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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준 정치비평] 이명박 정부에 필요한 ‘소통의 기술’

    [김형준 정치비평] 이명박 정부에 필요한 ‘소통의 기술’

    이명박 정부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졸속 협상에 대한 국민의 비난 여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박근혜 전 대표와의 신뢰 회복을 위한 실마리도 풀리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경제침체, 고유가와 고물가 등으로 경제회생을 위한 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20%대로 급락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48.7%의 득표율로 1150여만표를 얻은 것을 감안하면 대선 후 다섯달만에 250만표 이상이 이탈한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고 민심이반이 가속화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꺼내 들었다. 최근에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은 “국민과 역사 앞에 교만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면서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아무리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하더라도 소통할 내용과 자세가 잘못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지적대로 정부가 불량한 제품을 만들어 아무리 포장을 잘해서 소통하려고 해도 ‘국민은 물건이 제대로 됐나, 진짜인가’를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약해지면 그만큼 정부와 국민간의 소통은 멀어진다. 그런데, 정부의 신뢰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은 정직, 겸손, 배려이다. 정부가 잘못한 것을 국민에게 정직하게 고백하지 않거나, 오만한 자세로 국민들을 끊임없이 꾸짖고 무시하거나, 야당과 정치적 경쟁자를 배척하면 국민은 정부를 불신하게 되고, 소통은 끊기게 된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국민과의 진솔한 소통을 통해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직성을 회복해야 한다. 대통령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해서라도 왜 쇠고기 협상을 조기에 성사시켜야만 했는지, 협상에서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간과했는지 국민에게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 이를 계기로 “한·미 FTA가 체결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통령직을 걸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겠다.”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둘째, 민심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겸손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울신문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지난 3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미 민심 이반의 징조가 발견되었다.‘이전에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현재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이명박 이탈층’이 12.5%나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생각이 ‘나빠졌다.’는 비율도 34.0%로 ‘좋아졌다.’(14.9%)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고 대통령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현상이 발생한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사전에 대처했다면 국민과의 소통 부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셋째,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하는 영수회담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서의 예우를 갖추고, 야당의 기능과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1992년 미국 대선에서 경제 살리기를 화두로 집권한 클린턴 대통령도 집권 초기에 군대 동성애 허용, 미숙한 의료 개혁 추진 등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했지만,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더구나, 집권 6년 동안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업무시간의 70%를 야당 인사와 만나 국가 현안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결과적으로 퇴임 직전 지지도가 정권 출범 직후 지지도보다 높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도 집권 초기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세게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국정 쇄신책이 필요 없다.”는 편의주의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청와대와 내각을 대폭 교체해서라도 국민과의 소통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데스크시각] 우리에게 역사의 신은 있는가/ 김종면 문화부장

    [데스크시각] 우리에게 역사의 신은 있는가/ 김종면 문화부장

    “정이월에 대독 터진다는 말이 있다. 딴은 간간이 부는 천변 바람이 제법 쌀쌀하기는 하다…” 70여년 전 청계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川邊風景)’은 이렇게 시작한다. 봄의 끝 자락인 춘삼월, 이제 그 천변의 바람은 훈기를 내뿜고 있지만, 내 가슴에 스며드는 바람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천변풍경’을 둘러싸고 벌어진 한심한 일들이 천변의 바람 결을 제대로 느낄 여유마저 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변풍경’은 적잖은 수모를 겪었다. 어느 야당 대통령 후보의 업적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이 소설은 몇몇 문학행사에서 언급되는 것조차 금기시됐다. 강압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권력에 기댄 이들이 스스로 권력의 눈치를 보며 그런 반문화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딱한 일은 또 있다. 한 관변단체가 주관한 시험에선 출제위원이 ‘천변풍경’ 문제를 내려 했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출제가 보류된 적도 있다. 가히 ‘천변풍경’ 수난시대였다. 그럼 ‘천변풍경’은 어떤 소설인가. 월탄 박종화는 서울 토박이 말을 사용한 ‘경알이문학’(서울문학)의 표상으로 삼았고, 춘원 이광수는 “내가 읽은 가장 인상깊은 소설”이라며 찬탄해마지 않았다. 제6차 교과과정이 적용된 1994년 이후엔 문학 교과서에도 실리며 청소년들의 ‘필독서’가 됐다. 서울대는 한국고전 100선 목록에 올려 일독을 권하고 있다. 이런 작품에 그처럼 마(魔)가 낀 것은 우리 문화가 아직도 타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이제 와서 지난 일들을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문화의 자율성이 훼손돼선 안 된다는 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의 유혹 앞에 문화적 명분은 내동댕이쳐지기 일쑤다. 문화는 지금 이 순간도 정치에 치여 신음하고 있다.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언으로 촉발된 문화계 코드인사 퇴진 논란만 해도 그렇다.‘천변풍경’의 경우와 차원은 물론 다르지만, 둘 다 정치가 개입해 문화를 죽이는 꼴이란 점에선 똑같다.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쪽도, 버티기로 맞서는 쪽도 정치생각만 있지 문화생각은 없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최고라는 독선과 아집의 정치만 춤춘다. “계속 잡음을 일으키는 분들”의 퇴진과 관련, 유 장관은 성숙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나누고 귀 기울이고 보듬어 가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여줬다기보다는 군림하고 지배하는 ‘헤드십’에 가까웠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최근 미국의 대선게임을 취재한 뉴스위크가 적절히 지적했듯이, 지금은 “머리와 가슴이 맞서면, 가슴이 이기는(When It’s Head versus Heart,The Heart Wins) 시대다. 물갈이를 하든 조직개편을 하든 지금 유 장관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감성의 리더십, 설득과 소통의 추진력이다. 문화계 전반에 신뢰의 인프라를 까는 일이 시급하다. 취임 후 유 장관의 행보를 비판하며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 낸 “권력이란 낮술에 취해 폭력의 칼을 휘둘러대는 망나니…”라는 막말 성명은 피아(彼我)밖에 없는 살벌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아무리 억장이 무너지기로서니 이게 어디 문화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 할 말인가. 퇴진 논란의 핵인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바로 이 단체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무엇이 정의이고 진실인가. 선(善)을 지향하는 역사의 신이 존재한다면, 누구도 그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외면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개인의 명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문화계 전체가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떳떳하게 ‘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시대가 더이상 요구하지 않는다면, 난 나만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나귀를 거꾸로 타고라도 떠나고 말겠다. 그게 그나마 구겨진 명예를 살리는 길이요, 문화의 자율성을 지키는 방도다. 김종면 문화부장
  • “분위기 바뀐 한국을 美에 보여줘야”

    |워싱턴 진경호특파원|16일(현지시간) 뉴욕에서의 한나절을 ‘세일즈 코리아’에 쏟아부은 이명박 대통령은 저녁엔 이번 방미에 동행한 국내 경제인 26명과 워싱턴에서 만찬을 가졌다. 이들의 세일즈 외교를 격려하고 투자유치 확대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윌라드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만찬에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한 경제5단체장과 기업인 26명이 참석했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도 자리를 잡았다. 만찬은 특별한 주제 없이 이날 있었던 투자설명회와 미 재계 인사 오찬모임 등을 화제로 진행됐다고 한다. 모임을 진행한 김중수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통령이 어제 2시간밖에 주무시지 못했는데 얼굴엔 아무 표정도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이 상당한 두려움을 준다.”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역대 정부와 비교해 수행 경제인의 규모가 작은데, 그럼에도 많은 업적을 남길 것”이라며 방미 경제외교의 성공을 기원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이 (세일즈 외교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한국을 보는 분위기가 좀 바뀌었다는 인상을 미국에 주는 것이 중요하다. 고맙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세금들 많이 내셨을 테니 오늘은 많이들 드시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동관 대변인은 “오늘 저녁 비용은 당초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내기로 했었는데, 대통령이 밥을 샀다.”고 전했다. 산자부 장관을 지낸 이희범 무역협회장은 “내가 공무원 출신인데 솔직히 느낀 것이 많았다. 프로토콜보다 현장을 중시하는 대통령을 보고 놀랐고, 수행 경제인에게 대통령이 저녁을 사는 것도 처음인 것 같다.”고 응수했다. 이어 “미 재계 인사들과의 오찬간담회가 끝난 뒤 몇몇 미국 지인들에게 물어 보니 ‘한마디로 (이 대통령에게) 신뢰가 간다.’는 반응을 보이더라. 이게 중요하다.”라며 대미 경제외교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그동안 정부에 해달라는 소리만 했었는데 이번에 돌아가면 우리 스스로 자구노력부터 기울인 뒤 지원을 요청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노사가 20년 전 투쟁방식으로 계속 가면 국민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 노조가 변할 수 있도록 사측에서도 도와 달라.”고 노사화합을 위한 기업의 노력을 주문했다. jade@seoul.co.kr
  • 한·미 포괄적 윈윈관계 지향

    한·미 포괄적 윈윈관계 지향

    |뉴욕 진경호특파원|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제시한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의 개념은 지난 60년 군사동맹을 주축으로 한 양국 관계를 경제적·사회적으로 더욱 확대시켜 포괄적 동맹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동맹 수준의 경제적, 사회문화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 무게중심이 놓여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환영만찬에서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의 비전으로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동맹의 3대 지향점을 제시한다.”고 말했다.‘가치동맹’은 양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두가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데 뿌리를 둔다.“한국이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성장을 거듭한 결과 한층 성숙한 가치동맹을 이룰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인식이다. ‘신뢰동맹’은 포괄적 분야에서의 상호 이익 확대를 뜻한다.“가치의 공감대 위에서 양국은 군사·정치외교·경제·사회·문화 등 포괄적 분야에서 서로 공유하는 이익을 확대하는 신뢰동맹을 구축해야 한다.”고 이 대통령은 말했다. 한·미 FTA 발효와 한국의 미 비자면제프로그램 가입을 통한 물적·인적 교류 확대로, 안보는 물론 경제·사회·문화적으로도 양국 관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신뢰에 기반한 한·미 군사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협력은 물론 동아시아 국가들간 안보 신뢰와 군사적 투명성을 높이는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평화구축동맹’을 강조했다.“한·미가 다자안보협력의 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섬으로써 동아시아의 화합과 도약을 위해 윤활유 역할을 하는 동맹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한국의 미사일방어(MD)구상 편입과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등과 맞물려 주목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가 양국간 신뢰회복에 급급하다 자칫 미국의 세계안보전략에 한국을 조건없이 편입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을 공산이 크다. 이미 이 대통령의 방미를 놓고 일각에선 “지난 두 정부의 대외정책이 ‘대북 퍼주기’였다면, 새 정부의 대외정책은 ‘대미 퍼주기’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를 의식한 듯 “이른바 부시 대통령의 ‘쇼핑리스트’ 얘기가 나오는데 양국간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이것저것 양보하는 일은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전략적 동맹관계라 해도 따질 것은 따져가며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도 “전략동맹은 지속성, 포괄성, 능력 증대, 우선순위 확보 등 네가지 개념을 담고 있으며, 핵심은 포괄성”이라면서 “군사동맹이 핵심이라면 전략동맹이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전략동맹’의 개념은 아직 한·미 두 나라가 공유하는 단계로 나아간 상황은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략동맹’은 우리 정부의 구상이며, 미국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확보해야 할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jade@seoul.co.kr
  • [노무현정권 5년 명암] 분야별 평가

