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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면가왕’ 날벼락은 조장혁? 김구라 “정체 알고 있다”

    ‘복면가왕’ 날벼락은 조장혁? 김구라 “정체 알고 있다”

    복면가왕 날벼락 ‘복면가왕’ 날벼락은 조장혁? 김구라 “정체 알고 있다”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실력파 고수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등장해 화제다. 지난 31일 방송된 ‘복면가왕’ 1라운드에서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대박 찬스 원플러스 원’은 김수철의 ‘못다 핀 꽃 한송이’로 듀엣곡 대결을 펼쳤다. 승자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으며, 가면을 벗은 ‘대박 찬스 원플러스 원’은 가수 서인영이었다. 서인영은 “구두에 제가 묻히는 것 같다. 가수임에도 목소리보다 패션이 부각된 탓에 이를 극복하고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에 대해 윤일상은 “수와 진 처럼 내공있는 보컬리스트 같다”고 추측했다. 백지영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목소리다. 본인의 실력을 다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고 평했다. 신봉선은 쿨의 이재훈이라고 추측했고, 지상렬은 김정민을 언급했다. 김구라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호언 장담하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대결에서 지면 정체를 맞추고 대머리 가발을 벗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날벼락’의 정체를 가수 조장혁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복면가왕 날벼락, 정체 누굴까? 김구라 자신만만한 모습 ‘왜?’

    복면가왕 날벼락, 정체 누굴까? 김구라 자신만만한 모습 ‘왜?’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대박 찬스 원플러스 원’이 김수철의 ‘못다 핀 꽃 한송이’로 듀엣곡 대결을 펼쳤다. 이날 대결 결과, 승자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대박 찬스 원플러스 원’은 가면을 벗었고 가수 서인영이 얼굴을 드러냈다. 날벼락의 정체를 두고 가수 조장혁, 쿨의 이재훈, 김정민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신봉선은 쿨의 이재훈이라고 추측했고, 지상렬은 김정민을 언급했다. 김구라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대결에서 지면 정체를 맞추고 대머리 가발을 벗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복면가왕 날벼락, 김구라 정체 알고 있다? 발언보니

    복면가왕 날벼락, 김구라 정체 알고 있다? 발언보니

    지난 3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 1라운드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대박 찬스 원플러스 원’이 김수철의 ‘못다 핀 꽃 한송이’로 듀엣곡 대결을 펼쳤다. 이날 대결 결과, 승자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이에 ‘대박 찬스 원플러스 원’은 가면을 벗었고 가수 서인영이 얼굴을 드러냈다. 서인영은 “구두에 제가 묻히는 것 같다. 가수임에도 목소리보다 패션이 부각된 탓에 이를 극복하고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날벼락의 정체를 두고 가수 조장혁, 쿨의 이재훈, 김정민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신봉선은 쿨의 이재훈이라고 추측했고, 지상렬은 김정민을 언급했다. 김구라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대결에서 지면 정체를 맞추고 대머리 가발을 벗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복면가왕 날벼락, ‘조장혁 vs 이재훈 vs 김정민’ 클레오파트라 강력한 맞수 등장…누구길래?

    복면가왕 날벼락, ‘조장혁 vs 이재훈 vs 김정민’ 클레오파트라 강력한 맞수 등장…누구길래?

    복면가왕 날벼락, ‘조장혁 vs 이재훈 vs 김정민’ 클레오파트라 강력한 맞수 등장… 정체는 누구? ‘복면가왕 날벼락 복면가왕 클레오파트라’ ‘복면가왕’ 날벼락 정체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3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 1라운드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대박 찬스 원플러스 원’이 김수철의 ‘못다 핀 꽃 한송이’로 듀엣곡 대결을 펼쳤다. 대박 찬스 원플러스원과 날벼락의 무대가 끝난 후 작곡가 김형석은 “두 분 다 좋은 가수다. 남자는 목소리를 변조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가수 백지영은 “성량에 비해 덜 표현했다. 우리가 많이 들은 가수의 목소리다”고 호평했다 이날 대결 결과, 승자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이에 ‘대박 찬스 원플러스 원’은 가면을 벗었고 가수 서인영이 얼굴을 드러냈다. 서인영은 “구두에 제가 묻히는 것 같다. 가수임에도 목소리보다 패션이 부각된 탓에 이를 극복하고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에 대해 윤일상은 “수와 진 처럼 내공있는 보컬리스트 같다”고 추측했다. 백지영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목소리다. 본인의 실력을 다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고 평했다. 날벼락의 정체를 두고 가수 조장혁, 쿨의 이재훈, 김정민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신봉선은 쿨의 이재훈이라고 추측했고, 지상렬은 김정민을 언급했다. 김구라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대결에서 지면 정체를 맞추고 대머리 가발을 벗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편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과연 클레오파트라를 꺾을 수 있을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MBC 복면가왕 방송캡처(복면가왕 날벼락)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복면가왕 날벼락, 정체 누구? ‘조장혁 vs 쿨 김재훈’ 김구라 정체 알고 있다? 반응보니 ‘경악’

    복면가왕 날벼락, 정체 누구? ‘조장혁 vs 쿨 김재훈’ 김구라 정체 알고 있다? 반응보니 ‘경악’

    복면가왕 날벼락, 정체 누구? ‘조장혁 vs 쿨 김재훈’ 김구라 알고있다? 추측보니 ’복면가왕 날벼락 정체’ ’복면가왕’ 날벼락 정체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3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는 ‘대박 찬스 원플러스원’과 ‘마른하늘에 날벼락’의 듀엣곡 대결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 ‘대박찬스 원플러스원’과 ‘마른하늘에 날벼락’은 가수 김수철의 ‘못다핀 꽃 한송이’를 열창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두사람의 무대에 작곡가 김형석은 “두 분 다 좋은 가수다”라면서 “남자는 목소리를 변조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백지영은 “성량에 비해 덜 표현했다”며 “우리가 많이 들은 가수의 목소리다”고 호평했다. 두 사람의 대결결과, 승자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으며, 가면을 벗은 ‘대박 찬스 원플러스 원’ 정체는 가수 서인영이었다. 서인영은 “구두에 제가 묻히는 것 같다. 가수임에도 목소리보다 패션이 부각된 탓에 이를 극복하고자 출연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에 대해 윤일상은 “수와 진 처럼 내공있는 보컬리스트 같다”고 추측했다. 백지영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목소리다. 본인의 실력을 다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신봉선은 쿨의 이재훈이라고 추측했고 지상렬은 김정민을 언급했다. 특히 김구라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자신있어 하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대결에서 졌을 경우 정체를 맞추고 대머리 가발을 벗겠다고 선언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날벼락’의 정체를 가수 조장혁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사진=MBC 복면가왕 방송캡처(복면가왕 날벼락)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복면가왕’ 날벼락은 조장혁? 김구라 “정체 알고 있다” 호언장담

    ‘복면가왕’ 날벼락은 조장혁? 김구라 “정체 알고 있다” 호언장담

    복면가왕 날벼락 ‘복면가왕’ 날벼락은 조장혁? 김구라 “정체 알고 있다” 호언장담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실력파 고수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등장해 화제다. 지난 31일 방송된 ‘복면가왕’ 1라운드에서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대박 찬스 원플러스 원’은 김수철의 ‘못다 핀 꽃 한송이’로 듀엣곡 대결을 펼쳤다. 승자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으며, 가면을 벗은 ‘대박 찬스 원플러스 원’은 가수 서인영이었다. 서인영은 “구두에 제가 묻히는 것 같다. 가수임에도 목소리보다 패션이 부각된 탓에 이를 극복하고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에 대해 윤일상은 “수와 진 처럼 내공있는 보컬리스트 같다”고 추측했다. 백지영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목소리다. 본인의 실력을 다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고 평했다. 신봉선은 쿨의 이재훈이라고 추측했고, 지상렬은 김정민을 언급했다. 김구라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호언 장담하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대결에서 지면 정체를 맞추고 대머리 가발을 벗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날벼락’의 정체를 가수 조장혁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탈모 스트레스로 모발이식 결심하는 환자 증가 추세

    탈모 스트레스로 모발이식 결심하는 환자 증가 추세

    외모를 중요시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탈모환자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탈모를 숨겨온 남편과 이혼을 결심한 아내’, ‘대머리라 험악해 보여 범죄자로 몰린 황당한 사연’까지 탈모환자들의 애환을 다룬 사례도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모발이식을 결심하는 탈모환자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모발이식은 대표적으로 절개 모발이식과 비절개 모발이식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통증과 흉터의 단점을 가진 절개 모발이식 보다 통증이 적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 장점을 가진 비절개 모발 이식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비절개 모발 이식은 자가 모낭을 채취해 모발이 필요한 부위에 이식하는 시술 방법으로 모발의 굵기와 밀도, 가르마 방향을 세밀히 분석해 진행되며 얇은 모발로 잔머리 이식도 가능해 가장 자연스러운 헤어라인을 연출할 수 있다. 헤어스타일이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하는 만큼, 모발이식 시술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탈모 1천만 시대를 맞아 각 병원에서는 다양한 홍보 전략을 펼치고 있어 탈모환자들은 모발이식 잘하는 병원을 선택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모발이식 수술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얼마나 잘 심었는가’로 판가름 난다. 그것을 바로 ‘생착률’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모발이식을 잘 하는 병원은 ‘생착률’이 높은 병원이 될 것이다. 생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한 모낭을 손상 없이 채취해 안전하게 심는 것이 관건인데, 이는 수술기술과 의사의 경험에 의해 좌우된다. 하지만 일반 탈모 환자는 각 병원에서 내놓는 수술 성공사례 즉, 생착률을 정확히 구별해 내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수술 전후 자료의 경우 단순 사진 비교보다는 동영상 자료를 확인해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영상의 경우 수술 부위의 모습을 편집하기 어렵고, 사진에 비해 수술 효과를 과장 없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블라인의원 백현욱 원장은 “사진의 경우 각도, 조명으로 인해 모발 이식 결과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으며 머리띠 또는 빗질을 통해 시술 부위를 풍성하게 보이도록 연출할 수 있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아울러 백 원장은 “모발 이식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이 시술의 만족도를 결정한다”라며, “모발의 상태, 시술 방식에 대한 꼼꼼한 상담을 받고 진행해야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노블라인의원은 레이저 포인트 기구 활용해 시술을 진행하고 있으며, 환자의 모발과 두피 상태를 고려해 식모기와 슬릿 방식 중 수술방식을 선택한다. 다수의 대량모발이식과 국내 최다 체모이식 수술케이스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유튜브를 통해 모발 이식 병원 선택법과 주의사항, 모발 이식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 등을 게시하고 있다. 또한 원장이 직접 시술하는 과정 영상, 시술 전후 비교 영상 역시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어 관심 있는 이라면 한 번쯤 확인해볼만 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내여행 | 금빛 따라 서산 아리랑 타고 정선

