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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술 펼친 훌륭한 의사”…의협, 국내 첫 의료인 사망에 추모

    “인술 펼친 훌륭한 의사”…의협, 국내 첫 의료인 사망에 추모

    의료계가 환자 진료 중 감염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60대 내과 의사를 추모했다. 대한의사협회는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코로나19에 감염된 의사회원 한 분을 잃었습니다.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13만 의사동료들과 함께 고인을 추모합니다”라고 밝혔다. 의협은 “고인은 경북 경산에서 내과의원을 열어 지역주민의 건강을 지키며 인술을 펼쳐온 훌륭한 의사였다”면서 “지역사회에 코로나19 감염이 만연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며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다가 코로나19에 확진됐고, 증상 악화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사투를 벌였으나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의협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의료인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면서 “열악한 조건 속에서 코로나19와 악전고투하고 있는 수많은 의료인을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회원들에게 “4월 4일 토요일 정오에 진료실, 수술실, 자택 등 각자의 위치에서 1분간 묵념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안경숙 경산시 보건소장은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인에 대해 “경산에 코로나19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바람에 보건소에서 다른 일반 환자 진료는 못 하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료를 부탁하면 잘 받아주시는 등 코로나19사태 대처에 크게 기여하신 분”이라며 “공무원이 몸에 이상이 있는 자가격리자의 증세를 적어서 가면 굉장히 귀찮고 번거로운 일일 수도 있는데 대리처방을 잘 해줘 굉장히 고마워하곤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인과 친분이 있는 동료나 주변 의료진들도 ”집과 병원만 왔다 갔다 하는 조용한 성격인데 환자에게 참 친절한 의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내과 의사로 개인병원을 운영한 A(60) 원장은 지난 2월 26일 외래 진료 중 확진 환자와 접촉한 뒤 폐렴 증상이 발생했다. 3월 18일 경북대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심근경색 등의 합병증으로 투병하다 끝내 사망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순천 S교회 신도들이 예배중 목사 폭행

    교회 신도들이 주일 낮 예배에 설교를 하려는 50대 목사를 집단폭행해 말썽이 되고 있다. 교회 안에서 6주 상해를 입은 허모(58) 목사는 폭력을 휘두른 개신교 안수 집사 4명에 대해 상해와 재물손괴, 절도죄,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소해 경찰이 수사중이다. 나주 D교회 목사인 허씨는 지난 1월 5일 오전 11시 순천시 조례동 S교회에서 시작되는 주일 낮 예배에 설교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예배당에 들어갔다. 교회 관계자의 초빙으로 온 허 목사는 설교단 위에 올라가 강대상(교회에서 설교를 하는 대)에 서는 순간 김모(58·기아자동차 대리점 대표) 씨 등 4명에게 수차례 욕설을 듣고 강압적으로 끌려 내려왔다. 4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허 목사는 양복과 넥타이 등이 찢어지고 오른쪽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힘줄이 갈가리 찢어져 다른 사람의 인대를 이식받는 큰 사고를 당했다. 허 목사는 부상이 심해 지방 종합병원에서 엄두를 못내고, 수도권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가까스레 수술을 마쳤다. 그는 “병원에서 앞으로 2년이 지나야 정상으로 돌아올 지 알수 있다고 했다”며 “지금 상태로는 평생 무릎을 구부릴 수 없는 불편한 몸이 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허 목사는 “안수 집사 김씨가 자신의 성경책을 들고 가 아직까지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이들은 악을 쓰면서 사이비 목사, 근본도 모르는 목사라며 소란을 피웠다”고 황당해했다. 허 목사는 “그들이 반성과 사과는 커녕 오히려 협박를 해왔다”며 “다시는 신성한 교회내에서 설교중인 목회자를 폭행하고, 예배를 방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에 호소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김씨는 “목사가 설교를 할 자격이 없어 단상 밑으로 끌어내렸지 폭행을 한 사실이 없다”며 “허 목사를 예배방해와 상해죄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순천 S교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코로나19로 주일 예배를 중단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자궁이 없다고요?”…자신도 몰래 ‘절제’ 당한 남아공 여성들

    “자궁이 없다고요?”…자신도 몰래 ‘절제’ 당한 남아공 여성들

    자신의 동의도 없이 자궁이 절제되었다는 사실을 11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BBC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남아공에 거주하는 본게카일 음시비(32)는 17살이던 2005년, 하우텡주 소웨토에 있는 한 공립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그녀는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복부에 붕대가 감겨 있었고, 간호사는 “건강한 딸을 출산했다"며 복부 붕대는 제왕절개 수술로 인한 흉터 치료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여성은 당시 출산한 지 5일 만에 병원을 퇴원했고, 이후 약혼자를 만나 다시 임신을 고려하기 전인 11년 동안 별다른 의심없이 지내왔다. 이후 상당기간 임신을 시도해도 성공하지 못하자 병원을 찾은 그녀는 의료진으로부터 자궁이 보이지 않는다는 황당한 진단을 받았다. 11년 전 딸을 출산한 그녀에게 애초부터 자궁이 없었을 가능성은 ‘0’이었다. 이 여성은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과거 딸을 출산한 병원의 의료진이 제왕절개 수술과 함께 동의 없는 자궁절제술을 시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궁이 사라진 그녀는 11년간 월경을 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피임약을 복용했기 때문이라고 여겼을 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수소문 끝에 당시 수술을 집도한 의사를 찾았지만, 의사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사과는커녕 이 여성에게 “당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궁절제술을 시행했을 뿐”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은 것. 더 큰 충격은 이 같은 황당한 일을 겪은 피해자가 음시비 한 명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24일, 성평등을 위한 독립기관인 CGE(Commission for Gender Equality)에 따르면 동의 없는 자궁절제술을 당한 피해 여성은 확인된 것만 47명에 달한다. 음시비는 “당시 일을 겪으며 약혼자와도 헤어져야 했다”면서 “난소는 아직 살아있어서 배란이 가능하지만, 아이를 가지기 위해서는 큰 비용을 들여 대리모를 구해야 한다.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호소했다. 이어 “내 동의도 없이 잔인한 행동을 한 의사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여성은 같은 피해를 입은 여성들과 함께 남아프리카 공화국 의료전문직 협의회(HPCSA) 등을 상대로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5회] 김앤장 변호사 “외교부 의견서 내라던 임종헌, 혼자 그랬겠나”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5회] 김앤장 변호사 “외교부 의견서 내라던 임종헌, 혼자 그랬겠나”

    양승태(72) 전 대법원장의 재판이 두 달 만에 다시 열렸다. 지난해 12월 20일 재판을 끝으로 재판이 멈춘 두 달 사이에도 법정을 둘러싸고 많은 일이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14일 폐암 의심 진단을 받고 폐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5명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 14일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재판개입’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무죄 판결이 큰 파장을 불러왔다.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54회 재판이 열린 법정은 여러 변화에도 차분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이 시작되기 15분 전쯤 마스크를 착용하고 피고인석에 앉았다. 두 전 대법관들과 인사와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다시 꼿꼿하게 앉은 모습은 두 달 전과도 같았다. 눈에 띄는 변화는 법정 안의 마스크 뿐이었다. ●두 달 만에 열린 재판…재판장, 코로나19 고려해 “마스크 써도 좋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이 시작되기 전 “바이러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수고들을 하고 계시는데 오늘 법정에 마스크를 준비해 오신 분들은 다 마스크를 쓰셔도 괜찮겠다”며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했다. 전날 첫 사망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19 확진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재판부가 입정하면서 마스크를 벗었던 양 전 대법원장도 다시 마스크를 착용했고 일부 변호인들도 마스크를 썼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낸 참고자료인 진단서를 보며 건강상태를 물었다. 변호인은 “출석은 가능하지만 진단서에 있는대로 아직은 안정하고 추적진료가 필요해서 변호인 소견으로는 피고인의 아직 회복 중인 건강상태를 고려해서 진행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우선 예정된 재판은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곧바로 이날 예정됐던 증인신문을 시작했다. 이날 재판에는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재판개입 의혹과 관련해 조귀장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판사 출신인 조 변호사는 2012년 1·2심 판결과 달리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권이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나온 뒤 일본 기업 측 대리인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앞서 법정에 증인으로 나왔던 한상호 변호사를 중심으로 최건호 변호사와 조 변호사가 강제징용 사건에 투입됐다. 검찰은 2014년 11월쯤 한 변호사를 비롯한 김앤장에서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한 외교부의 의견을 대법원에 밝힐 수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조 변호사에게 집중적으로 물었다. 조 변호사는 한 변호사에게 어떤 이야기를 거듭 묻는 검찰의 질문에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외교부의 원래 의견이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건데 그런 의견을 아직 갖고 있고, 그 의견을 대법원에 전달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강제징용’ 일본 기업 대리 맡은 변호사 “윗선 논의 구체적으로 몰라”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2012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매우 불만스러워했고, 이후 재상고심에서 판결을 바꾸기 위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법원행정처와 외교부, 김앤장이 재판 과정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했고 외교부 의견이 대법원에 전달될 수 있도록 법원행정처가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활동한 현홍주 전 주미대사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났고,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한 변호사와 접촉하는 등 협의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2015년 5월 임 전 차장이 한 변호사에게 연락해 대법관들을 설득하기 위한 외교부 의견서를 김앤장이 요청해 받아줄 것을 의뢰했다고도 파악했다. 조 변호사는 한 변호사에게 이야기를 듣고 일하는 입장이어서 구체적인 협의 과정은 잘 모른다고 했다. “청와대 회동 같은 게 있었다는 것도 나중에 기사를 통해 알았다”는 것이다. 다만 한 변호사가 ‘누군가‘를 만나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들에게 전달해 준 일이 많았다고만 했다. 한 변호사의 발언이나 프로젝트 팀 내부 회의 내용 등을 묻는 검찰의 질문에 조 변호사는 “한 변호사에게 내부 회의에서 들은 건지, 고객과의 만남에서 들은 건지 확인해달라”며 검찰에 요구하기도 했다. “고객과의 만남에서 알게 된 내용은 증언거부권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한 변호사로부터 정부 최고위층으로부터 (사건 관련) 논의된 입장이 대법원에 전달됐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들은 적 없고 관련 내용은 회의자리에서 나왔던 얘기 아닌가 싶은데 구체적인 건 모른다”고 했다.외교부 의견을 대법원에 제출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조 변호사는 ‘윗선’의 논의 과정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외교부 입장이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대법원이 안 되면 하급심에서라도 사실조회를 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다가 대법원에 의견을 내게하는 제도가 생겼다는 것을 듣고 검토해볼까 했던 것”이라면서 “그러다 어느 시점에 한 변호사님에게 임 전 차장이 연락이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이 의견서 제출과 관련해 말한 내용이 혼자만의 의견이라고 생각했나, 아니면 임 전 차장의 윗선인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나 대법원장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이해했느냐”고 묻자 조 변호사는 “당시 그렇게 깊이있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는데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재판부 생각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뒤이어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근거가 된 말을 들었나” 묻자 조 변호사는 “그 당시의 인상을 말한 것”이라며 “사실 그 때는 그런 생각을 한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재판부 심부름’을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임 전 차장이 대법원 재판부의 뜻을 김앤장 측에 전달하는 ‘심부름’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한 것인가“라고 검찰이 다시 묻자 “그 당시 생각은 아닌데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 그랬겠나’라며 동기를 추측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 부탁인지, 누가 부탁인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대법원장의 의사가 반영됐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질의에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고도 답했다. ●변호인들 ”공소사실 입증 안 돼…김앤장 소송전략일 뿐“ 3시간 남짓 만에 끝난 증인신문에 대해 변호인들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김앤장이나 외교부, 행정처 사이 일어난 일들은 결국 재상고 사건 심리와 관련해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을 제출하는 절차와 관련된 부분에 국한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증언에 의하면 오히려 공소사실과 달리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원 관계자가 사건의 결론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행위를 했거나 김앤장 내부에서조차 그런 부분에 대한 어떤 움직임이 없었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도 “외교부 의견을 낸 것은 강제징용 사건을 수임한 피고 대리인으로서 승소를 위한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임종헌 혼자 그랬겠느냐’ 추측성 발언을 했지만 증인 말을 다 들어봐도 피고인들이 사건을 어떻게 상고법원을 추진하는 이익을 위해 복무했다는 것은 전혀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4일 열린다. 그에 앞서 다음달 2일은 임 전 차장의 재판도 다시 이어진다.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 재판이 중단됐던 임 전 차장은 결국 대법원에서도 재판부 기피신청이 모두 기각된 뒤 277일 만에 다시 법정에 선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단독] 벌금이 기초수급액 석 달치라니… 가족 생계 끊길까 봐 노역도 갈 수 없다

