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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유전무죄 무전유죄/홍덕률 대구대 사회학 교수

    “우리 사회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인식이 있고, 이를 시정해야 한다.” 지난 10일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한 말이다. 모처럼 귀가 번쩍 뜨이는 반가운 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사회는 틀림없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이토록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 슬픈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힘있는 유전층(有錢層)은 ‘억울하면 출세하라.’라고 하고, 힘없는 무전층(無錢層)은 자식이라도 출세시키려고 허리띠 동여매든가 그것마저 여의치 않으면 세상을 저주하게 된다. 이토록 천박하고 전도된 가치는 대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결과다. 최근 ‘홀리데이’란 영화로 다시 회자되는 18년전 지강헌 사건의 주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였다. 탈주범 지강헌은 인질을 잡고 이렇게 외쳤다.“전경환이 나보다 죄가 가볍다는 건 인정할 수 없다.” 자신이 556만원을 훔친 죄로 7년 징역형에 10년 보호감호형을 선고받은 것이 억울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70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가 7년형을 선고받고 2년3개월 만에 풀려나는 것을 보면서 소위 법과 나라가 이럴 수는 없다고 저주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도 절규했다.“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이 사회는 너희처럼 큰소리 치는 놈들이 망쳐 놓은 거다! 너희같은 놈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고 돈 없는 게 죄다! 나는 돈 없고 빽 없는 놈이라 이렇게 된 거다. 돈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대한민국 법이 이렇다!” 밑바닥에서 본 사법 불의의 현실을 죽기를 각오하고 고발한 것이다. 그때 많은 국민이 ‘그래, 그렇다.’라고 공감했다. 우리 사회의 부끄럽고도 한심한 단면인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금 이시간에도 많은 국민이 여전히 그렇다고 믿고 있다는 데 있다. 그렇게 생각되게끔 만드는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예컨대 천정배장관이 기자회견을 한 바로 그날에도 역시 국민을 실소케 만든 법원 판결이 하나 보도되었다. 전주지법에서 있었던 일이다.1억원 안팎의 뒷돈을 받고 석·박사 학위를 팔아 물의를 일으킨 대학교수들에게 징역 8월에서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1500만원의 벌금형을 내린 것이다. 그 정도 죄로 교수직을 잃게 하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회는, 아니 돈 없는 서민은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로구나.’ 했다. 요즘 양극화 문제가 우리사회의 중심 화두로 등장했다. 실제로 우리사회의 모든 부문과 영역에서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얼마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사회적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양극화를 해소해 가는 것이 해법이지만, 최소한 두가지만 갖춰도 사회적 위기는 막을 수 있다.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만은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나는 소득 수준과 사회적 지위의 차이가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낳아서 결과적으로 가난이 자녀에게까지 대물림되지 않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돈과 지위가 죄의 유무와 크기까지 결정짓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 정의와 사법 정의는 사회 안정의 마지막 보루인 것이다. 이미 심각한 수준인 교육 불평등과 사법 불의의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지 못하면, 그 다음은 브레이크 없는 사회 해체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장관이 직접 사법 불의의 현실을 인정하고 개혁을 다짐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결국 말로 끝나 불신만 키우는 악재가 될 것인지, 법에 대한 국민 신뢰를 세워내는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판가름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8000억원의 거금을 내놓고 면책받고 싶어 하는 이건희 회장에게, 그리고 ‘결국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아니겠느냐.’는 항간의 냉소에 검찰과 사법 당국이 어떻게 답할지를 보면 되기 때문이다. 홍덕률 대구대 사회학 교수
  • ‘찰떡궁합’ 드라마작가·배우

    바야흐로 브라운관도 페르소나 시대다. 분신을 일컫는 페르소나란 영화에 먼저 등장했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영화에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나, 국내로 치면 김기덕 감독의 초기작에 조재현이 줄기차게 나왔던 것을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안방극장에서는 그 양상이 조금 다르다. 영화에서 감독의 페르소나가 넘쳤다면, 드라마는 작가의 분신이 많다. 그만큼 드라마 성패가 작가에 좌우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희경 작가는 배종옥과 찰떡궁합을 과시한다. 다음달 1일 KBS 2TV 수목드라마 ‘황금사과’ 후속으로 시작하는 ‘굿바이 솔로’에서 다시 만났다.‘거짓말’(98) ‘바보 같은 사랑’(2000),‘꽃보다 아름다워’(2004)에 이어 벌써 네 번째다. 언젠가 노 작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배종옥을 자주 기용하는 이유를 “나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재룡과 나문희 등 노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연기자까지 더하면 소위 사단을 형성하게 된다. 최근 KBS 2TV 주말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를 집필하고 있는 박은령 작가는 ‘앞집 여자’(2003)에서 호흡을 맞췄던 유호정을 다시 발탁했다. 남자 주인공 김유석도 ‘두 번째 프러포즈’(2004)에서 박 작가와 만난 적이 있다. 지난해 문영남 작가가 집필한 ‘장밋빛 인생’에서 최진실 못지않게 열연을 펼치며 인기를 끌었던 손현주는 문 작가와 이미 수차례 호흡을 맞춘 사례였다. 게다가 올해 문 작가가 준비하고 있는 주말극에도 출연할 계획이다. 손현주는 “문 작가의 작품이라면 어떤 작품이든 출연하겠다는 신뢰와 존경을 갖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이병훈 PD와 콤비를 이룬 김영현 작가의 사극에는 임현식이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인정옥 작가의 출세작 ‘네 멋대로 해라’(2002)와 ‘아일랜드’(2004)에는 이나영이 연달아 주연을 맡으며 신뢰 관계를 이뤘고, 이경희 작가도 ‘상두야 학교 가자’(2003)와 ‘이 죽일 놈의 사랑’(2005)에서 정지훈(비)을 기용했다. 신인급 배우를 주연으로 발탁, 스타로 키우는 점으로 유명한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는 한혜숙 등 중견 연기자가 고정적으로 출연한다. 페르소나의 원조는 김수현 작가이다. 장장 30년에 걸친 김 작가의 붓길에는 윤여정, 정애리, 이승연, 이유리 등 시대 별로 짝짓기가 대물림이 되고 있어, 김수현 사단을 이뤘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마니아층을 형성케 하는 효과가 있다. 어느 작가 작품에는 어떤 배우가 나오고, 퀄리티가 적어도 어느 수준 이상을 유지한다는 믿음을 준다. 반면 같은 작가와 같은 연기자의 만남이 잦다보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드라마가 겹쳐 보이는 불편함도 생기기 마련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장단점이 반반씩 있다고 한다. 한 드라마 작가는 “한 번 호흡을 맞췄던 배우는 어느 부분 표현이 뛰어나고 부족한지 알게 된다.”면서 “잘 아는 배우를 캐스팅해서 작품에 들어가면 편하게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할을 더 잘 해낼 수 있는 다른 배우에 대한 가능성을 닫아버리게 된다.”면서 “잘 맞으니까 캐스팅하는 것이지만 또 다른 좋은 배우 발굴에 대한 모험을 하지 않는 것은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사설] 이건희 회장의 사회공헌 다짐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재 8000억원을 조건없이 사회에 환원하고 계열사 독립경영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반(反)삼성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세금없는 경영권 상속이라는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과 관련, 시민단체 등이 주장해온 부당이익금 전액에 해당하는 1300억원도 환원 총액에 포함시켰다. 그동안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삼성을 공격하면서 문제삼았던 사안들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삼성은 대선자금, 에버랜드 전환사채 증여문제,X파일 등으로 걱정을 끼친 데 대해 사과하면서 잘못에 대한 반성의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이유야 어떻든 삼성의 이러한 조치는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으로 본다. 우선 사회복지기금으로 헌납한 8000억원은 보건복지부 1년 예산의 8%에 해당한다. 양극화 해소 및 가난 대물림 방지 프로그램 개발에 적잖은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법대로’를 외치며 ‘삼성공화국’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증여세 소송과 헌법소원을 자진 철회하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승복의 자세로 전환한 것은 이번 대책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조치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삼성의 사회공헌 다짐이 현재 진행 중인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본다. 부당이익의 사회 환원과 경영권의 편법 상속의혹 수사는 별개인 것이다. 그리고 손익계산이야 어떻든 기업인이 사회 압력에 굴복해 재산을 내놓는 관행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의지로 하는 것이지 떠밀려 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은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상품 1등 못지않게 더불어 사는 1등도 실천하기 바란다.
  • [사설] 친일파 재산환수 신속·단호하게

    친일파 후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 확인 청구소송 4건에 대해 검찰이 지난달 말 이미 해당 법원에 소송중지 신청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연말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한달여 만에 검찰이 구체적인 환수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우리는 검찰의 발 빠른 행동을 환영하며 친일파 재산의 환수가 신속하게, 또 단호하게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 친일파 후손들이 매국의 결과물인 조상의 땅을 되찾으려고 소송을 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우리는 친일파 재산을 후손에게 대물림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줄곧 강조해 왔다. 이제는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 시행하는 만큼 재산 환수를 미적거려 사회적 갈등을 방치하거나, 멋모르고 친일파 재산을 매입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도록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친일파 재산 여부를 판정하는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고 친일재산 실태를 전국적으로 파악하는 등 제반 절차를 갖춰 나가야 하겠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일제강점기에 친일파가 보유한 땅은 모두 1억 3484만평(445.75㎢)에 이른다고 한다. 또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친일파 후손이 낸 소송 26건 가운데 국가의 일부패소로 확정된 판결이 5건이나 된다. 특별법은, 국가 패소가 결정돼 후손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땅에 대해서도 법원에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 되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광복 60년이 넘어서야 우리사회는 비로소 친일파 재산 처리 기준을 마련했다. 정부는 한치의 빈틈 없이 이를 시행해 민족정기가 더이상 훼손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바란다.
  • 불교계 ‘가사 홍역’

