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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그들도 5년 전엔 그랬다/김태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그들도 5년 전엔 그랬다/김태균 사회부 차장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막판에 큰일 하나를 추가했다. 지난 5년간 안 하는 편이 나은 일도 있었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도 있었지만 이번엔 명백히 후자에 속하는 일이다. 자신의 최측근 인사들을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감옥에서 풀어줬다. 국민은 물론이고 후임자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도 철저하게 무시됐다. 아름다운 퇴장에 대한 최소한의 미련만큼은 대통령이 갖고 있기를 바랐던 사람들은 다시 한번 실망했다. 새 대통령 취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물러나는 대통령의 5년 전 취임사가 궁금해졌다. 200자 원고지로 50장이 넘는 2008년 2월 25일 이 대통령의 취임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저는 오늘 국민 여러분의 부름을 받고 대한민국의 제17대 대통령에 취임합니다. 한없이 자랑스러운 나라, 한없이 위대한 국민 앞에 엄숙한 마음으로 경의를 표하며 제게 주어진 역사적·시대적 사명에 신명을 바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구집권세력의 여망을 한몸에 받은 새 대통령의 희열과 각오가 읽혀진다. 이 대통령은 “끼니조차 잇기 어려웠던 시골 소년이 노점상, 고학생, 일용노동자, 샐러리맨을 두루 거쳐 대기업 회장, 국회의원과 서울특별시장을 지내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면서 “땀 흘려 노력한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성공의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를 열고 정부 혁신과 경제구조 혁신을 통해 ‘작은 정부, 큰 시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가 풀어낸 대한민국의 청사진은 화려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대기업과 협력하고 경쟁하도록 하겠다.’, ‘능동적·예방적 복지로 낙오자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정부가 보육의 짐을 덜어 저출산 문제 및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 ‘교육복지를 달성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 ‘실용의 잣대로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겠다.’ 5년이 흐른 지금 이 대통령의 희망과 포부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제정의, 교육혁신, 남북관계, 선진복지 등 이슈는 사라지고 불통과 갈등, 불신이 남루한 잔해로 사방에 널려 있다. 정부기관 사이에 벌어지는 ‘4대강’ 논란은 이를 압축한 하이라이트다. 이 대통령의 취임사는 ‘한반도의 새로운 신화를 향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갑시다. 저, 이명박이 앞장서겠습니다. 국민이 합심하여 떨치고 나서면 해낼 수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로 끝을 맺고 있다. 박 당선인의 취임사도 이 대통령의 취임사와 크게 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가 그리는 큰 틀의 미래 비전은 방법론 정도의 차이를 보일 뿐 전임자의 취임사에 고스란히 들어 있던 것들이다. 하지만 당선 이후 40여일간 보여준 모습대로라면 박 당선인이 앞으로 25일 후에 낭독하게 될 취임사가 전임자의 그것처럼 ‘실패한 계획서’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무엇보다도 향후 5년의 비전을 알리고 희망을 심어줘도 시원찮을 판에 ‘불통’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차기 대통령의 첫 국무총리 후보가 개인문제로 낙마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경제, 복지, 노동에 대한 건전한 이슈 논쟁이 있어야 할 자리를 불필요한 논란과 가십이 대신하고 있다. 전임자의 ‘실패’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것 같아 걱정이다. windsea@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범죄자 딸이래”…예비 범죄자 낙인에 멍드는 수감자 자녀 7만명

    [주말 인사이드] “범죄자 딸이래”…예비 범죄자 낙인에 멍드는 수감자 자녀 7만명

    “배가 너무 아파요. 콕콕 쑤시고 조이고….” 6년 전 A(11)양은 유치원 차에서 내리다가 경찰에 잡혀 가는 아빠를 목격했다. 강도살인 혐의였다. 다섯살이던 A양은 그날 이후 급격히 말수가 줄었다. 유치원도 그만둬야 했다. 범죄자의 딸과 함께 내 아이를 공부시킬 수 없다는 다른 부모들의 민원 때문이었다. 몇 년이 지났지만 아빠가 체포되던 그날만 오면 A양은 심한 복통을 호소한다. 부모의 범죄로 인해 원치 않은 ‘주홍글씨’를 새기고 살아가는 수감자 자녀. 정부는 부모의 수감으로 가난과 심리적 고통을 떠안아야 하는 아이들을 약 7만명으로 추정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다. 법무부는 매년 200만건 이상의 범죄가 발생하며 이들 가운데 전국 50개 교정시설에 매년 10만명 정도가 새로 입소한다고 본다. 이들 절반 정도가 기혼으로 파악되며 기혼 수형자의 70%가량이 최소 1명 이상의 미성년 자녀를 둔다고 추정한다. 장기 수용자 자녀에 새로 입소하는 자녀들까지 더하면 수감자 자녀들은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7만명이면 미성년 인구 100명당 0.5명으로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문제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 속에 아이들이 속수무책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방치되는 배경엔 사회의 편견도 한몫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교도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비 범죄자’, ‘나쁜 종자’라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범죄자의 딸’이래요. 내가 교도소 갈 짓한 것도 아닌데…왜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해요?” B(16)양은 지난해 아빠가 교도소에 갔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삐딱선을 탔다. 사춘기 소녀는 세상의 편견도, 아빠에 대한 원망도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 선택한 것이 ‘엇나가는 삶’이었다. 싸움박질도 했고 일진들과 어울리며 학교에서 도둑질도 했다. 같은 잘못을 해도 손가락질은 B양에게 쏠렸다. “애들이랑 다같이 지갑 한번 훔친 건데 걔네 엄마들이 제가 애들을 물들였다고 몰잖아요. 진짜 짜증났어요.” B양은 지난해 학교를 그만뒀다. 학자들은 부모에게서 받는 충격과 배신감에 사회적 편견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범죄가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신연희 성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가족성원들을 단위로 보는 공동체 문화가 강한 까닭에 수감자의 범죄와 가족을 분리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면서 “이런 문화적 배경에서 가족들은 주위의 낙인을 피하려 숨어 버리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수감자 자녀들도 죄를 진 부모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했다. 신 교수는 “상담 결과 아이들이 ‘나는 범죄자 자식인데 뭘 할 수 있을까’ 등 병에 가까운 심리적 고통을 앓는다”면서 “불안정한 가정환경과 정서적 문제, 학교 부적응은 결과적으로 가출과 탈선, 비행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고 했다. 부모가 수감됐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아이들은 저마다 큰 충격을 받고 있었다. 기혼 남녀수용자 5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수용자 가족방문 실태 및 그 효과· 2009)에 따르면 ‘아이가 말이 없어짐’, ‘매사에 의욕이 없고 기가 죽었다’는 응답이 각각 4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환경도 매우 불안정해진다. 수감자 자녀 중 30%는 부모의 입소 뒤 2번 이상 보호자가 바뀌었다. 보호자가 없어 아이 혼자 살고 있는 경우도 20%가 넘었다. 자연스럽게 공부와도 담을 쌓게 된다. 부모의 입소 후 공부에 관심이 없고 성적이 떨어졌다는 대답은 25%, 학교를 결석하거나 무단 이탈을 하는 아이도 11%를 차지했다. 학교를 중퇴해 버리는 아이도 7%에 달했다. “돈이 없어 학교를 못 다닐 것 같아요. 오빠는 가출했고 엄마는 매일 울어요.” 부도로 인해 아버지가 수감된 뒤 C(17)양의 가정은 붕괴됐다. 어머니 역시 건강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자 가세는 형편없이 기울었다. 한살 터울인 오빠는 옷가지만 챙겨 집을 나갔다. C양은 고등학교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그만뒀다. 수감자 자녀 대부분은 절대 빈곤 상태에 놓인다. 한쪽 부모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가계소득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여기에 재판에 따른 비용, 수용생활 지원 등으로 인한 비용손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직결된다. 한 수감자(50·무기징역)는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지원을 받았으면 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주려는 곳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법을 잘 준수하고 사는 사람들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큰데 세금으로 범죄자 자녀까지 도울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이다. 비슷한 이유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수감자 자녀의 경제 지원 등은 민간단체가 맡는 일이 많다. 교정위원인 노병란 목사는 “부모의 죄값을 그 자녀까지 치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서 “아이들만 생각하는 인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관심도는 낮은 편이다. 지금껏 수감자 자녀 수조차 공식적으로 헤아려 본 적이 없다. 보고서도 2007년 ‘수형자 가족관계 건강성 실태조사 및 향상방안 연구’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단 1건이 전부다. 당연히 별도 예산도 없다. 수감자 자녀 지원 프로젝트인 ‘가족사랑캠프’는 소요 비용이 1일 기준으로 150만원 안팎이지만 별도 예산은 없다. 박선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법무부 등에서 2011년 10월부터 위기가족 지원 등을 한다지만 수감자 자녀 대상으로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서 “지금 위기청소년 지원 예산 안에 포함된 것만으로는 수감자 자녀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가장 필요한 일은 수감자 자녀 통계를 잡는 것”이라면서 “수감자 자녀를 교정통계의 주요 항목으로 포함시켜 정기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정책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감자 자녀들을 보듬어 줄 시설도 많지 않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을 친인척이나 일반 가정에 위탁해 신체적 보호를 해주는 가정위탁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수감자 자녀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 위탁이 보편화돼 있지 않아 대부분 양육시설로 보내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영숙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법무부는 수감자 교정만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복지 마인드를 가진 사회복지사를 많이 늘리고 수감자 자녀와 수감자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미술·심리치료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30)씨는 가정폭력이 심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인사 불성이 돼 주먹을 휘둘렀다. 참다 못한 어머니는 잠자던 아버지의 목을 졸라 죽였고 7년형을 선고받았고 D씨는 홀로 됐다. 여든이 넘은 할머니는 D씨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인근 교회로 보냈고, 그곳에서 D씨는 원로목사의 지속적인 사랑 속에 자랐다. 그는 현재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다. 전문가들은 수감자 자녀를 위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D씨와 같은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김혜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범죄자의 자녀가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논의들이 이뤄지는 걸 많이 보는데 이조차 낙인이 될 수 있다”면서 “수감자 자녀 지원에 논의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사람들은 위기와 시련의 상황에서 이를 극복해 내는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스스로 일어서기 힘든 수감자 자녀에게도 사회가 사랑의 손을 내밀어 이들이 건강한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데스크 시각] 사다리 유감/황수정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사다리 유감/황수정 정책뉴스부 차장