    [단독] 벌금이 기초수급액 석 달치라니… 가족 생계 끊길까 봐 노역도 갈 수 없다

    장발장은 누구… 최근 5년 대출자 분석장발장 이라 불리는 생계형 범죄자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인권연대가 설립한 장발장은행은 선고받은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에 끌려갈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최대 300만원(상환 기간 1년)을 무이자·무담보로 빌려준다. 노역은 교도소에 유치돼 하루 일당 10만원으로 환산된 노동으로 벌금을 대신 갚는 제도다. 16일 서울신문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장발장은행이 설립된 2015년 2월부터 지난 1월까지 벌금을 대출받은 전체 792명 중 절반이 넘는 436명(55.0%)이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가정, 장애인 중 하나 이상에 해당됐다.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한부모가정이거나 장애인도 각각 58명, 43명에 달했다. 세 가지 상태에 전부 해당되는 이도 6명이었다. 미성년 자녀들과 노인 등 부양 가족이 있는 대출자도 다수였다. 자녀 다섯명을 혼자 키우고 있는 표재상(42·가명)씨는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일용직 일을 잇지 못했다. 그는 사업자등록증과 통장을 대여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벌금형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표씨는 “대출 당시 한 달 150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 석 달치를 벌금으로 내야 해 생계가 막막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발장은행에서 빌린 250만원으로 벌금을 내고 강제 노역을 면했다. 중증지적장애인 최민우(27·가명)씨는 대여한 게임 CD 2장을 반납하지 않은 죄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출 신청 당시 매주 두 차례 청소 아르바이트비 월 40만~50만원의 소득으로 생활하던 그는 여러 질환으로 투병 중인 상황에서 가까스로 감옥행을 벗었다. 대출자들의 고용 상태나 수입은 대체로 불안정했다. 직장이 없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각각 256명(32.3%), 150명(18.9%)으로 전체의 51.2%였고, 고용 불안이 큰 일용직도 108명(13.6%)이었다. 대출 당시 소득이 전혀 없다고 밝힌 이들도 242명(30.6%)이나 됐다. 소득 내용을 밝힌 이들의 92.5%도 연 2500만원 미만(500만원 미만 29명·3.7%, 1000만원 미만 83명·10.5%, 1500만원 미만 134명·16.9%, 2000만원 미만 132명·16.7%, 2500만원 미만 113명·14.3%)으로 저소득층 범주에 포함됐다. 김창용 인권연대 간사는 “대부분 주변에 돈을 빌릴 곳도 마땅치 않는 이들로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장발장은행”이라고 말했다. 중소 벤처 경영자였던 박명우(50·가명)씨는 경영 악화로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해 전과자가 됐다. 그는 벌금 400만원을 내기 위해 대리운전을 뛰기도 했지만 장발장은행의 대출로 가정 해체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장발장은행 대표는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300만~400만원의 벌금이 어떤 사람들에겐 삶과 맞바꿔야 하는 큰 금액”이라면서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끌려가면 생계가 완전히 끊길 위기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출자 들이 선고받은 벌금 구간은 300만~400만원이 207명(26.1%)으로 가장 많았고, 200만~300만원 199명(25.1%), 100만~200만원 176명(22.2%)으로 100만~300만원이 대부분이었다. 대출자들의 죄명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건 사기죄로 전체의 140명(13.7%)이 해당됐다. 대부분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처벌받았다. 교통사고와 무면허운전, 보험 미가입 등으로 인한 처벌도 많아 도로교통법 위반이 72명(7.0%),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56명(5.5%),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54명(5.3%) 순으로 나타났다. 생계형 범죄 유형으로 꼽히는 소액 절도는 46명(4.5%)이었다. 오 대표는 “장발장은행의 존재조차 모르는, 더 많은 우리 시대의 장발장들이 존재한다”며 “법과 제도 개선으로 장발장은행이 사라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 [단독] 인권위 “수술실 CCTV 의무화”…국회에 입법 권고

    [단독] 인권위 “수술실 CCTV 의무화”…국회에 입법 권고

    “의료진 권리보다 환자 안전 공익 중요 대리수술·성범죄 등 방지 유용한 측면보안 위해 촬영은 CCTV 한정 보완을” 향후 국회의장에게 표명하기로 결정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정 의료행위 방지와 환자 보호를 위해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의 대리수술, 마취 환자에 대한 성범죄 문제 등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의료진의 권리 침해 우려보다 환자의 안전이라는 공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11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전날 위원장과 상임·비상임위원이 모두 참석하는 전원위원회(전원위)를 열고 ‘수술실에 CCTV 설치·운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을 향후 국회의장에게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가 검토한 법률 개정안은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대표 발의한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큰 수술 등을 할 때는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이 있으면 수술 등 의료행위를 하는 장면을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해야 하고, 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했다. 앞서 대한비뇨의학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9개 외과계학회는 의료진의 인권 침해, 의사의 집중력 저하 및 위험한 수술 회피로 인한 수술의 질 저하 등을 언급하며 지난해 5월 30일 ‘수술실 CCTV 설치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지난해 5월 20일 성명을 통해 “보건의료 노동자와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반인권적인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의료사고 피해자 및 가족 등은 수술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밖에서 알기 어렵고,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면 오히려 의사가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볼 것이라며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했다. 개정안을 검토한 인권위 사무처는 “수술실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무처는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의무화는 의료사고에 대한 입증, 의사면허가 없는 자의 대리수술 등 부정 의료행위 방지 등을 위해 유용한 수단임을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수술실 안에서의 상황을 명확히 기록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확인하는 데 유용한 측면이 있다. 이를 대체할 다른 보완적 방안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환자의 안전 등 공익 달성을 위해 의료진의 기본권을 보다 덜 제약하는 다른 수단이 마땅히 확인되지 않는다”며 “의료진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권리가 환자의 안전 등 사회 공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단언할 만한 마땅한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원위에 참석한 인권위원 9명(위원장 포함) 가운데 7명이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했다. 다만 네트워크 카메라는 보안에 취약해 촬영한 영상이 밖으로 유출될 위험이 있으므로 수술실에 설치하는 영상정보처리기기를 CCTV로만 한정하는 것으로 개정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단독] 인권위 “수술실 CCTV 설치 필요”…국회에 의견 표명키로

    [단독] 인권위 “수술실 CCTV 설치 필요”…국회에 의견 표명키로

    전원위 참석 위원 9명 중 7명 설치 찬성“영상 유출 우려…장비는 CCTV로 한정”“의료진 권리보다 환자 안전이 더 중요”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 등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수술실 안에서의 부정 의료행위 방지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국회에 표명하기로 했다. 다만 영상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해 수술실 촬영은 CCTV로만 한정하는 내용으로 법률 개정안을 보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1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전날 전원위원회(전원위)를 열어 이런 내용의 의견을 향후 국회의장에게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가 검토한 법률 개정안은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대표 발의한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수술 등을 할 때는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도 수술 등 의료행위를 하는 장면을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해야 하고, 이 경우 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동안 인권위는 사회복지시설, 정신보건시설 등 특정 시설과 장소에 공익 보호 목적으로 CCTV 설치·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촬영 대상자의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고 필요한 목적과 범위에 한해 최소한으로 설치·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대한비뇨의학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 등 9개 외과계학회는 의료진의 인권 침해, 의사의 집중력 저하, 위험한 수술 회피로 인한 수술의 질 저하 등을 이유로 지난해 5월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의료사고 피해자 및 가족 등은 수술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외부에서 알기 어렵고,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면 오히려 의사가 최선을 다해서 환자를 돌볼 것이라며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했다. 개정안을 검토한 인권위 사무처는 전날 전원위에 출석해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의무화는 수술 의료사고에 대한 입증, 의사면허가 없는 자의 대리수술 등 부정 의료행위 방지 등을 위해 유용한 수단임을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수술실 안에서의 상황을 명확히 기록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확인하는 데 유용한 측면이 있다. 이를 대체할 다른 보완적 방안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환자의 안전 등 공익 달성을 위해 의료진의 기본권을 보다 덜 제약하는 다른 수단이 마땅히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의료진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의 권리가 환자의 안전 등 사회 공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단언할 만한 마땅한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원위에 참석한 인권위원 9명(위원장 포함) 중 7명이 수술실 안에서의 부정 의료행위 방지를 위한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에 찬성했다. 다만 네트워크 카메라는 상대적으로 보안에 취약해 촬영한 영상이 밖으로 유출될 위험이 있으므로 수술실 촬영을 위한 영상정보처리기기는 CCTV로만 한정하는 것으로 법률 개정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표명하기로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총독인가 동반자인가’… 주한 미국대사 70년사