    스님이 설법이나 의식을 할 때 입는 가사(袈裟)를 놓고 불교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한국불교 장자종단인 조계종과 태고종간 해묵은 가사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어서 눈길을 끈다. 최근 불교계의 가사 논란은 조계종이 종단 차원에서 통일된 가사를 제작해 전국의 스님들에게 보급하려는 방침에 전국 승복업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조계종 통일 추진에 제조업체도 반발 25일 불교계와 불교신문에 따르면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2002년 다양한 형태로 통행되던 승복을 통일하기 위한 실무연구회를 발족해 작업을 벌여왔으며 이같은 종단 방침이 알려지면서 승복제작업체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연합회를 구성한 이들은 최근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만나 “업체별로 이미 많은 원단을 확보해 놓았는데 종단의 갑작스러운 원단 독점공급 결정으로 타격이 크다.”며 승복 제작·보급을 위한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측은 “승복의 색깔과 문양이 들쭉날쭉해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으며 심지어 가사를 걸치고 조계종 스님을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며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의 이같은 입장은 2004년 전국의 스님 131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종단에서 제작후 일괄 지급해야 한다.’(79.2%)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아 종단 차원의 통일된 가사 제작·보급의 필요성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태고종 “올 상반기 의장등록” 그러나 불교계에서는 최근 조계종의 이같은 조치가 가사를 둘러싼 태고종과의 해묵은 갈등 탓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조계종이 밤색 가사를 종단의 정통 가사로 인정하고 있는 반면 한국불교 제2의 종단인 태고종은 선명한 주홍색인 홍가사를 정통으로 인정하고 있다. 조계종은 지난해 밤색 가사를 조계종단의 가사로 의장등록해 놓았으며 이에 맞서 태고종도 올해 상반기중 홍가사의 의장등록을 마칠 예정이다. 불교계에서 가사 논쟁은 종단의 정체성과 맞물려 오래도록 지속돼 왔던 사안. 이승만 정권시절 왜색불교 퇴치를 내걸고 시작된 불교 정화작업은 조계종과 태고종의 분리를 낳았으며 이 과정에서 가사도 지금의 홍가사와 밤색 가사로 확연하게 나뉘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스님들은 당시 흔히 비구·대처 싸움으로 알려진 조계종·태고종의 분쟁에서 가사는 양측을 구별하는 일종의 전투복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조계종은 종조인 보조국사의 장삼 색깔에서 밤색 가사가 시작돼 지금의 조계종단 가사로 자리잡았다는 주장을 하는 반면 태고종은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부터 홍가사 전통이 이어진데다 보조국사·원효 스님 등 고승들이 모두 홍가사를 입었고 지금 중국이나 남방불교국가에서도 홍가사가 일반적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들어 홍가사가 한국불교의 정통 가사임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불교계 인사들은 “이른바 법난으로 불리는 조·태분쟁의 와중에서 양분된 한국불교의 가사는 각 종단의 특색을 살려 인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발우나 가사 등을 대물림하는 전통이 있는 한국불교에서 지나치게 종단의 정체성만을 강조해 획일적인 승복을 보급할 경우 전통불교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아리랑/이상배 글·김세현 그림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싼 산이 있었다.‘아라’산이라고 했다.…고갯마루에 늙은 소나무가 우뚝 서 있다.…눈길이 가는 데까지 들녘이다.” 아이들에게 읽힐 창작동화 치고는 운을 떼는 품새가 범상찮다. 인기 동화작가 이상배의 ‘아리랑’(김세현 그림, 파랑새어린이 펴냄)은 첫장부터 우리말의 유려한 질감이 혀끝을 착착 감친다.‘우리 노래’ 아리랑의 유래를 작가 나름대로 재구성했으니 불끈불끈 서사의 힘줄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난한 소작농들이 많이 모여사는 작은 고을 구만리. 김 좌수의 집에서 대물림 종살이를 하는 고아 머슴 리랑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다. 그런 어느날 우물가에서 말뚝댕기를 한 반빗간(음식 만드는 곳) 소녀 성부를 만나는데, 이상하게도 그 아이에게선 그리운 어머니 냄새가 난다. 흉년이 극심해져 김 좌수가 곡식을 있는 대로 빼앗아가자 견디다 못한 리랑과 소작농들이 난을 일으킨다. 김 좌수에게 멍석말이를 당해 사경을 헤매는 리랑, 동변상련의 우정을 키우던 성부는 안타깝기만 한데…. 고만고만한 생활동화들 속에 우뚝 키가 커보이는 책이다. 조선후기를 배경으로 파렴치 벼슬아치와 소작농들의 대결을 그린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모처럼 색다른 글 소재의 향미를 만끽할 듯하다. 순우리말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달구비’‘똥탈’‘살꽃’ 등 토박이말의 향연에 배가 불러진다. 책 뒤쪽에 ‘우리말 찾아보기’가 따로 붙어 있어 학습효과를 챙기는 데에도 그만이다. 초등생.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도서관은 주민의 서재다] 소장품 4300만점… 외국인도 무료 열람

    뉴욕의 대표도서관인 ‘인문사회과학도서관’은 지식을 대물림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3층 목록실은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등장하는 서가이다. 지금은 컴퓨터로 검색(CATNYP·뉴욕공공도서관의 검색 시스템)하는 체계로 바뀌었지만 낭만적인 분위기는 여전하다. 이곳에는 쿠텐베르크의 성경, 조지 워싱턴의 연설문, 토머스 제퍼슨의 독립선언문 등이 소장돼 있다. 모두 4곳의 연구도서관에는 3000종류의 언어로 된 4300만점의 소장품이 있어 이를 연결하면 200㎞에 이를 정도다. 목록실에서 나오는 통로 바닥에는 존 밀턴의 ‘아레오파지티카’에 나오는 ‘좋은 책은 영혼에 피와 살이 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공공도서관이 1960년대 매카시즘이 몰아칠 때도 좌·우파측이 모두 자료를 수집했다는 점을 떠올리게 한다. 고풍스러운 ‘로즈 열람실’ 서가에는 고고학·역사학·문학·철학·사회학·여성학 등 15개 분야의 책 350만권이 꽂혀 있다. 이곳에서는 전산망에 누구나 이름·주소만 입력하고 현장에서 증명사진을 찍으면 곧 대출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뉴욕 시민은 물론이고 외국인도 열람실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는 희망 도서목록을 적어낸 뒤 대출창구에 자신의 번호가 뜨면 열람실 안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다른 도서관에 있는 책도 이곳에서 예약할 수 있다.뉴욕 김유영특파원 carilips@seoul.co.kr
  • 저소득 만5세 보육료 내년 전액 무상

    저소득 계층 어린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대폭 늘어난다. 기획예산처는 27일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해 저소득·요보호계층 아동 재정지원을 올해 4444억원에서 내년 8237억원으로 85.4% 증액한다고 발표했다. 먼저 저소득층 육아비용 지원을 전체 아동의 30%에서 50%로 확대, 내년에 92만명에게 혜택을 볼 수 있게 하고 만 5세아 지원대상에게는 보육·교육료를 전액 무상 지원한다. 또 차상위계층 아동에 대한 의료급여 혜택을 올해 12세 미만에서 내년 18세 미만으로 확대, 적용대상이 5만 2000명에서 7만 8000명으로 늘어난다. 주요전염병 14종에 대한 예방접종도 무상으로 실시하며 국가예방접종사업의 접종률도 올해 70%에서 내년 80%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가정적인 환경에서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 기존의 시설위주 보호정책을 가정위탁, 그룹홈 보호위주로 전환유도하고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 홍보활동도 강화할 방침이다.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경제교육 부도 위기”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의 월례토론회에서 우리 경제교육의 현주소와 관련해 쏟아진 말들이다. 경제를 제대로 몰라 ‘반기업 정서’가 팽배하고 시장원리보다 정부 개입을 당연시하는 ‘규제 만능주의’가 나타났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 교수는 ‘초·중·고교 경제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경제를 잘 모르면 우리의 앞날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선진화포럼은 각계 원로와 전문가 20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경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 권 교수는 기업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부정적 인식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결과 기업의 목표를 이윤 극대화로 꼽은 응답자는 20.1%에 그쳤다. 반면 국가·사회에 기여(21.6%), 고용창출(24.4%), 소비자 만족(18.9%), 근로자 복지(15.1%) 등 공익적 측면에 더 무게를 실은 응답자가 더 많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조사에서도 자본주의에 대한 이미지로 경쟁(19.4%)보다 빈부격차(28.1%), 물질적 풍요(21.1%), 부정부패(14.2%) 등이 앞섰다. 권 교수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불거진 정경유착과 기업비리, 외환위기 이후 악화된 분배 문제, 빈곤의 대물림 등으로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경제교육의 총체적 부실 권 교수는 경제 인식이 부족한 이유로 경제교육의 부실을 지적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동유럽과 중국은 불필요한 논란없이 경제발전에 매진,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경제 교과서를 사범대 교수나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현직 교수들이 만드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직과정 이수에도 교육학 관련 전공만 추가하면 교사로 임용되기 때문에 경제를 이수한 교사가 드물다는 것. 이 때문에 초등학교의 경제교육은 단지 5학년에서 ‘세계속의 우리경제’라는 이름으로 이뤄져 형식적이며 중학교 이후 사회과목에 포함된 경제과목의 비중은 단원 수로는 9%, 수업시간으로는 11%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고등학교에선 경제가 사회과목군 선택의 하나에 불과했다. 반면 지리는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 등으로 세분화됐다.●‘가치’가 아닌 ‘사실’과 ‘논리’ 중심으로 교육이 개편돼야 지금까지 추상적이고 재미가 없으며 체제·이념적인 교과과정은 제외시켜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권 교수는 경제교육의 목적이 ‘국민의식 계도’가 아니라 ‘경제적 무지’를 해소하는 것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따라서 좋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집필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교육내용도 동영상과 현장학습 위주로 개선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4학년까지 공부해야 할 9대 핵심과목 중 하나로 경제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경제과목을 최소한 지리나 세계사 수준으로 올리고 TOIEC과 같은 ‘경제학 소양테스트’를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사설] 빈부차·학벌에 치여 비관적인 10대

