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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국민이 분노”…윤서인 ‘802억 소송액’이 담은 뜻은

    “온 국민이 분노”…윤서인 ‘802억 소송액’이 담은 뜻은

    ‘802억 소송액’은 아니지만...“독립투쟁 역사 깎는 행위 근절되길”웹툰 작가 윤서인씨가 ‘독립운동가 비하’ 글을 게시해 논란이 일자 광복회가 집단 소송을 예고한 가운데, 지난 25일 온라인 상에서는 ‘윤서인 소송 금액 802억원’이라는 글이 확산됐다. ‘본안사건 인지 및 송달료 계산 결과’라는 제목의 글에는 소송물가액(청구금액)이 802억원이라고 적혀 있었고, 소송에 필요한 인지대도 2억 8125만원에 달하는 큰 금액이 명시됐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대부분 “반드시 그대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소송은 아직 법적 준비를 거치고 있는 단계로 게시글은 사실이 아니다. 아직 소송 참여 인원을 확정하지 않아 소송 비용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다. 누군가가 해당 글을 만들어 올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실 여부를 떠나 게시글이 큰 관심을 끈 것은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과 관심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설 이후 소송 진행…1인당 100만원 위자료 청구 26일 광복회에 따르면 다음 달 설 연휴 이후로 200~300명이 1차 소송에 들어갈 계획이다. 위자료 청구 금액은 1인당 100만원 수준이다. 광복회원 8300명이 모두 소송에 참여하면 83억원에 달한다. 참여 인원에 따라 2차, 3차 등 추가적인 소송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씨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일파 후손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을 비교한 사진을 올렸다. 이와 함께 “친일파 후손들이 저렇게 열심히 사는 동안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도대체 뭐한 걸까”, “100년 전에도 소위 친일파들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대충 살았던 사람들 아니었을까”라는 글을 게시해 논란이 일었다. 광복회는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모욕죄 두 가지 사안으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소송에서는 윤씨가 게시물에서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점 등 단순 개인의견으로 판단될 수 있어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독립투쟁 역사 깎아내리는 행위 멈추는 계기 되길” 이번 소송은 재판 결과를 떠나 윤씨를 처벌하는 목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소송이 그동안 만연했던 독립운동 폄하 문화를 반드시 청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송을 대리하는 정철승 변호사는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독립투쟁의 역사를 깎아내리는 행동에 그동안 사회가 너무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다”며 “이번 소송을 통해 이런 행동을 앞으로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일반 시민들이 더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정 변호사는 “국가가 독립운동가들을 제대로 보상해주지 못하는 것을 보고 분노를 느꼈던 일반인들이 오히려 독립유공자 후손들보다 더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인당 100만원이라는 위자료 액수도 윤씨와 같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상징적인 면이 크다. 정 변호사는 “차마 아무도 할 수 없는 말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돈을 버는 행위가 더는 이뤄질 수 없도록 이제는 자정 노력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학대 피해아동 국선변호인 선정 의무화 추진

    학대 피해아동 국선변호인 선정 의무화 추진

    최근 ‘정인이 사망사건’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성폭행이나 아동학대 사건 피해자가 수사·재판 과정에서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선변호인 선정이 의무화될 전망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아동학대사건 처리 및 피해자 지원에 관한 지침’ 등에 대한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개정 지침에 피해자가 거부하거나 사선변호인이 선임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검사가 피해자 국선변호인을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사실상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아동학대·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피해자에게 변호인이 없을 때 검사가 국선변호인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다. ‘피해자 국선변호인’은 성폭력·아동학대 피해자를 전담 지원하는 제도로 피의자나 피고인을 법률 대리하는 국선변호인과는 다르며, 법무부 장관이 위촉해 경찰·검찰 수사 과정부터 공판까지 피해자를 법률적으로 돕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대검은 아울러 장애인 피의자의 공판 진술 조력 등을 위해 이들에 대한 국선변호인 선정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인권위 “박원순 서울시장 행위, 성적 혐오감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

    인권위 “박원순 서울시장 행위, 성적 혐오감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적 언동을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으로 인정한다”면서 서울시 등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 등을 결정하는 직권조사 보고서를 의결했다.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4층에서 최영애 인권위원장, 상임위원 3명(정문자, 이상철, 박찬운)과 비상임위원 5명(김민호, 임성택, 문순회, 서미화, 석원정) 등 9명이 참석해 5시간에 걸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 관한 안건을 비공개로 심의한 뒤 최종 의결했다. 비상임위원인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 사정으로, 윤석희 변호사는 인사 검증 절차를 밟고 있어 불참했다. 전원위는 일부 인권위원이 불참했더라도 재적위원 과반인 6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는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달리 찬성·반대 숫자를 거수하여 의결하지 않고 위원들의 합의를 통해 의결 여부를 결정한다”며 “만약 인권위원이 의결에 찬성하더라도 미세한 쟁점에 이견이 있다면 결정문에 별개의견을 덧붙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희롱 사건은 통상 차별시정소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지만 사안이 중대한만큼 지난달 29일 열린 소위원회에서 전원위로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또 전원위에는 통상 2~3건의 안건이 올라가지만 이날은 박 시장 직권조사 결과만 단독 안건으로 올려 심의했다. 소수의견과 별개의견 등을 덧붙인 결정문 전문은 추후 보완해 피해자 측에 전달될 예정이다. 인권위는 지난해 8월 강문민서 차별시정국장을 단장으로 하고 최혜령 차별시정팀장을 조사 총괄로 하는 9명 규모의 직권조사단을 꾸려 ‘서울시장 성희롱 등에 관한 직권조사’를 해왔다. 인권위는 먼저, 보도자료를 통해 그간의 조사 경위에 대해 밝혔다. 인권위는 “서울시청 시장실 및 비서실 현장조사를 비롯하여 피해자에 대한 면담조사(2회),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총 51명), 서울시, 경찰, 검찰, 청와대, 여성가족부가 제출한 자료 분석, 피해자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감정 등을 통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 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진정인 또는 피진정인의 사망 시 사건 처리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그러나 인권위는 “인권위 조사는 수사기관의 수사와 달리 피조사자에 대한 조치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필요한 구제 조치를 비롯해 유사·동일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관행 등의 개선에 주요한 목적이 있어 본 직권조사를 결정했다”며 “다만 박 시장 사망으로 인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성을 고려해 사실 여부는 좀 더 엄격하게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박시장 성희롱 사건에 대한 쟁점은 ▲서울시 비서 운용 관행 ▲박 시장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 ▲박 시장 성희롱에 대한 서울시 관계자들의 묵인 방조 여부 ▲서울시 비서실 직원이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4월 사건 대응 및 피해자 보호조치 미흡 ▲피소사실 유출 등 5가지로 나눠 자세히 판단했다. 먼저 서울시 비서 운용 관행에 관해선 “비서는 기관장을 근접거리에서 보좌하는 직원으로 업무범위가 불명확할시 공사구분이 모호해지면서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피해자는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약을 대리처방 받거나 복용하도록 챙기기, 혈압 재기 및 명절 장보기 등 사적 영역에 대한 노무까지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는 시장 비서실 데스크 비서에 20~30대 신입 여성 직원을 배치해왔다”며 “비서 직무가 젊은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고정관념, 돌봄노동과 감정노동은 여성에서 적합하다는 관행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시장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및 박시장의 행위가 발생했을 당시 피해자로부터 들었다거나 메시지를 직접 보았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에 근거할 때 박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박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썼다. 이어 “성희롱의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므로 이 사건은 위 인정사실만으로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았다”고 했다. 인권위는 서울시 비서실장 등 참고인들이 성폭력 묵인·방조한 건 아니라고 보면서도 “서울시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피해자가 비서실 근무 초기부터 비서실 업무가 힘들다며 전보요청을 한 사실과 상급자들이 잔류를 권유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면서 “참고인들이 박시장의 성희롱을 묵인·방조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감수성은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피해자가 지난해 4월 당한 준강간 사건 처리 과정은 방치했다고 파악했다. 인권위는 “서울시가 4월에 일어난 비서실 직원의 성폭력 사건을 인지한 뒤 피해자와 업무관련성이 있는 부서로 옮기고 피고소인의 피해사실을 축소 왜곡해 외부에 유포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 4월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부서장은 사건 담당 부서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전 서울시 파견경찰은 피고소인 요청으로 지인에게 피해자의 합의와 중재를 요청했다. 서울시는 피해자가 4월 사건에 대한 조사 요구와 함께 2차 피해에 대한 조치를 요청했지만 수사중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서울시의 일련의 행위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피소사실 유출에 관해선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경찰청, 검찰청, 청와대 등 관계기관은 수사중이거나 보안 등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박시장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를 입수하지 못했다”며 “유력한 참고인들 또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하지 않는 등 조사의 한계가 있어 피소사실 유출 경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위력 성폭력이 발생한 제도에 대해서는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희롱 ▲성희롱 2차 피해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대응시스템 등 3가지로 쟁점을 나눠 검토하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자체장이 성희롱 가해자일 경우 감독할 상급기관이 없어 당사자의 사퇴 및 형사처벌 외에는 이를 제재할 관련 규정이 없다”며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외부 단위에서 사건 조사를 전담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어 성희롱 2차 피해와 관해선 “2018년 관련법 정비를 통해 2차 피해 예방 조치가 의무화되었음에도 이를 구체적으로 시행하는 기관은 찾아보기 힘들고, 조직구성원들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시선이나 소문유포 등 가장 흔한 2차 피해 유형을 규율한 사례도 거의 없다”며 “2차 피해 예방 및 피해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대응시스템에 관해선 “피해자와 참고인들은 서울시 성폭력 사건처리절차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고, 관리자들 역시 4월 사건에 대해 인지한 뒤 피해자 보호조치 및 2차 피해 등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며 “서울시는 전 직원이 성폭력 사건처리절차에 대해 숙지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고, 특히 신규직원은 관련 교육을 필수 이수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이재용, 재상고 포기로 형량 확정…1년 6개월 더 복역(종합)

    이재용, 재상고 포기로 형량 확정…1년 6개월 더 복역(종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실형 선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부회장을 대리하는 이인재 변호사는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상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특검도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된 것은 인정된 범죄사실과 양형 기준에 비춰 가볍지만, 상고 이유로 삼을 위법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그 밖에 다른 적당한 상고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상고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승영 강상욱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이 부회장의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상고 가능한 법정시한의 마지막 날인 이날 양측 모두 재상고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 부회장의 실형은 상고 기간이 끝나는 이날 밤 12시를 기해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2월 기소된 지 약 4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건넨 뇌물이 298억원, 건네기로 약속한 금액이 213억원이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중 89억여원을 뇌물 액수로 인정해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어 항소심에서는 뇌물로 인정되는 액수가 36억원으로 줄어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9년 10월 항소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 가운데 50억원가량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판결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 취지대로 총 86억원을 유죄로 인정해 지난 18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의 형 집행은 2022년 7월 종료되지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동안 삼성전자에 재직할 수 없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이용구 폭행영상 묵살’ 경찰 “담당수사관 보고 안해…송구”(종합)

