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대물림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동남아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압박감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572
  • [4년차 단체장 이렇게 뛴다] 이완구 충남지사

    [4년차 단체장 이렇게 뛴다] 이완구 충남지사

    이완구 충남지사의 지난 3년 성과는 ‘외자유치’로 상징된다. 투자유치액은 모두 45조 2012억원에 이른다. 국내에서 40조 3892억원, 해외에서 48억 1200만달러를 끌어모았다. 외자유치만 보면 사실상 임기가 1년여 남아 있는 9일 현재 민선4기 목표액 50억달러를 초과 달성한 셈이다. 이 지사가 직접 해외로 나가 유치한 게 많다. ●지난 3년간 36만명 고용창출 효과 이같은 투자유치 덕에 고용창출 효과가 지난 3년간 36만명이 넘는다. 이 지사는 “기업 입주에 필요한 SOC와 특례법까지 제정해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신속히 처리하는 등 투자환경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높인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추진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정치력이 뒷받침된다. 지난 4~5월 열린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렀고, 이전을 기피하던 국방대 논산 이전을 최근 관철했다. 부여 백제역사재현단지에 롯데의 투자를 유치했다. 숙박 및 테마파크시설을 짓도록 해 관광시설뿐인 이곳에 휴양 및 위락기능을 보탰다. 지난해에는 경북도와 협력, 도청이전건설 특별법을 제정케 해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각 행사 탄력적 운영… 효율성 높여 정책은 창의적으로 이끌었다. 공주와 부여에서 번갈아 열던 백제문화제를 2007년 통합했다. 관람객이 2배 이상 늘었다. 보령 대천항~안면도 영목항간 연륙교 건설사업도 기지를 발휘했다. 정부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무산 위기에 처하자 “사업비가 덜 들고 관광가치도 크다.”며 일부 구간을 해저터널로 변경, 사업을 추진하는 쪽으로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 지사는 “도정은 그때그때의 현실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시대변화를 앞서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식량·사료확보를 위해 캄보디아에 옥수수 재배사업을 벌였다. ‘해외 인터십’을 도입, 공고생을 호주로 보내 취업시켰다. 예전에 없던 도 운영방식이다. 이 지사는 “도 공무원들의 자질이 상당히 우수하고, 내 철학과 가치에 부응해 이런 성과를 거뒀다.”고 칭찬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이 지사는 복지와 아동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다. 희망근로 프로젝트에 주민제안사업을 추가했다. 주민들이 먼저 ‘우리 마을은 이런 사업을 하겠다.’고 제안하면 현실에 맞게 지원하는 것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학원비를 지원하고 교복 등을 구입해 주면서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아동희망 프로젝트’와 680억원의 예산을 아껴 저소득층을 돕는 ‘위기가정 희망 프로젝트’도 벌이고 있다. 이 지사는 “남은 임기는 서민생활 지원과 농촌살리기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길섶에서] 대물림/김성호 논설위원

    싫었다. 정말 싫었다. 어릴 적 외할머니가 말끝에 버릇처럼 붙이셨던 말씀. “이담에 나 죽거든…” 할머니를 참 좋아했는데. 손자 앞에서 왜 그 말을 그리 자주 하셨을까. 손자 잘돼라, 챙기는 노파심이었겠지만. 어린 나이에도 죽음은 무서웠나 보다. 운 좋게 할머니의 임종을 지킬 수 있었다. 마지막 말씀에선 “나 죽거든”이라 하셨다. ‘이담’이 빠졌다. 그때 알았다. ‘이담’의 의미를. 요즘 어머니가 그 말을 자주 입에 담는다. “이담에 나 죽거든…” 할머니 말투를 꼭 닮았다. 70대 중반, 아직 젊다면 젊은 나이. 부쩍 는 외할머니식 말투가 거슬린다. 한번 겪었던 때문일까. “그 말씀 하지 마시라.”고 번번이 정색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꼭 “이담에…”다. 듣기가 싫다. 그 ‘이담에’를 내가 할 줄이야. 오늘 아침 아들녀석하고의 자리에서다. 별로 대수롭지 않은 말 끝에 불쑥 튀어나왔다. 그렇게 싫어했고 피하던 말이. 머쓱하게 돌아서서 다시 입에 올려봤다. “이담에 나 죽거든…” 놀랍다. 정말 놀랍다. 대물림?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착한 드라마’도 시청률 고공행진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주말드라마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 지난달 31일 처음으로 시청률 30%를 돌파한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 21일에는 35.5%를 기록했다. ‘꽃보다 남자’ 이후 이같은 독주체제는 이례적이다. 더구나 ‘막장드라마=인기드라마’라는 공식이 공공연히 성립된 최근 드라마 환경에서 ‘찬란한 유산’은 막장이 아닌 ‘착한드라마’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고은성(한효주 분)이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끝내 다시 일어선다는 내용이다.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설정이나 불륜, 배신, 복수, 폭력 등 어두운 요소보다 ‘밝고 긍정적인 힘’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막장 요소는 있다. 은성의 일을 사사건건 방해하며 계략을 꾸미는 계모 백성희(김미숙 분) 등 일부 인물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또 ‘유산’이라는 소재 자체도 상당히 자극적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드라마가 유산 상속을 소재로 하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핏줄의식은 물론 빈부가 대물림 되는 상황을 도발적으로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일드라마에서 보이는 보편적 정서와 미니시리즈의 자극적 요소가 조화를 이뤄 드라마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드라마를 평가했다. 주인공 한효주와 이승기의 연기력도 시청률 고공행진에 한몫 했다. ‘두사부일체’, ‘봄의 왈츠’ 등 작품에서 진지하고 어두운 역할을 해왔던 한효주는 ‘찬란한 유산’에서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보여주며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승기 역시 초반의 불안감을 떨치고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찬란한 유산’은 7월 말로 종영되며 후속으로 드라마 ‘스타일’(연출 오종록)이 8월1일 첫방송된다. 동명 칙릿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타일’은 패션잡지 에디터들을 중심으로 패션업계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김혜수, 류시원, 이지아 등이 출연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무한경쟁속 민주공화국이 무너진다