    국내여행 | 금빛 따라 서산 아리랑 타고 정선

    보이는 것은 일렁이는 금빛물결이었고 들리는 것은 구슬픈 아리랑 노랫가락이었다. 기차를 타고 서산과 정선을 오고 가는 길은 더할 나위 없이 넉넉했다. ●서산에 다시 가야 할 이유 서해금빛열차 G-트레인 금빛물결이 일렁이는 서해안을 따라 기차를 타고 훑어 내려갔다. 단언컨대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가장 뜨끈뜨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열차가 G-트레인이다. 따뜻한 온돌마루에 오도카니 앉아 사색에 잠기자니 혼자 온 것이 외롭다. 1량 전체가 온돌마루실로 구성된 G-트레인에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삼삼오오 모인 이들로 그득했다. 혼자 온 것을 다시금 후회하며 조용히 족욕기에 발을 담근다. 온몸에 긴장이 풀리고 노곤해진다. 차창을 마주보고 앉아 있으니 휙휙 재빨리 지나가는 모든 것들처럼 시간도 빠르게 흘렀다. G-트레인은 아산, 예산, 홍성, 보령, 서천, 군산, 익산 등 서해안의 보석 같은 도시 7곳에 정차한다.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충북 서산에 가기로 결정했는데 아쉽게도 서산에는 기차역이 없다. 홍성역에서 내려 서산까지 30여 분을 차로 달려야만 하지만 여기는 충청도가 아니던가. 안으로 길게 포구가 나 있는 내포지방에 속하는 서산은 높은 산이 없고 넓은 들이 있어서 큰 자연재해가 거의 없단다. 속설에는 1년 농사를 지으면 3년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물산이 풍부한 곳이라는데 거기에 바다까지 끼고 있으니 여유롭고 풍요롭다. 그러니 가는 길마저 푸근하고 느긋하기만 하다. 서산에 도착해 가장 먼저 간월암에 간 것을 후회했다. 볼 간看, 달 월月. 간월담은 의미 그대로 석양이 비추고 달이 떠오를 때 가장 아름다운 바위섬이다.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바다 위에 떠오른 달을 보고 득도했다는 유래가 있을 정도니 대낮에 방문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좋은 것도 있었다. 간월도 옆에 떨어져 자리한 작은 바위섬인 간월암. 썰물 시간에 맞춰 간 덕에 간월암으로 향하는 짧은 길이 열리고 간월사에 닿을 수 있었다. ‘고즈넉하다’라는 말을 진정으로 쓸 수 있는 작은 사찰이다. 조선시대 억불정책으로 인해 암자는 완전 폐쇄되었는데 현재 남아 있는 절은 1941년 만공스님이 중창하신 것이다. 본디 바닷가 근처에 있는 사찰들은 용왕전만 두고 산신전은 없는 것이 특징. 하지만 이곳은 금북정맥의 끝자락에서 그 기운을 받았다고 하여 산신전도 함께 두고 있다. 절을 중심으로 360도 바다를 조망할 수 있으니 가장 너른 바다를 품고 있는 절이다. 절 마당 가운데는 250년의 세월을 보낸 사철나무가 오롯이 서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그보다 더 나이가 많다는 탱자나무가 오가는 이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서산의 여유로운 시간에 갇혀 잠시 넋을 놓았더니 밀물이 드리워지고 말았다. 간월암만큼 아쉬운 곳은 또 있었다. 마음을 열고 가는 절 ‘개심사’다. 마음은 열었는데 꽃길은 열리지 않았다. 개심사에 완연한 봄이 찾아오면 흐드러지게 핀 왕벚꽃과 산매화가 산길을 수놓는단다. 더군다나 개심사는 전국에서 가장 벚꽃이 늦게 피는 곳(4월 말~5월 초)으로 벚꽃놀이를 놓친 이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 이곳을 너무 일찍 찾은 아쉬움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청벚꽃 때문이다. 어떤 이는 새하얀 꽃잎에 은은한 연둣빛이 물든 청벚꽃이 탐스럽게 피어나면 사람들의 마음뿐만 아니라 하늘과 땅의 마음을 흔들 정도로 아름답다고 칭송했다. 점점 다가오는 봄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설레었다. 조만간 서산을 다시 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must go 교황님도 다녀가신 해미읍성 서산의 해미읍성은 우리나라에 남은 세 개의 읍성 중 하나로 성의 높이는 5m, 둘레 1,800m에 넓이만 약 20만 평방미터에 달한다. 신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국내 최대의 천주교 성지이기도 하다. 1866년 천주교 박해가 한반도를 휩쓸 때 약 1,000여 명의 신도들을 모아 해미읍성 안의 회화나무에 줄줄이 메어 놓고 고초를 가해 날마다 곡소리로 가득 찼다고.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장 먼저 옥사한 신도 두 명을 시복했다. 충청남도 서산시 해미면 동문1길 36-1 041-660-2540 바닷내음 듬뿍 서산동부시장 비린내가 반가운 곳, 서산 최대의 수산시장 서산동부시장이다. 날마다 싱싱한 각종 해산물로 가득한데 젓갈이나 밑반찬 등을 판매하는 곳도 여럿이다. 아직도 옛 건물의 모습을 간직한 골목길도 눈에 띈다. 크고 높은 천장 대신 판자로 지붕을 가리고 있는데 10여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고장이 난 물건을 뚝딱뚝딱 고쳐 주는 만물상 아저씨도, 둔한 날을 갈아 주는 칼잡이 할아버지도 그리고 마른 감태에 참기름을 발라 구워 주는 할머니도 왠지 친숙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인심도 후하고 가격도 착한 시장의 간식거리를 맛보는 재미도 반드시 누릴 것. 충청남도 서산시 시장3길 5-6 041-665-5478 ●이야기는 깊은 산골에 울려 퍼져 정선아리랑열차 A-트레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그 애절한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600여 년 전 고려가 망할 당시 충절을 다짐했던 충신들의 비통한 심정과 여인네의 한이 묻어 있는 ‘정선 아리랑’이다. 기차에서 아리랑이라니 귀를 의심하면서도 정선으로 가는 길에 이만하면 센스 넘치는 배경음악이라며 내심 흡족했다. 그러나 사실 정선 아리랑은 낯설었다. 귀에 익은 아리랑 후렴구 몇 소절을 제외하고는 전부 생소했는데 정선 아리랑의 노랫말이 자그마치 8,000여 수나 된다는 사실에 위로가 됐다. 지역적인 특수성도 한몫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정선. 우뚝 솟은 태백산맥이 너무 높아 외부와의 단절이 심했기 때문에 구전 민요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구절만이 어렴풋이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추전역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은 역, 해발 약 660m에 위치한 자미원역이다. 하나, 두울, 세엣… 이 역에서부터 정확히 일곱 개의 터널을 지나니 왼쪽 차창 너머로 대머리 민둥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을이면 황금빛 억새의 향연이 펼쳐지는 민둥산은 아직 녹지 않은 눈을 입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굽이굽이 어깨를 포개고 있는 산골짜기가 아찔하게 펼쳐져 있다. 그만큼 높은 지대를 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그 경관을 좀 더 느긋하게 담으라는 듯 열차는 서행하기 시작한다. 시원한 공기를 들이켜 볼까 창문을 열었다. 아직은 다소 차가운 기운에 몸이 부르르 떨렸지만 공기는 확실히 달고 맑다. 청량한 강원의 바람을 가득 실은 열차는 어느새 정선에 닿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정선에서 중요한 숫자는 2와 7이다. 정선은 아직도 5일장이 열리는 곳으로 정선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 ‘정선장터’는 매달 2와 7이 들어간 날, 장이 선다. 평소에는 한산하던 장터가 5일장이 열리는 날에는 각종 산나물과 생필품을 들고 나온 노점상들이 복닥복닥 800m 가량 길게 늘어서 있다. 서리를 맞은 콩 ‘서리태’와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는 ‘황기’, 향긋한 도라지 등 고랭지 정선에서 자란 건강한 농작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부터 논이 적은 정선에서 가난한 이들의 주린 배를 채워 준 것은 곡식보다는 나물이었다. 그중에서도 곤드레 나물이 으뜸이었다. 한 번 씨를 뿌리면 한 번 뜯어 먹을 수 있는 곤드레 나물이 정선에서만큼은 세 번의 풍요를 베풀었단다. 정선이 품고 있는 건강한 땅의 기운을 받고 자란 곤드레 나물은 1m까지 자라는 만큼 영양분을 골고루 담고 있다. 특히 면역력을 증진시키고 항암 효과에 탁월하다는 사포닌 성분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나물이지만 약초의 역할을 한다고. 곤드레 나물 대신 쌉싸름한 흙내음을 품은 더덕 한 봉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시장 한 켠 좁은 공간에서 커다란 고무대야에 한가득 쌓은 더덕을 다듬는 아지매로부터 더덕 몇 뿌리 더 얻는 것으로 가격 흥정을 대신했다. must go 아리랑의 현대판 아리랑극 <메나리> 연극 <메나리>는 정선 아리랑을 토대로 전통과 역사 그리고 동화 같은 장면들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꼭꼭 담았다. 정선에 발을 디딘 사람이라면 아리랑의 메아리를 마을 곳곳에서 들을 수 있지만 메나리 아리랑극에서 듣는 노래의 색은 다채롭다. 장면장면에 따라 때로는 구슬프게, 때로는 사랑스럽게 표현해 내는 전통극의 현대판 뮤지컬이다. 참고로 메나리는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등 일부 지방에서 전승되는 민요로 대표적인 메나리토리로는 ‘아라리’, ‘산유화가’, ‘어산요’ 등이 있다. 강원 정선군 정선읍 봉양리 267 033-560-2567 www.jeongseon.go.kr 정선아리랑 상품권 5,000원 신비한 다섯 가지 이야기 화암동굴 화암동굴은 크게 다섯 개의 테마로 나뉘어 있다. 1922년부터 1945년까지 약 22년간 강원도 지역의 생계를 책임졌던 천포광산을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재현한 역사의 장을 지나면 365개의 계단을 따라 수직으로 90m를 내려간다. 다리가 꽤나 후들거리지만 동양 최대의 유석폭포와 석순, 석주가 가득한 천연 종유굴을 마주하면 켜켜이 쌓인 세월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금광 캐는 도깨비들이 안내하는 동화의 나라와 금의 역사와 종류, 제련 과정 등 금에 대한 모든 것을 모은 전시도 만나 볼 수 있다.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화암동굴길 12-8 033-562-7062 www.jsimc.or.kr 성인 5,000원 청소년 3,500원, 어린이 2,000원 ●철길 따라 달라진 여행지도 2013년 중부내륙관광열차 O·V-트레인을 시작으로 남도해양열차 S-트레인, 평화열차 DMZ 트레인 그리고 지난 1, 2월에는 정선아리랑열차 A-트레인과 서해금빛열차 G-트레인이 차례대로 개통했다. 마침내 코레일이 야심차게 준비한 ‘대한민국 5대 철도관광벨트’가 완성된 것. 이제 달라진 관광지도를 펼쳐 볼 시간이다. 평화열차 DMZ-트레인 서울에서 원산元山까지 223.7km를 잇던 경원선은 분단과 함께 허리가 끊겼다. 이후 용산에서 신탄리역까지만 운행하다가 2012년 11월에 백마고지역이 신설됐고 지난 2014년 백마고지역에서 평강까지 31km가량 운행 구간이 조금 더 늘어났다. 분단 역사의 현장으로 되돌아가는 타임머신 열차 DMZ-트레인은 전쟁이 남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화합과 평화를 싣고 달린다. 총 3량의 열차에는 철도와 전쟁·생태 사진을 전시한 갤러리도 있고 카페에서는 군용건빵과 주먹밥 등을 판매한다. 1일 1회 왕복 운행 중이다. DMZ-트레인 Pass 서울역-도라산역(경의선) 1만6,000원, 서울역-백마고지역(경원선) 2만3,000원(성인 기준) 서해금빛열차 G-트레인 지난 2월5일, 서해금빛열차 G-트레인이 운행을 시작했다. 용산을 출발한 열차는 예산·홍성·보령·서천·군산·익산 등 서해의 주요 7개 도시를 거치며 1일 1회 왕복 운행한다. 열차 내에는 3~6명 수용 가능한 온돌마루실 9개가 마련되어 있으며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신인 개그맨들이 출동해 신나는 공연도 펼친다.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며 따뜻한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족욕 카페도 매력적. 취향에 따라 습식·건식 족욕을 선택할 수 있다. 용산 출발 예산 1만5,900원, 홍성 1만7,900원, 군산 2만5,300원, 익산 2만7,400원(성인 기준) 남도해양열차 S-트레인 S-트레인의 ‘S’는 ‘South’의 약자로 남도해양관광열차임을 짐작케 한다. 그밖에도 바다Sea, 느림Slow 그리고 구불구불한 경전선과 남해안을 상징한다. 코스는 크게 두 가지다. 1코스는 부산에서 진영·마산·하동·순천·벌교·보성 등을 잇고 2코스는 서울역을 출발해 서대전·전주·남원·곡성·순천·여수EXPO를 1일 1회 왕복 운행한다. 열차는 힐링실, 가족실, 카페실 등 각종 테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특히 전통 차를 ‘좌식’으로 즐길 수 있는 다례실도 마련해 즐거움을 더했다. 서울 출발 전주 2만5,200원, 여수EXPO 2만9,300원, 부산 출발 순천 1만9,500원, 보성 2만3,600원 (성인 기준) 정선아리랑열차 A-트레인 우리나라 열차 가운데 지역 명칭을 사용한 것은 정선아리랑열차가 최초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민둥산·정선·아우라지역을 1일 1회 왕복 운행한다. 매주 화·수요일은 운휴지만 정선 5일장이 열리는 날에는 특별운행하고 있으니 참고할 것. A-트레인은 넓은 전망창을 설치해 깨끗하고 맑은 강원의 청정자연을 감상할 수 있으며 창문을 여닫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레일바이크 코스와 정선 5일장 코스 그리고 이 둘을 함께 엮은 1박2일 코스 등 다양한 연계 여행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청량리 출발 민둥산 2만4,000원, 정선 2만6,100원, 아우라지 2만7,600원 A-트레인 Pass 4만8,000원(성인 기준) 중부내륙관광열차 O·V-트레인 코레일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철도관광벨트 중 가장 먼저 탄생한 열차다. O-트레인은 중부 내륙 3도인 강원·충북·경북 257.2km를 동그랗게 잇는 순환열차. 서울역을 출발한 열차는 제천역에서 시계 방향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나뉘어 1일 4회 순환 운행 중이다. 총 4량으로 구성된 열차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담은 인테리어로 장식했다. V-트레인은 영동선 분천·비동·양원·승부·철암역 27.7km를 V자로 잇고 1일 3회 왕복 운행한다. O-트레인과 V-트레인이 개통되면서 작은 시골역에 불과했던 경북 봉화의 분천역 근처에는 식당가와 마을 장터가 생겨나고 산타마을까지 조성되는 등 조용했던 간이역들이 활기를 되찾았다. O-트레인 Pass 1일권 5만4,700원, 2일권 6만6,100원, 3일권 7만7,500원 V-트레인 분천-철암 8,400원, 영주-철암 1만1,700원(성인 기준) 글·사진 손고은 기자 취재협조 코레일 www.korail.com
  • [스타뷰] 박철민 “애드리브는 독이자 약… ‘쟤 나오면 뻔하겠구먼’ 악플도 달리죠”

    [스타뷰] 박철민 “애드리브는 독이자 약… ‘쟤 나오면 뻔하겠구먼’ 악플도 달리죠”