    ‘총독인가 동반자인가’… 주한 미국대사 70년사

    해리스 대사, 호르무즈파병 압박 등으로 ‘총독’ 비난받아역대 23명 대사 중 유일 직업군인 출신, 국민에게 낯설어결례 논란 전임 대사도 자유롭지 않아…현대사에 영향력미국대사 과거 막후 외교관이었지만 지금은 공공 외교관변화된 역할 조정 과정서 시행착오 겪으며 논란 불거져 ●한국민에게 낯선 미국대사, 해리스 “해리스 대사는 한국 총독처럼 행세하지 않느냐. 자기가 무슨 총독인 줄 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7일 공개된 재단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해리스 대사가 지난 7일 KBS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그곳에(호르무즈해협)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며 정부에 파병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총독 행세’라고 비판한 것이다.해리스 대사가 16일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날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하면서 당정청은 일제히 반발했다. 다음 날 “의견 표명은 좋지만 우리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통일부 이상민 대변인),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청와대 관계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남북 협력 사업뿐만 아니라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과 관련 미국 정부의 입장을 직설적으로 표명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11월 당시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을 관저로 불러 방위비분담금을 50억 달러 내라는 요구만 20번 정도 반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적 결례라는 비난을 받았다. 해리스 대사는 같은 달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한국이 한일 과거사 문제를 안보 영역으로 확대한 데 대해 실망했다”며 종료 결정을 번복할 것을 압박했다. 해리스 대사를 둘러싼 논란은 우선 대사의 개인적 성향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해리스 대사는 첫 직업군인 출신 주한 미국대사다. 1949년 부임한 1대 존 무초 대사부터 해리스 대사까지 23명 대사 중 6명을 제외하면 모두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비외교관 출신 6명 중 해리스 대사를 제외하고는 외교를 전공한 교수이거나 한국과 인연이 깊은 목사, 외교에 익숙한 중앙정보부(CIA) 출신 요원, 국회와 국방부에서 외교를 담당한 정치인이었다. 군인 출신으로 외교적 수사보다 직설 화법에 익숙한 해리스 대사가 한국민에겐 ‘낯선 대사’라는 것이다.외교 소식통은 “한국어에 능숙한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와 한국민과 스킨십을 즐겼던 마크 리퍼트 대사에 익숙했던 한국민에게 4성 장군으로 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한 해리스 대사의 야전군 사령관 스타일이 낯설어 보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주한 미국대사의 행보와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승만 정권 당시 윌리엄 레이시 대사는 한미 관계 현안에 대해 이승만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불만을 표출하는 등 거만한 태도를 보여 이 대통령의 반감을 샀다. 박정희 정권에 베트남 파병을 압박했던 윈스럽 브라운 대사는 카운터파트인 이동원 외무부 장관을 ‘패싱’하고 정일권 국무총리, 박정희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짓는 오만함을 보이기도 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는 진보적인 노무현 정부와 보수적인 조지 W 부시 정부가 마찰을 빚던 당시 노무현 정부의 남북 화해협력 정책과 어긋나는 발언을 해 정부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의 총독’이라는 논란은 한국 현대사에서 미국 정부와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한 미국대사가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불거졌다는 해석이다. 미국대사는 한국 현대사의 분기점마다 주·조연으로 등장하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 미국대사는 한국 현대사와 한국 정치에서 한복판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국가원수급 대우 받은 초대 미국대사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첫 주한 미국대사는 존 무초 대사다. 무초 대사는 1948년 8월 13일 주한 최고대표로 임명돼 사흘 후 부임했다. 미국은 이듬해 1월 1일 한국을 정부로 승인하고 4월 7일 무초 최고대표를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했다.1년 전 남북에 각각 단독정부가 수립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이 절실했던 이승만 대통령은 무초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을 ‘장엄하게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1949년 4월 20일 무초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에는 이 대통령과 이시영 부통령, 이범석 국무총리, 신익희 국회의장, 김병로 대법원장 등 삼부 요인이 모두 참석했고, 무초 대사는 중앙청에 육해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입장했다. 국가원수급 대우를 받은 무초 대사는 1950년 이 대통령과 6·25 전쟁 첫 2년을 함께 겪었다. 무초 대사는 전쟁 발발 직전인 6월 초 미국 의회에 북한의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전쟁 당일인 25일 워싱턴 국무부에 “북한군의 전면 공격이 시작됐다”고 보고했고 이 대통령의 관저인 경무대로 들어갔다. 무초 대사는 피난가겠다는 이 대통령을 말렸지만, 이 대통령은 무초 대사에게 알리지 않고 27일 서울을 떠나 수원으로 갔다. 무초 대사는 이 대통령의 행동에 분노했지만 이후 한국 정부를 따라 수원·대전·대구·부산으로 피난가던 도중 이 대통령을 자신의 차에 태워 피신시키기도 했다. ●이승만 하야 작전의 선봉장? 이 대통령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독립운동을 한 친미주의자였지만, 집권기에는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이 대통령은 6·25 전쟁 기간 휴전 반대, 반공포로 석방 등으로 휴전을 원하던 미국과 틀어지기 시작했다. 전쟁 후에 미국은 냉전 전략의 일환으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뿌리쳤고, 미국의 우려에도 독재의 길을 걸어가면서 양측의 갈등은 악화됐다. 미국 정부는 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각에서는 미국대사들이 야당 인사들과 접촉하며 최전선에서 하야 계획을 수행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당연히 미국대사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1955년 5월 취임한 3대 윌리엄 레이시 대사는 재한 미국인 상사에 세금을 물리는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와 충돌하자 이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불만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반감을 느껴 이례적으로 미국 정부에 대사 교체를 요청했고, 취임 다섯 달 만에 레이시 대사는 사임했다. 후임인 4대 월터 다울링 대사는 진보당 사건, 보안법 파동 등 이승만 정권의 정치 탄압을 두고 이 대통령과 부딪쳤다. 다울링 대사는 이승만 정권이 1958년 야당 진보당의 조봉암 당수 등을 간첩 혐의로 체포해 사형을 구형하자 정권 2인자인 이기붕 국회의장을 두 차례 만나 조봉암을 구명하려 했으나 조봉암은 1년 후 사형당한다. 1958년 12월에는 이승만 정권이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일방 통과시키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다울링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1959년 12월 부임한 5대 월터 매카너기 대사는 이승만 정권의 종말에 일조했다. 매카너기 대사는 1960년 4·19 혁명 당일 “시위자들과 당국이 폭력을 자제하고 법과 질서를 되찾아 정당한 불만이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시위대에 우호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19일과 21일 경무대에 이 대통령을 찾아가 미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했다. 26일 서울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리자 매카너기 대사는 “전국적으로 퍼진 정당한 국민의 불만 표시에 한국 정부는 즉각적인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미봉책을 취할 시기가 아니다”며 이 대통령의 하야 요구를 시사하는 성명을 냈다. 직후 경무대로 가 이 대통령으로부터 하야 의사를 전달 받았다. 경무대 앞에 있던 시위대는 매카너기 대사의 차가 경무대에서 나오자 그가 이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하며 ‘매카너기 만세’, ‘미국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박정희 인정하되 미국 요구 관철시킨 대사들 박정희·전두환 독재 정권 하에서 미국대사들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반공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을 돕기도 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이들을 견제하기도 했으며, 국익과 가치의 딜레마에서 이들의 독재를 방관하기도 했다. 1961년 5·16 쿠데타가 발발하고 한 달여 후 취임한 6대 새뮤얼 버거 대사는 박정희의 쿠데타 세력을 사실상 인정하되 미국의 정책을 따르도록 설득하는 전략을 취했다. 쿠데타 발발 당일 마셜 그린 주한 미국대사대리와 카터 매그루더 주한미군사령관이 쿠데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버거 대사는 박정희에게 민정 이양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고 한일 국교정상화를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박정희는 전역하고 1963년 10월 대선에서 승리했으며, 2년 후 한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한일기본조약 등을 체결했다.7대 윈스럽 브라운 대사는 박정희 정권에 미국이 수행하던 베트남전 참전을 압박했다. 박정희 정권은 1964년 미국이 베트남전에 본격 개입하자 그 해 9월 베트남에 의무 요원과 태권도 교관을 파견했는데, 브라운 대사는 12월 박정희 대통령에게 증파를 요청했다. 박정희 정권은 1965년 10월부터 전투부대를 파병하기 시작했고, 브라운 대사는 이듬해 3월 한국의 추가 파병에 대한 미국의 보상을 담은 ‘브라운 각서’를 전달했다. 브라운 각서와 월남 특수로 한국은 경제·군사적 성장을 이루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국군 장병의 피를 돈을 받고 팔았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유신 정권과 대립했던 대사들 1970년대 미국에 닉슨·포드·카터 정부가 차례로 들어서고, 박정희 정권이 1972년 유신헌법 개정으로 독재의 길을 걸으며 양국은 충돌하기 시작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69년 냉전 완화(데탕트)를 이유로 아시아에서의 개입을 줄이고 아시아 국가들의 자력 방위를 요구하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다. 닉슨 독트린에 따라 8대 윌리엄 포터 대사는 1970년 박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을 6만 명에서 4만 명으로 감축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박 대통령이 감축에 불만을 갖고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지원 요구를 거부하자 포터 대사는 “(박 대통령은) 엉클 샘(미국)의 큰 젖통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으려 한다”며 독설을 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국이 미국을 벗겨 먹는다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셈이다.1971년 10월 취임한 9대 필립 하비브 대사는 ‘미국 당대의 가장 걸출한 전문 외교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내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을 구명한 인물로 유명하다. 하비브 대사는 1973년 8월 박정희 정권이 야권 정치인 김대중을 납치하자 조용하지만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했다. 하비브 대사는 박 대통령에게 “김대중 납치 사실을 알고 있으며 김대중이 죽는다면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끝장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서울지부장이자 후일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하는 도널드 그레그가 회고했다. 김대중은 납치 닷새 후 서울 자택에서 풀려났다. 후임 10대 리처드 스나이더 대사는 박정희 정권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 사실을 알아채고 박정희 정권에 경고해 핵무기 개발 계획을 무마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독재 정권의 견제자인가 방관자인가 11대 윌리엄 글라이스틴 대사는 1978년 7월 취임, 이듬해 10·26 사태와 12·12 쿠데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사의 주요 변곡점을 겪은 인물이다. 1977년 출범한 카터 정부는 도덕주의 외교 노선을 앞세우며 박정희 정권의 독재 정치를 비판하고 주한미군 철군을 추진함에 따라 한미 관계가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글라이스틴 대사는 카터 대통령을 설득해 주한미군 철군 계획을 철회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정희 정권이 1979년 10월 국회에서 여당 공화당과 유신정우회를 동원해 야당 신민당의 김영삼 총재를 의원직에서 제명하자 카터 정부는 항의의 뜻으로 글라이스틴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도 했다.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1979년 12·12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듬해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탄압할 당시 글라이스틴 대사와 미국 정부는 이를 묵인하거나 최소 방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과 그의 참모들을 만나 광주에서의 군사 작전을 항의하기도 했으나,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이 전남도청 진압작전을 수행하기 하루 전 글라이스틴 대사는 ‘(신군부에) 군사작전을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백악관에 보고한 것으로 기밀해제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신군부의 진압작전을 묵인했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1999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신군부의 행동에 미국이 공모자는 아니었으나 무력했던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12대 리처드 워커 대사는 1981년 8월부터 1989년 1월까지 약 7년 5개월간 재임해 현재까지 최장수 대사 기록을 갖고 있다. 1대 무초 대사부터 11대 글라이스틴 대사까지 모두 직업 외교관이었으나, 워커 대사는 학자로서 첫 비외교관 출신 주한 미국대사이기도 하다. 