    자유화, 자율 경쟁은 한국 사회에 독이 든 성배일까. 문화평론가 하재근은 ‘MB공화국, 고맙습니다’(시대의창 펴냄)를 통해 자유화 또는 자율 경쟁이라는 구호 아래 한국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MB공화국은 이명박 정부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김영삼 정부부터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까지 포함한 20년을 뜻한다. 저자는 자유화, 자율 경쟁이라는 흐름이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됐고,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강화됐으며, 이명박 정부 들어 더욱 공고해졌다고 강조한다. 자유화, 자율 경쟁은 나쁜 것인가?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그렇다는 게 저자의 답변이다. 수혜자는 상위 1%인 그랜드서클이며, 명문귀족·강자 집단의 전횡을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일방적으로 국가의 보호를 받고 성장한 기득권 계층이, 일방적으로 규제 당한 국민을 상대로 이제는 보호도 규제도 없이 겨뤄보자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결과가 뻔한 불공정한 게임일 뿐이다. 자율 경쟁은 결국 강자가 약자를 수탈할 자유를 뜻한다고 저자는 경계한다. 결과는? 경제사회 부문 자유화와 경쟁은 개발독재 시절 재벌 중심·수도권 중심의 폐해를, 교육 부문의 자유화와 경쟁은 개발독재 시절 일류대 체제의 폐해를 더욱 심화시키며 서열화된 신분 사회를 만든다. 경쟁에는 승자가 있기 마련이고, 경쟁 강화는 승자독식 강화, 서열 강화, 지배질서의 강화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저자가 보는 한국 사회는 부와 권세, 학벌 등 두 개의 삼각형이 자리 잡고 있는 사회다. 또 국민들은 승자독식의 꼭짓점에 서겠다는 탐욕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삼각형 구조를 가진 한국 사회는 경제적 불안에 따른 비명소리가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묻지마 범죄, 왕따, 잔혹해진 학교폭력, 점점 강해지는 네티즌의 집단 공격 성향, 노조에 대한 증오, 이명박 정부의 성립도 무한 경쟁의 사각에서 새어 나오는 국민의 비명 소리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꿈꾸는 사회는 무엇일까. 미국은 후진국일 뿐이다. 일본과 독일은 연대의식이 있어 그나마 낫다. 저자의 시선은 북유럽으로 향한다. 그곳엔 일류학교선택권도, 사회보험선택권도 없다. 그냥 모두 다 같이 ‘묻지마 공공복지’를 누리며 ‘평준화된 학교’에 간다. 그러므로 양극화도, 교육 대물림도 없다. 한국 사회는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나 혼자만 잘살겠다는 생각을, 탐욕을 버려야 진정한 공화국으로 가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주문이 나온다. 국민은 각자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자구책으로 재테크에 열광하고 교육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양극화와 만성적인 경제 위기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지역간 성적 경쟁을 조장하지 않는 평준화와, 지역간 부동산 개발 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하는 부동산 규제정책, 국가 차원에서의 복지고용 산업전략 등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자유화와 작은 정부를 뛰어넘어 연대형 체제를 건설하는 게 우리 시대 과제라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때론 극단으로 치닫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저자의 주장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살릴 것은 살려야 할 듯. 1만 5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공연리뷰] ‘이런 노래’

    [공연리뷰] ‘이런 노래’

    ‘드르르르….’ 연극은 한밤중 홀로 작업실에 남은 영옥(이혜경)의 나지막한 재봉틀 소리로 열린다. 한복 짓는 솜씨를 자랑하던 독백은 어느새 남편과 자식을 잃은 신세한탄으로 바뀌고, 곧이어 기억 저편에 있던 아들과 남편이 차례로 불려 나온다. 영옥은 ‘남편 잡아먹고, 자식마저 잡아먹은’ 여자였다. 영옥이 남편과 아들을 지키기 위해 했던 일들이 결과적으로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남들처럼 떵떵거리며 살고 싶은 영옥은 정계로 남편(김영필)의 등을 떠밀고, 비판적 지식인인 남편은 간첩조작사건에 연루돼 투옥된다. 영옥은 남편을 석방해 주겠다는 경찰의 회유에 속아 남편의 간첩혐의를 위증하지만 이로 인해 남편은 사형된다. 영옥은 유일한 희망인 아들(김주완)이 위장 취업해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자 아들의 안전을 위해 집회장소를 경찰에 밀고하고, 비극은 어이없이 대물림된다. 간첩조작사건에 위장취업이라니. 서울연극제 30주년 기념작으로 1994년 초연 이후 1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연극 ‘이런 노래’(정복근 작, 박근형 연출)는 얼핏 유통기한 지난 옛 유행가처럼 들린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현실은 연극에 등장하는 폭압적인 군부 독재때와는 다르니 말이다. 사회정의, 노동자 권리 같은 대의명분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남편과 아들의 굳건한 신념도 왠지 빛바랜 유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영옥이란 인물만은 묘하게도 현재성을 획득한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든 내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중산층의 이기주의가 지배 체제에 얼마나 쉽게 악용당하는지를 영옥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80년대 영옥의 모습은, 경제불황에 먹고 살기 어렵다는 핑계로 사회문제에 등돌리는 지금 우리의 서글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옥이 회한의 절규를 쏟아 내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다. ‘이런 노래’가 흘러간 유행가가 아니라 여전히 우리 귓가에서 맴도는 노래라는 각성. 이 연극이 아직도 유효한 이유다. 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1만~3만원. (02)762-4242.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취업 사각지대’ 저학력 빈곤 청소년들의 비애

    ‘취업 사각지대’ 저학력 빈곤 청소년들의 비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빈곤가정의 ‘가난 대물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청년인턴제’도 돈이 없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빈곤청소년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중 남성 고등학교 졸업자 실업률은 5.1%(여성 3.6%)로 전체 평균 실업률 4.0%보다 1.1% 포인트나 높았다.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떠도는 빈곤 청소년들은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도 취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조차 없다.”고 항변한다. 취업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들을 만났다. ●변변한 취업원서조차 못 내 서울 중구 신당동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주최한 차상위계층 청소년 종합자활프로그램 ‘두드림존’에서 만난 우영훈(가명·18)·최범수(가명·18)군과 노준호(가명·21)·홍민욱(가명·21)씨. 우군 등은 모두 가정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했거나 대안학교만 다닌 고졸 이하 학력의 청소년. 청소년상담원이 최근 양지로 끌어들인 케이스다. 이들은 갖고 싶은 직업이 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일부는 기업체에 변변한 취업원서조차 내보지 못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우군은 ‘보일러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4개월 가량의 막노동이 이력의 전부다. 그는 “용돈이라도 벌어보려 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면서 “마땅히 할 일이 없어 게임이나 운동을 하면서 지냈다.”고 말했다. 같이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최군은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지만 대학 갈 정도로 여유가 없다.”면서 “컴퓨터 전문가가 되고 싶지만 취업교육을 못 받고 학력도 낮아 힘들다.”고 했다. 요즘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도 등록금을 벌기 위해 나선 대학생들에게 뺏겨 더욱 우울하다고 토로했다. 노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선천성 장질환 치료에 들어간 2000만원의 병원비를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은 상태다. 아버지가 지난해 공사장에서 다리를 다쳐 수입이 끊기는 바람에 어머니가 보육도우미로 벌어들이는 약간의 돈과 기초생활수급자 지원비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그는 “빨리 빚을 갚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시급한데 어딜 가도 학력이 낮고 너무 약해 보인다고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특화된 취업교육 프로그램 필요 전문가들은 취업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청소년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예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청소년상담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취약계층 청소년의 자활교육 및 취업연계 프로그램인 두드림존을 3년째 운영하고 있지만 보건복지가족부 등 정부 기관의 지원금은 자활교사의 월급을 주기에도 빠듯한 수준. 이마저도 전액 외부공모기금으로 마련됐다. 청소년상담원 조규필 복지개발팀장은 “요즘 경기침체가 심해져 학업을 그만두는 취약계층 청소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면서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특화된 취업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려면 전문가 확충과 복지예산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SF의 전설, 그 창대한 서막

