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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더위 식힐 스릴러 영화 잇달아 개봉…‘추격’, ‘무당’, ‘탈출 게임’이 극장가 살릴까

    무더위 식힐 스릴러 영화 잇달아 개봉…‘추격’, ‘무당’, ‘탈출 게임’이 극장가 살릴까

    조우진 배우가 주연을 맡은 도심 추격 스릴러 ‘발신제한’이 개봉 첫날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최대 성수기 여름 시즌을 맞은 극장가에선 또 다른 스릴러 영화들도 속속 개봉을 앞두고 있다. ‘추격’과 ‘무당’, ‘탈출 게임’ 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관심이 쏠린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권오승 감독의 ‘미드나이트’는 한밤중에 재개발단지에서 벌어지는 살인범과의 추격전을 다뤘다. 청각 장애가 있는 경미(진기주 분)가 피를 흘리며 도움을 요청하는 소정(김혜윤 분)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칼에 찔린 소정을 도와주려던 경미는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 분)의 새로운 표적이 된다. 경미는 살고 싶다는 의지로 도망치지만, 도식의 발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불리한 상황으로 관객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영화는 ‘악마를 보았다’(2010), ‘신세계’(2012), ‘마녀’(2018) 등 흥행작을 제작한 페퍼민트앤컴퍼니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 4월 공유·박보검 주연의 SF 블록버스터 ‘서복’과 마찬가지로 극장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동시에 공개돼 성패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다음 달 14일에는 태국의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랑종’이 개봉한다. ‘곡성’(2016)의 나홍진 감독이 시나리오 원안을 쓰고, 태국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피막’(2013)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이국적 풍광을 배경으로 긴장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는 태국 북동부 이산 지역의 산골 마을에서 대를 이어 조상 대대로 ‘바얀신’을 모시는 랑종(무당) ‘님’이 조카 ‘밍’의 이상증세가 심해지는 등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가족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다. 집안, 숲, 산, 나무, 논밭까지 존재하는 모든 것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이산 지역 사람들의 믿음은 깊게 뿌리내린 토속 신앙이다. 마을 곳곳에 자리한 신당과 제사를 위해 바쳐진 제물들의 모습, 깊은 숲 한가운데 자리한 석상 등 이국적인 정경이 공포와 어우러져 몰입감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랑종’과 같은 날 개봉하는 미국 애덤 로비텔 감독의 ‘이스케이프 룸 2: 노웨이 아웃’은 방 탈출 게임을 소재로 한 ‘이스케이프 룸’(2019)의 속편이다. 전편에서 실시된 출구 없는 탈출 게임에서 살아남은 조이(테일러 러셀 분)와 벤(로건 밀러 분)이 게임을 설계한 의문의 조직 ‘미노스’의 실체를 밝히고자 뉴욕에 도착한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남자에 휘말려 지하철에 갇히게 되고 살아남으려고 목숨을 건 탈출 게임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전기가 흐르는 지하철, 물이 잠기는 방, 모래사장 늪에 빠지는 모습 등 전편보다 자극적인 위기 상황과 화려한 볼거리에 관심이 집중되는 작품이다.
  • “차라리 죽고싶어요” 유리조각 삼킨 12살 꼬마 [형제복지원 생존자, 다시 그곳을 말하다]

    “차라리 죽고싶어요” 유리조각 삼킨 12살 꼬마 [형제복지원 생존자, 다시 그곳을 말하다]

    12년간 수용인원 총 3만 8000여명, 공식 사망자 513명. 1970~1980년대 국가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던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 사태는 1987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34년이 지난 지금,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생존자 13명은 지난달 20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법원에 낼 진술서를 쓰는 과정 또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반드시 쓰여져야 할 글이었다. 서울신문은 매주 1명씩 이들의 증언을 기록으로 남긴다. 귀가 중 경찰에 폭행당한 뒤 형제복지원으로“너 집 나왔지?” 1984년 당시 12살 꼬마였던 김의수(49)씨 앞에 경찰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친구 집에 놀다가 집에 가는 길”이라는 김씨의 말을 무시한 채 뒤통수를 때리고 정강이 걷어찼다. 그리고는 억지로 부암2파출소로 끌고 가 작은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새벽녘에 몽둥이를 든 건장한 남자들이 들이닥쳤고 경찰들은 그들의 손에 김씨를 넘겼다. 그렇게 김씨는 ‘탑차’에 실려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다. 그곳은 지옥이었다. 매일같이 구타를 당했고 얼차려를 받아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극히 드물게 매를 맞지 않은 날엔 오히려 더 큰 불안감과 공포감이 엄습했다. 밤새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 앉아 아이들의 신발을 빨고 청소를 했다. 고통의 나날이 계속되자 어떤 날은 죽으려고 유리를 삼켰다. 다행히 목에 걸려 토악질로 뱉어냈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흐르고서야 형제복지원을 나갈 수 있었다. 이미 호적은 말소된 상태였고 한동안 부모님도 찾을 수 없었다.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고 집을 찾으려면 관공서나 경찰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또다시 형제복지원 같은 곳에 끌려갈까 두려웠다.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도 두려움에 신고할 수 없었다. 결국 한동안 노숙자 생활을 했다. 이후 우연히 가족을 찾았고, 가정도 꾸렸다. 하지만 김씨는 그 누구도 자신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구타로 얼룩진 온몸은 만신창이가 됐고, 정신적 트라우마로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 그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 인정과 잃어버린 존엄성을 되찾는 일이다. 아래는 김씨의 진술서 전문. ※원문에서 일부 표현만 다듬어 그대로 옮겼습니다. [진 술 서] 제목: 형제복지원 피해자 진술서 성 명 : 김의수 진술내용 : 1984년 2~3월경 저는 친구 집에서 놀다가 저희 집으로 귀가하던 길이였습니다. 저 멀리 순경과 방범대원이 보였고 그들은 길을 가던 저를 불러세웠습니다. 시간은 밤 8시경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저는 순경 앞으로 걸어갔고 그들은 “너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친구네에서 놀다가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순경은 저의 뒤통수를 치며 말했습니다. “너 집 나온 것 같은데. 집 나왔지?” 라면서 저를 잡아끌고 가려 했습니다. 저는 저항을 했지만 그들은 구둣발로 제 정강이를 찼습니다. 그리고는 부암2파출소로 끌고 갔습니다. 저는 죄도 없는데 왜 그러느냐고 집으로 보내달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저를 거꾸로 매달아서 콧구멍에 고춧가루 물을 붓는다는 협박과 함께 저를 구타했습니다. 그러다 한 순경이 저의 팔을 잡아서는 긴나무 의자에 앉히고는 의자 손잡이와 저의 한쪽 손에 수갑을 채웠습니다. 그렇게 저는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쯤 잠이 들었을까. 웅성거림에 잠에서 깨었고, 앞을 보니 파란 운동복에 모자를 쓰고 몽둥이를 들고 있는 건장한 남자들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저를 가리키며 “저놈 데려가면 됩니까”하니 순경은 “데려가라”고 했습니다. 파출소에서 나와보니 검정색 형제원 탑차가 있었습니다. 차량 안에는 이미 나이가 든 술취한 아저씨와 아주머니, 저 또래의 이이들 잡혀 있었고. 그 사람들과 함께 형제복지원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처음에는 신입소대에 머물렀고 소지품 검사부터 알몸 검사까지 받았습니다. 그렇게 형제원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두 달 정도 신입소대에 있으면서 형제원에 대한 수칙들을 배웠습니다. 찬송가, 주기도문, 군가, 애국가, 국민교육헌장, 재식 훈련 등을 배웠습니다. 배우다 조금이라도 틀리면 매를 맞고 기합을 받고 구타를 당했습니다. 어른의 큰 손으로 아이 뺨 때려 고막 터지기도...매일같이 반복된 폭행그런 기본적인 것을 배우고 난 후 다른 소대로 전방된다고 하며 피복 창고 앞으로 모이게 했습니다. 파란 운동 한 벌과 청바지, 티와 신발, 칫솔, 수건 등을 주었고 수용번호까지 받았습니다. 그렇게 아동 소대인 28소대로 전방됐습니다. 그곳에는 소대장, 분대장, 조장, 서무가 소대 안을 통제했습니다. 군대식으로 통제를 했지만 그곳은 지옥이었습니다. 하나가 잘못하면 단체로 기합을 받고 매를 맞았습니다. 지적 질을 당한 아이는 더 심한 기합과 구타를 당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불침번을 서야 하며 누가 도망 모의를 하는지 감시도 해야 했습니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간부들에게 찍히거나, 밤에 이불에 오줌싸는 아이, 도망 모의를 해서 걸리거나 하면 꼴통으로 낙인찍힙니다. 그러면 다른 아이들보다 더한 고통을 받게 됩니다. 저는 늘 꼴통으로 찍혔고 심한 인권침해를 당해야 했습니다. 한 달에 20일은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고, 매일같이 기합을 받고 밤새도록 침대 밑을 닦았으며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 앉아서 소대 아이들의 신발을 빨아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치질도 걸리고 감기도 자주 걸렸습니다. 그렇게 비염도 생겼습니다. 어른들의 손으로 아이의 뺨을 때리니깐 잘못하면 귀도 터집니다. 그 무렵 개금분교(형제복지원 내 운영된 학교시설)를 다녔습니다. 우리(형제복지원)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개금분교는 형제원안에 있습니다. 제대로 된 공부는 늘 부족했습니다. 수업은 자주 빠지게 되었습니다. 기합을 받느라 수시로 강제노역을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강제노역은 이러합니다. 시멘트, 자갈, 모래 등을 날라야 했습니다. 그렇게 아동소대에서 2년, 5~6학년을 졸업했고 청소년 소대로 넘어갔습니다. 14소대로 넘어가서는 낮에는 봉제공장을 다녔고 밤에는 야학 공부를 했습니다. 다 형제원 안에서 다녔습니다. 기합을 주고 죽을 만큼 구타하는 것은 아동소대나 성인소대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루라도 구타 안 당하면 오히려 더 불안...죽으려고 유리 삼켜 어린 나이에 지옥 같은 형제원에 끌려가서 잘 먹지도 못하고 강제노역 기합 구타를 당하니 몸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을 지경입니다. 하루라도 기합이나 구타를 안 당하면 오히려 이상해서 무엇인지 더 불안했고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고통스러운 날이 많으니 어떤 날은 죽으려고 유리도 삼켰지만 목에 걸려 토악질로 뱉어낸 적도 있습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형제원에서 지옥 같은 일들을 당했고 하루하루 생존에 버텨왔습니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그해 6월경에 부산 송도 소년의집으로 넘어갔습니다. 그곳에 도착하여 저는 집이 있으니 보내달라고 했으며 큰집으로 귀가 조치되었습니다. 호적은 말소됐고 주민등록증도 없이 몇 년 동안 살아야 했습니다. 부모님이 이사를 가셔서 찾지를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여기저기 몸이 아파도 일을 해야 했고 공장을 다니면서 일을 해주고도 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가족 찾고 가정 꾸렸지만...그 누구도 고통과 트라우마 온전히 이해못해 돈을 달라고 하면 “주민증도 없는 것들”, “빨갱이로 신고한다”며 협박을 했기에 늘 일을 해주고도 도망 다녔습니다. 왜냐하면 또 다시 그런 곳에 잡혀갈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노숙자 생활도 하게 됐습니다. 집을 찾거나 주민증을 만들려면 관공서나 경찰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저는 그들을 믿을 수 없었기에 그런 것은 포기하고 형제원에 있었단 사실조차 숨기며 살았습니다. 몇 년이 지나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부모님을 찾게 됐고 같이 살게 됐지만 가족 간에 유대감이 없어 늘 다투기만 했고 융합은 잘 안 됐습니다. 배움이 부족했기에 학원을 다니며 검정고시를 준비했습니다. 중·고등 과정을 시험 쳤습니다. 그러던 중 연애를 고 아이 아빠가 되었지만 아이 엄마는 떠나버렸습니다. 이유는 제가 생활력이 부족하단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제 차지였고 홀로 아이를 키웠습니다.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은 신체가 멀쩡하게 보이는 젊은 사람(본인)을 이해하지 못했습니. 제가 정신적·육체적으로 얼마나 힘이 들었던 사람인지 어느 누구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형제원 안에서 몇 년의 고통이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 입니다. 휴유증은 이렇습니다. 머리를 많이 맞아서 두통이 심하며 왼쪽 귀는 터졌고, 알레르기 비염이 있고, 왼쪽 어깨와 왼쪽 엄지 마디를 다쳤습니다. 허리는 3. 4. 5번 디스크이며 성장기에 강제노역을 해서 고관절도 상했습니다. 왼쪽 무릎은 도망치다 4층 높이 되는 담에서 뛰어내려 물렁뼈가 좋지 않습니다. 오른쪽 아킬레스건도 큰 돌에 찍혔습니다. 물구나무를 서서 기합받을 때 (그들이) 저의 다리를 잡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는데 맞은 편 침대 앵글에 찍혔습니다. 그래서 많이 걷거나 쪼그려 앉을 때 찢어질 듯 아픕니다. 정신적 트라우마로 우울증 약과 수면제를 복용하고 정신과를 다닙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소송은 저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지금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배상을 받아서 사회적 치료와 잃어버렸던 저의 존엄성을 찾아주십시오. 저의 아픔을 아들에게 대물림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형제복지원 피해자 김의수형제복지원 사건 어디까지 왔나 형제복지원을 운영한 고(故) 박인근 원장은 1989년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2018년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무죄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비상상고를 신청했지만 지난 3월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다만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고 정부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다.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첫 손해배상 소송에 제기한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는 현재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1차 소송에 참여한 13명은 모두 입·퇴소 증빙자료가 준비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이러한 증거가 없어 피해사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는 비용 부담 때문에 소송 참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해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피고인석 나란히 앉은 조국·정경심…변호인 “입시비리 규범 정립없이 재판 진행”

