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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어내기 없이 주류업계 1위로 우뚝… 고졸 성공신화를 쏘다

    밀어내기 없이 주류업계 1위로 우뚝… 고졸 성공신화를 쏘다

    서울 강남 한복판 화인타워 14층에 있는 장인수 오비맥주 대표의 집무실. 들어서는 순간 의외라는 느낌보다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여섯평이나 될까. 허름한 사무용 책상 하나에 검정색 소파가 전부다. 그 흔한 그림 한 점, 난초 화분 하나 없다. 지난 23일 오전 한사코 집무실에서의 인터뷰를 거절하던 장 대표는 “언론에 집무실을 공개하기는 처음”이라며 “나는 영업하는 사람”이라는 말로 ‘실존적 장인수’를 표출했다. 치장하지 않은 모습이 솔직 담백함을 더욱 부각시켰다. 인터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섬김’이었다. →상고가 최종 학력이고 시쳇말로 스펙이 별로다. 최고경영자(CEO)에까지 오른 비결이 있나. -스펙, 상고 말씀 하셨는데 당시 상고 나왔다고 하면 가정 형편이 안 좋아서 그런 줄 알아요. 저는 그런 게 아니고 공부를 못해서 대학에 못 갔어요. 학교 다닐 때 운동에 심취했어요. 태권도를 20년 했거든요. 대학을 악착같이 가려고 했다면 인문계로 갔을 텐데 대학에 대한 마음이 없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사회에 발을 들여놔 보니까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싶더라고요. 후회는 했지만 이미 늦었지요. →오비맥주가 첫 직장은 아닌 것으로 안다. -군대 갔다 와서 취직한 게 경리 일이었어요. 1976년에 삼풍제지라고 하는 회사에 들어갔는데 경리가 적성에 안 맞더라고요. 운동을 하다 보니 움직이는 게 좋아서 사장님에게 영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율산산업, 제세산업 등이 터진 혼란기라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는 것도 힘들었어요. 경력 있는 제가 빠지면 힘드니까 회사에서는 지금 맡은 게 중요한 일이니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러던 중 진로에서 영업 사원을 뽑길래 공채로 들어간 거죠. 그게 주류계에 첫발을 딛는 순간이었지요. →결국 영업으로 성공 신화를 썼는데. -모자란 부분이 있더라도 차별받으면 싫잖아요. 제가 아무리 고졸이라도 동기들한테 져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지식은 뒤질지언정 다른 부분에서는 동기들한테 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뭐를 더 할까 고민하다 동기들보다 뭐든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때부터 인사를 하더라도 동기들이 45도로 인사하면 저는 75도, 90도 이렇게 더 숙였어요. 동기들이 한발 뛰면 저는 두발 뛰고요. 모자람을 채우는 ‘더’라는 것으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힘든 점은 많았어요. →요즘 핫이슈인 밀어내기는 어떻게 보나. -관리자들의 의지라고 봐요. 직원들은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밀어내라’ ‘강압적으로 해라’ 이렇게 지시 내리는 사람은 사실 없어요. 영업은 목표와 연관돼 있는데 목표가 정해지고 무리한 목표를 좇다 보면 밀어내기 관행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그래서 관리자의 의지가 중요한 거예요. 방법은 안 가르쳐 주면서 목표를 정해주고 독촉하니까 결국 직원들이 우왕좌왕하고 밀어내기밖에 할 게 없는 겁니다. →오비에 와선 어떻게 했나. -당시엔 저희가 2등이었어요. 우리가 42% 마켓 셰어였어요. 와서 보니까 2등이 1등한테 쫓기고 있는 거예요. 저는 마케팅은 잘 몰라요. 그러나 제가 느낀 그동안의 영업 경험으로는 2등이 1등한테 쫓기면 영원히 2등밖에 안 돼요. 상대가 실적을 어느 정도 내고 있으면 우리가 거기에 맞추려고 밀어내기를 하는 거죠. 1등 하는 대로 2등이 쫓기는 거예요. 그때부터 직원들을 교육시키기 시작했어요. 가는 길을 가르쳐 줘야 하잖아요. 관리자는 직원들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우리는 1등한테 쫓기는 영업은 안 하겠다, 철저히 1등을 쫓아가는 영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죠. 독자적인 2등 영업을 하자고 했어요. →그게 무슨 말인지. -카스의 영업 자체는 ‘카스 후레쉬’예요. 신선한 맛을 유지시켜 준다는 것이지요. 맥주는 소주랑 달라요. 소주는 유통기한이 없지만 맥주는 유통기한이 있어요. 원료 자체가 천연이거든요. 소주도 마찬가지지만 맥주는 철저히 천연이고 인공첨가물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유통기간이 정해져 있고 오래되면 맛이 떨어지는 겁니다. 맥주공장에 다녀온 사람들은 공장에서 먹던 맛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제일 맛있는 맥주는 공장에서 갓 생산한 맥주지요. 그래서 역발상을 했죠. →그래서 거꾸로 한 건가. -네. 그래서 밀어내기 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처음에 와서 보니 5~6개월짜리 맥주를 먹고 있는 거예요. 진짜 맛있는 맥주를 먹는 게 아니라 그냥 맥주를 먹고 있는 거죠.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신선한 맥주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도매상의 재고를 없애는 게 중요해요. 재고를 없애고 공장에서 도매상으로 바로 출고하면 소매상으로 바로 가잖아요. 그래서 재고를 쌓아두지 말아야겠다, 그러면 밀어내기를 안 해야 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한 거죠. →매출이 크게 줄었을 텐데. -처음에는 줄었지요. 제가 영업 부사장이었을 땐데 그때 대표에게 2시간 동안 독대하며 얘기했죠. 대표 입장에서 볼 때 재고를 줄이겠다는 건 결국 우리가 출고를 안 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매출은 줄고 경영상 어려움이 있지요. 그걸 결정하기가 쉽지 않죠. 6개월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이렇게 안 하면 모두 죽는다고 설득했어요. 6개월 뒤에도 안 되면 어떻게 할래 묻길래 그때는 제가 깨끗하게 물러나겠다고 했지요. 어차피 제가 영업 책임자로 와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배상면주가에서 나타났듯 갑을 관계는 어떻게 보나. -전통주는 대리점 체제지만 일반 주류는 도매상 체제입니다. 도매상은 한 가지 제품만 취급하는 게 아니라 소주, 맥주, 양주 모두 다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갑을 관계가 될 수 없죠. 직원들이 더 해주세요, 할 수는 있지요. 저도 작년부터 협력업체를 방문했는데 사장님한테 감사의 뜻을 전하고 금년에도 많은 도움 받겠습니다라고 합니다. 영원한 을도, 갑도 없지요. →국산 맥주는 맛이 없다고 하는데 이런 말 들으면 어떤가. -저는 그 부분이 억울해요. 