    [노무현정권 5년 명암] 분야별 평가

    ■정치 분야 참여정부 5년은 노무현 대통령의 끊임없는 ‘정치 실험’으로 채워졌다. 탈권위주의를 이뤄냈다. 국정운영을 공개하고 비선 정치를 청산하는 데도 주력했다. 개별적으로 보고되던 부처 업무현안을 국무회의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처리하게 했다. 임기 초 평검사들과의 공개토론도 파격이었다. 권력형 부정부패로부터 벗어났다. 돈·관권선거가 사라졌다. 참여정부 국정운영백서에 따르면 17대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 적발 건수는 6402건으로 16대 총선의 두 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도 중요한 화두로 던졌다. 지역주의 청산과 연결된다. 행정복합도시와 공기업 지방이전, 지역혁신 클러스터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적으로는 지역주의 정당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의석은 영남권을 제외하고 대체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임기 내내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선거구제 개혁과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집중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참여정부의 정치를 “총재 정치·1인 정치로 상징돼온 3김(金)체제를 혁파하는 데 주력했다.”고 요약했다. 그러나 ‘미완의’ 정치 실험은 결국 혼선의 정치로 귀결됐다. 방향은 일부 옳았지만 방법이 성급했고 정교하지 못했다. 자갈밭에 씨앗을 뿌린 셈이었다. 지역주의 정치 타파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내세우며 거론했던 대연정 제안은 오히려 전통적 지지층의 등을 돌리게 했다. 측근정치·보스정치를 단절하기 위해 도입했던 당·청 분리와 청와대 정무수석 폐지도 마찬가지다. 당의 자생적 구조가 마련되지 않은 탓에 집권 여당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두는 데 실패했다. 당내 차기 대권주자들을 내각에 앉히면서 당·청이 동반 추락하는 결과로 돌아왔다. 대통령도 집권 기간 동안 두 번이나 탈당하는 등 불안정한 리더십을 보였다. 5년 내내 당청갈등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대결적 여야 구도가 심화됐다. 정치권은 물론, 대국민 소통 부재를 낳게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집권당이 무력화된 탓에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설득해야 하는 정당 본연의 역할을 놓쳤다.”고 평가했다. 오만하다는 비판이 따라다녔다. 지난 2005년 8월, 당시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있는데, 국민들은 독재시대 문화에 빠져 있어 의사소통이 안 된다.”고 한 말이 이를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대외관계 분야 노무현 정부의 대외관계는 북핵 6자회담 진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상징되는 대북정책이 대외정책과 손발이 맞지 않아 한·미관계에도 상당한 손해를 미쳤고, 일본·중국 등 다른 4강과도 적지 않은 마찰을 빚는 등 아쉬운 점이 많았다는 평가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미관계에서 드러난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 동북아 균형자론 등은 결국 한·미동맹 진전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한·미간 오랜 현안이었던 주한미군 재배치, 방위비 분담, 용산 미군기지 이전, 전시작전권 전환 등이 상당부분 해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양국간 적지 않은 갈등을 야기, 한·미동맹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일본·중국과도 호혜적 우호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권 초기 우호적으로 시작했던 일본과의 관계는 일본측의 독도 영유권 주장,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배타적경제수역(EEZ) 갈등, 역사교과서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이 잇따라 대두되면서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에 따라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가 전면 중단되는 등 불편한 관계로 바뀌게 됐다. 중국과도 한동안 동북공정(東北工程) 등 역사문제로 상당한 마찰을 빚었다. 탈북자 문제 등도 양국 관계 진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을 고려, 정치·경제적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다는 평가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교육 분야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낙제점’에 가깝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엘리트주의에 맞서 교육평등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학생들의 학습의지를 떨어뜨리면서 학력저하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한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 계층이동을 지향점으로 내세운 교육 평등주의는 열매를 맺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추구해야 할 과제다. 2003년 7월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 설치로 시작된 참여정부 교육개혁정책은 ‘파격’으로 일관했다.‘서울대 폐지’ 등 대학의 서열 구조 타파와 기득권 폐지를 외치는 인사들이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했다.2004년엔 수능 9등급제 도입,2006년 외고 운영 개선 방안 등 교육개혁안이 쏟아졌다.2008학년도 입시에 처음 적용된 수능 등급제는 교육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하이라이트다. 변별력을 갖추지 못하면서 학생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논술·수능)’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사교육비가 늘면서 학부모들의 부담도 더욱 커졌다.3불 정책(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을 고수하면서 대학당국과 교육부의 마찰도 끊이질 않았다. 한국교총은 참여정부가 형평성만 강조한 교육정책을 집행하려다 공약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교육공약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자율성 강화, 학교선택권 확대, 교원 양성·임용제도 및 승진·전보제도 개선, 사교육비 경감, 방과 후 학교 등을 특히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경제 분야 1인당 국민소득은 2003년 1만 2826달러에서 지난해 2만 81달러로 노무현 정권 5년 사이 57% 늘었다. 하지만 실질 소득의 증가보다 원·달러 환율이 같은 기간 1200원에서 930원으로 하락한 데 따른 영향이 컸다. 소득 증가도 상위계층에 쏠려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003년 265만원에서 지난해 322만원으로 5년간 57만원 늘었다. 하지만 소득에서 소비를 뺀 흑자 규모는 상위 20% 가구의 경우 월 200만원이 넘지만 하위 20%는 월 34만원씩 적자를 봤다. 소득 계층간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5분위 배율은 2003년 7.24배에서 지난해 7.66배으로 악화됐다.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균형이 심한 지니계수도 같은 기간 0.341에서 0.35로 해마다 높아졌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고 약속했으나 특정 지역을 겨냥한 세금정책 등으로 주변 집값마저 상승하는 ‘버블 도미노’ 현상을 일으켰다. 부동산 대책을 12차례나 발표하면서도 과잉 유동성 문제에는 뒤늦게 대처하는 우를 범했다. 부동산포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 아파트 값은 평균 34.8%, 서울 지역은 43.4% 뛰었다. 경기도는 37.6%, 충남도 31.9% 올랐다. 대기업은 수출호조로 호황을 누린 반면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또한 사교육비 증가와 비정규직 증가로 서민 가계는 여태 몸살을 앓고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언론 분야 참여정부는 언론과의 긴장관계를 강조했다.2003년 출범 직후부터 가판신문 구독금지,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 신문법 제정 등 언론 개혁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언론을 방송과 신문, 인터넷 등으로 구분하는 ‘편가르기’ 현상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언론에 대해 ‘기득권 집단’,‘불량상품’,‘기자실 대못질’ 등 거친 언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때문에 일부 정책은 노 대통령의 왜곡된 언론관에서 비롯됐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는 결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추진된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월16일 국무회의에서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기사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지 해외 실태를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국정홍보처는 3월 국내외 기자실 운영실태 조사결과를 내놓았으며, 두 달 뒤인 5월 정부부처 기자실 통·폐합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언론자유를 심대하게 훼손한다는 각계각층의 지적과 함께, 일부 언론에 국한됐던 갈등이 일선 취재현장 전체로 전면화되는 결과를 낳은 ‘최대 악재’가 됐다. 기자들은 정부청사 로비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전원이 끊긴 경찰청 기자실에서는 촛불을 켜고 기사를 작성했다. 이같은 전대미문의 갈등은 노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풀리지 않았다. 결국 언론 개혁이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소모적이고 불필요했던 논쟁만이 남은 셈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먹선 아닌 유화로 진경산수 되살린다

    먹선 아닌 유화로 진경산수 되살린다

    유화로 되살리는 진경산수. 중견작가 전준엽(55)의 최근 작업 화두이다. 금방이라도 대바람 소리가 새어나올 것같은 죽림(竹林), 그 옆을 사뿐히 휘돌아 나가는 나룻배 한 척, 삽살개 한마리 앞세운 채 휘영청 보름달 벗삼아 밤길을 완상하는 선비…. 먹선을 동원하지 않고도 고아한 아름다움의 묘미를 살려내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12일부터 새달 1일까지 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열리는 작가의 17번째 개인전에서다. 한국 산하의 숨소리를 담았으되 다분히 이질적 재료인 유화물감을 사용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관념의 세계 풀어보이는 풍경화 그려 작가는 한때 민중미술 계보에 섰던 사람이다.1990년대에는 전통 고분벽화를 현대회화의 감각으로 재해석했고, 최근엔 현대적 감각을 견지한 산수화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빈 공간을 담은 세상’. 작가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그렇듯 관념적인 풍경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보이는 것’이 아니라 관념의 세계를 풀어보이는 풍경화를 그렸다는 뜻이다. 그런 의도는 화폭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시점이 다른 풍경을 한데 어울러 균형미를 일궈낸 ‘대바람 소리’가 그 대표작이다. 고즈넉한 오두막은 정면에서 바라본 시점인데, 뒤편의 무성한 대나무 숲은 언덕 위 오두막에서 굽어본 시점이다. 유화물감으로 그린 산수화에는 다양한 기법이 동원됐다. 대나무를 묘사할 때는 물감을 부은 뒤 입으로 불어 번지게 했다. 하늘을 표현한 누르스름한 장판지색은 덧칠된 물감을 벗겨낸 덕분에 색감이 독특하다. ●“동양화도 서양화도 아닌 한국화 선보일 터” 전시에는 모두 20여점이 나왔다. 전통산수의 일관된 맥락을 선보이는 일련의 작품들은 ‘빛의 정원에서’라는 시리즈이다. 전남 담양의 소쇄원 토담 등도 영감을 퍼올린 주요 소재가 됐다. 미술평론가 류석우씨는 “보면 볼수록 무한한 자연의 묘미와 흥취를 느끼게 하는 것은 작가 특유의 장인적 능력”이라고 평했다. 중앙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이력도 다양하다.10년 동안은 미술전문 기자로 활동했고, 성곡미술관 설립 초창기부터 2004년까지 9년 동안 성곡미술관 운영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말했다. 신정아 이전에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조사를 두 번이나 받았다.“함께 근무할 때 신정아에 대한 신뢰가 워낙 두터워 항간의 나쁜 소문을 믿지 않았는데, 검찰에서 직접 확인한 사실들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작품에 매달린 덕분에 충격을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미술계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팝아트 등 서양식 현대미술이 과도하게 부각돼 있다.”고 꼬집었다. 작가의 목표는 동양화도 서양화도 아닌,‘한국화’를 선보이는 것.“앞으로도 유화를 재료로 산수화의 조형언어를 다듬어 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02)549-3112.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이명박 시대-국정 밑그림] ‘실용정부’ 천명… 변화 거셀 듯

    앞으로 5년간은 ‘선진화’‘실용’‘효율’과 같은 단어가 국정 전반을 지배할 것임을 이명박 당선자가 20일 기자회견에서 예고했다.‘역사’‘평화’‘원칙’ 등의 언어로 채워졌던 전임 정권과의 차별화를 분명히 한 셈이다. 말보다는 행동, 이념보다는 실용, 명분보다는 성과를 중시하겠다는 다짐으로도 읽힌다. 구사되는 언어만 봐도 확실히 정권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했음을 실감할 만하다. 포장뿐이 아니다. 내용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감지된다. 이 당선자는 이날 대북정책과 대미정책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지난 10년과는 확실히 다른 색채를 낼 것임을 시사했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확실히 친(親)기업·친시장 기조를 견지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복지를 강조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선(先)성장-후(後)분배가 원칙임을 완곡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당선자가 이날 회견에서 언급한 ‘화합 속의 변화’라는 표현은 변화의 바람이 그만큼 거셀 것임을 말해주는 전조라는 역설적 관측도 나온다. ●기업과 시장을 위한 정부 이 당선자는 대(對)기업 정책에 있어 노무현 정부와 다른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기업인들에게 특별히 규제가 많아진 것은 아니지만 반시장적, 반기업적 분위기로 인해 기업인들이 투자를 꺼려온 게 사실”이라고 했다. 현 정부가 기업들을 사실상 경원시했다고 보고 분위기 자체를 확 바꿔놓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 당선자가 내놓은 복안의 일단을 보면, 전임자의 경제관과 얼마나 다른지를 알 수 있다.“직종별 경제인들을 직접 만나고, 외국인 투자를 위한 조직을 만들겠다.”와 같은 언급이다. 이 당선자는 또 “서민·자영업자가 초기에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말해 친시장 기조에 대한 의지를 과시했다. 이같은 그의 경제 리더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것과 흡사해 보인다. 대통령과 기업인이 태스크포스팀처럼 혼연일체가 돼 움직이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 당선자의 머릿속엔 박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각종 개발계획을 ‘겁없는’ 기업인들과 함께 밀어붙였던 시대가 각인돼 있을 법도 하다. 당시 그는 그 겁없는 기업인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에 할 말은 하는 정부 이 당선자는 “과거 정권이 북에 관한 것은 전혀 비판을 삼가고, 북의 비위를 일방적으로 맞추던 것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질질 끌려가거나 무조건 퍼주기식의 대북지원이 ‘원칙’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다만 북한에 대해서도 특유의 실용적 접근을 병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당선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 북한도 발전하는 논리”라고 말해, 실용적인 설득이 추진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미 후보 시절 화끈한 대북 지원을 통해 단계적으로 북핵 폐기를 유도한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른바 ‘유연한 상호주의’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대화는 적극적으로 하되, 북한의 무리한 떼쓰기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제재를 가하는 ‘당근과 채찍’ 기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가까운 정부 이 당선자는 “한·미 동맹도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의 가치와 평화를 새롭게 다지겠다.”고 했다.‘새롭게’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어떻게든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노무현 정부가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론’ 등으로 미국의 조야를 자극하고 이로 인해 임기 내내 미국과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좀더 일관성 있고 화합적인 대미정책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 이 당선자가 이날 당선 후 첫날 제일 먼저 만난 외국 인사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였다. 이 당선자는 또 저녁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통화를 하는 등 각별한 우의를 과시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이명박 시대-정책 과제] ‘중임제’ 신중…북핵등 숙제

