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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산되는 우한폐렴...경제 악재 우려 고조

    확산되는 우한폐렴...경제 악재 우려 고조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이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처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을 보면 우한 폐렴 사태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가 금융시장에 퍼지면서 글로벌 주가가 하락하고 안전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1일 중국(-1.4%)과 홍콩(-2.8%) 증시는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고, 한국(-1.0%)과 일본(-0.9%), 호주(-0.2%) 증시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기축통화인 엔화(+0.3%)가 강세를 보인 반면, 신흥국 통화인 위안화(-0.5%), 원화(-0.8%)는 약세를 보였다. 22일에는 중국 정부 대책 발표로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였지만, 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될 경우 언제든지 다시 출렁일 수 있다. 아직까진 2003년 사스나 2015년 메르스 사태처럼 글로벌 경제와 금융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최근엔 심각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사망률이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고, 최근 확진자와 의심환자가 급증하는 데다 춘절 대규모 이동에 따른 불확실성도 있다”며 “우한 폐렴이 중국 경제에 ‘블랙스완’이 될 수 있고 아·태지역에도 주요 리스크로 부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무라 증권은 “우한 폐렴 확산 시 항공과 호텔, 관광 부문 등이 타격을 입는다”며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큰 홍콩, 태국, 대만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사스 사태 때는 홍콩과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2.6% 포인트(P)와 1.0%P 감소하는 타격을 입었다. 이 여파로 코스피가 30% 가까이 하락하는 등 우리도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를 직접적으로 덮친 메르스 사태 때는 GDP가 0.2%P 감소했다는 분석이 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서울광장] 美中 디커플 시대, 대한민국 생존법/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美中 디커플 시대, 대한민국 생존법/오일만 논설위원

    미중 무역전쟁이 21개월 만에 1단계 합의라는 이름으로 봉합됐다. 서로 승리를 말하지만 현재로선 의미가 없다. 이번 합의는 장기전을 향한 탐색전이자 전초전에 불과하다. 미중은 현재 구조적 갈등을 넘어 패권전쟁의 단계로 들어서는 과정이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지속됐던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가 막을 내리고 오로지 ‘죽여야 사는’ 제로섬 게임에 접어든 것이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향후 미중 협상은 해법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이혼(decouple) 수속을 밟는 과정”이라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40년 동안 대중 포용정책에 지지를 보냈던 미 학계와 친중 노선의 핵심이었던 비즈니스 그룹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승인했던 워싱턴 주류들도 이제 윈윈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대중 압박정책이 지속될 것이란 의미다. 미중 무역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발적으로 일으킨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그 기류가 감지됐다. 학계를 중심으로 중국 위협론이 퍼져나갔다. 국제정치학을 대표하는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오래전부터 “경제발전을 이룩한 중국은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추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 위협론은 대다수 미국인에게 하나의 상식이 됐다. 미국의 패권유지 전략은 내공이 있다. 먼저 잠재적 도전국을 면밀히 살핀다. 그 기준은 대략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0% 수준이다. 1970~80년대 욱일승천하던 일본에 일격을 가한 ‘플라자 합의’ 당시 일본이 그랬다. 미국 내에서 먼저 재팬 배싱(일본 때리기)이 광풍처럼 번졌고 일부 전문가들은 ‘제2차 태평양전쟁’ 가능성까지 운운했다. 1989년 부동산 버블이 무너지면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보냈다. 2018년 기준 일본의 GDP는 4조 9709억달러로 미국(20조 4941억 달러)의 24%로 떨어졌다. 소련의 경우 1980년대 초반 미 GDP의 40%까지 쫓아왔지만, 결국 1989년 체제 붕괴로 이어졌다. 이런 미국도 실수(?)를 했다. 중국이 미국 GDP 40% 근처에 도달한 시점은 대략 2008년 금융위기 전후였다. 경제살리기에 바쁜 미국이 한눈파는 사이 중국 경제는 2010년 G2로 우뚝 섰다. 2018년 중국의 명목GDP는 미국의 66%에 달했다. 실질구매력으로 따지면 수년 내 제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으로선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3월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배경이다. 2011년 미국이 아시아 회귀전략(대중 포위전략)을 선언한 이유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은 현 상황을 ‘냉전 2.0’이라고 명명했다. 5G시대도 미중 사이에 전면전을 예고하는 변수다. 승자독식인 기술전쟁의 속성상 한 번 뒤처지면 만회가 어렵다. 미국이 총력전을 통해 ‘화웨이 죽이기’에 나서는 이유다. 문제는 무역전쟁이 체제·이데올로기 전쟁으로 비화될 것이란 예측이다. 미 국방부는 이미 중국을 주적으로 삼았고 미 의회는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으로 명시했다. 이념이 개입되면 싸움의 스케일은 커진다. 국가 존망이 걸린 군사적 충돌로 이어진 역사가 많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다. 센카쿠, 남중국해, 대만 해협 등을 둘러싸고 벌써 화약냄새를 풍기며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있다. 미중 패권전쟁은 갈등과 봉합이 반복되는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현재로선 경험이 풍부한 미국이 우세하지만 중국도 반전을 노리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을 통해 ‘상상하기도 힘든 위험’(難以想象的驚濤駭浪)이라고 했다. ‘시간은 중국 편’이라는 전략 속에 다양한 지구전에 착수했다. 공산당 체제 강화를 통해 내부 단속을 시작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희토류 등의 광물자원 무기화와 기술 자주화 등을 통해 미국의 분리정책에 대응할 것이다. 북핵 문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시기 미중 패권전쟁까지 겹쳤다. 우리로선 아찔한 상황이다. 한국전쟁 이후 초유의 사태가 분명하다. 과거의 사고틀은 모두 버려야 한다. 미중 모두에게 ‘명확하고 단호하게’ 할 말을 해야 한다. 어설픈 모호성은 미중 모두에게 외면당하고 방기될 위험성이 크다. 고정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기존의 판단에 정착하지 않는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이 센터장의 지적대로 ‘생각의 노마드화’(Nomadization of thinking)’가 절실한 시기다. oilman@seoul.co.kr
  • “홍콩 시위 바탕에는 중국화되는 미래 불안감”

    “홍콩 시위 바탕에는 중국화되는 미래 불안감”

    올해 6월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강행으로 촉발된 홍콩 시위 사태가 결국 대학 봉쇄로까지 이어지며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실탄을 사용해 피해자도 속출했다. 그렇다면 홍콩에 남아 있는 약 1만 5000여명의 한인 교포들은 이번 시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홍콩한인회 이종석 문화담당 이사를 22일 만났다. 그는 홍콩 시위 사태와 관련해 한인사회의 입장을 전하는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 시위가 격해지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홍콩이 왜 이렇게 위험해졌나. “먼저 홍콩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원래 홍콩은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어촌 마을이었다. 그러다가 영국이 중국과의 아편전쟁에서 승리하면서 홍콩을 손에 넣었다. 이후 무역 중심지로 번성했고 1949년 공산당이 중국 본토를 장악하자 재산을 빼앗길 것을 걱정한 중국 각지 부자들이 이곳으로 넘어왔다. 영국의 통치를 기본으로 하되 중국 여러 지역의 문화가 잘 섞이면서 홍콩만의 독특함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며 100년 넘게 이어지던 영국 식민통치가 막을 내렸다. 그 뒤로 홍콩 주민들은 이곳이 점차 다양성을 잃어가며 중국화돼 가고 있다고 느낀다. 단적인 예가 고속철도 서구룡역에 있는 중국 출입국심사대다. 홍콩 한복판에 있지만 이미 중국 영토로 편입돼 본토법이 적용된다. 홍콩 사람들에게는 매우 상징적이고도 충격적인 사례다. 홍콩이 중국에 귀속될 때만 해도 전체 관광객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1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본토 관광객 비중이 80%나 된다. 영국에게 홍콩의 자치를 보장한 기간인 50년이 되는 2047년에는 홍콩은 완전히 중국의 지배를 받는다. 그때가 되면 홍콩은 중국의 사회주의 지역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이번 사태의 기저에는 그런 현실에 대한 불안감과 상실감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홍콩인들에게 ‘불안감과 상실감’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뭐가 있을까. “과거 홍콩은 ‘동양의 진주’로 불렸다. 아시아에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홍콩에 비견될 나라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바로 옆 본토 도시인 선전의 국내총생산(GDP)이 홍콩을 넘어섰다. 경쟁 도시인 싱가포르의 1인당 GDP도 홍콩을 크게 앞선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올해 2월 홍콩과 마카오, 선전, 광저우를 중심으로 광둥성 주변 지역을 통합 경제권으로 묶는 ‘웨강아오 대만구’ 계획을 발표했다. 웨강아오는 광둥성을 뜻하는 웨(粵), 홍콩을 뜻하는 강(港), 마카오를 뜻하는 아오(澳)를 합친 것이다. 이곳을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 필적하는 세계적 혁신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홍콩 경제가 중국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면서 상하이나 선전 등 중국 내 여러 도시 중 하나인 ‘원오브뎀‘(One of them)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홍콩 주민들은 무슨 이유로 중국 정부에 반발하나. “아까도 말했지만 홍콩은 오랜 기간 다른 이들의 지배를 받았다. 홍콩인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그간 정치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다. 나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홍콩 사람들은 ’나에게 (경제적)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살아왔다.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일이라도 참여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도 발생하곤 했다. 그런데 이런 홍콩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이들이 중국 당국에 의해 납치돼 몇 달씩 연락이 두절되는 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이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생겨났다. 홍콩이 중국에 귀속된 뒤부터 시행중인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체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대 홍콩인 커플이 대만에 놀러 갔다가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도주하는 일이 발생했다. 홍콩 당국이 살해 용의자를 다른 나라로 돌려 보내기 위해 송환법 법제화를 추진했다. 그러자 홍콩인들 사이에서 ‘이 법안이 합법화되면 앞으로는 중국 정부가 입 바른 소리하는 이들을 대놓고 끌고갈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면서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상황도 한 몫 했다. 미국을 잘 활용하면 중국을 압박해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고 시위대가 판단한 것 같다.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이 홍콩 정부의 승인 없이 기지 밖으로 나와 논란이 됐다. 중국이 ‘1989년 베이징 톈안먼’때처럼 홍콩에 군을 투입해 시위 사태를 마무리할 것으로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우선 중국이 군대를 이끌고 홍콩을 진압하기에는 홍콩의 국제적 위상이 너무 크다. 홍콩은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로부터 투자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돕는 금융허브 역할을 한다. 가뜩이나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홍콩을 무력으로 진압했다가 국제사회의 제재라도 받는다면 중국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다. 또 홍콩 시위대가 (대만처럼) 독립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력으로 진압할 명분도 약하다. 중국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 (2편에 계속) 글 사진 홍콩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美 자동차 관세에 대응, 쌀시장·농민 보호 과제”…WTO 개도국 지위 포기 득실(종합)

