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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삶의 경제를 위하여

    대통령 선거의 긴장된 순간들이 지나고 이제 희망의 새 아침을 맞아 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사뭇 크다.그를 뽑아준 국민이나 다른 이를 뽑은 국민이나 그 모두가 이제는 새 대통령의 정치적 걸음걸이에 시선을 집중한다.이들이 갖는 기대는 대강 이런 것이다.한편으로 낡은 질서와 구조들을 청산하고 다른 편으로는 희망의 새 시스템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출범한 대통령직 인수위에는 참여 민주주의와 사회적 연대를 기조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포함되었다.재벌이나 부자들은 매우 긴장하는 반면,중산층과 서민들은 상당한 기대를 한다.이제 어디서부터 ‘개혁’의 발걸음을 차근차근 밟아야 사회적 분열을 막으면서도 희망의 새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인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성실하게 땀 흘리는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원칙’이 꼭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다.그래서 투기나 대물림,일확천금 등이나 여러 기득권에 기초해서 ‘어깨 힘주며’ 사는 사람들의 어거지 같은 저항에 대해서는 확실한 선을 그어야 한다.이 점이 분명하지않으면 또다시 모든 개혁은 어정쩡해진다. 그래서 다음으로는 돈벌이 경제가 아니라 ‘삶의 경제’가 뿌리내리도록 의식과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돈벌이 경제란 기업의 수익성과 해외 수출액에 초점을 맞추는 경제다.그러나 삶의 경제는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모두가 더불어 건강하게 사는 삶에 초점을 맞춘다.돈벌이 관점 때문에 지난 5년간 구속된 900명의 노동자들과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아래 실의에 빠진 400만 농민들은 삶의 관점에서 복권돼야 한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우리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풀뿌리를 ‘위한’ 정책을 펴야 할 뿐 아니라 풀뿌리와 ‘더불어’ 가야 한다는 점이다.아니,차라리 풀뿌리가 주체가 되어 개혁을 스스로 토론하며 추진하도록 그에 필요한 여건 조성을 해주는 것이야말로 참된 지도력일 것이다.나아가 이러한 풀뿌리 주체의 개혁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의 풀뿌리 개혁 움직임들과 이리저리 연대하도록 도울 필요도 있다. 이런 토대 위에서 구체적 변화를 추진한다면 어떻게 할까? 가장 먼저농민이 유기농법으로 곡물,과일,채소를 안심하고 생산하도록 공무원 수준의 대우를 해야 한다.유기농법 농장 마련과 살림집 짓기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또 이들의 생산물이 소비자 조직들에 의해 유기적으로 유통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농업은 저부가가치 산업이므로 줄이자거나 효율성을 위해 대규모화하자는 주장이 얼핏 매력적이긴 하나 그것은 농업을 돈벌이 경제로 본 것이지 삶의 경제로 본 것은 아니다.삶의 경제에서는 농업 등 1차산업이 경제 활동의 중심축을 이루어야 한다.2·3차산업은 1차산업을 보완하면서도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만 발전하게 해야 한다.공해산업,전쟁산업,퇴폐산업,자원낭비업 따위는 없애야 한다. 다음으로 모든 유형의 노동자(교수와 공무원 포함)는 기본 노동권을 누리면서도 노동과정에서 노동의 인간화를 실현시켜야 한다.생활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차별의 지양과 더불어 의사결정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그래서 인간다운 대접을 못 해주거나 생태계를 파괴하는 기업들은 더 이상 존속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나아가 삶의 경제에서는 교육 제도나 학교를 ‘노동력 생산 공장’으로 보지 않는다.또 육아나 교육,그리고 주거 및 의료 문제는 개인 부담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사회적으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따라서 풀뿌리 민주주의에 걸맞은 조세 및 재정개혁도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개혁의 펀더멘털(기본)’이다.과연 우리는,30여년 전에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며 자신을 불사른 전태일 열사의 뜻에 걸맞게 이런 변화를 하나씩 추진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또한 기득권층의 억지 저항에 굴하지 않고 힘차게 나아갈 힘은 있는가?
  • 오피니언 중계석/ 개혁불능한 종말론적 교육 ‘교육 누아르’의 유형 제시