    [이명박 시대-정책 과제] ‘중임제’ 신중…북핵등 숙제

    이명박 제17대 대통령 당선자에게는 승리의 환희를 충분히 맛보기도 전에 무겁게 누르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정치 분야를 비롯, 외교·통일, 경제·산업, 교육·노동, 환경·복지, 문화·체육 등 분야별로 5년간 새 대통령이 추진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본다. ■ 정치 이명박 당선자는 정치 개혁과 관련해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다. 대선 기간 대부분의 후보들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비롯한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운 점을 감안할 때 이 부분에 대한 입장 정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당장 4개월 뒤에 17대 총선이 예정돼 있어 정권 초기 정치 부문의 비효율을 없애는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야 안정적인 의석수를 확보할 수도 있다. 참여정부에서 방만하게 팽창한 정부조직에 대해 손을 봐야 하는 문제도 이 당선자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당선자는 정치 개혁과 관련해 현행 제도를 마구잡이식으로 손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도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의 시기 조정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자세다.4년 중임 정·부통령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다양한 형태의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를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시작할 수도 있지만 결정은 신중하게 내리겠다는 의도다. 국회의원 선거구제와 의원 정수, 비례대표 의원 비율 등은 현 수준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의원 수는 정치적 합의가 가능하다면 소폭 줄일 수 있다는 견해다. 중·대선거구제는 정당 간 정책대결을 희석시킨다는 점에서 반대한다. 이 당선자는 청와대 업무 개편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청와대는 국가 전체 경영에 대한 방향 설정과 기획 업무만 담당하고 국무총리와 행정부에 조정·집행 기능을 맡긴다는 구상이다. 중앙행정기관을 ‘대부처(大部處) 대국(大局)체제’로 개편하는 등 대대적인 부처 통폐합을 실시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하고 있다. 현재 56개인 중앙행정기관(18부,4처,17청, 기타 17개)을 12∼13개로 통폐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현재 416개에 달하는 각종 위원회도 대폭 정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외교·안보 제17대 새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2008년 2월25일 즈음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 정착이라는 당면 과제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 등에 따른 후속조치를 이어감으로써 비핵화 실현과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우선 6자회담을 통한 북한의 핵폐기 유도는 이명박 당선자 앞에 놓인 최대 숙제다. 특히 비핵화 2단계인 핵프로그램 신고가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닥칠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도록 국제적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지난 10월 7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남북간 신뢰를 회복하고 경협 확대의 길을 열었으나 남북관계가 6자회담과 선순환적으로 돌아감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퍼주기식’ 경협이 아니라 비핵화와 속도를 맞춰나가는 동시에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이 당선자가 고려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비핵화 이행과 남북관계 발전이 담보돼야 남북정상회담 이후 논란을 빚었던 4자 정상회담 등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가능하다. 핵 불능화·신고를 넘어 핵폐기 단계에 들어갈 때 종전선언을 포함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핵폐기가 완료될 때 실질적인 평화체제 시대를 맞이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참여정부에서 상당한 불협화음을 보였던 한·미동맹 문제도 새 정부가 더욱 실리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 당선자는 “남북간 최대 과제는 6자회담을 통한 핵폐기이며, 대북 지원은 유연하게 풀 것”이라며 “한·미동맹은 21세기 새로운 전략환경에 걸맞은 동맹관계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경제·산업 당선자 측은 경제문제 해결의 방점을 성장에 찍었다.7% 성장과 소득 4만달러 달성, 세계 7대 경제강국 진입이라는 ‘747’ 공약을 내세웠다. 출자총액제도 등 규제를 풀고 법인세 등 세금을 낮추는 한편 강경한 노사관계를 유연하게 바꾸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수 보전대책이나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을 도외시해선 곤란하다고 말한다. 경기를 부양하면 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지 모르나 자원 배분을 왜곡시켜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것. 금융연구원의 하준경 연구위원은 “가시적 성과에만 집착해 경제 정책에 무리수를 두면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기조의 변화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린다고 하자 시장은 벌써 들썩인다. 공약의 이행에 집착,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를 완화하려 하면 대립과 반목에 빠지고 투기심리는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내년 경제가 하락할 가능성 때문에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재정 투자를 늘릴 수가 있는데 이는 부동산·건설의 버블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경색과 중국의 버블붕괴 가능성은 시한폭탄과 다를 바 없다. 자칫 국내 금융시장의 경색으로 번지면 버블이 터지고 금융 부실과 소비 위축으로 ‘저성장 속의 인플레이션’을 맞을 수 있다. 금융권의 자생력을 높이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시장 친화적 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 투자심리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급준비율이나 콜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편다면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문일 문소영기자 mip@seoul.co.kr ■ 교육·노동 새 정부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교육이다. 사교육비 경감과 대학 입시 등 국민적 관심이 가장 많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입시는 어떤 형식으로든 개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대학에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주는 등 관치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 10년 넘게 유지되어 온 ‘3불(不)’ 정책이 단계적으로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 본고사를 시작으로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도 사실상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수능 등급제도 어떻게든 손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역할과 기구 축소 논의도 예상된다. 공교육 시스템에 대한 수술도 점쳐진다. 이 당선자의 공약대로 현재 자립형사립고에 해당하는 자율형 사립고 100곳을 설립하고, 낙후 지역에 기숙형 공립고 150곳을 세우면 30년 이상 유지되어 온 평준화 제도의 대수술도 불가피해 보인다. 노동분야는 참여정부와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갈등 해소에 행정력을 모아야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1일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된 후 분야별로 정규직 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나 마찰음 또한 만만찮다. 특히 경영계의 협조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민간분야의 비정규직 차별시정은 더딜 수밖에 없어 노동시장의 불안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새 정부 들어 직권중재제도 대신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필수유지업무제도의 연착륙과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자성 인정문제의 입법화 여부가 중요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구 김재천기자 yidonggu@seoul.co.kr ■ 환경·복지 대표 공약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파고가 너무 높다. 쏟아낸 공약 가운데 환경론자의 반대에 부딪치는 사업이 많다. 대운하건설 공약은 경제성을 따져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공약을 실천에 옮기기에 앞서 환경과 개발의 조화를 꾀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대규모 개발사업은 섣부른 강행보다 환경·시민단체를 먼저 끌어안고 지역 주민의 참여와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해묵은 과제인 물관리·산림관리 일원화 등 정치적 성격의 과제는 쉽게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 적응 노력 및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복지분야에서는 성장과 분배의 적절한 조화가 요구된다. 서민 건강을 위해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고 의료기관 이용 문턱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불안하게 덜컹대고 있는 국민연금제도를 조기에 안정시키고 비전을 제시해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어린이 건강을 책임지고 안전한 먹거리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꼼꼼한 정책도 내놔야 한다. 저출산·고령화사회에 대비한 장기 비전과 재원 마련 방안은 집권 초기부터 강력하게 추진해야 임기 동안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서민 복지 확충을 위한 국고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문화 세계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IT활용도를 높이고, 문화 콘텐츠를 ‘창조산업’으로 연결시켜 영상, 게임, 음악, 방송 등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예산과 행정지원을 강화한다는 게 주요 공약내용. 그러나 현재로선 핵심공약들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서울시장 재임시절 한강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립 무산의 전례가 있듯 ‘밀어붙이기식’ 가시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문화정책의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게 문화계의 바람이다. 기초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 노력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체육 이명박 당선자는 현행 학교운동부를 스포츠클럽으로 단계적으로 전환, 체육특기자제도를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과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종자돈 삼아 국가 차원의 스포츠펀드 조성 및 스포츠마케팅회사 설립 방안을 체육분야의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엘리트 위주의 체육정책이 생활체육으로 전환돼야 하겠지만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체육특기자제도를 폐지할 경우 상당한 혼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국가 차원의 스포츠펀드와 스포츠마케팅회사를 설립할 경우, 기존 국민체육진흥공단과의 관계 설정이 또 다른 해결과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 당선자에게 바란다 ●손경식(68·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경제성장률을 더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특히 성장의 원동력인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규제완화와 노사관계의 안정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우리 경제가 투자부진과 새로운 성장동력의 부재, 중소기업과 지방경제의 위축 장기화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을 직시해 취임과 동시에 투자확대와 경제활력 진작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를 희망한다. ●심재명(44·MK픽쳐스 대표이사) 2007년은 유독 스크린 쿼터 축소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 등 한국영화의 위기론이 크게 대두된 한 해였다. 이런 산재된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한다고 무리하게 제도를 고치거나 지원을 하는 등 급격한 변화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문화 콘텐츠에 대해 경제적 잣대나 산업논리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있었다. 당선자는 과욕을 부리기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 내실을 다졌으면 한다. ●이응주(32·건설노동자) 공약에 내세운 것처럼 침체된 경제를 살려서 내가 할 일거리도 늘어나고 다른 일자리도 많아지도록 해달라. 수치상으로 경제가 좋아진다고 해도, 서민들에게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일거리가 많아지는 게 경제가 좋아지는 것이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다친 분들에 대한 산재보상처리 등 노동자의 복지가 부족한 것 같다. 땀 흘려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대우받고,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 대통령이 할 몫이다. ●이겸(19·명지전문대 실용음악과)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돼 있는 대학 등록금을 낮출 수 있는 구체적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세금을 내지 않는 종교단체에 적정한 세금을 부과해 재원을 마련하면 될 것 같다. 광주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혼자 살다 보니 아르바이트를 할 때가 많은데 업주들이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그것마저 체불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불쌍한 아르바이트생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적 대책을 수립해 달라. ●선한승(55·한국노동교육원장) 참여정부가 사회통합적 노사정책을 추구했다면 새 정부는 친기업적인 노사정책으로 변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노동계의 목소리는 많이 높아졌다. 비정규직보호법을 비롯한 노동계의 숙원들이 많이 해소됐다. 또 공공부문의 갈등도 예측 된다. 새 정부는 노사안정을 중요시하면서 연착륙할 수 있는 노동정책의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박해란(43·주부) 내 아들은 이른바 ‘저주받은 89년생’이다. 새 대통령이 현실성 없는 교육개혁을 떠들기보다는 학생들과 학부모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했으면 한다. 새 대통령은 서민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정치권을 싫어하게 된 이유가 뭔지를 알아야 한다. 지방(경남 김해)에 사는 입장에서 서울로 가지 않으면 먹고 살 길이 없다고 젊은이들은 느끼고 있다. 지역 간 격차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구본무(62·LG그룹 회장) 우리 경제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성장 활력을 높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당선자께서는 안팎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기를 바란다. 면밀한 정책대응을 통해 안정적 경제 운영을 기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새국가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규제 개혁, 투자환경 개선 등 혁신을 촉진하는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해 앞으로 5년이 선진국 도약의 결정적인 전기(轉機)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황병무 (68·국방대 명예교수) 평화정착과 국방력 발전이 선순환 구조를 갖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안보정책은 여러 정부에서 기초를 다지고 레일을 깔았다.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특히 대북·대미정책에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조속히 부처간 조율을 마쳐 참여정부에서와 같은 불협화음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종전선언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 “정치 독점시대 끝…권력 생산적 분배 필요”

