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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지는 것을 찾아] 참빗

    ‘참빗 얼레빗 가슴에 품고 가도 제 복 있으면 잘산다.’ 가난한 시절,입던 옷과 쓰던 빗만 딸려 시집보내야 했던어머니의 안타까운 심정이 절로 묻어난 속담이다.대나무로손재주 부려 만든 참빗.지난 60년대 말까지 우리 여인네들의 필수품이었다. 어른 손바닥 크기로,가운데 대나무 양편으로 부챗살처럼촘촘하게 빗살을 박았다.3년된 참대만을 골라 육질부는 버리고 겉쪽만을 써 빗살 하나하나가 탄력성이 좋고 부러지지 않는다.집안 식구들이 수십년동안 쓰지만 고부(姑婦)간에 대물림할 정도로 단단했다. 70년대 화두인 ‘잘살아 보세’라는 종소리가 봄날 들불번지듯 하면서 잘나가던 참빗이 뒷방 신세로 전락했다. 뒤통수에서 땋아 틀어올려 비녀를 지른 쪽머리가 ‘거추장스럽다.’며 앞다퉈 잘라내면서부터다.미장원에서 연탄불에 달군 쇠로 지져 구불구불 라면가락으로 모양을 낸 퍼머는 빗질안해도 몇달동안 머리가 풀어지지 않았다. 지난 시절 참빗과 머릿니는 실과 바늘 같은 불가분이었다. 할머니는 고추달린 손주 녀석만을 불러 참빗질을 하면서 거리감을 좁히려 애썼다. 어머니가 쓰는 참빗은 빗살이 100여개로 좀 성긴 편이다.일에 파묻혀 닷새장 나들이가유일한 즐거움으로 경대 앞에서 동백기름을 손바닥에 부어 머리에 바르고 이마에서 정수리로 가르마를 탄다.참빗으로 긴 머리를 양편으로 빗어 내리면 반질반질 윤기가 돌았다. 물과 함께하는 참빗질은 비누나 샴푸를 대신했다.이때 빗살 사이사이에 끼어 있던 비듬이나 때도 말끔히 씻겨 나갔다.또 머릿니나 서캐를 잡는 참빗은 빗살이 130개로 촘촘히 박혀 실 한오라기 들어갈 틈밖에 없을 정도로 정교했다. 전남 영암에서 조상대대로 참빗만을 만들어 참빗장이 된무형문화재 제15호인 이식우(李植雨·60)씨는 “60년대에한달에 1000개 이상 참빗을 팔았는데 우리집에서 참빗을떼다가 시장에서 참빗 좌판을 하던 할머니도 서너명이나됐다.”고 회고한다. 남기창기자 kcnam@
  • ‘책 대물림’ 대학가서 사라진다

    후배들에게 손때 묻은 전공책을 물려주는 훈훈한 정(情)이 대학가에서 사라지고 있다. 아르바이트난에 취업난까지 겪고 있는 대학생들이 주머니가 궁한 나머지 신학기 등록금 납부 시한을 앞두고 전공관련 책을 팔아버리기 때문이다. 대학가의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으로 떠오른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이용한 책 매매는 이미 ‘대학문화’가 돼 버렸다.특히 지난 96년 학부제가 도입된 뒤 학과 선·후배간 유대가 약화되면서 급격하게 확산됐다.‘책을 사고팔기위해 쌍방이 만난다.’는 의미의 ‘책팅’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서울 S여대 3학년 박모(23)양은 최근 과에서 주최한 ‘책 물려주기 행사’에 갔다가 씁쓸한 마음만 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손때가 묻은 전공책을 후배에게 물려주자.’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에 50여명이 몰렸으나 졸업예정자 1명이 4권을 기증했을 뿐이었다.박양은 며칠 후 우연히 들른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같은 과 선배·동료들이 올린‘전공책을 판다’는 수십건의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졸업과 개강을 앞둔 요즘 대학홈페이지의 ‘벼룩시장’등 게시판에는 전공책을 판다는 3·4학년생과 졸업예정자들의 글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온다. 최근 유행하는 ‘책팅’ 사이트도 마찬가지다.지난해 12월말 문을 연 대학교재 전문 ‘D책팅’ 사이트의 경우 13일 현재 전공책을 판다는 등록건수는 167건인 데 반해 책을 사겠다는 건수는 13건에 불과했다.하루 평균 400여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K대 헌책방’사이트도 대부분책을 판다는 글로만 채워져 있다. 총학생회가 나서 전공책 매매를 주선하기도 한다.연세대총학생회는 개강과 동시에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책 벼룩시장’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총학생회 관계자는 “주머니가 가벼워진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학부제 이후 단절된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도 되살리자는 취지로 행사를준비했다.”고 말했다. H대 대학원생 이모(32)씨는 “5∼6년전만 해도 흔하다시피 했던 선배들의 전공책 물려주기 전통이 요즘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려운 세태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재계 경영 대물림 러시

    연초부터 기업경영의 대물림 현상이 러시를 이룬다.재계 2∼3세 오너들이 속속 경영일선에 포진하고 있다. 한솔은 최근 장자승계 원칙을 깨고 이인희(李仁熙·73)고문의 세째 아들 조동길(趙東吉·46) 부회장을 그룹 회장에 선임했다.장남 조동혁(趙東赫·51) 부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나 앉았다.차남 조동만(趙東晩·48) 부회장은 그룹에서 분가했다.1998년 시작된 2세 ‘동’자 3형제의 분할 통치가 4년만에 막을 내린 셈이다. 조 회장의 그룹회장 승계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그는 신규사업에 골몰했던 형들과 달리 그룹모태인 제지업에매달렸다.한때 한솔이 정보통신사업에 전념할 때만 해도 조동만 부회장이 사령탑으로 유력해 보였다.그러나 PCS(개인휴대통신)사업을 매각한 뒤 다시 제지업에 주력하면서 조 회장이 후계자로 부상했다. 조 회장은 삼성물산·JP모건을 거쳐 1987년부터 전주제지에 몸담았다.지난 98년에는 전주제지 신문용지사업을 처분한뒤 외자유치를 통해 팬아시아페이퍼 설립을 주도했다.재무감각이 뛰어나고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는다.그래서 외조부인이병철(李秉喆) 삼성 창업주를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일 정지선(鄭志宣·30) 이사를 부사장에 선임,3세 경영체제를 열었다.정 부사장은 고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鄭夢根) 현대백화점 회장의 장남.1997년 현대백화점에 과장으로 입사해 지난해 1월 기획담당 이사로 승진했다.지난 1년 사이에 현대백화점 주가를 400% 이상 끌어 올려 경영수완을 인정받았다.나이와 직급을 가리지 않고 임·직원들과 잘 어울린다. 정몽구(鄭夢九·MK) 현대차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鄭義宣·31) 현대차 상무는 이달 말쯤 전무 승진이 유력시된다.정 회장 조카(고 정 명예회장의 4남인 고 정몽우씨 장남)인 정일선(鄭日宣·31) 삼미특수강 상무도 한단계 승진할 것으로 점쳐진다.그럴 경우 지난 2일 단행한 계열사 최고경영진 인사에 이어 MK의 친정체제 구축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다.의선씨와 일선씨는 어려서 정 명예회장의 서울 청운동 집에서 함께 자랐다. 삼성가(家)의 3세 후계구도도 관심을 모은다.삼성은 이건희(李健熙) 회장 아들인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상무보의 거취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삼성 관계자는 “모두 수긍할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건승기자 ksp@
  • [여성 선언] ‘말띠 여성상’의 모순

