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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사립대들 ‘3대 세습’ 중…이사장은 ‘당연’, 친인척 채용은 ‘기본’

    [단독] 사립대들 ‘3대 세습’ 중…이사장은 ‘당연’, 친인척 채용은 ‘기본’

    3대 이상 이사장 대물림 사립대 전국 28곳비리 저지른 이사장 아들이 이사 ‘대물림’보고서 “이사회 친인척 비율 제한 강화해야”교육부 “사립대 개혁안 발표 예정”설립자 일가가 3대 넘게 총장이나 이사장을 독식하며 ‘세습’하고 있는 사립대가 전국에 28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물림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특정 가문이 견제없이 대 이어 학교 운영을 독점하면 비리 가능성이 커지고 인사 등에서도 잡음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전체 사립대 중 64.9%는 설립자의 친인척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었다. 23일 서울신문이 여영국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교육부 정책연구 보고서 ‘사립대학 개혁방안-부정·비리 근절방안을 중심으로’(박거용 상명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설립자의 손자·손녀가 학교법인의 이사장이나 총장, 부총장 등을 맡은 사립대(전문대 포함)는 고려대와 국민대, 건국대 등 모두 28곳이었다. 이 중 고려대와 우송대, 경성대 등 3곳은 설립자의 증손자가 이사장·이사를 맡고 있었다. 4대째 세습 경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학교 법인에 친인척을 채용한 사립대도 흔했다. 전국 299개 사립대 학교법인 중 설립자·임원·총장의 친인척이 총장, 교수, 교직원 등으로 일하는 곳은 194곳(64.9%)에 달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이사장의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및 그 배우자는 해당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학교의 장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사정수 3분의2 이상 찬성과 교육부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는 단서를 이용해 ‘족벌 경영’을 해 오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교육부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부정과 비리가 터진 사립대들은 친인척 중심의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운영체제 탓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대학 총장의 임명을 법인이 좌우할 수 있는 현실도 사립대의 세습·족벌 경영을 공고히 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사립 일반대 138개교 중 교수, 학생 등 대학 구성원에 의견을 묻지 않고 법인이 직접 총장을 임명하는 대학은 99곳(71.7%)이었다. 총장추천위 등에서 후보자를 복수 추천하면 이사회에서 총장을 임명하는 간선제를 실시하는 학교가 32곳(23.2%)이고, 직선제하는 곳은 7곳(5.1%)에 불과했다. 지난해 6월 사립대 교수 8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4%가 직선제(교수 직선제 38.8%, 구성원 직선제 35.6%)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자 일가가 견제없이 대학을 경영하다보면 비리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학생들의 등록금 등으로 마련된 교비가 줄줄 새기도 한다. 명지대를 운영하는 명지학원의 유영구 전 이사장은 2011년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명지학원 설립자이 유상근 전 총장의 장남이다. 유 전 이사장은 2007년 본인 소유 명지건설 부도를 막기 위해 법인의 수익용 재산인 명지빌딩을 2600여억원에 매각하는 등 학교 재산을 유용한 혐의를 받았다. 유 전 이사장은 비리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현재 유 전 이사장의 아들(40)이 여전히 학교법인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보고서는 사립학교법에서 ‘이사회에서 친인척 비율이 4분의 1을 넘지 못한다’는 규정을 5분의 1로 강화하고 이사장 친인척이 총장에 임명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이사의 친인척’까지 포함해 범위를 넓히는 등 사립학교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3년차를 맞아 사학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사학개혁의지를 밝혔다. 교육부는 이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오는 7월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사학 개혁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를 포함해 내부 연구 등을 거쳐 종합적인 사립대학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설] 벼랑 끝 10대 부모 학업·양육 병행 지원 시스템 필요해

    부모가 된 10대에게 쏟아지는 세상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 싸늘한 시선 앞에서 준비되지 않은 10대 부모들은 영아 유기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어렵게 출산과 양육에 용기를 냈어도 사회적 지원이 없기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고, 중단된 학업 탓에 저임금 직종에 취업해 생활고를 겪는 등 극심한 악순환의 고통으로 내몰린다. 이 고통의 굴레는 10대 부모의 자녀들에게도 고스란히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신문 기획 시리즈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는 10대 출산 및 양육에 대해 훈계만 할 뿐 이들이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양육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무관심한 기성세대와 복지 시스템을 비판하고 있다. 10대 부모를 조장할 수도 없지만, 무책임하다며 마냥 손가락질할 수만도 없다. 그들의 개인적 책임과 함께, 기성세대가 져야 할 사회적 책임 또한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육부가 5억원을 들여 마련한 ‘학교 성교육 표준안’ 등이 10대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을 제시하시 못한 책임 등이다. 출산과 양육을 결심한 10대 부모에게는 학업권을 보장하면서 육아도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사회적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10대 부모 중 출산과 양육의 책임이 여성에게 몰리기 때문에 미혼모에 대한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 10대 엄마의 75%는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하고, 59%는 연결이 끊겼기 때문이다. 아기 키우기 좋은 사회는 연령을 떠나 모든 시민들이 바라는 핵심 가치지만, 10대 부모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10대 청소년들에게 피임 방법과 함께 책임질 수 있을 때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등의 현실적인 성교육이 마련돼야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위헌 결정을 했기 때문에 10대 부모가 된다는 것은 더 책임 있는 결정이 될 수도 있다. 10대 부모가 학업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 대한민국 사법부가 동문회인가… 고작 10명 징계 문제 더 키워