기업이라는 게 소수 소비자층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닙니다. 다수의 많은 소비자를 상대로 합니다. 우리나라 음식은 상당히 풍족해요. 음식문화 속에서 술 문화가 나왔습니다. 그게 성공한 게 소주고요. 우리나라 음식문화에 맞는 소주가 성장해서 대표주가 됐어요. 외국에서는 소주를 안 먹거든요. 러시아에 가면 추운 지방에 맞는 술 문화가 형성돼 있어요. 러시아 하면 보드카가 국민주죠. 러시아에서 맥주는 국민주가 될 수 없어요. 유럽은 물이 좋다고 해서 맥주와 와인이 형성돼 있고요. 술은 국민 문화에 맞는 기호품입니다. 소주가 유럽에서 성공할 수 없듯 맥주도 우리나라 문화에 맞춘 거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맥주를 좋아한다고 보나.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목 넘김을 좋아해요. 일단 넘김이 부드러워야 해요. 이걸 소비자들이 원하니까 그런 쪽으로 가는 겁니다. 자꾸 섞어 먹는(소폭 또는 양폭) 문화에서 맥주 맛을 공격해 와요. 그러나 맥주맛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 없어요. 우리도 다양하지만 상대사도 다양해요. 거기도 흑맥주가 나오고 우리도 가짓수가 많아요. 카스 후레쉬, 라이트, 레몬, 레드락, 오비 골든라거 등이 있죠. 호가든도 우리가 생산하고 버드와이저도 우리가 생산한 지 20년이나 됐어요. 버드와이저, 호가든이 세계적인 제품이라고 하는데 맛에 대해 그들이 자신을 못한다면 우리한테 라이선스를 못 줘요. 세계 최고 수준의 맛을 낼 정도의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수출 상황은 어떤지. -작년에 수출을 1억 달러 했어요. 저희가 하는 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아니에요. 그쪽에서 술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쪽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서 그쪽 유통업체에 넘기는 방식이지요. 그걸 제조자개발생산방식(ODM)이라 하는데, 성공한 게 블루걸입니다. 홍콩이 시장은 적다고 하지만 국제적인 도시라 전 세계에서 오는 맥주가 많은데 그런 시장에서 우리가 1등 제품을 만들었어요. 그게 25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홍콩에서 프리미엄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제품보다 50%가 비싸도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25년 전부터 처음 맛이 아니라 새로운 입맛에 맞게 꾸준히 개발하고 있어요. 일본 시장에 수출하는 것도 그들 입맛에 맞춰 고성장 중입니다. 지난해 호주에 오비 골든라거를 수출했는데 급성장하고 있어요. 30개국에 40개 가까운 제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올해 목표는. -저희 나름으로는 고성장하고 있다고 봐요. 연초 대비 10% 이상 해외 매출이 성장했어요. 국내 매출은 지난해 대비 15~16% 성장했고요. 그러나 맥주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에요. 시장을 개척하려고 나름대로 하고 있어요. 술로 1억 달러 수출한다는 게 적은 게 아닙니다. →어떤 사람을 뽑나. -오비가 전에는 영업도 지식인 위주로 뽑았어요. 그러나 영업은 달라요. 적성에 좀 맞아야 하죠. 그래서 지식보다는 절박한 사람들 위주로 뽑고 있어요. 학력을 안 보는 이유가 그래요. 고졸, 전문대, 지방대 출신들이 제가 오고 난 뒤에 많이 뽑혔어요. 제가 오기 전엔 2시간 면접 보고 영업에 투입했는데 지금은 3개월 인턴으로 바닥 영업부터 시켜요. 전에는 주류 시장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도 모르는 초짜에게 도매상 영업부터 시켰어요. 잘될 턱이 없지요. 지금은 맨 밑바닥인 업소를 알고 난 다음에 도매상 가라, 이렇게 하는 거지요. 10명이 필요하면 20명을 3개월 과정 인턴으로 뽑은 뒤 지도하는 선배들이 적성과 능력 등을 체크합니다. 뽑힌 사람들은 바닥 영업을 9개월 더 합니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와 업주들을 접해요. 소비자들한테는 갑 영업 못 해요. 이런 정신이 1년 동안 몸에 뱄다가 도매상에 가면 얼마나 잘하겠습니까. 취업이 절실하다 보니 10등까지는 지방대 출신이 많아요.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맛에 대해 언론에서 이상하게 시리즈로 하는데 국내 기업을 믿어주고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실제 폄하될 만한 이유가 없어요. 우리 나름대로 노력하고 개발하고 있어요. 국산 맥주가 맛없다 하면서도 카스 찾으시잖아요. 맛에 대해서는 계속 노력할 겁니다. 논란이 되는 것도 주세법에 있는 10% 맥아 함량에 대한 얘기예요. 10%밖에 맥아를 안 넣어서 그렇다고 오해하고 계신데 그건 아니고, 골드라거는 맥아 함량이 100%, 카스도 70% 이상 돼요. 하이트에서 초청한 브로마스터들 얘기를 들어보면 맥아 함량이 중요한 게 아니고 맛을 어떻게 내는가가 중요해요. 호가든도 밀하고 맥아하고 합쳐서 만드는 거고, 세계적인 술도 맥아 100%인 건 많지 않아요. 다양한 맛을 내기 위해 조합합니다. →직원들과 소통은 어떻게 하나. -본사 직원들이 모여서 ‘칭찬의 밤’을 하는데 12층 가면 교육장이 있어요. 교육장에 홈바가 있는데 생맥주집 호프처럼 돼 있어요. 한달에 한번 거기서 직원들이 모이고 석달에 한번은 극장을 잡아 시네마 데이를 열지요. 칭찬의 밤에 제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관리자들이 자꾸 직원들에게 수치 주면서 지시하면 힘들어진다고. 정말 직원들이 피곤해져요. 저희도 한때는 548이라고 있었어요. 50% 마켓 셰어에, 4가 뭐가 있고, 만족도 80%. 이러면 직원들이 피곤해질 수밖에 없어요. CEO들이 늘 그러는데 저는 수치로 안 내겠다고 했어요. 월요일에 출근하고 싶은 회사, 웃음이 넘치는 회사, 이 두 가지는 꼭 만들고 그만두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술은 좋아하나. -직원들과 소통한다고 공장 직원 700여명하고 6개월간 술을 같이 했어요. 소통은 눈높이를 맞추는 거라고 생각해요. 소통=눈높이. 대표가 되고 나서는 생산직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야 하니까 회식하겠다고 했어요. 막상 소통하겠다고 하니 다들 말리더라고요. 대부분의 CEO들이 소통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공장에만 가면 현장 방문이라고 하는데 그건 현장 경영이 아닙니다. 현장에 가서 직원들하고 진짜 소통을 해야 돼요. 200~300명 모아놓고 할 얘기 있으면 하세요, 하는 건 소통이 아닙니다. 공장 식당에다 1인당 10만원짜리 부페시켜 주면 회식이라고 안 해요. 10만원짜리 ‘짬밥’이라고 하지요. 공장 밖에서 1만원짜리 김치찌개 시켜 놓고 직원들과 술잔 주고받는 게 회식이고 소통입니다. 혼자 공장에 가서 식당 잡고 30여명씩 격없이 서너 시간 어울려요. →언제까지 일할 생각인지. -욕심은 없습니다. 작년 6월 21일에 취임했는데 취임식은 안 했어요.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향토기업 특선] (17) 부산 신사복 단일 브랜드 매출 1위 패션전문기업 PARKLAND