    “美 자동차 관세에 대응, 쌀시장·농민 보호 과제”…WTO 개도국 지위 포기 득실(종합)

    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25년만에 포기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한국을 개도국이라고 주장할 명분이 떨어져서다.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 달러 등의 우수한 경제 성적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개도국 특혜를 계속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물론 다른 개도국들까지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이 여전히 개도국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 등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미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들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개도국 특혜를 계속 받으려고 무리하기보다는 내줄 것은 내주고 더 많은 실익을 챙기겠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 관세 조치 결정 시한이 다음 달 13일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개도국 지위를 고집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 시점에서 개도국 특혜에 관한 결정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향후 WTO 협상에서 한국에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의 영향으로 한국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번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으로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 정부는 현재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 받고 있는 개도국 특혜가 당장 사라지지 않는 점도 감안했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선언해도 바로 수입산 농산물이 국내 시장에 물밀듯 들어오진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이 받았던 농업 분야 혜택을 없애려면 다자간 협상이 먼저 타결돼야 하는데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2008년 결렬된 뒤 10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앞으로 언제 재개될지도 불확실하다. DDA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한국이 누리고 있는 농업 분야 혜택은 계속 유지된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만큼 그동안 높은 관세로 보호를 받았던 쌀을 비롯한 민감 농산물 품목의 시장을 언젠가는 추가 개방해야 한다. 국내 농업은 물론 고령층이 대부분인 농민들에게 상당한 타격이 예상돼 당장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앞으로 쌀 등 민감 품목을 최대한 보호하고 피해 보전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농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책의 실효성이 중요하게 됐다.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 3가지 요인을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1995년 WTO 가입 이후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한국 경제가 발전했다는 것이 이유다. WTO 164개 회원국 중 세계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9개국 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경제적 위상을 감안하면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으로 더 이상 인정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WTO 내에서 개도국 특혜에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한국과 경제 규모와 위상이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 브라질, 대만, 아랍에미리트(UAE)가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한 점도 반영됐다. 특히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11개국을 지목하면서 90일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개도국 대우 중단이나 OECD 가입 반대 등 독자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은 G20 회원국, OECD 회원국, 세계은행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교역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라는 4개 요건 중 하나만 해당돼도 개도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은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유일한 국가다.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향후 협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이에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WTO에서 다자간 협상을 통해 농산물 관세, 보조금 감축 이슈가 있을 때 개도국에 있으면 이 부분이 유연하지만 일반 회원국에 해당하는 관세와 보조금 감축을 적용받기 때문에 특별 대우가 사라진다”면서도 “중요한 점은 WTO에서 다자간 협상으로 타결되고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결정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연구위원은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면 미국이 중국을 타깃으로 한 WTO 개혁에 한국이 걸림돌이 돼 (미국으로부터) 더 큰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가 앞으로 있을 미국 정부와의 자동차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에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해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한국의 이번 결정과 별개로 향후 협상에서 통상 압박을 더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으로 미국과 패키지 딜을 하지 않았다면 미국과의 여러 협상을 앞두고 너무 쉽게 카드를 써버린 것”이라며 “미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한 나라들 중에는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 중국과 인도, 터키 등이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한국의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으로 이들 국가를 더 압박하는 효과도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미 개도국 지위를 내놓은 한국에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상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예단할 수 없지만 미국과의 양자 협상에서 이와 같은 통상 압박이 있을 수 있다”며 “미국의 통상 압박이 무엇이 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대응 방향도 발표했다. 정부는 앞으로 WTO 협상이 전개될 때 쌀 등 국내 농업의 민감 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고, 협상 결과 농업 분야에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 보전대책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을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기회로 삼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농민들의 소득 안정을 위해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 공익형 직불제를 빠른 시일 안에 도입할 방침이다. 재해를 입은 농업인의 경영 안정을 위해 농업재해보험 품목도 확대한다. 지역 농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한 로컬푸드 소비 기반 확대 대책을 만들고 주요 채소류에 대한 가격안정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청년 및 후계농 육성도 추진한다. 다만 정부가 앞으로 있을 WTO 협상에서 쌀을 비롯한 민감품목을 보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 연구위원은 “쌀 시장 보호는 말 그대로 협상력에 좌우되는 문제다. 앞으로 협상에서 각 국의 이익은 공산품과 농산품에서 갈리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농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도의 원론적 차원에서 목표를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WTO 개도국 지위 포기하고 美자동차 관세 협상서 우위…“쌀시장·농민 보호 과제”

    WTO 개도국 지위 포기하고 美자동차 관세 협상서 우위…“쌀시장·농민 보호 과제”

    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25년만에 포기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한국을 개도국이라고 주장할 명분이 떨어져서다.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 달러 등의 우수한 경제 성적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개도국 특혜를 계속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물론 다른 개도국들까지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이 여전히 개도국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 등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미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들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개도국 특혜를 계속 받으려고 무리하기보다는 내줄 것은 내주고 더 많은 실익을 챙기겠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 관세 조치 결정 시한이 다음 달 13일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개도국 지위를 고집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 시점에서 개도국 특혜에 관한 결정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향후 WTO 협상에서 한국에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의 영향으로 한국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번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으로 자동차 관세에서 제외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정부는 현재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 받고 있는 개도국 특혜가 당장 사라지지 않는 점도 감안했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선언해도 바로 수입산 농산물이 국내 시장에 물밀듯 들어오진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이 받았던 농업 분야 혜택을 없애려면 다자간 협상이 먼저 타결돼야 하는데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2008년 결렬된 뒤 10년 넘게 중단된 상태고 앞으로 재개될지도 불확실하다. DDA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한국이 누리고 있는 농업 분야 혜택은 계속 유지된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만큼 그동안 높은 관세로 보호를 받았던 쌀을 비롯한 민감 농산물 품목의 시장을 언젠가는 추가 개방해야 한다. 국내 농업은 물론 고령층이 대부분인 농민들에게 상당한 타격이 예상돼 당장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앞으로 쌀 등 민감 품목을 최대한 보호하고 피해 보전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농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책의 실효성이 중요하게 됐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 3가지 요인을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1995년 WTO 가입 이후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한국 경제가 발전했다는 것이 이유다. WTO 164개 회원국 중 세계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9개국 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경제적 위상을 감안하면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으로 더 이상 인정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WTO 내에서 개도국 특혜에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한국과 경제 규모와 위상이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 브라질, 대만, 아랍에미리트(UAE)도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한 점도 반영됐다. 특히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11개국을 지목하면서 90일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개도국 대우 중단이나 OECD 가입 반대 등 독자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은 G20 회원국, OECD 회원국, 세계은행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교역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라는 4개 요건 중 하나만 해당돼도 개도국이 아니라는 입장인데 한국은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유일한 국가다.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향후 협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전문가들도 같은 이유로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WTO에서 다자간 협상을 통해 농산물 관세, 보조금 감축 이슈가 있을 때 개도국에 있으면 이 부분이 유연하지만 일반 회원국에 해당하는 관세와 보조금 감축을 적용받기 때문에 특별 대우가 사라진다”면서도 “중요한 점은 WTO에서 다자간 협상으로 타결되고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결정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면 미국이 중국을 타깃으로 한 WTO 개혁에 한국이 걸림돌이 돼 (미국으로부터) 더 큰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대응 방향도 발표했다. 정부는 앞으로 WTO 협상이 전개될 때 쌀 등 국내 농업의 민감 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고, 협상 결과 농업 분야에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 보전대책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을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기회로 삼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정부는 농민들의 소득 안정을 위해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 공익형 직불제를 빠른 시일 안에 도입할 방침이다. 재해를 입은 농업인의 경영 안정을 위해 농업재해보험 품목도 확대한다. 지역 농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한 로컬푸드 소비 기반 확대 대책을 만들고 주요 채소류에 대한 가격안정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청년 및 후계농 육성도 추진한다. 다만 정부가 앞으로 WTO 협상에서 쌀을 비롯한 민감품목을 얼마나 보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 연구위원은 “쌀 시장 보호는 말 그대로 협상력에 좌우되는 문제다. 앞으로 협상에서 각 국의 이익은 농산품과 공산품에서 갈리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농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도의 원론적 차원에서 목표를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美, 대만과 단교한 솔로몬제도 제재 검토…中 “내정간섭 말라”