    ‘이용구 폭행영상 묵살’ 경찰 “담당수사관 보고 안해…송구”(종합)

    수사국장, 기자간담회서 의혹 관련 사과김창룡 경찰청장 “진상조사 따라 엄정조치” 경찰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담당 수사관이 확인하고도 덮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과했다.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인 최승렬 수사국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연말에 해당 사건에 관해 언론에 설명해 드렸는데 일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국민들께 상당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최 국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이 차관의 범행을 입증할 택시 블랙박스 영상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이 지난해 11월 11일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나자 서울경찰청은 전날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13명으로 구성된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을 편성했다. 담당 수사관은 대기 발령됐다. 최 국장은 “담당 수사관이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수사관이 피혐의자나 피의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경찰을 국가·자치·수사경찰로 나눈) 법 개정으로 수사와 관련해 내가 답하는 것은 제한돼 있다”며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조치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밤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던 택시 기사를 폭행했지만 입건되지 않았다. 애초 경찰은 이 차관의 범행을 입증할 택시 블랙박스 영상이 없고 택시 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반의사불벌죄인 형법상 폭행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최 국장은 서초경찰서가 이 차관을 조사할 당시 그가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낸 변호사라는 사실을 알았는지에 대해 “변호사일 뿐, 법무실장을 지냈다는 사실을 알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고, 전부 몰랐다고 한다”고 답했다. 서울경찰청은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피혐의자(이 차관)가 명함을 제시해 변호사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용구 “경찰 고위층과 연락한 적 없다” 이날 이 차관은 경찰이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이를 덮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 고위층과 연락한 적 없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경찰 고위층과 연락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폭행을 인정하는지에 대해선 “지금 사건이 진행되고 조사 중이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답을 피했다. 검찰의 소환 통보 여부에는 “아직”이라고 밝혔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이재용 “판결 겸허히 수용…재상고 안해”…1년 6개월 더 복역

    이재용 “판결 겸허히 수용…재상고 안해”…1년 6개월 더 복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실형 선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부회장을 대리하는 이인재 변호사는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상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날은 상고 가능한 법정시한의 마지막 날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이날 재상고하지 않으면 이 부회장의 실형은 그대로 확정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는 재상고 여부에 관해 “내부적으로 재상고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승영 강상욱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이 부회장의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 부회장의 형이 확정되면 2017년 2월 구속돼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복역한 353일을 뺀 나머지 약 1년 6개월의 기간을 더 복역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건넨 뇌물이 298억원, 건네기로 약속한 금액이 213억원이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중 89억여원을 뇌물 액수로 인정해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어 항소심에서는 뇌물로 인정되는 액수가 36억원으로 줄어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9년 10월 항소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 가운데 50억원가량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판결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 취지대로 총 86억원을 유죄로 인정해 지난 18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의 형 집행은 2022년 7월 종료되지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동안 삼성전자에 재직할 수 없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열린세상] 범죄 피해자가 꼭 알아야 하는 수사권 조정/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열린세상] 범죄 피해자가 꼭 알아야 하는 수사권 조정/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범죄 피해를 예상할 수 있을까. 사람의 힘과 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그렇기에 범죄 피해를 당하면 앞이 캄캄해진다. 수사기관에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고 말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수사나 재판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1월 1일부터 검경 수사권이 조정됐다. 수사권 조정이란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수직적 관계’에서 ‘상호·협력적 관계’로 재정립해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도록 조정된 것을 말한다. 어렵고 복잡한 수사권 조정의 내용 중 피해자가 꼭 알아야 하는 부분을 살펴보자. 첫째, “고소는 경찰서에 하세요”. 지난해까지는 고소장을 가까운 경찰서나 검찰청 어디에나 접수시킬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경찰서에 가서 고소장을 내야 한다. 이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등 몇 개뿐이고 대부분의 사건은 경찰이 1차 수사권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검찰청에서 고소장을 반려할 가능성이 있으니 괜히 두 번 걸음하지 않도록 고소장을 내려면 경찰서에 가자. 둘째, “꼭 이의신청하세요”.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은 지난해까지는 모두 검찰에 송치해야 했다. 검사는 송치된 사건들을 살펴보고 기소 또는 불기소 결정을 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니 ‘불송치 결정’을 하면 검찰에 그 사건을 송치하지 않는다. 불송치 결정 이유는 ‘혐의 없음’, ‘죄가 안 됨’, ‘공소권 없음’, ‘각하’ 이렇게 4개가 있다. 피해자에게는 불송치 이유서도 보내 준다. 그 이유도 꼭 읽어 보자. 납득이 안 가면 반드시 이의신청을 하자.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사건은 검찰로 송치된다. 이의신청은 고소인·고발인·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 포함)이 할 수 있다. 그러나 가해자에게 말 한마디 못할 정도로 마음이 오그라든 피해자이거나, 장애가 있어서, 나이가 어려서, 배우지 못해서, 가난해서, 또는 수사 과정 자체가 너무 힘들어서 이의신청을 할 여력이 없는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불송치 결정은 그런 피해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으므로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게 적극적으로 이의신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옆에서 조력해 주자. 셋째, “가해자의 석방에 대비하세요”. 법관이 발부한 영장으로 체포된 가해자를 석방하려면 지난해까지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보복할 우려가 있거나 죄질이 불량하면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해 구속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가해자의 석방은 경찰의 재량이다. 현행범 체포나 긴급체포도 마찬가지다. 가해자 석방이 쉬워지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주취폭력, 가정폭력, 교제폭력과 같이 피해자가 보복당할 우려가 높은 사건에서 피해자의 안전이다. 경찰이 가해자를 석방하더라도 별도로 피해자에게 통지하는 제도는 없다. 언제 가해자가 석방될지 알 수 없으니 체포됐다고 안심하지 말고 상황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넷째, “내사종결되지 않도록 노력하세요”. 우리나라는 1년에 약 170만건의 범죄를 처리한다. 그중 고소나 고발된 사건은 30만건이 조금 넘는데, 고소나 고발 없이 피해자의 신고에 의한 사건은 그 두 배가 넘는 65만건 정도다. 상황이 이러하니 항상 수사기관은 쏟아지는 사건에 허덕인다. 그래서 소위 ‘딱 봐도 각이 안 나올’ 사건을 경찰이 내사종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해까지는 내사종결된 사건을 검찰이 입건지휘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 경찰이 내사종결한 사건은 검찰이 접근할 수 없다. 기왕 용기를 내서 사건을 알렸다면 가해자가 마땅한 벌을 받을 수 있도록 증거 제출과 진술을 적극적으로 해서 내사종결로 허무하게 사건이 끝나지 않도록 하자. 증거도 없고 진술도 불가능한 상황에 있는 피해자를 알게 됐다면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조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라는 큰 걸음을 이제 막 디뎠다. 갑작스럽게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소중한 권리도 피의자의 권리만큼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방향으로 이 제도가 잘 정착하도록 응원하고 감시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 [여기는 중국] 당첨금만 수십 억...당첨 복권 가로챈 복권 가게 주인

    [여기는 중국] 당첨금만 수십 억...당첨 복권 가로챈 복권 가게 주인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남성이 복권 판매점 주인을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판매점 주인을 고소하면서 수십 억 원 대의 당첨금을 빼앗겼다는 주장을 했다. 중국 시안 시에 거주하는 남성 야오 씨는 지난 2019년 중순, 20위안(약 3400원) 어치의 복권 10장을 구매했다. 이 일대에서 10여 년 전부터 일용 건설직을 전전했던 야오 씨는 무려 10년 동안 문제의 복권 가게에서 복권을 구매해왔다. 그는 매주 평균 20위안 어치 복권 10장을 구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복권 가게를 직접 찾아가지 못할 대에는 주인에게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복권 값을 송금하고, 돈을 송금 받은 주인은 야오 씨의 몫으로 구매된 복권을 사진으로 촬영해 전송하는 방식이었다. 사건 당일 오후 5시 24분에도 야오 씨는 복권가게 주인 유 모 씨에게 20위안 어치의 복권을 구매했다. 그런데 같은 날 저녁 8시 30분 tv 방송을 통해 진행됐던 복권 추첨에서 야오 씨가 구매한 복권 중 한 개가 총 1001만 위안(약 17억 500만 원) 상당 금액에 당첨된 것을 확인했다. 야오 씨는 당첨 사실을 확인한 직후 곧장 복권 가게를 찾아가 자신이 구매했던 복권 수령을 요구했다. 하지만 가게 주인 유 씨는 해당 당첨 복권이 야오 씨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유 씨는 이날 계산 착오가 있었던 탓에 다른 손님의 것을 착각해 자신이 사진을 잘못 전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건 당일 유 씨는 “(내가) 실수로 다른 사람의 복권을 잘못 사진 촬영해서 보냈다”면서 해당 당첨 복권의 실제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남성의 사진을 야오 씨에게 공개했다. 매달 2000위안(약 34만 원) 남짓의 월급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었던 야오 씨는 복권 가게 주인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었다. 사건 이튿날 복권 가게 주인 유 씨는 야오 씨에게 다시 연락을 한 뒤 “총 15만 위안(약 2600만 원)을 줄 테니 복권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 말아달라”는 회유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인 유 씨가 내민 합의계약서는 △주인이 판매 중 실수로 다른 사람이 구매한 1등 복권 당첨금에 대해 야오 씨가 자발적으로 합의키로 약속했다 △야오 씨는 이에 대한 위자료로 총 15만 위안을 수령했다 △야오 씨는 향후 해당 복권 당첨금에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또 해당 합의서에는 야오 씨와 복권 가게 주인장 유 씨, 그리고 실제 복권 당첨자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남성 A씨가 서명, 날인했다.이렇게 사건은 마무리 된 듯 보였다. 문제는 같은 해 7월 24일 야오 씨는 이 지역 신문 한 켠에서 복권 당첨자의 얼굴과 신원 내역이 담긴 기사를 확인하고 기함을 토했다. 보도된 신문 속 1001만 위안 복권 당첨자로 소개된 인물이 다름 아닌 복권 판매점 주인장 유씨였던 것. 모자 티와 복면 등의 복장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었지만 야오 씨는 한 눈에 그가 복권 판매점 주인 유 씨라는 것을 눈치 챘다. 이후 야오 씨는 조사 결과, 복권 당첨자의 등기 정보와 복권 가게 주인의 주소가 동일한 것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오 씨는 이 무렵에야 자신이 복권 가게 주인 유 씨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곧장 관할 파출소에 그를 고발했다. 관할 공안국 조사 결과 앞서 유 씨가 실제 복권 주인이라고 주장했던 남성 A씨는 복권 가게 주인과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거액의 복권 당첨금을 불법으로 가로채기 위해 유 씨의 부탁을 받고 A씨가 야오 씨와의 합의문에 서명했던 것이다. 현재 야오 씨는 법률 대리인을 고용, 관할 공안국과 후이구법원에 복권 가게 주인 유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야오 씨는 “(나는) 지난 10년 동안 적게는 10위안부터 많게는 100위안까지 남는 돈이 있을 때마다 같은 복권 판매점에서 복권을 구매해왔다”면서 “10년 동안 구매한 복권 값만 해도 수 십만 위안이 될 것이다. 그 만큼 해당 복권가게 주인과는 평소 친한 관계였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런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위챗 결제로 복권 값을 송금하고 주인이 대신 복권을 구매해왔던 것”이라면서 “오히려 그런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지면서 더 큰 절망감을 느낀다”고 했다. 다만 야오 씨는 이번 사건의 관련자인 A씨에 대해서는 추가 고소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복권 가게 사장의 부탁을 받고 당첨자로 위장했던 남성 A씨에 대해서는 추가 고발, 고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복권 판매점 주인은 하루 빨리 공정한 법 앞에서 엄중한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긴급 出禁도 사건번호 조작은 불법… 그런 관행 없다”

