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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 길섶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

    딱지 치기에 능한 골목대장이 있었다.그는 좀처럼 잃는 법이 없었다.오로지 동네 아이들의 딱지를 닥치는 대로 따 모으기만 했다.일종의 개평이라도 나눠주면 좋으련만…. 그러나 그의 의기양양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다른 아이들이더 이상 딱지 치기를 하려 하지 않은 통해 외톨이가 되고만까닭이었다. 이 ‘동화’의 에필로그에서 그는 쟁여 두었던 딱지의 일부를 친구들에게 나눠준다.물론 그 때서야 숨바꼭질 등 다른놀이로 옮겨갔던 아이들이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소문난 부자들이상속세 폐지 반대 청원에 나섰다.워렌 버핏,데이비드 록펠러주니어 등 120명의 억만장자들이 부당한 부의 대물림 가능성을 스스로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이 모두 ‘선한 사마리아인’인지아닌지는 모르겠다.분명한 사실은 이런 게 아닐까.즉 그들은 “지반(또는 사회)이약한데도 움켜쥐고만 있으면 디디고 있는 발 밑부터 무너진다”는 것쯤은 알 만큼 현명하다는 사실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 드라마속 재벌 경영권세습 ‘구태’

    드라마는 현실을 반발짝 앞서가는 거라던가.하지만 재벌들행태 묘사에 있어서는 그 말이 아직 당위론에 불과한 듯하다. 모 벤처기업 회장이 은퇴하면서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 넘겨 화제가 됐던 게 엊그제.IMF체제 이후 기업경영의 투명화,재벌 해체,소유와 경영의 분리 등이 자본시장 최대화두가 돼가고 있는 마당에,안방극장에서는 수십년전과 하나도 달라진게 없는 경영권 대물림의 풍속화가 안이하게 되풀이되고 있어 비판의식을 마비시킨다는 지적이다. ■내 회사니까 내 2세에게?/ “너무 컸어.쫓아내야 할 때 쫓아내지 못했어.차라리 사장자리를 비워뒀다가 준휘한테 주는건데”KBS2 월화드라마 ‘귀여운 여인’의 세일그룹 김회장은 요즘외아들 준휘 (안재모)를 회사경영에 끼워넣지 못해 안달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으로 가득찬 준휘는 정작 사업엔 뜻이없고, 계열사인 세일가방을 이끌며 나름의 수완을 발휘해온건 준휘의 사촌형 훈(이창훈).그런데도 김회장은 조카가 아들과 사적인 충돌을 빚자 전문경영인인 조카를 밀어내고라도경영권을 족보따라 내림하겠다는 것이다. SBS 주말극 ‘그래도 사랑해’는 어떤가.갖은 수모를 감내하면서도 옆에 붙어 사업을 도운 차남 기철을 “인정머리없다”는 이유로 팽한 박회장(이순재).어떡하든 장남 기현(박상원)을 사업에 끌어들일 궁리 뿐이다.영화공부 하겠다며 외국을 떠돈 그역시 검증된 조건이라곤 핏줄하나 뿐이긴 마찬가지. KBS2 주말극 ‘태양은 가득히’에선 굴지의 재벌 제일그룹서회장(김무생)이 유능한 사원을 경영권을 물릴 사위로 일방적으로 낙점,애가진 약혼녀를 버리라고 종용하는 대목도 나온다.그는 “내 피땀이 밴 제일을 맡아 키울 녀석이야.굶주림속에 독기를 키워온 놈이 아니면 안돼”라며 기업 사유화를 기정사실화한다. ■비판의식을 마비시키는 당의정/ 드라마속 재벌2세는 대부분 신데렐라의 신분 상승을 보증하는 행운의 카운터파트.재벌세습은 이런 스토리를 더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위한 화려한배경소품의 하나일 뿐인데 정색할 게 뭐있느냐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더 위험하다.쉽사리 이상형으로 동화해버리는드라마속 왕자의 재산목록에경영권 대물림을 자연스레 끼워넣어 시청자들의 무의식 속에 이를 당연한 관행으로 각인시킬 소지가 크기 때문.결국 시청자들은 꿈같은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당의정 속에 숨은 재벌세습 ‘논리’를 묵인하게되기 쉽다는 것.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권미혁 사무국장은 “이런 구태의연한 설정들로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건전한 비판의식이 마비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손정숙기자 jssohn@
  • 일그러진 가족 드라마

    요즘 드라마들은 무슨 가족 실험실같다.시대를 혼동케하는 씨받이 사연부터 별천지같긴 마찬가지인 급진적 결혼패턴까지,한마디로 가족형태를 마구 뒤섞는 무분별한 ‘용광로’가 돼가고 있다.‘출생의 비밀’이란 키워드가 한때를 휩쓸더니 어느새 이혼·재혼 끼워팔기가 대유행이다.연상녀-연하남 커플이 쏟아지는 한켠에서 독신마저 단순 미혼부터 동거 가정까지 제멋대로 분화하는 중이다. ‘정상가정’이란 게 의미가 없는 세태를 드라마는 단지 따라갈 뿐이라 강변할지 모른다.하지만 지금 공중파 드라마들은 ‘신가족사회학’을 철저히 오해하고 있다.아니 악용한다.가족의 다양성이란 허울아래 드라마들이 내뿜는 설익고 부패한 메시지들로 시청자들은 소화불량에 걸리기 직전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이혼을 다루는 태도.어딜 돌려도 이혼자 한두명씩 빠지는 드라마가 없다.세태의 반영이라지만 드라마 자극강도를 높이는 화학조미료로 써먹히고 있다는 건 얼개만 봐도 읽힌다. 2일 종영된 KBS ‘좋은걸 어떻해’는 가히 이혼자 인권유린 백서라할만 했다.이혼녀가 옛사랑 총각과 재혼,새가정을 꾸리는 과정에서온갖 몰상식한 일들이 그녀에게 집중됐다.드라마는 전남편 아이를 가진 줄도 모른 채 재혼하는 코미디에서 그 남편 스토킹에 벌벌떠는 공포영화사이를 오갔다.시청자 비난이 빗발치자 뱃속 아이를 제거할 방법을 찾던 제작진에 의해 주인공이 느닷없이 대형 교통사고 희생자로드러눕기까지 했다. 5일 막올리는 MBC 아침드라마 ‘내 마음의 보석상자’는 어떤가.상처한 홀아비와 결혼,전실자식만 챙기는 엄마가 못마땅했던 친딸이 그자신 애딸린 이혼남을 만나 엄마의 내력을 대물림한다는 위험한 발상이 펼쳐지려 한다. 혼인관계의 실타래가 이처럼 얼크러지다보니 자연히 배다른 형제들이쏟아져나온다. ‘엄마야 누나야’의 경빈과 승리는 현대판 씨받이의산물.‘내마음의 보석상자’에서도 배다른 오빠와 주인공의 갈등이불을 뿜을 전망.장성한 형제 넷이 이복동생을 양육하는 ‘온달왕자들’에선 시들해질만하면 툭툭 풀려나오는 ‘출생의 비밀고리’탓에 혈연관계가 언제 투명해질 지 기약이 없다. 금기의 경계도 마구 무너진다.십년전만 해도 비판을 면치 못했을 겹사돈 관계도 무감동하게 그려질 정도.종영한 아침드라마 ‘사랑할수록’에서 도시락집 딸과 중국집 아들 세 쌍이 겹사돈식 애정관계로줄다리기하더니 ‘엄마야 누나야’에서 수철-여경,경빈-찬미 커플로도 불똥이 옮겨붙을 조짐이다.19일 돌입할 KBS-2 아침드라마 ‘꽃밭에서’는 더하다.상처한 홀애비가 아이를 끔찍히 키워준 이모에 연심을 불태우고,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병원집 아들과 쌍쌍이 연애하는 게시놉시스의 축이다. 현대의 다양한 가족형태는 드라마속에서 손님의 저급한 관심대를 건드리는 흥밋거리 소재로 전락해있다.현실변화를 건강하게 승화시키는역할을 떠맡는다고 광고나 하지 말든지. 손정숙기자 jssohn@
  • 언론개혁/ 社主 주식이동 상황까지 점검