    대한민국 사법부가 동문회인가… 고작 10명 징계 문제 더 키워

    서울 종로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사무실에서 지난 9일 만난 이탄희(41·사법연수원 34기) 변호사는 다소 까무잡잡해진 모습이었다. 지난 2월 법원에서 나온 뒤 한 달 넘게 스페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판사직을 내려놨으니 홀가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두 시간 가까이 사법개혁의 중요성을 토로한 이 변호사는 법원에 대한 근심을 내려놓지 못한 듯했다. 그는 2017년 2월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판사 뒷조사를 거부하며 사표를 냈지만 반려됐고,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법농단´이 외부에 알려졌다.-‘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퇴직하고 장래를 고민하던 중에 친하게 지내던 판사 출신 변호사 사무실에 놀러 갔어요.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설명하기 어려운 우울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때는 이유를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변호사로 살게 되면 세속적 이익을 좇으며 살겠구나´라는 마음 때문이었어요. 그동안 판사로서 공적인 가치를 지향하고 살았는데, 물론 변호사도 법조인으로서 공적인 책무가 있지만 변호사로서 제 모습이 스스로 뿌듯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어요. 변호사로서 공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공감´이 떠올랐어요.” 이 변호사는 법무관 시절 공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했고, 아내 오지원 변호사와 함께 10년 넘게 공감을 후원해 왔다. 공감은 수임료를 받지 않고 기부와 후원으로만 운영되며 공익소송을 맡는다. 공감 사무실은 로펌이라기보다는 영세한 시민단체에 가까울 정도로 열악해 보였다. -공익변호사로서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나요. “가톨릭 신자라서 그런지 빈곤층에 대한 감성적 연민을 쭉 갖고 있었어요. 과거 공감이 맡았던 사건 중에 2016년 대구에서 발생한 은비(가명) 사건이 있어요. 은비는 가출청소년이자 미혼모의 아이였는데, 입양된 집에서 양부의 학대로 사망했어요. 양부는 징역 10년형을 받았고요. 은비의 엄마는 IMF 때 태어났고, 경제적 타격으로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했어요. 빈곤이 악화됐고, 대물림되면서 은비가 결국 사망한 거죠. 빈곤이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문제에 대한 송무와 제도 개선활동을 하고 싶어요.” -법원 밖으로 나오니까 어떤 점이 다른가요. “보통 판사들이 변호사가 되면 법정에서 법대를 위로 올려다보면서 법원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고 하잖아요. 아직 그런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어요. 그런데 판사일 때 만나지 못한 다양한 직역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며 든 생각이 있어요. 제가 ‘내가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을 하면 사람들은 지향점, 가치관 이런 것보다는 조직원으로서 의무가 강조되는 문화에 맞닥뜨리면서 좌절감이 많았다고 해요. 아, 이게 법원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 사회, 특히 공직사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좌절감이 사법농단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까요. “공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은 ‘내가, 우리가 하는 일이 공적으로 가치가 있는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 때 자부심을 느껴요. 공적인 가치를 망각하면 지향해야 할 가치가 조직의 이익이 돼 버려요. 조직의 이익을 위해 윗사람이 시키는 일을 하게 되죠. 사법농단의 원인 중 하나도 이거예요. 판사들이 자기가 하는 일의 의미를 망각한 거예요. 판사가 사조직원으로 전락한 겁니다. 법원의 조직원이라는 생각만 남은 거죠. 법원은 공적인 조직이니까 법원의 이익이 공적인 가치라고 착각한 거죠.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에요.” -사법농단의 원인이 그게 전부일까요. “극단적인 폐쇄성도 있어요. 법원 내부의 폐쇄성, 법원행정처의 폐쇄성이 크죠. 단적인 예가 양승태 대법원 시절 ‘한마음 체육대회´예요. 판사들이 세일러문 코스튬을 하고, 양 대법원장을 찬양하는 카드섹션을 했다고 해요. 행사 규모가 큰데 법원 밖에서는 아무도 몰랐어요. 만약 기자나 외부인이 행사에 참여했다면 외적 명예 유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판사들이 그런 일을 했을 리 없죠. 재판에 관여하기 위해 행정처에서 재판부에 전화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문건을 보냈는데 행정처 외부 판사들은 알지도 못하고 상상조차 못했어요.” 양 전 대법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수차례 ‘튀는 판결을 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대법원과 다른 취지의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을 향해 ‘조명을 받고 싶어 안달 났다´, ‘매명(賣名)을 한다(이름을 판다)´고 깎아내리는 말이 나돌았다. -재판을 받는 양 전 대법원장 등 전직 법관들은 모두 ‘죄가 안 된다’라고 하는데요.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건 이 사건 본질이 형사법 위반인 것으로 잘못 이해되는 것이에요. 이 사건의 본질은 헌법 위반이고, 법관 직업윤리 위반이에요. 사건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게 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불명확해져요. 이 사건의 피해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국민과 양심적이고 독립적인 재판을 위해 노력한 법관들이에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판사들의 잘못으로 모든 판사들이 도매금으로 명예가 실추됐어요.” “이 사건을 형사법 위반으로 잘못 보면 피해자가 달라져요. 부당한 지시에 따른 행정처 판사들이 피해자가 돼버리죠. 그런데 헌법 위반으로 보면 그 판사들은 가해자예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데 협력한 사람들이에요. 결국 이 사건은 유죄 무죄로 판단할 게 아니라, 진정한 피해자인 국민을 위한 제도를 논의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해요.”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사법농단 연루 법관 10명에 대해 징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서 법원으로 넘긴 비위 대상자는 66명이었다. 법원은 고작 10명을 징계했을 뿐만 아니라 징계 대상자도, 경위도 밝히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재판을 받는 국민은 내 사건을 맡은 판사가 (징계) 명단에 포함돼 있는지, 어떤 비위 사실이었는지,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어떤 근거인지 알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법원 대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 키우고 있어요. 잘못한 판사들의 행위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을 추궁해서 나머지 판사들에 대해서는 믿어도 된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줘야 해요. 과거와 단절해야죠. 김명수 대법원장,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모두 약속했어요. 그런데 그 약속과 달리 고작 10명에 대해 징계를 청구했어요. 언행불일치죠. 대한민국 사법부는 동문회가 아니잖아요. 개개인의 헌법기관인데. 국민은 나를 심판한 기관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알권리가 있어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고 법원행정처를 법원사무처로 변경하는 개혁안을 내놨는데요. “제일 중요한 행정처 탈판사화가 빠졌어요. 판사는 재판만 해야 돼요. 최근에 김경수 경남지사 1심 판결을 두고 말이 많았잖아요. 판사가 법관직을 가진 채로 누군가의 비서 업무를 했다는 게 불신 요소가 되기 때문이에요. 판사의 덕목과 비서의 덕목은 정반대니까요. 현 대법원장의 비서인 판사도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에 정치 사건을 맡게 되면 누구라도 공격을 받을 수 있어요.” -사법개혁이 왜 중요하죠. “누구나 수사를 받아 재판을 받게 될 수 있고, 법적인 분쟁에 휘말릴 수 있어요. 누구나 아플 수 있으니까 병원 갈 일을 대비해 건강보험료를 내잖아요. 우리 모두 판사 앞에 서게 될 수 있어요. 나중에 사법개혁에 관심을 가지면 너무 늦어요. 근본적으로 재판이, 법관이 신뢰를 받으려면 사법농단 사태를 잘 마무리해야 돼요. 신뢰받기 어려워진 판사들이 더이상 직을 수행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돼요. 그렇게 하려면 탄핵 이외에는 방법이 없죠. 의사는 환자들이 고를 수 있지만, 재판받는다고 해서 판사를 고를 수가 없잖아요.”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등 돌린 가족·학교, 출산 뒤엔 생활고… “이 굴레 대물림 두려워”

    등 돌린 가족·학교, 출산 뒤엔 생활고… “이 굴레 대물림 두려워”