    “긴급 出禁도 사건번호 조작은 불법… 그런 관행 없다”

    검찰이 2019년 3월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금지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 의혹이 뒤늦게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검찰·법원 등 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쟁점들을 13일 팩트체크로 정리했다. ①‘긴급출금 요청서에 허위 내사번호와 과거 종결된 사건번호 기입했다면 불법이다’ (O)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가 출국금지 당일인 2019년 3월 23일 법무부에 제출한 긴급출국금지 요청서에는 허위 내사번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와 이미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번호(서울중앙지검 2013형제65889호)가 적혔다. 출입국관리법은 긴급출국금지 대상을 ‘3년 이상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범죄 피의자’로 제한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형사사건에 입건된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다. 때문에 허위로 사건·내사번호를 부여해 출국을 금지하는 것은 심각한 불법행위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서류에 관여한 대검 관계자는 물론 문제를 알고도 승인한 법무부 관계자도 허위공문서 작성죄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②‘긴급한 경우 임시번호를 먼저 부여해 처리하는 수사 관행 있다’ (X) 긴급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임시번호로 처리하는 수사 관행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그런 관행은 없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지방의 한 검사장은 “20년 전 관행이냐”면서 “인권침해 문제가 지적되면서 사건번호 없이는 출금을 안 해 주는 원칙이 강화된 지 10년도 넘었다”고 말했다. 정유미 부천지청 인권감독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내가 검찰에 몸담고 있던 20년간은 그런 짓을 했다가 적발되면 검사 생명이 끝장난다”면서 “명백한 불법인데 관행 운운하며 물타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도 “‘나쁜 놈 잡는데 서류가 대수냐’고 말하는 건 그냥 야만 속에서 살겠다는 자백”이라고 비판했다. 야간 시간대 강력·마약사범의 긴급 출금 시 임시번호를 먼저 붙이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미 진상조사 대상이었던 데다 출국 가능성이 제기됐던 김 전 차관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③‘대검 진상조사단 검사는 김학의 사건 내사번호 부여 권한 있다’ (△) 법무부는 전날 “이규원 검사는 서울동부지검 검사직무대리 발령을 받은 수사기관에 해당해 내사 및 내사번호 부여 권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선지검의 검사는 기본적으로 독립관청의 지위를 부여받아 수사권이 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진상조사단은 수사권이 없는 민간기구”라면서 “대검·일선청을 통한 적법 절차를 지켰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는 “지방에서 파견 온 이 검사가 조사단 사무실이 있는 동부지검으로 출근을 하게 돼 직무대리 발령을 낸 것일 뿐”이라면서 “조사단 검사로서 역할은 내사·수사가 아니라 외부위원들에게 검찰 수사기록을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장도 “도주를 예상해서 미리 대검에 출금 협조 및 수사 의뢰 요청을 해 일선 지검이 내사 처리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④‘긴급출금 위법성이 인정되면 김학의 사건 재판에 영향 미친다’ (△) 이번 논란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 전 차관의 상고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당시 수사 필요성과 출금 사유의 정당성은 인정되기 때문에 절차적 위법이 있더라도 김 전 차관의 유무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에서 수사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정당한 형벌권의 실현을 위해 유죄를 인정한 사례가 여럿 있다. 반면 지방의 한 차장검사는 “자유권을 박탈한 상태로 조사한 것이라 중대한 위법으로 볼 여지가 있어 증거 능력이 배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김학의 출국금지에 “적발되면 검사 생명 끝장나”

    김학의 출국금지에 “적발되면 검사 생명 끝장나”

    대검찰청이 최근 위법성 논란이 불거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사건을 수원지검 본청으로 재배당했다. 대검 측은 13일 재배당 조치에 대해 사건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더욱 충실히 수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성접대·뇌물수수 의혹을 받았던 김 전 차관은 애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2018년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 결정을 시작으로 수사가 재개돼 지난해 10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 전 차관은 재수사 여론이 높아지던 2019년 3월 태국 방콕으로 출국을 시도했지만, 대검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의 긴급 출국금지 조치로 비행기 탑승 직전 출국을 제지당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된 사건의 번호나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내사 사건 번호를 근거로 출국금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위법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위법성 논란에 대해 검찰 내에서도 “법과 절차를 무시한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법무부는 당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에게 긴급 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있었다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법무부는 전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는 당시 ‘서울동부지검 검사직무 대리’ 발령을 받은 수사기관”이라며 “내사 및 내사번호 부여, 긴급 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있다”고 해명했다. ‘수사기관은 긴급한 필요가 있는 때에는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는 출입국관리법 조문을 근거로 삼았다. 한편 ‘조국흑서’의 저자인 권경애 변호사는 “불가피해도 권력행사에 불법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법치주의 원칙”이라며 “천하의 연쇄살인 혐의자도 영장주의가 적용되며 위법수집증거로는 처벌할 수 없는 게 법치주의”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가 불가피하면 불법이 허용된다는 사고야말로 모든 ‘파시즘의 기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변호사는 “이승만의 제주4.3 살상도, 박정희의 18년 용공조작 독재정치도, 전두환의 광주 학살도 그들 딴에는 공산화를 막고 부강한 자유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유미 인천지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공문서를 조작해서 출국금지를 해놓고 관행 운운하며 물타기 하고 있다”며 “내가 몸담은 20년간 검찰에는 그런 관행 같은 건 있지도 않고, 그런 짓을 했다가 적발되면 검사 생명 끝장난다”고 비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부천시, 아동학대의심 신고시 전담공무원 즉시 현장 출동

    경기 부천시는 새해부터 아동학대 및 보호를 전담하는 ‘아동보호팀’을 신설하고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경찰과 함께 현장에 출동한다. 부천시는 아동보호팀을 신설하고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8명과 아동보호전담요원 3명 등 11명을 배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개정 및 시행에 따라 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112로 접수되면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즉시 현장에 경찰과 함께 출동에 나선다. 이후 아동학대 여부 판단과 피해아동 보호계획 수립, 원가정 보호 및 위탁·대리보호 결정 등 업무를 맡는다. 기존에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맡았던 부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은 피해아동에 대한 심층적인 사례관리에 집중할 방침이다. 시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역량 강화와 제도 정비를 통해 아동보호 서비스의 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해 조속히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 장덕천 부천시장은 “부천시는 아동이 살기 좋은 아동친화도시로 선정돼 앞으로는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지자체 권한과 책임이 강화됨에 따라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부천을 만들기 위해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아동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문소영 칼럼] ‘초심’을 돌아봐야 한다

    [문소영 칼럼] ‘초심’을 돌아봐야 한다

    “나는 진작에 전향했다.” 늙은 작가는 낙담한 얼굴을 마른 손바닥으로 쓸어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지난해 11월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6가지의 이유로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하겠다고 밝힌 뒤 20일 가까이 법무부는 압박하고, 윤 총장은 저항하는 모양이 일일연속극 찍듯 하던 시절이라 “검찰개혁의 명분도 흩어지고, 이러다 다들 문 정부에서 마음이 떠나겠다”고 하자, 그는 비장한 어투로 그리 말했다. “전향할 곳도 없는데…”라고 덧붙이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해 대통령이 ‘조국에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을 때지, 아마! 나는 문재인 정부는 아주 다를 줄 알았다. 조국이 불법까지는 아니더라도 편법을 써서 애들을 진학시키는 등 청문회에서 특권층의 반칙과 비상식을 보여 줘 국민 마음이 다쳤잖아. 문 대통령은 그 다친 마음을 쓰다듬을 것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똑같은 거 같더라고.” 작가는 또 이제 80에 가까워지는 탓에 대지 100평의 단독주택을 팔고 서울 시내 아파트로 들어가 보려고 했더니, 40평대의 아파트 가격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고. 2017년 문 정부 출범을 적극 지지했던 그는 조국 사태를 지나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고, 아파트값 폭등에 또 힘들어했다. 그는 딸이 운동권 출신의 사윗감을 데려왔을 때 ‘작가적 양심’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혈육의 안위’를 지킬 것인지를 고심하다가 “사랑의 끝에는 사랑이 있지”라며 작가적 양심의 승리를 선언했지만, 이제 그 마음이 어디에 자리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이 늙은 작가처럼 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으나 갈 곳을 잃은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2016년 10월에 시작된 ‘촛불집회’에 최소 한두 번은 참석하며, ‘최순실 국정농단’을 응징하여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겠다고 다짐하던 사람들이었다. 4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촛불정부’ 문재인 정부가 무엇을 했는가 자문하고 있다. 서울신문이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12월 28~30일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 결과 10명 중 6명 가까운 사람들이 ‘촛불정신을 계승 못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런 여론은 한국일보·한국리서치의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54.6%였다. 최근 대통령 국정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30대 후반의 낮은 지지율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현 정부 지지 세력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있다. 촛불정부의 시작은 ‘운동권 진보만’ 똘똘 뭉치지 않았다. 2016년 12월 10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때 찬성표 234표 중에는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소속이면서도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에 찬성한 국회의원이 62명이 있었다. 찬성표의 26.5%나 된다. 이들이 현재는 독자적 정치세력이 못 된 채 흩어지고 일부는 국민의힘으로 흡수됐으나, 흔히 ‘건전보수’ 또는 ‘중도보수’는 진보세력 등과 힘을 합쳐서 새 정부를 세웠다. 직접적으로 말해서 이들을 반대세력으로 돌려세워서는 국정 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지난 1년간 추 장관이 윤 총장과 갈등하며 압박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 국가도 개인처럼 한정된 자원을 잘 배분하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19 국난으로 모든 국민이 과잉 스트레스에 노출된 상황에서 블랙홀처럼 ‘추ㆍ윤 갈등’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 필수불가결한 분야의 자원 배분은 제한되기 마련이다.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16개월 된 아이 정인이 사건으로 연초부터 당정이 불난 호떡집같이 소란스러우나 이 사건이 처음 언론에 노출된 시점은 지난해 11월 중순이었다. 주요 언론 중 사설로 다룬 매체는 서울신문(11월 13일자)과 경향신문(11월 14일자)뿐이다. 어찌 보면 어젠다 설정에서 정치권도 언론도 실패한 것인데, 그 원인 중 하나는 추ㆍ윤 갈등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탓에 정인이나 코로나19로 생활고로 자살하는 가족들, 택배 물량에 치여 과로사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 산재 사망에 내몰리는 건설노동자들 옆에서 ‘힘을 주는 정치’가 사라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진보정권’이라면 최소한 이 시기에 한국사회가 후퇴한다고 인식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정권 획득의 목적이 무엇이었나 지금이라도 되돌아보고 새 각오를 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꼭 필요한 입법을 해야 한다. 180석을 낭비하지 말자. symun@seoul.co.kr
  • [여기는 중국] “화장실 2번 가는 직원은 벌금!”…갑질 회사 논란