    美, 대만과 단교한 솔로몬제도 제재 검토…中 “내정간섭 말라”

    美 “내년 솔로몬제도 대한 원조 재검토” 펜스, 이달말 예정된 총리와 회담도 취소 수교 조건으로 100억원 제공 약속한 中 태평양 요충지 확보…“작은 전투서 승리”남태평양의 소국 솔로몬제도가 미중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 대만과 단교한 솔로몬제도를 미국이 강력히 비난하며 사실상 제재를 검토하자 중국이 “내정에 간섭 말라”고 반발했다. 두 나라가 무역전쟁과 홍콩 시위에 이어 대만 문제로 힘겨루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대외 원조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의 글로리아 스틸 아시아국 부국장 대행은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2020 회계연도에 솔로몬제도에 대한 원조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나라에 대한 지원을 줄이거나 없애겠다는 것으로 사실상의 제재 조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와 이달 말로 예정된 회담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솔로몬제도 측 요청으로 다음주 열리는 유엔총회 기간에 맞춰 워싱턴DC에서 회동할 계획이었다.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도 성명을 통해 “미국은 크게 실망했다. 중국이 대만과의 단교를 압박하는 것은 역내 안정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솔로몬제도가 중국과의 수교를 선택한 것에 대해 강한 배신감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무슨 자격으로 중국과의 수교에 대해 왈가왈부하는가”라면서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다.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고 인민일보는 전했다. 화춘잉 대변인도 “우리는 솔로몬제도가 대만과 외교적 관계 단절을 결정한 것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 솔로몬제도가 역사적 기회를 잡은 것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위상이 커지자 1971년 유엔에서 탈퇴했고, 시간이 갈수록 외교적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SCMP에 따르면 미국은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국가를 제재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비공식적 동맹인 대만의 위상을 지키고자 노력하지만 성과는 크지 않다. 솔로몬제도는 인구 63만명, 1인당 국내총생산(GDP) 2130달러의 빈국이다. 중국은 수교를 조건으로 개발기금 850만 달러(약 100억원)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으로서는 홍콩 시위로 흔들리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고 태평양 지역에 전략적 요충지도 확보했다. 미국과의 패권전쟁의 작은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으려고 지난해 6월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호주와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 인도를 연결하는 전략)에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美 제조업 3년 만에 위축… 세계 경제 동반침체 경고등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3년 만에 위축 국면으로 전환됐다. 이에 글로벌 경제가 동반 침체 국면에 빠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미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1로 전월 51.2보다 하락했다. 2016년 8월 이후 3년 만에 경기 확장과 위축을 구분하는 기준인 50.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또 2016년 1월(48.2)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ISM 관계자는 “응답자들의 답변은 기업 심리가 눈에 띌 정도로 위축됐다는 것을 보여 준다”면서 “3년여간 이어지던 제조업 PMI 확장 국면이 끝났다”고 해석했다. 조사업체 IHS마킷이 이날 발표한 미국의 8월 제조업 PMI도 50.3으로, 전월 50.4보다 하락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1%에 불과하지만 종종 경제의 전조로 여겨진다”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불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미 PMI뿐 아니라 일본, 대만, 유럽 등의 PMI도 50.0을 밑돌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IHS마킷은 일본의 8월 제조업 PMI가 49.3으로, 4개월 연속 50을 밑돌면서 경기 위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대만의 8월 PMI는 47.9로 전월(48.1)에 비해 하락했고, 유로존의 PMI도 47.0으로 8개월째 50을 밑돌았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전 세계의 제조업 부문이 위축되면서 이제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며 “미중 무역전쟁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장기 투쟁”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관세 2배’ 인상 카드를 흔들며 “시간을 질질 끌지 말라”고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내가 재선할 때 중국은 어떻게 될까. 합의는 훨씬 힘들어질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퍼지는 한국 성장 1%대 추락 전망… “통화스와프·재정 확대를”

    퍼지는 한국 성장 1%대 추락 전망… “통화스와프·재정 확대를”

    무역의존도 69%에 달하는 우리경제 미중 분쟁·日보복으로 불확실성 악화 “美 침체위험 30~35%” 부정 전망 겹쳐 세계기관 11곳 “韓성장률 2% 밑돌 것” 전문가 “금리인하 등 선제대응 시급 재정도 생산과 연결된 분야 집중해야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세계 교역 악화, 미국발(發) 경기침체 우려, 한일 경제전쟁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우리 경제가 올해 1%대의 저조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경기침체에 대비해 정부가 통화스와프 확대와 확장적 재정 정책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앞으로 1년간 경기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을 30~35%로 진단했다. 이는 앞선 분석(25~30%)보다 경기침체 가능성을 5% 포인트 더 올린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8일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경제전쟁에 미국발 경기침체까지 더해지면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경제동향 8월호에서 2분기 우리 경제에 대해 “최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와 함께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부터 세계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15일 골드만삭스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9%로 0.3% 포인트 낮췄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세계 42개 국내외 기관의 올해 한국 성장률 평균 전망치도 이달 2.0%로 전달보다 0.1% 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관 중 2%도 안 될 것이라고 전망한 곳도 11곳이나 된다.주요 기관들이 이처럼 1%대의 저조한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제조업과 무역에 대한 우리 경제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경제의 무역 의존도는 68.8% 수준이다. 여기에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2.1%로 중국(26.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데, 대(對)중국 수출품의 대부분이 조립·가공을 거쳐 미국으로 다시 수출되기 때문에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 대중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한국뿐 아니라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던 싱가포르(1.1%→0.4%)와 대만(2.4%→2.3%), 홍콩(1.5%→0.2%)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모두 하향 수정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것에 대비해 실물과 금융 전반에 걸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기침체 시작점이 금융과 외환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축통화 국가들과 통화스와프 확대 등을 추진해 안전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대외 경제환경이 안 좋아지면 결국 안에서 버텨야 한다”면서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재정 투입은 생산과 연결될 수 있는 연구개발과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집중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휘청이는 한국 반도체… 일본이 때리고 미국이 웃는다?

    휘청이는 한국 반도체… 일본이 때리고 미국이 웃는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감광재),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기존 포괄수출허가를 개별수출허가로 전환한 것이다. 일본은 이어 안보 우방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 체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앞선 얘기”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현재로선 ‘시계 제로’에 가깝다.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파는 얼마인지, 규제 이면에 깔린 숨은 의도는 무엇인지 등을 짚어 봤다.●규제 대상·수위·기간에 따라 충격파 달라져 반도체는 한국 경제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1%, 수출 성장 기여율은 92%다. 그만큼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높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도체 산업은 물론 경제 전체에 충격파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가장 먼저 불을 지핀 곳은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0일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 세미나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도체 핵심 소재 공급이 30% 부족할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2.2%, 소재 부족이 45%로 확대되면 GDP는 4.2~5.4%가 각각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틀 뒤인 지난 12일 현안 토론회에서 한경연의 분석이 ‘무리한 가정’에 근거한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서진교 KIEP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반도체와 LCD 패널 연간 수출액을 합치면 1000억 달러 정도”라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수출의 절반인 500억 달러가 줄었다고 하고, 전후방 산업에 영향을 미쳐서 1000억 달러 손실이 났다고 가정하자. 지난해 우리나라 GDP가 1조 5000억 달러인데 1000억 달러 손실은 대략 0.5~0.6%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도 지난 14일 “반도체 공급 차질로 인한 영향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 생산이 10% 줄어들 경우 한국 GDP는 0.4%, 경상수지는 100억 달러(약 11조원)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본의 수출 규제가 가전 등 비반도체 부문과 자동차·화학 등의 분야로 확산한다면 경상수지 감소 폭은 135억 달러로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출 규제의 대상과 수위 못지않게 기간도 중요한 변수다. KB증권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국의 수출 물량이 10% 감소한다고 가정했을 때 수출 규제가 3분기까지만 이뤄지면 경제성장률이 0.19% 포인트, 3~4분기에 지속되면 0.37% 포인트, 내년 말까지 유지되면 0.74% 포인트 각각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재철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한일 양국 간 신뢰 관계가 상당히 훼손됐다는 점, 한일 양국의 정치 일정,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 기조 등을 고려할 때 한일 무역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 주도권 경쟁 속셈? 수출 규제의 원인을 놓고 일본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를 내세우고, 국내에서는 한일 역사 갈등에 대한 경제 보복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안보상의 이유나 역사 문제가 해소되면 무역 갈등이 사라질까.일본 정부가 규제 대상에 올린 극자외선(EUV) 레지스트를 보면 속단하기 어렵다. EUV 레지스트는 우리 정부가 지난 4월 30일 야심 차게 비전과 전략을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와 연관이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중심의 편중 구조다. 메모리 반도체가 정보 저장을 담당한다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정보 처리에 사용된다. 지금까지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성장세가 메모리 반도체의 전성시대를 만들어냈다면 자율주행차와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폭발적인 수요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계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시스템 반도체 2010’, 2011년 ‘시스템 반도체 2015’ 계획이 각각 추진되기도 했다.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근본 체질을 바꾸지는 못했다. 지금도 비메모리 반도체의 세계 시장 규모가 메모리보다 2배가량 큰 상황에서 이번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전략은 반도체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자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더욱이 반도체 분야는 일반적으로 대규모 시설 투자가 전제돼야 하는 ‘머니게임’이자 경쟁 기업이나 국가보다 앞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속도 전쟁’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EUV 공정으로 생산한 7나노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에 돌입했다. EUV 레지스트 수출 규제는 결국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볼모로 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의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계획이 외부에선 ‘약자의 몸부림’이 아닌 ‘강자의 포효’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고, 조만간 꽃망울을 터뜨릴 것으로 예상되는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한 정치 보복 차원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또는 차세대 산업을 둘러싼 갈등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전략적 규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재 대신 침묵하는 미국, 차도지계?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미국의 역할론에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나 개입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그 이유를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에서 살펴볼 필요도 있다. 2017년 기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58%,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미국이 70%로 절대 강자다. 또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게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용 CPU인 AP다. 이 중 CPU 분야는 미국 기업인 인텔과 AMD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라 다른 기업이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 AP 분야는 퀄컴(미국), 미디어텍(대만), 애플(미국), 삼성전자(한국) 등의 순이다. 또 비메모리 분야는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와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로 분업 구조를 갖는 게 특징인데, 현재 세계 1위는 각각 퀄컴과 TSMC(대만)다. 하지만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AP 설계 기술은 퀄컴 수준을 따라잡았고 공정 기술에서는 AP 파운드리 3사(TSMC·글로벌파운드리·삼성) 중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한국을 비롯해 기술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부품·소재를 내다 파는 처지에서 재도약을 꿈꾸는 일본, 강력한 정부 지원을 토대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중국, TSMC라는 글로벌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대만 등의 각축장인 셈이다. 1984년 촉발돼 1996년까지 13년 동안 지속된 미일 반도체 분쟁 사례도 있다. 핵심은 급성장하는 일본 반도체 산업에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건 것이다. 이 과정에서 1987년만 해도 반도체 시장 점유율에서 10위였던 인텔이 1992년부터는 1위로 도약했다. 반대로 NEC와 도시바, 히타치 등 수년간 1~3위를 점유했던 일본 기업들은 속절없이 무너져내렸고, 지금은 존재감마저 지워졌다. 미중 무역분쟁 역시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천문학적인 무역적자(2017년 기준 3750억 달러)가 깔려 있고, 본질적으로는 중국의 급성장에 대한 견제가 자리하고 있다. 김학주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단순히 감정적이라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일본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반도체 주도권을 삼성전자에서 미국의 마이크론으로 옮기려는 전략적 계획이 숨어 있다면 우리에게는 심각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shjang@seoul.co.kr
  • KIEP “日 수출 제한에 따른 성장률 저하 제한적”