    편견·가난과 싸우는 청소년 부모 심층조사 그림자 가족. 복지 현장에서 청소년 부모가 꾸린 가정을 부르는 표현이다. 어린 산모(24세 이하)가 한 해 낳는 아기는 통계상으로만 1만 4600명(2018년 기준)이나 되지만 주변에선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싸늘한 사회적 시선을 피해 숨어 지내는 가족이 많아서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부모 가정을 취재하기 위해 4~5월 서울, 여수, 부산, 광주, 강릉 등 전국을 돌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와 협업해 진행한 취재에서 100개 가정을 상대로 서면 또는 대면, 전화 인터뷰 등을 병행하며 심층 조사했다. 평균 19.3세에 출산한 100개 가정엔 각기 다른 사연이 있었지만 임신과 출산, 양육 때 겪는 공통적 패턴도 확인됐다. ▲임신과 동시에 주변의 지지가 끊기면서 산모는 홀로 고립됐고 ▲출산 후엔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워 심각한 생활고를 겪었으며 ▲가난과 편견의 굴레 속에 갇힌 자신의 삶을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분투했다. 김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박사는 “어린 나이에 출산을 택한 부모들은 무책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책임감이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어린 부모 스스로의 노력에 사회적 지원이 더해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청소년 부모 가정도 사회 구성원으로 제 몫을 할 수 있다.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어린 부모들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 미래로 시점을 나눠 엮었다. 주위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사례자들의 요청으로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다.# 과거 청소년 부모 대부분은 임신을 자각한 순간을 ‘악몽’으로 기억한다. 이성 간 교제 시기가 과거보다 빨라진 상황에서 성적 호기심 또는 상대방의 강압적 분위기 유도 탓에 성관계했다가 덜컥 아이가 생겼다는 사연이 많았다. 지난해 교육부 등의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중·고교생 비율은 5.7%였다. 해당 연령(13~18세)의 주민등록인구가 309만 6947명이니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7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른 임신 경험을 극소수의 이야기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조사에 응한 청소년 부모 중 41%는 ‘피임에 실패해 임신했다’고 답했다. 또, 67%는 ‘임신사실을 알았을 때 두렵고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아이를 낳아야 할까’, ‘부모나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학교는 다닐 수 있을까’ 등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의 청춘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민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채웠다고 했다. 태아를 품은 청소년들은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었지만 주변의 지지는 기대할 수 없었다. 가족마저 우군이 돼 주지 않았다. 응답자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가족들의 태도를 1(부정)부터 10(긍정) 사이로 평가해 달라’고 했더니 평균 3.61점이 나왔다. 특히 청소년 부모 중에는 위기 가정에서 자란 이들이 많았다. 응답자의 32%는 “부모로부터 가정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58%는 가출 경험이 있었다. 서울에서 만난 정유정(24)씨도 아버지에게 수시로 맞고 자랐다. 고등학교 졸업을 한 학기 앞둔 18살에 아들 정우(6)를 몰래 낳았을 때 부모는 정씨 모자가 지내던 모자원에 찾아와 “아이를 포기하라”며 행패를 부렸다. 하지만 유정씨는 아들을 입양 보낼 수 없었다. 지옥 같던 현실에서 탈출구를 열어 줄 존재로 보였기 때문이다. 유미숙 한국미혼모네트워크 사례관리팀장은 “청소년 부모 중에는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따뜻한 ‘진짜 가족’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교나 친구도 울타리가 돼 주지 못했다. 임신 당시 33%만 학교를 다녔다고 응답했다. 학업을 중단한 이유로는 ‘출산과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해서’, ‘자녀 양육을 위해 복학하지 못해 자퇴 처리됨’, ‘임신으로 스스로 자퇴’ 등을 꼽았다. 학교에선 어린 부모의 임신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게 되더라도 돕기보다는 자퇴를 권유하거나 퇴학 처리했다. 강원도에서 만난 강예원(25)씨는 “출산을 결심했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이 아기 아빠에게 ‘학교에서 나가라’고 했다”면서 “이후 실업계 학교로 복학해 졸업장은 땄지만 크게 상처받았다”고 털어놨다. 친구들 사이에선 “죽은 것 아니냐”, “남자를 어떻게 만났기에 그러느냐”는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다.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이들이 출산을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만든 존엄한 생명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유정씨는 “초음파 검사 때 들은 아기 심장 소리를 잊기 어려웠다”면서 “마치 ‘나 여기 살아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현재 초등학생부터 영유아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자식을 키우는 응답자들이 꼽는 현재의 가장 큰 어려움은 ‘돈 문제’다.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에게도 육아 비용은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이다. 수입이 적거나 고정 수입이 없는 청소년 부모들에겐 더 큰 어려움일 수밖에 없다. 아이가 커질수록 돈 앞에 더 좌절한다. 정민아(25)씨 부부는 딸에게 미안할 뿐이다. 올해 6살 된 아이는 “친구들처럼 태권도 학원이랑 발레 학원을 가고 싶다”고 조른다. 하지만 들어주기 어렵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남편 이지훈(24)씨의 한 달 벌이가 100만원대 후반 수준인데다 민아씨는 셋째를 임신해 일할 수 없다. 민아씨는 “아이가 유튜브를 보면서 태권도 동작을 따라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생활고 탓에 아이와 생이별한 청소년 부모도 많았다. 전남 여수에서 만난 김이은(22)씨는 돈을 벌기 위해 아이와 떨어져 산다. 원래 집은 인천이지만 여수 펜션에서 일자리를 잡았다.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평일에는 두 살배기 아이를 친정 근처 ‘24시간 어린이집’에 맡긴다. 아이의 얼굴을 온종일 볼 수 있는 건 한 달에 한 번뿐이다. 이은씨는 “입양을 보내기 싫은 게 과도한 욕심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출산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밖으로 쫓겨난 청소년 부모들은 “그 흔한 학사 학위도 없어 구직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뒤늦게 학교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다. 8살 딸을 혼자 키우는 홍예슬(25)씨는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다. 아이가 더 크기 전에 안정적 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 생활고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어린 부모들은 아이에게 떳떳하고 싶어서(67%) 또는 예슬씨처럼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65%) 중단된 학업을 이어 가고자 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힘든 이들은 주로 ‘취업을 위한 기술교육을 받고 싶다’(27%)고 말했다. 문제는 뒤늦게 공부하려면 또 돈이 든다는 점이다. 예슬씨는 “학교에서 국가 근로로 일하면 1시간에 8350원씩, 매달 20만~40만원 정도를 번다”면서 “기초수급 등과 합하면 한 달에 100만원 정도를 손에 쥐는데, 교재 비용과 공과금, 교통비, 식비로 쓰면 저축하는 돈은 한 푼도 없다”고 토로했다. 유미숙 팀장은 “현금 지원이 어렵다면 이들의 건강권과 관련된 지원이라도 부족하지 않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부모의 책임감은 다른 부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층조사에 응답한 어린 부모 중 48%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양육포기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산에서 만난 김수연(17)양은 앳된 얼굴 때문에 두 살 난 딸의 언니로 오해받는다. 그럴 때마다 “제가 얘 엄마예요”라고 당당히 말한다.자신이 엄마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계기는 뜻밖에도 출산 후 감행한 가출이었다. 돈 문제로 다투는 집안 어른들의 모습에 지친 수연양은 산후조리도 못한 채 딸을 친정에 두고 집을 나왔다. 그런데 갓난 딸아이가 자꾸 눈에 밟혔다. 수연양은 “입양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딸이 너무 예뻐 떨어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 미래 청소년 부모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불행이 아이까지 덮치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미래라도 준비하려면 다른 부모들보다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대학원생인 박은경(23)씨는 5년째 교수님과 친구들에게 아들의 존재를 알리지 못했다. 미혼모에게 쏟아지는 질타를 겪을 만큼 겪었기 때문에 따가운 시선이 아들에게까지 향할 것을 생각하니 두려웠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은경씨는 “주변 사람들이 ‘이혼 가정에서 자란 사람과는 연애하고 싶지 않다’거나 ‘사랑받지 못한 애는 티가 난다’고 얘기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면서 “내 아이에게 이런 아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가난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미래다. 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딸(3)을 키우는 이민정(21)씨는 안정적인 새 직장을 구하려고 자격증을 10여개나 땄지만 취업이 쉽지 않다. 민정씨는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면서 “지금 사는 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 5살 난 아들을 둔 엄마 이지혜(24)씨는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을 여유가 없다”면서 “대우가 열악해도 채용해 주는 회사가 있으면 감지덕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부모 자립지원 단체인 킹메이커 배보은 대표는 “‘어린데 어떻게 부모 노릇을 할 수 있느냐’는 등 대안 없이 비난하는 것은 어린 부모들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들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자신들의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19세 미만 부모 빚 대물림 막자” 조례 제정 나선 부산 중구