    피고인석 나란히 앉은 조국·정경심…변호인 “입시비리 규범 정립없이 재판 진행”

    조국(56)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59) 동양대 교수가 11일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등 혐의로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정 교수가 2019년 9월 조 전 장관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끝날 무렵 검찰에 기소된 지 2년여 만이다. 이날 두 사람의 변호인은 자녀 입시비리 혐의와 관련해 “(입시비리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 전에 규범이 만들어지고 재판이 이뤄지는 게 공정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고 하는데 조국, 정경심에 대해서만 이렇게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 마성영 등)는 11일 오후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에 대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날 오전에는 조 전 장관과 박형철·백원우 전 청와대 비서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에 대한 공판갱신절차가 진행됐다. 박 전 비서관 은 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조치를 이유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오후에는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등 혐의에 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해당 혐의로 함께 기소된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는 이날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변호인들과 얘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정 교수의 다른 1심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이 증인으로 채택돼 한 법정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피고인석에 함께 앉은 건 처음이다.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자녀들의 입시를 위해 허위 활동 증명서나 수료증 등을 발급해 고교 생활기록부 기록 업무를 방해했다고 봤다. 이 때 “‘위조의 시간’에 허위 경력들이 만들어졌다”며 최근 조 전 장관이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을 떠올리게 하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해외 대학에 재학중이던 아들의 시험문제를 함께 풀어주며 해당 학교의 사정업무를 방해한 혐의, 아들의 대학원 입학을 위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소속됐던 법무법인 청맥으로부터 허위 활동증명서를 발급받은 혐의, 추후 이를 위조해 대학원 입학사정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을 설명했다. 특히 충북대에 제출한 청맥 인턴활동증명서의 경우 “최강욱도 ‘발급한 바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조 전 장관이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면서 재산공개 대상이 됐음에도 공동자산이었던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등의 주식을 매각하지 않은 점, 차명으로 주식을 부여했던 점 등을 언급하며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지 않은 채 공직자 윤리위원회 위원들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사모펀드와 관련해 증거 위조 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설명한 뒤 두 사람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변호사가 증인석으로 나와 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을 맡은 지 벌써 2년이 되어가는데 오늘 드디어 두 피고인이 같이 법정에 섰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검사는 오늘도 공소사실을 얘기하며 ‘7대 비리’ ‘위조의 시간’을 말했다. 다른 재판에서도 ‘부의 대물림’ 등을 언급하며 이 사건이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흔드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고 지적하며 “법정에서는 공소사실에 준하는 용어를 사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이 사건은 ‘조국 낙마 작전’ ‘검찰개혁을 저지시키기 위한 작전’이라는 (지적도) 있다”며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 중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 재판이 이뤄지는 것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생활기록부와 외부 활동 내용을 중시하던 입시 시스템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다. 김 변호사는 “2019년 여름 한 고등학생에게 사실확인서를 써준 적이 있다”면서 “그 땐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그것이 업무방해인지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입시비리 관련) 문제들이 무엇이었는지와 관련한 규범들이 만들어진 뒤 이 재판이 이뤄졌어야 공정한 게 아닌지 (생각한다)”면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고 하는데 조국, 정경심에 대해서만 이렇게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하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혐의가 사실이 아닌 점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국민 절반 “여유자금 있으면 부동산에 투자…땅보다는 집”

    국민 절반 “여유자금 있으면 부동산에 투자…땅보다는 집”

    국민 절반가량은 여유자금이 있다면 부동산에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부동산을 통한 부의 대물림은 국민 대다수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상속·증여세 강화에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국토연구원은 7일 발간한 국토정책 브리프에 ‘2020 토지에 관한 국민 의식조사’ 결과를 요약해 담았다. 조사는 연령에 따라 프리 베이비붐(66세 이상), 베이비붐(57∼65세), 포스트 베이비붐(42∼56세), 에코(28∼41세) 등으로 구분한 것이 특징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7.7%는 여유자금 투자처로 부동산을 꼽았다. 부동산 중에서는 주택·건물(30.5%)을 토지(17.2%)보다 선호했다. 예금에 투자하겠다는 답은 26.3%, 주식 22.4%, 개인사업 1.4% 순이었다. 부동산 투자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비중이 40.0%로 가장 높았다. 특히 에코세대는 아파트 선호 비중이 50.7%로, 다른 세대보다 높았다. 연구원은 “앞으로 아파트에 더 많은 투자 쏠림 현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2006년 조사에서도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답이 57.4%로 1위였는데, 이때는 토지가 29.9%, 주택·건물이 27.5%로 ‘땅’에 투자하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14년 전 여유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은 9.4%였으나 지난해 조사에서는 2.4배 높아졌다. 개인사업을 하겠다는 비율은 14년 전 7.5%에서 지난해 1.4%로 급감했다. 부동산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을 개인이 누리는 것이 문제라는 답은 87.7%에 달했다. 다만, ‘양도소득세가 높다’는 의견은 2006년 54.9%에 이어 지난해에는 58.7%로 나타났다. 특히 에코세대는 ‘개발이익이 모두 개인의 몫’이라는 항목에 18.0%가 그렇다고 답해 베이비붐세대(10.9%)와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부동산을 통한 부의 대물림 현상에 대해서도 88.9%가 문제라고 답했다. 첫 집 마련(구매·임차) 자금을 부모로부터 지원받은 경험은 에코세대가 32.5%로 포스트 베이비붐세대(26.8%)나 베이비붐세대(18.0%), 프리 베이비붐세대(15.8%)보다 높았다. 상속·증여세가 부의 대물림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은 65.1%에 달했다. 그러나 여전히 상속·증여세 수준이 높다는 의견이 60.8%로 절반을 넘겼다. 부동산 정책·규제를 통해 공정한 시장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조치에 대해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여야 한다는 응답은 34.3%였으며 현실화율이 80% 이상이면 된다는 응답은 57.7%였다. 70%까지만 높이면 된다는 응답도 42.3%로 조사됐다. 2006년 조사에서 ‘종부세 부과 기준과 세율이 높다’는 의견은 74.8%였지만 이번 조사에서 종부세 과세 대상 확대와 세율 상향에 찬성하는 비율은 각각 69.4%, 63.9%로 나타났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착각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착각