    [향토기업 특선] (17) 부산 신사복 단일 브랜드 매출 1위 패션전문기업 PARKLAND

    부산 금정구 서2동에 있는 향토기업 파크랜드는 1973년 창사 이래 지금까지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으로 단일 브랜드 매출 1위를 이룬 우리나라 대표 패션전문기업이다. 파크랜드의 전신은 태화섬유다. 당시 외국 브랜드의 소규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출발했다. 피에르 가르뎅, 입생 로랑, 지방시, 크리스찬 디올 등 해외 유명 브랜드가 주요 고객으로 드레스 셔츠가 주 품목이었다. 조그만 무역회사였던 파크랜드는 바이어로부터 번번이 불합격 처리를 받아 선적조차 할 수 없는 때도 있었다. 1980년대 후반 급격한 임금 상승으로 생산 현장을 지켜내기 어려운 과정을 겪기도 했다. 이 같은 위기를 넘기고 1988년 ‘PARKLAND’라는 독자 브랜드로 남성복 시장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말부터 국내외 유명 남성복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해왔다. 고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브랜드 다양화 등을 통해 현재 중견기업으로 우뚝 섰다. 2001년에는 신사복 업체로는 처음으로 동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꾸준한 성장을 해왔다. 이후 6개의 국내 생산공장을 추가로 설립하고 부산과 경기 기흥에 대형 물류센터를 설립하는 등 생산과 판매를 함께 하는 국내 유일의 의류업체다. 중국 다롄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도 생산공장을 갖췄다. 이 때문에 거품을 뺀 ‘좋은 옷 좋은 가격’의 밑바탕이 되는 경영 환경의 틀을 마련했다. 파크랜드의 성공 비결은 한마디로 ‘좋은 옷, 합리적 가격’을 통한 고객 지상주의다. 이는 파크랜드의 ‘옷값은 옷을 만드는 데 써야 한다’는 경영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옷값의 거품을 뺀 ‘좋은 옷, 좋은 가격’이란 슬로건으로 국내 남성 정장 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또 파크랜드는 우리나라 의류산업을 노동집약적 봉제산업에서 고부가가치 패션, 유통업으로 전환한 시발점이 됐다. 이를 통해 패션의 진정한 가치가 외형적 멋이 아닌 옷이 가진 품질과 합리성임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다. 20~30여년 전 국내 섬유업체들이 인건비 등을 줄이려고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겼지만 당시 파크랜드는 반대로 국내 직영공장을 증설해 모든 생산라인을 한국으로 돌렸다. 인건비를 낮추지 못한 대신 옷감을 자르는 재단센터에 무인자동재단 설비를 도입해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또 드레스 셔츠의 단추, 신사복 바지 주머니 만들기 등 자동화가 가능한 부분을 자동화시켜 생산원가를 크게 줄였다. 전국적으로 파크랜드 매장을 확보하고 자체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직송하는 시스템도 가격 거품을 걷어내는 데 한몫했다. 여기에다 재고 부담을 본사가 떠안는 위·수탁 대리점 확보, 교외 직영매장 설립 등의 노력도 뒤따랐다. 배은영 홍보팀장은 “파크랜드의 옷은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품질과 소재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의류산업을 노동집약적 봉제산업에서 기술집약적 패션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어 새로운 경영 모델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2000년 들어서는 20~30대 젊은 남성을 겨냥한 브랜드 제이하스, 여성복 브랜드 프렐린을 론칭하는 등 멀티 브랜드 전략으로 공격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이와 함께 로드숍과 대형유통매장, 홈쇼핑 등으로 유통채널을 다각화하는 한편 최근에는 신발도 생산하는 등 점차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에 성금 3000여만원을 기탁하고 국립공원 북한산에서 환경캠페인을 벌이는 등 사회공헌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파크랜드는 투명하고 성실한 세금 납부, 협력사와의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관계 유지를 통한 상생 경영을 경영철칙으로 삼고 있다. 곽국민 부회장은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등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甲 제재 강도 높이자 vs 乙 신고 문턱 낮추자… 다른 듯 닮은 여야

    甲 제재 강도 높이자 vs 乙 신고 문턱 낮추자… 다른 듯 닮은 여야

    ‘남양유업 사건’을 통해 갑을(甲乙) 관계의 문제점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정치권이 ‘갑을관계법’ 입법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여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행위 조사와 제재가 유명무실하고, 지나치게 갑 친화적인 법 체계라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고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이종훈 의원이 대표 발의 예정인 ‘갑을관계 민주화법’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통해 을의 피해 구제 수단을 강화하도록 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을 지키기 경제민주화 추진위’ 공동 명의로 발의 예정인 ‘을지로법’은 공정위의 권한을 지자체로 분산해 을의 신고를 용이하게 하고 공정위의 업무 과중을 분산해 제재 실효성을 높이도록 했다. 다만, 당내 의견을 합치하는 과정과 여야 간 이견 조율까지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새누리당 경실모 회원들이 준비 중인 ‘갑을관계 민주화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을(乙)의 실질적 피해구제 방안을 모색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대표 발의자인 이종훈 의원은 “슈퍼갑인 공정위와 갑인 대기업, 대형로펌이 유착해 을의 피해 구제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바꿔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의 핵심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강도를 높이고, 을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집단소송제를 도입해 갑(甲)인 대기업과 대형로펌에 맞서 을인 영업점이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집단으로 소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담합·재판매가격유지(공급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 강요)에만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기로 했었다. 법안은 이를 갑을 관계에 따른 불공정거래행위 전반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다만 아직 당내에서는 이견이 적지 않다. 갑을 간 계약 형태가 같은 업종·업태 내에서도 다른 점 등 현실 적용 전에 정비해야 할 것이 많다는 의견 등이 제시된다. 갑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피해자인 을이 직접 보상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현재 국가가 징수하는 과징금의 형태를 바꿔 피해를 당한 약자에게 실질적 보상이 되도록 했다. 일반적인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손해액의 3배를, 악의적·반복적인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10배를 부과하도록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액수를 10배 부과하는 부분에는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조정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사인의 행위금지청구제도와 고발인의 공정위 결정 불복 기회를 부여하는 내용 등도 포함하고 있다. 사인의 행위금지청구제도는 불공정행위 피해자가 공정위가 아닌 법원에 직접 소송하거나 가처분 신청 등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민주당 ‘을(乙) 지키기 경제민주화 추진위’가 전원 공동 명의로 발의키로 한 ‘을지로(을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법’은 상위법 성격인 공정거래법이 아닌 하위법에 해당하는 가맹사업법-하도급법-대규모유통법(갑을관계 3법) 개정안이다. 새누리당 경실모가 공정위와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공정위의 업무 과중으로 독점적 권한이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 우선 공정위의 불공정행위 적발률을 높이기 위해 을의 신고 문턱을 낮추었다. 대표 발의자인 민병두 의원은 “불공정거래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려면 제3자인 공정위가 일상적인 조사와 감시가 가능해야 하는데, 프랜차이즈 20만개·대리점 80만개를 공정위 직원 10명 미만이 감당해야 한다”며 현실적 한계를 꼬집었다. 법안은 공정위의 업무과다와 인력부족에 대한 해결책으로 공정위의 독점적 권한인 ▲조사권 ▲고발요청권 ▲조정권(공정거래조정원 업무)을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게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은 을이 신고·제보하기 위한 ‘심리적·물리적’ 거리가 가장 가깝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정위 사무소는 서울(수도권)과 부산(경남권), 대구(경북권), 광주(호남권), 대전(충청권) 등 5개에 불과하다. 민 의원은 “제주도민이 본사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신고하려면 비행기 타고 광주 또는 부산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지난 21일 발의한 ‘남양유업 방지법(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대리점거래에 국한해 불공정거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특화된 법안으로 ▲정보공개서 제공 의무화▲ 표준대리점계약서 사용 권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관존민비서 싹튼 ‘甲乙문화’ 그 고질병에 대한 해법찾기

