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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산 분홍빛 신예병기

    한국산 분홍빛 신예병기

      「얄타」회담 때 미소의 양 거두가「콘돔」외교전쟁을 벌였다. 먼저「스탈린」이 특대형「콘돔」하나를「루스벨트」미국대통령에게 선사했다. 그러면서 말했다.『이것은 소련에서 제일 큰「사이즈」입니다』 다음날「루」대통령이「스탈린」에게 소련제 특대품보다 조금 더 큰 놈을 답례로 내놓았다. 그러면서 말했다.『이것은 미국에서 제일 작은「사이즈」입니다』 「스탈린」의 표정이 어떠했는지는 딱히 전하지 않는다. 다만 이「콘돔」외교전쟁의「링」에서「루」대통령의 오른손이 오른 것만은 사실이다. 「콘돔」은 외교 교섭장에서 웃음을 자아내는데 쓰여서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사람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물건이 됐다. 그뿐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출을 해서 외화를 획득하는「콘돔」국제상인도 탄생하고 있다. 일본 선남선녀가 쓰게 될 3만불 어치 2월 19일 김포공항에서 일본으로 떠나는 대한항공기는 사상최초로 색다른 수출품을 싣고 갔다. 물표를 점검한「스튜어디스」양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얼른 손을 떼었다.「가족계획을 위한 남성용 고무제품」. 일컬어「콘돔」이란 신예병기다. 수출한국을 위해 경사스러운 날이었다. 우리나라 비행기가 국산「콘돔」5천「그로스」를 일본으로 첫 수출하는 날이었다. 일류「메이커」인 D물산이 일본의 A무역회사와 연간 5만「그로스」(약 3만「달러」어치)의 매매계약을 맺었다. 그 제1차 화물이 일본측의 불 같은 독촉을 받아 서민에게는 하늘의 별따기 같은「제트」여객기를 잡아타고 나간 것이다. 1「그로스」는 12「타스」다. 일본으로 수출되는 국산「콘돔」은 60만「타스」- 720만 개에 이른다. 국산「콘돔」이 이렇게 해서 세계의 인구 폭발문제를 깊이 근심하는 일본의 뭇 선남선녀에게 가뿐한 해방감을 갖다 줄 것이다. 「콘돔」대일수출 성공의 의의는 수출확대에 미력의 기여를 한다는 무역진흥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생산기술이 일진월보(日進月步)했다는데 더 큰 뜻이 있다. 해방 후 진주한 미국 군인들이 가족계획보다도 성병예방용으로 끼고 들어온 색다른 박래품(舶來品)이「실버·텍스」라는 상품이었다.「실버·텍스」가 애용자의 판도를 넓히면서「텍스」바로「콘돔」이라는 유행어가 생겼다. 인도 정부의 국제 입찰 땐 4파전 끝에 당당히 이겨 국산품이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또 비록 국산화가 성공했다 할지라도 초창기의 국산품은 영 사람을 실망케 했다. 오므라들어 있을 때는 눈에 잘 띄지 않는데 어느 정도 팽창을 하면 구멍이 뽕 났다. 가족계획에 충실한 나머지 신경질스러운 친구는 사용 전에 그 속에 담배연기를 불어넣어서 구멍이 없는 것을 확인하는 소란을 피워야 했다. 그런가 하면 그 용도를 가장 충실히 다해야 할 결정적 순간에 삭막하게도 찢어지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애용자에게 뒷맛 나쁜 환멸의 비애를 안겨다 주었다. 쓸만한 국산「콘돔」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64년. 현재「콘돔」업계를 독주하고 있는 D물산회사의 생산시설이 시동하면서부터다. 이 공장의 생산시설은 일본의「야나세」주식회사에서 도입되었고 생산기술도 그곳 기술자가 와서 지도해주고 갔다. 이번의 대일수출은 일본기술을 도입한 국산품이 불과 5년 사이에 일본제품을 누른 승리의 대일본 역수출이다. 바로 국산「콘돔」의 일본 역습이다. D물산에서는 대일수출은 더 많아지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산「콘돔」의 수출시장은 일본만이 아니다. 지난 68년에 39만 9,927「달러」분을 태국, 인도,「이란」에 수출했다. 특히 인도 수출은「메이드·인·코리어」의 성가를 세계에 떨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인구 증가 억제에 제일 신경을 쓰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인도다. 세계가족계획기구의 원조를 받아「콘돔」등의 대량수입을 하고 있다. 그것도 보통 방법이 아니라 국제 경쟁입찰을 통해 품질 좋고 값싼 제품을 산다. 인도 정부가 입찰시킨 68년도의 국제 경쟁에서는 한국을 비롯, 미국, 서독, 일본의 4개국이 참가, 염서(炎暑)의 나라 인도에서 뜻하지 않은「콘돔」4파전이 벌어졌었다. 여기서 한국 제품이 다른 3개국 제품을 눌러 낙찰의 영광을 얻었다. 이 낙찰성공에 이어 한국제품을 재인식한 태국과「이란」이 수입을 했다. D물산에서는 국산「콘돔」뿐만 아니라「콘돔」포장 기계를 인도에 더 수출하기 위해 인도보건사회부 당국과 상담(商談)을 진행 중이다. 6.5배 늘어나야 한다는 등 까다로운 국제규격 합격 그 일 때문에 작년 말 동사 김의한(金義漢) 사장이 인도의 가족계획사업자금 원조국인「스웨덴」에 갔다가 2월에 돌아왔다. 수출 전망이 밝다는 소식이다.「콘돔」의 품질이 국제적으로 인정이 되려면 까다로운 국제규격과 엄격한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수출되는 국산「콘돔」은 이 관문을 무사 통과한 것이다. ◎ 국제규격(「스웨덴」국립시험소가 1959년에「아시아」「유럽」「아랍」등 세계 여러 지역 각 종족의 남성의 체갹과 체력의 모든 상태를 고려해서 가장 합당한 것으로 제정한 것) ▲ 두께 = 최고 0.07mm (지나치게 두꺼우면 경원되기 쉽다는 점과 너무 얇으면 찢어지기 쉽다는 점을 계산해서 두 요구를 일치시킨 두께가 이것이다) ▲ 넓이 = 옆으로 눕혀 폈을 때의 폭 50mm (이「사이즈」의「콘돔」이면 입구의 직경 37mm, 가운데의 직경 50mm의 원통이다) ▲ 길이 = 20cm (이 길이와 넓이는 사용자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데 충분하다. 바꾸어 말하면 세계 어느 민족을 말할 것 없이 길이 20cm는 팽창계수의 최대치다. 이것이 대체로 하나의 평균적인 최대 한계점이란 것을 말해준다) ▲ 무게 = 1.1 ~ 1.4g ▲ 신장률 = 최저 650% (길이로 따지면 20cm의 6배 반, 1m 30cm 이상 늘어난다. 그러므로「콘돔」길이가 20cm라고 해서 비관할 필요는 없다) ▲ 인장도 = 최저 200kg/cal ▲ 분비물받이의 길이 = 1.5cm (「콘돔」의 맨 끝에 대롱대롱 달린 동그란 용기. 어린이 새끼 손가락의 맨 마지막 관절이 있는 끝부분 만한 크기. 분비물의 1회 사출량을 받는 데는 이만한「사이즈」의 받이면 족하다) ◎ 품질시험 = 여러 시험을 한다. 그 중에서도 까다로운 과정이 두 개 있다. ▲ 수압시험 = 한 제조업자가 가지는「콘돔」재고상품 중 멋대로 500개를 뽑아낸다. 이 중 300개에 대해 시험을 한다. 시험은 300cc(보통 아기 우유병의 1.5배 가량)의 물을 가득히 부어 3분간 매달아두면서 물이 새느냐 안새느냐를 본다. 300개 중 4개까지를 허용한계로 하고 있다. ▲ 팽창도시험 = 역시 재고품 500개를 멋대로 뽑아 그 중 100개를 시험한다. 시험은 공기를 주입해서 터질 때까지의 용량을 본다. 터질 때의 용량은 25ℓ 이상이라야 한다. 공기 25ℓ를 먹어 부풀어 올랐을 때의「콘돔」의 모양은 길이 60~70cm, 직경 70cm의 고무풍선이 되어 있다. 이 어려운 시험에 합격을 해야 세계에서 남부끄럽지 않은 의젓한「콘돔」의 행세를 할 수 있다. 서독·「체코」제품도 국제 규격엔 미달 「스웨덴」국립시험소의 검사는 까다롭다. 세계에서 합격한 나라가 한국을 비롯, 미국, 영국, 일본의 4개국 뿐이다. 심지어 서독과「체코」제도 딱지를 맞고 있다. 품질이 좋아지고 가족계획사업에 따라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자「콘돔」의 종류다 다양해졌다. 투명하고 흰 색깔인 보통「콘돔」에 진기한 가공을 한 것이 있는가 하면 약물처리를 한 것까지 등장한다. 대머리총각같이 밋밋하고 흰 색깔의 물건은 재미가 없다. 그래서 기교를 부린 것이 침실의 연출에 알맞다는 분홍색의 고무를 옆으로 보일락말락하게 주름살을 가게 한 특제품. 폭이 약 5mm인「데리케이트」한 주름살이 3cm 간격으로 4개 박혀 있다. D물산의 신안특허품이다. 또 하나는 제1차적 사용단계에서 뻑뻑한 감을 없애기 위해「콘돔」의 바깥 표면에「제리」를 바른 가공품이다. 특히「제리」를 사용한 것은 그것이 피부에 닿으면 미끈미끈한 쾌감을 주는 동시에 살균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사용도중에 찢어져도 가족계획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완전무기라고 또 한바탕 PR이다. 처녀수출로 일본에 시집간「콘돔」도 표면이 멀쑥한 보통 물건이 아니다. 분홍색에 주름이 간 특제품. 특히 이것이 수출된 이유에 대한 풀이가 재미있다. D물산 관계자는『생활수준이 높아진 까닭인 것 같다』고 분홍색 주름살「콘돔」과 인생「엔조이」론을 결부시켰다. 우리나라의 연간 총소비량은 2백만「타스」로 2천 4백만 개다. 한 달치는 1천 2백만 개. 가족계획협회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임남성의 인구는 4백만이다. 이 사람들이 한 달에 3개씩「콘돔」을 쓰고 있다는 추계가 나온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의 건강한 청장년층은 1주일에 2~3회(이희영 박사의 연구)로 되어 있다. 이것으로 본다면 한 달에 8 ~ 12회나「콘돔」을 써야 할 기회가 있다고 할 것이다. 국내 소비는 보통품 50% 분홍색 주름살 30% 정도 D물산은 판로는 넓다고 사세확장에 자신이 만만이다. 그럴 수밖에 없게 됐다. 요즘 경구피임약이 고혈압을 악화시킨다는 미국「스탠포드」대학의 연구보고가 있어 간편한 경구약품이 경원받게 됐다. 기타 피시술자의 수는 지극히 적은 상태에 있다. 그래서 가족계획이 엄격하게 시행되기만 하면 적어도 한 달에 3천 3백만 ~ 4천 8백만 개의「콘돔」이 소비될 수 있다고 계산한다. 지금보다도 2천만 ~ 3천 6백만 개가 더 많은 숫자다. D물산의 판매량을 종류별로 보면 백색의 보통품이 전체의 50%이고 분홍색 주름살이 30%, 나머지가「제리」가공품이다. 이중에서도 서울과 부산 등지 대도시를 중심해서 분홍색 주름살이 많이 나가고 판매량이 점점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 선데이서울 69년 3/2 제2권 9호 통권 제23호 ]
  • 가을山, 네가지 이야기