    내년 임오년 말띠 해를 앞두고 ‘팔자 드센 말띠 딸’을갖지 않으려고 젊은 부부들이 임신을 기피하거나 수술을통해 출산 날짜를 올해 안으로 무리하게 앞당기려 하고 있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말띠 여아 기피 풍조는 남녀 출생성비 통계상으로도 확인될 정도라 한다. 의료기술의 발달이 사주와 결합할 때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나타나는 결과의 한 단면이다.이른바 ‘팔자 드센’ 말띠 여성의 이미지는 외향성의 활동형 여성이다.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만한 투지와 자아가 강한 커리어 우먼형이다. 딸 키우는 부모들이 자신의 딸이 장차 자기 일을 가지고사회적 성취를 하기를 원한다는 조사 결과에 비추어 볼 때 말띠 딸의 기피현상은 모순되게 보인다.딸이 집안에 있기를 원하지 않지만,바깥 일하는 여성에게 요구되는 자질은극구 피하려는 모순적 심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강한 자아와 투지는 여성적이지 않다는 통념이 우리 사회에는 지배적이다.여성적이지 않으면 가정생활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통념 또한 마찬가지다.가정은 여성의희생과 인고를 요구하는데,자기 주장이 강한 여성은 가정의 평화를 깨뜨릴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가정을 유지해가는 여성상과 말띠 여성상이 상치되는 데서 발생하는 갈등을 예비부모들은 출산의료기술을 통해 해결해보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해결일지는 생각해볼 문제이다.며칠전 대학 선후배 10여명이 자리를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학창시절 조용하고 남을 먼저 배려하면서도 야무진 성품을지녔던 한 친구는 현재 동기들 중 유일하게 전업주부로 생활하고 있었다.그녀는 결혼생활이 15년을 지날 즈음 마침내 쓰러졌다고 한다.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억누르고 가족의 입장만을 배려하는 과정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몸을 공격한 것이다.사랑하는 가족 뒷바라지에 큰 보람이 있다는의식적 정당화에 몸이 반기를 든 것이었다.친구가 건강을추스르면서 스스로 다짐한 것은 “나 자신도 돌보자”는점이었다고 한다.그렇지만 그날 친구는 말했다.“그런데그게 잘 안돼.친정 어머니가 그렇게 사셨고,그걸 보고 자란 나는 생각과는 달리 이미몸으로 엄마를 대물림해 닮아있나봐.정말 순간순간 다짐하지 않으면 나를 돌보게 되질않아.” 자신의 시간을 가족들의 시간표에 맞춰 찢어주고,가족의편안한 생활을 위해 자신의 지향과 일을 포기하는 것을 여성의 미덕으로 여기는 풍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여성이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는 것과같은 허구적 신화이다.“좋은 것이 좋은 것”이란 말은 여성에게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20년 이후 자신이,현재 우리 노인 어머니들이 겪고 있는회한으로 인한 우울증 상태를 답습하지 않으려면,가족관계에 한정되는 정체성의 범위를 넘어서야 하고 여성의 미덕을 거스를 필요가 있다.여성이 불행한 가정이 진짜 행복한가정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여성의 자기 이미지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자기 이미지를 어디에 설정하느냐에 따라 자존감의 보루 지점이 달라지며,양보할 것과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의 지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토끼띠나 양띠형 이미지 대신 말띠형 여성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추구할 때이다. 허라금 이대교수 여성학
  • [고이즈미 대해부] (2) 대외정책

    지난 4월 26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취임하자 일본 안팎에서는 그의 외교 역량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았다. 고이즈미 총리는 사실 외교에는 밝지 않다.29년 정치 생활중 자민당이건 정부건 외교와 관련된 직책을 맡아 본 일이한차례도 없다.일본 정치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미국 중시,아시아 무시’의 판박이이다. 그의 친미 성향은 지난 6월 워싱턴 미·일 정상회담,7월 제노바 G8 정상회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 대한 일방적 지지로 좀처럼 그를 비판하지 않던 일본 언론들도 ‘미국 추종 외교’라고 야유를 퍼부었다. 미국에는 늘 미소짓는 그이지만 아시아에는 냉담하다.역사왜곡 교과서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로 악화일로인한국,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참배 후에 시도하겠다”는 오만하고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 중시 성향은 성장 배경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고향 요코스카(橫須賀)는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의 이른바 ‘흑선(黑船)’이 찾아온 일본 개국(開國)의 시발점이다.근·현대일본 부흥의 전진기지이기도 한 요코스카에서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포함,3대가 정치생명을 이어 왔다. 요코스카에 미 7함대의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반미 운동의 중심지가 됐을 때도 방위청장관을 지낸 그의 부친 고이즈미 준야(小泉純也·1969년 사망)는 ‘미·일 안보조약’의 중요성을 역설했을 만큼 고이즈미 가(家)의 ‘친미 성향’은대물림이다. 일본 외무성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아시아를 이해한다면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는 언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아시아 지역에 대한 몰이해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놀랍게도 한국이건 중국이건 태어나서 가본 적이 없다.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 참가를 위해 상하이(上海)에 가는 게 첫 중국 방문이다.한국과 중국을 모르는 고이즈미 총리가 취임하자 한국 정부는한·일 관계의 앞날이 험난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이길 바랐다. 전문이 아니기는 방위 분야도 마찬가지다.총리 취임 후 방위 정책과관련한 그의 언급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그 가운데 유사법제 정비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는 상당히 적극적이다.그는 취임 직후 “일본 근해에서 미군이 공격받았을경우 일본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능한 일인가”면서사실상 검토를 지시했다.일본 정부는 지난 60년 “헌법상 행사는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렸으며 이같은 헌법해석은 아직까지 유효한 상태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개헌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미국의 미사일 방위(MD) 구상에도 결국은 미국의 권유를 받아들여 참여할 것으로전망되고 있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marry01@
  • [사설] 공정위 패소와 기업주 윤리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SDS에 158억원의 과징금을 매긴 것과 관련,서울 고법에서 패소했다.이 판결이 공정위 결정에흠이 됐지만 불공정거래에 철퇴를 가하려는 공정위 역할이위축돼서는 안된다.또 일부 언론사들은 자신들에게 매긴 공정위 과징금에 불만을 품고 주도해온 ‘공정위 때리기’에이 판결을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판결의 초점은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상무보 등 6명의대주주 특수관계인이 23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삼성SDS로부터 헐값에 산 것이 과연 공정한 시장질서를 훼손했느냐 여부였다.이런 부당지원행위가 주식시장 투자자들에게피해를 주었다는 것이 공정위 주장이다.반면 법원은 아직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아 “공정거래를 저해한 것은아니다”며 공정위에 패소판결을 내렸다.공정위는 고법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어서 시장질서 훼손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고법은 판결을 통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지원행위는경제력 집중을 유지, 강화시키고 부의 세대간 이전을 가능케 하는 행위이며 이를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즉 변칙 상속·증여를 통한 부(富)의 대물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법원도 인정한 것이다.세계적인 대기업의 소유주가족이 변칙 상속·증여받았다는 것은 법 이전에 기업주의윤리와 도덕성에 먹칠한 행위다.삼성과 이씨 측은 승소에기뻐하기보다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또 이 판결이 공정위 때리기의 또다른 소재로 악용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그렇지 않아도 최근 일부 언론사들은 자신들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공정위를 집중 난타해왔다.그러나 대기업들의 독과점과 불공정행위에 맞서홀로 싸워온 공정위를 언론사들이 자사이기주의 때문에 지나치게 깎아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공정위는 법원 패소판결을 계기로 보다 합리적으로 법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법원도 기업주들의 변칙 상속·증여를 막기 위해 보다 전진적으로 법을 해석하길 바란다.
  • 언론사 고발/ 고발내역 - 조선일보사

