘요구’가 아닌 ‘제안’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북한의 어떠한 제안도 논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제4차 6자회담은 중요하면서도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참가국들의 반응도 신중하다. 미국과 중국은 기대치를 낮추는가 하면, 북한은 신중함 속에서도 실질적 진전에 대한 기대를 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참가국 모두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원칙’ 하에서, 해결에 대한 ‘의지’와 ‘주고 받는 식’의 협상 자세를 가진다면 반드시 성과는 있게 마련이다. 한국의 적극적이며 창의적인 대응전략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한국은 미·일·중·러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남한의 전력 공급’이 해결의 접점 마련과 단계적 동시행동의 기본 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6자회담은 실무회의와 전체회의를 중심으로 운영해 왔다. 이러한 회담운영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안전보장을 다루는 정치분과, 보상과 경제협력을 다루는 경제분과, 핵사찰과 검증을 다루는 기술분과 등 분과위원회 설치를 제안해 본다. 특히 한국은 해결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되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최소한 6자회담의 모멘텀은 유지시켜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한진그룹 (2)-2세 경영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한진그룹 (2)-2세 경영

    한진 조씨가(家)의 2세들이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난 지 3년.4형제의 ‘홀로서기’가 정착된 가운데 이제는 선친이 다져놓은 반석에서 세계 일류 수송기업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지난 3년간 2세들의 경영 성적표는 ‘기업은 물려 받는 것이 아니라 가꾸어 나간다는 것’임을 증명해준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도 “전문경영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장 큰 유산”이라고 말한다. ●조중훈 회장의 자식 교육 고 조 회장은 자식들에게 인성에서는 검소와 성실을, 일에서는 프로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자식들을 엄격하게 교육 시켰지만, 때론 애틋한 부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선진 지식을 습득하도록 조기 유학을 보내 자식들에게 전문가의 길을 걷도록 했다. “미국 유학 시절 때입니다. 부친은 틈틈이 자신의 육성이 담긴 테이프를 저에게 보내 격려를 했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부친의 자식 사랑을 확인하면서 큰 힘을 얻은 거죠. 그리고 저도 1주일에 한번씩 아버지께 편지를 썼죠. 부친은 ‘훌륭한 경영자가 되기 이전에 훌륭한 인간이 되어라.’,‘현재의 조건에서 행복을 찾아라. 행복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를 가르치곤 했었습니다.”(조양호 회장) 조양호 회장과 부친과의 일화 한 토막. 조 회장이 유럽여행을 떠날 때 부친은 궁색하지 않도록 3000달러를 경비로 줬다. 조 회장이 여행을 끝내고 홍콩에서 부친을 만났을 때, 그는 부친이 건네준 돈의 절반인 1500달러을 돌려드렸다. 그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다니며 1∼2달러짜리 값싼 여인숙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이후 부친은 조 회장의 검소한 생활과 관리 능력을 신뢰하게 되었단다. 말은 안 했지만 장남의 됨됨이와 장차 그룹의 후계자로서 자질을 테스트했던 것이다. ●4형제의 소그룹 독립경영 “4형제 모두 대한항공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지만, 선친(고 조중훈 회장)께서는 자식들의 전공과 성격 등을 감안해 주요 계열사를 맡기신 것 같습니다. 항공은 그룹의 주력 업종이고, 전문 기술의 이해가 필요한 만큼 공대 출신인 제가 맡게 됐고, 둘째(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는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한 데다 성격도 걸걸해서 건설·중공업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셨죠. 또 국제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한 해운쪽은 사교적인 셋째가 적성에 맞을 것으로 보셨고, 막내는 금융분야 공부를 죽 해왔으니 그룹의 금융을 책임지도록 하셨습니다. 선친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이같은 밑그림을 그려놓고, 자식들을 관련 계열사에서 꾸준히 트레이닝을 시켰다는 생각이 듭니다.”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4형제가 각각 항공과 중공업, 해운, 금융을 맡게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진그룹은 2002년 조중훈 회장의 별세 이후 4형제간 ‘독립 경영’을 정착시켰다. 