    * 세무조사 어떻게 하나. 국세청의 22개 중앙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는 7년 동안 법인세 조사를 하지 않은 데따른 세간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고,투명하고 공정한 세정을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일각의 ‘언론 길들이기’ 의혹 제기를 감안해 결과를 발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조사내용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1∼4국 조사반원이 20개 언론사를나눠 맡는다.세계일보는 99년 특별세무조사를 해 제외됐다. 조사방식은 요원들이 직접 언론사를 방문해 회계장부는 물론 담당직원을 상대로 이뤄진다.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2월8일∼5월7일까지계속된다. 우선 조사 대상은 언론사도 상법상의 법인인 만큼 지난 95년부터 99년까지의 법인세 조사이다.지난 94년 세무조사때는 이전 5년 동안의내용을 조사했었다. 법인세 조사는 통상적으로 법인의 익금(수입)과 손금(지출)이 회계처리원칙에 따라 적절히 계상됐는지를 따진다. 익금은 신문사의 경우 광고대금과 판매수입,사업수익,이자소득 등을말하며 손금은 급료,상여금,접대비,소모품 등에 지출된 비용을 일컫는다. 예컨대 실제로 받은 광고대금보다 적게 장부에 기재하거나 기자 등개인에게 지급한 특별상여금 등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등을조사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오너 일가의 주식 이동 조사까지 벌여 주목된다.사주(社主) 일가의 지분 변동은 물론 주식 취득자금에 대한 출처조사를 벌이는 한편 수익이전 등 자회사에 대한 편법 지원 등도 꼼꼼히 살핀다.오너 일가의 대물림에 따른 상속·증여세 등을 제대로 냈는지와 자회사에 대한 부당 지원 여부를 살피게 된다. ◆처리는 국세청은 현정부 출범 이후 중앙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에대비해 내부적으로 상당한 자료를 축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94년의 조사 자료와 증권감독원의 회계보고서,문제가 된 사안 등을집중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조사 결과 탈루 혐의가 드러나면 세금을 추징하고,정도가심할 경우에는 관련자를 검찰에 형사 고발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다. 특히 국세청은 문민정부 아래서이뤄진 세무조사 결과를 공표하지않아 언론 발목잡기와 길들이기란 의혹을 산 점을 거울삼아 이번에는특정 탈루 혐의가 드러나면 이를 공표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있다. 박선화기자 psh@. *전문가 시각.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 발표에 대해 환영하는 의견이 쏟아지는가운데 이를 계기로 언론개혁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언론비평 시민단체인 ‘매체비평 우리 스스로’의 조은숙(曺銀淑·30) 조직부장은 1일 “정부가 그동안 언론과 유화적 관계를 유지하기위해 5년에 한번씩 해야하는 세무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은 잘못”이라면서 “언론사들도 ‘언론탄압’이라며 반발할 게 아니라 떳떳이 세무조사를 받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장은 “‘언론탄압’이라는 의혹을 불식시키려면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정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공정하게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부장은 “언론사는 공익적성격이 강한 만큼 시민단체 등 외부의감시활동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일장신대 신문방송학과 김동민(金東敏·46) 교수는 “언론도 기업인데 특별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전제,“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당연한 조치”라고 강조했다.사회의 빛과 소금이라고 내세우면서 세무조사를 회피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게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언론사들이 감시자로서 제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특혜를 거부하고 세무조사에 당당히 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또 “언론개혁을 제대로 못한 것을 제도의 탓만으로 돌릴수는 없다”면서 “현행 제도로도 언론의 불공정 거래행위나 탈세 등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그는 “이번 세무조사가 언론개혁의 중요성을 각계각층에 전파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언론개혁시민연대(상임대표 金重培)는 이날 성명을 발표,“언론사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므로 세무조사의 성역이 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정부가 ‘언론 길들이기’라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모든 언론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정례화하는 동시에 그 결과를 지체없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진념 재경, 재벌 집단이기“안돼”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이 재계에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최고경영자 주최 신년세미나에서다. 진장관은 이날 작심한듯 전경련으로 대표되는 재계의 집단이 기주의를 강도높게 질타했다.그는 “97년7월말 노동부장관시절 전경련을 비판했다가 다음달 7일 장관에서 물러났다”는 일화를 소개하며말문을 열었다. 이어 “최근 전경련이 ‘올해 경제정책 운용방향에 대한 의견서’를보내왔는데 집단투표제 등을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만 있고 무엇을 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면서 “전경련이 대기업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벤처기업이 일으킨 기업문화의 새로운 바람을 확산시키는촉매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래 발표자료에는 없던 내용으로 진장관이 전날밤 직접 지시해 부라부랴 추가한 것이다.진장관의 속내가 그대로 담겨있다. 최근 전경련이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금융·산업·노동 정책 전반에걸쳐 불만을 드러낸데 대한 ‘답변’으로도 볼 수 있다. ▲전경련도 변해야 한다는 내용외에 ▲비전과 전략있는 기업만이 미래가 있다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자기혁신만이 살길이다 ▲시장을외면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세계시장에서 세계일류로 승부해야 한다는 등 5가지 화두도 제시했다.그러나,대부분 강연시간을 재계를 비판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예전에는 너무 커서 망하지 않을 것이란 ‘대마불사(大馬不死)’란 말이 유행했는데 요즘에는 너무 취약하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서 망하지 않을것이란 말도 나온다”면서 “이제는 이런 인식이 사라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나 경영권 대물림은 안된다며,정문술 미래산업 사장처럼 소유와경영의 분리를 몸소 실천한 사례도 있다”는 말도 잊지않았다. 진장관은 ‘오직 두종류의 경영자만이 존재할 것이다.민첩한 자와죽은 자가 그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이제 선택은 기업인여러분에게 달렸다”며 재계의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한편 이남기(李南基)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강연을 통해기업간 인수·합병(M&A)에 대해 현행 사후신고를 사전신고제로 전환하고 화의 또는 법정관리중인 부실기업 인수가 시장 경쟁을 가로막을경우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위원장은 “기업결합 사후신고시 시정조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점을 감안해 원칙적 사전신고제로 전환하겠다”며 “화의, 법정관리등으로 회생 가능한 부실기업 인수를 기업결합 심사시 예외 요건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임태순 김성수기자 sskim@
  • [네티즌 칼럼] 노동이 부끄러운 사회