    ◆방상훈사장 ■방사장은 97년12월 일가 방모씨가 보유하던조선일보사 주식 6만 5,000주(평가액 54억원)를 친구 허모씨에게 주당 5,000원씩에 매각한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해명의신탁했다. 그 뒤 허씨 딸을 며느리로 맞아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특수관계가 성립될 것이 분명해지자 약혼식 직전인 99년 12월주식 6만 5,000주(평가액 52억원)를 방 사장 아들에게 주당7,500원(5억원)에게 매각한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해 우회증여했다.30억원을 탈루했다. 특히 주식을 합법적으로 매매한 것처럼 위장하려고 99년12월 방모씨의 어머니 윤모씨가 주식양도대금조로 하나은행허모씨의 계좌에 4억8,000만원을 무통장 송금하고 허모씨명의로 주식양도소득세를 대리신고 납부했다. ■방 사장은 조선일보사 전무 방모씨 등 9명 이름으로 명의신탁해 뒀던 조광출판인쇄 주식 16만6,000주를 세금없이 대물림해주려고 명의신탁 주주와 주당 5,000원씩에 주식을 매매한 것처럼 주식매매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아들에게 우회증여했다.증여세 8억원을 탈루했다. 특히 94년5월과10월 두차례에 걸쳐 실시한 조광출판인쇄의 유상증자때 방모씨 등 8명의 주주명의로 관리해오던 법인부외(簿外)자금을 여러차례 나눠 납입했다.지난해 3월 실시한 유상증자대금 18억원도 정모씨 등의 명의로 관리해오던 법인부외자금을 현금화해 납입한 점이 확인됐다.이 주식은 명의신탁 주식이 분명한데도 형식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매매를 가장해 증여세를 탈루했다. ■방 사장은 전 국장 김모씨,전 이사 장모씨,전 사장 신모씨 등 이름으로 명의신탁해 둔 스포츠조선 주식 8만1,000주를 아들에게 세금없이 대물림하려고 98년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명의신탁 주주와 방사장 아들이 주당 5,000∼6,000원씩에 주식을 매매한 것처럼 허위계약서를 작성했다.증여세 22억원을 탈루했다. ◆조선일보사 ■96년 11월15일부터 12월 30일까지 임직원에게 복리후생비를 지급하거나 거래선에 접대비를 지급한 것처럼 가장해 전표와 회계처리를 한 뒤 8억3,000만원을 유출해 법인세 등 8억원을 탈루했다.특히 증자 예정시기에 맞춰추적이 어려운 소액수표를 대량발급받아 사용하는 등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하게 회사자금을 유출했다. ■법인에서 조성한 부외자금을 전·현직 임직원 이름으로개설된 차명계좌로 관리하면서 96년1월부터 99년12월까지차명계좌에서 발생한 수입이자 11억7,800만원을 법인의 수입금액에 계상하지 않고 부외자금 가운데 31억5,500만원을회계처리 없이 유출해 법인세 등 32억원을 탈루했다. 개인 집에서 사용하는 차량을 회사차량인 것처럼 자산으로계상하고 운전기사급여 등 6억125만원을 회사비용으로 변칙처리해 법인세 등 5억원을 탈루했다.
  • [사설] 自省, 그리고 엄정 수사를

    국세청은 어제 중앙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 조선일보와동아일보 국민일보 3사는 법인과 사주를,중앙일보 한국일보그리고 본사 등 3사는 법인과 당시 대표이사 등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이로써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는 본격적인 수사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일부 신문사 사주의 경우,복리후생비 등을 지급한 것처럼 경비를 허위 계상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증자 대금으로 사용하고 회사돈으로 사주의채무변제까지 하는가 하면 취재·광고비 일부를 사주 계좌에 입금시켜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또 사주 일가의외유비 수억원을 회사가 부담토록 하고 주식 등을 대물림하면서 상속·증여세를 포탈하기도 했다. 국세청이 고발한 혐의는 최종적으로 법정에서 가려질 것인만큼 해당 신문사나 사주는 언론탄압이니 언론에 재갈 물리기니 하며 반발하기에 앞서 자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일반기업과는 달리 권력에 대한 감시 등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사가 사회 전반의 불법과 비리를 고발, 비판하려면스스로가 떳떳해야 하기 때문이다.언론사에 대한 무더기 고발 사태는 언론계로서는 불행한 일이지만 이를 계기로 각언론사가 경영의 투명도를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본사는 이미 29일자 사고를 통해 소득 탈루 및 검찰 고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를 표하고 앞으로 경영의 투명성을 더욱 높일 것을 다짐했다.다만 국세청이 통보한 추징세액 중 법 적용상 문제 등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구제절차를 밟을 것임을 밝혔다. 이번 수사와 관련하여 검찰에 몇가지 당부하고자 한다.우선 사주들의 개인적인 비리와 언론계 관행에 따른 경미한범법을 구분하여 처리하기 바란다.국세청의 세금 추징 및법인 고발의 많은 부분이 조사실무자의 경직된 판단에 따르거나 신문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신문사들이 국세청의 고발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에 대해 승복하지 않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또 검찰 수사는 가급적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불필요한정치적 논란이 증폭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일부 사주의 사기성 세금탈루라든가 외화밀반출 등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특가법 적용 등 엄정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정치권은 언론사 탈세 등 수사와 관련하여 부질없는 정치공방을 그만 두기 바란다.언론 자유 문제와 언론사의 탈세 및 사주의 비리 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세무조사를 둘러싸고 여야가 마치 ‘대리전’형태의 공방전을펴는 것은 언론개혁을 위해서나 공정한 수사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씨줄날줄] 예술고 인맥