    “당신이 먹은 것이 무언인지 말해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들어 봤을 이 말은 19세기 프랑스의 법관이자 미식가였던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이 한 이야기다. 그는 이 문구가 후세에 수없이, 그리고 아마도 영원히 회자될 거란 걸 당시 짐작이나 했을까. 브리야사바랭의 말은 전가의 보도처럼 쓰인다. 특히 식품 판매자들이 즐겨 사용하는데 그들은 ‘먹는 것이 곧 나다, 그러니 건강하고 좋은 식품이나 식재료를 사서 먹어야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그의 말은 먹는 것이 중요하니 잘 먹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 사람의 음식 취향을 통해 그 사람의 신분이나 경제력을 알 수 있다는 게 본래 뜻이다. 즉 고상한 미식가라면 상대방이 먹는 음식을 통해 어떤 신분 또는 소양을 가진 사람인지 금방 유추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관점에서는 다소 속물적으로 들리지만 당시엔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어떤 음식이 좋고 훌륭하고 그것을 어떻게 먹고 즐겨야 하는지에 관한 ‘미식 행위’는 프랑스 혁명 후 자본과 함께 권력을 획득한 부르주아의 다양한 유흥거리 중 하나였다. 기존의 지배층을 대신해 새롭게 사회적 영향력을 손에 쥔 부르주아들은 그들과 다른 이들을 구분해 줄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취향이었다. 취향은 문화 계급을 나누는 유용한 수단이었고, 그 판단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음식이었다. 음식이 단지 허기를 채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하나의 사회적 지표가 된 것이다.음식으로 사람을 규정한다는 발상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무리 생활을 하는 순간부터 위계가 만들어진다. 자연스럽게 역할과 직업, 신분에 따라 다른 음식을 먹어 왔다. 수렵 같은 고된 일을 하는 이들에게 지방과 단백질 같은 큰 에너지원이 돌아갔고, 채집과 농사일을 하는 이들에겐 탄수화물이 주된 식단이었다. 공동체마다 규칙이 있겠지만 대개 무리에서 권력을 가진 이들이 더 잘 먹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음식의 역사를 훑어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보인다. 끊임없는 탐식의 역사라는 사실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빈자들은 언제나 굶주렸고 부자들은 과식했다. 빈자들은 언제나 부자처럼 더 먹길 원했고, 부자들은 빈자들이 먹는 음식은 되도록 피하면서 색다른 걸 맛보고 싶어 했다. 유럽에서 향신료는 중세까지 고가의 사치품이었다. 원재료의 맛이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로 향신료를 많이 넣은 음식은 부의 과시이자 신분의 상징이었다. 근대로 넘어오면서 부유해진 중산층이 상류층의 음식 관습에 따라 향신료를 많이 소비하자 상류층은 향신료에 급속히 흥미를 잃었다. 점차 향신료를 덜 넣은 자연스러운 음식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마치 유행의 변화와도 같다. 유행을 주도하는 쪽은 언제나 소비의 정점에 있는 이들이고 대다수는 뒤쫓아 간다.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지금은 모두가 먹는 것에 있어 평등한 시절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평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한 병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로마네 콩티 와인이나 벨루가 캐비어, 화이트 트러플을 즐겨 맛보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그 맛은 물론 존재도 인지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부모의 교육 수준이나 경제력에 따라 자녀가 경험하는 음식 종류와 범위도 달라진다. 해외 경험을 통해 많은 나라의 음식을 먹어 본 이와 낮은 경제력으로 음식의 스펙트럼을 넓혀 가려는 이 사이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부의 대물림마냥 미각도 대물림되는 현실인 셈이다.다행스러운 건 특별한 것을 먹었으니 나도 특별하다는 전근대적 사고를 하는 건 이제 우스워진 세상이 됐다. 자기만족이나 과시를 위한 소비는 스스로 속물이라는 정체성을 보여 줄 뿐이다. 이제는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어떤 생각을 갖고 음식을 대하느냐가 그 사람의 경제적, 사회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는 시대다. 가급적 환경친화적인 식품을, 맛보다 가치를, 개인보다 공동체를 더 생각하는 음식 소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게 요즘 트렌드이자 앞으로의 방향이다. 이 시대의 부르주아들은 ‘무엇’(What)이 아니라 ‘어떻게’(How)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2025년이 되면 브리야사바랭이 그 유명한 말을 실은 ‘미각의 생리학’이 출간된 지 200주년을 맞는다. 브리야사바랭이 아직 살아서 현대를 경험해 본다면 아마 이렇게 문구를 수정하지 않았을까. “당신이 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주겠다.”
  • 보폭 넓히는 김동연 “현금 줄 게 아니라 기회복지를”

    보폭 넓히는 김동연 “현금 줄 게 아니라 기회복지를”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자신만의 복지관을 SNS 통해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전 부총리는 “현금복지가 아니라 기회복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자신만의 복지노선을 제시했다. 김 전 부총리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회와 역할이 주어지면 우리 국민은 신바람 나게 일하고 도전한다”며 이처럼 밝혔다. 여권의 대권주자들이 현금성 복지정책을 경쟁적으로 제시하는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김 전 부총리는 “복지만으로 고용이 늘어나고 임금이 올라가며 주거와 교육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며 “특히 현금복지를 늘린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현금성 복지정책을 비판했다. 김 전 부총리는 “복지국가의 건설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핵심은 소득수준이나 복지수혜에 관계없이 현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기회복지’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으니 부족한 기회를 놓고 전쟁 같은 경쟁을 하게 된다”며 “기회가 고르게 주어지지 않다 보니 부와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문제가 확대되고 있다”고도 했다. 김 전 부총리는 “결국 답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여 국민의 역량과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있다”며 “그 길은 바로 우리나라를 ‘기회의 땅, 기회의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혁신 창업을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리고, 인적자본을 확충·강화하는 데 재정투입을 늘려야 한다”면서 “고졸과 지방대 출신 취업을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교육이나 주거에서도 저소득층과 어려운 분들에게 기회가 많이 갈 수 있는 방안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총리는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란히 대선주자로 러브콜을 보내는 등 여야를 아우르는 잠룡으로 꼽힌다. 다만, 김 전 부총리는 대선 행보를 자제하며 여야 중 어느 곳으로 발걸음을 옮길지 밝히지 않은 상태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내 아들은 엄마 잘못 만난 죄밖에 없어요”…대물림된 반도체 산재 직업병

    “내 아들은 엄마 잘못 만난 죄밖에 없어요”…대물림된 반도체 산재 직업병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임신한 상태에서 일하다 자녀 역시 직업병을 얻은 반도체 산재 피해 여성 노동자 3명이 대물림된 직업병을 인정하는 산재보험법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 반올림은 20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노동자 2세의 직업병을 인정하는 산재보험법의 국회 통과를 요구했다. 전 삼성반도체 노동자인 김은숙씨, 김성화씨, 김혜주씨가 쓴 편지를 이슬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노무사, 문은영 변호사,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대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은숙씨는 19세인 1991년부터 결혼할 무렵인 1998년까지 8년간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2조 2교대로 연속 12시간 일했다. 그는 임신 초기부터 11주 정도까지 반도체 칩을 엑스레이와 육안으로 검사하는 일을 했다. 그는 아이를 출산한 지 5년 뒤인 2004년 갑상성염, 갑상선 기능저하증 진단을 받았고, 2010년 갑상선암, 2011년 류마티즘, 2013년 뇌수막염, 좌측측두엽 뇌전증, 대뇌수도관협착증 및 좌측해마위측증, 2014년 자궁경부 이형성증 진단을 받았다. 은숙씨의 아들은 출생 직후 태변을 보지 못하고 열이 올랐다. 동네 병원 의사는 병명을 알 수 없다고 했다. 나중에 서울대병원을 찾아서야 선천성 거대결장증(대장에 신경이 발달하지 않아 대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기형) 진단을 받았다. 아들은 대장을 잘라내고 소장과 직장을 연결하는 수술을 받은 뒤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은숙씨는 “수술 이후에도 아이는 오랜 세월 수시로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오가는 생활을 했다”며 “다행히 아이는 잘 자랐지만 대장이 없는 불편함은 여전하다”고 했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10년 간 일한 성화씨는 2006년 처음 임신했으나 5~6주차에 유산했고, 2007년 재차 임신해 아이를 이듬해 출산했다. 그는 임신 7개월 때까지 밀폐된 공간인 ‘클린 룸’에서 일했다. 그는 “임신 7개월이 지나 받은 초음파 검사에서 아이에게 기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면서 “아이는 태어난 지 얼마 안돼 선천성 식도 기형이 확인되어 수술을 받았다. 아이가 응급실에 실려갈 때마다 항상 두렵고 미안했다”고 고백했다. 성화씨는 “우리 아이는 신장 한쪽도 없다. 시력과 청력에도 이상이 발견돼 정기적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적장애 진단을 받지 않았지만 또래와 비교해 조금 느린 아이로 자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혜주씨도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2년 이상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했다. 그는 “임신 4개월쯤 정밀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태아의 콩팥 하나가 없다고 했다”며 “그래도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까지 클린룸에서 일했다”고 했다. 그의 아이는 한쪽 신장 결손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이는 방관요관역류와 지방종, 혈뇨 등으로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혜주씨는 “아이의 몸이 자주 붓고 얼굴이 까맣다”면서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약을 복용해야 해 한 달에 약값만 150만~200만원이 들었다고도 했다. 세 사람은 아이의 행복을 바라면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은숙씨는 “국회는 2세 질환에 대한 산재법을 만들어 우리 자녀들이 더 고통받지 않게 해달라”며 “우리 아들은 엄마를 잘못 만난 죄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성화씨는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요즘에도 생각한다”면서 “우리와 같은 또 다른 사람의 사연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혜주씨는 “저 때문에 아이가 아프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일하다가 아이가 아픈 가족들의 존재가 더는 가려지지 않고 드러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인간이 미안해…새끼 범고래 몸에서 ‘금지된 화학물질’ 검출