    가을山, 네가지 이야기

    푸르른 날 서 정 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하리야 눈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가을산이 좋다. 아름다운 단풍과 억새가 지천이니 볼거리 풍년이다. 단풍과 억새가 뿜어내는 자연의 향기는 와인 향보다 감미롭다.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며 산에 오르고 싶을 만큼 좋은 계절. 그래서 가을 산행을 ‘등산’이라 하고 또 ‘놀이’라 하지 않는가.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과 함께 쉬엄쉬엄 가을산의 경관을 만끽해보자. 힘겨운 일일랑 잠시 접어두고, 바쁜 일은 잠시 선반에 올려두고…. 강원도 정선군 민둥산 “가을볕 따사로운 오후의 언덕에서 억새를 바라본다. 억새는 달빛보다 희고, 이름이 주는 느낌보다 수척하고, 하얀 망아지의 혼 같다.”시인 최승호는 억새를 이렇게 노래했다. 가을산의 제일은 화려한 단풍이지만 수수한 억새는 차분한 가을을 느끼게 만든다. 햇빛을 받아 은빛, 금빛으로 빛깔을 달리하는 억새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깊어가는 가을이 가슴에 들어온다. 은빛 물결처럼 출렁이는 억새산으로 가자.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제주도 동부지역의 오름지대, 경남 창녕의 화왕산, 전남 장흥의 천관산,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 지리산자락의 만복대, 경남 밀양의 사자평, 울산의 신불산…. 억새가 아름다운 곳으로 소문난 곳들이다. 하지만 이 모든 억새 명소들을 다 찾아가 볼 수는 없는 일. 기자는 고민끝에 산행시간이 비교적 짧고 오르기가 쉬워 가족산행에 좋은 민둥산을 택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억새산행 정선군 남면의 민둥산(1117m)은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산 위에 나무가 거의 없는 대머리산이다. 정상 능선을 따라 억새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억새산’이라고도 불린다. 거리가 짧고 오르기가 편하다는 발구덕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발구덕 마을의 첫번째 매점근처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추수를 끝낸 배추밭을 지나 등산로로 접어들었다.10일부터 시작하는 억새축제 때문인지 등산로가 잘 조성돼 있다. 시멘트가 아니라 흙으로 계단을 만들어 산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등산로 폭이 어른 서너명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여서 쾌적함까지 느껴진다. 때문에 지난해와 달리 등산객이 몰려도 병목현상은 없을 듯하다. 등산로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울창한 나무에 가려서인지 억새는 보이지 않는다. 땀방울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할 때쯤 시야가 탁 트이면서 정상 능선이 드러난다.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낸 억새를 보니 사진에서 보는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괜히 민둥산으로 왔나.’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새로 만들어진 2층 높이의 산불 감시초소가 보인다. 저멀리 민둥산의 정상이 보인다. 마지막 10분동안 오르는 ‘깔딱고개’를 올라서자 민둥산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은빛 물결을 따라 추심(秋心)도 흔들리고 “와”하는 탄성이 흘러나온다. 산에 오르면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활한 은빛바다.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써억 써억∼’울어대는 가냘픈 여인의 몸짓 같은 억새를 보고 있노라니 가을의 고독이 살며시 찾아온다.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기우는 오후 5시. 그나마 같이 오른 사람들도 내려가고 이제 혼자 남았다. 텅빈 산에 억새와 홀로 마주섰다. 햇빛에 따라 은빛으로, 금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억새는 눈물 나도록 아름답다. 어느덧 태양이 산너머로 스러진다. 그때 불현듯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둘러 카메라를 꺼냈다. 카메라의 ‘찰칵찰칵’ 요란한 소리에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내려오는 길 내내 물결치는 억새의 잔상이 가슴에 진하게 남았다. 민둥산은 강원도 정선군 남면과 동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는 1117m, 이름처럼 정상에는 나무가 없고, 드넓은 주능선 일대는 참억새밭이다. 능선을 따라 정상에 도착하기까지 30여분동안 억새밭이 장관을 이룰 이맘때 사람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이처럼 억새가 많은 것은 산나물이 많이 나도록 하려고 매년 한 번씩 불을 지르기 때문. 억새꽃은 남쪽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이곳 민둥산은 10월 중순에 절정에 이른다. 이렇게 오르면 장관이 펼쳐져요 증산초등학교에서 시작해 해발 800m의 발구덕마을에 이른 다음 왼쪽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오른 뒤 다시 발구덕마을, 증산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는 약 9㎞로 4시간이면 넉넉하다. 또 아이들이나 나이든 어른과 함께라면 발구덕마을까지 차로 이동해서 정상으로 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거리는 4㎞가 채 안 되며 시간은 왕복 1시간20분 정도면 충분하다. 단 축제기간 동안은 발구덕마을까지 차를 통제한다. 편하게 자고 맛있게 먹을 집 혹시 하루를 쉬었다 오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번잡한 여관이나 호텔보다 민박을 권할 만하다. 넉넉한 강원도 인심을 흠뻑 느낄 수 있다. 남면 무릉2리 억새마을의 이강태(033-591-1598)씨, 이재국(033-591-1768)씨 집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의 별미로는 곤드레밥을 추천한다. 정원식당(033-378-3636)은 곤드레 나물을 푹 삶아 들기름과 소금, 마늘 등을 넣고 볶다가 쌀과 함께 섞어 무쇠솥에 밥을 한다. 부추와 갖은 양념을 섞어 만든 간장에 조금씩 비벼가며 먹는데 그 맛이 별미다. 함께 나오는 된장도 맛깔스럽다.5000원. 증산에서 영월로 나오는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신동읍 예미를 지나면 국도변에 있다. 원래 곤드레는 가난했던 시절 부족한 끼니를 푸짐하게 하기 위해 넣었던 구황식물중 하나이다. 큰 잎사귀에 긴 뿌리가 특징인 산나물로 원래 이름은 고려엉겅퀴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의 모습이 술 취한 사람과 비슷하다고 해서 곤드레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가세요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가다가 남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서제천 IC로 빠져나오면 된다. 약 1.5㎞ 정도 제천방면으로 가다가 제천외곽도로로 진입해서 38번 국도를 타고 가면 영월을 거쳐 증산에 도착한다. 또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빠져 59번 국도를 타고 정선을 거쳐 가도 된다. 시간이나 거리는 제천으로 가는 편이 좋으나 길이 약간 복잡해 초행길이라면 진부로 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차가 막히거나 운전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열차를 이용해도 좋다. 청량리역에서 증산역으로 오전 8시,10시, 낮12시에 출발하며 증산역(033-591-1069)에서 청량리역으로는 오후 1시35분,5시5분,6시52분,7시15분(주말에만 운행)에 출발한다. 요금은 무궁화호가 1만 2600원, 새마을호가 1만 8700원. 여행상품도 있다.우리테마(www.wrtour.com)에서는 10월31일까지 매주 수, 토, 일요일 오전 7시에 버스로 출발하여 당일로 민둥산 억새와 정선의 소금강단풍을 둘러보고 오는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교통비와 점심식사를 포함해서 3만 5000원.(02)733-0882. 정선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오감 만족’ 가을축제

    ‘가을 축제에 흠뻑 빠져 보세요.’ 풍성한 계절을 맞아 전국 각지에선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임방울 국악제 광주에서는 ‘쑥대머리∼귀신형용∼’으로 시작되는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쑥대머리로 일제말 조선과 일본·만주에 까지 이름을 떨쳤던 ‘국창’ 임방울(1905∼1961) 선생을 기리는 ‘임방울 국악제’가 오는 26∼28일까지 광주 문예회관에서 열린다. 임방울국악진흥재단(이사장 염홍섭)이 임방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여는 것으로 중요 무형문화제 송순섭 선생, 명창 안숙선, 이생강씨 등 90여명이 출연, 공연을 펼친다. 장사익씨도 참여한다. 학생부와 일반부로 나뉘어 열리는 경연에서는 판소리 명창부 ‘임방울 대상’(대통령상)에 1500만원의 상금과 순금 트로피 60돈이 주어진다.●갓바위 축제 신비로운 영험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갓바위 축제가 오는 23일 경북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갓바위(관봉석조여래좌상 보물 제431호)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로 6회째. 갓바위에서 있을 다례봉행을 비롯해 각설이·댄스 공연, 과일 게임 등 다양한 볼거리 행사가 준비돼 있다. 특히 갓바위 주차장 특설무대에선 은해사 주지인 법타 스님의 소원 기도 법회가 열린다.설운도, 현숙, 조항조, 오은주 등 인기 연예인과 서연·도연스님 등이 출연하는 산사음악회도 흥을 돋울 전망이다.●오미자 축제 24∼25일 경북 문경시 동로면 일대에서 ‘2005 문경 오미자축제’가 개최된다. 문경의 새로운 특산물로 떠오른 오미자를 소재로 한 이번 축제는 ‘빨간 웰빙의 맛과 체험’이란 주제로 오미자 수확체험, 오미자 음식품평회 등을 비롯해 학생미술대회, 사진전, 초청공연, 황장산 등반대회, 가요제 등이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송이·인삼·탈춤 축제 오는 24일부터 4일 동안 경북 봉화군 봉화읍 포저리 내성천 체육공원과 송이산 등지에서는 ‘봉화 춘양목 송이축제’가 열린다.청량문화제와 송이요리 경진대회, 송이산 체험, 송이요리 맛보기, 춘양목을 활용한 한옥 짓기, 목공예 체험, 춘양목 명상 수련회 등이 준비됐다. 30일∼다음달 9일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안동 하회마을과 낙동강변 축제장에서 막을 올린다. 우리나라 탈춤관련 중요무형문화재 18개 단체와 일본, 러시아 등 세계 16개 나라에서 18개 공연단이 참가한다. 영주에서는 ‘풍기인삼축제’가 오는 10월1일부터 닷새 동안 풍기읍 남원천둔치와 인삼시장에서 벌어지는데, 인삼캐기, 인삼깎기, 인삼인절미 만들기, 우량인삼선발대회 등 여러가지 체험ㆍ경연 행사를 준비 중이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탈모 원인·치료법-스트레스 줄이고, 두피 깨끗이