    최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세상이 화들짝 놀랐다. 우리나라 고교생 10명 중 4명은 10억원이 생긴다면 잘못을 저지르고 1년쯤 감옥에 가는 것도 괜찮다는 답을 했다. 설문 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은 대번 윤리의식의 결여로 진단했다. 교육을 받을수록 윤리의식이 높아져야 하건만 현실은 그 반대이니 앞으로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교육과 캠페인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과연 옳은 진단이었을까. 그들의 비윤리 의식이 단지 훈육 부족 탓일까. 현실에 열심히 발을 딛고 나아가면 거북이도 토끼를 이길 수 있다는 우화가 공허하다는 사실을 그 나이쯤 되면 꿰뚫고도 남는다. 예서제서 입이 쓰게 떠들어대는 사다리 없는 사회의 실체를 머리 굵은 아이들이 감 잡지 못할 리 없다. 출구 없는 삶보다야 차라리 최악의 한순간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는, 절벽을 봐버린 청춘들의 때 이른 허무였을 터다. 본지에서 교육 현실을 심층보도하는 기획시리즈(‘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가 화제다. 왜 아니겠나.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 없이는 혼자 힘으로 도저히 입신할 수 없는 현실을 너나없이 절감하고들 있다. 얼마 전 사석에서 한 부장판사의 득의양양한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고 3인 아들이 수능 성적을 잘 받았으니 SKY대의 경제학부에 합격할 수 있겠다는 안도와 함께 아들의 장래지도를 넌지시 펼쳐보였다. 다음 목표는 로스쿨. 로스쿨 과정을 마치면 판·검사를 시킬 것이고, 이도 저도 안 되면 자신이 운영할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앉히면 된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얼마든 실현 가능한 꿈의 대물림 구도였다. 3년간 등록금만 최소 6000만원을 감당하지 않으면 엄두를 낼 수 없는 로스쿨 장벽은 이미 서민들에게 차단된 상황이다. 그 다음 단계의 게임 승률은 당연히 더 높아진다. 로스쿨 과정을 거쳐 대형 로펌의 러브콜을 받는 풍운아들이 십중팔구 뜨르르한 세력가들의 자녀란 사실은 법조계의 신종 금기어로 굳어지고 있다. 그런 사이 인터넷 고시 사이트 어디에서든 맨주먹 청춘들의 좌절은 파도를 넘는다. “고졸 학력으로 사법고시에 패스해 청와대까지 들어갔던 바로 그 대통령이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직설화법의 장탄식도 줄을 잇는다. 비록 빈 주먹의 삶일지라도 끊임없이 다독여 견인해 주던 사회적 메타포가 바닥이 나고 있다. 이런저런 훌륭한 취지와 명분에 밀려 외무고시가 폐지됐고, 사법고시가 없어진다. 아니, 꿈을 위한 본경기를 치러보기도 전에 많은 아이들은 궤도이탈을 강요받는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해가 갈수록 ‘미친 난이도’를 자랑하는 대입 정책은 이젠 며느리도 모른다. 혼자 열심히 공부만 하는 건 삽질이 되고만 입학사정관제, 사교육 없이는 논제조차 이해하기 힘든 논술시험, 주요 과목의 A·B형 반영 방식이 난수표 수준이어서 대학들조차 백기를 들어버린 선택형 수능까지. 컨설팅 과욋돈을 쏟아붓지 않고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는 정책들이다.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쪽은 교육과학기술부뿐일 것”이란 한숨이 쏟아진다. 생기있는 사회로 되돌리려면 어떤 모양새든 다시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당장 급한 대로 두레박이라도 내려놔야 할 판이다.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 귀 닫고 눈 감았던 정책들을 새 정부에서는 살뜰히 살피고 또 살펴야 할 것이다. sjh@seoul.co.kr
  • 종교계 수장들 올 한 해 운영 계획과 과제를 말하다

    종교계 수장들 올 한 해 운영 계획과 과제를 말하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종교계는 여느 사회단체, 기관과 마찬가지로 한 해 종단 운영과 신행에 대한 기본 방향과 실천 방안을 마련해 공표한다. 성직자는 물론이고 신자들도 종단 차원의 운영 계획과 신행 방향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올해도 종단별로 특수성을 감안한 당면 과제 해결, 수습에 대한 천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차례로 기자들과 만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의 간담회 내용을 요약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종단 선거제도·승려 복지 등 쇄신안 곧 집행 “대승불교의 시대적 면목을 바로 갖추고 국민과 함께 수행할 것입니다.” 자승 총무원장은 제33대 집행부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해인 만큼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대사회 활동 강화와 종단 쇄신에 주력할 뜻을 먼저 밝혔다. 그래서 ‘세상과 함께하며 희망을 만들겠다’는 서원을 소개했다. “이웃과 아픔을 함께하며 사회적 평등과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 추진 과제로는 ▲실직 가장, 장애인, 청소년, 다문화 가정을 위한 특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강화 ▲노동자 심리 치유센터 설치 및 운영 ▲아프리카 케냐에 학교 개설 ▲전통 사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활용 방안 연구 등을 내놨다. 특히 “이번 설에는 용산 참사와 쌍용차 관련 구속자들이 특별사면돼 가족, 동료와 함께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새 정부에 대해 “사회적 평등과 정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이고 분명한 대책을 세워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종단 내부의 문제와 관련해선 1차 쇄신 과제를 집행, 점검하는 한편 승가 청규와 선거제도, 종단제도, 법계직무제도, 호법제도, 승려 복지에 관한 쇄신안을 곧 완성해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종단쇄신위원회가 준비 중인 2차 쇄신안이 완성되면 종도들의 의견을 모아 집행에 나설 방침이다. 사찰 재정 공개, 사찰 운영위원회 활성화 등도 중요한 사업이다. 승려 도박 파문 이후 주목됐던 거취와 관련해선 “아직 임기가 10개월 남았기 때문에 거취에 대해 말하는 것은 종무 행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영주 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교회 덩치 키우다 오만…공공성 회복이 우선 “우리의 목소리가 다른 진보 시민사회단체와 다를 바 없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종교단체답게 ‘이렇게 하라’는 명령조 대신 ‘우리가 먼저 이렇게 살겠다’는 자기 고백을 앞세워 나가겠습니다.” 김영주 NCCK 총무는 사회 현안에 대한 발 빠른 대응도 중요하지만 먼저 자기 반성을 토대로 보다 실질적이고 깊이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뻔한 구호보다 교회가 먼저 실천한 후 사회에 권고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이다. “한국 교회가 덩치를 키우다 보니 오만해지고 긴장감이 없어졌다”는 김 총무는 올해를 ‘교회의 공공성 회복 원년의 해’로 정했다며 반성해야 할 ‘10대 과제’를 소개했다. ▲목회자 납세 ▲교단 금권선거 ▲교회 재정 투명성 ▲목회자 대물림 ▲교회 간 균형 발전 ▲해외 선교 ▲교회 간 연대 ▲교회의 지역화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교회가 성장을 위한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 공공성을 회복하고 사회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목회자 세습과 관련해선 “기독교 정신은 이 세상 모든 것을 하나님이 내게 잠시 맡긴 것으로 여기는 ‘청지기 정신’인 만큼 ‘목회자 대물림’은 비성서적”이라고 비난했다.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해 시민단체와 차별화되는 내용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해 정부 예산 분석을 토대로 정한 핵발전소 확대, 환경 파괴 등의 의제 15개에 대해서도 계속 관심을 두고, 앞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꾸준히 분석해 사회 전반의 정책 등을 면밀히 짚어 보는 작업을 해 나갈 방침입니다.”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봉사활동 결집과 인재 양성 등 내실 다질 것 “원불교 성업 100주년 행사를 차질 없이 치르고 도약의 새 100년을 알차게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은 우선 3년 후인 2016년 원불교 성업 100주년을 가장 신경 쓰면서 그와 병행해 원불교 교단의 내적인 성숙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17일 다짐했다. ‘100년 성업봉찬으로 결복교운 열어 가자’는 교정 표어를 소개한 남 교정원장은 그 슬로건을 위한 으뜸 교정 방침으로 소통과 화합, 공의와 합력을 강조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화두인 소통과 화합은 원불교 안에서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교역자뿐만 아니라 모든 교도가 합심해 화합과 공의를 다져야 할 것입니다.” 그간의 원불교 교역자 생활을 되돌아본 결과 대사회 봉사와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임을 절감했다. 교정원장은 그동안 흩어졌던 대사회 봉사, 특히 해외 봉사 활동을 결집해 주도할 세계봉공재단을 하반기 중 창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와 더불어 다문화 가정과 북한 교화, 종교 간 다양한 협력 운동도 우선 과제로 꼽았다. 무엇보다 인재 양성은 가장 주력해야 할 부분이다. 예비 교역자 교육 시스템을 손질하고 출가 교무들의 재교육이며 재가 전문 인력 발굴 육성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중 1년간의 단기 교육을 거친 신도(만 60세 이하)에게 6~12년간의 교화 업무를 담당할 자격을 주는 기간제 전무출신제도도 시행한다. “모든 삶과 현실은 모두 나 자신이 스스로 씨앗을 뿌린 결과라는 ‘인과보응’ 진리에 눈떴으면 합니다. 모든 국민이 남의 탓을 하는 게 아니라 나의 마음을 바로 보자는 운동을 펼쳤으면 합니다.”
  • 교육도 대물림…특혜받은 인생