    SF의 전설, 그 창대한 서막

    >>스타트렉 더 비기닝 1966년 TV시리즈로 닻을 올린 ‘스타트렉’은 트레키라 불리는 마니아층을 거느린 SF의 고전이다. TV시리즈 5개와 애니메이션 시리즈 1개, 영화 10편을 통해 500개가 넘는 에피소드가 만들어졌다. 출간된 소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컬트가 된 오리지널 TV시리즈는 다음과 같은 오프닝 멘트로 시작한다. ‘우주…. 최후의 미개척지. 이것은 5년 동안의 임무를 통해 낯설고 새로운 신세계를 탐험하고, 새로운 생명체와 문명을 찾아내고, 이전에는 인류가 가보지 못했던 곳까지 과감하게 갔던 엔터프라이즈호의 항해 일지다.’ 새달 7일 개봉하는 11번째 영화 ‘스타트렉-더 비기닝’에서는 이 멘트가 클로징 멘트로 사용된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이야기가 시작하기 바로 직전을 다룬 프리퀄인 셈이다. 제임스 커크 함장, 부함장인 미스터 스팍 등의 반항적인 어린 시절을 담아내고 오리지널 시리즈의 메인 캐릭터들이 엔터프라이즈호에 합류하는 과정과 또 지구를 지켜내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그런데 ‘더 비기닝’은 작품 속에서 2387년의 미래가 2233년, 2258년의 과거와 만나며 과거를 살짝 비트는 재미를 선사한다. 오리지널을 쫓아가면서도 향후 창작의 여지를 남겨놓은 것. 새로운 시작을 대대적으로 선전포고하는 격이다. 예를 들어 오리지널에선 파이크 함장의 뒤를 이어 커크가 엔터프라이즈호를 지휘하게 되지만, ‘더 비기닝’에서는 스팍이 먼저 함장을 맡게 된다. 오리지널에서 영원한 우정을 나누는 두 캐릭터는 ‘더 비기닝’에선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스타트렉 시리즈에 친숙한 관객들이라면 메인 캐릭터의 세대 교체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요즘 젊은층에게는 법정 미드 ‘보스턴 리갈’의 왕변호사 대니 크레인 역으로 익숙한 윌리엄 섀트너가 원조 커크 함장이었다. 바람기도 있으며, 대담하고 이기기 위해 규칙도 무시하곤 하는 이 캐릭터는 신세대 연기자 크리스 파인이 새롭게 창조한다. 커크 함장과 함께 스타트렉을 대표하는 캐릭터는 바로 냉철한 논리와 이성을 강조하는 스팍. 호섭이 머리와 뾰족 귀가 특징인 발칸족과 지구인의 혼혈인 이 캐릭터는 레너드 니모이로부터 재커리 퀸토가 물려받았다. 니모이는 오리지널 시리즈는 물론, 여섯 편의 영화를 통해 이 역할을 맡고 두 편을 연출했던 배우다. 최근 인기 미드 ‘히어로즈’의 대악당 사일러 역할로 인기를 얻고 있는 퀸토는 오디션장에 들어서자마자 스팍 역할을 낙점받았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더 비기닝’이 관객들을 즐겁게 만드는 부분은 니모이가 연기한 늙은 스팍과 퀸토의 젊은 스팍의 만남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잔재미를 주기 위한 부수적인 장치가 아니라 이야기를 굴려가는 중심축으로 캐릭터에 대한 인수인계식이 치러진다. 선임 군의관 매코이 박사의 바통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에오메르 역과 ‘본슈프리머시’의 러시아 킬러 역으로 얼굴을 알린 칼 어번이 이어 받았다. 일본계 배우인 조지 다케이가 연기했던 조타수 술루 역할은 한국계 배우 존 조가 대물림했다. 인종 차별을 넘어서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통신장교 우후라는 섹시스타 조 샐다나가 새로 맡았다. 선임 기관사 스콧과 항법사 체코프 역할은 각각 사이먼 페그와 안톤 옐친이 새로 연기한다. 스타트렉 시리즈를 잘 모르더라도 이번 작품을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다. 그동안 액션보다는 캐릭터를 강조하고 낙관적인 세계관을 담아냈던 이 시리즈는 ‘스타워스’ 시리즈 등 다른 SF물에 견줘 밋밋하다는 평가도 받았으나 ‘아마겟돈’(1998)의 시나리오를 쓰고 ‘미션 임파서블3’(2006)를 연출했던 J J 에이브람스의 손에 의해 스펙타클하게 업그레이드된다. 스페이스 다이빙 장면이나 행성이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장면, 초신성이 폭발하는 장면, 우주선끼리 벌이는 전투 장면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에릭 바나와 위노나 라이더가 깜짝 출연한다. 눈여겨 보지 않으면 언제 나왔는지 모를 수도 있다. 존 조 외에도 캘빈 유, 다니엘 디 리 등 한국계 배우가 단역으로 스쳐지나가는 점도 재미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현장 행정] 성북구 멘토링 프로그램 ‘친한 친구’

    [현장 행정] 성북구 멘토링 프로그램 ‘친한 친구’