    어렸을 때 선생님은 우리 국민이 평등하다고 가르쳤다.당장 옆집과집 크기를 비교해도 차이가 나고,옷 입은 것도 차이 나고,도시락 반찬도 차이 나는데 무슨 평등인가 싶었다.의아해 하는 우리에게 선생님은‘기회의 평등’을 말했고,그제야 평등의 현실적 의미를 이해할수 있었다.아,우리도 열심히 일하고 돈 벌어서 저축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말이구나. 그러나 요즘 이 말을 자신있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을까.학생들은곧이곧대로 받아들일까.우리 사회는 극심한 불평등의 늪에 빠져 있다.작금의 경제 불평등은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심하다고 한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은 그렇다 쳐도 서민대통령을 자부하는 김대중정부에서도 나날이 불평등이 심각해지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더구나 이빈부 격차는 단지 부모 대에서 끝나지 않고 교육을 통해 자식에게까지 대물림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한달에 수백만원짜리 개인과외를 받는 학생과 십만원짜리 학원도 가기 어려운 학생이 경쟁할 때 누가 이길지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나는 이 시대 정치인·관료등이 가장 잘못한 것이 서민에게서 노동의 가치를 빼앗고 희망을 빼앗아간 것,그리고 공동체 가치는 뒷전에내팽개친 채 자신만 잘 살려고 발버둥치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부모는 자식에게‘성실한 노동’을 말하지 않는다.젊은이들도성실한 노동보다는 한탕 벌이에 더 마음을 쓴다.공동체·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됐다. 아이들은 선생님한테서만 배우는 게아니다.부모로부터 삶의 자세를 배우며,친구들과는 더불어 사는 법을배우고 가르친다.교육의 참뜻은 그런 것이다. 이렇듯 노동이 부끄러운 일로 치부되고,공동체가 사라진 데에는 물질만능주의 사조의 탓도 있지만 무분별한 시장만능주의,경쟁제일주의만을 외친 집권세력에도 큰 책임이 있다.구조조정을 한다지만 실제 잘려나간 사람은 힘없는 노동자들뿐이었다.잘린 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어 말도 못할 정도의 노동강도와 저임금에 시달리거나 아니면 실업자가 되어 거리를 헤맨다.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는 더불어사는 소중함보다 언제 어디서든 나만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극한의 생존법칙만이 자리잡은 것이다. 야당은 또 어떤가.북한이 우리 민족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이제 냉전을 종식하고 서로 평화를 만들어나가야 할 동포임에도 불구하고,북한에 대한 지원 얘기만 나오면“우리도 어려운데…”라면서 트집을 걸고 시작한다.어려울수록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우리 전통은 어디 가고 오히려 국민의 이기주의만 부추기는 것이다. 이렇게 병든 사회를 그냥 내버려두면 10년,20년 후 우리 사회는 끔찍한 폭력이 난무하고 공동체는 완전히 사라진 사회가 될 것이다.성실한 노동을 통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없다면 가진 것이라곤 맨 몸뚱이밖에 없는 젊은이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극단적인 한탕주의,즉폭력과 약탈밖에 없는 것이다.오늘날 중남미 국가에 만연한 폭력에주목해야 할 이유다.위정자들은 이제부터라도 노동이 부끄럽지 않고자랑스러운 사회,죽기살기의 경쟁이 아니라 뒤처진 자를 배려하는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써야 한다. 문득 8∼9년 전에 상영된 참교육 영화의 가슴 뭉클한 장면이 떠오른다.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묻는다.“영어의 L자로 시작하는,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 단어가 뭔지 아니?” 정답은 Love(사랑),Liberty(자유),그리고 Labor(노동)이다. 김종철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 “인간은 DNA의 종속물일뿐”/인간본성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

    인간만이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논쟁의 어휘들도 근대이래 진화를 거듭해왔다.창조냐 진화냐,천성이냐 교육이냐,유전자냐 환경이냐까지. ‘인간본성에 대하여’(에드워드 윌슨 지음,이한음 옮김,사이언스 북스 펴냄)의 저자는 이같은 스펙트럼에서도 ‘유전자 결정론’의 최전방에 선 인물.75년 ‘사회생물학’,잇달아 78년 이 책 등에서 “진정한 생명의 주체는 DNA일뿐,인간은 유전자의 생존기계”란 요지의 과격한 주장을 펴 격렬한 ‘사회생물학 논쟁’을 촉발했다. 그로부터 22년이 흘렀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흥미롭다.어쩌면 게놈프로젝트가 한바탕 세상을 뒤집어놓은 지금 더욱 귀에 박히는 말들이다. 책에서 생명은 유전자 눈높이에서 다시 쓰인다.공격성은 잔인함과 용맹형질의 발현이며 이타주의는 자기희생 유전자가 친족 선택을 통해대물림된 것.종교도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대로 나타나고 인간의 의지역시 적자생존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전자 투쟁과정의 산물.벌,파리,방울뱀,개미,침팬지,원시인류 등에 관한 연구성과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인간과동물간 높은 벽들을 가차없이 허물어뜨리는데는 모욕감마저 느껴질 지경이다.그럼에도 사회생물학이야말로 ‘결정론의 함정’이 아니라 ‘과학에의 지름길’이며,수치가 아니라 고귀함이라는게 윌슨의 주장.‘동성애유전자’ 존재만 제대로 인식됐어도 아우슈비츠의 저 터무니없는 동성애자 학살은 막을수 있었을 거라고 못박는다. 손정숙기자
  • 재벌들은 변칙 富대물림·시민단체 가게는 모범납세