    애드리브. 영화, 방송 등에서 출연자가 대본에 없이 즉흥적으로 내뱉는 말이나 연기다. 가끔 감독, 동료 배우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톡톡 튀는 엉뚱한 애드리브는 관객을 빵빵 터지게 한다. 흥과 끼가 온몸에 넘치는 배우들이 흔히 구사하곤 한다. 박철민(48)은 명실상부한 당대 최고의 ‘애드리브 배우’다. 드라마건 영화건 연극이건 관계없다. 주연이건 조연이건 심지어 몇 마디 안 하며 지나가는 단역이건 관계없다. 박철민이 나왔다 하면 애드리브에 대한 기대치는 확 올라간다. “쉭, 쉭.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영화 ‘목포는 항구다’) 혹은 “이런, 뒤질랜드.”(드라마 ‘뉴하트’) 등 전국을 뒤집어 놓은 애드리브로 어느 개그맨도 넘보기 힘들 만큼의 유행어를 양산했다. 인터넷 검색어에 ‘박철민 어록’을 치면 그가 최근 몇 년 동안 드라마, 영화에서 쏟아낸 각종 애드리브가 풍성하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찻집에서 만난 박철민은 실제로도 능청스럽고 입담은 걸쭉했다. “박철민이 나오는 영화다, 하면 ‘안 봐도 뻔하겠구먼’ 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하죠. 애드리브는 다양한 캐릭터를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관객들에게는 똑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죠.” ●“히어로와 사람 사는 이야기의 맞짱… 우리도 한 대는 때리겠죠” 그는 애드리브를 ‘독이자 약’으로 표현하며 악플조차 쿨하게 받아들였다. 대신 자리에 앉자마자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약장수’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절박함을 천연덕스럽게 풀어냈다. “순제작비 4억원짜리 영화가 2400억원짜리 영화 ‘어벤져스’와 같은 날 맞붙습니다. 비현실 속 영웅 이야기와 우리네 사람 사는 이야기가 맞짱을 뜹니다. 쫄지 말아야죠. 열 대 맞으면 우리도 한 대는 때리겠죠. 비장한 도전정신이라고나 할까요? 푸하하.” 그는 “지난밤에 관객 1000만명이 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도 이제 1000만 배우여, 하고 거드름을 피우며 기분 좋게 술 마시러 갔는데 깨 보니 꿈이더라”고 정색하며 간밤의 꿈 얘기를 덧붙였다. 영화 ‘약장수’에 들어간 4억원은 상업영화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거의 독립영화 수준의 제작 비용이다. 그는 지난해 ‘또 하나의 약속’에서처럼 이번에도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 대신 관객 수 35만명이 넘으면 관객 10만명당 1000만원의 러닝개런티를 받기로 했다. “아마도 ‘어벤져스’가 1000개가 훨씬 넘는 스크린을 가지고 갈 테니 우리 영화는 ‘이삭줍기’ ‘퐁당퐁당’(교차 상영을 뜻하는 영화계 속어)을 해서라도 300개 이상 스크린을 확보해 100만명은 넘겨야죠. 아, 너무 많은가? 그래도 50만명은 넘겠죠? 러닝개런티 받으면 의미 있는 곳에 화끈하게 전액 기부할 겁니다.” 벌써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는 “지난해 ‘또 하나의 약속’ 때 ‘반올림’(삼성반도체 노동자인권단체)에 기부한 170만원은 너무 적어 쑥스러웠고 성에도 안 찼다”면서 평소 후원하는 시민사회단체 이름을 들먹이다가 “맞다” 하더니 영화 특성에 맞춰 노인복지단체, 치매센터 등에도 기부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잘 몰라도 배우로서 그의 이력을 훑어보면 박철민을 짐작할 수 있다.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백혈병 사망을 정면으로 다룬 지난해 작품은 물론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담은 ‘화려한 휴가’, ‘부활의 노래’ 등 그를 설명해 주는 작품들이 있다. 1988년 연극판에 들어왔을 때도 소극장이 아닌 아스팔트 위, 파업사업장, 철거촌 등이 그의 무대였다. 익살맞은 집회 사회자 ‘민주대머리’(대머리 독재자가 아닌 민주대머리)로 서울 보라매공원, 장충단공원 등에서 수천, 수만명을 배꼽 잡게 만들었고, 그 직전 학창 시절에는 중앙대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을 지냈다. 대학로로 옮긴 뒤 그의 대표적인 연극 작품은 ‘대한민국 김철식’ ‘늘근 도둑 이야기’다. 현실에 대한 질펀하고도 적나라한 ‘박철민표 풍자와 해학’이 담겨 있다. TV, 영화판에서 쏠쏠한 인기를 누린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전태일다리 홍보대사, 전태일기념사업회 홍보대사 등을 지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명제에 대해 방송에 출연해 ‘쓰레기’라고 독설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과거 운동권의 파장 안에 머무른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배우의 현실 참여에 누군가는 더 적극적일 수 있고, 누군가는 좀 덜 나서기도 한다”면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닌 만큼 강요하거나 비난하는 분위기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냥 낄낄대며 들떠 있거나 사회 참여에 나서는 진지한 모습처럼 비치지만 기실 그 뒤에는 쓸쓸한 배우의 숙명이 숨어 있다. “지난해 굉장히 추운 여름을 보냈어요. 작품 제안이 들어오고 출연료까지 얘기가 다 됐는데 배우가 바뀌더라고요. 세 편이나요. 아, 나는 이렇게 아직 싱싱한데 배우로서 이제 다 된 것 아닌가 하는 공포와 두려움이 엄습해 왔어요. 불안한 마음에 짬뽕집에 가서 요리법을 배워 보려 기웃거리기도 했었죠.” 인터넷 악플조차 덤덤히 받아들인 것 역시 이와 같은 자괴감이 있는 탓이었다. 구원의 활로를 찾은 것은 최근 일련의 활동이다. ‘약장수’에서 홍보관을 찾은 노인들에게 간, 쓸개를 빼 줄 듯 춤추며 노래 부르다가도 돈 앞에서는 잔인하게 표변하는 악인 철중 역할을 선택하며 변신을 꾀했다. 또한 1990년대 대학로를 들썩거리게 만들며 그를 널리 알린 연극 ‘늘근 도둑이야기’에서 다시 한번 ‘덜 늘근 도둑’이 돼 이달 하순 무대에 오른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진정성의 뿌리를 유지하면서도 앞으로 변해야 한다는 간절한 열망이 교차하는 접점이 최근 그가 자신을 스스로 다그치는 대목이다. ●90년대 연극 ‘늘근 도둑이야기’, ‘덜 늘근 도둑’으로 이달 말 무대에 그는 “심정적으로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영화를 다시 찍으니 ‘맞아. 촬영장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지, 설레고 짜릿한 곳이었지’ 하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면서 “전에는 촬영이 늘어지면 주변에 마구 짜증을 내곤 했는데, 이제는 그만큼 설렘과 짜릿함이 길어진다 생각하니 더욱 즐겁다”고 말했다. 꼬박 1시간 30분 정도 얘기 나누다 보니 박철민표 입담의 특징이 조금은 파악됐다. 얘기 나누는 사람 혹은 관객의 귓전을 맴돌고 입에 척척 감기는 말은 거저 나오는 게 아니었다. 자기 삶 속의 경험을 거리낌 없이 얘기했고, 살아 있는 비유를 많이 썼고, 언어와 표현을 애써 정제하려 하지 않았고, 보통 사람들이 평소 쓰는 언어를 술술 풀어냈다. 그보다 더 큰 비결이 있었다. 열정, 진심 등에 기반한 입담이었다. “저는 예쁘게 포장하는 것을 못 견뎌요.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스스로 들면 엄청 쪽팔려요.” 짬뽕 만들어 파는 것은 짬뽕집 전문가에게 맡기고, 박철민은 그의 말마따나 “마지막 관객 한 사람이 내 연기에 킥킥대고, 눈물 흘리고, 박수 치는 모습을 보고 나서 그 이틀 뒤쯤 죽는 날”까지 계속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쁜 것들은 예쁜 척만 하고, 잘난 것들은 잘난 체만 하는 퍽퍽한 세상에서 질펀한 입담으로 때로는 준엄하게 호통치고, 때로는 깔깔거리게 만드는 배우가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싶으니 더욱 그렇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힐링캠프 하하, 말싸움으로 대학 붙어 “교수한테 왜 대머리냐 물었더니”

    힐링캠프 하하, 말싸움으로 대학 붙어 “교수한테 왜 대머리냐 물었더니”

    힐링캠프 하하, 말싸움으로 대학 붙어 “교수한테 왜 대머리냐 물었더니” 힐링캠프 하하, 별 부부 출연 ’힐링캠프’ 하하가 대학 입시와 가수 하하가 대학입시와 MBC시트콤 ‘논스톱’ 오디션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16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는 하하가 출연해 운이 닿아서 좋은 기회를 얻었던 일화들을 공개하며 재치있는 입담을 과시했다. 이날 방송에서 하하는 과거 대표적인 청춘 시트콤 MBC ‘논스톱’에 출연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케이블VJ로 활동했던 하하는 “’논스톱’ 오디션에 고추장찌개 묻은 옷을 입고 상거지 꼴로 갔다.”면서 “잃을 게 없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오디션장에서) 논스톱에 출연했던 배우 양동근과 이재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말했다.”면서 “저만의 눈으로 시트콤을 해석해서 ‘논스톱’을 ‘시트콤계의 개혁’이라고 말했는데 당시 권익준 PD가 크게 호응해주셨다.”고 말했다. 하하는 또 대학 입시와 관련된 일화도 공개했다. 하하는 “400점 만점인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127.8점을 받았다.”면서 “일단 성적을 안 보는 실기 위주 입시를 진행하는 학교를 알아봤다. 몇 군데 학교를 알아보고 ‘대학교는 아닌가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기 시험에서 말싸움을 자신의 특기로 꼽았다.”면서 “교수들이 신기해하며 말싸움을 한 번 해보라는 말에 ‘언제부터 대머리셨냐’고 싸웠다. 이 일로 예비 4번을 받게 됐고 다행히 내가 마지막으로 합격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힐링캠프 하하, 말싸움 대입시험+김치국물 오디션… “진정한 럭키가이”

    힐링캠프 하하, 말싸움 대입시험+김치국물 오디션… “진정한 럭키가이”

    힐링캠프 하하, 말싸움 대입시험+김치국물 오디션… “진정한 럭키가이” 힐링캠프 하하, 별 부부 출연 ’힐링캠프’ 하하가 대학 입시와 가수 하하가 대학입시와 MBC시트콤 ‘논스톱’ 오디션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16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는 하하가 출연해 운이 닿아서 좋은 기회를 얻었던 일화들을 공개하며 재치있는 입담을 과시했다. 이날 방송에서 하하는 과거 대표적인 청춘 시트콤 MBC ‘논스톱’에 출연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케이블VJ로 활동했던 하하는 “’논스톱’ 오디션에 고추장찌개 묻은 옷을 입고 상거지 꼴로 갔다.”면서 “잃을 게 없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오디션장에서) 논스톱에 출연했던 배우 양동근과 이재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말했다.”면서 “저만의 눈으로 시트콤을 해석해서 ‘논스톱’을 ‘시트콤계의 개혁’이라고 말했는데 당시 권익준 PD가 크게 호응해주셨다.”고 말했다. 하하는 또 대학 입시와 관련된 일화도 공개했다. 하하는 “400점 만점인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127.8점을 받았다.”면서 “일단 성적을 안 보는 실기 위주 입시를 진행하는 학교를 알아봤다. 몇 군데 학교를 알아보고 ‘대학교는 아닌가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기 시험에서 말싸움을 자신의 특기로 꼽았다.”면서 “교수들이 신기해하며 말싸움을 한 번 해보라는 말에 ‘언제부터 대머리셨냐’고 싸웠다. 이 일로 예비 4번을 받게 됐고 다행히 내가 마지막으로 합격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힐링캠프 하하, “’논스톱’ 오디션에 김치국물 묻은 옷 입어” 이유가?

    힐링캠프 하하, “’논스톱’ 오디션에 김치국물 묻은 옷 입어” 이유가?