    -조상식 서울대 교육硏 연구원 ‘교육비평' 기고 ‘누아르 영화’라는 말은 익숙하겠으나 ‘교육 누아르’는 대부분에게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계간지 ‘교육비평’ 겨울호에서 서울대 교육연구소 조상식 연구원은 억압과 규격화로 비판받아온 인류의 교육행위,즉 인류문명의 중요한 동력이면서도 어떠한 개혁으로도 불가능한 ‘종말론적 교육’을 일컬어 ‘교육 누아르’라 이름붙였다.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일까.필자는 ‘교육 누아르’의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포스트모던적 교육담론을 자세히 소개한 뒤 ‘시론적인 해답’을 구해 보고자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50년대 할리우드는 암흑가를 무대로 하는 새로운 양식의 흑백영화를 선보였다.이른바 ‘필름 누아르’.당시 할리우드 영화의 주류인 화려한 웨스턴이나 뮤지컬을 조롱이나 하듯 일종의 우상파괴적인 영화언어를 표방한 것이다.이러한 ‘필름 누아르’가 교육의 역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음은 흥미롭다.60년대 말 이후 교육에 대한 삐딱한 시선이 많이 등장했다.당연시해온 인류의 오랜교육행위는 억압과 규격화로 비판받기에 이르렀다.칸트의 ‘선의지’(善意志)라는 개인윤리와 전통적 미풍양속이라는 사회윤리에서 도출,정립한 19세기 초 헤르바르트의 교육목적론도 크나큰 도전을 받게 된다. 필자가 ‘교육 누아르’라고 규정한 교육적 담론에 속하는 흐름은 세 가지로 분류된다.첫번째 유형으로,수천 년에 걸친 인류의 교육행위가 보여온 잔인하고 억압적인 사례를 수집하는 시도들이 있다.밀러의 ‘태초에 교육이 있었으니’를 비롯한 일련의 정신분석학적 저서들이 이에 속한다.여기서 교육은 성인의 왜곡된 성격이 자식들에게 대물림하는 숙명적인 악순환으로 그려진다. 두번째 흐름은 첫번째와 달리 다소 휴머니즘적 관점으로 교육 및 학교를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적 모형을 제시하려는 시도다.그것은 역사적 분석보다는 자본주의 학교 비판에 초점을 두던가,아니면 루소 사회사상 전통의 자유주의적 유산을 물려받고 있다.이때의 비판론은 인간의 교육행위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올바른 교육실천을 위해 교육제도 밖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따라서 비판의 논조는 첫번째 흐름보다는 밝다. 마지막으로,대부분의 학교 및 교육비판적 논의들이 보여온 다소 조악한 이론적 틀과 달리 독자적 연구인식론을 갖고서 교육행위 및 의미를 비판적으로 ‘해체’하려는 시도들이 있다.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 경향의 교육담론이 여기에 속한다.이 흐름의 교육담론은 80년대 중반 이래 학문적 경향을 이끈 몇몇 거장들의 후광을 받아 학문적 권위를 내세웠다.이 논의의 특징은 앞의 두 흐름과 뚜렷이 구분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교육 누아르’로 볼 수 있다. 서구나 한국의 교육학계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상대적으로 배척돼온 주제였다.그러나 후기구조주의자인 푸코의 분석을 받아들인 학교 및 교육의 역사에 대한 ‘해체’ 시도가 없진 않았다.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인용하듯 제도로서의 학교는 가장 중요한 미시권력이 미치는 장소 중의 하나다.신분질서가 엄존한 중세사회에서 학교는 성직자와 귀족계급에 특권화했다.이때의 교육목표는 본질적으로 신체적 거동의 규율화를 지향했다.‘교육 누아르’의 마지막 유형인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은 인간의 교육행위 일반과 교육제도가 본질적으로 촘촘히 엉켜 있는 권력의 손아귀에 있음을 주장한다.이러한 퇴폐적이고 종말론적인 교육담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그동안 거대한 목적론적 역사철학에 기반을 두고 행해져온 교육사업들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교육 누아르적 비판이 ‘부정적 계기에만 머물러’있다는 것이 본질적인 한계지만 거기서 제공하는 풍부한 비판적 자료와 아이디어는 교육 실제를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육 누아르’의 현란하고 예상치 못한 상상력은 교육실천에 미학적 감수성을 제공할 수 있다.교육실천은 실제에 대한 예리한 분석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수용도 필요로 하지 않는가. 정리 황수정기자 sjh@
  • 새정부 경제정책’밑그림’‘유리알 경제’… 성장보다 분배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향후 경제정책의 초점은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맞춰지게 됐다.전체적으로는 김대중(金大中)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상당부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런 가운데 정부의 역할은 더욱 확대되고,대기업집단(재벌)이나 고소득자 등에 대한 감시의눈초리는 더욱 매서워질 것으로 보인다.이와 관련해 ‘성장’과 ‘분배(복지)’라는 대립된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지에도 관심이 쏠린다.하지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의 한계 때문에 자신의 가치관을 100% 현실화하기는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성장보다는 분배에 무게 노 당선자는 표면적으로 ‘성장과 분배의 동시 추구’를 주장하지만 상대적으로 분배 쪽에 무게가 더 실려있다.분배가 늘어나면 시장수요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분배효과론’을 신봉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를 위해 노 당선자가최우선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이 대기업집단이다.재벌에 잘못이 있으면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대고 필요하면 규제를 더 강화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선거를앞두고 재벌들이 노골적으로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노 후보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온 이유다. ◆재벌규제 존속 확실 노 당선자는 우리나라 재벌들은 특권과 반칙을 통해 경제질서를 해치고 있다고 본다.따라서 심판(정부)이 운동장(시장)에서 힘세고 못된 선수(재벌)들의 반칙(불공정경쟁)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출자총액·상호출자·채무보증제한 등 재벌관련 규제는 존속될 것이 확실시된다.이런 시각이 정몽준(鄭夢準) 국민통합21 대표가 노 당선자와 결별하게 된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재벌들이 반대하고 있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재벌규제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위원회 등 감독당국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재벌·부유층 과세 강화 고른 분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한나라당의 세금을 깎아주는 감세(減稅)정책과는 달리 부유층을 겨냥한 증세(增稅)기조가 뚜렷하다.잘못된 부(富)의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해 상속·증여세 과세기준을 ‘완전포괄주의’로 바꾼다고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완전포괄주의는 과세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국세청 등 세정당국에 대폭 일임하는 방식이다.결과적으로 과세범위가 현행 ‘유형별 포괄주의’(과세대상을 일정부분 나열하는 방식)보다 크게 넓어진다.대기업이나 부유층을 중심으로 제기돼 온 법인세·소득세 인하 조치도 새 정부에서 이뤄지기는 어려울 듯하다. ◆국제비즈니스 중심지 건설 가속화 우리경제의 하드웨어에도 상당한 변화가 올 것 같다.노 당선자는 경제도약을 위해서는 한국을 ‘동북아시대의 허브(중추)’로 육성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과거 중동특수·월남특수 같은 폭발적인 경제성장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북한 핵문제 해결 등 남북한 평화정착이 정치·외교적인 이유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여러차례 강조해 온 이유다.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수도권서부축(송도·영종도·김포)과 부산신항·광양항 등을 동북아비즈니스 중심지로 육성하는 계획도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풀어야 할 과제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등 일부 정책은 지나치게급진적이고 이상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실행과정에서 마찰이 우려되는 대목이다.경제 효율성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서민층 중심의 정책을 펼 경우,민주당이 목표로 삼고 있는 연간 7%의 경제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대북 지원,동북아경제특구 등 인프라 확충,확장적 복지정책 등을 위한 재원 마련도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노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건 대전으로의 행정수도 이전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예산문제 등으로 새 정부의 어깨를 짓누를 수 있는 사안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재벌家 대주주 지분매입 러시/한화 김승연회장 6.3%로 늘려 지배력 강화

    대기업 대주주 일가의 지분 매입이 급증하고 있다. 10일 대주주 지분정보 제공업체인 ‘에퀴터블’에 따르면 한화 김승연(金升淵) 회장은 최근 한화유통으로부터 ㈜한화 주식 147만 3900주를 33억원에 매입했다.40만여주는 김회장 가족이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주주의 2세 지분도 확대되고 있다.한국타이어,동일고무벨트,동부그룹 등은 주식증여 및 매수를 통해 후계구도를 마무리짓는 단계이다. ◆한화 총수권 강화 한화 김회장이 주식을 매입한 배경에는 다른 그룹보다 총수 지분이 매우 낮아 이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대한생명 인수를 계기로 몸집이 커진 만큼 모기업인 ㈜한화의 지배력을 강화,경영안정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의도가 엿보인다. 현재 김회장이 보유한 상장계열사 지분은 한화증권 7.69%,한화석유화학 0.89% 등이다.김회장의 ㈜한화 지분율은 이번 매입으로 4.35%에서 6.3%로 늘어났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사회를 독립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면서 그룹 총수와가족의 지분율만 높이는 것은 ‘황제식 경영’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반면 한화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이 너무 낮아 개인돈으로 주식을 매입한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별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오너 2세,지분승계 활발 중견그룹들의 사전상속 작업도 빨라지고 있다.후계구도를 이른 시간안에 확정하고 경영승계를 서둘러 마무리짓겠다는 복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조양래(趙洋來) 회장의 장남 조현식(趙顯植) 상무는 지난 10월 한국타이어 주식 21만주(0.14%)를 매수,지분율을 5.87%로 높였다.동생 조현범(趙顯範) 상무보도 한국타이어 지분 7.19%를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연초 형제가 나란히 임원으로 승진한데 이어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보고 있다. 동부그룹 김준기(金俊起)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金南豪)씨도 언제든지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다.그는 금융부문 지주회사격인 동부화재의 최대주주(14.06%)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전 검증없이 부모가 대주주이기 때문에 2세가 무조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대주주의 횡포”라며 “특히 특정한 직업없이 증여를 통해 20대 나이에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갖게 하는 대물림은 문제”라고지적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
  • 책/ 서울 에세이 - 파편화된 서울, 일그러진 근대화