    현대,삼성,LG,SK 등 4대 그룹이 2조4,638억원의 부당내부거래를 한것으로 드러나 총 441억9,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특히 현대와 삼성은 각각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아들 재용(在鎔)씨에게 비상장 실권주를 시세보다 싸게 팔아 63억8,700만원과 3억원을 변칙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LG도 구본무(具本茂)회장의 형제,친·인척들에게 주식을 헐값에 팔아 146억1,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안긴 것으로 밝혀졌다. 상습적으로 부당 지원 행위를 한 현대중공업,삼성카드,LG상사,SK글로벌 등 4개 업체가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해 처음으로 검찰에 고발됐다.또 중소 벤처기업 3곳이 삼성그룹의 위장 계열사로 드러나는 등 4대 그룹의 위장 계열사 8개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이같은 내용의 4대 그룹에 대한 4차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공정위는 조사결과를 조만간 국세청과금융감독원에 통보할 계획이다. 그룹별 부당내부거래 규모는 SK가 1조631억원으로 가장 많고,현대 5,654억원,LG 5,042억원,삼성 3,311억원이며 이를 통해 20개 계열사에 모두 1,262억원을 지원했다. 과징금은 현대가 141억2,1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그 다음은 LG(122억6,100만원),삼성(99억7,700만원),SK(78억3,600만원)의 순이다. 이번에 적발된 위장 계열사는 현대가 KM뮤직(음반 녹음테이프 제조업) 등 2개,삼성이 렉솔아이엔씨(초고속 모뎀 제조업) 등 3개,LG가 LG IBM,SK가 정지원(부동산개발업) 등 2개이다. 이남기(李南基)공정거래위원장은“해외 금융기관,현지법인 등을 통한 부당내부거래를 단속하기 위해‘해외내부거래 조사팀’을 구성,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4대 그룹은 공정위의 이같은 조사결과에 강력히 반발,주식거래 등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이의신청 또는 소송제기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정현기자 jhpark@. *시민단체 가게는 모범납세. ‘시민단체가 두렵다’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이 출자한 서울 종로구 안국동 ‘철학카페느티나무’ 주변 업주들의 푸념섞인 하소연이다.지난 98년 9월 문을연 느티나무 카페가 개업때부터 ‘투명한 세무 신고’를 고집,주변업소에 비해 5∼6배나 많은 부가세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무당국조차 부담스러워 한다는 게 참여연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소를 운영하는 홍남숙(洪南淑·37·여·참여연대 회원)씨는 “자영업자들이 왜 탈세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는 말로 곤혹스러운 입장을 대신했다. 이 업소의 한달 매출액은 1,700만∼2,200만원.매출액 중 카드 결제액은 400만∼500만원,나머지 1,300만∼1,700만원은 현금이다.지난 3·4분기 이 업소가 낸 부가세는 350만원 정도.매년 1,400만원 내외의 부가세를 내고 있다.60평 규모에 좌석 70석인 이 업소와 비슷한 규모인 주변 업소들은 현금 매출액을 한껏 줄인 덕분에 분기별로 내는부가세는 40만∼8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느티나무 카페는 성실하게 신고한 탓에 지난 2년 동안 적자에 허덕이다 최근에야 흑자로 돌아섰다. 홍씨는 “얼마 전 호프집을 운영하는 주변 업주로부터 부가세로 30만원을 낸다는 말을 들었을 때 몹시 속이 상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느티나무 카페의 ‘투명과세’는 주변 업소들에 눈엣가시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45)는 “비슷한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 “매출액을 그대로 신고하고 세금을 낸다면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관할 세무서인 종로세무서 관계자는 “부가세를 자진 신고하면 비슷한 업종·규모의 다른 업소와 비교해 신고사항을 분석한다”면서 “서로 비슷한 수준에서 현금매출률과 신용카드 사용률을 맞춘다면 구체적인 매출내역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이 업소 세무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홍성국(洪城國·46)세무사는 “허위신고 및 탈세,높은 세율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소비자는 가급적 카드를 사용하고 당국은 형평과세가 이뤄질 수 있게 세무제도를 일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석 박록삼기자 hyun68@
  • [부시시대 美國] (2)모습 드러내는 행정부 인선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차기 미 대통령 당선자 지위를 공식 확보한조지 W 부시는 그동안 묵시적으로 해오던 차기 각료 및 백악관 비서진 인선 작업을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국무장관에는 이미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이 내정돼있는 만큼 14일부터는 그를 전면에 내세워 각료인선에 본격 착수한다는 방침이며 그동안 하마평에 오르던 인물들을 확정지어 나갈 예정이다. 백악관 비서진에는 이미 대선전을 치르면서 익히 알려진 인물들이대거 그대로 기용될 전망이다.부시의 각료진용은 부친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한 채 옛인물을 그대로 기용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그는경험자들을 활용한다는 논리로 이를 반박한다. 그동안 선정대상자들을 공식 비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직접 접촉하거나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와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을 통해 의사를 확인한 부시는 이제는 확정명단을 발표하면서 인선을 계속한다는방침이다.부시 당선자는 당초 국방장관에 민주당의 샘 넌 전 상원의원을 내정했다가 거절당했지만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사람을 포함,민주당 인사를 적극 영입해 민주당과의 화합에 기반을 갖출것이라고 전해진다. 당선자 지위확정과 함께 부시는 안보진용부터 갖춰 발표할 예정인데 국방장관 자리에는 역시 보수파로 분류되는 댄 코츠 전 인디애나주상원의원이 확실시된다.이럴 경우 안보진용은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해 파월 국무,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 내정자 등으로진용이 확정되는 셈이다. 이밖에 개표논란에 적극 방어역할을 한 마크 래시코트 전 몬태나주상원의원이 내무장관이나 법무장관에 기용될 것이 확실하며,오클라호마 주지사 프랭크 키팅 역시 법무장관 대상자이다. 인디애나폴리스 시장인 스티브 골드스미스는 주택장관,그리고 짐 헌트 노스캐롤라이나주 주지사는 교육장관에 내정돼 과거 공화당에 헌신적이었던 인사들에 각료의 자리를 배려한 성격을 드러냈다.미주리주에서 사상 최초로 사망한 후보에게 상원의원직을 빼앗긴 존 애시크로퍼드 전 의원도 이번 조각명단에 올라 상공,외교위원회 소속이었던장점을 살려 관련분야 장관직에 기용될 예정이다. 당초 재무장관에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던 로런스 린제이 미기업연구소 경제분야 연구원은 백악관에서 경제자문회의 의장직을 맡을 것이확실시된다.또 부시의 절친한 친구로서 늘 옆자리를 지켜왔던 도널드 애번스는 마침내 부시와의 인연으로 상무장관직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백악관 비서실장에는 부시 전 대통령시절 교통장관이었던앤드루 카드가 다시 부시가문을 위해 일할 것으로 알려졌고,선거팀의 전략을 책임져왔던 칼 로브는 백악관 정책입안실을 책임져 국가정책의 핵심요직에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당선자가 인선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부친 시대의 인물과새 인물과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느냐는 부분.안보·외교분야에는 부친시대 인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면 국내정책 분야에는 새 피가대폭 수혈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인선내용을 바탕으로 안보에서는 전통 공화당,국내정책에는신 보수주의의 색채를 띨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hay@. *분열된 여론·의회 달래기.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조지 W 부시 미대통령 당선자가 본격적으로 여론과 의회 추스르기에 나섰다. 부시 당선자는 13일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여론단합과 지지를 차분하면서도 겸허하게 호소했다.주지사로 지낸 텍사스 주의사당에서 당선자 지위로 처음 국민들에게 다가선 부시는 연설내용을 국민을 위한 정책방향 제시와 분열된 여론의 단합 호소란 두가지 내용에 모두 할애했다. 미 언론들은 유머가 자제된 정중한 연설에 대해 혼란스런 투개표 논란과정에서 나타난 여론의 분열과 ‘반쪽 대통령’의 우려를 잘 알고 있는 그가 본격적으로 지지여론 형성에 나섰음을 알리는 연설이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우세한 주의사당을 연설장으로 선택한 이유도 초당적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그곳을 십분 이용,단합의 의미가 더욱 효과적으로 나타나도록 했다는 분석이다.그는 연설에서 “미국이 화해와 단결을 필요로 하며 미국인들은 전진을 원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공화당만의 대통령이 아닌 미국이란 한 나라,전국민의 대통령임을 강조,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6일 동안의 갖가지 투표에도승자가 가려지지 않다가 결국 하원에서 36석의 선거인단을 더 획득,대통령에 당선된 제3대 토머스 제퍼슨의 예와 그의 연설문을 강조,혼란 뒤 미국의 기반이 더 튼튼해졌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국민지지 정책으로 그는 사회보장제도의 확충과 은퇴자들의 안정된 생활보장,의료제도의 확대,그리고 공화당의 정강인 세금감면등을 다시 한번 지적했다. 정당교체에 따른 일부 우려를 가진 외국을 의식,그는 “우리의 가치와 우정에 충실한 초당적인 외교정책을 가질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그런 가운데서도 부시 당선자는 “우리는 모든 도전에 대응하는국방력을 가질 것이며 모든 적들을 이길 것이다”며 기존 공화당 국방노선을 밝히는 데 소홀하지 않았다. 외교·국방관련 연설은 한반도 대북정책과 관련,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설에서 밝혔듯 각종 복지 혜택확충과 세금감면 정책을 임기 첫해에 나타내야 하는 부시로서는 당장 지연되고 있는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협상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연계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예산안 절충은 곧 민주당 달래기와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자 직접적인 수혜자가 차기 공화당 행정부인 만큼 당선후 처음 시작하는 민주당과의 화합시도가 성공적으로 매듭지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미 관계. 미 공화당 조지 W 부시 새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전통적인 한·미우호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초당 외교전통이 확립돼 있는 미국으로선 남북 정상회담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 한국 정부 입장을 최대한 존중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당국자들은 “대북 포용정책을 통해 한반도 화해협력과 북한의 개방을 이끌고 있는 우리 입장을 계속 지지할 것”으로 관측했다.그러나 ‘큰 틀’의 변화는 없더라도 북 미사일 보상 등에서 정책의 부분수정이나 북·미 관계개선의 감속(減速)은 예상된다.특히 공화당의 외교노선으로 볼 때 한반도 돌발사태 등에 대해서는 민주당보다 강경입장을 띨 공산도 크다. 한·미 동맹관계를 중시하고 있는 만큼 주한미군 지위문제 논의도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따라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이같은 양국 관계와 대북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조율하기 위해 내년 1월20일 부시 새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 방문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분야에서는 자유무역 원칙에 입각한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와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특히 쌍무 협상에서는 힘을 앞세워 밀어붙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자동차,지적재산권,농산물 등 분야에서 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협의를 통한 양자차원의 해결이 어려울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해결 절차를 적극 활용함으로써통상마찰로 확대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성기기자 marry01@. *부시 당선자 한국내 인맥. 미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의 한국 인맥은 8년 집권한 민주당 앨 고어 진영에 비해 많지 않다.그러나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의 인맥을 대물림 받으면 그리 적은 숫자는 아니다. 먼저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공화당쪽 사람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은전 주미대사(85∼88년) 김경원(金瓊元) 사회과학원장.중용이 예상되는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국무부 정무차관과 가깝다.부시 대통령 시절 주유엔(90년)·주미대사(91∼93년)를 지낸 현홍주(玄鴻柱)변호사도그중 한명이다. 현직 외교관으로는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차관,장재룡(張在龍) 차관보,임성준(任晟準) 아셈기획단본부장 등을 들 수 있다. 반 차관은 부시 집권말기 주미공사(93년)를 지냈으며 이전에는 주미 참사관,외무부 미주국장을 거치며 공화당 인맥을 늘렸다.장차관보,임본부장 등은 주미 대사관 근무당시 백악관·국무부 국·과장급이던 제임스 켈리,로버트 젤릭,토클 패터슨과 교분을 쌓았다. 정계에서는 주미대사(93년)를 지낸 한승수(韓昇洙) 의원(민국당),이종찬 전의원을 들 수 있다. 황성기기자
  • [외언내언] 대학과 身分의 대물림