워커 대사는 1980년 7월 내란음모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김대중을 석방시키는 데 역할을 했지만, 김대중 석방 대가로 전두환 대통령의 조기 방미를 성사시켜 12·12 쿠데타와 광주 학살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민주화 이행기의 CIA 출신 대사들 13대 제임스 릴리 대사와 14대 도널드 그레그 대사는 CIA 요원 출신으로, 1987년 6·10 항쟁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 1993년 문민정부 출범까지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목격했으며 민주화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광주 학살 개입, 방조 의혹으로 반미 정서가 고조됐던 1980년대 말 부임했던 릴리 대사와 그레그 대사는 한국민의 거센 반감에 직면해야 했다. 릴리 대사는 반미 시위대로부터 수차례 인형 화형식을 당했으며, 그레그 대사는 시위대의 관저 침입을 겪기도 했다. 특히 릴리 대사의 후임으로 연이어 CIA 출신인 그레그 대사가 미국대사로 임명되자 야당과 언론은 ‘미국이 한국을 외교 대상이 아닌 정보·공작 대상으로 본다’며 반발하기도 했다.하지만 1987년 6·10 항쟁 당시 전두환 정권이 명동성당에 강제 진입해 학생들을 연행하려 하자 릴리 대사는 13일 최광수 외무부 장관을 만나 “전 세계가 떠들썩해질 것”이라며 진입을 저지했다. 그는 전두환 정권이 계엄령을 검토하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시위를 평화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요청해 받았다. 릴리 대사는 전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18일 거절 의사를 밝혔다. 릴리 대사는 결국 다음 날 전 대통령을 찾아가 친서를 전달하고 “무력을 절대 사용하지 마라”고 경고했으며 전두환 정권은 계엄령 선포 계획을 백지화했다. 그레그 대사는 취임 약 4개월 후인 1990년 1월 광주를 찾아 미국의 광주 학살 개입 책임을 묻는광주민주화운동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이 전 대통령을 취임 후 첫 외국 정상으로 초청한 것은 김대중을 사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이라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레그 대사는 노태우 정권의 남북화해정책과 북방정책을 지지했으며 미군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철수를 추진하며 1992년 남북 한반도비핵화선언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레그 대사는 1992년 남북화해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인 팀스피리트 훈련을 취소하도록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한미 정부는 그레그 대사와 상의 없이 훈련을 재개하면서 북한은 준선시상태를 선언했고 핵확산방지조약(NPT)에서 탈퇴했다. 그레그 대사는 2015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내가 대사로 봉직하던 기간 중에 미국이 결정한 유일한 최악의 실수”라고 했다. ●북핵 전문 외교관 전성시대 1993년 북한의 NPT 탈퇴로 1차 북핵 위기가 촉발되자 미국의 대한국 외교는 물론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도 북핵 문제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1993년 11월 취임한 15대 제임스 레이니 대사는 목사 출신으로 직업 외교관은 아니었으나, 1947~1950년 서울에서 정보장교로 근무했고 1959~1964년 연세대에서 신학을 가르친 ‘지한파’였다. 레이니 대사는 1994년 북한이 영변의 핵연료봉 추출을 강행하고 미국은 영변 핵시설 정밀 타격을 시행하려 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오르자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 대북 특사로 방북해 중재할 것을 요청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그 해 6월 김일성 주석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으나, 7월 김 주석이 사망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은 무산됐다. 하지만 북미는 9월 제네바합의를 타결하며 1차 북핵 위기를 종식시켰다.레이니 대사의 후임인 16대 스티븐 보즈워스 대사, 17대 토머스 허버드 대사, 18대 크리스토퍼 힐 대사는 모두 북핵 전문 외교관이다. 보즈워스 대사는 1995~1997년 제네바합의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하는 역할을 맡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주한 미국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보즈워스 대사는 2001년 주한 미국대사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2009~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대북특별대표를 맡아 북미 협상을 총괄했다. 그는 미국 대북 협상파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허버드 대사 역시 1994년 북미 제네바협상에 실무급으로 참여한 대북 협상 전문가다. 2001년 9월 취임한 허버드 대사는 이듬해 2차 북핵 위기를 맞게 된다. 아울러 2002년 6월 주한미군 장갑차의 여중생 압사 사건, 이듬해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 2004년 주한미군 기지 평택 이전 반대 시위 등으로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한미 동맹의 균열 우려가 심화되자 이를 해결하는 데 임기를 보냈다.후임인 힐 대사는 2004년 9월 취임해 이듬해 2월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로 지명됐으며, 두 달 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에 취임하면서 대사직을 내려놓았다. 힐 대사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반미 감정을 누그러트리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힐 대사는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의 이정표로 평가받는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리코드 브레이커’ 대사들의 명과 암 19대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부터 23대 해리 해리스 대사까지 다섯 명의 대사는 주한 미국대사 역사의 ‘신기록 보유자’들이다. 버시바우 대사는 직전에 주러시아 미국대사를 역임하고 주한 미국대사 중 역대 최고위급 인사로 부임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는 최초의 여성이자 최초의 한국어 구사 대사, 성 김 대사는 최초의 한국계 대사였으며 마크 리퍼트 대사는 현재까지 최연소 대사 기록을 갖고 있다. 해리스 대사도 최초의 직업군인 출신 대사 기록을 세웠다. 2005년 10월 취임한 버시바우 대사는 역대 주한 미국대사 중 최고위급 인사로 부임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버시바우 대사는 부임 초기 북한의 인권과 위조지폐 문제를 거론하고 김정일 정권을 ‘범죄 정권’이라고 칭하며 대북 강경 기조를 보였고 당시 노무현 정부는 버시바우 대사에게 북한 비난을 자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버시바우 대사는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에 반대하는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때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실망스럽다”고 해 외교적 결례 논란을 빚었다. 버시바우 대사는 손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주장한 데 대해 “과학적 근거도 없이 불안을 야기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했으며, 민주당 측은 이를 공개하며 반발했다. 다만 버시바우 대사는 힐 대사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해 한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을 상대로 한 공공 외교를 이어나갔다. 스티븐스 대사는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 국민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공공 외교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사로 평가받는다.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 평화봉사단에 들어가 한국 복무를 자원, 1975~1977년 충남 예산군 예산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었다. 그는 1978년 국무부에 입부한 후 1983~1989년 한국에 다시 와 서울 대사관과 부산 영사관에서 근무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2008년 10월 취임하자마자 33년 전 봉사한 예산중학교를 방문, “예산은 내가 외교관으로 필요한 자질을 배웠던 곳”이라며 한국 국민의 마음을 샀으며, 블로그도 개설해 글을 연재하며 ‘파워 블로거’로서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후임 성 김 대사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6자회담 특별대표를 역임하다 그 해 11월 주한 미국대사로 취임했다. 김 대사는 2017년 주필리핀 미국대사로 자리를 옮겼으나 이듬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과 정상회담 조율을 위한 실무협상을 했다. ●‘같이 갑시다’ 한미 동맹 캐치프레이즈 만든 리퍼트 리퍼트 대사는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보좌관을 지내다 2008년 오바마 정부 인수팀에 합류했다. 정부 출범 후 국방장관 수석보좌관,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역임하고 2014년 11월 주한 미국대사로 취임했다. 이전 직업 외교관 출신 대사들이 ‘늘공’(늘 공무원)이었다면 리퍼트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 참모로서 관직을 맡은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셈이었다.리퍼트 대사는 2015년 3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김기종 씨에 의해 습격을 당했을 때 의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미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나아가 한미 동맹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습격 소식이 전해지자 리퍼트 대사의 수술은 물론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의 여론이 높아졌다. 리퍼트 대사는 사건 당일 수술을 마치고 트위터에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복귀합시다. 같이 갑시다!”라고 올리며 우려의 여론을 신속히 잠재울 수 있었다. 이후 ‘같이 갑시다’(Go together)는 한미 동맹의 캐치프레이즈가 돼 한미 동맹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인사말이나 건배사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가 됐다. 리퍼트 대사는 대사 부임 전 한국과 인연이 별로 없었지만, 부임 후 빠르게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익히며 한국민과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리퍼트 대사는 한국 부임 후 갖게 된 첫째 아들에게 ‘세준’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미들 네임으로 줬고, 딸에게도 ‘세희’라는 미들 네임을 붙였다. 야구팀 두산 베어스의 팬으로 유명한 리퍼트 대사는 대사 재임 기간은 물론 퇴임 후에도 야구장을 찾아 두산을 응원하면서 ‘야구 외교’를 선보이고 있다. ●막후 외교서 공공 외교로 대사의 역할 변화했지만 해리스 대사는 2018년 2월 주호주 미국대사로 지명됐다가 세 달 후 주한 미국대사로 재지명된 뒤 7월 취임했다. 전임 리퍼트 대사가 퇴임하고 1년 6개월여 만에 공석을 메운 터라 기대도 높았던 반면, 그가 대북·대중 강경파라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교차했다. 하지만 해리스 대사는 2018년 6월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제 협상에 진지한지 가늠하는 차원에서 주요 (한미연합)훈련을 일시 중단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대북 협상 기조에 보조를 맞췄다. 해리스 대사가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우려를 표하고 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 사업 추진에 한미 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개인의 신념이라기보다 트럼프 정부의 기조를 대변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뿐만 아니라 전임 대사들도 한국 정부와 이견이 있는 이슈에서 항상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버시바우 대사도 재임 기간 당시 조지 W 부시 정부의 기조대로 ‘남북 경제협력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해 해리스 대사처럼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을 받았다. 스티븐스 대사도 2010년 한미의 핵심 현안이자 2000년대 한국 내 반미 정서의 주요인이었던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한국의)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기를 바라지만 이 사안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다”며 비록 정제된 톤이었지만 미국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그럼에도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분담협상 등 한미 관계의 현안에 대해 한국 정부를 전례 없이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교롭게 한일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는 중에 해리스 대사가 부임하고, 그의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계속해서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가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해리스 대사에게는 ‘고압적인 미국 외교관’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미 관계가 과도기를 겪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모두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을 변화한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같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냉전 구도가 해체되고 한국의 국력이 급성장하면서 한미 관계가 상호 호혜적 관계로 재조정되는 가운데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대국민 공공 외교를 통해 한미 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으로 변화할 필요가 생겼다. 하지만 과거 미국대사의 한 마디에 한국 정부의 기조가 흔들렸던 경험을 겪었던 한국민은 미국대사의 발언을 정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간주하며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대사들도 한국과 미국이 불평등한 관계에 있었던 역사와 한국민의 의심을 고려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발언함으로써 오해를 자초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1990년대 초반까지 주한 미국대사는 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었지만, 냉전 이후 한국의 국력이 강화되면서 미국대사는 한미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역할로 변화했다”고 했다. 이어 “해리스 대사를 둘러싼 논란은 대사 개인의 성향에 기인한 것도 있겠지만, 한미 정부가 변화된 양자 관계 속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제된 톤으로 발표하는 데 서툰 모습을 보이는 탓도 있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경기도 수술실 CCTV, 제도 정착단계..동의율 67%