    ‘갑을’ 파문으로 연일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갑의 횡포에 억눌려 ‘찍’ 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을의 참담한 현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땅에서 살아가는 이라면 어지간한 ‘갑질’쯤은 능히 예상할 수도 있다. ‘적당히 떡값도 오갔을 테고, 잔술 깨나 얻어 마셨겠지. 힘 센 갑이면 좀 더 나갔을 수도 있겠고….’ 대략 이 정도가 보편적인 한국인이 추정하는 ‘상식’ 수준의 갑을관계 아닐까. 한데 드러난 건 이런 상식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었다. 주류업체의 밀어내기로 대리점주가 목숨을 끊었고, 한 편의점 가맹점주의 남편은 본사 직원 앞에서 약을 먹고 숨을 거뒀다. ‘밀어내기’란 용어가 화장실 밖에서도 통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알게 된 사람도 많았을 게다. 사실 갑을관계는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역학현상이다. 한데 왜 유독 한국에서만 ‘노예관계’ 수준으로 심하게 굴절된 걸까.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지은 ‘갑과 을의 나라’(인물과사상사 펴냄)는 대기업 간부의 여승무원 폭행 사건, 남양유업 직원의 폭언 사태로 불거진 우리 사회의 ‘갑을문화’의 기원을 짚어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정수리가 뜨거워질 정도로 구체적인 사례들이 책의 절반 가까이 채워진다. 강 교수는 갑을문화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관존민비(官尊民卑) 인식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관이 민을 지배하는 문화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배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갑을문화로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을 위에 군림하는 맛’이라는 인정욕구는 한국인 다수의 삶의 기본 문법으로 자리 잡았고, 이젠 “만인이 만인을 뜯어먹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뼛속까지 파고든 갑을문화는 브로커라는 사생아를 낳았다. 갑과 을을 이어주는 어두운 존재다. 예전엔 법조, 입시, 병무 등 특정 분야에서만 활동했지만 이젠 일반인의 사생활 영역에까지 침투했다. 브로커가 우후죽순처럼 전방위로 번져가는 건 결국 사회 시스템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브로커들은 선물과 뇌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갑을문화는 더욱 단단히 사회 전체에 뿌리를 내렸다. 갑을문화를 종식시킬 돌파구는 없을까. 강 교수가 제시한 건 ‘을의 반란’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시위다. 평소 삶은 개인주의적으로 살되 사회 문제는 집단주의적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단 ‘을의 반란’은 ‘증오의 이용’을 넘어 ‘증오의 종언’을 향해야 한다. 강 교수는 “시위가 권력자와 언론의 주목을 받는 데 몰두하면 시위의 참뜻이 죽고 말 것”이라며 “더 많은 참여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시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1만 3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씨줄날줄] 갑을(甲乙)의 역설/문소영 논설위원

    ‘라면 상무’라는 신조어를 만든 포스코 계열사 임원의 ‘갑(甲)질’과 남양유업 직원의 막말 파문에 이어 50대 주차 직원을 폭행한 ‘빵 회장’ 사건 등이 연달아 폭로되자, 정의로운 소비자들은 을(乙)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을을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생 을로 사는 서민들의 억울함과 분함이 깔려 있을 것이다. ‘갑의 횡포’를 응징하겠다는 시민이나 소비자들의 행동은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의 제품은 끊으면 되니 상대적으로 쉬운 일로 비쳐졌다. 커피믹스도 ‘김태희 대신 김연아’를 사고, 집배달 우유의 제품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남양유업 주가는 내려갔다. 4월 30일 117만 5000원으로 최고가를 찍던 주가가 주르륵 미끄러져 23일 94만원대까지 떨어졌다. 2001년 수입산을 자국산으로 위장해 판매하다 적발됐던 일본 최대 식품회사 유키지루시 유업이 불매운동으로 회사 문을 닫았던 사례를 떠올릴 정도였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22일 남양유업 현직 대리점주 1000여명이 새로운 협의체를 구성하고 ‘살려 달라’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불매운동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1000여명을 위해 응징을 철회해야 할까. 현재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남양유업으로 상징되는 대기업의 부당한 밀어내기식 영업과 뒷돈 등 불공정 관행을 시민들이 개선하려는 보기 드문 시도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솜방망이 처벌로 다스리기 일쑤인 게 본사와 대리점, 대기업과 하청기업, 프랜차이즈 본점과 가맹점 등 사이의 불공정 관행이다. 남양유업은 ‘재수 없게 됐다’며 한국의 불매운동이 늘 그렇듯이 시간이 흐르면 유야무야될 것을 기대할 수도 있겠다. 사실 그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여기서 멈출 순 없다. 이참에 대기업의 못된 버릇을 제대로 고쳐 놓아야 앞으로 자영업자들이 먹고살 수 있다. 짧은 기간에 대리점 매출이 40~50% 하락했다면, 대리점주들이 아니라 본사가 먼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고 화해의 악수를 청해야 했다. 대기업이 배짱을 부리며 갑질을 하는 것 같아 입맛이 쓰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라는 화두에 맞춰 검찰이 수사의 속도를 더 내길 희망한다. 갑·을(甲·乙)의 한자는 갑옷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를 뜻한다. 하지만 사주팔자를 따지는 명리학에서 갑은 하늘로 쭉쭉 몸을 뻗는 커다란 나무를 말하고, 을은 풀이나 넝쿨을 말한다. 혼자 몸을 가누기 어려운 을은 갑을 타고 올라가 생존한다. 을도 살리는 제대로 된 갑을 기대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대리점協 “밀어내기 피해 변상·분쟁조정위 설치를”