    올해 중학교에 진학한 김모(14·서울 성북구 장위3동)양은 ‘한부모가정’의 자녀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홀어머니는 중증 당뇨병을 앓고 있다. 김양은 어릴 적부터 관심 밖에서 혼자놀기 일쑤였다. 얼굴도 자주 씻지 않고 고집이 세 친구들도 없었다. 지난해 8월 김양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다. 구에서 운영하는 아동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여대생 언니를 멘토로 소개받은 직후였다. 김양은 건강관리부터 숙제와 학교생활, 교우관계까지 세심하게 보살핌을 받자 자신을 아낄 줄 아는 소녀로 바뀌었다. ●일상생활 지도에서 문화체험까지 서울 성북구가 운영하는 멘토링 프로그램 ‘친한 친구’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아동들의 삶의 질을 바꿔 놓고 있다. 14일 성북구에 따르면 ‘친한 친구’는 소외받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자는 정부 ‘드림스타트 사업’의 하나다.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해 저소득·다문화 가정 아동들에게 다양한 1대1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성북구에선 장위1~3동이 대상지역이다. 구는 지난해 3월 멘토링 센터의 문을 연 뒤, 1기 자원봉사자 20명을 뽑았다. 지난해 12월 1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 11일 성북아트홀에서 2기 발대식을 가졌다. 한해 사업비 3억원은 대부분 정부와 서울시에서 지원받는다. 20~50대 멘토(me nto)들은 매주 3~4시간씩 초등학생 멘티(mentee)들과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다. 1만원 안팎의 교통비만을 지급받지만 아이들 삶의 변화를 온몸으로 유도한다. 멘토는 주부, 대학(원)생, 자영업자 등 참여 연령층도 다양하다. ‘멘토링 서비스는 일상생활, 학습, 문화체험 지원으로 나뉜다. ▲일상생활 멘토링은 위생·건강·영양관리와 대중교통 이용, 시간개념, 예절교육 등으로 구성된다. ▲학습지원은 숙제·독서·학교생활 지도 외에도 필요할 경우 담임교사 방문까지 포함한다. ▲문화체험은 역사기행, 미술관견학, 천체관측, 요리, 래프팅, 연극관람 등을 통해 아이들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든다. ●좋은 일하는 멘토에 경쟁 치열 중학생이 된 김양을 지도했던 여대생 이은주(22·성신여대3년)씨는 “학교 홈페이지에 오른 멘토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했다.”면서 “작은 관심만으로도 아이가 좋은 방향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무척 뿌듯했다.”고 전했다. 주부이자 심리학 전공의 대학원생인 손정미(49·중계동)씨도 “틱장애(신체 일부를 반복적 움직이는 것)를 앓던 한모(14·장위2동)군이 변화하는 것을 통해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군은 요즘 매주 한권씩 책도 읽는다. 2기 프로그램에는 40여명의 멘토 지원자가 몰려 세상이 따뜻하다는 사실을 반증했다. 신지영 사회복지사는 “다양한 계층의 지원자가 몰렸고, 좋은 일을 하는 데에 경쟁률이 2대1을 넘었다.”고 말했다. 서찬교 구청장은 “빈곤은 부모에게 자녀에 대한 희망을, 아동에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게 한다.”면서 “이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바른 장래를 위한 길로 인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사설] 수도권 교육정책 혼란 우려된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 후보인 김상곤 한신대 교수가 유효투표 가운데 40.8%를 얻어 당선했다. 김 후보는 현직 교육감인 김진춘 후보에 7.2%포인트를 앞서는 낙승을 거두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강요하는 특권 교육, 줄세우기 교육, 대물림 교육을 엄중하게 심판한 날”이라고 말해 현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우리는 먼저 김상곤 후보를 선택한 경기도민들의 판단을 존중한다. 아울러 소외계층과 저소득층, 맞벌이가정의 아이들이 충분한 교육 기회를 누리도록 공교육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그의 의지에 기대를 건다. 하지만 기치로 내세운 ‘반(反)이명박 교육’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과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김 당선자가 공약한 대로라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치르는 일제고사, 수험생용 사설 모의고사 등 각종 시험을 경기도에서는 보지 못하게 될 수 있다. 특목고·자율형사립고의 신·증설도 당분간 어려워진다. 이는 학부모·학생들의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부분이다. 예컨대 세칭 명문대에 들어가려면 특목고·자율형사립고 진학이 유리하다고 믿는 학부모에게는 불만 요인이 될 것이다. 벌써부터 좋은 대학 보내려면 서울로 이사 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쑥덕거림이 나오는 이유이다.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시·도 단위로 완결되지 않는다. 대입은 전국 단위로 이루어지므로 경기도만의 ‘홀로서기’식 초·중등 교육이란 존재하기 힘들다. 따라서 ‘김상곤 교육감’의 교육이 학부모·학생에게 불안감과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쪽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 또한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경쟁 위주 교육에 대한 불만·피로감을 감안해 정책 추진에 속도 조절을 해야 하겠다.
  • “공교육 혁신·교육기회 균등 실천할 것”

    “오늘은 이명박 정부가 강요하는 ‘특권교육’, ‘줄세우기 교육’을 경기 도민의 손으로 엄중하게 심판한 자랑스러운 날로 기록될 것입니다.”8일 치러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김상곤(59·한신대 교수) 후보는 “교육의 대물림이 계속되는 한 우리 교육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며 “학교가 교육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김 당선자는 “소외계층 및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진정한 교육복지, 교육 기회의 균등을 실천하고 공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시스템을 우선 갖추겠다.”고 강조했다.진보 진영의 단일 후보로 나온 김 당선자는 “교육문제에는 진보와 보수, 내편과 네편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경기도 교육 발전을 위해서라면 경쟁했던 상대 후보는 물론 어느 누구와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겠다.”며 보수 진영에 손을 내밀었다.그는 “경기는 불황인데 사교육 업체는 호황이고 벌이도 시원치 않은데 학원비만 오르고 있다.”며 “사교육이 필요없는 수준 높은 학교 교육으로 낙후된 경기교육을 전국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24시간 학습지원 시스템인 ‘온라인 방과후 학교’ 도입 등을 사교육비 절감 방안으로 내놨다.특목고 및 자사고 확대 여부에 대해 그는 “자사고나 외고, 자율형 사립고 100개를 추가로 설립하면 이들 학교 학생수가 경기도 전체의 12%를 차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평준화는 해체되고 고교입시가 사살상 부활하게 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당선자는 “사실상 특목고에 대한 과도한 예산지원으로 경기도 공교육이 죽어가고 있다.”며 “특목고와 자사고는 현행 수준으로 유지·동결하고 일반 공교육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전남 광주 출생으로 광주일고, 서울대 경영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신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한편 김 당선자는 현 교육감인 김진춘 후보와 박빙의 접전을 벌일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개표 초반부터 김진춘 후보를 10% 가까이 앞서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김진춘 후보는 텃밭인 수원에서 선전했고 파주, 이천, 안성 등지에서 김상곤 후보를 앞서며 분전했으나 성남, 부천, 안양, 고양 등 대도시를 포함한 대부분 지역에서 승기를 잡은 김상곤 후보를 따라잡지 못했다.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억만장자가 되고 싶은가.9월에 태어나라

    억만장자가 되고 싶은가.9월에 태어나라

    억만장자가 되고 싶은가.  그러면 대학을 중도에 그만 두거나,세계적인 투자기관인 골드만 삭스에서 일하거나,예일대학의 그 유명한 학생 서클 ‘스컬 앤드 본스’에 들어가라.그래야 억만장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여기에 부모가 수학과 관련된 일에 종사했으며 9월에 태어났다면 금상첨화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가 657명의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들의 부모 직업이나 그들이 다녔던 학교,초기의 직업,막대한 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시절의 경험들을 두루 살펴본 결과 몇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을 확인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우선 대다수의 억만장자들이 수학에 빼어난 자질을 갖고 있는 부모들을 두고 있음이 확인됐다.숫자에 집착하는 능력이 억만장자가 되는 첩경이란 사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지만 대물림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의 억만장자 부모들 직업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이 엔지니어,회계사,중소기업 사장이었다.  다음으로 9월에 태어나야 한다는 것.지난 3년 동안 포브스의 억만장자 명단에 올랐던 이들 가운데 자수성가형으로 분류되는 미국인 380명 가운데 42명이 9월에 태어난 것으로 조사됐다.다른 어느 달보다 높은 수치다.출생률 높은 순서로 여덟 번째인 12월에 태어난 억만장자들은 극히 적은 숫자였다.9월 출생자들이 도드라진 현상은 미국이나 해외 억만장자나 마찬가지였다.  또 자수성가한 미국의 억만장자 292명 가운데 20% 이상이 대학 근처에도 못 가봤거나 대학을 중도에 그만 둔 이들이었다.특히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마이클 델,래리 엘리슨과 디어도어 와이트 같은 IT 기업인들에게 매우 두드러운 진실이었다.  이와 반대로 가장 높은 교육수준을 자랑하는 이들도 있다.55% 이상이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갖고 있었고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가진 이들의 거의 90%가 하버드,컬럼비아나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와튼스쿨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들이었다.  골드만 삭스는 열손가락 안의 부호에 꼽히고 싶어하는 이들의 갈망을 공유하고 있었다.에드워드 램퍼트,대니얼 오크,톰 스테이어와 리처드 페리 등은 이 기관의 등용문 격인 ‘리스크 재정거래(risk arbitrage)’ 부서를 거치며 초기 경력을 쌓았다.자수성가한 미국의 억만장자 68명 가운데 10명 중 8명 꼴로 골드만 삭스의 투자은행,트레이딩,자산관리 분야에서 종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컬스 앤드 본스’.램퍼트와 블랙스톤 헤지펀드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븐 슈워츠먼과 페덱스 창업자 프레드릭 스미스 등이 이 비밀결사조직 같은 서클을 거쳐갔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오풍연 대기자 법조의 窓] 직업선택의 자유 간과 말라