    “뉴욕 전통 명문인 상류 계급의 딸은 4살이 될 때까지 대부분 유모와 어머니손에서,그후에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할줄 아는 가정교사 손에서 큰다.7살이 되면 사립학교에 다니며 14살이 되면 메릴랜드의 ‘세인트티모시학원’또는 코네티컷의 ‘미스 포터’학교나 ‘웨스트오버학원’등에 보내진다.그후 브린모어,바서(Vassar)나 웰슬리대학 등에 다닌다.그들이 졸업하고 결혼하면 바로 자신의 딸들을 똑같은교육 과정으로 인도한다” 1950년대 미국 이야기다.상류층 교육이 사회 신분 대물림에 미치는 과정을 한 사회학자가 지적한 것이다.물론 이런명문 학교 중 일부는 지금도 유지된다.미국 역사상 첫 여성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와 미국 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은 모두 매사추세츠주의 명문 여대인 웰슬리대 졸업생이다.이들 명문 학교 졸업생은 미국 여성으로 상류사회 티켓을 쥘 수 있는 강력한 요건 중 하나를 갖추는 셈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경기·이화여고 졸업생은 여성 엘리트의 주류를 이루고 상당수 남성 엘리트의 부인이 되어 있다. 경기여고 동창회인‘경운회(慶雲會)’ 회원 가운데는 현직국회의원과 장관이 있고 장관·의원 부인도 수십명에 달한다.이화여고 출신 역시 대통령 영부인부터 전직 장관을 비롯해 각계 저명 인사층에 많이 포진하고 있다. 경기·이화 등 명문 여고 학연이 지난 1977년 고등학교 평준화 조치이후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흥미롭다.이화여대 최샛별 교수는 서울예고와 선화예고 등 예술계 고등학교가 기존 명문 여고를 제치고 강력한 여성 학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평준화 이후 이들 예술고출신들이 평준화 이전 경기여고만큼 서울대에 많이 합격하고 있다는 것이다.또 서울대와 이화여대 음대에 진학한 서울예고 출신의 77.9%가 세칭 명문대 출신 남자와 결혼한다. 최 교수는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자기보다 나은 남성과결혼하는 점에서 이들 예술고 출신들은 상류층의 남성 네트워크를 강화시킨다”고 지적했다.여성 학맥을 유난히 색안경을 쓰고 볼 필요는 없다.다만 예술고 졸업생은 중산층 이상으로 집안 환경이 비슷해 학연이 더욱 공고해질가능성이 문제로 지적된다.그렇지 않아도 별의별 연줄을 다 대가며뭉치기 좋아하고 연줄의 폐해가 심각한 마당에 또다른 강력한 여성 인맥이 형성된다는 소식이 그리 반갑지는 않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편집자문위원 칼럼] 판단은 독자몫으로

    1920년 미 해군이 라디오방송에 최초로 성공하고,상설 라디오방송국이 생겨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신문의 시대는 갔다고 예언했다.그러나 그들의 예언은 빗나갔고 신문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되어 갔다.1950년대 이후 텔레비전 수상기가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2001년 오늘,현대 정보화사회의 총아라고 불리는 인터넷 이용자 수가 우리나라만 해도 이미 1,500만명에 육박하면서‘쌍방향성’과‘실시간’이라는 특유의 장점을 활용하여 인터넷신문이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다.그러나 오늘도 여전히 대부분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활자로 된 신문을 펴드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그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컴퓨터는 무선인터넷이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휴대가 불편하다는 등의 여러가지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무엇보다도 신문이 인터넷과 비교해 가진 가장 큰 강점은일선 기자가 현장에서 취재한 내용을 하나하나 편집 과정을거쳐 1면에서 맨 마지막 면까지 일관된 논조와 관점을 가지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즉,신문은 정보와 여론의 전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여론을 형성하고 관점을 제시하기에 의미가 있고,또 그만큼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높은 책임감을 요구하는 것이리라. 이런 의미에서 최근 대한매일의 몇몇 기사는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먼저 8일자 데스크시각 ‘여의도 일제 청산 바람’과 7일자 ‘독립운동가 윤세주 사상 통일 과정서 삼아야’라는 기사다.얼핏 단신으로 처리될 수도 있는 기사를 발굴해 비중있게 다룬 기자의 숨은 노력과‘관점’이 돋보였다.기사에서 언급한 대로‘외세에 빌붙어 민족 반역을 저지른 자들’이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그대로 살아남아 기득권을 유지하고,오히려 외세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들의생애와 사상은 상대적으로 왜곡,축소되어서 후대에 제대로대물림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이런 과거 청산의 노력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지나간 과거의 회고가 아닌 미래의 설계이다. 반면 8일자 ‘승객 볼모 항공대란 안된다’는 과거의 파업관련 기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기사였다. 분명 현행 노동법에도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은 보장되어 있고,국제노동기구(ILO) 규약에서도 마찬가지이다.그런데 우리의 신문들은80년대 우리 경제가 호황을 누릴 때는 이제 경제가 잘 되려고 하는데 노동자들의 파업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했고,그후 경기 침체기에는 경제가 어려운데 노동자들이 참고자제할 것을 요구했다.지하철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시민의발을 볼모로 한다고 했고,한국통신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국민의 통신권을 볼모로 한다고 했다.노동자들에 불리한 여론을 형성하여 파업권 행사 자체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이른바‘볼모론’인 것이다.이제는 교섭에 참여한 관계자의 말을 빌리는 형식으로 파업 이전부터 한 쪽에 불리한여론을 형성하기보다는 노동쟁의의 근본 원인을 객관적으로분석해서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파업을 지지할 것이냐,파업 결정 철회를 요구할 것이냐를 독자들 판단의 몫으로 남겨 놓아도 되지 않을까? [최재훈 국제민주연대 상임간사]
  • [피플 인 포커스] 근로자의 날 산업포장 받은 안장노씨

    그의 웃음은 참으로 밝다.인생사 숱한 좌절에도 굴절되지않은 ‘건강함’이 배어있다.한쪽 팔이 없는 2급 산재 장애인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산업포장을 받은 안장노(安章老·47·한국전력 충남지사 직원)씨.84년 충북 산간마을에서공사 중 감전사고로 오른쪽 팔을 잃었다. 탄광일을 하던아버지(80)가 진폐증으로 쓰러진 지 꼭 15년 만이다.가난의 대물림은 이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그는 원망과 분노 대신 ‘더불어 사는 인생’을택했다.필설로 다 못할 장애인의 설움을 기독교 신앙의 힘으로 승화시켰다.10년 넘게 빈민촌을 찾아 소년소녀 가장과 독신노인들을 남몰래 도왔다.구체적인 내용은 한사코말을 아꼈다. 중학교 학력이 전부인 안씨는 올해 방송통신고에 입학했다.가난으로 중단한 학업에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다.자식(1남1녀)들에게 ‘도전의식으로 살아라’는 산교훈을 주기위함이다. 이런 철학은 직장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업무개선안으로생산성을 높였고 민원인들을 직접 찾아 불편사항을 처리해‘클린맨’으로 통한다. 북한동포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100끼니 굶기’에 동참했던 안씨.‘네 탓’이 요란한 이 사회가 이나마 지탱되는것은 안씨 같이 ‘빛과 소금’이 되려는 사람들 덕이 아닌가. 오일만기자 oilman@
  • SBS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 저속한 갈등구조 엽기적 수준