    대리점協 “밀어내기 피해 변상·분쟁조정위 설치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국민 여러분과 대리점주의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진상조사하고 철저한 준법 시스템을 마련하겠습니다.” “남양유업은 위기 모면식의 대처를 그만두고 경제 민주화의 초석이 될 수 있는 모범기업으로 다시 태어나 주십시오.” 물량 밀어내기와 영업직원의 막말 등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남양유업이 21일 대리점주협의회와 제1차 단체교섭을 했다. 민주당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 중재로 마련된 자리다. 이날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섭에는 김웅 남양유업 대표와 이창섭 대리점주협의회 회장, 우원식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을’(乙) 지키기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 우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대리점주 결성체가 을의 굴레를 벗고 밀어내기·부당 강매·뇌물 요구 등에 대한 책임있는 대책을 요구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교섭에서 대리점주협의회는 ▲발주 시스템인 팜스21(PAMS21) 개선 및 현직 대리점주 협의회 가입 제재 금지 ▲물량 밀어내기 등으로 인한 피해 변상 ▲부당 계약 해지된 대리점주 영업권 회복 ▲개별 대리점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대리점 계약 존속 보장 등을 촉구했다. 양측은 1차 교섭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24일 2차 교섭부터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불리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행위를 막고, 본사가 물량 밀어내기 등을 했을 때는 대리점사업자가 입은 피해의 3배 이내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대리점주 자살’ 배상면주가 불공정거래 조사

    전통주 제조 업체 배상면주가의 대리점주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20일 본사 영업담당 관계자들을 불러 불공정 거래 행위 여부를 조사했다. 인천삼산경찰서에 구성된 특별수사팀은 배상면주가 영업부 소속 간부 1명과 지역 대리점 담당 영업직원 3명 등 본사 관계자 4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경찰은 이날 회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물량 밀어내기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조사했으며, 대리점주들의 본사 입금 내역과 물품 출고장부 등 영업 현황을 파악했다. 특별수사팀은 이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이사를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기간산업까지 ‘甲의 횡포’ 논란

    ‘밀어내기’ ‘일방적 계약 해지’ 등 산업계 전반을 지배하던 고질적 ‘갑(甲)의 횡포’가 공론화되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갑을 관계’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던 주유소와 이동통신 대리점들도 잇따라 문제 제기에 나섰다. 전국 자영주유소 대표들의 모임인 한국자영주유소연합회(이하 ‘한자련’)는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A사를 상대로 정원철 한자연 회장의 손해배상 청구 대표소송 3차 공판을 가졌다. 재판의 내용은 2년 전인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자연에 따르면 A사는 “4월 초가 되면 기름값이 많이 오른다”며 주유소들에 재고를 남기지 않고 기름을 가득 채울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실제로 기름값은 정부의 압력으로 지난 4월 7일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ℓ당 100원씩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주유소들이 상대적으로 기름을 비싸게 사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한자련의 대표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재판이 주목받는 것은 정유업계의 ‘사후정산’ 관행 때문이다. 사후정산은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유가를 정하지 않고 제품을 공급한 뒤 1~2주쯤 지나 가격을 통보해 정산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주유소들이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없어 가격 협상에서 정유사에 열세에 놓이다 보니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정유사들이 자사 대리점을 늘리기 위해 ‘폴 전쟁’에 나설 때만 해도 주유사업자들은 ‘갑’의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주유소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둘 간의 위상이 바뀌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A사는 “유류 제품은 유통기한이 없어 ‘밀어내기’가 불가능하고 사후정산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대표성이 없는 일부 주유소들이 갑을 관계와 무관한 재판을 끌어들여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동통신업계 B사 대리점들도 본사 측의 강제 할당 등 횡포가 극에 달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최근 B사 피해자모임은 “B사가 주기적으로 무리한 판매 목표를 설정하고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각종 금전적 불이익과 강제로 권역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B사가 한 달에 실제로 팔 수 있는 물량의 5~10배까지 매출 목표를 설정한 뒤, 이를 채우지 못하면 판매보조금 지원 액수를 줄이거나 대리점 지위를 빼앗기도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B사는 이미 법원과 공정위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안을 두고 일부 계약 해지 대리점주들이 (갑을 관계 논란에 편승해)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한편 전통주 제조업체 배상면주가의 한 대리점주가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 피해를 호소하며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 전국 중소상인·자영업자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협의회는 빈소가 마련된 경기 부천의 한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기업의 고질적인 횡포를 정확히 조사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자 진상규명 대책 모임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 새정부서 있어선 안돼”

    “엔젤투자와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해 획기적인 혜택을 부여할 것이고, 여러분께서도 그런 혜택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거듭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임했다. 제25회 중소기업주간(13~16일)을 맞아 이날 중소기업인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 “지금 우리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갈 정책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하나 둘 시동을 걸고 있다”면서 이렇게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분의 노력이 정당한 대가를 누릴 수 있도록 경제민주화 정책도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경제민주화 추진 의지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이 “최근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에 시달린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불행한 일은,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고 공정한 시장경제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새 정부에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확실하게 챙기겠다”고 강조하자 중소기업인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어진선 삼진정공 대표, 노희열 오로라월드 대표 등이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고, 서병문 비엠금속 대표, 배해동 태성산업 대표(은탑산업훈장) 등 50명이 각급 훈·포장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배상면주가 대리점주 자살로 본 주류업계 실태

    전통주 형제기업으로 유명한 국순당과 배상면주가가 나란히 불공정 행위로 비난을 받고 있다. 형이 경영하는 회사가 올 초 당국의 제재를 받은 데 이어 동생 회사에서는 대리점주가 자살을 했다. 두 곳 모두 판매목표를 할당하고 강제하는 이른바 ‘밀어내기’가 문제가 됐다. 배상면주가의 대리점주 이모(4 4)씨는 지난 14일 오후 인천 부평동의 대리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본사의 제품 강매와 빚 독촉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공정위는 배상면주가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배상면주가의 배영호 대표는 국순당 창업주인 배상면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국순당은 현재 첫째 아들인 배중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국순당은 백세주, 배상면주가는 산사춘 등을 앞세워 각각 전통주 시장에서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국순당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원의 제재를 받았다. 국순당은 2009년 도매점과 물품 공급 계약을 맺으며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주류 업계는 밀어내기 관행이 다른 업종보다도 특히 심한 편이다. 제조사가 직접 팔지 않고 주류 유통면허를 갖고 있는 도매상이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실적을 합산하는 월말이면 도매상에 술을 그냥 보내거나 잘 안 팔리는 술을 억지로 떠안기는 행위가 많다.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제도상의 결함이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기준은 담합의 경우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이지만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 행위는 2%에 그친다. 밀어내기는 담합 등 명백하게 관련 산업의 경쟁을 막는 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재 수위가 약하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합법적인 밀어내기는 경쟁 촉진과 가격 인하 등의 효과를 가져오지만 최근 남양유업이나 배상면주가 등의 사례로 볼 때 부작용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라면서 “밀어내기 등에 대한 제재수위 강화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갑의 횡포 어디까지…배상면주가 ‘밀어내기’에 네티즌 분노