    [오풍연 대기자 법조의 窓] 직업선택의 자유 간과 말라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 법안을 완비하지 않고 첫발을 내디뎠다. 그래서인지 25개 대학과 2000명의 새내기들은 불안하다. 사법시험을 대체할 ‘변호사시험법’이 아직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선진국을 자임하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부터 열어 놓고 사후에 법을 제정하는 꼴이 됐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먼저 정치권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로스쿨 법안은 정부입법으로 추진됐다. 지난해 9월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다음달 20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지난 2월12일 법사위에서 전원일치 의결을 했지만,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당시 찬성토론 없이 반대토론만 했다.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의 의석을 차지했음에도 그랬다. 문제는 로스쿨 출신자에게만 시험 응시기회를 주는 데 있었다. 즉 응시자격 제한에 반기를 든 것이다. 정부안은 로스쿨 석사학위 취득자에게만 응시자격을 부여토록 했다. 전문적 법률지식을 교육받은 사람만 뽑겠다는 의도에서다. 따라서 일본이 도입한 예비시험제도(2011년 시행)도 배제했다. 로스쿨에 들어가지 않고는 법조인의 길을 걸을 기회조차 봉쇄한 셈이다. 정부안이 부결됨에 따라 의원입법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회도 지난 2월19일 법사위 안에 ‘법조인력 양성 제도개선을 위한 특별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지금까지 몇 차례 회의와 공청회를 열어 얻은 결론은 정부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응시자격은 그대로 두되 응시기간·횟수 제한을 완화한다는 정도다. 이 같은 안을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통과될지 걱정된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무장관을 지낸 박희태 대표는 “남이 실패한 제도를 따라가서 코피를 흘리겠다는 발상은 이해가 안 된다.”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 로스쿨 등록금 때문에 부의 대물림이 벌어질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로스쿨 장학금 지급비율은 41%에 이르지만, 연간 등록금이 2000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 어쨌든 이번 임시국회에서 변호사시험법을 처리해야 한다. 더이상의 혼란을 방치해서야 되겠는가. 필자는 예비시험 도입에 찬성하는 쪽이다. 당국은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고시촌 낭인’ 양산 등 종래 사법시험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할 것을 우려한다. 그 같은 측면이 아주 없진 않다고 본다. 그보다는 국민의 기본권을 강조하고 싶다.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헌법 제15조) 그런 만큼 위헌소지가 없는지도 더 살펴봐야 한다. 로스쿨을 의사 및 약사고시와 연관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국가가 정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만 응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아직도 봉건적 직종이 남아 있다. 영미의 법률가나 의사 수련과정의 전통적 관례가 그것이다.” 로스쿨 법안은 민의를 따르는 것이 옳다. 오풍연 대기자 poongynn@seoul.co.kr
  • 가족도 때론 끔찍하다, 똥파리처럼