    인간이 미안해…새끼 범고래 몸에서 ‘금지된 화학물질’ 검출

    바다에 버려지는 인공 화학 물질이 범고래 몸에 들어가 새끼에게까지 전해진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밝혀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진은 가구에서 사용되는 높은 수준의 폴리염화비페닐(PCB)이 범고래 몸 속에 쌓인 뒤 대물림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이 화학 물질은 갓 태어난 범고래 몸에서 발견됐는데 낮은 수준이긴 했지만, 어미로부터 전해진 것임을 시사했다. 사용이 금지된 인공 화학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은 조사 대상인 범고래 8마리의 지방에서 모두 발견됐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7종의 화학 물질이 해양 포유류에서 독성 영향을 나타내는 기준치를 초과한 수준으로 기록됐는데 이는 번식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먹이 사슬 꼭대기에 있는 최상위 포식자가 환경 오염에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노르웨이 범고래의 여러 무리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물림과 신종 오염 물질에 관한 검사를 처음으로 수행하는 것이었다.연구진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약 3년간 해안으로 밀려온 범고래 사체 7마리와 어망에 걸려 숨진 범고래 1마리의 조직 표본을 연구할 수 있었다. 사인을 밝혀내기 위한 부검이 범고래의 체내 화학 성분을 측정할 수 있게 했줬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화학 물질은 범고래의 지방에 축적돼 있었지만, 새끼 범고래의 경우 위 속에 남아 있는 어미의 젖에서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생후 열흘밖에 되지 않은 범고래에게서 화학 물질이 발견된 사례는 해양 포유류 사이에서 이처럼 규제되지 않은 오염 물질이 어미로부터 전해지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끼 범고래의 내분비계와 면역체계는 아직 발달하고 있으므로 발달 장애와 조기 폐사 위험이 커지는 점을 고려하면 화학 물질이 건강 영향 한계치에 근접하거나 초과한 수준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성체 범고래들의 경우 몸 속 화학 물질은 작은 먹이를 먹는 동안 유입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오랫동안 사용이 금지돼 온 폴리염화비페닐은 전 세계에 알려진 범고래의 대다수 개체 수 증가에 잠재적인 위험을 가져온다고 결론지었다. 폴리염화비페닐은 불연성이고 열과 전기 절연 효과가 탁월해 전기 변압기 및 축전기 등의 냉각제, 단열재로 쓰였다. 한때 살충제, 소화제, 밀봉제, 접착제, 도료, 작동액(hydraulic fluid), 윤활제, 가스 터빈, 석유 첨가제, 열 전달액, 무탄소 용지, 탈진제, 방화제, 가소제 등에도 함유됐다. 하지만 1970년대 이들의 독성이 발견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 독성학과 화학’(Environmental Toxicology and Chemistr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노르웨이 범고래 조사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미술과 웹툰, 다른 듯 닮은… 유쾌한 ‘그림 父子’ 이야기

    미술과 웹툰, 다른 듯 닮은… 유쾌한 ‘그림 父子’ 이야기

    아버지의 눈에 자식은 여전히 어리고, 아들 눈에 아버지는 더 나이 들어 보이는 걸까. 주재환(80) 화백은 장난감 안경, 아이스크림콘 모형으로 마흔 살 아들 얼굴을 장난꾸러기 아이처럼 표현했다. 반면 주호민 작가는 주름이 깊이 팬 노인 캐릭터로 아버지를 묘사했다. 아버지는 “우연히 만들었는데 아들을 닮았더라”며 농담했고, 아들은 “난생처음 아버지 얼굴을 그렸는데 더 늙어 보이는 것 같다”며 멋쩍어했다.미술과 웹툰이라는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지만 이미지와 스토리를 결합하는 이야기꾼의 기질과 현실 비판적 시각, 유머감각을 공유한 두 작가가 18일부터 8월 1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첫 공동 전시 ‘호민과 재환’을 펼친다. 개막에 앞서 17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자(父子)는 전시장 맨 앞에 걸린 서로의 초상화 작업을 이렇게 설명했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중퇴한 주 화백은 외판원, 미술전문지 기자 등을 하다 1980년 ‘현실과 발언’ 창립전으로 데뷔했다. 주로 비닐, 캔, 못, 거울 등 버려진 일상 사물들을 재활용해 불합리한 사회 현실은 물론 미술계 내부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작업들을 해왔다. 주 작가는 만화애니메이션학과가 폐지돼 학교를 그만두고는 2005년 군대 경험을 담은 ‘짬’을 발표하며 전업 만화가로 나섰다. 이후 취업난을 겪는 젊은이들의 삶을 그린 ‘무한동력’(2008), 한국의 전통 저승관을 재해석한 ‘신과 함께’(2010)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번 전시에선 회화, 설치, 영상, 웹툰 등 두 작가의 작품 130여점을 통해 공통적으로 내재된 이야기의 힘과 세계관, 표현방식의 대물림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주 화백은 “내 작업은 주제 하나를 깊이 파고들기보다 전라도 음식처럼 다양하고 가짓수가 많다”면서 “관객이 각자 입맛에 따라 받아들이길 원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어렸을 때는 아버지 그림이 그저 재밌기만 했다”는 주 작가는 “사회문제를 다루는 만화 작업을 하면서 심각한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니 아버지가 어떤 경지에 이르셨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집에 살 때는 작품에 대해 간혹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분가 후에는 서로의 작업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단다. 아버지는 “아내가 내 작품보다 아들 작품을 더 좋아한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아들은 “지금까지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글 사진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65년간 해온 갓일은 천직… 아들과 다음 세대로 명맥 잇는 게 소원”

    “65년간 해온 갓일은 천직… 아들과 다음 세대로 명맥 잇는 게 소원”

    “조상 4대째 이어져온 갓일을 천직으로 알고 65년동안 해왔는데 한 점 후회도 없습니다.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갓일전통 명맥이 끊기기 전에 우리 아들과 다음세대로 갓 명맥이 계승돼 갔으면 좋겠습니다.” 증조부 때부터 120년간 4대째 갓일을 이어받아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박창영(79) 중요무형문화재는 14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내년 팔순을 앞둔 중요무형문화재 제4호 갓일 보유자 박창영옹은 전국적으로 갓의 고향인 경북 예천군 예천읍 청복동 돌티마을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레 갓을 접했다. 80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갓을 만들던 전통적인 갓마을로, 박옹의 증조부 박항길 선생 때부터 시작해 조부 박형석 선생이 대를 이어 받았고 백부 박주해 선생과 중부 박월해 선생, 부친 박경해 선생이 모두 갓을 만들었다. 모두 갓방을 경영하며 총모자와 양태 및 갓을 만들어 예천갓의 중심이 됐다. 갓은 예전에 어른이 된 남자가 머리에 쓰던 의관의 하나로 순 우리말이다. 갓을 한자로 입(笠), 흑립(黑笠), 칠립(漆笠) 등으로 표기하는데 검게 칠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흑립이며, 옻칠해 견실하게 만들기 때문에 칠립이다. 근래의 갓은 총대우와 양태에다 성근 명주를 덧씌워 옻칠한 것이 일반적이나 바람이 세찬 해안에서는 총대우에 깁싸개를 하지 않는 음양립을 즐겨 썼다. 갓은 조선시대 말까지 성인 남자는 모두 쓰고 다녔으나 한말 개혁 정책으로 단발령과 함께 근대화로 인해 갓 착용이 줄어들었다. 일제 강점기 중엽까지만 해도 전국 어느 곳에서나 만들었는데 이 중 광복 후까지 활발하게 제작이 성행했던 곳은 경북 예천, 경남 통영, 대구, 전북 김제·남원 등이다.●갓 무형문화재는 박옹을 포함해 전국서 4명뿐 현재 갓 무형문화재는 박옹을 포함해 전국에서 4명뿐이다. 갓 제작은 한번 앉아 아침부터 시작하면 점심때까지 한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7~8시간 동안 계속한다. 까다롭고 섬세한 공정을 모두 익히려면 짧게 잡아도 10년은 족히 걸리는 취약노동이다. 박옹은 갓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먼저 머리카락보다 가는 말총을 작은 쇠갈고리처럼 생긴 바늘로 정교하게 엮은 뒤 먹칠을 해 총모자를 완성한다. 차양 부분인 양태는 대나무를 삶아 쪼개고 문질러 머리카락굵기로 만들어 이은 뒤 다시 명주실이나 대올을 덧입혀 옻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성된 총모자와 양태는 인두질과 아교칠·먹칠·옻칠을 반복하면서 조립해 다양한 갓을 만들어내는 일이 입자장”이라고 덧붙였다. 갓을 만드는 데는 가느다란 대나무로 갓의 테를 만드는 ‘양태일, 말총으로 총모자를 만드는 ‘총모자일’, 양태와 총모자를 맞추어 갓을 완성시키는 ’입자일‘ 등 크게 3가지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한 개의 갓이 완성된다. 동네 이웃에 사는 최경희 소하동 통장은 “우리동네에 이렇게 훌륭한 국가무형문화재가 살고 있는데도 여태 몰랐다”면서, “희귀한 우리 전통문화가 끊기지 않고 주민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광명시에서 집앞에 문화재 현판이라도 달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작도구는 화로와 숯불·인두 등 모두 15가지 내외로, 이 중 가장 중요한 게 트집잡는 인두란다. 마지막은 옻칠로 마무리한다. 대나무 재료는 3년생이 가장 적당한데 참죽과 분죽이 있다. 분죽은 연하고 잘 쪼개지며 참죽은 테두리할 때 사용한다.●명성황후·장희빈 등 사극에 나오는 갓은 거의 박옹 작품 옛날에는 갓을 완성하는 입자일에서 금목, 골배기, 은간짓기· 천개짓기, 트집잡기, 갓모으기 등 4명이 분업화해 갓을 만들었다. 갓 형태미를 완성하는 것은 양태의 완만한 곡선을 잡는 ‘트집’을 잘 잡아야 제대로 모양이 나온다. 10월이 되면 추석명절과 제사철이라 갓이 없을 정도로 잘팔려 대목날이었다. 그러다 60년대 이후 갓이 잘 안팔리면서 생활에 어려움을 느껴 1978년 서울로 이사했다. TV 드라마나 영화 속 사극의 인물들이 갓을 쓰고 나오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방송국을 찾아가 갓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영화 ‘스캔들’에서 주인공 배용준이 쓰고 나온 갓과 KBS 드라마 ‘거상 김만덕’과 ‘태양인 이제마’, ‘명성황후’, ‘장희빈’ 등 사극에 등장하는 갓은 모두 박옹의 작품들이다. 박옹은 “어떻게 알았는지 전국에서 알음알음으로 많은 국악인들이 찾아왔다. 박동진 명창을 비롯해 조상현·송순섭·남상일 명창 등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라며 ,“욘사마 배용준이 스캔들 영화에서 선뵌 갓을 일본사람이 수천만원을 주고 구입해가기도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30년 넘게 서울 독산동에 살다가 10여년 전 광명시로 거처를 옮겼다. 박옹은 복원한 갓 중 가장 자랑스러운 작품으로, 먼저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조선시대 철종어진에서 나온 것으로, 왕이 군복에 착용하는 갓인 전립을 꼽았다. 두 번째로 조선시대 선조때 인물인 약포 정탁이 쓰던 갓을 복원한 것으로, 모자의 높이가 24cm(8치)로 기록에서 나온 갓의 형태와 같다. 양태의 꾸밈은 보통 직선으로 붙여 만드는데 이 유물은 둥그렇게 돌아가면서 죽사가 붙여져 있어 독특한 광택이 난다. ●조선시대 철종어진 갓 복원한 작품 가장 애지중지 세 번째는 박쥐모양갓이다. 박쥐는 행운을 빌어준다고 해서 갓에 새겨넣어 창작한 귀한 작품이다. 명주로 복을 상징하는 박쥐문양을 떠서 양태에 붙였으며 모정(帽頂)에는 선비의 청백리 상징인 옥으로 장식했다. 이 밖에도 갓의 꼭지모양이 둥그러운 작품, 갓 꼭지 크기가 좁고 길다란 작품 등 5개 작품은 팔지 않고 평생 아들에게 물려줘 계승시키고 싶다는 걸작품으로 박옹이 고이 간직하고 있다.2009년 갓일을 배우기 시작한 아들 박형박(47)씨가 5대째 이어오고 있다. 대학에서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석사를 마친 후 단국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박형박씨는 “갓일은 5대째 가계로 이어져 저에게 대물려지고 다음 세대에게 가계로 대물림을 통해 전통이 전승되고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통이 전승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못하는 것 아쉽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갓일은 정적인 작업이라 농악이랑 시설을 같이 사용하면 시끄럽고 일을 집중할 수 없어 부적절하다. 소하초중고교 근처에 있는 소하동 어린이그루터기 공원내 운동시설이 있는데 가능하면 이곳에 통합전수관을 세워 작업공간과 전시관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광명시에 제안했다. ●작은 작업실·전시실 마련해 갓전통 계승하는 게 바람 또 “19세기말 고종시기에 통영갓이 나오는데 실제로 통영갓의 실체는 사실상 없으며 안동·예천·통영 일대 문중에 이전 시기의 갓들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제작과정의 시현 모습을 광명시내 학교마다 학생들에게 보급체험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에 박옹은 “국가가 일정부분 지원하고 있지만 다른 지자체에서는 별도로 대우해 주고 있다. 광명시는 지금까지 아무런 지원이 없으며, 살고 있는 집 앞에 국가무형문화재 존재를 알리는 간판 하나도 없다”고 서운해 했다. 이와 관련해 광명시 관계자는 “그러잖아도 박옹의 작업실 등에 대해 여러 방안을 고민해 왔다. 추경예산을 확보해 놓은 상태로 6월부터는 일정금을 지원해줄 예정”이라며, “2024년 완공되는 광명역 복합문화회관에 무형문화재 작업실과 전시관을 마련해 박옹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해리 왕자 “왕실 생활, 트루먼쇼와 동물원 합친 것 같았다”