    우울한 통계이다. 한창 꿈을 키울 10대 청소년들이 앞날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빈부 격차와 학벌 중심 사회에서 치인 탓이다. 분명 청소년 스스로의 문제도 아니다. 그렇기에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원인은 심화되는 빈부의 양극화와 학벌에 얽매인 닫힌 사회에 있다. 열린 사회로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기성세대에서 비롯된 현상인 만큼 반성과 성찰이 요구된다. 청소년위원회와 한국YMCA가 그제 토론회에서 발표한 설문에서 청소년 10명 가운데 7명은 빈부차가 심하다고 봤다.2명 중 1명은 소득의 불균형에 따른 가난의 대물림을 당연하게 여겼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또 일류대만 가면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청소년이 10명 중 무려 7.5명이나 됐다. 적성·소질도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출신 대학을 매개로 한 끼리끼리의 학벌문화가 청소년에게 옮겨간 결과이다. 학벌특혜가 다소 완화되고 있다지만 씁쓸하기만 하다. 더욱이 청소년들은 옳은 일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꼬집었다. 정의로운 일에 가정에서는 “왜 위험한 일에 나섰느냐.”는 핀잔을, 학교에서는 “튄다.”는 비아냥을 듣는단다. 메마른 사회의 전형을 가르치는 꼴이다. 청소년들은 분출구가 필요하다. 빈부의 격차는 사회가 풀어야 할 몫이다. 우선 성적으로 됨됨이를 가늠하는 기성세대들의 사고부터 바꿔야 한다. 다양한 개인의 역량과 능력이 인정되는 사회를 위해서다. 청소년들에게 사회참여의 길도 터주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의 일원임을 느껴야 된다. 특히 모든 청소년들에게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대입에 목매고, 대학이 인생을 결정짓는 사회에서 청소년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청소년이 희망을 가져야 사회의 미래가 밝아진다.
  • [희망잃은 1018] “빈부차 심하다” “학벌특혜 있다”

    [희망잃은 1018] “빈부차 심하다” “학벌특혜 있다”

    10대 10명 중 7명 이상은 한국의 빈부 격차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명 중 1명은 아버지 세대의 가난이 자신들에게 대물림 될 것이라고 믿었다. 청소년위원회는 한국YMCA전국연맹에 의뢰해 전국 6개 도시 10∼50대 5451명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10대들은 전통과 이념에선 자유롭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희망이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5일 밝혔다. ●10대 절반 “가난은 대물림” ‘잘 살고 못사는 사람간의 격차가 심한가.’라는 질문에 74.3%가 ‘그렇다.’고 답했다.‘아버지가 가난하면 나도 가난한가.’에는 49%가 ‘그렇다.’고 답해 10대의 절반 가량이 가난은 대물림된다고 생각했다. 10대들은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적성과 흥미에 관계없이 일류 대학에만 가면 특별대우를 받는가.’라는 질문에는 75.2%가 ‘그렇다.’고 답해 학벌 중심 사회의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올바른 행동을 해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가.’라는 질문에는 60.6%가 ‘그렇다.’고 답해 법과 질서를 지키면 손해볼 수도 있다는 의식이 10대들에게도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안 상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범죄가 적고 치안이 잘 유지되는가.’라는 질문에는 12.6%만 ‘그렇다.’고 답했다. 전통과 이념에 대한 질문에서는 10대와 50대의 확연한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가족 문제는 가장이 해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10대는 19.2%가 50대는 41.6%가 각각 ‘그렇다.’고 답해 가장의 역할에 대해서 10대와 50대가 달리 인식하고 있었다.‘시대가 변해도 전통적인 가르침은 변함없이 지켜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10대는 33.4%,50대는 61.9%가 각각 ‘그렇다.’고 답했다. ●23.3% “통일 할 필요 없어” 우리와 이념이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10대가 50대보다 덜 배타적이었다.‘이념이 다른 나라는 경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10대의 14.2%가 50대는 40.9%가 ‘경계해야 한다.’고 답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10대의 40.3%가 통일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했고 36.5%는 교류 협력 대상이지만 믿을 수 없다고 답했으며 23.3%는 굳이 통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의정 뉴스]

    ●성동구의회 의회보 창간 서울 성동구 의회는 ‘성동의회보’ 창간호를 제작했다고 1일 밝혔다.A4용지 크기로 모두 24쪽으로 구성돼 있으며 발행부수는 4000부이다. 정례회 및 임시회 소식, 위원회별 의정활동, 의원논단 등을 담았다. 앞으로 주민참여마당도 마련해 주민들의 의견을 의정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송파구의회 16일까지 정례회 송파구의회(의장 이정열)는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16일까지 133회 정례회를 연다.22일 1차 본회의를 시작으로 개최된 이번 정례회에는 행정감사와 예산심사,4차례에 걸친 본회의를 통해 내년 송파구 행정을 심사하게 된다. ●구로 이동 보건소 ‘출범´ 기념식 구로구 오류2동, 수궁동 주민들에게 보다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구로구 이동 보건소’ 기념식이 지난달 28일 궁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정달호 구로구의회 의장과 양대웅 구로구청장을 비롯, 연일희 도시건설위원장, 이철수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동 보건소는 23일까지 월요일에는 궁동종합사회복지관, 금요일에는 오류2동 연세사회복지관에서 주2회 운영된다. 가정의학, 임상병리 검사, 방사선 흉부촬영, 물리치료 등의 진료를 수행하게 된다. ●강서 교육복지 정책토론회 서울 강서구 보육정책협의회는 지난 11월 25일 강서구청소년회관에서 ‘교육복지 정책토론회’를 개최, 교육과 빈곤의 대물림에 대해 논의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유영 강서구청장을 비롯, 강서구의회 신낙형 의원과 김상현, 이명호, 황준환, 이연구, 박기덕 의원이 참석했다.
  • 富대물림 늘어난다

    상속·증여세가 급증하는 등 부(富)를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 주식시장의 대주주들은 주가가 낮을 때 집중적으로 주식을 물려주는 등 이전 비용을 줄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21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증여세 1조 841억원, 상속세 7341억원 등 모두 1조 8182억원의 상속·증여세가 걷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3년전인 2002년의 상속·증여세 8561억원의 갑절이 넘는 수치다. 상속·증여세는 2001년 9484억원에서 이듬해 8561억원으로 줄어들었으나 2003년 1조 3150억원,2004년 1조 7082억원, 올해 1조 8182억원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내년에는 2조 1983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이 기간에 세율 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산가액의 상승, 부의 이전 증가로 풀이된다. 한편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최대주주들의 주식 증여(상속 포함) 금액은 2001년 2072억원,2002년 4485억원,2003년 1674억원,2004년 3972억원, 올 상반기 717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증여액은 증시가 상승곡선을 그린 2003년에 큰 폭으로 감소했다.반면 지난해에는 조정 국면에서 급증세로 돌아섰고, 상승세를 보인 올 상반기엔 다시 급감했다. 주가가 낮으면 증여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파산자의 희망찾기] 21세에 신불자… ‘파산 대물림’

    [파산자의 희망찾기] 21세에 신불자… ‘파산 대물림’

    파산을 선고받더라도 면책이 안 되면 삶은 지옥이 된다. 고스란히 빚이 남은 이들에게 ‘빈곤 세습’은 자녀 세대의 파산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1998년 6월 파산한 윤만호(표·가명·47·서울 독산동)씨. 같은 해 12월 면책이 기각됐다. 국내 개인파산 초기만해도 법원은 엄격한 면책 요건을 적용했다. 보증금 200만원짜리 단칸방에서 딸과 생활하는 윤씨는 그 후 7년째 파산자라는 낙인만 찍힌 채 1830만원의 빚을 떠안고 있다. 딸 은영(가명·24)씨는 21세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윤씨가 파산을 신청했을 때 채무자를 구제한다는 인식이 없었다. ●‘파산 신청→면책 기각→파산 대물림’ 은영씨 역시 채무자다.1800만원의 카드빚은 중졸의 그녀에게 큰 고통이다. 배드뱅크에 매달 10만 1000원씩 8년 동안 갚기로 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가 파산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18세. 은영씨는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봉제공장에 취직했다. 유방암을 앓던 어머니(45)의 치료비와 생활비도 그녀의 부담이었다. 택시운전을 했던 윤씨는 150만원의 수입을 병원비에 썼다. 윤씨의 아내는 지난 4월 가출한 뒤 소식을 끊었다. 윤씨마저 허리 디스크로 자리에 눕자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버지의 면책이 기각되면서 소녀 가장이 된 은영씨. 아버지의 치료비와 생활비를 대다 카드빚이 커졌다. 은영씨는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 카드 회사의 추심은 심해져 갔고 추심을 피해 윤씨 부녀는 무려 33차례나 이사를 했다. 윤씨 부녀에게 빚은 이미 대물림되고 있다. 그 대물림의 끝은 또다시 파산일지도 모른다. ●일부면책 그 ‘두번의 파산’ 파산을 했지만 채무의 일정액을 정해진 기간 동안 갚아야 하는 일부면책자도 빚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정해진 기간 동안 빚을 다 갚고도 복권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두번의 파산’절차를 밟아야 한다. 경남 거창에 사는 한순애(가명·49·여)씨.2003년 12월 파산한 한씨는 이듬해 6월 일부면책을 받았다. 카드 빚이 6000만원이나 됐던 한씨는 채무의 40%에 해당하는 2400만원을 갚아야 했다. 한씨는 창원지방법원에 항고했지만 2005년 6월 채무의 20%인 1200만원을 갚으라는 결정을 받았다. 2000년 3월 결혼정보회사를 시작했다가 적자만 보던 남편은 2004년 초 사업을 한다며 중국으로 떠난 뒤 생활비는 단 한푼도 보내오지 않았다. 한씨는 남편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카드빚으로 생활비를 충당했다. 한씨는 “법원에서는 2년 안에 남은 채무를 모두 갚으라고 했지만 지금도 빚내서 살아가는 처지라 빚 갚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복권 됐지만 “평생 숨어살고 싶다” 법원의 일부면책으로 남은 채무를 모두 갚고 파산만큼이나 복잡한 복권 절차를 밟는 김홍수(가명·35·고교 수학강사)씨.2002년 5월 파산한 김씨는 일부면책 결정을 받았다. 채무의 10%인 1600만원을 3년 안에 모두 갚았지만 빚 갚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김씨의 채권기관은 김씨가 파산하자 채권을 모두 팔아넘겼다. 김씨는 20곳에 가까운 은행과 카드 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의 채권이 팔려 나간 곳을 하나씩 확인했다. 김씨는 지난 9월에야 남은 빚을 모두 갚았다. 파산만큼이나 복잡한 서류를 꾸며 법원에 복권 신청을 했다. 복권이 결정되면 그의 호적지신원증명서에 기재된 파산 기록은 삭제된다. 김씨는 파산과 일부면책, 복권 과정을 거치면서 평생 제도권 밖에서 숨어살겠다고 결심했다. 결혼도 사실상 포기했다. 그는 “파산을 했던 지난 시간을 아예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다.”면서 “괴로움과 고통, 지긋지긋한 채무에서 해방되고 싶다.”고 말했다. 안동환 이효연기자 sunstory@seoul.co.kr
  • 농촌 줄파산 ‘공포’