    “정치 독점시대 끝…권력 생산적 분배 필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13일 오전 KTX에 몸을 실었다. 이 후보가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와 부산을 차례로 방문,‘집토끼 잡기’에 나서는 길에 기자는 대전역까지 동행했다. 이 후보는 “정치가 선진화되려면 정치인이 정치를 선도해야 한다.”며 정치꾼이 삼류정치의 근원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명박 정치’의 요체를 제시했다. 최근 밝힌 재산 환원에 대해서는 1995년 펴낸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썼다고 상기시켰다. 대선 투표일을 눈앞에 두고 내놓은 선거책략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선과 본선을 거치면서 소회는. -경선은 역사상 우리가 처음 해 보는 것이었다. 부작용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가 마지막에 받아들인 것은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반면 본선은 역사상 처음으로 여당 없는 선거를 치르고 있다. 도대체 집권 세력, 여당 없는 선거라니, 이런 무책임한 정당이 어디 있나. 이것은 민주주의의 후퇴다. 한나라당은 경선 때부터 정책선거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 사람들은 애당초 정책선거는 없고 정책준비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준비된 저 자신의, 한나라당의 정책을 모방해 가지고, 거기에 조금 더 가필했다. 아예 정책선거라는 것은 없고, 전적으로 네거티브 선거로 승부를 내려고 한다. ●“측근·친인척 관리 스스로 알아서 할 것” ▶최근 측근이나 가족·친인척 관리와 관련해 가족 결의를 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무슨 뜻인지. -제가 말을 안 하더라도 가까운 집안의 가족들이 아마 스스로 할 것이다. 그런 얘기다. ▶당락에 관계없이 재산을 사회에 내놓겠다고 밝혔는데 언제 어떤 방식으로 환원할 생각인가.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주위의 좋은 분들과 상의해 결정하게 될 것이다. 어렵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 ▶어제 갑자기 한나라당에서 BBK 특검을 수용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처음 듣는 얘기다. 검찰이 야당 후보 트집을 잡으려고 철저히 조사했고, 그러다 보니 무죄가 됐다. 특검이 겁나서가 아니라 (여당에서)이걸 총선전략으로 이용할까봐 지금 반대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국정의 파트너로 삼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그것은 여기서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도 이제는 권한과 책임이 독점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본다. 권력을 야합적으로 나누어 갖는다기보다는 생산적인 분배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놓고 아직 논란이 많은데. -그래도 청계천이나 경부고속도로 할 때보다는 초기 지지가 높은 편이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공약이 아니다. 유럽이 ‘2010 백서’를 발표했는데 주 내용이 운하건설이다. 우리도 2013년부터 교토 의정서에 들어가려면 대책이 있어야 한다. 운하가 19세기식 토목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는데 21세기의 운하는 정보기술(IT) 산업이다. 정부 예산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민간 투자를 받아서 하고 외자를 유치하겠다. ▶지난 10년간 집권층의 대북 햇볕정책, 그리고 이회창 후보와 이 후보의 대북정책이 어떤 면에서 다른가. -남북간에는 대전제가 하나 있다. 핵이다.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 결과가 핵 무장으로 나왔기 때문에 당면 과제는 북한 핵을 어떻게 포기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이미 ‘비핵·개방 3000구상’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설 경우 한국은 10년 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협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북한에 대해 무조건 퍼주기만 하고 아무런 실질적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한 햇볕정책과 가장 큰 차이다. 저와 이회창 후보의 대북관은 근본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다만 방법에서 저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유연하고 경제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점이 많은 데 비해 이회창 후보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과거식 강경론이다. 이회창 후보가 저의 대북관과 안보관이 애매하다고 하는 것은 잘 모르고 하는 말이거나 출마 명분을 삼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난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한 간에 많은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지금 많은 것을 약속해서 다음 정부가 안 따라오면 안 되게 만들자는 생각을 했을까봐 걱정이다. 그러나 다음 정부는 실현 가능한 것인가 아닌가, 핵 폐기가 완성된 다음에 할 것인가, 그 전에 해도 될 만한 사업인가,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등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할 것이다. 중요한 합의는 다음 정부에 미뤄 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의 대미 외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노무현 정권 들어와 한·미동맹이 많이 약화됐다. 이념과 정치논리를 개입시킨 결과라고 생각한다.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 동맹이 한·미동맹의 미래 청사진이 될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이 후보의 교육공약을 ‘재앙’이라고 혹평했는데. -1년에 3만 5000명이 외국에 유학 가는 거 세계에 없는 일이다. 공교육을 전부 지원해서 공교육끼리 경쟁을 시켜 좋은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사고나 특목고가 아니라도 잘하는 학교가 있다. 대학도 포항 한동대 같은 경우는 시험 없이 뽑아도 우수한 학생들로 졸업시킨다. 제가 말하는 것은 딱 세 가지 목적이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수월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사교육비는 줄이고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도 교육 기회를 열어주자는 것이다. 이것이 교육복지다. ▶4년 중임제 등 개헌 입장은. -정치적 목적으로 개헌을 주장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들의 신뢰도 얻기 어려울 것이다.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은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기자실 폐지 등 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나. -기자들의 취재접근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상적인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언론을 지원하는 정책은 펴겠지만 언론 규제정책은 없을 것이다. ●“규제 없애고 인재 쓰면 지역감정 사라질 것” ▶국민통합 복안이 뭔가. -국민통합은 경제살리기와 함께 반드시 이뤄야 할 시대정신이다. 국민이 분열되고 갈라져서는 경제를 되살리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 어느 지역 출신이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우대받도록 해야 한다. 이 좁은 나라에서 서로 갈라져 싸우지 말고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 한다. 정치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각 지역이 다 함께 발전하고 능력위주로 인재를 쓰면 지역감정은 자연히 사라질 것으로 본다. 각 지역이 뛸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고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대표공약인 ‘747’(7% 성장,4만달러 국민소득,7대 강국)은 10년후 비전 제시용인데 5년 뒤 ‘639’는 가능한가. -5년 안에 3만달러 가까이 되고,10년 후 4만달러 가까이 될 것이다. 세계 7위가 되느냐,8위가 되느냐는 상대국가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내년 경기 전망이 4%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정권이 바뀌면 6% 가까이 되고, 다음해 본궤도에 올라가면 7%도 될 것으로 본다. 정리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 (3) 외교·통일 정책

    [정책선거 원년으로] (3) 외교·통일 정책

    ●이명박 후보 국익을 바탕으로 한 실리외교를 내세우고 있다. 전통적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아시아 외교와 글로벌 에너지 외교를 통해 부드럽지만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런 외교안보통일 정책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MB독트린을 제안했다. MB독트린은 한국 외교 7대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북핵 폐기와 실질적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적 ‘대북 개방정책’ 추진, 이념이 아닌 국익을 바탕으로 한 ‘실리외교’ 실천, 전통적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공동의 가치와 상호 이익 강화·발전시키는 한·미동맹 관계의 모색, 세계와의 동반 발전을 발판으로 한국의 ‘아시아 외교’ 확대, 국제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외교 강화, 경제 최선진국 진입을 위한 에너지 외교 극대화, 상호 개방과 교류를 바탕으로 ‘문화 코리아’ 지향이다.MB독트린의 핵심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향후 10년 안에 북한 주민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에 도달하도록 돕겠다는 ‘비핵·개방·3000구상’과 ‘나들섬 구상’이다. 이와 함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악화된 미국과 관계 개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핵무기 포기를 어떤 식으로 성취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것은 약점이다. 정책을 위해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어떤 식으로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특히 경제적 유인만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발상은 비현실적이다. 이 후보의 대북정책 공약에서 발견되는 참여정부와의 차별성 부족은 정책 혼선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의 정책이 핵문제 해법이라기보다는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그 이후의 대북정책에 집중되어 있어서다. 엄밀히 따지면 이 후보의 대북정책은 북핵문제 해결책은 부재하다고 볼 수 있다. 미래형 최첨단 군사력을 가진 정예 강군 육성, 신세대 병영 환경과 복지대책 개선, 희생장병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등은 기회요인이다. 하지만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미국과 협조해 나가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 위협요인이기도 하다. ●정동영 후보 정동영 후보는 외교·통일분야 최우선 목표로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 실현을 설정했다. 북한 핵문제 해결과 동북아시아 평화체제의 확립이 그 내용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북·대미 정책이 구체화돼 있으며 글로벌 무역강국의 건설이라는 통상정책이 포함돼있다. 정 후보 공약의 강점은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및 6자회담의 3차원 협상을 포괄적으로 고려한다는 데 있다. 또 다자외교를 추진하기 위해 국제 회의 참여 및 공적개발원조(ODA)증액 등의 전략이 제시돼 있다. 글로벌 무역인력 양성과 FTA 등 개방적 통상외교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점도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이러한 정책들의 성패는 궁극적으로 남북관계의 진전에 달려있다. 그러나 정 후보 공약에는 북한으로 하여금 어떻게 핵개발을 포기하고 개방정책을 추진하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드러나 있지 않다. 특히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 북방한계선(NLL)무력화 노력 등 북한의 완고한 대남 입장 등 여전히 남아있는 불확실성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정 후보 공약에서 가장 중요한 기회요인은 통상정책의 일관성이다. 글로벌 무역강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역 인력 양성과 지속적인 FTA 추진이라는 개방적 통상외교 전략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재외동포들의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한민족 네트워크 건설과 영사업무의 개선도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에너지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 후보가 공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딪힐 가장 큰 위협요인은 북한의 태도 변화다. 현재까지 북한은 미국에 잘 협조하고 있는 편이지만, 이러한 태도가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 경우 한국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 있다. 또 정 후보 공약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시기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남남갈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이회창 후보 한·미 동맹을 우선적으로 복원한 다음 중국과의 교류협력과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강화하겠다는 ‘3중 울타리 외교 전략’을 제시했다. 이 전략은 한·미공조 복원과 남북관계에서 상호주의 적용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 기반한다. 북한 핵 폐기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며 이를 위해 한·미관계 강화와 남북관계에서 상호주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킬 것을 강조한다. 또 대북정책 추진과정에 국민 여론이 반영될 수 있게 투명성 증대를 약속했다. 문제는 상호 모순되는 정책들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없다는 점이다. 이산가족 재회,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을 위해 북한과 협상할 때, 인권문제를 과연 어떤 식으로 제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전혀 없다.3중 울타리 전략에서 미국과 아시아국가들 사이에 갈등이 있을 경우 외교정책의 우선 순위도 분명하지 않다. 대북정책은 북핵 개발 이후 국민들 사이에 싹튼 북한에 대한 불신과 안보 불안감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경직된 상호주의와 국제공조로 북핵문제를 풀겠다는 발상이나, 이산가족·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최우선 대북협상 의제로 두겠다는 것은 내외 정세에 비춰볼 때 현실성에 의심이 간다. 또 북핵문제를 풀어감에 있어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약점이다. 공약의 또 다른 특징인 한·미공조 복원과 이산가족 재회,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 해외교민을 네트워크로 묶는 교민청 신설 등은 기회요인이다. 하지만 북한과 관계가 급속하게 진전될 경우 외교안보 공약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비판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간에 이미 합의한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와 연합사 해체를 재검토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점도 약점이다. 친미적이라는 비판에 취약하며 대북정책 경험 부족, 대북사업 교착 가능성이 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게 되면 이를 주도하지 못하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위협요인이다. ●권영길 후보 권영길 후보의 공약은 대미 자주, 동아시아 균형, 상생협력의 국제, 재외동포 권익 보호라는 다자적 균형외교 개념에 근거하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내용은 동북아시아 평화지대화다. 또 서해상 군사 긴장완화를 위해 NLL문제에 대한 가장 구체적 대안도 제시한다. 그러나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의 성패는 주변국들의 호응에 달려 있는데, 향후 5년 내 미·중·러 모두 핵군축에 합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 NLL을 대신할 공동수로구역 실시같은 문제는 남북관계 진전에 영향받을 수밖에 없는데 공약에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대북정책은 ‘코리아연방공화국 건설’로 압축되어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와 접경지역 평화벨트 구축, 남북이산가족 실버타운 건설 등은 눈에 띄는 공약이나 당장 현실적으로 정책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기회요인은 인권이나 원조, 환경 등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으며 상생협력의 국제, 재외동포 권익보호와 파주경제 특구 등 남측에도 유인책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위협요인으로는 보수층의 심리적 반발로 인한 남남갈등과 정책의 현실성 결여에 따른 신뢰도 하락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문국현 후보 문국현 후보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은 한반도 비핵화,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남북경협 심화라는 3대 원칙을 축으로 하고 있다.6자회담을 중심으로 이 목표들을 달성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참여정부와의 차별성이 거의 없다. 다만 문 후보가 갖고 있는 ‘CEO-국제 감각’을 강조, 대북정책 수행에서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화하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은 현재 동북아 국가들의 역학관계를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며, 새로운 구상도 아니다. 환동해 경제협력벨트 등 미래지향적인 문 후보의 대북정책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는 있으나 현실성은 떨어진다. 문 후보 공약의 취약점은 미국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미국과 이견이 있는 정책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기회요인은 주변국과의 관계정상화가 강화되고 통일 지향적 한반도 평화체제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위협요인은 북·미갈등 상황 재발시 혼란이 가중될 것이며 FTA 추진과정에서 세심성이 결여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집필 이왕희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노대통령 “김위원장 평화체제 전환에 동의”