    [여기는 중국] “화장실 2번 가는 직원은 벌금!”…갑질 회사 논란

    중국의 한 회사가 근무 시간 중 화장실을 두 번 이용한 직원에게 벌금을 부과해 공분을 샀다. 중국 유렵언론 왕이, 중위엔왕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온라인에서는 광둥성 둥관시의 한 업체가 근무시간 중 화장실을 이용한 종업원에게 벌금 부과한 내용의 공고문을 자사 게시판에 부착한 사진이 확산하고 있다. 논란이 된 업체는 둥관시 소재 안푸전기유한공사는 지난 2010년 설립, 전원 스위치, 소켓, 전원 플러그 콘센트 등을 생산 가공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논란이 된 사건은 지난 23일 회사 내부 게시판에 게시된 직원 처벌 공문으로 시작됐다. 공고문에는 지난해 12월 21일 회사 작업장에 있었던 직원 황 모씨, 타오 모씨, 리 모씨, 푸 모씨 등 4명이 회사 규정을 위반, 하루 두 차례에 걸쳐서 화장실을 이용했다는 내용이 게재됐다. 회사 방침 상 작업 시간 중 근로자는 하루 단 한 차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회사가 허용한 한 차례 화장실 이용 규정 이외에 추가 급한 용무는 반드시 점심 휴식 시간 또는 퇴근 후 이용해야 하는 것이 회사 내부 방침인 셈이다. 회사 측은 이를 어기고 근무시간 중 하루 두 차례 화장실을 이용한 황 씨를 포함한 4명의 직원에 대해 각각 20위안(약 3400원)을 부과했다. 논란이 일자 조사에 나선 시장 감독국과 인사국 등 관할 부처는 법규 위반이 있으면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관할 지역 인사국 측은 해당 업체에 대해 노동 감사 및 불평등 내부 규정 시정 지시 명령서를 송달한 상태라고 밝혔다. 해당 시정 명령서에는 현 노동법 규정에 따라 근로자에 대한 불공정한 내부 규정을 시정, 직원에게 부과된 벌금을 즉각 환불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과 비판에 대해 회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측 대리인으로 알려진 조 모 씨는 현지 언론을 통해 “이 규정은 회사가 주관하여 설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일부 직원들이 근무 태만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일부는 근무 시간 중 장시간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 직원들의 게으름 등의 문제로 회사도 어쩔 수 없이 이런 규칙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 씨는 이어 “근무시간 중 땡땡이를 치는 근로자를 단속할 마땅한 다른 방책이 없다”면서 “앞서 문제 해결을 위해 수차례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시도했지만 근무 태만자 행위에 대해 회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노동법상 이 문제를 입증할 마땅할 방법이 없다”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훈련된 근로자를 다시 모집, 고용하는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의 근무 태만을 자체 방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때문에 벌금 규정을 만들어 운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둥관시 인사국은 이 같은 회사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회사 내규 및 방침이 불공평 노동계약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인사국 홍보과 관계자 A씨는 "사건 발생 후, 동관시 인민공사국이 제일 먼저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문제를 일으킨 회사의 근무 기록표와 임금표를 열람했다. 노동 계약서류와 함께 현장 근로자 등을 추가 조사해서 이 같은 내부 규정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사국 측은 해당 업체를 겨냥, 노동보장 감사 기한 개정 명령서를 송부한 상태라고 밝혔다. 업체 측은 빠른 시일 내에 논란이 된 불공평한 내부 규정을 삭제, 앞서 부과된 근로자에 대한 벌금 등 부당 수령 금액 일체를 환급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 같은 회사 내부에서의 ‘갑질’ 행위가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순 중국의 한 회사가 실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종업원들에게 산 지렁이와 미꾸라지를 먹게 강요하면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온라인에서는 구이저우 비제 지역의 한 인테리어 업체가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종업원들에게 체벌을 가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이 확산됐다. 실제로 해당 회사 내규에는 일명 3단계 처벌 명세표에 따라 ‘15분 동안 화장실 청소하기’ 등 비교적 가벼운 벌칙을 포함, ‘지렁이 또는 미꾸라지 삼키기’와 같이 비인간적 처벌이 버젓이 실행됐다. 특히 논란이 된 영상 속 여직원은 살아있는 지렁이를 집어든 뒤 물과 함께 삼키는 장면이 포함돼 있었다. 영상 속 또 다른 직원은 휴지 속에 쌓인 지렁이를 삼키기도 했다. 지렁이 먹기 등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직원 1인당 500위안(약 8만 6000원) 상당의 벌금을 납부해야 했다. 하지만 직원의 상당수는 무거운 벌금 규정 탓에 처벌을 감수해왔던 것. 한편, 이 같은 부당 행위에 대해 중국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 리 모 씨는 “노동법과 노동조합법 등은 회사 측이 종업원에게 불평등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의 총 책임자는 처벌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만질 수 없음을 만지는 언어:촉각의 소노그래피/전승민