    “19세 미만 부모 빚 대물림 막자” 조례 제정 나선 부산 중구

    김시형 구의원 전국 첫 발의… 제정 전망부산의 한 위탁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A(16)군에게 2년 전 한 신용정보회사로부터 숨진 엄마 빚 5000만원을 갚으라는 연락이 왔다. A군은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고 심지어 떠돌이 생활을 한 엄마가 사망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졸지에 신용불량자가 될 형편이었다. A군을 돌보던 시설 원장은 이런 딱한 사실을 알고는 김시형(더불어민주당) 부산 중구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 의원의 노력으로 A군은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 법원으로부터 한정상속승인을 받아 엄마 빚을 갚아야 하는 어려움에서 벗어났다. 연락조차 안 되는 누나도 혜택을 보게 됐다. 이처럼 아동·청소년들이 사망한 부모의 빚 상속자가 돼 갚아야 하거나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아동·청소년들의 부모 빚 대물림을 방지하고 지원을 위한 조례가 전국 처음으로 부산시 중구에서 제정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조례를 발의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조례는 부산 중구에 사는 19세 미만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조례가 제정되면 사망한 부모의 채무로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에게 가정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모든 행정·법률 지원이 가능하다. 한정승인은 상속 재산 한도 내에서 채무를 책임지겠다는 의사표시로 법원이 내린다. 김 의원은 “부모 빚 대물림 방지 지원 조례 제정으로 아동, 청소년들이 부모가 남긴 빚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빚을 갚아야 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태 조사와 함께 대책이 수립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전라도 한 섬마을에 사는 신지연(21·가명)씨가 18살 때 아기를 낳은 곳은 뭍으로 가는 배 안이었다. 찢어질 듯한 복통 탓에 큰 병원으로 향했다. 임신인 줄 몰랐다. 아니, 임신이면 안 됐다. 대학입시 스트레스를 겨우 버텨내고 이제 곧 졸업인데 억울했다. 갓난아기가 눈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면서 피하고 싶었던 악몽은 현실이 됐다. 미혼모 시설에 가 있으면 데리러 오겠다고 한 남자 친구는 일주일, 한 달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직감했다. 꼼짝없이 내가 이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구나. 신지연씨는 그렇게 엄마가 됐다. 부모가 된다는 건 대다수에게는 축복이지만 신씨처럼 누군가에게는 비극이다. 특히 아무 대책 없이 어쩌다 부모가 된 청소년에게는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다. 지난해 청소년 기본법상 청소년(9~24세)이 낳은 출생아 수는 모두 1만 4600명. 같은 해 태어난 또래(32만 6900명)의 약 4.4%다. 출생신고가 안 돼 투명인간처럼 키워지거나, 조부모의 호적에 올려졌거나, 출생과 동시에 버려진 아기들까지 합치면 2만명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출생아 16명 중 1명은 청소년이 낳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무시할 수 없는 숫자지만 청소년 부모는 여전히 낯선 존재다. 어린 부모들은 ‘사고 친 아이’, ‘미숙한 부모’라는 싸늘한 시선 앞에 움츠러들고 죄인처럼 숨는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모의 삶을 이른 나이에 짊어진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청춘들은 인간관계의 단절과 힘든 취업, 심리적 위축감, 생활고에 허덕이며 산다. 이들의 고통은 그대로 자녀에게 전이된다. 서울신문은 어버이날인 오늘 사회가 애써 눈감아 온 청소년 부모의 삶을 추적한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시리즈를 시작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기획한 이번 취재를 통해 전국의 청소년 부모 100개 가정을 대면과 서면 등으로 심층 인터뷰했다. 준비 없이 가정을 꾸린 이들의 생활과 구조적인 원인을 들여다봤다. 고통과 빈곤의 대물림을 끊기 위한 대안도 찾아봤다. 첫 회에서는 극단적인 출산 공포 속에 아기를 유기하거나 사망케 해 범죄자로 전락한 청소년 부모 20여명의 이야기를 판결문 등을 통해 살펴봤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1070명의 아이가 버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훨씬 많다. 또 유기범죄 통계로 잡히지 않는 베이비박스에 맡긴 영아는 매년 200명 선이다. 베이비박스를 찾은 부모 중 10대와 20대의 비중은 64%였다. 서울신문은 또 어린 부모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일부터 5일간 성인 500여명에게 의견을 물었다. 응답자의 52.6%는 ‘청소년 부모가 정상적으로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청소년이 낙태나 입양을 선택하는 것은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사회는 무방비 상태에서 부모가 된 그들의 미숙함을 지탄하면서도, 임신의 책임을 오롯이 짊어지라는 모순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시기(24세 이하) 아이를 낳아 키우는 젊은 부모(또는 아이를 홀로 키우는 미혼모나 미혼부)들의 사연을 취재해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이거나 주변에서 젊은 부모들의 삶을 목격하신 분 중 이들이 겪는 어려움, 복지·행정 제도의 미비점 등 여러 사연을 알고 계시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강남 3구 아파트 절반 30~40대가 사들였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절반 이상은 30, 40대가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1분기 강남 3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652건 가운데 30, 40대가 사들인 경우는 361건으로 분석됐다. 전체 거래량의 55.4%에 이른다. 연령대별로 30대는 137건, 40대는 224건을 차지했다. 50대는 144건, 60대는 68건, 70대 이상에서 35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20대 이하도 21건을 차지했고 기타(법인, 공공기관 등) 23건의 매매가 이뤄졌다. 30, 40세대 아파트 매매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초구였다. 서초구는 1분기 160건의 아파트 매매 건수 가운데 30, 40대 구매 건수가 96건으로 이 지역 거래량의 60.0%를 차지했다. 강남구는 54.8%(239건 중 131건), 송파구는 53.0%(253건 중 134건)를 30, 40세대가 사들였다.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을 놓고 보아도 30, 40세대의 구매력이 커졌다. 전체 1421건 가운데 30대가 5326건(26.7%)을 사들여 가장 많았다. 40대는 1394건(26.2%)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아파트 구매의 주축 세력은 40대였다. 30대 매입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은 노원구(172건), 구로구(97건), 성북구(97건), 강서구(83건), 도봉구(81건) 순이었다. 아파트를 포함한 모든 주택의 연령대별 거래량은 40대(3516건·21.7%), 50대(3483건·21.5%), 30대(2931건·18.1%)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젊은층의 아파트 구매력이 커진 원인으로 고소득·전문직 맞벌이 부부 증가를 꼽는다. 자산 대물림(증여)도 30, 40세대의 아파트 소유를 늘렸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 팀장은 “기본적으로 젊은층에서도 고소득 가구가 많아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가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가족에게서 아파트 구매 자금을 지원받은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나루히토 일왕 즉위… ‘레이와 시대’ 열렸다

    나루히토 일왕 즉위… ‘레이와 시대’ 열렸다

    일본에 나루히토(59) 일왕 시대가 1일 개막했다. 아키히토(86) 일왕이 스스로 물러난 데 따른 것으로, 일본의 연호도 1일 0시를 기해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변경됐다. ●퇴위 아키히토 “새 시대 많은 결실 기대” 아키히토는 30일 도쿄 지요다의 왕궁 내 영빈관에서 예식을 갖고 공식 퇴위했다. 2016년 8월 고령을 이유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지 2년 9개월 만이다. 사망이 아닌 본인 의사에 따른 일왕의 생전 퇴위는 202년 만이다. 그는 퇴위예식에서 “새로운 레이와의 시대가 평화롭고 많은 결실을 보게 되기를 왕비와 함께 진심으로 바라며, 우리나라와 전 세계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새 일왕은 1일 오전 10시 30분 즉위예식을 갖고 제126대 일왕의 자리에 오른다. 많은 일본 국민들은 일왕 및 연호 교체를 들뜬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다. ‘잃어버린 20년’, ‘동일본 대지진’, ‘옴진리교 사린가스 테러’ 등으로 대표되는 헤이세이 시대의 어두운 기억들을 떨쳐내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한 일본’을 추구하는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 군비 확장, 과거사 부정, 교과서 왜곡 등 행보가 한층 가속화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왕위 대물림을 계기로 ‘천황제’(일왕제)의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분출되고 있다. 천황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은 30일 도쿄 신주쿠에서 “퇴위로 천황제를 끝내자”며 집회를 가졌다. 새 일왕 즉위 당일에도 왕궁 근처 긴자에서 관련 집회 및 거리 행진이 있을 예정이다. ●文 “양국관계 발전 기여에 감사” 서한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아키히토 일왕에게 재위 기간 중 한일 관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데 사의를 표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이 밝혔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전쟁 경험 없는 새 일왕… ‘아베 우경화’ 맞서 목소리 낼까