    탈모 원인·치료법-스트레스 줄이고, 두피 깨끗이

    동물들이 털갈이를 하는 가을은 많은 사람들이 탈모 스트레스를 받는 계절이기도 하다. 고려대병원 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탈모 인구는 약 340만명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60세 남성의 24%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빗질이나 머리를 감을 때마다 한 웅큼씩 빠져 나가는 머리카락을 보며 속을 끓인다. 탈모,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탈모란? 하루에 빠지는 머리카락의 개수가 50∼100개 정도면 정상으로 보지만 이 이상이면 치료가 필요한 병적 탈모에 해당한다. 이런 현상은 두피 상태나 두피질환, 호르몬 불균형, 내과적인 문제 등으로 헤어사이클에서 성장기 모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거나, 휴지기가 길어져 나타난다. ●남성형 탈모 흔히 ‘대머리’라고 하며,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서 남성호르몬 안드로겐이 작용해 발생한다. 보통 사춘기 무렵이나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에 시작해 전두부(앞머리)에서 두정부(정수리)에 이르는 모발이 점차 가늘어지고 짧아지다가, 대머리로 진행한다. 원인으로는 유전적 소인과 남성 호르몬 분비체계의 변화, 노화가 꼽히며, 국소적인 혈액순환 장애, 스트레스, 영양 불균형 및 지루성 피부염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유전성을 가진 사람도 안드로겐이 없으면 대머리가 되지 않으며, 유전성이 없으면 안드로겐이 분비돼도 탈모를 유발하지 않는다. 증상은 빠지는 머리카락의 개수로 나타난다. 아침에 머리맡의 머리카락 수가 늘었다거나 머리를 감거나 빗질할 때 평소보다 많이 빠지면 탈모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머리밑이 가려워지면서 지성 비듬이 많아지는 전조증상을 보인다. 머리카락을 10개 정도 잡아 가볍게 당겼을 때 1∼2개 이상 빠지면 탈모 가능성이 높다. ●여성형 탈모 여성들은 출산 후 일시적으로 휴지기 모발이 증가하면서 ‘산후 탈모’가 나타난다. 이 경우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회복되나 여기에 스트레스나 영양부족이 겹치면 탈모로 굳어진다. 최근에는 이런 요인 외에도 직장 스트레스 등으로 탈모를 호소하는 여성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여성 탈모도 안드로겐이 작용하지만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있어 남성처럼 대머리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탈모가 주는 스트레스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강하게 나타나 간혹 우울증이나 강박증, 심한 좌절감에 빠지기도 한다. ●원형탈모 원형 모낭의 만성적인 염증에 의해 털이 빠지는 질환으로, 갑자기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원인은 유전이나 바이러스 감염, 스트레스 등 환경 인자,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빈혈, 백납과 같은 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거나 모발에 나타난 자가면역반응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증상은 갑자기 많은 머리가 빠지며, 탈모 병변이 원형 혹은 타원형을 이룬다. 이런 병변은 턱수염, 눈썹, 몸통, 음모 등에서 나타난다. 이 때 주변의 털이 쉽게 뽑히면 탈모 병변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탈모가 됐더라도 모낭은 최고 수년까지 살아 있어 적절한 치료로 되살릴 수 있다. ●치료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자가모발 이식으로 나뉜다. 약물은 미국 FDA가 효과를 인정한 경구용 제제 프로페시아와 국소도포제 미녹시딜이 주로 쓰인다. 여성탈모에는 아미노산이나 단백질, 케라틴, 비타민B 복합체 등이 포함된 영양제 개념의 약물이 효과적이다. 자가모발 이식수술은 자신의 후두부 모발을 원하는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부작용이 없고 생착률이 매우 높다. 최근에는 1회 수술로 많은 양의 모낭을 이식하는 ‘메가세션’치료법이 제시되기도 했으나 한번에 많은 양을 이식하기보다 환자의 탈모상태와 헤어라인 등을 고려해 적당한 양을 이식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이식된 자가모발의 생존율은 보통 80∼90%선. 이식된 모발은 수술과정의 스트레스 때문에 바로 휴지기에 들어가 빠지지만 3개월쯤 지나면 새 모발이 자라기 시작해 9개월 정도 지나면 완성된다. ■ 도움말 홍남수 듀오피부과 원장 ■ 모발관리 이렇게 탈모가 겁난다며 머리감기를 주저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모공에 노폐물이 쌓이면 지루성 피부염을 유발해 탈모를 촉진하므로 매일 샴푸하되 두피를 깨끗하게 할 수 있도록 충분히 문지른 뒤 린스를 하고 곧바로 헹궈낸다. 머리를 말릴 때는 비비지 말고 타월로 두드리듯 하며, 헤어드라이어보다 자연 바람으로 말리는 것이 좋다. 잦은 파마와 염색, 잦은 드라이어 사용도 모발 손상과 탈모를 촉진한다. 탈모를 예방하려면 충분한 휴식과 수면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해야 하며, 남성호르몬의 혈중 농도를 높이는 동물성 기름과 단 음식을 피하는 대신 남성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요드와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해조류, 녹차, 신선한 채소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1968년을 웃긴 걸작 어록

    1968년을 웃긴 걸작 어록

      공비출현, 폭력배단속 종(鍾)3철거, 배우의 폭력 등 갖가지 사건을 낳고 68년은 저물어 간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올해 한 해를 웃겨 준 걸작과 명언을 훑어보자. 남을 웃겨 준 말이라면,『말도 금』일 수 있다는 격언의 실례가 되지 않겠는가. 『남한의 여기자들은 모두 여배우 같습니다』 1·21 사태의 생포공비 김신조(金新朝)가 여기자들과 회견했을 때 한 말. 이 기자회견에 동석한 모 여기자의 말에 의하면 총각 김신조는 눈을 이 기자에서 저 기자 쪽으로 빙글빙글 돌려가면서 자못 흥분한 상태였다. 북괴에서 사람 잡는 기술만 배운 김은 아마 이 때처럼 많은 여성을 대해 보지는 못한 모양. 그렇찮으면 그는 비밀리에 여심조종술을 익혀 두었던가? 『제일 귀찮은 손님은 대학교수들』 「호스테스」양들의 절박한 체험담. 여성문제연구소가 실시한「호스테스」의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그녀들의 손님평이다. 근엄한 교수님들이「바카스」의 제자로 승화했을 때의 생태학이 여기있다. 이 말, 걸작치고는 금년의「히트」가 되지 않겠는가 싶다. 『나는 국제첩보원,「미스터·가네시로」다』 이 말도 심심치 않다. 말짱한 한국의 백성인 박흥민이라는 자가 이 말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둘러 귀하신 몸 행세를 톡톡히 했으니 말이다. 『출입자의 명단을 공개한다』 명물「종(鍾)3」사창가를 정리할 때 김현옥(金玄玉)시장의 공갈협박(?)이 신문에 나왔다. 신문마다 이 말을 굵직한 고딕 활자의 제호로 신나게 뽑았다. 『생사람 잡지 말라』 폭력배를 잡아 제주도로 보냈다. 이 때 서슬이 퍼런 경찰의 과잉단속이 문제되자 대검(大檢)에서 내린 지시. 실감나는 말이었다. 『다음엔 꼭 금「메달」』 「멕시코·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얻은「복서」지용주(池龍珠)군이 김포공항에서 한 첫마디 귀국인사. 기록은 간데 없고 전적만 남았다는「멕시코·올림픽」의 우울한 성적을 나타내는 맥풀린 말이다. 우리「올림픽」의 성적은 언제나『다음에는 꼭…』. 대중의 인기를 모으는「프로·스포츠」계에서 걸작인 안나오면 섭섭하다. 일본의「프로」야구「팀」인「동영 플라이어즈」의 백인천이 거리낌없이 한 마디를 지껄였다. 『나니?』 그가 귀국차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말. 정말「나니?」다. 무슨 말인지를 알려고 우리말 큰사전을 뒤져 보다간 큰 코 다친다. 그는 야구에만 아니라 조어력(造語力)에도 소질이 있는 듯. 「프로·복서」김기수가 애교를 부렸다. 『나는 졌다. 감기 때문에』 일본에 원정가서 지고 온 것까지는 상관없겠지만 감기 때문에 얻어 맞고 돌아왔으니 김기수「팬」들에게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내적인 미가 더 중요하죠』 우리나라 여자는 아니지만 68년도「미스·아메리카」「데브라·딘·반스」(20)양이 지난 8월 미군 위문차 한국에 와서 내뱉은 첫마디의 미녀정의.『가슴둘레나 엉덩이의 크기와 같은 외모보다도 재능, 성격, 지성 등 내적인 미가 더 중요하죠』라고 말씀하셨것다. 정작 가슴둘레, 엉덩이 크기, 다리 곧기 등의「콘테스트」에서 1위로 뽑힌 미녀의 미녀론이니 걸작 아닌가. 『내 딸 같다』 이 말의 동기와 결과가 웃겨 준다. 군용「백」여인변사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경찰이 여인의 신원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을 때, 경찰에 전화가 걸려 왔것다. 바로『내 딸 같다』고. 박용기(朴龍起)(44)라는 한 아버지가 6개월 전에 집나간 딸 서정(曙庭)양을 찾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벌인 연극인 줄이야 흥분한 경찰이 어찌 알았으랴. 신이 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신문을 보고 놀란 서정양이 저승 아닌 파주에서 떡 출현하는 바람에 그만 허탈감에 빠졌다. 『모르고 팔았다』 국문학자 조윤제(趙潤濟)박사가 대구시내의 고서방에서 1500여 년 전의 돈황굴 경전완본을 사들여 학계의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 희귀본을 판 책방주인이, 일단 팔아놓고 다시 그것을 반환해 달라는 소송을 내걸어 또 한번 이야기 거리가 됐다.『아- 모르고 팔았다』 영화계에 화제가 없어라면 영화계가 운다. 최고걸작은 아마 폭력으로 한 때 수감된 신영균(申榮均)에게로 갈 것 같다. 그의 명언-. 『때리진 않았다. 한 번 밀었을 뿐이다』 그런데「한 번 밀린」정진우(鄭鎭宇)감독은 얼굴에 7바늘을 꿰매야 하는 상처를 입었다. 정진우 감독이 영화인대회에서「악질제작자」를 규탄했다. 『악질제작자란… 우리들「개런티」를 연수표로 주는- 그런 놈 모두 다』 명우 고(故) 김승호씨가 명언을 남겼다. 『살고 싶다. 나는 억울하다』 이 유언, 숨진 뒤에 만들어 낸 말인 듯. 뇌진탕으로 쓰러진 고인이 입을 열어 말을 할 수가 있었을까? 문화재 덕수궁의「대한문」을 놓고 벌어진 시비. 『한 치도 못 움직이겠다』 문화재 관리 당국. 『몇 해 못 갈 것이다』 서울시 당국. 그래서 대한문은 옛 위치에 그대로 남아있다. 공비이야기로 시작한 이 기사를 역시 공비로 끝맺는다면 꼭 한 마디가 있다. 『「대머리 총각」을 부를 줄 안다』 북괴 중위 조응택이 자수를 해서 기자회견에 나타났다.『민가마다 양식이 많은데 놀랐다』면서 회견이 끝날 무렵「트랜지스터·라디오」로 익힌「대머리 총각」을 신나게 뽑아댔다. [ 선데이서울 68년 12/22 제1권 제14호 ]
  • 얘들아, 인형극보러 가자