    오래된 징크스인 양 대입 수능시험일인 15일도 예외없이 을씨년스러웠다.하지만 보통 시민들의 가슴을 스산하게 하는 소식이 어디 초겨울 날씨만일까.있는 집 자녀가 세칭 명문대 입학을 휩쓸고 있다는 씁쓸한 통계도 그 중 하나일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등 이른바 명문대의 경우 전문직이나 고위 관리직 학부모를 둔 신입생이 급증하고 있다.반면 생산직 근로자나 농어민 자녀의 서울대 입학은 급감하는 추세라고 한다.특히 고급 관리직 종사자가 자녀를 서울대에 보낼 가능성이 생산직의 30배가 넘는다는 추정치까지 나왔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찢어지게 가난한 집 수재가 열심히 공부해명문대에 수석합격하는 사례가 흔했다.이는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가리키는 지표로 간주됐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러한 ‘인간승리’사례를 신문 사회면에서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가계별 사교육비 지출 여력이 입시경쟁의 승패를 좌우하고 있다는 점이다.공교육이 제구실을 못하는 허점을틈타 족집게 과외니 해외연수니 하는 기형적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고있다는 얘기다.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과외비가 심하면 2억원대라고하니 말문이 막힌다. 과도한 사교육비는 그 자체가 국민 에너지의 낭비다. 더 큰 문제는이에 투자할 힘이 없는 가계의 상대적 박탈감이다.잔디구장 한번 밟아 보지 못하고 맨땅에서 공을 찬 선수가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 되긴어려운 법이다. 이정하 시인은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고탄식하기도 했지만 성적이 곧 경제력 순이라면 공정한 사회라 할 수없다. 미국의 경우 ‘차별철폐조처’(Affirmative action)란 제도가 있다. 대학입학,취업,연방정부의 사업권을 따내는 일에서 흑인이나 여성 등사회적 약자에게 일정한 쿼터를 주는 제도다. 이같은 ‘약자보호조치’에 힘입은 덕분인지 동부의 명문 예일대에서 올해 아시아계가 전체학생의 19%를 차지했다. 이 대학이 본디 앵글로색슨계 백인 프로테스탄트라는 미국사회의 주류,즉 ‘와스프(WASP)’를 위한 대학임은 잘알려진 사실이다.때문에 이 제도야말로 온갖 사회문제에도 불구하고나름대로 미국사회의 건강성을 지키는 버팀목으로,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어느 사회에서나 기계적 평등은 가능하지도,바람직하지도 않다.고위 당원과 비당원간 구조적 불평등 속에서 끝내 무너진 사회주의권의 실험이 이를 웅변한다.그러나 교육기회의 불균등으로 말미암아사회적 계층이 불공정하게 대물림하는 사회는 어떤 식으로든 개선되는 게 바람직하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
  • 독거노인 전재산·시신 사회 기증하는 79세 김동섭 할아버지

    “있는 사람에게는 푼돈이겠지만 나같은 불우한 사람을 돕고 싶습니다” 서울 강북구 번동 셋방에서 혼자 살고 있는 김동섭(金東燮·79)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날 때 시신은 병원에 기증하고,전세금 등 푼푼이모은 3,700만원은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만성신부전증으로 하루 걸러 투석치료를 받고 있는 김 할아버지는지난 2월26일 서울의과대 해부학교실을 찾아 사후 시신을 기증하기로 하고 시신기증등록증을 받았다. 그는 “10년 전 아내와 사별했고,건설업을 하다 부도를 내 지명수배된 아들은 4년째 연락이 끊겼다”면서 “딸도 4명이 있으나 3∼4년전부터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요즘 유치원과 학원 차량을 운전하며 모아 보험에 든 1,000만원과 지난 6월 집주인에게 빌려준 1,000만원,전세금 1,700만원을 사후 꽃마을에서 지내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며 구청 사회복지과 등을 찾아 절차를 문의하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집주인에게 빌려준 1,000만원의 이자는 물론 원금마저 3년째 돌려받지 못해 답답한 나머지 지난 6월 강북구 번1동 파출소를 찾았다.그때 알게된 이 파출소 신영택(申永澤·44) 경사는 김할아버지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 자주 집에 들리며 쌀 한포대를 주었다.김 할아버지는 “혼자 먹으면 썩는다”며 어려운 이웃과 나눠먹었다. 지난해 말에는 구청으로부터 받은 교통비 1년분 36만원을 강북구청에 불우이웃성금으로 냈다.구청장은 김 할아버지에게 선행표창을 했다.김 할아버지는 생활보호대상자로 월 8만원의 생계비와 월 3만원의 교통비를 지급받고 있다. 6·25 참전용사이기도 한 김 할아버지는 “부유층도 생활하는데 필요한 부분 이외에는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며 재벌들의 부(富) 대물림을 꼬집었다. 윤창수기자 geo@
  • 수도권 신도시개발 전면 재검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판교·천안·화성등 3개 신도시 개발 여부와 관련,경제장관들이 찬·반 여론을 충분히수렴해 결정하라고 16일 지시했다. 김대통령의 언급은 국토개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3개 신도시 개발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김대통령은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국민들이 신도시 개발계획에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당정간에 긴밀히 협의하고 국민들의의견을 수렴해 경제장관회의에서 충분한 검토를 해주기 바란다”고밝혔다고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이렇게 큰 문제를 연구기관이 정부안처럼 발표하면 혼란을일으킨다”고 강조했다.이어 “기초생활보장법은 차질없이 시행하고문제점이 있으면 보완해 입법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면서 “소외계층이 가난의 대물림에서 탈출해 안정된 생활을 펼치도록 도와주는 것이노벨평화상 정신의 진정한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회의시작전 이한동(李漢東)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노벨평화상 수상 축하 인사를 건네자 “지금 국민이 걱정하고 있는 경제의어려움을 극복,4대 개혁을 완성하고 정보화·바이오산업을 일으켜 세계적인 경제강국을 만들어내야 하며 이것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한기총 ‘목회자 세습관련 포럼’

    일부 대형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가운데 목사 세습에 대한 개신교의 공식적인 의견수렴을 위한 포럼이 개최된다.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21일 한국교회 100주년기념관에서 마련하는 ‘목회자 자녀후계에 대한 찬반포럼’.그동안 목회자 세습에 반대목소리를 높여온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박득훈·신민범 목사가 반대 입장을 밝히며 차종률·신동희 목사가 긍정적인 논리를 편다.포럼이 끝난뒤 참석자들은 자유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현재 목사 세습에 대한 교계의 입장은 대체로 두가지로 나뉜다.교인들의뜻을 따라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이루어지는 승계와 세습은 큰 무리가없다는 쪽과 기본적으로 목사세습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다.다음은 찬·반 양쪽 발제자의 발표요지다. *찬-차종률목사 개혁신학연구원 교수. 아버지 목사 은퇴후 아들이 후임자가 되는 것을 재벌의 기업 대물림과 같이 본다면 나 역시 반대한다. 그러나 ‘세습’이란 단어를 교회 담임목사의 직분과 관련해 쓰는 게 적절한가.‘세습’보다는 ‘후임자’ 선정으로 봐야할 것 같다. 과연 얼마나 많은 아들들이 아버지의 목회를 권력이나 이권으로 생각하고 목사가 될까. 다른 사람은 괜찮고 담임목사의 아들은 후임자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은 공정하지 못하다. 아들도 후보자 중 한 사람으로 정당한 선출 과정을 거치는 제도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세습으로 정죄,이단시하는 것보다 한국 교회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반-박득훈목사 기윤실 운영위원장. 부자간 세습은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위치를 지나치게 강화함으로서 예수님의 위상을 약화시킬 위험성이 크다.물론 교회는 혈연적인관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그러나 근본적으로 언약공동체인 교회는혈연관계에 의해 좌지우지 되서는 안 된다.또 세습은 한국의 교회가얼마나 자본주의적 원칙에 은연중에 익숙해져왔는가를 보여주고 있다.세습은 왜곡된 한국형 대형교회의 실질적 일인지도체제에 도장을 찍어주는 행위로서 진리를 왜곡시키는 것을 반영구화 할 수 있다.교회가 바로 서려면 교회의 지도체제가 건전해야 하고 지도자가 바로 서야 한다.겸손히 회개하는 마음으로 세습을 저지하기 위해 하나님의능력을 의지하여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 70억대 日帝채권 北기증 화제