    노대통령 “김위원장 평화체제 전환에 동의”

    노무현 대통령은 4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방북 보고에서 도라산 출입국관리사무소(CIQ)에 도착, 이같이 밝혔다. 앞서 오후 1시에는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2007 남북정상회담선언’에 공동 서명하는 것으로 2박3일간 열린 남북정상회담 일정의 대미를 장식했다. 노 대통령은 보고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 방안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남측이 성사시키기 위해 한번 노력을 해보라고 이런 주문을 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해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먼저 방문하겠다고 제의하고 좀더 성숙될 때까지 미루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남북정상선언에 대해서는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는 공동선언이 아니라 다음 정부가 남북관계를 잘 풀어가고 토대를 만들어 주는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과 핵 폐기하는 데 6자회담에서 같이 풀기로 정리가 됐다.”면서 “북한 지도자가 핵폐기 이행의지를 밝힌 만큼 이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와 관련해서는 “평화정착에도 도움이 되지만 남북어민과 기업에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평화번영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납북자 문제 등에 대해서는 “국민의 기대만큼 성과를 못 거두었다.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서해 NLL지역 ‘평화협력지대’로 남북한은 해주 지역과 주변 해역을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로 지정, 남북 공동어로와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해주경제특구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남북한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도 허용된다.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보수에 나서고 백두산 관광을 위한 서울∼백두산 직항로도 개설한다. 함남 원산 인근의 안변과 평남 남포에는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하고 농업 등의 협력사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북한의 해군기지가 위치한 군사요충지인 해주와 남포를 북한이 개방키로 합의한 것은 경제협력과 긴장완화 연계라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4일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문’에서 이런 내용의 남북 경제협력 확대방안을 밝혔다. 두 정상은 선언문에서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남북경협 사업을 공리공영과 유무상통(有無相通)의 원칙에서 적극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또 “민족내부 협력사업의 특수성에 맞게 각종 우대조건과 특혜를 우선적으로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혀 남북 경제공동체의 창구로 경제특구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임을 제시했다. 남북한은 우선 서해상에서 마찰을 빚은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설치, 공동어로구역 설정을 비롯해 북한측 민간 선박도 해주 직항로를 오갈 수 있게 했다. 한강 하구의 공동이용도 적극 추진된다. 안변과 남포에는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하는 것과 함께 농업, 보건의료, 환경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중국이 아닌 북한을 경유해 백두산을 관광할 수 있도록 서울∼백두산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개성∼신의주 철도를 개보수, 내년 베이징올림픽에는 남북 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이용해 참가하도록 했다. 아울러 개성공단 1단계(100만평) 건설을 빠른 시일 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하며 문산∼봉동(개성)간 철도 화물수송을 시작하기로 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3~4개국 정상 종전회담 추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서는 기존의 남북관계에서 뒷전에 있던 평화체제와 군사문제에 대한 해법을 담고 있다. 선언 4항에 따르면 남북은 한반도 정전체제 종식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관련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문제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종전선언’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남북이 실질적으로 주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지적이다. 남북 정상이 수시로 만나 현안을 협의하고, 다음달 서울서 남북 총리회담을 갖기로 한 것이 ‘수준 높은 남북간의 절차’를 담보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6자회담,9·19 공동성명,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가들과의 공동 보조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고, 핵문제 해결에 대한 북한의 의지 표명이 없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남북관계를 통일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각기 법률적. 제도적 장치들도 정비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선언에서는 특히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3항에서는 다음달 중 평양에서 남북 국방장관 회담 개최를 합의했다. 북방한계선(NLL)지역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구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협의하기 위해서다. 5항에서 서해 해주와 주변 해역에 ‘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키로 합의한 것도 NLL의 위상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공동어로구역 등이 실현된다면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의미하므로 큰 성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들이다. 전반적으로 경제협력 분야에서의 합의 사항이 남측의 지원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실천 가능성이 높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언이 구체적이어서 남북 관계가 좋으면 실현 가능성이 대단히 높지만 관계가 경색되면 휴지조각이 돼버릴 위험도 높다.”고 지적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한나라당 경선후보 정책 검증] 외교·안보·통일

    [한나라당 경선후보 정책 검증] 외교·안보·통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오는 28일 평양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선 경선 후보의 외교·안보·통일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외교·안보·통일 분야 공약은 기본적으로 DJ정부와 참여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 ‘원칙 없는 퍼주기로 인한 실패’라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때문에 두 후보 모두 한·미 안보협력체제를 강화·발전시켜 ‘힘에 바탕을 둔 대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두 후보는 북핵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북방한계선(NLL) 양보는 절대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열린 3차 TV토론회에서 “주한미군 철수 등을 양보한다면 차기 정권에 굉장한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 역시 “헌법에 위배되는 통일방안에는 합의하면 안 된다.”면서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장병들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힘에 바탕을 둔 대북정책은 여전히 냉전과 남북대결구도라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이철기 교수는 “정전체제 종식과 북·미 간의 대사급 수교가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 두 후보의 통일분야 공약과 정세 인식은 뭔가 한참 부족해 보인다.”면서 “보수적 지지층의 눈치를 봐야 하고 햇볕정책의 성과를 인정할 수도 없는 양 후보의 딜레마가 공약에 그대로 베어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수적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냉전적 정체성’을 고집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명박의 안보·통일 공약 이명박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대북 정책의 기본 골자는 ‘경제 줄게, 평화 다오’식의 경제와 평화 교환 전략이다.‘비핵·개방·3000’ 공약은 북핵을 제거하고 북한의 경제를 수출 주도형으로 전환해 현재 500달러 수준인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뒤 3000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 측은 ▲300만달러 이상 수출기업 100개 육성 ▲30만 산업인력 양성 ▲400억달러 상당 국제협력자금 조성 ▲신경의고속도로 건설 ▲인간다운 삶을 위한 복지지원 등 ‘5대 분야 패키지 지원’을 수단으로 제시한다. 한강 하구의 하중도에 여의도 10배 크기인 900만평 규모의 남북경제협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나들섬’ 구상도 북한에 제시할 당근 중 하나이다. 남측의 기술·자본과 북측의 노동력이 결합된 신도시 형태로 해외이탈 중소기업도 유턴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후보의 ‘북한 부흥안’은 통일을 위해 북한 경제를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얘기다. 차영구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 후보의 대북 정책은 한국판 ‘마셜 플랜(2차대전 이후 유럽에 대한 미국의 원조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판-“남한에 흡수통일 되지 않으면 불가능”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이철기 교수는 “국민소득 3000달러 달성을 위해 필요한 북한의 연간 17% 고도성장의 현실성도 의문이지만, 더 큰 문제점은 남한식의 개발독재형 경제정책을 북한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이라면서 “이 구상은 북한이 남한에 흡수통일돼 자본주의 체제로 편입되지 않는 한 불가능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제시하면서도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구체적인 정책은 없다.”면서 “개발지상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북한을 경제 식민지화하려 든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보측 재반박-협상 테이블 유인책 이 후보 측은 “비핵·개방·3000 공약은 북한이 체제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는 당근 내지는 미끼”라면서 “북한에서도 공약 내용에 관심을 보이며 자세한 자료를 보내달라고 비공식 제안했다.”고 밝혔다. ■박근혜의 안보·통일 공약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대북 정책은 기본적으로 ‘북핵 폐기 뒤 지원’이라는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박 후보는 ‘북핵 폐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박 후보는 ▲평화 정착 ▲경제 통일(작은 통일) ▲정치 통일(큰 통일)이라는 ‘3단계 평화통일론’을 내세운다. 전제조건은 북핵 제거와 군사적 대립구조 해소다. 박 후보 측은 “정치적 통일에 성급하게 매달린다면 혼란을 초래하고 통일 비용만 커질 뿐”이라며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박 후보 측은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선군정치를 폐기하고 선민정치로 나와야 대화와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면 보상하고, 합의를 깨면 불이익을 주는 ‘변화의 인센티브’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6자회담 당사국들과의 철저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후보 측은 “시간을 끌 수록 북한의 핵보유는 기정사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비판-“당근과 채찍 조화 쉽지 않다” 차영구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박 후보의 대북정책은 소신과 힘이 있어 보이지만, 북한이 그 뜻을 전혀 따라주지 않을 것이라는 과거의 사실이 이런 대북정책의 성공을 의심스럽게 한다.”면서 “당근과 채찍 정책을 조화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실제로 부시 행정부의 힘있는 초기 대북정책도 결국 북한의 핵무기 수준만 더 높여줬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박 후보의 공약은 당근과 채찍론,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 불가 등의 내용에 있어 ‘실패한 부시의 대북정책론’과 거의 같다.”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고, 부시가 결국 북·미 양자 대화와 확실한 인센티브 제시를 통해 2·13 합의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후보측 재반박-행동바탕 신뢰 구축해야 박 후보 측은 “2·13 합의의 핵심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으로 국제사회가 북측의 행동을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신뢰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북핵을 폐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면서 “핵을 가진 북한과는 결코 평화공존할 수 없으며, 의구심이 남는 결과는 수용 불가”라고 밝혔다. ■홍준표·원희룡의 외교·통일 공약 홍준표·원희룡 후보는 햇볕정책의 수정을 주장하는 이명박·박근혜 후보와 달리 ‘햇볕정책 계승’을 외교·안보정책의 큰 틀로 잡고 있다. 홍 후보는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통한 통일’을 지향한다.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어야 핵문제를 해결하고 통일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남북 경제공동체를 구성하고, 남북 상주대표부를 교환설치해 민족동질성 회복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 후보는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남북 경협에 정부예산 1% 지원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북한이 핵폐기를 완료하면 북한 경제재건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두 후보 모두 ‘실용주의적 노선’을 표방한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차이가 난다. 홍 후보는 대미 자주노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원 후보는 국익을 실현하기 위해 오히려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념 중심의 친미-반미 논쟁을 털고 서로 이기는 ‘윈윈(Win-Win)’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후보 모두 동북아 중심의 다자적 외교관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데는 입장을 같이 한다. 눈에 띄는 공약은 홍 후보의 ‘무장 평화’와 원 후보의 ‘한민족 공동체 네트워크’공약이다. 홍 후보는 통일이 될 때까지 ‘무장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 후보의 ‘한민족 공동체 네트워크’는 재외국민의 온·오프라인 공동체를 강화하고, 약 300만명의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부여하겠다는 공약이다. 재외국민과 동포의 원어민교사 임용 확대도 약속했다. 두 후보 모두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구체성 부족’이다. 홍 후보의 ‘남북경제공동체’ 건설 공약은 추상적이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특구 등 기존 정책과의 차별성도 모호하다. 원 후보도 핵 폐기 후의 북한경제 재건 프로그램의 방향이나 규모, 시행 시기 등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특별취재팀 이창구 유지혜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 [2차 남북정상회담] 평화협정등 성과도출이 ‘관건’