    첫해 관객은 7500명에 불과했다. 해외단체 한 팀을 포함해 참가극단은 겨우 15곳.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차근차근 내실있는 행사를 치렀다. 결실은 해가 다르게 나타났다. 지난해 관객은 총 13만명. 공연단체도 해외 7팀 등 72곳으로 늘었다. 지난 16년 간 춘천인형극제가 일군 성과다. 제17회 춘천인형극제(이사장 강준혁)가 9일부터 15일까지 춘천인형극장과 육림랜드 등지에서 열린다.9일 오후 7시 여우고개와 화목원, 춘천인형극장을 잇는 거리 퍼포먼스로 문을 연다. 올해 행사에는 해외 7개국 8개 극단과 국내 39개 전문극단,29개 아마추어극단이 참여한다. 이중 해외 6개 극단, 국내 5개 극단의 작품이 공식 초청작이다. 어린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만한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다. 체코 오스트라바주립인형극단의 ‘늑대와 네가지 이야기’는 안데르센 동화와 일본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늑대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은다. 스크린에 모래를 뿌리면서 그림을 그리는 샌드애니메이션과 여러 색깔이 어우러진 그림자극을 결합한 이색 인형극이다. 신문지로 온갖 사물들을 만들어내는 호주 크링클시어터의 ‘타이트로프’, 공중그네를 타고 랩을 부르는 귀여운 인형 줄리오가 등장하는 미국 짐 개블인형프로덕션의 ‘환상의 인형나라’ 등도 흥미를 끈다. 국내 초청작인 극단 영의 ‘해님달님’, 인형극단 소리의 ‘대머리 마녀이야기’, 인형극단 봄의 ‘아주 특별한 그림여행’도 눈여겨볼 만하다. 재미있는 부대행사 역시 풍성하다. 인형극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하루 동안 체험해보는 ‘번개 인형극’, 실에 매달아 조작하는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배우는 워크숍 등이 마련돼 있다. 티켓 가격은 4000∼6000원. 야외 공연은 일부 무료.(033)242-8450.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神氣의 연극배우 박정자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神氣의 연극배우 박정자

    정열의 여인이다. 스스로 ‘대한민국 최고’라고 소개하는 당당함이 있다. 아주 특별한 신기(神氣)로 가득찼다. 무대인생 40년, 연극배우를 넘어선 연극운동가다. 성우, 배우, 가수, 모델…. 지난 세월, 카리스마 넘치는 특유의 목소리와 천의 얼굴로 장르의 접시를 수없이 깨뜨려왔다.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렸다. 추종하는 팬들도 연극계는 물론 정·재계 등 각계각층을 가리지 않는다. 박정자(64)씨. 평론가들은 한국 연극계에 우뚝 선 여배우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풍진 세상의 그 어떤비바람에도흔들림없이올곧게 살아왔기에 그렇다는 평가다. 나이들어 정열이 식어질 법도 한데 요즘들어 더욱 완숙의 감동을 선사한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소극장 1층 카페에서 박씨를 만났다. 지난 2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공연될‘엄마는50에바다를발견했다’의 주연을 맡아 또 한번 관객을 불러모으고 있다.‘엄마는∼’은 박씨가 50세 되던 1991년 처음주인공을맡은이후이번이 네번째. 먼저 무더위에 연습은 잘 진행됐는지 물었다.“연습에 몰입할 때에는 더운 줄 몰랐다.이번공연으로딸하나를 더 얻어 딸부자가 됐다.”며 웃었다. 초연 때의 오지혜씨를 비롯, 이번 정세라씨까지 모두 5명. 이번공연동안집합시켜의미있는 일을 해보겠다는 눈길이다. # 네번째 공연 그러나 늘 첫번째처럼 여러차례 공연을 해온 까닭에 평소에도 대사를 줄줄 외우지 않았느냐고 하자 “아니다. 망각이 어느정도필요하다.”고전제한뒤,“네번째라고 하지만 공연 때마다 늘 처음처럼 자세를 가다듬는다.”고 했다. 또한 배우 스스가자신한테‘정말멋있다.’고반할 만큼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려야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평소의 지론을 폈다. 그럴 때배우의적당한교만이생겨나며 그건 하느님도 용서할 것이라며 미소짓는다. 아울러 “배우는 관객을 만났을 때 진정한 힘을 얻는다.”면서 “공연을 앞두고 (관객을)기다리는 것은 남편보다, 자식보다 더한 짝사랑”이라고 했다. 배우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것은 결국 관객이기 때문이란다. 연극배우라고 하면 대개 춥고 배고픈 직업으로 인식돼 있는데 박씨에겐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연극은직업이아니다.아마 직업이었으면 이 나이만큼 직급도 올라갔을 터이고 또 보너스와 퇴직금을 많이 받지 않았겠느냐.”고반문했다. #연습공연 두달… 개런티 350만원 굳이 직장생활로 친다면 지난66년 ‘극단 자유’의 창단멤버(김혜자 최불암 김무생 윤소정 등)로 참여해 지금까지 쭉몸담아왔으니40년을 근무한 셈이라고 했다.하지만 연극을 직업이라고 생각했으면 결코 40년 동안 그렇게 못했을 것이라고역설했다.예를들어 지난해 12월 동숭아트센터에서‘피의 결혼’을 한달간 공연했을 때 연습을 포함, 모두 두달 동안 일을 했다.이때받은개런티는 350만원. 신인배우도 아닌중견배우의 월급이라고 생각하면 받을 수 있겠느냐는 것. 화제를돌렸다.박씨는지난 6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패션쇼에탤런트 고두심·강부자·사미자씨 등과 함께 모델로 등장, 중후한 워킹솜씨를선보여눈길을 끌었다. 앞서 지난해 7월 강원도 평창허브나라농원 야외무대에서는 가수로 공연을 했다. 박씨에게이력서에모델활동이 하나 더 추가됐다고 하자 “지난번 패션쇼는‘아나기’(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의 주최로 열린자선활동이었다.”면서그런취지라면 못 나갈 이유도 없지 않으냐고 했다. 아울러‘아나기’의 패션쇼는 ‘꽃봉지회’의 활동처럼연극운동의 일환이라고설명했다. ‘꽃봉지회’(회장 김석균 예치과원장)는 지난91년 결성된 ‘박정자 후원회’로한인옥·박철언·윤석화씨,신현웅 전 문화관광부차관 등각계 3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들은박씨가 연극출연할 때마다자발적으로 티켓 2∼4장씩을 사주는역할을 하고 뒤풀이 때에만난다. 박씨는 이들이 있기에 항상 위로가 되고용기를 갖는다며 무척고마워한다. 이어‘연극인복지재단’ 얘기가나왔다. 재단은 지난 5월20일 창립됐으며, 박씨가 초대이사장을 맡았다.스스로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그였기에 폼잡는 자리가아닌, 기업의 ‘CEO’나 마찬가지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이역력했다. 재단창립은‘영화인 복지재단’처럼연극인의 노후생활 안정과자녀의 장학사업을 지원하는 것. #연극인 생활안정 ‘이사장’ 됐다 창립식 때원로 연극인 김동원씨가 아들을 대신 보내 1000만원을 선뜻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어 ‘꽃봉지회’와극단자유의이병복대표, 윤석화씨 등도 1000만원을 기탁했다. 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달 봉급을 털었고차범석·김명곤씨,연극을가르치는교수 130명 등 여러 연극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돕고 있다. 박씨는 연극인 1% 참여하기 운동에도앞장설테니언론도잘홍보해달라고 웃는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패티김 특별공연과 꽃봉지회 회원이 직접 참여하는 뮤지컬 공연을준비하고있다고귀띔했다. “제가 출연했던 연극 중에 ‘19 그리고 80’이 있습니다. 열아홉 총각과 생의 마감을 앞둔 여든살 할머니의 사랑을 그린 것이지요. 나이 여든에도 이 연극을 꼭 할 겁니다.” 문득 짓궂은 질문.‘엄마는 50에 바다를 발견했다’는 연극 제목이 시사하듯 인간 박정자한테 ‘엄마와 바다’는어떤의미로연결되느냐고했다. 그러자 지체없이 “바다는 여성이다. 늘 마르지 않고 넘치며 깊지 않으냐.”는 대답이 돌아왔다.이어지난94년 여든넷에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잠시 회상한다. #”무대의 나는 나의 어머니 모습” 박씨는 인천시 소래포구에서 태어났다. 양조장을 경영하던 아버지는 광복 직후 열병에 걸려 일찍 세상을 떴다.이때부터어머니는서울용산으로 이사와 직물공장을 운영하면서 자식 다섯을 키웠다. 그러나 6·25가 발발하자 오빠(현영화감독)는군에입대했고,어머니는 강화도를 거쳐 제주까지 어린 딸 넷을 끌고 피란을 갔다. 어린 박정자에게는 소풍온느낌이었지만피란지의어머니는 제주에서 목포를 오가며 옷감이며 식료, 잡화를 사다가 머리에 이고 파는 행상을 했다. 박씨는“이같은추억때문에피란지인 제주 구좌읍 종달리를 고향으로 여긴다.”면서 “가끔 어머니가 생각날 때면 그곳으로 찾아가당시를떠올리곤한다.”고했다. “시집가던 해에 어머니는 쪽진 머리를 자르시더군요. 나중에야 어머니의 마음을 알았지요.그건막내딸을시집보내는 것으로 지어미로서의 부채와 한을 마무리하는 일종의 제의였어요. 저는 무대 위에서 어머니의 흉내를많이내려고해요.어머니의 감수성과 서정, 그리고 집요함의 분량을 알거든요.” 박씨는 지난 72년 위문공연 때 만난네살연하의초급장교와 결혼, 아들과 딸을 두었다. 둘 다 아직 미혼. 아들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블로그팀에 근무하며,딸은일러스트프리랜서로일한다. 남편은 CF감독. 박씨는 “연극은 영원한 아날로그”라면서 나이 여든에 열아홉살 총각과 무대에서는모습을기대해달라며활짝 웃는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2년 인천 출생. ▲61년 진명여고 졸업. ▲63년 이화여대 신문학 3년 중퇴,2004년 명예 졸업. ▲63년 동아방송 성우1기. ▲64년 동안극장에서 ‘악령’으로 연극데뷔. ▲66년 극단 자유 창립단원. ▲91년 개인 후원회 ‘꽃봉지회’ 결성. ▲96년 한국연극배우협회 부회장. ▲97년 문화비전2000위원회 위원. ▲2002년 한국영상자료원 이사 ▲04년 중앙박물관 문화재단이사. ■ 주요 작품활동따라지의 향연(66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70년), 위기의 여자(86년),굿나잇마더(90년),대머리여가수(90년),신의 아그네스(92년), 내사랑 히로시마(93년), 피의결혼(95년),뮤지컬넌센스(98년),19그리고80(2003년) 등140여편. 이밖에 음반 ‘아직은 마흔 네살’과 ‘사람아 그건운명이야’ 등저서3권을 냈다. ■ 상훈 백상예술대상(70·72·86··90년), 서울문화대상(71), 동아연극상(71·75·86년), 한국연극예술상(88년), 이해랑 연극상(96년), 서울시문화상 공연부문(98년) 등.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한국 개그계 대부 김웅래 인덕대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한국 개그계 대부 김웅래 인덕대 교수