    가족도 때론 끔찍하다, 똥파리처럼

    어딘가에서 들리는 윙윙 소리, ‘똥파리’ 소리다. ‘아, 귀찮아!’ 하고 뿌리치지만, 어느새 코앞으로 날아든다. “흔히 똥파리는 내 곁에 오지 말았으면 하는 존재를 부르는 말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떻게 보면 모두 똥파리입니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살펴보면 다 안타깝고 연민이 가능한 존재이지요. 똥파리의 아픔을 대변하고 싶었습니다.”(양익준) 양 익준(34) 감독의 영화 ‘똥파리’는 ‘가 족’이라는 복잡미묘한 화두를 똥파리처럼 진득하게 혹은 날렵하게 다룬 영화다. 로테르담, 도빌, 피렌체 등 숱한 해외영화제가 ‘똥파리’의 비상에 이미 앞다투어 상을 안겼다. 국내 극장가도 서서히 달아오를 태세다. 오는 16일 개봉을 앞두고 2일 서울 CGV압구정 무비꼴라쥬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 ‘시네마톡’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관심이 감지됐다. 양 감독과 배우 김꽃비, 영화평론가 이동진·김영진씨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는 ‘똥파리’에 관해 허심탄회한 대화가 1시간 남짓 오고 갔다. “35년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몰아서 쓴 일기 같은 영화입니다. 제 자신이 많이 투영됐죠. 하지만 주인공처럼 누구를 때리고 다니지는 않았어요. 저는 나이스 가이랍니다.”(양익준) 이내 쏟아놓는 소탈한 웃음에 관객들은 내심 안심하는 눈치다. 불과 몇 분 전까지 화면 속에서 험악하게 욕설을 내뱉던 주인공이니 당연한 일이다. 양 감독은 ‘똥파리’에서 각본·감독·주연 등 1인 3역을 맡았다. 용역회사 소속의 깡패 상훈은 대물림하는 폭력의 속성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으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어버린 상처가 가슴속에 깊이 패어 있다. 응어리진 분노를 지닌 그는 욕설과 폭력으로 소통을 대신한다. 그러던 어느날 상훈은 길에서 시비를 벌인 여고생 연희와 가까운 사이가 된다. 연희 역시 비슷한 아픔을 지녔다. 분열증을 앓는 아버지, 반항적인 남동생 사이에서 힘겹게 삶을 이끌어 간다. “매 장면에서 다이너마이트가 장착된 느낌을 받았다. 화력이 엄청난 영화다.”(이동진)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핏줄의 지독함과 폭력의 무자비함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주인공 상훈을 맡은 감독의 연기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스페인 라스팔마스영화제에서 주연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실제로 감독은 10년 경력의 배우이기도 하다. 연출은 2005년 중편 ‘바라만 본다’로 데뷔했다. 연희 역을 연기한 김꽃비는 “감독님 본인이 연기를 오래 해와서인지 몰라도, 누구보다도 배우들을 잘 배려하고 다정하게 도닥여 주는 분”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50회 촬영에 순제작비 2억 5000만원을 들여 완성해 냈다. 2006년 5월에 시작했으니 새달이면 만 3년이 된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제작비가 모자라 중도에 촬영을 중단했던 때다. “35회차에 끝내려고 했는데 불가피하게 회차를 넘기게 됐다. 돈을 다 털었더니 30만원이 되더라. 그 돈으로 고기 사 먹이고 스태프를 80~90% 내보냈다. 제일 가슴이 아팠던 때다.” 급기야 전셋집까지 뺐다. 거기서 나온 보증금 1700만원은 고스란히 제작비로 들어갔다. 난곡의 셋집은 극중 연희의 반지하방으로 나오기도 한다. 한 관객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젠 전셋집을 마련했나요?” 감독의 대답은 “아직”이었다. 극 중 상훈이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은 ‘XX놈아’다. 김영진 평론가는 “영화를 보고 나면 ‘XX놈아’가 친근한 단어가 된다. 그만큼 정말 맛있게 발음한다.”고 평했다. 아닌 게 아니라 해외영화제에서는 영화가 끝나자 외국 관객들이 감독에게 ‘XX놈아’라고 외치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영어 제목이 ‘Breathless’(숨 쉴 수 없는)로 장 뤼크 고다르의 첫 작품 제목과 같은 까닭에 프랑스에서 환대를 받기도 했다. 도빌 아시아 영화제에서 만난 80세 가까운 고다르의 옛 조감독은 양 감독에게 밥을 세 차례나 사줬다. 감독은 특정 장면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나도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저도 모르게 나온 이야기라는 말이다. 어디까지나 ‘영화를 좋아하는 청년’이고 싶다는 감독은 “앞으로도 진심을 담은, 거짓을 담지 않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수가 터졌다. ‘똥파리’는 50여개 극장에 우선 착지할 예정이다. 배급사인 영화사 진진은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고 각종 상영회 때도 반응이 좋아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상영관이 많이 잡혔다.”면서 “‘워낭소리’처럼 점차적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8세 이상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시론] ‘휴먼뉴딜’의 성공을 바라며/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휴먼뉴딜’의 성공을 바라며/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최근 정부는 중산층 지키기를 위한 ‘휴먼뉴딜’을 발표했다. 경제분야의 ‘녹색뉴딜’과 병행하는 새로운 사회정책기조로서 ‘휴먼뉴딜’을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성장의 혜택이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돌아갈 때만이 성장도 지속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경제위기에 처한 대개의 선진국들은 중산층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다. 중산층의 위기는 고용불안에 따른 실직자 증대에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2010년쯤 선진국들의 실업률이 10%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노동시장이 분리된 나라에서는 위기의 부담이 불공평하게 비정규직에 쏠리고 있음을 지적한다. 선진국의 중산층은 세계화 과정에서 산업경쟁력과 노동요소가 국경을 넘어 재편되면서 점차 축소돼 왔다. 최근 경제위기는 중산층의 일자리를 빼앗으며 더 많은 중산층을 빈곤의 위협을 받는 위기 가구로 만들고 있다. 우리는 중산층의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탓에 가장이 실직하면 바로 빈곤층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 보통 소득으로 볼 때 중위소득의 50~150%를 중산층으로 본다. 한국의 중산층은 1992년 75%까지 늘었다가 외환위기로 급격히 줄었다. 이후 복원이 쉽지 않아 지난해의 중산층 비율은 59%에 불과하다. 빈곤층은 공공부조 프로그램에 의해 제한적이나마 보호받고, 고소득층과 상위 중산층(중위소득의 70%에서 150% 사이의 770만가구)은 사회보험이 보호막이 된다. 사회보험 수혜자가 되기에는 일자리가 변변치 않은 한계중산층(중위소득의 50%에서 70% 사이 213만가구)과, 최저생계비 지원을 받기에는 근로소득이나 적은 자산이 있는 차상위 빈곤층(최저생계비 이상 소득과 중위소득 50% 사이의 84만가구)이 특히 문제이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휴먼뉴딜’ 기본 정책방향은 한계중산층의 빈곤층 전락을 막고, 차상위 빈곤층의 탈빈곤화를 지원하여 중산층 진입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미래중산층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더하고 있다. 정부가 ‘휴먼뉴딜’을 발표한 이후 일부 언론은 자녀 과외비 지출 부담을 줄여주는 중산층 대책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중산층 가계지출을 줄여주려는 대책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중산층 탈락 방지의 핵심은 뭐니뭐니 해도 소득을 가져오는 일자리 유지이며,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중산층이 빈곤해지지 않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전자(前者)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서, 후자(後者)는 정부가 한계중산층 사회안전망을 한시적으로 대폭 강화해서 해결해야 한다. 기업들이 해고하지 않도록 지원해주고, 실직 자영업자도 한시적이나마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게 하거나, 직장 잃은 남편을 대신하여 아내가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도와주는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정부는 여러 방향으로 가지쳐 나갈 수 있는 중산층 지키기 대책 가운데 무엇을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인지를 가리면서 정책효과를 높여야 할 것이다. 어려울 때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수도 없다. 위기에 처한 가정들은 읍·면·동에 설치된 민생안정지원팀의 공공부조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나 시민단체의 이웃사랑을 요청한다. 오늘 어려워진 중산층을 돌보는 일이 내일 갑작스레 어려워질 수 있는 우리들의 가정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 [데스크 시각] 중산층보다 빈곤층 살리기 급하다/손성진 미래기획부장

    [데스크 시각] 중산층보다 빈곤층 살리기 급하다/손성진 미래기획부장

    어느 방송사의 다큐 프로에서 보여 주는 빈곤층의 실상은 눈물겹다. 끼니 거리나 급한 돈을 구하러 이웃을 찾아가서 면박을 받는 모습은 가난으로 고통받던 60년대의 한 장면 같다. 국민소득 200달러 시대의 모습이 2만달러 시대에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공식 집계로 빈곤층의 숫자가 700만명을 넘은 지 이미 오래됐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와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에 못 미치는 차상위 계층을 더한 수치다. 몰아닥친 경제난으로 소득원을 잃은 신빈곤층은 더욱 늘고 있다. 게다가 고령화로 소득이 없는 노인층은 두터워지고 있고 농업 개방으로 농촌의 빈곤화는 도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 20%에 가까운 사람들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당장 먹고 자는 것이 해결되지 않는 벼랑 끝 사람들의 생활은 주변인들에게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무엇보다 급한 것은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또 정부나 지자체가 긴급구호책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해 삶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만큼은 막아야 한다. 정부가 마냥 손놓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현금이나 쿠폰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한 6조원 규모의 민생 지원 대책이나 위기 가정 특별지원책이 발표됐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는 불충분하다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가령 정부의 지원 대상은 260만명인데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보고한 비수급 빈곤층은 370만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생색내기 미봉책이라고 비판한다. 6조원 외에도 사실 적지 않은 예산이 저소득층에 투입되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그동안 드러났듯이 시행 체계에 있다. 투명하고 신속한 전달 체계를 갖추도록 재점검해야 한다. 빈곤을 일시적으로 면하는 데 써서는 안될 것이며 지원금이 재기의 발판으로 활용돼야 한다. 정부는 최근 ‘휴먼 뉴딜정책’을 발표했다. 중산층을 살려야 경제위기를 빨리 극복할 수 있다는 취지다. 중산층은 국가경제의 근간이기 때문에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나 저소득층, 빈곤층을 위한 정책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서는 안 된다.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정책도 무시되어서는 곤란하다. 시민단체들은 현 정부가 부자와 재벌을 위한 정부라고 비난한다. 그동안 추진해 온 감세정책이나 복지예산 삭감 등을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깎아 주는 것이 부동산 투기를 방조하고 부자들을 더 잘살라고 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부동산 가격이 붕괴되고, 그래서 돈을 쥐고 있는 부자들의 자산가치가 급락하면 우리 경제에 어떤 여파가 몰아칠지 자명하다. 그러나 이런 규제완화와 경제 살리기 정책들이 자칫 양극화를 더 악화시킬 여지는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부유층의 세금을 깎아 준다고 반드시 소비진작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제 회복, 또는 성장과 양극화 해소 중 어느 하나의 가치만이 우선시될 수는 없다. 더 늦기 전에 부(富)의 집중화, 가난의 대물림의 고착화를 막아야 할 시점이 지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인천 모녀의 사연을 보고 받고 해소할 길을 열어 주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의 쇼맨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욱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세밀하고 폭넓은 복지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 손성진 미래기획부장 sonsj@seoul.co.kr
  • [사설] 교원의 63%가 찬성하는 교원평가제