    [2차 남북정상회담] 평화협정등 성과도출이 ‘관건’

    이번 2차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남북이 한반도 상황을 창의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남측의 대담한 대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맞물린다. 회담 내용과 결과에 따라서는 2·13 합의에 따른 초기 이행 조치를 비롯해 순항 기류를 타고 있는 북핵 6자회담의 신뢰 구축에 결정적인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언적이고 형식적인 회담에 그친다면 남북 내부의 역풍을 맞는 것은 물론 남북이 북·미 관계에 끌려가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문제의 두 당사자인 남북 정상이 평화협정 체결을 비롯해 실질적인 진일보를 이뤄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 의제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북 모두 구체적인 의제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평화선언’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의제는 향후 협의에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기초적인 의제 조율작업 없이 정상회담이 성사됐을 것으로 보긴 힘들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이 2000년 1차 회담의 답방 형식이 아니라 남측의 선(先)제안으로 성사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측이 내놓을 보따리가 많다는 의미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 당시 ‘행동 대 행동’원칙의 ‘당근’으로 제시됐다가 북핵 문제로 잠복한 포괄지원 카드가 거론된다. 에너지 지원을 비롯한 경제협력 증진, 당사국간 관계정상화 등이 포함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남측이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뜻을 북측에 시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남측이 남북 국방장관회담의 정례화를 제의하고, 이 회담을 통해 NLL 문제 등을 풀어 나갈 수 있다는 의사를 건넸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측은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천명하고 핵 불능화 등 진전된 태도를 남측에 약속했을 수 있다. 정상회담 직후인 9월초 6자 수석대표회담 일정을 감안하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불능화 합의’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2. 북한은 왜 응했나 선군(先軍)체제로 내부 안정을 꾀해 온 북측은 왜 남북 정상회담을 수용 했을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 수용 이유를 ‘남북과 주변의 분위기 성숙’에 두었다고 김만복 국정원장은 이날 전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날 결심을 갖고 있었으나 한반도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역으로 북측이 6자회담 등 한반도 상황의 급진전에 대비, 나름대로 발언권과 지분의 강화를 원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국정원 산하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조성렬 신안보연구실장은 “6자의 틀 속에서 지분을 갖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를 회복하고 남측을 지렛대로 삼아 6자회담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선(先) 민족공조-후(後) 6자테이블’이라는 시나리오다. 종전(終戰)선언에 관심을 가진 북측이 남북 관계 진전을 대미(對美) 압박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남북정상의 평화선언을 4자 외무장관 등이 참여한 종전선언 논의의 징검다리로 삼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국방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제안한 상황에서 북측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면 미국이 북측과의 관계에도 부담과 책임을 갖고 응하지 않을까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3. 왜 평양인가 김 국방위원장은 1차 회담에서 ‘답방’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2차 회담 성사 과정은 평양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답방 없이 ‘또 평양 방문’으로 결론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남측이 정상회담 성사 자체에 매달리다 보니 장소 문제를 북측에 맡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북측이 평양을 제의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잘 모시기 위해서는 평양이 가장 품위있는 장소가 되겠다고 제의해 와서 노 대통령이 평양을 가겠다고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언제 어디서든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정부의 방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장소 문제에 구애받지 말아 달라.”고 설명했다. 2차 회담은 서울이든, 제주든 남쪽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기대가 있어 왔다. 이마저 어렵다면 김 국방위원장의 육로를 통한 개성 회담이 ‘대안’으로 거론됐을 법하다. 정부측은 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때문에 남북 모두 공개하기 어려운 중대한 이유가 있지 않으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설이 정상회담 장소와 연관됐을 가능성이나 경호상의 문제가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4. 뒷거래 있었나 ‘대선용 북풍(北風)’ 시나리오라는 일부 비판을 무릅쓰고 회담을 전격 추진한 것은 정부에게는 부담이다. 벌써부터 한나라당은 ‘뒷거래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남북이 정치적·경제적 필요에 의해 물밑으로 뒷거래를 했다는 주장이다.1차 정상회담 당시 우리 정부가 5억달러 상당의 현금과 현물을 이면 지원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대폭적인 지원이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보통인 정형근 최고위원은 “6·15 공동선언이 돈 뒷거래로 이뤄졌다면 이번 선언은 정치적 뒷거래로 합의된 의혹이 짙다.”면서 “핵 폐기를 위한 정상회담이면 몰라도 정치적 거래에 의해 의제가 선정된다면 정부·여당에 오히려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전적 뒷거래 여부에 대해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면서 “1차 정상회담과 북한의 대남관계 행태 등을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용갑 의원도 “임기가 다 돼가는 상황에서, 더욱이 의제도 설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명백한 대선용”이라고 밝혔다. 특히 “남북이 ‘교류를 양적·질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한마디로 ‘엄청난 퍼주기’를 약속한 것을 의미한다.”며 대북지원에 관한 이면합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만복 국정원장은 “회담 추진 과정에서 공개·비공개 채널이 모두 활용됐지만, 내적으로는 아주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부인했다. 5. 임기말 실효성 있나 남북정상회담 카드는 개헌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후반 3대 승부수로 꼽혀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나 우리의 국제 신인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임기를 6개월 앞둔 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은 ‘양날의 칼’로 보인다. 평화선언이나 군사적 조치 등의 지속적인 진전을 이루기에는 임기말 참여정부의 동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선언과 상징성의 위력은 있겠지만, 당장 실질적인 성과의 체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자회담이나 북측의 내부 상황이 우리 정부가 관리하기에는 지나치게 가변적이라는 점도 임기말 노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북·미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내년쯤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나 국방부 내에서 두 차례에 걸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결렬된 뒤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에 소외감을 토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회성 성과보다는 다음 정부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남북정상회담의 제도화·정례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노 대통령의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 발언은 임기말 한계를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찬구 이세영기자 ckpark@seoul.co.kr
  • [여기는 과테말라] 마지막 프레젠터 한상민씨 “위원들 마음 움직일것”

    [여기는 과테말라] 마지막 프레젠터 한상민씨 “위원들 마음 움직일것”

    |과테말라시티 임병선특파원|“2010년 밴쿠버 금메달에 이어 평창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에서 2연패의 꿈을 이룰 겁니다.” 5일 투표를 앞두고 실시되는 최종 프레젠테이션때 연단에 서는 대표단 12명 가운데 유일하게 휠체어에 앉는 장애인 스키선수 한상민(28·한국체대). 그는 평창이 역동적이고 감동적인 PT와 신뢰할 만한 인프라 건설, 정부 지원, 국민적 지지 등의 장점에 힘입어 반드시 대회를 유치할 것이라고 3일 자신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 겨울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한국 사상 첫 메달(은메달)을 따낸 좌식스키 선수인 그는 4년 전 캐나다 밴쿠버에 3표차로 눈물을 삼켰던 현장에 있었던 인물. 당시 연단 아래에서 PT를 지켜본 한상민은 이번에 프레젠터는 아니지만, 연단에 올라 국내 장애인 스포츠의 위상을 알리게 된다. 무엇이 평창의 승리를 자신하게 만들었을까.“PT 영상을 네 차례나 되풀이해 보았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가슴을 치미는 감동이 있었다.4년 전 본 잘츠부르크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인간적인 뜨거움이 있다.”고 말했다.“4년 전에는 강원도의 한 산골마을을 알리는 데 급급해 세세한 면들을 꼼꼼히 점검하지 못했지만 이번엔 아주 치밀하고도 박진감 있는 PT여서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작고한 이영희 할머니가 남쪽 아들에게 맡긴 편지를 영어 내레이션으로 풀어가는 대목과 PT의 대미를 장식하는 촛불 세리머니 등이 표심을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살때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마비된 한상민은 장애인 캠프에서 스키의 매력에 빠져 1997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다. 솔트레이크 이후 몇년 간 부진했지만 밴쿠버 금메달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한상민은 평창 유치로 굵직한 대회가 국내에서 줄을 잇고 경기장과 편의시설이 환상적으로 좋아지며, 장애인스포츠의 소망인 ‘패러 프로그램’이 실현될 꿈에 벌써 부풀어 있다. bsnim@seoul.co.kr
  • [변화 선택한 프랑스] (하) 변화하는 유럽-대미관계