     돈 많은 부모님. 빌딩. 강남 고가 아파트. 부모 재산 다 알 수가 없다. 바이올린, 클라리넷, 농구, 스키 배우며 친구 관리. 입시 부담 싫어 중 2때 유학. 고 3때 귀국. 면접만 보고 법대. 남동생은 국회의원의 딸과 여동생은 고위 공무원과 결혼. 또 다른 백. 아들 공부 시원찮다. 괜찮다. 유학 보내면 되지 뭐. 내 꿈. 그까짓 꺼 대충 돈이면 다 되는데 뭐….    서울 강남의 B법률사무소 변호사 신영진(40·가명)씨. 돈 많은 부모님 덕분에 쉽고 편하게 인생을 즐기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 여러 동의 빌딩과 서울과 부산 아파트 등 부모님의 재산이 어디어디에 있는지 자식들도 잘 모를 정도다. 신씨는 “어머니가 하라는 대로 했더니 강남의 나름 잘나가는 변호사가 됐다.”라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친구들 모두 유학 갔다 와서 변호사 아니면 의사, 교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위 있는 집 자식들은 상당수가 이처럼 부모가 제공한 사교육이나 조기 유학 등을 통해 좋은 직장과 부를 물려받는다. 나아가 그들만의 네트워크로 정보와 인맥을 교환하며 그 위치가 더욱 공고해지는 게 현실이다. 신씨는 동생들과 함께 고향인 수원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살았다. 1983년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강남 생활이 시작됐다고 한다. 폭넓게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부모님의 배려(?)였다. 신씨는 “강남에서 개인 과외와 클라리넷, 바이올린 등 각종 악기와 농구, 스키 등의 스포츠 레슨을 받으면서 이것들이 모두 당연한 듯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동생들과 함께 타이의 외국인 학교로 유학을 갔다. 1987년 당시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고 인터넷도 없었지만 신씨 부모님은 어디서 들었는지 미국이 아닌 타이를 유학지로 선택했다. 국내 또래들이 느끼던 대학 입시의 부담감도 없이 영어 공부를 하며 해외 감각을 키웠다. 그리고 고3 때 다시 대치동으로 돌아왔다.  다음 해인 1992년 신씨는 명문대 법대, 동생은 공대에 입학했다.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잘 몰랐다. 다른 친구들처럼 몇 년 머리 싸매고 공부하지 않고 간단한 시험과 면접으로만 입학했다. 잘난 부모님의 능력이다. 신씨는 “당시에는 어떻게 입학했는지 어렴풋이 알았지만 법대를 다닐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다.”라고 했다. 법대 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운동과 음악 등에 능한 김씨는 선후배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특히 마르지 않는 호주머니라는 별명처럼 항상 먼저 밥과 술을 사는 좋은 동료, 멋진 선배로 자리 잡으며 대학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그는 대학 4학년부터 사법시험 족집게 과외를 받았다. 매일 아침 유명 강사가 신씨 집으로 와서 하루 스케줄과 진도, 숙제 등을 체크하고 오후에는 새로운 출제 경향 분석과 문제를 설명해 줬다.  하지만 사법고시의 벽은 높았다. 아무리 부모님의 전격적인 지원에도 1년 만에 통과는 무리였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했다. 군대 가기 전에 사시 패스를 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뜻 때문이다. 그는 선생님에서 매달 얼마를 주는지 정확하게는 모른다. 그냥 1000만원 정도라고만 알고 있다. 신씨는 “사시 준비할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 시간이었다”면서 “부모님이 미국 로스쿨로 가라고 했지만 국내에서 사시 패스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신씨는 족집게 선생님과 본인의 노력(?) 덕분에 남들은 몇 십 년이 걸려도 힘들다는 사시를 2년만 합격했다. 물론 연수원 성적 때문에 어렵기도 했지만, 검사와 판사는 체질에 맞지 않아서 변호사를 선택했다.  강남 뚜쟁이 아줌마의 소개로 국회의원의 딸과, 행정고시에 합격한 고위 공무원과 동생들이 결혼하면서 집안에 또 다른 든든한 ‘백’이 생겼다. 정치권과 고위 공무원 등 어려움이 생기면 상담할 수 있는 혈연을 얻은 것이다. 이렇게 그들은 혈연이라는 끈끈함으로 더 높은 ‘성’을 쌓으며 다른 이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부모님 친구의 로펌에서 3년 근무하고 2004년 서울 강남에 있는 부모님 빌딩에다 근사한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주변에서는 망하는 변호사도 많다고 하는데 신씨는 부모님과 주변 친구들이 몰아주는 일감에 어렵지 않았다. 생활비는 매달 부모님이 아내에게 주시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자신을 닮아서인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공부 재주가 영 시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금세 해결됐다. 주변 지인의 조언을 듣고 아들을 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으로 보냈다. 아내와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이 좀 불편했지만 애들 걱정은 덜었다. 그는 “아들은 대학까지 미국에서 마친 뒤 대학교수를 하거나 로스쿨에 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로스쿨 학비만 6000만원 서민이 낼 수 있겠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처럼 인권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사법고시 준비생 박신형(22)씨는 저녁 늦게까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뒤 좁은 방에 앉아 두툼한 ‘민법’ 책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가정 형편 탓에 대학을 나오지 못했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위한 인권 변호사를 꿈꿨던 박씨는 3년 앞으로 다가온 사법고시 폐지 시한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다. 급한 마음은 좀처럼 잡히질 않는다. 사시 합격 5년 계획을 세웠던 그에게 세상은 가혹했다. 공부와 함께 생활도 해야 하는 김씨는 “한두 차례 시험에 떨어져도 다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 2016년이 마지막이라니…”라면서 “이제 꿈도 희망도 접고 그냥 자동차 정비 기술이나 배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희망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 생활고를 걱정하는 사람은 희망의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고졸 출신의 인권 변호사에서 대통령에까지 오른 노무현 대통령, 21살에 중학교 검정고시를 보고 7년 만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박영립 변호사 같은 고졸 신화도 사라지고 있다. 학력 제한이 없는 사법고시가 2017년에 폐지되기 때문이다.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다. 대학원이라서 대학 졸업장은 필수가 됐다. 또 다른 ‘과거급제’인 외무고시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로스쿨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2년 사립대 로스쿨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2075만원에 달한다. 공립대 등록금(415만원)의 5배, 사립대(737만원)의 3배가 넘는다. 3년 동안 최소 등록금만 6000만원이다. 이는 서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로스쿨이 부와 권력의 대물림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체로 완화된 자격시험으로 ‘로스쿨 사교육’만 잘 받으면 사법고시보다 훨씬 손쉽게 신분 상승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9~2011년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 10명 중 4명(39%)은 서울 지역 고교 출신이며 그중에서도 1명(10.4%)은 서울 강남 3구(강남, 송파, 서초) 출신이었다. 반면 전국 234개 시·군·구에서 3년간 로스쿨 입학생을 한 명도 배출하지 않은 지역은 150곳이나 됐다. 이호선 국민대 법학부 교수는 “로스쿨이 교육 수혜층인 소수를 위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국내 로스쿨의 폐쇄성을 줄이기 위해 일본의 예비시험, 독일 법과대의 무상교육, 미국의 예외적 기회 부여 등 다양한 우회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초졸 1668만원 대졸 6040만원

    교육의 양극화가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것은 학력별 소득 격차에서도 나타난다. 통계청의 2012년 가계금융 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가 초등학교 이하의 학력을 가진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1668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가구주가 대졸 이상인 가구는 6040만원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가구주보다 소득이 3.62배 많았다. 가구주의 학력이 중졸인 경우는 3023만원, 고졸은 4064만원이다. 특히 가구주가 초등학교 이하 학력을 가진 경우 50%가 연소득이 1000만원 미만인 반면 가구주의 학력이 대졸 이상인 경우는 51.7%가 5000만원 이상이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제는 빈부의 격차가 교육 양극화로 나타나고 이것이 다시 소득 활동의 양극화로 이어지면서 빈곤의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격차는 직업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가 학력별 비정규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 학력의 취업자 중 85.7%(105만 2450명)가 비정규직이었다. 중졸자는 76.1%(103만 9429명), 고졸은 57.6%(395만 8432명)가 비정규직이었다. 반면 대학원 졸업자의 경우 20.9%, 대졸자는 26%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대 졸업자는 35.9%가 비정규직이다. 사업장 규모로 따져 보면 3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의 비정규직 비율이 전체의 77.1%를 차지했다. 비정규직노동센터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상당수가 기업 규모가 영세한 사업장에 집중돼 각종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2013 빛낼 스포츠스타] (3) 여자 탁구 세대교체 기수 송마음