    힐링캠프 하하, “’논스톱’ 오디션에 김치국물 묻은 옷 입어” 이유가? 힐링캠프 하하, 별 부부 출연 ’힐링캠프’ 하하가 대학 입시와 가수 하하가 대학입시와 MBC시트콤 ‘논스톱’ 오디션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16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는 하하가 출연해 운이 닿아서 좋은 기회를 얻었던 일화들을 공개하며 재치있는 입담을 과시했다. 이날 방송에서 하하는 과거 대표적인 청춘 시트콤 MBC ‘논스톱’에 출연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케이블VJ로 활동했던 하하는 “’논스톱’ 오디션에 고추장찌개 묻은 옷을 입고 상거지 꼴로 갔다.”면서 “잃을 게 없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오디션장에서) 논스톱에 출연했던 배우 양동근과 이재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말했다.”면서 “저만의 눈으로 시트콤을 해석해서 ‘논스톱’을 ‘시트콤계의 개혁’이라고 말했는데 당시 권익준 PD가 크게 호응해주셨다.”고 말했다. 하하는 또 대학 입시와 관련된 일화도 공개했다. 하하는 “400점 만점인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127.8점을 받았다.”면서 “일단 성적을 안 보는 실기 위주 입시를 진행하는 학교를 알아봤다. 몇 군데 학교를 알아보고 ‘대학교는 아닌가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기 시험에서 말싸움을 자신의 특기로 꼽았다.”면서 “교수들이 신기해하며 말싸움을 한 번 해보라는 말에 ‘언제부터 대머리셨냐’고 싸웠다. 이 일로 예비 4번을 받게 됐고 다행히 내가 마지막으로 합격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말 안 듣는 자녀 위한 헤어컷 서비스

    말 안 듣는 자녀 위한 헤어컷 서비스

    미국 조지아 주 스넬빌 소재 한 이발소에서 선보인 독특한 헤어컷 서비스가 화제라고 4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 등 외신들이 전했다. 말을 잘 듣지 않는 자녀를 위한 맞춤형 헤어컷 서비스인데 이름하여 ‘벤자민 버튼 스페셜’ 헤어컷이다. 이발사 러스티 프레드(Rusty Fred)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러한 헤어스타일을 고안해냈다. 80세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나이가 들수록 점점 젊어지는 모습을 갖게 되는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처럼 아이들의 머리 스타일을 중년 아저씨들의 대머리 스타일로 만들어 철을 들게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세 자녀를 둔 이발사 러스티 프레드는 “12살 아들의 성적이 폭락하자 머리를 밀어버렸더니 성적이 극적으로 다시 치솟았다”며 “효과적인 체벌 방법을 광고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머리는 그의 설명처럼 대머리 아저씨를 연상케 한다. 우습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바라본 아이들의 표정에서는 비통함 마저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정신적 학대가 될 수도 있다는 일부 우려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러스티 프레드의 창의적인 훈육 방법을 극찬하며 자녀를 이발소로 데려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러스티 프레드는 이 헤어스타일에 한해서는 무료로 헤어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날 이 헤어스타일을 하고 학교에 간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창피를 당하며 반성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런데 이 방법. 왠지 낯설지 않다. 사진·영상=Rusy Fred, CBS46, ChasinDatPaperMedia/유튜브 김형우 인턴기자 hwkim@seoul.co.kr
  • 말 안 듣는 아이 위한 ‘대머리컷 무료’ 서비스, 美서 화제

    말 안 듣는 아이 위한 ‘대머리컷 무료’ 서비스, 美서 화제

    미국의 한 이발소 주인이 시작한 새로운 서비스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이름도 ‘벤자민 버튼 스페셜’. 이는 애틀랜타 교외에서 이발소(A-1 Kutz)를 공동으로 경영하는 러셀 프레드릭이 아이에게 벌을 주기 위해 고안한 헤어컷이다. ◆ 징계 효과로 성적 UP! 정수리는 대머리처럼 면도하고 머리 주변에는 머리카락을 조금 남긴다. 인위적으로 만든 대머리 컷인 것이다. 공개된 사진은 프레드릭의 12살 된 아들. 세 아이의 아버지인 프레드릭은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의 성적이 떨어졌을 때 그렇게 머리를 잘라준 뒤 그다음 시험에서 성적이 급상승했다”고 밝혔다. 이후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부모들을 위해 이 헤어스타일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 네티즌 사이 찬반 논란 페이스북에 사진이 공개되자 많은 네티즌이 “아이 표정이 최고다”, “말 안 들으면 이발소에 데려가야겠다”, “최근 본 사진 중 가장 웃겼다”, “아이 성적이 떨어지면 저런 머리를 해줘야겠다” 등의 호응을 보였다. 반면 “정신적인 학대일 수 있다”,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등 또 다른 네티즌과 전문가들의 비판도 잇따랐다. 프레드릭에 따르면, 지금까지 아들 이외에 이 머리를 한 손님은 단 1명. 그 아이의 어머니는 미혼모로 학교에서 잘못한 아들에게 벌을 내릴 생각으로 이 헤어스타일로 머리를 자르게 한 것이다. 프레드릭은 “이를 정신적인 학대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엄마들은 모두 칭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썩은 고기 먹는 ‘콘도르’는 식중독에 걸리지 않는다...왜?

    썩은 고기 먹는 ‘콘도르’는 식중독에 걸리지 않는다...왜?

    주로 썩은 고기를 먹는 콘도르(독수리)가 왜 식중독에 걸리지 않느냐는 동물 학계의 오랜 수수께끼가 해명됐다는 연구논문이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5일 자로 발표됐다. 그 이유는 콘도르의 특별한 소화 기관에 있었다. 콘도르는 부패한 동물의 사체를 쪼아 뼈만 남을 때까지 먹어치운다. 가죽이 질겨 부리로 구멍을 낼 수 없을 때에는 주저하지 않고 항문 쪽을 부리로 쪼아 내장을 파먹는다. 콘도르는 썩은 고기를 뒤적거릴 때 탄저병균이나 클로스트리듐균 등의 세균이나 독소에 자신을 노출하게 된다. 다른 동물의 경우 이러한 세균에 노출되면 병이 들거나 죽음에 이르게 된다. 덴마크와 미국의 동물학 연구팀이 발표한 이 논문에 따르면, 콘도르가 그렇게 되지 않는 비밀은 그 특이한 소화 기관에 있었다.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한 콘도르의 소화 기관은 섭취하게 된 유해 박테리아의 대부분을 죽이는 것은 물론 남은 세균과도 문제없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미국에 서식하는 검은대머리수리(학명: Coragyps atratus) 26마리와 터키콘도르(학명: Cathartes aura) 24마리로 분류되는 콘도르과 조류 50마리의 몸에 존재하는 세균군의 DNA 특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콘도르 머리 부분에서 채취한 표본에는 528종의 다양한 세균이 존재하지만 장 속에는 76종밖에 생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마이클 로겐버크 박사는 “유해 세균에 대처하기 위해 콘도르 체내에서 (진화에 의한) 강력한 적응이 일어난 것이 이번 연구결과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콘도르는 철저한 소화과정를 통해 체내에 들어온 세균 대부분을 죽이는 한편, 일부 세균에 대한 내성도 동시에 발달시킨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른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세균 종도 콘도르의 장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이것이 질병을 유발시키지는 못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줄기세포 모발 이식…‘탈모 치료의 꿈’ 이뤄질까?

    줄기세포 모발 이식…‘탈모 치료의 꿈’ 이뤄질까?