    |파리 이종수특파원|친미 성향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으로 답보 상태인 유럽연합(EU) 개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독일·프랑스·영국 모두 친미성향을 띠면서 EU와 미국이 소원했던 과거를 딛고 관계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그만큼 사르코지 당선자는 역대 프랑스 대통령과는 달리 미국·영국식 발전 모델을 지향했고 지나치게 ‘미국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럽통합·개혁 논의 박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은 사르코지가 유럽개혁의 큰 축이 될 수 있다고 반겼다. 메르켈 총리는 그의 당선 확정 뒤 “EU의 핵심 주축으로서 독일·프랑스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코지는 지난 2005년 프랑스가 국민투표로 EU헌법 비준을 거부함으로써 빚어진 EU 회원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회복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르코지의 첫 해외순방지로 EU본부가 있는 브뤼셀과 EU 순회의장국인 독일의 베를린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르코지의 대안은 EU헌법 부활 대신에 ‘미니 조약’ 체결이다.EU 대통령 대신 상임 의장·외무장관직 신설, 이민문제 등에서 만장일치가 아닌 일부 회원국끼리 공동정책을 펼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게 골자다. 또 국민투표가 아닌 의회 비준만으로 발효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을 비롯해 EU헌법 부활을 반대하는 국가들도 미니 조약에 찬성한다.EU헌법 부활을 추진해온 메르켈 총리도 조항 내용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절충안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걸림돌도 있다. 터키의 EU 가입 문제는 난항이 예상된다. 사르코지는 이에 반대하는 대신 터키-남유럽-북아프리카 모로코로 이어지는 ‘지중해 국가 연합체’를 통한 유대강화를 제안했다. 반면 영국은 터키 가입을 찬성하고 있다. ●‘신 3각체제’ 구축, 대미 관계 강화 사르코지 집권으로 영국·프랑스·독일 유럽의 이른바 ‘3두 마차’가 모두 미국에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EU 순회의장국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이미 미국과 유럽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대서양 플랜’에 착수했다.‘포스트 블레어’가 누가 되더라도 영국의 친미기조는 변치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국익에 부합하는 실용주의적 정책 이른바 ‘선택적 친미’ 노선을 취할 가능성이 많다. 당선 직후 “지구온난화 방지에 주력할 것”이라며 “미국도 이 문제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한 사례다. 또 국제 무대에서 프랑스의 위상을 높이려는 그의 계획은 이란 핵문제 등 중동문제를 놓고서도 미국과 이견을 보일 수 있다. vielee@seoul.co.kr ■ 술은 입에도 안대는 스포츠마니아 사르코지와 부시는 닮은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닮은꼴이라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9일 보도했다. 신문은 프랑스와 미국 정상이 서로 비슷한 점이 많으며 이를 바탕으로 2차 세계대전 뒤 수십년 동안 불편했던 두 나라 관계가 크게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성격이 급하며 거친 표현을 쓰고, 자부심이 강한 점이 비슷하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사르코지는 내무부장관 재임 당시 소요사태와 관련, 시위 참가자들을 ‘폭도’로 규정해 큰 반발을 사는 등 종종 평지풍파를 일으키곤 했다.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점이나 스포츠 마니아인 점도 같다. 사르코지는 조깅을, 부시는 산악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미 행정부는 반미성향의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후보 대신 친미성향의 사르코지가 당선된 것을 크게 반기고 있다. 토니 스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와 협력을 강력히 기대한다. 의견차는 있지만, 큰 범위의 이슈를 함께 논의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사르코지 당선자도 대통령 수락연설에서 ‘미국 친구들’에게 “친구간에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프랑스는 미국이 필요로 할 때 항상 곁에 있을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사르코지 당선자의 수석보좌관 데이비드 마르티농은 양국 정상간 당선 축하 전화통화에서 “두 정상이 매우 정답게 얘기를 나눴다.”면서 “사르코지 당선자가 대미관계 개선의지와 함께 (더 좋은 관계를 위한) 변화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신뢰를 더 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IHT는 부시 대통령이 그동안 유럽내 최대 협력자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사임 임박 속에 사르코지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두 정상은 다음달로 예정된 베를린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처음 회동할 예정이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긴 점심·짧은 노동 시간 프랑스 특성 사라질수도” |파리 이종수특파원|긴 점심 시간, 짧은 노동시간, 방대한 양의 식사와 끝없는 수다…. 프랑스 하면 으레 떠오르는 생활 방식이다. 이런 ‘아름다운 프랑스’의 모습이 니콜라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현지 시간) 사르코지 당선자가 국민들의 노동 패턴을 미국이나 영국처럼 더 많이, 더 빨리 그리고 효율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키려 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프랑스는 징검다리 휴가를 비롯, 평소에도 휴일이 많다. 또 혁명기념일인 7월14일부터 9월까지 파리 시민들이 거의 도시를 떠날 정도로 휴가가 길다. 그러나 한편으로 프랑스는 사회보장제도 등 공공 서비스가 잘 발달돼 있다. 최빈곤층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국가가 운영하는 유아원에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중산층도 한달에 800유로(약 100만원)만 주면 아이 둘을 유아원에 맡기고 출근할 수 있는데, 이는 영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덕분에 최근 프랑스는 유럽 최고의 출산율과 여성 노동력 비율을 자랑하게 됐다. 물론 공공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직접세 등 프랑스 국민들의 부담은 영국 국민보다 높다. 그러나 어쨌거나 프랑스가 이런 문명화된 공공 서비스 시스템을 시행한 것은 ‘자유·평등·박애’라는 혁명의 정신에 공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문은 사르코지가 이런 프랑스 고유의 미덕을 폐지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여성 언론인 아네스 푸아리는 “사르코지의 당선을 제일 먼저 축하한 이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라는 사실은 걱정”이라며 “사르코지는 미국·영국을 복사하려고 한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어 사르코지가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을 빗대 “목욕 물을 버리려다 아이를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사르코지가 추구하는 영·미 시스템 개혁은 프랑스인의 심미안, 식생활, 나아가 프랑스의 정신 등 모든 프랑스적 상징을 파괴한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당장에는 영·미식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더 나빠질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프랑스 사회를 빈부 계층으로 양분하면서 불평등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vielee@seoul.co.kr
  • [사설] 한·미 FTA 효과분석 허점 많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11개 연구기관들이 합동으로 내놓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 분석 결과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연구기관들은 한·미 FTA 타결 내용이 이행되면 앞으로 10년간 국내총생산(GDP)과 일자리는 각각 80조원,34만개 늘어나고 전체 무역흑자는 200억달러, 외국인 직접투자는 230억∼320억달러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가격 하락과 소비자 선택 확대 등으로 소비자 후생도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부문의 생산은 연평균 67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연구기관들이 신뢰성 있는 분석모형과 변수 등을 동원해 산출한 결과라지만 기대효과는 부풀리고 피해는 줄였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오죽했으면 FTA 찬성론자들조차 고개를 갸우뚱거릴까. 교육과 의료 등 핵심분야가 개방되지 않았음에도 서비스생산성이 1%포인트 향상될 것으로 전제했다든지, 지난해 3월에 47억달러 적자로 추정했던 대미무역이 46억달러 흑자로 탈바꿈한 것, 농업생산 감소 규모가 연평균 2000억원 줄어든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정도 피해라면 전체 농업 생산액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협상대표와 농림부장관이 한·미 FTA 타결 직후 농업 분야에 대한 ‘혁명적 지원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미 FTA 반대 진영은 이달 말쯤 독자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바람직한 논쟁 접근법이라고 본다. 우리가 그동안 구체적인 분석방법과 숫자를 놓고 논쟁하라고 권고한 것도 효과분석이 정확해야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효과분석 논쟁이 생산적인 결론에 도달하길 기대한다.
  • “한·미 FTA로 GDP 10년간 80兆 증가”

    “한·미 FTA로 GDP 10년간 80兆 증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11개 국책연구기관은 3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실질 국민총생산(GDP)이 10년간 80조원(6%)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기간 고용은 34만명 늘고 무역흑자와 외국인 투자가 200억달러와 230억∼320억달러씩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들도 가격인하 등으로 20조원의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FTA 비준을 의식해 지나치게 낙관론에 무게를 실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농업 생산이 15년에 걸쳐 연평균 6698억원씩 감소하고 농촌 일자리가 1만개 이상 사라질 것으로 보면서도 피해액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경태 KIEP 원장이 이날 국회 FTA 체결대책특위에 보고한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 따르면 실질 GDP는 연평균 0.6%씩 늘어날 전망이다. 체결 첫해 GDP가 0.32% 증가하지만 3년 뒤부터는 생산성 증대로 증가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KIEP는 FTA로 인한 생산성 증대 효과를 제조업 1.2%, 서비스업 1%로 전제했다. 고용은 FTA를 체결하지 않을 때보다 단기적으로 5만 7000명 늘고 장기적으로는 연평균 3만 4000명씩 10년간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생산 증대가 발생하지 않으면 고용창출 효과는 연평균 8320명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생산성 증대 여부에 따라 FTA의 경제적 효과는 고무줄처럼 늘거나 줄 수 있어 분석의 신뢰성은 장담할 수 없다. 보고서도 “분석 모형이 완전고용을 가정하는 등 현실경제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모형에 활용된 데이터가 최신 버전이지만 2001년 기준이기 때문에 이후 발생한 경제구조의 변화를 포착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민승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농업 관련 통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에서 계량분석에만 치중, 농업경영 측면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소시지 수입의 경우 사료업체-양돈농가-도축·가공업체-소시지업체-소매점 등으로 이어지는 입체적인 산업분석을 포함해야 했다는 것이다. 농가공식품의 효과 분석은 아예 빠졌다. 이창재 KIEP 부원장은 “FTA 협상 결과를 최대한 반영했지만 실제 효과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면서 “수치 자체보다 방향과 흐름에 중점을 두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향 평가에 참여한 서진교 KIEP 수석연구원도 “피해는 추정일 뿐 대책은 현실에 입각해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지난해 3월 FTA로 인한 대미 무역수지를 47억달러 적자로 예측했다가 이번에 46억달러 흑자로 바뀐 이유 등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당초 GDP는 7.8%, 고용은 55만명 증가로 예측했다. 세계적으로 수출이 234억달러 늘어 무역수지가 196억달러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난 10년간 노동생산성의 연평균 증가율 8.6%가 지속된다는 가정에서다. 최근 요소 생산성이 떨어져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다는 정부측 입장과도 맞지 않는다. 한편 산업별 생산증가 효과는 연평균으로 ▲자동차(2조 9000억원)가 가장 크고 ▲전기·전자(1조 2000억원) ▲섬유(5000억원) 등의 순이다. 반면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의 생산 감소는 ▲축산(4664억원) ▲과수(1551억원) ▲채소·특작(368억원) ▲곡물(115억원) 등이다. 제약업도 연평균 900억∼1688억원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문일 이영표기자 mip@seoul.co.kr
  • 이스라엘 ‘중동의 미아’ 되나

    이스라엘이 긴장하고 있다.‘유일한 우방’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극단적 공포감마저 감돈다. 지난주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온건파의 ‘새로운 중동’ 구상이 탄력을 받아가는 탓이다. 급기야 ‘광범위한 중동정책’ 수립을 위해 이란·시리아와 관계개선이 필요하다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발언까지 나왔다.‘중동의 미아’로 고립되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할 판이다. 미국으로선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아랍권 여론이 무엇보다 부담스럽다.‘발등의 불’인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아랍국가의 협력이 필수적인 까닭이다. 이번 기회에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압력도 정치권 안팎에서 가중되고 있다.●레바논 침공 계기로 균열 조짐 1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양국 관계는 지난 여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계기로 이상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을 지원한 미국엔 ‘침략의 후원자’라는 불명예스러운 낙인만 돌아왔다. 지지부진한 전과로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의 신뢰상실을 걱정하고 있다. 동맹파트너로서 군사적 능력을 의심받게 됨에 따라 이후 중동정책 추진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이 추진해 온 중동 민주화 구상도 불만거리다. 무력충돌을 빚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모두 미국이 적극적으로 후원한 선거를 통해 세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대미관계를 둘러싼 이스라엘의 위기감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스라엘은 부시 정부가 이슬람 급진세력과 이란에 대한 강경입장을 접고 타협노선으로 전환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로버트 게이츠가 과거 부시 정부가 이란과의 대화를 거부한 것에 비판적이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유발 슈나이니츠 이스라엘 의회 외교·국방위원은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지금 상황이 나치 제국의 재무장을 목도하던 1930년대 유럽과 유사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이란핵 해결 위해 이스라엘 희생? 아랍권에 ‘반(反)이란 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양보를 이스라엘에 요구할지 모른다는 점도 이스라엘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안보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미 정치권 안팎에서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9월엔 라이스 장관의 핵심 참모로 알려진 필립 젤리카우가 “중동지역의 안정 구축을 위해 팔레스타인 문제에 진전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해 이스라엘 정치권을 들끓게 만들었다. 지난 봄엔 하버드대 케네디 정부 연구소의 스티븐 월트 교수가 이스라엘의 로비가 미국 외교정책에 부적절한 압력이 되고 있다고 공개 비판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13일(현지시간) 이뤄진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의 미국 방문도 이스라엘이 체감하는 위기의식을 전달, 양국 관계의 균열을 봉합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고 본다. 올메르트 총리와의 회동 뒤 부시 대통령이 밝힌 이란 핵에 대한 강경대처 방침도 정치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권력과 정치인의 ‘도둑과 뱀’ 속성/현고 스님 조계종 전총무원장대행