    ‘그분의 시대’가 왔다. 만병(萬病)을 통치한다. 설명할 수 없는 묘약, 웃음이다. 고종 황제 때였다. 유성기(留聲機)가 황실에 처음 나타났다. 이를 본 고종 황제는 매우 신기하게 여겼다. 시험해보려고 소리꾼 박춘재를 불렀다. 영문도 모르는 박춘재는 황제의 거듭된 독촉에 목소리를 가다듬고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을 기계 가까이에 입술을 대고 부른다.‘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자리에∼’ 이어 고종은 유성기 기술자를 불러 기계 작동을 재촉했다. 그러자 기계에서 갑자기 귀신(?)이 나타난다. 박춘재의 목소리가 그대로 재현된 것. 자신의 목소리가 이상한 물체를 통해 흘러나오자 박춘재는 깜짝 놀라 거의 까무러쳤다. 이를 본 고종 황제가 “수명이 십년은 줄었겠구나. 자네의 정기를 기계에 빼앗겼으니.”라고 했다. 이때부터 ‘십년감수’란 말이 생겨났다. 박춘재는 당시 소문난 소리꾼이기도 했지만 임금의 심사(心思)를 즐겁게 해주는 공인된 재담가였다. 팔도의 온갖 장사꾼 흉내를 기가 막히게 잘도 냈다. 자료에 의하면 당시 가무별감(歌舞別監)의 직책까지 얻었다. 이런 까닭에 학계에서는 박춘재를 현대 코미디언의 효시로 해석한다. 구한말의 박춘재 재담에서 오늘날의 만담가-코미디언-개그맨 등으로 변천돼 왔다는 것이다. 김웅래(60) 인덕대 방송연예과 교수. 우리나라 개그계의 대부로 일컬어진다. 한국 코미디 역사를 한달음에 관통할 만큼 많은 연구와 발품을 통해 내로라하는 이 시대의 ‘웃음스타’들을 배출했다. 임성훈 최미나 고영수 정광태 곽규호 김학래 임하룡 심형래 전유성 김형곤 김미화 김한국 이봉원 김국진 이창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금도 김 교수를 ‘형님’ ‘스승’ 으로 깍듯이 모신다. 김 교수를 더욱 주목케 하는 것은 그가 최근 국내 처음으로 ‘웃음문화학회’를 만든 일. 웃음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지금이라도 진지한 연구를 통해 더욱 많은 웃음을 창출해보자는 취지로 학회 창립을 선언했다. 학자와 개그맨들이 함께 뭉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회장은 서대석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맡았고, 김 교수는 수석 부회장. 전유성 김성녀씨가 부회장단에 합류했다. 오는 27일 첫 임원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일정과 향후 계획을 논의한다. 이뿐만 아니다. 김 교수는 강원도 평창에 200여평 규모의 ‘코미디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내년 4월 완공 예정으로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쯤되면 김 교수의 ‘웃음 열정’이 궁금해지지 않을까.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33년동안 방송에서 개그프로 연출만 전문적으로 맡아오다 지난해 3월 정년 퇴임한 뒤 인덕대를 비롯, 몇몇 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방학이었지만 방송국을 오가며 개그맨 오디션 심사위원을 맡으랴, 대학로 모 극장에서 개그맨 조련을 하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KBS개그프로인 ‘개그콘서트’와 ‘폭소클럽’에 최근 두 팀씩을 투입해 웃음작전을 지휘 중이다. 먼저 국내 코미디 역사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박춘재에 이어 ‘신불출’을 거론했다. 구한말의 박춘재를 거친 재담은 일제시대의 신불출을 만나 ‘만담’으로 자리잡았다는 것. 신불출은 월북한 문예인 중 무용가 최승희와 함께 유일무이하게 별도의 연구소가 생길 만큼 북한 내에서도 최고의 만담가로 명성을 날렸다. 자료에 따르면 신불출은 월북 후 1957년 조선문학예술총동맹(문예총) 중앙위원,1961년 국립만담연구소 소장,66년 중앙방송위원회 만담가로 활동했다. 서울의 전력난을 풍자한 ‘서울의 전기세’, 미국을 비난한 ‘승냥이’ 만담은 주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전해진다. 남한에서는 장소팔 고춘자 부부, 김영운씨 부부, 김뻑국씨 등으로 대표되는 만담이 TV가 생기면서 코미디를 이어주는 웃음사(史)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됐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웃음문화학회 출범과 관련,“현장에 있는 연기자들과 여러 학자, 교수들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가슴을 맞대고, 무릎을 맞대고 얘기할 수 있어야 좋은 결과물이 생겨난다.”고 했다.“PD 활동을 하면서 가장 듣기 싫었던 소리가 ‘코미디가 저질이다.’ ‘소재가 한정돼 있다.’라는 말이었다.”면서 “앞으로 웃음 연구를 통해 이 두가지 문제를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방송프로 ‘웃찾사’ ‘웃으면 복이 와요’ ‘개그콘서트’ 등도 사랑받아야 하지만, 잊혀져 가는 만담을 되살려야 한다.”면서 “조선시대의 ‘앙천대소’ ‘소천소지’ 등 과거의 유머를 알리고 미래의 웃음을 창조하기 위해 격월간지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기자와 학자들이 상호협력할 경우 극대화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웃음도 패션이듯, 복고풍도 있고 시대에 맞는 웃음도 있게 마련이 아니냐는 반문도 한다. 80년대 들어서면서 코미디는 쇠퇴하고 대신 개그가 살아났다는 그는 웃음 발전을 위해 매년 ‘올해의 웃음대상’을 제정하겠단다. 올 연말부터 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웃긴 사람을 선정, 신선한 충격을 주겠다는 것. 국내 처음 개관될 코미디 박물관에는 대한민국 웃음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겠단다. 고 서영춘씨의 유물도 처음 공개하며, 고구려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30여년 동안 PD 활동을 하면서 수집한 각종 자료 1000여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왕년의 코미디언 구봉서 배삼룡, 개그맨 전유성 심형래 등이 박물관 추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학창시절 서울 YMCA에서 레크리에이션 진행방법과 포크댄스도 배웠지요. 학교 시험이 있던 전날에도 이기동 서영춘씨가 등장하는 ‘웃으면 복이와요’ 프로그램을 꼭 봐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학교 수업 빼먹고 서울 명동의 시공관 극장의 연극관람도 자주 했지요.” 김 교수는 민통선 지역인 경기도 파주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6·25전쟁으로 서울로 피신해 수색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대성동이 낳은 인물이 아니냐고 하자 웃을 뿐이다. 이곳엔 아직도 친척들이 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어릴 때부터 유머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그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73년 동양TV에 입사했다. 면접 때 코미디프로를 맡고 싶다고 해 ‘코미디전망대’의 고 김경태 PD와 사수-조수로 만났다. 이어 양훈-양석천 콤비 프로그램인 ‘좋았군 좋았어’를 처음으로 맡았다.75년에는 ‘살짜기 웃어예’라는 최초의 개그프로를 연출했다. 외국잡지를 들여다보고 대학 축제 현장을 다니며 꾸준히 개그 아이디어를 모았다. 대학 다닐 때 다 외우다시피했던 ‘세계 해학전집’(정음사刊) 등의 자료도 많은 참고가 됐다. 밤이면 서울 무교동 일대를 뒤지며 DJ쇼에 출연했던 임하룡 김학래 주병진 등을 만나 방송에 출연시키는 등 웃음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동서고금 어디를 가나 웃음처럼 좋은 보약은 없습니다. 지나온 세월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웃음 연구를 위해 평생을 바칠 생각입니다.” 내친김에 서울 대학로에 개그 전용극장을 짓고 있다.160석 규모로 이달 말 간판을 내걸 예정이다. 그동안 거쳐간 수백명의 후배와 제자, 여러 개그맨들이 드나들 것으로 보여 ‘웃음의 메카’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 그가 걸어온 길 ▲1946년 경기 파주 대성리 출생 ▲66년 배재고 졸업 ▲73년 고려대 영문학과 졸업 ▲73년 동양방송PD ▲80년 한국방송공사PD ▲93년 중앙대 신문방송학 석사 ▲94년 제34회 골든로즈상 심사위원(이후 4회) ▲98∼2000년 한국방송공사 코미디프로그램 담당 전문프로듀서 ▲2002년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2004년∼현재 인덕대 방송연예과 교수 ■ 주요 작품 최초 개그프로 ‘살짜기 웃어예’ 연출(75년),‘유머1번지’연출(82∼92년), 시트콤 ‘아무도 못말려’ 연출(97년)시카고 코미디페스티벌 참가(2000년) ■ 주요 저서 유머개그야사(91년), 입술터진 하마도 노래방 가냐(92년), 웃음은 국민의 기본권이다(93년), 훔쳐보는 공포(94년), 김웅래PD폭소카세트북(96년), 한국을 웃긴 250가지 이야기(96년), 잡담으로 성공하기(98년) km@seoul.co.kr
  • [깔깔깔]

    ●그것이 알고 싶다*MT 간 첫날 밤늦게까지 방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화장실 가기가 귀찮아서 맥주병에 오줌을 쌌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모두 빈 병뿐이다. 도대체 오줌이 어디로 갔지?*어떤 씨름 선수는 힘이 세지라고 쇠고기만 먹는다는데 왜 나는 생선을 많이 먹는데도 수영을 못할까?*오랜만에 레스토랑에 가서 돈가스를 먹다가 콧잔등이 가려워 스푼으로 긁었다. 그랬더니 마누라가 그게 무슨 짓이냐며 나무랐다. 그럼 포크나 나이프로 긁으라는 걸까?*마누라가 외출한다고 온갖 정성을 들여 눈화장을 하더니 갑자기 선글라스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공중 화장실은 온통 신사용과 숙녀용으로만 구분해 놓았으니 도대체 나 같은 백수나 아이들은 어디서 일을 봐야 하는가?*머리가 파뿌리될 때까지 사랑하겠냐는 주례 선생님. 도대체 대머리인 나에게 뭘 어쩌라고 저렇게 쳐다보는 걸까?
  • [길섶에서] 지게 이야기 1/심재억 문화부 차장

    지게는 바라볼수록 눈물겨웠다. 목구멍 깊은 곳에서 두엄이 익듯 단내 쏟아내는 노동의 도구일 때도 슬펐고, 툭 건드리기만 해도 맥없이 넘어지고 마는 무지렁이의 굳은 주검이 얹히는 무력(無力)의 상징일 때는 더 그랬다. 뼈마디 시리게 고단한 삶, 죽어서도 쪽박 같은 무덤 하나로 압축되고 마는 무력한 삶의 기호였던 아아, 내가 아는 지게여, 지게여. 한 날, 장터길 여울가에서 소금장사 송씨가 모로 엎드러져 숨을 거뒀다. 마을 장정들이 뛰어왔을 때, 도랑물에 젖은 소금가마니는 천근이었고, 이제는 소금 대신 제 주인의 주검을 진 지게의 ‘ㅏ’자 골격만 장정의 등에 얹혀 연신 삐꺽, 삐꺽 울고 있었다. 송씨는 흥이 넘쳤다. 천근만근 소금가마니를 지고도 술 한 잔만 걸치면 “쑥대머리 구신형용 적막옥방으….”라며 제법 애간장 끓이는 창가도 뽑을 줄 알았고, 누가 곁에서 추임새라도 넣을라치면 펄펄 기가 살아 “내가 이래봬도 젊어서는 하초 힘 좋다는 한량이었는디….”라며 히죽거리곤 했다. 그런 송씨가 객사해 개 한 마리 남아 있지 않은 그의 빈 초가 마당에는 죽도록 그의 삭신을 버텼을 낡은 지게 하나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논술이 술술]시사 키워드 / 줄기세포와 생명윤리