    머리숱이 자꾸 줄어들어 고민인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이 달할 것이다. 사실 지금은 대머리가 아닌더라도 나이가 먹을수록 머리숱이 적어지면서 탈모의 공포에 직면하는 경우도 많다. 탈모를 정복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가발에서부터 시작해 오늘날 약물치료와 모발 이식까지 발전했지만, 앞으로도 갈 길이 먼 상태이다. 그런데 줄기세포가 탈모 치료의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미국 샌퍼드 번햄 의학 연구소(Sanford-Burnham Medical Research Institute) 의 과학자들은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간 배아 줄기세포(human embryonic stem cells (hESCs))에서 분화시킨 모유두세포(Dermal papilla cell)와 비슷한 세포를 이용해서 실험동물에서 모발을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오픈 저널 플러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이들이 목표로 삼은 것은 인간에서 모낭과 모발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유두세포였다. 모유두세포를 이용한 모발 이식은 이전부터 연구됐으나, 몇 가지 큰 문제에 부딪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우선 사람 모유두세포를 충분하게 얻기가 힘든 데다, 이 세포를 증식시켜 이식하면 모발을 생성하는 능력을 상실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인간 배아 줄기세포 가운데서 일부 세포를 모유두세포와 비슷한 형태의 세포로 분화시켜 증식한 후, 이를 실험용 쥐의 피부에 이식했다. 그 결과 사진에서처럼 작은 모발들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이런 세포들을 배양해서 이식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모발을 자라나게 만들 수 있다면, 탈모 치료에 큰 진전이 있을 수도 있다. 기존의 모발 이식과는 달리 전에 없는 모발들을 새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풀지 못한 과제도 있다. 실제 사람에게 임상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 이 줄기세포가 사람에 테스트해도 안전한지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만족할 만큼 새로운 모발이 자라나는지도 검증해야 할 과제이다. 만약 사람에서 이식했더니 새로운 모발이 자라나지 않거나, 혹은 자라난 모발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아주 작은 모발이라면 탈모 치료에 응용되기는 힘들 것이다. 탈모는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질환임이 틀림없다. 만약 간편하게 탈모를 치료할 방법이 개발된다면 그로 인해 혜택을 볼 사람의 수는 적지 않다. 가발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오려면 아직 멀었지만, 미래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하겠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23. Q여사에게 (9·끝)예뻐지고 멋있어질 수는 없을까요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23. Q여사에게 (9·끝)예뻐지고 멋있어질 수는 없을까요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인생살이에는 고민이 있습니다. 인터넷 세상이 열리기 한참 전, 활자 매체도 그리 풍부하지 않던 시절, 많은 사람들은 대중 미디어를 통해 고민을 상담하곤 했습니다. 과거 선데이서울도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라는 고정 코너를 운영하며 많은 이의 고민을 들어주었습니다. 저마다 아픈 사연들이 하얀 편지지에 적혀 선데이서울 편집국으로 속속 배달됐고, 기자들은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일일이 답을 해주었습니다. 40여년 전 그 시절의 고민들은 주로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코너의 주요 내용을 발췌, 몇회로 나눠 전달합니다. (답변 중에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부적절하게 보여지는 것도 있습니다. 내용 자체보다는 당시의 사회상을 가늠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 보시기 바랍니다.) ▒▒▒▒▒▒▒▒▒▒▒▒▒▒▒▒▒▒▒▒▒▒▒▒▒▒▒▒▒▒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23. Q여사에게 (9·끝)예뻐지고 멋있어질 수는 없을까요 [Q여사에게] 이마가 너무 넓어 고민이네요 19세의 소녀로서 바람을 제일 싫어 합니다. 누구든지 바람을 싫어 한다면 우스꽝스럽고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을 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말씀드리기 조차 부끄러우나 저는 얼굴의 반 이상이 이마입니다. 대머리 처녀라고 호칭이 붙을 만큼 대단한 대머리입니다. 굉장히 넓은 이마를 앞머리를 잘라 가리지만 바람이 불면 머리칼이 날려 죄인처럼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합니다. 앞머리가 가려지면 누구든지 예쁘다고 하는데 머리를 들추면 누가 보든지 추녀라고 할만큼 밉습니다. <충남 천안에서 경> 아침에 헤어스프레이를 앞머리를 항상 내리고 있을 수 있다면 모든 고민은 사라지겠군요. 바람이 불더라도 앞머리가 날리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헤어스프레이가 화장품점에 있습니다. 말하자면 머리에 풀을 먹여서 고정시키는 것이 스프레이의 역할입니다. 아침마다 머리를 앞으로 내려빗고 스프레이를 뿌리셔요. 하루종일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끄떡 없답니다. <Q> -선데이서울 1969년 11월 16일자 ▒▒▒▒▒▒▒▒▒▒▒▒▒▒▒▒▒▒▒▒▒▒▒▒▒▒▒▒▒▒ [Q여사에게] 남자들처럼 털보라서 고민 17세의 문학소녀입니다. 꿈이 부푼 이 나이에 털보라면 누구나 징그럽다고 할 것입니다. 팔, 다리. 심지어 콧등, 턱, 이마 등 얼굴 전면에 까만 털이 납니다. 친구들의 찡그리는 얼굴 때문에 털을 족집게로 뽑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전부 없앨 수 있을까요? 집안에 그런 내력이 없는 걸 보니 선천적인 것은 아닌 줄 압니다. 또 6대 영양소는 충분히 섭취합니다. <대구에서 한 소녀> 면도해도 상관 없어요 아마 다모증(多毛症)이라는 것인가 봅니다. 피부과 전문의 김풍명씨는 말하고 있습니다. 다모증에는 5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유전에 의한 것이고 제일 많은 경우입니다. 어머니가 다모증일 때 딸에게 유전되는 경향이라고 합니다. 둘째, 점이 많으면서 털이 나는 증세는 부신피질 호르몬 과다분비로 오는 것입니다. 다른 세가지는 너무 전문적인 용어가 동원되므로 생략합니다. 치료는 물론 전문의의 진단 결과에 따라 근본적으로 손을 대야겠지만 몇가지 자기가 할 수 있는 처치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피부과 전문의원에서 조제하는 털뽑는 왁스는 벌꿀과 송진을 혼합해서 만든 것입니다. 이 왁스는 털을 부드럽게 해주므로 족집게로 뽑아 버리리가 쉽습니다. 이 밖에도 황산 바리움이나 옥시풀을 발라 뽑기도 합니다. 면도하면 털이 굵어진다는 둥 털이 더 난다는 둥 속설이 있으나 면도를 해도 상관 없다는 게 김풍명씨의 권고입니다. <Q> -선데이서울 1969년 9월 7일자 ▒▒▒▒▒▒▒▒▒▒▒▒▒▒▒▒▒▒▒▒▒▒▒▒▒▒▒▒▒▒ [Q여사에게] 키가 작아서 고민인데요… 저는 19세의 소년인데 키가 안 커서 고민입니다. 사람들은 겨우 153cm인 제 키를 보고 15세 쯤으로 밖에는 보지 않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키가 작으면 유전이라지만 우리 집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키가 클 수 있는 방법을 꼭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약이라도 좋습니다. <고민생 올림> 그렇게 비관할 것 까지는 없어요 서울대 의대 성낙응 교수는 당사자를 진찰해 보기 전에는 확실한 원인을 캐 낼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키가 자라지 않는 원인은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제일 흔한 예는 이유기의 영양섭취 불충분이라고 합니다. 이유기 때 칼슘이나 동물성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원래 타고난 키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180cm로 클 수 있는 사람이 이 때의 영양결핍으로 165cm까지 밖에 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벌써 19세이니 이제 새삼스레 약물이나 물리치료를 해보았자 신통한 효과는 못볼 것이랍니다. 하지만 19세 이후라도 25세쯤까지는 조금씩 키가 자라는 것이 보통이므로 크게 낙심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의학적인 의견은 그렇다치고 내 소견 같아서는 키가 지금대로 있다손 치더라도 비관할 이유는 없습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도 있잖아요? 온 세계의 미녀란 미녀는 모두 매혹시켰고 드디어는 미국 대통령의 미망인 재키를 아내로 맞은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를 떠올려 보세요. 그는 키가 무척 작답니다. <Q> -선데이서울 1969년 10월 5일자 ▒▒▒▒▒▒▒▒▒▒▒▒▒▒▒▒▒▒▒▒▒▒▒▒▒▒▒▒▒▒ [Q여사에게] 다리가 휘어서 울고 싶어요 여고 2학년에 재학중입니다. 저는 다리가 휘어져서 고민입니다. 펴보려고 무척 애도 썼지만 헛수고였습니다. 특히 스케이팅을 하고나서 더 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용이나 기계체조 같은 것을 하려고 하는데 효과가 있을지도 의심스럽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무용연구소에 다니려면 한달에 수업료가 얼마나 드나요. 무용연구소에 다니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다리를 굵게 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읍니까. 조그마한 무용연구소라도 알고 계시면 가르쳐 주세요. 그리고 고전무용 가르치는 곳에서도 기계체조 같은 것을 가르치는지요. <서울 합정동에서 L> 보건체조를 꾸준히 해보세요 열대여섯살이나 된 소녀의 다리라면 몇번쯤 스케이팅을 한다고 해서 더 휘어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순전히 기분 탓일 거예요. 다리에 살을 찌게 해서 휜 것을 감추려는 생각은 현명한 것 같군요. 무용연습소는 다리의 미용을 위한 기계체조만 목적으로 다닌다면 비효과적이고 낭비일 것 같아요. 집에서 줄넘기와 보건체조를 꾸준히 하는 편이 낫겠죠. 집에서만 하는 것이 정 불안하거든 몇 군데 권할만한 곳이 있기는 합니다. 서울 종로 YMCA 체육관의 정규 프로그램 가운데 여성을 위한 것이 따로 있습니다. 수영과 체조를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한달 회비가 1500~3000원. 살을 내리거나 찌게 하는 기계를 구비해 놓고 있는 미용체조 교실로는 서울 을지로3가 삼풍상가 6층에 있는 것이 권할 만 합니다 교실 사용료는 2시간에 400원입니다. <Q> -선데이서울 1970년 3월 1일자 ▒▒▒▒▒▒▒▒▒▒▒▒▒▒▒▒▒▒▒▒▒▒▒▒▒▒▒▒▒▒ [Q여사에게] 친구들의 이상한 태도 저는 신체 조건 때문에 고민에 빠진 만 17세의 남학생입니다. 남에 비해 머리가 무척 작고 얼굴과 목이 여자같이 아름답고 긴 편입니다. 좀 처진 어깨 빈약한 체격. 그리고 O자형으로 휘어진 다리 등. 항상 친구들의 놀림을 받습니다. 거울을 들여다만 보아도 짜증이 납니다. 별로 사귀고 싶지도 않은 친구가 저에게 약간 호의적인 태도로 접근해 오는 수가 가끔 있어서 우울증에 빠지곤 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울증을 해소하고 밝고 명랑한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대전서 H> 운동하며 성격 개조를 시도해 보세요 그런 고민은 H군의 나이에 으레 겪기 마련입니다. 물론 남학생이라면 우락부락하게 생긴 호남인 편이 바람직하겠지만 사람의 힘으로 한 되는 일 갖고 고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차라리 얼굴이 고운 것은 고마운 일 아닐까요. 스스로 우울해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성격 개조를 위해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요. H군의 경우 제일 적당한 것은 운동일 것 같아요. ‘호모’에 대한 걱정은 마셔요. 만일 H군 편에서도 마음이 끌린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걱정 없읍니다. <Q> -선데이서울 1969년 11월 9일자 ▒▒▒▒▒▒▒▒▒▒▒▒▒▒▒▒▒▒▒▒▒▒▒▒▒▒▒▒▒▒ [Q여사에게] 콧대가 없어서 고민, 수술을 하고 싶지만 18세의 고교 2년생입니다. 가정형편은 보통이고 공부나 가정 친구간의 인기도 보통이어서 무난하고 평범한 학생입니다. 그러나 커다란 고민이 있어 요즘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얼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콧대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코만 아니라면 미남이라 불려도 좋을 만큼 잘 생긴 얼굴이니 더욱 억울합니다. 중학교 때만 하더라도 “네 코는 왜 그러니?” 하는 친구들의 놀림을 웃어 넘겼지만 이제는 듣기가 싫군요. 정형수술(성형수술)을 하면 된다지만 부모님께서 허락하실 지 의문입니다. 수술비는 또 얼마나 들는지요. <대구에서 이종성> 시라노를 생각하셔요, 흠 있는 얼굴 더 매력 이군만한 나이에 능히 해봄직한 고민이군요. 더구나 코만 빼놓은 다른 부분이 모두 본인이 보기에도 잘생겼다니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그러나 외모가 그 삶의 전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님을 안다면 그러게까지 비판하지는 않을 거에요. 소설 ‘검객 시라노’의 주인공 시라노를 보세요. 코가 큰 것이 사랑에 방해가 되리라고 잘못 생각한 끝에 정말 사랑을 잃고 말지 않던가요? 너무 완전한 얼굴은 얼핏 보기에는 좋지만 곧 싫증을 느끼게 됩니다. 어딘가 결점이 있는 얼굴, 개성이 있어서 오히려 매력있지 않을까요? 얼굴의 콧대 같은 것은 모두 잊어 버리세요. 그러면 이군의 마음속의 콧대,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치는 콧대는 남부러울 만큼 높아질 것입니다. <Q> -선데이서울 1968년 12월 8일자 ▒▒▒▒▒▒▒▒▒▒▒▒▒▒▒▒▒▒▒▒▒▒▒▒▒▒▒▒▒▒ [Q여사에게] 날씬한 몸매가 되려면 올해 20세의 처녀입니다. 소위 청춘의 계절이라는 봄이건만 저에게는 봄은 즐겁지가 않습니다. 두터운 옷차림으로 가릴 수 있는 겨울이 가버리는 것이 저는 두렵습니다. 저의 고민거리는 불균형한 제 몸입니다. 이상하게 아랫배가 툭 튀어 나왔어요. 양장을 하면 아랫배가 불쑥 나와서 보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몸 전체도 남보다 뚱뚱한 편입니다. 배뿐만 아니라 턱에도 살이 쪄 두덕진 것이 속상해 죽겠습니다. 날씬해져 보는 것이 저의 소원입니다. 무슨 방도가 없을까요? <경기도 소사에서 옥> 생긴대로 잘 가꾸도록 하세요 마르는 약이며 비방이 있다고들 하는 광고는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체질과 원인에 따라 구체적인 방법은 다른 모양입니다. 일반적으로 마르는 방법 몇 가지를 손꼽아 보기로 하죠. 첫째 되도록 밥(전분음식 전부)의 양을 줄일 것, 둘째 당분 섭취를 피할 것, 셋째 식사량을 전체적으로 줄일 것. 아랫배가 나온 것은 복근운동으로 교정되는 수도 있답니다. 다리를 죽 뻗고 앉아서 엎드렸다 펴기를 계속하는 것이 제일 간단한 복근운동입니다. 배의 군살을 없애는 운동이죠. 꾸준히 하니 조금 나아지더라는 경험자도 있습니다. 서울 을지로4가의 삼풍 미용체조교실(본지 25호의 기사 참조)에서는 살을 내리게 하는 기계를 사용하고 있지만 아마 비용상으로나 거리상으로나 옥양의 형편에는 맞지 않을 것 같군요. 옷차림이라면 안심하세요. 몸에 딱 붙지 않는 주름치마류를 입으면 유행의 첨단이면서 배걱정을 안해도 되니까요. 그리고 한 마디 꼭 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생긴대로 살리라”는 시조 귀절을 생각해 보기를 권합니다. <Q> -선데이서울 1969년 4월 6일자 정리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은 1960~70년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다양한 기사들을 새로운 형태로 묶고 가공해 연재합니다. 일부는 원문 그대로, 일부는 원문을 가공해 게재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이·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의 우리 사회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문체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는 오늘날에 맞게 수정합니다. <편집자註> *서울신문이 발간했던 ‘선데이서울’은 1968년 창간돼 1991년 종간되기까지 23년 동안 시대를 대표했던 대중오락 주간지입니다.
  • 백혈구 세포로 ‘털’ 재생…대머리 치료 新기술 발견

    백혈구 세포로 ‘털’ 재생…대머리 치료 新기술 발견

    한 과학자의 우연한 발견이 대머리 치료를 위한 길을 열게 됐다. 스페인 국립암연구소 미르나 페레즈-모레노 박사팀이 쥐를 대상으로 한 항염제 실험 중 발모 증상을 발견하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 대식세포에 있음을 밝혀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대식세포는 단핵구 혹은 단핵백혈구로 불리는 백혈구 세포에서 나오는 것으로, 감염을 막고 죽은 세포를 없애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의해 생산되는 것이다. 페레즈-모레노 박사는 이 대식세포가 모낭에서 털이 자라는 원인인 줄기세포처럼 활동했다고 밝혔다. 이는 거액의 돈이 드는 모발 이식 대신 모낭을 활성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논문에 “줄기세포 분야에서 현재 도전과제 중 하나는 이식의 필요 없이 재생을 촉진하는 것”이라면서 “이 연구 덕분에 이제 대식세포가 줄기세포 영역에 중요 역할을 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적었다. 또한 “우리 연구는 대식세포가 면역세포의 주기능을 넘어 ‘피부’ 재생 과정에서 중요한 조절제가 되는 것을 강조한다”고 적었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이 ‘피부’로부터의 신호가 발모 촉진을 돕는 것을 확인했지만, 정확히 어떤 다른 형태의 세포가 이런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또한 세포조직의 재생과 노화, 암을 연구하는 접근 과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믿고 있다. 이번 연구는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됐지만 현재 후속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항염제를 투여한 쥐에서 털이 다시 자리기 시작하는 과정을 관찰했다. 이런 발모 원인이 줄기세포와 면역세포 사이 어떤 상호관계가 있는 것인지 살피기 위해 연구팀은 면역세포의 영향을 확인하는 몇 가지 실험을 시행했다. 연구팀은 일부 대식세포가 거의 줄기세포처럼 활동하고 털을 다시 자라게 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대식세포가 보이는 주요 신호를 억제하면 발모가 지연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약물을 투여하자 그 결과는 예상대로 나타났다. 비록 이번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했지만,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인간의 발모를 위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믿고 있다. 연구팀은 항염제를 특정 세포까지 운반하기 위해 리포솜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작은 물방울을 사용했고 이 방법은 반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사진=쥐의 발모 과정을 나타낸 것(플로스 바이올로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1교시 언어이해 - 이은희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1교시 언어이해 - 이은희