    미국의 비판적 도시학자 존 로건과 하비 몰로치는 현대도시를 움직이는 힘을 돈과 권력의 연합체인 ‘성장기계(growth machine)’라고 지적했다.시청광장과 신세계광장을 잇는 서울의 소공로야말로 그 성장기계의 산물로 어정쩡한 도로가 된 대표적인 예다.20m의 좁은 길이면서도 강북과 강남을 잇는 대동맥의 길목이 됐고,그런 길목이면서도 을지로나 남대문로, 심지어 북창길에 건물의 얼굴을 빼앗기고 있다.이처럼 소공로가 엉거주춤하고 불편한 거리가 된 것은 격자형으로 짜여진 서울 도심의 다른 길들과는 달리 블록의 모서리와 모서리를 대각선으로 잇는 방사형으로 이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겪어온 근대화의 과정은 어떠한 형태로 서울의 곳곳에 자취를 남겼을까.우리가 극복해야 할 시대의 덫은 무엇이고 지켜야 할 유산은 무엇인가.‘서울 에세이’(강홍빈 지음,주명덕 사진,열화당 펴냄)는 서울의 ‘신주작대로(新朱雀大路)’라 할 만한 길들을 대상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그 해답을 찾는다. 저자(서울시립대 교수,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는 문화적·인문적·환경적시각을 도시관리에 접목시키는 데 진력해온 도시설계 전문가.그는 서울의 길을 종단하며 구간마다 펼쳐지는 도시풍경을 음미하고,그러한 풍경을 유지 또는 변화시키는 ‘구조화의 힘’과 그에 저항하는 ‘관성의 힘’을 살핀다.프랑스의 아날학파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크는 “현재는 저지된 과거이고 미래는 실현되지 않은 현재이다.”라고 했다.그렇다면 어떠한 과거가 저지되고 어떠한 과거가 용인되었는가를 아는 것은 곧 현재를 아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이러한 관점에서 저자는 도시공간을 시대적 연원을 달리하는 여러지층들이 뒤섞여 만들어낸 혼합체로 간주한다. 저자에 따르면 서울의 거리에는 역사적 연원을 달리하는 세 지층이 존재한다.근대 이전 조선조가 남긴 지층과 일제강점기 식민지 근대화 속에서 형성된 지층,그리고 광복 뒤 산업근대화 과정에서 이룩된 지층이다.세종로에는 이 세 지층이 다 겹쳐 있지만 태평로나 소공로는 그보다 덜하고,남산 이남의 반포로는 최근 지층만이 두드러져 보인다.오늘의 서울 거리는 먼저 있던 지층에 새 지층이 겹쳐지면서 이전 것을 선별적으로 지우고 대체하는 가운데 만들어졌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광복과 함께 일제에 의해 왜곡된 서울의 공간구조는 그대로 대물림됐다.식민통치의 거점은 군정과 한국정부가 물려받았고,소공동·명동·남대문에는 군정때 적산불하로 등장하기 시작한 대기업들이 자리잡았다.일본인 거주지는 월남민과 피난민의 주거지로 변했다.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 드라이브가 펼쳐지는 가운데 세종로는 산업근대화를 부추기는 ‘민족중흥’의 동원장으로 재단장됐다.특히 서울 600년,근대사 100년 동안 나라의 중심이었던 세종로의 변천사는 거듭된 과거부정의 역사였다.교보빌딩 자리가 조선시대 육조와 한성부,사헌부,장예원의 옛터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저자의 눈에 비친 근대화된 서울의 도시풍경은 파편화된 모자이크다.우리의 ‘압축적이고 외생적인’ 근대화가 이전 시대의 지층을 이어받아 진화시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것을 변증법적으로 청산,극복하지도 못한 채 여러시대의 지층들이 뒤섞여 있는 난맥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의 풍경이 처음부터 혼란스러웠던 것만은 아니다.그 한 예가 회현동(會賢洞)이다.조선시대 회현동은 이름 그대로 선비들이 많이 살던 동네였다.경복궁까지 글읽는 소리가 들려 임금이 가끔 잠행을 하기도 했다는 동네다.도성 반대쪽의 북촌 가회동처럼 현직 세도가들이 아니라,‘원님 하나내지 못하지만 뗄 힘은 있는’ 재야 선비들이 많았던 곳이다.‘북촌에는 떡,남촌에는 술’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다.지금도 동네 어귀에 남아 있는 유서깊은 보호수와,아파트 단지 뒤 바위에 새겨진 정자의 이름 등에서 ‘남산골 샌님’들의 거주지 남촌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저자는 회현동을,미래를위한 도심속 휴경지(休耕地)로 규정한다. 저자는 서울기행을 통해 우리의 일그러진 근대화 궤도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함을 일깨워준다.그것은 시민사회의 성숙화,상호소통적인 합리성의 회복,공공영역의 확장,생활세계의 존중,절차적 정의의 실현 등으로 요약된다.도시는 시민이 만든다.그래서 도시는 시민을닮는다.급조된 거대도시,‘초신성의 단계’에 이른 서울을 건강하고 풍요로운 미래형 도시로 일궈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건강단신/ 유방암 유전인자 ‘BRCA’ 대물림 外

    ◆ 유방암 유전인자 ‘BRCA' 대물림=서양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유방암이 BRCA라는 유전인자에 의해 대물림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외과 안세현 교수는 지난해 10월부터 가족성이 있는 유방암 유전자 고위험군 82명에게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 결과 10명이 유방암 유전자인 BRCA1·2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열린 대한외과학회에서 밝혔다. 특히 82명 가운데 가족중 유방암 환자가 있고 자신 역시 유방암에 걸린 사람은 39명이며,이 가운데 9명이 유전자를 갖고 있어 23.1%의 높은 보유 빈도를 보였다. 유방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정상인보다 유방암 발생 가능성이 6∼7배 높고,평생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8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교수는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는 사람은 문제의 유전자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 뒤 예방과 조기 발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대병원 유방암 상담센터 = 서울대병원은 유방암으로 유방 절제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위한 유방암 상담센터를 병원 내 간호실무교육실(102호)에 마련,7일 개소한다. 매주 목요일 오후 3∼5시 유방암 전문 외과의 및 종양 내과의,간호대 교수,재활운동 전문가 등이 나와 유방 수술 후 회복운동 및 영양관리법,합병증 관리,자가검진법 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02)743-4674.
  • 복지 40~80/ 먹여주고 입혀주고 환자의 손과 발 되어 약손같은 ‘간병 도우미’