    해리 왕자 “왕실 생활, 트루먼쇼와 동물원 합친 것 같았다”

    영국 해리 왕자가 왕실 생활에 대해 “트루먼쇼(영화)와 동물원을 합친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13일(현지시간) 할리우드 배우 덱스 셰퍼드 등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암체어 엑스퍼트’에 출연해 왕실에서 독립하기 전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해리 왕자는 왕실에 “대물림되는 고통과 괴로움이 많았다”면서 “나는 그 순환을 끊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모친인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겪었던 일을 보면서 자신이 왕실 내 “직업”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20대가 되면서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나는 장막 뒤를 목격했고,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봤다”면서 “나는 그것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트루먼쇼’와 동물원에 있는 것을 합친 것”이라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영화 ‘트루먼쇼’는 짐 캐리가 주연을 맡은 1998년 작품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평생 동안 거의 모든 일상이 자신도 모르게 TV로 생중계되는 남성 ‘트루먼’이 진실을 깨닫고 촬영장을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이자 찰스 왕세자와 고 다이애나비 사이의 차남인 해리 왕자는 할리우드 배우 메건 마클과 결혼한 이후 왕실 내 불화설을 겪다가 지난해 1월 독립을 선언하고 미국에 정착했다. 해리 왕자는 이날 방송에서 자신이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고도 털어놨다. 해리 왕자는 메건과 대화하며 이같이 결정했다며 “그녀는 내가 상처받고, 통제 밖의 일로 내가 격분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치료 덕분에 현실을 직시하게 됐고, 자신의 특별한 지위를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들은 해리 왕자 부부가 지난 3월 미국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가진 인터뷰로 파장을 일으킨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온 것이다. 흑인 혼혈인 메건은 당시 인터뷰에서 영국 왕실이 아들 아치의 ‘어두운 피부색’을 우려해 왕족으로 받아들이기를 원치 않았다는 등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충북 진천군, ‘술잔 안 돌리기’ 운동 전개

    충북 진천군, ‘술잔 안 돌리기’ 운동 전개

    충북 진천군은 코로나19 확산 예방과 음주강요 문화 개선을 위해 ‘술잔 안돌리기 운동을 전개한다’고 13일 밝혔다. 군은 이를 위해 오는 26일까지 음식점을 대상으로 술잔 안돌리기 운동 사업장을 모집한다. 신청은 코로나 방지를 위해 테이블 간 칸막이가 설치돼 있고 단체식사와 회식이 가능한 테이블 12개 이상을 갖춘 업소만 가능하다. 군은 희망자가 많으면 군모범음식점, 생거진천 쌀밥집, 향토맛집, 건강음식점, 도모범음식점, 위생등급업소, 대물림업소 등을 우선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군은 신청서가 접수되면 서류검토와 현장 답사 등을 거쳐 다음달 18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선정 업소에는 ‘대화는 돌리고 술잔은 제자리에!’ 문구가 각인된 소주잔과 맥주잔 100세트와 마스크, 절주 건강 포스터가 지급된다. 군은 포스터와 소주·맥주잔을 제작중이다. 군 보건소 관계자는 “코로나를 비롯한 모든 감염병 확산을 막고 회식문화 개선 등을 위해 술잔 안돌리기 운동을 추진하게 됐다”며 “반응이 좋으면 사업장 추가 모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이재명 “아버지 대학 중퇴”…김부선 “서울대 졸업했다더니”

    이재명 “아버지 대학 중퇴”…김부선 “서울대 졸업했다더니”

    이재명 “아버지는 학비 때문에 중퇴한 청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8일 어버이날을 맞아 “공부 좀 해보겠다는 제 기를 그토록 꺾었던 아버지는 사실 학비 때문에 대학을 중퇴한 청년이기도 했다”며 자신의 가정사를 털어놓자, 배우 김부선은 9일 “아버지 서울대 졸업했다더니, 또 거짓말인가”라며 비판했다. 앞서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망했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해 올렸다. 그는 “부모님 성묘에 다녀온 건 지난 한식 때로, 코로나 방역 탓에 어머니 돌아가시고 1년 만에 찾아뵐 수 있었다”며 운을 뗐다. 이어 이 지사는 “공부 좀 해보겠다는 제 기를 그토록 꺾었던 아버지이지만, 사실은 학비 때문에 대학을 중퇴한 청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10대는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며 필사적으로 좌충우돌하던 날들이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또 이 지사는 “돌아보면 제가 극복해야 할 대상은 가난이 아니라 아버지였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일은 참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며 “그 강렬한 원망이 저를 단련시키기도 했지만 때로는 마음의 어둠도 만들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이 지사는 자신이 고시 공부를 하던 시절, 아버지께서 말없이 생활비를 통장에 넣어주셨다고 말하며 “병상에서 전한 사법시험 2차 합격 소식에 (아버지께서는) 눈물로 답해주셨다. 그제야 우리 부자는 때늦은 화해를 나눴다”고 적었다. 이어 이 지사는 “떠나시기 직전까지 자식 걱정하던 어머니, 마음고생만 시킨 못난 자식이지만 자주 찾아뵙고 인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간이 흘러 어느새 저도 장성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무뚝뚝한 우리 아들들과도 너무 늦지 않게 더 살갑게 지내면 좋으련만. 서툴고 어색한 마음을 부모님께 드리는 글을 핑계로 슬쩍 적어본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부선 “또 감성팔이 나섰군” 이 지사 글을 접한 김부선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감성팔이 나섰군. 네 아버지 서울대 나왔다고 내게 말했었잖아. 눈만 뜨면 맞고 살았다면서. 너의 폭력성은 대물림이야”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김부선은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너처럼 막말하고 협박하고 뒤집어씌우고 음해하진 않는다”면서 “언제까지 저 꼴을 내가 봐줘야 하는지. 진짜 역겹다 역겨워”라고 덧붙였다. 또 “난 너의 거짓말 잔치 때문에 무남독녀를 잃었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고 말하며 “덕분에 백수 4년이 넘었다. 어디서 수준 떨어지게 표팔이 장사질이냐”라고 거듭 비판했다. 김부선 “전두환도 석방시켜 줬는데, 박근혜는 왜 사면 안하나” 최근 김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김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앞서 2일 김부선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래 전부터 궁금한 생각”이라며 “전두환, 노태우도 ‘국민대통합’이란 명분으로 금새 석방시켜 줬는데 박통은 왜 구속 4년이 지나도록 사면이 없는 것일까”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박통이 사람을 죽였나?”라며 “MB처럼 끝까지 거짓말로 국민들을 우롱했나? 문재인 대통령은 과연 말로만 과 포장된 인권 대통령이었던걸까?”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매우 조심스럽습니다”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건 엄밀히 성차별입니다. 법 정신에도 법 형평성에도 시대정신도 역행합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김부선은 서울동부지법 제16민사부(부장판사 우관제)에 출석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언급하며 오열해 주목받았다. 김부선은 “제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인들 싸움에 말려들었다”며 “그 사건으로 남편 없이 30년 넘게 양육한 딸을 잃었고 가족도 부끄럽다고 4년 내내 명절 때 연락이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이 지사에 대한) 형사 고소를 취하자마자 강 변호사가 교도소 간 사이에 수천명을 시켜 절 형사고발했다”며 “아무리 살벌하고 더러운 판이 정치계라고 하지만 1년 넘게 조건 없이 맞아준 옛 연인에게 정말 이건 너무 비참하고 모욕적이어서 (재판에) 안 나오려 했다”고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부선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학대 트라우마 떠안고… ‘月 30만원’ 홀로서기 내몰린 18살