    전쟁 경험 없는 새 일왕… ‘아베 우경화’ 맞서 목소리 낼까

    일본 내 한국에 대한 반감 고조 상태 나루히토 일왕 우호적 발언 어려울 듯 4년 전 아버지와 동일한 역사관 드러내 즉위 초기 우경화 억지력·메시지 중요 ‘헌법 개정 숙원’ 아베 7월 참의원 선거 일왕 즉위·새 연호 정치적 활용 가능성30년간 지속돼온 아키히토 일왕의 ‘헤이세이’(平成·연호) 시대가 막을 내리고 1일부터 나루히토 일왕의 ‘레이와’(令和) 시대가 개막되면서 향후 일본 사회에 나타날 변화와 한일 관계의 영향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왕은 제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상징적인 존재’로 규정돼 정치 행위 등이 금지돼 있는 만큼 이번 일왕 교대로 한일 관계에 특별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 내 반감이 고조돼 있는 점도 한일 관계 개선과 관련한 일왕의 역할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본 내 대체적인 분위기다. 실제로 그동안 아키히토 일왕이 했던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들은 당시의 한일 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토 고타로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아키히토 천황(일왕)이 과거 백제 왕족과의 연관설 등 발언을 했을 때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모두 한국과 관계가 좋았던 시기임을 알 수 있다”면서 “현재와 같이 한일 관계가 얼어붙어 있고 일본 내 한국에 대한 정서가 나쁜 상태라면 나루히토 천황도 우호적인 취지의 발언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에 대한 공세적인 태도를 한껏 강화해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점도 이번 일왕 대물림이 한일 관계에 특별한 변화 요인이 되기는 어려운 요인이다. 아베 총리는 오는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과 개별회담을 추진하지 않는 방향을 검토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루히토 새 일왕이 즉위 초기에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는 아버지와 달리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전후세대다. 아키히토 일왕이 상징적 존재로서의 한계 속에도 아베 총리의 우경화 흐름에 대해 일정 수준 억지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자신이 갖고 있는 철학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정부와 여당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느냐가 관심사다. 우선 한국 식민지배에 대해 아버지가 언급했던 반성의 태도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아키히토 일왕은 1990년 5월 노태우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 “일본에 의해 초래된 불행한 시기에 한국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94년과 1998년 각각 일본을 방문한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한반도의 여러분들에게 다대(多大)한 고난을 안겼다’, ‘이에 대한 깊은 슬픔’ 등 전향적인 표현을 썼다. 나루히토 일왕은 2015년 55세 생일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는 오늘날 겸허하게 과거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중략) 전쟁의 비참한 체험이나 일본이 걸어온 역사를 정확하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아버지와 동일한 생각을 드러냈다. 개헌에 대해서도 “지금의 일본은 전후 헌법을 기초로 삼아 쌓아 올렸고 평화와 번영을 향유하고 있다”고 말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향후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아베 총리가 새 일왕 즉위와 새 연호 선포 분위기를 이용해 ‘강한 일본’을 앞세운 자신의 행보를 가속화·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숙원인 헌법 개정에 가장 중요한 고비가 될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 이번 왕위 대물림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1일 연호를 ‘레이와’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업적 홍보에 주력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는 일본 고전인 ‘만요슈’를 출전으로 하는 ‘레이와’가 연호로 채택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새 일왕 즉위를 겨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새로운 시대 1호 국빈’으로 초청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상징적인 존재로 헌법에 명시돼 있는 일왕을 정치적으로 한껏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도들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일본 언론들의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 1일 연호 발표 이후 5% 포인트 정도씩 상승했다. 도쿄신문은 “다른 나라의 전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 해석 변경을 비롯해 안보 법제 정비, 사실상의 항공모함 보유, 적 기지 공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 배치 등 아베 정권이 계속해서 내놓는 정책은 ‘평화주의’를 흔들고 있다”고 우려하는 사설을 헤이세이의 마지막 날인 30일 게재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최장 10일 연휴… 새 일왕맞이 들뜬 열도

    최장 10일 연휴… 새 일왕맞이 들뜬 열도

    202년만에 생전 왕위 교체·긴 연휴에 축제 4일 첫 행사 앞두고 테러 경계 수위 높여 200여년 만의 국왕 생전 교체를 앞두고 일본 열도가 들썩이고 있다. 새로운 ‘레이와’(令和·차기 일왕 시대의 연호) 시대에 대한 기대감 속에 사상 최장인 10일 연휴가 지난 27일 시작됐다. 일본 치안당국은 테러 가능성 등에 대비해 경계수위를 바짝 높이고 있다. 아키히토(86) 일왕이 30일 퇴위하고 다음날인 5월 1일 아들 나루히토(59) 왕세자가 왕위에 오른다. 이로써 1989년 1월 8월 시작된 ‘헤이세이’(平成·아키히토 일왕 시대의 연호) 시대는 30여년 만에 막을 내리고 레이와 시대가 열린다. 이로써 국왕 생전 교체는 202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 국민들의 관심은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 후 처음으로 밝힐 소감에 쏠리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즉위 후 첫 소감으로 “여러분과 함께 헌법을 지키고 평화와 복지 증진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실제로 그는 재위 기간 중 ‘전쟁 없는 일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15일 일본의 2차대전 패전일에 열린 희생자 추도식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달리 “과거를 돌이켜 보며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일본 열도는 전반적으로 들떠 있는 분위기다. 그동안은 일왕이 사망한 후에야 왕세자가 즉위했기 때문에 무거운 기운이 강했지만 이번에는 양위를 통한 대물림이어서 사정이 다르다. 퇴위일·즉위일이 휴일로 지정돼 지난 27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10일을 쉬게 된 것도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대물림 행사를 앞두고 도쿄 지요다의 왕궁 주변은 경계 수위가 대폭 올라갔다. 일본 경찰은 나루히토 왕세자가 일왕으로서 일반 국민을 처음 만나는 5월 4일 행사에 15만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아키히토 일왕의 경우 즉위 관련 행사가 열렸던 1990년 ‘천황(일왕)제’ 반대 세력이 주도한 크고 작은 공격이 143차례나 일어났다. 아키히토 일왕 부부의 카퍼레이드가 벌어지는 길가에서 폭죽이 터지기도 했다. 이번에도 나루히토 왕세자의 조카인 히사히토(13) 왕자의 교실 책상에서 지난 26일 흉기가 발견됐다. 히사히토는 나루히토의 동생인 후미히토(54)의 외아들로 왕위계승 서열 2위가 된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한국인 원폭 피해 2세대 8.6% 장애…“유전 될까봐 결혼·출산도 포기했다”

    한국인 원폭 피해 2세대 8.6% 장애…“유전 될까봐 결혼·출산도 포기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9.5% 달해 1·2세대 모두 “사회적 차별 경험”“아들 결혼할 때 여자 집에서 내가 원폭(원자폭탄) 맞았다는 걸 알게 된 거라. 그래서 파혼했다. 그다음부터는 원폭 맞았다는 얘기를 안 했고 아들은 다른 여자한테 장가갔다.”(원폭 피해자 1세·80대 남성) “딸은 결혼을 안 한다고 해요. 원폭 피해가 유전될 수 있다고 절대 안 한다고요. 그래서 결혼에 관심도 없어요.”(원폭 피해자 2세·60대 여성) 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노출된 한국인 피해자들의 고통이 대물림되고 있다. 원폭 피해자 1세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녀까지도 피폭의 영향이 유전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결혼을 단념하거나 출산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폭 피해자의 자녀란 이유로 파혼당한 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자 1·2세대 모두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높았다. 이 때문에 피해 사실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세대 피해자의 23.0%는 장애가 있었고, 36.0%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으며 이들의 월평균 가구 수입은 138만 9000원이었다. 장애와 가난은 2세대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2세대 피해자 8.6%가 장애가 있다고 답했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9.5%였다. 이는 우리나라 35~74세 일반인의 장애인구 비율이 5.9%, 전체 인구 대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이 3.5%인 것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치다. 피해자 2세인 70대 남성은 “온몸이 가려워서 병원에 갔더니 ‘상세불명의 피부병’이라고 진단했다”며 “자반증이 온몸에 다 있고, 국민학교 다닐 때부터 다리 피부에 부스럼이 났다”고 토로했다. 원폭 피해 1·2세는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피해자 자녀 등의 피폭 영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피해자 2세인 50대 여성은 “실태 조사라도 잘돼서 우리의 고충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정부에서도 지금까지 무관심했지만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기준 원폭 피해자로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생존자는 2283명이다. 1945년 당시 한국인 원폭 피해자 규모는 7만명으로, 이 중 4만명이 피폭으로 사망했고 생존자 중 2만 3000명이 귀국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당신은 어릴 적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당신은 어릴 적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란 삶에 대한 환상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일임이 분명하다.’(김현 ‘누군가 창문에 입김을 불어 쓴 글씨’ 중) 어떤 시절을 거쳐 시인은 어른이 될까. 혹은 어른이 되지 못했을까. 열두 명의 시인이 10대 시절과 지금에 대해 시와 산문을 겹쳐 쓴 ‘교실의 시’(돌베개)를 펴냈다. 2010년대에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 1980년대생인 열두 명의 시인은 ‘교실’이라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아이가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10대 시절의 기억·감각·감정,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관해 들려준다. 서효인 시인은 폭력이 대물림된 중학교 교실에서 ‘나는 죽었다’고 썼다. 학생들에 대한 선생님의 구타가 일상화된 교실에서 위 학년은 아래 학년을, 강한 학생은 약한 학생을 때렸다. 시인은 1996년 그곳에서 함께 했던 동년배들이 사회 곳곳으로 나가 혐오가 혐오인지 모르고, 폭력이 폭력인지 모르는 무뢰배가 됐을까 우려한다. ‘척’이라는 이름의 시에서 ‘내 이름은 척’이라던 오은 시인은 무수한 척을 거쳐 어른이 됐으나, 어른이 돼도 ‘척할 일’은 도처에 널려 있으며 난생처음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늘 당황한다고 고백한다. ‘어른’이라는 말의 정의에 대해서는 김현 시인의 언술이 가장 명징한 것 같다. ‘타인의 얼굴에서 시간을, 시간에 힘입어 온 기쁨과 슬픔을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이 됐을까. 꼭 어른이 될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과연 어드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 반문하게 하는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슈팅훈련 때 엄청난 팝콘 먹는 스테픈 커리, 29개 경기장 맛 순위까지