    갑의 횡포 어디까지…배상면주가 ‘밀어내기’에 네티즌 분노

    남양유업 사태에 이어 전통주 제조업체인 배상면주가의 ‘밀어내기’로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드러나자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2시 40분쯤 인천 부평동 배상면주가 부평지역 대리점 창고에서 점장 이모(44)씨가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연탄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이씨가 달력 4장의 뒷면에 적은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에는 “남양은 빙산의 일각. 현금 5000만원을 주고 시작한 이 시장은 개판이었다. 본사 묵인의 사기였다”면서 “밀어내기? 많이 당했다. 살아남기 위해 행사를 많이 했다. 그러나 남는 건 여전한 밀어내기. 권리금을 생각했다”고 적혀있었다. 이씨가 본사로부터 빚 독촉과 밀어내기로 매우 고통스러워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배상면주가 측은 “밀어내기나 빚 독촉은 없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배상면주가 블로그 등에 항의 글을 잇따라 올리며 비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갑의 횡포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를 표한다”면서 “우리 술이 언제부터 살인 도구가 되었나. 이런 상황에서 ‘우리 술’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자체가 모순인 것 같다. 남양유업과 함께 평생 불매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사람이 먼저인 회사는 없는 건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5억짜리 ‘명차’ 해머로 때려 부순 왕서방의 사연

    중국의 한 돈 많은 남자가 회사 측 서비스에 대한 항의로 무려 260만 위안(4억 7000만원) 짜리 고급 승용차를 때려 부셔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4일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칭다오 모터쇼 행사장 앞에서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우리 돈으로 5억 원을 호가하는 명차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를 몇몇 남자들이 대형 해머로 부수고 있었던 것. 이날 마세라티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가지는 ‘굴욕’을 당했고 차주는 한순간에 수억원을 날렸지만 의기양양하게 기자들 앞에서 분노를 터뜨렸다. 왕씨로 알려진 차주가 화가난 것은 다름아닌 회사 대리점 측의 서비스 때문. 지난 2011년 거금을 주고 이 차를 산 왕씨는 대리점 측이 중고 부품으로 차량을 수리하고도 새 부품 인양 수리비를 청구해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우리 돈으로 몇 십 만원에 불과한 수리금액이었지만 과거에도 몇차례 차량 수리를 놓고 옥신각신 했기 때문에 그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었다. 왕씨는 “외국의 명차 회사들이 중국인 소비자를 무시하는데 우리도 자동차 가격에 걸맞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다.” 면서 “과거 어떤 남자가 람보르기니를 부순 사건에 영감을 받아 이번 건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본사서 대리점 물량 조작 의혹 집중 추궁

    남양유업의 ‘부당 밀어내기’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해 논란을 빚은 남양유업 전 영업사원 이모(35)씨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또 지난 13일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에서 추가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 대리점주 공모씨 등 고소인과 남양유업 관계자 등 피고소인을 차례로 불러 조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곽규택)는 14일 욕설 파문의 당사자 이씨와 대리점주 김모(53)씨를 불러 욕설을 하게 된 경위, 당시 상황, 밀어내기 진위 등을 집중 추궁했다. 남양유업의 횡포가 알려지게 된 ‘욕설 파문’은 이씨가 김씨에게 욕설을 퍼붓는 음성 파일이 지난 4일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2분 45초 분량의 파일에는 “죽기 싫으면 받으라고요. 끊어 빨리. 받아. 물건 못 받겠다는 그 따위 소리하지 말고”, “(물건을 받을 상황이 안 된다면) 버리든가 그럼. 버려”, “개XX” 등의 통화 내용이 담겨 있다. 남양유업은 하루 만인 5일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비난이 폭주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이 본사 차원에서 대리점 업주들의 주문 물량을 멋대로 부풀려 기재했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밀어내기 물량을 반품하지 못하도록 업주들에게 마이너스 통장과 연계된 자동이체계좌(CMS)에 가입하게 하거나 사측이 통보한 신용카드를 만들게 해 물품 대금을 강제로 청구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 리베이트를 착복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지난 13일 피해자 협의회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경영진과 지점 4곳의 영업직원 등 25명을 추가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이 남양유업에 판매 여직원의 파견을 요청해 그 인건비를 남양유업에 전가하고 남양유업은 이 인건비의 65%를 대리점에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고발인 조사 등 기초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홍 회장과 김웅 대표이사 등 남양유업 경영진의 소환 시기를 조율할 방침이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甲의 횡포에 목숨 끊은 乙

    ‘갑의 횡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또다시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을 견디지 못한 주류업체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살아남기 위해 판촉 행위까지 했지만 본사의 압박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인천 삼산경찰서에 따르면 배상면주가 대리점주 이모(44)씨가 오후 2시 40분쯤 인천 부평동에 있는 자신의 대리점 술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본사의 제품 강매와 빚 독촉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취지의 유서까지 남겼다. 배상면주가는 전통주 제조업체로 산사춘, 민들레 대포 등을 생산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가 발견될 당시 옆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미리 피워둔 것으로 보이는 연탄 2장이 있었다. 이씨는 죽기 전 달력 4장의 뒷면에 남긴 유서에서 “10년을 본사에 충성하고 따랐는데 대리점을 운영하며 늘어난 빚을 갚으라는 협박을 견딜 수 없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남양(유업)은 빙산의 일각. 현금 5000만원(권리금)을 주고 시작한 이 시장(주류 대리점업)은 개판이었다. 본사 묵인의 사기였다. 살아남기 위해서 (판촉)행사를 많이 했다. 그러나 남는 건 여전한 밀어내기”라고 본사의 횡포를 강하게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003년부터 대리점을 운영했으며 신제품이 출시된 2010년쯤부터 막걸리 판매를 강요받았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이 즈음 이씨는 신제품을 위한 냉동탑차 3대를 각각 2000만원에 구입했으나 제품 판매가 안 돼 적자가 쌓여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가 본사의 제품 강매에 상당히 괴로워했다는 동료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소주, 맥주, 위스키 등 주류업계의 밀어내기는 악명이 높다. 주류회사가 직접 판매에 나설 수 없고, 주류유통면허를 가진 도매상에 물건을 보낸 뒤 도매상이 소매점이나 식당에 공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실적을 합산하는 월말이 되면 도매상에 물건을 그냥 보내거나 잘 안 팔리는 술을 잘 나가는 술에 끼워 억지로 떠안기는 행위가 만연해 있다. 결국 도매상은 팔리지 않는 엄청난 물량의 술을 떠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배상면주가는 “결코 물량 밀어내기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점주가 진 빚 1억 2000만원은 그동안 점주가 돈을 지불하지 않고 미리 받은 물품 대금이 쌓인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대리점주는 한때 월 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최근 월 1200만원으로 감소했다. 대리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전통주류 시장이 침체한 탓이다. 이 관계자는 “매출 부진에 더해 집안의 우환으로 채무 압박이 커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횡포 甲’ 징벌적 손해배상제 추진