그룹 후계구도를 일찌감치 ‘교통 정리’한 데다 확실한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독립경영이 선결돼야 한다는 4형제간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그로부터 3년 후 한진 주요 계열사의 ‘성적표’는 독립경영의 성과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세계적인 항공사 독일 루프트한자의 19년 아성을 깨고, 화물수송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조선업체들이 적자에 허덕이던 지난해 36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한진해운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경영성과를 올렸다. 메리츠증권은 동양화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진은 올해 창립 60돌을 맞아 계열사간 지분 정리를 마무리짓고, 확실한 ‘홀로서기’에 나설 전망이다. 한진중공업은 사실상 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가 마무리됐으며, 금융(동양화재)은 지난 3월 계열 분리를 끝냈다. 4형제의 독립 경영이 자리잡으면서 계열사간 의존 관계도 시나브로 엷어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주보험 거래처를 조정호 회장이 수장인 동양화재에서 다른 대형 보험사로 옮겼으며,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이끄는 한일레저는 한일 컨트리클럽내에 있던 대한항공 광고판을 철수시켰다. 또 금융계열사인 한불종합금융은 사무실을 서울 중구 해운센터에서 인근 파이낸스센터로 옮겼다. ●항공 전문가 조양호 회장 “회장님의 ‘러브레터’ 받았습니까.”,“이번주에는 두번이나 받았습니다.”대한항공 임원 사이에 오가는 아침 대화 가운데 하나다. 한 임원의 설명이다.“조 회장께서 해외 출장이 잦다 보니 업무를 주로 온라인으로 처리하는데, 좀 부족하거나 따로 지시할 내용이 있으면 담당 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요. 임원들은 이를 회장님의 ‘러브레터’라고 부릅니다. 조 회장께서 워낙 전문가이다 보니 내용이 아플 때가 많죠.”이어 “모언론사 기자가 국내 그룹 회장들의 인터넷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늦은 밤에 질문서를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조 회장은 본인 메일을 확인한 뒤,‘이런 질문은 홍보실에 문의하십시오.’라고 메시지를 보낸 모양이에요. 그 기자가 회장들로부터 되받은 유일한 메일이었고,30분만에 답장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조양호(56) 대한항공 회장은 늦은 밤에도 노트북을 열어 회사 현황을 파악하고, 결재도 한다. 의문 나는 사항은 담당 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로 질문을 한다. 직원들도 이제는 회장이 밤중에 결재한 서류를 보아도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조 회장은 국제 항공업계에서 알아주는 거물급 인사다.2000년 출범한 세계적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결성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그가 미국 델타항공의 레오뮬린 회장과 의기 투합해 결성키로 한 ‘스카이팀’은 당시 참여항공사 문제로 난관에 부딪쳤다. 조 회장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에어프랑스와 알리탈리아의 최고경영자(CEO)를 집요하게 설득, 결국 ‘스카이팀’에 참여토록 했다. 그가 일궈놓은 스카이팀은 이제 국제 항공동맹체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또 30년간 대한한공에서 잔뼈가 굵은 항공 전문경영인이다. 영업·정비·전산·자재·인사·총무 등 항공사 경영에 필수적인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전문경영인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되, 경영의 잘잘못을 지적하는 경영인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항공사 경영은 제조업과 달라 전문적인 경영 능력없이 권위만을 앞세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수한 업종입니다. 저는 조종사들과 전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경비행기를 직접 조종할 수 있는 훈련도 받았습니다.” 조 회장이 2003년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임직원에게 던진 첫 일성은 ‘세계 최고의 종합 물류기업’이었다. 이를 위해 2010년까지 항공 여객운송 세계 10위, 항공 화물운송 세계 1위, 해상운송 세계 3위, 국내 육운 1위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인하대 공대를 거쳐 미국 남가주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인하대 경영학 박사 출신이다. ●선 굵은 조남호 회장 조남호(54) 한진중공업 회장은 4형제 가운데 가장 선이 굵은 경영스타일을 보여준다. 직원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철저히 따진다. 경영진이 일일히 챙기다 보면 실무 책임자의 활동 폭이 좁아지고, 책임감있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1995년 인천 영종도의 남측방조제 건설 에피소드는 그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한진은 당시 최대의 국책사업이었던 인천국제공항 공사에 남측방조제를 맡았다.