    [2013 빛낼 스포츠스타] (3) 여자 탁구 세대교체 기수 송마음

    여자탁구 실업 3년차 송마음(21·대우증권)은 끼가 많다. 누구와 만나도 뒤로 빼거나, 움츠리거나 자신을 숨기는 법이 없다. “마음이는 팔딱팔딱 튀죠. 완전 신세대예요. 그런 마음이에게 3년 전 제 마음을 빼앗겼어요.” 김택수 감독이 허허 웃었다. 그런데 정작 송마음은 웃지 않는다. 탁구장에선 ‘포커페이스’로 소문났다. 매서운 눈매, 날렵한 스매싱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그의 라켓에는 냉랭함마저 묻어난다. 송마음은 지난해 5월 KRA컵 SBS탁구챔피언전 여자 단식 결승에서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제야 웃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깜찍하게 머리칼을 틀어 올린 작은 얼굴의 ‘사과머리 소녀’가 말했다. “경기장에선 안 웃어요. 탁구 칠 땐 선후배 없이 냉정해야 하거든요.” 그건 순전히 ‘방송용 멘트’였다. 진짜 이유는 뭘까. 송마음은 초등학교 1학년 때 탁구 라켓을 처음 잡았다. 아버지 송용철(55)씨는 고교 때까지 탁구 선수였다. 그래서 김연아 모녀처럼 자신이 못 이룬 꿈을 대물림했다. 마음이는 라켓만 쥐면 펄펄 날았다. 초등학교 때 자신을 밟고 1위로 올라선 또래를 두고 보지 못했다. 초등학교 선수가 경기하다 웃는 건, 더욱이 잘하지도 못하면서 웃는 모습을 보이는 건 금기였다. 바로 얼마 전까지도 그랬다. 송마음도 그랬다. “아유, 웃기는 어디서 웃어요. 잘하건 못하건 그냥 입 꾹 다물고 탁구공만 쳐다보는 거죠.” 그러다가 습관이 돼 웃는 법도 까먹었단다. 그는 탁구를 잘 칠까. 한 차례 정상에 오르긴 했지만 냉정히 말하면 아직은 아니다. 그러나 그만의 뛰어난 ‘감각’이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김 감독은 그 날만을 기다린다. 감각은 위기 상황을 헤쳐나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송마음을 중학생 때부터 지켜본 김 감독은 그래서 아직은 원석에 불과한 송마음을 보석이 되도록 다듬고 깎는 중이다. 송마음이 계사년 새해를 맞는 각오는 각별하다. 10일부터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이 열린다. 선발 인원은 남녀 각 20명. 탁구는 1년에 한 번 상비군을 선발한 뒤 큰 대회가 열릴 때마다 다시 몇 명을 추려 대표팀을 꾸린다. 송마음은 사실 대표팀 명찰을 딱 한 번 달고 뛰었다. 2년 전 네덜란드 로테르담 세계선수권 1회전에서 탈락했다. 그해 가을 레바논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다시 뽑혔지만 대회가 연기돼 두 달 만에 대표팀을 재구성하는 바람에 두 번째 명찰을 빼앗겼다. 그 뒤에 슬럼프가 왔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죠, 뭐.” 2일 대구체육관에서 전국종합선수권대회 단체전 첫 경기를 마친 송마음이 땀을 닦으며 웃었다. 상비군 선발전은 올해부터 ‘계급장’ 다 떼고 열린다. 랭킹이니, 특전이니 아무것도 없다. 김경아를 비롯해 은퇴를 앞둔 노장들이 많이 빠지지만, 그래서 더욱 힘들다. 그는 이날도 변함없이 사과머리였다. “처음엔 흉터를 가리느라 머리를 묶어 올렸는데, SBS최강전에서 덜컥 우승했지 뭐예요. 시야가 넓어져 좋기도 하고요. 그래서 계속 묶고 다니려고요.” 그러면서 눈을 반짝이며 덧붙였다. “대표팀 되면 헤어스타일 바꿀 거예요.” 글 사진 대구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송마음은 누구 ▲1992년 11월 8일 전북 군산 출생 ▲164㎝, 53㎏ ▲군산 대야초-옥구중-군산 중앙여고▲송용철·이향순씨의 2녀 중 막내 ▲취미 피아노(스트레스 해소용) ▲별명 사과머리, 너구리 ▲2011년 로테르담세계선수권 단식 64강·대통령기 시도대회 복식 3위, 2012년 SBS최강전 단식 우승·종별선수권 복식 준우승·대통령기 시도대회 단식 준우승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1부)양극화의 그늘 (1)개천에 용이 사라졌어요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1부)양극화의 그늘 (1)개천에 용이 사라졌어요

    2000년대 중반 지역균형선발(소외 지역 배려 선발)이나 기회균형선발(저소득 계층 자녀 배려 선발) 전형 등이 대입에 도입될 당시만 해도 교육계는 찬반으로 팽팽하게 나뉘었다. 시골 출신이거나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수학능력시험과 내신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대학에 입학시키는 게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2005년 지역균형선발을 처음 도입한 서울대도 똑같은 고민을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기만 해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성적이 일반 학생들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이들을 위한 별도의 기초교육 수강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지역균형선발과 농어촌 특별전형(오지 지역 학생 정원 외 선발) 등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의 성적이 오히려 일반 학생들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2005년 서울대에 지역균형선발로 입학한 학생들의 1학년 1학기 평균 학점은 3.21(4.3 만점)로 정시 일반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평균 학점(3.12)보다 3%가량 높았다. 다만 농어촌 특별전형 학생들의 평균 학점은 2.72로 일반전형 학생들보다 0.4점 낮았다. 서울대 관계자는 “농어촌 특별전형의 경우 성적보다는 사회적 배려의 성격이 더욱 강하기 때문에 첫 학기 학점이 낮게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4년간의 학업 향상은 배려 대상 학생들이 더 높게 나타났다. 농어촌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4학년 2학기 성적은 3.26으로 1학년 1학기보다 0.54점이 높았다. 일반전형 학생들은 0.27점, 특기자 전형 학생들은 0.06점이 향상되는 데 그쳤다. 특히 지역균형선발 학생의 경우 선발 지역을 서울과 광역시, 시, 군으로 세분화해 학업성취도를 분석한 결과 서울 출신 학생들의 4년 평균 학점은 3.42, 광역시 3.36, 시 3.35, 군 3.27로 나타났다. 모든 출신 단위에서 일반전형 학생(3.21)들을 앞선 것이다. 서울대는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점차 사회적 배려 대상 계층을 위한 전형을 확대해 가고 있다. 오연천 서울대 총장도 2011년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등의 자리에서 여러 차례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전형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2012학년도 전형에서도 기존에 190명이던 기회균형 특별선발을 208명으로 늘렸다. 서울대 관계자는 “특히 2009년부터 도입된 기회균형 특별선발은 잠재력을 가진 저소득층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를 입증하듯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라나는 학생들의 성취도 격차는 능력의 차이보다는 기회의 차이에서 오는 게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부유층 자녀는 주변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영어유치원 등에서 첫 교육을 시작하지만 저소득층 아이들은 집 주변의 저렴한 유치원을 찾아 교육을 받기 시작한다. 부유층 자녀는 어려서부터 확실히 영어의 기반을 닦아 초·중·고교 과정을 이수하지만 저소득층 아이들은 부실해진 공교육으로 인해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채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이 둘은 형식적으로는 같은 교육과정을 거쳤지만 실제로 가난한 집 아이에게는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질적인 격차가 존재해 ‘부익부 빈익빈’을 공고하게 만든다는 게 양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여러 종류의 사회적 배려 전형이 도입되는 등 ‘교육의 사다리’가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면서 “상류층은 세대를 거듭해도 상류층에, 저소득층은 영원히 저소득층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양 교수는 교육과정 전반에 걸친, 체계 없이 상황에 따라 지원되는 ‘주먹구구식 지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처럼 교육과 복지를 연계해 사회복지사 등이 학생을 10여년씩 추적하며 꼭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는 ‘현미경 지원’을 해 줘야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저소득 계층 자녀에게는 연간 430만원까지 학비가 지원되는데 이는 서울 소재 사립대의 한 학기 등록금밖에 안 돼 해당 학생은 지원을 받더라도 별도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면서 “학비뿐 아니라 기숙사비, 식비, 기초적인 생활비 등도 함께 지원해 진정한 의미의 기회 균등”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양 교수는 기회 균등의 혜택을 받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성과를 후배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들에게 ‘지금 받는 혜택이 그저 부모가 가난하기 때문에 당연히 받는 것’이라고 여기게 해선 안 되며 ‘언젠가는 나도 다른 이들을 위해 돌려줘야 한다’는 점을 각인시켜 사회적 배려가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다시 개천에서 용나는 사회를] “교육 그늘을 벗자”… 2013년 ‘에듀혁명’ 선언