    [논술이 술술]시사 키워드 / 줄기세포와 생명윤리

    200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줄기세포연구가 논쟁거리가 됐다. 알츠하이머로 숨진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가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부시를 공격한 것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난치병을 고쳐줄 것으로 기대되는 줄기세포 연구는 반면에 배아 파괴와 인간복제를 둘러싸고 인간의 존엄성 훼손 논란을 부른다. 종교계에서는 배아를 폐기하는 것은 생명을 앗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난치병 환자들의 인권도 중요하기 때문에 인간배아 복제는 허용돼야 한다고 맞선다. 수정 14일 이전의 배아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 대상으로 삼아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논의의 시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질병 치료를 위한 것이다. 심장병·알츠하이머병·암·파킨슨씨병 등 난치병이 발생한 조직을 재생하거나 대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얻으려면 배아 또는 난자를 희생시키지 않을 수 없다. 살아 있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태어날 생명을 죽이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이런 점을 놓고 과학자들과 종교계, 윤리학자들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의 개발은 천문학적인 상업적 이익을 수반한다.‘사이언스’에 따르면 전세계 줄기세포 치료 규모는 연간 3000억달러를 웃돈다고 한다. 생명을 파괴하는 대가로 거금을 버는 상업주의가 윤리적으로 정당할까. ●생명공학과 윤리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시험관 아기와 복제 동물을 거쳐 마침내 인간도 복제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이런 성과들은 의학적 가치를 갖고 있겠지만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나아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심각한 해악을 부를 수도 있다. 인간배아를 마음대로 파괴하고 조작하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다. 유전자 조작은 지구의 생태계 질서를 뒤흔들 수도 있다. 인간이 복제된다면 전통적인 가족관계는 파괴되고 정체성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의료적 가치가 아무리 크더라도 인간생명이나 인류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이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거나 위협해서도 안되고 소수 특정인들을 위해 힘없는 다수가 희생되어서는 곤란하다. 줄기세포 치료를 받는 데 엄청난 돈이 든다면 일부 부유층만 수혜자가 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생명실험을 비윤리적으로 몰아세울 수도 없다. 유전자를 조작해 유전자 이상의 불치병 환자를 살리는 일, 배아줄기세포를 이식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은 악이 아니라 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손실(costs)과 이득(benifits)을 견주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배아복제 반대론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수정란을 파괴하는, 즉 생명을 파괴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다. 수정후 14일 이전의, 착상이 안된 미성숙 수정란은 생명이 없다는 것은 잘못이다. 수정 직후부터 생명체로 보아야 한다. 배아복제 연구는 인간 복제로 연결될 수 있다. 복제인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무수한 배아 파괴행위가 있게 된다. 인간의 존엄성은 무시되고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사라진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인간의 생명으로 돈을 버는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체세포 복제나 배아 복제는, 인간의 생명은 성관계를 통해 창조되어야 한다는 자연의 법칙을 어기는 것이다. 인위적인 생명창조는 가족관계를 붕괴시키는 반인륜적인 행위다. 생명복제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돌연변이나 유전학적인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종교적 관점 가톨릭적 관점에서는 생명복제를 하느님에 대한 도전으로 본다. 인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하나님의 영역을 인간이 침범하는 것이다. 생명은 하나님이 준 것이고 임의로 만들거나 거두어들일 수 없다. 인간 복제는 인간은 평등하다는 기본 인권을 위배하고 인간을 도구화하는 것이다. 생명 복제 실험은 창조주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생명 파괴의 행위다. 인간은 진정한 부모를 가질 권리가 있다. 실험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과학적 유용성도 치료 목적이 아닌 한 정당화될 수 없다. ●배아복제 찬성론 찬성론은 다음과 같다. 생명발생의 과정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복지를 향상시킨다. 인간복제 기술은 인간을 영원히 젊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성형, 재생의 길을 열어 난치병자나 사고의 희생자들을 회생시킬 수 있다. 다운증후군, 시력을 잃게 되는 데이섹스병을 치료하고 간과 신장을 교체할 수 있다. 백혈병이나 암을 정복하고 폐에 치명적인 낭포성 섬유증도 고칠 수 있다. 모자르트, 아인슈타인과 같은 인류사에서 특출한 사람들을 복제해 인류사회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윤리적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대안이 성체줄기세포다. 장기이식을 거부반응 없이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당뇨병, 화상, 대머리 등도 치료할 수 있다. ●생명윤리법의 내용, 각국의 입법례 생명윤리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각국은 법률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배아 복제를 금지해야 한다는 미국 등 60여개국과, 연구치료 목적으로는 허용하자는 한국과 영국 등이 맞서 있다. 영국은 2000년 8월 의료 연구 목적에 한정된 인간배아 복제를 처음으로 허용했다. 미국 부시 행정부는 연방정부의 기금으로 치료용 배아복제연구를 지원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올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우선 인간복제를 목적으로 체세포 복제 배아를 자궁에 착상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임신 외의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하는 행위, 매매 목적으로 정자 또는 난자를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하지만 보존 기간이 경과된 잔여 배아를, 불임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나 희귀·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고 있다. ●어떻게 볼 것인가 생명공학의 미래는 감히 예상하기 힘들다. 인간복제 다음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언젠가는 모든 난치병과 노화를 정복해서 인간의 수명은 몇백년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생명공학의 발전 속도로만 본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이다. 장기를 생산하는 공장이 만들어지고 수명을 연장해 주는 전문의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이미 생명공학의 가치 창출 규모는 2010년 9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인간들이 즐비한 세상. 그것은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최대의 축복, 곧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중심적인, 완벽한 인간을 만들기 위한 과학자들의 시도는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예측하지 못한 재앙들이 닥쳐 인류를 위협할지 알 수 없다. 병들지 않고 장수하는 인간을 위해 다른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면서 끊임없이 앞으로만 전진해 가는 과학의 오만이 인류의 파멸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생명연구의 가치는 부정할 수 없다. 고통받는 난치병 환자들을 치유하고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것은 국가적 이익과도 연관이 있다. 그러나 윤리적 규범과 자연의 원리를 벗어난 과학탐구는 제어되어야 한다.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이며 자연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못한다. 생명공학의 발전과 동시에 윤리적 규제도 강조돼야 할 것이다. 손성진 기자 sonsj@seoul.co.kr
  • 코믹액션 ‘천군’ 쑥대머리 이순신 영웅만들기

    14일 개봉한 ‘천군’(제작 싸이더스픽쳐스)은 시공(時空)을 독특하게 칵테일한 접근방식으로 일찍부터 관심을 끌어온 코믹액션이다. 남북한 젊은 병사들이 순식간에 과거로 빠져들어 스물여덟살의 청년 이순신을 만난다는 이야기 설정은 과감하고 독창적인 국산SF 소재로 인정받을 만하다. 남북한이 손을 잡고 극비리에 핵무기 ‘비격진천뢰’를 개발한 가상의 시간대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외교적 문제로 이를 미국측에 넘겨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북한 장교 강민길(김승우)은 핵무기를 빼돌리려 핵물리학자 김수연(공효진)을 납치해 탈출한다. 남한 장교 박정우(황정민)는 군의 명령으로 강민길 일행을 뒤쫓고, 그 와중에 433년만에 지구를 지나는 혜성의 신비한 힘에 이끌려 모두들 청년 이순신이 살던 1572년 조선의 변방마을에 떨어진다. 남북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가상현실을 스크린 너머로 즐겨보는 맛이 꽤나 쏠쏠하다 싶은데, 영화는 재빨리 과거로 공간이동해 본론을 꺼낸다. 여진족이 침입해 양민 학살을 일삼는 역사현장에 떨어진 박·강 일행이 만난 이순신은 무과에 낙방해 무기력하게 세월만 보내고 있는 쑥대머리 청년이다. 한동안 영화는 낯선 시간대에 툭 떨어진 이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을 코믹터치로 이어나가는 듯싶다. 사용처도 모른 채 비격진천뢰와 초코바를 훔쳐 달아나고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영웅 이전의 ‘인간’ 이순신을 넘겨짚는 장면들은 유쾌하다. 하지만 인물들의 내면 심리와 갈등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며 영화는 갈수록 진지하고 묵직한 뉘앙스의 서사기둥을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자신들을 하늘이 내린 군대(天軍)라고 환대하는 양민들 사이에서 강민길과 박정우는 상반된 캐릭터로 번번이 부딪친다. 이순신과 양민들을 도와 오랑캐에 맞서려는 강민길, 이순신의 안전을 도모한 뒤 비격진천뢰만 찾아 현재로 복귀하려는 박정우, 그들 사이에 끼어 답답한 현실을 실존적으로 고민하는 이순신. 포스터만 보고 ‘황산벌’류의 코미디 강도를 기대하는 건 그래서 금물이다. 탄환과 손도끼가 뒤섞여 날아다니는 ‘퓨전’ 전투현장, 엄연한 역사를 뒤집어 재구성한 기발한 상상력 등 소소한 구성요소들을 음미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쿨’한 사극액션을 원한다면 께름칙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한 법. 기승전결 구도를 제대로 못 갖춘 채 장황하게 늘어지는 이야기 짜임새,‘민족’ 운운하며 쉼없이 감정과잉을 부추기는 순진한(?) 대사들, 비장감을 강요하는 과장된 음향효과 등이 요즘 관객들의 입맛 수준에 맞을지 의문이다. 민준기 감독 데뷔작. 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Doctor & Disease] 경희대 재활의학과 이종하 박사