    농촌 줄파산 ‘공포’

    농촌 줄파산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한 마을 사람들이 나란히 보증을 서는 ‘어깨보증´, 채무자가 잠적하면 보증인을 주채무자로 바꾸는 ‘엎어치기´ 등 농촌 사회에 퍼져 있는 편법적인 채무변제 방식이 연쇄파산의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파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시 파산에 이어 연대보증으로 얽히고설킨 농촌의 줄파산이 심각한 수위로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농민들은 개인회생제도를 농촌 현실에 맞지 않아 꺼린다. 파산전문 박용석 변호사는 두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카드빚이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 사람과 비교해 땅과 집을 담보로 잡힌 농민들이 많다는 점이다.1억원 농지에 근저당이 8000만원 설정돼 있다면 현재 개인회생제도에서는 이 8000만원을 빚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개인회생제도는 담보채권을 구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소득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 번 돈 중에 최저생계비를 뺀 만큼 갚아나가는 개인회생제도는 급여제가 많은 도시민과 달리 농민의 소득수준을 산출해 내기에 적절치 않다. 이런 점 때문에 파산을 택하는 게 맞지만, 농촌에서의 파산은 줄파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구조에 놓인 일종의 뇌관인 셈이어서 이 또한 선택이 쉽지 않다. ●대부분 땅등 담보대출… 구제대상 안돼 전라북도 남원 인근의 한 마을에서 6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경영하는 구재진(가명·42)씨. 구씨는 현재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그의 빚은 2억 9000만원. 구씨는 지난 5년 동안 대출금의 만기일이 돌아올 때마다 보증인을 데리고 농협을 찾았다. 같은 마을 사람인 농협 직원은 그때마다 정책자금·가계대출·일반대출 등의 명목으로 500만∼2000만원까지 돈을 빌려줬고 이 돈은 곧바로 만기일이 돌아온 대출금을 갚느라 다시 농협으로 들어갔다. 구씨가 5년 동안 농협에서 받은 대출은 15차례. 대출을 위해 세운 보증인만 모두 6명이다. 동네 어른 3명, 마을 친구 2명, 친형까지 모두 구씨의 보증인이다. ‘보증인 돌려막기’방법으로 5년을 버텨 온 구씨는 지난 5월 6촌 형의 부도로 직격탄을 맞았다. 구씨는 지난해 6촌 형의 땅에 7000만원을 대출받아 비닐하우스를 세웠다.6촌 형은 부도 후 잠적했고 구씨의 비닐하우스는 경매로 넘어갔다. 그 뒤 농협에서는 더 이상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 매달 200만원 가까운 이자를 갚을 수 없게 되자 구씨의 선택은 파산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구씨에게 보증을 선 지인 3명은 지난해 농수산신용보증기금으로 대체했지만 여전히 친형과 친구 2명은 그의 보증인이다. 구씨의 빚은 하우스를 짓기 위해 1998년 농협에서 3000만원을 대출받으면서 시작됐다.2001년 100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하우스가 주저앉자 다시 대출을 받았다.2002년 11월 전기 누전으로 하우스에 불이 나자 보증인을 세워 대출을 받았다. 구씨는 “내가 파산하면 같은 농사를 짓는 보증인들도 줄줄이 파산할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일봉(가명·44)씨는 ‘어깨보증’을 섰다가 전 재산을 날렸다.2000년 함께 농민회 활동을 한 친구가 세운 미곡종합처리장의 보증을 섰다. 그러나 친구의 사업은 1년 만에 부도가 났고 이씨뿐만 아니라 ‘어깨보증’을 선 2명 모두 재산이 가압류됐다. 이씨의 전 재산은 7200여평 규모의 논과 밭이다. 이씨는 1995년 농업기반공사로부터 논과 밭을 매입한 비용 1억원 가운데 절반만 갚은 상태였다. 가압류는 청천벽력이었다.10년 동안 갚아 온 5000만원보다 당장 농사 지을 땅을 잃은 건 큰 충격이었다. 지난 9월 이씨의 땅은 경매로 처분됐다. 이제 빚을 갚기 위한 대출마저 불가능해졌다. 이씨의 현재 빚은 1억 7000만원.2000년 이후 태풍과 폭설, 폭우 피해가 날 때마다 이씨는 친구 2명을 보증인으로 세우고 농협과 신협, 축협 등에서 수십차례 대출받았다. 이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 2명에게도 맞보증을 서준 상태다. ●보증인이 주채무자로…엎어치기 파산 ‘어깨보증’을 선 보증인이 주채무자가 되는 ‘엎어치기’도 농촌 줄파산의 원인이다. 전북 순창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정용석(가명·46)씨. 그는 7년전 보증을 선 친형이 잠적하면서 형의 빚을 끌어안게 됐다. 형은 순창에서 젖소를 키우기 위해 농협에서 98년 7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때 정씨와 형의 친구 2명이 보증인이 됐다. 그러나 젖소 농장의 적자를 견디다 못한 형은 잠적했다. 정씨는 가압류를 피하기 위해 형의 채무를 자신 명의로 돌려 이자와 원금을 갚고 있다. 농협 직원도 “압류를 당하면 금융거래가 원천적으로 봉쇄될 수 있다.”면서 “형을 대신해 정씨가 주채무자가 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득했다. 정씨는 꾸준히 이자와 원금을 갚고 있지만 오히려 빚은 8000만원으로 늘었다. 정씨는 “택시 운전으로는 대학에 다니는 두 아이의 뒷바라지마저 힘들다.”면서 “아이들에게 빚이 대물림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파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안동환·남원 이효연기자 sunstory@seoul.co.kr
  • [월드이슈-프랑스 소요사태 확산] 소요 진원지 클리시수부아를 가다