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유속이 빨라 물막이공사 진행이 지지부진했다. 급히 대안을 찾아야 할 상황이었다. 또 북측방조제 공사는 경험많은 국내 굴지의 건설사가 맡은 터라 서로 자존심을 걸고 공기단축에 매달렸다. 이 때 조 회장(당시 부회장)은 현장 책임자를 직접 방문,“현장을 말아 먹든 말든 모든 권한은 당신에게 있다. 당신을 믿으니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꼭 해내리라 믿는다.”며 전권을 위임했다. 그 결과 여러 개의 바위로 5t이상의 돌망태를 만들어 쌓아나가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공사를 조속히 끝냈다. 더구나 경쟁사의 북측방조제 완공보다 간발의 차이로 일찍 끝내 업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준공식 날 헬기를 타고 현장에 도착한 조 부회장은 현장 책임자와 만나자마자 뜨거운 포옹을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조 회장은 국내에서 경복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지만 해외 근무경험은 풍부하다. 선친에게도 필요하면 바른 말을 했고, 부하 직원을 포용하는 스타일이다. 조 회장은 1971년 입사, 네덜란드와 중동, 동남아 등에서 근무하며 해외 건설사업의 개척자 역할을 담당했다. ●‘국제통’ 조수호 회장 조수호(51) 회장은 해운업계의 ‘국제통’으로 통한다.1991년 우리나라가 국제해사기구(IMO)의 상임이사국 가입을 위해 발벗고 나설 때, 정부가 그를 로비스트(?)로 낙점할 정도였다.1년 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며, 세계 곳곳에 지인들을 심어 놓은 조 회장이 적격 인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각국 대표를 일일이 찾아 다니며 협력을 요청, 결국 이사국 선임을 이뤄냈으며,93년에는 IMO이사국 연임에 공헌하기도 했다. 그는 딸만 둘이다. 딸들을 위해 주방에서 요리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대놓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조 회장은 해운업계의 ‘페미니스트’로 불린다. 여성은 배에 태우지 않는다는 해운업계의 금기를 깨고, 한진해운은 1995년 국내 최초로 12명의 여성 해기사(항해사, 기관사)를 선발했다. 또 1997년에는 여성주재원을 파견했으며,2000년에는 최초의 여성 일등항해사를 배출했다. 특히 대졸 신입사원 가운데 여성 비율이 절반에 육박한다. 조 회장은 미국 남가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대한항공에 입사했다.85년 한진해운 상무를 시작으로 10년만인 94년 사장으로 취임했으며,2003년 7월 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20년간 해운업 ‘한 우물’만 판 전문경영인이다.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과 LNG선 등 150여척의 선박과 전세계 53개의 항로를 운영, 연간 1억t 이상의 화물을 수송하는 국내 최대의 선사다. 지난해 매출액 6조 2000억원, 순이익 6457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그룹 시동 건 조정호 회장 98년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증권)의 재무구조는 최악이었다.9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자기자본은 411억원으로 퇴출 위기에 몰렸다. 이를 반전시킨 주인공이 조정호(47) 메리츠증권 회장이다. 당시 조 회장은 푸르덴셜증권 자회사인 PAMA(푸르덴셜에셋매니즈먼트아시아)로부터 510억원의 외자 유치에 성공한 뒤,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듬해에 순이익 753억원, 자기자본 2156억원으로 불려놓았다. 외자 유치에는 평소 친분이 있었던 PAMA 코리아 대표인 김한 사장의 도움이 컸다. 이 인연으로 김 사장은 2003년 메리츠증권 부회장으로 스카우트된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증권과 PAMA를 결혼시킨 중매쟁이로서 맡은 역할을 다하기 위해 메리츠증권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나서기를 꺼려한다. 그러나 발동이 걸리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 지난해 ‘우수영업직원 격려행사’에 참석했던 조 회장은 직원들에게 직접 만든 ‘드라큐라주(포도주 폭탄주)’를 돌리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또 무대에 나가 자신의 18번곡을 멋지게 부르기도 했다. 조 회장은 최근 PAMA의 메리츠증권 지분 인수를 진두지휘하며,‘금융그룹’을 향한 시동을 걸고 있다. 지분 인수에 성공하면 동양화재를 정점으로 메리츠증권과 기존 한불종합금융을 아우르는 자산규모 3조원대의 중견 금융그룹을 이끌게 된다. 조 회장은 남가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스위스 IMD 경영학 석사 출신이다. 영어와 불어에 능통하다. ●조씨가 3세는 ‘공부중’ 조씨가 3세들은 이제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이들이 많다. 유독 중매 결혼이 많았던 조씨가에서 3세 결혼은 어떻게 될까.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얘기다. “부모가 하라고 해서 요즘 젊은 애들이 그대로 따릅니까. 중매든, 연애든 사람만 좋으면 저는 반대할 생각 없습니다. 시대도 옛날하고 많이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조 회장과 이명희(56)씨는 장녀 현아(31)씨와 장남 원태(29)씨, 차녀 현민(22)씨 등 1남2녀를 두고 있다. 