    “엄마손은 약손…,엄마손은 약손…”쓰리고 아픈 배를 만져주는 엄마손에 아픔이 사르르 풀리면서 꿈나라로 빠져든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갖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아현1동 마포자활후견센터 3층 강당에서는 지난 4일부터 하루 4시간씩 40시간의 간병실습교육을 이수한 ‘신입’ 간병인 30명의 수료식이 열렸다.이들은 앞으로 약손엄마회에 소속돼 서울시내 각 병원에서 활약할 간병인들이다. ■자활후견기관 서울지부 ‘약손엄마회 자활후견기관협회 서울지부 간병인들의 모임인 ‘약손엄마회’는 엄마의 따뜻한 마음으로 환자들을 간병하는 모임.서울시내 28개 자활후견기관중 간병서비스를 취급하는 17개 기관에 소속된 간병인 200여명의 자활일터이다. 이 모임이 여느 간병인들과 다른 점은 저소득층이나 독거노인,장애인 등 어려운 처지의 이웃에게 무료로 간병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회원들도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다.하루 8시간의 간병서비스를 제공하고 일당 2만원을 정부의 복지예산에서 지원받는다. 이날 40시간의 기본실기교육을 수료한 약속엄마회 제6회차 수료생들은 다음주부터 병원에 배치,1주일동안 보조간호사로 현장실습을 하게된다.이어 10월에 실시되는 60시간의 이론교육을 이수하면 자활후견기관협회가 수여하는 간병인자격증을 손에 쥐게된다. 청일점으로 반장을 맡은 고성규씨(62)는 “교통사고로 지난 2000년 4월부터 지난 4월까지 병원에 2년동안 누워있으면서 간병 서비스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험했다.”면서 “이제부터 내가 간병인이 돼 환자들에게 봉사하게 된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고씨는 또 “대부분의 간병인이 여성이지만 남자환자입장에서 남자간병인의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집에서 마냥 놀 수도 없고 적성에도 맞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실습교육 강사로 나선 김선숙씨(53)는 간병인으로 4년동안 일한 베테랑.그동안 200여명의 ‘제자 간병인’들을 배출했다. 신입 간병인들은 기본실기교육에서 처치실의 위치 등 병동의 기본구조를 파악하는 일부터 배운다.음식을 주의해야 하는 당뇨 환자인 지 아닌 지,수술은 언제 했는지,특수검사 여부 등 환자에 대한 기본사항을 점검하고 의사 회진시간,시트나 환자복 교환시간 알아두기도 기본이다.또 의사선생님,간호사선생님은 물론 환자의 이름에 ‘님’자를 붙이도록 교육받는다. 말을 많이해서 피곤하게 하지 말기,낮잠자지 말기,말없이 환자를 떠나지 말기,손톱 메니큐어 지우기,향수사용 금지,다른 환자와 더 친하게 지내 소외감주지 말기 같은 환자에 대한 주의사항을 몸에 익히도록 한다. 이밖에 린넬실(시트나 담요보관하는 곳),엘튜브(콧줄식사),드레싱(소독),썩션(가래뽑기),폴리(소변줄)같은 기본적인 의학용어도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영어로 돼있기 때문에 교육생들이 애를 먹는 부분이다. 환자 대·소변받기,머리감기기,콧줄식사,가래뽑기 간병은 생각처럼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실습생들은 입을 모운다.또 당뇨병환자,암환자,방사선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세심한 교육이 필요하다. 김씨는 “간병은 환자의 몸과 마음을 불편하지 않게 도와주며 환자의 건강을 보조하는 사랑의 동반자”라면서 “환자는 만져주고 닦아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칭찬하면 좋아하는 어린아이 같다.”고 말했다. 약손엄마회 사무국 간사 백미선씨(36)는 “처음 동사무소에서 위탁을 받아 자활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는 대부분 간병직 선택을 꺼려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는 오히려 이직률이 가장 낮다.”면서 “간병인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기 때문에 인기가 좋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전국 자활후견기관에는 모두 1500여명의 간병인들이 소속돼 있다.서울지역에는 150여개에 달하는 사설 간병기관에서 배출된 간병인이 1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1∼3일 정도의 수박 겉 핥기식 교육을 받은 뒤 간병일선에 나서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활프로그램으로 간병인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는 황은경씨(45)는 “아직 병원현장에서 환자를 돌보진 못했지만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면서 “수급자는 하루 8시간만 간병을 하도록 돼있는 현재의 자활지원제도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하루 12시간이나 24시간 간병을 하면 수입이 좋아지지만 돈을 많이 벌게되면기초생활보호대상자 수급대상에서 탈락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8시간만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수급자 가정 대부분이 만성질환 환자가 있는 경우가 많아 수급자에서 탈락하면 건강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게되고 임대주택이나 교육비지원도 끊긴다는 것이다. 황씨는 “실직 수급자들이 자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이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수급자들이 혜택을 받기 위해 수급자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면서 “시간제한을 없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노주석기자 joo@ ■자활 후견기관이란/ 저소득층 4만여명에 자립기반 마련 자활 후견기관을 아시나요. 전국 175개 자활 후견기관은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 4만6000명에게 스스로 일할 수 있는 기회와 일터를 제공,자립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는 민간기관이다. 간병 도우미,청소,도시락제조·제빵 등 외식 사업,집수리,출장세차,음식물재활용사업,폐자원활용사업,공예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면서 900여개의사업단을 중심으로 활동중이다.간병도우미들의 모임인 약손엄마회는 서울간병사업단의 별칭이다. 자활후견기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자활근로자에게는 하루 2만원에서 2만5000원의 임금을 정부가 복지예산에서 지원해준다. 월평균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초생활보호대상 수급자나 수급자는 아니지만 소득이 낮은 저소득층(차상위계층)의 실직자를 대상으로한다.현재 160만명에 이르는 수급자중 근로능력이 있는 18세 이상 60세 미만자에게 읍·면·동사무소에서 해당지역 자활 후견기관을 소개해준다.프로그램중 자신의 적성이나 선호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무료 교육후 취업,창업까지 알선해준다. 종래의 단순노동 중심의 취로 사업이나 산불방지 같은 공공근로 행태에서 벗어나 시장성을 추구하면서 자활 의지를 불어 넣어주는 ‘생산적 복지’개념이 담겨있다.각 사업단이 자활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금은 전액 적립한 뒤 자활공동체로 발전하면 창업자금 등으로 지원된다. 자활후견기관은 사회복지 법인(57곳),종교 단체(49곳),실업관련단체(25곳),시민 단체(44곳)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전국 232개 시·군·구중 농촌지역 85곳에는 자활 후견기관이 설립돼 있지 않는 점이 ‘옥의 티’. 복지부 은성호 사무관은 “저소득층에게 공동체정신을 바탕으로 자립의지를 심어주고 소득창출을 위한 자활사업을 전개함으로써 가난의 대물림을 방지하는 빈곤탈출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의 홈페이지(www.jahwal.or.kr)에 들어가면 전국에 위치한 지역별 자활후견기관과 연결된다.문의전화는 02-854-1892∼3. 노주석기자
  • [열린세상] 특별대우를 원하는 사회