    KIEP “日 수출 제한에 따른 성장률 저하 제한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와 관련해 “큰 폭의 성장률 저하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일본의 경제 제재가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GDP 감소폭이 2~3%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3가지 품목(레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한 규제 외에 한국을 수출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경우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12일 열린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 분석과 전망’ 토론회에서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진경제실장은 “단기적으로 보면 (현재 조치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 규제 대상에 오른 포토레지스트(극자외선 노광장비)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주로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와는 무관한 소재”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실장은 “극자외선 노광장비에 사용되는 레지스트는 차세대 산업인 시스템 반도체와 연관되기 때문에 제한 조치가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중장기적 성장을 위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찬권 무역통상실장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배 실장은 “큰 폭의 성장률 저하는 안될 것으로 측정된다”며 “단기적으로 반도체 전후방에 있는 업체들에게 생산 차질이 부정적일 수 있지만 전체 반도체 산업의 경쟁구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 실장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반도체 강국들이 이미 국제 분업체제 아래서 가장 효율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 국가가 천문학적인 투자비용을 들여 메모리반도체에 투자를 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일본 언론에서도 수출규제 강화 품목이 우리나라의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는 상태다. 무엇보다 에칭가스(불화수소) 등을 일본의 해외공장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조달할 수 있는 탓이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불화수소의 경우 43.9% 가량을 일본에서 수입하지만 중국 46.3%, 대만 등 나머지 국가들의 비중도 9.8%로 작지 않다. 한편 한일 간 갈등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양쪽 모두 피해를 입는 만큼 조기 종결을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규판 선진경제실장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이뤄지면 차량용 2차 이온전지, 공작기계분야, 화학약품 등 대일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파괴적일 것”이라며 “양국 정부간 협의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시키는 것과 관련해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이재영 연구원장은 “화이트리스트 제외까지 가면 그야말로 ‘정면 충돌’이라고 할만 하다”며 “지금까지 이뤄진 일본의 조치는 WTO체제에 대한 균열을 내고 역내 공동번영의 원칙을 파괴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세종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韓 보복 땐 GDP 5.64% 급감… 日 1.21% 감소뿐

    韓 보복 땐 GDP 5.64% 급감… 日 1.21% 감소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실제로 한국 기업이 반도체 소재 부족 사태를 겪을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4.47% 감소하는 반면 일본의 GDP 감소분은 0.04% 수준에 그칠 것이란 추산이 나왔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등을 일본에 수출하지 않으며 ‘치킨 게임’에 돌입할 경우 일본의 GDP 감소분은 1.21%로 확대되지만, 한국 역시 5.64%의 GDP 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에서 이 같은 전망을 발표했다. 반도체 소재 부족분이 늘수록 한국의 GDP 손실은 커진다. 부족분이 15%일 때 GDP 감소폭은 0.12%, 부족분이 80%일 때 GDP 감소폭은 8.6%로 추산된다. 이때 일본의 GDP 감소폭은 최대 0.6%에 그칠 전망인데, 이는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우선 일본 소재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온 한국에 비해 일본은 규제 대상인 3개 소재를 미국, 대만, 중국 등지에도 판매하고 있다. 두 번째로 한국이 공격받는 품목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인 반면, 수출량이 일본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1%에 불과하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감광 반도체, 반도체 관련 부속품을 수출규제하는 방식으로 한국이 보복한다면, 양국 모두 추가 GDP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단 한국의 보복이 강화될수록 일본의 GDP 한계 감소폭은 줄어드는데 이는 한국산 수출이 막힐 경우 한국 수출기업을 대체하는 일본 기업이 증가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반도체 소재 부족 현실화 되면 GDP 韓 -4.47% vs 日 -0.04%”

    “반도체 소재 부족 현실화 되면 GDP 韓 -4.47% vs 日 -0.04%”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실제로 한국 기업이 반도체 소재 부족 사태를 겪을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4.47% 감소하는 수준의 상당한 타격이 가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일본의 GDP 감소분은 0.04%로 한국이 받는 충격보다 덜한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등을 일본에 수출하지 않는 맞불 전략을 쓸 경우 일본의 GDP 감소분은 1.21%로 확대되지만, 한국 역시 5.64%의 GDP 감소를 감내해야 할 것으로 계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에서 이같은 전망을 발표했다. 조 연구위원은 “일정 수준의 (수출품) 수량규제는 가격인상을 통해 비용을 수요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규제와 동일하지만, 이번 일본 조치처럼 핵심소재를 차단할 경우 공급망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규제보다 심각한 사회적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소재 부족분이 늘수록 한국의 GDP 손실은 커진다. 부족분이 15% 라면 0.12%, 30% 라면 2.2%, 45% 라면 4.24%, 60% 라면 6.20%, 75% 라면 8.01% 씩 GDP 감소폭이 커지고 부족분이 80% 달하면 GDP 감소가 8.6%에 달할 전망이다. 반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량에 관계없이 일본의 GDP 감소폭은 0.4%에 그치다 수출규제량이 75%에 달할 때 0.05%, 80%에 달할 때 0.06%의 GDP 감소가 전망됐는데, 이는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우선 한국 입장에서 수출 규제 3개 품목별 수입량 중 일본산 비중은 41.9~93.2%에 달하지만 일본 입장에서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비중은 불화수소만 89.3%로 높을 뿐 리지스트는 10.5%,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20.7%로 낮다. 일본 통계를 보면 리지스트는 미국과 대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중국과 대만에 수출하는 규모가 한국으로 수출하는 규모보다 크기 때문에 일본 기업들은 다른 나라로 판매처를 바꿀 수 있다. 두 번째로 한국이 공격받는 품목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인 반면, 수출규제 대상이 된 3개 품목이 일본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1%에 불과하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산 제품력이 우수한 메모리 반도체, 감광 반도체, 반도체 관련 부속품을 수출규제 하는 방식으로 한국이 보복을 하며 ‘치킨게임’ 양상이 벌어진다면, 양 국 모두 추가 GDP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단, 한국의 보복이 강화될수록 일본의 GDP 한계 감소폭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한국산 수출이 막힐 경우 한국 수출기업을 대체하는 일본 기업이 증가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일본은 한국을 대체할 기술 역량을 지녔고, 한국 기술로는 당장 일본산 소재를 대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비대칭 전략’ 양태의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꼴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비정규직과 재벌 그들에게 국가란