    [다시 개천에서 용나는 사회를] “교육 그늘을 벗자”… 2013년 ‘에듀혁명’ 선언

    개천에서 ‘용’이 사라진 지 오래다. 산골 오지 김씨네 막내아들의 명문대 합격 현수막도 사라졌다. 사교육으로부터 소외된 지방이나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명문대는커녕 대학조차 가기 어려워졌다. 1990년대만 해도 우리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꿈을 꿨다. 아이들의 출발선이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은 돈 많은 부모 밑에서 양질의 사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좋은 대학과 돈 많이 받는 대기업에 취직하고 그러지 못한 아이들은 대학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임시직과 비정규직이란 이름표를 달고 부모의 가난을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이런 현대판 신분 세습의 한가운데 ‘교육 양극화’가 똬리를 틀고 있다. 서울신문은 3일부터 2013년 연중 기획으로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을 연재한다. 우리 사회의 지역별, 소득별 교육 양극화를 진단해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대학 등과 나눔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한다. 또 교육 나눔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들도 소개할 예정이다. “지금 제가 어려운 것은 참을 수 있는데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가난이 내 다음 세대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거예요.” 올해 2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신성철(22·경기 광주)씨의 얘기다. 신씨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편의점과 근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공사장 일용직을 하는 아버지의 벌이는 넉넉지 않았고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의 병원비 또한 부족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전교에서 20등 안에 들던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학원 버스를 타고 학원에 다니고, 일부는 개인 과외까지 받았지만 신씨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신 신씨는 선배에게서 받은 문제집을 풀고 또 풀었다. 하지만 명문대학 진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중소도시나 농촌지역 인문계 고등학교 상위권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1년여 공장생활을 하다가 학비를 벌어 2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신씨는 “모든 것을 가난 때문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제게 있어서 가난은 벗어나기 힘든 굴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와 농촌, 빈부 격차에 따른 학력 차가 확대되고 있다. 가난의 대물림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지만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일 서울신문과 교육전문기업인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가 공동으로 2012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결과를 분석한 결과 대도시 학생이 인구 3만명 미만 지역의 학생보다 최대 4배 가까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도시일수록 수능 상위권에 포함된 학생들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인구 1000만명 이상 대도시에 사는 학생 중 수능 수리영역에서 1·2등급을 받은 학생의 비율은 14.8%였다. 반면 인구 3만명 미만의 시골에 사는 학생의 경우 3.8%만이 1·2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높은 수능등급을 받은 대도시 학생들의 비율이 시골 학생들보다 3.89배나 높았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도시와 시골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라면서 “이는 교육 양극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계층의 고착화라는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어와 언어영역에서 1·2등급을 받은 비율도 대도시 학생들이 각각 2.97배, 2.5배 높았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대도시는 부촌과 빈곤지역이 함께 섞여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소위 서울의 강남 8학군 지역과 시골 간의 격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면서 “서울 내에서의 지역별 격차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대학 진학률도 큰 차이를 보였다. 소득수준이 상위 10% 이내인 10분위(지난해 기준 약 900만원)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74.5%인 반면 가장 낮은 1분위는 33.8%에 그쳐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한 사교육 관계자는 “재수를 택하는 아이들도 대학 진학률에서 빠지기 때문에 사실상 고소득층인 소득 10분위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100%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허승표, 삼수 마침표? 정몽규, 가문의 영광 ?

    허승표, 삼수 마침표? 정몽규, 가문의 영광 ?

    앞으로 한달, ‘축구 대권’은 누가 잡을까. 대한축구협회의 새로운 수장을 뽑는 대의원 총회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협회는 새해 1월 7일 제52대 축구협회장 후보자 등록과 대의원 총회 개최 공고를 낸다. 후보자 등록은 다음날부터 14일까지. 회장을 선출하는 대의원 총회는 28일 열릴 예정이다. 27일까지 공식적으로 도전장을 낸 후보는 지난달 19일 출마를 선언한 김석한(58) 전 중등축구연맹 회장뿐이다. 서울시축구협회 재정담당 부회장에 이어 2005년부터 중등연맹 회장을 맡아왔다. 보인고 재단인 대주학원 이사장이다. 일찌감치 선거 운동을 시작한 허승표(왼쪽) ㈜피플웍스 회장과 정몽규(오른쪽·50) 프로축구연맹 총재,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까지 합하면 모두 4명이 된다. 축구협회장은 투표권을 가진 16명의 시·도 협회장들과 축구협회 산하 8명의 각급 연맹 회장들 투표로 결정된다. 그런데 현재 시·도 협회장과 각급 연맹 회장을 뽑는 선거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4명의 ‘잠룡’들은 누가 투표권을 쥐게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출마 선언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 회장과 정 총재의 양자 구도로 점쳐진다. 1980년대와 90년대 협회 임원을 지낸 허 회장은 1997년 제48대 선거에 처음 나와 정몽준 명예회장을 상대로 3표를 얻는 데 그쳤고, 2009년 재출마 때도 조중연 현 회장과 맞붙었지만 전체 28표 중 10표에 그쳤다.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인 정 총재는 올해 스플릿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과감한 추진력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대가(家)의 대물림’이란 눈초리와 1년 남은 프로연맹 총재 임기가 부담이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경제 3대 현안 ‘3인3색 해법’] 朴 “공정한 시장 조성” 文 “대기업은 세계와 경쟁”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는 4일 2차 TV 토론 경제민주화 분야에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치열한 논리 대결을 펼쳤다.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는 시장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뒤 “자기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빵집과 순대 가게까지 대기업이 해서 되겠나.”라면서 “대기업은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며 경제민주화의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재벌에게 넘어간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재벌을 해체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라며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상호 토론에서 세 후보는 가장 큰 인식 차를 드러냈다. 상대 후보를 향해 준비된 ‘한 수’를 내놓기도 했다.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의 개혁 의지가 후퇴했다는 비판과 관련해 “(기존) 순환출자 제한이 경제민주화의 전부인 듯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이 후보를 향해 “재벌 해체가 경제민주화의 전부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문제”라고 역공했다. 문 후보는 박 후보가 질의한, 공동정부 구성으로 인한 경제민주화 정책 혼선에 대해 “99%가 맞으면 함께하기에 충분하다.”며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지 않으면 경제민주화가 아니라고 말했다.”는 점을 박 후보에게 상기시켰다. 문 후보는 되레 박 후보의 ‘줄푸세 정책’과 경제민주화 간 정책 모순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줄푸세’가 경제민주화와 다르지 않다.”는 박 후보의 답변과 관련해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나라 곳간을 채운 것이 아니라 재벌 규제를 풀어 재벌 곳간을 채운 것”이라고 반박했다. 세 후보는 재벌 개혁과 재벌 해체에 대한 의미를 놓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박 후보는 “과도한 재벌 죽이기 정책은 투자 위축에 따른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고, 문 후보는 “재벌이 갖고 있는 순기능까지 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후보는 “부의 대물림이 상속되는 것을 막는 구조적인 수술이 재벌 해체”라고 설명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내집 갖고 결혼 10년새 12%P 늘어… 왜?

    내집 갖고 결혼 10년새 12%P 늘어… 왜?

    # 대기업에 근무하는 서른두 살 P씨는 여교사 J씨를 지난해 초 만나 같은 해 12월 결혼했다. 두 사람은 집 문제로 고민하다 다소 무리해 집을 장만했다. 2년마다 전셋값 인상을 걱정하느니 부담이 되더라도 집을 사 놓고 집값 상승을 노리는 게 낫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P씨가 저축한 돈 6000만원에 J씨가 3000만원을 보태고 P씨 부모가 6000만원을 얹었다. 부족한 자금 1억 5000만원은 은행에서 빌려 경기도에 31평형 아파트를 마련했다. # 35세 회계사인 노총각 J씨는 지난 1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8살 어린 디자이너 E씨를 결혼정보회사의 소개로 만나 8개월 열애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J씨는 자신이 1억 2000만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4억원은 은퇴한 부모에게 손을 벌렸다. J씨의 부모는 노후 수단으로 갖고 있던 상가 사무실을 처분해 아들의 신혼집 장만에 썼다. 집을 갖고 출발하는 신혼부부가 최근 10년 사이 12.5% 포인트 늘었다. 서울신문이 결혼정보업체 선우와 함께 지난해 결혼한 신혼부부 323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쌍 중 4쌍(40.9%)은 집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530쌍 조사)에는 자가 마련 비율이 28.4%에 그쳤다. ‘단칸방에서 출발하는 신접살림’이란 말이 점차 옛말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선우는 2년 주기로 같은 조사를 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집값 가운데 은행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별로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1년 8.1%에서 2011년 9.8%로 1.7% 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유성열(한국결혼문화연구소장) 백석대 교수는 “부모 등 가족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 방증”이라면서 “신접살림에서도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 중에는 노후를 저당 잡혀 자녀의 집 장만을 돕는 부모 세대도 적지 않다고 유 교수는 지적했다.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자녀들이 늘면서 노후자금 등을 무리해 넘긴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신혼부부부터 은퇴부부에 이르기까지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유 교수는 우려했다. 신혼집 평수도 10년 사이 22.2㎡(6.6평) 넓어졌다. 2001년 73㎡(22.1평)였던 주택 평수는 2011년 95㎡(28.7평)가 됐다. 전세난 심화로 매번 골머리를 썩느니 저금리 때 싸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 놓자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선우 측은 분석했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강화됐지만 집은 여전히 남성의 몫이었다. 남자가 신혼집을 마련한다는 응답이 2001년 87.4%에서 2011년 91.3%로 되레 늘었다. 유 교수는 “이제 반지하나 옥탑방에서 시작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면서 “부모 세대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결혼이나 집은 남자가 장만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고정관념을 깨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는 2001년 530쌍, 2003년 308쌍, 2005년 285쌍, 2007년 321쌍, 2009년 356쌍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FRANCE 메독 와인과 사랑에 빠지다