    [월드이슈-프랑스 소요사태 확산] 소요 진원지 클리시수부아를 가다

    파리 교외 저소득층 지역에서 지난달 27일 이래 계속되고 있는 소요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요사태가 독일, 벨기에 등 이민자가 많은 인근 유럽 지역으로까지 번질 조짐마저 보인다. 이번 사태는 주로 북아프리카계 무슬림이 몰려 사는 대도시 교외 저소득층 지역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새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청소년들의 분노가 폭발하게 된 이유가 단순히 검문을 피하던 소년들의 죽음과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우범지역 범죄에 대한 초강경 대응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저소득층 젊은이들의 뿌리깊은 소외의식이 극단적 방식의 분노로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장기적 안목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방화가 차량 뿐 아니라 학교, 탁아소, 체육관, 상업시설 등으로 확대되고 인명 피해마저 발생하면서 저소득층 지역 주민들조차도 “이제 폭력은 그만”을 외치며 하루빨리 일상의 평정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 |클리시수부아 함혜리특파원| 7일 오후 3시(현지시간) 파리 북동부 교외에 있는 올네수부아의 부아욤 고등학교 앞 광장.400여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나와 웅성거리고 있었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흑인, 혹은 북아프리카 계열의 유색인들이다. 아직 학교가 끝날 시간이 아닌데도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몇몇 눈에 띈다. 청소년들의 야간 소요사태로 유리가 깨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한 여학생에게 이유를 물었다. 학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전화가 와 모든 학생들이 대피했다는 것이다. 이 여학생은 “우리 학교뿐 아니라 근처의 3개 학교가 폭발물 위협을 받았다.”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지 않는 한 소요사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단의 대책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옆에 있던 친구가 “최소한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감전사 사고에 대해 공개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사르코지(내무장관)는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막 도착한 버스에 뛰어 올랐다. 올네수부아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클리시수부아. 지난달 27일 경찰의 검문을 피하던 10대 소년 2명이 감전사하면서 프랑스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소요사태의 진원지가 된 곳이다. 밤마다 차별과 소외에 대한 무슬림 청소년들의 분노와 방화로 점철됐던 것과 달리 이곳의 오후 풍경은 평화스러웠다.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장을 보러가는 무슬림 여성, 길 모퉁이에 삼삼오오 몰려있는 흑인 청소년들…. 대부분이 흑인이거나 아랍인들이다. 클리시수부아의 주민 2만 8000여명 중 이방인은 70%가 넘는다. 파리의 고색창연한 주거건물들과는 달리 노후한 고층 아파트들이 줄지어 서 있어 한눈에도 슬럼가임을 알 수 있다. 아기를 안고 가는 한 주민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20여년 전 터키에서 이민 왔다는 칸(35·전기공)은 “청소년들의 폭력은 물론 나쁘다.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정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곳 사람들의 50% 정도가 실업자라고 소개한 칸은 “부가 세습되는 것처럼 가난도 대를 물린다. 그들이 현재 상황에서 탈피하도록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시내에서 외곽으로 조금 벗어나자 왼쪽으로 거의 불에 탄 채 흉물처럼 남아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6일 새벽 5시쯤 방화로 불에 탄 아르망 데스멧 체육관이다.1997년 준공된 이곳은 바로 옆에 있는 루이즈 미셸 중학교 학생들이 체육시간을 보내고 어린이와 학생, 시민들이 태권도, 유도 등 여가시간을 이용해 체육활동을 하는 장소였다. 루이즈 미셸 중학교에 다닌다는 사디(12)는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 왜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는 체육관을 불태웠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분별없는 폭력에 분노보다는 차라리 슬픔이 앞선다.”고 말했다. 사디의 학급은 모두 23명. 이 중 순수한 프랑스인은 단 한명이라고 했다. 이날 저녁 5시 30분 클리시수부아 시청 앞에서는 자녀들을 대동한 학부모들과 주민들이 모여 아르망 데스멧 체육관 화재사건과 지난달 27일 이후 끊이지 않는 일련의 폭력사태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클리시수부아 출신의 육상선수 이름을 딴 아르망 데스멧 체육관은 우리들의 자랑거리였고, 청소년들이 유일하게 체육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장소였다.”고 토로한 뒤 25년이 걸려 건설된 체육관을 불과 몇분만에 잿덩이로 변하게 만든 방화범들에게 분노를 나타냈다. 주민 포리셰는 “30년째 이곳에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 다른 지역에서도 학교와 탁아소 등 공공시설물에 방화가 잇따르고 있다는데 이번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르망 데스멧 체육관이 불에 탄 것을 가장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은 어린이들을 포함,200여명에 이르는 태권도 동호회 회원들과 태권도를 배우는 어린이들의 학부모들이다. 등에 ‘태권도’라는 한글이 선명하게 박힌 흰색도복을 입은 아들 야쿱(4)의 손을 잡고 시청 앞에 나온 베니나는 “우리 아이가 9월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모른다. 이제 어디에 가서 태권도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허탈해했다. 이민 가정의 청소년들과 클리시수부아 시간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하나시 목데드(28)는 “이곳 청소년들의 삶은 깊은 실망감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열악한 주거환경, 학교생활 실패, 가족과의 갈등, 실업문제는 이곳 청소년들을 끝없는 분노로 치닫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인 상황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그들은 분명 법을 어기고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젊은이들이 사회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lotus@seoul.co.kr 유럽 각국은 프랑스 전역을 휩쓸고 있는 무슬림 청소년들의 폭력사태가 남 얘기 같지가 않다.9·11 테러 이후 유럽에서 무슬림과 비(非)무슬림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무슬림의 불만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파리 사태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벨기에와 독일 등 일부 주변국에서 유사 사건이 발생하자 관련국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까운 예로 지난달 영국에서는 북아프리카계와 아시아계 이주민들간에 유혈충돌이 발생, 인명피해를 낳았다. 앞서 지난 7월 7일에는 런던 지하철과 버스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52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쳤다. 용의자로 현장에서 즉사한 영국 국적의 파키스탄계 4명이 지목됐다. 2004년 11월 2일에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보수 성향의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가 모로코계 이민 노동자 2세인 부예리에 의해 살해됐다. 같은 해 3월 11일 스페인 마드리드역에서 열차 연쇄 폭발로 191명이 숨지고 1800여명이 다쳤다.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유럽 땅에서 무슬림과 관련된 공격이 잇따르면서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그에 비례해 무슬림들의 소외감과 반발 역시 커져만 가고 있다. 현재 유럽에 사는 무슬림 인구는 1500만∼2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유럽 인구의 4∼5%다. 높은 출산율과 이주 인구의 꾸준한 증가로 오는 2025년에는 그 수가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아프리카계와 아시아계의 유럽 이민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2차대전 이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저임금 이주 노동자들을 대거 받아들였다. 이번 소요사태의 중심층은 생활고와 싸우느라 여념이 없었던 이민 1세대가 아닌 유럽에서 태어나고 자란 2,3세대. 스스로 ‘유럽인’이라 여기며 성장한 이들은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부터 뿌리 깊은 차별대우에 직면하면서 ‘2등 유럽 시민’이라는 냉엄한 현실에 맞닥뜨린다. 주류사회 편입 실패와 가난의 대물림, 사회적 편견, 문화적 소외 등으로 유럽 무슬림들의 인내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9·11 테러 이후 잇단 테러에 대한 대책으로 이민 제한책을 선택했던 유럽 각국은 뒤늦게 다문화통합정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그런 점에서 5년 이상만 거주하면 국적을 주고, 언어를 배워 현지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웨덴식 이민지원책이 관심을 끌고 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프랑스 소요사태 일지 ▲10월27일 파리 북동쪽 클리시수부아에서 경찰 피해 달아나던 북아프리카계 소년 2명 감전사. 분노한 청년들 수백명 차량 23대 불태우고 경찰과 투석전. ▲10월28일 클리시수부아에서 청년 수백명 경찰과 충돌. 일부 경찰 향해 사격. ▲10월29일 주민 500명 침묵시위, 야간에 폭력사태 재발. ▲10월30일 경찰 최루탄이 이슬람사원에 발사돼 무슬림 분노 증폭 ▲10월31일 폭력사태 인근 교외지역 확산. ▲11월2일 드 빌팽 총리와 사르코지 내무장관 해외 방문 일정 취소. 파리 주변의 22개 소도시로 소요 확산. ▲11월3∼4일 디종, 마르세유, 루앙 등 전국으로 소요사태 확산 ▲11월5일 파리 중심가서 방화 사건 발생 ▲11월6일 시라크 대통령, 폭력행위 엄벌 천명 ▲11월7일 파리 교외서 첫 사망자 발생. 베를린·브뤼셀서 모방 방화 사건 발생 ▲11월8일 정부, 지역 도지사 야간 통행금지령 발동권 승인
  • 2세들 ‘성인아이 증후군’ 고통

    남편의 알코올중독으로 10여년 전 이혼한 김모(56)씨. 꽤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남편에서 비롯된 질곡은 여전히 그를 옭아맨다. 큰 아들(31)은 허구한 날 술만 마시고 둘째 아들(28)은 매일 밤을 게임에 빠져 지샌다. 셋째 아들은 성격이 극도로 예민해 집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병원에서는 아버지의 알코올중독이 아들 3형제에게 정신적 상처로 남아 ‘성인아이증후군’을 가져왔다고 했다. 세 살배기 아들의 엄마 서모(28)씨의 얼굴에는 그늘이 가실 날이 없다. 술에 취한 아버지가 시도때도 없이 찾아와 행패를 부리기 때문이다. 서씨의 부모는 남편의 알코올중독 때문에 서씨가 중학교 2학년때 이혼했다. 서씨는 “아버지 때문에 삶의 희망을 잃었고 어렵게 이룬 가정마저 깨질 것같다.”고 괴로워했다. 이렇게 알코올중독자 2세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치료하기 위한 전문기관 설립이 국내 최초로 추진된다. 전문가들은 알코올중독 가정의 자녀들을 먼저 치료해야 중독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2세 치료기관 설립추진의 주인공은 사회복지사 신양호(54)씨. 그 역시 알코올중독의 대물림으로 고통받았다. 알코올성 중풍으로 사망한 할아버지, 술 때문에 대학 학장자리에서 물러난 아버지, 술로 인한 간암으로 사망한 작은 아버지를 보고 자란 신씨는 자기도 모르게 알코올중독에 빠지게 됐다.75년 명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0년 동안 전문대 교수로 재직했지만 알코올중독에 빠져 36세에 이혼했다. 재기에 성공한 그는 인천 부평에서 10여년간 알코올중독자 가족들을 상담해 왔다. 현재는 임상심리학자, 가족치료전문가, 의사, 간호사, 목사 20여명과 함께 상담소의 사단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에 보건복지부 산하 비영리단체 인가를 받는다는 목표다. 인가를 받는 즉시 강화도 마니산 언덕에 200평 규모의 ‘쉼터’를 설립해 알코올중독 2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이들이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알코올중독 2세들이 겪는 고통은 결코 중독자 자신들보다 덜하지 않다. 최근에는 심리·사회복지 학계에 중독자 2세들이 ‘성인아이(Adult Child)증후군’으로 고통 받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치료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성인아이 증후군´이란‘성인아이’는 몸은 어른이지만 감정표현 방법은 어린아이 수준에 머물러 어른이된 뒤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말한다. 부모의 알코올중독, 일중독, 이혼 등을 보며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부모의 불화에 억눌려 아이답게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극동상담심리연구원 박수영 연구원은 “특히 알코올중독 가정에서 자란 성인아이의 경우 아버지의 모습을 끔찍하게 싫어하면서도 아버지 모습이 너무도 익숙해 아버지를 닮아가거나 아버지를 닮은 배우자를 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가장의 중독에 따른 제2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실전 논술] 가난의 책임 소재와 국가 역할