    국회가 영업점포를 상대로 한 대기업의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에 본격 착수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에게 실질적 보상을 해주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최근 남양유업 본사 직원이 대리점 직원에게 폭언을 일삼은 내용이 공개돼 ‘갑(甲)의 횡포’ 문제가 대두되면서 관련 법안도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불린다.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으로 구성된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은 14일 국회에서 ‘대기업·영업점 간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갖고 불공정한 갑을 관계 개선을 위한 5대 조치를 제시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집단소송제 도입, 사인(私人·개인 또는 사적 법인)의 행위금지 청구제도 도입,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에 대한 고발인(신고인)의 불복 기회 부여, 내부 고발자 보호 및 보상 강화 등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종훈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기로 했다. 이 의원은 “공정위가 대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해도 신고자에게는 아무런 보상이나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배상액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조경제는 대기업과 영업점 간 착취적 관계가 유지되는 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실모는 남양유업 사태에서 드러난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 사례로 제품을 과도하게 떠넘기는 ‘밀어내기’를 비롯해 ‘금품요구’, ‘유통기한 임박상품 보내기’, 재계약 해지 압박, 증거은폐·데이터 조작 등을 꼽았다. 이날 간담회는 갑에 대한 을(乙)의 성토장이었다. 이창섭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장은 “경제정의에 역행하는 악덕 대기업의 횡포에 힘 없는 서민들은 억울함조차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서울광장] ‘윤창중’에 담긴 아비튀스(Habitus)/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윤창중’에 담긴 아비튀스(Habitus)/진경호 논설위원

    젊고 잘생긴 존 F 케네디는 섹스 중독자였다. 윌리엄 라이딩스 2세 등은 저서 ‘위대한 대통령, 끔찍한 대통령’을 통해 케네디가 아름다운 아내 재클린을 곁에 두고도 수백명의 여성들과 관계를 가졌다고 썼다. 심지어 마피아의 여자를 건드렸다가 대통령 신분에 갱단의 협박을 받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후임 린든 존슨 대통령도 만만치 않았던 듯하다. 백악관 직원들 가운데서 ‘섹스 파트너’를 간택했고, 이들 중 5명이 그의 ‘애첩’으로 지냈다고 한다. 빌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은 이런 백악관의 ‘전통과 문화’를 뿌리로 두고 있다. ‘여자들과 시간을 보내다 남는 시간에 총리를 한다’는 이탈리아 전 총리 베를루스코니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최고권력의 성추문은 미국을 넘어 서구 전반의 전통인가도 싶다. 국가 정상의 성추문이 차고 넘치는 나라들이고, 이로 인해 물러난 정상이 없는 나라들이다. 정상외교 현장에서의 성추문이라는 희대의 사건을 일으킨 청와대 전 대변인 윤창중이 ‘문화적 차이’를 언급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그 가이드에게 제가 상처를 입혔다면 거듭 이해해 달라”고 했다.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의 이 한마디로 한국은 엉덩이를 콱 움켜쥐는 걸 허리를 턱 친다고 표현하는 나라, 젊은 여성을 위로하고 격려할 때는 엉덩이를 콱 움켜쥐는 나라가 됐다. 자기가 무슨 옷을 걸치고 있었는지조차 분간 못하는 인사의 불민한 언사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 적어도 성추문 대통령을 단 한명도 갖고 있지 않은 나라이건만, 대체 미국과 어떤 문화적 차이를 안고 있다고 온 국민의 양식까지 팔아넘겨 가며 제 살 구멍을 찾는지 며칠 밤낮을 보내고도 분이 삭질 않는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도록 태어난 사람은 없다. 고급문화를 누릴 만한 환경 속에서 자랐기에 클래식을 즐기게 됐을 뿐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갈파한 ‘아비튀스’(Habitus)의 개념이다. 사회 구조와 그 안에서의 계급적 지위에 의해 개인의 문화적 취향과 소비 성향 등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 엇비슷한 사회적 지위나 교육 환경, 재산 등을 지닌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는 집합적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이 바로 아비튀스다. 윤창중은 제 부끄러움을 덮으려 ‘성 문화의 차이’를 들먹였겠으나, 부르디외가 윤창중을 봤다면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아비튀스, 경조부박한 계급 문화의 차이를 찾아냈을 것이다. 비행기 여승무원에게 행패를 부린 ‘라면상무’, 아버지뻘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일삼은 남양유업 영업대리, 주차 시비 끝에 호텔 지배인을 폭행한 제과업체 회장에게서 묻어나는 우리 사회의 비루한 갑을(甲乙) 문화의 단면을, 한 줌의 권력에 취해 제 본분을 망각한 윤창중에게서도 목도했을 것이다. 거친 표현으로 남을 공격하던 ‘논객’(이라고 동의하진 않지만)에게 어느날 돌연 날아든 보은(報恩)의 완장을 주체하지 못한, 아비튀스의 혼란에 빠진 윤창중을 봤을 듯싶다. 윤창중의 혼란은 그의 행동 궤적 전반에서 드러난다. 많은 증언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그는 다른 ‘완장’들과 섞이지 못했다. 기자들로부터 외면당했고,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날아간 워싱턴에서도 겉돌았다. 힘은 뻗치는데 이를 알아주는 사람도, 받아주는 사람도 없으니 전화 한 통으로 움직일 수 있는 나이 어린 여성인턴을 불러 호텔 술집을 찾는 초라한 대변인을 택했다. 부산스럽다. 윤창중의 든든한 백이 돼 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비난이 그칠 줄 모른다. 지휘책임을 가린다, 공직기강을 다잡는다 하며 출구 찾기에도 여념이 없다. 필요한 일들이고, 거쳐야 할 고통이다. 그러나 한두 명 내치고, 정상외교 매뉴얼을 새로 갖춘들 제2, 제3의 윤창중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어 보인다. 비루한 갑(甲)의 횡포에 허덕이는 오늘의 빈약한 사회적 자본을 그냥 놔두고는 말이다. 윤창중은 문화적 차이를 제대로 보여줬다. jade@seoul.co.kr
  • 엔저 업은 토요타 ‘저가 도발’ 본격화