    문학의 칼 칼날과 포옹할 수 있을까? 한강에게 언어는 세계와 자신을 가르는 칼이다. 언어는 전체 의미 중에서 표현 가능한 부분만을 잘라 기표에 담으므로 진실은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왜곡된다. 그래서 문학 하는 이들에게 언어는 축복이면서 동시에 영원한 고통이다. 문학의 괴로움은 그것이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비-진실해지는 이 운명에서 비롯한다. 현실의 경험을 기표로 쪼개어 재조합하는 언어로는 그 어떤 실재에도 완벽히 다다를 수 없다. 현실을 조각내지 않는 언어는 과연 가능할까? 한강의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문학동네·2011)은 진실을 조각내는 언어의 칼금과 대결하며 날것 그대로의 진실을 포착하려 한다. 그것은 현실을 분절하는 한계로서의 언어가 아니라 현실을 가장 훼손하지 않는 순수한 상태의 언어에 의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언어가 언어이기를 포기할 때 획득되기에 순수를 추구할수록 더욱 비-순수해지는 역설 속에 있다. 그 ‘순수’는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사람에게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은 어떤 인과나 합리적 추론으로 증명되는 참인 명제가 아니라 오직 몸으로 살아낼 때만 느끼는 힘의 압력으로 다가온다. 소설의 남자와 여자는 이 거대한 진실을 유한한 인간의 몸뚱이로 견디는 사람들이다. 남자의 진실은 영원한 실명, 여자의 진실은 계속되는 실어이다. 그러나 그들의 상실과 고통은 보상이나 처벌의 체계에서 비롯하지 않으며 당위나 인과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 각자의 진실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 영원히 실패한다. 예정된 실패의 운명 속에서 ‘희랍어 시간’이 길어 올리는 물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은 삶을 이해하기 위해 끝없이 발버둥치는가이다. 이 궁극의 물음에 대해 소설은 질문으로 되돌아가 그것을 파괴하는 재귀적인 답을 제시한다. 삶이 인간에게 들이미는 통각은 소거되어야 할 병증이 아니라 그가 살아 있음을 감각하게 하는 생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한강의 소설은 인물의 아픔에 관한 원인을 굴착하기보다 그 아픔을 온몸으로 함께 통과한다. 서사는 플롯의 인과와 시간의 합리적 흐름에 복무하지 않고 다만 고통의 양태와 통각을 소슬히 응시하기 위해 흐른다. 그래서 ‘희랍어 시간’에서의 시간은 선형적이지 않고 소설의 언어 역시 일반의 언어로부터 탈구되어 있다. 요컨대 한강은 인간과 문학이 삶에 대해 제기하는 근본적인 질문, 그러나 ‘왜’로 시작할 수밖에 없으므로 언제나 오류일 수밖에 없는 어떤 질문과 대결한다. “인간의 혼은 왜 그 어리석고 나쁜 속성들로 인해 파괴되지 않는 겁니까?”(105쪽) 신성의 잠재태로서의 고통 ‘희랍어 시간’의 시간은 환(環)으로 흐른다. (“세상은 환이고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입니다.” 26쪽) 소설에서 읊어지는 보르헤스의 말처럼 첫 번째 장은 ‘1’에서 시작해 21번째 장까지 진행된 후 마지막 장에서 ‘0’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1에서 0을 향해 구부러지는 이유는 남자와 여자의 삶이 전생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전사(前史)는 작가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2013)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1) 남자와 여자는 ‘해부극장’ 연작에 나오는 백골의 전생이며, 백골의 고통은 곧 여자가 느끼는 통증이다. 그것은 말의 소리가 신체의 발음 기관을 경유해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갈 때 발생하는 비릿하고 붉은 통각이다.2) 세 치의 혀와 목구멍에서 나오는 말들, 헐거운 말들, 미끄러지며 긋고 찌르는 말들, 쇳냄새가 나는 말들이 그녀의 입속에 가득 찼다. 조각난 면도날처럼 우수수 뱉어지기 전에, 막 뱉으려 하는 자신을 먼저 찔렀다.(‘희랍어 시간’·165쪽) 여자의 고통이 언어가 파열될 때 발생한다면 남자의 고통은 반대로 무언가가 덩어리로 뭉개질 때 발생한다. 완전히 실명하게 되리라 진단받은 마흔을 목전에 두고, 그는 마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것처럼 16년간의 독일 생활을 접고 모국으로 돌아온다. 사물과 풍경의 날카로운 경계는 그의 시야에서 점차 사라진다. 그는 실명 이후의 삶에 대한 확신이 없다. 남자의 삶 역시 독일과 한국에서 보낸 시간으로 분절되어 있으므로(“그때 내 인생은 거의 정확히 절반씩 두 언어, 두 문화로 쪼개어져 있었던 셈입니다.” 40쪽) ‘희랍어 시간’은 여자와 남자가 공유하는 고통 그 배면의 시간이다. 여자는 두 번째로 찾아온 실어 증상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강의를 신청하고, 남자는 자신을 둘로 쪼개는 힘을 피해 “수천 년 전에 죽은 언어 (…) 마치 고요하고 안전한 방”(119쪽)과 같은 희랍어 속으로 숨어든다. 이 공통의 시간 너머에 있는 그들의 고통에는 이유가 없다. 백골들이 그러하듯 그들의 아픔은 단지 붉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육체성에서 비롯한다. 달리 말하자면 그저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파야만 하는 것이다. 까닭 없이 고통받는 인간은 신을 찾아 헤맨다.3) 소설의 1인칭 화자는 마지막 장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남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의 고해는 세 통의 편지로 이루어진다. 가장 먼저 발송되는 편지는 독일에서 살던 시절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사과문이다. 그녀는 청각장애인이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장애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 그녀를 욕망한다.(“우리는 언젠가 함께 살게 될 것이고, 나는 눈이 멀 것이라고. 내가 보지 못하게 될 때, 그때는 말이 필요할 거라고.” 47쪽) 그는 “백치처럼 순진하게”(47쪽) 그녀에게 독순술 수업에서 배운 대로 말을 해 보라고 요청한다. 남자는 그녀의 청각장애를 자신의 예정된 실명과 동등하게 고려하지 못한다. 그녀의 독순술이 그의 ‘결핍’을 보충하는 자질이 될 이유는 조금도 없다. 누군가의 언어 행위는 그의 자발적 선택과 의지에 의한 것이지 다른 이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요컨대 언어는 강요되어선 안 되는 것이다. 그가 그녀에게 품는 모든 욕망은 사랑이라는 단어로 정당화되고 그것이 그녀에게도 좋은 것이라 ‘백치처럼’ 그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녀는 사과하는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세계를 두 눈으로 또렷하게 볼 수 있다고 해서 타인의 고통을 왜곡되지 않은 상(像)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부 사물을 보는 눈과 인간의 고통을 보는 눈은 다르다. 한편으로, 인간이 누군가를 상처 입힐 수 있다는 것은 그 또한 다른 인간으로부터 상처받을 수 있음을 내포한다. 두 번째 편지의 수신인은 여동생 란이다. 그는 여동생에게, 앞으로 어둠 속에서 살아가게 될 그의 운명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똑같은 병을 앓았던 아버지였음을 말한다. 그의 시력 상실은 부계 유전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어스름이 정말 완전한 밤으로 이어지는지”(82쪽) 아버지에게 묻고 싶었으나 아버지는 자신과 똑같은 아들을 끝까지 멀리한다. 아버지는 자신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데에 결국 실패하면서 삶으로부터의 자기 소외 속에 생을 마감한다. 그는 어둠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삶의 빛 속으로 한 발짝도 걸어 나가지 못했던 셈이다. 이제, 앞서 소설이 던진 유일한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이 도착한다. 인간이 부서지지 않는 이유는 그의 영혼 안에 어리석고 나쁜 것과 함께 어떤 좋음 또한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통을 감각하고 수용하는 능력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새’는 그것의 체현물이며(“그의 얼굴 속에 새 같은 무엇인가가 살아 있다는 것을, 그 따스한 감각이 그녀에게 즉각적인 고통을 일깨운다는 것을 곧 깨닫는다.” 147쪽) 개별 존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영혼과도 같은 것이다.(“새 같은 무엇인가가 문득 육체를 떠났고, 그 육체는 더이상 어머니가 아니었다.” 145쪽) 말하자면 새는 인간이 생의 통각에 반응하는 마음의 일부로서 육체와 정신을 이어 준다. 새를 통해 인간은 육체의 통증을 실존적인 고통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뒤에서 논의되겠지만, 인간은 역설적으로 바로 이 ‘새’로 인해 자기 파멸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새를 두고 인간이 각자 품고 있는 어떤 신성(神性)의 잠재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유한자로서의 운명에 함몰되지 않고 ‘인간적이지 않은’ 차원으로 도약하게 만드는 그 무엇은 분명 신성하다. 요컨대 인간은 선험적인 신성을 배태하므로 고통받는다. 여자는 특히 이 신성의 언어적 측면이 육화된 존재다. 문자가 소리로 변할 때 언어가 겪는 분절의 고통을 그녀는 자기 몸의 통증으로 겪는다. 심장과 혀를 경유하여 귀로 도달하는 모든 파열하는 소리는 여자에게 폭력이다. 그래서 실어증은 파괴하는 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대응이다. 침묵은 그녀를 에워싸고 보호한다. 실어의 원인은 심리치료사가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55쪽)다. 여자는 언어의 신성 그 자체이지만 이 신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그녀 역시 구원을 바란다. 어머니가 뱃속의 그녀를 지우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현실 속 무언가의 실존이 얼마나 연약하고 위태로운 우연에 기대고 있는지 아는 그녀는, 그래서 무언가의 존재를 위협하거나 변형시키는 힘에 대해 온몸으로 대항한다. 그녀에게 폭력은, 어떤 존재를 그것의 고유한 자리로부터 박탈시키는 모든 종류의 유형력이다. 목소리 역시 그러하다. 음성은 공간을 점유하면서 다른 존재들을 밀어낸다.(“그녀는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싫어했다. (…) 목소리는 훨씬 넓게 퍼진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넓게 퍼뜨리고 싶지 않았다.” 51쪽) 여자에게 말은 육체적인 고통이다. 그러므로 실어는 존재들을 지켜내기 위해 고통을 온몸으로 견디는 사랑의 행위-신의 사랑이다. 그녀는 말하지 않는 대신 언어를 시선으로 번역한다. “신은 보는 존재이거나, 시선 그 자체인 건가요?”(104쪽)라는 대학원생의 물음은 반쯤 정답을 향해 있다. 타인의 고통을 무참히 다룬 죄를 고해하고 받은 상처를 토로하던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것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남자가 찾던 신의 모습은 여자의 몸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점점 희미해지는 시야 속에서 그는 과연 그녀를 ‘볼’ 수 있을까? 신과 인간의 소노그래피 그녀가 희랍어로 힘겹게 써 내려가는 시는 마치 예수가 부활하기 전 무덤 속에서 썼으리라 짐작되는 것이다. 한 여자가 땅에 누워 있다. 목구멍에 눈(雪) 눈두덩에 흙. (64쪽) 차가운 무덤 속에 묻힌 신의 눈에는 흙이 있고, 입과 목은 차가운 눈으로 막혀 있다. 그녀는, 신은 말할 수 없다. 무덤 안은 남자와 여자가 발 딛고 있는 현실 세계다. 카타콤베 묘지에 갔던 남자의 기억이 떠오른다. 여러분, 왜 관 속에 유골이 없을까요? (…) 박물관에 가져다놓은 거 아니에요? (…) 누군가가 훔쳐갔나요? (…) 다아 여기 있습니다. (…) 관 속에 보이는 흙을 분석하면 칼슘과 인 성분이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수천 년이 흐르면, 사람의 뼈가 삭아서 이런 흙이 되는 겁니다.(153쪽) 백골은 전생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으므로 남자는 자신이 곧 그 백골이라는 것을 안다.(“수천 구의 육체들이 뼈까지 깨끗이 삭아버린 거대한 무덤 속에, 그토록 따뜻한 몸을 가진 우리가 모여 있었다는 게.” 155쪽) 그는 구토감을 느낀다. 온몸에 묻은 죽음의 흙냄새와 어둠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여자에게 고해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 앞에 서 있는 이가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음을 전혀 알지 못한다. 마치 부활한 예수를 알아보지 못한 채 그가 정원지기인 줄로만 알고 예수의 시신이 어디에 있느냐 묻는 막달라 마리아와 같다.