    한국인은 유난히 ‘특별대우’를 선호한다.공정한 대우,정당한 대우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구체적인 상황에 부딪히면 정당한 대우는 뒷전으로 밀린다.자기만,자기 자식만,자기 가족만 특별대우를 받으면 다른 사람,다른 사람의 자식,다른 사람의 가족은 어떤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인지를 생각하지 못한다. 교통신호를 위반했으면 응당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공정하고,정당한 대우다.그런 상황에서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하고 말하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더 나아가 “우리 아버지가 누구인 줄 아느냐.” 또는 “내 아들이 누구인 줄 아느냐.” 하고 말하며 특별대우를 바라는 것은 이 특별대우라는 것이 높은 지위나 권력을 가진 사람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게까지 확장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그렇게 부와 권력은 서로를 재생산하며 대물림된다.그래서 특별대우를 받아 본 사람은 대를 이어 그런 특별대우를 받게 하려고,그리고 특별대우를 받아 보지 못한 사람은 자기자식만이라도 특별대우를 받게 하려고,개개인의 능력과 적성과 흥미를 무시한 채 ‘특별대우 티켓’을 따기 위한 맹목적 경쟁속에 자신과 자녀의 인생을 내맡긴다. 누군가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그 특별대우 받는 사람으로 인해 차별대우 받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사람들이 병원이나 매표소에서 차례로 줄을 서 있는데 누군가 줄을 서지도 않은 사람이 지위나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그 사람을 특별대우해 준다면,그래서 그 사람의 일을 먼저 처리해 준다면,앞에서 기다리던 사람은 차별대우를 받는 셈이 된다.이러한 일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비일비재한가! 특별대우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결코 당당하지 못하다. 그런데 그런 특별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오히려 더 자랑스러워하는 사회가 우리 사회이다. 보통 사람들은 행여 그런 사람들을 특별대우하지 않음으로써 해를 입을까봐,혹은 그들을 특별대우함으로써 뭔가 특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 때문에,특별대우를 기대하는 부류에게 ‘알아서 기는’현상이 발생한다. 오히려 이와 같이 비정상적으로 ‘사회가 굴러가는’원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뭘 모르는 융통성 없는 사람’취급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편법을 융통성과 혼동하는 사회인 것이다. 사회의 모든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열심히 일하고 정당하게 순서를 기다리면 자기가 마땅히 받을 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될 때,그런 특혜를 기대하거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특별대우를 해 주는 사람들도 생기지 않을 것이고,특별대우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뭔가 힘을 가진 사람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특혜’ 혹은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그런 힘을 가진 사람을 ‘알아서 배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그렇게 ‘알아서 배려’해 주는데 못이기는 척하며 이익을 챙기는 사회가 21세기에도 발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떤 사람이 그 위치에 올라도 똑같은 종류의 비리가 생기는 것은 바로 이런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그리고 우리 문화 속에 서로 공유하고 있는 일부 바람직하지 못한 정신상태에 기인한다. 이제는 정직하게,고지식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잘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그러한 사람이 잘 되지 못하고,뭔가 특혜를 바라며 편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계속 잘되는 사회 속에서는,정직한 사람들의 수가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나 왜 나만 손해를 보는가 하는 마음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편법이 대세가 되는 사회가 아닌,정당한 방법이 대세가 되는 사회가 하루빨리 와야한다.어떤 지위에 있든 공정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 보장된다면,굳이 특별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지위를 얻고자 끊임없이 부당한 방법까지 동원해 가며 노력하는 사람들의 수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각자 자기 능력에 맞는 위치에서 행복하게 자기 능력을 발휘하고,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나은영 서강대교수 신문방송학
  • 세제개편안 특집/재벌 변칙상속 방지 과세 - 상장 시세차익 과세범위 확대

    재벌 등 고액 재산가의 자본거래에 대한 과세제도가 대폭 강화됐다.외환위기 이후 합병,증·감자 등 복잡한 자본거래를 이용,재벌의 경영권이 변칙적으로 대물림되고 있는 관행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재벌의 상속세가 최대 1000억원을 웃돌지 않는 것은 자본거래를 이용한 변칙거래가 많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그래서 유형별 포괄주의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기존 6개의 증여의제에다 ▲신탁의 이익을 받을 권리 ▲보험금 ▲특수관계인 사이에 터무니없이 높거나 낮은 가격으로 자본거래(양도 등) ▲채무면제익 ▲토지무상사용권리 ▲명의신탁 ▲무상금전 대부 등이 추가됐다.특수관계인으로부터 주식 대신 자금(현금)을 받은 뒤 비상장법인의 특수관계자가 아닌 사람의 주식을 양수하는 수법으로 세부담을 회피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상장시세차익 과세범위’를 확대·적용하기로 했다.증여세과세 대상은 비상장주식 양수일 전 3년 이내에 증여받은 재산으로 하되,상장시한은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상장사와의 합병을 통한 상장시세차익에 대한 과세도 신설했다.예를 들어 재벌2세가 그룹 주력회사와 협력관계에 있는 부실한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취득한 뒤 주력회사와 합병을 통해 상장하는 케이스.이 경우 자연스레 기업을 승계할 수 있다.이런 사례가 적발되면 합병 후 주가와 증여세 과세가액과의 차액에 대해 증여세를 추가로 과세한다는 것이다. 특수관계인의 주식을 양수한 뒤 ‘취득일’이 속하는 사업연도 다음 사업연도 말까지 명의개서를 하지 않는 경우도 명의자가 해당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돼 증여세를 물린다. 주병철기자 bcjoo@
  • 변칙상속·증여 과세 강화, 2002 稅制 개편안 확정

    내년부터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10년 이상 장기주택자금을 대출받을 때 이자상환액에 적용되는 소득공제 한도가 연 3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높아진다.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적용 시한도 오는 11월30일에서 2005년 11월30일로 3년간 연장된다. 재벌 등 고액 재산가의 변칙적인 상속·증여에 대한 과세도 대폭 강화된다.미용 목적의 성형수술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이에 따라 쌍꺼풀·유방 확대등의 수술비가 인상될 전망이다. 정부는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02년 세제개편안을 심의,확정했다. 세제개편안은 상속·증여세법 등 4개 세법 개정안에 반영됐으며,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의 소득공제 한도를 연 600만원으로 2배 확대한 것은 중산·서민층의 주거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세제개편안은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 대상에 지로를 이용한 학원비 납입금액을 추가했다.직불카드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도 20%에서 30%로 높였다. 또 재벌 2세 등이 특수관계자(최대주주 또는 25% 이상 지분보유자)로부터 증여받은 현금 등의 재산으로 특수관계자가 최대주주인 비상장법인의 주식을 제3자로부터 매입했을 경우에도 상장 시세차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이 경우 과세대상 상장시한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된다.지금은 특수관계자로부터 증여받거나 매입했을 때에 한해 과세하고 있다. 재벌 2세가 그룹 주력사와 협력관계에 있는 비상장법인의 주식을 사들인 뒤 주력사와 합병해 상장할 때도 증여세를 물게 했다. 지금은 상장시세차익만 과세하던 데서 합병시세차익까지 확대한 것으로,합병 등을 변칙적으로 이용하는 재벌의 경영권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다. 오승호기자 osh@
  • [사설] 정 총장의 ‘큰사람’ 키우기 약속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어제 취임식에서 동양의 고전인 대학(大學)을 인용하면서 서울대가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큰 사람’ 육성을 제시했다.정 총장은 지금까지 ‘비지성적 전문가’만 양성해온 것이 아닌가 자성하면서 “서울대는 나만의 삶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진취적인 지성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오늘날 서울대 위기론의 핵심이 ‘인간’ 양성과 봉사 분야에서 사회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 총장이 제시한 방향은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대는 최근 국제공인학술지(SCI) 논문게재 편수 기준으로 세계 40위권에 올랐지만 경쟁력의 원천은 학벌주의와 입시경쟁이라는 ‘우물안 개구리’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재학생의 절반 이상이 국가의 미래를 위한 연구보다는 일신의 영달을 위해 고시에 매달리는 것이 현실이다.서울대가 학벌주의의 최정점에서 전국의 인재를 싹쓸이하면서도 ‘부의 대물림’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정 총장이 개혁의 출발점을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적으로 환원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원칙과 명예를 지키겠다.”고 공언한 것은 개혁 이미지에 걸맞은 신선한 약속으로 생각된다.정 총장은 얼마전 ‘지역별 신입생안배 고려’라는 구상을 밝혔다가 일부 계층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바있다.정 총장의 앞날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정 총장은 과거 각종 기고를 통해 우리 사회의 병폐를 진단하고 철저한 구조조정과 개혁을 역설했던 ‘훈수꾼’이 아니라 실천에 옮겨야 할 ‘집행자’의 위치에 섰다.원칙론에 입각한 개혁론자로서 굴절된 부분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되 전임 이기준 총장이 겪은 좌절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취임식에서 약속했던 대로 절차상의 합법성과 민주성도 지켜주길 바란다.
  • 전경련 CEO 서머포럼 윤석금 웅진그룹회장