    SBS TV의 수목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이 전혀 아름답지 않은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있다. 돈 없는 것 빼고는 모든 것을 갖춘 착하고 예쁜 여주인공이 엄청 부잣집 남자와 잘된다는 진부한 줄거리도 답답한데 남녀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엽기적으로 설정돼 있다. 민철에게 부여한 카리스마적 이미지는 지나침을 넘어 가학적 성향까지 띠고 있다. 민철은 가정교사라는 미명아래 연수를 자신의 집에 데려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자신의 전화만 받으라면서휴대폰을 사주고 그 전화기에 다른 전화가 걸려오자 연수를 거의 죄인 다루듯이 다그친다. 야심한 밤에 할 이야기가 있다고 자신의 방안으로 끌여들여 반 강제로 침대에 앉히고 무릎을 베고 눕기까지 한다. 연수의 동생 세나의 가수 데뷔를 미끼로 저지른 성희롱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연수는 어떤가.이런 천하에 파렴치한 무례한에게 사랑을느끼고 이리저리 휘둘린다.미대에 가기위해 열심히 돈을벌어 24살에야 꿈을 이룬 악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연약하고 어리숙하다.민철에 대한 감정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버거워 징징거리고 또 다른 남자 선재에 대해지나치게 우유부단하다. 민철의 아버지와 재혼한 선재 엄마 명자의 거짓말도 상식이하이다. 떳떳하게 재혼한 사실을 밝히지 않아 선재가 첩의 아들이라는 치욕스런 괄시 속에서 내내 기죽어 자라도록 방치한다. 민철과 민지도 자신들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아버지가 외도했다고 추측하고 엄청난 상처를 받는다. 또 민철과 선재가 그들의 아버지들의 관계를 그대로 대물림하는 부전자전의 구조는 너무 식상해 신물이 날 지경이다.같은 여자를 사랑하는 레코드사 실장인 민철과 음악에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선재는 아버지들처럼 음악계에서 한판 대결을 펼칠 가능성을 보인다. 여기에 민철의 아버지인 성춘이 선재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는 점이 첨가됐다.드라마가 이 시점에서 엽기를 뛰어넘었다.해괴하기까지 하다. SBS는 젊은 남녀의 다양한 사랑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기획의도를 밝혔지만 자극적인 멜로드라마로 시청자들을 확보하겠다는 속셈밖에 보이지가 않는다. ‘아름다운 날들’의 윤시내 프로듀서는 “기본적인 선악구조를 피하고 각자캐릭터에 생동감을 주기 위해서 이같은 설정이 필요했다”면서 “약간 과장된 면은 있지만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비 꼬인 줄거리를 짜지 않아도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작가와 PD의 역량이 새삼 중요하게 느껴진다. 이송하기자 songha@
  • ‘한국의 학벌, 또하나의 카스트인가’ 펴낸 김동훈교수

    서울대 폐교론까지 나오는 등 학벌 중시 풍조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1999년)에 이어 ‘한국의 학벌,또 하나의 카스트인가’(책세상문고 제37권)를 최근 펴낸 김동훈 교수(국민대 법대)는 “학벌사회의 심각성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고 시민 개개인이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학벌사회를 타파하자는 것은 봉건사회를 벗어나 근대시민사회에서 살아보자는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김교수는 우리 사회는 대학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는 신분제적 가치와 원리가 지배하는 사회,사회적 권력의 배분이파당적으로 분배되는 붕당적 사회,사회의 부와 권력을 소수 학벌집단이 차지하는 독과점사회,학벌이란 집단적 편견이 문화·심리적 갈등을 빚어내는 갈등사회라고 학벌사회의 폐해를 지적한다.“국회의원이나 교수 등 몇가지 지표만 보더라도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몇몇 명문대의 독점비율이 극심하고 학벌이 차이나면 결혼 등 인간관계마저 영향받는 비정상적 사회”라는 얘기다. 그는 기회균등론,능력지표론 등 학벌사회를 옹호하는 주장에 대해 서울대의 4분의1이 8학군 출신인 상황을 예로 들며 학벌사회가 오히려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대물림시킨다고 반박한다. 문제 제기는 쉬워도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대학을 평준화하자는 극단론까지 나오지만 그는 제도와 의식등 2가지 측면으로 나눠 실현가능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똑같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립대의 1∼2%에비해 예산의 60%를 국고에서 지원받는 국립대의 사립대에대한 우위를 문제삼는다. “사관학교나 교육대 등은 몰라도 나머지 국립대는 존재이유가 없는만큼 독립법인화해 독자생존하도록 해야 합니다”수도권 대학의 우위를 타파하기 위해 인재 지역할당제 등특단의 조치를 통해 지방대를 획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한다. 대학서열화와 대학입시제도 개선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입시를 통해 대학에 들어가는 나라는 일본과 대만,우리나라 정도 뿐”이란다. 또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공정성 시비를 걸지 않듯이 대학과 지원자간의 관계를 사적계약 수준으로 낮춰 대학을 믿고 재량권을 줘야 한다”며 대학 입시와 연관해 공정성을 요구하는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체능계는 전문학교로 보내고 법대 등은 전문대학원 제체로 전환하는 등 대학 자체도 획일성을 버리고 다양화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교수와 대학원을 타 대학 출신에 개방하는 일도 중요하다. “미국 하버드대의 본교 출신 교수는 10%에 불과한데 서울대는 80∼90%”라며 교육부가 2년전 신임 교수의 본교 출신 비율을 3분의2 이하로 제한했지만 그나마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정부의 의지 박약을 개탄한다. 김교수는 의식개혁 행동강령으로 ▲학벌을 묻지도 밝히지도 말자 ▲학벌 관념을 조장하는 언론과 치열하게 싸우자▲학벌차별 기업·명문대의 학벌조장 행위·고교의 반교육적 입시지도를 고발하자 ▲고교생들의 목소리를 이끌어내자 ▲사교육시장의 학벌관념 조장행위에 제동을 걸자 등을 내건다. 김교수는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www.antihakbul.org)의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앞으로 학벌사회를 지탱하는 허구적 이론에 대처할 이론적 작업을 계속하고,비명문대생 등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공론화하며,언론모니터링 작업도 곧 시작해 대중매체에 의한 학벌차별 조장을시정시킬 계획이다.이 모임은 안티조선 회원 단체이기도하다. 김주혁기자 jhkm@
  • [사설] 변칙 富세습 차단 계기로

    삼성그룹 대주주 일가의 재산이동에 국세청이 수백억원의증여세를 물린 것은 일단 합법을 가장한 변칙 상속과 증여에 쐐기를 박은 점에서 주목된다.그동안 대주주들은 법망에걸리지 않는 신종 금융기법과 수단을 동원해 공공연하게부(富)를 대물림해왔다.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다양한 변칙상속·증여를 처벌할 수 있게 법을 고친 데 이어 최근 세무당국도 적극 과세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은 바람직하다. 삼성SDS는 지난 1999년초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회장의장남 재용(在鎔)씨 등 4명의 자녀와 그룹 임원 2명에게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싼 값에 발행해 1,600억원이상의 부당이득을 넘겨주었다는 논란이 그동안 제기됐다.참여연대는 이들을 상대로 900억원이상의 세금을 추징할 것을 주장해왔으며 국세청은 이번에 증여세 부과를 결정한 것이다.그러나변칙 상속·증여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당장삼성측은 국세청이 실제 거래가 되지 않는 비(非)상장기업의 장외 가격을 기준으로 증여세 부과액을 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반면 참여연대는 주주들에게 피해를입혔다며 삼성SDS경영진을 배임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공방에도 불구 국세청은 부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대주주들의 부당한 재산이동에 적극 과세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교묘한 변칙 상속과 증여를 견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부터 변칙 상속과 증여를 폭넓게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만큼 법원도 지금까지와는 다른,유연한법 해석으로 이를 막아야 할 것이다.삼성 대주주 일가가 지난 1995년에도 변칙 상속과 증여를 했지만 그때 동원된 수단이 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이유로 과세가 이루어지 못했다는 점을 법원은 알아야 한다.대주주들은 ‘법에못박지 않는 수단은 모두 정당하다’며 법의 헛점을 노리기보다는 정당하게 세금내고 재산을 이동시키겠다는 윤리와도덕심을 가질 것을 당부한다.
  • [공직인맥 열전](44)국방부·군②