    비정규직과 재벌 그들에게 국가란

    “저는 1976년 베트남전이 종식되고 있던 시점부터 이 나라의 형편, 경제 구조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베트남전 특수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고, 10년 이상 진행한 경제 개발과 함께 분배의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정부는 ‘지금은 분배의 시기가 아니라 축적의 시기’라고 했고, 오늘에 와서 대한민국은 소득격차가 커지며 역피라미드 사회가 됐습니다. 70대 이상 세대들은 경제발전 최전선에서 희생만 하고 별로 덕 보지 못한 채로 일생이 지나갔습니다. 그 덕을 우리 아들들이 봤지만, 사회 구성이 커지면서 그 덕마저 한쪽으로 치우쳤습니다. 제 손자가 스무 살이 됐는데, 손자세대만큼은 우리 세대가 겪은 모순과 갈등을 겪지 말고 정상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 소설을 썼습니다.” 각 국가 부패 지수, 지니 계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국내총생산(GDP) 등이 줄줄 터져 나왔다. 소설에 나온 각종 통계 수치를 줄줄 읊는 강사는 본인에 다름 아니었다. 신작 ‘천년의 질문’(전 3권·해냄)을 출간한 조정래(76) 작가다.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천년을 이어 온 질문,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두 번째 응답이었다. 첫 번째 응답은 앞서 내놨던 ‘풀꽃도 꽃이다’에서 내놨다. 이번 소설 속에서 ‘개천에서 승천한 용’인 서울대 출신 수재 김태범은 성화 그룹 사위로 발탁된 후 온몸을 다 바쳐 신분 상승을 꿈꾸다가 실패하자 비자금 장부를 훔쳐 잠적한다. 그룹 비리를 알게 된 ‘시사포인트’의 장우진 기자가 열혈 취재를 이어 가는 가운데 아내 이유영은 느닷없이 나타난 고등학교 동창에게서 “남편 취재를 막아 주면 한 해 20억은 벌게 해 주겠다”는 회유를 듣는다. 정치적 야욕으로 이글거리는 재선 국회의원 윤현기는 성화 그룹에서 고향 후배를 시켜 장우진의 취재를 막아 달라는 거액의 제안을 받고, 여기에 윤현기의 고향 후배이자 장우진의 대학 후배인 시간강사 고석민이 등장한다. 작가는 입법·사법·행정이라는 국가권력에 재벌·언론이라는 사회 권력이 야합한 현실을 바탕으로 불법 비자금, 전관예우 같은 권력 범죄의 실태를 그렸다. 상위 10%, 그들만의 세계가 전체 국민 소득의 절반을 독식하는 기형적인 구조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작가는 현실 묘사에만 그치지 않고 나름의 해법도 내놓는다. 대학 시절 ‘세상바꿈’이라는 동아리의 회장을 지냈던 장우진이 가는 길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은 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행복할 것이라고 신뢰합니다. 스웨덴, 덴마크, 영국, 프랑스 등 가장 모범적인 국가 모델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신뢰를 국민들에게 줬으면 좋겠습니다. 평화적 혁명을 통해 그렇게 되길 소망합니다. 100만개 시민단체를 국민들이 돈을 내서 지키는, 1000만명 평화적 상비군의 시대가 소설가 조정래가 꿈꾸는 미래입니다.” 소설은 주인공 장우진을 비롯해 시간강사, 국회의원, 재벌가 사위, 그룹 비자금을 관리하는 사장 등 주요 인물 다수가 남성이다. 전작들과 유사한 남성 중심 서사라는 비판에 그는 “일방적인 평가”라며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남녀평등으로 똑같이 하는 게 현실이며, 실제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 남자 변호사가 훨씬 많은데도 불구하고 여성 변호사를 등장시켰다”고 일축했다. ‘장우진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동갑내기였던 아내 이유영에게 강제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여성 독자들에게 불편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일방적인 게 아니라 가장 솔직한 진실을 전달한 것”이라며 “거부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작가는 그 대목에서 이유영이 ‘징그러운 그의 입술을 떼쳐내려고 발버둥치며 그의 등을 마구 두들겨댔다’(1권 72쪽)고 썼다. 이어 장우진에 대해 ‘첫키스의 추억을 장식한 이후(중략) 줄기차게 사랑을 지켜왔으니 남편으로서는 그야말로 경쟁자 없는 백 점짜리’(1권 73쪽)라고 썼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이번엔 ‘中빅브라더 산업’ 겨눈 美… 최대 CCTV업체 제재 추진

    이번엔 ‘中빅브라더 산업’ 겨눈 美… 최대 CCTV업체 제재 추진

    “첨단 감시카메라로 정보 유출… 안보 위협” 中과학자 美고용 허가 지연 등 연일 압박 中 ‘항전’ 외치면서도 “대화 준비돼 있다” OECD “확전땐 美GDP 0.6·中 0.8% 감소” 화웨이 제재, 韓반도체 수요 회복세 막아미국이 연일 새로운 대중국 압박 카드를 꺼내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와 중국산 드론(무인기) 제재에 이어 이번에는 중국의 영상감시기업 제재와 중국 과학자의 미국 내 고용 허가 지연 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중국은 ‘결사항전’을 외치면서도 연일 이어지는 미국의 압박 카드에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연일 확전일로를 걸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미중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성장률 하락을 경고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중국의 CC(폐쇄회로)TV 생산업체 ‘하이크비전’과 안면인식 등을 통한 영상감시장비 제조업체 ‘다후아테크놀로지’ 등 5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크비전과 다후아테크놀로지는 각각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 2위 영상감시장비 기업이다. 이들은 생체정보와 인공지능(AI) 등을 이용한 감시기술을 에콰도르와 아랍에미리트 등에 수출했다. 중국은 이들 영상감시장비 기업을 핵심 동력으로 세계 최대 감시체계 수출국으로 거듭난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하이크비전 등이 미 상무부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미 업체는 이들 기업에 부품을 수출할 때 정부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는 상무부의 최근 화웨이 제재와 같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은 감시카메라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하이크비전 등 중국 기업을 위험한 업체로 인식한다”면서 “안면인식 기술 등으로 수집된 정보 유출 등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막겠다는 것이 미 정부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이날 미 상무부가 자국 첨단기업에 근무할 중국 인력의 고용 승인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허가 절차가 수주 만에 끝났지만 현재는 6개월에서 8개월 정도가 걸리거나 중간에서 고용 절차가 취소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주요 이동통신회사들인 KDDI(au)와 소프트뱅크가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발매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일본 이동통신업계 2위와 3위인 이들 업체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신제품을 24일 발매할 계획이었다. 교도통신은 22일 미국 정부의 제재로 구글이 화웨이에 대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공급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이들 이통사가 화웨이 스마트폰의 안전성과 이용 편의성 등이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이동통신업계 1위로 꼽히는 NTT도코모도 올 여름 발매 예정이었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예약접수를 중단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포성이 연일 이어지자 중국은 ‘대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이날 폭스뉴스에 “중국은 (미국과) 협상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문은 아직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8년 만에 처음으로 미 주도의 아시아 최대 연례 안보회의인 ‘아시아 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 부장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한편 OECD는 이날 미중이 25% 고율관세 전면전에 돌입하면 2021년까지 미국은 0.6%, 중국은 0.8%의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씨티그룹은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거래 제한이 한국·대만 등 아시아 기술강국들의 반도체 수요 회복세를 위협한다”며 “한국이 수출하는 반도체의 69%를 사들이는 중국 시장 침체가 한국 반도체 수출 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해외 칼럼] 인공지능(AI) 시대의 대만 국민건강보험의 성공 비결과 국제사회 공헌

    [해외 칼럼] 인공지능(AI) 시대의 대만 국민건강보험의 성공 비결과 국제사회 공헌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세계 의료보장제도 평가’에서 대만을 세계 14위로 꼽았다. 이어 2018년 블룸버그는 ‘세계 건강 의료보장제도 효용성 평가’에서는 대만의 성취도를 세계 9위로 평가했다. 이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경제주간지와 경제전문 통신들은 대만의 ‘전국민 건강보험제도’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부러워하는 국민 개(皆)보험 제도의 실시는 그리 흔한 예가 아니기 때문이다. ‘크지 않은 섬나라’ 대만이 전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시행으로 지역 및 빈부차, 계층 및 직업 등에 관계없이 기본적인 인간의 기본권리인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밑바탕에는 “국가와 사회가 국민들의 병과 아픔을 돌봐주고, 책임져 줘야 한다”는 생각과 확고한 의지가 깔려있다. 대만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면적 건강보험제도를 시행한지 올해로 만 24년이 됐다. 대만의 전 국민에 대한 건강 개(皆)보험제도는 예방부터 치료까지, 건강 회복에서 병세 완화까지를 망라한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제도이다. 노동자, 농민, 공무원 등을 포함해서 누구나 평등하게 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하는데 초점을 둔 세계 최고의 건강보험제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해외 권위있는 언론과 전문가들이 높게 평가하는 대만의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의 성공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제도적 단단함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단일 보험 제도를 채택해, 정부, 고용주 및 개인 3자가 보험료를 지불하고, 소득증가에 따라 추가로 보험료를 강제 징수하도록 했다. 그 위에 재정 건전성을 뒷받침했다. 즉, 총액지급제도를 채택, 의료서비스 총액보조를 위한 상한선을 설정해 의료보험 비용의 지출을 효과적으로 통제해 왔다. 예를 들어 2017년에는 GDP의 6.4%로 OECD 국가들의 평균보다 낮다. 이와 관련된 행정비용 지출은 의료보험 총액의 1%에 불과하다. 2017년 일부 대만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86%가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건강보험제도의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저소득 가구 및 실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험료 지원, 수급자 유료화 원칙, 체계적인 예방조치 중점 시행 등으로 수준 높은 의료보장 서비스 제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시대 변화와 보다 개선된 제도 마련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시대, 인공지능(AI)의 시대에 맞는 제도와 서비스 마련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 점에서 대만 정책당국은 전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는 가장 비용 효과적인 방법은 초기 의료서비스 및 관련 예방 조치의 제공이라는 철학아래, AI시대를 열어 나가고 있다. 대만은 클라우드 컴퓨팅기술과 AI의 인공지능으로 구축된 ‘국민건강보험 자료의 클라우드 조회 시스템’을 전국의 전 의료진에 제공해 언제, 어디서나 곧바로 환자의 병력 자료를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시행된지 24돌이 되는 대만의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시행과 이에 따른 건강보험에 대한 자료 축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를 통해 의료 현장의 의사 및 약사에게 ‘국민건강보험 자료의 클라우드 조회 시스템’을 제공하여 약물 처방기록을 제공하고, 1차 의료기관인 마을 의원에도 본 시스템을 제공하여 2차· 3차 의료기관에서 검진한 CT, MRI, 초음파, 위경, 대장경 그리고 X-ray 등과 같은 영상자료 및 처방내용을 검색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통합된 의료서비스 체계는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국민 및 지역사회 수요에 따라 디지털화된 의료서비스 과학기술이 구축되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의 증진뿐만 아니라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였고, 중복검사에 따른 잠재적인 건강위협도 낮출 수 있었다. 또 ‘마을의 좋은 병원, 집 근처에 좋은 의사’라는 1차, 2차, 3차 의료기관의 등급별 진료체계의 정착에도 도움을 줬다. 어디가도 같은 자료, 같은 데이터를 근거로 치료를 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같이 탄탄한 의료수준 및 IT 과학 기술을 이용한 대만의 의료 서비스는 대만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것에 국한돼 있지 않다. 대만이 이룩한 이 같은 국민건강보험제도 등 의료 분야의 성취 의의는 이 같은 성공이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지구촌 전체에 전파되고, 공유되는 것이란 의미를 갖는다. 성공적이라고 평가된 대만의 의료 제도 및 시스템의 혜택을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등 전지구촌 가족들과 함께 누리고, 공유하고자 노력해 왔다. 대만은 WHO(세계보건기구)가 정한 2030년 의료인력 목표에 맞춰 의사, 간호사, 치과의사, 의료행정 및 공공위생 종사자들에 대한 장학금을 제공해 왔다. 대만 국민뿐 아니라 지구촌 누구라도 자격을 갖추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같은 장학금의 혜택을 제공해 왔다. 대만은 세계 수준급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운영 및 혁신 경험을 지구촌 식구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해 왔다. 다만, 종종 정치적인 요인으로 인해 세계위생대회(WHA) 참여 및 대만이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대만의 손실을 넘어서 지구촌의 손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년동안 대만의 평화 및 민주를 사랑하는 2,300만 국민들의 WHA에 참여 여망을 거부하고 있다. 국제사회를 위해서도 WHO 헌장 정신에 따라, 지구촌 가족들에게 포용되고 폭넓은 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대만이 WHA 및 WHO 관련 기술회의, 메커니즘 및 활동 등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구촌 가족들의 폭넓은 지지를 호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만은 ‘2030년 전면적인 의료서비스 시행’이라는 WHO의 목표를 실천하는데 확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다.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정치논리와 편견을 넘어, 지구촌의 의료 향상과 질적 발전, 그리고 온 인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대만은 지속적으로 지역 및 글로벌 의료협력 증진과 의료 혁신 경험, 운영 능력 등을 나누고 공유하기 위해 더 노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을 도와, 또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2030년도 지구촌의 전면적인 의료서비스 시행계획이란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나갈 것이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美 보란듯 홍콩~마카오~광둥성 묶어 ‘중국판 실리콘밸리’ 야심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美 보란듯 홍콩~마카오~광둥성 묶어 ‘중국판 실리콘밸리’ 야심