    슈팅훈련 때 엄청난 팝콘 먹는 스테픈 커리, 29개 경기장 맛 순위까지

    사진부터 보자. 미국프로농구 최고의 슛도사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가 팀의 홈 구장인 오라클 아레나에서 저유명한 슈팅 연습을 하기 전 사다놓은 어마어마한 양의 팝콘이다. 슈팅 감이 좋으면 경기 날에도 마찬가지다. 경기 전 먹고 하프타임 때 더 비우고, 경기를 끝낸 뒤 또 먹어치운단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다섯 시즌 만에 네 번째 챔피언을 벼르는 커리는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원정 경기를 갈 때도 버스에서 내려 라커룸에 짐을 내려놓은 뒤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팝콘 가게라고 털어놓았다. 스스로도 최근 NBA 선수들의 건강 유지 루틴과 충돌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마구마구 공격을 일삼는(?) 팀의 플레이 패턴에도 제격이고 이미 경기가 있는 날이면 당연히 하는 일이어서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몇년 동안 흐릿한 시야 때문에 고생을 하다 최근에 처방을 받아 콘택트렌즈를 끼고 있는데 이번 정규시즌 마지막 13경기에서 3점슛 성공률이 47.3%로 좋아졌다. 앞서 56경기의 3점슛 성공률보다 5% 포인트 상승했다. 포스트시즌을 통해 팝콘과 새로운 계약 가운데 어느 것을 더 선호하느냐고 묻자 그의 답은 간단했다. “팝콘이 1A, 새 계약이 1B” 어릴 적부터 팝콘을 좋아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아버지 델도 NBA에서 16시즌을 뛴 선수 출신인데 팝콘 중독을 맏아들에게 대물림했다. 지금 샬럿 호네츠 중계진으로 일하는데 집에서 농구 경기를 볼 때면 스테픈과 동생 세스(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어울려 팝콘을 우적댔다. 델은 “지금도 경기 중계를 마치고 간식으로 먹는다”고 했다. 델은 아들 스테픈과 달리 경기 전에는 버터와 소금 범벅인 팝콘을 먹을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고 했다. 아버지와 같은 세대의 또다른 슛도사 출신 스티븐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몇십년 동안 NBA에서는 경기 전 뭔가를 먹는 것을 금기시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에너지바, 땅콩버터와 젤리가 들어간 샌드위치 같은 것들을 훈련 구장 테이블이나 라커룸에 갖다놓는 것이 일상화됐다. 그러나 커리로 하여금 마음껏 어느 지점에서나 슛을 던지라고 부추기는 커 감독은 팝콘 먹는 것을 막지않는다고 했다. “그는 무엇을 하든 그가 필요로 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 된다. 그게 내 조언이다.” 커리의 슈팅 훈련을 준비하는 브루스 프레이저 부코치는 색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아버지의 경기 모습을 보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경기장을 드나든 커리에게 팝콘이란 내 집처럼 편안한 경기장에 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심리적 안전장치란 풀이다. 오죽했으면 자신이 먹어본 29개 다른 팀 경기장의 팝콘 맛을 평가한 “파워 랭킹” 표까지 만들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 기자의 주문에 따라 그는 시즌 전에 1위부터 29위까지 순위를 매긴 표를 만들었다. 신문의 엉뚱한 주문에 해보겠다고 답한 커리는 청결도, 염분, 식감, 버터, 사은품 등 다섯 가지 항목으로 나눠 채점하는 정성까지 보탰다. 그가 팝콘 맛이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한 경기장은 댈러스 매버릭스의 아메리칸 에어라인 센터로 총점 만점 25점에 24점을 받았다. 꼴찌는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와 레이커스가 홈으로 쓰는 스테이플 센터로 10점에 그쳤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백석예술대학교 “학대로 고통 받는 피해자 ‘예술치료’로 회복”

    백석예술대학교 “학대로 고통 받는 피해자 ‘예술치료’로 회복”

    백석예술대학교(총장 윤미란)가 (사)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회장 신의진)와 상호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각종 폭력으로 인한 학대 예방과 피해자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1일 백석비전센터 11층 회의실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백석예대 윤미란 총장을 비롯해 김성호 대외협력부총장, 정성수 백석예술단장, 최용범 사회복지학부장, 최무열 뮤지컬공연기획전공장, 김맹진 산학협력단부장과 (사)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 신의진 협회장, 박승천 이사장, 이희엽 부회장, 한욱 이사, 김성욱 기획실장, 허규·신동미 홍보대사, 가수 김장훈 등이 참석했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에 따라 △폭력·학대 근절 및 예방을 위한 활동과 대상의 치료 및 성장지원 △사회공헌·참여 봉사활동·입법 지원 및 정책 제언 △홍보 및 프로모션 공동 진행 △합동전략 수립 및 연계 마케팅 수행 등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백석예대 윤미란 총장은 “우리대학은 ‘이웃과 하나님과 함께 하는 대학’이란 모토 아래 사람을 변화시키는 교육에 힘 쏟고 있다”며 “가정·학교·직장 내 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사전교육으로 가해자 발생을 막고 피해자들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일조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백석예대가 음악·디자인·외식산업 등 다양한 전공을 지닌 만큼, 교수들은 물론 학생들도 힘을 합쳐 여러 예술 치유사업을 개발하는 등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사)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 신의진 회장도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피해자들을 위한 제도나 정책이 매우 미미한 실정이지만, 대신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새 인생을 사는 피해자들의 사례가 많다”며 “이 같은 기적을 바라보며 백석예대와 손잡고 폭력의 대물림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일본 1일 오전 11시 30분 새로운 연호 발표...‘헤이세이’ 시대 종막