    FRANCE 메독 와인과 사랑에 빠지다

    WINE FRANCE 메독 와인과 사랑에 빠지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그리고 붉은 빛 가득한 레드 와인의 향연. 메독의 가을은 마녀가 빚어낸 사랑의 묘약처럼 유혹적이고 향기로웠다. 메독의 8개 아뺄라씨옹으로 떠난 일주일의 여정 동안 매일 조금씩 다채로운 메독 와인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었다. 1 수확을 모두 마친 포도밭. 하나둘 낙엽이 지고 있다 2 중세시대 고성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샤또 라스꽁브 3 전통과 현대 기술을 조화롭게 이어가는 샤또 씨싹 4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의 숙성고. 오크통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고품격 스펙트럼을 지닌 와인 성지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북쪽, 지롱드Gironde 강 서쪽 하구에 형성된 메독 지역Medoc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 가운데 하나다. 보르도 공항을 벗어나 처음 만난 메독의 첫인상은 평화로운 ‘시골 마을’ 이었다. 이미 수확을 마친 포도밭은 무척 한가로워 보였고 듬성듬성 낙엽마저 지고 있었다. 포도밭 너머로 드문드문 서 있는 고성古城들이 그나마 심심한 풍경에 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메독은 원래 중세시대 귀족들의 사냥터로 숲과 늪지대, 거칠고 메마른 황야가 펼쳐진 별 볼일 없는 땅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토양은 포도를 재배하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고 16세기에 들어서 비로소 그 가치를 알아본 귀족과 상인들이 하나둘씩 포도원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후 포도 재배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점차 고품질 와인들이 생산되었고 1855년 등급 제정과 해외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메독 와인은 단번에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샤또 마고, 무똥 로칠드 같은 스타급 와이너리들이 이 지역에 속해 있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숨겨진 보석 같은 와이너리도 수없이 많다.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메독 와인이 월드 클래스 와인으로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메독와인협회의 까뜨린 블리망Catherine Vlimant은 무엇보다 ‘포도 재배에 적합한 모래와 자갈, 점토질이 고루 섞인 특별한 떼루아’를 그 비결로 꼽았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경작하는 품종은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yvignon으로 메독의 척박한 토질에 완벽히 적응해 그 어느 곳보다 수확량이 높고 품질 좋은 열매를 생산해 낸다고. 진한 색상과 약간 떫은 맛이 특징인 까베르네 쇼비뇽은 메독 와인의 특징 중 하나인 풍부한 타닌과 꽉 짜인 구조감을 만드는 데 주효하게 쓰인다. 특히 숙성 잠재력이 뛰어나 빈티지(생산년도) 높은 와인을 만드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메를로Merlot로 부드럽고 풍부한 과일향이 까베르네 쇼비뇽과 조화를 이루며 강한 타닌 맛을 좀더 편안하고 온화하게 순화시켜 준다. 두 품종을 주원료로 와이너리마다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까르므네르Carmenere 등을 소량 블렌딩하는데 그 비율과 양조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와인이 탄생된다. 몇몇 와이너리에서 쇼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이용해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로 메독에서는 100% 레드 와인을 빚어내고 있다. 메독 와인이 오랜 세월 명성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건 물론 ‘떼루아Terroir, 포도 재배의 모든 조건’ 덕이 크지만 그 뒤에 감춰진 1%는 바로 ‘사람’이다. 몇 세대에 걸쳐 대물림되어 온 숙련된 양조 기술과 최상급 와인을 얻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메독 와인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또 다른 공신이다. 까다로운 규제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지켜 나가고 있는 AOC원산지 통제 명칭를 토대로 메독의 와인은 와이너리마다 서로 다른 스펙트럼으로 다양성을 추구한다. 메독의 8개의 AOC가 닮은 듯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1, 2, 3 와인 시음을 통해 각 와이너리 특유의 향취와 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시음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와인과 와인잔 4 샤또 오브르똥 라리고디에르에서는 시음 후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 5 뽀이약 마을의 포도밭 전경 6 포도밭을 누비며 가는 기계차 7 포도밭 토양에 따라 재배되는 포도 품종이 달라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메독을 대표하는 와인 마을 마고 Margaux 뽀이약 Pauillac 언젠가 한껏 분위기를 낸다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한 적이 있다. 와인 이름도 빈티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단어 하나가 ‘마고Margaux’다. 와인에 대해선 생초짜였던 시절, 그래도 유명한 와인 한번 마셔 보자고 고른 게 바로 마고 와인이었던 거다. 마고는 메독에서 가장 유명한 AOC이다. 최상급 와인에 주어진 그랑크뤼 끌라쎄 등급을 획득한 와이너리가 21개로 가장 많다 보니 자연히 메독을 대표하는 와인 마을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마고 하면 많은 이들이 샤또 마고Chateau Margaux만을 떠올리는데 이곳에는 약 74개의 와이너리가 운영되고 있다. 샤또 마고가 톱클래스 와이너리이긴 하지만 이 이외에도 가볼 만한 와이너리가 많다는 이야기다. 특히 샤또 라스꽁브Chateau Lascombes는 중세시대 지어진 아름다운 고성에서 숙박하며 그랑크뤼 끌라쎄 2등급에 빛나는 고품격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특별한 와이너리다. 마고에서는 드물게 메를로 비율이 까베르네 쇼비뇽보다 더 높은 와인을 선보이는데 그래서인지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매년 가을 100~150명 정도 인부들이 일일이 손으로 포도알을 따는데 방문했을 때엔 이미 수확을 마친 터라 그 장관을 놓친 게 못내 아쉬웠다. 대신 성에서 보낸 하룻밤은 그야말로 특별했다. 새벽녘 창문을 열고 내려다본 이슬에 촉촉이 젖은 포도밭 전경이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니 말이다. 합리적 가격대의 마고 와인으로 샤또 오브르똥 라리고디에르Chateau Haut-Breton Larigaudiere도 가볼 만하다. 다만 지갑 단속은 단단히 해야 한다. 와인 테이스팅 후 바로 구매가 가능해 몇 번 시음하다 보면 자꾸만 지갑이 열린다. 일행 중 4명이나 지갑을 연 것이 비단 분위기 탓만은 아니었을 거다. 메독 중앙부에 있는 뽀이약에도 마고와 견줄 만한 걸출한 와이너리들이 많다. 그중 샤또 랭츠 바즈Chateau Lynch-Bages는 1855년 등급 제정 당시 그랑크뤼 끌라쎄 5등급을 받았지만 2등급에 비견할 만한 품질을 갖춘 와인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미리 예약하면 가이드가 동행해 와이너리 구석구석을 안내해 주고 시음도 준비해 준다. 연간 48만병의 와인을 생산하는 대규모 와인 양조장과 저장고도 볼 만하지만 옛 양조 도구들을 빠짐없이 전시해 놓은 박물관 같은 공간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와이너리 투어 후 주변 바즈 마을Village de Bages을 산책하는 즐거움도 꽤나 쏠쏠하다. 예쁜 카페에서 식사하고 앙증맞은 소품들이 가득한 기념품 숍에서 쇼핑하는 동안 여행의 기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1 샤또 퐁레오에서 생산된 와인들 2 비밀 창고처럼 꾸며진 양조장 입구 3 닭고기 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 레드 와인 4 신식 스테인레스 큐브를 이용하는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 5 나폴레옹 3세 시대 양식으로 지어진 멋진 샤또 건물 반짝반짝 빛나는 메독의 보물 리스트락 Listrac 물리스 Moulis 생줄리엥 Saint-Julien 리스트락에 있는 샤또 퐁로Chateau Fonreaud와 레스따즈Lestage는 와인도 와인이지만 나폴레옹 3세 시대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로도 유명한 곳이다. 아름다운 고성에서 빚어낸 와인은 어떨까. 자신을 ‘포도 농사꾼’이라 소개하는 오너는 정말 평범한 시골 아저씨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와인은 결단코 평범하지 않았다. 입 안 가득 상큼함이 퍼지면서 남아 있던 아침잠을 한달음에 모두 날려 버렸다. 이런 와인이라면 아침부터 마셔도 좋을 것 같았다. 이날 점심은 물리스 AOC에 속한 두 명의 여성 와이너리 오너와 함께했다. 샤또 라 갸릭Chateau La Garricq의 마르띤느 까즈뇌브Martine Cazeneuve와 샤또 뒤쁠레스Chateau Duplessis의 마리로르 뤼르똥Marie-Laure Lurton 두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 여성 와이너리 오너 가운데서도 여러모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른바 ‘메독의 여인들’이다. 음식에 곁들여 나온 두 종류의 샤또 와인은 부드럽고 향긋한 풍미에 갖가지 아로마를 쏟아내는 것이, 식사 내내 끊임없이 수다를 풀어내는 두 여인과 꼭 닮았다. “물리스 와인은 구조감이 강해 양조 과정이 좀 까다롭죠. 와인이 너무 무겁지 않도록 발효부터 숙성, 블렌딩 비율까지 늘 신경써야 하거든요. 대신 나이가 들수록 마시기 좋은 와인이랍니다. 안타까운 건 와이너리 규모가 작아 브랜드화 시키는 게 늘 어려운 숙제죠.” 마르띤느 까즈뇌브 오너의 설명에 마리로르 뤼르똥씨는 작은 끄덕임으로 동조했다. 아닌게아니라 물리스는 메독에서도 가장 작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 한국에 제대로 소개된 없는 물리스의 와인은 알고 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을 자랑하는 메독의 숨은 보석이다. 사실 이번 와인 여행에서 큰 수확을 꼽자면 물리스 와인의 발견이다. 샤또 브라나스 그랑 뿌조Chateau Branas Grand Poujeaux에서 맛본 와인은 물리스 와인의 매력을 확실히 느끼게 했다. 소박한 여주인처럼 어떤 꾸밈이나 장식도 하지 않은 단아한 여인네 같은 느낌이었다. 반면 깔끔하게 떨어지는 뒷맛에는 마치 포인트를 준 듯 작은 반짝거림이 느껴졌다. 이곳은 포도를 발효시킬 때 뭉쳐진 껍질을 위에서 눌러 으깨 주는 전통적인 방법을 쓴다는데 이런 양조 기술의 차이가 모두 맛으로 연결되는 게 아닐까. 물리스 와인의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생줄리엥에 있는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에 닿았다.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Chateau Leoville Poyferre는 루이 13세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서 깊은 와이너리다. “포도알을 알콜 발효시키기 전 일정 기간 저온 상태에서 유지시켜 둡니다. 이 과정을 통해 진한 색과 풍부한 과일향을 얻을 수 있지요.” 오너인 디디에 꾸블리에Didier Cuvelier씨가 자신있게 설명했다. 직접 시음을 해보니 과연 자랑할 만했다. 와인에서 품격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 안쪽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만든다고 하니 앞으로 더 재미난 와이너리 투어가 기대된다. 1 크뤼 브루주아인 샤또 뚜르 까스띠용의 2009년산 와인. 맛이 아주 부드럽다 2 음식을 곁들인 특별한 시음회 3 오크통에서 햇 와인을 뽑아내고 있다 4 먼 옛날 역사를 되짚어 보게 만드는 허물어진 망루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전원 풍경에 담긴 뜻밖의 선물 생떼스떼프 Saint-Esteph 메독 Medoc 오메독 Haut-Medoc 크뤼 아르띠장은 메독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와인 명칭이다. 소유주가 와인의 전 과정을 모두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만든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운 좋게도 여정의 마지막 즈음 생떼스떼프에 있는 크뤼 아르띠장 와이너리인 샤또 라 뻬르Chateau La Peyre를 방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크뤼 아르띠장이 그렇듯 이곳도 가족이 경영하는 소규모 와이너리다.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 마침 바람결에 실려 시큼한 향이 코끝으로 전해져 왔다. 햇와인이었다. 이제 막 발효를 마친 2012년 산 와인이 아담한 저장고 안에 꽉꽉 채워져 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규모가 큰 와이너리에는 없는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시음을 마쳤다. 와인은 산도가 좀 높은 편이었다. 신기한 건 같은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빈티지에 따라 신맛의 정도가 달랐다. 와인 애호가들이 왜 그토록 빈티지에 열을 올리는지 직접 체험해 보니 그 차이가 느껴졌다. 메독 와인은 장기 숙성이 가능한 덕에 오래 둘수록 더 깊은 맛이 난다. 알수록 더 매혹적인 와인이다. 메독과 오메독은 서로 반대쪽 끝에 자리해 있다. 지롱드강 상류 지역에 펼쳐진 광활한 오메독에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와이너리들이 많다. 샤또 씨싹Chateau Cissac도 그중 하나. 전통적인 방법과 현대식 양조 기술을 적접히 배합한 이곳의 운영 철학은 와인에서도 그대로 배어난다. 입 안을 꽉 채우는 구조감과 그 위에 덧입혀진 다양한 향미가 메독 와인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옛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는 오래된 건축물도 멋스럽다. 메독에 있는 샤또 뚜르 까스띠용Chateau Tour Castillon은 이번 여행길에 방문한 마지막 와이너리. 가이드인 송현주 선생이 “지금까지 본 풍경보다 훨씬 시골 같을 거예요” 하고 미리 귀띔했다. 정말 그러했다. 시골스럽다 못해 야생의 언저리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거칠 것 없는 시야, 거리감 없는 강가, 언덕 위로 넘어가는 포도밭…. 시골집 식탁에서 이뤄진 와인 시음은 오히려 만찬(?)에 가까웠다. 와인은 음식과 궁합을 맞춰 봐야 한다며 몇 가지 음식이 푸짐히도 차려졌다. 와인에 취한 건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취한 건지, 이제껏 쥐고 있던 긴장감이 스르르 풀려 나갔다. 와인을 테마로 피크닉, 산책, 콘서트 등 여러 가지 투어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니 이를 어쩐다. 여행의 마지막에 메독을 다시 와야 할 분명한 이유를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정은주 취재협조 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 www.sopexa.co.kr ▶Travel to Medoc 항공 에어 프랑스(www.airfrance.co.kr)를 이용해 파리를 거쳐 보르도 공항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인천에서 파리까지는 약 11시간, 파리에서 보르도까지는 1시간 남짓 걸린다. 또는 파리에서 보르도까지 기차(www.raileurope-korea.com)도 운행된다. 약 3시간 30분 소요. 보르도에서 메독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숙소 메독에서 묵어 갈 만한 숙소로는 골프 뒤 삐앙 메독Golf du Pian Medoc과 를레 드 마고Relais de Margaux, 꼬르데이양 바즈Cordeillan Bages를 추천한다. 골프 뒤 삐앙 메독과 를레 드 마고 두 곳은 골프 코스 안에 자리한 호텔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샤또 랭츠 바즈에서 멀지 않은 꼬르데이양 바즈는 외관은 오래된 고성 느낌이지만 심플하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인테리어가 특히 인상적이다. 외부에 야외 풀장과 사우나, 피트니스 센터를 갖추고 있다. spot 또넬르리 나달리에 Tonnellerie Nadalie 메독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오크통 제조회사로 1902년 설립돼 5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매년 가을이면 프랑스 산림청 나무 경매를 통해 참나무를 공수해 오며 미국산 참나무도 소량 사용한다. 오크통에 사용되는 나무는 오랜 기간 젖고 마르고를 반복하게 되는데 이 작업만 2년 넘게 걸린다. 또넬르리 나달리에는 메독 지역을 비롯해 보르도 등 프랑스 전역과 해외 유명 와이너리에 오크통을 공급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하면 일반인 방문도 가능하며 가이드 안내에 따라 오크통 제작 과정을 둘러볼 수 있다. www.nadalie.fr spot 라 와이너리 La Winery 프랑스 와인은 물론 전세계 와인을 취급하는 숍과 전문 시음 공간, 레스토랑, 피크닉과 공연장 등을 갖춘 와인 예술의 메카다. 와인셀러에는 보르도 지역이 50%, 프랑스산이 40%, 세계 와인이 10% 비율로 진열되어 있다. 1년에 5만5,000명 정도 방문하는데 그중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로 메독의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와인을 사거나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아도 야외 피크닉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 메독에 가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www.winery.fr 와인 등급 그랑크뤼 끌라쎄 메독 와인은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메독을 포함해 보르도 최고급 와인에게 주어지는 그랑크뤼 끌라쎄(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뉜다)는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메독에는 60개의 그랑크뤼 끌라쎄 와이너리가 있으며 이 등급 순서는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딱 한 번 1973년 샤또 무똥 로칠드가 2등급에서 1등급으로 바뀐 적이 있다). 이에 반해 크뤼 부르주아는 매년 심사를 통해 품질 좋은 와인들을 선별해 등급을 매긴다. 가장 독특한 카테고리는 크뤼 아르띠장. 아르띠장Artisan이란 우리로 치면 ‘장인匠人 정도 되는데 이 명칭을 단 곳은 소유주가 포도 재배부터 양조, 판매까지 직접 맡아서 해야 한다. 크뤼 아르띠장 와이너리는 메독에서도 44곳밖에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학대당한 나처럼 살까봐… 아들 죽였다”