    “학연·혈연·지연을 따지는 기업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핏줄’이란 이유만으로 능력없는 2세에게 대물림한 기업치고 잘된 곳 봤습니까.” 25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최고경영자 서머포럼에 참석한 윤석금(尹錫金·57) 웅진그룹 회장은 창업 20년 만에 연매출 2조원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이 “철저한 능력 위주의 인사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임직원 가운데 회장과 관련된 주변 사람은 안된다.’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다.친·인척과 고향사람에게는 납품조차 못하게 할 정도다. “사업은 전문성이 있어야 합니다.전문성없는 사업 다각화는 안됩니다.저도 통신판매나 인터넷 교육사업을 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전문성이 부족해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또 판매를 하거나 사업을 하더라도 당당하게 해야합니다.기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용기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회장은 최고경영자의 가장 필요한 덕목이 창의력이라고 했다.특히 보고,생각하고,변화시키는 창의력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강조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외판원을 거쳐 1980년 출판업에 진출,웅진그룹의 토대를 마련했다.그 뒤 웅진코웨이 정수기를 성공시키며 ‘세일즈의 귀재'로 불렸다.98년에는 당시 37세인 젊은 최고경영자(조운호 웅진식품사장)를 발탁,쌀음료 등을 대히트시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는 “올해 8개 계열사 매출이 2조원을 넘고 차입금은 제로상태가 될 것”이라며 “경상이익이 18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내년쯤에는 웅진식품과 코웨이개발을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제주 박건승기자 ksp@
  • [사설] 본받을 만한 삼성장학재단

    우리도 카네기나,빌 게이츠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삼성이 최근 5000억원규모의 장학재단을 세우기로 한 것은,가진 사람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할 좋은 소식이다.지난 4월의 이종환 삼영화학 회장이 설립한 3000억원 규모의 장학재단에 이은,삼성의 대규모 ‘사회환원’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우리의 척박한 자본주의의 풍토가 ‘이웃과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도록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부자의 천국 미국이 큰 빈부 차이에도 부(富)에 대한 존경과,사회적 결속을 잃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미국의 부자들이 나눔을 통해 더불어 사는 지혜를 현명하게 실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빌 게이츠가 200억달러에 가까운 자선기금을 내놓고,카네기와 록펠러가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나눔의 덕목이 미국사회를 지탱하고 통합하는 기반이 되고 있음을 본다.우리 사회가 자본주의로 유례 없는 고도성장을 이뤘음에도 부가 큰사회갈등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음은 반대로 나눔에 인색한 데서 찾아야 할듯싶다. 우리 기업들이 해온 부의 사회환원은 아직 대학에 기업 이름을 딴 건물을 기증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몇몇 기업들이 창업주나 회사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자선사업에 나서고 있으나 규모나 수준이 여전히 ‘생색’의 범위를 넘지 못하고 있다.경영권 세습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사회환원보다 크게 앞서고 있음이다.삼성장학재단은 출연금으로 우수인력의 해외유학을 지원해 창조적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한다.4∼5년 후의 먹고 살거리가 재계의 화두(話頭)가 된 상황에서 이는 나눔과 국가적 과제에 대한 투자를 동시에 추구하는 효과적인 자선이다.삼성의 장학재단 설립 소식이 가진 사람들의 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기부문화를 한 단계 높이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사설] 이 아버지에 비하면 우리는…

    자신의 행운이면 모를까,우리는 남의 일로 신을 떠올리지 않는다.하물며 남의 불행임에랴.그러나 자신과 똑같은 불치의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들이 애원하자 아들을 목졸라 숨지게 한 광주의 한 아버지는 우리에게 불행의 불가해한 깊이를,신을 생각하게 한다.광주 남부경찰서는 하반신이 마비되고 시력까지 잃은 아들이 죽여달라고 하자 트레이닝복 허리끈으로 아들의 목을 졸라 죽게 한 아버지 김모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아버지 역시 같은 병으로 시력을 거의 상실하고 하반신이 마비된 1급 장애인이며,딸 또한 이 병으로 요양원 생활 중이다.김씨의 어머니와 여동생도 이 윌슨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김씨의 부인이 과일행상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데,7년 전 스무살까지 생생하던 김씨의 아들은 “더 이상 어머니의 짐이 되기 싫으니 죽여 달라.”고 아버지에게 애원했고,아들의 목숨을 거둔 아버지는 즉시 경찰에 자수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신이 한 일과는 전연 무관하게,3만명에 한명 꼴의 기계적 비율로 이뤄지는 뒤틀린 유전자 조합의운수없는 희생자로 희귀병을 3대째 앓아오고,그 와중에 제 손으로 아들의 목숨까지 거둬야 했던 김씨의 불행 앞에서 우리는 깊은 무력감을 느낀다.사회의 모순이나 개인의 불행을 제도 개선 및 자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합리주의가 이 불행 앞에서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무력감은 곧 어떤 경건한 깨달음으로 이어진다.평소하찮게 여기던 우리의 평범하나 정상적인 삶이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스물일곱살 아들의 목을 졸라야 하는 아버지의 삶에 비하면,무정한 유전병의 대물림 앞에 십여년간 넋이 나간 김씨 가족들에 비하면 우리의 삶은 천국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우리의 삶과 운명을 고맙게 여기고,우리보다 못한 남을 진정으로 도와주자.
  • 美장갑차 사망 양주군 르포/주민들 일손 놓고 규탄집회