    일본 1일 오전 11시 30분 새로운 연호 발표...‘헤이세이’ 시대 종막

    현 아키히토 일왕 시대의 연호인 ‘헤이세이’(平成)를 이을 차기 연호가 1일 발표된다. 서기 연도 이외에 국왕의 대물림에 따라 연호를 바꾸는 거의 유일한 국가인 일본에서 다음 시대를 이을 명칭 공표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접고 새로운 장을 여는 매우 중요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일본 정부는 1일 오전 임시 각의(국무회의)에서 차기 연호를 무엇으로 할지 최종 결정한 뒤 11시 30분 공식 발표한다. 내부 논의 끝에 30년 전 오부치 게이조 당시 관방장관이 했던 것처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정부 대변인)이 발표를 직접 담당한다. 이어 30분 후인 낮 12시 아베 신조 총리가 새 연호의 의의 등을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발표한다. 연호가 바뀌는 것은 오는 4월 30일 아키히토 일왕이 건강상 등 이유로 퇴위하고 다음날(5월 1일) 나루히토 왕세자가 즉위하는 데 따른 것이다. 일본은 왕이 바뀌면 연호도 교체한다. ‘헤이세이’는 현 아키히토 일왕이 1989년 1월 왕위에 오르면서 선포한 연호로 올해 ‘헤이세이 31년 4월 30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연호 공표를 앞두고 일본 사회의 관심은 이번에는 중국 고전에서 탈피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645년 첫 연호인 ‘다이카’(大化)로부터 ‘헤이세이’에 이르기까지 247개 연호 중 의미가 확인 가능한 것들의 출처는 모드 중국 고전이었다. 일본 정부는 국문학, 한문학, 일본사, 동양사 등 4개 분야의 학자들에게 연호 선정을 의뢰했다. 학자들이 각자 2~5개의 안을 제시하면 정부가 최종적으로 몇개 후보를 추려 각의에서 확정하는 방식이다. 아베 총리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의 고전도 포함시켜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를 둘러싼 의견은 갈리고 있다. 자민당 내 보수세력은 일본 고전에서 선정되기를 바라는 열망이 강하지만, 지금까지의 전통대로 하면 되지 굳이 일본의 고전에 얽매일 것은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이번 연호 공표 시점을 놓고 일본 정부 안에서는 상당한 격론이 오갔다. 직전 히로히토 일왕(연호 ‘쇼와’)까지는 거의 대부분 부친의 사망에 따른 아들의 계승이었기 때문에 발표 시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직접 시점을 정하는 것이어서 상황이 다르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정부측은 가급적 일찍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보수파들은 차기 일왕 즉위 이후에 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측은 “새 연호를 미리 공표함으로써 국민생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도였고, 보수파는 “한 명의 왕에게는 한 개의 연호만을 둔다는 이른바 ‘일세일원’(一世一元)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 절충점으로 1개월 앞선 4월 1일로 확정됐다. 차기 연호가 공표되면 지방자치단체는 주민표(주민등록등본에 해당) 발행이나 연금 관련 절차 등에 쓰이는 정보시스템 변경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일본 정부는 이런 작업이 나루히토 왕세자 즉위 전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우리나라에서 ‘일자리 질’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일까

    우리나라에서 ‘일자리 질’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일까

    서울·대전 일자리 질 가장 좋아전남·경북·전북은 하위 지역 속해서울 강북 강남 양극화 심각“계층 이동성 약화는 지속가능 사회발전 저해”전국 17개 시·도 중 일자리의 질이 가장 좋은 곳은 서울과 대전이었다. 반대로 전남·경북·전북은 하위 지역으로 꼽혔다. 서울 안에선 강북과 강남의 일자리의 질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29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지역의 일자리 질과 사회적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일자리의 질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상위계층은 주로 수도권의 도시지역이나 지방 대도시에 집중적으로 분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자리 질 지수를 산출한 결과 상위 39개 시·군·구 중 80%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고용정보원은 통계청의 인구통계등록부와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조사를 활용해 ‘지역 일자리 질 지수’(LQEI)를 산출했다. LQEI가 1 이상이면 ‘상위’, 0~1 미만이면 ‘중상위’, -1~0 미만이면 ‘중하위’, -1 미만이면 ‘하위’ 지역이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5년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서울(1.928)과 대전(1.482)의 일자리 질 지수가 가장 높아 상위 지역에 속했다. 반면 전남(-1.663), 경북(-1.117), 전북(-1.091)은 일자리 질 지수가 -1을 넘지 못하면서 하위 지역으로 꼽혔다. 같은 해 시·군·구 단위로 보면 전국에서 가장 일자리의 질이 좋은 곳은 서울 서초구(3.212)였고 가장 나쁜 곳은 경북 의성군(-1.509)이었다. 서울만 놓고 보면 소득, 직업, 학력 등 일자리의 질과 관련된 모든 측면에서 강남과 강북의 양극화가 심각했다. 일자리의 질이 좋은 ‘핫스팟’은 강남 지역(강남·송파·서초·동작·용산·영등포구 여의도동)을 포괄했다. 반면 일자리의 질이 나쁜 ‘콜드스팟’은 강북 지역(도봉·강북·노원·성북·동대문·중랑·은평구 북부·강서구 서부·구로·금천) 전반이 포함됐다. 전국 252개 시·군·구를 보면 일자리 질 지수가 1이 넘는 상위 지역은 총 39곳이다. 이 중에서 32곳(82%)이 서울 종로, 경기 수원·용인·성남·과천 등 수도권이었다. -1이 넘지 않는 하위 지역 54곳은 대부분 비수도권의 군 단위 지역이었다. 보고서를 만든 이상호 고용정보원 지역일자리지원팀장은 “일자리의 질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계층 분포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중돼 있음을 통계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면서 “양질의 도시 인프라가 대물림되면서 세대 간 계층 이동성을 약화시키면 나아가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매개로 사람과 장소 중심의 접근을 통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문 대통령 지지도 43% 최저치…인사청문회 ‘탈세, 가장 용납 못해’

    문 대통령 지지도 43% 최저치…인사청문회 ‘탈세, 가장 용납 못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43%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9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주보다 2%포인트 떨어진 43%로 집계됐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직무 긍정률 43%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다. ‘직무를 잘 못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46%로 전주 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직무 부정률이 긍정률을 앞선 것은 지난해 12월 셋째주, 올해 3월 둘째주에 이어 세번째다. 연령별로 보면 직무 긍정률은 20대(49%), 30대(52%), 40대(54%)에서 부정률을 상회했다. 50대(긍정률 41% vs 부정률 48%)와 60대 이상(25% vs 62%)에서는 부정률이 더 높았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76%), 서울(46%), 인천·경기(42%), 대전·세종·충청(38%), 대구·경북(32%), 부산·울산·경남(31%) 순으로 긍정 평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77%, 정의당 지지층의 70%는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91%, 바른미래당 지지층은 70%가 부정적이며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도 긍정률 22%, 부정률 54%로 부정적 견해가 더 많았다. 긍정평가 이유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14%), ‘외교 잘함’(9%), ‘개혁·적폐 청산·개혁 의지’(8%) 등이 꼽혔다. 반면 부정평가 응답자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36%), ‘북한 관계 치중·친북 성향’(16%),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일자리 문제·고용 부족’, ‘외교 문제’, ‘과거사 들춤·보복 정치’, ‘인사(人事) 문제’, ‘최저임금 인상’(이상 3%) 등을 이유로 꼽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도 전주보다 2%포인트 떨어진 35%를 기록,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포인트 상승한 22%로, 새누리당 시절이던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대조를 보였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한국당 지지율은 작년 11월 평균 22%에서 올해 3월 평균 36%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보수층의 한국당 지지율은 36%에서 50%로 올랐다. 한국갤럽은 “한국당의 지지도 상승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보수층의 시각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의당은 1%포인트 상승한 10%,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각각 6%, 1%로 집계됐다. 한편 과거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주 거론된 6개 문제 중 가장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물은 결과 ‘탈세’가 57%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동산 투기’(38%), ‘취업 비리’(33%), ‘병역 기피’(26%), ‘위장 전입’(11%), ‘논문 표절’(5%) 순으로 나타났다. ‘탈세’는 50대 이하에서 용납할 수 없는 문제 1순위로 꼽혔고, ‘부동산 투기’는 고연령일수록, ‘취업 비리’는 저연령일수록 많았다. 갤럽은 “특히 탈세나 취업 비리 등은 부 또는 권력의 대물림과 연관성이 높다는 점에서 젊은 층의 부정적 인식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26일에서 28일까지 사흘간 전화조사원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에 응답률은 16%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학벌주의 논쟁 불 붙인 서울대생 펜 판매