    대한민국 공직 인맥의 최고봉은 어디일까. 각종 지역맥과 학맥 등 사람에 따라 엄지를 세우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육군사관학교 군맥(軍脈)을 빼놓을 수 없다.육사의 군맥은 3공화국 이후 6공화국까지 군부통치시대의한국을 움직인 총본산이었다. 박정희(2기) 전 대통령에 이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11기) 등 3명의 대통령이 육사출신이다. 육사의 영향력은 ‘문민정부’를 거쳐 ‘국민의 정부’들어서도 여전하다.중앙부처 1∼3급 고위직 1,804명중 육사출신은 ▲서울대(571명,31%) ▲고려대(145명,7·9%)에 이어 당당히 3위(128명,7%)에 올라있다.지난 76년 육사 25·26기출신 장교들이 이른바 ‘유신사무관’으로 관계에 진출한 이래 37기까지 이어진 결과이다. 올해 임관한 57기생까지 1만6,000여명의 장교를 배출한육사인맥의 핵심은 문민정부이후 청산된 TK(대구·경북)중심의 ‘하나회’였다.하나회는 지금도 실존하고 있고 명단속의 인물들이 현역에 남아있지만 한때 무소불위의 권력을휘둘렀던 하나회는 전·노 두 전 대통령의 구속, 문민정부의 하나회 숙정과 함께 ‘전설’이 되었다.이후 만나회,나눔회,알자회(알짜회) 등 하나회의 빈 자리를 채우는 육사기수 중심의 사조직이 감지됐지만,공식적으로 군내 사조직은 실존하지 않는 것으로 돼있다.공개된 하나회원은 여전히 선별진급 대상자이다. 출신학연으로 살펴본 육군의 군맥은 육사-학군(ROTC)-3사-갑종(사병 및 하사관출신이 장교로 임관) 등 4개로 나눠진다.하지만 이는 편의상의 분류일 뿐,군 전체는 사실상육사 대 비육사(해사,공사 포함)의 구도로 압축된다.‘국방부는 육방부’‘육군본부는 육사본부’로 불릴 정도로육사출신이 완벽한 독점체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해사와 공사는 각각 해군과 공군에서는 독보적인 지위를누리고 있지만 국방부,합참 등 지휘부에서는 아직 소외되어 있다. 70만 대군을 거느리고 14조원의 국방예산을 사용하는 국방부 장·차관 등 모든 핵심요직은 육사 선후배가 기수순으로 포진해 있다.얼마전 중앙인사위원회가 조사·발표한공무원들이 선호하는 국장급 이상 정부부처 30개 기관 120개 자리중 국방부의 5개 직위(차관보,기획관리실장,획득실장,인사복지국장,정책기획국장)의 주인은 예외없이 육사출신 예비역 및 현역 장군들이다. 이밖에 정책보좌관,획득정책관,장관보좌관,대변인 등 나머지 핵심보직도 육사출신이 대물림한다.기무사령부 등 직할부대와 군인공제회 등 굵직굵직한 산하기관의 주요 보직도 ‘육사 성골’들의 독무대이다. ROTC와 3사,갑종은 구색용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갑종의 경우 조영길 합참의장(172기)과 모 군단장,모 부사령관이 남아있다.ROTC도 홍순호 합참 정보본부장(4기)과 모군단장 등 3명이 ‘견제’와 ‘배려’ 사이에서 생존했다. 3사는 사단장(소장급) 6명이 야전부대에 나가있고 국방부근무지원단장,국방부 기무부대장 등 준장급 자리를 맡고있다.국방부의 현역 장성 국장 15명중 비육사는 유병구 사업관리관(공군소장·공사 19기) 1명 뿐이다. 비육사출신 국방부 장관,합참의장은 눈을 씻고 찾아야 할정도다. 공군출신중 김정열(사관후보 1기)·주영복(사관후보 8기)·이양호씨(공사 8기) 등 3명이 국방장관에 올랐을뿐이다. 이양호씨는 합참의장을 거쳐 장관에 기용된 유일한 비육사출신이다.55기생을 배출한 해사는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을 단 1명도 내지 못했다.그나마 하나회 제거후의권력 공백기라는 특수성 덕분에 군정권과 군령권을 차례로쥐는 영예를 누린 이양호씨는 무기로비와 관련, 결국 구속됐다.육사와의 ‘파워게임’에서 희생됐다는 설이 당시 파다했다. 노주석기자 joo@
  • 정주영회장 死後/ (상) 막오른 ‘夢字시대’