(요한복음 20:15) 그는 앞으로 펼쳐질 영원한 어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신에게 거듭 질문한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내 말, 거기서 듣고 있나요?(161쪽) 두 사람의 과거로 구부러졌다 돌아오곤 하던 현재는, 남자와 여자가 ‘어둠’ 속에서 서로 마주하게 되는 배타적인 둘만의 시간, 즉 17장부터 21장까지의 시간 동안 직선으로 그러나 더 천천히 흐른다. 건물 안으로 날아온 새를 구하려던 남자는 발을 헛디뎌 안경을 깨뜨리고 강의실로 돌아가지 못한다. 밖으로 나온 여자가 남자의 소리를 듣고 그에게로 향한다. 그런데 그녀가 그에게로 다가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녀는 무언가를 감지하고 밖으로 나간다. 빈자리들이 이상한 통각을 띠고 그녀의 눈으로 파고들었다. 그녀는 질끈 눈을 감아보았다. 그녀의 시간과 다른 모든 사람들의 시간이 어긋난 것 같았다.(160쪽) 남자의 시간이 그녀에게로 다가갔던 것이다. 그는 점점 흐릿해지는 자신의 시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적 있다. 잘 보이지 않으면 가장 먼저 소리가 잘 들릴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가장 먼저 감각되는 것은 시간입니다. 거대한 물질의 느리고 가혹한 흐름 같은 시간이 시시각각 내 몸을 통과하는 감각에 나는 서서히 압도됩니다.(39쪽) 두 사람의 대화는 남자의 빈자리가 발생시키는 시간의 진동을 여자가 감지하면서 시작된다. 이 시간의 감각은 파동의 형태로 전달된다. 남자는 여자의 구두 소리를 듣고 난간을 주먹으로 두드려 자신이 있음을 알린다.(“듣지 못하는 사람이라 해도 이 진동은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133쪽) 여자가 ‘들은’ 것은 귀로 들어오는 소리가 아니라 그녀의 몸 전체, 피부 세포에 닿아 그것들을 흔드는 진동이다. 그들의 대화는 시신경에 의한 시선도, 청신경에 의한 소리를 통해서도 아닌 바로 이 촉각의 소노그래피(sonography)를 통해 이루어진다.4) 시인이 존재들에게 엑스선을 투과시켜 백골들의 영상을 얻어낸다면(“검푸른 뢴트겐 사진에 담긴 나는/그리 키가 크지 않은 해골” ‘해부극장 2’) 소설 ‘희랍어 시간’에서는 소노그래피를 통해 육체의 말랑한 조직들, 피부나 혀, 심장에서 반향된 영상을 보여 준다. 엑스선은 말랑한 것들을 찍을 수 없고 초음파는 뼈를 투과할 수 없다. 통증은 말랑하고 붉은 것의 감각이다. 뼈에는 통각 세포가 없기 때문이다. 소설은 뼈가 육신을 가졌을 적의 고통의 서사다. 소노그래피의 언어는 존재 자체가 내뿜는 파동이므로 소리로 쪼개지지 않는 언어다. 이것 역시 몸으로부터 유래하지만 “폐와 목구멍과 혀와 입술을 움직여, 공기를 흔들어 상대에게 날아”(55쪽) 가는 목소리가 갖는 폭력성은 없다. 여자가 말 대신 택한 시선의 언어 역시 그런 점에서 비육체적이다.(“시선만큼 즉각적이고 직관적인 접촉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느꼈다. 접촉하지 않으면서 접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55쪽) 이때 접촉의 감각은 시각이나 청각이 배제된 상태의 대리보충, 즉 실제 피부의 감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5) 소노그래피의 촉각은 오감의 유무와 관계없이 존재가 뿜어내는 살아 있음의 파동, 즉 여자가 말한 ‘시간’의 감각이다. 한강은 특유의 독특한 문체로 두 인물 사이에 반향되는 소노그래피를 형상화한다. ‘희랍어 시간’에는 큰따옴표나 작은따옴표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뜻 자유간접화법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자유간접화법은 문장 안에서 형식적 서술자와 서술 내용이 담는 의식의 주인을 불일치시키며 서술자보다 인물을 부조한다. 그러나 한강의 문장에서 3인칭 화자는 남자와 여자의 의식 이면으로 유보되지 않는다. 따옴표 없이 곧장 전해지는 말은 인물의 목소리를 3인칭 서술자와 동일한 층위에 위치시키며 그들 간의 위계를 무너뜨린다. 모든 소리는 세계의 일부로 스며들어 있다. 소설은 이 지점에서 자기 안으로 시를 틈입시킨다. 인용부호에 의해 절단되지 않는 하나의 커다란 말뭉치(corpus)를 만들어 내는 서술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3인칭 서술자 각각의 인격을 부각한다. 목소리들이 어우러지는 한 공간-소설 안에서 인물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시가 되고 그들의 모든 말은 행과 연의 형식으로 배열된다. ‘희랍어 시간’은 세 인격의 목소리가 만들어 내는 소리 풍경(soundscape)이다.6) 그녀는 그의 말을 똑똑히 듣고 있다. (…) 그녀는 그를 똑똑히 보고 있다. (…) 그늘진 그의 얼굴을, 그녀는 지금 온 힘을 다해 건너다보고 있다.(169쪽) 촉각의 소노그래피가 만드는 소리 풍경 안에서 듣는 일은 곧 보는 일이며, 보는 일은 곧 듣는 일, 존재의 파동을 온몸으로 감각하는 일이다. 진동은 소리가 글자로 박제되는 것과 달리 발생하고 감각되는 즉시 사라진다. 나타남과 동시에 사라지는 소노그래피는 존재를 파열시키거나 변형시키지 않고 다만 투명하게 통과한다. 모든 인물의 말이 인용부호 없이 제시되지만 특히 여자의 목소리는 서사 세계 안에서도 음성화되지 않는 가장 시적인 목소리다. 여자의 문장들은 기울어지면서 남자의 목소리와 구분된다.7) 19장 ‘어둠 속의 대화’ 후반부에는 이렇게 목소리가 뒤섞이면서 두 사람의 파동이 중첩되는 대목이 있다.8) 서사 표층에서 실제로 발화되는 음성은 남자의 목소리뿐이므로 소노그래피가 아니라 일반적인 감각으로 읽어낼 경우, 소설은 오직 남자의 독백으로만 가득 찬다. 그러나 여자와 남자의 대화는 각자가 소환하는 기억의 단위들로 교환되며 소리가 아닌 언어, 파동의 접면들이 교차하며 이루어진다.(“잉크 위에 잉크가, 기억 위에 기억이, 핏자국 위에 핏자국이 덧씌워진다.” 155쪽) 언어의 칼금을 막아내기 위해 언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는 소설은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서로 겹치며 일으키는 간섭을 현상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화해할 수 없었다. 화해할 수 없는 것들이 모든 곳에 있었다. (…) 독한 취기 같은 피로가 그녀의 의식을 둔하게 만든다. 그의 목소리가 마치 꿈인 것처럼, 아주 먼 곳에서부터 토막토막 끊긴 채 울려온다.(166쪽) 여자의 파동은 남자에게로 전해진다.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있어요. 더이상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어요. 그녀는 그의 얼굴을 응시하려 애쓴다. 초점 없는 그의 눈을 또렷이 마주 보려 애쓴다.(167쪽) 여기서 남자의 응답은 여자의 파동과 똑같은 기울임체로 발화된다. 두 존재가 고막을 통해 소리를 교환하지 않고도, 살을 맞대지 않고도 그 무엇보다 깊은 층위에서 교감하는 장면이다.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과거로 여러 통의 편지를 쓰던 인간은 신의 고통 안에서 그와 함께 현재적으로 공명한다. 이 장면에서 남자의 목소리는 여자의 그것으로 중첩되며 같은 기울임체로 서술되지만, 여자의 목소리는 남자의 그것으로, 다시 말해 기울어진 목소리가 평평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여자는 신성의 체현자이기 때문이다.(“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그런 침묵을 본 건 처음이었어.” 78쪽) 구원의 빛이 침묵의 어둠 속에서 새어 나온다. 나를 만지지 마라 이제, 소설의 질문에 대한 두 번째 답이 제시된다. 인간의 혼이 파괴되지 않는 이유는 고통을 감각하는 신성이 서로에게 중간태인 동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대 희랍어에는 수동태와 능동태가 아닌 제3의 태, 중간태가 있다.(18쪽) 중간태는 어떤 행위가 주어에 재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대상에게 했던 행위가 다시 주체로 돌아오는 이 재귀적 운동은 소노그래피의 언어가 보이는 양태다. 소노그래피의 방식은 그 자체로 중간태적 추론이다. 그는 대상에게로 뻗어 나간 자기 파동의 반향을 소노그램으로 읽어 낸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은 그것의 원인을 축자적으로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에게 계속해서 질문하는 일이다. 아무리 유사한 경험을 하더라도 고통은 결코 동일한 정도로 감각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자의 아버지는 남자와 같은 유전질환으로 인해 시력을 이미 잃은 사람, 그래서 누구보다도 그를 잘 이해할 수 있을 사람이었다. 그러나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은 동일한 조건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주파수를 오롯이 피부로 느끼는 일이다. 그것은 타인의 삶을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그의 삶을 추체험하는 일이다. 가령, 남자가 곧 실명하리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불투명한 비닐봉지를 자기 눈에 갖다 대며 “이건 소파고 이건 책장이야. (…) 이렇게 걸어도 안 넘어질 수 있어.”(146쪽)라며 일부러 왔다 갔다 하던 여동생처럼 말이다. 동생은 오빠를 놀리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닥칠 ‘어둠’이 “생각만큼 끔찍하지 않을 거라는”(147쪽) 위로를 보낸 것이다. 이처럼 타인의 고통은 내가 영영 닿을 수 없는 점근선의 영역이다. 반면 마지막 고해, 요아힘과의 이야기는 남자 역시 언어의 육체성이 자아내는 폭력을 경험했음을 들려준다. 그 폭력은 곧 타인의 고통을 주체의 자기동일성 안으로 포획하여 해석해 버리는 일이다. 요아힘은 남자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욕망을 타인과 자신의 고통 안에서 어떻게 겹쳐 두어야 하는지 모르므로 남자에게 상처만을 남긴다. 그는 고통의 완전한 극복과 단절을 믿는다. 시한부 선고의 생존자이기 때문이다. “병실의 벤젠 냄새 속에서 성장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10쪽) 말하는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와 꼭 같은 경험을 몸의 기록으로 가져야 한다고 확신한다. 어둠과 죽음의 병실을 물리친 그에게 생의 감각은 생동하는 육체의 폭발적인 감각, 물컹하고 뜨거운 것이다. 요아힘은 여자에게는 고통이었던 육체적인 것과의 접촉을 갈망한다. 남자가 어둠을 품은 이라면 요아힘은 빛의 질서를 품은 이다. 남자가 비논리와 모순을 껴안는 문학을 사랑한다면 요아힘은 사고를 명징하게 자르는 철학을 사랑한다. 고통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났다고 믿는 이의 강한 확신은 타인의 고통 앞에서 누구보다도 눈을 멀게 만든다. 자신이라면 완전한 어둠이 다가올 그때를 위해 점자를 배워 두겠다는 철학자의 명랑한 조언은 남자의 신앙인 소멸의 이데아를 산산조각 낸다. 다시 한번, ‘백치처럼’ 순진한 이 조언은 남자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요아힘에게 그것은 단지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소멸의 이데아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말이야… 그건 깨끗하고 선하고 숭고한 소멸 아닐까? 그러니까, 소멸하는 진눈깨비의 이데아는 깨끗하게, 아름답게, 완전하게, 어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진눈깨비 아닐까?(118쪽) 이것 봐. 죽음과 소멸은 처음부터 이데아와 방향이 다른 거야. 녹아서 진창이 되는 진눈깨비는 처음부터 이데아를 가질 수 없는 거야.(118쪽) 빛이 소멸한 세계에서 앞으로의 생을 계속해야 하는 남자에게 요아힘의 논증, 어둠 속에는 좋음의 이데아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반박은 그의 마지막 희망을 꺼트린다.(“네 말을 들은 순간, 덧없는 전 세계가 빛을 잃었지.” 118쪽) 그래서, 점자를 통해 남자와 진정으로 닿기를 바라던 요아힘의 욕망은 언어의 폭력적인 육체성과 실상 같은 것이다. 남자는 요아힘으로부터 깨닫는다. 자신이 독일에서 여자에게 던진 사랑의 말, 너는 나의 목소리가 필요할 테니 같이 살게 될 것이라는 그 고백이 폭력이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받은 상처로부터 타인에게 준 상처를 깨달은 마리아는 이제 눈앞에 현전한 예수ㅡ언어의 육신을 본다. 신과 인간의 목소리는 구별되지 않고 한데 뒤섞인다. 남자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신의 파편들, 진눈깨비의 이데아는 희랍어 시간의 여자 그 자체다. 그녀의 이름은 “펄펄 내리는 눈의 슬픔”(100쪽)이다. 고통받는 두 인간의 신성은 한데 섞이고 소노그래피는 중첩된다. 말할 수 없는 이와 볼 수 없는 이의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이해는 공통원소 없는 그 존재들의 배면에서 투명한 파동을 통해 전해진다. 파동은 한 곳으로 수렴하지 않고 서로의 몸 안을 투과하며 지나간다. 이제, 신은 요아힘과는 다른 ‘접촉’의 방식으로 남자를 구원하고 눈으로 목이 막혔던 그녀 역시 그 구원으로 인해 부활한다. 따로따로 제시되던 목소리는 한 연으로 묶이면서 말을 주고받는 직접적인 대화의 국면에 도달한다. 1인칭 단수 화자들은 ‘우리’를 직감한다. 어두운 초록색 흑판에 백묵으로 문장을 쓸 때 나는 공포를 느껴요. (…) 태연하게 내 혀와 이와 목구멍으로 발음된 모 음운들에 공포를 느껴요.(167쪽) 구원은 끝없이 멀어지는 존재가 내 안으로 들이닥쳐옴을 느낄 때 일어난다. 부활한 예수는 마리아에게 “나를 만지지 마라”(Noli me tangere)는 말을 남기며 떠나간다.