    Ⅰ <첫 번째 문제> 다음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그녀는 하루에 세 문제를 만들었다. 월급에 대비해 그만큼이면 적당한 노동량인 것 같았다. 책을 만지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아주 기뻤다. 읽은 것에 관해 말할 줄 아는 정도의 능력만 있으면 되었다. 한 개의 독해 지문에 세 개의 문제를 만들어 달면 업무가 끝났다.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오래오래 회사생활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회사였다. 그녀의 동료들은 일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읽거나 읽은 것에 관해 생각하는 일을 귀찮아했다. 한 달에 세 문제를 만들까 말까 하는 정도였으며 문제의 수준도 형편없었다. 그녀의 동료들은 일하는 척으로 일과를 보냈다. 대수롭지 않은 것에 관해 큰 목소리로 토의하며 바쁜 척했다. 읽고 생각하기만 하면 되지만, 적혀 있는 그대로를 읽어내는 능력 자체에 문제 있는 사람들로 보이기도 했다. 한때 그녀는 국문과 대학원생이었다. 지도교수가 갑자기 죽은 뒤에 이상하게도 그녀의 꿈이 사라졌다. 그녀는 학업에 품었던 자신의 꿈이 로스쿨 입시용 문항으로 재생산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을 때에는 세 시간 만에 세 문제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인고의 노력을 쥐어짜야 할 때에는 아홉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쉽게 만들어지든 오래 걸려 만들어지든 간에 개개의 문제가 전부 걸작이었다. 어떤 때에는 혼자 풀기 아까운 문제가 나오기도 했는데,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동료들 모두에게 그 문제를 자랑하고 당장 풀어보게 만들기도 했다. 동료들은 마지못해 그녀가 낸 문제를 풀어보았으나 답을 맞히지 못했다. 그녀는 동료들이 지닌 지적 능력의 총합을 초월하는 자신의 창의력을 확인한 양 우월감을 느꼈고, 콧대가 우뚝해져서는 도파민의 폭풍에 정신 잃은 채 기뻐했다. 소용돌이 모양으로 생성된 회전은하와 스케이터의 연속 회전 간의 원리적 유사성에 관한 문제를 출제했을 때에는 그만 김연아 선수에게 그 문제를 선물할 뻔했다. 김연아 선수와 접촉할 방법이 있었더라면 그녀는 당장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금메달리스트의 스케이트 날처럼 날렵한 독해문제를 출제했으니, 한시바삐 문제를 풀어보고, 각운동량보존법칙에 관한 이해를 동원하여 더욱 멋진 연기를 보여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아울러 김연아가 그녀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지만 존경한다는 말을 문제에 실어 전하고 싶었다. 김연아가 팔을 길게 뻗어 회전할 때에 보여주는 느긋한 우아함과, 몸을 움츠렸을 때 운동량이 보존됨에 따라 속도가 높아지면서 생겨나는 간절함은 청년이 생에 대하여 품어야 하는 희망이 어떠한 양상이어야 하는지 물리학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같다고 전달하고 싶었다. 그녀의 대학시절 교수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담아 교수님의 소설로 문학문제를 출제하기도 했다. 헌정 출제의 성격을 완성하기 위해서 교수님의 작품 세계 전반에 대한 이해를 보충하는 <보기>를 달아 심화된 감상을 유도하기도 하였다. 어느 날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 타인들의 머리에 더듬이가 생겨난 것을 발견한 주인공의 혼란을 다룬 작품에서 ‘사람의 모습이 갑자기 바뀌었을 리 없다’라는 독백에 밑줄을 치고 ㉠을 단 뒤, 그 ㉠에 관해 아주 많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란 얼마나 허망하고도 희망적인 것인지에 대해 파악하도록 요구하는 문제였다. 그녀는 교수님의 소설과, 자신이 낸 문제를 바라보며 그 희망적인 허망함에 관해 성찰했고, 청년으로서 자신의 무거운 사명을 통감하면서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차곡차곡 쌓인 그녀의 업무량과 비교하여 동료들의 게으름은 크게 눈에 띄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하루에 세 문제씩 꼬박꼬박 생산해내는 그녀가 미친 기차 같다고 자기들끼리 욕했으며, 방해하기 위해 시끄럽게 굴었다. 그들은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서 촘스키가 글을 참 못 쓴다고 욕을 하거나, 과학 전공자가 아니고서야 과학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위험천만하지 않은가에 관해 토론하거나, 푸코의 저서는 번역이 엉망이어서 출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난하거나, 문학문제를 출제하기 위해서는 많은 독서가 바탕이 되어야 하므로 주어진 시간 안에 끝낼 수 없는 불가능한 임무라며 불만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값싼 노동력으로 하루에 세 문제씩을 즐겁게 생산하고 있는 그녀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았다. 하루는 그녀의 동료 중 한 인물, 항상 고려청자색 눈빛을 지니고 있는 우애경이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약간의 실수 때문에 서울대에 못 갔어요. 그 이후로는 모든 게 잘되지 않았어요. 이런 회사에서 문제 내는 일이나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내가 서울대에 가기만 했어도 나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 말이죠.” 그녀는 우애경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 생각이 젊은 시절을 비탄에 빠지도록 만드는 거예요.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 개인에 주어진 잠재력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자신의 잠재력을 직시하고 올바른 전제에서 추론을 시작해야 나의 모습을 검증할 수 있어요. 그것이 스스로를 성찰하는 과학적인 방법입니다.” 그녀는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우애경으로부터 등을 돌린 뒤 다시 문제를 냈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다가 이상한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우애경이 시뻘건 얼굴로 식식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다시 출제에 골몰했다. 출제를 하며 우애경에 관해 생각했다. 우애경은 왜 화가 났을까? 어떤 결과에 이르기까지 원인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으며 때로는 그것을 먼 원인과 가까운 원인으로 분류하여 한 줄로 세워볼 수 있다. 그녀는 우애경의 화라는 결과를 가져온 원인들을 물리화학적 원인과 심리적 원인으로 구분하고 생각나는 대로 정리를 해보았다. 일단 생리 중일 수도 있다. 배가 고프거나 몸이 피곤하여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일 수도 있다. 이러한 물리적 상태가 저혈당증을 일으키고, 저혈당증은 다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뉴런 간 화학·전기신호 작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은 화를 내는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일 뿐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는 못하므로, 설령 이러한 이유가 작동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오로지 먼 원인일 뿐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리하여 그녀는 우애경의 분노를 초래한 심리적 원인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가능성과 잠재력의 차이를 검토해보라는 말이 기분 나빴을 수도 있다. 그렇게 느꼈다면 그 이유 중에는 아래와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①가능성과 잠재력의 차이를 검토하기 싫어서, ②가능성과 잠재력에 차이가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아서, ③그 말을 하는 사람(즉, 이우리)의 표정이나 말투가 기분 나빠서, ④그 말을 하는 사람(즉, 이우리)이 싫어서, ⑤아니면 모종의 의도가 있었는데 그것을 묵살당해서?(이 지점은 상상의 영역이므로 과학적 추론 불가) 위 내용 중 무엇에 해당하든 그것은 화가 나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기분이 찜찜해졌다. 알 수 없는 뭔가가 엄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엄습하던 무언가의 실체는 다음날 점심시간부터 분명해졌다. 유난히 칼국수가 늦게 나오는 그 식당에 둘러앉아, 그녀의 동료들은 하염없는 잡담을 시작했다. 그녀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기 위해 깍두기를 먹고 있었다. 잡담은 점점 석연찮은 내용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대학 시절 미팅하던 때처럼 남녀가 줄을 지어 앉아 밥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데에서 시작한 잡담이 각자들의 출신대학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우애경이 유부장에게 말하기를, 유부장의 동문들과 미팅했던 것이 학창시절 가장 언짢은 일이었다고 했다. 유부장도 자신의 학창시절에 우애경의 동문들과 미팅했던 적이 있지만 유쾌하지 않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했으나 마주보는 눈빛들은 사실 뭔가를 만끽하는 중인 듯 행복해 보였다. 화제는 갑자기 신촌의 추억을 늘어놓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때껏 잠자코 있던 다른 인물이 배꽃처럼 웃으며 동참하더니 신촌의 추억을 떠들어댔고, 그들의 대화를 끊을 수도 낄 수도 없어서 가만히 듣고 있던 그녀는 칼국수가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끊을 수도 낄 수도 없는 인물로는 그녀 말고도 한 사람이 더 있었는데, 서교동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서울시 서대문구 전체에 관한 추억으로 이야기가 확장되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지 못할 터였다. 서교동의 추억을 지닌 인물이 왠지 모를 경멸 섞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들킬까 봐 몹시 조심했지만 아무래도 들킨 것 같았다. 그녀가 지닌 신촌의 추억이란 극장 앞에서 시외버스를 기다린 것밖에 없었으므로, 그녀는 혹시나 자신에게 어떤 질문이라도 주어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월미도나 맥아더장군에 관한 화제가 갑자기 나오는 것은 아닐지, 그러다가 그녀가 졸업한 대학에 관한 화제가 등장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했다. 하지만 때마침 양푼에 가득 담긴 칼국수가 등장해주었고, 대화는 서대문구 창천동 일대에 관한 이야기에서 그친 채 모두 얌전히 칼국수를 먹었다. 그리고 마치 먹는 데에 열중한 것인 양 아무도 그녀에게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날 저녁, 그녀는 회사에 혼자 남아 쓸쓸히 책을 뒤지고 출제를 했다. 김소진의 ‘개흘레꾼’을 다시 읽었고, 학생운동을 하다가 유치장에 갇힌 주인공이, 허름한 차림으로 빵을 사들고 온 아버지를 냉대하는 대목을 발췌하여 문제를 냈다. 개흘레꾼의 주인공은 말했다. ‘아버지는 ㉠테제도, 그렇다고 ㉡안티테제도 아니었다. 나의 아버지는 개흘레꾼이었다.’ ㉠과 ㉡의 의미에 대한 출제를 하다 말고 그녀는 자신의 사원증을 꺼내어 바라보았다. 포토샵으로 다듬은 사진 아래에는 ‘이우리’라는 그녀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녀는 ㉠ 혹은 ㉡에 머물러 자기 자신의 의미가 규정되도록 놓아두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일단 맹렬히 출제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그 결심을 실현하기로 했다. 1.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①주인공은 인천을 싫어한다. ②주인공은 우애경에 대한 반격을 결심했다. ③주인공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자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④주인공은 ´개흘레꾼´의 주인공에게 자신의 처지를 이입하여 생각하고 있다. ⑤주인공은 자기의 인생이 남들의 인생에 포함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Ⅱ <두 번째 문제> 다음 상황에 대하여 추론한 것으로 옳은 것은. 그녀는 하루에 아홉 문제를 출제하기로 했다. 세 개의 지문을 뽑아 각각 세 개씩의 문제를 다는 데에 온종일이 걸렸다. 그러기를 일주일이면 혼자서 한 벌의 모의고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모두가 말하길,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출제 기계라고 했다. 그녀의 유능함에 견주어 우애경은 점점 더 무능해 보였고, 아무나 붙든 채 자기가 수능에서 한 문제만 더 맞았더라면 서울대에 갔을 것이며 이 자리에 있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런 우애경을 보며 그녀는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얼마나 열정적이고 유능한지, 모니터를 향한 거북이처럼 되어버린 자세로 하루에 아홉 문제씩을 생산한 그녀가 얼마나 탁월한 출제자인지를, 시간이 흐르면 그녀의 문제를 풀어본 수많은 학생들이 직접 증언할 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애경이 사고를 쳤다. 오전 열시의 고요한 사무실에서 들려오던 그 소리를 모두가 잊지 못할 것이었다. 처음엔 작게 시작한 그 소리가 점점 커졌고, 일본어이긴 했지만 그게 어떤 상황에서의 무슨 말인지는 누구나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소리는 우애경의 컴퓨터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모두가 우애경을 지켜보는 가운데, 우애경은 붉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몰려든 사람들 가운데로 숨었다. 우애경 주변의 남자 사원들이 대단히 당황하더니 화면 가득한 살색 움직임들을 어떻게든 없애려 하다가 끝내는 컴퓨터를 두들겨 패듯 꺼버렸다. 우애경은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이었다. 인터넷 창에 지나가던 배너를 건드렸을 뿐인데 민망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오더라고 했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남자 직원들이었는데, 그들은 우애경의 컴퓨터를 복구하느라 오전 업무시간을 다 써야만 했다. “지나가는 배너를 건들기만 했는데도 저 정도로 감염이 될 수 있나요?” 그녀는 동료들에게 물었다. 모두가 못 들은 척 했다. “지나가는 배너는 왜 건드리죠?” 그녀는 우애경을 향해 물었다. “포르노 사이트 광고였나요, 아니면 일반 광고였는데도 그렇게 된 건가요?” 그녀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못 참는 성격이었다. 우애경은 달팽이관이나 청소골 같은 것이 없기라도 한 양 그녀 쪽은 쳐다보지 않은 채 배실배실 웃고 있었고, 속으로는 민망해 죽겠지만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고 넘어갈 작정인 것 같았다. 그녀는 우애경과 담소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원래들 업무시간에 포르노 사이트에 들어가시기도 하는 건가요?” 정말로 궁금해서 그런 것인데, 우애경과 동료들은 아주 불쾌한 듯, 마치 포르노 사이트 접속으로 오전 업무를 마비시킨 장본인이 그녀이기라도 한 듯 아래위로 노려보더니 탕비실을 향해 우르르 가 버렸다. 그녀는 모두가 떠나 버린 사무실에 앉아 홀로 출제를 했다. 그녀는 정말로 왕따였다. 그녀는 우애경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적어도 질타를 감당하지 못해 괴로운 회사 생활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우애경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우애경의 성격이 갑자기 능글맞고 넉살 좋게 바뀌었다는 것인데, 우애경은 스스로를 희화화하는 것으로 수치스러운 그 사건을 덮어버렸다. 유부장에게 말하길 “어머, 부장님. 계속 그렇게 야근시키시면 전 또 그 배너 건드려 버릴 거예요” 라고 하거나, 다른 팀 직원에게 말하길 “다들 너무 일만 하면서 침체되어 있기에 내가 야동 바이러스 감염으로 활력소가 되어준 거잖아” 라고도 했다. 우애경은 매일 스스로 그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그동안 몰랐는데, 일본어 공부에 좋은 게 일제 동영상이더군요” 라는 말을 해서 일부 남자 직원들이 즐거워하도록 만들었으며 절묘한 순간에 “일하기 싫은 사람은 내 감염된 컴퓨터를 쓰도록 해” 라는 말을 던져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그러한 일이 반복되자 우애경이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만 남고, 살색 가득하던 컴퓨터 화면에 대한 기억과, 우애경이 업무시간에 포르노를 보는 여자라는 인상은 희미해지고 말았다. 종래엔 유부장이 “앞으로 말 안 듣는 사람 있으면 우애경 씨 컴퓨터를 쓰게 할 거야”라고 농담하기도 했는데 그런 말에 모두 웃게 되기까지는 사건 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우애경은 변죽 좋아 보이도록 성격이 바뀐 것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유능함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우애경은 아무 문제도 생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 이우리를 향해서 발톱을 세운 채 이우리가 하루에 아홉 개씩 낸 문제를 꼼꼼히 살피고, 거기서 오류를 발견해내는 것을 주요 업무로 삼았다. 각운동량보존법칙과 회전하는 나선 은하에 관한 문제에서는 은하의 나선 팔에 관한 설명 부분이 지나치게 길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험에 비해 한 단락 분량이 더 추가된 것이므로 모의고사에 수록하기에는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지적 때문에 그녀는 우애경과 한 시간을 싸워야 했다. 나선 은하의 나선 팔 부분과 중심부는 각각 산개성단과 구상성단으로서 밀도가 다르다는 점이 은하의 형성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대목이라는 것을, 따라서 줄일 수도 뺄 수도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한참을 다퉜으나 그녀가 진 것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흥분하면 이마에 핏발이 서면서 얼굴이 새빨개지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마치 뭐라도 잘못해서 당황한 사람처럼 보였고, 동료들은 그녀가 곤란해 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그리고 그녀가 중력섭동이라든가 산개성단을 구성하는 중원소에 관해 자기가 공부한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동안 다들 하품을 하고 듣기 싫어했다. 이마에 핏발이 선 이우리가 언성을 높여가며 하는 말들이 알 수 없는 소리라고들 했다. 반면 그에 응수하는 우애경의 논리는 아주 간명한 것이었다. “어찌 됐든 길잖아요. 지문이 너무 길잖아요. 안보여요?” 그녀가 낸 모든 문제에 관해 우애경은 어떻게든 시빗거리를 찾아냈다. 가장 억지를 부렸던 것은 ‘개흘레꾼’이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는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녀는 ‘개흘레꾼’이 한 대학생의 자기 탐구와 심리묘사가 흥미진진한 작품일 뿐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라고 볼 수 없으며, 1990년대 작품이기 때문에 현 시대상황과도 직접 관련이 없다고 대답했다. 우애경은 그에 대해서도 간명하게 말했다.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자체를 없애야 해요. 경쟁사에서 우리를 불리하게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면 안 돼요.” 민주화운동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라는 것과 테제, 안티테제 등의 용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작품에 관해 출제된 문학 문제가 좌파 이념 전파에 기여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번 사건을 이우리 씨가 잊은 것은 아니겠죠. 이우리 씨가 조심하지 않으면 나라도 나서서 조심할 수밖에 없어요. ‘개흘레꾼’ 문제는 폐기하는 걸로 하죠.” 그녀는 말이 안 나왔다. 혀의 근육 어딘가가 마비되어 버린 것 같았다. 우애경은 마치 그녀의 상관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고 있었다. 지난번 모의고사에서 그녀는 ‘내가 광우병에 걸려 병원 가면 건강보험 민영화로 치료를 못 받고 그냥 죽을 텐데 돈도 없고 땅도 없으니 화장해서 4대강에 뿌려다오’ 라는 안치환의 노래 가사를 문법적 오류가 존재하지 않는 정답의 선택지로 삼아 어법 문제를 출제한 바 있었다. 모의고사 시행 직후 게시판에 이의제기가 올라왔다. 출제자 중 누군가가 현 정권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을 지닌 것 같은데 이는 모의고사의 공정성과 적합성에 대한 의심을 하게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시험을 본 학생이 올린 것처럼 적혀 있었지만 회원가입일이 게시일 당일인데다가 모의고사에 응시한 기록도 없는 회원의 글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출제한 문제에 대한 비방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직접적인 비방이라고 생각했고, 직관적으로 그 글이 우애경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본래 과학 연구에 있어 최초의 가설 설정이란 직관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녀는 ‘우애경이 자작 이의제기를 게시판에 올린 것이다’라는 가설을 수립한 뒤 그것을 검증해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증거가 하나도 없었다. 유부장은 게시판 사건 때문에 노발대발하였으나 진짜 응시자가 올린 글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며칠 추이를 지켜보자고 하더니 곧 잊어버렸다. 그녀 자신도 잊을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우애경은 잊지 않고 있었고, 모두가 잊지 않기를 바라는 듯 그것에 관해 자주 이야기했다. 그녀가 우애경에게 닦달당하고 있을 때이면 어디선가 유부장도 홀연히 나타났고, ‘그러니까 지문이 길어요, 안 길어요. 그것만 대답해요’ 라든가, ‘데모하다 잡혀가는 학생 이야기가 나와요, 안 나와요. 그것만 대답해요’ 라는 말만을 귀에 담아 들었다. 그리고 사람들 시선을 피해 유부장이 우애경의 등허리를 툭툭 치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기도 했는데, 그럴 때 우애경은 청자색 눈빛으로 유부장을 응대했다. 두 사람은 왠지 서로를 치켜 주는 것을 의무라고 여기는 듯했다. 학창 시절에 서로의 동문들과 미팅한 추억 말고는 별 공통점도 없는데 왜 그러는지는 이해 못 할 일이었다. 