    중국 정부가 오는 2035년까지 홍콩(香港)과 마카오(門), 중국 광둥(廣東)성의 9개 도시를 ‘단일 경제권’으로 묶어 첨단 기술력을 갖춘 도시군(群)으로 개발하는 내용의 ‘웨강아오(港) 다완취’(大灣區·Greater Bay Area)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중국 국무원이 지난달 18일 모두 11장(챕터)에 걸쳐 2만 5000자가 넘는 웨강아오 다완취의 청사진을 담은 ‘웨강아오 다완취 발전계획 개요’를 각 정부 부문에 통지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국무원은 이에 따라 2022년까지 프로젝트 구상의 기본 틀을 세우고 2035년에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 경제체제 구축을 끝낼 방침이다. 웨강아오의 ‘웨’는 광둥성, ‘강’은 홍콩, ‘아오’는 마카오를 각각 뜻한다. ‘다완취’는 대규모 베이(연안) 지역이라는 의미다. 이 프로젝트 개발이 끝나면 미국 뉴욕베이와 샌프란시스코베이, 일본 도쿄베이 등 세계 3대 베이와 맞먹는 규모의 아시아 최대 단일 경제권이 탄생하는 것이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개발하는 이 프로젝트 사업은 광저우(廣州)를 비롯해 선전(深), 주하이(珠海), 포산(佛山), 중산(中山), 둥관(東莞), 후이저우(惠州), 장먼(江門), 자오칭(肇慶) 등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하나로 통합하는 광역 경제권을 조성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첨단 기술 개발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중국 정부가 웨강아오 다완취를 첨단 도시 클러스터(산업집적지)로 탈바꿈시켜 기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 지역은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중동, 유럽으로 향하는 필수 경로에 있는 만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를 통해 일대일로 프로젝트 구축을 공고히 하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는 셈이다. 웨강아오 다완취는 각 도시들이 지닌 특색을 강화하고 이들 지역 간에 협력·발전 플랫폼 구축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국무원은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와의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주장(珠江)삼각주 일대 9개 도시의 투자와 사업 환경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개방형 경제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핵심 내용은 ▲글로벌 기술허브 조성 ▲인프라 연계 가속화 ▲홍콩과 중국 본토 금융시스템 연계 ▲광둥성과 홍콩·마카오 산업협력 강화 등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정보기술(IT)과 바이오, 첨단 장비 제조와 신소재, 신형 디스플레이, 5세대(5G) 이동통신을 중점 산업으로 육성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국무원은 우선 웨강아오 다완취의 핵심 도시인 광저우, 선전, 홍콩과 마카오에 각각의 역할을 부여했다. 광저우는 웨강아오 다완취의 내륙 행정중심 도시로, 선전은 경제특구 및 혁신기술의 특별경제구로 각각 조성된다. 홍콩은 국제금융·무역·물류·항공의 중점 도시로, 마카오는 국제관광 허브이자 브라질 등 포르투갈어 경제권과의 교류 중심으로 만든다는 게 목표다. 이들 도시의 연계 강화를 위해 ‘다완취 국제상업은행’을 설립하고 광저우 난사(南沙)신구를 자유무역시험구로 개발할 예정이다. 홍콩·마카오의 금융업체 및 연구·개발(R&D) 기업들은 본토인 광저우와 선전, 주하이 등에 진출할 때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홍콩과 마카오 주민들도 이 지역에 취업할 경우 교육과 의료, 노후 대비, 주택, 교통 지원 등에서 본토 주민과 같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런 만큼 중국 정부는 웨강아오 다완취 조성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 즉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의 공존) 발전을 위한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쑹딩(宋丁) 중국도시경제전문가위원회 부주임은 “현재 웨강아오 다완취 지역 내 분산된 사회 및 법률, 관습 제도 등이 자원의 자유로운 흐름을 저해해왔다”며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이 지역의 통합을 돕고 5G 기술을 선도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필적하는 미래의 첨단 통신·정보기술 산업 중심지로 육성·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웨강아오 다완취 구상은 2017년 3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처음 공개하며 추진됐다. 이 지역은 세계 3대 베이 경제권과 겨룰 만한 자원, 경제 규모, 입지적 강점을 모두 갖췄다는 게 중국 정부의 평가다. BBC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면적은 5만 6000㎢, 인구는 7112만명,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 6412억 달러(약 1858조원)에 이른다. 경제 규모로만 따져도 우리나라(1조 6198억 달러)와 엇비슷하다. 여기에다 세계 3위와 5위, 7위 항구인 선전항과 홍콩항, 광저우항이 자리잡고 있고 국제공항 인프라 등 물류 여건도 최상이다. 항공 여객수도 연간 1억 1000만명에 이른다. 첨단 제조업 분야 입지 경쟁력에서 한국과 대만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웨강아오 다완취 개발계획이 완성되면 세계 수출국 순위서 일본을 끌어내리고 유로권과 미국, 독일에 이어 4위에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 정부는 웨강아오 다완취를 연결하는 기반시설 프로젝트에 이미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시진핑 주석은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10월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총연장 55㎞의 세계 최장 해상 다리인 강주아오대교(港珠澳大橋)를 개통했다. 해상 구간 22.9㎞와 해저 터널 구간 6.7㎞가 포함돼 있는 이 다리 개통으로 자동차로 4시간, 배로 1시간이 걸리던 주하이와 홍콩 간의 거리가 30분대로 단축됐다. 앞서 9월에는 광저우와 선전, 홍콩을 연결하는 광선강(廣深港)고속철이 개통됐다. 이 덕분에 바다 위 다리와 고속철 완공으로 이 지역 도시는 이미 1일 생활권에 진입했다. 웨강아오 다완취 지역의 9개 도시를 연결하는 경전철이 건설 중이고, 선전 등 광둥성 도시에 홍콩과 마카오의 금융·보험 인프라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구상으로 홍콩과 마카오에 정착한 일국양제 제도가 사문화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홍콩인들은 그동안 중국 본토와 홍콩을 잇는 고속철 개통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고속철이 개통되면 터미널 관리 등을 이유로 본토 관계자가 홍콩에 근무하며 정권에 개입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홍콩 헌법에서는 중국 본토 정부 관계자가 홍콩에서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인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개입하면서 고속철이 개통됐다. 홍콩 야당인 시민당은 “홍콩인들이 이번 구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홍콩인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다른 야당인 민주당 역시 “홍콩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구상”이라면서 “결국 홍콩이 본토 도시들에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혁신 경제권에 비해 웨강아오 다완취 지역에는 R&D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광둥성에는 미국의 스탠퍼드대와 캘리포니아공대 등과 같은 글로벌 명문대가 없어 지속적인 인재 충원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도 걸림돌이다. 선전에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와 중싱(中興)통신(ZTE), 테크 및 게임업체 텅쉰(騰訊·Tecent), 세계 1위 드론 제조업체 DJI, 전기차용 배터리제조업체 비야디(比亞迪·BYD) 등 중국의 대표적인 혁신기업이 몰려 있지만 이들 기업이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中, 700조 부양·파격 감세 카드로 6% 성장률 사수 ‘올인’