    엔저 업은 토요타 ‘저가 도발’ 본격화

    일본 토요타가 ‘엔저 효과’를 등에 업고 저가 전략으로 현대자동차의 안방인 한국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의 주력 차종과 비슷한 신차를 선보이며 가격을 확 낮춘 것이다. 이는 글로벌 맞수로 떠오르는 현대차의 안방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도 ‘착한 가격’ 정책과 대리점의 쇼룸화, 각종 고급 서비스 제공 등 맞불 놓기에 나섰다. 토요타는 14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신형 ‘라브4’(RAV4)의 2륜구동 모델을 3240만원, 4륜구동은 3790만원으로 정했다. 디자인과 엔진, 편의사양을 다 바꾼 신차임에도 현대차의 SUV ‘싼타페’(2802만∼3637만원)와 가격 차이가 없다. 오히려 라브4는 풀옵션에 3년 동안 엔진오일과 각종 소모품을 교환해 줘 싼타페보다 더욱 싸다고 할 수 있다. 또 프리우스의 가격을 2830만원(기본형 기준)까지 내렸다. 이는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최저 트립(2865원)보다 35만원 싼 가격이다. 최근 주력 모델인 2013년식 ‘캠리’도 파격적으로 가격을 300만원 내렸다. 타이어공기압 모니터링 장치(TPMS)가 기본으로 장착된 2500㏄ 캠리의 최고급 트립을 3070만원에 파는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배기량 기준으로 동급인 현대차의 ‘HG그랜저240’(3012만원)과 기아차의 ‘K7 2.4 GDI’(3179만원)와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싼 가격이다. 국산차는 내비게이션 등 각종 옵션과 3년간 소모품 교체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캠리’와의 실질적인 가격 차는 훨씬 크다. 이처럼 토요타가 라이벌인 현대차의 안방 시장에서 ‘저가공세’를 펼치는 데에는 한국을 중요한 전략 시장의 하나로 보고 당장 수익보다는 경쟁차의 근거지를 잠식하려는 본사의 전략도 깔렸다. 한국토요타가 2011~2012년에 적자를 내면서도 수백억원의 본사 지원을 받으면서까지 저(低) 마진을 고수한 적이 있다. 캠리 등 전략 차종의 광고에는 김태희와 장동건 등 톱 탤런트를 쓰고 사회공헌활동에도 연간 수억원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안방 수성을 위해 수입차와 비교 시승회로 차량의 우수성 알리기에 나섰다. 도곡동 지점 등 전국 9개 수입차 비교시승센터에서 쏘나타와 토요타 캠리, 벨로스터와 BMW 미니쿠퍼, 제네시스와 벤츠E300 등 동급 차종을 비교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수입차 거점 지역에 최고급 서비스 마인드와 기술로 무장한 전문가와 차별화된 자동차 쇼룸을 운영한다. 수입차의 아킬레스건인 정비 서비스를 겨냥,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여성전용 서비스센터인 ‘블루미(美)’와 고객의 집까지 정비된 차량을 보내주는 홈비포(Home-Before) 등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독일과 일본 등 수입차의 공략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노대래 “재벌 3세들 기업가정신 부족”

    노대래 “재벌 3세들 기업가정신 부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기의사를 표출하는 사회가 된 만큼 건전한 거래문화 정착과 관련해 (재벌) 총수도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13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SNS 발달로 어떤 기업이든 불공정 행태를 바로잡지 않으면 ‘막말 파문’의 남양유업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노 위원장은 “말 못하는 수급자도 말하는 수급자로 바뀌는 등 입법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며 “이런 변화기에 제도 개선을 하는 것은 공정위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조사 방향이 사건처리 중심에서 업계 관행·구조 개선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환기시켰다. 노 위원장은 “남양유업 조사도 기업 하나만 보자면 사건 중심이 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보다는 (공정위가) 전체 제조업과 대리점 간 고질적인 문제를 고쳐 줘야 한다”면서 “문제가 있으면 물론 조사를 하겠지만 조사 자체보다도 제도적 기반을 튼실하게 해서 건전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문화 측면에서도 1세대는 기업가 정신으로 뭉쳐 있지만 재벌 3~4세로 가면서 기업가 정신이 이완됐다”면서 “여기에 전문 최고경영자(CEO)들이 수익 위주로 기업을 운영하다 보니 하청업체들의 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스펙트럼을 너무 넓게 바라보니까 그렇게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나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절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이통3사 가입자경쟁 대리점에 ‘불똥’ 목표 미달땐 벌금 부과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경쟁 불똥이 대리점에 대한 압박으로 옮겨 붙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사들은 가입자를 유지하거나 추가 유치하기 위해 대리점에 다양한 명목으로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대수나 특정요금제, 일정기간 가입 유지 등의 목표를 세운 뒤 달성하지 못하면 판매수당에서 일정액을 빼는 벌금제도 형식이다. 문제는 소비자와 판매점 직원에게도 피해가 전가되는 것. 이통사의 벌금부과 등 차감정책 때문에 판매점에서는 소비자들에게 특정요금제나 일정기간 가입을 강요하게 되고, 소비자들은 원치 않는 조건에 개통하는 사례가 발생하게 된다. 판매점에 벌금을 부과하는 이통사의 차감정책은 기존에도 시행돼 왔다. 하지만 최근 보조금 시장이 빙하기를 맞으면서 판매점 등에서 가입자 유치가 어렵게 되자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일부에서는 5만여개에 달하는 대리점과 판매점의 유통구조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나타나는 고질적인 구형 휴대전화 ‘밀어내기’ 전략이라는 비판도 나오는 가운데 차감정책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이통사 한 지역본부가 내려보낸 판매가이드에 따르면 가령 180일간 비정상 가입·해지·정지 사실이 발견될 경우 판매 수당 전액이나 건당 20만원 중 큰 금액을 벌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또 고객 불만이 접수돼 해결되지 않을 경우 1건당 20만원의 벌금을 내는 등이다. 한 대리점 직원은 전화통화에서 “3명의 직원이 있는 대리점에서 100명의 신규 가입자를 목표로 할 경우, 내가 가입자를 40명 이상 모았다고 해도 다른 직원 실적이 저조하면 나까지 차감된다”며 “가입서를 작성할 때 실수를 하거나 인터넷TV 등 결합상품 가입이 저조해도 벌점을 매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는 “일부 지역이나 대형 대리점 점주들에 한한다”며 “윤리교육 등을 강화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보조금 과다지급에 대한 사실조사를 하고 있다”며 “높은 지위를 이용해 판매점과 판매점 직원들에 대해 가하는 불공정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재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남양유업 본사, 마트 파견 판매직원 인건비도 대리점에 전가

    남양유업의 전 대리점주 공모씨 등 4명은 자사 제품을 강매한 혐의 등으로 홍원식(63) 회장 등 남양유업 임직원 25명을 13일 서울중앙지검에 추가 고소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남양유업은 수십 년 전부터 최근까지 대리점 인터넷 발주 프로그램을 조작해 발주량을 부풀려 제품을 강매했다”면서 “이 같은 물량 밀어내기는 전국 모든 남양유업 대리점에서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런 일들이 영업사원들의 개인적인 범죄인지 아니면 남양유업 본사까지 개입된 것인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소송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고소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이 남양유업에 판매 여직원의 파견을 요청해 그 인건비를 남양유업에 전가하고 남양유업은 이 인건비의 65%를 대리점에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리점 업주들로 구성된 남양유업대리점피해자협의회는 남양유업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제품을 강제로 떠넘기는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며 홍 회장 등 임직원 10여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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