현아씨는 99년 미국 코넬대학에서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현재 대한항공의 호텔기판사업본부 기내판매팀장을 맡고 있다. 활달한 성격에 국제적 감각이 뛰어나며, 항공업무 전반에 대해 해박하다는 평이다. 원태씨는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부팀장(차장)으로 일하다가 지난달 미국 남가주대 MBA(경영학 석사)를 밟기 위해 출국했다.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앞서 능력을 더 키우는 것이 낫겠다는 조 회장의 판단에서다. 조 회장은 “능력과 관심이 있다면 모를까, 자식이라는 이유로 경영에 참여시키지는 않겠다.”면서 “전문가적인 자질을 지녀야 한다.”고 밝혔다. 인하대 경영학과 출신인 조 차장은 합리적 사고에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 막내 현민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형제 가운데 유일하게 연애 결혼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김영혜(54)씨는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남 원국(29)씨와 장녀 민희(25)씨는 현재 미국 유학 중이다.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2세들은 현재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조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43)씨가 롯데가 출신으로 일본에 적지 않은 일가 친척이 있기 때문이다. 장녀 유경(19)씨와 차녀 유홍(17)씨 등이 있다.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과 구명진(41)씨는 1남2녀를 두고 있다. 장녀 효재(16)양은 국내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원기(13)군은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떠났다. 막내 효리(4)양이 있다. ●한진그룹의 대표 CEO 이종희(63) 대한항공 총괄 사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CEO다. 경상도 사투리가 무뚝뚝하기보다 사근사근할 정도다. 그러나 78년 항공사에서 가장 바쁜 자리인 영업스케줄 과장 시절에는 5년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할 정도로 독종 기질이 다분하다. 이 사장은 대한항공 공채 1기 출신으로 정비·자재·기획·영업 등을 두루 거쳤다. 겉보기에는 소탈한 전문경영인으로 보이지만 업무만큼은 빈틈이 없다는 평이다. 매달 책 3권 이상을 읽을 정도로 독서파이기도 하다. 대구 출신으로 대구상고와 단국대 경영학과,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김정웅(63) 한진중공업 건설부문 사장은 실무형 리더로 1993년부터 국가 최대의 국책사업인 인천국제공항 건설 현장소장과 총괄본부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쳤다. 인하대 토목과를 졸업했다. 홍순익(59)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사장은 국내 조선 1번지에서 출발한 한진중공업을 세계 조선기술 센터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이다. 홍 사장은 서울고를 거쳐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나왔다.70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에 입사한 뒤, 외국계 회사에서 수석 엔지니어와 동종 대형업체의 조선소장, 미국선급협회(ABS) 부사장을 역임했으며,2001년 다시 조선 현장에 복귀한 정통 조선맨이다. 박정원(60) 한진해운 사장의 집무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직원들 중 누구라도 할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 올라오라는 뜻에서다. 그는 평사원 출신 CEO로서 포용력과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원들의 생각을 직접 듣기 위해 평사원 및 특정 부서와 호프타임을 자주 갖는다. 서울 출신으로 중동고와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김한(51)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글로벌 마인드와 감각을 갖춘 CEO다. 서울대와 미국 예일대 MBA 출신이다. golders@seoul.co.kr ■ 조씨 부자의 ‘사진 사랑’ 항공사의 수장으로서 숱한 해외 여행 때문일까. 고 조중훈 회장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취미는 똑같이 사진 촬영이다. 솜씨도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 프로급이다. 일만큼이나 취미도 극성스러운 것이 부자간 닮은 꼴이다. 고 조 전 회장은 공식 업무에서 벗어나면 카메라를 메고 낯선 땅 이곳저곳을 두루 돌아다니며, 이국의 풍물과 사람사는 모습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1985년 ‘이집트 고대문화 사진 전시회’에 내놓았다. 또 그의 사진 작품이 수만 점에 달해 한때는 개인 사진전을 준비하기도 했다. 고 조 회장은 사진 취미에 대해 이렇게 밝힌 적이 있다.“유별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자주 해외에 나가는 사업 특성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여기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그 많은 감동과 경이를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장남인 조 회장의 사진 실력도 이미 재계에서 유명하다. 