    왕(王)회장 없는 현대그룹은 어디로 가나.그룹을 떠받치던정신적 지주가 무너진 현대는 형제간의 그룹분할체제로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이지만,움푹 패인 공백의 후유증은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왕회장이 없는 현대그룹의 앞날을시리즈로 알아본다. 왕회장의 별세는 정씨 일가의 1세대인 ‘영(永)’자 시대가 끝나고 ‘몽(夢)자 시대가 도래했음을 말해준다.그룹의본격적인 해체와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왕회장이 살아 있을 때 형제간 갈등을 겪긴 했지만,그룹이 해체의 수순을 밟아온 터라 치고받는 형제간 지분다툼은 덜할 것이란 관측이다. ■사실상 분가(分家)끝 그룹은 이미 해체된 상태나 다름없다.장남인 MK(鄭夢九)는 지난해 9월 현대·기아차,현대모비스 등 10개의 계열사로 구성된 자동차소그룹으로 독립했다.MH는 건설·상선·전자·아산·택배 등 나머지 계열사를 보유,기존의 현대그룹으로 남았다.MJ는 알짜배기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자신의 몫으로 챙겼다.계열분리에 필요한 요건과 절차도 마무리된 상태여서 별다른 잡음없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세 형제,홀로서기 시험대 현대가(家)의 세 형제들 앞에놓인 장애물은 적지 않다. 우선 MK는 숙부(叔父)인 정세영(鄭世永)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현대차에다 기아차를 인수해 독자경영에 나섰지만,향후 기상도가 탄탄대로만은 아니다.지난해에는 국내외의 경기호조 등에 힘입어 무려 1조원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그러나 올해부터 자동차경기가 침체국면인데다 수입차가 봇물처럼 밀려들 것으로 예상돼 그야말로국내 자동차업계는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할 처지에 놓였다.그동안 정 명예회장이 쏟은 연구·개발(R&D)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항간의 얘기를 불식시킬 만한 전문경영인(CEO)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을 지가 주목된다. MH의 어깨는 MK보다 무겁다.당장 부채더미에 쌓인 현대건설과 현대전자의 정상화가 그의 과제다.왕회장이 정치력을발휘해 길을 닦아놓은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사업 등 대북사업의 성공 여부도 관심거리다. MJ는 두 형보다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향후 2∼3년간 수주물량을 확보해 둔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에서 단연 세계정상의 자리에 우뚝 설 만큼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다.그러나 MJ가 왕회장처럼 정치일선에 뛰어들게 될 지 여부가MJ운명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남은 과제 왕회장이 살아있을 당시 해결되지 않은 것은형제들간의 불협화음이다.숙부와 조카들간의 마찰음도 예사롭지 않다. 현대측은 그룹내 계열사가 계열분리돼 딴 살림을 차리더라도 ‘서로 돕고 사는’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MK·MH의 감정의 골이 치유되지 않았으며,현대차대물림을 놓고 MK와 정 명예회장간의 앙금이 그대로 남아있어 왕회장없는 현대가(家)가 왕회장의 후광없이도 굳건히 버텨낼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주병철기자 bcjoo@. *현대 北韓사업 어떻게.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사망으로 앞으로의 대북사업 전개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직접적’이진 않지만 ‘간접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내다봤다.대북사업의 ‘큰 틀’은 유지되겠지만 진행속도나 세부적인 계획에서는 변화가 없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정 전회장은 남북경협에 있어 상징적인 인물이다.금강산관광·개성공단 개발 등의 합의는 그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직접 만나 이룬 성과다.정 전회장은 중요한 사업을 직접 챙기면서 북한 실세들과도 상당한 친분을 쌓았다.99년 9월부터 평양에 ‘정주영체육관’(농구장)이 건설중이고 이를 북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만큼 대북 친화도도 높다. 전문가들은 북한측이 김 국방위원장과 정 전회장의 단독면담을 주선할 만큼 그를 인정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영향력을 통해 얻어졌던 대북사업의 돌파구나 역할의 공백을그의 후계자들이 메워나가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봤다. 현재 현대의 대북사업은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회장이 총괄하고 있다.특히 현대그룹이 분할되고 자금난이심화되는 가운데 수익성이 ‘불투명한’ 대북사업의 ‘총대’를 짊어질 계열사도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박재규(朴在圭) 통일부장관은 정 전회장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22일 “고인은 남북간 긴장완화에 기여했다”며 “정몽헌 회장이 정 전회장의 뜻을 받들어 대북사업을 더욱 발전시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다른 정부 당국자들은 “갑작스럽게 닥친 일은 아니기 때문에 현대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대북사업에서 현대가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만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대북사업의 차질을 우려했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교수는 “정주영씨의 사망이 현대그룹 전체 운명에는 적잖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경하기자 lark3@. *왕회장 '정계 대야망' 대선 3위로 끝내 좌절. 21일 밤 숨진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은 평생을 몸담아온 경제계를 잠시 떠나 외도(外道)를 한 적이있었다. 그가 ‘대망’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딘 때는 14대 대선을불과 10개월여 앞둔 92년 2월8일.국내 최대의 재벌 총수답게 현대그룹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 마련한 2,600여억원의 거금을 들여 통일국민당을 창당하면서 정치란 새로운‘업(業)’에 발을들여놓았다.경제계의 ‘왕회장’이 정계의 ‘왕회장’이 되고자 인생모험에 승부를 건 셈이었다. 초반엔 순탄한 길을 걸었다.창당 한달여 만인 ‘3·24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31석(지역구 24,전국구 7석)을획득,원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제3당의 위치를확보한 것이다. 당시 그는 7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벽 6시에 당무회의를 소집하는가 하면 헬기를 동원,전국을 돌며 총선 지원유세를 벌이는 등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을 과시했다. 마침내 ‘대통령의 꿈’도 펼쳤다.같은 해 5월15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선후보로 등록,후보군에 공식 가세했다. 그는 “아파트를 반값에 전국민에게 공급하겠다”,“경부고속도로를 2층으로 짓겠다”는 등 기상천외한 공약을 내세워 유권자 공략에 나섰고,특히 경쟁 후보였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겨냥,“머리가 나쁜 사람”이라는 독설을 퍼붓는 등 좌충우돌식 선거전을 벌이기도했다. 그러나 정작 92년 대선에서 388만67표(16.1%)를 얻어 3위에 그치는 고배를 들었고,패배 뒤의 후유증은 예상보다 훨신 컸다.다음 해 1월14일 검찰이 현대 비자금 문제로 소환하자 김해공항을 통해 몰래 일본행을 시도하다 잡히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검찰조사 결과 불구속 기소됐지만,2월9일 모든 것을 뒤로접고 정계은퇴를 공식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평생 ‘밑지는 장사를 해본 적이 없다’는 그가 잠시 외도한 정치에서만은 손해를 본 데 대해,당시 시중에선 “경제 9단도 정치 9단보다는 한수 아래”라는 결산평이 나왔다. 이종락기자 jrlee@
  • [사설] 기여입학제 아직은 일러

    연세대가 기여입학제의 도입을 추진키로 하고,교육부에관련법규의 개정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대학이 마련한 안에 따르면 “학교발전에 도움을주거나,기부금 또는 토지·건물을 제공한 자의 자녀에게특례입학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대학측은 “정부의법개정 여부와는 별도로 여론 수렴에 나설 계획”이라며강력한 추진의지를 밝히고 있다.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고,학교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학재정의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대학측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기여입학제도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이해가된다. 적지않은 사립대학들이 비슷한 생각일 것으로 본다. 더욱이 이 제도가 1986년 교육개혁심의위원회에 의해 사학(私學)발전 방안의 하나로 제기된 이후 기회있을 때마다불거져 나왔다는 점에서,무조건 묵살할 일도 아니다.그러나 지금의 여건이나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이 제도의 도입을 추진할 만한 상황이 됐는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다.우리는 아직까지 그럴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우선 교육에서조차 평등접근의 원칙이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그렇다.연세대측은 “이번 안은 경제력과 대학입학을 맞바꾸는 기부금입학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기여입학제’로 표시한 데서도 그같은 의지를 읽을 수 있다.대상자는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선발하고,최소한의 수학능력을 갖춘 학생으로 한정하겠다고 한다.또 기여후 일정기간이 지난 뒤 기여자의 자손에게 혜택을 주는 등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한다.그러나 입시지옥,입시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것을 대학입시에 바치는 게우리의 현실이다.아무리 정원외 선발이라 하더라도 ‘특전입학’을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입시부정이끊이지 않아 “돈만 있으면 대학도 마음대로 들어가느냐”는 불만의 소리가 높다.이 제도가 또다른 부정의 온상이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교육 불신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국민들이 대학에 대해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보더라도 시기상조다.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대학을 신분상승의 유력한통로로 여기고 있다.아무리 형편이 어렵더라도 자식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다면 기꺼이희생을 감수하겠다는게 대부분 학부모의 심정이다.부의 대물림이 교육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대학재정 운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도 일면적인 고찰이다.이른바 일류대는 그럴 것이지만,나머지 대학은 상대적 박탈감만 더할 것이다.공부하는 대학,연구하는 대학의 분위기를 만들어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한 때다.
  • ‘草笛의 명인‘ 박찬범씨 “풀피리 한번 들으면 반해요”