    경기도 수술실 CCTV, 제도 정착단계..동의율 67%

    경기도 의료원에서 운영 중인 ‘수술실 CCTV’에 대해 환자 3명 중 2명꼴로 촬영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경기도에 따르면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에서 시행한 수술 4천239건 가운데 67%인 2천850건에 대해 환자 동의로 CCTV 촬영과 녹화가 이뤄졌다. 지난 1년 3개월간 촬영 동의율을 진료과별로 보면 외과·산부인과·이비인후과 각 72%, 정형외과·치과 각 66%, 안과 53%, 비뇨의학과 51% 등이다. 병원별로는 수원병원이 78%로 가장 높았으며, 안성병원 71%, 파주병원과 포천병원 각 65%, 이천병원 54%, 의정부병원 47% 등이었다. 수술실 CCTV를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촬영 녹화된 영상물 사본을 요청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의료사고 의심 등 명백한 사유 없이는 영상물이 사용될 일조차 없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라며 “의료계에 대한 불신 조장, 환자 프라이버시 침해 등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에 도는 영업사원 대리수술 등 무면허 의료행위와 수술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환자의 알 권리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수술실 CCTV 확대 노력을 지속해서 전개할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병원급 민간의료기관 10~12곳을 선정해 한 곳당 3천만 원의 수술실 CCTV 설치비를 지원하는 등 수술실 CCTV 설치가 민간까지 확산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수술실 CCTV는 환자의 알 권리 충족과 인권 보호는 물론 환자와 의료인의 신뢰관계를 회복해 의료사고 분쟁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면서 “수술 환자의 67%가 촬영에 동의한 것은 이 제도가 정착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의료원의 수술실 CCTV는 2018년 10월 안성병원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해 지난해 5월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에 확대 설치됐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죽은 이의 자궁 이식받아 출산한 세계 세 번째 고브레히트의 행복

    죽은 이의 자궁 이식받아 출산한 세계 세 번째 고브레히트의 행복

    사망한 여성의 자궁을 이식 받아 출산에 성공한 세계 세 번째이자 미국 두 번째 사례인 제니퍼 고브레히트(33)와 남편 드루, 아들 벤저민의 행복한 모습을 영국 BBC가 13일(현지시간) 동영상으로 소개해 눈길을 끈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리들리 파크에 사는 고브레히트는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이 태어난 것을 열일곱 살 때 처음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난소는 정상이었지만 자궁이 없었다. 메이어-로키탄스키-퀴스터-하우저(Mayer-Rokitansky-Kuster-Hauser, MRKH) 증후군으로 5000명에 한 명 꼴로 나타난다. 고브레히트는 결혼 후 대리모 출산을 염두에 두고 2년 전부터 체외수정 배아를 냉동 보관해왔다. 하지만 자궁 이식에 대해 알게 된 뒤로 그녀는 2018년 대리모 대신 아기를 직접 낳겠다며 이식 수술을 감행했다. 두 부부가 이식 받을 자궁을 기증받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뻐하는지 보라. 그렇게 10시간 걸려 이식 수술을 마친 열흘 만에 보관해둔 수정란을 착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지난해 11월 제왕절개 수술 끝에 몸무게 2㎏의 건강한 사내 아이 벤저민을 세상에 내놓았다. 출산 뒤에는 다시 이식 받은 자궁을 들어냈다. 미국에서 사망자 자궁 이식을 통한 출산에 성공한 건 두 번째다.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30대 산모는 지난해 7월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사망자 자궁을 이식받아 미국 최초로 여자 아기를 출산했다. 세계 최초 사례는 2018년 브라질에서였다. 2016년 9월 상파울루 의과대학 연구팀을 통해 사망한 기증자의 자궁을 이식받은 브라질 여성이 7개월 뒤 임신에 성공해 2018년 5월 2.55㎏의 건강한 딸아이를 낳았다. 살아있는 여성의 자궁을 이식받아 출산한 사례는 2013년 스웨덴에서 처음 보고됐다. 지금까지 70여 번의 자궁 이식 수술이 이뤄졌는데 출산에 성공한 건 10건 정도에 불과한데 고브레히트는 여덟 번째였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가임기 여성의 10∼15% 정도가 불임이며 이들 500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자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차츰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는 자궁 이식술은 불임 여성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자궁없는 美 여성, 사망자 자궁 이식받아 출산 성공…세계 3번째

    자궁없는 美 여성, 사망자 자궁 이식받아 출산 성공…세계 3번째

    미국에서 사망자 자궁 이식 후 출산에 성공한 사례가 또 나왔다. 9일(현지시간)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은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의 30대 여성이 2018년 이식받은 사망자 자궁을 통해 지난해 말 출산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팀은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는 제니퍼 고브레히트(33)가 사망자 자궁을 이식받았으며, 지난해 11월 몸무게 2㎏의 남자아기를 낳았다고 밝혔다. 메이어-로키탄스키-퀴스터-하우저(Mayer-Rokitansky-Kuster-Hauser, MRKH) 증후군으로 자궁 없이 태어난 이 여성은 17살 때 처음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5000명에 1명꼴로 나타나는 MRKH는 선천적으로 자궁과 질 일부가 결핍되는 것이 특징이다.고브레히트는 난소는 정상이지만 자궁이 없었으며, 결혼 후 대리모 출산을 염두에 두고 2년 전부터 체외수정 배아를 냉동 보관해왔다. 2018년 자궁 이식에 대해 알게 된 뒤 그녀는 대리모 대신 아기를 낳고자 수술을 감행했으며, 보관해두었던 수정란을 착상 시켜 마침내 아들을 품에 안았다. 미국에서 사망자 자궁 이식을 통한 출산이 성공한 건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30대 산모는 지난해 7월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사망자 자궁을 이식받아 미국 최초로 여자아기를 출산했다.세계 최초로 사망자 자궁을 이식받아 출산에 성공한 건 2018년 브라질에서였다. 2016년 9월 상파울루의대 연구팀을 통해 사망한 기증자의 자궁을 이식받은 브라질 여성은 7개월 후 임신에 성공했으며, 2018년 5월경 2.55㎏의 건강한 여자아기를 낳았다. 사망자가 아닌 살아있는 여성에게서 자궁을 이식받아 출산한 사례는 2013년 스웨덴에서 처음 보고됐다. 지금까지 70여 번의 수술이 이뤄졌으며 출산에 성공한 건 10여 건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임기 여성의 10∼15% 정도가 불임이며 불임여성 500명 중 1명이 자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아직 발걸음 단계이긴 하지만, 점차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는 자궁 이식술은 이런 불임여성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사망자 자궁 이식받은 美 여성 출산 성공…전 세계 3번째