그는 해외 출장에서 찍은 작품으로 달력을 제작,4년째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고 있다. 취미 활동을 비즈니스로도 활용하는 조 회장이 처음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중학교 때 부친으로부터 카메라를 선물로 받으면서다. 조 회장은 부친을 따라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부친이 항상 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을 보면서 사진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해외 출장 때면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를 분신처럼 꼭 챙긴다. 그리고 노트북에 작품을 담아 놓은 뒤 기념으로 촬영한 사진들을 지인들에게 직접 메일로 보내준다. 그가 사진 촬영에 이렇게 빠지는 데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의지대로 잘 표현할 수 있고, 간직할 수 있다는 점과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넓은 세상을 작은 렌즈에 담아 낸다는 점을 꼽았다. 그도 부친만큼이나 취미에 열성적이다. 평소 국내외 사진 전문잡지를 보면서 마음에 드는 것은 스크랩을 해뒀다가, 작품 활동에 참고한다. 또 사진 전문가와 만날 기회가 있으면 미진한 부분을 곧잘 묻기도 한다. 바쁜 해외 출장 중에도 차량으로 이동하다 차창 밖의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오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차를 세워 촬영을 할 정도다. 조 회장은 “해외에 예정된 행사보다 하루나 이틀 정도 일찍 출발해 사진을 찍기 위해 도시 주변을 돌아다닌다.”면서 “사진은 잠시 잊었던 삶의 소중한 순간과 기억을 되살려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말했다. golders@seoul.co.kr ■ 대한항공의 ‘화물 수송사’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어제 연락이 왔는데, 대한항공이 지난해 항공화물 수송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해요. 이번주에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동북아 물류중심기지 건설에 대한항공이 일조를 했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소문 KAL빌딩에서 만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같이 밝혔다. 당시에는 아직 공식 발표된 내용이 아니라서 그런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지만 대한항공 창사 36년만에 세계 항공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자부심은 도드라져 보였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세계 항공화물 수송 분야에서 톱이 되기까지 우여곡절과 애환도 적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화물사업을 시작한 것은 민영화 2년 후인 1971년 4월. 서울∼일본 도쿄∼미국 LA를 잇는 태평양 노선에 화물기를 처음으로 취항하게 된 것. 한·미 항공협정을 개정할 정도로 어렵게 노선을 취득했지만 막상 실어나를 화물이 없는 상황이 터졌다. 시도도 못하고 주저앉을 수 없다는 심정에서 당시 대미 수출품의 대부분이 가발인 점을 착안, 직원들에게 가발 수출업체를 찾아 나서라는 특명을 내렸다. 그러나 가발업체 대부분이 소규모 중소기업으로 찾는 것조차 힘들었다. 다행히 수출조합을 방문해 주소를 얻고, 복덕방에서 위치를 알아냈지만 또 다른 걸림돌이 있었다. 이제 막 출발한 대한항공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았던 것. 결국 애국심에 호소하며 설득전까지 치러가며 겨우 승낙을 받았다. 또 당시 해외 비즈니스맨들이 주로 이용하던 조선호텔 프런트를 찾아 숙박부를 뒤져가며, 접촉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고생끝에 대한항공의 첫 화물기는 휴항없이 태평양을 건너게 됐다. 대한항공의 항공화물 변천사는 우리나라의 산업 발달사와 맥을 같이 한다.1970년대 초반에는 가발과 스웨터 등이 화물의 주종을 이뤘으며,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에는 모피류와 전자제품,1990년대에는 전자제품과 의류 등이 시장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반도체와 휴대전화,LCD 등 고가의 IT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휴대전화만을 위한 전세기가 인도에 운항한 적도 있다. 대한항공은 또 별난 특수화물을 수송한 경험도 많다.1983년 11월에는 B747화물기로 서울대공원에 수용될 동물 418마리(54t)를 미국 댈러스에서 서울까지 수송,‘현대판 노아의 방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핵연료와 탱크, 헬리콥터 등 다른 항공사들이 좀처럼 수송할 수 없는 특수화물을 실어나른 경험도 쌓았다.94년에는 89마리의 미국산 말을 제주로 수송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경주마들을 실어 나르고 있으며, 무역전시장(COEX)내에 개장된 아쿠아리움(대형수족관)에 전시될 상어 35마리 등 희귀 어류들을 호주로부터 운송한 적도 있다. 