    [Doctor & Disease] 경희대 재활의학과 이종하 박사

    “세상이 그런 걸 감안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약으로 살을 빼겠다거나 근육을 부풀리겠다는 발상입니다. 단순히 살이 빠지고, 근육이 커지는 정도에서 그치면 좋겠지만, 심하면 죽음에 이르는 부작용을 낳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겁니다. 서울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인 그리피스 조이너가 심장마비로 숨졌을 때 의사들은 다 ‘약물’ 때문이라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문제는 일반인들까지도 자꾸 이런 유혹에 넘어간다는 사실입니다.” 10년이 넘게 태릉선수촌을 오가며 국가대표 선수들의 재활과 도핑 문제를 도맡다시피 한 경희대 재활의학과 이종하(45) 박사. 그에게 있어 약물, 특히 도핑과 관련된 약물은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금기의 룰’이었다.“운동선수들은 존재 이유를 ‘승리’나 기록 갱신’에서 찾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그런 만큼 ‘도핑테스트’라는 제도적인 방지책과 징계라는 억제 수단이 있지만 일반인은 그런 제약이 없어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운동선수도 금기약물인 에페드린 여성들 마구 먹어 이 박사는 운동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이나 부상통증 해소를 위해 금지약물을 복용하는 이른바 도핑 문제를 꺼내자 정색을 했다.“시장 규모가 엄청난 미국에서는 프로스포츠의 경우 따로 약물을 규제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 능력 이상의 힘과 기량이 필요한 경우 별 주저없이 이런 약물을 사용합니다. 근육강화제인 아나볼릭스테로이드나 에페드린, 메틸에페드린과 카페인제제류의 흥분제가 대표적이지요. 특히 에페드린은 생약 성분인 반하, 마황에 많이 포함돼 있는데 요즘 들어 이걸 살빼는 약으로 알고 무턱대고 먹는 여성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가 경고하는 이런 약물의 부작용은 심장 발작과 빈맥, 간장 손상, 고환기능 장애로 인한 성기능 퇴조, 불면증, 이상 흥분, 정서불안 등 헤아리기도 쉽지 않다. 이런 약물을 일부 헬스클럽 관계자들이 운동하는 일반인에게 권하는 일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란다. 더 놀라운 것은 비만 때문에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일주일이면 몰라볼 만큼 살이 빠진다.’며 접근하는 보따리상이나 홈쇼핑 업체들을 통해 무작위로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장발작·간장손상… 성기능 퇴조 부를수도 “이뇨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더러는 살을 뺄 목적으로 이걸 사용하는데,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 체내 전해질 군형이 깨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또 최근 웰빙 붐을 타고 운동인구가 늘면서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할 때 호흡곤란을 줄여준다는 EPO(펩타이드 호르몬제)의 경우 혈중 적혈구 숫자를 일시적으로 늘려 심장마비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심혈관계와 내분비계가 교란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일반인들은 물론 운동 선수들도 이런 위험의 실상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되는 약물의 종류가 워낙 많은 데다 계몽이나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서다.“예전 방콕아시안게임 때 일부 종목 선수들이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카페인과 마황 성분의 흥분제를 복용해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습니다. 이걸 먹으면 피로감이 덜하고 운동에너지가 향상되는 데다가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먹는다는 말에 별 생각없이 복용했던 것인데, 이게 금지약물이었던 겁니다. 운동을 직업으로 삼는 선수들이 이 정도니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현재 IOC가 지정한 금지약물은 크게 ▲펩타이드 호르몬제 ▲근육강화제 ▲마약성 흥분제 ▲마약성 진통제 ▲이뇨제 등이다. 국내에서 이런 성분을 함유한 약제는 수백가지가 넘는다. 종류도 안약, 피부에 바르는 외용제, 먹는 경구용 제제 등으로 다양해 누구든 맘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작용 기전과 종류는 다르지만 이런 약제가 갖는 공통점은 심리적 의존성과 습관성이 강해 사용을 중단하면 심각한 금단현상이 나타난다.“전문가들은 약물 효과나 금단증상을 겪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가령 남자의 유방이 커지는 등 여성형 체형으로 변한다든가, 불안해하며 안절부절못하는 사람, 갑자기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정서불안, 여성의 생리불순, 여드름 증가, 성욕감퇴에다가 더러는 대머리가 되기도 합니다.” ●청소년들 환각제로 사용… 반도핑 인프라 시급 이런 약물이 더 두려운 것은 수많은 젊은이와 청소년들까지도 예사로 환각제나 마약성 진통제를 찾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현상은 성문화 개방과 약물에의 노출이 맞물리면서 폭력이나 성범죄가 놀라운 증가세를 보인다.“청소년들이 이런 약물을 찾는 이유는 약물의 힘에 의지해 답답한 현실에서 일탈하려는 건데 이건 말이 안 되지요. 대한민국에 답답한 청소년이 어디 하나, 둘입니까. 또 상황이 이 정도면 청소년위원회 같은 곳에서도 자꾸 성범죄만 말할 게 아니라 약물 문제를 함께 다뤄줘야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실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도핑과 관련한 변변한 통계 하나 없다. 이를 두고 그는 ‘도핑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지금 국내에는 도핑검사가 가능한 곳이 KIST 도핑센터 한 곳뿐인데, 이곳에서 일반인의 도핑까지 담당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약물의 위해성으로부터 일반인을 보호하려면 당연히 관심을 갖고 반도핑 인프라를 구축해야지요.” 이 박사는 “이 상태에서 더 나가면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누구나 약물로 살을 빼려 하고, 약물로 기분을 바꾸려 하고, 약물로 건강해지려 한다면 그건 망상이라며 지금이라도 사회나 국가가 미온적, 온정적 입장을 버리고 실효성 있는 처방을 내놔야 한다고 역설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이종하 박사는 ▲경희대의대 및 대학원(박사)▲한국재활의학회·스포츠의학회·임상노인의학회 회원▲대한올림픽위원회 의무분과 위원·세계태권도연맹 TUE위원장▲미국 애틀란타올림픽·이탈리아 유니버시아드·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태국 방콕아시안게임·호주 시드니올림픽·베이징 유니버시아드·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부산아시안게임·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동계유니버시아드 한국대표팀 의료대표단▲현 경희의료원 재활의학과 교수
  • 베컴, 대머리 된다 왜?

    최근 영국의 시사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가 ‘세계적인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머잖아 대머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끈 적이 있었다. 이유는 그의 ‘콘로’라는 헤어스타일 때문. 이 스타일이 흑인들이 즐기는 ‘레게’ 스타일보다 머리카락을 더 단단히 꼬아 만들기 때문에 두피가 많이 노출돼 그만큼 손상이 쉽다.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는 “헤어스타일이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게 당겨 묶거나 땋은 머리, 고무 밴드로 머리를 꽉 조이거나 스트레이트 파마 등도 모두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견인성 탈모, 압박성 탈모 머리를 뒤로 잡아 묶는 ‘포니 테일’은 어른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가장 일반적인 헤어스타일이다. 하지만 이처럼 머리를 세게 잡아당겨 묶는 것은 모발 건강에 해롭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의 경우 모발을 너무 세게 당겨 묶으면 모근이 들떠 어린 나이에도 탈모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성인도 머리를 너무 세게 잡아당기면 탈모 증상이 생긴다. 바로 견인성 탈모다. 견인성 탈모는 머리를 뒤로 당겨 묶는 여성, 특히 레게 머리를 즐기는 아프리카 여성에게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흑인뿐 아니라 동양권 젊은이들도 이런 스타일을 즐겨 탈모증상을 겪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파마할 때 특정 부위의 모발이 지속적으로 당겨지거나 베개, 모자 등에 의해 오랫동안 눌려 탈모가 오기도 하는데, 이를 ‘압박성 탈모’라고 한다. 한쪽 방향으로만 누워 있는 젖먹이에게서도 종종 이런 경우가 발견되며, 환자가 장기간 침대에 한쪽으로만 누워 있을 때에도 나타난다. 압박성 탈모의 원인은 압박으로 인한 국소 혈류장애 때문이다. ●예방과 치료 견인 및 압박성 탈모는 유전이나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어서 원인 행동을 삼가는 것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견인성 탈모는 세게 잡아당겨 머리를 묶거나 땋는 것을 피하되 꼭 묶어야 한다면 최대한 느슨하게 해야 한다. 어린이의 경우 간혹 습관적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습관도 금물. 압박성 탈모라면 한 방향으로 장시간 머리를 대고 누워 있거나 공기가 잘 통하지 않게 모자나 헤어 밴드로 머리를 압박하는 것은 좋지 않다. 물리적 힘에 의해 머리카락이 빠진 경우 원인을 제거하면 대부분 다시 머리가 난다. 하지만 정상 두피라도 머리카락에 계속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탈모 요인이 작용할 경우에는 자연 치유가 어렵다. 이 때는 발모제를 바르거나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문의들은 “평소 관리가 쉬운 헤어스타일을 택하고, 스프레이나 무스 등은 살에 닿지 않게 모발 끝에만 바르는 게 좋다.”며 “이와 함께 자외선, 가공식품, 커피와 담배, 기름지거나 지나치게 맵고 짠 음식 등은 모발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도움말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그 영화 어때?]영화 ‘천군’ 제작보고회

    [그 영화 어때?]영화 ‘천군’ 제작보고회

    무과에 떨어져 방황하는 쑥대머리의 이순신 장군을 상상해본 적 있는지? 7월 중순 개봉하는 영화 ‘천군’(제작 싸이더스픽처스)은 성웅이 되기 전의 ‘청년 이순신’을 그린 팬터지 사극이다. 시간을 거슬러 하늘에서 내려온 남북한 군대(天軍)의 도움을 받아 28세의 젊은 이순신이 장군의 면모를 다듬어가는 게 이야기의 주요얼개다.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을 남겨둔 영화의 주인공은 박중훈(39). 코믹사극 ‘황산벌’(2003년)에서 웃기는(?) 계백장군을 맡아 ‘대박’을 터뜨렸던 그다. 그런 그가 이번엔 이순신이 되어 스크린으로 돌아온 것이다. 충무공 탄신일인 지난달 28일 서울 목동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그는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20대 젊은 영웅으로 변신한 배우 박중훈과 민준기 감독이 들려준 영화 이야기를 간추렸다. Q.연기하면서 느낀 이순신은 어떤 인물인지. A. (박중훈) “민족의 영웅이며 근사한 장군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역사엔 잘 기록돼 있지 않지만 장군에겐 무과에 낙방해 7년쯤 방황한 시간이 있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가 영웅이 되는 순간 끝이 난다. 방황하는 젊은 청년 이순신을 그렸다.” Q.어떻게 박중훈을 또다시 장군으로 캐스팅했는지. A. (민준기) “영웅 이순신을 그렸다면 다른 배우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면 알겠지만 젊은 이순신은 박중훈이란 배우와 딱 맞아떨어진다. 코믹요소는 있지만 극중 이순신은 절대 코미디를 하지 않는다.” Q.왜 이순신인가? A. (민) “IMF때 이순신과 관련한 책을 봤었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정직한 사람이 드문 게 당시 현실이었는데,400년 전 이순신은 그런 점에서 정말 훌륭한 분이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원래는 이순신 장군을 그린 영화를 생각했으나, 해전을 제대로 묘사하는 게 어려울 것 같아 망설였다. 그러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신병(神兵)에 관한 기록을 읽고 남북한 군인들이 무과 시험에 낙방한 젊은 이순신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다.” Q.그동안 코미디에 주력해 왔는데, 이순신 역할에 부담은 없었는지. A. (박) “코미디 ‘황산벌’과 역사적 영웅을 그렸다는 건 공통점이다. 그러나 ‘황산벌’이 전쟁터의 충장을 그렸다면, 이번엔 성웅도 한때 방황을 했었다는 이야기다. 희화화를 염려하는 시선은 역사는 엄숙해야 하고 영웅은 장엄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나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Q.영웅을 희화화했다는 우려도 있는데. A. (박) “배우 박중훈에게서 코미디를 지울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열아홉살 때 대학시험에 떨어진 적이 있다. 무과에 떨어진 이순신과 격이 같진 않겠지만, 그때의 실패 경험을 유추해서 연기했다.” 총제작비 83억원이 투입된 ‘천군’에는 김승우 황정민 공효진 등이 함께 출연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탈모증 ‘노르드법’ 따라 男7종·女1종으로 분류

    탈모증 ‘노르드법’ 따라 男7종·女1종으로 분류

    심 박사는 최근 들어 여성형 탈모증이 느는 것도 중요한 경향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여성도 탈모증으로 인한 대머리가 있다. 역시 유전적 소인이 강하며 원인은 체내의 남성 호르몬이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보통 20대 중반부터 탈모가 서서히 진행되나 유형은 남성과 달리 앞 이마선 부위의 모발은 유지되는 대신 머리 윗부분인 두정부에서 탈모가 일어난다. 치료제로는 미국 FDA가 공인한 미녹시딜이 유일하다. 민간요법으로 사용하는 해조류나 검은 콩, 검은 깨 등의 섭취가 탈모 억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지만 치료 효과는 검증된 것이 없다.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탈모 유형은 노르드 분류법(그림)에 따라 남성 탈모증은 7종 12유형, 여성 1종으로 구분하며 이런 유형 구분이 치료에 활용되기도 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Doctor & Disease] 경희대의대 피부과학교실 심우영 박사