    생후 36개월 된 아들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뒤 저수지에 버린 최모(37)씨의 범행 이면에는 최씨가 불우한 어린 시절에 경험한 ‘학대의 대물림’과 아들이 자신처럼 살게 될까 두려워한 ‘비뚤어진 모정’이 있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남 창원 서부경찰서는 4일 최씨가 “범행 한 달 전부터 내가 살아온 것과 비슷한 처지의 아들이 앞으로 사람들에게 학대받으며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경찰에서 “평소 아들(박군)이 자주 울거나 자신과 닮았다는 이유 등으로 가족의 미움을 샀다고 생각해 집에 남겨두면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돼 지난 9월 가출할 때 세 아들 중 둘째만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최씨는 부모의 가정 폭력을 지켜보며 자랐고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 또 아버지가 사고로 숨지자 친척 손에 맡겨져 고아처럼 살았다. 최씨는 결혼한 뒤 남편과 자주 다투는 등 결혼 생활도 순탄치 못했다.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서는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한 지인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했다. 최씨는 1주일에 3~4차례씩 아들을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씨가 지인 집에 얹혀살면서 정서 불안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자신처럼 아들도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거나 ‘학대받는다’고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도 최씨의 범행이 과거 학대 경험과 현재의 정서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시선집중] (8) 중랑구 ‘문병권표’ 교육정책

    [시선집중] (8) 중랑구 ‘문병권표’ 교육정책

    ‘교육 발전 없이는 지역 발전도 없다’는 문병권 중랑구청장의 소신은 ‘꿈을 키우는 역동의 교육도시-중랑’이라는 슬로건에 고스란히 담겼다. 3연임 규정에 묶여 다음 기초지방자치단제장 선거엔 나서지 못하지만 그는 29일 “남은 2년 임기에도 줄곧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발표된 ‘서울시 자치구 주민 교육환경만족도’ 조사에서 중랑구는 2005년 25위에서 2011년 9위로 16계단이나 솟구쳤다. 문 구청장이 교육에 얼마나 힘쓰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문 구청장은 “최근엔 집안 경제 격차가 교육 격차로 대물림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경향을 띤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으로 기존 장학사업을 두고도 ‘중랑장학기금 111기부운동’에 눈을 돌리게 됐다. 무엇보다 정성을 쏟는 부분이다. ‘1가정 1년에 1만원씩’ 거들자는 뜻이다. 지난 9월 첫발을 떼 3개월도 되지 않아 4억 7000만원을 모았다. 문 구청장은 “17만 4470여 가구 가운데 30%만 참여해도 5억원이라는 큰 정성이 모인다.”면서 “길게는 교육 문제 탓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지 않는 중랑구를 만드는 데 큰 몫을 해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을 비롯해 청·장년층에서 노년층까지 각계각층의 개인과 단체, 업체, 업소 등 1만 1000여명이 동참했다. 구는 2020년까지 100억원 모금을 목표로 삼았다. 민선 3기 취임 초기인 2003년 2억원이던 교육경비 지원도 해마다 거의 2배씩 늘려 10년 사이 392억원을 쏟아넣었다. 2010년 면목고 기숙사 건립에 40억원을 보태 서울 시내 첫 기숙형 자율형공립고로 우뚝 서도록 도왔다. 특히 성적 상위 2% 이내인 중학생이 지역에 있는 고교로 진학하면 매년 180만원씩 학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명문대 진학 고교생에게도 1인당 200만원을 지급한다. 성적우수자, 저소득층 자녀, 특기생 등 다양한 형태의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이다. 2008년엔 ‘교육경비보조에 관한 조례’ 중 보조금 지원 비율을 세수 총액의 5%에서 8%로 높였다. 덕분에 전체예산 대비 교육투자 비율이 4.55%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강남구(6.17%)와 성남시(4.67%)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되기도 했다. 방과후 학력증진 특별반도 자랑거리로 빼놓을 수 없다. 우수 중학생의 유출을 방지하고 고교 학력 신장과 함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지난해 묵1동 태릉고와 망우1동 송곡여고, 망우3동 혜원여고를 거점 학교로 지정해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최고 수준의 외부 강사와 우수 교사를 초청해 사교육비 부담을 덜고 있다. 올해 4억 8000만원을 지원해 고교 성적 상위 5% 이내 학생을 대상으로 8개교 총 649명 규모로 편성했다. 성적 향상도에 비춰 첫 대상인 고교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내년 초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낼 전망이다. 상봉동 신현고 양재현(18)군의 경우 교육과학기술부 주관 이공계 장학생 전국 100명에 뽑혀 4년 전액 국비 지원을 보장받은 데다 서울대, 일본 공대 7개교 중 선택해 입학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용산 저소득층 자녀 120명 교육지원