또 운송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악어 72마리를 성공적으로 수송하기도 했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열린세상] 민족공조와 한미동맹/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중국과 일본을 거쳐 내일 한국에 온다. 지난 3월에 이은 이번 방한은 북한핵 문제와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주요 고비가 될 것이다. 마침 베이징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한 것은 다행이다. 이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남한과 북한은 민족공조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금강산 개발, 개성공단 조성 등에서 부분적으로 실현되고 있으나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무엇보다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민족공조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언급한 한반도의 비핵화는 오로지 실천을 통해서만 주변국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굳건히 하는 것은 민족공조를 위해서 필요하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북한이 그러한 의향만 버린다면 이는 오히려 민족공조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 민족공조를 앞세웠던 한국정부가 북한핵 문제로 인해 대미관계에서 엄청난 고초를 겪었으며, 한·미동맹이 공고하다는 점을 미국에 확인시키기 위해 또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사실을 북한은 상기해야 한다. 북한이 한국을 대화상대로조차 간주하고 있지 않을 때, 미국은 북한이 한·미관계를 이간시키고자 한다는 인식하에 이를 경계하고 한국을 경원시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이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도 북한과의 민족공조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여 미국의 대북한 적대감을 다소 누그러뜨렸다는 점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미국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는 발언이나 부시 대통령이 미스터 김정일로 호칭한 것은 한국의 요청에 따라 미국의 인식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 노력의 결과이다. 미국의 태도변화를 유도하고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하자면 한국과 미국이 동맹관계가 공고함을 확인하는 가운데 상호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결코 가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은 북·미관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북한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한·미동맹을 민족공조와 대립되는 상황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미국이 신뢰하지 않는 한국과의 대화에 대해 북한이 얼마나 진솔한 비중을 두고 이를 이어나가고자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한국의 발언권 확대는 북한의 대남인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호신뢰 여부는 7월말에 열릴 6자회담을 통해 시험받게 될 것이다. 제4차 6자회담에서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으려 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호간의 군축을 통한 비핵화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일 정권의 생존과 핵문제를 연계하고 있는 북한은 핵폐기와 철저한 검증에 따라 안전보장을 받는다는 방안에 대해서 너무나 큰 위험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북한의 에너지 문제를 포함하는 대규모 경협으로 북한체제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중대한 제안을 한다지만 미국의 대북한 인식을 바꿔 이를 실행하기에는 많은 난관이 따르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미국은 작년의 ‘6월 제안’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려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생존에 대한 확신을 안겨줄 수 있는 뚜렷한 방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상호 접점이 없는 평행선만 확인한 채 불신의 벽만 키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족공조와 한·미동맹은 결코 병행할 수 없는 과제가 아니다. 민족공조를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은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애가 탄다. 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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