    中, 700조 부양·파격 감세 카드로 6% 성장률 사수 ‘올인’

    미중 무역전쟁 따른 경제 불확실성 반영 도로 등 인프라 건설·사회보험료 등 경감 ‘군사 굴기’ 위해 국방 예산은 7.5% 증액 세부 항목·사용처 공개 안 해 투명성 부족 “오염물질 감축이 경제 발전 이행에 도움” 심각한 초미세먼지 감축 목표 제시 안 해매년 중국에서 열리는 거대한 ‘정치 행사’인 양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화려하게 개막했다. 리커창 총리가 제시한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30년 만에 최저치로 세계 경제에 암울한 기운을 드리웠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으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 탓에 3년 만에 6.0~6.5%라는 구간 목표가 제시됐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6.5%였다. 리 총리는 5일 개막한 양회 가운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 계속 하락하는 경제성장률 목표에 대해 “이는 수준 높은 질적 성장의 요구를 구현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발전 실정에 들어맞는 적극적이고도 온당한 목표”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눈앞의 이익만 고려하여 장기적인 발전을 해치는 단기적인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아 새로운 위험과 우환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6%대의 경제성장률을 사수하기 위해 인프라 채권 발행과 기업 감세를 통한 4조 1500억 위안(약 697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 쓰이는 지방정부의 특수목적 채권 발행 규모는 2조 1500억 위안이며 기업의 세금과 사회보험료 경감 규모는 2조 위안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투입된 4조 위안대의 초대형 부양책보다는 다소 작은 규모인데 이는 당시 투입된 재정이 대부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만 이어졌다는 반성이 중국 내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중국의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은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7.5%로 총예산 규모는 1조 1899억 위안(약 200조원)에 이른다. 국방예산 증가율은 전년의 8.1%보다 떨어졌지만 중국 당국은 시진핑 강군사상을 수립하는 등 국방계획과 군대개혁을 심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세부 항목과 어디에 썼는지 등을 공개하지 않아 군사적 갈등을 빚는 대만과 남중국해 인접 국가로부터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중국 국방예산은 1조 1100억 위안으로 2011~2015년에는 국방예산 증가율이 10.1~12.7%에 이르렀지만 2016년부터 7%대 수준으로 하락했다. 중국은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3%지만 일부 주요 선진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2% 이상이며 미국과 러시아는 4%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50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인민해방군을 세계 일류 군대로 건설하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청사진에 따라 2017년 중국 국방예산은 GDP의 1.9%에 이르렀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국경 경비 강화에 국방예산을 쓴다고 내세우지만 서방은 미사일, 5세대 전투기, 스텔스 폭격기 개발과 구입 및 해군 현대화 등에 사용된다고 보고 있다. 리 총리는 초미세먼지 감축 목표도 내놓지 않았다. 이산화유황과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3%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초미세먼지 농도는 계속 줄이겠다고만 밝혔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5년간 중점지역의 초미세먼지 평균농도가 30% 이상 낮아졌다고 자랑했다. 양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에서 5000여명의 지방정부 대표들이 모였지만 이날 오전 베이징의 공기질지수(AQI)는 최고 294를 기록해 인민대회당 앞 국기게양식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중미 무역마찰 등에 따른 경기둔화로 공기 질 개선 속도를 늦추면서 2~4일 베이징에 대기오염 주황색 경보가 발령됐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美 빠지고 태국 새 멤버로…日주도 CPTPP 이달 참가

    태국이 이달 하순 다자 간 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한 참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지난 2일 일본 교도통신 영문판 교도뉴스플러스 등에 따르면 오라몬 숫타위탐 태국 상무부 무역협상국장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태국 총선 전에 CPTPP 참가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국이 참가 신청을 하면 CPTPP 협정 발효 이후 첫 사례가 된다. 협정에는 당초 체결을 주도하던 미국이 빠진 뒤 일본과 캐나다·멕시코·말레이시아·페루·칠레·베트남·브루나이·싱가포르·호주·뉴질랜드 등 11개국이 참여했다. 이에 따라 명칭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포괄적·점진적’이 추가돼 CPTPP로 바뀌었다. CPTPP 11개 참가국 경제 규모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9%에 이른다. 일본은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참가국을 확대하고 미국을 다시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미 영국·대만이 가입 희망 의사를 밝혔으며 한국·콜롬비아도 추가 가입국으로 거론된다. 태국은 미중 무역전쟁 이후 생산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태국의 CPTPP 회원국 11개국에 대한 지난해 수출액은 전체 수출의 31%에 해당하는 770억 달러(약 86조 5000억원)이며 5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태국을 가장 반기는 나라는 CPTPP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이다. 태국이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로 불릴 정도로 자동차산업이 활발한 만큼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태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의 공급망을 구축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홍콩-마카오-중국 광둥성‘을 단일 경제권으로 묶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홍콩-마카오-중국 광둥성‘을 단일 경제권으로 묶는 중국

    중국 정부가 오는 2035년까지 홍콩(香港)과 마카오(澳門), 중국 광둥(廣東)성의 9개 도시를 ‘단일 경제권’으로 묶어 첨단 기술력을 갖춘 도시군(群)으로 개발하는 내용의 ‘웨강아오(粤港澳) 다완취’(大灣區, Greater Bay Area)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중국 국무원이 지난 18일 모두 11장(챕터)에 걸쳐 2만 5000자가 넘는 웨강아오 다완취의 청사진을 담은 ‘웨강아오 다완취 발전계획 개요’를 각 정부부문에 통지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국무원은 이에 따라 2022년까지 웨강아오 다완취 프로젝트 구상의 기본 틀을 세우고 2035년에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경제체제 구축을 끝낼 방침이다. 웨강아오의 ‘웨’는 광둥성, ‘강’은 홍콩, ‘아오’는 마카오를 각각 뜻한다. ‘다완취’는 대규모 베이(연안) 지역이라는 의미다. 이 프로젝트 개발이 끝나면 미국 뉴욕베이와 샌프란시스코베이, 일본 도쿄베이 등 세계 3대 베이와 맞먹는 규모다. 아시아 최대 단일경제권이 형성되는 것이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개발하는 이 사업은 광둥성 광저우(廣州)를 비롯해 선전(深圳), 주하이(珠海), 포산(佛山), 중산(中山), 둥관(東莞), 후이저우(惠州), 장먼(江門), 자오칭(肇慶) 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하나로 통합하는 광역 경제권을 조성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첨단기술 개발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중국 정부가 웨강아오 다완취를 첨단 도시 클러스터로 탈바꿈시켜 기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 지역은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중동, 유럽으로 향하는 필수 경로에 있는 만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 지역이다. 때문에 이를 통해 일대일로 프로젝트 구축을 공고히 하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는 셈이다. 웨강아오 다완취는 각 도시들이 지닌 특색을 강화하고 이들 지역 간에 협력·발전 플랫폼 구축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웨강아오 다완취 발전계획 개요’에 따르면 국무원은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와의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주장(珠江)삼각주 일대 9개 도시의 투자와 사업 환경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개방형 경제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핵심 내용은 ▲글로벌 기술허브 조성 ▲인프라 연계 가속화 ▲홍콩과 중국 본토 금융시스템 연계 ▲광둥성과 홍콩·마카오 산업협력 강화 등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정보기술(IT)과 바이오 기술, 첨단 장비 제조와 신소재, 신형 디스플레이, 5세대(5G) 이동통신을 중점산업으로 육성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국무원은 우선 웨이강아오 다완취의 핵심 도시인 광저우, 선전, 홍콩과 마카오에 각각의 역할을 부여했다. 광저우는 웨강아오 다완취의 내륙 행정중심 도시로, 선전은 경제특구 및 혁신기술의 특별경제구역으로 각각 조성된다. 홍콩은 국제금융·무역·물류·항공의 중점 도시로, 마카오는 국제관광 허브이자 브라질 등 포르투갈어 경제권과의 교류 중심으로 만든다는 게 목표다. 이들 도시의 연계 강화를 위해 ‘다완취 국제상업은행’을 설립하고 광저우 난사(南沙)신구를 자유무역시험구로 개발할 예정이다. 홍콩·마카오의 금융사 및 연구·개발(R&D) 기업들은 본토인 광저우와 선전, 주하이 등에 진출할 때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홍콩과 마카오 주민들도 이 지역에 취업할 경우 교육과 의료, 노후 대비, 주택, 교통 지원 등에서 본토 주민과 같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런 까닭에 중국 정부는 웨강아오 다완취 조성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체제, 즉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의 공존) 발전을 위한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쑹딩(宋丁) 중국도시경제전문가위원회 부주임은 “현재 웨강아오 다완취 지역 내 분산된 사회 및 법률, 관습 제도 등이 자원의 자유로운 흐름을 저해해왔다”며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이 지역의 통합을 돕고 5G 기술을 선도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필적하는 미래의 첨단 통신·정보기술 산업 중심지로 육성·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웨강아오 다완취 프로젝트는 2017년 3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추진됐다. 이 지역은 세계 3대 항만 경제권과 겨룰 만한 자원, 경제 규모, 입지적 강점을 모두 갖췄다는 게 중국 정부의 평가다. 2017년 말 기준 총면적은 5만 6000㎢, 인구는 7000만 명,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 5000억 달러(약 1685조원)에 이른다. 경제 규모로만 따져도 우리나라(1조 5308억 달러)와 엇비슷하다. 여기에다 세계 3위와 5위, 7위 항구인 선전항과 홍콩항, 광저우항이 자리잡고 있고 국제공항 인프라 등 물류 여건도 최상이다. 항공 여객수도 연간 1억 1000만 명에 이른다. 첨단 제조업 분야 입지 경쟁력에서 한국과 대만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웨강아오 다완취 개발계획이 완성되면 세계 수출국 순위서 일본을 끌어내리고 유로권과 미국, 독일에 이어 4위에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은 내놨다. 중국 정부는 이미 웨강아오 다완취를 연결하는 기반시설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시진핑 주석은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10월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총연장 55㎞의 세계 최장 해상 다리인 강주아오대교(港珠澳大橋)를 개통했다. 해상 구간 22.9㎞와 해저 터널 구간 6.7㎞ 가 포함돼 있는 이 다리의 개통으로 자동차로 4시간, 배로 1시간이 걸리던 주하이와 홍콩 간의 거리가 30분대로 단축됐다. 이에 앞서 9월에는 광저우와 홍콩을 연결하는 고속철이 개통됐다. 이 덕분에 바다 위 다리와 고속철도 완공으로 이 지역 도시는 이미 1일 생활권에 진입했다. 웨강아오 다완취 지역의 9개 도시를 연결하는 경전철이 건설 중이고, 선전 등 광둥성 도시에 홍콩과 마카오의 금융·보험 인프라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구상이 홍콩과 마카오에 정착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즉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공존) 제도가 사문화할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콩 시민들은 그동안 중국 본토와 홍콩을 잇는 고속철 개통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고속철이 개통되면 터미널 관리 등을 이유로 본토 관계자가 홍콩에 근무하며 정권에 개입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홍콩 헌법에서는 중국 본토 정부 관계자가 홍콩에서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개입하면서 고속철이 개통됐다. 홍콩 야당인 시민당은 “홍콩 시민들이 이번 구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홍콩 시민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다른 야당인 민주당 역시 “홍콩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구상”이라면서 “결국 홍콩이 본토 도시들에 뒤쳐지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혁신 경제권에 비해 웨강아오 다완취 지역에는 연구개발(R&D)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광둥성에는 미국의 스탠퍼드대와 캘리포니아공대 등과 같은 글로벌 명문대가 없어 지속적인 인재 수혈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도 걸림돌이다. 선전에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와 중싱(中興)통신(ZTE), 테크 및 게임업체 텅쉰(騰訊·Tecent), 세계 1위 드론 제조업체 DJI,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업체 비야디(比亞迪·BYD) 등 중국의 대표적인 혁신기업이 몰려 있지만 이들 기업들이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는 탓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美 앞마당까지 파고든 中 ‘일대일로’… 美, 브라질과 손잡고 반격