    학대 트라우마 떠안고… ‘月 30만원’ 홀로서기 내몰린 18살

    내년이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송다희(17·가명)양은 수학 학원에 다니고 싶다. 공대를 지원하고 싶은데 수학 점수가 생각만큼 오르지 않아서다. 송양은 다른 친구들처럼 수학 학원을 보내 달라고 말할 가족이 없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빠의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현재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어서다. 지원금을 받아 간신히 월 23만원짜리 영어학원만 다니고 있는데 이마저도 감지덕지다. 송양의 살림살이는 빠듯하다. 고등학교 저녁 급식비를 낼 돈이 부족해 야간 자율학습을 할 때 편의점 라면이나 삼각김밥으로 저녁을 때운다. 공부에 욕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2년 뒤 성인이 돼 쉼터를 나갈 생각만 하면 눈앞이 아득해진다. 송양의 아빠는 학대 사건으로 실형을 살다 출소한 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빠는 그렇게 폭력의 상처와 빚만 남겼다.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피해자들이 만 18세 성인이 되고서도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송양처럼 원가정에 복귀하지 않고 시설에서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하는 학대 피해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진학보단 취업을 선택하게 되고, 양질의 일자리에서 배제되는 악순환에 빠질 확률이 크다. 4일 아동권리보장원 등에 따르면 가정 내 학대나 유기 등으로 보호대상아동으로 지정됐다가 만 18세가 되면서 보호종료된 아동은 지난해 2368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아동복지법 시행령에 따라 보호종료 청소년으로 지정돼 퇴소 후 5년까지 자립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보호종료 3년 내 월 30만원의 자립수당과 500만원 이상의 자립정착금이 나오고, 대학 입학금도 지자체에 따라 150만~500만원까지 지원된다. ●보호종료와 동시에 절반은 기초수급자 그러나 이마저도 받지 않고 연락이 끊기는 보호종료 아동이 5명 중 1명에 이른다. 2019년 기준 자립수준평가 대상자(보호종료 후 5년 이내 아동 1만 2796명) 가운데 연락이 끊긴 사람은 3362명(26.3%)이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범죄에 연루된 삶을 살고 있는지, 지원을 왜 거절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1363명(10.7%)이었고 학업을 포기하고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사람이 4860명(38.0%)으로 가장 많았다. 보호종료 아동의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시설 퇴소 후 당장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아동양육시설 및 공동생활가정을 퇴소한 아동 중에 26.2%가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자였다. 특히 퇴소 1년차 보호종료 아동의 수급자 비율은 45.0%에 이르며 이 가운데 13.3%는 5년이 지나도 수급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보호종료아동 43% 月수입 150만원 이하 취업의 질이 좋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기준 보호종료 아동의 23.7%가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덜 선호하는 직종인 서비스 판매직·단순노무·기능직 등에 종사했다. 사무관리·전문직 종사자의 비율은 13.2%에 그쳤다. 취업해도 고소득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셈이다. 2019년 기준 취업한 보호종료 아동 43.2%의 월평균 수입은 150만원을 밑돌았다. 최근 ‘보호종료 청소년을 위한 개인자립지원 상담사 도입 과제’ 보고서를 작성한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매년 2000여명이 넘게 배출되는 보호종료 청소년들이 빈곤과 학대의 대물림 등 부정적 파생 효과를 만들어 낸다면, 개인의 고단함에 그치지 않고 전체 사회의 비용과 불안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자립지원 상담사 제도를 도입해 기댈 곳 없는 보호종료 청소년에게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학대 피해 아동은 뇌 까지 변해… 한국은 정서학대가 압도적

    학대 피해 아동은 뇌 까지 변해… 한국은 정서학대가 압도적

     학대받은 아동의 뇌는 변화한다. 뇌는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데 유아기 때 학대를 받으면 뇌세포들을 연결하는 연결망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아이의 지능은 물론 성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마음을 다친 아이는 스스로 자물쇠를 건다고 말한다. 사람도 세상도 믿지 못한다. 그 결과 사회 적응도 어렵고, 번듯한 직업을 갖기 힘들다. 그렇게 학대 아동의 피해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아동학대 피해자 치료는 일반 정신과 치료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신문은 4일 조두순 사건 피해자를 상담해 온 신 교수에게서 학대를 당한 아동이 겪는 정신과 육체의 변화에 대해서 들어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학대받은 아동에게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가.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학대를 당한 아이들이 가장 흔하게 걸리는 병은 ‘복합학대증후군’(콤플렉스 PTSD)이다. 대표 증상은 정서와 충동 조절이 안 된다는 점이다. 당연히 대인관계가 어렵다. 콤플렉스 PTSD 부작용 중 가장 많은 게 자살, 자해다. 그리고 집중력이 낮아진다. 사람을 잘 못 믿고, 미래를 너무 암울하게 생각한다. 자신감도 없으니 만성 피로 상태로 살아간다. 실제로 학대로 뇌 구조가 바뀐다. 신체적으론 면역 계통이 안 좋아지고, 만성적 긴장으로 심혈관계도 안 좋다.”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나. “보통 정신과 치료가 잘 안 된다. 약물치료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심리치료 대부분은 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트라우마가 많은 학대 아동은 그 사건을 언어화하는 것 자체도 못 견딘다. 그러니 심리치료는 고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말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예술 기반 심리치료를 해야 한다. 무용, 춤, 뮤지컬 등 심리치료 기법이 들어가야 한다.”-성인이 돼 완치될 수도 있나. “학대 경험을 극복한다고 해도 후유증은 끝까지 이어질 수 있다. 남 보기엔 멀쩡히 잘 살다가 스트레스 조절이 안 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실패해도 목숨을 끊는 사람들 중 정서 학대를 당한 사람들이 많다. 좌절이 생겼을 때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회복 탄력성이 낮은 거다. 한국은 압도적으로 정서 학대가 많다. 학대 피해 트라우마는 의학적으로 치료된다고 말하지만 결국 트라우마로 남는다고 볼 수 있다.” -학대가 대물림되나. “그렇다. 학대는 철저히 대를 잇는다. 무의식적으로 어릴 때 경험한 자기 부모를 닮는다. 그게 인간의 한계다. 의식적으로 엄마처럼 안 할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무의식에선 학대 가해자와 동일화가 많이 일어난다. 학대 대물림 현상을 막기 위해 아동학대 ‘예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개인이 크면서 ‘내가 학대를 당했구나’ 하는 인지가 생기면 너무 다행이다. 감정이 올라왔다가 나중에 아이에게 사과할 수 있고, 후회하면 그때부터 교정이 된다.”-학대 트라우마 치료에도 ‘골든아워’가 있나. “무조건 사건 발생 초기다. 학대 특성상 초기 치료는 학대 보호자로부터 분리를 받는 ‘보호’가 0순위다. 몸을 다치면 바로 치료를 하지만 마음을 다치면 바로 치료를 안 하는 게 문제다. 학대 발생 초기부터 정신과 전문의, 심리학자가 모니터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경영 악화에도 수백억 퇴직금, 출장비는 자녀 유학비… ‘탈세’ 사장님 나빠요

    #1. 창업주 A씨는 경영 사정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연 15억~25억원의 고액 급여를 수령하고, 이 덕분에 퇴직 직전 대폭 증가한 급여를 바탕으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퇴직금까지 챙겨 갔다. 이후 회사를 물려받아 사주가 된 아들 형제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지배하는 B사에 인력과 기술을 지원하고선 수백억원 상당의 경영지원료를 크게 줄여 간접적으로 이익을 몰아줬다. 또 직원 출장비 명목으로 수백만 달러를 환전해 해외 체류 중인 가족 유학비로 사용하기도 했다. #2. 건설사 사주 B씨는 아파트 신축 사업 직전에 시행사의 주식을 아무런 사업이행 능력도 없는 초등학생 손자에게 증여했다. 이후 시행사는 전사적인 지원을 받아 성공적으로 분양을 완료해 거액의 이익을 달성했다. 국세청은 B씨의 손자에 대해 시행사 주식 가치 증가에 따른 이익과 관련해 탈세한 증여세와 법인세 수십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27일 근로자와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기업 이익을 사주 일가가 독식하거나 ‘부모 찬스’를 통해 거액의 부를 대물림한 불공정 탈세 혐의자 30명과 그 특수관계인을 포착해 세무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5명은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사주 일가만 고액의 급여나 퇴직금을 수령하거나 무형자산을 일가족 명의로 등록하는 등 기업의 이익을 독식한 탈세 혐의를, 11명은 사주의 자녀가 지배하는 계열사에 개발 예정 부지와 사업권을 현저히 낮은 가격에 넘기거나 상장·투자 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변칙 증여한 혐의를 받는다. 나머지 4명은 기업 자금으로 최고급 아파트나 슈퍼카 등을 구입하거나 도박을 일삼은 혐의가 있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 대상이 특정될 수 있어 밝히기 어렵지만, 공시 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이 일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자의 총재산은 2019년 기준 9조 3812억원으로, 1인당 3127억원이었다. 특히 주식 관련 재산만 8조 8527억원(1인당 2951억원)에 달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팔굽혀펴기 1200회’ 한국해양대 ‘똥군기’ 논란 사과하기로