(요한복음 20:17) 멀어지는 자신을 붙잡지 말라는 이 말은 타자를 주체의 자기동일성 안으로 납치하지 말라는 명령이다. 타자를 몇 번이고 무한히 떠나보냄으로써 그의 존재를 부조하라는 율법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남자를 부축해 그의 집까지 데리고 온 여자는 손가락으로 남자의 손바닥에 쓴다. 그녀가 그에게 최초로 대답한 말은 떠난다는 말이다. 첫 버스를 타고 갈게요.(171쪽) 두 사람이 가장 가까워지는 이 접촉은 소설이 시종일관 지양해 온 폭력적인 접촉과 다르다. ‘어둠 속 대화’의 절정 이후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끌어안는다. 그러나 두 몸의 접촉 이후 다만 ‘모른다’는 진실의 무자비한 범람만이 남자를 압도한다.(“심장과 심장을 맞댄 채 여전히 그는 그녀를 모른다.” 183쪽) 그가 그녀를 안자마자 뒤이어 열네 번의 ‘모른다’가 연속해서 등장한다. 그래서 그가 그녀에게 입을 맞출 때까지도 둘의 접촉은 항구적인 비접촉이 되는 것이다. 강력하게 현전하는 단 하나의 진실은 “맞닿은 심장들, 맞닿은 입술들이 영원히 어긋”(184쪽)나는 ‘시간’이다. 마리아는 이제 떠남 속에서 빛이 아닌 어둠을 본다. 이때의 ‘봄’은 시각과 무관하게 생의 파동을 온몸으로 수용하는 행위다. 그러므로 예수의 부활은 멈추었던 심장이 다시 뛰는 기적을 의미하지 않는다.9) 그것은 죽음 안에서 떠나가는 생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구원은 영생이 아니라 떠나감의 현전 안에서 일어난다. 보르헤스가 말한 시간-존재를 태우는 불(122쪽)이 여자와 남자를 통과하고 나면 새는 날아가고 백골만이 남는다. 개별 존재의 신성이 육신 속에서 체현된 것이 새라면 죽음 이후부터 그 신성은 뼈들이다. 플라톤이 말했듯 진실에 대한 앎은 전생으로부터 온다. 우리는 그것을 다만 상기할 뿐이다. 전생의 기억은 시로 돌아온다. 그때 우리는 바다 아래의 숲에 나란히 누워 있었어요. 빛도 소리도 그곳에는 없었지요. (…) 마침내 당신이 아주 작은 소리를 낼 때까지, 입술 사이로 둥글고 가냘픈 물거품이 새어나올 때까지 우리는 그곳에 누워 있었어요.(185~186쪽, 21장 ‘심해의 숲’) ‘심해의 숲’의 다른 이름은 ‘해부극장 3’으로 부활 이후 무덤가에 나란히 누운 여자와 남자의 그림이다.10) 죽었던 신과 고통받는 인간이 함께 나란히 누울 수 있다면, 인간의 신성은 더는 논증이 불필요한 문제가 아니겠는가. 인간의 혼이 파괴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신의 신성과 달리 인간의 신성은 죽음으로부터 몸을 ‘일으켜’ 고통을 내려다보는 일이 아니라 다만 죽음 안에서 옆에 누운 다른 이의 뼈를 쓰다듬는 일이다.11) 구원을 바라던 신은 부활하여 드디어 입술을 연다. 시종일관 남자의 목소리를 사용하던 1인칭 화자는 마지막 장 ‘0’에서 오직 한 번 여자의 목소리로 발화한다. 현전하는 이 말씀, 로고스는 음성도 문자도 아니다. 그것은 그 무엇도 파괴하고 밀어내지 않는 언어, 촉각으로 전해지는 파동의 말씀이다. 남자와 여자는, 우리는, 그리고 인간은 영원히 어긋나는 방식으로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 결국, 구원의 반증은 ‘우리’라는 단어다. 그래서 소설은 ‘0’의 끝에서 다시 ‘1’로 돌아간다. 신은 말한다. 에모스, 에메테로스. 나의, 우리들의.(10쪽) 역설의 구원 한강의 문학에서 시간은 정말로 환(環)처럼 흐른다. 그러므로 ‘희랍어 시간’이 이곳에 당도하기 전에 이미 읽은 이가 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그는 눈사람이다.(‘작별’12)) 언 몸이 진눈깨비로 흩날리며 조금씩 사라지는 중이다. 눈사람은 남자가 갈망하던 소멸의 이데아의 현현이면서 새와 백골의 중간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가장 많은 것을 안다. 그는 고통스럽지 않기 위해 몸 안의 심장을 얼리는 한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피와 살과 내장과 근육이 있는 몸을 다시 갖고 싶지 않”(150쪽)다고 확신한다. 아이와 애인과 가족과 작별하며 그가 마주하는 최후의 질문은 “그러니까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가 인간인 건지”(150쪽)이다. 이는 ‘희랍어 시간’이 던지는 질문과 같은 물음이다. “사는 일이 거대한 장례식일 뿐이라면/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13)는 물음이다. 그리고 그 최후까지 남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눈(雪)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소멸하는 것처럼 한강의 인물들은 사랑할수록 점점 멀어져 간다. 그러나 바로 그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서로의 “진동이 출발하고 도착하는 투명한 접지”(‘작별’, 133쪽)가 된다. 나와 당신은 같아질 수 없으므로, 당신은 언제나 나를 떠나는 중이므로 나는 당신과 연결된다. 눈사람은 두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의 실체는 다만 촉각의 소노그래피뿐이며 그것은 “변함없이 진동하며 두 사람 사이에 고요히 걸쳐져 있”(134쪽)음을 안다. 그리고 이 파동을 타고 전해지는 “무색무취인 데다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는 고요함이어서 거의 인간적인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134쪽)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사랑은 강렬한 접촉이 아니라 다만 끝없이 멀어지는 ‘사이’에서 전해진다. 언어는 이때 비로소 완전한 순수에 도달한다. 의미는 분할되거나 상실되지 않는다. 따옴표로 분절되지 않는 목소리들이 행과 연을 만들면서 소설 속에 시를 쓴다. 그것은 인간을 구원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그래서 죽음 안에서 삶은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난다. ‘작별’과 ‘희랍어 시간’의 마지막 장면이 모두 두 존재의 입맞춤으로 끝나는 것은 붉은 혀와 입술이 인간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지만 또한 그것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인간적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는 뜻일 테다. 우리는 서로를 만지지 않음으로써 서로의 진실을 감각한다. 나의 파동이 쓰다듬을 수 있는 것은 당신의 살이 아니라 다만 당신의 뼈, 시간의 불에 타고 남은 마지막 눈의 결정이다. 내가 당신으로부터 멀어지기에 당신은 나를 구원한다. --------------------------------------------------------------------------------------------- 1) 시집의 해설을 쓴 비평가 역시 한강의 시들은 “말과 동거하는 인간의 슬픔과 고통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제시한다”는 점에서 시의 화자들을 ‘희랍어 시간’ 속 남자와 여자로 잠시 연결하며, ‘희랍어’를 “순수한 언어의 능력에 집중하는 소설”이라 평한 바 있다. 조연정, 해설 ‘개기일식이 끝나갈 때’,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142~143쪽. 2) “나에게 혀와 입술이 있다.// 그걸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다.//(…)// 구불구불 휘어진 혀가/ 내 입천장에/ 매끄러운 이의 뒷면에/ 닿을 때//(…)// 나에게 붉은 것이 있다,라고/ 견디며 말한다” 한강, ‘해부극장 2’, 한강, 위의 책. 3) “진심이야./ 후회하고 있어./ 이제는 아무것도 믿고 있지 않아.” 한강, 위의 글. 4) 소노그래피는 초음파를 이용해 시각 영상을 재현하는 기술이다. 5) 양현진은 실명과 실어가 몸짓, 촉각에 의한 소통에 주목하게 한다고 본다. 그러나 피부의 직접적인 접촉과 몸짓만을 대화로 보는 것은 국소적인 독해다. 소설에서 시각과 청각이 배제될 때 도드라지는 것은 시간, 즉 파동의 흐름이다. 양현진, ‘한강 소설의 촉각적 세계 인식과 소통의 감수성’, ‘한국문학이론과비평’, 70집, 한국문학이론과비평학회, 2016. 6) 사운드스케이프는 여러 가지 소리의 구성으로 이루어지는 ‘듣는 영상’으로 단지 소리가 만드는 공간적 환경 그 자체라기보다 그것을 지각하는 청취자의 지각 속에서 그려지는 풍경이다. 7) 한강은 대상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기울임체를 사용한다. 시집에 수록된 ‘해부극장 2’의 백골과 ‘조용한 날들 2’에 등장하는 달팽이의 목소리가 그렇게 나타난다. “(건드리지 말아요) (…) (하지만 상관없어, 네가 찌르든 부숴뜨리든)” 8) 서로 다른 두 개의 물질이 동일한 시공간을 점유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서로 다른 두 개의 파동은 동일한 공간에 동시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두 파동이 동일한 지점에서 교차할 때 일으키는 상호작용을 파동의 중첩 현상이라 한다. 9) “죽은 몸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걸 믿는 게 아니라, 죽음 앞에서 꿋꿋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장뤼크 낭시, ‘나를 만지지 마라’, 이만형·정과리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5, 37쪽. 10) 한강의 시 ‘해부극장’ 연작은 두 편뿐이지만 소설의 ‘심해의 숲’은 남자가 쓰는 또 한 편의 시다. 11) 낭시는 예수의 부활을 수직 변화로 이해하지만 소설이 말하는 인간의 신성은 수평적이다.“이 ‘자세’가 (…) ‘부활’을, 다시 말해 ‘들어올림’이라는 사태를 만든다. (…) 무덤의 수평성과 직각을 이루는 수직성으로서의 들림 혹은 일으켜 세움인 것이다.” 장뤼크 낭시, 위의 글. 12) 한강, ‘문학과 사회’, 2017년 겨울호, 문학과지성사. 13) 한강, ‘회상’, ‘서랍에’, 문학과지성사, 2013.
  • [씨줄날줄] 부정채용 의혹/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부정채용 의혹/이동구 수석논설위원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며 “공정한 사회, 공정한 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적폐청산’이라는 정치·사회적 화두는 각 분야의 불공정 사례들을 파헤치고 단죄했다. 특히 그해 하반기 불거진 2012~13년에 발생한 강원랜드의 직원채용 비리 의혹은 이듬해 국정감사로 이어졌다. 강원랜드는 입사시험과 면접 단계에서부터 간부직원과 외부 유력자 등의 입김이 작용된 대규모 채용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입사가 결정됐던 226명의 직원들이 대거 퇴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몇몇 공기업과 금융기관 등에서도 채용비리 사건과 의혹들이 잇따라 드러나 많은 시민이 분노했다. 공정사회를 열망하는 시민사회의 관심은 2019년 말 최고조에 이르렀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자녀입시 관련 의혹을 두고 우리 사회가 또다시 양분됐다. 검찰수사가 과잉이라며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쪽과, 공정성을 훼손한 입시부정을 단죄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어 대규모 집회로 대립했다. 최근 1심 판결에서 정 교수에 대한 각종 의혹이 사실로 인정돼 징역 4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됐지만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인재등용 방식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고려와 조선의 과거시험에도 부정이 없지 않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각종 부정행위와 이를 걱정하는 임금과 신하의 대화, 처벌 내용 등이 기록돼 있다. 세종대왕은 권세 있는 사람의 부탁을 받아 부당하게 과거시험에 합격하는 사례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경국대전에는 ‘차술(借述ㆍ남의 글을 옮겨 적은 답안지)하거나 대술(代述ㆍ대리시험)하면 곤장 100대를 치고 과거시험 2회를 정지시켰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부정행위는 끊이지 않았고 순조 이후에는 세도가에게 뇌물을 바치는 사람은 합격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탈락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결국 1894년 갑오개혁을 거치면서 과거제가 폐지됐지만 당시의 폐단들은 우리 사회에 숨어들어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듯하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성남시와 산하기관에 선거캠프 출신 인사들을 대거 부정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은 시장은 “직원 채용은 법적,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부인한다. 부정채용은 자녀 입시비리와 군입대 비리만큼이나 국민이 싫어하는 사안이다. 자치단체정부나 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불공정 행위들이 공정사회를 이루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을 자주 흔들고 있다. 코로나19까지 기승을 부리니 2020년의 세밑은 을씨년스럽지만, 새해에는 반드시 쨍하고 달라지길. yidonggu@seoul.co.kr
  • 6년 동안 감쪽같이…회삿돈 15억원 빼돌린 경리