    한 졸업생 페북 글 “수요 있으니 팔아” 학생들 “사회 가치 훼손 말아야” 반박 전문가 “문제 자각 못하는 사회 단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요가 있는 물건을 파는 게 잘못인가요?” 서울대의 한 창업동아리가 서울대생이 쓴 손편지와 펜을 대입 수험생들에게 판매하려고 해 논란을 빚은 가운데 지난 27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자신을 서울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이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손편지가 마약·총기·독극물처럼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기꺼이 살 사람이 있는 물건을 파는 게 왜 죄가 되느냐”고 썼다. 또 “20대 초반이 되도록 변변한 성취 하나 없는 사람이 많은데, 허벅지를 찔러 가며 공부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에 온 정도면 자긍심을 가질 만하지 않은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벌 상품화가 싫으면 신입생이 입고 다니는 과잠(학과 점퍼)을 모두 벗겨 불태우시라”고 항변했다. 글을 본 학생들 사이에서는 “물건을 파는 건 죄가 아니지만, 가치 판단 문제는 남아 있다”는 반박이 나왔다. 한 학생은 “물건을 사고파는 게 허용되려면 사회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지 따져야 한다”면서 “마약 판매가 투약자 외에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지만 불법인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학벌주의가 왜 문제인지도 모르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벌이 신앙 수준으로 커졌다”면서 “서울대생이 쓰던 펜을 쓰면 마치 초자연적인 힘이 나와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전에도 탑돌이, 새벽 기도 등 합격을 위한 주술적 요소는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상품화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력은 더이상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부모로부터 대물림되는 것인데, 이를 모르고 학벌 상품화가 왜 나쁘냐고 묻는 건 ‘수요가 있으니 무기를 팔겠다’는 무기 판매상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서울대 창업동아리는 ‘중고나라’와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수험생을 위해 서울대생이 쓴 응원의 손편지와 볼펜을 판매한다”는 홍보 글을 올렸다가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고 글을 삭제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학벌 상품화가 왜 나빠?”...도덕 논쟁된 ‘서울대생 펜’ 논란

    “학벌 상품화가 왜 나빠?”...도덕 논쟁된 ‘서울대생 펜’ 논란

    창업동아리, “서울대생 쓰던 펜·손편지 판매” 글 올렸다 비난졸업생 “살 사람 있는 물건 파는 게 왜 죄가 되나” 옹호전문가 “수요 있으니 무기 팔겠다는 꼴”“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요 있는 물건을 파는 게 잘못인가요?” 서울대 한 창업동아리가 서울대생이 직접 쓴 손편지와 펜을 수험생 등에 판매하려다 논란을 빚은 가운데 “학벌 상품화가 문제가 되느냐”를 놓고 때아닌 학벌주의 논쟁이 벌어졌다. 27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자신을 서울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한 글쓴이가 “손편지가 마약·총기·독극물처럼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기꺼이 살 사람이 있는 물건을 돈 받고 파는 게 왜 죄가 되느냐”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세상에는 20대 초반이 되도록 변변한 성취 하나 쌓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은데, 질풍노도의 시기에 허벅지 찔러 가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에 온 정도면 자긍심을 가지고 자랑할 만하지 않은가”라면서 “그렇게 학벌 상품화가 싫으면 학교 기념품점에 야구 배트를 들고 가서 서울대 로고가 박힌 기념 초콜릿을 때려 부수고, 신입생이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다니는 것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모두 벗겨내 불태우고, 대치동 학원가에 가서 서울대 출신이라고 광고하는 강사를 모조리 끌어내시라”고 항변했다.이에 학생들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논리에서 물건을 파는 건 죄가 아니지만, 가치 판단은 남아 있다”는 반박이 나왔다. 한 학생은 “어떤 물건을 사고파는 게 허용되려면 사회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지 따져야 한다”면서 “마약 역시 투약자 외에는 누구에게도 피해주지 않지만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학벌주의가 왜 문제인지도 모르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학벌이 신앙 수준으로 커진 것”이라고 짚었다. 최 교수는 “서울대생의 펜을 쓰면 마치 초자연적인 힘이 나와서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면서 “이전부터 탑돌이, 새벽 기도 등 명문대 합격을 향한 주술적 요소는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학생 스스로가 상품화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학력은 더 이상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재산처럼 부모로부터 대물림되는 것인데, 이를 모르고 학벌 상품화가 왜 나쁘냐고 묻는 건 ‘수요가 있으니 무기를 팔겠다’는 무기 판매상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서울대 한 창업동아리는 24일 ‘중고나라’와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수험생을 위해 서울대생이 직접 쓴 응원의 손편지와 볼펜을 판매한다”는 제목으로 판매 홍보 글을 올렸다. 이들은 게시물에서 “수험생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드리고자 서울대생들이 직접 손편지를 쓰고, 공부할 때 사용한 펜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편지와 서울대생이 공부할 때 사용한 펜, 서울대 마크가 그려진 컴퓨터용 사인펜 등을 묶음으로 7000원에 판매하겠다고 소개했다. 해당 게시물이 알려지고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나오자 해당 동아리는 홍보 글을 삭제하고,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사과문을 올리며 해당 사업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미국판 스카이캐슬’… 입시 코디, 수년간 뒷돈 283억원 챙겼다

    ‘미국판 스카이캐슬’… 입시 코디, 수년간 뒷돈 283억원 챙겼다

    유명배우·CEO 학부모 등 50명 연루 예일대 등 명문대학 7곳에 부정입학 대입시험 감독관·코치 감독 등 매수 성적 바꿔치기에 운동경력 위조까지 브로커 소유 비영리재단서 뇌물세탁지난 8년간 2500만 달러(약 283억원)에 달하는 뒷돈을 받고 미국 부유층 자녀를 명문대에 부정 입학시킨 입시 브로커의 행각이 드러나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조지타운, 예일, 스탠퍼드,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UCLA) 등 유명 대학 7곳과 유명 TV 스타,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등이 연루됐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성공시켜 부를 대물림하려는 미 상류층 부모의 엇나간 욕망이 불러온 전대미문의 입시 비리로 평가된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메사추세츠주 연방지방검찰청이 공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 33명, 대학 코치 10명, 대입시험 관리자 4명, 입시 브로커 3명 등 50명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검찰은 이들을 사기공모·공무집행 방해·탈세 등 12개 혐의로 기소했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20년형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다만 검찰은 이번 사건을 입시 브로커를 통한 학부모와 대학 코치·대입시험 관리자 간 공모로 보고 부정 입학한 학생과 대학 측은 입건하지 않았다. 미국 사상 최대 규모 입시 비리의 중심엔 입시 브로커 윌리엄 싱어(58)가 있다. 그는 대입 컨설팅 회사 ‘엣지 칼리지 앤드 커리어 네트워크’와 비영리재단 ‘키월드와이드’를 운영하는 입시 컨설턴트지만 미 대학수학능력시험(SAT)·학력고사(ACT) 감독관과 대학 코치·종목 감독 등을 매수해 성적을 위조하고 운동 경력이 전무한 학생을 체육특기생으로 조작한 대가로 2011년부터 지난달까지 학부모들로부터 모두 2500만 달러를 챙겼다. 부정 입학을 위해 시험지 유출과 살인까지 저지르는 국내 드라마 ‘스카이캐슬’ 입시코디 김주영과 닮았다. 싱어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고 유죄 확정 시 최대 징역 65년형과 벌금 125만 달러 등이 선고될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싱어가 소유한 비영리재단은 학부모가 건넨 뇌물을 세탁하는 통로였다. 세탁된 돈은 스탠퍼드·조지타운 등 대학 측 공모자에게 건네졌다. 예일대에 축구 특기자로 합격한 여학생의 부모는 120만 달러(약 13억 6000만원)의 뇌물을 건넸으며 이 중 40만 달러가 대학 축구팀에 전해졌다. 비리가 집중된 전공 종목은 배구, 수구, 요트 등이라고 NYT는 전했다. 한 학부모가 제공한 최대 뇌물액은 650만 달러였다. 싱어의 조언에 따라 학습장애가 있는 것으로 위장한 학생은 사전에 매수된 감독관이 있는 특별시험장에서 시험을 치고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 합격했다. 감독관의 성적 바꿔치기 덕분이었다. 그 대가로 부모는 7만 5000달러를 냈다. 심지어 싱어는 다른 사람을 내세운 대리 시험을 치게 하기도 했다. 성적 바꿔치기나 대리 시험은 한 건당 1만 5000~7만 5000달러에 거래됐다.싱어에게 자녀의 부정입학을 의뢰한 학부모 가운데 인기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출연한 펠리시티 허프먼과 시트콤 ‘풀하우스’에 나온 배우 로리 러프린 등 TV 스타·할리우드 배우도 포함됐다. 러프린은 두 딸을 USC 조정팀에 넣어주는 대가로 찬조금으로 가장한 사례금 50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의 CEO 더글라스 호지 등 기업 CEO들도 다수 있었으며 변호사, 의사, 교수 등 직군이 대부분이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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