    ‘팔굽혀펴기 1200회’ 한국해양대 ‘똥군기’ 논란 사과하기로

    신입생 후배에게 팔굽혀펴기 1200회를 하도록 지시해 ‘가혹행위’ 논란이 발생한 한국해양대학교 기숙훈련에 대해 해당 학장이 학생들에게 사과하기로 했다. 제대로 못했다고 300회→800회→1200회 앞서 한국해양대와 일부 학생들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신입생들의 합숙소인 승선 생활 교육관에서 4학년 선배들인 명예 사관이 위생점검을 하던 중 여러 지적사항을 밝힌 뒤 후배들에게 팔굽혀펴기 ‘얼차려’를 시킨 것이 논란의 발단이다. 해당 교육관에서는 한국해양대 해사대 신입생 200여명이 몇 개 분반으로 나뉘어 합숙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시 명예 사관은 위생점검 지적을 받은 후배에게 팔굽혀펴기 300개를 시켰고, 이 과정에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횟수를 계속 늘려갔다. 횟수가 600회, 800회 등으로 늘다가 결국 1200회 지시까지 나왔다는 것이 학생들의 진술이다. 지적을 받은 당사자가 다 못하자 연대책임 형식으로 동기들이 분담해 인당 80여개씩 팔굽혀펴기가 이뤄졌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이를 폭로한 인터넷상의 글에서 “수도꼭지 방향을 제대로 정렬해 놓지 않았다고 기합이 있었다”면서 “(4학년 학생이) 14시간 동안 (팔굽혀펴기 기합을) 1만개도 해봤다고 하면서 너희는 값진 것을 얻었으니 오늘을 꼭 기억하라”는 훈계도 들었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한 학생은 “생활관 2~6층에 학생들이 있는데, 다른 층에서 기합받는 소리가 들리자, 명예 사관이 ‘너희도 꾸부려(엎드려뻗쳐)를 하고 싶냐’고 물었고, 학생들이 ‘하고 싶지 않다’고 하자 ‘동기애가 없다’며 팔굽혀펴기 100개를 시켰다”는 주장도 있었다. 학교 측, 위원회 구성해 진상조사 착수 논란이 확산하자 한국해양대는 본부 차원에서 내·외부위원으로 비상진상위원회를 구성해 ‘군기잡기’ 진상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신입생 학부모에게도 진행 과정을 안내하고 해사대 학장이 신입생을 상대로 사과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얼차려 지시를 내린 4학년 명예 사관은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고, 당일 신입생 교육을 도왔던 선배 학생 모두를 교육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다만 논란이 된 뒤 업무정지된 명예 사관이 평소 후배들을 잘 살피던 선배였다며 안타깝게 여기는 글도 여럿 올라왔다. 1200회 팔굽혀펴기 지시가 시작된 이유에 대해서도 위생점검 당시 수도꼭지 정렬 문제가 나오긴 했지만 이것이 얼차려 지시가 내려진 이유는 아니었다는 반박도 제기됐다. 당시 위생점검이 끝난 뒤 한 후배가 마스크를 내리고 코를 긁었고, 이를 본 명예사관이 차렷 자세 중 움직였다는 이유로 팔굽혀펴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다.한편 논란이 확산된 뒤 한국해양대의 ‘군기잡기’ 문화를 비판하는 의견이 빗발친 가운데 ‘해당 명예사관의 가족’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한국해양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자퇴하라’, ‘팔굽혀펴기 1만개 해보라’ 등 비판이 아닌 조롱에 가까운 인신공격성 글을 올린 이들은 끝까지 추적해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네티즌은 “경위가 어찌 됐든 이슈화가 됐다는 점은 가족으로서 안타깝고 슬픈 일”이라며 “가족으로서 사건의 진실을 덮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진상이 밝혀지고 책임이 따르겠지만 지나친 인신공격과 모욕적인 글로 해당 명예사관이 정신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가해학생만의 책임?…“학교가 방관한 것” 지적도 이번 군기잡기 논란의 책임을 단순히 해당 명예사관에게만 물을 수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선원을 양성하고 교육하는 대학에서 훈육에 대한 지도 방침 없이 개인의 자율에 맡겼기 때문에, 그리고 그러한 배경 속에서 잘못된 훈육 문화가 대물림되어 이어져왔다는 지적이다. 얼차려 지시의 발단이 수도꼭지 정렬이라고 알려졌을 당시 한국해양대 측은 언론에 “배에 사람이 없다는 것은 실종을 뜻하고, 외부 의료지원이 안 되는 고립된 생활이 이뤄지기 때문에 청소 위생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인원점검과 위생점검이 매우 중요하고 엄격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얼차려 지시는 잘못했지만, 엄격한 위생점검은 필수적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수도꼭지 정렬과 위생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 측은 비상진상규명위를 통해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아빠 성 따라야 ‘정상가족’인가요? 비정상적 사회에 물음표 던진 것”

    “아빠 성 따라야 ‘정상가족’인가요? 비정상적 사회에 물음표 던진 것”

    헌재 본안 심사로 넘겨 사회변화 체감구시대적 관습 ‘정상가족 프레임‘ 타파‘부성 우선주의’ 폐지가 정상화 첫걸음 핏줄에 기초한 가족개념 성차별 방치혼인신고 때 자녀 성 결정하는 건 모순스웨덴 등 유럽은 부모 성 중 자유선택“우리 사회는 아버지와 어머니, 자식이 있는 가족의 형태를 법과 제도를 통해 ‘정상 가족’이라는 프레임으로 설정하고 있죠. 이는 미혼모·미혼부 가족을 ‘비정상 가족’으로 내몰고, 심지어 가족이 되고 싶어도 국가가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동성부부 문제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목소리를 낸 궁극적인 목표는 구시대적 관습에 근거한 정상 가족 프레임을 해체하는 것입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1990년대생 이설아(27)·장동현(30)씨 부부가 마이크를 잡았다. 결혼식은 다음달 30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할 예정이지만 결혼식에 앞서 지난해 12월 구청에서 혼인신고부터 먼저 하면서 법적 부부가 됐다. 그러나 이들은 혼인신고 과정에서 접한 제도의 부당함에 결국 헌재를 찾았고, 결혼 자금까지 털어 ‘부성(父姓) 우선주의’를 명시한 민법 제781조의 위헌 확인을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서울신문은 지난 8일 부부를 다시 만나 직접 목소리를 내게 된 배경과 이들이 꿈꾸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결혼 비용으로 헌법소원 낸 90년대생 부부 “이틀 전에 변호사님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우리 사건이 헌재 본안 심사로 넘어갔다고요. 사실 우리 부부와 변호사님도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설마 이게 본안으로 가겠어? 각하하겠지만 그래도 화두라도 던져 보자’면서 시작했거든요.” 남편 장씨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회견 이후 헌법소원 청구사건 진행 상황을 전했다. 해당 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또 이런 내용을 기자회견까지 열어 밝혔음에도 애초 헌재가 부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장씨는 “헌재 재판관들이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민법 781조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해 줄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정치권을 향해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 헌재를 찾은 것”이라면서 “헌재가 본안 사건으로 심사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 사회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5년 전문이 개정된 현행 민법 781조는 ‘자(子)는 부(父)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한 뒤,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母)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예외적 조항을 두고 있다. 예외 조항은 그해 헌재가 기존 민법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추가됐다. 하지만 장씨 부부는 이마저도 ‘혼인과 가족생활은 양성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고,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명시한 헌법 제36조 1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아내 이씨는 “자녀의 출생신고도 아닌 부부의 혼인신고 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녀의 성을 결정해야 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데, 이마저도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게 디폴트값(기본값)으로 되어 있고, 어머니의 성을 따르려면 별도의 협의서까지 작성해 구청에 내야 한다”면서 “미래의 자녀가 부모 중 누구의 성을 따를 것이냐는 문제에 앞서 사회적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통념에 반대되는 결정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자녀에게 제 성을 물려주는 방안을 남편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아내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하면서 결혼식을 위해 모아둔 자금을 일반적인 결혼식이 아닌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에 써보자는 제안도 더했다. 독서모임에서 이씨를 만난 장씨는 “모임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저와 지향점이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해 금방 가까워지게 됐다”면서 “결혼식도 비싼 돈 들여 식장을 빌려서 진행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돈의 일부로 변호사를 선임해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분야를 위해 쓰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사건을 대리해 진행해 줄 변호사 역시 독서모임을 통해 만났고, 부부의 뜻에 공감한 변호사가 ‘비교적 싼 비용’에 수락해 주면서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기자회견 이후 부부에게는 “역시 너희들답다”라는 주변의 반응과 함께 응원과 지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들은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식도 그냥 헌재 앞에서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하며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한국만 강하게 남은 ‘부계 중심 문화 제도’ 이씨 부부의 문제의식처럼 해외의 사례로 눈을 돌려 보면 한국만 유독 부계 중심 문화가 사회 제도에 여전히 남이 있음이 확인된다.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에서는 자녀의 이름을 정할 때 부모 성 중 하나를 자유롭게 택할 수 있다. 자매에게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번갈아 부여하기도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스웨덴 출신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가족도 이에 해당한다. 그레타는 아버지 스반테 툰베리의 성을 따르고, 그의 동생 베에타 에르만은 어머니 말레나 에르만의 성을 따르고 있다. 한국과 같은 유교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도 한국보다는 자유롭게 자녀의 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이와 관련해 헌재의 사건 심리와 별도로 국회에 계류 중인 ‘부성주의 폐지’ 법안 통과 여론전도 병행할 생각이다. 이씨는 “이미 국회에는 민법 781조의 부성 우선주의 원칙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지난해 8월 발의됐고, 그해 10월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차별 없이 성·본 쓰기 2법’을 발의했음에도 ‘시급한 민생법안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논의 자체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다양한 정의와 세대 규정을 쏟아내고 있는 ‘90년대생 부부’에게 세대론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20대 초반에 기성 정당 정치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이씨는 “기성 정치권과 언론의 관점으로 20~30대를 분석하고, 복잡다단해진 개인의 특성을 특정 성향으로 묶어 평가하는 일반화는 자칫 ‘20대 남성의 보수화’와 ‘20대 여성의 진보화’와 같은 왜곡된 성 대결 구도를 만들게 된다”고 경계했다. ●2030을 특정 성향으로 묶어 성대결 우려 장씨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누군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좌파냐 우파냐’, ‘운동권이냐 아니냐’ 등 너무 극명하고 단순한 프레임만 적용해 온 게 아닌가”라면서 “지금은 관점 자체가 완전히 변했다. 30대 남성이더라도 저처럼 스타트업 업계 종사자가 정치권에 바라는 정책과 대기업 사원이 바라는 정책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정책과 제도 수요자의 관점은 급속하게 변해 가는데 공급자의 관점만 한 군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또 “소위 M·Z세대에 대한 많은 분석이 있지만 저는 ‘가치소비’라는 개념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자본주의 영역과 사회적 가치의 영역은 분리된 개념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 세대들에서는 자신의 소비활동을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분야와 방향에 맞게 하려는 행동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인디 문화·예술인을 후원하는 형식의 소셜플랫폼을 창업한 장씨는 가치소비를 위한 소셜플랫폼 창업도 구상하고 있다. 부부는 인터뷰 말미에 다시 한번 ‘정상 가족 프레임 타파’를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 법률과 제도에 남아 있는 ‘부성 우선주의’ 폐지가 정상 가족의 개념을 깨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아버지나 어머니나 누군가의 성씨를 기준으로 하나의 가족을 개념화한다는 게 무의미한 시대가 됐다”면서 “누구누구 집안 사람, 이른바 핏줄에 기초한 폐쇄된 가족의 개념이 가정 내 성차별이나 폭력의 대물림 등을 방치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자녀를 실제 양육하지도 않았고 사실상 가족이 아닌 사람이 민법상으로만 ‘출산한 어머니’라는 이유로 유산 일부를 가로채는 유명 연예인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이제는 단순히 법과 제도가 규정하는 가족, 특히 혈연주의에서 발생하는 부당함을 말할 수 있는 시대”라면서 “한 개인이 누군가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납짝 납딱 납작만두