    광주의 한 분식점 주인이 70억원대의 일제시대 채권을 북한에 기증하기로해 화제다. 주인공은 광주시 동구 산수동에서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승업(崔承業·41)씨. 최씨는 일제시대 공기업인 남만주 철도회사가 1935년에 발행한 1만엔짜리무기명채권 60장을 남북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마음으로 북한에 기증하기로했다. 최씨는“채권은 모두 1만엔짜리 100장이 있었으나 전쟁과 잦은 이사등을 거치면서 잃어버려 지금은 60장만 남았다”며“당시 황해도 해주에 살던 조부님이 일제의 강요로 논밭을 모두 팔아 사들인 것으로 아버지에게 대물림됐다”고 전했다. 최씨 부친은 지난 71년 한·일 국교정상화의 후속조치가 진행되면서 일본정부의 국공채를 보상해주는 기간이 있었으나 이를 모르고 놓쳐 승업씨에게채권을 물려주었다. 최씨는“몇년 전에 소유하고 있는 채권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며“당시 한 경제인이 채권 발행 당시 쌀 1가마의 가격이 15엔이었던 점을 감안해현 시가로 계산,최소한 70억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을 백방으로 살펴본 최씨는 지난 4월에도 정부에 질의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듣던 중최근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전해듣고 북한에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그는“이곳에서는 휴지조각과 같지만 북한과 일본의 국교가 정상화되면 북한은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정부와 공신력 있는 기업에서 약간의 실비만 제공하면 북한에 채권을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
  • [막오른 재벌 대혁명] (4)경영권 세습 개혁

    금융시장의 현대 담당자 A씨는 3월 말부터 불안했다.다른 금융기관의 현대담당자들이 현대에서 돈을 빼낸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현대의 불투명한 경영에서 불안감을 느끼기는 A씨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현대에서 돈을 빼냈다.심리적인 불안은 너도나도 돈을 빼내는 현상으로 이어졌고 결국은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몰고 왔다. 현대사태에 대해 이헌재(李憲宰)재경부장관은 “현대가 이번에 시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현대사태는 국내 최대 재벌이 시장에 무릎을 꿇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시장이 원하는 재벌개혁의 방향은 무엇일까.방송통신대의 김기원(金基元)교수는 “경영 능력이 검정되지 않은 재벌 2∼3세들이 퇴진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다.더 이상 대물림은 안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벌 2∼3세들이 ‘알아서’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은크지 않다.정주영(鄭周永) 3부자가 퇴진한다는 현대의 발표에도 사람들은 못믿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소유구조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재벌개혁의핵심은 소유와 지배구조 개선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재벌의 대주주와 친족들은 5.4%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계열사상호출자 등을 통해 실제로는 100% 사유물인 것처럼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소유구조를 개선하려면 은행처럼 기업지분 소유한도를 둬야 한다는 견해도있다.재벌이 갖고 있는 생명보험사,증권사,투신사 등의 금융기관은 철저히재벌과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기관은 재벌이 계열사의 내부지분율을 높이는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투신도 고객이 맡긴 자금을 불리기보다는 계열사에 지원하는 데 사용하다 부실해진 대표적 사례다. 사외이사 같은 지배구조 개선제도의 한계도 지적된다.공정위 관계자는 “경영진 견제를 목적으로 한 사외이사의 대부분은 경영진에 의해 임명되고 있다”고 말했다.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기관투자가,채권은행단,소액주주,우리사주조합 등에서 사외이사를 선출하는 대안도 제시된다. 정부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의 재벌개혁 5대원칙을 바탕으로 재벌개혁의 세부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재경부 조원동(趙源東)정책조정심의관은 “지배구조개선의 밑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재벌의 계열사를100% 독립체로 만들 필요는 없고 소유지배구조만 바꿔 느슨한 협력체로 만들어 전문경영인이 책임 경영을 하도록 한다는 게 대략적인 방향이다. 재경부는 집단소송제와 단독주주권제도 등을 도입해 소비자와 소액주주들의권한을 강화하면 재벌의 횡포를 상당 부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재벌을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느냐에 있다.회사가 불량제품을 만들어 팔았을 때 피해자 한 명이 소송을 제기해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도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집단소송제는 한때 논의되다가 기업들의 로비로 흐지부지됐기 때문이다. 박정현기자 jhpark@
  • [막오른 재벌 대혁명](9)수명다한 오너체제