    학부모는 교원이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것을 바란다. 한데 그것을 교원의 사명감에만 맡기면 안 된다는 것을 교원들도 잘 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화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원평가제 도입에 교원의 63%,국민의 76.3%가 찬성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과 맞아떨어지는 결과다. 현 정권의 교육정책의 성패는 공교육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경쟁과 효율만 강조하면 소득에 따라 교육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격차는 가난을 대물림하고 사회적 계층까지 세습시켜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밑바닥부터 흔들 수 있다.공교육이 살아나려면 교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하고 그러려면 교원에 대한 평가제도가 있어야 한다. 교원들의 능력과 질은 교육의 품질을 결정하는 척도다. 교원들은 무사안일주의와 ‘철밥통주의’에 빠져 있어선 안 된다. 아울러 교원평가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평가 제도가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교원들도 이제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다. 우리 사회에서 평가를 받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은 없다.최근에는 교원들에 대한 평가를 인사는 물론 성과급과도 연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원들이 평가제도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칠 생각이 없다고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교원 노조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제 밥그릇만 챙기려 들면 후폭풍을 맞는 법이다. 특히 가난한 학부모들이 교원평가제를 도입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교육을 시킬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교원 관련 단체들은 국민의 요구와 교육현실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고 교원평가제를 발전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 [내고장 이 맛!] 충북 옥천 ‘생선국수’

    [내고장 이 맛!] 충북 옥천 ‘생선국수’

    먹을 게 귀했던 1960년대.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아 내장을 빼낸 뒤 냇물에 씻는다. 고추장 양념을 넣고 끓인다. 푹 익은 고기를 뼈를 발라 먹은 뒤 남은 국물에 국수가락을 풀어 한번 더 끓여 빈속을 채운다. 어린 시절 개울가에서 매운탕 국물에 국수를 넣어 허겁지겁 먹던 그 맛이 생각난다면 충북 옥천의 생선국수를 찾을 일이다. 생선과 국수를 어떻게 같이 먹냐고 하겠지만, 한 번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좀처럼 잊지 못한다. 생선국수를 만드는 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금강이나 대청호에서 잡힌 신선한 민물고기를 찜통에 넣고 중불에서 4~5시간 푹 끓인다.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면 채에 걸러 가시를 골라 낸다. 국물에 양념고추장을 풀어 간을 한 뒤 국수를 넣어 또 끓인다. 마지막으로 파·애호박·깻잎·미나리·풋고추 등을 넣고 한번 더 끓이면 생선국수가 완성된다. 후르륵 입속으로 면을 빨아들이면 육수에 녹아든 민물고기 살들이 함께 씹힌다. 생선을 뼈째 푹 우려낸 국물에 국수사리를 넣어 구수하고 담백하다. 단백질·칼슘·지방·비타민이 풍부해 남녀노소에게 모두 좋다. 애주가들에겐 해장국 대용으로 좋다. 그릇째 들고 얼큰한 육수를 쭉 들이켜면 쓰린 속이 편안해진다. 땀이 많은 사람은 생선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땀을 한 바가지 쏟는다. 보약을 먹은 기분이다. 생선국수로 양이 차지 않을 때는 밥을 말아 먹으면 그만이다. 반찬은 김치나 깍두기 하나면 충분하다. 옥천 생선국수의 원조는 청산면 지전리에 있는 ‘선광집’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금화 할머니(82)가 이 집에서 1962년 생선국수를 시작했다. 1980년 서 할머니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다. 지금은 아들 이인후(47)씨가 대물림하고 있고, 서 할머니는 계산대를 지키고 있다. 한 그릇에 5000원, 곱배기는 6000원. 옥천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문화마당] 상처의 기원/소설가 구효서

    [문화마당] 상처의 기원/소설가 구효서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소설 쓰며 사는 일도 녹녹지만은 않다. 쓰는 것보다 훨씬 많이 읽어야 하며, 때로는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어색한 포즈를 취해야 한다. 수백 편의 장편 응모작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밤새워 읽는 일이 예사다. 소설 쓰는 법이 따로 있을 리 없는데도 마치 대단한 비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작가 지망생들 앞에서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이런저런 강연에 불려 다니고, 때로는 시국관련 선언문에 서명을 하기도 한다. 소설가이기 때문에 그러하기도 하겠지만 그런 일과 경험들이 소설의 반성적 씨앗이 되기도 한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이 돌수록 소설을 쓰고자 하는 인구는 늘어난다. 불황일수록 신문과 잡지에 응모하는 소설의 편수가 늘어나는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남성에 비해 여성 응모자가 비약적으로 많아지는 이유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분명한 점은 여성 응모자들의 소설을 읽을 기회가 아주 많아졌다는 것이다. 소설을 흔히 갈등구조라고 한다. 갈등 내용 없이 소설이라는 구조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한 만큼 소설은 대개 슬픔·상처·아픔·번민 따위를 안고 시작한다. 소설 쓰기는 그러한 갈등의 원인, 즉 ‘상처의 기원’이 무엇에서 비롯되는가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는 순간 갈등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 해소는 물론이고 갈등의 설정까지 작가의 몫임은 말할 것도 없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성 지망생의 경우 ‘상처의 기원’을 남성에게 두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는 남성의 부재가 슬픔과 번민의 기원이 된다. 가장이 징용이나 징병으로 끌려가면서 일가족의 불행이 시작되며, 그 불행은 현재로 이어져 일상생활의 소소한 갈등으로 지속된다. 좌우대결에서 희생되거나, 전장에서 전사하거나, 납북된 가장으로 인해 남은 여성과 가족들은 사회적 차별과 가난을 대물림한다. 남은 가족의 생계를 떠안고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늙도록 기다리는 여성의 이중고는, 무심한 세월의 혹독한 외로움을 견뎌내는 인고의 아름다움으로 미화되거나, 민족사의 비극으로 환기되거나, 실존적 비장미마저 자극하며 감동을 유발한다. 그런가 하면 도박과 음주를 일삼는 무책임한 아버지에 의해, 외도와 폭행을 자행하는 부도덕한 남편에 의해, 혹은 비행과 탈선으로 속 썩이는 아들에 의해 소설 속 많은 여주인공들이 상처를 입는다. 놀랍다. 우리 사회의 남성들, 지탄받아 마땅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닐 테지만 예나 지금이나 여성들이 자신의 삶과 세계를 남성이라는 창을 통해서만 인식하는 습관은 분명 우려스럽다. 여성을 그 지경으로 만든 것 또한 남성들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여성이 요구하는 바람직한 남성상이래 봤자 그 역시 ‘남성’이기 때문이다. 남성을 사회나 국가나 민족이라는 개념으로 확대해서 본다면 우려스러움은 비단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모든 걸 국가 탓으로 돌리거나 모든 걸 국가가 잘 알아서 해 주기를 바라는 국가 의존적 국민이라면, 국가라는 창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와 세계를 바라보는 저 끔찍한 국가사회주의적 근시안에 갇히게 될 것이다. ‘상처의 기원’은 어쩌면 남성이나 국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무조건적 의존이 이미 무의미해진 시대임에도 아직 버리지 못한 미련이 우리의 갈등을 지연시키는 건 아닌지. 더 나은 남성, 더 나은 국가에 대한 기대는 그만큼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제는 우리의 ‘기대’ 자체를 자문하고 반성해 볼 때이다. 소설가 구효서
  • [마을이 사라진다] (상) 경북 고령군 독점마을