    사망자 자궁 이식받은 美 여성 출산 성공…전 세계 3번째

    미국에서 사망자 자궁 이식 후 출산에 성공한 사례가 또 나왔다. 9일(현지시간)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은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의 30대 여성이 2018년 이식받은 사망자 자궁을 통해 지난해 말 출산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팀은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는 제니퍼 고브레히트(33)가 사망자 자궁을 이식받았으며, 지난해 11월 몸무게 2㎏의 남자아기를 낳았다고 밝혔다. 메이어-로키탄스키-퀴스터-하우저(Mayer-Rokitansky-Kuster-Hauser, MRKH) 증후군으로 자궁 없이 태어난 이 여성은 17살 때 처음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5000명에 1명꼴로 나타나는 MRKH는 선천적으로 자궁과 질 일부가 결핍되는 것이 특징이다.고브레히트는 난소는 정상이지만 자궁이 없었으며, 결혼 후 대리모 출산을 염두에 두고 2년 전부터 체외수정 배아를 냉동 보관해왔다. 2018년 자궁 이식에 대해 알게 된 뒤 그녀는 대리모 대신 아기를 낳고자 수술을 감행했으며, 보관해두었던 수정란을 착상 시켜 마침내 아들을 품에 안았다. 미국에서 사망자 자궁 이식을 통한 출산이 성공한 건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30대 산모는 지난해 7월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사망자 자궁을 이식받아 미국 최초로 여자아기를 출산했다.세계 최초로 사망자 자궁을 이식받아 출산에 성공한 건 2018년 브라질에서였다. 2016년 9월 상파울루의대 연구팀을 통해 사망한 기증자의 자궁을 이식받은 브라질 여성은 7개월 후 임신에 성공했으며, 2018년 5월경 2.55㎏의 건강한 여자아기를 낳았다. 사망자가 아닌 살아있는 여성에게서 자궁을 이식받아 출산한 사례는 2013년 스웨덴에서 처음 보고됐다. 지금까지 70여 번의 수술이 이뤄졌으며 출산에 성공한 건 10여 건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임기 여성의 10∼15% 정도가 불임이며 불임여성 500명 중 1명이 자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아직 발걸음 단계이긴 하지만, 점차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는 자궁 이식술은 이런 불임여성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한 푼, 두 푼… 기적을 만든 기부

    한 푼, 두 푼… 기적을 만든 기부

    한 해가 저물 무렵 전국 곳곳에서 소리 없는 기적이 일어난다.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익명의 기부천사들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경남 거창군 가북면 한 산골마을에 거주하는 한 할머니(73)는 최근 마을 주민 편으로 현금 30만원을 가북면사무소로 보냈다. 이 할머니는 “누군지 밝히지 말라”면서 “돈이 적어 미안하다”고 전했다. 이 기부천사 할머니의 기부는 올해로 4년째다. 할머니는 2016년 12월 처음 1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시작으로 2017년과 지난해 각각 50만원을 면사무소로 전달했다. 가북면사무소에 따르면 할머니는 80대 할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하며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다. 할머니는 마을 주변 들과 야산에서 매일같이 쑥과 나물을 뜯고 약초를 캐서 판매해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해마다 기부한다. 가북면 사무소 관계자는 “할머니가 일년 동안 산나물을 뜯어 마련해 기부하는 수십만원은 억만금보다 더 소중하다”고 감동했다.지난 3일 경남 창원시 의창군 동읍행정복지센터 현관 앞에 백미 10㎏들이 100포(300만원 상당)를 실은 트럭이 도착했다. 한 주민이 3년째 기부한 것이다. 동사무소는 “기부자에게 감사 인사라도 전하고 싶지만 누군지 모른다”며 고마워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에 40대 중년부부가 방문해 1300만원을 기탁했다. 김해시에 거주하는 이 부부는 “어려웠던 시절 이웃에게 받은 사랑을 더 어려운 이웃에게 돌려주고 싶다”며 신분을 밝히지 않고 웃으면서 떠났다. 지난달 21일 경남 고성군청에 올해 환갑을 맞은 군민 박모씨가 방문해 현금 30만원이 든 봉투를 내놨다. 박씨는 “적은 금액이지만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게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지난달 19일 경남 김해시 시민복지과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방문해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안에는 100만원권 수표 10장이 들어 있었다. 이 여성은 “어려울 때 받은 도움을 언젠가는 사회에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에서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적금을 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부자는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흐뭇해했다. 이 여성은 “다음달 만기가 되는 적금 1000만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후원할 생각이다”며 추가 기부 의사도 밝혔다. 김해시에 따르면 이 기부천사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자녀를 두고 있으며 기부를 하기 위해 틈틈이 일을 해서 적금을 든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이맘때를 떠올리며 익명의 기부천사가 올해도 몰래 나타날지 사무실 밖 복도 주변을 매일 눈여겨보며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경남공동모금회는 지난해 12월 14일 낮에 사무실에 있던 한 직원이 “사무실 입구에 물건이 있는데 나와서 확인해 봐라”는 전화를 받고 밖으로 나가 건물 4층 사무실 입구에 있던 종이봉투 한 개를 발견했다. 봉투 안에는 5만원권 묶음과 1만원권, 5000원권, 1000원권, 동전 등 모두 5534만 8730원과 직접 쓴 손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1년 동안 넣었던 적금인데 가난한 가정의 중증 장애아동 수술비와 재활치료에 사용되길 바랍니다’고 적혀 있었다. 이 기부자는 ‘내년 연말에 뵙겠습니다’며 다시 기부할 뜻을 밝혔다. 경남모금회는 특히 이 기부자가 쓴 손편지 필체가 앞서 지난해 1월 신분을 감추고 2억 6400만원의 큰돈을 경남모금회 계좌로 기탁한 기부자 손편지 필체와 같아 동일인일 것으로 짐작했다. 지난해 1월 당시에도 기부자는 손편지를 통해 ‘연말에 뵙겠습니다’고 한 뒤 추가로 기부를 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해마다 1~12월에 익명으로 모두 9억 6000만원을 기부한 ‘60대 키다리 아저씨’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 키다리 아저씨도 기부할 때마다 공동모금회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밖으로 나와 봐라”고 한 뒤 한 번에 1억 2000여만원씩이 든 봉투만 익명으로 전해주고 돌아간다. 이미숙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리는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데 숨어서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 천사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사회에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나눔의 바이러스가 사회 곳곳으로 더욱 확산돼 나눔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삶이 행복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할매는 손자를 거뒀지만… 가난의 굴레는 더 조여 왔다