    재벌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인가.한국 재벌의 수장격인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창업주와 2세의 퇴진은 재벌사회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재벌해체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요청이요,흐름이다.족벌경영이 사라져야 하는 당위성과 다가올 전문경영인 시대의 과제를 짚어본다.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쏟아부은 돈은 물경 4조원이 넘었지만 프랑스 르노에 매각된 금액은 6,200억원에 불과했다.숫자로만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긴하지만 투자금액의 7분의1밖에 건지지 못했다. 현대와 비슷한 소유구조인 삼성 재벌의 자동차 진출은 물론 그룹 총수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었다.손해는 국가경제나 삼성뿐만 아니라 주주들도 막대했다.‘면책특권’을 가진 ‘황제경영’이 낳은 폐단의 단적인 예다. 국내 30대 재벌의 오너와 친인척이 가진 회사 지분은 평균 5.4%.실제 의사결정은 거의 100%다.인사권과 경영권을 마음대로 하면서 회사를 좌지우지한다.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재벌들의 문제는 회사 지분의일부를 소유하면서 전체를 지배하는소유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물림 경영은 외국에서는 찾기 어렵다.소유와 경영이 철저히 분리돼 있다. 미국의 오늘을 있게 한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포드의 경영진에는 포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다.창업주 포드의 이름은 회사명에만 남아있다.포드4세가 지분을 갖고 있지만 경영권에는 전혀 간여하지 않는다.경영간섭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일본의 대기업도 대물림을 하지 않는다.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임원혁(林源赫)연구위원은 “다른 나라에서는 소유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일이 예외적이나 우리는 소유자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게 특이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제3의 물결’의 저자인 앨빈 토플러박사는 “한국이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재벌이 긍적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는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족벌경영과 선단식경영,황제경영 등으로 요약되는 재벌은 구시대에나 어울린다는 것이다.가족중심의 경영방식은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디스와 S&P같은 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의 재벌을 ‘여전히 투명하지 못한 집단’으로 규정한다.개혁되지 않는 재벌들이 한국 경제의 도약을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는다.역시 재벌의 하나인 SK의 최태원(崔泰源)회장조차도 “재벌체제는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앞으로 10∼15년 내에 자연스럽게 소멸될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대적 흐름임에도 재벌들은 아직도 족벌경영을 버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의 재벌개혁을 C학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주영가(家)의 퇴진은 다른 재벌들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룹 체제가 각사간의 협조라는 정점을 가졌지만,세계적인 흐름과 여건은 각기업들이 독자적인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는 것만이 국제경쟁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다.”(정주영 현대 명예회장)한국의 미래를위해서는 재벌들이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충고의 메시지다. 박정현기자 jhpark@. *李容根 금감위장 “夢九씨 퇴진여부 현대 내부문제”. 이용근(李容根) 금융감독위원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그룹 오너경영진 퇴진이 계기가 돼 모든 기업이 선진 경영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너경영진 퇴진을 압박했나.=정부는 특정 경영인의 퇴진을 요구할 수도없고 개입하지도 않았다.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 등 3부자 퇴진은 언제 알았나.=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이 “뭔가 있을 것 같다.기다려달라”는 얘기만 들었다.그러나 3부자 퇴진은 발표를 듣고서야 알았다.김 위원장이 오후 2시쯤 정 명예회장을 면담한 것으로 미뤄볼 때 그때쯤 3부자 동반퇴진이 결정되지 않았나 싶다. 현대그룹이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중대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한다. ◆정몽구(鄭夢九) 회장이 퇴진안하면 어떻게 되나.=코멘트 할 입장 아니다. 정부는 전문경영체제면 된다.3부자 퇴진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전문지식과 경영식견을 갖고 있다면 되는 것 아니냐.내부합의가 있다면 그것(정회장의자동차 회장직 유지)도 괜찮은 것 아니냐.(이 발언은 자칫 특정인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이후 해명자료를 통해취소했음.)◆현대건설의 유동성 문제는 해결되나.=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현대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재무약정을 다시 맺어야 할 것이다. ◆현대그룹은 해체되는 것인가.=해체가 뭔지 개념이 명확치 않다.현대는 그룹이라기보다 독립기업의 연합체적 성격이다.LG는 구씨, 허씨 등 계열분리가 다 돼 있지 않느냐.상호출자금지는 지속적으로 얘기하는 것이다.정부는 외형만 키우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다. 박현갑기자 eagleduo@. *鄭씨 3부자 퇴진 4가지 의문점에 說 분분. 지난해 6월,정부와 재계에서는 외마디 비명이 터져나왔다.삼성이 ‘삼성차청산’을 발표한 것이다.사재는 낼 수 없다며 버티던 이건희(李健熙) 회장은 2조8,000억원을 내놓았다.그리고 얼마 뒤 “이헌재(당시 금융감독위원장)가 삼성에게 당했다”는 얘기가 나왔다.공교롭게도 1년뒤인 지난달 31일 비슷한 광경이 벌어졌다.요구한 것은 ‘왕회장’(鄭周永 명예회장)의 퇴진이었는데 두 아들까지 물러나겠다는 것이다.정부의 ‘KO승’이라는 시각도 있지만‘또 당했다’는 얘기도나오고 있다.‘3부자 퇴진’ 발표에 따르고 있는 네가지 의문점을 풀어본다. ◆강요된 선택인가,의도된 시나리오인가=정부는 3부자 퇴진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왕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던 것은 분명하다.현대와의 담판에서 정부측 ‘대변인’ 역할을 했던 채권단(외환은행)이 현대측에‘왕회장 퇴진 명문화’를 요구한 것이 확인되고 있다.그러나 적어도 ‘두아들’은 정부의 요구사항이 아니었다. 아들들과의 동반 퇴진은 왕회장의 의도가 담긴 독자적 결정이라는 시각이대두되고 있다.뭔가 정부에 단단히 약점잡힌 왕회장이 ‘효과는 크면서도 실리는 가장 적게 잃는’ 동반퇴진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MK(정몽구회장)를완전히 밀어내기 위한 MH(정몽헌회장)의 ‘각본’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룹 해체인가=김경림(金璟林) 외환은행장은 현대가 단기유동성 확보방안으로 매각할 유가증권은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요건(상장회사 3%,비상장회사 15%)을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우선 대상이라고 밝혔다.현대의 전 계열사가 독립 분리되는 수순,즉 실질적인 그룹해체라는 관측이다.그러나 오너일가의 지분매각이 동반되지 않아 선언적 의미에 그칠 뿐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3부자,완전 물러나나=몽헌회장은 1일 현대아산을 제외한 계열사 이사직을모두 내놓아 ‘3부자 퇴진’ 발표를 속도감있게 진행했다.‘지분 만큼의 권리 행사’라는 주식회사의 원칙이 지켜진다면 정씨 부자는 계열사 지분이 최대 7% 이내로,독자적 경영권 장악이 어렵다.하지만 우호지분을 동원하면 언제든 ‘컴백’이 가능하고 측근인사를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워 수렴청정도 용이하다는 게 반론의 골자다. ◆정부·채권단 정말 몰랐나=31일 오전에 3부자 퇴진이 정보시장에 나돌았던 것에 비춰볼 때 청와대와 이헌재 재경부장관은 사전에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반면 현대의 발표를 보고서야 알았다는 금감위와 채권단의 주장은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 안미현기자 hyun@. *鄭씨일가 퇴진 이모저모. 1일 서울 계동 현대사옥은 이른 아침부터 긴박감이 감돌았다.임직원들은 평소보다 1시간이상 일찍 출근,대책을 숙의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정몽헌(鄭夢憲) 회장은 지난달 31일 김재수(金在洙) 구조조정위원장이 발표한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영일(李榮一) PR사업본부장은 “정 회장이 ‘발표 직전 김 위원장으로부터 3부자 동반퇴진 사실을 들었으며 정몽구(鄭夢九) 회장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들었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측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시간동안 이계안(李啓安) 현대자동차사장의 주재로 긴급 이사회를 갖고 정몽구 회장이 회장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이 사장은 지난 31일 밤 늦게 사태가 심각함을 깨닫고전화로 이사회를 소집했다. ◆현대자동차측은 현대 구조조정위원회의 발표에 대해 아침부터 기자들과 만나 “구조조정위원회의 일방적인 발표는 적법하지 않은 처사”라고 강조했다.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 회장으로부터 불거진 문제”라면서 노골적으로 이 회장을 겨냥했다. 김재천 김미경기자 patrick@.
  • 다큐·시사고발 프로 외압에 ‘흔들’

    요즘은 TV프로그램 만들기가 힘들어졌다.프로그램이 방송되기도 전에 내용이 알려지면서 각종 로비와 방송중지 요청에 시달린다.방송이 나간 뒤에는당사자들이 강력하게 반발,제작진이 사과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이는시사고발 프로그램일수록 심각하다. MBC ‘다큐멘터리 성공시대’ 21일 방영분은 이해 당사자들의 강력한 항의로 방송내용이 바뀐 경우이다.원래는 ‘철도청장 정종환’을 방송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철도청의 ‘철도노조 전면적 직선제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에서 ‘철도청장 정종환’ 방영 소식을 미리 듣고 MBC에 항의서한을 보내 “정종환 철도청장은 대한항공 역사 신축공사 관련 기업에게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있고 철도노조로부터 수차례 금품수수를 했으며 폭압적 권위주의로 현장을 통치해 왔기 때문에 성공시대 출연자로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제작진은 처음엔 “확인되지 않은 사항으로 방송을 취소하면 우리가 그것을 확인해주는 셈이 된다”며 방송강행을 주장하다가 MBC 노조의 중재로 방송을 보류하기로 했다.대신 그동안 ‘성공시대’에 출연했던 사람들의 어린시절을 분석,성공의 모티브를 찾아보는 ‘가정의 달 특집’을 방송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PD수첩-족벌은 영원한가’는 여진(餘震)에 시달리고 있다.이 프로는 우리 사회 선진화의 걸림돌도 재벌과 언론족벌을 지적했다.재벌과 관련해서는 5% 정도의 지분 밖에 없는 총수일가가 교묘하게 대기업 집단을 소유,지배해가는 방법을 보여주면서 편법,탈법 증여와 상속을 통한 족벌체제의 대물림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삼성은 이건희 회장과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씨 사이의 편법증여와 상속이 집중 부각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방송이 나간 직후 MBC에 주기로 했던 5억원의 협찬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MBC 관계자는 “삼성측에서 ‘이런 보도가 나갔는데 어떻게 윗분들에게 협찬금 5억원에 대한 결재를 받을 수 있겠느냐’며 협찬 철회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삼성은 MBC가 6월30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여는 한국전쟁 50주년 기념 루치아노 파바로티 초청 한반도 평화콘서트에 5억원의협찬금을 내기로 했었다. 이에 앞서 SBS의 ‘뉴스추적-연예브로커의 은밀한 유혹’으로 불거진 연예인노조와 SBS의 싸움은 송도균 SBS사장이 노조위원장을 만나 사과의 뜻을 전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등 방송내용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매우 강경해졌다. 전경하기자 lark3@
  • [사설] 재벌 변칙상속 뿌리뽑도록