    “생명의 존중없는 평화는 없다.살인범은 어린 영정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 미국 독립기념일을 이틀 앞둔 2일 여중생 2명이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죽은 사고가 발생한 경기 양주군 광적면 효촌2리 마을에는 부슬부슬 내리는 비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우리는 분노에 떨고 있다.내 딸을 살려내라.” 지난달 13일 어린 두 학생이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당한 마을 입구에는 이런 글이 적힌 플래카드가 비바람 속에 을씨년스럽게 펄럭였다. 반면 사고 장갑차가 소속된 마을 옆 미2사단 캠프 하우즈 사령부는 이틀 앞으로 다가온 독립기념일 축제를 준비하느라 들뜬 분위기여서 대조를 이뤘다.트럭을 타고 지나가는 미군 서너명의 웃는 얼굴이 플래카드와 묘하게 엇갈렸다. 효촌2리 마을 주민들은 생업을 뒤로 미루고 이날 저녁 미군 부대 앞에서 가진 ‘미국 규탄 집회’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피켓도 만들고 머리띠도 둘렀다. 고 신효순·심미선(14) 양이 공부하던 조양중학교 학생들과 인근 경민고 학생들까지 침묵 시위를 위해 부대로향하는 바람에 이곳 마을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길을 지나던 한 할아버지는 “우리 손녀들이 죽은 땅에서 미군들은 독립기념일 잔치를 한대요,글쎄.”라며 혀를 찼다. 조양중학교 학생부장 김홍만(45)교사는 “교사와 학생들이 사고 지점인 광적면 도로를 넓혀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등 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두 여중생 미군 장갑차 살해사건 전국대책위’회원 20여명은 의정부역 앞마당에서 목이 터져라 반미구호를 외치며 이틀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었다.4일 미군의 독립기념일 행사에 맞서 한·미 공동조사단에 의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범국민대회도 갖는다. 막내딸 미선양을 잃고 충격을 받아 드러누운 어머니 이옥자(45)씨는 집에서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방안에는 딸이 남긴 사진첩과 책가방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죽인 미군들이 우리 땅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다.”면서“‘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지만 엄연한 주권국가의 국민으로서 유린당한 인권을 되찾고 싶은 생각뿐”이라며 마른 눈물을 삼켰다. 효선양의 어머니 전명자(39)씨는 식음을 전폐하고 외부와 접촉을 꺼리고 있다.전씨는 “미군 때문에 당한 우리 세대의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으려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를 처음 목격한 홍기식(54)씨는 “마을 주민들 모두 ‘언제 내가 또다른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대책위 제종철 간사는 “미국 정부가 한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성의있는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녁 6시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플래카드를 짊어진 채 한시간 남짓 시위를 벌인 뒤 귀가하는 주민들의 어깨가 왠지 무거워 보였다. 이영표 박지연기자 tomcat@
  • 漢字교육 열풍/2005년 대입 제2외국어 선택과목 결정

    한글전용이냐,한자혼용이냐 해묵은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도로표지판에 한자가 등장할 만큼 현실은 달라지고 있지만 초등학교 한자교육 의무화등 일부의 요청은 7차교육과정에서 검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그러나 학부모들은 맥놓고 결론을 기다리는 대신 발빠르게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달 한국어문회에서 실시한 한자검증시험은 하루 만에 접수가 끝났고 전국 20만명의 초등학생이 몰렸다.한자학습지로 한자를 배우는 아이들이 80만명이나 되고,한자관련 책은 만화와 동화 등 어린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장르의 구분없이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말의 70%가 한자어라 한자를 잘 해야 국어를 잘한다,한자를 배우면 이해력과 창의성이 키워진다는 식의 장점 부각은 학부모들을 솔깃하게 한다.그래서 한자공부에 투자를 늘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더욱이 2005년부터 대학수능시험에 한문이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결정되자 더이상 한자공부를 미룰 이유가 없어졌다 한다. ◆한자도 경쟁력이다=초등학교 3,5학년 남매를 둔 회사원 김성환(43·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씨는 퇴근시간이면 귀가를 서두른다.아이들과의 한자공부를 위해서다.‘교육은 아내 몫’이라 생각했던 그가 ‘한자선생님’으로 나선 것은 지난해 손위 동서 정성진(46·서울 강남구 개포동)씨네 아이들이 ‘한자 능력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부터이다.“한자를 직접 아버지가 가르친다는 말을 듣고 유난떤다고 흉봤는데 정작 자격을 취득했다는 말을 들으니 생각이 달라졌어요.그래서 우리도 당장 시작했죠.”최근 아이들이 한자능력 6급 자격을 취득했다며 김씨는 흐뭇해했다.“영어는 제대로 못 가르쳐도 한자는 아빠가 할 수 있으니까요.” 학부모들은 한자를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정규교과목시간이 아닌 재량학습으로 분류,학교마다 컴퓨터와 한자 둘 중에서 고르게 하고 있다.중·고교에서 1800자를 가르치므로 ‘한자공부는 충분하다.’는 교육관계자들의 주장과 달리 중·고교를 거친 서울대학생들의 형편없는 한자실력은 이런 탓이다. 초등학교에서는 교장재량이지만 아침자습시간을활용해 한자를 가르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학부모들의 수요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붐이라기보다는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한자도 일찍 가르쳐야=유아들의 조기교육 목록에도 한자는 당당하게 올랐다.유치원마다 한자 몇자씩은 가르치게 마련이고,올해들어 유아용 한자교재가 학습지업체에서 연이어 출시되면서 유아들의 한자교육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최근 유아용 한자교재를 출시한 재능교육은 출시 10일 만에 1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매년 10% 이상 한자학습지 시장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유아학습지는 태풍의 눈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도 많다.학습지교사 나지연(31)씨는 “학습지 중에서도 가장 학습관리가 쉬워 한자학습지의 선호도가 높고,회원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연규화(34·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씨는 최근 일곱살난 태란이에게 한자공부를 시키기 시작했다.“유치원에서 한자공부를 잘 하면 초콜릿을 준다고 하니까 아이는 그전부터 배우겠다고 졸랐어요.하지만 한자교재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해 좀 어려워서 미뤄왔죠.그런데 재미있는 유아용 교재가 나와서 당장 시작했어요.” 다섯살난 동생도 벌써 어깨너머로 한자를 공부하고 있다고 연씨는 자랑했다. 진태하 명지대 교수는 “한자란 학문이 아니라 도구다.구구단과 마찬가지로 어릴 때부터 배우면 쉽게 체화될 수 있다.”고 한자조기교육을 반기며 “동북아문화권시대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이 한자를 익히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의미있다.”고 말했다. ◆왜 한자열풍인가=지난 3월,전국 만 20세 이상 남녀 1502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 설문조사에 따르면 54.7%가 국한문 혼용에 찬성하고 있었다.또 20대(45.1%)에 비해 30대(57.1%),40대(61.5%)가 더 높게 나타났다. 한글을 뗀 자녀에게 일곱살부터 서예학원에서 한자를 익히게 해왔다는 김현정(41·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씨는 “한자를 잘 몰라 불편했던 경험이 있어 유행인줄 모르고 아이들의 한자교육에 신경썼다.”고 말했다.한글전용세대인 30∼40대 부모들이 아이들의 한자공부에 열성인 것은 부모세대가 현실생활에서 겪었던 ‘불편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또 기업체뿐 아니라 일부대학의 입시전형에서도 한자성적을 우대한다는 사실은 이미 한자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영어조기교육에 대한 반작용이자 발전속도가 늦은 영어보다는 쉬운 한자공부에는 뒤지지 않겠다는 기대도 갖게 한다. 더욱이 표의문자인 한자를 배우면 대뇌를 발달시킬 뿐 아니라 창의성을 키우고,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한자교육의 또다른 매력으로도 보인다. 허남주기자 yukyung@
  • [씨줄날줄] ‘고엽제 판결’ 유감