    할매는 손자를 거뒀지만… 가난의 굴레는 더 조여 왔다

    광주에 사는 최금옥(59)씨의 하루는 열아홉 살 손녀 수영이의 기저귀를 갈아 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뇌병변 중증 장애인인 수영이는 내년이면 성인이 되지만, 식사나 목욕 같은 일상생활조차 스스로 할 수 없다. 생후 일주일이 갓 지났을 무렵 수영이를 안고 있던 아빠가 차 뒷좌석에 수영이를 떨어뜨리면서 뇌에 영영 손상이 갔다. 수영이 엄마는 그 뒤로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고, 아빠는 돈을 벌겠다며 해외로 나가 새살림을 꾸렸다. 그렇게 돌도 되기 전 수영이는 할머니와 둘만 남았다. 수영이네처럼 조부모와 손자녀로 이뤄진 조손가정은 국내 15만 가구를 넘어섰다(2015년 기준). 외환위기를 거치며 ‘가족 해체’라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 조손가정은 2000년대만 해도 5만 가구도 안 됐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인구 고령화, 가정불화, 이혼 증가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정면으로 맞으며 그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 가구 추계에 의하면 이들은 2030년이면 30만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조손가정은 노인 빈곤과 아동 빈곤, 세대 갈등 등 여러 문제를 복합적으로 안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10년째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손가정 관련 정부 공식 조사는 2010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서울신문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국내 조손가정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이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살펴봤다. 주위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사례자들의 요청으로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썼다. ●손자 키우다 빈곤 절벽에 내몰린 노인들 최씨네 비극이 시작된 건 수영이가 태어난 직후다. 한순간의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지만, 수영이가 뇌병변 장애라는 진단을 받으며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홀로 남은 수영이를 돌볼 사람은 친조모 최씨뿐이었다. 최씨 역시 교통사고와 수술, 남편의 학대까지 겪으며 왼쪽 무릎뼈가 없어질 정도로 건강이 나쁘지만, 아픈 몸에 복대를 맨 채 168㎝, 73㎏의 수영이를 매일 먹이고 씻긴다. 월 소득은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 수당을 포함한 120만원 남짓. 그나마도 물리치료비와 병원비, 교통비, 월세가 빠져나가면 관리비조차 낼 수 없어 숨이 턱턱 막힌다. 최씨는 “평생 얼마나 울었던지 이제는 눈물도 안 나온다”면서도 “나도 너무 가난하고 서럽게 살았는데, 한 번 부모한테 버려진 손녀를 다른 데 또 맡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손가정은 원래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이 아동까지 양육하게 되면서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가난의 굴레에 갇힌다는 특성을 띤다. 가정에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수급비나 정부지원금에만 기대지만, 생활을 꾸리기엔 역부족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조손가정 15만 3000가구의 연간 평균 소득은 2175만원에 불과하다(2016년 기준). 전체 가구(4883만원)의 절반이 안 되고, 다문화가족(4328만원)이나 장애인 가구(3513만원)보다도 낮다. 현재 조손가정은 한부모가족지원법이나 아동복지법에 따라 각각 한부모·조손가족 또는 가정위탁 세대로 분류되면 별도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양육자가 대부분 노인이라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신청해야 하는 등 한계가 크다. 안태정(76)씨는 남편과 아들이 하던 사업이 망하면서 친손자인 민지(16)·민국(14) 남매를 키우게 됐다. 채무자들에게 쫓기던 아들은 두 아이를 안씨에게 맡긴 뒤 연락이 끊겼고, 며느리는 우울증과 조현병 등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됐다. 거주지에도 ‘빨간 딱지’가 덕지덕지 붙으면서 갈 곳 잃은 안씨가 찾은 곳은 어느 교회 건물 구석이었다. 이들 가족을 안쓰럽게 여긴 목사가 동사무소에 직접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 그는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실제 전국 조손 가구 중 수급 비율은 겨우 5%다.●핏줄이라 떠맡긴 했지만… 공황장애까지 조부모 대부분이 손자녀를 떠맡는 건 핏줄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2010년 여가부 조사에서 조부모는 손자녀를 양육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부모의 이혼·재혼(53.2%), 가출이나 실종(14.7%), 질병·사망(11.4%), 실직·파산(7.6%) 등을 꼽았다. 이렇듯 많은 나이에 억지로 손자녀를 양육하는 데서 오는 버거움은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몸과 마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017년 제주국제대 연구진이 연구한 논문을 보면 조부모는 손자녀 양육에 따른 심리적 스트레스와 양육자의 역할에 대한 압박감이 컸는데, 이는 자살 충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가부 조사에서도 70% 이상의 조부모가 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한 긴급 의료비나 생계비를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안씨 역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으며 4년째 약을 먹고 있다. 최근에는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그는 “주위에서 본인 하나 건사하지도 못하면서 왜 애들을 키우느냐는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다”면서 “젊을 때는 그래도 애들 덕분에 살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온몸이 쑤시고 아파 아이들에게 자꾸 화를 내게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자녀가 손자를 버리고 간 친부모라는 데서 오는 괴로움도 크다. 자녀의 실종이나 가출, 이혼 등은 이들에게도 큰 충격이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은 손자녀가 입을 상처 때문에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얘기하지 못한다. 고등학생 태혁(18)이를 홀로 키우는 박순영(72)씨는 20년째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고 있다. 태혁이가 태어난 지 100일 정도 됐을 무렵 “동창회에 간다”며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는 며느리와 덩달아 떠나버린 아들이 언젠가 연락을 해 올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박씨는 “며느리와 팔짱을 끼고 시장에 가면 사람들이 ‘딸이냐’고 물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나간 뒤 십수년째 감감무소식이라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태혁이한테 미안해서 애 앞에서는 이런 얘기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숙자(72)씨 역시 외손자 동우(16)를 낳자마자 돈을 벌겠다고 떠나간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이씨는 “자기도 힘드니까 나한테 애를 맡기고 간간이 연락만 했는데, 평생 고생하다 지난해 자궁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면서 “아직도 길을 가다 나이대가 비슷한 사람을 보면 딸 생각이 난다. 나는 딸이 너무 보고 싶은데, 동우는 엄마 얘기만 나오면 듣기 싫다고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보호자’ 있지만 ‘보호’ 못 받는 아이들 어릴 때부터 가족 해체를 경험하고 극심한 빈곤에 노출된 아동 역시 성장하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가족과의 애착 관계가 또래와 학교 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할머니, 누나와 함께 사는 우석(12)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도벽 증세를 보였다. 주위 친구의 영향으로 문방구에서 물건을 하나둘 훔치기 시작하던 우석이는 돈에도 손을 댔고, 결국 지난해 7개월간 치료시설까지 갔다 왔다. 학교에서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등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증세를 보여 심리 치료도 받고 있다. 외조모 김길녀(62)씨는 “처음 우석이가 물건을 훔쳤다는 소리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면서 “학교와 아동센터 등에서 아이가 마음이 허전하고 그리울 때 그런 증상을 보인다더라”고 했다. 김씨는 “아이들이 더 어릴 때 엄마와 잠깐 살았는데, 밥도 안 주고 용돈 500원만 줘서 자판기 율무차 두 잔으로 하루를 버텼다는 얘기를 최근에야 했다”면서 “아이들이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인지 할머니가 아무리 잘해 줘도 친모가 아니라고 눈치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집에 제대로 돌봐 줄 양육자가 없는 조손가정 아동은 편부모 가정, 저소득층 가정과 함께 게임중독 위험 집단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아직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하기 전인 아동은 가정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인데도 오히려 자신이 조부모를 대신해 성인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생인 민지는 “중학생 때 할머니가 쓰러져 119에 신고했는데, 너무 당황해 주소를 잘못 불러서 구급대원들에게 혼났다. 이후로 신고하는 게 무섭다”면서 “할머니가 최근 영정사진이나 장례 절차도 알아 보시는데 앞으로 동생과 둘만 남으면 어떡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태혁이는 “할머니는 당신 이름조차 읽고 쓸 줄 몰라서 어릴 때부터 대신 편지를 읽어드리거나 동사무소에 같이 가서 업무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많게는 60살까지 벌어지는 나이 탓에 자연스레 생기는 세대 차이나 양육의 빈틈도 크다. 고령의 양육자가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서 아동의 사회성이 떨어지고, 또래 집단에서 계속 소외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고등학생 대현(18)이는 최근까지 면도하는 법을 몰랐다. 집에는 치매에 걸려 거동을 하지 못하는 할머니와 누나뿐이었다. 지역아동센터 담당자가 면도기를 사 주며 손수 시범을 보일 때까지 대현이는 거뭇거뭇하게 난 수염을 깎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침에 학교에 가라고 깨우는 사람도 없어 지각하거나 결석하기 일쑤고, 학업 성적 역시 낮다. 그나마 대현이네는 양호한 사례다.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조부모가 아동에게 “누구를 닮아 이 모양이냐”고 폭언하거나 빨리 돈을 벌어 오라고 재촉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방치와 학대가 반복되면 아동 대부분이 학업을 중단하는 등 방황하고, 심한 경우 자해 시도를 하기도 한다. 관련 사례를 상담한 어린이재단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 박하나 대리는 “아동을 책임지고 키우는 주 양육자가 없으면 의식주 해결이 안 되는 건 물론이고, 교통카드 환승제도 같은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조손가정에서도 고모, 삼촌, 이모 등 보조 양육자가 있으면 조부모가 모르는 부분까지 해결해 주는 등 양육 환경이 훨씬 낫다”면서 “어쩔 수 없이 조부모와 아동만 생활해야 하는 경우에는 세대 간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사회서비스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이재명표 ‘수술실 CCTV’ 신생아실에도 확대 설치

    이재명표 ‘수술실 CCTV’ 신생아실에도 확대 설치

    경기도가 산하 공공의료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데 이어 신생아실에도 CCTV를 설치한다. 경기도는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과 여주 공공산후조리원 등 2곳의 신생아실 내부에 CCTV 설치 작업을 이달 안에 완료하고 내년 1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2곳에서는 신생아실 운영 상황이 24시간 모니터링으로 녹화된다. 보호자가 신생아 학대 의심 정황 등의 사유로 영상물 사본을 요청할 경우 정해진 절차를 거쳐 암호화된 영상물을 제공받을 수 있다. 도는 신생아실을 보다 안전하게 운영해 낙상사고나 감염 등으로부터 절대약자인 신생아를 보호하고자 CCTV를 확대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생아는 작은 충격에도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골격이 약하고 작은 감염이 심각한 질환으로 확산할 수 있을 정도로 면역력이 약해 세심한 돌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도는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CCTV 촬영 영상 보관 및 폐기, 열람 요청 등의 절차가 담긴 운영 및 관리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들 2곳의 운영 결과를 평가한 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점진적으로 다른 시설에도 확대 설치를 추진할 방침이다. 포천병원은 올해 1~10월 257건의 신생아 분만이 이뤄졌으며, 여주공공산후조리원은 올해 5~10월 90건이 이용됐다. 도 관계자는 “신생아실 CCTV가 출산 가정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신생아 가족과 의료진 간 신뢰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내 CCTV 설치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핵심 보건의료 정책이다. 도는 대리수술, 성폭력, 의료과실 은폐 등 의료행위 중 불법 행위를 막고 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처음 설치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나머지 5개 병원에도 확대해 현재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올해 8월 말 기준 이들 병원에서 진행된 수술 2747건 중 65%인 1789건의 경우 환자가 CCTV 촬영에 동의했다. 도는 나아가 내년에는 의사단체의 반대에도 민간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비를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마일리지와 현금 함께 사용해 항공권 구입 가능

    마일리지로 살 수 있는 항공권도 확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마일리지와 현금을 함께 사용해 항공권을 사는 게 가능해진다. 마일리지로 살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도 늘어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3일 ‘제4차 소비자정책위원회’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이런 내용의 ‘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선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올해부터 유효기간이 도래한 항공 마일리지가 소멸되고 있어 사용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다. 한번 적립되면 평생 쓸 수 있던 마일리지는 2008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약관 개정과 함께 유효기간을 도입하면서 10년간 사용하지 않으면 없어진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1일부터 유효기간 만료로 폐기된 마일리지가 점점 쌓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영업기밀이라며 정확한 소멸 마일리지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2008년 적립된 마일리지 중 25~30%가 소멸된 것으로 추산한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1월 소멸 마일리지를 돌려달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내년 하반기부터 시범적으로 마일리지와 현금 복합결제가 가능한 항공권을 판매할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인수를 추진 중인 아시아나는 매각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시점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두 항공사는 또 공정위 권유에 따라 전체 좌석의 5~10%인 마일리지 구매 항공권 비율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선 렌터카 사업자가 수리비를 청구할 때 소비자에게 구체적인 수리 내역을 공개하고 적정 면책금 액수를 규정하도록 표준약관이 개정됐다. 법정대리인이 없는 환자가 수술 동의를 할 수 있는 대리인을 사전 지정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도 추진된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돌보는 아이 통장개설도 못 해줘…행정장벽에 두 번 우는 위탁모