    ●다음 글을 읽고, 가난 문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살펴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논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해 1600자 내외(±)로 쓸 것.) 장 발장은 라 브리 지방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으며, 소년 시절에는 글도 배우지 못했다. 어른이 되어서는 파브롤에서 나뭇가지 치는 일을 해 왔었다. 어머니의 이름은 잔 마티외였고, 아버지는 블라장이라고 불렸다. 이것은 필시 별명으로 브알라 장을 줄인 것이었을 것이다. 장 발장은 음울한 성격은 아니었으나 늘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인정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흔히 보게 되는 특징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 장 발장이라는 인간은 어딘지 멍청해 보였고, 눈에 선뜻 띄는 사나이가 아니었다. 그는 아주 어려서 부모를 여의었다. 어머니는 산후 몸조리를 잘못해서 죽었고, 아버지는 그와 마찬가지로 나뭇가지 치기가 직업이었는데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다. 장 발장에게 남은 가족이라고는 자식 일곱을 낳고 과부가 된, 그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누이 하나뿐이었다. 장 발장을 키운 것은 이 누이로서, 남편이 살아 있는 동안 그 동생을 집에 데려다 키워 주었다. 그런데 남편이 죽었다. 일곱 아이 중 제일 큰 아이가 여덟 살이고 제일 작은 아이가 한 살이었다. 장 발장은 그때 스물다섯 살이 되어 있었다. 그는 한 집의 가장이 되어, 이번에는 자기를 길러 준 누이의 가족을 떠맡아야 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무슨 의무처럼 되어 버려서, 장발장으로서는 그다지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그 고장에서 ‘애인’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자를 쫓아다닐 틈이 없었던 것이다. 저녁이면 그는 녹초가 되어 돌아와 아무 말 없이 수프만 먹었다. 잔 아주머니라고 불리는 누이는 종종 그 옆에 앉아 돼지고기, 또는 양배추 속 같은 그의 음식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그의 접시에서 떠다가 아이들에게 주곤 했다. 그러면 그는 식탁에 바싹 엎드려 머리를 수프 접시에 처박다시피 하고서, 긴 머리카락을 접시 가로 늘어뜨리고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척 누이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파브롤에는 장 발장의 오두막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길 건너편으로 마리 클로드라고 불리는 소작인 아낙네가 있었다. 늘 허기져 있는 장 발장의 아이들은 가끔 어머니 심부름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는 이 마리 클로드한테 가서 우유를 한 되 얻어다가 생울타리 뒤나 길 모퉁이에서 서로 우유 그릇을 빼앗아 가며 마시곤 했는데, 너무 급히 서두르는 통에 작은 계집 아이들은 흔히 턱밑이나 앞치마 위에 엎지르는 것이었다. 만약에 어머니가 그런 속임수를 알았다면 호되게 야단을 쳤을 것이다. 그러나 장 발장은 퉁명스런 말투로 투덜대면서도 누이 몰래 클로드에게 우유값을 치러 주었으므로 아이들은 벌을 받는 일이 없었다. 그는 나뭇가지를 치는 계절에는 하루에 24수씩 벌었다. 그리고 추수를 거드는 일이라든지 잔손일, 농가의 소몰이, 혹은 인부로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다 했다. 누이 역시 일을 하긴 했지만, 아이들이 일곱이나 있었던 만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들은 갈수록 가난에 쫓기고 몰리는 비참한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혹독한 겨울이 왔다. 장 발장은 일이 없었다. 집에는 빵이 없었다. 그야말로 한 조각의 빵도 없었다. 어린 아이들이 일곱이나 있는데도! 어느 일요일 저녁, 파브롤의 성당 앞 광장에 면한 빵집의 주인 모베르 이자보는 막 잠이 들려다가 가게의 창살 달린 유리 진열장이 쨍그랑 하고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 보니 창살과 유리를 한꺼번에 주먹으로 깨뜨린 구멍으로 팔 하나가 쑥 들어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팔은 빵 하나를 움켜쥐고 나갔다. 이자보는 재빨리 밖으로 뛰어나갔다. 도둑놈은 쏜살같이 달아났다. 이자보는 그를 쫓아가 붙잡았다. 도둑놈은 이미 빵은 내던져 버렸으나, 그 팔에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도둑은 바로 ‘장 발장’이었다. 이것은 1795년에 일어난 일이다. 장 발장은 ‘밤중에 남의 집에 침입하여 도둑질을 한 혐의’로 재판소에 불려 나갔다. 그는 오래전부터 소총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총을 쏘는 솜씨에 있어서는 어떤 명사수에 못지않았다. 또 가끔 밀렵도 했다. 그것이 그를 불리하게 만들었다. 밀렵자라고 하면 당연히 나쁜 놈 취급을 해 버린 것이다. 밀렵자는 밀수입자와 더불어 비적과 비슷하게 취급된다. 그러나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이러한 자들과 도회지의 끔찍스런 살인자들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밀렵자는 숲 속에 살고 밀수입자는 산 속이나 바닷가에 산다. 도시는 부패한 인간을 만들고, 또한 잔인한 인간을 만들어 낸다. 산과 바다와 숲은 야성인을 만들어 낸다. 산과 바다와 숲은 인간의 거친 면을 키워 주기는 하지만, 인간적인 면을 파괴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장 발장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문(法文)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우리들의 문명 사회에는 끔찍스런 순간이 있다. 형법이 인간의 파멸을 선고하는 때가 바로 그러하다. 사회가 그 옷자락을 거두어 가 버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을 돌이킬 수 없는 함정에다 내팽개치는 순간은 얼마나 비통한 일인가! 장 발장은 5년형을 선고받았다. -빅토르 위고,‘레 미제라블´ ●지문의 배경 이해하기 이 작품은 인도주의적인 세계관으로 일관된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서사시적 작품이다. 작가는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자가 한 사제(司祭)의 자비심으로 선악에 눈뜨게 되고, 사회에 항거해 가면서 고민하다가 점차 순화되고, 성화(聖化)되어 죽음에 이르러서 비로소 완전한 자유를 찾게 되는 영혼의 모습을 묘사하였다. 청년 장 발장은 한 조각의 빵을 훔친 죄로 19년간의 감옥살이를 마치고 출옥한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그에게 하룻밤의 숙식을 제공해 준 신부의 집에서 은촛대를 훔쳤다가 다시 체포되어 끌려가게 되었을 때, 밀리에르 신부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그 은촛대는 자기가 장에게 준 것이라고 증언하여 그를 구해 준다. 여기서 장은 비로소 사랑에 눈을 뜨게 되어 마들렌이라는 새 이름으로 사업을 하여 재산을 모으고 시장으로까지 출세한다. 그러나 경감 자베르만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그의 뒤를 쫓아다닌다. 때마침 어떤 사나이가 장 발장으로 오인되어 체포되고 벌을 받게 되었을 때, 장은 스스로 나서서 그 사나이를 구해 주고 감옥에 들어간다. 그러나 곧 탈옥하여 예전에 자기가 도와주었던 여공의 딸 코제트가 불행한 생활에 빠져 있는 것을 다시 구출하여 경감의 눈을 피해서 수도원에 숨겨준다. 코제트는 그때 공화주의자인 마리우스와 사랑하게 된다. 장은 1832년 공화주의자들의 폭동으로 부상당한 마리우스를 구출하여 코제트와 결혼시킨다. 장 발장의 신분을 알게 된 마리우스는 일시 그를 멀리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그에게로 돌아온다. 장 발장은 코제트 부부가 임종을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둔다. 결국 이 작품은 중세 계급 사회와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의 한 개인의 수난사를 그리고 있다. ●출제의도 제시문은 주인공 장 발장이 잘 살아 보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하면서 노력하지만, 가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은 빵을 훔치다가 체포되는 내용이다. 이런 문제를 통해 가난을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서 볼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차원의 구조적인 문제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 의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빈곤 문제는 어떤 사회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관심거리가 될 수 있고, 개인의 문제를 떠나서 사회 문제화됨으로써 그 사회 자체의 존립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주된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이 문제는 그 원인이 개인에게 있든 사회에 있든 간에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그 대책은 문제를 개인적 차원에서 보느냐, 사회적 차원에서 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빈곤의 문제를 사회적 책임으로 볼 때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회 제도를 통해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더구나 현대 사회는 모든 국민들이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복지 국가를 지향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장 발장의 행위에 대한 책임의 일부를 국가가 져야 한다는 관점을 지닐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사회 문제가 내포하고 있는 근본적 의미가 무엇인지 성찰해 보도록 하고, 그와 관련된 논의 전개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데 출제 의도가 있다. ●생각하기 이 논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은 빈곤 문제를 개인적 책임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관점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 사회가 추구하고 있는 사회 복지 정책의 관점에서 빈곤 문제를 국가가 어떤 태도로 접근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빈곤 문제를 개인적인 책임으로 본다면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부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빈곤 문제는 개인적 차원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관점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장 발장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가 지닌 구조적 모순이라는 측면에서 빈곤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IMF 경제 위기 이후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빈곤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었다. 이런 현상을 순수하게 개인의 노력에 의해 극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이 논술문의 서론에서는 빈곤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고 보는 입장과 사회에 있다고 보는 입장이 있음을 정리하고, 전자의 주장에는 문제점이 있다는 정도로 내용을 제시하면 다루려는 논의의 방향도 정리가 된다. 둘째 논점은 현대 사회가 지향하는 복지 국가의 관점에서 국가가 빈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 구체적인 활동으로 사회 보장 제도의 실시나 각종 국가 정책을 제시하면 될 것이다. 빈곤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사회의 모순점과 관련이 있으므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나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점을 본론에서 언급해야 한다. ●어떻게 쓸까 이 문제는 가난 문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고 국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그러므로 주제의 방향은 사회적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정도로 잡을 수 있다. 먼저 서론 부분에서는 문제의 출제 의도를 고려하여 빈곤 문제를 보는 관점에 대해 언급할 수 있다. 빈곤 문제를 개인적 측면에서 볼 것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라는 측면에서 볼 것인지에 대해 언급해 글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본론에 들어가서는 빈곤 문제를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관련된다는 측면에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빈곤 문제가 개인적 노력으로 쉽게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토대로 가난 대물림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그것의 구체적인 예로 제시문에 드러난 장 발장의 예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논의의 심화를 위해서 빈곤의 문제를 개인적 차원으로 보는 관점의 문제점을 제시하면 좋다. 실제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기회 균등의 보장, 생존을 위한 기본 조건의 보장 등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사회 복지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된다. 사회적 불평등의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사회 복지 정책 등에 대해 언급하면 된다. 결론에서는 논의한 내용을 마무리하여야 하는데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적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좋을 것이다. 이석록 서울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백승종 정감록 산책] (39)민족적, 유교적 천문예언과 오윤부