    “나무 이파리 네 개면 하루 연주회가 너끈한데 5,000만원짜리 바이올린은 뭐고,1억원 짜리는 또 뭐에 쓴답니까.” 초적(草笛)의 명인 박찬범에게 “악기값 안들어 좋겠다”고 하자 이런 대답이 건너왔다.초적이란,쉽게 말해서 풀피리다.그는 오는 11일 오후2시 국립민속박물관 강당(02-734-1341)에서 초적 연주회를 갖는다. 박찬범은 풀피리로 지난해 서울시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됐다.풀피리도 어느새 당당한 전통 예능으로 대접받은 셈이다. 조선 성종24년(1493년)에 초적을 당당한 향(鄕)악기의 반열에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니 그 전통은 생각보다 깊은 것 같다. 그가 이번에 들려줄 곡은 자작곡 ‘강산풍월’과 ‘파장’,그리고 아쟁 임정화,가야금 신재희,장고 차봉환 등이 함께하는 시나위 등이다.‘강산풍월’과 시나위에는 이영옥의 살풀이도 곁들인다.가벼운 민요나 부는 것으로 알았던 풀피리로도 구색을 제대로 갖춘 연주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의 풀피리 솜씨는 대물림한 결과다.고향인 전남 영암에서 풀피리로 ‘한가닥’하는 부친에게서 8살 무렵부터 배웠다. 이후 피리로 연주할 수 있는 정통가락은 대부분 섭렵했다.실력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7년전.친구들과 찾은 술집에서 심심풀이로 선보인 ‘칠갑산’가락을 방송국 관계자가 듣고 KBS에 출연하면서 ‘뜨기’시작했다.98년 9월 정동극장에서 초적연주회를 가진 데 이어 99년 1월에는 국립극장에서 중앙국악관현악단과 연주했다.이 악단과는 다음달 고향 영암에서열리는 왕인박사 축제서 다시 한번 협연한다. 그가 연주회에 앞서 반드시 찾아가야 하는 곳은 단골 화원. 나무 이파리라면 무엇이든 ‘악기’가 되지만,귤과 유자나무가 으뜸.눈·비·바람을 겪을수록 깊은 소리를 낸다.윤기나는 이파리 몇개를 꺾어들면 연주회 준비는 끝난다. “옛날에는 풀피리한다고 멸시도 많이 받았다”는 그는 “그러나 연주할 때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제자도 십여명이나 기르는 요즘은 정말 흐뭇하면서 어깨도 무겁다”고 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계간 ‘사회평론’봄호 특집

    “표절이란 남의 글을 도둑질하는 것으로,진리탐구와 학문연구·교육에 전념하여야 할 대학교수의 논문·저서에 이런표절시비가 일고 또 그 관련자들이 교수를 대표하는 것처럼보이는 것은 아무리 병든 사회라고 하지만 참으로 부끄러운일이다.” 학계의 표절시비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분야와 세대를 가리지 않고 거의 전 학문 분야,노소를 막론하고 널리 퍼져 있는 실정이다.계간 ‘사회평론’봄호는 이 가운데 법학계에 만연한 표절 문제를 특집으로 다뤄 눈길을 끈다.필자는 양승규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와 한상범 동국대 법대 교수. 양교수는 “유명한 대학의 교수가 표절시비에도 불구하고탈없이 교수직을 유지하는 풍토는 시정돼야 한다”며 경험한 사례들을 소개했다.지난 96년 2월 당시 동국대 관리위원인진관스님으로부터 ㅅ교수 논문에 대한 감정의뢰를 받고 ‘상당부분이 표절’이라는 의견서를 보냈다는 것.그뒤 ㅅ교수에게서 항의서신과 함께 동료인 ㅇ교수의 저서에 표절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감정해 보라고 책을 보내왔다고 소개했다. 또 이해 11월에는 표절여부를 가려달라는 방송사 부탁을 받아 ‘군데군데 표절로 볼 소지가 있다’고 답하고 보니 그가 자신이 몸담은 서울대의 ㅈ교수였다.이 내용이 시사주간지에 보도되자 ㅈ교수는 소송으로 대응하였고,급기야 그 교수가 학위를 받은 미국 하버드대학과의 논쟁으로까지 비화했다.양교수는 “원저자가 아무런 이의를 달지않았다고 해도 표절은 표절”이라며 “이는 학문하는 사람으로서 양심의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91년 역사전문 계간지 ‘역사비평’에 ‘한국법학계를 지배한 일본법학의 유산’을 발표,학계에 충격을 던진 바있는 한교수는 해방후 한국법학계가 일제 법학 ‘대물림’과 함께 상습적으로 표절을 해온 실태를 낱낱이 공개했다. 한교수는 ▲ㅎ교수의 ‘법철학’은 경성제대 교수 출신인오다카의 책을 발췌요약한 것▲한국 헌법학의 대가라는 ㅁ씨의 저서는 도쿄대 법학교수 겸 귀족원의원을 지낸 미노베의이론을 따온 것▲국립대 ㄱ교수(헌법학)의 저서 역시 도쿄대 교수 고바야시의 ‘헌법강의’를 복제,모작한 것이라는 사실도 밝혔다.한교수는 “60년대까지 일제 법령이 사용된 탓으로 법학계 주변에는 아직도 일제잔재 청산문제가 시급한과제”라고 진단했다. 정운현기자 jwh59@
  • 신간 맛보기

    ◆학교지식의 정치학(마이클 W.애플 지음,박부권 등 옮김,우리교육 펴냄)‘보수주의 시대의 민주교육’이란 부제에 걸맞게 정치·경제·사회 등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교육 역시지배계급 권력유지 메커니즘에 봉사하도록 길들여져 있다고주장하며 그 탈피를 모색하는 책.우익 헤게모니의 미국에서교육정책 결정,교과서 제작이나 채택 등이 어떤 식으로 교육을 지배이데올로기에 복무시키거나 길항케 하는지와 자본의교육침투 현황 등도 다루고 있다.지은이는 한때 교원노조 지지 입장으로 한국에서 곤경을 겪기도 했다는 미국 교육사회학자.1만2,000원◆중국유맹사(진보량 지음,이치수 옮김,아카넷 펴냄)선진(先秦)에서 청대(淸代)까지 건달·깡패,곧 유맹(流氓)의 변천사를 흥미롭게 조명하며 중국 사회를 분석.위진남북조시대의무뢰배(無賴輩),송대의 파락호(破落戶)등 시기에 따른 변화상을 상세히 소개.이들이 정치와 사회에 미친 영향은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두드러졌으나 평온기에도 여전히 위세를 떨쳤다.유맹은 하층계급에서 왕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 진출했다.한(漢)고조 유방(劉邦)도 “젊어서 집안 일을 게을리한 무뢰였다”고 ‘사기’(史記)에 적혀 있다.명(明)을 건국한 주원장(朱元璋)도 마찬가지.3만원◆1968-희망의 시절,분노의 나날(타리크 알리·수잔 왓킨스지음,안찬수·강정석 옮김,삼인 펴냄)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는 시도가 분출했던 1968년에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세계적 관점에서 날짜별로 서술.미국내 베트남전참전 반대시위,프랑스의 5월 사태,베트남으로 상징되는 제3세계의 급진주의운동,사회주의체제의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탱크에 짓밟힌 ‘프라하의 봄’으로 상징되는 동구 개혁운동…. 지적·사회적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체제,어떤 비판도달가워하지 않는 정치질서,제3세계를 유린하는 제국주의 등모든 금기에 대한 도전이다.1만3,000원◆남도 2천리 테마여행-그곳에 가면 마음이 열린다(남성숙지음,성하출판 펴냄)이 책은 단순한 남도의 풍광 소개에 머무르지 않는다.저자 말마따나 정치적이든 문화적이든 오해받고 있는 남도를 바르게 이해하자는 데서 출발한다.광주매일논설위원이기도 한 저자는 유배의 땅,의병장,바다 개척자,시가문학의 대가,서편제 현장,한국의 자궁 섬,이순신의 흔적등 여행객이 테마를 묶어 돌아볼 수 있는 남도 풍물을 붓으로 그려내고 있다. 의로움이나 멋을 대물림하면서 남도 사람들이 일궈간 ‘남도의 혼’을 손에 잡힐 듯 건네준다.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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