    [Doctor & Disease] 경희대의대 피부과학교실 심우영 박사

    “탈모 스트레스, 이거 대단합니다. 잠자는 시간 말고는 머리카락 생각에 되는 일이 없달 정도니까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외모나 인상의 가치를 높게 치는 문화에서는 이런 스트레스가 서구보다 훨씬 더하지요.” 지금까지 1만여건의 탈모증 치료 경험을 축적했을 뿐 아니라 원형탈모증의 고통을 체험하겠다며 자신의 머리를 밀어붙이기까지 한 경희대의대 피부과학교실 심우영(47) 박사. 그는 탈모증을 ‘마이너 질환’이라고 했다. 직접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의 말에서는 ‘마이너’ 이상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만이 드러낼 수 있는. 탈모증이란 어떤 질환인가. 이걸 질환 혹은 질병으로 봐도 되는가. -모발의 밀도가 현저히 줄거나 빠지는 머리카락의 개수가 정상보다 많을 때, 이를 탈모증이라고 한다. 일부에서 탈모를 노화의 일부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세계 학계의 대세는 탈모증이 질병이라는 것이다. 더러는 모발이 한 웅큼씩 빠진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탈모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특별한 원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아니면 모발이 갑자기 빠지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탈모는 서서히 진행된다. 보통 모발 수명은 5∼7년 정도인데, 이게 수명이 줄고 가늘어지다가 모낭 자체가 없어지는 단계를 밟는다. 증상의 특이성은 무엇인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탈모증은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 잘 자라던 머리카락이 빠져 새 머리카락이 날 때 약간 가늘어지고 수명도 1∼2년 준다.10∼20년에 걸쳐 이걸 몇차례 반복하면서 결국 머리카락이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런 남성형과 달리 원형탈모는 갑자기 특정 부위의 머리카락이 빠져 나가는 증상이다. 탈모는 어떻게 분류하는가. -유형이 사람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남자는 7개 타입, 여성은 1개 타입으로 나누며, 원형탈모증은 따로 구분한다. 원형탈모는 단발성, 다발성, 전두(全頭) 및 전신(全身)탈모 등으로 나눈다. ●원인은 유전적 소인에 환경요인도 작용 ▶탈모의 원인은 무엇인가. -탈모의 대부분이 유전적인 소인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이 모발의 성장을 억제, 탈모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기전은 여성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스트레스가 탈모의 원인이라고 믿지만 유전적인 소인 없이 스트레스만으로 머리가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심 박사는 탈모 유전의 실상을 이렇게 설명했다.“더러는 ‘우리 집안에는 대머리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나 유전성은 잠복했다 나타나기도 하고, 또 의학적으로는 틀림없는 대머리를 일반인들은 대머리로 여기지 않는 오해가 있기도 합니다. 물론 유전적 소인에 환경요인도 작용하며, 같은 가계라도 아버지와 아들의 유형이 다른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지요.” 발병 추세와 경향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경우 남자는 14.1%, 여자는 5.6%에서 탈모가 나타나는데, 내원 환자를 보면 최근 10년 사이 2배는 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30대 환자의 증가가 눈에 띈다. 경향상의 특징은 아무래도 20∼30대 젊은 층과 여성이 탈모에 민감하며, 최근 들어 노인층 환자가 부쩍 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나라선 男14%·女5%가 탈모증 그는 탈모를 보는 동·서양의 시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서구의 경우 대머리가 전체 성인의 50%로 우리나라의 15∼20%보다 훨씬 많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한국인이 훨씬 심각해 상대적으로 치료 욕구도 강하지요. 사회·문화적인 배경 때문이기도 하고, 또 서구보다 대머리 빈도가 낮아 눈에 잘 드러난다는 점도 작용하겠지요.” 탈모는 어떻게 진단하며, 적용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탈모의 패턴과 모발의 부위별 굵기가 중요한 진단의 근거가 된다. 일반적으로 모발의 밀도는 두피 ㎠당 140개 이하를 탈모상태로 보며, 굵기는 부위별 양태를 관찰해야 하지만 직경이 79㎛(1㎛는 0.001㎜)에 못미치면 문제가 있다고 간주한다. 일반인들이 이런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모발이 매일 70∼80개 이상 빠지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머리카락을 엄지와 검지로 한 웅큼(100개 정도)을 쥔 뒤 잡아 당겨 3∼4개 정도 빠지면 정상, 그 이상이면 탈모증을 의심할 수 있다. ●모발 하루 70~80개 이상 빠지면 의심 치료는 어떻게 하나. -주변에 이런저런 약제와 치료법이 널렸지만 학계가 검증한 약제로 두피에 바르는 미녹시딜과 경구용 프로페시아가 있다. 일부에서는 프로페시아가 성기능을 떨어뜨린다고 하지만 임신부만 아니라면 안전하다. 이런 약제로 6개월 이상 치료하면 환자의 60∼80%에서 모발이 새로 나고 탈모반 크기도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탈모를 방치해 아예 모낭이 없어진 경우에는 자가 모발이식을 하게 된다. 이식후 모발 상태는 정상인과 비슷하나 이 경우에도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기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탈모도 조기발견이 의미가 있는가. -당연하다. 가는 모발이라도 많으면 치료 여지가 있지만, 그마저 없으면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탈모 소견이 있으면 빨리 손을 쓰는 게 중요하다. ■ 심우영 박사는 ▲경희대의대 및 대학원(박사)▲국군 서울지구병원 피부과 과장▲영국 셰필드의대 연구원▲대한모발학회 총무이사▲대한피부과학회 서울지회 재무이사 및 총무이사▲대한피부연구학회 재무이사▲대한피부과학회, 대한피부연구학회, 대한모발학회 회원▲미국피부과학회, 미국피부연구학회, 유럽모발학회 회원▲저서:피부면역학(공저,1999), 모발생물학(공저,2004)▲현, 경희대의대 부속병원 피부과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쉬어가기˙˙˙

    영국의 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는 21일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주장 데이비드 베컴의 앞머리가 예전보다 많이 드러나며 대머리인 아버지를 닯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베컴이 재작년 남아공 방문 당시 레게스타일보다 머리카락을 더 단단히 꼬는 ‘콘로 스타일’로 햇볕에 그대로 노출, 두피에 손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추측.
  • [세상에 이런일이]약장수 멋대로 기적의 소똥약!

    |뉴델리 연합|소가 신성시되는 인도에서 젖소의 똥과 오줌으로 만든 각종 약과 제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며 만병통치약으로 대접받고 있다. 지난해 5월 총선에서 패해 야당으로 전락한 인도힌두당(BJP)의 뉴델리 당사 기념품 가게에서도 고라트나(젖소 상품)로 불리는 이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가게를 운영하는 쿠마르는 이중 “변비약이 특히 잘 팔린다.”고 했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은 당뇨병에서 치질·부인병까지 못 고치는 병이 없다는 “다목적 알약”이다. 포장에 “기적의 약”이라고 표시된 이 약의 한달치 가격은 1달러를 조금 넘는 정도. 산지바니 아크라고 불리는 또 다른 만병통치약은 물약으로 암, 히스테리, 생리 불순 등의 치료에 쓰인다. 약품 외에 고라트나 제품은 소똥으로 만든 치약, 세정제, 피부미백제, 대머리 및 비만 치료제, 비누 등 다양하며 소 오줌으로 만든 ‘살균 애프터셰이브’제품도 있다. 소를 신성시하는 운동을 장기간 계속해온 BJP당의 시다르트 싱 대변인은 이 판매점이 인도 최대 고용 부문의 하나인 촌락의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라트나 제품의 역사는 수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 인기는 요즈음 더욱 높아지고 있다.
  • [그 영화 어때?]절망에서 부르는 희망하모니 ‘코러스’

    ‘여러 직장을 전전한 끝에 결국은 막다른 곳까지 오게 됐다.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최저 기숙학교. 최저란 말이 나랑 너무도 잘 맞는다.’ 2차 대전 직후, 프랑스 마르세이유의 한 기숙학교에 부임한 음악교사 마티유(제라르 쥐노). 전쟁의 폐허속에 가족들과 떨어져 제멋대로 자라고 있는 아이들과 대면한 첫날, 그는 실패한 작곡가로서의 초라한 자화상을 절감하며 일기장에 착잡한 심정을 적는다. 순수함이라고는 찾아볼 길 없는 거친 아이들이나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들어 일벌백계로 학생들을 다스리려는 엄격한 교장 모두 마티유에겐 구제불능처럼 보인다. 하지만 겨울 벌판처럼 황량한 이곳에도 한줄기 희망의 빛이 깃든다. 그건 어느날 밤 우연히 들려온 아이들의 노래소리. 자신의 대머리를 빗댄 가사를 흥얼대는 짖궂은 아이들의 합창에서 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 그는 오래 전 접었던 작곡가의 꿈을 다시 펼쳐든다. 영화 ‘코러스’(Les Choristes·3일 개봉)는 사랑에 허기져 삐딱해진 아이들과 이들을 사랑으로 감싸는 참 스승 마티유가 음악을 매개로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다. 마티유의 열정적인 손끝에서 반항아 모항쥬는 천상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훌륭한 성악가로 변신하고, 늘 교문 밖에서 아빠를 기다리던 꼬마 페피노의 그리움도 사라진다. 영화는 마티유의 진심과 음악의 힘이 천방지축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마법같은 과정을 진솔하게 보여줌으로써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자칫 평이한 스토리와 익숙한 주제의식으로 진부하게 비칠 수 있는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건 음악이다. 온갖 못된 짓을 골라하던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대목에선 빈 소년합창단이 부럽지 않을 정도. 특히 모항쥬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가뭄의 단비처럼 메마른 가슴을 촉촉히 적시는 매력을 선사한다. 절망의 끝에서 ‘음악’이란 희망의 싹을 틔운 마티유와 아이들은 교내에서 벌어진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별의 순간을 맞는다. 아무도 배웅나오지 않은 교정을 쓸쓸히 나서는 마티유. 그때 마티유의 머리 위로 아이들이 접어 날린 수십개의 종이비행기가 쏟아진다.‘난 아이들이 명령을 어기고 뛰쳐나와 인사를 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그들의 지혜는 그 이상이었다.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서 만났지만 우리가 헤어진 곳은 희망의 이름이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900만 관객을 모으며 일약 국민영화로 떠오른 ‘코러스’는, 파리음악학교 출신의 크리스토퍼 바라티에 감독이 1945년작 ‘나이팅게일의 새장’을 리메이크한 것. 모항쥬역의 장 밥티스테 모니에를 비롯해 극중 아이들은 모두 실제 합창단원 출신들이다. 마티유를 연기한 제라르 쥐노는 국내에는 낯설지만 프랑스에선 감독, 작가, 제작자로도 활동하는 대스타.‘시네마 천국’으로 친숙한 자크 페렝이 성인 모항쥬로 등장하고, 그의 아들 막상스 페렝이 페피노로 출연하는 것도 흥미롭다. 전체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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