    돌보는 아이 통장개설도 못 해줘…행정장벽에 두 번 우는 위탁모

    친부모 양육 포기 年 1000명 위탁가정에 선의로 맡아 키우지만 법적 대리권 없어 응급 수술조차 친부모 동의 있어야 가능 위탁부모 단수여권 발급만 동의권 부여 아이 3개국 원정때 입국 후 재출국해야 장학금 후원도 통장 못 만들어줘 취소돼 ‘위탁부모 친권대리법안’은 국회서 ‘쿨쿨’“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수술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친부모에게 수술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 거예요. 급히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에 연락해 도움을 청하고 의료진을 설득해 2~3시간 만에 겨우 수술실에 들어갔어요. 두개골에 금이 간 정도여서 아주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생사가 걸렸다면 큰일 날 뻔했죠.”(송순향·60·위탁모) 친부모가 양육을 포기해 매년 1000여명의 아동이 위탁가정으로 보내지고 있지만 정작 선의로 생면부지 아이를 맡아 키우는 위탁부모는 법적 대리권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위탁아동이 수술을 받는 데 필요한 보호자 동의서 작성은 물론 미성년자인 아동을 대신해 여권 발급, 통장 개설, 휴대전화 개통에도 동의해 줄 수 없다. 실질적으로 부모의 모든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아이와의 법적 관계가 ‘동거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가정위탁보호확인서 떼는 데 1~2일 걸려 2일 위탁부모들에 따르면 통장 개설이나 여권 발급 동의가 필요할 때마다 친부모에게 전화해야 한다. 그나마 친부모와 연락이 닿으면 다행이지만, 친부모가 아예 연락을 끊어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위탁부모들은 아이가 사고라도 당할까 봐 항상 마음을 졸인다고 했다. 위탁모 송씨는 “아직도 수술을 하지 못해 동동거렸던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위탁아동의 여권을 발급할 때도 걱정부터 앞선다. 위탁부모는 아동의 복수여권 발급 신청을 할 수 없다. 단수여권 발급에만 동의해 줄 수 있다. 그것도 위탁부모임을 증명하는 가정위탁보호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확인서를 떼는 데만 하루 이틀이 족히 걸린다. 송씨는 “아침부터 밤까지 담당자들과 싸워 아이의 단수여권을 받아온 적이 있다. 우수한 저소득층 아이들을 외국으로 견학 보내 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또다시 입씨름할 것을 생각하니 겁이 나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복수여권이 없어 청소년 탁구선수로 활동하는 위탁아동이 해외 3개국 원정경기를 뛰던 중 첫 경기를 마치고서 한국에 입국해 단수여권을 발급받고 다음 경기를 뛸 나라로 간 사례도 있다. 다른 선수들은 첫 경기를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바로 이동했다. 위탁아동에게 학업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후원자가 생겼는데도, 위탁부모에게 아동의 통장을 개설해 줄 법적 권리가 없어 결국 후원이 취소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사실상 엄마인데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16살 위탁아동을 키우는 임미애(52)씨는 “아이에게 필요한 서류 하나 떼어 주려고 해도 내가 사실상 엄마인데도 뭐 하나 제대로 해줄 수가 없으니 그때마다 목소리는 작아지고 하루에도 자존감이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한다”고 호소했다. 위탁부모들은 수술, 통장 개설, 휴대폰 개통만이라도 친부모 동의 없이 위탁부모가 대신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했다. 현재 국회에는 친부모의 소재가 불분명하고 연락이 끊겼을 때 위탁부모가 한시적으로 친권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한 아동복지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위탁부모에게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법적 대리권을 부여한 동법 개정안(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 등이 계류돼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수술해야 하는데 친부모 연락 안돼 발 동동’...행정 장벽에 막힌 위탁모

    ‘수술해야 하는데 친부모 연락 안돼 발 동동’...행정 장벽에 막힌 위탁모

    친부모 없인 아이 수술동의서도 못써 위탁아동 통장 개설, 휴대폰 개통도 불가능 위탁부모는 아이 단수 여권만 발급 가능 탁구선수 위탁아동, 복수여권 없어 경기 도중 귀국하기도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 수술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친부모에게 수술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 거예요. 급히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에 연락해 도움을 청하고 의료진을 설득해 2~3시간만에 겨우 수술실에 들어갔어요. 두개골에 금이 간 정도여서 아주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생사가 걸렸다면 큰일날 뻔 했죠.”(송순향(60) 위탁모) 친부모가 양육을 포기해 매년 1000여명의 아동이 위탁가정으로 보내지고 있지만 정작 선의로 생면부지 아이를 맡아 키우는 위탁부모는 법적 대리권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위탁아동이 수술을 받는 데 필요한 보호자동의서 작성은 물론, 미성년자인 아동을 대신해 여권 발급, 통장 개설, 휴대전화 개통에도 동의해 줄 수 없다. 실질적으로 부모의 모든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아이와의 법적 관계가 ‘동거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일 위탁부모들에 따르면 통장 개설이나 여권 발급 동의가 필요할 때마다 친부모에게 전화해야 한다. 그나마 친부모와 연락이 닿으면 다행이지만, 친부모가 아예 연락을 끊어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위탁부모들은 아이가 사고라도 당할까봐 항상 마음을 졸인다고 했다. 위탁모 송씨는 “아직도 수술을 하지 못해 동동거렸던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위탁아동의 여권을 발급할 때도 걱정부터 앞선다. 위탁부모는 아동의 복수여권 발급 신청을 할 수 없다. 단수여권 발급에만 동의해줄 수 있다. 그것도 위탁부모임을 증명하는 가정위탁보호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확인서를 떼는 데에만 하루 이틀이 족히 걸린다. 송씨는 “아침부터 밤까지 담당자들과 싸워 아이의 단수여권을 받아온 적이 있다. 우수한 저소득층 아이들을 외국으로 견학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또다시 입씨름할 것을 생각하니 겁이나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복수여권이 없어 청소년 탁구선수로 활동하는 위탁 아동이 해외 3개국 원정경기를 뛰던 중 첫 경기를 마치고서 한국에 입국해 단수여권을 발급받고 다음 경기를 뛸 나라로 간 사례도 있다. 다른 선수들은 첫 경기를 한 국가에서 다른 나라로 바로 이동했다. 위탁아동에게 학업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후원자가 생겼는데도, 위탁부모에게 아동의 통장을 개설해줄 법적 권리가 없어 결국 후원이 취소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16살 위탁아동을 키우는 임미애(52)씨는 “아이에게 필요한 서류 하나 떼어주려고 해도 내가 사실상 엄마인데 뭐 하나 제대로 해줄 수 없으니 그때마다 목소리는 작아지고 하루에도 자존감이 몇번씩 오르락내리락 한다”고 호소했다. 위탁부모들은 수술, 통장개설, 휴대폰 개통만이라도 친부모 동의 없이 위탁부모가 대신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했다. 현재 국회에는 친부모의 소재가 불분명하고 연락이 끊겼을 때 위탁부모가 한시적으로 친권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한 아동복지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위탁부모에게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법적 대리권을 부여한 동법 개정안(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 등이 계류돼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수술실 CCTV, 의료계 반대만 할 일 아니다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나 불법행위의 진상을 규명할 때 폐쇄회로(CC)TV 영상의 존재는 결정적이다. 2016년 서울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다가 과다 출혈로 사망한 대학생 권대희씨의 유족이 의사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법원이 지난 5월 이 사건과 관련된 의료진 책임 범위를 80%로 인정한 근거도 사고 당시 의사 한 명 없이 환자가 방치된 현장이 CCTV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일명 ‘권대희법’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의원들의 자진 철회로 하루 만에 폐기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법안은 재발의됐으나 의사 단체의 반발에 여태 논의 한 번 못한 상태다. 그제 검찰이 해당 병원 원장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수술실 CCTV 설치법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의료 사고뿐 아니라 대리수술과 동시수술, 성범죄 등 각종 불법과 비윤리적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국민의 불안과 불신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환자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로 수술실 CCTV 설치 여론이 확산하는 이유다. 의료계는 CCTV 설치가 의사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의사와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의료계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무작정 반대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회 각 구성원이 참여해 한 단계 진전된 합의를 내놓을 때가 됐다. CCTV를 설치하되 환자나 보호자가 요구할 때만 영상 녹화를 한다거나 수술 장면이 아닌 수술실 전체를 비추는 정도로 제한을 두는 절충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자체 운영하는 경기도의 사례도 참조할 만하다. 무엇보다 의료계가 환자들의 불안감을 줄일 방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먼저다.
  • ‘故 권대희씨 의료사고’ 성형외과 원장 영장 기각…“도주 우려 없다”

    ‘故 권대희씨 의료사고’ 성형외과 원장 영장 기각…“도주 우려 없다”

    수술실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한 고(故) 권대희씨 의료사고와 관련해 의사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 계류돼 있는 의료사고를 밝혀줄 수술실 폐쇄회로(CC) TV 의무화 입법도 난망해졌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부장판사는 이날 성형외과 의사 장모씨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 등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사안은 중하나 수집된 증거자료의 유형과 내용, 관련 민사 사건의 결과 및 그에 따른 피의자의 조치 등을 고려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강지성 부장검사)는 지난 12일 업무상과실치사·의료법 위반 혐의로 장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먼저 수사한 경찰은 장씨 등 4명을 지난해 10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후 추가 수사를 거쳐 장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24살이던 대학생 권씨는 2016년 9월 사각턱 수술로 불리는 안면 윤곽 수술을 받던 도중 대량 출혈로 중태에 빠졌다. 이후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뇌사 상태에 빠져 회복하지 못하고 49일 만에 결국 숨졌다.검찰은 장씨가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위반해 환자에 대한 경과 관찰과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권씨의 유가족은 수술실 CCTV 영상과 의무기록지를 확보하고, 권씨가 위급한 상황이었는데도 의료진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권씨의 유가족이 2017년 4월 장씨 등 소속 의사들을 상대로 낸 민사 소송에서는 4억 3000만원의 배상 판결이 났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 심재남)가 내린 판결은 6월 중순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권씨를 수술한 병원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대량출혈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어기고 지혈 및 수혈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의료진진 책임 범위가 80%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CCTV를 보면 상황이 위급한데 의사는 없고 간호조무사는 휴대전화를 보거나 화장을 고치는 등 환자가 방치돼 있었다고 유가족 측은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수술실 CCTV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권대희법’ 입법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장씨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당초 탄력이 붙을 것 같았던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제화에도 다시 먹구름이 꼈다. 지난 5월 발의된 ‘권대희법’은 대한의사협회의 반발로 법안이 하루 만에 철회됐다가 재발의되는 등 험난한 과정을 겪은 채 국회 계류돼 있다. 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의사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환자의 기본권이 더 중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경우 최소한 ‘동시수술´, ‘대리수술´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환자단체의 주장이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에서는 경기도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의료보건 정책인 수술실 CCTV 설치를 자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서 수술실 CCTV를 시범 운영한 뒤 올해 수원, 의정부 등 산하 병원으로 전면 확대했다. 내년에는 민간병원의 CCTV 설치비를 지원하는 등 민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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