    요즈음 정치 지도자는 새로운 이미지 구축을 위한 변신에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 하마평에 오른 대선 주자들이 더욱 고심하는 것 같다. 방송 인터뷰에 잡힌 목소리에서도 고심에 찬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최근 우리 사회가 국내외에서 펼쳐진 종래와 유사한 사안에 대해서 전과는 분명히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FTA협상,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남북관계, 북 미사일과 핵실험, 비전 2030에 대한 사회적 반응과 대미·대일·대중 관계에 대한 이해와 정서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종전처럼 선이면 선, 악이면 악이거나, 호·불호 중 하나로 여론이 획일화되지 않는 것이 다르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중간자적 입장에 선 계층이 상당히 넓어져 가는 것도 볼 수 있다. 이는 언론과 정치가들이 자기 이해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국민 여론을 몰고 가려는 집요한 노력과는 상반된 반응이다. 이런 국민적 변화에 대한 영합인지, 분열과 갈등 조장에 대한 반성과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인지 정치지도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이념의 중심에 중도(中道)를 설정한다. 그런 가운데 정치집단과 지도자간 서로 다른 차이를 드러내려고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토를 달아 자기대로의 색깔을 낸다. 이는 바람직한 변화다. 중도의 수용은 포용과 운신의 폭을 넓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도는 회색분자나 기회주의자로 치부되어 동료 정치집단으로부터 왕따당하고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 험난한 자학의 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선을 꿈꾸는 정치지도자들마저 드러내놓고 우리 사회에 ‘사쿠라 꽃’을 피운다. 이제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지도자는 시류에 따른 감각적 변신으로써 중도의 수용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본질적 고민, 즉 정치와 권력이 갖는 태생적 속성과 한계를 시인하고 이를 부끄러워하며 부정적 속성의 사회적 만연을 최소화하려는 진솔한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왕자위(位)를 버리고 출가한 부처님께서 출가 수행자가 정치상황을 논하고 평가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이런 논란에 의해서는 멸진열반(滅盡涅槃·궁극적 행복)에 이르지 못한다고 말씀하신 심사를 이해하여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국왕은 도둑과 본질적으로 다름이 없는 존재’이며 ‘뱀과 같은 존재’이므로 그를 성나게 하지 말고,(각자)자신의 생명을 지키라고 하신 말씀을 곱씹어 속성을 돌아보아야 한다. 왕권시대도 아닌 요즈음 나라 안팎에서 펼쳐진 일들 즉, 대통령 탄핵과 수도이전, 북한의 미사일과 핵개발,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일본의 신사참배 등을 보아도 권력과 정치인의 ‘뱀과 도둑’의 속성이 드러난다. 일찍이 초기불교는 이런 국가권력에 대해 전쟁을 멈추게 하려고 노력했고, 국왕은 정법(正法)과 이(理)로써 백성을 다스리되 비법(非法)과 비리(非理)로 백성을 다스리지 말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나라 안과 마을을 주의하여 순찰하고 거기서 보고 듣는 대로 행하라.’고 하였다. 이는 벌써 2600년 전의 가르침이다. 그러나 아직도 실현하지 못한 과제다. 철학이 부재한 정치인이 속성을 감추고 덕목을 외면한 채 이미지 선거와 바람의 정치를 즐겨 쓰고 이것이 통하는 얄팍한 세태가 참된 가치를 상실시키고 인문학의 위기까지 불러온다. 다가오는 선거에서는 이런 얄팍하고 천박한 선택에 국민이 내몰리지 않게 지성과 양심이 살아 꿈틀거리고 합리적 대안의 숲속에서 행복한 선택이 이루어지는 선거가 되도록 힘써 보자. 그 첫걸음은 정치인으로부터이고 자신을 성인군자나 전지전능한 것처럼 중도와 허황된 이미지로 각색하지 말고 권력과 정치인 내면에 흐르는 ‘도둑과 뱀의 속성’을 스스로 드러내 시인하고 사회적 만연을 최소화하려는 진솔한 노력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현고 스님 조계종 전총무원장대행
  • [세계의 싱크탱크] (10)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

    [세계의 싱크탱크] (10)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

    ‘영국은 운전대를 맡긴 뒷자리 승객으로서 미국의 대(對) 테러정책에 협력해 왔다. 미국에 대한 종속적 동맹국의 지위를 선택한 것은 영국을 테러리스트들의 공격목표로 만든 위험한 정책이었다.’ 영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www.chathamhouse.org.uk)는 지난 해 여름 테러리즘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지원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55명의 사망자와 700여명의 부상자를 낸 7·7 런던테러가 발생한 지 11일 만에 나온 이 보고서는 영국 정부 입장에서 볼 때 또 다른 테러나 다름없었다. 영국 정부는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모든 언론과 여론은 채텀하우스의 용기있는 지적에 박수를 보냈다. 영국에서 가장 크고, 역사가 깊으며, 권위를 지닌 채텀하우스를 그만큼 신뢰하기 때문이다. |런던 함혜리특파원|런던 시내 버킹엄궁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세인트제임스 스퀘어 10번지.18세기초 지어진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 입구에 채텀 하우스(Chatham House)라고 적혀있다. 국제문제와 관련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싱크탱크인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The Royal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가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다.RIIA가 대외적인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채텀하우스는 건물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RIIA는 1차 세계대전을 마무리짓기 위한 파리평화회의(1919년)의 영국측 대표단을 주축으로 해 1920년 영국국제문제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연구소는 1926년 특별 헌장에 따라 ‘왕립(Royal)’의 칭호를 받으면서 정부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정부의 영향권을 벗어났다는 얘기는 국민의 세금을 가져다 쓰지 않으며, 따라서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이다. ‘독립성’은 채텀하우스가 다른 영미권 국가의 싱크탱크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채텀하우스의 케이트 버넷 대외협력국장은 “채텀하우스가 오늘날까지 명성을 유지할 수 있고, 연구결과 등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독립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버넷 국장은 “정부는 물론 특정 정당이나 기업, 이익단체에 귀속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국제문제와 관련해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으며 객관적인 입장에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0여년간 채텀하우스는 어떻게 흔들림없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빅터 벌머-토머스 채텀하우스 소장은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명정대함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핵심적인 성공요인”이라고 강조하고 “객관적이고 수준높은 분석은 오늘날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발전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문제에 대한 독립적인 사고’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채텀하우스가 발간하는 다양한 분야의 보고서와 정기간행물, 단행본 출판물들은 현안이 되고 있는 국제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날카로운 지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전문성과 객관성을 겸비한 채텀하우스의 연구원들은 정치적이나 국제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언론들이 믿고 찾는 취재원이다. 이같은 명성은 하루아침에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케이트 버넷 대외협력국장은 “각종 연구 간행물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채텀하우스 내부에서 자체 심사를 철저하게 한다.”고 말했다. 연구원의 경우 개인적으로 보수·진보, 좌·우 등의 정치적인 소신을 가질 수 있지만 그가 채텀하우스의 이름을 걸고 발표하는 연구 결과물은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야 한다. 공명정대하고 수준높은 연구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은 내부 규율로 정해 놓은 ‘채텀하우스 룰(Rule)’이다.1927년 정해진 이 규율의 골자는 ‘채텀하우스에서 진행되는 모든 토론 내용은 정보로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나 어떠한 경우에도 발언자, 참가자의 이름은 물론 소속을 밝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보 공유와 투명성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자유로운 토론을 보조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재정적 자립 역시 독립성 유지를 위해서 필수적인 조건이다. 채텀하우스는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된다. 세계적인 기업체들과 국제적 금융기관, 각국 대사관, 비정부기구 등이 주축을 이루는 260여개의 협력 회원들과 1500명에 이르는 개인회원들이 내는 연회비가 운영비의 대부분을 구성한다. 채텀하우스의 영향력과 권위는 협력회원의 면면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협력 회원들은 기여금 규모에 따라 주력, 보통, 일반의 3개로 나뉘는데 가장 많은 기여금을 내는 주력 협력회원의 경우 연회비가 1만 250파운드(1850만원)다.53개 주력 협력회원은 국적, 업종을 불문하고 쟁쟁한 멤버들뿐이다. 멤버가 되면 채텀하우스가 주관하는 연 200여개의 강연회, 콘퍼런스, 포럼 등에 참여할 수 있으며 매달 발간되는 뉴스레터 외에 월간 ‘월드투데이’, 격월간 ‘인터내셔널 어페어스’를 받을 수 있다.15만권의 장서와 300여종의 정기간행물이 비치된 고색창연한 도서실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채텀하우스의 멤버가 된다는 것 자체에 개인이나 기업들은 큰 자부심을 갖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채텀하우스의 연단에 서면 일단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때문에 세계의 유명 지도자들이 외교 및 국제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정책구상을 밝힌 곳으로 유명하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마하트마 간디, 윈스턴 처칠, 넬슨 만델라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 미 재무장관,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이 연설자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 가장 관심을 모았던 연사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 3월31일 영국의 블랙번에서 열린 채텀하우스와 BBC 라디오가 공동 기획한 좌담프로 BBC 투데이에 출연했다. 대회장 밖에서 반전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열린 이 토론회 내내 라이스 장관은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녀는 70여명의 기자들과 200여명의 회원들 앞에서 결국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중대한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토로했다. 당연히 이 뉴스는 다음날 아침 모든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토론회를 마치면서 또 다른 실토를 했다.“채텀하우스는 정말 놀라운 곳이다.” lotus@seoul.co.kr ■ 빅터 벌머-토머스 소장 “시의적절·가치중립적 연구결과 노력” 영국의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 채텀하우스의 빅터 벌머-토머스 소장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채텀하우스의 구성원들은 독립성과 중립성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면서 “세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시의적절하고 가치중립적인 연구결과를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 연말 은퇴예정인 벌머-토머스 소장은 남아메리카 지역 전문가로 채텀하우스가 2000년대 들어 비약적으로 영향력을 강화하게 된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채텀하우스는 80여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깊은 싱크탱크이다. 채텀하우스가 설립 이래 지금까지 줄곧 추진하는 일은. -우리는 많은 정부 관료들, 크고 작은 기업의 사업가들과 폭넓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국제사회의 주요 핵심 어젠다와 변화를 분석하고 탐구하는 것이 우리들의 주요 임무다. ▶채텀하우스가 영국 최고권위의 싱크탱크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여러 분야에 걸쳐 정부관료, 기업계, 학계, 언론계에서 다양한 수준으로 함께 손을 잡고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기관으로서의 위치를 지키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조사 분석결과를 제공한다. 우리의 업무는 학문적으로 정밀하며 우리 구성원에게도 아주 가치있는 과제를 제시하기 때문에 결과물들은 언제나 학계나 정계, 그리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채텀하우스의 정치성향은. -우리는 정치적으로 중립이다. 어떤 정부나 정치적 집단, 기업과도 이해 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독립성은 싱크탱크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자 우리 채텀하우스의 구성원들이 가치를 부여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중립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정부, 정당, 기업, 국제기구, 비정부기구 등과 언제나 좋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채텀하우스와 같은 싱크 탱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오늘날 비즈니스 이슈들은 중요한 국제적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과 정부는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증대된 국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우리의 역할은 기업과 정부들이 이런 복잡한 국제 환경 속에서 적절하게 대처하도록 이해를 돕는데 있다. 함혜리기자 lotus@seoul.co.kr ■ 채텀하우스 뭘 다루나 |런던 함혜리특파원|채텀하우스는 세계적인 이슈들에 대해 정확한 분석과 전망,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는 것을 목표로 현재 10개의 연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유럽, 중동, 러시아 및 유라시아 등 6개 지역프로그램과 에너지 및 환경, 국제 경제, 국제 법규, 국제 안전 등 4개의 주제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진은 상근 연구스태프 25명과 겸임 연구원 100여명. 이들은 전문 분야에 대한 연구 저술활동 외에 브레인스토밍, 컨설팅 등 다양한 학술활동을 펼친다. 지역 분쟁, 에너지 연구, 지속가능한 발전 및 환경문제, 국제적인 경제이슈, 정치적 위기 평가, 방위 및 안전문제와 같은 독립적인 연구 이슈와 함께 여러가지 주제가 복합된 분야로 연구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이민 문제, 테러리즘, 핵 이슈, 에이즈, 기후변화와 정책,NGO의 역할, 자원고갈과 공급문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 이는 시대의 흐름을 신속하게 반영해 적절한 처방을 내놓기 위해서다. 지역 프로그램 가운데서 최근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는 분야는 아시아 프로그램이다. 아시아 프로그램의 팀장을 맡고 있는 가레트 프라이스 박사는 “최근 중국과 인도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인해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의 경제개혁에 따른 정치·경제·사회적 영향에 대한 의문점에 해답을 제시하고, 이들 국가의 발전이 다른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프로그램이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영국의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대개 파키스탄 출신이며 국제적인 테러조직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연구그룹은 파키스탄의 정치·경제적 발전 외에 세계 언론에 집중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무샤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딜레마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아시아 프로그램에는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동남아시아와 관련한 토론그룹이 구성돼 있다. 한국 관련 토론그룹의 모임에서는 북핵과 관련한 한반도 긴장문제, 대미관계, 납치문제와 관련한 북·일관계 등이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오는 19일 열리는 정기 토론모임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 1기때 미국국제개발협력처 부관장을 지낸 동아시아 지역 전문가 패트릭 크로닌 박사가 ‘한반도의 평화구제’에 대해 강연한다. 이어 25일에는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인 문정인 연세대교수가 한·미동맹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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