    [글로벌 인사이트] 美 앞마당까지 파고든 中 ‘일대일로’… 美, 브라질과 손잡고 반격

    “미국과 브라질은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될 것이라는 열망을 공유하고 있으며 미국과 브라질의 안보·경제 협력은 이제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브라질에 투자하는 ‘어떤 나라’와 달리 공정한 관계를 추구합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브라질은 미국과 전방위적 협력 관계를 희망합니다. 우리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브라질 내 미군기지를 설치하는 문제를 협의할 것입니다.”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브라질 외교장관)‘남미의 트럼프’를 자처한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1일 취임한 뒤 미국과 브라질의 관계가 반(反)좌파·반중국 동맹으로 격상되는 형국이다. 취임식에 참석한 폼페이오 장관이 지칭한 ‘어떤 나라’는 중남미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의미한다.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과, 쿠바는 미국이 중남미의 ‘폭정 3인방’으로 지목한 반미(反美) 좌파 국가들로 중국과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다.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2일 폼페이오 장관과의 면담에서 “브라질과 미국은 친구”라면서 이들 3국뿐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적대감을 드러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6일 인터뷰를 통해 “미국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미군기지 설치 제안에 만족한다”면서 “미국·중남미 관계에 새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친미 노선을 표방한 보우소나루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 손잡고 중국이 그동안 중남미에서 키워온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자유주의 우파동맹을 결성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며 중남미의 정치·경제적 지형도 급변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中, 철도·교량·항만 건설 등 아낌없는 지원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에 철도, 교량, 항만 건설 등 아낌없는 지원을 하면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중남미 지역을 편입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 싱크탱크 ‘인터 아메리칸 다이어로그’는 중남미 국가들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으로부터 빌린 채무만 1500억 달러(약 169조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베네수엘라가 622억 달러로 1위, 브라질이 421억 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이미 중국은 지난 10년 새 브라질,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의 최대 교역 대상국이 됐고, 이 지역의 콩, 옥수수, 철광석 등 원자재 주요 수입국이 됐다. 중국은 2013년에는 니카라과 운하의 건설사업권과 운영권을 확보했으며, 2015년에는 베이징에서 중국·라틴아메리카 포럼 장관급 회의를 열고 중남미와의 협력을 약속했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2017년 원유 거래에 미국 달러 사용을 금지하는 한편 달러 대신 위안화로 유가를 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에는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와 600억 위안 규모의 새로운 통화 스와프 체결을 논의했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을 포위하는데 대응해 역으로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를 파고 들어오는 형국이다. ●트럼프 취임 초기 美 우선주의로 중남미 방치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정부는 취임 초기 중남미를 방치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2017년 4월에는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중남미 지원을 위해 창설했던 미주개발은행(IADB)의 개발프로그램 기부 연장을 거부하기로 했고, 10월에는 중남미 융자에 집중하는 세계은행(WB)의 기금 확대 요청도 거부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중남미 국민들의 미국에 대한 호감도를 보면 브라질의 경우 2015년 73%에서 2017년 50%로, 멕시코는 66%에서 30%로 급감했다. 이밖에 페루는 70%에서 51%, 칠레는 68%에서 39%로 떨어졌다. 하지만 중남미의 요충지 파나마가 2017년 6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자 트럼프 정부는 본격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게 됐다고 호주의 연구 분석 전문 매체 ‘더컨버세이션’이 분석했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운 중국은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대만을 고립시키기 위해 경제 지원을 미끼로 파나마, 도미니카, 엘살바도르 등이 대만과 단교하도록 유도했다. 파나마는 중국과 수교한 이후 28개 외교 및 투자 협정을 체결했고 지난해 7월부터는 중국과 파나마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도 진행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일 파나마를 국빈 방문해 다양한 분야의 원조를 약속했다. 이는 중남미에서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됐다. 워싱턴타임스는 “중국 기업이 파나마 운하를 장기간 관리하고 항구를 인수하게 되면 향후 미 해군 함대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 美기지 허용 등 군사협력까지 도모 이 와중에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에 16년 만에 친미 우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국은 중국에 반격할 기회를 잡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중국이 브라질을 사들이고 있다”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왔다. 남미만을 놓고 보면 12개국이 좌파 6개, 우파 6개로 양분됐지만, ‘남미의 ABC’로 불리는 주요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가 이제 모두 친미 우파 성향이라는 점에서 무게추가 미국쪽으로 쏠리게 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좌파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 시절부터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쿠바 정부가 브라질에 파견한 의료인력들을 철수시키도록 하고, 인프라스트럭처와 기타 전략적 분야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브라질에 미군기지를 허용하는 등 군사적 협력 관계까지 도모하면서 남미 좌파 국가들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반미 성향인 ‘남미국가연합’도 존폐 위기에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남미 좌파 정권들이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1991년 결성한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며 2012년 6월 멕시코, 페루, 콜롬비아, 칠레가 2012년 6월 출범시킨 친미 성향의 ‘태평양동맹’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메르코수르 인구의 70%, 국내총생산(GDP)의 62%를 차지하는 브라질이 메르코수르를 탈퇴하면 메르코수르를 ‘눈엣가시’로 여겨온 미국엔 호재다. 반면 메르코수르와 FTA를 추진하던 중국엔 악재가 된다. 이밖에 2008년 당시 좌파인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이 주도해 창설한 반미 성향의 남미국가연합(UNASUR·우나수르)도 존폐 위기에 몰렸다. 브라질 게툴리우 바르가스 재단의 올리버 스튜겔 연구원은 ‘아메리카쿼털리’ 기고문을 통해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브라질을 활용할 예정이었지만 친미 성향 브라질 대통령 당선으로 이 같은 셈법이 틀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브라이트바트는 “보우소나루 당선은 중국에 상상할 수 없는 악몽”이라고 평가했다. 중국도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은 브라질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며 새 정부가 트럼프의 노선을 따르고 중국과의 통상관계를 중단하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미 공기업 민영화, 연금 및 조세 개혁 등 신자유주의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결국 미국과 브라질이 추구하는 ‘자유주의동맹’이 성공하려면 보우소나루 정부의 경제 개혁이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브라질 경제가 성공적으로 회생하면 오는 10월 재선을 앞둔 아르헨티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도 브라질을 따라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중국과의 중남미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트럼프와 보우소나루의 ‘브로맨스’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중남미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안보매체 포린폴리시는 “브라질과 같은 중남미 국가들이 중국을 대하는 정치적 태도는 달라질 수 있어도 본질적으로 중국이 개별 국가들과 맺은 경제적 양자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라면서 “중남미 국가들 내부의 불평등과 열악한 인프라가 큰 문제인데, 미 정부는 이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큰 이득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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