    6년 동안 감쪽같이…회삿돈 15억원 빼돌린 경리

    회삿돈 15억7040만원 횡령 등 혐의법원 “문서 위조·행사…극히 불량해” 회사에서 경리로 근무하며 수년에 걸쳐 15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4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3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허선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A(40)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경리 직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회사 명의 은행 계좌에서 본인 명의 계좌로 100만원을 송금해 사용한 것을 비롯해 지난 2012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총 122회에 걸쳐 회사 자금 15억704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2017년 2월 회사 명의 은행 계좌와 연계된 OTP카드 발급을 위해, 자신을 대리인으로 위임한다는 내용의 사문서를 만들어 회사 인감도장을 날인했다. 이후 위조 위임장을 은행에 제출·행사한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주식에 투자할 목적으로 회사 적금을 해지하기 위해 보험회사에 제지급신청서를 위조해 송부했다. 또 은행 2곳에도 OTP발급 위임장을 위조해 제출·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자신의 직위와 피해자의 신뢰를 이용해 5년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돈을 횡령했다. 그 상당 부분이 주식투자, 카드대금 결제 등 사적 용도에 사용됐다”며 “횡령하기 위한 목적으로 문서를 위조해 행사하는 등 범행 수법과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 최초 범행으로부터 8년이 넘는 기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완전한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A씨는 이 사건 범행 이후에도 반성하기는커녕 변명을 계속했다.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중형을 선고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사설] 성추행 의혹 못 푸는 경찰, 권력비리수사 제대로 하겠나

    서울지방경찰청이 그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 서울시 부시장 등 7명의 강제추행 방조는 ‘혐의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반면 고소문건 유출, 악성댓글 등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는 성추행과 방조라는 본질은 규명되지 않은 채 일부 2차 가해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본말이 전도된 수사 결과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경찰은 5개월간 46명의 수사인력을 동원했다지만, 과연 수사 의지가 있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이 지적한 대로 “범죄 혐의와 별개로 피해자가 소명하고자 했던 사실관계조차” 밝히지 않았다. 경찰이 가해자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상황이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박 전 시장 측근들은 “4년에 걸친 성폭력 주장 또한 그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피해자가 쓴 손편지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는 무고 및 방조 혐의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지 피해자의 성폭력 주장이 거짓이라는 발표가 아니다. 오히려 검찰이 어제 밝힌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에 남긴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는 심경이 성추행의 정황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무혐의’ 수사 결과는 ‘이용구 법무차관 수사 논란’에 이어 경찰이 권력과 맞서 부패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던진다. 1차 수사종결권과 대공수사권을 행사하는 ‘공룡 경찰’을 견제하고 인권을 보호할 장치도 필요하지만, 권력 앞에서 추상같은 수사를 할 능력과 용기도 필요하다는 점을 경찰이 스스로 노출시켰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실체를 밝힐 주체로 이제 검찰과 국가인권위원회가 남았다. 인권위가 실체적인 진실은 물론 위계에 의한 성폭행을 막을 제도적 개선 방안 등을 조속히 발표하고, 검찰도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실명 28분 노출” 박원순 피해자측 김민웅·민경국 고소(종합)

    “실명 28분 노출” 박원순 피해자측 김민웅·민경국 고소(종합)

    “피해자의 기본적 안전 파괴…구속 수사해야”김 교수 “의도치 않게 이름 노출…깊이 사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 A씨 측이 자신의 실명이 담긴 편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한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과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의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25일 “민 전 비서관과 김 교수를 전날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김 교수가 피해자 실명이 담긴 편지를 SNS상에 정확히 28분 노출했다”며 “이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누설금지)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기본적인 삶의 안전을 파괴하는데 어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느냐”며 “구속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민 전 비서관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A씨가 2016~2018년 박 전 시장의 생일을 축하하며 쓴 편지 3장을 공개했다. 이후 김 교수가 “민 전 비서관의 공개 자료”라며 같은 편지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시하는 과정에서 수 분간 A씨의 실명이 온라인에 노출됐다. 논란이 커지자 김 교수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일 자료를 올릴 때 이름을 미처 가리지 못해 의도치 않게 1~2분가량 피해자의 이름이 노출됐다”며 “이 사건으로 고통받은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를 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여가부 장관 후보자 “실명 공개는 2차 가해” 전날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피해자의 편지와 실명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2차 가해이자 처벌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과 관련한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4조 2항에 의하면 이렇게 실명을 밝히고 피해자를 특정해 인적 사항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든지,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처벌법 적용대상”이라며 “다시 말하면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조국백서’ 김민웅, 박원순 피해자 실명·손편지 공개 논란

    ‘조국백서’ 김민웅, 박원순 피해자 실명·손편지 공개 논란

    피해자가 쓴 편지 공개하며 실명 노출했다 삭제 ‘조국 백서’ 추진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실명을 한때 자신의 SNS에 공개해 ‘2차 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 측은 실명을 공개한 행위에 대해 형사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웅 “성추행 주장한 여성이 쓴 편지” 김민웅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원순 시장 비서의 손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4년간 지속적인 성추행 괴롭힘을 당해 왔다고 주장한 여성이 쓴 편지인데 어떻게 읽히느냐”고 적었다. 손편지에는 박원순 전 시장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김민웅 교수는 “여당의 장관 후보자들은 박원순 전 시장 관련 사건을 ‘권력형 성범죄’라고 규정했다”며 “시민 여러분의 판단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김민웅 교수가 처음 올린 손편지 사진에는 피해자의 실명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으나 이후 이름이 보이지 않게 지웠다.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도 손편지 공개 이처럼 피해자가 쓴 편지를 SNS를 통해 공개한 사람은 김민웅 교수만이 아니다.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가 쓴 손편지를 공개했다. 민경국 전 비서관은 “이 게시물을 보시는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다. 잊으면 잃어버리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 편지들을 경찰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 “형사고소 예정” 이에 대해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2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 실명을 공개한 이들에 대해 형사고소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대응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가부 장관 후보자 “2차 가해이자 처벌 대상” 손편지와 실명 공개 논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거론됐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이 같은 편지와 실명 공개에 대해 ‘2차 가해이자 처벌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영애 후보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4조2항에 의하면 이렇게 실명을 밝히고, 또 피해자를 특정해 인적 사항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든지,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처벌법 적용 대상”이라며 “다시 말하면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민웅 “즉시 실명 비공개…요청하면 사과하겠다” 김민웅 교수는 ‘박원순 비서 손편지 공개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실명 노출은 의도치 않은 과정상 기술적 착오였다”면서 “게시 즉시 곧바로 실명을 가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걸 문제 삼아 정작 내용의 논의를 막으면 안 된다. 사과를 요청한다면 당연히 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 박원순 폰 포렌식했지만 사망경위 국한 경찰은 전날 박원순 전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마쳤다. 포렌식 작업은 박원순 전 시장의 유족 측과 서울시 측 대리인들의 참관 하에 진행됐다. 포렌식 작업이 이뤄진 휴대전화는 박원순 전 시장의 시신과 함께 발견된 유류품이다. 그러나 이번 포렌식 수사는 사망 직전 주고받은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 등 박원순 전 시장의 사망 경위를 밝히는 데 국한한 것으로 전해져 성폭력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개인정보 침해사고 낸 기업 과징금 ‘전체 매출액의 3%’로 강화

    개인정보 침해사고를 낸 기업의 과징금이 전체 연 매출액의 3%로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존에는 침해사고와 관련된 매출액의 3%를 부과했으나 이를 국내외 전체 연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해 대폭 올린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업계로 이원화된 규제가 통합되고 개인정보 전송 요구권을 도입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어느 범위까지 이용·제공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을 마련해 23일 전체회의에서 논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우선 형벌 위주이던 개인정보 침해사고 제재를 경제 벌 중심으로 바꿔 과징금을 강화했다. 온·오프라인 사업자 구분 없이 법 위반 사항에 대해 해당 기업의 국내외 전체 매출액의 3% 이하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처벌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위반행위로 제한한다. 이는 형벌 중심 제재가 개인을 과도하게 처벌하는 측면이 있는 점, 국내외 매출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업계 환경, 글로벌 매출액의 4%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지금은 온라인 사업자에 대해서는 위반행위와 관련된 매출액의 3% 이하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고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오프라인의 경우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최영진 보호위 부위원장은 “개인정보 유출·노출 관련 사고 대부분은 기업이나 대규모 사업자에 의해 경제적 이득 획득을 목적으로 이뤄지므로 침해된 개인정보로 얻은 부당한 수익을 환수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세계적으로도 개인정보 침해 과징금 액수를 높여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온·오프라인 업계에 다르게 적용되던 규제도 통일했다. 앞서 데이터 3법 개정 과정에서 정보통신망법에 있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대상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가져오면서 단순히 합쳐만 놓았는데 이를 정비해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동일한 위반행위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온·오프라인 업계에 모두 있는 유사 규정은 일반규정을 중심으로 합치고, 과도한 규제는 정비한다. 인터넷에 노출된 개인정보 삭제 의무와 해외사업자의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 등 온라인 사업자에만 적용되던 것은 전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또한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사적 목적으로 이용 시’ 처벌할 수 있도록 근거도 마련했다. 개정안은 자기 개인정보를 직접 다운로드받거나 더 선호하는 사업자 등 제3자에게 전송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개인정보 이동권’(전송 요구권)을 도입해 개인이 개인정보 제공·이용 범위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개인정보 이동권은 EU나 미국 등 주요국에서 먼저 도입했고 우리나라에서는 금융 분야의 마이데이터 등 일부 영역에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해 일반적 권리로 신설하려는 것이다. 최 부위원장은 “이를 통해 국민의 개인정보 통제권을 강화하고 금융·공공분야에 도입된 개인정보 이동권을 전 분야로 확대해 데이터 산업 진흥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또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해 거부·이의제기·설명 요구를 할 수 있는 대응권을 신설했다.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자동화된 의사결정이 신용등급·채용 등에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개인 의사에 반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내려져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개정안은 명백한 법 규정이 없던 이동형 영상기기 관련 내용도 마련했다. 현 개인정보보호법은 폐쇄회로(CC)TV 같은 고정형 영상기기만 규율하고 있어 드론, 자율주행차 등을 이용한 촬영은 개인의 사전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했다. 개정안은 이를 보완해 공개된 장소에서 업무 목적으로 촬영하면서 그 사실을 최대한 알리면 별도 동의 없어도 촬영이 가능하게 했다.다만 정보 주체가 거부의사를 표하는 등 권리행사를 요청하면 이를 들어줘야 한다. 보호위는 부처 간 협의를 거쳐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정부안을 확정해 내년 상반기 중으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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