    서울고등법원이 참여연대가 낸 ‘삼성 SDS 신주인수권 행사 금지가처분 신청’을 수용한 것은 오랜만에 보는 법원의 전향적인 결정으로 환영한다.그동안 보수적인 판결 때문에 부당한 부(富)의 대물림에 소극적이란 비판까지 받아온 법원의 새로운 태도는 바람직하다.이번 결정은 아직 본안 판결과 대법원 최종 판결을 남겨두고는 있지만 변칙 상속과 증여를 견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서울고법의 이번 결정으로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의 자녀 4명과 그룹최고간부 2명 등은 본안 판결이 있을 때까지 신주인수권부 회사채를 팔거나담보로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이에 따라 이들 6명이 삼성 SDS의 지분율을 14.8%에서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수준인 32.6%로 높이기도 일단 힘들게 될것으로 보인다. 삼성 SDS가 지난 99년 2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면서 이들 6명에게 1년 뒤 321만여주를 주당 7,150원이라는 싼 값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준사실이 알려진 이후 그동안 변칙 증여·상속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신주인수권가격과현재 주가 47만원 차이를 계산하면 이회장의 자녀와 간부들이 무려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고 회사를 장악하게 되기 때문이다.일반 주주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데다 재벌 오너 자녀에게 부를 변칙 대물림하는 문제도 있다. 사실 그동안 재벌 오너들의 변칙적인 증여와 상속이 사회문제화되면서 법의개정과 세무행정 강화가 꾸준히 이루어졌다. 그러나 법원이 지나치게 법조문의 해석에 얽매이는 바람에 변칙 증여와 상속 규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이 정부일각에서 잇따랐다.외국의 경우 법원이 적극적으로 변칙적인부의 이동을 강하게 규제하는 현실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법이 사회변화를 예측해 예상 가능한 변칙 행위를 앞서 규제하기는 어렵다.신주인수권부사채도 법이 미처 규제하지 못한 신종 사채였으며 마음만먹으면 아직도 법에서 빠져나갈 구멍은 적지 않다.더욱이 재벌 오너들이 법률전문가들의 자문을 미리 받을 경우 세금을 아주 적게 물거나 거의 물지 않고 부를 상속시키거나 이전하는 수단은 여전히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하급심의 결정을 뒤집고 서울 고법이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처리에 제동을
  • 부산 사하구, 전남 화순군 초등생에 저금통 선물

    “어른들이 만들어낸 지역감정이 어린 새싹들에게는 대물림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부산 사하구가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전남 화순군에 사는 초등학생들에게 지구(地求) 모양 저금통 500개를 선물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하구 주강우(朱剛右) 총무국장은 “지구처럼 넓은 세상을 보면서 영·호남 지역감정은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어린이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지구본 모양의 저금통을 선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하구(구청장 朴在泳)는 자매결연 관계인 화순군에 공무원 3명을 오는 3일보내 저금통을 전달하며,화순군(군수 林興洛)은 이 저금통을 4일 군내 모범초등학생 500명에게 나눠줄 방침이다. 화순군은 사하구에 대한 화답으로 내년 식목일에 맞춰 유실수 100여 그루를 사하구 주민들에게 증정할 예정이다. 사하구와 화순군은 지난 98년 12월자매결연한 이래 활발한 교류를 해오고있다. 부산 김정한·화순 남기창기자 jhkim@
  • 영월 책박물관 찾은 ‘사랑의 문화 봉사단’

    영월은 멀었다.넉넉치않은 15인승 승합차에 흔들리는 꼬불꼬불 산길은 더욱거리감을 느끼게 했다.일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고달픈 길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그러나 장르는 다르지만 뜻을 같이하는 음악인들은 우중충하던 날씨가활짝 개어준 데 고마워하며,뒤늦은 산골의 꽃잔치를 즐기는데만 열중했다. 한국문화복지협의회 ‘사랑의 문화봉사단’이 지난달 29일 달려간 곳은 강원도 영월군 서면에 있는 영월책박물관.‘…봉사단’이 문화소외층을 찾아가지역간 문화의 격차를 좁히는데 힘을 기울이는 단체라면,폐교에 자리잡은 책박물관은 소외의 현장에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만남은처음부터 궁합이 잘 맞았던 셈이다. 출연진은 그린심포니의 금관오중주단과 한국바젤요델클럽,경기민요 명창 노경미씨,그리고 최기섭·박영순씨로 이루어진 부부듀엣과 이들의 막내아들인가수 최용준씨.무대 대신 깔린 멍석에 처음엔 조금 어리둥절했지만,곧 “멍석위에서 언제 다시 노래해보겠느냐”며 오히려 흐뭇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출연료를 받지않는다.부부듀엣은 지난 97년 4월부터 참여했다.처음엔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봉사’를 내건 단체는 적지 않지만, 말뿐인 때가 많았던 경험 때문이다.그러나 몇차례 참여하자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이부끄러웠다고 털어놓는다.중장년층의 열렬한 호응을 받는 이들은 올해 20여차례 참여할 계획이다.전날 예비군 동원훈련에서 돌아왔다는 용훈씨도 이런뜻을 대물림한듯 공연에 따르는 온갖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노경미씨는 문화봉사에 대한 소신을 그럴듯한 말솜씨로 풀어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대에 오르면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민요를 이런 기회에 한번 들어보시라”며 국악의 전도사를 자임한다.‘한오백년’에서 시작하여 ‘청춘가’‘뱃노래’로 이어지면 청중들은 대개 어깨를 들썩거리며,몰랐던 우리소리의 ‘신도’가 되기 마련이다. 처음 참여했다는 그린심포니는 젊은 트럼펫 주자 김승국씨가 이끈다.농촌 출신인 김씨의 꿈 역시 오지의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것.영화 ‘스팅’의 주제곡과 가요 ‘사랑으로’ 등 금관악기군의 크고 화려한 음색은 동네사람들을 불러모으고,축제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날 청중은 동네사람과 때 맞춰 열린 ‘영월 책 축제’를 위해 찾아온 사람등 100여명. “초라한 무대를 만들어 미안하다”는 박대헌 책박물관장의 안절부절에 부부듀엣은 “지난해 공연 때는 40여명 밖에 안오셨는데요,뭘”하며 오히려 위로했다. 지난 97년 춘천의 한 교회에는 어린이 10여명을 위해 20여명의 공연단이 찾아갔던 적도 있었다.이렇게 ‘…봉사단’은 96년 창립한 뒤 주로 소외지역을찾아 350여차례 공연했다. 올해는 문화관광부의 후원으로 150차례 ‘찾아가는 문화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날 밤 책박물관 마당에는 모닥불이 타올랐다.고구마가 익는 동안 주민들과둘러앉은 한 출연자는 “이 재미에 봉사단에 참여하는 것”이라면서 웃었다.소외지역에 문화를 심는다는 보람과 사람냄새 맡으며 나누어 먹는 고구마한개가 이들에게는 결코 적지않은 출연료였다. 영월 서동철기자 dc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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