유부장은 ‘이우리 성질을 컨트롤할 사람은 우애경 씨 밖에 없어. 우애경 씨만 믿어’ 라고 했다던데, 그런 뒤 두 사람은 함께 칼 퇴근을 했다는 말도 들려왔다. 그녀는 자신이 원했던 바대로, ㉠테제에 의해서나 ㉡안티테제에 의해서 규정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대체 자기 자신은 이 회사의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 길게 빠졌다. 우애경과 싸우느라 흥분해서 문제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아홉 문제를 꼬박꼬박 출제하리라 결심했지만 그걸 못 채우는 날이 늘어갔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모의고사 회차가 거듭되면 훌륭한 문제에 관한 학생들의 칭송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응시생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이 바로 탁월한 출제 덕분이라고 생각하려 했으나 유부장은 그것이 자기 공이라고 했다. 모의고사의 성공은 곧 마케팅의 성공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개판으로 문제를 만들어 놓는다 해도 나는 전국 최다 응시생을 끌어모을 수 있어.” 그녀는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을 위한 선택을 함부로 할 리가 없으니, 응시생이 늘어간다는 것은 결국 훌륭한 교육물이라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말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유부장은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우리 회사는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야.” 그녀는 그렇다면 무얼 하는 회사인 거냐고 반문했다. 유부장은 좌중을 둘러본 뒤 선언했다. “교육 콘텐츠를 파는 곳이야.” 진정 훌륭한 모의고사, 참된 독해력과 사고력 증진의 기회를 제공하는 모의고사 등등을 운운하며 보다 열정적으로 문제를 만들어 이 세상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그녀를, 유부장은 구경하듯 바라보았다. “마케팅 비용이 문항제작비의 이십 배는 돼. 마케팅이 훨씬 어렵고 중요한 거라고. 이우리 씨의 생사 또한 마케팅에 걸려 있는 거야.” 유부장은 벽에 붙은 포스터광고를 가리켰다. ‘명문대 출신 엘리트가 만든 모의고사!’ 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당신을 법조인으로 탄생시켜줄, 업계 최고의 역작’이라는 글씨가 시뻘겋게 붙어 있었다. “응시생들은 절박한 상황이지. 어떻게든 기득권층이 되겠다는 욕심으로 가득해. 욕심으로 눈 먼 애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먹고살 거야.” 그녀는 유부장에게 따지고 들었다. 진정한 법조인이 되기 위해 그 길을 선택한 수많은 청년들이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유부장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진정한 법조인이 되고 싶은 애들이 몇 명이나 되겠어. 있다 할지라도 그놈들은 알아서 혼자 공부해. 나한테 속아 넘어갈 놈들이 아니란 말이다. 사설업체 모의고사 같은 건 안 본다고.” 동료들은 매일 놀고만 있었고, 자신들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도 이우리가 꼬박꼬박 만들어놓은 문제들이 있으니 걱정 없다는 말까지 했다. 이우리는 대체 이 회사에서 무엇인 걸까? 아무래도 자신의 정체가 진짜 출제기계인 것은 아닌지, 그래서 기계처럼 문제만 뽑아내면 이우리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그녀는 모두가 그렇게 여기는 것만 같아 괴로웠다. 빈 사무실에 앉아 밤늦도록 출제를 하고 있을 때, 대표이사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남아있는 사람은 이우리 씨밖에 없군.” 대표이사는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내가 퇴근하는 척 나가고 나면 모두가 집에 가 버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 대표이사는 텅 빈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누가 남아 있나 체크하러 나는 돌아왔지. 역시 이우리 씨 말고는 믿을 사람이 없어.” 대표이사는 무릎이 날깃날깃 닳은 트레이닝복을 그녀에게 자랑했다. “이건 내가 젊었을 적에 입던 옷이야. 나는 긴장을 늦출까 봐, 내가 가장 어렵던 시절의 옷을 버리지 않았어. 오늘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이 옷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이우리 씨밖에 못 보게 되었군.” 대표이사는 반짝이는 대머리를 기울여 그녀의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양자역학에 관해 출제를 하고 있었네.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브라운 운동과 러더퍼드의 금박막 실험이라. 흥미로운데. 풀어봐야겠어. 나는 자네가 낸 문제의 팬이야. 힘내라구.” 대표이사는 격려하는 표정으로, 그녀의 등도 아니고 옆구리도 아니고 겨드랑이도 아니고 오른쪽 가슴도 아닌 애매한 어딘가를 톡톡 치고는 떠났다. 팬이라는 말에 기뻐하다 말고 그녀는 모호한 기분에 휩싸였다. 정확히 어디인지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찌 됐든 함부로 만져지면 안 되는 것 같은 부위에 대표이사의 손길이 남아 있었다. 찜찜한 그 부위를 괜히 긁적이며, 그녀는 대표이사가 청년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입는다는 늘어난 트레이닝복을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그녀가 자신의 청년기를 떠올리면 어떤 장면을 가장 먼저 생각할까. 그녀는 절박한 마음으로 취업을 모색하던 백수시절을 떠올렸다. 어디든 취직만 된다면 일단은 살 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 시절이 생각난 것 때문에 그녀는 공지영의 ‘부활 무렵’이라는 단편소설로 문학 출제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부활 무렵’에서, 병아리는 알을 뚫고 나가려 안간힘을 쓴다. 사투를 지켜보던 아이들은, 병아리가 살아갈 힘을 얻으려면 스스로 뚫고 나오게끔 놓아두어야 한다고 배웠다 했다. 하지만 주인공인 아이들 엄마는 알 껍질을 조금 뜯어내어 준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든. 한 번만 살게 해주면 앞으로 어떻게든 사는 거야.” 대표이사의 칭찬에 힘입어 그 소설의 구절이 생각났고, 겨드랑이가 좀 찜찜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멋진 출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에게 뻔한 미래란 없다. 청년이란 미시세계의 전자처럼 입자이자 파동인 존재이다. 불확정성의 원리는 양자역학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도 존재하니 말이다. 위 상황에 대해 추론한 내용으로 옳은 것은? ①이우리는 대표이사와 자신의 계급 차를 망각하는 우를 범했다. ②부하직원들은 그들의 상사인 유부장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와 같다. ③이우리는 자신의 업무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④대표이사가 이우리의 몸 어딘가를 만진 것은 곧 다른 데도 만질 것이라는 예고이다. ⑤회사의 인물들이 품은 동상이몽은 결국 매한가지로 거대하고도 알 수 없는 것을 지탱하고 있다. Ⅲ <세 번째 문제> 다음 상황에 대하여 파악한 것으로 적절한 것은. 그녀는 하루에 열두 문제를 출제하기로 했다. 대표이사가 그녀를 알아봐 주는 한 유부장이나 우애경이 그녀를 어떻게 괴롭힌들 상관없었다. 하루에 열두 문제라면 한 주 동안 모의고사 2회분이 생산될 양이었고, 우애경이 검토하고 흠을 잡기에도 벅찰 분량이었다. 그녀는 묵묵히 일하다 보면 모두가 자신을 인정할 거라는 생각은 버렸고, 본인이 하루에 열두 문제를 출제하고 있으며 그것은 어떤 것들인지에 관해 누가 듣든 말든 마구 이야기해대기 시작했다. 말을 많이 하느라 점심시간이면 밥을 거의 먹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부석부석 말라갔고, 밥을 씹어 삼킬 힘조차 아껴서, 문제를 내는 데에만 에너지를 썼다. 잠도 거의 자지 않았고 때로는 어차피 돌아와야 하는 것이 귀찮아서 집에 가지 않은 채 밤을 새우곤 했다. 그녀는 자신이 낸 아름다운 문제들과, 자신을 바라보는 우애경의 표정에서 희열을 느꼈다. 열두 문제를 내고 나면 뉴런 다발들이 걸레처럼 비틀어지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우애경을 이겼다고 생각했다. 우애경의 눈 속에서 청자색이 옅어진 것을 본 그녀는 우애경을 때려눕히고, 옥수수처럼 흩어진 이빨을 주워 모아 목걸이를 해 걸기라도 한 것처럼 뿌듯해했다. 어느 날의 점심시간, 그녀는 유부장에게 조언했다. “계란을 많이 드세요.” 유부장은 반찬투정을 했다. “흰자는 괜찮은데 노른자가 메스꺼워서 나는 계란을 안 먹어.” 그녀는 드디어 원인을 찾았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사십년 생애 내내 계란을 멀리 하셨나요?” 유부장은 무심히 말했다 “그랬지. 내가 싫어하는 것 몇 가지가 있지. 계란, 콩. 두부.” 그녀는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주된 콜린 공급원인 계란과 콩을 멀리하시니, 체내에선 아세틸콜린 합성이 원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것도 사십년째이니 결핍이 심각하리라고 예상되어요. 밤에 잠은 잘 주무시나요.” 유부장은 그녀에게 의학 상담이라도 하는 듯 진지해졌다. “잠은 쉽게 드는데 새벽에 곧 깨서는 전혀 못 자곤 해.” 그녀는 무릎을 탁 쳤다. 아세틸콜린 부족증상과 일치하고 있었다. 그녀는 유부장에게 자신이 출제한 문제를 꼭 풀어보라고 권했다. 치매의 발생과 뇌 내 아세틸콜린의 관계에 대한 문제였다. “요즘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시는 것 같아 유부장님의 뇌 내 아세틸콜린 감소폭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부디 콩을 드세요.” 그녀는 유부장을 보며 말했다. 유부장은 국에서 콩나물을 건져내고 있었다. “난 콩이 싫어.” 그녀는 유부장의 전두엽기능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덕 원칙이 대단히 흐려진 상태인 걸로 보아서 전전두엽에 기능이상의 뉴런들이 많이 분포하고, 거기에 아밀로이드 침전물이 생겨나고, 그것 때문에 아세틸콜린 수치가 상당히 낮아지고, 낮아진 아세틸콜린 수치는 다시 전전두엽의 기능이상을 야기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중인 것 같았다. 유부장은 어느 날, 그녀가 낸 문제들을 일괄 검토하고 싶으니 원본파일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녀는 수백 개의 문제를 유부장에게 주었다. 얼마 후, 이영준이라는 강사가 그 문제들을 묶어 저서를 출간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이영준이 말하길, 잠을 줄여 만들어낸 토끼 같고 알토란 같은 문제들을 수험생에게 바친다고 했다. 그녀는 대체 어떻게 왜, 그녀가 출제한 수많은 문제들이 강사가 출제한 문제로 둔갑하였는지를 알고 싶었다. 유부장은 별로 당황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녀를 훈계했다. “이우리 씨는 이 회사에서 월급 받고 문제를 낸 사람이고, 그 문제를 어디다 어떻게 쓸지는 몰라도 돼. 그건 회사가 결정하는 거야.” 그녀는 주변을 수소문해서 사건 경위를 알아냈다. 이영준 강사는 계약을 해제한 뒤 경쟁사로 옮겨갈 계획을 품고 있었다. 유부장은 인터넷 스타강사인 이영준을 붙들어야 했고, 저서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싱어송라이터인 가수가 사랑받는 것처럼, 직접 출제한 문제로 강의하는 엘리트 미남 강사라면 더욱 사랑받을 터였다. “그건 저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거예요.” 그녀는 바쁜 척, 그녀 같은 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척 사무실을 누비는 유부장을 따라다니며 말했다. “저작권에는 두 가지 개념이 있어요. 하나는 저작재산권, 다른 하나는 저작인격권. 저는 이 회사의 직원이므로 제 생산물의 재산권이 이 회사에 귀속되는 것만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작인격권마저 유부장님이 침해하실 수는 없어요.” 사과받고 싶은 나머지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 인격권을 침해하신 점, 사과 바랍니다.” 하지만 유부장은 들은 척도 않았고, 거래처에 간다며 나가버렸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유부장은 기억력이 심히 나빠진 것 같았다. 그녀가 자신 몫으로 매달 나오는 사원복지비를 전혀 쓰지 않았던 것은 그녀가 왕따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으니 청구하는 방법을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관리팀 김미영 대리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무슨 소리냐며 반문했다. “꼬박꼬박 사원복지비 십 만원씩 쓰셨던데 무슨 소리예요? 유부장님이 이우리 씨 복지비 신청을 대신 해주시던데요? 제가 영수증 다 갖고 있어요.” 관리팀 김미영 대리와 함께 그녀는 그간 자신이 제출했다고 기록되어 있는 수십 장의 영수증을 살펴보았다. 밤 열한시 삼십분에 강남역 근처에서 맥주를 마셨다든가, 백화점에서 초밥을 먹었다든가, 동반인 1인과 함께 영화를 보고, 어린이용 문구세트를 샀다든가, 향수를 사고, 햄버거세트를 먹었다든가, 디저트카페에서 타르트를 먹은 일 따위가 영수증에 씌어 있었다. 김미영 대리는 씁쓸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유부장님이 매번 자기 계좌로 금액을 청구하시기에 좀 의아하긴 했어요.” 그녀는 왜 자기 명목의 금액을 유부장이 사용한 것인지 따져 물었다. 유부장은 청각장애가 있기라도 한 양 빤히 보기만 했는데,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인 것처럼도 보여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여러 번 천천히 쉽게 또박또박 말해보기까지 했다. 한참 후에나 유부장은 씩 하고 웃으며 겨우 말했다. “미안, 나는 기억이 나질 않네. 이우리 씨가 무슨 말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그런 뒤 유부장은 거래처에 간다며 휑하니 나가버렸다. 그녀는 허탈했고, 그리고 진짜로 자신이 뭔가 착각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기까지 했다. 그다음에는 다시 그 이야기를 할 기회가 오지 않았다. 유부장은 며칠 지방 출장을 가 있었고, 유부장이 돌아왔을 때에는 그녀가 모의고사 마감을 해야 해서 미처 싸울 틈이 없었다. 열흘쯤 지난 뒤에 사원복지비 이야기를 꺼내려 하니 마침 유부장이 활짝 웃고, 다정해 보이기도 했기 때문에 차마 그 치사한 일에 대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저작인격권 침해라는 더 중요한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그것부터 해결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녀는 말했다. “부디 콩을 많이 드시고 착하게 사세요.” 그녀는 밥을 먹는 유부장을 바라보았다. 유부장은 들은 건지 만 건지 콩나물은 건져둔 채 국물만 마셨다. 저작인격권 침해에 관해 유부장은 끝내 이렇게 말했다. “아, 정말 짜증 나게 하네. 이우리 씨, 잘 들어. 월급 매달 제날짜에 받았어, 못 받았어?” 그녀는 월급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했다. “네가 말하는 그것까지의 대가가 네 월급이야. 알았어?” 유부장은 내친김에 더 뻔뻔해지기로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영준 강사한테 교재를 넘긴 건 널 위한 일이기도 했어. 이영준이 고객을 끌어모아서 돈 벌어올 거고, 그러면 그 고객들이 네 모의고사에 응시할 거야. 결국 그 이익은 너에게로 돌아갈 거고 말이야. 난 오로지 회사를 위해서 한 일이었다고.” 사과를 받지 못한 그녀는 대표이사를 찾아갔다. 대표이사는 자기 방을 찾아온 그녀를 아주 반가워했고, 대학 시절 미처 말 걸어보지 못했던 추억의 여인을 바라보듯 아련하게 미소 짓고 손수 음료도 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하소연을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인격권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그녀가 눈물지을 때에는 티슈를 내어주기도 했다. 그녀는 대표이사가 맞장구까지 치면서 자기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에 마음이 좀 풀렸고, 울고 난 뒤에는 정신과 상담을 한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다. 대표이사는 그녀에게 말했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이우리 씨가 그런 마음으로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다니 가슴이 아프네. 그동안 몰라주어서 그게 참 미안하다.” 그러나 대표이사는 선량하고 무력한 듯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하지만 회사에는 위계질서가 있는 거야. 사원인 너의 불만을 대표인 내가 직접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면 내가 임명한 중간 관리자인 유부장의 권한을 무시한 게 돼.” 대표이사는 콧물을 닦고 있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천천히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다. “생각해 볼 테니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내겐 곧 중요한 회의가 있다.” 그녀는 다 털어놓고 난 뒤의 후련함과, 그러나 결국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으므로 여전히 석연치 않은 기분을 안은 채 자리로 돌아왔다. 컴퓨터 앞에 앉아 그녀는 생각했다. 대표이사가 말한 ‘나중에’는 오늘의 나중인지, 아니면 미래의 다른 어떤 날을 의미하는 것인지? 다른 어느 날이라면 가까운 미래인지 설마 먼 미래를 의미하는 말인지? 그 ‘나중에’가 오늘 저녁을 의미하는 것일까 봐 그녀는 밤 열시가 되도록 앉아 있어 보았다. 그때껏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무얼 기다리는지도 모른 채 허망한 희망을 품고 아주 천천히 출제를 했다. 어느 순간 등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대표이사였다. “이우리 씨.” 돌아보니 대표이사는 멋쩍은 듯 웃음을 띤 채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은 등 뒤로 감춘 채였다. 그녀는 순간, 자신의 가슴 속에서 희망이 반짝이는 것을 느꼈다. 대표이사는 씩, 하고 웃었다. 무릎이 허연 트레이닝 복을 입은 채였다. “일단 집에 가긴 갔는데, 이우리 씨가 생각나서 그냥 있을 수가 있어야지.” 대표이사는 혀를 살짝 내밀고 웃었는데, 그런 모습을 처음 봐서 어이가 없었다. 자기가 어렵던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젊을 때 타던 찌그러진 소형차를 몰고 왔다고 했다. 이따 한번 구경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데 표정이 좀 이상해 보였다. 그녀는 대표이사에게도 치매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혹시 대표이사도 사십팔년째 콩이나 계란을 배제한 식생활을 하는 건 아닌지 잠시 생각했다. 의아해하며 대표이사를 바라보는 가운데, 대표이사는 새삼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더니 그녀의 턱 앞에 손을 불쑥 내밀었다. 따뜻한 김이 끼쳤다. 손바닥에 커다란 감자 두 알이 놓여 있었다. “야근하느라 배고프지? 이거 먹어.” 대표이사는 그녀의 책상에 감자 두 알을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감자의 온기가 남아있는 손을 그녀의 등 위에 올려놓았다. 아주 짧은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의 손바닥이 그녀의 7번 경추부터 꼬리뼈까지를 훑어 내려갔다. 그녀는 그 손바닥에서 몸을 떼어냈다. 반사적으로 말이 흘러나왔다. “저는 감자 안 먹습니다. 사장님이나 드세요.”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돌아보았더니 대머리까지 전부 빨개진 대표이사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감자 준 직원이 이 회사에 있는 줄 알아? 나 아무한테나 이러는 사람 아니야.” 대표이사는 잠시 입을 앙다물더니 다시 말했다. “감자 싫으면 그럼, 초밥 사다줄까? 초밥 먹을래?” 그녀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돌처럼 굳어버린 채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대표이사는 등 뒤에서 식식거리더니, 쿵쿵대는 발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때가 왔다. 흐와스코의 소설에는 격리되어 철교 건설에 투입된 일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건설기간 동안 그들의 모든 일상은 오로지 노동을 위한 것이었으며, 그들의 꿈은 단 한 가지, 건설현장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대하던 그 마지막 날, 그들이 만든 다리를 떠나며 일꾼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그들은 눈물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때 나는 그 다리가 이미 추억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그 철교를 건너는 사람들은 그 다리가 우리의 것이라는 사실을 결코 모를 것이다.’ 그녀는 소설 속의 인물들이 흘린 눈물과 알 수 없이 아파오는 마음에 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에 관해 마지막 문제를 내고 싶었지만 그 눈물의 의미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눈물’의 의미와 위 글의 인물들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①그들의 청춘 전부가 바쳐진 다리를 자신의 창작물처럼 여기고 있다. ②가장 본질적인 것까지 쥐어짜 노동했던 일에 관해 슬픔을 느끼고 있다. ③자신들의 청춘과 자신이 만든 다리를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④박탈당한 청춘에 대한 애착이 말 못할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있다. ⑤드디어 노역에서 놓여났다는 기쁨보다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한 청춘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 선택지는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⑥피 같고 살 같고 자식처럼 여겼던 대상이 고작 철교였다는 것을 깨달았으므로 그제야 흐르는 눈물이다. ⑦그들의 미래란 두고 온 날들보다 나을 것이 없으리라는 예감 때문에 흐르는 눈물이다. ⑧그들의 청춘이 누군가의 인생 속에서 부품이고 도구였다는 것에 대한 회한의 눈물이다. ⑨가장 중요한 것을 침해당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할 수조차 없으므로 흐르는 눈물이다. ⑩정작 울어야 할 자들이 울지 않기 때문에, 대신하여 흘려주는 눈물이다……. 그녀는 알 수 없이 굴러 떨어진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를 버려둔 채 자리를 떠났다. <끝>
  • 대머리, 백혈구 세포로 치료…新기술 등장