    서울 용산구는 저소득가구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수강권과 교재비를 지원하는 ‘2012년 Hope Up Dream Up’ 사업을 시작한다고 28일 밝혔다. 공부할 열의는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 탓에 학습 기회가 적은 저소득가구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갖게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 중부보습학원연합회,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후원자로 나섰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복지급여자, 기타 저소득가구 학생 120명을 대상으로 한다. 지역 내 89개 보습학원 중 25개가 이 사업에 참여해, 38만원 상당의 종합반, 24만원 상당의 단과반 무료 수강권을 학생들에게 기부하는 방식이다. 공동모금회는 1인당 5만원의 교재비를 지원한다. 구는 지난해 같은 사업으로 60명을 지원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올해는 지원 규모를 2배로 확대했다. 접수는 새달 5일까지다. 동 주민센터에서 접수할 수 있으며, 신청서, 성적증명서, 재산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1차 서류심사, 2차 면접을 거쳐 선발한다. 수강은 내년 1월부터 가능하다. 성장현 구청장은 “이 사업을 통해 교육기회 부족 탓에 가난이 대물림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민관이 협력해 후원에 나서는 학원이 대폭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선택 2012 D-20] “文, 국방강화 현실성 부족” vs “朴, 남북 신뢰쌓기 방법론 없다”

    [선택 2012 D-20] “文, 국방강화 현실성 부족” vs “朴, 남북 신뢰쌓기 방법론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상대 측 대선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재원 조달 방안 등에 대해 서로 날카롭게 비판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28일 내놓은 ‘상대 후보에 대한 상호검증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朴캠프가 보는 文공약 모순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의 소중함에는 동의하지만, 제시된 실천 방향이 부족하다. ‘성장-복지-국민’의 순환 관계에 대한 비전 제시가 약하다. 국방 문제에서 문재인 후보는 미군 철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으면서 전시작전권 전환을 계기로 국방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한다고 했는데 현실성이 부족하다. 중국·일본과의 영토 및 역사 분쟁에 대해 조용한 외교로만 대처하지는 않겠다고 하지만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상회담은 필요하지만, 당선 직후로 시기를 구체화하면 북한의 협상전략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 한반도 평화구상에서 선후관계가 불확실하다.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이자율 25% 제한’은 제2금융권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30%를 넘고 대부업 조달 금리가 30% 후반대인 현 상황에서 서민층을 보호하기보다는 저신용자들을 불법 사채시장으로 몰아낼 가능성이 크다. 획일적이고 전면적인 전·월세 상한제는 분양가 상한제에서 보듯 시장 왜곡이나 가격 왜곡을 야기할 수 있다. 곡물 자급률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징용자 피해 보상에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것은 청구권협정 내용과 충돌되는데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불확실하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文캠프가 보는 朴공약 모순 저성장 시대에는 성장 과실에 의존하는 개인 복지 증진이 불가능하다. 대형 토건사업에 대한 예산을 줄이지 않고 어떻게 세출을 절감할 것인지 의문이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원론만 있을 뿐 실질적 추진 전략은 없어 보인다. 남북문제에서 ‘신뢰 프로세스’를 강조하지만 북한과 신뢰를 어떻게 쌓을 것인지의 방법론은 없다. 정보통신 기술 등 새로운 과학기술도 기존 대기업의 유통관련 인력 절감 등 비용절감 효과만 가져올 뿐 ‘신성장동력’과는 무관하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세입자가 이자를 내지 않으면 집주인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대책의 실효성이 없다. 하우스푸어의 집 지분을 재정을 투입해 시가로 매입하겠다는 방안은 무주택자와의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는 과도한 경쟁을 해소하는 교육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단순히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금융 위기의 극복을 위해서는 금융 정책의 기능 수행과 금융감독 기능이 분리돼야 하는데 ‘금융기관 간 경쟁 강화를 통한 금융강국 지향’은 이 방향과 배치된다. 석유 의존형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 대체에너지 중시형으로 전환하는 대안이 미흡하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朴 “성폭력·학교폭력 등 4대 사회악 발본색원 최우선 순위”

    朴 “성폭력·학교폭력 등 4대 사회악 발본색원 최우선 순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26일 토론회에서 “국민들이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나라, 행복한 국민이 사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비전을 밝혔다. 그러면서 “잠재력과 소질, 끼를 마음껏 발휘하고 땀 흘려 일하면 보상의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의 나라, 최소한의 생활과 안전이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18일 비전선포식을 통해 발표했던 ‘중산층 재건을 위한 국민행복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전체 토론회 가운데 4분 동안 주어진 정책비전 스피치 시간을 통해 박 후보는 ▲가계부채 해결 ▲성폭력·학교폭력 등 4대 사회악 근절과 ▲사교육비 완화 ▲일자리 창출을 우선순위에 두고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가계부채 문제를 꼽았다. 박 후보는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달하는데 이것은 개인의 경제 문제일 뿐 아니라 방치되면 국가 경제적으로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해 이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가계부채 대책으로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 322만명에 달하는 저신용 서민 대출자들에 대한 이자 부담을 낮춰 주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박 후보는 성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등 4대 사회악 근절과 관련, “귀가하는 자녀를 걱정해야 하는 나라, 음식을 먹을 때 따져 봐야 하고 학교에 가는 게 두려운 나라는 선진국이 되더라도 선진국이 아니다.”면서 “그런 문제부터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지난달 ‘국민안전정책’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반사회적 범죄에 대해 공권력을 총동원해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찰청에 폭력범죄 전담 차장직을 도입하고, 폭력 범죄에 대한 형량을 대폭 높이고 폭력 전과자에 대한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걸면서 박 후보는 아동·성범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지난 21일 성폭력 문제를 다룬 영화 ‘돈 크라이 마미’를 상영한 뒤 “성범죄자 등은 사형을 포함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정책비전 스피치 시간에 이 부분을 설명한 것도 안전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또 “교육은 국가가 책임지려고 한다.”면서 “사교육비 때문에 노후 준비도 못 하고 맞벌이를 열심히 해도 남는 게 없는, 가난의 대물림 원인이 되는 사교육비를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문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70%의 국민이 중산층이 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Q. 사교육비 줄일 방법은 A: ‘공교육 정상화 특별법’ 추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26일 TV토론에서 사교육비와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등과 관련한 방청객들의 즉석 질문을 받아 답변했다. ▲두 아이 키우는 주부-계약직으로 일하며 야간대학 다닌다. 사교육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박-우리나라 노년층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다. 노후 준비를 못 하는 것도 사교육비가 원인이다. 가난의 대물림도 사교육비가 큰 이유다. 결국 공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 특별법‘을 만들어 사교육의 원인이 되는 선행학습을 방지하고, 초·중·고교 시험이나 대학 입시에서 교육 과정을 뛰어넘는 출제를 금지시키려 한다. 이를 어기면 강력한 불이익을 줄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교과서 혁명이다. 학원을 다니거나 참고서를 가져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교과서만으로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 교육 체계의 근간을 바꾸겠다. 그래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학생-등록금에 관심이 많다. 새누리당 공약에 반값등록금, 무상교육, 무상보육, 경제민주화 등이 있다.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박-정책이라는 것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 드리기 위해 진정성 있게 재원도 생각하면서 노력할 때, 그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다. 반값등록금 등을 실천할 의지가 있다. 할 수 없는 부분은 제쳐 놨다. 믿으셔도 된다. 여지껏 실천할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았고 약속한 것은 정치 생명을 걸고 지켜 왔다. 반값등록금은 2013년까지 반드시 실천하겠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들의 고통이 심하다. 모든 분들에게 반값등록금을 주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소득과 연계해 등록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대출 이자도 실질적으로 ‘제로(0)’ 금리가 되도록 하겠다. 재원 마련 계획도 있다. ▲1남1녀 가장-비정규직에 대한 박 후보의 약속을 듣고 싶다. ▲박-비정규직의 고용 안정과 차별 폐지를 반드시 해결하겠다. 경제민주화에서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2015년까지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 공시제도 의무화하겠다. 파견근로자가 얼마나 되는지 전부 제시하도록 하겠다. 또 비정규직을 차별할 경우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대표가 차별 시정을 대표로 요구할 수 있는데, 차별이 반복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금전적 손해배상을 10배 정도 해야 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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