    [마을이 사라진다] (상) 경북 고령군 독점마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겨울 바람이 스산함을 더했다. 마을 여기저기에 허물어진 집들이 널려 있다. 폐가들은 앙상한 뼈대를 드러냈다. 빈 집터와 길가엔 바싹 마른 잡초가 숲을 이뤘다. 섬쩍지근한 생각마저 들었다. 지난 17일 오후 3시 경북 고령군 운수면 법리의 독점마을. 혹시나 하는 걱정에 큰 헛기침을 했다. 하얀 개가 마구 짖어댔다. 반가웠다. ‘이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구나.’라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잠시 뒤, 마을 어귀의 한 집에서 할머니가 빗살 방문을 열고 마루로 모습을 드러냈다. 목도리로 머리와 목을 푹 감싼 채였다. 발걸음을 재촉해 대문 없는 할머니 집 앞에 멈춰 섰다. “아이구, 이 곳까지 어떻게 왔는교. 와 그기 섰는교. 어서 집안으로 들어 오지 않고.”라며 할머니는 연신 반갑게 맞았다. 사람이 무척 그리웠던 듯했다. 이 마을의 유일한 주민 박필금(78) 할머니였다. 박 할머니는 자꾸 안방으로 안내했다. 이를 겨우 뿌리치고 마루에 걸터 앉았다. 산골 마을에 혼자 사는 연유를 물었다. 할머니는 “딸·아들 5남매가 서울과 대구 등지로 나가 모두 성공했고, 하나 같이 효심이 지극하지만 그래도 나는 여기가 젤 마음 편하고 좋다.”면서도 “조상 대대로 살아온 마을을 내가 아니면 지킬 사람이 없다.”고 한숨지었다. 할머니는 60년 전 고령군 성산면 원당리에서 이 곳으로 시집왔다. 29년 전 남편과 사별했다. 자식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에도 줄곧 마을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유일한 벗, 흰둥이와 함께. 할머니는 봄부터 가을까지 밭에서 도라지·콩·고추·메밀 등 갖가지 농사를 짓는다. 겨울이면 산자락에서 땔감도 구해 온다. 마을 역사는 200여년에 이른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전주 이씨, 밀양 박씨, 동래 정씨 후손 20여가구 100여명이 오순도순 살았다. 집집마다 살림살이는 넉넉하지 못했지만 자식들이 대 여섯씩이나 됐고, 3대가 함께 사는 다복한 집도 많았단다. 설을 앞둔 이맘 때면 마을은 온통 설맞이 준비로 시끌벅적했다. 주민들은 성씨를 가리지 않고 함께 모여 떡을 쳤다. 강정을 버무렸고, 약과와 정과를 다듬었다. 설빔과 떡 썰기에 몇날 밤을 지새웠다. 아이들은 세뱃돈과 새 옷, 새 신발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에 마냥 들떴다. 설날이면 출향인들로 마을이 넘쳐 났다. 70년대 대도시에 개발 바람이 불면서 독점마을도 급속히 쇠잔해졌다. 집집마다 자식들을 도시로 유학 보내거나 공장에 취직시키기 시작했다. 가난을 대물림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일부는 아예 도시로 떠났다. 나이 많은 노인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등지면서 마을은 더욱 비어 갔다. 80년대에는 5가구 주민 7명이 동네 식구 전부가 됐다. 이후 더욱 줄었다. 2003년 유일한 이웃 이모(68)씨 부부가 1.5㎞ 아랫마을 법리로 훌쩍 이사를 가버렸다. 이 때부터 박 할머니에겐 놀러갈 이웃도 이야기할 상대도 없어졌다. 할머니의 아들·딸들이 한달에 한두번씩 마을을 찾을 뿐이다. 출향인들의 발길은 끓긴 지 이미 오래다. 마을이 텅 비자 문전옥답과 길은 온통 풀과 잡목으로 뒤덮였다. 한때 동네 젊은이들이 애써 일궜던 곳이다. 요즘엔 마을 주변이 공동묘지로 전락하고 있다. 이것 때문에 박 할머니는 더욱 서글퍼진다. 4~5년전 생면부지의 외지인들이 마을 바로 앞 밭에 대규모 가족 공동묘지를 조성했다. 당시 10여기의 묘도 이장해 왔다. 요즘도 심심찮게 대구 등 외지인들이 마을 주변을 돌며 묘 터로 쓸 땅을 물색하고 있다. 몸이 편찮은 박 할머니는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우리 마을이 왜 이리 변했는지 모르겠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는 “늙은 몸이고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 마을의 끝자락이라도 잡고 있어야지.”라고 힘없이 말했다. 할머니 집 뒤 서산으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글 사진 고령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신동아도 풀지 못한 ‘K 미스터리’ ☞추억의 동춘서커스, 오늘도 곡예는 계속 ☞합법적 고스톱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구?’ ☞’우리 만수’ 다음 ‘윤 따거’는 ☞마이스터·자사·국제·외고…우리 애 어디로 ☞ “필리핀 원정토익 사기 조심하세요” ☞설 대목 재래시장 “손님 구경도 힘들어요” ☞교육계 ‘서남표식 개혁’ 신드롬
  • 원금 두배 주는 저금 생긴다

    저소득층이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원금의 두배를 지급해 주는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서울시는 저소득층 빈곤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19~30일 ‘희망플러스·꿈나래 통장’ 사업 참가자를 모집한다. 희망플러스 사업은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 소득수준에 따라 매월 5만~20만원을 3년간 저축하면 시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민간 후원기관이 저축액만큼 추가로 돈을 적립해 주는 사업이다. 즉, 3년간 매월 20만원씩 저축했을 때 1440만원의 적립금과 이자를 받는 셈이다. 시는 1차로 만 18세 이상의 근로 저소득층 1000가구를 공개 모집하며, 5월 400가구를 추가 모집한다. 참가자격은 서울지역 거주자로서 차상위 복지급여 대상자, 기초수급자,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150% 이하(4인가족 기준 198만원), 10개월 이상 정기적인 근로소득이 있고 현재 재직중인 경우다. 시는 실질적 자립기반의 토대를 쌓을 수 있도록 금융·재무·컨설팅·창업교육 등 부가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꿈나래 통장사업은 만 6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가구 중 자녀 교육의지가 높은 저소득 3000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매월 3만원씩 7년간 저축하면 같은 액수를 추가로 지급한다. 시는 1차로 1500가구를 선발하고, 5월 2차로 1500가구를 추가로 뽑는다. 이 통장 역시 최저 생계비 150% 이하인 경우 신청 가능하다. 두 통장은 동시에 신청할 수 없으며, 3개월 이상 별도의 통보없이 저축을 하지 않으면 자동 해약된다. 신청 모집후 각 자치구에서 서류심사 심의·의결을 거쳐 3월 초 최종선정한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