    ‘고엽제에 함유된 다이옥신이 질병을 유발했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 서울지방법원이 23일 국내 고엽제 환자들이 미국의 고엽제제조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내린 결론이다. 그렇다면 고엽제 환자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부보상과 지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현재 고엽제 후유증 환자 4945명(4월30일 기준)은 국가유공자 대우를 받고 있다.1등급에게는달마다 277만원,7등급에게는 18만원을 지급한다.4만 8271명의 고엽제 후유의증 환자도 장애등급에 따라 21만원에서 42만원의 수당을 받는다.34명의 고엽제 후유증 2세 환자도 45만원에서 70만원까지 수당을 준다.고엽제 환자의 자녀에게는 학자금을 지급하고 취업 때 가산점도 준다. 서울지법의 판결대로 월남전 때 살포된 고엽제와 질병간 인과관계가 없다면 고엽제 환자에 대한 보상은 국가가 베푸는시혜이다.그러나 국가보훈처는 국내외 역학조사를 근거로 고엽제 후유증과 후유의증 환자를 판단해 왔다고 설명한다.미국과 호주 정부,세계다이옥신학회에서도 다이옥신과 질병간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월남에서는 전쟁이끝난 지 27년이 지난 요즘 미국 정부의 참여 아래 대규모 역학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지법의 판결은 월남전에 참전했던 미국의 제대 군인들이 1978년에 제기했던 손해배상 소송을 되새기게 한다.제조사측은 7년이 넘게 소송을 끌다 84년 5월 선고를 바로 앞두고 1억 8000만달러에 합의했었다.1억 8000만달러는 94년까지 이자가 붙어 2억 4000만달러로 늘어났으며,5만여명의 환자에게 지급됐다.하지만 서울지법은 “다이옥신과 질병간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미국 제조사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지법의 판결은 1심이기는 하지만 고엽제 환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현실과 괴리된 듯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더욱이 고엽제의 고통은 1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국가가고엽제 후유증 2세 환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도 알수 있다.대한민국 고엽제 후유의증 전우회에 따르면 최근 ‘대물림'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2세들이 성년이되면서 아버지와 같은 병을 앓는 것이다. 병역 비리가 횡행하는 요즘 국가의 명령에 따라 이역만리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다가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고엽제 환자들이 우리 사회를 원망하게 해서는 안된다.다가오는 6월은 현충의 달이다.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
  • [도쿄 이야기] 日 경제단체의 변화

    일본의 한 코미디 연예 프로덕션이 문턱 높기로 유명한일본의 경제인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에 가입한다고 해서 화제를 뿌리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개그맨 이영자,신동엽이 소속된 프로덕션‘GM’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가입하는 것과 같다. 게이단렌이 새 회원으로 맞이할 회사는 ‘요시모토 고교(吉本興業)’.일본의 내로라 하는 코미디언 650명이 소속된 일류 연예 프로덕션이다. 일본의 굵직한 대기업 1000여개를 거느린 게이단렌이 일개 연예 흥행 회사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요시모토는 연예 프로모션만이 아닌 고속대용량 통신용의 콘텐츠 제작은 물론 아시아 진출에도 눈을 돌리는 등 사업을 다양하게 전개해 나가고 있다. 21세기의 변화에 적응해 가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자세가 덩치 큰 전통적 기업의 경영진들에게 호감을 산 것이다. 요시모토는 최근 통신회사인 KDDI나 도쿄(東京)전력 등과 손을 잡고 고속대용량 사업을 추진하게 될 합병회사를 설립했다.타이완(臺彎)이나 상하이(上海)에서 희극 공연을갖는 등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한 회원사 사장은 “소프트 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요시모토식 경영을 칭찬했다. 1912년 창립된 요시모토는 도쿄 증시 상장기업이다.지난해 3월 결산 기준으로 341억엔의 매출을 올려 21억엔의 영업이익을 남겼다.세계 굴지의 전자업체인 도시바(東芝)가올 3월 결산 때 5조 4000억엔가량의 매출에 1135억엔의 손해를 남긴 것과 비교하면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수익성은놀라울 정도이다. 요시모토의 변화도 변화이지만 요시모토를 받아들인 게이단렌의 변화도 상징적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의 쇠퇴는 필연적이다.일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가업의 대물림으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최근 몇대째 내려온 오랜 백화점,일본식 여관,음식점이 변화의 물결을 넘지 못하고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요시모토는 창업 때의 코미디 하나만 고집하지 않고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생존전략으로 새 물결에 적응해 가고 있는 것이다. 황성기 특파원 marry01@
  • “日의원 대물림 막겠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일본에서 세습 의원을 제한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는10일 지방에서 열린 당 대회에서 “정치가가 사망하면 형제나 자식들이 수년간 같은 선거구에서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토야마 대표는 증조부가 중의원 의장,할아버지가 총리,아버지는 외상을 지낸 4대 세습의 정치가이며 동생인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자민당) 의원이 중의원 운영위원장을 지내고 있는 대표적인 세습 정치가 의원이다. 지난 2000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가 사망하자딸 유코(優子)가 지역구를 물려받아 출마, 당선되는 등 일본 정계에서는 정치가가 사망하면 집안에서 대물림을 하는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3대 째 국회의원을지내고 있다.
  • [사라지는 것을 찾아] 참빗

    ‘참빗 얼레빗 가슴에 품고 가도 제 복 있으면 잘산다.’ 가난한 시절,입던 옷과 쓰던 빗만 딸려 시집보내야 했던어머니의 안타까운 심정이 절로 묻어난 속담이다.대나무로손재주 부려 만든 참빗.지난 60년대 말까지 우리 여인네들의 필수품이었다. 어른 손바닥 크기로,가운데 대나무 양편으로 부챗살처럼촘촘하게 빗살을 박았다.3년된 참대만을 골라 육질부는 버리고 겉쪽만을 써 빗살 하나하나가 탄력성이 좋고 부러지지 않는다.집안 식구들이 수십년동안 쓰지만 고부(姑婦)간에 대물림할 정도로 단단했다. 70년대 화두인 ‘잘살아 보세’라는 종소리가 봄날 들불번지듯 하면서 잘나가던 참빗이 뒷방 신세로 전락했다. 뒤통수에서 땋아 틀어올려 비녀를 지른 쪽머리가 ‘거추장스럽다.’며 앞다퉈 잘라내면서부터다.미장원에서 연탄불에 달군 쇠로 지져 구불구불 라면가락으로 모양을 낸 퍼머는 빗질안해도 몇달동안 머리가 풀어지지 않았다. 지난 시절 참빗과 머릿니는 실과 바늘 같은 불가분이었다. 할머니는 고추달린 손주 녀석만을 불러 참빗질을 하면서 거리감을 좁히려 애썼다. 어머니가 쓰는 참빗은 빗살이 100여개로 좀 성긴 편이다.일에 파묻혀 닷새장 나들이가유일한 즐거움으로 경대 앞에서 동백기름을 손바닥에 부어 머리에 바르고 이마에서 정수리로 가르마를 탄다.참빗으로 긴 머리를 양편으로 빗어 내리면 반질반질 윤기가 돌았다. 물과 함께하는 참빗질은 비누나 샴푸를 대신했다.이때 빗살 사이사이에 끼어 있던 비듬이나 때도 말끔히 씻겨 나갔다.또 머릿니나 서캐를 잡는 참빗은 빗살이 130개로 촘촘히 박혀 실 한오라기 들어갈 틈밖에 없을 정도로 정교했다. 전남 영암에서 조상대대로 참빗만을 만들어 참빗장이 된무형문화재 제15호인 이식우(李植雨·60)씨는 “60년대에한달에 1000개 이상 참빗을 팔았는데 우리집에서 참빗을떼다가 시장에서 참빗 좌판을 하던 할머니도 서너명이나됐다.”고 회고한다. 남기창기자 kc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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