    납짝 납딱 납작만두

    밀가루를 반죽해 얇게 민 다음 동그랗거나 길쭉하게 모양을 찍어 고기나 채소로 만든 소를 넣고 빚는 게 만두다. 소로 넣은 고기나 채소로 인해 모양은 가운데가 볼록하다. 이와는 전혀 다른 모양의 만두가 있다. 만두 전체가 납작한 납작만두다. 납작만두는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다. 납작만두는 얇은 만두피가 납작하게 포개어져 있다. 잘게 썬 당면과 부추로 속을 채워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어 물에 한 번 삶은 것을 기름에 튀기듯 지져 내는 게 핵심이다. 대구 납작만두의 역사는 1960년대 초로 올라간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쌀 등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절이었다. 이에 미국산 밀가루가 국내에 대량 유입됐다. 박정희 정부는 분식 장려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새로운 모양과 맛의 납작만두가 만들어진 것도 이때였다. ●재료 마땅치 않았거나 중국만두 싫었거나 납작만두의 탄생 배경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싸고 흔해진 밀가루로 만두피를 만들 여건은 충분했으나 만두소로 쓸 재료가 마땅찮았다. 그래서 보관이 쉽고 씹는 맛을 낼 수 있는 당면을 사용해 만든 게 납작만두가 됐다는 것이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부쳐 먹었던 밀가루 반죽처럼 납작만두 역시 배고팠던 시절 허기를 달래 주는 소중한 간식 중 하나였다. 다른 하나는 중국식 만두가 대구 사람의 입맛에 맞지 않아 새로운 만두를 만들었다는 설이다. 고춧가루를 듬뿍 뿌린 진간장에 납작만두를 찍어 먹는 방법으로 중국식 만두의 느끼함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납작만두는 전국은 물론이고 동아시아권에서도 비슷한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특색 있다. 대구 특유의 억양으로 납짝만두로 불릴 때가 많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은 납딱만두로 부르기도 한다.●파 띄운 간장·고춧가루 팍팍 양념장 필수 납작만두의 핵심은 종이만큼 얇은 만두피를 찢어지지 않게 굽는 것이다. 만두소가 많지 않아 사실상 무미에 가깝다. 부들부들하면서도 고소한 만두피의 맛을 살려 주는 양념장을 곁들여 먹을 때 맛이 완성된다. 파를 띄운 간장에 고춧가루를 넣어 만두피 위에 얹어 먹거나 한꺼번에 뿌려 먹으면 제맛이 난다. 최근에는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거나 적셔 먹고 쫄면에 곁들여 많이 먹는다. 납작만두와 함께 대구 10미 중 하나인 무침회 역시 납작만두와 좋은 궁합을 이룬다. 대구에서 납작만두를 만드는 곳은 여럿 있는데 저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을 보인다. 이는 업체마다 다르게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50년 전통의 미성당과 남문시장 내 남문납작만두가 유명하다. 교동시장과 서문시장에서도 납작만두를 즐길 수 있다. ●남문납작만두… 52년 대 잇는 수제만두 남문납작만두는 1970년 중구 남문시장 인근에서 문을 열었다. 50년 넘게 이 일대에서 납작만두를 판매한다. 처음 문을 연 김창출(75)씨의 아들 김동철(48)씨 부부가 가게를 이어받았다. 이곳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손수 납작만두를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구 납작만두 중 만두소가 가장 많다. 일반 만두와 비교하면 소가 적지만 납작만두 중에서는 속이 알차 한입 베어 물면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만두소에는 당면과 부추, 당근, 파 등 6가지 채소가 들어간다. 이때 당면은 간장과 식초 등으로 간을 한 것을 사용한다. 탄력 있는 만두피를 만들기 위해 강력분과 중력분을 섞어 반죽한다. 두꺼운 무쇠판에서 굽는 것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무쇠판에 구우면 일반 프라이팬에 굽는 것보다 빠르다. 더구나 안이 골고루 익고 만두피가 부드러워진다. 남문납작만두는 입소문을 타고 전국 스타가 됐지만 체인점을 내지 않고 있다. 맛이 없어진다는 단 하나의 이유에서다. 그 대신 택배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만족시킨다. 맛을 유지하기 위해 택배 주문도 하루 15개 정도만 받는다. 몇 배나 더 많은 주문이 들어오지만 다음에 배달해 주는 것으로 양해를 구한다. 택배로 판매하는 납작만두는 30개 5000원이다. 김씨의 부인 신영숙(46)씨는 “시어른들이 지켜 온 맛의 명성에 조금이나마 흠이 가지 않도록 매일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미성당… 고춧가루 뿌려 쫄면과 찰떡궁합 미성당 납작만두는 1963년 중구 남산초등학교 정문 맞은편에서 시작했다. 고 임창규씨가 운영하다가 아들인 임수종(58)씨가 32년 전 대물림해 2대째 운영하고 있다. 미성당 납작만두가 50년 넘게 사랑받아 온 배경에는 맛과 전통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있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지 않고 납작만두와 곁들여 먹으면 좋은 쫄면, 라면, 우동만 있다. 이곳의 만두소에는 파, 부추, 당면 3가지만 들어간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18개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어 여러 곳에서 미성당 납작만두를 맛볼 수 있다. 현재는 체인점을 늘리지 않는다고 한다. 맛이 궁금한 미식가들에게는 택배로 대신해 준다. 하루 최대 50개까지다. 미성당 납작만두는 `일명 ‘춤추는 납작만두’로 불리며 언론에서 많이 보도됐다. 서울 등 수도권은 물론이고 제주도 등에서도 미식가들이 직접 미성당을 찾는다. 미성당 납작만두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물에 희석한 빙소다로 미성당 특유의 밀가루 반죽을 한다. 그다음 밀가루 반죽을 국수를 만드는 기계에 통과시켜 만두피를 뺀다. 이어 분유통으로 모양을 낸다. 여기에 만두소를 넣는다. 정성과 노하우까지 더해지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다 보니 더 쫀득쫀득하고 담백한 느낌이다. 납작만두 위에 송송 썬 파와 간장, 고춧가루를 뿌려 먹는다. 윤기가 잘잘 흐르는 보드라운 만두의 고소한 맛부터 냄새까지 버릴 게 없다. 젊은 손님에서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찾는 고객이 다양하다. 납작만두에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아 3일 이상 두면 변질될 우려가 있다. 빨리 먹지 못하는 경우에는 개별 포장해 냉동 보관하는 게 좋다. 교동시장에도 오랜 역사를 가진 납작만두 먹자골목이 있다. 지금은 도심 개발로 과거에 비해 먹자골목이 다소 줄었다. 교동시장 납작만두는 미성당과 역사가 비슷하다. 만두피가 유난히 얇고 고유한 밀가루 숙성으로 식감이 남다른 특징이 있다. 가게 앞 철판 위에서 먹음직스러운 소리를 내며 익어 가는 납작만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 밖에 칠성야시장 등 대구 야시장과 전통시장에서도 납작만두를 파는 곳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글 사진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중학생 A양 땅 샀더니…8개월후 3600평 신도시 지정”

    “중학생 A양 땅 샀더니…8개월후 3600평 신도시 지정”

    신도시 후보지 미성년자 소유 16명부산신도시 후보지, 37명의 미성년자 토지 소유 정부가 지정한 3기 신도시 후보지를 비롯해 경기와 부산 택지개발지구에 미성년자 53명이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도시로 지정되기 1년 전부터 미성년자로 명의가 변경된 사례도 발견됐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부산 기장)이 2일 입수한 ‘3기 신도시 내 미성년자 토지 보유현황’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 남양주, 하남, 시흥, 부천, 안산 등에 16명의 미성년자가 2만 1121.4㎡의 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많은 토지를 소유한 미성년자는 중학생 A양(14)으로 2018년월27일 남양주 왕숙 지구 내 1만 2000㎡ 크기의 임야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A양이 증여받은 지 약 8개월 후 이 부지는 신도시 개발지로 지정됐다. 지난해 5월27일에는 4명이 경기도 시흥 괴림동 일대 필지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괴림동 일대는 지난 2월 신도시 후보지로 지정됐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논란이 빚어진 곳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신도시 후보지로 선정된 부산 대저에서도 미성년자 37명이 3423.2㎡의 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에는 생후 84개월된 아이와 8살 언니가 360㎡ 규모의 땅을 취득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정부가 신도시를 포함한 인근 지역까지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 범위를 넓히고, 이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부의 대물림이 있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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