    [백승종 정감록 산책] (39)민족적, 유교적 천문예언과 오윤부

    구한말 대표적인 애국계몽 운동가요, 항일운동가인 단재 신채호는 우리역사를 깊이 연구했다.‘조선 상고사’처럼 널리 알려진 연구서가 있는가 하면,‘꿈하늘(夢天)’ 같이 소설 형식을 취한 것도 있다.‘꿈하늘’은 일종의 팬터지 문학으로 항일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작가 신채호는 천상에 올라 ‘임’을 좌우에 모신 여러 영웅호걸을 만난다. 이순신과 세종대왕이 있고 철학자 화담 서경덕도 보인다. 도술의 달인 전우치도 함께 자리한다. 예상 밖인 것은 오윤부(伍允孚)라는 생소한 인물이다. 그는 성력(星曆)의 대가라 했다. 우선 성씨부터 낯선 오윤부. 좀 더 알고 보면 그는 ‘고려사’ 열전에 소개될 정도로 완전히 무명은 아니었다. 천문예언 전문가라고 했다. 섣부른 짐작과는 달리 고려시대에는 천문예언이 무척 중시됐다. 이름난 유학자 박상충의 전기에도 “성명(星命)에 밝아 사람들의 길흉을 점치면 많이 맞혔다.”는 대목이 나올 정도다. 중국에서는 13세기 이후 사주명리학이 예언이나 점의 핵심이었다. 고려는 경우가 달랐다. 풍수지리와 더불어 천문예언이 늘 예언의 중심축이었다. 인간 만사가 하늘의 해와 달과 별들, 그리고 산줄기를 타고 흐르는 땅의 기운과 직결된다는 믿음이 고려인들의 정서에 부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천문은 조선후기에 출현한 ‘정감록’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정조9년(1785) 정감록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그랬다.“이른바 하늘이 낸 사람이라는 것은, 그 성씨가 김가이고, 이름은 자세히 모릅니다만, 금년에 군사를 일으킨다고 들었습니다. 유가는 정미년에 군사를 일으키고, 정가는 무신년에 군사를 일으켜, 세 집안사람들이 장차 백 년 동안 서로 싸웁니다. 그 증거로, 객성(客星)이 남방에서 이미 서울로 들어왔습니다.”(실록, 정조 9년3월1일 경술) 조선은 장차 3국으로 분할돼 오랜 세월 다투게 된다는 예언이다. 객성이 남쪽에서 출현해 서울 쪽으로 들어왔다는 천문현상이 증거로 제시됐다. 나라의 운명은 별이 결정한다는 민중의 믿음이 읽힌다. ●대대로 별점을 본 오윤부 고려 충렬왕 때 일관(日官)으로 활동한 오윤부야말로 별점의 대명사였다. 그의 본관은 황해도 배천(白川), 한 때 부흥(復興)으로 불리기도 한 곳이다. 일제시대의 성씨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엔 배천 오(伍)씨가 없다. 오윤부는 후손을 남기지 못했다는 이야기만 전해 내려온다. 그 조상은 대물림을 해가며 고려의 수도 개성에 살았다. 배천오씨들은 자자손손 별점을 보며 태사국(太史局)을 지켰다.(오윤부의 전기는 ‘고려사’, 권 122를 참조) 고려는 귀족사회였고, 모든 신분이 세습되었다. 심지어 군졸 노릇만 하는 집안, 아전과 서리를 배출하는 집안이 따로 정해져 있었다. 일관 오윤부 일가는 귀족은 아니었으나, 일반 농민이나 상인보다는 훨씬 지위가 높았다. 오윤부는 용모가 초라했고 말수가 적었다. 여간해서는 좀체 웃지도 않았다. 그는 첫눈에 호감을 살 만큼 붙임성 있고 구변 좋은 인물이 결코 아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천문을 익혔다. 장성해서는 일관에 임용되어 여러 관직을 거친 뒤 판관후서사(判觀候署事)라는 고위직에 올랐다. 말년에는 천문도(天文圖)를 그려 왕에게 바쳤다. 후배 일관들이 그 천문도를 모범으로 삼았다니 그의 실력을 짐작할 만하다. 오윤부의 특기는 뭐니 뭐니 해도 별점이었다. 타고난 재주도 재주였지만 그는 무척 부지런했다. 밤을 새워가며 하늘을 수놓은 수 백 개의 별들을 샅샅이 살폈다. 날씨가 제아무리 춥거나 덥더라도 그는 늘 성실했다. 오윤부의 먼 후배 격인 조선시대 일관들은 5개 팀으로 나뉘어 하루 24시간 내내 하늘을 관측했다. 그들은 관측 대상을 23종으로 나눠 정상적인 현상과 비정상적인 것으로 구별했다. 해, 달, 흰무리, 지진, 혜성, 새별(新星) 그리고 28수로 요약되는 주요 별자리를 모두 점검했다. 일관들은 특히 새별과 흰무리 등의 모양, 정도, 자리, 바뀌는 모습을 낱낱이 기록해 ‘성변측후단자’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서운관지’) 이 보고서에 천체 약도가 첨부돼 날마다 임금님에게 제출됐다. 조선시대 일관들이 남긴 일지는 당시로선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천문 보고서였다. 그 일부가 아직도 남아 천문 강국의 역사를 입증한다. 고려시대의 일관들은 그와 비슷한 활동을 했고 그것이 ‘고려사’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특히 오윤부는 이상한 천문 현상을 해석하는 데 뛰어났다. 어떤 별이 천준(天樽)을 범하자 “이번에 올 중국사신은 술꾼이다.” 고 예언했다. 천(天)은 중국, 준(樽)은 술통을 뜻하기 때문이었다. 또 어떤 별이 여림(女林)을 범하자, 중국 사신이 와서 소녀들(童女)을 데려갈 것이라며 걱정했다.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이런 식의 해석이 현대인의 눈엔 너무 단순해 보일 수 있다. 하늘이 꼭 중국이어야 될 이유가 없다.‘여림’을 두고 공녀(貢女)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까닭도 없다. 그러나 그 때는 원나라의 횡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오윤부는 그런 현실을 감안해 모든 천문현상을 풀이했다. 그의 별점은 잘 들어맞았고 소문이 원나라 황제의 귀에까지 들렸다. ●원형 민족주의자 오윤부 고려 후기에는 원의 수시력과 같은 중국역법이 수입되기도 했다. 오윤부는 그 방면에도 상당한 전문가였다. 그는 달력을 고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고려의 제일(祭日)을 중국과 비교했다. 고려에서는 봄가을의 가운데 달인 음력 2월과 8월의 마지막 무일(遠戊日)에 제사를 지내고 있었으나, 중국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첫째 무일(近戊日)을 제삿날로 삼았음이 확인됐다. 오윤부는 조정에 건의해 중국의 예를 따르게 했다. 그러나 그가 항상 중국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여긴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의미로 그는 고려인이었다. 충렬왕은 즉위 직후 선왕인 원종의 신위를 종묘에 모셨다. 새 위패를 선대왕들의 신위와 합설하기 위해 원종의 시책(諡冊 시호를 아뢸 때 쓴 글)을 올릴 차례가 되었다. 충렬왕후는 원나라 공주였는데, 왕비로서 그 행사에 참여하기로 돼 있었다. 마침 오윤부가 이 행사를 주관했다. 그는 난색을 표하며 공주의 참여를 가로막았다. 선대왕들의 신령이 계신 곳에 원나라 공주가 술잔을 올리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원나라는 과거 수십 년간 고려를 침략했기 때문에, 고려인들은 원을 미워했다. 오윤부는 이런 반원의식이 강했다. 원나라 공주는 종묘 제사에서 제외됐다. 많은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듣고 통쾌해 했다. 알려진 대로 원종 이후로 고려에 대한 원나라의 간섭이 더욱 노골화됐다. 고려국왕은 대대로 원나라 황실의 사위가 되었다. 왕은 죽어서도 원나라 황제에 대한 충성심을 시호에 표기해 “충○왕”이 되었다. 고려왕실에 시집온 원나라 공주의 위세는 때로 왕권을 능가하는 경우가 있었고, 오윤부는 이 점을 못마땅해 했다. 그는 천문 현상을 빙자해 공주를 압박했다.“천문을 살펴 보니 괴이한 현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요즘은 심한 가뭄까지 닥쳤습니다. 청컨대 궁궐을 짓거나 고치는 공사를 중지하고 덕을 닦으십시오. 그래야 재변이 멈춥니다.” 원나라 공주는 오윤부의 제지를 받자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 원나라 공주에 대한 오윤부의 공격은 계속됐다. 공주는 고려에 시집온 뒤에도 여러 차례 본국을 오갔다. 그 때마다 막대한 비용이 국고에서 지출되었음은 물론이다. 그것도 감당하기 어려운 판인데 공주는 원나라로 여행을 떠날 때마다 자기가 없는 동안 궁궐을 대대적으로 수리하라고 지시했다. 언젠가 한 번은 재상들을 불러 모아 놓고 좋은 날을 택해 아예 새 궁궐을 지어 놓으라고 졸랐다. 다들 불평은 있었지만 드러내놓고 반대는 못했다. 이 때도 오윤부가 발 벗고 나섰다.“금년에 토목공사를 일으키면 임금님께 불리하므로, 신하인 저는 절대 택일을 못하겠습니다.” 원나라 공주는 분노에 치를 떨며 오윤부의 벼슬을 빼앗았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려 매로 때리려 했으나 마침 그 장면을 목격한 어느 재상이 애써 말리는 바람에 매 맞는 것만은 간신히 피했다. 그 일로 분이 안 풀린 공주는 오윤부를 왕에게 고자질했다. 왕은 공주의 청을 어기지 못해 오윤부를 매질하게 했다. 그는 매를 맞으며 이렇게 변명하였다.“날을 가리는 것은 흉(凶)을 피하고 길(吉)을 맞으려는 것입니다. 신하를 협박하여 억지로 가리게 한다면 차라리 가리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 신은 설사 죽는 한이 있더라도 임금님의 뜻에 아첨할 수가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궁궐을 짓는 공사가 겨우 시작됐는데, 화성이 달을 삼키는 변이가 일어났다. 왕은 반승(飯僧 스님들에게 밥을 공양함)을 실시해 이 문제를 적당히 넘어가려고 했다. 반승은 사소한 재앙이 예측될 때마다 되풀이된 고식적인 해결책이었다. 오윤부는 동료인 문창유와 함께 왕에게 간언을 바쳤다. 화성이 달을 삼키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다. 스님들에게 밥을 주고 부처님을 공양한다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런 값싼 보시를 그만 둬야 한다. 진정한 길은 불필요한 토목공사를 중지하는 것이다. 사실 그 말이 맞는 말이었다. 왕은 반대여론을 의식해 궁궐 짓는 일을 그만뒀다. ‘고려사’에 실린 전기 기록을 검토해 보면 오윤부의 간언은 전문분야인 천문에 구애되지 않았다. 시사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한 번은 오윤부가 전법총랑(典法摠郞 법률의 집행을 담당) 박인주에게 전법사의 사무가 자꾸 지연되는 까닭을 물었다. 원나라 공주의 명령과 임금님의 명령이 한없이 쏟아져,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왕과 공주는 각기 소송 사건에 비공식적으로 개입해 일처리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오윤부는 이런 일이 자기 소관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왕에게 따졌다. 이런 식으로 일관 오윤부는 가끔씩 왕과 의견충돌을 보였다. 그러나 원나라 공주에 대해 대들거나 비판하는 경우는 더욱 많았다. 그는 공주 보기를 마치 원나라 침략군을 대하듯 했던 것 같다. 오윤부는 일종의 원형(proto) 민족주의자였다. ●백성을 대변한 오윤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전혀 안 그럴 것 같지만 천문에는 변이가 많다. 그럴 때마다 오윤부는 이를 정밀하게 살펴 고려왕실의 미래 운명과 관련지었다. 그는 특히 고려백성의 편에서 국왕 내외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천문현상을 활용했다는 혐의가 있다. 천문에 이상이 있을 경우 과거의 일관들은 기도를 권하거나 굿을 하라는 권고를 주로 했다. 다분히 미신적인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오윤부는 달랐다. 그가 제시한 해결방법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정치적이었다. 예컨대 이런 식이었다.“백성의 원망이 없다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전라도와 경상도 두 곳에 파견한 왕지별감(王旨別監 왕의 특사)을 소환하고, 여러 곳에 설치된 공주식읍(公主食邑 원나라 공주에게 준 토지와 백성)을 폐지하면 되겠습니다.” 이런 권고를 듣자 왕은 한동안 망설였지만 마침내는 공주에게 줬던 식읍을 폐지하였다. 거기서 거둔 세금을 나라의 창고에 배속시켜 백관의 봉록에 충당하도록 하였다. 사실 원나라 공주는 왕을 졸라 각처에 농장을 마련해 호사가 극에 이르렀다. 그 뒷바라지를 하느라 수만 명의 백성들은 한숨을 짓고 있었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오윤부는 백성들의 의사를 대변해 식읍의 혁파를 주장했다. 하늘뿐만 아니라 자연계의 변동도 오윤부는 마찬가지로 이용했다. 언젠가 한번은 궁궐 연못에 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산소부족이었든지 아니면 약물에 의한 중독이었을 것이다.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물위로 떠오른 고기떼를 두고 오윤부는 충렬왕을 몰아쳤다.“갑술년(충렬왕 즉위년 1274)에 대궐 동편 못에서 이런 괴변이 일어났고 선왕이신 원종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청컨대 임금님께서는 덕을 닦으시고 스스로를 반성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궁궐의 물고기가 죽든 살든 그것이 왕의 목숨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러나 일관 오윤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칫하면 국왕이나 원나라 공주의 진노를 사게 될 거였지만 개의하지 않았다. 예언가 오윤부의 성공비결은 고려사회에 만연했던 반원적인 정서를 잘 이용했다는 점이다. 조정 대신들 가운데도 원나라의 정치노선에 반대하는 이들이 없지 않았다. 어찌 보면 충렬왕 역시 친원과 반원의 두 노선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했다. 그 틈을 비집고 오윤부는 한결 같이 자주노선을 지켰다. 그런 점에서 그는 묘청과 백수한의 후예였다. 그러나 오윤부는 묘청 등을 뛰어넘었다. 그는 일관으로서 하늘의 뜻을 왕에게 정확히 인식시켜야 될 임무가 있다고 확신했다. 만일에 왕이 자기의 ‘충언’을 듣지 않으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끝까지 졸라댈 정도였다. 오윤부의 해석은 유교의 재이론(災異論)에 가까웠다. 묘청 등이 불교적이고 무속적인 세계에 기울어 있었다면, 오윤부는 다가올 성리학 시대의 천문해석에 근접해 있었다는 말이다. 유교적인 천문예언가 오윤부의 고집불통에 충렬왕은 때로 두통을 일으켰다. ●충렬왕이 졌다! 왕은 오윤부를 골탕 먹일 생각까지도 했다. 원 나라 세조가 요동을 정벌하게 되었을 때다. 왕은 상국의 명령으로 마지못해 군사를 거느리고 평양까지 나가게 됐다. 우선 유청신을 황제가 있는 곳으로 보냈다. 그 때 오윤부가 별점을 쳤다.“아무 날 유청신이 반드시 돌아옵니다. 임금님께서는 요동까지 가실 필요 없이 말머리를 서울로 돌리게 되십니다.” 그러나 그 날이 됐는데도 유청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왕은 오윤부를 체포했다. 점괘가 틀렸으니 벌을 받으라 했다. 하지만 오윤부는 해가 아직 저물지 않았다며, 좀더 기다리자고 했다. 과연 얼마 안 있어 먼데서 먼지를 휘날리면서 달려오는 말 한 필이 있었다. 유청신이 타고 있었다. 예언이며 점이 설마 그렇게까지 용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천문현상은 그저 자연계의 변화를 알릴 뿐이다. 그것이 인간 세상에 복을 불러들일 리 만무하고 화를 초래할 수도 없다. 오윤부의 사고방식은 이런 현대적 인식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그것은 시대적 한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윤부는 늘 나라와 백성을 위해 천문을 살폈고, 그 때문에 민중은 그를 사랑했다. 신채호가 그를 가장 뛰어난 천문예언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그 때문이다. 다시 조선 정조 때 일어난 ‘정감록’ 사건으로 돌아간다. 이 사건의 공범인 평민 지식인 주형채도 오윤부처럼 별점을 보았다. 주형채는 말했다.“작년 섣달 초7일, 초8일, 초9일에 위성(危星), 실성(室星), 벽성(壁星) 앞에 20여 개의 별이 벽을 쌓고 늘어섰습니다. 그 속에 붉은 기운이 있었습니다. 장군성과 태백성이 서로 싸운 지 3일 만에 서로 1도(度) 거리로 떨어졌으며, 태백성이 어깨로 장군성을 떠밀어 여러 번 물러가고 나아가기도 하였습니다.” (정조,9년3월22일 신미) 주형채는 국가의 녹을 먹는 일관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윤부처럼 밤하늘의 별자리를 많이 알고 있었고 밤새워 별을 보았다. 별자리의 이동을 1도 2도로 따질 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갖췄다. 고려시대에는 오윤부 같은 특수 계층만 그런 지식을 독점했다. 그러나 조선후기에는 평민지식인들도 서적을 통해 공유하게 됐고, 그래서 주형채와 같은 평민도 직접 별을 바라보며 민중의 희망을 찾아 나섰다. 자유로운 지식은 곧 우리들의 희망이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술~술 새는 5조…매년 술로 사회적 비용 막대