    대머리, 백혈구 세포로 치료…新기술 등장

    한 과학자의 우연한 발견이 대머리 치료를 위한 길을 열게 됐다. 스페인 국립암연구소 미르나 페레즈-모레노 박사팀이 쥐를 대상으로 한 항염제 실험 중 발모 증상을 발견하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 대식세포에 있음을 밝혀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대식세포는 단핵구 혹은 단핵백혈구로 불리는 백혈구 세포에서 나오는 것으로, 감염을 막고 죽은 세포를 없애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의해 생산되는 것이다. 페레즈-모레노 박사는 이 대식세포가 모낭에서 털이 자라는 원인인 줄기세포처럼 활동했다고 밝혔다. 이는 거액의 돈이 드는 모발 이식 대신 모낭을 활성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논문에 “줄기세포 분야에서 현재 도전과제 중 하나는 이식의 필요 없이 재생을 촉진하는 것”이라면서 “이 연구 덕분에 이제 대식세포가 줄기세포 영역에 중요 역할을 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적었다. 또한 “우리 연구는 대식세포가 면역세포의 주기능을 넘어 ‘피부’ 재생 과정에서 중요한 조절제가 되는 것을 강조한다”고 적었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이 ‘피부’로부터의 신호가 발모 촉진을 돕는 것을 확인했지만, 정확히 어떤 다른 형태의 세포가 이런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또한 세포조직의 재생과 노화, 암을 연구하는 접근 과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믿고 있다. 이번 연구는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됐지만 현재 후속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항염제를 투여한 쥐에서 털이 다시 자리기 시작하는 과정을 관찰했다. 이런 발모 원인이 줄기세포와 면역세포 사이 어떤 상호관계가 있는 것인지 살피기 위해 연구팀은 면역세포의 영향을 확인하는 몇 가지 실험을 시행했다. 연구팀은 일부 대식세포가 거의 줄기세포처럼 활동하고 털을 다시 자라게 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대식세포가 보이는 주요 신호를 억제하면 발모가 지연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약물을 투여하자 그 결과는 예상대로 나타났다. 비록 이번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했지만,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인간의 발모를 위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믿고 있다. 연구팀은 항염제를 특정 세포까지 운반하기 위해 리포솜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작은 물방울을 사용했고 이 방법은 반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사진=쥐의 발모 과정을 나타낸 것(플로스 바이올로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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