    술~술 새는 5조…매년 술로 사회적 비용 막대

    알코올 도수 21도인 소주 한 병(360㎖)을 마시면 술 마시는 사람말고 사회가 1149원씩을 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조세연구원이 서울 가락동 연구소에서 연 ‘주세율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서 장근호 홍익대 교수는 순 알코올 1ℓ(1000㎖)당 사회적 비용은 1만 5200원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비용이란 음주자 본인이 지불하지 않는 비용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데 따른 세수감소, 치료와 예방 등 의료비, 범죄와 교통사고 처리 등에 들어가는 행정 비용 등을 말한다. 소주 한 병에 들어간 순 알코올은 75.6㎖다. 따라서 사회적 비용은 1149원으로 계산된다. 알코올도수 4.5도인 생맥주 한 잔(500㏄)을 마시면 순 알코올 22.5㎖을 섭취하고 사회가 내는 비용은 342원이 된다. 장 교수는 소주나 맥주 외에도 포도주, 위스키 등 알코올 섭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03년 기준 4조 897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0.65%다. 술 먹는 데 쓰인 돈은 2003년 GDP의 2.35%로 계산됐다. 음주 비용과 음주에 따른 사회적 비용까지 합하면 2003년 GDP(721조원)의 3%인 21조 6300억원이 음주 관련 비용으로 쓰였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의 음주행태는 후진국형으로 그 폐해가 심각하고 이는 술값이 싼 것에도 일부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술값이 10% 오르면 음주운전 은 8%, 범죄율은 1.3%, 유아학대는 2%, 가정폭력은 4%가 각각 줄어든다. 장 교수는 “3년에 걸쳐 주세율을 소주는 150%, 맥주는 120%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소주의 현재 주세율은 72%, 맥주는 90%다. 소주가 서민주인 것은 사실이지만 고 알코올주임에도 생수와 비슷한 값에 팔려 음주를 세대물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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